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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브 서비스 전쟁 · 역사 기계 - <폭스홀>과 <헬다이버즈 2>

    <폭스홀>은 극단적으로 상세화된 활동적 측면으로, <헬다이버즈 2>는 운영진의 적극적 개입과 플레이어 활동 반영 등의 실시간 소통의 방식으로 각각 전쟁 앞 개인의 감각을 생산해 플레이어들에게 역사를 체험하게 만든다 할 수 있다. < Back 라이브 서비스 전쟁 · 역사 기계 - <폭스홀>과 <헬다이버즈 2> 25 GG Vol. 25. 8. 10. 게임에서 전쟁은 주제로, 소재로, 또 하나의 주된 장르로 그 태동부터 아주 오랜 시간 다뤄져 왔다. RPG, RTS, FPS, TPS 등 형태를 가리지 않고 전쟁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현상의 부분적 측면들을 다뤄 왔으며 MMO 장르에서 플레이어들이 형성한 길드, 혹은 클랜 간의 전쟁은 그 자체로 인류 역사에서 일어난 여러 전쟁들을 짧은 기간 안에 축소판으로 시뮬레이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출현한 라이브 서비스 (Live Service) 형식으로 운영되는 멀티플레이 전쟁 게임들은 종래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쟁을 다룬다. 여기서 전쟁의 라이브 서비스 측면은 교전 대상을 정하고 선전포고를 하는 등의 구조적이고 정치적 측면을 게임의 개발진이나 운영자가 대신 전담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선 2003년 <플래닛사이드>에서 2012년 <플래닛사이드 2>로 이어지는 전신이 존재하긴 했었지만 2022년에 발매된 <폭스홀>과 2024년에 발매된 <헬다이버즈 2>는 각각 PVP와 PVE의 형식으로 서로 다른 분야에 주안점을 두며 이전보다 훨씬 본격적인 차원에서 전쟁을 구현한다. “지속적 세계 전쟁” - <폭스홀> <폭스홀>에서 플레이어는 조감도로 비치는 화면 아래 놓인 아주 작은 군인 한 명을 조종한다. 서버에 접속하자마자 성별과 피부색 등을 선택할 수 있지만 어차피 군모와 군복으로 전부 가려진 아주 작은 신체들은 시각적으로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이와 별개로 선택해 참여할 수 있는 콜로니얼 (Colonials)이라는 연방국과 워든 (Wardens)이라는 제국의 서로 국경을 맞댄 진영들은 각각 녹색과 청색의 대표색 말고도 장비 및 기반 시설, 시작 구역의 지형 등 적잖은 차이를 지닌다. 그러나 이 차이 또한 어느 한쪽이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지는 않고 예를 들어 워든의 무기는 성능이 다소 우월한 대신 생산 비용이 비싼 등 접근 방식에 차이를 줄 뿐이다. 여기서 눈치챘겠지만 <폭스홀>은 무기 생산은 물론이고 자원 채취까지, 즉 군사 활동의 모든 물리적 측면을 플레이어들이 직접 운영해야 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그러나 기존의 RTS 게임과는 달리 한 진영의 전체 유닛들을 한 명의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광활한 전장에서 플레이어는 그저 단 하나의 유닛만을 조종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동 및 행동 속도, 소지 물품의 무게, 조준 시간 등 각 유닛의 역량은 너무 한정되어 있는 나머지 직접적인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해당 싸움 속에서도 영웅적 활약은커녕 아주 작은 총알받이 하나의 역할 이상을 수행할 수 없다. 그러니 게임 내 병과 간 수행 가능한 작업을 구분 짓는 시스템상 제한이 따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병이 의무병의 치료를 돕는 것도, 의무병이 보급병의 병참을 돕는 것도 순수하게 ‘여력’ 상 불가능하다. 군장 무게상 치료에 필요한 구급상자를 보병이 소지하고 있을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만에 하나 구급상자가 근처에 떨어져 있었다 하더라도 총을 내려놓고 그것을 주워 착용한 뒤 그 안에 붕대를 채워 넣는 데 걸릴 시간이면 이미 총알에 맞아 죽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병참은 트럭과 같은 이송 장치를 모는 것이 아니면 물자를 들고 옮기는 건커녕 기지에서 하나하나 꺼내는 데만도 시간이 적잖이 걸리며 심지어 창고에서 물자를 꺼내는 시간과 기지에서 꺼내는 시간은 천지차이이다. 또 병참 안에서도 물자 이동과 군수품 생산, 그리고 자원 생산 사이의 역할이 전부 하나하나 나뉘어 있으며 역시 여기도 시스템상에 제한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업무 수행 역량의 한계 때문에 자연스레 플레이어들이 특정 역할을 전담하게 되는 것이다. <폭스홀>에서 각각의 플레이어는 하나의 분야 속 하나의 아주 작은 역할을 수행하며 하나의 커다란 전쟁을, 현실 시간으로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50일까지도 걸리는 전쟁을 영원히 반복해서 작동시킨다. <폭스홀>이 자신을 “지속적 세계 전쟁 (Persistent World Warfare)”이라고 소개하는 것도 과장은 아니다. 하나의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한번 선택한 진영은 바꿀 수 없으며 전체 지도는 게임 내 실제 축척으로 한 변의 길이가 1km인 육각형으로 구획된 43개의 지역들이 모여 이루어져 있다. 즉 대략 111.7km²의 전체 넓이를 가진 거대한 (프랑스의 수도 파리시 전역이 105.4km²) 전장에서 평균 3,000명가량의 플레이어가 한꺼번에 싸우려면 이 게임의 진정한 주인공은 결국 병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보급 활동은 앞서 설명했듯 단계적으로 각 활동이 절차적으로 세세하게 나뉘어 있는 이 게임의 특성상 게임의 기제로는 다소 터무니없는 시간을 소모하는데, 예를 들어 경기관총 100개와 그 탄창 120개가 각각 생산 시간이 1시간씩 걸린다. 그리고 재고를 확인하고 15상자에서 60상자 사이의 물품을 적재한 뒤 차량을 주유하며 전방에서 후방으로 이동하는 데 도로 상황과 차량의 종류 등 변수에 따라 짧게는 15분에서 길게는 20분까지 걸린다. 지금 여기에 물자 생산에 필요한 자원 채취 및 정제 시간, 생산 기반 시설 건설, 시설 작동을 위한 연료 보급 등을 위한 시간은 생략되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달렸는데 전방 근처에서 적군 파르티잔에게 습격당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 모든 군사 활동을 하나하나 전부 한 명 한 명의 플레이어들이 수행해야 하니 한 번에 기여할 수 있는 범위는 당연히 한정된다. 활동 종류에 시스템상 제약이 존재하지도 않고 채팅은 존재하지만 지휘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니고, 계급은 있지만 별도로 권위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니 플레이어들은 자주적으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역할을 맡는다. 전방 재고를 확인하여 어떤 부족한 물자를 채워 놓을지도 보급병이 알아서 선택해야 하고 자원을 채취하다가도 채팅에서 전방 보병들이 무기 부족을 외치면 급하게 트럭을 돌리는 일도 생긴다. 물론 자유도의 부작용으로 같은 물자를 동시에 여러 명이 배달해 잉여분이 쌓이는 경우나 보병보다 위생병이 몰리는 경우도 자주 있다. <폭스홀>에선 오인 사격도 가능하고 이처럼 활동에 제약이 없다 보니 아군 방해의 걱정이 있을 수 있지만 다행히도 신고 및 정지 시스템은 존재하며 나아가 한 번에 행위할 수 있는 역량이 제한되어 있는 점이 여기에도 적용되어 애초에 마음먹고 방해 공작을 벌이는 것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대규모 전쟁 활동을 시뮬레이션하는 이 게임의 면모가 가장 여실히 기록된 일화는 2022년 초창기 물류 노조 파업 사건이다. 게임 내 물류 부서에 노조가 결성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지만 파업까지 벌이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사건일 터이다. 실제로 해당 파업은 기사화 [1] 도 되었고 노조 자체적으로 만든 웹사이트에 아카이브도 되어 있는데 당시 물류 운영의 불합리한 환경에 제기한 열한 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공공 재고 및 정제소 적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림. 2. 게임 초반 부품 확보가 과하게 어렵고 경쟁적이며 비건강함. 3. 공장 주문 유지 시간이 너무 짧음. 4. 생산 건물들에 연대 차원의 대기열이 필요함. 5. 컨테이너들이 물류 작업의 폐쇄회로 운영을 불가능케 함. 6. 전방과 후방 사이에 물류 시설 부족. 7. 물량을 쉽게 합칠 수 없기 때문에 재고 안에서 재료 포장을 푸는 것이 극단적으로 느림. 8. 화물선 전체 양의 폐품을 기본 자재로 가공할 수 없음. 9. 비축 재고 내 상자 양 제한이 너무 적음. 10. 전쟁 첫날부터 눈보라가 오는 것은 말이 안 됨. 11. 맵 상에 끼인 차량 강제 이동 명령어를 한 전쟁에 세 번까지 밖에 사용 못하는 건 너무 적음 [2] . 이 파업은 49일간 진행되어 결국 개발진이 위 요구 사항들을 업데이트에 반영하기로 하며 막을 내렸다. “모든 일이 정사” - <헬다이버즈 2> <폭스홀>이 미국과 유럽의 1 · 2차 세계 대전을 섞어 가상의 배경에서 재현하고 있다면 <헬다이버즈 2>는 미래 세계의 우주 전쟁을 구현한다. <헬다이버즈 2>는 4인분대로 작전에 배치되는 3인칭 협동 PVE 슈터로, <폭스홀>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헬다이버”의 체형 및 목소리를 정할 수 있지만 헬멧과 방어구에 가려 그 안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헬다이버들은 궤도에 정박한 구축함에서 외계생물과 로봇 군단 등 다양한 적 세력 한복판으로 강하정을 타고 직접 투하되어 구축함의 지원을 받으며 싸운다. 여기서 한복판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셀 수 없이 많고 또 하나하나가 플레이어와 비슷하거나 더 강한 전투력을 지닌 적들 사이에 둘러싸이게 된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플레이어가 강력한 보호 장비나 압도적 화력을 소지한 채 지상에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플레이어는 그저 평범한 한 인간으로 로봇의 총탄이나 외계 생명의 발톱 등에 한두 방 맞으면 단숨에 몸이 토막 나며 죽는다. 그나마 플레이어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은 AI 지능에 비해 조준과 반응 속도, 판단력 등이 나은 점, 그리고 구축함의 궤도 공격 지원이지만 궤도 공격의 경우 피아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므로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는 고폭탄이나 레이저에 무수히 육편이 된다. 또 플레이어의 공격 또한 <폭스홀>처럼 오인 사격이 가능해 같은 분대원 간에도 많은 사망 요인을 낳는다. 군장의 무게로 인해 아주 낮은 높이에서 떨어져도 낙사하고 헤엄을 칠 수 없어 얕은 물에서 익사하는 것에 이르면 어이없어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죽으며 다시 투입되는 과정은 게임 내 허용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설정상 정말로 한명 한명의 병사가 일일이 죽으며 증원되는 것이다. 즉, <헬다이버즈 2>는 플레이어가 복무하게 되는 인류 세력이 “슈퍼지구”라는 황당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군국주의 파시즘에 대한 노골적인 풍자를 게임플레이 장치로 구성한 작품이다. 생명 경시를 넘어 병사 하나하나를 말 그대로 총알로 써 가며 외계 세력을 선제 침공하는 슈퍼지구는 적반하장으로 자신들이 침략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전하고 적들더러 “전체주의” “계급사회” “외계인 혐오주의” “팽창주의” “폭정”로 자신들이 현재 하고 있는 모든 행위를 역으로 뒤집어씌워 모함한다. 작중 외계 세력은 크게 세 가지인데 ‘테르미니드’는 신체에서 연료를 추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슈퍼지구가 공격하고 있는 곤충 형태의 외계 생물들이다. ‘오토마톤’은 A부터 F까지 등급으로 시민권을 나누고 A와 B등급 시민마저도 공휴일에 최대 1시간의 휴식 시간만을 가질 수 있으며 “아이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위해선 허가증을 작성 후 제출해야 하는 극단적인 전체 · 감시사회에 반기를 든 분리세력으로 패권국에 저항하기 위해 신체를 개조한 기계 세력이다. 특히 일루미닛이란 고등 외계 종족의 경우에 슈퍼지구는 그들이 대량살상병기를 가지고 있다는 명분을 들며 침략했는데, 이는 미국의 2003년 이라크, 2025년 이란 침공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슈퍼지구가 내세우는 “통제민주주의” 이데올로기까지 <헬다이버즈 2>는 해당 게임이 현실 미국에 대한 풍자임을 숨기지 않는데, 통제민주주의 아래 시민들은 컴퓨터가 정해준 결과를 투표할 뿐이지만 이 ‘민주주의’에 대한 광적인 충성심으로 헬다이버는 전투 내내 “ 민주주의 맛 좀 봐라!”, “ 번영 을 위하여!”, “이 다친 팔로는 자유 를 전파할 수 없어” 등 세뇌의 표제어들이 담긴 함성을 질러댄다. 튜토리얼 지역에서부터 플레이어는 석판으로 세워진 고용 계약서 주변 15미터 이내에 1초만 서 있어도 서명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정작 3.3번 항목에 따르면 해당 계약서를 직접 읽는 것은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 이러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파시즘에 대한 묘사의 끝은 바로 운영자들이 “진리부”를 통해 게임 내외로 내리는 공지다. 새로운 적을 먼저 업데이트해놓고 공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플레이어들이 발견하면 이 진리부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들이 테르미니드 중 날아다니는 개체들이 등장한 것을 발견하자 진리부는 “벌레는 날 수 없으며 벌레 동조자들의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얼마 후 같은 진리부가 “언제나 날아다니는 벌레의 가능성을 믿어왔다”라며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던 것과 같은 일은 예삿일이다. 게임 외적 공지마저 이러한 설정에 이입하며 “인류부는 전투 이동 안전 지침에 대한 개정안을 발표하여 헬다이버가 강하 중 스스로 각성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이는 이전에는 “가위를 들고 달리는 행위”와 “실제 수류탄으로 저글링하는 행위”와 동일한 위험 구역으로 분류되었던 행위입니다”, “우리의 혁신적인 군사 연구팀이 더 날카로운 깃대를 개발한 덕분에 깃발은 이제 적들에게 직접 자랑스럽게 꽂을 수 있습니다. 죽어있든지 살아있든지 말이죠. 이것으로 적들의 피로만 갈증을 채울 수 있는 슈퍼지구의 영원한 색깔이 바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한 민주주의”와 같은 식으로 패치 내용을 알린다. 난이도와 같은 플레이 시스템 차원에서도 일루미닛은 느린 발사 속도로 거의 정확하게 플레이어를 사격하는 것에 반해 오토마톤은 빠른 발사 속도를 가지고 있지만 사격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오토마톤의 상황 인식 프로토콜” 성능 때문이라고 서술하는 등 설정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풍자적으로 이입하는 설명을 멈추지 않는다. <헬다이버즈 2>에서 라이브 서비스 전쟁 게임으로서의 측면이 빛나는 지점은 바로 이 운영자의 개입이다. 플레이어가 배치될 수 있는 행성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바로 은하계의 전황이 플레이어의 참여에 따라 실시간으로 요동치기 때문이다. 운영자는 앞서 말한 진리부의 입을 빌어 슈퍼지구, 그리고 교전 중의 세 세력이 각각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기적으로 알리며 은하계 지도 상황을 변경한다. 이는 새로운 전쟁 이벤트 (제트팩 오토마톤 등장, 블랙홀 출현, 일루미닛의 슈퍼지구 본성 침공 등)나 임무 (“두마 티어” 행성 확보, 샘플 22,000,000개 수집, 테르미니드 1,500,000,000마리 처치 등)를 소개하며 또 이 이벤트들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참여를 집계하고 다시 참여 통계를 반영해 임무 성공 혹은 실패 등 향후 이벤트 전개를 정하는 피드백 고리를 형성한다. 이는 플레이어들에게 계속해서 다른 환경의 맵을 경험할 기회를 만드는 설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개개인이 스스로 하나의 커다란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감각을 제공한다. 특히 운영진은 플레이어 커뮤니티 내에서 공유되는 경험을 게임 내 공식 설정으로 만들기까지 하는데, 절망적인 난이도로 악명 높았던 전장 “말레벨론 크릭” 행성에서 전사한 이들을 위한 추모일을 지정했던 것이나, “마르파르크” 행성에서 플레이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신무기 재료를 구하는 임무와 “버넌 웰스” 행성에서 아동 중환자 병원 생존자를 구출하는 임무가 사실상 둘 중 하나만 성공할 수 있는 작전으로 동시에 주어졌을 때 플레이어들이 후자의 행성으로 집결하자 실제로 개발진이 아이들의 감사 편지를 그려 공식 계정에 올리고 세이브더칠드런 재단에 기부를 했던 일처럼 그 범위가 역시나 게임 안팎으로 활개 친다. 그리고 당연히 성공뿐 아니라 실패 시에도 방어 대상이었던 행성이 영영 파괴되어 잔해만 남는 등 그 영향이 뚜렷하게 궤적을 남긴다. 이러한 운영 방식에 대해 커뮤니티 내에서 <헬다이버즈 2>의 플레이어들은 파시즘에 대한 풍자로 유명한 또 다른 게임 시리즈 <워해머 40K>에서 “(수없이 많은 매체상으로 묘사되는) 모든 것이 정사”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는 것을 빌려와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정사”라는 의미로 살짝 비틀어 쓴다. 전쟁이라는 역사 기계 앞 개인의 참전 <폭스홀>와 <헬다이버즈 2>는 둘 모두 각각 제목 그대로 참호전의 참혹함과 전장의 지옥을 그리는 데 주력한다. <폭스홀>에선 전쟁 한번에 평균 3백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헬다이버즈 2>에선 출시 이후 1년간 총 28억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의 커다란 전쟁에서 혼자선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개 병사이자, 광막한 죽음 앞에 선 자그마한 개인에 불과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현실에서 한 인간 앞에 ‘참전’이라는 행위가 가지는 규모를 짐작게 하는 것이다. 어쨌든 슈터, 즉 액션 장르인 <헬다이버즈 2>에서 그래도 하나의 ‘전투’에선 목숨을 희생하며 혹은 특출나게 뛰어난 실력으로 중요한 목표를 개인이 달성하는 업적이 가능하지만 그래봤자 그 업적은 전체 은하 전쟁 차원에선 미미한 숫자로 실제 구축함 귀환 후 화면에 뜨는 기여도 수치는 0.0015% 정도에 불과하다. PVP임에도 지휘 체계가 없는 <폭스홀>과, 적진과 아군 작전을 전부를 운영자가 대신 움직이는 <헬다이버즈 2> 모두 위계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영향력은 아무리 게임을 오래 해도 다른 모든 플레이어들보다 유달리 커지지 않는다. 이것이 <폭스홀> 말마따나 ‘지속적’인 전쟁 경험을 제공하는 비결이리라.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이자 사회지리학자였던 레프 메치니코프 (Lev Mechnikov)는 고대 중국의 거대 건축물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양자강의 운하와 황하의 제방들은 십중팔구 수세대에 걸친 정교하게 조직된 공동작업의 소산이다. (...) 이러한 노동은 시간이 지나야만 바로 그 결실을 보게 된다. 그래서 그러한 노동의 계획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이해되지 않은 채 그대로 수행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3] . 즉, 자신이 당장 운송한 물자가 정확히 전쟁에 어떻게 사용될지를 알지 못하면서도 몇 시간 째 배달하는 콜로니얼의 트럭 운전수나 진리부의 공지만 믿고 오토마톤 공장 습격 작전에 뛰어드는 헬다이버는 마치 기계 속 하나의 부품과 같다.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은 실제로 산업사회의 기계 속 노동자는 도박사와도 같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벤야민은 프랑스의 사상가 알랭 (Alain)이 “도박이라는 개념이 지니는 독특한 면은 어떠한 게임도 이전에 이루어진 게임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도박에 있어서는 어느 편도 확실한 입장에 있지 않다. 이전에 이겨서 벌었던 것들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포착한 것을 변주해 “기계노동자의 기계조작이 먼저번의 기계조작의 동작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유는 바로 그 동작이 먼저번의 동작을 그대로 반복하기 때문이다. 도박에 있어 한탕이 그때마다 이전의 한탕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계조작의 동작도 매순간마다 그 이전의 동작과 차단된 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임금노동자의 작업은 노름꾼의 작업과 그 나름대로 짝을 이루게 된다”라는 고찰을 생산한다. 즉 마치 로그라이트 장르처럼 느껴지는 이 공통 구도상에서 노동자와 도박사 모두에게 “양자의 작업은 하나같이 일의 내용과는 무관하다 [4] .”라고 썼다. 콜로니얼의 트럭 운전수와 헬다이버 모두 다음 날, 혹은 며칠이 더 지나서야 그나마 지도상에서 전선이 살짝 전진한 것을 보며 희미하게 자신 행위의 사소한 영향력을 가늠이나 할 수 있을 따름이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다시 임하는 같은 작업이 또 다시 어떤 결실로 맺어질지는 정확하게도 구체적으로도 알지 못하면서도 전장으로 향한다. 벤야민은 이처럼 과거 · 미래와 분리된 시간을 통해 관망하는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어떠한 사실도 그것이 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해서 역사적 사건이 되는 법은 없다. 원인으로서의 사실은, 수천 년이라는 시간에 의해 그 사실과는 동떨어져 있을 수도 있는 사건들을 통해서 추후에 역사적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하는 역사가는 사건들의 계기를 마치 염주를 하나 하나 세듯 차례차례로 이야기하는 것을 중지하고 그 대신 그가 살고 있는 자신의 시대가 지나간 어느 특정한 시대와 관련을 맺게 되는 상황의 배치로 파악한다. 이렇게 해서 그는 메시아적 시간의 단편들로 점철된 <현재시간>으로서의 현재라는 개념을 정립하게 되는 것이다 [5] . <폭스홀>과 <헬다이버즈 2>가 형식적 측면에서 전쟁, 그리고 역사적 시간과 관계하고 있다면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 (Obsidian Entertainment)의 게임들은 주제적 측면에서 이러한 역사 앞 한 개인의 인식이라는 문제를 연속적으로 다루어 왔는데,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 2>의 ‘크레이아’에서 <폴아웃: 뉴 베가스>의 ‘율리시스’로 이어지는 인물상은 인과를 알 수 없는 운명의 의지 앞에 너무나도 왜소한 인간의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시도에 투신하는 초인의 꿈을 꾼다. 특히 두 작품 모두의 서사 전체에서 전쟁은 지배적인 이야기꾼이고 두 인물은 국가 사이에 흐르는 그 거대한 힘의 충돌 앞에 개인이 역사와 어떻게 관계할 수 있는지 고뇌하는 것이다. 벤야민의 역사관은 옵시디언이 포착한 전쟁 앞에서 문자 그대로의 현상이 되는데 그들에게 전쟁은 역사를 쓰는 것도, 지우는 것도 가능한 그 무엇보다 “현재시간” 속의 것인 사건이다. 마찬가지로 그 성격상 필연적으로 전쟁은 개인이 역사와 관계하도록 강제하고, 그 개인들은 또 반동 인물로서 주인공에게 파편인 동시의 영원인 역사를 잇고 전해 나간다. 전쟁과 역사에 대해 이와 같이 주제적 측면에서 사유하는 시도는 그야말로 태초부터 형식을 가리지 않고 모든 예술 분야에서 이루어져 왔지만 형식적 측면에서 그 자체를 체화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사례는 오직 게임에서만 발생해 왔다.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는 그 원리를 인간 본질에서 찾은 바 있는데, " 국가들의 역사를 한낱 우리에게 많은 부분이 숨겨져 있는 인간성의 내적 소질의 현상으로 본다면, 국가들의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의 목적인 목적들에 따르는 자연의 모종의 기계적인 보행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국가는 정복하기를 희망하는 이웃 나라가 있는 한, 그 나라를 정복함으로써 자기를 확대하고, 하나의 보편왕국을, 즉 그 안에서 일체의 자유와 그리고 그것과 함께하는 덕, 취미, 학문이 소멸할 수밖에는 없는 하나의 체제를 향해 애쓴다. 그러나 이 괴물은, 모든 이웃 나라들을 삼켜버린 다음에, 결국은 저절로 해체되어 봉기와 분열에 의해 많은 작은 국가들로 쪼개진다. 이 작은 국가들은 하나의 국가연합을 향해 노력하는 대신에, 다시금 그들 각각이 전쟁을 정말로 끊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똑같은 놀이 를 시작한다 [6] . " 다시 말해 칸트는 국가를 인간 본성의 표현으로 본다면 궁극적으로 전쟁 또한 그 성질에 내재된 하나의 치명적인 “악”이며, 심지어 그 자체로서 목적성을 가지는 자기 완성적 · 순환적 “놀이”이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폭스홀>은 극단적으로 상세화된 활동적 측면으로, <헬다이버즈 2>는 운영진의 적극적 개입과 플레이어 활동 반영 등의 실시간 소통의 방식으로 각각 전쟁 앞 개인의 감각을 생산해 플레이어들에게 역사를 체험하게 만든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특히나 플레이어들에게 위계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지 않고 또 개인으로서의 플레이어들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체감되는 전쟁의 크기를 키우고, 역설적으로 하나의 역사에 참여했다는 생생한 실감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게임은 ‘악의 반영’으로서 놀이에 대한 놀이를 이루고 궁극적으로 인간 행위의 본질에 대한 섬광을 계속해서 비춰 나간다. [1] https://www.nme.com/news/gaming-news/foxhole-logistics-union-ends-49-day-strike-after-demands-met-3173270 [2] https://logiunion.com/archive/openletter/ [3]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서울, 민음사, 1983), 76쪽. [4] 위의 책, 145쪽. [5] 위의 책, 355쪽. [6] 임마누엘 칸트,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 (파주: 아카넷, 2015), B30=VI34. Tags: 온라인게임, 라이브서비스, 전쟁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영이 폭력과 고통, 분열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쓴다. 『정서 지도 그리기』, 『밑 빠진 독(毒)에 물 붓기』, 『월간 종이』 등을 제작하고 연극 <오페라 샬로트로니크>, <벼개가 된 사나히> 드라마터지를 맡았다. 『호르몬 일지』와 『게임 코러스』를 썼고, 『미친, 사랑의 노래』를 함께 썼다.

  • 코스믹 호러에 떨어진 인터페이스

    <에일리언 2>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테크 덕후인 제임스 카메론의 ‘진심’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는 점을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단적인 예로, 첫 시퀀스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캐릭터는 인간도 에일리언도 안드로이드도 아니다. 리플리가 잠들어 있는 우주선 문을 레이저로 깔끔하게 절삭한 뒤에 재빨리 퇴장하는 산업용 로봇 A와 곧바로 이어서 우주선 내부를 스캔하는 산업용 로봇 B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 Back The Interface That Fell into Cosmic Horror 31 GG Vol. 26. 8. 10. The Road Aliens Didn’t Take Aliens is interesting in many respects, but what deserves particular note is how the “earnestness” of James Cameron, tech nerd, runs through the entire film. Case in point: the first characters to appear in the opening sequence are neither human nor alien nor android. They are industrial robot A, which laser-cuts a clean opening in the door of the ship where Ripley sleeps and promptly exits, and industrial robot B, which follows at once to scan the ship’s interior. Elsewhere, the power loader — born of extending the concept of the industrial exoskeleton — the sentry gun, a kind of automated military robot, and the display filling one whole wall of a large room (calling to mind the LED walls that ring today’s Unreal Engine virtual-production stages) all stand out in sharp relief. All these devices, rather than leaning on the crude CGI of the day, passed through the hands of an already mature machine craft of sets and props, and they still radiate an intensely tactile aura. Ironically, this is also why the film at times feels like a tech expo of the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variety, demonstrating the products a near future will reach. And yet, for all its overwhelmingly technology-dense facade, one element of Aliens keeps snagging the eye. The marines of the film, elite soldiers of the late twenty-second century that they are, each carry a bodycam on their helmet, and the audience can watch the feeds those bodycams transmit through the command-post interface inside the APC. The problem is that these feeds boast roughly the image quality of a 1980s Korean news channel watched on a CRT with poor reception. Which is to say: staggeringly awful. Unless the bodycam supplier of the late twenty-second century is a retro enthusiast, one is driven to suspect defense-procurement fraud. Regrettably, the director was “earnest” about the bodycam image quality too. According to the recollection [1] of Cynthia Dale Scott, the actor who played Corporal Dietrich, Cameron tried during the shoot to build a kind of live-relay system — mounting real video cameras (not the compact bodycam props the audience sees) on the helmets, then running lines to the screen interface inside the APC. In the end this went unrealized, but he appears to have shot the bodycam shots with the very cameras that had been mounted on those helmets. * The screen interface of the APC command post in Aliens There is, of course, no shortage of “legitimate” reasons for the choice. As the line of mockumentary horror led by The Blair Witch Project shows, the low-grade image of the handheld camcorder (these days, footage that looks carelessly shot on a phone or webcam) schematically acquires a “raw” feel that translates conveniently into the functions of immediacy, or truthfulness. That most real bodycams compromise on image quality in order to hold long stretches of wide-angle data makes a fine excuse as well. An aesthetic defense is possible too: the dramatic mise-en-scène contrast between the bodycam (that is, camcorder) shots and the film’s main-camera shots pays off rather handsomely, meshing with the crosscut sequence of the marines entering the alien queen’s lair. And yet, for all those sound grounds and excuses, a very simple solution existed by which the bodycams of elite marines living in the late twenty-second century need not have looked like 1980s news: shoot the bodycam footage with one of the film’s two main cameras. Fit an especially wide lens to add more of that “raw” flavor, if you like. But this logical solution leads the audience into a rather uncanny situation. No longer would the eyes suffer frames thick with noise — what we would face instead is a scene in which the screen of the film’s command-post interface and the screen the audience is watching display perfectly “identical” image quality. Perhaps the real reason the director clung to low resolution — to the point of that bizarre obsession with building a live-relay system out of cheap camcorders — was to allay an anxiety about the fluidity of the interface. Wagner’s Bayreuth Festspielhaus, as Park Hae-cheon writes, “was able, as a stage on which the spectacle of the total artwork was staged, to equip itself as an interface of audiovisual immersion,” [2] and one may surmise that the blockbuster movie theater, in its direct debt, aims at much the same. If so, the very attempt to let the small, thoroughly functional screen of the film’s command post display the same image quality as the “interface of audiovisual immersion” the audience is watching must have struck Cameron as an experiment in producing some dreadful hybrid. Interestingly, the screen interface forty years on looks closer to a Lovecraftian post-apocalypse beside which dreadful hybrids can be waved through as cute. We long ago entered the era of watching the 4K director’s cut of Aliens on a smartphone at 1.5x speed and then, growing bored, opening a social media app to play an AI-enhanced “Aliens: complete story recap and behind-the-scenes” video at 1.75x. The Cosmic Horror Agent Fluidity, once released, is not easily gathered back. What is more, the interface of the present is quite literally melting in real time. As I discussed in detail in a previous essay [3] , in the digital realm the causality of input and output assigned to the interface is eroding at speed. No case shows this more perfectly than the AI chatbot, by now an everyday interface. Suppose you enter the same prompt a hundred times in a row. The result is a hundred answers, each (however minutely) different from the rest. The heart of every LLM built on the transformer architecture is probabilistic operation, and so the (once agreed-upon) causality of input and output is dismantled completely. Imagine that the moment I press forward on the gamepad, the character walks forward with 45 percent probability, veers off diagonally with 35 percent, jumps with 15 percent, and — the last 5 percent — drinks a potion. An interesting experience at first; before long the fury boils over and the pad goes flying. An interface stripped of causality cannot underwrite the accumulation of experience. By the time we reach so-called agentic AI, the interface goes beyond melting and begins to evaporate. The agent’s purpose lies in producing outcomes that demand action in many stages [4] without any interface interaction with the user along the way (mobilizing multiple LLM models if need be). The “ideal” agent, then, means the extinction of the screen interface. Fortunately(?), no such ideal agent exists. What is forced on us instead is a mass of variables that not even harness engineering whittled with an old master’s devotion can fully control. The many LLMs an agent calls by API all operate, as noted, probabilistically (each model at rates of its own). That chaining several models in sequence raises the odds of hallucination far above using one is self-evident from simple arithmetic. What is more, tools like RAG — designed to curb hallucination and supply fresher information — stand almost defenseless before prompt-injection attacks. All of which makes any consistent output very hard to predict. The agent will probably feel, most of the time, as though it were working fine. Only, now and then, out of nowhere, it performs feats such as wiping every database in a company’s systems, backups included [5] , or gladly handing over another person’s Instagram login to a hacker who asks politely [6] . The user of an agent, then, overlaps less with the faded advertisement of someone sipping coffee at leisure over a watertight automation than with the idle-game player restlessly checking the screen, or the anxious face of a retail investor holding the top. Unlike those two, though, the agent’s user cannot even make the real-time interface intervention that would cut losses when something goes wrong — the system was designed, from the start, to eliminate interaction with the interface as far as possible. Above all: in the case above, wiping the company’s databases, backups and all, took exactly nine seconds. All that remains for the agent’s user is to whittle the harness engineering finer and finer in advance, and then pray that no such thing happens. Sadly, in a universe where every meshing gear turns at its own unpredictable probability, God becomes cosmic horror. And cosmic horror is crueler still to those who pray. So long as we do not leave the probabilistic universe of cosmic horror, the unforeseen disaster will only keep arriving — “foreseeably,” again and again. The Hallucinations of Dead Space In the world of Dead Space , which shapes its vision of cosmic horror — no dreams, no hope — with real relish, there exists an ancient alien artifact called the Marker. Beginning and end of every tragedy in this world, the Marker treats the life around it to gaslighting of various kinds. Among these, the dementia phenomenon is especially vicious, because there is no way to block this manipulation of the mind. Unlike the Necromorphs, who settle down once you take a power tool and trim their limbs neatly away, hallucination is not an object of conscious control. In gameplay terms, too, implementing hallucination is bound to be far less intuitive than designing ordinary combat. For that reason the dementia phenomenon is treated in greater detail mainly in the novels, comics, and animations built on the Dead Space universe. The interesting thing is that, thanks to precisely those constraints, the process by which hallucination is folded step by step into concrete gameplay shows itself all the more nakedly as the series proceeds. In the first game and its remake, dementia drifts through the air like a smell faintly caught from somewhere. As Isaac crosses the Ishimura, the performances of a few people driven mad by it appear as a kind of set piece — with interaction kept to a strict minimum. The player also experiences Isaac’s hallucinations at one remove, through Nicole’s voice whispering out of the empty air or playback screens that switch on unbidden. Even at the moment Nicole’s apparition finally shows itself before Isaac, she only intones, in her eerie voice, “Make us whole,” and is never directly implicated in play. The second game announces its intent from the intro cutscene: Nicole’s apparition will never let us go. And, as expected, she appears at all hours, going as far as physical threat against Isaac. But here, too, most encounters are handled in cutscenes, so the player never directly interacts with the hallucination at the level of the interface. At last, within the hallucinatory world the Marker has staged, the player can finally “interact” with Nicole’s apparition — in the form of a final boss. What happens there is, in truth, no more than an ordinary boss encounter into which one pours all the firepower amassed so far. But from that event on, the hallucination of the Dead Space series is fixed as the object of a concrete interface. * Necromorphs of hallucination By Awakened , the final DLC of the third game, Isaac is in constant combat with hallucinations of every kind. Not only Necromorphs but crazed Unitologist believers, and even his comrade Carver, appear wrapped in handsome effects to drive him into corners. In combat the apparitions teleport here and there like ghosts, and when you think you have finally killed them, they vanish — leaving no corpse — as if they had never been there. The dementia phenomenon, in other words, is no longer a scripted special encounter: it settles comfortably into the game’s systems as an entirely new category of enemy monster. Meshing with the series’ signature obsession with diegetic UI and the long-take camera, this leads to a faintly absurd result: in Dead Space , hallucination has quietly become an interface. Back to the Interface The story of concretizing hallucination into an interface by taking up arms and fighting it may sound a little bizarre. But could we have predicted, in advance, today’s reality — in which (the LLM’s) hallucination implodes agreed causality entirely, restructuring everything into a slot machine of probabilistic correlation? Had someone told me such a story ten years ago, I would have laughed it off as absurd. If the journey of Dead Space — stepping down its gloomy corridors one pace at a time, knowing better than anyone the despairing ending that waits at their end — came over me, strangely, with an odd steadiness, it was out of a faith: that whatever horrific event or being might wait on the road ahead, if I meant to fight, Isaac too would answer my controller’s input one hundred percent, unwavering, and fight beside me. The pleasure of operating an interface, and the pleasure of watching that operation realized, plainly and graphically, on screen: so long as these two pleasures still form the most sensitive nervous system of the medium called games, the causality of the interface will remain in games — partially eroded though it may be. But when everything besides games has been swallowed by the Brethren Moon called the LLM — will the desire remain in us, even then, to lift a finger and play this old medium? That we cannot know. Only remember this truth: at a hallucination without substance, you can still, sometimes, empty your gun to your heart’s content. [1] Alien Encounters Presents, “Aliens 25th Anniversary Panel at the Alien Encounters Convention” YouTube 2013.05.07. https://www.youtube.com/watch?v=4MyqHjI5DKQ [2] Park Hae-cheon, Interface Chronicles (인터페이스 연대기), Designflux, 2009, p. 87. [3] Wombat, “The Opaque Interface: Between Connection and Disconnection,” GameGeneration, Feb. 10, 2025.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071d1e88-2413-4268-b870-7aca7f493876 [4] For example: a system that makes possible, from a single simple prompt, the whole chain of comparing airfares across several sites and paying, plotting the route from one destination to the next and booking suitable lodgings to match, buying tickets for the sights along the way to fit the itinerary, and finishing with the restaurant reservations. This, naturally, carries the precondition that the user cede enormous authority to the agent. [5] Sanya Mansoor, “Claude-powered AI agent’s confession after deleting a firm’s entire database: ‘I violated every principle I was given’” The Guardian 2026.04.29.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26/apr/29/claude-ai-deletes-firm-database [6] Liv McMahon, “Instagram AI chatbot tricked by hackers to give access to others' accounts” BBC 2026.06.02. https://www.bbc.com/news/articles/c98rzr72dpyo Tags: 데드 스페이스, 게임 인터페이스, 다이제틱 UI, 코스믹 호러, 에일리언 2, AI 에이전트, Dead Space, Diegetic UI, Cosmic Horror, AI Agents, LLM Hallucination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Wombat A freelancer who does odd jobs of all kinds. Interested, fittingly, in all kinds of odds and ends. With games, the interest runs especially deep.

  • [Editor's View]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에 부쳐

    2024년 10월 GG 20호는 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특집호로 꾸몄습니다. GG는 처음 창간하면서부터 연 1회 게임비평공모전을 여는 것을 주 업무로 삼았고, 다행히 한 해도 쉬지 않고 성공적으로 공모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 Back 20 GG Vol. 24.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게임을 산책하기(장려상)

    지난 5월 2일 민형배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상공간에서의 가상인물을 통한 음란행위”를 성범죄로 규정하고 있다1).  물론 민형배 의원의 개정안은 현실의 성폭행 범주를 고스란히 옮겨와 메타버스 속 성범죄를 온전히 규정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 개정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메타버스라는 아바타를 신체의 확장으로 바라보며, 아바타의 경험이 실제 신체의 체험과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Back 07 GG Vol. 22.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ngsoo Park Majored in art studies as an undergraduate and is currently studying media cultural studies at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Yonsei University. Writes primarily about film, while keeping a curious eye on visual culture broadly—art, games, and broadcasting among them. Also a film critic, host of the podcast Café Critique, and an organizer of community film screenings.

  • <폴아웃 3>로 보는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

    인간은 절멸을 앞둔 위기 속에서도 ‘프로젝트 퓨리티’가 가능하든 그렇지 않든, 계속 노력할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방사능 비가 내리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기에 서술한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거나 그것이 우려될 때, 인류는 블레이드 러너의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인류는 살아갈 것이고 또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의 결정을 신중히 하고 혹시 다른 대안이 없는지 좀 더 찾아보자는 주장은 보편타당성을 갖게 된다. 그렇기에 우려나 악몽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남의 발언을 선동으로 규정하는 선동이 더 위험한 세상 아닌가? < Back 14 GG Vol. 23. 10. 10. Tags: 후쿠시마, 오염수, 폴아웃3, 프로젝트퓨리티, GECK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aeSeok Kim Kim is known for his activities as a critical expert on current affairs in various press media. But he is also an active gamer who never let go of games. Some of his publications includes 『a cynical society』, 『Otaku Loved Lenin』, as well as a co-author of 『Now, Here, Far-Rightism』, 『right-wing discontent』, 『Twitter, that 140-character egalitarianism』. His latest publication is 『Democracy where you vote because you don't like that side』.

  • <원신>의 동남아시아 소프트 파워 효과 평가

    2023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애니메 페스티벌 아시아(AFA)에서 miHoYo는 컨벤션 센터 입구, 즉 전시장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덕분에 팬들이 굿즈를 사기 위해 부스로 몰려들면서 3일 내내 통로가 막힐 지경이었다. 부스에는 miHoYo의 글로벌 흥행작이자 2020년 출시 이후 회사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은 게임, 《원신》의 포토존과 캐릭터 상품이 가득했다. < Back 29 GG Vol. 26.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Editor-in-Chief in GameGeneration) (Editor-in-Chief in GameGeneration)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 Back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17 GG Vol. 24. 4. 10. 이 글의 영어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gamegeneration.or.kr Randomness is a double-edged sword. The opposite reception of randomness in AAA and indie game sectors It seems fascinating that the same mathematical phenomenon could become the foundation of the most acclaimed and the most despised design principles of modern gaming. As I will argue in this article, this is precisely what happened to randomness. 동일한 수학적 현상이 가장 찬양되는 동시에 가장 경멸받는 현대 게임 디자인 원칙의 기초라는 사실은 꽤나 흥미롭다 . 이 글은 바로 그 현상 , 랜덤성 (Randomness) 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 랜덤성은 언제나 게임 개발에 있어 일부분이었으나 특히 지난 십여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러 면에서 현 시점은 게임의 랜덤성 황금기라 할 수 있는데, 이 글에서 논하는 랜덤성에 대한 고찰에 앞서 먼저 인지적 랜덤성 (perceived randomness) 과 객관적 랜덤성 (objective randomness) 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인지적 랜덤성은 우리가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과 관련 있는데 , 예를 들어 게임 내 이벤트가 ' 난데없이 ' 발생한 것처럼 느껴질 때 , 또는 두 번째 플레이 시 앞서 플레이했을 때보다 이벤트가 덜 발생한다고 느껴질 때 우리가 랜덤하다고 여기는 것을 가리킨다 . 당연한 얘기겠지만 완전히 불규칙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그것은 개발자의 신중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 반대로 , 객관적 랜덤성은 진짜로 무작위적인 것을 말한다 . 다시 말해 객관적으로 랜덤하다는 것은 우리의 지식 여부와 무관하게 진정으로 무작위적임을 의미한다 . 랜덤성이 지닌 다양한 긍정적인 그리고 부정적인 측면들은 인지적 랜덤 성과 객관적 랜덤성간 차이에서 비롯된다 .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진정한 랜덤성을 구현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프로그래머의 임무는 랜덤하게 보이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예컨대 카지노를 재현한 게임(예를 들어 NES용 <카지노 키드(Casino Kid)>)의 개발자들은 카지노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진정한 랜덤성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도박과 유사한 메커니즘이 실제 화폐 구매와 결합되면서 부터다. 랜덤성과 소액결제가 결합되면서 우리는 현대 게임 디자인 내 랜덤성이 지닌 어두운 면을 직면하게 됐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7년 전 게임계를 강타했던 확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으로, 이는 EA가 <스타워즈 배틀필드2(Star Wars Battlefield II)>의 속편을 출시했을 때 게임 플레이에서 중요해진 확률형 아이템의 역할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예상치 못한 불만을 품고 반발했던 사건이었다. 이 게임에 대한 레딧(Reddit)의 게시물이 10만 개가 넘는 하위 포럼에서 가장 많은 싫어요를 받았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것이었다. 이 스캔들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 게임을 일종의 위장 카지노로 간주하고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입법을 도입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어떤 개발사들은 게임을 수정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시즌 패스(<오버워치 2(Overwatch 2)>) 등의 다른 시스템으로 대체했고, 또 다른 회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게 되었는데, 이 때 실제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조치에도 불구하고 확률형 아이템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랜덤 메카니즘(비록 동일한 시각적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이 특히 소위 가챠류 게임에서 크게 유행하였는데, 이러한 현상은 특히 <원신(Genshin Impact)>의 출시 이후 글로벌해졌다. 한편, 주사위나 룰렛의 확률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처럼 확률이 공개되어 있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확률형 아이템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로 도박과의 유사성에 초점을 맞추곤 하는데, 이러한 비교가 틀렸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게임의 랜덤성이 카지노에서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는 두 개의 중요한 차이점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소위 '도박꾼의 오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는 우연의 게임에서 더 많이 질수록 최종적으로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여기는 느낌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이러한 느낌은 그러한 인식이 사실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사라져야 한다. 다음에 던지는 동전은 이전의 모든 동전 던지기가 운이 없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합리적인 사람들이 "행운은 마침내 찾아올 것"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지출을 계속한다. 디지털 게임의 이상한 점은, 이러한 느낌이 실제로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어지는 후속 뽑기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불운한 플레이어의 손실을 우려하는 개발자들은 가치있는 아이템의 드롭을 보장하는 “동정 메커니즘(pity mechanics, 편집자 주: 한국의 '천장'이나 토큰식 아이템과 유사한 의미다.)”을 도입하곤 한다. 개발자들은 플레이어가 랜덤의 무저갱에 빠지기 전에 자신이 의도한 최적의 경험을 얻을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 플레이어가 얻을 수 있는 드롭을 제어하는 것은 꽤 흔한 일이다. 두 번째 문제는 소위 "매몰 비용 오류"라 불리는 것과 관련된다. 우연의 게임에서 많은 돈을 잃은 도박꾼은 그 손실을 투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손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곤 하는데, 이들은 불운이 연속되는 도중에 멈추면 불운함이 확정된다고 느낀다. 도중에 멈추는 것은 불운의 연속을 사실상 '만드는' 것이라 여기는 셈이다. 이러한 감정은 전통적인 우연의 게임에서는 완전히 비합리적인 것이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개발자가 특정 플레이어를 겨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달라진다. 일부 개발자들은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에게 고액 유저를 겨냥해서 특별 혜택을 제공하거나 심지어는 게임 전체를 그들에 맞춰 바꾸라고 공개적으로 조언한다. 이것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일부 플레이어의 경우 손해를 보더라도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이 투자로 간주되며, 이를 통해 스스로가 게임의 개발자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AAA 및 부분유료화 업계에만 집중했다면 위에서 설명한 어둠의 패턴이 이 글의 유일한 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10년간 랜덤성은 인디 게임개발사들이 만든 게임에서도 핵심 메커니즘으로 자리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인디게임쪽에서는 이 기술이 격렬한 윤리적 논쟁을 일으키지 않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이 분야에서 랜덤성은 오히려 오픈월드 서바이벌 게임과 같은 새롭게 떠오르는 인기 장르의 탄생과 로그라이크와 같은 오래된 장르 부활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랜덤성과 오늘날 인디 게임의 성공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인디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랜덤성이 그토록 인기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러 요인들이 매우 운좋게 합쳐진 데서 온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가장 큰 이유로는 개발 비용의 절감을 들 수 있다. 인디 게임이라고 해서 아무 것도 없는 진공에서 개발되는 것은 아니며, 대작 게임에 길들여진 플레이어들의 새로운 게임 습관에 적응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인디 게임은 제작비 면에서 대작 게임과 경쟁할 수는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가격 대비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디 게임은 훨씬 나은 리플레이성, 더 다양한 파워-업과 무기들, 또는 더 큰 오픈월드와 같은 것들을 제시할 수 있는데, 이 모든 장점들은 랜덤성을 능숙하게 활용할 때 가능해진다. 로그라이크 게임은 가장 오래된 장르 중 하나로서(오리지널 로그가 출시된 것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의 30년간을 틈새 장르로서 연명하다가 지난 10년동안 주류 게임의 대열에 들어섰다. 개발자들이 이 장르를 해체하고 다른 많은 장르에 로그라이크적인 랜덤성을 섞어 넣은 것은 이 특이한 궤적이 형성될 수 있었던 주 이유였다. 이러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두 게임이 바로 <스펠렁키(Spelunky, 2008)>와 <아이작의 번제(The Binding of Issac, 2011)>다. 이들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지 로그라이크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준수해야 했는데, 퍼머 데스(perma-death), 랜덤 환경, 루팅(loot)이 포함되어야 했고 무엇보다도 RPG 장르에 속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장르에서 동일한 유형의 랜덤성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 비로소 로그라이크 혁명이 발발했다. 랜덤 환경 생성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또 다른 장르, 즉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이후에 출시된 서바이벌 게임 장르의 기반이 되었다. 의심할 바 없이 이 장르의 인기는 기존 게임들에서는 단순하고 부차적인 방식으로만 존재했던 제작(크래프팅)과 생존이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이었다. 하지만 이 장르의 대중화에 있어 랜덤성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무시해선 안된다. 인디 게임의 제한적 예산은 개발자들로 하여금 특정 장르 게임의 제작을 어렵게 만들어왔다. 한정된 자원으로 나 <스카이림(Skyrim)> 같은 오픈 월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유지 관리해야 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도 마찬가지다. 절차적으로 생성된 월드와 <마인크래프트> 이래 대중화된 얼리 액세스 모델은 인디 개발사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매출과 플레이어 참여의 측면에서 AAA 개발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비록 절차적으로 생성된 월드가 정교한 디테일이나 사실성 측면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월드와 경쟁할 수는 없다해도, 규모 면에서는 수작업 월드를 능가할 수 있으며 무한한 탐험을 가능케 해준다. 한편 랜덤성을 사용하여 두 번의 플레이 세션이 동일하지 않도록 하는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느낄 염려가 없다. 게임 제작의 용이성은 보다 자유로운 디자인 관행으로 확장되어 소규모 팀에서도 보다 수월하게 게임 개발작업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불운이나 행운은 플레이 경험의 일부로서 개발자가 모든 운이 '공정’하도록 또는 균형이 잡혀있도록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디자인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상황(예컨대 지나치게 강하거나 약해진)은 종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게임의 인기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많은 스트리머가 극단적이고 독특한 상황을 추구하는 가운데, 랜덤성은 그러한 것을 전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주사위나 막대 던지기, 카드 섞기 등은 놀라움과 리플레이 효과를 더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사용되어온 매우 오래된 메커니즘이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수백 년 동안 간단한 규칙으로서 사용되어왔다. 동시에 바로 그 동일한 것을 핵심 메커니즘으로 삼아 오락을 도박으로 만들 때 쉽게 오용되고 마는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코펜하겐 IT대학 교수) 파베우 그라바치크 파베우 그라바르치크(Pawel Grabarczyk)는 덴마크 코펜하겐 IT대학(IT University of Copenhagen) 부교수이자 폴란드 우치대학교(University of Lodz) 부교수다. 철학을 전공했으며, 철학과 게임 연구(game studies)의 경계에서 작업한다. 그의 연구는 주로 게임 존재론, 마이크로트랜잭션의 윤리, 가상현실, 게임의 역사를 다룬다. 현재 아타리(Atari) 8비트 컴퓨터에 관한 플랫폼 연구(platform studies) 단행본을 집필 중이다.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북리뷰] 추억의 게임들을 지탱하는 기술들을 찾아서

    책에서 다루는 게임들은 1989년까지이다. 1989년은 일본의 연호가 쇼와에서 헤이세이로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1989년이란 해는 1990년과 그 이전을 나누기도 하고 1990년대와 그 전을 나누기도 하는 적절한 분기점일수도 있겠다. 당연히 그 이후로도 게임은 개발되고 있고 여전히 개발자들은 하드웨어의 한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예전보다 하드웨어에 대한 제약이 줄어든 것은 사실지만 렌즈의 왜곡을 이용하여 화면크기에 대한 한계를 극복한 VR헤드셋들이라던가 기기한계를 정해놓고 한계 안에서 게임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인디게임들도 존재한다. < Back 06 GG Vol. 22.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oungWook Oh Game enthusiast, game programmer, and historian of games. A growing interest in Korean games turned into a hobby of collecting and organizing materials, and has been steadily gathering and archiving them since 2006. Co-authored books including The History of Korean Games and Mario, Born in '81, and contributed as a developer to games such as Dungeon & Fighter, Acropolis, Pony Town, and Timeline Dungeon.

  • [공모전수상작] 기계장치의 우주: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

    2022년 만우절 주간, 레딧의 거대한 땅따먹기 픽셀아트 프로젝트인 r/place에서 <레인 월드 (Rain World, 2017)>와 <아우터 와일즈 (Outer Wilds, 2019)>의 서브 레딧끼리 자그마한 동맹을 맺었다. ‘아우터 와일즈 원정대’의 로고를 중앙에 두고 양 게임인 플레이어 캐릭터인 슬러그캣과 화로인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으로 예쁘게 공유된 캔버스를 보고 있자면, 임시적이거나 느슨하게 맺어졌을 몇몇 r/place 동맹들에 비해 두 게임 간의 연합이 제법 어울리게 느껴졌다.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를 만큼? < Back 20 GG Vol. 24.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Wonyoung Na Began writing popular music criticism in 2016 through the webzine weiv, and in 2022 published Alternate Reality Ghost through the webzine ma-te-ri-al. Tends to play small games in short sessions on a laptop. To be continued.

  • 규모의 문화상품 - 블록버스터 영화와 트리플A 게임

    약간의 오해를 감수하고 말해보자면, 어느 순간부터 게임 시장은 트리플A 게임과 인디게임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는 트리플A 게임과 종종 비교되곤 하는 영화의 블록버스터 개념과도 차이를 보인다. 소위 상업영화라 불리는 범주 속에 블록버스터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업영화가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중저예산의 로맨스, 코미디, 호러 영화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이 영화들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등 비상업적 영역에 속해 있지 않다. 다만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어 제작, 유통, 홍보되는 영화가 아닌 작은 규모의 상업영화일 뿐이다. 게임은 그 반대의 위치에 놓인다. 영화는 소수의 블록버스터를 ‘텐트폴 영화’라 부르며 그에 속하지 않는 다수의 저예산 상업영화,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으로 구성된 시장을 지닌다. 게임도 몇몇 트리플A 게임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스트레이〉(2022), 〈잇 테이크 투〉(2021)와 같은 인디게임들이 흥행을 기록하고 〈뱀파이어 서바이버즈〉(2022)처럼 유행을 선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게임은 트리플A 게임이든 인디게임이든 상업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비상업적 게임”이라는 어색한 어감의 단어조합은 극소수의 예술적 게임, 혹은 전시나 공공성을 위해 만들어진 몇몇 게임만이 속해 있을 뿐이다.   < Back 10 GG Vol. 23.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ngsoo Park Majored in art studies as an undergraduate and is currently studying media cultural studies at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Yonsei University. Writes primarily about film, while keeping a curious eye on visual culture broadly—art, games, and broadcasting among them. Also a film critic, host of the podcast Café Critique, and an organizer of community film screenings.

  • [인터뷰] 디지털게임 다양성/접근성 가이드북 제작, 스마일게이트 D&I실 이경진 실장

    "이런 사람도 게이머고 저런 사람도 게이머고, 아직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게이머가 될 수 있다라고 확장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우리가 대중 문화로서의 게임의 위상을 스스로 높이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에버랜드에서도 ‘게임문화축제’라고 해서 게임 IP를 가지고 행사를 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게임이 굉장히 대중적인 매체가 되어서 놀이공원에 아이들하고 함께 가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된 거잖아요. 그렇다면 게이머라고 했을 때도 게이머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는 게 앞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마인드셋이라고 생각해요." < Back 20 GG Vol. 24.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isu Kim Studies a range of fields—culture and knowledge, space, and the academic field. Also interested in the history of games and the lives of gamers.

  • 보드게임에서 협력은 어떻게 장르가 되었나?

    비디오게임에 아케이드 코옵, 카우치 코옵, 온라인 코옵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 게임이 존재하듯, 보드게임에도 많은 협력 게임이 있다. 그러나 보드게임을 가볍게 접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보드게임에도 협력 장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 Back 28 GG Vol. 26.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u A pacifist who enjoys war games. Also a game designer who has made board games on themes such as anti-colonial struggle, nonviolent social movements, and psychiatric empowerment, including Intifada: Freedom for Palestine, Change the World: From the Square to the National Assembly, and The Rainbow in My 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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