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Back

[인터뷰]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만들어내는 게임 문화: PUBG UX 유닛 한수지 실장,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

14

GG Vol. 

23. 10. 10.

2005년 스타리그 듀얼 토너먼트, 임요환과 문준희의 경기는 스타리그에 채팅을 금지시켰던 경기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본진이 좁았던 포르테 맵에서 임요환이 몰래 멀티를 한 뒤, “좁아 ㅠㅠ”라고 채팅을 쳐서 상대의 방심을 유도했던 것이다. 이 경기는 당시 게임 문화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텍스트 채팅은 오랜 기간 우리의 게임 문화를 만들어 온 수단이자,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보이스 채팅이 생기고, 다양한 방식의 전술적 소통 방식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이런 변화는 게임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게임의 재미와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PUBG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과 UX 유닛 한수지 실장을 만나고 왔다. 특히나 텍스트 채팅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담당하는 실무진들은 위와 같은 고민을 심도 깊게 하고 있었다.  




이경혁 편집장: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수지 실장: 안녕하세요. 저는 PUBG 스튜디오에서 배틀그라운드 인게임, 아웃게임 두 공간에서의 유저 경험을 설계하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한수지라고 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지점에서 인게임, 아웃게임이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한수지 실장: 저희는 아웃게임이랑 인게임을 구분하고 있어요.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공간을 저희는 인게임이라고 부르고 있고, 로비나 상점 이런 것들이 있는 곳을 아웃 게임이라고 말을 하고 있고요. UX 유닛은 그런 공간을 책임지고 설계하고, 구현하는 곳이에요.


문휘준 팀장:. 저는 UX유닛에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환경을 디자인하고 있는 문휘준 팀장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반갑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그래픽을 하는 팀과 화면 설계를 하는 팀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한수지 실장:. 크게는 UX UI로 팀이 나뉘어있고, 그 팀들이 하나의 유닛으로 묶여있는 단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오늘은 저희가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영역들에 대해 질문을 좀 드리고 싶은데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인게임과 아웃게임을 구분했을 때, 아웃게임에서는 상대적으로 유저들의 소통이 좀 적은 편일까요?


한수지 실장: 보이스 채팅 기준으로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로비에서도 텍스트 채팅이 있어서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고요. 모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로비에서도 같이 이모트로 소통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한 명이 춤을 추면 따라 춘다거나 박수를 치는 이모트를 통해서 상호작용을 할 수가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군요. 배그를 즐겨 했는데도 그건 몰랐네요. 이모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이야기를 좀 먼저 여쭤보고 싶은데, 사실 저는 플레이를 하면서 돈 주고 샀을 때 가장 기뻤던 순간이 아이돌 댄스였거든요. 그냥 혼자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따라서 출 수 있잖아요. 이건 어떤 의도로 기획을 하셨을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문휘준 팀장: 그 영역이 다른 회사랑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다른 게임은 팀원끼리만 인터랙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이모트를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근처에 있는 누구나 바로 인터랙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경험을 좀 나눌 수 있게 하려 했던 점이 특이사항일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 이모트로 이용자들이 상호 소통을 할 때, 제작자의 의도와는 굉장히 다르게 쓰이는 경우들도 좀 있을까요? 예를 들어 상대를 모욕하는 데 쓰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문휘준 팀장: 좀 민망하지만, 슈팅 게임에서 티배깅(죽은 상대 앞에서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잖아요? (일동 웃음) 그래서 저희는 이모트나 의사소통 수단을 ‘이렇게 써주세요’하고 절대 제한하지는 않고요. 다만, 실제로 너무 도발성이 강한 자세들은 제작 과정에서 보류되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제작할 때 그런 고려가 들어가는군요.


문휘준 팀장:. 그래도 게임의 재미 역시 중요하고, 상대 팀이 죽었을 때 막 기뻐하는 것도 재미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사람들끼리 그냥 웃으면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어떻게 보면 그 적당한 선이라는 게 참 애매하잖아요.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까지는 아닌지 내부에서 논의를 할 때 기준을 두기가 어렵진 않으세요?


문휘준 팀장: 확실히 조금 모호하죠. 그래서 가장 먼저 성적인 표현이나 너무 잔인한 살인 행위처럼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를 벗어난 표현은 최대한 배제하고, 거기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그러면 감정 표현을 만드실 때, 여러 기준을 고려하면서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것도 쉽진 않으시겠네요.


문휘준 팀장:. 그리고 아까 아이돌 이야기를 하셨는데, 사실 저작권이 굉장히 복잡해요. 일반적으로 소속사에 전화해서 저작권료를 지불하면 될 거라고들 생각하시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춤 저작권은 이 회사에 있고, 노래 저작권은 저 회사에 있고, 가수에 대한 저작권은 또 다른 곳에 있는 식의 케이스가 많은 거죠. 그래서 하나를 사오려면 여러 군데랑 협의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엎어진 케이스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그렇군요. 그럼 만들어진 결과물 중에서 제작자로서 뿌듯했던 것이 있을까요?


문휘준 팀장: 제가 이모트를 많이 담당해서 할 말이 많은데요. 이전에 ‘그랜절’의 아이디어를 기획팀에 전달드렸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디어는 좋은데 너무 한국 한정 콘텐츠라서 이것이 적절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그래서 재차 설득을 할 때, “요가 자세 중에서도 비슷한 자세가 있으니, 한국은 ‘그랜절’로 하고 외국은 요가로 나가면 재밌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해서, 저희 그랜절을 보시면 이모트 이름은 ‘최고의 예의’지만, 요가랑 섞어놨어요. 그렇게 만들었더니 호응도 굉장히 좋았고, 유튜버들도 많이 좋아했어요.


* 배그 이모트 중 하나인, ‘최고의 예의’. 이후 다리를 벌려 내려오는 동작이 요가 동작과 흡사하다.

이경혁 편집장: 그런 것을 만드시려면 사실 레퍼런스도 많이 보시고, 스터디도 엄청나게 하셔야 하잖아요? 주로 뭐를 보세요?


문휘준 팀장: 저희가 동작을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부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옆에서 봤을 때, 가장 요즘 핫한 댄스나 쇼츠 같은 것들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한수지 실장: 아무래도 쇼츠나 틱톡 같은 데서 유행하는 것들을 모션화 하는 것이 제일 인기도 많고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더라구요.


이경혁 편집장: 쇼츠 같은 경우는 굉장히 트렌드가 짧기 때문에 제작 기간의 압박 같은 것도 느끼실 것 같은데요.


문휘준 팀장: 그렇죠. 그래서 이건 나가면 좋겠다 싶은 것들은 좀 타이트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그런 제한은 없습니까? 배틀그라운드 같은 경우에는 신체가 결국 총 맞는 피격 부위다 보니까 이모트 동작이 실제 게임에 영향을 주게 되는 지점들에 대한 제한이요.


문휘준 팀장: 히트박스라 하잖아요. 이게 완벽하게 인간의 신체처럼 돼 있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예전에 포트나이트에서 문제가 됐던 영상이 막 허리를 양쪽을 흔들면서 총알을 피하는 영상이었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저희 내부에서도 미팅이 있었는데, 그건 진짜 우연으로 겨우겨우 만들어낸 상황이고, 설령 그걸 성공한다고 해도 게임의 재미 중 일부라고 결론을 냈어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 것들이 또 게임이 주는 재미가 될 수 있죠. 다음으로는 이모트 외에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에 대해서도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초창기에는 3D 핑이 없었던 걸로 제가 기억을 하는데, 어느 날부터 업데이트가 되었잖아요? 그런 기능을 만드시게 된 과정에서의 고민을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한수지 실장: 사실 ‘퀵 마커’라고 하는 3D 핑 같은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이루어지고 만들어진 기능인데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 기능이 생기면 게임의 난이도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처음에는 바로 적용해도 될까?라는 측면에서 고민이 다들 컸죠. 그런데 이제는 게임이 출시된 지 시간이 좀 지나서, 기존 유저들도 많이 익숙해졌고 해서, 이 기능이 들어가도 게임의 난이도에 많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또 신규 유저들 같은 경우에는 게임의 방위나 (지도상에 찍는) 핑 같은 개념을 인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도입된 이유도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비슷한 맥락에서 물건을 팀원에게 던져주는 기능도 언젠가 업데이트가 되었잖아요? 그것은 상호작용을 좀 더 늘리기 위함에서의 목적이셨는지 아니면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였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기능 자체로는 보이스 채팅으로 ‘탄약을 떨어뜨려 줘’라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요청하고 던져주는 재미를 일부러 넣으신 걸까요?


한수지 실장: 사실 두 개 다죠. 재미도 재미지만, 저희 게임이 물건을 짚고 다시 자기한테 장착하는 과정이 다른 게임이랑 다르게 어렵잖아요. 엄청 급박한 상황에서 둘 다 화면을 가려야 되고. 그러느니 필요한 게 있으면 그냥 바로 던지기로 전달해주자고 해서 전투에서 좀 유리하게끔 하는 것도 있고, 실제랑 같게 하려고 하는 것도 있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군요. 여러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적 요소들을 고민하고 계시네요. 확실히 배그의 경우에는 난이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인게임 상황에 텍스트 채팅이 안 되게 하신 것도 특정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한수지 실장: 텍스트 채팅은 어느 게임이나 다 있는데, 저희의 특수성 같은 경우에는 이제 긴급한 상황 속에서 긴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보이스 챗으로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첫 번째로 했었고, 두 번째로는 저희가 엄청 다국어를 많이 지원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까 언어가 다른 상황에서는 채팅기능을 지원해봤자 소통이 안 되잖아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소통하게 할까 하다가 그러면 그냥 자주 쓰는 언어를 라디오 메시지로 만들어서 쓰게 하자. (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그리고 라디오 메시지로 빠르게 소통하게 만들어서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자는 목적에서 어떻게 보면 텍스트 채팅을 제한한 것도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배그가 인게임에서 상대 팀하고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은 사실 조금 더 제한적이잖아요. 라디오 메시지 같은 것도 상대 팀에게는 가지 않고요. 그렇게 디자인하신 이유 같은 것들도 있을까요?


문휘준 팀장: 게임 초기에 기획되었던 기능이라 의도를 단언하긴 어렵지만, 좀 더 전투나 팀원들에 대한 협업에 더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서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어뷰징 요소도 있었을 것 같아요. 솔로인데도 팀전처럼 하시는 분들도 예전에는 있었거든요. 거기서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수단이 제공된다면 그것도 굉장히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거든요.  


이경혁 편집장: 음성 채팅이 되면서 사실 저는 텍스트 채팅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음성 채팅을 하려면 물리적인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예전에 MMO RPG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인터페이스가 들리기도 하고, 안 들리고 하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많았었거든요. 실제로 그런 어떤 민원들이나 이슈들이 좀 있었나요?


한수지 실장: 저희가 지금 제공하는 보이스 솔루션 같은 경우에는 그런 문제는 잘 없기는 했어요. 다만, 이용자에 따라서 디스코드 같은 방식을 더 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인게임 보이스는 제공을 하되, 편한 솔루션이 따로 있다면 그것을 쓰셔도 상관이 없다는 취지로 양쪽 다 허용을 하고 있죠.


이경혁 편집장: 저도 사실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게임을 하고 있고, 특히 아는 사람끼리만 할 때에는 디스 코드가 훨씬 편한 것 같아요. 다만, 실제로 저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니까, 모르는 사람과 함께 플레이를 할 때도 있을 건데, 이럴 땐 이모트 같은 수단만으로는 배틀그라운드의 팀플레이를 정확히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고민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문휘준 팀장:. 그래서 인터페이스 장치를 좀 더 보완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커버해 줄 수 있도록 계속 만들고 있고요. 아까 라디오 메시지랑 또 연계되는 게 텍티컬 맵마커(Tactical map marker: 핑의 종류를 구분하여 찍을 수 있는 전술 맵마커)라고, 이런 것도 라디오 메시지랑 연동해서 좀 더 연동성 있는 UX 환경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어요. 한수지 실장: 웨이포인트(맵에 경로를 표시하여 공유하는 기능)도 유저분들이 많이 쓰시는데, 그 장점은 그런 것 같아요. 방향이라든가 화살표가 나오니까 언어가 꼭 같지 않아도 전략을 짜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도 괜찮은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유저들도 거의 필수적으로 쓰시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말씀을 들어보면 그게 되게 큰 것 같네요. 기본적으로 게임 규칙 자체는 비언어니까 모두가 공용으로 쓸 수 있는데, 팀 플레이를 하려면 언어가 필요하고, 거기서부터는 서로 차이가 나오니까 그걸 맞춰주는 작업이 굉장히 두꺼울 수밖에 없겠네요.  


이경혁 편집장: 조금 재밌는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에서 즐겁게 하려는 목표가 있고, 승리의 목표도 있을 건데, 이 둘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총을 잘 쏘는 것과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것의 비중을 본다면 뭐가 더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문휘준 팀장: 옛날에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왜냐하면 다들 잘하지 못했고, 맵도 크고 하니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토론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저희가 서비스를 오래 하면서, 맵도 익숙해지고. 어느 정도의 황금 루트 같은 것들이 공유되면서 요즘에는 그냥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도 같아요. 다만, 모든 총기 게임이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유저분들을 헷갈리게 하는 요소를 넣으려고 하거든요. 예를 들어 맵의 위치를 조금씩 바꾼다든가, 너무 유리한 고지를 없애버린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저희도 그런 고민을 하면서 총기 밸런싱을 하기도 하고, 유저들이 너무 고이지 않게 장치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 지점은 확실히 배틀그라운드가 다른 게임에 비해서는 덜 보이는 것 같아요.


문휘준 팀장: 왜냐하면 저희는 우연성이 굉장히 큰 장르여서요. CS:GO(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같은 거 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유명한 철문 있잖아요. 그냥 빼꼼하면 죽는 거거든요. (일동 웃음) 저희는 우연성이 중요하다 보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 실제로 유명 유튜버들의 영상을 봐도 낙하산 타고 내려오자마자 죽는 경우도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배그는 그 재미죠. (웃음) 다른 게임 이야기가 나와서 드리는 질문인데, 우리 게임에 뭘 넣을지 고민하다 보면 다른 게임의 케이스를 공부하셔야 하잖아요? 실무자의 입장에서 인상 깊었던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가 있으실까요?


문휘준 팀장: 제가 느끼기에 가장 멋있었던 사례를 이야기해드리자면, 데이즈(DayZ) 같은 경우에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픈 월드 장르를 표방하는 게임인데, 메타버스적인 그런 요소를 하고 싶었나 봐요. 그래서 보이스 채팅도 게임의 리얼한 월드의 일부라고 생각을 하고 접근을 했고, 그런 걸 요즘은 전문용어로 프록시미티 챗(Proximity chat: 근접 채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맥락에서 이 게임은 근방 2m 안에 있는 사람만 직접적인 보이스 채팅을 할 수 있다든가, 멀리 있는 사람한테 말을 건네고 싶으면 확성기를 구해서 말을 한다든가, 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헬멧을 쓰고 있으면 목소리가 뭉개져서 나간다든가 하는 설정이 굉장히 리얼리티함을 더해서 멋있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 지점에서 배그라는 게임이 갖고 있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인게임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에 대한 고민이 또 달라지실 것 같아요. 그렇다고 팀원이랑 소통을 막는 것도 어려울 것이고, 반대로 게임이 시작되었는데 MMORPG처럼 전체 외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어렵잖아요? 이 공간은 리얼한 게임 공간이어야 하기에, 어떤 커뮤니케이션은 제한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실 것 같은데, 관련해서는 어떤 고민들이 있으셨어요?


한수지 실장: 그런 지점에서는 ‘시작 섬’ 같은 곳이 저희의 특이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저희는 게임에 접속하면 그냥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 섬에 일단 모여 있다가 비행기를 타고, 그 다음에 낙하산으로 내려서 각자도생을 하는데, 시작 섬 같은 경우에는 비행기 타기 전이니까 예전에는 저희가 보이스 채팅을 다 열어놨어요. 그때는 본격적으로 배틀 로얄을 하기 전에 스몰 토크를 하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는데, 이게 의도랑은 다르게 핵 광고를 한다거나 욕을 무차별적으로 한다거나 하는 행위들 때문에 유저분들의 피로감이 높아져서 그걸 없애게 되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그래서 시작 섬이 고요해진 것이군요.


한수지 실장: 대신에 이제 재미를 주려고, 축구공을 넣는다든지, 비켄디에 가면 눈덩이를 던질 수 있게 한다든지, 요새는 차 스킨을 내고 있어서 맥라렌이나 애스턴마틴 차를 타게 해본다든지 그런 식으로 좀 긴장도 풀고 스쿼드 원의 옷 스킨을 입어본다던가 할 수 있는 인터랙션 요소들을 넣고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어떻게 보면 시작 섬의 1분이라는 시간이 이 게임의 가장 평화로운 순간일 텐데, 그 안에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제한하거나 제공하면서 게임의 분위기를 만드시는 지점이 있으신 거군요.


한수지 실장: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한 40분 정도는 긴장을 하고, 마우스를 잡고 있어야 하니까, 그전에 좀 릴렉스하면서 팀원들이랑 지도를 보며, 어디서 내릴지, 동선은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구요. 그때까지만이라도 마음 놓고 편하게 이야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의도도 있는 거구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데 한편으로 저는 맥라렌이 나오면서 게임 섬 분위기가 조금 바뀐 지점도 있거든요. 이전에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친구들이랑 같이 계획하고, 평화로웠는데, 맥라렌이 나오는 순간부터 워낙 시끄럽다보니까 오히려 전투 의지를 불태우는 그런 변화도 있었는데요. (웃음) 그런 지점도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에서 의도하신 것인가요?


문휘준 팀장: 사실 그건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이라기보단 상품 쪽에서 담당한 거예요. 부분 유료화로 저희가 전환을 하면서 아무래도 유료 상품에 대한 홍보의 차원이 들어간 것이기도 하고요.


* 시작점에서 팀원들이 함께 군무를 추고, 다른 사람들이 엄지를 날리며 구경하고 있는 모습. 2초 뒤에 이들은 서로 총을 겨눈다.

이경혁 편집장: 다음으로는 게임 안에서의 소통을 좀 여쭤보고 싶은데, 실제 게임에 들어갔을 때의 보이스 채팅을 보면 사람들이 반드시 게임에 필요한 이야기만 하지는 않더라고요.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워낙 친한 사람들끼리 하다 보니까, 애 키우는 이야기나 일상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문휘준 팀장: 맞아요. 유튜브 콘텐츠가 흥하는 게, 다른 게임의 경우 너무 빠르니까, 말을 하고 싶어도 눈만 매섭고 클릭 소리밖에 안 들리는데, 저희는 진짜 5 페이지 정도 가기 전까지는 자신이 뭘 먹었는지 등등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면서 유저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있고, 지루할 때쯤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런 호흡들도 유튜브 콘텐츠들과 잘 맞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실제 유저들도 초반에는 그냥 친구들이랑 스몰 토크하면서 놀다가, 후반에 집중해서 싸우고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배그라는 게임 자체의 텐션이 선형으로 올라가기보다는 특정 텀이 있는 것 같아요. 낙하산 떨어져서 잠깐 되게 긴장했다가 소강되면 흩어져서 서로 안 보이고. 그런 사이사이에 게임의 텐션이 떨어지는 순간을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을 좀 메운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게임 밖으로 빠져 있지 않은데, 텐션은 내려와 있는 상황이 배그 말고 다른 게임에서도 보신 적이 있으세요?


한수지 실장: 마비노기가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수다노기 시절에 던젼 들어가서 친구들이랑 모닥불 피워놓고 놀고.


문휘준 팀장: 그런 케이스도 있었던 것 같네요. WoW 시절에 팀보이스로 소통을 하는데, 당시에는 커뮤니티에서 같이 게임하실 분을 소집했었어요. 그러면 유명하신 분들이 있어요. 유튜브가 없던 시절인데, 그분이랑 게임을 하면 거의 유튜브 하나 찍는 거예요. 그분이 와서 계속 떠들어요. 자기가 살아왔던 썰을 풀고, 웃겼던 썰 풀고 하니까 게임하는데, 라디오 들으면서 게임하는 재미가 있었대요.


이경혁 편집장: 일종의 엠비언트이면서 게임하고 붙어있지만 또 떨어져 있는 순간들. 그런 게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네요. 운전하면서 라디오 듣듯이 게임하면서 반드시 게임에 관련된 커뮤니케이션만 있는 게 아닌 커뮤니케이션. 그런 게 배그의 보이스 채팅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게임보다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배그에서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을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을까요?


문휘준 팀장: 저희가 사례나 지표 같은 걸 보는 부서는 아니지만, 그런 사례가 나타났을 때 어떤 식으로 UX/UI 측면으로 커버할 수 있을까를 기획팀과 같이 고민하는 역할이거든요. 그래서 비슷한 사례로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싫어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막을 수 있는 옵션도 제공을 하고 있어요. 크게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을거라고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요. 다만, 다른 팀원들이 그런 의사를 알 수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아예 아이콘으로 유저들한테 보여줘요. 마이크 차단 버튼이 떠서 ‘나는 소통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이렇게 명확하게 알려주는 그런 기능을 넣었어요. 그렇게 해도 핑을 찍거나 포인트를 잡는 것으로 소통을 하고 있고요. 두 번째로 라디오 메시지 같은 경우에는 불필요한 데이터를 악용할 수 있다는 걸 내부 테스트로 사전에 확보를 했거든요. 그것도 굉장히 게임이 진행이 안 좋아요. 게임 프레임에 영향을 줄 수 있고요. 예전에 오버워치에도 그런 핵이 있었어요. 불필요한 데이터를 날려서 사람들을 굳어지게 하고, 나는 더 유리한 위치로 가는 핵도 있었거든요. 저희는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양의 불필요한 매크로 채팅이 올라오면 차단하는 기능이 있고 아예 꺼버리는 옵션도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트래픽을 일으켜서 그걸 핵으로도 쓰는군요. 정말 연구들을 정말 많이 하네요.


한수지 실장: 상상력이 뛰어나죠. (웃음)


이경혁 편집장: 다른 수단들도 좀 그렇게 악용되는 케이스가 있나요? 예를 들어 맵에 포인트 찍는 이런 기능을 갖고 악용을 한다거나.


문휘준 팀장: 웨이포인트도 내부에서 테스트를 할 때 처음에 의견을 내신 분은 좀 자유롭게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테스트를 해보니까 그걸로 욕을 쓴다거가, 이상한 그림을 그린다거나, 무의미하게 화면을 꽉 채운다든가 그런 행동이 가능한 걸 감지를 했고, 그래서 서비스할 때는 개수를 제한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결국 인간이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니까, 예측할 수 없는 사용 방안이 나올 것 같은데,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운영하실 때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문휘준 팀장: 그렇죠. 회사마다 방침이나 의지가 틀릴 건데 저희 회사는 그런 거를 좀 명확하게 제재하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있기 때문에, 아까 말씀드린 기능들이나 보안 장치들을 사전에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배그라는 게임을 이제 중심으로 좀 얘기를 해보다 보니, 텍스트 채팅이 없다라는 특이점이 굉장히 재밌는데요. 두 분 다 텍스트 채팅하는 게임의 시대를 겪어보셨을 텐데, 지금 담당하고 있는 게임에서 텍스트 채팅이 빠졌다는 것에서 느끼는 좀 차이점이 있으실까요?


문휘준 팀장: 제가 느끼기에는 이제 예전 게임에서는 채팅으로 정말 재밌게 많이 놀았어요. 재밌는 얘기도 많이 하고, 인간미 넘쳤던 사례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거꾸로 다짜고짜 욕을 한다든가, 부적절한 얘기도 굉장히 많았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런데 그때랑 지금이랑 좀 다른 것은 그때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부적절한 상황들도 ‘그냥 게임이니까 그런 거야’하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회가 발전되었고, 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행해지는 행위도 법적으로도 제재가 되고 인정이 되는 세상까지 왔잖아요. 그래서 온라인 세상에서도 그런 행위를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 유저들도 자각을 하게 되고, 게임사도 방지책을 준비하고 운영해야 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그런 지점에서 클랜 서비스 같은 걸 업데이트 하신 것도 방지책의 일환일까요?


문휘준 팀장:.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좋은 클랜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많이 들어갈 거고, 여기서 나쁜 짓을 하면 쫓겨날 거기 때문에 서로 젠틀하게 게임을 하는 걸 유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도 좀 드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결국 몇몇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행위를 막기 위해 뭔가를 만드는 것도 비용이잖아요.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닌가요?


문휘준 팀장: 그쵸. 그거에 들어가는 개발 비용도 있을 거고, 유지 비용이 제일 클 수 있죠. 한수지 실장: 텍스트 채팅만 있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저희가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좀 많기 때문에 더 복잡도가 있는 거는 맞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끼는 베틀그라운드의 재미는 50% 이상이 커뮤니케이션이었거든요. 제작하시는 쪽에서도 그런걸 기획하시는 거죠?


한수지 실장: . 소통도 있고, 이제 경치가 좋다보니 구경하면서 맵을 탐험하는 재미도 저희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 중 하나예요.


이경혁 편집장: 요즘에는 AI도 많이 늘었잖아요? 어떻게 보면 한 게임에 들어올 수 있는 실제 사람 플레이어의 숫자는 예전보다 좀 줄었을 수 있는데, 그러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확실히 빈도가 좀 떨어지게 되는 걸까요?


한수지 실장: 그런데 캐주얼 매치라고 해서 12명의 일반유저와 88명의 AI가 섞여서 싸울 수 있는  맵에서는 오히려 더 좋아하시는 것 같기는 해요. 왜냐하면 나랑 같이 하는 친구들이랑 계속 얘기를 하면서 이제 교전하는 재미도 같이 느낄 수 있으니까. 난이도도 조금 낮기도 하고. 그래서 그걸 두 개를 다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캐주얼 매치에서 그 재미를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마지막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두 분 다 텍스트 채팅 시절을 다 경험해 보셨잖아요. 세이클럽이나 하늘사랑(skylove) 같은 곳에서 텍스트 채팅의 설레임을 느껴본 세대이실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텍스트 채팅이 점점 없어지고 있잖아요. 배틀그라운드가 되게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지점에서 텍스트 채팅 시절을 좀 기억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문휘준 팀장: 저의 경우에, 예전에는 그런 게 굉장히 신기했고, 신문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만 한정되어 소통했던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온라인 채팅의 영역이 굉장히 커졌잖아요. 지금은 채팅 공간이 너무 당연한 공간이고, 좋은 글도 써주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글도 굉장히 많고, 그런 지점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다음이라든가 네이버에서도 일부는 아예 댓글을 막는 솔루션도 제공을 하잖아요. 그런 차원까지도 왔다고 생각해요. 게임도 그렇고. 즐기러 왔는데 욕을 들으면 굉장히 기분이 나쁘잖아요. 그런 것들을 피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 변화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어렵겠구나 생각이 드네요. 혹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문휘준 팀장: 제일 중요한 게 있습니다. 저희 배그를 많이 사랑해주세요. (웃음)


한수지 실장: 그리고 저희가 이번 12월에 굉장한 업데이트와 콘텐츠들이 준비되어있으니 많이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웃음)

Tags:

PUBG,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의사소통, 감정표현, 이모티콘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이경혁.jpg

(미디어문화연구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경혁.jp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