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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를 위한 게임을 향하여: 게임 접근성 문제

    게임 접근성을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관련 제도와 사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공공과 민간의 노력이 동시에 요청된다. 게임 접근성이 사회권 차원에서 제기되는 공공적 가치를 지닌 것이라면 공공이 먼저 관련 연구와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우리 사회의 게임 소외계층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고, 그들이 게임에 접근할 시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이용행태를 보이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 Back 모두를 위한 게임을 향하여: 게임 접근성 문제 03 GG Vol. 21. 12. 10. 1. 왜 여전히 게임 접근성이 문제인가 ‘장애인 게임 접근성’ 이슈가 2021년 국정감사를 뜨겁게 달궜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11월 14일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에 장애인 게임 접근성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콘진원 전체예산 중 장애인 사업관련 예산이 0.48%에 불과하며, 콘진원에서 2021년 한 해 동안 진행된 40여건의 연구 중 장애인 관련연구가 전무하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김재석, 2021. 10. 14). 물론 장애인 게임 접근성 이슈가 진공에서 등장한 것은 아니다. 당장 지난 4월만 해도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게임법 개정안이 발의(대표발의: 국민의힘 하태경)된 바 있고(이두현, 2021. 4. 20), 국정감사 직전 국회입법조사처에 의해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에 대한 정책적·산업적 고려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이하은, 2021. 10. 15). 2021 지스타(G-STAR)에서는 장애인 게임 접근성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다(김재석, 2021. 11. 18). 그동안 장애인단체나 시민단체, 소수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다른 매체처럼 게임에서도 접근성 향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있어왔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여전히 한국에서 게임 접근성 문제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부처나 업계, 그리고 연구자·비평가들의 의식 부족과 미흡한 추진력 탓이 크다. 게임에 대한 사회 전반의 반쪽자리 인식도 문제다. 산업으로서의 게임은 미래의 신성장 동력으로 찬양받아왔지만, 성장의 의미 그리고 향유문화로서의 게임은 사회담론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돼왔다. 향유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한 빈약한 담론수준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게임이 가 닿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긍정적이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게임 접근성이라고 했을 때 단순히 시리어스 게임(serious game) 정도와 연결해 생각하고 마는 경우도 많다. 물론 국내·외에서 장애인이나 노인 등을 위한 다양한 시리어스 게임이 개발되고 있음에도, 이러한 생각은 자칫 장애인만을 위한 게임을 고려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2. 해외의 사례들 해외사례들이 한국과는 다른 사회·정치·문화적 맥락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만능이 될 수 없음을 감안한다 해도, 게임 접근성에 대한 해외의 여러 시도들은 현재의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준다. 게임 접근성에 대해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같은 것은 없다. 여러 단체들의 활동과 연구를 중심으로 한 개별적인 시도들만이 있어왔다. 대표사례는 미국 에이블게이머재단(AbleGamers Foundation)의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실질적 지침(A practical guide to game accessibility)’이다. 에이블게이머재단은 2004년 설립된 국제협력재단으로, 장애가 있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활동목표로 삼는다. 다만 이들의 활동은 단순히 장애 플레이어가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시대에 배제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풍부한 사회적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에 개방된 소통과 교육, 연구 등을 수행하며, 웹사이트( ablegamers.org )를 통해 관련 커뮤니티 활동 등을 지원한다. 에이블게이머재단은 2012년 미국 장애인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people with Disabilities)에서 수여하는 헌 리더십 상(Hearne Leadership)을 수상했다. 또,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실질적 지침’ 제공을 통해 2013년 다발성경화증협회(MS Society)로부터 다 빈치 상(Da Vinci Awards)를 수상하기도 했다. 다 빈치 상 수상은 장애인을 위한 구체적 생산물이 아닌 일종의 기록-개념에 부여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실질적 지침’에는 운동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인지장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포함된다. 그리고 각 장애별 수준에 따라 다른 세부지침을 제공한다. 그 밖에 최근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모바일게임에 대한 지침도 별도로 마련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에이블게이머재단은 이후로도 비영리단체인 변화를 위한 게임(Games for Change)의 뱅가드 상(Vanguard Award, 2021), 여성 게이머 커뮤니티 게임허즈(gameHERs)의 로지텍 G 자선 상(Logitech G Charity of the Year Award, 2021) 등 여러 관련단체로부터 수많은 상을 받아왔다(에이블게이머재단 홈페이지, ablegamers.org ). * 에이블게이머재단 홈페이지( ablegamers.org ) 국제게임개발자협회(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 이하 ‘IGDA’) 내 GA-SIG(Game Accessibility Special Interest Group)의 가이드라인 역시 주목할 사례다. 1994년 창립된 IGDA는 미국의 비영리기구이나, 전세계 개발자들이 가입해 활동한다. 협회 안에는 특정사안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는 이들이 모인 다양한 SIG들이 있는데, GA-SIG도 그 중 하나다. GA-SIG은 게임 접근성 향상이 플레이어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게임 개발자나 퍼블리셔 등에게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게임 접근성이 플레이어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잠재적인 플레이어들을 유입하는 동기가 되며, 규제나 진흥의 쟁점을 조정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게임에 기반한 교육을 확대할 가능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GA-SIG의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다음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① 컨트롤러 재구성 허용, ② 대체 컨트롤러 지원, ③ 오디오 차원의 대안 제시(대체자막, 캡션, 컨트롤러 진동, 시각적 대기열 등), ④ 오디오 개별영역 조정의 허용(음악·음향효과·대화의 볼륨 등에 대한), ⑤ 높은 가시성 그래픽 제공, ⑥ 색맹 친화적 디자인, ⑦ 광범위한 난이도 및 게임속도 조정 옵션 제공, ⑧ 연습, 교육, 자유로밍, 튜토리얼 모드 허용, ⑨ 단순화된 인터페이스 제공, ⑩ 기타 확장목록(단위색상 설정, 셀프 보이싱 기능 허용, 오디오 GPS 고려 등). 이 가이드라인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회사를 대상으로 하며, 실제 개념과 설명 뿐 아니라 풍부한 사례 제시를 통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폭넓게 적용 가능하게끔 기획되었다(IGDA 홈페이지, igda-gasig.org ). * IGDA GA-SIG의 가이드라인( igda-gasig.org ) 국내에도 잘 알려진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Game Accessibility Guidelines)’은 유럽의 게임 연구자와 개발자 등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 가이드라인은 게임을 만드는 주체가 게임 플레이어들을 불필요하게 배제하는 것을 방지하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끔 하겠다는 목표를 지닌다. 에이블게이머재단의 지침과 마찬가지로 운동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인지장애를 고려하면서, 언어장애, 그리고 공통사항을 추가로 포함한다. 에이블게이머재단 지침이 장애별 수준에 따라 다른 세부지침을 제공한다면,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은 각 장애에 대해 단계별(기초-중급-상급)로 접근한다. *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 gameaccessibilityguidelines.com ) ‘게임 접근성’은 최근 20년 사이에 제기된 상대적으로 새로운 개념이다. 게임이 단순히 오락기능만을 갖는 수준에 머물지 않으며, 재활이나 교육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디지털 사회의 새로우면서도 주된 미디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본 해외사례들이 미국과 유럽을 주축으로 만들어졌다고는 해도, 일국적 차원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다. (IGDA의 경우 전세계 개발자가 함께 활동한다는 점, 그리고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의 경우 유럽 여러 나라의 게임 전문가들이 협력해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국제적 차원에서 진행된 협력의 결과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노력이 국제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게임을 통해 전개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그것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 동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3.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일차적으로는 장애나 노화로 인해 게임에 접근할 권한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열악한 조건으로 인해 누군가가 새로운 미디어 환경으로부터 불필요하게 배제되어서는 안 됨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에이블게이머 재단이 미국 장애인협회와 다발성경화증협회가 주는 상을 받게 된 것은, 게임 접근성이 단지 신체적·정신적 불편함만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기술적 환경으로부터의 배제와도 연결되는 부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낮은 접근성은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생산되는 결과물이다. 신체적·정신적 기능이라는 측면에 더해, 사회적·제도적 환경(의 미비라는) 측면, 그리고 인식(의 미흡이라는) 측면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지금 한국의 맥락에서처럼) 장애인에 대해서는 당연히 이뤄지면서, 보다 넓은 시각으로까지 확대돼야 함을 시사한다. 시각 확대를 위해서는 게임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살피는 일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소외계층은 통상적으로 신체적·세대적·경제적·지역적 약자로 구분되지만, 정확하게 어떤 개인이나 집단을 소외계층으로 분류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분류주체마다 이견이 있다. 더욱이 ‘게임’에서 소외계층은 다른 소외계층과 다른 것일 확률이 높다. 사회일반에서 소외계층으로 분류되기 어려운 개인이나 집단이, 게임에서는 소외계층일 수 있다. 급격한 사회변화, 미디어 환경 및 이용행태 변화, 코로나19(COVID-19) 확산 등으로 인해 게임 소외계층 개념의 확대 혹은 재규정이 요구됨은 말할 것도 없다. 즉, 앞으로의 게임 접근성은 ‘제약조건 하에서조차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정도’를 말하는 개념으로, 여기서 제약조건은 신체적·정신적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적·제도적 차원의 모든 조건을 아우르는 것이다. 게임 접근성은 사회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해, 포용, 시혜 차원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요청되는 하나의 사회적 권리 차원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이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국제적 흐름에 전혀 동참하고 있지 못하다면, 그것은 게임 접근성이 갖는 사회적 권리가 국가적 차원에서 경시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국의 게임산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기본적인 부분조차 챙기고 있지 못하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그러한 산업적 성장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게임 접근성 향상은 근본적이고 실질적이면서 구체적인 차원의 문제다(이동연·강신규·이광석·최준영·허민호, 2013). 게임 접근성을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관련 제도와 사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공공과 민간의 노력이 동시에 요청된다. 게임 접근성이 사회권 차원에서 제기되는 공공적 가치를 지닌 것이라면 공공이 먼저 관련 연구와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우리 사회의 게임 소외계층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고, 그들이 게임에 접근할 시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이용행태를 보이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해외사례를 참고해 한국적 맥락에서의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업계 및 플레이어들과 함께 만들어 가면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게임 접근성이라는 개념이 아직 낯선 것이므로 개념을 정립하고 관련 홍보 캠페인을 광범위하게 펼쳐나갈 필요도 있겠다. 민간의 경우 해외에서 진행되는 여러 활동들이 민간 재단이나 협회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게임 접근성을 높이려는 활동은 단기적으로 플레이어층을 확장하고, 장기적으로는 게임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초석이 된다. 정부부처 및 플레이어들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가이드라인을 게임에 반영하며, 광범위한 홍보 및 지원활동을 통해 게임 접근성을 다각도로 높여야 한다. 모두를 위한 게임이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에서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진정한 의미의 ‘게임 문화’가 시작될 것이다. 참고문헌 김재석 (2021. 10. 14). [국정감사] “콘진원 장애인 사업 예산 0.46%, 장애인 게임 접근성 미비하다”. 〈디스이즈게임〉. URL: https://www.thisisgame.com/webzine/news/nboard/4/7664556?n=134726 김재석 (2021. 11. 18). [지스타 2021] 누구나 게임을 할 수 있다! 장애인 게임 접근성 토론회 열려. 〈디스이즈게임〉. URL: https://www.thisisgame.com/webzine/news/nboard/4/?n=137353 이경혁 (2021. 10. 30). 디지털 게임의 접근성 문제. 〈경향신문〉. URL: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10300300015/?utm_campaign=list_click&utm_source=reporter_article&utm_medium=referral&utm_content=%EC%9D%B4%EA%B2%BD%ED%98%81_%EA%B8%B0%EC%9E%90%ED%8E%98%EC%9D%B4%EC%A7%80 이동연·강신규·이광석·최준영·허민호 (2013). 〈게임 소외계층의 웹접근권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두현 (2021. 4. 20). 하태경 의원, ‘장애인 게임접근성 향상법’ 대표발의. 〈인벤〉. URL: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54742 이하은 (2021. 10. 15). 260만 장애인, 게임 이용 어려워··· 접근성 개선 목소리 높아. 〈시사저널e〉. URL: http://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38766 에이블게이머재단(The AbleGamers Foundation) (ablegamers.org)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 (igda-gasig.org)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Game Accessibility Guidelines) (gameaccessibilityguidelines.com)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강신규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게임, 방송, 만화, 팬덤 등 미디어/문화에 대해 연구한다. 저서로 <흔들리는 팬덤: 놀이에서 노동으로, 현실에서 가상으로>(2024), <서브컬처 비평>(2020), <아이피, 모든 이야기의 시작>(2021, 공저), <서드 라이프: 기술혁명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2020, 공저), <게임의 이론: 놀이에서 디지털게임까지>(2019, 공저) 등이, 논문으로 ‘<체인소 맨>의 한국적 수용과 문화적 증폭’(2026), ‘극사실주의의 게임적 재구성: <나는 SOLO>의 상호/텍스트성과 수용구조’(2026), ‘이기지 않아도 재미있다: 부모-자녀 게임 플레이의 사회성과 행위성, 그리고 분투형 플레이’(2024),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는 팬덤: 아이돌 팬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2022) 등이 있다.

  • 기억을 구성하는 다양한 방법 : 게임에서 기억을 다루는 이유 - When The Past Was Around

    이별은 사랑이 지나간 자리다. 어떤 이는 이별 후 그 사랑의 기억을 영원히 지우고 싶어 하지만, 어떤 이는 기억 속에서 그 사랑이 어땠는지를 끊임없이 되짚는다. 신기하게도 그 기억들은 언제나 정서와 함께 남는다. 그래서 명확하지 않고,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어쩌면 모든 기억은 '데이터화되지 않았기에' 살아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감정과 기억이 늘 함께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기억은 데이터가 아니고, 명확하지 않으며, 감정과 함께이기에 비로소 추억이 된다. < Back The Many Ways of Composing Memory: Why Games Take Up Memory — When the Past Was Around 31 GG Vol. 26. 8. 10. What is the most universal, most popular subject of stories the world over? Probably the word that has just come to mind: love. Love is the commonest subject of stories, and its forms are accordingly many. And since stories of love abound, stories about the place love leaves behind are bound to be just as popular and universal. We commonly call it parting. Parting is the place love has passed through. Some, after parting, wish to erase the memory of that love forever; others endlessly retrace, in memory, what that love was like. Strangely, those memories always remain accompanied by feeling. So they are imprecise, and may differ from fact. Perhaps all memory is alive precisely because it has not been datafied. This must be why the emotion called love and memory always surface together. Memory is not data; it is imprecise; and because it comes with feeling, it finally becomes remembrance. What happens when such memory and feeling are made into a game? Apart from any designer’s intent, have you ever imagined what a game that structures love and parting as memory would look like? When the Past Was Around , made in 2020 by Mojiken Studio, is a game in which the player, standing in the protagonist’s place, traces the remains of love and parting, with memory and feeling at its center. Play proceeds through simple, escape-room-style puzzles without a single line of dialogue, yet this form — climbing back up through memory, recalling the decisive moments of a relationship — makes for a finely wrought work that unravels the entanglement of feeling, memory, and relation with great delicacy. It is not simply a gamification of memory; it is a work that shows how memory takes digital concrete form, and how that returns again to each player’s own memory and remembrance. The Restructuring of Memory, Followed through Play The game opens with the story of its protagonist, Eda. It is distinctive in having no dialogue — the story advances on melody — and play begins in earnest at the scene of meeting a shadow-like being locked in a golden cage. Free him from the cage and a door opens; the feathers collected in solving puzzles gradually reveal who he is. The player, in other words, is brought face to face with the memories and feelings Eda has hidden away, and plays out how those memories are to be remembered. With its short playtime (about two hours) and simple puzzles of key-finding and code-breaking, the game is not especially difficult. It is, in truth, the story of Eda retracing the memories of love and parting to overcome the pain of loss after her lover’s death. The player experiences Eda’s memory through space. Solving puzzles gathers feathers, through which we see Eda and her late lover, Owl, meet, go out together, and — musicians both — resonate with and remember one another. Perhaps because the two are musicians, music threads the game’s central narrative: repairing a music box, playing notes in the right order — most of the puzzles are bound to music. Within this narrative carried by music, Owl — the beloved locked in the golden cage — is somehow not quite right. The early rooms are bright and cozy and their puzzles very easy, but as the game moves into other spaces — that is, as it draws nearer the present — it darkens. The play itself becomes a play of grief and pain: objects hurled, flowerpots smashed. With the lover’s death, at last, the player comes face to face with the fact that the memory of love was a parting. Only then do players understand why Eda locked Owl — her lover — inside the golden cage. The memory caged to evade pain and grief, this game makes us witness directly, reconstructing it and facing it again. Only so can the next page be turned. Why We Play Memory Henri Bergson distinguished memory into the whole of the past, preserved virtually, and the image-memories summoned by the needs of the present. Parting is a process in which the object must be gradually released — sent away from oneself. In Freud’s language this is normal mourning; fail to pass through it, and one becomes trapped in the state of incorporating the object into the ego without letting it go — in melancholia. This game lets us know, through play, what it is to be unable to receive loss as loss. Perhaps it is a consolation for those who have lost, and a guidebook to how one might separate the lost object from oneself. Eda quietly shows us that letting go is something made from remembering. Players send Eda’s memories off by recalling them one by one, and in the end Eda detaches Owl — the object of mourning fused with her — from herself and faces her whole self. A game that begins from the universal narrative of love and parting becomes, through play, the lived experience of one person’s process of mourning. The concept of looking into private memory and carrying mourning forward through play is also an operation that makes the gamer recognize that accepting loss is never something “natural.” Traditionally, mourning has been regarded as an eminently passive process of enduring the passage of time. The pain of loss will fade as time passes, so what matters is to endure — that was the prescribed resolution. In this game, however, loss and mourning are performed through play. Mourning, too, can be a labor and a practice. Loss is never healed naturally; it demands conscious, repeated work. Gamers undo locks, open drawers, gather feathers, and meet memory. Facing it, Eda learns that holding the past captive in a cage is no way to move forward. Eda had, moreover, given up music after the death of the lover who was her companion. In the fourth chapter she tries to play, alone, the song that holds their memories; when the notes will not come, she hurls her instrument to the floor. In the final chapter Eda does not simply grieve the past: she faces why she was engulfed by grief, how after her lover’s death she lost not only him but herself, and how clinging to the past has been shaking her present life entire. Eda’s personal memory, through play, becomes a shared one, lets us live the process of mourning vicariously, and comes to work as a communal consolation for a universal grief. Digitized Information, the Act of Remembering What the game provides are datafied fragments; recalling love or loss upon seeing them is entirely the player’s own doing. By the same token, clearing Eda’s memories means Eda’s mourning has ended — not the player’s. That may rather be the moment the player’s own memory, and mourning, begins. Perhaps, after the credits end and the screen goes dark, we will find ourselves recalling the golden cage of memories we have kept in our own hearts. Paradoxically, at the moment the game’s structure of memory reaches completion, real remembering may begin in the human head beyond the screen. We digitize, on the whole, a great many memories. Memories within countless social media accumulate as photographs, video, audio recordings. Yet recalling those masses of datafied photographs and clips voluntarily — or feelingly — has become, if anything, harder. The mere fact that memory is already stored in the digital has numbed the process of calling those days back. The digital can store memory with limitless precision, but that is information, not remembrance. Human experience may be alive precisely because it never reaches completion. Indeed, the lover is remembered in Eda’s memory as an owl precisely because he is not a stored photograph or datum. To her, Owl was a lover, and a beautiful bird who kept watch over the night. The aesthetic of remembering that When the Past Was Around extends may be just this: the memory of the past always makes its appeal together with a person’s own, subjective feeling. To play a game is not merely to receive a digitized game world; it is to retrace what belongs to the human alone, made in the playing. Within precisely engineered pixels and code, the player — the human — summons feelings of their own that cannot be coded. To play may be to remember; and remembering, in the end, may be something only humans can do. Tags: 애도와 상실, 웬 더 패스트 워즈 어라운드, 이스케이프룸 게임, 인디 게임, 앙리 베르그송, 프로이트, When the Past Was Around, Mojiken Studio, Grief in Games, Indie Game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Minji Jang A fan-media researcher who believes in otaku evolution (the theory that otaku evolve mentally, physically, and technically). Graduated from th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at Ewha Womans University, and received both a master's and a doctoral degree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specializing in Visual Communication. In 2015, received the Academic Award from the Korean Women's Communication Association for the doctoral dissertation "A Life of Dwelling in a Liquid World: The Meaning of Home and the Process of Place-Making among Women in Their Twenties and Thirties as Young Migrants," and in 2016, received the Award of Excellence at the Korea Broadcasting Critics Awards from the Korea Broadcasting Writers Association for "The Public's Fantasy of Nonhuman Characters."

  • 보는 게임, 그 충족되지 않는 욕망 - 핀볼과 월드플리퍼 사이에서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다. 인류는 대부분의 시간을 희소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살아왔다. 쾌락에는 상대적 희소성이라는 맥락이 필요하며, 너무 많으면 지루해진다. 무엇보다 쾌락이 ‘래칫 효과(rachet effect: 수준이 한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지 않는 효과)’를 일으켜, 자연과 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상품화되지 않은 쾌락을 밋밋하게 만들어버린다. 포장된 쾌락은 전에는 귀하고 드물었던 것을 흔하고 따분한 것으로 만든다. 결국 포장된 쾌락 바깥 세계에 대한 흥미가 점차 약해지며 우리는 더 이상 그 세계를 열망하지 않게 된다. 내가 〈몬스터헌터 라이즈〉를 즐길 수 없는 것은 어쩌면 〈월드플리퍼〉의 포장된 쾌락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Back 03 GG Vol. 21.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angwoo Lee Graduated from the Department of Creative Writing at Chung-Ang University and wrote a master's thesis on video games in graduate school. Has thought about video games for a long time since, working to render the fascinating experiences games offer into prose. Contributes writing not only on games but across a range of fields; a related book is Game, Gamer, Play: Reading Games through the Humanities.

  • [인터뷰] 인도 게임 문화의 태동기: 크래프톤 인도 퍼블리싱실 이민우 실장

    그렇게 대회를 열었더니, 참가 수뿐만 아니라 동시 시청수도 엄청났어요. 최고 동시시청자 수가 40만 명을 넘겼고요. 총 시청 수는 2억 5천만을 넘었었어요. 그정도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가 인도에서는 지금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고, 지금 에코 시스템( 누구나 e-스포츠를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이미 구축이 되어 있습니다. 'Nodwin Gaming','Tesseract Esports' 같은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실력있는 업체들이 이미 이스포츠 에코시스템에 참여하고 있고요. < Back [인터뷰] 인도 게임 문화의 태동기: 크래프톤 인도 퍼블리싱실 이민우 실장 06 GG Vol. 22. 6. 10. 크래프톤의 PUBG(이하 배틀그라운드)는 2021년 인도에서도 대흥행을 일궈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출시 일주일 만에 34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으며, 하루 최대 이용자 수는 1600만 명을 기록했다. 독특한 게임성과 애자일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서 명성을 얻 었던 배틀그라운드였기에, 성공 사례가 늘어난 것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그 대상이 인도 시장이 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 사회에서 인도의 게임 시장과 인도 사람들의 게임 문화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어떻게 인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기술적, 매체적 환경이 배틀그라운 드를 즐기기에 적합할까? 인도 사람들은 평소에 어떤 게임을 즐길까? 배틀그라운드의 게임성이 인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문화적 장벽은 없었을까? 이와 같은 의문들을 품으며, 편집장은 이번에 크래프톤의 인도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인도퍼블리싱실의 이민우 실장을 만나고 왔다. 편집장: 현재 한국에서는 인도의 게임 문화에 대한 담론이 사실상 거의 만들어지지 않은 형국입 니다. 여기에 오면 인도 게임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 찾아왔습니다. 이민우 실장 : 네. 먼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의 출시 히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해드리면, 인도 정부에서 유저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전송되는 것을 막는 다는 명분으로, 두 차례에 걸쳐 177개의 앱을 차단했었어요. 그때 당시 텐센트가 인도지역에서 퍼블리싱하던 PUBG 모바일도 차단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텐센트에 부여한 인도 퍼블리싱에 권한을 철회하고 크래프톤이 인도 시장에 맞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인도의 서비스를 직접 운영한다고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1년 가량의 노력 끝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라는 게임을 작년 7월에 런칭 하게 되었습니다. 런칭 준비과정에서 인도 정부가 가진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 게임은 한국 회사인 크래프톤이 IP를 온전히 소유하고 있는 한국 게임이며 인도 유저의 개인 정보는 크래프톤이 직접 안전하고 적법하게 관리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으로 런칭을 할 수 있었고 올해 7월에 서비스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는데 여전히 잘 되고 있어요. 편집장: 저도 배틀그라운드를 오래 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입장에서, 사실 인도에서 성공을 했다는 얘기가 조금 놀라웠습니다. 한국에서는 인도가 주요 시장으로 주목받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이 서비스를 담당하시는 분은 어떻게 처음 인도에 관심을 가지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민우 실장 : (배틀그라운드 성공에 있어) 인도 게임시장의 성장 배경을 조금 이해하셔야 하는데, 이제 인도의 경우는 대게 Ludo 등 테이블 게임을 유저들이 주로 플레이 하고 있었어요. 즉, 전략 게임이나 테이블 게임처럼 스마트폰의 사양을 거의 요구하지 않는 게임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는데, 2016년 무렵에 인도의 Jio라고 한국의 SK텔레콤에 준하는 큰 통신사가 있거든요. 그 통신사가 데이터 통신 요금을 거의 공짜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뜨려 버렸어요. 그러면서 데이터를 아주 저렴하게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이 됐고요. 그와 맞물려서 삼성이나 샤오미 같은 글로벌 스마트폰 브랜드들이경쟁적으로 인도를 타겟팅한 저가형 모델들을 출시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고사양의 모바일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저렴한 스마트폰들이 인도에 출시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같은 고사양 네트워크 게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거예요. 그러면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라는 게임이 인도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인도에서 그냥 ‘게임’이라기보다는 우정을 상징하는 게임으로 포지셔닝되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과 인도 사람들의 플레이 스타일은 굉장히 다른데요. 한국 사람들은 랭킹을 올리거나 치킨을 먹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정성을 다하잖아요? 그런데 인도 사람들은 배틀그라운드 안에 펼쳐진 가상의 세계에 대해 충격을 받으면서 거기를 모이는 수단으로 삼게 된 거예요. 음성 통신이 되는 게임이잖아요? 꼭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네 명이 모여서 에란겔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인도 사람 들에게는 굉장히 새로운 경험을 만든 것입니다. 편집장: 애초에 인도에는 보이스 채팅이라는 개념이 없었나요? 이민우 실장 : 많지가 않았어요. 특히 게임에서 적극적으로 보이스 채팅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가 거의 처음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에란겔의 주요 위치에 가서 놀고, 자동차를 타 고 돌아다니며 대화를 하는, 일종의 소셜 네트워킹을 하는 수단이 돼버린 거예요. 저희가 이 점 을 이해를 하면서 방향 자체를 ‘우정’, 친구들이 모여서 같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다 보니까 게임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를 뚫어버리고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편집장: 저는 인도식 플레이를 하는 것 같네요. 저도 그렇게 플레이를 하고 있거든요. 이민우 실장: (웃음)그런 재미가 또 있지요. 인도 사람들도 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니까 게임이 성장했는데, 환경적 요소도 영향을 미쳤어요.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했잖아요. 그때부터 (게임의 성장이) 하늘을 뚫어버린 거예요. 친구들을 보고 싶으니까 거기서 만나서 게임을 하고, 이야 기도 하고 그런 문화가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를 출시하고 나서도 그 포지셔닝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우정을 위한 수단이다’는 그런 내용으로 계속 이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편집장: 그러면 한국하고 큰 차이가 느껴지는데요. 한국은 이제 인프라가 워낙 좋은 상황에서 게임 문화가 시작됐잖아요? 예를 들어 한국의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게임 문화가 성장할 때 피시방이 굉장히 큰 역할을 헀죠. 그런데 인도에는 PC 게임 인프라가 어떤 상황인가요? 이민우 실장: 시장이 굉장히 작습니다. 최근 기사를 검색해 보시면, 인도의 모바일 게임이 전체 게임 시장 점유율에서 85% 이상인 것을 보실 수가 있어요. 인도는 아직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고가의 PC를 장만한 PC방들이 있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에요. 간혹 PC방을 찾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PC방이 전혀 아니죠. 물론 모바일폰도 원래는 비싼 건데, 인도 시장을 위해서 중저가 스마트폰이 나오고 데이터가 싸다 보니까 인도에서 모바일 게임이 활성화된 건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 었다고 합니다. 여전히 PC나 콘솔은 매우 미약한 상황입니다. 편집장: 저가형 스마트폰이 풀렸다고 하지만 배그 모바일도 아주 낮은 사양의 게임은 아니잖아요? 그런 문제는 없었을까요? 이민우 실장: 여전히 어려움은 있어요.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2GB 이상의 램을 요구하는데, 여전히 절반 이상의 유저들이 2GB 미만의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게임 자체의 다운로드 용량이 워낙 커요. 2.5GB가 넘거든요. 그러니까 저장 용량이 작은 스마트폰은 여전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점점 더 같은 가격대에서 성능이 좋아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곧 해결된 문제이기는 하지만, 현재로는 아직도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는 유저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것을 바꿔 말하면 포텐셜이 엄청난 거예요. 스마트폰을 바꾸는 주기가 되면 같은 예산에서 살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배틀그라운드가 되기 시작하니까 유저들이 계속 늘어날 거라고 생각을 해서 내년이나 내후년을 희망차게 보고 있습니다. 편집장: 그러면 이렇게 봐도 될까요. PC 게임 경험이 사전에 두껍게 형성되어 있었던 나라도 아니고, 모바일이라는 인프라가 딱 만들어졌을 때, 마침 배틀그라운드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가 깔리는 시점에 확산되었던 스타크래프트와 유사한 느낌이 나는데요. 이민우 실장: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저도. 그러면서 e-스포츠도 융성했는데, 마찬가지로 크래프톤도 e-스포츠에 굉장히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현재의 인도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 스타들은 굉장하거든요. 사례를 소개해드리자면 저희가 새로 런칭을 하고 나서 처음으 로 인도 대회를 했어요. ‘배틀그라운드 인디아 시리즈’라는 대회를 했는데, 몇 팀이 참가 신청을 하셨는지 아세요? 편집장: 아... 모르겠네요. 이민우 실장: 10만 팀. (일동 감탄과 웃음) 그게 오픈 대회잖아요. 등록자 수로만 보면 70만이고, 스쿼드가 구성된 팀만 봤을 때도 10만팀이 신청했어요. 편집장: 우리와는 규모가 다르군요. 관리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이민우 실장: 고생했죠. 그렇게 대회를 열었더니, 참가 수뿐만 아니라 동시 시청수도 엄청났어요. 최고 동시시청자 수가 40만 명을 넘겼고요. 총 시청 수는 2억 5천만을 넘었었어요. 그정도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가 인도에서는 지금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고, 지금 에코 시스템( 누구나 e-스포츠를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이미 구축이 되어 있습니다. 'Nodwin Gaming','Tesseract Esports' 같은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실력있는 업체들이 이미 이스포츠 에코시스템에 참여하고 있고요. 그리고 e-스포츠를 통해서 자신들의 위치를 키우려고 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들, 예를 들어 ‘Loco’처럼 우리나라로 따지면 아프리카TV 같은 스트리밍 회사들도 에코 시스템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관련 산업들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편집장: 그런 스트리밍 환경도 PC 인프라보다는 시청이나 중계도 모바일 쪽으로 많이 형성이 되어 있겠군요. 이민우 실장: 물론입니다. 유저들이 시청할 때도 모바일로 유튜브를 보거나 아니면 ‘Loco’라는 플랫폼을 통해 서 보거나 이런 식이죠. 편집장: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한국에는 너무 안 알려져 있어요. 인도 게임 시장에 관한 기사만 있지 그 안의 맥락들이 나오질 않는 거죠. 그런 맥락에서 궁금한 점들을 더 여쭤보고 싶은데요. 저희가 일반적으로 인도는 굉장히 빈부 격차가 심하고, 계급 문제도 얽혀 있으며, 도농 격차도 크다고 알고 있는데요. 편집장: 그러면 모바일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그런 격차들이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당연히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말 아무 스마트폰으로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지만 인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여전히 장벽이 있거든요. 실제로 저희 게임의 유저들을 보면, 티어1 도시, 예를 들어 뭄바이나 델리 등 대도시 중심으로 유저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요. 그리고 티어2도시, 티어3 도시는 여전히 불모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올해부터 티어2 도시 중심으로 TV 광고를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는 지금까지 유튜브나 SNS를 사용해서 주로 홍보를 하다보니 이미 인프라가 깔려있는 티어1 도시 중심으로 진행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이제 티어2나 티어3 쪽 도시에 옥외 광고나 TV 광고 등에 리소스를 투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직도 갈 길이 먼 거죠. 편집장: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또 많은 문화적 특징을 만든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카스트 제도에서 기인하는 영향은 없을까요? 이민우 실장: 그것은 찾아보기가 조금 어려워요. 일단은 게임 안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인도에서는 상대방의 카스트를 성(姓)을 보고 파악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편집장: 아, 이름에 들어 있는 거군요. 이민우 실장: 네. 이름 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그런데 게임 안에서는 이름을 안 쓰잖아요. 그래서 상대방의 카스트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그 이슈는 없을 수 밖에 없는 거죠. 편집장: 와. 전혀 저희가 알지 못했던 지점이네요. 그러면 ‘나는 카스트가 높은데, 이런 하급 계 층과 섞여서 게임을 해야 하나?’와 같이 구분을 짓는 경우는 많지 않나요? 이민우 실장: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틀그라운드는 티어1 도시에서 많이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도시에서는 이제 그런 경우를 찾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해요. 편집장: 저는 카스트가 게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로 현실의 계급이 두꺼워도 여기서는 안 보일 수 있겠군요. 이민우 실장: 네. 일반적으로는 게임이라는 것은 그런 게 필요가 없는 세상이니까요. 편집장: 그럼 조금 더 본격적으로 게임에 관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도 게임’에 관한 연구를 찾아보면 그나마 많이 나오는 것이 ‘차투랑가’와 같은 보드게임인데요. 어떻게 보면 보드게임의 원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게임들이 만들어낸 인도의 게임 문화가 오늘날에 도 영향을 미치는 지점이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저도 그 지점에 대해서 공감을 하는 게 지금 인도에 압도적인 인기 1위 게임은 ‘루도킹’ 이거든요. 전략이 필요한 테이블 게임인데요. ‘이것이 인도의 전통 놀이문화에 되게 가까운 게임이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닐까’, ‘그런 류의 게임들이 일상생활에 널리 퍼져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편집장: 그러면 어떤 인도에서는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외에 어떤 게임들이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가 궁금한데요. 이민우 실장: 아직은 다른 장르들이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어요. 물론 인도에서도 리얼 머니 게임은 지금도 여전히 인기예요. 현실의 돈을 가지고 게임을 해서 환급받을 수 있는 그런 게임들 은 되게 많아요. 그러나 이 게임들은 실질적으로 게임성이 조금 다른 것 같고요. 이제부터 하나 씩 나올 것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그래서 올해 흥미롭게 관찰해 볼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라이엇의 모바일 게임 장르가 과연 인도에서 통할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인도의 게임 시장이) 주목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전략 요소가 반영된 액션 게임들은 좀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슈팅 게임. 슈팅 액션 게임들은 인도에서는 기본적으로 유저들이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편집장: 글로벌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3매치’류라던가 이런 것들도 현지에서 반응이 비슷한가요? ‘캔디 크러시 사가’ 같은 게임들이요 이민우 실장: 아, 그건 인기가 있어요. 그런 게임은 인기가 많습니다. 편집장: 그런 지점은 세계 공통이군요. (웃음) 문화적 차원에서의 질문이 나와서 여쭤보고 싶은데, 한국 같은 경우도 그랬잖아요? 게임이 한창 유행할 때, 소위 ‘기성세대’가 굉장히 싫어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배그 모바일로 시작된 인도 젊은 사람들의 게임 붐에 대해서 비슷한 반응들이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맞아요. 정확하게 보셨어요. 실제로 인도의 부모님들이 자신의 아이가 게임에 빠져 있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 정치인들도 이런 이슈들을 픽업해서 금지 청원 같은 걸 내면서 자신을 알리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실제로 부모님들은 걱정이 있을거예요. 왜냐하면 전에 보지 못했던 일인 거잖아요. 이렇게 게임이 사회적 이슈가 되다 보니까 많은 부모님들의 걱정이 큽니다. 그래서 저희는 더 책임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출시하면서 대대적으로 바꾼 게 어떤 거냐면, 미성년자들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버렸어요. 하루에 3시간 이상 못해요. 물론 저희 입장에서는 지표가 중요하고, 미성년자가 일반적으로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니 욕심은 있지요. 그러나 큰 관점에서 생각해 봤을 때 게임이 오래 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시간 플레이하면 경고 메시지가 뜨고요. 3시간 플레이하면 그냥 바로 차단됩니다. 또, 미성년자가 처음에 게임을 등록할 때 부모님 전화번호를 넣게 해서 공지가 갈 수 있게 조치를 했고요.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배틀로얄 장르의 슈팅게임이다보니까 “이것은 실제 배틀로얄이 아니라 가상 현실에서 벌어지는 게임입니다”는 안내문도 넣어서 혹시나 착각하지 않도록 장치들을 넣고 있습니다. 이민우 실장: 또 여러 가지 소셜 액션들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사실 저희가 소셜 리스폰시블리 캠페인(Social Responsively Campaign)을 해서,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기업으로의 역할을 위해 게임중독 방지에 대한 광고를 진행했고 이걸로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라고 범태평양 국제 광고대회에서 그랑프리 포함해서 7개의 상을 받았거든요. ( https://www.youtube.com/watch?v=NP-uLAZ o1yc) 이런 시리즈가 이 광고 말고도 ‘책임감 있게 게임하자’, ‘너무 중독성에 빠지지 말자’, ‘한 번씩 누워 봐라. 하늘을 보고 친구를 만나라’는 메시지들을 담고 있어요. 사실 저도 이 광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팀원들은 우리가 게임을 많이 하게 하도록 많은 홍보를 하고 있는 마당에 게임을 하지 말자고 메시지를 내는 게 맞냐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국은 중장기적인 관점, 그리고 건전한 게임 환경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실제로 해야 되고, 그걸 보여줌으로써 부모님들을 우리 지지자로 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이 돼서 광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P-uLAZo1yc 편집장: 저는 이 광고를 보면서 ‘이건 스웩이 아닌가. 게임을 재밌게 만들어서 계속하게 만들어 놓고 적당히 하라는 말은 게임이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오니까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민우 실장: 그렇게 보시면 감사하지요. 편집장: 다른 문화적 질문을 하나 더 드려보면, 어쨌든 다른 대중문화와도 점유 시간의 측면에서 계속 부딪히게 될텐데 인도하면 우리는 보통 영화만 생각을 하잖아요? 인도에서 다른 대중문화들과 게임을 비교한다면 비중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저희가 별도로 연구한 것은 없어서 구체적인 수치로 말씀을 드리긴 어렵겠지만, 실제로 아직 게임이라는 건 인도에서 그리 취미로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습니다. 엄청난 성장폭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요. 여전히 사람들은 TV를 보고 책을 읽거나 발리우드 영화를 보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고 최근에는 당연히 넷플릭스 등의 OTT도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게임은 그 다음 정도에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편집장: e-스포츠가 자주 언급이 되었는데요. 인도에도 한국의 페이커나 임요환과 같은 간판 스타가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아주 많습니다. 지금 인도 e-스포츠에는 예를 들어서 이제 Jonathan이나 Mortal, Scout 등등 이런 친구들이 두각을 보이며 스타가 되기 시작했어요. 물론 한국에서 페이커 정도의 위상은 아직 아니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자리를 잡아서 방금 말씀드린 정도의 선수라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들도 조금씩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 혹시 한국처럼 e-스포츠로 이름이 알려진 선수가 다른 방송에 나오거나 하는 사례가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실제로 Jonathan이라는 선수는 Vivo라는 스마트폰 회사의 메인 모델이었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자기 부모님께 고가의 아파트를 사드렸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만 봐도 대충 감이 오시잖아요? 스마트폰 회사의 광고라면 사실은 굉장히 톱스타들이 하는 거니까요. 편집장: 그러면 아예 기성세대도 모르는 건 아니군요. 이민우 실장: 물론 Vivo도 인도의 1위 업체가 아니고 삼성, 샤오미, 다음, 다음 정도 되는 위치이긴 합니다. 그리고 게이밍 폰이라는 특수성에서 기인했던 점이 있지요. 타겟 자체가 그러다 보니까 모델이 된 것이고, 당장 ‘샤룩칸(Shah Rukh Khan)’ 같은 발리우드 배우나 이런 사람들하고 비교할 수준은 아닐 거예요. 그래도 이제 점점 달라지고 있는 거죠. 최근에 제가 지난번에 인도 갔을 때 이제 ‘갓라이크 이스포츠(GodLike Esports)’라고 굉장히 잘 하는 팀이 있어요. 그 팀에 발리우드 스타들 관리하는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회사가 붙었더라고요. 그래서 e-스포츠 선수들의 위상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편집장: 그러면 생활 스포츠로서 대학 리그라던가 그런 것들도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그게 아까 전에 말씀드린 ‘인디아 시리즈’는 크래프톤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이벤트잖아요? 그것 말고 다른 업체들이 e-스포츠 이벤트들을 막 많이 열어요. 동네 대회나 대학 대 회 같은 것들이죠. 그러면 저희는 승인을 하는 입장인데, 하루에 대회가 40개씩 일어나고 있어 요. (웃음) 풀뿌리 대회들이 어마어마한 거죠. 그중에서는 이제 상금 규모가 상당한 대회도 있고요. 편집장: 그러면 프랜차이즈화도 생각을 하고 계세요? 이민우 실장: 사실은 돈을 벌고 수준을 높이려면 프랜차이즈가 정답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검토는 계속하고 있는데, 현재로는 제가 봤을 때에 자생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당장 돈 버는 것보다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돼서 여건을 만들어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편집장: 그러면 배틀그라운드 말고 다른 e-스포츠도 존재하나요? 이민우 실장: 지금 배그 정도로 유의미한 e-스포츠는 없다고 보시면 돼요. 아마 시청률이나 시청자 수로 봤을 때 크리켓 다음의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어요. 편집장: 인도에서 크리켓 다음이면 어마어마하네요. 혹시 코로나로 어려움이 있지만 대형 오프라인 대회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이민우 실장: 올해 계획은 없어요. 그렇지만 얼마 전에 크래프톤에서 투자한 ‘Nodwin Gaming'과 ‘Loco' 회사가 합작해서 오프라인 대회를 했고요. 관중이 있는 대회는 내년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어요. 편집장: 옛날 10만 명이 모인 광안리의 스타리그처럼 분기점이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민우 실장: 인도에서 코로나 전에는 대회 한 번 하면 경기장에 미어터졌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내년도에 대회를 하게 되면 또 어마어마한 관객들과 열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러면 인도의 e-스포츠 안에서도 개천에서 용나는 맥락이 존재할까요? 이민우 실장: 대개는 그래요. 아무래도 귀한 집에서 귀하게 자란 애들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엄청나게 연습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스타 선수들도 보면, 되게 환경이 어려운 집안에서 맨날 게임한다고 욕을 먹으면서 열심히 연습하던 선수들이 많거든요. 그런 스타들이 보여주는 게 되게 강렬해요. 이렇게 새로운 직업군으로, 성장할 수 있는 커리어로, 스타가 될 수 있는 길로 각광을 받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예전에 비슷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Mortal이라는 선수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중간 즈음에 그의 어머니가 행복한 표정으로 ‘I'm MortaL's Mom...I'm MortaL's mom’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러한 장면이 e-스포츠가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편집장: 그렇군요. 저희가 사전 조사를 하면서도 한국 사회가 인도 게임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좋은 이야기들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효율, 계산 가능성 그리고 민맥싱

    테크 전문 월간지인 와이어드WIRED는 지난 3월 [1](효과/효율적 이타주의의 종언)이라는 장문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째서 특정한 철학 사조를 비판하는 철학자의 글이 기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잡지에 실리게 됐으며, 이토록 큰 관심을 유도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효과/효율적 이타주의(통칭 EA)가 처한 특수한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EA는 실리콘 밸리의 유력한 엔지니어들과 테크 억만장자들(이 두 그룹은 종종 겹친다.) 사이에서 이미 실질적인 종교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Back 18 GG Vol. 24. 6. 10. Tags: 민맥싱, 최적화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Wombat A freelancer who does odd jobs of all kinds. Interested, fittingly, in all kinds of odds and ends. With games, the interest runs especially deep.

  • 감염, AI, 그리고 <발더스 게이트>

    적어도 분명한 것은, 앞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이제 인류는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든 피할 수 없는 위협으로 다루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가끔은 망상하듯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가령 고타쉬는 현실의 누구인가? 우리 곁의 ‘황제’는 누구 혹은 어떤 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당신을 현혹하고 있는가? < Back 감염, AI, 그리고 <발더스 게이트> 15 GG Vol. 23. 12. 10. 올해는 <발더스 게이트 3>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CRPG의 부활과 같은 분위기에 많은 올드 게이머들이 환호했다. 전투 시스템 등에서는 <발더스 게이트>의 이전 시리즈작보다는 라리안 스튜디오의 전작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 2>을 떠올리게 만들긴 하지만, 뭐 어떤가.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가 정식 넘버링을 달고 돌아왔으면 그만이다. 열정적인 일부 게이머들이 자체 한글화에 나서 많은 한국 유저들도 불완전한 한글 상태에서나마 게임을 즐길 수 있었고, 결국 공식 한국어 지원 소식이 전해지는 데에 이르렀다. 굉장한 일이다. <발더스 게이트 3>는 게이머가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만 따지자면 거의 모든 것을 갖춘 게임이다. CRPG 장르의 팬들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의 구현은 기본이다. 이게 아름다운 그래픽과 성우들의 열연으로 장식돼있다. 불행한 흡혈귀부터 전작에 등장했던 미니어쳐 거대 우주 햄스터의 절친까지, 흥미로운 동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들 각자의 스토리를 함께 경험하는 것은, 물론 스토리상 다소 빈 구멍이 있는 듯 느껴지는 대목도 있지만, 어찌됐든 요즘 말로 ‘뽕이 차오르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는 D&D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기에 현실 세계와의 접점이 거의 없어보이지만, 그럼에도 창작과 그것을 비평하는 방법론의 차원에서 보면 현실과의 접점에 주목하면서 작품의 이해를 넓히는 방식이 유효할 때도 있다. 소위 외재적 비평이라는 것인데, 게임의 훌륭한 점을 나열하거나 기대에 못 미쳤던 점을 짚어내는 것보다도 이런 방법을 택하는 게 이번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이런 방식의 접근은 ‘작품을 경험하고 나서 이런 면도 생각해보자’는 차원이지 ‘작자의 의도는 실은 이거였다’는 식의 퀴즈풀이를 하자는 게 아니라는 점을 먼저 강조하는 바다. <발더스 게이트>의 첫 작품은 1998년에 나왔고 2편의 마지막 확장팩이 나온 것은 2001년이다. 중간의 리메이크판 등을 빼면 22년만(얼리억세스를 포함한다면 19년만)에 정식 후속작이 등장한 셈이다. 그 20여년의 세월은 작품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들 사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발더스 게이트 3>의 흥미로운 점은 서사의 중심에 일리시드가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과 동료들은 일리시드 올챙이에 감염됐으며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이게 계기이며 명분이다. 일리시드 올챙이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모험은 시작되지 않았을 거고, 동료들이 서로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감염’인가? 만일 작품이 2019년 이전에 나왔다면 우리가 받는 인상은 이후와 달랐을 거다. 그러나 이 작품은 2019년 이후에 나왔으므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겪은 입장에서 ’감염’에 대한 느낌은 각별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일리시드 올챙이는 호흡기 질환이 아니고 비말 혹은 에어로졸 입자에 의해 전파되지 않으며, 어찌됐건 전염되지 않는다. 일리시드 올챙이 감염은 오직 마인드 플레이어가 인위적으로 올챙이를 집어 넣을 때만 일어난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일은 보통의 일리시드 올챙이 감염이 아닌 네더릴 마법에 의해 조작된 감염이다.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지 논란, 중국 기원론 등을 둘러싼 논란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의 네더릴 마법에 의해 조작이 된 것일까? 그런데 이런 것보다는 코로나19와 인류의 미래에 관한 담론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령 코로나19가 등장한 초창기 식자들은 인류가 더 이상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앞다투어 강조했다. 마스크 착용과 재택근무는 일상이 될 거고, 팬데믹은 주기적으로 찾아올 것이며, 자유무역과 세계화는 퇴조가 불가피해 고립주의와 자국우선주의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는 거였다. 세계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 먼저 희생되는 것은 취약계층일테니 사회구조를 지금과 같은 경쟁위주로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내놓는 학자들도 있었다. 이런 논의를 일리시드화와 연관지어 생각해보자. <발더스 게이트 3>의 중반부에 정체를 드러내는 ‘황제’는 자신이 일리시드화 됐다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캐릭터이다. 주인공들에 음모에 맞설 수 있는 여러 기회를 제공하는 인물인 ‘황제’는 후반부에 가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주인공이나 주요 동료들의 반(半)일리시드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외양의 변화만 일부 감수하면 특별한 이득을 여러가지로 얻게 돼 다양한 측면에서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최종전 직전의 선택에서 ’황제’와 결별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주인공과 새롭게 우군으로 합류하는 기스양키 오르페우스를 포함한 누군가가 일리시드화 되는 일을 감수해야 한다. 작중 인물들이 반복 강조하듯 일리시드화는 불가역적 변화이며 ‘나’를 잃고 완전히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일이다. 일리시드화로 가장 많은 개인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동료인 칼라크는 일리시드 상태에서도 앞으로의 희망을 얘기하지만, 성우의 연기는 이전과는 완전히 딴판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즉 ‘감염’은 어떤 불가피한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이다. <발더스 게이트 3>의 주인공들은 대체적으로 ‘감염’으로 인한 변화에 적응하거나 그것을 수용하기 보다는 ‘감염’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추구했고 그것을 쟁취했다. 그것은 현실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물론 ‘감염’으로 인한 생채기를 치유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게임의 안과 밖, 양쪽 모두가 그렇다. 이게 최선의 선택인지에 대한 의문은 다소 남아있다. 그러나 또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변한 것은 있다는 것이다. 이전으로 돌아갔다고는 하지만 ‘감염’을 겪으면서 <발더스 게이트 3>의 주인공들은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거나, 자신을 억압하는 것을 넘어서는 등 한 단계 더 성장했다. 그렇게 성장한 주인공 혹은 그들의 서사를 이어받는 누군가는 ‘감염’보다 더 어려운 시험을 견디면서 또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 나갈 거고, 그들과 모험을 함께하는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될 거다. 그게 아마 앞으로 또 언젠가 나올 <발더스 게이트 4>가 현실과 관계맺는 방식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발더스 게이트 3> 서사의 중심에 일리시드가 위치하면서 연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모티프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것이다. 일리시드는 일종의 군체를 이루고 있으며 이들 집단의식의 중심에 있는 것은 엘더브레인이다. 엘더브레인은 경향적으로 자신의 제국 건설과 이를 위한 정복 사업을 위해 움직인다. 3명의 악신으로부터 선택된 자들은 네더스톤으로 엘더브레인을 조종해 일리시드를 지배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각자의 목적을 이루려 한다. 이 구조는 일견 컴퓨터 운영체제에서 익숙한 권한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네더스톤으로 엘더브레인을 통제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루트 권한을 탈취한 것이다. 주인공들은 악신으로부터 선택된 자들에게 네더스톤을 빼앗아 권한을 다시 탈취해 엘더브레인의 통제권을 취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즉, 이 이야기의 기본 구도는 루트 권한을 누가 갖느냐의 싸움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 밝혀지는 것은 엘더브레인은 이미 네더스톤의 수신기 역할을 하는 카서스 왕관을 장악해 네더브레인으로 진화한 상태이며, 주인공들이 3악신의 선택된 자들로부터 네더스톤을 탈취하는 것도 네더브레인이 만든 ’위대한 설계’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이다. 이를 앞서 권한 구조에 비유한다면, 루트 권한을 탈취당한 시스템이 자기가 알아서 루트 권한 수복을 위한 계획을 실행했다는 얘기가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인공지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 주제가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그건 우리가 현실에서 이미 관련된 일을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의 오픈AI 사태는 어떤가? CEO인 샘 올트먼이 쫓겨났다가 복귀하는 과정은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더 가까이 다가온 세상을 경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보도에 의하면 이 갈등의 핵심은 일반인공지능의 개발 속도를 둘러싼 이견이라고 하는데, 물론 보도되지 않은 여러 맥락이 더 있겠지만 이런 주제를 현실의 사건을 다룬 뉴스에서 보는 세상이 벌써 왔다는 사실에 대해선 놀라움을 표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일반인공지능이란 무엇이고 그게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엄밀한 차원에서 각자 제각각의 정의를 내놓고 있는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디스토피아가 당장 눈 앞에 도래한 상황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을 둘러싼 인간 사이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사람이 지시하지 않은 일을 스스로 판단해 이행한 결과로 인류가 위기에 빠지는 사건은 아직도 아주 먼 미래에나 일어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걸 걱정하는 일은 현재의 일이 된 것이다. <발더스 게이트 3>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이 문제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해결책은 역시나 ‘황제’가 제시하는데, 앞서 언급한 일리시드화가 그것이다. 네더브레인은 일리시드이므로 능력이 모자라는 인간으로 대항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일리시드에는 일리시드로 대항해야 한다. 인공지능에 비유해 말하면 문제적 인공지능에 대항하는 ‘우리 편’ 인공지능을 활용해 문제적 인공지능의 권한 탈취 시도를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거다. ‘황제’는 그 자신을 네더브레인에 대항하는 일리시드, 즉 ‘우리 편’의 인공지능으로서 네더스톤 즉 루트권한의 양도를 요구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발더스 게이트 3> 속 이야기 내내 ‘황제’를 바라보며 주인공들이 느끼는 의구심 그 자체이다. ‘황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리시드인 ‘황제’를 과연 믿을 수 있는가? ‘우리 편’ 인공지능은 언제까지 인간의 편인가? ‘우리 편’ 인공지능은 과연 문제적 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일이 없는가? <발더스 게이트 3>는 적어도 이 의구심에 대해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황제’는 주인공들이 편들어 주지 않으면 상대방에 붙고, 편들어 주면 배신하지 않는다. 결국 주인공 일행의 선택과 책임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현실의 인공지능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권한의 문제가 아닌 복잡한 정치사회적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주제는 <발더스 게이트 3>가 아닌 다른 게임으로 논하면 더 분명해질 것이다. 그건 다음 기회에 해보기로 하겠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앞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이제 인류는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든 피할 수 없는 위협으로 다루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가끔은 망상하듯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가령 고타쉬는 현실의 누구인가? 우리 곁의 ‘황제’는 누구 혹은 어떤 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당신을 현혹하고 있는가?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시사평론가) 김민하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시사평론가로 활동하지만 게임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게이머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 『냉소사회』, 『레닌을 사랑한 오타쿠』, 『돼지의 왕』이 있고,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우파의 불만』, 『트위터, 그 140자 평등주의』 등의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최근작으로는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가 있다.

  • 현황점검: 플랫폼 인앱결제의 오늘

    카메라 앞에 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든 것이 2007년의 일이다. 사람들 주머니에 통화도 되고, MP3 플레이어도 되고, 동영상 재생기도 되는 스마트폰이 담기기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유저들은 ‘그 작은 기계로 무슨 게임이냐’라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 Back 04 GG Vol. 22.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aeseok Kim Worked for eight years as a reporter at ThisIsGame. Now handles external relations at a subculture startup. Loves editors and the power of cheat codes.

  • 게임에서 사랑이 재현되는 두 가지 형태 – 자기애와 애착

    캐릭터에 대한 애착(attachment)은 단순한 사랑의 방식이 아니다. 여기에는 애착의 대상인 캐릭터가 절대 연애의 주체성을 드러내서는 안 되며, 플레이어를 만족시킬만한 일러스트와 계량화된 수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포함된다. < Back 게임에서 사랑이 재현되는 두 가지 형태 – 자기애와 애착 16 GG Vol. 24. 2. 10. 들어가며 비디오 게임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별로 적합하지 않은 매체라는 견해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사랑을 테마로 하여 다른 예술 장르들은 작중 인물에 대한 감정 이입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진행하는 반면, 게임의 경우 이러한 스토리의 진행 과정을 세분한 뒤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형태로 만들어 플레이어가 직접 경험하게 만들어준다. 때문에 사랑을 테마로 하는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하나의 운명적 사랑을 결정적 플롯으로 풀어내기보다는 플레이어가 사랑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직접 탐구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90년대 이후 일본을 중심으로 제작된 수많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하 미연시)들은 이 때문에 고정된 스크립트가 아닌 수많은 분기를 가진 가능태로서의 스크립트인 스크립톤이 다수 뭉쳐있는 형태로 개발된다. 이러한 미연시들이 풀어내는 사랑은 각각의 에피소드로만 보면 전형적인 ‘낭만적 사랑’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한 낭만적 사랑이 한 명의 주인공으로부터 여러 이성을 대상으로 한 복수적인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90년대의 미연시들은 주인공의 바람둥이적인 기질을 성격적으로 반영하기보다는 차라리 기억상실을 시켜 매번의 사랑에 충실하도록 하는 다소 기형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이 이러한 형태의 기형성을 큰 거부감 없이 흡수하면서 게임을 즐겼다는 점이다. 게이머의 사랑에 대한 주체적 유연성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낭만적 사랑이란 테마가 더 이상 별로 유효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극장가에서 정통 로맨스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퇴조한지 오래이며, 사랑이란 현실 속에서 찾아야 할 존재라기보다는 불가능한 대상을 희망하는 판타지의 영역에 머무는 것으로 변해왔다. 회귀, 빙의, 환생을 통해 어떻게든 불가능한 대상과의 합일을 합리화 시키는 웹소설들이 한 발 더 나아간 극단적 서사를 보여준다면, 게임은 서사의 극단성보다는 서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의 체험을 통해 실체성을 획득하게 된다. 플레이어에게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의 리얼리티나 현실성이 중요하다기보다는 그것을 일단 플레이어가 체험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디오 게임에서 사랑의 재현은 플레이어의 체험을 절차적으로 재구성하는 형태로 개발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운명적이고 결정적인 플롯을 통한 감정 이입에는 다른 매체가 더 적합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개발자들은 게임 내에서 사랑의 재현을 독특한 형태로 변주시켜왔다. 특히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사랑을 투사할 대상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 다시 말해 플레이어가 애착을 가질 대상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론이라고 볼 수 있다. 블루아카이브의 김용하 PD가 NDC에서 일찍이 “모에론”을 통해 설파한 바 있지만 1) , 여동생계/동년배계/누님계로 3분화한 여성 캐릭터들은 그 어떤 성애를 가진 플레이어가 들어오더라도 하나 정도는 얻어걸릴 수 있는 보편성(?)을 획득하는데 주력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게임 개발자들은 낭만적 사랑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최근 경향을 반영하여 자기애를 투영할 수 있는 중성적이면서 목소리 없는 캐릭터와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고안해 내었다. <페르소나> 시리즈나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주인공은 특별히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대사도 매우 절제되게 발화하는데, 이는 미리 설정된 캐릭터에서 빚어질 수 있는 감정 이입을 최소화하고, 캐릭터는 나 자신으로 간주하는 일종의 자기애가 투여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역시 캐릭터의 외양을 플레이어가 스스로 꾸밀 수 있도록 하면서 자기애를 부추긴다. 물론 플레이어에 따라 본인 모습과 유사하게 꾸미는 경우도 있고, 이상형의 이성을 상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디자인하기도 하지만 이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움직이면서 그러한 다양한 외관을 향한 감정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향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자기애’와 ‘애착’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최근 게임들에 재현된 사랑의 주체화 과정을 간단히 분석해 보고자 한다. 2. 페르소나와 자기 치유의 메커니즘 - <페르소나> 시리즈 아틀러스 사의 <페르소나> 시리즈는 <여신전생> 시리즈의 스핀오프 형태로 1996년부터 출시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인기 시리즈 게임이다. <여신전생> 시리즈가 염세적인 아포칼립스 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악마들과의 다툼을 다룬 판타지 게임이라면, <페르소나> 시리즈는 <여신전생> 시리즈로부터 많은 설정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악마와의 다툼을 캐릭터 내면의 문제로 치환시킨다. 또한 학원물 형태로 진행되면서 <여신전생> 시리즈에 비해 훨씬 더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페르소나’는 C.G.융의 분석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임과 동시에 게임 속 캐릭터의 내면에 응축된 억압된 자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게임에서 페르소나는 캐릭터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을 실체화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 <페르소나 4>의 주인공 스케치 이 시리즈에서 주인공은 늘 구체적인 이름이 정해져 있지 않고(미디어 믹스 형태로 만들어진 애니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구체화되기는 한다), 다른 캐릭터들이 화려한 성우진의 목소리로 꾸며지는 반면 주인공의 목소리는 전면화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주인공 캐릭터를 중성화하고 목소리를 넣지 않는가에 대한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느 누가 플레이를 하더라도 주인공을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각 작품마다 줄거리는 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페르소나> 시리즈의 주인공은 스스로의 페르소나를 각성한 이후 주변 인물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의 내면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예를 들어 <페르소나 4>에서 주인공은 아마기 유키코라는 같은 반 여학생의 페르소나와 마주치게 된다. 이나바 시의 고급 여관집 외동딸인 유키코는 여관의 차기 후계자로서 엄격한 교육을 받았으며, 학교에서도 정숙한 모범생으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성격이 굉장히 내성적이어서 같은 반 친구 치에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과 잘 대화를 하지 않는 소극적인 면모도 보인다. 유키코에게 여관을 물려받아야 하는 정해진 운명은 질곡과 억압으로 작용하여 그녀는 역헌팅을 하러 다니는 유키코 공주로 TV속에서 등장한다. <페르소나 4>에서 TV는 특정한 캐릭터의 본성이 드러나는 가상의 무대로 주인공이 TV 속으로 들어가 문제가 발생한 캐릭터의 본성이 만들어 낸 가상의 공간 속에서 그와 다투게 된다. 유키코의 공주의 성에서 그녀의 본성을 해방시키면 그녀는 자신이 억눌러왔던 어두운 측면을 인정하고 페르소나를 각성시키게 된다. * <페르소나 4> 아마기 유키코의 캐릭터 일러스트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형태의 페르소나 각성 과정이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여러 번 반복된다는 점이다. 유키코보다 보다 명랑쾌활한 치에나 화려한 아이돌 활동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바라봐주길 바라는 리세, 겉으로는 덩치가 크고 불량한 캐릭터이지만 동성애 기질이 있고 섬세한 측면이 있는 칸지, 하드보일드한 남자 탐정을 동경하는 나오코 등은 게임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타자이지만 실제로 그 중 하나 정도는 실제 플레이어의 삶과 유사한 측면을 발견할 수 있는 “나”의 면모들이기도 하다. 그들의 트라우마가 주인공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극복해내고 친구들과 관계가 심화되면서 플레이어는 마치 자신의 트라우마가 조금씩 치유되는 것 같은 느낌을 맛보게 된다. <페르소나> 시리즈를 둘러싼 이러한 자기 치유의 메커니즘은 비디오 게임의 매체적 특성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비단 <페르소나> 시리즈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에서도 이러한 형태의 다양한 인물군을 제시하고 그 중 마음에 드는 캐릭터와 연결되게끔 하는 방식은 상당히 자주 사용된다. 이러한 과정은 겉으로는 플레이어의 이상형 찾기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과정 속에 상당한 자기 치유 과정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는 금세기를 전후하여 소설의 독자와 영화의 관객이 게임의 플레이어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타인과의 사랑을 갈망하기보다는 자기애를 더욱 내면화하는 과정 속에서 유저들의 주체성이 변화해 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3. 계량화된 사랑과 수치화된 외모 – 수집형 게임의 메커닉 사실 <페르소나 시리즈>는 일반적인 게임에 비하면 상당히 고도화된 스토리텔링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일반적인 게임의 사랑 재현 양상이라고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특히 최근작 <페르소나 5>에서는 악인처럼 설정된 가면 속 주인공이 타락과 구원을 반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일종의 피카레스크 식 구성을 선보이기도 하는 등 스토리텔링 과정에 고심한 면모를 보여준다. 모든 게이머가 고급스런 스토리 전개 과정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게임 개발자들은 스토리의 전개 과정을 간소화시키고 량화시킨다. * <우마무스메> 캐릭터의 일러스트와 능력치 개발자 입장에서는 고전적인 형태의 낭만적 사랑이 퇴조한 시기를 채운 자기애의 투사 과정을 굳이 떠올릴 필요가 없다. 이미 자기애 세대의 플레이어들은 카드 한 장에 그려진 일러스트와 능력치만으로 캐릭터를 평가할 준비가 되어 있다. 카드 뒷면에 구구절절 적힌 캐릭터의 전사(前史)는 읽지 않아도 무방한 거추장스러운 것이 된다. 본래 게임에 사용되는 카드는 다양한 배경과 상징을 내재화한 게임 내용물이지만, 그것이 도구적으로만 활용될 때 이는 수치화된 의미를 넘어서지 못한다. <우마무스메>나 <포켓몬>으로 상징되는 수집형 게임의 메커닉에는 복잡한 스토리를 대체하는 일러스트와 캐릭터의 상성, 능력치, 기술 등의 수치적 특성만으로도 그 본질이 치환될 수 있다는 믿음이 내재되어 있다. 캐릭터에 대한 애착(attachment)은 단순한 사랑의 방식이 아니다. 여기에는 애착의 대상인 캐릭터가 절대 연애의 주체성을 드러내서는 안 되며, 플레이어를 만족시킬만한 일러스트와 계량화된 수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포함된다. 즉,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가지는 애착의 대상은 살아있는 주체적 인간보다는 캐릭터에 가까운 무언가로 정의되게 된다. 아즈마 히로키 식으로 말하자면 그 캐릭터의 외양은 특정한 형태의 모에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조합되며, 그 캐릭터의 능력치는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희소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수집형 게임을 플레이 할 때 우리는 언제나 산뜻한 기분으로 카드들을 뽑고 포켓몬을 수집할 수 있게 된다. 말의 외양만 보고 모든 플레이어가 그 말에 애착을 가질 가능성은 줄어드니, 모에화된 여성 캐릭터를 달리게 하면서 손쉽게 애착을 형성하는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는 매우 손쉽게 애착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은 매우 간편하며, 매우 감사하게도 명목상 무료이다. 그러나 그 애착 과정을 좀 더 극대화하기 위해 억만금을 투자하더라도 카드로부터 구체적인 사랑을 얻게 되지는 못할 뿐이다. 1) http://ndcreplay.nexon.com/NDC2014/sessions/NDC2014_0015.html#k%5B%5D=%EA%B9%80%EC%9A%A9%ED%95%98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교수)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게임 스토리텔링과 게임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하고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인디게임 행사인 Independent Games Festival(IGF)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공저, 2003),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2005), 『인디게임』(2015), 『이야기, 트랜스포머가 되다』(공저, 2015),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게임의 이론』(공저, 2019),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생태계』(공저, 2021) 등이 있다.

  • 게임 경험의 외재화 역사와 기억의 재전유 양상

    디지털 게임은 처음 등장 당시 며칠을 두고 길게 플레이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1970년대에 등장한 아케이드 게임은 짧은 시간 동안 동전 투입이 여러 번 반복되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기에 게임 플레이 역시 짧고 직관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미덕이었다. 반면 가정용 컴퓨터와 콘솔 게임은 아케이드와는 다른 조건 위에 있었다. 아케이드 기판은 개별 게임에 특화된 전용 하드웨어를 쓸 수 있어서 그래픽과 사운드가 훌륭했던 반면, 가정용 컴퓨터와 콘솔은 범용성을 추구해야 했기 때문에 물리적인 표현력에서 오랫동안 아케이드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 Back 게임 경험의 외재화 역사와 기억의 재전유 양상 31 GG Vol. 26. 8. 10. 1. 게임 세이브와 스크린샷의 역사 디지털 게임은 처음 등장 당시 며칠을 두고 길게 플레이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1970년대에 등장한 아케이드 게임은 짧은 시간 동안 동전 투입이 여러 번 반복되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기에 게임 플레이 역시 짧고 직관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미덕이었다. 반면 가정용 컴퓨터와 콘솔 게임은 아케이드와는 다른 조건 위에 있었다. 아케이드 기판은 개별 게임에 특화된 전용 하드웨어를 쓸 수 있어서 그래픽과 사운드가 훌륭했던 반면, 가정용 컴퓨터와 콘솔은 범용성을 추구해야 했기 때문에 물리적인 표현력에서 오랫동안 아케이드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스펙터클로 경쟁할 수 없다면 시간과 복잡성으로 경쟁하면 된다는 것이 가정용 게임의 또 다른 전략이었다. 때문에 이들 플랫폼을 활용한 게임들은 롤플레잉이나 어드벤처처럼 훨씬 복잡하고 긴 플레이 시간을 요구하는 장르로 발전했고, 게임을 여러 날에 나누어 플레이할 필요성이 생겨나면서 세이브 기능 역시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플레이 과정을 처음으로 기억하여 다음 플레이 때 이를 다시 꺼내어 플레이하는 기능이 처음으로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 Apple Disk II와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이처럼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이르러 장시간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이 등장하면서 게임의 진행 상태를 보존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지만, 그 양상은 PC와 콘솔에서 서로 다르게 진행되었다. PC는 범용적인 저장장치인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콘솔에 비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게임을 저장할 수 있었다. 1977년 MIT의 PDP-10에서 개발되기 시작해 1980년 개인용 컴퓨터용 상용판이 등장한 초기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조크(Zork)》는 플로피 디스크에 게임의 진행 상태를 저장할 수 있었던 초기의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였다. 여기에서 ‘최초’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쓰기 어려운 이유는 《조크》보다 앞서 등장한 《콜로살 케이브 어드벤처(Colossal Cave Adventure)》 역시 최초 버전은 아니지만, 돈 우즈(Don Woods)가 확장해 1977년에 공개한 350점판에서 이미 게임의 진행 상태를 보존하고 이후 재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1] . 다만 당시의 세이브는 오늘날처럼 게임 상태를 구성하는 여러 변수를 직렬화하여 별도의 세이브 파일에 기록하는 방식과는 달랐다. PDP-10에서 실행 중이던 프로그램의 코어 메모리 이미지를 보존했다가 이후 다시 불러오는 방식에 가까웠다. 이후 이러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들이 PDP-10 같은 메인프레임 컴퓨터에서 TRS-80이나 Apple II 같은 개인용 컴퓨터로 이식되면서 《조크》와 같은 게임에서도 플로피 디스크를 이용한 세이브가 가능해졌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TRS-80이나 Apple II에서 사용하던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한 장의 용량이 포맷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대략 100KB 안팎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반면 콘솔 게임의 경우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1980년대 초중반 비디오 게임 콘솔은 대부분 카트리지 형태로 게임이 제공되었기 때문에 물리 매체 안에 세이브 파일을 가변적으로 저장할 공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카트리지는 기본적으로 읽기 전용 ROM이었고, 콘솔 본체에도 플로피 드라이브와 같은 범용 저장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개발사들은 다양한 방법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 그중 하나가 패스워드 방식이었다. 게임을 중단할 때 현재의 스테이지나 캐릭터의 능력치, 획득한 아이템과 무기, 쓰러뜨린 보스와 같은 게임 상태를 몇 개의 숫자와 문자 조합으로 변환하여 화면에 보여주고, 플레이어는 이를 종이에 직접 적어두었다. 다음에 게임을 시작하면서 이 패스워드를 다시 입력하면 게임은 문자열을 역으로 해석하여 그 안에 담긴 정보를 복원하고, 플레이어를 이전과 비슷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게 했다. 예를 들어 특정 아이템의 보유 여부를 0과 1로 구분하고, 현재 스테이지나 능력치를 일정한 숫자값으로 바꾼 뒤 이 값들을 하나의 문자열로 인코딩하는 식이었다. 물론 패스워드의 길이는 플레이어가 직접 기록하고 다시 입력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했기 때문에 모든 플레이 정보를 담을 수는 없었다. 따라서 게임은 진행을 재개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만을 선별하고 압축해야 했으며, 저장하지 않은 정보는 게임을 다시 시작할 때 초기값으로 되돌리기도 했다. 이런 의미에서 패스워드는 오늘날과 같은 세이브 파일이라기보다 게임 상태를 재구성하기 위한 일종의 압축된 설계도에 가까웠다. 게임 내부에 데이터를 저장한 것이 아니라, 게임의 상태를 복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기호로 변환해 게임 바깥으로 꺼내놓은 셈이다. 저장이라는 기능을 기계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의 손과 종이에 위탁했던 것이다. * <메트로이드>의 패스워드 장면 패스워드 방식이 콘솔 게임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결정적인 계기 가운데 하나는 닌텐도의 북미 NES 게임들에서 이 방식이 적극적으로 사용되면서부터이다 [2] . 특히 <젤다의 전설>이나 <메트로이드> 같이 닌텐도 프랜차이즈의 핵심을 차지하는 게임들의 세이브 방식이 일본과 북미의 출시 환경에 따라 갈리는 부분은 흥미롭다. 1986년 2월 닌텐도는 일본에서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Famicom Disk System)을 출시했다. 이는 기존 패미컴에 연결해 재기록 가능한 ‘디스크 카드’를 읽고 쓸 수 있게 해주는 주변기기였다. 이 디스크 시스템의 런칭 타이틀이 <젤다의 전설>이었다. 일본판 <젤다의 전설>은 카트리지가 아니라 디스크 카드에 직접 진행 상황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고, 뒤이어 <메트로이드>와 <키드 이카루스>도 같은 방식으로 디스크 시스템에 발매되었다. 재기록 가능한 디스크라는 저장매체가 있었기 때문에 게임은 자연스럽게 플레이 진행 상태를 같은 매체에 기록할 수 있었다. * 패미콤 디스크시스템과 <젤다의 전설> 디스크시스템 판 문제는 이 세 타이틀이 북미로 수출될 때였다. 북미 NES에는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이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닌텐도는 각 게임에 대해 다른 해법을 택해야 했다. 1987년에 발매된 <젤다의 전설> 북미판은 카트리지로 발매되었는데, 일반적인 ROM 카트리지 자체에는 플레이어의 세이브 데이터를 기록할 수 없었다. 이에 닌텐도는 카트리지 내부에 SRAM과 배터리를 탑재하여 콘솔의 전원이 꺼진 뒤에도 SRAM의 데이터를 유지하는 배터리 백업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패스워드를 기록하지 않고도 카트리지 내부에 직접 게임 진행 상태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북미 NES 시장에서 이러한 배터리 백업 세이브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대표적인 초기 사례가 <젤다의 전설>이었다. 이 작은 배터리 하나로 카트리지 게임에서도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플레이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1987년 여름 북미에서 출시된 <메트로이드>와 <키드 이카루스>는 배터리 백업 없이 카트리지로 발매되었고, 대신 패스워드 시스템으로 진행 상황을 복원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게임들이 일본에서는 재기록 가능한 디스크에 세이브되고, 북미에서는 배터리 백업 카트리지와 패스워드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변형된 것이다. 같은 회사의 같은 시기 게임들에서도 세이브에 관한 세 가지 해법, 즉 디스크와 배터리 백업, 패스워드가 동시에 경합했던 셈이다. 그 선택은 순수한 기술적 우열만이 아니라 카트리지의 제조단가와 지역별 하드웨어 환경 같은 경제적·산업적 조건에 의해 결정되었다. 이러한 세이브의 외재화에 대한 기술사적 흐름은 ‘패스워드 → 디스크 → 배터리’라는 단선적인 진보가 아니라, 같은 시기에 여러 해법이 경합하고 플랫폼의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이 선택되다가 특정 방식이 점차 표준으로 정착하는 과정이었다. * 플레이스테이션의 메모리 카드 1990년대에 들어 비디오 게임 콘솔이 CD-ROM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3D 그래픽과 풀모션 비디오, 확장된 사운드트랙 등 게임의 표현력을 비약적으로 확장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CD-ROM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대신 다시 쓸 수 없는 읽기 전용 매체였기 때문에 CD-ROM을 도입한 콘솔들은 별도의 세이브 저장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이를 위해 본체에 별도의 메모리카드 슬롯을 두었고, 플레이어는 게임 소프트웨어와 분리된 메모리카드에 자신의 세이브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 메모리카드의 전체 용량은 128KB였으며, 사용 가능한 저장공간은 15개의 블록으로 나뉘어 있었다. 어떤 게임은 세이브에 한 블록이면 충분했지만, 여러 블록을 사용하는 게임도 있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메모리카드의 제한된 공간을 직접 관리해야 했다. 이러한 메모리카드 방식은 플레이스테이션 2에서도 이어졌지만 용량은 128KB에서 8MB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플레이스테이션 2의 일반적인 게임 세이브는 여전히 메모리카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별매의 40GB HDD가 일부 기종과 게임에서 지원되기도 했지만, 이는 모든 PS2 게임의 보편적인 세이브 매체가 아니었다 [3] . 반면 같은 6세대 콘솔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초기 Xbox는 8GB가량의 하드디스크를 본체에 기본으로 내장했고, 게임 세이브 역시 기본적으로 이 내부 하드디스크에 저장했다. 플레이어가 세이브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별도의 메모리카드를 반드시 관리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후 콘솔에서도 대용량 내부 저장장치가 일반화되고 네트워크 접속이 상시화되면서 세이브 파일은 로컬 HDD나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되는 것을 넘어 원격 클라우드 서버에도 보관되기 시작했다. PC 쪽에서는 밸브(Valve)가 2008년 11월 스팀 클라우드(Steam Cloud)를 처음 선보였다. 다만 초기 스팀 클라우드는 세이브 파일 자체보다는 키보드와 마우스 설정 같은 환경설정 동기화에 가까웠고, 이후 지원 범위가 세이브 데이터까지 확장되어 갔다. 콘솔 쪽에서는 소니가 조금 더 이른 시점에 움직였다. 2011년 3월 PS3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의 온라인 세이브 스토리지는 가입자에게 최대 150MB, 파일 1000개까지 세이브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백업할 수 있게 해주었다 [4] . 클라우드 세이브에 이르면 마침내 세이브가 저장되어 있는 물리적 장소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지게 되었다. 패스워드는 종이 위에, 카트리지는 손 안에, 메모리카드는 지갑이나 서랍 속에, 하드디스크는 적어도 거실의 콘솔 본체 안에 있었다. 반면 클라우드 세이브는 특정 기기가 아니라 사용자 계정에 종속된다. 게임을 하던 콘솔이 고장 나거나 없어져도, 심지어 플랫폼을 넘나들어도 기억은 유지된다. 저장이 마침내 하드웨어라는 물질적 기반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오직 사용자 계정에 결속되는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클라우드에 세이브 파일이 저장되어 있다면 한 기기에서 플레이한 게임을 다른 기기에서 이어서 플레이할 수 있고, 일부 게임과 서비스에서는 서로 다른 플랫폼 사이에서도 동일한 진행 상태를 공유하는 크로스 세이브가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세이브 기술의 역사는 단순히 저장매체의 용량이 커지고 저장 방식이 편리해진 과정으로만 볼 수 없다.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매 순간 수많은 선택과 행동을 수행하는 일이지만, 세이브 파일은 그 모든 경험을 그대로 보존하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위치, 획득한 아이템, 해결한 퀘스트, 캐릭터의 능력치, 게임 세계의 변화와 같은 특정한 상태만을 추출하여 저장매체에 기록한다. 다시 말해 세이브 파일은 플레이 경험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을 이후 다시 이어갈 수 있도록 게임 시스템이 선택한 일부 정보를 외부의 물리적 기억장치에 기록한 것이다. 초기 패스워드가 이러한 상태를 몇 줄의 기호로 극단적으로 압축해 플레이어의 종이에 맡겼다면, 배터리 백업과 메모리카드, 하드디스크와 클라우드는 점점 더 많은 게임 상태를 기계가 대신 기억하게 만든 과정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세이브 기술의 역사는 게임 플레이에 대한 기억이 플레이어의 머리와 종이에서 점차 기계의 저장장치로 이전되고 외재화되어 온 역사이기도 하다. 한편 오늘날의 게임에서 너무나 쉽게 지원되고 있는 스크린샷 저장이나 동영상 녹화 등은 대용량 하드디스크가 등장했다고 해서 곧바로 지원되었던 것은 아니다. 7세대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3에서도 시스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에야 일부 대응 게임에 한정해 스크린샷을 저장할 수 있었다 [5] . 사실 1980년대부터 게임의 플레이 화면은 게임 자체의 저장 기능과는 별개로 이미지의 형태로 기록되어 왔다. 당시 패미컴이나 세가 마스터 시스템 같은 가정용 콘솔에는 스크린샷을 저장할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게임 잡지 편집부에서는 CRT 화면을 필름 카메라로 직접 촬영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화면의 주사선이나 깜박임을 피하기 위해 어두운 환경에서 카메라를 고정하고 느린 셔터 속도로 촬영해야 했으며, 이후에는 게임기의 영상 출력을 VHS 등의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한 뒤 필요한 프레임을 골라 비디오 프린터로 출력해 정지화면을 추출하는 방식도 사용되었다. 1990년대에는 컴퓨터용 비디오 캡처 카드가 보급되면서 잡지 편집부가 콘솔의 영상 신호를 직접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할 수 있게 되었고, 게임 잡지의 공략 기사에 대량의 스크린샷을 사용하는 일도 훨씬 쉬워졌다. 즉 게임 화면의 시각적 기록은 일찍부터 존재했지만, 오랫동안 그것을 생산할 수 있는 주체는 게임회사나 게임 잡지처럼 전문적인 촬영·캡처 장비를 가진 이들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200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변화했다. PS3는 일부 대응 게임에서 시스템을 통한 스크린샷 저장을 지원했고, 닌텐도 Wii에서도 몇몇 게임이 자체적으로 이미지를 SD 카드에 저장할 수 있었지만, 7세대 콘솔 전체에서 범용적인 기능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변화는 PS4와 Xbox One을 비롯한 8세대 이후였다. 스크린샷과 플레이 영상의 캡처가 운영체제 차원의 표준 기능으로 편입되고, 이후 닌텐도 스위치처럼 컨트롤러에 캡처 전용 버튼까지 마련되면서 플레이어는 별도의 전문 장비 없이 자신이 경험한 특정 순간을 이미지와 영상으로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6] . 여기에서 게임이 보존하는 ‘기억’의 성격에도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세이브가 기본적으로 ‘어디까지 진행했는가’라는 게임 상태를 보존하는 장치였다면, 스크린샷과 플레이 영상은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했는가’라는 플레이 경험 자체의 흔적을 보존한다. 더 나아가 캡처된 이미지와 영상이 SNS와 플랫폼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되면서 게임의 기억은 개인적인 기록을 넘어 다른 플레이어와 공유되는 사회적 기억의 형태로 확장되었다. 이제 누구나 자신의 게임 플레이 화면이나 영상을 쉽게 촬영해 외부에 공유하거나, 자신의 플레이 자체를 실시간으로 방송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게임이 기억하는 것은 더 이상 플레이를 재개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상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보고, 행동하고, 성취하고, 실패했던 경험의 흔적까지 디지털 데이터로 외재화되어 축적되고 있다. 2. 게임 기억의 재전유 양상 게임 플레이 상황의 세이브 기능은 고안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점점 더 비가시화되는 과정을 거쳤다. 종이에 손으로 옮겨 적던 패스워드가 카트리지 속 배터리가 되고, 손에 쥐던 메모리카드가 본체 내부의 하드디스크가 되고, 마침내 만질 수조차 없는 클라우드 서버의 데이터가 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게임 저장 기술이 이렇게 배경으로 물러나 인프라가 되어 갈수록, 오히려 그 인프라를 다시 전경으로 끌어내 서사와 감정의 재료로 삼는 게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이브 파일은 오랫동안 게임 플레이를 중단했다가 다시 이어가기 위한 기능적 장치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세이브와 로드, 리셋이 플레이어의 일상적인 행위로 자리 잡으면서 일부 게임들은 이러한 기능 자체를 게임의 서사와 세계관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토비 폭스(Toby Fox)의 <언더테일(Undertale)>이다. <언더테일>에서 세이브와 로드 과정은 더 이상 게임 바깥에 존재하는 단순한 시스템 명령이 아니다. 게임 세계의 시간과 인과관계를 뒤흔드는 실제 능력으로 취급되며, 플레이어가 세이브 파일을 조작하는 행위 자체가 서사의 일부가 된다. 게임 속에서 세이브 능력은 가장 강한 의지를 가진 존재에게 주어지는 힘으로 설명되며, 주인공이 지하세계에 들어오면서 이전까지 그 힘을 사용하던 플라위는 세이브와 로드에 대한 주도권을 잃는다. 플레이어가 화면 바깥에서 수행해왔던 세이브 행위가 게임 세계 안의 능력으로 번역되는 셈이다. <언더테일>이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세이브 기능을 세계관의 설정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로드나 리셋을 하면 이전의 사건은 없었던 일이 된다. 플레이어만 이전의 시간선을 기억할 뿐 게임 속 인물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언더테일>에서는 이러한 관습이 흔들린다. 플라위는 이전 시간선에서 벌어진 일을 기억하며 플레이어의 반복적인 세이브 과정을 인식한다. 다른 인물들 역시 완전한 기억을 유지하지는 않지만, 이전 시간선의 사건에 대해 기시감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리셋은 더 이상 깨끗한 초기화가 아니다. 플레이어가 이전의 세계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흔적이 현재의 게임 세계로 스며든다. 세이브 파일이 과거를 지워 다시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지워졌다고 생각했던 과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 <언더테일>에서 세이브 리셋 후 뭔가 기억하고 있는 플라위를 다시 만난 장면 이러한 구조는 특히 플레이어의 윤리적 선택과 결합하면서 강한 효과를 만든다. 일반적인 롤플레잉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호기심 때문에 다른 선택지를 시험해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세이브 파일을 불러오는 일을 아무런 부담 없이 반복할 수 있다. NPC를 죽여본 뒤 로드하거나, 다른 대사를 선택한 뒤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게임 바깥에서 허용된 실험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언더테일>은 이러한 플레이어의 특권을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그 행위에 책임을 부여한다. 플레이어가 누군가를 죽이고 다시 시간을 되돌렸다고 해서 그 행위가 완전히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플라위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게임 역시 플레이어가 이전에 어떤 경로를 선택했는지에 따라 다른 반응을 남긴다. 특히 몰살 루트를 끝까지 진행한 뒤에는 이후의 세계에도 그 선택의 흔적이 남아, 단순한 초기화만으로 모든 결과를 깨끗하게 지울 수 없도록 만든다. <언더테일>은 세이브 파일을 플레이어에게 무한한 시행착오의 자유를 제공하는 장치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을 기억하고 되돌려주는 윤리적 기억 장치로 바꾸어 놓는다. 이 지점에서 <언더테일>은 앞서 살펴본 세이브의 외재화 역사와 정반대의 방향을 보여준다. 세이브 기술의 발전은 오랫동안 플레이어가 기억해야 할 것을 기계가 대신 기억하도록 만드는 과정이었다. 패스워드를 종이에 적던 시절에는 플레이어가 게임 상태의 일부를 직접 보존해야 했지만, 배터리 백업과 메모리카드, 하드디스크와 클라우드를 거치며 점차 게임 시스템이 플레이의 상태를 자동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그런데 <언더테일>은 그렇게 외재화된 기억을 다시 게임의 의미 체계 안으로 끌어들인다. 세이브 파일은 더 이상 투명한 저장 데이터가 아니라, 누가 과거를 기억하는가, 지워진 시간은 정말 사라지는가, 플레이어는 되돌린 선택에 책임이 없는가를 묻는 서사적 장치가 된다. 다시 말해 <언더테일>은 게임의 바깥에 있던 세이브 시스템을 게임 안의 시간과 기억의 문제로 재전유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언더테일>이 세이브 파일에 남겨진 과거의 흔적을 게임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니어: 오토마타(NieR: Automata)>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플레이어에게 지금까지 축적해온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포기할 것인지를 묻는다. 2017년에 출시된 <니어: 오토마타>에서 세이브 데이터는 처음부터 단순한 시스템 데이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게임 속 안드로이드에게 육체는 교체 가능한 기계적 장치이며, 한 개체의 연속성을 유지시키는 것은 오히려 서버에 백업되는 기억 데이터이다. 게임 초반 2B와 9S가 임무 도중 파괴된 뒤 새로운 기체로 되살아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백업 이후의 기억은 복구되지 않는다. 게임 속 인물들에게 기억의 저장과 복원은 곧 죽음과 부활, 그리고 동일한 존재로서의 연속성을 결정하는 문제인 셈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중단하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수행하는 세이브라는 행위와 안드로이드가 자신의 존재를 지속시키기 위해 수행하는 백업이 서로 겹쳐진다. 이러한 구조는 게임을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과정에서도 이어진다. <니어: 오토마타>는 한 차례 엔딩을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2B와 9S의 서로 다른 시점을 거쳐 이후의 이야기를 계속 진행해야 전체 서사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9S가 수행하는 해킹은 기계생명체와 다른 안드로이드가 가진 데이터의 내부로 침입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등장인물의 기억과 감춰진 정보에 접근한다. 이 세계에서 기억은 한 개인의 내면에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복사되고, 백업되고, 침입당하고, 손상되며, 삭제될 수 있는 데이터로 존재한다. 따라서 <니어: 오토마타>의 세계관 자체가 이미 인간의 기억을 디지털 데이터로 외재화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문제들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이브 데이터와 기억의 관계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마지막 E엔딩이다. 여러 엔딩을 거쳐 마지막에 도달한 플레이어는 게임의 제작진 크레딧과 싸우는 일종의 슈팅 게임을 수행하게 된다. 혼자서는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도가 높아지지만 반복해서 실패하다 보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남긴 메시지와 함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나타난다. 도움을 받아들이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기체가 자신의 주변에 나타나 공격을 대신 막아주며, 이들의 희생을 통해 플레이어는 마침내 엔딩에 도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도움의 정체가 단순히 게임이 제공하는 NPC나 연출상의 장치로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은 엔딩 이후 플레이어에게 자신 역시 다른 누군가를 돕겠느냐고 묻고, 이를 위해 지금까지 플레이한 세이브 데이터를 삭제할 것인지 선택하게 한다. * <니어: 오토마타>의 엔딩 E의 세이브 데이터 삭제 장면 이 선택은 일반적인 게임에서 세이브 데이터가 갖는 의미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세이브 파일은 플레이어가 게임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축적물이다. 수십 시간 동안 획득한 아이템과 레벨, 완료한 퀘스트와 엔딩에 대한 정보가 그 안에 들어 있다. 세이브 데이터를 삭제한다는 것은 따라서 단순히 몇 메가바이트의 파일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이 게임에서 보낸 시간의 흔적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가 된다. 더욱이 플레이어가 도움을 받을 미래의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플레이어는 자신 역시 앞서 이름 모를 다른 플레이어들의 희생으로 마지막 순간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세이브 데이터를 지우는 행위는 그 도움을 다시 이름 모를 미래의 플레이어에게 넘겨주는 일종의 증거가 된다. 이 지점에서 <니어: 오토마타>의 세이브 데이터는 <언더테일>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전유된다. <언더테일>이 플레이어가 지우고 되돌렸다고 생각했던 과거를 게임이 기억함으로써 세이브와 리셋에 윤리적 책임을 부여했다면, <니어: 오토마타>는 반대로 기억을 보존하지 않고 스스로 삭제하는 행위에 윤리적 의미를 부여한다. 전통적인 게임에서 세이브는 실패와 상실로부터 플레이어의 시간과 노력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더 많은 것을 저장하고 더 안전하게 백업하는 것이 세이브 기술이 발전해온 기본적인 방향이었다. 그러나 <니어: 오토마타>는 바로 그 축적된 기억을 버리는 것을 하나의 선택으로 제시한다. 기억은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그것을 포기하고 타인에게 건네줄 수 있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 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장면에서 게임의 서사와 플레이어의 실제 데이터가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 속 2B와 9S의 기억 데이터가 그들의 존재를 지속시키는 조건이었다면, 게임 바깥에서 플레이어의 세이브 파일 역시 플레이어가 <니어: 오토마타>라는 세계에서 살아온 이력을 지속시키는 데이터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게임은 허구 속 등장인물에게 기억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화면 밖의 플레이어에게 실제 자신의 세이브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플레이어가 이에 동의하는 순간 세이브 파일의 삭제는 더 이상 이야기 속 사건을 바라보는 재현적 경험에 머무르지 않는다. 플레이어 자신이 축적한 게임의 기억을 실제로 상실하는 수행적 행위가 된다. <니어: 오토마타>가 플레이어에게 외부에 저장된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삭제하도록 요구했다면,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는 더욱 근본적인 방식으로 세이브와 기억의 관계를 뒤집는다. 2019년 모비우스 디지털(Mobius Digital)이 출시한 <아우터 와일즈>에서 플레이어는 작은 태양계를 탐험하는 우주 탐험가가 된다. 그러나 탐험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태양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서 세계 전체가 파괴되고, 플레이어는 다시 처음 깨어났던 캠프파이어 앞에서 눈을 뜬다. 이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플레이어가 어디까지 이동했는지, 어떤 위험을 돌파했는지와 관계없이 세계는 동일한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세이브가 플레이어가 달성한 상태를 보존해주는 장치라면, <아우터 와일즈>의 시간 루프는 그 상태를 지속적으로 제거하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물론 게임은 플레이어가 발견한 정보를 우주선의 로그에 기록해주고 탐험한 단서들을 연결해 보여준다. 하지만 이 기록은 일반적인 RPG의 레벨이나 장비처럼 캐릭터의 능력을 실질적으로 상승시키지는 않는다. <아우터 와일즈>에서 플레이어는 새로운 무기를 얻거나 능력치를 올리거나 새로운 이동 기술을 해금하지 않는다. 처음 우주선을 얻은 순간부터 게임을 끝내는 데 필요한 물리적 능력은 사실상 모두 주어져 있다. 변화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이 세계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다. 어느 행성의 어느 장소에 무엇이 있는지, 특정한 지역은 언제 들어갈 수 있는지, 태양계가 왜 반복해서 소멸하는지를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 게임의 성장 시스템이다. 게임을 수십 시간 플레이한 사람과 처음 시작한 사람의 캐릭터 능력에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두 플레이어가 가진 세계에 대한 지식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때문에 <아우터 와일즈>에서는 극단적인 경우 처음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도 해결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엔딩에 도달할 수 있다. 게임 시스템이 새로운 능력을 해금해주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을 이미 알고 있기만 하면 된다. 여기에서 게임의 실질적인 진행 상황은 세이브 파일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머릿속에 존재하게 된다. 세이브 데이터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어가 이미 획득한 지식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처음부터 게임을 시작하더라도 어떤 행성으로 가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장치를 작동시켜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면 이전 플레이에서 얻었던 진척을 상당 부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저장장치’는 결국 플레이어 자신의 기억인 셈이다. 이 지점에서 <아우터 와일즈>는 세이브 시스템의 역사에서 기묘한 역전을 만들어낸다. 초기 콘솔의 패스워드 시스템에서는 저장장치의 부족 때문에 게임의 진행 상태를 플레이어가 종이에 기록하고 보존해야 했다. 게임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어떤 아이템을 얻었는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이제 플레이어가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게임이 그것을 기억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우터 와일즈>는 수십 년간 외부 저장장치로 이전되어왔던 게임의 기억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다시 플레이어에게 돌려준다. 여기에서 플레이어가 축적하는 것은 캐릭터의 능력이나 아이템이 아니라 이해이며, 플레이를 진행시키는 힘은 저장된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지식이다. * “이 게임 안 해본 뇌 삽니다.”는 유행어를 유행시킨 <아우터 와일즈>의 한 장면 물론 이것이 게임 세이브 기술의 역사를 과거로 되돌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우터 와일즈> 역시 실제로는 세이브 파일을 사용하고, 발견한 정보와 설정 상태 등을 저장한다. 중요한 것은 세이브 파일과 플레이어의 기억 사이의 역할 분담이 뒤집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세이브 파일이 과거의 성취를 보존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우터 와일즈>에서는 세이브 파일이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지만, 게임을 실제로 앞으로 진행시키는 것은 플레이어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세이브 파일은 더 이상 진행 자체가 아니라 기억을 돕는 보조적인 기록에 가까워진다. 게임이 플레이어의 기억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기억을 지원하는 외부 기억장치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셈이다. 게임 세이브의 역사는 결국 게임이 인간의 기억을 대신해온 역사이기도 했다. 그러나 저장할 수 있는 기억의 양이 많아진다고 해서 경험 그 자체까지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이브 파일은 플레이어의 위치와 아이템, 선택과 성취를 기록할 수 있지만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무엇을 고민하고 실패했는지, 특정한 순간에 무엇을 느꼈는지까지 모두 담지는 못한다. 게임이 인간의 기억을 더욱 정교하게 외부로 저장할수록, 역설적으로 무엇이 저장될 수 없으며 무엇이 여전히 플레이어에게 남아 있는가라는 질문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게임들이 세이브 파일을 다시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한 현상은 흥미롭다. 세이브는 한때 기술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편의 기능이었지만, 이제는 게임의 시간과 정체성, 책임과 희생을 표현하는 수사적 장치가 되었다. 수십 년 전 플레이어가 공책 한쪽에 패스워드를 적어두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게임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반드시 서버나 저장장치에 기록된 데이터만은 아니다. 어떤 장면을 처음 발견했던 순간, 반복적인 실패 끝에 깨달았던 규칙, 게임을 끝낸 뒤에도 계속 떠오르는 인물과 사건처럼 플레이어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경험이 있다. 게임 세이브 기술은 인간의 기억을 끊임없이 외부로 옮겨왔지만, 최근의 게임들은 그렇게 외재화된 기억을 다시 표현의 재료로 끌어들이면서 역설적으로 게임을 기억하는 최종적인 장소가 어디인가를 다시 묻고 있다. [1] 돈 우즈가 윌 크라우더(Will Crowther)의 원본을 확장한 《Colossal Cave Adventure》 350점판은 1977년 PDP-10에서 공개되었으며, 당시 버전에는 게임을 중단한 뒤 이후 재개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DEC 시스템에서 이러한 저장은 오늘날처럼 게임 상태의 변수들을 별도의 세이브 파일로 직렬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행 중인 프로그램의 core memory image를 보존했다가 복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FORTRAN IV 소스를 현대 시스템으로 포팅한 마이크 마르코프스키 역시 원래 환경에서 SUSPEND 명령을 사용하면 게임이 메모리 이미지 상태로 남았으며, 장시간 보존하려면 이를 파일로 덤프했다고 설명한다. Eric S. Raymond, “A Brief History of Colossal Cave Adventure,” The Colossal Cave Adventure page; Mike Markowski, “Colossal Cave Adventure,” University of Delaware. [2] Mark Christian, “Saved, But Not Forgotten: The evolution of saving in video games, from the password to the cloud, and nearly every obscure memory card format in-between”, Tedium, 2019. 02. https://tedium.co/2019/02/21/video-game-save-state-history/ [3] "Sony ships PS2 hard drive, Final Fantasy XI" - GameSpot, https://www.gamespot.com/articles/sony-ships-ps2-hard-drive-final-fantasy-xi/1100-6092076/ [4] Susan Panico, “Online Storage for Game Saves Coming to PlayStation Plus,” PlayStation.Blog , 2011. 03. 09. https://blog.playstation.com/2011/03/09/online-storage-for-game-saves-coming-to-playstation-plus/ [5] Chris Faylor, “New PS3 and PSP Firmware Brings PS3 Screenshot Capture, PSP Online Store Later This Month,” Shacknews, 2008. 10. https://www.shacknews.com/article/55281/new-ps3-and-psp-firmware [6] My Nintendo News, “Nintendo Switch Joy-Con Has A Capture Button,” January 13, 2017. https://mynintendonews.com/2017/01/13/nintendo-switch-joy-con-has-a-capture-button/ Tags: 게임 세이브, 세이브 데이터, 언더테일, 니어 오토마타, 아우터 와일즈, 게임 기술사, 패스워드 시스템, Game Save Systems, Undertale, NieR Automata, Outer Wilds, Video Game History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교수)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게임 스토리텔링과 게임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하고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인디게임 행사인 Independent Games Festival(IGF)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공저, 2003),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2005), 『인디게임』(2015), 『이야기, 트랜스포머가 되다』(공저, 2015),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게임의 이론』(공저, 2019),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생태계』(공저, 2021) 등이 있다.

  • 게임에서 사랑이 재현되는 두 가지 형태 – 자기애와 애착

    캐릭터에 대한 애착(attachment)은 단순한 사랑의 방식이 아니다. 여기에는 애착의 대상인 캐릭터가 절대 연애의 주체성을 드러내서는 안 되며, 플레이어를 만족시킬만한 일러스트와 계량화된 수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포함된다. < Back 16 GG Vol. 24.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eong Yeop Lee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Culture & Contents at Soonchunhyang University. Researches game storytelling and game design as central concerns, and led the founding of the Busan Indie Connect Festival—a leading indie game festival—where serves as head of the jury. Also a juror for the Independent Games Festival (IGF), one of the most prestigious indie game events internationally. Books include Digital Storytelling (co-authored, 2003), Digital Games: A New Territory of Imagination (2005), Indie Games (2015), Stories Become Transformers (co-authored, 2015), Mario, Born in '81 (co-authored, 2017), The Theory of Games (co-authored, 2019), and Games Are Games: Game × Ecosystem (co-authored, 2021).

  • 즐기는 사람들을 지켜라 - 만화는 어떻게 멸시와 비하를 딛고 일어섰는가

    1972년 6월 29일 동아일보에선 “불량만화 화형식”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불량만화는 사회악의 근원이다”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한국아동도서보급협회’는 서울 남산 야외음악당(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위치한 자리다!)에서 ‘어린이 악서 추방대회’를 열고 만화책을 모아 불태웠다. 이 단체는 만화를 두고 ‘유소년의 정서발달을 해친다’, ‘제대로 된 지식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리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주류의 시선에서, 당시 만화는 ‘악서’였던 셈이다. < Back 즐기는 사람들을 지켜라 - 만화는 어떻게 멸시와 비하를 딛고 일어섰는가 01 GG Vol. 21. 6. 10. 1972년 6월 29일 동아일보에선 “불량만화 화형식”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불량만화는 사회악의 근원이다”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한국아동도서보급협회’는 서울 남산 야외음악당(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위치한 자리다!)에서 ‘어린이 악서 추방대회’를 열고 만화책을 모아 불태웠다. 이 단체는 만화를 두고 ‘유소년의 정서발달을 해친다’, ‘제대로 된 지식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리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주류의 시선에서, 당시 만화는 ‘악서’였던 셈이다. * 애니센터 앞에서 불타는 만화. 1996년에는 정부가 만화의 표현을 제한하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른바 ‘청보법 파동’이다. 여기에 항의하기 위해 만화가들이 여의도에 모여 ‘만화심의 철폐를 위한 범만화인 결의대회’를 열었고, 1997년에는 이현세 작가의 <천국의 신화>가 기소됐다. 대회가 열린 1996년 11월 3일은 만화의 날이 됐고, 2001년 국가 공식 기념일이 됐다. 2000년 여름에는 ‘둘리아빠’ 김수정 당시 만화가협회장의 주도로 청보법 파동에 항의하는 침묵시위가 개최됐다. 김수정 화백은 “만화가협회 회원과 함께 나서겠다”고 이야기했지만, 현장에는 아마추어 만화동아리 연합,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학생을 비롯한 일반 독자들이 있었다. [1] 2012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일부 웹툰을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독자와 작가들이 함께 싸웠다. 이 결과 세워진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서는 2018년 ‘웹툰 자율규제 연령등급 기준에 관한 연구’를 통해 콘텐츠 분야 최초로 ‘차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자가진단표를 공개 [2] 하기도 했다. 대중과 호흡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후에도 평단과 독자들이 웹툰을 제공하는 플랫폼의 역할과 콘텐츠 제공자의 책임, 작가의 위상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00년과 2012년 사례는 창작자와 향유자가 한 목소리를 내며 만화를 지켜낸 순간들이다. 말하자면, 불량 콘텐츠였던 만화가 문화가 되어가는 장면이다. 현재, 2021년에는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대중교통에서도, 집에서도, 카페에서도, 어디서나 웹툰을 읽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국의 만화는 이렇게 ‘문화’의 영역으로 발을 들였다. 게임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게임은 ‘청소년의 건전한 정서발달을 해치고’, ‘폭력성을 추동해 범죄를 유발하고’, 심지어 ‘중독을 유발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런데, 저 말들은 만화에도 똑같이 쓰였던 말이다. 즐기는 사람이 있어야 문화다 소위 ‘주류’의 시선에서 보는 만화는 하위 문화로 여겨졌다. 불량하고, 어딘가 해로울 것 같고, 악당들이 유해물질을 이용해서(?) 만들어내는 이미지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도 만화 화형식(?)이 거행되곤 했다.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탄압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업체들이 앞장서서 CCA(Comics Code Authority)라는 단체를 만들어 ‘승인된’ 만화만 발행하도록 하기도 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표현의 자유보다 무서운 것이 주류의 시선이었던 셈이다. * 미국 CCA의 승인 씰. 이런 주류의 시선이 탄압하는 역사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유구하다. 소설이, 신문이, 영화가 그랬다. 그러니 가장 막내(?)격 매체인 만화와 게임이 탄압받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인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새로 등장한 매체에 느끼는 공포’를 부르는 말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하지만 이런 탄압과 오명, 억측과 오해에도 불구하고 만화가 ‘문화’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즐기는 사람들의 힘이 가장 컸다. 2000년 종로 거리에서, 2012년 온라인 게시판에서 창작자와 독자가 함께 목소리를 냈고, 결국 만화는 천천히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만화계에선 여전히 플랫폼의 역할, 콘텐츠 제공자의 책임, 작가의 위상 변화에 대한 토론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역동성이야 말로 문화의 핵심이다. * 〈판타스틱 4〉이슈 1. 우측 상단에 CCA 씰이 있다. 이렇게 창작자의 욕망, 문화를 향유하는 향유자의 열망이 끊임없이 충돌할 때, 문화는 빛을 발한다. 때로는 규제에 질문을 던지며 돌파구를 만들기도 하고, ‘판’ 밖의 돌팔매질에 창작자와 향유자가 함께 항의하기도 하고, 때론 서로를 질타하며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행위가 가능한 중심에는 콘텐츠를 경험하고, 즐기는 사람의 존재가 있다. 어떤 콘텐츠가 ‘문화’로 여겨진다는 건, 이런 과정을 거쳐 제공자와 향유자의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는 걸 의미한다. 게임 역시 즐기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만화와 게임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만화는 그동안 개인 창작자가 주류였지만, 게임은 태생부터 기업이 개발하는 산업의 요소가 더 강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CCA의 사전검열을 피해 피 대신 불꽃이, 살점 대신 바위가 튀는 <판타스틱 4>를 만들어냈고, 한국에서는 시장이 사라지자 온라인 공간에서 창작을 이어간 작가들이 웹툰의 씨앗을 틔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게임’은 기업이 만들고, 기업은 이윤을 남겨야만 존속할 수 있다. 때문에 끊임없이 유혹에 시달린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정액제를 넘어 ‘가챠’로 불리는 뽑기를 만났고, ‘P2W(Pay to Win)’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말에도 익숙해지게 됐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 게이머들은 이 과정까지도 어느정도 이해했다. 게임의 태생과, 내가 즐기는 게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이 즐기는 건 단순히 게임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게임이 주는 경험과 다른 유저와 협동-경쟁하며 느끼는 경험의 총합이다. 그동안 게임이 부당한 탄압을 받을 때 마다, 게이머들은 항상 게임 옆에 서서 비난을 받아냈고, 또 맞섰다. ‘내가 사랑하는 게임’을 지키기 위해서 게이머들은 목소리를 높여왔다. 게임은 문화다. 게이머에겐. 오늘날 게임이 처한 상황은 어떨까? 앞서 말한 것처럼, 게이머에겐 ‘게임은 문화’라는 말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나의 청소년기는 스타리그가, 20대는 LCK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에게 게임은 나 혼자서 즐기는 놀이를 넘어 함께 열광하는 문화였다. 게임을 만화처럼 불태우는 시대는 지났다. 사회의 시선은 느리지만 변하는 중이다. 게이머들은 스스로 문화를 즐기는 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이제 게이머들은 창작자들, 즉 게임사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블리자드의 ‘님폰없’ 사태, 한국의 트럭시위 릴레이를 보면 전세계적인 추세로 보인다. * 밈이 된 '님폰없'. 이제 게이머들은 ‘게임은 문화’라는 말이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특히 대형 게임사들에겐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게이머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게임을 보여 달라”고 말한다. 오히려 게이머들이 ‘더 강한 규제’를 외치는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묻고 있다. 만화는 발전 과정에서 ‘독자’의 힘으로 핍박을 이겨냈다. 미국은 ‘수퍼히어로’ 장르로, 한국은 독자와 함께 성장했던 역사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2000년과 2012년 사례, 화형식을 거쳐 MCU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심엔 독자가 있었다. 최근 웹툰계에 대두되는 플랫폼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읽는 사람’을 존중하고, 플랫폼을 찾는 이유가 작품임을 생각하라는 의미다. 결국 창작자, 콘텐츠 제공자가 ‘즐기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으면, 문화라고 부르기 어렵다. 게이머들에게 게임은 부정할 수 없는 문화다. 게이머들은 게임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화계의 2000년과 2012년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게임사들은 게이머들이 원하는,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내기 위해 50년 전 마블처럼 고민하고 있을까? 게임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문화 콘텐츠로서 게임은, 이제 기로에 서 있다. [1] 손발을 잃고 할 말을 잃은 만화가들의 침묵시위, 중앙일보, 2000. 7. 23 https://news.joins.com/article/682613 [2] 웹툰자율규제 연령등급기준에 관한 연구, 한국콘텐츠진흥원, https://www.kocca.kr/cop/bbs/view/B0000147/1836747.do?searchCnd=&searchWrd=&cateTp1=&cateTp2=&useAt=&menuNo=201825&categorys=0&subcate=0&cateCode=&type=&instNo=0&questionTp=&uf_Setting=&recovery=&option1=&option2=&year=&categoryCOM062=&categoryCOM063=&categoryCOM208=&categoryInst=&morePage=&delCode=0&pageIndex=1#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만화평론가) 이재민 2013년부터 만화/웹툰 리뷰 팟캐스트 ‘웹투니스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공모전, 2019년 콘텐츠진흥원 만화평론공모전 기성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2019년부터 웹진 ‘웹툰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만화를 읽고, 글을 쓰고, 만화를 중심으로 이뤄진 시장 저변의 많은 것들을 찾아보는 일을 합니다. 소설 <룬의 아이들>과 스타리그, LCK, 그리고 수많은 웹툰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 하이파이 러쉬: 2023년의 깜짝 락스타를 놓치지 마시라

    기라성 같은 게임이 대단히 많았기에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으레 올해를 풍년이라고 부르곤 했다. 올해는 한국에서도 과 <데이브 더 다이버>가 '쌍백만'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두고 두 게임이 경쟁했던 일화는 훗날에도 오래 기억될 만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올해의 게임을 고르기 어렵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2023년.  리듬+액션 게임 <하이파이 러쉬>(Hi-Fi Rush) 또한 빠져서는 안 될 수작이다. < Back 15 GG Vol. 23.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aeseok Kim Worked for eight years as a reporter at ThisIsGame. Now handles external relations at a subculture startup. Loves editors and the power of cheat co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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