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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서 오롯이, 마냥 쓸쓸하지만은 않은 : 싱글 플레이에 던지는 물음

    오래전 어느 PC게임 잡지의 칼럼을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칼럼에서 글쓴이는 재미있게 플레이하던 게임을 끝내는 것이 아쉬워 엔딩을 앞두고 진행을 멈춘 채 머뭇거린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칼럼의 핵심과 거리가 있는 이야기였음에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 ‘머뭇거림’의 정취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했기 때문이다. < Back 혼자-서 오롯이, 마냥 쓸쓸하지만은 않은 : 싱글 플레이에 던지는 물음 08 GG Vol. 22. 10. 10. 오래전 어느 PC게임 잡지의 칼럼을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칼럼에서 글쓴이는 재미있게 플레이하던 게임을 끝내는 것이 아쉬워 엔딩을 앞두고 진행을 멈춘 채 머뭇거린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칼럼의 핵심과 거리가 있는 이야기였음에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 ‘머뭇거림’의 정취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험해야 할 다른 게임이 이미 많이 쌓여있고 또 앞으로 더 그럴 것을 생각하면 엔딩을 향해 박차를 가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텐데, 그 발걸음을 붙들고 서성이게 하는 힘의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 호기심에 대한 답은 찾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엔딩을 앞두고 일부러 멈춰 서성거린 적은 없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경험한 특정한 순간들이 오래도록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코 ico〉에서 게임을 저장하기 위해 ‘요르다’와 함께 처음 소파에 앉았을 때나, 〈Gibbon: Beyond the Trees〉에서 긴팔원숭이가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섰을 때가 그랬다. 그 순간들은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경험한 일련의 과정들을 떠올리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해당 게임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인 동시에 게임에서 겪은 바들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칼럼을 쓴 이의 지인이 마침내 머뭇거림을 지나 엔딩으로 향했건 끝내 멈추었건 그에게도 그 게임의 어떤 특정한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그 머뭇거림의 순간을 게임 크리에이터가 의도했을까 하는 새로운 호기심도 생겼다. 게임을 끝내는 걸 아쉬워한다는 것은 그만큼 게이머가 느끼는 만족감이 크다는 뜻이겠지만, 거기서 느낄 보람과 별개로 그 머뭇거림이 크리에이터가 의도한 결과인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이 호기심은 굳이 선명한 답을 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호기심을 품는 순간, 게임을 만든 이가 어떤 의도를 품었을지 궁금해하면서 딱히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질문을 ‘혼자’ 던져보는 경험은 중요하다. 게임 플레이 형식을 가리키는 용어인 ‘싱글 플레이’는 한 사람의 게이머가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련의 과정을 혼자 진행하는 것을 의미 한다. 싱글 플레이의 의미는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방식이 확장되는 변화와 함께 달라져 왔다. 흥미로운 것은 그 변화가 ‘상대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싱글 플레이가 게임을 하는 본래의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출발하면 간단하다. 메인 메뉴에서 게임을 새로 시작할지 이어서 할지 선택하는 것이 게임 플레이 방식의 전부였던 시기가 있었다. 여럿이 함께하는 ‘코옵 플레이’(Cooperative Play)를 생각하면 싱글 플레이의 의미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램페이지Rampage〉나 〈황금 도끼Golden Axe〉처럼 여러 명이 동시에 플레이하거나, 〈스코치드 어스Scorched Earth〉처럼 차례를 기다리며 순서대로 플레이하는 등 다른 유형이 이미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들은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련의 과정을, 같은 장소에서 진행한다는 점에서 싱글 플레이에 포함된다. 싱글 플레이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변화하는 계기는 네트워크에 있다. 싱글 플레이와 대비되는 용어인 ‘멀티 플레이’가 대표적이다. 같은 장소나 가까운 범위 안에서 유선 통신망으로 기기들을 연결해 여러 명이 함께 플레이하는 ‘랜 플레이’(Local Area Network Play)를 주로 의미하는 ‘멀티 플레이’는 인터넷의 활용이 높아지면서 이제 ‘여럿이 하는 게임’ 정도로 의미가 축소되었다. ‘멀티’가 복수나 다중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표현임을 생각하면 딱히 축소되었다고 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온라인 게임’이 복수와 다중이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연결’을 더 풍부하게 갖춤으로써 ‘멀티 플레이’를 대체하게 되었다. ‘온라인 게임’의 기반이 되는 인터넷은 이제 ‘사회 기반 시설’로 자리 잡았다. 사회와 일상의 많은 영역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03년 1월 인터넷 대란이나 2018년 11월 통신망 장애 등으로 인해 겪은 불편을 통해 우리 생활의 많은 방식이 온라인을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체감한 바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넘어 서버에 접속한 여러 사람이 함께 플레이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온라인 게임 외에도 인터넷은 싱글 플레이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연결’한다. 텔테일 게임즈의 〈더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는 에피소드를 마치면 주요 선택지에서 다른 게이머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보여준다. 선택의 순간에 다른 게이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잠깐 떠올리거나, 다른 게이머들의 선택 결과와 자신의 선택을 비교하면서 게임의 여운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장치는 게이머가 느끼는 즐거움을 풍부하게 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쌓은 업적을 중심으로 순위를 나타내는 ‘리더 보드’ 역시 다른 게이머의 존재를 의식하게 만드는 장치이다. 이것이 게임 플레이에 얼마나 동기를 부여하느냐는 게이머마다 다르겠지만,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다른 게이머가 있다고 인식함으로써 게이머가 다른 게이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환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비슷한 경우를 ‘엑스박스 게임패스’로 대표되는 게임 구독 서비스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게이머들의 게임 이용 행태를 분석하는 에이전시인 GameDiscoverCo는 2022년에 엑스박스 게임패스 구독자들이 게임을 어떻게 이용했는지에 관한 자료를 발표했다. 1) 이 중 이목을 끈 결과는 게임의 최초 출시일에 공개되는 ‘데이 원’(Day One) 타이틀 이용에 관한 기록이었다. 구독자들의 게임 플레이 기록이 하나의 새로운 차트로 다루어진 셈인데, 개별 게이머들의 게임 플레이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는 자료였다. 즉, 싱글 플레이를 혼자 플레이하더라도 그 경험 자체가 서버로 전달되면서 게이머는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2) 이러한 예들이 싱글 플레이의 의미 중 게임을 플레이하는 인원에 대한 것이라면, 또 다른 부분인 게임을 플레이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는 DLC(Downloadable Contents)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DLC는 시작부터 결말까지 일련의 과정을 일단락 지은 싱글 플레이 게임에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기존 게임의 줄거리에서 갈라지는 ‘외전’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결말이 될 수도 있다. 매체를 통해 게임이 유통되던 시기에는 이러한 콘텐츠가 ‘확장팩’(Expansion Pack)이라는 이름으로 다루어졌다. 그런데 온라인을 통해 확장할 수 있는 콘텐츠의 범위가 스킨, 캐릭터, 아이템부터 새로운 싱글 미션이나 스테이지까지 다양해지면서 ‘DLC’가 ‘확장팩’을 대신하게 되었다. ‘업데이트’라는 관점에서 보면 DLC는 단순히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의 오류를 수정하는 패치의 기능과 시스템을 변경하는 등의 변화도 포함한다. 이를 통해 일단락 지어진 싱글 플레이 경험이 다시 이어지거나 새로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만들어졌다. 결말이 존재한다는 것을 싱글 플레이만의 특징으로 꼽기가 애매해진 셈이다. 이처럼 온라인을 중심으로 게임을 만들고 플레이하는 방식이 확장되면서 싱글 플레이의 본래 의미는 달라졌다. 혼자이되 완전한 혼자가 아니고, 결말이 있되 그것이 완전한 끝은 아닌 것이다. 온라인이 다양한 방식과 정도로 접목되면서 본래의 의미에 충실한 싱글 플레이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새로 하든 이어 하든, 혼자 하든 여럿이 하든 싱글 플레이 게임과 온라인 게임 모두 “룰에 따라 일정한 시공의 한계 속까지 완료하는 자유로운 임의의 행동 또는 활동으로 인간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자 문화현상의 한 가지 표현 형태” 3) 라는 점에서 싱글 플레이의 변화는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확산’되었다. 온라인이 다양한 방식과 정도로 사회와 삶 전반에 접목된 것처럼 싱글 플레이는 지금의 게임에 다양한 방식과 정도로 접목된 것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 시대’라 부를 정도로 많은 게이머가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하는 4) 현재, 본래 의미의 싱글 플레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동안 이루어진 싱글 플레이의 변화가 축소가 아닌 확산이라면, ‘머뭇거림’과 ‘의도에 대해 던지는 질문’ 역시 유효할 것이다. 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질문을 던지는 건 고독하고 쓸쓸한 일이다. 하지만 크리에이터가 만든 세계를 탐색하면서 의도와 까닭을 짐작하는 것, 그리고 실패를 거듭할지라도 자기만의 페이스에 온전히 집중하며 플레이 해나가는 것은 게이머와 게임 크리에이터의 비동시적인 대화인 동시에 게이머가 자기와 마주하는 동시적인 과정이다. 엔딩을 앞두고 플레이를 멈추도록 붙든 것은 어쩌면 게임 크리에이터의 의도가 아닌 게이머 그 자신의 목소리였지도 모른다. 한편, 싱글 플레이를 통해 게이머가 던지는 ‘답을 기대하지 않는 질문’은 영영 어딘가로 흩어지고 마는 걸까. 같은 게임을 두고 뚜렷하게 기억하는 장면이 게이머마다 다를 것이듯, 그 질문 역시 각양각색일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게임 크리에이터의 답을 구하지 않더라도, 게이머들끼리 자신의 질문을 서로에게 건네고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 질문과 답들이 게임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게임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나누어질 필요가 있고 더 많은 비평의 장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1) https://newsletter.gamediscover.co/p/xbox-game-pass-titles-in-2022-whats 2) 이와 관련해서 2013년 Xbox One 출시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제시했다가 철회한 중고 정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 MS는 중고 거래에 제약을 둘 목적으로 Xbox One을 최소 24시간에 한 번씩 온라인에 연결되도록 강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거센 비난에 직면한 후 중고 정책과 온라인 연결 강제에 대한 계획을 모두 철회했다. 이 경험이 MS가 게임패스 서비스를 추진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으나, 당시 온라인 연결을 강제해 확인하고 싶어 했을 게임 이용 정보를 게임패스를 통해 큰 반감 없이 확인할 수 있게 된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다. 3) 도쿄 지방재판소 1979년 제10867호 손해배상청구사건 판결주문 중 발췌, 〈팩맨의 게임학〉(이와타니 토루 저, 김훈 역, 비즈앤비즈, 2012년) p.53. 4) 한국의 게이머들은 온라인 게임을 확실히 더 많이 플레이하고 있다. 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대한민국 게임백서〉의 ‘국내 게임 플랫폼의 시장 규모 및 점유율’과 〈2021 게임이용자 패널연구(2차년도)〉의 ‘게임이용자 1순위 이용게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사회학자) 강지웅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게이머즈〉를 비롯한 여러 게임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했다. 저서로 〈게임과 문화연구〉(공저), 〈한국 게임의 역사〉(공저)가 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서 게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게임이 삶의 수많은 순간을 어루만지는, 우리와 동행하는 문화임을 믿는다.

  • 축소 지향 헌터들 연대기:<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어떻게 손 안에 축소되었다가 혼종적으로 변모하려고 하는가

    작년에 20주년을 맞이하게 된 캡콤 제작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2000년대 초부터 대두되고 있던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는 새로운 형식에 대한 일본 게임계의 대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이 처음 등장했던 2004년 일본 게임업계는 2002년 성공적으로 MMORPG를 콘솔 게임에 이식한 <파이널 판타지 XI>를 제외하면 마땅한 청사진이 없었다. < Back 축소 지향 헌터들 연대기:<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어떻게 손 안에 축소되었다가 혼종적으로 변모하려고 하는가 25 GG Vol. 25. 8. 10. 1. 단기지향적인 헌터 파티: 로컬 멀티플레이 액션 게임으로서 정체성 작년에 20주년을 맞이하게 된 캡콤 제작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2000년대 초부터 대두되고 있던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는 새로운 형식에 대한 일본 게임계의 대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이 처음 등장했던 2004년 일본 게임업계는 2002년 성공적으로 MMORPG를 콘솔 게임에 이식한 <파이널 판타지 XI>를 제외하면 마땅한 청사진이 없었다. 가장 큰 문제로는 당시 대세였던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2 (이하 PS2)의 한계가 있었다. 이론적으로 PS2는 인터넷 대응이 되었지만, 인터넷 보급 문제와 더불어 <파이널 판타지 XI>나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제외한 몇몇 게임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는 기능이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인기를 끈 <파이널 판타지 XI>조차도 외장 하드를 달아야 플레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장벽이 좀 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본격적으로 인터넷 대응이 된 건 사실상 PS3 시절부터다. 콘솔 위주로 흘러갔던 일본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 만들기에 상당한 제약이 걸린 셈이다. 그래서인지 2000년대 초 일본 게임계에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을 오프라인으로 옮겨놓고 상상하게 하는 부류의 유사 온라인 게임이 더러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파이널 판타지 XI>와 엇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끌었던 프랜차이즈 <닷핵> 시리즈가 있다. 이 프랜차이즈는 실제 알맹이는 전형적인 일본 싱글 플레이 RPG 게임이었지만, 일본 게임 유저들에게 온라인 (RPG) 게임이 무엇인지 알려주려고 기획되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당시 일본 게임업계에서 온라인 멀티플레이라는 개념이 일종의 괴리감이 있었다는 현상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999년부터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을 준비해 왔던 캡콤으로서도 MMORPG나 멀티플레이 게임을 내놓는데 조심스러웠다. 캡콤 멀티플레이 게임 프로젝트의 초기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그 점에서 온라인 멀티플레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아예 헌팅 액션 게임이라 불리는 장르로) 토착화되고 발전해 갔는지를 보여주는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삼인칭 액션 게임 기반으로 하되, 규모를 늘린 중후기 일부 토벌 퀘스트를 제외하면 4인 위주의 소규모 파티 경향이 강했던 게임이었다. 정확히는 MMORPG의 보스몹 레이드 개념을 싱글 플레이 기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보스전과 합치고 재해석한 후, 플레이어 혼자 또는 소수의 헌터 동료와 우직하게 보스 몬스터를 파고들고 대응해 가며 진행하는 게임이었다. 이렇기에 초창기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그 점에서 시작부터 제법 인기를 얻었지만, 코어한 경향이 강했다. 게임 디자인 자체의 불친절함과 더불어 상술한 온라인 플레이의 한계로 실상 솔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초기 <몬스터 헌터>는 온라인 플레이를 하기 위해 KDDI 멀티 매칭 BB라는 유료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해야 했다. 시리즈가 지향했던 소규모 멀티플레이 환경은 어울리지 않는 거치형 콘솔이라는 옷을 입고 있었던 셈이다. 여기다 명확한 레벨링 시스템 없이 (간단히 말해 헌터 랭킹이 캐릭터 능력치랑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장비와 전투 숙련도로 플레이어의 실력을 가늠하는 게임 디자인과 더불어 ‘물욕 센서’로 지칭되곤 했던, 2(DOS)부터 도입된 지난한 채집 요소들도 이런 문턱에 한몫했다. 그렇기에 2부터 몬스터 헌터는 반복되는 수렵과 채집으로 장비를 만들고 개별 몬스터 파훼법을 감각으로 익혀야 다음 진행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게임이 되었다. 이를 종합해서 보면 극 초기작들은 입문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다는 건 유추할 수 있다. 1편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캡콤은 1편을 PSP로 이식하기로 결정한다.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 (이하 PSP)이 게임보이 어드밴스드나 원더스완으로 대표되던 휴대용 게임기에 완전히 새로운 판도를 열였기 때문이다. PSP는 비슷한 시기에 발매되었던 닌텐도 DS보다도 전체적인 성능도 훨씬 나았던데다 네트워크 기술이나 지원이 좋았던 편이었기에 <몬스터 헌터> 시리즈로서는 충분히 승산있는 시장이었다. 다만 <몬스터 헌터 포터블> 당시에도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온전한 온라인 게임이라 보긴 힘들었다. <포터블> 시절에도 무선랜 환경은 아직 초창기 단계였기에 지금과 같은 인터넷 환경을 지원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저런 고려 끝에 포터블 시리즈는 애드 혹이라는 단말기 간 직접 통신을 이용한 소규모 로컬 멀티플레이 시스템만을 공식 지원했고, 온라인 플레이를 하려면 우회적인 편법을 동원해야 했다. 그렇기에 <몬스터 헌터> 제작진이 포터블 시리즈를 발매하면서 처음 노렸던 것은 다소 축소된 PS2 게임을 손에 들고 사람들과 만나 기기들끼리 로컬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실상 TRPG나 보드게임을 즐기는 방식하고 크게 떨어져 있지 않은 셈이다. 이렇듯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당시 일본 콘솔 온라인 환경의 한계 속에서 처음 등장한 게임이기에, MMORPG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며 온라인 게임을 추구했음에도, 내실은 로컬 멀티플레이 액션 게임에 가깝게 정립되었다. 심지어 <월드> 이전까지는 싱글 플레이 퀘스트와 멀티플레이 퀘스트가 분리되어 있을 정도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싱글 플레이 게임 관점에서 멀티플레이와 온라인을 접근했다는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크게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시리즈가 멀티플레이 유저 간 상호작용에 상당히 제약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는 MMO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레이어 간 물물 교환이라는 개념이 없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모든 재화나 장비는 플레이어 본인이 직접 채집하거나, 제작해야 하며 플레이어 간에 교환하는 방법은 없다. 전반적으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멀티플레이 유저들을 NPC 파티원을 대신하는 존재에 가깝게 정립하고 있으며 (물론 여전히 한계가 있는 NPC AI 동료에 비하면 강력하고 유용한 존재이긴 하다), 복잡한 유저 간 관계 구축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게임이다. 어찌 보면 상당히 폐쇄적인 관계라 할 수 있는데 실제로도 <월드> 이전까지는 다른 유저의 퀘스트 난입할 수 없었다. 다른 유저를 만날 수 있는 장소는 필드 이외에는 퀘스트를 수주받고 정비하는 마을 내 한정된 공간 정도였고, 게임 내 길드 설립이나, 대항전 같은 시스템은 당연히 없었다. 모든 파티는 퀘스트를 위해 일시적으로 성립하고 종료 후 해체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나마 <월드>부터 이런 개념들이 조금씩 확장되는 추세다. 전반적으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플레이하다가 다른 유저를 만난다는 개념 자체가 오랫동안 없었고, 혼자서 즐기거나 (오프라인이든 인터넷 커뮤니티든) 사전에 알게 된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로 모여서 레이드를 뛴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렇기에 <몬스터 헌터> 내에서 처음 만난 헌터랑 교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길드 카드를 서로 확인하고 등록한다는, 지극히 일본 명함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시스템을 쓰고 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그 점에서 어떤 끊임없이 돌아가는 유저 생태계를 구현한다기보다는, 혼자서 즐기는 싱글 플레이 게임에 멀티플레이 요소를 도입해 일시적으로 모였다 퀘스트 클리어 후 해체하고 초면인 사람은 길드 카드로 교환해 교류를 이어간다는, 단기지향적인 부족/길드적인 감각으로 확장해 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여러모로 기존 MMORPG나 MMOFPS하고는 완전히 다른 폐쇄적인 경향이 짙었지만, <몬스터 헌터>는 포터블 시리즈를 통해 <퀘이크>로 대표되던 랜파티 게임의 진화를 상징하는 게임 중 하나가 되었다. 다시 말해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정통적인 삼인칭 액션 게임을 휴대용에 맞게 ‘축소’한 후 네트워크 멀티플레이 영역을 기술적 발전과 맞춰 확장해 성공한, 꽤 독특한 방식으로 성공가도를 달려왔던 게임이다. 상술한 단기지향적인 부족/길드적 감각과 연계해 보면 게임 자체의 엔드 콘텐츠 지향적인 요소를 제외한다면 부담 없이 서로 연결하고 끊어질 수 있는 동료 관계를 지향해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멀티플레이 게임들을 기점으로 랜파티 게임은 단순히 한 장소에 고정된 컴퓨터/콘솔과 인터넷이 아닌, 휴대용 게임기 간의 무선 통신, (나아가 무선랜)을 통해 언제든지 모일 수 있게 변했다. 어찌 보면 2000년대 중후반 이후 흔해진 집 바깥에서 게임기나 스마트폰을 맞대고 대전하거나 파티 플레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중적으로 끌어낸 게임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2. 축소 지향에서, 확장 지향으로: <4>와 <월드>의 급변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2편인 DOS 시리즈가 종료될 무렵,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눠진다. 우선 스기우라 카즈노리를 주축으로 DOS 디자인을 들고 PC 쪽으로 분가해 본격적인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이 되려고 도전한 <프론티어> 시리즈가 있다. <프론티어>도 설왕설래가 있긴 해도 장기 서비스했을 정도로 성공한 편이지만, 게임계는 본가 쪽에 훨씬 더 주목했다. 왜냐하면 본가 쪽은 상술했던 축소 지향을 심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나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트라이>까지는 선 거치형 콘솔, 후 휴대용 콘솔이라는 원칙을 지켰지만 <몬스터 헌터 4>부터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아예 휴대용 콘솔인 3DS로 이적해 자신을 훨씬 더 축소하기에 이른다. 콘솔 세대가 교체될 무렵, 거치형 콘솔을 버린다는 과감한 선택을 한 셈인데 오히려 이 시기부터 휴대용으로는 최초로 온라인 환경을 공식적으로 대응하는 등 멀티플레이 환경 개선에 주력하는 등 손안에서 즐길 수 있는 소규모 멀티플레이 액션 게임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했다. 다만 좋은 변화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몬스터 헌터 4>부터 게임 그래픽이나 기타 요소는 사실상 정체되게 된다. 물론 그대로 사용하지만은 않고, 새 게임이 나올 때마다 새 몬스터와 배경이 추가되고 큼직한 변화가 있긴 했지만, 사실상 이 시절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PS2~Wii 시절 게임 디자인이나 에셋을 대다수 재활용하면서 휴대용 게임기의 성능에 맞춰가는 방식으로 수명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인기의 큰 원동력인 휴대용 멀티플레이 액션 게임이라는 개념은 잘 지켜냈으니, 대다수의 유저들은 별말 없이 따라왔고 신규 유입도 수월히 이뤄졌다. 하지만 반대로 이걸 ‘우려먹기’나 한계에 갇혔다고 여기는 불만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몬스터 헌터 4>가 이적한 닌텐도 콘솔들은 성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부류였기에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 의견도 강해져 갔다. 3DS 후기/말기에 발매된 <몬스터 헌터 크로스> 시리즈는 그 점에서 ‘축소 지향의 헌터’ 시절이 끝났음을 선언하는 시기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크로스>가 발매될 당시 혜성같이 등장한 스마트폰 시장이 점점 몸집을 키워가면서 휴대용 게임기라는 개념 자체가 다시 격변을 겪고 있었다는 점이다. 휴대용 게임기를 샀던 구매층은 대다수 스마트폰 쪽으로 이동했고, 이제 휴대용 게임기는 스마트폰과 차별화를 해야 했다. 닌텐도도 이를 염두에 둬 스마트폰 도입 초창기 발매된 3DS에서 3D 기능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콘솔 자체의 성공과 반대로 막상 3D 게임은 정착에 실패했다. 당시 Wii U도 실패한 상태라 닌텐도는 차기작으로는 휴대용/거치용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스위치라는 휴대용과 거치용이 결합한 혼종 콘솔을 내세우게 된다. 즉 중간급 성능의 거치형 콘솔과 휴대용 게임기 콘셉트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성능과 단가 간의 줄타기를 시도했다. 세대 교체된 현시점에서 보자면 닌텐도 스위치는 8세대 콘솔 초창기 사양(PS4/Xbox One)으로, FHD 수준을 온전히 구현할 여력을 실현한 첫 닌텐도 콘솔이자 거치형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 간의 경계를 무너트린 최초의 콘솔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고사양을 지향하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간의 괴리는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지만, 그렇기에 저 둘이나 스마트폰이 갈 수 없었던 영역을 갔다는 점에서 스위치는 게임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콘솔이다. 스팀 덱을 비롯한 혼종적인 핸드헬드 게임용 PC들의 물꼬를 터준 게임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캡콤도 그 혼종적인 가능성을 주목했다. 2017년 닌텐도 스위치 발매가 이뤄졌고, 동시에 <더블 크로스> 스위치판 발매와 거치형 콘솔 복귀작 <몬스터 헌터 월드>가 발표되었다. 이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지배해왔던 축소 지향적인 헤게모니가 완전히 막을 내렸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더블 크로스> 스위치판은 단순히 확장판 이상으로, 스위치의 휴대용/거치용 콘솔 간 혼종적 성향을 따라가겠다는 천명이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 제작진이 다시 거치형 콘솔로 돌아가기로 한 것은, 지금까지 휴대용 게임기에 맞춰왔던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라 봐야 한다. 그렇게 <월드>는 새로운 <몬스터 헌터>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임이 되었다. 우선 <월드>는 기존의 멀티플레이 환경을 그동안 발전한 인터넷 환경에 맞게 확장했다. <월드>는 상시 온라인 연결을 요구할 정도로 온라인 비중이 높아진 첫 <몬스터 헌터> 시리즈였다. 후술하겠지만 이는 토쿠다 유야가 제작한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온라인과 멀티플레이 간의 결합을 고려한 듯한 디자인이 대거 도입되었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플레이 퀘스트가 하나로 합쳐졌고, 구조신호라는 개념을 통해 다른 플레이어의 개입을 허용하게 조처했다. 플레이어는 퀘스트를 진행하다가 도무지 어렵겠다 싶으면, 베이스캠프에서 구조신호를 쏴 올릴 수 있다. 이 구조신호는 집회소에 있는 퀘스트 게시판에서 등록되어 다른 헌터들이 확인하고 중도 참여할 수 있다. 한번 퀘스트를 시작하면 타인의 접근이 차단되는, 어떤 소규모 부족 내지는 길드적인 멀티플레이를 지향해왔던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처음으로 완라인으로 연결된 타인의 개입을 허락했다는 점에서 꽤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월드>가 한창 진행되던 시절에 더 큰 결단이 하나 일어났다. 2019년 상술했던 <프론티어> 서비스를 정리한 것이다. 의도는 명확했다. <몬스터 헌터>가 그동안 취해왔던 이원화 멀티플레이 노선을 폐기하고 하나의 게임으로 합치겠다는 의도였다. 실제로 <프론티어> 서비스 종료 당시, DOS 기반 디자인이 2010년대에 들어서서 너무 낡았기에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론티어>의 서비스 종료는 <더블 크로스> 스위치판과 더불어, DOS 시절 디자인과 노선이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며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앞으로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갈지 보여주는 실마리기도 했다. 바로 혼종적인 것들을 배합하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창출하려는 방향성이다. 3. 혼종적 세계화의 성공과 위험: <라이즈>와 <와일즈> 시대의 명암 <월드>를 마무리한 뒤,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라이즈>를 발매해 다시 스위치에서 시작했다. <라이즈>는 <월드>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다소 사양이 떨어지는 스위치로 개발되었기에 기기 특성상 <더블 크로스> 시절의 게임 디자인과 비주얼로 회귀한 구석도 있었지만, 이 회귀엔 의미는 달라졌다. 자신을 정체시키는 방식으로 축소해 왔던 <4>랑 달리, <라이즈>는 <월드>에서 시작된 변화와 풀 스케일적인 게임의 지향성을 고려하면서도, 휴대용 게임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상술했던 닌텐도 스위치의 혼종적인 특성에서 기반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PSP에서 3DS로 넘어가면서, <몬스터 헌터>는 콘텐츠 축소 이상으로 구세대 게임이라는 오명을 쓸 각오하면서 자기의 정체성을 지켜갔다. 하지만 상술했듯이 이런 선택은 정체를 의미했고, 거치형 콘솔과 휴대용 콘솔 간에는 명백한 계급 의식 내지는 상하관계가 당시엔 강하게 있었기에, 시대에 뒤처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스위치는 그 계급 의식을 상당히 없애버렸고 그 결과 <라이즈>는 <월드>보다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구세대 게임이라는 오명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도 <라이즈>는 이후 다른 거치형 콘솔과 PC로도 이식되었다. <라이즈>는 그 점에서 좀 더 고전 <몬스터 헌터>로 회귀하면서도 휴대용과 거치형, 온라인과 오프라인, 싱글 플레이와 멀티플레이 간의 혼종을 염두에 두는 2010년대 후반 이후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방향성을 선언하는 포부였다. 이후 다시 거치형 콘솔로만 발매된 <와일즈>가 나왔기에 <라이즈>를 잇는 휴대-거치 혼종적 콘솔 지향 <몬스터 헌터> 게임이 다시 나올지는 조금 기다려야 하겠지만, 적어도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양방향 노선을 짜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간단히 말해 캡콤은 <월드>, <라이즈>와 <와일즈>를 통해 축소 지향 시절 다져놓았던 소규모-단기적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유행을 쫓아가고 싶어 한다. 그 점에서 <월드>와 <라이즈>는 휴대용 콘솔의 혼종적 변화라는 사건을 두고 이뤄진 변증법적인 관계를 형성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월드>와 <와일즈> 같은 거치용 콘솔 전용 <몬스터 헌터>를 통해 공격적으로 외양을 확장하고, 이때 받은 피드백을 <라이즈> 같은 휴대용 게임기 중심 혼종 지향 <몬스터 헌터>로 적용해 내실을 꾀하는 것이다. 다만 올해 발매된 <와일즈>가 겪고 있는 위기는 캡콤이 새로이 내세우고 있는 지향성이 자칫하면 위험해질 수 있는 방향성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 문제는 역설적으로 온라인의 비중을 늘려 지금까지 단단하게 유지해 왔던 경계를 무너트리고 공간을 확장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사실 <월드>부터 온라인 서비스로서 정체성을 강화하고 필드 세계를 풍부하게 하려는 토쿠다 유야의 노선과 이에 반발하며 싱글 플레이/소규모 멀티플레이 콘텐츠에도 신경 써 주라고 요구한 유저들 간의 대립이 암암리에 이어왔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몇몇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줄타기에 성공했던 <월드>랑 달리 <와일즈>는 괜찮은 싱글 플레이 콘텐츠와 정반대로 부족한 멀티플레이 엔드 콘텐츠 문제와 더불어 온라인 환경을 강제하는 방향성과 디자인상 여러 문제로 많은 반발을 샀고 대량 유저 이탈로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와일즈>는 세미 오픈 월드 도입과 더불어 파티원 이외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헌터들을 볼 수 있는 첫 번째 <몬스터 헌터> 게임이라는 것이다. 설정상으로 <와일즈>의 헌터들은 개척자에 가까운지라 베이스캠프가 집회소 역할을 맡게 되었으며, 필드에서도 파티원 이외 헌터들을 계속 볼 수 있게 되었다. 여기다 기존 퀘스트 수주 시스템에다 자율 탐사 도중 필드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를 공격해 퀘스트를 시작하는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수렵을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변했다. 이렇게 필드에서 몬스터를 공격하면 퀘스트를 발동하면 여러 추가 보상이 주어진다는 이점으로 헌터가 세미 오픈 월드 시스템을 거쳐 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와일즈>에서 확실해진 점이 있다면 토쿠다 유야 체제 <몬스터 헌터>는 시리즈가 암암리에 지켜져 왔던 폐쇄적으로 구분된 공간과 헌터 간 관계망, 퀘스트 구조를 실제 수렵 과정 내지는 온라인 게임처럼 ‘열려있게’ 변하는 방식으로 게임의 외연을 확장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상술한 <프론티어> 서비스 종료와 연계해서 보면, <월드>와 <와일즈>는 여러모로 온라인 (세미) 오픈 월드 헌팅 액션 게임으로서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유도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단순히 기종뿐만이 아니라 게임 디자인에서도 혼종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세미 오픈월드적인 시도들에 대한 반응은 그리 좋지 못하며 <와일즈>에 이르면 콘텐츠 강요라는 비난까지 나올 정도로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반발은 지금까지 정체성과 신규 요소가 잘 조화되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퀘스트를 하기 전 거점에서 준비한 뒤 출발하고, 퀘스트 종료 후 거점에서 재정비하는 절차가 강한 게임이다. 그렇기에 거점과 몬스터가 있는 필드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고 자유롭게 다니게 하는 세미 오픈 월드 구성을 취할 거면 완전히 새로운 방법론을 택해야 했다. 즉 헌터가 거점과 필드 간의 전환을 해야 할 강한 동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와일즈>는 다소 안이한 절충주의를 택했다. 그 결과 세계의 밀도는 높아졌는데, 정작 그 높아진 밀도가 핵심 콘텐츠인 헌팅/채집에 포만감보다 피로감을 더한다는 <월드> 당시의 지적이 오히려 심화하여 나타나게 되었다. 자율 탐사 도중 수렵 퀘스트 돌입 시 추가 보상 역시 일부러 헌터가 세미 오픈 월드 형식을 따라가야 할 강력한 동기 유발이 되지는 못했다는 게 발매 후 중론이다. 결국 <와일즈>의 반쯤 열린 세계는 중간이 희박하고, 그 중간에 들어간 요소들은 헌터 입장에서는 지극히 미시적 것들이라 지금까지의 싱글 플레이 기반으로 칼같이 구분된 공간과 관계망에서 진행되는 부족적이고 단기지향적 멀티플레이에서는 오히려 불편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월드> 시절부터 거의 반 강제화된 온라인 환경이 정작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사실 역시 피로감을 가중하는 결과만 나왔다. 즉 <와일즈>는 시리즈 기준으로 과감하게 세계의 경계를 허물었고 그 지점에서만 한정해서 보면 어느 정도 성취를 거뒀지만, 정작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게임 디자인과는 잘 조화되지 않고 어색하게 동거하는 모양새가 되어 자기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외 <와일즈>가 겪고 있는 다른 문제들도 있으나, 이 글 방향성에서는 다소 일탈하기에 생략한다. <와일즈>가 지금 겪는 진통은 거치형 콘솔 <몬스터 헌터>로 복귀 후 생긴 과도기 현상의 지나친 지속/개악과 더불어 유저들과 개발진의 성향 차와 알력이 맞물려 벌어진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월드> 이후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싱글 플레이 액션 게임을 확장한 소규모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는 기존 정체성과 세미 오픈 월드-온라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정체성 간의 혼종을 꾀하려 하나, <와일즈>에서는 계산 실패로 걸려 넘어졌고 그 결과 헌터들은 이탈했다. 그렇기에 <와일즈>의 진통은 역설적으로 싱글 플레이와 멀티플레이 간의 경계가 아직도 견고하며,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월드>부터 내세우는 기종적, 게임 디자인적 혼종이 여전히 난제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완전히 끝장났다고 보긴 힘들다. 일단 시리즈 전통으로 확장판을 내놓아 타이틀의 수명을 늘리는 전략이 있었고, 2010년대부터 서비스로서 게임 개념이 강해지면서 당장의 곤란만으로 게임 전체의 수명을 판단하기엔 힘들어졌다. 물론 <와일즈>가 이렇게 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엔 <와일즈>가 완전히 망하더라도 혼종적 휴대용 게임기라는 성과를 이어가려는 스위치 2라는 와일드카드가 있다. 지금 당장은 스위치 2로 나올 <몬스터 헌터> 신작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라이즈>에서 그들은 휴대용 게임기의 새로운 가능성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그렇기에 다시 살짝 축소한 뒤 소규모 멀티플레이의 재미를 내세우는 고전적이지만 시류도 잘 따르는 <라이즈> 스타일의 <몬스터 헌터>로 성난 헌터들을 유혹하려는 건 시간 문제리라 본다. 그렇기에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축소 지향 및 휴대용 게임기 지향으로 획득한 정체성은 유령처럼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프랜차이즈를 맴돌고 있으며, 캡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Tags: 몬스터헌터, 프랜차이즈, 액션롤플레잉, 일본게임, 헌팅액션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비평가) 이이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전문사 졸업 후 영화•게임 비평 기고 활동중. 어드벤처 게임 좋아함. (antistar23@gmail.com )

  • Collaborate, Compete, and Broadcast: Gaming’s 21st Century Cultural Shifts from MMOs to Live Streaming and Online Platforms

    If you’re a video game enthusiast born after the year 2000, chances are good that you grew up with relatively easy access to video game media. Though gaming still maintains some of its countercultural reputation, it has simultaneously become a facet of mainstream culture, and the sheer volume of player-produced video game content has done a lot of legwork to keep our favorite games alive in our eyes and ears long after we’ve signed off for the night. For even some of the most obscure games, it feels like there is a limitless amount of game content available for players to consume without even needing to play. Video gaming’s cultural spaces now weave in and out of games, online communities, and numerous digital platforms like Steam and Discord.  < Back Collaborate, Compete, and Broadcast: Gaming’s 21st Century Cultural Shifts from MMOs to Live Streaming and Online Platforms 23 GG Vol. 25. 4. 10. ***You can see the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below URL: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caffe7a3-6d3f-40e0-9c16-99fb33d9ee75 The Same as it Never Was If you’re a video game enthusiast born after the year 2000, chances are good that you grew up with relatively easy access to video game media. Though gaming still maintains some of its countercultural reputation, it has simultaneously become a facet of mainstream culture, and the sheer volume of player-produced video game content has done a lot of legwork to keep our favorite games alive in our eyes and ears long after we’ve signed off for the night. For even some of the most obscure games, it feels like there is a limitless amount of game content available for players to consume without even needing to play. Video gaming’s cultural spaces now weave in and out of games, online communities, and numerous digital platforms like Steam and Discord. At the turn of the millennium the situation was very different. As a young Canadian gamer in 1999, I have fond memories of waiting every week for two 30-minute television shows - Video and Arcade Top Ten and The Electric Playground - which were the only consistently available televised media about games in my area. * Canadian video game television show Video and Arcade Top Ten - Credit to videoandarcade YouTube channel. [1] To get our fix of game-related content outside of these programs we’d largely turn to monthly gaming magazines which came in three main varieties: proprietary magazines like Nintendo Power which essentially functioned as long-form commercials for recently released or upcoming products, review magazines like GamePro , or magazines directed at hobbyists looking for the latest hardware or industry details, like Next Generation . So how did we get from a handful of publications and two blink-and-you’ll-miss-them television shows a week that largely served to sell the newest games to players, to a vast repository of video game media that serves as a platform for numerous ongoing debates about various issues across gaming culture? The consumption environment of video games and their cultural spaces didn’t evolve on their own. Games are one facet of what Henry Jenkins dubbed “Convergence Culture” – effectively a whirlpool that unstoppably pulls disparate segments of culture together in new ways as our media technologies develop. [2] Video games are part of a complex media environment that involves film, television, magazines, and most critically, the emergent and novel forms of media content and game design affordances that the internet made possible. The first quarter of the 21st century saw an immense shift in how we experience games together, and the development of video game culture is a byproduct of the convergence era made possible by ‘web 2.0,’ and the democratization of the internet. Players became central figures as culture producers, and took on a more active role in publicly shaping culture through increased connectivity both in and out of game worlds. Consider that the current market leaders for game-related media consumption - Twitch and YouTube - didn’t even exist until 2006; two years after World of Warcraft launched and popularized an already flourishing subculture of online gaming across the globe. It may seem unthinkable now that millions of players could congregate together without myriad videos explaining all the new class changes, metagame concerns, and boss strategies, but at the time players were experimenting with new ways of interacting with each other online, and improvised new ways to communicate complex ideas about how to successfully overcome challenges together, all while learning new social contracts and ways of interacting with fellow players. Players were participating in the construction of a new online society; one where play served as the connective thread that linked disparate people together. At the same time, esports was a novelty with some aspiring gamers and organizers in the West turning to Korea’s impressive StarCraft [3] scene both for inspiration, and to validate burgeoning aspirations that one day the hobby or passion project of gaming could become a profession at the level of play, and not just at the level of game production. These forces collided with legacy media and emergent internet-driven media production – alongside the continuing trend originally propelled by reality television in the late 1990s of ordinary people becoming increasingly worthy of celebrity status in the public eye – to propel us towards a new gaming cultural landscape. MMOs and the New Normal of Connectivity and Sociality Though multiplayer gaming wasn’t a new phenomenon at the turn-of-the-millenium, the MMO boom of the early 2000s was foundational for bringing players together. In the same way that arcades were the central gaming spaces of the 1970s and early 1980s, [4] and home consoles and their respective brand wars were the focus of the 1990s, the 2000s became the era of the MMO. Earlier online multiplayer games like MUDs (Multi-user Dungeons) connected players together through largely text-based RPG systems, and though these proto-MMOs connected hundreds of players, they were still a relatively niche gaming subculture. While games like EverQuest [5] and Ultima Online [6] achieved some popularity in the late 1990s, World of Warcraft [7] brought a new level of popular appeal through its graphical style and smooth, approachable gameplay. Though World of Warcraft built a strong following on its own, the South Park episode “Make Love Not Warcraft” in 2006 put a formerly niche genre into the public sphere in previously unprecedented ways. Not only was this an unparalleled promotional moment for a game of this kind, but it signalled a new kind of cultural presence for the MMO genre that countless companies would strive to achieve through their own massively multiplayer games. * A congregation of players in World of Warcraft await a boat to travel to new lands - Author’s Screenshot. The most important takeaway from WoW ’s success and all the competing MMOs that followed would naturally be that MMOs were the next big thing – but MMOs afforded easier access to large-scale playful connection in a way that only a handful of MUD enthusiasts were able to access before. MMOs put both competitive and collaborative multiplayer opportunities in front of players, and most importantly they served as some of the first points of avatar-based online connectivity in play spaces for an entire generation of players. This kind of playful connectivity was a floodgate that could not be closed, and the DNA of MMO connection worked its way into countless genres as social media and mobile gaming leveraged the appeal of play for their own platforms. We could now join our friends, make new friends, and compare and share ourselves with others. More than ever before, it started to matter what and how our friends were playing, even on social media games like Farmville [8] , or as we chased achievements in our single-player console games. Video Game Broadcasting and Live Streaming as the Next MMO At the same time, in the mid 2000s, most websites were continuing to release short editorials focused on industry issues or technological developments , alongside a steady stream of video game reviews. Nearing the end of the first decade of the 2000s, there was a visible pivot – particularly visible in the creation and development of the website Giant Bomb, following Jeff Gerstman’s departure from Gamespot, which was a more conventional games journalism outlet. Giant Bomb’s content was more focused on discussions between members of the website team as informed players and experienced games journalists, without much of the pretense or artifice of traditional reviews or articles. The visible authenticity of the individuals who were broadcasting together, and the unplanned moments that would arise within segments, became as central to the overall experience of video game media consumption as the game content itself. In each of these cases, community is central to the audience experience. Twitch and similar live streaming sites aren’t the same without an active chat, and YouTube ‘Let’s Plays’ and Giant Bomb videos are a site for comment, discussion, and community. People identify with the personalities on screen and those who make themselves seen as members of these communities. This is often more important than the game that is being played or discussed – but that there is a game at all is an integral glue to that early 2000s connectivity: a society under construction linked together by play. While the MMO boom peaked in North America between 2008 and 2010, players of all kinds still clamored for the kind of communities that MMOs fostered, but now external sites had developed the infrastructure to support a play-based sociality outside of the confines of a fantastically rendered digital world. Celia Pearce wrote about the closure of the game Myst Online: Uru Live [9] and its players as a video game diaspora – as players maintained a strong sense of communal identification among one another even after they migrated to other games like Second Life and There.com . [10] Similarly, Mia Consalvo and Jason Begy found that players of the now defunct game Faunasphere stayed in touch and felt connected to each other as ‘ Faunasphere players,’ finding new games to play together or ways to stay in touch. They noted that players “actively work to form groups and relocate their play activities elsewhere, often investing great energy in the search for a new virtual ‘home.’” [11] This “new virtual home” isn’t necessarily a game even if the content might be play-related. Watching someone else play could be as satisfying as - sometimes more satisfying - than playing a game yourself, especially when this act of spectatorship is undertaken communally with friends and acquaintances from one’s own social network of prior gaming relationships. [12] Not only are viewers invested in the broadcaster’s success in the game they’re playing, but in their meta-success as a streamer trying to establish a career. Instead of trying to help our guildmates by providing them supplies or doing our part in a challenging boss fight, we’re now invested in the success of our favorite streamers. MMOs pulled players into shared social spaces through games, and once a similar playful connectivity was established outside the boundaries of virtual worlds, players and game fans alike were able to chase that connection and sociality without being tethered to a particular game and its digital geography. The growth of live streaming also affected what kinds of games would become popular. The idea of a “streamable” game is just as important as a playable game, and games that are just as fun to watch as they are to play became a key segment of the market. Games like League of Legends , [13] PUBG [14] , and Among Us [15] have tension built into every moment of gameplay through competition, and that tension is what makes experiencing these games vicariously as part of a collective audience their own pivotal gaming experiences. The success of Elden Ring , [16] for example, isn’t something we can attribute solely to the quality of the game, as streamers produce a bounty of viral moments of struggle through each challenging encounter attempted in front of thousands of viewers each, while the audience bonds as we share in our favorite streamer’s failures and (hopefully) eventual success. In a moment of peak convergence, esports and live streaming were perfect partners as Twitch served as a new centralized platform for putting competitive gaming in front of interested players. In my prior work, I note that this connection helped both sectors grow: "Esports grew from having “about 10 tournaments in 2000 to 696 in 2012,” [17] to have an estimated 523 million viewers across the globe. [18] While gaming has had a competitive element for decades, it reached new levels of saturation. Live streaming itself grew substantially during this time, as individual personalities began to broadcast their own gameplay for others, forming participatory audience-communities [19] and parasocial relationships. [20] [21] " The Platform Era and Uncertain Futures Taking a page out of the tech sector playbook, companies with a foothold in online gaming began to operate as ecosystems, such as Valve developing Steam into an all-encompassing market for games and cosmetic goods crossed with a social platform. In my work on toxic game culture, I outline the cultural impact and shape of gaming’s platform era: "Early voice communication software that players used like Ventrilo and Teamspeak were barebones VoiP programs, a far cry from the user-friendly multi-server social media-like hub that Discord has become since its release in 2015. There were fewer channels for players to connect to one-another across games, fewer broadcasters of gaming content circulating ideas about what the culture should look like, and there were also fewer online games overall for players to move between. Now, following in the footsteps of larger media companies like Disney and HBO, video game companies like Valve and Blizzard have become less interested in keeping players within individual games, instead opting to invest players in various games that are housed in their proprietary platforms (Steam for Valve, Battle.net for Blizzard). [22] [23] " Players are now living through the effects of platformization, which are still developing and ongoing. What is clear at this point is that over twenty-five years, players have been pulled much closer together across game, platform, and genre. We have been conditioned to socialize online, but we have done so through a combination of internet culture and a social environment whose very language has developed out of the online gaming lexicon. There has never before been more access to vast libraries of games, and an even greater number of players with whom to share our gaming passions. In many ways the linked networks that run through Twitch, Steam, and Discord, alongside all our favorite games, have connected us in a second-level persistent virtual world. This world is one made up of live streams, YouTube videos, esport team fandoms, and other subcommunities, each with different stakes in what gaming means, and who the cultural space should belong to. Is our current gaming landscape of unprecedented online proximity set to pull us even closer together in even more realistic and immersive environments through VR, or are we primed in what many are calling gaming’s “culture wars,” to be driven apart? As of now there is no clear answer. The only thing that can definitively be said, is that the future of gaming culture is as unpredictable as its past. [1] Videoandarcade YouTube Channel. https://www.youtube.com/watch?v=OWFm2qU0k5o&ab_channel=videoandarcadetop10 (accessed March 26th, 2025). [2] Jenkins, Henry. Convergence Culture: Where Old and New Media Collide. New York: NYU Press, 2006. [3] Jin, Dal Yong. “Historiography of Korean Esports: Perspectives of Spectatorship.” International Journal of Communication 14 (2020): 3727-3745. [4] Kocurek, Carly A. Coin-Operated Americans: Rebooting Boyhood at the Video Game Arcade.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5. [5] Sony, 1999. [6] EA, 1997. [7] Blizzard Entertainment, 2004. [8] Zynga, 2009. [9] Ubisoft, 2003. [10] Pearce, Celia. Communities of Play. Cambridge: The MIT Press, 2009, 7. [11] Consalvo, Mia, and Begy, Jason. Players and their Pets: Gaming Communities from Beta to Sunset.”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5, 91-92. [12] Consalvo, Mia, Marc Lajeunesse, and Andrei Zanescu. Streaming by the Rest of Us: Microstreaming on Twitch. Cambridge: MIT Press, 2025. [13] Riot Games, 2009. [14] Krafton, 2017. [15] Innersloth, 2021. [16] FromSoftware Inc., 2022. [17] Hiltscher, Julia. “A Short History of eSports.” eSports Yearbook 2013/2014 (2014): 9-15. [18] “Esports Ecosystem in 2023: Key Industry Companies, Viewership Growth Trends, and Market Revenue Stats.” Insider Intelligence article. January 1st, 2023. [19] Hamilton, William A., Garretson, Oliver, and Kerne, Andruid. “Streaming on Twitch: Fostering Participatory Communities of Play within Live Mixed Media.” CHI ‘14: Proceedings of the SIG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April 14th, 2014, 1315-1324. [20] Sherrick, Brett, et al. “How Parasocial Phenomena Contribute to Sense of Community on Twitch.” Journal of Broadcasting and Electronic Media 67, no 1 (2023): 47-67. [21] Lajeunesse, Marc. “Transgressive Positivity in Four Online Multiplayer Games.” PhD Dissertation, Concordia University, 2023. [22] Zanescu, Andrei, Lajeunesse, Marc, and French, Martin. “Gaming DOTA Players: Iterative Platform Design and Capture.” Proceedings of DiGRA 2019. Kyoto, Japan, August 6-10, 2019, 1-3. [23] Lajeunesse, Marc. “Transgressive…”, 2023. Tags: NorthAmerica, MMORPG, Online Game, live streaming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Marc Lajeunesse Marc is a PhD candidate in Concordia University'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studies in Montreal, Canada. Marc’s research focuses on toxicity in online games. He is driven to understand toxic phenomena in order to help create more positive conditions within games with the ultimate hope that we can produce more equitable and joyful play experiences for more people. He has published on the Steam marketplace and DOTA 2, and is a co-author of the upcoming Microstreaming on Twitch (under contract with MIT Press).

  • [축사] 창간을 축하합니다

    이렇듯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하나의 산업이자 문화로서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게임의 가능성과 가치를 계속 공유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이번에 창간하는 ‘게임 제너레이션’이 게임의 역사, 게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게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등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담론의 장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또한 정부와 게임업계, 이용자들이 소통하는 대표 창구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 Back [축사] 창간을 축하합니다 01 GG Vol. 21. 6. 10. 안녕하십니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황희입니다. 게임문화 웹진 ‘게임 제너레이션’의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창간을 위해 애쓰신 관계자분들과 함께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게임은 전 세대를 아우르며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문화입니다. 특히 종합 예술로서 이야기와 캐릭터 디자인, 음악,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 작업이 필요하고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은 우리 이스포츠 선수들의 뛰어난 실력과 관객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이스포츠 최강국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하나의 산업이자 문화로서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게임의 가능성과 가치를 계속 공유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이번에 창간하는 ‘게임 제너레이션’이 게임의 역사, 게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게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등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담론의 장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또한 정부와 게임업계, 이용자들이 소통하는 대표 창구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과 한·중·일 이스포츠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나아가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게임 제너레이션’의 무궁한 발전과 함께 한국 게임문화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황희

  • ‘보는 게임’ 제작의 현장을 찾아서 - ‘LCK’ 세계화의 주역,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진예원 프로듀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스포츠 리그는 라이엇 게임즈의 LCK (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일 것이다. LCK는 국내와 해외 등지의 LOL 게이머들과 프로 선수들의 팬덤을 아우르는 최대의 축제이다. 이 축제에서 관객들은 경기를 관전하는 짜릿함과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린다. 이렇게 LCK는 게임이 가져다 주는 재미를 끊임없이 확장해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롤드컵 결승은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에미 (Emmy) 상을 거머쥐어 그 저력을 톡톡히 증명해내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서 LCK 프로듀싱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진예원 PD를 만나 LCK 제작의 비화를 듣는 것은 물론 이스포츠의 전망까지 살펴보도록 할 예정이다. < Back ‘보는 게임’ 제작의 현장을 찾아서 - ‘LCK’ 세계화의 주역,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진예원 프로듀서 01 GG Vol. 21. 6. 10.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스포츠 리그는 라이엇 게임즈의 LCK (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일 것이다. LCK는 국내와 해외 등지의 LOL 게이머들과 프로 선수들의 팬덤을 아우르는 최대의 축제이다. 이 축제에서 관객들은 경기를 관전하는 짜릿함과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린다. 이렇게 LCK는 게임이 가져다 주는 재미를 끊임없이 확장해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롤드컵 결승은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에미 (Emmy) 상을 거머쥐어 그 저력을 톡톡히 증명해내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서 LCK 프로듀싱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진예원 PD를 만나 LCK 제작의 비화를 듣는 것은 물론 이스포츠의 전망까지 살펴보도록 할 예정이다. 편집장: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진예원: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서 이스포츠 브로드캐스터 및 글로벌 프로듀서를 담당하고 있는 진예원이다. 주요 업무는 LCK 글로벌 영문 방송을 총괄하는 것이다. LCK는 중국어나 영어 이외로도 6개 국어로 진행되고 있다. 각 방송이 원활하게 제작, 상영될 수 있도록 관련 업무를 조율하는 코디네이터 일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편집장: 현재 이스포츠가 대중문화로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무엇인가? 또 이스포츠만의 독특한 특색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 진예원: 이제 이스포츠는 단순히 게임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종합적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로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관객층의 변화에서 가장 뚜렷이 읽어낼 수 있다. 과거 롤드컵의 주 시청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고 있는 실제 게이머가 많았다. 이 시청자들은 게이머이자 시청자이다. 프로 선수의 수준 높은 게임 플레이를 보면서 열광하는 동시에 프로 선수의 플레이를 자신의 게임에 접목시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리그 시청에 새로 유입되는 층은 좀 다르다. 이 시청자들은 본인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지 않고도 리그 자체를 즐겨 보시는 분들이다. 축구를 직접 하지 않아도 월드컵 시청을 즐길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월드 챔피언십 같은 대형 이벤트를 제작할 때는 이 점을 특히 유의한다. 게임 중계라는 기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스펙터클한 연출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스포츠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이라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선수분들도 스트리밍과 다큐 제작 등 콘텐츠 생산을 하고 있고 이런 콘텐츠들을 기반으로 2차, 3차 생산을 하는 열정적인 팬분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여 만들어내는 콘텐츠 또한 이스포츠 콘텐츠의 일부로 포함할 수 있겠다. 편집장: 국내와 해외 방송을 동시에 관리하며 양쪽의 방송 콘텐츠와 팬덤의 반응을 꾸준히 지켜보고 계시다. 국내와 해외 방송에 차이가 있는지? 각 방송에 대한 반응은 다른 편인지? 진예원: 국내 시청자들의 경우 주로 LCK를 시청하기 때문에 LCK 중심의 피드백이 많다. 그런데 해외 시청자들은 LCK뿐만 아니라 여러 리그를 함께 시청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형 커뮤니티인 레딧(reddit)같은 경우 리그 오브 레전드 커뮤니티에서 모든 리그에 대한 정보며 하이라이트 영상, 게임 분석 등을 전부 수용한다. 팬덤의 성향 또한 차이가 나는 편이다. 국내 팬덤의 경우 자신이 응원하는 특정한 팀이나 선수를 보러 경기를 시청한다. 해외 팬덤은 프로 게임 경기 자체의 수준높은 플레이 자체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캐스팅에서도 국내와 해외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캐스터들은 플레이에서 주목하는 요소가 각각 다르다. 동일한 플레이를 봐도 다른 관점에서 플레이를 보기 때문이다. POG 노트를 할 때 한국과 중국 등 다양한 해설자가 참여하고 있다. 영어 방송 캐스터는 게임 플레이의 흐름에 집중해서 승리로 가는데 실질적인 기여를 한 선수에 주목한다. 반면 국내 캐스터는 슈퍼플레이나 한타 싸움에서의 영웅적인 활약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다. 또 해외 캐스터분들은 국내 시청자들이 보기에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부분에 코멘트를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겨울 시즌 게임에서 날이 너무 건조해서 커다란 가습기를 몇 대씩 가동했던 적이 있었다. 국내 팬분들은 ‘큰 가습기를 쓰는구나’, 하고 넘어가는걸 해외 팬분들은 ‘저 증기는 뭐냐’, ‘선수 귀에서 김이 나온다’, 하면서 정말 재밌어하셨다. 이런 한국만의 맥락을 캐스터분들께서 설명해준다. 국내 선수들이 하나같이 이마를 가리는 앞머리 모양을 하고 뿔테안경을 쓰는데, 왜 한국 사람들은 스타일이 비슷한지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시기도 한다. 팬의 입장에서 궁금하고 또 따라해보고 싶은, 그런 흥미로운 문화로서 한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여서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스포츠 종주국이 갖는 장점이 아닐까? 편집장: 이스포츠 방송 제작에 대해 좀 더 묻겠다. 이스포츠에 있어 게임 화면을 구현한다는 것이 게임 종목에 따라 달라지나? 이를테면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를 연출하는 것에 있어서 차이가 있나? 진예원: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초창기와 현재의 관전 모드는 많이 다르다. 초창기 중계가 다양한 카메라 각도를 활용하여 게임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었다면 현재 중계는 챔프의 등 뒤에서 게임을 보는 구도를 쓰는 등, 마치 애니메이션 같은 연출을 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FPS 게임은 총과 칼을 쓰는 등 게임의 룰을 몰라도 누구나 상황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반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다양한 챔프와 스킬, 아이템이라는 요소가 있어 직관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그 요소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선수 개인의 게임 플레이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이스포츠로서의 배틀그라운드는 접근성은 좋되 스펙터클은 약한, 넓고 얕은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또 옵저버의 영향도 있겠다. LCK에는 옵저버 팀이 있는데 한 게임을 여럿이서 지켜보며 적절한 화면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옵저버 팀은 준프로급 실력을 갖춘 분들로 구성되어있다. 옵저버 팀은 맵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싸움을 추적하고 경기의 큰 흐름에서 승패에 결정적인 기점이 되는 장면을 잡아내야 한다. 이를 해내려면 반드시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LCK 옵저버 팀의 실력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진PD는 2020 WORLDS FINAL 제작에 참여하며 에미상 스포츠부문을 수상하는 커리어를 쌓기도 했다. 편집장 : 지난 LCK 결승전은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되었다. LCK의 결승 무대가 중요한 행사인 만큼 제작자로서 많이 허전하지는 않았나? 진예원: 코로나 이후로 대규모 현장 행사에 제약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난 LCK 결승전을 돌이켜보면 오로지 무관중 상황이어서만 할 수 있는 다양한 연출을 새로이 시도해볼 기회가 되었다. 이를테면 AR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면서 도시에 떠있는 스튜디오에서 경기를 하는 연출을 했다. 가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독특한 연출을 새로 시도해볼 수 있었다. 또 지난 결승에서는 LCK 영어방송 최초로 분석 방송과 프리쇼를 진행하고, 프리쇼에도 조영길 캐스터를 섭외하는 등 콘텐츠를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승 게임이라는 스펙터클을 제공하기는 어려웠지만 보다 풍성해진 콘텐츠 통해 시청자에게 새로운 종류의 만족감을 드릴 수 있었다. 오히려 무관중 상황이었기에 제작 측면에서 다르게 생각하고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기도 했던 셈이다. 특히 지난 LCK 결승 오프닝 무대에서는 TFT 모바일 광고였던 ‘두둥등장’ 영상을 방영하기도 했는데, 국내와 해외 안팎으로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주셨다. 편집장: 다음은 조금 씁쓸한 질문일 수도 있겠다. 현재 이스포츠에서 부동의 1위는 LCK지만 그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현장에서도 이런 반응을 느끼는지? 진예원: 전반적으로 다른 리그의 퀄리티가 상향평준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LCK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가 타당한지는 잘 모르겠다. 재작년까지도 그런 위기감이 있었지만 작년 경기때는 LCK만의 위상을 잘 보여주었다. 다른 지역, 특히 중국의 자본력이나 지원에 비하면 우리는 단일 국가 단위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이만한 성과를 거둬나가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편집장: 이스포츠 산업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명실상부한 1위이다. 그런데 리그 오브 레전드의 독주도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게임에도 수명이 있다. 이 인기는 얼마나 갈 것이라고 예상하나? 진예원: 참 어려운 문제다. 이스포츠와 게임 업계의 특성상 변화가 빠르고 또 변화의 양상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모바일 이스포츠도 성장하는 중이고 모바일이 언제 PC를 넘어설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떤 장르의 게임이 언제 개발되는지, 그리고 그 게임이 이스포츠 종목으로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서도 이스포츠 시장은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위험은 언제나 짊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안팎으로 이 게임을 오래 지속하려는 노력들이 끊임없이 있어왔다. 라이엇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게임에 지속적인 리뉴얼을 해나가고 있다. 새로운 챔프들을 업데이트하는가 하면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에 기반한 여러 파생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만화 등으로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KDA는 리그 오브 레전드 아이피를 확장하여 케이팝과도 연계한 좋은 사례이다. TFT와 같은 전략적 팀전투도 이스포츠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바깥을 살펴보면 이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여러 제도들이 해외를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 대학에 이스포츠 전공이 생기는가 하면 칼리지 이스포츠의 형태로 지역 리그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기반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 더 나아가 이스포츠의 확고한 자리매김을 도울 원동력이 될 것이다. 편집장: 마지막 질문이다. 조금 뻔한 질문일 수도 있겠다. 이스포츠 문화의 현장에서 이스포츠라는 단어를 어떻게 평가하나? 진예원: 이스포츠만의 독특한 시간 감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입사 초기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오후 2시에 출근을 하는데 캐스터분들이 ‘좋은 아침!’ 이라고 인사를 해주셨다. 아침이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이건 이스포츠식 시간이라면서 다들 밤을 새고 이제 일어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 또 시간 감각 자체가 무척 빠른 것도 있다. 중계 메인 캐스터들의 일정도 바쁘게 돌아가지만 그 사이 유튜브나 커뮤니티 등지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콘텐츠를 따라가고 사건사고를 체크하느라 하루가 무척 빠르게 지나간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운 인디음악 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예술사회학 연구와 (공연)사진 촬영에 매진중이다. 라캉 정신분석 철학서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영번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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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G Vol. 1 한국에서 문화로서의 게임이라는 말은 다양한 함의를 내포한다. 중독을 유발하므로 규제해야 한다는 규제담론과 산업으로서 진흥되어야 한다는 산업담론 사이에서 갈곳을 잃은 문화담론의 의미를 짚는다. 게임의 문화적 존재론: 천출(賤出), 기술적 총아, 참여문화 이 작품의 결말은 AR 안경을 쓰고 이루어지는 놀이와 장난스러운 일이 등장인물의 연애 관계를 넘어 트라우마를 발생시키고, 이러한 과정에서 이를 사용하는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게 되면서 파국을 맞게 된다. 부모들은 AR 안경을 압수해버리려고 하는데, 이 때 주인공인 유코와 그의 친구들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한 번 그 세계에 몸담아서 그 세계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는 게임의 세계를 이미 경험해버렸기 때문에 이제 게임 이전 시대로 되돌아 갈 수 없다. 그렇다면 게임이 만들어 낸 달콤함과 고통 모두를 인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Read More <용과 같이>, 관광게임 속의 정치적 맥락들 그러나 현실의 우리에게도 용과 같이 시리즈의 주인공 처럼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휴가를 내서 관광지로 여행을 떠난 경우가 그렇다. 일상으로 돌아가 해결해야 할 여러 복잡한 난제를 머리 속에 넣고 있는 상태에서도 우리는 도쿄 신주쿠, 오사카 도톤보리, 오키나와, 후쿠오카, 삿포로, 나고야, 요코하마 등의 거리를 거닐고 지역 음식 등 문화를 경험하면서 하루종일 즐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용과 같이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우리는 코로나19 시대에 일본 관광을 즐기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게 이 시리즈가 본질적으로 관광 게임인 이유이다. Read More QUOVADIS, 게임법 - 국회 안에서 바라본 게임법 진행의 경과와 미래 물론 전부개정안의 모든 내용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발의하고 보니 보완해야할 부분들도 여럿 보였다. 특히 국내대리인지정제도는 더욱 강화해서 발의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개정안에 빠져 있거나 부족한 부분들은 심사 과정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될 것이다. 또한 다른 게임법 일부개정안과도 병합심사되어 더 좋은 내용으로 고쳐질 것이다. 이를테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컴플리트 가챠 규제 법안이나 이용자 권익보호위원회 규정 법안과 함께 병합심사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느릴지언정 멈추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내딛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국민의 꾸준한 관심은 국회를 일하게 한다. Read More [Editor's view] 선언을 넘어선, 실천으로서의 게임문화 매우 급박하게 변하는 것 같지만 그 기저에 흐르는 도도한 맥락을 놓치지 않고자 하는 것이 〈게임 제너레이션〉의 목표다. 첫 호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꾸준히 그리고 우직하게 그 길로 가고자 한다. 동시대의 교양으로서, 혹은 지금 시대의 가장 뜨거운 놀이로서 게임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앞으로 이어질 의 모든 이야기일 것이다. Read More [인터뷰] 북미 게임연구자 Consalvo, 한국과 북미의 게임문화를 말하다 콘살보 교수와의 이번 인터뷰는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고찰에 있어 필수적인 게임학의 현재를 진단해보는 한편 북미의 상황에 대해 들어봄으로써 이 시점, 여기에서 고민해볼 만 한 지점들을 모색하고자 기획하였다. 실시간 인터뷰가 어려운 현재 여건상 이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Read More [창간사] 문화를 향하는 가교의 역할을 기대하며게임문화재단 이사장 적은 인구와 제한된 국토가 우리의 현실이다. 즉 우리의 하드웨어는 매우 초라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창조하고 혁신할 수 있는 생각이라는 소프트웨어다. 그것도 기발한 생각들이 필요하다. 그 절묘한 연결성들을 만들어 내는 게임에 관해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미술이 문화로 자리잡은 건 미술관과 큐레이터 때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게임에도 그 장소와 사람이 필요하다. 가 그 역할을 할 가장 중요한 적임자가 되어 주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Read More [축사] 창간을 축하합니다 이렇듯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하나의 산업이자 문화로서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게임의 가능성과 가치를 계속 공유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이번에 창간하는 ‘게임 제너레이션’이 게임의 역사, 게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게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등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담론의 장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또한 정부와 게임업계, 이용자들이 소통하는 대표 창구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Read More ‘보는 게임’ 제작의 현장을 찾아서 - ‘LCK’ 세계화의 주역,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진예원 프로듀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스포츠 리그는 라이엇 게임즈의 LCK (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일 것이다. LCK는 국내와 해외 등지의 LOL 게이머들과 프로 선수들의 팬덤을 아우르는 최대의 축제이다. 이 축제에서 관객들은 경기를 관전하는 짜릿함과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린다. 이렇게 LCK는 게임이 가져다 주는 재미를 끊임없이 확장해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롤드컵 결승은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에미 (Emmy) 상을 거머쥐어 그 저력을 톡톡히 증명해내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서 LCK 프로듀싱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진예원 PD를 만나 LCK 제작의 비화를 듣는 것은 물론 이스포츠의 전망까지 살펴보도록 할 예정이다. Read More “개발자는 자기 자신을 향해 끝없이 질문해야 한다” - 죄책감 3부작의 개발자 somi 인터뷰 세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죄책감을 느슨한 연결로 풀어낸 SOMI의 ‘죄책감 3부작’이 막을 내렸다. 전의 두 작품이 세상 밖으로 닿는 길을 터주었다면, 2020년 신작 <더 웨이크>는 한 개인의 과거와 깊은 내면으로 안내한다. 암호를 해독하며 엔딩에 이르렀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가장 개인적인 삶은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Read More 〈로블록스〉의 상상된 즐거움 로블록스는 조악함으로 가득하다. 게임에 보이는 텍스트의 한글 번역은 개발자가 어떤 번역기를 사용했는지 궁금해질만큼 기괴하고 오류가 많다. 글로벌 게임의 필수 업무인 현지화 작업은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게임의 3D디자인은 대체로 투박한 로우 폴리곤이다. 그 오브젝트를 감싸는 텍스쳐는 단색이거나 대충 그려진 수준이 허다하다. 외형만 그러한가. 캐릭터가 걸어다니는 애니메이션은 어색하고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캐릭터의 몸은 게임 도중에 이유없이 뒤틀리고, 기물 사이에 쉽게 낀다.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 버그로 리포트되는 것들이 로블록스에서는 일상적이다. 게임이 추구하는 주제들 또한 무겁지 않고 가볍다. 게임 일부를 예로 들면, 보모가 되어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좀비가 나타나는 학교에서 하룻밤을 보내거나, 무서운 돼지 귀신을 피해 도망다니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자 전부다. Read More 게이머는 난민이 될 수 있는가? - <로스트아크> 대량이주 사태와 난민의 정체성 2021년은 한국 mmorpg 게이머들에게 대량이주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메이플 스토리>나 <마비노기>의 경우, 아이템을 강화하는 세공도구 같은 유료아이템의 불투명한 확률 매커니즘이 문제였다. 랜덤이라고 표기되었지만 실은 옵션별 숨어있는 차등확률을 통해 랜덤확률에도 못미치는 효과를 보거나, 응당 적용되어야 할 옵션이 오류로 적용되지 않아 수년동안 0%의 확률로 실패한 뽑기를 유발한 것이 문제였다. Read More 게임문화/비평에 대한 작은 바람 -권력투쟁을 위한 비평의 역할과 책임에 관하여 몇 달 전의 일이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촌 동생이 꽤나 발칙한 사고를 쳤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건의 진상은 이러했다. 요 귀여운 녀석이 게임에 미쳐 부모님 몰래 수십만 원어치의 현질을 했고, 그걸 들켜 죗값을 달게 받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장성한 아들을 둔 우리 엄마는 비슷한 일을 이미 여러 번 겪은 바, 대수롭지 않게 ‘애들 다 그러면서 크는 거지’라며 심심한 위로를 건넸지만 이모는 ‘이노무 시키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며 발을 동동거렸다. Read More 구독이 세상을, 게임을 바꿀까? - 구독형 결제,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여기 두 개의 질문이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플레이해봤습니까?”와 “당신은 지금까지 몇 개의 게임을 소유해봤습니까?”이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온 두 개의 숫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유하지 않은 게임도 플레이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Read More 리그 오브 레전드의 유동적 원근법에 관한 노트 변화하는 원근법과 그에 맞추어 재편되는 게임 내 공간감, 플레이어의 시각성은 앞으로 우리의 시각 문화에서 더욱 중요한 위상을 차지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시각성은 과연 우리의 눈에 어떤 변화들을 불러들일까? 복수 개의 원근법, 회전하는 원근법이 구성하는 세계는 어떤 풍경일까? 우리의 눈은 그런 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 더 많고 풍성한 논의가 이 글 위에 쌓여 가기를 기대해 본다. Read More 메타버스, 호흡을 고르고 냉정하게 바라보면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고 발언했다. 에픽게임즈 CEO 팀 스위니도 1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메타버스를 핵심 비전으로 언급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향후 5년 후에 페이스북을 메타버스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펄어비스와 텐센트도 메타버스를 주요 아젠다로 언급했고, 지난 NDC에서도 넥슨 김대훤 부사장이 “더이상 게임 회사, 게임 산업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 제안했다. 다분히 메타버스를 의식한 발언이다. Read More 여름은 언제 시작할까 - 북미 최대의 게임쇼, E3가 맞이한 변화와 도전 미국에는 100일간의 여름(100 days of summer)라는 개념이 있다. 5월의 마지막 월요일에 자리잡고 있는 공휴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여름의 시작으로 본다. 한국으로 치면 현충일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메모리얼 데이는 가진 의미와는 상관 없이 그렇게 한국의 절기로 치면 입하같은 날이다. 그리고 여름의 끝은 9월의 첫째 월요일인 레이버 데이다. 노동절 연휴가 되면 이제 여름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대략 이 기간이 100일이기 때문에 이 때를 100일간의 여름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도 소소한 인기를 끈 영화 500일의 썸머 또한 이런 개념에서 제목을 빌려온 것이다. 여름에 특별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개념. 이 개념에 입각해서 보자면 게이머들에게 여름의 시작과 끝은 뭘까? 게이머들에게 여름의 시작은 E3고 끝은 게임스컴이다. Read More 완벽히 이해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들 - <잇 테이크 투>로 본 게임 플레이어의 조건 2021년 상반기의 최대 화제작이자, 신데렐라를 뽑자면 첫번째로 나올 게임은 바로 <잇 테이크 투> 다. 아직도 영화 <깝스>에서 사타구니에 총을 끼우고 발사하던 장면을 연출한 장본인이라는 사실부터 떠오르는 영화 감독이자, 배우이자, 게임 제작자인 요제프 파레스의 이 최신작은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물이다. Read More 즐기는 사람들을 지켜라 - 만화는 어떻게 멸시와 비하를 딛고 일어섰는가 1972년 6월 29일 동아일보에선 “불량만화 화형식”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불량만화는 사회악의 근원이다”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한국아동도서보급협회’는 서울 남산 야외음악당(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위치한 자리다!)에서 ‘어린이 악서 추방대회’를 열고 만화책을 모아 불태웠다. 이 단체는 만화를 두고 ‘유소년의 정서발달을 해친다’, ‘제대로 된 지식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리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주류의 시선에서, 당시 만화는 ‘악서’였던 셈이다. Read More 한국 게임비평의 궤적과 방향 세계 최초의 게임잡지는 1981년 영국에서 발간된 <컴퓨터와 비디오게임(Computer & Video Games: CVG)>이다. 2004년부터 온라인으로만 발행되다, 2015년에는 온라인사이트까지 폐쇄하고, (www.gamesradar.com )로 리디렉션됐다. Gamesradar+는 여전히 기대작이나 신작 리뷰, 업계동향뿐 아니라 알찬 내용의 작품비평을 제공해 주고 있다. 한국에서 게임잡지가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약 10년 뒤인 1990년대 초반이다. 1980년대 PC 보급시기와 맞물려 닌텐도(Nintendo)의 ‘패미콤(Famicom)’을 국산화한 ‘현대 컴보이’가 소개됐다. 이후 세가(Sega)의 16비트 ‘메가 드라이브(Mega Drive)’를 삼성전자가 국내버전으로 바꾼 ‘수퍼 겜보이’가 발매되고, 콘솔게임에 대한 관심 급증이 게임전문잡지의 탄생을 추동했다. Read More

  • 우리의 UX를 찾아서: 오락실 코옵을 추억하다

    그 시절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는 일종의 의식이 있었다. 무슨 게임을 하든 가장 마지막 코스는 <갈스패닉 S2>로 플레이하기로 한 것이었다. <갈스패닉>이란 쉽게 말해 땅따먹기 게임으로 상하좌우에 대각선까지 8방향으로 기체를 조작해 구역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여기까지만 설명하면 거짓말에 가깝다. <갈스패닉>에서는 땅을 따먹으면 그 구역에는 ‘갈’이 등장했고, 특정 퍼센테이지를 완수하면 온전한 일러스트를 볼 수 있었다. 이 게임의 핵심 인기 요인은 일러스트였다. < Back 우리의 UX를 찾아서: 오락실 코옵을 추억하다 08 GG Vol. 22. 10. 10. 매일 저녁 오락실에서는 뜨거운 응원전이 열렸다 그 시절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는 일종의 의식이 있었다. 무슨 게임을 하든 가장 마지막 코스는 <갈스패닉 S2>로 플레이하기로 한 것이었다. <갈스패닉>이란 쉽게 말해 땅따먹기 게임으로 상하좌우에 대각선까지 8방향으로 기체를 조작해 구역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여기까지만 설명하면 거짓말에 가깝다. <갈스패닉>에서는 땅을 따먹으면 그 구역에는 ‘갈’이 등장했고, 특정 퍼센테이지를 완수하면 온전한 일러스트를 볼 수 있었다. 이 게임의 핵심 인기 요인은 일러스트였다. 그래서 오락실 맨 구석 <갈스패닉 S2> 기기에서는 요구 조건 달성을 위한 협동 플레이가 펼쳐졌다. 그날 마침 잔돈이 가장 많이 남은 친구가 물주가 되고, 무리 중 가장 컨트롤이 좋은 친구가 자리에 착석한다. 날아오는 탄막이나 남은 시간을 일러주는 친구, 다음 패턴이라던가 적 몬스터를 가두는 법을 말해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당시는 핸드폰 카메라로 완성 결과물을 촬영할 수도 없었으므로 눈으로 일러스트를 담아가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친구들은 최선을 다해 이미지를 머릿속에 저장했다. 이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이야말로 필자가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이다. 오락실은 그야말로 협동플레이(Co-Op, 코옵)에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앞서 말한 <갈스패닉>뿐 아니라 여러 게임에서 코옵이 이루어졌다.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모이는 오락실의 특성상 같이 자리에 앉아서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여럿이 함께 의사소통을 하면서 퍼즐을 풀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UX를 찾아서 돌이켜보면 오락실은 2인용 게임에 특화된 공간이었다. 일반적으로 오락기 하나에 자리는 2개이므로 1p와 2p가 겨루는 게임이 많았지만, 함께 목적 달성을 위해 달리는 게임도 적지 않았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임은 <스노우 브라더스 2>. 설계상 눈, 번개, 물, 바람 등 4종류의 캐릭터를 모두 골라서 플레이할 수 있었지만, 오락실에서는 기판의 한계로 대체로 2p 플레이까지 지원했다. 두 플레이어가 각자 몬스터를 볼로 만들어 가둔 뒤, 타이밍을 맞춰 터뜨리는 재미가 있었다. 아케이드판 <천지를 먹다>나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 같은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은 코옵의 진수라고 이를 수 있다. 두 사람이 좁은 기기에 나란히 앉아 어깨를 부딪치며 버튼을 재빨리 눌러가며 게임을 플레이하곤 했다. 서로 체력 회복 아이템을 양보하거나, 서로의 캐릭터에 더 도움이 되는 버프 아이템(또는 무기)을 양보하는 미덕이 작동했다. 미션에 성공할 때 하이 파이브를 하기도 하고, 나는 살았지만 혼자 남아서 플레이하기 싫어 2p를 부활시키기 위해 선뜻 100원을 내기도 했다. 그렇다.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위해서 돈을 내준다는 행위는 오락실에서 대단히 멋진 일이었다. 하던 게임을 뺏어서 하거나, 오락실 근처 으슥한 골목에서 돈을 뺏거나, 딸깍이(또는 딱딱이)를 작동시켜 몰래 크레딧을 추가하는 등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하지 않고서는 오락실에서는 누구나 100원짜리를 기기에 집어넣어야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이 엄정한 100원의 법칙 속에서 자신의 한 판 크레딧을 나누어주는 호혜는 온라인게임 시대에서는 ‘소매넣기’와 같은 뉴비 도와주기에서 간혹 찾아볼 수 있다. 그마저도 ‘고인물’ 유저가 잉여 자산의 일부를 나눠주는 것으로 그 무게는 다를 것이다. 100원의 행복 농담 조금 섞어서, 누구나 한 판에 100원을 넣어야 한다는 법칙은 곧 P2W(Pay 2 Win)과 연결시킬 수 있다. 특정 게임기에 동전을 많이 넣은 플레이어일수록 숙련도가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PvP를 할 때 그 게임에 투자를 많이 한 사람이 유리한 측면이 크다고 볼 만하다. 그러다 플레이어의 게임 숙련도가 특정 경지를 넘어가면, 동전 한 닢에 결말을 보는 ‘괴수’가 되어 오락실 사장의 눈초리를 받았을 것이다. 100원 하나 넣고 종일 <테크모 월드컵 98>을 플레이하며 다른 사람들을 무찌르는 사람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축구게임은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가 한 쪽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회전율이 지극히 떨어졌다. 결국 그를 제지시킬 수 있었던 건 야간자율학습을 무단으로 결석하고 오락실에 있다는 익명의 제보였다. 그 형보다 한참 어렸던 또래 친구들은 오락실 사장이 직접 그를 신고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필자의 오락실 최애 게임은 사이쿄의 슈팅게임 <텐가이>였다. 필자는 특유의 일본풍 룩앤필과 스릴 넘치는 게임플레이에 푹 빠져들었다. 그래서 절친했던 친구와 종종 <텐가이> 오락기가 있는 옆 동네 오락실까지 걸어가곤 했는데, 그 자체가 요즘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에는 어느 누가 100원 내고 게임 한 판 하겠다고 20분을 걸어갈까? 게임잡지는 있었지만 게임잡지에서 오락실 게임 공략을 찾기는 어려웠던 시절, 오락실까지 걸어가는 20분 내내 친구와 무슨 캐릭터를 고를지, 어떻게 스테이지를 깰지 의논했다. <텐가이>에는 히든 캐릭터 ‘아인’이 있었다. 선택창에서 상상상, 하하하, 상상상상상상상의 커맨드를 입력하면 해금되는데, 작동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히든 캐릭터를 골라주는 것도 일종의 협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킹 오브 파이터즈>(킹오파) 같은 PvP 게임에서도 코옵은 작동했다. <킹오파 97>에서 친구에게 ‘미친 이오리’(정식 명칭은 달밤에 오로치의 피에 미친 이오리)를 골라주는 것처럼 말이다. ‘현피’까지 3m 커플은 오락실에서 <컴온 베이비>나 <다른 그림 찾기>를 많이 플레이했다. 웃음소리와 함께 볼록한 버튼을 연타하는 소리 역시 추억으로 남아있다. <컴온 베이비>야말로 2021년 여러 매체로부터 ‘올해의 게임’에 선정된 <잇 테익스 투>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한 것이 아닐까 싶다. 2인용 게임이라는 점도 그렇고, 플레이에 과하게 몰두했다가는 관계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과거 오락실 죽돌이였던 필자는 <컴온 베이비>를 하다가 “왜 봐주지 않느냐”는 말을 꺼내면서 싸우는 커플을 본 적 있다. 사실 커플끼리의 싸움은 대체로 애정의 확인이었기 때문에 귀여운 수준이었던 적이 많다. 대전 격투 게임 중 건장한 남성 둘이 시비가 붙어 오락실 전체의 게임플레이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필자의 동네 오락실에선 <철권 태그 토너먼트> 중 데빌이 자꾸 레이저를 쏘는 탓에 상대방이 “얍삽이 그만 쓰라”며 물리적인 싸움이 벌어진 적 있다. 오락실의 대전 격투 게임에서 서로의 얼굴은 바로 맞은편에 있다. 우리에게 오프라인 코옵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제 우리는 온라인 시대에 살고 있다. 단적으로 게임 곳곳에 삽입된 미니게임들이 오프라인 코옵에 대한 헌사로 여겨지는 <잇 테익스 투>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도 두 사람이 물리적으로 만날 필요가 없다. 한 사람이 온라인에서 친구초대 버튼을 누르면 같이 게임 세상으로 떠날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오프라인 협동 플레이는 어떤 의미가 남아있을까? 물론 닌텐도 스위치에는 훌륭한 파티게임이 많이 남아있으며, 비록 소프트웨어는 없지만 여럿이 방탈출 카페에 가서 퍼즐을 푸는 것도 코옵이라면 코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오프라인 코옵은 이제 주류에서 밀려나 추억의 대상이 된 듯하다. 여러 사람이 한 화면을 보면서 반응하는 경험은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이벤트가 되고 있다. 오락실 오프라인 코옵이 대세였던 시절에는 새로운 정보를 구할 인터넷이 (상대적으로) 귀했고, 집에 게임을 실행할 콘솔이나 PC가 있는 경우도 드물었으며, 당연히 모두의 손에 전화기가 들려있지도 않았다. 플레이 이력을 남길 만한 방법은 순위표에 자신의 이니셜을 남기는 것밖에 없었다. 오프라인 코옵은 한 게임, 한 게임이 귀중했다. 온라인 시대에서는 ‘한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됐다. 그리고 이 시대의 어느 한편에는 게임 중 익명성의 장막에 숨어 차마 담기 어려운 욕을 꺼내는 사람들이 보이고 있다. 온라인 랜덤매칭에서 만난 사람들은 때때로 가볍게 욕하고, 가볍게 사라진다. 두 시대를 나란히 경험한 입장에서 ‘오락실 시절이 좋았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옛날 오락실 오프라인 코옵에는 ‘노는 형’들이 자행한 여러 악행들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UX라는 단어를 문자 그대로 사용자의 경험의 총체라고 일컫는다면, 지금까지 살펴본 오락실만의 특수한 환경이야말로 게임 UX의 역사에서 특별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김재석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 서구의 관점에서 본 〈로스트 아크〉와 한국 게임

    3일간의 얼리 억세스 기간이 지난 2022년 2월 11일 〈로스트 아크〉가 서구의 백만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출시되었다. 한국의 개발사 스마일게이트(Smilegate)가 제작하고 서구의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Amazon Game Studios)가 배급을 맡은 〈로스트아크〉는 서구 게이머들의 한국 게임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 몇몇 한국산 게임이 서구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음에도, 게임 분야에서 뚜렷한 일본산 게임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한국 게임'에 대한 개념은 아직 서구권 게이머들 사이에서 명확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 서구권에서의 성공을 도모하기 위한 게임의 운영관리 방침, 유명 콘텐츠 제작자들의 참여, 그리고 한국의 〈로스트 아크〉 커뮤니티의 역할 등을 통해 〈로스트 아크〉는 한국의 게임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서구 게이머들의 기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놓여있다. < Back 서구의 관점에서 본 〈로스트 아크〉와 한국 게임 05 GG Vol. 22. 4. 10. * 이 글의 영어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pageNum=2&match=id:107 3일간의 얼리 억세스 기간이 지난 2022년 2월 11일 〈로스트 아크〉가 서구의 백만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출시되었다. 한국의 개발사 스마일게이트(Smilegate)가 제작하고 서구의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Amazon Game Studios)가 배급을 맡은 〈로스트아크〉는 서구 게이머들의 한국 게임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 몇몇 한국산 게임이 서구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음에도, 게임 분야에서 뚜렷한 일본산 게임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한국 게임'에 대한 개념은 아직 서구권 게이머들 사이에서 명확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 서구권에서의 성공을 도모하기 위한 게임의 운영관리 방침, 유명 콘텐츠 제작자들의 참여, 그리고 한국의 〈로스트 아크〉 커뮤니티의 역할 등을 통해 〈로스트 아크〉는 한국의 게임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서구 게이머들의 기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놓여있다. 우리가 사랑했던 예전 한국 게임들에게 〈로스트 아크〉가 서구권 플레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최초의 한국 게임인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이래 여러 편의 한국산 MMO게임이 상대적으로 소수의 헌신적인 플레이어들과 공명해왔다. 〈라그나로크 온라인(그라비티 인터랙티브, 2003)〉, 〈메이플스토리(위젯, 2003)〉, 〈리니지(NC소프트, 1998, 2003)〉시리즈를 비롯해서 비교적 최근작인 〈블레이드 앤 소울(NC소프트, 2012), 〈검은 사막 온라인(펄어비스, 2014)〉 등이 헌신적인 플레이어를 확보했던 한국산 MMO게임들이었다. 이들 게임 중 상당수는 좋든 싫든 서구 MMO 시장의 영원한 리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그늘에 놓여있었다. 전(前) WoW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로스트 아크〉의 출시는 2009년에 출시됐던 한국산 MMO 〈아이온(NC소프트)〉를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WoW는 종종 콘텐츠 고갈을 겪었는데, 패치 또는 확장팩이 나오기 전까지 플레이어들이 동일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피로를 느끼곤 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은 종종 새로운 MMO 게임에 끌리곤 했다. 'WoW 킬러'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새로운 게임들은 피로감에 찌든 MMO 플레이어들을 위해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시스템, 향상된 그래픽, 새로운 지역들, 새로운 직업과 새로운 몬스터 등 많은 것을 약속하면서 출시되곤 했다. 출시와 함께 플레이어들은 이 새로운 게임이야말로 자신이 새롭게 수년을 쏟아부을 만한 바로 그 게임이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플레이했다. 〈아이온〉이 바로 그러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자주 보아왔듯 이 게임의 전성기는 짧게 지나갔고, WoW가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플레이어들은 실패한 'WoW킬러'를 뒤로 한 채 익숙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로스트 아크〉의 상황 또한 비슷할 것이라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출시 때 스팀차트에서 기록했던 백삼십만 플레이어의 50% 이상이 빠져나간 한편, 타 MMO게임이었다면 말살되었을 WoW의 최신 확장팩 패치에도 불구하고 〈로스트 아크〉는 살아남았다. 현 시점에서 〈로스트 아크〉는 스마일게이트와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의 운영에 따라 가라앉을 수도, 살아남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로스트 아크〉가 고유의 장점을 통한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 현 시점에 이 게임은 기존의 한국산 MMO게임이 성취했던 바를 넘어서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의 위치에 와 있다. 〈로스트 아크〉 외에 서구권에 한국 게임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데 있어 이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국 게임으로는 〈배틀그라운드(PUBG, 2017)가 유일하다. 출시 후 삼백만 유저를 기록한 뒤 현 시점 스팀차트 상 사십만명이 넘는 유저를 유지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는 성공한 한국 게임으로서 지난 몇년 동안 게임 분야 내 매우 중요한 시기를 만들어냈다. 〈H1Z1(Daybreak Company, 2015)〉과 함께 배틀로얄 시대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PUBG의 한국산 게임으로서의 입지는, 배틀로얄 장르의 선도자로서 거둔 경제적 성공과 업계에 끼친 영향력에 비하면 무색한 수준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저서 〈이미지의 수사학(The Rhetoric of the Image)〉에서 '이탈리아성(Italianicity)'이라는 용어를 통해 특정한 기호 - 이탈리아 국기의 색깔, 특정한 이탈리아식 단어와 이름, 재료의 조합(토마토, 버섯, 피망 등) - 을 조합해서 이탈리아의 문화라는 인식/개념을 표현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1) 문화적 스테레오 타입을 바탕으로 구축된 이와 같은 이미지들은 - 그것이 실제로 이탈리아의 것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 이탈리아를 표현하는 어떤 것들로서 쉽게 읽힌다. 다시 게임으로 돌아와, 만약 한국 게임에 '한국성'이란 게 있다면 아마도 주로 초기 한국 MMO 게임들을 통해 주로 구축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랬다 할지라도 그 게임들이 서구 게임문화권 내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PUBG는 성공했지만, 그 게임에는 일반적인 플레이어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한국 게임이라는 특정한 흔적이나 한국 게임 개발사 고유의 독특한 특징 같은 것이 없다. 또한 한국산임을 마케팅하여 게임의 인기가 확산됐던 것도 아니었다. 한국의 게임으로서 전례 없는 놀라운 성공과 영향력을 달성했음에도 〈배틀그라운드〉가 서구 세계에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으로서 인식되지 못한 이유는, 열성 플레이어들 외에 이 게임이 한국의 게임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PUBG와는 달리, 서구의 많은 게이머들은 〈로스트 아크〉를 한국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9년에 한국에서 〈로스트 아크〉가 출시된 후 전 세계 게이머들은 각 권역에 게임이 출시되기 전부터 VPN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북미와 유럽 출시가 예상되면서 유튜버나 스트리머들이 타 권역의 〈로스트 아크〉를 메타적으로 분석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한 명인 유튜버 캐논(Kanon)은 북미/유럽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티어 리스트를 위해 적극적으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서 영상을 제작했다.2) 수많은 북미나 유럽권 게이머들이 〈로스트 아크〉를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전부터 사람들은 이미 이 게임이 한국의 게임임을 명확히 인지했던 것이다. 게임이 출시된 뒤에는 출시 때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콘텐츠로 포함되어있던 오리지널 한국어 음성팩에 대해 상당한 수요가 있었다. 이는 적지 않은 수의 북미/유럽 게이머들이 한국의 게임으로서 〈로스트 아크〉를 플레이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또한 게임의 기원을 미처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게임이 한국산임을 알려주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북미와 유럽에서 출시된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이 시점에 〈로스트 아크〉 공식 포럼이나 커뮤니티 게시판, 인-게임 채팅 등에선 북미/유럽 버전에서의 콘텐츠 롤아웃 전략을 한국의 서버에서의 상황과 비교하는 대화나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여하튼 〈로스트 아크〉는 한국의 게임으로서 명확히 자리잡은 모양새다. 〈로스트 아크〉와 한국 게임의 '한국성' 분명한 한국의 게임으로서 서구의 수용자들에게 다가간 〈로스트 아크〉의 궤적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한국 게임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감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모두 〈로스트 아크〉를 꽤 많이 플레이했는데, 우리 중 한 명은 북미 서버 내 엔드 게임까지 완료했을 정도다. 이 여정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보스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전투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판타지 세계를 표방하는 〈로스트 아크〉지만, 타 MMO게임과 비교할 때 낯설고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측면 또한 존재한다. 예컨대 드워프가 거주하는 욘 대륙에서는 검의 주조 장면을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일로 연출한 놀라운 장면을 볼 수 있다. 〈로스트 아크〉는 이와 같은 남다른 느낌의 다양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러한 것들이 게임 내에서 맥락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 또한 게임 세계 내 여러 크리처들은 다른 데서는 볼 수 없었던 귀여움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플레이어로서 볼 때 게임의 이와 같은 특성들 중 어떤 것이 한국 게임 전반을 대표적인 속성인지, 혹은 스마일게이트나 트라이포드 스튜디오가 만들어온 게임의 고유한 속성인지 알아채기는 어렵다. 사실 한국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은 대체로 자신에게 친숙하지 않은 게임 요소들을 스마일게이트나 트라이포드 스튜디오의 것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한국적인 상황이나 경향으로 해석하곤 한다. 〈로스트 아크〉의 이와 같은 속성들은 - 실제 여부와 무관하게 - 전체적으로 한국식 게임디자인의 전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는 나아가 서구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한국성'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로스트 아크〉가 '한국성'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는 있지만, 초창기 MMO게임들로부터 확산되어간 기존의 '한국성' 개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서구 담론장에서 한국 게임은 과도한 노가다(grindy)에 대한 평이 많은데, 이는 사소한 보상이나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매일 같이 똑같은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지나친 반복성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 〈로스트 아크〉로서는 불행하게도 - '연마(honing)'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연마는 일련의 재료를 모아 무기와 갑옷을 업그레이드 하는 시스템으로, 초기에는 업그레이드 성공이 확실하고 재료를 모으는 작업도 꽤 단순하지만, 게임이 진행이 될수록 필요한 재료의 수가 증가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낮아진다.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이는 〈로스트 아크〉가 'Pay to Win(P2W)' 게임임을 의미하는데, 서구의 게이머들은 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개별적으로 투자한 시간을 무용하게 하고 플레이어 스킬을 약화시키는 불공정한 어드밴티지를 허용함으로써 게임의 진정성을 훼손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로스트 아크〉의 이와 같은 P2W적 속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동영상이나 포럼, 혹은 게임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의 많은 옹호자들이나 비평가들은 이 p2w을 활용하거나 덮으면서 팬들에게 게임을 권하거나 혹은 멀리하라고 설득하고 있다. * 플레이어들은 〈로스트 아크〉에서의 페이 투 윈에 대해 게임 속 채팅창에서 논의하곤 한다. 〈로스트 아크〉의 P2W 측면은 가장 최근의 분기점에 있어 핵심적인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3월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엔드게임 보스가 등장했는데, 많은 플레이어들이 엔드 게임의 진행을 위해 현금을 써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고, 그 격차가 도저히 대처 불가하다고 느낀 일부 플레이어들은 게임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 선택의 문제는 한국 게임에 대한 서구 게이머들의 인상이 형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지 게임의 형식과 콘텐츠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개발자들이 플레이어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로스트 아크〉에 있어 이는 복잡한 문제인데, 왜냐하면 스마일게이트와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 모두 게임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지만, 게임의 플레이어들에게 각기 상이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트 아크〉의 출시를 앞두고 이루어진 책임자 골드 리버(Gold River, 금강선 디렉터)의 공식 인터뷰는 게이머 커뮤니티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3) 반대로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는 게임의 단점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특히 유럽 서버의 과도한 대기시간이 문제가 됐다.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에 대한 결정의 주체가 누군지 라는 보다 큰 질문을 상기할 때, 지금까지 게임과 관련된 비판에 있어 스마일게이트는 상당부분 비켜간 반면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는 불만족한 플레이어들의 펀치백이 되어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응하는데 있어 플레이어들과 게임을 운영하는 측 사이에서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가 끊임없이 소통을 해왔음은 중요한 부분이다. 한 레딧 유저는 골드 리버가 〈로스트 아크〉의 '요시P(Yoshi P)'라고 언급했는데, 요시P란 게임 커뮤니티의 관심사를 자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진 〈파이널 판타지 XIV〉 디렉터 나오키 요시다를 뜻한다. 그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셀럽 같은 인물인데, 서구권에서 요시P와 비슷한 인물로는 〈오버워치〉의 디렉터였던 제프 캐플란(Jeff Kaplan)을 들 수 있다. 그 또한 〈오버워치〉 커뮤니티 내에서 셀럽의 지위에 올랐는데, 포럼 같은 곳이나 유튜브상에 개발자 업데이트 영상을 통해 플레이어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기 때문이다. 제작자/감독의 역량은 문화 상품이 대중적으로 어떻게 인식될 지에 있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 게임에 대한 대중적 인식에 대해 생각해볼 때, 골드 리버는 플레이어들이 단지 〈로스트 아크〉 뿐이 아니라 한국 게임 전반에 대해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입장벽 높은 장르의 실용주의 플레이어들 "한국성"이나 과도한 노가다, 또는 p2w적인 요소 외에, 〈로스트 아크〉가 진입장벽 높은 장르의 게임에 새롭게 진입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상대적으로 수월한 입장을 제공한다는 것 또한 언급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MMO게임의 출시는 - 그것이 서구의 것이든 비서구권의 것이든 - 서구에서 언제나 다른 MMO게임으로부터의 대규모 이주를 발생시킨다. 저자 중 한 명이 〈로스트 아크〉에 매혹되었던 이유 중 하나도 MMO 게임을 그라운드 제로에서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로스트 아크〉는 게임(그리고 아마도 장르 그 자체)를 처음 접한 플레이어에게 아케시아의 세계를 안내해주는 광범위한 튜토리얼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로스트 아크〉가 단순화된 MMO 경험을 제공한다는 뜻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 새롭게 출시되는 MMO에 참여하는 것을 WoW 처럼 십년이 넘어가는 콘텐츠와 스토리, 변화상, 헌신적인 플레이어 기반을 지닌 오래된 MMO 게임을 시작하는 것과 비교해볼 때, 이 장르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로스트 아크〉라는 게임이 매력적일 수 있다. 즉, 〈로스트 아크〉는 MMO게임 플레이에 흥미를 가진 완전한 초보 플레이어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결여된 것은, 앞서 말했듯이, 명백히 한국의 것인 MMO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역사적 디자인 지식과 경험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로스트 아크〉의 운영 주체인 스마일게이트와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 앞에 놓인 과제는 자신들이 게임 운영에 대한 우려를 듣고 있다는 믿음을 플레이어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만약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유명 작품으로서 〈로스트 아크〉는 서구 게이머들이 한국 게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부정적인 측면을 제대로 각인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로스트 아크〉가 지닌 모든 매력과 게임플레이에 있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만약 반복적인 노가다와 p2w요소로 인해 서구 플레이어들의 장기적인 참여 확보에 실패한다면, 이는 서구 게이머들이 지닌 선입견의 고착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한 요소들이 여전히 게임 내 주요 부분으로서 제공되면서 이용자 수가 유지된다 할지라도, 〈로스트 아크〉가 지닌 그 밖의 보다 독특한 측면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한국산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관점을 바꾸는데 충분하지 않다. 지금까지 보았듯, 서구에 진출한 한국산 게임은 매우 소수이며, 따라서 한국 게임 및 '한국성'에 대한 서구의 인식은 매우 제한된 접촉 경험에 따라 형성된 것이다. 〈로스트 아크〉가 한국 게임에 대한 서구의 흥미를 제고하는데 좋은 출발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서구 플레이어들의 인식을 바꾸거나 개선할 수 있는 정도는 딱 그 정도에 그칠 것이다. 궁극적으로 서구 게이머들에게 필요한 것은 좀 더 많은 명작 한국 게임 - 그것이 과거의 한국산 MMO게임 스타일이든, PUBG 타입이든, 〈로스트 아크〉 같든, 또는 새로운 어떤 것이든 간에 - 이다. 서구의 게이머들은 그 플레이가 어떤 것일지 기존의 경험을 통해 개념화 되어있을지라도, 예상 밖의 "새로움"을 기꺼이 시도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 의심할 여지 없이 서구식 게임 플레이나 게임 디자인의 전형성이 넘쳐나는 가운데, 그러한 서구의 게임들이 실제로 한국의 시장에 침투할 때 그 "서구성"의 개념이 어떠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문화 교환에 있어 비대칭적 상황을 볼 수 있다. 서구의 게이머들은 한국의 게임과 게임문화 그리고 게이머들에 대해 정형화된 시각을 지니고 있는데, 그러한 시각이 항상 한국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다(예를 들어 〈오버워치〉의 디바를 보라). 서구 게이머들의 한국 게임에 대한 경험은 한정적이며 따라서 그들이 서구와 한국의 시장을 비교하거나 관련된 보다 큰 담론장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견고하게 구축된 규범과 담론장을 지닌 일본 게임 시장의 그 거대한 규모와 비교해보면 한국 시장은 왜소해 보인다. 그에 따라 저자들은 지금까지 게이머들 사이에서 구축되어온 한국산 게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더 많은 한국의 게임들이 서구 시장에 출시되어 파고 들기를 희망해본다. 1) Barthes, Roland and Stephen Heath. Image, Music, Text. New York: Hill and Wang, 1977 2) Youtube Video “LOST ARK EXPOSED - PVE Interview with KR’s BEST (Jiudau) (accessed March 28th,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_8_kHtaXy8o&t=2919s 3) Reddit Thread, “The Man the Myth, the Legend GOLD RIVER (Accessed March 22nd, 2022) https://www.reddit.com/r/lostarkgame/comments/sn80q4/the_man_the_myth_the_legend _gold_river/ _gold_river/ 참고문헌 Barthes, Roland and Stephen Heath. Image, Music, Text. New York: Hill and Wang, 1977.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마크 라제네스, Marc Lajeunesse 캐나다 몬트리올 콩코디아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 온라인 게임의 독성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삼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 공평하고 즐거운 놀이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게임 내에서 더 많은 긍정적인 조건을 들어내기 위한 독성 현상에의 이해를 추구한다. 스팀 마켓플레이스와 DOTA 2에 관한 논문을 작성한 바 있고 곧 출시될 '트위치 마이크로스트리밍'의 공동 저자이다. (게임연구자) 코트니 블레이미, Courtney Blamey 캐나다 몬트리올 콩코디아대학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 재학중인 게임디자이너. 시리어스 게임에서의 의미발생 과정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중이며, 게임디자인에서 플레이어와 디자이너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오버워치에서의 커뮤니티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블리자드의 접근방식을 개발자 및 게임커뮤니티에 관한 조사를 통해 풀어낸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게임과 게임 플레이어, TAG(Technoculture Arts and Games)를 연구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는 공간인 mLab의 회원이다.

  • 플레이시간의 자본주의적 상품관계 - 탕진의 재미와 축적의 재미

    온라인게임 시대가 만들어낸 이 변화는 놀이 역사에서 보기 드문 전환을 만들어냈다. 노는 일이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놀이의 본질은 일종의 무용함, 생산의 시간에 맞선 시간 탕진의 즐거움에 가까웠지만,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그 무용함의 효용마저도 상품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기도 하다. < Back 플레이시간의 자본주의적 상품관계 - 탕진의 재미와 축적의 재미 21 GG Vol. 24. 12. 10. 놀이로서의 디지털게임: 생존, 노동, 여가의 세 분류 안에서 디지털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즐거움을 찾기 위한 유희, 놀이로서의 게임 플레이 행위 안에 디지털게임 플레이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놀이는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행위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숨어 있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무언가를 특정한 행위에 들임에도 불구하고 딱히 행위의 결과로서 무언가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산출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말을 다시 새겨보면, 결국 놀이를 정의하는 데 있어 전제되는 것은 놀이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놀이 행위에 투여하고 있다는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이 때 투여되는 것은 다름아닌 시간이다. 물리학적인 시간일 수도 있고, 혹은 인간의 24시간 일상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가능성의 범주일 수도 있다. 생명유지를 위해 필수로 써야 하는 먹고 마시고 잠자는 시간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생산에 투여하는 노동시간이 아닌 제 3의 시간 사용으로 우리는 예술, 문화, 놀이와 같은 영역에 시간을 쓴다. 인간의 시간을 아주 크게 세 덩이로 나눈다면, 생존 – 노동 – 여가라는 세 가지 분류를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매체와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상품으로 자리잡은 디지털게임 디지털게임 플레이를 포함한 놀이와 여가 전반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소비하지만, 기존의 놀이, 여가와 달리 디지털게임에서는 많은 경우 시간과 함께 돈을 써야 한다는 전제가 덧붙는다. 최초의 디지털게임을 이야기할 때 수많은 초창기 프로토타입 중에서도 <퐁>이 거론되는 이유는 이 게임이 본격적인 상업적 게임이고, 그 상업성을 딛고 생산과 유통 양 측면에서 유의미한 대중화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디지털게임의 대중화는 디지털게임의 상업적 성공을 딛고서야 가능한 부분이다. 물론 여러 놀이 중 시간과 돈을 함께 써야만 하는 것이 오직 디지털게임만의 특징은 아니며, 이는 상업성에 기반한 현대의 많은 대중문화들이 공통적으로 딛고 있는 전제다. 놀이문화 전체를 큰 역사적 범주에서 본다면, 시간을 쓴다는 공통전제 안에서 우리는 경제적 소비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놀이가 등장하는, 이른바 자본주의적 여가의 시대를 놀이의 두 번째 시대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돈과 시간을 함께 쓰는 자본주의 시대 놀이로서 디지털게임은 그러나 다른 대중문화의 놀이와 매체 자체의 특성을 통해 차별화되는데, 바로 돈과 시간이 독특하게 어우러지며 서로 등가교환할 수 있는 위치에 선다는 점에서다. 구매나 대여를 통해 접하는 책이나 영화, 광고시청과 같은 간접적 방식의 돈/시간 소비를 활용하는 텔레비전이나 신문 같은 매체에서는 금액을 지불한 만큼의 향유시간을 구매한다고 볼 수 있는 패턴이 나타나지만, 디지털게임에서는 그와 더불어 경우에 따라서는 놀이시간 자체를 현금지불을 통해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되기 때문이다. 아케이드 시절의 디지털게임: 숙련도와 현금의 교환관계 디지털게임에서의 시간/돈 소비는 초창기에는 극장에서의 영화 상영과 유사한 맥락으로 나타났다. <퐁>은 공공장소에 설치된 게임기에 동전을 투입하고 일정한 플레이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는데, 이는 공공 기기에 대해 일련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가깝게는 그 이전의 놀이기구들이었던 핀볼이나 주크박스와, 조금 더 멀고 넓게는 공공장소의 기기 대여라는 의미에서 영화 상영의 방식과 유사했다. 초창기 아케이드를 중심으로 시작된 디지털게임 문화는 한국의 경우 21세기 전까지 이어진 오락실 문화를 중심으로 디지털게임의 일반적인 소비방식을 돈과 시간을 결합해 사용하는 형태로 대중 및 소비자들에게 인식시켰다. 그런데 다른 매체와 달랐던 점은, 이러한 지불방식은 디지털게임에서는 소비자/이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1코인당 플레잉타임이 가변적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이른바 가성비, 일정한 금액을 투여한 뒤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기기를 점유해 플레이할 수 있느냐가 다른 매체와 달리 플레이어의 숙련도에 의해 좌우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이 때 돈과 시간의 관계는 매우 독특하게 결합했다. 기계에 코인을 넣는 일은 일정한 기회를 대여하는 방식이었지만, 그 기회의 시간은 숙련도에 의해 좌우되었다. 그리고 숙련도를 키우는 길은 개인차를 떠나 더 많은 동전을 투입하여 실력을 쌓는 길이었다. 개인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많은 돈을 지불하고 오랫동안 기계를 점유할수록 1코인당 점유시간은 늘어나는 구조라는 것이다. 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읽는다고 책값에 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물론 만화대여점 같은 경우 시간 단위로 이용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매체의 유통채널이라기보다는 공간대여로서의 의미가 더 크니 예외로 두자) 게임의 경우에는 효율적인 플레이를 숙달할수록 1코인의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였다. 게임에서 시간과 돈이 엮이는 독특한 형태는 이미 아케이드 시절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온라인시대의 현질은 시간과 돈을 맞교환하는 과정이다 1970년대 말부터 이뤄진 가정용 콘솔과 PC의 보급을 통해 디지털게임의 소비는 공공기기 대여에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매해 소유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게임기기를 개인이 소유하게 되면서부터는 다시금 다른 매체와 유사한 형태로 돈과 시간의 문제가 얽힌다. 한 번의 구매로 영원히 소유하는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숙련도는 더 이상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스탠드얼론 패키지라는 형태로 콘솔, PC를 중심으로 게임의 구매가 이루어지던 시절의 시간 / 돈 관계는 온라인게임으로 디지털게임의 중심이 옮겨오면서부터 다시금 큰 변화를 맞이한다. 소프트웨어가 서버상에 위치하게 되고, 사용자는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소프트웨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구매 혹은 대여하게 되면서 게임에서의 시간 / 돈 관계는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가장 대표적인 시간 / 돈 관계의 변화는 아이템의 현금 구매가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게임이 만든 가상공간 안에서만 도구적으로 유의미한 물질로서 인식되는 아이템은 대체로 게임 안에서의 플레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이 때의 플레이는 상당부분 시간의 소모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일정 수준 이상의 공격력을 가진 검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들여야 하는 사냥, 혹은 레벨업에의 시간 소비가 필수적이다. 그런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 가능하게 만들 경우, 게임 플레이에 들어가는 시간은 현금으로 교환가능한 가치로서 다시금 의미지어진다. 기존에는 직접적 교환이 불가능했던 플레이 시간이 현금과 등가교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게임사가 직접 아이템 – 현금의 교환 창구를 만들기 전부터도 시작된 바 있었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서버상에서 작동하는 온라인 MMORPG가 대세가 된 이후, 이용자들은 스스로 특정한 아이템을 현금을 대가로 거래하는 사례들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른바 ‘쌀먹’이라 불렸던, 게임 아이템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사례들은 게임에서의 시간 / 돈 관계가 변화했음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례였다. 자동사냥과 아이템거래: 숙련도를 벗어난 새로운 유희적 시간의 의미 이후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상호 교환이 가능해진 플레이시간과 현금의 관계는 보다 본격화되는데, 여기에는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라는 한계도 일정부분 영향력을 발휘했다. 과거의 스틱, 키보드/마우스처럼 세밀한 컨트롤을 구사하기 어려워진 터치스크린 환경에서 플레이어의 숙련도는 과거만큼의 의미를 플레이 안에서 갖추기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플레이의 결과물은 개인의 숙련도보다 한 플레이어가 얼마나 오랫동안의 시간을 사용해 서버에 접속해 활동했느냐의 질문에 가까워졌다. 이 변화의 끝에는 자동사냥이 서있다. 굳이 플레이를 ‘직접’ 하지 않아도, 단지 서버에 접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시말해 플레이어가 자신의 숙련도를 활용해 개입하는 전통적 의미의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단지 서버에 접속한 시간만을 인증해주면 게임 플레이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접속 플레이의 효율을 올려줄 수 있는 권한, 이를테면 자동사냥 효율 부스트라던가, 애초에 자동사냥 자체의 접근을 가능케 해주는 아이템들이 현금으로 구매가능한 대상이 되면서 게임플레이에서의 돈과 시간은 완벽히 상호 교환이 가능한 형태로 안착하기 시작했다. 탕진의 재미와 축적의 재미가 혼용되는 시대 온라인게임 시대가 만들어낸 이 변화는 놀이 역사에서 보기 드문 전환을 만들어냈다. 노는 일이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놀이의 본질은 일종의 무용함, 생산의 시간에 맞선 시간 탕진의 즐거움에 가까웠지만,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그 무용함의 효용마저도 상품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기도 하다. 정말 그 무용함은 돈으로 살 수 있는가? 내가 생산하지 않는 시간에 만들어냈던 즐거움, 난해한 퍼즐을 돌파하는 과정과 그 결과에서 얻을 수 있었던 희열과, 생산하지 않는 활동임에도 충분한 성취감을 만들어냈던 수많은 가상세계에서의 모험들은 정말 돈으로 사서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이었는가? 라는 질문을 끝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다보면, 혹여 이 돈으로 산 즐거움은 과거 시간의 탕진을 통해 얻었던 즐거움과는 다른 무엇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이 올라온다. 오히려 이 즐거움은 탕진의 즐거움이 아니라, 축적의 즐거움이다. 서버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의 플레이 시간 기록이 현실의 재화와 교환가능한, 혹은 교환되지 않더라도 가상의 그 무언가가 축적되어 가고 있음을 확인할 때의 즐거움. 사실 우리가 눙쳐서 게임의 재미라고 부르는 효용의 순간은 적어도 시간이 돈과 교환되기 시작한 온라인게임 이후에는 본질적으로 다른 두 가지의 재미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인터뷰]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만들어내는 게임 문화: PUBG UX 유닛 한수지 실장,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

    그러나 오늘날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보이스 채팅이 생기고, 다양한 방식의 전술적 소통 방식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이런 변화는 게임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게임의 재미와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PUBG의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과 UX 유닛 한수지 실장을 만나고 왔다. < Back [인터뷰]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만들어내는 게임 문화: PUBG UX 유닛 한수지 실장,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 14 GG Vol. 23. 10. 10. 2005년 스타리그 듀얼 토너먼트 , 임요환과 문준희의 경기는 스타리그에 채팅을 금지시켰던 경기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 본진이 좁았던 포르테 맵에서 임요환이 몰래 멀티를 한 뒤 , “좁아 ㅠㅠ”라고 채팅을 쳐서 상대의 방심을 유도했던 것이다 . 이 경기는 당시 게임 문화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텍스트 채팅은 오랜 기간 우리의 게임 문화를 만들어 온 수단이자 ,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 그러나 오늘날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 보이스 채팅이 생기고 , 다양한 방식의 전술적 소통 방식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 이런 변화는 게임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게임의 재미와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 PUBG 의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과 UX 유닛 한수지 실장 을 만나고 왔다 . 특히나 텍스트 채팅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담당하는 실무진들은 위와 같은 고민을 심도 깊게 하고 있었다 . 이경혁 편집장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한수지 실장 : 안녕하세요 . 저는 PUBG 스튜디오에서 배틀그라운드 인게임 , 아웃게임 두 공간에서의 유저 경험을 설계하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한수지라고 합니다 . 이경혁 편집장 : 말씀하신 지점에서 인게임 , 아웃게임이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 한수지 실장 : 저희는 아웃게임이랑 인게임을 구분하고 있어요 .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공간을 저희는 인게임이라고 부르고 있고 , 로비나 상점 이런 것들이 있는 곳을 아웃 게임이라고 말을 하고 있고요 . UX 유닛은 그런 공간을 책임지고 설계하고 , 구현하는 곳이에요 . 문휘준 팀장 : 네 . 저는 UX 유닛에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환경을 디자인하고 있는 문휘준 팀장입니다 . 이경혁 편집장 : 반갑습니다 . 그러면 저희가 그래픽을 하는 팀과 화면 설계를 하는 팀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 한수지 실장 : 네 . 크게는 UX 와 UI 로 팀이 나뉘어있고 , 그 팀들이 하나의 유닛으로 묶여있는 단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오늘은 저희가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영역들에 대해 질문을 좀 드리고 싶은데요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인게임과 아웃게임을 구분했을 때 , 아웃게임에서는 상대적으로 유저들의 소통이 좀 적은 편일까요 ? 한수지 실장 : 보이스 채팅 기준으로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 하지만 로비에서도 텍스트 채팅이 있어서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고요 . 모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 로비에서도 같이 이모트로 소통을 할 수 있어요 . 그래서 한 명이 춤을 추면 따라 춘다거나 박수를 치는 이모트를 통해서 상호작용을 할 수가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렇군요 . 배그를 즐겨 했는데도 그건 몰랐네요 . 이모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 그 이야기를 좀 먼저 여쭤보고 싶은데 , 사실 저는 플레이를 하면서 돈 주고 샀을 때 가장 기뻤던 순간이 아이돌 댄스였거든요 . 그냥 혼자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따라서 출 수 있잖아요 . 이건 어떤 의도로 기획을 하셨을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그 영역이 다른 회사랑 조금 다른 것 같아요 . 다른 게임은 팀원끼리만 인터랙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 그런데 저희는 이모트를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근처에 있는 누구나 바로 인터랙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 경험을 좀 나눌 수 있게 하려 했던 점이 특이사항일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이모트로 이용자들이 상호 소통을 할 때 , 제작자의 의도와는 굉장히 다르게 쓰이는 경우들도 좀 있을까요 ? 예를 들어 상대를 모욕하는 데 쓰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 문휘준 팀장 : 좀 민망하지만 , 슈팅 게임에서 티배깅 ( 죽은 상대 앞에서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 ) 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잖아요 ? ( 일동 웃음 ) 그래서 저희는 이모트나 의사소통 수단을 ‘이렇게 써주세요’하고 절대 제한하지는 않고요 . 다만 , 실제로 너무 도발성이 강한 자세들은 제작 과정에서 보류되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제작할 때 그런 고려가 들어가는군요 . 문휘준 팀장 : 네 . 그래도 게임의 재미 역시 중요하고 , 상대 팀이 죽었을 때 막 기뻐하는 것도 재미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 그 정도는 사람들끼리 그냥 웃으면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어떻게 보면 그 적당한 선이라는 게 참 애매하잖아요 .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까지는 아닌지 내부에서 논의를 할 때 기준을 두기가 어렵진 않으세요 ? 문휘준 팀장 : 확실히 조금 모호하죠 . 그래서 가장 먼저 성적인 표현이나 너무 잔인한 살인 행위처럼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를 벗어난 표현은 최대한 배제하고 , 거기서부터 ( 논의를 ) 시작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러면 감정 표현을 만드실 때 , 여러 기준을 고려하면서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것도 쉽진 않으시겠네요 . 문휘준 팀장 : 네 . 그리고 아까 아이돌 이야기를 하셨는데 , 사실 저작권이 굉장히 복잡해요 . 일반적으로 소속사에 전화해서 저작권료를 지불하면 될 거라고들 생각하시지만 , 실제로 들여다보면 춤 저작권은 이 회사에 있고 , 노래 저작권은 저 회사에 있고 , 가수에 대한 저작권은 또 다른 곳에 있는 식의 케이스가 많은 거죠 . 그래서 하나를 사오려면 여러 군데랑 협의를 해야 하는데 , 그 과정에서 엎어진 케이스도 굉장히 많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렇군요 . 그럼 만들어진 결과물 중에서 제작자로서 뿌듯했던 것이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제가 이모트를 많이 담당해서 할 말이 많은데요 . 이전에 ‘그랜절’의 아이디어를 기획팀에 전달드렸었거든요 . 그런데 ‘아이디어는 좋은데 너무 한국 한정 콘텐츠라서 이것이 적절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 그래서 재차 설득을 할 때 , “요가 자세 중에서도 비슷한 자세가 있으니 , 한국은 ‘그랜절’로 하고 외국은 요가로 나가면 재밌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해서 , 저희 그랜절을 보시면 이모트 이름은 ‘최고의 예의’지만 , 요가랑 섞어놨어요 . 그렇게 만들었더니 호응도 굉장히 좋았고 , 유튜버들도 많이 좋아했어요 . * 배그 이모트 중 하나인, ‘최고의 예의’. 이후 다리를 벌려 내려오는 동작이 요가 동작과 흡사하다. 이경혁 편집장 : 그런 것을 만드시려면 사실 레퍼런스도 많이 보시고 , 스터디도 엄청나게 하셔야 하잖아요 ? 주로 뭐를 보세요 ? 문휘준 팀장 : 저희가 동작을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부서는 아니지만 , 그래도 옆에서 봤을 때 , 가장 요즘 핫한 댄스나 쇼츠 같은 것들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 한수지 실장 : 아무래도 쇼츠나 틱톡 같은 데서 유행하는 것들을 모션화 하는 것이 제일 인기도 많고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더라구요 . 이경혁 편집장 : 쇼츠 같은 경우는 굉장히 트렌드가 짧기 때문에 제작 기간의 압박 같은 것도 느끼실 것 같은데요 . 문휘준 팀장 : 그렇죠 . 그래서 이건 나가면 좋겠다 싶은 것들은 좀 타이트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제한은 없습니까 ? 배틀그라운드 같은 경우에는 신체가 결국 총 맞는 피격 부위다 보니까 이모트 동작이 실제 게임에 영향을 주게 되는 지점들에 대한 제한이요 . 문휘준 팀장 : 히트박스라 하잖아요 . 이게 완벽하게 인간의 신체처럼 돼 있지는 않거든요 . 그래서 예전에 포트나이트에서 문제가 됐던 영상이 막 허리를 양쪽을 흔들면서 총알을 피하는 영상이었거든요 . 그런 맥락에서 저희 내부에서도 미팅이 있었는데 , 그건 진짜 우연으로 겨우겨우 만들어낸 상황이고 , 설령 그걸 성공한다고 해도 게임의 재미 중 일부라고 결론을 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것들이 또 게임이 주는 재미가 될 수 있죠 . 다음으로는 이모트 외에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에 대해서도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 초창기에는 3D 핑이 없었던 걸로 제가 기억을 하는데 , 어느 날부터 업데이트가 되었잖아요 ? 그런 기능을 만드시게 된 과정에서의 고민을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 한수지 실장 : 사실 ‘퀵 마커’라고 하는 3D 핑 같은 경우에는 ,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이루어지고 만들어진 기능인데요 . 그런데 아무래도 이 기능이 생기면 게임의 난이도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 처음에는 바로 적용해도 될까 ? 라는 측면에서 고민이 다들 컸죠 . 그런데 이제는 게임이 출시된 지 시간이 좀 지나서 , 기존 유저들도 많이 익숙해졌고 해서 , 이 기능이 들어가도 게임의 난이도에 많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 또 신규 유저들 같은 경우에는 게임의 방위나 ( 지도상에 찍는 ) 핑 같은 개념을 인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 그분들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도입된 이유도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비슷한 맥락에서 물건을 팀원에게 던져주는 기능도 언젠가 업데이트가 되었잖아요 ? 그것은 상호작용을 좀 더 늘리기 위함에서의 목적이셨는지 아니면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였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 기능 자체로는 보이스 채팅으로 ‘탄약을 떨어뜨려 줘’라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 요청하고 던져주는 재미를 일부러 넣으신 걸까요 ? 한수지 실장 : 사실 두 개 다죠 . 재미도 재미지만 , 저희 게임이 물건을 짚고 다시 자기한테 장착하는 과정이 다른 게임이랑 다르게 어렵잖아요 . 엄청 급박한 상황에서 둘 다 화면을 가려야 되고 . 그러느니 필요한 게 있으면 그냥 바로 던지기로 전달해주자고 해서 전투에서 좀 유리하게끔 하는 것도 있고 , 실제랑 같게 하려고 하는 것도 있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렇군요 . 여러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적 요소들을 고민하고 계시네요 . 확실히 배그의 경우에는 난이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 그런 맥락에서 인게임 상황에 텍스트 채팅이 안 되게 하신 것도 특정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 한수지 실장 : 텍스트 채팅은 어느 게임이나 다 있는데 , 저희의 특수성 같은 경우에는 이제 긴급한 상황 속에서 긴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잖아요 ? 그래서 보이스 챗으로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첫 번째로 했었고 , 두 번째로는 저희가 엄청 다국어를 많이 지원을 하고 있어요 . 그렇다 보니까 언어가 다른 상황에서는 채팅기능을 지원해봤자 소통이 안 되잖아요 .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소통하게 할까 하다가 그러면 그냥 자주 쓰는 언어를 라디오 메시지로 만들어서 쓰게 하자 . ( 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 그리고 라디오 메시지로 빠르게 소통하게 만들어서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자는 목적에서 어떻게 보면 텍스트 채팅을 제한한 것도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배그가 인게임에서 상대 팀하고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은 사실 조금 더 제한적이잖아요 . 라디오 메시지 같은 것도 상대 팀에게는 가지 않고요 . 그렇게 디자인하신 이유 같은 것들도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게임 초기에 기획되었던 기능이라 의도를 단언하긴 어렵지만 , 좀 더 전투나 팀원들에 대한 협업에 더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서지 않았을까 싶어요 . 그리고 어뷰징 요소도 있었을 것 같아요 . 솔로인데도 팀전처럼 하시는 분들도 예전에는 있었거든요 . 거기서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수단이 제공된다면 그것도 굉장히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거든요 . 이경혁 편집장 : 음성 채팅이 되면서 사실 저는 텍스트 채팅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 음성 채팅을 하려면 물리적인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 예전에 MMO RPG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 인터페이스가 들리기도 하고 , 안 들리고 하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많았었거든요 . 실제로 그런 어떤 민원들이나 이슈들이 좀 있었나요 ? 한수지 실장 : 저희가 지금 제공하는 보이스 솔루션 같은 경우에는 그런 문제는 잘 없기는 했어요 . 다만 , 이용자에 따라서 디스코드 같은 방식을 더 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 그래서 저희는 인게임 보이스는 제공을 하되 , 편한 솔루션이 따로 있다면 그것을 쓰셔도 상관이 없다는 취지로 양쪽 다 허용을 하고 있죠 . 이경혁 편집장 : 저도 사실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게임을 하고 있고 , 특히 아는 사람끼리만 할 때에는 디스 코드가 훨씬 편한 것 같아요 . 다만 , 실제로 저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니까 , 모르는 사람과 함께 플레이를 할 때도 있을 건데 , 이럴 땐 이모트 같은 수단만으로는 배틀그라운드의 팀플레이를 정확히 할 수 없는 거잖아요 . 그래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고민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 문휘준 팀장 : 네 . 그래서 인터페이스 장치를 좀 더 보완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커버해 줄 수 있도록 계속 만들고 있고요 . 아까 라디오 메시지랑 또 연계되는 게 텍티컬 맵마커 (Tactical map marker: 핑의 종류를 구분하여 찍을 수 있는 전술 맵마커 ) 라고 , 이런 것도 라디오 메시지랑 연동해서 좀 더 연동성 있는 UX 환경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어요 . 한수지 실장 : 웨이포인트 ( 맵에 경로를 표시하여 공유하는 기능 ) 도 유저분들이 많이 쓰시는데 , 그 장점은 그런 것 같아요 . 방향이라든가 화살표가 나오니까 언어가 꼭 같지 않아도 전략을 짜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도 괜찮은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 유저들도 거의 필수적으로 쓰시고 있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말씀을 들어보면 그게 되게 큰 것 같네요 . 기본적으로 게임 규칙 자체는 비언어니까 모두가 공용으로 쓸 수 있는데 , 팀 플레이를 하려면 언어가 필요하고 , 거기서부터는 서로 차이가 나오니까 그걸 맞춰주는 작업이 굉장히 두꺼울 수밖에 없겠네요 . 이경혁 편집장 : 조금 재밌는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 ,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에서 즐겁게 하려는 목표가 있고 , 승리의 목표도 있을 건데 , 이 둘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총을 잘 쏘는 것과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것의 비중을 본다면 뭐가 더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 문휘준 팀장 : 옛날에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 왜냐하면 다들 잘하지 못했고 , 맵도 크고 하니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토론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그런데 이제 저희가 서비스를 오래 하면서 , 맵도 익숙해지고 . 어느 정도의 황금 루트 같은 것들이 공유되면서 요즘에는 그냥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도 같아요 . 다만 , 모든 총기 게임이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유저분들을 헷갈리게 하는 요소를 넣으려고 하거든요 . 예를 들어 맵의 위치를 조금씩 바꾼다든가 , 너무 유리한 고지를 없애버린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 저희도 그런 고민을 하면서 총기 밸런싱을 하기도 하고 , 유저들이 너무 고이지 않게 장치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지점은 확실히 배틀그라운드가 다른 게임에 비해서는 덜 보이는 것 같아요 . 문휘준 팀장 : 왜냐하면 저희는 우연성이 굉장히 큰 장르여서요 . CS:GO( 카운터 스트라이크 : 글로벌 오펜시브 ) 같은 거 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 유명한 철문 있잖아요 . 그냥 빼꼼하면 죽는 거거든요 . ( 일동 웃음 ) 저희는 우연성이 중요하다 보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 , 실제로 유명 유튜버들의 영상을 봐도 낙하산 타고 내려오자마자 죽는 경우도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배그는 그 재미죠 . ( 웃음 ) 다른 게임 이야기가 나와서 드리는 질문인데 , 우리 게임에 뭘 넣을지 고민하다 보면 다른 게임의 케이스를 공부하셔야 하잖아요 ? 실무자의 입장에서 인상 깊었던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가 있으실까요 ? 문휘준 팀장 : 제가 느끼기에 가장 멋있었던 사례를 이야기해드리자면 , 데이즈 (DayZ) 같은 경우에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픈 월드 장르를 표방하는 게임인데 , 메타버스적인 그런 요소를 하고 싶었나 봐요 . 그래서 보이스 채팅도 게임의 리얼한 월드의 일부라고 생각을 하고 접근을 했고 , 그런 걸 요즘은 전문용어로 프록시미티 챗 (Proximity chat: 근접 채팅 ) 이라고 하더라고요 . 그런 맥락에서 이 게임은 근방 2m 안에 있는 사람만 직접적인 보이스 채팅을 할 수 있다든가 , 멀리 있는 사람한테 말을 건네고 싶으면 확성기를 구해서 말을 한다든가 , 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헬멧을 쓰고 있으면 목소리가 뭉개져서 나간다든가 하는 설정이 굉장히 리얼리티함을 더해서 멋있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지점에서 배그라는 게임이 갖고 있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인게임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에 대한 고민이 또 달라지실 것 같아요 . 그렇다고 팀원이랑 소통을 막는 것도 어려울 것이고 , 반대로 게임이 시작되었는데 MMORPG 처럼 전체 외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어렵잖아요 ? 이 공간은 리얼한 게임 공간이어야 하기에 , 어떤 커뮤니케이션은 제한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실 것 같은데 , 관련해서는 어떤 고민들이 있으셨어요 ? 한수지 실장 : 그런 지점에서는 ‘시작 섬’ 같은 곳이 저희의 특이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 저희는 게임에 접속하면 그냥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 시작 섬에 일단 모여 있다가 비행기를 타고 , 그 다음에 낙하산으로 내려서 각자도생을 하는데 , 시작 섬 같은 경우에는 비행기 타기 전이니까 예전에는 저희가 보이스 채팅을 다 열어놨어요 . 그때는 본격적으로 배틀 로얄을 하기 전에 스몰 토크를 하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는데 , 이게 의도랑은 다르게 핵 광고를 한다거나 욕을 무차별적으로 한다거나 하는 행위들 때문에 유저분들의 피로감이 높아져서 그걸 없애게 되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래서 시작 섬이 고요해진 것이군요 . 한수지 실장 : 대신에 이제 재미를 주려고 , 축구공을 넣는다든지 , 비켄디에 가면 눈덩이를 던질 수 있게 한다든지 , 요새는 차 스킨을 내고 있어서 맥라렌이나 애스턴마틴 차를 타게 해본다든지 그런 식으로 좀 긴장도 풀고 스쿼드 원의 옷 스킨을 입어본다던가 할 수 있는 인터랙션 요소들을 넣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어떻게 보면 시작 섬의 1 분이라는 시간이 이 게임의 가장 평화로운 순간일 텐데 , 그 안에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제한하거나 제공하면서 게임의 분위기를 만드시는 지점이 있으신 거군요 . 한수지 실장 :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한 40 분 정도는 긴장을 하고 , 마우스를 잡고 있어야 하니까 , 그전에 좀 릴렉스하면서 팀원들이랑 지도를 보며 , 어디서 내릴지 , 동선은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구요 . 그때까지만이라도 마음 놓고 편하게 이야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의도도 있는 거구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데 한편으로 저는 맥라렌이 나오면서 게임 섬 분위기가 조금 바뀐 지점도 있거든요 . 이전에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친구들이랑 같이 계획하고 , 평화로웠는데 , 맥라렌이 나오는 순간부터 워낙 시끄럽다보니까 오히려 전투 의지를 불태우는 그런 변화도 있었는데요 . ( 웃음 ) 그런 지점도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에서 의도하신 것인가요 ? 문휘준 팀장 : 사실 그건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이라기보단 상품 쪽에서 담당한 거예요 . 부분 유료화로 저희가 전환을 하면서 아무래도 유료 상품에 대한 홍보의 차원이 들어간 것이기도 하고요 . * 시작점에서 팀원들이 함께 군무를 추고, 다른 사람들이 엄지를 날리며 구경하고 있는 모습. 2초 뒤에 이들은 서로 총을 겨눈다. 이경혁 편집장 : 다음으로는 게임 안에서의 소통을 좀 여쭤보고 싶은데 , 실제 게임에 들어갔을 때의 보이스 채팅을 보면 사람들이 반드시 게임에 필요한 이야기만 하지는 않더라고요 .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워낙 친한 사람들끼리 하다 보니까 , 애 키우는 이야기나 일상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 문휘준 팀장 : 맞아요 . 유튜브 콘텐츠가 흥하는 게 , 다른 게임의 경우 너무 빠르니까 , 말을 하고 싶어도 눈만 매섭고 클릭 소리밖에 안 들리는데 , 저희는 진짜 5 페이지 정도 가기 전까지는 자신이 뭘 먹었는지 등등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면서 유저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있고 , 지루할 때쯤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때문에 , 그런 호흡들도 유튜브 콘텐츠들과 잘 맞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 실제 유저들도 초반에는 그냥 친구들이랑 스몰 토크하면서 놀다가 , 후반에 집중해서 싸우고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배그라는 게임 자체의 텐션이 선형으로 올라가기보다는 특정 텀이 있는 것 같아요 . 낙하산 떨어져서 잠깐 되게 긴장했다가 소강되면 흩어져서 서로 안 보이고 . 그런 사이사이에 게임의 텐션이 떨어지는 순간을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을 좀 메운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렇게 게임 밖으로 빠져 있지 않은데 , 텐션은 내려와 있는 상황이 배그 말고 다른 게임에서도 보신 적이 있으세요 ? 한수지 실장 : 마비노기가 좀 비슷한 것 같아요 . 수다노기 시절에 던젼 들어가서 친구들이랑 모닥불 피워놓고 놀고 . 문휘준 팀장 : 그런 케이스도 있었던 것 같네요 . WoW 시절에 팀보이스로 소통을 하는데 , 당시에는 커뮤니티에서 같이 게임하실 분을 소집했었어요 . 그러면 유명하신 분들이 있어요 . 유튜브가 없던 시절인데 , 그분이랑 게임을 하면 거의 유튜브 하나 찍는 거예요 . 그분이 와서 계속 떠들어요 . 자기가 살아왔던 썰을 풀고 , 웃겼던 썰 풀고 하니까 게임하는데 , 라디오 들으면서 게임하는 재미가 있었대요 . 이경혁 편집장 : 일종의 엠비언트이면서 게임하고 붙어있지만 또 떨어져 있는 순간들 . 그런 게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네요 . 운전하면서 라디오 듣듯이 게임하면서 반드시 게임에 관련된 커뮤니케이션만 있는 게 아닌 커뮤니케이션 . 그런 게 배그의 보이스 채팅이 아닌가 싶어요 .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게임보다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배그에서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을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저희가 사례나 지표 같은 걸 보는 부서는 아니지만 , 그런 사례가 나타났을 때 어떤 식으로 UX/UI 측면으로 커버할 수 있을까를 기획팀과 같이 고민하는 역할이거든요 . 그래서 비슷한 사례로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싫어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었어요 . 그리고 그런 것들을 막을 수 있는 옵션도 제공을 하고 있어요 . 크게는 두 가지가 있는데 , 하나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을거라고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요 . 다만 , 다른 팀원들이 그런 의사를 알 수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아예 아이콘으로 유저들한테 보여줘요 . 마이크 차단 버튼이 떠서 ‘나는 소통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이렇게 명확하게 알려주는 그런 기능을 넣었어요 . 그렇게 해도 핑을 찍거나 포인트를 잡는 것으로 소통을 하고 있고요 . 두 번째로 라디오 메시지 같은 경우에는 불필요한 데이터를 악용할 수 있다는 걸 내부 테스트로 사전에 확보를 했거든요 . 그것도 굉장히 게임이 진행이 안 좋아요 . 게임 프레임에 영향을 줄 수 있고요 . 예전에 오버워치에도 그런 핵이 있었어요 . 불필요한 데이터를 날려서 사람들을 굳어지게 하고 , 나는 더 유리한 위치로 가는 핵도 있었거든요 . 저희는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양의 불필요한 매크로 채팅이 올라오면 차단하는 기능이 있고 아예 꺼버리는 옵션도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트래픽을 일으켜서 그걸 핵으로도 쓰는군요 . 정말 연구들을 정말 많이 하네요 . 한수지 실장 : 상상력이 뛰어나죠 . ( 웃음 ) 이경혁 편집장 : 다른 수단들도 좀 그렇게 악용되는 케이스가 있나요 ? 예를 들어 맵에 포인트 찍는 이런 기능을 갖고 악용을 한다거나 . 문휘준 팀장 : 웨이포인트도 내부에서 테스트를 할 때 처음에 의견을 내신 분은 좀 자유롭게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었거든요 . 그런데 테스트를 해보니까 그걸로 욕을 쓴다거가 , 이상한 그림을 그린다거나 , 무의미하게 화면을 꽉 채운다든가 그런 행동이 가능한 걸 감지를 했고 , 그래서 서비스할 때는 개수를 제한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결국 인간이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니까 , 예측할 수 없는 사용 방안이 나올 것 같은데 ,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운영하실 때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 문휘준 팀장 : 그렇죠 . 회사마다 방침이나 의지가 틀릴 건데 저희 회사는 그런 거를 좀 명확하게 제재하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있기 때문에 , 아까 말씀드린 기능들이나 보안 장치들을 사전에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배그라는 게임을 이제 중심으로 좀 얘기를 해보다 보니 , 텍스트 채팅이 없다라는 특이점이 굉장히 재밌는데요 . 두 분 다 텍스트 채팅하는 게임의 시대를 겪어보셨을 텐데 , 지금 담당하고 있는 게임에서 텍스트 채팅이 빠졌다는 것에서 느끼는 좀 차이점이 있으실까요 ? 문휘준 팀장 : 제가 느끼기에는 이제 예전 게임에서는 채팅으로 정말 재밌게 많이 놀았어요 . 재밌는 얘기도 많이 하고 , 인간미 넘쳤던 사례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 그런데 거꾸로 다짜고짜 욕을 한다든가 , 부적절한 얘기도 굉장히 많았었던 걸로 기억해요 . 그런데 그때랑 지금이랑 좀 다른 것은 그때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 부적절한 상황들도 ‘그냥 게임이니까 그런 거야’하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 이제는 사회가 발전되었고 , 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행해지는 행위도 법적으로도 제재가 되고 인정이 되는 세상까지 왔잖아요 . 그래서 온라인 세상에서도 그런 행위를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 유저들도 자각을 하게 되고 , 게임사도 방지책을 준비하고 운영해야 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지점에서 클랜 서비스 같은 걸 업데이트 하신 것도 방지책의 일환일까요 ? 문휘준 팀장 : 네 . 있을 것 같아요 . 왜냐하면 좋은 클랜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많이 들어갈 거고 , 여기서 나쁜 짓을 하면 쫓겨날 거기 때문에 서로 젠틀하게 게임을 하는 걸 유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도 좀 드는데 , 회사 입장에서는 결국 몇몇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행위를 막기 위해 뭔가를 만드는 것도 비용이잖아요 .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닌가요 ? 문휘준 팀장 : 그쵸 . 그거에 들어가는 개발 비용도 있을 거고 , 유지 비용이 제일 클 수 있죠 . 한수지 실장 : 텍스트 채팅만 있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저희가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좀 많기 때문에 더 복잡도가 있는 거는 맞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끼는 베틀그라운드의 재미는 50% 이상이 커뮤니케이션이었거든요 . 제작하시는 쪽에서도 그런걸 기획하시는 거죠 ? 한수지 실장 : 네 . 소통도 있고 , 이제 경치가 좋다보니 구경하면서 맵을 탐험하는 재미도 저희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 중 하나예요 . 이경혁 편집장 : 요즘에는 AI 도 많이 늘었잖아요 ? 어떻게 보면 한 게임에 들어올 수 있는 실제 사람 플레이어의 숫자는 예전보다 좀 줄었을 수 있는데 , 그러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확실히 빈도가 좀 떨어지게 되는 걸까요 ? 한수지 실장 : 그런데 캐주얼 매치라고 해서 12 명의 일반유저와 88 명의 AI 가 섞여서 싸울 수 있는 맵에서는 오히려 더 좋아하시는 것 같기는 해요 . 왜냐하면 나랑 같이 하는 친구들이랑 계속 얘기를 하면서 이제 교전하는 재미도 같이 느낄 수 있으니까 . 난이도도 조금 낮기도 하고 . 그래서 그걸 두 개를 다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캐주얼 매치에서 그 재미를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마지막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 두 분 다 텍스트 채팅 시절을 다 경험해 보셨잖아요 . 세이클럽이나 하늘사랑 (skylove) 같은 곳에서 텍스트 채팅의 설레임을 느껴본 세대이실 것 같은데 , 어떻게 보면 텍스트 채팅이 점점 없어지고 있잖아요 . 배틀그라운드가 되게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기도 하고요 . 그런 지점에서 텍스트 채팅 시절을 좀 기억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 문휘준 팀장 : 저의 경우에 , 예전에는 그런 게 굉장히 신기했고 , 신문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만 한정되어 소통했던 분위기였는데 , 이제는 온라인 채팅의 영역이 굉장히 커졌잖아요 . 지금은 채팅 공간이 너무 당연한 공간이고 , 좋은 글도 써주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글도 굉장히 많고 , 그런 지점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 그래서 이제는 다음이라든가 네이버에서도 일부는 아예 댓글을 막는 솔루션도 제공을 하잖아요 . 그런 차원까지도 왔다고 생각해요 . 게임도 그렇고 . 즐기러 왔는데 욕을 들으면 굉장히 기분이 나쁘잖아요 . 그런 것들을 피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변화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어렵겠구나 생각이 드네요 . 혹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 문휘준 팀장 : 제일 중요한 게 있습니다 . 저희 배그를 많이 사랑해주세요 . ( 웃음 ) 한수지 실장 : 그리고 저희가 이번 12 월에 굉장한 업데이트와 콘텐츠들이 준비되어있으니 많이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 웃음 ) Tags: PUBG,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의사소통, 감정표현, 이모티콘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오웰> - ‘감시자본주의' 시대의 정치 불안

    많은 누리꾼들은 검색엔진에서 막 검색한 키워드가 곧바로 온라인 쇼핑몰의 추천상품이 되고, 방금 전 친구들과 나눈 잡담의 소재가 갑자기 모바일 웹브라우저에 광고로 뜨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려깊은’ 서비스는 사람들이 상념과 공포에 빠뜨리고 그 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 인터넷상의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수집은 주목할 만한 이슈였다. < Back <오웰> - ‘감시자본주의' 시대의 정치 불안 18 GG Vol. 24. 6. 10. 원문: 《奥威尔》:“监视资本主义”时代的政治焦虑. https://www.thepaper.cn/newsDetail_forward_16494534 많은 누리꾼들은 검색엔진에서 막 검색한 키워드가 곧바로 온라인 쇼핑몰의 추천상품이 되고, 방금 전 친구들과 나눈 잡담의 소재가 갑자기 모바일 웹브라우저에 광고로 뜨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려깊은’ 서비스는 사람들이 상념과 공포에 빠뜨리고 그 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 인터넷상의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수집은 주목할 만한 이슈였다. 2020년 9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The Social Dilemma)>가 온라인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은 다방면으로 확산됐다. 주로 자본주의의 이윤 지향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윤리적 감시와 도덕적 성찰이 부족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혼란을 드러낸다. 이러한 플랫폼에서 일했던 여러 내부자들은 여러 유명 사이트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지속적으로 특정 주제로 시청자를 유도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며, 사람들이 플랫폼용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자본 지향에 대한 성찰은 사회적 반응의 한 단면일 뿐이다. 소셜미디어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이해하고 의견을 발표하고 소통하는 중요한 장소가 되면서, 정보의 정확성과 이견의 포용성 등에 대한 관심은 ‘감시자본주의’에 휘말려 정치적 불안감을 형성한다. 이에 따라 사이버 세계에서의 권위적 경향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상이 됐으며, 근래에는 반복적으로 논란거리로 부각되기도 했다. 2016년 10월 게임 개발사 오스모틱 스튜디오(Osmotic Studios)에 의해 <오웰: 당신의 눈을 떠라>라는 디스토피아 게임이 출시됐다. 2018년 2월, 속편 <오웰: 무지가 힘이다>가 발행됐다. ‘오웰’이라는 감시체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묘사함으로써 디지털 생활에 잠재된 엄청난 위험을 보여주려는 두 게임의 시도는 게임 제작자들이 인터넷 시대의 정치적 위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특성화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관점을 제공한다. 특성화된 사회 통제 : 자유국가의 감시계획 이 게임의 내러티브는 ‘더 네이션(The Nation)’이라는 가상 국가에서 일어난다. 불안한 이웃나라 정세와 국내 안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오웰'이라는 극비 감시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로 한 것이다. 정보당국은 해외 지원자들을 조사요원으로 모집해 정보부서 직원의 지도 아래 정부 내 인사들이 열람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자국민 파일을 감시하고, 사람들의 전자기기를 해킹해 반사회적 인물이나 테러리스트의 혐의가 있는지 검사하도록 한다. 플레이어는 조사관으로서 오웰 시스템을 직접 조작해 각종 혹은 공개적이거나 은밀한 정보 채널을 빌려 이른바 ‘위험 인물'의 사생활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게임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자유광장 폭발 사건에서 시작된다. [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당국은 폐쇄회로 영상을 보면서 경찰 습격으로 형사사건에 휘말린 젊은 여성이 폭발장치 설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한다. 수사관들은 곧 그녀의 가족 정보, 소셜미디어 계정을 수집하여 그녀가 폭발 사건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플레이어들은 용의자를 특정할 근거가 의심스럽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감정적으로 흘러가는 논쟁, 인터넷 친구나 커뮤니티의 정치적 경향이 기록되며, 이는 사회적으로 위험한 인물이라는 낙인으로 활용될 수 있다. 소셜미디어 및 언론 등의 의심스러운 증거를 통해 조사관은 특정 개인의 다양한 네트워크 흔적과 사적인 채팅 및 전화통화 녹음 내용까지 계속 모니터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에피소드2가 시작되면 회색 영역을 넘나드는 수사 임무 뒤에 있는 권위주의적 권력의 추진력은 더욱 적나라해진다. 같은 시간대에 반정부 블로그 ‘피플스 보이스(People's Voice)’의 라반 바르트(Raban Vhart ) 편집장은 주류 언론을 비판해 두터운 팬을 얻고 있다. 그가 유력지 ‘내셔널 비홀더(The National Beholder)’를 거듭 비난하자 오웰의 수뇌부는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리기로 하고 바르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려 한다. 정부 관료는 앞 에피소드에서처럼 조사원의 유죄추정만 시사하는 게 아니라, 조사원에게 직접 위법 증거를 찾아내 체포영장을 발부하도록 한다. * 게임 속 ‘더네이션’에서 가장 권위 있는 뉴스 사이트 ‘내셔널 비홀더’ 흔히 디스토피아 게임의 배경 묘사에서는 권력당국의 사회적 통제 수단을 경계가 모호하고 제지하기 어려운 정치폭력으로 묘사한다. 같은 장르의 게임, 예를 들어 2016년 발매된 <비홀더(Beholder)>의 경우에도 주인공은 도시 세입자를 감시하는 건물 관리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권력을 아래를 향해 무한정 뻗어나가는 공포정치의 풍경으로 연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체주의적 상상과 비교했을 때 <오웰>은 국가권력의 구현에 대해 훨씬 더 복잡하며, 당대 미디어 권력의 작동 논리에 가깝다. 게임 속에서 수사관들은 ‘내셔널 비홀더’ 뉴스 업데이트를 통해 주류 언론의 홍보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유력 언론은 국경 충돌과 테러 사건을 대량으로 보도하고,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더네이션’ 범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희소식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한다. 이들은 게임 배경에 대한 설명을 통해 왜 ‘오웰’ 시스템이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해 대중의 항의를 받지 않을 수 있었는지 교묘하게 해석한다. 1978년 출간된 <위기 관리: 노상강도, 국가, 법과 질서(Policing the Crisis: Mugging, the State and Law and Order)> 책에서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을 비롯한 버밍엄학파 저자들은 전통적인 자유주의 국가들이 권위주의적 통제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영국에서는 언론 보도로 인한 작은 강도 사건이 대규모의 도덕적·법적 공황 상태로 이어지면서 사회가 갑자기 질서를 잃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다양한 운동이나 소수민족에 대한 우려와 적개심을 불러일으켰고, 법의 엄격한 집행과 사회거버넌스 정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홀의 입장에서 볼 때 범죄가 핵심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도덕적 해이 때문도, 사회질서의 혼란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우선하는 것은 미디어[로 인한] 사태라는 점이다. 그것은 영국 정부 당국이 뉴스 보도에 대해 의도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가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복지국가가 쇠퇴하면서 자본주의[신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대중의 동의가 약해지면서 정치운동이 빈발했고, 자본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부족해져 뉴스 주도권에서 상업매체의 방해를 받았다. 사회적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긴박한 정세하 다시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사회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 미디어 사태로 인한 사회적 공황은 일석이조의 훌륭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경찰과 법원 시스템, 주류 언론의 범죄 문제 집중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사회가 갑자기 부정적인 감정의 분출구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이후의 결과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폭력이 예상되는 소외계층에 대한 공포 때문에 정부의 엄격한 사회적 통제를 묵인하게 됐고, 영국 정부 역시 공포에 떠밀려 모인 여론을 바탕으로 언론 통제권을 더 확장했다. 1991년 필립 슐레진저(Philip Schlesinger)가 집필한 에서도 저자는 테러로 분류되는 대형 사건들이 언론 통제의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사건들에서 영국 정부 당국은 언론 보도의 정치적 경향과 내용을 합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당국이 테러에 대한 해석권을 장악하고 이성적이고 의도적인 납치사건을 비논리적인 테러로 해석하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역설적으로 정부가 언론 통제를 강화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앞서 게임 속 ‘더네이션’의 사회 상황을 살펴본 결과, 게임 제작자들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자유주의 국가들이 사회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나타나는 사회적 통제의 문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웰>에서 ‘더네이션’이 위치한 지역은 불안정하다. 이웃나라 ‘파게스(Parges)’에서 오랜 내란이 이어지고 있어 ‘더네이션’은 군대를 파병해 지역 안보를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더네이션’이 더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적 갈등이 첨예하다. ‘파게스’로부터 대량의 난민이 유입되고, 퇴역 군인들이 취업난을 겪으며, 자국의 지식인들은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오웰’의 시스템은 주류 언론의 여론에 부응해 사회 통제라는 비장의 수단이 된다. 게임은 시스템 조사관의 관점에서 정보 부서, 반론 단체 및 일반 네티즌을 포함한 다양한 집단들에 대한 관점과 감정을 반영하며, 이러한 정보는 또한 현대 사회의 위기에 대한 게임 제작자의 개인적 이해를 반영한다. 인터넷 생태계 묘사하기 : 복잡한 개인, 모호한 국가 1. 이견집단의 내재적 긴장감 <오웰>은 디스토피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를 지나치게 편평하게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특히 반체제 인사들의 경우에도 인물군상을 차별적으로 형상화하지 않는다. 제작자들은 저항하는 사람들의 정의만 부각시키기보다는 사회적 환경과 다양한 인물들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네이션’의 사회 위기와 권력 통제는 신분 간 격차가 큰 시민들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그들은 자성적인 능력을 발휘해 사회적 위기에 대처한다. 에피소드1에서 정부 정보당국은 ‘생각(The Thought)’이라는 엉성한 인터넷 동호회에 초점을 맞춰 폭발사건의 진범을 찾으려 한다. 수사관들이 이들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은 좌편향의 이 집단이 사회 환경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다른 행동 이념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생각’의 창시자 에이브러햄 골드펠스(Abraham Goldfels)는 당국의 미디어 거버넌스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었고, 청년들을 조직해 미디어 윤리에 대해 토론하는 데 열정적이었다. 정부가 오웰 시스템의 윤리계획에 참여해달라고 제안했을 때 그는 개방적 자세로 이에 참여했지만, 조사원으로서 도저히 임무를 중립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퇴했다. ‘생각’의 동인이었던 해리슨 오도넬(Harrison O'Donnell)은 ‘생각’의 블로그에 여러 차례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다가 주류 언론 ‘내셔널 비홀더’의 칼럼니스트로 변신했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펑크 신분을 감추려 애쓴다. 취업난과 정신질환, 폭력적 저항이 많은 편집증적 사고를 지닌 퇴역 군인 니나 마테르노바(Nina Maternova)는 끝까지 반발을 제기하고 정치문제에 대한 민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최선의 방법으로 자유광장에서 폭탄을 터뜨린다. 에피소드2에서 반체제 인사들의 모습은 더 어두워진다. ‘피플스보이스’ 편집장 라반 바르트는 ‘파게스’ 난민으로서 ‘파게스’의 국가적 재난과 개인적 불행은 ‘더네이션’에 의해 의도된 설계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의 가족과 추종자들은 그의 음모론에 대한 집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 게임 속 ‘피플스보이스’ 편집장 라반 바르트는 “국가기관에 맞선 전쟁을 시작한다”는 글을 게시한다 서로 다른 사회적 위치에 서 있고, 다른 배경과 경력을 가진 반체제 인사들은 단순히 사회적 사명감에 의해 소환되는 단순한 저항자가 아니다. 정치이념의 성숙도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에이브러햄 골드펠스는 오랫동안 사회비판적 활동을 해온 지식인으로서 당국의 정책에 대해 보다 인내하며 체제 내 개혁의 가능성을 믿었던 반면, 다른 반체제 인사들은 안정적인 정치적 입장가 부재했다. 해리슨 오도넬의 정치적 태도는 급진적인 듯하면서도, 좌절할 때는 현실에 쉽게 고개를 숙인다. 니나와 바르트의 과격 행동은 ‘더네이션’에 대한 위화감과 관련이 깊지만, 그 배후의 가치에 대한 고민은 얕다. 이처럼 내부적 긴장감이 넘치는 인물군상을 부각해 보면, 정부 당국의 미디어 거버넌스 논리를 게임 안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보 교류가 빈번한 인터넷 시대에 사회 상황에 대한 여러 집단들의 능동적 반응은 편리한 미디어 조건으로 인해 더 쉽게 발견되고, 관심받고 인식되며, 더 큰 사회적 영향을 미친다. 급진적인 반대 의견과 행동이 확산될 가능성을 예상하는 것 외에도, 권력자들은 더 엄격한 사회적 통제를 고려해야 할 ‘강제’를 받을 수 있다.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적 리스크 때문에 오웰식의 시스템이 게임에 등장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반체제 인사들의 복잡성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단순히 정치적 압박의 저항자로만 보는 것은 정부와 민중 간 미묘한 관계를 적절하게 묘사하기 어렵게 만들고, 국가기구에 대한 게임의 주장을 너무 가볍게 보이게 할 수 있다. 2. 전능한 정부의 이미지 안타깝게도 <오웰>은 반체제 인사에 대한 묘사만큼 국가기관에 대한 묘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점으로 인해 게임 내 당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사회 통제 수단 간 관계는 효과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에피소드2에서 ‘피플스보이스’의 조직자 라반 바르트는 ‘더네이션’이 ‘파게스’ 정국에 개입해 현지 내란을 일으켰으리라는 음모론에 사로잡혀 있다. 나아가 그는 ‘더네이션’ 정부가 ‘피플스보이스’에 대한 보복으로 자유광장 폭발 사건을 일으켰고, 자기 아내를 살해했다고 믿고 있다. 오랜 정신적 편집증 때문에 그는 ‘더네이션’ 정부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다. 처음에 수사관들의 시각에서 보면 라반 바르트의 정부 고발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그는 파게스에 있는 학교에서 우발적인 폭탄테러를 당했고, 그의 아내는 감시받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도치 않게 폭발 사건에 연루된다. 하지만 수사가 진척될수록 게임 제작자들은 역설적으로 바르트의 입에서 나오는 음모론을 따라가도록 구현한다. 그것은 즉, 정부가 조직적으로 바르트를 도발하여 그가 편집장이란 직위를 통해 파게스 선거에 간접 개입하도록 했고, 이로 인해 바르트가 받는 항간의 소문들은 모두 오웰 시스템이 주관하는 통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 속 ‘더네이션’ 정부의 모습은 너무 전능한 나머지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게임은 정보의 홍수가 쏟아지는 인터넷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디스토피아 게임의 진부한 클리셰를 벗어나지 않는다. 국가기관은 급변하는 여론 동향과 민중의 반응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미디어에 대한 권력구조의 상실과 관련한 제작자들의 우려를 투영한 측면이 크다. 인터넷의 힘은 실재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는 인터넷이 겉보기에는 더 큰 자유를 가져다주었지만 이로 인한 개인의 사생활 손실과 사회적 통제 강화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을 크게 느끼고 있다. 기술과 권력의 불균형에 직면하여 제작자들은 미디어가 사람들의 생각을 표현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믿음이 없기에 <오웰> 역시 권력의 자리에 대해 인식하거나 이입하지 않는다. 또, 끊임없이 확장되는 권력의 미디어 권력,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주저하지 않는 미디어 거버넌스의 논리가 부분적으로는 온라인 여론의 복잡성과 실제 영향력에 대한 통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한다. 현실에 대해 편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에피소드2는 국가기관의 형성에 대해 전체주의화되기 시작한다. 오웰 시스템은 더 이상 수사관의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정보 당국의 리더가 직접 수사에 개입해 바르트의 ‘흑색선전’을 찾아내 ‘피플스보이스’의 명성을 떨어뜨리고, 바르트 가족의 메신저 계정을 해킹해 이들을 체포할 수 있는 불법 증거를 찾도록 독려한다. * 에피소드2의 ‘인플루언서’ 메커니즘엔 댓글러 활용 여론공세로 비판여론 공격하기 기능이 있다 물론 이러한 전체주의적 상상력이 결코 목적 없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필립 슐레진저는 정치폭력에 대해 설명하면서, 막스 베버(Max Weber)와 기든스(Anthony Giddens)를 인용해 자유주의 국가에서 전체주의적 성향은 당국이 정치상황이 급박하다고 생각하고 민중들이 이를 묵인할 때 어떤 국민국가도 도덕적 전체주의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역설적인 점은 미디어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통해 사회 정세의 긴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당국에 의해 장악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3. 수사관 모델: 윤리적 계획은 가능한가? <오웰> 플레이의 핵심인 수사관 모델은 이런 현실적 우려에 대한 활로를 모색해보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그것은 즉 사회적 통제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실제 범죄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권력의 침투를 피할 수 있는 거버넌스 방법이 있는지 여부이다. 정부 지도자는 ‘더네이션’ 시민들의 사생활 정보에 직접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관들은 특정 사건이나 집단을 중심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지만, 수사 대상자의 위협성 여부를 판단할 때는 결정적인 의견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윤리적 비전이 개인에 대한 정치 폭력의 침해를 해결하지 못할 것임을 행간에서 암시하기도 한다. <오웰>의 두 에피소드 모두 수사관들이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취향, 사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보를 정보당국에 제공하는데, 게임 내러티브의 전개는 복수의 엔딩으로 이어지도록 설정됐다. 반체제 인사들이 오웰의 감시 계획을 폭로했는지, 아니면 오웰 시스템이 사회적 위기를 통제했는지 여부는 수사관의 도덕적 선택에 크게 의존한다. 동시에 권력구조는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도자가 수사관에게 내리는 대부분의 명령은 수사관이 피의자를 유죄로 판단하도록 강제하거나 유도할 의향을 갖고 있다. 에피소드1에서 플레이어는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하지만 폭발사건에 연루된 ‘생각’의 멤버 카산드라와 니나는 체포된다. 이와 비교했을 때 게임의 엔딩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생각’의 멤버들이 오웰 시스템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성공해 당국이 계획을 취소하더라도 시스템의 계획은 여전히 암암리에 진행된다. ‘더네이션’의 승인으로 수사관이 된 시민은 위험 인사로 기록 및 저장된다.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가 헤게모니를 다투는 과정에서 갖는 관성 때문에 공식 통제를 받는 오웰 시스템이 중립적 성격의 매개체 기술로 사용될 가능성은 없다. <오웰>의 정치적 불안 결국 오웰의 서사는 스스로가 설정한 딜레마에 빠진다. 이 게임은 ‘더네이션’ 당국의 상징에 대해 제작자들이 온라인 매체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내비친다. 권력과 과학기술의 우위를 쥐고 있는 권력자를 상대로 권위주의적 성향의 사회통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오웰>에는 권위 있는 언론과 일반 대중, 반체제 인사들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단순하게 표현된다. 당국은 유력 매체에 공개된 정보를 통해 항상 사람들의 감정을 조작하고 적시에 반체제 인사들을 격분시켜 그들이 예정된 계획에 복무하도록 한다. 이 게임의 제작자들이 정치적 힘의 복잡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비관적 미래상에 더 공감하고 있다. ‘한쪽으로 치우쳐진’ 인터넷 세계 권력구조 현상에서 취약계층의 저항은 항상 존재할 수 있지만, 강자가 항상 국민의 동의와 묵인을 얻는다면 권력은 계속 확장될 것이다. <오웰>의 게임 상징은 이런 관점의 ‘자기실현’이다. 한편으로 게임 속 네티즌의 이미지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완전히 통제되는 감정적 집단으로 축소되고, 반체제 인사들은 대중들로부터 공감받지 못하는 외톨이로 묘사된다. 다른 한편, 인터넷 디스토피아에 대한 제작자의 과도한 관심은 인터넷 밖 현실의 표현 공간을 밀어낸다.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표현을 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사회적 상황에 대한 판단이 결여되어 있는 ‘오합지졸’인 것은 아니다. 인터넷 세계에서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냉정한 관점이 어쩌면 진짜 이견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온건한 견해가 일상에서는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주류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기술과 권력의 결합이 <오웰>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매우 긴밀하더라도, 우리는 인터넷 세계가 오늘날 정치 지형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각종 뉴스와 인기검색어, 상업광고가 전방위적으로 다루는 인터넷 세계는 결국 사람들의 실생활, 실제의 사회적 감정이나 견고한 관점을 대체할 수 없다. 그러나 <오웰>에서 표현된 상징들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진정한 정치적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인터넷 세계에 ‘이용자’로 진입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이 부족한 현대인들의 경우에는 정치적 다툼의 공간은 급속하게 축소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헤드라인 뉴스와 감정적인 관점에 의해 빈번하게 끌올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념을 확고하게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견고한 관점을 형성해 주류와 경쟁할 가능성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점차 인터넷에 의존해 정보를 얻고, 자신의 인식을 구축하거나 소통하고, 심지어 생계를 유지한다. 인터넷 세계의 이질적인 권력구조는 긴장감 넘치는 국가-개인 관계를 대체하는 압도적인 ‘현실’로 인식되고 있다. <오웰>의 엔딩은 이런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디스토피아적 세계 속에서 사람들은 그것이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이 아닐지라도, 권력에 맞선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현실’과 조심스레 거리를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비관적인 인터넷 풍경의 배후에 여전히 남아 있는 가능성의 사회를 봐야 할 것이다. 통제 불능의 폭력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꿈꾸는 방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정치가 작동할 수 있는 논리를 보다 정교하게 이해해야 한다. Tags: 빅브라더, 파놉티콘, 전체주의, 감시, 혁명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량청린 梁成林 (활동가, 작가) 홍명교 활동가, 작가. 사회운동단체 플랫폼C에서 동아시아 국제연대와 사회운동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를 썼고, <신장위구르 디스토피아>와 <아이폰을 위해 죽다>(공역) 등을 번역했다.

  • 덤덤한 덤, 쏠쏠한 덤 : 덤으로서의 게임들

    덤은 언제나 반갑지만, 플레이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쏠쏠한 덤인지 덤덤한 덤인지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는 방향도 비용을 치르도록 강제하는 것에서 시간을 쓰기 편하도록 보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꽤나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은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것이다. 무수히 많고 많아질 게임뿐 아니라 영상과 음악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들이 하루 24시간 중에서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 Back 덤덤한 덤, 쏠쏠한 덤 : 덤으로서의 게임들 09 GG Vol. 22. 12. 10. 〈PressPausePlay〉(2011) 1) 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과 문화가 확장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회와 그로 인해 줄어드는 기회 속에서 창작자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또 우려하는지를 잘 포착한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음악을 감상하는 주된 매체가 음반에서 음원으로 변화하는 맥락인데, 세계적으로는 1999년 ‘냅스터’(Napster), 한국에서는 2000년 ‘소리바다’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음원 사용에 대해 창작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2) .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다큐멘터리의 이야기는 내내 ‘변화’에 초점을 두었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을 비롯한 음악 산업과 문화의 많은 변화 속에서 이전과 변함없이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들은 그 변화로 인한 흥망성쇠의 여부보다는 음악의 가치가 어떻게 빛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방법의 하나는 현장이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만나 음악을 함께 향유하는 현장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들으며 이 변화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무언가가 등장하면 무언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에 접어드는 과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디지털 기술이 콘텐츠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 만큼 게임에서도 디지털 기술로 인한 변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약 10여 년 동안의 기간은 한국에서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활용되며 게임산업과 문화 차원에서도 여러 주목할 만한 의미를 남긴 시기였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일본 대중문화 개방, 휴대전화(PCS)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보급 등 사회문화적으로 주요한 사건이 발생하고 정책이 추진되면서 게임에도 영향을 미쳤다. ‘PC 패키지 게임’ 시장의 축소와 온라인‧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 ‘플레이스테이션 2(PS2)’ 정식 발매를 필두로 한 비디오게임 시장 확대, PC방의 확산과 프로 게임 리그 출범 등 현재 한국 게임 산업과 문화의 주를 이루는 분야들이 이 시기에 처음 시작되거나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다. 인터넷은 게임의 제작, 유통, 소비, 향유방식 모두에 걸쳐 변화의 구심점이 되었다. 앞서 언급한 다큐멘터리에서 그려졌던 것처럼 이러한 변화를 통해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얻고 누군가는 기존의 기회를 잃었을 것이다. 또,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음악에서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변화 속에서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게임의 가치’는 무엇일까. 혹은 다양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가치는 어떻게 추구되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덤으로서의 게임’이 갖는 의미에 대한 하나의 답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정품 부록’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얻지 못했나 요즘은 ‘굿즈’라는 명칭으로 더 친숙한 잡지의 별책부록은 잡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굿즈를 샀는데 본품이 따라왔다’는 식의 표현처럼 발간되는 잡지가 여러 종인 분야에서는 잡지의 판매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의 부록을 제공하는 경쟁이 심심찮게 벌어지기도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보그〉, 〈코스모폴리탄〉, 〈지큐〉, 〈에스콰이어〉 등의 패션 매거진을 위시해 형성된 ‘매거진 전성시대’ 3) 는 잡지 간의 부록 경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시기였다. 게임 잡지에서도 1990년대 후반 PC게임 잡지를 중심으로 부록 경쟁이 형성되었는데, 이는 ‘매거진 전성시대’보다 훨씬 앞선 시기였다. 부록 경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전에는 유명 시리즈의 신작이나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의 공략이나 특정한 테마의 정보를 별책으로 제공하거나, 게임의 데모나 패치, 혹은 유틸리티 파일을 수록한 CD롬을 제공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게임 잡지 간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더 ‘좋은’ 부록을 제공하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게임 타이틀을 제공하는 ‘정품 부록’ 경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4) .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부록 경쟁이 시작된 배경이었겠지만 이 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되어만 갔다. 당시에도 잡지의 부록을 제공하는 제도적인 틀이 있었고, 게임 잡지사를 중심으로 경쟁을 자제할 것을 협의하기도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5) . 경쟁은 더 최신의 게임을, 정품을 구매한 것과 가깝게 부록으로 제공하느냐로 이어졌다. 적절한 경쟁은 경쟁자 모두가 성장하는 기회가 되지만, 과도한 경쟁은 경쟁자 모두가 소모되는 결과를 만든다. 이 경쟁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게임을 부록으로 제공하느냐에 따라 매달 독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잡지는 판가름 났지만, 그것이 잡지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가는 불투명했다. 오히려 이 경쟁은 게이머들의 게임 구매 심리를 낮춤으로써 게임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조금만 기다리면 (사실상) 정품 게임을 부록으로 받을 수 있다’는 상황에서 손꼽아 기다린 게임이 아닌 이상 아무리 신작 게임이라도 바로 구매하지 않고 한동안 기다려보는 흐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게임 잡지 간의 ‘정품 부록’ 경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는 가운데 게임 산업에 득보다는 실이 되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를 어떤 분명한 변화의 기점으로 단정 짓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경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살펴볼 만한 나름의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경쟁의 주요 당사자는 잡지사들이지만 이 경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잡지사들에 게임을 제공한 업체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작 게임’마저도 부록으로 제공한 까닭 혹은 사정이 있을 텐데, 주된 이유는 비용이다. 즉, 정상적인 유통을 하는 것보다 게임 잡지에 부록으로 제공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효율적인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 게임산업과 문화에 주요한 변화가 발생한 시기인 1990년대 중반부터 약 십여 년 사이에 발생한 IMF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 악화, 초고속인터넷 보급에 따른 불법복제 성행 등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그 사정과 겹쳐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경향도 있었다. 잡지들은 독자들에게 가장 돋보이려고 경쟁에 참여했지만, 독자들은 그중에 한 권만을 고르지 않은 것이다. 여러 잡지를 구매하는 독자들도 있었다. 왜냐하면 정품 게임 하나를 구매하는 가격으로 잡지 여러 권을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품 게임 하나를 구매하지 않고 잡지를 여러 권 구매하면 (사실상) 정품 게임 여러 개를 소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자의 관점에서 돌아보면 게임 잡지의 ‘정품 부록’ 경쟁은 게임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는 기회였다. 분명 게임을 더 많이 소장하는 기회는 되었겠으나 그 게임들을 모두 충분히 플레이하는 기회까지 이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는 제한된 시간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일명 ‘게임 불감증’과도 맞닿아 있다 6) . 제한된 시간 때문에 게이머가 여러 게임을 모두 선택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품 부록’ 경쟁은 독자들에게 게임을 소장하는 만족은 주었겠으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만족을 주는 것까지는 충분히 이르지 못했다. 게임을 ‘줍는’ 시기, 게임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부록’ 경쟁과 비합법적 경로를 통한 무단 유통은 게임 그 자체에 상품의 가치를 두는 것이었다. 게임에 암호표를 두거나 불법복제 방지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디지털 유통이 일반화되어 여러 플랫폼에서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는 현재 이러한 사례들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게임을 줍는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합법적이고)공짜로 얻을 수 있는 ‘정품 게임’이 매우 많고,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비용을 들이지 않는 선택이 풍부하게 주어지는 현재 게임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여기서 〈PressPausePlay〉에서 살펴본 변함없는 음악의 가치를 잠시 떠올려 보자. 음악이 다루어지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그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음악을 만들고 듣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을 감상하는 주요한 경로가 되면서 음반이 얼마나 팔렸느냐 보다 음악을 얼마나 많이 듣느냐가 중요해졌다. 이는 사람들이 음악을 듣기 위해 쓰는 시간이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이라는 상품을 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점차 낮아진 대신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게이머가 들이는 시간이 중요해졌다. 게임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게임의 수도 대단히 많고, 과거에 만들어진 게임들이 지금의 환경에서 불편함 없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조율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선택지 사이에서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높은 비율로 할인하는 것은 앞으로 게임을 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조금 더 높여두는 정도가 되었다 7) . 이러한 배경에서 게임의 가치는 게이머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 그 자체가 되었다. 쉽게 얻을 수 있다고 해서 더 주목받기 어렵게 되었다. 덤은 언제나 반갑지만, 플레이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쏠쏠한 덤인지 덤덤한 덤인지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는 방향도 비용을 치르도록 강제하는 것에서 시간을 쓰기 편하도록 보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꽤나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은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것이다. 무수히 많고 많아질 게임뿐 아니라 영상과 음악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들이 하루 24시간 중에서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 흐름은 언제까지일까? 그다음 변화는 무엇일까, 그 변화를 통해 게임의 가치는 어떤 흐름으로 접어들게 될까. 1) www.presspauseplay.com 2) 작품이 공개된 시기로부터 십여 년이 더 지난 현재 음원을 파일로 내려받아 여는 것보다 스트리밍으로 감상하는 것이 더 일반화되었으니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이 카세트테이프나 CD로 음악을 감상하던 것으로부터 꽤 많이 변화한 셈이다. 3)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년), 드라마 〈스타일〉(2009년) 등의 인기는 당시 잡지에 대한 높은 대중적 관심을 짐작하게 한다. 2010년을 전후한 시기에 매거진 에디터에 대한 직업적 관심도 높았다. 4) 부록 경쟁을 포함한 한국 게임 잡지의 흐름을 일별하는 데 웹진 〈게임메카〉의 시리즈 기사 ‘게임 잡지 연대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25133 그밖에 온라인에서 검색어 ‘게임잡지 번들’을 통해 다양한 구술과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5) 〈전자신문〉 “게임잡지 번들제공 게임개발업체 반발” 1997년 11월 7일. https://www.etnews.com/199711070072 6) ‘할 - 합법적으로 구매했는지 불분명한 - 게임이 너무 많은 나머지 하나의 게임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의 용어인 ‘게임 불감증’이 ‘발생한’ 배경은 게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가 ‘와레즈’나 P2P 서비스 같은 비합법적 경로로 무단 유통된 것이다. 정식으로 구매한 것과 무단으로 입수한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으나(무단 유통을 옹호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둔다),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에서 유사함을 연결하고자 했다. 7) 게임 플랫폼 ‘스팀’을 두고 게이머들이 “게임 모으는 게임”이라고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사회학자) 강지웅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게이머즈〉를 비롯한 여러 게임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했다. 저서로 〈게임과 문화연구〉(공저), 〈한국 게임의 역사〉(공저)가 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서 게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게임이 삶의 수많은 순간을 어루만지는, 우리와 동행하는 문화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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