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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의 새 지형도: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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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2. 12. 10.

독점? 그땐 그랬지…


2D 횡스크롤 플랫폼 게임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록맨' 시리즈. 보스의 무기를 빼앗아 쓴다는 기믹과 대단히 어려운 난이도, 그리고 귀엽고 다부진 주인공 록맨으로 출시와 함께 게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캡콤은 1987년부터 3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다. 


〈록맨〉(1987)은 닌텐도 패미컴(ファミコン)의 독점 게임이었다. 클래식 록맨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 기준, 록맨은 패미컴으로 6편, 슈퍼 패미컴으로 1편(록맨 7, 1995), 플레이스테이션(PS)으로 1편이 출시됐다. 2년 터울을 두고 출시한 〈록맨 2〉(1988)와 〈록맨 3〉(1990)은 나란히 1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넘기며 '캡콤 플래티넘 타이틀'에 올랐다 . 1987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록맨은 패미컴의 킬러 타이틀 중 하나였다. 


클래식 록맨 시리즈가 PS에 이식된 것은 1999년의 일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들 게임을 해볼 방법은 패미컴을 구하는 길밖에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가디언 히어로즈〉(1996)나 〈그란디아〉(1997)를 하려면 세가 새턴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런 게임들이 시간에 흘러 타 플랫폼에도 이식되거나 리메이크되면서 (특정 기기를 소유하지 않은) 소비자는 아쉬움을 덜고, 공급자는 (이미 재미를 본) 타이틀의 재발매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보는 일이 예사였다. 그리고 어느 한편에서는 '늘 그렇듯이' 답을 찾으려는 몇몇 긱(Geek)들은 에뮬(Emulator)이라는 괴물을 창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콘솔 없이 고전게임을 구동했다.


아무튼 오늘날까지 일본 주요 게임사들은 기간 한정 독점 발매 전략을 잘 쓰고 있다. 앞서 록맨 시리즈의 예를 든 캡콤이 대표적이다. 〈몬스터 헌터: 월드〉(2018)는 PS4, XBO 독점작으로 1월 발매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캡콤은 콘솔 독점 발매 7개월 만에 스팀(PC)에서 게임 판매를 시작했고, 그 해 스팀에서 1,0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스팀에서는 동시접속자가 투명하게 공개되는데, 출시 첫날 〈몬스터 헌터: 월드〉에 접속한 사람들은 24만 명을 넘겼다.  10년에서 7개월로 짧아진 독점 기간은 오늘날 게임 생태계의 시계가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를, 그리고 좋은 게임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판매해야 할 물건이 소프트웨어만 있는 것이 아닌 회사들은 계산법이 다르다. 오늘날에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2017)이나 〈모여봐요! 동물의 숲〉(2020)을 플레이하려면 필수적으로 닌텐도 스위치(NS)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닌텐도는 서드파티의 게임이 자사 생태계에 입점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자신들의 킬러 타이틀이 다른 게임기에서 실행되는 부분에는 극도로 보수적이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2019),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2019)처럼 닌텐도가 유통하는 게임들도 좀처럼 스위치 바깥을 나가지 않는다. 오늘날 NS 바깥의 닌텐도 게임은 모바일게임 〈슈퍼 마리오 런〉(2016)이나 〈피크민 블룸〉(2021)처럼 소수 사례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NS는 5년 만에 1억 대가 팔렸다. 


오늘의 주인공 소니는 어떨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PS에도 강력한 독점작 파이프라인이 작동한다. 최근 PS 독점으로 나온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2022)가 대표적이다. 전작 〈갓 오브 워〉(2018)의 PS4 독점이 풀린 것은 최초 발매로부터 약 4년이 지난 2022년이다. 〈호라이즌 제로 던〉(2017)이 PC로 간 시점은 3년이 지난 2020년 8월이다. 리메이크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2022)에서도, 지난 10월 PC 버전으로 발매된 ‘언차티드’ 합본판에서도 소니가 여타 게임사보다는 긴 호흡의 기간 한정 독점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소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베데스다가 포함된 제니맥스를 인수한 데 이어 액티비전블리자드(AB)까지 가져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MS의 인수가 성사되면 〈스타필드〉(2023)는 물론 북미 지역 현세대 최고 인기 게임 ‘콜 오브 듀티’를 PS에서 서비스하지 못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MS Xbox의 필 스펜서는 "콘솔 독점권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MS는 ‘콜 오브 듀티’에 대한 소니의 권리를 계속 보장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독점 게임과 시장 독과점 사이


MS가 벌이고 있는 공격적인 인수전에 대해서는 이미 좋은 자료가 많이 나와 있다. 이 글에서는 짧게 짚고 넘어가자.


요약하자면, MS는 우리 돈으로 90조 원이 넘는 금액을 100% 현금으로 지불하면서 AB를 사려 한다. 그러나 MS는 이미 게임 시장에 지배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규제 기관들은 이 딜을 검토해야만 한다. 현재 약 30여 개의 국가 규제당국이 MS의 AB 승인 건을 검토 중이다. 22년 9월, 영국 경쟁시장청(CMA)측은 시장 경쟁 하락의 이유로 인수를 일차 기각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11월 초 집중 조사를 개시했다.


미화 687억 달러가 오가는 역대급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선봉에는 소니가 있다. 지난 8월 브라질 경제보호행정위원회(CADE)에 "MS의 인수는 독점 행위", "'콜 오브 듀티'는 유저 커뮤니티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비슷한 예산으로 비슷한 작품을 만들어도 경쟁이 불가하다"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또 지난 11월, 영국 CMA는 소니와 MS가 제출한 서한 일부를 공개했다. 이때 소니는 "인수가 완료되면 Xbox는 콜 오브 듀티, 헤일로, 기어즈 오브 워, 둠, 오버워치 등 베스트셀러 FPS를 모두 살 수 있는 상점이 되면서 경쟁의 압박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우려를 표했다.  MS는 "PS의 월 사용자는 Xbox의 두 배에 달한다. 약 6천만 명 정도 더 많다", "소니는 MS보다 많은 독점 게임을 가지고 있다", "많은 콘솔 게이머가 ‘콜 오브 듀티’를 플레이하지 않는다"라며 CMA에 방어 논리를 전개했다. 


명실상부 ‘콜 오브 듀티’는 서양, 특히 북미 시장에서 파괴적인 프랜차이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2022)는 지난 10월 28일 출시 이후 전 세계 매출 8억 달러(약 1조 1천 368억 원)를 벌었다. 액티비전은 보도자료를 내고 “영화 〈탑건: 매버릭〉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박스오피스 오프닝 성적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라고 자찬했다.   영화를 ‘콜 오브 듀티’ 흥행 비교 대상으로 사용하기는 액티비전이 자주 쓰는 방식인데, 지난 2019년에도 액티비전은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의 전체 매출은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시리즈 전체보다 많고 영화 '스타워즈'의 2배나 된다"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MS의 독점작이었던 ‘헤일로’, ‘기어즈’, ‘포르자 호라이즌’은 상업적으로 소니에게 절실한 타이틀이 아니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이 거느리는 강력한 개발사군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행 보증 수표 ‘콜 오브 듀티’는 이야기가 다른 듯하다. 소니는 이 프랜차이즈를 계속해서 PS 생태계에 남겨둘 필요가 있다. 


이번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에서도 재차 확인되듯, '콜 오브 듀티'의 싱글플레이 분량은 점점 줄고 있다. 일각에서는 "멀티를 위한 튜토리얼로 전락했다"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게임의 멀티플레이 모드는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콜 오브 듀티' 멀티플레이의 핵심 BM은 스킨인데, 앞으로 ‘콜 오브 듀티’가 PS에서 빠지면 소니는 인 게임 결제 수수료 30%를 잃게 된다. 더구나 MS는 토드 하워드의 신작 〈스타필드〉 출시 플랫폼에 PS를 제외했다.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MS의 AB 인수에 소니는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소니의 게임 분야 실적도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지난 2분기 소니의 게임 분야 영업이익은 421억 엔(약 4,0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1% 감소했다. 소니의 실적을 이끈 쪽은 카메라, 영상 장비, 반도체 분야와 음악사업이었다.  그래서 소니는 목이 많이 마르다.


오랜 기간 독점 게임을 서비스하며 성과를 냈던 소니가 이제는 MS 독점 게임에 대응해야 하는 반대 입장에 서게 됐다. 우려를 불식하려는 듯 MS는 소니에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10년 계약 연장을 제안했다.  소니와 액티비전 사이에 맺어진 이전 계약은 2024년에 만료된다. MS에 급한 사안은 세계 규제기관의 승인이므로, 자신들이 시장 독과점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낼 필요가 있다.


애플과 에픽게임즈가 서로에게 소장을 날리며 인앱결제 수수료를 놓고 법률 다툼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MS와 소니는 규제기관에 보내는 ‘입장문’과 투자로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니의 투자를 보면 독점 게임 철학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한때 MS 산하에 있던 ‘데스티니’ 시리즈의 번지를 인수했고, 지난 31일에는 〈엘든 링〉(2022)의 개발사 프롬 소프트웨어의 지분 14.09%를 확보했다. 


MS는 아직 배가 많이 고프다. 이미 윈도우라는 설명이 필요 없는 OS를 보유하고 있고, Xbox 기기를 판매 중이며, 월 구독 모델인 Xbox 게임패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 중이다. 게이머에게 확실히 그 존재를 각인시킨 게임패스는 독점 게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스타필드〉나 〈엘더 스크롤 6〉가 게임패스에 입점한다면, 자사 콘솔과 PC를 아우르는 독점 게임 모델이 출현하게 된다. 


MS는 게임패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일부 콘솔, DL 매출을 포기하고 게임패스에 게임을 포함할 수 있다. 캡콤의 〈몬스터 헌터: 월드〉 사례처럼 짧은 독점 기간을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는 더이상 독점 게임을 해보기 위해 콘솔을 구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국제적인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되거나, Xbox 하드웨어 보급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면, MS는 게임패스에 힘을 더 실어줄 것이다.


콘솔 사용이 주는 고유한 재미가 변함이 없다면, MS의 ‘하드웨어 + 게임패스’ 투 트랙 전략으로 일어날 자기잠식효과도 치명적인 수준으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필 스펜서는 ‘클라우드 게임 등으로 콘솔 시장이 위축되지 않겠느냐’라는 물음에 "모바일과 태블릿 등 일부 주요 기기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정용 콘솔이 게임을 경험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최근 필 스펜서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꺼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콘솔 독점 게임은 갈수록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유저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사용 기기에 상관없이 친구들을 만나 플레이하도록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스타필드〉의 PS 출시가 배제되었기에 일각에서는 기업의 언행 불일치를 지적했다. 필자는 싱글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은 (기간 한정) 독점으로 가져가고, 멀티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은 여러 플랫폼에 열어놓겠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MS의 AB 인수가 성사되면, MS는 다음 사냥감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게임 애널리스트 다니엘 아흐메드는 "게임패스가 이제 Xbox 생태계의 중심에 서면서 MS가 서비스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유저 유입으로 이어지는 독점 콘텐츠와 IP에 투자하는 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지지 않으려 소니는 열정적으로 파트너를 찾고 있다. 바로 3주 전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 바로 소니가 한국의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고 〈호라이즌 제로 던〉 기반 MMORPG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 엔씨소프트는 "현재 개발 중인 미공개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엔씨소프트는 컨퍼런스콜에서 "아주 훌륭한 글로벌 파트너와 저희가 협력하는 내용이 많이 진행됐다. 회사 이름 공개를 할 순 없으나 곧 사업 쪽에서 발표드릴 것"이라고 말한 적 있는데, 이 '아주 훌륭한 파트너'는 소니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콘솔 삼국지’에서 닌텐도는 독야청청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닌텐도의 독점 게임 정책은 전통적이면서 일관된 면이 있다. 게이머에게 닌텐도의 기조는 이미 ‘당연한 조건’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닌텐도의 독점 정책을 힐난하는 소비자는 드문 듯하다. 그렇게 〈포켓몬 스칼렛·바이올렛〉(2022)은 출시 3일 만에 천만 장을 팔았고, 〈스플래툰 3〉(2022)도 출시 사흘 만에 일본에서만 345만 장 판매됐다. 


그러나 하드웨어 판매 실적이 부진한 탓에 닌텐도의 연 매출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닌텐도의 소프트파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하다. 독점 게임에 새 지형도가 펼쳐져도 닌텐도 월드는 굳건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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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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