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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보된 이야기와 넓어진 유희공간- <용과 같이 8>

    이 글에서 다루는 <용과 같이>는 전통적으로 자유도가 높은 게임으로 취급되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카무로쵸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이 수두룩하고, 선형적인 이야기 속에서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으며, 무수한 미니게임이 게임의 공간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 Back 유보된 이야기와 넓어진 유희공간- <용과 같이 8> 17 GG Vol. 24. 4. 10. <용과 같이 8>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게 돼?” 작년 한 해 무수한 게임 스트리머가 내뱉었던 말이다. <발더스 게이트 3>의 기상천외한 전략, 프랜차이즈를 다시 한번 쇄신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원더>, 전작의 아성을 매혹적인 자유도의 시스템으로 돌파한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킹덤>, 유사-포켓몬들을 잡아 노동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고기와 가죽 등으로 해체(!)까지 할 수 있었던 <팰월드>…. 이것은 (상당히 자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게임의 자유도가 소위 ‘갓겜’이 되기 위해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해진 내러티브를 어떠한 방식으로 따라갈 것인가, 특유의 직선적 구조를 어떻게 달릴/우회할 수 있는가, 게임의 메인 플롯을 우회하며 즐길 수 있는 유희도구가 존재하는가. * <용과 같이 8> 플레이 화면 이 글에서 다루는 <용과 같이>는 전통적으로 자유도가 높은 게임으로 취급되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카무로쵸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이 수두룩하고, 선형적인 이야기 속에서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으며, 무수한 미니게임이 게임의 공간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게이머가 택할 수 있는 자유도란 스토리를 진행할 것인지, 100% 클리어를 목표로 모든 미니게임을 정복할 것인지 정도였다. <용과 같이 제로>에서 <용과 같이 6: 생명의 시>까지 7편의 정식 넘버링에서 키류 카즈마의, 그리고 <용과 같이 7: 빛과 어둠의 행방>의 새로운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의 이야기를 따라온 게이머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쫓아가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이 기나긴 시리즈가 게임들에게 제공해주는 하나의 자유가 있다. 바로 키류/카스가의 이야기를 한없이 유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무로쵸/이진쵸 등 시리즈의 배경이 되어 온 공간은 단순히 신주쿠와 요코하마의 재현을 넘어 무수한 놀거리로 가득한 유희공간이다. 가라오케나 아케이드, 장기와 포커 등 다른 게임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미니게임부터, 포켓 서킷이나 곤충여왕 메스킹, ‘물장사’처럼 일본과 야쿠자라는 특징을 살린 콘텐츠까지, 물론 그에 대한 평가나 호불호는 갈리겠으나 각각의 미니게임이 그 자체로 단독 게임이라는 인상을 줄 정도로 다양한 놀거리를 제공해준다. 8편에 이르러서 본편 바깥의 콘텐츠는 더욱 큰 분량을 갖는다. 전편의 ‘야쿠몬 도감’은 수집한 야쿠몬으로 경쟁할 수 있는 ‘야쿠몬 배틀’로 진화하였고, 하와이라는 새로운 배경에 걸맞은 음식을 배달하는 ‘크레이지 딜리버리’, 본편의 지역을 벗어난 섬에서 진행되는 ‘쿵더쿵 섬’과 같은 다양한 서브 콘텐츠가 등장한다. * <용과 같이 8>의 ‘쿵더쿵 섬’ <용과 같이>의 무수한 놀거리들이 무언가의 패러디다. 우리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용과 같이 8>에만 한정해보자면, ‘야쿠몬 배틀’은 <포켓몬스터>의, ‘쿵더쿵 섬’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크레이지 딜리버리’는 <크레이지 택시>의 패러디에 가깝다. 제작사인 SEGA가 보유한 IP를 넘어선 패러디의 대상들은, 한편으로 <드래곤 퀘스트>의 영향을 숨기지 않는 전편에서부터 조금 더 본격화된다. 물론 앞선 시리즈에서 기타노 다케시나 후쿠사쿠 긴지 등의 거장이 연출한 일본 야쿠자 영화의 대표작들을 직간접적으로 인용해온 사례가 있지만, 카스가 이치반이 주인공을 맡은 두 시리즈에선 패러디와 인용의 대상이 ‘내수용’을 벗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한 지점에서 <용과 같이 8>을 플레이하다보면 다른 의미의 “이게 돼?”를 외치게 된다. 첫 문단에서 짧게 언급한 <팰월드>가 어떤 논란을 불러일으켰는지 떠올려보자. 게임이 발매되자마자 <포켓몬스터>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러스트> 등 여러 게임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들끓었고,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여기서 <팰월드>가 표절인지 아닌지, 혹은 그 게임이 만들어진 방식이 윤리적인지 등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포켓몬스터>,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의 컨셉을 거의 그대로 들여온 <용과 같이 8>의 서브 콘텐츠에 관해서 표절 논란은 없었다. 시리즈 대대로 진지한 톤의 메인 스토리와 B급 감성의 서브 콘텐츠를 다른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분리시켰기 때문일까? 혹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가 판타지 RPG 게임 속 몬스터들에 버금가는 (캠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과장된 이미지들이기 때문일까? * <용과 같이 8>의 ‘야쿠몬 배틀’ 잠깐 언급한 것처럼 <용과 같이> 시리즈, 특히 카스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7, 8편의 경우 서브 콘텐츠가 메인 스토리를 지연할 자유를 제공하는 요소로써 작동한다. 전작들의 포켓 서킷이나 물장사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거나 서브 스토리를 보기 위한 수단에 가까웠다면, 야쿠몬 배틀이나 쿵더쿵 섬은 그것을 넘어 독자적인 시스템을 지닌 게임 속 게임에 가깝다. 물론 이들을 통해 메인 스토리 진행을 위한 돈이나 강화 아이템을 습득할 수 있지만, 두 서브 콘텐츠는 메인 스토리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진행되는 플롯을 지니고 있으며 심지어 상호보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했다. 이를테면 수집한 야쿠몬을 쿵더쿵 섬의 노동력으로 삼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훈련 및 강화한 야쿠몬을 배틀에 활용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는 <드래곤 퀘스트>를 비롯한 JRPG의 전통을 <용과 함께>의 전투 시스템에 녹여내면서 등장한 새로운 렌즈, 즉 턴제 전투에 돌입함에 따라 카스가의 관점에서 ‘몬스터’로 변하는 적들의 모습과 조금 더 강하게 결부된다. 전작들에서 단순히 ‘길거리 양아치’나 ‘술 취한 회사원’과 같은 식으로 명명되었던, 길거리 인카운터로 마주치는 적들은 '자칭 마법사', '장난꾸러기 코코넛', '시티 웜'과 같은 이름으로 바뀌었다. 카스가의 눈으로 보게 된 <용과 같이>의 세계는 한편으로 선혈이 낭자한 야쿠자의 세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모험으로 가득한 게임적 가상으로 가득한 세계다. 키류의 실시간 전투가 ‘야쿠자’라는 소재가 주는 폭력의 쾌감을 강조했다면, 카스가의 턴제 전투는 카스가의 규칙을 받아들인 동료들과 형성한 일종의 ‘매직 서클’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야쿠몬 배틀이나 쿵더쿰 섬처럼 명백히 다른 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한 서브 콘텐츠를 정당화할 수 있다. 카스가의 <용과 같이>는 더 이상 야쿠자의 세계를 진지하게 묘사해낼 수 없는 게임 외적인 어려움(2010년대 이래로 야쿠자의 수는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을 다분히 게임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야쿠자 대해산’으로 마무리된 7편과 언더커버 요원으로 암약하는 키류의 이야기를 다룬 <용과 같이 7 외전: 이름을 지운 자>를 떠올려본다면, 8편의 이야기는 배신과 의리 사이를 맴도는 전형적인 야쿠자 이야기로 지속될 수는 없다. 때문에 시리즈가 눈을 돌린 곳은 게임 그 자체이며, 8편은 그간 시리즈가 쌓아둔 에셋을 재료 삼은 온갖 게임의 혼성모방으로 완성되었다. 그것이 이 게임에 가져다준 거대한 유희공간은 기존에 “자유도가 높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게임들과는 다른 양상의 자유도를 선사한다. * <용과 같이 8>의 ‘엔딩노트’ 메인 스토리를 끝없이 유보하는 <용과 같이 8>의 자유에는 혼성모방적 서브 콘텐츠 이외의 것도 포함된다. 친어머니를 찾아 나선 카스가의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이지만, 어쨌거나 이 게임은 카스가와 키류를 모두 주인공으로 채택했다. 6편에서 일단락되었던 키류의 일대기는 7편 외전에서 잠시 다른 방향으로 선회한 뒤 본작에서 다시 전개된다. 게임 중반부부터 키류가 암에 걸려 죽어간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야기는 카스가가 이끄는 하와이 그룹과 키류가 이끄는 이진쵸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 시점부터 새로 해금되는 서브 콘텐츠가 있다. 바로 키류의 ‘엔딩노트’다. 엔딩노트는 키류를 간호하던 난바가 지난 삶을 정리해보라고 조언하는 장면을 통해 해금된다. 마치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아서 모건이 무법자들로 가득한 서부극의 시대가 끝나감을 알리며 죽어간 것처럼, 키류 카즈마는 야쿠자의 시대가 끝나감을 자신의 몸으로 드러내듯 죽음을 향해 간다. 키류는 이진쵸와 카무로쵸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난 삶을 회상하고, 종종 간단한 전투가 벌어진 뒤 이전 시리즈의 장면이 엔딩노트에 기록된다. 여기에는 본편 넘버링 이외에도 <용과 같이 유신!>이나 <용과 같이 OF THE END>과 같은 외전 또한 꿈의 형태로 포괄된다. 이윽고 누군가 키류를 찾아오는데, 시리즈 전체를 키류의 이야기에 함께 해온 형사 다테 마토코다. 키류는 다테와 함께 전작들에서 함께 해온 인연들을 마주한다. 이 과정을 통해 포켓 서킷 파이터나 의사 에모토부터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하루카까지, 그간의 시리즈를 수놓은 등장인물과 재회하게 된다. 이 재회는 키류의 것만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용과 같이>를 플레이하며 키류의 여정을 쫓아온 게이머들 또한 키류의 엔딩노트 위에 자신의 추억을 포개어 놓을 수 있다. * <용과 같이 8> 속 키류의 죽음과 관련된 장면 이경혁은 게임제너레이션 16호에 수록된 글 “ '이코'에서 '갓오브워'까지: 사랑의 대상과 게이머의 나이듦에 대하여 ”를 통해 스탠드얼론 게임에서 다뤄지는 서사가 게이머와 함께 나이듦을 지적한다. 로스 산토스를 누비는 범죄자는 중년의 위기를 겪고, 혈기 왕성했던 크레토스는 사춘기의 아들을 이해해야 하며, 이혼와 육아는 GOTY 수상작의 중심 소재가 되었다. 게임의 주인공이 죽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이 늙음과 질병, 한 시대의 종언과 함께 이야기되는 것은, 이경혁의 지적처럼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된 스탠드얼론 게임 유저들의 연령과 연동되며 발전한다. 어느덧 20년의 역사를 지는 프랜차이즈가 된 <용과 같이>가 키류의 마지막(일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지만)을 그려내는 방식은 시리즈의 한계와 나이듦을 직면하는 것과 같다. 규모의 확장과 한계의 쇄신이라는 이중의 임무를 지닌 <용과 같이 8>은 우리에게 게임의 주역들과 한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한다. 메인 스토리를 유보하면서 카스가와 놀고 키류를 추억할 거대한 놀이공원, 이로써 <용과 같이>라는 게임의 경계는 한층 넓어졌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비평가) 박동수 학부에서 예술학을 전공했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하고 있다. 영화에 관한 글을 주로 쓰고, 미술, 게임, 방송 등 시각문화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 영화평론가, 팟캐스트 [카페 크리틱] 진행자, 공동체상영 기획자이기도 하다.

  • 10

    GG Vol. 10 대규모 인력과 자본을 투여해 만들어지는 트리플 A 게임은 현대 비디오게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덕분에 얻게 되는 가능성 뿐 아니라 한계도 동시에 존재한다. 트리플 A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15년 만에 다시 돌아온 <어이쿠, 왕자님>, 게 섯거라 이놈아! 버틀러는 이러한 패러디적인 창조성을 원본이라는 것 자체도 원래 본질적으로 원본인 것이 아니라 원본이라고 가정되는 이상적 자질을 모방을 통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원본이 동시에 모방본이라는 점에서 원본과 모방본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모방본도 원본도 원본의 상상적 특성들을 모방하는 것이고, 오히려 모방본이 원본의 모방적 자질을 드러내주는 것이라면 이제 오히려 모방본이 원본에 선행한다는 역설적인 생각까지 가능해진다. 이는 원본이 가진 창조성의 가치와 패러디의 모방본이 가진 창조성의 가치가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오히려 패러디 요소를 내재하고 있는 모방본이 원본에 선행하여 더 높은 창조적 위치를 점유한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Read More Prompt2Videogame: 더빙의 오래된 미래 이러한 맥락을 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데스티니의 ‘목소리’뿐 아니라 그 너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 수 있다. 1조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질 GPT-4(혹은 그것을 뛰어넘는 모델)에 연동된 데스티니는 플레이어와 어떤 대화를 하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그녀는 앵무새처럼 똑같은 대사를 반복해서 중얼거리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녀가 말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잠재적인 사운드’에 대해서도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리 녹음을 했거나 혹은 기계적으로 만들어 놓은 사운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플레이어의 대답에 따라 반응이 3가지 정도로 나뉘는 고전적인 NPC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 역시 우리의 선택에 따라서 대화의 분기가 한 10가지쯤 될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도 없다. 그녀는 플레이어의 대답에 긴밀하게 반응하고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하며, 그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대사나 대화에 있어서 데스티니에게 기존 게임 사운드의 특성들을 적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Read More The Coevolution of Arcade Games, Gamers, and Interfaces As such, interfaces may evolve to accurately construct the ideals projected on the design, but that design can easily change based on coincidental chance. The modified interface also brings about transformation to one’s gameplay itself, and this change in gameplay can change the experience provided by the game, thus bringing about an effect that makes the game itself feel different. Therefore, the interface is not merely a simple input device nor a factor that does not bring any fundamental changes to the game, but rather is the very hardware that constitutes the game and simultaneously the “physicalized” mechanical object connected to the gamer. The interface does not evolve or progress according to the game’s design; it lies in the process of ever-changing co-evolution while interacting with the game, the gamer, and all environments tied to the self. Read More Three Trends in Western AAA Games Research: Creators, Culture, and Cash. The AAA space continues to be one where art, industry, and culture coalesce. What games research attunes us to most is that each of these elements, while moving forward, seems to be stuck in stasis where the problems of the past remain unresolved. In the pleasure of the next big release, the anticipation of the next hype cycle, and the excitement of the next awards ceremony, it’s clear that AAA development is no-doubt heading full-bore into a future of even greater artistic heights, but these heights come with even more troubling extremes. Despite interventions on the part of games journalists and academics, and mobilization attempts from game workers, long-standing and pervasive issues with the legitimacy of games, and the exploitation of workers and players alike, persist. Academic work on the AAA space shines a spotlight on the issues that continue to go unresolved while major gaming studios propel forward in the perpetual quest for artistic recognition, prestige, and the almighty dollar. Read More [Editor's View] 트리플 A, 거대한 만큼 희미한 개념을 헤치며 안녕하세요,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입니다. GG의 호수가 오늘로 두자릿수에 진입했습니다. 격월로 나가는 호로 10회니 벌써 20개월을 지나왔다는 이야기겠지요. 매 호마다 GG는 오늘날 게임문화담론의 주요한 테마가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그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기획을 실어왔습니다. 때로는 기술에, 때로는 문화에 초점을 맞추며 지난 10호는 한국 게임문화담론을 이루는 여러 기초적인 요소들을 탐색해온 바 있습니다. Read More [논문세미나] “Sexuality does not belong to the game” - Discourses in Overwatch Community and the Privilege of Belonging 한때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AAA급 게임 〈오버워치(OVERWATCH)〉. 〈오버워치〉는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내 다양한 논쟁이 오갔던 2010년대 후반을 상징하는 게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 인기를 입증하듯, 〈오버워치〉에는 늘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쏟아져나왔고 이를 통해 드러난 현상과 논의들이 논문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기를 풍미한 〈오버워치〉는 작년 10월, 서비스를 종료해 후속작인 〈오버워치 2(OVERWATCH 2)〉로 재탄생했다. 이 글은 Triple A!라는 주제를 맞아, 2010년대 후반을 대표한 AAA급 게임 〈오버워치〉에 관한 한 논문을 다루고자 한다. 바로 오버워치 속 ‘퀴어’를 다룬 논문이다. Read More [인터뷰] : “중꺾마”의 장본인,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인터뷰 흥미로운 점은 해당 표현을 처음 사용한 문대찬 기자가 ‘게임 전문지’가 아니라, 종합일간지의 기자라는 점이다. 문대찬 기자가 소속된 쿠키뉴스는 2005년에 만들어진 온라인 뉴스 서비스로,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단순히 인터넷 종합일간지가 게임을 다룬다는 점을 넘어, 게이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미디어 일반에 진출하면서 만들어지는 변화를 보게 한다. ‘중꺾마’의 대중화만 하더라도 게임과 게임 산업의 맥락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는 사람에 의해, 게임 문화가 대중적으로 확장된 사례이다. 이번 호에서 편집장은 ‘중꺾마’의 장본인인 문대찬 기자와 만나, 게임이 서브컬쳐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Read More 古典名著邂逅现代科技: 《黑神话:悟空》与中国的3A游戏想象 但就在这“一切朝钱看”的时代与产业环境里,名不见经传的《黑神话:悟空》(흑신화:손오공,后文简称《黑神话》)却在2020年8月20日如电影《大话西游》(대화서유)里“身披金甲圣衣、驾着七彩祥云”的盖世英雄一般横空降世,不仅搅动整个中国游戏业,甚至点燃了社会舆论对中国游戏业的期待。人们在民族主义情绪的激荡下,憧憬着古典文学《西游记》与现代科技虚幻引擎(Unreal Engine)的“邂逅”能第一次铸就伟大的中国3A游戏。 Read More 개발자, 문화, 그리고 현금: 서구 AAA 게임계의 세 가지 경향 AAA게임은 예술, 산업, 문화가 결합되는 영역으로서 지속되어왔다. 게임 연구는 그러한 요소들이 - 진전을 계속하는 가운데 - 과거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 정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대 차기작 출시에 대한 기대 및 차기 하이프 사이클에 대한 예측 그리고 다가올 시상식에 대한 흥분 속에서, AAA게임 개발이 보다 높은 예술적 수준의 미래를 향해 최고의 속도로 내달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높이에 도달하기까지 훨씬 큰 극단의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게임 언론계나 학계의 간섭, 그리고 업계 종사자들의 노동 관련 운동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적법성, 노동자와 플레이어에 대한 착취 등 오랫동안 존속되어온 문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Read More 게임 to 현실, 현실 to 게임: <게임의 사회학> 서평 〈게임 사회학〉은 저자 스스로 그 빈칸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책이었다. 저자가 스스로 게이머들이 왜 이런 행동을 보였을지 이유를 추적하고 그 인과성을 검증하는 모델을 세우는 과정을 보였기 때문이다. 즉 정량적인 연구라도 연구 문제를 설계하고 모델에 어떤 변수를 채택하고 분석 결과를 해석하는 일은 다시 사람의 몫이다. 전통적인 사회과학이나 통계학 연구자들이 딥러닝을 학문으로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딥러닝 모델이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관계를 설명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필요성이 부각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XAI는 알고리즘이 왜 이런 결과를 내놓았는지 추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량적인 연구와 정성적인 연구가 연결되는 지점이며, 앞으로 게임과 그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 사회과학 연구가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Read More 게임백서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과 알려주지 않는 것들 2023년 1월 2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이하 ‘백서’ 혹은 ‘게임백서’)〉를 발행했다. 백서는 연 1회 발행되며, 1년 간의 국내 게임산업 현황(산업, 수출입, 제작 및 배급업체, 종사자, e스포츠 등), 게임이용 동향(플랫폼별 이용, 게임에 대한 인식 및 태도 등), 해외 게임산업 현황(플랫폼별·국가별) 등을 다룬다. 국내외 산업규모, 이용행태를 파악하고 경제적 가치를 분석해 정책수립이나 연구조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백서 발행의 목적이다. Read More 고전 명작과 현대 테크놀로지의 해후: 『검은 신화 : 오공』과 중국 AAA게임의 상상 2017년부터 중국 게임산업의 실제 매출은 확고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곧 중국 게임산업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AAA게임이야말로 한 나라의 게임산업의 종합적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게이머들에게 뼈아픈 점은 중국이 내내 자체적인 3A게임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관련된 시도조차 부족하다는 사실에 있다. 다시 말해, 상업적 성장 측면에서 중국 게임산업은 ‘최고의 시대’이지만, 문화예술과 창조성의 측면에서는 ‘최악의 시대’라는 것이다. Read More 고전게임 리메이크에서 트리플 A를 고려하는 방식에 관하여 세간에서 말하는 트리플A 게임만의 매력은 뭘까? 아무래도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세대의 가장 앞선 기술을 다각도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포기하기 어려운 요소이다. 특히 게임 장르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게임-문법은 이미 앞세대의 게임에서 대개 구현이 완성된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트리플A 게임은 그것을 어떻게 규정하든 비주얼과 사운드라는 면에 방점을 찍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은 생산비 증가와 개발 기간의 장기화라는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트리플A 포기론’까지 나올 정도이다. Read More 규모의 문화상품 - 블록버스터 영화와 트리플A 게임 약간의 오해를 감수하고 말해보자면, 어느 순간부터 게임 시장은 트리플A 게임과 인디게임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는 트리플A 게임과 종종 비교되곤 하는 영화의 블록버스터 개념과도 차이를 보인다. 소위 상업영화라 불리는 범주 속에 블록버스터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업영화가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중저예산의 로맨스, 코미디, 호러 영화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이 영화들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등 비상업적 영역에 속해 있지 않다. 다만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어 제작, 유통, 홍보되는 영화가 아닌 작은 규모의 상업영화일 뿐이다. 게임은 그 반대의 위치에 놓인다. 영화는 소수의 블록버스터를 ‘텐트폴 영화’라 부르며 그에 속하지 않는 다수의 저예산 상업영화,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으로 구성된 시장을 지닌다. 게임도 몇몇 트리플A 게임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스트레이〉(2022), 〈잇 테이크 투〉(2021)와 같은 인디게임들이 흥행을 기록하고 〈뱀파이어 서바이버즈〉(2022)처럼 유행을 선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게임은 트리플A 게임이든 인디게임이든 상업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비상업적 게임”이라는 어색한 어감의 단어조합은 극소수의 예술적 게임, 혹은 전시나 공공성을 위해 만들어진 몇몇 게임만이 속해 있을 뿐이다. Read More 모바일게임 이용자의 입장에서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에 대해 생각해보기 2022년 9월 29일 구글 스태디아의 서비스 종료가 발표되었다. 스태디아는 클라우드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또 한가지의 특징은 월정액으로 구글이 계약해서 제공하는 여러 게임을 플레이할수 있는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 서비스였다는 점이다. 다만 따로 돈을 내야하는 게임도 있어서 완전한 구독형 서비스는 아니었다. 제공하는 게임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고 최신 게임을 하려면 월정액 요금 외에도 추가적인 비용을 내야했기 때문에 구글 스테디아는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고 결과적으로 구글의 의지 부족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Read More 산업의 트리플A, 이용자의 트리플A 한 때 트리플A가 상징했던 것들을 더욱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서, 그 이상의 신성함을 게임에서 꿈꿔보자. 하나의 통일된 지향을 추구하기 보다는, 여러 방향의 주변화된 상상력이 각자의 방식으로 누적될 때 인류에게 진정으로 울림을 주는 더욱 경이로운 경험을 우리는 협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통해 가능한 것의 경계를 계속 확장하고, 그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Read More 엘든 링: 황금 나무가 솟은 정원 게임을 하다 보면 어떤 순간에 도달한다. 완성한 지도에서 더 이상 가지 않은 장소는 없으며, 무한한 탐험을 약속하던 세계는 더 이상 광야가 아니다. 그때 〈엘든 링〉은 그림 같은 정원에 가까워진다. 자연물과 폐허를 포함한 정원은 “열정적인 기억, 회한, 달콤한 멜랑콜리를 더 잘 자극할 목적으로 새로이 부재를 만들어낸다.”16) 설령 엔딩이 일종의 종말을 선언한 이후에도, 플레이어들은 불완전한 총체성을 해소할 길 없이 꿈꾸며 정원을 헤맨다. Read More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에 이렇게 진부한 요소들이- <승리의 여신: 니케>의 SF 세계관과 캐릭터 디자인의 충돌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는 2022년 11월 시프트업에서 제작하고 레벨 인피니트에서 서비스하는 FPS/TPS 모바일 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광고에서 이미 한차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2019년 처음 트레일러가 발표되었을 당시 캐릭터들의 섹슈얼한 디자인과 가슴과 엉덩이의 모핑(morphing)이 과도하게 부각된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화젯거리가 있었기 때문인지, 2022년 출시를 앞두고서도 미디어를 통한 광고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부각된 광고가 있었다. Read More 채찍과 당근의 자강두천,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유도하고 또 감정선을 조절하는데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때론 위협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면서, 무작정 사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범위 안에 플레이어의 경험을 위치시키기 위해 수많은 요소가 무대 뒤에서 암약한다. 마치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에서 미스터리 단체의 직원들이 주인공 일행에게 하나씩 위협을 던져주며 가지고 놀듯이 말이다. 만약 이런 시선으로 공포 게임을 본다면, 이제는 한 번쯤 그 의도와 예상을 부숴주겠다는 불순한 생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Read More 탈출 없는 삶에서 의미를 만드는 게임적 방법 〈하데스 Hades〉는 혹평이 거의 없는 좋은 게임의 정석 같은 게임이다. 2020년 하반기 최고작으로 뽑히며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 TGA) 올해의 게임 노미네이트, 각본상, 인디 게임상, 액션 게임상을 수상했고, 메타크리틱 게임 리뷰에서 93점의 높은 점수를, 현재 스팀에서도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SF 문학상인 네뷸러상과 휴고상까지 수상하니, 국내의 한 게임 비평지에서는 “하데스는 깔 게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렇게 길게 수상 목록과 긍정적인 평가를 굳이 덧붙이는 이유는 〈하데스〉가 보편적으로 잘 만든 게임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Read More

  • Randomness is a double-edged sword. The opposite reception of randomness in AAA and indie game sectors

    It seems fascinating that the same mathematical phenomenon could become the foundation of the most acclaimed and the most despised design principles of modern gaming. As I will argue in this article, this is precisely what happened to randomness. < Back Randomness is a double-edged sword. The opposite reception of randomness in AAA and indie game sectors 17 GG Vol. 24. 4. 10. You can see the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below URL: www.gamegeneration.or.kr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It seems fascinating that the same mathematical phenomenon could become the foundation of the most acclaimed and the most despised design principles of modern gaming. As I will argue in this article, this is precisely what happened to randomness. Even though randomness has always been a part of game development, it could be argued that it has exploded in popularity over the last decade. In many ways, we live in a golden age of randomness in games. To understand some of the observations made in the later parts of this article, we have to start with a critical distinction between perceived and objective randomness. Perceived randomness deals with our ability to recognize patterns. If an event in the game feels as if it happened "out of the blue," or if it seems that it could just as well not appear in a second playthrough, we may classify it as random. Needless to say, the fact something feels entirely erratic for us does not mean the developer didn't carefully plan it. In contrast, objective randomness is the real deal – objectively random things are genuinely random, regardless of our knowledge. Many positive and negative sides of randomness stem from the difference between perceived and objective randomness. For example, even though achieving genuine randomness on computers has always been a challenge, programmers did not have to worry about it too much because all they had to achieve was an appearance of randomness. Designers of old recreations of casinos (such as Casino Kid for the NES) did not have to worry about genuine randomness because all that mattered was that the game delivered a decent casino-like experience. Things started to be much more problematic once gambling-like mechanics began to be combined with actual currency purchases. The combination of randomness and microtransactions leads us to the dark side of our story of randomness in modern game design. The most well-known illustration of the problem comes from the debate on lootboxes that took gaming by storm seven years ago. When EA launched its sequel to Star Wars Battlefield II, the company surely did not expect the backlash from the players who were unhappy with how important lootboxes became to the gameplay. It suffices to point out that the Reddit post about the game received the dubious accolade of being the most downvoted message on any of over 100 thousand subforums. The upshot of this scandal was that some European countries introduced legal measures to limit or even ban loot boxes from games as the legislators started to see games as casinos in disguise. Many game developers decided to change their games and replace lootboxes with other systems, such as season passes (Overwatch 2). Other companies revealed the odds for loot boxes, forcing them to show how low these odds really were. Despite all these actions, random mechanics that function identically to loot boxes (even though they do not use the same visual representation) are very prominent, especially in so-called gacha games that started to be a global phenomenon around after the launch of Genshin Impact. It is also worth remembering that revealing the odds cannot be seen as a silver bullet – the odds of dice or roulette are clear for everybody to see, but it does not make these games unproblematic. As I mentioned, people criticizing lootboxes mainly focused on their similarity to gambling. Even though this comparison is sometimes warranted, it obfuscates two crucial differences that make randomness in games even more problematic than in casinos. The first problem comes from the so-called "gambler's fallacy," which boils down to a sentiment that the more you lose in a game of chance, the more likely you are to win finally. Ideally, the feeling should go away once you realize that it can't be true – the next flip of a coin does not "know" that all the previous flips were unlucky. Still, many rational people cannot shake the feeling that "luck has to finally come," which leads them to continue spending. What is strange about digital games is that this feeling may actually be rational, so the risk of people spending more money on subsequent draws is bigger. Developers who fear the loss of unlucky players may easily introduce "pity mechanics" that guarantee a valuable drop. It is also fairly common to control the drops the players get during initial sections of the game as the creators want to be sure the player gets the intended, optimal experience before they are thrown in at the deep end of randomness. The second problem relates to the so-called "sunken cost fallacy". Gamblers who lost a lot in a given game of chance may continue losing because they treat their loss as an investment. They feel that stopping during an unlucky streak confirms it was unlucky – in their mind, stopping almost "makes" the streak unlucky. This sentiment is entirely irrational in traditional games of chance, but online games make it possible for developers to target specific players. Some developers openly advise mobile game creators to target their big spenders to offer them special deals or even change the whole game to their liking. What it means in practice is that spending a lot (even if it is losing) can be treated as an investment by some players, who could then feel entitled to get special treatment from the creators. If I focused only on the so-called AAA and Free2play industries, the dark patterns described above would have been the only topic of my article. And yet, during the same decade, the phenomenon of randomness became the central mechanism of games created by independent developers as well. What is fascinating, though, is that it was used in a completely different way that did not result in heated ethical debates. On the contrary, it can be pointed out as the main reason for the origin of new popular genres, such as open-world survival games, and the resurgence of old genres, such as roguelikes. It can be argued that randomness and the success of modern indie games go hand-in-hand. What is the reason randomness is so popular with independent developers? It seems that it comes from a very lucky confluence of several factors. The chief reason is that employing randomness helps to cut development costs. Independent game developers do not create their games in a vacuum and must adapt to new game habits and expectations of players conditioned on big-budget games. Their games couldn't compete in production values, but they could offer the players value for money differently. For example, they could promise much better replayability, a wider variety of power-ups and weapons, or bigger open worlds. As it happens, all of these advantages could be gained through skillful usage of randomness. Even though roguelike games are one of the oldest genres in gaming (the original Rogue dates to 1980), they functioned as a dormant, niche genre for almost 30 years just to gain mainstream popularity during the last decade. The main reason for this unusual trajectory was that the developers deconstructed the genre and infused many other genres with roguelike randomness. Two games that paved the way for this development were Spelunky (2008) and The Binding of Isaac (2011). Before the release of these games, roguelikes were often treated as very rigid wholes. They had to contain perma-death, random environments, and loot, but, more importantly, they had to belong to the RPG genre. The roguelike revolution happened when people realized that there is nothing that prevents us from using the same type of randomness in virtually any genre. Random environment generation became the foundation for another hugely successful genre – survival games that followed the release of Minecraft. Undoubtedly, one of the reasons for their popularity was the novel mechanic of crafting and survival, which existed in older games only in a simplified and secondary manner. Still, we should not disregard how much randomness helped to popularize the genre. Independent games' budget limitations prevented developers from creating games in specific genres. Making an open-world game similar to GTA or Skyrim with small resources is challenging. The same goes for live service games that must be constantly updated and maintained. Procedurally generated worlds and the early access model popularized by Minecraft solved these problems for independent developers and allowed them to deliver experiences that could compete with AAA development regarding sales and player engagement. Even though procedurally generated worlds cannot compete with handcrafted ones in terms of intricate detail or authenticity, they can easily surpass them with scale, promising infinite explorability. On the other hand, games that use randomness to ensure no two play sessions are the same do not have to worry about players becoming hungry for new content. The ease of production extends to more liberal design practices, making game development more manageable for small teams. Having an unlucky or lucky run in roguelike games is part of the experience, and nobody expects the developers to make sure every draw of luck is "fair" or balanced. In fact, having situations that seem broken from the design standpoint (that are too overpowered or helpless) can often contribute to the games' popularity on streaming services. Many streamers seek extreme, unique situations, and randomness is the mechanism that is here to deliver. To sum up, the popularity of randomness in the current gaming industry and the two extreme ways it is treated may be initially surprising but is far from a coincidence. It can be explained once we look at how randomness contributed to analog games in the past. Throwing dice or sticks, shuffling cards, etc., are very old mechanics used across the globe to add the effect of surprise and replayability. They allowed simple rule sets to be used for hundreds of years. At the same time, the same actions could be easily misused whenever we make them the central mechanic and turn entertainment into gambling.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IT University) Pawel Grabarczyk Pawel Grabarczyk is an associate professor at the IT University of Copenhagen, Denmark, and an associate professor at the University of Lodz, Poland. He is a philosopher by training and works on the boundaries between philosophy and game studies. His research deals primarily with game ontology, ethics of microtransactions, virtual reality, and the history of games. He is currently working on a platform studies book on Atari 8-bit computers.

  • Editor's View: 오프라인은 어떤 의미인가?

    GG 8호가 주목한 주제는 ‘오프라인 게임’입니다.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의 게임들은 온라인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지만, 게임의 역사를 돌아보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오프라인 기기 기반의 플레이들이 만들어 온 맥락이 온라인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Back Editor's View: 오프라인은 어떤 의미인가? 08 GG Vol. 22. 10. 10. 안녕하세요,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입니다. GG 8호가 주목한 주제는 ‘오프라인 게임’입니다.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의 게임들은 온라인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지만, 게임의 역사를 돌아보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오프라인 기기 기반의 플레이들이 만들어 온 맥락이 온라인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이 보급된다고 해서 영화가 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온라인 게임이 보편화된 시대라고 해서 오프라인 게임의 의미가 완전히 퇴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기에 온라인 시대의 오프라인 게임이 갖는 의미에 주목합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지 않아도 작동하는 무엇은 어쩌면 점점 희귀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속에서 또다른 의미로서의 ‘온라인이 아닌’ 게임으로 오프라인 게임의 의미는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따로 서버에 연결되지 않는 오락실 기기들,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지만 오프라인 현장의 플레이가 더욱 중요한 PC방과 e스포츠를 넘어 아예 디지털의 범주 바깥에 존재하는 보드게임까지 우리는 오프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과 대립항을 이루는 여러 게임들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역으로 드러나는 것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대전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가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이라는 개념이 갖는 관계망으로서의 의미를 통한 접근 또한 유효할 것이고, 그렇기에 이번 호의 기획은 어쩌면 온라인이라는 시대 배경에 대한 접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호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The Coevolution of Arcade Games, Gamers, and Interfaces

    As such, interfaces may evolve to accurately construct the ideals projected on the design, but that design can easily change based on coincidental chance. The modified interface also brings about transformation to one’s gameplay itself, and this change in gameplay can change the experience provided by the game, thus bringing about an effect that makes the game itself feel different. Therefore, the interface is not merely a simple input device nor a factor that does not bring any fundamental changes to the game, but rather is the very hardware that constitutes the game and simultaneously the “physicalized” mechanical object connected to the gamer. The interface does not evolve or progress according to the game’s design; it lies in the process of ever-changing co-evolution while interacting with the game, the gamer, and all environments tied to the self. < Back The Coevolution of Arcade Games, Gamers, and Interfaces 10 GG Vol. 23. 2. 10. 
 Arcade Machines as Retro Games 
 The term “retro games” generally refers to old and classic games. With the recent resurgence of interest in retro games, the arcade games of the past can now be seen all the more frequently. Arcade games, met with immense popularity since their emergence in the 1970s, are treated more or less as forgotten media (at least in academia) despite their prominence as the first form of digital mainstream pop culture. The reason is likely due to the stereotype that arcade games are a mainstream culture, primarily targeted toward young children and teenagers. Arcade culture, which is consistently treated as youth culture and a subculture of the public, continues to receive widespread interest in terms of the destructive and antisocial impact it can leave on teenagers. However, from the perspective that arcade games were ‘absorbed by and replaced with digital video games since the 1990s,’ what little interest there is dissipates. 
Then, what exactly are these video games considered to have absorbed and replaced arcade games? Gonzalo Frasca defines video games as “including any forms of computer-based entertainment software, either textual or image-based, using any electronic platform such as personal computers or consoles and involving… [games] in a physical or networked environment.” If we go by Frasca’s definition, arcade games quite literally fit the description of video games. Then, what do we really mean by the arcade games that have been rendered extinct? In truth, arcade venues (or amusement arcades) are still thriving—just comprised of different components and conditions. Small, damp arcades became large-scale, and these spaces have become filled mainly by virtual reality games, rhythm action games, and hands-on games with imitative interfaces. 
The arcade games considered to be extinct are likely of a different kind compared to those at the current-day amusement arcade. As part of the arcade game generation, we have at least a handful of memories where we enjoyed arcade games. However, the memories brought up of such games are different for each individual. To one person, their memory of an arcade is made up of shooting games such as “Space Invaders” or “Galaga.” Another might recall claw machines where you grab plushies or prizes, while another might think of fighting games such as the “Street Fighter” and “Tekken” series or rhythm games such as “DDR” and “Pump It Up.” Otherwise, it may be a memory of using the coin-operated karaoke machine located in the corner of the arcade to relieve stress. These arcades are represented by one word but can mean many different physical spaces depending on each individual. What’s interesting is that the arcade games shown in media as retro games appear more frequently in the form of arcade cabinets as opposed to actual games. With this representation, rather than defining them as hailing from a specific genre or period, couldn’t we regard arcade games as a “form of game experience itself” that can be interacted with by using a unique interface, the joystick? *Inside the “Put your Hands Up” game arcade at Lotte World Tower. 
(Source: Eun-ki Jeon) 
 
 The Misunderstanding about Game Interfaces 
What are the elements that make up a game? Geoff Howland (1998) distinguishes these factors as 1) ‘Graphics’ - the images that are displayed with any effects performed on them, and 2) ‘Sound’ - the music or sound effects that are played during the game; 3) ‘Interface’ - anything that the player has to use or have direct contact with in order to play the game; 4) ‘Gameplay’ - how fun and immersive a game is, and 5) Story - information learned by the player as the game progresses, such as the game’s backstory.
 Although it is one of the components of a game, the interface is oft neglected from discussion despite the fact that games interact with gamers in ways that require the body (usually the hands). If any game is not connected to the body using some sort of controller, the game is reduced to nothing more than a set of deactivated codes. We can consider the moment on screen made possible by controllers that achieve harmony with the body’s experience, allowing the sensibility and knowledge engraved within gamers to work together. As such, the interface that mediates the interaction between games and gamers goes beyond simply transmitting signals. In other words, the interface is hardware that allows gamers to feel the experiences provided by the game's software, and at the same time, serves as a “bodily extension" for gamers. Accordingly, changes in games have caused the interface to change continuously as well. However, there are some inaccurate beliefs about interfaces. In sum, James Newman (2007, p. 260) states that “[in] concentrating only on change, progress and technological advancement, it is tempting to overlook some of the constancies that a consideration of retrogaming reveals. Perhaps the most immediately obvious element that has remained largely unaltered is the videogame controller.” Thus, Newman claims that the gaming interface has not undergone much fundamental change since being attached to the old consoles of the 1980s—only tweaked to provide a slightly more comfortable grip and placement changes without much fundamental change otherwise, and only advancing for more accurate input. 
 Below, using the joystick of arcade machines as an example, we’ll examine why his argument that the interface has not fundamentally changed is wrong, and why it may be false to claim the technological advancements were for the purpose of more accurate input to meet design demands. 
 Social Reconstruction of Imported Technology
 It is easy to understand why the joystick interface has continuously been advanced when we examine what kinds of games they are currently used for. Currently, mice, keyboards, or directional pads are predominantly used as game interfaces, for combat games, shooting games, and etc., joysticks are the primary interface. Unlike input devices such as directional pads, which mainly use cross-shaped keys that are designed to register up-down-left-right, joysticks are used for 360° directional input, especially for diagonal input which would require simultaneous input of one of the up and down directional keys with one of the left and right directional keys. Thus, nearly every arcade game’s joystick—except for those of Korea—come equipped with square-shaped guides limiting the movement of the lever in order to facilitate diagonal input. However, only in Korea do we see a different sort of joystick being used. We can safely assume that the joystick equipped with a circular base, commonly referred to as the mu-gak lever (or, the Korean bat stick), is only used in Korea. This is because the technology that is the joystick was newly reconstructed after being imported from Japan and used in Korea due to Korea’s technological environment at the time. Presently, games have grown into one of the most popular industries, but arcade games were not an industry that were promoted by the government nor paved by large companies.3) Consequently, the small businesses in the Cheonggyecheon Electronics Shopping Center near the electronics industry led the charge in manufacturing, importing, and distributing arcade games. When these businesses imported arcade machines from Japan, they imported them separately as parts, not as final products, in order to reduce tariffs. Then, these parts were reassembled and the products were distributed around the Cheonggyecheon area. Around this time, products that could be produced domestically began being manufactured in South Korea. However, the issue lied in a lack of understanding by producers in the gaming parts market as to why each part was designed a particular way. Thus, the design for diagonal input was glossed over, and products with good up-down-left-right drive values were produced, reassembled, and distributed. Japan's joystick also used spring elasticity to return the stick to neutral position after command input, but in Korea, the spring was replaced with rubber because the production of springs with uniform elasticity required high technical skill and production cost. 
 
 Gamers Adapting to the Reconstructed Joystick In this way, the joystick interface has changed not only under Korea’s political, economic, and technical environment, but also by the physical environment of the arcade. It’s true that as consumables, joysticks must be regularly managed and replaced. However, according to the owner of the now-closed-down green arcade in Daelim-dong, Seoul, very few business owners were aware of such practices in the early days of the arcade. 
 “In the early days of the arcade, there was no concept of it being a specialty store. No one cared about the accuracy of [joystick] inputs. Think back to those days. All the owners did was sit in the room and give you change.” - Kyung-sik Yoon, Male, 68, owner of amusement arcade 
 “Consumables have a long shelf life with business owners that offer games or parts makers and so on. But there was no maintenance done for these. When these consumables that aren’t very durable are used for years on end past their time, the looseness becomes severe. But that’s how Koreans learned to play games, so of course the area of command becomes broader. You couldn’t help but move your hands around all the time.” - Kyung-sik Yoon, Male, 68, owner of amusement arcade 
 South Korean arcade regulars grew used to the loose joysticks that became loose due to the poor management. Unlike gamers of different countries who can control the input with just their fingers, Korean gamers have grown accustomed to manipulating joysticks by moving not only their wrists, but their whole arms. The joystick, a mechanical object, was transformed by gamers who adapted it as their own tool. Going further, it transformed gamers to utilize their own selves and make this apparatus conform to them . 
Gamers who had adapted to the changed interface also enjoyed playing games in different ways. Rather than use precise diagonal input, they enjoyed using the circular base to rotate the stick. And rather than use play that required quick reflexes using dynamic vision, they would quickly manipulate the loose joystick to engage in their own psychological warfare. We can even largely attribute the differences in play style, compared to players of different countries, to the joystick, especially when it comes to fighting games like Tekken. 
 
 The Evolution of the Joystick 
 In Korea, the joystick evolved not by how fine and accurate the input was reproduced within a game, but by how it related to the gamer that adapted to the joystick. 

 “The lever has to be dumber in Korea. Why? Because you can’t use it if it’s too sensitive. If you move it little by little, you mess up the command. There has to be a margin of error so that it won’t register even if you move it a certain amount. If there isn’t, you can’t use the lever. Electronic equipment doesn’t lie. But the people who produce levers don’t think that way. They don’t think about the margin of error they should consider, and just keep making them sensitive. ” - Kyung-sik Yoon, Male, 68, owner of amusement arcade 
 The circular base guide that was created in the context of Korea, and the joystick connected to the gamers who adapted to the looseness due to lack of maintenance, have continued to change into a form that requires less maintenance and has a certain margin of error. This is because a sensitive and accurate joystick would directly reproduce the mistakes made by these Korean gamers with dynamic hand movements in command inputs, which would render the joystick unusable. 
 Thus, the joystick changed not in the direction of delivering more accurate input, but rather considering “how consistently dull it could remain.” In order to prevent bending or melding of the copper contact, a rubber part was added between the copper plates, and has been recently transformed to use a switch, along with a more durable silicon that returns the joystick to neutral using the elastic rubber. (See Figure 2, Figure 3, and Figure 4.) * Earliest joystick. (Source: Eun-ki Jeon)
 * Former joystick. (Source: Eun-ki Jeon) * Latest joystick. (Source: Eun-ki Jeon) 
 
 That being said, we cannot fully regard the latest joystick as having improved and progressed linearly from the earliest joystick. The interface is also faced with the possibility of change due to ever-changing factors surrounding the game and the gamer, such as a switch from the physical location of the arcade to a gamer’s private space, and other factors. For example, early joysticks are still being produced faithfully to this day; while the price does play an important part, there exist people who prefer to stay away from the sounds made by switches. The demand for the original joysticks continues steadily as the number of gamers who wish to stay away from the noisy arcade and opt for the comfort of their homes increases. Suppose a culture where gamers develop a greater zeal and steadily manage their interfaces as a “bodily extension” becomes widespread. In that case, copper contact joysticks—which hold the advantage in that they make less noise—will become the main kind of joystick and create a new trend of change. 
 As such, interfaces may evolve to accurately construct the ideals projected on the design, but that design can easily change based on coincidental chance. The modified interface also brings about transformation to one’s gameplay itself, and this change in gameplay can change the experience provided by the game, thus bringing about an effect that makes the game itself feel different. Therefore, the interface is not merely a simple input device nor a factor that does not bring any fundamental changes to the game, but rather is the very hardware that constitutes the game and simultaneously the “physicalized” mechanical object connected to the gamer. The interface does not evolve or progress according to the game’s design; it lies in the process of ever-changing co-evolution while interacting with the game, the gamer, and all environments tied to the self. 
 
 1) Frasca, G. (2008). Videogames of the Oppressed . Communication Books. Translated by Gyeom-sup Kim. 2) Howland, G. (1998). Game Desine: the Essence of Computer Games. Newman, J. (2008). Videogames (p. 14). Routledge. 3) Jo, D. W. (2019). An Early History of Digital Culture: East Asia-wide Translocal Practices of Copying of Electronic Entertainment Machine and Personal Computer. (98th ed., pp. 153-178). Korean Association For Communication and Information Studie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Tech-cultural researcher) Eunki Jeon He majored in cultural anthropology and cultural research, and is currently working as a researcher at the Cheonggyecheon Technology and Culture Research Institute and Hanyang University Global Multicultural Research Institute. (Translator) Esther Yum

  • 게임 개발자가 바라보는 확률의 구현

    게임에서는 확률이 필수 불가결이라는 의견도 있고 지나치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에서 확률을 실제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는 알고 있을까? < Back 게임 개발자가 바라보는 확률의 구현 17 GG Vol. 24. 4. 10. 한국 게임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 중 하나를 고르라면 아마 확률일 것이다. 법적으로 게임 내 확률을 공지가 강제되면서 이러한 규제가 도움이 되는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게임에서는 확률이 필수 불가결이라는 의견도 있고 지나치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에서 확률을 실제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는 알고 있을까? 게임의 확률 이야기를 하기 위한 기본 교양으로, 프로그래머 관점에서 게임 개발자가 어떻게 확률을 다루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을 다뤄보도록 한다. 확률을 설명하는 두 축. 수학과 통계 한국의 교육과정이 계속 변해왔기 때문에 배우는 시기나 범위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의무 교육 과정을 끝까지 수행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확률과 통계를 배우게 된다. 기댓값이나 통계, 독립시행 등의 개념을 굳이 여기서 설명하지는 않는다. 확률은 비단 수학뿐만 아니라 과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개념이고 그 자체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분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확률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다는 이야기는 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첫 번째는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이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예이긴 하지만 어떤 의사 수술의 성공률이 90%라고 해보자. 그리고 당신이 이 의사에게 수술받는다고 하면 어지간하면 성공할 거로 생각할 것이다. 두 번째는 통계적으로 일어난 일에 대한 확률이다. 앞서 말한 예에서 한 가지 조건을 추가해 보겠다. 이 의사는 앞에 9번의 수술에 성공했다. 그러면 당신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극단적인 예이지만 수학적인 확률과 통계적인 확률이 차이가 있다는 점만 짚을 수 있으면 넘어가도 무방할 것이다. 다양한 학문과 분야에서 확률을 다루듯이 게임에서도 확률을 일차원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확률 역시 게임개발의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다루며, 크게 의도를 가지고 다루는 곳은 기획과 프로그래밍 분야일 것이다. 기획에서도 어떤 목적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그 목적이 달라지겠지만 크게는 “어떤 일이 얼마나 일어나게 할 것인가”일 것이다. 기획에서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의 숫자를 다루기 위해 확률을 사용한다. 게임 기획에서 확률에 대한 접근 우선 확률이란 주제가 너무 민감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어서 앞으로 이야기하는 모든 예시는 게임 개발자가 어떤 속임수의 의도를 가지고 확률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가정하고 시작하도록 하겠다. - 오크 사냥터에서 오크를 100마리를 사냥하면 오크 대검을 한 자루 얻게 세상을 기획하고 싶다면 간단하게 오크 대검의 하락 확률을 1%로 지정하면 된다. - 어떤 사람이 만 원짜리 구매권 20장을 사서 SSR 카드를 1장 뽑게 만들고 싶다면 SSR 카드의 등장 확률을 5%로 하면 된다. - 미사일의 명중률은 상황과 기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전에서는 보통 사용 횟수와 격추 수로 계산하기 때문에 50%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 현실을 반영하겠다고 미사일의 명중 확률을 50%로 집어넣어 놓을 수도 있다. 물론 현실과 기획은 다르다. 통계로서의 확률은 어디까지나 아주 큰 수에서만 그 수치에 수렴한다. 아주 납작하게 계속 동전을 던진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학습해서 이번에 동전에 앞면이 나왔다 해서 다음에 뒷면이 나올 확률이 올라가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게임 기획자가 50%의 확률로 성공하는 사건을 기획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한번 성공이 반드시 그다음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동전을 던졌을 때 처음 몇 번이 계속 앞에만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횟수가 무한대에 가까워질수록 앞이 나온 숫자가 뒤가 나온 숫자는 점차 같은 비율로 수렴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에서 모든 시도를 무한정 하지 않는다. 게임 기획자가 통 크게 강화확률을 ½ 라고 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10번을 시도해도 실패할 수 있다. 계산도 어렵지 않다. ½을 열 번 곱해 계산할 수 있고 그 결괏값은 0.00098 정도고 퍼센티지로 표시하면 0.098 % 정도이다. 0.01 %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만에 하나라는 정도의 확률이다. 만에 하나라는 관용구는 거의 일어나지 않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수학적으로 만에 하나라는 의미는 어떻게 될까. 게임의 이용자 수가 10만 명이라고 하면 통계수치를 그대로 적용하면 적어도 10명은 강화를 연속으로 10번 해도 실패한다는 의미이다. 거의 일어나지 않는 확률이긴 하지만 게임 이용자의 숫자가 10만 명이면 10명은 10번 해도 실패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용자 수가 많아질수록 그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1/2 확률의 실패가 10번 연속으로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부조리하게 느껴지는 일이지만 통계적으로는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확률이 1/2보다 더 낮아지면 이러한 일을 우리는 더 많이 겪게 된다. 게임 기획에서도 이러한 것도 일종의 공정함 아닌가 하고 개입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지만, 점차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을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해 여러가지 기획적인 시도를 하게 되기도 했다. 이부분은 이후 실제 프로그래밍에서 직접적으로 사례를 이야기하겠지만 공격 등에서는 실패할때마다 성공확률을 점차적으로 높여준다던가 드랍률이 낮은 장비등의 경우라면 잡템들을 줘서 모여있는 잡템으로 교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등의 안전망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아날로그 게임에서 확률 다루기 그렇다면 이 확률을 게임에서는 어떻게 다룰까. 굳이 비디오게임이 아니더라도 예전부터 여러 종류의 게임에서 확률을 다뤄왔다. 가장 확실하게 확률을 취급할 수 있는 도구는 역시 주사위였기 때문에 많은 보드게임이나 TRPG에서는 주사위로 확률을 다뤄왔다. 주사위가 없던 어린 친구들은 6각으로 만들어진 연필을 굴리기도 했다. 특히 TRPG에서는 확률을 정교하게 다루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했는데 90년대 '던전 앤 드래곤'을 하려면 흔히 주사위 세트라고 불렀던 4면체부터 20면체까지 (가끔 100면체를 가지고 있는 마스터도 있었다.) 다양한 다면체로 이루어진 주사위가 필요했으며 단순히 주사위를 한번에 하나씩만 사용하지도 않았다. 보드게임 마니아라면 많이 익숙할 '카탄' 카탄에서는 랜덤으로 자원 판을 배치하며 해당 말에 해당하는 숫자를 주사위 2개로 결정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각 자원 판에서 자원이 나올 확률이 차이가 생겨난다. 이 때 주사위의 합으로 숫자를 정하기 때문에 2의 경우는 확률로서는 1/36이.. 7의 경우 1/6 으로 존재며 7의 경우 카탄의 독특한 규칙 중 하나인 도둑이 움직이게 된다. 이로서 게임에서는 자연스럽게 도둑이 가장 많이 선택되게 된다. TRPG에서는 다양한 공격이나 판정을 주사위로 진행하며 보정 또한 일어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암호처럼 느껴질 표기방법 2D6+3 은 6면체 주사위를 2번 굴리고 그에 3을 더해준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보니 무기들에 개성을 주기 위해 다양한 주사위로 사용한다. 바스타드 소드는 공격력이 1D8이고 시미타의 공격력이 2D4 라면 둘 다 최고 데미지는 8이겠지만 바스타드 소드가 데미지가 8이 나올 확률은 1/8 이고 시미타의 데미지가 8이 나올 확률은 1/16이 된다. 언뜻보면 시미타가 나빠 보일수도 있겠지만 최소 데미지는 2이고 중간값이 좀 더 안정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되는 셈이다. TRPG에서는 판정이나 공격 성공등은 이렇게 다양한 주사위를 다양한 개수로, 성공이 힘들게 하거나 쉽게 하는 부분은 또 추가 보정을 통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최근에 출시된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이러한 계산을 굳이 노출하여 색다른 느낌을 연출하기도 했다. * 그림 1:발더스 게이트의 성공판정 확률 계산의 주요한 수단 – 난수 그 뿌리를 TRPG에 둔 만큼 당연히 비디오 게임의 RPG들은 이러한 다양한 확률 계산들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확률이 게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이 게임 개발자들이 컴퓨터 안에서 직접 확률 굴림을 해야 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확률처리는 난수를 통해 진행이 되었고, 컴퓨터에서 난수를 얻어오는 기능을 게임 프로그래머가 직접 작성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는 않다. 현대에서는 대부분 게임 엔진이나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수학 라이브러리에서 제공하고 있는 랜덤 기능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과거에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현대 게임에서 유니티를 예로 들면 랜덤 데이터는 아래와 같이 가져온다. Random.value 이 코드로 게임 프로그래머는 0~1 사이의 임의의 실수를 가져 올 수 있다. 좀 더 주사위스러운 수를 가져오고 싶다면 Random.Range(0,6) 이런 식으로 6개의 숫자중 하나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진정한 난수를 찾아서 과거부터 일반적으로는 설명한 바 처럼 프로그래밍 언어나 게임 엔진에서 제공하는 난수 생성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게임 프로그래밍의 팁을 다룬 책들 중 전범으로 여겨지는 '게임 프로그래밍 잼스'에서는 난수를 직접 만드는 코너들도 존재한다. 외부 요소 없이 컴퓨터 자체만으로 만들어내는 난수는 진정한 난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컴퓨터에서 생성하는 난수는 의사난수(Pseudo Random) 이라고 부른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 컴퓨터에서 특별한 절차 없이 앞서 언급한 프로그래밍 언어의 수학 라이브러리를 사용하여 난수를 생성하는 경우 똑같은 수를 생성할 때가 있었다. 이처럼 컴퓨터의 난수 생성 과정은 내부에 보유한 거대한 난수표를 통해 이루어지며, 특별한 절차가 없다면 난수표의 시작지점이 동일해 계속 같은 난수를 얻게 된다. 그렇다보니 예전 피처폰용 고스톱을 동시에 시작하면 양쪽 폰에서는 같은 순서의 패의 나열이 만들어져서 한쪽 폰으로 패의 순서를 파악해 다른 쪽의 게임을 쉽게 진행하는 일종의 치팅도 존재했다. 보다 확실하게 난수를 얻기 위해서 복잡하게는 wifi신호의 노이즈를 이용하는 것부터 간단하게는 현재 시간으로 난수표의 시작 지점에 난수를 섞어서 다른 값이 나오도록 하여 진정한 난수를 얻을 수 있게 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보다 확실하게 난수를 얻어야 하는 분야에서는 마우스의 움직임 등으로 난수를 생성하기도 한다. 의사난수를 게임에서 활용하기 전략 게임을 즐겨하는 플레이어들이라면 가끔 1% 명중률을 맞추기 위해서 리셋 노가다를 하는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혹은 명중률 99%로 표시되는 상황에서 공격했는데 빗나가는 우울한 상황을 맞이해서 게임을 꺼버리고 다시 시도하는 경우들도 존재할 것이다. * 그림 2: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의 명중률표기 다시 실행을 하면 새로 계산하면서 공격이 명중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게임을 종료하고.. 혹은 전원을 껐다 켜고 게임을 다시 실행해서 저장한 게임을 다시 불러와서 공격을 시도해도 99%에서도 어이없이 빗나가는 공격 화면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는 게임 개발자들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이미 아주 먼 옛날부터 이런식으로 리셋을 해서 확률을 지배하려는 노력을 게임 플레이어가 해왔기 때문이고 게임 기획자들은 이 것이 자신들이 만든 경험을 온전히 즐기는데 방해된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진정한 랜덤을 위해 시간이든 우주방사선이든 노이즈를 섞어서 난수를 만들어냈다면 안 그래야하는 것 아닌가요? 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을 텐데, 이러한 상황을 만드는 것도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쉬운 방법이라면 미리 난수를 계산해서 저장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난수가 저장되는 시점에서 우리는 모르지만 이미 결정이 되어있으므로 마치 운명처럼 어떻게 하든 결괏값은 항상 같을 수도 있다. 아니면 랜덤함수에서 제공하는 Seed라고 부르는 것을 사용하였을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컴퓨터의 의사 난수는 진정한 난수가 아니라 일종의 거대한 난수표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그 시작점을 의도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하면 어떨까. 만약에 이 난수의 씨앗 값이 같다면 난수표의 시작 위치가 같아서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오게 할 수도 있다. 앞서 말한 잡신호를 섞는 것도 사실 이 씨앗 값에 현재 시각, 혹은 전파 잡신호, 마우스 움직임, 온도 등 뭐든지 섞어서 만드는 경우가 보통이다. 같은 랜덤에서 같은 시드값이 주어졌다면 랜덤이 나오는 숫자의 순서는 항상 같을 것이다. 게임에서 난수를 사용하는 것은 확률 뿐이 아닌데, 절차적 생성 또한 이러한 난수를 사용한다. 가끔 아주 적은 세이브 용량에서 거대한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을 볼 때가 있을 것이다. 간단한 예를 찾아보자면 항상 다른 행성을 만들어 주는 게임인 <노 맨즈 스카이>를 생각해 보자. 절차적 생성에서는 같은 시드값에서는 같은 난수의 배열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시드값만 저장하고 난수를 만드는 알고리즘 혹은 난수표를 같게 사용하여 시드값만으로 게임 세상을 저장하기도 한다. 또는 같은 시드값으로 같은 세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확률 조작과 보정의 사이 앞서 이야기한 확률의 보정에 대해 좀 더 언급해 보도록 하자 * 그림3. 슈퍼로봇대전의 전투전 확률 표기 이런 확률 보정을 그냥 스킬 등으로 대치할 수도 있다. '슈퍼로봇대전'은 반드시 공격을 피하는 스킬인 “섬광”이나 반드시 공격을 맞추는 스킬인 “필중”을 넣어 굳이 게임기를 리셋하지 않더라도 확률을 지배할 수 있게 하였다. 앞서 이야기 했듯 게임 기획에서 굉장히 희소한 가치의 재화 (이는 장비가 될 수도 있고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가 존재할 수 있다. 한 서버에서 하나만 존재하는 검이 기획 상 존재한다면 어떨까. 이 장비의 드롭확률은 굉장히 낮겠지만 한번 생성되면 그 때부터는 0이 될 것이다. 이 것은 게임 월드의 보정을 위한 확률 보정이다. 가챠에서의 천장을 생각해보자 가챠 게임에서의 확률 보정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존재한다. 필연적으로 확률 보정은 복잡한 공식이 필요하며, 이는 사람이 이해하기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금전이 오가는 문제라면 민감한 부분이다. 가챠의 확률 보정은 마케팅을 위한 특정 횟수 (일반적으로 10회) 뽑기를 시도했을 경우 높은 등급의 (최고등급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카드를 한 장 주는 방식과 함께 이용자가 특정 최고 등급 카드를 몇 백 만원을 써도 얻지 못하는 경우를 피하게 해주기 위해서 특정 회수 이상 뽑기를 시도하면 반드시 해당 카드가 나오게 하는 천장이라고 부르는 형태의 시스템이다. * 그림 4: 페이트 그랜드 오더 스크린샷 – 필자제공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330번 뽑기를 시도해도 카드가 안 나왔을 경우 100% 해당 카드를 제공하는 뽑기 시스템이다. 뽑기를 시도하려면 게임 내 재화가 필요하며 이 재화는 게임을 진행하면서도 얻을 수 있지만 구매로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약 180개가 10만원이며 11번 뽑는데 (1번은 보너스다.) 30개가 필요하다. 대략 10만원으로 66번 뽑는다고 생각하면 적어도 한 캐릭터를 뽑는데 55만원 이상은 쓰지 않게 기획된 것이며 실제로 이 시스템이 적용되는 특정 카드만 뽑을 수 있게 하는 픽업 가챠의 경우 해당 최고 등급 카드의 등장확률은 0.8%이기 때문에 실제 기댓값은 125번 정도 뽑기를 시도하면 (20만원) 한 장 뽑을 수 있게 디자인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는 10번이상 뽑을 경우 무조건 4성이상 카드가 나오게 되어있기 때문에 실제 수치는 조금 더 작지 않을까 싶은데 여기서 이 금액이 과도한지 아닌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하지 않겠다. 강화 역시 확률 보정이 일어나는 쉬운 사례 중 하나인데, 대부분의 장비 강화는 장비가 높은 등급이 될 때마다 확률이 떨어지게 기획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기획은 대부분 명시가 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확률이 낮아지는 것 역시 놓치기 쉽지만 확률의 보정이다. 어떤 사람이 오크를 10마리를 잡으면 열쇠를 얻을 수 있게 열쇠를 얻을 수 있게 열쇠의 드롭 확률을 10%로 잡아놓으면 어떨까. 운 좋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에 열쇠를 얻었겠지만 운이 없는 사람이면 100번 해도 열쇠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간단하게 오크 머리를 20개를 가져오면 열쇠랑 바꿔주게 기획하는 손쉬운 해결책도 있겠지만 게임 설정상 이 곳은 던전 안이라 오크 머리를 열쇠로 바꿔줄 NPC를 넣을 수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10번째 오크부터는 열쇠가 나올 확률을 점차적으로 올리거나 아니면 반드시 열쇠가 나오게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반드시 나오는 것보다는 확률을 점차적으로 올리는 것이 좀 더 재미를 주는 기획에 가까울 수도 있다. 퀘스트를 위해 특정 몬스터를 잡으면 아이템을 얻는 경우도 있다. 오크를 잡으면 얻을 수 있는 오크 이빨은 퀘스트에서만 이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퀘스트를 수행중에만 받으며 퀘스트 필요량을 다 채울 경우 필요 없다. 오크 이빨을 다른 사람이 대신 얻어주는 것도 기획에 어긋나기 때문에 오크 이빨은 딱 필요량만 얻어져야한다면 여기서도 확률 보정이 들어간다. 퀘스트를 받으면 오크 이빨이 10%확률로 나오고, 퀘스트의 수를 다 채우면 0%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확률 보정이 게임 안에 존재할 수 있다. 근데 이걸 다 합쳐 놓았다고 상상해보자. 오크 이빨도 나오고 칼도 나오고 열쇠도 나와야 하는데 이 확률 분포들은 100이 이미 넘어갔고 프로그래머는 내부 계산에서 100까지만 계산을 해서 확률 처리를 하게 해 놓았다. 계산식에 의하면 오크 열쇠는 105~115까지의 숫자가 나와야 드롭되는데 프로그래머는 숫자 처리를 100까지만 하게 했다. 여기서 열쇠를 얻어야만 던전을 나갈수 있다. 이런 식의 기획이라도 추가되었다면.. 결말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실수를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렇게 난수를 다루다보면 가끔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정 코드에서 에러가 나는 오류라면 쉽게 해결되지만 1~6까지 숫자가 나와야 하는데 6이 안 나오고 있는 문제는 의외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 6이 적게 나온다면…? 지금은 이러한 실수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패턴이지만 예전에는 난수를 실숫값이 아니라 정숫값을 얻어올 수도 있었다. 주로 2진법을 사용하는 컴퓨터의 특성상 그 숫자는 최댓값이 십진법이 아니게 되는데, 좀 더 직관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여기서는 8비트, 0부터 255까지만 생각해 보겠다. 만약 임의의 난수가 0~255까지 나온다고 가정하고 우리가 여기서 0~9까지 10개의 숫자를 임의로 얻고 싶다고 할 때 어떤 방법을 쓸까. 컴퓨터에서는 나머지 연산(Mod 흔히 %로 표기)이 있어서 나머지를 통해 쉽게 숫자들을 얻을 수 있다. 근데 이걸 나머지 연산으로 0~9부터 구하면 과연 이 숫자의 분포가 고르게 될까…? 255는 숫자가 작아서 상대적으로 차이가 좀 커 보이지만 0~5까지의 숫자가 다른 숫자보다 경우의 수가 하나씩 더 존재하게 된다. (이 경우 0~5는 사례가 21개, 6~9는 20개씩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런 오류는 찾기 힘들다. 몇 년이 지나서 발견될 수도 있고 게임을 하는 이용자 수가 적어서 개발자도 이용자도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 아니면 적어도 1개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확률을 계산하려면 어떨까. 어떤 가상의 게임에서 부활의 물약은 플레이어가 1개는 가지고 있으면 좋으니까 1개는 쉽게 나오고 2개부터는 있으면 좋으니까 좀 어렵게 나오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인벤토리에 부활의 물약이 있는지 체크하고 없다면 부활의 물약이 나올 확률을 높여주고 있다면 그때부터는 확률을 점차 줄여나가기로 했다. 이 기획은 잘 동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새로운 기획자가 와서 해당 기능이 있는 것을 보고 이 확률 계산을 10개가 필요한 퀘스트 아이템에 적용했다. 그리고 프로그래머가 만들어 둔 수식대로라면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8개가 되는 순간부터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마이너스가 된다고 하면 어떨까. 누구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날 이용자들이 퀘스트 아이템이 모두 8개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서로 비교해 보면서 깨닫게 되고 이용자 게시판은 불길에 휩싸일 것이다. 현대의 게임은 복잡하고 확률을 다루는 것은 더 복잡하며 프로그래밍에서 레거시라고 부르는 과거의 코드들은 블랙박스처럼 아무도 이게 왜 돌아가는지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프로그래머의 경험으로서는 잘못된 데미지 계산 수식이 1년 동안 동작하고 있었고, 기획자가 잘못된 데미지 계산 수식을 기초로 (경험을 통해) 밸런싱을 하다가 1년 후에 발견하는 바람에 원 기획대로 수정했다가 게임이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 개발자가 인간인 이상 실수 없이 완전하게 세상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확률을 게임에서 어떻게 다뤄야 할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여기서는 의도적으로 얻지 못하게 하는 식의 확률 보정을 하지는 않는다는 가정을 했다. 나는 사기에 가까운 의도의 확률 보정은 게임의 재미를 해치게 만드는 편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지금은 잘 알고 있다. 로제 카이와는 놀이와 인간에서 게임을 4가지로 분류했고, 그 중 알레아는 확률이 엮여있는 게임을 이야기한다. 모든 게임이 운의 요소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싱글 게임이라면 상관없지만, 멀티게임이라면 그리고 그 세상에서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재화가 존재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확률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 아니라면 선착순이란 방법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카트라이더를 스피드전만 하는가. 확률이 노출되면 게임이 더 재밌어질까? 아니면 게임이 더 공정해질까? 그런 부분은 게임마다 다르리라 생각한다. 과거의 MMORPG 이용자 중에서는 레벨이 노출되는 그것조차 거부하면서 자신이 실제 가상의 게임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플레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사람들한테 오크를 때리면 50% 확률로 출혈 효과를 입힐 수 있습니다. 라고 표시를 해준다면 어떻게 느낄까. “어우 깬다.”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확률을 사용한다면, 특히 재화 등에서 확률을 사용한다면, 프로그래머라면 좀 더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물론 게임이 성공하면 발생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해킹이나 돈 복사 등이 아니더라도 실제 게임 내 풀리는 재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게임 기획자들이 확률 등을 입력해서 적어도 천번 만번 정도를 직접 테스트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계산해서 성공 횟수와 실패 횟수 등을 테스트할 수 있게 해준다면 (물론 기획자들은 이 계산을 엑셀에서 한다! - 하지만 게임 내부의 수식 처리 결과가 과연 같을까…?) 적어도 실수 사례는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필요한 건 주사위를 굴려서 6만 6번 이상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력일 것이다. 퍼센티지로 따지자면 0.002 %지만 통계적으로는 5만 번 중 한번 존재할 수 있다. 게임에서는 이 숫자가 적은 게 아니다. 오크를 100마리 잡아 오라는 퀘스트를 던지는 게임에서는 이 숫자가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냥 1만 명이 5번씩만 하면 5만 번이다. 그리고 1만 명 중의 한 명한테는 그게 5번만의 일어난 일이다. 물론 이러한 부조리함조차 현실을 반영한 게임의 재미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일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일을 적어도 잊지는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럼즈펠드 말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언젠가는 더 크게 비용을 치를 수도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적어도 사기는 치지 말자.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개발자, 연구자) 오영욱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 영상의 환상이 사라진 지금, 숙제를 남긴 2023년의 두 유비식 오픈 월드

    2023년에 선보였던 대표적인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인 <호그와트 레거시>와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모두, 다음 시리즈에서는 게임의 시스템과 세계관이 서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잘 융합된 충격적인 작품으로 돌아오길 응원해 본다. < Back 영상의 환상이 사라진 지금, 숙제를 남긴 2023년의 두 유비식 오픈 월드 15 GG Vol. 23. 12. 10. 필자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 TV 나 영화관에서 펼쳐지는 영상들은 편집이라는 전문적인 기술 , 즉 편집 권력을 가진 PD 나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어떤 것이라고 여겨지곤 했다 . 누가 만들었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의심하기보다 필터링 없이 바로 수용하는 , 경전과 같은 믿음의 영역이자 신비로운 무언가로 받아들인 것이다 . 발터 벤야민이 사진과 같은 복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술의 아우라가 사라졌다고 말했지만 , 어린 시절의 나에게 영상은 여전히 편성표의 시간과 TV 앞이라는 공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 아우라가 있는 존재였다 . 그 시절 나에게 <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 는 누군지 알 수 없는 PD 님이 제작한 , 동물들에 대한 신성한 경전 그 자체였던 것이다 . 시각적인 표현을 주로 텍스트보다는 영상의 문법에 의지하는 게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지금 보면 조악한 도트로 그려진 < 포켓몬스터 골드 > 의 ‘ 불대문자 ’ 나 < 파이널 판타지 7> 의 투박한 폴리곤 움직임도 그 당시에는 ‘ 살아 움직인다 ’ 는 환상이 가득 담긴 , 사실적인 생명체의 모습이었다 .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했던 문자의 자리를 영상이 대체한 2023 년에 이런 영상 매체의 환상성을 설명하는 건 영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 ‘데크 ’ 라고 불렸던 수천만 원 상당의 편집기가 만들어낸 방송국의 영상 권력은 무너졌고 , 이제는 값비싼 테이프가 아니라 bit 단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PC 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다 . 이렇게 대중적인 차원으로 내려온 영상은 스스로 신비로움이 사라진 채 , 우리로 하여금 ‘ 가짜 뉴스 ’ ‘ 어그로 ’ 등 영상을 감히 (?) 의심하고 , 선별하게 만드는 불경스러운 (?) 자세를 가지게끔 했다 . 얼마 전에 의심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 는 절대적인 동물 지식을 담고 있는 신성한 경전이 아니라 외국의 동물 다큐멘터리를 몰래 재가공한 누군가의 세속적인 창작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 이렇듯 영상 매체와 그 체험은 더 이상 예전처럼 환상이 가득 담긴 상상력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우리들의 감각이 달라진다고 했던 마셜 맥루한의 말을 생각해 보면 , 글을 읽는 것보다는 영상을 보는 것이 익숙한 , 더 나아가서는 영상을 만드는 것 자체가 보편화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감각은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 그렇다면 이러한 감각의 변화 속에서 2023 년의 게임은 어떤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았을까 . 특히나 그 세계관의 구현이 시각적인 영상으로서 표현되는 게 중요한 오픈 월드 게임에서 말이다 . 서론이 좀 길었지만 이제 2023 년의 게임 중에서 기억에 남은 두 오픈 월드 게임을 소개할 차례가 됐다 . 바로 < 호그와트 레거시 > 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이다 . 유비식 오픈월드 2023년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이 두 게임은 한쪽은 호그와트라는 가상의 마법 학교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 , 다른 한쪽은 800 년대의 바그다드를 배경을 한다는 점의 차이만 있을 뿐 게임의 장르적인 부분에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 오히려 게임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시스템을 보고 쉽게 공통적인 한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 ‘ 유비식 오픈 월드 ’. * 누가 봐도 유비식 오픈 월드라는 것은 알아보기 쉽다 게임을 요리로 비유하자면 , 끝도 없이 펼쳐진 오픈 월드라는 메인 디쉬를 게이머 스스로 부위마다 다른 맛을 음미하며 전부 소화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 오히려 오픈된 가상 공간에서 플레이 목적을 잃거나 , 가늠 안 되는 규모에 지쳐 쓰러지는 등 게임 ‘ 소화 불량 ’ 상태가 되어 게임을 닫아 버리는 일도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 아무런 안내 없는 광활한 오픈 월드는 탐험의 욕구를 자극하지만 , 미지의 공포와 끝이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바로 뒤따라오기 때문일 것이다 . 이런 오픈 월드의 양면성 속에서 < 호그와트 레거시 > 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는 ‘ 유비식 오픈 월드 ’ 라는 친절한 방식을 취했다 . 먹을 수 있는 부위와 먹는 방법이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고 셰프가 서빙해주는 순서를 따라가기만 하는 오마카세처럼 , 하나하나 친절하게 마커로 표시해둔 유비식 시스템을 오픈 월드라는 거대한 음식의 소화제로써 선택한 것이다 . 그런데 이렇게 동일한 방식을 선택한 2023 년의 두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을 막상 해보면 전체적인 틀은 비슷하지만 , 그 넓은 세계를 채우고 있는 방식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으며 그로 인한 플레이 감도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걸 바로 느낄 수 있다 . 비효율과 효율로 가득 찬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 > 는 굉장히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요소들이 많은 게임이다 . 게임은 유일한 무기인 마법 지팡이의 길이와 재료들을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 그런 내 선택이 게임의 플레이에 어떠한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 . 즉 게임에서의 효용성은 하나도 없는 , ‘ 기능으로만 보자면 ’ 전혀 무의미한 세팅일 뿐이다 . 주 무기에 옵션이 없던 게임이 최근에 있었던가 ? 싶다 . 게다가 이 지팡이를 이용해 새로운 주문을 배우는 순간 , 플레이어는 마법 문양의 모양을 따라 마치 현실에서 휘두르는 지팡이 궤적을 따라가듯 패드를 조작해야 한다 . 물론 이 역시 게임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가치가 적은 순간이며 , 그 부분만 뺀다고 하더라도 게임은 전혀 문제없이 흘러간다 . 소모품의 경우는 게임적인 효율성이 마이너스까지 도달한다 . 일반적인 게임의 포션에 해당하는 위젠웰드 물약은 필요의 방으로 직접 이동해서 15 초라는 현실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 AAA 게임에 그 흔한 휴대용 연금술 가방도 , 자동화 공정과 즉시 완료 시스템이 없다는 게임의 인상은 2023 년의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만든다 . *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은 , 어딘가 번거롭고 거추장스러운 무언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의 게임 플레이는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거추장스러운 감각과는 다르다 . 시리즈 명칭에 걸맞게 암살 중심의 플레이 방식으로 선회한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조작이나 선택이 게임 시스템의 기능적인 부분을 계속 드러내며 게임 진행 속 효율성을 강조한다 . 다양한 무기마다 정해진 특성과 스탯이 있으며 , 파쿠르를 통해 목표 지점까지 효율적으로 돌파하기도 하고 , ‘ 엔키두 ’ 는 소환의 딜레이 타임 없이 바로 하늘을 향해 날아가 암살 대상들을 체크한다 . 유비식 오픈 월드에서 지적받았던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서브 퀘스트들도 그 보상으로 NPC 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 토큰 ’ 이라는 특수 화폐를 챙겨줌으로써 스스로 게임적인 당위성을 챙긴다 . 재밌는 점은 이러한 무기 , 파쿠르 , 엔키두 , 토큰과 같은 게임적인 경험들은 어느 하나 무의미하게 쓰이는 요소 없이 , 모두 암살 (R1 버튼 ) 을 위한 기능적인 역할로 수렴한다는 부분이다 . 암살 버튼 하나를 누르기 위해서 위에 언급된 요소 하나하나가 최적화된 시간 속에서 허투루 낭비되지 않는다 .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의미 없는 지팡이 재료 고민이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에서는 암살을 위한 특성 세팅으로 , 현실의 시간을 들여 수고롭게 제작해야 하는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소모품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에서는 제작이 아닌 , 암살을 위해 빠르게 이동하며 나도 모르는 짧은 시간에 줍는 방식으로 적용되어 있다 . * 길이나 재료가 아닌 , 암살을 위한 스탯과 스킬이 적혀있는 무기 애초에 유비식 오픈 월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게임 시스템을 경제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일 것이다 . 게임 내의 마커들은 모두 해당 컨텐츠에 도달하기 위한 ‘ 최단 거리 ’ 를 자동으로 떠올리게 만들고 그 컨텐츠들이 어떤 내용인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만든다 . 마커의 위치 , 마커의 모양 , 마커의 내용 모두 하나하나 다 ‘ 게임적인 기능 ’ 의 소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마치 본인이 이 시스템의 원조임을 자랑하듯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는 이 경제적인 유비식 시스템 위에 역시나 경제적으로 설계된 , 암살이라는 기능에 집중된 게임 플레이를 얹어 게이머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느낌이다 . 그러나 < 호그와트 레거시 > 를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면 본인을 엔딩까지 이끌었던 , 플레이 욕구를 자극하는 부분이 게임의 이런 ‘ 기능적인 시스템 ’ 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이 게임의 매력은 오히려 넓은 세계를 이동하며 적들을 물리치고 사건을 해결하는 그런 오픈 월드의 중심 영역에서 벗어난 변두리 ,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가 설계해 둔 그런 기능적인 시스템의 ‘ 외부 ’ 에 있다 . 게임 시스템의 노출과 사라지는 게임적인 환상 게임의 기능적인 시스템들은 많은 경우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니라 모니터 너머의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던지고 계획과 선택을 유도한다 . “메인 암살하기 전에 위력 선물 토큰이나 벌어볼까 ?” 모니터 밖의 게이머가 스스로 질문하는 이 순간에 우리는 , 바그다드라는 공간이 bit 라는 최소 단위의 데이터들이 모여 그것이 이미지화된 것일 뿐임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모른 체 하는 것이다 . 누구도 800 년대 바그다드에 사는 캐릭터 바심이 ‘ 위력 선물 토큰 ’ 이라는 게임적인 시스템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그것을 인지하고 활용하게 되는 것은 모니터 밖의 ‘ 나 ’ 이다 . 이렇게 ‘ 토큰 ’ 이라는 편의적인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는 플레이어의 조작이 디지털 데이터 0 과 1 이상의 의미 , 즉 살아있는 듯한 바심의 행동으로 치환된다는 게임적인 환상을 놓쳐버렸다 . ‘ 토큰 ’ 은 게임 진행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 사실적으로 설계된 바그다드와는 굉장히 이질적이다 . 어디서부터 어떻게 날아오는지 모르는 엔키두가 동물 동료라는 몰입감을 주지 못한 채 , 암살을 하기 위한 하나의 부속 시스템에 불과한 것이라는 진실을 알아차리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 이렇게 게임의 세계관과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한 채 게임적으로 효율적이기만 한 시스템은 마치 마감 덜 된 노출 콘크리트로 내부를 장식한 카페를 보듯 , 숨어 있어야할 게임의 뼈대가 1200 년 전의 바그다드의 세계관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 이와 동시에 사실적으로 묘사된 바그다드는 게임적인 데이터였을 뿐임을 다시 한번 게이머에게 상기시키며 살아있는 듯한 세계관과 장소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린다 . * 엔키두는 결국 암살을 위한 정찰 드론 역할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 * 사실적인 바그다드 구현과 이질적인 ,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토큰 ( 방송 소품과 비슷하다 ) 이와는 대조적으로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거추장스러운 부분은 , 게임 외부에 존재하는 플레이어의 효율적인 게임 공략법을 버리게 하고 , 게임 속 캐릭터의 시선으로 그 세계관을 마주하게 만든다 . ‘ 나한테 어울리는 지팡이는 뭘까 ?’ ‘ 내 가방에서 동물이 나오고 있어 !’ 게임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필요의 방에서의 소모품 제작 역시 적절한 난이도 조절과 거추장스러운 여러 연출 효과로 이것이 게임의 시스템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임을 게이머에게 계속 주지시킨다 . 굳이 소모품을 챙길 필요도 없는 세계의 난이도와 자동으로 일하는 냄비와 자라나는 식물 앞에서 게이머는 더 이상 게임의 효율 탓을 하며 시스템을 떠올리지 않는다 . 이렇게 게임의 시스템은 감춰지고 , 눈앞에 남은 건 콘크리트 마감공사가 잘 된 위저드리 세계관일 뿐이다 . * 갑자기 등 뒤에서 날아오는 눈속임이 아니라 내 가방에서 직접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여준다 * 무조건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 위저드리 세계관에 맞게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네 … 이 외에도 흔히들 ‘ 위쳐 센스 ’ 라고 말하는 주변 상호작용 대상을 파악하는 게임적 기능을 구현해 놓은 방식을 살펴보면 두 게임이 게임적 시스템을 각각 어떻게 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의 ‘ 매의 눈 ’ 은 버튼을 누르면 1 초의 딜레이 없이 바로 화면 전환 효과와 함께 주변 사물들과 인물들을 감지해 낸다 . 마치 이제는 밈이 돼버린 스타필드의 ‘ 딸각 ’ 처럼 단순한 스위치의 ON/OFF 와 비슷하게 기능한다 . 어찌 보면 이 기능은 바심의 실제 행동인 것 같으면서도 , 모니터 밖의 내가 게임 진행을 위해 직접 스위치를 켜고 있다는 사실이 겹쳐 보이기도 하는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이와는 달리 < 호그와트 레거시 > 에서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면 캐릭터는 ‘ 레벨리오 ’ 를 입으로 외치며 지팡이를 휘두르고 , 그 지팡이에선 파장이 서서히 퍼지는 동시에 주변 사물을 구분해 낸다 . 이는 레이더 같이 긴급하게 주변 사물을 감지해야 하는 본래의 기능적인 목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거추장스러운 연출 효과임은 분명하다 . 그러나 이 짧은 시퀀스는 게임 속 ‘ 캐릭터 ’ 와 게임의 ‘ 기능적인 시스템 ’ 사이의 미싱 링크를 찾아 노출 콘크리트 같았던 게임의 시스템을 마치 캐릭터의 행동인 것처럼 덮어버린다 . 우리가 종이책이 아닌 디지털 신호로 구성된 전자책을 읽을 때 단순한 슬라이드 전환을 보는 것보다는 종이 넘기는 모션과 함께 ‘ 사각 ’ 거리는 소리 표현이 있는 쪽이 비효율적이지만 더 낭만 있다고 여기는 것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 이렇게 ‘ 레벨리오 ’ 는 ‘ 매의 눈 ’ 보다 세계관 몰입에 더 가까워진다 . * 화면 전환과 함께 순식간에 펼쳐지는 매의 눈 *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지만 게임적으로는 비효율적인 액션과 음성으로 가려져있다 .. 사실적인 묘사가 주는 영향이 적어진 시대 물론 그렇다고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게임 시스템과 동떨어진 채 덧붙여지기만한 요소들이 오픈 월드의 구현으로써 완벽하게 잘 굴러간다고 볼 수도 없다 . 게임의 기능적인 요소들과 떨어져 있는 많은 부분들은 캐릭터에 맞춰 상호작용한다기 보다 ,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또 다른 데이터 더미라는 것이 금방 밝혀지기 때문이다 . 종코의 장난감 가게에 전시된 , 상호작용 버튼을 누르면 반복적으로 반응하는 어딘가 공허한 장난감들의 반응을 떠올려보라 . 이를 ‘ 시커 스톤 ’ 이라는 장치와 다양한 상호작용들로 게임 속 캐릭터와 시스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던 <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 플레이와 비교해 보면 이 반응들이 얼마나 아쉬운지 바로 체감된다 . <호그와트 레거시 > 가 살아있는 듯한 세계의 구현이 아니라 ‘ 테마파크 ’ 라고 계속 일컬어지는 것도 아마 이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 * 세계관을 구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 게임으로서 들어오지 못한 아쉬움 앞서 서두에 얘기했던 2023 년 시대의 논의로 돌아가 보자 . 영상이 갖고 있던 환상이 사라진 시대의 우리들은 어떤 오픈 월드 게임에서 리얼한 세계관을 느끼게 될까 ? 하나 추측해 봄 직한 사실은 , 영상의 아우라가 사라진 시대에서 게임의 세계관과 그 몰입은 더 이상 높은 해상도와 사실적인 묘사에서 나오진 않으리라는 점이다 .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티비에서 나오는 정갈하고 사실적인 영상은 진실하지 않은 , 가식적인 취급을 받으며 동시에 실제 화질이 더 떨어지는 유튜브의 거칠고 투박한 영상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에 더 가까운 리얼함으로 평가받는다 . 게임도 마찬가지다 . AAA 급 게임들이 화려하고 사실적인 그래픽을 앞세우지만 , 그것은 자본의 힘이라는 것을 게이머들은 안다 . 그와 동시에 누군가는 < 맞춤법 용사 > 와 같은 쯔꾸르 형식의 RPG 가 단순히 사실적인 묘사의 게임보다는 더 몰입력 있는 , 더 현실과 맞닿아 있는 리얼한 세계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 * 벌써 15 년 된 신뢰의 도약 말고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인가 사람들은 더 이상 사실적인 공간 묘사 자체에 예전처럼 충격 받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 오히려 ‘ 위력 제거 토큰 ’ 처럼 허구가 느껴지는 플레이감에 대한 반발심이 더 클지도 모른다 .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 이후 , 어쩌면 게이머들이 원하는 오픈 월드라는 건 사실적인 공간의 디자인이 아니라 모니터 밖의 나를 소환하지 않은 채 게임의 캐릭터와 시스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 서로 유기적으로 엉켜 있는 그런 경험의 집합체가 아닐까 . 어쩌면 사실적인 세계를 구현하는 데까지 성공한 < 호그와트 레거시 > 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를 비롯한 많은 오픈 월드 게임이 마주한 다음의 과제는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 2023년에 선보였던 대표적인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인 < 호그와트 레거시 > 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모두 , 다음 시리즈에서는 게임의 시스템과 세계관이 서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잘 융합된 충격적인 작품으로 돌아오길 응원해 본다 . 두 시리즈 모두, ‘유비적인 ’ 오픈 월드의 시스템을 넘어 이 모든 게 ‘유기적인 ’ 오픈 월드로 돌아올 수 있길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프리랜서 영상PD) 장준수 시너지 없는 '토목공학'과 '국어국문학' 스킬트리를 타고 근데 이제 2차 전직을 '영상 제작'으로 선택해버린...혼종 (똥망캐까진 아무튼 아님). 게임 방송국 OGN 포함, 10년간의 방송국 PD생활을 거치고 이제는 퇴사 후 프리랜서 PD로 인생 '가챠'와 '덱빌딩' 사이에서 서커스 중.

  • [Interview] Bringing the sense of presence into esports – what and how: Yeong-seung Ham, Program Director at Riot Games.

    The feeling of being part of the crowd is a powerful experience. In traditional sports, this empowering moment is known as "hyeonjang-gam," which can be translated as the "feeling of presence." Despite technological advancements and high-speed internet that allow us to watch sports matches remotely from home, many fans still choose to visit the on-site venue to immerse themselves in the passion, sweat, tears, cheers, and chanting that cannot be fully transmitted through a screen. Some become fans of a sports team after experiencing an engaging moment at the stadium, chanting alongside a group of people. Even in esports, numerous fans have missed spectating digital game matches at physical on-site stadium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 Back [Interview] Bringing the sense of presence into esports – what and how: Yeong-seung Ham, Program Director at Riot Games. 13 GG Vol. 23. 8. 10. Translator’s note: The original title of this article is "Where Does the Hyeonjang-gam (현장감) Come From in Esports?" Hyeonjang-gam is a compound word in Korean, combining 'site (현장)' and 'feeling/sense (-감)'. It primarily refers to the immersive experience or the feeling of being fully engaged and present in a specific physical space, commonly observed in sports, concerts, events, and esports. It encompasses the physical presence and the ability to perceive the atmosphere and energy of a particular environment. To ensure clarity in this English translation, the term "Hyeonjang-gam" has been interpreted as "the feeling of presence.” Editor’s note: The feeling of being part of the crowd is a powerful experience. In traditional sports, this empowering moment is known as "hyeonjang-gam," which can be translated as the "feeling of presence." Despite technological advancements and high-speed internet that allow us to watch sports matches remotely from home, many fans still choose to visit the on-site venue to immerse themselves in the passion, sweat, tears, cheers, and chanting that cannot be fully transmitted through a screen. Some become fans of a sports team after experiencing an engaging moment at the stadium, chanting alongside a group of people. Even in esports, numerous fans have missed spectating digital game matches at physical on-site stadium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This situation is somewhat ironic when you think about it. When we say, "It doesn't feel real when watching an esports match at home" or "I wish I could watch the match at a real stadium," it implies that we are not fully satisfied with esports existing in the virtual world, despite the inherent online nature of the games themselves. So, let's delve deeper into what is the "feeling of presence" in esports—the feeling, the sensation, the bonding, and the moments of realism that exist in the physical world. When there's no physical Summoner's Rift (a map in League of Legends) at the esports stadium, what else creates that sense of authenticity and engagement for esports fans on-site? What are the similarities between the feeling of presence in traditional sports and esports? To gain insights, let's turn to Yeong-seung Ham, Program Director at Riot Games, who has extensive experience in broadcasting production from conventional sports scenes at MBC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one of the leading South Korean television and radio broadcasters, and currently leads the broadcasting at LCK (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 Interviewer, Do-won Seo: Hello! Please give our readers a brief introduction of yourself. Yeong-seung Ham, Program Director at Riot Games: Hello, my name is Yeong-seung Ham, and I am in charge of the broadcasting division at Riot Games. I have been working there for roughly four and a half years now. Previously, I used to work at MBC in their sports broadcasting division where I was involved in various sports programs and content. Seo: What were your most memorable experiences when you used to broadcast (conventional) sports during your time at MBC? Were you involved in many types of sports or just one particular? Ham: I had the opportunity to handle basketball programs at the 2014 Asian Games, which were held in Incheon, South Korea. One of the most memorable moments was witnessing the Korean men's basketball team win the gold medal, marking the first victory since the 2002 Asian Games. It was definitely a significant highlight in my sports broadcasting career. The PyeongChang 2018 Winter Olympics Games were also truly mesmerizing. I was also once involved in motor racing broadcasting, which is considered a niche sports genre in Korea. Due to its limited recognition among the general public, we had to put in extra effort to produce various side-content such as documentaries and entertainment programs about motor racing, in order to build up the storyline for those races. Seo: Then you moved to the esports scene. What makes esports broadcasting unique compared to transmitting (conventional) sports matches? Ham: I believe esports broadcasting is perhaps the most real-time and responsive genre of broadcasting. The level of active engagement and feedback from esports viewers surpasses that of any other broadcasting shows in Korea. And that's where its beauty lies. We can quickly identify what we may have missed during the transmission, or what the esports viewers might have overlooked in the match. This allows us to iterate and address any issues promptly. Of course, there are certain aspects that cannot be immediately corrected. For example, when we released the first (LCK) opening video, if fans claim that it looks bad, there's very little we can do about it. Scheduling with the teams is not always flexible, as we have only a few days set aside for recording sessions. Even if we realize that the video didn't fully meet the fans' expectations, we still have to proceed with it until the next season. We have also received criticism regarding our recent (LCK) visual graphics, such as "there's too much purple." So, yeah, we hope to make improvements in the next season, and that's the mindset we have. If there's something we can fix immediately, we do so as soon as possible. This is where esports differs the most from regular sports broadcasting. Seo: But I do remember that during basketball broadcasting on major Korean TV channels they often displayed text messages from viewers while the match was live. How does receiving feedback through this type of viewer participation system differ between conventional sports and esports? Ham: Yes, that reminds me of when I used to lead the broadcasting of Major League Baseball on MBC regularly on weekends. That was the time when some of the most well-known Korean baseball players, such as Hyun-jin Ryu, Shin-soo Choo, Byung-ho Park, Hyun-soo Kim, Seung-hwan Oh, and Jeong-ho Kang, were active in the US Major League. We broadcast their matches simultaneously in real-time. It wasn't just core baseball fans who were watching, but also many Korean baseball fans who specifically wanted to see those Korean players in action instead of watching an entire 9-inning match on television. However, due to limited channels, it was not possible to show all the Korean players' matches at the same time on separate channels. So we conducted an experiment where we dedicated one program solely to Korean players. It was similar to broadcasting the Olympic Games, where we focus on specific matches among the many sports events happening simultaneously during the Olympics when Korean players were performing. So we received every feeds of the baseball matches involving Major League teams with Korean players and selectively aired them when the Korean players were at bat or pitching. Even when Byung-ho Park was sent down to the minor leagues, we captured the Minor League's online live stream (as those matches were not televised) and included it in our Korean-player-specific baseball program. And during that time, MBC had a TV show called "My Little Television," which took inspiration from real-time streaming services like Twitch. It was sensational all across Korea at the time. So, we decided to take inspiration from it and introduce a real-time chat system to our live sports broadcasts. This allowed viewers to see how people were reacting to the match and find out what they liked or didn't like about the program. But, I think the major difference between the esports and conventional sports scenes is that the latter is often player(/athlete)-centric. Fans focus on an athlete's performance, cheering for their impressive plays and such. In esports, they not only discuss an athlete's performance but also talk about the game itself. When you think about baseball or football, people don't usually talk about the game mechanics. But in the case of League of Legends (LoL), the entire sports genre per-se is developed by a single company. So, let's say there's a bug in the game or a certain champion in LoL is considered OP (overpowered). Then fans might start trolling the game and Riot Games on live-chat. In this situation, we find ourselves in an ironic position. We are not just random TV staff broadcasting sports matches; we are part of the company that developed and operates the game, as we are affiliated with Riot Korea. So if there's something wrong with the game then fans may direct their frustration towards our company. If there is a conflict with a referee's decision that is also the responsibility of Riot Korea. If we, the production team made a mistake during live stream then it also becomes the company's problem. This adds a layer of complexity that I have to endure in a more active manner. I am aware that we are not perfect and have sometimes disappointed our esports audience. But I also want to address that even the most well-prepared cable channels have made mistakes in their early days of operation, and eventually settle down and learn from their mistakes. We are also collecting our viewers' valuable opinions and gradually expand our workforce and improve our infrastructure. We sincerely hope for our fans' continuous support and feedback as we move forward. Seo: I'd like to ask about the on-site venues of esports. We now have physical esports stadiums despite the game happening virtually online. From a production standpoint, how would you compare the esports on-site scene with other conventional sports? Ham: There are similarities in terms of the vibrant atmosphere and the feeling of presence that you experience in a particular physical setting. Even though the game is happening virtually online, you can witness the professional esports athletes in action right before your eyes. Moreover, in LCK, we have an open stage where audiences can hear the urgent communication between players, such as "go here" or "attack now," unlike the closed-booth stage. I think the major difference between esports and conventional sports lies in the audio experience at the venue. In esports venues, the audience can hear the live voices of casters and commentators. If you imagine attending a baseball or football stadium, you'll hear various sounds made by athletes and the cheering of fans, but the voices of casters and commentators are typically muted in the physical venue and only televised. In esports, the game itself is online, but it is displayed on a large physical screen with the echoes of casters and commentators resonating throughout the physical venue. This creates a more spectacular atmosphere for on-site esports spectating compared to physical conventional sports. And to further enhance fan engagement during the match, we even incorporate audiovisual elements into the scene. For example, when a team defeats one of the elemental drakes (NPCs in LoL that provide buffs), we illuminate the audience with lights that match the drake’s color. If a team defeats Baron Nashor, we then also switch the lights to the corresponding color. These added elements make the overall experience more immersive, more lively for fans. But I think it all comes down to the role of casters and commentators. They are the most distinctive features of esports, enhancing fan engagement and adding excitement throughout the show. Unlike baseball, football, or basketball casters, esports casters are able to maintain high tension throughout the program, injecting bursts of energy into every solo-kill and team fight, as if there were home runs happening every minute. They truly play multiple roles in creating an unforgettable experience. Seo: So the exciting voices of casters and commentators broadcasted on-site are major factors that enhance the feeling of presence in esports. Then what about the players on the stage? What if there’s no players on the stage? Would the fans still enjoys the feeling of presence there? Ham: I believe we're already making progress in that aspect. As you may be aware, CGV Cinema (one of the largest multiplex cinema theater and IMAX franchises in South Korea) recently screened the LCK summer finals. With 90% of the tickets sold, approximately 8,000 fans watched the LCK finals in movie theaters nationwide. [One of the posters of LCK Summer Finals 2022 in CGV theater. Fans had the opportunity to watch the final match on August 28, 2022, starting from 13:40, at one of the 32 CGV cinema theaters nationwide. The ticket price was 20,000 KRW (approximately 15 USD).] Seo: Yes, I was also there, and I was truly amazed. Ham: Exactly. Apparently a lot of people are enjoying esports in this way. Even though the esports players were not physically present at CGV, fans were still able to connect through the spectacularity of the big screen, the immersive sound, and the shared experience of cheering with fellow audience members. I'm not aware of any other sports genre (in Korea), where fans actively participate in these kinds of "viewing parties" as much as they do in esports. During the recent LCK playoffs, there were many fans who couldn't enter the stadium because the tickets were sold out. But there were still fans gathered around here at LoL Park (League of Legends Park, an esports stadium in Seoul run by Riot Games), using this physical space as a communal gathering place for people who love LoL and LCK to come together and enjoy the event. Because you could hear chants and cheers emanating from the inside even outside the stadium. That's why people showed up, even without tickets, to watch the match together on small screens in the lobby area, where we also broadcast LCK matches. I was pleasantly surprised to see so many people gathered in those areas outside the stadium, spectating and cheering together. Seo: That sounds like a mix between attending a live sports event and watching sports at a bar. Would you say it's similar to the sports bar culture where people gather in pubs to watch the Premier League together? Ham: Or the street gatherings of fans during the World Cup. Because it is obviously more fun watching sports together. Sometimes I think, "Wouldn't it be amazing if the LoL esports scene becomes more developed, and we can have a massive fan gathering during the LoL finals at a place like Gwanghwamun Square?" (One of the largest public squares in Seoul.) After attending the LCS (League of Legends Championship) finals, one thing that left a lasting impression on me was that their LoL matches took place at an American football stadium. The one I saw was NRG Stadium, a large stadium in Houston with a retractable dome structure. Only half of the stadium was covered by the dome where they had sort of like a fan festival event setup. There was also a sponsor zone and various events inside. Even though the area under the dome was quite dark due to the lack of natural light, people were there from morning to evening, immersing themselves in the esports culture. It strongly reminded me of what we, as Riot Games, are striving for - why we develop and provide live services for the game LoL, organize esports events, and create additional content like Arcane. It's because we want to create meaningful experiences for our users, even in the offline world, through the game. So at that LCS finals, fans were enjoying the event together, cheer for their favorite players and teams, while having fun with various activities on a physical setting, which creates a deeper sense of belonging and solidarity with the "League of Legends" culture. This later became our inspiration for the “Fan Festa” that we recently did in Gangneung (in Korea) in August 2022. We thought, "How about a one-day event with a festival-like atmosphere?" and that's how it became a reality. Of course, there's always some risk in trying something new. Two of our project leads for Fan Festa were worried so much, saying ‘what if people don’t show up?’ They even joked about the potential scenario of only the two of them standing in a massive stadium, imagining how awkward it would be. Fortunately, that didn't happen. We had nearly 7,000 people attend our Fan Festa. It was a valuable learning experience for us, as we ventured into organizing not just broadcasting programs but also other forms of cultural events and festivals. I believe such endeavors are what bridges the gap between the online and offline worlds, even though the game is an online medium. It’s the physical setting that fosters a sense of closeness among people. Seo: That’s true. While we refer to it as e(lectronic)-sports, there has always been a consensus that the final matches, the grand finals, should take place in a physical venue. As you mentioned, this might be because of the feeling of closeness and bonding that arises when tens of thousands of fans come together to cheer. Despite the era of constant online connectivity, there are still many things that cannot be achieved in the virtual world. Let's delve deeper into this topic. You first discussed the important role of casters and commentators, and then the importance of on-site engagement of fans that creates a lively atmosphere and a sense of bonding. Is there anything else you would like to add? Ham: I want to add about the interactions with the players (esports athlete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we fully online streamed all our matches. Although it went reasonably well, there was always something missing. And it wasn't just the staff and the fans who felt that way; the players felt it too. Several esports athletes expressed how much they missed playing at the on-site venue. They shared sentiments like, 'I want to play at LoL Park again,' 'I want to compete in a place with an audience,' 'I want to feel the enthusiasm and vibrant energy of the crowd.' This is because, even though players are mostly isolated from what the crowd is saying during gameplay, they can still hear or feel the eruption of cheers when they achieve something remarkable. They also feel the crowd's presence. That resonance, that energy, fuels their adrenaline. For instance, FPS games like Valorant are a good example because the game has immediate feedback. When a player gets a kill, the crowd's cheers erupt instantly. I think this also leads FPS players to have more pronounced reactions compared to other more subtle game genres. And it's this immediate burst of energy that prompts fans to start chanting. Seo: Oh, so the player's performance not only generates further engagement from fans – such as chanting – but it also elicits reactions from the players themselves. Sounds like a feedback effect in the physical venue. That's a good point. Ham: Yes, exactly. And there’s the moment when players enter — the awe-inspiring moment when they come onto the stage. I know what that feels like too. I've attended many on-site matches as a fan myself, and the energy that emanates from a packed crowd is completely different from being in an empty venue. It can make your heart race even if you're just standing still. Such energy is what brings the joy of spectating sports. So it's not just about players and audiences physically being in the same space; it's more about how they interact, how players and audiences engage with each other. That's what makes the scene livelier and more exciting. For example, many people missed the chanting of "1-2-3, OOO fighting!" (Translator’s note: A Korean esports fan chanting culture where fans chant in an organized manner with '1-2-3, (player or team's name) fighting' at the beginning of a match to cheer for their favorite player/team.) We even pre-recorded that chant, along with a bunch of Riot Game staff, production teams, and agency people, "1-2-3, XXX fighting!" and "1-2-3, YYY fighting!", and played it at the beginning of the match when the entire audience seating was empty due to the pandemic. Some fans said that was cringy but there were still others who said, 'Yeah, I missed that.' In a way, we all wanted to experience the thrill of being part of a large audience, that sense of solidarity with the culture we love. There's also this unique fan meeting culture in esports, where players come to the front of the stage to say hi to the fans before the game starts. And after the game ends, there's always a brief fan meeting, similar to K-Pop fandom. Conventional sports may have moments where fans can take pictures or get autographs near the exit after a game, but I've never seen this type of dedicated fan meeting procedure as normalized as in esports. I think that's also unique to esports. Seo: You mentioned the engagement between players and audiences, which reminds me of what happens when a pause occurs in esports. In other sports, for example, when a rainstorm temporarily pauses a match, the atmosphere cools down. But in the LCK broadcast, there were many moments when casters and commentators interacted with the audiences during the pause situation. Ham: I feel really bad about the frequent pauses that happened during this LCK season, especially as they often occurred due to technical game issues. In the case of interactions during a pause situation, yes, the casters and commentators play a big role. We monitor the viewers' reactions in real-time, and the casters are able to respond to them during the pause. For example, Caster Seong (Seung-heon Seong, one of the LCK casters) and commentators seem to feel an obligation to shake up the mood again during the pause situation. I can see that this could be a psychological burden for casters and commentators. But we work hard to check the fans' real-time comments and respond as energetically as possible during those awkward pause moments. Thanks to the efforts of many people, we also have content around us that we can utilize, such as pointing the camera to cheer signs (cheer placards) from fans or videos that we can play during long pauses. Seo: It's difficult to define the essence of "hyeonjang-gam (feeling of presence)," but I think we are getting closer to understanding it. Now, for the last and final question. As an esports content creator, how do you feel about the empty moment after the stage? Ham: During the pandemic, it was only us, the staff, at the site. The players were playing games at their facility, while the audiences were all watching the match from home. It was just us on the empty and hollow stage. We felt somewhat depressed and down during that time. Every day when we commuted to work, being the only ones maintaining the scene, we couldn't shake off this feeling of emptiness in our minds. We felt like janitors taking care of a forgotten building. I still feel that way when I see an empty stage, after the game is over. It’s sort of similar to the feeling of seeing an empty theater after a performance. You know, there's a subtle excitement around the stadium before the show, like when you go to the cinema and waiting for the movie to start while munching on freshly cooked popcorn. Such excitement from the audience is what makes us, the production staff, feel excited too. We sense it. And the players feel it too. And then the game ends, after the fan meeting, suddenly the buzz stops. The lively energy just disappears. So I would say that LoL Park after the match is pretty scary, like a ghost town (laughs). [The empty LoL Park after the LCK season. Like Ham said, it feels empty and lonely without the audience and players.] Seo: Okay, then one extra question, which could be a difficult one. How do you see yourself? Are you a broadcasting production manager? Or do you see yourself as an esports event manager? Because you are involved in both the broadcasting (streaming) and on-site aspects of LCK. Ham: I would say my job is more involved in the broadcasting side of things. So, production. Seo: But you also mentioned a lot about fan engagement on-site, the atmosphere, and the feeling of excitement in the physical venues of esports, which, as you said, is something unique compared to the conventional sports scene. Ham: Perhaps that's the main reason why I decided to move here and join the esports scene, choosing a career in esports broadcasting. We (Riot Games) have a stadium, a physical space. And that's a big deal. Since we have a physical venue, we can experience things live on-site while also broadcasting and streaming, closely monitoring what is happening inside the stadium. In the past, with conventional sports, we would travel around South Korea with a broadcast truck, capturing footage of every single match across the country, but it never felt like the show was ‘ours’. Those stadiums were not ours; we were just there capturing the footage. But here, with LoL Park, it is us who must prepare everything. It's like how we say it in Korean, "we have to set our own food table". We have to brainstorm how we can better convey the story to our audience, design events to engage with our fans, work closely together with other teams – such as event teams, league management teams, game product teams, etc. In a sense, we are like the KBO (baseball league in South Korea), a sports cable channel, and Olympic baseball stadium operation in one set. We are a combination of these three. That's why I moved to the esports scene and still remain here, as there's no other scene in sports where I can be involved in such a comprehensive experience. Seo: It was insightful to hear your role as a program director in broadcasting division while also being closely on-site. Thank you for sharing your precious time for the interview.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Media Culture Researcher Dowon Seo I study culture for the fun of life. I have curiousity in all sorts of things like games, religion, and films. (Doctoral researcher at Aalto University, Finland) Solip Park Born and raised in Korea and now in Finland, Solip’s current research interest focused on immigrant and expatriates in the video game industry and game development cultures around the world. She is also the author and artist of "Game Expats Story" comic series. www.parksolip.com

  • 물류는 게임 속에 어떻게 재현되는가

    물류 전문기자로 살아온 것이 어언 10여년. 필자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으니 “물류는 어디에든 있다”이다. 물류(物類)란 그 단어가 품은 의미처럼 ‘만물의 이동’이다. 우리가 물류라고 굳이 인식하진 않겠지만,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오늘 입고 신은 옷가지와 신발, 식당에서 사용한 식기와 반찬 종지까지 모든 것에는 물류가 따라왔다. < Back 물류는 게임 속에 어떻게 재현되는가 18 GG Vol. 24. 6. 10. 물류 전문기자로 살아온 것이 어언 10여년. 필자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으니 “물류는 어디에든 있다”이다. 물류(物類)란 그 단어가 품은 의미처럼 ‘만물의 이동’이다. 우리가 물류라고 굳이 인식하진 않겠지만,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오늘 입고 신은 옷가지와 신발, 식당에서 사용한 식기와 반찬 종지까지 모든 것에는 물류가 따라왔다. 그리고 물류는 많은 경우 효율을 목표한다. 역시나 인식하진 않았겠지만, 이미 우리는 자연스럽게 생활 속 물류 효율을 높이고자 노력한 경험이 있다. 예컨대 늦잠으로 지각 위기에 처한 어느 날 지하철, 버스, 택시, 전동킥보드, 도보 등 각종 이동수단을 조합하여 회사까지 이동하는 최단경로, 최단시간을 구해본 기억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 물류가 추구하는 ‘최적화’다. 혼자만 이동하는 것은 그나마 쉬워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수천~수만명에 달하는 직장인들의 주거지부터 회사까지 특정 시간의 출근 이동을 ‘최단 시간’을 목표로 최적화하고자 한다면 어떨까. 여기에 5000원 이하의 금액을 사용해야 한다는 ‘제약’이 걸려있다면 어떨까. 갑작스러운 폭우와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이 겹쳐버렸다면 어떨까. 최단 시간을 산출하기 위해 고려할 변수는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개인의 경험으로 최적화할 수 있는 범위를 아득히 넘어선다. 흔히 우리는 화물을 나르는 택배기사, 창고 노동자의 집품과 포장 업무와 같이 눈에 보이는 단순 반복 노동만을 ‘물류’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 각 기업 물류 관리자들이 하는 일은 노동집약적인 물적 이동(물론 이들도 급하면 단순 반복 노동 현장에 투입된다.)이 아니다. 각자의 제약조건 속에서 비용 절감이나 일정 % 이상의 당일 출고율과 같은 서비스 지표 달성을 목표로 모든 물류를 최적화하는 것이 이들의 일이다. ‘물류’는 가상 세계에도 존재할 수 있나 모든 이동의 맥락에 ‘물류’가 녹아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가상 세계인 게임 속에서도 물류는 존재한다. 그리고 게임 속 물류에서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효율을 추구하고 있다. 예컨대 <마비노기>에서 이동수단인 ‘말’을 구매하여 탑승한다면, 말이 없을 때보다 빠른 속도로 필드를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와 동승자의 시간의 효율을 높일 수 있고, 그 자체로 과시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말은 멋있으니까. 다른 예로 <디아블로>의 인벤토리와 창고는 그 자체로 최적화의 도구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제약 속에서 가치 있는 것을 추려서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니 말이다. 공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가치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가치 있는 것을 남기는 선택의 연속을 강요받는데, 현실 세계의 물류에서도 이와 유사한 맥락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속 물류가 추구하는 효율화의 방향은 현실 속 물류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꽤나 다르다. 그 이유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현실과 연동되지 않은 가상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물류는 실체의 이동을 다루지만, 게임의 물류는 가상의 데이터 패킷의 이동을 다룬다. 따라서 게임 속에서 보관하거나 이동시킨 재화는 게임 안에 남아있을 뿐 현실의 가치로 연결되지 못한다. (메타버스 시대(?)가 왔다지만, 아직 가상의 물류를 완연하게 현실의 움직임으로 구현한 사례는 많지 않다. 산업용 디지털 트윈이 어느 정도 그 역할을 할 뿐.)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해 게임 속 물류는 현실 속 물류가 추구하는 ‘비용 절감’이라던가 ‘생산성 향상’과 같은 목표를 추구하기 어렵다. 대신 전혀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그것은 애초에 우리가 게임을 하는 이유인 ‘재미’에서 찾을 수 있다. 게임 속 물류 또한 플레이어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갖은 예외를 허용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해도 과언 아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본다. 데스 스트랜딩과 유로트럭 : 재미가 ‘목적’인 경우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은 세간에 ‘택배 게임’이라 알려졌으며, 이는 어느 정도 틀린 말이 아니다. 초자연적인 재난으로 멸망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묵시록 세계관의 미래에서 ‘전설의 배달부’라는 별명을 가진 주인공이 겪는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주 내용은 특정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다양한 물성의 화물을 가능한 빠르고, 안전하고 확실하게 운송하는 것이다. 물류학 교과서에 나오는 현실 물류의 목적인 3S(Speedy, Safety, Surely)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데스 스트랜딩>이 정말로 현실 세계 택배기사의 하루하루를 다룬 게임이었다면 재밌었을까. 여러 주거단지를 돌면서 하루에만 300여개에 달하는 박스를 묘기처럼 배송하는 현실 택배 업무를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 게임을 한다면 처음에는 재밌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일이 매일매일 똑같은 곳에서, 거의 동일한 업무로, 오랜 시간 반복되면 어떨까. 더군다나 현실 속 물류는 물량을 나른 만큼 ‘돈’이라도 주는데, 게임 속 물류는 실체적인 보상은 아무 것도 없다. 당연히 플레이어는 금방 싫증을 내게 될 것이다. 여기서 진짜 화물운송 하는 시뮬레이션인데 ‘힐링 게임’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유로트럭 시뮬레이터>를 꺼내면서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건 진짜 현실 세계 화물운송 트럭커의 일상을 다룬 게임이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로트럭 시뮬레이터>에서도 재미를 위한 많은 예외조건들이 설정돼있다. 먼저 유로트럭 플레이어들은 현실 세계 트럭커처럼 ‘삶’의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스스로 일거리를 선택할 수 있고, 심지어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유럽 도시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유랑을 떠나는 선택을 해도 괜찮다. 처음에는 트럭커로 시작할지언정, 성장 과정을 거치며 거대한 운송회사를 경영하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 또 사고에 대한 위협에서도 자유롭다. 장시간 휴식을 취하지 않고 운전을 계속 하면, 화면이 블랙아웃 되는 졸음운전까지 구현된 <유로트럭 시뮬레이터>지만, 졸음운전의 결과가 ‘죽음’이라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심지어 고속도로에서 시속 150km로 달리다가 5중 추돌 사고가 나더라도 <유로트럭 시뮬레이터> 세계관에서는 그대로 업무 재개가 가능하다. 벌금과 수리비만 좀 차감될 뿐이다. 물론 어느 순간이 되면 운행 과정에서 차감된 예산으로 인해 파산을 걱정하는 단계가 올 수 있지만, 알게 뭐람. 다시 시작을 누르면 그만이다. <데스 스트랜딩>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건 ‘택배도’ 하는 게임이지, 택배만 하는 게임이 아니다. 처음에는 인편으로 배송 업무를 하다가 점차 바이크 등 운송수단을 활용할 수 있고 드론, 로봇 등 대신 물류를 시킬 수단들도 추가된다. 심지어 택배기사의 역할을 뛰어넘어서, 도시와 도시를 잇는 도로나 집라인 인프라를 설치하는 등 건설 시뮬레이션과 같은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게임 내 ‘물류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 되는데, 점점 택배왕이 돼가는 캐릭터를 보면서 MMORPG에서 레벨업을 하고 강해지는 내 캐릭터를 보는 것과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이후 택배를 할지 안 할지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플레이어의 의지다. 광활하게 펼쳐진 <데스 스트랜딩>의 오픈월드는 그야말로 다채로운 재미를 준다. 묵시록 세계관의 북미 대륙을 유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그 와중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체험할 수 있다. 택배화물을 노리는 사이버펑크 도적단(뮬)과 초반에는 공격할 수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초자연적인 존재(BT)들이 필드를 돌아다님은 물론이고, 피부에 직접 닿으면 급격하게 노화돼 죽음에까지 이르는 비(타임폴)가 내리기도 한다. 사실 이런 것들은 현실 물류에서는 당장 내일 물류 업무를 그만둬야 하는 대재앙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그저 극복해야 할 대상이자 재미 요소다. 게임 시작 시점에는 대항할 수단조차 마땅치 않았던 적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쉽게 소탕할 수 있는 대상이 되며, 더 나아가선 택배랑 상관없이 액션 게임처럼 게임을 즐기는 것도 플레이어의 자유가 된다. <올팜>과 <치킨 키우기> : 재미가 ‘수단’인 경우 앞서 설명했던 게임 속 물류가 그 자체로 게임을 하는 이유가 되는 ‘재미’를 만드는 장치 중 하나로 기능했다면, 게임 속 물류를 재미와는 별개의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 또한 존재한다. 앞서 완연한 메타버스 따위는 없다고 했지만, 여기서는 게임 속 물류가 현실 가치와 일부나마 결합되는 사례들이 나타난다. 어느 순간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앱테크 게임(앱을 통해 재테크가 가능한 게임)’이라 불리는 이들이 대표적인 예다. 올웨이즈의 <올팜>을 시작으로, 컬리의 <마이컬리팜>, 오늘의집의 <오늘의 가든>, 두잇의 <치킨 키우기>, 11번가의 <11키티즈>, 이마트의 <이마트팜>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앱테크 게임은 하나 같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치킨이든 무언가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들을 목표한 수준까지 성장시킨다면, 이에 대한 보상으로 현실 세계의 무엇인가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팜>의 경우 나무를 다 키우면 고구마 등 현실 세계의 작물을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치킨 키우기>에서 병아리를 다 키우면 교촌치킨 허니콤보 한 세트를 배달 주문할 수 있다. 게임에서의 노력이 진짜 현실 세계 물류와 연결돼 플레이어에게 ‘실물 상품’ 보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앱테크 게임은 일반적인 게임과는 운영 목표가 다르다. 사실 게임이 재미를 추구하는 이유는, ‘재미’라는 가치가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게임이 재밌어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더 많은 사람이 게임을 구매하여 실질적인 판매 매출이 늘어난다. 게임을 무료 배포하더라도 게임 내 성장재화 및 꾸미기 아이템 매출과 연결시킬 수 있다. 즉 재미는 트래픽을 만들고, 트래픽은 게임사의 매출과 연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앞서 예시로 언급한 앱테크 게임들은 모두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성장재화 또한 유료로 판매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무리 많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더라도 게임을 통해서 개발사가 얻는 수익은 0에 수렴한다. 오히려 목표를 달성한 플레이어에 대한 보상 지급으로 비용을 게임 운영사가 감당하기 때문에, ‘적자’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위기 요인이 된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이 공짜 게임들을 운영하는 이유를 일반적인 게임의 문법에서 찾으면 그야말로 답이 안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행처럼 앱테크 게임이 번지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앱테크 게임의 보상비용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고객 획득을 위해 통상 투하하던 ‘마케팅 비용’을 대체한다.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카오 등지에 광고하는 데 사용했던 비용을 자체 앱 서비스에 투하함으로 오히려 더 높은 고객의 가입 전환, 구매 전환 효과를 노리고자 한 것이다. 실제로 앱테크 게임 플레이어는 성장 재화를 확보하기 위해서 기업이 유도하는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단순한 게임내 액션만으로 빠른 성장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따라서 친구를 커머스 앱에 초대하거나, 특정 상품 페이지를 몇 초 이상 보거나, 아니면 실제 상품을 구매하는 등의 미션을 게임 내 성장을 위해 자발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이는 게임이 그 자체로 고객의 정량화된 행동을 유도하는 강력한 ‘퍼포먼스 마케팅’ 도구가 됐다는 걸 의미한다. 이커머스 기업은 이를 통해 쇼핑앱 방문과 체류 시간을 늘리고 실제 상품 판매량을 늘리거나, 여기 광고 등 판매자 대상 B2B 수익모델을 결합시켜서 게임 운영과 보상에 사용한 비용 이상의 매출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앱테크 게임에서 실물 보상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물류’는 더 큰 목표인 매출 창출을 위한 수단인 것이다. 그 자체로 재미를 주기 위한 목적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보상을 지급받은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여기 물류가 따라왔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항해시대>와 홍해 해적 :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면 정리하자면 게임 속 물류는 현실 속 물류와 마찬가지로 ‘효율’을 추구하나, 그 목적은 전혀 다르다. 먼저 게임 속 물류는 매출 증대를 위해 ‘재미’를 추구하지만, 현실 속 물류는 오히려 ‘안정성’을 추구한다. 그것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등 물류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 속 물류는 재미를 위해서 최대한 매일매일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면 좋다. 예컨대 <대항해시대>에서 플레이어의 미션을 가로막는 해적은 성장 재화를 모아 동료를 모으고, 선단을 강화하여 언젠가 무찌를 수 있는 대상이다. 심지어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무역은 내팽개치고, 플레이어 스스로가 해적이 돼서 전혀 다른 형태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해적은 어떠한가. 바로 지금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핵심 항로인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들에 예멘 반군의 미사일 공격이 날아오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위기를 감수하고 기존 홍해 항로를 통과하거나, 위기를 회피하는 대신 훨씬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택하는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강요받는다. <대항해시대>처럼 민간 물류회사가 국가도 어쩌지 못하는 반군을 토벌하거나, 역으로 해적왕이 되는 선택지로 가는 건 도저히 현실적이지 않다는 건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다음으로 재미를 충성고객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앱테크 게임에 있어서도 현실 세계의 물류 효율과는 다른 맥락은 관측된다. 앱테크 게임에서 물류는 고객 행동을 유도하는 보상 장치다. 재미를 목적으로 게임을 하는데 겸사 실물 상품도 보상으로 주니 좋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들이 앱테크 게임을 플레이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물류는 ‘삶’의 문제이고, 같은 관점에서 앱테크 게임의 보상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올팜>에서 고구마 한 박스를 선물 받으려면 몇 달 넘게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데, 이게 우리의 본업이라고 생각하면 과연 용납이 되나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현실 세계의 물류는 자유롭게 언제든 안하면 그만인 게임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삶을 위해 오늘 나가야 하는 ‘일자리’인 것이다. 요컨대 게임 속 물류가 우리에게 재미있게 다가왔던 이유는 그것이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 재미는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보자. 리세마라를 돌리면서 ID를 팔아먹는 유통업자들은 좋은 캐릭터를 얻기 위해 무의미하게 게임을 반복하면서 과연 즐거웠을까. 어쩌면 게임 속 물류의 즐거움은 그것이 물류라고 느껴지지 않을 때에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Tags: 유통, 최적화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커넥터스 대표) 엄지용 버티컬 콘텐츠로 아름답게 돈 벌기에 관심 많은 야생의 콘텐츠 잡부. 여러 버티컬 미디어에서 콘텐츠 창작자 및 커뮤니티 기획자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 9월부터 유통물류 콘텐츠 기반 비즈니스 멤버십이자 커뮤니티 ‘커넥터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소수자들의 게임에 대한 세 가지 소고

    디지털게임은 한때 ‘소수자’들의 매체이기도 했다. 소수자라는 개념이 단순히 적은 숫자를 가진 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게임 초창기에 한국에서 게이머는 소수자에 가까웠다. 전자오락실은 불량한 이들이나 다니는 곳으로 낙인찍혔고,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엄연한 자영업장인 오락실에 학교 교사들이 들이닥쳐 ‘손님’인 학생 게이머들을 강제로 끌고나가는 영업방해 행위도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뉴스와 신문에서는 연일 불량한 오락실과 게임 때문에 망가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쏟아냈고(이 부분은 아직도 유지되는 바 또한 있다) 게임은 눈치보면서 해야 하는, 말그대로 여가오락 문화 부문에서의 소수자 포지션이었다. < Back 소수자들의 게임에 대한 세 가지 소고 04 GG Vol. 22. 2. 10. 디지털게임은 한때 ‘소수자’들의 매체이기도 했다. 소수자라는 개념이 단순히 적은 숫자를 가진 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게임 초창기에 한국에서 게이머는 소수자에 가까웠다. 전자오락실은 불량한 이들이나 다니는 곳으로 낙인찍혔고,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엄연한 자영업장인 오락실에 학교 교사들이 들이닥쳐 ‘손님’인 학생 게이머들을 강제로 끌고나가는 영업방해 행위도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뉴스와 신문에서는 연일 불량한 오락실과 게임 때문에 망가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쏟아냈고(이 부분은 아직도 유지되는 바 또한 있다) 게임은 눈치보면서 해야 하는, 말그대로 여가오락 문화 부문에서의 소수자 포지션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디지털게임을 소수자들의 매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콘솔게임 같은, 한국에서 수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킬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소수자라는 개념은 단지 숫자의 많고 적음으로 분류하는 말은 아니다. 특히 급격히 게이머 범주가 넓어지기 시작한 모바일 시대 이후를 생각한다면 게임은 오히려 대중문화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 위상을 바꿔온 바 있었다. 대중문화콘텐츠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게임과 소수자의 문제는 좀더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대중문화라는 이름과 함께 하는 디지털게임의 이야기를 할 때 크게 세 맥락의 소수자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이 매체에 접근가능한 매체이용자로서의 접근성 관점에서 바라보는 소수자 문제이고, 두 번째는 이 매체가 콘텐츠 안에서 재현하고 재구성해내는 대상으로서의 소수자 문제다. 그리고 온라인게임이라는 특성에 따른, 게임 안에서 게이머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재현을 통해 나타나는 소수자 문제가 마지막으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대중문화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단지 ‘모두가 즐긴다’는 말로 그 의미를 뭉뚱그려선 안된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시도되었던,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실천과 개선의 방향까지를 대중문화로서의 매체는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 넓어지는 게이머 저변 안에서 커진 덩치만큼 우리의 디지털게임은 대중문화로서 갖춰야 할 지향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지, 또 그 실천이 얼마만큼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를 고찰해 볼 때다. 접근성 관점에서의 소수자 이슈들 서구권의 게임연구들에서는 오랫동안 ‘비디오게임’의 주이용자층을 ‘젊은 백인 남성’이라는 그룹 안에서 살피며 게이머집단에서의 주류화와 그에 따른 마이너리티의 발생을 논의해온 바 있었다. 그러나 이용자집단의 문제는 게임 저변이 점차 넓어지면서 과거와는 사뭇 다른 형태로 게이머집단의 구성이 변화하는 흐름이 존재한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서구의 ‘젊은 백인 남성’에서 ‘백인’은 빠지게 되며, ‘젊은’ 또한 게이머집단이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에서 점차 희미한 정체성이 되어가는 중이다. 콘텐츠가 타겟으로 삼는 소비자집단이 호응하는 피드백 속에서 남성 중심의 게임콘텐츠와 게이머집단이라는 점은 여전히 주류집단의 존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게임 플랫폼의 다양화와 모바일기기를 통한 대중화 속에서 남성중심적인 게임이라는 말도 과거만큼의 집중도를 보인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지는 추세다. 전반적인 대중화의 과정에서 오히려 두드러지는 것은 특유의 인터페이스로 인해 접근성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인 장애인 게이밍, 혹은 노화나 미디어 리터러시 문제로 인해 접근이 어려워진 노년 게이밍과 같은 영역일 것이다. 여전히 손쉽게 게임에 접근할 수 없는 여러 환경들이 존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난 호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게임 접근성에 대한 고민들이 점차 누적되면서 아주 조금이나마 대중문화로서의 게임이 가져야 할 범용성의 위상에 대한 변화들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매체의 재현에서 드러나는 소수자 문제 오랫동안 디지털게임이 주류 게이머가 아닌 대상을 향해 만들어낸 대상화된 재현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받아온 주제였다. 수동적 대상이나 트로피처럼 등장하는 게임 속 여성의 문제, 존재 자체가 지워진 성소수자 문제, 비서구권 캐릭터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의 반복과 같은 문제들이 꾸준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고, 이는 2000년대 이후 디지털게임 시장이 소비자 확장의 상황을 맞이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버워치>의 저격수 캐릭터 ‘아나’는 그런 변화를 상징할 만한 캐릭터다. 60대 노년 여성에 장애를 가진 비서구 아랍권 출신의 캐릭터는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라기보다는 마치 과거 인종차별과 대상화에 적극적이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변화한 양상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더욱 넓어진 시장에서 대중문화콘텐츠로 어필하기 위해 이뤄진 시장적 조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의도가 어떤 것이건간에 게임에서의 소수자 재현 문제에 변화가 일어나는 확인 가능하다. <툼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가 리부트되면서 변화한 캐릭터나, 가 게임 내 NPC들의 인종적 다양성을 컴퓨터 사양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옵션을 추가하는 것과 같은 변화는 분명 소수자 재현 문제에 있어 유의미한 변화다. 그러나 동시에 여전히 변하지 않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는 점 또한 공존한다. 게이머 저변의 확대로부터 비롯되는 시장의 압박에 의한 변화가 시작되었지만 아직까지는 글로벌 릴리즈가 중심인 AAA급 대형 게임들에 한정된 변화이며, 대중문화로서의 게임콘텐츠 전반에 걸친 변화라고 이야기하기엔 이제 겨우 첫 발을 뗀 수준이라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게이머 속에서의 소수자 문제 콘텐츠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수자 이슈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거지는 이슈는 게이머 스스로로부터 발생하는 이슈들이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멀티플레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디지털게임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로 이어지는 메시징 이상으로 게이머간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나타나는 맥락이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여성, 성소수자, 인종, 장애인에 대한 비하들부터 게임 캐릭터 등을 활용한 2차창작에 이르기까지 게이머들이 직접 생산하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폭넓게 나타난다. 게임 규칙 내적으로서의 트롤링이나 일반적인 욕설, 모욕이 아니라면 아직까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나 혐오발언 등이 별도로 제재받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는 않다. 현실의 현행법상에서도 차별금지법 등이 입법에서 난항을 겪는 것을 생각하면 게임 속에서의 소수자 차별 문제는 더 험난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된 콘텐츠 이상으로 이용자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소수자에 대한 대상화, 혐오 문제는 디지털게임과 소수자 문제를 다룰 때 더욱 큰 영향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왜 게임이 소수자 문제를 신경써야 하는가 접근성, 콘텐츠, 상호작용 세 측면 모두에 걸쳐 디지털게임과 소수자 문제를 살펴보는 이유는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결국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모두의 게임’이라는 대중문화로서의 디지털게임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소수집단에 의해 향유되는 것이 아닌, 이름 그대로 ‘대중’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매체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대중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과 그에 따라 해당 매체가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가 요구된다. ‘게임은 문화다’ 라는 말은 실제 한국사회를 이루는 대중문화의 일각으로 디지털게임이 자리하고자 할 때 요구되는 최소한의 윤리와 공공성을 갖추고자 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대중화 시대를 맞아 게임이 갖게 된 영향력은 기존에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커졌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 매체가 짊어져야 할 책임과 부담 또한 막중해질 수 밖에 없다. 디지털게임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장벽 허물기, 게임 콘텐츠 안에서 사회적으로 소수자인 이들을 향한 부당한 표현을 줄이기, 그리고 게이머들 스스로가 이 매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나와 다른 누군가에게 무례가 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기. 이런 여러 요소들이 함께 할 때서야 우리는 비로소 당당하게 ‘게임은 문화다’라는 말을 꺼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실천이 따라가지 않는 한, 디지털게임은 적어도 좋은 의미로의 문화에 다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산업계와 이용자 모두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시티즌 슬리퍼>: 꿈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인류는 늘 유한성에 저항해 왔다. 이러한 저항은 단지 물리적인 제약을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착화된 이념을 넘어서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유한성에 대한 저항은 어떤 의미인가? 이 글에서는 저마다의 '몸에 새겨진 꿈'으로부터 그 답에 다가서고자 한다. 여기에서 몸은 지극히 사회적이며 개인적인 신체를 뜻한다. 그리고 꿈은 희망과 절망을 의미한다. ‘꿈을 꾸는 것’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자,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헛된 기대이기 때문이다. < Back <시티즌 슬리퍼>: 꿈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22 GG Vol. 25. 2. 10. ※ 스포일러가 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 슬리퍼(Sleeper) [1] 인류는 늘 유한성에 저항해 왔다. 이러한 저항은 단지 물리적인 제약을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착화된 이념을 넘어서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유한성에 대한 저항은 어떤 의미인가? 이 글에서는 저마다의 '몸에 새겨진 꿈'으로부터 그 답에 다가서고자 한다. 여기에서 몸은 지극히 사회적이며 개인적인 신체를 뜻한다. 그리고 꿈은 희망과 절망을 의미한다. ‘꿈을 꾸는 것’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자,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헛된 기대이기 때문이다. 이 둘은 자신의 꼬리를 물고 놓지 않는 우로보로스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 그러므로 몸에 새겨진 꿈이란, '나'에게 얽매여 있는 내외부적 요인으로부터 자유를 꿈꾸는 여러 주체들의 염원이다. 신체와 사회라는 이중벽 모든 생명은 신체를 갖고 살아가는 한 여러 한계를 지닌다. 인간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을 비롯해 사회에 종속된다는 점에서 복합적인 제약을 지닌다. 사적인 영역에서 일어난 일들도 결국 '나'를 제외한 세계에 연루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먼 미래에, 나의 신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이러한 상상은 사실 공상 과학 영화나 문학, 그리고 게임에서 자주 다루어져 왔다. 주로 인간의 신체를 영구적으로 개조하거나 안드로이드에 의식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는 단지 기술 발전에 대한 인류의 환상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신체에 내재한 사회적 의미를 재고하게 한다. 새로운 신체를 획득하는 것에 대한 상상은 나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조망하고, 나아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어떤 조건들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다. 즉 한정된 신체를 넘어선다는 것은 그저 강력한 힘이나 영생을 얻고자 하는 일만을 지시하진 않는다. 게임 개발사 점프 오버 디 에이지(Jump Over the Age)의 <시티즌 슬리퍼(Citizen Sleeper)>(2022)는 앞서 서술한 논의를 아우르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자신의 신체와 출신지를 떠나 눈(eye)이라는 도시에 이제 막 도착한 '슬리퍼'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슬리퍼는 인간의 의식과 로봇의 몸을 가진 존재다. 그런데 눈의 시민은 대다수가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슬리퍼는 철저히 외부인으로 취급된다. 그는 자유와 행복을 찾아 이곳으로 도망쳐 왔지만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내일'이라는 꿈을 간직한 채 삶을 꾸려 나가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슬리퍼라는 '주체'를 경험할 수 있도록 TRPG(Tabletop Role-Playing Game) 기반의 내러티브적 설정을 활용한다. 즉 시스템의 불가변성과 플레이어의 자율성을 동시에 수용함으로써, 견고하고 거대한 사회에 맞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이 게임의 시스템은 현대 사회에 내재한 이데올로기를 투사하기도 한다. 플레이어는 신체와 사회로 쌓아 올려진 이중벽을 마주한 채 슬리퍼로서의 꿈을 지켜내야 한다. 시스템 사이를 떠도는 ‘나’ TRPG 시스템은 가상 세계에서 통용되는 공동의 규칙을 갖는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 범위 안에서 행동을 수행해야 한다. <시티즌 슬리퍼>의 주요 규칙은 다음과 같다. 우선 사이클마다 무작위로 주사위가 부여되며, 그 값은 슬리퍼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슬리퍼의 몸 상태가 나쁘면 주사위의 개수가 줄어들고 행동 성공률이 낮아진다. 주사위는 돈을 벌고, 노동을 하고, 사람을 사귀는 등 행동하는 데에 쓰인다. 반복이 불가능하거나 연한이 정해진 행동이 있다. 주사위를 모두 소진하면 더 이상 행동을 수행할 수 없으며 사이클을 종료해야 한다. 방금 살펴본 것들은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없는 부분으로 제한적이다. 또한 게임의 시스템은 내러티브 안에서 심리적인 제약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과거 노예 로봇이었던 슬리퍼는 눈에서 사회적 약자에 속한다. 이는 에피소드 초반부터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매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여러 번 고민한다. 간혹 도와주는 사람이 등장하지만, 눈의 사회는 그들의 호의를 의심하게 만든다. 게다가 슬리퍼의 몸체는 의도적 구식화를 겪고 있다. 일정 기간 내에 제조사에서 판매하는 전용 영양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기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곳에서는 쉽게 구할 수가 없다. 이로써 슬리퍼의 컨디션은 급격히 나빠지고 행동 성공률도 낮아지게 된다. 눈의 사회는 슬리퍼의 주체성을 서서히 마비시킨다. 앞서 살펴본 두 요소는 슬리퍼의 행동에 제약을 준다. 그러나 플레이어는 이 모든 과정 사이에 자신의 관점을 투영함으로써 자율성을 획득할 수 있다. 우선 <시티즌 슬리퍼>는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능력과 성격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한눈에 이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정보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자신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바라보게 된다. 즉 플레이어의 내면이 캐릭터의 자아에 투사되는 것이다 [2] . 그리고 이는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플레이어이자 캐릭터인 '나'를 통해 슬리퍼의 주체성으로 발현된다. 또한 눈이라는 낯선 사회로의 진입은 플레이어와 슬리퍼에게 동등하게 주어진다. 예측 불가능한 삶에 갑작스럽게 불시착한 그들은 서로 결속을 다진다. 그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는 게임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에피소드는 주로 등장인물 간의 대화로 진행되는데, 이때 플레이어는 슬리퍼의 태도와 행동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심지어 주어진 임무를 모두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 초반에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이곳에 점차 적응하면서 진취적인 태도로 나서게 된다. 이처럼 <시티즌 슬리퍼>의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행동에 일정 부분 제약을 주지만, 결정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플레이어에게 거부와 순응, 저항의 강도, 가치의 추구 등에 대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슬리퍼로서의 꿈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삶의 주도권은 자꾸만 사회로 되돌아가려 한다. 슬리퍼라는 존재가 가진 근원적인 한계일까? 이곳에서는 '내일'을 맞이할 권리가 이상하리만치 멀게 느껴진다. 슬리퍼, 꿈의 의미 <시티즌 슬리퍼>는 개인이 대항할 수 없는 사회의 불가변성을 시스템의 중심에 두었다. 그리고 신체가 가진 제약도 결국 그로부터 비롯됨을 플레이어 스스로 인지해 나가도록 했다. 이 게임에서의 자율성은 슬리퍼의 행동에 대한 결정권을 넘어, 사회에 내재한 비판 거리를 취할 수 있는 권한으로 확장된다. 특히 에피소드마다 제공되는 시적인 글은 슬리퍼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뿐만 아니라, 그 존재가 함축하는 의미를 다각도로 바라보게 한다. 이 글의 마지막 장에서는 처음에 제시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인류가 한정된 신체로부터의 해방을 염원해 온 이유에 조금이나마 다가서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발견한 '슬리퍼'와 '꿈'에 담긴 의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슬리퍼는 인간의 신체로부터 벗어난 존재다. 즉 과거에 지니고 있던 어떤 제약에서 이미 벗어나 있다. 그럼에도 슬리퍼는 신체와 사회라는 이중벽에 또다시 직면했다. 슬리퍼의 본체인 인간은 떠나온 곳 어딘가에 여전히 잠들어 있다. 즉 슬리퍼는 살아 움직이는 누군가의 꿈인 것이다. 또한 슬리퍼에게는 인간이었던 시절의 기억이 데이터화되어 부분적으로만 남아 있다. 이는 대체로 무더움, 차가움, 쓰라림, 딱딱함 등 '로봇의 몸으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감각'에 대한 것들이다. 슬리퍼는 몸에 대한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 날 때마다 감각과 사고 사이에 지연을 느껴 혼란스러워한다.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몸에 대한 감각은 슬리퍼의 기억 안에 정보로만 남아 있다. 그렇다면 슬리퍼는 인간인가, 로봇인가? 사실 이 중에서 하나를 택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슬리퍼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눈의 사회, 그리고 타인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물론 플레이어에게는 이에 대항할 권리가 주어졌다. 그러나 이 또한 슬리퍼에 내재한 꿈으로 흡수되고야 말았다. 결국 한정된 신체로부터의 해방은 '나'를 규정하는 사회,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집단적 이념에 균열을 내는 일이다. 즉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스스로 확립하고 지켜내기 위한 예사로운 투쟁이다. 사실 슬리퍼의 꿈은 정말 사소했다. 그는 단지 살고 싶었다. <시티즌 슬리퍼>의 결말은 그 꿈이 희망이었는가 절망이었는가를 가리키지 않는다. 그저 '내일을 꿈꿀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메시지가 암시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슬리퍼는 모순된 존재다. 누군가의 이루어진 꿈이 다시 꾸는 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꿈의 속성은 본래 모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희망과 절망, 현실과 이상, 기대와 좌절,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돌고 도는 것이 바로 꿈의 의미다. 저마다의 몸에 새겨진 꿈은 이 궤도를 따라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꿈에서 깨어나지 않아도 된다. [1] 이미지 출처: https://www.pointnthink.fr/en/interview-gareth-damian-martin-2/ [2] 이승제, 정의준, 김정애, “ 청소년 대상 TRPG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위한 콘텐츠 개발연구 -청소년의 정서적 외로움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 겨레어문학 제73집, 2024, p.61-62.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큐레이터) 박정서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시각예술 분야에서 전시, 비평, 워크숍을 한다. (비)과학에 관심을 두고 뉴미디어 아트와 비디오게임을 탐구한다. 최근 참여한 프로젝트로는 연구 <기이한 게임과 으스스한 게임>(2024, 서울문화재단 RE:SEARCH), 전시 (2024, WWW SPACE), 워크숍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 비평>(2024, 아트코리아랩 아트랩클럽), 전시•워크숍 (2024, 하자센터 미디어아트 작업장) 등이 있다.

  • 곰고기 백파운드: 교육용 게임과 〈오레곤 트레일〉의 유산

    현 시점에 〈오레곤 트레일(The Oregon Trail)〉에 대한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된다. MECC(Minnesota Educational Computing Consortium)가 만든 이 고전 게임에 대한 글은 수없이 많은데, 예컨대 캐릭터가 게임 내 여정 속에서 가장 많이 겪게 되는 이질(dysentery)은 유명한 관용구가 되어 온갖 상황에서 사용되어왔다. 이 글은 〈오레곤 트레일〉이 남긴 유산 그리고 여전히 미국의 게임문화와 주류 대중문화를 이어주고 있는 게임의 영향력에 대한 증언이다. < Back 곰고기 백파운드: 교육용 게임과 〈오레곤 트레일〉의 유산 06 GG Vol. 22. 6. 10. - 이 글의 영문 원문 버전은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06fd063b-718c-4223-bda3-a5dc4679cc28 현 시점에 〈오레곤 트레일(The Oregon Trail)〉에 대한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된다. MECC(Minnesota Educational Computing Consortium)가 만든 이 고전 게임에 대한 글은 수없이 많은데, 예컨대 캐릭터가 게임 내 여정 속에서 가장 많이 겪게 되는 이질(dysentery)은 유명한 관용구가 되어 온갖 상황에서 사용되어왔다. 이 글은 〈오레곤 트레일〉이 남긴 유산 그리고 여전히 미국의 게임문화와 주류 대중문화를 이어주고 있는 게임의 영향력에 대한 증언이다. 이 게임은 1980년대 미국의 청소년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으며, 이를 반영한 ‘오레곤 트레일 세대’라는 명칭은 교실에서 비디오게임을 경험하며 성장한 첫번째 세대를 가리키는 이름이 되었다. 이 글은 〈오레곤 트레일〉 및 오레곤 트레일 세대라는 개념을 되돌아보고 이 게임이 수십년째 수많은 플레이어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를 찾아보고자 한다. 진짜 오레곤 트레일과 게임 〈오레곤 트레일〉의 간단한 역사 게임의 제목과 테마를 따온 실제 오레곤 트레일은 이민자들이 미 서부의 오레곤과 캘리포니아, 콜로라도로 이주할 때 사용된 도로로서, 1840년대부터 대륙 횡단 철도가 완성되는 1869년까지 사용되었다 1) . 데이비드 더리(David Dary)는 최고 전성기 때 최소 25만명의 사람들 - 주로 가족들 - 이 새로운 안식처에 도달하기 위해 척박한 대지를 4개월이 넘는 시간에 걸쳐 이동하면서 이 도로를 사용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2) . 국립 오레곤 트레일 역사 연구센터(the National Historic Oregon Trail Interpretive Center)〉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 여정에서 적어도 2만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본다 3) . 이주민들의 이 여정에 대한 이야기는 미국의 학교에서 중요하게 가르칠 뿐만 아니라 여러 문학작품과 영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 〈오레곤 트레일〉이라는 게임이 기념하는 미국사의 한 부분이다. 〈오레곤 트레일〉은 여러 버전으로 나왔다. 돈 라위치(Don Rawitch), 빌 하이네먼(Bill Heinemann), 폴 딜렌버거(Paul Dillenberger)가 개발한 최초 버전은 돈 라위치가 자신의 수업에서 서부 이민사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던 보드게임에 기반한 것이었다 4) . 이후 미네소타에 위치한 교육용 게임 개발사 MECC에서 원본 개발자들이 원본을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으로 변환시켰고, 이 버전이 1975년 미네소타의 여러 학교들에 배포되었다. 이 게임이 처음으로 성공을 거둔 곳은 미네소타였으며, 이후 MECC가 애플II 기종을 미 전역 학교에 보급하고자 했던 애플 컴퓨터 5) 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이 게임이 미 전역의 학교로 확산된다. 애플 II가 미국의 교육망 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이 새로운 지배적 컴퓨터 시스템에 맞춰 1985년에 〈오레곤 트레일〉이 다시 제작되는데, 바로 이 버전이 여러 포맷으로 미국 전역의 학교들에 재배포되는 바로 그 버전이 된다. 이후 이 게임은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을 포함해서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 〈오레곤 트레일〉의 플레이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이주민 가족이 되어 미주리주 인디펜던스 타운에서 출발하여 미 대륙을 횡단하는 긴 길을 따라 오레곤 시티까지 이동하게 된다. 먼저 은행가, 목수, 농부 등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에 따라 마차를 끌 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복장(복장을 잘못 입으면 도적떼를 만나 털릴 수 있다), 사냥을 하기 위한 총알, 식량배급량, 피할 수 없는 데미지를 입은 마차의 부속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예산의 양이 정해진다. 은행가의 경우 예산은 가장 많지만 (게임 완료시) 받을 수 있는 점수가 낮고, 농부는 예산이 제일 적지만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직업을 선택하고 나면 5명으로 구성된 파티의 이름을 짓게 된다. 이는 사실 잔인한 면이 있는데, 왜냐하면 어떤 파티를 구성하더라도 그들은 서부로의 (대체로 필멸하게 되는) 여정 속에서 온갖 유형의 고난을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레곤 트레일〉의 마법은 게임 초기 화면의 밝은 색채와 곳곳에 스며있는 역사성에 기반한 무해한 교육용 게임이라는 인상에서 비롯되는데, 그 마법이 주는 환영은 상점주인 매트(Matt the Shopkeeper)가 플레이어의 돈을 받고 플레이어의 가족을 무덤으로 데려가게 될 황소를 넘기는 시점부터 빠르게 사라진다. * 〈오레곤 트레일(1991)〉의 플레이 화면 플레이어는 날씨와 식사 배급량, 구성원들의 건강 상태, 그리고 다음 거점까지의 거리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인디펜던스 시티를 출발한다. 하루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와 식사 소모량의 정도는 선택할 수 있는데, 여정 내내 구성원들의 시체가 쌓이는 광야에서의 끔찍한 경험을 겪게 된다. 구성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게임의 코어 메카닉이라 할 수 있지만, 식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중간 거점들에 닿을 때마다 쉬는 것 외에는 구성원들을 괴롭히는 온갖 고통스러운 사건들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다. 게임의 대사 중 가장 유명한 문구는 의심할 여지없이 “당신은 이질로 사망했습니다(“You have died of dysentery”)”인데, 이 문구는 플레이어 파티의 구성원들이 소멸하는 상황을 지칭하는 유명한 밈이 되었다. 우리의 문화적 기억상 이 문구가 의미하는 바란, 이 게임이 교육용 게임인 동시에 희한한 호소력을 지닌 고난의 시뮬레이터라는 것이다. 최근 이 게임을 다시 플레이해보았는데, 나는 도적들에게 두 번 당했고, 콜레라와 홍역을 앓았으며, 뱀에게 물렸고, 모든 아이들의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었다. 하지만 이는 내 파티 구성원들을 덮친 불행의 일부였을 뿐이다. 구성원들이 모두 사망하면 다시 플레이하라는 조롱조의 간략한 문구가 새겨진 묘비를 만나게 되는데, 이 문구를 본 플레이어들은 가망이 없음에도 게임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배급 받은 식량이 동나면 총알을 모아서 사냥에 나서야 한다. 내가 플레이한 버전에서는 다람쥐, 사슴, 버팔로, 곰을 사냥할 수 있었는데, 사냥은 화면 안을 돌아다니는 동물을 총알로 맞추는 것을 돌과 관목이 방해하는 미니 게임의 형태로 제시된다. 작은 동물들이 제공하는 고기는 아주 적지만 버팔로나 곰은 많은 양의 고기를 제공하는데, 그 중에 마차로 가져갈 수 있는 양은 한번에 최대 100 파운드로 제한된다. 가족들을 먹이고 싶은데 직업이 은행가라면, 사냥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게 되면서 가족들이 어쨌든 사망하게 된다. 게임화 된 이주민들의 투쟁이 게임에 있어 역사와 가장 강력한 연관을 지닌 부분인 가운데, 플레이어는 또한 여정 중간 중간에 예술적으로 재현된 랜드마크들을 마주치게 되면서 미국의 지리도 접하게 된다.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플레이어는 다른 이주민들 그리고 원주민들과도 거래하고 대화도 나누게 되는데, 여기서 제시된 역사는 - 놀랍지 않게도 - 미국 이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북미 중심적 관점에 기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서린 슬레이터(Katherine Slater)는 “〈오레곤 트레일〉의 여러 버전이 노골적인 스테레오 타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부로의 확장에 따른 대량 학살이라는 결과와의 연계를 거부함으로써 백인 이주의 에토스를 특권화하는 인종주의적 내러티브를 영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6) . 하지만 애초에 〈오레곤 트레일〉이 이주의 과정에서 이주민들이 원주민들에게 어떤 일을 벌였는지를 디테일하게 제대로 전달했다면, 이 게임은 학교에서 자리잡지 못했을 것이다. 이주민이 식민지에 정착하는 내용 중심의 커리큘럼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레곤 트레일〉이 그처럼 광범위하게 배포될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 일부 추측인 부분도 없지 않지만, 분명한 점은 〈오레곤 트레일〉이 특별히 역사적으로 정확하거나 미묘한 균형을 맞춘 역사적 기록인 것은 아니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용 게임의 대명사로서 이 게임이 지속적으로 플레이어들의 각광을 받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게임은 한 세대와의 동의어가 되기도 했다. 오레곤 트레일 세대 ‘오레곤 트레일 세대’는 명확한 규정이 어려운 용어다. 이 용어는 1977년에서 1985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하는데, 이들은 또한 ‘제니얼(Xennials)세대’로 불리거나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낀 ‘초소형 세대(micro-generation)’라 불리기도 한다 7) . 이 ‘초소형 세대’라는 명칭은 그들이 컴퓨터가 주류에 진입하던 시기 - 특히 가정 또는 학교의 컴퓨터 랩실에 컴퓨터가 놓이기 시작하던 - 에 성장했기 때문인데, 〈오레곤 트레일〉이 번들로 설치됐던 것이 바로 그 컴퓨터들이었다. 따라서 어떤 집단을 이르는 하나의 명칭으로서 '오레곤 트레일 세대'라는 용어에는 문제가 없지 않은데, 왜냐하면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해당 세대의 연령대, 기술의 출현 및 그에 대한 접근성 등과 관련해서 하나의 기술이 가정과 학교에 자리잡게 되는 과정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X세대 중에는 기술에 능숙한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아예 그 새로운 기술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밀레니얼 세대에 진입하기 전까지 그러한 기술에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는 장비를 갖추지 못했던 가정과 학교도 많았다. 이처럼 시대를 변수로 해서 오레곤 트레일 세대를 규정하는 것은 모호하지만, 그 명칭이 전례없이 교실에서 교육용 게임을 접하면서 자란 학생들을 지칭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 세대를 제니얼 세대이되 그 세대적 경계가 해당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교실이나 일상 속에서 교육용 게임에 정기적으로 노출되었던 학생들 그리고 심지어는 같은 경험을 한 독립적인 X세대 학습자들도 오레곤 트레일 세대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레곤 트레일 세대’란 세상과 관계를 맺는 전반적인 과정의 일환으로서 교육용 게임과 친숙하게 자란 사람들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오레곤 트레일〉은 수많은 학습자들에게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그러한 영향력을 지닌 유일한 교육용 게임이었던 것은 아니다 -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오레곤 트레일〉을 비롯해서 〈칼멘 샌디에고(The Carmen Sandiego, Broderbund, 1985)〉 시리즈 - 나나 내 친구들의 경우 〈크로스 컨트리 캐나다(Cross Country Canada, Ingenuity Works, 1986)〉 - 같은 게임들이 교육용 게임에 대해 그처럼 강렬하고 긍정적인 감정과 기억을 남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어렸을 적 남는 시간마다 〈오레곤 트레일〉 계열의 게임인 〈크로스 컨트리 캐나다〉를 플레이하기 위해 교실 뒷편의 컴퓨터로 달려가곤 했다. 어린 학생들이었던 우리는 게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캐나다의 고속도로를 횡단할 수 있게 해주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지리를 배우게 될 것이라 기대하기도 했다. 이는 단지 우리가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또 그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되어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같이 학수고대하던 일상의 일부였다. * 〈크로스 컨트리 캐나다〉 플레이 중 캐나다의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모습(1986) 다시 〈오레곤 트레일〉로 돌아가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 우리와 같았던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보자. 〈오레곤 트레일〉이 역사를 잘 재현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왜냐하면 이 게임은 지극히 오래된 방식으로 원주민을 재현하는 등 미 서부 이주에 대한 익숙한 비유와 상징들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게임이 대상에 접근하는 수준은 - ‘교육용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단 여타의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 결코 낮다고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 게임이 지닌 문화적 유산 - 온갖 고난과 장애물, 디지털 이질을 쉴 새 없이 겪게 만든다는 악명에도 불구하고 - 을 꼽자면, 대중문화에 있어 그 존재감 그리고 플레이해 본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 지니고 있는 호감의 기억을 들 수 있다. 부분적으로 이와 같은 호감의 기억은 모든 학생들에게 먼지 날리는 분필이나 프로젝터용 투명 시트가 효과적인 수업 방식이 아니었던 가운데 역사 배우기를 포기했던 학생들에게 〈오레곤 트레일〉 류의 교육용 게임들이 그 학습 주제를 커리큘럼에 적합한 수준에서 감각적인 연결을 가능케 해준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통적인 수업 방식은 가르치는 주제와 무관하게 늘 동일한 경험으로 이루어지는데, 많은 학생들에게 있어 그러한 전통적인 수업 방식이 직접 가족의 이름을 짓고 서부로 멀고 먼 여행을 보내는 것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다. 〈오레곤 트레일〉이 특별한 이유는 당시에 그 경험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학습 루틴에 화려한 색감과 드라마, 그리고 선택를 추가한 새로운 학습 방식 - 되풀이되는 루틴상에 변화를 준 것 - 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레곤 트레일〉 이후 교육용 게임들이 그만큼의 높은 문화적 성취를 이루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교실 내 테크놀로지 사용이 상당히 증가하면서 교실의 PC가 한 때 그랬던 것만큼 새롭지 않았던 점을 들 수 있겠다. 더구나 〈오레곤 트레일〉이 부상하던 시기는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집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훨씬 적었던 시대였다. 그래서 교육용 게임이 주류 게임들과 비교할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으며 그 경험에 있어서도 보다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청소년들이 집에서 플레이하는 게임들이 미학적으로나 게임성에 있어 학교의 교육용 게임을 아득하게 넘어서게 되었다. 심지어 2000년대 초반까지도 교실에 1990년대 초의 게임들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었다. 몇몇 교육용 게임들이 나름의 흔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 게임들은 그러한 흔적을 남긴 최초의 경우도 아니었을뿐더러 애플II의 등장과 함께 미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학교의 기술적 진화가 진행됐던 시점에 플레이됐던 것도 아니었다. 즉 〈오레곤 트레일〉은 딱 적절한 시기에 등장한 적절한 게임이었을뿐 아니라 그 플레이어들에게도 깊이 와 닿은 게임이었던 것이다. 여타의 게임들과 비교해서 미학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 뛰어났던 〈오레곤 트레일〉은 이후에 등장하는 교육용 게임들에 있어 하나의 전형이 되었다. 역사를 완벽하게 기록한 것은 아니었지만 학습용 도구로서 학생들을 게임으로 이끌면서 해당 주제에 대해 최소한이라도 관여하도록 만들었으며, 문화적으로 그 경험에 대해 의심할 여지없이 좋은 기억을 갖도록 만들었다. 곰고기를 백파운드까지만 가질 수 있도록 했던 게임상의 제한처럼, 〈오레곤 트레일〉이 제공했던 수많은 것 중 학습자이자 플레이어로서 우리가 오늘날 가지고 있는 것은 이질과 관련된 밈이라는 아주 작은 부분에 한정 되어있다. 하지만 이것이 교육용 게임으로서 〈오레곤 트레일〉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레곤 트레일〉과 같은 교육용 게임은 특정한 주제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구축된 또는 타매체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해당 주제를 탐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학습 여정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오레곤 트레일〉 뿐 아니라 교사, 책. 공부 습관 등 학습과 관련된 모든 요소들은 우리 각자 앞에 놓여있는 위험한 여정에서 좀 더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 David Dary. The Oregon Trail: An American Saga. New York: Alfred A. Knopf, 2004. 2) Ibid. 3) U.S. Department of the Interior, Bureau of Land Management Educational Resource. (https://www.blm.gov/learn/interpretive-centers/national-historic-oregon-trail-interpretive-center/history-and-educational-resources) 4) Greta Kaul. “Almost 50 years ago, Oregon Trail revolutionized educational software. Can the game’s creators do it again?” MinnPost, April 14th, 2017. 5) Audrey Watters. “How Steve Jobs brought the Apple II to the classroom.” Hack Education, February 25th, 2015. 6) Katherine Slater. “Who gets to die of dysentery?: Ideology, geography, and The Oregon Trail.” Children’s Literature Association Quarterly 42, no. 4 (Winter 2017): p381. 7) Anna Garvey. “The Oregon Trail Generation: Life Before and After Mainstream Tech.” Social Media Week, August 21st, 2015.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마크 라제네스, Marc Lajeunesse 캐나다 몬트리올 콩코디아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 온라인 게임의 독성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삼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 공평하고 즐거운 놀이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게임 내에서 더 많은 긍정적인 조건을 들어내기 위한 독성 현상에의 이해를 추구한다. 스팀 마켓플레이스와 DOTA 2에 관한 논문을 작성한 바 있고 곧 출시될 '트위치 마이크로스트리밍'의 공동 저자이다.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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