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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환상이 사라진 지금, 숙제를 남긴 2023년의 두 유비식 오픈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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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3. 12. 10.

필자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TV나 영화관에서 펼쳐지는 영상들은 편집이라는 전문적인 기술, 즉 편집 권력을 가진 PD나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어떤 것이라고 여겨지곤 했다. 누가 만들었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의심하기보다 필터링 없이 바로 수용하는, 경전과 같은 믿음의 영역이자 신비로운 무언가로 받아들인 것이다.


발터 벤야민이 사진과 같은 복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술의 아우라가 사라졌다고 말했지만, 어린 시절의 나에게 영상은 여전히 편성표의 시간과 TV 앞이라는 공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아우라가 있는 존재였다. 그 시절 나에게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는 누군지 알 수 없는 PD님이 제작한, 동물들에 대한 신성한 경전 그 자체였던 것이다.

 

시각적인 표현을 주로 텍스트보다는 영상의 문법에 의지하는 게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 보면 조악한 도트로 그려진 <포켓몬스터 골드> ‘불대문자 <파이널 판타지 7>의 투박한 폴리곤 움직임도 그 당시에는 ‘살아 움직인다는 환상이 가득 담긴, 사실적인 생명체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했던 문자의 자리를 영상이 대체한 2023년에 이런 영상 매체의 환상성을 설명하는 건 영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데크라고 불렸던 수천만 원 상당의 편집기가 만들어낸 방송국의 영상 권력은 무너졌고, 이제는 값비싼 테이프가 아니라 bit 단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PC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대중적인 차원으로 내려온 영상은 스스로 신비로움이 사라진 채, 우리로 하여금 ‘가짜 뉴스’ ‘어그로등 영상을 감히(?) 의심하고, 선별하게 만드는 불경스러운(?) 자세를 가지게끔 했다.


얼마 전에 의심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는 절대적인 동물 지식을 담고 있는 신성한 경전이 아니라 외국의 동물 다큐멘터리를 몰래 재가공한 누군가의 세속적인 창작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듯 영상 매체와 그 체험은 더 이상 예전처럼 환상이 가득 담긴 상상력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우리들의 감각이 달라진다고 했던 마셜 맥루한의 말을 생각해 보면, 글을 읽는 것보다는 영상을 보는 것이 익숙한, 더 나아가서는 영상을 만드는 것 자체가 보편화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감각은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이러한 감각의 변화 속에서 2023년의 게임은 어떤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았을까. 특히나 그 세계관의 구현이 시각적인 영상으로서 표현되는 게 중요한 오픈 월드 게임에서 말이다

 

서론이 좀 길었지만 이제 2023년의 게임 중에서 기억에 남은 두 오픈 월드 게임을 소개할 차례가 됐다. 바로 <호그와트 레거시>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이다.

 


유비식 오픈월드

 

2023년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이 두 게임은 한쪽은 호그와트라는 가상의 마법 학교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 다른 한쪽은 800년대의 바그다드를 배경을 한다는 점의 차이만 있을 뿐 게임의 장르적인 부분에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오히려 게임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시스템을 보고 쉽게 공통적인 한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유비식 오픈 월드’.

 

* 누가 봐도 유비식 오픈 월드라는 것은 알아보기 쉽다

 

게임을 요리로 비유하자면, 끝도 없이 펼쳐진 오픈 월드라는 메인 디쉬를 게이머 스스로 부위마다 다른 맛을 음미하며 전부 소화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오픈된 가상 공간에서 플레이 목적을 잃거나, 가늠 안 되는 규모에 지쳐 쓰러지는 등 게임 ‘소화 불량상태가 되어 게임을 닫아 버리는 일도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아무런 안내 없는 광활한 오픈 월드는 탐험의 욕구를 자극하지만, 미지의 공포와 끝이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바로 뒤따라오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오픈 월드의 양면성 속에서 <호그와트 레거시>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유비식 오픈 월드라는 친절한 방식을 취했다. 먹을 수 있는 부위와 먹는 방법이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고 셰프가 서빙해주는 순서를 따라가기만 하는 오마카세처럼, 하나하나 친절하게 마커로 표시해둔 유비식 시스템을 오픈 월드라는 거대한 음식의 소화제로써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동일한 방식을 선택한 2023년의 두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을 막상 해보면 전체적인 틀은 비슷하지만, 그 넓은 세계를 채우고 있는 방식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으며 그로 인한 플레이 감도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걸 바로 느낄 수 있다

 


비효율과 효율로 가득 찬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는 굉장히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요소들이 많은 게임이다. 게임은 유일한 무기인 마법 지팡이의 길이와 재료들을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그런 내 선택이 게임의 플레이에 어떠한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 즉 게임에서의 효용성은 하나도 없는, ‘기능으로만 보자면전혀 무의미한 세팅일 뿐이다. 주 무기에 옵션이 없던 게임이 최근에 있었던가? 싶다.


게다가 이 지팡이를 이용해 새로운 주문을 배우는 순간, 플레이어는 마법 문양의 모양을 따라 마치 현실에서 휘두르는 지팡이 궤적을 따라가듯 패드를 조작해야 한다. 물론 이 역시 게임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가치가 적은 순간이며, 그 부분만 뺀다고 하더라도 게임은 전혀 문제없이 흘러간다


소모품의 경우는 게임적인 효율성이 마이너스까지 도달한다. 일반적인 게임의 포션에 해당하는 위젠웰드 물약은 필요의 방으로 직접 이동해서 15초라는 현실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AAA 게임에 그 흔한 휴대용 연금술 가방도, 자동화 공정과 즉시 완료 시스템이 없다는 게임의 인상은 2023년의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만든다.


*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은, 어딘가 번거롭고 거추장스러운 무언가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의 게임 플레이는 <호그와트 레거시>의 거추장스러운 감각과는 다르다. 시리즈 명칭에 걸맞게 암살 중심의 플레이 방식으로 선회한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조작이나 선택이 게임 시스템의 기능적인 부분을 계속 드러내며 게임 진행 속 효율성을 강조한다.


다양한 무기마다 정해진 특성과 스탯이 있으며, 파쿠르를 통해 목표 지점까지 효율적으로 돌파하기도 하고, ‘엔키두는 소환의 딜레이 타임 없이 바로 하늘을 향해 날아가 암살 대상들을 체크한다.


유비식 오픈 월드에서 지적받았던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서브 퀘스트들도 그 보상으로 NPC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토큰이라는 특수 화폐를 챙겨줌으로써 스스로 게임적인 당위성을 챙긴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무기, 파쿠르, 엔키두, 토큰과 같은 게임적인 경험들은 어느 하나 무의미하게 쓰이는 요소 없이, 모두 암살(R1 버튼)을 위한 기능적인 역할로 수렴한다는 부분이다. 암살 버튼 하나를 누르기 위해서 위에 언급된 요소 하나하나가 최적화된 시간 속에서 허투루 낭비되지 않는다. <호그와트 레거시>의 의미 없는 지팡이 재료 고민이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에서는 암살을 위한 특성  세팅으로, 현실의 시간을 들여 수고롭게 제작해야 하는 <호그와트 레거시>의 소모품은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에서는 제작이 아닌, 암살을 위해 빠르게 이동하며 나도 모르는 짧은 시간에 줍는 방식으로 적용되어 있다

 


* 길이나 재료가 아닌, 암살을 위한 스탯과 스킬이 적혀있는 무기

 

애초에 유비식 오픈 월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게임 시스템을 경제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일 것이다. 게임 내의 마커들은 모두 해당 컨텐츠에 도달하기 위한 ‘최단 거리를 자동으로 떠올리게 만들고 그 컨텐츠들이 어떤 내용인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만든다. 마커의 위치, 마커의 모양, 마커의 내용 모두 하나하나 다 ‘게임적인 기능의 소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치 본인이 이 시스템의 원조임을 자랑하듯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는 이 경제적인 유비식 시스템 위에 역시나 경제적으로 설계된, 암살이라는 기능에 집중된 게임 플레이를 얹어 게이머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호그와트 레거시>를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면 본인을 엔딩까지 이끌었던플레이 욕구를 자극하는 부분이 게임의 이런 ‘기능적인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게임의 매력은 오히려 넓은 세계를 이동하며 적들을 물리치고 사건을 해결하는 그런 오픈 월드의 중심 영역에서 벗어난 변두리,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가 설계해 둔 그런 기능적인 시스템의 ‘외부에 있다.

 


게임 시스템의 노출과 사라지는 게임적인 환상

 

게임의 기능적인 시스템들은 많은 경우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니라 모니터 너머의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던지고 계획과 선택을 유도한다.  


  “메인 암살하기 전에 위력 선물 토큰이나 벌어볼까?”


모니터 밖의 게이머가 스스로 질문하는 이 순간에 우리는, 바그다드라는 공간이 bit라는 최소 단위의 데이터들이 모여 그것이 이미지화된 것일 뿐임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모른 체 하는 것이다


누구도 800년대 바그다드에 사는 캐릭터 바심이 ‘위력 선물 토큰이라는 게임적인 시스템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을 인지하고 활용하게 되는 것은 모니터 밖의 ‘이다

 

이렇게 ‘토큰이라는 편의적인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는 플레이어의 조작이 디지털 데이터 0 1 이상의 의미, 즉 살아있는 듯한 바심의 행동으로 치환된다는 게임적인 환상을 놓쳐버렸다. ‘토큰은 게임 진행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 사실적으로 설계된 바그다드와는 굉장히 이질적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날아오는지 모르는 엔키두가 동물 동료라는 몰입감을 주지 못한 채, 암살을 하기 위한 하나의 부속 시스템에 불과한 것이라는 진실을 알아차리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게임의 세계관과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한 채 게임적으로 효율적이기만 한 시스템은 마치 마감 덜 된 노출 콘크리트로 내부를 장식한 카페를 보듯, 숨어 있어야할 게임의 뼈대가 1200년 전의 바그다드의 세계관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와 동시에 사실적으로 묘사된 바그다드는 게임적인 데이터였을 뿐임을 다시 한번 게이머에게 상기시키며 살아있는 듯한 세계관과 장소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린다.

 

* 엔키두는 결국 암살을 위한 정찰 드론 역할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 사실적인 바그다드 구현과 이질적인,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토큰 (방송 소품과 비슷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호그와트 레거시>의 거추장스러운 부분은, 게임 외부에 존재하는 플레이어의 효율적인 게임 공략법을 버리게 하고, 게임 속 캐릭터의 시선으로 그 세계관을 마주하게 만든다. ‘나한테 어울리는 지팡이는 뭘까?’ ‘내 가방에서 동물이 나오고 있어!’  

 

게임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필요의 방에서의 소모품 제작 역시 적절한 난이도 조절과 거추장스러운 여러 연출 효과로 이것이 게임의 시스템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임을 게이머에게 계속 주지시킨다. 굳이 소모품을 챙길 필요도 없는 세계의 난이도와 자동으로 일하는 냄비와 자라나는 식물 앞에서 게이머는 더 이상 게임의 효율 탓을 하며 시스템을 떠올리지 않는다. 이렇게 게임의 시스템은 감춰지고, 눈앞에 남은 건 콘크리트 마감공사가 잘 된 위저드리  세계관일 뿐이다.


* 갑자기 등 뒤에서 날아오는 눈속임이 아니라 내 가방에서 직접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여준다 

 


*  무조건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위저드리 세계관에 맞게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네

 

 이 외에도 흔히들 ‘위쳐 센스라고 말하는 주변 상호작용 대상을 파악하는 게임적 기능을 구현해 놓은 방식을 살펴보면 두 게임이 게임적 시스템을 각각 어떻게 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매의 눈은 버튼을 누르면 1초의 딜레이 없이 바로 화면 전환 효과와 함께 주변 사물들과 인물들을 감지해 낸다. 마치 이제는 밈이 돼버린 스타필드의 ‘딸각처럼 단순한 스위치의 ON/OFF와 비슷하게 기능한다. 어찌 보면 이 기능은 바심의 실제 행동인 것 같으면서도, 모니터 밖의 내가 게임 진행을 위해 직접 스위치를 켜고 있다는 사실이 겹쳐 보이기도 하는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호그와트 레거시>에서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면 캐릭터는 ‘레벨리오를 입으로 외치며 지팡이를 휘두르고, 그 지팡이에선 파장이 서서히 퍼지는 동시에 주변 사물을 구분해 낸다


이는 레이더 같이 긴급하게 주변 사물을 감지해야 하는 본래의 기능적인 목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거추장스러운 연출 효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짧은 시퀀스는 게임 속 ‘캐릭터와 게임의 ‘기능적인 시스템사이의 미싱 링크를 찾아 노출 콘크리트 같았던 게임의 시스템을 마치 캐릭터의 행동인 것처럼 덮어버린다


우리가 종이책이 아닌 디지털 신호로 구성된 전자책을 읽을 때 단순한 슬라이드 전환을 보는 것보다는 종이 넘기는 모션과 함께 ‘사각거리는 소리 표현이 있는 쪽이 비효율적이지만 더 낭만 있다고 여기는 것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이렇게 ‘레벨리오 ‘매의 눈보다 세계관 몰입에 더 가까워진다.

 

* 화면 전환과 함께 순식간에 펼쳐지는 매의 눈

*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지만 게임적으로는 비효율적인 액션과 음성으로 가려져있다..

 


사실적인 묘사가 주는 영향이 적어진 시대

 

물론 그렇다고 <호그와트 레거시>의 게임 시스템과 동떨어진 채 덧붙여지기만한 요소들이 오픈 월드의 구현으로써 완벽하게 잘 굴러간다고 볼 수도 없다. 게임의 기능적인 요소들과 떨어져 있는 많은 부분들은 캐릭터에 맞춰 상호작용한다기 보다,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또 다른 데이터 더미라는 것이 금방 밝혀지기 때문이다.


종코의 장난감 가게에 전시된, 상호작용 버튼을 누르면 반복적으로 반응하는 어딘가 공허한 장난감들의 반응을 떠올려보라.


이를 시커 스톤이라는 장치와 다양한 상호작용들로 게임 속 캐릭터와 시스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던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 플레이와 비교해 보면 이 반응들이 얼마나 아쉬운지 바로 체감된다


<호그와트 레거시>가 살아있는 듯한 세계의 구현이 아니라 ‘테마파크라고 계속 일컬어지는 것도 아마 이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 세계관을 구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게임으로서 들어오지 못한 아쉬움

 

앞서 서두에 얘기했던 2023년 시대의 논의로 돌아가 보자. 영상이 갖고 있던 환상이 사라진 시대의 우리들은 어떤 오픈 월드 게임에서 리얼한 세계관을 느끼게 될까

 

하나 추측해 봄 직한 사실은, 영상의 아우라가 사라진 시대에서 게임의 세계관과 그 몰입은 더 이상 높은 해상도와 사실적인 묘사에서 나오진 않으리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티비에서 나오는 정갈하고 사실적인 영상은 진실하지 않은, 가식적인 취급을 받으며 동시에 실제 화질이 더 떨어지는 유튜브의 거칠고 투박한 영상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에 더 가까운 리얼함으로 평가받는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AAA급 게임들이 화려하고 사실적인 그래픽을 앞세우지만, 그것은 자본의 힘이라는 것을 게이머들은 안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는 <맞춤법 용사>와 같은 쯔꾸르 형식의 RPG가 단순히 사실적인 묘사의 게임보다는 더 몰입력 있는, 더 현실과 맞닿아 있는 리얼한 세계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 벌써 15년 된 신뢰의 도약 말고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인가

 

사람들은 더 이상 사실적인 공간 묘사 자체에 예전처럼 충격 받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력 제거 토큰처럼 허구가 느껴지는 플레이감에 대한 반발심이 더 클지도 모른다.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 이후, 어쩌면 게이머들이 원하는 오픈 월드라는 건 사실적인 공간의 디자인이 아니라 모니터 밖의 나를 소환하지 않은 채 게임의 캐릭터와 시스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서로 유기적으로 엉켜 있는 그런 경험의 집합체가 아닐까.


어쩌면 사실적인 세계를 구현하는 데까지 성공한 <호그와트 레거시>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를 비롯한 많은 오픈 월드 게임이 마주한 다음의 과제는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2023년에 선보였던 대표적인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인 <호그와트 레거시>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모두, 다음 시리즈에서는 게임의 시스템과 세계관이 서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잘 융합된 충격적인 작품으로 돌아오길 응원해 본다.

 

 두 시리즈 모두,  ‘유비적인오픈 월드의 시스템을 넘어 이 모든 게  ‘유기적인오픈 월드로 돌아올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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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영상PD)

시너지 없는 '토목공학'과 '국어국문학' 스킬트리를 타고 근데 이제 2차 전직을 '영상 제작'으로 선택해버린...혼종 (똥망캐까진 아무튼 아님). 게임 방송국 OGN 포함, 10년간의 방송국 PD생활을 거치고 이제는 퇴사 후 프리랜서 PD로 인생 '가챠'와 '덱빌딩' 사이에서 서커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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