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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RX 무릎이 말하는 게이머와 조이스틱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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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3. 4. 10.

일찍이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은 미디어를 신체와 감각기관의 연장이라고 보고, 발달하는 기술이 인간의 감각기관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굳이 복잡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게임 인터페이스에 활용되는 기술들이 게이머의 감각을 게임 속 캐릭터와 연결시킨다는 점은 쉽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터페이스들을 통해, 게이머의 눈은 게임 속 세상을 인지하고, 게이머의 손은 게임 캐릭터의 신체를 제어한다.  


게이머의 아주 미세한 움직임 하나가 게임 캐릭터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도 하기에, 감각과 게임의 연결은 모든 게임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으로 감각과의 연결이 중요한 게임 장르를 꼽는다면 ‘대전(對戰) 격투 게임’이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프레임 단위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고, 반응해야 하는 격투 게임에서 조이스틱이나 패드는 게이머의 감각을 극한까지 받아들인다. 그리고 게이머의 반응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게임의 내용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게이머의 경험까지도 변화시킨다. 


그렇다면 조이스틱에서 발생하는 감각과의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오랜 기간 세계 최정상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라면, 아주 미묘한 감각과 게임 간의 상호작용을 더 면밀히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십여 년간 탑 티어를 놓지 않으며 수많은 게임기기를 이용해본 게이머라면, 조이스틱의 변천에 따른 감각적 차이를 잘 설명해주지 않을까? 이러한 기대를 품고 이번호에서 편집장은 글로벌 이스포츠 전문기업 DRX 소속 철권 프로게이머인 '무릎' 배재민 선수를 만나고 왔다. 



편집장: 너무 유명한 선수를 모셔서, 굳이 소개를 부탁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웃음) DRX 무릎 선수는 오랫동안 대전 격투 게임에서 최정상급 위치를 유지해 오시면서 다양한 컨트롤러들을 만져보셨잖아요. 혹시 가장 처음 만져본 게임 컨트롤러가 무엇인지 기억나시나요?


DRX 무릎: 맨 처음으로 만져봤던 건 오락실에 달려있는 기계였어요. 


편집장: 혹시 어떤 게임인지도 기억하세요?


DRX 무릎: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했던 게임이라서.. 아마.. 그 당시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2〉였던 것 같아요. 당시에 동네에 오락실이 있었는데요. 아버지랑 목욕탕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구경시켜줄까?’ 해서 들어갔었는데, 오락기가 일렬로 쭉 있더라고요. 다 처음 보는 거라서 너무 신기했는데, 당시에는 게임 제목을 오락실 사장님이 직접 써서 붙여놓으셨어요. 


편집장: 맞아요. 매직으로 보통 써놨었죠. (웃음) 


DRX 무릎: 네. 매직으로. 그때 정확하게 〈스트리트파이터 2〉라고 안 되어 있었고, 그냥 ‘장풍 2’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 당시에 무협 영화가 엄청 유행하던 때라 장풍은 알았죠. 그렇게 ‘장풍2 해보고 싶다’고 해서 했던 게 (컨트롤러를 만져본) 처음이었어요. 


편집장: 당시에는 커맨드를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니지 않나요?


DRX 무릎: 네. 그냥 막 눌렀죠. 


편집장: 그러면 당시에 왼쪽에 막대기가 있고, 오른쪽에 버튼이 있는 구조를 그때 처음 보신 거잖아요?


DRX 무릎: 네. 그렇죠. 그 이후에 게임에 빠져서 게임기를 사주신 게 ‘제믹스’라는 게임긴데, 그거는 패드처럼 돼 있었어요. 


편집장: 그러면 처음에 스틱을 잡으시고, 이거를 전후좌우로 움직이면 캐릭터가 움직인다는 걸 되게 어렸을 때부터 익히신 건가요?


DRX 무릎: 그렇죠. 당시에는 게임기에 상하좌우 이렇게 적혀 있었거든요. 레버 방향 같은 거를. 그거 보고 조작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대전 격투 게임이 움직임이 좀 자유롭잖아요? 그래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점프하고 싶다 하면은 그냥 (레버를 위로 올리는 손동작을 하며) 이렇게 했어요. 그러면 점프를 하더라고요.


편집장: 어떻게 보면 거의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배우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군요. 특히 〈스트리트 파이터〉와 같은 계열은 스틱 커맨드가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장품 같은 걸 쏘는 것도 사실은 어려운데, 따로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아니면 이렇게 움직여보다가 익히신 거예요?


DRX 무릎: 처음에는 아예 모르니까 그냥 버튼만 누르고 그러다가 나중에 오락실 가서 알게 됐죠. 어떤 분이 쓰는 것 보고 물어봤어요. ‘이거 어떻게 쓰는 거예요?’하고. 


편집장: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기술을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보면 다들 쓰고 있었죠. 잡지 같은 데 기술표가 정리되긴 하지만, 다들 잡지를 사서 보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면 구전처럼 기술이 전해졌던 것이군요.


DRX 무릎: 네. 오락실에서 어떤 아저씨가 알려주기도 하고, 뒤에서 손 보고 따라하기도 하고 그랬죠. 물론 아저씨라고 했지만 그때의 제 시각이니 사실 대학생일 수도 있고요. 


편집장: 그러면 오락실 스틱부터 제믹스 콘솔까지 잡아보시고, 이후에도 정말 다양한 스틱들을 잡아보셨을 텐데, 지금 현재 쓰고 있는 스틱이 어떤 것인가요?


DRX 무릎: 지금은 이제 조이스틱을 쓰고 있거든요. 음.. 저는 사실 다른 거를 쓰려면 쓸 수는 있지만, 이게 너무 익숙하고 너무 자유로워서 저는 딱히 다른 걸로는 안 바꾸게 되더라고요. 


편집장: 격투 게임이 또 오래된 논쟁이 ‘키보드로 우승할 수 있는가?’ 이런 얘기도 있는데, 다른 기기들은 손에 잘 맞지 않으셨나보군요. 


DRX 무릎: 네. 일종의 세대 차이가 있지 않나 싶어요. 저는 오락실 세대라서 이게(조이스틱) 너무 익숙하고, 지금 사람들은 이게 너무 불편하다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나라마다 다른 점도 있는데요. 해외 같은 경우는 패드를 많이 쓰더라고요. 뭐.. 그 이유는 사실 되게 단순한데, 스틱이 비싸서. 플스(플레이스테이션)를 사면 패드가 딸려오고, 그걸로 하다 보니까. 그런 이유가 크더라고요. 그리고 해외에 오락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있긴 해도 차를 타고 엄청 멀리 가야 한다거나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편집장: 한편으로 오래된 격투 게이머분들은 그런 차이도 되게 민감하시잖아요. 예를 들어 무각이냐 사각이냐 같은.


DRX 무릎: 네. 그것도 많이 다르죠. 되게 옛날에는 팔각도 있었고요. 사각 같은 경우는 거의 일본 오락실에서 많이 쓰는 건데요. 우리나라는 애초에 오락실에 대중적으로는 팔각이나 무각 레버가 달려 있으니까 시작을 이걸로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게(무각이) 너무 익숙하고, 사각은 잡는 레버라고 해야 할까요? 그게 너무 짧아서 불편하더라고요. 


편집장: 잡는 방식도 서로 다르지 않나요?


DRX 무릎: 네. 정말 각자가 편한 대로 잡더라고요. 누구는 이렇게 잡고, 누구는 이렇게 잡고(아래 사진 참조). 뭔가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자기 손에 맞는 대로 각자가 다른 것 같아요. 


* 무릎이 묘사했던 여러 조이스틱 파지법. 실제로 오락실에 가면 여러 방식의 파지법을 볼 수 있다.

편집장: 어떻게 스틱을 잡든, 사실 게임에서는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기판마다 차이점이 있나요?


DRX 무릎: 음.. 공식 기판이 아닌 비인가 기판을 쓰는 스틱들이 있거든요. 일단 그런 것을 해보면 확실히 입력이 느린 느낌이 납니다. 예를 들어서 게임 시작하자마자 상대랑 같이 버튼을 눌러도 약간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편집장: 혹시 그러면 대회 같은 곳에서도 비인가 기판이 나오는 경우도 있나요?


DRX 무릎: 되게 예전에는 그것들이 나온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플레이스테이션 4부터는 비인가 스틱을 오래 쓸 수가 없어요. 8분인가 쓰면 갑자기 연결이 끊겨 버려서 게임이 안 되죠.


편집장: 정말 모르는 세계가 많군요. 저는 가끔 격투 게임의 세계가 무협지 같다는 생각을 해요. 파키스탄 가셨던 이야기를 보면 이것은 무협지에 나오는 이야기거든요. (웃음) 은둔고수를 찾아나서는. 그런 맥락에서 스틱을 잡는 행위를 일종의 수련 단계로 설명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까요? 그러니까 스틱에 익숙해지는 단계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의 단계라고 할까요? 스틱을 오래 잡고 있으면 점점 깨닫는 바가 있다거나 그런 점이 있을까요?


DRX 무릎: 어려운 커맨드나 레버로 할 수 있는 단축 커맨드 같은 것들을 더 알게 되고 익숙해지는 지점은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러면 격투 게임을 함에 있어서 초보가 겪는 몇 가지 장벽들에 대해서 대표적인 것들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DRX 무릎: 보통은 대각선을 제일 어려워합니다. 무각 레버는 사각처럼 확실하게 들어가는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대각을 입력하라고 했을 때, ‘대각이 도대체 어디예요?’ 이런 얘기도 되게 많고요. 그리고 횡신을 할 때 (레버를) 위로 당기라고 해서 힘을 주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면 점프를 하거든요. 횡신은 힘을 조절해서 약간 레버를 튕기듯이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많이들 어려워하시죠. 


편집장: 그러면 저 같은 초보가 모여서, 횡을 배우겠다고 하면, 어떻게 가르치실 것 같으세요? 이게 말로 설명이 될까요?


DRX 무릎: 그렇죠. 어렵죠. 저라면 일단 횡신 같은 경우에는 ‘레버를 위로 올린 다음에 손을 떼라’ 약간 이런 식으로 설명할 것 같긴 해요. 그래야 힘이 빠지고 튕기면서 횡이 나가거든요. 


편집장: 이런 맥락에서 무림의 영역이 떠오른 것인데요. 머리나 말로 인지하는 것과 다르게 몸이 익혀야 하는 지점이 있잖아요. 그러면 얼마나 게임을 해야 몸에 익을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있는데, 무릎 선수는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기술을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그것까지는 보통 얼마나 걸릴까요?


DRX 무릎: 요즘 분들은 그래도 한 3개월 이상 하면 대부분 사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한 달 정도면 본인도 어느 정도 기술을 다 사용할 수는 있지만, 조금 미숙하다는 걸 알고 있는 정도고. 한 3개월 하시면 (상대방의) 심리를 모른다뿐이지 기술 같은 거는 다 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편집장: 사실 격투 게임이 피지컬로만 다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막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요즘도 논란이 되고, 전에 영상에서도 말씀하신 것을 본 적이 있는데요. 그 지점에서 상대방 스킬을 보고 판단하는 심리적인 시간과, 그 판단 이후에 반응을 하는 손과 뇌의 시간 중에서는 어느 쪽이 더 무게가 있을까요?


DRX 무릎: 제가 생각할 때는, 동체 시력보다는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든요. 아무리 반응 속도가 빠른 스포츠 선수를 데려다 놓고 철권을 시켜도 기술을 모르기 때문에 반응할 수 없을 거예요. 단순히 날아오는 공 같은 것이 아니고, 머리에 ‘이 기술은 하단이다’라는 정보가 있어야 모션을 보자마자 (레버를) 딱 당기는 거거든요. 근데 이것도 제가 봤을 때는 어느 정도 발동 프레임이 정해져 있어요. 사람이 보고 반응할 수 있는. 그 이하로 가면 사실 감으로 막는거죠. 적정 프레임이면 보고 입력된 걸로 하고 막을 수 있겠지만요.


편집장: 확실히 격투 게임에서는 경험을 통해서 경험치를 축적하고, 감으로 움직인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영역도 존재하죠. 그런 지점에서 무릎 선수의 플레이가 감탄이 나오는 것은 한 두세 번 상대해보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으시던데요.


DRX 무릎: 왜냐하면 게임을 하다 보면 본인만의 스타일, 자주 쓰는 타이밍이라든가 공격 패턴이 있어요. 그거를 감추는 것은 사실 쉽지 않아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편집장: 프로 격투 게이머로서 일정한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데는 사실 경험이 피지컬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DRX 무릎: 네. 그게 제일 중요하죠.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평소에는 잘하다가 대회만 가면 긴장해서 제 실력을 거의 내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편집장: 또 캐릭터가 또 한두 개가 아닌데 그 패턴을 다 파악하고 그게 머릿속에 들어 있으면서 재깍재깍 나와줘야 하는 거니까. 그러면 초보 게이머들은 그런 변명을 합니다. “내가 피지컬이 너무 안 돼서 못 하는 거다”라고. 


DRX 무릎: 거의 그렇게 많이들 생각하시죠. 사실 그 지점은 반복 연습으로 뚫어야 하는 건데... 사실 즐기면서 게임을 하시는 분들은 반응해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공격 패턴 같은 걸로 상대를 이기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죠.


편집장: 확실히 그런 지점에서 경험이나 감각이 중요하겠죠. 다시 좀 스틱 얘기로 돌아가면, 무릎 선수는 지금까지 여러 컨트롤러를 쓰셨을 거잖아요. 그러면 여러 스틱을 만지셨을 건데, 그중에 나한테 정말 잘 맞았던 뭔가가 있었다는 것이 있을까요?


DRX 무릎: 제 기준에서는 잘 맞는 거는 어느 정도 레버랑 버튼의 배열이 약간 좀 공간이 있는 거라고 해야 할까요? 손이랑 버튼 위치가 좀 잘 맞는 스틱들이 있었어요. 이런 것들은 되게 게임하기 편했거든요. 그리고 레버의 탄성 같은 게 너무 강하면 게임을 하다 쉽게 피로가 쌓여요. 그래서 어느 정도 적정한 탄성의 스틱이 굉장히 잘 맞았죠.


편집장: 내 손에 맞는 편안함 같은 것들이 실제 퍼포먼스에도 영향이 크게 가나요?


DRX 무릎: 아무래도 연습도 해야 하고 대회를 나갔을 때도 굉장히 긴 시간 동안 게임을 하게 되는데, 조작이 빠르고 많은 동작들을 넣어야 되다 보니까 손목이 굉장히 피로하거든요. 잘 맞는 레버로 게임을 하면 장시간 게임에도 멀쩡해요.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고, 조작이 굉장히 많이 들어나는 캐릭터를 하게 되면 하기 어려운 게 있어요. 


편집장: 그러면 여러 컨트롤을 만지면서 이것은 그냥 기계가 아니라, 내 신체의 일부같이 여겨지는 그런 순간도 있으셨나요?


DRX 무릎: 정말 잘 맞는 레버 같은 거를 만지게 되면, 기술이 정말 잘 나가요. 그런 것들 만나면 되게 좋았고. 지금 시대는 사실 본인한테 맞는 스틱을 구해서 쓸 수 있지만, 옛날 오락실 같은 경우는 그냥 달려있는 걸 썼었잖아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기계가 한 네 대 있다고 쳤을 때, ‘저기서 두 번째 기계가 제일 잘 맞다’ 그런 것들이 있었죠. 


편집장: 그것도 사실 오락실 주인이 정비를 하실 텐데 튜닝에 따라서 조금 또 스타일이 바뀔 수도 있는 거겠네요.


DRX 무릎: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봤을 때는, 고무의 탄성을 조금만 바꿔도 입력하는 느낌이 다르고요. 안에 있는 헤드 사이즈라고 하는 게 있는데, 그게 0.01 바뀌는데 느낌이 다르고 그래요. 스위치를 바꿔도 느낌이 다르고. 그래서 좋은 레버, 좋은 고무, 자기한테 맞는 헤드 사이즈 이런 것들을 찾아서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무릎 레버라는 것을 만들어서 제 손에 맞는 것을 만들었죠.


편집장: 그거는 확실히 만족감이 드세요? 정말 딱 내가 생각하는 기술이 그대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DRX 무릎: 네. 세부적인 부품도 바꿔보면서 더 좋은 쪽으로 맞춰가다보니까, 저는 그거 말고 다른 걸로 하면 이제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편집장: 그러면 파키스탄 같이 해외 대회에서도 본인 스틱을 쓰세요?


DRX 무릎: 네. 제 거를 가져가죠. 요즘은 대회를 다 콘솔로 하니까, 그런 것들이 장점이에요. 옛날에 오락실에서 했을 때는 확실히 좀 어렵죠. 예를 들어서 저는 이 오락실을 전혀 안 다녔는데, 대회한다고 해서 왔어요. 그런데 여기 다니는 사람들은 이미 익숙하니까 (스틱의 특성을) 잘 알잖아요. 제 입장에서는 ‘여기는 입력이 너무 안 되는데?’ 약간 이런 게 있어서 그런 불편함들이 있었죠.


편집장: 격투 게임 게시판 같은 곳을 가보면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아’ 이런 말들이 있는데. 


DRX 무릎: 요즘에는 옛날이 아닐까 싶어요. 확실히 ‘장비빨’이라는 것은 무시 못 하겠더라고요.


편집장: 장비빨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국제 대회 끝나고 영상을 보면 그렇게 잘 맞도록 주문 제작하신 조이스틱을 바닥에 내려놓거나 하시는 경우들도 있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고급 물건이라고 볼 수 있는 조이스틱이 무릎선수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DRX 무릎: 어렸을 때부터 이미 스틱을 만지다 보니까 너무 익숙한 개념이고요. 이렇게 편하게 다룬다고 해서 험하게 다룬다기보다는, 학교 다닐 때 매는 책가방 같은 느낌이에요. 언제든지 챙길 수 있고, 언제든지 사용해야 하는 그런 느낌이라서. 저한테 스틱은 그냥 또 다른 손인 거죠. 일종의 혼연일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편집장: 대회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도 있고, 내가 생각하고 반응하는 영역도 결국은 레이턴시가 걸려 나가는 건데요. 네트워크 레이턴시 같은 것들도 많은 영향을 주잖아요. 아예 대놓고 반응 속도에 문제가 있으면 차라리 경기에 문제 있다고 하고 재경기를 하면 되는데, 이게 애매하게 걸리는 것들도 있잖아요. 


DRX 무릎: 5핑이 제일 빠른 건데, 갑자기 막 4핑이 뜨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반응을 해도 안 되거든요. 이미 게임에서 입력이 늦게 들어가는 것이다 보니까, 그럴 때는 좀 그렇죠.


편집장: 그럴 때는 심판을 부르거나 하시나요?


DRX 무릎: 보통은 어쩔 수 없다고 하고 그런 식으로 넘어갈 때가 많죠. 온라인은 어쩔 수 없지 않나 하고..


편집장: 그래서 격투 게임에 초청전이 많은 거군요. 그러면 요새 이야기가 많은 가상 공간에서 격투 게임을 한다고 하면 그 안에서 뭔가를 할 수 있을까요?


DRX 무릎: 아직 기술적으로 그게 어렵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만약 가상 공간에서 게임을 한다고 하면, 오락실에서 이제 건너편 기계에 있는 사람이랑 붙는 그런 느낌일 것 같은데, 그런 점은 재미있겠죠. 왜냐하면 사실 온라인에서 하는 게임은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옛날에 오락실을 가면 누군지는 모르지만 일단 건너편에 사람이 있고, 옆에 기계 보면 여기도 열심히 하고 있고 이런 느낌이라서. 제가 만약 게임을 안 하고 있어도 다른 화면을 보거나 잘하는 사람끼리 하는 것을 보고 재밌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냥 혼자 집에서 하다 보니, 설령 계급을 올렸다고 해도 옆에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그냥 자기 혼자만의 만족을 하고 끝나다 보니까, 아쉬운 그런 상태죠. 


편집장: 그러면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는 건데요. 인터페이스를 없애고 사람이 자기 생각만으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뇌파만으로 격투 게임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DRX 무릎: 그러면 굉장히 더 피로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머리로만 게임을 하는 건데 장시간 게임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편집장: 약간 그런 점도 있잖아요. 프로 게이머를 이루는 주요 요소를 세 가지로 말하자면, 기술이나 캐릭터에 대한 지식, 그리고 이 지식을 활용해서 다음 패턴이 뭐가 나올지 파악하는 심리, 그리고 이것들을 내 퍼포먼스로 뽑아내는 육체적인 능력. 이렇게 지식, 심리, 피지컬 중에 마지막 것이 사라지는 거잖아요. 그랬을 때 게이머는 어떻게 바뀔까요?


DRX 무릎: 손맛이라고 해야 될까요. 손맛이 일단 없어질 것 같고요. 제 영상 시청자분들 중에서는 손캠을 올려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으시거든요. 프로게이머 손놀림에는 리듬감도 있고 일반적인 손놀림이랑은 다르고 하니까. 그런 퍼포먼스 같은 것이 없어질 것 같네요. 


편집장: 이런 질문은 다른 곳에서도 받아보셨겠지만, 오랜 기간 게임을 해오셨잖아요. 그런 지점에서 내 손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으세요?


DRX 무릎: 좀 있어요. 옛날에는 쉽게 썼던 거(기술)를 지금은 좀 연습이 필요한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보기만 하면 뚝딱하고 30분 만에 하던 거를 지금은 1시간, 1시간 반 이렇게 연습을 해야 할 때가 있죠. 


편집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정상의 위치를 유지하고 계신다는 건, 한편으론 피지컬적 요소가 떨어지는 만큼 아까 말씀하셨던 심리나 지식의 영역으로 커버하시는 지점도 있을까요?


DRX 무릎: 네. 피지컬이 조금은 떨어지더라도 그걸 뭔가 다른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피지컬이 정말 좋은 선수라도 엄청 노련미가 있는 사람 만나서 지는 걸 보면 절대적인 것은 없구나 싶기도 하고요. 무조건 어리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다고 못 이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옛날보다 게임은 오래 못하지만, 상대를 붙어보면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게 생기는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런데 그건 또 한편으로, 이 기사가 올라가면 ‘그건 무릎이니까 가능한 영역이다’고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오랫동안 활동해오시면서 무릎 선수가 겪은 상대들 중에서 기량이 꺾인다든가, 혹은 에이징 커브가 왔다는 점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있으면 대충 어느 정도의 나이대에서 그런 지점이 온다고 느끼시나요?


DRX 무릎: 예전에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내려가고 또 뭔가 전성기가 끝났다는 사람들을 많이들 봤죠. 제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선수들을 봤는데, 대부분 한 30대가 되면 좀 확 내려가긴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철권이 롤처럼 메타가 확 바뀌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게임을 할 때 오랫동안 플레이한 스타일을 잘 바꾸지를 못해요. 다른 게임처럼 전략 전술을 맞춰서 챔피언을 고르는 게임이 아니다 보니까, 캐릭터가 많지만 ‘나한테 맞는 캐릭터는 이거다’고 정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자신의 패턴이나 습관 같은 것들을 바꾸기가 어려운데, 새롭게 등장하는 사람들은 또 새로운 것들을 들고 나오잖아요. 그래서 (어떤 캐릭터나 플레이에 대한) 연구가 어느 정도 끝나면 (그 선수가) 그냥 확 내려가는 그런 게 있어요. 


편집장: 그러면 철권에서 에이징 커브라는 개념은 육체적인 반응 속도나 기량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착화되는 경향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사실 무릎 선수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캐릭터를 주챔급으로 하시는데, 게임을 분석하시고, 소위 말하는 ‘뇌지컬’로서의 장점들이 지금의 폼을 유지하시는 비결이실 것 같네요.


DRX 무릎: 네. 에이징 커브를 겪는 많은 선수들이 고착화된 점을 잘 못 바꾼다고 해야 될 것 같아요. 한때 잘했어도 ‘이 캐릭터 플레이가 너무 어려운데 그걸 억지로 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 스타일에 맞는 캐릭터를 할래’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은 어느 날 오랜만에 성적을 내는 경우는 있어도 자주는 못 그런 것 같아요. 


편집장: 그거는 확실히 달성하기는 쉽지 않겠네요.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니까.


DRX 무릎: 그렇죠. 왜냐하면 여러 캐릭터를 어느 정도로 하는 사람들은 이미 너무 많거든요. 확실히 한 캐릭터만 메인으로 하는 사람들은 플레이가 약간 다른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다른 캐릭터를 하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랑 별 차이가 없는 정도의 수준까지밖에 안 돼요. 그래서 여러 캐릭터를 하기보다 한 캐릭터의 장인 느낌으로 가고, 변화를 거부하는 그런 게 있더라고요. 


편집장: 격투 게임에 대해 사람들은 되게 쉽게 ‘피지컬 대결이다’고만 생각하지만, 무릎 선수가 그게 아니다는 걸 좀 보여주고 계시는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것은, ‘표현한다’고 했을 때, 말을 언어를 써서 표현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은 스틱으로 내 캐릭터를 통해 일종의 퍼포먼스로 내는 것 역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건데, 스틱으로 상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느낌이 드신 적이 있으세요?


DRX 무릎: 뭔가 말을 안 하고, 게임만 해도 멋있게 하려는 그런 게 있으면 상대도 알아요. 저도 알고. ‘얘 지금 고난이도 콤보를 보여주려고 하는구나. 멋있게 하려고 하네’ 그러면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하고. 그런 거를 느낄 때가 있어요. 말을 안해도 붙으면 딱 알아요. 


편집장: 저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언어를 넘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고, 상대의 기량뿐만 아니라 태도까지도 알 수 있는 그런 영역이 있군요. 조금은 결이 다른 질문인데요. 나중에 ‘무릎 기념관’이 생긴다고 했을 때, 전시관에는 어떤 스틱이 올라갈까요?


DRX 무릎: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긴 한데요. (웃음) 그러면 아마 맨 처음에 썼던 거를 전시하지 않을까요? 지금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맨 처음에 쓰던, ‘이걸로 시작했습니다’고 올릴 것 같네요.


편집장: 그러면 마지막으로, 이제 곧 큰 변화가 한 번 오지 않습니까? 이제 〈철권 8〉이 나올 건데, 초심자들에게 첫 캐릭터를 추천해주신다면요?


DRX 무릎: 트레일러만 봤을 때는 사실 저는 폴이 정말 좋아요. 많은 사람들한테 캐릭터 추천해드릴 때 폴을 많이 추천하거든요. 철권의 대표 캐릭터이기도 하고 개발사도 폴을 많이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중간 성능 이상은 내거든요. 그런 캐릭터를 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 무릎이 추천하는 철권의 대표 캐릭터 폴. 이전 시리즈보다 나이가 들고, 해맑아졌다.

편집장: 〈철권 8〉이 되면, 초보자 도장 같은 것도 활성화해 보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DRX 무릎: 〈철권 8〉이 나오면 많은 분들이 도전하고 시작을 하실 텐데,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기획하고 있습니다.


편집장: 저도 이 기회에 많이 배우겠습니다. 컨디션 잘 챙기시고요.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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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문화연구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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