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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찍과 당근의 자강두천,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유도하고 또 감정선을 조절하는데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때론 위협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면서, 무작정 사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범위 안에 플레이어의 경험을 위치시키기 위해 수많은 요소가 무대 뒤에서 암약한다. 마치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에서 미스터리 단체의 직원들이 주인공 일행에게 하나씩 위협을 던져주며 가지고 놀듯이 말이다. 만약 이런 시선으로 공포 게임을 본다면, 이제는 한 번쯤 그 의도와 예상을 부숴주겠다는 불순한 생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Back 채찍과 당근의 자강두천,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 10 GG Vol. 23. 2. 10. 밸브의 게임 ‘포탈 2’ 에는 특이하게도 코멘터리 모드가 있다. 이는 일종의 영화 DVD 에 들어있는 코멘터리 특전처럼, 개발자들이 어떻게 게임을 만들고 고쳐나갔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이 이 게임을 만든 과정은 마치 소설을 짓는 것과 같은 작성과 무수한 퇴고의 연속이다. ‘포탈 2’ 는 퍼즐을 중심으로 한 게임이고, 이들의 고민은 그렇다. 이 퍼즐을 어떻게 풀도록 설계했는가? 그 설계가 어떻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나? 보완하기 위해 어떤 변화를 주었나? 플레이어가 이 설계를 어떻게 이해하도록 할 것인가?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유도한 플레이에서 벗어나는가? 그 벗어난 플레이가 허용 가능한가, 아니면 게임의 핵심을 해치고 있는가? 이러한 수많은 고민이 뭉쳐 어떻게 최종 버전의 게임이 완성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 ‘포탈 2’ 코멘터리 모드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는 예시가 하나 있다. 이 퍼즐의 최초 버전은 플레이어의 시작 위치와 출구가 바로 보이는 탁 트인 형태였다. 그러나 그렇게 되자 플레이어들은 퍼즐을 정상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출구 근처로 바로 포탈을 만들어 퍼즐을 ‘무시’ 했다. 그러자 개발자들은 시작 위치와 출구 사이에 큰 벽을 설치했다. 그러자 이제는 플레이어들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퍼즐을 제대로 풀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벽을 반쯤 투명한 유리벽으로 바꾸어 출구가 보이면서도 동시에 플레이어가 통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자 비로소 플레이어들은 퍼즐을 제대로 풀면서 기획자의 의도대로 게임을 플레이해 나갔다. 이 과정 자체가 바로 게임의 UX 디자인에 대한 매우 적절한 설명이다. ‘포탈 2’ 의 제작사 밸브는 ‘하프 라이프’ 시절부터 이처럼 잘 유도된 플레이어 경험을 짜는 능력이 뛰어난 회사였다. 이와 함께 밸브의 게임 중 또다른 작품은 새로운 방식으로 특정 장르적 UX에 접근한다. 공포 게임이자 4인 협동 게임, ‘레프트 4 데드’다. 그때까지 공포 게임은 놀이공원의 다크라이드와 유사한 방식이 주류였다. 즉 주어진 동선, 레일이 있고, 이 동선을 따라가면서 발동하는 트리거들로 적이 등장하거나, 이벤트가 발생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레프트 4 데드’ 는 이런 다소 고전적인, 배치된 오브젝트나 동선 설계처럼 게임 내에 이미 구성되어 변하지 않는 고정 요소를 넘어서서 실시간으로 플레이를 측정하고 이에 따라 플레이 환경을 바꾸는 ‘감독 AI 시스템’ 을 도입했다. 이는 이전부터 있었던 적응형 난이도 시스템의 변형이지만, 공포 게임에 적극적으로 사용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낳았다. * ‘레프트 4 데드’ 의 감독 AI는 당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감독 시스템의 요지는 이렇다. 플레이어의 스테이터스, 잔탄량, 위치 등 여러 모니터링 정보를 통해 플레이어의 현재 스트레스를 가늠한다. 그렇게 측정된 스트레스치를 기반으로 더 많은 적을 등장시킬지, 적을 줄일지, 또는 치료제를 제공할지, 다음 아이템 드롭에서 총알을 제공할지 등을 판단한다. 이 때문에 플레이어가 겪는 현재의 경험은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게 적절한 상승과 하강의 곡선을 타도록 조율된다. 이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감독 시스템 자체보다는, 이러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한 난이도 조정 툴이 필요할 만큼 공포 게임의 UX는 다른 게임에 비해 독특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여러 게임의 테마 중에서 공포 게임은 그 경험을 설계하기에 가장 어려운 편에 속한다. 이름 자체는 공포이지만, 결국 그 안에서 벌어지는 플레이란 플레이어가 공포를 최대한 회피하고, 또는 그 원인을 찾아내 공포를 해소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는 공포 게임이 다른 공포 콘텐츠(즉, 공포 영화 같은)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포 영화는 콘텐츠 수용자 입장에서 그저 관찰할 수 밖에 없는 일방적인 수용의 입장에 놓이게 되지만 공포 게임에서는 그 공포에 저항하고, 직접적으로 해소하는 역할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암네시아’ 시리즈로 대표되는, 공포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제거할 수 없고 피해다녀야 하는 게임들도 그처럼 플레이어의 회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훨씬 능동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래서 공포 게임에서의 경험 설계는 더 나아가 어떻게 ‘공포’ 가 총합으로서 긍정적인 체험이 될 수 하는가 하는 고민도 담겨있다. 공포는 그 자체로는 상당히 부정적인 감정이며 불쾌함을 유발하고, 우리가 공포 게임에서 느끼는 쾌락은 그 공포 이후에 이를 극복하고 다시 평정 상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좋은 공포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그 UX는 항상 시련과 극복의 연쇄가 될 수 밖에 없다. 공포 게임은 이러한 시련의 과정을 설계하는 방법, 그리고 공포라는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 등에서 많은 고민과 발전의 과정이 있어왔다. 여기에 더불어 사람은 어떤 감각 요인, 또는 자극에 적응하고 둔감해진다는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즉 공포, 또는 공포를 직접 느끼기 바로 전 단계의 긴장은 항상 적정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 적정 범위는 변동성이 있으며 심지어 순간적으로 큰 폭의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다른 게임들에 비해 감정이 관여하는 바가 큰 경험이기에 특히나 그런 면이 부각된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칼리스토 프로토콜’ 과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는 한명의 창조자에게서 출발한 공포 게임이지만 긴장감의 조절에서 서로 다른 방법론을 채택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은 굉장히 전통적인 방법의, 맵 곳곳에 수많은 트리거를 숨겨두는 방법과 적 AI 의 강화를 필두로 이 긴장감을 조율한다.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원작에 없던 감독 시스템을 고정된 트리거 들을 제외하면 매 플레이마다 다른 패턴으로 적이 등장한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개발자는 한 인터뷰에서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을 ‘호러 엔지니어링’ 이라고 칭했다. 이는 비단 전투 뿐만 아니라 게임 전체의 흐름을 조절하는 요소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은 각 전투의 거리를 좁히고 밀도를 높여, 정해진 레일을 뚫고 가면서 일정 구간을 통과하면 저장하고 다시 일정 구간을 뚫고 가는 일종의 갱신을 하는 느낌의 플레이 구성이다. 하지만 ‘데스 스페이스 리메이크’ 는 리메이크를 통해 오픈월드의 느낌을 가져왔고, 때문에 하나의 레일을 따라 트리거를 배치하는 식으로는 플레이어가 만들어내는 여러 변수에 대처할 수 없기에 감독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직접 레일 위의 난이도 조건을 조절하느냐, 또는 감독 시스템을 활용하느냐는 그 결과물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말그대로 방법론의 차이이다. 예컨대 게임의 맵을 디자인하는데 있어 미리 정해진 맵을 제공할 것인지, 특정 패턴에 기반한 절차적 생성 기법을 활용할 것인지 하는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중요한건 어떤 방법을 쓰느냐가 아닌 최종적으로 어떤 플레이어의 행동을 유도하고 의도했는지다. 아무리 감독 시스템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그 최종 상태에 대한 기준이 잘못되었다면 제대로 된 행동 패턴을 유도하기 어렵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감정선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들도 살펴볼 수 있는데, 첫번째로는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대리인, 즉 게임 내 아바타와 실제 플레이어와의 거리감 조절이다. 이를 위한 도구 중 하나가 공포 게임의 UX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이 구성 요소 중 하나인 UI 다. 두 게임의 공통 조상인 ‘데드 스페이스’ 를 포함해 이들 게임은 다이제틱 UI 를 사용한다. * 몰입감에 극도로 집중한 UI를 보여주는 ‘칼리스토 프로토콜’ 다이제틱 UI 와 논-다이제틱 UI 에 대한 가장 빠른 설명은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 로 가능하다. 이 게임에서는 하나의 게임으로 이 두가지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데, 트럭에 부착된 계기반으로 속도를 확인하면 다이제틱 UI, 그게 아니라 화면 구석에 고정된 네비게이션 창으로 속도를 확인하면 논-다이제틱 UI를 사용하는 것이다. 즉 논-다이제틱 UI 는 플레이어와 게임 속 세계 사이에 한겹의 필터가 있는 것과 같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과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는 이 부분을 제거하고 캐릭터의 등에 달린 장비로 HP를, 총기에 달린 부품으로 잔탄량을 표시하고 인벤토리, 아이템 정보 등도 게임 내 홀로그램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 이런 UI는 필수적인 부분 외의 정보량을 제한하며 현실감을 더 적게 저해하기에 소위 말하는 ‘몰입감’ 을 강조하게 된다. 어느 시점부터 다이제틱 UI 는 공포 게임의 기본 소양처럼 되었는데, 몰입 엔터테인먼트로서 공포 게임은 감정선을 플레이어가 자신이 조종하는 캐릭터가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차원(현실-게임 속)의 경계를 드러내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다이제틱 UI 를 위시한 여러 몰입 기믹을 사용하더라도 의도적으로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전투 음악 같은 음향효과가 그렇다. 이런 요소는 오히려 현실감을 위해서는 현장의 소리 외엔 없어야 하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런 음향효과들은 일종의 가이드로서 플레이어의 감정선과 고양감을 다가올 사건에 앞서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아무런 전조도 없이 뒤에서 튀어나온 적에게 바로 공격당해 죽는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전조없이 일방적으로 당한, 소위 ‘억까’ 라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적이 등장하기 직전, 또는 등장 후 공격받기 전 특정한 음향이나 또는 전투음악 같은게 흘러나온다면 플레이어는 위협을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곧 위협이 다가온다는 걸 심리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이는 철저히 비현실적이고 게임이기에 가능한, 일종의 초현실적 요소이지만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에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즉, 공포 게임은 일방적으로 플레이어를 겁주고 위협하는게 아니라 꽤나 정당하게 주고 받으며 플레이어와 놀아주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어떤 수를 써볼까?” “음… 일단 한 번 죽게 만들까요?”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유도하고 또 감정선을 조절하는데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때론 위협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면서, 무작정 사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범위 안에 플레이어의 경험을 위치시키기 위해 수많은 요소가 무대 뒤에서 암약한다. 마치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에서 미스터리 단체의 직원들이 주인공 일행에게 하나씩 위협을 던져주며 가지고 놀듯이 말이다. 만약 이런 시선으로 공포 게임을 본다면, 이제는 한 번쯤 그 의도와 예상을 부숴주겠다는 불순한 생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이명규 게임 기자(2014~), 글쓴이(2006~), 게이머(1996~)

  • Of green gaming and beyond

    Since 2020, customers buying a new iPhone no longer have a charger included in the box. According to Apple, this omission was aimed at reducing packaging waste as well as e-waste. The company explained that this move means it has to consume fewer raw materials for each iPhone sold, and it also allows for a smaller retail box, which means 70 percent more units can fit on a single shipping pallet, thereby reducing carbon emissions (Calma, 2020). < Back Of green gaming and beyond 22 GG Vol. 25. 2. 10. *이 글의 한글 번역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550034c6-61ca-49db-8587-7ac8cc27914a From physical to digital Since 2020, customers buying a new iPhone no longer have a charger included in the box. According to Apple, this omission was aimed at reducing packaging waste as well as e-waste. The company explained that this move means it has to consume fewer raw materials for each iPhone sold, and it also allows for a smaller retail box, which means 70 percent more units can fit on a single shipping pallet, thereby reducing carbon emissions (Calma, 2020). Whether this rationalization is authentic or not, the omission signifies a new era of pro-environmental electronic goods. Not only smartphone makers but also manufacturers of washing machines, refrigerators, and microwaves are finding ways to make their products more environmentally friendly or at least more energy efficient. How about one of the largest industries in the world in terms of revenue (US$187 billion worth in 2024), users (~3.32 billion active users), and time (a product can generate three billion hours of entertainment each month) (Ball, 2021; Konvoy Ventures, 2023; Sinclair, 2023; Technavio, 2025)? The relationship among the video game industry, the digital industries at large, and the environment is not entirely clear-cut. In the physical era of video games, one of the most infamous incidents is the “Atari video game burial,” which now has a dedicated Wikipedia page. In the 2014 book Game After: A Cultural Study of Video Game Afterlife , Raiford Guins detailed the events that occurred around the 1980s and conducted interviews with residents from the location of the landfill (Guins, 2014). Since that landfill legend, the concept of sustainability has circulated in the video game industry regarding how to use less plastic and create more eco-friendly packaging (Martin, 2020). Indeed, the physical appearance of video games in this era helps users understand the relationship between video games and the environment in a more tangible and salient way. However, as digital stores opened, the Internet became faster, and more gamers chose to download games rather than own a hard copy; the concept of being environmentally friendly in the video game industry has slowly shifted toward carbon footprints and energy consumption. Tracing the cleanliness of energy sources has not been easy. Currently, we know that something is not right, but figuring out precisely what is wrong and how severe it is requires a cumulative effort from all sides: gamers, publishers, designers, policymakers, researchers (Tapsell & Purchese, 2021). Practically, concerns have been raised. For instance, the in-depth report by Chris Tapsell and Robert Purchese in Eurogamer has provided a comprehensive overview of the issue and how we, as consumers, might strive for more responsible and sustainable gameplay (Tapsell & Purchese, 2021). Moreover, there are movements and initiatives that have been conducted, such as the Green Game Jam, which is a game-making event with the core theme focused on the environment. The term “green gaming” has also started to circulate in various outlets. Theoretically, what have researchers found about the problem of video games and the environment? And how are academics defining green gaming? Detour: A little bit about method In our latest preprint (the manuscript is under review), my colleagues and I conducted a systematic review of 50 documents, including journal articles, books and book chapters, conference proceedings, and dissertations, related to video games and environmental issues (Ho et al., 2024). We searched for documents using various keywords such as “green gaming” or “ecogames” in several scholarly databases, including Web of Science and Google Scholar, as well as other sources like journal recommender systems. The query returned more than 400 documents. We conducted several rounds of screening by reading titles, then abstracts, and finally full texts, ultimately identifying 50 relevant documents. Here is what we found. Main Contributors Traditional game studies, which are rooted in the discipline of media studies, have contributed significantly to our understanding of video games. The field views video games as a form of text, much like a work of literature or art, that can be theoretically and critically analyzed for deeper insights. Our word analysis of abstracts, titles, and categories suggested this dominance, as most papers are from game studies. Notable works include Playing Nature: Ecology in Video Games (2019) by Alenda Y. Chang and Digital Games After Climate Change (2022) by Benjamin J. Abraham (Abraham, 2022a; Chang, 2019). These books offer important theoretical foundations for understanding the relationship between video games and the environment, as well as the roles that developers, distributors, and customers play in making the video game industry more environmentally friendly. Further explorations can also be found in different chapters from the edited volume Ecogames: Playful Perspectives on the Climate Crisis (de Beke et al., 2024). Video games are not only seen as works of art; they are also tools and embodiments of technology. Thus, other fields have also sought to understand the effects of video games on humans (psychology), used video games for educational purposes (education or architecture), or directly contributed to the technology behind video games (computer science). Most papers from computer science discuss various techniques and methods that can potentially make games greener. Cloud gaming has been theoretically suggested as one of the best ways to play games in an environmentally friendly manner (Chuah et al., 2014). However, as we know from the failure of Stadia, the application of cloud gaming has not been successful. Some studies also suggest that cloud gaming merely offloads the energy burden to the data center, which needs to run 24/7 to support game operations (Aslan, 2020; Mills et al., 2019). Education: From video games to pro-environmental awareness The defining hardware of video games, the Graphics Processing Unit (GPU), has provided sufficient horsepower to simulate reality. Modern technology has recreated reality to the utmost perfection. Humans, ogres, and witches inhabit these lands with their daily routines that are incredibly lifelike. The weather also interacts with you and other non-player characters (NPCs) in a realistic manner: the cold makes you tremble, the rain makes you wet, and the thunder can strike your iron sword. Aside from the technological perspective, the increasing immersion of video games and photorealistic graphics suggests what my teacher hinted at in his studies: a potential for shaping reality and the public's perception. Thus, researchers, scientists, and educators have also recognized this feature. For instance, Jeffrey Fung from the Institute for Advanced Study developed a GPU-based program to simulate solar systems, stars, and planets (Fung, 2020). Similarly, an important, and probably one of the most significant uses of video games when it comes to environmental issues, is fostering awareness. Researchers have found potential in serious or education games, i.e. games that were made with specific educational games in mind. For instance, Eco ( https://play.eco/ ), which began as a Kickstarter project and later received funding from the U.S. Department of Education, creates a scenario where players must work together to avert a predicted meteor collision while maintaining ecological balance. Consequently, the finite resources and external impacts designed into Eco contribute to a realistic gameplay experience that reflects genuine developmental challenges (Fjællingsdal & Klöckner, 2019). Researchers have also assessed the effects of serious games, commercial games, satirical games, and gamified applications on encouraging gamers to adopt pro-environmental behaviors. Designed to promote awareness of environmental issues and the dangers of exploitation, these games have been found to have a moderate impact on translating in-game sustainable skills into everyday real-life actions, as they positively influence players' awareness (Boncu et al., 2022). More recently, studies have been conducted using commercially successful titles as research sites. Crowley et al. (2021) used the world of Red Dead Redemption 2 to study the educational aspects of the game. The researchers tested players' and non-players' knowledge of the wildlife species depicted in the game. Interaction with the species inside the virtual world helped players identify more species, especially ungulates and fish. Players actually learn and remember names, habitats, and even sounds of fish when they catch a lot of them in video games. Another perspective is the observation that gamers, even in a virtual space, are naturally drawn to locations with high levels of green vegetation and rate these areas more positively (Truong et al., 2018). Video games are more than playing Apart from computer science, which directly focuses on the technical aspects behind video games, most disciplines study one specific aspect of video games: playing. Video games have been considered a new art form that holds up to scrutiny like films or literature (Gee, 2006). However, for films or literature, the acts of reading a book or watching a movie are translatable across different individuals. The interpretation of meaning may differ, yet the act of consuming itself is synchronized across individuals. Meanwhile, playing video games can involve different understandings among individuals with varying setups, preferences, and genres. For instance, playing Call of Duty offers a very different experience compared to Candy Crush. Consequently, researchers from traditional game studies have been critically examining the act of playing video games to provide a deeper understanding of our engagement with them. For instance, when gamers immerse themselves in virtual worlds like Red Dead Redemption 2 or World of Warcraft , their gameplay can lead to unexpected learning (Crowley et al., 2021; Truong et al., 2018). Moreover, even though there is an intended way to play any game, gamers will always find new ways to engage—through speedrunning (completing a game as fast as possible), challenges (completing games using only one mechanic), and modding (changing appearances or creating new games). These actions are derivatives of playing; however, they embody the endless and boundless creativity inherent in video games (Lamerichs, 2024; Scully-Blaker, 2024). The more gamers engage with video games, the more possibilities there are to think about them differently. Hence, researchers are also evolving in their perspectives on both video games and the gaming industry as a whole (Abraham, 2022a; Fizek, 2024). Moving away from a singular focus on gameplay, researchers are beginning to examine the industry with more questions directed at developers, regulations, and publishers. For instance, in the book Digital Games After Climate Change , Benjamin J. Abraham breaks down the carbon footprint of video games—from production to distribution and finally to when gamers play (Abraham, 2022a). Accordingly, Abraham suggests that video games need to consider themselves within a larger context regarding their effects on the world—both positive and negative. Indeed, studies that focus especially on the hardware of video games are rare. In 2019, Evan Mills and his colleagues found a severe lack of technical research, energy policies, computer energy labeling programs and standards, and regulations regarding the energy usage of video game hardware (Mills et al., 2019). Consequently, our understanding of the actual environmental impacts of video game consumption remains limited. Green Gaming In 2019, I started spending a significant amount of time traversing the world of Breath of the Wild . Then, during the lockdown, the island in Animal Crossing: New Horizons provided me with a comforting sanctuary filled with mundane tasks like fishing, planting trees, and flowers. According to a definition of ‘green gaming’ from Colin Milburn, these games can be categorized as “the games of environmental control”, in which players can directly control and manipulate the environment (Milburn, 2018). Throughout the short history of game studies, researchers have used different terms interchangeably with ‘green gaming’ to describe video games and environmental issues: ‘ecogames,’ ‘ecological games,’ ‘sustainable games,’ or ‘climate change games’ (Abraham, 2022b; Abraham & Jayemanne, 2017; de Beke et al., 2024). Nevertheless, these terms are usually confined within academic contexts and—as we have described above—are heavily focused on the act of playing. Researchers such as Benjamin J. Abraham and Evan Mills are among the rare voices advocating for a fresh perspective that extends gaming into a more comprehensive activity involving producing and distributing software, choosing specific hardware, as well as considering a wide range of users’ preferences and behaviors. Indeed, from a practical perspective, if you search for ‘green gaming’ on Google, the first result is likely from HowStuffWorks, which mainly focuses on saving energy while gaming, recycling hardware, and raising environmental awareness through gameplay (Watson, n.d.). Thus, researchers may need a new perspective on green gaming that encompasses not only playing video games but also producing, choosing, purchasing, and consuming hardware and software. Therefore, “green gaming refers to the environmentally conscious production, purchase, and consumption of both hardware and software for video games. Developers and gamers’ behaviors in this context are driven not only by a desire to fulfill entertainment needs but also by a commitment to societal welfare, particularly regarding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and resource conservation” (Ho et al., 2024). It is only recently, in light of the severity of climate change and other environmental issues happening before our eyes, that we have come to realize the need to reconsider our environmental impacts, even in our daily activities. Scientific research regarding video games and their environmental effects has been somewhat narrow and unsatisfactory. Regardless, video games are a dominant form of entertainment for younger generations. Thus, the question is no longer about the potential of video games but rather about more real and practical findings on how to produce, choose, purchase, consume, and play video games responsibly. References Abraham, B. J. (2022a). Digital Games After Climate Change. Palgrave Macmillan Cham. https://doi.org/https://doi.org/10.1007/978-3-030-91705-0 Abraham, B. J. (2022b). What Is an Ecological Game? In B. J. Abraham (Ed.), Digital Games After Climate Change (pp. 61-88). 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https://doi.org/10.1007/978-3-030-91705-0_3 Abraham, B. J., & Jayemanne, D. (2017). Where are all the climate change games? Locating digital games? response to climate change. Transformations, 30, 74-94. Aslan, J. (2020). Climate change implications of gaming products and services University of Surrey]. https://doi.org/10.15126/thesis.00853729 Ball, M. (2021). Netflix and Video Games. MatthewBall.vc . Retrieved April 27 from https://www.matthewball.vc/all/netflixgames Boncu, Ș., Candel, O.-S., & Popa, N. L. (2022). Gameful green: a systematic review on the use of serious computer games and gamified mobile apps to foster pro-environmental information, attitudes and behaviors. Sustainability, 14(16), 10400. Calma, J. (2020). Apple ditching chargers saves costs but not the planet. The Verge. Retrieved January 26 from https://www.theverge.com/2020/10/16/21519466/apple-iphone-12-chargers-airpods-greenhouse-gas-emissions-e-waste Chang, A. Y. (2019). Playing Nature: Ecology in Video Game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Chuah, S. P., Yuen, C., & Cheung, N. M. (2014). Cloud gaming: a green solution to massive multiplayer online games. IEEE Wireless Communications, 21(4), 78-87. https://doi.org/10.1109/MWC.2014.6882299 Crowley, E. J., Silk, M. J., & Crowley, S. L. (2021). The educational value of virtual ecologies in Red Dead Redemption 2. People and Nature, 3(6), 1229-1243. https://doi.org/https://doi.org/10.1002/pan3.10242 de Beke, L. o., Raessens, J., Werning, S., & Farca, G. (2024). Ecogames: Playful Perspectives on the Climate Crisis. Amsterdam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2307/jj.10819591 Fizek, S. (2024). Material Infrastructures of Play: How the Games Industry Reimagines Itself in the Face of Climate Crisis. In L. o. de Beke, J. Raessens, S. Werning, & G. Farca (Eds.), Ecogames: Playful Perspectives on the Climate Crisis (pp. 525-542). Amsterdam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2307/jj.10819591.28 Fjællingsdal, K. S., & Klöckner, C. A. (2019). Gaming Green: The Educational Potential of Eco – A Digital Simulated Ecosystem. Frontiers in Psychology, 10. https://doi.org/10.3389/fpsyg.2019.02846 Fung, J. (2020). Simulating Reality: Where Games and Science Meet. Institute for Advanced Study. Retrieved January 26 from https://www.ias.edu/ideas/simulating-reality-where-games-and-science-meet Gee, J. P. (2006). Why Game Studies Now? Video Games: A New Art Form. Games and culture, 1(1), 58-61. https://doi.org/10.1177/1555412005281788 Guins, R. (2014). Game After: A Cultural Study of Video Game Afterlife. MIT Press. Ho, M.-T., Le, N.-T. B., & Nguyen, T. H. 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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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에’는 어떻게 발현되는가?:  서브컬처 게임 속의 인물에 대한 애착 유발 구조의 고찰

    2022년 즈음부터, 한국의 게임 업계는 만화‧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비주얼 표현 기법을 내세우는 게임들을 ‘서브컬처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만화‧애니메이션풍으로 묘사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이라는, 이름이라기보다 차라리 서술에 가까운 호칭으로 일컬어졌던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간결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 Back ‘모에’는 어떻게 발현되는가?: 서브컬처 게임 속의 인물에 대한 애착 유발 구조의 고찰 16 GG Vol. 24. 2. 10. 서론: ‘애착’에 살고 죽는 ‘서브컬처 게임’ 대략 2022년 즈음부터, 한국의 게임 업계는 만화‧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비주얼 표현 기법을 내세우는 게임들을 ‘서브컬처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만화‧애니메이션풍으로 묘사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이라는, 이름이라기보다 차라리 서술에 가까운 호칭으로 일컬어졌던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간결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는 그러한 표현 양식을 내세우는 게임들에 의한, 시장에의 참여도가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순위 타이틀명 MAU(명) 19 원신 43만 23 좀비고등학교 39만 34 붕괴: 스타레일 31만 39 승리의 여신: 니케 24만 40 리버스 1999 24만 [표1] 2023년 12월 월간 인기 게임 순위(IGAWorks, 2023) 순위 타이틀명 스토어별 순위 구글 애플 원스토어 16 승리의 여신: 니케 14 18 - 18 원신 16 40 - 20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20 34 - 31 블루 아카이브 94 77 2 35 붕괴: 스타레일 33 28 - 41 리버스 1999 37 45 - 48 더블유: 크로스월드 43 61 34 39 던전앤파이터 44 36 - [표2] 2023년 12월 월간 게임 매출 순위(IGAWorks, 2023) 시장에의 참여도가 높아졌는가의 여부는, 그 장르의 게임들이 국내외 게임 시장에서 얼마나 고도의 월별 이용자(MAU) 인구수와 매출 순위를 기록하는지를 확인하여 알아볼 수 있다. IGAWorks가 발표한 2023년 12월 게임 MAU‧매출 순위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서 ‘서브컬처 게임’ 중 상위권을 기록한 게임들은 〈원신〉(MAU 43만명, 19위/매출 종합 18위), 〈붕괴:스타레일〉(MAU 21만명, 39위/매출 종합 34위), 〈승리의 여신:니케〉(MAU 24만명, 39위/매출 종합 14위) 등 이미 다수가 존재한다(IGAWorks 2023) [표1][표2] . 한편으로는 MAU 실적 부문에서 다른 게임들에 비해 MAU에 있어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서브컬처 게임’이 매출 기준으로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는 경우도 관측된다. 〈승리의 여신:니케〉와 더불어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MAU 50위권 바깥/매출 종합 20위), 〈블루 아카이브〉(MAU 50위권 바깥/매출 종합 31위)와 같이, 똑같은 만화‧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비주얼을 사용하면서도 여성형 플레이어 캐릭터로 채워진 게임들이 그러한 특징을 잘 나타낸다. 간단히 말하여 이러한 게임들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게이머들이 보다 많은 비용을 투자하며 즐기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러한 유형의 게이머들(이후 ‘서브컬처 게이머’들로 표기)은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으며, 특히 여성형 플레이어 캐릭터로 채워진 게임에서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은 그 캐릭터에 대한 애착, 즉 ‘모에’(萌え)를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이정훈 2021). 도대체 서브컬처 게이머들은 어떤 이유로, 그들이 즐기는 게임 속의 인물에 대해 이와 같은 애착을 어필하는 것일까? 2. 본론: 캐릭터에 대한 ‘모에’의 보편화와 개량, 노출 [그림1] 〈겨울연가〉를 모티프로 일본만화 〈은혼〉의 패러디를 시도한 일본 동인지(©白玉団子) [그림2] 〈블루 아카이브〉를 패러디한 한국 동인지 〈삼인삼색〉(©순수한불순물) ‘모에’, 다시 말하여 캐릭터를 비롯한 공상적인 피조물을 깊이 마음에 품는 행태(야스다‧손낙범 편저 2016)가 발현되는 계기는 그 행위자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모에’를 유발할 수 있는 캐릭터의 표현 요소가 하나의 작품군, 또는 하나의 캐릭터 안에서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음은 아즈마(東 2001) 등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가 있다. ‘모에’라는 심리상태 자체는 그것이 굳이 만화‧애니메이션이 아닌 TV드라마를 통해서도 발현될 수 있으나(井手口 2009),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를 시청하고 팬이 된 일본인 중에서, 작중 인물을 패러디하거나 세계관, 혹은 극중 클리셰를 오마쥬한 2차 창작물을 생산해 유통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림1] . 그러나 예를 들어 〈블루 아카이브〉와 같은 ‘서브컬처 게임’을 향유하는 ‘서브컬처 게이머’들은 캐릭터를 모사하거나 다른 IP와 조합한 2차 창작 출판물, 즉 ‘동인지’를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판매전에서 제작‧매매하는 형식으로 그 ‘모에’ 촉발 요소를 유통하고 있다 [그림2] . 즉, ‘서브컬처 게이머’들은 ‘모에’의 요소를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익숙해지고, 때로는 그 표현 양식에서 파생된 창작물을 스스로 제작‧유통함으로써, 자신들 또한 다른 향유자들이 같은 표현 양식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공모자에 위치하게 된다. 아즈마는 TV애니메이션 〈디‧지‧캐럿〉(デ・ジ・キャラット, 1998) [그림3] 의 주인공 캐릭터인 데지코(でじこ)의 대표적인 조형상 특징점인 ‘고양이 귀’, ‘메이드복’, ‘더듬이처럼 뻗은 머리카락 한 가닥’, ‘큰 손발’ 등이, 사실은 성인용 비디오 애니메이션 〈크림 레몬‧흑묘관〉(くりぃむレモン・黒猫館, 1989) [그림4] 이나 미소녀 어드벤처 게임 〈키즈아토〉(痕, 1996) [그림5] 에서 처음 등장하여 전파된 의상이나 신체적 특징 묘사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고 정리하였다(東 2001). 그의 설명대로라면 캐릭터를 조합하는 과정은 소비자로 하여금 최대한 ‘모에’를 느껴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상업적 프로세스인 것이다. 이윽고 만화 정보 검색 사이트 〈TINAMI〉( https://www.tinami.com) 와 같은 온라인 정보교류 공간을 통해, ‘모에’를 유발하는 캐릭터의 특징들을 팬들과 크리에이터가 공유하고 유통하는 구도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들이 캐릭터의 특징을 유통하는 과정에는 원작 캐릭터에 대한 패러디가 수반되기도 하며, 2차 창작을 통해 원작과 무관한 세계에 처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럼에도 그 대상이 되는 캐릭터는 자신만의 특색을 굳게 지켜나가고 있는데, 이는 이토(伊藤 2005, p54)가 지적했듯 이야기보다는 캐릭터에 중점을 둔 소비가 보편화된 것에 기인한다. [그림3(왼쪽)] 〈디‧지‧캐럿〉의 주인공 캐릭터 데지코 (©Bushiroad ©令和のデ・ジ・キャラット ©BROCOLLI) [그림4(가운데)] 〈크림 레몬‧흑묘관〉의 작중 장면(©フェアリーダスト) [그림5(오른쪽)] 미소녀 어드벤처 게임 〈키즈아토〉(©Leaf) 2010년대 이후 한국의 ‘서브컬처 게임’ 크리에이터들 중에는, 상술한 과거 일본으로부터 전수된 ‘모에’ 코드를 이어받으면서도 그것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가공하고, 나아가서 ‘모에’를 유발하는 동기의 설명 자체를 개량하려 시도하는 개인도 등장하고 있다. 이후 〈블루 아카이브〉의 총괄PD에 오른 김용하는,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us)을 입증하는 ‘거위가 가짜 알을 품게 만들기’ 실험을 2014년 당시 강연에서 소개하면서, 실존하는 대상의 특징을 극대화한 가짜는, 심지어 자연계에서조차 진짜보다도 더욱 선호된다고 주장했다(Barrett 2010). 또한 인간이 보았을 때 가장 매력을 느끼는 타인의 얼굴에는, 성적 매력을 자극하는 요소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귀여움의 요소가, 7:3 전후의 비율로 조합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선행 연구도 함께 언급하였다(김용하 2014). 그의 주장을 폭넓게 해석하자면, 앞에서 말한 ‘고양이 귀’, ‘메이드복’이나 ‘안경’과 같이 ‘모에’를 유발하는 요소를 무작정 조합하기보다, 캐릭터의 종합적 매력을 최대화하면서도 시대의 유행에 부합하는 맥락을 세우면서 그에 맞는 조합을 선택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시청자들은 매주 정기적으로 시청한 TV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심리적으로 더욱 가깝게 느낀다는 연구 사례까지 고려하면, 똑같이 ‘모에’ 코드를 이어받은 게임 중에서도, 일별 로그인 보상과 같이 정기적인 접속을 권장하는 게임이야말로 유저의 친근감을 노리기 용이해진다. 예를 들어 TV애니메이션의 오프닝과 같이 연출상의 이유로 매주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장면은 시청자의 머릿속에 더욱 쉽게 기억된다. 그런데 해당 장면의 배경 장소가 실존하는 어딘가를 모티프로 삼았으며, 추후 시청자가 그 실존하는 장소를 실제로 찾았을 경우, 시청자는 그 장소에 대한 친근감을 크게 느낀다고 한다. [그림6(왼쪽)] 〈블루 아카이브〉의 뽑기 장면에 등장하는 ‘아로나’ (©2021 NEXON Korea Corp. & NEXON GAMES Co., Ltd.) [그림7(오른쪽)] 〈아이돌 마스터 밀리언 라이브! 시어터 데이즈〉의 로그인 장면에 등장하는 ‘아오바 미사키’(©窪岡俊之 THE IDOLM@STER™& ©Bandai Namco Entertainment Inc.) 이러한 일종의 각인 효과는, 공간은 물론 인물에게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 매일 게임에 로그인하여 소소한 게임머니나 강화 아이템을 비롯한 접속 보상을 챙기는 동안 [그림6] , 그 게이머는 자신이 ‘모에’를 느끼거나 느낄 만한 캐릭터가 출력되는 화면을, 로그인 화면이든 가챠(뽑기) 화면 [그림7] 이든 어디선가 일정한 상황에서 항상 접하게 된다. 3. 결론: 정리, 그리고 연구 노력의 필요성 지금까지의 내용을 순서대로 다시 정리해 보자. ‘서브컬처 게임’에 대하여 게이머들이 ‘모에’를 느끼게 되는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첫 번째로 현재의 ‘서브컬처 게임’들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과거의 미디어에 의해 형성된 ‘모에’ 코드는, 이후 다른 크리에이터와 팬들에 의해 유통되고 재가공되면서 제작의 노하우를 축적했고 세력 또한 확장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캐릭터의 신체‧복장상 특징을 우선시하던 ‘모에’ 코드에의 고찰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얼굴에서 드러나는 ‘성적 본능 자극’과 ‘귀여움’의 요소 조합, 시대 맥락에의 부합까지 따지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완성도를 높여간 ‘모에’의 노하우는 게이머들에게 긍정적으로 기억될 수 있는 디자인 외적인 기회를 얻게 되는데, 매주‧매일마다 반복 방영되는 TV드라마나 애니메이션처럼 게이머들을 일상적인 접속으로 이끌게 해주는 일일 로그인 보상이나 가챠 연출과 같은 상투적 연출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승리의 여신:니케〉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블루 아카이브〉에게 모두 해당되는 말이지만, 게이머가 캐릭터에 대한 ‘모에’를 느끼는 게임들 중에는 미소녀를 내세우는 것들이 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또한 그로 인해 이들 게임을 ‘남성 전용 게임’이라고 오해하는 태도가 게임 업계의 내외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주마를 미소녀형 캐릭터로 재창조한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한국 서버 기준 남녀 성비가 2023년 7월 기준으로 정확히 50:50이었다는 기사에서처럼, 남성 캐릭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게임이라도 적지 않은 여성 유저들이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게임와이 2023.7.4.). 여성 게이머라고 해서 모두가 ‘모에’ 그 자체를 기피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소녀 캐릭터를 문제시하는 여성 게이머들은 그 캐릭터의 디자인보다는, 예를 들어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성적 특성의 묘사와 같은, 다른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일련의 문제를 포함하여, 게임계에서의 ‘모에’ 담론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와 분석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모에’를 소중히 생각하는 팬이나 크리에이터에 의한 자기진술 이외에도, 게임업계 바깥에서 문화연구라는 본업에 종사하는 다른 연구자들의 참여도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참고문헌] 게임와이(2023.7.4) 「서브컬쳐의 힘…’우마무스메’ 국내에서 1년 동안 1,000억 원 매출 올렸다」, https://www.gamey.kr/news/articleView.html?idxno=3005749 . 김용하(2014) 「모에론」, NEXON DEVELOPERS CONFERENCE 2014, http://ndcreplay.nexon.com/NDC2014/sessions/NDC2014_0015.html . 야스다 요시미‧손낙범 편저(2016) 「萌え」, 『엣센스 일한사전』, 민중서림. IGAWorks(2023) 「월간 인기 앱‧게임 순위 2023년 12월」, https://mktcloud.igaworks.com/report/mkt/376 . 이정훈(2021) 「콘텐츠투어리즘과 지역활성화: 일본의 ‘애니메이션 성지순례’를 중심으로」, 박사학위논문, 건국대학교 대학원. Barrett, D.(2010) Supernormal Stimuli ~How Primal Urges Overran Their Evolutionary Purpose~, W. W. Norton & Company. 東浩紀(2001) 動物化するポストモダン オタクからみた日本社会』, 講談社. 井手口彰典(2009) 「萌える地域振興の行方--「萌えおこし」の可能性とその課題について」, 『地域総合研究』(37), 鹿児島国際大学附置地域総合研究所, pp.57-69. 伊藤剛(2005), 『テヅカ・イズ・デッド ひらかれたマンガ表現論へ』, NTT出版.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건국대학교 아시아콘텐츠연구소 연구원) 이정훈 ‘국민학생’ 시절부터 PC게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겼으나, 지금처럼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하나의 생활로 받아들인 것은 2001년부터의 일이었다. 특히 미소녀 캐릭터에 정성을 많이 두는 게임을 선호해 왔으며, 짧게나마 게임회사 및 라이트노벨 출판사에도 재직하는 기회를 얻은 바 있다. 업계를 떠난 이후에도 메이지대학 대학원 국제일본학연구과(2016~2018, 석사)와 건국대학교 대학원 일본문화·언어학과(2019~2021, 박사), 히로시마대학 인간사회과학연구과(2022~2023, 객원연구원) 등의 학업과정에서 서브컬처 문화를 계속 다루었다. 지금까지 「일본의 애니메이션 성지순례와 도시의 전략-시즈오카현 누마즈 시의 관광객 증감 및 상업시설의 형상 변화를 중심으로」(2020, KCI 등재), 「The Violation of the Freedom of Play by the Game Rating and Administration Committee of South Korea」(2023, A&HCI 등재) 등 총 8건의 논문을 집필하였다.

  • 구독이 세상을, 게임을 바꿀까? - 구독형 결제,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여기 두 개의 질문이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플레이해봤습니까?”와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소유해봤습니까?”이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온 두 개의 숫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유하지 않은 게임도 플레이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 Back 구독이 세상을, 게임을 바꿀까? - 구독형 결제,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01 GG Vol. 21. 6. 10. 여기 두 개의 질문이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플레이해봤습니까?”와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소유해봤습니까?”이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온 두 개의 숫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유하지 않은 게임도 플레이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게임은 플레이어가 소유하지 않았다. 혹은 소유할 수 없었다. 게임이 탑재된 게임기의 소유자는 게임기를 비치한 술집이나 음식점의 오너였으며, 플레이어들은 동전을 넣고 플레이 시간을 구매했다. 이 공간은 곧 오락실, PC방으로 바뀌었다. 시대가 지나니 집집마다 콘솔과 PC를 구비할 수 있게 되었다. 플레이어 개인이 게임 플랫폼을 소유했으니 게임도 소유할 수 있었고, 플레이어들에게 게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상점이 생겨났다. 이 상점들의 상당수는 현재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라고 불리는 온라인 마켓들로 바뀌었다. 현재의 시장은 어떨까. 소유와 대여가 섞여 있다. 여전히 콘솔과 PC 게임의 중요한 축이 소유인 한편, 모바일 게임을 비롯한 많은 게임은 대여의 방법론을 갖고 있다. 인게임 결제를 주된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무료 게임들은, 플레이어 개인이 그 게임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대여기간이 무기한이며 대여비용이 0일 뿐이다. 월정액을 지불하는 유형의 게임들도 본질은 대여다. 최근 들어서는 대여의 방법이 추가되었다. 구독 경제는 2020년대의 화두일 것으로 예상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이에 맞춘 듯 게임 구독 서비스가 등장했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기존에 존재하는 시즌 패스와는 다른 개념이다. 시즌 패스는 향후 발매될 DLC(DownLoadable Contents)를 한 번에 조금 싼 가격으로 구매하고 발매 때마다 적용받는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구독 경제의 기본 개념과 같다. ‘일정 기간’만 접근권을 갖는, 정기 지불의 형태다. 영상물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 서비스가 보여준 모델이다. 이 새로운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사업 주체는 세 종류다. 하나는 자체 유통망이 있는 개발사다. 현재 EA의 ‘EA 플레이’, 유비소프트의 ‘유비소프트 플러스’ 등의 서비스가 있다. 구독 서비스를 정착시키고 있는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자체적으로 성공한 ESD를 가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 다른 개발사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유통사다. 온라인 마켓인 험블 번들의 구독 서비스인 ‘험블 초이스’는 매달 12개의 후보작을 골라서 구독자들에게 보내준다. 이중에서 구독자는 자기의 구독 등급에 따라 3~10개의 게임을 고를 수 있다. 애플 또한 ‘애플 아케이드’라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인게임 결제와 DLC 등의 추가 결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정책으로, 대여 형태에 큰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세 번째는 게임 콘솔 회사다. 소니/닌텐도/마이크로소프트 3사는 제각각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엑스박스 게임 패스’를 갖고 있다. 이 세 서비스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기능을 포함한다. 즉,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온라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네트워크 접속권을 기본권으로 생각했던 플레이어 상당수가 당황하고 나아가 분노하기도 했다. 콘솔사의 서비스 셋 중에서는 닌텐도가 가장 초라하다. 고작해야 고전 콘솔 게임을 제공할 뿐이지만 볼륨 자체는 크다. 반면 소니의 경우에는 매달마다 무료 게임을 2개씩 제공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엔 엑스박스와 PC 양쪽은 물론 모바일까지 통합한 구독 옵션이 있다. 한쪽은 독점작 위주로 승부하고, 한쪽은 다양한 환경의 교차 통합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이미 증명해줬듯, 소비자가 구독을 결정하게 하는 요소는 결국 컨텐츠의 양과 다양성이다. 이 부분이 보유한 히트 IP가 많은 EA와 유비소프트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이며, 현재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애플 아케이드의 향후 전망이 밝은 이유다. 따라서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의 우위는 제작사보다 유통사와 콘솔사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최상위 퍼블리셔들이 동원할 수 있는 구독 리스트의 양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이 일방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OTT 시장에서 이미 보고 있는 것처럼, 구독의 힘은 컨텐츠에서 나온다. 따라서 컨텐츠 프로바이더 역할을 하는 제작사의 힘이 유통 퍼블리셔를 때때로 이기는 모습이 나올 것이다. 시장에서의 전망은 그렇다 치고, 게임 구독 서비스는 과연 게임 소비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소유가 중심인 시대를 끝맺고 다시 대여가 중심인 시대로 가게 될까? 이 대여의 코드를 공유하며 함께 엮인 사업 모델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단순히 세이브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시켜 여러 곳에서 불러올 수 있게 하는 정도를 지나, 게임 플레이 자체가 클라우드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처음 질문에서 나왔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게임 구동 플랫폼을 개인이 소유하기 어려웠던 시절은 대여의 시기였다. 극초기의 아케이드가 그랬고, PC방이 그랬다. 기술이 대중화되고 가정 경제가 탄탄해져 구동 플랫폼을 개인이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소유의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플랫폼의 사양이 비싸지면 대여로 가는 패턴이 나타나게 되는 걸까? 그래픽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구동 플랫폼의 하드웨어 사양은 꾸준히 높아졌다. 이런 고사양을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PC방은 여전히 좋은 대안이다. 그리하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등장한다. 기본적인 개념은 스트리밍 형태다. 게임이 구동되는 기기는 서비스 제공자의 클라우드 컴퓨터이고, 입력기기는 내 손 안의 컨트롤러나 모바일 기기이다. 그 조작 신호가 회사의 구동 기기에 가닿고, 기기의 게임 화면은 다시 이쪽으로 전송된다. 입력기기와 콘솔 간의 거리가 멀어봐야 몇 미터인 시대에서 몇십 내지는 몇백 킬로미터인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는 모두 5G의 기술과 인프라가 충분해졌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 연산장치와 입력인터페이스의 거리는 통신기술 발전에 힘입어 점점 멀어지는 추세다. 그리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최소한 당분간은, 구독 서비스와 함께 돌아갈 전망이다. 어차피 기기가 비싸거나 해서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인데다, 고스펙의 실물 기기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다. 대여 형식이 걸맞는 서비스 형태다. 5G 통신망을 사용해야 하니 이동통신사도 비즈니스에 들어오게 된다. 현재 마이크로스프트는 엑스박스 게임 패스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베타 테스트 중인데 한국에서는 SKT와 협업을 한다. 엔비디아는 ‘지포스나우’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국에서의 협업 이통사는 LG유플러스다. KT의 경우엔 독자적으로 ‘게임박스’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상위 퍼블리셔 중 하나인 구글은 ‘구글 스테디아’를, 아마존은 ‘아마존 루나’를 발표했다. 구글의 경우를 보면, 우선 일시불로 조작용 컨트롤러와 접속용 크롬캐스트를 사고 3개월 이용권을 받는 형식이다. 정정, ‘이었다’. 구글 스테디아는 담당 팀이 해체되면서 서비스 포기로 가는 상태다. 아마존 루나는 여러 회사의 구독 서비스를 아마존의 플랫폼에 모아놓는 형태를 추구하고 있는데, 아직은 정식 출시 전인 얼리 억세스 단계라 채널이 많지 않다. 구독 서비스 유형 중에서 가장 최신의 형태이다 보니까 정착은커녕 아직 정돈이 되지 않은 모양새다. 동시에, 컨텐츠를 직접 보유하지 않은 퍼블리셔가 초기 단계에서 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서비스 형태가 정돈되어 시장에 정착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게임 기기를 원격으로 빌리는 서비스이니, 종래에는 기기 사양에서의 자유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소니가 서비스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라고 해서 반드시 플레이스테이션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의 스트리밍을 버리는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만의 슈퍼 컴퓨터를 콘솔로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구도가 실현된다면 개발 환경은 크게 변할 것이다. 구동 기기가 PC이든 콘솔이든, 개발은 기기 사양의 한계점을 상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대중적 보급의 필요성 때문에 구동 기기의 한계선은 당대 기술의 최첨단보다는 몇 계단 낮다. 따라서 스트리밍이 모여드는 메인프레임의 사양이 최첨단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몇몇 장르는 현재 처해 있는 장르의 내적 한계를 돌파할 수도 있다. MMORPG가 서버 렉의 문제를 상당 부분 탈출할 수 있다거나, 오픈월드가 NPC의 리액션을 세세한 맥락과 상황에 따라 사실적으로 다르게 내보인다거나 하는 전망이 가능하다. 문제는 없을까? 게임의 세이브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만 저장하게 되면서 제기되었던 문제가 다시 나올 수 있다. 주도권이 회사에게로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인게임에서 억울한 상황을 당해 소송을 벌인다거나, 잊혀질 권리를 찾기 위해 자신의 데이터를 지워달라고 요청하는 유저를 상상해볼 수 있다. 이런 식의 갈등 과정에서 칼자루는 회사가 쥐고 있다. 반면 이런 중앙집권의 형태에서 반대의 논거를 읽어낼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른 대여 방식에 비해 구독은 지속성에 특징이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 구독이 끊긴다는 것은 소유권 판매를 할 때보다 이윤이 극도로 낮다는 의미다. 그리고 구독을 취소하는 것은 구매를 취소하는 것보다 간편하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는 구독자들의 반응에 더 예민해진다는 전망이다. 그래서 최초의 질문 2개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 2개가 솟아나게 된다. 하나, 게임 구독 리스트 내지는 ‘1면 게임’의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험블 번들이 매달 선정하는 12개의 게임이라든가, 리스트의 상단에 노출되는 게임은 어떻게 선정될까? 선정 기준은 합리적일까? 유튜브와 OTT 서비스의 경우엔 소비 패턴을 학습한 알고리즘이라는 대답을 내놓았지만, 이보다는 좀 더 진지한 질문과 대답이 필요할 것이다. 알고리즘이라는 방패 뒤에서 이용자들에 대한 취향 조작이 시도되고 있다는 의혹은 지금도 존재하며, 알고리즘 자체가 광고 상품이나 로비 내용이 되는 경우 또한 우려해야 한다. 둘, 세이브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인가? 게임 내 아이템과 인게임 결제 혹은 ‘현질’의 이슈에서 참고할 부분이 있겠지만, 예상되는 미래는 있다. 어쩌면 소비자들이 보유한 세이브 데이터가 정리되어야 할 부실기업의 인질이 되거나, 혹은 매각될 회사의 자산으로 처리되는 미래다. 그러면 이 데이터의 ‘소유권’은 회사에 있는 걸까 소비자에게 있는 걸까? 소유권은 빼더라도, 비유적 의미의 지분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일까? 이 논의를 더 진행하면 데이터 주권에 따른 기본소득 논의와도 맞닿는다. 그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보자. 현재까지 제시된 구독 서비스를 요약하면 이렇다. 성능 좋은 플랫폼 기기에 여러 사람이 스트리밍으로 접속하여 그 처리 능력을 활용할 수 있고, 그 서비스를 구독의 형태로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내지는 회사에서 보유한 고성능 컴퓨터를 구성원들이 클라우드 스트리밍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리고 지자체와 회사는 이를 자신들의 강점으로 홍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산업단지 조성에 있어 새로운 옵션이 될지도 모르겠다. *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에 등장하는 소버린 문명의 군대는 전투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수행한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 2]에서 소재 중 하나로 다룬 적이 있는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병사’ 개념이 떠오른다. 현재 드론 조종사의 전투 업무 형태가 후에는 더 많은 보직의 군인에게 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의 끝에서, 질문은 다음 지점으로 흐르게 된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나아가 구독 경제는 이 정도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게 될까? 우버의 예를 떠올려 보면, 2010년대의 화두 중 하나였던 공유 경제 개념은 예상보다 세상을 많이 바꾸지는 못했다. 최종 단계의 퍼블리셔들이 기존 체제와의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반면 구독 경제는 기존 체제의 일부를 변형한 버전이다. 이미 완성차 구독 서비스도 등장한 만큼, 적응이 훨씬 쉽다. 그리고 작아서 적응하기 쉬운 변화는 불가역적 변화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작가.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평생 게이머로서 살면서, 2001년에 처음 게임 비평을 썼고 현재 유실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 게임이 새로운 브랜딩 전장이 될 때: 나이키, 로블록스, 그리고 베트남 사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게임 시장은 향후 디지털 브랜드 참여 및 혁신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며, 특히 동남아시아 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새로운 마케팅 전환점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현명하게 투자하는 브랜드는 차세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 Back 게임이 새로운 브랜딩 전장이 될 때: 나이키, 로블록스, 그리고 베트남 사례 25 GG Vol. 25. 8. 10. *** 이 글의 영문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광고 목적을 위해 설계된 디지털 게임의 한 형태인 애드버게임(advergame)은 현대 디지털 마케팅 전략에서 중요한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Hera, 2019). 이는 전통적인 광고 방식에서 벗어나, 대상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접근 방식으로의 중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와 상호작용 중심의 참여를 장려하는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는 이러한 애드버게임 전략을 실행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으로 널리 평가받고 있다(Vayner3, n.d.).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의 애드버게임 프로젝트인 ‘나이키랜드(Nikeland)’로, 이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목표로 한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된다(Temperino, 2023). 나이키랜드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전략과 혁신을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로블록스가 VNG와의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Vietnam News, 2024), 현지 브랜드들은 이제 애드버게임을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하여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는 특히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있어 큰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글은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는 데 있어 나이키랜드(Nikeland)의 주요 성공 요인을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 브랜드들을 위한 전략적 시사점을 제안한다. 애드버게임의 부상 2023년,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 상위 5개국에 포함되며 자국 게임 산업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연평균 성장률(CAGR) 9.39%를 기록한 베트남의 게임 이용자 커뮤니티는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6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Interesse, 2024). 이는 브랜드들이 게임화(gamification)를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로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의미한다. Nguyen-Masse(2024)에 따르면, 인게임 마케팅은 최근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히 게임 내 브랜드 배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은 이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가상 환경 속에 직접 통합하여 게임을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기 위한 독점적인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 전반에 걸친 보다 큰 흐름, 즉 수동적 노출에서 체험 중심의 브랜딩으로의 전환을 반영한다. 특히, 홍보 목적의 디지털 게임인 애드버게임(advergame)은 두드러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아직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지만, 애드버게임은 이미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123억 2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AppROI, 2023). 애초에 2000년대 중반에 오락용 도구로 도입되었던 애드버게임(advergame)은 기술 발전과 함께 빠르게 전략적 마케팅 수단으로 진화해왔다. 초기의 애드버게임은 주로 브랜드 마스코트나 캐릭터를 활용한 인디 스타일 게임으로, 소비자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의 M.C. Kids 나 펩시의 Pepsiman 은 콘솔과 PC 플랫폼을 통해 오락성과 광고를 결합하려는 초기 시도의 대표적인 사례이다(Gibson & Baird, 2024). 2020년 무렵, 로블록스(Roblox)의 부상은 이러한 흐름의 전환점이 되었다. 로블록스는 사용자 생성 가상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들이 Z세대 및 알파세대와 같은 젊은 층을 몰입형 경험을 통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는 애드버게임이 단순한 홍보 도구에서 포괄적인 마케팅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Berezka et al., 2019). 브랜드들은 이제 독립적인 게임을 개발하기보다는, 로블록스의 인터랙티브한 인프라와 사용자 기반을 활용하여 그 안에 브랜드 경험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개발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도 낳고 있다. 현대의 애드버게임 전략은 플랫폼 문화와 소셜 기능에 주목하여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관계를 심화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게이머는 소셜 미디어 광고보다 브랜드 콘텐츠를 약 100배 더 인지하며, TV 광고와 비교했을 때 브랜드 기억률은 약 2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Lee, 2025). 이러한 결과는 특히 몰입형 애드버게임 경험이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는 데 있어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이는 특히 상호작용적인 활동을 선호하고, 수동적인 미디어보다 디지털 제품, 가상 이벤트,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동 및 청소년층에게 두드러진다(Program-Ace, n.d.). 애드버게임의 부상과 함께,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베트남 게임 산업에서는 ‘게임 파이낸스(GameFi)’가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떠올랐다(Proelss et al., 2023). 게임파이(GameFi)는 탈중앙화 금융(DeFi)과 비디오 게임을 결합한 개념으로, 플레이어들이 토큰이나 NFT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고 거래함으로써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 2017년 이더리움 기반으로 출시된 CryptoKitties 는 게임에 NFT를 통합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으며, GameFi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물론 이전에도 RuneScape 나 World of Warcraft 와 같은 게임에서의 암시장 거래와 같은 형태의 수익화 방식은 존재했지만, GameFi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공식화하고 구조화했다. 한편, 로블록스(Roblox)는 사용자 생성 게임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며, 가상 화폐를 실제 화폐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GameFi가 투기적 금융 활동에 중점을 두는 것과 달리, 로블록스는 창의적 콘텐츠와 커뮤니티 주도형 개발을 중심 가치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DeFi(탈중앙화 금융)와 암호화폐의 부상에 힘입어 GameFi(게임파이) 분야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시기였다. 2018년에 출시된 Axie Infinity 는 ‘플레이 투 언(play-to-earn)’ 모델의 대표 사례로, 필리핀과 베트남 등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수많은 모방형 GameFi 프로젝트의 등장을 촉발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콘텐츠 개발보다는 스테이킹(staking)이나 토큰 인플레이션과 같은 금융 메커니즘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그 결과, 2022년 중반 암호화폐 시장이 붕괴하자 많은 GameFi 토큰의 가치는 90% 이상 폭락했고, 전체 GameFi 프로젝트 중 약 93%는 4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Takahashi, 2024). Nansen Research(2022)에 따르면 GameFi 분야는 이미 2021년부터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GameFi의 몰락을 초래한 높은 변동성을 고려할 때,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애드버게임(advergame) 역시 유사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가? Xu 외(2024)에 따르면, GameFi는 본질적으로 투기성 금융 수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 반면, 애드버게임은 사용자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케팅 투자에 기반하여 가치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델로 평가된다. 이는 맥도날드나 나이키의 나이키랜드(Nikeland)와 같은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더 나아가, 애드버게임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고객 참여를 심화시키고, 상호작용 중심의 혁신적 광고 방식을 실현하는 토대를 마련한다(Jami Pour 외, 2023). 이러한 점에서 애드버게임은 GameFi와는 달리, 투기적 리스크보다는 콘텐츠와 브랜드 경험 중심의 전략적 장기 가치를 지닌 모델로 간주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GameFi와 애드버게임(advergame)은 서로 대조적인 두 가지 모델을 대표한다. 하나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고위험을 수반하는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점진적이지만 지속 가능한 모델이다. GameFi는 매력적인 재정적 보상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지만, 서사적 깊이나 콘텐츠 완성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시장 변동성에 취약하다. 반면 애드버게임은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지는 않지만, 브랜드 전략에 깊이 통합되어 있으며, 정체성 구축과 사용자 참여를 통해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애드버게임은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적 경험을 통해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보다 회복력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전환 기술의 발전은 브랜드가 고객, 특히 젊은 소비자층과 소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Zeng 외(2023)에 따르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과 같은 기술은 맞춤형·상호작용 중심의 경험을 추구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는 데 있어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이처럼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게임은 점점 더 몰입감과 감정적 호소력을 지닌 효과적인 광고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Chaney 외(2018)는 배너 광고나 제품 배치(product placement)와 같은 인게임 광고 방식이 브랜드 기억률을 유의미하게 향상시킨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이러한 광고의 성공 여부는 사용자의 인식에 크게 좌우되며, 오락성, 상호작용성, 개인화 정도, 불쾌감 여부 등의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Playable Factory, 2023). 사용자 친화적이고 잘 설계된 애드버게임은 브랜드 연상도를 심화시키고 전환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Eyice Başev, 2024). Buijsman(2024)의 보고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게임 산업은 1,877억 달러 규모에 달했으며, 이용자 수는 34억 명을 넘어섰다. 이는 게임이 가장 효과적인 인터랙티브 커뮤니케이션 채널 중 하나임을 입증한다. 특히 로블록스(Roblox)와 같은 플랫폼에 VR 기능이 통합되면서,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공동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이는 브랜드 참여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로블록스 사용자의 60%가 13세 미만이라는 점(Ramic, n.d.)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플랫폼은 나이키, 구찌, 유니레버 등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가상 세계를 통해 젊은 소비자층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나이키의 혁신적 프로젝트인 나이키랜드(Nikeland)는 이러한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나이키랜드(Nikeland): 로블록스에서의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 2021년에 출시된 나이키랜드(Nikeland)는 로블록스(Roblox) 플랫폼 내에 구축된 가상 공간으로, 나이키의 글로벌 본사를 디지털로 재현한 환경이다. 게임, 소셜 인터랙션, 사용자 개인화 요소가 결합된 이 공간은 브랜드 경험에 몰입할 수 있는 디지털 허브로 기능한다. 이 프로젝트는 매우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로블록스 내 나이키 스토어에 2,100만 회 이상의 방문을 기록함으로써(Sutcliffe, 2022), 가상 공간에서의 효과적인 브랜드 참여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나이키랜드의 성공 요인 중 핵심은 로블록스를 전략적 플랫폼으로 선택한 점에 있다.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약 9,800만 명에 달하고, 그 대다수가 18세 미만의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점에서(Ekhator, 2025), 로블록스는 청소년층을 직접 타겟팅할 수 있는 집중된 채널을 제공한다. 나이키는 자사 본사를 가상으로 재현하고, 스포츠 테마의 상호작용 게임을 통합함으로써, 사용자들이 경쟁하고, 소통하며, 협업할 수 있는 몰입형 가상 환경을 구축했다. 이 디지털 공간은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는 동시에, 단순한 광고를 넘어 사용자들이 브랜드 서사에 직접 참여하는 게임화 전략을 가능케 했다. 다시 말해, 나이키는 로블록스를 단순 광고 매체가 아니라, 브랜드와 사용자 간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는 참여 기반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나이키는 단기적인 판촉 전략보다 창의적인 콘텐츠에 중점을 두며 나이키랜드(Nikeland)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시켰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디자인하고, 나이키 스포츠웨어를 가상으로 착용해보며, 운동장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NBA 올스타 위크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참여한 이벤트와 같은 대형 행사는 전 세계 게이머 커뮤니티의 주목을 받았으며, 브랜드 가시성을 한층 강화했다. 이처럼 나이키는 엔터테인먼트, 상호작용성, 제품 체험 요소를 경험에 통합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디지털 행동 양식에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맞춰냈다. 이러한 감정적이고 기억에 남는 상호작용은 상업 미디어 콘텐츠 처리 모델(Processing of Commercial Media Content, PCMC) 이론(Buijzen et al., 2010)과도 부합하는데, 해당 이론은 긍정적인 참여가 특히 청소년에게 단기 및 장기 기억 형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나이키는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이 시기에 형성되는 브랜드 경험을 장기적인 소비자 충성도로 이어지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발달 단계에서 개인은 취향을 형성할 뿐 아니라, 기억력과 감정적 인상의 인지 능력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나이키랜드는 수동적인 소비 모델을 넘어서, 사용자가 브랜드 경험의 공동 창조자가 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참여 기반의 구조는 감정적 몰입을 더욱 깊게 만들고,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거래적 관계에서 관계 중심의 연결로 전환시킨다. 중요한 점은, 나이키랜드가 단발적인 마케팅 캠페인이 아니라 나이키의 광범위한 디지털 전략의 핵심 구성 요소라는 것이다. 2023년, 나이키는 디지털 광고 및 프로모션 활동에 4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으며, 이로 인해 디지털 매출은 133억 달러에 달해 전체 글로벌 매출의 약 26%를 차지했다(Haleem, 2023; Reid et al., 2024). 나이키는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 전략적 유연성, 디지털 환경에서의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나이키는 몰입적이고 상호작용적인 디지털 경험이 빠르게 변화하는 마케팅 환경 속에서도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 충성도를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베트남 브랜드 전략을 위한 실행 방안 애드버게임을 브랜드 전략에 활용하는 방식은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채택되어 왔다. 동아시아 최대 게임 시장 중 하나이자, 베트남과 오랜 기간 디지털 게임 수출입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대한민국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한국은 e스포츠, 메타버스, 크로스 플랫폼 게임에 이르는 포괄적인 게임 생태계를 발전시켜 왔으며, 게임 산업은 2025년까지 316억 달러(USD)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Statista, 2025). 이러한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여, 로블록스(Roblox)는 2021년 7월 16일 서울에 지사를 설립하며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로블록스 코리아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 및 개발 플랫폼 지원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시장이 지닌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Choi, 2021). 이후 로블록스는 특히 Z세대 및 알파세대의 젊은 사용자층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을 보였으며, 한국 게임 커뮤니티 내에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이는 베트남 브랜드들이 로블록스를 활용한 애드버게임 전략을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유의미한 모델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Samsung)과 현대(Hyundai)와 같은 선도 브랜드들은 메타버스가 미래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현대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중 최초로 로블록스(Roblox)에 "Hyundai Mobility Adventure"라는 체험형 공간을 구축하며 국내 시장을 겨냥한 메타버스 전략을 전개했다. 제품 브랜드를 넘어, 블랙핑크(BLACKPINK)와 같은 K-팝 그룹도 적극적으로 메타버스에 진입하고 있다. YG 엔터테인먼트는 메타버스 스튜디오 카르타(Karta)와 협력하여 로블록스 내에 가상 블랙핑크 체험 공간을 만들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약 1억 7천만 달러 규모의 지원 투자를 단행했다(Dalugdug, 2023). 또한, 부산시 크리에이티브 팀과 같은 지역 기반의 목적지 브랜드들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관광 및 문화를 홍보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메타버스 산업에 약 1억 7,710만 달러를 투자하며(Kul, 2022), 향후 디지털 생태계의 중심이 될 기술에 대한 제도적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과 베트남은 디지털 인프라, 청년 중심의 인구 구조, 게임 소비 문화 등에서 유사한 점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게임 플랫폼을 브랜드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는 전략이 베트남에서도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베트남은 한국 브랜드들이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적응하고 활용했는지를 참고함으로써, 성공적인 벤치마킹 사례를 도출할 수 있다. 2024년 베트남 게임 산업은 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며 동남아시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시장으로 부상했다(Vietnam Plus, 2024). 특히 모바일 게임 부문은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Statista, 2024). 로블록스(Roblox)의 주 이용자층과 베트남의 젊은 게이머 사이에는 높은 일치율이 존재하는데, 베트남 게임 이용자의 약 86%가 16세에서 24세 사이인 것으로 나타나, 이는 로블록스의 현지 확장과 게임화를 통한 브랜드 참여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2024년 5월, VNG와 로블록스 간의 공식 파트너십 출범은 이 같은 흐름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플랫폼을 번역하고, 문화적으로 조정하며, 지역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등 로컬라이징 작업을 주도한 VNG는 로블록스가 베트남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화는 베트남 기업들이 몰입형 브랜드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브랜드 기억률 향상, 소비자 감정 강화, 구매 의향 증대에 기여한다. 나이키랜드(Nikeland)의 성공 사례는 메타버스가 브랜드 충성도를 구축하는 데 얼마나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모델과 달리, 메타버스 플랫폼은 소비자가 브랜드 경험의 공동 창작자가 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감정적 유대와 장기적인 관여를 강화한다. 특히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층은 기억 유지력과 인상 형성 능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로,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는 메타버스 기반 전략을 통해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베트남은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에서 동남아시아 내 3위를 기록하며(Pelizzoli, 2024),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이는 매출 감소와 개발사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북미(Circana, 2024) 및 동아시아(Quarneti, 2024)와 같은 포화 시장과 비교할 때, 베트남이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장은 단지 현지 개발자들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고한 명성과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CJ, 삼성, 넷마블, 넥슨 등 한국과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이미 베트남 내에서 강력한 브랜드 존재감을 구축해 왔으며, 이들 기업은 나이키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로블록스와 같은 플랫폼 내에 가상 경험을 설계함으로써, 브랜드를 재포지셔닝하고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지금은 NC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과 같은 글로벌 게임 기업들이 베트남의 급성장 중인 게임 개발 산업에 투자하기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다(Hoài Phương, 2025). 이들은 현지 인재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및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메이드 인 베트남' 타이틀을 제작할 수 있으며, 초기 투자를 통해 우수 인재 확보, 제품 품질 제고, e스포츠·메타버스·멀티 플랫폼 유통 전반에 걸친 신규 파트너십 창출 등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 결론 VR, AR, 메타버스 플랫폼과 같은 기술은 특히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브랜드 참여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도구들은 전통적인 모델을 넘어, 더욱 몰입적이고 감정적으로 공감 가능한 경험을 가능케 하며, 로블록스(Roblox)는 이를 구현하는 대표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나이키의 나이키랜드(Nikeland)는 브랜드가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네 가지 전략을 통해 보여준다: 적절한 플랫폼 선택, 매력적인 콘텐츠 개발, 명확한 타깃 설정, 그리고 전략적 목표와의 정렬. 로블록스가 베트남에 공식 진출한 지금, 국내외 브랜드는 젊은 소비자들과 의미 있는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을 위해서는 브랜드 정체성, 전략적 방향성, 자원 배분이 정교하게 조율되어야 한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게임 시장은 향후 디지털 브랜드 참여 및 혁신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며, 특히 동남아시아 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새로운 마케팅 전환점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현명하게 투자하는 브랜드는 차세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AppR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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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VNU School of Interdisciplinary Sciences and Arts, Hanoi, Vietnam) DOAN Nguyen Huyen Anh, NGUYEN Thanh Binh, TRAN Tien Bang, PHAN Quang Anh VNU School of Interdisciplinary Sciences and Arts, Hanoi, Vietnam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게임과 데이팅 세계

    사랑은 일상적인 곳에서 온다. 그리고 그 일상은 현재 ‘디지털화’되었다. 연애관계의 돌입과 사랑의 속삭임을 우리는 ‘가상적으로, 디지털로, 플랫폼을 통해’ 수행(play)하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보이는 관심은 인스타그램의 DM으로, 페이스북의 댓글로, 카카오 톡의 메신저로 꾸준히 접속하여 수치화된다. < Back 게임과 데이팅 세계 16 GG Vol. 24. 2. 10. 욕망의 수치화에 관하여 기본적으로 소개팅을 하다보면, 첫 만남 이후 관계 설정을 위한 만남의 횟수에 어느 정도 제한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다시 말해 소개팅 이후 가볍게 혹은 종종 계속해서 관계를 정의하지 않고 상대와 만나기란 어렵다는 뜻이다. 소개팅은 ‘연애’를 목적으로 한 만남이고, 이 때문에 첫 만남에 애프터를 신청할 것인지, 그리고 애프터 이후 몇 번의 만남 뒤에 공식적으로(officially) 연인관계로 돌입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존재할 가능성이 의외로 높다. 이처럼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릴 때 ‘굳이 정의하지 않고 넘어가도 될 만큼 서서히 스며드는 애정의 관계’라는 것은 의외로 많지 않다. 앞서 언급한 소개팅의 법칙(!)도 마찬가지고, 의외로 친구 관계에서도, 더 나아가 아주 관습적이라 일컫는 결혼도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관계 혹은 감정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대체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하면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어쩌면 반대, 즉 연애를 해야만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한국 드라마에서 (이성애)연애의 완결은 마치 결혼인 것처럼 그려진다. 그러나 현실의 우리에게는 수많은 형태의 (굳이 게임적 용어로 이야기하자면 ‘선택지’의) 사랑이 존재한다. 1) 가족 간의 사랑 2) 친구 간의 사랑 3) 연애 파트너, 즉 섹슈얼한 대상으로서의 사랑 4) 상대방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랑(짝사랑으로 주로 표현되는) 등. 생각보다 사랑의 모양새는 다양하고, 우리는 이를 정확하게 정의내리지 않으면서도 모순적으로 상대적 기준을 통해 수치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 특히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만들어내는 사랑의 형태는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는지 눈여겨보고, 이것이 과연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욕망의 수치화가 높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미디어 환경 내부에서 인간의 일상적 ‘플레이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쩌면 사랑을 게임을 통해 인지했거나, 이미 게이미피케이션이 고도로 진화된 상황에서 현실의 사랑을 진행 중일 수도 있다. 잘 생각해보자. 그렇지 않은가. 이미 사적/감정적인 대상이 모두 미디어에서 재현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이미 수치화한 상태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내 메신저에 응답하는가. 사귀는 사이에서 하루에 전화는 몇 통을 하는지, 사랑하는 사람의 소셜 미디어 팔로우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말이다.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의 사적인 플레이 역사 : 사랑을 게임으로 배웠나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연구자 본인은 시스젠더 여성이고, 남성애자에 가깝다. 그러나 십대 때 본인이 접근할 수 있었던 다수의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은 ‘게임 주체’가 생물학적 남성으로 고정되어있고, 이 남성이 다수의 여성을 공략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접했던 게임이 바로 ‘동급생’, ‘두근두근 메모리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게임들을 진행하면서 연애시뮬레이션 안에서의 ‘연애’의 전형을 배웠다. 예를 들어 첫인상에 상대방의 특성 1) 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것들이 그랬다. 특히 이러한 연애시뮬레이션은 ‘첫만남’-‘대화를 통해 친밀도를 높이고’,-‘공략대상이 원하는 모습에 맞추어 능력치를 개발한 뒤’-‘퀘스트(이벤트)를 충족시켜’‘엔딩을 맞이하는’ 루트를 탔다. 물론 나는 남성을 성적 대상으로 두는 남성애자에 가까운데, 이 당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둔 연애시뮬레이션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열광했던 '프린세스메이커'를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감정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90년대 연애시뮬레이션은 게임의 특성상 육성 시뮬레이션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여성 게이머인 나에게 플레이는 관습적인 것에 가까웠고, 이를 통해 ‘목표’를 성취한다는 점은 똑같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러한 남성 주체 중심의 육성-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은 나의 게임 플레이 성향을 ‘관조’에 가깝게 만들기도 했다. 다시 말해, 연애시뮬레이션이 개념적으로 정의하는 연애관계에 이입하기보다 사랑에 대해 ‘관조적’일뿐만 아니라 ‘제 3자’의 위치에서 ‘관음’할 수 있는 주체에 더욱 가까웠단 뜻이다. 그러다 오토메 게임 2) 이 발매되기 시작했다. 이는 육성-연애시뮬레이션에 열광하는 많은 여성 게이머들이 어느 정도 3) 욕망하고 원했던 게임 텍스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오토메 게임은 외적 4) 으로 ‘시스젠더 헤테로 여성’을 게임 주체로 하는 여성향 게임으로, 이 중에 한명은 너의 타입이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여성이) 남성들을 공략하는 텍스트 기반의 게임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미연시(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게임)의 이성애 기반의 성별반전으로 아주 간단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여기 등장하는 남성들은 매우 전형화된 카테고리로 나뉠 수 있는데, 이것은 결국 이후 유통되는 많은 오토메 게임, BL(Boy’s Love) 게임, 혹은 텍스트 기반의 라이트 노벨성이 짙은 게임의 남성 공략 캐릭터를 정형화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후술할 체리즈의 ‘수상한 메신저(2016)’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정형화된 남성 캐릭터 선택지를 내어놓는다. 1) 연상의 로맨티스트(다정캐) 2) 모태솔로에 순수 연하(햇살캐) 3) 츤데레(광공캐) 4) 히든 캐릭터(사연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오토메 게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후지쯔에서 제작하고 1998년 발매되었던 '판타스틱 포츈'이다. 이 게임은 놀랍게도 국내에서 정발되어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팬덤을 양산해냈다. 이 게임은 초반 선택할 수 있는 주인공이 3명이다. 육성 시뮬레이션이 여성 게이머들에게 매력적인 플레이 요소가 되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 게임은 남성 캐릭터를 연애적으로 공략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메인 캐릭터를 육성해야하는 이중고(苦)를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 이 주인공 중 한명은 성별이 육성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중성인 존재 5) 가 섞여 있다는 것이 독특했다. 이처럼 연애+사랑의 루트를 타는 게임은 1) 캐릭터와 서사 2) 그리고 이 캐릭터와 서사에 접근하는 플레이 방식에 따라 진화하게 되는데, 이 당시에는 '판타스틱 포츈'처럼 미형의 남성을 공략하는 ‘여성’ 캐릭터, 그리고 이 캐릭터를 이 남성들이 원하는 이상향에 맞추어 ‘육성’해야 하는 플레이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캐릭터와 플레이 방식은 이 게임들이 타겟팅으로 삼았던 여성 주체들이 게임에 몰입할 때, 플레이 주체로서 주인공에 자신을 동일시하기 보다는 앞서 언급했던 ‘관조’적 성향의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하게 만드는 기제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여성 게이머들은 이 세명의 주인공들을 돌아가면서 플레이하고, 자신과 동일시한 캐릭터를 찾아냈을 수도 있지만(그러면서 자연스레 남성 캐릭터들을 유사남친의 대상으로 바라봤을 수도 있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다시 말해 전지적 플레이어 시점으로 이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읽어내기만’했을 가능성 또한 존재 6) 한다. 특히 세 명의 주인공은 얼굴이 전부 드러나 있고, 그 캐릭터를 육성하면서 마치 케어링을 하는 제 3자적 인물로서 플레이어들이 그려지는 것은, 게이머가 그 서사 안이 아닌 밖으로 자신을 위치 지으며 이 게임을 플레이할 가능성이 더 높은 요소들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처럼 사랑은 하나의 게임에서도 단 하나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판타스틱 포츈'은 자식 같은 세 명의 메인 캐릭터, 그리고 그 대상 자체에 몰입하는 나, 동시에 그들을 짝을 지어주기 위한 제 3자(즉 관계성에 몰입하는)로서의 나 사이에서 연애와 사랑을 저울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일상적인 곳에서 데이터화된다. : 디지털 로미오적 행태 여성향 게임이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은 여성게이머들이 대중적으로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시점과 맞물리는데, 그 시기가 바로 개인화된 미디어의 확산, 즉 휴대폰 플랫폼으로 게임이용이 확산되기 시작한 때다. 그 당시 한국에서 만들어진 게임 중 하나가 체리즈의 ‘수상한 메신저’다. 이 게임은 텍스트 노벨처럼 만들어진 전형적인 여성향 게임인데, 게임 타이틀에도 반영되어있듯 메신저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특성을 갖는다. 이 게임은 핸드폰으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전화를 받는 상황이나 메신저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는 방식이 실제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일상적인 메시지 주고받기와 전화통화를 게임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진행이 가능하도록 되어있어서, 이전까지 제 3자의 전지적 플레이어 시점 방식의 이야기 진행이 아닌 강력한 자기 동일시 기제를 게임 안에 포함하고 있다. 이런 방식 자체는 나에게 데이팅 기술(Technology)에서 상대방이란 ‘기계’ 혹은 ‘게임 그 자체’일수 있겠구나를 알려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앨피 본(Alfie Bown)이 자신의 저서인 <게임, 사랑, 정치>(2022/2023)에서 서술했듯 “연애 시뮬레이션에서는 실제 대상과 상상적 대상의 은유적 대체가 실제적이고 분명하게 구현(182)” 된다. 실제로 나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등장인물(상대방)들에게 무작위로(물론 시스템화되어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무작위는 아니지만) 걸려온 전화를 받았고, 받지 못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그도 그럴 것이 상대방과의 채팅이 끝나고 나면 풀 보이스로 랜덤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모든 시간대마다 전화 내용이 다르다. 심지어 새벽에도 온다. 마치 구 남친의 ‘자니’와 같은 순간처럼). 이러한 일상적 대화의 기술은 누군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게 만드는, 혹은 사랑이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보편적인 상황이다. 이것이 가상의 게임엔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기술이 감정을 확장하는(물론 이것이 사랑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을지라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내가 마주한 것은 상대방이 아닌 기계였다. 만질 수 없어도, 바라보지 않아도, 무척이나 ‘생생한 ’기계. 실제로 이러한 감각은 현재 아이돌 팬덤들이 아이돌과의 메신저로 대화를 진행할 수 있는 위버스나 버블 7)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사랑과 게임의 상관관계 사랑은 일상적인 곳에서 온다. 그리고 그 일상은 현재 ‘디지털화’되었다. 연애관계의 돌입과 사랑의 속삭임을 우리는 ‘가상적으로, 디지털로, 플랫폼을 통해’ 수행(play)하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보이는 관심은 인스타그램의 DM으로, 페이스북의 댓글로, 카카오 톡의 메신저로 꾸준히 접속하여 수치화된다. 우리가 욕망하는 사랑이 데이트 상대와의 눈맞춤인지, 아니면 친구와의 심도 깊고 즉흥적인 대화인지, 아니면 게임의 보상처럼 메시지 알림 소리를 울리는 버블의 인터페이스 그 자체인지 우리는 이제 알기 어렵다. “사랑과 욕망은 우리가 그것들을 경험하는 매체에 너무도 깊이 얽혀있다(Alfie Bown, 2022/2023, 225)”. 사랑은 수치화되었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그랬을지 모른다. 이것이 디지털 공간에 편재되었을 때, 게임은 빠르게 흡수해 텍스트로 옮겨냈고, 동시에 현실의 사랑은 이미 게임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게임으로 사랑을 배웠고, 그래서 어느 정도 관조적인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빠져있는 사랑. 8) 나는 이미 그렇게 습득한 사랑을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나의 가상의 최애(feat. '플레이브' 남예준)를 위해, '풍화설월' 9) 의 주인공(feat. 금사슴반 클로드)들에게 이미 퍼붓고 있다. 이 때문에 의외로 현실세계의 연애와 사랑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느낌마저 든다. 참고문헌 Alfie Bown(2022). Dream Lovers: The gamification of Relationship. Pluto Press; London. 박종주역(2023). 게임, 사랑, 정치. 시대의창; 서울. 1) 이는 지금까지의 많은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에서도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한데, 대부분 연애시뮬레이션에서 비주얼(즉, 캐릭터 디자인)은 그 캐릭터의 특성을 반영하여 제작되고 이 때문에 외모는 공략법과도 깊이 연관되어있다. 실제로 연애시뮬레이션의 완결성은 비주얼이 팔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여성향 게임에서의 비주얼은 대체적으로 남성향 게임과는 달리 특정 신체를 부각하기보다, 얼굴과 목소리에 집중되어있다. 2) 乙女ゲーム 소녀의 게임. 3) 여기서 어느 정도, 라고 어중간하게 서술한 것은 기본적으로 당시 오토메 게임이 여성의 성적 욕망, 혹은 연애적 욕망에 대한 구체적 반영보다는 단순 성별반전에 가까웠기 때문이며 동시에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여성들의 모든 욕망을 단일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4) 외적이라고 굳이 덧붙인 것은 오토메 게임이 시스젠더 헤테로 여성들을 주체로 하여 만들어진 게임이긴 하나,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주체의 성별은 실제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들 여성향이라고 말하는 장르의 콘텐츠를 실제로 이용하는 주체는 시스젠더 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별주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문에서 쓰인 여성향/남성향과 같은 용어들은 이미 관습적으로 굳어진 용어로 본문에서 사용될 뿐, 실제 이용 주체를 명명하는 것은 아니다. 5) 3명 중 한명인 실피스는 선택지 플레이에 따라 여성/남성으로 나뉘게 되므로, 초반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존재(중성)로 나온다. 이 때문에 오토메 게임이지만 BL 게임으로 서사를 진행할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2차 창작이 활발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6) 이것은 여성 게이머 주체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기보다 초반 여성들이 게임 텍스트를 접할 때 일어나는 남성 중심적 서사에 적응하기 위한 기제로서 관습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바라보는 여성 주체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가정되는데, 여성은 남성의 시선이 내재화된 카메라와 그 카메라 시선의 대상(여성) 사이에서 동일시할 주체를 찾지 못하고 관조적이거나 유동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여성향 게임에서 ‘텍스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미지보다는 텍스트가 제 3자의 입장에서 거리두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에서는 간단히 언급하고 있지만, 이러한 거리두기의 연애방식(연애 관계에서 자신을 배제하고 그 관계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은 현대의 여성들에게 훨씬 더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 좋아하는 연예인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프라이빗 메신저 ‘구독’ 서비스. 물론 인터페이스 자체는 자신이 하는 텍스트 메시지와 연예인의 메시지 밖에 보이지 않지만, 진짜 대화를 나누는 것은 1:수많은 팬서비스 구독자다. 8) 사랑에 빠져든 나와 나를 배제한 사랑 모두를 뜻한다. 9) 닌텐도 게임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중 하나. 3개의 나라 3개의 반 중에 하나를 골라 육성하는 SRPG 게임이다. 메인 캐릭터를 남성과 여성 둘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으며, 각각의 학생을 지도하면서 교류할 수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 장민지 덕후 진화론(덕후는 정신적/육체적/기술적으로 진화한다)을 믿는 팬-미디어 연구자.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박사논문〈유동하는 세계에서 거주하는 삶 : 20~30대 여성청년 이주민들의 집의 의미와 장소화 과정〉으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 학회 학술상, 2016년 〈비인간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환상〉으로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평론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 독점 게임의 새 지형도: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2D 횡스크롤 플랫폼 게임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록맨' 시리즈. 보스의 무기를 빼앗아 쓴다는 기믹과 대단히 어려운 난이도, 그리고 귀엽고 다부진 주인공 록맨으로 출시와 함께 게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캡콤은 1987년부터 3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다.  < Back 독점 게임의 새 지형도: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09 GG Vol. 22. 12. 10. 독점? 그땐 그랬지… 2D 횡스크롤 플랫폼 게임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록맨' 시리즈. 보스의 무기를 빼앗아 쓴다는 기믹과 대단히 어려운 난이도, 그리고 귀엽고 다부진 주인공 록맨으로 출시와 함께 게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캡콤은 1987년부터 3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다. 〈록맨〉(1987)은 닌텐도 패미컴(ファミコン)의 독점 게임이었다. 클래식 록맨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 기준, 록맨은 패미컴으로 6편, 슈퍼 패미컴으로 1편(록맨 7, 1995), 플레이스테이션(PS)으로 1편이 출시됐다. 2년 터울을 두고 출시한 〈록맨 2〉(1988)와 〈록맨 3〉(1990)은 나란히 1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넘기며 '캡콤 플래티넘 타이틀'에 올랐다 . 1987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록맨은 패미컴의 킬러 타이틀 중 하나였다. 클래식 록맨 시리즈가 PS에 이식된 것은 1999년의 일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들 게임을 해볼 방법은 패미컴을 구하는 길밖에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가디언 히어로즈〉(1996)나 〈그란디아〉(1997)를 하려면 세가 새턴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런 게임들이 시간에 흘러 타 플랫폼에도 이식되거나 리메이크되면서 (특정 기기를 소유하지 않은) 소비자는 아쉬움을 덜고, 공급자는 (이미 재미를 본) 타이틀의 재발매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보는 일이 예사였다. 그리고 어느 한편에서는 '늘 그렇듯이' 답을 찾으려는 몇몇 긱(Geek)들은 에뮬(Emulator)이라는 괴물을 창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콘솔 없이 고전게임을 구동했다. 아무튼 오늘날까지 일본 주요 게임사들은 기간 한정 독점 발매 전략을 잘 쓰고 있다. 앞서 록맨 시리즈의 예를 든 캡콤이 대표적이다. 〈몬스터 헌터: 월드〉(2018)는 PS4, XBO 독점작으로 1월 발매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캡콤은 콘솔 독점 발매 7개월 만에 스팀(PC)에서 게임 판매를 시작했고, 그 해 스팀에서 1,0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스팀에서는 동시접속자가 투명하게 공개되는데, 출시 첫날 〈몬스터 헌터: 월드〉에 접속한 사람들은 24만 명을 넘겼다. 10년에서 7개월로 짧아진 독점 기간은 오늘날 게임 생태계의 시계가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를, 그리고 좋은 게임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판매해야 할 물건이 소프트웨어만 있는 것이 아닌 회사들은 계산법이 다르다. 오늘날에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2017)이나 〈모여봐요! 동물의 숲〉(2020)을 플레이하려면 필수적으로 닌텐도 스위치(NS)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닌텐도는 서드파티의 게임이 자사 생태계에 입점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자신들의 킬러 타이틀이 다른 게임기에서 실행되는 부분에는 극도로 보수적이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2019),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2019)처럼 닌텐도가 유통하는 게임들도 좀처럼 스위치 바깥을 나가지 않는다. 오늘날 NS 바깥의 닌텐도 게임은 모바일게임 〈슈퍼 마리오 런〉(2016)이나 〈피크민 블룸〉(2021)처럼 소수 사례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NS는 5년 만에 1억 대가 팔렸다. 오늘의 주인공 소니는 어떨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PS에도 강력한 독점작 파이프라인이 작동한다. 최근 PS 독점으로 나온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2022)가 대표적이다. 전작 〈갓 오브 워〉(2018)의 PS4 독점이 풀린 것은 최초 발매로부터 약 4년이 지난 2022년이다. 〈호라이즌 제로 던〉(2017)이 PC로 간 시점은 3년이 지난 2020년 8월이다. 리메이크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2022)에서도, 지난 10월 PC 버전으로 발매된 ‘언차티드’ 합본판에서도 소니가 여타 게임사보다는 긴 호흡의 기간 한정 독점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소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베데스다가 포함된 제니맥스를 인수한 데 이어 액티비전블리자드(AB)까지 가져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MS의 인수가 성사되면 〈스타필드〉(2023)는 물론 북미 지역 현세대 최고 인기 게임 ‘콜 오브 듀티’를 PS에서 서비스하지 못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MS Xbox의 필 스펜서는 "콘솔 독점권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MS는 ‘콜 오브 듀티’에 대한 소니의 권리를 계속 보장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독점 게임과 시장 독과점 사이 MS가 벌이고 있는 공격적인 인수전에 대해서는 이미 좋은 자료가 많이 나와 있다. 이 글에서는 짧게 짚고 넘어가자. 요약하자면, MS는 우리 돈으로 90조 원이 넘는 금액을 100% 현금으로 지불하면서 AB를 사려 한다. 그러나 MS는 이미 게임 시장에 지배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규제 기관들은 이 딜을 검토해야만 한다. 현재 약 30여 개의 국가 규제당국이 MS의 AB 승인 건을 검토 중이다. 22년 9월, 영국 경쟁시장청(CMA)측은 시장 경쟁 하락의 이유로 인수를 일차 기각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11월 초 집중 조사를 개시했다. 미화 687억 달러가 오가는 역대급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선봉에는 소니가 있다. 지난 8월 브라질 경제보호행정위원회(CADE)에 "MS의 인수는 독점 행위", "'콜 오브 듀티'는 유저 커뮤니티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비슷한 예산으로 비슷한 작품을 만들어도 경쟁이 불가하다"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또 지난 11월, 영국 CMA는 소니와 MS가 제출한 서한 일부를 공개했다. 이때 소니는 "인수가 완료되면 Xbox는 콜 오브 듀티, 헤일로, 기어즈 오브 워, 둠, 오버워치 등 베스트셀러 FPS를 모두 살 수 있는 상점이 되면서 경쟁의 압박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우려를 표했다. MS는 "PS의 월 사용자는 Xbox의 두 배에 달한다. 약 6천만 명 정도 더 많다", "소니는 MS보다 많은 독점 게임을 가지고 있다", "많은 콘솔 게이머가 ‘콜 오브 듀티’를 플레이하지 않는다"라며 CMA에 방어 논리를 전개했다. 명실상부 ‘콜 오브 듀티’는 서양, 특히 북미 시장에서 파괴적인 프랜차이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2022)는 지난 10월 28일 출시 이후 전 세계 매출 8억 달러(약 1조 1천 368억 원)를 벌었다. 액티비전은 보도자료를 내고 “영화 〈탑건: 매버릭〉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박스오피스 오프닝 성적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라고 자찬했다. 영화를 ‘콜 오브 듀티’ 흥행 비교 대상으로 사용하기는 액티비전이 자주 쓰는 방식인데, 지난 2019년에도 액티비전은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의 전체 매출은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시리즈 전체보다 많고 영화 '스타워즈'의 2배나 된다"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MS의 독점작이었던 ‘헤일로’, ‘기어즈’, ‘포르자 호라이즌’은 상업적으로 소니에게 절실한 타이틀이 아니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이 거느리는 강력한 개발사군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행 보증 수표 ‘콜 오브 듀티’는 이야기가 다른 듯하다. 소니는 이 프랜차이즈를 계속해서 PS 생태계에 남겨둘 필요가 있다. 이번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에서도 재차 확인되듯, '콜 오브 듀티'의 싱글플레이 분량은 점점 줄고 있다. 일각에서는 "멀티를 위한 튜토리얼로 전락했다"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게임의 멀티플레이 모드는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콜 오브 듀티' 멀티플레이의 핵심 BM은 스킨인데, 앞으로 ‘콜 오브 듀티’가 PS에서 빠지면 소니는 인 게임 결제 수수료 30%를 잃게 된다. 더구나 MS는 토드 하워드의 신작 〈스타필드〉 출시 플랫폼에 PS를 제외했다.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MS의 AB 인수에 소니는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소니의 게임 분야 실적도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지난 2분기 소니의 게임 분야 영업이익은 421억 엔(약 4,0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1% 감소했다. 소니의 실적을 이끈 쪽은 카메라, 영상 장비, 반도체 분야와 음악사업이었다. 그래서 소니는 목이 많이 마르다. 오랜 기간 독점 게임을 서비스하며 성과를 냈던 소니가 이제는 MS 독점 게임에 대응해야 하는 반대 입장에 서게 됐다. 우려를 불식하려는 듯 MS는 소니에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10년 계약 연장을 제안했다. 소니와 액티비전 사이에 맺어진 이전 계약은 2024년에 만료된다. MS에 급한 사안은 세계 규제기관의 승인이므로, 자신들이 시장 독과점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낼 필요가 있다. 애플과 에픽게임즈가 서로에게 소장을 날리며 인앱결제 수수료를 놓고 법률 다툼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MS와 소니는 규제기관에 보내는 ‘입장문’과 투자로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니의 투자를 보면 독점 게임 철학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한때 MS 산하에 있던 ‘데스티니’ 시리즈의 번지를 인수했고, 지난 31일에는 〈엘든 링〉(2022)의 개발사 프롬 소프트웨어의 지분 14.09%를 확보했다. MS는 아직 배가 많이 고프다. 이미 윈도우라는 설명이 필요 없는 OS를 보유하고 있고, Xbox 기기를 판매 중이며, 월 구독 모델인 Xbox 게임패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 중이다. 게이머에게 확실히 그 존재를 각인시킨 게임패스는 독점 게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스타필드〉나 〈엘더 스크롤 6〉가 게임패스에 입점한다면, 자사 콘솔과 PC를 아우르는 독점 게임 모델이 출현하게 된다. MS는 게임패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일부 콘솔, DL 매출을 포기하고 게임패스에 게임을 포함할 수 있다. 캡콤의 〈몬스터 헌터: 월드〉 사례처럼 짧은 독점 기간을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는 더이상 독점 게임을 해보기 위해 콘솔을 구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국제적인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되거나, Xbox 하드웨어 보급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면, MS는 게임패스에 힘을 더 실어줄 것이다. 콘솔 사용이 주는 고유한 재미가 변함이 없다면, MS의 ‘하드웨어 + 게임패스’ 투 트랙 전략으로 일어날 자기잠식효과도 치명적인 수준으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필 스펜서는 ‘클라우드 게임 등으로 콘솔 시장이 위축되지 않겠느냐’라는 물음에 "모바일과 태블릿 등 일부 주요 기기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정용 콘솔이 게임을 경험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최근 필 스펜서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꺼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콘솔 독점 게임은 갈수록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유저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사용 기기에 상관없이 친구들을 만나 플레이하도록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스타필드〉의 PS 출시가 배제되었기에 일각에서는 기업의 언행 불일치를 지적했다. 필자는 싱글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은 (기간 한정) 독점으로 가져가고, 멀티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은 여러 플랫폼에 열어놓겠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MS의 AB 인수가 성사되면, MS는 다음 사냥감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게임 애널리스트 다니엘 아흐메드는 "게임패스가 이제 Xbox 생태계의 중심에 서면서 MS가 서비스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유저 유입으로 이어지는 독점 콘텐츠와 IP에 투자하는 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지지 않으려 소니는 열정적으로 파트너를 찾고 있다. 바로 3주 전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 바로 소니가 한국의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고 〈호라이즌 제로 던〉 기반 MMORPG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 엔씨소프트는 "현재 개발 중인 미공개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엔씨소프트는 컨퍼런스콜에서 "아주 훌륭한 글로벌 파트너와 저희가 협력하는 내용이 많이 진행됐다. 회사 이름 공개를 할 순 없으나 곧 사업 쪽에서 발표드릴 것"이라고 말한 적 있는데, 이 '아주 훌륭한 파트너'는 소니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콘솔 삼국지’에서 닌텐도는 독야청청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닌텐도의 독점 게임 정책은 전통적이면서 일관된 면이 있다. 게이머에게 닌텐도의 기조는 이미 ‘당연한 조건’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닌텐도의 독점 정책을 힐난하는 소비자는 드문 듯하다. 그렇게 〈포켓몬 스칼렛·바이올렛〉(2022)은 출시 3일 만에 천만 장을 팔았고, 〈스플래툰 3〉(2022)도 출시 사흘 만에 일본에서만 345만 장 판매됐다. 그러나 하드웨어 판매 실적이 부진한 탓에 닌텐도의 연 매출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닌텐도의 소프트파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하다. 독점 게임에 새 지형도가 펼쳐져도 닌텐도 월드는 굳건할 것만 같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김재석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 지구를 다시 지구로, 지금을 다시 지금으로 만들기: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즐기며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는 말을 점점 더 자주 듣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기이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자본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가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것을 사업의 최종적인 목표로 여긴다는 이야기가 동시대 자본주의 세계의 신화처럼 전해진다. 테라포밍은 말 그대로 어떤 행성을 ‘지구의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보통은 지구 바깥의 다른 행성을 지구처럼 만들어 인간이 이주하거나, 식민지로 삼기 위한 계획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다. < Back 지구를 다시 지구로, 지금을 다시 지금으로 만들기: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즐기며 05 GG Vol. 22. 4. 10. * 〈호라이즌〉 시리즈 전반에 대한 스포일러 요소가 있습니다. 지구를 지구로 만들기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는 말을 점점 더 자주 듣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기이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자본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가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것을 사업의 최종적인 목표로 여긴다는 이야기가 동시대 자본주의 세계의 신화처럼 전해진다. 테라포밍은 말 그대로 어떤 행성을 ‘지구의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보통은 지구 바깥의 다른 행성을 지구처럼 만들어 인간이 이주하거나, 식민지로 삼기 위한 계획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다. 테라포밍이라는 말은 1942년에 발간된 잭 윌리엄슨(Jack Williamson)의 SF소설 『충돌 궤도』(Collision Orbit)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 이후 1961년에는 저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Carl Sagan)이 금성을 테라포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하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뜬구름이었던 상상에는 조금씩 구체성이 부여되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문학과 영화 그리고 게임 등 다양한 방면의 창작물에서 활용되며 SF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아 왔다. 생각해보면 테라포밍은 굉장히 식민주의적인 발상이다. 인간의 생존이나 욕망을 위해 지구 바깥의 행성을 인간의 공간으로 뒤바꾸는 것만큼 궁극적인 식민주의가 있을까. 실제로 테라포밍은 행성 간 자원개발 같은 문제와 함께 다루어지며 식민주의의 알레고리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영화 〈아바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테라포밍은 단순한 착취에서 나아가 어떤 생태계를 통째로 전환하는 것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성과 인간/자연 이분법의 극한에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지구 안의 생태계에서도 인간들은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무려 지구 바깥의 다른 별을 ‘지구화’한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상상인가. 그러나, 여타 ‘-되기’의 문제가 그렇듯 테라포밍은 지구가 아닌 것을 지구로 만드는 일에 구체적인 형상을 부여하면서 그 자체로 ‘과연 무엇이 지구를 만드는가’하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지구가 아닌 것이 지구가 될 수 있을까. 대체로 물과 에너지원의 존재,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대기 상태, 물질의 합성이 잘 일어날 수 있는 환경 등이 꼽힌다. 그러나 정말 그것이면 어디든 ‘지구의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렇게 우리가 딛을 수 있는 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호라이즌〉 시리즈의 세계관은 고유의 탁월한 설정으로 흥미로운 영역을 열어낸다. 〈호라이즌〉 시리즈를 거칠게 요약하면, 지구를 다시 테라포밍하는 것에서 비롯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유저 경험이나 그래픽에 대한 호평도 눈에 띄지만 〈호라이즌〉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관에 있다. 〈호라이즌〉 시리즈는 세계가 멸망한 이후의 세계를 다루는 소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사이지만, 여러 방면에서 전형성을 크게 벗어난다. 고대와 미래가 이상하게 꼬여있는 새로운 인류의 모습을 그려내고, 무엇보다 자연과 로봇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독특한 세계관은 지구가 완전히 파괴된 이후에 그것을 다시 복구하는 과정을 배경으로 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호라이즌〉의 세계관에서 지구가 멸망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우리의 세계처럼 지구의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었고, 그에 따른 분쟁도 격화된다. 물론 그만큼 환경을 위한 기술도 거듭 발전했지만, 역시나 문제는 자본주의. 테드 파로라는 자본가는 유기물을 스스로 분해하여 에너지로 만들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여 큰돈을 번다. 그러한 기술은 처음에는 생태와 융합을 지향하는 친환경적인 솔루션이었고, 망가져가는 지구 생태계에 희망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된다. 2050년대에 들어서면 파로 오토메이티드 솔루션사(社)의 군사용 로봇이 선진국 군대의 대부분을 대체한다. 인류는 전쟁을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군사용 로봇 시스템은 계속 발달하여 자체적으로 에너지원을 찾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통해 로봇들이 스스로 생산하고, 통제하는 일종의 생태적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수준에 도달한다. 그렇게 고도로 발달한 로봇 시스템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결국 ‘파로 역병’이라고 불리는 결함이 확산되면서 로봇들은 끊임없이 개체 수를 늘려나가며 지구의 모든 유기물과 생명체를 자신의 에너지원으로 바꾸어 나간다. 인간들은 저항해보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지구 상의 모든 생명과 에너지원이 고갈되는 광경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 테드 파로는 로봇들의 군사 목적 활용을 반대하며 퇴사했던 핵심 개발자 엘리자베스 소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보안을 핑계로 로봇에 접근할 수 있는 코드를 제대로 구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로봇들이 지구를 모두 파괴하기 전에 그들을 멈추는 방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소백이 찾은 유일한 방법은 지구가 완전히 황폐화된 이후에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즉 지구를 다시 테라포밍할 시스템을 갖추어 놓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지구를 포맷하는 것. 이것이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 드러나는 ‘제로 던’ 프로젝트의 전말이다. * 테라포밍 시스템을 총괄하는 ‘가이아’의 홀로그램 모습. 그 프로젝트를 위해 전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은 지구의 멸망을 준비하며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들기 위한 알고리즘을 구축한다. 전체 테라포밍 시스템을 총괄하는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가이아’를 중심으로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가진 9개의 하위 기능이 각각의 역할을 하며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드는 시스템이 계획된다. 1) 기본적인 세계관은 이 정도로 언급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2017년에 첫 출시된 〈호라이즌: 제로 던〉이 엘리자베스 소백의 복제인간인 주인공 에일로이의 탄생 비화와 이러한 세계관의 구조를 밝혀나가는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신작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는 하데스 시스템의 오류로 문제를 일으킨 가이아의 테라포밍 시스템을 다시 복구하고, ‘제로 던' 당시에 방주를 타고 지구 바깥으로 피신했던 21세기의 고대인들과 조우하는 이야기가 핵심에 있다. 초반부에 백업된 가이아의 데이터를 찾으면, 가이아의 홀로그램과 관계를 맺으며 그의 하위 기능들을 복구해나가는 퀘스트를 통해 게임의 핵심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지구의 명운을 짊어진 인공지능들이 모두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가졌다는 점이 계속 눈에 밟힌다. 이러한 설정뿐만 아니라, 〈호라이즌〉 시리즈 전반의 서구중심주의를 먼저 비판적으로 짚을 필요가 있다. 지구를 죽이고 살린 인물들과 모든 주요 사건이 모두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거나, 심지어 미국 서부의 IT자본들이 그 모든 것의 주체가 된다는 설정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또한 신생 인류 각 부족의 모습이나 풍습을 그려내는 방식에서는 전반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의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을 입체적으로 견지하더라도 가이아가 흑인 여성의 이미지로 재현되었다는 점은 단순한 ‘PC 요소’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 될 수 있다. 가이아는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과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주장한 ‘가이아 가설’을 연상시킨다. 가이아 가설은 대기의 원소 구성이나 해양의 염분 농도가 오랜 시간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종다양한 생물들의 영향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지구를 무생물적 기반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복합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보는 관점이다. 러브록은 지구를 가이아로 부르며 지구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조정하는 지적인 생명체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이른바 에코페미니즘이라고 불리는 사상적 흐름의 기반이 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가이아의 존재가 〈호라이즌〉의 세계관에서는 테크놀로지와 완전히 결합되어 있다는 점도 재미있는 지점이다. 자연을 총괄하는 여신이 인공지능 알고리듬이라는 설정은 독특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기술과 자연의 이분법을 가로지르게 된다. 여기에서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은 신적인 존재와 실제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나아가 그것은 생태계의 일부, 아니 생태계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설정에서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 『사이보그 매니페스토』의 “여신이 되기보다 사이보그가 되겠다”는 선언은 한 번 더 뒤집어지면서 전복적인 의미가 발생된다. 지금을 지금으로 만들기 이러한 요소 이외에도 〈호라이즌〉이 흥미로운 여성 서사인 이유는, 단지 주인공 에일로이가 여성이라는 점이나 에일로이가 태어난 노라 부족이 모계 사회라는 설정을 훨씬 초과한다. 2) 오히려 21세기 인류의 지식과 역사를 신생 인류에게 전달했어야 할 남신 아폴로의 이름을 딴 인공지능이 파괴된 상태로 리셋된 지구가 서사의 배경이라는 점이 더욱 근본적인 차이를 만든다. 생물학적인 이분법에서의 여성이 아니라, 남근적 대문자 역사와의 관계 속에서 여성적인 것의 위상을 고민해야 한다. 플레이어가 에일로이와 함께 탐험하는 세계는 고대(21세기)와 역사적 단절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고대의 사물들은 말 그대로 고고학적 사물이 된다. 푸코(Michel Foucault)는 『지식의 고고학』 등 텍스트를 통해서 고고학을 역사와 대별되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역사는 세계를 선형적이고 논리적인 시간에 배치하는 작업이다. 또한 역사는 서술하는 주체의 관점에서의 질서이다. 그러나, 고고학은 땅에 파묻혀 있던 것을 갑자기 지금-여기에 튀어나오게 하면서 잘 정리되어 있던 역사적 배열을 깨뜨리곤 한다. 그렇기에 고고학적 사유에는 일종의 변증법이 작동하는 것이다. * 테낙스 부족이 신전으로 삼고 있는 과거의 전쟁기념관에서 포커스로 데이터를 발견했다. 설정에 따라 데이터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내용의 일부가 누락되곤 한다. 〈호라이즌〉 시리즈에서 플레이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는, 에일로이가 관자놀이에 끼고 다니는 ‘포커스’의 활용이다. 일종의 AR기기인 포커스는 플레이어가 버튼을 누르면 주변 공간을 스캔하면서 기존과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낯선 공간에 진입하면 패드의 버튼을 연신 눌러대며 새로운 요소는 없는지, 혹은 유실된 데이터 포인트는 없는지 말 그대로 발굴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발견되는 데이터 포인트의 정보들은 게임의 퍼즐 요소에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게임 속 세계의 고대(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근미래인 21세기 중반)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그것은 단지 읽을 거리를 제공할 뿐이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이상하게 뒤틀리는 감각을 주어 흥미롭게 작동한다. 듀얼센스를 잡고 있는 플레이어의 시간에서 현재가 게임 속 에일로이의 시점에서는 고대가 되면서,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지금을 발굴하는 작업하게 된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에서는 북미 대륙의 서쪽으로 나아가면서 동부 출신인 에일로이 입장에서는 야만적이고 호전적인 종족으로 여겨졌던 테낙스 부족을 만나게 된다. 처음 그들이 등장했을 때, 현대식 군대 제식에서나 볼 수 있는 경례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성지로 삼고 있는 공간은 21세기의 전쟁기념관이었다. 그들은 그곳의 홀로그램 자료들을 기반으로 일종의 종교를 만들어 고대의 전사들을 섬기면서, 전쟁기념관의 프로파간다 영상들이 제시하는 이념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공간 이외에도 〈호라이즌〉에는 데이터가 보관된 서버룸이나, 일종의 시드볼트, 심지어 인류의 유산으로 여겨지는 미술품을 보관하고 있는 수장고가 등장한다. 결코 불가능한 영원성을 전제하면서 시간들을 하나의 지평에 물질적으로 모아내는 장소인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이례적인 위상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기도 하다. 이렇게 시간에 대한 감각을 꼬아내는 설정은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전개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점에서도 작동하는데, 가이아의 백업 데이터를 처음 발견하는 곳에서 플레이어는 정말로 뜬금없이 구 인류의 생존 세력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보호막을 입고 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활을 쏘는 것 밖에 없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엄청난 무력감을 느낀다. 플레이어를 당황시키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시간이 꼬여있어서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할지도 헷갈린다. 비슷한 맥락에서 게임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퀜 부족은 에일로이처럼 포커스를 지니고 있어서, 고대의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소벡 박사와 똑같이 생긴 에일로이를 ‘살아있는 선조’(living ancestor)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관 전반의 이렇게 꼬여있는 시간성을 통해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지금이라는 시간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 * 지구로 돌아온 구 인류의 일원인 틸다 판 더 미어는 자신의 수장고에 고대 인류의 미술품을 보관하고 있었다. 이 설정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라익스미술관(Rijksmuseum)과 협업 프로젝트로 이루어졌다. 관련 링크: https://blog.playstation.com/2022/04/06/preserving-art-through-tildas-vault-in-horizon-forbidden-west/ 회복이 아닌 전복 SF, 특히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은 이렇게 지금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또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세계가 몽땅 망해버린 이후에도 이야기를 이어갈 누군가를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희망의 서사이기도 하다. 파국을 뜻하는 카타스트로피(catastrophe)는 아무것도 없는 절멸을 뜻하지 않는다. 어원적으로 그것은 ‘아래로 뒤집다.’ 혹은 ‘반전’이라는 뜻과 통한다. 그러한 세계의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것은 사실 무언가 뒤집어져 쏟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호라이즌〉의 서사도 인류에게 희망을 주고, 결국 인류는 승리할 것이라는 인간중심적인 감동을 주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그런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 홀로그램으로 과거의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모습이 복원되는 장면 등을 극적으로 연출하고, 인류애를 자극하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라이즌〉의 세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에일로이의 동료들과 그 시대의 인간들이 ‘우리’ 인간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우리 시대의 인간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은 지구로 다시 돌아와서도 깽판을 치고 결국 복제인간인 주인공에게 죽임을 당한다. 에일로이와 동료들은 단지 시대적으로 우리 시대 이후의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복제인간이거나 대부분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배양되어 태어난 말 그대로의 포스트-휴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호라이즌〉은 인류를 회복시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인류를 전복시키는 이야기이다. 〈호라이즌〉은 이렇게 인간 너머의 인간들, 그러니까 인간이 아니기에 인간이라는 존재를 성찰하게 만드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이런 식으로 〈호라이즌〉은 같아 보이는 것의 다름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것, 지구이면서 지구가 아닌 것, 지금이면서 지금이 아닌 것.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드는 작업은 반복이지만, 차이를 가지고 있는 반복이 된다. 아니, 사실 차이는 반복을 통해서만 드러난다. 여기에서 시간의 문제는 특히 중요하게 작동한다. SF가 가지는 근본적인 가능성은 그러한 시간성에 있다. SF의 시간성은 순간적으로 우리의 지금을 돌아볼 수 있는 틈새를 만든다. 우리는 오직 미래를 통해서만 현재를 볼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가 아닌 존재들을 통해서만 우리를 돌아볼 수 있다. 1) 가이아의 하위 기능들의 역할을 간략히 정리한 메모를 덧붙인다. 미네르바는 인류가 멸종한 이후에도 파로의 로봇들을 멈추기 위한 코드 분석을 지속하여 결국 로봇들을 멈추는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이다. 그렇게 미네르바가 군사용 로봇을 멈추면, 헤파이토스는 지구 곳곳에 소위 ‘가마솥’(cauldron)이라고 불리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물 형태의 생태적 로봇들을 만들어 지구에 순환 시스템을 복구한다. 동시에 아이테르는 대기를, 포세이돈은 바다를 정화하고, 데메테르는 토양을 복원하여 식물이 다시 생장하도록 돕는다. 아르테미스는 생체 동물들의 유전자를 복원하여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엘리우시아는 인간의 유전자를 보관하고 있다가 생태계가 복원되면 인간을 배양하여 태어나게 만들고, 나아가 인큐베이팅까지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인간들은 정보와 지식의 아카이브인 아폴로를 통해 21세기 수준의 지식을 다시 복원하고, 무엇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파로 역병’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공유한다. (사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제로 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로가 자신의 과오가 영원히 남는 것이 두려워 아폴로를 파괴해버렸기 때문이다. 지구의 테라포밍 이후에 다시 태어난 인류가 고대 문명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데스는, 테라포밍이 오류를 일으키는 것을 대비하여 이 모든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모든 것을 다시 초기화한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2) 물론 〈호라이즌〉은 거대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지구의 운명을 건 서사이고, 때로는 에일로이가 남성 영웅의 여성 버전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개는 플레이의 중요한 기점 곳곳에서 주어지는 대화의 선택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이다. 에일로이는 선형적으로 전개되는 서사의 인물이 아니라, 게임의 플레이어가 만들어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큐레이터, 미술비평가) 권태현 글을 쓰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예술계에서 활동하지만 쉽게 예술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들에 항상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예술 바깥의 것들을 어떻게 예술 안쪽의 대상으로 사유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정치적인 것을 감각의 문제로 파악하는 관점에 무게를 두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7000eichen@gmail.com )

  • 그려진 힘, 그리는 힘, 그림의 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와 이미지, 그리고 리얼리즘

    클레르 옵스퀴르〉는 그 제목부터 미술과 연관성이 명확하다. 잘 알려져 있듯 클레르 옵스퀴르(Clair-obscur)는 이탈리아어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이다. 키아로스쿠로는 chiaro(밝은)와 oscuro(어두운)의 합성어로 빛과 어둠의 대비를 극적으로 사용하는 미술 기법을 말한다. 이탈리아 맥락에서는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로 대표되는 바로크 양식의 연출을 꼽을 수 있고, 프랑스어인 클레르 옵스퀴르로 번역해서는 촛불 그림으로 유명한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1593–1652) 같은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 Back 그려진 힘, 그리는 힘, 그림의 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와 이미지, 그리고 리얼리즘 24 GG Vol. 25. 6. 10. *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이하 〈클레르 옵스퀴르〉) 스포일러 주의 “현실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 〈클레르 옵스퀴르〉 르누아르, 베르소의 대사 그려진 힘 게임 〈클레르 옵스퀴르〉는 그 제목부터 미술과 연관성이 명확하다. 잘 알려져 있듯 클레르 옵스퀴르(Clair-obscur)는 이탈리아어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이다. 키아로스쿠로는 chiaro(밝은)와 oscuro(어두운)의 합성어로 빛과 어둠의 대비를 극적으로 사용하는 미술 기법을 말한다. 이탈리아 맥락에서는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로 대표되는 바로크 양식의 연출을 꼽을 수 있고, 프랑스어인 클레르 옵스퀴르로 번역해서는 촛불 그림으로 유명한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1593–1652) 같은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클레르 옵스퀴르는 독특한 기법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밝음과 어두움의 대비는 모든 재현적 이미지에서 항상 중요한 문제다. 밝음과 어두움을 통해서 배경과 형상은 분간되고, 빛과 어둠의 균형과 불균형은 매번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계의 모습을 드러낸다. 더 나아가 완전히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빛과 어둠의 존재가 서로 얽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빛을 통해서 어둠을, 어둠을 통해서 빛을 감각한다. 이러한 문제는 〈클레르 옵스퀴르〉를 관통하는 주제와도 연결된다. 삶과 죽음, 현실과 가상, 과거와 현재, 진짜와 가짜, 그리는 이와 그려진 것, 그림 밖과 그림 속 등등 서로 전혀 다른 것들 사이에서. * Caravaggio, David with the Head of Goliath, 1610. * Georges de La Tour, Magdalene with the Smoking Flame, c. 1640. 〈클레르 옵스퀴르〉에서 플레이어가 탐험하게 되는 세계는 그림 속이다. [1] 플레이어는 게임의 중반 이후인 2막을 끝내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되고, 그때까지의 스토리는 반전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돌이켜보면 일반적인 판타지 세계관에서 마나에 해당하는 마법적 에너지를 크로마(Chroma, 색채)라고 부르는 등 곳곳에서 여기가 그림 속이라는 세계관 설정이 드러난다. 캐릭터 설정은 이러한 세계관 문제와 연결해서 생각해 볼 지점이 특히나 많은데, 르누아르는 당연히 그 유명한 화가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를 연상시키고, 페인트리스이자 르누아르의 아내, 베르소의 어머니인 알린은 실제 르누아르의 모델이었던 알린(Aline Charigot, 1859–1915)과 또 다른 화가인 알린(Aline Réveillaud de Lens, 1881–1925)이 겹쳐 보인다. 초반부 주인공 역할을 하는 귀스타브 역시, 게임 속에서도 중요한 건축물로 등장하는 에펠탑을 건축한 에펠(Gustave Eiffel, 1832-1923)과 이 글의 맥락에서 중요한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가 겹쳐 읽히는 캐릭터다. 연상되는 인물들 모두 게임 속 설정과 같은 19세기 프랑스의 벨 에포크 시대의 예술가들이라는 점은 이러한 접근에 개연성을 확보해 주기도 한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마엘은 이 세계가 그림 속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 각성하여 엄청난 힘을 얻는다. [2] 플레이어는 마엘을 통해 게임 초반부에 원정을 떠나게 한 원인인 고마주(Gommage, 프랑스어로 ‘지우다’는 뜻)를 직접 사용할 수도 있게 된다. 그의 아버지인 르누아르처럼 캔버스 세계에서 존재를 지워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각성 이후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기술인 스탕달은 너무 높은 버그성 데미지 때문에 결국 핫픽스로 너프까지 당했다. 그 기술은 작가 스탕달(Stendhal, 1783-1842)의 이름에서 따온 것일 텐데, 스탕달의 문학 작품보다는 이른바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현상과 더욱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스탕달은 『로마, 나폴리, 피렌체』에서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을 방문했을 때, 그 숭고한 아름다움에 푹 빠져 심장이 마구 뛰고 결국에는 생명이 고갈되는 것 같은 엄청난 황홀경에 빠졌던 경험을 묘사한다. 그 이야기에서 비롯하여 뛰어난 예술 작품의 영향으로 심신에 충격을 받는 것을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예술 작품 때문에 실신하는 현상을 뜻하는 그 기술의 이름을 생각하면, 스탕달이 긴급 너프를 당할 정도로 높은 데미지 계수를 가지고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껏 모험한 세계가 모두 그림 속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얻는 픽토스의 이름이 ‘그려진 힘’(painted power)이라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그전까지 최대 데미지의 상한선이었던 9999를 돌파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중의 핵심 아이템으로, 이 아이템을 얻은 이전과 이후의 게임 경험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달라진다. 단지 스토리의 맥락뿐 아니라, 플레이어의 게임적 경험에서도 각성과 한계 돌파를 직접 체감할 수 있게 해주는 탁월한 장치인 것이다. 여기에서 또 중요한 논점은 이 세계가 단지 그림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 허무주의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림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각성을 하게 되는 서사 구조에 있다. 물론 이 세계는 아들 베르소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데상드르 가족이 그림 속으로 현실 도피하여 만들어진 곳이지만, 점점 현실을 자각하며 회복하는 단선적인 서사를 그리지 않고, 오히려 캔버스 속 세계에서 만난, 사실 한낱 그림에 불과한 친구들에게 입체적인 서사를 부여한다. 귀스타브, 루네, 시엘과 같은 그림 속 동료들 모두 각각 고유의 이야기를 가지고 플레이어와 복잡한 관계를 맺는다. 데상드르 가족이 키우던 개가 의인화된 캐릭터 모노코, 현실에선 잘 때 안고 자는 인형인 에스키에도 그림 속 세상에선 주체성을 가진 인물이 된다. 최종적으로 엔딩 분기점은 그림 속에 남을 것인지, 현실로 돌아갈 것인지를 플레이어가 선택하게 만든다. 캔버스 속 가짜 친구들과 현실의 진짜 가족들 사이의 선택이지만,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선택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플레이어가 세계관에 몰입하여 그림 속 가짜 친구들과 진짜 관계를 맺게 되는 문제도 있지만, 필자가 중요하게 짚어내는 부분은 게임의 서사와 플레이의 경험이 겹쳐지며 드러나는 두 층위의 그림이다. 게임 속 세계가 단지 그림일 뿐이었다는 층위,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플레이어가 보고 있는 모니터 속 그림일 뿐이라는, 게임 그 자체의 층위. 여기에서 실제로 스탕달 신드롬을 겪는 것은 우리 플레이어라는 말이다. 〈클레르 옵스퀴르〉를 통해서 근본적으로 데이터 쪼가리와 픽셀에 불과한 이 그림들에 대해 생각한다. 아니 그림이, 게임이 대체 무엇이길래? 그리는 힘 엔딩 분기점은 마엘을 선택하여 그림 속 세계에 머물 것인지, 베르소를 선택하여 캔버스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갈 것인지를 플레이어에게 묻는다. 만약, 마엘을 선택하여 그림 속 동료들과 모험을 계속하기를 선택한다면, ‘그리는 삶’이라는 제목의 에필로그가 이어진다. [3] 그림 속 세상에서 페인트리스의 힘을 각성한 마엘은 죽은 동료들을 모두 살려낸다. 베르소가 연주를 준비하고 있는 콘서트장에 친구들이 하나 둘 모이고 이제 연주가 막 시작되는 순간, 화면은 마엘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여 담는다. 친구들이 모두 모였지만 전혀 기뻐 보이지 않는 공허한 표정의 얼굴이다. 심지어 마엘의 얼굴은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하고, 곧이어 암전. 이 게임의 세계관에서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현실과 연동된 존재들은 모두 얼굴이 깨져 있다. 페인트리스(알린), 큐레이터(르누아르), 소년(베르소), 그리고 에필로그의 마엘까지. 얼굴 없는 존재는 곧, 거울을 볼 수 없는 존재이다. 돌이켜보면 플레이어는 게임 곳곳에서 거울을 마주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인지 거울은 그 어떤 이미지도 반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거울은 계속해서 등장한다. 이곳이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을 가장 명확하게 알려주는 장치인 알리시아의 편지에도 이 세상은 “거울에 비친 모습”이라고 쓰여 있다. 세계 곳곳에는 거울이 비밀 통로로 등장하고, 캔버스의 프레임과 거울의 프레임이 구분되지 않게 그려진다. 게임 속 세계에서 캔버스와 거울은 겹쳐 있다. 마침 위에서 언급했던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에는 예술 작업이 “길 위를 따라다니는 거울”이라고 쓰는 구절이 나온다. [4] 거울은 세계와 예술 작업의 관계를 드러내는 비유이자 장치이다. 거울과 그림은 모두 세계를 반영한다. 게임 속 르누아르도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며 “현실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데, 흥미롭게도 이러한 관점은 귀스타브 쿠르베의 리얼리즘을 연상시킨다. 쿠르베는 “회화란 본질적으로 구체적인 예술이며, 실재하고 존재하는 사물들의 재현 외에는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다.”라며 세계와 그림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5] 물론 쿠르베의 말은 역사화나 종교화와 비교하여 현실을 담아내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리얼리즘의 관점에서 나온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리얼리즘이라는 문제는 지금 맥락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리얼리즘이라는 태도로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가짜, 픽션, 매개, 그리고 그림이라는 점이다. 가짜에 진짜를 담으려는 시도 자체가 리얼리즘인 것일까. 아무리 리얼리즘을 강조해도 세계는 그대로 담기지 않는다. 예술적 매개를 통해 우리가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현실 세계가 어떻게 매개되어 있는지이다. 현실에서 맨눈으로 볼 수 없던 이데올로기적 장막이 그림에서는 거두어지는 경우가 있다. 쿠르베는 그 이전엔 결코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았던 노동자들을 그렸다. 현실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재현되지는 않았던 존재들이 그림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우리는 그림을 통해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 Gustave Courbet, The Stone Breakers, 1849. 마엘 엔딩의 에필로그 ‘그려진 삶’은 마치 배드 엔딩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림 속에 남기를 택했기 때문에 플레이어와 동료들은 엔딩 이후에도 세계를 계속 탐험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이른바 엔드 게임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클레아와의 전투, 0원정대의 일원인 시몽과의 전투 등 다양한 모험을 통해 이 캔버스 세계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더 발견한다. 세계관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적인 시몽을 만나기 위해 ‘뤼미에르의 밑그림’에 들어가면, 현실의 르누아르와 연결된 얼굴 없는 빛바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는 “창조에는 행동의 의지가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날 움직인다”고 말한다. 물론 그는 그림 속에 매몰된 알린을 비판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림을 그리는 실천 자체의 힘에 대해 이야기 한다. 현실 도피도 현실 반영도 아닌, 현실 속 존재에게 힘을 주는 실천으로서의 그리기. 그림의 힘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의 『자연사』에는 그림의 기원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 부타데스라는 어떤 도공의 딸이 사랑하던 사람과 떨어지게 되어 등불에 비친 실루엣을 따라 벽에 그림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 흔적이 최초의 그림이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이 전설은 그림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부재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림과 현실이 맺는 관계, 그리고 실천으로서의 애도. 게임 속 페인트리스가 했던 일도 정확히 같은 것이다. 이미지는 가짜이지만, 우리를 움직인다. 바르트는 “죽음은 사진의 본질(eïdos)”이라고 쓰면서 우리를 찌르는 이미지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6] 픽션이라는 관점에서도 다시 생각해 볼 것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픽션은 실재와 대비되는 허구의 것을 의미하지만, 자크 랑시에르는 픽션(fiction)의 어원인 라틴어 fingere의 뜻이 “-인 체하다”가 아니라 “벼려 만들다”라는 점을 짚어내면서 다른 사유의 경로를 열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픽션은 사건과 형태, 기호의 체계를 구축하고 재조직하는 것이다. 픽션은 상상적 세계의 발명이 아니다. 오히려 주체, 사물, 상황이 공통 세계에 공존하는 것으로서 지각될 수 있는 틀, 사건이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사고되고 연결될 수 있는 틀을 조직하는 것이다. 랑시에르는 실재와 픽션 사이의 유사성이나 진위를 문제 삼지 않고, 심지어 예술의 바깥으로서의 실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실재는 늘 픽션의 대상이다. 즉, 볼 수 있는 것, 말할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이 맺어지는 공간을 구축하는 행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7] 픽션이라는 문제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픽션이 구축해 낸 실재라는 대상이 아니라, 구축하는 작업의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랑시에르는 실재를 가장하지 않고 실재를 대상으로 삼는 바로 이 픽션의 작업이 예술과 정치를 매개한다고 주장한다. [8] 다시 게임 담론으로 돌아와서 필자는 여기에서 “안에 사람들이 있잖아!”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발견한다. 게임이 온라인으로 실제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지 않더라도, 모니터 안의 그림들이 정말로 그저 데이터 쪼가리, 픽셀일 뿐이더라도 우리는 그것과 진짜 관계를 맺는다. 그림들은 우리를 웃기고, 울리고, 찌르고, 무엇보다도 변화시킨다. 〈클레르 옵스퀴르〉의 엔딩 분기점은 마치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약을 연상시키는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른 점이 많다. 〈매트릭스〉에서는 빨간약을 먹고 현실을 자각하는 것이 각성이고, 파란약을 먹고 가상의 세계에 머무는 것이 우매한 상태로 남는 것이지만, 〈클레르 옵스퀴르〉에서는 이 세계가 가상임을 알면서도 각성된 상태로 이곳에 머무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 〈클레르 옵스퀴르〉 ‘그리는 삶’ 에필로그 마지막 장면. 여기에서 깨어 있는 상태로 가상에 머무는 존재는 사실 플레이어 그 자체가 아닐까. 마엘 엔딩 에필로그의 마지막 장면, 마엘의 얼굴이 화면 가득 담기는 상태에서 엔딩 크레딧으로 넘어가며 화면은 온통 검은색이 된다. 그 순간, 검은 화면이 블랙미러가 되면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얼굴을 마주한다. 취해 있으면서 동시에 깨어 있는 존재, 몰입과 각성 사이에 놓인 존재인 플레이어. 플레이어는 진짜를 통해서 가짜를, 가짜를 통해서 진짜를 사유한다. 매개된 현실을 통해 우리는 현실의 세계를 비추어 본다. 리얼리즘의 근본적인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클레르 옵스퀴르〉의 세계관에서 페인터들은 마치 마법적 능력을 지닌 사람들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것은 가상의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상상을 형식으로 매개하는 일. 그 일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게임이라는 매개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생각한다. 그림의 힘, 픽션의 힘, 게임의 힘, 그리고 플레이어의 역능. [1] 정확히 이야기하면,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 중 하나인 베르소가 어릴 적 그린 캔버스 속 세계. 현실의 베르소가 죽은 뒤, 그의 어머니인 알린과 아버지인 르누아르, 그리고 누이인 클레아가 덧칠을 하고, 또 그림을 지우면서 형성된 세계가 플레이어가 탐험하고 있는 곳이다. [2] 베르소의 동생인 마엘도 이 세계를 그린 데상드르 가족의 일원으로 크로마를 다루어 그림 속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마엘의 그림 바깥 세계 본명은 알리시아. [3] 반대로 그림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베르소를 선택할 경우, 에필로그의 제목은 ‘사랑하는 삶’이다. [4] 스탕달, 『적과 흑』 2권, 문학동네, 213쪽. [5] Letters of Gustave Courbet, edited and translated by Petra ten-Doesschate Chu,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2, pp. 203-206. [6]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광희 옮김, 열화당, 1997, 22쪽. [7] 자크 랑시에르, 『해방된 관객』, 양창렬 옮김, 현실문화, 2016, 107쪽. [8] 이나라, 「픽션의 작업: 랑시에르의 예술의 정치」, 『현대미술학회지』, 2018, 78쪽.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큐레이터, 미술비평가) 권태현 글을 쓰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예술계에서 활동하지만 쉽게 예술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들에 항상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예술 바깥의 것들을 어떻게 예술 안쪽의 대상으로 사유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정치적인 것을 감각의 문제로 파악하는 관점에 무게를 두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7000eichen@gmail.com )

  • Pings, Parley, and Pictures - How Players Communicate

    Games are inherently social. In the wake of MUDs (Multi-User Dungeons) in the late 1970s to MMORPGs in the early 90s, playing games has been heralded as an opportunity to socialise and be social - antithetical to the usual “loner” gamer stereotype that is so pervasive in popular media. More recently, during the COVID-19 pandemic, games offered a pre-existing framework for keeping in touch and hanging out with friends when regions in Canada and the U.S. were facing mandatory lockdowns and curfews to stem the infection rates. Many turned to their headsets and keyboards to play games and catch up with friends when they could not see them face-to-face. However, a caveat to being a social space, is the potential for anti-social behaviours. This is not formed in the lack of socialising, a typical tenant of being anti-social, but rather in the deploying of modes of communication to have a different kind of social “fun”. < Back Pings, Parley, and Pictures - How Players Communicate 14 GG Vol. 23. 10. 10. Games are inherently social. In the wake of MUDs (Multi-User Dungeons) in the late 1970s to MMORPGs in the early 90s, playing games has been heralded as an opportunity to socialise and be social - antithetical to the usual “loner” gamer stereotype that is so pervasive in popular media. More recently, during the COVID-19 pandemic, games offered a pre-existing framework for keeping in touch and hanging out with friends when regions in Canada and the U.S. were facing mandatory lockdowns and curfews to stem the infection rates. Many turned to their headsets and keyboards to play games and catch up with friends when they could not see them face-to-face. However, a caveat to being a social space, is the potential for anti-social behaviours. This is not formed in the lack of socialising, a typical tenant of being anti-social, but rather in the deploying of modes of communication to have a different kind of social “fun”. So, how do players communicate in games? Not only how, but what do players communicate while playing? Games have encouraged socialisation through various communication channels, both inside and outside of the game world, as a way to organise, chat and, more often than not - to troll. The breadth of research into communicating in games parallels understanding and unpacking the age-old phrase of “toxicity”. Both authors of this article have studied different gaming communities ( Overwatch, DOTA2, World of Warcraft, Lost Ark, and MtG Arena ), to look at how and what they communicate. Text Chat and Talking Back The best place to start is text chat, the longest-standing way to communicate in games. A channel for conversation and information in MMORPGs like World of Warcraft , where players can recruit, sell, chat, and more. Historically, it was the only way to communicate in games, until the introduction of voice chat, and since that point, it is regarded as a more restrictive way to chat in games. 1) Text chat evolved in response to this. Players generated and built their own game-specific lexicon and abbreviations to make using text chat efficient once more for instantaneous conversations. A simple example of this can be found in League of Legends (Riot Games, 2009). When players load into their team screens, they typically head to the text chat to claim a “lane”, typing “mid”, “bot”, or “top” for top, middle, and bottom lane. A quick way to allocate yourself to a particular lane. A similar example of text chat being used to convey a message efficiently is in MMORPGs like Lost Ark when a world boss appears (a large enemy that appears on a particular schedule and needs multiple players to take down). In this case, a player might type that the world boss is “up” and what channel to join to fight it. Text chat can scale, from the micro to the macro, from one-to-one up to the entire server’s worth of players. This reach comes with consequences. Hate speech can be easily spread via text chat. Whether it is racist, sexist, or homophobic slurs, aimed at no one or everyone, they are regularly spotted in text chat. This problem has become so pervasive that many game companies have automated filters to block out hateful terms. The issue arises further when players get creative in how they write these words. Devin Connors, a community manager at Psyonix, discussed Rocket League’s language ban and chat filter system at GDC 2018 (Image 1). 2) The team initially had a list of 20 bannable words, which has since grown exponentially to include misspelling variants and swears or slurs found in other languages. * Image 1 - Devin Connors presenting the Rocket League Language Ban system at GDC 2018 (author screenshot) Blizzard manages poor sportsmanship displayed in text chat in a more tongue-in-cheek approach. When players type “GG EZ” at the end of a match in Overwatch , insinuating that the game was no challenge to beat the oppositional team, the acronym is swiftly corrected into one of many silly phrases (e.g. “ It's past my bedtime. Please don't tell my mommy.” Or “Gee whiz! That was fun. Good playing!”) . This is done as a way to de-escalate a micro-moment of toxicity without having to bring in the threat of a ban for behaving in poor taste. However, even seeing GG EZ replaced with messages like these, players will be aware of what was initially written, regardless of the appropriate veneer that was placed over it. Obviously, this type of behaviour is low on the threshold of toxicity compared to what the Rocket League team has to filter out, but is equally present in Overwatch matches. This all solely focuses on the use of just text in text chat, ignoring the considerable use of emoticons, emojis, and stickers that we use to communicate in our day-to-day texting, let alone during gameplay. Emotes and emoticons have been a staple of more complex communication systems in games, but they have become common as the sole method of inter-player communication in popular online card games like Legends of Runeterra (Riot Games, 2020), Magic: The Gathering Arena (Wizards of the Coast, 2018), and Marvel Snap (Nuverse, 2022). While Magic has text-based emotes, players are more likely to use any of the numerous animated stickers available in each of these games (Image 2). * Image 2 - A Collection of Emotes from Magic: The Gathering Arena - Authors’ Screenshot While it might first appear that limiting communication to a reasonably small set of phrases and animated images would limit player toxicity, this is not the case. Players are actually able to do quite a lot with very little - often going beyond what the intended function of these emotes might be. In Magic for example, one way to greet an opposing player at the start of a match is with an emote that depicts one of the game’s characters, Gisa, waving at you using the hand of a zombie (Image 3). While this purpose is a quirkier, possibly more fun alternative to the standard ‘hello’ emote, this emote can have other, more sinister uses. * Image 3 - Gisa Waves in Magic: The Gathering Arena - Author’s Screenshot Imagine a common scenario in a game of Magic : two players have been filling the board with creatures over several minutes, incrementally trying to beat the other. The game is a close one, with each player seeking to get just enough of an advantage with each new card played on the field. But then one of the players drops what is known as a ‘board wipe’ - a card that removes a massive number of cards from the battlefield that a player has spent an entire game establishing. And then the player who destroyed the board uses the Gisa emote, not to say hello, but to say “Goodbye to all your cards, and goodbye to all your fun.” This is but one way that players use these emotes. The important thing to take away from this example is that players develop their own use cases and interpretations of these emotes over time, and not all of them are positive and friendly, even if designers intend them to be. Some players will find a way to use them to troll players and these uses can pick up steam throughout a game community. It isn’t just the players acting alone here, however. One final point on these emotes is that they are often riffs on popular memes. For example, one Magic emote depicts the character Saheeli eating from a bowl of popcorn, inspired by the gif of Michael Jackson eating popcorn in a movie theater and other related images of popcorn ingestion (Image 4). * Image 4 - Saheeli the Emote and Michael Jackson Enjoying Popcorn. 3) The memes these emotes are inspired from often have the purpose of poking fun at something - particular rules and use cases that are often meant to turn a situation into a joke. The popcorn-eating Michael Jackson is often used when reading a lot of gossip in a forum thread, or when observing a social disaster or drama, for example. Emotes based on these meme formats come preloaded with meaning, not often positive, with only a player’s opponent as the possible audience for the message that the emote sends when it is used. While basing emotes off of memes creates a shared language between players that makes them more easily readable as artifacts of in-game communication, they also skew towards antagonism because of the way memes make a joke out of most situations. As often as the silliness of these emotes might defuse hostile or negative feelings during play, they are just as likely to produce them because of how they are used and their established associations. This is not an argument for or against emotes one way or another, but is instead meant to highlight that the culture of communication that games are nested within affects even the most limited forms of interplayer communication used in online games. Pinging to Point and Pout Sometimes, words and images just don’t cut it for conveying messages quickly during gameplay. Typically found in MOBAs like League of Legends or DOTA 2, “pinging” is where a player clicks on a map area, item, or character, and it lights up to notify other players. These pings can be signified with an exclamation point or question mark to draw the eye to the area. 4) These quick signifiers can be used for strategising, planning a route as a team, pointing out important items for teammates to collect, or as a warning system to avoid certain areas. 5) . An anecdotal example of the layers involved in pinging comes from one author’s experience playing DOTA 2 for the first time not with the AI but real fellow players. While playing one of their first matches, they noticed that another player was pinging the area around them. Only because someone familiar with the game was supervising was it made evident that this other player was trying to get their attention, flagging that they were making an incorrect choice, or they were in the wrong spot for that moment in play. More can be said about the lack of a tutorial preparing a new player for all the nuanced ways that players might communicate with you during a match, but that is down to community-constructed modes of communication, which is hard to cover within a game’s onboarding tutorial. Aggressive pinging, where a player will spam click the ping button, is often a signifier of frustration 6) for whatever another player is doing. It can also be a way to distract a player if a fellow teammate has opted to throw away the game and bother their teammates instead. A New Player in Voice Chat Moderation Voice chat is still a staple feature in many online games from first-person shooters, to multiplayer survival games, to large-scale group play in numerous MMORPGs. Voice communication affords players more opportunities for complex sequences of expression, which are often necessary for fast-paced online play. The catch is that the use of voice often produces in-game environments where players are able to say whatever they want to teammates and random players, which includes a substantial amount of toxicity 7) . Voice chat brought a more real-time way to communicate in games; a technological revolution in how players could coordinate and socialise. However, in doing so, voice chat removed a level of anonymity to players, exposing their identity (race, gender, sexuality) through what Kishonna Gray calls “linguistic profiling” 8) . Players are very quickly reminded of these intersections of their identities through hateful terms and treatment from other players in response to using their voice in voice chat. Compared to moderating text chat voice has been a difficult facet of online play to manage 9) , no doubt due to the amount of voice chat happening in games and the speed at which it occurs. It is no secret that players have requested some kind of integrated voice chat moderation, with some doing so since 2017 10) . Even though the moderating voice is a lofty task, one company, Modulate, is at the forefront of this endeavor. Modulate are the creators of ToxMod, a voice moderation technology designed to help game companies identify, triage, and proactively manage instances of toxicity that happen in the voice communications of their games. This past August, Modulate partnered with Activision to implement ToxMod in the upcoming Call of Duty: Modern Warfare III (Activision, 2023). In a conversation with Modulate COO Terry Chen, he expressed the importance of keeping in-game communication healthy: “Our overall intent is not only to protect people that are suffering from this marginalization, but also to make gaming and its spaces more fun. I think fun is at the forefront of what we do. [...] Voice chat, which has become more critically important in esports, especially for games like Valorant, where you need [voice chat] for a tactical advantage against the enemy opponents, there’s just this level of toxicity that makes it impossible to enjoy the game that you’re trying to love, and also improve.” To accomplish these goals, ToxMod uses machine learning technology to detect and rate toxicity, but ToxMod does not ban and punish users on its own. Instead, Terry views ToxMod as “a collaborator, kind of an additional player in the game that can listen and help out if necessary.” This is because the toxicity that ToxMod detects is flagged for moderators who have the job of making the final decision on what actions need to be taken against players, so ToxMod operates in partnership with developers and moderators to address the issue of toxic communication. To close this article, I asked Terry, as someone who is on the front lines of addressing toxicity, what more could be done by companies and players alike to work towards a solution? We’ve seen how toxicity is common across each of the in-game communication mechanisms we’ve explored, so what are we to do that isn’t being done? Terry offered two important solutions: 1) Listening to players from across a game’s player base rather than focusing on the needs of the most skilled or highest profile players as there is valuable feedback from more than the pros. In fact, most players are not playing at the highest skill levels and can provide a lot of valuable information about what is happening throughout the most densely populated segment or rank of a game. 2) To think about detecting and rewarding positivity. According to Terry, “The truest action would be implementing tools, whether it’s Modulate ToxMod, whether it’s something developed internally to detect bad behavior, but also reward positive behavior.” As players, developers, and researchers we find ourselves so confronted with the negative aspects of in-game communication that we take our eyes off the players who are setting good examples - and more work should go into refining and implementing systems that encourage more positive interaction - not just mechanically, but in the ways we communicate with one another in-game. On the other side of the avatar, we are real people after all. As we can see, there are two important facets to consider when discussing communication and social systems in games. The first is how to moderate them. It is a trepidatious task that requires people power, tech power, and clear guidelines to enact any form of governance in a social space. When introducing a competitive angle to gameplay (whether as an aspiring pro player or as a player who simply enjoys competing in the game space) - the stakes go up, and so there is more on the line for players to care about. In the same space, we have players who are just there for the vibes. To play with their friends, regardless of the outcome (though they would like to win). The second facet is “trolling” and toxicity via all these different modes of communication. Players will find ways to get creative with any system, to subvert it to their own wishes and enact toxicity however they see fit. Ultimately though, it goes back to the very start of this article; that games are inherently social. It is not the sole aim of most players to go online and be toxic, but rather to join into the collective and have a good time with others who enjoy the same play space. Turning to the future of communication in games, voice chat has more recently become somewhat fragmented with the success of Discord. Many players have shifted their voice communication from the dedicated game servers to their own personal, curated community Discord servers, where they hang out as a collective with friends instead of strangers in a game lobby. Though some game-specific Discord servers exist, they are less for communicating during play and more for marketing and building a community around the game. Virtual reality could yet revolutionise how players embody communication during play, though right now they are awkward half-bodied avatars with nausea-inducing equipment for some. There is potential on the horizon, and yet one thing is for certain -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 to subvert social spaces. *For more on modulate you can visit their website, https://www.modulate.ai/ . 1) 2) Wadley, G., Carter, M., & Gibbs, M. (2015). Voice in Virtual Worlds: The Design, Use, and Influence of Voice Chat in Online Play. Human–Computer Interaction, 30(3–4), 336–365. https://doi.org/10.1080/07370024.2014.987346 3) Saheeli image from draftsim.com. https://draftsim.com/mtg-arena-emotes/ (accessed September 24th, 2023). Michael Jackson image from knowyourmeme.com. https://knowyourmeme.com/memes/popcorn-gifs . 4) Leavitt, Alex, Brian C. Keegan, and Joshua Clark. ‘Ping to Win? Non-Verbal Communication and Team Performance in Competitive Online Multiplayer Games’. In Proceedings of the 2016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4337–50. CHI ’16. New York, NY, USA: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2016. https://doi.org/10.1145/2858036.2858132 5) Wuertz, Jason, Scott Bateman, and Anthony Tang. ‘Why Players Use Pings and Annotations in Dota 2’. In Proceedings of the 2017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1978–2018. CHI ’17. New York, NY, USA: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2017. https://doi.org/10.1145/3025453.3025967 . 6) ibid. 7) Reid, Elizabeth, Regan L. Mandryk, Nicole A. Beres, Madison Klarkowski, and Julian Frommel. “‘Bad Vibrations’: Sensing Toxicity From In-Game Audio Features.” IEEE Transactions on Games 14, no 4 (2022): 558-568. 8) Gray, K. L. (2014). Chapter 3 - Deviant Acts: Racism and Sexism in Virtual Gaming Communities. In K. L. Gray (Ed.), Race, Gender, and Deviance in Xbox Live (pp. 35–46). Anderson Publishing, Ltd. https://doi.org/10.1016/B978-0-323-29649-6.00003-0 9) Märtens, Marcus, Siqi Shen, Alexandru Iosup and Fernando Kuipers. “Toxicity Detection in Multiplayer Online Games.” Proceedings of the 2015 International Workshop on Network and System Support for Games (NetGames). 03-04 December, 2015, Zagreb, Croatia, 1-6. 10) Blamey, Courtney. ‘One Tricks, Hero Picks, and Player Politics: Highlighting the Casual-Competitive Divide in the Overwatch Forums’. In Modes of Esports Engagement in Overwatch, edited by Maria Ruotsalainen, Maria Törhönen, and Veli-Matti Karhulahti, 31–47. Cham: 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2022. https://doi.org/10.1007/978-3-030-82767-0_3 . Tags: ping, voicechat, MTG, emote, toxicity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Cortney Blamey Courtney is a Communication PhD student and game designer at Concordia University, Montreal, Canada. Her doctoral research concentrates on the process of meaning-making in games tackling serious themes and exploring this relationship between player and designer in her own critical game design process. Her previous research unpacked Blizzard’s approach to community moderation in Overwatch by investigating both developer and community inputs on forums. She is a member of the mLab, a space dedicated to developing innovative methods for studying games and game players and TAG (Technoculture Arts and Games). (Game Researcher) Marc Lajeunesse Marc is a PhD candidate in Concordia University'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studies in Montreal, Canada. Marc’s research focuses on toxicity in online games. He is driven to understand toxic phenomena in order to help create more positive conditions within games with the ultimate hope that we can produce more equitable and joyful play experiences for more people. He has published on the Steam marketplace and DOTA 2, and is a co-author of the upcoming Microstreaming on Twitch (under contract with MIT Press).

  • 오래된 미래: 1989년에 상상한 미래형 컨트롤러, U-Force와 파워 글러브의 대결

    조이스틱과 게이머의 남근선망을 연결 짓는 비평(Pozo, 2015)은 어찌 보면 지나치게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례를 보면 어떨까. 2009년, “섹스와 테크놀로지”를 테마로 개최된 Arse Electronika 컨퍼런스에서 SF미디어 랩은 실험적인 게임 컨트롤러 하나를 선보였다. “조이딕(Joydick)”으로 명명된 이 게임 컨트롤러는 벨트로 부착시킨 원기둥 물체를 상하좌우로 움직여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당시 SF미디어랩의 공동대표였던 노아 와인스타인(Noa Weinstein)이 게시한 유튜브 영상에 의하면, 이러한 조이딕은 “사용자의 페니스를 네 개의 주요 방향 으로 화면의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조이스틱으로 변환시킨다." < Back 오래된 미래: 1989년에 상상한 미래형 컨트롤러, U-Force와 파워 글러브의 대결 11 GG Vol. 23. 4. 10. * JOYDICK의 사진. * 다양한 모양의 조이스틱들 “표준적” 컨트롤러? 조이스틱과 게이머의 남근선망을 연결 짓는 비평(Pozo, 2015)은 어찌 보면 지나치게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례를 보면 어떨까. 2009년, “섹스와 테크놀로지”를 테마로 개최된 Arse Electronika 컨퍼런스에서 SF미디어 랩은 실험적인 게임 컨트롤러 하나를 선보였다. “조이딕(Joydick)”으로 명명된 이 게임 컨트롤러는 벨트로 부착시킨 원기둥 물체를 상하좌우로 움직여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당시 SF미디어랩의 공동대표였던 노아 와인스타인(Noa Weinstein)이 게시한 유튜브 영상에 의하면, 이러한 조이딕은 “사용자의 페니스를 네 개의 주요 방향 으로 화면의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조이스틱으로 변환시킨다.” 1) 조이딕은 실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기 보다는 당시의 게임문화에 대한 일종의 농담으로서 기획된 것이었다. "페니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조이딕을 본래 설계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조이딕은 아이러니한 방식을 통해 특정한 신체의 형태에 척도를 부과·이용하는 게임 컨트롤러의 속성을 조명한다.(Pozo, 2015). 컨트롤러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은 보편적 형태의 컨트롤러가 특정 형태의 신체를 표준으로 상정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특정한 방식의 플레이스타일을 정석적인 것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을 비판한다 (Pozo, 2015; Boluk, LeMieux, 2017; Marcotte, 2018). 그렇다면, 표준에서 벗어난 형태의 컨트롤러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이 글에서는 1990년 초 게임 잡지에 실렸던 컨트롤러 기기들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1990년대 초까지의 비디오 게임 잡지에서는 다양한 모양, 질감, 그리고 기능을 가진 컨트롤러에 대한 광고와 리뷰가 범람하였다. 이를 통해 조이스틱과, 알록달록한 버튼, 그리고 고무 패킹과 같은 물성들이 당시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있었음을, 그리고 이러한 인터페이스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험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게임 소프트웨어와 컨트롤러 사이의 위계가 지금만큼 공고하게 구축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적인 형식의 컨트롤러를 먼저 개발한 다음, 그러한 컨트롤러가 추구하는 기능에 호환되는 게임 소프트를 개발하는 방식이 지금에 비해 더 빈번하게 일어났다. 한편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게임패드의 형식이 대체로 굳어지게 된다. 왼쪽에는 십자 모양의 방향키가, 오른쪽에는 네 개의 원형 버튼이 자리 잡고 있으며, 컨트롤러의 상단에는 검지로 누를 수 있는 L버튼(Left;왼쪽)과 R버튼(Right; 오른쪽)이 위치하는 오늘날과 유사한 형태의 게임 패드가 주류로 자리 잡게 된다. 컨트롤러 형식이 표준화되면서 그 모습도 서로 비슷해져 갔고, 이에 따라 90년대 중반부터는 게임 잡지에서 컨트롤러를 묘사하는 사진 이미지 경쟁도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게임이 더 이상 최신의 신기한 기술로 여겨지지 않게 되면서 게임 기기가 주는 물성에 매혹되기보다는 게임 자체의 스크린샷이나 공략에 더욱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 U-Force와 파워 글러브의 광고 U-Force와 파워 글러브(Power Glove)의 경쟁구도 1989년에는 브로더번드(Broderbund)사의 U-Force와 마텔(Mattel)사의 파워글러브(Power Glove)가 출시되었다. U-Force는 노트북처럼 펴고 접을 수 있는 폴더 형태로, 수직으로 맞물리는 적외선 장을 통해 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기였다. 그리고 파워 글러브는 장갑처럼 손에 착용하는 형태로, 손을 움직이거나 손가락을 굽히는 방식으로 게임을 조작할 수 있었다. 두 기기 모두 기존의 컨트롤러와는 매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신기한 최신 장난감의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게 되었다. GamePro나, Electronig Gaming Monthly를 포함하여 다양한 게임 잡지들에서 둘을 비교하는 특집 기사를 다루었으며, 각 제품 개발의 책임자인 데이브 카퍼(Dave Capper)와 스캇 굿맨(Scott Goodman)의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2) * 파워글러브와 U-Force를 다루는 특집기사 U-Force와 파워글러브는 현실의 상호작용과 더 유사한 방식의 “향상된 상호작용”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Force는 특히 플레이어의 행동이 아무런 접촉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비접촉식 플레이에 기술적으로 보다 진보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했다. 당시에 실렸던 광고 카피를 보자. “그 어떤 것도 들고 있거나, 올라타거나, 착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U-Force는 당신의 커맨드에 반응하는 파워-장을 만들어 내며, 바로 당신을 컨트롤러로 만듭니다.” 3) 다시 말해, U-Force 광고는 사용자가 기기에 접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사용자의 행동이 조이스틱이나 버튼을 사용하여 변형되거나 매개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Electronic Gaming Monthly의 인터뷰에 실린 데이브 카퍼의 인터뷰도 이러한 의도를 뒷받침한다. 그는 ”플레이어를 특정 루틴에 가두어 게임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신체적 접촉을 제거하여 게임 플레이 방식에 혁신을 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파워글러브는, 게이머의 플레이 행위에 삼차원 공간을 더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가령 GamePro 기사는 파워글러브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플레이어의 손 동작은, 일종의 조이스틱이 되어 3차원 공간에서 손과 손가락의 위치를 감지하는 파워글러브의 센서를 통해 화면의 개체와 캐릭터의 동작을 지시합니다.” 4) 파워글러브 또한 (U-Force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의 동작이 컨트롤러를 거쳐서 입력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플레이어의 몸이 컨트롤러로 변환된다”는 수사를 사용한다. 스캇 굿맨은 인터뷰를 통해 ‘파워글러브 컨트롤러가 제공하는 움직임이 조이스틱이나 버튼의 그것보다 현실의 상호작용과 더욱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파워글러브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플레이에 추가된 3차원 특성이다. 실생활에서는 버튼을 누르거나 조이스틱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공을 감싸서 공을 잡기 때문이다.” 5) 그러나 당시 게임 잡지에 실렸던 많은 리뷰들에서 알 수 있듯이 카퍼와 굿맨이 주장했던 “향상된 상호 작용”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플레이어는 새로운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방법을 새롭게 습득해야 했으며, 이는 게임 플레이를 오히려 더 어렵고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Electronic Gaming Monthly의 리뷰 기사도 U-Force와 파워글러브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두 기기는 그들이 시도하려던 ‘향상된 상호작용’을 아주 간신히 성공시켰다. 비록 게임의 몰입도를 향상시켰기보다는 컨트롤러에 대한 개입만을 증가시킨 것이지만 말이다.” 6) * 1989년 12월, 텍사스 지역 신문인 New Braunfels Herald-Zeitung의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 섹션. 많은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파워 글러브를 받고 싶다는 편지를 보낸 것을 알 수 있다. * VR 기기로 소개된 파워 글러브 비표준적인 컨트롤러의 가능성 게임의 물리적인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현실의 움직임과 더욱 유사한 플레이 경험을 만들고 싶다는 U-Force와 파워글러브의 상상은 오늘날의 VR기술과도 공명하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두 컨트롤러 기기를 포함하여 표준적이지 않은 형태의 컨트롤러들은, 2000년대 이후 게임 잡지에서는 초기 형태의 VR 장치로 간주되기도 한다. 1990년대 초 이전 시기에 시도·구상되었던 많은 가상현실 기술들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현대의 HMD 기기나 모션 캡처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초기 VR장치 중 일부는 상업적인 의미에서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VR 장치의 디자인이나 작동원리를 위한 길을 닦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Video Game & Computer Entertainment에 실린 기사에서, 저자들은 실험적인 인터페이스가 기존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게이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7) 데이브 카퍼는, U-Force가 출시되기 이전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컨트롤러에 사용된 기술이 컴퓨터 및 의료 응용 프로그램에서 장애인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8) 물론 이것은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미사여구일 뿐, 정말로 그런 목적으로 컨트롤러가 설계되지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표준적이지 않은 컨트롤러와 대안적인 인터페이스는 기술의 미래를 상상해줄 뿐 아니라 게임에 참여하고 플레이하는 보다 다양한 방식에 영감을 줄 수 있다. 혹은, 기술 혁신과 이용자의 저변을 넓히는 대안적 상상력은 애초부터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1989년보다 무려 34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어떤 컨트롤러를 상상할 수 있을까? 1) Through the use of a carefully designed strap-on interface, the users penis is converted into a joystick capable of moving the character onscreen in all four cardinal directions“.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8JORtc2gAsY 2) Marshall Rosenthall. (1989). Dare to compare: U-Force vs. Power Glove. Electronic Gaming Monthly, 2, 46-48. 3) There's nothing to hold, nothing to jump on, nothing to wear. U-Force creates a power field that responds to your every command--making you the controller. 출처: Nintendo Power Flash Canada. (1989, Summer-Fall). U-Force advertisement. Issue 05. 4) The action of the player's hand, which becomes the joystick, dictates the action of objects and characters on the screen via sensors in the power glove that perceive hand and finger positions in three-dimensional space. 출처: Marshall Rosenthall. (1989). Dare to compare: U-Force vs. Power Glove. Electronic Gaming Monthly, 2, 46-48. 5) But what really makes this and all the Glove games so good is the three-dimensional quality added to play. You actually grab a ball in real life by wrapping your fingers around it - not by pressing a button or moving a joystick. 출처: Marshall Rosenthall. (1989). Dare to compare: U-Force vs. Power Glove. Electronic Gaming Monthly, 2, 46-48. 6) Both units marginally succeed at what they're trying to do, although this 'enhanced interaction' is really added involvement with the controller units rather than an improved involvement with the games. 출처: Bill Kunkel & Joyce Worley. (1989, August). A question of control: A survey of joysticks & other devices for game players. Video Games & Computer Entertainment, 7, 42-45. 7) Bill Kunkel & Joyce Worley. (1989, August). A question of control: A survey of joysticks & other devices for game players. Video Games & Computer Entertainment, 7, 42-45. 8) Freiberger, P. (1989, January 12). Don't touch that joystick. The Kokomo Tribune, p. 22. 참고문헌-논문: Boluk, S., & LeMieux, P. (2017). About, Within, Around, Without: A Survey of Six Metagames. In P. Zagal & S. Deterding (Eds.), The Gameful World: Approaches, Issues, Applications (pp. 23-74). MIT Press. Marcotte, J. (2018). Queering control (lers) through reflective game design practices. Game Studies, 18(3), 1-16. Pozo, D. (2015). Countergaming’s porn parodies, hard-core and soft. In T. Apperley & D. J. O’Donoghue (Eds.), Rated M for Mature: Sex and Sexuality in Video Games (pp. 133-146). Bloomsbury Publishing. 참고문헌-신문기사 및 잡지: Bill Kunkel & Joyce Worley. (1989, August). A question of control: A survey of joysticks & other devices for game players. Video Games & Computer Entertainment, 7, 42-45. Freiberger, P. (1989, January 12). Don't touch that joystick. The Kokomo Tribune, p. 22. Marshall Rosenthall. (1989). Dare to compare: U-Force vs. Power Glove. Electronic Gaming Monthly, 2, 46-48. PC Leisure. (1990, Winter). Virtual unreality. (Issue 4). 44-47. The Cutting Edge: Slip Your Hand Into Action / Nothing Comes Between You and the Game. (1989, May). GamePro, 1, 6-7. Nintendo Power Flash Canada. (1989, Summer-Fall). U-Force advertisement. Issue 05. GamePro. (1989, May). Power Glove advertisement. Issue 1. New Braunfels Herald-Zeitung, December 17, 1989, "Local second graders pen letters to Santa Clau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김지윤 연세대학교에서 언론홍보영상학과 인류학을 공부하고,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했다. 부족한 실력으로 게임을 하다가 게임의 신체적 퍼포먼스에 관심을 갖게 되어 게임 연구를 시작했다. 여성 게이머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분석한 석사학위 논문을 써서 2020년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우수 학위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미국 시카고대학 영화·미디어학과 (Cinema and Media Studies) 박사 과정에서 게임문화를 전공하고 있다.

  • 떨리는 몸으로 플레이하기: 기대, 탐험, 그리고 인식

    텅 비어있는 것 같은 어두운 복도를 걸어간다. 내 발소리와 금속 파이프에서 들려오는 끼익거리는 소리만이 이 고요함을 깨뜨린다. 손전등이 비추는 곳 너머의 어둠 속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 알 수 없어 두려움이 엄습한다. 다음 방에 들어서자, 무거운 숨소리가 들려오고, 훼손된 사람의 신체가 불빛에 드러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그 모습에 나는 속이 메슥거린다. < Back 떨리는 몸으로 플레이하기: 기대, 탐험, 그리고 인식 19 GG Vol. 24. 8. 10. 텅 비어있는 것 같은 어두운 복도를 걸어간다. 내 발소리와 금속 파이프에서 들려오는 끼익거리는 소리만이 이 고요함을 깨뜨린다. 손전등이 비추는 곳 너머의 어둠 속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 알 수 없어 두려움이 엄습한다. 다음 방에 들어서자, 무거운 숨소리가 들려오고, 훼손된 사람의 신체가 불빛에 드러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그 모습에 나는 속이 메슥거린다. 이러한 공포스러운 시나리오는 유사한 형태로 여러 게임에서 발견된다.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주된 이유는 초자연적인 시나리오에서 오는 긴장감, 보이지 않는 적에게 쫓기는 가상의 위협, 바디 호러(body horror) [1] 에서 오는 강렬한 감정을 경험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같은 감정을 성공적으로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디지털 게임은 종종 영화에서 익히 활용되던 서사적 동기를 차용해 그와 유사한 기대와 경험을 창출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게임의 특수한 성격, 구조, 상호작용, 분위기 그리고 가상 환경에서의 직접 상호작용을 한다는 사실은 ’공포 게임(horror game)’을 하나의 별개의 장르로 이해하게 한다. 고어(gore) [2] 함으로 가득 찬 전투게임부터 서사적 장치를 통해 심리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것까지 다양한 하위 범주를 포함하고 있어, 디지털 게임에서의 공포 경험을 개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여기서는 디지털 게임에서의 ‘기대 형성’, ‘탐험과 호기심’, 그리고 ‘신체 인지’라는 디지털 게임에서 공포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인 요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감정과 호기심 공포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경험을 살펴보기 전에, 이 공포 게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아마도 거의 불가능한 시도일 테지만 말이다). 공포 게임이라는 장르를 정의하는 데에 있어서의 난점은 그것이 매우 다양한 하위 범주를 가지고 있고, 그 범주 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Black Salt Games, 2023)나 (베데스다 소프트웍스, 2017)와 같은 게임들은 ‘호러’의 익숙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것이 ‘공포 게임’ 장르에 포함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온라인상에서의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공포 게임을 ‘무섭고 위협적이며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분위기의 게임’이라는 매우 포괄적인 정의로 이해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호러 미디어(horror media)’ [3] 와 같이, 공포 게임은 현실 규범을 벗어날 수 있는 서사적 공간을 제공한다. 이들은 플레이어에게 긴장감, 불확실성, 혐오감, 충격 등의 강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를 목표한다. 플레이어들에게 공포 게임은 강렬한 자극을 느낄 기회로, 우리는 공포 게임을 통하여 강렬한 감정을 경험하고자 하고자 비정상적이고 끔찍하고 무서운 것을, 호기심을 가지고 탐험한다. 한편, 서사만이 이러한 목표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시각, 청각(음악, 효과음), 드물게 촉각 등 게임의 모든 감각적 요소는 플레이어의 강렬한 감정을 일깨우는 걸 목표로 설계된다. 그리고 특정 하위 장르에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요소를 통하여 공포 게임에 대한 초기의 간략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공포 게임은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하기를 목표하며, 이는 우리의 자연적, 생물학적, 문화적으로 형성된 위협적이고 무서운 것에 대한 인식과 미지의 것에 대한 (무시무시한) 호기심을 가지고 플레이된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경험에 기여하는 특정 측면에 대하여 더 깊이 탐구하고자 한다. 기대감을 관리하기: 참고와 기대 놀랍지 않게도, 공포 게임을 이렇게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공포를 다루는 다른 미디어(특히 영화)와 그것이 수용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일반적인 범주와 일치한다. 공포 게임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경험은 호러 미디어 일반과 이전에 경험한 다른 공포 게임에 의하여 사전에 조건 지어지는데, 게임 디자이너들은 여타 미디어를 통해 익숙해진 ‘공포스러운 요소’를 디자인에 사용함으로써 플레이어들이 참고할 만한 것들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를테면 안개로 뒤덮인 버려진 마을을 보는 순간 우리는 즉시 무서운 상황이 닥칠 것을 예상한다. 이는 우리가 동일한 모티프를 여러 공포영화나 소설, 그리고 공포 게임 장르의 선구적인 게임인 <사일런트 힐>(코나미, 1999-)에 걸쳐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댄 핀치백(Dan Pinchback)은 ‘호러 이미저리(horror imagery)’ [4] 를 다루는 그의 에세이에서 이를 “참조에 의한 호러”(2009, p.81)로 설명한다. 저택, 지옥의 악마, 또는 언데드 등을 공포 미디어에서 익숙하게 마주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를 즉각적으로 이전의 호러 경험과 연결 짓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게임은 핀치백이 “표현의 수준”(2009, p. 81)이라 언급한 것을 포괄한다. 표현의 수준이란 우리가 무섭고 두려운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를 더하는 디자인적 요소를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주변 환경의 시각적 디자인, ‘비정상적’으로 인식되는 적과 NPC들, 게임의 공포를 다차원적인 감각 경험으로 만드는 음향 디자인이 포함된다. 이는 또한 자원 부족, 전설(lore)에 대한 숨겨진 단서, 적을 피하여 숨어야 하는 일, 그리고 ‘점프 스케어(jump scare)’ [5] 에 대한 기대로 확장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요소에 전적으로 기대어 ‘공포’를 디자인하는 것은 게임을 뻔하고 지루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를 선택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플레이어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플레이어의 기대가 반드시 맞아떨어질 필요는 없지만, 위와 같은 요소에 익숙해지는 건 우리가 공포 게임에서 원하고 기대하는 일에 영향을 준다. 핀치백이 호러 이미저리에서의 익숙한 패턴과 참조점을 바탕으로 "우리가 이미 그것이 무섭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주제를 공포스럽게 느낄 것”(2009, p. 81)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말이다. 미지의 환경을 탐험하기 지금까지의 논의들이 문학이나 영화를 포함한 호러 미디어 전반에 적용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공포 게임에만 적용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하여 다루어보고자 한다. 무서운 환경을 단순히 목격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탐험하고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공포 게임을 플레이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탐험하고 있는 그 가상 세계를 알아가는 데에 흥미를 느낀다. 특히 생존 공포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놓인 환경 그 자체는 분명히 주어진 적보다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생존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점진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에서의 ‘일반적인 호기심(general curiosity)’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발견하고자 한다는 플레이어의 동기로부터 설명할 수 있지만, 그에 더 나아가 ‘병적인 호기심(morbid curiosity)’(Scrivner, 2021)은 역겹고 끔찍하며 파괴적인 것에 매료되어 게임 세계를 더 자세히 파고들고자 하는 몇몇 플레이어들의 욕구와 관련된다. 일반적으로 디지털상에서의 공포 게임은 곧바로 이해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제공하여 플레이어의 탐구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하고 이러한 유형의 호기심을 장려하는데, 플레이어는 이렇게 친숙하지 않고, 알 수 없고, 위협적인 환경의 새로운 정보를 밝혀내야만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영화와 같은 다른 공포 미디어의 서사 역시 점차 새로운 정보를 공개하고 수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거기에서 우리는 직접 그 정보를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을 목격할 뿐이다. 한편,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환경을 직접 탐험한다. 이는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이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문서, 기록, 낙서, ‘이스터에그(easter egg)’ [6] 등 비디오 게임의 요소로 고려한다면 더욱 명확해지는데, 모두는 호기심을 가지고 그 환경을 탐험하는 것을 독려한다. 게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플레이어의 탐험은 그가 무서움을 느끼는 것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실체화된 적을 활용하기보다는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게 하고 전반적으로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심리적인 공포 게임에서 더욱 그렇다. 이와 같은 탐험을 뒷받침하는 기술적인 디자인 측면은 <파스모포비아>(2020, Kinetic Games)나 <제로>(2001-, 테크모)와 같은 게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는 처음에 황량한 공간만이 펼쳐져 있을 뿐인데, 플레이어는 게임 안의 도구를 사용해야만 그를 둘러싼 초자연적인 힘을 엿볼 수 있으며, 결코 전체 상황을 완전히 통찰하거나 지속적으로 인식할 수는 없다. 특히 <파스모포비아>의 경우 플레이어는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유령 말고는 무엇이 나타날지 알지 못한 채 공간에 들어가서 무엇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지 하나씩 밝혀내야 한다. 디지털 게임은 이상의 도구를 플레이어의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다. <소마>(2015, 프릭셔닐 게임즈)에서는 치명적인 몬스터가 접근하면 플레이어의 아바타에 시청각적인 경고(glitch)가 가해진다. 이 신호는 또한 컨트롤러의 진동을 통하여 플레이어가 위치한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되는데, 그를 통하여 플레이어는 상황을 보다 제어할 수 있게 되지만 동시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 위협을 느끼게 된다. 즉, 보이지 않는 위협은 진동을 통하여 우리의 감각적 인식에 스며든다. 공간을 공포스럽게 경험하는 것은 이러한 감각 요소와 HUD(Heads-Up Display) [7] 를 통하여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양, 그리고 이것의 존재 여부와 관련이 있다. HUD는 탐색과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에 플레이어에게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제공해 준다. <데드 스페이스>(2008, EA)처럼 HUD를 다이제틱(diegetic) [8] 하게 만들면 가상 환경에 더 잘 몰입할 수 있고, 이를 제거하거나 줄인다면 플레이어는 나약하고 상황 통제력을 잃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제로, 다른 게임 카테고리와 비교했을 때 공포 게임에서 두드러지는 요소 중 하나는 HUD가 축소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림보>(2010, 플레이데드)를 예로 들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이미 부분적으로 불분명한 게임의 플롯(polot)으로 인하여, 체력 바, 지도, 힌트 등을 통하여 제공되는 추가 정보 없이 2D 세계로 던져진다. 우리는 게임의 주인공 말고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때 탐험은 미지의 세계에 익숙해지고, 끔찍한 사건의 원인을 밝혀내거나, 처음에는 무적처럼 보였던 적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등 점진적으로 통제력을 되찾는 방법이 되어준다. 이전 단락에서도 암시되었듯이 여기서 근본적인 아이디어는 매우 간단하다. 바로 주변 환경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면, 자신이 놓인 환경과 안전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겁을 먹어야 한다. 체화된 인식 디지털 게임, 특히 공포 게임에 대한 경험은 정신적일 뿐만이 아니라 신체적이기도 하다. 게임의 분위기, 행동, 서사는 플레이어의 신체적인 반응에 반영되는데, 우리는 점프 스케어에서 움찔하고, 극단적인 폭력을 목격할 때 몸이 수축하며, 적과 싸우거나 도망치려고 할 때 근육의 긴장을 느낀다. 우리는 가상 공간에서의 아바타의 경험을 신체적인 차원으로 연결하며, 플레이어의 몸은 신경 차원에서 가상의 몸이 경험하는 것을 반영한다. 따라서 게임 안에서의 이벤트는 인지적 또는 감정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플레이어의 신체를 통하여 경험되며, 이 물리적인 신체는 가상의 신체와 공감적 관계를 맺는다. 여기서, 지금까지 소개된 공포 게임 경험에 관여하는 요소들은 한 데 모아 이해할 수 있다. 모두는 부분적으로 신체적 경험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맥스 리나넨(Max Ryynänen, 2022)의 신체 영화 이론(somatic film theory)에 기반하여 공포 게임을 신체적인 미디어(somatic media)로 이해해 보면, 특정한 분위기나 물질적 요소들은 실제의 신체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설계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다시 한번 영화 이론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디지털 게임의 시청각적-촉각적 지각과 가상 신체를 통한 행동이(영화에서처럼 단순히 목격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현상을 강화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단순히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하여 가상 공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칼리스토 프로토콜>(2022,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개발자인 글렌 스코필드(Glen Schofield)는 인터뷰에서 아바타의 신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가상 신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3인칭 시점이 아바타의 신체 지각에 중요한 요소임을 지적했다(Kim, 2020). 가상 몸의 경험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이를 시각적으로 인식해야 하는데, <둠>(1993, 이드 소프트웨어)의 상징적인 상태 표시줄(status bar)이나 [9] <소마>에서 거울을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일인칭 시점에서는 캐릭터의 가상 신체에 대한 지각을 하기 어렵다. 신체적 지각(somatic perception)은 아바타의 몸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주변 환경과 그 안에서 목격된 것에도 적용된다. 이는 몸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게임에서 더욱 명확해 지는데, 플레이어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크로넨버그적인 돌연변이(Cronenberg’ian mutants) [10] 나 <더 이블 위딘>(2014, 탱고 게임웍스)의 절단된 신체를 반드시 시각적으로 인지할 필요는 없으며, 사운드나 드물게 있는 불쾌한 진동으로도 비정상적이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지각하고 있는 것이 더 불쾌하고 혐오스러울수록, 우리의 신체 반응은 더욱 강렬해진다. 그러한 것들에 대한 플레이어의 친숙함이 경험의 강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말이다. 비정상적인 변형과 혐오스러운 행위를 목격할 때,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어느 정도 실제인 것처럼 반응한다. 우리는 몸이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무언가를 무섭고 혐오스러우며 위협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디지털 게임의 경우 이러한 신호는 예상되는 것이며, 강렬하고 흥미진진한 플레이의 일환이다. 요약: 호러 미디어, 게임, 그리고 경험 요약하자면, 일반적으로 공포 게임과 호러 미디어는 실제의 위험 없이 강렬하고 끔찍하며 위험한 상황을 경험하고자 하는 우리의 호기심에 호소한다. 공포 게임은 트랜스미디어적인 참조가 일어나는 그물망 속에 포함되어 있는데, 영화, 문학, 설화 등의 공포 문화(horror culture)는 우리의 기대와 게임 플레이 경험을 조건 짓는다. 즉,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는 우리의 경험은 각 문화에서 무섭다고 인식되는 것, 우리가 읽은 문학 작품, 감상한 영화에 의하여 형성된다. 그런데도 공포 게임과 일반 미디어 간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특히 에이전시(agency) [11] 경험과 주인공과의 관계에서 그러한데, 우리는 가상 환경에서의 대리자를 통하여 단순히 관찰자로 남지 않고 상호작용하고 탐험하면서 통제력을 얻거나 잃는 느낌을 동시에 경험한다. 여기서 소개된 대부분의 요소는 공포 게임의 세부적인 하위 카테고리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다소 광범위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신체적 반응의 양상을 살핀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공포 게임의 일반적인 정의를 찾아낼 수 있다. 공포 게임은 무엇보다도 우리 몸이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반응하도록 설계되었으며, 그러한 반응을 경험하기 위하여 플레이되는 게임이다. 참고문헌 Kim, M. (2020) The Callisto Protocol Wants to be The Scariest Next-Gen Horror Game Ever. Available at: https://nordic.ign.com/news/42235/the-callisto-project-wants-to-be-the-scariest-next-gen-horror-game-ever . Pinchbeck, D. (2009) ‘Shock, horror? First-person gaming, horror, and the art of ludic manipulation.’, in Horror video games: essays on the fusion of fear and play. Jefferson, NC: B. Perron, pp. 79–94. Ryynänen, M. (2022) Bodily Engagements with Film, Images, and Technology: Somavision. 1st edn. New York: Routledge. Available at: https://doi.org/10.4324/9781003248514 . Scrivner, C. (2021) ‘An Infectious Curiosity: Morbid Curiosity and Media Preferences during a Pandemic’, Evolutionary Studies in Imaginative Culture, 5(1), pp. 1–12. Available at: https://doi.org/10.26613/esic.5.1.206 . [1] 바디 호러(body horror는 사람의 신체를 기괴하게 변경시켜 공포감을 자극하는 장르를 의미한다. [2] 고어(gore)는 잔인함을 통하여 공포감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르를 의미한다. [3] 호러 미디어(horror media)는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는/일으키기를 목표하는 미디어 일반이다. 본고에서 저자는 주로 공포소설, 공포영화 등의 다른 미디어를 공포 게임과 대조하기 위하여 위의 용어를 사용한다. [4] 이미저리(imagery)는 상징을 통하여 만들어진 심상이나 다른 종류의 감각적 인상을 의미한다. 주로 문학 작품이 독자에게 심리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가리키기 위해서 사용된다. 출처: Oregon State University (2019). What is Imagery? 링크: https://liberalarts.oregonstate.edu/wlf/what-imagery-definition-examples [5] 점프 스케어(jump scare)는 주로 수용자를 갑작스럽게 놀라게 하는 기법으로 공포영화나 공포 게임에서 자주 사용된다. [6] 비디오 게임문화에서 이스터에그는 마치 부활절 계란처럼 제작자들이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메시지를 의미한다. [7] 비디오 게임에서 HUD는 상태(status)를 비롯한 정보를 플레이어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출처: webopedia (2021). HUD – Heads Up Display. 링크: https://www.webopedia.com/definitions/hud/ [8] 다이제틱이란 인터페이스의 요소가 실제로 게임 안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가 예시로 든 <데드 스페이스>는 디이제틱 UI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출처: Game Developer (2010). Game UI Discoveries: What Players Want. 링크: https://www.gamedeveloper.com/design/game-ui-discoveries-what-players-want [9] <둠>의 상태 표시줄 중앙에는 게임 내 플레이어의 상황을 반영하는 캐릭터의 얼굴이 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의 체력이 감소하면 얼굴에서 피가 난다. [10] 여기서 크로넨버그란 영화 감독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를 의미한다. 그는 잔혹함과 폭력성에 대한 묘사와 내세우는 변형·변신체들의 괴기스러운 형상으로 유명하며, 바디 호러 장르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11] 에이전시(agency)는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실행하여 게임 세계와 스토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개념에 자주 동반되는 에이전트(agent)는 일반적으로 게임 내에서 행동을 수행하는 주체를 뜻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아스카 메이어 핀란드 탐페레 대학교(Tampere University)의 게임연구소(Game Research Lab)와 핀란드 CoE(Centre of Excellence in Game Culture Studies)의 박사과정 연구원이다. 디지털 게임과 기술에서의 신체 인식, 아포칼립스 미디어를 연구하고 있다. (게임연구자) 이연우 함께하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게임의 관계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게임으로 다함께 즐거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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