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플래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퍼포먼스와 그 이후: RIP Flash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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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2. 4. 10.
게임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최근에 진행되었던 ‘R.I.P. 플래시 프로젝트’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https://www.thisisgame.com/webzine/special/nboard/5/?n=127359 ‘디스이즈게임’ 기사 참조) 어도비(Adobe)사의 플래시는 2020년 12월 31일부로 서비스가 종료되었고, R.I.P. 플래시 프로젝트는 이러한 플래시의 흔적들을 기억하고 그 죽음을 추모하려 했던 프로젝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 첫 게임을 ‘플래시 게임’으로 접했고, ‘마시마로’나 ‘졸라맨’ 등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등 플래시는 2000년대 문화 전반에서 사용되었다. 따라서 플래시 서비스의 종료는 단순히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단종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문화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R.I.P. 플래시 프로젝트는 플래시의 ‘죽음’을 기리며, 그 문화적 산물을 돌아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R.I.P. 플래시 프로젝트가 지난 2월 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종료되었다. 그러나 ‘장례’가 과거에 잠재된 미래를 살피는 행위인 것처럼 이 프로젝트의 의의 역시 과거형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에 이번 호에서 편집장은 R.I.P. 플래시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이선 게임문화연구자와 권태현 미술 큐레이터를 만나 프로젝트에 대한 소회를 묻고, 앞으로의 방향을 듣고자 했다.
편집장: 오늘 인터뷰에서는 R.I.P. 플래시 프로젝트의 결과와 소회를 여쭙고 싶어요. 스스로 평가를 해보셨을 때, 프로젝트의 성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권태현: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자신감이 높았어요. 시의적절하기도 하고, 나름 글로벌한 반응이 있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시작을 했죠, 그런데 실제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플래시라는 것 자체가 글로벌한 플랫폼이고, 그 쓰임이라는 것도 굉장히 광범위한 거였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거대한 것을 건드린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업은 너무 일부인데, 과대표 되는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죠.
박이선: 실제로 처음에 기획을 할 때에는 반응이 되게 좋았거든요. 처음에는 한예종에서 시작했다가, 반응이 좋아서 인천문화재단으로 옮기고, 그다음에는 텀블벅 펀딩으로 마무리를 했는데, 그 과정 내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줬어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연구를 하다 보니까 저희가 소프트웨어의 주체들, 그러니까 플래시를 만들었던 사람들까지 다 다루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플래시를 향유했던 사람들과 그 틀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담았지만, 정작 어도비나 매크로미디어(Macromedia)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데 한계가 있었기에 그때는 반쪽짜리 잔치라고도 생각했어요.
권태현: 그런데 결론적으로 원고를 조금씩 취합하고, 편집을 해나가고, 대담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이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분명히 우리의 방법론이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학문적 베이스, 우리의 연구 역량으로 가닿을 수 없는 지점들이 있었고, 소프트웨어 생산자에 관한 연구는 기술 문화나 IT 연구하시는 분들이 훨씬 더 잘 정리할 수 있는 분야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그런 연구에서 누락 되기 쉬운 ‘사용자의 목소리’, ‘구술사’, ‘역사가 아닌 계보’를 봐야겠다는 목표를 잡았거든요. 이로써 프로젝트의 정체성이 확실해졌어요. 그래서 ‘플랫폼 스터디스(Platform Studies)’나 혹은 기술적으로 연구하시는 분들이 잘 정리해 놓은 것들이 있지만, 우리의 독창성은 한국이라는 맥락이나 게임이라는 맥락, 미술이라는 맥락과 같이 특정한 맥락 속에서 그것의 위치를 찾아가는 지점에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박이선: 결과적으로 그런 정체성을 명확히 잡고 프로젝트도 잘 되었어요. 소프트웨어 장례식을 한다는 게 특이하고, 플래시에 대한 감각도 공감이 된다면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고, 특히나 텀블벅에서 만났던 분들은 학계나 미술계, 게임계가 아니라 단순히 플래시 게임과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사람들로서 저희를 지지해주셨어요. 게다가 그분들은 저희가 아직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에 자발적으로 홍보를 해주셨거든요. 그런 점들이 너무 감사하고, 이런 지지가 저희 책을 만드는 데 힘이 되었어요. 그래서 결과물도 저는 굉장히 만족해요. 책의 구성에서도, 그러니까 플래시에 대한 간결한 소개부터 주변 인터뷰도 싣고, 거기에 학계에 계시는 분들이 각각 포인트에 맞는 견해들을 주셔서 전반적인 구성이 좋게 나올 수 있었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주셔서 프로젝트가 잘 되었다고 생각해요.
편집장: 말씀 중에 궁금한 것이 생겼는데요. 관련 자료를 많이 보셨을 것 같은데, 매크로미디어나 어도비 같은 회사에 대한 연구는 북미 등 해외에서 진행이 많이 됐을까요?
권태현: 일단 기본적으로 MIT Press에서 나오는 플랫폼 스터디스(Platform Studies) 시리즈에 플래시가 있어요. 그게 저희도 가장 많이 참조했던 텍스트인데, 거기 보면 유저(user) 문화 같은 것도 물론 있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술적인 맥락이 어떻게 반영되는지와 인프라스트럭쳐(infrastructure) 자체에 대한 분석이 주(主)가 되기 때문에 그런 연구가 나름 정리가 되어있다고 볼 수 있고요.
그리고 기술적이고 산업적인 것에 대한 분석이라기보다는 플래시가 가지는 산업적 위상에 대해서는 이선 씨가 저희 책 초반부에서 정리한 것이 있어요. 어도비가 플래시 단종하겠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 날부터 2, 3일 동안 페이스북, 모질라 등 거대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성명을 발표했어요. 디렉터나 혹은 웹 브라우저 담당자 정도 되는 헤드(head)급 인사들이 편지를 썼거든요. 그것들을 저희가 전체를 번역해서 실었어요. 그런 것을 통해서 ‘기술적’인 산업이 아니라 그 산업 안에서의 관계, 그리고 거기서 플래시라는 것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플래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어요. 재미있는 건 그러면서도 플래시의 시대가 지났기 때문에 이제는 ‘자기네들이 짱이다’는 (웃음)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요.
박이선: 예를 들어 유니티 같은 경우는 “우리는 개발의 민주화 잃지 않을 거예요.” 이런 식으로 자기네 사명 다시 한번 외치는 거로 마무리하죠. (웃음)
권태현: 결과적으로 산업에 대한 연구는 이미 있는 것이 맞고, 저희의 프로젝트 안에서도 산업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인간적이고 조금은 관계 중심적인 차원으로 다루었어요. 그런 면들이 이 책의 기획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방식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편집장: 해외에도 이용자 수용 양상에 관련된 연구나 프로젝트가 많이 있나요? 왜냐하면, 말씀하신 대로 이용자들의 경험과 문화적 산물을 본다는 것은 지역적인 측면이 중요해지거든요. 그래서 다른 지역에 좀 비슷한 프로젝트들이 있었는가도 궁금해요.
박이선: 저희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아까 말씀드린 MIT Press의 플래시 책이 사실상 유일했어요. 그 책은 2014년에 나왔던 책이거든요. 그때는 ‘플래시가 죽겠다’는 소식이 나오기 전이었고 저자는 그냥 플래시에 관심 있어서 플랫폼을 연구했던 거예요. 거기 안에는 수용자 연구도 있었지만, 기술 자체에 코드 분석 같은 것이 많이 담겨있었고 그 책 외에는 플래시에 대한 연구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권태현: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저희랑 유사한 콘셉트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오히려 유저들의 문화에서 눈에 띄는 프로젝트들은 ‘아카이브 프로젝트’였어요. ‘내가 재밌게 했던 플래시 게임이 없어지니까 일단 아카이브를 만들어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유저들은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박이선: 그런 맥락에서 제가 생각하는 비슷한 프로젝트는 이거였어요. 미국에 두 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운영하는 재단이 있어요. 웹 디자인 뮤지엄이라고, 운영자 둘 다 웹 디자이너로서 나이 많은 개발자들이 운영하는 곳이 있는데요. 우리가 90년대 구글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해도 볼 수가 없잖아요? 그런 것들을 어떻게 복원을 해서 다 사진을 찍어두는 프로젝트예요. 그런 일들을 사비로 해오고 있었고, 그중에 하나로 플래시가 있었던 거죠. 이분들이 플래시의 원형들을 굉장히 잘 보존한 걸 webdesignmuseum.org에 게시해놨어요. 저희 작업도 이분들의 작업을 많이 참조했죠. 그리고 그분들이 재단 페이트리언(Patreon, 모금 후원 사이트)을 하시거든요. 저희도 후원을 하면서 열심히 해 달라고 응원을 해드렸어요. 그리고 추가로 웹 아카이브(web.archive.org) 재단, 그러니까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웹 재단이 저희가 그나마 참조했던 프로젝트였어요.
편집장: 제가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에는 이런 측면이 있습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프로젝트였다면, 해외로 나가야 하는 의무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권태현: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저도 몇 번 들었어요.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분들 중에서 외국에 계신 분들도 많았는데, 그분들이 “외국 친구들 보여주고 싶은데, 혹시 번역 계획이 있냐”는 연락을 두세 명한테 받았어요. 근데 저희가 일단 돈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말씀드렸죠. (웃음)
박이선: 재밌는 게 저희 프로젝트에 웹사이트가 있는데요. 그 웹사이트에 외국인들이 내용을 다 읽고 댓글을 다는 거예요. 거기 한글밖에 없는데 아랍어로도 댓글이 달리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시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권태현: 그런데 사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어떤 연구를 하더라도 사실 지역적인 연구가 될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까 플래시 프로젝트보다는 한국 웹문화사의 성격이 되게 강해졌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까지의 한국 웹문화사에서 플래시는 당시 웹 문화의 조건이었기 때문에, 플래시에 대한 문화연구를 하면 그냥 당시의 웹문화사가 나와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당대의 한국 웹문화사의 성격이 강할 것 같고, 한국 웹문화사가 궁금한 외국인들이 읽었을 때 오히려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플래시 일반에 대한 연구는 훨씬 더 좋은 콘텐츠들이 영문으로 있을 텐데, 만약에 저희 프로젝트를 번역했을 때 가치가 있다고 한다면, 90년대 후반 한국 웹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생길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런 확장성을 생각해 보면 이 프로젝트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 프로젝트에서 가지를 쳐서 뭔가를 더 할 수 있는, 그런 계획이나 움직임이 있을까요?
박이선: 지금은 우선 이 책을 서점에 납품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전시에 대한 기획들도 고민을 했는데, 코로나 19로 상황이 어려워졌죠.
권태현: 저희가 인천문화재단 펀딩을 받을 때, 인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랑 콜라보를 하는 필수 요건이 있었어요. 그때 저희가 리스트를 봤는데, 국악을 하시는 분이 있는 거예요. 장례식 때 국악을 하는 드렁갱이(동해안별신굿에서 반주로 쓰이는 장단: 한국민속대백과사전)라는 것이 있거든요. 또 마침 연락을 해보니 그분이 드렁갱이 전문가였어요. 그래서 저희가 저희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드리고, 드렁갱이 음악도 받았어요. 그 음악을 틀어놓고 장례식을 한다거나 하는 계획들이 있었는데, 코로나 19로 어려워졌어요.
박이선: 당장은 어렵겠지만, 발전시키고 싶은 프로젝트는 있어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자발적으로 아카이브를 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국내에 ‘와플래시’나 ‘플래시아크’처럼 아카이브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최근의 기술로 과거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분들이나 해외에 그런 단체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그분들께 “왜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이런 아카이브를 하는 거냐”고 물으면 그분들의 과거 이력이 나오겠죠. 그런 부분이 궁금하고, 아카이브를 통해서 뭘 하고 싶은지 묻고 싶어요. 물론 ‘광고를 달기 위해서 한다’는 답변을 할 수도 있지만, 노력이 워낙 많이 가는 일이기 때문에 그 동기가 궁금해요.
권태현: 이런 맥락에서 저도 아카이브나 마이그레이션 같은 문제를 확장시키고 싶어요. 미술계의 뮤지올로지, 이 ‘미술관학’이라는 학제를 기반으로 제가 작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재난과 치유》 라는 전시의 위성프로젝트로 〈영구소장〉(https://youtu.be/WQ7takHNmTg)이라는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것과 연동되어서 저희 프로젝트 후반부에 ‘소프트웨어의 피라미드’가 만들어졌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방금 이선 씨가 말씀해 주신 ‘아카이브 피버’, 이 아카이브 열망에 소프트웨어 버전을 연작처럼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쿠키런’이라고 해도, 박물관이 단순히 ‘쿠키런’의 최신 버전을 그냥 다운받은 형태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쿠키런’의 인터페이스나 캐릭터, 디테일한 게임 디자인, 빌드 등 소프트웨어의 아카이브는 그 형태나 필요성이 또 다른 거죠. 물론, 미술품 아카이브도 물리적인 보존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전혀 다른 어려움이 있기에, 소프트웨어의 아카이브라는 것 자체가 되게 흥미롭고, 박물관학적으로도 연구할 가치가 굉장히 높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아카이브를 미술관학이나 박물관학에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특히나 요즘 작품들은 이제 다 디지털 작업이기 때문에, 데이터로 미술관이 그걸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플래시나 게임의 아카이브 방법론에서 배울 점이 너무 많았어요.
편집장: 그런 부분이 참 아쉽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거든요. 특히, 한국의 메이저 미디어에서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프로젝트가 끝났지만 조금 더 회자될 수 있는 영역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이선: 저희가 서울경제 등의 일간지에 나오긴 나왔어요. 그런데 저희한테 먼저 연락을 주신 기자분들의 나이대가 2, 30대세요. 그러니까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은 어렸을 때 졸라맨이나 마시마로를 봤던, 공감대가 있으신 분들인 거죠.
편집장: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겠네요. 그러면 혹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공공 기관이나 박물관 등으로 이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시나요?
권태현: 그런 가능성은 열려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작년에 넥슨 컴퓨터 박물관 측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비록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전시를 하지는 못했지만,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셨어요.
박이선: 만약 20년 넘게 한국 게임을 만들었던 회사와 협업을 하면 저희 시각 외에도 훨씬 더 많은 얘기를 끌어낼 수 있겠죠. 넥슨의 경우에는 저희 연표에도 나오듯이, 애초에 플래시 부흥기 때 〈바람의 나라〉가 성장한 딱 그 시기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회사 측 견해가 들어가면 저희가 못 보던 시각이나 기술적인 측면 등이 추가적으로 들어가면서 유저 문화도 훨씬 더 깊이 있게 기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비단 넥슨뿐 아니라 그런 제안이 들어오면 소수의 사람이 할 때 보다 더 풍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기에 저희는 이 프로젝트가 확장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요.
편집장: 결국 이 프로젝트는 끝난 게 아닌 거잖아요.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는 언제 끝날 것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난번에 종료했던 것은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종료였던 거고, 실질적으로 이 프로젝트의 종료는 언제, 어떻게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박이선: 저는 저희 ripflash.net의 방명록에 더 이상 글이 달리지 않을 때, 프로젝트가 종료될 것으로 생각해요. 지금도 매일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는 댓글이 달리고 있는데, 아마 구글에 플래시를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더 이상 플래시를 검색하지 않으면 이 프로젝트가 끝나는 것이겠죠.
* R.I.P. 플래시 프로젝트의 홈페이지, ripflash.net
편집장: 인터뷰가 거의 끝나가는데요.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프로젝트가 일단 일단락 되었는데, 소회를 좀 말씀해주세요.
박이선: 일단 굉장히 힘들었어요. (웃음) 어떤 것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과거의 소프트웨어를 날짜별로 돌려가면서 그것의 의미를 찾는 일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고, 지금 그 플래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나 그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적는 것도 사실 굉장히 힘든 일이었죠. 더 나아가서 이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홍보까지 해야 되는 상황에서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시도를 해봤고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워요.
권태현: 저희가 이 프로젝트를 오래 끌고 온 만큼 기다려주시는 후원자님들도 있었고, 초기부터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지속적으로 힘을 받고, 추동력을 받아가면서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 홈페이지를 만들어주신 개발자분도 프로젝트가 너무 재미있다고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신 분들이거든요. 그분들처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확장된 관계들이 일단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어요. 결과적으로 책 말고도 남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편집장: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었는지, 혹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이선: 개인적으로는, ‘어떤 기술’을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사용자’들을 가시화했던 작업인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싣고 그 사람들을 찾고 그 사람들의 과거들을 아카이빙 해놓음으로써, “기술이라는 것은 탑-다운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플래시 문화가 보여줬던 것처럼 커뮤니티가 기술을 만들고 선도했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했어요. 실제로 그런 기록도 있었어요. 플래시 초기에 매크로미디어가 커뮤니티에서 업데이트 되어야 할 사항들을 많이 가져왔다는 기록이 있었는데, 이처럼 커뮤니티와 개발자들이 사업 관계로서 협력했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사용자와 커뮤니티를 가시화했다는 의의가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