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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트로를 다시 소환하는 인디게임의 방식들

    이런 점에서 레트로 장르를 계승하는 인디 게임들이 평론가와 대중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올드 게이머와 뉴 게이머를 이어주는 인디 게임들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팬덤은 게이머의 확장된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올드 게이머에겐 추억을, 뉴 게이머에겐 신선함을 말이다. 어찌 보면 레트로 게임, 장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린다. 누군가에겐 레트로일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겐 새로운 게이밍일 수 있다. 인디 개발자들의 레트로 장르 경의와 찬사는 게임 과거 게이밍과 현대 게이밍을 이어주는 가교를 만들어 주고 있다. < Back 레트로를 다시 소환하는 인디게임의 방식들 02 GG Vol. 21. 8. 10. 개인적인 이야기로 운을 띄우자면 어릴 적 게임보이 어드밴스로 〈포켓몬스터 실버〉를 처음 접했을 때 컬러 도트 그래픽으로 서로를 마주보며 배틀하던 포켓몬들, 사각 타일의 마을에서 움직이는 2등신 도트의 주인공 캐릭터를 움직이던 경험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당시 시리즈의 8비트 OST는 게임을 더욱 즐겁게 해준 일등공신이었다. 휴대용 게임기는 필자를 새로운 취미의 영역으로 이끌었다. 게임보이, 닌텐도DS, 닌텐도 3DS를 거쳐 닌텐도 스위치까지 가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GBA 도트 그래픽 기반의 〈젤다의 전설: 이상한 나무열매 - 대지의 장〉과 같은 탑다운 어드벤처와 횡스크롤 슈팅 게임 〈다라이어스 R〉 처럼 2차원 평면 구조의 게임들만 접해 온 어중간한 게이머의 눈에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3차원 오픈월드 기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발전한 게임기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고, 기술의 위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다크소울〉을 휴대용 게임기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라도 했을까. 고품질 텍스처들은 생동감을 강조해주었고, 수려한 파티클 이펙트와 사운드는 캐주얼과 코어 게이머를 아울렀다. 돌이켜보면 시대의 흐름이었다. 컴퓨팅 능력은 끊임없이 발전했고, 경쟁적 기술 사회에 발맞춰 게임 성능도 점점 좋아졌다. 보다 높은 퀄리티의 현실 같은 그래픽에 기반한 게임 경험에의 요구는 당연했다. 게임은 상품이었고,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산업이었다. 게임사들이 주도하던 게임 시장은 거대자본이 들어오면서 더욱 기술발전에 가까워져 갔다. 물론 단순히 2차원에서 3차원으로의 그래픽 변화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높아진 메모리 용량으로 더 많은 게임 시스템을 처리할 수 있었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다양한 장르들이 이를 통해 분화하고 깊어졌다. 각각의 게임 시리즈는 다채롭게 진화하며 게이머를 사로잡아 왔다. 발전하는 거치형 콘솔과 PC를 만나면서 재현된 게임 속 세계는 현실과 견주는 것에 모자람이 없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게임을 고르는 것에 고해상도의 현실적인 그래픽, 뛰어난 상호작용성을 가진 게임 시스템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동시에 대다수의 게이머들에게 안정적인 게임 경험을 선사한다. 그렇기에 다수의 메이저 게임사들은 보장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이러한 기술발전의 결과들을 새로운 게임 개발에 지속적으로 가져온다. 기술의 발전으로 나날이 '고퀄'화되는 게임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올해 접한 게임 중 가장 즐거웠던 게임을 꼽자면 〈오모리(OMORI)〉와 〈이온 퓨리(Ion Fury)〉다. 메이저 게임사들이 만들어 낸 AAA급 퀄리티의 게임들이 아닌, 개인 또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오히려 초기 기술에 가까운 시각적 재현을 보여주는 게임들이다. 〈오모리〉는 2020년 12월 출시한 레트로 스타일의 탑다운 어드벤처 RPG 게임으로, ‘OMOCAT’이라는 일본계 미국인 만화가가 동명의 인디 게임회사에서 킥스타터 펀딩을 통해 개발한 게임이다. 게임 툴 ‘RPG 쯔꾸르(RPG 만들기, RPG Maker)’를 통해 개발된 게임은 전형적인 레트로 형식의 2D 도트 그래픽이며, 시나리오는 닌텐도의 〈마더〉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분위기를 풍긴다. 〈이온 퓨리〉는 2018년 2월 스팀 얼리 엑세스를 통해 2019년 8월 정식 발매한 ‘보이드포인트(Voidpoint)’라는 인디 게임회사에서 개발된 올드 스쿨 FPS 게임으로, 배급사인 ‘3D렐름(3D Realms)’의 1990년대 FPS 게임 엔진인 ‘빌드 엔진’으로 개발해 고전 〈듀크 뉴켐 3D〉과 같이 90년대 FPS 문법을 활용한 게임 시스템과 2D 캐릭터와 3D 배경 디자인으로 경쾌한 슈팅 액션을 엿볼 수 있다. * 〈오모리〉 스크린샷. 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게임 장르를 설명하는 고전, 레트로, 클래식, 올드 스쿨 등 단어들은 최근 인디 개발자들이 자신의 게임을 설명하는데 사용되곤 한다. 게임 장르에서 경계를 나누어 구식과 신식을 나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특징과 스타일을 통해 레트로라는 이름의 장르화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인데, 예를 들면 올드 스쿨 FPS, cCRPG(Classic Computer RPG), 고전 JRPG, 고전 2D 플랫포머 등을 거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레트로 장르라고 부를 수 있을, 기술이 지금보다 낮은 단계에 있을 때 구현된 특유의 스타일을 동시대 인디 게임들이 다시 가져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스팀'과 같은 플랫폼의 등장은 인디 게임 시장과 가능성을 확장했고, 인디 개발자들로 하여금 시장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는 개성있는 장르의 게임 개발을 가능케 했다. 2010년대 이후 시작된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 시장 확대 또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같은 개방적 게임 플랫폼, '구글 인디 게임 페스티벌'과 같은 지원정책 등에 힘입어 인디 게임의 개발과 유통에 새 루트를 만들며 인디 게임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인디 게임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함을 강조하기 위해, 인디의 자율성을 적극 활용한다. 시장의 대세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은 다양한 장르의 활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레트로 문법의 차용이 어색하지 않은 개발 환경이 되었다. 레트로 장르를 인디 게임들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이유를 꼽자면 개발 관점에서 필요한 (자본이 크게 드는)기술에 대한 요구치가 높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기술적 한계로 오브젝트를 지금보다 더 강하게 추상화했다는 점은 그래픽 리소스와 같은 측면에서 오늘날에도 가장 저렴하게 구현해볼 수 있는 개발방법론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미 앞서 출시된 과거의 게임들을 레퍼런스 삼아 개발하는 과정의 용이성 또한 장점으로 거론될 것이다. 이런 장점들을 토대로 레트로 게임에 대한 오마주, 창조적 모방, 벤치마킹 등을 통해 현대의 인디 게임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리소스 상황에서도 충분한 창의적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맞게 되었다. 그렇게 레트로 게임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은 오늘날의 인디 개발자들을 통해 레트로 장르 자체의 재현(Representation)으로 나타난다. 레트로 게임들이 예전 모습 그대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인 측면에서 게임 장르에 대한 재현의 양상으로 드러난다는 이야기다. 이는 단순히 레트로 장르에 대한 모방으로서의 재현이 아니며, 레트로 장르가 현대적 상황과 감각에 맞도록 각 개발자들의 관점과 역량에 의해 재구성된 결과물이다. 레트로 장르를 답습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변주와 재해석을 통해 레트로 게임들의 의미는 현대에서도 다시금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된다. 인디 올드 스쿨 FPS 퍼블리셔인 ‘뉴블러드 인터렉티브(New Blood Intertactive)’는 인터뷰에서 자신들을 통해 재현된 올드 스쿨 FPS 장르가 사라졌다가 부활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존재했지만 누군가 새로이 원하게 되어 다시 등장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레트로 장르는 사라지거나 단절되는 것이 아니고 역사 속에서 순환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현대 인디게임에서의 레트로 재현이 장르적 융합과 변주를 통해 재해석되는 과정과 결과는 2018년 출시한 리듬 게임 〈올드 스쿨 뮤지컬〉의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게임은 레트로 게임 장르들에 대한 패러디와 오마주를 통한 장르적 융합의 한 사례다. 8비트 칩튠 사운드와 레트로 장르의 게임 플레이를 BGA(BackGround Animation)로 재현하여 리듬 게임 장르와 결합한 〈올드 스쿨 뮤지컬〉 의 메인 디렉터인 프랑수아 베르트랑(Francois Bertrand)은 이전 기획작인 〈8Bit The Musical〉이 자신이 좋아하던 리듬 게임을 통해 레트로 게이밍에 대한 러브레터가 되기를 바랬다고 회고한다. 비디오 게임을 통해 힘든 어린 시절을 버틸 수 있게 해준 레트로 게임들에 대한 감사와 추억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 속에서 우리는 레트로 장르에 대해 인디 게임 개발자이 갖는 자신들의 과거 게임 경험이 주었던 즐거움과 추억이 게임 개발의 주요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 또한 레트로 장르가 인디 개발자들에 의해 다시금 활용되는 이유다. * 〈올드 스쿨 뮤지컬〉. 이미지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이러한 점들을 돌이켜보면 인디게임에서 레트로 장르를 활용하는 사례들을 우리는 레트로 장르의 현대적 계승으로 불러볼 수 있을 것이다. 완결된 게임 시리즈, 다양한 이유로 후속 작품이 더 이상 나오지 않거나 오랜 기간 개발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시리즈들을 인디 게임 씬(Scene)에서 장르 혹은 게임 디자인을 가져와 계승하는 경우가 종종 존재한다. 계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가진 경험과 시각 - 고전 게임의 계승을 시도하는 이유가 자신들이 가졌던 게임 경험에 대한 추억과 헌정이라는 점에서 - 에 의해 융합과 변주를 거친 재해석의 결과물로서 의미지어진다. 인디 게임들이 ‘정신적 계승작’, ‘정신적 후속작’과 같은 대담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레트로 장르에 대한 실천적 계승이라고 볼 수 있다. 레트로 장르의 계승은 인디 게임의 장르를 풍부하게 함과 동시에 고전 명작을 다시 현대로 불러오고 장르의 대중화를 장려한다. 물론 이는 전체 게임 생태계에서 보자면 비약적인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디 개발자들의 작업이 단순히 낡은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게임디자인과 장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이를 통해 올드 게이머와 뉴 게이머에게 각각 추억과 새로움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 장르는 이러한 레트로 - 인디 트렌드의 수혜자이자 결과물이다. 인디 게임의 저변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고전 게임의 규칙은 동시대의 보편 장르로도 의미지어지기 시작하며 캐주얼 게이머들의 입에까지 오르는 상황을 맞았다. 해당 장르의 원류인 〈메트로이드〉 2D 시리즈와 〈캐슬배니아〉 시리즈는 메이저 게임 시장의 주류 장르들이 교체되는 시대적 유행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메트로배니아는 현재 AAA급 게임들에 비하면 꽤나 단순한 구조의 게임 디자인과 2D 횡스크롤이라는 특징에서 낡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충실히 이 장르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액시옴 버지(Axiom Verge)〉, 〈할로우 나이트〉, 〈데드 셀〉 등과 같은 인디 게임들이 성공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냄으로써, 2010년대 이후 메트로배니아는 여전히 유효한 장르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들은 과거 메트로배니아 팬덤과 현재의 새롭게 진입한 게이머 모두에게 레트로 장르가 가지고 있던 규칙을 다듬고, 새로운 해석과 재현의 문법과 결합시키며 장르를 일신했다. * 19년만에 〈메트로이드〉 시리즈 정식 후속작이 나온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레트로 장르에 대한 현대적 계승은 비판적 수용을 통한 계승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수용으로서의 장르적 재현은 찾아볼 수 없다. 분명한 점은 레트로 장르는 시초(Beginning)와도 같은 오래된 문법이라는 점으로, 어떤 식으로 든 동시대에 대중적으로 의미지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현재 인디 개발자의 관점을 통해 새롭게 다듬어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비판적인 접근을 통해 과거 장르가 가진 오늘날에는 불필요한 낡은 지점들을 걷어내고, 새로운 현대적 문법을 통한 변주나 타 장르와의 융합이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측면을 두드러지게 표현한 작품이 〈디스코 엘리시움〉일 것이다. 게임의 외형은 cCRPG의 기본적인 게임 디자인을 통해 나타나지만, 마냥 cCRPG의 클래식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다. 고전적인 불편한 요소들을 버리고 편의성을 현대적으로 수정했지만, cCRPG의 비선형적인 레벨 디자인은 훌륭하게 재현했다. 이뿐 아니라 cCRPG의 강점인 내러티브 경험을 위해 다시 레트로 장르인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스타일이 플레이 내러티브에 결합했다. 이러한 요소들의 누적은 〈디스코 엘리시움〉이 가지고 있는 레트로로서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편의성을 구현해냈다. * 〈액시옴 버지(Axiom Verge)〉와 〈디스코 엘리시움〉. 인디게임이 다루는 레트로 게임의 가장 큰 의미는 앞서도 언급한 바처럼 고전을 활용한 융합과 계승을 통해 장르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순환시킨다는 점이다. 인디 게임 시장이 커짐에 따라 각각 게임들의 유사성을 피하기는 정말 어려워졌다. 이러한 이유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레트로 장르를 계승하여 돌파를 꾀했다. 레트로 장르는 게임 장르의 시작과도 같다. 게임들이 정말 재밌다고 느낄 수 있는 것에는 장르의 즐거움 또한 클 것이다. 그러므로 게임 본연의 재미 같은 원초적인 레트로 장르들이 현대에도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레트로 장르를 계승하는 인디 게임들이 평론가와 대중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올드 게이머와 뉴 게이머를 이어주는 인디 게임들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팬덤은 게이머의 확장된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올드 게이머에겐 추억을, 뉴 게이머에겐 신선함을 말이다. 어찌 보면 레트로 게임, 장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린다. 누군가에겐 레트로일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겐 새로운 게이밍일 수 있다. 인디 개발자들의 레트로 장르 경의와 찬사는 게임 과거 게이밍과 현대 게이밍을 이어주는 가교를 만들어 주고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수진 게임연구에 발을 들인 대학원생입니다. 지금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첨단종합학술연구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최근엔 게임을 매개로 한 다양한 게임 경험과 일본 내 서브컬처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 여벌의 생명선_2인용 로컬 협동게임 속 목숨의 구도

    이혼을 결정한 부부 코디와 메이의 영혼은 부모의 이혼을 막고 싶은 딸 로즈가 빈 소원 때문에 조그마한 목각 인형에 씌게 된다. 자기들 나름의 추론을 거쳐서, 인형으로 전락한 부부는 딸의 눈물이 저주를 풀게 해주리라고 판단한다. 두 사람은 세계에 육박하게 거대해진 아이의 놀이방을 헤매면서, 로즈가 가장 좋아하는 코끼리 인형 큐티를 찾는다. 큐티를 망가뜨리면 속상한 아이가 눈물을 흘리게 되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 Back 여벌의 생명선_2인용 로컬 협동게임 속 목숨의 구도 24 GG Vol. 25. 6. 10. 이혼을 결정한 부부 코디와 메이의 영혼은 부모의 이혼을 막고 싶은 딸 로즈가 빈 소원 때문에 조그마한 목각 인형에 씌게 된다. 자기들 나름의 추론을 거쳐서, 인형으로 전락한 부부는 딸의 눈물이 저주를 풀게 해주리라고 판단한다. 두 사람은 세계에 육박하게 거대해진 아이의 놀이방을 헤매면서, 로즈가 가장 좋아하는 코끼리 인형 큐티를 찾는다. 큐티를 망가뜨리면 속상한 아이가 눈물을 흘리게 되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부부는 미로를 헤매고 퍼즐을 풀고 미친 청소기와 싸우는 우여곡절 끝에 장난감 왕국의 여왕 큐티와 마주하게 된다. 자기를 해치려 들자, 큐티는 자신의 운명에서 도망치려는 헛된 발버둥을 치면서 넝마가 되어간다. 마침내 부부는 무력화된 인형을 절벽으로 끌고 가고, 합심해서 무저갱만큼 깊은 놀이방 바닥에 밀어 넣는다. 이 처형을 진행하기 위해서, 게임은 언제나 그래왔듯 두 사람분의 협동을 요구한다. 게임 디자이너 요제프 파레스(Josef Fares)가 설립한 헤이즐라이트 스튜디오의 <잇 테이크 투It Takes Two>는 2인용 로컬 협동게임이다.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은 함께 게임을 할 플레이어를 자동으로 배정해 주지만, 로컬 협동게임은 자동 배정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시작부터 두 사람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따라서 2인용 로컬 협동게임은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서 기획된다. <잇 테이크 투>의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시큰둥한 부부인 것도, 어쩐지 불쾌하게 친근한 부부 상담가처럼 구는 하킴 박사가 여정의 안내자인 것도 기획에 어울리는 설정인 셈이다. 두 플레이어 모두 카메라를 자기 뜻대로 조작할 수 있도록 게임 화면은 자주 두 개로 분할된다. 가능한 이동의 양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3D 공간상에서 주목해야 할 퍼즐 요소 역시 다르게 주어진다. 두 플레이어는 자기 몫의 퍼즐을 풀기 위해 선제 되어야 할 행위를 요청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긴밀하고 상보적인 공조를 통해서만 그들은 닫힌 문을 열고 장애물을 뚫을 수 있다. 큐티를 처형장으로 끌고 가는 시퀀스 역시 이 공조로부터 예외가 아니다. 큐티는 마분지 로켓을 타고 도망치려다 추락하고 속절없이 인형 뽑기 통에 갇힌다. 화면은 분할되지 않고, 시네마틱으로부터 플레이 화면으로 분절 없이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본래 두 손으로 조작하도록 만들어진 인형 뽑기 집게의 계기판은 플레이어의 아바타에 비해 너무 거대하다. 코디는 조이스틱을 조작하고, 메이는 방향키를 그 위에서 풀쩍풀쩍 점프하면서 버튼을 짓눌러야 한다. 큐티는 정형행동을 하는 동물처럼 빙글빙글 돌며 집게를 피하려 하고, 공황에 빠져 흐느낀다. 간신히 큐티를 집어 올리는 데 성공하면, 큐티의 다리는 인형 배출구에 걸려 버린다. 각자의 아바타가 큐티의 팔을 한 짝씩 쥔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은 버튼을 연타해서 큐티를 잡아당긴다. 억지로 당겨진 인형의 한쪽 다리가 뜯겨 나간다. 발버둥 치는 큐티를 놓치지 않고 어떻게든 끌고 가기 위한 조작이 계속 진행된다. 큐티는 친구 로즈한테 도움을 요청하며 울부짖고, 기어서라도 탈주하려 몸부림치다 귀까지 잃는다. 코디와 메이는 플레이어의 조작에 인도되어 느릿느릿 지지부진하게 코디를 절벽으로 끌고 간다. 주인공들에 비하면 거대하지만 무력하고 취약한 코디의 몸은 공격성이 배제된 밀가루 포대와 같다. 코디와 메이는 몸서리치며 외친다. "이 일이 다 끝나면 우리는 상담을 받아야 해." 그들은 어쨌거나 함께 그 일을 해낸다. 부부는 영영 목각 인형으로 살 수는 없지 않냐는 합리적인 이유로 살해를 감행한다. 전문가와의 사후적인 상담을 통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처치하는 걸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장난감과 레고 블록과 타일이 널브러진 세계에서, 플레이어 역시 "살아있고 소리 지르는" 생명을 죽이는 느린 협업을, 일치된 버튼 연타와 섬세한 조작을 강제 받는다. 이야기는 이후 당면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진정으로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나아가긴 한다. 그렇지만 포로를 처형하는 과정을 연상시키는 충격은 교과서적인 메시지로 무마되기에는 지나치게 강렬하다. 자기 잇속만 따지는 어른들의 공모로서 협동의 기제가 나타나는 이 시퀀스는 속도감 있는 전환과 유쾌한 게임성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잇 테이크 투>에서 돌출적일 정도로 느리게, 긴 시간을 들여 전개된다. 그런데 게임의 줄거리는 마치 그 일이 일어난 적 없었다는 식으로 흘러간다. 결말부에서 주인공 부부는 여태까지의 반목이 없었다는 듯이 급작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를 도모한다. 그들은 로즈와 다시 화목한 가족으로 돌아간다. 식상한 결말이라면 식상한 결말일 것이다. 그런데 플레이어의 의식 속에선 절박하고 동물적인 생존의 갈구가 모두 실패하고 공포와 고통 속에서 떨다가 추락하는 봉제 인형 스너프가 여전히 어른거린다. 새된 어린아이 목소리로 말하는 유아적인 인형을 처분하기 위해 일치단결하는 시퀀스는 필요 이상으로 불쾌하고 잔혹한 농담으로 의도된 것만 같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적인 게임을 기대한 사람들에게서 평을 깎아 먹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불쾌함까지 포함해서, <잇 테이크 투>의 농담은 게임 내의 협동 행위에 대해 흔히 이뤄지는 가치 평가에 대한 유의미한 재고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협동'은 게임이 폭력과 반사회성을 부추긴다는 혐의에 저항하며 게임을 변호하는 대항 무기로서 기능해 온 키워드다. 비디오 게임의 심리적 효과를 공정하게 다루려 노력하는 문헌들 다수가 게임이나 게임의 표면적 폭력성이 문제가 아니라 경쟁적 환경이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의견을 개진한다. 대표적으로 데이비드 이월슨 등이 진행한 연구는 피실험자에게 <헤일로Halo>와 같은 폭력적인 게임들을 경쟁적으로, 혹은 협동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든 결과, 협동적으로 플레이한 경우 오히려 사회적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1] 최근의 연구는 게임 내외로 이뤄지는 협동적인 상호작용을 일면적으로 긍정하기를 넘어서, 그것이 동질적이고 유독한 게임 커뮤니티를 형성할 때 발생하는 문제 역시 활발히 다룬다. 그렇지만 사회성의 함양과 관련하여 논의되는 '협동'은 대체로 팀플레이를 요구하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의 협동인 경우가 잦다. 그건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친분이 배제된 낯선 사람들이 임시로 팀을 이뤘을 때 목표 달성을 위한 의사소통을 어떻게 행하는지 살피는데 더 용이한 게임 문법을 갖추고 있고, 동시대의 게이머에게 온라인 멀티플레이 환경이 더 익숙하고 보편적이기 때문일 테다. 이런 멀티플레이 협동 게임의 재미는 현실과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사회적인 관계를 꾸리는 재미와 맞닿아 있지만, 2인용 로컬 협동 게임은 그 조건상 완전히 다른 제반에서 재미가 작동한다. 요제프 파레스는 2인용 로컬 협동 게임을 제작하는 의도가 "함께 스토리 경험을 공유하는 것"과 만난다는 걸 밝힌 바 있다. [2] 2인용 로컬 협동 게임이 가진 계보와 환경은 소위 "스토리 경험의 공유"에 방점이 찍힌다는 점에서 멀티플레이 상의 협동과 궤를 달리한다. 이 2인용 협동 비디오 게임의 역사는 이 인용 조종간을 갖춘 형태가 대부분인 아케이드 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우리의 UX를 찾아서: 오락실 코옵을 추억하다"는 "서로의 캐릭터에 더 도움이 되는 버프 아이템(또는 무기)를 양보하는 미덕"과 "나는 살아남았지만 혼자 남아서 플레이하기 싫어 2p를 부활시키기 위해 선뜻 100원을 내"는 실천들이 뒤얽힌 아케이드 오락실을 회상한다. [3] 서로의 생명을 100원짜리 동전을 대신 지불해 기꺼이 상대의 목숨을 연장하는 협력의 동인은 기기가 변화하며 새로운 경향성을 띠게 된다. 콘솔로 옮겨간 2인용 협동 플레이는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제공되는 사례가 많다. 본래 싱글 플레이에 기반을 둔 게임에 두 사람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도록 아바타를 추가하는 식이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마리오와 루이지,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의 커비와 웨이들 디, <컵헤드>의 컵헤드와 머그맨, <컬트 오브 더 램>의 어린 양과 검은 염소가 대표적인 쌍일 테다. 2p 아바타는 자주 오리지널 주인공의 혈육이거나 절친한 친구이거나 상대의 보색을 띤 분신으로 설정된다. 두 캐릭터의 역할이 주인공과 보조자로 분명히 나뉠 수도 있고, 싱글 플레이 주인공과 복제 수준으로 유사한 능력과 기술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때 두 번째 플레이어, 2p의 경험은 조작 실력과 게임에 대한 이해도 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플레이어 역시 아우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놀이터가 아닌 비디오 게임에서 '깍두기'를 들이는 것과 유사하다. 2p 플레이는 필수로 강제되지 않는다. 그건 게임을 함께 경험하고 싶은 아이, 가족, 친구, 연인, 동생을 포함하기 위한 기능이다. 로컬 2인용 협동의 선택지는 그저 게임을 '시청'하는 게 아쉽고, 조작하고 놀고 고투하며 밀고 나가는 게임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소망에 대한 응답으로 작동한다. 그로부터 2인용 협동 게임의 보편적인 생존 양상이 나타난다. 한 플레이어가 게임 오버를 맞이해도, 다른 플레이어가 살아남았다면 플레이는 계속된다. 마치 아케이드 게임에서 2p 플레이어를 위해 동전을 넣으면 계속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게임 오버를 맞지 않는 이상 게임 오버를 맞은 이도 금방 부활할 수 있다. 시간적인 지연을 두거나 다음 스테이지까지 조작을 할 수 없는 식의 일시적인 페널티를 받을 뿐이다. 게임의 난이도에 따라서 페널티의 수준은 달라지지만, 2p 옵션에서 동반자로 인해 겪는 불편이나 다툼의 여지가 최소화된다는 점은 공통된다. 함께 게임을 하는 상대를 탓하며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2인용 협력 플레이에서, 두 사람의 플레이어는 서로에게 있어 여벌의 체력, 생명, 하트이며 게임 오버를 막는 보증이다. 그들은 분명 분리된 캐릭터를 조종한다. 그렇지만 플레이어는 두 개의 심장을 가진 듯이, 죽은 이후에도 상대를 통해 게임이 지속될 수 있음을 안다. 더불어 그 지속 가능성을 전략적으로 염두에 두고 협상한다. 나는 너보다 체력이 많이 달아서 금방 죽을 테니까, 더 공격적으로 근접전을 벌이거나 방어적으로 보조하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의 커비와 웨이들 디는 아이템을 먹어 획득할 수 있는 추가 '하트'를 뽀뽀로 상대에게 나눠 줄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 주고받아지고 타협이 이뤄지는 건 생명이 아닌 생명의 은유고, 그 생명의 은유는 계속해서 가상의 시공간을 전개해 가고, 게임을 진행하고, 역경을 돌파하기 위해 필요한 권한 자체다. 두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생명이 편리하게 유연한 공유물이란 점에서, 2p 협동 플레이는 연대책임을 강제하고 그 강제가 재미의 일부가 되는 멀티플레이 게임들의 방식과 대척점에 있다. 연대책임 멀티플레이의 가혹한 판본 중 하나인 <체인드 투게더Chained Together>와 대조해 본다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다만 2p 협동 플레이의 선택이 극적으로 난도를 낮추거나 쾌적하기만 한 플레이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싱글 플레이를 위해 구성된 화면이기에 상대 아바타의 활달한 움직임 자체가 나의 이동과 조작에 가야 할 시선을 분산시키고 산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헷갈리지 않게끔 두 캐릭터가 완전히 구별되는 색깔을 키 컬러로 가짐에도 불구하고 혼선은 일어난다. <컵헤드>와 같이 난전이 벌어지는 고난도 게임에선 협동플레이가 싱글 플레이보다 더 어렵다고 여겨진다. 2P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비디오 게임이 대체로 횡 스크롤 혹은 탑다운 뷰 게임에 기반을 두는 시리즈인 까닭도 카메라의 주도권과 초점을 누가 가져가야 하냐는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커비 디스커버리>는 카메라가 세 축으로 모두 움직일 수 있는 3D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커비를 조작하는 이가 카메라의 조작 능력을 가지고, 플레이 영역에서 웨이들디가 벗어나면 자동으로 커비 곁에 소환되게 했다. 두 플레이어가 같은 화면을 바라보게 끔 하는 보이지 않는 불편한 강제력이 작동하고 있음을 플레이어는 실감할 수밖에 없다. <잇 테이크 투>와 마찬가지로, <웨이 아웃Way Out>, <스플릿 픽션Split Fiction>에서도 헤이즐라이트 스튜디오의 게임들은 분할 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카메라의 주도권 문제를 해결한다. 이것은 이인 협력 플레이가 선택지이기를 넘어서, 시작부터 이인 협력 플레이를 위해 디자인된 구성이기에 가능하다. 두 게임에서 분할 화면이 줄곧 유지되는 건 아니다. 횡 스크롤과 탑다운 뷰를 동원해 2인용 협동 플레이에 친숙한 다종의 게임 문법을 참조하기도 한다. 그렇게 3D 공간 상의 퍼즐, 파쿠르, MMOPRG, 레이싱의 동사들이 대거 공존하는 협력 게임이 된다. 게임 오버의 기준은 위에서 소개한 2인 협력 플레이와 마찬가지로 두 플레이어의 아바타가 동시에 죽는 것이다. 다른 플레이어가 생존해 있다면, 내가 아무리 기가 막힌 실수를 해서 아바타를 죽이기를 반복하더라도 게임 오버는 일어나지 않는다. 매분 매초가 아슬아슬한 생존의 기로로 화하는 액션 시퀀스에선, 죽은 이가 부활하는 데 약간의 '쿨타임'이 요구된다. 남은 이는 그 쿨타임 시간 동안 홀로 살아남아서 게임 오버를 막을 수 있다. 사실 게임 오버 자체도 크나큰 실패로 의미화되진 않는다. 짧은 간격으로 이뤄지는 자동 저장이 플레이어를 게임 오버 거의 직전의 순간으로 되돌려 놓는다. 설령 둘이 나란히 죽는다 해도 다시 새로운 방식의 협동을 빠르게 시도해 볼 수 있다. 가상의 시공간을 전개해 가고 게임을 진행하고 역경을 돌파하기 위해서 필요한 권한, 정체되지 않고 움직여 가는 이야기의 생명은 이런 죽음과 부활의, 정지와 재생의 재빠른 교대를 통해서 힘을 얻는다. 그런데 이 교대는 서로가 생명선 손금의 연장이 되어주는 협력 플레이의 플레이어성 역시 변화시킨다. 어쩐지 일론 머스크를 닮은 사악한 출판사 사장이 불공정 계약으로 작가들의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뽑아내 XR로 재구성하겠다는 괴상한 계획을 펼친다는 배경에서 시작하는 <스플릿 픽션>를 살펴보자. 이 계획에 걸려든 상극의 성격, 상극의 취향인 두 여자 주인공 미오와 조이는 각자가 만든 픽션 속 사이버펑크 세계관과 판타지풍의 세계관을 함께 오가며 미래형 사무라이가 되거나 톨킨 풍의 판타지 마법사로 활약한다. 게임적인 숏폼의 릴레이를 구성하려는 듯이 카메라, 화면 분할, 조작 방식, 액션 양상은 쉴 새 없이 변화한다. 두 플레이어의 아바타는 단순히 시각적 일관성이나 유사성에 일치되지 않고, 협력의 두 축을 이루는 매개체로서, 위아래로 흔들어 움직일 수 있는 시소의 양 끝으로 인식된다. 우화를 연상케 하는 시퀀스 하나가 이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조이가 어린 시절에 쓴 동화 속 세계에 미오와 조이는 귀여운 돼지가 된 채로 떨어진다. 한 돼지는 마법 방귀로 멀리 날아갈 수 있고, 다른 돼지는 목에 달린 스프링을 사용해 높이 튀어 오를 수 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마법 돼지 농장의 마법 돼지를 조작하며, 플레이어는 협력해서 퍼즐을 풀어나가야 한다. 집채만 한 거대 돼지나 날개 달린 돼지에 슬슬 익숙해지고 이 세계도 썩 나쁘지 않고 유쾌하단 걸 받아들일 무렵이면, 미오와 조이는 퍼즐 풀이 끝에 도착한 종착지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간다. 그 미끄럼틀은 사실 도축 공장의 기계로 이어진다. 두 돼지는 이제 식탁 위의 소시지가 되고, 불판 위를 구른 후 서로에게 케첩과 마요네즈를 칠해줘야만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그래, 우리 자신을 굽지 않을 이유가 없지!" 플레이어의 조작을 통해 접시 위에 올라간 두 사람은 마침내 인간에게 먹힌다. 너는 나의 게임플레이를 지속하도록 해줄 지렛대이며 여벌의 심장이다. 나는 너의 게임플레이를 지속하도록 해줄 지렛대이며 여벌의 심장이다. "두 사람이 드는(It takes two)" 일이란 건, 두 사람이면 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잇 테이크 투>에서, 갚아야 할 대출금과 이혼 문제와 독박 육아 및 출퇴근으로 닳을 대로 닳은 부부 코디와 메이는 토이 스토리를 연상시키는 동적인 무생물의 세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어린 딸의 환상 세계를 돌파해 간다. <스플릿 픽션>에서 출판 계약이 절실한 무명작가 미오와 조이는 자신들의 머릿속에 잠들어 있거나 폐기된 픽션의 세계를 돌파해 간다. 너와 나는 동격이지만, 그 외의 여타 존재자는 너와 나만큼 동격으로 부상하거나 하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와 나는 모든 걸 함께 감수할 수 있다. 우리의 놀이를 지키기 위해 희생 제의의 공범이 될 수도 있고, 우리의 놀이를 지속하기 위해 도축되고 먹히도록 서로를 부추길 수도 있다. 우리는 그로서 그토록 함께한다. 2인용 로컬 협력 게임의 상호 의존은 로맨틱하면서도 섬뜩해질 수 있는 폐쇄성을, 개인화되기보다 공모됨으로써 드러나는 폭력성을 도주로 없이 경험하는 환경을 이루기도 하는 것이다. 인형 살해와 돼지 자살을 다루는 두 개의 농담은 2p 로컬 게임의 협력 방식에 함축될 수 있는 폐쇄성과 폭력성을 까뒤집어 보인다. 이 분절적인 농담들은 협동 플레이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목숨' 개념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편안한 긍정으로 이어지기 쉬운 협동 개념이 그보다 복잡함을 드러내고 있다. 2인용 로컬 협동게임이 같은 화면을 바라보고 함께 떠들면서 게임을 하는 친근한 두 플레이어를 전제한 로컬 환경에서 대체로 진행됨을 고려해 상상하자. 전략적인 협력을 도모하던 대화가 끊긴다. 어색한 정적이 끼어든다. 황망한 웃음을 터뜨릴 수도 있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어... 이게 대체 뭐지?' 하고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이미 받아들이고 익숙해진 협동의 조작은 진행될 것이다. 게임의 진행을 위해 두 사람이 함께 필수적으로 겪고 공유해야 하는 "스토리 경험"이란 그러한 불편한 침묵과 괴리를 함께 감내하는 차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다. [1] Ewoldsen D, Eno C, Okdie BM, Velez J, Guadagno R, et al. (2012) Effect of playing violent video games cooperatively or competitively on subsequent cooperative behavior. Cyberpsychology, Behavior and Social Networking 15: 277–280 [2] Regan, T., & Fares, J. (2025, February 18). ‘No micro transactions, no bullshit’: Josef Fares on Split Fiction and the joy of co-op video games. Tom Regan. The Guardian . Retrieved May 30, 2025, from https://www.theguardian.com/games/2025/feb/18/josef-fares-interview-split-fiction-coop-video-games . [3] 우리의 UX를 찾아서: 오락실 코옵을 추억하다 . 게임제너레이션 GG. (2022, October 10).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14df370d-2dfd-4c3f-b711-79e58f3b5cc5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성훈 문학을 전공했다. 게임과 만화를 좋아한다. <심즈 4>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 게임인데 1500시간 정도 했고 그게 수치스러운지 웃긴 건지 헷갈린다. 뚜이부치란 필명으로도 활동한다.

  • 사라진 컨트롤러 : 가상현실 게임 속의 컨트롤러의 특징들

    가상 현실 게임에서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컨트롤러는 게임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팀(Steam)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가상현실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 (Half Life: Alyx)〉나 PSVR2의 대표작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Horizon Call of the Mountain)〉을 비롯한 다양한 슈팅 및 액션 게임에서도 대부분 손을 보여주는 방식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 Back 사라진 컨트롤러 : 가상현실 게임 속의 컨트롤러의 특징들 11 GG Vol. 23. 4. 10. * 그림 1. 실제 손과 컨트롤러(좌)와 가상 현실 내에서 사라진 컨트롤러(우). 이미지 출처 : https://uploadvr.com/importance-believable-vr-hands-presence/ 가상 현실 게임에서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컨트롤러는 게임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림1). 예를 들어, 스팀(Steam)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가상현실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 (Half Life: Alyx)〉나 PSVR2의 대표작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Horizon Call of the Mountain)〉을 비롯한 다양한 슈팅 및 액션 게임에서도 대부분 손을 보여주는 방식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가상현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최대한 실재감(sense of presence)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가상현실 컨트롤러가 어떻게 생겼길래 가상현실 속에서 볼 수 없을까? 그림 2를 살펴보면, VR 컨트롤러는 기본적으로 콘솔용 게임 컨트롤러를 반으로 나눈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각 컨트롤러의 옆면에는 검지로 누르는 트리거 버튼과 주먹을 쥐면 자연스럽게 눌리는 그립 버튼이 있다. 또한, 컨트롤러의 윗면에는 엄지로 조작할 수 있는 두 개의 버튼과 조그 스틱이 있고, 시스템 메뉴를 호출하는 버튼도 있다. 모든 상황에서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무채색 VR 컨트롤러를 들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장르를 불문하고 가상현실 속의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에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게임 개발자들은 이러한 컨트롤러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 그림 2. 메타 퀘스트 2의 컨트롤러, 측면(회색 부분)에 위치한 트리거 및 그립 버튼과, 상단(검은 부분)에 위치한 조그 스틱, 두 개의 버튼, 시스템 버튼이 보인다. * 〈하프 라이프 알릭스〉에서 보이는 손. 이미지 출처 : https://www.roadtovr.com/half-life-alyx-update-1-4-1-example-pistol-modding/ 사용자의 외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가상현실 헤드셋의 특성 때문에 가상현실 속의 가상현실 컨트롤러를 어떻게 보여줄지 결정하는 것은 가상현실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필연적이었다. 컨트롤러 디자인은 기기 제작사가 아닌 게임 디자이너에게 일부 위임되었다. 가상현실 컨트롤러의 외형은 게임마다 그리고 상황마다 다르게 재정의될 수 있다. 대다수 디자이너들은 마치 컨트롤러를 들고 있지 않은 것처럼 가상 현실 속에서 컨트롤러를 숨기고, 컨트롤러를 쥐지 않은 ‘가상 손’을 그렸다. 이것은 캐릭터의 손을 보면서 가상 환경 속의 객체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플레이어가 그 환경에 실재하고 있다고 느끼게 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상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의 문제들 가상 손이라는 디자인 옵션은 가상현실 게임 디자인에서 전형적인 문법이 되어가고 있지만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사용자가 실제 손과 가상 손 사이의 감각적인 불일치(discrepancy)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플레이어의 고유감각과 촉각이 느끼는 손의 모양과 가상 현실에서 그려진 손의 모양이 다른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는 일반적으로 트리거 버튼은 검지에, 그립 버튼은 중지부터 소지까지 대응되어 버튼이 눌리면 손가락이 접히는 애니메이션이 재생된다. 이 경우에는 실제 손과 비슷하게 가상 손이 표현되기 때문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보인다. 반면, 실제 컨트롤러의 상단의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 엄지를 움직일 때, 가상 손 엄지의 움직임은 생뚱맞고 이질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가상 현실 속에서 본다면, 아무 이유 없이 접었다 폈다 하는 엄지를 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적 불일치는 플레이어들의 실재감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두 번째는 조작 방법 학습의 어려움이다. ‘가상 손'이 사용되는 경우에 실제 컨트롤러와 이를 조작하는 손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게임 컨트롤러의 조작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다. 친구와 함께 VR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가상 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친구에게 지금 뭐가 보이냐고 외치고, 왼쪽 컨트롤러에서 Y 버튼을 누르라고 외치고, Y 버튼은 볼록한 버튼 2개 중에 앞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본 일이 있을 것이다. 자기 손과 컨트롤러를 직접 볼 수 없는 것은 앞서 설명한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유가 된다. 가상현실 컨트롤러에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많은 버튼이 있고, 각 버튼은 가상 현실 속에서 수행할 수 있는 복잡한 행위들과 연결이 되어 있다. 게임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모든 버튼 맵핑을 빠르게 학습하고 이를 빠르게 실행에 옮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 컨트롤러의 조작을 학습할 때는 적어도 버튼들과 이를 조작하는 손을 볼 수 있었지만, 가상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에서는 플레이어의 손가락이 의도한 버튼에 가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의도한 버튼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 떠올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경험은 플레이어의 전반적인 퍼포먼스를 떨어뜨리고 게임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킬 수 있다. 필자는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플레이하면서 크고 작은 감각적 불일치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조작 방법의 학습에 관한 것이었다. 플레이 도중에 잠시 실제 컨트롤러 모양을 보여주며 어떤 상황에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시각적으로 안내해주었지만,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안내는 사라지고 가상 손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로 인해서 간단한 동작을 수행하는데도 여러 버튼을 눌러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많았고, 이는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가상현실에 대한 기대와 현실 컨트롤러 대신에 가상 손을 보여주는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현실에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다. 앞서 언급한 단점들을 감수하고서라도 게임 디자이너들이 가상 손을 선택하는 이유는 시각적인 실재감을 그만큼 중요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재감은 가상 현실에서 항상 우선해야 할 가치일까?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경험이 모든 면에서 현실과 같을 필요는 없다. VR에서는 현실과 다르지만, 성공적으로 관습화된 상호작용 방식들이 있다. 레이 포인팅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대상을 선택하고자 할 때, 만지거나 찌르듯이 직접 컨트롤러를 가져다 대는 대신에 컨트롤러 전면에서 나가는 레이(ray)를 이용해서 가리키고 선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터페이스 조작에서 레이를 활용한 방식은 직접 컨트롤러를 옮겨 선택하는 방식보다 더 선호된다. 현실과는 다르게 원거리에 있는 대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순간이동이라는 이동 방식의 예도 들 수 있다. 특정한 위치로 이동하려고 할 때, 현실과 같이 걸어서 이동하거나 연속적으로 캐릭터의 위치와 시점을 업데이트하길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실제 공간은 좁고 가상 공간은 훨씬 더 넓은 경우가 많아 직접 걸어서 게임 속 공간을 모두 탐험하기는 어렵다. 부드럽게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것도 쉽게 멀미를 일으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 게임에서는 이동할 위치를 가리키고 그 위치까지 한 번에 이동하는 순간이동 방식이 많이 채택된다. 레이 포인팅과 순간이동은 현실의 경험과는 아주 다르지만 가상 현실 속에서는 일반적이다. 우리가 현실적이라고 여기는 방식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용자의 의도를 실현한다. 결과적으로 가상현실에 안에서 제시하는 내용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VR 컨트롤러는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쉽게 정답을 맞힐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시각적인 실재감을 추구하는 데에서 벗어나,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컨트롤러를 시각화하는 것도 가능한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기서 효율적이라는 것은 전체적인 시스템을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을 포함한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VR 게임을 만들고 있을 게임 디자이너들이 가상 현실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컨트롤러 표현 방식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김현철 학부에서 산업디자인 및 뇌인지과학을 공부하고, 석사 과정에서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시각인지연구실에 소속된 박사 과정 학생이다. 행동 및 생체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경험을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무엇이 이스포츠팀을 팀으로 만드는가

    2021년 10월말, 이스포츠 업계에서는 전기가 될만한 일이 일어났다. 북미의 명문 이스포츠 구단인 페이즈 클랜이 SPAC을 통해서 내년 상반기에 나스닥 상장을 노린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다. 사실 이스포츠 구단들의 성장세는 가팔랐고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최초도 아니다. 덴마크의 이스포츠 구단 아스트랄리스는 2019년 나스닥 코펜하겐 거래소에 상장됐고 영국의 길드 이스포츠는 2020년에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하지만 사람들이 놀란 것은 페이즈 클랜 측이 밝힌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였다. < Back 03 GG Vol. 21.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ounghoon Hong Lives in California and works in the game industry. Aims to offer insight to as many people as possible through podcast appearances and contributions to various outlets. Hopes to spend a lifetime writing engaging pieces across every field, from fashion to games.

  • 부분유료결제는 영원할 것인가?

    이처럼 2022년의 연말을 맞는 지금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게임 플레이의 외부에 존재하는 거래 행위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 플레이와 밸런스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사업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회사와 개발자의 입장은 늘 조심스럽다. 유저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며,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트렌드를 선도하는지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 Back 부분유료결제는 영원할 것인가? 09 GG Vol. 22. 12. 10. 1. 게임 중소기업 대표 M씨의 일상 경기도 판교에서 중소 게임 개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M대표는 요즘 들어 자주 조급한 마음이 든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풀린 풍부한 시중 투자자금 덕분에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방치형 게임 하나만 가지고도 쉽게 VC로부터 투자도 받고 대기업 퍼블리셔도 구할 수 있었던 그였다. 그러나 이 축복받은 코로나가 서서히 끝나가자 사람들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대신 바깥으로 나가 스포츠를 즐기고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들의 집콕과 재택 근무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시중의 투자 자금 역시 게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는 작년 초부터 직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 말부터 시중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투자사는 은근슬쩍 전화를 걸어와 투자 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물어오기 시작했다. “3년 안에 우리 지분 엑싯할 수 있는거죠 형님? 형님만 믿습니다!” 투자사 P팀장의 능글맞은 농담을 그는 은근히 경멸하고 있었다. P는 8년 전 한 중견 게임개발 기업에서 M대표의 부사수로 일했던 후배 개발자였다, 아직 M대표가 세파에 시달리기 몇 해 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순수한 마음으로 인디 게임 회사를 처음 창업할 당시, P는 M대표 밑에서 기획팀 대리를 맡고 있던 30대 초반 청년이었다. M대표는 사업 감각이 남달랐던 그를 팀에서 빼내 같이 창업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회사에 남는 쪽을 택했고, 얼마 뒤 판교에서 가장 건물이 크다고 자부하는 큰 게임 회사의 사업팀으로 이직해버렸다. P가 이직한 뒤 2년쯤 지났을 무렵 그는 전화를 걸어와 M대표를 그 커다란 건물로 불러냈다. "형님, 이제 이상적인 게임 만들기는 이제 그만두고 시장이 호응하는 게임 좀 만드시죠. 밑의 직원들도 먹고 살아야죠.” 몇 년 전만 하더라도 M대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선택한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난 몇 년간 국내 인디게임 씬에서 제법 얼굴을 알린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섬마을 소녀의 탐험기를 소재로 한 플랫포머 게임으로 한 인디게임쇼에서 게임 디자인 상을 수상한 이후, 그는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면서 외롭지 않을 수 있겠다고 처음으로 느꼈다. 이듬해 그는 상해임시정부의 요원의 암살 이야기를 바탕으로 잠입 액션 게임을 제작하여 평단과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동시에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스팀(Steam)에서 M대표 회사의 게임은 평점은 매우 높았지만, 판매량은 시원찮았다. 퍼블리셔 없이 판매한 게임은 기껏해야 몇 만 카피 수준이었다. 그 매출로는 직원들 월급 주기에도 빠듯했던 것이다. 그는 지금 내년쯤 영남지방 어드메에 새로 들어선다는 글로벌 게임센터를 찾아가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이지만 본사 주소만 그 동네로 옮겨두고 알바생 두어 명을 현지에서 고용하여 출근하는 척 해놓으면, 1억 이상의 개발 지원금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래, 기차로 2시간 반 정도면 하루만에도 출퇴근을 할 수 있네. 이만하면 주말 부부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M대표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깔린 2년 전 출시한 방치형 게임 앱을 실행시켜 보았다. 미소녀 캐릭터를 수집하여 성장시키는 방치형 게임이었다. 그는 메타버스 붐 때 이 게임의 미소녀 카드들을 NFT로 만들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이 게임의 후속작으로 게임센터의 지원사업을 따고 후속 투자도 유치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M대표는 사실 태생이 그렇게 주도면밀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오히려 낭만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디게임 씬에서는 이상론을 부르짓던 그였다. 게임업계의 사람들은 그가 술자리에서 대기업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경멸하듯 욕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M대표 역시 회사의 생존 앞에서는 자신의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M대표가 만나본 투자사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플랫폼을 PC나 콘솔에서 모바일로 바꾸고, 장르도 최근 트렌드에 맞는 게임을 추종하라고 권했다. 더불어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한 부분유료결제를 필수적으로 도입하고,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과 게임 밸런스를 조화시킬 라이브 인력을 확충할 것을 권했다. PC 플랫폼에서 패키지 다운로드 형태로 한 카피씩 게임을 파는 모델은 한물 간 구식이라고, 그런 방식으로는 절대 큰 돈을 만질 수 없다는 조언을 해왔던 것이다. 그 중 M대표가 가장 동의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게임을 절대 처음부터 재미있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었다. 한국 유저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서는 아주 조금만 재미있게 게임을 만든 뒤, 돈을 더 내면 쉽게 게임을 이길 수 있다고 부추겨야 된다는 P팀장의 지론이었다. 페이 투 윈(Pay to win)”이라 불리는 그 방식을 M대표는 그간 게임도 아니라며 경멸해 왔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전에 출시한 방치형 게임의 성공을 위해서는 페이 투 윈 뿐만 아니라 더 노골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M대표는 올해 시도할 신작 게임에서는 미소녀 NFT를 활용한 게임으로 더 큰 투자를 받아 회사를 키울 야망에 부풀어 있었다. 게임센터 본부장 접대를 위해 해외 출장에서 사온 싱글몰트 위스키 케이스를 매만지며 그는 상념에 잠겼다. 2. 게임 비즈니스 모델의 종류와 변천 앞선 장에서 꽁트 형식으로 게임 중소기업 대표 M씨의 일상을 내세운 이유는 한국 게임시장의 화제거리가 대부분 게임 비즈니스 모델로 귀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게임 관련 뉴스는 대체로 게임 디자인이라든가 게임 문화와 관련된 것보다 회사의 매출액 규모나 확률형 아이템이나 P2E 등과 같은 특정한 비즈니스 모델의 성패 여부에 관한 것이 주종을 이룬다. 이처럼 한국 게임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나라의 경우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그 성격 또한 게임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마다 다르고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지만, 대략적으로 7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1) 결제가 없는 방식 2) 동전투입식 결제 3) 패키지 결제 4) 정액제 결제 5) 부분유료결제 6) 가상화폐 기반 P2E, NFT 방식 7) 정기구독(subscription) 결제 방식이 그것이다. 이 중 1)에서 3)번까지는 해외에서 선도했던 모델이었으나, 4)번에서 6)번까지는 한국 게임업계가 선두 그룹에 끼어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최근 대부분의 부분유료결제는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나, 그 시작은 PC 온라인 게임이 기반이었다. 2000년대 초 NHN의 PC 게임 플랫폼 한게임에서 정액제 과금 방식 대신 아바타 장식용 아이템을 유료로 팔기 시작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부분유료화를 해외에서는 ‘free to play’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게임은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나 아이템 판매를 통해 개발비를 보충하는 방식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부분유료화로 판매하는 아이템이 단순한 장식용에 그치지 않고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게 되면서 부터였다. 통상적으로 게임의 결제 방식은 게임 플레이와는 상관없이 게임 외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 유저와 무료로 플레이하는 유저 사이에 게임 밸런스에 차이가 생기게 되면 결제 방식은 더 이상 게임 플레이의 외부에 있다고 보기 어렵게 된다. 특히 최근 모바일 MMORPG의 결제 방식은 확률형 아이템과 강화형 아이템을 조합하여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결제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필요한 아이템만 결제하면 되기 때문에 실제로 게임은 무료라는 인상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무료로 플레이하는 유저가 결제 없이 넘어가기 어려운 구간을 설계하고 결제를 통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게 된다. 일부 플레이어는 이와 같은 부분유료화 결제 방식을 활용하여 게임 시작부터 결제를 하면서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였다. 국내 모바일 게임은 대부분 상위 5% 이내의 납금 유저들, 이른바 ‘고래’들이 하위 95%의 일반 유저들이 납금한 규모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입한다. 이 때문에 국내의 몇몇 게임들은 게임 밸런스의 절묘한 균형보다는 상한선 없는 결제를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 주도의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되었던 것이다. 2020년 기준 한국 게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9%이며, 매출 규모는 19조원 가량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양적인 성장의 대부분은 부분유료화를 통해 달성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온 부분유료화 제도는 확률형 아이템의 날개를 단 뒤 한국 게임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3. 부분유료화 제도의 균열과 새로운 결제 방식 영원토록 존속하여 한국 게임유저들의 마지막 한 푼까지 빨아먹을 것 같았던 확률형 아이템의 기세는 최근 몇 년 사이 상당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게임 유저들이 투명하지 않은 확률형 아이템의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고 조직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시작된 이용자들의 불만은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H2〉와 〈리니지M〉 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을 거쳐 넥슨의 〈마비노기〉, 〈메이플 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으로 점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트럭 시위 형태로 시작된 유저들의 조직적인 저항은 최근 대부분의 게임으로 확장되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개발사의 무분별한 과금 요소를 지적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집단 행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이용자들이 게임사에 항의하기 위해 벌인 마차시위. 이러한 사태 속에서 한국 게임업계가 대응했던 방식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자율 규제 방식이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을 출범시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율규제 방식은 국회로부터 확률형 아이템 공개, 더 나아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입법화를 늦추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고 볼 수 있다. 21대 국회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되어 있으며, 소위와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문제는 입법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문제가 전환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일수록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과금 시스템에 저항이 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확률형 아이템을 버리고 확정형 아이템 중심으로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 라인게임즈가 출시한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 대신 ‘특권’이라 이름 붙은 1만원에서 9만9천원 상당의 확정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정했다. 본래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CBT 진행 당시 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였으나, 유저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확정형 아이템 모델로 변경한 바 있다. * ‘특권’이라는 이름의 확정형 아이템만 판매하고 있는 〈대항해시대 오리진〉. 물론 이러한 확정형 아이템 역시 부분유료화 결제 방식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변화의 의미는 적지 않다.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확률형 아이템 방식이나 확정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은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용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과금 모델은 중화권이나 일부 동남아 시장을 제외하면 게임을 유통하기 어려운 단점이 존재했다. 때마침 중국이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을 통해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한국 게임 신작이 중국에 출시되기 어려운 상황도 겹쳐서 발생했다. 국내 게임회사들로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PUBG Mobile〉처럼 중국 회사와 합작하여 중국 게임의 마크를 달고 중화권 시장에 게임을 출시하는 어려운 방식을 택해야만 했었다. 그간 국내 게임회사들의 과도한 과금 유도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 게임의 세계화를 막는 주범이었다고 볼 수 있다. 창의적인 게임 디자인이나 세계관의 개발보다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 게임 대기업들은 과거 10년 전과 비교하면 개발 조직에 비해 사업부와 대외 조직이 큰 폭으로 확장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유료화 결제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결제 방식을 시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메타버스와 가상화폐 붐을 타고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이하 P2E)” 방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여러 게임을 묶어 플랫폼에서 매달 혹은 매년 일정한 금액을 과금하는 정기구독 방식이다. P2E 방식은 국내의 경우 위메이드에서 개발한 〈미르4〉가 대표적이다. 〈미르4〉는 가상화폐 위믹스와 연계하여 게임 내 특정 아이템을 가상화폐로 환전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국내의 게임법 상 게임 머니나 게임 내 아이템은 현실의 화폐로 환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유저들은 VPN 등의 우회 방식을 거쳐야만 이러한 환전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르4〉는 국내 버전과 해외 버전이 빌드가 다른 글로벌 투 빌드 형태로 서비스되고 있다. 해외 버전에서는 캐릭터의 NFT도 판매되고 있는데, 이 역시 국내에서는 환전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국내에서 게임 아이템의 현금 환전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많은 게임 회사들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이용한 P2E 모델의 게임을 다수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차적으로는 〈미르4〉처럼 국내와 해외 버전을 다르게 출시하여 게임 아이템 환전이 합법화 된 해외에서만 해당 게임을 서비스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또한 상당수의 유저들은 VPN 등을 활용하여 해외 우회접속을 통해 환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회사 입장에서는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많은 게임회사들은 재작년부터 불기 시작한 메타버스의 붐에 편승하여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가 규제가 심한 게임법을 우회하여 별도 입법 과정을 통해 아이템 환전을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게임 서비스 과정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이러한 P2E 모델을 채택한 게임사가 늘고 있다. * 〈미르4〉에서 게임 내 아이템 흑철을 DRACO로 교환하는 방법, DRACO는 해외 버전에서 위믹스로 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국내의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 연합체인 DAXA에서는 위메이드가 주관하는 위믹스가 유통량 고지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여 연내에 상장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화폐의 유통 주체는 국가인데, 가상화폐는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내세워 해당 화폐의 몇몇 오피니언 리더나 일부 조직, 혹은 회사가 이러한 화폐의 유통량과 방식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토론 과정이 DAO 등의 조직을 통해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탐욕에 눈이 먼 일부 회사나 조직이 가상화폐의 자전 거래나 유통량 허위 고지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위믹스 상폐 사태나 테라 폭락 사태 등은 가상 화폐가 소수의 의지에 따라 가격이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P2E나 NFT 같은 가상화폐 기반의 결제 방식은 점점 유저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가을쯤 〈엑시 인피니티〉나 〈미르4〉처럼 P2E 기반의 게임들이 득세한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전 세계에 걸쳐 통화 유통량 축소와 금리 인상을 통해 가상화폐 관련 산업이 극도로 축소된 상황이다. 작년 연말 3N을 위시한 대부분의 게임 회사들이 컨퍼런스 콜 등을 통해 대부분 P2E나 NFT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대다수는 자사의 주가 관리를 위해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다시 활황을 띄게 될 때 가상화폐 관련 비즈니스 모델은 언제든 다시 부상할 수 있다. 그 때까지 게임 회사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통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통화 유통 시스템을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 * 단돈 1천원에 가입 가능한 엑스박스 게임패스. 부분유료화 제도에 균열을 가져온 또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은 정기구독 결제 방식이다. 사실 이 모델은 최근에 부각되기는 하였지만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졌다. 신문이나 잡지의 오래된 정기구독 모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EA는 2014년부터 자사의 플랫폼 오리진의 게임을 일정 금액을 받고 무제한 플레이할 수 있는 “EA Play”라는 정기구독 시스템을 서비스 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엑스박스 게임패스”라는 구독 모델을 통해 최근 콘솔 게임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사실 바로 이전 세대인 8세대 게임기까지만 하더라도 엑스박스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따라잡기 버거워하는 언더독에 불과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젊은 세대들이 더 이상 게임을 패키지 형태로 구매하지 않고, 세일 등을 활용하여 다운로드를 통해 저렴하게 구매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를 활용하여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게임 패스를 첫 달 1천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제공하여 많은 게임 유저를 유치할 수 있었다. 첫 달만 이용하더라도 한 번에 수백 개의 게임을 동시에 제공받기 때문에 유저 입장에서는 스팀 등에 유통되던 PC 게임의 상당수를 거의 무료에 가깝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엑스박스의 성공에 영향을 받아 소니 역시 올해 6월 자사의 구독 모델을 개편하여 “PS 플러스 에센셜”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특히 엑스박스 게임 패스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도 홍보의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일종의 계약금까지 제공하고 있어 예전에 비해 많은 서드파티 게임사들을 확보하고 있다. PS 진영에 비해 독점작이 적다는 평가를 받았던 엑스박스 진형은 물리적인 패키지를 포기하고 자사의 하드웨어에서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고정관념을 버리면서 새롭게 부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구독형 서비스는 여전히 패키지 다운로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스팀이나 에픽 스토어에도 심각한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판단된다. 게임의 종류가 비교적 적은 편인 에픽의 경우는 필요할 경우 구독형 서비스를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출시된 게임이 4만 종 이상인 스팀의 경우는 기존 게임 보유 유저의 반발이나 이익 배분 체계의 복잡함 때문에 구독 경제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4. 나가면서 이처럼 2022년의 연말을 맞는 지금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게임 플레이의 외부에 존재하는 거래 행위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 플레이와 밸런스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사업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회사와 개발자의 입장은 늘 조심스럽다. 유저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며,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트렌드를 선도하는지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여러분이 중소 게임회사를 운영하는 M대표의 입장이라면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 게임의 본질은 재미이기 때문에 창의성이 뛰어난 인디게임을 만들어 고전적인 패키지 다운로드 방식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유행하는 장르의 모바일 게임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도배하여 수익성을 꾀할 것인가? 한 발 더 나아가 P2E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인가?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교수)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게임 스토리텔링과 게임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하고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인디게임 행사인 Independent Games Festival(IGF)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공저, 2003),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2005), 『인디게임』(2015), 『이야기, 트랜스포머가 되다』(공저, 2015),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게임의 이론』(공저, 2019),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생태계』(공저, 2021) 등이 있다.

  • 어느새 넘쳐나는 연말 게임쇼 총정리

    어워드가 필요로 하는 여론이 이 세 원천에서 발원하기에, 보통 시상식 심사는 창작자 중심 구성에서 출발해 비평자가 추가되고, 여기에 수용자를 대변하는 용도로 대중 투표가 추가되어 구성이 된다. 문화산업계에서 가장 젊은 업계인 게임의 시상식 또한 창작자들의 심사 투표로 이루어지는 경우, 비평자들이 갑론을박을 하며 심사 투표하는 경우, 대중의 투표가 추가되는 경우로 분류할 수가 있다. < Back 어느새 넘쳐나는 연말 게임쇼 총정리 21 GG Vol. 24. 12. 10. 매해 게임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게임에는 GOTY 논의가 따라붙는다. Game Of The Year, 금년의 게임. 문외한이 단어만 봐서는 대상 같은 큰 명예일 것 같고, 사실 그렇다. 다만 GOTY를 선정하는 매체가 여럿일 뿐이다. 최소 수십에서 많게는 수천이다. 게임을 다루는 매체가 금년의 게임을 선정하면 그것이 GOTY이다. 심지어는 본지의 편집장이 고정 출연하는 팟캐스트에서도 GOTY를 선정하고 있다. 심사 담당은 한 명이고 이에 동의하는 다른 한 명이 심사 주체의 전부이지만, 그래도 이 또한 GOTY의 하나다. 따라서 금년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는, 일정 기준 이상의 GOTY를 전부 모아서 가장 많이 받은 한 작품에 주어지곤 하지만 게임사조차 열성을 갖고 엄밀한 집계를 매번 하지는 않는다. 다만 영미의 몇몇 유력 시상식에서 정하는 GOTY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연말연시는 자고로 상(awards)의 시즌이다. 업계의 한 해 수확을 점검하고 최고 수확물을 긍정적 본보기로 상찬하는 축제는 농경이 성립된 이래 인류 문명의 전통이다. 문화산업에서는 추가 소비를 촉진하는 의미도 있어서 더더욱 성대하게 시상식을 치른다. 시상식의 기초부터 짚어 보자. 수확을 평가하는 권력은, 동어반복 같지만 권력에 있고 권력은 대부분 여론에서 출발한다. 여론이 좋게 평가한 것이 최고 수확물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첫 번째 원리다. 따라서 중요한 부분은 여론을 말하는 주체다. 업계에 관해 잘 아는 사람들이 가장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업계 종사자 혹은 유관자들이다. 그리고 업계는 보통 셋으로 구분된다. 만들고 가공하는 창작자, 수확물의 의미를 정립하는 비평자, 수확물을 향유하는 수용자. 비평은 종종 창작과 피드백을 주고받기에 창작과 비평은 약간의 교집합을 가지고, 비평자는 수용자 중에서 나오기에 비평과 수용도 교집합을 가지기는 한다. 하지만 이 셋은 각자의 영역을 확고히 하면서 업계를 떠받친다. 어워드가 필요로 하는 여론이 이 세 원천에서 발원하기에, 보통 시상식 심사는 창작자 중심 구성에서 출발해 비평자가 추가되고, 여기에 수용자를 대변하는 용도로 대중 투표가 추가되어 구성이 된다. 문화산업계에서 가장 젊은 업계인 게임의 시상식 또한 창작자들의 심사 투표로 이루어지는 경우, 비평자들이 갑론을박을 하며 심사 투표하는 경우, 대중의 투표가 추가되는 경우로 분류할 수가 있다. 1. 창작자 중심 어워드 1) GDCA 시상 시기 : 다음 해 3월 1988년, 개발자 크리스 크로포드(Chris Crawford)와 27명의 게임 개발 종사자들이 크로포드의 집에 모여서 컴퓨터 게임 개발자 모임을 시작했다. 이 단체와 모임은 해가 갈수록 점점 확장되어 크로포드의 손을 떠나고서는 업계의 중요한 단체와 컨퍼런스로 성장했다. GDC는 97년부터 스포트라이트 시상식이라는 컴퓨터 게임 어워드를 만들었고, 99년부터는 컴퓨터 게임만 영역으로 하던 것을 콘솔 및 포터블 게임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어워드 또한 인디 게임을 다루는 Independent Games Fesitival, IGF와 게임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Game Developers Choice Awards, GDCA의 두 시상식으로 넓어졌다. 본상이라 할 수 있는 GDCA의 세부 부문은 개발자 중심 단체인 만큼 개발자의 업무 분장을 많이 반영했다. 오디오 / 디자인 / 서사 / 기술 / 비주얼 아트 / 혁신이 전통적인 구분이고, 한동안은 모바일/휴대용과 AR/VR도 별도의 부문으로 시상을 했다. 그리고 ‘올해의 게임’이 대상 격으로 존재한다. 개발자 중심의 단체이기에 개발자 회원들이 후보를 올리고 개발자 회원들이 투표를 한다. 다른 어워드와 마찬가지로 비록 GOTY로 선정되지 못해도 존재감이 컸던 게임은 부문 수상에 이름을 올린다. 일례로 개편 후 처음 치러진 GDCA는 2000년의 GOTY를 ‘심즈’에 주었으나, 이 해에 중요한 게임은 ‘디아블로 2’, ‘데이어스 엑스’ 등도 있었다. 그리고 디아블로 2는 오디오 상에서, 데이어스 엑스는 디자인 상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2) D.I.C.E. Awards 시상 시기 : 다음 해 2월 AIAS, Academy of Interative Arts and Science는 보통 상호예술과학원이라고 번역되며, 미국의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 혹은 영화예술과학원(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현업 종사자들의 단체다. 92년에 설립되고 96년에 재조직된 단체로 이들의 모임인 D.I.C.E. 서밋(summit)에서 어워드를 발표한다. D.I.C.E.는 Design Innovate Communicate Entertain의 두문자로, TRPG 시절부터의 게임 전통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보인다. 영화예술과학원을 본따 조직을 만들었듯, D.I.C.E. 어워드 또한 아카데미 상처럼 만들고 싶어 시상식의 구성과 촬영을 아카데미 상과 유사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부분 세분화의 기준도 GDCA보다 더 많다. 온라인 / 모바일 / 인디 게임 / 가족 게임은 시장 구분이 기준이고, 게임 디자인 / 오디오 디자인 / 음악 / 서사 / 캐릭터 / 애니메이션 / 기술 / 몰입도 / 미학 연출 / 게임 연출 등은 더 세분화된 게임 요소 구분이며, 스포츠 / 시뮬레이션 / 격투 / 레이싱은 장르 구분이다. 다만 장르 부문이 적은 것과 온라인 부문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은 생긴다. 2004년 2월 17일의 27회 시상식에서는 ‘스트리트 파이터 6’와 ‘오메가 스트라이크’와 ‘디아블로 4’가 온라인 게임 부문에 함께 노미네이트되었는데, 다소 어색한 라인업이다. 3) BAFTA Games Awards 시상 시기 : 다음 해 2월 AIAS, 미국의 상호예술과학원과 비슷하지만 진짜 원조인 단체는 영국에 있다. 영국 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 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는 줄어서 BAFTA라고 하며 이 단체는 1947년의 정부 산하 기관인 영국 영화 아카데미에 기원을 둔다.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업계 종사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개발 및 유통 관계자 기반에 비평자가 추가된 형태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BAFTA의 어워드에는 영화, 텔레비전, 어린이 어워드가 있는데, 98년부터 게임 부문을 시상했고 잠시 대상급 수상 없이 부문상만 시상하다가, 2003년에는 별도의 어워드로 독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역시 심사 투표는 BAFTA의 회원들이 한다. 부문은 21개 부문으로, 예술성 / 오디오 / 음악 / 기술 / 게임 디자인 / 애니메이션 / 내러티브와 같은 요소 부문과 가족 / 모바일 / 멀티플레이어와 같은 시장 부문이 있는 것은 여타의 어워드와 비슷하다. BAFTA의 특별한 부문은 장르 부문이 적은 것과, 요소 부문에 성우 주연상과 조연상이 있다는 점, 그리고 2017년부터 신설된 “Game Beyond Entertainment”, ‘즐거움 이상의 게임’ 상이다. 이 부문은 BAFTA가 게임을 예술 매체로 간주하는 결정적 지점인데, 게임의 컨텐츠에 기후변화, 정신건강, 성지향성, 인종 문제와 같은 정치사회적 의제가 얼마나 잘 녹아들어 있는가를 심사하는 상이다. 다른 어워드의 GOTY에 해당하는 부문은 Best Game, ‘최고의 게임’이다. 4) 창작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 비교표 1. 창작자 중심의 어워드. 먼저 미국 어워드 둘의 최종 우승작이 같은 해를 보자. 일단 D.I.C.E.의 1999년 GOTY ‘심즈’는 시상식이 당시 2000년 3월에 열렸는데 2000년 2월에 발매된 작품까지 대상에 넣어서 생긴 일이다. 따라서 GDCA의 2000년 GOTY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심즈를 시작으로, 2004년의 ‘하프라이프 2’, 2006년의 ‘기어스 오브 워’, 2009년의 ‘언차티드 2’를 비롯해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까지 총 14번의 GOTY가 일치한다. 반면 BAFTA는 살짝 엇나간다. 영국와 미국의 여론 차이인지, BAFTA까지 세 어워드의 일치 사례는 2003년 이후부터 4건에 불과하다. 그 네 작품은 2004년의 ‘하프라이프 2’, 2013년의 ‘라스트 오브 어스’, 2020년의 ‘하데스’,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로 모두 해당 연도의 화제와 흥행을 휩쓴 작품들이다. 반면 전부 일치 사례를 제외하고, GDCA – BAFTA의 일치 사례는 0이며 D.I.C.E. - BAFTA의 일치 사례는 5번이고 그 중 두 번은 20세기의 일이다. 그래도 ‘GOTY 우승’을 거머쥐지 못했을 뿐 세부 부문 수상작은 어워드 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 GDCA에서는 오디오 상을 받은 ‘디아블로 2’가 D.I.C.E.에서는 GOTY이다. 2005년 GDCA의 GOTY인 ‘완다와 거상’은 BAFTA에서는 액션과 어드벤처 상을, D.I.C.E.에서는 미술 연출상을 받았다. 대부분은 이렇게 서로의 부문 수상이 엇갈려 중복되는데, 예외도 있다. 2021년의 GDCA GOTY인 ‘인스크립션’은 D.I.C.E.에서는 수상하지 못했다.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후보작 라인업은 세 어워드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단체의 회원들이 어느 게임의 성취에 더 큰 감명을 받았는지에 따라 GOTY가 갈리는 것이고, 그런 차이를 뛰어넘는 일치 사례는 제작자 업계의 여론을 통일시킬 정도의 좋은 게임이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유사하게 제작 인력 위주의 업계인을 회원으로 두고 심사를 한 미국의 두 어워드와 영국의 한 어워드는 명백히 경향성에서 갈린다. 이것이 국가의 차이인지는 가설 단계에 두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2. 비평자 중심 어워드 1) NAVGTR Awards 시상 시기 : 다음해 3월 National Academy of Video Game Trade Review라는 단체가 있다. 미국 리뷰조합 아카데미로 이름을 번역할 수 있는 이 단체는, 게임 저널리스트, 리뷰어, 분석가, 컨텐츠 크리에이터 등의 투표로 게임 어워드를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주된 업무로 보인다. 500여 명이 투표자로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에 설립된 이 어워드에는 무려 54개 부문이 있다. 비결은 굉장히 디테일한 분류에 있는데, 예를 들어 장르 부문은 액션 / 어드벤처 / 패밀리 / 롤플레잉을 신규 IP와 프랜차이즈 IP로 세분화시켜 총 8개의 부문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클래식 리바이벌 / 격투 / 퍼즐 / 레이싱 / 리듬 / 시뮬레이션 / 전략 / 스포츠 / 기타 장르 부문에는 이런 세분화가 없다. 기술 부문 또한 사운드 사용 부문을 신규와 프랜차이즈로 나눠서 2개를 만든다거나, 그래픽 부문을 프로그래밍 기술 부문과 빛-텍스처 부문으로 나눈다던지 하는 식으로 굉장히 세밀하다. 2) TGA 시상 시기 : 12월 게임 어워드에 관한 검색을 하기 위해 “game awards”로 영문 검색을 시작하면 결과를 교란시키는 명칭을 가진 The Game Awards는 캐나다의 개인이 주최하는 어워드지만 가장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어워드다. 미국의 스파이크라는 방송사는 2003년부터 캐나다의 게임 기자 제프 킬리(Geoff Keighly)를 진행자로 기용해 ‘게임 트레일러 TV with 제프 킬리’라는 프로를 시작했다. 제프 킬리는 10대 시절이었던 94년에 초기 게임 시상식 프로그램이었던 ‘사이버매니아 ’94’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시상식의 질에 실망한 바가 있다. 그래서 자신의 프로를 기반으로 Spike Video Games Awards를 시작했고, 이 어워드는 10년을 갔다. 상업 방송을 기반으로 했기에 다양한 프로모션과 후원을 받아 볼거리가 많은 시상식으로 평가받았다. 10년 후인 2013년, 스파이크는 시상식을 훨씬 더 상업적인 방향으로 개편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 동의하지 않은 제프 킬리는, 가뜩이나 인터뷰에서 후원사의 제품인 도리토스 얘기를 너무 한 탓에 ‘도리토스 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의 주인공으로 조롱받아 기분도 최악이겠다 아예 하차했다. 개편된 어워드는 한 번 방송 후 폐지되었고, 이를 본 제프 킬리는 자신의 어워드를 만들어 다음 해 선보였으니 이것이 TGA, The Game Awards이다. 비록 과도한 상업성은 반대했던 킬리지만 어워드의 흥행을 위해서는 많은 협찬이 필요하고 그 업무는 지난 10년 동안 그가 해왔던 것이다. TGA는 빠르게 궤도에 올라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 심사 투표는 미국 외에도 각국의 게임 매체를 선정해 투표권을 주는데, 2019년부터는 비영어권의 매체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져 한국에서는 인벤, 디스이즈게임, 루리웹이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언론계 종사자들의 투표가 90%를 이루고 나머지 10%를 대중 투표로 하여 심사 결과를 낸다. 부문 분류는 GOTY까지 해 24개 부문을 나누고 있다. 장르 부문은 액션 및 어드벤처 / 격투 / 롤플레잉 / 스포츠 및 레이싱 / 가족 등으로 나뉘며, 시장 부문도 모바일 / 멀티플레이 / 인디 / 인디 데뷔 / 커뮤니티 스포츠 등으로 나누었다. 특색으로는 완성품 개념보다는 패치를 통한 업데이트 개념이 짙어진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 것인지 운영(Ongoing) 부문이 있다는 점과, e스포츠 관련 부문들이 있다는 점이 있다. 3) 비평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 비교표 2. 비평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아무래도 논의라는 것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영역의 사람들이 만드는 어워드이고 표본이 2개라 그런지 GOTY가 9번이나 겹친다. 반대로 말 많은 사람들이 선정하고 있는데 9번이나 겹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TGA가 스파이크 비디오게임 어워드 시절 1년차이던 2003년의 ‘매든 NFL 2004’는 약간 갸우뚱하다. 그리고 비교 대상을 늘여서 창작자 중심 어워드들과 함께 보면 어떤 특징점이 보인다. 비교표 3. 통합 비교 예를 들어 2004년은 ‘하프라이프 2’의 해였지만 스파이크 비디오게임 어워드 시절의 TGA는 ‘GTA 산 안드레아스’를 올렸다. 반면 2009년은 ‘언차티드 2’와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이, 2010년은 ‘레드 데드 리뎀션’과 ‘매스 이펙트 2’가 지배했다고 서술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보면 모두가 ‘라스트 오브 어스’를 GOTY로 꼽던 2013년의 개편 후의 스파이크 비디오게임 어워드는 홀로 ‘GTA 5’에 반해 있다. 어쩌면 이래서 폐지된 것일까? 한편 2016년에는 모두가 ‘오버워치’에 열광하고 있는데 BAFTA 혼자만 ‘언차티드 4’를 GOTY로 올렸다. 영국 게임업계가 온라인 플레이 기반 게임을 천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또한 2019년에 미국에선 ‘제목 없는 거위 게임’과 ‘세키로’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영국의 BAFTA는 홀로 ‘아우터 와일즈’에 주목하고 있다. 같은 현상이 2022년의 ‘엘든 링’ 행렬 속의 ‘뱀파이어 서바이버’로 다시 나타난다. 영국의 특이성이 보인다. 이렇게 읽다 보면 2018년의 ‘갓 오브 워’와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가 이뤄낸 영미-창작비평-통일은 빛나는 업적이다. 3. 수용자 중심 어워드 1) GJA 시상 시기 : 11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투표를 하는 심사 방법은 자칫하면 위험하다. TGA의 경우는 10%로만 계산하지만 2022년에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인기상 성격이어서 대중 투표 100%로 결정되는 ‘플레이어의 목소리’ 부문에서 매크로에 의한 투표 조작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에 따라 대중 투표는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고, 조작과 오염 시도도 다양하게 생긴다. 어지간한 온라인 투표 인증은 국가 기관 급의 보안이 아닌 바에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대부분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게임 어워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어워드는 일반 투표 어워드인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GJA다. 그래서 이 어워드의 별명은 피플스 게이밍 어워드이기도 하다. 2014년에 9백만 표를 넘었다고 하니 전체 집단의 규모가 커서 어뷰징 위험도 크지 않아, 안전성과 신뢰도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 GJA는 영국의 게임 잡지 ‘Computer and Video Games’가 1983년부터 시작한 어워드다. 99년부터 PC와 인터넷 보급이 늘어나 홈페이지에서의 웹 투표로 바뀌었고, 2006년부터는 웹 생중계도 시작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실물 잡지에서 웹 매거진으로 전환했음에도 잡지의 수익 모델은 나아지지 않았고, 2015년 결국 폐간되면서 보존된 데이터와 어워드의 권한은 후발 매체인 GamesRadar로 이전되었다. 다만 2001년 이전의 시상 기록 중 일부는 소실되었다. 시상 부문은 현재 23개다. 스토리텔링 / 비주얼 디자인 / 오디오와 같은 기술 부문이 있고, 특이한 점으로는 장르 부문이 아예 없다. 또한 시장 부문은 플랫폼, 즉 PC / PS / XBOX / 닌텐도로 나누었다. 같은 나라의 BAFTA처럼 성우 주연상 / 조연상도 있는데, 또 하나의 특이점은 게임 트레일러 / 게임 커뮤니티 / 기대작 / 스튜디오와 같은 다소 번외인 부문도 존재한다. 그리고 대중 인기 투표의 성격을 가진 어워드여서인지, TGA에 있는 대중 인기상 성격의 부문에 해당하는 것으로 스트리머 선택상 / 평론가 선택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TGA의 인기상인 ‘플레이어의 목소리’와 유사하게, 당해 발매작이 아닌 게임이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플랫폼별 발매 시기가 달라서 뒤늦게 인기 몰이를 하는 경우, 혹은 팬덤이 매우 강성해 조직 투표에 나선 경우다. 이런 경우가 GOTY에서도 드물게 발생했다. 갑자기 신뢰도가 좀 떨어져 보인다. 2) 수용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비교표 4. 통합 비교 상기한 이유로 이월(?)된 일부 경우가 보이고, 그 외에는 확실하게 다른 어워드와 방향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2004년의 강자가 ‘하프 라이프 2’지만 GJA의 투표는 ‘둠 3’를 선정했다. 2009년 또한 ‘언차티드 2’와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으로 양분되었으나 GJA는 당당하게 ‘폴아웃 3’를 선출했다. 같은 상황은 2016년의 ‘다크 소울 3’에서도 발생했고, 2018년의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은 ‘갓 오브 워’로 통합하는 분위기에서 용감하게 내지른 소수의견이다. 반면 2010년의 ‘매스 이펙트 2’, 2015년의 ‘위쳐 3’, 2017년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 2022년의 ‘엘든 링’의 경우엔 대세와 부합하는 결과다. 특히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는 GJA까지 통합한 통일대업을 이루었다. 다른 어워드의 대세와 부합하는 결과가 고작 4건이니 GJA의 독자적 특이성이 읽힌다. 이 원인은 BAFTA의 독자성과 연결해서 영국의 특이성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대중 투표 어워드의 특이성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여기서 답을 낼 수는 없다. 다만 투표 어뷰징에 의해 오염되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 대중 수용자의 인기는 제작자와 비평자라는 훈련된 인력들의 감탄사와는 약간 다른 위치에 있다는 해석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다. 번외.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 시기 : 11월 KGA로 줄여 부를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게임대상이라고 지칭하는 이 어워드는 국가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다. 따라서 상술한 대부분의 어워드와 성격이 다르고, 그나마 가까운 것이 BAFTA이다. 하지만 BAFTA는 정부의 산하 기관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조직의 일부다. 따라서 국가의 입장이라는, 업계 3영역에 속하지 않는 별도의 렌즈가 개입한다. 그 개입의 결과는 한국 기업이 만든 게임만 대상으로 하는 점 외에도, 심사 주체의 구성에서 드러난다. 일단 문체부의 용역을 받아 어워드를 주관하는 주체는 한국게임산업협회다. 문체부와 협회는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회를 꾸린다. 본상(本賞)에 해당하는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은 심사위원회의 심사 60%에 전문가 투표 20%와 대국민 투표 20%를 합해 선정된다. 기술창작 부문은 심사위원회 70%와 전문가 30%다. 우수개발자 부문은 전문가 100%, 인기게임 부문은 대국민 투표 80%와 전문가 투표 20%로 결정된다. 우수개발자와 인기게임을 제외한 주요 부문에서 심사위원회의 권한이 막강하다. 심사위원회의 구성 절차는, 우선 주관사인 게임산업협회가 2~3배수를 추천하고 주최인 문체부가 확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게임산업협회가 주는 상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비판은 바로 금년인 2024년의 29회의 대상 선정에서 가장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2024년 한국 게임업계의 최고 화제작은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였다. 상당한 성과를 보였기에 게임대상에서도 기술창작 부문의 상 네 개와 인기게임상을 휩쓸고 제작자 김형태는 우수개발자상을 수상했다. 이 정도였으나 대상이 아닌 최우수상에 머물렀고, 대신 대상은 다른 부문을 하나도 수상하지 못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받았다. 한국에서 아직 개척 시작 단계인 콘솔 게임 시장에서 비평/매출 양쪽의 성과를 얻어낸 게임이 아닌, 랜덤 뽑기를 주요 요소로 하는 게임이 대상을 받았다는 점은 여론이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협회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심사 기준에 이미 들어있을 수도 있다. 본상 선정의 60%인 심사위원회 심사, 그 기준에는 대중성이라는 항목으로 매출 및 접속자 수가 30%로 들어가 있다. 환산해 보면 전체 심사 기준의 18%에 해당한다. 그래서인지 역대 수상작 중에는 소위 ‘게임성’보다 매출이 높은 게임이 눈에 많이 띈다. 사실상 거의 전부다. 역대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대상 수상작 목록 어쩌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애초에 주관사가 게임‘산업’협회라는 점에서 확고한 방향성이 이미 제시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로서의 게임보다는 산업으로서의 게임에 더 방점을 두는 한국의 정책 방향성 말이다. 그렇다면 산업의 발전 방향을 정부가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대상의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독재정부 냄새가 살짝 나는 발상이긴 한데, 게임대상의 성격은 처음부터 정부 주도 어워드였으니 그러려니 해야 할까?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이 산업을 구성하는 세 주체인 창작자-비평자-수용자의 여론에 가장 큰 권력 지분을 두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한 사실이다. 셋 모두에 동등한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아직 어느 어워드도 이뤄내지 못했고 아마도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대신 게임대상은 국가가 구성하는 심사위원회에게 그 권력의 과반 이상을 부여했다. 이것을, 시상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작가.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평생 게이머로서 살면서, 2001년에 처음 게임 비평을 썼고 현재 유실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 노미배 천하제일 와갤요리 대회에 어서 오세요

     케이크는 거짓말이다. 〈포털〉을 해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문장이다. 게임 속 인공지능 글라도스는 플레이어에게 모든 테스트 챔버를 통과하면 케이크를 보상으로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제안은 거짓이었다. 정확히는 케이크는 있다. 다만 플레이어가 들어갈 수 없는 방에 놓여 있을 뿐이다. 이 짓궂은 장면 이후 플레이어 중 누군가는 화면 너머 케이크, 블랙 포레스트를 진짜로 굽기 시작했다. 모니터에 잠깐 스쳐 지나간 레시피 조각을 짜맞춰 베이킹하고 사진을 올렸다. 글라도스의 케이크는 거짓말이긴 했지만 영원한 거짓말이 되지는 않았다. < Back Welcome to the Nomi Cup: The Greatest Wa-gall Cooking Contest Under Heaven 30 GG Vol. 26. 6. 10. 1. The Cake Was a Lie The cake is a lie. Anyone who has played Portal cannot help but know this line. The game's AI, GLaDOS, promised the player a cake as a reward for clearing every test chamber—but the offer was false. More precisely, the cake exists; it merely sits in a room the player can never enter. After this mischievous scene, some players began, in earnest, to bake the cake beyond the screen—the Black Forest cake. Piecing together the fragments of a recipe that had flickered past on the monitor, they baked it and posted the photos. GLaDOS's cake was a lie, but it did not stay a lie forever. There is no need to confine this to Portal . Food in games always sits in a slightly strange place. The red potion in Diablo is reduced to a number called health recovery; a slice of bread in World of Warcraft is a utility icon that raises your stats for a set time; and even the cooking cutscene that fills the screen when Link tosses ingredients into a pot in The Legend of Zelda is filed away into an inventory slot bearing nutritional data. In every case, food in a game can be seen but not eaten. This mismatch is the engine that gave rise to a publishing genre: the game cookbook. Over the past decade, quite a few such books have appeared in the English-language market. A Fallout cookbook, a Final Fantasy cookbook, an Assassin's Creed cookbook, a Genshin Impact cookbook. Each cover bears the game's logo; the photographs make the in-game food look like real food; and inside, the recipes are packed tight. The standard-bearer of the genre is World of Warcraft: The Official Cookbook , written by Chelsea Monroe-Cassel. As a physical object the book is, first of all, hefty. The cover carries the game logo in WoW's signature deep gold and blue. By any measure it looks like game merchandise. And yet, turning the pages, you come away with the impression that this is not mere merchandise but the product of someone who loves the world of WoW, makes its food, and has bound the results together. The media scholar Nicolle Lamerichs once described the act of a fan making and eating in-game food in their own kitchen as "truly beating GLaDOS." The Official Cookbook is what happens when that act is set down as a single publication. 2. The World the Headnotes Make What decisively separates this book from other cookbooks is not the recipes but the short headnotes set above them. In an ordinary cookbook, the headnote is where you record a dish's origin, the author's reminiscences, points to watch while cooking. But the headnotes in this book keep quietly calling out names unfamiliar to anyone who doesn't play WoW. Turn the pages and you run into sentences like these: "Just don't touch the Hozen's Weeping Soup." "What more need be said, when red bean buns are Li Li Stormstout's favorite snack!" "Jaina Proudmoore, who is helpless before goat cheese, would surely agree." "The simplest of the recipes personally taught by Ansel Iron-Paw, that master of the stir-fry, is sautéed carrots." "This Undercity snack is the Horde races' favorite food." A reader who has played WoW will recognize at once who these names are. Li Li Stormstout is a central figure in the Mists of Pandaria expansion; Jaina Proudmoore is one of the Alliance's most famous heroes. Ansel Iron-Paw and Abigail Shiel are trainer NPCs who teach the cooking skill inside the game. The headnotes are summoning figures who actually exist within the world of WoW into kitchen banter. Game merchandise—character figures, illustration artbooks, soundtracks—shows objects of the game world from within the real world. The viewer plainly stands in the real world, and the game is somewhere beyond. But this book's headnotes strangely blur that distance. The moment it writes "Jaina, too, would agree," the book's narrator summons Jaina as though she were someone the reader knows, or a well-known gourmet friend. The narrator is not a guide from the real world but someone within the WoW world who naturally knows who Jaina is. Other headnotes reinforce the impression: "Unlike the original recipe that came from Kalimdor's Dustwallow Marsh, this one requires no harming of dragons at all." — Dragonbreath Chili "The fishermen of Westfall's original recipe is, by every measure, the best." — Clam Chowder "This was once a staple eaten only by the Tauren tribes of the Mulgore region." — Corn Mana Bread "Stuffed Lushrooms, once a favorite of the ancient Mogu, have now settled in as a representative Pandaren dish." — Stuffed Lushrooms "The original recipe," "once eaten only by such-and-such a people," "has now become so-and-so's representative dish." These phrasings belong less to a cookbook than to the register of a food historian. Each dish has a birthplace, a history of transmission between peoples, and a present standing. The headnotes speak as if the world of WoW had a real history of foodways—as if some scholar of that world, or some diligent innkeeper, had compiled a book of their world's foods, and the reader were now reading it. And when you reach the headnote for the sweet-and-sour cranberry sauce, the impression sets firmly: "This is the Pilgrim's Bounty sauce whose recipe appeared in The Bountiful Cookbook . In the past, the recipe could not be obtained anywhere outside Azeroth." The book is citing another book within itself. The statement is that a book called The Bountiful Cookbook exists inside Azeroth, and that this sauce's recipe appeared in it. Which is to say: the WoW cookbook the reader is now holding belongs to the same lineage as the other cookbooks of Azeroth. The line "in the past the recipe could not be obtained anywhere outside Azeroth" is the proof of that pretense. The implication runs beneath it that this very book is the first to carry the recipe somewhere beyond. This pretense is held consistently. The headnote for Tracker Snacks reads, "It will surely help in tracking down hard-to-find companion pets." It is a joke about the in-game mechanic by which a WoW hunter commands pets, but the joke's narrator treats that mechanic as if it were common knowledge. The headnote for the Herb Baked Egg runs, "It can be made fairly easily and quickly, making it just right as practice for a cook who wants to raise their skill." It states, as if it were ordinary culinary common sense, the fact that this is a practice dish you make when leveling up the cooking skill inside WoW. The headnote for honeymoss reads, "You can usually buy it from mushroom vendors, but now you can make it yourself, too." "You can usually buy it from mushroom vendors" is common knowledge in Azeroth; "now you can make it yourself, too" explains the book's reason for being. The cookbook pretends to be the book that first teaches Azeroth's food to people outside Azeroth. This pretense subtly shifts the reader's position. The reader stands in the kitchen holding a Korean-language hardcover. Yet the moment the book is opened, for a short while they become someone leafing through a cookbook just published by some innkeeper of Azeroth. They are warned not to touch the Hozen's Weeping Soup, they learn which cheese Jaina likes, they learn how a mushroom the Mogu once ate became Pandaren food. For that brief moment, the kitchen is the reader's home and, at the same time, somewhere in Azeroth. 3. The Apprentice Cook's Kitchen If the headnotes carry the reader into Azeroth, then how do the book's format and visual design assign the reader a place within it? Consider first the book's structure. The chapters are divided by type of food: sides, breads, soups and stews, mains, desserts, drinks. A familiar classification you might find in any Western cookbook. The Horde and Alliance factions are scattered into the headnotes we saw earlier. Kaldorei pine nut bread is Night Elf (Alliance) food; Mulgore spice bread is Tauren (Horde) food; Pandaren plum wine is the food of a neutral race that has left the factions behind. Like the origin label on a wine, faction survives as a marker of flavor and provenance. What governs the book's structure instead is something else. Each chapter carries a subtitle. Sides is "The Way of the Snack," breads "The Way of Bread," soups and stews "The Way of the Broth," mains "The Way of the Main Course," desserts "The Way of the Dessert," drinks "The Way of the Drink." This naming borrows the in-game cooking-specialization system introduced in the Mists of Pandaria expansion. The system by which you chose how to specialize your character's cooking skill in the game becomes, inside the book, the system by which the reader chooses which kind of dish to begin with. Turn a few more pages and still more game interface is printed there. Every recipe has a proficiency label at the top, marked as one of apprentice, expert, or master—a classification modeled on the in-game cooking-skill tiers. At the start of each chapter there is, helpfully, an achievement guide: a marker lifted straight from the game system, noting that making five recipes from each Way unlocks an achievement. Each recipe carries a "pairs well with" entry telling you which other dish to match it with, and some recipes add a "can be used in" entry telling you which other dish this food becomes an ingredient for. WoW's crafting system, in other words, is sprinkled in small type throughout the book. What the book imitates is not only WoW's worldbuilding but WoW's system itself. Chopping an onion becomes an apprentice-tier act, and completing five bread recipes becomes the achievement of "The Way of Bread." If the headnotes whisper to the reader that they have entered Azeroth, the interface tells them that within it they have been given the post of apprentice cook. The photographs perform the same work in another way. Every recipe is accompanied by a full-page photograph, and those photographs come close to natural light. Light falling softly from one side casts the food's surface into slight shadow, and a warm yellow tone wraps the whole frame. Beside the food sit ordinary kitchen tools—wooden cutting boards, cast-iron pans, ceramic bowls—joined by medieval-flavored props such as coarse linen, a copper kettle, parchment bound in leather. Look closely, though, and things are tucked quietly into the photographs. A single weapon lies blurred behind the food, or a pewter beer stein appears alongside it. Take the photograph of the seasoned jerky: beside the food are vines that evoke a campsite, arranged together with a wooden board, a knife, and a whetstone. These small details change the photograph's meaning. The seasoned jerky is no longer simply a well-shot dish but food that someone might have eaten while tending their weapons at a campsite. A reader who has played WoW summons that campsite without difficulty—some desolate plain in Kalimdor, or some forest in the Eastern Kingdoms. The pen drawing on the page facing the food photograph does the same work. The pen drawing depicts not the food itself but the scenery the food calls to mind. Beside a seafood dish, a ship in harbor; beside a meat dish, a warrior. The pen drawing helps from the side, telling us at whose table, in which world, the food is set. The photograph makes the food feel real; the pen drawing evokes the world the food belongs to. It is worth noting that these photographs sit in a slightly different place from ordinary food photography. Food photography is usually shot to stir appetite. Its aim is to make food alluring, glistening, something you want to eat. But the photographs in the WoW cookbook are faithful less to appetite than to circumstance—to the circumstance of where, in the world of WoW, this food is set, and beside whose hand and weapon and campsite. This is also why the photographs do not mimic the color of the game screen. Had the photographs looked like the game screen, the food would still be food beyond the screen. The moment the photographs adopt natural light and ordinary kitchen tools but set a blurred weapon beside them, the food becomes, at last, something you can make in your own kitchen—and, at the same time, something someone might have eaten at a campsite in Azeroth. The book, then, runs three devices at once. The headnotes seat the reader in the place of someone within Azeroth; the interface grants that place the post of apprentice cook; the photographs and pen drawings show the circumstance in which the food made in that post is set. When the three work together within a single page, the book becomes not a mere cookbook but a device that carries an entire world into the kitchen. 4. The Fallout Cookbook, Annotated by a Survivor This pretense is not the WoW cookbook's alone. The genre of the game cookbook shares a similar circuit of pretense. Among them, Fallout: The Vault Dweller's Official Cookbook , written by Victoria Rosenthal, is strangely similar to the WoW cookbook and yet decisively different at one point. The introduction opens like this: "Welcome to the Vault-Tec life! We understand the difficulty of the transition that comes from the fact that the world you knew has—if you are reading this—surely met its end." In the Fallout universe, Vault-Tec is the company that operates vast underground fallout-shelter facilities in preparation for nuclear war. The game's player character wakes in one of those shelters and steps out into the post-nuclear wasteland to begin their adventure. The book pretends to be a cookbook that Vault-Tec issued to shelter residents as a move-in guide. If the WoW cookbook pretends to be a book published by some foodways scholar of Azeroth, the Fallout cookbook pretends to be a lifestyle pamphlet that an American corporation, just before the nuclear war, handed out to its customers. This pretense is held consistently throughout the book. After the introduction come sections like "Entertaining the Vault-Tec Way" and "Dietary Restrictions Guide." The entertaining section reads: "Gatherings exceeding eight people require separate paperwork. Please bear in mind that kitchen use is a privilege that may be revoked at any time." The dietary-restrictions section delivers guidance for vegetarian, gluten-allergy, and lactose-intolerance needs in the tone of a company newsletter. "We have far too much margarine in stock—please, take some! We need the space for oxygen tanks." Jokes like these build the book's context and nuance. The atmosphere of the Fallout world—the manual of an authoritarian corporation that controls and surveils its residents—is compressed into a single cookbook. But the book's sophistication lies in what comes next. A second narrator breaks in by hand. Beside recipes printed as official company text, notes are added here and there, as though someone had scribbled in the book in pencil. Beside the chicken-stock recipe, for instance, is this handwritten note: "Radioactive chickens are easy to catch, but they can be very fast, so approach with care." In the post-nuclear wasteland there are no ordinary chickens, so you must hunt mutated, radiation-exposed ones—that is the note. Above the bacon-wrapped scallops recipe, someone has rewritten the title as "Mystery Meat Nuka-Lurk" and left this note beside it: "Got the mystery bacon from the Misers of Nuka-World. Never saw a single pig there." Beside the Deathclaw omelet recipe is written: "Chicken eggs don't just roll around. But Deathclaw nests are everywhere. Substitute two Deathclaw eggs for six regular eggs." The narrator of these handwritten notes is a survivor wandering the post-nuclear wasteland, adding their own experience on top of the company's manual. They keep the chicken-stock recipe Vault-Tec taught them, but leave a note on the reality that, after the nuclear war, there are no chickens and so one must substitute the egg of the Fallout world's giant lizard-like monster. The survivor's practical tone is layered over the company's authoritarian tone. Within a single book, two narrators, two timeframes, and two tones coexist. The effect this dual-narrator structure creates is powerful. If the WoW cookbook holds a single pretense consistently, the Fallout cookbook runs two pretenses at once: the authoritarian corporation before the war, and the lonely survivor after it. The reader who opens the book finds themselves wedged between these two timeframes—the placid domestic life the company promised, and the reality of a survivor cracking Deathclaw eggs in the ruins where that promise collapsed. The 1950s-style optimism of prewar America that Fallout takes up, and the dystopia after it has turned to rubble, are compressed into a single cookbook through two narrators. This book, too, transplants the in-game system as is. Each recipe lists the S.P.E.C.I.A.L. stat effect you gain from eating the dish. S.P.E.C.I.A.L. is the acronym—Strength, Perception, Endurance, Charisma, Intelligence, Agility, Luck—by which a character's stats are determined inside Fallout . Make and eat the Deathclaw omelet and you get Intelligence +1 for one hour; add a glass of Nuka-Cola and you get Endurance +1 for thirty minutes, and so on. If the apprentice/master tiers of the WoW cookbook gamify the act of cooking, the S.P.E.C.I.A.L. effects of the Fallout cookbook turn the food itself into a game item. Every dish made in the kitchen becomes food that nudges one of your stats up a little, somewhere. Set the WoW cookbook and the Fallout cookbook side by side and it becomes clear that the two pretend in exactly opposite directions within the same circuit. The WoW cookbook's pretense is warm: the summons not to touch the Hozen's Weeping Soup, the joke about the cheese Jaina likes, the history of a mushroom dish transmitted from the Mogu to the Pandaren. Inside that pretense, Azeroth looks like a world not bad to live in. The Fallout cookbook's pretense, by contrast, is cold: the manual of a company that surveils its residents, the notes of a survivor who must make food from Deathclaw eggs after nuclear war. Inside that pretense, the Fallout world is a world hard to survive in. Both books carry the kitchen into another world, but the grain runs in opposite directions. 5. Nomi's Recipes, Heir to The Other Cookbook The WoW cookbook has a sequel. Chelsea Monroe-Cassel's World of Warcraft: New Flavors of Azeroth – The Official Cookbook is the second volume in the series, holding some seventy recipes. Lay this second volume open alongside the first and you see how far Monroe-Cassel pushed the pretense she began in volume one. The decisive change in volume two is the narrator. If the narrator of volume one introduced the food like some foodways scholar who knows the WoW world, in volume two a clear name is fixed to that place: the Pandaren chef Nomi. Nomi is an NPC who runs a small cooking school in Halfhill, a town of the Pandaria expansion—a character famous in-game for taking your ingredients and then burning them, again and again. It is this Nomi who has published a book that opens with the recollection: "When I spent my childhood in Pandaria, I wanted to learn everything about cooking." Monroe-Cassel has explained the meaning of the change on her personal blog. Unlike volume one, volume two was made as a book from within the game's world—intended as a book you might pick up as part of some quest inside the game. The pretense that volume one's headnotes had quietly scattered—speaking as if the book were published by some foodways scholar within Azeroth—becomes, in volume two, the book's explicit and consistent premise. Open the cover and from there the reader is holding Nomi's book. The pretense is voiced throughout the book. The chapter divisions have changed, too. Where volume one was divided by food type—sides, mains, desserts—volume two is divided by region: Kalimdor, the Broken Isles, the Eastern Kingdoms, Kul Tiras, Zuldazar, Pandaria, the Shadowlands, Nazjatar, Northrend, Outland, and beyond. These are the places Nomi has traveled. The headnotes are voiced in Nomi's first-person recollection, and small boxes labeled "Nomi's Note" break in throughout the book, adding glosses to the main text. Beside the Darkmoon Doughnut entry follows Nomi's note, "Craving something sweet?" Both the main text and the notes above it are written by Nomi—so within this one book Nomi occupies, at once, the place of the chef who writes the text and the friend who scribbles a familiar gloss above it. Monroe-Cassel also keeps alive, as a running joke, the reputation Nomi had in the game: throughout the book, Nomi stresses tips on "how not to burn your food." One more small change in volume two is that the proficiency grades are more finely divided. What volume one split into only three stages—apprentice, expert, master—volume two unfolds into five: basic cooking, apprentice cooking, skilled cooking, expert cooking, and master of cooking. Volume two's position as a book from within the game world has affected even the thickness of the grade classification. The title of one section near the front of volume two's table of contents is especially interesting: "About the Other Cookbook." Nomi directly summons, within her own book, another cookbook published earlier. She knows her book is the second volume in a series, and she opens by summoning the existence of volume one as an object within her own world. The possibility that another book might exist inside the book—which volume one had left ajar with the single line in the sweet-and-sour cranberry sauce's headnote, "whose recipe appeared in The Bountiful Cookbook "—becomes, in volume two, the premise of the book itself. The self-reference does not stop at summoning. Volume two sets volume one's recipes and its own recipes on the same table. Look at one dinner-menu recommendation in the text: "Steak à la Mode (p. 141), Peanut Beer Bread (p. 115), Sliced Zangar Caps ( Other Cookbook ), Sautéed Carrots ( Other Cookbook )." The two dishes written with page numbers are recipes within this book; the two marked with the abbreviation " Other Cookbook " are recipes from volume one. The sautéed carrots "personally taught by Ansel Iron-Paw, that master of the stir-fry," quoted near the start of this column, are summoned again here. Volume one and volume two are not books standing apart. They are two sister books laid open on the same table, and Nomi serves the dishes of both at her own table together. The festival section is part of the pretense, too. Near the front of volume two is a section titled "Buff Your Festivities," and within it Nomi summons WoW's seasonal events—the Hallow's End festival, the Day of the Dead, Pirates' Day. And the headnote for the twice-baked sweet potato runs: "In Azeroth or anywhere near it, no holiday is half as worth celebrating as Pilgrim's Bounty." As "in Azeroth or anywhere near it" makes clear, the narrator is describing the holiday scenery of the next town over from within the WoW world. If in volume one the interface was borrowed as the book's format, in volume two that borrowing is converted into the personal utterance of a narrator named Nomi. Nomi speaks of the festivals and food effects of the world she lives in as part of daily life. In that sense volume two is not a simple sequel to volume one but the book that completes the pretense volume one began. In volume one the reader followed the headnotes' jokes and lingered, here and there, somewhere in Azeroth—yet the cover still bore the name of a real-world author. In volume two the reader holds, whole, a single book by a clear narrator named Nomi. As the series grew from one volume to two, Monroe-Cassel's work came closer not to making game merchandise but to carrying a publication of Azeroth into the real world. GLaDOS said the cake was a lie. But someone began to bake that cake, and that someone began to write a book, and that book became a series, and the second volume of the series introduces itself as a book written by some Pandaren chef within Azeroth. The cake that had been a lie becomes a real cake, the real cake becomes a book, the book becomes a two-volume series, and the series is rendered into Korean and arrives in someone's kitchen—and at one end of that circuit, the reader stands together with Nomi.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yunyoung Hong Entered the world of games thanks to ads pitching the Famicom as a must-have for the happy household. A steady devotee of Just Dance. Co-wrote Mario, Born in '81, The Theory of Games, and Media and Gender, among others.

  • 아케이드가 할 수 있는 미래의 역할

    오락실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아케이드 게임장은 1980~1990년대의 많은 게이머에게 여전히 소중한 존재로 남아있다. 점차 가정용 게임기와 PC가 보급되며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어가는 환경에서도, 집에서 절대 즐길 수 없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게임을 동전 하나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의미를 넘어 게임 환경의 선두를 달린다는 이미지마저 주는 곳임을 뜻했고, 실제 게임 산업의 선두를 달리는 분야가 아케이드 게임이기도 했다. < Back 04 GG Vol. 22.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ngHun Lee Began writing about games in 1999, starting with the monthly magazine Gameline. After spending a fair stretch of time at game development studios, and wishing to contribute to game culture through writing rather than as a game maker, has been running IGN Korea since 2018.

  • 모든 게임의 확률은 여전히 주사위다

    비록 이제는 멀티코어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알고리즘, 하드웨어를 이용해 진정한 의미의 난수를 디지털에서도 생성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그 벽은 높다. 주사위라면 단 몇백원 만에 유의미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확률놀음을 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의 것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 Back 모든 게임의 확률은 여전히 주사위다 17 GG Vol. 24. 4. 10. 주사위 ? 이제 퇴물 아닌가 ? 개인적으로 주사위라는 물건 자체를 매우 좋아한다 . 워낙 게임용으로 많이 써서도 있지만 , 주사위라는 물건 자체가 상징하는 ‘ 행운 ’ 의 느낌이 좋기도 했다 .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의 게임들은 주사위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한다 . 인생게임의 룰렛 같은 다른 도구들도 있지만 , 범용적으로 게임을 불문하고 적용되는 것들은 대부분 주사위 , 그리고 카드 묶음이다 . 특히나 TRPG 와 미니어처 워게임 같은 보다 클래식한 쪽은 주사위의 영향력이 굉장히 짙다 . 게임을 확률과 선택의 문제라고 압축한다면 주사위는 아주 오랫동안 , 어쩌면 게임이라는 개념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 핵심을 책임지고 구축해온 존재다 . 우리에게 보통 가장 익숙한건 정육면체 주사위지만 , 필요에 따라 많은 주사위가 만들어지고 쓰여왔다 . 가장 작은건 정사면체 , 거기서 정육면체 , 정팔면체 , 십면체 , 정십이면체 , 실질적으로 쓰이는 것 중 가장 큰건 정이십면체다 . 많은 게임들은 이중 하나의 주사위를 위주로 구성되어 있지만 , 이중 여러가지 주사위를 동시에 쓰는 경우도 있다 . 이럴 경우 각각의 주사위는 단일 주사위로 창출할 수 있는 확률의 가짓수에 따라서 그 특성에 맞는 용도로 쓰인다 . 이들은 쉽게 각각의 면 개수를 토대로 d4, d6, d8, d10, d12, d20 으로 표현된다 . 이중에서 가장 익숙한건 역시 d6 과 d20 이다 . d6 은 가장 전통적인 주사위이고 , d20 은 요즘 TRPG 의 트렌드인 주사위다 . 널리 알려진 비디오 게임 ‘ 발더스 게이트 3’ 도 ,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 던전 앤 드래곤 ’ 최신판도 d20 을 기반으로 한다 . 하지만 이 모든 게임들을 그저 ‘ 주사위를 굴린다 ’ 하나로 공통되게 묶기에는 저마다의 게임이 주사위를 이용하는 방법은 세세한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 그로 인해 벌어지는 양상도 꽤 다르다 . TRPG 와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 , 그리고 ‘ 아캄 호러 ’ 등으로 유명한 TRPG 의 형태를 빌린 보드 게임의 주사위 굴림은 기본적으로 스테이터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위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스테이터스들이 분명한 이점 또는 패널티가 되어주되 , 이것이 고정값이 아니도록 하기 위해서 스테이터스를 기반으로 각 주사위들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이를 보정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 이런 개념에서 Roll for XX, Beat XX 라는 용례가 파생된다 . 즉 , 기본적으로 TRPG 나 미니어처 게임 , 이 방식을 채용한 보드 게임들의 기본 작용은 수치 대 수치의 싸움이다 . 타겟이 되는 수치가 있고 , 해당 수치에 대응되는 자신의 스테이터스 + 주사위 굴림값이 이를 넘겨야 하는지 , 이보다 낮아야 하는지 , 이상인지 이하인지 같은 목표 수치가 정해진다 . Roll for XX 는 그 XX 라는 수치를 목표로 굴린다는 뜻이며 , Beat XX 는 XX 를 초과한 값이 나와야만 한다는 뜻이다 . 이런식으로 주사위 굴림은 어떤 목표값을 가지게 되고 , 여기서부터 확률과 그 중간값 등을 계산할 수 있게 된다 . 이런 주사위 굴림이 가장 직접적으로 , 또 많이 쓰이는건 근현대적인 게임이라는 개념의 원류 중 하나인 워게임 , 그리고 그 워게임을 체계화하고 보다 재미와 흥미 위주로 변화시킨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과 TRPG 다 . 국내에서 TRPG 뿐만 아니라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은 정말 희귀한 취미이지만 , 필자는 그런 취미를 접하면서 여러가지 용례의 주사위를 써보곤 했다 . 흥미로운 건 주사위라는 확률 체계가 가지는 한계를 저마다의 게임이 뛰어넘는 방식이었다 . 주사위는 분명 시인성이 좋고 쓰기 편한 등 여러 장점도 있었지만 한계가 명확한 방식이기도 했으니까 .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미니어처 게임 ‘ 워머신 & 호드 ’ 의 경우 2d6(d6 주사위 두개 굴림 ) 이 거의 모든 대면 굴림의 기본이었는데 , 주사위 한 개가 아닌 2d6 이 기본이 됨으로서 가지는 이점은 확률 중앙값이 아주 명확하다는 점이다 . 최소가 2, 최대가 12 이므로 7 이 정확히 가장 나올 확률이 높은 중앙값이 된다 . 즉 , 이를 기반으로 플레이어들은 수많은 대면 굴림에 맞추어 게임을 준비할 때 7 이라는 주사위값을 기준삼아 전체적인 확률을 계산을 하게 된다 . 주사위 굴림에서 나오는 기본 확률이 게임 전체의 확률을 제어하는 것이다 . 여기에 가장 낮은 확률인 2 와 12 에 각각 펌블 ( 확정적인 실패 ) 와 크리티컬 ( 설명이 필요한가 ?) 를 부여함으로서 낮은 확률에서 생기는 변수를 추가한다 . 반면에 d20 주사위를 쓰게 되면 1 에서 20 까지의 숫자가 각각 똑같은 확률로 나오게 된다 . 즉 , 요구값에 따라 확률이 정직하게 비례 / 반비례하게 된다는 뜻이다 . 이 점에서 직접 대조할 수 있는건 2d6 과 d12, 또는 20 면체를 개조한 d10 인데 , 2d6 은 정확하게는 11 개의 가짓수가 나오는 셈이긴 하지만 ( 최소값이 1+1=2 이므로 ) 전체적인 확률의 가짓수 자체는 비슷하다 . 그러나 확률의 분포상 7 이 나올 확률이 1/6 으로 가장 높으며 6 과 8 은 5/36, 5 와 9 는 1/9 이런식으로 점점 확률이 우산형태로 낮아진다 . 그러므로 비슷하게 10 가지 정도의 확률수를 사용하는 게임에서는 각각 다른 주사위를 채용함에 따라 다른 플레이 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 . 2d6 을 쓴다면 전체적으로 게임에서 7 을 중앙값으로 하여 성공 확률이 훨씬 더 높으므로 평균적인 성능치를 쉽게 형성할 수 있다 . 반면에 d10 이나 d12 등을 사용한다면 균등한 확률 분포를 이용해 굴림에 요구하는 값이 낮을수록 성공 확률도 높아지는 식으로 보다 스탯 베이스의 강세를 이끌어낼 수 있다 . 이러한 각각의 주사위 값의 종류 , 그리고 주사위 굴림의 방식에 따라 게임마다 굴림의 양상이 조금씩 달라짐에도 , 매개로 하는 주사위라는 방식 자체가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에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다소 복잡할 수 있는 확률과 그 확률들의 분포를 상당히 직관적으로 바라보고 계산할 수 있게 된다 . 워해머 40k, 워머신 & 호드 , 인피니티 , 서로 다른 세 미니어처 워게임의 주사위 놀음 이런 확률 특성에 따라 , 으레 비슷한 게임방식을 띄는 미니어처 게임들도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지곤 했다 .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은 단연 ‘ 워해머 40k’ 이고 , 그 다음으로는 필자가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 워머신 & 호드 ’, 그리고 ‘ 인피니티 ’ 정도가 있다 . 이 세개의 게임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주사위를 사용한다 . 일단 ‘ 워해머 40k’ 와 ‘ 워머신 & 호드 ’ 는 d6 기반이고 ‘ 인피니티 ’ 는 d20 기반이다 . 그렇다면 앞의 둘과 뒤의 하나의 차이는 당연히 클텐데 , 앞의 둘은 같은 주사위를 쓰는데 어떻게 차이가 있는가 ? 하는 부분이다 . ‘ 워해머 40k’ 가 다른 미니어처 게임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 개별 유닛의 확률 디테일을 좀 떨어트리는 대신 대단위 전투에 적합한 방식을 골랐다는 점이다 . 이는 다른 메인스트림 미니어처 게임과 비교하면 크게 체감할 수 있는데 , ‘ 워해머 40k’ 는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유닛에 1 개를 초과하는 주사위를 잘 쓰지 않게 된다 . 그러나 ‘ 워머신 & 호드 ’ 는 기본 대면 굴림이 대부분 2d6 이고 한판의 스케일 자체가 훨씬 작은 편이다 . 전체적인 스케일로 보자면 ‘ 워해머 40k’ 는 기본적으로 최소 수십 , 많게는 100 단위의 유닛을 굴리는 게임이고 , ‘ 워머신 & 호드 ’ 는 많아야 20~30, ‘ 인피니티 ’ 는 그보다 더 작게 돌릴 수도 있다 . 따지자면 ‘ 워머신 & 호드 ’ 와 ‘ 인피니티 ’ 는 스커미시 게임이라고 부르는 좀더 소규모 스케일의 게임이다 . 이런 게임적인 특징 , 그리고 주사위의 사용법은 전반적으로 비슷한 게임임에도 분명한 차이를 만든다 . 미니어처 게임 , TRPG 등의 전투는 결국 스테이터스와 스테이터스 간의 주사위 대면 굴림이다 . 모든 캐릭터와 유닛은 스테이터스와 각종 특수한 규칙이 적힌 시트가 있기 마련이고 이게 게임의 원천이 된다 . 쓰이는 주사위 값에 따라 각 게임이 취하는 스테이터스의 평균값은 당연히 달라진다 . ‘ 워해머 40k’ 는 아머 관련 수치 같은 일부를 제외하면 캐릭터의 기본 능력은 한자릿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그건 전체 게임이 캐릭터별로 하나의 주사위를 굴리는걸 기본 기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 명중률을 결정하는 WS, BS 라는 스테이터스가 존재하는데 , 여기에 적힌 숫자는 d6 을 하나 굴려서 그 이상이 뜨면 명중한다는 뜻으로 낮을수록 좋다 . 당연히 최소 및 최대치는 주사위 하나의 값에 제한되므로 , 2 에서 6 까지 있을 수 있다 . 수치가 4 일 경우 명중률이 50% 가 되니 , 가장 평균적인 값인 셈이다 . 스테이터스상으로 상대의 회피 수치가 존재하는 게임이 아니므로 이 하나의 굴림만 통과하면 맞는 아주 간단한 방식이다 . 반면에 2d6 을 기반으로 하는 ‘ 워머신 & 호드 ’ 와 d20 을 기반으로 하는 ‘ 인피니티 ’ 는 스테이터스 값과 명중시키는 공식이 다르다 . 같은 명중률을 볼 때 , ‘ 워머신 & 호드 ’ 의 명중률인 MAT, RAT 는 기본 수치에 2d6 을 굴려 나온 값이 상대의 회피수치인 DEF 이상이 나와야 명중한다 . 이런 방어 스탯의 활용은 ‘ 워해머 40k’ 에도 방어력이나 세이브 개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 ‘ 인피니티 ’ 는 기본적으로 상대의 수치와 상관없이 유닛의 명중률인 CC, BS 을 d20 굴림으로 성공하면 되는 식이지만 , 여기서는 직관적인 스테이터스를 위해 스테이터스 이하가 나와야 한다 . 즉 여기서는 스테이터스가 높을수록 성공률이 높다 . 또한 ‘ 워머신 &’ 호드 ’ 의 DEF 처럼 회피에 대응하는 값은 없으나 각종 모디파이와 특수룰로 상대의 명중률을 일괄적으로 낮추는 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 한편으로는 ‘ 워해머 40k’ 에는 재미있는 주사위도 있다 . 그건 바로 숫자가 아닌 화살표와 불스아이가 그려진 주사위다 . 보통 스캐터 다이스라고 하는 이 주사위는 포격을 할 때 얼마나 빗나가는지 또는 정확하게 명중하는지를 결정하는 주사위다 . 포격을 선언한 뒤 이 주사위를 던져서 불스아이가 나오면 목표한 지점에 명중하지만 , 화살표가 나온다면 포격 지점을 중심으로 주사위가 가리키고 있는 그 화살표의 방향으로 빗나가게 되며 , 빗나간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또다른 숫자 주사위를 던진다 .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 세개의 게임은 한눈에 보기에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 ‘ 워해머 40k’ 를 플레이하는 걸 보게 된다면 단연 눈에 들어오는 건 한명의 플레이어가 준비해 놓은 수십개의 d6 주사위다 . ‘ 워해머 40k’ 는 기본적으로 분대 단위로 기동하기 때문에 한 번에 다회의 , 많게는 수십번의 공격을 가하는 것도 종종 일어나며 그래서 한번에 스무개 서른개씩의 주사위를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분대의 스테이터스는 동일하기 때문에 , 그렇게 한꺼번에 던진 후 굴림을 통과한 주사위만을 건져내 개수를 새고 그만큼의 명중탄을 상대에게 분배하면 되는 것이다 . 반면에 ‘ 워머신 & 호드 ’ 에서는 훨씬 세밀하게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 또한 2d6 이기에 확률 분포가 다른 만큼 평균적으로 7 이라는 확률 중앙값에 더 크게 의존하며 , 특유의 강화 시스템으로 부스트라는걸 사용한다 . 부스트는 쉽게 말해 자원을 소모해 주사위를 하나 더 굴리는 것이다 . 2d6 을 굴릴걸 3d6 굴리는 식 . 게임 특유의 세세한 스테이터스 분배상 이 수치가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 ‘ 인피니티 ’ 는 d20 을 사용하기 때문에 확률의 분포가 넓고 , 동시에 게임의 근간 자체가 강력한 몇몇의 정예 유닛과 이를 보조하는 전열 보병의 자원 분배 형식을 띄기 때문에 스테이터스에 따른 유닛의 차이가 상당히 크게 다가온다 . 이처럼 , 분명 같은 주사위를 굴리고 주사위에는 어떤 변형도 가해지지 않았음에도 굴리는 상황 , 굴리는 방식 , 적용하는 룰 등에 따라서 각각의 주사위 굴림의 느낌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된다 . 전자적인 작동 없이 난수를 생성하기 위한 장치는 여럿 고안되었지만 주사위는 여전히 그중에서도 가장 쓰기 편하며 공정하다 . 주사위는 그 어떤 작동부도 없는 단순한 조각품인데 반해 룰렛 같은 경우는 회전축이 있는 구동장치여야 하고 , 카드는 셔플이라는 한계 때문에 항상 확률이 동일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 주사위도 물론 정입방체라 하더라도 각인에 따라 면의 무게가 달라지는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장치에 비하면 매우 사소하고 , 또한 각인을 파내는 양을 동일하게 맞춤으로서 조절할 수 있는 문제다 . 그리고 이는 상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 ‘ 주사위 굴림 ’ 만이 주는 감성적인 만족감 , 그리고 재미가 있다 . 필자를 포함해 미니어처 게이머들이 공을 들였던 부분 중 하나는 자신만의 주사위를 만들거나 수집하는 것이었다 . 이쪽의 유명 회사로 Chessex 가 있는데 여기서 각자 원하는 크기 , 디자인의 주사위들을 사모아서 용도별로 쓰는게 일반적이었다 . 이는 플레이어 간의 주사위 굴림 혼동을 줄인다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었고 , 무엇보다 ‘ 운 ’ 에 관해서라면 당연히 붙게되는 일종의 미신 , 어떤 주사위를 쓰면 수치가 잘 붙더라 하는 등의 이야기도 있었다 . 결국 오프라인 게이밍에서의 주사위는 그게 실질적인 최선의 방책이면서 동시에 감성적인 만족감을 주는 방식이기에 그렇게 오랫동안 주류로 자리잡아왔다고 설명할 수 있다 . 사실 전자 뇌는 진정한 난수를 만들 수 없어요 그렇다면 비디오 게임에서는 어떨까 ? ‘ 발더스 게이트 ’ 같은 직접적으로 TRPG 의 주사위 시스템을 가져온 게임들이 아닌 다른 게임들은 어떻게 독자적인 확률 체계를 만들어낸 걸까 ? 그 근간이 물리적인 도구의 1/n 이 아닌 직접적으로 난수를 생성하는 방식이기에 , 디지털 비디오 게임에서의 확률은 언뜻 보면 주사위와는 전혀 무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하지만 좀더 파고들면 , 결국 비디오 게임도 이 주사위의 확률놀음의 지대한 영향 하에 있다는걸 새삼 느끼곤 한다 . 일단 가장 먼저 짚어볼 점은 , 본래 디지털 프로세서는 진정한 의미의 난수 생성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 기본적으로 프로세서는 오직 입력된 값을 계산하여 출력하는 구조 그 자체이다보니 입력되지 않은 랜덤한 값을 뽑아낼 수는 없는 것 . 이 때문에 많은 난수 생성기는 일정한 난수표를 가지고 조작자 = 플레이어가 입력할 때 생기는 이런저런 변수들 ( 입력 타이밍 , 순서 등등 ) 을 가지고 그에 대응하는 난수표에 있는 값을 뽑아주는 것이다 . 그래서 보이기에는 난수처럼 보이지만 , 사실은 플레이어가 그 때마다 조금씩 자기도 모르는 다른 디테일로 정해진 값을 불러내는 셈이다 . 즉 , 난수표 = 주사위의 전체 눈 값 , 출력값 = 주사위를 굴려 위로 향한 면의 값으로 볼 수 있는 것 . 난수표는 그저 모수가 좀 많이 큰 주사위라고 할 수 있다 . 주사위 또한 던지는 위치 , 패턴 , 스냅의 방식 등으로 어느 정도 확률을 통제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처럼 , 재미있게도 이 난수표를 가지고 특정값을 유도해내는 것도 유사한 느낌을 준다 . 이러한 문제들이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것들이 이를 테면 과거 ‘ 몬스터 헌터 ’ 시리즈에서 ‘ 랜덤한 ’ 결과물을 뱉어내는 연금술의 시드값을 파악해내어 다음에 나올 연금 결과물을 알게 해주는 치트엔진 같은 것이다 . ‘ 몬스터 헌터 : 월드 ’ 의 마카 연금은 캐릭터마다 고유의 연금술 시드가 있었고 , 치트엔진을 설치하고 몇 번 연금을 해주면 치트엔진이 그 캐릭터의 시드를 알아내고 , 원하는 아이템이 몇번째 순서에 있는지 알려주었다 . 사실 , 정말 많은 게임들이 이 방식을 채용하고 있고 , 그때마다 항상 벌어지는 사태이기도 하다 . 단순히 기술적인 방식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면에서도 주사위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 MMORPG 에서 많이 사용되는 캐릭터 전투 로직 중 하나로 프록 (PROC) 방식이 있다 . 프록은 간단하게는 기술 시전시 일정 확률로 더 강한 공격을 하거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방식을 말한다 . 플레이어들은 일명 로또 딜이라고 부르는 그 방식이다 . 하지만 대부분의 프록에 쓰이는 확률을 보면 그 수치는 상당히 상징적이다 . 50%, 33%, 25%, 10% 처럼 발동 확률을 몇분의 일 , 이런식으로 쉽게 치환할 수 있는 수치를 가지는게 보통이다 . 즉 , 이미 디지털 게임에서는 100 분위로 표시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사위의 1/n 방식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일단 일반적으로 사람이 한 눈에 보고 발동 확률을 계산하고 DPS 의 상승 기대값을 쉽게 치환할 수 있을 정도의 수치는 결국 주사위에서 많이 쓰이는 십수분의 일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 수치의 값이 지나치게 낮아도 , 만약 그 확률이 나뉘지 않는 소수로 되어 있거나 한다면 더더욱 계산은 어려워진다 . 물론 게임 상의 각종 수치들은 밸런스를 위해 조정될 수 있는 유동값이지만 , 대체로 프록 직업들의 밸런싱은 프록 확률보다는 그 위력과 발동 방식 개선 위주로 이루어지는게 주요 추세다 . 이 확률을 건들게 되면 플레이어들은 또다시 복잡한 계산을 돌려야만 하니까 . 결국 디지털 프로세서를 이용한 비디오 게임은 무한대의 확률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 그걸 활용하는 건 결국 사람이기에 사람이 인지하기 쉬운 범위 내에서만 쓰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 한편으로는 이 프록 방식이 다름 아닌 주사위 굴림 게임에서의 ‘ 크리티컬 ’ 방식을 완전히 똑같이 채용한 개념이기에 더더욱 그렇게 보이는 면이 있다 . 여기까지 생각하다보면 , 시대가 많이 발전했음에도 주사위라는 방식과 체계를 이용하는게 오히려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인 확률놀음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 비록 이제는 멀티코어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알고리즘 , 하드웨어를 이용해 진정한 의미의 난수를 디지털에서도 생성할 수는 있지만 , 여전히 그 벽은 높다 . 주사위라면 단 몇백원 만에 유의미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확률놀음을 할 수 있는데 , 그 이상의 것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 즉 , 주사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난수 생성의 기초 형태이면서 , 사람이 놀이에서의 확률 사용을 인지하도록 하는 , 일종의 기초 언어와도 같은 개념이다 . 물리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주사위는 확률 놀음에서 대체되기 힘들다 . 그 아성을 위협할 수 있는 건 카드묶음이 거의 유일할 정도다 . 심지어 디지털 환경에서는 카드묶음도 앞서 말한 방식 그대로 난수표 그 자체가 되기에 , 주사위와 동일한 방식을 취하는 셈이다 . 어쩌면 보드 게임 , TRPG,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 등 오프라인 게임에서 주사위를 던질 때 느껴지는 그 긴장감이 독보적인 이유는 그 어느 난수 생성보다 가장 공정하고 , 가장 진실된 방식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너무 억지 같은가 ? 당신도 단 한 번이라도 주사위 굴림에서 다이스 갓의 은총을 받아보게 된다면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 정말 날 것의 주사위 굴림 , 그걸 한 번쯤 체험해 보시는건 어떠실지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이명규 게임 기자(2014~), 글쓴이(2006~), 게이머(1996~)

  • 게임적 리얼리즘과 리얼리즘적 ‘게임’ - 상징계·상상계·실제계의 진실

    게임적 리얼리즘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다. 현실의 논리를 ‘게임 플레이’로 ‘번역’해 이데올로기적 설득에서 현실의 핵심을 빼앗는다는 게임적 리얼리즘의 비밀은 비디오 게임의 검열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다. < Back 게임적 리얼리즘과 리얼리즘적 ‘게임’ - 상징계·상상계·실제계의 진실 16 GG Vol. 24. 2. 10. 游戏现实主义与现实主义的“游戏”——象征界真实、想象界真实与实在界真实 1) 2) 일본 연구자 아즈마 히로키(東浩紀)가 제시한 ‘게임적 리얼리즘’이란 명제 3) 는 리얼리즘이 역사 단계별로 변모해온 각기 다른 ‘이념’임을 보여준다. 또한 이것은 가상현실 시대의 리얼리즘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사유의 경로를 제시한다. 사실 리얼리즘은 단순히 글쓰기 방법만이 아니라, 지식 시스템과 인지 패러다임의 ‘문체/형식’(스타일)이었다. 현대 과학의 발전은 ‘뉴리얼’ 4) 을 탄생시켰고, 사람들은 과학적 이해를 통해 인간과 세계,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새롭게 보게 됐으며, 이는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을 갖게 됐다. 영화, 텔레비전 등 전자매체의 부상은 예술이미지의 생산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는데, 현실의 사물이나 캐릭터의 '반영'이 아닌, 현실 이미지를 접목·변형하거나, 아예 현실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스스로 이미지 체계를 만드는 애니메이션 이미지가 점점 더 많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아즈마 히로키가 오스카 히데시(大塚英志)에 논하며 제시했던 애니메이션 리얼리즘의 상상력 환경의 역할을 보여주는데, 캐릭터 생산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이 이뤄지면서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의 ‘생활 논리'를 넘어 애니메이션적인 행동 논리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현실은 ‘전파'라는 명제의 핵심 의미를 전복시켰다. 그것은 가상현실 속에서 정보가 발신되는 시각, 즉 신체가 정보를 감지하는 시각이며, ‘전파'와 ‘매체'는 모두 사라진 것만 같다. 가상현실은 전통적 문예의 존재 형태를 깨부수고 ‘독자와 관객' 등 개념이 해소됐으며, ‘플레이어'라는 개념은 새로운 예술학 및 미학적 소비의 범주가 됐다.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은 인식론에 호소해 진실을 드러내고, 애니메이션 리얼리즘은 상상계에 호소해 진실을 드러낸다. 가상현실은 ‘신체의 직접적 현실'이다. 자연주의적 리얼리즘과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독자와 관객으로 하여금 문예작품 바깥에 머물게 하며, ‘마음의 눈'을 통해 심미적 활동을 완성케 한다. 가상현실은 오히려 사람들의 신체를 작품 속의 캐릭터와 함께 위치짓게 하며, 함께 행동하고 목소리 내고 느낀다. 사람들이 가상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게임 인생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 게임의 경험을 통해 또 다른 현실을 만드는 것을 ‘게임 리얼리즘’이라고 한다면,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 리얼리즘도 존재하게 된다. 간단히 말해, 가상현실 시대에 ‘게임적 태도(游戏态)’의 삶은 실제 삶의 경험을 제공하며, 게임 리얼리즘은 리얼리즘의 게임 규칙을 뒤집었다. 그것은 리얼리즘의 ‘분석가적 해설’을 소멸시켜 플레이어가 실제 세계로 나아갈 길을 열어주었는데, 그 길에서 게임 리얼리즘은 가상시대의 새로운 주체인 플레이어를 실재계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상징계/역사적 진실'과 ‘상상계/이데올로기적 진실'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은 곧 일종의 상징계의 진실이다. 바꿔 말하면 그것은 사람들의 생활 경험을 그것에 내포된 역사적인 언설의 서열에 포함시킨다. 장셴량(张贤亮)의 1984년작 소설 <가로수(绿化树)>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던 장용린(章永璘)은 문득 마잉화(马缨花)에게서 받은 찐빵을 발견한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지 않은지 어느덧 4년이 지났다. 그래봐야 통틀어 25년 밖에 살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 찐빵은 마치 창밖에 흩날리는 눈송이같아서 입 속에 넣자마자 녹아버렸다. 발효되지 않은 밀꽃 향기가 났고, 여름날의 햇살, 고원의 황홀한 흙냄새, 수확기의 땀, 모든 음식 본연의 향기를 머금고 있었다…… 갑자기 나는 위쪽에서 아주 선명한 지문 자묵을 발견해냈다! 그것은 겉이 하얀 찐빵의 껍질에 찍혀 있어 매우 선명했고, 크기를 보니 가운데손가락 지문이란 점을 알 수 있었다. 지문의 무늬를 보면 그것은 ‘키’가 아닌 ‘그물’처럼 빙글빙글 돌아있었고, 안쪽은 작고 바깥쪽을 향해 점차 커졌다. 마치 봄날의 호수에서 작은 물고기가 파문을 일으키는 것만 같았다. 물결은 점점 출렁거리고, 또 출렁거렸다…… 뚝, 나의 맑은 눈물 한방울이 손에 든 찐빵 위로 떨어졌다. 5)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지 않은지 어느덧 4년이 지난” 사람이 찐빵을 본 한 장면에서 저자의 펜은 먹을것에 대한 동물의 생리적 반응은 보이지 않고, 시적인 감정을 폭발시킨다. “마치 창밖에 흩날리는 눈송이같아서”, “발효되지 않은 밀꽃 향기”, “여름날의 햇살”; 그리고 지문 모양이 마치 “봄날의 호수에서 작은 물고기가 파문을 일으키는 것만 같았다. 물결은 점점 출렁거리고, 또 출렁거렸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대목을 프로이트식으로 분석한다면, ‘굶주림’이라는 트라우마에 대한 화자의 집착과 ‘굶주림’이라는 고통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장셴량은 ‘고난’의 경험을 ‘고난의 여정’으로 보고자 하며, 인생의 또 다른 고도의 도달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는 시련으로 인식한다. 그 때문에 소설 속 “장용린의 굶주림”은 보통 사람의 배고픔이 아니라, 역사적인 운명인식이 넘치는 ‘배고픔’이 된다. 이 지식인의 운명에 대해 마잉화는 이렇게 비탄한다. “그녀(마잉화)는 아마 그 눈물을 봤을 것이다. 그녀는 웃지도 않았고, 나를 보지도 않았다. 바위 위에 돌아누워선 아이를 껴안고 길게 탄식했다. ‘하… 이런 벌이라니…’” 6) 주인공에 닥친 이 굶주림은 실제 생활에서 많은 이들이 겪는 ‘굶주림’과는 판이하게 다른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 한 지식인이 ‘문화혁명’ 과정에서 맞닥뜨린 부당 대우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동정하고, 다같이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굶주림=고통’이라는 등식은 굶주림이라는 생활 경험에 대한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의 의미를 ‘굶주림의 역사 진실은 곧 고통받는 것’이라는 의미로 완성한다. 바꿔 말하면‘고통받는’ 굶주림만이 진정한 굶주림, 그러니까 역사적으로 반성하고 기억할 만한 굶주림이야말로 진정한 굶주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예시는 중편소설 <투즈챵의 개인적 슬픔>(2013)이다. 시골에서 온 주인공은 근면성실하게 고생길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부딪히며 살아간다. 하지만 대학원 진학을 위해 공부하던 중 아버지가 자살하게 되고, 높은 곳으로 나아가던 운명과 단절하게 된다. 일을 해도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은 그의 생계를 곤두박질치게 했다. 사장은 도주하고, 어머니는 폐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만다. 소설은 이 실패한 청년의 일생을 그리며 한 사람이 마주칠 수 있는 고난을 하나의 몸에 집중시킨다. ‘개인’에게 씌인 이 우연적인 슬픔은 역사적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진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소설은 리얼리즘적이지만, 자연주의적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분명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이 만들고자 하는 것은 상징계 질서에 부합하는 현실이며, 특정한 서사 규범과 가치의 소구를 드러내는 역사적 진실이다.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에게 관건은 ‘삶에 부합하는 논리인가’가 아니라, 역사적 시각을 통해 서술하는 ‘현실적 진실’이다.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새로운 현실 구축의 방식과 캐릭터 행동 논리를 구현한다. 데즈카 오사무(手冢治虫)의 <우주소년 아톰>(1952년)과 완라이밍(万籁鸣)의 <대료천궁(大闹天宫)>(1964년)은 유명세를 탔지만 확실히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1924년 월트 디즈니)이나 <톰과 제리>(1961년 진 디치Gene Deitch / 1965년 조셉 바버라)와는 행동 논리가 다르다. 앞의 두 작품은 애니메이션 작품이지만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의 행동 논리를 따르고 있으며, 내러티브 사건의 인과나 캐릭터 행동 모두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며, 그것이 담는 주제의 내용도 현실 사회 정치에 대한 표현이나 비유에 가깝다. 반면 뒤의 두 작품의 캐릭터인 도널드 덕이나 고양이 톰은 절벽에서 탈출하고나서 공중 위에 떠 계쏙 달려가다가 자신이 하늘 위에 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후에야 바닥으로 추락한다. 거실에 사는 고양이(인간의 현실 논리 세계)는 구석에 사는 쥐(애니메이션적 현실 세계)에 이리저리 쫓기고, 짓밟히거나 망치질 당하면 ‘죽음’ 이후에도 갑자기 살아나 재빨리 움직여 복수한다. 여기서 에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애니메이션 작품 속의 리얼리즘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것은 리얼리즘의 새로운 형식 이념을 지칭하는데, 인류의 생활 양식은 더 이상 이러한 작품의 직접적인 기의가 아닌 숨겨져 있는 그 ‘궁극의 기의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캐릭터에 대한 생동감 있는 행동, 재미나 창의성이 있는 제작은 이러한 작품들의 심미적 소비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또,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점차 상상계의 현실을 드러낼 수 있고, 작품이 창조하는 세계를 초현실(하이퍼리얼hyper-real), 충동, 욕망의 진실 속에 고정시킬 수 있다.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은 상징계 현실을 형상화함으로써 심도 깊은 역사적 진실을 추구하게 된다. “가장 맛있는 햄버거는 포스터 속에 있다”는 말처럼, 포스터 속 햄버거는 색깔과 광택도 충만하고 모양도 완벽한,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햄버거이다. 그것은 일종의 ‘햄버거의 초현실’을 가리킨다. ‘햄버거’라는 음식의 개념에 따라, 포스터 속 햄버거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음식의 본질적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상징계의 법칙에 따라 기호가 설정되는 게 아니라 기호 그 자체로 자유롭게 표현될 때, 자신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충동과 욕망이 다양한 캐릭터들이 행동하는 장면에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때, 그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의 ‘진실’이라 할 수 있다. <너의 이름은>(2016년 신카이 마코토)에서 ‘혜성이 지구로 충돌한다’는 공포는 재난 정치의 상징계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것은 영혼과 공간·신분과 신체를 넘나드는 소년소녀의 사랑이 충동과 욕망의 방면에서 ‘사랑 본연의 진실’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 작품에서의 사랑만큼 사랑 같은 것이 또 있을까? 삶의 현실에서 ‘사랑’은 호명의 매력이 있는 것으로 표현되며, 언제나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한다.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의 체취가 사랑의 신화를 깨뜨리는 무기가 되며,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에서 이런 현실 논리는 모두 그대로 방치되고 사랑의 ‘초현실’ 표정, 소위 ‘순수한 사랑’이 생생하고도 눈부시게 빛난다. <너의 이름은>에서 영혼의 부르짖음은 간명하다. ‘삶의 논리’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아도 될 만큼 심플하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은 신비로운 연관이 있어보이는 여자를 위해 운석이 떨어지기 전 시공간을 바꾸며 미친듯 움직인다. 이와 같은 격정적 사랑은 상상계로부터의 환상이 오히려 세계의 순수한 진리일 수도 있다는 이치를 적절하게 해설한다. 그러니 사랑에 대해 환상을 품은 여자들이 남자친구와 함께 이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 남자친구가 어찌 이런 ‘진정한 사랑’에 어울리겠는가? 분명히도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은 역사적 진실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무의식적으로 이념적 진실을 폭로한다(어쩌면 그 진실엔, 찢김과 패러독스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술 시대에 게임적 리얼리즘의 진실성은 어디에 있는가? 게임적 리얼리즘의 사건적 진실 ‘게임적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게임 안의 리얼리즘이나 게임이 어떻게 현실에 도달하는가라는 명제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아즈마 히로키가 캐묻고 싶었던 것은 비교적 간결한 문제였는데, 소설은 게임처럼 설정됨으로써 새로운 리얼리즘 특색을 띠게 되는가이다. “아즈마 히로키가 뜻하고자 했던 ‘게임 경험의 소설화’는 비디오 게임을 주체로 삼아 게임 서사를 하나의 새로운 형식이자 새로운 시대의 ‘리얼리즘’으로 간주하고, 이 새로운 형식의 리얼리즘이 어떻게 문학예술이론에 의해 설명될 수 있을지 탐구하는 것에 있었다.” 7) 따라서 게임적 리얼리즘이란 개념은 게임 서사 역시 현실에 대한 서사라는 명제를 낳는다. 최소한 우리는 두 형태의 게임 서사를 볼 수 있다. 첫번째는 ‘게임’을 일종의 서사 논리로 소설을 구성하는 것이다. 몹을 때려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수련에서 환생을 통한 역습과 판타지 횡단까지, 인터넷 문학의 서사 메커니즘은 비디오 게임의 모듈식 조합 방식을 채택한다. 또한 “인터넷 문학의 뿌리로 자주 거론되는 <바람직한 이야기>(뤄션罗森, 1997년), 원작이 일본의 비디오게임인 <귀축왕 란스>(1996년) 등 동호인소설들이 있다. 인터넷 소설 초기 유행했던 서양 판타지 설정은 데스크톱 롤플레잉 게임 <던전 앤 드래곤 Dungeons & Dragons>(1974년)의 중요한 영향을 받았다. 2004년경 큰 인기를 얻은 ‘온라인게임 소설’은 실존 혹은 허구적인 온라인게임 세계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공간으로, 이후 게임 시스템을 해체한 판타지나 수선문(修仙文)이 탄생케 하는 길을 닦았다. 인터넷 문학에서 각양각색의 판타지세계의 등장은 디지털 게임으로 인한 ‘평행 시공간’의 느낌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인터넷 문학에서 ‘모에포인트(萌点)’가 두드러진 ‘캐릭터 설정된’ 역할도 직간접적으로 일본계 롤플레잉 게임과 문자 어드벤처 게임의 영향을 받았다….” 8) 이와 같은 서사 속에서 삶의 논리에 의해 창조된 스토리텔링은 게임의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스토리텔링 설정으로 대체되고, 플롯의 흐름은 모듈화된 조합에 위치지어지게 된다. 이른바 ‘의견이 맞지 않으면 온 가족을 죽인다(一言不合、杀你全家)’는 인터넷소설의 관습은 단지 비교적 실용적인 모듈조합 방식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게임적인 조합 방식 배후에 숨겨진 것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조우이다. 이러한 조우는 현실 맥락에서, 즉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조우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태도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것이 게임적 서사 속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 없는 사건으로 만들고, 합당하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던 현실을 고통스러운 조우에 놓인 사건적 우화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게임 내러티브가 만들어내는 ‘통쾌함(爽)’은 결국 현실 생활의 ‘불편함(不爽)’으로 귀결된다. 다만 현실 생활에서는 이런 불편함이 인과관계까지 부착되어 존재 이휴가 있는 무언가처럼 변화한다. 게임적 내러티브는 고통스러운 조우의 사건적 특성을 회복하는데, 그것은 어떠한 고통도 현실 질서의 의도치 않은 단절이며, 기존의 현실 이성이 내러티브를 합리화할 수 없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데릴사위물(赘婿文)이나 환생물(重生文), 역습물(逆袭文)에서 ‘의견이 맞지 않으면 온 가족을 죽인다’는 갈등요소는 자신을 괴롭히거나 모욕하는 사람에게 복수하는 주인공의 ‘통쾌한’ 형식을 보여주며, 실생활에서 괴롭힘이나 모욕의 내재적 논리도 ‘노출’한다. 즉, 어느 순간이든 보통 사람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그들을 괴롭히는 이들이 남을 괴롭히는 힘이나 위치를 파악하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서는 타인을 모욕하는 행위에 대한 어떠한 합법적 변호도 의의를 상실한다. ‘괴롭힘 당하는 것의 고통’은 환원 혹은 해석이 불가능한 사건적 진실이라 할 수 있다. 9) 게임 내러티브의 두번째 형식은 바로 가상현실 자체의 서사, 즉 게임 자체가 서사인 것에 있다. 이는 가상현실 시대에 비디오 게임 서사 행위에 집중된다. 디지털 게임은 특정한 서사의 틀을 빌려 전개되는데, 이는 자연주의적 리얼리즘 서사와 유사하며, 이따금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 서사를 채택하기도 함으로써 디지털 게임 서사의 내용 차원을 구성한다. 비디오 게임 스토리텔링에는 게임 내 자신의 행동을 통해 스토리를 생성한다는 또 다른 서사적 측면이 있다. 이것은 비디오 게임 서사의 행동 측면이다. 한편으로 비디오 게임은 스토리를 채용해 게임성을 구성하고, 다른 한편으로 플레이어는 이러한 게임성을 빌려 비디오 게임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자기만의 내러티브 흐름을 생성한다. 즉, 각양각색의 논리적 스토리들을 스스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불가지성으로 바꾸고, 스스로를 완전히 사건화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형적인 게임적 리얼리즘은 플레이어를 진정한 주인공으로 만들고, 플레이어의 성격과 감정, 능력까지 끄집어내 전혀 다른 인생 경험을 구축케 한다. 여기서 비디오 게임은 ‘조우’를 진실로 만들지, 조우한 이야기 자체를 진실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조우’는 플레이어가 비디오 게임에서 조우하는 임무나 이야기가 아니라, 플레이어와 비디오 게임 자체의 ‘조우’이다. 즉 플레이는 곧 사건적인 조우다. 비디오 게임, 특히 가상현실 시대의 비디오 게임은 플레이어가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며, 마치 캐릭터가 자기 자신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적 리얼리즘은 자아(주체)를 플레이어로 정립시킬 때이며, 플레이어가 자아를 주체의 사회적 위치에서 벗어나도록 만든다. 더는 동일성 캐릭터인 자아를 추구하지 않는 순간이 되면 플레이어들은 모순투성이인 자아 캐릭터를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게 된다. 게임 <디스코 엘리시움 Disco Elysium>(2019, ZA/UM)에서 플레이어가 콘트롤하는 게임 속 주인공은 게임 전개 과정에서 다양한 철학사상과 정치적 주장을 접하는데, 이러한 관념들은 게임의 ‘사유’시스템을 구성한다. 플레이어가 주인공에게 ‘아이템’을 장착해 다른 사유를 할 수 있게 되면 새로운 능력이나 수치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주인공의 장비창에 “해석하기 어려운 페미니즘 아젠다”라는 사유를 추가하면 주인공이 남성 캐릭터들에 대항할 때 ‘강한 승부욕’ 스킬값이 2포인트 상승해 수치적 측면에서 주인공이 ‘페미니스트’로 묘사된다. 하지만 게임의 목표는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사유’ 역시 그에 따라 변화할 필요가 있다. 가령 덩치 큰 남자를 쓰러뜨리려면 ‘건장한 체격’ 스킬을 보강해야 하고, 영리하기 짝이 없는 장사꾼을 설득하려면 ‘권모술수’를 터득해야 한다. 10) 간단히 말해 사유의 ‘장비화’는 주인공을 어떤 관념을 가진 특정한 ○○주의자가 아니라, 여러가지 생각들 사이를 오고가는 ‘산보자’로 만든다. <디스코 엘리시움>의 이야기에서 어떠한 ‘주의’도 이 이야기 속 문제를 해결하는 약이 되지는 못한다. 모든 ‘주의’들은 나름의 합리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상적인 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게임 시스템은 주인공을 불안정한 ‘사상 도둑’으로 만들고, 지속적으로 다른 사유 관념을 수용케 하지만, 그것들 중 어떤 것도 신앙으로 삼지는 않는다. 게임의 스토리는 플레이어를 아무 해결책도 없는 실제 세계의 심연으로 내던지고, 플레이어가 본래 갖고 있던 완전하고 통일된 문화적·정치적 정체성을 산산조각냈다. <디스코 엘리시움>의 도우반(豆瓣) 페이지를 보면 아래 세 종류의 리뷰를 볼 수 있다. “(이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땐 <군중심리>(1895년)나 <죽도록 즐기기>(1985년), <1984>, <백년 동안의 고독>, <황금시대(黄金时代)>를 읽는줄 알았음. 30분 동안 플레이하다보니, 내가 플레이한 게 <공산당선언>, <순수이성비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과 평화>, <레미제라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걸 깨달았다. (도우요우63235291, 2000년 3월 20일)” “단순한 게임이 아님. 나는 자유주의의 번화와 억압, 코뮤니즘의 격앙과 광기, 민족주의의 단결과 차별, 모더니즘의 광기와 미망, 이상주의의 위대함과 허망함, 휴머니즘의 인자함과 실패를 승인하게 됨. 도덕주의자가 되거나, 세계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중도파가 되기도 하며, 마조프주의 사회경제학에 정통한 고뮤니즘의 별, 천리안을 가진 세계의 거성, 법률의 화신, 신자유주의 구역의 나그네, 세계의 종말을 알리는 제8봉인자, 전통주의자 미친개, 논박할 수 없는 페미니스트, 초췌한 꼬라지의 민족주의자가 되기도 함…. 킴 키츠라기 경위는 만나본 형사들 중 최고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나는 무식하고 비참하며, 정말 충격받았다. 나는 선을 분명히 긋지도 못하고, 혼란스럽고, 변덕스러운 망령이었다….” (Paze, 2022년 9월 22일) “내 머리와 의식, 거울, 내가 만진 모든 것이 시인이나 철학자같다. 말하는 것은 모두 문체가 가지런하고, 밤에 잠을 자면 머리 속에서 글쓰기 세미나를 여는 것만 같다. 나는 입만 열면 온통 헛소리뿐인데, 게임 내내 ‘나는 누구지?’, ‘어디로 가야하지?’, ‘뭘 믿어야 하지?’,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지?’ 등을 고뇌한다.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땐 제작자들의 정치적 입장, 내게 어떤 정치적 입장을 원하는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추측했고, 거의 모든 관점을 내가 가진 정치 스펙트럼에 따라 밟았다. 한데 빌딩이 기울어갈 때 어떤 이론도 고집하지 않자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당신은 인간의 편만 들 수 있다. 게임 엔딩 후 돌이켜보면 나를 감동시킨 거의 모든 사람과 사건들은 정치와 무관하게 살아있는 사람과 생명, 바닷바람, 형편이 어려워지는 기계 속에서 따스함을 가져다주고 서로 돕는 선량함이었다. 나는 술과 담배를 피우는 걸 좋아한 탐정이었다. ‘당신은 내가 마주친 가장 아름다운 생물입니다.’” (덜익은 서핑보드, 2020년 3월 19일) 11) 분명 완벽하게 통일된 자아는 자아에 대한 하나의 설정(주체화)에 불과하다. 게임적 리얼리즘은 ‘자아 캐릭터’의 완벽히 통일된 판타지적 속성을 드러내는데, 이때 자아 캐릭터의 통일은 삶의 과정을 덮는 무질서한 사건의 진상에 불과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디오 게임이 뭘 했는지(전형적 리얼리즘과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의 논리)가 아니라, 이 행동을 ‘플레이’하는 비논리성에 있다. 즉 플레이는 플레이 그 자체이며, 확실성을 추구하지 않은 채로 그것의 의미 규정에서 벗어나게 된다. 게임적 리얼리즘은 진정으로 서사 텍스트의 수용자인 전통적 내러티브에서 추상화된 캐릭터의 사건적인 실제 면모를 회복한다. 게임적 리얼리즘 바깥에서도 ‘나’는 ‘사람’에 대한 서사의 다양한 이야기들에 속해 있으며, 게임적 리얼리즘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사건들에 의해 흩어지는 ‘나’의 증상으로 돌아간다. 즉 ‘나’란 ‘나의 동일성이라는 가상’을 증명하기 위한 용어에 불과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은 언제나 모든 걸 안다는 방식으로 통제력 있는 ‘주체적 자신감’을 창출한다.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이러한 자신감이 증폭된 후의 ‘순수한 자아’를 부각시킨다. 게임적 리얼리즘은 오히려 ‘플레이어’로 하여금 사람과 사람의 근본적 함의를 회복케 한다. ‘나’의 조우야말로 개개인의 생존적 진실이며, 그 조우에 대한 과잉적 해석(상징계의 진실)이나 순수한 이념화(상상계의 진실)가 아니다. 리얼리즘적 ‘게임’ 상징계의 진실과 상상계의 진실에서 실재계의 진실까지, 우리는 리얼리즘 스타일 이념의 세 가지 요소를 얻을 수 있다. 첫째, 리얼리즘은 삶에 대한 반영이며, 현실 생활의 내적 논리와 역사적 진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둘째, 리얼리즘은 현실에 대한 반응이며,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상품 물신성(commodity fetishism)의 환각으로 세계의 본질을 표현한다. 셋째, 리얼리즘은 진실의 게임에 통달했고, 게임적 리얼리즘은 인간 삶의 원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세계의 다이성을 드러냈다. 그것은 마치 ‘다의성의 다의성(multitudes of multitudes)’을 보여준다. 12) 리얼리즘은 ‘반영’으로서 과학주의의 인문정신을 확립했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묘사는 인류세계의 진실성을 드러내는 효과적 수단이었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생활존중의 태도를 채택해야만 진정한 생활 상황이 비로소 인식되고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루쉰(鲁迅)과 마오둔(茅盾)은 리얼리즘적 태도를 견지했는데, 그렇게 해야만 실생활의 파괴와 쇠퇴가 반영될 수 있고, 사람들의 구원의식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응’으로서의 리얼리즘은 현실 사회의 생존 상황에 대한 간여이자 개입이며, 그것은 특정한 이념이나 정신을 서사의 의미 프레임으로 삼아 현실 상황을 재구성하거나 각색한다. “존 컨스터블(John Constable) 저명한 유화 작품 <건초 마차>(1820-21년작)는 농촌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긍정적 관점을 제공한다…. 농촌은 조화, 아름다움, 안정, 전통, 평화, 순결, 미덕의 관점에서 특징지어진다. 왜 이런 의미들이 이 그림이나 다른 유사한 유화 작품들 속의 시골에 붙게 됐을까? 1980년 존 배럴(Jon Barrel)이 스스로에게 설정한 과업은 18~19세기 영국의 풍경화(부유층을 위해 생산되는 저작들)에서 작동하는 이데올로기를 밝히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그는 도래하는 자본주의 농업과 그것이 내포하는 계급투쟁의 배경에서 이데올로기를 설명하고자 했다….” 13) 자본주의의 잔혹한 약탈과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화 사이에서 <건초 마차>는 리얼리즘적인 ‘반응성’ 관계를 구축한다. ‘게임’으로서 리얼리즘은 ‘진정한 면모’를 보여주는데, 결국 리얼리즘은 인류의 생존에 관한 진실한 상황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게임적 리얼리즘은 사람들을 ‘실재계의 위치’에 놓으며, ‘플레이어’는 ‘인생을 희롱함’을 통해 오히려 인생의 실재계적 진실을 직시하게 된다. 이때 우리는 한 번의 ‘게임’을 통해 세상의 변동을 쫓고 우연히 모여 특정한 질서를 끊고 한 번의 ‘플레이’를 완성하게 된다. ‘플레이’는 바로 인류 생존의 실재계적 진실’ 이며, 인류의 사회생활을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해부해 다양한 ‘문화 해결’행동을 일종의 ‘게임 행위’로 바뀔 수 있다. 게임적 리얼리즘은 리얼리즘의 새로운 게임 방식을 구현한다. 이때 리얼리즘의 스타일 이념에는 폭로와 비판의 구원적 정치뿐 아니라, 인간으로 돌아가 향락에 젖는 쾌감 정치도 있다. 리얼리즘은 리얼리즘의 세 가지 면모, ‘진실’을 이해하는 세 가지 재밌는 방식을 구현하는데, 과학주의가 주도하는 리얼리즘은 상상력이 대폭발하는 스타일 기호학 방식을 추구한다. 게임적 리얼리즘은 게임을 통해 현실을 관촬하고 이해하는 것이며, 이러한 설정은 가상현실 세계가 사람들의 현실 세계의 현실 세계의 법칙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2016년 슬라보예 지젝은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를 언급한 바 있다. (任天堂、宝可梦公司、Niantic Labs) “플레이어는 핸드폰에 있는 전세계 위성위치확인장치 및 카메라로 포착, 전투 및 가상 포켓몬(Pokemon)을 훈련합니다. 이러한 요정은 화면에 나타나는 방식은 마치 플레이어와 실제 세계의 같은 장소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습니다: 플레이어가 실제 세계 내에서 이동할 때, 그들의 게임 캐릭터를 대표하여 동시에 게임 맵에서 이동……우리는 전광판이라는 환상적인 틀을 통해 현실을 보고 현실과 현실의 교감,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 중개 틀은 가상 요소를 이용하여 현실을 증강시킵니다.이러한 가상 요소는 게임에 참여하고 싶은 우리의 욕구를 지탱하고 현실에서 그들을 찾도록 촉진하며, 이러한 환상적 틀이 없으면 우리는 현실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14) 지젝이 설명하고 싶은 것은 게임 방식과 현대 이데올로기 구축 방식의 일치에 있다. 지젝의 서술에서 사람들은 <포켓몬 고>라는 게임을 사용하는데, 이는 허구적 틀에 따라 자신의 현실을 지배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포켓몬 고>는 “비록 자신을 새롭고 최신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어떤 것으로 제시하지만 실제로는 낡은 이데올로기 메커니즘에 의지하고 있다. 이데올로기는 환상을 증폭시키는 실천이다.” 15) 여기서 지젝은 가상현실과 이데올로기가 공유하는 허구성을 보면서도 가상현실과 이데올로기 사이의 정치적 기능의 차이를 간과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이데올로기는 현실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는 방식이지만 가상현실은 단순히 현실에 대한 '확대'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리셋'이다. 현실에서 의미가 없는 곳에서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 바로 포켓몬을 찾는 논리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젝이 옳은데, 우리에게 “포켓몬은 판타지의 기본 구조에 직면케 하고, 현실을 하나의 의미 있는 세계로 바꾸는 환상적인 기능을 요구한다.” 16) 게임적 리얼리즘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다. 현실의 논리를 ‘게임 플레이’로 ‘번역’해 이데올로기적 설득에서 현실의 핵심을 빼앗는다는 게임적 리얼리즘의 비밀은 비디오 게임의 검열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다. 17)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이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을 통해 게임적 리얼리즘을 만났을 때 이데올로기적 역설이 나타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 리얼리즘은 정신분석가와 같은 ‘사설(辞说)’을 갖고 있으며, 자신만만하게 현실의 증상을 건전한 이성으로 전환한다. 또 다른 한편 게임적 리얼리즘은 리얼리즘의 들뢰즈식 역설을 드러낸다. 이때 정신분석가는 건전한 이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광적으로 믿기 때문에, 증상은 정신분석가 자신에게 나타날 수도 있다. 1) 국가사회과학기금의 주요 프로젝트인 “가상현실 미디어 스토리텔링 연구”(21&ZD327)이다. 이 기사는 <탐구와 논쟁(探索与争鸣)> 2023년 11호에 게재되었다. 2) 실재계는 질서의 법칙에서 벗어나 기호화되지 않는 사건을 뜻하며, 본문에서도 '사건적 진실'이라는 표현을 쓴다. 3) 아즈마 히로키,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ゲーム的リアリズムの誕生~動物化するポストモダン2>, 황진롱(黄锦荣) 번역, 홍콩 당산출판사(唐山出版社), 2015년 9월, 제43~57호, 135페이지 4) 버트런드 러셀은 현실 세계가 17세기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오, 마지막으로 뉴턴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대한 일련의 새로운 가설은 전통적인 '유기적 세계의 이미지'와는 다른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세계의 이미지에서 만유인력의 가설은 '신이 없는 세상은 저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현실을 확립한다. 뉴턴은 신의 존재를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현실 세계' 차원에서 자동적으로 존재하는 질서적 세계의 이미지를 확립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야기가 저절로 일어나는 것처럼 가장하는 방식인 '리얼리즘'의 문체적 이념을 이해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신세계 그림과 논리적으로 통일된 것이다. 저우즈창(周志强), <敢于面对自己不懂的“生活”——现实主义的文体哲学与典型论的哲学基础>, 《중국 문예평론》, 2021년 제8호 참고. 5) 장셴량, <장셴량 소설 자선집>, 션린, 리장출판사(漓江出版社), 1995년 8월, 185페이지 6) 장셴량, <장셴량 소설 자선집>, 션린, 리장출판사(漓江出版社), 1995년 8월, 185페이지 7) 콩더강, <대다수(大多数)와 ‘게임적 리얼리즘’ : 비디오 게임의 계층간 서사적 시도와 초월향상>, <중국도서평론> 2023년 11호 8) 왕위수(王玉玊), <온라인 문학의 ‘게임화’ 방향과 그 ‘네트워크적’ 성격 : (디지털) 인공 환경과 온라인 문학의 자아실현>, 문학(文学), 2023년 제1기 9) '중생일대효룡'이라는 '무뇌상쾌문'을 예로 들어보자: 강지호라는 사람이 갑자기 2000년으로 환생했다. 이 '환생'의 스토리 역시 장르소설의 줄거리처럼 실생활에서 능욕의 경지에 빠진 약자들이 합리적인 조건에서 능욕자들을 능욕할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기괴한 쾌감에 의해 움직인다. 이 인물의 형성은 도덕적인 이상적 인격에 대한 추구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부'와 인연이 없는 대다수의 소인물들의 내면의 '무능하고 분노'에서 비롯된다. 수없이 많은 혐오를 겪으면서 형성된 '사회적 열등감'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10) 승부욕', ''권모술수', '현혹'등은 모두 ''디스코 엘리시움'안에서 활용되는 스탯 명이다. 11) https://www.douban.com/game/26935092/comments 12) 슬라보예 지젝 저, 주우(朱羽) 옮김, <뇌 속에 헤겔을 연결하라>, 시베이대학출판부, 2023년 10월, 17페이지 13) Elaine Baldwin 저, 타오둥펑 옮김, <文化研究导论 Introducing Cultural Studies>, 고등교육출판사, 1991년작/1994년 번역, 153-154페이지. 14) 슬라보예 지젝: 《가면과 진실: 라캉의 7교시》, 탕젠 옮김, 구이린, 광시사범대학 출판부 2022년.제IV-V페이지. 15) 슬라보예 지젝: <가면과 진실: 라캉의 7교시>, 탕젠 옮김, 구이린, 광시사범대학 출판부, 2022년, VI 페이지. 16) 슬라보예 지젝: <가면과 진실: 라캉의 7교시>, 탕젠 옮김, 구이린, 광시사범대학 출판부, 2022년, VI 페이지. 17)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는 비교적 엄격한 게임 검열을 하고 있는데, 유명한 검열 기관으로는 ESRB, CERO, USK 등이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난카이대학 문학원 교수) 저우즈창, 周志强 (활동가, 작가) 홍명교 활동가, 작가. 사회운동단체 플랫폼C에서 동아시아 국제연대와 사회운동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를 썼고, <신장위구르 디스토피아>와 <아이폰을 위해 죽다>(공역) 등을 번역했다.

  • [인터뷰]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만들어내는 게임 문화: PUBG UX 유닛 한수지 실장,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

    그러나 오늘날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보이스 채팅이 생기고, 다양한 방식의 전술적 소통 방식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이런 변화는 게임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게임의 재미와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PUBG의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과 UX 유닛 한수지 실장을 만나고 왔다. < Back [인터뷰]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만들어내는 게임 문화: PUBG UX 유닛 한수지 실장,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 14 GG Vol. 23. 10. 10. 2005년 스타리그 듀얼 토너먼트 , 임요환과 문준희의 경기는 스타리그에 채팅을 금지시켰던 경기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 본진이 좁았던 포르테 맵에서 임요환이 몰래 멀티를 한 뒤 , “좁아 ㅠㅠ”라고 채팅을 쳐서 상대의 방심을 유도했던 것이다 . 이 경기는 당시 게임 문화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텍스트 채팅은 오랜 기간 우리의 게임 문화를 만들어 온 수단이자 ,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 그러나 오늘날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 보이스 채팅이 생기고 , 다양한 방식의 전술적 소통 방식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 이런 변화는 게임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게임의 재미와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 PUBG 의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과 UX 유닛 한수지 실장 을 만나고 왔다 . 특히나 텍스트 채팅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담당하는 실무진들은 위와 같은 고민을 심도 깊게 하고 있었다 . 이경혁 편집장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한수지 실장 : 안녕하세요 . 저는 PUBG 스튜디오에서 배틀그라운드 인게임 , 아웃게임 두 공간에서의 유저 경험을 설계하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한수지라고 합니다 . 이경혁 편집장 : 말씀하신 지점에서 인게임 , 아웃게임이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 한수지 실장 : 저희는 아웃게임이랑 인게임을 구분하고 있어요 .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공간을 저희는 인게임이라고 부르고 있고 , 로비나 상점 이런 것들이 있는 곳을 아웃 게임이라고 말을 하고 있고요 . UX 유닛은 그런 공간을 책임지고 설계하고 , 구현하는 곳이에요 . 문휘준 팀장 : 네 . 저는 UX 유닛에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환경을 디자인하고 있는 문휘준 팀장입니다 . 이경혁 편집장 : 반갑습니다 . 그러면 저희가 그래픽을 하는 팀과 화면 설계를 하는 팀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 한수지 실장 : 네 . 크게는 UX 와 UI 로 팀이 나뉘어있고 , 그 팀들이 하나의 유닛으로 묶여있는 단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오늘은 저희가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영역들에 대해 질문을 좀 드리고 싶은데요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인게임과 아웃게임을 구분했을 때 , 아웃게임에서는 상대적으로 유저들의 소통이 좀 적은 편일까요 ? 한수지 실장 : 보이스 채팅 기준으로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 하지만 로비에서도 텍스트 채팅이 있어서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고요 . 모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 로비에서도 같이 이모트로 소통을 할 수 있어요 . 그래서 한 명이 춤을 추면 따라 춘다거나 박수를 치는 이모트를 통해서 상호작용을 할 수가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렇군요 . 배그를 즐겨 했는데도 그건 몰랐네요 . 이모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 그 이야기를 좀 먼저 여쭤보고 싶은데 , 사실 저는 플레이를 하면서 돈 주고 샀을 때 가장 기뻤던 순간이 아이돌 댄스였거든요 . 그냥 혼자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따라서 출 수 있잖아요 . 이건 어떤 의도로 기획을 하셨을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그 영역이 다른 회사랑 조금 다른 것 같아요 . 다른 게임은 팀원끼리만 인터랙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 그런데 저희는 이모트를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근처에 있는 누구나 바로 인터랙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 경험을 좀 나눌 수 있게 하려 했던 점이 특이사항일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이모트로 이용자들이 상호 소통을 할 때 , 제작자의 의도와는 굉장히 다르게 쓰이는 경우들도 좀 있을까요 ? 예를 들어 상대를 모욕하는 데 쓰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 문휘준 팀장 : 좀 민망하지만 , 슈팅 게임에서 티배깅 ( 죽은 상대 앞에서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 ) 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잖아요 ? ( 일동 웃음 ) 그래서 저희는 이모트나 의사소통 수단을 ‘이렇게 써주세요’하고 절대 제한하지는 않고요 . 다만 , 실제로 너무 도발성이 강한 자세들은 제작 과정에서 보류되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제작할 때 그런 고려가 들어가는군요 . 문휘준 팀장 : 네 . 그래도 게임의 재미 역시 중요하고 , 상대 팀이 죽었을 때 막 기뻐하는 것도 재미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 그 정도는 사람들끼리 그냥 웃으면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어떻게 보면 그 적당한 선이라는 게 참 애매하잖아요 .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까지는 아닌지 내부에서 논의를 할 때 기준을 두기가 어렵진 않으세요 ? 문휘준 팀장 : 확실히 조금 모호하죠 . 그래서 가장 먼저 성적인 표현이나 너무 잔인한 살인 행위처럼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를 벗어난 표현은 최대한 배제하고 , 거기서부터 ( 논의를 ) 시작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러면 감정 표현을 만드실 때 , 여러 기준을 고려하면서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것도 쉽진 않으시겠네요 . 문휘준 팀장 : 네 . 그리고 아까 아이돌 이야기를 하셨는데 , 사실 저작권이 굉장히 복잡해요 . 일반적으로 소속사에 전화해서 저작권료를 지불하면 될 거라고들 생각하시지만 , 실제로 들여다보면 춤 저작권은 이 회사에 있고 , 노래 저작권은 저 회사에 있고 , 가수에 대한 저작권은 또 다른 곳에 있는 식의 케이스가 많은 거죠 . 그래서 하나를 사오려면 여러 군데랑 협의를 해야 하는데 , 그 과정에서 엎어진 케이스도 굉장히 많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렇군요 . 그럼 만들어진 결과물 중에서 제작자로서 뿌듯했던 것이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제가 이모트를 많이 담당해서 할 말이 많은데요 . 이전에 ‘그랜절’의 아이디어를 기획팀에 전달드렸었거든요 . 그런데 ‘아이디어는 좋은데 너무 한국 한정 콘텐츠라서 이것이 적절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 그래서 재차 설득을 할 때 , “요가 자세 중에서도 비슷한 자세가 있으니 , 한국은 ‘그랜절’로 하고 외국은 요가로 나가면 재밌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해서 , 저희 그랜절을 보시면 이모트 이름은 ‘최고의 예의’지만 , 요가랑 섞어놨어요 . 그렇게 만들었더니 호응도 굉장히 좋았고 , 유튜버들도 많이 좋아했어요 . * 배그 이모트 중 하나인, ‘최고의 예의’. 이후 다리를 벌려 내려오는 동작이 요가 동작과 흡사하다. 이경혁 편집장 : 그런 것을 만드시려면 사실 레퍼런스도 많이 보시고 , 스터디도 엄청나게 하셔야 하잖아요 ? 주로 뭐를 보세요 ? 문휘준 팀장 : 저희가 동작을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부서는 아니지만 , 그래도 옆에서 봤을 때 , 가장 요즘 핫한 댄스나 쇼츠 같은 것들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 한수지 실장 : 아무래도 쇼츠나 틱톡 같은 데서 유행하는 것들을 모션화 하는 것이 제일 인기도 많고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더라구요 . 이경혁 편집장 : 쇼츠 같은 경우는 굉장히 트렌드가 짧기 때문에 제작 기간의 압박 같은 것도 느끼실 것 같은데요 . 문휘준 팀장 : 그렇죠 . 그래서 이건 나가면 좋겠다 싶은 것들은 좀 타이트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제한은 없습니까 ? 배틀그라운드 같은 경우에는 신체가 결국 총 맞는 피격 부위다 보니까 이모트 동작이 실제 게임에 영향을 주게 되는 지점들에 대한 제한이요 . 문휘준 팀장 : 히트박스라 하잖아요 . 이게 완벽하게 인간의 신체처럼 돼 있지는 않거든요 . 그래서 예전에 포트나이트에서 문제가 됐던 영상이 막 허리를 양쪽을 흔들면서 총알을 피하는 영상이었거든요 . 그런 맥락에서 저희 내부에서도 미팅이 있었는데 , 그건 진짜 우연으로 겨우겨우 만들어낸 상황이고 , 설령 그걸 성공한다고 해도 게임의 재미 중 일부라고 결론을 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것들이 또 게임이 주는 재미가 될 수 있죠 . 다음으로는 이모트 외에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에 대해서도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 초창기에는 3D 핑이 없었던 걸로 제가 기억을 하는데 , 어느 날부터 업데이트가 되었잖아요 ? 그런 기능을 만드시게 된 과정에서의 고민을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 한수지 실장 : 사실 ‘퀵 마커’라고 하는 3D 핑 같은 경우에는 ,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이루어지고 만들어진 기능인데요 . 그런데 아무래도 이 기능이 생기면 게임의 난이도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 처음에는 바로 적용해도 될까 ? 라는 측면에서 고민이 다들 컸죠 . 그런데 이제는 게임이 출시된 지 시간이 좀 지나서 , 기존 유저들도 많이 익숙해졌고 해서 , 이 기능이 들어가도 게임의 난이도에 많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 또 신규 유저들 같은 경우에는 게임의 방위나 ( 지도상에 찍는 ) 핑 같은 개념을 인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 그분들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도입된 이유도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비슷한 맥락에서 물건을 팀원에게 던져주는 기능도 언젠가 업데이트가 되었잖아요 ? 그것은 상호작용을 좀 더 늘리기 위함에서의 목적이셨는지 아니면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였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 기능 자체로는 보이스 채팅으로 ‘탄약을 떨어뜨려 줘’라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 요청하고 던져주는 재미를 일부러 넣으신 걸까요 ? 한수지 실장 : 사실 두 개 다죠 . 재미도 재미지만 , 저희 게임이 물건을 짚고 다시 자기한테 장착하는 과정이 다른 게임이랑 다르게 어렵잖아요 . 엄청 급박한 상황에서 둘 다 화면을 가려야 되고 . 그러느니 필요한 게 있으면 그냥 바로 던지기로 전달해주자고 해서 전투에서 좀 유리하게끔 하는 것도 있고 , 실제랑 같게 하려고 하는 것도 있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렇군요 . 여러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적 요소들을 고민하고 계시네요 . 확실히 배그의 경우에는 난이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 그런 맥락에서 인게임 상황에 텍스트 채팅이 안 되게 하신 것도 특정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 한수지 실장 : 텍스트 채팅은 어느 게임이나 다 있는데 , 저희의 특수성 같은 경우에는 이제 긴급한 상황 속에서 긴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잖아요 ? 그래서 보이스 챗으로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첫 번째로 했었고 , 두 번째로는 저희가 엄청 다국어를 많이 지원을 하고 있어요 . 그렇다 보니까 언어가 다른 상황에서는 채팅기능을 지원해봤자 소통이 안 되잖아요 .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소통하게 할까 하다가 그러면 그냥 자주 쓰는 언어를 라디오 메시지로 만들어서 쓰게 하자 . ( 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 그리고 라디오 메시지로 빠르게 소통하게 만들어서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자는 목적에서 어떻게 보면 텍스트 채팅을 제한한 것도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배그가 인게임에서 상대 팀하고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은 사실 조금 더 제한적이잖아요 . 라디오 메시지 같은 것도 상대 팀에게는 가지 않고요 . 그렇게 디자인하신 이유 같은 것들도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게임 초기에 기획되었던 기능이라 의도를 단언하긴 어렵지만 , 좀 더 전투나 팀원들에 대한 협업에 더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서지 않았을까 싶어요 . 그리고 어뷰징 요소도 있었을 것 같아요 . 솔로인데도 팀전처럼 하시는 분들도 예전에는 있었거든요 . 거기서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수단이 제공된다면 그것도 굉장히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거든요 . 이경혁 편집장 : 음성 채팅이 되면서 사실 저는 텍스트 채팅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 음성 채팅을 하려면 물리적인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 예전에 MMO RPG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 인터페이스가 들리기도 하고 , 안 들리고 하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많았었거든요 . 실제로 그런 어떤 민원들이나 이슈들이 좀 있었나요 ? 한수지 실장 : 저희가 지금 제공하는 보이스 솔루션 같은 경우에는 그런 문제는 잘 없기는 했어요 . 다만 , 이용자에 따라서 디스코드 같은 방식을 더 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 그래서 저희는 인게임 보이스는 제공을 하되 , 편한 솔루션이 따로 있다면 그것을 쓰셔도 상관이 없다는 취지로 양쪽 다 허용을 하고 있죠 . 이경혁 편집장 : 저도 사실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게임을 하고 있고 , 특히 아는 사람끼리만 할 때에는 디스 코드가 훨씬 편한 것 같아요 . 다만 , 실제로 저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니까 , 모르는 사람과 함께 플레이를 할 때도 있을 건데 , 이럴 땐 이모트 같은 수단만으로는 배틀그라운드의 팀플레이를 정확히 할 수 없는 거잖아요 . 그래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고민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 문휘준 팀장 : 네 . 그래서 인터페이스 장치를 좀 더 보완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커버해 줄 수 있도록 계속 만들고 있고요 . 아까 라디오 메시지랑 또 연계되는 게 텍티컬 맵마커 (Tactical map marker: 핑의 종류를 구분하여 찍을 수 있는 전술 맵마커 ) 라고 , 이런 것도 라디오 메시지랑 연동해서 좀 더 연동성 있는 UX 환경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어요 . 한수지 실장 : 웨이포인트 ( 맵에 경로를 표시하여 공유하는 기능 ) 도 유저분들이 많이 쓰시는데 , 그 장점은 그런 것 같아요 . 방향이라든가 화살표가 나오니까 언어가 꼭 같지 않아도 전략을 짜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도 괜찮은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 유저들도 거의 필수적으로 쓰시고 있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말씀을 들어보면 그게 되게 큰 것 같네요 . 기본적으로 게임 규칙 자체는 비언어니까 모두가 공용으로 쓸 수 있는데 , 팀 플레이를 하려면 언어가 필요하고 , 거기서부터는 서로 차이가 나오니까 그걸 맞춰주는 작업이 굉장히 두꺼울 수밖에 없겠네요 . 이경혁 편집장 : 조금 재밌는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 ,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에서 즐겁게 하려는 목표가 있고 , 승리의 목표도 있을 건데 , 이 둘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총을 잘 쏘는 것과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것의 비중을 본다면 뭐가 더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 문휘준 팀장 : 옛날에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 왜냐하면 다들 잘하지 못했고 , 맵도 크고 하니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토론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그런데 이제 저희가 서비스를 오래 하면서 , 맵도 익숙해지고 . 어느 정도의 황금 루트 같은 것들이 공유되면서 요즘에는 그냥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도 같아요 . 다만 , 모든 총기 게임이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유저분들을 헷갈리게 하는 요소를 넣으려고 하거든요 . 예를 들어 맵의 위치를 조금씩 바꾼다든가 , 너무 유리한 고지를 없애버린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 저희도 그런 고민을 하면서 총기 밸런싱을 하기도 하고 , 유저들이 너무 고이지 않게 장치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지점은 확실히 배틀그라운드가 다른 게임에 비해서는 덜 보이는 것 같아요 . 문휘준 팀장 : 왜냐하면 저희는 우연성이 굉장히 큰 장르여서요 . CS:GO( 카운터 스트라이크 : 글로벌 오펜시브 ) 같은 거 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 유명한 철문 있잖아요 . 그냥 빼꼼하면 죽는 거거든요 . ( 일동 웃음 ) 저희는 우연성이 중요하다 보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 , 실제로 유명 유튜버들의 영상을 봐도 낙하산 타고 내려오자마자 죽는 경우도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배그는 그 재미죠 . ( 웃음 ) 다른 게임 이야기가 나와서 드리는 질문인데 , 우리 게임에 뭘 넣을지 고민하다 보면 다른 게임의 케이스를 공부하셔야 하잖아요 ? 실무자의 입장에서 인상 깊었던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가 있으실까요 ? 문휘준 팀장 : 제가 느끼기에 가장 멋있었던 사례를 이야기해드리자면 , 데이즈 (DayZ) 같은 경우에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픈 월드 장르를 표방하는 게임인데 , 메타버스적인 그런 요소를 하고 싶었나 봐요 . 그래서 보이스 채팅도 게임의 리얼한 월드의 일부라고 생각을 하고 접근을 했고 , 그런 걸 요즘은 전문용어로 프록시미티 챗 (Proximity chat: 근접 채팅 ) 이라고 하더라고요 . 그런 맥락에서 이 게임은 근방 2m 안에 있는 사람만 직접적인 보이스 채팅을 할 수 있다든가 , 멀리 있는 사람한테 말을 건네고 싶으면 확성기를 구해서 말을 한다든가 , 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헬멧을 쓰고 있으면 목소리가 뭉개져서 나간다든가 하는 설정이 굉장히 리얼리티함을 더해서 멋있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지점에서 배그라는 게임이 갖고 있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인게임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에 대한 고민이 또 달라지실 것 같아요 . 그렇다고 팀원이랑 소통을 막는 것도 어려울 것이고 , 반대로 게임이 시작되었는데 MMORPG 처럼 전체 외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어렵잖아요 ? 이 공간은 리얼한 게임 공간이어야 하기에 , 어떤 커뮤니케이션은 제한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실 것 같은데 , 관련해서는 어떤 고민들이 있으셨어요 ? 한수지 실장 : 그런 지점에서는 ‘시작 섬’ 같은 곳이 저희의 특이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 저희는 게임에 접속하면 그냥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 시작 섬에 일단 모여 있다가 비행기를 타고 , 그 다음에 낙하산으로 내려서 각자도생을 하는데 , 시작 섬 같은 경우에는 비행기 타기 전이니까 예전에는 저희가 보이스 채팅을 다 열어놨어요 . 그때는 본격적으로 배틀 로얄을 하기 전에 스몰 토크를 하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는데 , 이게 의도랑은 다르게 핵 광고를 한다거나 욕을 무차별적으로 한다거나 하는 행위들 때문에 유저분들의 피로감이 높아져서 그걸 없애게 되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래서 시작 섬이 고요해진 것이군요 . 한수지 실장 : 대신에 이제 재미를 주려고 , 축구공을 넣는다든지 , 비켄디에 가면 눈덩이를 던질 수 있게 한다든지 , 요새는 차 스킨을 내고 있어서 맥라렌이나 애스턴마틴 차를 타게 해본다든지 그런 식으로 좀 긴장도 풀고 스쿼드 원의 옷 스킨을 입어본다던가 할 수 있는 인터랙션 요소들을 넣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어떻게 보면 시작 섬의 1 분이라는 시간이 이 게임의 가장 평화로운 순간일 텐데 , 그 안에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제한하거나 제공하면서 게임의 분위기를 만드시는 지점이 있으신 거군요 . 한수지 실장 :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한 40 분 정도는 긴장을 하고 , 마우스를 잡고 있어야 하니까 , 그전에 좀 릴렉스하면서 팀원들이랑 지도를 보며 , 어디서 내릴지 , 동선은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구요 . 그때까지만이라도 마음 놓고 편하게 이야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의도도 있는 거구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데 한편으로 저는 맥라렌이 나오면서 게임 섬 분위기가 조금 바뀐 지점도 있거든요 . 이전에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친구들이랑 같이 계획하고 , 평화로웠는데 , 맥라렌이 나오는 순간부터 워낙 시끄럽다보니까 오히려 전투 의지를 불태우는 그런 변화도 있었는데요 . ( 웃음 ) 그런 지점도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에서 의도하신 것인가요 ? 문휘준 팀장 : 사실 그건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이라기보단 상품 쪽에서 담당한 거예요 . 부분 유료화로 저희가 전환을 하면서 아무래도 유료 상품에 대한 홍보의 차원이 들어간 것이기도 하고요 . * 시작점에서 팀원들이 함께 군무를 추고, 다른 사람들이 엄지를 날리며 구경하고 있는 모습. 2초 뒤에 이들은 서로 총을 겨눈다. 이경혁 편집장 : 다음으로는 게임 안에서의 소통을 좀 여쭤보고 싶은데 , 실제 게임에 들어갔을 때의 보이스 채팅을 보면 사람들이 반드시 게임에 필요한 이야기만 하지는 않더라고요 .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워낙 친한 사람들끼리 하다 보니까 , 애 키우는 이야기나 일상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 문휘준 팀장 : 맞아요 . 유튜브 콘텐츠가 흥하는 게 , 다른 게임의 경우 너무 빠르니까 , 말을 하고 싶어도 눈만 매섭고 클릭 소리밖에 안 들리는데 , 저희는 진짜 5 페이지 정도 가기 전까지는 자신이 뭘 먹었는지 등등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면서 유저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있고 , 지루할 때쯤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때문에 , 그런 호흡들도 유튜브 콘텐츠들과 잘 맞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 실제 유저들도 초반에는 그냥 친구들이랑 스몰 토크하면서 놀다가 , 후반에 집중해서 싸우고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배그라는 게임 자체의 텐션이 선형으로 올라가기보다는 특정 텀이 있는 것 같아요 . 낙하산 떨어져서 잠깐 되게 긴장했다가 소강되면 흩어져서 서로 안 보이고 . 그런 사이사이에 게임의 텐션이 떨어지는 순간을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을 좀 메운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렇게 게임 밖으로 빠져 있지 않은데 , 텐션은 내려와 있는 상황이 배그 말고 다른 게임에서도 보신 적이 있으세요 ? 한수지 실장 : 마비노기가 좀 비슷한 것 같아요 . 수다노기 시절에 던젼 들어가서 친구들이랑 모닥불 피워놓고 놀고 . 문휘준 팀장 : 그런 케이스도 있었던 것 같네요 . WoW 시절에 팀보이스로 소통을 하는데 , 당시에는 커뮤니티에서 같이 게임하실 분을 소집했었어요 . 그러면 유명하신 분들이 있어요 . 유튜브가 없던 시절인데 , 그분이랑 게임을 하면 거의 유튜브 하나 찍는 거예요 . 그분이 와서 계속 떠들어요 . 자기가 살아왔던 썰을 풀고 , 웃겼던 썰 풀고 하니까 게임하는데 , 라디오 들으면서 게임하는 재미가 있었대요 . 이경혁 편집장 : 일종의 엠비언트이면서 게임하고 붙어있지만 또 떨어져 있는 순간들 . 그런 게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네요 . 운전하면서 라디오 듣듯이 게임하면서 반드시 게임에 관련된 커뮤니케이션만 있는 게 아닌 커뮤니케이션 . 그런 게 배그의 보이스 채팅이 아닌가 싶어요 .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게임보다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배그에서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을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저희가 사례나 지표 같은 걸 보는 부서는 아니지만 , 그런 사례가 나타났을 때 어떤 식으로 UX/UI 측면으로 커버할 수 있을까를 기획팀과 같이 고민하는 역할이거든요 . 그래서 비슷한 사례로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싫어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었어요 . 그리고 그런 것들을 막을 수 있는 옵션도 제공을 하고 있어요 . 크게는 두 가지가 있는데 , 하나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을거라고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요 . 다만 , 다른 팀원들이 그런 의사를 알 수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아예 아이콘으로 유저들한테 보여줘요 . 마이크 차단 버튼이 떠서 ‘나는 소통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이렇게 명확하게 알려주는 그런 기능을 넣었어요 . 그렇게 해도 핑을 찍거나 포인트를 잡는 것으로 소통을 하고 있고요 . 두 번째로 라디오 메시지 같은 경우에는 불필요한 데이터를 악용할 수 있다는 걸 내부 테스트로 사전에 확보를 했거든요 . 그것도 굉장히 게임이 진행이 안 좋아요 . 게임 프레임에 영향을 줄 수 있고요 . 예전에 오버워치에도 그런 핵이 있었어요 . 불필요한 데이터를 날려서 사람들을 굳어지게 하고 , 나는 더 유리한 위치로 가는 핵도 있었거든요 . 저희는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양의 불필요한 매크로 채팅이 올라오면 차단하는 기능이 있고 아예 꺼버리는 옵션도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트래픽을 일으켜서 그걸 핵으로도 쓰는군요 . 정말 연구들을 정말 많이 하네요 . 한수지 실장 : 상상력이 뛰어나죠 . ( 웃음 ) 이경혁 편집장 : 다른 수단들도 좀 그렇게 악용되는 케이스가 있나요 ? 예를 들어 맵에 포인트 찍는 이런 기능을 갖고 악용을 한다거나 . 문휘준 팀장 : 웨이포인트도 내부에서 테스트를 할 때 처음에 의견을 내신 분은 좀 자유롭게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었거든요 . 그런데 테스트를 해보니까 그걸로 욕을 쓴다거가 , 이상한 그림을 그린다거나 , 무의미하게 화면을 꽉 채운다든가 그런 행동이 가능한 걸 감지를 했고 , 그래서 서비스할 때는 개수를 제한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결국 인간이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니까 , 예측할 수 없는 사용 방안이 나올 것 같은데 ,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운영하실 때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 문휘준 팀장 : 그렇죠 . 회사마다 방침이나 의지가 틀릴 건데 저희 회사는 그런 거를 좀 명확하게 제재하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있기 때문에 , 아까 말씀드린 기능들이나 보안 장치들을 사전에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배그라는 게임을 이제 중심으로 좀 얘기를 해보다 보니 , 텍스트 채팅이 없다라는 특이점이 굉장히 재밌는데요 . 두 분 다 텍스트 채팅하는 게임의 시대를 겪어보셨을 텐데 , 지금 담당하고 있는 게임에서 텍스트 채팅이 빠졌다는 것에서 느끼는 좀 차이점이 있으실까요 ? 문휘준 팀장 : 제가 느끼기에는 이제 예전 게임에서는 채팅으로 정말 재밌게 많이 놀았어요 . 재밌는 얘기도 많이 하고 , 인간미 넘쳤던 사례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 그런데 거꾸로 다짜고짜 욕을 한다든가 , 부적절한 얘기도 굉장히 많았었던 걸로 기억해요 . 그런데 그때랑 지금이랑 좀 다른 것은 그때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 부적절한 상황들도 ‘그냥 게임이니까 그런 거야’하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 이제는 사회가 발전되었고 , 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행해지는 행위도 법적으로도 제재가 되고 인정이 되는 세상까지 왔잖아요 . 그래서 온라인 세상에서도 그런 행위를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 유저들도 자각을 하게 되고 , 게임사도 방지책을 준비하고 운영해야 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지점에서 클랜 서비스 같은 걸 업데이트 하신 것도 방지책의 일환일까요 ? 문휘준 팀장 : 네 . 있을 것 같아요 . 왜냐하면 좋은 클랜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많이 들어갈 거고 , 여기서 나쁜 짓을 하면 쫓겨날 거기 때문에 서로 젠틀하게 게임을 하는 걸 유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도 좀 드는데 , 회사 입장에서는 결국 몇몇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행위를 막기 위해 뭔가를 만드는 것도 비용이잖아요 .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닌가요 ? 문휘준 팀장 : 그쵸 . 그거에 들어가는 개발 비용도 있을 거고 , 유지 비용이 제일 클 수 있죠 . 한수지 실장 : 텍스트 채팅만 있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저희가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좀 많기 때문에 더 복잡도가 있는 거는 맞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끼는 베틀그라운드의 재미는 50% 이상이 커뮤니케이션이었거든요 . 제작하시는 쪽에서도 그런걸 기획하시는 거죠 ? 한수지 실장 : 네 . 소통도 있고 , 이제 경치가 좋다보니 구경하면서 맵을 탐험하는 재미도 저희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 중 하나예요 . 이경혁 편집장 : 요즘에는 AI 도 많이 늘었잖아요 ? 어떻게 보면 한 게임에 들어올 수 있는 실제 사람 플레이어의 숫자는 예전보다 좀 줄었을 수 있는데 , 그러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확실히 빈도가 좀 떨어지게 되는 걸까요 ? 한수지 실장 : 그런데 캐주얼 매치라고 해서 12 명의 일반유저와 88 명의 AI 가 섞여서 싸울 수 있는 맵에서는 오히려 더 좋아하시는 것 같기는 해요 . 왜냐하면 나랑 같이 하는 친구들이랑 계속 얘기를 하면서 이제 교전하는 재미도 같이 느낄 수 있으니까 . 난이도도 조금 낮기도 하고 . 그래서 그걸 두 개를 다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캐주얼 매치에서 그 재미를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마지막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 두 분 다 텍스트 채팅 시절을 다 경험해 보셨잖아요 . 세이클럽이나 하늘사랑 (skylove) 같은 곳에서 텍스트 채팅의 설레임을 느껴본 세대이실 것 같은데 , 어떻게 보면 텍스트 채팅이 점점 없어지고 있잖아요 . 배틀그라운드가 되게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기도 하고요 . 그런 지점에서 텍스트 채팅 시절을 좀 기억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 문휘준 팀장 : 저의 경우에 , 예전에는 그런 게 굉장히 신기했고 , 신문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만 한정되어 소통했던 분위기였는데 , 이제는 온라인 채팅의 영역이 굉장히 커졌잖아요 . 지금은 채팅 공간이 너무 당연한 공간이고 , 좋은 글도 써주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글도 굉장히 많고 , 그런 지점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 그래서 이제는 다음이라든가 네이버에서도 일부는 아예 댓글을 막는 솔루션도 제공을 하잖아요 . 그런 차원까지도 왔다고 생각해요 . 게임도 그렇고 . 즐기러 왔는데 욕을 들으면 굉장히 기분이 나쁘잖아요 . 그런 것들을 피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변화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어렵겠구나 생각이 드네요 . 혹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 문휘준 팀장 : 제일 중요한 게 있습니다 . 저희 배그를 많이 사랑해주세요 . ( 웃음 ) 한수지 실장 : 그리고 저희가 이번 12 월에 굉장한 업데이트와 콘텐츠들이 준비되어있으니 많이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 웃음 ) Tags: PUBG,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의사소통, 감정표현, 이모티콘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게임과 예술: 게임 플레이 경험을 깊이있게 만드는 것은 가능한가

    ‘게임은 예술인가’라는 질문은, 그 질문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합리적인 대답을 기대한다면 생산적일 수 없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게 되는 “미적 경험(aesthetic experience)”에 대한 사유가 게임을 예술 또는 비예술로 분류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접근 방법임을 주장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 Back 게임과 예술: 게임 플레이 경험을 깊이있게 만드는 것은 가능한가 12 GG Vol. 23. 6. 10. You can see this article's english version at below URL: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match=id:229 ‘게임은 예술인가’라는 질문은, 그 질문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합리적인 대답을 기대한다면 생산적일 수 없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게 되는 “미적 경험(aesthetic experience)”에 대한 사유가 게임을 예술 또는 비예술로 분류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접근 방법임을 주장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적 작품이란 곧 미적 경험의 주입과 같은 것이 아닌가요?” 이에 대한 대답은 ‘당연하다’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와 같은 ‘경험’의 유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게임이 다양한 감정을 지닌 주인공이 겪게 되는 복잡다단한 내면의 상태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면, 우리는 게임을 문학이나 철학적 작품과 비교(하고 또 그에 따라 판단)하고자 할 것이다. 나의 제안은 (게임의) 예술적 지위 여부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벗어나 그 경험을 조망함으로써 관심의 초점을 (기껏해야 미심쩍을 뿐인 목표인) 게임의 고급 문화로의 편입으로부터 보다 심오한 게임플레이 경험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플레이 경험 깊이의 심화라는 목표는, 우리로 하여금 그 경험에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면서 게임이 기존의 경험적 한계를 넘어서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미학’ 그리고 ‘경험’ 게임은 멀티미디어 작업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게임은 숙련된 개인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져 단일 매체의 경계를 가뿐히 넘어서는 종합예술(Gesamstkunstwerks)라 부를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우리는 그 초점을 전체적인 경험에 맞추거나, 또는 시각적 재현이나 애니메이션, 레벨 디자인, 대사, 음악 등 보다 협소한 부분에 맞출 수 있다. 여기서 내가 ‘경험’이라 칭한 것의 개념은 ‘미학(또는 미적인 것)’의 개념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통해 드러날 수 있는데, 그 의미는 다원적이다. 서양 미학은 일반적으로 아이스테시스(aísthēsis, 감각 및 그로부터 얻는 분별력)과 노에시스(noesis, 순수하게 지적인 이해 또는 이성의 적용)을 구분해왔다. ‘미학’은 종종 ‘감각(sensation)’, ‘지각(perception)’ 및 ‘판단(judgement)’의 개념이 중첩되어 확장된 방식으로 이해되곤 하는데, 여기서 감각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감각적 경험을 통해 얻는 것이고, 지각에서는 관찰자의 활동이 대상을 인식하거나 인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며, 판단의 경우 미학적 판단이 개념이나 이성의 적용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닌다. ‘게임 미학’이란 컴퓨터게임, 디지털게임 또는 비디오게임이 지니는 특별한 독특성을 함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게임 미학은 ‘게임의 플레이란 어떤 느낌인가’와 같은 게임플레이 경험의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감각을 통해 특정한 유형의 경험이나 인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는데, 미학적 관점에서 연구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지속적으로 소위 ‘고급’ 문화(high culture)와 대중문화(popular culture)간의 연속성을 주장해왔다. 듀이의 생각은 인간이 분열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와 같은 분열은 우리의 (감정적, 지적, 감각적) 능력이 서로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지 못하도록 구획되거나 분리될 때 발생한다. 이 분열은 ‘예술’의 영역이 ‘생활’의 영역과 분리된 것으로 여겨지는 순간에 발생하는데, 예컨대 미술 갤러리나 오페라 하우스 같은 지정된 공간에 진입할 때에만 미적 경험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그리고 그 외부에서는 미적 경험이 불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그 순간에 발생한다. 이러한 인식은 결국 그 외의 다른 모든 경험들을 비(非)미적인 것으로 방치하는 것이자, 심지어는 임금을 벌거나 집 청소하기, 건강 유지, 친구와의 대화 등 다양한 여타의 경험들을 직접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적인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거기에는 다른 어떤 가치도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즉각적인 경험(immediate experiences)이 향상되면서 미적 경험이 개인의 주요 관심사와 삶에 통합될 때 가능한 풍요로움을 놓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가, 큐레이터, 비평가들을 탓하자는 뜻은 아니며, 예술세계에 우리의 경험을 깊이 있게 발전시킨 작품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 그러한 작품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예술세계를 분리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원하는 금전적 이해관계가 실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비/예술의 구분을 짓는 권력을 공고히 하고 ‘이것이 예술이다’라는 상징적 지위를 부여하는 권능은 현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게임은 예술인가?’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중요 가정들이 내재하는데, 이러한 가정들이 게임 플레이 경험에 대한 세밀한 주의력을 발전시키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우선 어떤 것이 예술 작품인지 아닌지를 추정할 때 적용되는 ‘예술’의 개념에 대한 가정이 있다. 이러한 가정은 이분법적으로 분류함으로써 질문의 확장을 억압할 수 있다. 둘째, ‘게임’을 단일한 카테고리로 묶는 가정이 있다. 이는 단일한 장르에서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게임플레이를 분석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대부분의) 다른 예술 작품들의 방식을 통해 식별이 가능한 객체 또는 작품이라고 보는 가정이 있다. 이러한 인식틀에서 (게임의 미적) 가치는, 게임플레이의 경험을 최대한 활성화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게임플레이에 들여오는 과정보다는, 개발자의 예술적 통찰이 담긴 표현에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다크 소울(Dark Souls, 2011, From Software)〉 같은 게임이 우울증에 대해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는데, 그와 같은 플레이어의 경험적 변화를 만들어낸 것은 긴 과정 동안 형성된 플레이어와 게임 간의 연결 속에서 플레이어가 가지게 된 심리적 상태(와 게임플레이에 대한 전념)였다. 비평가의 미학적 기준 지난 2005년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Roger Ebert)는 저자의 통제를 필요로 하는 문학이나 영화 등의 진지한 예술과는 달리, 본래적 속성상 플레이어의 선택을 요하는 게임은 예술의 위상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후에 이와 같은 발언이 바보같은 짓이었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에버트의 주장은 게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관점 - 게임은 유치하고, 세련되지 못하며, 즉각적인 만족을 충족시킬 뿐이며, 화려한 시각효과만 가득하고, 모호성을 배제하기 위해 정량화되고, 저속한 감정에 영합하는 것이라는 - 에 부합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수행했던) 로저 에버트의 주장에 대한 해체나 반박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의 본질을 강조하려 한다. 그 주장이란 예술의 지위를 진지하게 다투려면 게임이 다른 예술 형식들과 같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이와 같은 주장은 논쟁의 여지조차 없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며, 심지어 일부 게임 철학연구자들조차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예술 철학자인 그랜트 태비노어(Grant Tabinor)는 주로 게임을 예술로 간주할 수 있을지와 같은 존재론적 문제를 연구해왔다.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음에도, 그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일부 비디오게임만이 예술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접근 방식은 예술에 대한 기존의 정의에 기반하여, 게임이 해당 조건을 충족시키는지 여부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어떤 단일한 이론에만 의존하는 접근은 피하는 대신, 미적인 속성이 목록화된 ‘클러스터 이론(cluster theory)’의 방식을 취했다. 즉 목록의 미적인 속성 중 충분한 수를 충족시킨 게임은 예술작품이라 간주되는 것이다. 2009년의 저작 〈The Art of Videogames〉의 177페이지에서 태비노어는 미학자 베리스 거트(Berys Gaut)가 제시했던 클러스터의 정의를 언급하는데, 이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속성들에 부합하는 것을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것들은 예술 작품이 아니다: (1) 아름다움이나 우아함 등(감각적인 즐거움의 기반이 되는 속성)과 같은 긍정적인 미적 속성을 지닐 것, (2) 감정을 표현할 것, (3) 지적으로 도전적인 것(예를 들어 기존의 견해나 사고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 (4) 형식적으로 복합적이되 일관될 것, (5) 복잡다단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 (6) 개별적인 관점을 보여줄 것, (7) 창의적인 상상력을 수행할 것(독창적일 것), (8) 숙련된 고도의 기술로 생산된 인공물 또는 퍼포먼스일 것, (9) 기존 예술 형식(음악, 회화, 영화 등)에 속할 것, (10) 예술작품을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산물일 것 태비노어는 베리스 거트가 예술 작품이라면 이와 같은 10개의 조건을 전부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군집적인 정의를 구성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태비노어가 기존의 클러스터 이론이 제시한 이와 같은 조건들이 광범위하게 옳다는데 동의하는 것 - 그러한 이론이 세부 사항에 대한 수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을지라도 - 은 명백해 보인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 따라 그는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 1978, Taito)〉나 〈레드 데드 리뎀션(Red Dead Redemption, 2010, Rockstar San Diego)〉 등 게임계에서 클래식으로 인정받은 게임들을 예술적 지위에서 배제했는데, 왜냐하면 이 게임들은 클러스터 이론과 매우 부분적으로만 중첩되었기 때문이다. 〈Routledge Companion to Game Studies(p. 60)〉의 한 챕터에서 태비노어는 〈레드 데드 리뎀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레드 데드 리뎀션〉은 최신 게임 예술의 정점으로서 자주 거론되지만, 게임의 드라마나 내러티브는 섣부르게 흉내낸 파생적인 서부극에 가깝다. 영화로 치면 단호하게 B급이다. 많은 경우 게임의 서사나 캐릭터, 연기, 각본 등에서 낮은 수준이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승인된 예술에서 나타나는 세련됨의 정도에 도달하는 경우를 게임 중에서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상기의 글은 결국 〈레드 데드 리뎀션〉에 대해 ‘내러티브, 캐릭터, 연기, 각본’에 따라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그와 같은 요소들은, ‘상호작용(또는 그 고유한 속성을 지칭하는 다른 프레임)’에 의해 생성되는 게임플레이 경험의 리듬이나 느낌보다는, 클러스터 이론에 더 부합하는 것들이다. 결국 태비노어는 게임이 단순히 기존 예술형식의 파생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하나의 예술 형식이라고 보는 입장임에도, 클러스터 이론을 적용한 그의 주장은 기존의 예술 이론에서 나온 (미적) 속성의 목록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러한 속성들은 게임이 예술로서의 자격 - 심지어는 게임이 미학적으로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는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 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은 문화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수립된 것들이다. 결국 태비노어의 철학적 방법론은 이와 같은 결과로 이어져 버렸다. 게임으로 작업하는 예술가들은 게임플레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기존의 철학 분야만 게임플레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계는 중립적인 역사적 맥락 내에서 게임을 소개함으로써 게임플레이의 속성에 관한 문제를 우회하는 경향이 있다. 영국에서 최초로 열렸던 게임 전시는 2002년 바비칸 아트 갤러리(the Barbican Art Gallery)에서 열렸던 〈Game on: the History and Culture of Video Games〉였다. 미국의 스미소니언 미술관(The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또한 2012년 The Art of Video Games 전시를 통해 〈컴뱃(Combat, 1977)〉에서부터 〈리틀 빅 플래닛(Little Big Planet, 2011)〉까지의 과정을 역사적으로 접근했다. 또 다른 (우회) 전략으로는 게임의 아바타나 가상세계 거주의 개념, 게임의 표상적 측면 등 게임에 대한 이해에 있어 보편적인 측면들을 앞세우는 것이 있다. 미국의 아티스트 코리 아켄젤(Cory Arcangel)은 게임의 시각적 측면에 관념적으로 접근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게임-관련 예술(game-related art)’ 가운데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현대미술 박물관, 휘트니 박물관, 시카고 현대 미술 박물관 등지에서 전시되었다.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1983년의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모딩하여 푸른 하늘과 8비트의 하얀 구름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없앤 비디오 설치 작품 〈슈퍼마리오 클라우드(Super Mario Clouds)〉가 있다. 여기에는 마리오도, 쿠파도, 굼바도 없다. 이 작품에서 게임플레이는 시각적 명상(visual contemplation)을 위해 퇴치되었다. 아켄젤은 또한 2011년 바비칸에서 〈Beat the Champ〉라는 전시를 선보였는데,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간 순서대로 14개의 볼링 게임을 정렬한 이 설치 작품에서도 게임플레이는 배제되었다 . 전시 공간을 걸어가면서 관객은 볼링공이 핀에 부딪히는 소리가 아닌 거터볼(gutter ball)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는 점수를 낼 수 없도록 아켄젤이 볼링 게임들을 프로그래밍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갤러리의 관객들은 로저 에버트가 찬양했던 작가적 통제(authorial control)와 조우하게 된다.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실패)에 대한 사유를 유도하기 위해 디자인된 실패한 볼링 게임의 상황을 관객들이 오디오-비주얼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플레이의 경험적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실패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사회적 및 게임의 맥락이 거세된 (미리) 결정된 실패다. 전시회장에 전시된 콘솔의 존재는 - 해당 전시에서 게임 플레이는 단순한 녹화본이 아니었다 - 관객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없다는 불능성(inability)을 강조한다. 이 불능성은 게임플레이와 연계되어 발생하는 긴장과 불안, 춤을 추듯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의 움직임, 게임 리듬에 적응해가는 과정, 피할 수 없는 좌절, 그리고 어떤 게임이 가장 매력적인 게임플레이를 제공했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판단을 경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아켄젤은 게임을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들었으며, 이는 또한 그가 게임을 전시한 방식이기도 하다. 〈수퍼마리오 클라우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 예술성은 전시의 개념적이고 시각적인 측면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예술 세계에서 익숙한 언어다. 하지만 이는 분명 게임이 아니다. 하나의 경험으로서 게임플레이의 신체적 도전 또한 다뤄지지 않았다. * Image from: https://coryarcangel.com/shows/beat-the-champ 한편, 로비 쿠퍼(Robbie Cooper)의 설치작품 〈Immersion(2008)〉은 게임플레이를 핵심적인 관심사로 둔다. 이 작품은 전세계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들의 신체적인 반응을 기록한 것 인데, 아이들의 게임 플레이로 구성된 부분이 눈에 띈다. 플레이어 얼굴의 고화질 캡쳐는 플레이어들의 순간적인 마음 상태를 우리가 엿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이 작품에서 카메라는 마치 플레이어들이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는 듯한 위치에 놓여있다). 비록 바뀌는 게임 화면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신 게임에서 들려오는 사운드와 플레이어의 얼굴 표정 및 신체 자세 간의 대응을 볼 수 있다. 한 소녀가 격투 게임인 〈철권5: 다크 레저렉션(Tekken 5: Dark Resurrection)〉을 플레이하고 있다. 타격이 이어지면서 캐릭터들의 신음소리나 고함소리 등과 함께 특수 효과가 곁들어 진 사운드가 들린다. 우리는 게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맞출 수 있는데, 왜냐하면 〈철권〉을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움직임이 어떤 사운드를 내는지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쿠퍼의 주체들이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인지적으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으며, 또한 플레이어에 의해 어떤 행동이 수행되었으며 이후 그러한 행위가 플레이어-게임 간의 장치적 루프(machinic loop) - 즉 게임플레이 - 내에서 플레이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겪는 경험의 복잡성 및 그러한 경험이 플레이어의 신체적 존재감과 어떤 식으로 엮여들어가는지에 대해 우리가 주의를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 쿠퍼지만, 그 너머를 밝히는 것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거울을 들어 보여주기는 했지만 관련해서 주석은 달지 못한 셈이다. * Image from: https://robbiecooper.com/project/immersion 게임 경험을 발전시키기 위해 기존의 게임플레이 규범에 도전하는 인디 게임개발자들은 플레이어와 개발자들이 ‘좋은 게임플레이’ 모델로서 수용하여 일반화된 장르 경험을 인식시킴으로써 우리의 게임 경험을 발전시켜왔다. 그에 따라 그들은 현재의 게임 디자인에 있어서 진부해진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대안적인 경험은 무엇일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해왔다. 물론 보다 규모가 큰 개발사들도 이러한 시도를 해왔다. 나는 여기서 그와 같은 혁신의 역사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와 연관된 인디 게임의 사례들은 수없이 많고, 이에 대해서 다른 곳에서도 많이 논의가 되어왔으므로, 여기서는 간결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려 한다. 우선 〈언더테일(Under Tale, 2015, Toby Fox)〉은 어떤 상황에서 우리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유일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그리고 그것이 게임플레이가 생성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플레이어로 하여금 RPG라는 장르가 지녀온 가정을 대면하도록 만들었다. 〈브레이드(Braid, 2008, Number None)〉는 시간-기반 메카닉의 가능성을 열어젖히면서 많은 게임들에 영향을 미쳐왔던 인과성에 대한 생각을 재고토록 했다. 〈스탠리 패러블(Stanley Parable, 2013, Galactic Cafe)〉는 게임 내 반복성의 한계를 통해 선택과 자유의 문제를 다루면서 게임 속 자유가 궁극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다뤘다. 〈항아리 게임(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 2017, Bennett Foddy)〉는 플레이어가 ‘(스스로를) 이겨내는 것’이 가능한지, 아니면 그 자신의 자아 또는 ‘하드코어 게이머’로서의 정체성을 위해 자신에 대한 가혹한 기대 속에 갇히게 되는지를 통해 플레이어와 그 자신 간의 관계를 시험하게 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게임들이 게임플레이 경험에 대한 성찰을 유발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신중한 제안들을 기다려야 한다거나 게임의 예술로서의 지위나 미학적 경험을 그러한 게임들에 온전히 의지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깊이 있는 게임플레이 경험을 위해 일상의 삶과 예술을 통합하자는 존 듀이적 프로젝트는 우리가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어 예술적인 관심을 일상으로 가져올 때에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이는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다. 이번 글에서 나는 게임플레이 ‘경험’ 및 그 경험을 깊이 있게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각 개인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게임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그러한 능력을 고양시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규범에 맞춰 자신들의 능력을 구획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듀이적 이념과 부합한다. 다양한 범주의 게임들이 공유하는 게임플레이 경험이 지니는 보편적인 측면들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와 같은 기술적인 일반화(descriptive generalization)는 개인들이 특정 상황에서 겪게 되는 특정한 경험들에 대한 희미한 그림자일 뿐임을 인정해야 한다. (게임 플레이 경험에는) 게임의 메카닉을 내재화하고, (게임에) 적응해가면서 추론해낸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대응하면서 점진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술이 발전하는 것에는 기쁨이 존재한다. 또한 다양한 선택에 대한 전략적 평가와 그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한 추측이 존재한다. 관련성 여부에 따라 정보의 조각들이 선택적으로 기억되거나 잊혀지는 긴장이 존재한다. 또한 (게임플레이 경험에는) 움직이는 특정 자극에 대해서 지적이지만 무의식적인 주의 집중 - 다른 것에는 향하지 않는 - 이 존재하는데, 이는 복잡다단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회와 위협을 추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휴식과 패배 또는 승리가 걸린 순간들이 흘러들어왔다가 나가는 흐름에 대한 감상도 존재한다. 일부 레벨 같은 특정 맥락에서는 찰나의 행동이 일부 가능성을 응축시키고 다른 가능성을 차단하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예리한 인식이 존재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으로, 콘트롤이 포기되면서도 행사되는 고요한 순간에 자동적이고, 직관적으로, 그리고 원숙하게(능수능란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게임플레이 경험과 관련해서 기억상실을 겪곤 한다.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을 우리 자신의 머리 속에서 단순한 '재미'의 경험으로 치부하고는 나중에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예술’이라 여기지 않는 것에 대해 미학적 관점을 적용하지 않는 탓이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을 보다 나아지거나 도전을 이기는 유형의 훈련으로 여겨, 그 진척의 정도에 따라 가치를 측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 대신, 게임플레이의 윤곽과 질감에 대해 곰곰히 곱씹어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게임플레이가 어떤 식으로 펼쳐졌고, 어떻게 발전해갔으며, 어떤 부분이 다를 수 있었을지, 그리고 그 가운데서 우리를 매료시켰던 점 또는 그렇지 못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물론 게임플레이 중에는 수행해야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그 순간에 그와 같은 성찰을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 능숙해질수록 그와 같은 성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월해질 것이다. 그와 같은 성취(게임 내에서의 성취와 게임플레이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대한 성취 모두)를 이루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습관의 철학자인 클레어 칼라일(Clare Carlisle)은 생각, 신체적 감각 및 감정적 반응에 대한 우리의 주의력이 행동을 통해 습관화할 수 있으며 감정적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복잡다단한 게임플레이 경험 속에서 우리는 그 경험의 미학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고양시킬 수 있을 것이며, 그에 따라 우리의 경험에 깊이를 더함으로써 게임이 잠재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포용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Tags: 예술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펑 주 펑 주 박사(Dr. Feng Zhu)는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의 디지털 인문학부에서 게임과 가상환경(Games and Virtual Environment)을 가르치고 있으며, 권력, 주체성, 놀이의 교차점으로서 게임플레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로 우리가 게임플레이를 통해 어떤 식으로 습관화되는지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수행하며, 특히 반영성과 주의력의 양가적 형태를 심어줄 수 있는 종단적 자아 형성으로서 게임플레이 형식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서 일부는 존재의 미학적인 측면에서 해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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