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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다 책임감 있는 재현을 실천하는 게임을 향해
어떤 매체에 대한 담론은 해당 매체가 겨냥하는 수용자 또는 이용자가 어떤 존재이며 그들이 매체와 맺는 관계에는 어떤 의도들이 담겨있는 것인지에 대한 여러가지를 드러낸다. 북미와 유럽의 게임 관련 공공 담론에 있어 오랫동안 게임은 - 거칠게 말해 - 번쩍이는 컴퓨터 화면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 수 있는 오락에 하릴 없이 시간을 소비하는 십대 소년들을 위한 것으로서 인식되어왔다. < Back 보다 책임감 있는 재현을 실천하는 게임을 향해 04 GG Vol. 22. 2. 10. - You can see the english version in this URL: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pageNum=1&match=id:86 어떤 매체에 대한 담론은 해당 매체가 겨냥하는 수용자 또는 이용자가 어떤 존재이며 그들이 매체와 맺는 관계에는 어떤 의도들이 담겨있는 것인지에 대한 여러가지를 드러낸다. 북미와 유럽의 게임 관련 공공 담론에 있어 오랫동안 게임은 - 거칠게 말해 - 번쩍이는 컴퓨터 화면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 수 있는 오락에 하릴 없이 시간을 소비하는 십대 소년들을 위한 것으로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이 정형화 되어있는 게이머에 대한 인식에 의문을 표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실제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한 탐색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처음 게임을 접하게 된 유아들, 〈워드퓨드(Wordfeud)〉 같은 게임에 빠진 은퇴한 여성, 손주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게임을 함께 하는 할머니 게이머 등이 포함된다. 또한 〈포트나이트〉를 배회하며 함께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게이 게이머나 잠든 아기 옆에서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젊은 엄마도 포함될 수 있다. 게임 문화의 규범 비평 디지털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당연히 - 정형화된 유형의 플레이어들이 아니라 - 나름의 개별적인 방식으로 게임을 경험하는 실제 플레이어들이다. 지난 십 년간 게임 저널리스트, 문화 비평가, 학자들은 주류 게임 내 젠더와 인종, 장애, 나이, 신체에 대한 재현의 문제에 대해 논의해왔다. 이러한 논의가 밀도 있게 시작된 것은 북미였지만, 이제는 유럽에서도 규범 비평(norm critique)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게임 내 재현에 대한 논의는 기본적으로 3가지로 나뉜다. 첫째, 게임이 사람들의 다양한 정체성 또는 정체성의 여러 측면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 둘째, 게임의 이용자층에서 주변화되어있는 사람들에 대한 재현이 어떠한가, 셋째, 게임 업계 내 주변화된 사람들이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그들의 업무 환경은 어떠한가. 이 세 가지 요소는 공공 담론상에서 상호적으로 얽혀서 나타나곤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게임에서 여성이 부정적으로 재현될 경우 여성 플레이어들이 그 게임으로부터 등을 돌릴 것이라고 여겨지며, 게임 업계 내 주변화된 사람들의 양상이 개선되면 게임 내에서도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개선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어느 정도 사실일지라도,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을 게임학자들은 지적한다. 진지한 주제를 다루는 게임들 게임에서 여성 캐릭터가 수적으로 적고, 그 역할과 기능에 있어서 한정되는 등 오랫동안 불균형이 존속되어왔으며, 여성 캐릭터들의 외모가 시각적으로 성적인 매력이 지나치게 부각되어왔음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1983-2014년 사이에 출시된 5백편이 넘는 게임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90년대 후반에 정점을 찍은 여성 신체의 성적 대상화는 2006년 이후부터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업계 전반적으로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이 진지한 주제에 대한 자각을 일깨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면서 시작된 느린 변화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Hellblade: Senua’s Sacrifice)〉를 출시한 영국의 게임사 닌자씨어리(Ninja Theory)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타밈 안토니아데스(Tameem Antoniades)는 인터뷰를 통해 이 게임이 단순한 오락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신병으로 인한 고통이 어떠한 경험인지 플레이어들이 진정으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2018년 덴마크에서 인디게임 데모로 출시된 〈포가튼(Forgotten)〉은 알츠하이머로 인한 고통이 어떠한지를 표현했다. 이 게임은 현재 오토스코피아 인터랙티브(Autoscopia Interactive)에서 개발 중이다. 유럽의 인디게임 업계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고 주변화된 인물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게임개발사 픽셀 헌트(The Pixel Hunt)가 개발한 〈Bury me, My love〉는 유럽을 횡단해서 프랑스 파리까지 이동하는 한 시리아 난민의 이야기를 다룬다. 2021년 가을에는 영국의 AAA 게임사 플레이그라운드 게임즈(Playground Games)가 인기 레이싱 게임 〈포르자 호라이즌(Forza Horizon)〉의 다섯번째 판을 내놓으면서, 게임 내에서 의수나 의족을 찬 캐릭터를 생성하는 것과 성 중립적인 대명사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졌음을 주류 언론의 헤드라인을 통해 알렸다. 많은 논쟁이 게임 캐릭터에 대한 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포용적인 게임 디자인이 이 특정한 문제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부상하고 있는 인디게임 산업은 AAA 산업의 잘 다듬어진 모델 너머에 존재하는 경험들을 전달하고자 하는 게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러한 게임들은 또한 컴퓨터 앞에서 오랜 시간을 꼼짝 않고 앉아 있을 수 없는 플레이어들에 맞는 플레이 모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양상은 IO인터랙티브(IO Interactive) 같은 소수의 거대 스튜디오를 제외하고 대부분 소규모의 인디 게임 개발자들로 구성되어있는 덴마크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 〈포가튼(Forgotten)〉은 알츠하이머를 앓는 경험을 전달하고자 하는 짧은 게임이다. 기억 상실과 왜곡의 감각을 주기 위해서 게임 캐릭터들의 얼굴이 흐려져 있다. 플레이어층의 확장 이처럼 느리게나마 진행되고 있는 변화상은 플레이어층의 다양화라는 두번째 문제로 부분적으로 설명 가능하다. 게임산업은 새로운 수용자층을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플레이어들에 호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게임 내 주변화된 정체성에 대한 재현과 플레이어층의 다양성 간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으며, LGBTQ 등 주변화된 집단의 사람들은 게임 내 LGBTQ 캐릭터가 부정적으로 재현될지라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주류 매체조차 게임 내 주변화된 사람들에 대한 문제적 재현에 관심을 가지면서, 게임사들이 그와 같은 부정적인 정형화를 반복 재생산하는 것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그와 같은 공공 담론 그 자체가 게임업계로 하여금 강력한 구매력을 지닌 집단을 겨냥하여 새로운 이용자층으로 포섭하도록 장려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 내 주변화된 정체성에 대한 부정적 묘사의 문제는 상황의 한 단면을 설명하는데 그칠 뿐이다. 많은 주변화된 집단들은 여전히 괴롭힘과 차별, 폭력을 경험하고 있는데, 특히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할 때 심각하게 나타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플레이어의 주변화 문제를 다루는 유럽 내 담론이 주로 (젊은) 여성 플레이어의 경험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종이나 사회·경제적으로 주변화된 사람 등 여타의 주변화된 집단의 상황은 여전히 공공 담론에서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주변화된 정체성을 지닌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들을 존중하면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음에도, 게임 업계가 여전히 그러한 집단이 지닌 플레이어로서의 가능성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대를 통한 노동 조건의 개선 지난 수년 간 게임 업계 내 주변화된 사람들의 문제는 상당한 주목을 받아왔다. 업계 내 주변화된 노동자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1ReasonWhy 해쉬태그를 통해 업계 내 차별과 성차별주의, 괴롭힘에 대해 알리기 시작하면서 십년 전부터 주목 받아온 이 문제는, 지난 몇년 동안 유럽의 AAA 업체 내 유해 업무 문화나 성적 부정행위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다시 헤드라인에 오르기 시작했다. 북유럽에서는 아직 이와 유사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여러 매체에서 폭력이나 가해 행위의 몇 가지 사례를 다룬 바 있다. 노동조합은 명백히 이와 같은 문제에 대처하는 기관으로서 주변화된 노동자들을 위한 환경의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강력한 노동조합의 전통을 지닌 스칸디나비아 반도임에도 이 권역 내 게임 업계의 노동자 조합은 아직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주변화된 인물에 대한 책임감 있는 게임 내 재현이나 남성 게이머라는 정형화된 규범의 바깥에 놓인 플레이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문화의 조성 등과 같은 다양한 논의들이 벌어지고 있는 공공 담론의 다른 한편에서는 업계 내 조직의 변화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울려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이다 요르겐센 이다 요르겐센은 덴마크의 코펜하겐 IT 대학(IT University of Copenhagen)에서 게임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주로 젠더 재현, 게임 문화, 매체로서의 게임 등과 관련된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서던 덴마크 대학(the University of Southern Denmark)에서 박사후 과정 중에 있다.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Editor's View]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에 부쳐
2024년 10월 GG 20호는 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특집호로 꾸몄습니다. GG는 처음 창간하면서부터 연 1회 게임비평공모전을 여는 것을 주 업무로 삼았고, 다행히 한 해도 쉬지 않고 성공적으로 공모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 Back [Editor's View]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에 부쳐 20 GG Vol. 24. 10. 10. 안녕하세요,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입니다. 2024년 10월 GG 20호는 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특집호로 꾸몄습니다. GG는 처음 창간하면서부터 연 1회 게임비평공모전을 여는 것을 주 업무로 삼았고, 다행히 한 해도 쉬지 않고 성공적으로 공모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심사위원장의 상세한 심사평과는 별개로, 공모전 실무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3년동안 지켜본 공모전은 나름의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응모작들이 GG의 지향점에 대해 1회보다 훨씬 더 많이 이해해주기 시작하셨다는 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잡지가 나름 게임비평에 관심있는 분들께 3년동안 더 많이 알려졌다는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지요. 3회 공모전은 1 - 2회보다 수상작을 줄인 대신 개별 상금을 높였습니다. 게임비평이라는 영역이 아직 전체 대중으로서는 생소하고 마이너한 영역이고, 3년차 공모전이 되면 관심있던 사람들의 참여가 줄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2회와 비슷한 수준의 응모작 수가 들어왔고, 편집장으로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지 못한 점에 자책감도 들었습니다. "오락같은것도 비평을 해요?"라는 말을 현실에서 들은 게 몇 년 전이지만, 이 흐름의 지향점과 가능성에 동의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기에 GG는 계속 가려던 길에 확신을 갖고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GG 20호는 공모전 수상작 네 편과 함께 게임비평이라는 의미를 다시 곱씹어보는 글들을 마련했습니다. 왜 게임에 비평이 필요한지, 지금 진행되는 비평의 흐름은 온당한 것인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와 같은 이야기들을 생각해 보고자 했습니다. 편집장으로서 새롭고 젊은 게임 필자들을 만나는 일은 설레고 즐겁습니다. 새로운 네 분 필자들의 글과 함께 다음 세대 비평의 이야기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호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Towards more responsible representational practices in games
How we talk about a medium reveals a lot about who we consider its target audience or user and what purposes we attribute to their engagement with the medium. The public discourse on digital games in both Europe and North America, have for many years been characterized by the idea, that digital games was, roughly speaking, for young, teenage boys, who spend hours upon hours painted by the luminescence of the computer screen and immersed in mindless entertainment. This was of course never true. < Back Towards more responsible representational practices in games 04 GG Vol. 22. 2. 10. - 이 글의 한글 번역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pageNum=1&match=id:88 Towards more responsible representational practices in games How we talk about a medium reveals a lot about who we consider its target audience or user and what purposes we attribute to their engagement with the medium. The public discourse on digital games in both Europe and North America, have for many years been characterized by the idea, that digital games was, roughly speaking, for young, teenage boys, who spend hours upon hours painted by the luminescence of the computer screen and immersed in mindless entertainment. This was of course never true. Recently, however, many people have begun questioning this stereotype gamer and exploring the diversity of people who actually play games. But who are these ‘other’ players then? They may be toddlers who play their first game on their parents’ smartphone, the retired woman immersed in a game of Wordfeud, the ‘granny gamer’ playing CS: Go with their grandchild. But they may also be gaymers socializing around a game of Fortnite, or the young mother playing on her Nintendo Switch while her baby sleeps next to her and so on. Critiquing the norms of game culture Digital games are of course not played by stereotypes but by actual players who experience the games they play in unique and individual ways. During the last 10 years, game journalists, cultural critics and scholars have discussed the issue of representation of gender, ethnicity, disability, age, and bodies and in mainstream games. Although these discussions took off with the greatest intensity in North America, they are now also gaining speed in a European context under the heading of norm critique. The discussions about representation in games are essentially about three things: First, how does games portray different identities or aspects of peoples’ identities, if at all. Second, what is the representation of marginalized people in the player base of different games. And third, how are marginalized people represented in the game industry and under what conditions are they working. These three things are often intertwined in public discourse. It is often assumed that if a game represents someone, e.g., women, in a negative way, female players will generally turn away from the games. It is also often assumed that better representation of marginalized people in the game industry will result in better portrayals of these people in the game. Although there is certainly some truth to this, game scholars have also pointed out, that reality is much more complex than that. Games addressing serious topics Several studies have revealed a long-lasting imbalance in the number of female game characters, their roles and function in the game, and found that in their visual appearance, female characters have typically been highly sexualized. An analysis of over 500 games released between 1983 -2014 shows, that the sexualization of the female body peaked in the late 90’s and have been declining since 2006. This decline may mark a slow change in the way that the overall game industry thinks about their own games and its ability to address and raise awareness of serious topics. When British game company Ninja Theory, for example, released their game Hellblade: Senua’s Sacrifice in 2017, creative director of the company, Tameem Antoniades, explained in an interview that they wanted the game to be more than just entertainment, as they tried to offer an experience of how it is to suffer from psychosis, that would feel true to player. Similarly, Forgotten, a Danish indie game demo released in 2018, aimed to represent what it feels like to suffer from Alzheimer disease. The game is currently under development by Autoscopia Interactive. The European indie game industry has also started considering how to tell stories from the perspectives of socially and economically marginalized people. Bury me, my love, developed by French game company The Pixel Hunt, tells the story of a Syrian refugee as she makes her way through Europe to Paris. When another British AAA-game company, Playground Games, released the fifth installment in their racing game series Forza Horizon in Autumn 2021, it reached the headlines of mainstream media, that the character creation module in the game allowed players to choose gender-neutral pronouns to their character, as well as fit their characters with prosthetic limbs. Although much debate focusses on the representation of game characters, inclusive game design is of course not limited to this specific issue. The emergence of the indie game industry also sees an increase of games that delivers experiences that go beyond the well-tested model of the AAA-industry and offers modes of play that catered to players who cannot afford sitting several hours fixed in front of a computer. This is particularly true in Denmark where the game industry is mostly comprised of small-scale, indie developers, except from a few bigger studios such as IO Interactive. *Forgotten is a short game that aims to convey the experience of how it is to live with Altzheimer’s disease. In the image, the faces of game characters are blurred to give a sense of memory loss and disorientation. Expanding the player base This slow change can in part be explained by the second issue – the diversity of the player base. It seems that the game industry is becoming increasingly willing to try to reach a new target audience and in different ways cater for the diversity of the player base. Research shows that there is no direct causal relation between the representation of marginalized identities in games, and the diversity of the player base, and that marginalized groups, such as LGBTQ-people, have played games despite negative portrayals of LGBTQ characters in the game. As even mainstream media have gained an interest in the problematic portrayals of marginalized people in games, it becomes increasingly difficult for game companies to continue to reproduce these negative stereotypes. On the other hand, this public discourse also serves as an incentive to the game industry to latch onto new target demographics with strong spending powers. However, negative portrayals of marginalized identities in games only account for half of the problem. Many marginalized groups still experience bullying, discrimination and abusive behavior when playing especially online games. Here, it is interesting to note, that when it comes to the marginalization of players, the discourse in Europe primarily revolves around the experience of (young) female players. The conditions of other marginalized groups, such as various ethnicities, socially- and economically marginalized people, and so on, are still lacking in the public discussions. This means, that while game have begun to tackle the issue of how to respectfully convey the stories of these marginalized identities, the game industry, have still not grasped the potential of addressing these groups as players. Improving working conditions through unionizing The marginalization of people in the game industry have received considerable attention in the last couple of years. Although this issue already attracted attention ten years ago, when marginalized workers, and especially female workers, of the game industry began spreading stories of discrimination, sexism, and harassment under the hashtag #1ReasonWhy , these issues have made the headlines again the last couple of years, as toxic work culture, sexual misconduct and abusive behavior have been exposed in the European AAA-industry. In the context of North Europe, scandals of a similar magnitude have yet to be exposed, although media stories have documented some cases of abusive conduct. Trade unions appear as obvious institutions to tackle such issue and better the conditions for marginalized workers. But even though the Scandinavian countries generally have a strong tradition for unionizing, it should be noted that worker in the Scandinavian game industry are still not by large unionized. Therefore, while many discussions are ongoing in the public discourse about how games responsibly represent marginalized people and how to provide an inclusive culture for players falling outside the normative stereotype of the male gamer, the is still call for a change in the organization of the game industry.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Ida Jørgensen Holds a PhD in game studies from the IT University of Copenhagen, Denmark where her research revolved around gender representation, game culture and games as media. Today she works as a postdoctoral researcher at the University of Southern Denmark. (Game Researcher) Bora Na I'm a game researcher. I've been playing games for a long time, but I happened to take a game class at Yonsei University's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fter graduation, I sometimes do research or writing activities focusing on game history and culture. I participated in , , and so on.
- [인터뷰] 인도 게임 문화의 태동기: 크래프톤 인도 퍼블리싱실 이민우 실장
그렇게 대회를 열었더니, 참가 수뿐만 아니라 동시 시청수도 엄청났어요. 최고 동시시청자 수가 40만 명을 넘겼고요. 총 시청 수는 2억 5천만을 넘었었어요. 그정도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가 인도에서는 지금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고, 지금 에코 시스템( 누구나 e-스포츠를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이미 구축이 되어 있습니다. 'Nodwin Gaming','Tesseract Esports' 같은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실력있는 업체들이 이미 이스포츠 에코시스템에 참여하고 있고요. < Back [인터뷰] 인도 게임 문화의 태동기: 크래프톤 인도 퍼블리싱실 이민우 실장 06 GG Vol. 22. 6. 10. 크래프톤의 PUBG(이하 배틀그라운드)는 2021년 인도에서도 대흥행을 일궈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출시 일주일 만에 34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으며, 하루 최대 이용자 수는 1600만 명을 기록했다. 독특한 게임성과 애자일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서 명성을 얻 었던 배틀그라운드였기에, 성공 사례가 늘어난 것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그 대상이 인도 시장이 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 사회에서 인도의 게임 시장과 인도 사람들의 게임 문화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어떻게 인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기술적, 매체적 환경이 배틀그라운 드를 즐기기에 적합할까? 인도 사람들은 평소에 어떤 게임을 즐길까? 배틀그라운드의 게임성이 인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문화적 장벽은 없었을까? 이와 같은 의문들을 품으며, 편집장은 이번에 크래프톤의 인도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인도퍼블리싱실의 이민우 실장을 만나고 왔다. 편집장: 현재 한국에서는 인도의 게임 문화에 대한 담론이 사실상 거의 만들어지지 않은 형국입 니다. 여기에 오면 인도 게임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 찾아왔습니다. 이민우 실장 : 네. 먼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의 출시 히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해드리면, 인도 정부에서 유저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전송되는 것을 막는 다는 명분으로, 두 차례에 걸쳐 177개의 앱을 차단했었어요. 그때 당시 텐센트가 인도지역에서 퍼블리싱하던 PUBG 모바일도 차단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텐센트에 부여한 인도 퍼블리싱에 권한을 철회하고 크래프톤이 인도 시장에 맞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인도의 서비스를 직접 운영한다고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1년 가량의 노력 끝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라는 게임을 작년 7월에 런칭 하게 되었습니다. 런칭 준비과정에서 인도 정부가 가진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 게임은 한국 회사인 크래프톤이 IP를 온전히 소유하고 있는 한국 게임이며 인도 유저의 개인 정보는 크래프톤이 직접 안전하고 적법하게 관리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으로 런칭을 할 수 있었고 올해 7월에 서비스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는데 여전히 잘 되고 있어요. 편집장: 저도 배틀그라운드를 오래 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입장에서, 사실 인도에서 성공을 했다는 얘기가 조금 놀라웠습니다. 한국에서는 인도가 주요 시장으로 주목받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이 서비스를 담당하시는 분은 어떻게 처음 인도에 관심을 가지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민우 실장 : (배틀그라운드 성공에 있어) 인도 게임시장의 성장 배경을 조금 이해하셔야 하는데, 이제 인도의 경우는 대게 Ludo 등 테이블 게임을 유저들이 주로 플레이 하고 있었어요. 즉, 전략 게임이나 테이블 게임처럼 스마트폰의 사양을 거의 요구하지 않는 게임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는데, 2016년 무렵에 인도의 Jio라고 한국의 SK텔레콤에 준하는 큰 통신사가 있거든요. 그 통신사가 데이터 통신 요금을 거의 공짜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뜨려 버렸어요. 그러면서 데이터를 아주 저렴하게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이 됐고요. 그와 맞물려서 삼성이나 샤오미 같은 글로벌 스마트폰 브랜드들이경쟁적으로 인도를 타겟팅한 저가형 모델들을 출시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고사양의 모바일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저렴한 스마트폰들이 인도에 출시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같은 고사양 네트워크 게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거예요. 그러면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라는 게임이 인도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인도에서 그냥 ‘게임’이라기보다는 우정을 상징하는 게임으로 포지셔닝되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과 인도 사람들의 플레이 스타일은 굉장히 다른데요. 한국 사람들은 랭킹을 올리거나 치킨을 먹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정성을 다하잖아요? 그런데 인도 사람들은 배틀그라운드 안에 펼쳐진 가상의 세계에 대해 충격을 받으면서 거기를 모이는 수단으로 삼게 된 거예요. 음성 통신이 되는 게임이잖아요? 꼭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네 명이 모여서 에란겔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인도 사람 들에게는 굉장히 새로운 경험을 만든 것입니다. 편집장: 애초에 인도에는 보이스 채팅이라는 개념이 없었나요? 이민우 실장 : 많지가 않았어요. 특히 게임에서 적극적으로 보이스 채팅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가 거의 처음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에란겔의 주요 위치에 가서 놀고, 자동차를 타 고 돌아다니며 대화를 하는, 일종의 소셜 네트워킹을 하는 수단이 돼버린 거예요. 저희가 이 점 을 이해를 하면서 방향 자체를 ‘우정’, 친구들이 모여서 같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다 보니까 게임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를 뚫어버리고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편집장: 저는 인도식 플레이를 하는 것 같네요. 저도 그렇게 플레이를 하고 있거든요. 이민우 실장: (웃음)그런 재미가 또 있지요. 인도 사람들도 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니까 게임이 성장했는데, 환경적 요소도 영향을 미쳤어요.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했잖아요. 그때부터 (게임의 성장이) 하늘을 뚫어버린 거예요. 친구들을 보고 싶으니까 거기서 만나서 게임을 하고, 이야 기도 하고 그런 문화가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를 출시하고 나서도 그 포지셔닝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우정을 위한 수단이다’는 그런 내용으로 계속 이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편집장: 그러면 한국하고 큰 차이가 느껴지는데요. 한국은 이제 인프라가 워낙 좋은 상황에서 게임 문화가 시작됐잖아요? 예를 들어 한국의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게임 문화가 성장할 때 피시방이 굉장히 큰 역할을 헀죠. 그런데 인도에는 PC 게임 인프라가 어떤 상황인가요? 이민우 실장: 시장이 굉장히 작습니다. 최근 기사를 검색해 보시면, 인도의 모바일 게임이 전체 게임 시장 점유율에서 85% 이상인 것을 보실 수가 있어요. 인도는 아직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고가의 PC를 장만한 PC방들이 있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에요. 간혹 PC방을 찾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PC방이 전혀 아니죠. 물론 모바일폰도 원래는 비싼 건데, 인도 시장을 위해서 중저가 스마트폰이 나오고 데이터가 싸다 보니까 인도에서 모바일 게임이 활성화된 건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 었다고 합니다. 여전히 PC나 콘솔은 매우 미약한 상황입니다. 편집장: 저가형 스마트폰이 풀렸다고 하지만 배그 모바일도 아주 낮은 사양의 게임은 아니잖아요? 그런 문제는 없었을까요? 이민우 실장: 여전히 어려움은 있어요.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2GB 이상의 램을 요구하는데, 여전히 절반 이상의 유저들이 2GB 미만의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게임 자체의 다운로드 용량이 워낙 커요. 2.5GB가 넘거든요. 그러니까 저장 용량이 작은 스마트폰은 여전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점점 더 같은 가격대에서 성능이 좋아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곧 해결된 문제이기는 하지만, 현재로는 아직도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는 유저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것을 바꿔 말하면 포텐셜이 엄청난 거예요. 스마트폰을 바꾸는 주기가 되면 같은 예산에서 살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배틀그라운드가 되기 시작하니까 유저들이 계속 늘어날 거라고 생각을 해서 내년이나 내후년을 희망차게 보고 있습니다. 편집장: 그러면 이렇게 봐도 될까요. PC 게임 경험이 사전에 두껍게 형성되어 있었던 나라도 아니고, 모바일이라는 인프라가 딱 만들어졌을 때, 마침 배틀그라운드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가 깔리는 시점에 확산되었던 스타크래프트와 유사한 느낌이 나는데요. 이민우 실장: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저도. 그러면서 e-스포츠도 융성했는데, 마찬가지로 크래프톤도 e-스포츠에 굉장히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현재의 인도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 스타들은 굉장하거든요. 사례를 소개해드리자면 저희가 새로 런칭을 하고 나서 처음으 로 인도 대회를 했어요. ‘배틀그라운드 인디아 시리즈’라는 대회를 했는데, 몇 팀이 참가 신청을 하셨는지 아세요? 편집장: 아... 모르겠네요. 이민우 실장: 10만 팀. (일동 감탄과 웃음) 그게 오픈 대회잖아요. 등록자 수로만 보면 70만이고, 스쿼드가 구성된 팀만 봤을 때도 10만팀이 신청했어요. 편집장: 우리와는 규모가 다르군요. 관리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이민우 실장: 고생했죠. 그렇게 대회를 열었더니, 참가 수뿐만 아니라 동시 시청수도 엄청났어요. 최고 동시시청자 수가 40만 명을 넘겼고요. 총 시청 수는 2억 5천만을 넘었었어요. 그정도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가 인도에서는 지금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고, 지금 에코 시스템( 누구나 e-스포츠를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이미 구축이 되어 있습니다. 'Nodwin Gaming','Tesseract Esports' 같은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실력있는 업체들이 이미 이스포츠 에코시스템에 참여하고 있고요. 그리고 e-스포츠를 통해서 자신들의 위치를 키우려고 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들, 예를 들어 ‘Loco’처럼 우리나라로 따지면 아프리카TV 같은 스트리밍 회사들도 에코 시스템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관련 산업들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편집장: 그런 스트리밍 환경도 PC 인프라보다는 시청이나 중계도 모바일 쪽으로 많이 형성이 되어 있겠군요. 이민우 실장: 물론입니다. 유저들이 시청할 때도 모바일로 유튜브를 보거나 아니면 ‘Loco’라는 플랫폼을 통해 서 보거나 이런 식이죠. 편집장: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한국에는 너무 안 알려져 있어요. 인도 게임 시장에 관한 기사만 있지 그 안의 맥락들이 나오질 않는 거죠. 그런 맥락에서 궁금한 점들을 더 여쭤보고 싶은데요. 저희가 일반적으로 인도는 굉장히 빈부 격차가 심하고, 계급 문제도 얽혀 있으며, 도농 격차도 크다고 알고 있는데요. 편집장: 그러면 모바일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그런 격차들이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당연히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말 아무 스마트폰으로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지만 인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여전히 장벽이 있거든요. 실제로 저희 게임의 유저들을 보면, 티어1 도시, 예를 들어 뭄바이나 델리 등 대도시 중심으로 유저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요. 그리고 티어2도시, 티어3 도시는 여전히 불모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올해부터 티어2 도시 중심으로 TV 광고를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는 지금까지 유튜브나 SNS를 사용해서 주로 홍보를 하다보니 이미 인프라가 깔려있는 티어1 도시 중심으로 진행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이제 티어2나 티어3 쪽 도시에 옥외 광고나 TV 광고 등에 리소스를 투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직도 갈 길이 먼 거죠. 편집장: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또 많은 문화적 특징을 만든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카스트 제도에서 기인하는 영향은 없을까요? 이민우 실장: 그것은 찾아보기가 조금 어려워요. 일단은 게임 안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인도에서는 상대방의 카스트를 성(姓)을 보고 파악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편집장: 아, 이름에 들어 있는 거군요. 이민우 실장: 네. 이름 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그런데 게임 안에서는 이름을 안 쓰잖아요. 그래서 상대방의 카스트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그 이슈는 없을 수 밖에 없는 거죠. 편집장: 와. 전혀 저희가 알지 못했던 지점이네요. 그러면 ‘나는 카스트가 높은데, 이런 하급 계 층과 섞여서 게임을 해야 하나?’와 같이 구분을 짓는 경우는 많지 않나요? 이민우 실장: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틀그라운드는 티어1 도시에서 많이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도시에서는 이제 그런 경우를 찾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해요. 편집장: 저는 카스트가 게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로 현실의 계급이 두꺼워도 여기서는 안 보일 수 있겠군요. 이민우 실장: 네. 일반적으로는 게임이라는 것은 그런 게 필요가 없는 세상이니까요. 편집장: 그럼 조금 더 본격적으로 게임에 관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도 게임’에 관한 연구를 찾아보면 그나마 많이 나오는 것이 ‘차투랑가’와 같은 보드게임인데요. 어떻게 보면 보드게임의 원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게임들이 만들어낸 인도의 게임 문화가 오늘날에 도 영향을 미치는 지점이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저도 그 지점에 대해서 공감을 하는 게 지금 인도에 압도적인 인기 1위 게임은 ‘루도킹’ 이거든요. 전략이 필요한 테이블 게임인데요. ‘이것이 인도의 전통 놀이문화에 되게 가까운 게임이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닐까’, ‘그런 류의 게임들이 일상생활에 널리 퍼져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편집장: 그러면 어떤 인도에서는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외에 어떤 게임들이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가 궁금한데요. 이민우 실장: 아직은 다른 장르들이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어요. 물론 인도에서도 리얼 머니 게임은 지금도 여전히 인기예요. 현실의 돈을 가지고 게임을 해서 환급받을 수 있는 그런 게임들 은 되게 많아요. 그러나 이 게임들은 실질적으로 게임성이 조금 다른 것 같고요. 이제부터 하나 씩 나올 것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그래서 올해 흥미롭게 관찰해 볼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라이엇의 모바일 게임 장르가 과연 인도에서 통할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인도의 게임 시장이) 주목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전략 요소가 반영된 액션 게임들은 좀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슈팅 게임. 슈팅 액션 게임들은 인도에서는 기본적으로 유저들이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편집장: 글로벌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3매치’류라던가 이런 것들도 현지에서 반응이 비슷한가요? ‘캔디 크러시 사가’ 같은 게임들이요 이민우 실장: 아, 그건 인기가 있어요. 그런 게임은 인기가 많습니다. 편집장: 그런 지점은 세계 공통이군요. (웃음) 문화적 차원에서의 질문이 나와서 여쭤보고 싶은데, 한국 같은 경우도 그랬잖아요? 게임이 한창 유행할 때, 소위 ‘기성세대’가 굉장히 싫어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배그 모바일로 시작된 인도 젊은 사람들의 게임 붐에 대해서 비슷한 반응들이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맞아요. 정확하게 보셨어요. 실제로 인도의 부모님들이 자신의 아이가 게임에 빠져 있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 정치인들도 이런 이슈들을 픽업해서 금지 청원 같은 걸 내면서 자신을 알리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실제로 부모님들은 걱정이 있을거예요. 왜냐하면 전에 보지 못했던 일인 거잖아요. 이렇게 게임이 사회적 이슈가 되다 보니까 많은 부모님들의 걱정이 큽니다. 그래서 저희는 더 책임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출시하면서 대대적으로 바꾼 게 어떤 거냐면, 미성년자들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버렸어요. 하루에 3시간 이상 못해요. 물론 저희 입장에서는 지표가 중요하고, 미성년자가 일반적으로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니 욕심은 있지요. 그러나 큰 관점에서 생각해 봤을 때 게임이 오래 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시간 플레이하면 경고 메시지가 뜨고요. 3시간 플레이하면 그냥 바로 차단됩니다. 또, 미성년자가 처음에 게임을 등록할 때 부모님 전화번호를 넣게 해서 공지가 갈 수 있게 조치를 했고요.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배틀로얄 장르의 슈팅게임이다보니까 “이것은 실제 배틀로얄이 아니라 가상 현실에서 벌어지는 게임입니다”는 안내문도 넣어서 혹시나 착각하지 않도록 장치들을 넣고 있습니다. 이민우 실장: 또 여러 가지 소셜 액션들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사실 저희가 소셜 리스폰시블리 캠페인(Social Responsively Campaign)을 해서,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기업으로의 역할을 위해 게임중독 방지에 대한 광고를 진행했고 이걸로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라고 범태평양 국제 광고대회에서 그랑프리 포함해서 7개의 상을 받았거든요. ( https://www.youtube.com/watch?v=NP-uLAZ o1yc) 이런 시리즈가 이 광고 말고도 ‘책임감 있게 게임하자’, ‘너무 중독성에 빠지지 말자’, ‘한 번씩 누워 봐라. 하늘을 보고 친구를 만나라’는 메시지들을 담고 있어요. 사실 저도 이 광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팀원들은 우리가 게임을 많이 하게 하도록 많은 홍보를 하고 있는 마당에 게임을 하지 말자고 메시지를 내는 게 맞냐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국은 중장기적인 관점, 그리고 건전한 게임 환경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실제로 해야 되고, 그걸 보여줌으로써 부모님들을 우리 지지자로 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이 돼서 광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편집장: 저는 이 광고를 보면서 ‘이건 스웩이 아닌가. 게임을 재밌게 만들어서 계속하게 만들어 놓고 적당히 하라는 말은 게임이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오니까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민우 실장: 그렇게 보시면 감사하지요. 편집장: 다른 문화적 질문을 하나 더 드려보면, 어쨌든 다른 대중문화와도 점유 시간의 측면에서 계속 부딪히게 될텐데 인도하면 우리는 보통 영화만 생각을 하잖아요? 인도에서 다른 대중문화들과 게임을 비교한다면 비중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저희가 별도로 연구한 것은 없어서 구체적인 수치로 말씀을 드리긴 어렵겠지만, 실제로 아직 게임이라는 건 인도에서 그리 취미로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습니다. 엄청난 성장폭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요. 여전히 사람들은 TV를 보고 책을 읽거나 발리우드 영화를 보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고 최근에는 당연히 넷플릭스 등의 OTT도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게임은 그 다음 정도에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편집장: e-스포츠가 자주 언급이 되었는데요. 인도에도 한국의 페이커나 임요환과 같은 간판 스타가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아주 많습니다. 지금 인도 e-스포츠에는 예를 들어서 이제 Jonathan이나 Mortal, Scout 등등 이런 친구들이 두각을 보이며 스타가 되기 시작했어요. 물론 한국에서 페이커 정도의 위상은 아직 아니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자리를 잡아서 방금 말씀드린 정도의 선수라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들도 조금씩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 혹시 한국처럼 e-스포츠로 이름이 알려진 선수가 다른 방송에 나오거나 하는 사례가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실제로 Jonathan이라는 선수는 Vivo라는 스마트폰 회사의 메인 모델이었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자기 부모님께 고가의 아파트를 사드렸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만 봐도 대충 감이 오시잖아요? 스마트폰 회사의 광고라면 사실은 굉장히 톱스타들이 하는 거니까요. 편집장: 그러면 아예 기성세대도 모르는 건 아니군요. 이민우 실장: 물론 Vivo도 인도의 1위 업체가 아니고 삼성, 샤오미, 다음, 다음 정도 되는 위치이긴 합니다. 그리고 게이밍 폰이라는 특수성에서 기인했던 점이 있지요. 타겟 자체가 그러다 보니까 모델이 된 것이고, 당장 ‘샤룩칸(Shah Rukh Khan)’ 같은 발리우드 배우나 이런 사람들하고 비교할 수준은 아닐 거예요. 그래도 이제 점점 달라지고 있는 거죠. 최근에 제가 지난번에 인도 갔을 때 이제 ‘갓라이크 이스포츠(GodLike Esports)’라고 굉장히 잘 하는 팀이 있어요. 그 팀에 발리우드 스타들 관리하는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회사가 붙었더라고요. 그래서 e-스포츠 선수들의 위상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편집장: 그러면 생활 스포츠로서 대학 리그라던가 그런 것들도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그게 아까 전에 말씀드린 ‘인디아 시리즈’는 크래프톤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이벤트잖아요? 그것 말고 다른 업체들이 e-스포츠 이벤트들을 막 많이 열어요. 동네 대회나 대학 대 회 같은 것들이죠. 그러면 저희는 승인을 하는 입장인데, 하루에 대회가 40개씩 일어나고 있어 요. (웃음) 풀뿌리 대회들이 어마어마한 거죠. 그중에서는 이제 상금 규모가 상당한 대회도 있고요. 편집장: 그러면 프랜차이즈화도 생각을 하고 계세요? 이민우 실장: 사실은 돈을 벌고 수준을 높이려면 프랜차이즈가 정답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검토는 계속하고 있는데, 현재로는 제가 봤을 때에 자생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당장 돈 버는 것보다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돼서 여건을 만들어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편집장: 그러면 배틀그라운드 말고 다른 e-스포츠도 존재하나요? 이민우 실장: 지금 배그 정도로 유의미한 e-스포츠는 없다고 보시면 돼요. 아마 시청률이나 시청자 수로 봤을 때 크리켓 다음의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어요. 편집장: 인도에서 크리켓 다음이면 어마어마하네요. 혹시 코로나로 어려움이 있지만 대형 오프라인 대회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이민우 실장: 올해 계획은 없어요. 그렇지만 얼마 전에 크래프톤에서 투자한 ‘Nodwin Gaming'과 ‘Loco' 회사가 합작해서 오프라인 대회를 했고요. 관중이 있는 대회는 내년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어요. 편집장: 옛날 10만 명이 모인 광안리의 스타리그처럼 분기점이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민우 실장: 인도에서 코로나 전에는 대회 한 번 하면 경기장에 미어터졌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내년도에 대회를 하게 되면 또 어마어마한 관객들과 열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러면 인도의 e-스포츠 안에서도 개천에서 용나는 맥락이 존재할까요? 이민우 실장: 대개는 그래요. 아무래도 귀한 집에서 귀하게 자란 애들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엄청나게 연습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스타 선수들도 보면, 되게 환경이 어려운 집안에서 맨날 게임한다고 욕을 먹으면서 열심히 연습하던 선수들이 많거든요. 그런 스타들이 보여주는 게 되게 강렬해요. 이렇게 새로운 직업군으로, 성장할 수 있는 커리어로, 스타가 될 수 있는 길로 각광을 받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예전에 비슷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Mortal이라는 선수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중간 즈음에 그의 어머니가 행복한 표정으로 ‘I'm MortaL's Mom...I'm MortaL's mom’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러한 장면이 e-스포츠가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편집장: 그렇군요. 저희가 사전 조사를 하면서도 한국 사회가 인도 게임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좋은 이야기들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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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6 제4회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을 공개합니다. 아울러 게임비평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 담아냈습니다. Levelling Up: An Overview of Malaysian Video Game Culture One late afternoon in a quaint village. Rembo the rooster crowed loudly, adding to the countryside ambiance. You, your identical twin, and some friends from kindergarten were spinning tops in the yard. Just another joyful day of playing freely. Read More [4회공모전수상작]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비평을 위한 시론 - 캐릭터 뽑기가 갖는 의의란 하지만 ‘서브컬처’라는 명명에는 꽤나 기묘한 구석이 있다. 문화연구 분야에서 서브컬처는 고급 문화 혹은 주류 문화에 대응하는 하위 문화를 뜻하지만 근래에는 그 외연이 확장되어 “‘주변부’의 취향 공동체로, 전체 문화 속 문화 혹은 사회 내 다양한 문화들”로 규정되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내에서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와 거기서 파생된 컨텐츠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서브컬처가 수입 및 활용되며 정착된 사회적 의미가 존재한다. Read More [4회공모전수상작] 게임은 어떻게 우리를 소외시키는가 소외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인간 집단에서 배제되어 외로움을 느낀다는 뜻으로, 일상생활에서 소외라고 말하면 대체로 이를 의미한다. 반면 다른 하나는 철학 특히 마르크스가 주로 사용한 의미로, 한 인간이 특정 대상에 대한 주권을 상실하여 더 이상 주체로 있지 못 하고 오히려 그 대상의 객체로 전락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의 권리와 정체성이 외부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상태를 뜻한다. Read More [Editor's View] 손이 바쁜 공모전 특집호를 마무리하며 비록 한 해에 여섯 호 밖에 나오지 않는 것 같지만, GG의 발행은 꽤나 연속성이 있는 편입니다. 두 달에 한 번 발행하는 잡지를 위해 발행 전 달에 기획회의를 하고, 걸맞는 필자를 섭외한 뒤 각각의 필자들이 한 달간 원고를 준비합니다. Read More [Interview] A journey towards the next step of Korean game research, Prof. Tae-jin Yoon, the president of DiGRA-K In March 2024, the South Korean regional chapter of the Digital Games Research Association (DiGRA) was established. DiGRA is one of the world's largest international associations for academics and professionals who research digital games and associated phenomena. Its Korean chapter, named “DiGRA-K”, is now the latest new regional hub followed by the ones in Europe, Asia, and North and South America. DiGRA-K aims to promote an interdisciplinary approach to game research, strengthen connections with industry and academia, and support the next generation through international collaborations. Notably, DiGRA-K aims to overcome the gap between academic disciplines in Korea when it comes to research games, while seeking to encompass both industry practitioners and academia. Read More [논문세미나] 데이터가 만든 신화: ‘동남아 성장 신화’를 주도하는 게임 시장 분석 보고서 비판 그러나 동남아시아 시장의 전망에는 비판도 따른다. 게임 시장 전망을 내놓는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들이 사실은 시장 담론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 웡(K.T. Wong) 교수는 2022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며, 뉴주(Newzoo)와 같은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이 만들어낸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시장”의 서사가 이 지역의 복잡성을 무시하고 자본주의적 시각으로만 구성된 분석이라고 지적한다. Read More [대담회] 게임비평의 오늘,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 왔고 어디로 향해야 할까? 이번 대담에서는 창설에 기여했으며 초창기부터 공모전을 지켜보거나 심사위원 활동에 부분적으로 참여했던 연구자 및 평론가들이 모여, 가 만들고자 했던 게임 비평 및 담론 장의 성격과 현재까지의 성과와 이력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게임 비평 씬에서의 후속세대 양성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함께 짚어보았다. Read More [제4회 게임비평공모전] 심사위원장 심사평 실망하지 말고 계속 게임을 즐기고, 분석하고, 비판하고, 토론하며, 끊임없이 글을 생산해주기를 기대한다. 문학적 재능이나 학술적 깊이 하나만으로는 훌륭한 비평문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게임에 대한 애정을 품으면서도 독창적인 문제의식과 충실한 개념 자원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이왕이면 재미있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비평가들의 출현을 기대한다. Read More 「스플릿 픽션」에 대해 쓰지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합시다. 작년 겨울 즈음이다. 영화평론가 유운성 선생님께 ‘청탁이 점차 줄고 있다.’며 한탄한 적이 있다. 유운성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게 ‘글 청탁이란 누구나 그 양이 줄어간다.’라고 답해주셨다. 마치 시간에 의해 소멸되는 무언가처럼, 평론가에게 있어서 글을 쓸 기회라는 것은 한정 자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요즘이다. Read More 게임 노동자들은 왜 노조를 만드는가? - 북미 게임 산업의 노동운동단체 GWU Montréal 인터뷰 그런데 민주노총 같은 거대한 노동총연맹이나 기업별 노동조합이 아닌, 제 3자로서 게임 업계만을 지원하는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다소 의외였다. 새로운 층위를 보여주는 듯한 모습 같아서, 흥미로운 마음을 가지고 포스터에 적힌 링크를 통해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Read More 대중문화의 변화 위에서 게임의 미래를 묻다: GXG2025 컨퍼런스 GG 세션, <시각예술콘텐츠의 오늘과 미래> <시각예술콘텐츠의 오늘과 미래>라는 제목은 게임 행사에서 게임 비평 잡지가 기획한 자리의 이름이라고 보기에 너무나 방대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로서의 게임을 이해하려면 현실의 대중문화를 만들어내는 매체들과 게임이 어떻게 협응하는지, 또 대중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야 한다. Read More 레벨 업: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임 문화 개관 분명히 는 말레이시아산 게임의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구조적 문제에 얽매여 있기도 하다. 이 사례가 더 넓은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려면, 말레이시아 게임 산업 전반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ad More 번영과 몰락과 애도의 이야기, <33원정대> 특히 이야기의 결론부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애도에 관한 고민들은 게임이 딱히 어떤 정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사회적 참사와 그로부터 비롯된 사회적 애도, 그리고 그 애도를 조롱하는 것이 일련의 문화 코드가 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당히 무겁고 곱씹어볼 만한 주제를 던진다. 살아남은 자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떠난 이들로부터 넘겨받은 그들의 표상들은 남겨진 우리와 어떻게 관계맺으며 가야 할 것인가? Read More 부분 화면 게임 플레이는 어떻게 게임 플레이를 재규정하는가 그러나 방치형 게임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관습화된 감이 있다. 초창기의 시도가 장르 규칙으로 굳어지면서, 메커니즘(부재 시간의 플레이 편입, 실감 가능한 성장을 가시화하는 대시보드형 인터페이스, 자동화의 단계적 해금 등), 과금·보상 구조(보상형 광고, 프리미엄 가속재 혹은 패스, 온보딩 메타 등), 이용 행태(백그라운드 혹은 세컨드 스크린 소비, 효율 중시 공략 문화 등) 차원 모두에서 자유도 강화나 새로운 실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보긴 어려운 실정이다. Read More 비평공모전 4년을 거쳐 온 편집장의 회고 그렇게 시작한 게임비평공모전을 네 번째 거쳐오는 동안 나에게도 적지 않은 경험이 쌓였고, 어쩌면 게임비평을 보는 시각도 바뀌었을 듯 싶다. 이 글은 어찌 됐건 2020년대 이후 꾸준하게 게임비평의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고자 뛰어 왔던 한 개인의 회고록일 것이지만, 그 경험은 단지 개인 혼자 되새기는 것 이상의 의미가 될 것이라 생각해 지면 한 켠을 빌어 이야기를 새겨두고자 한다. Read More 영상기술, 매체, 도구, 방법론으로서의 머시니마에 대한 소고 도입부에 적어둔 것처럼 머시니마는 1990년대 비디오게임 녹화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가능해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디즈니의 스턴트 시뮬레이터 게임 [스턴트 아일랜드 Stunt Island](1992)에서 인게임 기능으로 처음 도입된 것이 그 출발점이다. 해당 게임은 가상의 섬에서 다양한 스턴트 시퀀스를 제작하고, 그것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녹화해 보여주는 것이 주된 플레이였다. Read More 확률형 부분유료결제 앞에서의 EA가 마주한 고민 포인트를 구매할 수 없으면, 얼티메이트 팀을 구성할 수 없으므로 한국 시장에 은 핵심 요소가 사실상 탈거된 상태로 시장에 출시되었다. EA는 얼티밋 에디션과 FC 포인트 판매 제외의 이유에 관해 "국내법 변경으로 인해 한국에서 FC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 유저들이 7월 17일부터 선수팩, 드래프트, 소모품, 진화에 사용하는 FC 포인트를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소개했다. 국가의 규제와 게임사의 사업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Read More
- 초기 3D 그래픽의 미학, 인지적인 디지털 물성에 관하여
2010년대를 중심으로 다시 반짝였던 포스트 디지털 담론에서 이어지는 미술 작업의 비쥬얼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최신의 리얼한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차라리 그들의 작업에서 나타난 비쥬얼적 특징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 볼 수 있었던 낮은 품질의 3D 그래픽에 가까웠다. 이는 보다 리얼하고 현대적인 3D 그래픽 이미지를 미술 작가 개인이 구현하기에는 소요되는 자본과 기술의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면 적당한 수준의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굉장히 접근성이 용이해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들은 로우-파이하고 한편으로는 레트로, 노스탤지어적인 기억과 선명함이 억압되는 특정한 디지털 이미지의 미학에 기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 Back 초기 3D 그래픽의 미학, 인지적인 디지털 물성에 관하여 02 GG Vol. 21. 8. 10. 작년 앞서 해보기로 발매한 하이퍼 FPS 장르의 게임 〈울트라킬〉은 그래픽만 놓고 보면 도저히 최신 게임으로는 보이질 않는다. 마치 목각인형처럼 보이는 각진 3D 모델링에 저화질의 텍스처는 흡사 도트 이미지로 보일 지경이다. 물론 이같은 조야한 그래픽 비쥬얼은 ‘레트로’ 스타일을 표방하며 제작된 이 게임에서 의도된 것이다. 레트로란 지나간 과거의 특정한 시대적 양식을 다시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울트라킬〉이 참조하는 과거는 90년대 중후반으로, 최초로 비디오 게임에 완전한 3D 그래픽이 도입되기 시작하던 때이다. ‘3D 폴리곤 모델링’과 ‘텍스처 매핑’ 기술의 도입을 특징으로 하는 당시 게임의 3D 그래픽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물론 지금 와서 본다면 여러모로 조악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그때는 이와 같은 완전한 3D 그래픽이 게임에서 구현되는 것은 훨씬 나중의 일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였다. 앞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당시로써는 컴퓨터로 연산 가능한 폴리곤 수의 한계로 인해 마치 목각인형처럼 각져 보이는 캐릭터와 오브젝트의 모습과 저화질의 텍스처로 인해 색과 이미지가 뭉개져 보이는 등의 그래픽 결함은 훤히 눈에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와 같은 게임 리소스에 의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디스플레이 기기의 해상도 또한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낮았다. 눈에 띄는 문제는 대부분 각짐의 문제와 관련되어 나타났다, 적은 폴리곤 수로 인하여 각져보이는 3D 모델링뿐만 아니라 흔히 ‘계단 현상’으로 불리우며 선이 구불구불하게 보이는 그래픽 문제는 당시 3D 그래픽 초기 역사의 대표적인 결함이었다. 물론 그와 같은 문제들은 컴퓨터의 연산 능력과 디스플레이 기기의 발달 그리고 안티 앨리어싱 기술의 도입 등에 의해 점차 해결되어 갔다. 이제는 가장 뛰어난 게임 그래픽을 살펴볼 수 있는 최신 AAA 게임의 트레일러가 발표될 때 과거와 같은 각진 폴리곤 모델링이나 계단 현상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울트라킬〉의 게임 플레이 이미지 (출처: https://hakita.itch.io/ultrakill-prelude )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울트라킬〉의 그래픽은 초창기 3D 그레픽의 대표적인 결함들을 오히려 전면적으로 드러내며 중요한 비쥬얼 형식으로 삼는다. 〈울트라킬〉은 의도적으로 로우-파이한 3D 그래픽 스타일을 지향하며, 흔히 우리가 3D 게임 그래픽의 결함이나 한계로 여겼던 요소들을 감각적인 스타일로 다시 제시한다. 과거에는 한계로서 여겨졌던 낮은 해상도나 각진 3D 모델링, 뭉개진 텍스처, 어색한 에니메이션 등의 요소가 이제는 특정한 미적 양식이 되어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의 재현 기술 시각예술작가 ‘하룬 파로키’는 자신의 영상 작업 〈평행 I – IV〉(2012-2014)에서 비디오 게임 그래픽의 발전사를 다룬 바 있다. 비디오 게임 역사 초기의 도트 그래픽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늘날의 리얼한 3D 그래픽까지 게임의 이미지는 점점 사실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리고 바로 이 게임 그래픽 이미지의 ’리얼함‘은 하룬 파로키가 조망한 것처럼 게임의 기술적 발전을 가늠하는 데에 있어서 핵심적인 준거점이 되어 왔다. 얼핏 보면 이러한 그래픽의 발전은 마치 잘 보이지 않던 어떤 사물이 점점 잘 보이게 되는 경우처럼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생각되곤 한다. 이미지가 도달해야 할 결과는 항상 고정되어 있다. 덜 사실적인 것에서 사실적인 것으로 말이다. 그래픽 이미지가 도달해야 할 현실의 비쥬얼이 항상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저 주어진 컴퓨터의 연산 능력과 디스플레이 기기의 기술적 한계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다. 컴퓨터의 연상 능력이 발달하고 디스플레이 기기의 해상도가 좋아지면 그에 따라 그래픽 이미지는 자연스레 리얼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결코 게임 그래픽 이미지가 사실성을 획득하는 데에 있어서, 마치 잘 보이지 않던 어떤 사물이 잘 보이게 되는 경우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란 없을 것이다. 오늘날의 게임 그래픽이 보여주는 놀라운 리얼함에 도달하기까지는 ’3D 모델링‘과 ’텍스처 매핑‘, ’랜더링‘, ’광원 효과‘, ’에니메이션’ 등의 프로그래밍 기술과 더불어 ‘해상도’와 ‘프레임’과 같은 디스플레이 기기의 발달을 규정하는 수없이 다양하고 특정한 ’사실성의 기술‘에 의해 가능했다. 그러한 사실성의 기술은 단순히 현실의 비쥬얼을 모방하는 의미를 넘어 현실을 특정한 방식으로 재현한다. 과거의 게임 그래픽을 보게 되면 새삼 놀랄 때가 있다. 출시된 당시에 봤을 때는 분명 그래픽 수준에 깜짝 놀랐던 거 같은데 지금 보니까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당시에 놀랐었다는 게 놀라운 것이다. 나는 여전히 ’크라이실사스‘라고도 불렸던 〈크라이시스〉의 실사와도 같은 그래픽이 주었던 충격과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의 포토리얼리즘 그래픽을 보고 놀랐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에는 이런 순진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도대체 게임 그래픽이 이보다도 더 좋아질 수가 있을까?” 하지만 지금 우리가 도달한 현재가 발전의 한계에 달했다는 생각은 흔한 환상이다. 이같은 환상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언리얼 엔진5‘의 그래픽 시연 영상을 보고서도 나는 똑같이 생각했다. “도대체 이보다 더 그래픽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이미 충분히 리얼한 것 같은데 말이다. 끊임없이 더욱 사실적인 이미지로 나아가는 게임 그래픽에 대한 요구 속에서 특정한 게임 그래픽 기술의 특징이 드러나는 것은 하나의 재현 양식이나 특정한 기술적 특징으로 여겨지기보다는 그래픽의 오류 혹은 결함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흔히 폴리곤 하면 떠오르는 각진 면들과 텅 비어있는 내부의 모습은 리얼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며, 매핑된 텍스처 또한 평면 이미지처럼 보여선 곤란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그래픽에서의 사실성의 기술은 바로 그 기술의 고유한 특징을 드러내선 안되는 것이다. 다각형의 모음인 폴리곤 모델링은 자신의 구성 요소인 다각형 면을 드러내는 일, 즉 각져 보여선 안되며, 매핑된 텍스처 또한 최대한 평면성을 감추고 깊이감의 환영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게 게임 그래픽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도입되는 기술의 흔적을 가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각진 폴리곤‘, ’납작해 보이는 텍스처‘와 같이 그래픽 기술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초기의 3D 그래픽은 흔히 당시 기술적 수준의 한계에 의한 결함을 포함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울트라킬〉이 결함으로 여겨졌던 초기 3D 그래픽의 고유한 특징들을 특유의 미학으로 제시하였듯, 거기엔 단순히 과거 기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이상의 고유한 매력이 담겨있다. 낮은 품질 3D 그래픽의 미학 2016년에 발매한 게임 〈back in 1995〉은 제목처럼 특정한 시기를 가리킨다. 1995년, 앞서 언급한 〈울트라킬〉이 모티프로 삼았던 것과 같이 비디오 게임에 완전한 3D 그래픽이 최초로 도입되던 시기이다. 〈울트라킬〉과 마찬가지로 〈back in 1995〉의 그래픽 비쥬얼 또한 초기 3D 그래픽에서 발생하던 온갖 문제들을 담고 있다. 제작자는 말한다. “저해상도 모델, 텍스처 워핑, CRT 에뮬레이션, 고정 CCTV 스타일 카메라 각도를 포함한 레트로 3D 그래픽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세계에 빠져보세요.” https://store.steampowered.com/app/433380/Back_in_1995/ 그러나 게임은 단순히 비쥬얼적인 매력에 기대고 있지만은 않는다. 주목할 만한 지점은 이 게임의 장르다. 〈back in 1995〉이 표방하는 ’서바이벌 미스터리 호러‘ 장르는 이 게임의 독특한 로우-파이 3D 그래픽의 미학과 불가분이다. 〈back in 1995〉는 ’서바이벌 미스터리 호러‘장르 속에서 왜 초기의 3D 그래픽이 여전히 설득력을 갖고 매력적일 수 있는지, 이 양식의 고유한 미학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 〈back in 1995〉의 게임 플레이 이미지 (출처: https://store.steampowered.com/app/433380/Back_in_1995/ ) 레트로의 의미는 단순히 지나간 그때의 스타일을 다시 반복하며 애호하는 것 정도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이 굳이 지나간 특정한 과거의 것을 재현하고자 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시간성이라는 문제와 관련된다. 문화 연구자 ’사이먼 레이놀즈‘는 근래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레트로 문화에 관해 비판적으로 분석한 자신의 저서 『레트로 마니아』에서 레트로 문화와 시간성에 관해 이렇게 질문을 던진 바 있다. “문화가 노스텔지어에 매달려서 앞으로 나갈 힘을 잃은 걸까, 아니면 문화가 더는 앞으로 나가지 않아서 결정적이고 역동적이던 시대에 노스탤지어를 느끼는걸까?” 사이먼 레이놀즈, 『레트로 마니아』 최성민 역, 작업실유령, 2014, p.15 흔히 노스탤지어가 과거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으로 이해되는 것과는 상반되는 레이놀즈의 태도는 노스탤지어적 과거에 대한 과도한 매혹을 짐짓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back in 1995〉의 미스터리 호러 분위기 또한 전적으로 지나간 과거라는 시간, 저화질의 그래픽처럼 뿌예진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비롯된다. 작중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켄트는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가 도시 저편의 라디오 타워에 있다고 여기며, 도시 곳곳의 흔적을 더듬으면서 라디오 타워로 향한다. 아마도 개발자 자신의 자아가 강하게 투영된 듯 보이는 그는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적 향수와 억압된 트라우마적 기억 사이를 오간다. 비록 〈back in 1995〉은 부족한 게임성으로 인해 많은 호평을 받진 못했지만, 로우-파이 3D 그래픽과 시간성에 관한 연관 그리고 무엇보다 호러 장르와의 연결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자 한다. 다시 비쥬얼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초창기의 3D 그래픽이 갖고 있던 온갖 결함들은 특히나 낮은 해상도와 관련이 있었다. 이 낮은 해상도는 무엇보다도 ’가시성의 제한‘이라는 특징이 되었는데, 이는 당시의 그래픽만이 가질 수 있었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했었다. 〈back in 1995〉 또한 노골적으로 참조했던 〈사일런트 힐〉시리즈는 그와 같은 시각의 제한에 의해 탄생할 수 있었던 초기 3D 그래픽 게임 역사의 마스터 피스 중 하나다. 〈사일런트 힐〉의 비쥬얼 아이덴티티이기도 한 연기는 사실 당시 하드웨어의 성능 한계로부터 비롯된 눈속임이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당시 하드웨어 성능에 따르면 랜더링 가능한 게임 공간의 디테일에 한계가 있었다. 일정 거리 이상의 공간은 아예 불러올 수도 없었는데, 이와 같은 부족한 디테일을 적절히 숨기기 위해서 게임 공간 전체에 연기를 깔았던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는 게임 세계에 대한 플레이어의 시야를 제한하여 이 게임의 미스터리 호러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잘 살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처럼 ’제한된 시야‘에 의해 생겨나는 특유의 미스터리 호러적인 분위기는 〈사일런트 힐〉에서 연기 에피소드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 싶다. 오히려 〈사일런트 힐〉은 연기에 가려진 시야 저편뿐만이 아니라 연기에 가려지지 않은 공간까지도 포함하여 아예 이 게임 세계 전체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는 연기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그래픽 텍스처의 저화질은 게임에 음산한 분위기를 더했고, 각진 폴리곤 모델링은 마치 기괴하게 변형된 신체처럼 보였다. 2012년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일부는 HD로 리마스터 되었지만, 이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낡은 게임의 품질 개선은 되려 게이머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게 되었다. 문제는 게임이 너무 잘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개는 대부분 걷혀졌으며, 텍스처의 퀄리티는 업스케일링 되면서 〈사일런트 힐〉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 미스터리 호러한 분위기가 전부 안개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지금 와서 살펴보자면 이 잘 보이지 않으며, 명확하지도 못한 세계가 갖는 독특한 미적 특징은 디지털 그래픽 매체에 대한 인지적인 물성을 나타내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게임 그래픽의 발전은 도입되는 기술의 흔적을 감추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초기 3D 그래픽 게임에서는 여전히 도입된 기술의 흔적이 물씬 남아있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이 초기 3D 그래픽을 매력적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플레이 중인 디지털 가상 세계의 고유한 물성이 오늘날의 리얼한 그래픽 이미지들보다도 더 극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Puppet Combo’의 게임 의 플레이 이미지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nlgFGZ2hs-A) * ’Puppet Combo’의 게임 의 플레이 이미지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xNMzvoc1Wyw ) 〈back in 1995〉와 〈사일런트 힐〉이 바로 저 명확하지 않은 세계로 인해 느껴지는 잔잔한 공포 혹은 미스터리적 분위기에 집중했다면,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 ’Puppet Combo’는 로우-파이 3D 그래픽이 갖는 독특한 물성에 의해 느껴지는 즉물적인 공포감에 집중한다. 주로 80년대의 B급 고어, 슬래셔 무비를 참조하는 이들의 방향성은 언뜻 생각하기에 고어나 슬래셔와 같이 날것의 표현이 중요한 장르적 연출이 어떻게 저화질의 로우-파이한 3D 그래픽 스타일로 충분히 표현될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거친 폴리곤 덩어리로 표현된 신체가 갖는 날것의 물성은 흔히 고어 장르에서 고깃덩이로 추락해버리는 날 것이 된 신체의 물성과 닮아있다. 〈퀘이크〉에서 처치하자마자 순식간에 투박한 고깃덩이로 뒤바뀌어버리는 괴물들의 모습, 〈GTA: 산 안드레아스〉에서 헤드샷에 의해 순식간에 머리는 사라지고 피 분수가 분출되는 모습, 〈폴아웃 3〉에서 사정 없이 절단되는 팔다리와 물리 엔진에 의해 사후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시신의 모습은 게임의 고유한 물성에 의해서 출현할 수 있었던 독특한 고어적 순간들이다. * 안가영 작가의 〈KIN거운생활: 온라인 KIN 온라인〉, Machinima, FHD color, 20min 13s, 2020-2021 (출처: https://angayoung.cargo.site/KIN-online ) 낮은 해상도와 프레임, 어색한 에니메이션, 퀄리티가 좋지 않는 폴리곤 모델링과 저해상도의 텍스처 등을 특징으로 하는 독특한 디지털 미학은 비디오 게임에만 국한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근 몇 년간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이같은 독특한 이미지 양식을 인용한 작업들이 종종 나타나곤 했다. 미술작가 김희천은 그가 몇 번이나 주제로 삼았던 ‘서울‘이라는 장소의 부유감을 은유하기 위해서 낮은 품질의 3D 폴리곤 모델링 특유의 유령적 물성을 차용한 바 있다. 그의 영상작업 〈바벨〉에서 서울의 지하철 공간을 돌아다니는 멍청하게 생긴 저품질 폴리곤 인간들은 T 포즈로 자세가 고정되거나 허접한 에니매이션으로 이동하며 서로 겹쳐지고 벽을 통과하기도 한다. 또한 아예 비디오 게임을 주요한 참조점으로 삼는 미술작가 안가영 또한 개인이 구현 가능한 조야한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의 미학을 경유하여 작업을 전개하곤 한다. 그의 연작중 하나 〈 KIN거운생활: 온라인 KIN 온라인〉의 그래픽 비쥬얼은 비록 앞서 로우-파이 3D 그래픽의 주요한 특징으로 언급했던 ‘폴리곤 모델링’과 ‘텍스처’의 퀄리티는 훌륭한 수준이지만, 광원 효과의 의도적인 날림에 의해 여전히 그래픽의 이미지의 품질이 현저하게 낮아 보인다. 이와 같은 낮은 품질의 3D 그래픽이 갖는 독특한 유령적 물성은 김희천에게선 서울이라는 장소의 부유감에 의해 인용되었다면 안가영에게는 신체와 정체성의 부유감에 의해 인용된다. 2010년대를 중심으로 다시 반짝였던 포스트 디지털 담론에서 이어지는 미술 작업의 비쥬얼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최신의 리얼한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차라리 그들의 작업에서 나타난 비쥬얼적 특징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 볼 수 있었던 낮은 품질의 3D 그래픽에 가까웠다. 이는 보다 리얼하고 현대적인 3D 그래픽 이미지를 미술 작가 개인이 구현하기에는 소요되는 자본과 기술의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면 적당한 수준의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굉장히 접근성이 용이해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들은 로우-파이하고 한편으로는 레트로, 노스탤지어적인 기억과 선명함이 억압되는 특정한 디지털 이미지의 미학에 기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안준형 아티스트 폴리티컬 파티 '배드 뉴 데이즈'와 마르크스주의 기반 연구기관 '조사'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 매체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게임 미디어의 정치성 및 게임 속 이미지의 재현 체계와 그것의 주체성 및 윤리적 문제에 관해 비평적 글쓰기를 수행하고 있다.
- 북유럽 레트로: 핀란드의 레트로게임 문화
핀란드에서 컴퓨터게임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부터 였고 80년대부터는 상업화 되었으니 그 역사는 꽤 긴 편이다. 최초의 e스포츠 토너먼트 - 당시에는 “이스포츠”가 아니라 “핀란드 컴퓨터게임 챔피언십”이라 불렸다 - 가 1983년에 이미 개최되었으며, 90년대 초반에 이르면 게임플레이가 청소년들의 주요 여가활동으로 자리잡는다. < Back 북유럽 레트로: 핀란드의 레트로게임 문화 02 GG Vol. 21. 8. 10. - 편집자 주: 이 글은 해외에서 투고한 원고를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은 아래에 병기하였습니다. 핀란드에서 컴퓨터게임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부터 였고 80년대부터는 상업화 되었으니 그 역사는 꽤 긴 편이다. 최초의 e스포츠 토너먼트 - 당시에는 “이스포츠”가 아니라 “핀란드 컴퓨터게임 챔피언십”이라 불렸다 - 가 1983년에 이미 개최되었으며, 90년대 초반에 이르면 게임플레이가 청소년들의 주요 여가활동으로 자리잡는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은 코모도어64(Commodore 64)로, 1980년대의 인기가 1990년대에도 이어지면서 그 이름이 사실상 핀란드의 게임세대와 동의어가 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는데, 당시 코모도어 64는 다른 유형의 디지털 플레이와 프로그래밍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관문과 같은 것이었다. 동아시아의 경제 위기가 1997년 한국을 크게 덮쳤던 것처럼, 핀란드도 1990년에서 1993년 사이에 심각한 경제적 불황을 겪었다. 이후 컴퓨터와 고급 (가정용)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투자가 이어지는데, 노키아 휴대폰이 부상하는 게 바로 이 시기다. 가정용 컴퓨터 또한 널리 보급되었는데, 핀란드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집에서 자신의 PC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지극히 낮은 인구 밀도 때문일 것이다(핀란드 인구는 5백만명이지만 지리적 크기는 한반도의 3배 이상이다). 이와 같은 문화적 맥락을 통해 알 수 있는 핀란드 레트로게임문화의 지역적 특색은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핀란드의 오랜 게임 개발의 역사 그리고 PC 중심적 플레이의 역사로 인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지역 취미가들이 게임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게임과 컴퓨터들을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핀란드의 지리적 특성상 공간적 구조가 상대적으로 넓은데, 이는 사람들이 과거의 테크놀로지를 수집, 저장하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 이와 같은 게임플레이의 기억에 대한 아카이빙과 수집, 그리고 (물리적, 가상적) 공유는 핀란드의 레트로게임 문화에 있어 핵심적인 측면 중 하나다. 둘째, 핀란드의 컴퓨터게임 개발 및 플레이의 역사에 주된 영향을 끼친 플랫폼은 PC지만, 1990년대 및 2000년대 초반에 청소년기를 보낸 많은 사람들이 PC로 넘어가기 전(핀란드의 인구가 적기 때문에 PC 인터페이스는 결코 핀란드어로 번역되지 않는다. 그래서 PC를 사용하려면 먼저 영어에 능숙해져야 한다) 보다 어렸을 적에 콘솔을 소유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이래 거의 모든 콘솔들이 핀란드에 출시되었고, 오늘날 많은 성인들은 자신이 성장기에 플레이했던 콘솔을 가지고 레트로 게임을 즐기면서 어린 시절의 경험을 재현하기를 즐긴다. 셋째, 가정용 컴퓨터(와 콘솔)이 2000년대 초반 노키아의 모바일 테크놀로지 붐과 함께 갈수록 많은 인기를 모으면서, 핀란드의 아케이드 게임 문화가 거의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게임 아케이드는 핀란드의 도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오락 문화였지만 사람들이 가정 내 게임 인프라에 보다 많이 투자하고 옮겨가면서 아케이드 게임을 향한 관심이 떨어졌고 업계의 수익성은 크게 하락했다.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아케이드 경험을 되살릴 수 있는 레트로 게임공간으로서 게임 아케이드를 방문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을 돌이켜볼 때, 핀란드의 레트로 게임문화가 여러 시대를 횡단하며 등장했던 특정 콘솔들과 다양한 개인용 컴퓨터 등 넓은 범주를 아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레트로게임 집단과 기업가들, 심지어는 박물관마저도 레트로 게임과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레트로 게이머를 다루는 특집기사들, 레트로 게임을 수용하면서 즐기는 집단이나 그것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집단을 소셜미디어에서 마주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다음은 “핀란드의 레트로게임 문화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세 집단의 답변을 통해 그 역사를 구체적으로 이해해보고자 한다. 먼저 템페레에 위치한 핀란드 게임박물관에서 일하는 니클라스 닐룬드(Niklas Nylund) 박사에게 그 질문을 던졌다. 이 박물관은 템페레시와 루프리키 매체 박물관(Media Museum Rupriikki), 사설 게임 박물관 펠리코네주니트(game collective Pelikonepeijoonit), 그리고 템페레 대학이 핀란드 게임문화의 발전상을 보여주기 위해 설립되었다. 2017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10만 유로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기부한 핀란드 게임열정가들에 힘 입어 게임 역사를 위한 공공의 아카이브 시설로 구축되었다. 이 곳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으로 지역주민과 방문객들 모두 게임문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닐룬드 박사에 따르면 핀란드 레트로게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개방성과 협업, 그리고 민주적 의사 결정에 있어 타인에 대한 존중이다. 소규모 국가인 핀란드 특유의 대화하는 문화를 통해 상위 문화 유산 기관들이 처음부터 레트로 게이머들과 대화하면서 그들로부터 배우고자 했다는 것이다(레트로 게이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닐룬드는 게임 보존에 관심이 있는 단체들이 핀란드 게임박물관 설립과 같은 프로젝트와 “게임 보존을 위한 토론회”를 함께 한 경험이 긍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응답은 투르쿠 대학 ANC(Academic Nintendo Club)의 회장인 이에로 피칼라(Eero Pihkala)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ANC는 1980년대의 콘솔부터 e스포츠에 이르는 다양한 레트로 게임 여가활동을 제공하는 단체다. 이러한 유형의 클럽은 - 학술적이든 비학술적이든 - 핀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특정한 콘솔이나 컴퓨터에서부터 특정 장르에 이르기까지 그 전문성과 형태에 있어 다양하다. ANC를 대표하는 피칼라는 “핀란드 레트로게임 문화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서로 상이한 여러 세대들이 - 최신 AAA 게임 시장을 추종하는 대신 - 동등하게 게임을 향유한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게임문화의 역사를 보존하고 그 역사 내의 다양성의 유산을 찬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들은 또한 레트로 게임이 “유동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핀란드인들에게 있어서는 MS-DOS와 PC 기반의 게임 활동이 핵심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는 199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대개 일본산) 아케이드 게임의 수집으로 잘 알려져 있는 헬싱키 소재의 아케이드 홀 스고이(Sugoi)의 소유주인 마르쿠스 아우티오(Markus Autio)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핀란드의 레트로게임 문화는 노스탤지어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나 청소년기에 접했던 게임을 다시 접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러한 게임이 반드시 직접 플레이했던 것일 필요도 없다. 그저 쇼핑센터의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보았던 게임에 대해 남은 인상일 뿐이어도 상관 없다. 또는 당시 비디오게임 잡지에서 읽었던 게임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레트로 게임문화에 있어 핵심은 어떤 식으로든 그 게임에 친근감을 느낌으로써 노스탤지어적인 흥미를 일으키는 것”이다. 동일한 연장선에서 노스탤지어적 아케이드들이 현재 핀란드의 도시 풍경에 되돌아오면서 취미가들을 위한 (종종 사교를 위한) 레트로 게임용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핀란드 레트로 게임문화의 세 가지 특성에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독특한 특성을 추가할 수 있겠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핀란드에서는 PC용 DIY 게임(대개 MS-DOS용 게임) 만들기 붐이 일었는데, 이러한 게임들은 대개 블랙코메디 등 풍자적이고 패러디 같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게임들은 대체로 비영리적이었고 그 개발자들도 대개 익명으로 남아있다. 그들의 셰어웨어식 유통은 디스크 교환이나 게시판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그러한 활동들은 핀란드 게임 역사의 작은 부분을 형성하고 있는데, 레트로 게이머들이 그러한 게임들의 플레이를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내거나 온라인 비디오를 만들어 소환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 가운데 다수는 의도적으로 도발적이거나 공격적인 콘텐츠를 담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존재를 거부하는 것보다는 그와 같은 레트로 게임 활동을 알리는 것이 그 발생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그것들이 후기의 문화적 발전에 끼친 영향 또한 밝혀줄 수 있을 것이다. Retrogaming in Finland Finland has a long and established history of computer game development, starting from the late 1970s and commercializing in the 1980s. The first esports tournament – which was not called “esport” at the time but “Finnish Computer Game Championships” – was held already in 1983, and gaming quickly evolved into one of the key leisure activities of adolescents by the early 1990s. The Commodore 64 played a significant role in this development, as its popularity in the 1980s and still in the 1990s became synonymous with the Finnish gaming generation as a gateway to other types of digital play and programming. Just as the Asian financial crisis hit Korea in 1997, Finland suffered a deep financial depression between 1990 and 1993, which was soon followed by further interest and investing in computers and high-class (home) technology, especially with the rise of Nokia mobile phones. Unlike in many other countries, home computers became standard household products across the population and people still play mostly at home with their own PCs – perhaps due to the scarce density of the population (Finland has only 5M people but is geographically more than three times larger than Korea). This cultural context has marked the Finnish retrogaming scene with local characteristics, which can be divided into three distinct domains. First, due to the long history of Finnish game making and PC driven play, a relatively large number of the local hobbyists are curious about game history and many people have personal game and computer collections. The geographic nature of Finland supports relatively spacious architecture, thus allowing people to store legacy technologies. This archiving, collecting, and sharing (physical and digital) gaming memories is one of the key aspects of Finnish retrogaming. Second, despite the PC having had a major impact on the history of Finnish computer game development and play, many adolescents of the 1990s and early 2000s had game consoles in their childhood years before moving to use PCs (PC interfaces were never translated to Finnish due to the small population so using one required fluent in English). Almost all international consoles have been released in Finland since the late 1980s and today many adults like to revisit their childhood by retrogaming with the consoles that formed a part of their childhood. Third, due to the increasing boom of home computers (and consoles) in the early 2000s with the Nokia mobile technology boom, the Finnish arcade gaming culture vanished almost entirely. Until the late 1990s, gaming arcades were still a common particle of Finnish cities and entertainment culture, but as people moved to invest (even) more on their home gaming infrastructures, the interest toward arcade games dropped and the business became unprofitable. Today, many people visit arcades as retro game spaces to relive former arcade experiences. Reflecting upon this historical background, retrogaming in Finland ranges from specific consoles to various personal computers across different decades. There are different active retrogaming groups, entrepreneurs and even museums set around retrogaming and hardware. It is not uncommon to stumble upon a news feature about retro gamers or various social media groups embracing or seeking to profit from retro games. Below, we elaborate on this history via three parties from whom we asked one simple question: What is the most distinct feature of Finnish retrogaming? Our first response comes from PhD Niklas Nylund who works for the Finnish Game Museum in the city of Tampere. The Finnish Game Museum is a collaboration between the city of Tampere, Media Museum Rupriikki, game collective Pelikonepeijoonit and the University of Tampere set to represent Finnish gaming culture and how it has developed over the years. The Museum was opened in 2017 and was crowdfunded by Finnish gaming enthusiasts who donated 100,000€ to establish a public archive of game history. It is a meeting place for the past and the present, offering low-threshold participation in gaming culture for both locals and visitors. According to Nylund, the most distinct feature of Finnish retrogaming is its openness, collaboration, and respect for other people in democratic decision making. Finland is a small country, and its conversation culture is open to an extent that high cultural heritage institutions were from the start interested in having a dialogue with retro gamers and learning from them (and vice versa). Nylund adds that experiences have been positive with parties interested in preserving games through projects such as the Finnish game museum and having a shared “round table of game preserving.” Our second response is credited to Eero Pihkala, the president of Academic Nintendo Club (ANC) in Turku University. ANC is a hobby group offering free-time retrogaming activities around old and new games ranging from the 1980s consoles to retro esports. These kinds of clubs, academic and non-academic, are common in Finland and differ in format as well as specialization from specific consoles and computers to genre-based groups. According to Pihkala, representing ANC, “the most distinct feature of Finnish retrogaming is appreciating games equally from all different generations. That’s how we can preserve the history of gaming culture(s) and celebrate the legacy of diversity in it as opposed to chasing the latest trends in the AAA-market.” They also add that retrogaming is a “fluid concept,” but for the Finns the MS-DOS and PC-based gaming activities form its core. Finally, we talked to Markus Autio who is the owner of Sugoi, an arcade hall in Helsinki known for its collection of (primarily Japanese) arcade games from the 1990s to this day. In Autio’s view, “Finnish retrogaming is about nostalgia. People love to revisit games that they knew as kids or teens. And it doesn't even have to be a game they remember playing, but maybe something they just saw in some darkened corner of a mall, having left a lasting impression. Or maybe they read about it in a videogame magazine at the time. The key of this retrogaming is to be familiar with the game in one way or another, which sparks nostalgic interest.” Along these lines, nostalgic arcades are currently making a small comeback to the Finnish cityscapes and provide a space for (often social) retro game sessions for more and less active hobbyists. In addition to the above three domains of retrogaming, one more unique feature can be noted as an endnote. From the 1980s to late 1990s, a wave of DIY-games for the PCs (usually MS-DOS) emerged in Finland, often representing satiric and parodic themes with dark humor. These games were primarily nonprofit, and the designers were standardly left anonymous. Their shareware distribution occurred via traded disks and early bulletin board systems, ultimately forming a small piece of Finnish gaming history that retro gamers summon by playing them in live-streams and creating online videos of them. Many of these games include content that is intentionally provocative or hostile; however, instead of refusing to acknowledge their existence, informed retrogaming activities can help understanding their historical context of emergence and to shed further light on their influences on later cultural developments. Ville Malinen is a PhD Candidate at University of Jyväskylä. His research is focused on the historical development of F1 racing and motor esports. He has written several journalistic articles about gaming in Finnish magazines and newspapers, and is interested in the philosophical issues arising from simulation games. Veli-Matti Karhulahti is Senior Researcher at University of Jyväskylä and holds Adjunct Professorship in University of Turku. His research tackles gaming, play, and technology use in many ways, and he is the author of the book Esport Play: Anticipation, Attachment, and Addiction in Psycholudic Development (Bloomsbury, 202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유베스퀼라대학, 연구자) 벨리 마띠 카훌라티, Veli Matti-Kahulathi 유베스퀼라 대학교의 시니어 연구자이자 투르투 대학(University of Turku)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게임과 플레이, 그리고 테크놀로지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최근 〈Esports Play: Anticipation, Attachment, and Addiction in Psycholudic Development(Bloomsbury, 2020〉 를 저술했다. (Game Researcher) Bora Na I'm a game researcher. I've been playing games for a long time, but I happened to take a game class at Yonsei University's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fter graduation, I sometimes do research or writing activities focusing on game history and culture. I participated in , , and so on.
- 서구의 관점에서 본 〈로스트 아크〉와 한국 게임
3일간의 얼리 억세스 기간이 지난 2022년 2월 11일 〈로스트 아크〉가 서구의 백만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출시되었다. 한국의 개발사 스마일게이트(Smilegate)가 제작하고 서구의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Amazon Game Studios)가 배급을 맡은 〈로스트아크〉는 서구 게이머들의 한국 게임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 몇몇 한국산 게임이 서구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음에도, 게임 분야에서 뚜렷한 일본산 게임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한국 게임'에 대한 개념은 아직 서구권 게이머들 사이에서 명확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 서구권에서의 성공을 도모하기 위한 게임의 운영관리 방침, 유명 콘텐츠 제작자들의 참여, 그리고 한국의 〈로스트 아크〉 커뮤니티의 역할 등을 통해 〈로스트 아크〉는 한국의 게임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서구 게이머들의 기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놓여있다. < Back 서구의 관점에서 본 〈로스트 아크〉와 한국 게임 05 GG Vol. 22. 4. 10. * 이 글의 영어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pageNum=2&match=id:107 3일간의 얼리 억세스 기간이 지난 2022년 2월 11일 〈로스트 아크〉가 서구의 백만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출시되었다. 한국의 개발사 스마일게이트(Smilegate)가 제작하고 서구의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Amazon Game Studios)가 배급을 맡은 〈로스트아크〉는 서구 게이머들의 한국 게임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 몇몇 한국산 게임이 서구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음에도, 게임 분야에서 뚜렷한 일본산 게임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한국 게임'에 대한 개념은 아직 서구권 게이머들 사이에서 명확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 서구권에서의 성공을 도모하기 위한 게임의 운영관리 방침, 유명 콘텐츠 제작자들의 참여, 그리고 한국의 〈로스트 아크〉 커뮤니티의 역할 등을 통해 〈로스트 아크〉는 한국의 게임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서구 게이머들의 기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놓여있다. 우리가 사랑했던 예전 한국 게임들에게 〈로스트 아크〉가 서구권 플레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최초의 한국 게임인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이래 여러 편의 한국산 MMO게임이 상대적으로 소수의 헌신적인 플레이어들과 공명해왔다. 〈라그나로크 온라인(그라비티 인터랙티브, 2003)〉, 〈메이플스토리(위젯, 2003)〉, 〈리니지(NC소프트, 1998, 2003)〉시리즈를 비롯해서 비교적 최근작인 〈블레이드 앤 소울(NC소프트, 2012), 〈검은 사막 온라인(펄어비스, 2014)〉 등이 헌신적인 플레이어를 확보했던 한국산 MMO게임들이었다. 이들 게임 중 상당수는 좋든 싫든 서구 MMO 시장의 영원한 리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그늘에 놓여있었다. 전(前) WoW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로스트 아크〉의 출시는 2009년에 출시됐던 한국산 MMO 〈아이온(NC소프트)〉를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WoW는 종종 콘텐츠 고갈을 겪었는데, 패치 또는 확장팩이 나오기 전까지 플레이어들이 동일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피로를 느끼곤 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은 종종 새로운 MMO 게임에 끌리곤 했다. 'WoW 킬러'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새로운 게임들은 피로감에 찌든 MMO 플레이어들을 위해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시스템, 향상된 그래픽, 새로운 지역들, 새로운 직업과 새로운 몬스터 등 많은 것을 약속하면서 출시되곤 했다. 출시와 함께 플레이어들은 이 새로운 게임이야말로 자신이 새롭게 수년을 쏟아부을 만한 바로 그 게임이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플레이했다. 〈아이온〉이 바로 그러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자주 보아왔듯 이 게임의 전성기는 짧게 지나갔고, WoW가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플레이어들은 실패한 'WoW킬러'를 뒤로 한 채 익숙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로스트 아크〉의 상황 또한 비슷할 것이라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출시 때 스팀차트에서 기록했던 백삼십만 플레이어의 50% 이상이 빠져나간 한편, 타 MMO게임이었다면 말살되었을 WoW의 최신 확장팩 패치에도 불구하고 〈로스트 아크〉는 살아남았다. 현 시점에서 〈로스트 아크〉는 스마일게이트와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의 운영에 따라 가라앉을 수도, 살아남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로스트 아크〉가 고유의 장점을 통한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 현 시점에 이 게임은 기존의 한국산 MMO게임이 성취했던 바를 넘어서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의 위치에 와 있다. 〈로스트 아크〉 외에 서구권에 한국 게임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데 있어 이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국 게임으로는 〈배틀그라운드(PUBG, 2017)가 유일하다. 출시 후 삼백만 유저를 기록한 뒤 현 시점 스팀차트 상 사십만명이 넘는 유저를 유지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는 성공한 한국 게임으로서 지난 몇년 동안 게임 분야 내 매우 중요한 시기를 만들어냈다. 〈H1Z1(Daybreak Company, 2015)〉과 함께 배틀로얄 시대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PUBG의 한국산 게임으로서의 입지는, 배틀로얄 장르의 선도자로서 거둔 경제적 성공과 업계에 끼친 영향력에 비하면 무색한 수준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저서 〈이미지의 수사학(The Rhetoric of the Image)〉에서 '이탈리아성(Italianicity)'이라는 용어를 통해 특정한 기호 - 이탈리아 국기의 색깔, 특정한 이탈리아식 단어와 이름, 재료의 조합(토마토, 버섯, 피망 등) - 을 조합해서 이탈리아의 문화라는 인식/개념을 표현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1) 문화적 스테레오 타입을 바탕으로 구축된 이와 같은 이미지들은 - 그것이 실제로 이탈리아의 것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 이탈리아를 표현하는 어떤 것들로서 쉽게 읽힌다. 다시 게임으로 돌아와, 만약 한국 게임에 '한국성'이란 게 있다면 아마도 주로 초기 한국 MMO 게임들을 통해 주로 구축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랬다 할지라도 그 게임들이 서구 게임문화권 내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PUBG는 성공했지만, 그 게임에는 일반적인 플레이어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한국 게임이라는 특정한 흔적이나 한국 게임 개발사 고유의 독특한 특징 같은 것이 없다. 또한 한국산임을 마케팅하여 게임의 인기가 확산됐던 것도 아니었다. 한국의 게임으로서 전례 없는 놀라운 성공과 영향력을 달성했음에도 〈배틀그라운드〉가 서구 세계에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으로서 인식되지 못한 이유는, 열성 플레이어들 외에 이 게임이 한국의 게임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PUBG와는 달리, 서구의 많은 게이머들은 〈로스트 아크〉를 한국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9년에 한국에서 〈로스트 아크〉가 출시된 후 전 세계 게이머들은 각 권역에 게임이 출시되기 전부터 VPN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북미와 유럽 출시가 예상되면서 유튜버나 스트리머들이 타 권역의 〈로스트 아크〉를 메타적으로 분석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한 명인 유튜버 캐논(Kanon)은 북미/유럽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티어 리스트를 위해 적극적으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서 영상을 제작했다.2) 수많은 북미나 유럽권 게이머들이 〈로스트 아크〉를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전부터 사람들은 이미 이 게임이 한국의 게임임을 명확히 인지했던 것이다. 게임이 출시된 뒤에는 출시 때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콘텐츠로 포함되어있던 오리지널 한국어 음성팩에 대해 상당한 수요가 있었다. 이는 적지 않은 수의 북미/유럽 게이머들이 한국의 게임으로서 〈로스트 아크〉를 플레이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또한 게임의 기원을 미처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게임이 한국산임을 알려주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북미와 유럽에서 출시된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이 시점에 〈로스트 아크〉 공식 포럼이나 커뮤니티 게시판, 인-게임 채팅 등에선 북미/유럽 버전에서의 콘텐츠 롤아웃 전략을 한국의 서버에서의 상황과 비교하는 대화나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여하튼 〈로스트 아크〉는 한국의 게임으로서 명확히 자리잡은 모양새다. 〈로스트 아크〉와 한국 게임의 '한국성' 분명한 한국의 게임으로서 서구의 수용자들에게 다가간 〈로스트 아크〉의 궤적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한국 게임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감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모두 〈로스트 아크〉를 꽤 많이 플레이했는데, 우리 중 한 명은 북미 서버 내 엔드 게임까지 완료했을 정도다. 이 여정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보스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전투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판타지 세계를 표방하는 〈로스트 아크〉지만, 타 MMO게임과 비교할 때 낯설고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측면 또한 존재한다. 예컨대 드워프가 거주하는 욘 대륙에서는 검의 주조 장면을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일로 연출한 놀라운 장면을 볼 수 있다. 〈로스트 아크〉는 이와 같은 남다른 느낌의 다양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러한 것들이 게임 내에서 맥락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 또한 게임 세계 내 여러 크리처들은 다른 데서는 볼 수 없었던 귀여움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플레이어로서 볼 때 게임의 이와 같은 특성들 중 어떤 것이 한국 게임 전반을 대표적인 속성인지, 혹은 스마일게이트나 트라이포드 스튜디오가 만들어온 게임의 고유한 속성인지 알아채기는 어렵다. 사실 한국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은 대체로 자신에게 친숙하지 않은 게임 요소들을 스마일게이트나 트라이포드 스튜디오의 것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한국적인 상황이나 경향으로 해석하곤 한다. 〈로스트 아크〉의 이와 같은 속성들은 - 실제 여부와 무관하게 - 전체적으로 한국식 게임디자인의 전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는 나아가 서구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한국성'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로스트 아크〉가 '한국성'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는 있지만, 초창기 MMO게임들로부터 확산되어간 기존의 '한국성' 개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서구 담론장에서 한국 게임은 과도한 노가다(grindy)에 대한 평이 많은데, 이는 사소한 보상이나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매일 같이 똑같은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지나친 반복성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 〈로스트 아크〉로서는 불행하게도 - '연마(honing)'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연마는 일련의 재료를 모아 무기와 갑옷을 업그레이드 하는 시스템으로, 초기에는 업그레이드 성공이 확실하고 재료를 모으는 작업도 꽤 단순하지만, 게임이 진행이 될수록 필요한 재료의 수가 증가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낮아진다.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이는 〈로스트 아크〉가 'Pay to Win(P2W)' 게임임을 의미하는데, 서구의 게이머들은 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개별적으로 투자한 시간을 무용하게 하고 플레이어 스킬을 약화시키는 불공정한 어드밴티지를 허용함으로써 게임의 진정성을 훼손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로스트 아크〉의 이와 같은 P2W적 속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동영상이나 포럼, 혹은 게임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의 많은 옹호자들이나 비평가들은 이 p2w을 활용하거나 덮으면서 팬들에게 게임을 권하거나 혹은 멀리하라고 설득하고 있다. * 플레이어들은 〈로스트 아크〉에서의 페이 투 윈에 대해 게임 속 채팅창에서 논의하곤 한다. 〈로스트 아크〉의 P2W 측면은 가장 최근의 분기점에 있어 핵심적인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3월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엔드게임 보스가 등장했는데, 많은 플레이어들이 엔드 게임의 진행을 위해 현금을 써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고, 그 격차가 도저히 대처 불가하다고 느낀 일부 플레이어들은 게임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 선택의 문제는 한국 게임에 대한 서구 게이머들의 인상이 형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지 게임의 형식과 콘텐츠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개발자들이 플레이어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로스트 아크〉에 있어 이는 복잡한 문제인데, 왜냐하면 스마일게이트와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 모두 게임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지만, 게임의 플레이어들에게 각기 상이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트 아크〉의 출시를 앞두고 이루어진 책임자 골드 리버(Gold River, 금강선 디렉터)의 공식 인터뷰는 게이머 커뮤니티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3) 반대로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는 게임의 단점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특히 유럽 서버의 과도한 대기시간이 문제가 됐다.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에 대한 결정의 주체가 누군지 라는 보다 큰 질문을 상기할 때, 지금까지 게임과 관련된 비판에 있어 스마일게이트는 상당부분 비켜간 반면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는 불만족한 플레이어들의 펀치백이 되어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응하는데 있어 플레이어들과 게임을 운영하는 측 사이에서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가 끊임없이 소통을 해왔음은 중요한 부분이다. 한 레딧 유저는 골드 리버가 〈로스트 아크〉의 '요시P(Yoshi P)'라고 언급했는데, 요시P란 게임 커뮤니티의 관심사를 자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진 〈파이널 판타지 XIV〉 디렉터 나오키 요시다를 뜻한다. 그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셀럽 같은 인물인데, 서구권에서 요시P와 비슷한 인물로는 〈오버워치〉의 디렉터였던 제프 캐플란(Jeff Kaplan)을 들 수 있다. 그 또한 〈오버워치〉 커뮤니티 내에서 셀럽의 지위에 올랐는데, 포럼 같은 곳이나 유튜브상에 개발자 업데이트 영상을 통해 플레이어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기 때문이다. 제작자/감독의 역량은 문화 상품이 대중적으로 어떻게 인식될 지에 있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 게임에 대한 대중적 인식에 대해 생각해볼 때, 골드 리버는 플레이어들이 단지 〈로스트 아크〉 뿐이 아니라 한국 게임 전반에 대해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입장벽 높은 장르의 실용주의 플레이어들 "한국성"이나 과도한 노가다, 또는 p2w적인 요소 외에, 〈로스트 아크〉가 진입장벽 높은 장르의 게임에 새롭게 진입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상대적으로 수월한 입장을 제공한다는 것 또한 언급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MMO게임의 출시는 - 그것이 서구의 것이든 비서구권의 것이든 - 서구에서 언제나 다른 MMO게임으로부터의 대규모 이주를 발생시킨다. 저자 중 한 명이 〈로스트 아크〉에 매혹되었던 이유 중 하나도 MMO 게임을 그라운드 제로에서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로스트 아크〉는 게임(그리고 아마도 장르 그 자체)를 처음 접한 플레이어에게 아케시아의 세계를 안내해주는 광범위한 튜토리얼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로스트 아크〉가 단순화된 MMO 경험을 제공한다는 뜻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 새롭게 출시되는 MMO에 참여하는 것을 WoW 처럼 십년이 넘어가는 콘텐츠와 스토리, 변화상, 헌신적인 플레이어 기반을 지닌 오래된 MMO 게임을 시작하는 것과 비교해볼 때, 이 장르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로스트 아크〉라는 게임이 매력적일 수 있다. 즉, 〈로스트 아크〉는 MMO게임 플레이에 흥미를 가진 완전한 초보 플레이어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결여된 것은, 앞서 말했듯이, 명백히 한국의 것인 MMO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역사적 디자인 지식과 경험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로스트 아크〉의 운영 주체인 스마일게이트와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 앞에 놓인 과제는 자신들이 게임 운영에 대한 우려를 듣고 있다는 믿음을 플레이어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만약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유명 작품으로서 〈로스트 아크〉는 서구 게이머들이 한국 게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부정적인 측면을 제대로 각인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로스트 아크〉가 지닌 모든 매력과 게임플레이에 있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만약 반복적인 노가다와 p2w요소로 인해 서구 플레이어들의 장기적인 참여 확보에 실패한다면, 이는 서구 게이머들이 지닌 선입견의 고착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한 요소들이 여전히 게임 내 주요 부분으로서 제공되면서 이용자 수가 유지된다 할지라도, 〈로스트 아크〉가 지닌 그 밖의 보다 독특한 측면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한국산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관점을 바꾸는데 충분하지 않다. 지금까지 보았듯, 서구에 진출한 한국산 게임은 매우 소수이며, 따라서 한국 게임 및 '한국성'에 대한 서구의 인식은 매우 제한된 접촉 경험에 따라 형성된 것이다. 〈로스트 아크〉가 한국 게임에 대한 서구의 흥미를 제고하는데 좋은 출발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서구 플레이어들의 인식을 바꾸거나 개선할 수 있는 정도는 딱 그 정도에 그칠 것이다. 궁극적으로 서구 게이머들에게 필요한 것은 좀 더 많은 명작 한국 게임 - 그것이 과거의 한국산 MMO게임 스타일이든, PUBG 타입이든, 〈로스트 아크〉 같든, 또는 새로운 어떤 것이든 간에 - 이다. 서구의 게이머들은 그 플레이가 어떤 것일지 기존의 경험을 통해 개념화 되어있을지라도, 예상 밖의 "새로움"을 기꺼이 시도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 의심할 여지 없이 서구식 게임 플레이나 게임 디자인의 전형성이 넘쳐나는 가운데, 그러한 서구의 게임들이 실제로 한국의 시장에 침투할 때 그 "서구성"의 개념이 어떠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문화 교환에 있어 비대칭적 상황을 볼 수 있다. 서구의 게이머들은 한국의 게임과 게임문화 그리고 게이머들에 대해 정형화된 시각을 지니고 있는데, 그러한 시각이 항상 한국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다(예를 들어 〈오버워치〉의 디바를 보라). 서구 게이머들의 한국 게임에 대한 경험은 한정적이며 따라서 그들이 서구와 한국의 시장을 비교하거나 관련된 보다 큰 담론장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견고하게 구축된 규범과 담론장을 지닌 일본 게임 시장의 그 거대한 규모와 비교해보면 한국 시장은 왜소해 보인다. 그에 따라 저자들은 지금까지 게이머들 사이에서 구축되어온 한국산 게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더 많은 한국의 게임들이 서구 시장에 출시되어 파고 들기를 희망해본다. 1) Barthes, Roland and Stephen Heath. Image, Music, Text. New York: Hill and Wang, 1977 2) Youtube Video “LOST ARK EXPOSED - PVE Interview with KR’s BEST (Jiudau) (accessed March 28th,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_8_kHtaXy8o&t=2919s 3) Reddit Thread, “The Man the Myth, the Legend GOLD RIVER (Accessed March 22nd, 2022) https://www.reddit.com/r/lostarkgame/comments/sn80q4/the_man_the_myth_the_legend _gold_river/ _gold_river/ 참고문헌 Barthes, Roland and Stephen Heath. Image, Music, Text. New York: Hill and Wang, 1977.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마크 라제네스, Marc Lajeunesse 캐나다 몬트리올 콩코디아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 온라인 게임의 독성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삼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 공평하고 즐거운 놀이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게임 내에서 더 많은 긍정적인 조건을 들어내기 위한 독성 현상에의 이해를 추구한다. 스팀 마켓플레이스와 DOTA 2에 관한 논문을 작성한 바 있고 곧 출시될 '트위치 마이크로스트리밍'의 공동 저자이다. (게임연구자) 코트니 블레이미, Courtney Blamey 캐나다 몬트리올 콩코디아대학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 재학중인 게임디자이너. 시리어스 게임에서의 의미발생 과정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중이며, 게임디자인에서 플레이어와 디자이너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오버워치에서의 커뮤니티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블리자드의 접근방식을 개발자 및 게임커뮤니티에 관한 조사를 통해 풀어낸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게임과 게임 플레이어, TAG(Technoculture Arts and Games)를 연구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는 공간인 mLab의 회원이다.
- [Editor's View] 시간 속의 게임, 게임 속의 시간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존재들이 살아온 시간의 시간의 누적을 기록해 역사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 누적 속에서 놀이는 사실 오랫동안 잉여시간 취급을 받아온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 Back [Editor's View] 시간 속의 게임, 게임 속의 시간 21 GG Vol. 24. 12. 10.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존재들이 살아온 시간의 시간의 누적을 기록해 역사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 누적 속에서 놀이는 사실 오랫동안 잉여시간 취급을 받아온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21세기 들어 놀이에 들어가는 많은 시간들은 더 이상 잉여에 머물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놀이는 그 자체로 돈이 드는 일이 되었고, 놀이를 만들어내는 기업은 상품으로서의 놀이를 팔아 이윤을 얻습니다. 생산의 체계 안에서 작동하는 것이 21세기의 놀이이고, 아마도 그 대표적인 도구가 디지털게임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시간 속에서 게임은 이제 꽤나 공식적인 시간의 통제 안에 놓입니다. 게임하는 시간을 통제하고 단속하는 모습들은 PC방과 온라인게임사의 정액제 요금, 셧다운제, 일정 시간동안 플레이하면 경고문이 뜨는 것과 같은 직접적 제도 뿐 아니라 게이머들 스스로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내재적 규율로서도 작동합니다. 게임 시간은 어떤 이들에겐 생산의 잉여시간이 아니라 생산시간과 경합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죠. 시간 속의 게임만이 게임과 시간의 전부 또한 아닙니다. 우리는 게임 안에서 작동하는 시간도 목도합니다. 하드웨어의 한계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시간 지연, 누적된 플레이시간이 계량화되는 아이템이라는 개념의 발흥은 이제 게임과 시간이 대단히 복잡한 방식으로 얽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GG 21호는 게임과 시간이 얽히는 여러 모습들의 일부를 포착하고자 했습니다. 이 때의 시간은 물리량으로서일 수도 있고, 다분히 철학적인 개념일 수도 있고, 혹은 산업화와 표준화의 틀 안에서 작동하는 객관적 기준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게임과 시간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일이 디지털게임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사실임을 다시금 체감합니다. GG 21호가 발행되는 2024년 12월의 시간은 사회적으로는 좀더 급박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빠르게 째깍거리는 엄혹한 시간을 빨리 벗어나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변호사의 눈으로 본 역전재판
벌써 오래 전 이야기다. 토요일 아침이면 신문을 펼쳐 TV 편성표를 살펴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곤 했다. 특히 “토요명화”나 “주말의 명화”에서 어떤 영화를 방영하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넷플릭스도 IPTV도 없던 시절이니, 시간도 돈도 없는 학생에게는 영화를 볼 기회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편성표 옆에는 영화평론가들이 영화를 간단히 소개하며 별 5개 만점으로 나름의 평가를 달아두었는데, 별점이 높은 영화가 방영되는 날에는 종일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 Back 변호사의 눈으로 본 역전재판 02 GG Vol. 21. 8. 10. 벌써 오래 전 이야기다. 토요일 아침이면 신문을 펼쳐 TV 편성표를 살펴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곤 했다. 특히 “토요명화”나 “주말의 명화”에서 어떤 영화를 방영하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넷플릭스도 IPTV도 없던 시절이니, 시간도 돈도 없는 학생에게는 영화를 볼 기회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편성표 옆에는 영화평론가들이 영화를 간단히 소개하며 별 5개 만점으로 나름의 평가를 달아두었는데, 별점이 높은 영화가 방영되는 날에는 종일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주말 저녁, TV에서 “어 퓨 굿맨(A few good men)”을 방영했다. 너무 오래 전 영화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대강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미소를 중심으로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미군 관타나모 기지에서 해병대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쿠바를 코앞에 둔 최전방에서 해병대를 지휘하는 제섭 대령은(잭 니콜슨 분)은 부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에게 린치를 가하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린치를 당하던 병사가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이다. 하버드 출신의 군법무관 캐피 중위(탐 크루즈 분)가 린치를 가한 해병대원들의 변호인으로 선임된다. 제섭 대령은 로스쿨을 막 졸업한 풋내기 법무관이 공판에서 자존심을 건드리자 결국 폭발하고, 자신이 린치를 명령했음을 시인한다. 탐 크루즈와 잭 니콜슨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가 인상 깊었던 “어 퓨 굿 맨”은 필자가 법조인이라는 직업을 동경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어찌 법조인뿐이겠는가. 필자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를 보고 고고학과에 진학할 계획을 세우거나 탑 건(Top Gun)을 보고 공군사관학교에 가겠다고 결심했던 친구들을 한두 명씩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변호사가 된 이후에는 영화든 드라마든 법정물은 보지 않게 됐다. 필자뿐만 아니라 주변 법조인들 중에도 법정물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얘기를 들어보면 법조인들이 법정물을 보지 않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 정도인데, 법정물을 보고 있으면 분명 쉬고 있는 건데도 일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것과 드라마나 영화 속 법조인이나 재판의 모습이 현실과 크게 달라 감정이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배 한 명은 극장에서 황당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노효정 감독의 2001년 영화 “인디언 썸머”에는 피고인이 허위 진술을 하자 판사가 훈계하는 장면이 나온다. “피고인, 법정에서 거짓말하면 위증죄로 처벌 받는 거 알죠?” 선배는 이 장면을 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위증죄는 선서한 증인, 즉 제3자가 허위의 진술을 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죄이기 때문에, 피고인은 법정에서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 법조인에게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선배가 왜 웃는지 알지 못하는 주변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린 선배를 매섭게 쏘아봤다고 한다. 물론, 현실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했는지만으로 법정 영화나 드라마의 작품성을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예술 장르에는 나름의 문법과 미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캡콤의 대표적 법정 게임인 역전재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소송”을 생각하면 머릿속에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도 사형이나 무기징역 같은 무서운 단어들일 것이다.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고 형벌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소송은 상당히 진지하고 심각한 소재다. 그렇다면 역전재판은 왜 굳이 이런 무거운 소재를 사용한 것일까? 우리는 어쩌면 요한 하위징아의 대표작 “호모 루덴스”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을 동물과 구별 짓는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데, “생각하는 인간(호모 사피엔스)”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호모 파베르)”을 강조하는 견해도 있지만,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하는 인간”에 주목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하위징아가 “호모 루덴스”에서 소송도 놀이로 보았다는 점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소송은 옳고 그름, 즉 정의를 판단하는 행위가 되었지만, 고대의 소송은 놀이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으며, 현대의 소송에도 놀이의 요소가 상당부분 남아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예를 들면, 소송에서 당사자가 승리하기 위해 말싸움을 하는 것은 놀이의 전형적인 특징이며, 판사가 착용하는 법복이나 가발은 소송이라는 놀이를 일상적 세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도구라는 것이다. 하위징아에 따르면, 소송은 중세의 마상시합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이처럼 소송의 놀이적 성격을 고려한다면, 소송을 소재로 게임을 만든다는 건 어색한 게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아야 한다. 역전재판은 대표적인 법정 게임이다. 역전재판 이후 출시된 다른 법정 게임들도 역전재판의 문법을 상당 부분 차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전재판은 사실상 법정 게임의 전범(典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이머는 주인공 나루호도가 되어 의뢰인의 누명을 벗겨야 한다.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패턴은 비슷하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가 체포된다. 주인공이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인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단서가 발견되고, 주인공은 이를 기초로 법정에서 증인을 탄핵하여 의뢰인의 무죄를 밝히고, 진범을 찾아낸다. 역전재판의 핵심적인 재미는 증인의 증언에서 모순점을 찾아내거나 증언과 반대되는 증거를 제시해 증인을 탄핵하는데 있다. 다시 말해서 증인과의 두뇌싸움에서 느끼는 게이머의 지적 희열이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력인 것이다. 이런 두뇌싸움이 게이머를 즐겁게 하려면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에 개연성이 있으면서도 적절한 난이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추리가 너무 쉽거나 단순하면 게이머가 쉽게 지루함을 느끼며, 개연성이 없거나 주어진 단서만으로 범인을 추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면 게이머가 게임을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역전재판은 전반적으로 개연성과 난이도를 잘 유지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이 역전재판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작위적인 설정으로 인해 개연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다행히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다. 역전재판은 비주얼 노벨(Visual Novel) 장르의 게임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면 등장인물의 진술을 잘 기억해야만 한다. 중요 등장인물의 경우에는 진술의 양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일정 수준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게이머에게는 이런 상황이 상당히 피곤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역전재판은 효과적인 연출로 텍스트 중심의 단조로운 인터페이스를 극복했다. “이의 있음”, “받아랏” 같은 음향효과와 함께 나타나는 “분노의 삿대질”은 증인을 몰아세우거나 진범을 추궁하는 재미를 배가한다. 위증이 밝혀지면 폭발하거나 땀을 흘리는 증인들의 개성 있는 모습도 무척 흥미롭다. 특히 주인공이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결정적인 모순을 지적했을 때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배경음악은 역전재판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 “어 퓨 굿 맨”을 보며 법조인을 동경하게 된 것처럼, 누군가는 역전재판을 플레이하다가 법조인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울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증거나 증언을 바탕으로 모순을 밝혀내는 능력이 법조인의 중요한 자질인 것은 맞지만, 이는 법조인에게 요구되는 여러 가지 능력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설사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깨알 같이 많은 법률과 판례를 공부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프로이드가 “때때로 담배는 그저 담배일 뿐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게임은 그저 게임일 뿐이다. 그러니 역전재판에서 발견한 자신의 재능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자.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법조인이 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역전재판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모든 증거와 증언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쪽 말만 듣고 판결할 수 없다.”는 유명한 법언도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확증편향과 편가르기가 난무하는 한국사회에서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배울 수 있다면, 역전재판을 플레이할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변호사) 이병찬 어릴 때부터 게임을 사랑해 온 14년차 변호사입니다. 비디오 게임이 가져다 줄 새로운 미래에 관심이 많습니다. 보통 난이도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 게임 역사 초창기의 기록들: 닌텐도 뮤지엄 방문기
2024년 10월 2일, 닌텐도 뮤지엄(Nintendo Museum)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프로젝트 발표 이후 3년만의 소식이었다. 닌텐도의 역사와 유산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이 박물관은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자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박물관은 1969년에 세워진 우지 오구라 공장(Uji Ogura Plant)을 개조한 것인데, 이 공장은 닌텐도가 일본 전통 카드 게임인 화투와 서양식 트럼프 카드를 제작하던 시절부터 비디오 게임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까지 함께한 역사적인 공간이다. 닌텐도의 변천사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다시금 과거와 현재를 모아놓은 셈이다. < Back 게임 역사 초창기의 기록들: 닌텐도 뮤지엄 방문기 22 GG Vol. 25. 2. 10. 닌텐도 뮤지엄 개괄 2024년 10월 2일, 닌텐도 뮤지엄(Nintendo Museum)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프로젝트 발표 이후 3년만의 소식이었다. 닌텐도의 역사와 유산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이 박물관은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자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박물관은 1969년에 세워진 우지 오구라 공장(Uji Ogura Plant)을 개조한 것인데, 이 공장은 닌텐도가 일본 전통 카드 게임인 화투와 서양식 트럼프 카드를 제작하던 시절부터 비디오 게임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까지 함께한 역사적인 공간이다. 닌텐도의 변천사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다시금 과거와 현재를 모아놓은 셈이다. * (위) 우지 오구라 공장과 (아래) 닌텐도 뮤지엄의 모습 비교 미야모토 시게루에 따르면 닌텐도 뮤지엄은 그동안 닌텐도가 모아놓은 것들을 보존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 안팎의 사람들과 닌텐도에 대하여 소통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1889년 화투 상점으로 시작한 닌텐도가 오늘날 비디오 게임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까지의 역사를 정리하여, ‘닌텐도’가 무엇이고 어떠한 방향성을 추구해왔는지, 또 어떠한 모습을 향해 갈지를 보여주는 것이 곧 박물관 설립의 의미일 테다. 입장 방법 닌텐도 뮤지엄에 가는 길은 마냥 쉽지만은 않다. 박물관은 사전 예약제(추첨제)로 운영되며, 입장을 원하는 사람들은 방문 희망일 3개월 전에 공식 홈페이지( https://museum-tickets.nintendo.com/en)에서 추첨을 넣거나, 취소표를 구매해야 한다. 모든 절차에는 무료로 생성할 수 있는 닌텐도 계정이 필요하다. 입장에 필요한 사전 정보는 다음과 같다. 입장료: 성인 3,300엔, 고등학생/중학생 2,200엔, 초등학생 1,100엔, 미취학 아동 무료 운영 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휴관일: 매주 화요일, 연말연시 주소: 교토부 우지시 오구라초 카구라다 56번지 교통: ● ・긴테츠 교토선 "오구라역" 동쪽 출구에서 도보 5분 ● ・JR 나라선 "JR 오구라역" 북쪽 출구에서 도보 8분 ● ・JR 나라선 "우지역" 북쪽 출구에서 도보 22분 관람객들은 방문 희망일 기준 세 달 이전에 응모를 진행해야 한다. 만약 2025년 4월에 방문을 원한다면 2025년 1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응모를 넣어야 하며, 2025년 2월부터는 5월 분에 응모 가능하다. 각 날짜에는 10시부터 16시까지 총 13개 타임이 열리고, 관람 희망자들은 최대 3개까지 원하는 날짜/시간을 선택하여 신청할 수 있다. 응모에 대한 추첨 결과는 다음 달 1일 오후에 발표된다. 필자의 경우 18시 30분 경 닌텐도 뮤지엄 측으로부터 당첨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당선 및 당락 결과는 개별적으로 발송된 메일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으며, 이는 또한 닌텐도 뮤지엄 홈페이지에서도 가능하다. 당첨되었을 경우 홈페이지를 통하여 결제를 완료해야 티켓을 확정지을 수 있다. 결제를 완료하고 약간의 절차를 따르면 다음과 같은 QR코드를 얻을 수 있다. 해당 코드는 박물관 입장시 필요하며, 이후 관람객들은 표를 실물 카드로 교환하게 된다. 카드에는 8비트 그래픽 마리오 이미지 또는 본인의 Mii를 넣을 수 있다. 모두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진행 가능하다. * 닌텐도 뮤지엄 QR코드 및 실물 카드 박물관 구성 박물관은 크게 세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큰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뮤지엄, 그 옆의 기념품점, 마지막으로 체험과 간단한 요깃 거리를 할 수 있는 카페 및 워크숍 구역이다. 지도상 나누어져 있지만, 뮤지엄과 기념품점 구역은 바로 옆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쉽게 오갈 수 있다. 뮤지엄과 기념품점 중앙에 표시되어 있는 것이 본관의 중앙 입구이다. * 닌텐도 뮤지엄 조감도 건물의 중앙 입구에 들어가면, 관람객들은 우측에서 안내 데스크를 마주할 수 있다. 여기에서 워크숍 예약을 진행할 수 있는데, 모두 한정된 인원을 시간 단위로 받는다. 신청할 수 있는 워크숍으로는 (1) 만들기 (2) 플레이 두 가지가 있다. 모두는 닌텐도 뮤지엄의 상징인 ‘화투’와 관련된 것으로, 화투 세트를 만들어 보거나 주어진 판에서 화투를 플레이해볼 수 있다. 만들기는 2,000엔(한화로 약 20,000원)으로 약 1시간이 소요되며, 플레이는 500엔(한화로 약 5,000원)으로 약 30분이 소요된다. 플레이의 경우 이미지 인식 및 프로젝션 기술이 사용되어 초보자 역시 쉽게 화투를 접할 수 있다. * 닌텐도 뮤지엄 내부 투시도 뮤지엄 동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2층의 전시 구역과 1층의 체험 구역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관람객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는데, 그곳에 대부분의 전시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후 다른 통로를 통해 아래로 내려가면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체험 구역이 나타난다. 전시 구성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시’라 부를 법한 것들은 대부분 2층의 전시 구역에서 볼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리면 전시 공간의 중앙부로 나오게 된다. * 닌텐도 뮤지엄의 전시 구역. 표시된 구역은 관람 시작 부분이다. 중앙부를 중심으로 10개의 곡면 전시장이 설치되어 있으며, 각 장은 한 가지 종류의 콘솔을 다루고 있다. 자세히 다루고 있는 콘솔로는 패밀리컴퓨터/NES, 슈퍼패미컴/SNES, 닌텐도64, 게임보이, 게임보이 어드밴스, 게임큐브, 닌텐도 Wii, 닌텐도 DS, 닌텐도 2DS/3DS, 닌텐도 스위치가 있으며, 그 외에도 별도의 공간을 통해 기기별/주제별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 게임앤워치를 위한 공간 역시 작게 만들어져 있다. * 닌텐도 뮤지엄 건축 모형. 간단하게나마 내부 공간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콘솔을 다루는 각 전시장은 동일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모두는 하드웨어를 배치해놓은 직사각형의 전시장을 거대한 곡면의 전시장이 감싸는 형태이다. 곡면의 전시장 위쪽에는 콘솔에 걸맞는 대형 컨트롤러가 있다. 내부에는 지역별 콘솔 판매 비율, 게임 플레이 영상, 소프트웨어 패키지, 주변기기가 전시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바뀌는 패키지의 변화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전시장 전면부 전시장의 후면부에는 앞서 이야기되지 못한 각 콘솔의 특징과 의미가 전시되어 있다. 여기에는 광고 영상이나 특징적인 기기, 주변기기, 타이틀이 의미 단위로 배치되어 있다. 각각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하여 매뉴얼, 인포그래픽, 패키지가 다양하게 등장하며, 그에 따라 동일한 규격의 전면부와는 달리 보다 자유로운 구성을 보인다. 후면부에는 세 가지의 동일한 표지가 등장한다. 첫째는 금색 원 테두리로 해당 콘솔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시리즈를 의미하고(ex: 젤다의 전설 - 패밀리컴퓨터 디스크시스템), 둘째는 은색 원 테두리로 해당 콘솔에서 나타난 의미 있는 변화/도전을 나타내며(ex: 게임큐브 - 게임보이 어드밴스와 연결), 마지막으로 금색 별 모양의 테두리는 해당 콘솔에서 이루어진 세계 최초의 시도를 뜻한다(ex: 닌텐도64 - 컨트롤 스틱). * 전시장 후면부 이 외에도 전시 구역에는 각종 프로토타입 등 다양한 볼거리가 남아 있다. 특히 닌텐도의 시도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가 테마별로 잘 정리되어 있는데, 화투 회사로부터 닌텐도가 확장되어가는 과정, ‘3D’나 ‘운동’이 닌텐도에서 어떻게 다루어져왔는지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시리즈별로도 전시 되어있어 각 시리즈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 이를테면 ‘마리오’ 시리즈엔 어떤 게임들이나 캐릭터들이 있는지 - 살펴볼 수 있다. 2층 전시구역의 관람을 마치고 내려가면 체험구역에 들어갈 수 있다. 체험구역의 중앙부는 전시 공간이기도 한데, 여기서 관람객들은 ‘컨트롤러의 비교’, ‘라이트닝건’, ‘아이디어의 연속성’ 등의 테마 전시를 볼 수 있다. 각종 카드 게임 팩들 역시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관람객들은 총 8가지 종류의 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다. 모든 관람객들에게는 체험에 쓸 수 있는 10개의 코인이 티켓을 통해 지급된다. 관람객들은 이 코인을 사용하여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각각의 체험 마다 드는 코인의 개수가 다르니 체험 동선을 잘 짜는 것이 필수적이다. 체험 전시 목록과 소모 코인은 아래의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체험형 전시 목록 필자의 경우 총 5개(Zapper & Scope SP, Ultra Hand SP, Love Tester SP, Nintendo Classics, Big Controller)를 체험했다. 기대 이상이었던 것은 러브 테스터(Love Tester SP)였다. 1969년 출시된 휴대용 콘솔을 크게 만들어놓은 이 체험형 전시는 러브 테스터가 무엇인지를 간단하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체험이 마무리되면 스크린쪽에서 사진이 자동으로 촬영된다. 이는 닌텐도 뮤지엄 개인 페이지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 닌텐도 뮤지엄 개인 페이지. 체험한 활동의 결과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1층의 체험구역까지 관람을 마치면 퇴장 구역을 통해 전시 동을 나가게 된다. 관람객들은 긴 통로를 따라 걷게 되는데, 벽면에는 그동안 출시된 닌텐도의 제품들이 역순으로 전시되어 있다. 즉, 닌텐도 스위치로부터 시작하여 화투로 끝이 난다. 통로 끝에는 닌텐도 뮤지엄에서 제일 오래된 화투 수납함(Nintendo Storage Shelf for Hanafuda Label)이 배치되어 있다. 전시 총평 닌텐도 뮤지엄의 전시는 관람자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일반적인 박물관들이 서문이나 설명을 통하여 의미를 전달한다면, 닌텐도 뮤지엄에서는 줄글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각 구역에는 간단한 키워드 정도만 쓰여져 있었으며, 전시품과 기호들 만이 배치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정해진 관람 동선이 없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전시 공간은 한두 개의 동선을 바탕으로 설계되지만, 닌텐도 뮤지엄의 전시 공간은 중앙에서 출발해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그 결과, 보다 자유로운 방식의 관람이 가능했는데, 관람 당시도 사람들이 관심사에 따라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렇게 관람객이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고, 행동하게 하는 전시 방식은 정말 닌텐도스럽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보는 제공하되 독해 방식을 특정하지 않음으로써, 자유롭게 생각하고 탐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닌텐도가 그동안 추구해온 방향성과도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전시 방식에서부터 닌텐도스러움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앞서 미야모토 시게루가 이야기한 목표 역시 상당수 달성된 것이 아닐까 싶다. 게임 아카이빙과 닌텐도 뮤지엄 닌텐도 뮤지엄은 ‘닌텐도’에 대한 박물관으로, 게임 자체에 대한 박물관이라 보긴 어렵다. 닌텐도 뮤지엄이 전시하는 것은 닌텐도의 족적이고,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닌텐도의 가치와 철학이다. 그러나 닌텐도라는 기업이 게임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게임에 대한 전시를 논하는 데에 있어 닌텐도 뮤지엄은 좋은 사례가 되어준다. 그렇다면 게임을 전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게임 아카이빙’이 어떤 것인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게임 아카이빙이란 게임과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 보존, 분류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이는 게임을 단순히 보관하는 것을 넘어, 게임이 가진 문화적, 역사적, 학문적 가치를 보존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자료를 관리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게임기나 게임팩을 모으는 것만이 게임 아카이빙이 아니며, 게임을 모으고 전시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방식이나 내용이 게임의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적절한 아카이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아카이빙의 핵심은 보존과 선별인데, 역사적 가치와 연구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원형에 가깝게 자료를 보존해야 하며, 결코 모든 자료를 모을 수 없기에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적절히 수집해야 한다. 비디오 게임의 경우 보존 작업이 특히 문제가 된다. 게임이나 게임기의 물리적인 외형 뿐만 아니라 장치의 작동 기능, 소프트웨어 역시 보존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형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온전히 유지해야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특정 하드웨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복잡한 기술적 문제가 수반되기도 한다. 더불어, 비디오 게임의 물질적 특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게임을 보존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물성이 없는 대상을 어떻게 수집하고 보존할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에 착안하여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기술이나 에뮬레이터(Emulator) 등이 사용되고 있으나, 이들 역시 게임의 원형이나 사용자 경험을 온전히 보존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수집을 넘어 전시를 진행하는 데 있어 사인은 더욱 복잡해진다. 게임은 ‘플레이’를 핵심으로 삼는 상호작용 매체이기 때문에, 단순히 누군가의 플레이 화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게임을 ‘전시’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행위성을 전시하는 것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관람객이 전시품을 만지고 체험하게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상의 원본성을 훼손할 수 있으며, 대개 한 번에 한두 명만 수용 가능한 비디오 게임의 특성상 플레이의 전 과정에 관람객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하여 닌텐도 뮤지엄에서 제시한 해답은 게임의 플레이를 나머지 것들과 분리시켜 전시하는 것이었다. 닌텐도 뮤지엄의 전시는 크게 전시와 체험이라는 두 가지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먼저 2층에는 게임기, 게임팩, 광고물, 매뉴얼 등이 의미 단위로 전시되어 있었고, 1층에는 게임과 게임기의 기능 및 특징을 강조한 체험 거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플레이에 관한 부분은 원본을 그대로 보이기보다는 게임과 게임기의 기능 및 특징을 강조한 형태의 체험장을 새롭게 구성하였는데, 이를 통하여 관람객들이 게임 또는 게임기기가 어떠한 행위성을 지니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전시 방식은 원본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하면서도 관람객들에게 플레이 경험을 전달하는 데 유용하고, 또 원본을 잘 보존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다만 닌텐도 뮤지엄의 방식에 역시 한계는 존재한다. 닌텐도 뮤지엄의 체험관은 원본의 플레이 경험을 그대로 제공해주기 어려우며, 더욱이 플레이 타임이 긴 경우나 MMO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개입하는 플레이 경험은 충분히 전달하기 힘들다. 따라서, 게임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전시 방식과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게임 아카이빙과 게임을 다루는 전시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참고자료 강승진 (2024, 9, 25). [인터뷰] 닌텐도의 살아있는 역사, '미야모토 시게루'를 만나다. <인벤>. URL: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99543 (2025, 1, 3 열람) 닌텐도 뮤지엄 공식 홈페이지 ( https://museum.nintendo.com/en/index.html ) Nintendo Museum Direct ( https://youtu.be/JApUMBscKOc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이연우 함께하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게임의 관계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게임으로 다함께 즐거워지길 바랍니다.
- 탈출 없는 삶에서 의미를 만드는 게임적 방법
〈하데스 Hades〉는 혹평이 거의 없는 좋은 게임의 정석 같은 게임이다. 2020년 하반기 최고작으로 뽑히며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 TGA) 올해의 게임 노미네이트, 각본상, 인디 게임상, 액션 게임상을 수상했고, 메타크리틱 게임 리뷰에서 93점의 높은 점수를, 현재 스팀에서도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SF 문학상인 네뷸러상과 휴고상까지 수상하니, 국내의 한 게임 비평지에서는 “하데스는 깔 게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렇게 길게 수상 목록과 긍정적인 평가를 굳이 덧붙이는 이유는 〈하데스〉가 보편적으로 잘 만든 게임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 Back 탈출 없는 삶에서 의미를 만드는 게임적 방법 10 GG Vol. 23. 2. 10. 〈하데스 Hades〉는 혹평이 거의 없는 좋은 게임의 정석 같은 게임이다. 2020년 하반기 최고작으로 뽑히며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 TGA) 올해의 게임 노미네이트, 각본상, 인디 게임상, 액션 게임상을 수상했고, 메타크리틱 게임 리뷰에서 93점의 높은 점수를, 현재 스팀에서도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SF 문학상인 네뷸러상과 휴고상까지 수상하니, 국내의 한 게임 비평지에서는 “하데스는 깔 게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렇게 길게 수상 목록과 긍정적인 평가를 굳이 덧붙이는 이유는 〈하데스〉가 보편적으로 잘 만든 게임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미 좋은 평이 많은 〈하데스〉의 리뷰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사 때문이었다. 가깝고 먼 이들을 전례 없이 자주 떠나보낸 2022년이었고, 스스로는 잦은 자살 충동과 싸워야 하는 시기를 겪었다. 그러면서 연구자로서 ‘죽음’의 여러 사회적 논쟁을 다뤄보고 싶어졌고, 최근엔 그 준비를 하는 시기였다. 그 이름이 〈하데스〉인 만큼, 많은 리뷰에서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죽음’을 다룬다. 이후 서술하겠지만 〈하데스〉는 로그라이크에서의 퍼머넌트 데스(Permanent Death) , 재시작 구조로서 죽음을 영리하게 사용했고, 그것이 게임의 큰 축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필자가 이 글을 쓰기 위해 〈하데스〉를 다시 플레이했을 때 발견한 것은 이 게임에서 ‘죽음’은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으며 -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 오히려 ‘살아있음/삶’ 그리하여 계속 진행되는 ‘이야기’가 그 중심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왜 〈하데스〉가 좋은 게임이 되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게임이어야 한다 아직 〈하데스〉를 플레이하지 않았고, 이후에 플레이하고자 하는 독자는 이 리뷰를 읽는 것을 잠시 뒤로 미뤄주길 부탁드린다. 이렇게 당부하는 이유는 이 게임의 첫 번째 경험만큼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 첫 번째 플레이 시작 장면 * 첫 번째 플레이 직후, 히프노스, 하데스와 자그레우스 대화 장면 좋은 게임이기 위해서는 우선 ‘게임’이어야 한다. 〈하데스〉를 좋은 게임으로 만든 첫 번째 요소는 군더더기 없는 게임 구조이다. 가장 첫 플레이는 튜토리얼의 역할을 하는데 ‘몬스터를 죽인다 - 방을 넘어간다 - 죽으면 집으로 돌아온다’라는 게임 전체 구조를 바로 경험하게 한다. “잘 있어요. 아버지.” 한 마디 남기고 어떠한 가이드도 없이 바로 시작점에 선 플레이어는 버튼을 눌러 칼을 휘두르고, 앞에 있는 몬스터를 죽이고, 방을 넘어간다. 얼마나 멀리 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최종 보스인 하데스를 만나기 전에 죽게 되고, 기가 죽은 채로 집에 돌아오는 자그레우스를 보게 된다. 반드시 경험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죽음으로 이 게임에 대한 장르적, 방법적 이해를 모두 얻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듣게 되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통해 최대한 덜 죽어야겠다는 동기부여와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 대한 힌트 그리고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선 탈출을 반복해야 한다는 서사적 이해까지 자연스럽게 획득한다. 그다음은 반복되는 플레이를 다채롭게 만드는 방법이다. 로그라이크의 장르적 특성을 따르기 때문에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게임적 요소를 배치하는 것이 흥행의 관건이었을 것이다. 로그라이크 게임은 한번 죽으면 쌓은 경험치가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호불호가 강하다. 그러나 〈하데스〉는 로그라이크의 조건 중 맵의 랜덤 생성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유연하게 사용한다. 한번 죽더라도 획득한 경험치나 아이템이 전부 사라지지 않고, 획득한 어둠, 타탄의 피 등은 남아 있어서 무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스킬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 심지어 낚시로 얻은 물고기도 집으로 가져와 교환할 수 있다. 플레이가 익숙하지 않은 유저를 위해선 ‘신(God) 모드’라는 친절한 배려도 있다. 신 모드는 일종의 초보자 모드로 20%의 데미지 감소가 적용되고 죽을 때마다 2%씩 증가한다. 한번 죽을 때마다 캐릭터가 강해진다는 설정이다. 캐릭터 레벨이 없는 대신 죽음의 횟수로 플레이어의 실력을 보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게임 외적인 조건인 유저의 실력으로 인한 경험 차이를 만들지 않으면서, 반복되는 지루한 죽음으로 게임 플레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만든다. 그 외에도 〈하데스〉에는 사용할 수 있는 6개의 무기와 무기마다 4개의 양상이 있다. 무기에 따라 플레이 경험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플레이의 흥미를 지속시킨다. 또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러 형벌 규약 으로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며 비교적 짧은 러닝 타임을 보완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 플레이를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유인책이다. 플레이어가 엔딩까지 보도록 하는 목표 의식을 어떻게 만드는가? 이 게임을 1회차 이상 플레이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이야기를 더 읽기 위해 책장을 더 넘기겠다는 것과 동일하다. 위에 서술한 게임적 요소도 반복 플레이를 지치지 않게 하지만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데스를 죽이고 지상으로 탈출해 페르세포네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1번만 탈출해서는 전체의 이야기를 알 수 없고, 엔딩을 보기 위해선 최소 10번의 탈출이 요구된다. 또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올림포스의 신뿐만 아니라 메가이라, 카론, 타나토스, 아킬레우스, 시시포스, 에우리디케 등 여러 인물을 만나고 이들과의 이야기를 진전시키기 위해서 탈출을 반복할 필요를 자발적으로 느낀다. 반전된 죽음의 의미 이야기가 중요한 유인책이라는 것은 앞서 이 게임에서 “죽음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맥락과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로그라이크에서 말하는 퍼머넌트 데스는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번복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매 순간 신중한 판단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중요한 선택 직전 저장&불러오기를 통해 결과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른 장르의 게임과 달리 로그라이크에서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마주해야 한다. 따라서 극도의 긴장감과 책임감이 이 장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로그라이크에선 빠른 판단과 반사 신경이 요구되는 플레이보단 턴제 형식으로 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장려하기도 한다. 한 번의 죽음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어야 하는 플레이어가 스트레스로 게임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인 것이다. * 집으로 돌아온 페르세포네와의 대화 그러나 〈하데스〉에서 자그레우스는 반드시 죽는다. 플레이 중간에 만나는 보스에 의해 죽을 수도 있고, 아버지 하데스를 만나 처참히 죽을 수도 있다. 무사히 탈출했어도 스틱스강에 붙잡혀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로그라이크에서 경험하는 강한 긴장감은 느슨해진다. 지하의 신인 하데스에게 죽음이 그렇게 나쁜 것만이겠는가? 그래서 〈하데스〉에서 죽음의 의미는 모든 것을 잃는 실수가 아니라 필수적인 조건이다. 죽어야 집으로 돌아오고, 그래야 그 과정에서 만났던 인물과 관계를 전진시킬 수 있다. 페르세포네를 만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더라도 자그레우스에게 죽음은 출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여정이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과정, 헤어진 연인을 연결하고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이다. 그 모든 문제를 겪고 나서 마침내 죽음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의미로 바뀐다. 우리는 시시포스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 시시포스의 친구, 돌덩이 이것만으로도 〈하데스〉는 좋은 게임이다. 잘 만든 구조, 플레이의 재미, 기존 장르의 특성을 살짝 비트는 전개 방식 말이다. 그러나 충분하진 않다. 나는 〈하데스〉가 삶에 대한 철학적 문제를 ‘이야기’로 풀었고, 더 나아가 게임의 방식으로 전유했기 때문에 좋은 평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그레우스는 어떤 행동을 해도 탈출할 수 없다. 모든 무기를 해금해도 하데스의 식당에 우수 직원으로 뽑히더라도 결국 ‘죽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는다는 것은 게임 밖, 플레이어의 운명이기도 하다. 그래서 알베르 카뮈는 생을 “힘들게 살 가치가 없다”고 삶의 부조리를 고백하기도 한다. 삶은 무의미한 작업의 반복이라는 부조리를 폭로한 것이다. “모든 인간의 소통은 죽음에 이르는 한 인생의 무의미함과 고독을 잊어버림으로써 인생을 살 만하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일어난다.” 지금은 저명한 커뮤니케이션 학자로 불리는 한 철학자의 말이다. 생의 허무와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에 인간(종)은 역경을 극복한 이야기를 사랑하여, 역사 동안 말과 글로 모자라 게임으로도 전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카뮈는 삶을 시시포스의 형벌에 비유하지만, 다시 바위를 굴려 올릴 수 있음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인간을 상상한다. 〈하데스〉에선 허무의 극복을 게임적 방법으로 해결한다. 태어난 곳을 바꿀 수 없는 자그레우스가 어떻게 가족의 화합과 스스로의 사랑을 획득하는지가 〈하데스〉가 말하는 이야기의 주제이다. 또 탈출할 수 없도록 발목을 잡는 운명을 놀이와 유희로 전복하는 것이 〈하데스〉가 전하는 게임의 본질이다. 플레이어는 죽음을 반복하며 이를 체득한다. 철학자의 말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방식이 아닌, 나의 시간과 경험으로 온전히 습득하는 것이다. 삶과 같은 총체적 경험, 그렇기에 〈하데스〉는 ‘좋은 게임’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획자) 최선주 선주는 기술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그로 인한 사회적 현상에 주목하며 활동해왔다. 새로운 기술이 예술 개념을 어떻게 바꾸는지 관심을 두고 인공지능 창작물의 예술적 가능성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였으며 미디어의 이면을 탐색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코리아나미술관 *c-lab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아이돌로직 신드롬』(2021, 공저), 『특이점의 예술』(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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