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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전쟁, 격리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 검투사 몇이 경기장에 있다. 다른 검투사 하나가 무기를 들고 입장한다. 새로 입장한 검투사는 적절하고 신속한 동작으로 상대 검투사들을 하나씩 도륙낸다. 이따금 불필요하지만 화려한 동작도 섞어준다. 관중들이 환호한다. 만신창이가 된 마지막 상대는 이미 전투 능력을 잃고 선 채로 죽어가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승자는 화려한 기술로 그를 두 동강 내버린다. 홀로 남은 승자가 된 검투사는 신이 나 있는 관중들에게 분노를 담아 외친다. “Are you not entertained?” < Back 게임, 전쟁, 격리 25 GG Vol. 25. 8. 10. 장면 하나.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 검투사 몇이 경기장에 있다. 다른 검투사 하나가 무기를 들고 입장한다. 새로 입장한 검투사는 적절하고 신속한 동작으로 상대 검투사들을 하나씩 도륙낸다. 이따금 불필요하지만 화려한 동작도 섞어준다. 관중들이 환호한다. 만신창이가 된 마지막 상대는 이미 전투 능력을 잃고 선 채로 죽어가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승자는 화려한 기술로 그를 두 동강 내버린다. 홀로 남은 승자가 된 검투사는 신이 나 있는 관중들에게 분노를 담아 외친다. “Are you not entertained?” 2000년의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한 장면이다. 장면 둘. 한 남자가 공항 출국 게이트에 있다. 게임 쇼에 참가해 우승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참여를 했다. 게임 종목은 어린이들의 골목 놀이였지만 패배의 대가는 죽음이었기에 남자는 다른 참가자들이 모두 죽는 지옥을 경험했다. 홀로 남아 우승한 남자는 거금을 갖고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갈 참이다. 하지만 게임의 주최측과 연결된 마지막 통화를 끊자 그는 뒤돌아 걸어간다. 그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말이 아니야. 인간이야.” 2021년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이다. 두 장면의 두 인물은 목숨을 건 게임을 했고 승자가 되어 살아남았다. 그들이 경험한 것은 전쟁과 흡사하다. 이들이 일종의 선수로서 게임을 수행했듯, 전쟁은 군인이 선수로서 싸운다. 싸움 바깥에서 싸움을 지켜보는 관중이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전쟁의 승패는 그 관중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만, 이들의 게임은 관중에게 영향이 없다. 그래서 전쟁은 일종의 사업으로서 해석되지만, 이들의 게임은 관중에게 유희다. 전쟁과 유희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다 보면, 어떤 네덜란드 사람을 만나게 된다. 호이징가 혹은 하위징어로 불리는 이 네덜란드 학자는 자신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문명의 근간은 놀이성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분석한 놀이성, 놀이의 특징 중 하나는 규칙으로 시공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저녁 먹을 때까지, 여기 이 놀이터 내에서, 얼음땡 규칙으로 게임을 한다는 식이다. 그 시공간을 벗어나면 놀이가 끝나고 놀이의 규칙은 아무런 권위를 갖지 못한다. 이 특징이 확대되어 제의, 법률, 행정 등 문명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 모두가 놀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 네덜란드 아저씨의 고찰이었다. 경쟁과 협동은 놀이의 두 축이 되는 원리이고, 이는 자연에 대해, 인간 서로에 대해 투쟁하는 생존 추구의 상태를 극복하는 방법이었다. 이를 제한적인 규칙 속으로 집어넣자 놀이가 되었다. 일상과는 다른 어떤 시공간을 가정하고 거기에서만 통하는 규칙을 만든다는 점은, 인간이 일상의 생존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놀이성은 생존 너머의 문명을 만드는 근간이 되는 원리다. 현대인으로서 완전히 동의하기 어려워지는 대목은, 그래서 자본에 포섭되어 시장화한 스포츠는 삶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놀이가 아니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놀이는 직접 수행하는 방법 외에도 타인의 놀이를 구경하는 방법이 있다. 콜로세움, 오징어 게임, 스포츠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는 생사를 거는지 아닌지를 제외하면 타인에게 게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자본으로 해석되었다 하여, 관중이 즐기게 되는 ‘보는 게임’으로서 놀이의 본질이 사라졌는지는 더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콜로세움에서 스타디움까지. 검투사에서 프로 선수까지. 관중을 대신해 게임을 하며 보는 게임을 제공하는 경우는, 싸움-전투-전쟁을 모사하긴 하지만 한 가지 한계가 있다. 소규모 전투의 모사라는 점이다. 격투기가 아니어도 양편이 나뉘어 싸우는 구기 종목이 그 경우다. 축구는 기병과 보병 전술과 유사하다. 농구는 흔히 기병과 궁병 전술에 비유된다. 핸드볼의 전술은 투창 전투와 많이 닮았다. 그렇다면 야구는 포병과 유사할까? 피겨 스케이팅과 같은 점수 경쟁 스포츠는? 하카처럼 전투 전의 의식을 겨루는 모습와 유사하다고 갖다댈 수 있겠다. 유희(遊戲)의 희(戱)는 중국 고대의 전장에서 전투 전에 위세를 겨루기 위해 호랑이 머리를 장식한 기물(䖒)을 창(戈)으로 치는 행위에서 만들어진 글자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여전히 ‘태극 전사’니 ‘상암 대첩’이라는 식으로 전쟁의 용어를 스포츠에 갖다 쓴다. 팀 단위의 경쟁 스포츠는 전쟁에 대한 욕구를 대리 해소하는 용도 또한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적용되는 전쟁의 국면은 전략이 아닌 전술이다. 소규모 전투가 아닌 대규모 전쟁을 경기장 안에서 구현해 전략을 게임화하려면 상당히 많은 권력-자본이 필요해진다. 압도적으로 많은 선수가 필요할 테니까. 혹은 ‘이 말 하나가 사람 천 명이다’라는 식으로 추상화되어 전술과 전투의 재미가 사라진다. 전략을 보는 지적 재미는 추가되지만, 이래선 흥행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리 왕이고 부족장이라도 이런 이벤트를 만들었다간 재미없음 이유로 권좌에서 내쫓길 수 있다. 그래서 대규모 전쟁은 추상화되어 보드 위에 자리잡았다. 바둑, 체스, 장기와 같은 게임은 기물을 선수로 대체한다. 그래서 검투사의 유혈을 보고 공감 능력이 발휘되어 몰입이 깨져버리는, 콜로세움 입장료가 아까운 경우도 없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조감도 시야도 제공한다. 게다가 ‘보는 게임’에 특화된 가까운 경기장과 달리 보드는 ‘하는 게임’이 우선이다. 기술과 장르를 옮겨서 디지털 게임으로 오면, 앞서 있었던 많은 제약이 해제된다. 디지털 게임은 보드 게임의 추상성과 경기장 게임의 구체성을 모두 추구할 수가 있다. 프로세서의 연산 기능을 늘리기만 한다면 소규모 전투와 대규모 전쟁을 각각 혹은 한꺼번에 모사해낼 수 있다. 그렇게 전쟁은 게임이 가장 자주 다루는 소재가 된다. 병사 하나가 되어 전장을 누비는 개인 액션부터 10만 단위의 부대가 점 몇 개로 표시되는 전략까지 가능하다. 모두 바둑, 체스, 장기의 후예들이다. 여러모로 전쟁과 게임은 닮았다. 전쟁의 추동력은 전쟁을 수행하는 두 집단의 목표가 충돌하는 상황이니, 결국 경쟁이 핵심이다. 이기기 위해 군대는 계급에 따른 수직적 분업과 보직에 따른 수평적 분업을 수행한다. 분업이 수직-수평으로 직조하는, 협동의 체계가 군대 체계의 핵심이다. 전쟁을 요약하면, 협동하여 적과의 유혈 경쟁을 이기는 것이다. 유혈 부분을 빼면 게임과 동일하다. 게임에서는 1인 플레이의 경우에는 협동이 빠지기도 하고, 역으로 협동이 크게 강조되어 경쟁 요소가 옅어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전쟁의 저 두 핵심을 그대로 매체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결국 차이점은 유혈의 유무다. 싸움-전투-전쟁은 생명을 잃게 한다. 잘 기능하는 사회 구성원 하나를 키우는 데에 사회가 들이는 비용은 시간만 보아도 20여 년 이상이다. 게다가 인간의 공감 능력은 피 색깔만 비슷해도 그 죽음을 안타까워 할 수 있는데, 종까지 같은 인간의 죽음이기도 하다. 아무리 증오스러운 적이라 하더라도 죽음을 보고 직접 죽이는 것은 인간의 정신에 좋지 않다. 그러면서 아무 가치도 생산하지 않고 가치를 사용하기만 하니 문명 전체의 손해이기도 하다. 한편 전쟁은 전쟁을 수행하는 사회의 경제, 기술, 행정, 정치의 과실이 그대로 반영된다. 그 찬란한 과실을 갖고 하는 것이 조직적 살인이라는 점에서 철학적인 자괴감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서 전쟁은 추악하고 또 아름답다. 문명의 정수와 실력이 발휘되는 시공간이기 때문이다. 추악함을 최대한 제거하고 아름다움을 가능한 부각시키려면, 죽음을 무시할 수 있으면 된다. 콜로세움에서 죽는 검투사에게서 공감을 거두면 그 게임은 재미있다. 하지만 전쟁에서 죽음을 제거하기란 어렵고 모두가 공감 스위치를 끄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대의 전쟁은 그래서, 호이징거 혹은 하위징어의 해석을 따르자면, 놀이성이 강화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쟁에 규칙을 두는 것이다. 선전포고를 해야 정식 전쟁이고, 민간 피해는 최소화해야 하고, 전쟁 중의 약탈과 민간인 학살 같은 것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포로를 정식 신분으로 만드는 등등, 전쟁에 놀이성이라는 족쇄를 채우려고 애를 쓰고 있다. 생사를 건 전투가 오직 전시에만 일어나게 하는 시도다.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놀이성의 특징인 시공간 제한에 의해 게임 안과 밖은 엄격히 구분된다. 콜로세움의 선수, 전장의 병사가 대신 생명의 위협을 받는 대신 제한된 시공간 바깥의 관중은 면제된다. 이미 검투사들을 관중 대신 데스 게임에 밀어넣으면서 인간 문명은 싸움에 놀이성을 부여해봤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약간 불편한 가설도 도출할 수 있다. 전쟁 게임이란 안전해진 사람들의 안도감을 흥분으로 바꾸는 것이 본질일 수도 있다. 게임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의 쾌감, 전술의 합, 전략의 수려함은 결국 게임 밖의 나에게는 해를 가하지 않으므로. 저 사람들이 내 재미를 위해 죽어도, 나는 잠깐 마음이 불편하고 나머지 시간은 즐거우니까. 그래서 보훈은 국가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가 된다. 타인 대신 전장에서 목숨을 걸겠다고 나선 직업인들에 대한 예우다. 그럼 인간은 왜 전쟁을 게임에서 재현하고 있을까? 구성원 대다수가 전쟁에서 벗어나 안전한 문명 영역에 도달했으면서, 자꾸 그 특수한 지옥을 가져와 가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이렇게 뒤집어 볼 수도 있다. 인간은 전쟁을 게임 안으로 가두려 하는 걸까? 인류 문명이 전쟁을 국제 사회 질서의 한 부분으로 가두어가는 한편, 인간은 게임 규칙 속으로 전쟁을 가져오면서 콜로세움을 졸업했다. 현재의 스포츠에서 경기 도중 죽는 선수는 격투기 종목에서조차 극단적으로 적다. 오징어 게임은 어디까지나 은유이지 실제 현실에서 유사한 경기가 열리는 일은 없다. 이제 과거의 검투사 대신 뛰는 현재의 스포츠 선수는 전쟁과 유사한 활동을 할 뿐이다. 따라서 ‘대신 놀아주기’는 전쟁을 가두는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은 만들기가 어렵다. 인간이 전쟁을 게임 안에 가두는 중이라면, 오히려 전쟁을 잊거나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재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저 질문을 다르게 바꿔보면, 전쟁은 정말 그렇게 매력적인가? 인간의 내면에는 사실 전쟁의 유혈과 광기를 동경하는 부분이 있는 걸까? 그러고 보면 인간은 모순을 사랑한다. 전쟁은 찬란한 동시에 추악하다. 어쩌면 인간은 전쟁, 전투, 싸움, 죽음을 끊을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혹은 끊기 위해 게임 속에서 전쟁, 전투, 싸움, 죽음을 죽이는 중이라고 서술할 수도 있다. 혹은, 삶에서 아주 특정한 때에만 있는 이벤트라면 질병이라고 치환해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군인은 전쟁 속에서 전쟁을 해소하려 하는 의사로 비유할 수도 있고, 전쟁을 다루는 게임은 예방용 백신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개인의 인생관과 세계관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 있으니 답은 아직 없다. 다만 우리 인류가 전쟁이라는 특정 시공간 상황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를 소망한다. Tags: 재현, 전쟁, 워게임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작가.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평생 게이머로서 살면서, 2001년에 처음 게임 비평을 썼고 현재 유실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 고전 명작과 현대 테크놀로지의 해후: 『검은 신화 : 오공』과 중국 AAA게임의 상상

    2017년부터 중국 게임산업의 실제 매출은 확고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곧 중국 게임산업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AAA게임이야말로 한 나라의 게임산업의 종합적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게이머들에게 뼈아픈 점은 중국이 내내 자체적인 3A게임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관련된 시도조차 부족하다는 사실에 있다. 다시 말해, 상업적 성장 측면에서 중국 게임산업은 ‘최고의 시대’이지만, 문화예술과 창조성의 측면에서는 ‘최악의 시대’라는 것이다. < Back 고전 명작과 현대 테크놀로지의 해후: 『검은 신화 : 오공』과 중국 AAA게임의 상상 10 GG Vol. 23. 2. 10. 이 글의 중국어 원문은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pageNum=1&match=id:179 2017년부터 중국 게임산업의 실제 매출은 확고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곧 중국 게임산업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AAA게임이야말로 한 나라의 게임산업의 종합적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게이머들에게 뼈아픈 점은 중국이 내내 자체적인 3A게임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관련된 시도조차 부족하다는 사실에 있다. 다시 말해, 상업적 성장 측면에서 중국 게임산업은 ‘최고의 시대’이지만, 문화예술과 창조성의 측면에서는 ‘최악의 시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모든 것이 돈으로 향하는” 시대와 산업환경 속에서, 이름이 그리 알려지지 않은 『검은 신화 : 오공(黑神话:悟空)』(이하 ‘검은 신화’)는 2020년 8월 20일 영화 『서유기3(원제: 大话西游)』 속에서 “황금갑옷을 입고, 무지개빛 구름을 탄” 영웅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그것은 중국 게임업계 전체를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와 여론의 기대까지 불붙게 만들었다. 민족주의 정서의 고양 속에서 사람들은 고전문학 『서유기(西游记)』와 현대 테크놀로지인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의 ‘해후’가 최초의 위대한 중국 AAA게임을 만들어내길 꿈꾸고 있다. 현재, 『검은 신화』는 여전히 제작 중으로, 2024년 여름에 발매될 예정이다. 이 게임과 관련하여 인터넷상에는 총 9편의 영상이 공개됐다. 2020년 8월 20일에는 ① “최초 공개 시연 영상”이 공개됐고, 2021년 2월 9일엔 ② “신축년(辛丑年) 새해 맞이 영상”이, 2021년 8월 20일 ③ “언리얼엔진5 테스트 모음”, 2022년 1월 2일 ④ “호랑이의 해 맞이, 게임과학(游戏科学)에 관한 짧은 영상”이 게시됐고, 2022년 8월 20일에는 ⑤ “6분 테스트 : 에피소드”와 ⑥ “게임 삽입곡 「경계망(戒网, 지에왕)」, ⑦ “『검은 신화』 글로벌 프리미어 8분 테스트 플레이”이 업로드됐다. 그리고 2023년 1월 16일에는 ⑧ “게임과학 토끼해 신년 맞이 영상”이 공개됐다. ①~⑧ 영상들은 이 게임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으며, 파트너인 엔비디아(NVIDIA)가 내놓은 영상도 비리비리상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직 완성된 게임이 세상에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검은 신화’에 대해 충분히 비평할 수 없다. 하지만 긍정할 수 있는 점은 이 미완성의 게임이 중국 내 AAA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동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자본 증식을 자신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중국 게임산업의 우악스러운 산업발전의 공식을 전환하겠다는 아름다운 희망을 응집한다는 사실이다. 문자 그대로 『검은 신화 : 오공』이 원작으로 삼는 서사는 중국의 4대 고전명작 중 하나인 『서유기』이다. 일반적으로 『서유기』는 늦어도 고려시대 말기에 한국으로 전래됐다고 알려져 있다. 표면적으로 『서유기』는 당나라 승려와 손오공(孙悟空), 저팔계(猪八戒), 사오정(沙僧), 백룡마(白龙马)가 9,981차례의 고난을 겪으면서 인도(西天)로 건너가 불경을 구해낸다는 이야기이지만, 현실의 사회적 모순을 신마소설(神魔小说. 역주: 신이나 요괴 등이 활약하는 동양만의 독특한 소설형식. 자유분방한 언어형식, 풍부한 상상력, 가상의 배경, 중국 바깥 가상의 장소, 종교, 신화 등이 뒤섞여 있다. ) 의 형식으로 굴절시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된 영상들의 내용을 보면, 이 게임은 『서유기』를 모사한 게 아니라, 장회체 소설(역주 : 명/청시대에 인기를 구가한 소설 형식. 청중에게 들려주기 적당한 길이의 장과 회로 나누어져 있다고 해서 ‘장회(章回)’라는 명칭이 붙었다. 비교적 쉬운 백화체로 쓰였으며, 설화예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인 『속서유기(续西游记)』(역주 : 명나라 시기 익명의 저자들에 의해 쓰인 백화 장편소설로, 『서유기』에 이어 승려가 진경(眞經)을 가져온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요 인물들은 『서유기』와 거의 같으며, 유머가 많다. ) 와 영화 『대화서유』, 인터넷소설 『오공전(悟空传)』, MMORPG 게임 『투전신(斗战神)』 등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 크로스 미디어 작품들의 상상력을 포스트모던한 ‘패러디(parody)’ 기법을 통해 원작을 해체(deconstruction)하여 “이 게임 특유의 형식으로 원작의 정신과 함의를 구현”해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열거한 ‘원형’이 된 작품들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투전신』으로, 텐센트가 2010년부터 운영 중인 MMORPG 게임이다. 이 게임은 자체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텐센트를 구원해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투전신』은 시작부터 큰 성과를 거둔 후에 오히려 다른 여러 요인들 때문에——물론 주된 원인은 자본 논리와 게임정신 사이의 비타협적인 모순에 있었다——제3장 ‘백골부인’ 에피소드 이후 급속하게 쇠퇴했고, 이는 21세기 중국 게임의 역사에서 가장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남았다. 『투전신』의 메인 기획자는 현재 『검은 신화』의 프로듀서인 요카(Yocar)로, 『검은 신화』의 제작 멤버들 중에는 적지 않은 이들이 『투전신』 제작에 참여했었다. 펑지(骥等; FENG Ji)(역주 : 앞서 언급한 ‘요카’의 본명) 등의 인원들은 텐센트를 떠난 후 게임과학을 설립했다. 게임과학은 『100 히어로즈 (百将行)』, 『아트 오브 워 : 레드 타이드(战争艺术:赤潮)』 등 모바일 게임들을 출시한 이후, 그동안 중국의 게임산업이 손대지 못했던 AAA게임이라는 정점에 도전하고자 했다. 2020년 8월, 헤어진 연인이 재결합하듯 “백골 이후 다시 서쪽으로”라는 이상를 기치로 내걸고, “서유기 세계관”의 게임 『검은 신화』의 제작에 들어간 것이다. 『검은 신화』는 비단 『투전신』의 정신적인 후속작일뿐만 아니라, 게임의 이상에 대한 1세대 중국 게임 제작자들의 고집과 “돈냄새”로 가득한 21세기 중국 게임의 역사에 대한 비판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게임 역사를 향한 또 한 차례의 자기초월의 시도일 것이다. 하지만 빛나고 우수한 문화 콘셉트와 가슴 속의 뜨거운 피만으로는 분명 충분하지 않다. AAA게임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여전히 게임의 기술에 있다. 2020년 8월 20일 첫 시연 영상이 공개된 후, 프로듀서 펑지는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13분짜리 B1에는 여기저기 꿰맞춰 놓은 흔적들이 있습니다. 수치는 제멋대로이고, 착지는 딱딱합니다. 작은 몸은 체조를 하고, 큰 체형은 힘이 없고요. 매미는 모형을 뚫고 나가고, 물에는 피드백이 없습니다. 투박한 방향에도 불구하고, 빌어먹을 사운드는 끊겨 있습니다.”라고 게시했다. 분명히도 당시 『검은 신화』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인 난제가 아주 많았다. 그러나 현재 최근에 공개된 『검은 신화』의 영상 화면을 보면, 상기한 난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 게임의 일부 디테일에서는 『세키로: 쉐도우 다이 트와이스』나 『사이버펑크 2077』 등 글로벌 톱 AAA게임들과 맞먹는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과학측이 언급했듯이 ‘서유기 세계관’에는 글로벌 게임산업에서는 단순한 이족보행 괴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지는 네발 달린 요괴가 대량으로 존재한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요괴들의 행동 특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난제일 것이다. 『검은 신화』는 이에 맞추어 네발 동물의 모션캡쳐를 위한 모션 시뮬레이션 시스템 ‘루우(陆吾; luwu)’를 개발했다. 그러나, 중국 게임업계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첨단이지만 사소하기도 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게임을 “하이테크놀로지” 게임상품에서 인문 사상이 풍부하게 함유된 문화예술 작품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최종적으로 기술과 인문의 이중 추월을 실현하는 것에 있다. 『검은 신화』의 제작과 홍보를 통해서 우리는 이러한 이중 추월의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검은 신화』가 중국 게임 감독들의 ‘작가성’을 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작가성’이란 게임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는가 수준의 평범한 어휘가 아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게임 작품이 인문사상의 매개체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사회적·역사적 상황에 대한 게임 감독의 깊은 고민이 개입되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작가성’이란 게임의 맥락이 사회적인 맥락과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플레이어가 게임 도중 게임 속에 내재되어 있는 시대의 언어를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의 자료들을 보면, 『검은 신화』 제작자 펑지의 ‘서유기 세계관’에 대한 접근은 일본 게임감독들의 게임사상에 대한 해석에 비교적 가까운 듯하다. 게임기획자 출신인 그는 게임과학의 창업자이기도 한데, 이는 곧 그가 다른 일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도 ‘서유기 세계관’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검은 신화』에 주입할 수 있음을 가리킨다. 게임 디자인 외에는 비즈니스적인 세계의 현실적인 압력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은 창작 배경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검은 신화』와 그것의 홍보 문구로부터 과거에 『서유기』를 주제로 한 다른 장르 게임들과 완전히 다른 철저한 이상주의의 색채를 읽어낼 수 있다. 가령, 게임 속의 캐릭터 형상화나 액션 디자인, 줄거리 설정, 애니메이션의 연출, 화면 전환, 장면 구축, 공식 웹사이트의 문안까지. 『검은 신화』는 비용 불문 높은 품질과 탁월함을 추구하는 자신의 야심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이상주의는 바로 게임 작품 속에서 ‘작가성’을 부화시키는 전제가 된다. 이에 대해 펑지 등의 (제작진) 사람들은 당연히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13년 전, 일찍이 펑지는 다음과 같이 호언장담한 바 있다. “위대한 게임은 항상 위대한 사상에서 나오고, 위대한 사상은 으레 위대한 게임 디자이너들로부터 나온다.” 『검은 신화』에 게임과학 제작팀의 일상생활에 대한 총체적인 사고와 깊이 있는 관찰이 개입되어 있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으며, 그것이 ‘서유기 세계관’의 현대적인 함의를 가능한한 풍부하게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게임에는 어떠한 “위대한 사상”이 개입되어 있을까? 공개된 게임 영상들에서 우리에게 확실한 판단 근거를 제시할만한 것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우리는 단지 약간의 실마리로부터 바람과 그림자를 잡을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검은 신화』는 『오공전』과 『투전신』의 현실세계와 ‘서유기 세계관’에 대한 비판적인 사유를 연장하고 있지 않을까? 이는 『검은 신화』의 ‘서유기 세계관’에 대한 재해석 역시 『서유기』의 내러티브 자체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원숭이는 양보할 수 없는 주인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며, 대신 “최고의 화면, 풍부한 디테일, 몰입감 넘치는 전투 체험을 통한 충분한 플롯 연역”을 활용해 동방신마(东方神魔)의 세계를 표상하는 메타 서사 공간으로 새로이 창조하는 것에 있다. “교활한 요정, 흉악한 도깨비, 다정한 군주, 비겁한 신선”의 마음 속에 숨겨져 있는 사랑과 원한을 노래하고, “동양의 슈퍼히어로 서사시를 새롭게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은 신화』의 “위대한 사상”은 유럽과 미국의 마블 유니버스와 같은 영웅찬가가 아닐 수도 있으며, 반대로 불경을 구해오기 위한 길 위의 “평범한” 캐릭터들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그려 그/그녀들을 따라 공감하고, 그/그녀들 내면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일 수 있다. 신격화된 신선과 성불, 그리고 오명을 뒤집어 쓴 요괴들과 악마들을 메타 서사의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재인격화하여, 플레이어는 영웅의 후광에 가려진 ‘작은 인물들’에게 다가가 평범하지만 충만한 ‘인성’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서유기』는 현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반영한 기서이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한 『검은 신화』의 최대 난제는 어쩌면 AAA게임 기술 자체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중국 최초의 AAA게임에서 사회 비평적 의제를 설정하고, 사회 문제에 대한 가능한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것에 있다. 『검은 신화』는 과연 하이엔드 “디지털 장난감”일까, 아니면 사회 비평의 매개인가? 내년에는 그 답이 나올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학자) 덩 젠 , 邓剑 쑤저우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부교수. 디지털게임 문화연구를 주 관심사로 다루며, 〈澎湃新闻〉에서 게임에 관한 칼럼 등을 연재하고 있다. (활동가, 작가) 홍명교 활동가, 작가. 사회운동단체 플랫폼C에서 동아시아 국제연대와 사회운동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를 썼고, <신장위구르 디스토피아>와 <아이폰을 위해 죽다>(공역) 등을 번역했다.

  • 대항해시대 2 한글 폰트 구합니다 ─ 비제도권 게임 로컬라이제이션의 짧은 역사

    90년대 정식 퍼블리셔를 통해서 게임들이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들어오면서 당시 게이머들은 이전보다 풍족하게 한국어로 된 게임을 누릴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 이전에도 게임의 한국어화 시도도 존재했으며 당시를 살아온 게이머들은 기억하고 있겠지만 당시에도 정식으로 출시되기 힘든 게임들의 비공식적인 이용자 한국어 패치가 존재했다 < Back 대항해시대 2 한글 폰트 구합니다 ─ 비제도권 게임 로컬라이제이션의 짧은 역사 29 GG Vol. 26. 4. 10. 1994년 11월 하이텔 고전게임동(cgame) 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 당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해당 분위기로 꾸민 스크린샷 이름과 아이디는 삭제했다. 40대, 50대 즈음 게이머에게 <대항해시대> 시리즈 중에 어떤 것이 최고냐고 물어보면 손쉽게 폭발하는 논쟁을 구경할 수 있는데, 이 중 자주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대항해시대 2>는 높은 인기에 힘입어 라인게임즈의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주요 소재가 되기도 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라면 이 게임의 국내 발매 시기는 1995년 이후라는 것이다. 1994년 12월에 12월 발매라고 광고가 나가기는 했지만 실제 발매시기는 1995년 상반기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글의 작성일을 생각하면 아직 국내에는 <대항해시대 2>가 정식으로 소개되기 전인 셈이다. <대항해시대 2>의 일본 발매일은 1993년으로 사실 국내 게임 잡지들에서도 일본판을 기준으로 설명이나 공략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 배경속에서 나타난 1994년 11월에 쓰여진 저 글은 어떤 의미일까. 90년대 정식 퍼블리셔를 통해서 게임들이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들어오면서 당시 게이머들은 이전보다 풍족하게 한국어로 된 게임을 누릴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 이전에도 게임의 한국어화 시도도 존재했으며 당시를 살아온 게이머들은 기억하고 있겠지만 당시에도 정식으로 출시되기 힘든 게임들의 비공식적인 이용자 한국어 패치가 존재했다. 그러나 당시의 불법적인 부분이 섞여있고 공식적으로 기록이 남기도 애매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록들이 남아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는 하이텔과 나우누리등의 게시글과 함께 게임 잡지등을 교차 참조하여 당시의 상황을 톺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참가자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단계까지는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기도 하다. 기술적인 난이도를 뚫은 상업적인 한국어화 좀 더 과거로 돌아가서 국내에의 게임 한국어화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8비트 컴퓨터 시절의 한국어화의 첫 번째 장벽은 기술적인 한계였다. 흔히 세운상가 시절로 지칭되는 8비트 컴퓨터의 시기는 소프트웨어 제작업체와 하드웨어 판매업체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형태였는데, 이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업체들이라면 토피아, 아프로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이 제작한 게임들이 워낙 많이 알려져 게임 제작사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두 업체는 게임제작사가 아닌 컴퓨터 판매업체였다. 당시 주로 MSX용으로 판매되는 게임들은 대부분 간단한 액션,퍼즐 게임이었고, 타이틀에서 원작사의 이름을 빼고 자사의 이름을 넣는다던가, 제목을 바꾼다던가 하는 경우는 굉장히 흔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여자 배구>의 경우 일본의 <アタックフォー>를 여자 배구라는 이름으로 가져오면서 당시 개발사 이름인 PAX 가 있던 자리에 토피아라는 이름을 넣고 실제 플레이팀의 국기였던 일본 국기를 바꿔서 다른 나라(한국 국기를 의도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하고 있다.)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식으로 만들었다. * 토피아의 여자배구(좌)와 원작 アタックフォー (우)의 스크린샷 이러한 간단한 한글화 외에도 대량의 텍스트가 번역된 게임들도 존재한다. 이전에 <호빗>을 출시했던 토피아는 영어 원문으로 게임을 출시했던 <호빗>과 달리 이어서 낸 어드벤처 게임인 <타임트렉>의 경우 한국어화를 거쳐 출시하였다. * 컴퓨터학습 1986년 1월호에 실린 <타임 트렉>에 대한 소개와 일본 원작의 스크린샷 이외에도 토피아에서는 에닉스(Enix, 이후 스퀘어에닉스가 됨)에서 출시한 <쟈스(ザース)>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출시했다. <쟈스>의 경우는 기술적으로 한글을 출력하기 어려운 관계로 텍스트를 축약해서 표시했다. * <쟈스> 스크린샷 twitter:@twASTERiS님의 타래에서 가져옴. 토피아는 다른 작업인 일본 T&E SOFT의 <메피우스>(惑星メフィウス, 1983)를 한글화하여 판매했다. 컴퓨터학습 1986년 7월호는 이 게임에 대해 "이 게임은 MSX 기종으로는 최초로 소개되는 한글 어드벤처 게임이다. 뛰어난 그래픽 화면 외에도 아름다운 모양의 한글이 표시되므로 영어를 모르는 국민학생이라도 완벽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지구인의 위기일발> 1,2부 등이 당시 국내에서 게임 내 텍스트가 본격적으로 번역된 한국어판 소프트들이었다. 당시 극히 일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들은 원저작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개조되서 판매되는 형식이었다. 이들 게임의 한국어화는 대부분 당시 업체에서 학생들에게 외주등을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한국어화는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게임을 판매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 같이 게임을 하기 위한 한국어 패치로 90년대에는 한국어화의 양상이 바뀌기 시작한다. 8비트 컴퓨터 시대에는 컴퓨터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기술적인 도전이었지만 16비트로 오면서 사용할수 있는 메모리가 증가하고 이를 통해 한글을 출력하는 것에 대한 난이도가 낮아졌다. 이와 함께 일본의 PC 게임들이 무단으로 복사되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것은 코에이의 게임들이었는데, 이러한 게임들은 일본의 DOS-V 환경을 국내 컴퓨터에서 실행할수 있게 하는 환경인 DOSJ를 통해 실행되었다. <삼국지3>의 경우는 한자 폰트를 한국어 발음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 게임의 특성상 대부분을 한국어로 즐길수 있었는데, 이를 위해 일본 게임에서 폰트를 추출하거나 고칠수 있는 툴을 만드는 사람들과 이를 이용해 게임 내에 한글을 나오게 하는 사람들이 PC 통신 BBS에서 많이 활동하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게임 내 한국어 패치를 한글폰트로 부르면서 한글 폰트를 요청하는 제목의 글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범아정보통신이 코에이와 정식으로 계약을 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된다. 이후 코에이 코리아가 되는 범아정보통신의 경우 게임을 정식으로 유통하는 입장이었고,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불법복제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이러한 한글 폰트 파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범아정보통신은 PC 통신과 각 동호회에 공문들을 보내 대부분의 한글 폰트 파일을 삭제했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의 한국어 패치 과정이나 참여자들을 찾아보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당시 <삼국지 3> 패치 파일이 인터넷에 남아있는 관계로 공지 파일에서 당시 작업자가 누구였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었다. * 당시 패치 파일과 함께 배포되던 doc 파일 내용 실제로 <대항해시대 2> 게임과 함께 한국어로 바꿀 수 있는 패치 파일이 PC통신을 중심으로 유통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코에이 코리아가 되는 범아정보통신이 PC통신의 각 게임 동호회를 강하게 단속하면서 <삼국지 3>등의 한국어 패치 파일들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당시 <프린세스 메이커>와 <대항해시대 2>, <삼국지> 등은 JDOS를 띄워 한국어 패치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경우들이 존재했고 이러한 패치 요청들이 PC 통신 동호회를 중심으로 많이 올라오고 실제로 공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들을 정식으로 계약하고 유통하는 업체들이 나타나면서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런 패치파일을 요구하고나 공유를 자제하는 문화가 생겨났고, 각 동호회의 공지사항에서도 특히 코에이의 경우는 게임을 올리지 말라는 공지가 자주 올라왔다. 1993년 11월에는 개오동에서 한 회원이 이러한 한국어 패치와 함께 게임을 디스켓에 담아 팔다가 강등되는 사례도 존재했다. 동서게임채널이나 SKC등이 90년대 초에 게임 유통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하고 저작권 단속들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패치들은 PC 통신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물론 불법복제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고 공개적인 장소를 피해 유통이 되었지만 굳이 패치가 아닌 한국어판 게임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었다. 다만 이러한 금지 공지에서 게시판이나 자료실에 직접 올리지 말라는 부분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실제 메일이나 뒤로 하는 공유는 진행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게임들이 정식 발매되는 경우가 아닌 경우가 존재했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발매할 수 없는 게임들, 특히 성인용 게임들의 경우는 여전히 공개적인 PC통신에서 그 정보나 패치들이 공유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작업의 흐름은 프로그래머가 데이터를 추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기존에 공략과 번역을 올리는 사람들이 팀을 꾸려 게임 안에 데이터를 적용하며 패치를 배포하는 형태였다. 한국에서 저작권자가 없다보니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았으며, 폰트를 교체하는 것을 넘어서 번역한 한국어 스크립트가 나오게 하기 위한 스크립트 개조작업이 함께 이루어졌다. 일본 성인용 게임의 한국어 패치 작업은 하이텔 고전게임동호회(cgame)과 나우누리 게임매니아포럼(gmf)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졌다. 특히 <동급생> 시리즈의 한글화 등으로 유명한 한누리팀의 경우 팀의 발족부터 나우누리 게임 매니아 포럼에서 진행을 했으며 작업 과정을 상세히 게시판에 올려서 그룹이 해체될 때 까지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 편이다. * 수집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재현한 글. 아이디만 남기고 실명은 삭제했다. 나우누리에서 활동하던 한누리팀의 경우 1995년 2월에 올린글을 시작으로 유작, 동급생, 동급생 2를 번역해서 한국어 패치를 배포했다. 팀에 프로그래머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번역한 텍스트로 바이너리 파일을 만들 수 있었다. 하이텔 고전게임동호회의 난파클럽은 역으로 프로그래머가 없다는 문제 때문에 번역을 끝내고도 패치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고전게임동호회나 게임매니아포럼외에도 신천지 BBS에서도 이러한 일본 성인용 게임의 번역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러한 활동 뒤에는 주로 JUICE KIM 이라는 인물이 만든 툴이 사용되어 대화파일이나 이미지 파일의 추출에 사용되었다. 그 외에도 여러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파일 추출 이나 변환 프로그램등을 활용해서 이러한 게임들의 번역이 시도되었고, 그 결과물들은 PC 통신에서 활동하던 게이머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한누리팀의 경우 게임매니아포럼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영어 게임의 한글화 사례 역시 존재한다. <문명2>가 특히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을텐데, 한국 유통사인 쌍용이 공식 한국어 번역을 포기한 상황에서 E-K (English 2 Korea )팀이 한국어 패치를 만들었다. 1998년 PC 챔프에서 번들로 제공한 <문명 2>에는 이 E-K 팀이 만든 한국어 패치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배포하며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을 공략에 소개했다. E-K 팀은 이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의 한국어 패치도 제작하여 당시 멀티플레이에 참여하는 이용자의 수가 크게 증가한 경우도 존재한다. * 피씨파워진 2000년 1월호에 실린 EK팀의 게임의 한국어 패치 강좌 국내 초기에 유통된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한국어 번역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인기를 끌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며 배틀넷에서 한글로는 채팅을 할수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제 정기검진을 받아야할 나이일 것이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났던 ‘한스타’라는 유틸리티가 존재한다. 처음에는 한글로 채팅을 하는 것이 목표인 유틸리티였지만 이후에는 미션 설명 정도까지 한국어로 번역해서 표시해주었다. 당시 개발에 참여했던 송창규는 이후 한빛소프트에서 <가브리엘 나이트 3>나 <웜즈 월드 파티>의 한국어화 작업의 프로그래밍을 담당하기도 했다. 당시 한스타의 반응은 정말 뜨거워서 당시 출간되던 모든 게임잡지들이 이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 PC파워진 99년 8월호에 실린 한스타 특집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팬 번역자가 공식 유통사에 채용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났다. <네버윈터 나이츠>나 <발더스게이트 2>의 번역을 진행했던 아스가르드팀은 유통사와 협력해서 공식 한국어 패치로 발전시켰다. * 게임피아 2002년 8월호에 실린 인터뷰 하지만 이러한 비공식 한국어 패치 작업은 양가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한국어화는 퍼블리셔가 책임져야하지만, 유저 한국어 패치가 나오면서 굳이 한국어로 번역을 하지 않고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들도 나타났다. 불법복제와 한국어 패치가 결합되면서 게임이 더 팔리지 않을 것이라 예측하고 국내 출시를 포기하는 사례들도 존재했다. 앞서 언급한 일본 성인 게임들의 경우 국내에도 정식 출시가 되긴 했으나, 기존 불법복제의 영향만은 아니겠지만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며, 이후 동원 마도카 등이 성인 게임들을 출시하기 전까지는 성인용 게임 시장이 양지에서 자리를 잡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었다. (동원 마도카도 시장을 만드는데는 실패했다..) 사람들은 계속 한국어로 게임을 플레이하기를 원했다. 한국어 패치를 찾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니 코에이를 신경쓰던 동호회 시삽들은 공지를 통해 이러한 행동을 공개적으로 하지 말아달라고 공지했다. 사기꾼이 나타나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물론 공익적으로 다같이 한국어로 게임을 하면 좋으니까 라는 마음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번역을 무단으로 가져다 써서 문제가 된 사례도 존재하며, 하이텔과 나우누리의 커뮤니티는 먼저 패치를 만들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하는 사례도 존재했다. 하지만 컴퓨터 학습 1986년 1월호에 실렸던 문장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국내의 유저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진행과정과 대화를 한글로 변환시킨” 이란 문장은 게이머들이 자기들의 언어로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당시 얼마나 보편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은 지금 이순간에도 어딘가의 디스코드 채널에서 한국어 패치를 위해 프로그램을 뜯어보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일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개발자, 연구자) 오영욱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 게이머로서의 경험이 미술의 근간이 될 때, 〈게임사회〉 리뷰

    현대미술을 볼 때마다, 스스로가 현대 미술을 향유하는 이들과 관심이 거의 없는 일반 관객들 사이의 회색분자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딱히 현대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도, 어렸을 때부터 향유해온 것도 아니지만 뒤늦게 재미를 붙였고,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그래서 꿈보다 제법 마음에 드는 해몽이 나오면 그걸 감상으로 삼아 마음에 두기. 그게 나름의 현대 미술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 Back 12 GG Vol. 23. 6. 10. Tags: 게임사회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미술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MyungKyu Lee Game journalist (2014–), writer (2006–), gamer (1996–).

  • 타이쿤, 자유로운 세상을 생각하다

    <돈스타브>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농사의 중요성을 알고있을 것이다. 당장의 굶어 죽을 위기에서 안정적인 식량 보급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밥을 찾아 헤매는 일은 너무나도 고달프다. 따라서, 수렵과 채집을 하던 게이머들은 어느 순간부터 터를 잡고 작물들을 키워나간다. 더 ‘효율적’으로 작물을 수집하기 위함이다. < Back 18 GG Vol. 24. 6. 10. Tags: 굶지마, 시뮬레이션, 타이쿤, 대량생산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eonwoo Lee Interested in games played together, and studies the relationality of games. Hopes that games can bring joy to everyone, all at once.

  • 보다 책임감 있는 재현을 실천하는 게임을 향해

    어떤 매체에 대한 담론은 해당 매체가 겨냥하는 수용자 또는 이용자가 어떤 존재이며 그들이 매체와 맺는 관계에는 어떤 의도들이 담겨있는 것인지에 대한 여러가지를 드러낸다. 북미와 유럽의 게임 관련 공공 담론에 있어 오랫동안 게임은 - 거칠게 말해 - 번쩍이는 컴퓨터 화면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 수 있는 오락에 하릴 없이 시간을 소비하는 십대 소년들을 위한 것으로서 인식되어왔다. < Back 04 GG Vol. 22.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Ida Jørgensen Holds a PhD in game studies from the IT University of Copenhagen, Denmark where her research revolved around gender representation, game culture and games as media. Today she works as a postdoctoral researcher at the University of Southern Denmark. (Game Researcher) Bora Na A game researcher. Game-playing goes back quite a long way, but the first encounter with game studies came by chance, through a game course taken at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Since graduating, has carried out research and writing centered on game history and culture, here and there. Contributed to The History of Games, The Theory of Games, and Mario, Born in '81, among others.

  • 스스로 움직이는 게임: 방치형 게임에서의 플레이들

    “게임을 한다”라고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를까? 컴퓨터 앞에 앉아 역동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양새를 “게임을 한다”라고 칭하던 시절이 있었다. “타닥타닥”(키보드), “딸깍딸깍”(마우스), “삐걱”(의자). PC방이라면 “웅성웅성”까지. 사람들은 기계 앞에 올곧이 앉아서 게임에 몰두한다. 누가 봐도 게임을 하는 모습은 티가 났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 방, 거실, 피시방, 플스방 같이 분리된 공간으로서 게임의 장소가 중요했고, 사람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그곳에 방문을 해야 했다. < Back 스스로 움직이는 게임: 방치형 게임에서의 플레이들 03 GG Vol. 21. 12. 10. “게임을 한다”라고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를까? 컴퓨터 앞에 앉아 역동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양새를 “게임을 한다”라고 칭하던 시절이 있었다. “타닥타닥”(키보드), “딸깍딸깍”(마우스), “삐걱”(의자). PC방이라면 “웅성웅성”까지. 사람들은 기계 앞에 올곧이 앉아서 게임에 몰두한다. 누가 봐도 게임을 하는 모습은 티가 났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 방, 거실, 피시방, 플스방 같이 분리된 공간으로서 게임의 장소가 중요했고, 사람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그곳에 방문을 해야 했다. 그 풍경은 바뀌고 있다. “게임을 한다”를 상상하면 이제는 여러 이미지가 떠오른다. 모니터 앞에 앉아 몰두하는 장면도 있지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모습도 있다. 그 스마트폰은 손에 붙어있기도 하지만, 책상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있기도 한다. 플레이어가 일이나 학업에 바빠 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에도 스마트폰 화면 안에는 스스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대중교통 속 인파에 꽉 끼어 팔을 움직이지 못할 때도, 눈을 감고 밤에 잠을 청할 때도 게임은 혼자서 돌아간다. ‘자동’과 ‘방치’라는 이름 아래서. 2020년,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3위에 갑자기 오르면서 이목을 끌었던 게임이 있었다. 릴리스 게임스의 〈AFK 아레나〉이다. AFK(Away From Keyboard)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 게임은, 제목 그대로 플레이어의 부재를 허용한다. 자동과 방치를 적극적으로 표방하는 게임. 앱스토어에 등록된 모바일 게임 홍보문구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손가락 하나로 지배", "접속하지 않아도 저절로 강해지는"이라는 말들이 눈에 띈다. 이 게임은 특히 자신을 “바쁜 현대인을 위한 게임”이라고 소개한다. 지상파와 유튜브에도 게임 광고가 송출되었는데, 광고는 게임의 다양한 ‘맛’을 거론하며 ‘손 떼는 맛’을 게임의 새로운 스타일로 소개한다. “게임은 뭐니 뭐니 해도 손맛이라고? 이제 모두들 손 떼! 하루 종일 메어있지 않아도, 가끔씩만 만져줘도, 보는 맛, 뽑는 맛, 키우는 맛, 깨는 맛이 최고! 게임은 원래 이 맛이야.” 모바일 게임에서 자동 기능은 이제 없으면 허전한 존재가 되었다. 보조적 장치가 아닌 주요 장치가 된 것이다. 2013년 모바일 게임 〈몬스터 길들이기〉는 자동 타격, 자동 이동 기능을 게임에 도입했다. 모바일에서 캐릭터 조작이 힘들기 때문에 전투 메커닉의 일부를 자동 실행되도록 한 것이다. 캐릭터의 수집과 성장이 더욱 중요해졌고, 플레이어의 조작은 전투에서 스킬 실행 정도로 한정되었다. 이후 이 게임은 매출과 평가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모바일 플랫폼에서 RPG의 가능성을 보인 사례가 된다. 그리고 일종의 모바일 RPG 템플릿이 생성된다. 모바일 게임을 이용하는 틈새 시간과 맞물리는 단편적 구조가 정착되었고, 이동과 타격, 스킬 사용 전반을 모두 최적 알고리즘으로 자동화하여 플레이어의 조작 스트레스를 낮추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방치형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가 새로운 플레이 장르로 자리 잡았다. 피시 플랫폼에서 클리커(clicker) 게임, 아이들(idle) 게임으로 불리던 이 장르는 가만히 있어도 재화가 자동으로 증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플레이어는 재화가 더욱더 빠르게 쌓일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시스템을 성장시키고, 자원을 순환시킨다. 부재중 동안 재화가 증식하는 속도를 높여라. 이러한 투자 행위는 금융 자본을 다루는 〈어드벤처 캐피탈리스트〉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비슷한 장르의 〈중년기사 김봉식〉, 〈오늘도 환생〉, 〈거지 키우기〉, 〈어비스리움〉 등 국내 개발사의 방치형 게임은 길게는 5년이 넘도록 단단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게이머는 방치되고 자동 진행되는 게임을 보며 “이것이 게임인가” 하는 반응을 보인다. 실시간 조작을 우선시하는 게임의 일반적 범주 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러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온라인 담론에서 쉽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같은 장르의 신규 게임들이 매일 앱스토어에 출시되고 있다. 화면을 실시간으로 쳐다보고, 캐릭터를 직접 움직여야만 게임일까? 어찌 보면 “게임을 한다”는 의미가 그동안 너무 좁았던 것일 수도 있다. 면밀히 들여다보면, 자동 진행되고 방치되는 게임은 플레이어의 행동을 마냥 박탈하지 않았다. 다른 행동으로 변화했다는 것이 포인트. 나는 이러한 게임들에 주목하고, 자동화된 알고리즘이 어떻게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어떤 감각을 느꼈는지 알아봤다. * 사진: 〈AFK 아레나〉 자동화된 게임들 나는 자동 전투, 방치형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게임들을 모두 합쳐 ‘방치’ 문화의 게임으로 묶었다. 물론 게임은 모두 달랐지만, 플레이어가 부재한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방치된다는 사실은 같았다. 자동화된 게임의 양상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방치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간헐적 방치, 장기적 방치, 항시적 방치로 묶었다. 우선 간헐적으로 방치되는 게임은 여러 개의 스테이지로 분기가 형성된 것이 특징이다. 하나의 스테이지는 1분에서 3분 정도로, 일과의 틈새 시간에 짧게 즐길 수 있다. 전투 화면에 동영상 재생 기능이 도입된 것이 특징인데, 전투가 진행되는 속도에 배속을 높여 빠르게 넘어가거나 정지 버튼을 눌러 캐릭터의 상황을 점검하기도 한다. 또다른 범주인 장기적 방치는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까지 게임을 켜두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을 끄거나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게임이 정지한다. 따라서 배터리 소모가 필수적이며, 화면 보호 모드를 켜두거나 피시 화면에 게임을 연결해 플레이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항시적 방치의 분류에서 게임은 가입한 이래로 캐릭터가 무한하게 전투를 하고 아이템을 수집한다. 게임은 항상 진행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접속하여 게임 진행에 가속 운동을 한다. 물론 이러한 게임들도 너무 오래 플레이어의 부재를 허용하진 않아서 최대 24시간이 지나면 더는 진행되지 않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임의로 세 개의 큰 카테고리를 분류했지만, 사실 이들 사이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으며 서로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쿠키런: 킹덤〉에는 수 분 내로 끝나는 스테이지가 있으나, 동시에 최대 8시간까지 초당 몇 개의 속도로 지속해서 재화가 발생하는 '풍요의 샘'이 있다. 〈AFK 아레나〉도 마찬가지로 두 시스템을 동시에 가진다. 게임에서 구현된 것과 별개로, 플레이어에 따라서 스타일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항시적으로 방치되는 〈꿈의 마을〉에 길게 접속해 오랫동안 플레이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쿠키런: 킹덤〉 일과에 녹은 게임의 시간 게임이 스스로 가동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잠을 자는 시간에도 직장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도 게임을 하게 되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노동 시간은 게임을 방치해두기 좋은 시간인데, 사람들은 업무 책상 위에서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연결하고 화면 보호 모드를 켜두거나 화면 밝기를 낮추어 게임이 계속 진행되도록 했다. 이는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여러 행위를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에 속한다. 게임을 켜둔 상태에서 유튜브를 보거나,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거나, 집안일이나 식사를 같이하기. 시간을 이중으로 사용하여 조금이라도 가치를 더 창출하려는 의지다. 아무 쓸모 없는 시간이 될 수 있는 묵묵히 일하거나 머리를 말리거나 양치하기, 빨래하기, 대중교통 이동할 때 게임을 켜두면 또 하나의 생산물이 발생하는 것이다. “밤에 게임을 켜 놓고 자요. 충전기를 끼고 켜 놓고 자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콘텐츠가 쌓여있거든요. 핸드폰 보고 처리하고, 화장실 가서 씻습니다. 출근 지나서 제일 먼저 김봉식 다시 켜서 충전기에 꽂아 넣고요. 퇴근 후에 운동하고, 샤워하고 컴퓨터 하거나 영상을 보는데, 한 쪽에 김봉식을 켜놓고 15분에서 많게는 20분에 한 번씩 다시 봐줍니다.” 방치되는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생각을 덜 빼앗는다. 즉, 집중, 몰입, 관심이라는 인지적 자원을 덜 사용하면서 절약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높은 몰입을 요구하며 인지 자원을 빼앗는 게임은 중독적이라고 보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루 종일 업무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소소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 그 게임은 나의 일상을 잡아먹지 않는다. 다양한 게임 중에서 자동화된 플레이의 게임들은 너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세상에서 나타나는 여가 실천이다. '게임하기'의 변화: 기계 관리자로서 플레이어 사람들은 게임을 "돌려놓는다"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이러한 표현은 보통 기계를 다룰 때 쓰는 말이다. 오랜 시간 방치했던 게임에 복귀하여 "쌓여있는" 것들을 "처리"하고 "정리"한다는 점 역시도, 게임 진행을 일종의 과업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았다. 마치 세탁기나 식기세척기처럼 기계에 힘든 일을 맡기고 일정 시간 뒤 작업이 완료되면 결과물을 획득하는 것처럼, 알고리즘에게 게임을 맡기고 일정 시간 뒤의 결과물을 확인하는 지금의 자동화된 게임 양상은 인간의 정신적 유희 활동으로 게임을 정의하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고찰을 일으킨다. 오늘날 방치되는 게임에서 인간은 아바타 당사자가 아닌, 기계의 관리자로서 위치가 변화했다. 다시 말해, 기계를 조작하는 일과 기계가 가져온 결과물을 재배치하는 일이 게임하기가 된 것이다. 기계에게 명령을 내린 플레이어는 이제 직접 고단한 일을 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게임을 지켜보는 관리자가 되었다. 게임 〈고양이 식탁〉은 고양이들이 방문하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끝없이 방문하는 고양이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바닥을 청소하는 등의 일을 한다. 처음에는 직접 화면 터치를 통해 이러한 응대를 모두 처리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게임의 메커니즘이 익숙해졌을 즈음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거리가 멀어져 관리자가 되기 시작한다. 레스토랑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직접 처리하지 않고 그 일을 처리할 직원 캐릭터를 배치하며, 그 캐릭터가 일을 밀리지 않고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로 변모하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캐릭터에 몰입하는 위치에서 벗어나고 기계 행위자인 캐릭터(알고리즘)를 관리하는 위치가 되었다. 캐릭터와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당사자에서 제3자가 되며, 게임 상황을 관망하게 된다. 여기에서 보기로서의 게임하기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관리자이자 시청자, 양육자, 혹은 수학자 이렇게 변화한 역할에서 발생하는 감각은 어떤 게임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어떤 이는 '게임 방송 시청'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나의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전투 장면을 즐거이 감상하는 것이다. 전투가 끝나면, 다음 방송이 재생되듯 다음 전투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하물며 캐릭터가 도중에 사망하기라도 하면, 장면에 감정이입 하면서 탄식을 보였다. 또 다른 집단은 자동 전투하는 캐릭터를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 조각에 불과하다고 언급하면서, 캐릭터 군단과 인간 플레이어 본인과의 거리가 멀어 이입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냉정하게 드러냈다. 캐릭터와 거리가 계속 멀어지다 못해 무덤덤한 관찰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반면 눈앞에서 성장하는 캐릭터를 자식이나 반려동물로 느끼는 부류도 있었다. 〈중년기사 김봉식〉을 즐기는 플레이어는 캐릭터가 자신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거리감은 있지만, 오랜 시간 애정을 가지고 키운 반려동물과 같은 존재라고 언급했다. 이는 과거의 육성 게임기 〈다마고치〉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귀여운 캐릭터가 알 모양의 기계 안에서 플레이어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는 다마고치는, 배설물을 치우거나 잠을 잘 때 불을 꺼줘야 하는 생물학적 리듬을 표방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가 행복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플레이해야 했고, 디지털 반려동물로 여기면서 캐릭터에게 정서적으로 가까움을 느꼈다. "더 멋진 기계 관리자"가 되는 일로 플레이어의 지향점이 설정되기도 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많은 유저들은 캐릭터 육성법을 공유한다. 이들은 도표를 그려 수치를 분석하고, 각 선택에 따르는 최적의 효율을 찾는다. 이러한 행위를 띠어리크래프트(theorycraft)라고 부르는데, 2000년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커뮤니티에서 유저들이 게임 세계의 작동 연산을 밝혀 더 좋은 플레이를 하도록 실천한 것으로 기록된다. 띠어리크래프트를 즐기는 유저는 관리자가 된 동시에 최적의 루트, 최적의 성장법을 찾아 수학자가 된 것과 같은 즐거움을 느낀다. 이렇듯, 게임은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방치를 허용하고, 사람들은 방치 행위를 일상에 녹여낸다. 과거 피시 온라인 게임에서 불법으로 규제했던 자동 플레이가 모바일 게임으로 오면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5분, 1시간, 24시간 등 원하는 시간을 선택하여 방치할 수 있는 오늘날 자동과 방치의 게임들은 마치 여가 시간을 채우는 상품의 여러 가짓수를 제공하는 듯싶다. 이제 플레이어는 기계 관리자로서, 게임 기계가 잘 굴러가도록 보살핀다. 같은 관리자라도 요란하게 전투하는 캐릭터를 지긋이 감상하는 사람들, 감정 이입하는 사람들, 혹은 감정 없이 냉정하게 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친밀성을 가지고 '반려 캐릭터'로 보는 경우, 게임 내 메커니즘을 간파하고 그 수를 이해하는 것에 충실한 나머지 수학자가 되어버린 관리자도 존재하기도 한다. 아직 모바일 MMORPG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인공지능이 적극적으로 도입이 되면, 여태까지 말한 '관리'의 속성이 다르게 변할 수도 있다. 정해진 기능을 마냥 수행하지 않는 캐릭터가 나타날까? 그것이 어떤 방향이든, 게임하기의 범위를 확장할 것 만은 확실하다. *이 글은 필자의 석사논문 〈플레이어 없는 게임들: 모바일 게임의 ‘방치’ 문화 연구〉에 기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이선 사회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합니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결국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게임 노동자들은 왜 노조를 만드는가? - 북미 게임 산업의 노동운동단체 GWU Montréal 인터뷰

    그런데 민주노총 같은 거대한 노동총연맹이나 기업별 노동조합이 아닌, 제 3자로서 게임 업계만을 지원하는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다소 의외였다. 새로운 층위를 보여주는 듯한 모습 같아서, 흥미로운 마음을 가지고 포스터에 적힌 링크를 통해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 Back 게임 노동자들은 왜 노조를 만드는가? - 북미 게임 산업의 노동운동단체 GWU Montréal 인터뷰 26 GG Vol. 25. 10. 10. 2025년 6월, 나는 캐나다 몬트리올을 여행 중이었다.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한 장의 강렬한 포스터를 발견했는데, “Take the Controls”라는 온라인 정기 토론회를 홍보하는 포스터였다. 게임 업계의 고용 불안과 불투명한 보상 체계 등 산재한 여러 문제에 대해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든 모여 생각을 나눠보자는 초대의 말도 함께 적혀 있었다. 여행 중 마주한 풍경쯤으로 넘길 수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그 포스터에 눈길이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게임 회사에 재직했을 때 사내 노조의 조합원이기도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는 GWU Montréal 라는 곳이었다. 이 단체에 대해 알아보니, Game Workers Unite(GWU)로서 “게임 업계에 노동조합 설립을 돕는다”는 사명을 갖고 여러 지원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은 유비소프트와 같은 대형 게임 회사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자, 북미 최대의 게임 산업 허브로도 알려져 있다. 막연히 생각했을 때, 먼저 캐나다라는 선진국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프랑스와 문화적으로 연결된 퀘벡이란 지역의 맥락이 연상되었기 때문에, 이곳의 노동환경은 한국보다 훨씬 잘 보장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민주노총 같은 거대한 노동총연맹이나 기업별 노동조합이 아닌, 제 3자로서 게임 업계만을 지원하는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다소 의외였다. 새로운 층위를 보여주는 듯한 모습 같아서, 흥미로운 마음을 가지고 포스터에 적힌 링크를 통해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행사 시간에 맞춰 토론장에 접속해보니, 게임 업계 종사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서로 다른 게임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온라인 밋업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계의 노동 문제에 관해서 모두가 솔직하게 현장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캐나다는 프랑스어와 영어가 함께 쓰이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실시간 번역이 재빠르게 진행되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 깊었던 순간이었다. GWU Montréal은 독특한 입지를 갖고 있는 단체다. 귀국 후에도 그날의 기억은 오랫동안 남아있었기에, 이들의 활동과 관련한 상세한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서 들어보기로 했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 GWU Montréal의 소개 부탁한다. GWU Montréal은 게임 노동자들의 민주적 단체로, 게임 산업의 노동조합 설립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의 목표는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더 강한 목소리를 내고 정당한 권리와 보호를 보장받는 노동조합화된 게임 산업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직장에서 노동조합 캠페인을 벌이고, 서로를 지원하며, 업계 전반 차원으로는 조직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교육 자료를 제작한다. 우리 단체는 2018년 GDC에서 있었던 집단행동을 계기로 시작된 ‘Game Workers Unite’ 글로벌 운동의 한 단위로서 설립되었다. GDC가 열리기 몇 주 전, 행사 중 하나로 노동조합과 관련된 라운드테이블이 열린다는 계획이 몇몇 게임 업계 종사자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라운드테이블이 전개될 방식에 우려되는 지점들이 있었고, 자칫 그 자리가 노동조합 파괴(union-busting)의 장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행사장에서 친노동조합적 존재가 되기 위해 조직화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GDC에서 배포할 텍스트 자료(zine)와 버튼 뱃지를 제작했고, 사람들이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도록 했다. 행사장은 결국 노동조합화가 업계의 미래라고 믿는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이미 몇 년 전부터 스스로를 노동조합화하고 있었던 북미의 저널리스트들이 특히 크게 주목했다. 이렇게 해서 GWU 운동이 탄생했고, 그때 참여했던 일부가 모여 이후 GWU Montréal을 설립했다. 북미 게임 산업에 노동조합이 필요한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가? 북미의 게임 노동자들은 크런치와 같은 장시간 노동, 과로로 인한 번아웃, 직장내 괴롭힘과 차별, 고용 불안과 잦은 해고, 창의적 자유나 중요한 의사결정 참여권의 부재, 그리고 유사한 일을 하는 다른 산업군보다 비교적 낮은 임금 수준 등 수많은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수십 년간 “열정(passion)”이라는 말로 정당화되어 왔다. 우리가 일에 애정을 가진다면 열악한 노동 조건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업계 현실에 지쳐가는 많은 게임 업계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들은 의사 결정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요구해온 주요 사항으로는 해고로부터 보호하는 장치, 노동시간 단축과 일관된 초과근무 수당 지급, 투명한 급여 체계·승진·채용 절차, 임금 인상(특히 QA 같은 저임금 직군),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복리후생 개선, 생성형 AI 같은 신기술 도입과 활용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권 등이 있다. 노동조합, 노동자 권리에 관한 다양한 메시지가 담긴 핀버튼 뱃지들 현재 북미 게임 산업 노동자들은 얼마만큼 서로 연대하고 있는가? 북미의 게임 노동자들 대다수는 노동조합 결성에 찬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업계에 대규모 해고 사태가 잇따르면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조직화에 참여하고 자신의 권리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연대를 구축하고 조직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할 일이 많지만, 이미 많은 비공식 네트워크 또는 집단 행동 사례들이 존재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해고와 직장내 괴롭힘에 항의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집단 퇴근하거나 파업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최근에는 성공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2025년에는 *제니맥스노동자연합(ZeniMax Workers United-CWA)이 파업 승인 투표에서 94% 이상의 찬성률을 보였고, 그 결과로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와 첫 번째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 제니맥스노동자연합은 300명 이상의 QA 노동자를 대표하여 2023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스튜디오로는 첫 번째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리고 2년 이상의 기나긴 협상 끝에 첫 번째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GWU Montréal은 2018년 GDC 사건을 계기로 탄생한 글로벌 운동 'Game Workers Unite'의 몬트리올 지부로, 북미 게임 산업의 주요 거점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GWU Montréal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GWU Montréal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우리 자체는 노동조합이 아니지만, 조직화를 원하는 노동자들을 지원한다. 이들에게 조직화를 위한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우는 공동체가 만들어지도록 한다. 활동가들은 게임 업계의 다양한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인 동시에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노동법이나 노동조합 파괴 전술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조직화 교육과 공개 워크숍을 운영하고, 피크닉이나 토론의 밤, 버튼 뱃지 제작 모임 같은 사회적 행사도 개최한다. 아울러, 각종 배포 자료를 제작해서 노동조합에 관한 지식과 인식을 확산시키고, 직장 문제를 겪고 도움을 요청하는 노동자들을 지원한다. 법률 자원이나 지역 단체와 연결해주고 조언과 심리적 지지도 제공한다. 또한 우리는 지역 노동조합 연맹이나 전국 단위 노동조합들, 예를 들어 캐나다 전국노동조합총연맹(CSN)이나 미국통신노동조합(CWA)와 같은 조직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GWU Montréal의 활동이 직접적으로 노동조합 결성에 기여한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나? 2021년에 우리 단체의 회원 일부는, 미국통신노동조합(CWA)과 함께 노동조합을 조직하는데 참여했다. 게임 업계로서는 북미 최초로 공식 인증을 받은 보데오 게임즈(Vodeo Games)사의 노동조합이다. 조합원들은 모두 GWU Montréal 활동을 통해 노동조합에 대해 배우고 교육을 받았다. 미국통신노동조합(CWA)의 전문 조직자들과 함께 게임 업계의 노동조합 설립을 성사시킨 것이다. 또한 비디오게임노동자연합(United Videogame Workers, UVW-CWA)이라는 ‘직접 가입(direct-join)’ 노동조합의 조직화에도 참여했다. 북미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한 직장의 종사자들만이 가입할 수 있고 정부 노동위원회 인증을 필요로 한다. 반면에, 직접 가입 노동조합은 이러한 법적 구조 밖에서 운영된다.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정규직, 프리랜서, 심지어 실직자까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UVW-CWA는 북미 게임 산업 최초의 직접 가입 노동조합으로, 2025년 5월에 출범했다. 우리는 이외에도 여러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지난 해에는 캐나다 전국노동조합총연맹(CSN)과 함께 퀘벡주 게임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주(州)단위 노동조합 설립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GWU Montréal은 노동자의 권리를 알리는 다양한 자료들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넥슨코리아의 자회사 네오플이 업계 최초로 대규모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의 권리와 파업의 정당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나는 북미에서는 파업이 어떤 법적 조건과 문화적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북미 게임 산업에서 ‘파업’을 둘러싼 법적·문화적 환경은 어떤가? 북미에서 파업은 법적으로는 허용되어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언제/어떻게 파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제한이 있다. 이른바 ‘랜드 공식(Rand formula)’이라는 규율에 따라,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협상 기간 중 협약이 만료된 경우에만 파업이 가능하다. 다행히 퀘벡 주에는 스캐빙(scabbing: 파업 등 노동쟁의시 회사가 대체 인력을 고용하는 행위)을 금지하는 법이 있어 노동자들의 파업권이 일정 부분 보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동자들은 여전히 파업이나 집단 행동이 경영진의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인식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본다. 2023년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들의 파업과 최근 캐나다 승무원 파업은 게임 업계를 포함한 대중적 지지를 받으며 파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켰다. 반면에, 최근 몇 년 동안 정부는 파업권을 더 제한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파업이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경우 노동부 장관이 임의로 파업 중단을 명령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 영향이야말로 파업이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협상력의 핵심 원천이다. 노동조합들은 이에 맞서 싸워오고 있고, 올해 여름에는 파업 승무원들이 복귀 명령을 거부하며 파업을 계속 이어갔다. 이는 다시금 노동운동이 활기를 되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재 북미 게임 산업은 어떤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가? 현재 북미 게임 업계는 “trash fire(쓰레기 더미에 불이 붙은 상황)”라고 흔히 묘사된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대규모 해고와 스튜디오 폐쇄는 노동 인력을 초토화시켰고, 업계가 운영되는 방식에 많은 이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 우리의 희망은, 지금은 암울해 보일지라도 노동자들이 힘을 합친다면 더 나은, 더 지속 가능한 산업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끊임없는 두려움과 불확실성 속에서 살지 않아도 되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해고가 모두의 최대 관심사이긴 하지만, 최근 DEI 프로그램(다양성·형평성·포용성)의 빠른 탄압은 이른바 “진보적”이라 자처하던 기업들의 노동자들조차 불안정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노동자들은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점점 더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재택 근무, 주당 노동 시간, 차별 문제, 그리고 프로젝트에 대한 창작 통제권(특히 업무 과정에 AI 기술이 강제로 도입되는 문제에 맞서기 위해)을 중심으로 조직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GWU Montréal의 활동 모습 한국 및 글로벌 게임 산업의 노동 문제에 대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과 캐나다 모두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려는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는 ‘반노동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18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넥슨코리아 노동자들이 업계 최초로 법적으로 노동조합 지위를 획득한 것은 큰 영감을 주었다. 게임 산업은 국제적인 산업이며, 조직화 또한 반드시 국제적 노력이어야 한다. 서로 다른 법체계나 언어적 장벽이 국경을 넘어 연대를 구축하는 데 장애물이 되지만, 노동조합과 노동자 권력의 핵심은 어디에서나 동일하고 전 세계 노동자들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노동자연대(Game Workers Coalition: 게임 산업 노동자 주도 노동 단체 및 노동조합을 위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GWU Montréal도 네트워크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와 같은 단체는 각지의 노동자들을 이어주기 위해 활동하고 있고,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GWU Montréal의 목소리는 한국 게임 업계에도 중요한 울림을 준다. 캐나다와 한국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게임 노동자들이 직면한 본질적 문제는 다르지 않다. 고용 불안, 크런치, 괴롭힘, 임금 인상과 공정한 보상,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배제. 이 문제들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다. 더 나은 게임 산업을 향한 길은 노동자들의 연대에서 시작된다. GWU Montréal의 활동가들이 그랬듯, 넥슨코리아와 네오플의 조합원들이 그랬듯, 변화는 누군가 대신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같은 문제를 겪는 동료들과 대화하고, 작은 모임을 만들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것. 그 작은 실천들이 모여 산업 전체를 바꾸는 힘이 된다. 몬트리올 거리의 포스터가 그랬듯, 변화의 시작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이선 사회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합니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결국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게임에 대한 트랜스페미닌 커뮤니티의 문화 코드화

    트랜스페미닌 (transfeminine)은 논바이너리부터 트랜스여성까지, 트랜스젠더 중에 상대적으로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젠더 표현을 지향하는 모든 이들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논바이너리 중에 스스로를 여성 젠더에 더 가깝다고 느끼는 이들 (she/they)이 여기 속하고 트랜스여성 (she/her)이 가장 확실하게 속하는 계열이다. 그리고 트랜스페미닌 커뮤니티라고 하면 다양한 SNS 및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를 기반으로 산발적으로 발생한 정체성 기반 네트워크를 이른다. < Back 21 GG Vol. 24.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eong-Yi Writes with an interest in the interrelations among violence, suffering, and division. Produced works including Mapping the Affective, Pouring Water into a Poisoned Bottomless Jar, and Monthly Paper, and served as dramaturg for the plays Opera Charlotronique and The Man Who Became a Pillow. Author of Hormone Journal and Game Chorus, and co-author of A Mad, Love Song.

  • Apollo Justice: Ace Attorney Trilogy: Courtroom Mystery and the Shadow of Internalized Orientalism

    “Objection!” When I think of Ace Attorney, this line is the first that comes to mind. I started playing the series in 2009, and even now—15 years later—I still find it immensely enjoyable. Whenever the main character, a defense attorney shouts “Objection!”, it still gets my heart racing. Back in 2009, there was no official Korean release, so I purchased and played the English version on my mobile phone. Later, after I got a smartphone and tablet, I bought the apps and played the Japanese version instead. It was not until 2019 that Ace Attorney was officially released in Korean, with a localized compilation of the first three titles. < Back Apollo Justice: Ace Attorney Trilogy: Courtroom Mystery and the Shadow of Internalized Orientalism 29 GG Vol. 26. 4. 10. * This article contains major plot elements and spoilers from the Ace Attorney series. *You can see the original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b7bc306f-e358-448e-8828-c2d03bf6edad “Objection!” When I think of Ace Attorney , this line is the first that comes to mind. I started playing the series in 2009, and even now—15 years later—I still find it immensely enjoyable. Whenever the main character, a defense attorney shouts “Objection!”, it still gets my heart racing. Back in 2009, there was no official Korean release, so I purchased and played the English version on my mobile phone. Later, after I got a smartphone and tablet, I bought the apps and played the Japanese version instead. It was not until 2019 that Ace Attorney was officially released in Korean, with a localized compilation of the first three titles. So when I heard earlier this year that a compilation of parts 4, 5, and 6 would be released, I was thrilled with anticipation. I also found myself wondering how the experience of playing Ace Attorney as an adult might differ. Would hearing the lawyer say “No objections!” still make my heart race? * Main Title of Ace Attorney 4–6 The Ace Attorney series is a representative example of the courtroom mystery genre. An article titled “Ace Attorney from a Lawyer’s Perspective” was also featured in Volume 2 of Game Generation . Since the release of its first installment in Japan in 2001, the series has produced a total of eleven titles to date, including spin-offs. Ace Attorney has become both a nostalgic game for fans around the world and a franchise that continually inspires anticipation for its next installment. The series is a text-based adventure game in which the protagonist, a lawyer, must prove the innocence of their client in criminal trials. The gameplay is largely divided into two parts: the investigation part, where evidence and information are gathered for trial, and the trial part, where the attorney negotiates with the defendant, witnesses, and prosecutors. As a first-person visual novel, Ace Attorney has the player take on the role of a defense attorney who effectively acts as a detective, following the progression of each case and uncovering the true culprit. Activities such as interviews and evidence collection take place during the investigation phase, while in the trial phase, the attorney not only defends the client but also, in the course of the trial, plays a decisive role in exposing—and effectively prosecuting—the true culprit. In this process, a mysterious figure appears as an assistant who supports the protagonist’s legal work: the “spirit medium.” Spirit channeling serves as a crucial narrative device that transforms Ace Attorney into a full-fledged courtroom mystery drama. Mystery narratives can generally be divided into two types: “suspense” and “classic (honkaku) mystery.” There is a clear distinction between the two. If suspense is driven by the appeal of a riddle that draws the reader in, then classic mystery places its emphasis on the logical resolution of that riddle. This distinction was articulated by Shu Takumi, the creator of Ace Attorney 1, 2, 3, and 4, during his presentation on the series at the “GAME CREATORS CONFERENCE ’18 (GCC ’18)” held in Osaka in 2018. Describing Ace Attorney as a “classic mystery,” he remarked that “in classic mystery, as long as there are agreed-upon rules and premises between the author and the reader, any element can be employed logically.” One such element is the occult motif of “spirit channeling,” introduced in the early entries of the Ace Attorney series. Among the characters are spirit mediums who can summon the souls of the deceased into the courtroom to testify, while the protagonist, Phoenix Wright, at times seeks guidance from these channeled spirits. In this game, the device of “spirit channeling” functions both as a clue and as an assistant, ultimately contributing to the completion of its mystery narrative. Ace Attorney is a game that closely resembles a mystery narrative with a linear and singular storyline. The presence of spirit mediums in the game can be understood as a device introduced to overcome the “repetition” and “convention” that tend to accumulate in the detective mystery genre as a series continues within such a linear narrative structure. Comparing Ace Attorney to the mystery genre in literature, Yoo (2017) argues that the game, as a medium, transforms narrative into an object of play, creating an experiential space in which readers (players) can become more deeply immersed in the story. Through the game’s narrative and distinctive elements such as “spirit channeling,” the courtroom trials themselves become a form of experience and play. In this way, Ace Attorney is not merely a game about proving a defendant’s innocence in court. Rather, it becomes a kind of mystery-solving game, in which the protagonist, a defense attorney, takes on the role of an investigator by gathering evidence and information, even receiving new clues and guidance from spirit mediums-mysterious figures-and ultimately uncovering the truth of each case while proving the innocence of the wrongly accused. Following the early installments, which were widely well received, the later series— Ace Attorney 4–6—were released in succession while maintaining the same framework of narrative progression. After the departure of the original creator, Shu Takumi, the later titles directed by Takeshi Yamazaki introduced new gameplay systems that, like spirit channeling, function as both “clues” and “assistance.” As devices designed to break the monotony of a repetitive structure, examples include protagonist Apollo Justice’s “Perceive” ability and Athena Cykes’s “Mood Matrix.” These systems are used to prompt defendants or witnesses to provide new testimony. “Perceive” identifies a person’s habits, detecting when they become tense during certain statements and what they may be trying to conceal. The “Mood Matrix,” on the other hand, uncovers contradictions between a person’s testimony and their emotions, drawing out new clues in the process. * “Perceive” in Ace Attorney 4 / “Mood Matrix” in Ace Attorney 5 First introduced in Ace Attorney 6 , the “Divination Séance” is a spiritual ability that recreates and displays the sensory experiences of the deceased during the final moments before death. Unlike earlier devices, which functioned merely as “clues” or forms of “assistance,” this occult element is accepted in court as decisive evidence. This is made possible by the fact that the setting of Ace Attorney 6 is not Japan, as in the previous installments (1–5), but a fictional country known as the Kingdom of Khura’in. The Kingdom of Khura’in is a theocratic state in which only those capable of spirit channeling can become monarch, and where the souls of the dead (=anima) constitute the central object of belief. As a result, the role of spirit mediums differs significantly from that in earlier titles, and the “Divination Séance” occupies a much more central position within courtroom proceedings. Indeed, this device functions as such decisive evidence that it can, on its own, easily lead to a guilty verdict for the defendant. By setting the game in a fictional country rather than a real-world nation like Japan—thereby avoiding the need for strict logical consistency— Ace Attorney 6 introduces a new system infused with occult elements. This both increases the game’s level of difficulty and provides a distinct kind of mystery-driven enjoyment. * The “Divination Séance” in Ace Attorney 6 Why, then, was the setting of Ace Attorney 6 suddenly shifted from Japan to the Kingdom of Khura’in? As Shu Takumi suggested, it was likely to establish a stage in which the new gameplay system devised for mystery—namely, the “Divination Séance”—could be employed logically through the “rules and premises agreed upon between the author and the reader.” In addition to the “Divination Séance,” there is another key setting in Ace Attorney 6 that serves the mystery. In the Kingdom of Khura’in, there exists a law known as the “Defense Culpability Act,” according to which, if a defendant is found guilty, the defense attorney who represented them is subjected to the same punishment. From the perspective of game systems, this can be seen as an element of “game realism” (Azuma, 2012), wherein if the protagonist fails in their defense, they are executed, resulting in a game over. In this sense, the “Defense Culpability Act” functions as a form of penalty that both heightens the player’s immersion and injects tension into what might otherwise become a prolonged narrative. Herein lies the most significant difference—and the most intriguing aspect—between the earlier installments and Ace Attorney 6 . In Ace Attorney 6 , the princess of the Kingdom of Khura’in asserts that the “Divination Séance” alone constitutes truth, and that all defense attorneys who represent criminals are inherently evil. It is none other than a Japanese defense attorney—the protagonist—who ultimately brings enlightenment to this young princess. Moreover, in Khura’in, where defense attorneys have all been executed or have disappeared due to the Defense Culpability Act, it is again a Japanese lawyer who secures the first not-guilty verdict in 23 years. Although there exists a resistance group within Khura’in composed of former lawyers, they prove powerless before the authoritarian regime; in the end, it is the Japanese protagonist who becomes the catalyst for revolution. Unlike the earlier entries, these narrative elements depict Japan (or the Japanese protagonist) as occupying a position of superiority—awakening and guiding another nation. While this differs from conventional forms of Orientalism, it nevertheless seems to reproduce another variant of it. To be sure, the protagonist’s perspective remains empathetic and does not overtly demean other cultures. Yet, with the shift in setting from real-world Japan to the fictional Kingdom of Khura’in, the position of Japan—or the Japanese protagonist—comes to resemble that of Western observers who once gazed upon the “Orient.” The depiction of the Kingdom of Khura’in also appears to reflect an Orientalist gaze through which the West has historically viewed the East. Elements such as the dot on the forehead resembling the Hindu bindi, costume designs, architectural styles in the background, and a language system similar to Sanskrit all suggest that the setting of Khura’in draws heavily from Hindu and Buddhist cultural spheres. In particular, the dragon depicted on the resistance group’s flag bears a striking resemblance to that of Bhutan’s national flag. Indeed, players of Ace Attorney 6 have speculated that the portrayal of Khura’in seems to be influenced by cultures from Himalayan regions such as Bhutan or Tibet. Composed of a hybrid of vaguely defined “Eastern” images, the Kingdom of Khura’in ultimately appears not as a fully realized fictional nation, but as a strange and identity-less construct that serves as the game’s setting. Such a portrayal of Khura’in raises critical concerns about how even within the broader “Eastern” sphere, other Asian cultures can be viewed through an internalized, Western-centric Orientalist lens. Of course, for many players who enjoy Ace Attorney for its gameplay, these concerns may be easily overlooked. However, if this fictional Eastern nation is indeed a reproduction shaped by internalized Western Orientalism, then it remains open to critique and concern—regardless of whether such representation was intentional on the part of the creators. Given the global popularity of Ace Attorney , there is also the risk that it may contribute to the spread of misconceptions and stereotypes about the East. * Screenshots related to the “Kingdom of Khura’in” in Ace Attorney 6 In Orientalism, Said argues that Western biases toward the East have, through numerous texts and institutional authorities, come to acquire the status of objectivity and universality (Said, 1991). Such perceptions do not operate solely within the West’s view of the East, but can also influence how Eastern societies perceive one another. This points to what may be called internalized Orientalism—a mode of consciousness and discourse in which the East differentiates itself internally in oppositional terms. One manifestation of this is Japanese Orientalism, which can be understood as a product of identification and objectification in which Japan, rather than identifying itself as part of Asia, reinforces a self-conscious distinction from other Asian countries through an externalizing gaze (Kang, 1997; Yoon et al., 2006). Having absorbed Western perspectives on Asia and the legacy of Western imperialism, Japan has come to adopt a form of Orientalist viewpoint toward Asia (Chae, 2009). In this context, the appearance of a religious and mystical fictional Eastern nation in a Japanese-produced game—depicted in a quasi-Third World manner, and constructed through a hybridization of diverse Asian cultural elements—produces an unavoidable sense of subtle dissonance. The selective appropriation and recombination of exotic and mystical imagery further reinforces this effect. As a result, Ace Attorney 6 is not entirely free from criticism regarding its reproduction of Orientalist biases and stereotypes. The United States federal government, along with many state governments and institutions, has already begun to avoid the use of the term “Oriental” in official documents. This is because the term has long been criticized for carrying discriminatory connotations that can demean or stereotype Asians. It implies a perspective that reduces Asians to a single homogeneous group and objectifies them as exotic and mysterious others viewed from a Western standpoint. Accordingly, since 2016, the term “Oriental” has been increasingly replaced with “Asian” in U.S. federal statutes and official documents. However, refraining from the use of a particular word does not in itself eliminate Orientalism. Terms such as “Oriental style” continue to be used in everyday contexts, including in the arts, and Orientalist stereotypes remain subtly embedded throughout daily life. Jin (2014), in discussing internalized Orientalism in the East, argues that such frameworks lead Eastern subjects themselves to perceive and imagine themselves within these confines, thereby making it difficult to conceive of an “East” that exists beyond Orientalism. Park (2022), in his discussion of the intersection between Korean mystery and occult genres, notes that shamanistic elements can also contribute to the development of the occult genre through the framework of mystery. He argues that such elements can be renewed in more distinctive ways through interaction with the social environment, local specificity, and the historical conditions of culture that form the backdrop of a genre. If, in Ace Attorney 6 , a system similar to the “Divination Séance” had been implemented—much like in earlier installments—through a Japanese setting and a Japanese spirit medium character, it might have been received not as another form of Orientalism, but rather as a successful expression of supernatural phenomena, shamanistic practice, or local cultural specificity. Mystery games incorporating supernatural or fantastical elements have continued to emerge even after Ace Attorney . Examples include the Danganronpa series, which features class trials within a death game setting; The Stepper Case , a Korean-developed psychic detective adventure game; and Raging Loop , which revolves around a time-loop narrative. These elements can be understood as devices that expand the imaginative scope of the mystery genre—that is, they enable greater narrative ingenuity. The elements of the Kingdom of Khura’in presented in Ace Attorney 6 likewise clearly function as such devices for the “expansion of imagination.” At the same time, however, they carry the risk of being read as manifestations of Japan’s internalized Orientalism. As a game series continues, it becomes increasingly difficult to expand its boundaries and push beyond its limits. Just as a game series ages, so too do its players. The gameplay elements, the expansion of imagination, the underlying ideas, and even the forms of enjoyment must all grow and evolve in accordance with their time. It would be a great shame to bring to an end the courtroom stories of Phoenix Wright, Apollo Justice, and Athena Cykes as they are. As someone who has cherished this series for a long time and hopes it will continue into the future, I found it challenging to engage in a cultural critique of the game. Nevertheless, I hope that as Ace Attorney progresses, it will “turn the tables” on criticisms of repetitive structures and predictable narratives by offering new and inventive courtroom mysteries. To the next turnaround—"No Objection!!!" References Kang. Sang-jung. (1997). Beyond Orientalism. Isan. Kang, Shin-kyu, (2021). 서브컬처 비평 [Subculture Criticism]. Communication Books. Park, In-seong. (2022).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한국적 장르 서사와 미스터리 ① -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친연성과 교차성 [What Is Mystery? Korean Genre Narratives and Mystery (1): The Affinity and Intersection of the Occult and Mystery.] Gye-gan Misteri, Vol. 75, 270–284. Azuma, Hiroki東浩紀. (2012).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The birth of Game-like Realism] (I-Ji, Jang, Trans.). Hyunsilmunhwa. Yoo, Sung-hwan. (2017). “Clashes between Games and Narratives and Efforts to Overcome Them: Experimental Attempts to Self-renew the Game Narrative”. Story & Image Telling, Vol. 14. pp.317-363. Yoon Ji-kwan, Chung Chung-ho, Tae Hea-sook, Sol June-kyu, Sung Eunai, Kim Seong-kon, Lee Kyung-won, Koh Boo-eung, Rhee Suk-koo, Kim Sang-yule, and Oh Gilyoung. (2006). 에드워드 사이드 다시 읽기: 오리엔탈리즘을 넘어 화해와 공존으로 [Re-reading Edward Said: Beyond Orientalism toward Reconciliation and Coexistence]. Chaekse-sang. Jin, Tae-won. (2014). 오리엔탈리즘과 다른 동양은 존재하는가 [Is There an East Beyond Orientalism?] Hankyoreh, Books & Thought. URL: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668719.html Chae, Yu-gyung. (2009). 조선을 향한 일본의 오리엔탈리즘 - 일본근대 미술 속의 조선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Japanese Orientalism toward Joseon: Focusing on the Image of Joseon in Modern Japanese Art].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저자 및 역자 프로필] <저자> Mimong Lee (Media Content Researcher) I’ve been playing Nintendo games since I was a child. A few months ago, I purchased a Steam Deck on an installment plan and have been enjoying it extensively. I studied Business Administration at Kyung Hee University and Cultural Mediation at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I am currently a Ph.D. candidate at the Graduate School of Core Ethics and Frontier Sciences at Ritsumeikan University in Japan. My research focuses on digital media content and culture, including games and webtoons.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닌텐도 게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몇 개월 전 스팀덱을 할부로 구매하여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선 문화매개를 전공했고, 현재는 일본의 리츠메이칸 대학교 첨단종합학술연구과 박사과정에 재학중 입니다. 게임과 웹툰 등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와 문화를 연구합니다. <역자> Jisu Kim (Researcher in Cultural Studies) I am interested in a variety of topics concerning culture, knowledge, space, and learning environment. The history of games and the life of gamers are also something that fascinates me.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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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리뷰] 피, 땀, 리셋 - 리셋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 세계에서 비디오 게임을 개발하며 살아간다는 것

    비디오 게임 제작은 어렵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규모의 수많은 게임들이 기획되고, 제작되지만 실제 완성되는 것은 극히 미미한 수에 불과하다. 게임이 제작 도중 엎어지는 이유는 수 없이 많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 제작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고, 근사한 아이디어를 구현해 봤더니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와서 더 이상 개선을 할 수 없어 개발 중단을 선언하게 되는 경우도 매우 많다. 20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경험과 주변의 사례를 지켜본 바를 바탕으로 감히 멋대로 주장하건데, 개발을 시작한 비디오 게임이 단지 완성되어 세상에 공개되는 비율만 따져도 아마도 고작 10% 미만에 불과할 것이다. < Back 08 GG Vol. 22.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yunho Lim A game developer who makes games while chasing the adventure-tales of the heroes of game development past. Has worn many titles over a very long stretch—CEO, designer, indie game developer, project manager—but at heart an ordinary soul who hopes simply to be called a gamer and a game developer.

  • 게임 역사 초창기의 기록들: 닌텐도 뮤지엄 방문기

    2024년 10월 2일, 닌텐도 뮤지엄(Nintendo Museum)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프로젝트 발표 이후 3년만의 소식이었다. 닌텐도의 역사와 유산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이 박물관은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자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박물관은 1969년에 세워진 우지 오구라 공장(Uji Ogura Plant)을 개조한 것인데, 이 공장은 닌텐도가 일본 전통 카드 게임인 화투와 서양식 트럼프 카드를 제작하던 시절부터 비디오 게임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까지 함께한 역사적인 공간이다. 닌텐도의 변천사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다시금 과거와 현재를 모아놓은 셈이다. < Back 게임 역사 초창기의 기록들: 닌텐도 뮤지엄 방문기 22 GG Vol. 25. 2. 10. 닌텐도 뮤지엄 개괄 2024년 10월 2일, 닌텐도 뮤지엄(Nintendo Museum)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프로젝트 발표 이후 3년만의 소식이었다. 닌텐도의 역사와 유산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이 박물관은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자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박물관은 1969년에 세워진 우지 오구라 공장(Uji Ogura Plant)을 개조한 것인데, 이 공장은 닌텐도가 일본 전통 카드 게임인 화투와 서양식 트럼프 카드를 제작하던 시절부터 비디오 게임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까지 함께한 역사적인 공간이다. 닌텐도의 변천사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다시금 과거와 현재를 모아놓은 셈이다. * (위) 우지 오구라 공장과 (아래) 닌텐도 뮤지엄의 모습 비교 미야모토 시게루에 따르면 닌텐도 뮤지엄은 그동안 닌텐도가 모아놓은 것들을 보존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 안팎의 사람들과 닌텐도에 대하여 소통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1889년 화투 상점으로 시작한 닌텐도가 오늘날 비디오 게임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까지의 역사를 정리하여, ‘닌텐도’가 무엇이고 어떠한 방향성을 추구해왔는지, 또 어떠한 모습을 향해 갈지를 보여주는 것이 곧 박물관 설립의 의미일 테다. 입장 방법 닌텐도 뮤지엄에 가는 길은 마냥 쉽지만은 않다. 박물관은 사전 예약제(추첨제)로 운영되며, 입장을 원하는 사람들은 방문 희망일 3개월 전에 공식 홈페이지( https://museum-tickets.nintendo.com/en)에서 추첨을 넣거나, 취소표를 구매해야 한다. 모든 절차에는 무료로 생성할 수 있는 닌텐도 계정이 필요하다. 입장에 필요한 사전 정보는 다음과 같다. 입장료: 성인 3,300엔, 고등학생/중학생 2,200엔, 초등학생 1,100엔, 미취학 아동 무료 운영 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휴관일: 매주 화요일, 연말연시 주소: 교토부 우지시 오구라초 카구라다 56번지 교통: ● ・긴테츠 교토선 "오구라역" 동쪽 출구에서 도보 5분 ● ・JR 나라선 "JR 오구라역" 북쪽 출구에서 도보 8분 ● ・JR 나라선 "우지역" 북쪽 출구에서 도보 22분 관람객들은 방문 희망일 기준 세 달 이전에 응모를 진행해야 한다. 만약 2025년 4월에 방문을 원한다면 2025년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응모를 넣어야 하며, 2025년 2월부터는 5월 분에 응모 가능하다. 각 날짜에는 10시부터 16시까지 총 13개 타임이 열리고, 관람 희망자들은 최대 3개까지 원하는 날짜/시간을 선택하여 신청할 수 있다. 응모에 대한 추첨 결과는 다음 달 1일 오후에 발표된다. 필자의 경우 18시 30분 경 닌텐도 뮤지엄 측으로부터 당첨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당선 및 당락 결과는 개별적으로 발송된 메일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으며, 이는 또한 닌텐도 뮤지엄 홈페이지에서도 가능하다. 당첨되었을 경우 홈페이지를 통하여 결제를 완료해야 티켓을 확정지을 수 있다. 결제를 완료하고 약간의 절차를 따르면 다음과 같은 QR코드를 얻을 수 있다. 해당 코드는 박물관 입장시 필요하며, 이후 관람객들은 표를 실물 카드로 교환하게 된다. 카드에는 8비트 그래픽 마리오 이미지 또는 본인의 Mii를 넣을 수 있다. 모두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진행 가능하다. * 닌텐도 뮤지엄 QR코드 및 실물 카드 박물관 구성 박물관은 크게 세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큰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뮤지엄, 그 옆의 기념품점, 마지막으로 체험과 간단한 요깃 거리를 할 수 있는 카페 및 워크숍 구역이다. 지도상 나누어져 있지만, 뮤지엄과 기념품점 구역은 바로 옆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쉽게 오갈 수 있다. 뮤지엄과 기념품점 중앙에 표시되어 있는 것이 본관의 중앙 입구이다. * 닌텐도 뮤지엄 조감도 건물의 중앙 입구에 들어가면, 관람객들은 우측에서 안내 데스크를 마주할 수 있다. 여기에서 워크숍 예약을 진행할 수 있는데, 모두 한정된 인원을 시간 단위로 받는다. 신청할 수 있는 워크숍으로는 (1) 만들기 (2) 플레이 두 가지가 있다. 모두는 닌텐도 뮤지엄의 상징인 ‘화투’와 관련된 것으로, 화투 세트를 만들어 보거나 주어진 판에서 화투를 플레이해볼 수 있다. 만들기는 2,000엔(한화로 약 20,000원)으로 약 1시간이 소요되며, 플레이는 500엔(한화로 약 5,000원)으로 약 30분이 소요된다. 플레이의 경우 이미지 인식 및 프로젝션 기술이 사용되어 초보자 역시 쉽게 화투를 접할 수 있다. * 닌텐도 뮤지엄 내부 투시도 뮤지엄 동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2층의 전시 구역과 1층의 체험 구역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관람객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는데, 그곳에 대부분의 전시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후 다른 통로를 통해 아래로 내려가면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체험 구역이 나타난다. 전시 구성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시’라 부를 법한 것들은 대부분 2층의 전시 구역에서 볼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리면 전시 공간의 중앙부로 나오게 된다. * 닌텐도 뮤지엄의 전시 구역. 표시된 구역은 관람 시작 부분이다. 중앙부를 중심으로 10개의 곡면 전시장이 설치되어 있으며, 각 장은 한 가지 종류의 콘솔을 다루고 있다. 자세히 다루고 있는 콘솔로는 패밀리컴퓨터/NES, 슈퍼패미컴/SNES, 닌텐도64, 게임보이, 게임보이 어드밴스, 게임큐브, 닌텐도 Wii, 닌텐도 DS, 닌텐도 2DS/3DS, 닌텐도 스위치가 있으며, 그 외에도 별도의 공간을 통해 기기별/주제별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 게임앤워치를 위한 공간 역시 작게 만들어져 있다. * 닌텐도 뮤지엄 건축 모형. 간단하게나마 내부 공간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콘솔을 다루는 각 전시장은 동일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모두는 하드웨어를 배치해놓은 직사각형의 전시장을 거대한 곡면의 전시장이 감싸는 형태이다. 곡면의 전시장 위쪽에는 콘솔에 걸맞는 대형 컨트롤러가 있다. 내부에는 지역별 콘솔 판매 비율, 게임 플레이 영상, 소프트웨어 패키지, 주변기기가 전시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바뀌는 패키지의 변화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전시장 전면부 전시장의 후면부에는 앞서 이야기되지 못한 각 콘솔의 특징과 의미가 전시되어 있다. 여기에는 광고 영상이나 특징적인 기기, 주변기기, 타이틀이 의미 단위로 배치되어 있다. 각각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하여 매뉴얼, 인포그래픽, 패키지가 다양하게 등장하며, 그에 따라 동일한 규격의 전면부와는 달리 보다 자유로운 구성을 보인다. 후면부에는 세 가지의 동일한 표지가 등장한다. 첫째는 금색 원 테두리로 해당 콘솔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시리즈를 의미하고(ex: 젤다의 전설 - 패밀리컴퓨터 디스크시스템), 둘째는 은색 원 테두리로 해당 콘솔에서 나타난 의미 있는 변화/도전을 나타내며(ex: 게임큐브 - 게임보이 어드밴스와 연결), 마지막으로 금색 별 모양의 테두리는 해당 콘솔에서 이루어진 세계 최초의 시도를 뜻한다(ex: 닌텐도64 - 컨트롤 스틱). * 전시장 후면부 이 외에도 전시 구역에는 각종 프로토타입 등 다양한 볼거리가 남아 있다. 특히 닌텐도의 시도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가 테마별로 잘 정리되어 있는데, 화투 회사로부터 닌텐도가 확장되어가는 과정, ‘3D’나 ‘운동’이 닌텐도에서 어떻게 다루어져왔는지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시리즈별로도 전시 되어있어 각 시리즈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 이를테면 ‘마리오’ 시리즈엔 어떤 게임들이나 캐릭터들이 있는지 - 살펴볼 수 있다. 2층 전시구역의 관람을 마치고 내려가면 체험구역에 들어갈 수 있다. 체험구역의 중앙부는 전시 공간이기도 한데, 여기서 관람객들은 ‘컨트롤러의 비교’, ‘라이트닝건’, ‘아이디어의 연속성’ 등의 테마 전시를 볼 수 있다. 각종 카드 게임 팩들 역시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관람객들은 총 8가지 종류의 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다. 모든 관람객들에게는 체험에 쓸 수 있는 10개의 코인이 티켓을 통해 지급된다. 관람객들은 이 코인을 사용하여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각각의 체험 마다 드는 코인의 개수가 다르니 체험 동선을 잘 짜는 것이 필수적이다. 체험 전시 목록과 소모 코인은 아래의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체험형 전시 목록 필자의 경우 총 5개(Zapper & Scope SP, Ultra Hand SP, Love Tester SP, Nintendo Classics, Big Controller)를 체험했다. 기대 이상이었던 것은 러브 테스터(Love Tester SP)였다. 1969년 출시된 휴대용 콘솔을 크게 만들어놓은 이 체험형 전시는 러브 테스터가 무엇인지를 간단하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체험이 마무리되면 스크린쪽에서 사진이 자동으로 촬영된다. 이는 닌텐도 뮤지엄 개인 페이지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 닌텐도 뮤지엄 개인 페이지. 체험한 활동의 결과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1층의 체험구역까지 관람을 마치면 퇴장 구역을 통해 전시 동을 나가게 된다. 관람객들은 긴 통로를 따라 걷게 되는데, 벽면에는 그동안 출시된 닌텐도의 제품들이 역순으로 전시되어 있다. 즉, 닌텐도 스위치로부터 시작하여 화투로 끝이 난다. 통로 끝에는 닌텐도 뮤지엄에서 제일 오래된 화투 수납함(Nintendo Storage Shelf for Hanafuda Label)이 배치되어 있다. 전시 총평 닌텐도 뮤지엄의 전시는 관람자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일반적인 박물관들이 서문이나 설명을 통하여 의미를 전달한다면, 닌텐도 뮤지엄에서는 줄글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각 구역에는 간단한 키워드 정도만 쓰여져 있었으며, 전시품과 기호들 만이 배치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정해진 관람 동선이 없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전시 공간은 한두 개의 동선을 바탕으로 설계되지만, 닌텐도 뮤지엄의 전시 공간은 중앙에서 출발해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그 결과, 보다 자유로운 방식의 관람이 가능했는데, 관람 당시도 사람들이 관심사에 따라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렇게 관람객이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고, 행동하게 하는 전시 방식은 정말 닌텐도스럽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보는 제공하되 독해 방식을 특정하지 않음으로써, 자유롭게 생각하고 탐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닌텐도가 그동안 추구해온 방향성과도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전시 방식에서부터 닌텐도스러움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앞서 미야모토 시게루가 이야기한 목표 역시 상당수 달성된 것이 아닐까 싶다. 게임 아카이빙과 닌텐도 뮤지엄 닌텐도 뮤지엄은 ‘닌텐도’에 대한 박물관으로, 게임 자체에 대한 박물관이라 보긴 어렵다. 닌텐도 뮤지엄이 전시하는 것은 닌텐도의 족적이고,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닌텐도의 가치와 철학이다. 그러나 닌텐도라는 기업이 게임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게임에 대한 전시를 논하는 데에 있어 닌텐도 뮤지엄은 좋은 사례가 되어준다. 그렇다면 게임을 전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게임 아카이빙’이 어떤 것인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게임 아카이빙이란 게임과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 보존, 분류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이는 게임을 단순히 보관하는 것을 넘어, 게임이 가진 문화적, 역사적, 학문적 가치를 보존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자료를 관리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게임기나 게임팩을 모으는 것만이 게임 아카이빙이 아니며, 게임을 모으고 전시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방식이나 내용이 게임의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적절한 아카이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아카이빙의 핵심은 보존과 선별인데, 역사적 가치와 연구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원형에 가깝게 자료를 보존해야 하며, 결코 모든 자료를 모을 수 없기에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적절히 수집해야 한다. 비디오 게임의 경우 보존 작업이 특히 문제가 된다. 게임이나 게임기의 물리적인 외형 뿐만 아니라 장치의 작동 기능, 소프트웨어 역시 보존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형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온전히 유지해야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특정 하드웨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복잡한 기술적 문제가 수반되기도 한다. 더불어, 비디오 게임의 물질적 특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게임을 보존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물성이 없는 대상을 어떻게 수집하고 보존할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에 착안하여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기술이나 에뮬레이터(Emulator) 등이 사용되고 있으나, 이들 역시 게임의 원형이나 사용자 경험을 온전히 보존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수집을 넘어 전시를 진행하는 데 있어 사인은 더욱 복잡해진다. 게임은 ‘플레이’를 핵심으로 삼는 상호작용 매체이기 때문에, 단순히 누군가의 플레이 화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게임을 ‘전시’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행위성을 전시하는 것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관람객이 전시품을 만지고 체험하게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상의 원본성을 훼손할 수 있으며, 대개 한 번에 한두 명만 수용 가능한 비디오 게임의 특성상 플레이의 전 과정에 관람객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하여 닌텐도 뮤지엄에서 제시한 해답은 게임의 플레이를 나머지 것들과 분리시켜 전시하는 것이었다. 닌텐도 뮤지엄의 전시는 크게 전시와 체험이라는 두 가지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먼저 2층에는 게임기, 게임팩, 광고물, 매뉴얼 등이 의미 단위로 전시되어 있었고, 1층에는 게임과 게임기의 기능 및 특징을 강조한 체험 거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플레이에 관한 부분은 원본을 그대로 보이기보다는 게임과 게임기의 기능 및 특징을 강조한 형태의 체험장을 새롭게 구성하였는데, 이를 통하여 관람객들이 게임 또는 게임기기가 어떠한 행위성을 지니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전시 방식은 원본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하면서도 관람객들에게 플레이 경험을 전달하는 데 유용하고, 또 원본을 잘 보존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다만 닌텐도 뮤지엄의 방식에 역시 한계는 존재한다. 닌텐도 뮤지엄의 체험관은 원본의 플레이 경험을 그대로 제공해주기 어려우며, 더욱이 플레이 타임이 긴 경우나 MMO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개입하는 플레이 경험은 충분히 전달하기 힘들다. 따라서, 게임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전시 방식과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게임 아카이빙과 게임을 다루는 전시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참고자료 강승진 (2024, 9, 25). [인터뷰] 닌텐도의 살아있는 역사, '미야모토 시게루'를 만나다. <인벤>. URL: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99543 (2025, 1, 3 열람) 닌텐도 뮤지엄 공식 홈페이지 ( https://museum.nintendo.com/en/index.html ) Nintendo Museum Direct ( https://youtu.be/JApUMBscKOc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이연우 함께하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게임의 관계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게임으로 다함께 즐거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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