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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발표

    2024년 진행된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을 다음과 같이 발표합니다. < Back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발표 20 GG Vol. 24. 10. 10. 안녕하세요, 게임제너레이션입니다. 2024년 진행된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을 다음과 같이 발표합니다. 기계장치의 우주 - 레인월드와 아우터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 (나원영) 크리퍼가 부수고 간 자리 (박정서) : 미술관이라는 공포 체험 (윤수빈) 게임으로부터의 선택, 선택으로부터의 풍경 (김성은) 이상 네 개 작품을 공모전 수상작으로 발표합니다. 수상작은 GG 20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응모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게임제너레이션 드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북리뷰] 『유령』: 소설이 탈북민과 게임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하여

    두 영상이 유튜브 이용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탈북자’가 가상의 ‘평양’이지만 ‘김일성 동상’을 향해 총을 쏜다. 이때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 그 자체보다는 김일성 동상을 보자마자 총을 쏘는 탈북자의 모습이다. < Back [북리뷰] 『유령』: 소설이 탈북민과 게임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하여 04 GG Vol. 22. 2. 10. 소설 『유령』을 말하기에 앞서 2020년 초 유튜브 채널 〈CLAB〉에 영상 두 편이 올라왔다.1) 영상은 〈배틀필드4〉를 플레이하는 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FPS 게임의 왕좌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 〈배틀필드〉 시리즈이긴 하지만 〈배틀필드4〉의 경우 2020년을 기준으로 무려 출시 7주년이 되어가는 게임이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남녀의 영상은 (이 글을 쓰는 지금 기준으로) 두 편 합쳐서 약 658,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두 영상이 유튜브 이용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탈북자’가 가상의 ‘평양’이지만 ‘김일성 동상’을 향해 총을 쏜다. 이때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 그 자체보다는 김일성 동상을 보자마자 총을 쏘는 탈북자의 모습이다. 그리고 2021년에는 ‘북한 인민’을 흉내 내는 스트리머와 실제 ‘탈북자’가 함께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2) 세 편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 역시 약 86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이 영상은 사전에 기획된 것으로, 〈조충현〉 채널에서는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사전에 탈북자를 모집했다. “배틀그라운드 및 다른 여러 가지 게임들 탈북민스쿼드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실제 새터민분들 중 배그 및 롤을 해보신 적이 있는 분들은 전자우편함으로 날래 보내주심 감사하겠슴다”라는 내용의 익살맞은 공지에서 운영자가 예로 들고 있는 게임은 “〈배틀그라운드〉, 〈롤〉, 〈카트라이더〉 등”이다.3) 그렇게 성사된 〈배틀그라운드〉 플레이 영상은 〈배틀필드4〉 영상보다 더 단순했다. ‘대한민국 코미디언’이 ‘탈북자’와 ‘문화어’를 쓰며 게임을 한다. 시청자들은 아슬아슬한 〈배틀그라운드〉 플레이 상황보다 코미디언 스트리머 ‘복남 동지’와 탈북자 게스트 ‘억철 동지’의 입담에 열광한다. 〈CLAB〉와 〈조충현〉 채널에 올라온 영상 모두 탈북자의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두 채널의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은 탈북자가 보여주는 게임 플레이에 큰 관심이 없다.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것은 탈북자들의 입담과 그들이 보여주는 과감함이다. 여타 게임 스트리머들의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이 스트리머의 게임 실력과 센스에 따라 영상 시청을 결정한다면, 탈북자들의 게임 플레이 영상에서 중요한 것은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그들이 게임에 투영하는 경험인지도 모른다. 통일부가 집계한 국내 정착 탈북자의 수는 33,815명이다.4)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탈북자는 여전히 새롭고 낯선 존재이다. TV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탈북자는 경직되어 있거나 작위적이다. 유튜브 영상 속 탈북자는 북한 출신이지만 ‘우리’와 비슷한 존재로 다가온다. 오히려 ‘진짜 북한 사람’이 맞는지 의심받는 ‘진짜 탈북자’가 되기까지 한다. 우선 『유령』을 의심하자, 그러니까 과연 분단과 탈북자란 강희진의 장편소설 『유령』은 오래된 소설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벌써 낡아버린 소설일 수도 있다. 2011년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출간된 『유령』은 “탈북자들의 소외를 리니지 게임과 연결시켜 서술한 점이 신선하고 흥미롭다”는 평가를 받음과 동시에 “분단 상황과 가상현실 문제를 뒤섞고 가로지르며 역동적인 탈주를 보인” 것으로 이목을 끌었다.5)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우찬제는 「분단 환경과 경계선의 상상력」을 통해 강희진의 첫 장편소설이 “탈북할 수밖에 없었던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사정, 탈북 이후 남한의 경제적 문화적 사정 등을 실감 있게 기술”하는 동시에 “단순한 탈북자들의 생리를 그린 것이 아니라 21세기 세계의 문제의식을 독특하게 구성해 놓고 있다”고 평한다.6) 즉 강희진의 『유령』은 2011년이라는 상황 속에서 새롭고 독창적인 ‘분단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고인환은 「탈북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로운 양상 연구」를 통해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과 강희진의 『유령』을 동시에 호명한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가상의 디스토피아 현실’을 그린다는 점일 것이다. 차이점은 ????국가의 사생활????이 가까운 미래의 통일된 상황을 상상한다면 『유령』은 2010년의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정도이다. 고인환이 『유령』에 주목하는 것은 “탈북자들의 삶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의 냉혹함은 물론, 그들에 대한 “지나친 감정 몰입”으로 객관적 거리감을 유지하지 못하는 일방적 태도 또한 경계하고 있는” 작가의 태도이다.7) 고인환에 따르면 ““객관화된 대상”으로서의 탈북자는 ‘공감의 부재’와 “지나친 감정 몰입”을 창조적으로 지양(止揚)하는 과정에서 온전히 형상화될 수 있을 것”이고, 강희진은 『유령』을 통해 그것을 적절히 보여줬다.8) 이와 더불어 이경재는 “이주노동자나 결혼이민자 혹은 탈북자들을 무시와 모멸의 대상으로만 삼는 한국인의 식민주의적 (무)의식을 날카롭게 고발”하는 것으로 평가한다.9) 나아가 소설 속 “주인공의 부적응과 소외,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탈북자들 모두에게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분석한다.10) 이것은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배제되어 ‘벌거벗은 자’가 되어가는 현실을 재현하는 데 집중하는 소설”의 하나라는 입장이다.11) 재차 강조해야 할 점은 이 소설이 2011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2011년. 남북관계가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었던 바로 그 무렵, 대한민국 공해에서 군함이 격침당하고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토가 적의 포탄에 유린당한 직후의 언저리, 그리하여 반공의 기치가 다시 하늘 높이 휘날리던 바로 그 시절, 그럼에도 2천 명 넘는 탈북자가 해마다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던 상황. 아주 잠깐 탈북자 현황을 알아보자, 『유령』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2010년을 기준으로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자는 2만 명에 가까웠다. 2만 명의 탈북자가 의미하는 것은 2만 가지 이상의 사연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가운데 ‘탈북자’이자 ‘청년’이며 ‘게임중독자’로 묘사되는 『유령』의 주인공은 과연 ‘탈북자’를, ‘탈북 청년’을 대표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문학에 없던 존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인물을 상징적인 존재로 위치시킴으로써 생겨난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반공의 기치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가뜩이나 차별받던 탈북자들은 무시와 멸시의 존재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그나마 동정과 긍휼의 대상으로 상상되던 탈북자들이 이제는 간첩은 아닌지 의심해야 하는 대상으로, 사회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항상 겪어야 하는 간첩 의혹, 눈치를 봐야 하는 정착 지원 제도. 다수의 시선은 언제나 소수를 불안과 공포로 내몰 뿐이다. 다수는 소수의 존재가 성가신 정도(불편도 아니다)에 그치겠지만, 소수에겐 무엇 하나 사소할 수 없는 법이다. 2022년 현재 상황에서 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오히려 간단하다. ‘탈북자’가 주인공인 이 소설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냉정한가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하는 까닭이다. 나아가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소설을 과연 분단문학 혹은 디아스포라 문학이나 다문화 문학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다시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탈북자를 끊임없이 ‘탈북자’라는 따옴표 속에 가둠으로써 생기는 왜곡과 굴절의 문제이며, 탈북자라는 지칭을 통해 그들을 계속해서 대한민국의 외부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의심하자 『유령』을, ‘탈북자’가 아닌 ‘탈북자 됨’에 대하여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탈북자에 대한 시선 중에 하나가 ‘미리 맞이한 통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그 표현은 좌절되고 실패하였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유령』이 결코 그러한 현실에 대한 ‘고발’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1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유령』이 묘사하고 있는 탈북자-북조선의 모습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오히려 『유령』이 그리고 있는 탈북자-북조선은 대한민국이 상상하는 ‘탈북자 됨’ 또는 ‘북조선 됨’의 재생산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내가 갈 곳은 방송국이 아니라 리니지 세계다. 이번에 그 속으로 들어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다. 귀환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바깥 세계로 나온다면 영원히 폐인으로 살아야할지 모른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1년이고, 2년이고 머물 것이다. 내게 리니지는 환상이 아니다. 그곳은 현실이다(325쪽). 위 인용은 『유령』의 결말 부분이다. 소설 속 주인공의 문제는 무엇하나 해결된 것이 없다. 그나마 ‘개명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 주인공 ‘나’가 해결한 유일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소외와 차별, 무시와 멸시, 좌절과 낙담 속에서 ‘탈북자’인 주인공의 도피처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2〉이다. 게임 속 주인공의 아바타-캐릭터 ‘쿠사나기’는 영웅이다. 혈맹의 군주인 동시에 혁명의 선봉에 섰던 전사이다. 다만 소설의 도입에서 ‘나’가 스스로 되뇌이듯 “육이오 전쟁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한반도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혁명이었던 바츠 해방전쟁에 참여한 전사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영웅에게도 현실은 냉혹한 법이다.”(11쪽) 현실이 아닌 가상, 현실보다 더 냉혹한 세계에서야 탈북자는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한다. 더욱이 ‘나’의 주변에 있는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고난과 고통 속에 살아간다. 노숙자이거나, 룸싸롱 접대부거나, 대딸방 핸플녀거나, 고아거나, 과부거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살거나, 마약에 찌들거나. 북조선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와 상관없이 남한에서 살아가는 인생은 기구하기만 하다. 『유령』 속 탈북자는 그래서 ‘유령’이 된다. 그리고 『유령』을 읽는 독자들은 ‘탈북자 됨’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요즘은 탈북자에게 주는 정착금이 얼마 되지 않아 환상은 더 빨리 깨진다. 탈북자들이 컴퓨터 게임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169쪽). 작가는 『유령』 속의 인물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틈틈이 현실에 대한 ‘고발’도 멈추지 않는다. 문제는 그 고발의 잘못됨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2만 명, 2022년을 기준으로 3만 명의 탈북자 가운데 몇이나 컴퓨터 게임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는지 의심해야 한다. 마치 지원금이 줄어서 탈북자가 힘들어졌다는 진술을 의심해야 한다. 돈이 없어서 현실을 피해 가상 세계로 뛰어든다는 시선을 의심하고 타파해야 한다. 하지만 독자는 『유령』을 읽는 동안 그러한 의심으로부터 차단된다. 작가는 그만큼 단호하고 당당하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늘 당하는 배신, 게임 속에서는 그런 일이 없으리라 믿었다”(52쪽)는 주인공의 목소리는 의심하지 말자. 다만 게임이라고 다를 게 없다는 것을 탈북자인 주인공은 몰랐을 것이다. 엄연히 말하자면 게임과 현실은 다르다. 하지만 게임이라고 현실과 다르지 않다. 그러한 게임과 현실의 경계에 대하여 한 선학은 다음 인용의 멋진 문장을 새겨놓았다. 어쩌면 한국 사회의 온라인 게임 열풍은 현실과 게임 사이의 이질감이 적다는 점에서 비록되는 것이 아닐까? 온라인 게임의 사건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발생한다. 허구의 캐릭터들은 가상의 육체와 현실의 영혼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속 모든 현상은 사회를 투영한다. 하지만 게임은 현실의 의미망 속에서 만들어지는 동시에 현실의 의미망을 끊임없이 벗어난다. 그것이야말로 게임이 가진 탈주의 힘이다. 12) ‘게임’을 대하는 『유령』의 태도, 무엇이 그렇게 문제 이 소설의 또 다른 문제는 결코 게임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소설 시작부터 “온라인 게임을 정신없이 하다가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도 있다”(10쪽)고 적는다. 주인공을 상담하는 의사는 “이런 식으로 살다간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16쪽)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온라인 게임 속으로 들어가 폐인이 되는 데는 이틀이면 충분하지만 폐인을 탈출하는 데는 한 달 이상이 걸린다”(117쪽)고 고백한다. “게임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지만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 공포에 대한 갈망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게임은 진짜 공포다.”(236~237쪽) 결국 “게임이, 그놈의 게임이 재밌지도,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데도 계속해 그것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돈, 공들여 온몸을 바쳐 쌓아올린 레벨 때문이다.”(280쪽) 하지만 정말 그럴까? 결국 유저는 언젠가 게임을 떠난다. ‘못 떠나는’ 유저는 없다. 안 떠날 뿐이다. “유저가 어떤 게임을 떠나는 것은 게임이 지겨워지는 순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13) 이것은 게임에 대한 무례이다. “산업적 담론에서 게임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 IT 산업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문화적 담론에서는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마약으로 묘사된다.”14) 강희진의 소설 『유령』은 게임을 ‘마약’으로 치부한다. 그렇다보니 〈리니지2〉만의 사건이 아닌 현실에서도 이목을 사로잡인 ‘바츠 해방전쟁’ 역시도 『유령』에선 도구적으로 소모될 뿐이다. (진짜 의미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독재에 맞선 민중의 봉기, 독재를 물러나게 한 성공한 혁명, 혁명 뒤에 인간이 그렇듯 욕망에 점철되어 내분을 맞은 집단, 독재자의 귀환과 혁명 세력의 몰락. 그 자체로 소설이 될 수 있는 ‘바츠 해방전쟁’은 실제 ‘붉은혁명’이라는 혈맹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탈북자 중심의 혈맹 ‘뫼비우스의 띠’가 만들어지고, 〈적기가〉를 무르는 내복단이 등장하고, 해방전쟁이 혁명전쟁으로 묘사되면서 현실에선 낙오자일 뿐인 탈북자가 최전선에서 무기를 휘두르는 용맹한 전사가 되는 무대로 된다. 이때의 문제는 실제 벌어졌던 〈리니지2〉의 ‘바츠 해방전쟁’의 진의는 사라지고 ‘탈북자의 영웅 신화’로써 각색된 ‘바츠 해방전쟁’만 전면에 남는다는 점이다. 아래 인용에서 보여주는 ‘바츠 해방전쟁’이 벌어지던 즈음에 대한 상황을 기억해야 한다. 〈리니지2〉의 스토리 세계에는 현실 역사의 ‘민중 계층’에 비유될 수 있는 계층이 존재한다. 통계 자료를 보면 40레벨 이하의 캐릭터들로 규정되는 이 민중계층은 2003년 11월 25일 현재 전체 〈리니지2〉 플레이어의 85.9%를 차지한다. 한편 55레벨에서 75레벨 사이의 캐릭터이면서 지배혈맹에 소속되어 있는, 현실 역사의 ‘군사 귀족 계층’에 비유될 수 있는 계층 역시 뚜렷이 존재한다. 높은 레벨이 되어 세력이 있는 혈맹에 들어가면 멋진 무기에 좋은 옷을 입고, 아름다운 성에서 살며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낮은 레벨의 군소 혈맹원들은 수시로 공격당해 죽고 들판에서 혈맹 모임을 가진다. 사냥터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레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적다. 이러한 계층 분화는 레벨 차이에 따른 이해관계의 상충을 가져와 혈맹 전쟁의 확산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략)15) 하고 싶었던 『유령』에 대한 이야기, 탈북자와 게임(하기) 앞에서부터 조금씩 해왔던 이야기지만 소설 『유령』에서 ‘탈북자’가 〈리니지2〉라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실에서 겪는 좌절을 가상의 게임 세계에서는 겪지 않아도 된다. 현실에서 주인공 ‘나’는 무시와 멸시의 존재지만 〈리니지2〉의 혈맹 군주인 ‘쿠사나기’는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다. “현실에서 죽었다가 깨어나도 맛볼 수 없는 것이 있다. 게임의 세계에서만 펼쳐지는 낯설고 특별한 체험이다.”(53쪽) 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체험’이란 단순히 가상의 게임 세계에서 겪는 이벤트 그 이상일 것이다. 현실과 달리 게임 속 세계에선 ‘힘’이 곧 ‘권력’이다. 자신을 탈북자가 아니라 조선족이라 속여야 할 만큼 탈북자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 탈북자가 온라인 게임 속의 영웅처럼 취급받던 시절도 있긴 했지만 그것은 이미 오래전이다(58쪽). 탈북자들이 목숨을 걸고 체제를 탈출하여 대한민국을 찾아오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낙오와 좌절, 무시와 멸시, 천대와 모욕을 위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남쪽으로 온 것이 아니다.”(164쪽) 하지만 자유를 찾아, 진정한 낙원을 찾아 대한민국을 찾은 탈북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순전히 자본주의일 뿐이다. “그래서 가끔 자신도 탈북자라면 좋겠다는 황당한 소리를”(167쪽) 실없이 듣고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태어나 자본주의에서 성장하여 자본주의 속에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탈북자는 ‘치트(Cheat)’일 뿐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탈북자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탈북자를 극도로 경계하거나, 탈북자를 혐오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태어나면서부터 겪어야 했던 경쟁에서 자유로운 존재. 학력도 주거도 쟁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학력을 위해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현실은 어쩌면 오히려 한국인이 갖는 낙심의 근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설 속 탈북자들은 현실의 삶과 다르게 영웅이 될 수 있는 〈리니지2〉로 모여드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탈북자임을 숨겨야 하고, 탈북자임이 드러나는 순간 온갖 모욕을 견뎌야 한다. 그렇지만 게임에서는 탈북자임을 굳이 숨길 이유도 없고, 탈북자임이 드러나도 모욕을 각오할 필요가 없다. 게임 속 가상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힘’과 ‘권력’, 즉 레벨이다. 하지만 집단에서 벗어나 ‘솔플(solo play)’을 즐기는 유저의 상황은 좀 다르다. 저는 탈북 노숙자 한 사람의 주민번호를 빌려 아이디를 등록하고 본격적인 사냥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리니지에서 제가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제가 다른 인물들을 죽일 때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리니지 안에서 칼을 마구 휘둘렀습니다. 어떤 날은 밤새도록 잠도 자지 않고 사냥을 다니며 닥치는 대로 죽이고 피를 보았습니다. 때로는 제가 희생될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더 짜릿한 쾌감을 느꼈습니다(318쪽). 소설 속 중년 여성 탈북자(‘정주 아줌마’)에게 〈리니지2〉는 어떤 도피의 공간이기보다 본능적인 유희의 공간이었다. 다만 ‘정주 아줌마’가 즐기는 게임의 방식, 〈리니지2〉를 플레이하는 태도는 상당히 위험천만하다. 현실 세계에서 게임에 들이미는 ‘악’의 잣대에 가장 부합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주 아줌마’야 말로 『유령』 속 어떤 탈북자들보다 게임에 충실한 인물일 것이다. 아니, 게임의 정해진 규칙마저 뛰어넘는 존재다. “RPG의 스토리텔링은 플레이어의 모험이 단순한 성장과 이동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교묘하게 감춘다. 이야기는 캐릭터의 성장을 위한 표지판이다. 그리고 이 길을 벗어난 플레이어는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일종의 성장통을 겪게 된다.”16) 하지만 ‘정주 아줌마’는 스토리텔링을 벗어나고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뿐이다. ‘게임하기(gaming/playing)’를 통해 오히려 게임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석연찮은 『유령』, 의심의 끈을 끝까지 소설 속 탈북자에 대한 묘사에 수시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설의 편의를 위해 설정된 탈북자들의 출신 배경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다. 그렇다고 소설에 장치된 인물의 설정을 모두 거짓이라 여길 필요도 없다. 교묘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독자는 극심한 스트레스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을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탈북자라고 해서 무엇인가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 출신’이라는 이상한 표현이다. 황해도, 평안도, 강원도, 함경도, 자강도, 양강도 (여기에 더하자면 평양직할시) 출신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유령』 속 탈북자들은 출신이 명확하다. 무산, 정주, 평양. 하지만 각각의 출신 배경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경험해야 하는 불편함은 탈북자의 탈북자 됨이 끊임없이 강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탈북자는 성공해선 안 되고, 성공의 기회도 잡아선 안 되고, 중독의 삶을 살아야 하며, 소외된 채로 몸부림치거나 체념해야 하며, 남성은 폭력과 무기력의 양극단 중에 하나를, 여성은 성적 대상화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 운명이고 숙명이며 주어진 생인 것처럼 묘사한다. 『유령』은 게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부정한다. 주인공 ‘나’를 제외한 소설 속 모든 인물이 현실과 게임을 구분한다. ‘나’와 함께 〈리니지2〉에서 혈맹 활동을 했던 다른 탈북자들도 게임과 현실은 별개의 삶이라는 걸 안다. 주인공보다 더 극심한 삶을 사는 인물들조차 소설에서 제시하는 최후의 선택지가 게임 속은 아니다. 더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혹은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인공에게 “리니지는 환상이 아니다. 그곳은 현실이다.”(325쪽) 소외된 존재들의 사연을 드러내기 위한 소설로 생각한다면 『유령』은 썩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소외된 존재들을 또 다른 틀로 가둔다는 점에서 『유령』은 썩 좋은 소설이라고 보기 어렵다. 탈북자가 등장하고, 탈북자 청년이 고뇌한다. 하지만 그것은 분단 현실이 아닌 자본주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탈북자를 다문화의 범주로 넣는 순간 탈북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없다. 그저 영원히 이방인으로 존재할 뿐이다. 탈북 이전의 삶까지만 디아스포라이다. 탈북으로 인하여 고향을 떠났기 때문에 이산(離散)이라 생각하는 것은 디아스포라에 대한 무책임이다. 2022년 『유령』을 읽어야 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런 잔소리를 남기고 싶다. 끊임없이 의심하라. 소설 속 탈북자의 정체를 의심하고,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게임에 대해 의심하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학연구자) 이예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북한문학이 아닌 조선문학 연구자를 표방하지만, 주류문학 말고 비주류로 일컬어지는 대중‧통속‧장르 및 기타 등등 애호가가 되었다.

  • [논문세미나] 베트남 게임 환경과 무협문학의 관계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무술과 영웅담은 문학, 영화, 텔레비전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되는 무협 이야기를 이루는 근간이 된다. 베트남 현지어로 키엠히엡(kiếm hiệp), 트루옌쯔엉(truyện chưởng)으로 불리는 무협물은 베트남에서 중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20세기 초 베트남에 처음 소개된 무협소설은 인쇄매체와 온라인게임을 통해 다양한 역사적 변천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이 글에서 오늘날의 베트남 디지털게임이 다루는 무협 콘텐츠가 어떠한 배경 속에서 무협문학으로부터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나는 초창기의 무협물에 관한 경험이 베트남의 동시대 게임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생애사적 접근법과 문화적 근접성의 개념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 Back [논문세미나] 베트남 게임 환경과 무협문학의 관계 23 GG Vol. 25. 4. 10. 무협물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문화에 크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판타지 문학의 하위 장르다. 특히 중국 문화권 혹은 중국 문화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Chen, 2009)을 대표하는 장르로 이야기된다.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무술과 영웅담은 문학, 영화, 텔레비전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되는 무협 이야기를 이루는 근간이 된다. 베트남 현지어로 키엠히엡(kiếm hiệp), 트루옌쯔엉(truyện chưởng)으로 불리는 무협물은 베트남에서 중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20세기 초 베트남에 처음 소개된 무협소설은 인쇄매체와 온라인게임을 통해 다양한 역사적 변천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이 글에서 오늘날의 베트남 디지털게임이 다루는 무협 콘텐츠가 어떠한 배경 속에서 무협문학으로부터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나는 초창기의 무협물에 관한 경험이 베트남의 동시대 게임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생애사적 접근법과 문화적 근접성의 개념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베트남 무협의 초창기 영향력 베트남 무협 소설의 뿌리는 처음 베트남 독자들이 중국 무협소설을 경험한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작품들은 무술 소재에 유교적 이상, 역사 소설을 결합한 전통적Oldschool(Hamm, 2005) 중국 무협문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온 편이었다. 베트남 작가들은 무협물을 베트남 현지 상황에 맞게 각색하기 시작했고, 종종 베트남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룩밧( lục bát) [1] 구절과 같은 베트남 문학의 형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초창기 베트남의 무협물들은 중국 무협의 전통으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았지만, 동시에 로맨스 서사와 같은 프랑스 문학의 요소로부터도 영향받은 바 있어 중국 작품에 비해 보다 말랑말랑한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Phan. 1998). 그러나 1954년 베트남이 남북으로 분단된 이후 정치적 변화를 겪으며 북베트남에서 무협물은 탄압받게 된다. 북베트남 공산정부는 무협물을 체제전복의 도구이자 자본주의적 퇴폐의 상징으로 간주했고, 동시에 이를 해로운 외세의 영향이라고 보았다(Linh 외, 1977).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협물은 남베트남에서 여전히 번성했으며, 특히 홍콩과 대만에서 진용(김용), 량유성, 우롱성, 니광, 구롱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무협작가들이 등장하면서 베트남 대중문화의 한 축을 차지하기 시작했다(Vu, 2015). 베트남 무협물은 1975년 사이공(현 호치민)에서 북베트남이 승리를 거둔 이후 정부 당국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적대감에 직면했다. 북베트남 당국이 무협 서적을 전면 금지한 이후, 북베트남 사람들은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무협 서적을 돌려 읽기 시작했다. 출판 및 유통이 금지되어 불법으로 수입될 수 밖에 없었던 사본들이 시장 전체로 조용히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무협물의 매력은 오히려 더 커져갔다(응우엔 통, 2018). 베트남 정부는 1990년대 경제개혁과 미국의 금수조치가 종료되면서부터 무협물 제작과 유통에 대한 접근방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무협 관련 자료들은 국영 출판사에서 제작하는 합법적 번역출판물들을 통해 다시금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인터넷이 등장하면서부터는 디지털 자료, 영화 콘텐츠, 게임 등을 통해 무협물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들도 나타나게 되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온라인게임에서의 무협 인터넷 기술이 베트남에서 본격화하면서부터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을 통해 무협물은 다시한번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온라인게임 Võ Lâm Truyền Kỳ(The Swordsman )와 Cửu Long Tranh Bá(9Dragons ) 가 베트남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플레이어들은 김용과 구룡의 작품에 등장했던 무술의 테마와 영웅들의 컨셉을 가져온 이 게임을 통해 무협의 무한한 세계를 경험했다. 무협 온라인 게임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무협소설(Ge, 2017)에 묘사된 복잡한 세계를 탐험하는 무협무술가 당사자로서의 이야기를 경험하게끔 함으로써 개별 플레이어들의 협력이 가능한 장을 조성했다. * 2000년대 베트남 무협 온라인게임 Võ Lâm Truyền Kỳ 베트남에서의 온라인 무협 게임 붐의 배경에는 플레이어들의 향수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쳤다. 1980년대, 1990년대에 태어난 이들 무협 게임 플레이어들은 어린 시절부터 소설과 TV 프로그램, 영화 등을 통해 무협물에 익숙한 세대였기 때문이었다. 무협 게임 플레이는 이들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어린 시절 경험했던 무협물의 이야기와 캐릭터에 대해 가진 환상과 정서적 유대감을 다시금 일깨우며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Chan, 2006). 이러한 현상은 생애 초기의 경험이 이후의 행동과 선호도를 형성한다는 인생과정 이론과 일치한다. 베트남 게이머들의 경우, 무협물에 대한 노출이 게임 취향을 형성하는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 – 중국 사이의 영토 분쟁으로 인해 반중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베트남 게이머들은 정치적 갈등과 문화적 감상을 구분했고, 무협물을 비롯한 중국 미디어 콘텐츠들을 계속 수용하고 있었다. 향수는 베트남 전역에서 무협 게임의 인기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무협 관련 콘텐츠들은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수천년 이상 이어진 문화적 연관성을 토대로 베트남 플레이어들을 매료시킨다. 양국 간의 역사적 연결은 양국 정부가 중국 미디어 콘텐츠를 베트남 이용자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문학 및 게임 등에서의 무협 소재를 베트남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유지하는 가교로서 작용한다(Yoo et al, 2014). 베트남과 중국 사이의 영유권 분쟁으로 인한 정치적 긴장은 베트남 게이머들이 중국산 무협 게임 플레이를 즐기는 것을 막지는 못했는데, 이는 베트남 게이머들이 정치적 문제와 문화적 소비행동을 분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Kinh Hoa, 2018). 외국 미디어의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두 문화 간의 유사성 정도를 의미하는 문화적 근접성 개념 또한 베트남에서의 무협 게임 인기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 문화적 근접성은 베트남 시장에서 무협 게임의 수용을 촉진했으며, 플레이어는 충성심과 명예, 무술 철학과 같은 무협을 통해 공유된 문화적 주제와 가치를 반영하는 게임에 더욱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Straubhaar, 1991). 베트남 무협 게임 시장은 아시아 게임사들의 효과적인 홍보 전략을 통한 지속적인 사업전략적 선택 덕에 갈수록 번창하는 중이다. 게임 프랜차이즈로서의 무협물이 가진 인기에 힘입어 베트남 게임 개발사들은 무협을 주제로 한 게임들을 자사의 주요 제품 라인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이들 업체는 보다 저렴한 라이선스 비용으로 이미 무협 게임을 좋아하는 베트남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무협 게임 수입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사가 무협물을 테마로 선택하는 주요한 이유로 이들 무협물이 베트남 플레이어들의 문화적 선호도를 충분히 충족하고 있고, 무협물 콘텐츠에 대한 기존의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MIC, 2019a). 이는 통계상으로도 드러난다. 베트남 정보통신부(MIC, 2019a)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308개의 온라인 게임이 PC 혹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으며, 이들 중 95%는 무협물 혹은 무협 컨셉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9년 상반기에 수입된 게임 중에서는 90%가 무협 컨셉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MIC, 2019b). 베트남 문화부 웹사이트에 게시된 최신 보고서(MIC, 2024)에서도 무협 게임의 수입 우세가 뚜렷하게 기록되는 것으로 볼 때 무협물의 강세는 여전히 지속되는 중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인기 MOBA게임이 무협게임의 소비자층을 줄이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한데, 다른 장르의 유행에도 불구하고 무협게임의 팬층 자체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맥락에서의 베트남 무협물 무협물은 베트남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반면, 서구 시장에서는 그다지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중국 철학, 무술과 같은 소재들이 강조된 무협물 속의 문화적, 서사적 뉘앙스가 관련 배경지식이 없는 서양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무협물 서사는 중국 문화의 깊은 곳까지를 파고들기 때문에 서구권 수용자들에게 무협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Frisch, 2018). 실제로 무협물을 영어로 번역할 때 서양 언어에는 각각의 무협 개념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용어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무협물이 서구권에 알려지기에 어려운 또다른 요소로 작용한다(Earnshaw, 2018). 그 결과 무협 기반 게임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에서 보여준 성공과 달리 서구권에서는 상대적으로 틈새 시장에 머무는 형태가 되었다. 서양과 동양의 게임문화 간 차이는 무협 게임의 차별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서양 게임들은 종종 군사화된 남성성, 전략 기반의 전쟁, 식민지 서사를 강조하는 반면, 동아시아 게임에서는 판타지와 신화, 무술적 전통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시적 기교에 가까운 무술의 기교나 무협물에서 활용하는 역사적 우화와 같은 간접적 뉘앙스들은 서구 이용자들의 무협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무협 서사가 가진 복잡성과 어려움은 무협 게임에도 영향을 미쳐, 서구권을 포함한 글로벌로의 진출이 제한되며 무협 게임은 주로 동아시아 특유의 문화현상으로서의 위상이 강화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의 무협 게임은 문학과 영화 등을 통해 다양하게 각색된 장르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친화도 덕분에 게임업계에서는 지속적인 활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베트남의 게임산업 발전에 대한 열망 또한 무협물의 영향을 받았다. 투언 티엔 키엠(Thuận Thiên Kiếm) [2] 과 같은 베트남산 무협 게임을 제작하려는 시도는 국가의 역사와 신화를 게임 서사에 통합하려는 열망을 반영한다. 하지만 높은 제작비용, 각종 규제, 수입 게임과의 경쟁과 같은 문제는 베트남 내부에서 개발하는 무협 기반 게임들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다. 그 결과, 베트남 게임업체들은 독창적인 게임 개발보다는 외산(중국산) 게임의 현지화에 보다 집중하였고, 이로 인해 무협물의 상당 부분은 중국산 무협 게임이 차지하게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베트남 도서 시장에는 셴샤(판타지), 옌칭(로맨스), 보이러브, 툼레이더와 같은 새로운 장르들이 등장하면서 무협소설의 출판량과 독자가 감소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무협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는 여전히 베트남 그리고 세계적인 규모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다. 고품질 게임을 만들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자 한 중국 게임 스튜디오들의 노력 덕택에 무협물 게임은 전 세계, 그리고 특히 베트남에서 무협의 본질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는 무협에서 영감을 얻은 블록버스터 게임을 개발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고, <검은 신화: 오공>은 그러한 열망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24엔터테인먼트의 게임개발자들은 배틀로얄 규칙에 양식화된 무술전투 메커니즘을 결합하여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를 제작했다. 2021년에 출시된 이 게임은 가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 서바이벌 개념을 따라가는 대담한 시도였다. <나라카>는 무협물이 가진 개방형의 미학을 속도감 넘치는 경쟁모드로 전환하면서 무협 게임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멀티플레이어 기반의 온라인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나라카>는 중력을 거스르는 이동기술, 마샬 ‘아츠’ 로서의 검술, 신화적 요소와 같은 무협 게임의 기본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유지했다. 중국과 서구시장 모두에서 이뤄낸 <나라카>의 성과는 무협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게임이 전통적 문화적 기반과 함께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Obedkov, 2024) 한편 <검은신화: 오공>은 매혹적인 그래픽 속에서 중국 고전 <서유기>를 재해석해낸 신화적 이미지가 훌륭하게 연출되며 큰 인기를 모았다. <서유기>의 여정을 따라가는 주인공 캐릭터는 봉술이라는 무술의 전문가로 묘사되면서 무협 요소를 크게 차용했다. <오공>의 개발자들은 언리얼 5를 사용하면서 강한 몰입감과 영화적 영상연출을 동시에 일궈냈고, 이러한 접근방식은 무협 미디어가 발전하는 기술을 통해 어떻게 무협물의 국제화를 달성하고 기존의 수용자층을 넘어서는 범주 확장을 이뤄내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무협물 본연의 스토리텔링을 유지함으로써 <서유기>에 익숙한 이용자 뿐 아니라 서구권의 수많은 초심자들까지도 플레이어 풀에 끌어들이는지를 보여주었다(Meng, 2025). 결론 베트남 무협의 역사는 문학과 기술미디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가 갖는 복잡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인쇄소설에서 시작된 무협은 온라인게임의 디지털 전환에 이르기까지 베트남 문화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해 왔다. 향수와 문화적 근접성은 중국발 무협 게임이 베트남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가져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많은 플레이어들은 무협물을 일찌감치 다른 미디어를 통해 접해 왔다는 배경 속에 무협 장르를 게임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무협 게임이 달성한 성공은 이 장르의 지속적인 매력을 인식한 베트남 게임사들의 비즈니스 전략에 힘입은 바 또한 크다. 다른 게임장르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협 장르는 베트남 게임산업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유산은 베트남에서 무협소설이 문화적 중요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미디어 형식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다.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 와 <검은신화: 오공>의 성공은 무협 장르가 전세계 게임업계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장르이며, 게임만 잘 나온다면 동서양의 문화적 경계도 모호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 게임들은 현대적인 게임 플레이로부터의 요구에 적응하면서 전통적인 장르가 현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무협 장르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한다. 참고문헌 Chan, D. (2006). Playing with indexical Chineseness: The transnational cultural politics of Wuxia in digital games. Enter Text , 6 (1), 182–200. Chen, L. C. (2009). The value chain in the Asian online gaming industry: A case study of Taiwan [Doctoral dissertation]. University of Westminster. Earnshaw, G. (2018, November 1). I translated Chinese writer Louis Cha “Jin Yong.” Here’s why he never caught on in the West. South China Morning Post . https://www.scmp.com/news/china/society/article/2171127/i-translated-chinesewriter-louis-cha-jin-yong-heres-why-he-never Frisch, N. (2018, April 13). The gripping stories, and political allegories, of China’s best-selling author. The New Yorker . https://www.newyorker.com/books/page-turner/the-gripping-storiesand-political-allegories-of-chinas-best-selling-author Ge, S. S. (2017). The influence of Chinese culture on television to young people in Vietnam [Master’s thesis]. VNU University of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Hanoi. Hamm, J. C. (2005). Paper swordsmen: Jin Yong and the modern Chinese martial arts novel. University of Hawai’i Press. Kinh Hoa. (2018). Kim Dung anh huong nguoi Viet nhu the nao? [How Jin Yong influences Vietnamese readers?]. https://www.rfa.org/vietnamese/in_depth/jin-young-and-vietnamese-11012018115035.html Linh, T., Hien, P., Quynh, T. T., Binh, H. L., Phuong, T., & Ta, T. H. (1977). Van hoa, van nghe mien Nam Viet Nam duoi che do My Nguy [Culture and Arts in South Vietnam under the regime of US-RVN]. Culture Publishing House. Meng, Q. (2025). Black Myth: Wukong – The Internationalization of Chinese Games. Journal of Modern Social Sciences, 2 (1), 13–19. https://doi.org/10.71113/JMSS.v2i1.173 Ministr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MIC). (2019a). List of online games with content approved from 2015 to 2018 and defunct games . http://www.mic.gov.vn/solieubaocao/Pages/TinTuc/139632/Danh-sach-cac-tro-choi-duoc-cap-quyet-dinhphe-duyet-noi-dung-kich-ban-tu-2015-2018–dang-phat-hanh–va-Danh-muc-tro-choi-truc-tuyen-da-thong-bao-ngung-phathanh.html Ministr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MIC). (2019b). List of online games with content approved in 2019 . http://www.mic.gov.vn/solieubaocao/Pages/TinTuc/139630/Danh-sach-cactro-choi-duoc-phe-duyet-noi-dung–kich-ban-nam-2019–denthang-8-2019-.html Ministr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MIC). (2024). List of online games with content approved from 2015 to 2023 (until December 2023). https://abei.gov.vn/danh-sach-cap-phep/danh-sach-cac-tro-choi-duoc-cap-quyet-dinh-phe-duyet-noi-dung-kich-ban-2015-2023-tinh-den-thang-122023/108392 Nguyen, Thong. (2018). Mot the he khong co Kim Dung [A generation without Jin Yong]. https://motthegioi.vn/van-hoa-giai-tri-c-80/tap-van-c-172/mot-the-he-khong-co-kim-dung-99979.html Obedkov, E. (2024). The First Descendant tops Steam charts, with Naraka: Bladepoint rising 56 positions and breaking its CCU record . https://gameworldobserver.com/2024/07/09/the-first-descendant-tops-steam-charts-naraka-bladepoint Phan, N. (1998). À la rencontre de deux cultures: l’influence de la littérature française au Viêt-nam [The meeting of two cultures: the influence of French literature in Vietnam]. Aséanie, Sciences humaines en Asie du Sud-Est , 1 , 123–143. Straubhaar, J. D. (1991). Beyond media imperialism: Asymmetrical interdependence and cultural proximity. Critical Studies in Mass Communication , 8 , 39–59. https://doi.org/http://doi.org/fw2vqv Vu, D. S. B. (2015). Kim Dung giua doi toi [Jin Yong in my life]. Tre Publishing House. Yoo, J., Jo, S., & Jung, J. (2014). The effects of television viewing, cultural proximity, and ethnocentrism on country image . Social Behavior and Personality, 42 (1), 89–96. https://doi.org/10.2224/sbp.2014.42.1.89 [1] 역자 주: 六八. 6음절 연과 8음절 연을 연이어 사용하는 베트남의 시 형태. 중국 고전문학에서 중간중간 분위기 전환을 위해 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장면을 베트남 현지 분위기로 맞출 때 사용했음을 나타낸다. [2] 번역자 주: 順天劍, 순천검. 명나라와 싸워 베트남을 명의 지배로부터 독립시킨 Lê Lợi 왕이 가졌다고 알려진 전설의 검이다. Tags: 베트남, 무협, 온라인게임, MMORPG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베트남 국립대학교 학제 간 과학 및 예술 학교) 판꽝안 Phan Quang Anh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신주형

    주로 시리어스 게임과 시리어스 게임을 플레이하는 장소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리츠메이칸대학 게임 연구 센터 (RCGS)의 게임 아카이빙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신주형 신주형 주로 시리어스 게임과 시리어스 게임을 플레이하는 장소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리츠메이칸대학 게임 연구 센터 (RCGS)의 게임 아카이빙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Read More 버튼 읽기 [북리뷰]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은 왜 중요한가? 이 책은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에서 출발하여 게이머, 게임 캐릭터, 게임 산업 관련 종사자 앞에 ‘여성’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때 마주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과 불편함,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단순히 ‘이런 사례가 있고 그래서 나쁘다’는 식의 단편적인 나열이 아니라 앞서 밝힌 문제들이 어디에서부터 기인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과연 지금까지 여성을 위한, 여성을 그린, 여성에 의한 게임이 존재하였는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 버튼 읽기 일본의 보는 게임: 같은 듯 다른 일본의 상황들 일본의 ‘보는 게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는 게임은 확실히 기존의 하는 게임과는 구별되는 현상이지만 완전한 새로운 것은 아니며 이전에도 존재했다. 특히 가정용 콘솔과 함께 일본의 게임 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아케이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임센터에서는 이러한 ‘보는 게임’은 흔하게 일어나는 광경이었다.

  • ‘아카트로닉스’라는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이라는 것이 있다. 호기심의 방은 말 그대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진귀하고 이국적인 것들, 때로는 괴이한 것들로 가득찬 공간이었다. 주로 16-17세기 영국에서 개인 컬렉터들에 의해 만들어진 호기심의 방은 박물관의 기원 중 하나라고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 공간이 단순히 수집품을 모아두는 곳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수집 공간’은 대중에게 공개되어 보여졌다. 당대에 가치있던 고미술품이나 유물, 또는 명망있는 화가의 작품이 아니었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형상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Back ‘아카트로닉스’라는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 08 GG Vol. 22. 10. 10.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이라는 것이 있다. 호기심의 방은 말 그대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진귀하고 이국적인 것들, 때로는 괴이한 것들로 가득찬 공간이었다. 주로 16-17세기 영국에서 개인 컬렉터들에 의해 만들어진 호기심의 방은 박물관의 기원 중 하나라고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 공간이 단순히 수집품을 모아두는 곳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수집 공간’은 대중에게 공개되어 보여졌다. 당대에 가치있던 고미술품이나 유물, 또는 명망있는 화가의 작품이 아니었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형상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호기심의 방의 주인들은 때로는 수집품의 특정 주제를 선정하여 출판물을 펴내거나, 수집물을 통한 연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런 수집과 보여주기가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련의 현상들―컬렉션의 형성과 보존 및 복원, 그리고 전시―이 갖는 의의를 간과할 수 없다. 부천 신중동의 한 번화가 건물 3층에서도 캐비닛(cabinet)들로 채워진 호기심의 방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2018년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센터, 특히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슈팅 게임 전문이라는 슬로건으로 2018년 개업한 아카트로닉스다. 이곳을 들어서는 순간 소위 아케이드 게임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라면 돈파치(首領蜂, どんぱち), 케츠이(ケツイ ~絆地獄たち~), 트윈비(Twin Bee, ツインビー) 등의 슈팅게임 기판들이 가동되는 있는 모습에 놀랄 것이다. 게임 자체가 아니더라도 3개 스크린을 가로로 연결해 서비스되는 다라이어스(Darius, ダライアス) 기체의 생경한 위엄과 같은 걸 접할 수 있는 아카트로닉스란 누구에게든 호기심을 자아낼 수 있는 곳임이 분명할 것이다. 아카트로닉스(Akatronics)라는 이름은 현역 플레이어인 이곳 점장의 플레이네임인 ‘Akatian’의 ‘Aka’와 ‘electronics’의 ‘tronics’를 합쳐 만들어졌다. 이름에서도 어렴풋이 알 수 있듯 이 공간은 점장 개인의 취향과 기준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된다. 아카트로닉스의 최수권 점장은 일산의 한 오락실에서 스탭으로 근무하며 휴가 때마다 일본에 방문해 게임센터를 둘러보고 슈팅게임과 국내에서는 찾기 힘든 몇몇 레트로 게임들에 매력을 느끼면서 아케이드 게임 기판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아카트로닉스 오픈으로 이어지게 됐다. 여기서 그가 기판을 수집할 때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기준은 일본의 각종 아케이드 게임 관련 회사들이 모여 설립한 일본 어뮤즈먼트 머신 공업협회(Japan Amusement Machinery Manufacturers Association)에서 지정하는 통칭 ‘JAMMA’ 규격이다. 이 규격을 위주로 기판을 매입 및 수집하는 것은 ‘현역 플레이어’로서 조작의 반응 속도와 화면 출력까지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1) 여기에 추가로 점장으로서의 취향이 반영되어 아카트로닉스만의 아케이드 게임 컬렉션이 만들어져나간다. 이 수집가의 공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된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들이 가동, 또는 ‘보존’되어 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아카트로닉스의 컬렉션은 현재 약 50개 정도의 기판으로 이루어져있다. 기판과 캐비닛의 수가 상이하기에 가동되는 게임은 수시로 바뀌는데, 최수권 점장은 나름의 노하우로 게임을 가동시키기 적합한지 기체 컨디션을 판단해 기판을 교체한다. 조이스틱과 버튼 상태 등 게임을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최적화된 상태를 계속 점검하며 게임을 교체해 내놓는 것이다. 또 CRT 모니터를 확보해두고 매일 같이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2) 올해 초 세가(SEGA)가 아케이드 운영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유명 오락실들이 폐업한다는 소식 또한 계속해서 들려온다. 모바일 디바이스로 언제 어디에서든 바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고, PC와 콘솔에서도 특정 플랫폼이나 구독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게임을 바로 내려받아 해볼 수 있는 이 시점에서, 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오프라인의 특정 장소로 가야한다는 것은 이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오락실 세대’라 하기 힘든 90년대생 필자는 이런 상황에서 우연히–아마도 알고리즘에 이끌려–사라만다(沙羅曼蛇, Salamander)와 다라이어스의 플레이 영상을 접한 후 80-90년대 아케이드 게임에 매료되어 ‘현역으로 가동되고 있는 기판' 3) 을 찾아 나섰고, 아카트로닉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는 그저 예전 게임을 해보기 위해 아카트로닉스를 찾아 집을 나섰을지 몰라도, 돌아오는 길에는 아카트로닉스라는 공간이 수행하고 있는 역할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보게 되었다. * 아카트로닉스의 하이스코어 보드 * 케츠이를 플레이하고 있는 최수권 점장 아카트로닉스에서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은 과거의 것으로 놓여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점수가 경신될 수 있는 것으로서 현재에도 유효하게 존재한다. 최수권 점장은 아케이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혼자하는 카드놀이의 총칭인 솔리테어(solitaire)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그가 아카트로닉스를 통해 제안하는 방법들은 각 게임의 솔리테어로서의 재미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4) 동전 하나로 게임을 클리어하는 ‘원 코인 클리어’는 아카트로닉스에서 가장 장려하는 것이다. 과거 오락실에서는 동전 하나로 오랜 시간 플레이하는 것을 보다못한 사장님들이 게임을 강제로 꺼버렸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기도 하지만, 아카트로닉스에서 원 코인 클리어는 이곳을 방문하는 플레이어들의 목표로 추천된다. 또 여기엔 국내에서 유일하게 집계되는 ‘하이스코어’가 있는데, 일본 하이스코어 협회(日本ハイスコア協会, Japan Highscore Association)의 룰에 기반하여 아카트로닉스에서 집계되는 하이스코어는 플레이어들에게 스코어러(scorer)로서 점수를 격파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덧붙여 최수권 점장은 아카트로닉스를 일종의 ‘도장(道場)’이라고도 표현하는데, 마치 도장에서 무술을 수련하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듯, 플레이어들이 아카트로닉스라는 “정해진 장소에서 어디까지 (플레이)할 수 있을지” 5) 시험해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모든 게임은 녹화 가능하고 중계될 수 있으며, 플레이어는 일종의 수련자로서 스스로 플레이의 한계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돌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 즐거움과 수련의 방식들은 나름의 자취를 남긴다. 매일 같이 집계되고 발표되는 하이스코어, 기록되고 스트리밍되는 플레이들…. 이처럼 아카트로닉스라는 공간에서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은 단순한 과거를 넘어 ‘경기’로서 영원한 현재성을 발휘해야 하는 무엇처럼 제시된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카트로닉스가 궁극적으로 ‘유지’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과거란, 어쩌면 수련자로서의 아케이드 게이머라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고. 나아가, 최수권 점장의 아카트로닉스 자체가 하나의 수련이자 도전인 것은 아닐까? 과거 유럽에서의 호기심의 방이 박물관의 원형처럼 기억되듯, 아카트로닉스와 같은 실천을 미래는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아카트로닉스라는 새로운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에서, 진귀한 캐비닛(cabinet)들은 지금도 당신의 플레이를 기다리고 있다. [아카트로닉스 점장님의 추천] 아카트로닉스에 방문한다면 아카트로닉스의 자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3화면의 다라이어스와 테트리스 더 그랜드마스터 3를 꼭 플레이 해보시길! 1) 아카트로닉스 최수권 점장 인터뷰(2022.09.22., 부천 신중동) 2) 위의 인터뷰 3) “게임장 소개” 글의 표현 참고, 아카트로닉스 블로그, 2017년 10월 27일. https://akatian-retronics.tistory.com/3?category=761755 2022년 9월 20일 접속. 4) 위의 인터뷰 5) 위의 인터뷰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독립 기획자) 홍성화 큐레이터학과 예술학을 전공했다. 최근 레트로 게임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전시들을 준비하고 있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Tengku Intan Maimunah

    Tengku Intan Maimunah is a PhD student at the Department of Media and Communication Studies, Universiti Malaya, Malaysia. Her research explores video game paratexts, focusing on the creative works and practices that players build around their favourite titles. Her gaming journey began on a Windows 98 PC and continues today on a Steam Deck. Outside of gaming, she edits and publishes books on visual arts. She credits her brother for the first step into the world of video games, her father for the love of stories, and her mother for the eye to see beauty in everything. Tengku Intan Maimunah Tengku Intan Maimunah Tengku Intan Maimunah is a PhD student at the Department of Media and Communication Studies, Universiti Malaya, Malaysia. Her research explores video game paratexts, focusing on the creative works and practices that players build around their favourite titles. Her gaming journey began on a Windows 98 PC and continues today on a Steam Deck. Outside of gaming, she edits and publishes books on visual arts. She credits her brother for the first step into the world of video games, her father for the love of stories, and her mother for the eye to see beauty in everything. Read More 버튼 읽기 레벨 업: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임 문화 개관 분명히 는 말레이시아산 게임의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구조적 문제에 얽매여 있기도 하다. 이 사례가 더 넓은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려면, 말레이시아 게임 산업 전반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버튼 읽기 Levelling Up: An Overview of Malaysian Video Game Culture One late afternoon in a quaint village. Rembo the rooster crowed loudly, adding to the countryside ambiance. You, your identical twin, and some friends from kindergarten were spinning tops in the yard. Just another joyful day of playing freely.

  • 게임제너레이션::필자::유창석

    경희대학교 문화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넥슨, 엔씨소프트, CJ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11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산업이나 관광산업 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걸쳐 소비자 연구 및 산업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경제학적 도구를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며, 최근에는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과 게임 이용자의 행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학교의 강력한 압박에 굴복하여 지금까지 29편의 국내 학술지 및 17편의 해외 학술지에 학술연구를 발표하였으며, Journal of Media Economics,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Information Processing & Management와 같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유창석 유창석 경희대학교 문화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넥슨, 엔씨소프트, CJ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11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산업이나 관광산업 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걸쳐 소비자 연구 및 산업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경제학적 도구를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며, 최근에는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과 게임 이용자의 행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학교의 강력한 압박에 굴복하여 지금까지 29편의 국내 학술지 및 17편의 해외 학술지에 학술연구를 발표하였으며, Journal of Media Economics,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Information Processing & Management와 같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Read More 버튼 읽기 게임, 폭력, 범죄 연구의 타임라인 2023년 8월 11일, 검찰은 신림동에서 거리에서 서있던 20대 남자를 흉기로 공격하여 사망하게 하고 3명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에 대해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젊은 남성을 공격하였다”라고 설명하며, 사건의 원인을 게임중독으로 지목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논란에 대해서 각계에서 의견을 밝혔지만, 게임과 범죄 간의 연구들을 기반으로 한 의견들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 로우스코어 걸: (Not Really) Full Game Walkthrough

    게임의 현실성에서 빠져나와, 잠시 현실의 게임성을 생각해보자. 세계가 0과 1의 현실로 재구성되고 있다 해도, 거기서의 ‘룰즈 오브 플레이’와 그에 따른 난관이 본질상 그대로라면 세계는 언제까지나 익숙한 현실일 뿐이다. 불균등하고 블록화된 구조로 작동하는 접속가능성(connectivity)이라든지, 메타버스와 관련해 각종 투기가 당연하다는 듯 횡행하는 상황 등을 둘러보면, 과거의 기술 물신적 낙관과는 다르게 가상 인프라의 역능 역시도 딱히 평평해지지 않는 세계의 현실에 귀속되어 있는 것 같다. < Back 로우스코어 걸: (Not Really) Full Game Walkthrough 03 GG Vol. 21. 12. 10. 게임의 현실성에서 빠져나와, 잠시 현실의 게임성을 생각해보자. 세계가 0과 1의 현실로 재구성되고 있다 해도, 거기서의 ‘룰즈 오브 플레이’와 그에 따른 난관이 본질상 그대로라면 세계는 언제까지나 익숙한 현실일 뿐이다. 불균등하고 블록화된 구조로 작동하는 접속가능성(connectivity)이라든지, 메타버스와 관련해 각종 투기가 당연하다는 듯 횡행하는 상황 등을 둘러보면, 과거의 기술 물신적 낙관과는 다르게 가상 인프라의 역능 역시도 딱히 평평해지지 않는 세계의 현실에 귀속되어 있는 것 같다. * 《MODS》 (사진: 박승만) 공적 기금에 의지할 기회를 얻어서야 겨우 전시를 만들 수 있는 기획자 입장에서, 그럴 때마다 필자가 처한 상황도 그 현실의 일부임을 새삼스레 실감하게 된다. 동료 기획자들과 각자의 게이머적 시선으로 게임을 시각 예술의 문제와 교직해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MODS》 1) (합정지구, 2021)에 참여하면서, 우리 팀은 가상성과 링크된 레토릭으로서의 게임보다는 ‘경기’로서의 게임을 경유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기획된 게 바로 〈로우스코어 걸 Low Score Girls〉이다. 제목의 참조 대상은 다름아닌 〈하이스코어 걸 ハイスコアガール〉로, 이 만화의 주된 내러티브 공간인 아케이드 센터는 경기로서의 고전적 성격에 방점이 찍힌 장르의 게임이 주로 서비스되는 곳이다. 〈로우스코어 걸〉은 시각 예술과 연계된 이런저런 현실적 ‘난관’들에 대응하는 참여 작가들을, 그런 게임 안에서 경기의 논리를 배반하며 임의의 트랙을 질주하는 게이머들처럼 가시화하려 했다. ‘설정된 경로를 주파하는’ 게임 경험의 압축적이고 간명한 구조 때문인지, 레이싱은 과거 아케이드 게임 업계가 새로운 재현 기술을 우선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었던 주된 대상이었다. 세가(Sega)가 자랑했던 전설적 크리에이터 스즈키 유(鈴木裕)의 원근법적 집착으로 1985년 등장한 〈행온 Hang-On〉은 최초의 ‘체감형’ 레이싱 게임으로, 이 게임의 플레이어는 스프라이트 확대/축소 기능으로 구현된 유사 3D 서킷을 바이크 형태의 컨트롤러에 올라타 공략하게 된다. * 김예슬, 〈Skid〉 (사진: 박승만) * 〈Skid〉에 사용된 영상 김예슬의 〈Skid〉는 그런 식의 ‘체감’이 여과하는 모든 현실에 대한 기념비로, 스턴트 바이크 라이딩을 촬영한 라이브 푸티지와 CBR250을 커스터마이즈한 실제 스턴트 바이크가 활용됐다. 다리 밑이나 공터, 또는 공사 중인 고속도로 현장과 같은 곳을 물색해 이루어지는, ‘공도’ 밖의 장소에서야 구성 가능한 게임인 스턴트 라이딩. 스턴트 동작에 적합하도록 개조된 탓에 번호판이 부여될 수 없는 바이크는, 신체를 운반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차라리 신체의 연장에 해당하는 무엇처럼 다가온다. 일정한 물리적 위험이 담보된 채 스턴트 동작을 실연하는 순간의 자족적 열락과 같은 건 과연 ‘체감형’ 게임으로 재현될 수 있을까? 더불어, 시선을 과거로 돌려, ‘스포츠’로서의 바이크 너머 과거로 밀려난 오랜 ‘폭주’의 역사에 대해, 재현의 윤리는 무엇을 할 수 있었고, 할 수 없었을까? 영상과 격절돼 단상 위로 미끄러진 ‘실물’ CBR250은, 열화된 현실인 게임과 열화된 게임인 현실 사이에서 진동하며 그런 부류의 질문들을 환기한다. * 김효재, 〈파쿠르 Parkour〉 (사진: 박승만) 김효재의 영상 설치 작업인 〈파쿠르 Parkour〉는 사이버스페이스가 아예 세계의 필요충분조건이 된 사변적 지평에서의 프리러닝을 다룬다. 1인칭 액션 게임 〈미러스 엣지 Mirror’s Edge〉의 소재였던 스포츠 파쿠르(Parkour)의 명칭은 ‘여정(journey)’을 뜻하는 프랑스어 ‘parcours’에서 파생된 것으로, 그렇듯 파쿠르는 규칙에 따른 순위를 다루는 ‘경기’가 아니라, 신체 능력만으로 지형지물에 자유로이 호응해 달려가며 이루어지는 구도적 수행이다. 파쿠르에 임하는 동안의 여정에서 느낄 수 있는 위험과 두려움이란 수행자에게 있어 자기 한계의 인식이기도 하지만, 그건 육체로부터의 예비된 자유를 지시하는 감각이기도 하다. 〈파쿠르 Parkour〉의 화자는 타율적 스틱과 버튼으로 매개되어야만 했던 현재적이고 실존적인 의미에서의 ‘몸’이 완전히 불식된 세계를 살아가는 신인류로서, 현재의 파쿠르적 실천을 자신과 자신의 세계에 실현된 가능성의 잠재태로서 소환한다. 모든 게 데이터로 환원되어 연결된 세계. 그래서 ‘에어플레인 모드’에서조차 그 무엇과도 데이터 전이를 일으킬 수 있는 세계. 그곳에서 ‘몸’은 특정한 정체성의 고정적 준거가 아니라 유동적 연결망 내에서의 노드(node)에 가까운 잠정적 윤곽일 뿐이며, 의식의 흐름과 파쿠르적 몸짓은 같은 것이 돼 그 자체로 〈파쿠르 Parkour〉의 이미지 시퀀스를 형성하면서,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어트랙션 데모를 보여준다. * 문주혜, 〈Dragon and Ten of Swords (사진: 박승만) 문주혜의 〈Dragon and Ten of Swords〉에서 미리 추상화/모듈화된 오브젝트의 집적으로 2D 횡스크롤 슈팅 게임의 보스처럼 보이는 용, 그리고 레이어의 질서를 넘어 근경에서부터 원경의 용의 몸을 베어내고 있는 듯한, 구상적 형태를 취하되 장식적 어조로 반복되는 검들의 조합은 지난 두 번의 개인전에 걸쳐 시도했던 상이한 작업 방식이 종합된 결과다. 작법을 변주하는 가운데 문주혜는 일관되게 전통적 재료인 장지를 사용하면서, 그 특유의 ‘스며드는’ 물질성을 통해 자신이 플레이하던 게임에서 채집했거나 참조한 이미지를 ‘봉인’해왔다. 크리스 고토-존스(Chris Goto-Jones)의 논의 2) 에서와 같이 게이머를 전통적 의미에서의 ‘무사’로 바라볼 수 있다면, 게이머의 의경(意景)이 표현된 회화는 일종의 사인화(士人畵)라 할 수 있을까? 문주혜의 작업을 두고 관성적으로 ‘동양화’라는 표현을 쓰는 부주의는 그런 농담 같은 지점에서야 그나마 허락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이 동양화라는 개념에 이제 어떤 의미론적 ‘규칙’이 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수행적 접근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굳이 농담처럼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맥락화와 역사화를 위한 동일성의 도식을 애써 추출해내려는 시선을 억제하고, 제도화된 개념인 ‘동양화’를 김효재의 〈파쿠르 Parkour〉가 ‘몸’을 인식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바라볼 때의 가능한 운동성은 무엇일까? 〈로우스코어 걸〉의 후속 프로젝트는 바로 그 지점을 재차 게임과 결부시키며 출발하는데, 이에 대해선 〈로우스코어 걸〉의 공동 기획자 홍성화에 의해 추후의 지면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MODS》의 다른 프로젝트들이 기획자가 작가에 가까운 롤을 수행한 결과물을 선보이거나(TTT, 파핑파핑 리얼리티), 팀업된 기획자와 작가 각각의 결과물이 같은 층위에서 작동하게끔 하면서(Sync) 어느 정도씩은 거리를 뒀던 전시로서의 전형성을, 〈로우스코어 걸〉은 일반화된 양상의 기획전 형식을 취해 오히려 최대한 가져가고자 했다. 여기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 〈로우스코어 걸〉은 《MODS》가 필연적으로 의탁할 수밖에 없는 ‘전시’란 형식을, ‘작가’, ‘공중(public)’, ‘예술’, 그리고 ‘예술계’와 같은 것들을 성립시키는 회로로부터 출력된 ‘게임’의 일부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볼 때 나머지 세 프로젝트가 그 시스템에 기판의 규격이 허용하는 어떤 외부 장치 같은 게 결합된 결과에 해당한다면, 〈로우스코어 걸〉은 순정 상태에 가까운 그 게임을 김예슬, 김효재, 문주혜 세 작가가 플레이하는 방식을 익숙한 ‘게임’의 장르적 이미지를 맥거핀 삼아 드러내고 싶었다는 게 두 번째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종합하자면 우린 〈로우스코어 걸〉이, 《MODS》에 빌트인(built-in)된 뭔가를 합정지구 1층에 선행 적시해두는 기획전이자 일종의 해체적 아케이드 센터로 보이길 의도했다고 할 수 있다. 코인 투입구 없이, 아무런 조작계 없이, 워크스루(walkthrough) 영상이나 마찬가지인 ‘보는 게임’임을 견지하면서, 그리고 나아가 ‘기판과 게이머의 단절’에 ‘플레이와 구경꾼의 단절’이 친화적으로 중첩되는 장일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전시와 관객 사이를 상호적이게 하는 충분히 투명하고 반질반질한 어떤 접면이 있어서 거기서부터 현실을 초과한 무언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식의 향긋한 모델은 늘 의심스럽기에. ‘전시’와 ‘관객’이라는 조건부터가 이미 현실의 회로에 의한 구성물이기에. 1) https://www.artbava.com/exhibit/mods/ 2) Chris Goto-Jones, “Is Street Fighter a Martial Art? Virtual Ninja Theory, Ideology, and the Intentional Self-Transformation of Fighting-Gamers.” Japan Review 29 (2016): 171-208.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술기획자) 김세인 큐레이터 게임 동호회 ‘Mods’ 멤버. 레거시로서의 미술, 또는 서브컬처로서의 미술에 대해 가끔씩 생각하며, 가끔씩 전시를 기획한다.

  • 확률이 만드는 스킵: 즐거움과 귀찮음 사이를 맥동하는 플레이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을 풍부한 경우의 수로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확률은 디지털게임에서 직면하는 상황의 다채로움을 만들어내며 빛을 발한다. ‘다키스트 던전’에서 랜덤하게 튀어나오는 스트레스 상황과 영웅의 기상은 플레이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나락에서 극락까지의 폭넓은 감정 변화를 만들어내고, ‘슬레이 더 스파이어’에서 매 라운드마다 주어지는 랜덤한 카드보상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예측불가능한 도전에 대해 예측과 적응으로 돌파하게 만드는 즐거움의 원천이다. < Back 확률이 만드는 스킵: 즐거움과 귀찮음 사이를 맥동하는 플레이 17 GG Vol. 24. 4. 10. 초창기 놀이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운과 확률의 중요성은 꾸준히 강조되어 온 바 있었다 . 아곤 agon 과 알레아 alea 의 경합이라는 카이와의 놀이에 대한 이해는 디지털게임의 시대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이 놀이매체의 중심을 관통한다 . ‘ 테트리스 ’ 에서 다음 블록으로 어떤 모양이 떨어지게 될 지를 예측하지 못하던 순간은 ‘ 리그 오브 레전드 ’ 에서도 평타가 치명타로 들어갈 확률을 생각하는 순간까지 이어지며 이 디지털 놀이를 주사위값에 의해 무작위로 변화하는 상황과 그에 맞춘 플레이어의 대응으로 만들어낸다 .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을 풍부한 경우의 수로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확률은 디지털게임에서 직면하는 상황의 다채로움을 만들어내며 빛을 발한다 . ‘ 다키스트 던전 ’ 에서 랜덤하게 튀어나오는 스트레스 상황과 영웅의 기상은 플레이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나락에서 극락까지의 폭넓은 감정 변화를 만들어내고 , ‘ 슬레이 더 스파이어 ’ 에서 매 라운드마다 주어지는 랜덤한 카드보상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예측불가능한 도전에 대해 예측과 적응으로 돌파하게 만드는 즐거움의 원천이다 . 많은 로그라이크 장르들이 사랑받는 이유의 중심에는 이러한 확률의 폭넓은 상황 재현력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그러나 모든 확률이 이처럼 풍부한 상황 재현의 원동력만으로 오늘날의 게임에서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 우리는 오히려 확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디지털게임의 어떤 순간에서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 하는 의문감을 떠안곤 한다 . 서사 압축으로 기능하는 확률이 만드는 '스킵' 한때 해괴한 광고로 물의를 일으켰던 모바일게임 ‘ 왕이 되는 자 ’ 의 전투를 생각해보자 . ( 나는 연구 차원에서 억지로 플레이한 적이 있다 .) 이 게임에서 전투는 자신의 군사력과 적의 군사력을 각각 수치로 보여준 뒤 ‘ 공격하시겠습니까 ?’ 라는 문구를 보여주고 , 공격을 선택할 경우 각각의 군사력에 일정 확률을 더해 전투결과를 뽑아내는 형태로 구성된다 . 일종의 자동 전투와 같은 방식이다 . 자동전투는 본래 수동전투 ( 수동전투라는 표현 자체가 좀 어색하긴 하다 ) 가 무의미해지는 순간을 대체하기 위한 개념이었다 . ‘ 토탈 워 ’ 시리즈의 경우 , 전술 화면에서 실제 병력들을 지휘해 벌이는 전투가 게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애당초 적과 아군의 병력 차이가 확연해 전투를 통해 플레이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변수가 무의미하게 적을 경우 플레이어는 자동전투 버튼을 눌러 이 전투의 승패 결과값만을 받아들 수 있다 . 선택지로서의 자동전투는 나름 유의미하다 . 사례로 든 ‘ 토탈 워 ’ 시리즈의 경우 , 전략 영역에서의 플레이 또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중후반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국지적인 전투에 일일이 공을 들이는 것 자체가 전략적 플레이에 비해 지루하고 귀찮은 일이 되며 , 이럴 때 자동전투 버튼은 플레이의 초점을 전술에서 대전략으로 옮겨가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 초반부에는 유의미했지만 점차 비중이 줄어드는 플레이의 특정 지점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 스킵 ’ 할 수 있게 만드는 자동전투는 확률이라는 장치를 통해 ‘ 스킵 ’ 을 제공함으로써 전략적 플레이의 연속성을 부각시킨다 . 흥미로운 점은 이 방식이 바로 ‘ 스킵 ’ 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 컴퓨터의 연산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황과 그렇게 주어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사고하여 만들어내는 행동이 일정한 플로우 밖으로 벗어날 때 , 게임은 플레이의 두 주체 – 난이도와 숙련도 간의 긴장관계를 기본적으로 주어진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한 확률값으로 뽑아내며 과정을 스킵한다 . 이 때 확률은 원본이 되는 일련의 수동 전투를 대체하는 장치가 된다 . 사람의 머리와 손으로 그려냈어야 할 어떤 상호작용의 과정을 스킵한 뒤 , 그 결과만을 예상되는 값으로 출력하면서 확률은 마치 오늘날 인공지능들이 그러하듯 시작점과 종착점 사이의 모든 과정들을 스킵하는 도구가 된다 . 디지털게임 안의 세계를 지탱하는 뼈대는 수치화된 데이터다 . ‘ 테트리스 ’ 안의 세계는 2 차원 좌표계 안에 블록의 유무를 구현함으로써 만들어지고 , ‘ 발더스 게이트 3’ 의 캐릭터 간 감정은 각각의 이벤트를 거치며 합산된 값을 통해 만들어진다 . 이런 데이터들은 세계를 구현하는 일종의 형태소이지만 , 데이터는 단지 의미에 정렬된다고 해서 플레이 가능한 게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 적어도 두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 첫번째로는 각각의 데이터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작동하는 세계로 거듭나야 하며 , 두번째로는 그 작동하는 세계에 플레이어가 개입하여 주어진 환경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 아주 단순하게 비유하자면 , 전자가 NPC 로 가득찬 , 마치 영화 ‘ 주먹왕 랄프 ’ 와 같은 세계라면 , 그 세계에 플레이어의 개입이 가능하게 만들어지는 시점부터를 우리는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런 단계를 전제로 놓고 다시 ‘ 스킵 ’ 의 문제를 살펴보면 , 우리는 이 ‘ 스킵 ’ 이 무엇을 건너뛰고 대체하는지를 좀더 명확히 이해하게 된다 . 완성된 , 작동하는 세계로서의 NPC 월드는 본래 사람에 의해 변화되도록 디자인되었으나 , 플레이어 대신 데이터 월드는 확률이라는 랜덤성에 기초해 외부로부터 자극받는다 . 자동전투 속에서 확률의 개입에 의해 스킵되는 대상은 외부자극 , 곧 플레이어인 것이다 . 놀고싶은 본능과 귀찮음의 본능 사이에서 디지털게임에서 확률이 쓰이는 방식은 앞서 이야기한 바처럼 그 자체로서보다는 어떤 목적에 의해 쓰이느냐에따라 게임에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 로그라이크에서의 확률은 조합을 통한 경우의 수를 바탕으로 상황의 가짓수를 넓혀 더욱 다양한 플레이어 개입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쓰이고 , 자동전투에서의 확률은 플레이어의 개입 자체를 대체하여 NPC 월드를 NPC 들만의 월드로 만들어내는 데 쓰인다 . 다시 카이와의 아곤 – 알레아 개념으로 돌아가본다면 , 로그라이크적 확률이 다양성을 늘려 아곤의 비중을 두텁게 하는 것과 반대로 자동전투로서의 확률은 알레아의 비중을 두텁게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확률이 플레이어의 개입을 대체하는 경우의 양 극단인 아곤 – 알레아에서 100% 알레아만으로 이뤄지는 경우를 상상한다면 아마도 뽑기 , 도박 , 복권 내지는 포춘 쿠키와 같은 형태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 당연하게도 우리는 아곤과 알레아 , 플레이어의 개입과 운적 요소 , 조금 더 구체화해서 이야기한다면 과정과 결과라는 두 축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순간이 좋은 게임을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 그러나 확률이 대체하고자 했던 요소 , 인간의 개입이라는 요소가 갖는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도 해 볼 필요가 있다 . 애초에 일정 수준에 이른 플레이어가 손쉬운 전투를 의미없다고 생각해 스킵하거나 , 특정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 무의미한 사냥을 필드에서 반복하는 행위를 이른바 ‘ 노가다 ’ 라고 부른다는 점에서 우리는 개입하는 플레이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 속성 중 하나인 귀찮음을 발견한다 . 플레이어의 개입은 디지털게임이라는 요소의 특성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이고 사실상 이 매체의 즐거움은 그 개입을 통해 이뤄지지만 , 동시에 개입의 속성은 양가적이다 . 주어진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이리저리 손과 머리를 굴리는 과정은 너무나 흥미롭지만 , 동시에 다른 매체활동에 비해 무척이나 귀찮고 복잡한 일이다 . 당장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책과 드라마 , 영화를 볼 수는 있지만 그 자세로 전통적인 인터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디지털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 플레이가 가지고 있는 그 귀찮음의 속성이 확률이 플레이를 계속 대체하고자 시도되는 이유다 . 초창기에는 없었으나 , 롤플레잉 게임에 이르면 점차 전투가 ‘ 노가다 ’ 로 불리게 되는 과정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게임적 의미로 주목하는 부분은 이 전투의 결과가 이미 예측되는 순간에 ‘ 노가다 ’ 라는 호명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 난이도와 숙련도의 상호작용이 더 이상 두근두근한 기대값을 갖지 못하게 되는 순간 , 상호작용의 의미는 즐거움보다 귀찮음으로 크게 기울어버린다 . 복잡다난한 입력을 생략하고 , 양 측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몇 가지 확률공식만 돌려 경험치와 아이템만 뽑아내는 것은 플레이에 내재한 속성인 귀찮음을 극복하기 위한 게임 디자인과 , 그에 호응하는 이용자들의 합의로부터 이루어진다 . 그리고 이런 귀찮음의 문제는 단지 디지털게임에만 , 그리고 게임 플레이의 시작과 끝이라는 짧은 시간선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도 아닌 것 같다 . 일정 부분 유비해보자면 우리는 점점 미디어가 주는 귀찮음을 자각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미디어 전반에서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 영상은 정속이 아니라 1.5 배속 , 2 배속으로 보는 것이 속편하고 , 그보다도 ‘10 분안에 몰아보기 ’ 가 훨씬 더 명쾌하게 느껴지는 것이 오늘날이다 . 한때 묘사의 섬세함으로도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었던 문자문학은 이제 ‘ 지리한 ’ 묘사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빠르게 본론을 전개하는 것이 보다 널리 받아들여진다 . 숏폼이라는 15 초의 시간이 의미하는 인간의 미디어적 인내력은 시간선상의 매체에서는 배속과 숏폼으로 , 상호작용 매체에서는 개입을 생략한 채 결과만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 아마도 추측하건대 이러한 변화는 개별 미디어나 수용자의 변화가 아니라 미디어 및 정보환경 전체의 변화로부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 소설의 결말을 굳이 지인으로부터 스포당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과거와는 달리 , 오늘날의 정보사회에서는 검색 한 번에 어지간한 정보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환경이다 . 검색어 입력 – 결과값 출력의 속도가 즉문즉답이 된 시대에서 고전적인 미디어들의 방식은 이제 정상속도가 아닌 ‘ 굳이 느려터진 ’ 상대 속도로 이용자들에게 체감된다 . 이미 다 알고 있을 법한 내용을 굳이 붙잡을 이유가 없는 시청자가 배속을 택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 디지털게임의 플레이 또한 보다 빠른 형태의 외주형 플레이인 확률에 넘기기로 이용자들의 선택은 넘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한편으로는 고전적 플레이에 익숙하고 또한 이를 애정하는 입장이지만 , 더불어 유년기와 달리 쉽게 피로해지는 신체에 얹혀 사는 입장에서 게임 플레이가 가진 귀찮음의 속성은 갈수록 그 무게감을 더한다 . 시대의 매체 속도가 빨라지고 , 신체의 생체 속도는 느려지는 더블 부스터의 시대를 맞은 과거 유년기의 게임 키드들이 중년이 되어 보다 확률의 개입이 두터워진 게임을 붙잡고 소파에 눕는 이유는 한때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으로부터 감명받고 매료되었던 이유와 함께이기에 더욱 서글퍼진다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나원영

    2016년에 웹진 [weiv]를 통해 대중음악 비평을 시작했고, 2022년 웹진 ma-te-ri-al을 통해 <대체 현실 유령>을 출간했다. 아무래도 작은 게임을 랩톱에서 짧게 하는 편이다. 계속됩니다. 나원영 나원영 2016년에 웹진 [weiv]를 통해 대중음악 비평을 시작했고, 2022년 웹진 ma-te-ri-al을 통해 <대체 현실 유령>을 출간했다. 아무래도 작은 게임을 랩톱에서 짧게 하는 편이다. 계속됩니다. Read More 버튼 읽기 내 마음의 퍼즐 상자: 〈애니멀 웰〉과 〈리프 이어〉의 세계에 대해 이 글은 《게임제너레이션》 20호에 실린 「기계장치의 우주: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의 후속편으로, 지난 글의 결론부에서 언급만 하고 넘어갔던 장르명인 ‘메트로브레이니아(metroidbrainia)’에 대한 논지를 심화해 〈애니멀 웰 (Animal Well, 2024)〉과 〈리프 이어 (Leap Year, 2024)〉를 뜯어보는 것이 목표다. 그러므로 우선 곧장, 메트로브레이니아가 무엇인지를 정리하며 글을 열겠다. 버튼 읽기 [공모전수상작] 기계장치의 우주: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 2022년 만우절 주간, 레딧의 거대한 땅따먹기 픽셀아트 프로젝트인 r/place에서 <레인 월드 (Rain World, 2017)>와 <아우터 와일즈 (Outer Wilds, 2019)>의 서브 레딧끼리 자그마한 동맹을 맺었다. ‘아우터 와일즈 원정대’의 로고를 중앙에 두고 양 게임인 플레이어 캐릭터인 슬러그캣과 화로인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으로 예쁘게 공유된 캔버스를 보고 있자면, 임시적이거나 느슨하게 맺어졌을 몇몇 r/place 동맹들에 비해 두 게임 간의 연합이 제법 어울리게 느껴졌다.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를 만큼?

  • [Editor's View] 게임과 소수자, 소수자와 게임

    그런 고민의 결과로 ‘GG’ 4호는 ‘소수자들의 게임’을 다뤄보고자 했습니다. 소수자라는 건 단지 숫자가 적은 집단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주류’가 아닌, 주류로부터 스스로가 아닌 ‘대상’으로 취급받는 많은 존재들을 우리는 소수자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게임은 그런 소수자와 얽히는 부분에서 아직까지 짧은 역사 때문인지 고민을 오래 해 오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 Back [Editor's View] 게임과 소수자, 소수자와 게임 04 GG Vol. 22. 2. 10.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은 매우 당연하게 서브컬처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좀더 짧게 잡아 10년 전의 분위기도 게임은 서브컬처를 다루는 경우에 자주 거론된 바 있죠. 하지만 요즘의 분위기라면 어떨까요? 여전히 서브컬처로서의 속성을 강하게 띠고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이제는 대중문화라고 불러도 딱히 이견을 달기 어려운 분위기가 게임 전반을 강하게 지배합니다. 본격적인 대중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관문이 몇 가지 더 있을텐데, 그 중의 하나는 모두에게 가 닿는 문화로서 매체가 가져야 할 범용성일 것입니다. 사회구성원 모두를 불편부당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고, 그 이용과 재현에 있어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 물론 지금의 범용성있는 다른 대중문화들도 이를 완벽히 구현하는가를 물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지만, 핵심은 결과보다도 그 지향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고민의 결과로 ‘GG’ 4호는 ‘소수자들의 게임’을 다뤄보고자 했습니다. 소수자라는 건 단지 숫자가 적은 집단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주류’가 아닌, 주류로부터 스스로가 아닌 ‘대상’으로 취급받는 많은 존재들을 우리는 소수자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게임은 그런 소수자와 얽히는 부분에서 아직까지 짧은 역사 때문인지 고민을 오래 해 오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크게 재현의 문제와 접근의 문제로 게임과 소수자의 맥락을 조망하고자 합니다. 핀란드에서 보내온 이다 요르겐슨의 글은 유럽에서 진행중인 게임의 소수자 재현 문제에 대한 소고를 담고 있습니다. 김겸섭이 소개하는 곤잘로 프라스카의 접근은 게임연구의 한 축을 이루는, 억압적 현실을 다룰 수 있는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냅니다. 게임기획자로도 참여중인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의 강신혜 작가는 시각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디지털게임에 관한 접근성의 문제를 직접 제기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나아갈 바를 모색케 합니다. 게임 속 여성의 대상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미소녀 게임이라는 장르를 통해 다루는 박다흰의 글 또한 게임에서의 재현 문제가 대중문화 시대에서 안게 될 이슈들을 잘 함축합니다. 최근의 트렌드를 다루는 섹션 B에서는 애플, 구글이라는 모바일 대형플랫폼들이 보여주는 인앱결제의 현황을 점검하고, 부분유료라는 수익모델의 부상 앞에서 오랜 게이머로 살아온 게임기획자가 마주하는 고민들을 들어봅니다. 최근 몰락이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한, 하지만 한때 한국 게임문화의 중심이었던 아케이드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주목할 만 합니다. 섹션 C에서는 게임이 다루는 사회를 엿보는 글들을 모았습니다. ‘폴아웃’을 통해 오늘날의 미국을 돌아보고, ‘사이버펑크 2077’을 통해 SF로 드러나는 동시대 사회를 생각합니다. ‘디스코 엘리시움’ 속의 디스코가 갖는 의미, ‘동물의 숲’이 드러내는 여가와 자본주의의 문제 등을 다루고, ‘북리뷰’ 코너에서는 ‘리니지’ 바츠해방전쟁을 다뤄 주목받은 소설 ‘유령’에 대한 탈북자라는 소수자 관점으로의 접근을 시도합니다. 인터뷰 두 꼭지는 소수자라는 테마에 맞게 준비했습니다. 국립재활원에서 진행한 ‘같이 게임! 가치게임’ 프로젝트 현장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난민 문제를 다룬 게임 ’21 Days’를 직접 난민 당사자인 압둘 와합과 함께 플레이한 내용을 정리한 인터뷰 또한 소수자와 게임의 관계를 돌이켜보는 데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4호를 기획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생각보다 소수자 – 게임 문제의 이슈가 잡지 한 권으로 다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다는 점이었습니다. ‘GG’는 창간사에 담았던 대로 게임의 문화적 실천을 고민하는 잡지입니다. 4호의 기획은 GG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맛보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느낍니다. 한국 사회에서 게임이 가질 의미를 향한 더 힘 실린 실천이 되기 위한 길에서 4호의 기획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이정표이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Frights, Fears, and Fallout: Layers of Horror in Popular Gaming

    In my personal gaming history I have two distinct memories of fear. The first time I was truly scared while playing a game was during the first Resident Evil in what has become a notorious scene from the game. Though at the time Resident Evil felt more like a slower action game than a horror game, there was one key moment when the player walks down a hallway when suddenly one dog, then another bursts through the windows from the outside causing fright, disorientation, and panic. This is an example of a pretty standard jump scare in games (and other media), and though it did frighten me at that moment, I didn’t carry any greater fear of those dogs and what they represented beyond a slightly heightened anxiety while I walked the halls of Spencer Mansion. < Back Frights, Fears, and Fallout: Layers of Horror in Popular Gaming 19 GG Vol. 24. 8. 10. Introduction - What Kind of Fear? In my personal gaming history I have two distinct memories of fear. The first time I was truly scared while playing a game was during the first Resident Evil in what has become a notorious scene from the game. [1] Though at the time Resident Evil felt more like a slower action game than a horror game, there was one key moment when the player walks down a hallway when suddenly one dog, then another bursts through the windows from the outside causing fright, disorientation, and panic. This is an example of a pretty standard jump scare in games (and other media), and though it did frighten me at that moment, I didn’t carry any greater fear of those dogs and what they represented beyond a slightly heightened anxiety while I walked the halls of Spencer Mansion. The second - and more persistent - memory I have of being scared in games comes from the early hours of Fallout 3 . [2] While wandering the capital wasteland the player can stumble upon the Super-Duper Mart, a dark and gloomy grocery store that has been taken over by post-apocalyptic raiders. * Raiders Inside the Super-Duper Mart - Fallout 3 Unlike the dogs from Resident Evil, the threat is known, expected, and mostly visible as the player can see some of the raiders. The raiders are silhouetted - moving in and out of the shadows as a green-tinted fluorescence faintly lights up the ransacked aisles of this former grocery store. Faintly in the distance the ceiling stocks a different kind of meat: bodies. Human remains are draped from the ceiling by chains as an indication of what fate awaits the player if they are discovered here. Because I arrived here early in the game I had only a few resources and lacked the power to fight out of the situation, but I felt I needed what the raiders had if I was to make it out in the post-apocalyptic wasteland of Fallout 3 . As I snuck about the store trying to loot what I could without confrontation, my heart rate went up over the many minutes it took to work my way through the store, and when I heard footsteps or saw a raider around the corner that I didn’t anticipate I would feel a slight moment of panic. When it was all said and done there wasn’t a single jump scare in the Super-Duper Mart, but I left that sequence of Fallout 3 with a persistent memory of fear that sticks with me to this day. These two examples of my earliest scares in games show us that there are different kinds of fear and horror that we can respond to in different ways. Throughout this article we look at how jump scares and sudden frights compare to our everyday fears and the longform terror that certain approaches to storytelling, game mechanics, environment, and atmosphere can produce. Sudden Frights Sudden frights, better known as “jumpscares,” populate many horror games. When we play horror games, we know what we’re signing up for - an experience riddled with tension and anxiety and moments of shock and horror. Players excitedly opt in to having the pants scared off of them. There is a certain enjoyment derived from being scared in the way of sudden frights. From haunted houses in amusement parks to horror films, the anticipation of what frights are to come becomes part of the entertainment. To discuss what makes things go bump in the night, we’ll take a closer look at the some of the game design in Outlast [3] and Amnesia: The Dark Descent [4] and how they afford sudden frights for players. Spoilers ahead for both games. Outlast is a first-person survival horror game. You play as journalistic investigator Miles Upshur, who goes to Mount Massive Asylum after receiving a tip that there are some shady dealings and situations happening at the institute. Equipped with a camcorder, Miles explores the asylum discovering everyone is either a) dead, b) clinically unwell, or c) clinically unwell murderers. He comes across “Father Martin,” a self-proclaimed acolyte to “the Walrider,” which is revealed to be a nanomachinic phantasm controlled by one of the patients locked away in the very depths of the institute. Similar to Outlast , Amnesia is also a first-person survival horror game, but with more sophisticated puzzle elements. The game starts with the player waking in a stone room of a castle, no recollection of who they are except that they are called Daniel. They are directed by letters written from past Daniel to kill a man called Alexander who is residing within the depths of the castle. There is a lurking threat of a “Shadow” enclosing in on the castle to kill Daniel, as well as horribly disfigured monsters that stalk each of the castle’s areas. What is stand-out for these two games, and many other horror games like them, is the use of the unknown as a device for generating fear in players. We fear that which we do not, or cannot know. In Amnesia this takes shape in the literal lack of knowledge as a result of Daniel’s self-inflicted amnesia, and in Outlast it is the context of Miles as an investigative journalist - the player inhabits the roles of two relatively clueless protagonists traversing unfamiliar grounds. This is also reflected in the environmental design of these two games. Both the castle in Amnesia and the asylum in Outlast include maze-like corridors and shadowy corners to keep the player guessing what might be around the corner or lurking in the darkness. Haahr explored the variety of ways that horror games modify a player’s vision to contribute to feelings of fear and unease: obscuration (shadows and mist), distortion (warping the player’s vision), and mediation (viewing the world through a secondary lens - like the camera in Outlast ) are found in both games [5] . Even the use of a first-person perspective in both games restricts the player’s field of view, emphasizing the feeling of catching a glimpse of something in the corner of your eye. Or, the “peeking” mechanic in Outlast , where Miles can quickly glimpse around a corner can suddenly have the player confronted by an enemy who spots him. Fear as an affect mounts in the anticipation of an attack from something we do not know [6] . With this modification of vision, tension is built over time, all with the purpose of breaking it. * Corridors in Amnesia: The Dark Descent[7] Compared to environmental design, audio design in these games help to offer players insight into what might be just out of sight. While the ambient sound of creaking wood and whistling wind might set the player on edge, certain sounds can signify an enemy or threat is nearby. In Amnesia , the groaning of the Monsters signal their proximity to Daniel, and in Outlast the jingling of chains, or heavier footsteps signal the bosses of certain areas hunting Miles. Though these audio cues offer instructions to the player, these enemies are still “audible but unseen” [8] - they are unknown to the player visually, adding to their frightening nature. The exposure of the enemy to the player after hearing them trail them for some time adds to the jumpscare feeling when they are finally spotted. In contrast to ambient sounds, when being chased, the audio ramps up immediately from ambient to intense music and heavy breathing as the player attempts to evade the threat. This scenario typically emerges when the player is spotted however, so while there is of course fear and panic in the sudden chase, they are somewhat emotionally prepared for the pursuit. However, when (from seemingly thin air) an enemy appears behind the player - who has been diligently surveying their shadowed surroundings and listening for audio cues - the jumpscare is a resounding success. An unpredictable appearance after having all the tools to know when and where a threat is reveals to the player just how powerless they are [9] . Powerlessness is an important element in generating sudden frights. At the opening of both games the player is instructed that they can only run, hide, or die. There is no option to fight the threats pursuing them. It is a total subversion of the typical power fantasy videogames offer. The player is not a gallant fighter equipped with magic and strength, they are just some guy trying to escape a hellish space. When an adversary suddenly appears there is no defending yourself - they are a palpable threat. Additionally, resource management, a mechanic taken from the genre defining Resident Evil , adds to this powerless player feeling. In Amnesia and Outlast the resources are related to keeping the area around brighter: tinderboxes and oil in Amnesia , and batteries for the camera in Outlast . In Amnesia , being exposed to dark areas drains your sanity until you die, whereas in Outlast the camera’s night vision allows you to see enemies more clearly. Without this night vision feature, moving through the asylum is significantly more treacherous. Players (unless they know the locations of all the resources) are typically on the precipice of not having enough resources throughout the game - this scarcity threatens their survival. Sometimes players might have to expose themselves to frights in order to reach areas with more resources, as some rooms may be in closer range to enemies paths. The toss up between gaining resources and risking being caught vs. fleeing the area entirely and guaranteeing safety is the strategic decision players must make throughout the survival horror experience. * Nightvision with the camera in Outlast [10] . Even guaranteeing safety is trepidatious in sudden fright games. Resident Evil had safe rooms where the player could save the game. Amnesia and Outlast have no such mechanic. However, in Outlast there are certain story moments and cutscenes that show Miles progressing with the game’s objectives: find a key, get to the security room, etc. Players are led to believe in the early game that these cutscenes showing success in moving to the next step in escaping emulate the videogame “checkpoint” moment, a moment of respite from the tension, but one of the first major jumpscares happens right as Miles reaches the security console and is grabbed by Father Martin and injected with an anesthetic - putting him to sleep and trapping him deeper in the asylum. Like powerlessness, the not-so-safe-checkpoint is a subversion of expectations in how videogames typically go and contributes to sudden frights. A final tangential note on sudden frights comes from beyond the two discussed games and looks to player deaths in games. In games like Alien [11] and Tomb Raider [12] the ways that Ripley and Lara Croft die can be attributed to sudden frights. There is a gratuitous gore that takes place in all the creative sequences in Ripley getting caught by the Xenomorph, or Lara missing a grab in a quick-time event that surprises the player, expecting initially a fall to her death or a fade to black. The variety of these death sequences means until the player has seen all the animations, they preempt their failure with bated breath to see which horrible way they’ve caused Ripley or Lara to die this time. Sudden frights are an anticipation of fear, the enjoyment we derive from being spooked, and the pay off for well-designed gameplay experiences. We scream, laugh it off, knowing it can’t really hurt us, and continue playing, awaiting the next jumpscare on the horizon. There’s a reason horror games with sudden frights propelled many early YouTubers’ careers - frights are enjoyable, memorable, and it is fun to watch someone else get scared alongside you. Sudden frights rely on the standards and expectations of the horror game genre to do what it does successfully. Persistent Motivating Fears While describing the role our emotions play relative to the actions we are compelled to take while playing videogames, Nele Van De Mosselaer writes about the experiences of Charles, a fictional videogame player. Charles represents a common type of occurrence in videogames, as he confronts a slime in a horror game: “He is shocked when a green slime monster suddenly comes creeping towards him on screen. Charles shrieks in terror and hurriedly moves the control stick on his controller to run away from the slime. After seeing that it is much faster than he is, he fears for his life, turns around and starts pounding the monster with his fists. The monster moans in pain, but manages to kill him.” [13] Van De Mosselaer notes Charles' motivation to take these particular actions in the game. First running and then attempting to kill the slime “...seemed at least partly inspired by his fear for the fictional monster: it was his fear that made him hurriedly move his control stick away from the monster and start mashing his attack button when the monster came too close. Imagine a less anxious Charles who doesn’t fear the slime monster, but rather feels anger towards the creature because it already killed him three times before. It is likely that this Charles would not be similarly motivated to use his control stick to run away from the monster, but would rather move the stick towards the monster and start pressing his attack button more deliberately.” [14] We could extrapolate from Van De Mosselaer’s example that even the slightest fears play a strong role in motivating the ways we play across various genres and game mechanics. Beyond the pure affective reaction to a fright that triggers a startle response, fear compels a great deal of our gameplay actions and our metagaming decisions in contemporary game design. In a horror game the enemy being a horrific zombie instead of an unremarkable adversary can potentially change the fight response into a flight response, but what is fear’s role when we take conventional notions of horror out of the equation? Humans have a range of phobias (the dark, spiders, ghosts) that are played up within horror and horror-adjacent genres, but we also harbor many everyday fears (will I lose my job, will my partner leave me, I don’t want to become ill, etc) that also drive our everyday actions. Let’s think about the play pattern of some popular gacha games with limited time events like the HoYoverse games, or persistent games like Lost Ark [15] or World of Warcraft [16] that encourage you to play every day to grind for in-game currency. FOMO, or the “ Fear of Missing Out” is a key driving force in these kinds of gaming models. The idea that a player may miss a limited opportunity or may fall behind other players is a legitimate fear in these kinds of games, and compels players to play compulsively. Often these games are more associated with addictive play patterns, but the fear of dropping to lower social status within the playerbase is an equally motivating drive for players to play often and take action even if it is less bombastic than Slenderman or a zombie. It is also extremely common for character death in games to be a fail state for the player. On one hand we could say that this taps into the quite pervasive human fear of death, but players mostly know that death in a game and death in real life don’t have the same stakes. Still, dying in a game does tap into our pre-established associations with loss and the drive to avoid it. Games can turn this dial up or down by making that loss more or less permanent. In games like the Diablo or Fire Emblem series for example, players can opt to make ‘hardcore’ characters or choose ‘permadeath’ when beginning the game. This is where a single character death in game means that a character is lost forever without the ability to retry or start from a checkpoint. These kinds of playstyles are popular and add a level of tension and excitement to these games, and they do so precisely because the fear of loss and even fictional death can create new emotional stakes for every decision a player makes about their characters. Nuclear Anxiety and Lingering Terror In Brian Massumi’s opening chapter to The Politics of Everyday Fear , the names of high-profile accident victims like Buddy Holly and James Dean, famous disasters like Chernobyl and Bhopal, and infamous diseases like Tuberculosis and AIDS are prominently displayed throughout the chapter in large bold font. [17] The shared connection between these words is their symbolic power to evoke a range of persistent fears and anxieties from within us. Not only can they put memories of tragic and horrifying events from the past into our minds, but they also impress possible horrors of the future upon us: Future horrors that we’ve come to anticipate because of our knowledge of the past. That frightened anticipation is better known as terror, and within that terror we experience anxiety because of the possibility that those future horrors may do us harm. [18] Returning to my first examples of Resident Evil and Fallout 3 , I can better explain why the raiders of the Super-Duper Mart stuck with me compared to the shock of Resident Evil ’s dog jump scare. Compared to the dogs, the persistent symbolism of what the raiders represent in the post-apocalyptic American landscape of the wasteland has been consistently evoked since that first encounter. At first this happened throughout Fallout 3 , but I encountered that feeling again and again throughout the franchise, as one of the persistent themes of the Fallout series is the depths to which desperate people can go. Nestled within larger fears that the series draws upon - such as the still-looming specter of nuclear conflict and those associated fears [19] - is a much simpler and small-scale possibility that the people around us may turn to violence and that I, and those that I love, may suffer the horror that follows because pieces of our societies are becoming less and less sustainable. David Peckham channels the work of the neuroscientist Joseph LeDoux, who contends that “anxiety ‘is the price we pay for our ability to imagine the future.” [20] A franchise like Fallout helps us imagine one of those possible futures, and it does so by drawing on historical and emergent fears that exist within our world. Rather than simply evoking the panic response through a jump scare like Resident Evil ’s dogs, trying to stealth through the Super-Duper Mart became a walk through many layers of fear that only grew over time. Horror, terror, panic, and anxiety were bundled together in a complete package of fear. The atmosphere of the room and the hanging bodies produced horror and anticipatory terror that I would be caught with dire consequences for my character. I experienced slight panic that I would be discovered as I heard footsteps or thought I was discovered. Ultimately, and most importantly, the implications of the raiders within the world of Fallout and how it represents a horrific possibility for our own world has compelled me to carry that memory beyond the boundaries of the game itself as a lingering idea of what it is possible for us and our world to become. Games have the possibility to immerse us in horrific situations more than any other medium, but immersion alone isn’t enough to produce meaningful and powerful horror. True horror comes not just from our reactions to sudden sounds and horrific creatures, but from the heightened state of those startling moments alongside dire implications for our world and our existence within it. If a game can use a scare to evoke this kind of looming threat - no matter how far off it may seem - that is when we become truly afraid. Sudden frights come from the unexpected, whether the source is mundane or supernatural. In contrast, persistent fear and anxiety arises from the ‘what ifs?’. In Fallout ’s case, it’s the ‘what if?’ of the all-too-real breakdown of society. There’s an enjoyment and comfort you can derive from being spooked by something you know isn’t real, but what is more unsettling to consider than the perils of our own possibilities? [1] Capcom, 1996. [2] Bethesda Softworks, 2008. [3] Red Barrels, 2013. [4] Frictional Games, 2010. [5] Mads Haahr, ‘Playing with Vision: Sight and Seeing as Narrative and Game Mechanics in Survival Horror’, in Interactive Storytelling, ed. Rebecca Rouse, Hartmut Koenitz, and Mads Haahr (Cham: 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2018), 193–205, https://doi.org/10.1007/978-3-030-04028-4_20 . [6] Sara Ahmed, ‘The Affective Politics of Fear’, in The Cultural Politics of Emotion (Edinburgh, UNITED KINGDOM: Edinburgh University Press, 2014), 62–81, http://ebookcentral.proquest.com/lib/concordia-ebooks/detail.action?docID=1767554 . [7] Amnesia: The Dark Descent Full HD 1080p/60fps GTX1070 Longplay Walkthrough Gameplay No Commentary, 2016, https://www.youtube.com/watch?v=hyUf3Ctx-Ck . [8] Rebecca Roberts, ‘Fear of the Unknown: Music and Sound Design in Psychological Horror Games’, in Music In Video Games (Routledge, 2014). [9] Tanya Krzywinska, ‘Hands-on Horror’, Spectator 22, no. 2 (2002): 12–23. [10] OUTLAST | Full HD 1080p/60fps Longplay Walkthrough Gameplay No Commentary, 2017, https://www.youtube.com/watch?v=zZNfd04GO-U . [11] Creative Assembly, 2014. [12] Crystal Dynamics, 2013. [13] Nele Van De Mosselaer, “How Can We be Moved to Shoot Zombies? A Paradox of Fictional Emotions and Actions in Interactive Fiction.” Journal of Literary Theory 12(2), 2018: 286. [14] Ibid., 286-287. [15] Smilegate, 2019. [16] Blizzard Entertainment, 2004. [17] Brian Massumi. “Everywhere You Want to Be: Introduction to Fear.” The Politics of Everyday Fear.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3; 3-38. [18] Joseph LeDoux. Anxious: Using the Brain to Understand and Treat Fear and Anxiety. New York: Penguin Books, 2015. [19] Ryan Scheiding. “War Never Changes? Creating an American Victimology in Fallout 4.” Representing Conflicts in Games: Antagonism, Rivalry, and Competition. Edited by Björn Sjöblom, Jonas Linderoth, and Anders Frank. London: Routledge, 2023; 135-152. [20] Joseph LeDoux, Lecture, New York State Writers Institute 2016. Cited in David Peckham, Fear: An Alternative History of the World. London: Profile Books, 2023, 7.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Marc Lajeunesse Marc is a PhD candidate in Concordia University'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studies in Montreal, Canada. Marc’s research focuses on toxicity in online games. He is driven to understand toxic phenomena in order to help create more positive conditions within games with the ultimate hope that we can produce more equitable and joyful play experiences for more people. He has published on the Steam marketplace and DOTA 2, and is a co-author of the upcoming Microstreaming on Twitch (under contract with MIT Press). (Game Researcher) Cortney Blamey Courtney is a Communication PhD student and game designer at Concordia University, Montreal, Canada. Her doctoral research concentrates on the process of meaning-making in games tackling serious themes and exploring this relationship between player and designer in her own critical game design process. Her previous research unpacked Blizzard’s approach to community moderation in Overwatch by investigating both developer and community inputs on forums. She is a member of the mLab, a space dedicated to developing innovative methods for studying games and game players and TAG (Technoculture Arts and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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