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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게임은 플레이하지 않는다: 관리와 지배의 시대

      ‘아이들러’, ‘오토 배틀러’, ‘자동화’, ‘클리커’ 등의 키워드로 분류되는 이런 방치형 게임들은 과거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만 유통되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방치형 게임이 유행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반복 전투의 실행을 자동화에 위임함으로써 얻게 되는 게임 플레이 시간의 자유를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 Back 이제 게임은 플레이하지 않는다: 관리와 지배의 시대 29 GG Vol. 26. 4. 10. 최근 스팀 플랫폼에는 그간 스팀에서 잘 출시되지 않았던 방치형 게임 장르들이 자주 발견된다. <몰티즈와 복실복실 온천>, <미니 코지룸>, <우주 암석 파괴자> 등 최근 인기를 모은 방치형 게임은 일반적으로 해당 장르와 거리가 멀었던 PC 플랫폼의 틈새를 파고들어 나름의 틈새시장을 형성했다. PC 화면의 아주 작은 일부만 차지하거나 쉽게 화면 전환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이러한 게임들은 업무를 자주 방해하지는 않으면서 업무 중에도 띄워놓을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PC 플랫폼에 정착했다. 물론 전투 위주의 모바일 방치형 게임과는 달리 생활형 소재나 아기자기한 게임 디자인으로 천편일률적이었던 방치형 게임에 다양성을 덧대었다는 점이 차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러’, ‘오토 배틀러’, ‘자동화’, ‘클리커’ 등의 키워드로 분류되는 이런 방치형 게임들은 과거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만 유통되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방치형 게임이 유행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반복 전투의 실행을 자동화에 위임함으로써 얻게 되는 게임 플레이 시간의 자유를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접속하지 않는 동안에도 미리 설정된 자동화 공식에 따라 게임 플레이가 이루어지면서 플레이어는 일상 생활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적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 <몰티즈와 복슬복슬 온천>의 한 장면. PC를 통해 원고를 쓰면서도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2010년대 이후 고안된 이 장르는 역설적으로 게임이 가진 몇몇 제약들을 붕괴시키면서 생존해왔다. 이를테면 일반적인 게임에서 가장 핵심에 해당하는 게임 플레이를 자동화시켰다. 본래 게임 플레이는 게임 디자인이 고안된 이후 항상 개발자가 게임 결과의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플레이어에게 할당시킨 영역이었다. 바꿔 말하면 게임 플레이어 입장에서 게임 플레이는 자신들에게 강제적으로 할당된 영역인데, 방치형 게임은 이러한 제약을 붕괴시킴으로써 플레이어가 이를 컴퓨터에 위임할 권한이 생긴 셈이다. 이렇게 되면 플레이어는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플레이하는 주체가 아니라 게임의 결과만 관리하는 ‘관리적 주체’로 변모하게 된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플레이로 인한 ‘결과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미디어였다. 과거의 플레이어들은 결과의 불확실함을 자신의 승리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해왔다. 그러나 방치형 게임 플레이어들은 그 결과의 불확실함을 참아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이 고되거나 성가시다고 생각한다. 이는 기존 게임들에서 이루어지는 핵심적인 플레이 과정이 MMO 같이 다소 밀도가 떨어지거나 반복될 때 느끼게 된 게임 플레이의 노동화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애초에 게임 디자인 과정에서는 밀도있는 게임 플레이를 극적으로 연출하는 것이 미덕으로 간주되었지만, 게임의 완성도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중시한 모바일 게임들에서는 게임 플레이 과정보다 플레이 과정을 통해 생긴 아이템 등의 결과물들이 플레이어에게 더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게 된 것이다. * <디아블로 2>의 카우 레벨(cow level) 장면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게임 플레이의 밀도보다 결과값의 중요성이 처음으로 인식되었던 게임은 <디아블로> 시리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기나 방어구 등 아이템에 붙는 접두사와 접미사에 따라 해당 아이템의 가치가 달라지면서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카우 레벨(cow level)을 반복해서 돌았던 행동들은 아마 RPG 게임에서 결과중심적 플레이가 본격적으로 극대화된 최초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중심적 플레이에 대한 선호는 이후 개발자들이 본래 게임의 제약 사항으로 묶어두었던 현금 결제를 통한 제약의 우회로 이어지게 된다. 주로 MMORPG를 통해 구현된 이러한 유료화 방식은 캐릭터나 아이템의 강화뿐만 아니라 시간적 제약이나 게임 내 공간의 위상까지 무력화시키면서 플레이어를 ‘지배적 주체’로 변모시킨다. 이 지점에서 게임 플레이는 더 이상 과정 자체가 아니라 결과를 생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환되었다. 이 두 장르는 동일한 ‘과정 생략 욕망’을 공유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식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방치형 게임이 게임 플레이 자체를 시스템에 위임함으로써 과정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MMORPG는 결제를 통해 플레이어가 그 과정을 직접 우회할 수 있도록 만든다. 전자는 플레이어를 ‘관리적 주체’로, 후자는 시스템을 지배하는 ‘지배적 주체’로 만든다는 점에서 동일한 욕망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분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특히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이러한 MMORPG와 방치형 게임으로의 양극화 현상은 넓게 보면 사실 유사한 심리적 기제를 바탕으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게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과정을 생략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이러한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은 동일한 조건 아래에서 경쟁을 통해 획득해야만 하는 어려운 과정을 회피하고 시스템의 외부를 현금이나 시스템 관리를 통해 우회하는 상황이 주는 쾌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 장르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은 단순히 게임 과정에서의 유희를 포기한 것이라기보다는 반복적인 노동을 알고리즘에 위탁하면서 결제나 시스템 관리를 통해 스스로가 게임을 제어하고 있다는 권력욕을 대리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PvP가 중심이 된 모바일 MMORPG를 플레이할 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필드의 몹들을 사냥하는 PvE 컨텐츠는 자동화를 시키지만, 본인들의 길드가 장악한 사냥터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침범당하거나 PK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게임 플레이에 개입하여 이러한 과정을 플레이하는 것을 즐긴다. * <리니지 M>의 다양한 자동사냥 옵션 설정 방식 “유능한 한국 모바일 게임 개발자가 되려면 게임을 재밌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돈을 내면 게임이 재미있어질 것 같다는 인상을 풍길 수 있도록 적당히 재미없어야 한다.” 게임업계에서는 한국 모바일 게임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이와 같은 농담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MMORPG와 방치형 게임은 매우 동일하게 게임 플레이 과정을 반복적이고 지루하게 만들어 왔다. 이들은 게임의 외피를 덮어쓰고 있지만 그 과정의 재미를 느끼게 하기보다는 결과중심적인 레벨과 아이템, 수치적 데이터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물론 결제나 시스템 관리를 통해 기존 게임의 제약을 극복하는 순간 주어지는 쾌감이 존재하기에 이러한 게임들은 은밀하게 다른 게임들이 주지 못했던 욕망들을 충족시키면서 범박하게나마 재밌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엄밀히 말하면 결제 과정이나 자동화를 통해 강해진 내 캐릭터가 만족스럽다는 느낌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해당 장르들은 이러한 우회과정을 통해 PvP의 컨트롤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시간이 부족한 플레이어들을 해당 장르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TV 광고를 통해 플레이어가 게임의 ‘운영’에까지 개입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SOL과 같은 게임은 플레이어들이 투표를 통해 운영 방침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플레이어가 단순히 주어진 규칙을 따르는 존재를 넘어, 게임의 규칙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적 주체’로 구성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모바일 플랫폼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MMORPG와 방치형 게임은 해당 장르의 불모지였던 스팀 플랫폼까지 천천히 상륙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MMORPG는 글로벌 스탠더드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이나 강화형 결제 시스템을 줄이거나 없애고, 방치형 게임은 천편일률적이었던 횡스크롤 형태의 단순 전투 시스템을 버리고 아기자기한 생활형 소재로 변모시키면서 미아 콘살보가 언급한 진정한 게이머(real gamer)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그 본진인 스팀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장르 이동이 아니라, 플랫폼 간 플레이 문화의 재구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진정한 게임 플레이’를 중시하던 PC 플랫폼조차도 이제는 과정의 밀도보다는 결과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플레이 양식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게임이 더 이상 ‘플레이의 미디어’가 아니라 ‘결과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게임이 더 이상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가 언급한 절차적 수사학(procedural rhetoric)을 통해 플레이어를 설득하는 매체가 아니라, 결과값의 축적을 통해 만족을 제공하는 데이터 중심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는 게임이 더 이상 ‘플레이를 경험하는 매체’가 아니라, 플레이를 최소화하면서도 결과를 관리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랙티브 시스템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교수)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게임 스토리텔링과 게임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하고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인디게임 행사인 Independent Games Festival(IGF)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공저, 2003),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2005), 『인디게임』(2015), 『이야기, 트랜스포머가 되다』(공저, 2015),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게임의 이론』(공저, 2019),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생태계』(공저, 2021) 등이 있다.

  • The Coevolution of Arcade Games, Gamers, and Interfaces

    As such, interfaces may evolve to accurately construct the ideals projected on the design, but that design can easily change based on coincidental chance. The modified interface also brings about transformation to one’s gameplay itself, and this change in gameplay can change the experience provided by the game, thus bringing about an effect that makes the game itself feel different. Therefore, the interface is not merely a simple input device nor a factor that does not bring any fundamental changes to the game, but rather is the very hardware that constitutes the game and simultaneously the “physicalized” mechanical object connected to the gamer. The interface does not evolve or progress according to the game’s design; it lies in the process of ever-changing co-evolution while interacting with the game, the gamer, and all environments tied to the self. < Back The Coevolution of Arcade Games, Gamers, and Interfaces 10 GG Vol. 23. 2. 10. 
 Arcade Machines as Retro Games 
 The term “retro games” generally refers to old and classic games. With the recent resurgence of interest in retro games, the arcade games of the past can now be seen all the more frequently. Arcade games, met with immense popularity since their emergence in the 1970s, are treated more or less as forgotten media (at least in academia) despite their prominence as the first form of digital mainstream pop culture. The reason is likely due to the stereotype that arcade games are a mainstream culture, primarily targeted toward young children and teenagers. Arcade culture, which is consistently treated as youth culture and a subculture of the public, continues to receive widespread interest in terms of the destructive and antisocial impact it can leave on teenagers. However, from the perspective that arcade games were ‘absorbed by and replaced with digital video games since the 1990s,’ what little interest there is dissipates. 
Then, what exactly are these video games considered to have absorbed and replaced arcade games? Gonzalo Frasca defines video games as “including any forms of computer-based entertainment software, either textual or image-based, using any electronic platform such as personal computers or consoles and involving… [games] in a physical or networked environment.” If we go by Frasca’s definition, arcade games quite literally fit the description of video games. Then, what do we really mean by the arcade games that have been rendered extinct? In truth, arcade venues (or amusement arcades) are still thriving—just comprised of different components and conditions. Small, damp arcades became large-scale, and these spaces have become filled mainly by virtual reality games, rhythm action games, and hands-on games with imitative interfaces. 
The arcade games considered to be extinct are likely of a different kind compared to those at the current-day amusement arcade. As part of the arcade game generation, we have at least a handful of memories where we enjoyed arcade games. However, the memories brought up of such games are different for each individual. To one person, their memory of an arcade is made up of shooting games such as “Space Invaders” or “Galaga.” Another might recall claw machines where you grab plushies or prizes, while another might think of fighting games such as the “Street Fighter” and “Tekken” series or rhythm games such as “DDR” and “Pump It Up.” Otherwise, it may be a memory of using the coin-operated karaoke machine located in the corner of the arcade to relieve stress. These arcades are represented by one word but can mean many different physical spaces depending on each individual. What’s interesting is that the arcade games shown in media as retro games appear more frequently in the form of arcade cabinets as opposed to actual games. With this representation, rather than defining them as hailing from a specific genre or period, couldn’t we regard arcade games as a “form of game experience itself” that can be interacted with by using a unique interface, the joystick? *Inside the “Put your Hands Up” game arcade at Lotte World Tower. 
(Source: Eun-ki Jeon) 
 
 The Misunderstanding about Game Interfaces 
What are the elements that make up a game? Geoff Howland (1998) distinguishes these factors as 1) ‘Graphics’ - the images that are displayed with any effects performed on them, and 2) ‘Sound’ - the music or sound effects that are played during the game; 3) ‘Interface’ - anything that the player has to use or have direct contact with in order to play the game; 4) ‘Gameplay’ - how fun and immersive a game is, and 5) Story - information learned by the player as the game progresses, such as the game’s backstory.
 Although it is one of the components of a game, the interface is oft neglected from discussion despite the fact that games interact with gamers in ways that require the body (usually the hands). If any game is not connected to the body using some sort of controller, the game is reduced to nothing more than a set of deactivated codes. We can consider the moment on screen made possible by controllers that achieve harmony with the body’s experience, allowing the sensibility and knowledge engraved within gamers to work together. As such, the interface that mediates the interaction between games and gamers goes beyond simply transmitting signals. In other words, the interface is hardware that allows gamers to feel the experiences provided by the game's software, and at the same time, serves as a “bodily extension" for gamers. Accordingly, changes in games have caused the interface to change continuously as well. However, there are some inaccurate beliefs about interfaces. In sum, James Newman (2007, p. 260) states that “[in] concentrating only on change, progress and technological advancement, it is tempting to overlook some of the constancies that a consideration of retrogaming reveals. Perhaps the most immediately obvious element that has remained largely unaltered is the videogame controller.” Thus, Newman claims that the gaming interface has not undergone much fundamental change since being attached to the old consoles of the 1980s—only tweaked to provide a slightly more comfortable grip and placement changes without much fundamental change otherwise, and only advancing for more accurate input. 
 Below, using the joystick of arcade machines as an example, we’ll examine why his argument that the interface has not fundamentally changed is wrong, and why it may be false to claim the technological advancements were for the purpose of more accurate input to meet design demands. 
 Social Reconstruction of Imported Technology
 It is easy to understand why the joystick interface has continuously been advanced when we examine what kinds of games they are currently used for. Currently, mice, keyboards, or directional pads are predominantly used as game interfaces, for combat games, shooting games, and etc., joysticks are the primary interface. Unlike input devices such as directional pads, which mainly use cross-shaped keys that are designed to register up-down-left-right, joysticks are used for 360° directional input, especially for diagonal input which would require simultaneous input of one of the up and down directional keys with one of the left and right directional keys. Thus, nearly every arcade game’s joystick—except for those of Korea—come equipped with square-shaped guides limiting the movement of the lever in order to facilitate diagonal input. However, only in Korea do we see a different sort of joystick being used. We can safely assume that the joystick equipped with a circular base, commonly referred to as the mu-gak lever (or, the Korean bat stick), is only used in Korea. This is because the technology that is the joystick was newly reconstructed after being imported from Japan and used in Korea due to Korea’s technological environment at the time. Presently, games have grown into one of the most popular industries, but arcade games were not an industry that were promoted by the government nor paved by large companies.3) Consequently, the small businesses in the Cheonggyecheon Electronics Shopping Center near the electronics industry led the charge in manufacturing, importing, and distributing arcade games. When these businesses imported arcade machines from Japan, they imported them separately as parts, not as final products, in order to reduce tariffs. Then, these parts were reassembled and the products were distributed around the Cheonggyecheon area. Around this time, products that could be produced domestically began being manufactured in South Korea. However, the issue lied in a lack of understanding by producers in the gaming parts market as to why each part was designed a particular way. Thus, the design for diagonal input was glossed over, and products with good up-down-left-right drive values were produced, reassembled, and distributed. Japan's joystick also used spring elasticity to return the stick to neutral position after command input, but in Korea, the spring was replaced with rubber because the production of springs with uniform elasticity required high technical skill and production cost. 
 
 Gamers Adapting to the Reconstructed Joystick In this way, the joystick interface has changed not only under Korea’s political, economic, and technical environment, but also by the physical environment of the arcade. It’s true that as consumables, joysticks must be regularly managed and replaced. However, according to the owner of the now-closed-down green arcade in Daelim-dong, Seoul, very few business owners were aware of such practices in the early days of the arcade. 
 “In the early days of the arcade, there was no concept of it being a specialty store. No one cared about the accuracy of [joystick] inputs. Think back to those days. All the owners did was sit in the room and give you change.” - Kyung-sik Yoon, Male, 68, owner of amusement arcade 
 “Consumables have a long shelf life with business owners that offer games or parts makers and so on. But there was no maintenance done for these. When these consumables that aren’t very durable are used for years on end past their time, the looseness becomes severe. But that’s how Koreans learned to play games, so of course the area of command becomes broader. You couldn’t help but move your hands around all the time.” - Kyung-sik Yoon, Male, 68, owner of amusement arcade 
 South Korean arcade regulars grew used to the loose joysticks that became loose due to the poor management. Unlike gamers of different countries who can control the input with just their fingers, Korean gamers have grown accustomed to manipulating joysticks by moving not only their wrists, but their whole arms. The joystick, a mechanical object, was transformed by gamers who adapted it as their own tool. Going further, it transformed gamers to utilize their own selves and make this apparatus conform to them . 
Gamers who had adapted to the changed interface also enjoyed playing games in different ways. Rather than use precise diagonal input, they enjoyed using the circular base to rotate the stick. And rather than use play that required quick reflexes using dynamic vision, they would quickly manipulate the loose joystick to engage in their own psychological warfare. We can even largely attribute the differences in play style, compared to players of different countries, to the joystick, especially when it comes to fighting games like Tekken. 
 
 The Evolution of the Joystick 
 In Korea, the joystick evolved not by how fine and accurate the input was reproduced within a game, but by how it related to the gamer that adapted to the joystick. 

 “The lever has to be dumber in Korea. Why? Because you can’t use it if it’s too sensitive. If you move it little by little, you mess up the command. There has to be a margin of error so that it won’t register even if you move it a certain amount. If there isn’t, you can’t use the lever. Electronic equipment doesn’t lie. But the people who produce levers don’t think that way. They don’t think about the margin of error they should consider, and just keep making them sensitive. ” - Kyung-sik Yoon, Male, 68, owner of amusement arcade 
 The circular base guide that was created in the context of Korea, and the joystick connected to the gamers who adapted to the looseness due to lack of maintenance, have continued to change into a form that requires less maintenance and has a certain margin of error. This is because a sensitive and accurate joystick would directly reproduce the mistakes made by these Korean gamers with dynamic hand movements in command inputs, which would render the joystick unusable. 
 Thus, the joystick changed not in the direction of delivering more accurate input, but rather considering “how consistently dull it could remain.” In order to prevent bending or melding of the copper contact, a rubber part was added between the copper plates, and has been recently transformed to use a switch, along with a more durable silicon that returns the joystick to neutral using the elastic rubber. (See Figure 2, Figure 3, and Figure 4.) * Earliest joystick. (Source: Eun-ki Jeon)
 * Former joystick. (Source: Eun-ki Jeon) * Latest joystick. (Source: Eun-ki Jeon) 
 
 That being said, we cannot fully regard the latest joystick as having improved and progressed linearly from the earliest joystick. The interface is also faced with the possibility of change due to ever-changing factors surrounding the game and the gamer, such as a switch from the physical location of the arcade to a gamer’s private space, and other factors. For example, early joysticks are still being produced faithfully to this day; while the price does play an important part, there exist people who prefer to stay away from the sounds made by switches. The demand for the original joysticks continues steadily as the number of gamers who wish to stay away from the noisy arcade and opt for the comfort of their homes increases. Suppose a culture where gamers develop a greater zeal and steadily manage their interfaces as a “bodily extension” becomes widespread. In that case, copper contact joysticks—which hold the advantage in that they make less noise—will become the main kind of joystick and create a new trend of change. 
 As such, interfaces may evolve to accurately construct the ideals projected on the design, but that design can easily change based on coincidental chance. The modified interface also brings about transformation to one’s gameplay itself, and this change in gameplay can change the experience provided by the game, thus bringing about an effect that makes the game itself feel different. Therefore, the interface is not merely a simple input device nor a factor that does not bring any fundamental changes to the game, but rather is the very hardware that constitutes the game and simultaneously the “physicalized” mechanical object connected to the gamer. The interface does not evolve or progress according to the game’s design; it lies in the process of ever-changing co-evolution while interacting with the game, the gamer, and all environments tied to the self. 
 
 1) Frasca, G. (2008). Videogames of the Oppressed . Communication Books. Translated by Gyeom-sup Kim. 2) Howland, G. (1998). Game Desine: the Essence of Computer Games. Newman, J. (2008). Videogames (p. 14). Routledge. 3) Jo, D. W. (2019). An Early History of Digital Culture: East Asia-wide Translocal Practices of Copying of Electronic Entertainment Machine and Personal Computer. (98th ed., pp. 153-178). Korean Association For Communication and Information Studie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Tech-cultural researcher) Eunki Jeon He majored in cultural anthropology and cultural research, and is currently working as a researcher at the Cheonggyecheon Technology and Culture Research Institute and Hanyang University Global Multicultural Research Institute. (Translator) Esther Yum

  • 울기 싫은 플레이어의 애도하기: <마이 리틀 퍼피>

    애도는 개와 인간의 관계만큼이나 <마이 리틀 퍼피>의 중요한 주제다. 봉구에 대한 애도는 재회에 대한 염원에서 시작해 게임에 등장한 모든 영혼에게 각자의 해피엔딩을 쥐어주는 것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봉구와 ‘아빠’는 개와 인간, 죽은 자와 산 자로 관계맺으며 서로를 변화시켰을 것이다. < Back 울기 싫은 플레이어의 애도하기: <마이 리틀 퍼피> 28 GG Vol. 26. 2. 10. 인간사의 비극에는 꿈쩍 않던 사람이 을 볼 때는 눈물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꼭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동물의 감정은 언어로 표현될 수 없기 때문일까. 그 순수함에 감응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리하여 동물이라는 소재는 보편적인 ‘눈물버튼’으로 쓰인다. ‘마이 리틀 퍼피’는 명백히 동물이 ‘눈물버튼’인 사람들을 겨냥한 게임이다. 견종 중에서도 귀여움으로 이름 높은 웰시코기 ‘봉구’가 사후세계에서 ‘아빠’를 마중나가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반려동물을 먼저 보낸 게이머라면 아마 천국의 강아지들이 주인과 재회하는 도입부부터 눈물을 훔쳤으리라. 필자 또한 반려견을 잃어버려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은 경험이 있기에 그리웠던 강아지를 만나자마자 무너지는 사람들을 보고 휴지를 찾아 일어서야 했다. 무지개 다리를 내달리는 봉구의 치명적인 뒷태와 다리가 짧아 높은 턱을 오르지 못해 바둥거리며 낑낑대는 모습에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은 무조건 반사적인 행동이다. 게임은 반려견과 죽음이라는 소재에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충실하게 보여준다. 생전에 보호소에서 주인을 만나고 먼저 떠나기까지의 사연과 주인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 여기에 섬세하게 구현한 강아지의 움직임이 더해져 애틋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필자는 <마이 리틀 퍼피>에 쉽게 마음을 열어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눈물은 ‘눈물버튼’이 눌린 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파에 울지 않으려는 소비자 특정 소재에 ‘눈물버튼’이 눌리는 현상은 해당 창작물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다. 신파의 서사를 접했을 때 발생하는 감정은 기계적인 반사작용으로 여겨진다. 이에 정형화된 신파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흔히 감정적으로 완전히 무감해지거나, 여전히 눈물을 흘리면서도 창작물과 심리적 거리를 두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곤 한다. 전형적인 한국식 신파 영화를 보고 나와 벌건 눈으로 ‘눈물이 나서 자존심이 상한다’며 성을 내는 관객이 좋은 사례일 것이다. <마이 리틀 퍼피>의 플레이 중반까지 나는 예시로 든 관객과 같이 이중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파에 냉담해진 소비자는 신파의 냄새를 맡는 순간부터 이러한 태도를 보이며 감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슬픈 영화를 보며 울지 않기 위해 일부러 촬영장의 모습을 상상하거나 배우의 연기일 뿐이라고 거듭 생각하는 식이다. 이는 특정 형식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자신의 감정적 반응을 통제하려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정형화된 형식에는 진정성이 부족하며, 이에 감응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문화비평가 에밀리 부틀이 주장하듯 진정성은 21세기의 시대정신이다. 사람들은 창작물의 진정성에 천착하며 그것에 자신이 감동할 가치가 있는지 추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눈물버튼’이라는 표현의 유행을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부틀에 의하면 진정성은 자신의 가식을 인정하는 개념으로 팔린다. ‘눈물버튼’을 탓하는 이는 자신의 감정적 반응은 자동반사적인 것일 뿐 진정으로 감동하진 않았다며 진정성의 결여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진정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러한 반응 때문에 신파의 소재로 인지되는 순간부터 그 소재의 확장성은 제한된다. 특정 소재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실제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의외성을 적극적으로 간과하고, 재해석의 필요를 무시하곤 한다. 설사 99%가 전형적 신파의 반복이라 하더라도, 수용자의 상황에 따라 유의미한 감정의 승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신파의 힘을 빌렸다는 것만으로 작품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신파라는 말에 갇혀 소재가 가진 힘이 소실되는 것은 창작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손해이다. 필자 역시 ‘눈물버튼’이 눌리길 거부하는 소비자이기에 <마이 리틀 퍼피>와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위험천만한 맵을 지나게 하고 있자니 봉구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감동적인 재회를 위해 나의 컨트롤 미스로 강아지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봐야 한다는 것에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며 <마이 리틀 퍼피>의 잔인함은 이 게임이 재현하려는 세계의 중요한 성격으로 드러난다. ‘힐링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잔인함 전형적 신파의로 소비되기 쉬운 주제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점은 연출과 재현이다.‘마이 리틀 퍼피’의 제작진은 강아지 시점에서 전개된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웠으나 이는 이미 다양한 매체의 창작물에서 시도된 바 있다. 고양이의 행동양식을 사실적으로 구현해 화제가 된 게임 <스트레이>와 비교해 보면 그와 같은 수준의 본격적인 시점 전환이 의도된 것은 아니다. <마이 리틀 퍼피> 역시 강아지의 행동을 매력적으로 구현해 냈지만, 인간의 언어는 완전히 배제된 <스트레이>와 달리 <마이 리틀 퍼피>는 그림과 자막을 통해 강아지들의 의사를 인간의 언어로 해석해준다. 그보다 눈에 띄는 건 게임이 재현하기로 선택한 인간과 개의 모습이다. 봉구가 천국에서 처음 만나는 인물들을 자세히 보면 심상치 않다. 갓난아기와 아기를 지키는 허스키, 교복을 입은 학생, 헤진 옷을 입은 노인까지 각자의 사연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이들이 등장한다. 게임의 배경이 사후세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 내 모든 캐릭터가 망자임을 인식하고 그들이 세상을 떠난 배경을 유추하게 된다. 평화롭지 못한 죽음을 맞은 것이 분명해보이는 천국의 인물들은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일회적인 장치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천국의 풍경에서 이들이 등장했을 때 플레이어가 느끼는 위화감은 게임 중반부의 사막 맵에서 진돗개 가족과 들개 무리를 마주했을 때 다시 찾아온다. 어미 진돗개와 새끼 세 남매는 봉구 이외에 처음으로 생전의 사연이 소개되는 캐릭터들이다. 보호소에서 지내던 어미 개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새끼들은 입양을 기다리다 안락사되었다. 입양 공고에서 예쁘게 보이기 위해 둘렀던 장식을 사후에도 하고 있다. 이들의 등장을 통해 게임이 조명하는 세계는 봉구와 아빠라는 개체 간 관계를 넘어서, 개와 그들이 생전에 속했던 세계의 관계로 확장된다. 봉구와 진돗개 가족을 위협하는 들개 무리의 등장은 이를 더욱 분명히 한다. 들개 무리는 실험견, 투견 등 인간에 의해 학대당한 개들로 구성되어 있다. 학대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은 들개들의 모습은 게임의 동화적인 디자인과 어긋나며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감각은 대자연만이 펼쳐진 사후세계와 대비되는 잔인한 이승의 세계, 인간의 세계를 가리킨다. 들개 무리와의 추격전이 펼쳐지는 미니게임에 실패할 경우, 들개들이 봉구와 진돗개 가족을 위협하는 장면이 나오며 게임이 종료된다. 마냥 사랑스러운 게임을 기대한 플레이어라면 이 장면에서 분명 당황했을 것이다. 처참한 모습의 들개들이 공격성을 표출하는 모습은 게임의 메인 빌런인 악령들의 공격과 달리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게임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잔인한 재현은 수의사 캐릭터가 등장하며 절정에 이른다. 수의사는 저승의 은신처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거나 아직 천국으로 가지 못한 개들을 돌보고 있다. 생전에 보호소에서 일하며 수많은 강아지를 안락사시켜야 했던 그녀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죽음을 택했다. 안락사된 개들과 정신적으로 무너진 수의사는 게임 전체에서 가장 어둡고 잔인하게 묘사된다. 시커멓게 칠해진 수의사의 눈은 공포게임 연출을 연상케 할 정도로 이질적이다. 예고없이 나타나는 잔인한 재현과 게임의 동화적 미학이 불화할 때의 이질감은 익숙한 신파의 구조에서 플레이어를 미끄러트린다. 잔인함의 구체성이 현실을 호출해 냉소를 유지하게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 미끄러짐을 통해 플레이어는 신파로부터의 거리두기를 중단하고 게임이 ‘개’라는 종을 다루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로써 신파에 갇힌 ‘펫 로스’라는 소재의 확장이 가능해진다. 이질적 연출의 등장과 동시에 이야기의 중심은 봉구에게서 진돗개 가족, 들개 무리, 수의사로 이동하며, 게임은 인간과 개의 양면적인 관계를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이들의 사연을 통해 그려지는 두 종의 관계는 긴밀하고도 일방적이다. 개에게 사랑을 주는 것도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다. 사랑과 상처의 흔적은 미련이 되어 개들이 죽어서도 저승을 떠돌게 한다. 이처럼 귀여움과 잔인함이 병존하는 이질적인 재현 방식은 불편한 진실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바로 인간에게 종속된 개의 삶에는 태생적으로 잔인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표현형이 사랑이든, 상처이든 간에 말이다. 개와 망자라는 타자와의 관계 게임을 플레이하며 필자가 느낀 잔인한 일방적 관계는 생물학자이자 페미니즘 이론가 도나 해러웨이가 <반려종 선언>에서 지적한 바 있다. 해러웨이는 개들의 ‘무조건적 사랑’의 능력이 있다는 믿음은 그 자체로 개와 인간 모두에게 가학적이며, 이 사랑이 소중하다면 오히려 무조건적인 사랑의 담론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과의 사랑의 관계에 종속된 개는 이 사랑의 환상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버려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라는 개체와 종 전체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시도하지 않고 사랑의 관점으로 개를 보는 것은 “종류와 개체 모두를 무조건적으로 죽이게 된다.” <마이 리틀 퍼피>는 봉구를 통해 무조건적 사랑의 담론을 충실히 재생산하는 한편, “개 자신의 가치-와 삶-는 개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인간의 인식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해러웨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재현을 보여준다. 들개 무리는 게임의 마지막까지 인간과 함께하지 않고 저승을 떠돌길 선택한다. 과거 자신들을 받아줬던 수의사에게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들개들은 유유히 길을 떠난다. 이들의 존재는 저승에서 주인을 기다리며 ‘무조건적 사랑’을 실천하는 다른 개들 역시 사랑의 담론에 종속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는 그간 함께한 봉구와의 여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개의 입장이 되어보길 권하는 이 게임을 통해 필자는 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됐다. 인간은 개를 관찰해 가상의 개를 모델링할 수 있지만 개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다. 그러나 해러웨이에 따르면 이와 같은 ‘이해할 수 없음’에 대한 인식, ‘부정의 방식으로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다. “핵심은 타자나 자신에 대해 알 수 없지만, 관계 안에서 누구와 무엇이 출현하고 있는지를 항상 질문하는 것이다.” 개와 인간은 함께 관계를 구성하며 그 속에서 서로를 변형시키고 있다는 것만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계를 통해 존재한다. 해러웨이는 이 관계를 통해 개와 인간에게 서로에 대한 ‘권리’가 구축되며,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윤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개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인간의 무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간을 위한 이야기이다. 이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산 자는 죽은 자를 알 수 없으며, 애도의 목적으로 쓰여지는 모든 이야기는 산 자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해러웨이가 말하는 개와 인간의 관계에서처럼,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는 상호적이다. 산 자가 죽은 자의 흔적을 만질 때에 죽은 자도 산 자를 변화시킨다. 애도는 개와 인간의 관계만큼이나 <마이 리틀 퍼피>의 중요한 주제다. 봉구에 대한 애도는 재회에 대한 염원에서 시작해 게임에 등장한 모든 영혼에게 각자의 해피엔딩을 쥐어주는 것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봉구와 ‘아빠’는 개와 인간, 죽은 자와 산 자로 관계맺으며 서로를 변화시켰을 것이다. 더불어 봉구가 생전에 ‘아빠’라는 개인을 어떻게 구성했는지도 되돌아보게 된다. 이야기는 신파에 대한 냉소로 되돌아온다. <마이 리틀 퍼피>는 감정의 과잉이라는 신파의 문법을 적극 활용한다. 그러나 이 감정은 들개 무리와 수의사의 이야기를 통과하며 개인 간의 애틋함이라는 전형적 서사의 감정에서 인간과 개의 관계가 지닌 비대칭성과 책임에 대한 고찰이 남기는 감상으로 변모한다. 이때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은 ‘눈물버튼’이 눌린 결과를 넘어서, 개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윤리적 재고를 거친 것이 된다. 역설적으로 봉구와 아빠의 이야기 역시 이 과정을 통해 다시금 힘을 얻게 된다. 애도의 진정성조차 평가의 대상이 되는 사회에서 <마이 리틀 퍼피>는 감정을 솔직하게 밀어붙이며 플레이어에게 ‘아빠’의 애도에 동참하길 요청한다. 꼭 반려동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떠나보내거나 사랑한 적 있는 플레이어라면 이 여정을 함께하며 그 솔직함에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Tags: 건조, 강아지, 반려동물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에디터) 박유진 시사 유튜브·팟캐스트를 만드는 직장인이자 평범한 게이머. 시사를 녹여낸 게임 이야기를 전하는 일에 종종 함께합니다.

  • 초기 3D 그래픽의 미학, 인지적인 디지털 물성에 관하여

    2010년대를 중심으로 다시 반짝였던 포스트 디지털 담론에서 이어지는 미술 작업의 비쥬얼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최신의 리얼한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차라리 그들의 작업에서 나타난 비쥬얼적 특징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 볼 수 있었던 낮은 품질의 3D 그래픽에 가까웠다. 이는 보다 리얼하고 현대적인 3D 그래픽 이미지를 미술 작가 개인이 구현하기에는 소요되는 자본과 기술의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면 적당한 수준의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굉장히 접근성이 용이해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들은 로우-파이하고 한편으로는 레트로, 노스탤지어적인 기억과 선명함이 억압되는 특정한 디지털 이미지의 미학에 기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 Back 02 GG Vol. 21.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unhyung Ahn Active in the artist political party "Bad New Days" and in "Survey," a Marxist research institute. Recently, building on an interest in game media, undertakes critical writing on the politics of game media and on the systems of representation of in-game images, along with their attendant questions of subjectivity and ethics.

  • 게임이 새로운 브랜딩 전장이 될 때: 나이키, 로블록스, 그리고 베트남 사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게임 시장은 향후 디지털 브랜드 참여 및 혁신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며, 특히 동남아시아 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새로운 마케팅 전환점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현명하게 투자하는 브랜드는 차세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 Back 25 GG Vol. 25. 8. 10. Tags: 나이키랜드, 로블록스, 베트남, 메타버스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Editor-in-Chief in GameGeneration) DOAN Nguyen Huyen Anh, NGUYEN Thanh Binh, TRAN Tien Bang, PHAN Quang Anh (Editor-in-Chief in GameGeneration)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아카트로닉스’라는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이라는 것이 있다. 호기심의 방은 말 그대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진귀하고 이국적인 것들, 때로는 괴이한 것들로 가득찬 공간이었다. 주로 16-17세기 영국에서 개인 컬렉터들에 의해 만들어진 호기심의 방은 박물관의 기원 중 하나라고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 공간이 단순히 수집품을 모아두는 곳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수집 공간’은 대중에게 공개되어 보여졌다. 당대에 가치있던 고미술품이나 유물, 또는 명망있는 화가의 작품이 아니었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형상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Back 08 GG Vol. 22.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eonghwa Hong Studied curatorship and art studies. Recently preparing exhibitions grounded in a growing interest in retro games.

  • 트롤링 권하는 기술: 인게임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 대한 소고

    기술은 매 순간 우리의 기대를 넘어서는 발전 속도를 보여주지만, 결국 그 기술이 그려내고자 하는 것은 과거 우리가 맨몸으로 겪었던 어떤 순간이다. 반드시 한 자리에 모여야만 가능했던 게임을 디지털기술은 원거리에서도 게임 규칙이 제시하는 승부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무언가로 탈바꿈시켰고, 이제는 그 게임의 바깥에 존재하던 음성언어마저도 구현가능한 상황에 우리를 올려놓았다. < Back 14 GG Vol. 23. 10. 10. Tags: 매클루언, 채팅, 보이스채팅, 커뮤니케이션, 음성언어, MUD, PLATO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울기 싫은 플레이어의 애도하기: <마이 리틀 퍼피>

    애도는 개와 인간의 관계만큼이나 <마이 리틀 퍼피>의 중요한 주제다. 봉구에 대한 애도는 재회에 대한 염원에서 시작해 게임에 등장한 모든 영혼에게 각자의 해피엔딩을 쥐어주는 것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봉구와 ‘아빠’는 개와 인간, 죽은 자와 산 자로 관계맺으며 서로를 변화시켰을 것이다. < Back 28 GG Vol. 26. 2. 10. Tags: 건조, 강아지, 반려동물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ujin Park A day-job creator of current-affairs YouTube and podcasts, and an ordinary gamer. Often takes part in telling game stories infused with current affairs.

  • 덤덤한 덤, 쏠쏠한 덤 : 덤으로서의 게임들

    덤은 언제나 반갑지만, 플레이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쏠쏠한 덤인지 덤덤한 덤인지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는 방향도 비용을 치르도록 강제하는 것에서 시간을 쓰기 편하도록 보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꽤나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은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것이다. 무수히 많고 많아질 게임뿐 아니라 영상과 음악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들이 하루 24시간 중에서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 Back 덤덤한 덤, 쏠쏠한 덤 : 덤으로서의 게임들 09 GG Vol. 22. 12. 10. 〈PressPausePlay〉(2011) 1) 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과 문화가 확장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회와 그로 인해 줄어드는 기회 속에서 창작자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또 우려하는지를 잘 포착한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음악을 감상하는 주된 매체가 음반에서 음원으로 변화하는 맥락인데, 세계적으로는 1999년 ‘냅스터’(Napster), 한국에서는 2000년 ‘소리바다’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음원 사용에 대해 창작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2) .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다큐멘터리의 이야기는 내내 ‘변화’에 초점을 두었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을 비롯한 음악 산업과 문화의 많은 변화 속에서 이전과 변함없이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들은 그 변화로 인한 흥망성쇠의 여부보다는 음악의 가치가 어떻게 빛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방법의 하나는 현장이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만나 음악을 함께 향유하는 현장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들으며 이 변화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무언가가 등장하면 무언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에 접어드는 과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디지털 기술이 콘텐츠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 만큼 게임에서도 디지털 기술로 인한 변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약 10여 년 동안의 기간은 한국에서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활용되며 게임산업과 문화 차원에서도 여러 주목할 만한 의미를 남긴 시기였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일본 대중문화 개방, 휴대전화(PCS)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보급 등 사회문화적으로 주요한 사건이 발생하고 정책이 추진되면서 게임에도 영향을 미쳤다. ‘PC 패키지 게임’ 시장의 축소와 온라인‧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 ‘플레이스테이션 2(PS2)’ 정식 발매를 필두로 한 비디오게임 시장 확대, PC방의 확산과 프로 게임 리그 출범 등 현재 한국 게임 산업과 문화의 주를 이루는 분야들이 이 시기에 처음 시작되거나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다. 인터넷은 게임의 제작, 유통, 소비, 향유방식 모두에 걸쳐 변화의 구심점이 되었다. 앞서 언급한 다큐멘터리에서 그려졌던 것처럼 이러한 변화를 통해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얻고 누군가는 기존의 기회를 잃었을 것이다. 또,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음악에서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변화 속에서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게임의 가치’는 무엇일까. 혹은 다양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가치는 어떻게 추구되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덤으로서의 게임’이 갖는 의미에 대한 하나의 답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정품 부록’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얻지 못했나 요즘은 ‘굿즈’라는 명칭으로 더 친숙한 잡지의 별책부록은 잡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굿즈를 샀는데 본품이 따라왔다’는 식의 표현처럼 발간되는 잡지가 여러 종인 분야에서는 잡지의 판매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의 부록을 제공하는 경쟁이 심심찮게 벌어지기도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보그〉, 〈코스모폴리탄〉, 〈지큐〉, 〈에스콰이어〉 등의 패션 매거진을 위시해 형성된 ‘매거진 전성시대’ 3) 는 잡지 간의 부록 경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시기였다. 게임 잡지에서도 1990년대 후반 PC게임 잡지를 중심으로 부록 경쟁이 형성되었는데, 이는 ‘매거진 전성시대’보다 훨씬 앞선 시기였다. 부록 경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전에는 유명 시리즈의 신작이나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의 공략이나 특정한 테마의 정보를 별책으로 제공하거나, 게임의 데모나 패치, 혹은 유틸리티 파일을 수록한 CD롬을 제공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게임 잡지 간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더 ‘좋은’ 부록을 제공하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게임 타이틀을 제공하는 ‘정품 부록’ 경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4) .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부록 경쟁이 시작된 배경이었겠지만 이 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격화되어만 갔다. 당시에도 잡지의 부록을 제공하는 제도적인 틀이 있었고, 게임 잡지사를 중심으로 경쟁을 자제할 것을 협의하기도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5) . 경쟁은 더 최신의 게임을, 정품을 구매한 것과 가깝게 부록으로 제공하느냐로 이어졌다. 적절한 경쟁은 경쟁자 모두가 성장하는 기회가 되지만, 과도한 경쟁은 경쟁자 모두가 소모되는 결과를 만든다. 이 경쟁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게임을 부록으로 제공하느냐에 따라 매달 독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잡지는 판가름 났지만, 그것이 잡지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가는 불투명했다. 오히려 이 경쟁은 게이머들의 게임 구매 심리를 낮춤으로써 게임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조금만 기다리면 (사실상) 정품 게임을 부록으로 받을 수 있다’는 상황에서 손꼽아 기다린 게임이 아닌 이상 아무리 신작 게임이라도 바로 구매하지 않고 한동안 기다려보는 흐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게임 잡지 간의 ‘정품 부록’ 경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는 가운데 게임 산업에 득보다는 실이 되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를 어떤 분명한 변화의 기점으로 단정 짓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경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살펴볼 만한 나름의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경쟁의 주요 당사자는 잡지사들이지만 이 경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잡지사들에 게임을 제공한 업체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작 게임’마저도 부록으로 제공한 까닭 혹은 사정이 있을 텐데, 주된 이유는 비용이다. 즉, 정상적인 유통을 하는 것보다 게임 잡지에 부록으로 제공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효율적인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 게임산업과 문화에 주요한 변화가 발생한 시기인 1990년대 중반부터 약 십여 년 사이에 발생한 IMF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 악화, 초고속인터넷 보급에 따른 불법복제 성행 등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그 사정과 겹쳐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경향도 있었다. 잡지들은 독자들에게 가장 돋보이려고 경쟁에 참여했지만, 독자들은 그중에 한 권만을 고르지 않은 것이다. 여러 잡지를 구매하는 독자들도 있었다. 왜냐하면 정품 게임 하나를 구매하는 가격으로 잡지 여러 권을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품 게임 하나를 구매하지 않고 잡지를 여러 권 구매하면 (사실상) 정품 게임 여러 개를 소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자의 관점에서 돌아보면 게임 잡지의 ‘정품 부록’ 경쟁은 게임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는 기회였다. 분명 게임을 더 많이 소장하는 기회는 되었겠으나 그 게임들을 모두 충분히 플레이하는 기회까지 이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는 제한된 시간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일명 ‘게임 불감증’과도 맞닿아 있다 6) . 제한된 시간 때문에 게이머가 여러 게임을 모두 선택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품 부록’ 경쟁은 독자들에게 게임을 소장하는 만족은 주었겠으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만족을 주는 것까지는 충분히 이르지 못했다. 게임을 ‘줍는’ 시기, 게임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부록’ 경쟁과 비합법적 경로를 통한 무단 유통은 게임 그 자체에 상품의 가치를 두는 것이었다. 게임에 암호표를 두거나 불법복제 방지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디지털 유통이 일반화되어 여러 플랫폼에서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는 현재 이러한 사례들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게임을 줍는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합법적이고)공짜로 얻을 수 있는 ‘정품 게임’이 매우 많고,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비용을 들이지 않는 선택이 풍부하게 주어지는 현재 게임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여기서 〈PressPausePlay〉에서 살펴본 변함없는 음악의 가치를 잠시 떠올려 보자. 음악이 다루어지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그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음악을 만들고 듣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을 감상하는 주요한 경로가 되면서 음반이 얼마나 팔렸느냐 보다 음악을 얼마나 많이 듣느냐가 중요해졌다. 이는 사람들이 음악을 듣기 위해 쓰는 시간이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이라는 상품을 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점차 낮아진 대신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게이머가 들이는 시간이 중요해졌다. 게임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게임의 수도 대단히 많고, 과거에 만들어진 게임들이 지금의 환경에서 불편함 없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조율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선택지 사이에서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높은 비율로 할인하는 것은 앞으로 게임을 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조금 더 높여두는 정도가 되었다 7) . 이러한 배경에서 게임의 가치는 게이머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 그 자체가 되었다. 쉽게 얻을 수 있다고 해서 더 주목받기 어렵게 되었다. 덤은 언제나 반갑지만, 플레이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쏠쏠한 덤인지 덤덤한 덤인지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는 방향도 비용을 치르도록 강제하는 것에서 시간을 쓰기 편하도록 보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꽤나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은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것이다. 무수히 많고 많아질 게임뿐 아니라 영상과 음악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들이 하루 24시간 중에서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 흐름은 언제까지일까? 그다음 변화는 무엇일까, 그 변화를 통해 게임의 가치는 어떤 흐름으로 접어들게 될까. 1) www.presspauseplay.com 2) 작품이 공개된 시기로부터 십여 년이 더 지난 현재 음원을 파일로 내려받아 여는 것보다 스트리밍으로 감상하는 것이 더 일반화되었으니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이 카세트테이프나 CD로 음악을 감상하던 것으로부터 꽤 많이 변화한 셈이다. 3)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년), 드라마 〈스타일〉(2009년) 등의 인기는 당시 잡지에 대한 높은 대중적 관심을 짐작하게 한다. 2010년을 전후한 시기에 매거진 에디터에 대한 직업적 관심도 높았다. 4) 부록 경쟁을 포함한 한국 게임 잡지의 흐름을 일별하는 데 웹진 〈게임메카〉의 시리즈 기사 ‘게임 잡지 연대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25133 그밖에 온라인에서 검색어 ‘게임잡지 번들’을 통해 다양한 구술과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5) 〈전자신문〉 “게임잡지 번들제공 게임개발업체 반발” 1997년 11월 7일. https://www.etnews.com/199711070072 6) ‘할 - 합법적으로 구매했는지 불분명한 - 게임이 너무 많은 나머지 하나의 게임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의 용어인 ‘게임 불감증’이 ‘발생한’ 배경은 게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가 ‘와레즈’나 P2P 서비스 같은 비합법적 경로로 무단 유통된 것이다. 정식으로 구매한 것과 무단으로 입수한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으나(무단 유통을 옹호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둔다),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에서 유사함을 연결하고자 했다. 7) 게임 플랫폼 ‘스팀’을 두고 게이머들이 “게임 모으는 게임”이라고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사회학자) 강지웅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게이머즈〉를 비롯한 여러 게임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했다. 저서로 〈게임과 문화연구〉(공저), 〈한국 게임의 역사〉(공저)가 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서 게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게임이 삶의 수많은 순간을 어루만지는, 우리와 동행하는 문화임을 믿는다.

  • 제1회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발표

    안녕하십니까, 게임제너레이션입니다. 제1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 Back 07 GG Vol. 22.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모든이에게 게임을! 국립재활원 “같이 게임! 가치게임” 프로젝트 인터뷰

    그 중에서도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자립생활지원기술연구팀은 보조기기의 국산화를 위해 2020년부터 노인·장애인 보조기기연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경제적 가치 부문과 사회적 가치 부문으로 나뉜다. 전자가 개인이 부담하기에 지나치게 비싼 해외 보조기기를 국내에서 연구개발하고 상용화하는 프로젝트라면, 후자는 장애인과 노인에게 꼭 필요한 보조기기 수요를 공모를 통해 파악하여 수요자와 함께 개발하고 오픈소스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이다. < Back 04 GG Vol. 22.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iwoon Kim Driven by an interest in the indie music scene, devoted to research in the sociology of art and to (concert) photography. Took on the English translation of The Woman Does Not Exist, a book on Lacanian psychoanalytic philosophy.

  • [인터뷰] DRX 무릎이 말하는 게이머와 조이스틱의 관계

    그렇다면 조이스틱에서 발생하는 감각과의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오랜 기간 세계 최정상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라면, 아주 미묘한 감각과 게임 간의 상호작용을 더 면밀히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십여 년간 탑 티어를 놓지 않으며 수많은 게임기기를 이용해본 게이머라면, 조이스틱의 변천에 따른 감각적 차이를 잘 설명해주지 않을까? 이러한 기대를 품고 이번호에서 편집장은 글로벌 이스포츠 전문기업 DRX 소속 철권 프로게이머인 '무릎' 배재민 선수를 만나고 왔다.  < Back [인터뷰] DRX 무릎이 말하는 게이머와 조이스틱의 관계 11 GG Vol. 23. 4. 10. 일찍이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은 미디어를 신체와 감각기관의 연장이라고 보고, 발달하는 기술이 인간의 감각기관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굳이 복잡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게임 인터페이스에 활용되는 기술들이 게이머의 감각을 게임 속 캐릭터와 연결시킨다는 점은 쉽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터페이스들을 통해, 게이머의 눈은 게임 속 세상을 인지하고, 게이머의 손은 게임 캐릭터의 신체를 제어한다. 게이머의 아주 미세한 움직임 하나가 게임 캐릭터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도 하기에, 감각과 게임의 연결은 모든 게임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으로 감각과의 연결이 중요한 게임 장르를 꼽는다면 ‘대전(對戰) 격투 게임’이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프레임 단위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고, 반응해야 하는 격투 게임에서 조이스틱이나 패드는 게이머의 감각을 극한까지 받아들인다. 그리고 게이머의 반응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게임의 내용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게이머의 경험까지도 변화시킨다. 그렇다면 조이스틱에서 발생하는 감각과의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오랜 기간 세계 최정상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라면, 아주 미묘한 감각과 게임 간의 상호작용을 더 면밀히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십여 년간 탑 티어를 놓지 않으며 수많은 게임기기를 이용해본 게이머라면, 조이스틱의 변천에 따른 감각적 차이를 잘 설명해주지 않을까? 이러한 기대를 품고 이번호에서 편집장은 글로벌 이스포츠 전문기업 DRX 소속 철권 프로게이머인 '무릎' 배재민 선수를 만나고 왔다. 편집장: 너무 유명한 선수를 모셔서, 굳이 소개를 부탁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웃음) DRX 무릎 선수는 오랫동안 대전 격투 게임에서 최정상급 위치를 유지해 오시면서 다양한 컨트롤러들을 만져보셨잖아요. 혹시 가장 처음 만져본 게임 컨트롤러가 무엇인지 기억나시나요? DRX 무릎: 맨 처음으로 만져봤던 건 오락실에 달려있는 기계였어요. 편집장: 혹시 어떤 게임인지도 기억하세요? DRX 무릎: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했던 게임이라서.. 아마.. 그 당시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2〉였던 것 같아요. 당시에 동네에 오락실이 있었는데요. 아버지랑 목욕탕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구경시켜줄까?’ 해서 들어갔었는데, 오락기가 일렬로 쭉 있더라고요. 다 처음 보는 거라서 너무 신기했는데, 당시에는 게임 제목을 오락실 사장님이 직접 써서 붙여놓으셨어요. 편집장: 맞아요. 매직으로 보통 써놨었죠. (웃음) DRX 무릎: 네. 매직으로. 그때 정확하게 〈스트리트파이터 2〉라고 안 되어 있었고, 그냥 ‘장풍 2’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 당시에 무협 영화가 엄청 유행하던 때라 장풍은 알았죠. 그렇게 ‘장풍2 해보고 싶다’고 해서 했던 게 (컨트롤러를 만져본) 처음이었어요. 편집장: 당시에는 커맨드를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니지 않나요? DRX 무릎: 네. 그냥 막 눌렀죠. 편집장: 그러면 당시에 왼쪽에 막대기가 있고, 오른쪽에 버튼이 있는 구조를 그때 처음 보신 거잖아요? DRX 무릎: 네. 그렇죠. 그 이후에 게임에 빠져서 게임기를 사주신 게 ‘제믹스’라는 게임긴데, 그거는 패드처럼 돼 있었어요. 편집장: 그러면 처음에 스틱을 잡으시고, 이거를 전후좌우로 움직이면 캐릭터가 움직인다는 걸 되게 어렸을 때부터 익히신 건가요? DRX 무릎: 그렇죠. 당시에는 게임기에 상하좌우 이렇게 적혀 있었거든요. 레버 방향 같은 거를. 그거 보고 조작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대전 격투 게임이 움직임이 좀 자유롭잖아요? 그래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점프하고 싶다 하면은 그냥 (레버를 위로 올리는 손동작을 하며) 이렇게 했어요. 그러면 점프를 하더라고요. 편집장: 어떻게 보면 거의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배우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군요. 특히 〈스트리트 파이터〉와 같은 계열은 스틱 커맨드가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장품 같은 걸 쏘는 것도 사실은 어려운데, 따로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아니면 이렇게 움직여보다가 익히신 거예요? DRX 무릎: 처음에는 아예 모르니까 그냥 버튼만 누르고 그러다가 나중에 오락실 가서 알게 됐죠. 어떤 분이 쓰는 것 보고 물어봤어요. ‘이거 어떻게 쓰는 거예요?’하고. 편집장: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기술을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보면 다들 쓰고 있었죠. 잡지 같은 데 기술표가 정리되긴 하지만, 다들 잡지를 사서 보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면 구전처럼 기술이 전해졌던 것이군요. DRX 무릎: 네. 오락실에서 어떤 아저씨가 알려주기도 하고, 뒤에서 손 보고 따라하기도 하고 그랬죠. 물론 아저씨라고 했지만 그때의 제 시각이니 사실 대학생일 수도 있고요. 편집장: 그러면 오락실 스틱부터 제믹스 콘솔까지 잡아보시고, 이후에도 정말 다양한 스틱들을 잡아보셨을 텐데, 지금 현재 쓰고 있는 스틱이 어떤 것인가요? DRX 무릎: 지금은 이제 조이스틱을 쓰고 있거든요. 음.. 저는 사실 다른 거를 쓰려면 쓸 수는 있지만, 이게 너무 익숙하고 너무 자유로워서 저는 딱히 다른 걸로는 안 바꾸게 되더라고요. 편집장: 격투 게임이 또 오래된 논쟁이 ‘키보드로 우승할 수 있는가?’ 이런 얘기도 있는데, 다른 기기들은 손에 잘 맞지 않으셨나보군요. DRX 무릎: 네. 일종의 세대 차이가 있지 않나 싶어요. 저는 오락실 세대라서 이게(조이스틱) 너무 익숙하고, 지금 사람들은 이게 너무 불편하다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나라마다 다른 점도 있는데요. 해외 같은 경우는 패드를 많이 쓰더라고요. 뭐.. 그 이유는 사실 되게 단순한데, 스틱이 비싸서. 플스(플레이스테이션)를 사면 패드가 딸려오고, 그걸로 하다 보니까. 그런 이유가 크더라고요. 그리고 해외에 오락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있긴 해도 차를 타고 엄청 멀리 가야 한다거나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편집장: 한편으로 오래된 격투 게이머분들은 그런 차이도 되게 민감하시잖아요. 예를 들어 무각이냐 사각이냐 같은. DRX 무릎: 네. 그것도 많이 다르죠. 되게 옛날에는 팔각도 있었고요. 사각 같은 경우는 거의 일본 오락실에서 많이 쓰는 건데요. 우리나라는 애초에 오락실에 대중적으로는 팔각이나 무각 레버가 달려 있으니까 시작을 이걸로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게(무각이) 너무 익숙하고, 사각은 잡는 레버라고 해야 할까요? 그게 너무 짧아서 불편하더라고요. 편집장: 잡는 방식도 서로 다르지 않나요? DRX 무릎: 네. 정말 각자가 편한 대로 잡더라고요. 누구는 이렇게 잡고, 누구는 이렇게 잡고(아래 사진 참조). 뭔가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자기 손에 맞는 대로 각자가 다른 것 같아요. * 무릎이 묘사했던 여러 조이스틱 파지법. 실제로 오락실에 가면 여러 방식의 파지법을 볼 수 있다. 편집장: 어떻게 스틱을 잡든, 사실 게임에서는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기판마다 차이점이 있나요? DRX 무릎: 음.. 공식 기판이 아닌 비인가 기판을 쓰는 스틱들이 있거든요. 일단 그런 것을 해보면 확실히 입력이 느린 느낌이 납니다. 예를 들어서 게임 시작하자마자 상대랑 같이 버튼을 눌러도 약간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편집장: 혹시 그러면 대회 같은 곳에서도 비인가 기판이 나오는 경우도 있나요? DRX 무릎: 되게 예전에는 그것들이 나온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플레이스테이션 4부터는 비인가 스틱을 오래 쓸 수가 없어요. 8분인가 쓰면 갑자기 연결이 끊겨 버려서 게임이 안 되죠. 편집장: 정말 모르는 세계가 많군요. 저는 가끔 격투 게임의 세계가 무협지 같다는 생각을 해요. 파키스탄 가셨던 이야기를 보면 이것은 무협지에 나오는 이야기거든요. (웃음) 은둔고수를 찾아나서는. 그런 맥락에서 스틱을 잡는 행위를 일종의 수련 단계로 설명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까요? 그러니까 스틱에 익숙해지는 단계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의 단계라고 할까요? 스틱을 오래 잡고 있으면 점점 깨닫는 바가 있다거나 그런 점이 있을까요? DRX 무릎: 어려운 커맨드나 레버로 할 수 있는 단축 커맨드 같은 것들을 더 알게 되고 익숙해지는 지점은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러면 격투 게임을 함에 있어서 초보가 겪는 몇 가지 장벽들에 대해서 대표적인 것들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DRX 무릎: 보통은 대각선을 제일 어려워합니다. 무각 레버는 사각처럼 확실하게 들어가는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대각을 입력하라고 했을 때, ‘대각이 도대체 어디예요?’ 이런 얘기도 되게 많고요. 그리고 횡신을 할 때 (레버를) 위로 당기라고 해서 힘을 주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면 점프를 하거든요. 횡신은 힘을 조절해서 약간 레버를 튕기듯이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많이들 어려워하시죠. 편집장: 그러면 저 같은 초보가 모여서, 횡을 배우겠다고 하면, 어떻게 가르치실 것 같으세요? 이게 말로 설명이 될까요? DRX 무릎: 그렇죠. 어렵죠. 저라면 일단 횡신 같은 경우에는 ‘레버를 위로 올린 다음에 손을 떼라’ 약간 이런 식으로 설명할 것 같긴 해요. 그래야 힘이 빠지고 튕기면서 횡이 나가거든요. 편집장: 이런 맥락에서 무림의 영역이 떠오른 것인데요. 머리나 말로 인지하는 것과 다르게 몸이 익혀야 하는 지점이 있잖아요. 그러면 얼마나 게임을 해야 몸에 익을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있는데, 무릎 선수는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기술을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그것까지는 보통 얼마나 걸릴까요? DRX 무릎: 요즘 분들은 그래도 한 3개월 이상 하면 대부분 사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한 달 정도면 본인도 어느 정도 기술을 다 사용할 수는 있지만, 조금 미숙하다는 걸 알고 있는 정도고. 한 3개월 하시면 (상대방의) 심리를 모른다뿐이지 기술 같은 거는 다 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편집장: 사실 격투 게임이 피지컬로만 다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막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요즘도 논란이 되고, 전에 영상에서도 말씀하신 것을 본 적이 있는데요. 그 지점에서 상대방 스킬을 보고 판단하는 심리적인 시간과, 그 판단 이후에 반응을 하는 손과 뇌의 시간 중에서는 어느 쪽이 더 무게가 있을까요? DRX 무릎: 제가 생각할 때는, 동체 시력보다는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든요. 아무리 반응 속도가 빠른 스포츠 선수를 데려다 놓고 철권을 시켜도 기술을 모르기 때문에 반응할 수 없을 거예요. 단순히 날아오는 공 같은 것이 아니고, 머리에 ‘이 기술은 하단이다’라는 정보가 있어야 모션을 보자마자 (레버를) 딱 당기는 거거든요. 근데 이것도 제가 봤을 때는 어느 정도 발동 프레임이 정해져 있어요. 사람이 보고 반응할 수 있는. 그 이하로 가면 사실 감으로 막는거죠. 적정 프레임이면 보고 입력된 걸로 하고 막을 수 있겠지만요. 편집장: 확실히 격투 게임에서는 경험을 통해서 경험치를 축적하고, 감으로 움직인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영역도 존재하죠. 그런 지점에서 무릎 선수의 플레이가 감탄이 나오는 것은 한 두세 번 상대해보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으시던데요. DRX 무릎: 왜냐하면 게임을 하다 보면 본인만의 스타일, 자주 쓰는 타이밍이라든가 공격 패턴이 있어요. 그거를 감추는 것은 사실 쉽지 않아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편집장: 프로 격투 게이머로서 일정한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데는 사실 경험이 피지컬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DRX 무릎: 네. 그게 제일 중요하죠.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평소에는 잘하다가 대회만 가면 긴장해서 제 실력을 거의 내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편집장: 또 캐릭터가 또 한두 개가 아닌데 그 패턴을 다 파악하고 그게 머릿속에 들어 있으면서 재깍재깍 나와줘야 하는 거니까. 그러면 초보 게이머들은 그런 변명을 합니다. “내가 피지컬이 너무 안 돼서 못 하는 거다”라고. DRX 무릎: 거의 그렇게 많이들 생각하시죠. 사실 그 지점은 반복 연습으로 뚫어야 하는 건데... 사실 즐기면서 게임을 하시는 분들은 반응해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공격 패턴 같은 걸로 상대를 이기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죠. 편집장: 확실히 그런 지점에서 경험이나 감각이 중요하겠죠. 다시 좀 스틱 얘기로 돌아가면, 무릎 선수는 지금까지 여러 컨트롤러를 쓰셨을 거잖아요. 그러면 여러 스틱을 만지셨을 건데, 그중에 나한테 정말 잘 맞았던 뭔가가 있었다는 것이 있을까요? DRX 무릎: 제 기준에서는 잘 맞는 거는 어느 정도 레버랑 버튼의 배열이 약간 좀 공간이 있는 거라고 해야 할까요? 손이랑 버튼 위치가 좀 잘 맞는 스틱들이 있었어요. 이런 것들은 되게 게임하기 편했거든요. 그리고 레버의 탄성 같은 게 너무 강하면 게임을 하다 쉽게 피로가 쌓여요. 그래서 어느 정도 적정한 탄성의 스틱이 굉장히 잘 맞았죠. 편집장: 내 손에 맞는 편안함 같은 것들이 실제 퍼포먼스에도 영향이 크게 가나요? DRX 무릎: 아무래도 연습도 해야 하고 대회를 나갔을 때도 굉장히 긴 시간 동안 게임을 하게 되는데, 조작이 빠르고 많은 동작들을 넣어야 되다 보니까 손목이 굉장히 피로하거든요. 잘 맞는 레버로 게임을 하면 장시간 게임에도 멀쩡해요.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고, 조작이 굉장히 많이 들어나는 캐릭터를 하게 되면 하기 어려운 게 있어요. 편집장: 그러면 여러 컨트롤을 만지면서 이것은 그냥 기계가 아니라, 내 신체의 일부같이 여겨지는 그런 순간도 있으셨나요? DRX 무릎: 정말 잘 맞는 레버 같은 거를 만지게 되면, 기술이 정말 잘 나가요. 그런 것들 만나면 되게 좋았고. 지금 시대는 사실 본인한테 맞는 스틱을 구해서 쓸 수 있지만, 옛날 오락실 같은 경우는 그냥 달려있는 걸 썼었잖아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기계가 한 네 대 있다고 쳤을 때, ‘저기서 두 번째 기계가 제일 잘 맞다’ 그런 것들이 있었죠. 편집장: 그것도 사실 오락실 주인이 정비를 하실 텐데 튜닝에 따라서 조금 또 스타일이 바뀔 수도 있는 거겠네요. DRX 무릎: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봤을 때는, 고무의 탄성을 조금만 바꿔도 입력하는 느낌이 다르고요. 안에 있는 헤드 사이즈라고 하는 게 있는데, 그게 0.01 바뀌는데 느낌이 다르고 그래요. 스위치를 바꿔도 느낌이 다르고. 그래서 좋은 레버, 좋은 고무, 자기한테 맞는 헤드 사이즈 이런 것들을 찾아서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무릎 레버라는 것을 만들어서 제 손에 맞는 것을 만들었죠. 편집장: 그거는 확실히 만족감이 드세요? 정말 딱 내가 생각하는 기술이 그대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DRX 무릎: 네. 세부적인 부품도 바꿔보면서 더 좋은 쪽으로 맞춰가다보니까, 저는 그거 말고 다른 걸로 하면 이제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편집장: 그러면 파키스탄 같이 해외 대회에서도 본인 스틱을 쓰세요? DRX 무릎: 네. 제 거를 가져가죠. 요즘은 대회를 다 콘솔로 하니까, 그런 것들이 장점이에요. 옛날에 오락실에서 했을 때는 확실히 좀 어렵죠. 예를 들어서 저는 이 오락실을 전혀 안 다녔는데, 대회한다고 해서 왔어요. 그런데 여기 다니는 사람들은 이미 익숙하니까 (스틱의 특성을) 잘 알잖아요. 제 입장에서는 ‘여기는 입력이 너무 안 되는데?’ 약간 이런 게 있어서 그런 불편함들이 있었죠. 편집장: 격투 게임 게시판 같은 곳을 가보면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아’ 이런 말들이 있는데. DRX 무릎: 요즘에는 옛날이 아닐까 싶어요. 확실히 ‘장비빨’이라는 것은 무시 못 하겠더라고요. 편집장: 장비빨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국제 대회 끝나고 영상을 보면 그렇게 잘 맞도록 주문 제작하신 조이스틱을 바닥에 내려놓거나 하시는 경우들도 있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고급 물건이라고 볼 수 있는 조이스틱이 무릎선수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DRX 무릎: 어렸을 때부터 이미 스틱을 만지다 보니까 너무 익숙한 개념이고요. 이렇게 편하게 다룬다고 해서 험하게 다룬다기보다는, 학교 다닐 때 매는 책가방 같은 느낌이에요. 언제든지 챙길 수 있고, 언제든지 사용해야 하는 그런 느낌이라서. 저한테 스틱은 그냥 또 다른 손인 거죠. 일종의 혼연일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편집장: 대회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도 있고, 내가 생각하고 반응하는 영역도 결국은 레이턴시가 걸려 나가는 건데요. 네트워크 레이턴시 같은 것들도 많은 영향을 주잖아요. 아예 대놓고 반응 속도에 문제가 있으면 차라리 경기에 문제 있다고 하고 재경기를 하면 되는데, 이게 애매하게 걸리는 것들도 있잖아요. DRX 무릎: 5핑이 제일 빠른 건데, 갑자기 막 4핑이 뜨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반응을 해도 안 되거든요. 이미 게임에서 입력이 늦게 들어가는 것이다 보니까, 그럴 때는 좀 그렇죠. 편집장: 그럴 때는 심판을 부르거나 하시나요? DRX 무릎: 보통은 어쩔 수 없다고 하고 그런 식으로 넘어갈 때가 많죠. 온라인은 어쩔 수 없지 않나 하고.. 편집장: 그래서 격투 게임에 초청전이 많은 거군요. 그러면 요새 이야기가 많은 가상 공간에서 격투 게임을 한다고 하면 그 안에서 뭔가를 할 수 있을까요? DRX 무릎: 아직 기술적으로 그게 어렵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만약 가상 공간에서 게임을 한다고 하면, 오락실에서 이제 건너편 기계에 있는 사람이랑 붙는 그런 느낌일 것 같은데, 그런 점은 재미있겠죠. 왜냐하면 사실 온라인에서 하는 게임은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옛날에 오락실을 가면 누군지는 모르지만 일단 건너편에 사람이 있고, 옆에 기계 보면 여기도 열심히 하고 있고 이런 느낌이라서. 제가 만약 게임을 안 하고 있어도 다른 화면을 보거나 잘하는 사람끼리 하는 것을 보고 재밌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냥 혼자 집에서 하다 보니, 설령 계급을 올렸다고 해도 옆에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그냥 자기 혼자만의 만족을 하고 끝나다 보니까, 아쉬운 그런 상태죠. 편집장: 그러면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는 건데요. 인터페이스를 없애고 사람이 자기 생각만으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뇌파만으로 격투 게임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DRX 무릎: 그러면 굉장히 더 피로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머리로만 게임을 하는 건데 장시간 게임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편집장: 약간 그런 점도 있잖아요. 프로 게이머를 이루는 주요 요소를 세 가지로 말하자면, 기술이나 캐릭터에 대한 지식, 그리고 이 지식을 활용해서 다음 패턴이 뭐가 나올지 파악하는 심리, 그리고 이것들을 내 퍼포먼스로 뽑아내는 육체적인 능력. 이렇게 지식, 심리, 피지컬 중에 마지막 것이 사라지는 거잖아요. 그랬을 때 게이머는 어떻게 바뀔까요? DRX 무릎: 손맛이라고 해야 될까요. 손맛이 일단 없어질 것 같고요. 제 영상 시청자분들 중에서는 손캠을 올려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으시거든요. 프로게이머 손놀림에는 리듬감도 있고 일반적인 손놀림이랑은 다르고 하니까. 그런 퍼포먼스 같은 것이 없어질 것 같네요. 편집장: 이런 질문은 다른 곳에서도 받아보셨겠지만, 오랜 기간 게임을 해오셨잖아요. 그런 지점에서 내 손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으세요? DRX 무릎: 좀 있어요. 옛날에는 쉽게 썼던 거(기술)를 지금은 좀 연습이 필요한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보기만 하면 뚝딱하고 30분 만에 하던 거를 지금은 1시간, 1시간 반 이렇게 연습을 해야 할 때가 있죠. 편집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정상의 위치를 유지하고 계신다는 건, 한편으론 피지컬적 요소가 떨어지는 만큼 아까 말씀하셨던 심리나 지식의 영역으로 커버하시는 지점도 있을까요? DRX 무릎: 네. 피지컬이 조금은 떨어지더라도 그걸 뭔가 다른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피지컬이 정말 좋은 선수라도 엄청 노련미가 있는 사람 만나서 지는 걸 보면 절대적인 것은 없구나 싶기도 하고요. 무조건 어리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다고 못 이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옛날보다 게임은 오래 못하지만, 상대를 붙어보면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게 생기는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런데 그건 또 한편으로, 이 기사가 올라가면 ‘그건 무릎이니까 가능한 영역이다’고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오랫동안 활동해오시면서 무릎 선수가 겪은 상대들 중에서 기량이 꺾인다든가, 혹은 에이징 커브가 왔다는 점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있으면 대충 어느 정도의 나이대에서 그런 지점이 온다고 느끼시나요? DRX 무릎: 예전에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내려가고 또 뭔가 전성기가 끝났다는 사람들을 많이들 봤죠. 제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선수들을 봤는데, 대부분 한 30대가 되면 좀 확 내려가긴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철권이 롤처럼 메타가 확 바뀌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게임을 할 때 오랫동안 플레이한 스타일을 잘 바꾸지를 못해요. 다른 게임처럼 전략 전술을 맞춰서 챔피언을 고르는 게임이 아니다 보니까, 캐릭터가 많지만 ‘나한테 맞는 캐릭터는 이거다’고 정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자신의 패턴이나 습관 같은 것들을 바꾸기가 어려운데, 새롭게 등장하는 사람들은 또 새로운 것들을 들고 나오잖아요. 그래서 (어떤 캐릭터나 플레이에 대한) 연구가 어느 정도 끝나면 (그 선수가) 그냥 확 내려가는 그런 게 있어요. 편집장: 그러면 철권에서 에이징 커브라는 개념은 육체적인 반응 속도나 기량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착화되는 경향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사실 무릎 선수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캐릭터를 주챔급으로 하시는데, 게임을 분석하시고, 소위 말하는 ‘뇌지컬’로서의 장점들이 지금의 폼을 유지하시는 비결이실 것 같네요. DRX 무릎: 네. 에이징 커브를 겪는 많은 선수들이 고착화된 점을 잘 못 바꾼다고 해야 될 것 같아요. 한때 잘했어도 ‘이 캐릭터 플레이가 너무 어려운데 그걸 억지로 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 스타일에 맞는 캐릭터를 할래’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은 어느 날 오랜만에 성적을 내는 경우는 있어도 자주는 못 그런 것 같아요. 편집장: 그거는 확실히 달성하기는 쉽지 않겠네요.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니까. DRX 무릎: 그렇죠. 왜냐하면 여러 캐릭터를 어느 정도로 하는 사람들은 이미 너무 많거든요. 확실히 한 캐릭터만 메인으로 하는 사람들은 플레이가 약간 다른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다른 캐릭터를 하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랑 별 차이가 없는 정도의 수준까지밖에 안 돼요. 그래서 여러 캐릭터를 하기보다 한 캐릭터의 장인 느낌으로 가고, 변화를 거부하는 그런 게 있더라고요. 편집장: 격투 게임에 대해 사람들은 되게 쉽게 ‘피지컬 대결이다’고만 생각하지만, 무릎 선수가 그게 아니다는 걸 좀 보여주고 계시는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것은, ‘표현한다’고 했을 때, 말을 언어를 써서 표현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은 스틱으로 내 캐릭터를 통해 일종의 퍼포먼스로 내는 것 역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건데, 스틱으로 상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느낌이 드신 적이 있으세요? DRX 무릎: 뭔가 말을 안 하고, 게임만 해도 멋있게 하려는 그런 게 있으면 상대도 알아요. 저도 알고. ‘얘 지금 고난이도 콤보를 보여주려고 하는구나. 멋있게 하려고 하네’ 그러면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하고. 그런 거를 느낄 때가 있어요. 말을 안해도 붙으면 딱 알아요. 편집장: 저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언어를 넘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고, 상대의 기량뿐만 아니라 태도까지도 알 수 있는 그런 영역이 있군요. 조금은 결이 다른 질문인데요. 나중에 ‘무릎 기념관’이 생긴다고 했을 때, 전시관에는 어떤 스틱이 올라갈까요? DRX 무릎: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긴 한데요. (웃음) 그러면 아마 맨 처음에 썼던 거를 전시하지 않을까요? 지금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맨 처음에 쓰던, ‘이걸로 시작했습니다’고 올릴 것 같네요. 편집장: 그러면 마지막으로, 이제 곧 큰 변화가 한 번 오지 않습니까? 이제 〈철권 8〉이 나올 건데, 초심자들에게 첫 캐릭터를 추천해주신다면요? DRX 무릎: 트레일러만 봤을 때는 사실 저는 폴이 정말 좋아요. 많은 사람들한테 캐릭터 추천해드릴 때 폴을 많이 추천하거든요. 철권의 대표 캐릭터이기도 하고 개발사도 폴을 많이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중간 성능 이상은 내거든요. 그런 캐릭터를 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 무릎이 추천하는 철권의 대표 캐릭터 폴. 이전 시리즈보다 나이가 들고, 해맑아졌다. 편집장: 〈철권 8〉이 되면, 초보자 도장 같은 것도 활성화해 보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DRX 무릎: 〈철권 8〉이 나오면 많은 분들이 도전하고 시작을 하실 텐데,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기획하고 있습니다. 편집장: 저도 이 기회에 많이 배우겠습니다. 컨디션 잘 챙기시고요.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세대의 문화담론 플랫폼 게임제너레이션은 크래프톤의 후원으로 게임문화재단이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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