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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 Back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17 GG Vol. 24. 4. 10. 이 글의 영어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gamegeneration.or.kr Randomness is a double-edged sword. The opposite reception of randomness in AAA and indie game sectors It seems fascinating that the same mathematical phenomenon could become the foundation of the most acclaimed and the most despised design principles of modern gaming. As I will argue in this article, this is precisely what happened to randomness. 동일한 수학적 현상이 가장 찬양되는 동시에 가장 경멸받는 현대 게임 디자인 원칙의 기초라는 사실은 꽤나 흥미롭다 . 이 글은 바로 그 현상 , 랜덤성 (Randomness) 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 랜덤성은 언제나 게임 개발에 있어 일부분이었으나 특히 지난 십여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러 면에서 현 시점은 게임의 랜덤성 황금기라 할 수 있는데, 이 글에서 논하는 랜덤성에 대한 고찰에 앞서 먼저 인지적 랜덤성 (perceived randomness) 과 객관적 랜덤성 (objective randomness) 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인지적 랜덤성은 우리가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과 관련 있는데 , 예를 들어 게임 내 이벤트가 ' 난데없이 ' 발생한 것처럼 느껴질 때 , 또는 두 번째 플레이 시 앞서 플레이했을 때보다 이벤트가 덜 발생한다고 느껴질 때 우리가 랜덤하다고 여기는 것을 가리킨다 . 당연한 얘기겠지만 완전히 불규칙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그것은 개발자의 신중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 반대로 , 객관적 랜덤성은 진짜로 무작위적인 것을 말한다 . 다시 말해 객관적으로 랜덤하다는 것은 우리의 지식 여부와 무관하게 진정으로 무작위적임을 의미한다 . 랜덤성이 지닌 다양한 긍정적인 그리고 부정적인 측면들은 인지적 랜덤 성과 객관적 랜덤성간 차이에서 비롯된다 .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진정한 랜덤성을 구현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프로그래머의 임무는 랜덤하게 보이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예컨대 카지노를 재현한 게임(예를 들어 NES용 <카지노 키드(Casino Kid)>)의 개발자들은 카지노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진정한 랜덤성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도박과 유사한 메커니즘이 실제 화폐 구매와 결합되면서 부터다. 랜덤성과 소액결제가 결합되면서 우리는 현대 게임 디자인 내 랜덤성이 지닌 어두운 면을 직면하게 됐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7년 전 게임계를 강타했던 확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으로, 이는 EA가 <스타워즈 배틀필드2(Star Wars Battlefield II)>의 속편을 출시했을 때 게임 플레이에서 중요해진 확률형 아이템의 역할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예상치 못한 불만을 품고 반발했던 사건이었다. 이 게임에 대한 레딧(Reddit)의 게시물이 10만 개가 넘는 하위 포럼에서 가장 많은 싫어요를 받았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것이었다. 이 스캔들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 게임을 일종의 위장 카지노로 간주하고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입법을 도입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어떤 개발사들은 게임을 수정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시즌 패스(<오버워치 2(Overwatch 2)>) 등의 다른 시스템으로 대체했고, 또 다른 회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게 되었는데, 이 때 실제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조치에도 불구하고 확률형 아이템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랜덤 메카니즘(비록 동일한 시각적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이 특히 소위 가챠류 게임에서 크게 유행하였는데, 이러한 현상은 특히 <원신(Genshin Impact)>의 출시 이후 글로벌해졌다. 한편, 주사위나 룰렛의 확률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처럼 확률이 공개되어 있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확률형 아이템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로 도박과의 유사성에 초점을 맞추곤 하는데, 이러한 비교가 틀렸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게임의 랜덤성이 카지노에서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는 두 개의 중요한 차이점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소위 '도박꾼의 오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는 우연의 게임에서 더 많이 질수록 최종적으로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여기는 느낌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이러한 느낌은 그러한 인식이 사실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사라져야 한다. 다음에 던지는 동전은 이전의 모든 동전 던지기가 운이 없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합리적인 사람들이 "행운은 마침내 찾아올 것"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지출을 계속한다. 디지털 게임의 이상한 점은, 이러한 느낌이 실제로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어지는 후속 뽑기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불운한 플레이어의 손실을 우려하는 개발자들은 가치있는 아이템의 드롭을 보장하는 “동정 메커니즘(pity mechanics, 편집자 주: 한국의 '천장'이나 토큰식 아이템과 유사한 의미다.)”을 도입하곤 한다. 개발자들은 플레이어가 랜덤의 무저갱에 빠지기 전에 자신이 의도한 최적의 경험을 얻을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 플레이어가 얻을 수 있는 드롭을 제어하는 것은 꽤 흔한 일이다. 두 번째 문제는 소위 "매몰 비용 오류"라 불리는 것과 관련된다. 우연의 게임에서 많은 돈을 잃은 도박꾼은 그 손실을 투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손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곤 하는데, 이들은 불운이 연속되는 도중에 멈추면 불운함이 확정된다고 느낀다. 도중에 멈추는 것은 불운의 연속을 사실상 '만드는' 것이라 여기는 셈이다. 이러한 감정은 전통적인 우연의 게임에서는 완전히 비합리적인 것이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개발자가 특정 플레이어를 겨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달라진다. 일부 개발자들은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에게 고액 유저를 겨냥해서 특별 혜택을 제공하거나 심지어는 게임 전체를 그들에 맞춰 바꾸라고 공개적으로 조언한다. 이것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일부 플레이어의 경우 손해를 보더라도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이 투자로 간주되며, 이를 통해 스스로가 게임의 개발자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AAA 및 부분유료화 업계에만 집중했다면 위에서 설명한 어둠의 패턴이 이 글의 유일한 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10년간 랜덤성은 인디 게임개발사들이 만든 게임에서도 핵심 메커니즘으로 자리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인디게임쪽에서는 이 기술이 격렬한 윤리적 논쟁을 일으키지 않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이 분야에서 랜덤성은 오히려 오픈월드 서바이벌 게임과 같은 새롭게 떠오르는 인기 장르의 탄생과 로그라이크와 같은 오래된 장르 부활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랜덤성과 오늘날 인디 게임의 성공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인디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랜덤성이 그토록 인기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러 요인들이 매우 운좋게 합쳐진 데서 온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가장 큰 이유로는 개발 비용의 절감을 들 수 있다. 인디 게임이라고 해서 아무 것도 없는 진공에서 개발되는 것은 아니며, 대작 게임에 길들여진 플레이어들의 새로운 게임 습관에 적응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인디 게임은 제작비 면에서 대작 게임과 경쟁할 수는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가격 대비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디 게임은 훨씬 나은 리플레이성, 더 다양한 파워-업과 무기들, 또는 더 큰 오픈월드와 같은 것들을 제시할 수 있는데, 이 모든 장점들은 랜덤성을 능숙하게 활용할 때 가능해진다. 로그라이크 게임은 가장 오래된 장르 중 하나로서(오리지널 로그가 출시된 것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의 30년간을 틈새 장르로서 연명하다가 지난 10년동안 주류 게임의 대열에 들어섰다. 개발자들이 이 장르를 해체하고 다른 많은 장르에 로그라이크적인 랜덤성을 섞어 넣은 것은 이 특이한 궤적이 형성될 수 있었던 주 이유였다. 이러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두 게임이 바로 <스펠렁키(Spelunky, 2008)>와 <아이작의 번제(The Binding of Issac, 2011)>다. 이들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지 로그라이크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준수해야 했는데, 퍼머 데스(perma-death), 랜덤 환경, 루팅(loot)이 포함되어야 했고 무엇보다도 RPG 장르에 속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장르에서 동일한 유형의 랜덤성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 비로소 로그라이크 혁명이 발발했다. 랜덤 환경 생성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또 다른 장르, 즉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이후에 출시된 서바이벌 게임 장르의 기반이 되었다. 의심할 바 없이 이 장르의 인기는 기존 게임들에서는 단순하고 부차적인 방식으로만 존재했던 제작(크래프팅)과 생존이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이었다. 하지만 이 장르의 대중화에 있어 랜덤성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무시해선 안된다. 인디 게임의 제한적 예산은 개발자들로 하여금 특정 장르 게임의 제작을 어렵게 만들어왔다. 한정된 자원으로 나 <스카이림(Skyrim)> 같은 오픈 월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유지 관리해야 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도 마찬가지다. 절차적으로 생성된 월드와 <마인크래프트> 이래 대중화된 얼리 액세스 모델은 인디 개발사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매출과 플레이어 참여의 측면에서 AAA 개발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비록 절차적으로 생성된 월드가 정교한 디테일이나 사실성 측면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월드와 경쟁할 수는 없다해도, 규모 면에서는 수작업 월드를 능가할 수 있으며 무한한 탐험을 가능케 해준다. 한편 랜덤성을 사용하여 두 번의 플레이 세션이 동일하지 않도록 하는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느낄 염려가 없다. 게임 제작의 용이성은 보다 자유로운 디자인 관행으로 확장되어 소규모 팀에서도 보다 수월하게 게임 개발작업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불운이나 행운은 플레이 경험의 일부로서 개발자가 모든 운이 '공정’하도록 또는 균형이 잡혀있도록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디자인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상황(예컨대 지나치게 강하거나 약해진)은 종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게임의 인기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많은 스트리머가 극단적이고 독특한 상황을 추구하는 가운데, 랜덤성은 그러한 것을 전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주사위나 막대 던지기, 카드 섞기 등은 놀라움과 리플레이 효과를 더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사용되어온 매우 오래된 메커니즘이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수백 년 동안 간단한 규칙으로서 사용되어왔다. 동시에 바로 그 동일한 것을 핵심 메커니즘으로 삼아 오락을 도박으로 만들 때 쉽게 오용되고 마는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코펜하겐 IT대학 교수) 파웰 그라바첵, Pawel Grabazeck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인터뷰] TRPG로 미술하기: <조우를 위한 대화형 지도> 제작자 인터뷰

    지난 6월과 7월, 전시장 ‘팩션’에서는 TRPG(Tabletop Role Playing Game)라는 게임의 형식과 관객 참여형 예술을 결합한 전시 <조우를 위한 대화형 지도: 노스탤지어의 벌레들>이 열렸다. 전시장을 활용해 약 한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TRPG 게임 마스터가 되고 게임의 참여자인 관객들은 재난이 닥친 고향에 돌아왔다는 설정의 캐릭터가 되어 함께 이야기를 구성한다. < Back [인터뷰] TRPG로 미술하기: <조우를 위한 대화형 지도> 제작자 인터뷰 19 GG Vol. 24. 8. 10.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게임 사회> 전시가 보여주듯, 현재 예술 장 내에서는 ‘전시로서의 게임’이라는 새로운 실험들이 다양한 기획을 통해 펼쳐지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 전시장 ‘팩션’에서는 TRPG(Tabletop Role Playing Game)라는 게임의 형식과 관객 참여형 예술을 결합한 전시 <조우를 위한 대화형 지도: 노스탤지어의 벌레들>이 열렸다. 전시장을 활용해 약 한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TRPG 게임 마스터가 되고 게임의 참여자인 관객들은 재난이 닥친 고향에 돌아왔다는 설정의 캐릭터가 되어 함께 이야기를 구성한다. 모든 플레이어들의 활동은 전시장 벽에 설치된 지도(게임 맵)를 통해 기록된다. 전시 초기에 텅 비어있었던 지도는 게임의 참여자이자 전시의 또다른 생산자인 관객들의 경험들로 채워지고, 이후 회차를 플레이하는 새로운 관객들에게 다시 영향을 주었다. GG에서는 이와 같은 기획을 꾸린 작가 상희와 성훈을 만나 ‘대화형 게임’이라는 전시의 기획의도와 진행과정, 의미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경혁 편집장 :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선 작가님들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해주시고요, 전시 제목과 전시의 의의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상희: 저는 상희라는 이름으로 작업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입니다. 2023년에 만들었던 <원룸바벨>이라는 VR 작업을 계기로, 게임 형식을 차용하는 작업을 계속해서 만들었습니다.. 게임의 디자인적 요소를 작업에서 활용할 때 제가 만들려는 이야기나 전하고 싶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가상의 내러티브를 경험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서 게임같은 매체가 없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제 작업에서도 그런 식으로 관객들에게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성훈: 저는 성훈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상희님 작업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역시 게임의 시나리오를 맡았습니다. 게임 속에 나타나는 공간의 특수성에 특히 관심을 두고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상희: 본 전시의 제목은 ≪조우를 위한 대화형 지도≫이며,구요. 지금 전시장에 설치되어 있고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이 거대한 지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만나게 되는 이벤트를 저희가 ‘조우’라고 지칭하는데, 그 조우들의 결과가 (지도에) 계속해서 축적되고 기록되는 형식이어서 그걸 전시의 메인 이름으로 하게 됐어요. 전시를 준비할 때 기획자들과 논의하면서 ‘지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도에서 대화가 일어나는 과정이나 이야기가 기록된다는 것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에 전시회의 메인 제목이 되었고, 부제인 ‘노스탤지어의 벌레들’은 이 지도를 무대로 사용해서 플레이하게 되는 대화형 게임의 이름입니다. 성훈 작가님과 저, 김지연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게임이고요. TRPG의 형식을 차용해서 만든 게임이라 디지털적인 요소가 부재한 ‘오프라인 보드게임’을 지향했습니다. 퍼포머와 대화를 하면서 플레이하게 되는 게임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어떻게 보면 ‘노스탤지어의 벌레들’은 전시에서 사용하는 게임의 이름인 거고, 이 전시 자체는 ≪조우를 위한 대화형 지도≫군요. 제가 첫 회차에 플레이어로 참여를 하고, 지금 두 번째 방문을 하면서 비교해 보니 흥미로웠던 게 지도의 변화였습니다. 제가 처음 왔을 때는 이쪽(벽면)이 썰렁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상희: 맞아요. 그때만 해도 게임을 끝까지 가신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경혁님과 일행분들이 바다로 처음으로 탈출하셨었죠. 이경혁 편집장: 그런 걸 보면 결국 이 전시가 끝나고 가장 강렬하게 남는 건 이 지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도와 관련된 이야기는 조금 뒤에 하기로 하고요, 우선 이 게임의 배경이 일종의 재난 상황에 처한 지방 도시에서, 흰개미라는 인간 외적 존재와의 만남과 분투를 테마로 하고 있는데요. 게임의 장르적 특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이런 배경 상황을 구성하셨던 맥락이 궁금합니다. 상희: 우선, 일단은 저희 둘 다 같은 부산 출신인데요. 그러다 보니 작업을 할 때 항상 관심이 가는 주제가 ‘고향'과 고향을 떠나와서 다른 도시에서 살게 되는 사람들의 정서였어요. 제가 작업했던 <원룸바벨>도 서울 원룸에서 살고 있는 2-30대 청년들의 공간과 정서를 VR로 번안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런 얘기들이 계속 주제로 선택되는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성훈 작가가 게임의 배경으로 지방 소도시와 벌레라는 주제를 선택했던 맥락도 있었어요. 성훈: 얼마 전에도 러브버그나 빈대가 서울에 등장했다는 뉴스들이 막 나왔다가 사라진 일이 있었잖아요. 도시 공간에서 벌레들이 철저히 방역의 대상으로 나타나고, ‘도시’와 ‘벌레’가 서로 적대적으로 묘사되는 방식에 흥미가 있었어요. 도시 공간에 빈대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21세기 서울에서 이게 말이 되냐, 서울이 빈대가 나오는 도시로 전락했다는 식의 반응들이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빈대를 모두 무서워했죠. 관련해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르포 기사가 있는데요. 그 기사의 핵심은 빈대가 쪽방촌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예전부터 항상 있었다는 점이에요. 빈대가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도시 빈민의 공간에 항상 공존하고 있었는데 도시의 주요 거리에 출몰하면서 갑자기 조명을 받게 되었다는 얘기였어요. 그런 반응을 보면서, 도시와 벌레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사실 이 게임에 나오는 벌레들은 (인간 플레이어들에게) 적대적이지 않았나요? 상희: 맞아요. 물론 게임 속에서는 기존의 문명을 완전히 파괴하고 소진시키며, 그 폐허 속에 자신들의 도시를 세우지만, 한편으로는 흰개미라는 종 자체가 공생을 추구하기에 자신들이 만든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공격하지는 않아요.. 자신의 집이 그들의 집이기도 함을 받아들인다면, 살게 내버려 둡니다. 성훈: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전개에 따라 흰개미는 어떤 플레이어들을 다른 존재로 바꿔놓을 수도 있습니다. 이 다름이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의 판단은 생각하기에 달린 것 같아요. 인간에게 이질적인 어떤 생물에게 우리가 보기에 인간적인 방식으로 행동해주기를, 인간적인 방식으로 호의를 표현해주기를 요구할 수는 없지요. 그들은 자기들만의 어떤 논리가 있고, 인간들은 그게 우리한테 호의적이냐 아니면 적대적이냐 이런 종류의 판단 기준들을 각자 제멋대로 갖고 있을 뿐인거고요. 그래서 퍼포먼스를 계속하면서 인간의 이해 범주를 넘어선 일들이 다른 생물 종에 의해 일어날 때 어떤 식으로 사람들이 반응할지 이런 것들을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전시와 게임의 형식과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TRPG를 이용한 대화형 게임’이라는 형식을 구상하셨는데요, 원래부터 TRPG를 플레이하신 경험이 있었나요? 상희: TRPG 자체는 작년 초쯤에 시작했어요. 저도 보드게임을 많이 하니까 그런 게임이 있다는 거는 알고 있었는데, 작년에 <발더스 게이트 3>을 길게 플레이하면서 DND(던전 앤 드래곤)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발더스 게이트>가 특히 TRPG 시스템의 UI 구현이 잘 되어 있고, 저에게는 저희가 지금 즐기고 있는 RPG 같은 게임들이 어떤 역사 속에서 발전해 왔는지를 알게 된 게임이었어요. TRPG도 원래는 RPG라고 불리다가 디지털 RPG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앞에 T가 붙었다고 하더라고요. 제일 초창기의 게임들을 찾아보고 싶었고, ‘초기의 RPG'로서 어떤 근원적인 경험이 있을 것 같아서 그때 리서치 개념으로 TRPG 플레이를 시작했어요. TRPG 자체는 숙련도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사실 진입하기가 되게 어려운 장르였어요. 처음에는 (TRPG 커뮤니티에) 가서 ‘저희 좀 시켜주십시오’ 했어요. 사실 이분들도 넓은 아량으로 해주시는 거거든요, 왜냐면 저희가 초보라서 못 하고 저희랑 하면 재미없기 때문인데(웃음). 다행히 저희가 갔던 커뮤니티는 소위 뉴비들을 끌어주는 분위기가 있었고. 커뮤니티 자체가 포용적인 분위기여서 좋다고 느껴졌어요. ‘대화’를 하는 게임이다 보니 그런 (포용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걸까 싶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사실 <발더스 게이트> 이후로 TRPG 커뮤니티들에 굉장히 많은 유입이 있었죠. 그래서 그렇다면 원조는 뭘까 하고 궁금해지기 시작하신 거네요.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의 출발이 된 게임이 <발더스 게이트>였다면 ‘나레이터’의 존재도 꽤 큰 역할을 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다른 게임과 달리 <발더스 게이트>에서는 계속 나레이터가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전시에서 나레이터 역할을 하시잖아요? 그 역할을 TRPG를 특별히 오래 해오신 게 아니라면 사실 하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 그걸 하면서 어떠셨어요? 상희: 저는 일단 제 자신이 부끄러움이 많은 타입이라서. 근데 사실 마스터가 부끄러움이 많으면 안 되고 뻔뻔해야 되고, 거의 <발더스 게이트>의 나레이터 같은 연극적인 태도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렇게 해야 참여자들이 따라오고 몰입을 해요. 저희 전시에서 주요 타겟으로 삼고 전달 방식을 고민했던 관객들은 TRPG를 처음 해보거나 이러한 형식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미술 전시를 보러 오는 일반 관객들이었어요. 왜냐하면 이런 류의 게임에 익숙하신 분들은 금방 잘 따라와 주실 테니까요. 이런 작업에 익숙치 않은 일반 관객분들과 함께 하려면 저희의 역량이 또 되게 중요했어요. 저희가 잘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시거든요. 그래서 테스팅 플레이를 하면서 많이 연습했고, 성훈 작가가 진짜 잘 하셔서 제가 이 분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저 같은 경우는 대사를 말하고 뒤에서 묘사하는 방식의 관찰을 하는 편인데, 성훈 작가는 굉장히 캐릭터처럼 연기도 하고 말을 하더라고요. 제가 플레이어로 참여했을 때 훨씬 경험이 좋았어요. 재밌고 잘 따라가게 되고, 저도 이런 식으로 배워서 시도해 보고. 성훈: 연기를 하지 않고 오히려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더 끌어내려고 하는 스타일의 마스터도 있어요. 그런 마스터 개개인의 특성이 달라진다는 것도 TRPG의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이 전시회 같은 경우에는 한 사람이 마스터를 고정으로 쭉 이어나가셨던 건가요? 상희: 저랑 (성훈 작가가) 번갈아서 마스터를 했어요. 중간중간 지도가 변화하는 과정도 메모로 업데이트 하고, 저희가 대개 플레이할 때 둘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되는지 서로 체크했구요.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실 이 전시에 오시는 분들 중에 TRPG를 처음 해보는 사람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분들은 이 문법 자체를 모르셨을 것 같아요. 상희: 네, TRPG에 관심이 있어서 오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과연 TRPG라는 게 뭔지 궁금해서 오신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저희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건, 이게 ‘TRPG 전시’가 아니잖아요. TRPG를 차용한 ‘대화형 게임’이라는 걸 플레이하며 ‘대화형 지도’를 만들어 나가는 거니까. 일반 관객들에게 경험되었을 때도 저는 이게 분명히 재밌는 형식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한편으로는 ‘이게 그래서 진짜 재밌을까, 사람들이 이걸 금방 캐치해서 따라올 수 있을까’, 이런 걱정도 컸었는데요. 생각보다 정말 다들 재밌게 하셨어요. 이런 대화라는 형식 자체가 정말 직관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디지털 게임은 항상 어떤 조작을 익혀야 하는 일종의 ‘배리어’가 느껴지는 형식이잖아요. 이번 전시는 같이 천천히 얘기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성격이다 보니 곧잘 잘 하셨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전시를 진행하면서 들어오는 사람들도 너무 제각각이었을 것 같은데요. 퍼포먼스를 같이 한 관객 중에 기억에 남는 관객이 좀 있으셨나요? 상희: 최근에 플레이하셔서 기억이 나는 분이 있는데요. 지금 보시는 지도에 있는 이 표시는 이전 회차 플레이어를 뜻하거든요. 이 사람이 마지막에 (플레이가) 끝나면 이런 마크를 남기면서 마지막 말을 남기고, 여기에 이 사람의 유해와 같은 육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데. 다음 회차 플레이어가 이걸 확인하면 저희가 알려 드려요. 이 사람은 지금 이런 상태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아무도 그렇게 하신 분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떤 분이 ‘저 이 사람 머리를 잘라갈게요’ 하시는 거예요(웃음). 실제 시체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시신(이라는 설정)이니까 사람들이 일단 그대로 두거나 건드리더라도 조심스럽게 하는데, 그분은 도시에 이 사람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니까 잘라간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 결정이 굉장히 재미있는 전개였어요. 그리고 성훈 작가가 이 전시의 전체적인 스토리라인과 세계관을 구축했는데요, 게임 내 NPC들 중에 같이 데리고 도시를 나가거나 고립 상태에서 구출할 수 있는 NPC들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 지금 (지도의 동쪽) 연립주택에 아이 NPC가 있는데, 이게 이 쪽(서쪽)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 머무는 엄마의 아들이에요. 여기서 만나면 우리 아들을 구해 와달라고 부탁을 하거든요. 근데 아무도 저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으시더라구요. 아이를 데리고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가지 않거나, 돌아 가다가 게임 오버가 되기도 하구요. 그런데 언젠가 소방관으로 플레이하셨던 분이 그 아이 NPC와 같이 탈출했던 게 기억에 남았어요. 다들 저 아이는 못 나가겠다고 반 포기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구해주시더라고요. 그 아이를 구하려면 소지품 란을 아이가 가지고 있는 공룡 인형으로 가득 채워야 해서, 자기 물건과 장비를 다 버려야 되는데 그래도 그 패널티를 안고 가시는 게 좋았어요. 이경혁 편집장: 살다 보면 참 커뮤니케이션이 원하는 대로 안 될 때도 많잖아요. 전시에서 관객들과 서로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난점들은 없으셨나요? 상희: 이 퍼포먼스에 오시는 분들 자체가 어느 정도 이 게임을 하고 싶어하거나 관심이 있는 분들이다 보니까, 그래도 적극적으로 개입과 참여를 하려고 하시는 편이에요. 성훈: 어떤 분들의 경우 캐릭터가 독특하신 경우도 있었어요. 자체적인 캐릭터가 사람들과 만나기를 피하고 굉장히 과묵하다는 설정이었거든요. 이 세계는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어떤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겪으면서 더 재미를 찾아갈 수 있는 구조인데, 그분은 '은신 플레이'처럼 게임 진행을 하셨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우리가 마스터로서 어떤 방식으로 재미를 제공을 해야 되는지, 그 분의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도 이 전시에 참여해서 세 명이서 팀 플레이를 했었잖아요? 그때 약간 짜증 났던 건(웃음), 우리 멤버가 클리어를 목적으로 하려고 (게임 내 상호작용을) 전부 피하는 거에요. 그때 저희가 한 명이 플레이를 하고 한 명이 조수고, 저는 ‘마음의 목소리’를 담당하는 구조였죠. 상호작용을 안 하려고 할 때마다 저는 ‘앉아봐’, ‘그 상자 제발 열어봐’ ‘말좀 걸어봐’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웃음). 근데 그걸 보면서 저는, 만약에 어떤 사람들이라면 전시의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일종의 하이스코어 경쟁처럼 게임을 최단 시간으로 돌파하려고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 경우는 다행히 안 겪으신 것 같아요. 상희: 네, 맞아요. 그리고 게임 관련 설명과 안내를 드릴 때, 이 게임이 승리라던가 패배라는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참여자와 마스터 둘이 되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씀을 드리니까 다들 게임 내에서 자기 캐릭터만의 얘기를 구축하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아까 편집장님 팀의 멤버 분도, ‘살아나갈 것이다’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집념’이라는 캐릭터를 갖추신 거죠. * <조우를 위한 대화형 지도>에서 전시 참여자이자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채워나갔던 지도. 회차가 반복될수록 지도의 내용은 풍부해지고 이후 회차의 플레이에 영향을 준다. 이경혁 편집장: 그런 걸 보면 게임 기획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준비해야 하는 거네요. 1시간 반의 플레이로는 사실 지도의 모든 영역을 다 볼 수는 없고, 플레이가 계속 누적되다 보면 사람들이 지도 안에서 절대 안 가는 어떤 영역이 생기게 될 텐데요. 기획자 입장에선 정말 정성을 다해 준비한 거라 조바심이 나실 것 같기도 해요. 상희: 맞아요. 전시 처음에 지도가 많이 안 밝혀졌을 때는 끝까지 못 가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오픈 월드 류의 게임을 할 때 그동안 가보지 못한 영역, 지도 상에서 안개 혹은 어둠으로 표현되는 영역을 빛으로 밝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여기 아무도 안 갔네요’, 하면서 가시기도 하고, 결국에는 그런 식으로 맵이 다 밝혀졌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결국 이 지도 데이터의 누적이라는 게, 그냥 지도에만 추가되는 게 아니라 다음 번 플레이에도 영향을 주는 형태인 것이고. 앞선 세계의 변화가 뒷 세계의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는 형태로 설계가 되는거네요. 상희: 맞아요. 예를 들어서 아까 말씀드린 퀘스트에서 아들을 구하게 되면 패스트푸드점의 엄마가 같이 도시를 떠나가게 되는데, 그 이후에 이곳에 온 사람은 이 엄마가 남기고 간 쪽지만 읽을 수 있는 거예요. ‘아이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혹시 못 보셨을까 봐 여기 쪽지를 두고 갑니다.' 이렇게요. 그리고 이 엄마의 아이가 원래는 강박이 있는 아이여서 재료별로 햄버거를 계속 분류하고 있었는데, (이후 회차에서는) 분류하던 흔적만 남아 있고 그걸 했던 사람이 누구였고 이걸 왜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게 되는 거죠. 이경혁 편집장: 그러면 혹시 관객 중에 2회차 플레이를 해본 분들은 좀 있으신가요? 상희: 있긴 있었지만 전부 테스트 플레이(참여자)였구요. 다만 저희가 한 이틀 정도는 오픈 세션이란 걸 열어서 아예 플레이를 공개적으로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거든요. 그때 관람객 한 분이 두 회차를 연달아 보고 가셨어요. 두 번을 관람하니까, 이를테면 (첫 회차에) 어느 길이 무너졌는데, 그 다음 회차에 같은 길목에 도착한 사람은 그 무너진 길을 파헤쳐서 건너가야 되는 이런 연속된 사건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부분이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이경혁 편집장: 그걸 기록하는 것도 두 분이 굉장히 노고를 들이셨을 것 같은데요. 상희: 게임상의 큰 변화는 지도상의 기호로 계속 표시를 하기 때문에 기억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책상에 지도를 붙인 판넬이 있어요., 지금까지의 정보를 기록하고 새로운 변화를 써놓는 (마스터 전용) 판넬입니다.. 거기에 기억해야 되는 정보들, 예를 들면 특정 물건 3개를 요구하는데 그 3개를 다 갖다 줘야 떠나는 어떤 NPC의 경우에,. 누가 무엇을 주었다, 이런 식으로 업데이트해 놓고. 쪽지나 포스트잇 같은 걸로 표시하기도 해요. 이경혁 편집장: 보통은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면 이렇게 손을 뗄 수가 있는데, 이거는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된다는 점에서) 작가가 일종의 오브제가 아닌가 싶네요. 상희: 그렇죠. 작가도 자꾸 작업에 참여해야 되고, 전시기간에 계속 상주하게 되고요. 근데 그런 작업이 저한테는 계속 관객들과 참여적으로 연계된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저는 이 작품의 의미를 생각할 때 이런 점을 흥미롭게 짚어볼 것 같아요. ‘전시를 시작할 때와 전시를 닫고 나서 작가에게는 무엇이 변했을까’ 그게 굉장히 궁금하거든요. 아직 완전히 전시가 닫힌 것은 아니지만, 막바지에 달하고 있는 입장에서 작가님 스스로가 자신을 성찰했을 때, 무엇이 변화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상희: 일단 저에게 있어선 관객들과의 관계가 많이 변화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저는 기존에 해온 작업들도 인터렉티브한 성격이 있다보니, 관객들이 와서 직접 플레이하셔야 하는 작업들이 많아요. 전시장에는 언제나 제가 있었어요. 제가 (프로그램) 개발을 했다 보니까, 갑자기 오류가 나면 고쳐드리거나 플레이 방식에 대해 안내를 드려야 하다보니 전시장에 있게 되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관객분들이 전시를 끝내고 나서 감상을 나눠주는 걸 어려워하시는 편이에요. 전시장이란 공간 자체가 그런 걸 어렵게 만들다 보니 당연하긴 해요. (작가와 관객 사이의) 어떤 권위적인 분위기가 있고. 제가 궁금하다고 해서 직접 물어볼 수도 없는 거죠. ‘어떠셨어요?’ 하면 ‘아, 재밌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이러고 바로 도망치듯 하시고(웃음). 그런게 항상 저도 아쉽고, 관객들도 당시 말을 못해서 아쉬우신 게 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이 작업을 하면서 제일 좋았던 건, 1시간 반 동안 계속 플레이를 하면서 (관객과) 단독적으로 관계를 맺잖아요. 그 안에서 생성되는 라포(rapport)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게임이 끝나고 나면 너무 자연스럽게 이게 어땠는지 감상을 남기시는 거예요. 어떤 게 재밌었는지에 대해서도 서로 얘기를 하고. 그리고 마지막에 여기 섹션(전시장 한 쪽의 공간)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서 관객들끼리 소회를 공유하는 목적으로 만들어둔 거거든요. 이 공간의 모티브가 된 게, TRPG 하시는 분들이 게임이 끝나고 나면 그 게임이 어땠다고 합평회처럼 얘기를 하세요. 그런 문화가 매우 좋았어서 저희도 전시에 도입했어요. 관객분들이랑 더욱 깊게 관계 맺는 형식이다 보니 저에게도 굉장히 큰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어떻게 보면 이 전시가, 메인 게임의 앞에 프리(pre-) 단계가 있고 포스트(post-) 단계가 있는 것 같아요. 프리 단계에서는 게임 참여자들에게 전날 설문을 한번 하시잖아요. 이렇게 전시 앞뒤로 프리 단계와 포스트 단계를 두고 보면, 작가 입장에서는 관객 개개인을 좀 더 보게 되지 않습니까? 어떤가요? 관객분들의 전시 관람 전과 관람 후의 변화 같은 것도 좀 느끼시는지요? 상희: 일단 관람 전에는 (게임을 플레이할) 사람들의 플레이 성향을 알고 싶어서 설문을 조사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게임 내 어떤 캐릭터가 어울릴지를 골라드리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 질문에 답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실제로 이 ‘고향’이라는 곳에 돌아와서 플레이하게 되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이 즐거웠고. 그 사람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감정들이 (플레이를 하면서) 카타르시스가 되어서 다 풀리고, 후반부에는 또 같이 정리하면서 얘기하는 과정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은 사전 설문을 통해 캐릭터를 구성하고, 플레이 종료 후에는 각자의 개인적 경험과 소회를 집단적 궤적으로 모아 나간다. 이경혁 편집장: 사실 어떻게 보면 장르적으로는 굉장히 큰 도전을 하신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이 전시의 게임이 TRPG를 베이스로 했지만, TRPG를 하려면 아까 말씀하셨듯 보통 TRPG 카페를 가잖아요. 실제 작업을 준비하시면서, TRPG를 모티브로 했지만 이게 ‘퍼포먼스’로서 나오기 위해서는 어떤 특징이 있어야 된다라는 생각을 아마 하셨을 것 같은데. 무엇을 더 강조하려고 하셨을까요? 상희: 우선은 현실적인 완결성이 중요했어요.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만들다가도, 1시간 반의 러닝타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무조건 끝나야 되는 형식을 만들고자 했고요. 그리고 퍼포먼스 형식이니까 플레이함에 있어서 ‘룰’을 최소화하고자 했어요. 룰이 너무 많아서 생길 이해의 어려움을 줄였고, 룰에 대해서도 실제로 설명을 많이 안 드립니다. 참여자들이 행동을 하나씩 할 때마다 조금씩 알려드려요. 어떤 분께서 ‘저 이렇게 하고 싶어요’, 행동을 제안하시면 그것을 주사위를 굴려서 확인해 봅시다 라고 하면서, 점진적으로 계속 룰을 알려드리고 있어요. 그렇게 해도 다 알려드릴 수 있는 룰이어서. 원래 보드게임들은 룰 설명만 1시간 하고 난 뒤 플레이를 시작하는 느낌이잖아요. 이 전시에서는 그런 게 없이, 어떤 장벽 없이 관객들이 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그런 직관적인 플레이를 만들려고 신경을 썼습니다. 성훈: 저는 이 전시를 퍼포먼스 차원에서도 얘기해보고 싶은데요. 공연예술의 경우 똑같은 공연을 10번씩 보러 가는 문화도 있잖아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항상 매번 공연이 다 조금씩 다르다라는 얘기를 듣는데. 그런 것처럼 이 전시도 어떤 의미에서 ‘공연’이라고 할까요? 이 전시가 그 공연의 매번 다른 특성을 극대화한 걸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매번 갈 때마다 실제 인간이 진행하고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절대 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가 없고, 매번 지도가 바뀌어 나가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고, 스티커이기 때문에 뗄 수가 없잖아요. 그런 형식에서 퍼포먼스적 측면이 접목되었다고 생각해요 이경혁 편집장: TRPG라는 것을 상징하는 게 일종의 ‘룰 북’이기도 하잖아요. 룰 북의 두께만 봐도 이걸 언제 읽나 고민이 되긴 하더라구요. 상희: 맞아요. 저희 게임도 일종의 가제본처럼 룰 북을 만든 게 있거든요. 내용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도 이 정도 두께가 금방 나오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장벽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룰 북은 일단 가제로 만든 거고요, 저희가 좀더 정리해서 아예 보드게임으로 출시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 전시의 지도 형식 자체도 보드게임에서 착용을 했거든요. '레거시 보드게임'이라고 해서 한 번만 플레이하는 보드게임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마이 시티> 같은 게임의 경우 플레이어별로 맵을 밟으면 그걸 스티커를 붙이면서 계속 변형시키는 형식이거든요. 많은 레거시 보드게임이 그런 일회적 형식을 따릅니다. 이 작업도 결국에 맵을 변형시켜서 똑같은 게임 플레이의 반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거잖아요. 근데 한편으로는 그게 참여한 플레이어와 저희만 알 수 있는 경험이라는 점에서 플레이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기도 해요. 이 맵을 보면 '아, 이때 내가 이렇게 해서 맵을 바꿨었지',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런 형식을 따와서 뭔가를 붙이면서 계속 흔적을 남기는 형태로 이 전시를 만들고 싶었는데요. 정말 보드게임을 출시하면 그런 레거시 보드게임의 형태로 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이경혁 편집장: 이 전시는 굳이 미술과 음악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본다면, 음악에 가깝지 않나 싶은데요. 고정된 악보가 있고, 매번 연주마다 애드립과 카덴차가 나오는 거죠. 심지어 플레이리스트는 이미 정해져 있고. 그러니까 이건 그냥 콘서트라고 불러야 되는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아까 듣다가 생각난 질문인데요, 원래 (작가님이) 디지털 개발을 하셨었지요. 첫 작품도 디지털로 시작을 하셨는데, 언-디지털로 넘어온 작품을 택하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아까 간단하게는 TRPG에 관심이 생겼다고 해주셨는데요. 실제로 게임을 만들어보면, 같은 게임 제작 방법론이라고는 하지만 어딘가부터는 서로 완전히 다른 부분들도 있잖아요. 상희: 처음에 했던 디지털 작업들은 3D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고, 게임 엔진을 사용해서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잖아요. 이걸 만들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요새 대형 제작사에서 나오는 게임들을 보면, 그래픽이 나날이 발전되는 정도가 차원을 달리 하잖아요. 현실과 차이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지고 정교해지고, 엄청 많은 자본을 투여해서 만들어지는 형식이지요. 그런 그래픽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한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런 그래픽들이 공허하다는 감각도 있었어요. 거기에 어떤 이야기들이 더 있을 수 있을까 고민도 들었고요. 저희도 게임을 만들다 보면 어떤 그래픽적인 스펙타클에 게임을 조응하게끔 만들어야 하고, 화려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압박이 있기도 한데요. 그런데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의 형식은 아니었어요. 반면, TRPG라는 장르는 뭔가 그래픽적인 게 거의 없는 상태에서 그냥 이야기를 만들면서 플레이하는 형식이라는 점이 재밌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전시를 담당했던 김지연 디자이너와 초기에 같이 작업을 하면서 플레이 테스팅을 정말 많이 했어요. 이 작업에서 저에게 제일 중요했던 건 지도였기 때문에, 저는 초기엔 일종의 게임 월드처럼 지도를 자세한 형식으로 만들고 싶어했어요. 그때 김지연 디자이너가 되게 중요한 지점을 짚어줬던 게, ‘지도는 오히려 훨씬 더 단순해야 된다’는 거였어요. 요소가 많이 없어야 된다. 왜냐하면 TRPG를 플레이할 때 우리가 어떤 시각적인 게 많이 없어야 상상을 더 할 수 있고 그게 더 재미있기 때문에.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김지연 디자이너가 시각화를 해줘서 만든 게 지금 개미굴 같은 이 지도의 형식이에요. 그래서 게임이 어떤 시각적인 요소를 완전히 제외하더라도 참여자의 상상력을 이용한다면 오히려 더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예전에 김지연 디자이너가 토크 때 ‘우리의 최고의 GPU는 인간의 뇌다’라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결국에 저희가 상상했을 때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고 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적인 부분은 오히려 (과거로) 회귀해서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작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 작가님들이 이 작업을 준비하시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뭘까를 생각해 봤는데요. 시간적인 제약도 있고, 공간적인 제약도 있죠. 제가 궁금해지는 건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이러한 전시도 공짜는 아니에요. 이 작업의 물리적 베이스, 다시 말해 소요 비용이나, 펀딩이나 후원이 어떻게 들어왔었는지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상희: 우선, 지금 이 공간은 <팩션>이라는 전시공간이고 이 전시는 여기서 열린 공모를 통해 지원을 받았어요. 그리고 저는 여기서 제일 큰 비용이 뭐였냐 하면 결국 ‘저희’였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저희의 몸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걸 때우는 방식이었고. 그래서 (전시 공간은) 무조건 집에서 가까워야 되고, 자주 와서 이곳을 계속 보수할 수 있고, 공간을 관리하고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여야 해서 이곳 삼선동에서 전시를 하기로 결정했구요. 비용 같은 경우에는 다 자비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펀딩을 받으려고 했지만, 제가 다른 작업 펀딩을 받고 싶은 게 있어서 그걸 먼저 냈었고. 이 전시는 저희 생각으로는 기획이 대박이기 때문에 무엇을 내도 다 뽑힐 것이라 기대를 했지만(웃음) 제작비를 따오겠다 했는데 못 딴 거죠. 그래서 저희 돈으로 했는데 또 생각보다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지는 않았어요. 저희가 다 직접 만들고 한 게 있어서. 이경혁 편집장: 저는 당연히 이 전시도 다른 곳에서 펀딩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상희: 그렇죠, 그래서 저희는 후속 지원을 고려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저희의 기획이 이런 형식을 잘 이해하시는 분들께는 신선하고 재밌게 느껴졌겠지만, 한편으로 펀딩을 해 주시는 분들이나 지원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에게는, 특히 TRPG 자체를 모르는 상황에서는 ‘그래픽이 없는데 대화로 게임을 한다고? 도대체 무슨 소리지?’ 이렇게 난해하게 들리셨을 것 같기도 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저는 지금처럼 (전시를 통해) 결과가 완전히 다 나왔고 우리 기획이 어떤 건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자료들이 마련된 상태에서, 후속 지원을 요청하거나 이 전시를 완전히 대중적인 퍼블리시를 할 수 있는 포맷으로 지원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해요. 지금은 미술 전시회 형식으로만 하고 있는데, 저희가 추후 하고 싶은 건 아예 ‘게임’으로 출시하는 것이에요. 일례로 여기 붙어 있는 지도도 보드게임 컴포넌트처럼 다 들어 있는 것이고. 이 보드게임 패키지를 사시면 플레이를 어디서든 직접 할 수 있게 되고 그때는 어떤 물리적인 제약도 거의 없어지는 거죠. 엄청 긴 세션을 하셔도 되는 것이고, 각자의 플레이 방식대로 맞춰서 게임하실 수 있게 될 거에요. 다른 한편으로는 기획이 맞는다면 지역에 가서 일종의 팝업으로 해볼 생각도 했었어요. 이 게임이 설치형이잖아요, 그리고 광주라든가 부산에서는 요새 그런 형식의 전시를 많이 하니까. 그렇게 팝업을 통해 지방에서 TRPG 하시는 분들과 협업해서, 계속해서 더 큰 지도를 설치하고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성훈: 전시에 와주셨던 큐레이터 중 한 분이 재밌는 얘기를 해 주셨는데요. 이 게임이 한국의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굉장히 지역적인 맥락을 가지고 오려고 하니까, 차라리 실제로 어떤 도시에 가서 그 도시의 랜드마크 등을 반영해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실제 매핑을 통해 굉장히 퍼블릭한 게임으로 만드는 거죠. 이경혁 편집장: 물리적 제약이 워낙 지금 크게 느껴지다 보니까 계속 이 게임의 물리적 제약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뭘까를 생각을 하는데 그중에 가장 큰 부분이 펀딩인 것 같네요. 제일 좋은 것은 지자체의 예산을 가져오는 것 같은데요(웃음). 혹시, 미술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상희: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 아무래도 완전히 모르는 이야기이다 보니 신선하다는 반응도 많았어요. 게임 디자인이라는 형식이나 게임 메카닉을 갖고 와서 기획한다는 것을 재밌어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 그리고 이 전시가 또 주목을 받는 게, 결국에는 지금의 어떤 (예술 관련) 이론이나 담론이 게임과 연관되어 있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행위성 같은 개념들은 굉장히 게임적이거든요, 한편으로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당연한 얘기죠. 그런 것들이 미술적인 개념들과 이렇게 영합하면서 시너지가 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경혁 편집장: 최근 들어 확실히 미술계에서 게임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졌다고 느낍니다. 주변에 미술하는 분들이 게임 갖고 작업하시는 걸 보면 좀 어떠세요? 본인의 세대 근처에서, ‘게임’을 미술의 주요 소재로 쓰겠다라는 경향이 좀 있다고 느끼시는지요? 상희: 네, 그런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저희는 PC통신이 당연한 시대였고 초등학생 때부터 컴퓨터가 집에 있는 세대여서 디지털 게임을 많이 하기도 하고. 어떤 정서라든가 감성이 게임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세대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 기존에도 게임을 주제로 하는 작가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어요. ‘게임을 사용한 작업이 예술의 형식이구나’(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 전에 작업했던 사람들은 게임 제작자라는 인식이 좀 강했는데 최근에 ‘아트 게임’이라는 용어도 나오면서, 이게 예술 작업으로 보이게 된 건 최근의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경혁 편집장: 이제 (전시가) 거의 마무리가 됐지 않습니까? 전시가 끝나고 나면 지도는 향후에 어떻게 될까요? 상희: 일단 전시가 끝나고 나면 이 지도 자체는 철거를 잘 해서 손상 없이 떼갈 예정이고요. 그 전에 확대 촬영이라고 해서 사진이나 그림을 스캐너에 넣는 것처럼 촬영하는 기법이 있는데, 그걸로 지도 자체의 아카이빙을 잘 하려고 해요. 그때 (경혁님이) 오셨을 때도 이 게임이 되게 오프라인한 경험인데, 이걸 어떻게 디지털로 남길 것이고 이후 사람들이 여기에 어떻게 접근해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해 주신 기억이 나요. 저희도 그래서 이 지도를 웹에 아카이빙하거나 이후에 이 게임을 어떤 식으로 퍼블리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이즈를 보면 기존의 도록이나 영인본처럼 남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은 들어요. 마지막으로, 이 기획 이후에 후속작처럼 기획하고 싶은 게임의 형태는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상희: <언-리얼리스트의 유럽>이라고 11월에 작업하려는 작품이 있어요. 유가가 더 비싸지고 환경세 등이 부과되는 근미래에 일반인이 해외여행을 가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설정이에요. 실제로도 그런 일들이 점점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이제는 메타버스로 유럽 여행을 해야 되는 거죠. 그 여행을 실제로 VR 같은 기계, 실제 VR은 아니지만 VR이라 부르는 오락실 기계 같은 것에 앉아서 플레이하게 되는 형식의 게임인데요. 그래픽적 요소가 많이 없고 플레이어가 뭔가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하게 하면서 참여하는 그런 형식의 게임을 상상하고 있어요. 이번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게 최소한의 그래픽을 가지고 (참여자들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어서 후속작에서도 그런 견지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수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창간 2주년, 우리는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 <게임제너레이션> 이경혁 편집장 인터뷰

    그렇다면 독자들과 여러 필진이 함께 만들고 있는 게임 담론은 지금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우리’의 읽고 쓰는 행위는 게임문화를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사회적 실천이 되고 있는가? 창간 2주년을 맞아, GG의 이경혁 편집장과 평소에는 담지 못했던 웹진 자체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왔다. GG가 만들어졌던 배경이나, GG를 만드는 당시 상상했던 독자층 등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은 위와 같은 질문을 더욱 고민하게 할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 Back [인터뷰] 창간 2주년, 우리는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 <게임제너레이션> 이경혁 편집장 인터뷰 13 GG Vol. 23. 8. 10. 글을 쓴다는 행위의 목적은 무엇인가? 물론, 세부적으로는 글의 양식과 성격에 따라 글의 목적이 다양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글은 소통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소통이란 필자의 ‘쓰기’ 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읽기’와 함께 구성된다. 2년 전, <게임제너레이션>(이하 GG)은 “선언을 넘어선, 실천으로서의 게임문화”를 외치며 창간했고, 설령 독자가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 믿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라던 대로 독자층이 만들어지며, 우리는 함께 다양한 게임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그렇다면 독자들과 여러 필진이 함께 만들고 있는 게임 담론은 지금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우리’의 읽고 쓰는 행위는 게임문화를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사회적 실천이 되고 있는가? 창간 2주년을 맞아, GG의 이경혁 편집장과 평소에는 담지 못했던 웹진 자체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왔다. GG가 만들어졌던 배경이나, GG를 만드는 당시 상상했던 독자층 등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은 위와 같은 질문을 더욱 고민하게 할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Q: 평소에는 함께 인터뷰 질문을 드리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편집장님께 질문을 하는 상황이 신선하네요. 독자분들도 비슷한 감상이실 것 같은데, 먼저 편집장님을 잘 모르시는 독자분들께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2016년에 첫 단행본이 나왔고 2015년부터 게임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까, 게임 이야기를 하면서 밥 벌어 먹고산 지 8, 9년 차 되는 전업 게임 평론가입니다. 지금은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이 제일 큰 직함이네요. Q: 오늘은 저희 GG에 관한 질문들을 드리고 싶은데요. 기억하시겠지만, 첫 회차 ‘에디터의 글’에서 “웹진보다는 무겁게, 학술지보다는 가볍게”라는 문장을 일종의 슬로건처럼 말씀하셨어요. 이런 문장으로 GG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이경혁 편집장: 저는 일반 회사를 다니다가 게임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일반인들도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아카데미에서는 이미 나온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죠. 역으로 생각하면 아카데미의 잘못도 있는 것이, 맨날 학계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도, 그것이 자기들 안에서만 돌고 사회에 전혀 영향력을 못 주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게임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 영향력을 우리가 간파하면서 어떻게 이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파고드는 것들은 세상에 전혀 유통되지 않고 있어요. 세상은 게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전부 똑같은 이야기만 하거든요. “한국 게임 다 망해라!”, “확률형 아이템 나쁘다!”, “중독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은 너무 가볍고, 반복적일 뿐, 발전적인 논의가 아니에요. 제가 보기엔 게임 담론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데, 전문성과 대중성이 서로 붙지를 않는 거예요. 그래서 한국 사회에 이 둘을 접합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다면 전문성과 대중성을 어떻게 붙이지?’를 고민했을 때, 저는 아직까지 글이 효과적인 매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유튜브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고. (웃음) 저도 밥 먹고, 책 읽고, 게임하고 사실 시간이 없어요. 나오는 게임을 다 할 수도 없고 나오는 현상을 다 이해할 수도 없으니, 이런 것을 볼 수 있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또 전문가를 키우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만들게 되었어요. Q: 그런데 사실 그런 사명감을 가지셨어도, 실제로 이렇게 웹진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인력도 필요하고, 재화도 필요하지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지금 GG는 크래프톤의 후원으로 게임문화재단이 만들고 있는데요. 어떻게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이나 게임업계들이 모여 중독 치유 사업을 하는 게임문화재단과 같은 마음을 모으셨고, 어떤 과정을 통해 이 마음을 서로 확인할 수 있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는 원래부터 이런 걸 하고 싶어 했어요. “어떻게든 게임문화 담론을 만들어서 올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하고 주변에 많이 떠들고 다녔죠. 그런데 어느 날 대학원 지도 교수님이 밤에 전화를 주신 거예요. 지금 바로 나와봐야 할 것 같다고. 근데 저희 교수님이 전혀 그런 분이 아니시거든요. 사적으로 부른다거나 일절 그러시는 분이 아닌데, 의아해하면서 나가봤더니, 크래프톤 담당자께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돈이 있으면 할 수 있냐고 물어본 거죠. 이야. 세상에 이런 기회가 있다니! (웃음) 그래서 그걸 매개할 수 있는 곳으로 게임 문화 재단과 함께 하면서 게임문화를 다루는 웹진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이게 절대 제가 잘나서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에요. (다른 영역도) 항상 그런 것 같아요. 뭔가가 떠오르는 건 누군가가 혼자 유니크한 발상을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대에 그 생각에 대한 니즈(요구)가 떠오르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저는 GG도 제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가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요구들이 딱 엮이는 특정한 순간이 있고, 저는 그 결과물이 게임제너레이션이라고 생각해요. Q: 하필 그 시기에 크래프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지점이 신기하네요. 이경혁 편집장: 그러니까 어떤 마음을 먹으면 여기저기 많이 말하고 다녀야 해요. (웃음) 저는 ‘저 이런 것(게임문화 담론을 만드는 플랫폼) 하고 싶다’, ‘이런 것 필요하다’고 많이 떠들고 다녔거든요. 저희 지도 교수님도 저에게 그 이야기를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들으셨기 때문에, 그 순간에 제가 생각난 것이 아닐까요? (웃음) 자기 계발서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닌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Q: 그럼 처음에 GG를 기획하셨을 때, 당시에 예상하셨던 독자층은 어땠나요? 이경혁 편집장: 독자층은 (사실상)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소수일 거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아요. 많은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요. 게임은 재밌으면 그만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또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틀렸다고 보지도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가지고 심각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괜히 진지하게 무게 잡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그래도 뭐가 있지 않을까”라고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소수일 수밖에 없어요. 영화도 처음에 그랬으니까요. 실제로 영화도 비평의 흐름을 타고, 씬을 통해 표현되는 사회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인류 역사에서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웹진의 독자층 역시 소수일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크래프톤 담당자한테 이 사업의 의미를 설명할 때도 그 얘기를 했어요. “독자는 우리가 만들거고, 이 독자를 만들어내며 숫자를 늘리는 것이야말로 이 사업의 핵심이다.” 저는 지금도 그게 맞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그래서 고민이 되기도 해요. 너무 뻑뻑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고, 그러면 재미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남들이 다 한 이야기를 하자니 그건 의미가 없고. 그래서 그 고민이 아까 그 슬로건에 나오는 거죠. 웹진보다는 무겁게, 학술지보다는 가볍게.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교집합의 독자들한테 깃발을 흔드는 거죠. “여기 우리가 있다! 와서 우리와 함께 하자.” 물론, GG를 공론장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영향력이 크진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크래프톤도 그걸 알고 있기에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아요. 그래도 한 4, 5년 지나서 뭔가 쌓였을 때, 누군가가 게임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그동안 우리가 쌓아놓은 것들이 일종의 레퍼런스로 기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목적이 있어요. Q: 말씀하셨던 맥락에서 학술지와 웹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러면 GG가 지향하는 글쓰기 방식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GG는 최대한 필자의 글을 건드리지 않아요. 설령 문법이 이상하더라도 이렇게 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왜냐하면 문법을 지키는 게 대체로 가독성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니까 우리가 문법을 지키지만, 어떤 경우에는 문법을 희생하면서 자기가 강조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다고 봐요. 그걸 최대한 살리고자 하는 게 제 입장입니다. 누군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편집장이라고 깎아낸다는 것은 옳지 못할뿐더러, ‘제가 글쓴이의 생각을 얼마나 알고 있기에 손을 대는가’라는 생각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의 기준과 GG에 나가는 글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Q: 그러면 편집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글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경혁 편집장: 좋은 글이라는 것을 게임 쪽으로 한정을 한다면, 저는 인사이트라고 생각을 해요. 오늘날 같은 미디어 시대에는 누구나 다 한마디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남들이 이미 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제 물리적으로도 환경 낭비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죠. 같은 게임을 했더라도, 아직 미처 닿지 않은 생각들을 끌어낼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문학이 아닌 이상에야 독자들이 “우와”라고 반응하는 글들은 문장이 유려해서가 아닐 거예요. 글을 통해 우리가 다루는 것은 ‘생각’이니,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이 중요하니까, GG에서 글을 청탁할 때도 주제를 잡은 뒤에 해당 주제에 대해서 당신의 ‘생각’을 들려달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과 GG의 글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린 것은, 단순히 모든 글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측면이 아니라, 인사이트라는 것이 쓰는 사람으로부터만 정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제 입장에서 좋은 글이어도 독자를 이해시키지 못하면, 그것은 세상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GG는 오히려 이 부분을 컨트롤하지 않으려 해요. 각주가 수십 개 달린 뻑뻑한 글이어도, 게임을 통해서 사회에 단면을 드러내는 한 문장이면 또 누군가는 “우와”하면서 따라 읽을 수도 있고, 반대도 될 수 있지요. 결국 필력을 넘어서는 매력을 만들어낸 건 인사이트일 겁니다. Q: 말씀해 주신 지점처럼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 GG의 목적일 것인데, 이를 제공하기 위해서 매 회차에 어떤 주제들을 어떤 과정으로 정해가는지, GG의 아이디어 선정 과정과 절차를 독자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저희가 2개월에 한 번 나오니, 보통 2개월마다 기획 회의가 있어요. 5명의 편집 위원이 있고, 이번 회차에는 어떤 주제를 다루면 좋을지 논의합니다. 그렇게 대주제를 잡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일반 웹진들과의 가장 큰 차이죠. 저희는 대주제를 가지고 상당히 다양하게 논의를 해요. 주제들을 우선순위도 뽑아가면서, ‘너무 큰 주제다’ 싶으면 6개월짜리 기획을 하기도 하고, 어떤 주제는 지금 상황에서 신속하게 다루어야겠다 싶어서 빠르게 주제를 정하기도 하고. 저희가 매번 트렌디한 걸 다루진 않아요. 경우에 따라서는 ‘이 주제는 중요한데 언제 다루지?’ 하다가 나중에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게 대주제를 잡으면, 그다음엔 필자를 찾아요. 이 주제에 대해서 잘 이야기할 수 있는 필자는 누가 있을까? 결국 좋은 글은 좋은 필자에서 나오니까요. 다만, 이 과정이 또 어렵죠. 한국에 게임 관련된 글들이 많이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추리를 하기도 해요. 어떤 필자는 어떤 분야에서 공부를 했고, 어느 곳에서 이런 글을 썼으며, 어디에 나가서 이런 이야기를 했으니, 이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연락처를 구해서 전화해보는 거죠. 어떤 경우에는 추리가 안 들어맞아서 연락을 드렸는데 전혀 관심 없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딱 알맞은 관심사를 가지고 계시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글을 받아서 마지막 2주간 편집을 하고 완성이 되는 구조예요. 다만, 처음에는 100% 이 과정을 거쳤는데, 지금은 고정 코너들이 생겼어요. 특히, 최근에 공을 들이고 있는 논문 세미나는 어떻게 보면 GG를 시작했던 지향점과 가장 부합하는 코너거든요. 재미없고 유통이 안 되는 논문 중에 유의미한 이야기를 가져다가 말랑말랑하게 가공을 해서 재배포를 하는 작업이잖아요? 그런 지점이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여기(GG)는 그래도 게임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오시기 때문에 그런 글들이 더 의미가 있을 거라고 보는 거죠. Q: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무리 좋은 지향점이 있어도, 10회차 넘게 2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일 텐데, 매번 새로운 주제를 잡고 새로운 필자를 발굴하는 과정에서의 고충은 없으신가요? 이경혁 편집장: 고충이야 많죠. (웃음) 그리고 사실 저는 돈을 많이 못 받아요. 그런데 저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면서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과정이 쉬워져도 문제예요. 이 과정이 쉬워지면 아마 공장제 웹진이 될 거예요. 그럴듯한 이슈 하나 세워서 대충 있어 보이는 말들로 포장해버리면, 사실 웹진의 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그 변화를 파악하지, 양적 평가로는 그냥 이어진단 말이에요. 그러면 GG가 의미를 잃죠.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 작업이 계속 힘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저는 연구자라는 정체성을 딛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것도 연구의 일환이라고 보거든요. 그 과정이 쉬워지면 저는 연구를 안 하는 거죠. Q: 게임 비평에 대한 질문들도 조금 깊게 여쭤보고 싶은데요. GG가 이번에 제2회 게임비평공모전을 열었잖아요? 그런데 게임 비평에 대한 꿈이 있으신 분들 중에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더 게임을 많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 더 많은 게임을 해서 모든 게임의 재미들을 그래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게임 비평이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이경혁 편집장: 일단 모든 게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도 게임 비평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새로 나오는 게임을 다 해볼 수가 없어요. 인간의 24시간은 결국 한정돼 있거든요. 오히려 역으로 조심해야 하는 건, 게임만 하고 다른 활동이나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에요. 그런 경우에 저는 생각보다 많은 게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아까도 말씀드렸던 인사이트가 나오지 않는 것이죠. 남들이 안 하는 얘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남들이 많이 안 하는 데는 또 이유가 있어요. 그러니 결국 어떤 새로운 것이 왜 유의미한지 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글을 써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게임만 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공부,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만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에요. 하다못해 게임을 하고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좋은 비평을 위해선) 타인과 생각을 교류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게임을 하고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 이에 대해서 다들 동의하는지 아니면 나만 그런지 그 차이를 이해하려면 친구랑 같이 말을 섞어봐야 해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두 번째로 결국 게임은 인간과 사회를 다루거든요. 그래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없이 그냥 게임만 해서는 좋은 비평이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을 해요. 그냥 레퍼런스를 넓히고, 더 많이 알아야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과 세상을 계속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죠. Q: 그러면 결국 “게임 비평은 게임의 재미를 다루는 것이다”는 분들이 말씀하시는 ‘본질적인 게임의 재미’나 ‘모든 콘텐츠를 관통하는 유니버셜한 재미’ 같은 개념은 게임 비평이 다룰 수 없을뿐더러 애초에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겠네요. 이경혁 편집장: 많은 사람들은 “게임은 재밌어야지”, “게임의 본질은 재미지”라고 이야기하지만, 재미없는 매체가 뭔지 생각해볼까요? 다큐멘터리는 재미가 없나요? 뉴스는 재미가 없나요? 그렇게만 이야기하기는 너무 어렵죠.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교류하는 모든 미디어는 그 재미가 다른 유형의 재미일 수 있을지언정 기본적으로는 다 재미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게임이라는 미디어의 본질만 재미라고 이야기하면, 게임에 대한 이해의 폭을 굉장히 한정시켜요. 게임 역시 다양한 사용방식이 존재할 수 있거든요. 시리어스 게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게임을 통해 특정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하거나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고 하는 경우들도 있잖아요? 그러면 이런 것들은 본질을 놓친 것인가? 이처럼 재미만이 게임의 본질이라고 얘기할 경우에는 다룰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소거하는 것 같아요. 영화의 본질도 처음에는 재미였죠. 그런데 요즘은 재밌는 영화만 나오지 않잖아요? 세상 어려운 이야기들도 많이 하죠. 그러니까 그런 가능성을 버리지 말자는 거예요. Q: 마무리하기 전에, 최근에 편집장님의 학창 시절이 지구 오락실에 나오면서 지인들 사이에서는 이슈가 됐었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저희가 인터뷰를 위해 질문을 받았을 때, 한 독자분께서 ‘어릴 적부터 누구 닮았다고 이야기 듣는지’ 질문을 했었잖아요? 물론, 편집장님께서 “이걸 답변해 드릴 리가 없지 않습니까?”라고 답변하셨지만, (특별히)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누구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이경혁 편집장: 아... 이 이야기하면 무조건 악플만 달릴텐데... 나는 진짜 대학교 때 애들이 디카프리오 닮았다고 그랬거든요. (한숨) 진짜 억울한 게,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요즘은 오히려 친구들이 화를 내면서 인정하는 분위기예요. 그러니까 디카프리오가 살이 찌고 나서... 그런데 이 이야기를 꼭 담아야겠나요? 굳이? Q: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웃음) *‘지구오락실2’에 나온 학창시절의 편집장과 디카프리오 근황, 온게임넷 ‘우리 아이 게임 사용 설명서’에 나온 최근 편집장>(편집장님. 비밀로 해드리겠다는 약속... 지키지 않아 죄송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이경혁 편집장: GG를 보시는 분들은 한국 게임에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가에 관심이 있고 공감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GG는 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여러 편집 위원들과 기획을 같이 하고, 많은 필진이 있으며,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재단과 크래프톤이 함께 하지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저희와 대의가 같다면 사실 독자분들께도 함께 공유해주시고 게임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협력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전에는 이력서 취미란에 게임을 못 쓰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쓸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함께 여기까지 온 거예요. GG보다 라이트한 시도들은 많잖아요. 사실 게임 유튜브도 어마어마하고, 그쪽도 게임문화를 이야기할 때 저변을 굉장히 넓혔지요. GG는 어찌 보면 이러한 방향성에서 그중 조금 뻑뻑한 한 부분을 맡고 있고 그래서 더 유들유들해지지도 않을 겁니다. 누군가는 뻑뻑한 걸 해야 하는 게 맞죠. 그렇다고 더 뻑뻑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저 아무도 안 하니까, 저희는 이런 것을 하는 정체성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글을 알아주시고, 그런 걸 같이 봐주시는 것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사실 공유해달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저희 글들을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GG의 가능성이 됩니다. 여러분의 존재가 스폰서를 이해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시는 거예요. 그리고 그 스폰서십이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GG의 글 값은 결코 싸지 않습니다. 이건 필자분들이 아실 거예요. 그걸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힘에는 여러분의 트래픽이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잘 알고 있고, 감사드립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스스로 움직이는 게임: 방치형 게임에서의 플레이들

    “게임을 한다”라고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를까? 컴퓨터 앞에 앉아 역동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양새를 “게임을 한다”라고 칭하던 시절이 있었다. “타닥타닥”(키보드), “딸깍딸깍”(마우스), “삐걱”(의자). PC방이라면 “웅성웅성”까지. 사람들은 기계 앞에 올곧이 앉아서 게임에 몰두한다. 누가 봐도 게임을 하는 모습은 티가 났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 방, 거실, 피시방, 플스방 같이 분리된 공간으로서 게임의 장소가 중요했고, 사람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그곳에 방문을 해야 했다. < Back 스스로 움직이는 게임: 방치형 게임에서의 플레이들 03 GG Vol. 21. 12. 10. “게임을 한다”라고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를까? 컴퓨터 앞에 앉아 역동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양새를 “게임을 한다”라고 칭하던 시절이 있었다. “타닥타닥”(키보드), “딸깍딸깍”(마우스), “삐걱”(의자). PC방이라면 “웅성웅성”까지. 사람들은 기계 앞에 올곧이 앉아서 게임에 몰두한다. 누가 봐도 게임을 하는 모습은 티가 났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 방, 거실, 피시방, 플스방 같이 분리된 공간으로서 게임의 장소가 중요했고, 사람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그곳에 방문을 해야 했다. 그 풍경은 바뀌고 있다. “게임을 한다”를 상상하면 이제는 여러 이미지가 떠오른다. 모니터 앞에 앉아 몰두하는 장면도 있지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모습도 있다. 그 스마트폰은 손에 붙어있기도 하지만, 책상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있기도 한다. 플레이어가 일이나 학업에 바빠 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에도 스마트폰 화면 안에는 스스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대중교통 속 인파에 꽉 끼어 팔을 움직이지 못할 때도, 눈을 감고 밤에 잠을 청할 때도 게임은 혼자서 돌아간다. ‘자동’과 ‘방치’라는 이름 아래서. 2020년,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3위에 갑자기 오르면서 이목을 끌었던 게임이 있었다. 릴리스 게임스의 〈AFK 아레나〉이다. AFK(Away From Keyboard)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 게임은, 제목 그대로 플레이어의 부재를 허용한다. 자동과 방치를 적극적으로 표방하는 게임. 앱스토어에 등록된 모바일 게임 홍보문구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손가락 하나로 지배", "접속하지 않아도 저절로 강해지는"이라는 말들이 눈에 띈다. 이 게임은 특히 자신을 “바쁜 현대인을 위한 게임”이라고 소개한다. 지상파와 유튜브에도 게임 광고가 송출되었는데, 광고는 게임의 다양한 ‘맛’을 거론하며 ‘손 떼는 맛’을 게임의 새로운 스타일로 소개한다. “게임은 뭐니 뭐니 해도 손맛이라고? 이제 모두들 손 떼! 하루 종일 메어있지 않아도, 가끔씩만 만져줘도, 보는 맛, 뽑는 맛, 키우는 맛, 깨는 맛이 최고! 게임은 원래 이 맛이야.” 모바일 게임에서 자동 기능은 이제 없으면 허전한 존재가 되었다. 보조적 장치가 아닌 주요 장치가 된 것이다. 2013년 모바일 게임 〈몬스터 길들이기〉는 자동 타격, 자동 이동 기능을 게임에 도입했다. 모바일에서 캐릭터 조작이 힘들기 때문에 전투 메커닉의 일부를 자동 실행되도록 한 것이다. 캐릭터의 수집과 성장이 더욱 중요해졌고, 플레이어의 조작은 전투에서 스킬 실행 정도로 한정되었다. 이후 이 게임은 매출과 평가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모바일 플랫폼에서 RPG의 가능성을 보인 사례가 된다. 그리고 일종의 모바일 RPG 템플릿이 생성된다. 모바일 게임을 이용하는 틈새 시간과 맞물리는 단편적 구조가 정착되었고, 이동과 타격, 스킬 사용 전반을 모두 최적 알고리즘으로 자동화하여 플레이어의 조작 스트레스를 낮추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방치형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가 새로운 플레이 장르로 자리 잡았다. 피시 플랫폼에서 클리커(clicker) 게임, 아이들(idle) 게임으로 불리던 이 장르는 가만히 있어도 재화가 자동으로 증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플레이어는 재화가 더욱더 빠르게 쌓일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시스템을 성장시키고, 자원을 순환시킨다. 부재중 동안 재화가 증식하는 속도를 높여라. 이러한 투자 행위는 금융 자본을 다루는 〈어드벤처 캐피탈리스트〉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비슷한 장르의 〈중년기사 김봉식〉, 〈오늘도 환생〉, 〈거지 키우기〉, 〈어비스리움〉 등 국내 개발사의 방치형 게임은 길게는 5년이 넘도록 단단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게이머는 방치되고 자동 진행되는 게임을 보며 “이것이 게임인가” 하는 반응을 보인다. 실시간 조작을 우선시하는 게임의 일반적 범주 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러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온라인 담론에서 쉽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같은 장르의 신규 게임들이 매일 앱스토어에 출시되고 있다. 화면을 실시간으로 쳐다보고, 캐릭터를 직접 움직여야만 게임일까? 어찌 보면 “게임을 한다”는 의미가 그동안 너무 좁았던 것일 수도 있다. 면밀히 들여다보면, 자동 진행되고 방치되는 게임은 플레이어의 행동을 마냥 박탈하지 않았다. 다른 행동으로 변화했다는 것이 포인트. 나는 이러한 게임들에 주목하고, 자동화된 알고리즘이 어떻게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어떤 감각을 느꼈는지 알아봤다. * 사진: 〈AFK 아레나〉 자동화된 게임들 나는 자동 전투, 방치형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게임들을 모두 합쳐 ‘방치’ 문화의 게임으로 묶었다. 물론 게임은 모두 달랐지만, 플레이어가 부재한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방치된다는 사실은 같았다. 자동화된 게임의 양상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방치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간헐적 방치, 장기적 방치, 항시적 방치로 묶었다. 우선 간헐적으로 방치되는 게임은 여러 개의 스테이지로 분기가 형성된 것이 특징이다. 하나의 스테이지는 1분에서 3분 정도로, 일과의 틈새 시간에 짧게 즐길 수 있다. 전투 화면에 동영상 재생 기능이 도입된 것이 특징인데, 전투가 진행되는 속도에 배속을 높여 빠르게 넘어가거나 정지 버튼을 눌러 캐릭터의 상황을 점검하기도 한다. 또다른 범주인 장기적 방치는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까지 게임을 켜두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을 끄거나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게임이 정지한다. 따라서 배터리 소모가 필수적이며, 화면 보호 모드를 켜두거나 피시 화면에 게임을 연결해 플레이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항시적 방치의 분류에서 게임은 가입한 이래로 캐릭터가 무한하게 전투를 하고 아이템을 수집한다. 게임은 항상 진행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접속하여 게임 진행에 가속 운동을 한다. 물론 이러한 게임들도 너무 오래 플레이어의 부재를 허용하진 않아서 최대 24시간이 지나면 더는 진행되지 않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임의로 세 개의 큰 카테고리를 분류했지만, 사실 이들 사이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으며 서로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쿠키런: 킹덤〉에는 수 분 내로 끝나는 스테이지가 있으나, 동시에 최대 8시간까지 초당 몇 개의 속도로 지속해서 재화가 발생하는 '풍요의 샘'이 있다. 〈AFK 아레나〉도 마찬가지로 두 시스템을 동시에 가진다. 게임에서 구현된 것과 별개로, 플레이어에 따라서 스타일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항시적으로 방치되는 〈꿈의 마을〉에 길게 접속해 오랫동안 플레이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쿠키런: 킹덤〉 일과에 녹은 게임의 시간 게임이 스스로 가동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잠을 자는 시간에도 직장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도 게임을 하게 되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노동 시간은 게임을 방치해두기 좋은 시간인데, 사람들은 업무 책상 위에서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연결하고 화면 보호 모드를 켜두거나 화면 밝기를 낮추어 게임이 계속 진행되도록 했다. 이는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여러 행위를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에 속한다. 게임을 켜둔 상태에서 유튜브를 보거나,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거나, 집안일이나 식사를 같이하기. 시간을 이중으로 사용하여 조금이라도 가치를 더 창출하려는 의지다. 아무 쓸모 없는 시간이 될 수 있는 묵묵히 일하거나 머리를 말리거나 양치하기, 빨래하기, 대중교통 이동할 때 게임을 켜두면 또 하나의 생산물이 발생하는 것이다. “밤에 게임을 켜 놓고 자요. 충전기를 끼고 켜 놓고 자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콘텐츠가 쌓여있거든요. 핸드폰 보고 처리하고, 화장실 가서 씻습니다. 출근 지나서 제일 먼저 김봉식 다시 켜서 충전기에 꽂아 넣고요. 퇴근 후에 운동하고, 샤워하고 컴퓨터 하거나 영상을 보는데, 한 쪽에 김봉식을 켜놓고 15분에서 많게는 20분에 한 번씩 다시 봐줍니다.” 방치되는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생각을 덜 빼앗는다. 즉, 집중, 몰입, 관심이라는 인지적 자원을 덜 사용하면서 절약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높은 몰입을 요구하며 인지 자원을 빼앗는 게임은 중독적이라고 보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루 종일 업무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소소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 그 게임은 나의 일상을 잡아먹지 않는다. 다양한 게임 중에서 자동화된 플레이의 게임들은 너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세상에서 나타나는 여가 실천이다. '게임하기'의 변화: 기계 관리자로서 플레이어 사람들은 게임을 "돌려놓는다"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이러한 표현은 보통 기계를 다룰 때 쓰는 말이다. 오랜 시간 방치했던 게임에 복귀하여 "쌓여있는" 것들을 "처리"하고 "정리"한다는 점 역시도, 게임 진행을 일종의 과업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았다. 마치 세탁기나 식기세척기처럼 기계에 힘든 일을 맡기고 일정 시간 뒤 작업이 완료되면 결과물을 획득하는 것처럼, 알고리즘에게 게임을 맡기고 일정 시간 뒤의 결과물을 확인하는 지금의 자동화된 게임 양상은 인간의 정신적 유희 활동으로 게임을 정의하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고찰을 일으킨다. 오늘날 방치되는 게임에서 인간은 아바타 당사자가 아닌, 기계의 관리자로서 위치가 변화했다. 다시 말해, 기계를 조작하는 일과 기계가 가져온 결과물을 재배치하는 일이 게임하기가 된 것이다. 기계에게 명령을 내린 플레이어는 이제 직접 고단한 일을 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게임을 지켜보는 관리자가 되었다. 게임 〈고양이 식탁〉은 고양이들이 방문하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끝없이 방문하는 고양이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바닥을 청소하는 등의 일을 한다. 처음에는 직접 화면 터치를 통해 이러한 응대를 모두 처리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게임의 메커니즘이 익숙해졌을 즈음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거리가 멀어져 관리자가 되기 시작한다. 레스토랑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직접 처리하지 않고 그 일을 처리할 직원 캐릭터를 배치하며, 그 캐릭터가 일을 밀리지 않고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로 변모하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캐릭터에 몰입하는 위치에서 벗어나고 기계 행위자인 캐릭터(알고리즘)를 관리하는 위치가 되었다. 캐릭터와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당사자에서 제3자가 되며, 게임 상황을 관망하게 된다. 여기에서 보기로서의 게임하기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관리자이자 시청자, 양육자, 혹은 수학자 이렇게 변화한 역할에서 발생하는 감각은 어떤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어떤 이는 '게임 방송 시청'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나의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전투 장면을 즐거이 감상하는 것이다. 전투가 끝나면, 다음 방송이 재생되듯 다음 전투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하물며 캐릭터가 도중에 사망하기라도 하면, 장면에 감정이입 하면서 탄식을 보였다. 또 다른 집단은 자동 전투하는 캐릭터를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 조각에 불과하다고 언급하면서, 캐릭터 군단과 인간 플레이어 본인과의 거리가 멀어 이입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냉정하게 드러냈다. 캐릭터와 거리가 계속 멀어지다 못해 무덤덤한 관찰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반면 눈앞에서 성장하는 캐릭터를 자식이나 반려동물로 느끼는 부류도 있었다. 〈중년기사 김봉식〉을 즐기는 플레이어는 캐릭터가 자신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거리감은 있지만, 오랜 시간 애정을 가지고 키운 반려동물과 같은 존재라고 언급했다. 이는 과거의 육성 게임기 〈다마고치〉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귀여운 캐릭터가 알 모양의 기계 안에서 플레이어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는 다마고치는, 배설물을 치우거나 잠을 잘 때 불을 꺼줘야 하는 생물학적 리듬을 표방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가 행복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플레이해야 했고, 디지털 반려동물로 여기면서 캐릭터에게 정서적으로 가까움을 느꼈다. "더 멋진 기계 관리자"가 되는 일로 플레이어의 지향점이 설정되기도 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많은 유저들은 캐릭터 육성법을 공유한다. 이들은 도표를 그려 수치를 분석하고, 각 선택에 따르는 최적의 효율을 찾는다. 이러한 행위를 띠어리크래프트(theorycraft)라고 부르는데, 2000년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커뮤니티에서 유저들이 게임 세계의 작동 연산을 밝혀 더 좋은 플레이를 하도록 실천한 것으로 기록된다. 띠어리크래프트를 즐기는 유저는 관리자가 된 동시에 최적의 루트, 최적의 성장법을 찾아 수학자가 된 것과 같은 즐거움을 느낀다. 이렇듯, 게임은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방치를 허용하고, 사람들은 방치 행위를 일상에 녹여낸다. 과거 피시 온라인 게임에서 불법으로 규제했던 자동 플레이가 모바일 게임으로 오면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5분, 1시간, 24시간 등 원하는 시간을 선택하여 방치할 수 있는 오늘날 자동과 방치의 게임들은 마치 여가 시간을 채우는 상품의 여러 가짓수를 제공하는 듯싶다. 이제 플레이어는 기계 관리자로서, 게임 기계가 잘 굴러가도록 보살핀다. 같은 관리자라도 요란하게 전투하는 캐릭터를 지긋이 감상하는 사람들, 감정 이입하는 사람들, 혹은 감정 없이 냉정하게 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친밀성을 가지고 '반려 캐릭터'로 보는 경우, 게임 내 메커니즘을 간파하고 그 수를 이해하는 것에 충실한 나머지 수학자가 되어버린 관리자도 존재하기도 한다. 아직 모바일 MMORPG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인공지능이 적극적으로 도입이 되면, 여태까지 말한 '관리'의 속성이 다르게 변할 수도 있다. 정해진 기능을 마냥 수행하지 않는 캐릭터가 나타날까? 그것이 어떤 방향이든, 게임하기의 범위를 확장할 것 만은 확실하다. *이 글은 필자의 석사논문 〈플레이어 없는 게임들: 모바일 게임의 ‘방치’ 문화 연구〉에 기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이선 사회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합니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결국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채찍과 당근의 자강두천,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유도하고 또 감정선을 조절하는데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때론 위협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면서, 무작정 사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범위 안에 플레이어의 경험을 위치시키기 위해 수많은 요소가 무대 뒤에서 암약한다. 마치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에서 미스터리 단체의 직원들이 주인공 일행에게 하나씩 위협을 던져주며 가지고 놀듯이 말이다. 만약 이런 시선으로 공포 게임을 본다면, 이제는 한 번쯤 그 의도와 예상을 부숴주겠다는 불순한 생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Back 채찍과 당근의 자강두천,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 10 GG Vol. 23. 2. 10. 밸브의 게임 ‘포탈 2’ 에는 특이하게도 코멘터리 모드가 있다. 이는 일종의 영화 DVD 에 들어있는 코멘터리 특전처럼, 개발자들이 어떻게 게임을 만들고 고쳐나갔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이 이 게임을 만든 과정은 마치 소설을 짓는 것과 같은 작성과 무수한 퇴고의 연속이다. ‘포탈 2’ 는 퍼즐을 중심으로 한 게임이고, 이들의 고민은 그렇다. 이 퍼즐을 어떻게 풀도록 설계했는가? 그 설계가 어떻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나? 보완하기 위해 어떤 변화를 주었나? 플레이어가 이 설계를 어떻게 이해하도록 할 것인가?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유도한 플레이에서 벗어나는가? 그 벗어난 플레이가 허용 가능한가, 아니면 게임의 핵심을 해치고 있는가? 이러한 수많은 고민이 뭉쳐 어떻게 최종 버전의 게임이 완성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 ‘포탈 2’ 코멘터리 모드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는 예시가 하나 있다. 이 퍼즐의 최초 버전은 플레이어의 시작 위치와 출구가 바로 보이는 탁 트인 형태였다. 그러나 그렇게 되자 플레이어들은 퍼즐을 정상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출구 근처로 바로 포탈을 만들어 퍼즐을 ‘무시’ 했다. 그러자 개발자들은 시작 위치와 출구 사이에 큰 벽을 설치했다. 그러자 이제는 플레이어들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퍼즐을 제대로 풀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벽을 반쯤 투명한 유리벽으로 바꾸어 출구가 보이면서도 동시에 플레이어가 통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자 비로소 플레이어들은 퍼즐을 제대로 풀면서 기획자의 의도대로 게임을 플레이해 나갔다. 이 과정 자체가 바로 게임의 UX 디자인에 대한 매우 적절한 설명이다. ‘포탈 2’ 의 제작사 밸브는 ‘하프 라이프’ 시절부터 이처럼 잘 유도된 플레이어 경험을 짜는 능력이 뛰어난 회사였다. 이와 함께 밸브의 게임 중 또다른 작품은 새로운 방식으로 특정 장르적 UX에 접근한다. 공포 게임이자 4인 협동 게임, ‘레프트 4 데드’다. 그때까지 공포 게임은 놀이공원의 다크라이드와 유사한 방식이 주류였다. 즉 주어진 동선, 레일이 있고, 이 동선을 따라가면서 발동하는 트리거들로 적이 등장하거나, 이벤트가 발생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레프트 4 데드’ 는 이런 다소 고전적인, 배치된 오브젝트나 동선 설계처럼 게임 내에 이미 구성되어 변하지 않는 고정 요소를 넘어서서 실시간으로 플레이를 측정하고 이에 따라 플레이 환경을 바꾸는 ‘감독 AI 시스템’ 을 도입했다. 이는 이전부터 있었던 적응형 난이도 시스템의 변형이지만, 공포 게임에 적극적으로 사용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낳았다. * ‘레프트 4 데드’ 의 감독 AI는 당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감독 시스템의 요지는 이렇다. 플레이어의 스테이터스, 잔탄량, 위치 등 여러 모니터링 정보를 통해 플레이어의 현재 스트레스를 가늠한다. 그렇게 측정된 스트레스치를 기반으로 더 많은 적을 등장시킬지, 적을 줄일지, 또는 치료제를 제공할지, 다음 아이템 드롭에서 총알을 제공할지 등을 판단한다. 이 때문에 플레이어가 겪는 현재의 경험은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게 적절한 상승과 하강의 곡선을 타도록 조율된다. 이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감독 시스템 자체보다는, 이러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한 난이도 조정 툴이 필요할 만큼 공포 게임의 UX는 다른 게임에 비해 독특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여러 게임의 테마 중에서 공포 게임은 그 경험을 설계하기에 가장 어려운 편에 속한다. 이름 자체는 공포이지만, 결국 그 안에서 벌어지는 플레이란 플레이어가 공포를 최대한 회피하고, 또는 그 원인을 찾아내 공포를 해소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는 공포 게임이 다른 공포 콘텐츠(즉, 공포 영화 같은)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포 영화는 콘텐츠 수용자 입장에서 그저 관찰할 수 밖에 없는 일방적인 수용의 입장에 놓이게 되지만 공포 게임에서는 그 공포에 저항하고, 직접적으로 해소하는 역할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암네시아’ 시리즈로 대표되는, 공포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제거할 수 없고 피해다녀야 하는 게임들도 그처럼 플레이어의 회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훨씬 능동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래서 공포 게임에서의 경험 설계는 더 나아가 어떻게 ‘공포’ 가 총합으로서 긍정적인 체험이 될 수 하는가 하는 고민도 담겨있다. 공포는 그 자체로는 상당히 부정적인 감정이며 불쾌함을 유발하고, 우리가 공포 게임에서 느끼는 쾌락은 그 공포 이후에 이를 극복하고 다시 평정 상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좋은 공포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그 UX는 항상 시련과 극복의 연쇄가 될 수 밖에 없다. 공포 게임은 이러한 시련의 과정을 설계하는 방법, 그리고 공포라는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 등에서 많은 고민과 발전의 과정이 있어왔다. 여기에 더불어 사람은 어떤 감각 요인, 또는 자극에 적응하고 둔감해진다는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즉 공포, 또는 공포를 직접 느끼기 바로 전 단계의 긴장은 항상 적정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 적정 범위는 변동성이 있으며 심지어 순간적으로 큰 폭의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다른 게임들에 비해 감정이 관여하는 바가 큰 경험이기에 특히나 그런 면이 부각된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칼리스토 프로토콜’ 과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는 한명의 창조자에게서 출발한 공포 게임이지만 긴장감의 조절에서 서로 다른 방법론을 채택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은 굉장히 전통적인 방법의, 맵 곳곳에 수많은 트리거를 숨겨두는 방법과 적 AI 의 강화를 필두로 이 긴장감을 조율한다.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원작에 없던 감독 시스템을 고정된 트리거 들을 제외하면 매 플레이마다 다른 패턴으로 적이 등장한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개발자는 한 인터뷰에서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을 ‘호러 엔지니어링’ 이라고 칭했다. 이는 비단 전투 뿐만 아니라 게임 전체의 흐름을 조절하는 요소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은 각 전투의 거리를 좁히고 밀도를 높여, 정해진 레일을 뚫고 가면서 일정 구간을 통과하면 저장하고 다시 일정 구간을 뚫고 가는 일종의 갱신을 하는 느낌의 플레이 구성이다. 하지만 ‘데스 스페이스 리메이크’ 는 리메이크를 통해 오픈월드의 느낌을 가져왔고, 때문에 하나의 레일을 따라 트리거를 배치하는 식으로는 플레이어가 만들어내는 여러 변수에 대처할 수 없기에 감독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직접 레일 위의 난이도 조건을 조절하느냐, 또는 감독 시스템을 활용하느냐는 그 결과물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말그대로 방법론의 차이이다. 예컨대 게임의 맵을 디자인하는데 있어 미리 정해진 맵을 제공할 것인지, 특정 패턴에 기반한 절차적 생성 기법을 활용할 것인지 하는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중요한건 어떤 방법을 쓰느냐가 아닌 최종적으로 어떤 플레이어의 행동을 유도하고 의도했는지다. 아무리 감독 시스템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그 최종 상태에 대한 기준이 잘못되었다면 제대로 된 행동 패턴을 유도하기 어렵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감정선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들도 살펴볼 수 있는데, 첫번째로는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대리인, 즉 게임 내 아바타와 실제 플레이어와의 거리감 조절이다. 이를 위한 도구 중 하나가 공포 게임의 UX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이 구성 요소 중 하나인 UI 다. 두 게임의 공통 조상인 ‘데드 스페이스’ 를 포함해 이들 게임은 다이제틱 UI 를 사용한다. * 몰입감에 극도로 집중한 UI를 보여주는 ‘칼리스토 프로토콜’ 다이제틱 UI 와 논-다이제틱 UI 에 대한 가장 빠른 설명은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 로 가능하다. 이 게임에서는 하나의 게임으로 이 두가지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데, 트럭에 부착된 계기반으로 속도를 확인하면 다이제틱 UI, 그게 아니라 화면 구석에 고정된 네비게이션 창으로 속도를 확인하면 논-다이제틱 UI를 사용하는 것이다. 즉 논-다이제틱 UI 는 플레이어와 게임 속 세계 사이에 한겹의 필터가 있는 것과 같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과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는 이 부분을 제거하고 캐릭터의 등에 달린 장비로 HP를, 총기에 달린 부품으로 잔탄량을 표시하고 인벤토리, 아이템 정보 등도 게임 내 홀로그램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 이런 UI는 필수적인 부분 외의 정보량을 제한하며 현실감을 더 적게 저해하기에 소위 말하는 ‘몰입감’ 을 강조하게 된다. 어느 시점부터 다이제틱 UI 는 공포 게임의 기본 소양처럼 되었는데, 몰입 엔터테인먼트로서 공포 게임은 감정선을 플레이어가 자신이 조종하는 캐릭터가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차원(현실-게임 속)의 경계를 드러내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다이제틱 UI 를 위시한 여러 몰입 기믹을 사용하더라도 의도적으로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전투 음악 같은 음향효과가 그렇다. 이런 요소는 오히려 현실감을 위해서는 현장의 소리 외엔 없어야 하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런 음향효과들은 일종의 가이드로서 플레이어의 감정선과 고양감을 다가올 사건에 앞서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아무런 전조도 없이 뒤에서 튀어나온 적에게 바로 공격당해 죽는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전조없이 일방적으로 당한, 소위 ‘억까’ 라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적이 등장하기 직전, 또는 등장 후 공격받기 전 특정한 음향이나 또는 전투음악 같은게 흘러나온다면 플레이어는 위협을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곧 위협이 다가온다는 걸 심리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이는 철저히 비현실적이고 게임이기에 가능한, 일종의 초현실적 요소이지만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에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즉, 공포 게임은 일방적으로 플레이어를 겁주고 위협하는게 아니라 꽤나 정당하게 주고 받으며 플레이어와 놀아주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어떤 수를 써볼까?” “음… 일단 한 번 죽게 만들까요?”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유도하고 또 감정선을 조절하는데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때론 위협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면서, 무작정 사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범위 안에 플레이어의 경험을 위치시키기 위해 수많은 요소가 무대 뒤에서 암약한다. 마치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에서 미스터리 단체의 직원들이 주인공 일행에게 하나씩 위협을 던져주며 가지고 놀듯이 말이다. 만약 이런 시선으로 공포 게임을 본다면, 이제는 한 번쯤 그 의도와 예상을 부숴주겠다는 불순한 생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이명규 게임 기자(2014~), 글쓴이(2006~), 게이머(1996~)

  • Of green gaming and beyond

    Since 2020, customers buying a new iPhone no longer have a charger included in the box. According to Apple, this omission was aimed at reducing packaging waste as well as e-waste. The company explained that this move means it has to consume fewer raw materials for each iPhone sold, and it also allows for a smaller retail box, which means 70 percent more units can fit on a single shipping pallet, thereby reducing carbon emissions (Calma, 2020). < Back Of green gaming and beyond 22 GG Vol. 25. 2. 10. *이 글의 한글 번역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550034c6-61ca-49db-8587-7ac8cc27914a From physical to digital Since 2020, customers buying a new iPhone no longer have a charger included in the box. According to Apple, this omission was aimed at reducing packaging waste as well as e-waste. The company explained that this move means it has to consume fewer raw materials for each iPhone sold, and it also allows for a smaller retail box, which means 70 percent more units can fit on a single shipping pallet, thereby reducing carbon emissions (Calma, 2020). Whether this rationalization is authentic or not, the omission signifies a new era of pro-environmental electronic goods. Not only smartphone makers but also manufacturers of washing machines, refrigerators, and microwaves are finding ways to make their products more environmentally friendly or at least more energy efficient. How about one of the largest industries in the world in terms of revenue (US$187 billion worth in 2024), users (~3.32 billion active users), and time (a product can generate three billion hours of entertainment each month) (Ball, 2021; Konvoy Ventures, 2023; Sinclair, 2023; Technavio, 2025)? The relationship among the video game industry, the digital industries at large, and the environment is not entirely clear-cut. In the physical era of video games, one of the most infamous incidents is the “Atari video game burial,” which now has a dedicated Wikipedia page. In the 2014 book Game After: A Cultural Study of Video Game Afterlife , Raiford Guins detailed the events that occurred around the 1980s and conducted interviews with residents from the location of the landfill (Guins, 2014). Since that landfill legend, the concept of sustainability has circulated in the video game industry regarding how to use less plastic and create more eco-friendly packaging (Martin, 2020). Indeed, the physical appearance of video games in this era helps users understand the relationship between video games and the environment in a more tangible and salient way. However, as digital stores opened, the Internet became faster, and more gamers chose to download games rather than own a hard copy; the concept of being environmentally friendly in the video game industry has slowly shifted toward carbon footprints and energy consumption. Tracing the cleanliness of energy sources has not been easy. Currently, we know that something is not right, but figuring out precisely what is wrong and how severe it is requires a cumulative effort from all sides: gamers, publishers, designers, policymakers, researchers (Tapsell & Purchese, 2021). Practically, concerns have been raised. For instance, the in-depth report by Chris Tapsell and Robert Purchese in Eurogamer has provided a comprehensive overview of the issue and how we, as consumers, might strive for more responsible and sustainable gameplay (Tapsell & Purchese, 2021). Moreover, there are movements and initiatives that have been conducted, such as the Green Game Jam, which is a game-making event with the core theme focused on the environment. The term “green gaming” has also started to circulate in various outlets. Theoretically, what have researchers found about the problem of video games and the environment? And how are academics defining green gaming? Detour: A little bit about method In our latest preprint (the manuscript is under review), my colleagues and I conducted a systematic review of 50 documents, including journal articles, books and book chapters, conference proceedings, and dissertations, related to video games and environmental issues (Ho et al., 2024). We searched for documents using various keywords such as “green gaming” or “ecogames” in several scholarly databases, including Web of Science and Google Scholar, as well as other sources like journal recommender systems. The query returned more than 400 documents. We conducted several rounds of screening by reading titles, then abstracts, and finally full texts, ultimately identifying 50 relevant documents. Here is what we found. Main Contributors Traditional game studies, which are rooted in the discipline of media studies, have contributed significantly to our understanding of video games. The field views video games as a form of text, much like a work of literature or art, that can be theoretically and critically analyzed for deeper insights. Our word analysis of abstracts, titles, and categories suggested this dominance, as most papers are from game studies. Notable works include Playing Nature: Ecology in Video Games (2019) by Alenda Y. Chang and Digital Games After Climate Change (2022) by Benjamin J. Abraham (Abraham, 2022a; Chang, 2019). These books offer important theoretical foundations for understanding the relationship between video games and the environment, as well as the roles that developers, distributors, and customers play in making the video game industry more environmentally friendly. Further explorations can also be found in different chapters from the edited volume Ecogames: Playful Perspectives on the Climate Crisis (de Beke et al., 2024). Video games are not only seen as works of art; they are also tools and embodiments of technology. Thus, other fields have also sought to understand the effects of video games on humans (psychology), used video games for educational purposes (education or architecture), or directly contributed to the technology behind video games (computer science). Most papers from computer science discuss various techniques and methods that can potentially make games greener. Cloud gaming has been theoretically suggested as one of the best ways to play games in an environmentally friendly manner (Chuah et al., 2014). However, as we know from the failure of Stadia, the application of cloud gaming has not been successful. Some studies also suggest that cloud gaming merely offloads the energy burden to the data center, which needs to run 24/7 to support game operations (Aslan, 2020; Mills et al., 2019). Education: From video games to pro-environmental awareness The defining hardware of video games, the Graphics Processing Unit (GPU), has provided sufficient horsepower to simulate reality. Modern technology has recreated reality to the utmost perfection. Humans, ogres, and witches inhabit these lands with their daily routines that are incredibly lifelike. The weather also interacts with you and other non-player characters (NPCs) in a realistic manner: the cold makes you tremble, the rain makes you wet, and the thunder can strike your iron sword. Aside from the technological perspective, the increasing immersion of video games and photorealistic graphics suggests what my teacher hinted at in his studies: a potential for shaping reality and the public's perception. Thus, researchers, scientists, and educators have also recognized this feature. For instance, Jeffrey Fung from the Institute for Advanced Study developed a GPU-based program to simulate solar systems, stars, and planets (Fung, 2020). Similarly, an important, and probably one of the most significant uses of video games when it comes to environmental issues, is fostering awareness. Researchers have found potential in serious or education games, i.e. games that were made with specific educational games in mind. For instance, Eco ( https://play.eco/ ), which began as a Kickstarter project and later received funding from the U.S. Department of Education, creates a scenario where players must work together to avert a predicted meteor collision while maintaining ecological balance. Consequently, the finite resources and external impacts designed into Eco contribute to a realistic gameplay experience that reflects genuine developmental challenges (Fjællingsdal & Klöckner, 2019). Researchers have also assessed the effects of serious games, commercial games, satirical games, and gamified applications on encouraging gamers to adopt pro-environmental behaviors. Designed to promote awareness of environmental issues and the dangers of exploitation, these games have been found to have a moderate impact on translating in-game sustainable skills into everyday real-life actions, as they positively influence players' awareness (Boncu et al., 2022). More recently, studies have been conducted using commercially successful titles as research sites. Crowley et al. (2021) used the world of Red Dead Redemption 2 to study the educational aspects of the game. The researchers tested players' and non-players' knowledge of the wildlife species depicted in the game. Interaction with the species inside the virtual world helped players identify more species, especially ungulates and fish. Players actually learn and remember names, habitats, and even sounds of fish when they catch a lot of them in video games. Another perspective is the observation that gamers, even in a virtual space, are naturally drawn to locations with high levels of green vegetation and rate these areas more positively (Truong et al., 2018). Video games are more than playing Apart from computer science, which directly focuses on the technical aspects behind video games, most disciplines study one specific aspect of video games: playing. Video games have been considered a new art form that holds up to scrutiny like films or literature (Gee, 2006). However, for films or literature, the acts of reading a book or watching a movie are translatable across different individuals. The interpretation of meaning may differ, yet the act of consuming itself is synchronized across individuals. Meanwhile, playing video games can involve different understandings among individuals with varying setups, preferences, and genres. For instance, playing Call of Duty offers a very different experience compared to Candy Crush. Consequently, researchers from traditional game studies have been critically examining the act of playing video games to provide a deeper understanding of our engagement with them. For instance, when gamers immerse themselves in virtual worlds like Red Dead Redemption 2 or World of Warcraft , their gameplay can lead to unexpected learning (Crowley et al., 2021; Truong et al., 2018). Moreover, even though there is an intended way to play any game, gamers will always find new ways to engage—through speedrunning (completing a game as fast as possible), challenges (completing games using only one mechanic), and modding (changing appearances or creating new games). These actions are derivatives of playing; however, they embody the endless and boundless creativity inherent in video games (Lamerichs, 2024; Scully-Blaker, 2024). The more gamers engage with video games, the more possibilities there are to think about them differently. Hence, researchers are also evolving in their perspectives on both video games and the gaming industry as a whole (Abraham, 2022a; Fizek, 2024). Moving away from a singular focus on gameplay, researchers are beginning to examine the industry with more questions directed at developers, regulations, and publishers. For instance, in the book Digital Games After Climate Change , Benjamin J. Abraham breaks down the carbon footprint of video games—from production to distribution and finally to when gamers play (Abraham, 2022a). Accordingly, Abraham suggests that video games need to consider themselves within a larger context regarding their effects on the world—both positive and negative. Indeed, studies that focus especially on the hardware of video games are rare. In 2019, Evan Mills and his colleagues found a severe lack of technical research, energy policies, computer energy labeling programs and standards, and regulations regarding the energy usage of video game hardware (Mills et al., 2019). Consequently, our understanding of the actual environmental impacts of video game consumption remains limited. Green Gaming In 2019, I started spending a significant amount of time traversing the world of Breath of the Wild . Then, during the lockdown, the island in Animal Crossing: New Horizons provided me with a comforting sanctuary filled with mundane tasks like fishing, planting trees, and flowers. According to a definition of ‘green gaming’ from Colin Milburn, these games can be categorized as “the games of environmental control”, in which players can directly control and manipulate the environment (Milburn, 2018). Throughout the short history of game studies, researchers have used different terms interchangeably with ‘green gaming’ to describe video games and environmental issues: ‘ecogames,’ ‘ecological games,’ ‘sustainable games,’ or ‘climate change games’ (Abraham, 2022b; Abraham & Jayemanne, 2017; de Beke et al., 2024). Nevertheless, these terms are usually confined within academic contexts and—as we have described above—are heavily focused on the act of playing. Researchers such as Benjamin J. Abraham and Evan Mills are among the rare voices advocating for a fresh perspective that extends gaming into a more comprehensive activity involving producing and distributing software, choosing specific hardware, as well as considering a wide range of users’ preferences and behaviors. Indeed, from a practical perspective, if you search for ‘green gaming’ on Google, the first result is likely from HowStuffWorks, which mainly focuses on saving energy while gaming, recycling hardware, and raising environmental awareness through gameplay (Watson, n.d.). Thus, researchers may need a new perspective on green gaming that encompasses not only playing video games but also producing, choosing, purchasing, and consuming hardware and software. Therefore, “green gaming refers to the environmentally conscious production, purchase, and consumption of both hardware and software for video games. Developers and gamers’ behaviors in this context are driven not only by a desire to fulfill entertainment needs but also by a commitment to societal welfare, particularly regarding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and resource conservation” (Ho et al., 2024). It is only recently, in light of the severity of climate change and other environmental issues happening before our eyes, that we have come to realize the need to reconsider our environmental impacts, even in our daily activities. Scientific research regarding video games and their environmental effects has been somewhat narrow and unsatisfactory. Regardless, video games are a dominant form of entertainment for younger generations. Thus, the question is no longer about the potential of video games but rather about more real and practical findings on how to produce, choose, purchase, consume, and play video games responsibly. References Abraham, B. J. (2022a). Digital Games After Climate Change. Palgrave Macmillan Cham. https://doi.org/https://doi.org/10.1007/978-3-030-91705-0 Abraham, B. J. (2022b). What Is an Ecological Game? In B. J. Abraham (Ed.), Digital Games After Climate Change (pp. 61-88). 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https://doi.org/10.1007/978-3-030-91705-0_3 Abraham, B. J., & Jayemanne, D. (2017). Where are all the climate change games? Locating digital games? response to climate change. Transformations, 30, 74-94. Aslan, J. (2020). Climate change implications of gaming products and services University of Surrey]. https://doi.org/10.15126/thesis.00853729 Ball, M. (2021). Netflix and Video Games. MatthewBall.vc . Retrieved April 27 from https://www.matthewball.vc/all/netflixgames Boncu, Ș., Candel, O.-S., & Popa, N. L. (2022). Gameful green: a systematic review on the use of serious computer games and gamified mobile apps to foster pro-environmental information, attitudes and behaviors. Sustainability, 14(16), 10400. Calma, J. (2020). Apple ditching chargers saves costs but not the planet. The Verge. Retrieved January 26 from https://www.theverge.com/2020/10/16/21519466/apple-iphone-12-chargers-airpods-greenhouse-gas-emissions-e-waste Chang, A. Y. (2019). Playing Nature: Ecology in Video Game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Chuah, S. P., Yuen, C., & Cheung, N. M. (2014). Cloud gaming: a green solution to massive multiplayer online games. IEEE Wireless Communications, 21(4), 78-87. https://doi.org/10.1109/MWC.2014.6882299 Crowley, E. J., Silk, M. J., & Crowley, S. L. (2021). The educational value of virtual ecologies in Red Dead Redemption 2. People and Nature, 3(6), 1229-1243. https://doi.org/https://doi.org/10.1002/pan3.10242 de Beke, L. o., Raessens, J., Werning, S., & Farca, G. (2024). Ecogames: Playful Perspectives on the Climate Crisis. Amsterdam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2307/jj.10819591 Fizek, 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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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에’는 어떻게 발현되는가?:  서브컬처 게임 속의 인물에 대한 애착 유발 구조의 고찰

    2022년 즈음부터, 한국의 게임 업계는 만화‧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비주얼 표현 기법을 내세우는 게임들을 ‘서브컬처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만화‧애니메이션풍으로 묘사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이라는, 이름이라기보다 차라리 서술에 가까운 호칭으로 일컬어졌던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간결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 Back ‘모에’는 어떻게 발현되는가?: 서브컬처 게임 속의 인물에 대한 애착 유발 구조의 고찰 16 GG Vol. 24. 2. 10. 서론: ‘애착’에 살고 죽는 ‘서브컬처 게임’ 대략 2022년 즈음부터, 한국의 게임 업계는 만화‧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비주얼 표현 기법을 내세우는 게임들을 ‘서브컬처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만화‧애니메이션풍으로 묘사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이라는, 이름이라기보다 차라리 서술에 가까운 호칭으로 일컬어졌던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간결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는 그러한 표현 양식을 내세우는 게임들에 의한, 시장에의 참여도가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순위 타이틀명 MAU(명) 19 원신 43만 23 좀비고등학교 39만 34 붕괴: 스타레일 31만 39 승리의 여신: 니케 24만 40 리버스 1999 24만 [표1] 2023년 12월 월간 인기 게임 순위(IGAWorks, 2023) 순위 타이틀명 스토어별 순위 구글 애플 원스토어 16 승리의 여신: 니케 14 18 - 18 원신 16 40 - 20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20 34 - 31 블루 아카이브 94 77 2 35 붕괴: 스타레일 33 28 - 41 리버스 1999 37 45 - 48 더블유: 크로스월드 43 61 34 39 던전앤파이터 44 36 - [표2] 2023년 12월 월간 게임 매출 순위(IGAWorks, 2023) 시장에의 참여도가 높아졌는가의 여부는, 그 장르의 게임들이 국내외 게임 시장에서 얼마나 고도의 월별 이용자(MAU) 인구수와 매출 순위를 기록하는지를 확인하여 알아볼 수 있다. IGAWorks가 발표한 2023년 12월 게임 MAU‧매출 순위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서 ‘서브컬처 게임’ 중 상위권을 기록한 게임들은 〈원신〉(MAU 43만명, 19위/매출 종합 18위), 〈붕괴:스타레일〉(MAU 21만명, 39위/매출 종합 34위), 〈승리의 여신:니케〉(MAU 24만명, 39위/매출 종합 14위) 등 이미 다수가 존재한다(IGAWorks 2023) [표1][표2] . 한편으로는 MAU 실적 부문에서 다른 게임들에 비해 MAU에 있어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서브컬처 게임’이 매출 기준으로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는 경우도 관측된다. 〈승리의 여신:니케〉와 더불어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MAU 50위권 바깥/매출 종합 20위), 〈블루 아카이브〉(MAU 50위권 바깥/매출 종합 31위)와 같이, 똑같은 만화‧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비주얼을 사용하면서도 여성형 플레이어 캐릭터로 채워진 게임들이 그러한 특징을 잘 나타낸다. 간단히 말하여 이러한 게임들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게이머들이 보다 많은 비용을 투자하며 즐기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러한 유형의 게이머들(이후 ‘서브컬처 게이머’들로 표기)은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으며, 특히 여성형 플레이어 캐릭터로 채워진 게임에서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은 그 캐릭터에 대한 애착, 즉 ‘모에’(萌え)를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이정훈 2021). 도대체 서브컬처 게이머들은 어떤 이유로, 그들이 즐기는 게임 속의 인물에 대해 이와 같은 애착을 어필하는 것일까? 2. 본론: 캐릭터에 대한 ‘모에’의 보편화와 개량, 노출 [그림1] 〈겨울연가〉를 모티프로 일본만화 〈은혼〉의 패러디를 시도한 일본 동인지(©白玉団子) [그림2] 〈블루 아카이브〉를 패러디한 한국 동인지 〈삼인삼색〉(©순수한불순물) ‘모에’, 다시 말하여 캐릭터를 비롯한 공상적인 피조물을 깊이 마음에 품는 행태(야스다‧손낙범 편저 2016)가 발현되는 계기는 그 행위자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모에’를 유발할 수 있는 캐릭터의 표현 요소가 하나의 작품군, 또는 하나의 캐릭터 안에서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음은 아즈마(東 2001) 등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가 있다. ‘모에’라는 심리상태 자체는 그것이 굳이 만화‧애니메이션이 아닌 TV드라마를 통해서도 발현될 수 있으나(井手口 2009),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를 시청하고 팬이 된 일본인 중에서, 작중 인물을 패러디하거나 세계관, 혹은 극중 클리셰를 오마쥬한 2차 창작물을 생산해 유통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림1] . 그러나 예를 들어 〈블루 아카이브〉와 같은 ‘서브컬처 게임’을 향유하는 ‘서브컬처 게이머’들은 캐릭터를 모사하거나 다른 IP와 조합한 2차 창작 출판물, 즉 ‘동인지’를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판매전에서 제작‧매매하는 형식으로 그 ‘모에’ 촉발 요소를 유통하고 있다 [그림2] . 즉, ‘서브컬처 게이머’들은 ‘모에’의 요소를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익숙해지고, 때로는 그 표현 양식에서 파생된 창작물을 스스로 제작‧유통함으로써, 자신들 또한 다른 향유자들이 같은 표현 양식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공모자에 위치하게 된다. 아즈마는 TV애니메이션 〈디‧지‧캐럿〉(デ・ジ・キャラット, 1998) [그림3] 의 주인공 캐릭터인 데지코(でじこ)의 대표적인 조형상 특징점인 ‘고양이 귀’, ‘메이드복’, ‘더듬이처럼 뻗은 머리카락 한 가닥’, ‘큰 손발’ 등이, 사실은 성인용 비디오 애니메이션 〈크림 레몬‧흑묘관〉(くりぃむレモン・黒猫館, 1989) [그림4] 이나 미소녀 어드벤처 게임 〈키즈아토〉(痕, 1996) [그림5] 에서 처음 등장하여 전파된 의상이나 신체적 특징 묘사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고 정리하였다(東 2001). 그의 설명대로라면 캐릭터를 조합하는 과정은 소비자로 하여금 최대한 ‘모에’를 느껴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상업적 프로세스인 것이다. 이윽고 만화 정보 검색 사이트 〈TINAMI〉( https://www.tinami.com) 와 같은 온라인 정보교류 공간을 통해, ‘모에’를 유발하는 캐릭터의 특징들을 팬들과 크리에이터가 공유하고 유통하는 구도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들이 캐릭터의 특징을 유통하는 과정에는 원작 캐릭터에 대한 패러디가 수반되기도 하며, 2차 창작을 통해 원작과 무관한 세계에 처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럼에도 그 대상이 되는 캐릭터는 자신만의 특색을 굳게 지켜나가고 있는데, 이는 이토(伊藤 2005, p54)가 지적했듯 이야기보다는 캐릭터에 중점을 둔 소비가 보편화된 것에 기인한다. [그림3(왼쪽)] 〈디‧지‧캐럿〉의 주인공 캐릭터 데지코 (©Bushiroad ©令和のデ・ジ・キャラット ©BROCOLLI) [그림4(가운데)] 〈크림 레몬‧흑묘관〉의 작중 장면(©フェアリーダスト) [그림5(오른쪽)] 미소녀 어드벤처 게임 〈키즈아토〉(©Leaf) 2010년대 이후 한국의 ‘서브컬처 게임’ 크리에이터들 중에는, 상술한 과거 일본으로부터 전수된 ‘모에’ 코드를 이어받으면서도 그것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가공하고, 나아가서 ‘모에’를 유발하는 동기의 설명 자체를 개량하려 시도하는 개인도 등장하고 있다. 이후 〈블루 아카이브〉의 총괄PD에 오른 김용하는,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us)을 입증하는 ‘거위가 가짜 알을 품게 만들기’ 실험을 2014년 당시 강연에서 소개하면서, 실존하는 대상의 특징을 극대화한 가짜는, 심지어 자연계에서조차 진짜보다도 더욱 선호된다고 주장했다(Barrett 2010). 또한 인간이 보았을 때 가장 매력을 느끼는 타인의 얼굴에는, 성적 매력을 자극하는 요소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귀여움의 요소가, 7:3 전후의 비율로 조합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선행 연구도 함께 언급하였다(김용하 2014). 그의 주장을 폭넓게 해석하자면, 앞에서 말한 ‘고양이 귀’, ‘메이드복’이나 ‘안경’과 같이 ‘모에’를 유발하는 요소를 무작정 조합하기보다, 캐릭터의 종합적 매력을 최대화하면서도 시대의 유행에 부합하는 맥락을 세우면서 그에 맞는 조합을 선택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시청자들은 매주 정기적으로 시청한 TV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심리적으로 더욱 가깝게 느낀다는 연구 사례까지 고려하면, 똑같이 ‘모에’ 코드를 이어받은 게임 중에서도, 일별 로그인 보상과 같이 정기적인 접속을 권장하는 게임이야말로 유저의 친근감을 노리기 용이해진다. 예를 들어 TV애니메이션의 오프닝과 같이 연출상의 이유로 매주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장면은 시청자의 머릿속에 더욱 쉽게 기억된다. 그런데 해당 장면의 배경 장소가 실존하는 어딘가를 모티프로 삼았으며, 추후 시청자가 그 실존하는 장소를 실제로 찾았을 경우, 시청자는 그 장소에 대한 친근감을 크게 느낀다고 한다. [그림6(왼쪽)] 〈블루 아카이브〉의 뽑기 장면에 등장하는 ‘아로나’ (©2021 NEXON Korea Corp. & NEXON GAMES Co., Ltd.) [그림7(오른쪽)] 〈아이돌 마스터 밀리언 라이브! 시어터 데이즈〉의 로그인 장면에 등장하는 ‘아오바 미사키’(©窪岡俊之 THE IDOLM@STER™& ©Bandai Namco Entertainment Inc.) 이러한 일종의 각인 효과는, 공간은 물론 인물에게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 매일 게임에 로그인하여 소소한 게임머니나 강화 아이템을 비롯한 접속 보상을 챙기는 동안 [그림6] , 그 게이머는 자신이 ‘모에’를 느끼거나 느낄 만한 캐릭터가 출력되는 화면을, 로그인 화면이든 가챠(뽑기) 화면 [그림7] 이든 어디선가 일정한 상황에서 항상 접하게 된다. 3. 결론: 정리, 그리고 연구 노력의 필요성 지금까지의 내용을 순서대로 다시 정리해 보자. ‘서브컬처 게임’에 대하여 게이머들이 ‘모에’를 느끼게 되는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첫 번째로 현재의 ‘서브컬처 게임’들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과거의 미디어에 의해 형성된 ‘모에’ 코드는, 이후 다른 크리에이터와 팬들에 의해 유통되고 재가공되면서 제작의 노하우를 축적했고 세력 또한 확장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캐릭터의 신체‧복장상 특징을 우선시하던 ‘모에’ 코드에의 고찰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얼굴에서 드러나는 ‘성적 본능 자극’과 ‘귀여움’의 요소 조합, 시대 맥락에의 부합까지 따지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완성도를 높여간 ‘모에’의 노하우는 게이머들에게 긍정적으로 기억될 수 있는 디자인 외적인 기회를 얻게 되는데, 매주‧매일마다 반복 방영되는 TV드라마나 애니메이션처럼 게이머들을 일상적인 접속으로 이끌게 해주는 일일 로그인 보상이나 가챠 연출과 같은 상투적 연출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승리의 여신:니케〉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블루 아카이브〉에게 모두 해당되는 말이지만, 게이머가 캐릭터에 대한 ‘모에’를 느끼는 게임들 중에는 미소녀를 내세우는 것들이 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또한 그로 인해 이들 게임을 ‘남성 전용 게임’이라고 오해하는 태도가 게임 업계의 내외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주마를 미소녀형 캐릭터로 재창조한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한국 서버 기준 남녀 성비가 2023년 7월 기준으로 정확히 50:50이었다는 기사에서처럼, 남성 캐릭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게임이라도 적지 않은 여성 유저들이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게임와이 2023.7.4.). 여성 게이머라고 해서 모두가 ‘모에’ 그 자체를 기피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소녀 캐릭터를 문제시하는 여성 게이머들은 그 캐릭터의 디자인보다는, 예를 들어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성적 특성의 묘사와 같은, 다른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일련의 문제를 포함하여, 게임계에서의 ‘모에’ 담론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와 분석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모에’를 소중히 생각하는 팬이나 크리에이터에 의한 자기진술 이외에도, 게임업계 바깥에서 문화연구라는 본업에 종사하는 다른 연구자들의 참여도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참고문헌] 게임와이(2023.7.4) 「서브컬쳐의 힘…’우마무스메’ 국내에서 1년 동안 1,000억 원 매출 올렸다」, https://www.gamey.kr/news/articleView.html?idxno=3005749 . 김용하(2014) 「모에론」, NEXON DEVELOPERS CONFERENCE 2014, http://ndcreplay.nexon.com/NDC2014/sessions/NDC2014_0015.html . 야스다 요시미‧손낙범 편저(2016) 「萌え」, 『엣센스 일한사전』, 민중서림. IGAWorks(2023) 「월간 인기 앱‧게임 순위 2023년 12월」, https://mktcloud.igaworks.com/report/mkt/376 . 이정훈(2021) 「콘텐츠투어리즘과 지역활성화: 일본의 ‘애니메이션 성지순례’를 중심으로」, 박사학위논문, 건국대학교 대학원. Barrett, D.(2010) Supernormal Stimuli ~How Primal Urges Overran Their Evolutionary Purpose~, W. W. Norton & Company. 東浩紀(2001) 動物化するポストモダン オタクからみた日本社会』, 講談社. 井手口彰典(2009) 「萌える地域振興の行方--「萌えおこし」の可能性とその課題について」, 『地域総合研究』(37), 鹿児島国際大学附置地域総合研究所, pp.57-69. 伊藤剛(2005), 『テヅカ・イズ・デッド ひらかれたマンガ表現論へ』, NTT出版.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건국대학교 아시아콘텐츠연구소 연구원) 이정훈 ‘국민학생’ 시절부터 PC게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겼으나, 지금처럼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하나의 생활로 받아들인 것은 2001년부터의 일이었다. 특히 미소녀 캐릭터에 정성을 많이 두는 게임을 선호해 왔으며, 짧게나마 게임회사 및 라이트노벨 출판사에도 재직하는 기회를 얻은 바 있다. 업계를 떠난 이후에도 메이지대학 대학원 국제일본학연구과(2016~2018, 석사)와 건국대학교 대학원 일본문화·언어학과(2019~2021, 박사), 히로시마대학 인간사회과학연구과(2022~2023, 객원연구원) 등의 학업과정에서 서브컬처 문화를 계속 다루었다. 지금까지 「일본의 애니메이션 성지순례와 도시의 전략-시즈오카현 누마즈 시의 관광객 증감 및 상업시설의 형상 변화를 중심으로」(2020, KCI 등재), 「The Violation of the Freedom of Play by the Game Rating and Administration Committee of South Korea」(2023, A&HCI 등재) 등 총 8건의 논문을 집필하였다.

  • 구독이 세상을, 게임을 바꿀까? - 구독형 결제,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여기 두 개의 질문이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플레이해봤습니까?”와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소유해봤습니까?”이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온 두 개의 숫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유하지 않은 게임도 플레이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 Back 구독이 세상을, 게임을 바꿀까? - 구독형 결제,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01 GG Vol. 21. 6. 10. 여기 두 개의 질문이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플레이해봤습니까?”와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소유해봤습니까?”이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온 두 개의 숫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유하지 않은 게임도 플레이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게임은 플레이어가 소유하지 않았다. 혹은 소유할 수 없었다. 게임이 탑재된 게임기의 소유자는 게임기를 비치한 술집이나 음식점의 오너였으며, 플레이어들은 동전을 넣고 플레이 시간을 구매했다. 이 공간은 곧 오락실, PC방으로 바뀌었다. 시대가 지나니 집집마다 콘솔과 PC를 구비할 수 있게 되었다. 플레이어 개인이 게임 플랫폼을 소유했으니 게임도 소유할 수 있었고, 플레이어들에게 게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상점이 생겨났다. 이 상점들의 상당수는 현재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라고 불리는 온라인 마켓들로 바뀌었다. 현재의 시장은 어떨까. 소유와 대여가 섞여 있다. 여전히 콘솔과 PC 게임의 중요한 축이 소유인 한편, 모바일 게임을 비롯한 많은 게임은 대여의 방법론을 갖고 있다. 인게임 결제를 주된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무료 게임들은, 플레이어 개인이 그 게임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대여기간이 무기한이며 대여비용이 0일 뿐이다. 월정액을 지불하는 유형의 게임들도 본질은 대여다. 최근 들어서는 대여의 방법이 추가되었다. 구독 경제는 2020년대의 화두일 것으로 예상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이에 맞춘 듯 게임 구독 서비스가 등장했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기존에 존재하는 시즌 패스와는 다른 개념이다. 시즌 패스는 향후 발매될 DLC(DownLoadable Contents)를 한 번에 조금 싼 가격으로 구매하고 발매 때마다 적용받는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구독 경제의 기본 개념과 같다. ‘일정 기간’만 접근권을 갖는, 정기 지불의 형태다. 영상물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 서비스가 보여준 모델이다. 이 새로운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사업 주체는 세 종류다. 하나는 자체 유통망이 있는 개발사다. 현재 EA의 ‘EA 플레이’, 유비소프트의 ‘유비소프트 플러스’ 등의 서비스가 있다. 구독 서비스를 정착시키고 있는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자체적으로 성공한 ESD를 가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 다른 개발사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유통사다. 온라인 마켓인 험블 번들의 구독 서비스인 ‘험블 초이스’는 매달 12개의 후보작을 골라서 구독자들에게 보내준다. 이중에서 구독자는 자기의 구독 등급에 따라 3~10개의 게임을 고를 수 있다. 애플 또한 ‘애플 아케이드’라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인게임 결제와 DLC 등의 추가 결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정책으로, 대여 형태에 큰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세 번째는 게임 콘솔 회사다. 소니/닌텐도/마이크로소프트 3사는 제각각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엑스박스 게임 패스’를 갖고 있다. 이 세 서비스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기능을 포함한다. 즉,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온라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네트워크 접속권을 기본권으로 생각했던 플레이어 상당수가 당황하고 나아가 분노하기도 했다. 콘솔사의 서비스 셋 중에서는 닌텐도가 가장 초라하다. 고작해야 고전 콘솔 게임을 제공할 뿐이지만 볼륨 자체는 크다. 반면 소니의 경우에는 매달마다 무료 게임을 2개씩 제공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엔 엑스박스와 PC 양쪽은 물론 모바일까지 통합한 구독 옵션이 있다. 한쪽은 독점작 위주로 승부하고, 한쪽은 다양한 환경의 교차 통합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이미 증명해줬듯, 소비자가 구독을 결정하게 하는 요소는 결국 컨텐츠의 양과 다양성이다. 이 부분이 보유한 히트 IP가 많은 EA와 유비소프트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이며, 현재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애플 아케이드의 향후 전망이 밝은 이유다. 따라서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의 우위는 제작사보다 유통사와 콘솔사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최상위 퍼블리셔들이 동원할 수 있는 구독 리스트의 양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이 일방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OTT 시장에서 이미 보고 있는 것처럼, 구독의 힘은 컨텐츠에서 나온다. 따라서 컨텐츠 프로바이더 역할을 하는 제작사의 힘이 유통 퍼블리셔를 때때로 이기는 모습이 나올 것이다. 시장에서의 전망은 그렇다 치고, 게임 구독 서비스는 과연 게임 소비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소유가 중심인 시대를 끝맺고 다시 대여가 중심인 시대로 가게 될까? 이 대여의 코드를 공유하며 함께 엮인 사업 모델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단순히 세이브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시켜 여러 곳에서 불러올 수 있게 하는 정도를 지나, 게임 플레이 자체가 클라우드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처음 질문에서 나왔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게임 구동 플랫폼을 개인이 소유하기 어려웠던 시절은 대여의 시기였다. 극초기의 아케이드가 그랬고, PC방이 그랬다. 기술이 대중화되고 가정 경제가 탄탄해져 구동 플랫폼을 개인이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소유의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플랫폼의 사양이 비싸지면 대여로 가는 패턴이 나타나게 되는 걸까? 그래픽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구동 플랫폼의 하드웨어 사양은 꾸준히 높아졌다. 이런 고사양을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PC방은 여전히 좋은 대안이다. 그리하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등장한다. 기본적인 개념은 스트리밍 형태다. 게임이 구동되는 기기는 서비스 제공자의 클라우드 컴퓨터이고, 입력기기는 내 손 안의 컨트롤러나 모바일 기기이다. 그 조작 신호가 회사의 구동 기기에 가닿고, 기기의 게임 화면은 다시 이쪽으로 전송된다. 입력기기와 콘솔 간의 거리가 멀어봐야 몇 미터인 시대에서 몇십 내지는 몇백 킬로미터인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는 모두 5G의 기술과 인프라가 충분해졌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 연산장치와 입력인터페이스의 거리는 통신기술 발전에 힘입어 점점 멀어지는 추세다. 그리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최소한 당분간은, 구독 서비스와 함께 돌아갈 전망이다. 어차피 기기가 비싸거나 해서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인데다, 고스펙의 실물 기기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다. 대여 형식이 걸맞는 서비스 형태다. 5G 통신망을 사용해야 하니 이동통신사도 비즈니스에 들어오게 된다. 현재 마이크로스프트는 엑스박스 게임 패스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베타 테스트 중인데 한국에서는 SKT와 협업을 한다. 엔비디아는 ‘지포스나우’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국에서의 협업 이통사는 LG유플러스다. KT의 경우엔 독자적으로 ‘게임박스’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상위 퍼블리셔 중 하나인 구글은 ‘구글 스테디아’를, 아마존은 ‘아마존 루나’를 발표했다. 구글의 경우를 보면, 우선 일시불로 조작용 컨트롤러와 접속용 크롬캐스트를 사고 3개월 이용권을 받는 형식이다. 정정, ‘이었다’. 구글 스테디아는 담당 팀이 해체되면서 서비스 포기로 가는 상태다. 아마존 루나는 여러 회사의 구독 서비스를 아마존의 플랫폼에 모아놓는 형태를 추구하고 있는데, 아직은 정식 출시 전인 얼리 억세스 단계라 채널이 많지 않다. 구독 서비스 유형 중에서 가장 최신의 형태이다 보니까 정착은커녕 아직 정돈이 되지 않은 모양새다. 동시에, 컨텐츠를 직접 보유하지 않은 퍼블리셔가 초기 단계에서 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서비스 형태가 정돈되어 시장에 정착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게임 기기를 원격으로 빌리는 서비스이니, 종래에는 기기 사양에서의 자유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소니가 서비스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라고 해서 반드시 플레이스테이션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의 스트리밍을 버리는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만의 슈퍼 컴퓨터를 콘솔로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구도가 실현된다면 개발 환경은 크게 변할 것이다. 구동 기기가 PC이든 콘솔이든, 개발은 기기 사양의 한계점을 상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대중적 보급의 필요성 때문에 구동 기기의 한계선은 당대 기술의 최첨단보다는 몇 계단 낮다. 따라서 스트리밍이 모여드는 메인프레임의 사양이 최첨단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몇몇 장르는 현재 처해 있는 장르의 내적 한계를 돌파할 수도 있다. MMORPG가 서버 렉의 문제를 상당 부분 탈출할 수 있다거나, 오픈월드가 NPC의 리액션을 세세한 맥락과 상황에 따라 사실적으로 다르게 내보인다거나 하는 전망이 가능하다. 문제는 없을까? 게임의 세이브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만 저장하게 되면서 제기되었던 문제가 다시 나올 수 있다. 주도권이 회사에게로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인게임에서 억울한 상황을 당해 소송을 벌인다거나, 잊혀질 권리를 찾기 위해 자신의 데이터를 지워달라고 요청하는 유저를 상상해볼 수 있다. 이런 식의 갈등 과정에서 칼자루는 회사가 쥐고 있다. 반면 이런 중앙집권의 형태에서 반대의 논거를 읽어낼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른 대여 방식에 비해 구독은 지속성에 특징이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 구독이 끊긴다는 것은 소유권 판매를 할 때보다 이윤이 극도로 낮다는 의미다. 그리고 구독을 취소하는 것은 구매를 취소하는 것보다 간편하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는 구독자들의 반응에 더 예민해진다는 전망이다. 그래서 최초의 질문 2개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 2개가 솟아나게 된다. 하나, 게임 구독 리스트 내지는 ‘1면 게임’의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험블 번들이 매달 선정하는 12개의 게임이라든가, 리스트의 상단에 노출되는 게임은 어떻게 선정될까? 선정 기준은 합리적일까? 유튜브와 OTT 서비스의 경우엔 소비 패턴을 학습한 알고리즘이라는 대답을 내놓았지만, 이보다는 좀 더 진지한 질문과 대답이 필요할 것이다. 알고리즘이라는 방패 뒤에서 이용자들에 대한 취향 조작이 시도되고 있다는 의혹은 지금도 존재하며, 알고리즘 자체가 광고 상품이나 로비 내용이 되는 경우 또한 우려해야 한다. 둘, 세이브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인가? 게임 내 아이템과 인게임 결제 혹은 ‘현질’의 이슈에서 참고할 부분이 있겠지만, 예상되는 미래는 있다. 어쩌면 소비자들이 보유한 세이브 데이터가 정리되어야 할 부실기업의 인질이 되거나, 혹은 매각될 회사의 자산으로 처리되는 미래다. 그러면 이 데이터의 ‘소유권’은 회사에 있는 걸까 소비자에게 있는 걸까? 소유권은 빼더라도, 비유적 의미의 지분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일까? 이 논의를 더 진행하면 데이터 주권에 따른 기본소득 논의와도 맞닿는다. 그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보자. 현재까지 제시된 구독 서비스를 요약하면 이렇다. 성능 좋은 플랫폼 기기에 여러 사람이 스트리밍으로 접속하여 그 처리 능력을 활용할 수 있고, 그 서비스를 구독의 형태로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내지는 회사에서 보유한 고성능 컴퓨터를 구성원들이 클라우드 스트리밍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리고 지자체와 회사는 이를 자신들의 강점으로 홍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산업단지 조성에 있어 새로운 옵션이 될지도 모르겠다. *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에 등장하는 소버린 문명의 군대는 전투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수행한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 2]에서 소재 중 하나로 다룬 적이 있는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병사’ 개념이 떠오른다. 현재 드론 조종사의 전투 업무 형태가 후에는 더 많은 보직의 군인에게 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의 끝에서, 질문은 다음 지점으로 흐르게 된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나아가 구독 경제는 이 정도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게 될까? 우버의 예를 떠올려 보면, 2010년대의 화두 중 하나였던 공유 경제 개념은 예상보다 세상을 많이 바꾸지는 못했다. 최종 단계의 퍼블리셔들이 기존 체제와의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반면 구독 경제는 기존 체제의 일부를 변형한 버전이다. 이미 완성차 구독 서비스도 등장한 만큼, 적응이 훨씬 쉽다. 그리고 작아서 적응하기 쉬운 변화는 불가역적 변화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작가.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평생 게이머로서 살면서, 2001년에 처음 게임 비평을 썼고 현재 유실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 게임이 새로운 브랜딩 전장이 될 때: 나이키, 로블록스, 그리고 베트남 사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게임 시장은 향후 디지털 브랜드 참여 및 혁신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며, 특히 동남아시아 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새로운 마케팅 전환점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현명하게 투자하는 브랜드는 차세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 Back 게임이 새로운 브랜딩 전장이 될 때: 나이키, 로블록스, 그리고 베트남 사례 25 GG Vol. 25. 8. 10. *** 이 글의 영문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광고 목적을 위해 설계된 디지털 게임의 한 형태인 애드버게임(advergame)은 현대 디지털 마케팅 전략에서 중요한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Hera, 2019). 이는 전통적인 광고 방식에서 벗어나, 대상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접근 방식으로의 중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와 상호작용 중심의 참여를 장려하는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는 이러한 애드버게임 전략을 실행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으로 널리 평가받고 있다(Vayner3, n.d.).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의 애드버게임 프로젝트인 ‘나이키랜드(Nikeland)’로, 이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목표로 한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된다(Temperino, 2023). 나이키랜드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전략과 혁신을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로블록스가 VNG와의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Vietnam News, 2024), 현지 브랜드들은 이제 애드버게임을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하여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는 특히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있어 큰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글은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는 데 있어 나이키랜드(Nikeland)의 주요 성공 요인을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 브랜드들을 위한 전략적 시사점을 제안한다. 애드버게임의 부상 2023년,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 상위 5개국에 포함되며 자국 게임 산업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연평균 성장률(CAGR) 9.39%를 기록한 베트남의 게임 이용자 커뮤니티는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6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Interesse, 2024). 이는 브랜드들이 게임화(gamification)를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로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의미한다. Nguyen-Masse(2024)에 따르면, 인게임 마케팅은 최근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히 게임 내 브랜드 배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은 이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가상 환경 속에 직접 통합하여 게임을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기 위한 독점적인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 전반에 걸친 보다 큰 흐름, 즉 수동적 노출에서 체험 중심의 브랜딩으로의 전환을 반영한다. 특히, 홍보 목적의 디지털 게임인 애드버게임(advergame)은 두드러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아직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지만, 애드버게임은 이미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123억 2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AppROI, 2023). 애초에 2000년대 중반에 오락용 도구로 도입되었던 애드버게임(advergame)은 기술 발전과 함께 빠르게 전략적 마케팅 수단으로 진화해왔다. 초기의 애드버게임은 주로 브랜드 마스코트나 캐릭터를 활용한 인디 스타일 게임으로, 소비자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의 M.C. Kids 나 펩시의 Pepsiman 은 콘솔과 PC 플랫폼을 통해 오락성과 광고를 결합하려는 초기 시도의 대표적인 사례이다(Gibson & Baird, 2024). 2020년 무렵, 로블록스(Roblox)의 부상은 이러한 흐름의 전환점이 되었다. 로블록스는 사용자 생성 가상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들이 Z세대 및 알파세대와 같은 젊은 층을 몰입형 경험을 통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는 애드버게임이 단순한 홍보 도구에서 포괄적인 마케팅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Berezka et al., 2019). 브랜드들은 이제 독립적인 게임을 개발하기보다는, 로블록스의 인터랙티브한 인프라와 사용자 기반을 활용하여 그 안에 브랜드 경험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개발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도 낳고 있다. 현대의 애드버게임 전략은 플랫폼 문화와 소셜 기능에 주목하여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관계를 심화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게이머는 소셜 미디어 광고보다 브랜드 콘텐츠를 약 100배 더 인지하며, TV 광고와 비교했을 때 브랜드 기억률은 약 2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Lee, 2025). 이러한 결과는 특히 몰입형 애드버게임 경험이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는 데 있어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이는 특히 상호작용적인 활동을 선호하고, 수동적인 미디어보다 디지털 제품, 가상 이벤트,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동 및 청소년층에게 두드러진다(Program-Ace, n.d.). 애드버게임의 부상과 함께,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베트남 게임 산업에서는 ‘게임 파이낸스(GameFi)’가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떠올랐다(Proelss et al., 2023). 게임파이(GameFi)는 탈중앙화 금융(DeFi)과 비디오 게임을 결합한 개념으로, 플레이어들이 토큰이나 NFT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고 거래함으로써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 2017년 이더리움 기반으로 출시된 CryptoKitties 는 게임에 NFT를 통합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으며, GameFi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물론 이전에도 RuneScape 나 World of Warcraft 와 같은 게임에서의 암시장 거래와 같은 형태의 수익화 방식은 존재했지만, GameFi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공식화하고 구조화했다. 한편, 로블록스(Roblox)는 사용자 생성 게임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며, 가상 화폐를 실제 화폐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GameFi가 투기적 금융 활동에 중점을 두는 것과 달리, 로블록스는 창의적 콘텐츠와 커뮤니티 주도형 개발을 중심 가치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DeFi(탈중앙화 금융)와 암호화폐의 부상에 힘입어 GameFi(게임파이) 분야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시기였다. 2018년에 출시된 Axie Infinity 는 ‘플레이 투 언(play-to-earn)’ 모델의 대표 사례로, 필리핀과 베트남 등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수많은 모방형 GameFi 프로젝트의 등장을 촉발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콘텐츠 개발보다는 스테이킹(staking)이나 토큰 인플레이션과 같은 금융 메커니즘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그 결과, 2022년 중반 암호화폐 시장이 붕괴하자 많은 GameFi 토큰의 가치는 90% 이상 폭락했고, 전체 GameFi 프로젝트 중 약 93%는 4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Takahashi, 2024). Nansen Research(2022)에 따르면 GameFi 분야는 이미 2021년부터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GameFi의 몰락을 초래한 높은 변동성을 고려할 때,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애드버게임(advergame) 역시 유사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가? Xu 외(2024)에 따르면, GameFi는 본질적으로 투기성 금융 수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 반면, 애드버게임은 사용자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케팅 투자에 기반하여 가치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델로 평가된다. 이는 맥도날드나 나이키의 나이키랜드(Nikeland)와 같은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더 나아가, 애드버게임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고객 참여를 심화시키고, 상호작용 중심의 혁신적 광고 방식을 실현하는 토대를 마련한다(Jami Pour 외, 2023). 이러한 점에서 애드버게임은 GameFi와는 달리, 투기적 리스크보다는 콘텐츠와 브랜드 경험 중심의 전략적 장기 가치를 지닌 모델로 간주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GameFi와 애드버게임(advergame)은 서로 대조적인 두 가지 모델을 대표한다. 하나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고위험을 수반하는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점진적이지만 지속 가능한 모델이다. GameFi는 매력적인 재정적 보상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지만, 서사적 깊이나 콘텐츠 완성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시장 변동성에 취약하다. 반면 애드버게임은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지는 않지만, 브랜드 전략에 깊이 통합되어 있으며, 정체성 구축과 사용자 참여를 통해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애드버게임은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적 경험을 통해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보다 회복력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전환 기술의 발전은 브랜드가 고객, 특히 젊은 소비자층과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Zeng 외(2023)에 따르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과 같은 기술은 맞춤형·상호작용 중심의 경험을 추구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는 데 있어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이처럼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게임은 점점 더 몰입감과 감정적 호소력을 지닌 효과적인 광고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Chaney 외(2018)는 배너 광고나 제품 배치(product placement)와 같은 인게임 광고 방식이 브랜드 기억률을 유의미하게 향상시킨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이러한 광고의 성공 여부는 사용자의 인식에 크게 좌우되며, 오락성, 상호작용성, 개인화 정도, 불쾌감 여부 등의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Playable Factory, 2023). 사용자 친화적이고 잘 설계된 애드버게임은 브랜드 연상도를 심화시키고 전환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Eyice Başev, 2024). Buijsman(2024)의 보고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게임 산업은 1,877억 달러 규모에 달했으며, 이용자 수는 34억 명을 넘어섰다. 이는 게임이 가장 효과적인 인터랙티브 커뮤니케이션 채널 중 하나임을 입증한다. 특히 로블록스(Roblox)와 같은 플랫폼에 VR 기능이 통합되면서,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공동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이는 브랜드 참여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로블록스 사용자의 60%가 13세 미만이라는 점(Ramic, n.d.)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플랫폼은 나이키, 구찌, 유니레버 등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가상 세계를 통해 젊은 소비자층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나이키의 혁신적 프로젝트인 나이키랜드(Nikeland)는 이러한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나이키랜드(Nikeland): 로블록스에서의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 2021년에 출시된 나이키랜드(Nikeland)는 로블록스(Roblox) 플랫폼 내에 구축된 가상 공간으로, 나이키의 글로벌 본사를 디지털로 재현한 환경이다. 게임, 소셜 인터랙션, 사용자 개인화 요소가 결합된 이 공간은 브랜드 경험에 몰입할 수 있는 디지털 허브로 기능한다. 이 프로젝트는 매우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로블록스 내 나이키 스토어에 2,100만 회 이상의 방문을 기록함으로써(Sutcliffe, 2022), 가상 공간에서의 효과적인 브랜드 참여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나이키랜드의 성공 요인 중 핵심은 로블록스를 전략적 플랫폼으로 선택한 점에 있다.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약 9,800만 명에 달하고, 그 대다수가 18세 미만의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점에서(Ekhator, 2025), 로블록스는 청소년층을 직접 타겟팅할 수 있는 집중된 채널을 제공한다. 나이키는 자사 본사를 가상으로 재현하고, 스포츠 테마의 상호작용 게임을 통합함으로써, 사용자들이 경쟁하고, 소통하며, 협업할 수 있는 몰입형 가상 환경을 구축했다. 이 디지털 공간은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는 동시에, 단순한 광고를 넘어 사용자들이 브랜드 서사에 직접 참여하는 게임화 전략을 가능케 했다. 다시 말해, 나이키는 로블록스를 단순 광고 매체가 아니라, 브랜드와 사용자 간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는 참여 기반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나이키는 단기적인 판촉 전략보다 창의적인 콘텐츠에 중점을 두며 나이키랜드(Nikeland)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시켰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디자인하고, 나이키 스포츠웨어를 가상으로 착용해보며, 운동장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NBA 올스타 위크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참여한 이벤트와 같은 대형 행사는 전 세계 게이머 커뮤니티의 주목을 받았으며, 브랜드 가시성을 한층 강화했다. 이처럼 나이키는 엔터테인먼트, 상호작용성, 제품 체험 요소를 경험에 통합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디지털 행동 양식에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맞춰냈다. 이러한 감정적이고 기억에 남는 상호작용은 상업 미디어 콘텐츠 처리 모델(Processing of Commercial Media Content, PCMC) 이론(Buijzen et al., 2010)과도 부합하는데, 해당 이론은 긍정적인 참여가 특히 청소년에게 단기 및 장기 기억 형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나이키는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이 시기에 형성되는 브랜드 경험을 장기적인 소비자 충성도로 이어지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발달 단계에서 개인은 취향을 형성할 뿐 아니라, 기억력과 감정적 인상의 인지 능력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나이키랜드는 수동적인 소비 모델을 넘어서, 사용자가 브랜드 경험의 공동 창조자가 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참여 기반의 구조는 감정적 몰입을 더욱 깊게 만들고,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거래적 관계에서 관계 중심의 연결로 전환시킨다. 중요한 점은, 나이키랜드가 단발적인 마케팅 캠페인이 아니라 나이키의 광범위한 디지털 전략의 핵심 구성 요소라는 것이다. 2023년, 나이키는 디지털 광고 및 프로모션 활동에 4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으며, 이로 인해 디지털 매출은 133억 달러에 달해 전체 글로벌 매출의 약 26%를 차지했다(Haleem, 2023; Reid et al., 2024). 나이키는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 전략적 유연성, 디지털 환경에서의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나이키는 몰입적이고 상호작용적인 디지털 경험이 빠르게 변화하는 마케팅 환경 속에서도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 충성도를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베트남 브랜드 전략을 위한 실행 방안 애드버게임을 브랜드 전략에 활용하는 방식은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채택되어 왔다. 동아시아 최대 게임 시장 중 하나이자, 베트남과 오랜 기간 디지털 게임 수출입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대한민국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한국은 e스포츠, 메타버스, 크로스 플랫폼 게임에 이르는 포괄적인 게임 생태계를 발전시켜 왔으며, 게임 산업은 2025년까지 316억 달러(USD)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Statista, 2025). 이러한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여, 로블록스(Roblox)는 2021년 7월 16일 서울에 지사를 설립하며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로블록스 코리아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 및 개발 플랫폼 지원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시장이 지닌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Choi, 2021). 이후 로블록스는 특히 Z세대 및 알파세대의 젊은 사용자층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을 보였으며, 한국 게임 커뮤니티 내에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이는 베트남 브랜드들이 로블록스를 활용한 애드버게임 전략을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유의미한 모델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Samsung)과 현대(Hyundai)와 같은 선도 브랜드들은 메타버스가 미래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현대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중 최초로 로블록스(Roblox)에 "Hyundai Mobility Adventure"라는 체험형 공간을 구축하며 국내 시장을 겨냥한 메타버스 전략을 전개했다. 제품 브랜드를 넘어, 블랙핑크(BLACKPINK)와 같은 K-팝 그룹도 적극적으로 메타버스에 진입하고 있다. YG 엔터테인먼트는 메타버스 스튜디오 카르타(Karta)와 협력하여 로블록스 내에 가상 블랙핑크 체험 공간을 만들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약 1억 7천만 달러 규모의 지원 투자를 단행했다(Dalugdug, 2023). 또한, 부산시 크리에이티브 팀과 같은 지역 기반의 목적지 브랜드들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관광 및 문화를 홍보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메타버스 산업에 약 1억 7,710만 달러를 투자하며(Kul, 2022), 향후 디지털 생태계의 중심이 될 기술에 대한 제도적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과 베트남은 디지털 인프라, 청년 중심의 인구 구조, 게임 소비 문화 등에서 유사한 점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게임 플랫폼을 브랜드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는 전략이 베트남에서도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베트남은 한국 브랜드들이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적응하고 활용했는지를 참고함으로써, 성공적인 벤치마킹 사례를 도출할 수 있다. 2024년 베트남 게임 산업은 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며 동남아시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시장으로 부상했다(Vietnam Plus, 2024). 특히 모바일 게임 부문은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Statista, 2024). 로블록스(Roblox)의 주 이용자층과 베트남의 젊은 게이머 사이에는 높은 일치율이 존재하는데, 베트남 게임 이용자의 약 86%가 16세에서 24세 사이인 것으로 나타나, 이는 로블록스의 현지 확장과 게임화를 통한 브랜드 참여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2024년 5월, VNG와 로블록스 간의 공식 파트너십 출범은 이 같은 흐름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플랫폼을 번역하고, 문화적으로 조정하며, 지역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등 로컬라이징 작업을 주도한 VNG는 로블록스가 베트남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화는 베트남 기업들이 몰입형 브랜드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브랜드 기억률 향상, 소비자 감정 강화, 구매 의향 증대에 기여한다. 나이키랜드(Nikeland)의 성공 사례는 메타버스가 브랜드 충성도를 구축하는 데 얼마나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모델과 달리, 메타버스 플랫폼은 소비자가 브랜드 경험의 공동 창작자가 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감정적 유대와 장기적인 관여를 강화한다. 특히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층은 기억 유지력과 인상 형성 능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로,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는 메타버스 기반 전략을 통해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베트남은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에서 동남아시아 내 3위를 기록하며(Pelizzoli, 2024),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이는 매출 감소와 개발사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북미(Circana, 2024) 및 동아시아(Quarneti, 2024)와 같은 포화 시장과 비교할 때, 베트남이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장은 단지 현지 개발자들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고한 명성과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CJ, 삼성, 넷마블, 넥슨 등 한국과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이미 베트남 내에서 강력한 브랜드 존재감을 구축해 왔으며, 이들 기업은 나이키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로블록스와 같은 플랫폼 내에 가상 경험을 설계함으로써, 브랜드를 재포지셔닝하고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지금은 NC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과 같은 글로벌 게임 기업들이 베트남의 급성장 중인 게임 개발 산업에 투자하기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다(Hoài Phương, 2025). 이들은 현지 인재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및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메이드 인 베트남' 타이틀을 제작할 수 있으며, 초기 투자를 통해 우수 인재 확보, 제품 품질 제고, e스포츠·메타버스·멀티 플랫폼 유통 전반에 걸친 신규 파트너십 창출 등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 결론 VR, AR, 메타버스 플랫폼과 같은 기술은 특히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브랜드 참여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도구들은 전통적인 모델을 넘어, 더욱 몰입적이고 감정적으로 공감 가능한 경험을 가능케 하며, 로블록스(Roblox)는 이를 구현하는 대표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나이키의 나이키랜드(Nikeland)는 브랜드가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네 가지 전략을 통해 보여준다: 적절한 플랫폼 선택, 매력적인 콘텐츠 개발, 명확한 타깃 설정, 그리고 전략적 목표와의 정렬. 로블록스가 베트남에 공식 진출한 지금, 국내외 브랜드는 젊은 소비자들과 의미 있는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을 위해서는 브랜드 정체성, 전략적 방향성, 자원 배분이 정교하게 조율되어야 한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게임 시장은 향후 디지털 브랜드 참여 및 혁신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며, 특히 동남아시아 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새로운 마케팅 전환점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현명하게 투자하는 브랜드는 차세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AppR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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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VNU School of Interdisciplinary Sciences and Arts, Hanoi, Vietnam) DOAN Nguyen Huyen Anh, NGUYEN Thanh Binh, TRAN Tien Bang, PHAN Quang Anh VNU School of Interdisciplinary Sciences and Arts, Hanoi, Vietnam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게임과 데이팅 세계

    사랑은 일상적인 곳에서 온다. 그리고 그 일상은 현재 ‘디지털화’되었다. 연애관계의 돌입과 사랑의 속삭임을 우리는 ‘가상적으로, 디지털로, 플랫폼을 통해’ 수행(play)하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보이는 관심은 인스타그램의 DM으로, 페이스북의 댓글로, 카카오 톡의 메신저로 꾸준히 접속하여 수치화된다. < Back 게임과 데이팅 세계 16 GG Vol. 24. 2. 10. 욕망의 수치화에 관하여 기본적으로 소개팅을 하다보면, 첫 만남 이후 관계 설정을 위한 만남의 횟수에 어느 정도 제한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다시 말해 소개팅 이후 가볍게 혹은 종종 계속해서 관계를 정의하지 않고 상대와 만나기란 어렵다는 뜻이다. 소개팅은 ‘연애’를 목적으로 한 만남이고, 이 때문에 첫 만남에 애프터를 신청할 것인지, 그리고 애프터 이후 몇 번의 만남 뒤에 공식적으로(officially) 연인관계로 돌입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존재할 가능성이 의외로 높다. 이처럼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릴 때 ‘굳이 정의하지 않고 넘어가도 될 만큼 서서히 스며드는 애정의 관계’라는 것은 의외로 많지 않다. 앞서 언급한 소개팅의 법칙(!)도 마찬가지고, 의외로 친구 관계에서도, 더 나아가 아주 관습적이라 일컫는 결혼도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관계 혹은 감정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대체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하면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어쩌면 반대, 즉 연애를 해야만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한국 드라마에서 (이성애)연애의 완결은 마치 결혼인 것처럼 그려진다. 그러나 현실의 우리에게는 수많은 형태의 (굳이 게임적 용어로 이야기하자면 ‘선택지’의) 사랑이 존재한다. 1) 가족 간의 사랑 2) 친구 간의 사랑 3) 연애 파트너, 즉 섹슈얼한 대상으로서의 사랑 4) 상대방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랑(짝사랑으로 주로 표현되는) 등. 생각보다 사랑의 모양새는 다양하고, 우리는 이를 정확하게 정의내리지 않으면서도 모순적으로 상대적 기준을 통해 수치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 특히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만들어내는 사랑의 형태는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는지 눈여겨보고, 이것이 과연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욕망의 수치화가 높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미디어 환경 내부에서 인간의 일상적 ‘플레이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쩌면 사랑을 게임을 통해 인지했거나, 이미 게이미피케이션이 고도로 진화된 상황에서 현실의 사랑을 진행 중일 수도 있다. 잘 생각해보자. 그렇지 않은가. 이미 사적/감정적인 대상이 모두 미디어에서 재현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이미 수치화한 상태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내 메신저에 응답하는가. 사귀는 사이에서 하루에 전화는 몇 통을 하는지, 사랑하는 사람의 소셜 미디어 팔로우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말이다.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의 사적인 플레이 역사 : 사랑을 게임으로 배웠나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연구자 본인은 시스젠더 여성이고, 남성애자에 가깝다. 그러나 십대 때 본인이 접근할 수 있었던 다수의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은 ‘게임 주체’가 생물학적 남성으로 고정되어있고, 이 남성이 다수의 여성을 공략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접했던 게임이 바로 ‘동급생’, ‘두근두근 메모리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게임들을 진행하면서 연애시뮬레이션 안에서의 ‘연애’의 전형을 배웠다. 예를 들어 첫인상에 상대방의 특성 1) 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것들이 그랬다. 특히 이러한 연애시뮬레이션은 ‘첫만남’-‘대화를 통해 친밀도를 높이고’,-‘공략대상이 원하는 모습에 맞추어 능력치를 개발한 뒤’-‘퀘스트(이벤트)를 충족시켜’‘엔딩을 맞이하는’ 루트를 탔다. 물론 나는 남성을 성적 대상으로 두는 남성애자에 가까운데, 이 당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둔 연애시뮬레이션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열광했던 '프린세스메이커'를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감정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90년대 연애시뮬레이션은 게임의 특성상 육성 시뮬레이션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여성 게이머인 나에게 플레이는 관습적인 것에 가까웠고, 이를 통해 ‘목표’를 성취한다는 점은 똑같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러한 남성 주체 중심의 육성-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은 나의 게임 플레이 성향을 ‘관조’에 가깝게 만들기도 했다. 다시 말해, 연애시뮬레이션이 개념적으로 정의하는 연애관계에 이입하기보다 사랑에 대해 ‘관조적’일뿐만 아니라 ‘제 3자’의 위치에서 ‘관음’할 수 있는 주체에 더욱 가까웠단 뜻이다. 그러다 오토메 게임 2) 이 발매되기 시작했다. 이는 육성-연애시뮬레이션에 열광하는 많은 여성 게이머들이 어느 정도 3) 욕망하고 원했던 게임 텍스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오토메 게임은 외적 4) 으로 ‘시스젠더 헤테로 여성’을 게임 주체로 하는 여성향 게임으로, 이 중에 한명은 너의 타입이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여성이) 남성들을 공략하는 텍스트 기반의 게임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미연시(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게임)의 이성애 기반의 성별반전으로 아주 간단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여기 등장하는 남성들은 매우 전형화된 카테고리로 나뉠 수 있는데, 이것은 결국 이후 유통되는 많은 오토메 게임, BL(Boy’s Love) 게임, 혹은 텍스트 기반의 라이트 노벨성이 짙은 게임의 남성 공략 캐릭터를 정형화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후술할 체리즈의 ‘수상한 메신저(2016)’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정형화된 남성 캐릭터 선택지를 내어놓는다. 1) 연상의 로맨티스트(다정캐) 2) 모태솔로에 순수 연하(햇살캐) 3) 츤데레(광공캐) 4) 히든 캐릭터(사연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오토메 게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후지쯔에서 제작하고 1998년 발매되었던 '판타스틱 포츈'이다. 이 게임은 놀랍게도 국내에서 정발되어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팬덤을 양산해냈다. 이 게임은 초반 선택할 수 있는 주인공이 3명이다. 육성 시뮬레이션이 여성 게이머들에게 매력적인 플레이 요소가 되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 게임은 남성 캐릭터를 연애적으로 공략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메인 캐릭터를 육성해야하는 이중고(苦)를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 이 주인공 중 한명은 성별이 육성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중성인 존재 5) 가 섞여 있다는 것이 독특했다. 이처럼 연애+사랑의 루트를 타는 게임은 1) 캐릭터와 서사 2) 그리고 이 캐릭터와 서사에 접근하는 플레이 방식에 따라 진화하게 되는데, 이 당시에는 '판타스틱 포츈'처럼 미형의 남성을 공략하는 ‘여성’ 캐릭터, 그리고 이 캐릭터를 이 남성들이 원하는 이상향에 맞추어 ‘육성’해야 하는 플레이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캐릭터와 플레이 방식은 이 게임들이 타겟팅으로 삼았던 여성 주체들이 게임에 몰입할 때, 플레이 주체로서 주인공에 자신을 동일시하기 보다는 앞서 언급했던 ‘관조’적 성향의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하게 만드는 기제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여성 게이머들은 이 세명의 주인공들을 돌아가면서 플레이하고, 자신과 동일시한 캐릭터를 찾아냈을 수도 있지만(그러면서 자연스레 남성 캐릭터들을 유사남친의 대상으로 바라봤을 수도 있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다시 말해 전지적 플레이어 시점으로 이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읽어내기만’했을 가능성 또한 존재 6) 한다. 특히 세 명의 주인공은 얼굴이 전부 드러나 있고, 그 캐릭터를 육성하면서 마치 케어링을 하는 제 3자적 인물로서 플레이어들이 그려지는 것은, 게이머가 그 서사 안이 아닌 밖으로 자신을 위치 지으며 이 게임을 플레이할 가능성이 더 높은 요소들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처럼 사랑은 하나의 게임에서도 단 하나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판타스틱 포츈'은 자식 같은 세 명의 메인 캐릭터, 그리고 그 대상 자체에 몰입하는 나, 동시에 그들을 짝을 지어주기 위한 제 3자(즉 관계성에 몰입하는)로서의 나 사이에서 연애와 사랑을 저울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일상적인 곳에서 데이터화된다. : 디지털 로미오적 행태 여성향 게임이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은 여성게이머들이 대중적으로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시점과 맞물리는데, 그 시기가 바로 개인화된 미디어의 확산, 즉 휴대폰 플랫폼으로 게임이용이 확산되기 시작한 때다. 그 당시 한국에서 만들어진 게임 중 하나가 체리즈의 ‘수상한 메신저’다. 이 게임은 텍스트 노벨처럼 만들어진 전형적인 여성향 게임인데, 게임 타이틀에도 반영되어있듯 메신저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특성을 갖는다. 이 게임은 핸드폰으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전화를 받는 상황이나 메신저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는 방식이 실제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일상적인 메시지 주고받기와 전화통화를 게임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진행이 가능하도록 되어있어서, 이전까지 제 3자의 전지적 플레이어 시점 방식의 이야기 진행이 아닌 강력한 자기 동일시 기제를 게임 안에 포함하고 있다. 이런 방식 자체는 나에게 데이팅 기술(Technology)에서 상대방이란 ‘기계’ 혹은 ‘게임 그 자체’일수 있겠구나를 알려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앨피 본(Alfie Bown)이 자신의 저서인 <게임, 사랑, 정치>(2022/2023)에서 서술했듯 “연애 시뮬레이션에서는 실제 대상과 상상적 대상의 은유적 대체가 실제적이고 분명하게 구현(182)” 된다. 실제로 나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등장인물(상대방)들에게 무작위로(물론 시스템화되어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무작위는 아니지만) 걸려온 전화를 받았고, 받지 못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그도 그럴 것이 상대방과의 채팅이 끝나고 나면 풀 보이스로 랜덤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모든 시간대마다 전화 내용이 다르다. 심지어 새벽에도 온다. 마치 구 남친의 ‘자니’와 같은 순간처럼). 이러한 일상적 대화의 기술은 누군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게 만드는, 혹은 사랑이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보편적인 상황이다. 이것이 가상의 게임엔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기술이 감정을 확장하는(물론 이것이 사랑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을지라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내가 마주한 것은 상대방이 아닌 기계였다. 만질 수 없어도, 바라보지 않아도, 무척이나 ‘생생한 ’기계. 실제로 이러한 감각은 현재 아이돌 팬덤들이 아이돌과의 메신저로 대화를 진행할 수 있는 위버스나 버블 7)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사랑과 게임의 상관관계 사랑은 일상적인 곳에서 온다. 그리고 그 일상은 현재 ‘디지털화’되었다. 연애관계의 돌입과 사랑의 속삭임을 우리는 ‘가상적으로, 디지털로, 플랫폼을 통해’ 수행(play)하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보이는 관심은 인스타그램의 DM으로, 페이스북의 댓글로, 카카오 톡의 메신저로 꾸준히 접속하여 수치화된다. 우리가 욕망하는 사랑이 데이트 상대와의 눈맞춤인지, 아니면 친구와의 심도 깊고 즉흥적인 대화인지, 아니면 게임의 보상처럼 메시지 알림 소리를 울리는 버블의 인터페이스 그 자체인지 우리는 이제 알기 어렵다. “사랑과 욕망은 우리가 그것들을 경험하는 매체에 너무도 깊이 얽혀있다(Alfie Bown, 2022/2023, 225)”. 사랑은 수치화되었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그랬을지 모른다. 이것이 디지털 공간에 편재되었을 때, 게임은 빠르게 흡수해 텍스트로 옮겨냈고, 동시에 현실의 사랑은 이미 게임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게임으로 사랑을 배웠고, 그래서 어느 정도 관조적인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빠져있는 사랑. 8) 나는 이미 그렇게 습득한 사랑을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나의 가상의 최애(feat. '플레이브' 남예준)를 위해, '풍화설월' 9) 의 주인공(feat. 금사슴반 클로드)들에게 이미 퍼붓고 있다. 이 때문에 의외로 현실세계의 연애와 사랑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느낌마저 든다. 참고문헌 Alfie Bown(2022). Dream Lovers: The gamification of Relationship. Pluto Press; London. 박종주역(2023). 게임, 사랑, 정치. 시대의창; 서울. 1) 이는 지금까지의 많은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에서도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한데, 대부분 연애시뮬레이션에서 비주얼(즉, 캐릭터 디자인)은 그 캐릭터의 특성을 반영하여 제작되고 이 때문에 외모는 공략법과도 깊이 연관되어있다. 실제로 연애시뮬레이션의 완결성은 비주얼이 팔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여성향 게임에서의 비주얼은 대체적으로 남성향 게임과는 달리 특정 신체를 부각하기보다, 얼굴과 목소리에 집중되어있다. 2) 乙女ゲーム 소녀의 게임. 3) 여기서 어느 정도, 라고 어중간하게 서술한 것은 기본적으로 당시 오토메 게임이 여성의 성적 욕망, 혹은 연애적 욕망에 대한 구체적 반영보다는 단순 성별반전에 가까웠기 때문이며 동시에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여성들의 모든 욕망을 단일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4) 외적이라고 굳이 덧붙인 것은 오토메 게임이 시스젠더 헤테로 여성들을 주체로 하여 만들어진 게임이긴 하나,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주체의 성별은 실제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들 여성향이라고 말하는 장르의 콘텐츠를 실제로 이용하는 주체는 시스젠더 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별주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문에서 쓰인 여성향/남성향과 같은 용어들은 이미 관습적으로 굳어진 용어로 본문에서 사용될 뿐, 실제 이용 주체를 명명하는 것은 아니다. 5) 3명 중 한명인 실피스는 선택지 플레이에 따라 여성/남성으로 나뉘게 되므로, 초반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존재(중성)로 나온다. 이 때문에 오토메 게임이지만 BL 게임으로 서사를 진행할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2차 창작이 활발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6) 이것은 여성 게이머 주체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기보다 초반 여성들이 게임 텍스트를 접할 때 일어나는 남성 중심적 서사에 적응하기 위한 기제로서 관습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바라보는 여성 주체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가정되는데, 여성은 남성의 시선이 내재화된 카메라와 그 카메라 시선의 대상(여성) 사이에서 동일시할 주체를 찾지 못하고 관조적이거나 유동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여성향 게임에서 ‘텍스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미지보다는 텍스트가 제 3자의 입장에서 거리두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에서는 간단히 언급하고 있지만, 이러한 거리두기의 연애방식(연애 관계에서 자신을 배제하고 그 관계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은 현대의 여성들에게 훨씬 더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 좋아하는 연예인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프라이빗 메신저 ‘구독’ 서비스. 물론 인터페이스 자체는 자신이 하는 텍스트 메시지와 연예인의 메시지 밖에 보이지 않지만, 진짜 대화를 나누는 것은 1:수많은 팬서비스 구독자다. 8) 사랑에 빠져든 나와 나를 배제한 사랑 모두를 뜻한다. 9) 닌텐도 게임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중 하나. 3개의 나라 3개의 반 중에 하나를 골라 육성하는 SRPG 게임이다. 메인 캐릭터를 남성과 여성 둘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으며, 각각의 학생을 지도하면서 교류할 수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 장민지 덕후 진화론(덕후는 정신적/육체적/기술적으로 진화한다)을 믿는 팬-미디어 연구자.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박사논문〈유동하는 세계에서 거주하는 삶 : 20~30대 여성청년 이주민들의 집의 의미와 장소화 과정〉으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 학회 학술상, 2016년 〈비인간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환상〉으로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평론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 독점 게임의 새 지형도: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2D 횡스크롤 플랫폼 게임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록맨' 시리즈. 보스의 무기를 빼앗아 쓴다는 기믹과 대단히 어려운 난이도, 그리고 귀엽고 다부진 주인공 록맨으로 출시와 함께 게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캡콤은 1987년부터 3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다.  < Back 독점 게임의 새 지형도: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09 GG Vol. 22. 12. 10. 독점? 그땐 그랬지… 2D 횡스크롤 플랫폼 게임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록맨' 시리즈. 보스의 무기를 빼앗아 쓴다는 기믹과 대단히 어려운 난이도, 그리고 귀엽고 다부진 주인공 록맨으로 출시와 함께 게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캡콤은 1987년부터 3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다. 〈록맨〉(1987)은 닌텐도 패미컴(ファミコン)의 독점 게임이었다. 클래식 록맨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 기준, 록맨은 패미컴으로 6편, 슈퍼 패미컴으로 1편(록맨 7, 1995), 플레이스테이션(PS)으로 1편이 출시됐다. 2년 터울을 두고 출시한 〈록맨 2〉(1988)와 〈록맨 3〉(1990)은 나란히 1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넘기며 '캡콤 플래티넘 타이틀'에 올랐다 . 1987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록맨은 패미컴의 킬러 타이틀 중 하나였다. 클래식 록맨 시리즈가 PS에 이식된 것은 1999년의 일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들 게임을 해볼 방법은 패미컴을 구하는 길밖에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가디언 히어로즈〉(1996)나 〈그란디아〉(1997)를 하려면 세가 새턴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런 게임들이 시간에 흘러 타 플랫폼에도 이식되거나 리메이크되면서 (특정 기기를 소유하지 않은) 소비자는 아쉬움을 덜고, 공급자는 (이미 재미를 본) 타이틀의 재발매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보는 일이 예사였다. 그리고 어느 한편에서는 '늘 그렇듯이' 답을 찾으려는 몇몇 긱(Geek)들은 에뮬(Emulator)이라는 괴물을 창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콘솔 없이 고전게임을 구동했다. 아무튼 오늘날까지 일본 주요 게임사들은 기간 한정 독점 발매 전략을 잘 쓰고 있다. 앞서 록맨 시리즈의 예를 든 캡콤이 대표적이다. 〈몬스터 헌터: 월드〉(2018)는 PS4, XBO 독점작으로 1월 발매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캡콤은 콘솔 독점 발매 7개월 만에 스팀(PC)에서 게임 판매를 시작했고, 그 해 스팀에서 1,0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스팀에서는 동시접속자가 투명하게 공개되는데, 출시 첫날 〈몬스터 헌터: 월드〉에 접속한 사람들은 24만 명을 넘겼다. 10년에서 7개월로 짧아진 독점 기간은 오늘날 게임 생태계의 시계가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를, 그리고 좋은 게임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판매해야 할 물건이 소프트웨어만 있는 것이 아닌 회사들은 계산법이 다르다. 오늘날에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2017)이나 〈모여봐요! 동물의 숲〉(2020)을 플레이하려면 필수적으로 닌텐도 스위치(NS)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닌텐도는 서드파티의 게임이 자사 생태계에 입점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자신들의 킬러 타이틀이 다른 게임기에서 실행되는 부분에는 극도로 보수적이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2019),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2019)처럼 닌텐도가 유통하는 게임들도 좀처럼 스위치 바깥을 나가지 않는다. 오늘날 NS 바깥의 닌텐도 게임은 모바일게임 〈슈퍼 마리오 런〉(2016)이나 〈피크민 블룸〉(2021)처럼 소수 사례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NS는 5년 만에 1억 대가 팔렸다. 오늘의 주인공 소니는 어떨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PS에도 강력한 독점작 파이프라인이 작동한다. 최근 PS 독점으로 나온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2022)가 대표적이다. 전작 〈갓 오브 워〉(2018)의 PS4 독점이 풀린 것은 최초 발매로부터 약 4년이 지난 2022년이다. 〈호라이즌 제로 던〉(2017)이 PC로 간 시점은 3년이 지난 2020년 8월이다. 리메이크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2022)에서도, 지난 10월 PC 버전으로 발매된 ‘언차티드’ 합본판에서도 소니가 여타 게임사보다는 긴 호흡의 기간 한정 독점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소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베데스다가 포함된 제니맥스를 인수한 데 이어 액티비전블리자드(AB)까지 가져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MS의 인수가 성사되면 〈스타필드〉(2023)는 물론 북미 지역 현세대 최고 인기 게임 ‘콜 오브 듀티’를 PS에서 서비스하지 못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MS Xbox의 필 스펜서는 "콘솔 독점권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MS는 ‘콜 오브 듀티’에 대한 소니의 권리를 계속 보장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독점 게임과 시장 독과점 사이 MS가 벌이고 있는 공격적인 인수전에 대해서는 이미 좋은 자료가 많이 나와 있다. 이 글에서는 짧게 짚고 넘어가자. 요약하자면, MS는 우리 돈으로 90조 원이 넘는 금액을 100% 현금으로 지불하면서 AB를 사려 한다. 그러나 MS는 이미 게임 시장에 지배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규제 기관들은 이 딜을 검토해야만 한다. 현재 약 30여 개의 국가 규제당국이 MS의 AB 승인 건을 검토 중이다. 22년 9월, 영국 경쟁시장청(CMA)측은 시장 경쟁 하락의 이유로 인수를 일차 기각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11월 초 집중 조사를 개시했다. 미화 687억 달러가 오가는 역대급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선봉에는 소니가 있다. 지난 8월 브라질 경제보호행정위원회(CADE)에 "MS의 인수는 독점 행위", "'콜 오브 듀티'는 유저 커뮤니티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비슷한 예산으로 비슷한 작품을 만들어도 경쟁이 불가하다"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또 지난 11월, 영국 CMA는 소니와 MS가 제출한 서한 일부를 공개했다. 이때 소니는 "인수가 완료되면 Xbox는 콜 오브 듀티, 헤일로, 기어즈 오브 워, 둠, 오버워치 등 베스트셀러 FPS를 모두 살 수 있는 상점이 되면서 경쟁의 압박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우려를 표했다. MS는 "PS의 월 사용자는 Xbox의 두 배에 달한다. 약 6천만 명 정도 더 많다", "소니는 MS보다 많은 독점 게임을 가지고 있다", "많은 콘솔 게이머가 ‘콜 오브 듀티’를 플레이하지 않는다"라며 CMA에 방어 논리를 전개했다. 명실상부 ‘콜 오브 듀티’는 서양, 특히 북미 시장에서 파괴적인 프랜차이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2022)는 지난 10월 28일 출시 이후 전 세계 매출 8억 달러(약 1조 1천 368억 원)를 벌었다. 액티비전은 보도자료를 내고 “영화 〈탑건: 매버릭〉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박스오피스 오프닝 성적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라고 자찬했다. 영화를 ‘콜 오브 듀티’ 흥행 비교 대상으로 사용하기는 액티비전이 자주 쓰는 방식인데, 지난 2019년에도 액티비전은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의 전체 매출은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시리즈 전체보다 많고 영화 '스타워즈'의 2배나 된다"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MS의 독점작이었던 ‘헤일로’, ‘기어즈’, ‘포르자 호라이즌’은 상업적으로 소니에게 절실한 타이틀이 아니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이 거느리는 강력한 개발사군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행 보증 수표 ‘콜 오브 듀티’는 이야기가 다른 듯하다. 소니는 이 프랜차이즈를 계속해서 PS 생태계에 남겨둘 필요가 있다. 이번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에서도 재차 확인되듯, '콜 오브 듀티'의 싱글플레이 분량은 점점 줄고 있다. 일각에서는 "멀티를 위한 튜토리얼로 전락했다"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게임의 멀티플레이 모드는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콜 오브 듀티' 멀티플레이의 핵심 BM은 스킨인데, 앞으로 ‘콜 오브 듀티’가 PS에서 빠지면 소니는 인 게임 결제 수수료 30%를 잃게 된다. 더구나 MS는 토드 하워드의 신작 〈스타필드〉 출시 플랫폼에 PS를 제외했다.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MS의 AB 인수에 소니는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소니의 게임 분야 실적도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지난 2분기 소니의 게임 분야 영업이익은 421억 엔(약 4,0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1% 감소했다. 소니의 실적을 이끈 쪽은 카메라, 영상 장비, 반도체 분야와 음악사업이었다. 그래서 소니는 목이 많이 마르다. 오랜 기간 독점 게임을 서비스하며 성과를 냈던 소니가 이제는 MS 독점 게임에 대응해야 하는 반대 입장에 서게 됐다. 우려를 불식하려는 듯 MS는 소니에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10년 계약 연장을 제안했다. 소니와 액티비전 사이에 맺어진 이전 계약은 2024년에 만료된다. MS에 급한 사안은 세계 규제기관의 승인이므로, 자신들이 시장 독과점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낼 필요가 있다. 애플과 에픽게임즈가 서로에게 소장을 날리며 인앱결제 수수료를 놓고 법률 다툼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MS와 소니는 규제기관에 보내는 ‘입장문’과 투자로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니의 투자를 보면 독점 게임 철학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한때 MS 산하에 있던 ‘데스티니’ 시리즈의 번지를 인수했고, 지난 31일에는 〈엘든 링〉(2022)의 개발사 프롬 소프트웨어의 지분 14.09%를 확보했다. MS는 아직 배가 많이 고프다. 이미 윈도우라는 설명이 필요 없는 OS를 보유하고 있고, Xbox 기기를 판매 중이며, 월 구독 모델인 Xbox 게임패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 중이다. 게이머에게 확실히 그 존재를 각인시킨 게임패스는 독점 게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스타필드〉나 〈엘더 스크롤 6〉가 게임패스에 입점한다면, 자사 콘솔과 PC를 아우르는 독점 게임 모델이 출현하게 된다. MS는 게임패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일부 콘솔, DL 매출을 포기하고 게임패스에 게임을 포함할 수 있다. 캡콤의 〈몬스터 헌터: 월드〉 사례처럼 짧은 독점 기간을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는 더이상 독점 게임을 해보기 위해 콘솔을 구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국제적인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되거나, Xbox 하드웨어 보급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면, MS는 게임패스에 힘을 더 실어줄 것이다. 콘솔 사용이 주는 고유한 재미가 변함이 없다면, MS의 ‘하드웨어 + 게임패스’ 투 트랙 전략으로 일어날 자기잠식효과도 치명적인 수준으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필 스펜서는 ‘클라우드 게임 등으로 콘솔 시장이 위축되지 않겠느냐’라는 물음에 "모바일과 태블릿 등 일부 주요 기기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정용 콘솔이 게임을 경험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최근 필 스펜서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꺼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콘솔 독점 게임은 갈수록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유저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사용 기기에 상관없이 친구들을 만나 플레이하도록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스타필드〉의 PS 출시가 배제되었기에 일각에서는 기업의 언행 불일치를 지적했다. 필자는 싱글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은 (기간 한정) 독점으로 가져가고, 멀티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은 여러 플랫폼에 열어놓겠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MS의 AB 인수가 성사되면, MS는 다음 사냥감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게임 애널리스트 다니엘 아흐메드는 "게임패스가 이제 Xbox 생태계의 중심에 서면서 MS가 서비스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유저 유입으로 이어지는 독점 콘텐츠와 IP에 투자하는 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지지 않으려 소니는 열정적으로 파트너를 찾고 있다. 바로 3주 전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 바로 소니가 한국의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고 〈호라이즌 제로 던〉 기반 MMORPG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 엔씨소프트는 "현재 개발 중인 미공개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엔씨소프트는 컨퍼런스콜에서 "아주 훌륭한 글로벌 파트너와 저희가 협력하는 내용이 많이 진행됐다. 회사 이름 공개를 할 순 없으나 곧 사업 쪽에서 발표드릴 것"이라고 말한 적 있는데, 이 '아주 훌륭한 파트너'는 소니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콘솔 삼국지’에서 닌텐도는 독야청청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닌텐도의 독점 게임 정책은 전통적이면서 일관된 면이 있다. 게이머에게 닌텐도의 기조는 이미 ‘당연한 조건’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닌텐도의 독점 정책을 힐난하는 소비자는 드문 듯하다. 그렇게 〈포켓몬 스칼렛·바이올렛〉(2022)은 출시 3일 만에 천만 장을 팔았고, 〈스플래툰 3〉(2022)도 출시 사흘 만에 일본에서만 345만 장 판매됐다. 그러나 하드웨어 판매 실적이 부진한 탓에 닌텐도의 연 매출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닌텐도의 소프트파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하다. 독점 게임에 새 지형도가 펼쳐져도 닌텐도 월드는 굳건할 것만 같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김재석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 지구를 다시 지구로, 지금을 다시 지금으로 만들기: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즐기며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는 말을 점점 더 자주 듣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기이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자본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가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것을 사업의 최종적인 목표로 여긴다는 이야기가 동시대 자본주의 세계의 신화처럼 전해진다. 테라포밍은 말 그대로 어떤 행성을 ‘지구의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보통은 지구 바깥의 다른 행성을 지구처럼 만들어 인간이 이주하거나, 식민지로 삼기 위한 계획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다. < Back 지구를 다시 지구로, 지금을 다시 지금으로 만들기: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즐기며 05 GG Vol. 22. 4. 10. * 〈호라이즌〉 시리즈 전반에 대한 스포일러 요소가 있습니다. 지구를 지구로 만들기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는 말을 점점 더 자주 듣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기이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자본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가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것을 사업의 최종적인 목표로 여긴다는 이야기가 동시대 자본주의 세계의 신화처럼 전해진다. 테라포밍은 말 그대로 어떤 행성을 ‘지구의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보통은 지구 바깥의 다른 행성을 지구처럼 만들어 인간이 이주하거나, 식민지로 삼기 위한 계획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다. 테라포밍이라는 말은 1942년에 발간된 잭 윌리엄슨(Jack Williamson)의 SF소설 『충돌 궤도』(Collision Orbit)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 이후 1961년에는 저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Carl Sagan)이 금성을 테라포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하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뜬구름이었던 상상에는 조금씩 구체성이 부여되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문학과 영화 그리고 게임 등 다양한 방면의 창작물에서 활용되며 SF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아 왔다. 생각해보면 테라포밍은 굉장히 식민주의적인 발상이다. 인간의 생존이나 욕망을 위해 지구 바깥의 행성을 인간의 공간으로 뒤바꾸는 것만큼 궁극적인 식민주의가 있을까. 실제로 테라포밍은 행성 간 자원개발 같은 문제와 함께 다루어지며 식민주의의 알레고리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영화 〈아바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테라포밍은 단순한 착취에서 나아가 어떤 생태계를 통째로 전환하는 것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성과 인간/자연 이분법의 극한에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지구 안의 생태계에서도 인간들은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무려 지구 바깥의 다른 별을 ‘지구화’한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상상인가. 그러나, 여타 ‘-되기’의 문제가 그렇듯 테라포밍은 지구가 아닌 것을 지구로 만드는 일에 구체적인 형상을 부여하면서 그 자체로 ‘과연 무엇이 지구를 만드는가’하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지구가 아닌 것이 지구가 될 수 있을까. 대체로 물과 에너지원의 존재,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대기 상태, 물질의 합성이 잘 일어날 수 있는 환경 등이 꼽힌다. 그러나 정말 그것이면 어디든 ‘지구의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렇게 우리가 딛을 수 있는 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호라이즌〉 시리즈의 세계관은 고유의 탁월한 설정으로 흥미로운 영역을 열어낸다. 〈호라이즌〉 시리즈를 거칠게 요약하면, 지구를 다시 테라포밍하는 것에서 비롯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유저 경험이나 그래픽에 대한 호평도 눈에 띄지만 〈호라이즌〉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관에 있다. 〈호라이즌〉 시리즈는 세계가 멸망한 이후의 세계를 다루는 소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사이지만, 여러 방면에서 전형성을 크게 벗어난다. 고대와 미래가 이상하게 꼬여있는 새로운 인류의 모습을 그려내고, 무엇보다 자연과 로봇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독특한 세계관은 지구가 완전히 파괴된 이후에 그것을 다시 복구하는 과정을 배경으로 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호라이즌〉의 세계관에서 지구가 멸망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우리의 세계처럼 지구의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었고, 그에 따른 분쟁도 격화된다. 물론 그만큼 환경을 위한 기술도 거듭 발전했지만, 역시나 문제는 자본주의. 테드 파로라는 자본가는 유기물을 스스로 분해하여 에너지로 만들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여 큰돈을 번다. 그러한 기술은 처음에는 생태와 융합을 지향하는 친환경적인 솔루션이었고, 망가져가는 지구 생태계에 희망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된다. 2050년대에 들어서면 파로 오토메이티드 솔루션사(社)의 군사용 로봇이 선진국 군대의 대부분을 대체한다. 인류는 전쟁을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군사용 로봇 시스템은 계속 발달하여 자체적으로 에너지원을 찾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통해 로봇들이 스스로 생산하고, 통제하는 일종의 생태적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수준에 도달한다. 그렇게 고도로 발달한 로봇 시스템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결국 ‘파로 역병’이라고 불리는 결함이 확산되면서 로봇들은 끊임없이 개체 수를 늘려나가며 지구의 모든 유기물과 생명체를 자신의 에너지원으로 바꾸어 나간다. 인간들은 저항해보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지구 상의 모든 생명과 에너지원이 고갈되는 광경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 테드 파로는 로봇들의 군사 목적 활용을 반대하며 퇴사했던 핵심 개발자 엘리자베스 소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보안을 핑계로 로봇에 접근할 수 있는 코드를 제대로 구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로봇들이 지구를 모두 파괴하기 전에 그들을 멈추는 방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소백이 찾은 유일한 방법은 지구가 완전히 황폐화된 이후에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즉 지구를 다시 테라포밍할 시스템을 갖추어 놓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지구를 포맷하는 것. 이것이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 드러나는 ‘제로 던’ 프로젝트의 전말이다. * 테라포밍 시스템을 총괄하는 ‘가이아’의 홀로그램 모습. 그 프로젝트를 위해 전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은 지구의 멸망을 준비하며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들기 위한 알고리즘을 구축한다. 전체 테라포밍 시스템을 총괄하는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가이아’를 중심으로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가진 9개의 하위 기능이 각각의 역할을 하며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드는 시스템이 계획된다. 1) 기본적인 세계관은 이 정도로 언급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2017년에 첫 출시된 〈호라이즌: 제로 던〉이 엘리자베스 소백의 복제인간인 주인공 에일로이의 탄생 비화와 이러한 세계관의 구조를 밝혀나가는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신작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는 하데스 시스템의 오류로 문제를 일으킨 가이아의 테라포밍 시스템을 다시 복구하고, ‘제로 던' 당시에 방주를 타고 지구 바깥으로 피신했던 21세기의 고대인들과 조우하는 이야기가 핵심에 있다. 초반부에 백업된 가이아의 데이터를 찾으면, 가이아의 홀로그램과 관계를 맺으며 그의 하위 기능들을 복구해나가는 퀘스트를 통해 게임의 핵심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지구의 명운을 짊어진 인공지능들이 모두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가졌다는 점이 계속 눈에 밟힌다. 이러한 설정뿐만 아니라, 〈호라이즌〉 시리즈 전반의 서구중심주의를 먼저 비판적으로 짚을 필요가 있다. 지구를 죽이고 살린 인물들과 모든 주요 사건이 모두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거나, 심지어 미국 서부의 IT자본들이 그 모든 것의 주체가 된다는 설정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또한 신생 인류 각 부족의 모습이나 풍습을 그려내는 방식에서는 전반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의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을 입체적으로 견지하더라도 가이아가 흑인 여성의 이미지로 재현되었다는 점은 단순한 ‘PC 요소’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 될 수 있다. 가이아는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과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주장한 ‘가이아 가설’을 연상시킨다. 가이아 가설은 대기의 원소 구성이나 해양의 염분 농도가 오랜 시간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종다양한 생물들의 영향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지구를 무생물적 기반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복합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보는 관점이다. 러브록은 지구를 가이아로 부르며 지구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조정하는 지적인 생명체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이른바 에코페미니즘이라고 불리는 사상적 흐름의 기반이 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가이아의 존재가 〈호라이즌〉의 세계관에서는 테크놀로지와 완전히 결합되어 있다는 점도 재미있는 지점이다. 자연을 총괄하는 여신이 인공지능 알고리듬이라는 설정은 독특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기술과 자연의 이분법을 가로지르게 된다. 여기에서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은 신적인 존재와 실제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나아가 그것은 생태계의 일부, 아니 생태계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설정에서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 『사이보그 매니페스토』의 “여신이 되기보다 사이보그가 되겠다”는 선언은 한 번 더 뒤집어지면서 전복적인 의미가 발생된다. 지금을 지금으로 만들기 이러한 요소 이외에도 〈호라이즌〉이 흥미로운 여성 서사인 이유는, 단지 주인공 에일로이가 여성이라는 점이나 에일로이가 태어난 노라 부족이 모계 사회라는 설정을 훨씬 초과한다. 2) 오히려 21세기 인류의 지식과 역사를 신생 인류에게 전달했어야 할 남신 아폴로의 이름을 딴 인공지능이 파괴된 상태로 리셋된 지구가 서사의 배경이라는 점이 더욱 근본적인 차이를 만든다. 생물학적인 이분법에서의 여성이 아니라, 남근적 대문자 역사와의 관계 속에서 여성적인 것의 위상을 고민해야 한다. 플레이어가 에일로이와 함께 탐험하는 세계는 고대(21세기)와 역사적 단절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고대의 사물들은 말 그대로 고고학적 사물이 된다. 푸코(Michel Foucault)는 『지식의 고고학』 등 텍스트를 통해서 고고학을 역사와 대별되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역사는 세계를 선형적이고 논리적인 시간에 배치하는 작업이다. 또한 역사는 서술하는 주체의 관점에서의 질서이다. 그러나, 고고학은 땅에 파묻혀 있던 것을 갑자기 지금-여기에 튀어나오게 하면서 잘 정리되어 있던 역사적 배열을 깨뜨리곤 한다. 그렇기에 고고학적 사유에는 일종의 변증법이 작동하는 것이다. * 테낙스 부족이 신전으로 삼고 있는 과거의 전쟁기념관에서 포커스로 데이터를 발견했다. 설정에 따라 데이터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내용의 일부가 누락되곤 한다. 〈호라이즌〉 시리즈에서 플레이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는, 에일로이가 관자놀이에 끼고 다니는 ‘포커스’의 활용이다. 일종의 AR기기인 포커스는 플레이어가 버튼을 누르면 주변 공간을 스캔하면서 기존과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낯선 공간에 진입하면 패드의 버튼을 연신 눌러대며 새로운 요소는 없는지, 혹은 유실된 데이터 포인트는 없는지 말 그대로 발굴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발견되는 데이터 포인트의 정보들은 게임의 퍼즐 요소에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게임 속 세계의 고대(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근미래인 21세기 중반)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그것은 단지 읽을 거리를 제공할 뿐이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이상하게 뒤틀리는 감각을 주어 흥미롭게 작동한다. 듀얼센스를 잡고 있는 플레이어의 시간에서 현재가 게임 속 에일로이의 시점에서는 고대가 되면서,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지금을 발굴하는 작업하게 된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에서는 북미 대륙의 서쪽으로 나아가면서 동부 출신인 에일로이 입장에서는 야만적이고 호전적인 종족으로 여겨졌던 테낙스 부족을 만나게 된다. 처음 그들이 등장했을 때, 현대식 군대 제식에서나 볼 수 있는 경례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성지로 삼고 있는 공간은 21세기의 전쟁기념관이었다. 그들은 그곳의 홀로그램 자료들을 기반으로 일종의 종교를 만들어 고대의 전사들을 섬기면서, 전쟁기념관의 프로파간다 영상들이 제시하는 이념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공간 이외에도 〈호라이즌〉에는 데이터가 보관된 서버룸이나, 일종의 시드볼트, 심지어 인류의 유산으로 여겨지는 미술품을 보관하고 있는 수장고가 등장한다. 결코 불가능한 영원성을 전제하면서 시간들을 하나의 지평에 물질적으로 모아내는 장소인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이례적인 위상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기도 하다. 이렇게 시간에 대한 감각을 꼬아내는 설정은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전개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점에서도 작동하는데, 가이아의 백업 데이터를 처음 발견하는 곳에서 플레이어는 정말로 뜬금없이 구 인류의 생존 세력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보호막을 입고 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활을 쏘는 것 밖에 없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엄청난 무력감을 느낀다. 플레이어를 당황시키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시간이 꼬여있어서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할지도 헷갈린다. 비슷한 맥락에서 게임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퀜 부족은 에일로이처럼 포커스를 지니고 있어서, 고대의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소벡 박사와 똑같이 생긴 에일로이를 ‘살아있는 선조’(living ancestor)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관 전반의 이렇게 꼬여있는 시간성을 통해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지금이라는 시간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 * 지구로 돌아온 구 인류의 일원인 틸다 판 더 미어는 자신의 수장고에 고대 인류의 미술품을 보관하고 있었다. 이 설정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라익스미술관(Rijksmuseum)과 협업 프로젝트로 이루어졌다. 관련 링크: https://blog.playstation.com/2022/04/06/preserving-art-through-tildas-vault-in-horizon-forbidden-west/ 회복이 아닌 전복 SF, 특히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은 이렇게 지금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또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세계가 몽땅 망해버린 이후에도 이야기를 이어갈 누군가를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희망의 서사이기도 하다. 파국을 뜻하는 카타스트로피(catastrophe)는 아무것도 없는 절멸을 뜻하지 않는다. 어원적으로 그것은 ‘아래로 뒤집다.’ 혹은 ‘반전’이라는 뜻과 통한다. 그러한 세계의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것은 사실 무언가 뒤집어져 쏟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호라이즌〉의 서사도 인류에게 희망을 주고, 결국 인류는 승리할 것이라는 인간중심적인 감동을 주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그런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 홀로그램으로 과거의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모습이 복원되는 장면 등을 극적으로 연출하고, 인류애를 자극하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라이즌〉의 세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에일로이의 동료들과 그 시대의 인간들이 ‘우리’ 인간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우리 시대의 인간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은 지구로 다시 돌아와서도 깽판을 치고 결국 복제인간인 주인공에게 죽임을 당한다. 에일로이와 동료들은 단지 시대적으로 우리 시대 이후의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복제인간이거나 대부분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배양되어 태어난 말 그대로의 포스트-휴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호라이즌〉은 인류를 회복시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인류를 전복시키는 이야기이다. 〈호라이즌〉은 이렇게 인간 너머의 인간들, 그러니까 인간이 아니기에 인간이라는 존재를 성찰하게 만드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이런 식으로 〈호라이즌〉은 같아 보이는 것의 다름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것, 지구이면서 지구가 아닌 것, 지금이면서 지금이 아닌 것.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드는 작업은 반복이지만, 차이를 가지고 있는 반복이 된다. 아니, 사실 차이는 반복을 통해서만 드러난다. 여기에서 시간의 문제는 특히 중요하게 작동한다. SF가 가지는 근본적인 가능성은 그러한 시간성에 있다. SF의 시간성은 순간적으로 우리의 지금을 돌아볼 수 있는 틈새를 만든다. 우리는 오직 미래를 통해서만 현재를 볼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가 아닌 존재들을 통해서만 우리를 돌아볼 수 있다. 1) 가이아의 하위 기능들의 역할을 간략히 정리한 메모를 덧붙인다. 미네르바는 인류가 멸종한 이후에도 파로의 로봇들을 멈추기 위한 코드 분석을 지속하여 결국 로봇들을 멈추는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이다. 그렇게 미네르바가 군사용 로봇을 멈추면, 헤파이토스는 지구 곳곳에 소위 ‘가마솥’(cauldron)이라고 불리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물 형태의 생태적 로봇들을 만들어 지구에 순환 시스템을 복구한다. 동시에 아이테르는 대기를, 포세이돈은 바다를 정화하고, 데메테르는 토양을 복원하여 식물이 다시 생장하도록 돕는다. 아르테미스는 생체 동물들의 유전자를 복원하여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엘리우시아는 인간의 유전자를 보관하고 있다가 생태계가 복원되면 인간을 배양하여 태어나게 만들고, 나아가 인큐베이팅까지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인간들은 정보와 지식의 아카이브인 아폴로를 통해 21세기 수준의 지식을 다시 복원하고, 무엇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파로 역병’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공유한다. (사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제로 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로가 자신의 과오가 영원히 남는 것이 두려워 아폴로를 파괴해버렸기 때문이다. 지구의 테라포밍 이후에 다시 태어난 인류가 고대 문명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데스는, 테라포밍이 오류를 일으키는 것을 대비하여 이 모든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모든 것을 다시 초기화한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2) 물론 〈호라이즌〉은 거대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지구의 운명을 건 서사이고, 때로는 에일로이가 남성 영웅의 여성 버전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개는 플레이의 중요한 기점 곳곳에서 주어지는 대화의 선택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이다. 에일로이는 선형적으로 전개되는 서사의 인물이 아니라, 게임의 플레이어가 만들어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큐레이터, 미술비평가) 권태현 글을 쓰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예술계에서 활동하지만 쉽게 예술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들에 항상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예술 바깥의 것들을 어떻게 예술 안쪽의 대상으로 사유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정치적인 것을 감각의 문제로 파악하는 관점에 무게를 두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7000eichen@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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