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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이 세상을, 게임을 바꿀까? - 구독형 결제,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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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1. 6. 10.

여기 두 개의 질문이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플레이해봤습니까?”와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소유해봤습니까?”이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온 두 개의 숫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유하지 않은 게임도 플레이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게임은 플레이어가 소유하지 않았다. 혹은 소유할 수 없었다. 게임이 탑재된 게임기의 소유자는 게임기를 비치한 술집이나 음식점의 오너였으며, 플레이어들은 동전을 넣고 플레이 시간을 구매했다. 이 공간은 곧 오락실, PC방으로 바뀌었다.

 

시대가 지나니 집집마다 콘솔과 PC를 구비할 수 있게 되었다. 플레이어 개인이 게임 플랫폼을 소유했으니 게임도 소유할 수 있었고, 플레이어들에게 게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상점이 생겨났다. 이 상점들의 상당수는 현재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라고 불리는 온라인 마켓들로 바뀌었다.

 

현재의 시장은 어떨까. 소유와 대여가 섞여 있다. 여전히 콘솔과 PC 게임의 중요한 축이 소유인 한편, 모바일 게임을 비롯한 많은 게임은 대여의 방법론을 갖고 있다. 인게임 결제를 주된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무료 게임들은, 플레이어 개인이 그 게임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대여기간이 무기한이며 대여비용이 0일 뿐이다. 월정액을 지불하는 유형의 게임들도 본질은 대여다.

 

최근 들어서는 대여의 방법이 추가되었다. 구독 경제는 2020년대의 화두일 것으로 예상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이에 맞춘 듯 게임 구독 서비스가 등장했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기존에 존재하는 시즌 패스와는 다른 개념이다. 시즌 패스는 향후 발매될 DLC(DownLoadable Contents)를 한 번에 조금 싼 가격으로 구매하고 발매 때마다 적용받는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구독 경제의 기본 개념과 같다. ‘일정 기간’만 접근권을 갖는, 정기 지불의 형태다. 영상물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 서비스가 보여준 모델이다.

 

이 새로운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사업 주체는 세 종류다. 하나는 자체 유통망이 있는 개발사다. 현재 EA의 ‘EA 플레이’, 유비소프트의 ‘유비소프트 플러스’ 등의 서비스가 있다. 구독 서비스를 정착시키고 있는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자체적으로 성공한 ESD를 가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 다른 개발사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유통사다. 온라인 마켓인 험블 번들의 구독 서비스인 ‘험블 초이스’는 매달 12개의 후보작을 골라서 구독자들에게 보내준다. 이중에서 구독자는 자기의 구독 등급에 따라 3~10개의 게임을 고를 수 있다. 애플 또한 ‘애플 아케이드’라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인게임 결제와 DLC 등의 추가 결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정책으로, 대여 형태에 큰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세 번째는 게임 콘솔 회사다. 소니/닌텐도/마이크로소프트 3사는 제각각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엑스박스 게임 패스’를 갖고 있다. 이 세 서비스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기능을 포함한다. 즉,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온라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네트워크 접속권을 기본권으로 생각했던 플레이어 상당수가 당황하고 나아가 분노하기도 했다.

 

콘솔사의 서비스 셋 중에서는 닌텐도가 가장 초라하다. 고작해야 고전 콘솔 게임을 제공할 뿐이지만 볼륨 자체는 크다. 반면 소니의 경우에는 매달마다 무료 게임을 2개씩 제공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엔 엑스박스와 PC 양쪽은 물론 모바일까지 통합한 구독 옵션이 있다. 한쪽은 독점작 위주로 승부하고, 한쪽은 다양한 환경의 교차 통합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이미 증명해줬듯, 소비자가 구독을 결정하게 하는 요소는 결국 컨텐츠의 양과 다양성이다. 이 부분이 보유한 히트 IP가 많은 EA와 유비소프트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이며, 현재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애플 아케이드의 향후 전망이 밝은 이유다.

 

따라서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의 우위는 제작사보다 유통사와 콘솔사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최상위 퍼블리셔들이 동원할 수 있는 구독 리스트의 양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이 일방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OTT 시장에서 이미 보고 있는 것처럼, 구독의 힘은 컨텐츠에서 나온다. 따라서 컨텐츠 프로바이더 역할을 하는 제작사의 힘이 유통 퍼블리셔를 때때로 이기는 모습이 나올 것이다.

 

시장에서의 전망은 그렇다 치고, 게임 구독 서비스는 과연 게임 소비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소유가 중심인 시대를 끝맺고 다시 대여가 중심인 시대로 가게 될까?

 

이 대여의 코드를 공유하며 함께 엮인 사업 모델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단순히 세이브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시켜 여러 곳에서 불러올 수 있게 하는 정도를 지나, 게임 플레이 자체가 클라우드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처음 질문에서 나왔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게임 구동 플랫폼을 개인이 소유하기 어려웠던 시절은 대여의 시기였다. 극초기의 아케이드가 그랬고, PC방이 그랬다. 기술이 대중화되고 가정 경제가 탄탄해져 구동 플랫폼을 개인이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소유의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플랫폼의 사양이 비싸지면 대여로 가는 패턴이 나타나게 되는 걸까? 그래픽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구동 플랫폼의 하드웨어 사양은 꾸준히 높아졌다. 이런 고사양을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PC방은 여전히 좋은 대안이다.

 

그리하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등장한다. 기본적인 개념은 스트리밍 형태다. 게임이 구동되는 기기는 서비스 제공자의 클라우드 컴퓨터이고, 입력기기는 내 손 안의 컨트롤러나 모바일 기기이다. 그 조작 신호가 회사의 구동 기기에 가닿고, 기기의 게임 화면은 다시 이쪽으로 전송된다. 입력기기와 콘솔 간의 거리가 멀어봐야 몇 미터인 시대에서 몇십 내지는 몇백 킬로미터인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는 모두 5G의 기술과 인프라가 충분해졌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 연산장치와 입력인터페이스의 거리는 통신기술 발전에 힘입어 점점 멀어지는 추세다.

그리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최소한 당분간은, 구독 서비스와 함께 돌아갈 전망이다. 어차피 기기가 비싸거나 해서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인데다, 고스펙의 실물 기기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다. 대여 형식이 걸맞는 서비스 형태다. 

 

5G 통신망을 사용해야 하니 이동통신사도 비즈니스에 들어오게 된다. 현재 마이크로스프트는 엑스박스 게임 패스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베타 테스트 중인데 한국에서는 SKT와 협업을 한다. 엔비디아는 ‘지포스나우’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국에서의 협업 이통사는 LG유플러스다. KT의 경우엔 독자적으로 ‘게임박스’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상위 퍼블리셔 중 하나인 구글은 ‘구글 스테디아’를, 아마존은 ‘아마존 루나’를 발표했다. 구글의 경우를 보면, 우선 일시불로 조작용 컨트롤러와 접속용 크롬캐스트를 사고 3개월 이용권을 받는 형식이다. 정정, ‘이었다’. 구글 스테디아는 담당 팀이 해체되면서 서비스 포기로 가는 상태다. 아마존 루나는 여러 회사의 구독 서비스를 아마존의 플랫폼에 모아놓는 형태를 추구하고 있는데, 아직은 정식 출시 전인 얼리 억세스 단계라 채널이 많지 않다. 구독 서비스 유형 중에서 가장 최신의 형태이다 보니까 정착은커녕 아직 정돈이 되지 않은 모양새다. 동시에, 컨텐츠를 직접 보유하지 않은 퍼블리셔가 초기 단계에서 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서비스 형태가 정돈되어 시장에 정착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게임 기기를 원격으로 빌리는 서비스이니, 종래에는 기기 사양에서의 자유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소니가 서비스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라고 해서 반드시 플레이스테이션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의 스트리밍을 버리는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만의 슈퍼 컴퓨터를 콘솔로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구도가 실현된다면 개발 환경은 크게 변할 것이다. 구동 기기가 PC이든 콘솔이든, 개발은 기기 사양의 한계점을 상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대중적 보급의 필요성 때문에 구동 기기의 한계선은 당대 기술의 최첨단보다는 몇 계단 낮다.

 

따라서 스트리밍이 모여드는 메인프레임의 사양이 최첨단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몇몇 장르는 현재 처해 있는 장르의 내적 한계를 돌파할 수도 있다. MMORPG가 서버 렉의 문제를 상당 부분 탈출할 수 있다거나, 오픈월드가 NPC의 리액션을 세세한 맥락과 상황에 따라 사실적으로 다르게 내보인다거나 하는 전망이 가능하다.

 

문제는 없을까? 게임의 세이브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만 저장하게 되면서 제기되었던 문제가 다시 나올 수 있다. 주도권이 회사에게로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인게임에서 억울한 상황을 당해 소송을 벌인다거나, 잊혀질 권리를 찾기 위해 자신의 데이터를 지워달라고 요청하는 유저를 상상해볼 수 있다. 이런 식의 갈등 과정에서 칼자루는 회사가 쥐고 있다. 반면 이런 중앙집권의 형태에서 반대의 논거를 읽어낼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른 대여 방식에 비해 구독은 지속성에 특징이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 구독이 끊긴다는 것은 소유권 판매를 할 때보다 이윤이 극도로 낮다는 의미다. 그리고 구독을 취소하는 것은 구매를 취소하는 것보다 간편하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는 구독자들의 반응에 더 예민해진다는 전망이다.

 

그래서 최초의 질문 2개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 2개가 솟아나게 된다.

 

하나, 게임 구독 리스트 내지는 ‘1면 게임’의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험블 번들이 매달 선정하는 12개의 게임이라든가, 리스트의 상단에 노출되는 게임은 어떻게 선정될까? 선정 기준은 합리적일까? 유튜브와 OTT 서비스의 경우엔 소비 패턴을 학습한 알고리즘이라는 대답을 내놓았지만, 이보다는 좀 더 진지한 질문과 대답이 필요할 것이다. 알고리즘이라는 방패 뒤에서 이용자들에 대한 취향 조작이 시도되고 있다는 의혹은 지금도 존재하며, 알고리즘 자체가 광고 상품이나 로비 내용이 되는 경우 또한 우려해야 한다.

 

둘, 세이브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인가? 게임 내 아이템과 인게임 결제 혹은 ‘현질’의 이슈에서 참고할 부분이 있겠지만, 예상되는 미래는 있다. 어쩌면 소비자들이 보유한 세이브 데이터가 정리되어야 할 부실기업의 인질이 되거나, 혹은 매각될 회사의 자산으로 처리되는 미래다. 그러면 이 데이터의 ‘소유권’은 회사에 있는 걸까 소비자에게 있는 걸까? 소유권은 빼더라도, 비유적 의미의 지분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일까? 이 논의를 더 진행하면 데이터 주권에 따른 기본소득 논의와도 맞닿는다.

 

그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보자. 현재까지 제시된 구독 서비스를 요약하면 이렇다. 성능 좋은 플랫폼 기기에 여러 사람이 스트리밍으로 접속하여 그 처리 능력을 활용할 수 있고, 그 서비스를 구독의 형태로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내지는 회사에서 보유한 고성능 컴퓨터를 구성원들이 클라우드 스트리밍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리고 지자체와 회사는 이를 자신들의 강점으로 홍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산업단지 조성에 있어 새로운 옵션이 될지도 모르겠다.


 *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에 등장하는 소버린 문명의 군대는 전투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수행한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 2]에서 소재 중 하나로 다룬 적이 있는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병사’ 개념이 떠오른다. 현재 드론 조종사의 전투 업무 형태가 후에는 더 많은 보직의 군인에게 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의 끝에서, 질문은 다음 지점으로 흐르게 된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나아가 구독 경제는 이 정도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게 될까? 우버의 예를 떠올려 보면, 2010년대의 화두 중 하나였던 공유 경제 개념은 예상보다 세상을 많이 바꾸지는 못했다. 최종 단계의 퍼블리셔들이 기존 체제와의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반면 구독 경제는 기존 체제의 일부를 변형한 버전이다. 이미 완성차 구독 서비스도 등장한 만큼, 적응이 훨씬 쉽다. 그리고 작아서 적응하기 쉬운 변화는 불가역적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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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인)

프리랜서 기자.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라고 확신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 커리어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애써 뺀 살이 다시 돌아온 것에 자신을 탓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돌고 도는 윤회의 쳇바퀴 아니겠냐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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