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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같이>, 관광게임 속의 정치적 맥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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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1. 6. 10.

‘용과 같이시리즈는 전직 야쿠자가 등장하는 느와르물을 표방하고 있다. 리메이크를 포함해 따지면 국내에 시리즈 전체의 내용이 한글화 돼 소개됐다고 볼 수 있는데 유독 6편은 정식 발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스팀을 통해 PC판이 구매 가능해진 걸 계기로 유저 한글패치가 나와 한국인도 게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용과 같이시리즈는느와르다운 스토리를 선보여 왔다. 폭력조직 내외의 항쟁과 정치적 음모가 교차하는 가운데 사건에 휘말린 등장인물들의 비극적 운명, 그리고 그것에 맞서는 의지를 강조하는 패턴이다. 그런데 이러한 스토리에도 불구용과 같이는 본질적으로관광 게임이라는 생각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바로 그 관광이다. 어째서인가? 지금부터 따져보자.


먼저 시사평론가의 눈길을 끄는 것은 역대 시리즈가 선택한 주제가 일본의 현실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가령 1, 2편의 소재인 폭력 조직 간의 대립구도나 정치인의 돈세탁은클리셰인데, 3편의 미군 기지 이전과 부지 개발 문제는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 정권 당시의 중요한 정치적 논쟁거리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권은 2009년 후텐마 기지 이전을 공약하고 집권했다. 미군 기지 이전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애초에류큐왕국으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다 일본 제국에 병합된 역사가 있는데다, 2차대전 당시 본토를 향해 진격해온 미군과 이를 막으려는 일본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여 민간인 학살 등 큰 피해를 감수해야 했던 아픔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게다가 전후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동아시아 전략의 중요한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계획이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은 이중 삼중의 피해를 감수하는 처지가 된 상태였다.


이 점에서 민주당의 공약은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최소한 오키나와현 밖으로의 이전을 거듭 거론했으나 문제는 미국의 입장이었다. 미국은 이미 후텐마 기지 반환과 대체 시설의 오키나와 내 건립에 대한 협상을 이전 자민당 정권과 진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지 이전을 주장하는 민주당 정권은 미국의 이익을 훼손할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미일관계의 근본적 불안으로 이어지자 하토야마 정권은 결국 2010년 후텐마 기지의 현외 이전을 포기했고 지지율은 폭락했다.


용과 같이 3편이 출시된 2009 3월은 민주당이 집권하기 5개월 전이다. 자민당 정권의 미국과의 합의가 2006년에 1차로 이뤄졌고 민주당은 야당 시절부터 이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는 점을 볼 때 관련한 논란이 제작에 반영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작중에 오키나와 기지 이전 문제가 건설자본과 정치권의 유착을 넘어 CIA와 국제 무기 밀매 조직의 등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앞서의 구도가 게임적으로 과장돼 표현된 결과일 것이다


용과 같이 6편에도 정치적 맥락을 떠올릴 수 있는 소재가 등장하는데 초야마토급의 전함과 전비횡령, 이를 근거로 한 정경유착의 묘사가 그것이다. 일본 사회는 오랫동안 족의원-관료-자본의 삼각동맹에 의한 정경유착을 대표적인 정치적 문제로 다뤄왔다. 일본의 정치개혁 논의는 정경유착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민당 내 파벌 구도를 깨는 것에 집중돼왔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상징하는 인물은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인데 그를 중심으로 한 금권정치의 실상을 1974년 고발한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가 지난 4월 사망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기도 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보도는 다나카 가쿠에이가 록히드 사건에 연루돼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계기가 됐는데, 다나카 가쿠에이는 총리직에서 물러나 수사를 받게 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막후에서 돈과 인맥으로 일본 정치를 주물러어둠의 쇼군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용과 같이 6편에 묘사된 흑막은 특정 인물을 그대로 모델로 옮겨 놓았다기 보다는 일본 정치의 이러한 현실이 오래 전 전쟁을 야기한 정치와 자본의 욕망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용과 같이 6편의 메인 스토리 구도는 그 자체의 완결성과는 별개로 명확한 자기 주장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용과 같이 7편의 경우는 일본 사회가 직면한 정치적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가령 앞서의 정경유착 구도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그것과 맞서 싸울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지도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쓰여왔다. 선출되지 않은관료와 그와 연합한 정치 파벌이 정경유착의 주범이라는 점에서 순수한 의미로의정치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화되기도 했다. 그러나대통령형 총리로 불린 나카소네 야스히로 이후 총리 관저의 권한이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지속적으로 확대돼 온 결과는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신자유주의 전면 도입과 아베 신조의 유례없는 장기집권 및 극우화로 치달았다.


용과 같이 7편에 등장하는 도쿄도지사 역시선출된 권력으로서 총리보다도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존재로 묘사된다. 그는 ‘3K 작전등으로 조직폭력배와의 전쟁을 벌이며 급진화 된 지지층을 동원하는 방식 등으로개혁을 내세우지만 그 실상은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구태정치 그 자체이다. 이는 최근까지 세계적 문제로 다뤄졌던 극우포퓰리즘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게 아마 제작진이 아베 신조, 이시하라 신타로, 하시모토 도루 등을 보는 시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용과 같이 시리즈 스토리의 핵심은 주인공이 이러한 사회 문제가 야기하는 현실적 갈등으로부터 자신과 주변의 삶을 지키기 위해 도망치다 결국 맞서게 된다는 것이다. , 정치사회적 문제는 이렇든 저렇든 주인공의 일상을 위협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행복을 지키기 위해선 결국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메인 스토리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제작진은 유저에게 상당히 비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게임에서 유저가 실체체험하는 것은 이러한 비장함과는 사뭇 다른 감각이다. 용과 같이 시리즈에서 등장인물들의 인생이 걸린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중서브 스토리미니게임등의 삼천포로 빠지는 일은 비일비재이다. 특히 이 요소들은 메인 스토리의 비장함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상적 소재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다소의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서브 스토리미니게임이 오히려메인스토리를 압도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 용과 같이 시리즈의 게임적 본질은 영화와 같은 메인스토리를 감상하면서 동시에 소소한 일상을 경험하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이것이야 말로 우리 일상 그 자체이다. 실제 삶에서 우리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뭔가 고민해야만 하는 순간을 만나게 돼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설혹 대통령이더라도 라면을 맛있게 끓이기 위해 물을 얼마나 넣을 것인지, 면과 스프 중 무엇을 먼저 넣을 것인지 등의 사소한 일상적 고민을 외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점에서메인스토리의 기준으로 보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요소들을 가득 넣어 놓은 현실은 울티마7 이후상호작용의 구현, 모로윈드식의 자기 서사 구성 등과는 별개의, ’자유도 구현의 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용과 같이 시리즈를 통한 체험과 우리의 일상이 갖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직업을 갖고 있는 현실의 우리는서브스토리미니게임을 오직 여가시간에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용과 같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전직 야쿠자는 무직자이기에 반복되는루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앞서의자유도는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구현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의 우리에게도 용과 같이 시리즈의 주인공 처럼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휴가를 내서 관광지로 여행을 떠난 경우가 그렇다. 일상으로 돌아가 해결해야 할 여러 복잡한 난제를 머리 속에 넣고 있는 상태에서도 우리는 도쿄 신주쿠, 오사카 도톤보리, 오키나와, 후쿠오카, 삿포로, 나고야, 요코하마 등의 거리를 거닐고 지역 음식 등 문화를 경험하면서 하루종일 즐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용과 같이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우리는 코로나19 시대에 일본 관광을 즐기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게 이 시리즈가 본질적으로 관광 게임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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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시사평론가로 활동하지만 게임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게이머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 『냉소사회』, 『레닌을 사랑한 오타쿠』, 『돼지의 왕』이 있고,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우파의 불만』, 『트위터, 그 140자 평등주의』 등의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최근작으로는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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