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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하는 사무라이: 역사적 정확성과 시장성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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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5. 6. 10.

***You can see an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at this URL: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3b16cb9b-4ee8-4852-86b0-0147005c11c6


***원문의 상세 각주는 원문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야스케, 프랜차이즈에 합류하다


이제 어느 정도 피로감마저 느껴질 만큼 야스케라는 인물이 게임 주인공으로 등장한 사실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반발은 이미 잘 알려진 논란이 되었다. 이 논란은 2024년 처음 불거졌는데, 사실 2022년의 유비포워드Ubiforward 행사에서 <어쌔신크리드: 섀도우스>가 ‘코드네임 레드’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당시에는 야스케의 존재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2024년 5월 15일 공개된 시네마틱 트레일러에서 처음 유비소프트는 야스케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렸는데, 논란은 이때부터 불붙었다.


캐릭터 공개 이후 두 달 넘게 서구와 일본 양 쪽의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이 캐릭터의 디자인 선택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서구의 일부 보수적 성향을 지닌 게이머층은 야스케의 등장에 초점을 맞추어 격렬한 토론을 벌였으며, 일부는 개발팀 멤버들을 향한 사이버불링도 시도했다.


유비소프트는 2024년 7월 23일 다소 모호한 성명을 발표했는데, 명목상으로는 일본 커뮤니티를 향한 메시지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전세계 이용자층을 겨냥해 자신들의 진정성Authenticity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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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의 주인공 중 하나인 야스케.

이 성명은 야스케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 이는 역사적 정확성에 관한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 이 문제의 핵심은 지금까지 어쌔신크리드라는 프랜차이즈가 특정한 관객층들을 어떻게 만족시켜 왔는가에 더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2021년 de wildt, Auspers의 연구에 따르면(이 연구는 유비소프트의 전직 게임디렉터 및 고위개발자 수십 명의 인터뷰를 포함하고 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어떤 시대적 배경을 선택하느냐는 결정에서 시장성Marketability을 우선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비소프트는 ‘마케팅-브랜드-에디토리얼 버거’라는 모델을 사용한다. 이는 프랜차이즈의 핵심 요소는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소스(문화적 배경)’는 그때그때 바꿔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시키거나 기존 고객층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어쌔신 크리드> 프랜차이즈 대부분의 게임은 핵심 고객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인공을 내세워 왔다. 예를 들어 <어쌔신 크리드: 블랙 플래그>의 주인공인 에드워드 켄웨이는 유럽인의 시각에서 나소Nassau(역주: 바하마의 최대도시)와 카리브해 인근의 식민주의 역사를 경험케 한다. <어쌔신 크리드 2>와 <어쌔신크리드: 브라더후드>에서는 에지오 아우디토레라는 주인공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문화를 체험케 하고, <어쌔신크리드: 레벨레이션>에서는 에지오를 매개로 하여 비교적 (서구인들에게) 낯선 이스탄불이라는 공간을 탐험하게끔 한다. 주인공이 좀더 복잡한 경우(예를 들어 <어쌔신크리드 3>의 코너 켄웨이, <어쌔신크리드: 프리덤 크라이>의 아드왈레 등)에도, 게임의 중심 구조는 여전히 유럽 및 미국의 관점으로 구성된다.


왜 이처럼 <어쌔신크리드> 시리즈는 서구 중심의 디자인을 지속해 왔을까? 그리고 이번 야스케 논란은 이러한 디자인 경향으로부터 어떠한 단절 혹은 연속성을 보여주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정확성보다는 ‘공명Resonance’, 즉 관객의 기대와 감정적 반응을 우선하는 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확성의 문제: 역사적 정확성과 게이머의 기대 사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18년간 꾸준히 역사적 정확성이라는 주제를 둘러싼 논의의 중심에 있어 왔다. 관련한 게임 매체들의 기사만 해도 수 천 건에 달하고, 이를 다룬 학술논문과 단행본의 챕터들도 무수하게 출판된 바 있다.


초창기 논의에서는 주로 게임이 교육의 도구로서 활용되거나 혹은 고고학적 모델, 과거 사건에 대한 충실한 재현의 사례로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역사적 정확성은 필수적이라는 요구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요구들은 게임 디자인에서의 여러 요소들, 이를테면 다루는 지역, 시간적 배경, 게임 서사가 집중하는 주요 사건들에 걸쳐 투영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이머들이 게임의 중심을 끌고 가는 주인공이 그 시대적 배경과 조화를 이루는 인물이기를 기대한다는 점이다. 배경, 이야기, 캐릭터가 일관된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화가 실제 역사적 진실과 부합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게임에서 다뤄지는 역사적 정확성이란 언제 어떤 지점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일정 수준의 허용 가능한 왜곡은 존재하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아담 채프먼Adam Chapman은 플레이어가 자신의 사전지식과 게임 속 역사적 요소가 일치한다고 느끼는 순간, 그 게임은 비로소 ‘역사적으로 공명historically resonant’한다고 본다.


실제 플레이어들은 일반적으로 게임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변형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며, 특히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처럼 암살단, 기사단과 같은 비밀조직 뿐 아니라 외계인 음모론까지 등장하는 경우에는 이를 좀더 관대하게 받아들인다. 이번 작품에서도 암살단과 기사단에 대응하는 일본 내 조직인 카쿠시바 잇키, 신바쿠후와 같은 설정이 있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러한 구조적 왜곡은 시리즈 전반에서 나타나며, 실존 인물들을 게임 속에서 틀에 맞게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야스케에 대해 가해진 각색 역시 다른 주요 인물들에 비해 특별히 과도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쌔신크리드: 오딧세이>의 소크라테스와 아스파시아, <어쌔신크리드: 오리진>의 클레오파트라 역시 높은 수준의 각색을 거친 사례다. 이 시리즈는 역사 그 자체라기보다는 언제나 ‘역사적 픽션’이었으며, 이는 제작사인 유비소프트 또한 오랫동안 공식적으로 인정해 온 사실이었다.


유비소프트는 2025년 발표한 공개 메시지에서 야스케가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시리즈의 공식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그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삶이 이 프랜차이즈의 패턴과 잘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언급한 de Wildt와 Aupers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마케팅적 고려가 언제나 주요한 판단 기준이며, 모든 서사적, 표상적 결정은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층’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책임자인 장 게스동Jean Guesdon 또한 대중적 유행을 반영해 프랜차이즈 판매를 강화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20여년 간 점점 대중문화콘텐츠 내에서 가시성이 높아진 야스케라는 인물을 기용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타당한 선택이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 다양한 시각적 기호들과 색채 감각을 차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즈>는 야스케를 단순한 유색인종 캐릭터로서가 아니라 일본사회에 접근하는 외부자로서의 캐릭터로 설정한다. 그는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정당성을 지니고 있으며, 플레이어(역주: 서구권 플레이어를 가리킨다)와 마찬가지로 외부자의 시선에서 접근해 일본을 서서히 이해해 가는 서사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플레이어가 상상할 수 있는 다른 유명한 사무라이들, 이를테면 미야모토 무사시나 사사키 코지로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과는 다른 전략적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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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케는 일본의 전쟁에 난반(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 개념을 사용한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와 같은 게임사의 이상적 대상 선정 기준과 역사적 정확성에 부합하는 선택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학계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었다. 필자의 기존 연구에서는 이 결정과정을 ‘대표성representation과 동일시identification 사이의 긴장’으로 분석한 바 있다.


영화연구자 찰스 애클랜드Charles Acland는 영화의 맥락에서 ‘동일시’란 관객이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시간과 장소, 다른 인물의 상황 속으로 몰입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지적했다. 이와 반대로 ‘대표성’은 관객이 자신의 경험들에 쉽게 흡수할 수 있는 인물과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관객으로부터 ‘나에게 와닿는다’는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며, 지난 10여년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 대한 학술적 비평의 주요 주제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는 항상 이와 같은 쉬운 동일시가 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왔다. 비록 주인공이 그 시대와 문화에 강하게 결부되어 있더라도 서구권의 핵심 게이머층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황, 혹은 이데올로기적 배경이 마련되어 있어 왔다.


그런 점에서 야스케는 매우 독특한 사례다. 그는 봉건시대 일본에 외부자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시리즈가 제공해온 주체적인 주인공으로서의 포지션과는 다른 결을 지닌다. 그의 등장은 분명 혁신적이고 새롭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지만, 연구자 키쇼나 그레이Kishonna Gray가 아이티를 배경으로 삼았던 <어쌔신크리드: 프리덤 크라이>의 아드왈레 사례에서 지적했듯, 게임의 기본 틀이 여전히 백인 중심의 미국, 유럽을 기준으로 한 사회구조를 반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비백인 캐릭터라 할지라도 그들의 사회적 위치와 게임 내 서사가 결국 서구 중심의 관객 시선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테면, <어쌔신크리드: 섀도우즈>에서 흑인 이방인인 야스케는 또다른 주인공인 일본 태생의 나오에와 비교했을 때 게임 내 여러 공간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제한을 갖지 않는다. 실제였다면 좀더 강한 충돌과 도전적인 상황이 나왔을 많은 요소들은 게임 속에서 상당히 부드럽게 처리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게이머와의 공명’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면, 야스케라는 캐릭터가 전면에 나선 선택은 충분히 논리적이겠지만, 이번 경우에는 기존 10여 년간 게임이 우해대 온 이용자층과는 다른 새로운 이용자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야스케가 DEI(다양성, 평등성, 포용성)에 기반한 채용이라고 비난받은 사례는 해당 캐릭터의 서사가 역사적으로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서 나왔다기보다는 유색인종과 동일시하기 어렵다는 이용자층이 가진 인종적 편협성으로부터 나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어쌔신크리드> 가 보여준 그간 어떠한 주인공이라도 그 이야기가 역사적 진실에 철저히 부합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기에 이러한 비판은 모순적이기도 하다. 이번 반발 사태는 적어도 서구권에서는 인종과 성별이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일어났으며, 그에 반해 일본측의 반응은 좀더 절제된 양상이면서 게임 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일본의 성스러운 장소(역주: 이를테면 신사의 토리이 같은 곳의 훼손 가능성 문제 등)에 대한 훼손 요소를 향한 우려가 주된 쟁점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어쌔신크리드: 섀도우즈>에서 표출된 논란은 과연 서구권 전체 게이머층의 의견을 반영한 것인가? 아니면 단지 일부 특정한 소비자집단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부각된 것인가?



보상의 국면: 상품으로서의 야스케


야스케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이 실제로 뜨거웠는지 차가웠는지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른바 ‘성공’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목소리가 큰 일부 게이머층의 반응이 기준이 되어야 할까? 아니면 좀더 국제적이고 넓은 범주에서의 게이머 수용 양상을 고려해야 할까? 혹은 비평적 평가를 참고하되 이를 고립된 사례로 볼 것인지, 아니면 최근 시리즈 작품들과의 비교 맥락 속에서 평가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까지 평론가와 게이머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메타크리틱을 꼽을 수 있다. 비록 이번 작품에 대한 평가도 일부 조직적인 리뷰 테러 시도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말이다. 메타크리틱을 통해 보면 실제로 오픈월드 기반 시리즈들 사이에서의 비교에서는 꽤 안정적인 패턴을 볼 수 있다. 평론가 평점에서 <섀도우즈>는 81점, <발할라>가 80점, <오디세이>는 83점, <오리진>은 81점으로 대체로 유사한 수준이다. 이용자 평점의 경우 전체적인 비율에서 부정적 리뷰가 많다는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섀도우즈> 62점, <발할라> 60점, <오디세이> 68점, <오리진> 73점으로 <섀도우즈>에 대한 평가는 기존 시리즈에 대한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흐름 안에 놓인다.


종합해보면 비평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이번 작품이 전반적인 품질 면에서 기존 시리즈와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고, 이용자 평가에서는 직전 작품에 비해 소폭 개선된 반응이 나타난다.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섀도우즈>에서 ‘극단적으로 낮은 점수’의 비중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는 점인데, 이는 리뷰 테러의 영향을 시사하는 지표일 수 있다. 메타크리틱 역시 다른 리뷰 플랫폼과 같이 적극적으로 로그인해 리뷰를 남길 만큼 깊숙하게 개입하는 게이머층의 의견이 과대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평가점수의 일관성은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상대적 안정성을 드러내고 있고, <섀도우즈>또한 이 흐름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야스케를 둘러싼 논란은 실제 판매 실적에도 동일하게 반영되었는가? 산업적 차원에서 게임이 보이콧되거나 판매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는지 또한 중요한 지표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판매량을 보면, <섀도우즈>는 이 프랜차이즈의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출시 첫 날 판매량을 기록했다. 1위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외부효과에 힘입어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린 <발할라>임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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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오픈월드 기반 <어쌔신크리드> 타이틀에 대한 리뷰 점수 집계(미라지 제외).

장기 판매량 분석에 따르면 현재까지 <섀도우즈>는 플레이스테이션5 플랫폼에서만 약 170만장이 판매되었다(Alinea, 2025). 아직은 장기 판매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며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은 감안하자. 참고로 <오디세이>는 첫 달동안 약 2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현재의 경제상황 속에서 가처분소득에 대한 압박을 고려할 때, 이번 작품이 과거를 아우르는 역사적 대성공에 가까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상업적 성공으로 평가할 만한 수치는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결론: 문제의 본질은 정확성 이슈가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학계의 반응이란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리는 법이다. 질적연구와 비판적 담론은 좀더 긴 출판 주기를 가지고 있어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시점이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번 작품이 프랜차이즈의 기존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는 결과가 아니었음을 고려한다면 학계의 후속 결과 또한 지난 10년간의 의견과 유사한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즉, <섀도우즈>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장적 선택’을 따랐으며, 적절히 기능하는 캐릭터들을 통해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게임의 핵심 공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어떤 면에서 이번 작품은 우리가 2007년부터 익히 알아온 그 <어쌔신 크리드>이며, 특히 2017년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오픈월드 형태로의 전환 이후의 방향성을 그대로 이어가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인 틀의 유지 속에서도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새로운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게임과 같은 가상세계에서 발생한 의례 공간의 훼손 문제에 대한 비판은 주로 학술 담론장 안에 국한되어 왔지만, 이번 작품의 경우 국가 차원의 대응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다. 이는 <어쌔신크리드> 시리즈가 파리 노트르담 성당 화재 이후 복원 지원을 통해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장식하며 공식 찬사를 받은 것과 같이 서구권 국가들이 유비소프트의 콘텐츠와 상호작용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야스케 논란은 출시 초기 이후 점차 온도가 식어가고 있으며, 프랜차이즈 전반에 걸쳐 존재해 왔던 인종과 성별 문제와의 미묘한 관계 속으로 흡수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이 논란이 여전히 흥미로운 점은, 이번 사례에서 이용자들의 정서가 어떤 방향으로 나타났는가 하는 점에서다.


야스케는 현대적 감수성과 이용자 수요에 영합하는 기업적 행보로 비판받았지만, 기존과는 다른 사례였다. <오디세이>에서 알렉시오스가 서브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제공되었을 때는 별다른 논란이 없었고, <오리진>의 개발 기획에서 최초에는 여성 캐릭터 아야Aya가 주인공으로 내정되어 있었으나 실제 출시 후에는 남성 바예크가 진주인공격으로 구성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큰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결국 이용자들이 이른바 ‘정확성’에 대해 보이는 경직성은 실제 정확성이라기보다는 언제나 개인적 취항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 만약 이번 논란이 정말로 특정 캐릭터가 가진 역사적 정확성에 관한 문제였다면, 그동안의 시리즈 속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에 대해 이번과 같은 격렬한 논쟁이 나타났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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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er)

Andrei Zanescu is a postdoctoral fellow and part-time faculty member in Communication Studies, and Anthropology & Sociology, at Concordia University, in Montreal, Canada. He specializes in AAA studio cultural adaptation practices involving resonance as a corporate strategy, as well as the legitimation of games through the formation of awards bodies tied to film and television cultural capital. He regularly publishes game and platform studies concerning a range of games (Assassin's Creed, Magic the Gathering & DOTA 2) and awards bodies, and in New Media & Society (2021), Games & Culture (2024), The Journal of Consumer Culture (2021) and Convergence (Forthcoming). He is also a co-author of Streaming by the Rest of Us: Microstreaming Videogames on Twitch (MIT Press, 2025).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콩코르디아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와 인류학·사회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 및 시간강사로 재직 중이다. AAA 게임 스튜디오의 문화적 적응 관행에서 '공명(resonance)'을 기업 전략으로 활용하는 방식과, 영화 및 텔레비전의 문화 자본과 연결된 시상 기관 형성을 통한 게임의 정당화 과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Assassin’s Creed, Magic: The Gathering, DOTA 2 등 다양한 게임과 시상 기관에 관한 게임 및 플랫폼 연구를 활발히 발표하고 있으며, 《New Media & Society》(2021), 《Games & Culture》(2024), 《The Journal of Consumer Culture》(2021), 《Convergence》등에 논문을 발표한 바 있으며 또한 『Streaming by the Rest of Us: Microstreaming Videogames on Twitch』(MIT Press, 2025)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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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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