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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란으로 1346개 검색됨

  • 평화주의자는 게임에서 총을 쏠 수 있는가?

    ‘평화주의자는 게임에서 총을 쏠 수 있는가?’라는 문장은 매체를 통해 재현되는 전쟁의 문제, 윤리와 당위의 문제, 현실과 가상이라는 구분의 문제 등 다양한 층위의 함의를 지닌다. 이 글은 게임과 전쟁, 폭력에 관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진다. < Back 25 GG Vol. 25. 8. 10. Tags: 평화운동, 반전, 병역거부, 폭력성, 전쟁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u A pacifist who enjoys war games. Also a game designer who has made board games on themes such as anti-colonial struggle, nonviolent social movements, and psychiatric empowerment, including Intifada: Freedom for Palestine, Change the World: From the Square to the National Assembly, and The Rainbow in My Head.

  • [editor's View] 전쟁과 게임의 오랜 연에 관하여

    디지털게임의 연원을 찾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쟁입니다. 놀이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디지털이라는 급격환 전환을 가능케 한 계기는 2차 세계대전이 부스트한 연산기계의 발전이었고, 생산과 효율을 위해 탄생한 연산기계는 놀이라는 우회로로 경로를 틀며 오늘날의 디지털게임을 탄생시켰습니다. < Back [editor's View] 전쟁과 게임의 오랜 연에 관하여 25 GG Vol. 25. 8. 10. 디지털게임의 연원을 찾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쟁입니다. 놀이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디지털이라는 급격환 전환을 가능케 한 계기는 2차 세계대전이 부스트한 연산기계의 발전이었고, 생산과 효율을 위해 탄생한 연산기계는 놀이라는 우회로로 경로를 틀며 오늘날의 디지털게임을 탄생시켰습니다. 전쟁의 부산물 중 하나일 디지털게임은 묘하게도 그 전쟁과 꽤나 가까운 관계입니다. 많은 게임들이 전쟁을 모사하고 재현해 온 과정 속에서 우리는 아마도 전쟁 그 자체를 다루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디지털게임 이상의 것을 꼽기 어려울 것입니다. 현대적 총력적이라는 대전략의 측면부터 전장의 병사 1인이라는 클로즈업된 현장 감각에 이르기까지 디지털게임은 끊임없이 전쟁의 여러 국면들을 계속 재현해 나갑니다. GG 25호는 그 오래된 게임과 전쟁의 관계를 고찰해 봅니다. 이 친연성은 단순하게는 경쟁 기반의 놀이라는 여가의 근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역사적으로, 기술적으로 게임과 전쟁이 맺은 오랜 관계 속에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1990년, 걸프 전쟁을 CNN이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과정을 두고 '게임 같은 전쟁'이라는 표현이 나온 이래 게임에서의 전쟁은 더이상 가상세계 안에서만 머무르는 개념은 아닐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GG의 생각은 가상공간 바깥에 존재하는 실제 게임하는 사람과 그들의 사회로 향하며, 우리는 게임을 통해 일상화되어가는 전쟁과, 그로부터 영향받는 사람들 전반에 대해 생각하고자 합니다. 단순하게, 양비론적으로 게임이 전쟁을 다뤄선 된다 안된다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평의 의미는 현상과 맥락을 곱씹고 더듬으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상상하는 데 있습니다. 전쟁에서 태어난 게임과, 게임을 통해 그려지는 전쟁과, 그리고 서로 닮아가는 듯한 이 둘의 관계를 고찰함으로써 우리는 인류가 스스로 만든 재앙으로서의 전쟁에 관한 더 나은 생각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GG와 함께 전쟁과 닮은, 그러나 엄연히 다른 지향을 가진 놀이매체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시길 희망합니다. 아울러 게임제너레이션이 진행하는 게임비평공모전이 4회째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어린이를 위한 게임은 없다

    도발적인 제목을 들고 왔지만, 놀랍게도 필자는 어린이가 아니다. 더 놀랍게도 필자는 아직 2세가 없다. 당사자성이 없는 사람이 어린이와 게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대단히 조심스러웠다. 게임제너레이션(GG) 편집장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가정에 어린이가 있는 필자를 새로 구해보시는 게 어떠냐'라고 완곡하게 돌려 말했다. 편집장은 '어린이가 없는 입장이 보다 객관적'이라고 답했다. GG 편집진의 고약한 취미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Back 18 GG Vol. 24. 6. 10. Tags: 게임이용자, 유소년, PC방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aeseok Kim Worked for eight years as a reporter at ThisIsGame. Now handles external relations at a subculture startup. Loves editors and the power of cheat codes.

  • [공모전] 레벨 디자인을 넘어서

    게임 관계자들에게는 상식적인 이야기겠지만, 게임에서 레벨 디자인은 게임이 담고자 하는 세계를 디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저가 어떻게 게임을 경험하고 반응할지 예측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세계가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지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가령, 수많은 논쟁과 악습을 생산했음에도 <리니지2>(엔씨소프트, 2003~)의 레벨 디자인을 비난할 방법은 많지 않다. 물론 일부 플레이어로부터 <리지니2>의 레벨 디자인은 오늘날까지 게임업계의 악습으로 고착된 사행성 기반의 ‘착취적 BM’이 자라나는 초석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되려 엔씨소프트가 지난 10년간 ‘BM 연구’라는 그럴싸한 미명 아래에 범해온 운영 권력의 남용을 호도하는 지적에 가깝다. 그만큼 레벨 디자인은 게임 콘텐츠의 성패를 넘어, 게임 자체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결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 Back [공모전] 레벨 디자인을 넘어서 13 GG Vol. 23. 8. 10. 게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레벨 디자인’ 게임 관계자들에게는 상식적인 이야기겠지만, 게임에서 레벨 디자인은 게임이 담고자 하는 세계를 디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저가 어떻게 게임을 경험하고 반응할지 예측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세계가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지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가령, 수많은 논쟁과 악습을 생산했음에도 <리니지2>(엔씨소프트, 2003~)의 레벨 디자인을 비난할 방법은 많지 않다. 물론 일부 플레이어로부터 <리지니2>의 레벨 디자인은 오늘날까지 게임업계의 악습으로 고착된 사행성 기반의 ‘착취적 BM’이 자라나는 초석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되려 엔씨소프트가 지난 10년간 ‘BM 연구’라는 그럴싸한 미명 아래에 범해온 운영 권력의 남용을 호도하는 지적에 가깝다. 그만큼 레벨 디자인은 게임 콘텐츠의 성패를 넘어, 게임 자체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결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레벨 시스템이 게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리니지>가 플레이어를 공성전까지 이끄는 경위를 간단하게 풀어보자. <리니지>를 기반하고 있는 바탕은 말 그대로 던전, 즉 맵이다. <리니지>는 로그라이크의 유산을 계승하며 ‘방’과 함께 콘텐츠들의 격리 수준을 꽤 높게 설정했다. 동시에 여기에 PvP 시스템을 함께 적용시켜 무작위성과 우연성을 겹쳐놓았다. 이렇게 급격히 상승한 무작위성과 우연성은 플레이어에게 행위의 결과에 대한 다양한 이유를 만들어준다. 다만, 그 이유는 ‘플레이어가 끼어드는 바람에 파밍을 망쳤다’와 같은 스트레스 요인으로 귀결된다. 이 스트레스들은 PvP 시스템과 얽혀있는 것으로서, “지면 복종해야 하고, 이기면 지배한다”는 강력한 행동 원리를 플레이어에게 쥐여준다. 이는 곧 <리니지>의 정체성이 된다. 예나 지금이나 <리니지>를 규정하는 건 공성전, 즉 “쟁”이다. <리니지>의 “쟁”은 단순한 부족 간의 전쟁이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나름의 사연을 쌓아온 플레이어가 플레이 내내 게임으로부터 부여받은 갈등과 스트레스를 폭발시키는 장에 가깝다. “쟁”의 레벨 디자인이야말로 <리니지>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결정 짓는 요소다. RPG로서 <리니지>에서 가장 유별나고 정체성이 강한 시스템은 캐릭터가 중첩되지 않는다는 현상이다. 이는 캐릭터가 픽셀을 잡아먹어 공간을 하나의 자원으로 삼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수백명의 플레이어가 한 공간에서 전략을 짜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처럼 <리니지>의 레벨 디자인에는 ‘하나의 자원을 둔 플레이어의 갈등’을 테마로, 멜서스적 위기를 구체적으로 재현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는 ‘리니지 라이크’라는 명사를 사용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오픈 월드, 그리고 개입과 자기효능감 이처럼 레벨 디자인은 하나의 게임 장르를 탄생시킬 수도 있는 게임의 핵심 요소다. 레벨 디자인에 있어 최근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오픈 월드(Open World)의 적극적인 적용일 것이다. 말 그대로 ‘열린 세계’인 오픈 월드는 흔히 “플레이어가 갈 수 없는 곳이 없는 게임” 정도로 일컬어진다. 장소의 이동에 대한 자율성이 오픈 월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불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오픈 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오브젝트(object)에 대한 접근(Enter) 권한이 절차적이지 않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게임의 구성 요소에 접근하기 위해 게임의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구현한 것이 오픈 월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여기에는 게임이 설정해놓은 다양한 미션 등을 통과해야 하는 과정들이 있지만, 오픈 월드를 적용하는 이유는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만끽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율도를 사회학습이론의 거장인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가 제시한 개념으로서, 어떤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을 말한다. 한 마디로 많은 스튜디오가 오픈 월드를 게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플레이어가 게임이 결정해준 요소가 아닌 스스로 적절한 결정을 수행하고 있다는 믿음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다. 게임의 구성 요소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플레이 권한은 스스로 결정한다는 믿음, 즉 자기효능감을 반드시 수반하는가? 얼핏 생각하면 이는 맞는 이야기다. 플레이어는 게임이 정한 규칙 등 다양한 구성 요소와 상호작용하며 상황들을 마주하고 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을 한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상호작용을 거부하는 플레이를 통해 자기효능감을 충전하는 플레이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트롤링(Trolling)이다. 트롤링은 공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게임이 금지한 행동을 플레이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을 무시하고 반사회적 행동을 수행하는 플레이를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트롤링 중 하나가 <리그 오브 레전드>(라이엇 게임즈, 2009~)에서 종종 일어나는 ‘그리핑’(Griefing)이다. 그리핑이란 고의로 팀의 승리에 이바지하지 않는 플레이로, 그리핑의 동기는 다양하나 궁극적인 목적은 게임이 정해놓은 협력 시스템을 고의로 어겨서 자기만족, 즉 자기효능감을 취하는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대표적인 그리핑 유형으로 뽑히는 ‘피딩’(Feeding)은 고의로 상대에게 죽임을 당해 팀의 패배를 견인하는 것이다. 혹 <리그 오브 레전드>가 협력 플레이라는 것을 근거로 피딩이 시위의 일종이 아닌가 싶은 추측도 분명 있을 텐데, 피딩은 그런 숭고한 사례가 없진 않겠으나(?), 대게는 그러한 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피딩을 하는 경우는 단순하다. 레벨업 혹은 승급이 필요하지 않은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의 성장을 막기 위해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피더(Feeder)들은 다른 플레이어의 성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전능감(Omnipotence)을 느끼게 되며, 이는 트롤링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획득할 수 있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닷 말해, 협력 시스템을 활용해 왠만한 실력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타인의 게임 구성에 직접 개입(Access)하는 데에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있다는 감각이 자기효능감의 중핵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 선형적 오픈 월드, 혹은 레벨 디자인을 넘어서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오픈 월드는 직접 게임 요소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듦으로써 플레이어에게 자기효능감을 수반시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플레이어가 게임 요소에 직접 진입(Enter)할 수 있게만 한다면, 게임 요소에 개입(Access)한 것인가? <엘든 링>(프롬 소프트웨어, 2022)은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엘든 링>은 소울라이크 장르로서 튜토리얼부터 극악한 난이도의 미션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장르적 특징이다. 플레이어는 튜토리얼부터 차례대로 플레이 공략을 쌓아야만 엔딩에 이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난이도를 해결해나가는 성취감으로부터 자기효능감을 얻는다. 그러나 오픈 월드는 이러한 절차적 요소를 복잡하게 만들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된다면 플레이어는 고난이도 캐릭터를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마주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절차적 요소의 핵심은 마디와 순서다. 어떤 진행에 있어 진행과 진행 사이가 구분되어 있고, 그 구분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순서를 만들 수 있다면 절차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충분하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마디와 순서에서 플레이어가 얻는 것은 예측과 기대이며, 플레이어는 이 예측과 기대를 바탕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엘든 링>이 오픈 월드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소울 라이크 팬들이 기대했던 것은 바로 이 진행과 진행 사이의 절차 구조상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보스 콘텐츠까지 이르는 과정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 문제는 소울 라이크가 쌓아놓은 절차적 요소 자체가 워낙 단순하고, 그 단순함이 재미를 보장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프롬 소프트웨어는 <엘든 링>에 있어 새로운 구조적 변화를 설계하기보단 비주얼 요소들에 집중했다. 그 결과, <엘든 링>은 충분히 잘 만든 게임임에도, 게임이 기획했던 바와 같이 오픈 월드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가 쉽지 않다. 물론, 보스까지 직통으로 연결되는 루트를 찾아 ‘길뚫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이것이 게임 요소에 개입했다는 믿음을 주지는 않는다. 보스 콘텐츠라는 마디로 진입하는 것 자체가 <엘든 링>의 절차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마디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엘든 링>은 접근은 허락할지언정,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 자체에는 개입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 일종의 절차적인 레벨 디자인을 꾸민 것과 같다. 이는 오픈 월드더라도 플레이어는 게임이 디자인한 특정한 순서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과 같다. 오픈 월드라고 하더라도 플레이어와 레벨 디자인의 적극적인 상호작용, 그리고 플레이어의 온전한 주체성을 통해 게임 요소에 개입하여 얻어지는 자기효능감은 약한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플레이어에게 하지만 여기에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오픈 월드이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플레이했기 때문에 체험을 통해 습득한 서사는 비선형적이지만 꽤 괜찮은 세계관을 완결적으로 경험했다는 감각이다. <엘든 링>이 가진 독특하고 진중한 아트 디자인과 비주얼, 스테이지 간의 통일감과 앙상블이 세계관에 대한 플레이어의 체험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엘든 링>이 오픈 월드인 척하는 ‘반쪽짜리 오픈 월드’를 구현해놓았음에도 수많은 평론가가 <엘든 링>을 고티(GOTY, Game Of The Year)의 영역에 올려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잡하고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 이야기에서 하나의 완결된 세계관 체험을 통해 선형적인 서사로 경험되는 것은 흔치 않은 플레이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 체험은 무엇보다 소울 라이크 장르 팬이 아닌 장르 저관여 게이머도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엘든 링>은 소울 라이크 장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오픈 월드로서 선형적인 서사를 제공하는 <엘든 링>의 장점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최신작 <디아블로 4>(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2023~)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디아블로 4>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가장 큰 장기인 압도적인 시네마틱 시퀀스를 통해 적절한 지점에 일종의 랜드마크를 세워놓는 효과를 본다. <디아블로 4>가 게임 내에서 보여준 핵앤슬래시 요소의 미성숙한 기술적 완성도와 많은 단점을 가진 게임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디아블로 4>의 시네마틱 시퀀스들은 레벨 디자인이 수행해야 하는 바로 그것, 게임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정당화할 수 있는 요인을 마련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디아블로 4>의 시네마틱 시퀀스들이 오픈 월드의 요소를 마모시켰더라도, 게임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지킨 것은 최소한 나에게는 <디아블로>를 속칭 ‘고인물 밭’으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절치부심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디아블로M>이 던져놓았던 <디아블로> 시리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출시 5일 만에 글로벌 매출 6억6600만달러(약 8476억원)를 찍으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역사상 최대 출시 판매액을 기록한 점은 그 반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러한 사례들은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얻는 자기효능감이란 결국 반두라가 정의한 바와 같이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게임의 레벨 디자인을 넘어서 게임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구하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특정한 요소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기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플레이어에게 모든 접근 혹은 개입 권한을 줄 필요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게임에 있어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건 어쩌면 플레이어에게 스스로 결정한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완성도 있는 세계관과 그 세계관을 구현한 게임의 명확한 존재 이유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레벨 디자인 너머에 있는 것 글을 열며 <리니지>를 언급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리니지>의 레벨 디자인을 비판하는 건 대단히 복잡하고 힘든 일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벨 디자인은 게임사에서도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리니지 라이크’는 자기효능감과 거리가 먼, ‘착취적 BM’과 같은 악습으로 통한다. 나는 <리니지>의 레벨 디자인이 악습으로 받아들여 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더욱이 앞에서 밝혔든 <리니지>의 레벨 디자인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엔씨소프트가 범해온 운영 권력의 남용을 호도하는 일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는 되물어야 할 것이다. 높은 수준의 레벨 디자인을 구현하고, 대체 불가능한 재미를 통해 플레이어를 게임 안에 가두리(Lock-In) 시키는 일은 또 다른 ‘착취적 BM’을 양산하는 바탕이 되는 것일까? 나는 게임에는 죄가 없다고 믿는다. 악습을 결정하는 것은 스튜디오와 디플로이어들의 선택이며 태도라고 생각한다. <엘든 링>이 소울 라이크를 재탕하지 않고 반쪽짜리라도 오픈 월드를 선택한 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디아블로M>보다 시네마틱 시퀀스를 우선시 한 점은 모두 레벨 디자인을 넘어서는 일이다. 거기에는 게임을 사업 혹은 놀이 이상의 업(業)으로 대하는 태도가 있다. 이처럼 게임의 레벨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은 레벨 디자인 그 자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레벨 디자인의 궁극적 목적, 즉 게임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스튜디의 선택이자 태도다. 그리고 한편으로 게임의 명확한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구하는 일은 플레이어에게 최선의 재미를 서비스하는 기본적인 책무를 넘어,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의 플레이를 책임지겠다는 게임 개발의 윤리적 태도이기도 하다. 게임과 재미는 진지한 비즈니스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원) 이현재 경희대학교 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 콘텐츠와 IT 산업의 동향과 정책을 연구하며, 콘텐츠 전반에 대한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국 AI 및 디지털 정책 동향 조사·분석」(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디지털 보안 동향 조사 및 분석」(한국인터넷진흥원)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참여했으며,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 신인상 △게임제네레이션 비평상에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 아포칼립스의 거울: 불완전한 정보는 어떻게 인간을 심판자로 만드는가?

    태양 폭발로 문명이 무너진 세계, 플레이어는 매일 밤 TV 앞에 앉아 정부가 배포하는 식별 가이드를 시청한다. 지하에서 올라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방문자’를 색출하라는 임무다. 뉴스는 완벽하게 고른 흰 치아, 털 없는 매끈한 겨드랑이, 빛에 민감해서 충혈된 눈 등을 방문자의 징후라고 보도한다. 위생 관리가 불가능한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청결함은 역설적으로 괴물의 증거가 된다. 이 플레이어에게 건네는 첫 번째 질문이다. < Back 아포칼립스의 거울: 불완전한 정보는 어떻게 인간을 심판자로 만드는가? 28 GG Vol. 26. 2. 10. 태양 폭발로 문명이 무너진 세계, 플레이어는 매일 밤 TV 앞에 앉아 정부가 배포하는 식별 가이드를 시청한다. 지하에서 올라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방문자’를 색출하라는 임무다. 뉴스는 완벽하게 고른 흰 치아, 털 없는 매끈한 겨드랑이, 빛에 민감해서 충혈된 눈 등을 방문자의 징후라고 보도한다. 위생 관리가 불가능한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청결함은 역설적으로 괴물의 증거가 된다. 이 플레이어에게 건네는 첫 번째 질문이다. 문제는 정보는 필연적으로 맥락을 삭제한 채 극도로 단편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에 있다. 뉴스가 ‘방문자’라고 말한 기준을 현장에 적용하는 순간 플레이어는 지독한 딜레마에 빠진다. 문을 두드린 남자는 자신의 손톱 밑 흙에 대해 정원사라서 당연하다고 항변하고, 치아가 고른 이는 최근에 교정을 마쳤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붉게 충혈된 눈을 가진 여성은 빛에 민감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잃고 밤새 울었기 때문일 수 있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정보는 ‘충혈된 눈은 곧 괴물’이라는 공식뿐이지만, 눈앞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사연을 품고 있다. 그러나 생존 본능은 복잡한 맥락을 무시하고 안전한 공식을 따르도록 강요한다. 결국 플레이어는 정원사를, 교정 환자를, 유가족을 잠재적 괴물로 규정하고 총구를 겨누게 된다. 위험한 존재를 집에 들이는 것은 플레이어뿐 아니라 같은 장소에 기거하는 생존자들의 안전도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그림1. 정보만으로 인간과 ‘방문자’를 구분할 수 없다고 해서 혼자 생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에서 집에 혼자 남는 경우는 ‘방문자’의 표적이 되거나 연제청에 잡혀가 제거된다. 게임의 엔딩 중 하나인 ‘비질란테의 분노’는 불완전한 정보를 맹신한 인간이 어떻게 파멸에 이르는지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방문자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광기에 사로잡힌 자경단원은 “너 같은 인간들이 내 친구를 죽였다”고 울부짖으며 플레이어의 집을 찾아온다. 그가 움켜쥔 전리품, 즉 뽑힌 치아와 잘린 손가락은 그가 사냥한 대상이 괴물이 아니라 육체를 가진 진짜 인간의 것이다. 이는 방문자의 식별 징후인 ‘완벽하게 고른 치아’를 색출하겠다는 강박이 개인적 원한과 결합했을 때, 인간이 얼마나 쉽게 타자를 괴물로 오인하고 무차별적인 폭력의 도구로 전락하는지를 보여준다. 자경단원은 스스로를 공동체의 심판자로 규정했지만, 결국 그는 괴물보다 더 끔찍한 학살자가 되어버린다. 그의 손에 들린 전리품은 단순한 증거물이 아니라, 인간성을 잃고 광기에 잠식된 자경단원의 몰락을 상징하는 물증이다. 이 엔딩은 미디어가 제공하는 불완전한 식별 기준이 무력, 그리고 맹목적인 복수심과 결합할 때 어떤 참혹한 결과를 낳는지를 경고하며, 괴물을 잡겠다는 집착이 오히려 인간을 괴물로 변모시킨다는 아이러니를 그려낸다. <격리 구역(Quarantine Zone: The Last Check)>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관료주의적 시스템 안으로 끌어온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에서 격리 시설 관리자가 된 플레이어는 검문소에 선 생존자들을 오직 수치로만 판단해야 한다. 체온계, 청진기, 육안 검사라는 도구가 주어지지만 이 역시 인간의 생사를 가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다리에 있는 상처가 좀비에게 물린 자국인지 단순히 넘어져 생긴 멍인지 구별하기 어렵고, 얼굴이 붉은 것은 감염 증상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더위에 익은 것일 수도 있다.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것은 ‘효율성’이라는 이름의 비용이다. 감염자를 들이면 기지가 위험해지고, 의심스러운 자를 모두 격리하면 수용 시설 유지비가 폭증한다. 결국 플레이어는 화씨 180도 이상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거나,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일단 추방하는 효율성의 논리를 택한다. 아이의 떨림이나 생존자의 호소는 배제된 채, 인간은 오직 데이터로 전락한다.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다 보면 어느새 플레이어는 비인간적인 행위에 가담하게 된다. 성벽 밖에서 으르렁거리는 감염자보다, 모호한 정보 앞에서 효율성을 택하는 자신의 손끝이 더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반면 는 시각 정보가 주는 공포를 역이용해 판별 행위 자체를 무력화하는 독특한 지점을 보여준다. 주인공 샘은 창문을 열어 ‘방문자’라 불리는 우주적 존재를 목격하거나 인식하면 끔찍한 괴물로 변이한다는 명확한 정보를 획득한다. 샘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물리 법칙이 무시된 미로로 변해 있으며, 복도에는 하키 마스크를 쓴 거구의 여성, 머리가 카메라와 융합된 이웃 라일, 바퀴벌레 떼가 뭉쳐 지성을 갖춘 바퀴 씨 등 기괴한 형상의 이웃들이 돌아다닌다. 기존의 서바이벌 호러 문법대로라면 이들은 생존을 위해 제거하거나 배제해야 할 ‘적’으로 간주되지만, 샘은 시각적 기표가 주는 혐오감을 넘어 그들의 내면을 보기를 택한다. 그는 변이한 이웃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고 거처를 제공하며 대화를 시도하고, 그들은 괴물의 외형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샘에게 고마움을 표하거나 그를 왕으로 추대하는 등 인간적인 유대와 이성을 유지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게임 후반부에 이웃이자 조력자였던 ‘11’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판별의 무의미함은 존재론적 차원에서 증명된다. 인류의 기원은 사실 우주를 떠도는 거대한 생명체인 방문자의 미세한 말단 신경세포였으며, 인간이 방문자를 목격하는 순간 발생하는 변이는 외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독립된 개체라는 환상이 깨지고 본체와 하나가 되려는 회귀 본능의 발현이었다. ‘11’이 기억을 지우고 육체와 분리되면서까지 숨기려 했던 것은 바로 “우리가 곧 괴물의 일부”라는 사실이었다. 결국 눈으로 보고 괴물이라 판별하며 배척하려 했던 존재는 가장 근원적인 자아의 본모습이었고, 이 게임에서 창문은 외부를 감시하는 방어 기제가 아니라 내면의 끔찍한 기원을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 시각적 정보에 의존해 타자를 괴물로 규정하는 행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그리고 불완전한 정보가 어떻게 우리를 진실로부터 격리시키는지를 이 게임은 역설한다. 판별의 서사는 <도시전설 해체센터>에 이르러 물리적 실체를 넘어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정보’ 그 자체에 대한 가차 없는 폭로로 확장된다. 앞선 작품들이 가시적인 괴물과 인간의 경계를 획정하려 했다면, 이 작품은 SNS와 미디어라는 거울에 투영된 비가시적 공포, 즉 도시전설의 이면을 해체하는 인식론적 탐구에 집중한다. * 그림2. <도시전설 해체센터>의 침대 밑의 남자 에피소드. 괴담은 단편적인 시각 정보와 결합되어 확산된다. 플레이어는 ‘침대 밑의 남자’, ‘저주받은 상자’, ‘도플갱어’ 등 전형적인 괴담의 형식을 띤 사건들을 추적하지만, 그 심연에서 마주하는 것은 초자연적 존재가 아닌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악의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침대 밑의 남자’의 경우, SNS를 통해 괴한의 침입이라는 공포가 실시간으로 확산되지만 그 실상은 타인의 파멸을 발판 삼아 이득을 취하려는 치밀한 기획이었다는 사실을 플레이어는 확인할 수 있다. 목격자를 자처했던 김하나는 사실 고위층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브로커였으며, 피해자를 심리적 궁지로 몰아 통제하기 위해 괴한을 고용한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 대중은 자극적인 이미지와 텍스트에 매몰되어 피해자를 향한 무분별한 신상 털기와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의 진짜 괴물은 침대 밑의 괴한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유희로 소비하고 확산시킨 익명의 대중과 조작된 정보 그 자체다. ‘저주받은 상자’ 에피소드 역시 궤를 같이한다. 상자를 접한 이들이 뱀의 환각과 심장마비를 일으킨다는 소문은 오컬트적 저주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남미산 환각 성분과 알코올의 상호작용에 의한 화학적 반응으로 밝혀진다. 저주의 매개체로 여겨진 치아와 인형 또한 광신도 집단 ‘삼매지마’에 세뇌된 택배 기사가 살의를 담아 배치한 범죄 도구에 불과했다. 나아가 후반부의 ‘그레이트 리셋’ 음모는 실체 없는 공포가 어떻게 사회를 붕괴시키는지 극명하게 투영한다. 테러 집단은 예언의 형식을 빌린 카드를 유포해 대중의 불안을 선동하고, 이를 주가 조작과 사회 혼란의 도구로 삼았다. 우리가 재앙이라 믿었던 현상들은 사실 조회수를 갈구하는 미디어, 타인을 해하려는 악의, 그리고 검증 없이 정보를 유포하는 대중 심리가 합작한 거대한 시뮬라크르였던 셈이다. “소문 자체가 악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인간이 문제”라는 센터장 빈차아의 일갈은 이 게임의 문제의식을 관통한다. 현대의 아포칼립스는 핵전쟁이나 좀비 창궐이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혐오를 배양하고 인간성을 잠식하는 순간 도래한다. <도시전설 해체센터>는 불완전한 정보를 맹신하고 확산시키는 우리의 태도야말로 시대의 진정한 공포임을 역설하며, 판별의 화두를 타자가 아닌 ‘정보를 소비하는 나 자신’에게로 돌려놓는다. 앞서 언급한 네 편의 게임이 공유하는 핵심은 판별이라는 행위가 지닌 윤리적 함정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정보와 모호한 기준을 손에 쥐고 너무나 쉽게 타인을 심판대에 세운다. 생존을 위해 타인을 의심하는 동안 그 의심의 근거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잊어버린다. “당신은 인간입니까?”라는 질문은 결국 “당신은 단편적인 정보로 타인을 괴물로 낙인찍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괴물은 바깥에서 침략하는 것이 아니다. 타자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손쉬운 정보로 심판하려는 게으른 시선 속에 이미 도사리고 있다. 아포칼립스가 비추는 거울 속에서 플레이어는 괴물이 아니라 정보를 맹신하며 방아쇠를 당기는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Tags: 포스트휴먼, 인본주의, AI, 인공지능, 비인간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성균관대학교 강사) 홍현영 패미콤을 화목한 가족 구성원의 필수품으로 광고한 덕분에 게임의 세계에 입문했다. <저스트댄서> 꾸준러. 『81년생 마리오』, 『게임의 이론』, 『미디어와 젠더』 등을 함께 썼다.

  • 게임문화/비평에 대한 작은 바람 -권력투쟁을 위한 비평의 역할과 책임에 관하여

    몇 달 전의 일이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촌 동생이 꽤나 발칙한 사고를 쳤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건의 진상은 이러했다. 요 귀여운 녀석이 게임에 미쳐 부모님 몰래 수십만 원어치의 현질을 했고, 그걸 들켜 죗값을 달게 받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장성한 아들을 둔 우리 엄마는 비슷한 일을 이미 여러 번 겪은 바, 대수롭지 않게 ‘애들 다 그러면서 크는 거지’라며 심심한 위로를 건넸지만 이모는 ‘이노무 시키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며 발을 동동거렸다.  < Back 01 GG Vol. 21.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onghee Han When the occasion calls for an introduction, says "I study film" for convenience's sake, but self-identifies as a cultural researcher who explores the world through the medium of film. Attends chiefly to the politics of representation, signification, and discourse, and pours affection into all the boundaries of the world—those that endlessly expand, divide, and sometimes overlap. The biggest recent preoccupation: how to make the boundaries between self and not-self, inside and outside, here and there, us and them softer and fainter, so that looser connections become possible.

  • 꿈으로서의 '쿠소게'

    "패미컴을 통해 초능력을 개발한다"라는 테마로 개발된 게임이 있었다. 1980년대 당시 일본의 초능력 붐 속에서 초능력자로 알려졌던 키요타 마스아키(清田益章; 통칭, 에스퍼 키요타)씨가 감수한 〈마인드시커〉라는 작품이다. 플레이 과정에서 조언자 격으로 등장하는 키요타씨의 지시를 받아 가며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핵심 컨셉은 "실제로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였다. < Back 05 GG Vol. 22.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Culture Researcher) Inoue Akito Game researcher. Currently a professor at Ritsumeikan University. Reached this position after serving as a research assistant at the International University of Japan's GLOCOM and as a specially appointed associate professor at Kansai University, among other roles. Centering on the question "What is a game?", also engages in projects related to game archiving and to solving social problems through the application of games. (Game Culture Researcher) Sujin Park A graduate student who has stepped into game studies. Currently taking courses at the Graduate School of Core Ethics and Frontier Sciences at Ritsumeikan University in Japan. Lately, exploring the varied game experiences mediated by games, as well as subculture within Japan. Writing is still hard.

  • 개척, 애정, 확장성: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 오더 그리고 제다이 서바이버

    이번에 얘기한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 오더와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를 플레이해보며, 스타워즈라는 새로운 문화에 발을 내딛는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 Back 개척, 애정, 확장성: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 오더 그리고 제다이 서바이버 16 GG Vol. 24. 2. 10. 우리는 넘쳐나는 콘텐츠의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살며 다양한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 와 마주하고 있다 . 그 중에서 ‘Star Wars Jedi: Fallen Order’ 그리고 ‘Star Wars Jedi: Survivor’ 라는 게임 작품으로 IP 확장성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 컨텐츠 IP 우선 , IP 에 대해 모호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위해 정의를 하고 가려 한다 . 다들 저작권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알고 있겠지만 정확히 그 개념이 무엇인지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모호한 개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 IP, 우리말로 지식재산이란 것은 무형적인 자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사람의 머릿속에서 탄생하여 창작된 무형적인 것으로 이익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 그 중에서 오늘 계속 언급할 IP 는 콘텐츠 IP 이다 . 하나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 사업을 가능하게 하며 , 오늘날에 영화 , 애니메이션 그리고 웹툰 , 만화 , 게임과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 Star Wars 세계관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위 구절로 항상 시작하는 스타워즈는 루카스 필름이 제작한 미국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영화 시리즈로 조지 루카스 감독이 감독 , 각본을 맡아 1977 년에 개봉한 첫번째 작품인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부터 다양한 영화 , 애니메이션 , 드라마 , 소설 등 여러 매체로 뻗어 나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과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 스타워즈는 들어봤지만 세계관을 모를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세계관 설명과 뒤에 게임 얘기를 위해 알아야 할 내용 정도만 얘기하고 가겠다 . 우선 간단하게 은하 공화국이 존재하고 은하계의 평화와 정의를 수호하는 제다이 기사들이 있다 . 하지만 은하 공화국에 분열의 움직임이 보이고 시스 ( 제다이와 같이 포스라는 힘을 쓰지만 악한 쪽 ) 의 움직임과 “ 오더 66” 에 공화국이 몰락하고 사악한 은하제국이 들어섰으며 이에 저항하는 반란군과 은하 제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위에서 간단하게 설명한 것에서 “ 오더 66” 는 제다이 폴른 오더를 시작할 때도 알고 가면 좋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만 조금 더 설명하겠다 . 우선 위에서 은하 공화국의 분열의 움직임을 말했었는데 은하 공화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한 분리주의자들은 공화국이 크지 않은 군사 조직을 가지고 있는 점을 노려 비밀리에 대규모 드로이드 군대를 제작하고 공화국을 무력으로 압박하여 독립을 얻으려고 하였다 . 이러한 상황에서 은하 공화국 최고 수상 ( 은하 공화국의 국가원수 , 총리 위치 ) 인 쉬브 팰퍼틴이 공화국 앞으로 주문해 놓은 대규모 클론 트루퍼 군대를 발견하게 되고 , 급한 상황 해결을 위해 이 군대를 사용한다 . Excute Order 66. - 다스 시디어스 - 공화국의 가장 큰 군대로 채용된 클론 트루퍼들은 전쟁에서 큰 활약을 하였지만 이후 팰퍼틴에게 제다이들을 즉각 사살하라는 내용을 받아 은하계 곳곳에서 전투를 지휘하던 제다이와 파다완 ( 제다이 수련생 ) 들은 함께 싸운 전우들인 클론 트루퍼들에게 배신당해 사살당한다 . 그 외에 위치가 알려져 있던 제다이들도 사살당하고 마는 슬픈 서사이자 공화국에서 제국으로 넘어가는 스타워즈의 큰 사건이다 . Star Wars IP 확장 1970 년대에 스타워즈가 등장하게 되면서 콘텐츠 IP 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 단순히 영화가 성공한 것만 아니라 스타워즈 콘텐츠 IP 를 문구 , 장난감과 같은 MD 상품 영역 확대와 영화 속 복장을 똑같이 코스튬 플레이하여 일상 , 문화에 크게 녹아 들었고 , 이런 사유로 스타워즈라는 콘텐츠 IP 의 사업영역과 부가가치가 크게 올랐다 . https://www.youtube.com/watch?v=iFvjTwXAXUo 스타워즈는 자신이 보유한 IP 를 직접 게임으로 개발한 기업 중 한 사례로도 꼽힌다 . 바로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루카스 아츠이며 , 디즈니에 인수되기 이전까지 30 여 종이 넘는 스타워즈 IP 기반 게임을 개발하였다 . IP 라이선스 홀더가 직접 게임을 개발한 만큼 , 루카스 아츠의 스타워즈 게임은 IP 가 가진 특징이 잘 드러나며 , 영화 속 장면을 게임화 한 ‘ 스타워즈 레이서 ’ 와 비행 시뮬레이션 같은 현실감이 있던 ‘X-wing 시리즈 ’ 그리고 호평을 받았던 RPG 게임인 ‘ 스타워즈 : 구 공화국의 기사단 ’ 은 현재 리메이크 작품까지 개발 중이라고 한다 . 요즘 스타워즈 IP 의 확장을 얘기하자면 디즈니 인수 이후를 얘기해야 할 것이다 . 70 년대에 나온 스타워즈는 30~40 년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다가 디즈니에 인수되었고 , 그 이후 스타워즈의 스카이워커 사가의 세번째 시리즈인 시퀄 3 부작을 망쳐 최악의 평가를 받았지만 스핀오프 영화인 ‘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 같은 경우에는 기존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못 보던 부분을 보여주어 신선함과 첫번째 스핀 오프임에도 성공을 거둬 ‘ 한 솔로 : 스타워즈 스토리 ’ 나 후에 성공하는 ‘ 만달로리안 ’ 과 같은 스타워즈 앤솔로지의 발판이 되어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 또 , TV 시리즈로 제작된 스핀오프 작품인 ‘ 만달로리안 ’ 은 시퀄로 온갖 악평을 받았던 디즈니의 스타워즈를 다시 일으킬 만큼 큰 영향력을 가져왔고 새로운 캐릭터들의 매력적인 서사가 인상깊다 . Star Wars Jedi: Fallen Order 위에도 여러가지 부분으로 스타워즈 IP 확장을 설명했지만 스타워즈의 IP 확장은 말하기엔 길 정도로 너무나 많다 . 그 중 우리는 EA 의 스타워즈 게임에서 Respawn Entertainment 가 개발한 스타워즈 제다이 시리즈를 중점적으로 알아볼 것이다 .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 오더는 2019 년도말에 나온 작품으로 스토리는 위에서 말한 오더 66 이후 살아남은 옛 제다이 파다완 ( 수련생 ) ‘ 칼 케스티스 ’ 의 이야기를 다룬다 . ‘ 칼 ’ 은 브라카라는 행성에 숨어 고철 처리부로 몇 년 동안 조용히 지내다 제국에 발각되어 위기에 처하지만 ‘ 시어 준다 ’ 와 ‘ 그리즈 드리터스 ’ 덕분에 살아남게 된다 . 그들을 따라 보가노 행성에 가 고대 회랑의 비밀을 밝히러 가다 ‘BD-1’ 이라는 드로이드를 만나 동행해 회랑 안에서 마스터 ‘ 에노 코르도바 ’ 의 메시지를 보게 된다 . ‘ 에노 코르도바 ’ 는 제다이 오더가 몰락하는 환영을 미리 보고 포스 센서티브 아이들 ( 포스를 가진 아이들 ) 의 목록을 복사해 담은 홀로크론을 두었다 하며 , 이를 알게 된 ‘ 칼 ’ 과 ‘ 시어 일행 ’ 이 홀로크론을 찾고 제다이 오더 재건이라는 목표를 위해 진행되는 스토리이다 . 우선 게임은 홀로크론을 찾기 위해 ‘ 칼 케스티스 ’ 가 되어 다양한 행성에 가 탐험하는 스타워즈 배경의 액션 어드벤쳐 게임이다 . 타이탄폴 같은 명작을 만들어낸 Respawn Entertainment 인 만큼 자신들이 가진 재미 요소가 잘 담겨져 있다 . 훌륭한 그래픽과 맵 디자인에 벽 타기나 그래플 등 기존 리스폰에서 볼 수 있던 친숙한 요소와 광선검을 통한 전투는 단순한 공격키 연타가 아닌 소울 시리즈의 전투 방식을 참고하였는지 상대의 공격 패턴에 맞게 패링을 하고 공격하는 컨트롤이 필요한 부분이다 . 소울 시리즈라 하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제다이 폴른 오더는 소울 시리즈와 비슷하지만 전투가 더 캐주얼한 방식이며 , 난이도 조절도 플레이어에 맞게 적절히 설정할 수 있다 . 또한 스타워즈 세계관에서도 모호한 포스를 간단하게 전투와 스토리를 진행하는 퍼즐에 적절히 녹여낸 점도 칭찬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스토리의 서사구조도 깔끔하다 . 컷신이 지루하게 길지도 않으며 , 맵을 탐사하면서 포커싱되는 장면 , 과거 회상 장면에 스타워즈 특유의 사운드트랙이 어우러져 더욱더 연출과 스토리를 아름답게 해준다 .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스타워즈를 모르는 사람이 하더라도 진입장벽 없이 할 수 있도록 게임의 매력과 스타워즈 세계관이 들어있고 , 기존 팬덤에게도 큰 선물 같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 Star Wars Jedi: Survivor 우선 다른 리뷰나 비평에서도 말이 많이 나온 최적화에 대한 얘기는 아래서 짧게 얘기만 하겠다 . Respawn Entertainment 가 최적화 부분에 매우 실망스럽게 낸 것은 맞지만 이미 다른 곳에서 많이 언급된 내용이고 본 비평은 게임에 대해서 얘기도 하지만 결국 IP 에 대한 개척 , 애정 , 확장성을 주제로 잡기 때문에 이를 중점적으로 말하기 위해서이다 . 기존 스타워즈 세계관에 없던 칼 케스티스 같은 인물이나 스타워즈 IP 를 개척하였고 이를 추가적으로 더 확장시키려 노력한 부분이 보인다 . 각 행성들의 오픈월드로 하여 볼륨은 커지고 넓은 맵에 각각 있는 npc 들은 칼과 이전 작처럼 얘기를 나누는 기능 말고도 서브 퀘스트를 주기도 하고 대화를 할수록 npc 에 대한 정보도 도감에 기록된다 . 생물도 무조건 적대시하는 것이 아닌 ‘ 칼 ’ 이 포스로 길들여 타고 다닐 수 있는 생물도 있으며 광활하고 멋진 퀄리티의 오픈월드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며 탐사할 수 있다 . 넓어진 맵에 따라서 길 찾기 시스템도 개선한 것이 보이고 오픈월드인 만큼 수집 요소도 많지만 강제되지 않고 주요 목표만을 따라 빠르게 진행하는 방향과 수집품이나 이곳저곳 탐사를 하면서 천천히 진행하는 방향 둘 다 상관없다 . 탐사를 하는데 풀 게 되는 퍼즐은 행성마다 작용하는 기믹과 컨셉의 차별화를 두려한 점이 보인다 . 성장할 요소도 많이 늘었다 . 퍽이라는 상황에 맞게 명상 지점에서 일정 개수를 선택하여 선택한 종류의 퍽에 대한 패시브를 제공받는 것과 기존에 한가지 줄기에서 뻗어 나가 스킬 트리를 찍던 제다이 폴른 오더와 다르게 스킬 포인트는 공유하지만 각 파트별로 스킬 트리를 찍게 되어 있다 . 생존 관련 스킬 , 광선검 관련 스킬 , 포스 관련 스킬로 크게 나뉘며 광선검 스킬 트리는 또 그 중에서 광선검 스탠스별로 스킬 트리가 있다 . 전투에서 쓰는 광선검 스탠스는 기존에 보여준 싱글 블레이드 , 더블 블레이드를 넘어서 전작에서는 스킬로만 등장했던 듀얼 윌드가 아예 스탠스로 등장한다 . 또 , 아예 새롭게 나온 전투 방식으로는 한쪽에서 광선이 나오고 바로 그 밑에 양쪽으로 짧게 광선이 나와 크로스가드를 갖춘 검과 같은 모양으로 사용하는 크로스 가드 스탠스를 포함해 아예 광선검과 함께 블래스터 ( 광선총 ) 도 쏠 수 있다 . 스토리에 대한 부분도 전작에서 5 년이 지난 시점으로 잡고 주연 캐릭터들의 변화가 잘 표현되어 있다 . 5 년동안 각자 다른 선택을 하고 이러한 위치에서 이렇게 활동하였다가 이해된다 . 기존 주연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부분 말고도 새로운 캐릭터도 매력적이게 디자인되었다 . 주요한 인물 중 하나인 ‘ 데이건 게라 ’ 는 고 공화국 시대라는 은하공하국 이전 시대의 제다이로 스토리를 보다 보면 그가 타락하는 과정과 이유를 보고 공감할 수 있다 . 이처럼 다양한 게임 요소와 매력이 가득하며 전작보다 스토리와 즐길 부분이 너무나 많다 . 게임을 하면서 불편한 점을 꼽자면 키보드 , 마우스로 플레이하는데 회피 키가 Tap 키로 되어 있어 불편했던 점 말고는 정말 없다 . 이는 키 설정만 바꾸면 해결된다 . 정말 얘기가 많이 나온 문제인 최적화만 잘 했다면 최다 G.O.T.Y 정도의 많은 시상을 받았지 않았을까 싶은 작품이다 . 게임 자체만 놓고 보자면 정말 명작이라 평가한다 . 수많은 IP들과 매력 우리는 문화 예술과 마주하고 그 안에서 수많은 IP 들이 꽃피었고 지금도 피어나고 있다 . 그리고 ,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수많은 IP 들에 빠지는 방식은 세계관 , 캐릭터 그리고 확장성이라고 본다 . 우선 영화 , 게임 , 드라마 , 애니메이션 등에는 다양한 세계관이 존재하고 있다 . 우리가 오늘 중점적으로 본 스타워즈도 커다란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 세계관의 매력은 단지 크고 작음이 아니라 사람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시뮬레이션이 되야 매력적인 세계관이라 생각된다 . 스타워즈는 다양한 생물체와 역사 , 기술이 있으며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유명한 광선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고 싶다 했을 때 원리 , 제작방식 , 종류 , 색상이 다른 이유 등 다양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 이는 제작사가 알려준 여러 정보를 가공해서 다른 사람이 올린 정보를 또다른 관심이 생긴 사람들이 2 차 소비하는 구조라 볼 수 있다 . 이렇게 깊이 있는 세계관은 관심을 가지고 애정이 생긴 사람들에게 앞선 예시로 빠져들게 한다 . 세계관이 잘 구축되어 있다면 그 다음은 세계관 속 캐릭터를 들어볼 수 있겠다 . 스타워즈의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다스베이더는 “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가 ”, “ 왜 다크사이드로 빠지는 선택을 하였는가 ” 같은 물음으로 그 캐릭터를 알아가면 이제 앞선 것이 합쳐져 “ 캐릭터가 이러한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 “ 스토리에서 만나지 않았던 이들이 만난다면 어떠한 시너지를 일으킬까 ” 같은 사고로 이어지며 이는 다양한 2 차창작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확장성인데 사실 앞서 세계관과 캐릭터를 말하면서 말한 부분에서도 확장성이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 앞서 말했던 세계관 정립 2 차소비와 캐릭터 이해에 따른 2 차창작이며 , 소비자나 팬 입장이 아닌 제작 쪽으로 얘기하자면 앞서 말한 Respawn Entertainment 의 스타워즈 시리즈인 제다이 폴른 오더와 제다이 서바이버 모두 좋은 IP 확장 사례라 말할 수 있다 . 그들은 스타워즈 세계관에 없던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내 새로운 서사시를 쌓았을 뿐만 아니라 그 구조가 짜임새 있게 작동해 기존 스타워즈 세계관을 알고 있던 사람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였고 새롭게 스타워즈를 Respawn 의 게임으로 즐기는 사람도 스타워즈 세계관을 게임을 하면서 이해하게 구성하였다 . 기존 스타워즈 팬이든 새롭게 접해본 사람이든 칼 케스티스나 BD-1 또는 그리즈 , 시어까지 새로운 인물들이 어떠한 성격과 과거를 가졌고 , 서로가 어떠한 도움을 주는 지 우리가 칼이라는 주인공으로 여정을 이어나가며 함께 성장하고 공감하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되어있다 . 스타워즈라는 거대 IP 이자 세계관을 새로 개척해 나간 것이다 . 위 과정이 개척이었다면 이번 제다이 서바이버에서는 확장을 보여준다 . 성장한 주인공과 변화한 일행이 어떠한 일을 하는 지 , 특히 칼 케스티스가 이번작을 시작하면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은 우리가 이번 여정에서 어떠한 방향을 가지고 나아가는 지를 바로 이해하고 같이 생각한다 . 또 ,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알려져 있지만 팬덤에서도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고공화국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며 시간은 뒤로 갔지만 앞선 시대의 스타워즈의 생소한 설정도 이번 스토리와 모험에 잘 담겨진 모습을 보여준다 . 기존에 없거나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확실히 확장한 것으로 말할 수 있겠다 . 디지털 게임이 IP 확장에서의 위치와 가지고 있는 것 디지털 게임은 여러가지 문화 예술과 산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영화 산업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 그냥 기술적 발전이 아니라 콘텐츠적으로 소설에서 영화가 미치고 영화에서 소설이 미치는 상호보완성처럼 영화 산업이 새롭게 만들어낸 확장성과 상호보완성을 게임이라는 문화예술이자 산업이 이에 대해 또다른 영향력을 가진다 . 우선 앞서 말한 소설과 영화로 예시를 들어 말해보자면 소설과 영화 , 서로 가진 강점이 다르다 . 영화는 우선 정보가 소설처럼 상상할 필요없이 시각적 , 청각적으로 접근해온다 . 기존에 소설이 있든 대본이 있든 이것을 배우들의 대사나 몸짓으로 이해하게 되는데 이 부분은 대중들에게 친숙하다 . 우리가 말로 하는 것보다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게 이해가 잘 되는 상황처럼 말이다 . 다만 이 부분은 단점도 있는 것이 배우가 해당 캐릭터와 맞지 않는다 거나 연기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는 부분이다 . 또한 슬픈 장면에 슬픈 노래가 깔리는 효과처럼 분위기를 더욱 몰입하고 영화 ost 를 들었을 때 해당 장면이 떠오르는 것처럼 청각적으로도 영향을 준다 . 반대로 이제 소설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 소설은 시각적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 간단하게 영화와 같은 영상매체가 아니기 때문 .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문장 하나에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상상하게 해준다 . 또한 책은 텍스트로 모든 것을 담아야 하다 보니 묘사가 상세하다 . 심리에 대한 것을 영화는 배우의 연기만을 보고 이해해야 한다면 소설에는 그대로 적혀 있다 . 이는 시각적이지는 않지만 직관적으로 정보가 들어오는 것 . 또한 요즘은 ott 가 많기 때문에 돌려볼 수도 있긴 하지만 영화관에서 본다 했을 때 시간에 따라가야 하지만 책은 이해가 안 된다 거나 놓친 문장이 있다면 다시 앞으로 가 읽으면서 각자의 템포에 맞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진다 . 이렇게 각자의 강점이 있고 , 단점도 있으며 소설에서 영화가 되기도 하고 영화가 소설로 나오는 사례 등 서로를 보완하면서 확장시켜준다 . 다시 게임에 대한 얘기로 돌아와보면 게임도 이러한 위치에서 또 다른 보완성과 확장성을 가지고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게임의 가장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 상호작용 ’ 인데 퍼즐을 풀 때 포스로 물체를 당기고 미는 방식도 있고 그냥 캐릭터한데 말을 걸었을 때 , 해당 캐릭터가 대답을 하는 방식도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 이는 간단하지만 영화와 소설과는 다르게 내가 직접 말을 걸어서 이 캐릭터가 대답을 해주고 직접 알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 맵 탐사도 같다 . 우리는 이 모르는 행성을 돌아다니면서 임무를 완수하는 것만 아니라 그 행성의 사는 생물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 , 메아리로 포스 안에 남아있는 것을 감지하는 ‘ 칼 ’ 의 능력으로 이전에 해당 메아리에 있던 사건을 알아볼 수 있다 . 이는 플레이어가 직접 행하는 과정으로 또 다른 몰입을 준다 .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 루크 스카이워커가 제국에 맞서 싸워 은하계에 평화를 가져왔다 .” 같은 진술이지만 게임에서는 “ 나 ” 가 사용될 수 있다 . “ 내가 스타워즈 제다이 시리즈에서 칼 케스티스가 되어 남은 제다이를 찾아 학살하고 다니는 인퀴지터와 싸워 이겼다 .“ 또는 “ 나는 험난한 행성인 다쏘미르를 탐사하였다 .” 와 같은 자연스러운 진술이 게임에서는 가능하다 . 이러한 차별성과 강점이 소설 , 영화 등과 비슷하지만 다른 위치를 가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 게임은 여러 요소가 합쳐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디지털 게임만이 개척할 수 있는 방향성과 매력이 있는 것이다 . 이렇게 IP 가 개척되고 , 우리가 IP 에 애정을 가지고 사랑에 빠지며 , IP 가 다양하게 확장되는 것에 대해 얘기해보았다 . 이번에 얘기한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 오더와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를 플레이해보며 , 스타워즈라는 새로운 문화에 발을 내딛는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 당신이 크리에이터라면 새로운 IP 를 개척하는 데에 영감을 얻을 지도 모르며 , 소비자로서 새롭게 접한 IP 에 애정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며 , 어떤 방식이든 당신의 세상에 또 하나의 큰 확장이 될 것이다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대학생) 이규연 어릴 적 프로그래밍을 배운 후, 여러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게임 기획자(Game designer)를 목표로 하게 되었다. 대학을 다니며 게임업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음과 동시에 게임 관련 전시, 축제, 대회(E-Sport)를 즐겨 찾고 있다.

  • The challenges of subscription-based gaming in Europe

    The last 15 years have witnessed major changes in the way we design and consume games made possible by better and faster internet connections, and new (mobile) technologies. Where computer games were once bought as physical copies in a retail shop, and then required the player to spend hours in front of the family computer or gaming console of the living room, games can now be played everywhere and at any time. But this has not only changed how we consume games, but also how games are designed and put to market. A range of very different new business models and monetization schemes have emerged such as games-as-service, microtransactions, cloud-gaming, in-game advertising along with collectibles and NFT´s and so forth.   < Back 09 GG Vol. 22.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Ida Jørgensen (Game Researcher) Bora Na A game researcher. Game-playing goes back quite a long way, but the first encounter with game studies came by chance, through a game course taken at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Since graduating, has carried out research and writing centered on game history and culture, here and there. Contributed to The History of Games, The Theory of Games, and Mario, Born in '81, among others.

  • 가지고 나올 수 있는가? 소유하는 슈터, 익스트랙션 슈터

    가상공간이 현실의 반영이라거나, 현실의 불안이 게임으로 흘러들어온다는 식의 분석은 이미 오래된 틀이다. 익스트랙션 슈터가 보여주는 것은 그보다 좀 더 급진적인 무언가에 가깝다. 가상공간이 현실로부터 독립적인 삶의 층위로 자리잡았다는 것. 그 안에서 세워진 자아가 독자적인 소유를 갖고, 그 소유의 상실이 독립적인 감각으로 작동한다는 것. 이것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말과는 다르다. < Back 가지고 나올 수 있는가? 소유하는 슈터, 익스트랙션 슈터 29 GG Vol. 26. 4. 10. 카지노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게임의 규칙 아닌 칩의 의미와 활용이다. 현금을 칩으로 바꾸는 순간 돈은 돈이기를 잠시 멈추고 특정한 촉감과 무게, 색깔을 가진 플라스틱 조각이 된다. 현금이 다른 법칙의 교환도구로 넘어가는 이 교환 속에서 칩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은 상실의 감각을 유예한다. 카지노 게임에서 잃는 것은 현금이지만, 슬롯이 알리는 실패 결과에도 우리는 돈을 잃었다는 생각에는 잠시 가 닿지 못한다. 잃어도 잃은 것 같지 않은, 그 유예의 틈새에 카지노가 존재한다. 익스트랙션 슈터라는 장르가 점점 외형을 갖춰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카지노에 입장해 현금을 칩으로 바꾸는 그 순간이 떠올랐다. 이 장르를 단순히 새로운 슈팅 게임의 변종으로만 분류하는 것은 카지노를 그저 간단한 규칙의 놀이시설만으로 보는 것만큼 무언가를 놓치는 일이다. 2025년 엠바크 스튜디오가 정식 발매한 <아크레이더스>가 발매 2주 만에 400만 장을 넘기며 주목받은 것은 단순히 게임이 잘 만들어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익스트랙션 슈터라는 이 장르는 슈팅 게임이 지금껏 다루지 않았던 어떤 감각을 건드렸고, <아크레이더스>는 그 장르의 가장 흥행한 대표작으로서 이해된다. <아크레이더스>의 성공 이후 쏟아지기 시작한 이 장르 자체는 왜 유행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그래서 게임 타이틀 하나가 아니라 장르에 물어야 할 질문이 되며, 나는 그 답의 일환으로 카지노의 칩을 떠올렸다. 승리의 의미는 어떻게 희미해져가는가 슈팅 게임의 역사를 거칠게 세 세대로 나눠보면 이야기가 좀 선명해진다. <카운터스트라이크>나 <레인보우식스> 같은 1세대 팀 기반 슈터에서 승리의 기대값은 대략 50%였다. 나와 동수의 적이 있고, 우리는 같은 조건을 동등하게 부여받은 적과 마주해 싸운다. 이 방식의 게임 규칙에서 재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승리’다. 팀 구성 수, 전장 지형의 유불리, 들고 있는 무기와 장비는 양 팀 모두에게 동일하게 영향을 주도록 세팅된다. 심지어 팀 매칭마저도 누적된 각 플레이어들의 승리 횟수와 랭킹값을 통해 가급적 모든 매칭의 기대승률이 50%에 수렴하게 세팅된 것이 팀 기반 슈터의 핵심에 자리한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는 것은 결국 그 동일한 조건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 플레이어의 ‘실력’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실력이 발휘된 결과로서의 승리만이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재미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슈터 장르에서 배틀로얄이 등장하고 인기를 끌면서부터는 50%라는 기대승률의 대전제가 급격히 무너진다. 100명이 뛰어내려 한 명만 살아남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승리의 기대값은 1%다. 100명의 참가자들이 모두를 상대로 전투를 벌여 살아남은 마지막 한 명만이 Winner Winner Chicken Dinner를 먹기 때문이다. 2인 팀이면 50팀의 서바이벌이니 2%, 4인 팀이면 25팀의 경쟁으로 기대승률은 4%까지 올라가겠지만 여전히 팀 기반 슈터의 기대승률 50%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승리가 가장 중요한 재미라고 팀 슈터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이는 기대승률이 50%일 때의 이야기일 뿐이다. 배틀로얄 슈터의 기대승률은 한참 낮은 편이지만, 흥미롭게도 배틀로얄에서는 승리만이 유일한 재미가 되지 않는다. 모든 플레이는 언제나 99명이 지는 구조지만 승리하지 못한 99명 누구도 져서 재미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배틀로얄 슈터다. 승리 자체의 재미는 구조적으로 없어지기보다는 오히려 강화되었다. 1%의 확률을 뚫고 따내는 승리는 50%에서 가져오는 것보다 훨씬 더 격렬한 성취감을 일깨워낸다. 다만 그 1%에 도달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가 되는데, 패배의 연속이 될 99% 확률의 경험자들에게 패배로 가는 과정은 ‘승리하지 못한 경험’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다. 파밍하고 교전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 되었고, 팀원과 나누는 보이스채팅이 승리 갈망의 빈자리를 채웠다. 반드시 ‘치킨을 먹지’ 않아도 즐거운, 연패에 빠지면 화도 났던 팀 기반 슈터의 50% 승률과 달리 99%, 다시말해 게임을 하면 사실상 승리할 기대값이 없다는 환경에서는 그저 전투의 과정 자체가 재미가 되었다는 뜻이다. 배틀로얄은 승리보다 과정을 파는 장르였던 셈이다. 익스트랙션 슈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이 장르에서 이제 승리는 단일한 기준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아크레이더스>나 이 장르를 처음 정립한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에서 게임의 대규칙은 적을 전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 탈출하는 것이다. 제한 시간 안에 스폰된 오픈월드에서 탈출구를 찾아 살아 돌아오면 된다. 싸워도 되고, 숨어도 된다. 필드의 적을 다 죽여도 시간 안에 탈출하지 못하면 게임오버다. 그리고 이 탈출 성공 여부가 기본적이고 작은 성공의 기준이라면, 거기에 더해지는 또 하나의 승리 비슷한 조건은 ‘무엇을 가지고 나왔느냐’다. 가상공간에 세워진 또 다른 나 팀 배틀, 배틀로얄과 같은 기존의 대전형 슈터와 익스트랙션 슈터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이 아이템의 획득과 보전, 처리 방식에 있다. 팀 배틀과 배틀로얄은 제로베이스로 앞선 판에서 얻은 것은 다음 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각 세션에서 획득한 아이템은 다음 세션이 시작될 때 리셋되며, 획득한 세션에서만 유의미하다. 사실 이러한 방식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이래로 이어져 온 꽤나 유서깊은 방식이기도 했는데, 이유는 이 방식이 깔끔하고 공정하고 명료했기 때문이었다. 획득한 어드밴티지가 누적된다는 것은 게임을 오래 플레이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기득권을 출발의 베이스로 삼게 되지만, 기존의 대전형 게임들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새로운 배틀 세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오직 플레이어의 손과 뇌에 쌓인 경험과 숙련도 뿐이었다. 익스트랙션 슈터는 대전 게임의 역사에 자리한 이 오래된 원칙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필드에서 파밍한 부품들은 귀환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오르며, 이는 게임 안에서 유의미한 어드밴티지로 작동한다. 이동속도가 빨라지고, 생존력이 높아진다. 오랜 시간 파밍을 거쳐 조립한 하이엔드 무기는 다음 세션의 전투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단지 획득을 통한 성장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익스트랙션 슈터 플레이어의 가장 큰 고민은 이번 세션에 어떤 아이템을 들고나갈 것이냐이다. 생존에 실패하면 지금 들고 나간 아이템은 고스란히 날아가기 때문이다. 획득과 망실이라는 성장과 역성장의 흐름은 레버리지를 타고 게임의 긴장감을 새롭게 일궈낸다. 그리고, 이는 사실 대전 게임의 오래된 맥락의 규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롤플레잉, MMORPG의 규칙으로부터 넘어온 것에 가깝다. 싱글플레이 롤플레잉 게임에서 아이템은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소유할 수 있는 무언가로 간주된다. 온라인 기반으로 펼쳐지는 MMORPG라면 아이템의 소유는 한 세션이지만 사실상 이 게임의 시작과 끝을 모두 포괄하는, 서버가 유지되는 한 영속적인 소유로 인정된다. 이와 반대로 팀 배틀, 배틀로얄 시절의 아이템은 계정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회성 세션에서 일회성으로 임대하는 개념에 가깝다. 소유란 무엇일까? 마르크스는 소유를 단순히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사회적 관계로 정의한 바 있다. 이 개념을 빌려오면, 배틀로얄의 아이템은 소유가 아니다. 한 세션 안에서 일시적으로 점유하다 반납하는 대여에 가깝다. 반면 익스트랙션 슈터에서 아이템은 게임 규칙이라는 사회적 관계 안에서 진짜 소유의 형태를 획득하기 시작한다. 누적되고, 이월되고, 나의 다음 판을 바꾼다. MMORPG를 통해 구성된 온라인 기반의 사이버 커뮤니티가 가상공간에 발생하고 그 안에서 아이템의 소유가 만들어진 것처럼, 슈터에도 소유와 이를 통한 누적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누적이 만들어내는 것이 단순한 캐릭터 수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파밍의 역사, 레벨업의 흔적, 조립해 온 장비들이 쌓이면서 게임 안에 나와는 구별되는 또 다른 자아가 생겨난다. 현실의 내가 아니라, 가상공간 안에서 시간을 들여 세워온 나. 그 가상의 자아는 가상공간 안에서 유의미한 자신만의 소유물을 가짐으로써 형성된다. 현실이 아닌 곳에서 발생하는 불안 가상공간에 형성된 자아와 그 소유는 나에게 얼마나 실재하는가? 풀 장비를 세팅하고 들어갔다가 탈출에 실패해 모두 잃었을 때의 허탈감을 경험한 플레이어라면 이 질문에 대해 꽤나 실재하는 소유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이른바 ‘빤스’라고 통칭되는, 탈출과 생존에 실패했을 때도 회수할 수 있는 안전 포켓이 익스트랙션 슈터에서 작동하고 있는 이유도 그 상실의 허탈감을 방어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기능일 것이다. 비록 가상공간에서만 유의미한 아이템일지라도 이를 쌓아올리는 과정과 리스크를 생각해 본다면 소유를 잃을 때의 허탈감은 마냥 아무 일 없듯이 넘겨버릴 수 있는 것이라고만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가상공간에 쌓아올린 무언가를 잃을 수 있다는 이 불안은 그러나 현실로부터 투영된 것이 아니다. 취업이 불안해서, 관계가 불안해서 게임 안의 소유를 잃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불안은 가상공간 안에서 자생한다. 게임이 만든 규칙이 가상 자아의 소유에 실재성을 부여하고, 그 실재성이 독립적인 상실의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 소유의 개념으로 다시 슈터 장르의 변화를 살펴보면 패배의 리스크가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1세대 팀 배틀에서 리스크는 팀이 분산해 가졌다. 지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고, 다음 판의 나는 이번 판의 실패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웠다. 배틀로얄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0명이 죽고 1명이 남는 구조지만, 누구도 다음 판을 빈손으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평등하다. 리스크는 철저히 그 세션 안에서만 존재한다. 익스트랙션 슈터는 소유라는 개념을 추가하며 이 구조를 뒤집는다. 소유의 개념이 슈터에 덧붙으며 리스크는 온전히 개인의 누적 위에 얹힌다. 탈출에 실패하면 내가 오랜 시간 쌓아온 것이 사라진다. 팀이 나눠 지는 것도 아니고, 다음 판의 제로베이스로 리셋되는 것도 아니다. 그 손실은 오로지 나의 것이다. 앞선 장르들이 리스크를 세션 안에 가두어 두었다면, 익스트랙션 슈터는 리스크를 플레이어의 시간 전체 위에 펼쳐놓는다. 이것이 이 장르가 슈팅 게임의 역사 안에서 만들어낸 가장 근본적인 변화일지도 모른다. 포획을 알면서도 들어가는 이유 라이브서비스로 돌아가는 익스트랙션 슈터에서 소유 기반으로 장르의 중심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라이브서비스의 본질은 플레이어의 시간을 포획하는 것이고, 그 포획이 곧 수익이다. 파밍의 누적, 레벨업의 쾌감, 하이엔드 장비를 향한 욕망. 이것들은 플레이어를 다음 세션으로, 또 다음 세션으로 끌어들이는 설계다. 익스트랙션 슈터는 MMORPG에서 익숙하게 제련된 이 포획 메커니즘을 슈터라는 장르 안에 특히 정교하게 구현한 장르이기도 하다. 슈터 장르의 역사에서 소유는 언제나 주변부의 개념이었다. 무기는 세션 안에서 잠깐 쓰는 도구였고, 캐릭터는 다음 판이면 리셋되었다. 그런데 익스트랙션 슈터는 이 장르에 처음으로 소유를 중심에 놓는다. 파밍한 부품이 남고, 레벨업의 결과가 이월되고, 장비의 손실이 실재하는 감각으로 남는다. 이것은 단순한 시스템 변화가 아니다. 소유라는 개념이 슈터 장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게임을 바라보는 틀 자체가 달라진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가 인간의 삶에 가져온 변화를 진단하면서 소유 지향적 존재 방식이 결국 불안을 내면화한다고 보았다. 가진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소유에 늘 따라붙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익스트랙션 슈터를 보면 앞선 슈터 장르들과의 차이점을 읽을 수 있다. 배틀로얄의 핵심 쾌감이 승자독식,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는 외부적 승인에 있었다면, 익스트랙션 슈터의 쾌감은 훨씬 내부로 파고든다. 내가 목표한 장비를 가지고 나왔느냐, 내가 설정한 기준을 내가 달성했느냐라는 기준으로 게임은 방향을 틀며, 승리의 기준이 타인과의 비교에서 떨어져 나와 개인의 소유 감각 안으로 들어온다. 프롬이 경고한 불안을 감수하면서도 이 장르를 선택하는 플레이어들은 어쩌면 그 불안마저 자신의 것으로 갖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가지고 나올 수 있느냐 처음의 카지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칩의 역할은 상실의 감각을 유예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익스트랙션 슈터는 그 반대의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게임은 오히려 상실의 감각을 매우 선명하게 만들어낸다. 풀 장비를 잃는 순간의 허탈감은 유예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정확히 이 게임의 핵심 재미다. 가상공간이 현실의 반영이라거나, 현실의 불안이 게임으로 흘러들어온다는 식의 분석은 이미 오래된 틀이다. 익스트랙션 슈터가 보여주는 것은 그보다 좀 더 급진적인 무언가에 가깝다. 가상공간이 현실로부터 독립적인 삶의 층위로 자리잡았다는 것. 그 안에서 세워진 자아가 독자적인 소유를 갖고, 그 소유의 상실이 독립적인 감각으로 작동한다는 것. 이것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말과는 다르다. 경계는 여전히 있다. 다만 그 경계 너머에 이제 또 하나의 실재가 생겨나고 있다는 말에 가깝다. <아크레이더스>를 포함한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부상을 그래서 나는 단순한 게임 트렌드로 읽지 않는다. 이 장르의 핵심 질문, 가지고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은 슈팅 게임의 역사 안에서 한 번도 중심에 놓인 적 없었던 것이다. 그 질문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장르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동시대 게이머들이 위험과 성취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이전 세대와 분명히 달라졌다는 징후로 읽힌다. 그 변화가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는 아직 모호하다. 하지만 그 모호함 자체를 여전히 즐기면서 다음 세션을 준비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장르의 가장 솔직한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유도된 걷기와 우연한 만남의 장소 – AR 산책 게임의 지금

    일종의 ‘비동기 멀티플레이’로서 산책 게임들은 사람들을 게임이 유도하는 특정한 방식으로 움직이게끔 하지만 때로는 상상치 못한 연대를 가능케 한다. <데스 스트랜딩 Death Stranding>에서 누군가 설치해둔 집라인에 마음 깊이 감사하며 ‘따봉’을 눌러본 기억이 있는가. 산책 게임은 각자의 황량한 디지털 디스토피아를 산책하게끔 하지만, 이따금 고개를 돌리면 엄지를 치켜세울 직접 타인을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 Back 유도된 걷기와 우연한 만남의 장소 – AR 산책 게임의 지금 22 GG Vol. 25. 2. 10. https://www.youtube.com/watch?v=4YMD6xELI_k * 구글맵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Google Maps: Pokémon Challenge” 만우절 이벤트 영상 나는 나름 <포켓몬 고 Pokémon GO >의 고인물이다. 2016년 속초 대란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2017년 1월 국내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플레이하고 있다. 초창기의 <포켓몬 고>는 황량했지만 충만했다. 체육관에서 열리는 레이드도, GO 배틀리그라는 PVP 시스템도 없었다. 심지어 6개월 늦은 국내 출시 직후에야 2세대 포켓몬이 추가되었고, 2018년까지는 필드리서치(퀘스트)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구글맵이 지도 곳곳에서 포켓몬을 발견할 수 있게끔 했던 만우절 장난 [1] 이, 닌텐도와 나이언틱의 공식적인 협력으로 이어지며 현실화되었다는 설레임은 순식간에 천만 단위의 유저가 스마트폰을 들고 산책하게끔 만들었다. 포켓몬을 직접 포획하고 도감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포덕’들을 유혹하기엔 충분했다. 우리는 텅 빈 지도 위를 걸어다니는 아바타와 자신을 동기화했고 CP가 더 높은 포켓몬, 아직 잡지 못한 포켓몬이 나타나기만을 바라며 걸음 수를 채웠다. <포켓몬 고>, 최근에 갑작스레 흥행하기 시작한 <피크민 블룸 Pikmin Bloom > 등 나이언틱의 게임들은 유저의 일상을 변화시킨다. 집 주변에 알지 못했던 장소들, 간판들 사이에 숨어 있던 교회와 생각 없이 지나치던 벽화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출퇴근길과 등하교길은 게임 속 스팟(포켓스탑, 빅플라워 등)을 포함하게끔 변경된다. 레이드 시간에 맞춰 산책을 떠나거나,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한 포켓몬이나 꽃의 정수를 얻기 위해 길을 나서기도 한다. 엘피 본의 지적처럼 온라인 지도 속에 담긴 ‘스마트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는 데이팅 앱에서 가까운 거리의 상대를 찾아 나서듯 <포켓몬 고>에서 피카츄를 찾아 나선다(Bown, 2022/2023, 56). * 왼쪽부터 <인그레스>, <포켓몬 고>, <피크민 블룸>, <몬스터 헌터 나우>의 플레이화면 나이언틱의 AR 게임들은 나이언틱은 구글맵(국내에서는 오픈스트리트맵 [2] )을 기반으로 현실의 지도 위에 게임의 가상을 겹쳐 놓는다. 첫 작품인 <인그레스>는 인라이튼드와 레지스탕스 두 진영의 ‘땅따먹기’를 지도 위에서 펼쳐낸다. <포켓몬 고>는 본가 시리즈의 연장선상으로 야생의 포켓몬을 연구하는 윌로우 박사의 부탁을 받아 모험을 시작한다. <피크민 블룸>은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생명체 피크민을 게임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설정을 갖는다. 지금은 서비스를 종료한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 Harry Potter: Wizards Unite >은 마법사 세계의 존재들이 머글 세계에 유출되는 이상현상을 조사하고 해결한다는 설정이다. 가장 최근작인 <몬스터 헌터 나우 Moster Hunter Now > 또한 ‘몬스터 헌터’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연결되어 버렸다는 설정을 갖는다. 각각의 설정들은 현실의 제도를 게임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세계만들기(worldbuilding)의 일환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발 딛고 걸어 다니는 길을 다른 방식으로 전환한다. 워킹 시뮬레이터(walking simulator)가 아닌 걷기-기계(walking-machine)랄까. 이 게임들에서 강조되는 것은 수집이다. <포켓몬 고>에서는 전투보다는 포획과 도감채우기가 강조된다. 전투는 ‘고인물’을 위한 엔드 콘텐츠에 가까우며, 지방별 도감뿐 아니라 정화/그림자/별3/색이 다른/이벤트/메가진화 등 다양한 도감 카테고리를 제공하며 ‘도감작’의 재미를 게임의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무수한 ‘데코 피크민’을 선보인 <피크민 블룸>이나, 같은 수집물을 반복해서 모을수록 도감이 강화되었던 <마법사 연합>도 마찬가지다. 나이언틱의 산책 게임들이 유저들을 걷게 하는 방식은 걸음 수나 걸은 거리에 따른 보상체계, 저곳에 물리적으로 도달해야만 얻을 수 있는 수집품의 제공이다. 강가나 바다에서는 물 타입 포켓몬이 더 자주 등장하고, 대학 캠퍼스에 가야 대학 데코 피크민을 얻을 수 있다. 이 게임들의 세계는 현실의 지도 위에 가상의 세계를 결합함으로써 우리를 걷게 한다.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AR 게임의 화면에서 현실 세계와 게임의 가상 세계라는 위계는 다소간 무력화된다(박동수, 2022). 친구들에게 <포켓몬 고>를 추천할 때 종종 “좋은 산책 메이트”라고 소개하곤 했다. AR 게임은 우리를 물리적으로 움직이게끔 한다는 점에서 “방구석 게이머들을 집 밖으로 나가게 한” 게임이다. <포켓몬 고>가 걸은 거리를 기반으로 알 부화나 파트너 포켓몬과의 친밀도를 올릴 수 있게 했다면, <피크민 블룸>은 걸음 수를 통해 피크민 모종을 기르거나 임무를 클리어하는 등의 방식을 취한다. 피크민은 유저가 산책한 길 위에 꽃을 심고, 그 결과는 지도 위에 그려진 꽃길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친구와 함께 걸음 수나 심은 꽃의 수 등을 종합하는 ‘함께 걷기’ 임무나 특정한 기간 진행되는 ‘함께 걷기’ 등의 기능은 유저들이 더 멀리, 더 오래 산책하게끔 한다. 다른 AR 게임보다도 산책이 강조된 <피크민 블룸>이 러닝이 트렌드가 되고 건강 관리를 위해 산책이라도 하는 것이 필수적이게 된 지금 시점에서 급작스럽게 유행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또한 커뮤니티의 구성과 유저의 조직화가 필수적인 <인그레스>나 자연스럽게 지역 레이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끔 유도한 <포켓몬 고>처럼 새로운 방식의 지역 커뮤니티를 가능케 하기도 한다. *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 스틸컷. 용산 미군기지 출입구에서 <포켓몬 고>의 AR 기능으로 꺼낸 ‘뮤츠’를 캡쳐한 화면. 다른 한편으로 AR 게임은 구글 스트리트뷰나 구글어스로 방구석 세계일주를 하거나 배달의 민족에서 우리집으로 다가오는 라이더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과는 반대에 놓인다. 이전의 지도/GPS 기반 서비스들이 세계를 집안의 화면 안으로 옮겨두었다면, AR 게임은 우리의 걸음을 따라 세계를 재설정하는 일이다. 타라 피클(Fickle, 2019, 156)은 GPS 기반의 <포켓몬 고>가 여러 내비게이션 앱이 수년 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유저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변형시켰으며, 사용자가 "스마트폰의 형태로 지도가 지향하는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경험을 제공하며, AR과 GPS 기술을 탑재한 게임이 이국적이고 낯선 동시에 안전하고 친숙한 세계를 구현한다고 지적한다. 포켓몬이나 피크민 같은 가상의 생명체를 구현함과 동시에 우리를 세계의 중심에 두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포켓몬 고>의 구성이 ‘나’를 세계의 중심에 위치시키며 포켓몬이라는 포획 대상, 체육관이라는 점령 대상 등으로 구성되기에 제국주의적 혐의를 갖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Ibid, 160-161). 이는 태생부터 점령 게임이었던 <인그레스>나 몬스터를 ‘토벌’하는 <몬스터 헌터 나우>에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지도’의 문제는 AR 게임을 여러 정치적 문제와 직면하게끔 한다. 실제로 <포켓몬 고> 출시 직후 미군은 기지 내 병력에게 안보구역 내에서 플레이하지 말 것을 경고했으며, 국내에서는 청와대 등의 보안 시설이 게임을 통해 노출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를테면, 영화/미술 작가 정여름의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은 용산 미군기지 내 포켓스탑을 통해 기지 내부의 이미지를 염탐함으로써 AR 게임이 정치적, 군사적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폭로한다. 하지만 AR 게임이 유저 중심으로 세계를 재편하는 구성을 취한다 하더라도, <포켓몬 고>나 <피크민 블룸>은 우리를 (벤야민이 말한) 산보객(Flâneur)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일상과 결합된 게임은 우리를 걷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시야를 주변에 놓인 대상이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 속 평평한 지도 위에 머물게끔 한다. 일련의 게임 속 지도는 등록된 길 외에는 무엇도 보여주지 않는다. 공공시설, 역사적 장소, 공공성을 띠는 조형물 등으로 구성된 특정한 ‘스팟’들은 해당 공간의 사진과 함께 등장한다. 우리는 그 공간들을 직접 보는 대신 게임으로 매개된 사진을 통해서 본다. 게임을 통해 스팟의 존재는 알게 되지만, 동시에 게임은 그 공간들을 비장소적 기호로 치환하여 스쳐지나가게끔 한다. <포켓몬 고>가 “(기업의 이익에 복무하는) 올바른 곳에 사람을 모이게 하거나 (예컨대 조직적인 봉기를 막기 위해) 잘못된 곳에 모이는 걸 막을 잠재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본의 지적(Bown, 2022/2023, 79)은 나이언틱이 몇몇 기업과의 콜라보를 통해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카페 등을 스팟으로 지정한 사례에서 이미 드러났다. 산책 게임은 우리를 산책하게 하고 건강이라는 동시대적 이슈와 결부시키지만, 동시에 일련의 지도 서비스가 유도하는 행위성을 곧장 유저에게 부여한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포켓몬 고>는 유료로 ‘리모트 레이드 패스’를 출시한다. 산책이 위험한 행위가 되었기에, 본래 해당 체육관에 가야만 가능했던 레이드 콘텐츠를 원격으로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다. <포켓몬 고>를 일상적 루틴으로 받아들인 유저들은 기꺼이 리모트 레이드 패스를 구매했고, 나이언틱은 역대 최고의 매출을 올렸다. <포켓몬 고>에 의해 이미 훈육된 유저들은 게임의 본질적 행위성이 수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과금하는 이들이 되었다. 유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스팟이 무엇이냐보단 레이드에 등장한 포켓몬이 무엇이냐였기 때문이다. * <피크민 블룸>에서의 ‘탄핵시위걷기’ 화면(좌)와 남태령 태그를 단 피크민(우) 이렇게만 본다면 나이언틱의 게임들은 건강을 경유하여 유저들의 무임자유노동(free labor)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빼가고 과금을 유도하는 다분히 기술-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속 존재처럼 다가온다. 물론 그렇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포켓몬 고> 등은 새로운 지역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그림자 전설 포켓몬을 포획할 수 있는 그림자 레이드나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엘리트 레이드처럼 오프라인 참여를 강제하는 <포켓몬 고>의 몇몇 콘텐츠가 진행되는 동안 게임플레이를 위해 거리로 나갔던 경험을 떠올려 본다. 지역별 오픈채팅방을 통해 모인 학생부터 중년 남녀까지의 사람들부터 부모와 함께 스마트폰을 들고 레이드에 참여하는 아이들까지, 레이드를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질적인 집합은 잠시간 길거리를 다른 풍경으로 바꿔 놓는다. 최근의 목격한 <피크민 블룸>에서의 사례는 산책이 일종의 연대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12월의 어느 날 누군가는 산책을 통해 모은 ‘하얀 국화’의 꽃잎을 사용해 국회 빅플라워에 하얀 국화를 피웠다. 행진이 포함된 집회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피크민을 할 수 있다”라는 조언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누군가는 “광화문탄핵시위걷기”라는 이름의 ‘함께 걷기’ 초대 링크를 게시해 행진의 기록으로 남겼다. ‘남태령 대첩’이 있던 날 경찰의 불심검문을 피하는 방법으로 “피크민 하러 왔다고 말하자”라는 트윗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홍콩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 あつまれ どうぶつの森 > 유저가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이라 적힌 섬을 만들었던 것처럼, 한국의 누군가는 <피크민 블룸>의 지도 위에 꽃으로 ‘탄핵’이라는 글자를 그려 넣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12월 23일 남태령에서 얻은 지하철역 피크민이 ‘남태령’ 태그를 달고 나와 당시를 상기하게 해주었다. <피크민 블룸>의 갑작스러운 흥행의 이유는 아무도 파악하지 못한다. 친구 추가 QR코드 기능의 추가라던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캐릭터가 귀여움을 얻으며 유행하기 시작했다던가, 산책과 건강이라는 트렌드에 맞춘 유행이라는 설명은 어딘가 부족하다. <포켓몬 고>가 강력한 IP를 앞세워 흥행에 성공했다면, ‘피크민’ 시리즈는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다. 다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일련의 산책 게임은 우리를 언제나 게임하게끔 만들었다. PC나 콘솔이 아닌 무료 모바일 게임이라는 지점도 흥행의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산책 게임은 우리의 생활 세계 위에 덧씌워진 또 하나의 세계를 가능케 해주며, 지겨운 출퇴근길과 등하교길을 짧은 모험의 시간으로 만들어 준다. <피크민 블룸>이 처음 출시된 2021년 게임을 설치했다가 텅 빈 지도만을 보고 며칠 뒤 삭제했었다. 지금의 <피크민 블룸>은 발길이 닿는 거의 모든 곳을 꽃으로 뒤덮었다. 일종의 ‘비동기 멀티플레이’로서 산책 게임들은 사람들을 게임이 유도하는 특정한 방식으로 움직이게끔 하지만 때로는 상상치 못한 연대를 가능케 한다. <데스 스트랜딩 Death Stranding >에서 누군가 설치해둔 집라인에 마음 깊이 감사하며 ‘따봉’을 눌러본 기억이 있는가. 산책 게임은 각자의 황량한 디지털 디스토피아를 산책하게끔 하지만, 이따금 고개를 돌리면 엄지를 치켜세울 직접 타인을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1] 해당 이벤트는 구글과 닌텐도의 협력을 통해 진행되었다. 나이언틱은 당시 구글 산하의 기업으로 스트리트뷰나 구글어스 등 구글맵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다. 나이언틱의 CEO 존 행키와 닌텐도의 이와타 사토루, 포켓몬 컴퍼니의 이시하라 츠네카즈는 해당 콜라보의 성공 이후, 나이언틱이 2014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인그레스 Ingress>를 기반 삼은 <포켓몬 고>의 개발을 결정한다. [2] 구글맵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국내에서 지도 반출이 허용되지 않아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서비스되는 구글맵의 국내 지도는 SK텔레콤이 제공하는 지도이며, 따라서 위키피디아 형태의 지도 서비스 오픈스트리트맵이 대안으로 채택되었다. 때문에 <포켓몬 고>의 국내 출시가 해외보다 7개월가량 지연되었으며, <포켓몬 고> 출시 이전까지 <인그레스>는 국내에서 지도 없이 텅 빈 화면 위에 ‘포탈’만 등장한 형태로 서비스되었다. 참고문헌 박동수 (2022). 게임을 산책하기. <게임제너레이션>. 7호.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bcefdd0f-d4d8-41fb-b5b5-a3ad5ecffdee#viewer-qbq94102365 . Bown, A. (2022). Dream Lovers: The Gamification of Relationships. 박종주(역)(2023). <게임, 사랑, 정치>. 서울: 시대의창. Fickle, T. (2019). The Race Card: From Gaming Technologies to Model Minorities. NY: New York University Pres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비평가) 박동수 학부에서 예술학을 전공했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하고 있다. 영화에 관한 글을 주로 쓰고, 미술, 게임, 방송 등 시각문화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 영화평론가, 팟캐스트 [카페 크리틱] 진행자, 공동체상영 기획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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