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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란으로 656개 검색됨

  • 게임제너레이션::필자::임현호

    과거의 게임 개발 영웅들의 모험담을 쫓으며 게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 매우 긴 기간 동안 대표, 기획자, 인디 게임 개발자, 프로젝트 매니저 등의 여러 타이틀을 달고 살았으나 게이머이자 게임 개발자로 불리길 희망하는 소시민. 임현호 임현호 과거의 게임 개발 영웅들의 모험담을 쫓으며 게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 매우 긴 기간 동안 대표, 기획자, 인디 게임 개발자, 프로젝트 매니저 등의 여러 타이틀을 달고 살았으나 게이머이자 게임 개발자로 불리길 희망하는 소시민. Read More 버튼 읽기 〈디아블로〉 시리즈의 역사로 바라보는 블리자드의 변화 2021년 2월 20일에 시작된 블리즈컨라인(BLIZZConline)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했다. 2005년 10월 처음 개최된 블리즈컨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가 자신들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팬들을 위한 축제로써 기획되었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의 블리즈컨의 분위기는 분명 예전과 달랐다. 제작자와 게임 팬의 화합의 장이었던 블리즈컨이 끝나면 항상 팬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지만, 최근 들어 함성은 잦아들고 작은 수근거림이 더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버튼 읽기 [북리뷰] 피, 땀, 리셋 - 리셋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 세계에서 비디오 게임을 개발하며 살아간다는 것 비디오 게임 제작은 어렵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규모의 수많은 게임들이 기획되고, 제작되지만 실제 완성되는 것은 극히 미미한 수에 불과하다. 게임이 제작 도중 엎어지는 이유는 수 없이 많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 제작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고, 근사한 아이디어를 구현해 봤더니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와서 더 이상 개선을 할 수 없어 개발 중단을 선언하게 되는 경우도 매우 많다. 20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경험과 주변의 사례를 지켜본 바를 바탕으로 감히 멋대로 주장하건데, 개발을 시작한 비디오 게임이 단지 완성되어 세상에 공개되는 비율만 따져도 아마도 고작 10% 미만에 불과할 것이다.

  • 불멍을 넘어, 소비자본주의 너머: 게임 〈리틀 인페르노〉 비평(우수상)

    물건을 태워서 종잣돈을 늘리고 새로운 물건을 해금한다. 그리고 일종의 업적이기도 한 특정 물건의 조합을 찾아 태우는 재미는 분명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주된 게임성을 경험하게 하는 시스템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회의하고 그 밖을 사유하기를 적극적으로 재촉한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세지가 게임적 시스템과 충돌한다. < Back 불멍을 넘어, 소비자본주의 너머: 게임 〈리틀 인페르노〉 비평(우수상) 07 GG Vol. 22. 8. 10. 장르를 막론하고 게임에서 재미를 주는 가장 주요한 시스템 중 하나는 바로 자본의 재투자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튜토리얼에서 주어진 초기 자금을 가지고 물건을 구매하고 재판매하여 차익을 만들고, 그것을 더 큰 자본으로 불리는 경험은 게임에서 재미와 성취감을 고양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다. 여기 게임 〈리틀 인페르노 (Little Inferno)〉가 있다. 이 게임은 바로 이 과정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게임의 구성이 끊임없는 재화의 소비와 재투자의 연속으로만 구성되어있으며 그 밖에 플레이어가 누릴 수 있는 여타의 콘텐츠는 전무하다. 이러한 형태의 게임 플레이 경험은 자본의 투자가 더 많은 자본을 만들어내는 ‘클리커’류 게임과도 비견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투자한 자본으로 더 많은 자본을 벌어들인다는 쾌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돈이 더 많은 돈을 불러온다는, 어떻게 보면 현실의 자본주의 구조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게임 시스템을 차용하는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동시에 그러한 시스템이 과연 지속가능한지를 묻는다. 태워라! 애태워라! 그리고 다시 태워라! 게임의 배경이 되는 어느 도시는 끊임없이 퍼붓는 눈과 수천 개의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로 가득하다. 흰 눈과 검은 연기로 얼룩진 흑백의 도시는 흡사 산업혁명이 막 시작된 19세기 영국을 연상케 하지만, 정작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도시의 모습을 직접 보는 일은 없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맞은 편에 놓인 화덕을 바라보게 되며, 개인용 화덕인 ‘리틀 인페르노’의 구매를 축하한다는 ‘투모로우 코퍼레이션’ 회장의 축하 편지를 받게 된다. 회장은 ‘리틀 인페르노’에 물건을 태움으로써 플레이어가 바깥의 음산한 날씨로부터 차단되어 ‘따뜻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약속한다. 그러나 곧 그 편지는 바로 화덕으로 올려진 다음 플레이어가 일으킨 불꽃으로 태워져 동전 두어 닢을 뱉어낸다. 이것이 바로 앞으로 이어질 게임 플레이의 시작이다. 플레이어는 주어진 자금을 바탕으로 물건 카탈로그에서 온갖 잡동사니를 -액자, 토끼 인형, 누군가의 신용카드, 커피 컵, 상한 초밥, 접시 뿐만 아니라 작은 달과 행성, 심지어 태양까지- 구매한다. 그리고 그 잡동사니는 오로지 태워지기 위해 구매되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구매한 물건은 배송이 끝나면 박스 형태로 화면 하단에 도착하게 되며, 플레이어는 포장을 풀고 물건을 화덕에 올려놓은 다음 불꽃을 만들어 물건이 타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때 다 타고 난 물건은 처음 구매했을 때 지불했던 자금보다 더 많은 양의 동전을 남기며, 플레이어는 이 돈을 모아 다시 카탈로그를 살펴 새로운 물건을 구매한다.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어떻게 보면 이처럼 단순한 게임 경험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물건을 태우는 경험 자체의 심미성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이를테면 옥수수를 태우면 팝콘이 되어 터져나온다던가, 은행 모형을 태우면 지폐가 마구 튀어오른다던가, 상한 초밥을 태우면 벌레떼가 날아오른다던가 하는 식으로 태우는 물건의 특성을 고려한 섬세한 애니메이션과 사운드 효과가 돋보인다. ‘불멍’의 즐거움과 안전하게 파괴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음에 빠져든 플레이어는 곧 카탈로그를 펼치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또 어떤 물건을 구매하여 태울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된다. * 태우는 물건들마다 고유의 시각적, 청각적 효과가 있다. 게임플레이의 쾌락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요소는 구매한 물건이 바로 배송되지 않는 시스템이다. 게임 초반에는 배송까지 약 5초에서 10초가 걸리던 물건들이, 게임 중후반으로 넘어갈 수록 2분에서 5분까지도 기다려야 주문한 물건들을 받아볼 수 있다. 물건이 배송되길 기다리면서 태울 물건이 있다면 모르되, 게임을 해나갈수록 플레이어는 어느 순간 물건 배송을 기다리며 텅 빈 화덕에 의미없는 불꽃만을 일으키며 초조해할 뿐이다. 보통 대기시간으로 인한 패널티라는 시스템은 모바일 게임에서 주로 차용된다. 마냥 기다리기엔 지루한 대기시간이라는 패널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광고 시청을 제공하고 대기시간을 없애주는 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스템이 혼자 플레이하는 콘솔 게임에 차용되었다는 것은 특기할만한 지점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일상적으로 하지 않던가? 물건을 주문하고 그 물건이 택배로 도착하기까지 며칠의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비슷한 초조함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인고의 시간이 지나 물건이 도착했을 때 기다리던 물건을 받아본다는 쾌락은 비로소 극대화된다. * 본격 택배 기다리기 시뮬레이터 그런데 게임플레이가 제공하는 ‘불멍’과 ‘안전한 파괴’, 더 나아가 ‘구매행위’ 자체가 주는 쾌락은 어느 순간 의문으로 바뀐다. 이 의문은 카탈로그의 모든 아이템을 구매하고 불태운 것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 또 다른 상품 카탈로그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물건의 구매와 소비는 연쇄적이다. 이 굴레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플레이어는 어느 순간 묻게 된다. 언제까지 불태우기 위해서만 물건을 사고 거기서 더 많은 돈을 얻어 다시 물건을 사는 짓을 반복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게임 초반부터 의미심장하게 제기된 ‘끝은 나게 되어있다 (There’s bound to be an end)’라는 대사에서 암시된다. 계속 사는(buy) 것으로 살아갈 (live) 수 없다 2005년작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등장하여 반짝 인기를 끌었던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는, 그것이 상품화된 양상과는 정 반대되는 메세지를 보내는 작품이다. 작중 주인공인 모모는 조개껍데기와 빛나는 돌 조각, 낡은 천으로 만들어진 텐트만 가지고도 어린이다운 제약없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누구보다 즐겁게 놀 줄 아는 소녀이다. 그런데 모모를 회유하기 위해 나선 악당인 ‘시간도둑’은 그런 초라한 장난감 대신 크고 화려한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 것을 제안한다. 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방식은 조개 껍데기를 갖고 노는 방식과는 다르다. 바비 인형을 제대로 갖고 놀기 위해서는 일상복과 파티용 드레스, 운동을 위한 테니스복을 사주어야 한다. 어느 순간 바비 인형과 그 모든 물건이 질린다면 바비 인형의 남자친구인 부비 보이가 있다. 부비 보이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만을 위한 향수와 신발, 갖은 옷들을 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끊임없는 구매와 질림의 연쇄 속에서 길들여진 어린이들은 특유의 상상력이 제약당한 채 모든 일에 지루함만을 느끼는 어른이 되고 만다. 게임 〈리틀 인페르노〉 역시 동화 〈모모〉가 사유한 인간의 소비주체화라는 문제의식을 같은 선상에서 공유한다. 그것은 게임 안에 삽입된 개인용 화덕 장난감 ‘리틀 인페르노’ 광고를 봐도 알 수 있다. ‘리틀 인페르노’ 광고는 끊임없이 사들인 장난감에 질린 아이들이 그 잡동사니를 불태우는 쾌락을, 그리고 다시 다른 물건들을 사들이는 쾌락을 제공한다는 것을 우스꽝스러운 블랙코미디로 묘사한다. 검은 두 손은 얼어붙은 지구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가리고 입술을 올려 웃는 얼굴을 만들어준다. 이에 안심한 아이들은 여지껏 사들였다 질려버린 장난감을 박스채 가져와 화덕 안에 던져넣는다. 이처럼 게임 안에서 ‘리틀 인페르노’ 화덕 장난감이 ‘어린이’들을 겨냥한 ‘개인용’ 장난감이라는 점은 특기할만하다.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통해 ‘리틀 인페르노’를 소유한 어린이들을 전인격적 주체가 아닌 소비주체로 호명한다. 동시에 자본을 투자해 더 많은 자본을 얻은 다음 그 잉여 자본을 (물건 구매를 통해) 재투자한다는 시스템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자본가가 자본의 양을 불리는 방식이라 지적했던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리틀 인페르노’를 소유한 어린이들은 소비자본주의 체제에서 구매를 위한 구매와 투자를 위한 투자라는 체제의 원칙을 자연스레 주입당하는 셈이기도 하다. * 구매에 이은 파괴에서 오는 쾌락 소비자본주의가 주조한 개인에게는 오로지 눈앞에 놓인 화덕과 구매할 물건이 실린 카탈로그만이 주어져 있을 뿐이다. 몇 년째 이유도 모른 채 지속되는 폭설을 경고하는 날씨 알림 편지도, 바로 옆집에서 말을 걸어오는 이웃의 편지도 화덕에 올라 불태워질 뿐이다. 플레이어로서는 구매와 파괴와 더 많은 구매라는 일련의 행위가 만들어낸 결과로 발생한 기후변화도 인지할 수 없을 뿐더러, 구매와 파괴라는 구조가 과연 맞는 것이냐는 질문을 해오는 이웃과도 연대는 커녕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조차 없다. 따라서 변화는 자신의 화덕을 폭발시키고 만 이웃으로부터 먼저 찾아온다. ‘투모로우 코퍼레이션’의 회장은 이 사건을 그저 안전문제로 치부하고 말지만, 처음으로 방 안의 화덕에서 벗어나 바깥을 보게 된 이웃은 자신이 겪은 일은 사고가 아니었다며, 자신은 햇빛이 좋은 해변가에 있다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신과 같이 화덕을 폭발시키고 밖으로 나오길 종용한다. 이웃과 같이 자신의 화덕도 폭발시킨 플레이어는 이웃과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화덕에서 눈을 떼고 집 밖으로 나가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사람들은 각자 집에 틀어박혀 수천 개의 굴뚝으로 검은 연기를 내보내는데 열중하느라 길거리는 텅 비어있다. 불태울 물건들을 배송하느라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단 한 명의 집배원을 제외하면 말이다. * 텅 빈 거리를 처음으로 나선 주인공 발걸음을 옮기던 주인공은 ‘리틀 인페르노’를 판매하는 회사인 ‘투모로우 코퍼레이션’에 도달하게 되고, ‘리틀 인페르노’를 기획하고 판매한 회장조차 ‘끝은 나게 되어있다 (There’s bound to be an end)’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로켓을 타고 지구를 떠난다. 2012년에 처음 출시된 이 게임은 약 10년 만에 현실이 된 전지구적 기후위기, 일론 머스크와 같은 세계적 부호와 ‘지구를 버리고 화성을 식민화하자’라는 구호까지 예견한다. 그리고 이 예견은 바로 ‘지속불가능한 소비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마침내 플레이어는 열기구를 타고 다니며 기상정보를 전해주던 기상 캐스터를 만나게 된다. 기상 캐스터는 열기구를 태워줄 수 있다며, 원하는 만큼 나아갈 수는 있겠지만 한번 떠나기로 결정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고 경고한다. 게임은 기상 캐스터와 함께 열기구를 탄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며 엔딩 크레딧을 올린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란 무슨 뜻인가? 당연하게 여겨졌던 구매-투자-더 많은 돈-재투자라는 소비자본주의의 굴레를 한 번이라도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일으키는 어마어마한 기후위기와 사람들간의 고립, 소외, 연대 불가능성을 인식하게 된다면 다시는 물건을 불태우며 ‘불멍’과 ‘물건 구매’에서 안락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열기구를 탄 기상캐스터의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이 서늘한 불꽃을 응시하라 물건을 태워서 종잣돈을 늘리고 새로운 물건을 해금한다. 그리고 일종의 업적이기도 한 특정 물건의 조합을 찾아 태우는 재미는 분명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주된 게임성을 경험하게 하는 시스템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회의하고 그 밖을 사유하기를 적극적으로 재촉한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세지가 게임적 시스템과 충돌한다. 넘어선다. 따라서 〈리틀 인페르노〉는 자신의 게임성을 뛰어넘는 일종의 메타성을 가진다. 이 게임은 자신의 게임성을 구성하는 시스템을 의심하고 회의하도록 플레이어들을 이끎으로써 게임성과 반대되는 메세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눈을 가리고 당장의 쾌락에 매몰되도록 사람들을 이끄는 소비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이 게임은, 따라서 소비자본주의로 인한 기후위기가 닥친 현실 세계에 대한 일종의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당장 지구 곳곳에 산불, 가뭄과 식량난, 전염병이 창궐하는데도 소비주의적 삶의 방식이 영원하리라는 믿음이 지배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위화감을 한 번이라도 느꼈다면, 그런 당신에게 게임 〈리틀 인페르노〉를 추천한다. 물건을 태우는 불꽃을 바라보면서도 그 불꽃이 일기까지의 과정과 불꽃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떠올리며 서늘함을 느끼게 될테니 말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운 인디음악 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예술사회학 연구와 (공연)사진 촬영에 매진중이다. 라캉 정신분석 철학서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영번역을 맡았다.

  • [인터뷰] AI로 새로운 게임성을 만든다는 것: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의 이가빈 PD,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한규선 PD

    크래프톤의 스튜디오 중 하나인 렐루게임즈는 딥러닝 기술을 게임과 접목시켜 새로운 경험들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여러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음성 역할 시뮬레이터와 프리폼 채팅 어드벤처라는 독특한 게임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평단과 게임사의 관점뿐 아니라, 유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하<즈큥도큥>)의 이가빈 PD와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하<스모킹건>)의 한규선 PD를 만나, AI 기술의 가능성과 현시점에서의 한계를 짚어보고, 새로운 게임성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 Back [인터뷰] AI로 새로운 게임성을 만든다는 것: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의 이가빈 PD,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한규선 PD 19 GG Vol. 24. 8. 10. 바야흐로 AI의 시대이다. 미래 기술로 인식되던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고, 그중에서도 게임은 기술적 도입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공정에서 AI 기술이 활용된다고 'AI 게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순 없을 것이다. AI 기술을 이용해서 게임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이 다양해지고 그로 인해서 새로운 게임성이 만들어질 때, 'AI 게임'의 시대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만들고자 하는 게임 기획자들이 있다. 특히, 크래프톤의 스튜디오 중 하나인 렐루게임즈는 딥러닝 기술을 게임과 접목시켜 새로운 경험들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여러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음성 역할 시뮬레이터와 프리폼 채팅 어드벤처라는 독특한 게임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평단과 게임사의 관점뿐 아니라, 유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하<즈큥도큥>)의 이가빈 PD와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하<스모킹건>)의 한규선 PD를 만나, AI 기술의 가능성과 현시점에서의 한계를 짚어보고, 새로운 게임성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경혁 편집장: 최근 게임씬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렐루게임즈의 PD님들을 모셨는데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와 맡으신 게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가빈 PD: 안녕하세요. 저는 이가빈이라고 하고요. 게임 디자이너 출신으로, 지금은 '마법 소녀 그 긴 거' 담당 PD를 맡고 있습니다. 저희는 음성 인식을 통해서 유저들의 목소리를 게임의 데미지로 바꾸어 공방을 주고받는 형태의 게임을 만들었고요. 딥러닝을 본격적으로 사용해서 (게임 내) 판정이나 자연어 인풋, 에셋에도 딥러닝이 들어가게끔 만들었습니다. 한규선 PD: 저는 한규선이고요.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라는 게임 PD입니다. 저희 게임은 근미래의 탐정이 돼서 로봇 용의자들과 대화를 하는 게임이거든요. 그래서 사건 현장에 가서 증거들을 수집하고 그 증거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용의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때, GPT가 사용되어서 게이머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무슨 말이든 로봇 용의자가 받아치면서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저희 게임의 가장 큰 특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는 두 게임을 다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는데요. 플레이하면서 레퍼런스에 대한 생각이 들었어요. 먼저, <즈큥도큥> 같은 경우에는 옛날 플래시 게임 중에 <장미와 동백>이라는 게임이 떠올랐는데요. 혹시 이 게임을 아시나요? 이가빈 PD: 실제로 많이 참고했어요. 특히 그 게임의 대화나 컨셉에서 화족(근대 일본의 귀족 계급)이 나오잖아요? 화족이라고 하면 고고한 컨셉인데, 실제로 인물들은 상욕을 하고 뺨을 때리거든요. 그렇게 반전을 넣은 것을 보면서 컨셉에 반전을 주는 지점이라거나 B급 감성 같은 것들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참고를 많이 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실제로 참고를 하셨군요. 저는 <즈큥도큥>를 보면서 그 게임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익숙한 컨셉이지만 이걸 더 직관적으로 살려낸 느낌이 들었어요. 한편으로, <스모킹 건>을 보면서는 게임이 아니라, <크라임씬>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보면 <크라임씬>을 유저가 직접 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사건의 전말' 같은 것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한규선 PD: 오! 맞아요. 저도 <크라임씬> 팬이었고, <대탈출>이나 그런 프로그램들을 다 좋아하거든요. 실제로 처음 기획할 때에는 사실 인간 용의자를 상정하고, <크라임씬> 같은 컨셉을 아예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GPT나 AI 기술이 지금만큼 발달하지 않아서, 인공지능이 말을 잘 못했거든요. 그래서 용의자를 로봇으로 설정한 게 그런 한계를 어느 정도 커버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스토리를 풀어나가거나 게임의 컨셉을 지키는 입장에서 더 잘 표현되는 지점들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저도 처음에는 '왜 굳이 로봇 이야기일까?'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유저에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더라구요. <장미와 동백> 이경혁 편집장: 지금 두 게임 다 렐루게임즈 소속이고,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씀하셨던 것처럼 AI 기술을 중요하게 다루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더 사람들의 관심도 받고,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먼저, GPT를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나갈 것 같은데, 매출과 비교했을 때 효용이 있나요? 이가빈 PD: 사실 얼마를 벌어도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죠. (웃음) 서비스를 할 수록 비용이 나가거든요. 한규선 PD: 추리 게임 장르 같은 경우에는 장르적 특성도 있는 것 같고요. 만약에 다시 하라고 그러면 조금 더 대중적인 장르를 할 것 같아요. 사건의 전말이 공개됐을 때, 플레이어들은 다시 플레이할 만한 필요성을 많이 못 느끼거든요. 그래서 더 넓은 시장으로 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조금 더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매출과 관련된 질문을 드린 이유는, 오늘날 AI에 관련된 담론 때문인데요. 일각에서는 스토리텔링 기반의 게임에서 콘텐츠를 만들 때 AI가 적용되면 리소스적인 효율성이 나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만드시는 입장에서 스토리를 AI가 만든다고 하면, 조금 더 경제적인 효율성이 나올 수 있을까요? 한규선 PD: 스토리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 쓰고 있거든요. 이야기나 대사 같은 것들을 제작팀이 다 쓰고 있고, GPT나 AI에 맡기는 부분은 일부 리소스 정도이지,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려면 아직은 AI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제작팀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가빈 PD: 저희도 비슷해요. GPT나 LLM 같은 경우엔 인간 상식의 평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만약, 스토리를 라이트하게 쓰고자 한다면 쓸 수는 있는데, 극단으로 가는 자극적인 스토리나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 혹은 강한 조미료를 뿌려야 하는 부분은 맡기기 힘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규선 PD: AI는 절대로 아스파탐을 못 떠올릴 거예요. 아마. (일동 웃음) 이경혁 편집장: 그렇군요. 오늘날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AI는 모든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으로 그려지곤 하지만, 실제로 작업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만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여쭤보았습니다. 한규선 PD: 그래도 보조도구로는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이가빈 PD: 맞아요. 도구로써는 정말 좋은 역할을 해줘요. 저희도 주문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거나, 스토리에서 메꿔야 할 빈 공간이 있을 땐 AI에 물어보고 참고도 합니다. 일단, 어딘가에 물어볼 곳이 있다는 사실은 무조건 좋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좋아요. 이상한 답변을 주더라도 내가 물어볼 곳이 있고 진지하게 같이 고민을 해준다는 건 좋은 거죠. 이경혁 편집장: 약간 그런 느낌일까요? 옛날 수도승들이 벽하고 대화하는 느낌? 한규선 PD: 제가 느끼기에는 어떤 질문의 정수까지는 닿지 못하는데, 아는 것은 많은 친구 느낌이에요. 질문을 하면 아는 것이 많아서 뭐든 대답은 하는데, 정수에는 미치질 못하는 거죠. 이경혁 편집장: 그런데 사실 AI가 제작 도구로써도 활용되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게임씬에 들어오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요. 가령, <스모킹 건> 같은 경우에는 AI가 배우의 역할도 하지 않나요? 게임을 만드실 때, 거기 나오는 안드로이드에게 일종의 액팅 지도를 해야 하지 않나요? 한규선 PD: 실제로 액팅 지도가 들어가 있어요. 등장하는 캐릭터가 한 18개 정도 되는데, 그 캐릭터성을 다 다르게 표현하려 했거든요. 정보를 가지고 있는 형태는 유사할 수 있어도, 그거를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지는 각자 다 다르게 하고자 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캐릭터마다 다 세팅을 하시는군요. 중간에 오타쿠 의사 로봇이 나올 때, 저는 연기 지도가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기존의 게임 디렉터와 다르게, 약간 영화 감독 같은 작업이 되었겠는데요? 이런 작업은 기존의 게임 개발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장면들이잖아요. 한규선 PD: AI를 활용한 작업은 저희에게 익숙합니다. 저희는 2019년부터 이런 작업을 4년째 했었거든요. 이경혁 편집장: 그러면 4년간 작업을 하시면서 AI를 활용한 작품 중에서 괜찮은 레퍼런스가 되었을 게임이 있었나요? 이가빈 PD: 내부에서 만든 게임이 주로 떠오르긴 하는데요. 사실 저희 <즈큥도큥>의 전신이 되는 게임 중에 <워케스트라>라는 게임이 있었어요. 이 게임은 음성으로 군대를 움직여서 전략 전투를 하는 게임이었는데요. 개발 테스트에서 음성으로 누굴 공격하라거나 어떤 스킬을 쓰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저는 주체적으로 말을 못 고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옵션을 제공하고 어떤 말을 해야할지 제공해야겠다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해서 만든 것이 <즈큥도큥>였어요. 한규선 PD: 저희도 이전에 프로토타이핑했던 <데몬>이라는 게임이 있었는데요. GPT가 악령이에요. 이 악령의 이름을 말하면 이기는 게임이거든요. 그래서 얘한테 정보를 숨겨놓고, 그걸 찾아서 성불시키는 게임이었는데, 뭐 개발 과정에서 처참하게 망했죠. (웃음) 이경혁 편집장: 저는 되게 재밌어 했을 것 같은데요? 한규선 PD: 저도 지금 만들면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당시에 가빈 PD님이 테스트를 엄청 깊게 해주셨거든요. 그 과정에서 게임에 정보를 숨기는 것이 어렵구나 하는 점을 배우고, 그다음에 추리 게임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스모킹 건>에서도 그런 장면을 봤었던 것 같아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기사에 실을 수는 없겠지만. 한규선 PD: 와! 맞아요. 그거를 이런 식으로 알아차리실 줄은 몰랐는데... 저만 알고 있는 건데... 맞아요. 이경혁 편집장: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도 전신이 되는 게임의 컨셉이나 노하우가 어디에 담겨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으실 수 있겠네요. 이경혁 편집장: <즈큥도큥>에 대해서도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렐루게임즈에서 여러 인터뷰가 있었지만, <즈큥도큥> PD님은 인터뷰에 거의 나오신 적이 없잖아요? 이가빈 PD: 네. 이번이 첫 인터뷰예요. 이경혁 편집장: 아시겠지만, 지금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다니󰡓, 왜 이런 걸 만들어서, 만든 사람 주소 알아야 된다 뭐 이런 글들이 나오고 있어요. (웃음) 그러면서 우스갯소리지만, 커뮤니티에서는 '이걸 만든 사람은 지금까지 대체 어떤 게임을 했기에 이런 걸 만들 수 있냐'는 궁금증도 올라오거든요. 그런데 저도 그건 궁금하더라구요. 한규선 PD: 저도 궁금하네요. (웃음) 이가빈 PD: 개발자는 어떤 게임을 해놨냐는 질문에 두 가지 분류의 답이 있을 수 있잖아요? 먼저 만들어 온 게임으로 치면, 저는 <테라>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테라> 콘솔로 넘어갔다가, 지금은 없어진 프로젝트인데 소울라이크 게임에서 전투를 담당하는 디자이너였어요. 그리고는 라는 AI 활용 퍼즐 게임에서 처음 AI를 만났죠. 그전까지는 던전 만들고, 전투 만들고, 칼과 방패를 들고 몬스터들과 싸우는 게임들의 콘텐츠 디자이너였어요. 플레이한 게임도 사실은 그것들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요. 소울라이크도 했었고, 시뮬레이션을 되게 좋아했었어요. 갓오브워나, 시티 빌더 류도 포함해서 경영 쪽이나 아니면 <용과 같이>도 재밌게 했었어요. 한규선 PD: 내면에 흑염룡이 있으셨군요. (웃음) 이가빈 PD: 그렇게 싱글 플레이를 위주로 했었고요. 딱히 그 안에서 '그런' 게임은 없었다. (일동 웃음) 상상하신 것처럼 집에 가서 뺨 때리고 그러지 않았어요. 저도 여러분과 같은 게임을 하면서 모두가 다 밟는 코스를 밟아왔어요.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닙니다. (웃음) 이경혁 편집장: 한편으로, 게임 제목에 대해서도 많은 추측과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어떤 의도로 게임 제목을 정하셨나요? 이가빈 PD: 그게, 원래는 가명이었어요. 어떤 게임을 만들지 소개하는 게임 기획 단계에서 원래는 '최대한 읽기 수치스러운 이름으로 정해야지' 하면서, 제가 생각했을 때 읽기 부끄러운 단어들을 이렇게 다 띄워놓은 건데, 출시할 때가 되니까 이름을 지을 시간이 없어서 (웃음) 바빠 죽겠는데 이름까지 처음부터 다시 정하려면 힘드니까. (그냥 냈어요) 한규선 PD: 최고의 선택이었다. (일동 웃음) 이경혁 편집장: 수치스러운 이름이라고 하셨는데, 게임 내용에서도 저는 참 이게 어렵더라고요. 방에 아무도 없어도 피드백을 주잖아요. 처음에는 뭣 모르고 시작했다가, 제 목소리라는 걸 깨닫고 그때의 수치감은... (웃음) 한규선 PD: 저도 디자이너지만, 디자이너로서 봤을 때 되게 혹독한 게임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이경혁 편집장: 보통은 그냥 자기 목소리 녹음을 해서 들어도 굉장히 어색한데 거기에 이펙트도 먹이고, 에코도 넣어서. 이가빈 PD: 원래 시작은 감정 모델로 음성을 보내서 데미지를 계산하는 통신 시간을 채우기 위함이었어요. 음성 데이터가 갔다 오는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유저에게 그 딜레이를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까 어떤 시스템이든 만들어야 했는데, 저희는 거기에서 유저의 메인 경험 안에 수치심이라는 걸 넣고자 했어요. 그리고 이 시간을 활용해서 수치심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이경혁 편집장: 멀티플레이를 제공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요? 이가빈 PD: 그렇죠. 멀티플레이랑 PVE가 근본적으로 다른 건 뭐냐면, '진심으로 이기고 싶은 상대이냐? 아니냐?'. 그러니까 유저의 몰입도 측면에서 조금 더 내가 많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냐? 없냐?를 결정짓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저는 멀티를 딱 한 번 해보고 도저히 못 하겠어서 접었는데, 서로 모르는 사람이 길에서 만나서 바지를 누가 더 길게 내리는가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일동 웃음) 이가빈 PD: 그런데 그 시원함도 있죠. 일탈감? 해방감? 한규선 PD: 저희 팀 같은 경우에도 게임 출시하고 난 다음에 이제 쉴 수 있다고 했을 때, 다들 <즈큥도큥>를 한 번씩 키는 거예요. 그 해방감이 있죠. 이가빈 PD: 사회적 체면이라는 게 사실은 되게 별거 아니거든요. 이게 처음에 되게 창피하고 그렇지만, 사회적 체면을 내려놔야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점점 무뎌져 가는 부분들이 있어요. 저희는 그런 지점들을 고민하면서 게임을 만들었어요. 저희 팀원들의 경우에도 사실 매일 이걸 해야 하거든요. 처음에는 수치스럽다가, 지금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요. 한규선 PD: 다만, 저는 그게 무서울 때가 있어요. (일동 웃음) 처음에는 옆에서 게임을 하면 막 킥킥대면서 그랬는데, 지금은 심각하게 주문을 외우는데도 다들 일상화되어 있어요. 이가빈 PD: 그렇죠. 결국 수치심엔 내성이 생겨요. 몇 번 하고 나면 무뎌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게 또 리스크이지 않나요? 게임이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지를 본다면 그 해방감과 상쾌함이 순식간에 끝나는 것도 문제잖아요. 이가빈 PD: 맞아요. 그러니까 계속 더 강한 수치심을 느끼게끔 개발하고 있어요. (일동 웃음) 그런데 저는 이 해방감이 짧아도 좋고, 언젠가 끝나도 좋으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드리고 싶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스모킹 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시나리오가 거의 SF 형태인데 크레딧에 나오는 작가분들이 원래 SF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들인가요? 한규선 PD: 아, 시나리오는 주로 제가 썼고요. 원래 SF를 생각하고 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 로봇이 살인범 이려면은 두 가지 경우밖에 없더라고요. 하나는 스스로 자유 의지를 가지고 살인을 한 경우든지, 아니면 사람의 조종이 있어야 하든지 두 경우이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확장하려다보니, 아이디어가 점점 커졌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제가 흥미롭다고 느꼈던 점은 로봇 3원칙을 안 썼다는 점이었거든요. 보통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 클리셰인데도, 그걸 안 쓰신 이유가 있을까요? 한규선 PD: 저도 처음에 검토를 했었는데, 로봇 3원칙 자체가 특정 작품에서 나온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이 개념을 사용할지 고민을 하다가, 그냥 우리만의 방식으로 풀어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이런 세계관을 구축하신 것도 대단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추리 게임을 좋아해서 더 관심이 가는데, 시즌제를 만드실 계획은 혹시 없으신가요? 한규선 PD: 시즌 2를 만들고는 싶어요. 시나리오도 어느 정도 생각해놓은 게 있거든요. 마지막 부분에 보면 회수하지 않은 떡밥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다뤄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시즌 2를 언급해주셨는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AI를 활용한 게임이 종합적인 연출의 능력들도 필요하다 보니 다른 장르의 게임들에도 활용할 여지가 많을 것 같아요. 혹시 다른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셨나요? 한규선 PD: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처음 써봤거든요. 그런데 종합적으로 연출하고 상상력을 표현하는 일들이 너무 재밌는 작업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NPC라는 영역을 발견했죠. 그래서 나중에는 이런 기술과 시나리오를 조금 더 대중적인 장르에 접목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예를 들어 RPG라든지, 시나리오가 탄탄하게 있는 게임에다가 이런 기술을 도입하는 거죠. 이경혁 편집장: <발더스게이트> 같은 게임에 자유 대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군요. 한규선 PD: 네. 맞습니다. 그런데 핵심은 그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대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대화를 통해서 거래를 한다든지 설득을 한다든지 이런 시스템이 메인인 어드벤처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고, 시즌 2를 만들어도 시즌 1에서 배웠던 노하우들을 확장시켜서 플러스 알파로 넣고 싶은 기술들이 많습니다. 특히, <스모킹 건>에서 말로 NPC를 제어하는 파트가 있거든요. 이후 작업에서는 이런 기능을 확대하면서 완전 새로운 게임성을 느끼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한편으로 <스모킹 건>의 시점이 1인칭이잖아요. 주인공 캐릭터를 아예 안 보여주는데, 1인칭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한규선 PD: 최근에 어떤 분이 리뷰 쓰신 내용에 공감이 갔는데, 플레이어가 직접 입력하는 게임 형식이기에 이 캐릭터를 규정하는 데 괴리감이 클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실제로 유저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어떤 사람은 굉장히 강압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고, 어떤 사람은 친절한 탐정이 되거든요. 이렇게 사람마다 플레이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제가 캐릭터를 규정해버리면 느낌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캐릭터를 규정하지 않은 거고요. 그리고 게임 내의 인터랙션 요소가 제4의 벽이라고 그러잖아요. 현실까지 이어지는 요소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도 모두 플레이어가 탐정이 되는 경험을 주고 싶었던 점들과 연결돼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두 게임 다 AI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또 다른 공통점으로 플레이어마다 각기 다른 방식의 플레이를 보인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제작자의 입장에서 유저들의 데이터들을 보실 때, '이런 플레이는 생각도 못 했는데'라고 떠올린 적이 있으세요? 이가빈 PD: 저희 게임에선 똑같은 문장을 어떻게 연기하느냐에서 다른 플레이 모습들이 나오는데요. '향아치'라는 유튜버분께서 조선시대 양반들이, 사극에 나오는 것처럼 창을 하듯이 말씀을 하시는데, 이렇게까지 다양한 컨셉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한규선 PD: <스모킹 건>은 사건 해결을 위해 추리를 하는 내용들이 정해져 있지만, 그 외의 부분은 사실 다 열려 있어요. 예를 들어, 저녁 식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게끔 되어 있죠. 그런데 저희가 이 게임을 처음 디자인했을 때, 그런 자유의 영역이 재미의 요소가 될 순 있어도 이걸로 5시간을 플레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추리 자체의 완성도라든지 이야기의 깊이가 없으면 이 게임을 끝까지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유저분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니까 자유 대화하는 부분까지 충분히 즐기시더라구요. 특히, 게임에서 에코라는 친구가 말을 되게 잘하는데, 많은 분들이 이 친구와의 대화를 즐기시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추리의 영역은 결말이 정해져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한편으로는 결말이 있어도 사건을 플레이어가 조립하는 과정은 각자 달랐던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기존의 게임이 메시지를 전달할 때, 고정된 메시지가 일단 나가고 플레이어마다 그 메시지를 다르게 해석했다고 한다면, <스모킹 건>은 고정된 메시지가 나가는 것이 아닌 지점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유저가 완전히 사건을 다르게 구축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한규선 PD: 네. 예를 들어서 어떤 캐릭터가 어떤 일을 했느냐에 대해서는 해석하는 게 되게 다양하게 열려 있어요. 물론, 전체적인 사건의 전말은 기준점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 사이사이는 플레이어가 메꾸게끔 기획했는데 그걸 되게 즐기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이 상상을 하셔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고, 그런 부분을 정식 스토리에 반영한 경우도 많아요. 이경혁 편집장: 요즘 AI를 활용하는 게임 개발 프로젝트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요. 혹시 PD님들은 렐루게임즈 외에 다른 곳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도 알고 계신가요? 이가빈 PD: 스팀에서만 찾아봐도 AI를 활용한 프로젝트들이 많아요. 사소하게는 에셋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죠. <도키도키(두근두근 AI 심문게임)> 같은 게임이나 <페이크북>도 그렇고, 저희도 (관련된 게임이 나오는 소식에 대해) 약간 촉각을 곤두세워보는 것 같아요. 특히, AI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면 궁금해져요. 저희는 AI 기술의 가능성도 알지만, 시행착오도 겪어봤잖아요. 그러다 보니, AI와 관련된 한계를 어떻게 처리했을지, 어떤 돌파구를 찾았을지 이런 점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것처럼 에셋에 도입하는 경우는 많지만, 한편으로 게임에 AI를 넣는 것과 게임을 AI로 만드는 것은 다르잖아요? 저는 렐루게임즈의 시도가 좋았던 지점이 게임의 규칙과 메커니즘에 AI를 넣었다는 점이거든요. 한규선 PD: 렐루게임즈의 규칙이랄까 대원칙이 하나 있는데, 게임의 코어에 딥러닝이 들어가지 않으면 저희는 프로젝트 승인 자체가 되질 않아요. 아이디어 단계에서 이 게임이 코어에 딥러닝 기술을 필요로 하느냐를 살펴보고, 거기에 게임적 재미를 어떻게 부여할지 살피게 됩니다. 만약 AI 기술과 관계없이 재미있는 게임 기획을 가져오면 승인이 안 날 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제안도 안 해요. 이가빈 PD: 저희는 만드는 중에도 계속 체크를 해요. 이게 진짜 딥러닝 없이 불가능한 게임인지. 이경혁 편집장: 그렇군요. 그런데 게임을 만들면서도 AI 기슬이 발달하잖아요? 그러면 <호라이즌 제로 던>의 엘리자베스 소벡 박사가 가이아를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실 것 같은데, 변화하는 기술을 보며 어떤 기분이 드세요? 한규선 PD: 저희 게임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AI가) 말을 되게 못했어요. 예전에는 비용이나 속도 문제 때문에 GPT 3.5를 썼었는데, 그때 로봇은 말도 잘 못하고 약간 떨어지는 느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GPT 4로 바꾸니까, 로봇이 초등학생이다가 갑자기 대학을 준비하는 애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나 감격스러운 순간이 있었어요. 특히, 유튜버분들이 플레이하는 거 보면 옛날에는 조금 불안한 지점이 있었는데, 요즘은 저도 놀랄 정도로 말을 잘하고, 󰡒내 새끼, 잘한다󰡓 이렇게 될 때가 있거든요. (웃음) 앞으로는 더 발전할 거라고 봐요. 어떻게 보면 지금 자유대화가 가능한 NPC의 상용화 앞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하는데, 저는 앞으로 그렇게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이경혁 편집장: 맞죠. 대화형 인공지능의 영역에서 사람들은 오류가 있는지의 여부를 중요하게 살펴보지만, 저는 오류가 있어도 괜찮은 영역이 놀이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모킹 건>의 시나리오를 보면 오류가 생기는 지점도 상정을 하시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반가웠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 AI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나오는 주제가 편향성이잖아요? 인간이 AI의 편향성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들도 나오고 있는데, 현업에서 AI를 다루시는 입장에서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가빈 PD: 저는 편향성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AI를 따라가더라도 어디까지 얼마나 따라갈 것인지에 대한 취사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오히려 그런 의존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AI 기술을 원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있어요. 한규선 PD: 저도 동감하는 지점이,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들은 오히려 쉽지만, 어슴푸레한 뭔가가 있다고 하면 오히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유의미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지점들은 연구할수록 더 확립될 거고요. 이가빈 PD: 조금 더 첨언하자면, 가끔은 AI를 따라가다 보면 역으로 발견할 수 있는 지점들도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들을 모아서 어떤 아웃풋이 나왔는지 발견하다 보면 사람들이 어디서 재미를 느끼는지, 왜 이런 게임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한규선 PD: 저희 회사에서 만든 는 AI로 생성하는 퍼즐 게임이거든요. 여기서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스테이지들이 있고, 이것을 얼마나 생성하는지가 중요한 과제였어요. 이런 지점에서 '재미 자체를 학습하는 딥러닝'을 만드는 것이 회사의 중요한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예요.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지점들에선 게임 분야가 더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들이 많은 것 같네요. 이가빈 PD: 처음에 저는 게임에 AI 기술을 적용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모든 게임은 행동에 대한 피드백과 학습이 일어나고, 거기서 몰입이 생기면서 유저들이 즐기게끔 설계가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딥러닝을 도입하면 유저의 행동 자체도 모호해지고 피드백도 모호해지는 부분들이 나오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게임에서 자연어로 질문을 하면 이거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보다 훨씬 모호한 행동이에요. 그러면 피드백도 모호할 수밖에 없죠. 유저들도 행동을 하면서 이게 얼마나 스스로에게 유의미하고 보상이 될지 모르다 보니,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좌우하느냐가 AI 게임 개발의 핵심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한규선 PD: 그런 지점에서 오늘날 AI에 관한 기사도 많고, 관련 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쏟아져 나오지만, 실제로 AI나 자연어 기술을 활용한 게임이 많이 나왔는지 묻는다면 아니거든요. 기술 발전에 비해서 게임 분야의 활용이 좀 더디거나 오히려 보수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렐루게임즈가 주목받는다고 한다면, 그런 것들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 이유가 될 것도 같고요. 그래도 이렇게 일종의 거품이 생기는 지점들은 사람들의 기대치가 있다는 의미이니, 앞으로 AI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가 밝혀지면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경혁 편집장: 마지막으로 두 게임 다 AI를 사용했지만, 기술을 활용한 방식이 다르고 게임성이 다르기 때문에 홍보 전략도 달라질 것 같은데요. 그런 지점에서 어떤 분들이 우리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한규선 PD: 일반적으로 추리 게임이라는 장르는 정해진 선택지를 따라서 진행하기 마련인데, <스모킹 건>은 그런 지점에서 새로운 방식의 플레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추리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즐거워하실 것 같고요. 그리고 수다 떨기 좋아하시는 분들? 시시콜콜한 대화를 즐거워하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과 로봇, AI 사회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나 고민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엔딩까지 재미있게 플레이하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가빈 PD: <즈큥도큥>는 뭐랄까요. 햄버거집에 가서 주문 못하시는 분들? 부끄러움을 되게 많이 타시거나 그런 분들이 한번 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렸을 때는 저도 짜장면 집에 전화 못하고 되게 창피하고 그랬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한 번 하고 나면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붙일 수 있는 용기가 생겨요. 그런 것처럼 극단적인 체험을 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나는 짤렸다: 미국 게임계의 해고 붐 한복판의 현장 스케치

    2023년 11월 나는 짤렸다. 상사가 예정에도 없는 짧은 미팅을 제안했고 그 때 부터 뭔가 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맡고 있던 큰 클라이언트가 계약을 해지했다는 뉴스를 들었기 때문이다. 불안함은 현실이 됐다. 상사가 나에게 절대 퍼포먼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해줬지만 기분이 좋아지진 않았다. < Back 나는 짤렸다: 미국 게임계의 해고 붐 한복판의 현장 스케치 18 GG Vol. 24. 6. 10. 나는 짤렸다 2023년 11월 나는 짤렸다. 상사가 예정에도 없는 짧은 미팅을 제안했고 그 때 부터 뭔가 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맡고 있던 큰 클라이언트가 계약을 해지했다는 뉴스를 들었기 때문이다. 불안함은 현실이 됐다. 상사가 나에게 절대 퍼포먼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해줬지만 기분이 좋아지진 않았다. 그래도 나는 인간적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퇴사하기 1달 전에 알려주면서 회사의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재취업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내가 그 동안 들어오던 미국의 정리해고는 준비할 시간 조차 주지 않고 이메일이 와서 “30분 후 부터 너는 그 어떤 회사 정보에도 접속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니 사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2023년과 2024년은 미국의 게임업계에 전례없이 차가운 겨울이었다. 역대급 정리해고 2023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게임업계에 있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다. 겉잡을 수 없는 정리해고의 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글로벌 팬데믹 시기 정점을 맞이하면서 엄청난 돈잔치를 벌였던 게임업계는 코로나 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다가온 불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집줄이기에 나섰다. 미국 게임업계에서 일하며 흉흉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것은 2023년 봄쯤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기억으로 이 모든 정리해고들의 시작을 끊은 것은 EA였다. EA는 2023년 3월 전체 인원의 6%에 달하는 800여명을 해고했다. 5월에는 유니티가 600여명을 해고했다. 이 뉴스가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유니티가 이미 1월에 300여 명을 해고했기 때문이었다. 6월에는 포켓몬으로 유명한 나이안틱이 200명 이상을 해고하고 LA 스튜디오를 폐쇄했다. 8월에는 정말로 큰 건이 터졌다. 중동측과 2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계약을 맺기로 한 유럽 게임계의 거인 엠브레이서 그룹이 투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자사 스튜디오들을 폐쇄해 나갔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세인츠 로우 시리즈로 유명한 볼리션이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나오는 이름들은 커져만 갔다. 9월에는 에픽 게임스가 800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했는데 이는 전체 직원의 16%에 달하는 것이었다. 데스티니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사 번지가 100명을 해고한 것은 놀랍지도 않은 수준이었지만 지인이 해고에 영향을 받아서 나에게는 좀 더 피부로 느껴졌다. 해고를 당한 내 지인은 본인이 데스티니 시리즈에 정말 ‘영혼을 갈아넣었’는데 해고를 당해서 도저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가 건넬 수 있는 위로의 말은 별로 없었다. ‘금방 다시 직업을 찾을거야’라는 말이 너무나 거짓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유비소프트는 대규모 해고보다는 각 스튜디오를 폐쇄하는 등으로 지속적으로 해고를 했다. 전체를 보면 이미 500여 명이 해고당한 수준이었다. 게임에 대한 전폭적 투자를 해왔던 아마존 게임스는 11월 아예 한 부서를 없애며 180여 명을 해고했다. 가장 정리해고 규모가 컸던 달은 2024년 1월이었다. 직원을 계속 짜르던 유니티는 1800명을 추가로 짜른다고 발표했고 트위치는 500명을 해고했다. 라이엇 또한 500명 이상을 해고했고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무려 2000여 명에 가까운 사람을 해고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1월에 해고된 사람의 숫자가 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재취업을 위한 노력 나는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다들 짜르기 바쁜 와중에 채용을 하는 곳이 별로 없었고 그나마 있는 곳도 내가 일하던 곳보다 훨씬 더 큰 개발사/퍼블리셔 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지원을 해 서류통과도 못하고 있었다. 매일 매일 거절을 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던 나에게 재미있는 현상이 보이긴 했다. 테크나 게임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본인들의 자구책을 ‘협동’을 하면서 만들어내고 있었다. 일단 커리어 전문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을 중심으로 해서 해고현황을 공유하고 업종별로 올라온 채용공고들을 공개된 구글시트에 모아놓는 등의 움직임이 있었다. 정리해고의 아카이브를 보면 정말 들어본 적 없는 인디게임개발사의 정리해고까지 빼곡히 차있었다. 구직자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서로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링크드인에서도 서로를 태그해주는 등 ‘상부상조’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게임업계 사람들 답게 디스코드 채널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보통 직군별로 정보를 공유하는 디스코드 채널이 있는데 그 곳에서 채용공고나 팁을 공유했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에 열려있는 채용공고는 본인이 ‘리퍼럴’을 해주겠다고 먼저 나서는 사람도 많았다. 아예 본인 팀에 자리가 있다고 다른 곳에 공개적으로 게시하지 않지만 여기서 먼저 이력서를 받아보고 싶다고 한 사람도 봤다. 업계의 내부결속력은 어려운 시절에 더 잘 발휘됐다. 해고자의 모임 심지어 그들은 위로조차 모여서 했다. 블리자드가 해고를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1월말 블리자드 본사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한 카페에서 게임계 정리해고자들의 모임이 있었다. 모임 공지를 보고 같이 갈 사람을 찾았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내 특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침 모바일 전문 개발사에서 해고를 당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운영부서에 있었는데 본인이 담당하던 게임이 운영을 중단했고 회사 측에서는 회사 내 다른 팀에 자리를 찾으면 고용을 유지해줄 수 있지만 아니면 나가라고 통보했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 본인이 받아줄 곳을 찾느라 정신이 없어 모임에 나갈 수 없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됐지만 그 노력은 허사였고 그는 정리해고를 피할 수 없었다. 판타지한 배경으로 꾸며져 있는 카페에 혼자 들어서니 이미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음료를 한잔씩 들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가운데 있는 넓은 테이블에는 전지가 있었고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연락처를 교환할 수 있는 게시판 같은 역할을 했다. 이미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짜내서 말문을 열었다. 대부분이 블리자드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었고 대부분이 한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었다. 직종은 다양했다. 대부분은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 같은 개발직군이었지만 IT 인프라부터 마케팅까지 거의 모든 직종이 망라됐다. 우울함은 전혀 없었다. “20년 블리자드에서 일을 했는데 내 후임 교육 잘 시켜놨더니 나는 짤리고 그 후임이 내 자리 차지하더라”같은 자조적인 농담들은 있었지만 그것 또한 웃음의 재료일 뿐이었다. 서로 어디 면접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업계 전체적으로 해고의 바람이 불자 자연스럽게 생겨난 대처방법의 단면을 보았다. 겨울에 대처하는 방법 미국 게임업계가 얼어붙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미시적 경험들을 통해서 알게 된 업계에 대한 몇가지의 통찰이 있다. 과도한 인재영입 경쟁과 개발비용의 상승이 이러한 사태를 불렀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 게임계는 전에 없는 호황을 맞이했고 따라서 엄청난 규모의 채용을 진행했다. 채용 중 일부는 필요한 채용이기도 했지만 경쟁업체에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한 채용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인들 중 게임회사에 뽑혔음에도 불구하고 몇달 동안 아무런 프로젝트도 배정받지 못한 경우도 들어봤다. 이는 채용이 단순히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였다는 말. 결국 이런 기형적 형태는 개발비용의 엄청난 상승으로 이어졌다. 영국의 경쟁시장국(CMA)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종래 5000만 달러에서 1억5000만 달러 정도였던 AAA 게임의 개발비용은 이제 2억 달러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콜 오브 듀티나 GTA 같은 프랜차이즈는 개발비용으로 3억 달러를 넘게 쓰기도 한다. ‘인건비’가 전체 비용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업계에서 상승하는 개발비용은 정리해고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특히나 프로젝트가 ‘접힐 시’에는 더 그렇다. 실제로 대형 모바일 게임회사에서 일하던 지인은 본인이 맡은 게임이 서비스 종료를 하면서 실직상태가 됐다. 포스트 펜데믹이라는 경제적 상황 또한 게임업계에 좋지 못하게 작용했다. 야외 활동이 극도로 자제되는 코로나 기간에 올랐던 매출은 이미 2021년부터 상승세가 둔화됐다. 2022년 들어서는 외려 떨어지기도 했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쿠퍼하우스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의 전체 매출은 2022년과 2023년에 3.1%와 3.3%가 떨어졌다. PC게임시장도 2022년에는 1.4%가 쪼그라들었다. 비용은 늘고 매출은 떨어지는 시장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단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비디오 게임은 오래된 산업이 아니다. 산업으로서 자리를 잡고 나서 역사를 보면 전체적으로 우상향을 그려왔다. 그리고 그 상승세는 코로나 시기에 정점을 찍었다. 이후에 찾아온 겨울은 어쩌면 산업으로서의 게임계가 몇번 겪지 못한 것이었을 수 있다. 미시적 시점과 거시적 시점에서 풍파를 겪어낸 나의 체험은 결국 업계에 대해서는 차가움을 커뮤니티에 대해서는 따듯함을 느끼며 마무리 됐다. Tags: 북미, 미국, 해고, AAA게임, 게임산업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나성인) 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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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G Vol. 6 디지털게임을 돌아보는 일은 상당부분 지역성과 연관되어 있다. 선진국부터 디지털인프라가 아직 미비한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게임문화는 각각의 지역성과 강하게 얽히며 발전해 온 바 있다. 게임을 이해하기 위한 지역과 지역문화의 문제를 돌아본다. One Hundred Pounds of Bear Meat: Educational Games and the Lasting Legacy of The Oregon Trail Writing about The Oregon Trail has become its own genre at this point. So much has been published on MECC’s classic game that all the clever references to dysentery, one of the many afflictions the player characters will experience on their journeys, have already been used. This is a testament to the game’s legacy and its lasting presence that bridges gaming culture and mainstream American popular culture. Read More [UX를 찾아서] 체력과 기회 난이도 – 숙련도 길항에 관여하는 데이터값들에서 중요한 것은 ‘공격력이 1천만!’, ‘체력이 500만!’같은 숫자 크기가 아니다. 100만에서 99만 9,999를 뺀 1이라는 값, 난이도와 숙련도가 주고받은 그 연산의 결과값이 길항의 의미이자 결과물이기에 체력과 공격력은 동시에 하향될 수 있다. 최근 모바일게임 광고에서 ‘플레이어의 강함’을 어필하기 위해 보여주는, 막대한 공격력을 뽑아내는 장면이 별로 와닿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플레이어 캐릭터는 그래서 어떤 의미에선 전혀 강해지지 않는다. 플레이를 통해 정말 강해지는 것은 아마도 플레이어의 몸에 쌓이는 숙련도뿐일 것이다. Read More [북리뷰] 추억의 게임들을 지탱하는 기술들을 찾아서 책에서 다루는 게임들은 1989년까지이다. 1989년은 일본의 연호가 쇼와에서 헤이세이로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1989년이란 해는 1990년과 그 이전을 나누기도 하고 1990년대와 그 전을 나누기도 하는 적절한 분기점일수도 있겠다. 당연히 그 이후로도 게임은 개발되고 있고 여전히 개발자들은 하드웨어의 한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예전보다 하드웨어에 대한 제약이 줄어든 것은 사실지만 렌즈의 왜곡을 이용하여 화면크기에 대한 한계를 극복한 VR헤드셋들이라던가 기기한계를 정해놓고 한계 안에서 게임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인디게임들도 존재한다. Read More [인터뷰] 인도 게임 문화의 태동기: 크래프톤 인도 퍼블리싱실 이민우 실장 그렇게 대회를 열었더니, 참가 수뿐만 아니라 동시 시청수도 엄청났어요. 최고 동시시청자 수가 40만 명을 넘겼고요. 총 시청 수는 2억 5천만을 넘었었어요. 그정도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가 인도에서는 지금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고, 지금 에코 시스템( 누구나 e-스포츠를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이미 구축이 되어 있습니다. 'Nodwin Gaming','Tesseract Esports' 같은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실력있는 업체들이 이미 이스포츠 에코시스템에 참여하고 있고요. Read More 〈세계건설〉, 게임 방법론의 새로운 예술적 적용 무한한 가짓수를 만들어내는 작품과 함께 영화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해 수많은 이야기 중 단 하나, 찰리스라는 소녀가 겪은 이야기 한 줄기를 최적경로로 뽑아낸 애니메이션 작품이 놓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게임이었다면 무언가 관객의 상호작용을 유도했을 법한 장치를 동원했으리라고 여겼을 진부함을 넘는 도발적인 태도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들 속에 단 한줄기로 이어진 세계선으로서의 애니메이션이 놓인 의미는 인류가 오랫동안 탐구해 왔지만 여전히 미답의 경지에 놓여있는 그 카르마와 다르마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접근경로에의 제시로 읽힌다. Read More 곰고기 백파운드: 교육용 게임과 〈오레곤 트레일〉의 유산 현 시점에 〈오레곤 트레일(The Oregon Trail)〉에 대한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된다. MECC(Minnesota Educational Computing Consortium)가 만든 이 고전 게임에 대한 글은 수없이 많은데, 예컨대 캐릭터가 게임 내 여정 속에서 가장 많이 겪게 되는 이질(dysentery)은 유명한 관용구가 되어 온갖 상황에서 사용되어왔다. 이 글은 〈오레곤 트레일〉이 남긴 유산 그리고 여전히 미국의 게임문화와 주류 대중문화를 이어주고 있는 게임의 영향력에 대한 증언이다. Read More 되돌릴 수 있는가? - 13기병방위권, 호라이즌, 우크라이나 물론 게임은 현실과 다르다. 게임을 통해 얻은 이러한 통찰을 현실에 적용한다고 하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회고적 평가를 전제하는 슬로건을 거부하는 것이 시작이다. 과거의 정상적 상태를 회복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원칙과 대안을 논하는 일이 필요하다. 과거 러시아가 지배한 영토가 어디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해도 되는 이유는 애초에 없다. Read More 보편과 토착의 긴장 속에 도사리는 지정학적 미학: 〈7인의 사무라이〉에서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이르기까지 〈라스트 사무라이〉가 일본 대중문화에 심취한 와패니즘의 대명사인 반면, 〈킬 빌〉은 오리엔탈리즘을 전유하는 대중주의다. 무사도와 신성한 사무라이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라스트 사무라이〉의 상당 부분은 뉴질랜드 로케이션으로 촬영되었고, 〈킬 빌〉은 이소룡과 사무라이를 섞고 중국계 미국인 배우 루시 리우에게 기모노를 입혀 대문자 오리엔탈(The Oriental)을 혼성모방한다. Read More 북한 게임 리버스-엔지니어링하기: 지적 재산권, 소액결제, 그리고 검열을 중심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게임 산업보다는 자급자족식 민족주의와 주체사상 이데올로기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십여 년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휴대용 디지털 기기 보급이 증가하고(Yoon, 2020) 여가활동에 대한 공적인 지원이 더해지면서(Evans, 2018), 북한 도시 중상류층의 일상적인 여가로서 게임이 떠오르고 있다. Read More 소화 불량 커비의 사물 머금기 커비는 왜 인간이 사물을 쓰던 방식과 다른 접근을 취할까? 커비가 사물과 상호 작용하게 된 배경에는 이번 〈디스커버리〉가 펼쳐지는 무대에 있다. 〈디스커버리〉에서 커비가 도착한 곳은 커비의 세계와 인간 세계가 충돌한 곳이다. 이제까지 커비의 모험이 주로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별 모양의 행성 팝스타에서 이루어졌다면, 〈디스커버리〉에서 커비가 종횡무진하는 이 세계는 플레이어에게 어딘가 익숙하다. Read More 숏폼 콘텐츠 유행이 우리에게 남긴 것 다만 이러한 현실 추수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BM을 긍정해 나가면서 한국 게임 시장은 더욱 노골적으로 메타버스, P2E, NFT 등 현행 법률로 합법화되기 어려운 영역까지 허용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의 게임 회사들은 플레이의 외부적 요소로 취급되던 현금과 결제, 캐릭터의 성장 요소를 더욱 외재화하여 환금성을 부추기게 된다면, 이는 한국 게임업계가 그동안 트라우마로 안고 있었던 “바다 이야기” 사태로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Read More 우크라이나 사태의 de jure와 de facto 러시아 안에서 차르가 된 푸틴은 그렇게 러시아 바깥까지 제패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디 그런 장면은 역사 다큐멘터리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만 보면 좋겠다. 현실에서는 진짜로 사람이 죽고 다치기 때문이다. Read More 유럽 속의 타자, 게임 속의 동유럽 서구, 오늘날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 불리는 이 말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북미와 유럽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근대를 이루는 많은 기술적, 정치적, 문화적 배경들의 원산지로서 서구는 일종의 기원으로 여겨지며, 그 중에서도 특히 근대적 의미로서의 북미가 사실상 유럽으로부터의 문명 이주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대 세계의 많은 부분은 유럽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Read More 제1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안내 게임문화웹진 ‘게임제너레이션’은 디지털게임의 문화적 접근 폭을 넓히고 게임문화를 선도적이고 실천적으로 이끌어갈 새로운 필자의 발굴을 위해 아래와 같이 게임비평공모전을 개최하고자 합니다. 게임과 게임문화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많은 분들의 참가를 부탁드립니다. Read More 텍사스 한복판에서 사회주의 게임의 깃발을 꽂다 - Tonight we Riot ‘투나잇 위 라이엇’은 너무도 투박하게. 그리고 솔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단순하게 바라보자면 그저 이룰 수 없는 폭력과 메시지만을 담은 게임이 될 것이란 것은 분명한 단점이다. 하지만 적어도 몇 부분에서는 현실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려 노력하는 계기로는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현실의 한계와 폐해를 담아낸 게임이 있듯이, 한편으로는 해방이라는 소재로 사회주의의 한계와 현실적 고민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게임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Read More

  •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안내

    게임제너레이션은 한국 디지털게임 비평의 활성화와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매년 게임비평공모전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2024년의 공모전을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자 합니다.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 Back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안내 19 GG Vol. 24. 7. 22.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안내 게임제너레이션은 한국 디지털게임 비평의 활성화와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매년 게임비평공모전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2024년의 공모전을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자 합니다.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 공모형식 및 참여방법: - 주제: 디지털게임에 대한 비평 (세부주제 자유. 기존 GG 아티클 및 공모전 수상작 참조) - 형식: 워드프로세스파일(HWP, DOC 등) 형식으로 제출. 글제목 및 저자명 포함. - 분량: 4천자 ~ 8천자 내외 (이미지 삽입 5개 이하) - 제출방법: 공모전 전용 이메일( ggcriticcomp@gmail.com ) 을 통해 제출 ■ 시상내역 - 총 4편 내외 당선작 선정 및 시상 - 상금 및 상장 수여: 편당 120만원(세전, 원고료포함). - 2024 G-STAR에서 시상식 진행 예정 - 당선작 GG 20호(2024. 10) 게재 ■ 일정 - 2024. 09. 07(토) 접수마감 - 2024. 09. 23(월) 심사완료 및 결과통지 - 2024. 10. 10(목) GG 20호 수상작 게재 - 2024. 11. G-STAR 일정 중 시상식 진행 (세부일정 확정 후 별도 통보) ■ 기타 - 제출된 원고는 반환되지 않습니다. - 수상작은 GG에 게재됨과 동시에 GG아티클과 동일하게 전재되어 타 매체에 기고할 수 없습니다. - 응모는 1인당 1작품을 기준으로 하며, 초과 투고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기존 GG 공모전 입상자는 선정에서 배제됩니다. - 제출되는 모든 응모작은 표절검사를 실시하며, 수상 이후라도 표절 문제가 확인될 경우 수상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 기타 공모전 관련 문의는 공모전 공식 이메일( ggcriticcomp@gmail.com ) 으로 보내주십시오. ■ 주최: 게임문화재단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영상의 환상이 사라진 지금, 숙제를 남긴 2023년의 두 유비식 오픈 월드

    2023년에 선보였던 대표적인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인 <호그와트 레거시>와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모두, 다음 시리즈에서는 게임의 시스템과 세계관이 서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잘 융합된 충격적인 작품으로 돌아오길 응원해 본다. < Back 영상의 환상이 사라진 지금, 숙제를 남긴 2023년의 두 유비식 오픈 월드 15 GG Vol. 23. 12. 10. 필자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 TV 나 영화관에서 펼쳐지는 영상들은 편집이라는 전문적인 기술 , 즉 편집 권력을 가진 PD 나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어떤 것이라고 여겨지곤 했다 . 누가 만들었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의심하기보다 필터링 없이 바로 수용하는 , 경전과 같은 믿음의 영역이자 신비로운 무언가로 받아들인 것이다 . 발터 벤야민이 사진과 같은 복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술의 아우라가 사라졌다고 말했지만 , 어린 시절의 나에게 영상은 여전히 편성표의 시간과 TV 앞이라는 공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 아우라가 있는 존재였다 . 그 시절 나에게 <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 는 누군지 알 수 없는 PD 님이 제작한 , 동물들에 대한 신성한 경전 그 자체였던 것이다 . 시각적인 표현을 주로 텍스트보다는 영상의 문법에 의지하는 게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지금 보면 조악한 도트로 그려진 < 포켓몬스터 골드 > 의 ‘ 불대문자 ’ 나 < 파이널 판타지 7> 의 투박한 폴리곤 움직임도 그 당시에는 ‘ 살아 움직인다 ’ 는 환상이 가득 담긴 , 사실적인 생명체의 모습이었다 .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했던 문자의 자리를 영상이 대체한 2023 년에 이런 영상 매체의 환상성을 설명하는 건 영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 ‘데크 ’ 라고 불렸던 수천만 원 상당의 편집기가 만들어낸 방송국의 영상 권력은 무너졌고 , 이제는 값비싼 테이프가 아니라 bit 단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PC 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다 . 이렇게 대중적인 차원으로 내려온 영상은 스스로 신비로움이 사라진 채 , 우리로 하여금 ‘ 가짜 뉴스 ’ ‘ 어그로 ’ 등 영상을 감히 (?) 의심하고 , 선별하게 만드는 불경스러운 (?) 자세를 가지게끔 했다 . 얼마 전에 의심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 는 절대적인 동물 지식을 담고 있는 신성한 경전이 아니라 외국의 동물 다큐멘터리를 몰래 재가공한 누군가의 세속적인 창작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 이렇듯 영상 매체와 그 체험은 더 이상 예전처럼 환상이 가득 담긴 상상력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우리들의 감각이 달라진다고 했던 마셜 맥루한의 말을 생각해 보면 , 글을 읽는 것보다는 영상을 보는 것이 익숙한 , 더 나아가서는 영상을 만드는 것 자체가 보편화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감각은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 그렇다면 이러한 감각의 변화 속에서 2023 년의 게임은 어떤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았을까 . 특히나 그 세계관의 구현이 시각적인 영상으로서 표현되는 게 중요한 오픈 월드 게임에서 말이다 . 서론이 좀 길었지만 이제 2023 년의 게임 중에서 기억에 남은 두 오픈 월드 게임을 소개할 차례가 됐다 . 바로 < 호그와트 레거시 > 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이다 . 유비식 오픈월드 2023년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이 두 게임은 한쪽은 호그와트라는 가상의 마법 학교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 , 다른 한쪽은 800 년대의 바그다드를 배경을 한다는 점의 차이만 있을 뿐 게임의 장르적인 부분에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 오히려 게임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시스템을 보고 쉽게 공통적인 한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 ‘ 유비식 오픈 월드 ’. * 누가 봐도 유비식 오픈 월드라는 것은 알아보기 쉽다 게임을 요리로 비유하자면 , 끝도 없이 펼쳐진 오픈 월드라는 메인 디쉬를 게이머 스스로 부위마다 다른 맛을 음미하며 전부 소화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 오히려 오픈된 가상 공간에서 플레이 목적을 잃거나 , 가늠 안 되는 규모에 지쳐 쓰러지는 등 게임 ‘ 소화 불량 ’ 상태가 되어 게임을 닫아 버리는 일도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 아무런 안내 없는 광활한 오픈 월드는 탐험의 욕구를 자극하지만 , 미지의 공포와 끝이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바로 뒤따라오기 때문일 것이다 . 이런 오픈 월드의 양면성 속에서 < 호그와트 레거시 > 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는 ‘ 유비식 오픈 월드 ’ 라는 친절한 방식을 취했다 . 먹을 수 있는 부위와 먹는 방법이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고 셰프가 서빙해주는 순서를 따라가기만 하는 오마카세처럼 , 하나하나 친절하게 마커로 표시해둔 유비식 시스템을 오픈 월드라는 거대한 음식의 소화제로써 선택한 것이다 . 그런데 이렇게 동일한 방식을 선택한 2023 년의 두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을 막상 해보면 전체적인 틀은 비슷하지만 , 그 넓은 세계를 채우고 있는 방식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으며 그로 인한 플레이 감도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걸 바로 느낄 수 있다 . 비효율과 효율로 가득 찬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 > 는 굉장히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요소들이 많은 게임이다 . 게임은 유일한 무기인 마법 지팡이의 길이와 재료들을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 그런 내 선택이 게임의 플레이에 어떠한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 . 즉 게임에서의 효용성은 하나도 없는 , ‘ 기능으로만 보자면 ’ 전혀 무의미한 세팅일 뿐이다 . 주 무기에 옵션이 없던 게임이 최근에 있었던가 ? 싶다 . 게다가 이 지팡이를 이용해 새로운 주문을 배우는 순간 , 플레이어는 마법 문양의 모양을 따라 마치 현실에서 휘두르는 지팡이 궤적을 따라가듯 패드를 조작해야 한다 . 물론 이 역시 게임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가치가 적은 순간이며 , 그 부분만 뺀다고 하더라도 게임은 전혀 문제없이 흘러간다 . 소모품의 경우는 게임적인 효율성이 마이너스까지 도달한다 . 일반적인 게임의 포션에 해당하는 위젠웰드 물약은 필요의 방으로 직접 이동해서 15 초라는 현실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 AAA 게임에 그 흔한 휴대용 연금술 가방도 , 자동화 공정과 즉시 완료 시스템이 없다는 게임의 인상은 2023 년의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만든다 . *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은 , 어딘가 번거롭고 거추장스러운 무언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의 게임 플레이는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거추장스러운 감각과는 다르다 . 시리즈 명칭에 걸맞게 암살 중심의 플레이 방식으로 선회한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조작이나 선택이 게임 시스템의 기능적인 부분을 계속 드러내며 게임 진행 속 효율성을 강조한다 . 다양한 무기마다 정해진 특성과 스탯이 있으며 , 파쿠르를 통해 목표 지점까지 효율적으로 돌파하기도 하고 , ‘ 엔키두 ’ 는 소환의 딜레이 타임 없이 바로 하늘을 향해 날아가 암살 대상들을 체크한다 . 유비식 오픈 월드에서 지적받았던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서브 퀘스트들도 그 보상으로 NPC 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 토큰 ’ 이라는 특수 화폐를 챙겨줌으로써 스스로 게임적인 당위성을 챙긴다 . 재밌는 점은 이러한 무기 , 파쿠르 , 엔키두 , 토큰과 같은 게임적인 경험들은 어느 하나 무의미하게 쓰이는 요소 없이 , 모두 암살 (R1 버튼 ) 을 위한 기능적인 역할로 수렴한다는 부분이다 . 암살 버튼 하나를 누르기 위해서 위에 언급된 요소 하나하나가 최적화된 시간 속에서 허투루 낭비되지 않는다 .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의미 없는 지팡이 재료 고민이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에서는 암살을 위한 특성 세팅으로 , 현실의 시간을 들여 수고롭게 제작해야 하는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소모품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에서는 제작이 아닌 , 암살을 위해 빠르게 이동하며 나도 모르는 짧은 시간에 줍는 방식으로 적용되어 있다 . * 길이나 재료가 아닌 , 암살을 위한 스탯과 스킬이 적혀있는 무기 애초에 유비식 오픈 월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게임 시스템을 경제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일 것이다 . 게임 내의 마커들은 모두 해당 컨텐츠에 도달하기 위한 ‘ 최단 거리 ’ 를 자동으로 떠올리게 만들고 그 컨텐츠들이 어떤 내용인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만든다 . 마커의 위치 , 마커의 모양 , 마커의 내용 모두 하나하나 다 ‘ 게임적인 기능 ’ 의 소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마치 본인이 이 시스템의 원조임을 자랑하듯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는 이 경제적인 유비식 시스템 위에 역시나 경제적으로 설계된 , 암살이라는 기능에 집중된 게임 플레이를 얹어 게이머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느낌이다 . 그러나 < 호그와트 레거시 > 를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면 본인을 엔딩까지 이끌었던 , 플레이 욕구를 자극하는 부분이 게임의 이런 ‘ 기능적인 시스템 ’ 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이 게임의 매력은 오히려 넓은 세계를 이동하며 적들을 물리치고 사건을 해결하는 그런 오픈 월드의 중심 영역에서 벗어난 변두리 ,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가 설계해 둔 그런 기능적인 시스템의 ‘ 외부 ’ 에 있다 . 게임 시스템의 노출과 사라지는 게임적인 환상 게임의 기능적인 시스템들은 많은 경우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니라 모니터 너머의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던지고 계획과 선택을 유도한다 . “메인 암살하기 전에 위력 선물 토큰이나 벌어볼까 ?” 모니터 밖의 게이머가 스스로 질문하는 이 순간에 우리는 , 바그다드라는 공간이 bit 라는 최소 단위의 데이터들이 모여 그것이 이미지화된 것일 뿐임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모른 체 하는 것이다 . 누구도 800 년대 바그다드에 사는 캐릭터 바심이 ‘ 위력 선물 토큰 ’ 이라는 게임적인 시스템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그것을 인지하고 활용하게 되는 것은 모니터 밖의 ‘ 나 ’ 이다 . 이렇게 ‘ 토큰 ’ 이라는 편의적인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는 플레이어의 조작이 디지털 데이터 0 과 1 이상의 의미 , 즉 살아있는 듯한 바심의 행동으로 치환된다는 게임적인 환상을 놓쳐버렸다 . ‘ 토큰 ’ 은 게임 진행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 사실적으로 설계된 바그다드와는 굉장히 이질적이다 . 어디서부터 어떻게 날아오는지 모르는 엔키두가 동물 동료라는 몰입감을 주지 못한 채 , 암살을 하기 위한 하나의 부속 시스템에 불과한 것이라는 진실을 알아차리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 이렇게 게임의 세계관과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한 채 게임적으로 효율적이기만 한 시스템은 마치 마감 덜 된 노출 콘크리트로 내부를 장식한 카페를 보듯 , 숨어 있어야할 게임의 뼈대가 1200 년 전의 바그다드의 세계관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 이와 동시에 사실적으로 묘사된 바그다드는 게임적인 데이터였을 뿐임을 다시 한번 게이머에게 상기시키며 살아있는 듯한 세계관과 장소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린다 . * 엔키두는 결국 암살을 위한 정찰 드론 역할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 * 사실적인 바그다드 구현과 이질적인 ,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토큰 ( 방송 소품과 비슷하다 ) 이와는 대조적으로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거추장스러운 부분은 , 게임 외부에 존재하는 플레이어의 효율적인 게임 공략법을 버리게 하고 , 게임 속 캐릭터의 시선으로 그 세계관을 마주하게 만든다 . ‘ 나한테 어울리는 지팡이는 뭘까 ?’ ‘ 내 가방에서 동물이 나오고 있어 !’ 게임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필요의 방에서의 소모품 제작 역시 적절한 난이도 조절과 거추장스러운 여러 연출 효과로 이것이 게임의 시스템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임을 게이머에게 계속 주지시킨다 . 굳이 소모품을 챙길 필요도 없는 세계의 난이도와 자동으로 일하는 냄비와 자라나는 식물 앞에서 게이머는 더 이상 게임의 효율 탓을 하며 시스템을 떠올리지 않는다 . 이렇게 게임의 시스템은 감춰지고 , 눈앞에 남은 건 콘크리트 마감공사가 잘 된 위저드리 세계관일 뿐이다 . * 갑자기 등 뒤에서 날아오는 눈속임이 아니라 내 가방에서 직접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여준다 * 무조건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 위저드리 세계관에 맞게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네 … 이 외에도 흔히들 ‘ 위쳐 센스 ’ 라고 말하는 주변 상호작용 대상을 파악하는 게임적 기능을 구현해 놓은 방식을 살펴보면 두 게임이 게임적 시스템을 각각 어떻게 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의 ‘ 매의 눈 ’ 은 버튼을 누르면 1 초의 딜레이 없이 바로 화면 전환 효과와 함께 주변 사물들과 인물들을 감지해 낸다 . 마치 이제는 밈이 돼버린 스타필드의 ‘ 딸각 ’ 처럼 단순한 스위치의 ON/OFF 와 비슷하게 기능한다 . 어찌 보면 이 기능은 바심의 실제 행동인 것 같으면서도 , 모니터 밖의 내가 게임 진행을 위해 직접 스위치를 켜고 있다는 사실이 겹쳐 보이기도 하는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이와는 달리 < 호그와트 레거시 > 에서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면 캐릭터는 ‘ 레벨리오 ’ 를 입으로 외치며 지팡이를 휘두르고 , 그 지팡이에선 파장이 서서히 퍼지는 동시에 주변 사물을 구분해 낸다 . 이는 레이더 같이 긴급하게 주변 사물을 감지해야 하는 본래의 기능적인 목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거추장스러운 연출 효과임은 분명하다 . 그러나 이 짧은 시퀀스는 게임 속 ‘ 캐릭터 ’ 와 게임의 ‘ 기능적인 시스템 ’ 사이의 미싱 링크를 찾아 노출 콘크리트 같았던 게임의 시스템을 마치 캐릭터의 행동인 것처럼 덮어버린다 . 우리가 종이책이 아닌 디지털 신호로 구성된 전자책을 읽을 때 단순한 슬라이드 전환을 보는 것보다는 종이 넘기는 모션과 함께 ‘ 사각 ’ 거리는 소리 표현이 있는 쪽이 비효율적이지만 더 낭만 있다고 여기는 것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 이렇게 ‘ 레벨리오 ’ 는 ‘ 매의 눈 ’ 보다 세계관 몰입에 더 가까워진다 . * 화면 전환과 함께 순식간에 펼쳐지는 매의 눈 *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지만 게임적으로는 비효율적인 액션과 음성으로 가려져있다 .. 사실적인 묘사가 주는 영향이 적어진 시대 물론 그렇다고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게임 시스템과 동떨어진 채 덧붙여지기만한 요소들이 오픈 월드의 구현으로써 완벽하게 잘 굴러간다고 볼 수도 없다 . 게임의 기능적인 요소들과 떨어져 있는 많은 부분들은 캐릭터에 맞춰 상호작용한다기 보다 ,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또 다른 데이터 더미라는 것이 금방 밝혀지기 때문이다 . 종코의 장난감 가게에 전시된 , 상호작용 버튼을 누르면 반복적으로 반응하는 어딘가 공허한 장난감들의 반응을 떠올려보라 . 이를 ‘ 시커 스톤 ’ 이라는 장치와 다양한 상호작용들로 게임 속 캐릭터와 시스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던 <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 플레이와 비교해 보면 이 반응들이 얼마나 아쉬운지 바로 체감된다 . <호그와트 레거시 > 가 살아있는 듯한 세계의 구현이 아니라 ‘ 테마파크 ’ 라고 계속 일컬어지는 것도 아마 이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 * 세계관을 구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 게임으로서 들어오지 못한 아쉬움 앞서 서두에 얘기했던 2023 년 시대의 논의로 돌아가 보자 . 영상이 갖고 있던 환상이 사라진 시대의 우리들은 어떤 오픈 월드 게임에서 리얼한 세계관을 느끼게 될까 ? 하나 추측해 봄 직한 사실은 , 영상의 아우라가 사라진 시대에서 게임의 세계관과 그 몰입은 더 이상 높은 해상도와 사실적인 묘사에서 나오진 않으리라는 점이다 .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티비에서 나오는 정갈하고 사실적인 영상은 진실하지 않은 , 가식적인 취급을 받으며 동시에 실제 화질이 더 떨어지는 유튜브의 거칠고 투박한 영상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에 더 가까운 리얼함으로 평가받는다 . 게임도 마찬가지다 . AAA 급 게임들이 화려하고 사실적인 그래픽을 앞세우지만 , 그것은 자본의 힘이라는 것을 게이머들은 안다 . 그와 동시에 누군가는 < 맞춤법 용사 > 와 같은 쯔꾸르 형식의 RPG 가 단순히 사실적인 묘사의 게임보다는 더 몰입력 있는 , 더 현실과 맞닿아 있는 리얼한 세계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 * 벌써 15 년 된 신뢰의 도약 말고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인가 사람들은 더 이상 사실적인 공간 묘사 자체에 예전처럼 충격 받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 오히려 ‘ 위력 제거 토큰 ’ 처럼 허구가 느껴지는 플레이감에 대한 반발심이 더 클지도 모른다 .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 이후 , 어쩌면 게이머들이 원하는 오픈 월드라는 건 사실적인 공간의 디자인이 아니라 모니터 밖의 나를 소환하지 않은 채 게임의 캐릭터와 시스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 서로 유기적으로 엉켜 있는 그런 경험의 집합체가 아닐까 . 어쩌면 사실적인 세계를 구현하는 데까지 성공한 < 호그와트 레거시 > 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를 비롯한 많은 오픈 월드 게임이 마주한 다음의 과제는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 2023년에 선보였던 대표적인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인 < 호그와트 레거시 > 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모두 , 다음 시리즈에서는 게임의 시스템과 세계관이 서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잘 융합된 충격적인 작품으로 돌아오길 응원해 본다 . 두 시리즈 모두, ‘유비적인 ’ 오픈 월드의 시스템을 넘어 이 모든 게 ‘유기적인 ’ 오픈 월드로 돌아올 수 있길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프리랜서 영상PD) 장준수 시너지 없는 '토목공학'과 '국어국문학' 스킬트리를 타고 근데 이제 2차 전직을 '영상 제작'으로 선택해버린...혼종 (똥망캐까진 아무튼 아님). 게임 방송국 OGN 포함, 10년간의 방송국 PD생활을 거치고 이제는 퇴사 후 프리랜서 PD로 인생 '가챠'와 '덱빌딩' 사이에서 서커스 중.

  • 게임제너레이션::필자::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홍영훈 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Read More 버튼 읽기 북미에 불고 있는 게임업계 해고와 노조 설립 붐의 현장 스케치 2025년의 게임업계는 단순한 고용환경 변화가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재정립이 시작된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더는 개발자가 익명의 톱니바퀴처럼 쓰이고 버려지는 구조를 당연시하지 않는 시대다. 그리고 그 변화는 현장 구성원들의 단호한 목소리에서 시작됐다. 버튼 읽기 [북미통신]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하는 북미 게임계의 DEI 기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하자마자 한 달안에 70개가 넘는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취임 첫 날 바로 서명하고 공포한 행정명령들은 향후 정책적 방향을 가늠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중 하나가 백악관 행정명령 14151호다. 행정명령의 제목은 ‘급진적이고 낭비적인 정부 DEI 프로그램의 종료’다. 버튼 읽기 나는 짤렸다: 미국 게임계의 해고 붐 한복판의 현장 스케치 2023년 11월 나는 짤렸다. 상사가 예정에도 없는 짧은 미팅을 제안했고 그 때 부터 뭔가 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맡고 있던 큰 클라이언트가 계약을 해지했다는 뉴스를 들었기 때문이다. 불안함은 현실이 됐다. 상사가 나에게 절대 퍼포먼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해줬지만 기분이 좋아지진 않았다. 버튼 읽기 북미의 루트박스: 한국과 다르면서 또 같은 관계자 A는 “미국게임업계의 모바일 게임을 경시하는 풍조는 오히려 업계관계자들 특히나 게임개발자들 사이에서 더욱 심하다”고 말하며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은 좋은 개발자를 영입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작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보는 사람들이 많다. 인게임 결제가 있는 게임 자체에 대한 반감이 크다보니 오히려 수가 적고 따라서 로트박스 문제는 관심 밖이라는 느낌이 있다”고 말하며 루트박스가 커뮤니티 안에서 크게 회자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버튼 읽기 무엇이 이스포츠팀을 팀으로 만드는가 2021년 10월말, 이스포츠 업계에서는 전기가 될만한 일이 일어났다. 북미의 명문 이스포츠 구단인 페이즈 클랜이 SPAC을 통해서 내년 상반기에 나스닥 상장을 노린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다. 사실 이스포츠 구단들의 성장세는 가팔랐고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최초도 아니다. 덴마크의 이스포츠 구단 아스트랄리스는 2019년 나스닥 코펜하겐 거래소에 상장됐고 영국의 길드 이스포츠는 2020년에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하지만 사람들이 놀란 것은 페이즈 클랜 측이 밝힌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였다. 버튼 읽기 여름은 언제 시작할까 - 북미 최대의 게임쇼, E3가 맞이한 변화와 도전 미국에는 100일간의 여름(100 days of summer)라는 개념이 있다. 5월의 마지막 월요일에 자리잡고 있는 공휴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여름의 시작으로 본다. 한국으로 치면 현충일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메모리얼 데이는 가진 의미와는 상관 없이 그렇게 한국의 절기로 치면 입하같은 날이다. 그리고 여름의 끝은 9월의 첫째 월요일인 레이버 데이다. 노동절 연휴가 되면 이제 여름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대략 이 기간이 100일이기 때문에 이 때를 100일간의 여름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도 소소한 인기를 끈 영화 500일의 썸머 또한 이런 개념에서 제목을 빌려온 것이다. 여름에 특별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개념. 이 개념에 입각해서 보자면 게이머들에게 여름의 시작과 끝은 뭘까? 게이머들에게 여름의 시작은 E3고 끝은 게임스컴이다. 버튼 읽기 북미의 보드게임: 원조국가의 또다른 면모들 십수년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낯설던 단어는 비디오 게임이었다.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자라온 나에게는 ‘게임’이라고 하면 컴퓨터나 콘솔을 이용해서 하는 게임을 지칭하는 것이었지만 미국에서는 달랐다. 테이블탑 혹은 보드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가 매우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내가 아는 게임은 반드시 비디오 게임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걸 알게됐다.

  • 2023 국정감사의 게임 이슈 톺아보기

    지난 10월 한 달 동안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국정감사장에서 거론된 게임 관련 이슈를 톺아본다. 공교롭게도 딱 10개 이슈가 나왔는데, 9개는 주무 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다뤄졌으며 하나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뤄졌다. < Back 2023 국정감사의 게임 이슈 톺아보기 15 GG Vol. 23. 12. 10. 지난 10월 한 달 동안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국정감사장에서 거론된 게임 관련 이슈를 톺아본다. 공교롭게도 딱 10개 이슈가 나왔는데, 9개는 주무 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다뤄졌으며 하나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뤄졌다. 앞서서 요약하자면 크게 무게감 있는 이슈는 적었다. 아니, 이렇게 서술할 수 없다. 모든 이슈는 중요하다. 특히 게임계 노동 이슈가 그렇다. 펄어비스의 공용 PC - 유형: 노동. 위원: 정의당 류호정 초과근무를 방지하기 위한 PC 오프 제도라는 것을 많은 회사에서 활용한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인 52시간을 채우면 컴퓨터를 더 쓰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검은사막의 개발사 펄어비스 또한 이 제도를 채용하고 있고, 이런 노동 조건 개선의 많은 부분은 게임 노동자 출신인 류호정 의원이 2020년 펄어비스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적한 것에 힘입은 바가 있다. 반면 금년에 의원이 가져온 제보는 펄어비스에서 초과근무를 우회적으로 하기 위한 꼼수로 공용 PC를 쓴다는 내용이었다. ‘15층에 있는 잠금 제한 없는 PC’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이 방법은, 야간 혹은 금요일 이후의 초과근무 상황에서 개인 업무용 PC가 아닌 서버 업데이트용 공용 PC로 이동시켜 노동을 시키는 방법이다. 이 경우는 초과근무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초과근무 수당 산정 근거가 아예 없어지므로 ‘공짜 야근’이 되어버린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자신도 제보를 통해 인지했다고 답변했는데, 즉 자신이 시킨 방법이 아니라는 어필이었고, 관리를 강화했다고 답변을 했다. 하지만 의원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차라리 공용 PC를 다 없애버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은 이 질의에 대해, 게임과 영상 업계는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특성이 있어서 주 52시간 제한을 지키려면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말을 했다. 다른 계획이라는 것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했던, 크런치 모드 때 몰아서 일하고 그 후에 쉬어서 ‘평균 주 52시간 이하’를 맞추는 방법이 아니길 바란다. * 류호정 의원실이 공개한, 펄어비스가 이미 조치한 노동 여건 개선 사항 * 류호정 의원실이 공개한, 펄어비스 공용PC에 대한 언급 페미니즘 사상검증 - 유형: 노동/평등. 의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림버스 컴퍼니를 서비스하는 프로젝트 문에서 터진 사건이 규모를 불려 나가더니 국정감사장에 올라왔다. 남성 캐릭터 싱클레어에는 수영복 일러스트가 있는데 여성 캐릭터 이스마엘은 수영복이 아닌 잠수복이라는 점에 불만을 가진 남성 유저들이 온오프라인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해당 일러스트를 작업한 사람이 여성일 것이라 보고 색출을 시작했으나, 남성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다른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았다. 그의 과거 트위터 행적 중에서 현재는 지워진 리트윗 하나를 찾았으니 그것이 페미니즘 지지 트윗의 리트윗이었다. 이 여성이 작업한 일러스트에서 특정 손 모양도 찾아냈는데, 병을 눈 앞으로 올리기 위해 두 손가락으로 집은 모양이었다. 이렇게 비약과 망상에 찬 논리가 완성되어 ‘페미 잘라라’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직접 회사에 찾아가는 시위를 맞닥뜨린 프로젝트 문은 7월 25일, 자진 퇴사의 형태로 해당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를 내보냈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사이버불링과 사상검증. 여기에 지지 여론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날조 정보도 유포되었다. 회사는 사상검증 사유가 아니고, 계약직이라 해고가 아닌 계약 종료이며, 사규에 따른 적법한 절차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사건 전개를 보면 누가 보아도 사상을 이유로 자진 퇴사를 권고한 것이며, 이는 사규 이전에 지켜야 하는 사내 노동자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인셀 진상고객 이슈가 노동 이슈로도 확장이 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게임소비자협회라는 단체가 조직되었고, 게임업계에 대한 근로감독 청원에 12,745명의 청원인이 모였다. 이 청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제출되었고, 우원식 의원이 이를 질의한 것이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국정감사장에 출석하여 이 사건과 유사하게 게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불링 사건을 67건 제보 받았다고 증언했다. ‘페미인지 답하라’며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식으로 SNS 계정을 스토킹하면서 인격 모독을 지속적으로 가하거나 하는 것이다. 피해 제보자의 90%가 2~30대 청년이며 88%는 여성이었다. 반면 회사의 보호를 받았다는 경우는 4건에 불과했고, 방치가 50%에, 자발적 퇴사의 형태를 한 사실상의 해고가 41.3%였다. 여기에 업계 내에 팽배한 성희롱 발언, 성차별적 승진 고과와 연봉 체계, 임신 및 출산에 대한 불이익, 면접 과정에서의 페미니즘 사상검증 등의 사례를 증언했다. 업계 상황이 이렇지만 2021년 10월 14일 사이버불링을 포함하도록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게임회사가 받은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감독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하형소 청장은 그동안의 재해 발생은 주로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이었으며, 감정노동 분야에서는 콜센터에 주력했음을 인정했다. 우원식 의원은 특별근로감독을 주문하는 한편 산업안전보건법의 추가 개정 필요를 역설했는데, 특히 제보자 중 11명이 프리랜서 신분이라서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정감사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난 현재, 프로젝트 문 사건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사건이 넥슨에서 일어나고 있다. * 프로젝트 문이 일러스트레이터를 해고한 당일에 외국 유저들이 만들어낸 밈 게임물 등급관리 시스템 정비 필요 - 유형: 행정. 의원: 정의당 류호정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의 등급 심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정부 기관은 아니지만 정부 업무를 위탁받은 만큼 정보 공개가 기본 사항이고, 그래서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급 심사를 넣은 게임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원칙이라 함은 정보 공개 유예를 선택할 수 있는 행정 서비스, 블라인드 제도가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런 절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국내 게임사와는 달리 외국 게임사는 이 제도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공식 발매 발표 이전에 등급 분류 사실이 공개된 퀘이크 1, 2 리마스터를 비롯해 사일런트 힐, 콜 오브 듀티, 레드 데드 리뎀션 등의 신작이 미공개 대외비 상태에서 출시 대기 중이었다가, 한국의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 정보 공개를 통해 강제적으로 출시 정보를 공개 당했다. 블라인드 제도가 외국 게임사에게 제대로 안내되지 않고, 이런 강제 정보 공개가 반복이 되면, 한국에서의 등급 분류 신청을 늦게 해서 한국 내의 출시가 늦어지는 결과를 갖고 올 것이 예상된다. 블라인드 제도에 대한 안내를 영어 혹은 다른 언어로도 서비스하면 해결되는, 간단한 행정 절차 정비에 대한 질의다. 그리고 비슷한 정비 소요가 또 있었다. 게임사가 게임의 내용을 수정할 때도 게임 등급 심사를 새로 받아야 한다. 사행성 시스템이나 선정성 수위의 변경 같은 것을 등급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시행규칙에 관련 기준이 확실히 공지되어 있지 않아서 게임사는 단순 스킬 이펙트 변경, 폰트 변경, 색상 변경 정도의 경미한 수정이 있어도 내용 수정 신고를 하고 있다. 그 결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매년 3천 건이 넘는 수정 신고에 대해 일일이 등급 분류를 해야 해서 행정력이 낭비되는 실정이다. 이 또한 시행규칙이나 시행령 정비로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이며, 설사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버그 패치 수준의 경미한 개정 정도가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이 부분을 개선과제로 제시했고, 이상헌 의원 등이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내의 비위 - 유형: 비위.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사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심사 시스템은 심각한 비위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진 상태다. 게임위는 자체등급분류 통합관리시스템이라는 것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전산망 구축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1단계 구축의 진도율이 50%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팀장 한 명은 ‘사업비를 집행해야 하니 준공계를 달라’고 했고, 업체는 허위 준공계를 제출했다. 이 허위 준공계를 근거로 해서 사업이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사업비가 나갔고, 검수 보고서도 만들어졌고, 관련 정산보고서도 허위로 만들어서 문체부의 내년 보조금도 받았고, 사무국장은 이 과정 모두를 결재했다. 리베이트 의혹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팀장은 현재 조폐공사로 이직했고 사무국장은 정직 처분을 받은 후 게임위를 떠났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이런 정황이 모두 밝혀지자 이 사무국장은 게임위 이름으로 허위 보도자료와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의 허위성을, 자체등급분류 통합관리시스템의 법적 근거를 만든 사람인 이상헌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언급했고, 해당 자료는 국정감사 도중에 삭제됐다. 그런데 의외의 사실이 여기서 폭로되었다. 사무국장은 7월에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고 임기가 8월까지였기에 이대로 게임위에서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정직당한 사람이 회사에 나타나더니 사내 전산망에 접속을 했다. 8월 출근일 22일 중 20일을 출근했고, 광복절도 마찬가지였다. 정직이 되어서 대외비 정보 같은 것에 접근할 수도 없을 터인데 말이다. 김규철 게임위원장은 사무국장이 자기방어를 위해 6년 동안 근무한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라고 했고 이를 막을 근거가 없었다는 답변을 했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대답에 이상헌 의원은 조직 장악력이 없는 거 아니냐, 즉 ‘사무처장이 활개치고 다니는데 막지 못한 거 아니냐’는 추궁을 했다. 교육용 게임 플랫폼 - 유형: 비위.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콘텐츠진흥원의 비위 사실로 의심되는 부분을 질의했지만 콘텐츠진흥원이 반박을 설득력 있게 해내면서 결론이 나지 못한 이슈도 있다. ‘잇다(It-Da)’라는 교육 콘텐츠 플랫폼에서 구동되는 교육용 게임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58억의 예산으로 개발했다. 김윤덕 의원은 개발된 게임들이 잇다에서 구동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지만 조현래 콘진원장은 구동된다고 맞섰다. 잇다를 통해서만 3천여 건, 총 25만 건의 접속 건수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 사업으로 개발된 게임은 본래 인문/자연/창의/예체능 4분야로 기획이 되었는데, 예체능 분야의 게임이 불합격되었다. 이 심사 과정의 디테일들이 석연치 않다고 김윤덕 의원이 주장했고, 조현래 원장은 부정했다. 두 차례의 질의 끝에 김윤덕 의원은 ‘우리 보좌관들이 운용이 안 되는 것은 우리가 문제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게임인재원 - 유형: 사업. 의원: 국민의힘 이용 게임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 중에는 2019년에 개원한 게임인재원이 있다. 현재 콘텐츠진흥원장인 조현래 원장이 콘텐츠국장이던 시절 시작되었다. 2년 동안 예산은 30억씩 증액되었고 내년에는 50억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개원 이후 총 365명의 교육생 중 1기의 취업률은 75%, 2기의 취업률은 87%다. 곧 제2캠퍼스가 준공되면 정원도 2배로 확대될 예정이다. 반면 3기 졸업생부터는 13~22%p 가량 취업률 지표가 감소했다. 이용 의원의 추측성 진단은, 교육 커리큘럼을 위탁한 업체가 바뀌어서 아니냐는 것이다. 2020년부터 교육 용역을 따내 내년까지 예정된 현재 업체인 파이어랩스는 이전에는 수주 실적이 0이었다. 즉 게임인재원 용역이 첫 수주 사업인 것이다. 이용 의원은 파이어랩스의 설립자가 콘진원의 노조 지부장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전직자 편의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현래 원장은 평가위원들의 평가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이용 의원은 종합감사 때 구체적인 자료를 갖다달라고 말했지만 종합감사에서 이 이슈가 다시 다뤄지진 않았다. 게임 교육의 지역 제한 - 유형: 교육.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본지의 편집장 이경혁 평론가는 ‘우리아이 게임 사용설명서’라는 교양 예능 프로에 출연하여 총 10회 동안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강연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직종을 게임물 전문 지도사라고 부르며,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양성한다. 이들은 학생, 학교밖 청소년, 학부모, 교원 등을 대상으로 적정등급의 게임물 이용, 불법 게임물 이용 예방 교육 등을 한다. 2018년에 3명을 배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37명이 양성되었다. (편집자 주: 편집장은 게임물 전문 지도사가 아닙니다.) 김윤덕 의원은 이들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11명, 부산/경상에 23명, 충청에 3명이고, 강원-호남-제주에는 아무도 없었다. 커리큘럼 개설 또한 편중되었다. 이 강사들을 파견하는 지원사업은 서울/경기/대구/부산에만 존재했고, 학교밖 청소년 대상 강연 또한 수도권/부산/대전에만 있었다. 금년 사업계획서조차 청소년 만8천 명을 교육 대상으로 확장하겠다고 했는데, 서울/경기/부산/대구만 언급되어 있었다. 김윤덕 의원과, 농어촌 대표자라는 정체성을 내세운 이개호 의원은 이런 편중이 동등한 교육 권리라는 헌법 가치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지역 제한이 등급 분류 모니터링 요원 채용에도 있었다. 채용 요건에는 지역 제한이 없었지만 세부 항목에는 부산과 수도권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 가능할 것, 장애인은 부산직업능력개발원을 통해서만 모집, 관리인력 채용은 부산 본사 인근 사무실에서 등등의 제한이 있었다.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우선 변명 같습니다만 예산의 한계 때문에”로 운을 떼었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고 그래서 기존 조직이 있는 지역 위주로만 사업을 하다 보니 강원/호남/제주가 빠졌다는 것이다. 최대한 소외 지역으로 지도사가 갈 수 있도록 현재의 예산 규모에서 예산 구성을 다시 짜겠다는 약속은 나왔다. * 본지 편집장이 고정 출연한 OGN의 ‘우리아이 게임 사용설명서’ 게임 제작 지원 예산 - 유형: 예산. 의원: 정의당 류호정 매년 문화체육부에서 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집행하는 예산 중에는 게임 제작 지원 사업이 있다. 금년에는 총 41개 업체가 선정되어 교부금을 받을 예정인데, 2차에 나눠서 지급이 된다. 그리고 2차 지원금인 38억 8천만 원이 한 달 넘게 집행이 지연 되는 중이다. 유인촌 장관은, 이제 막 취임했기 때문인지, 아직 파악을 못했다는 답변을 했다. 한편 유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류호정 의원이 언급했던 ‘게임업계 청년 간담회’에 조현래 콘텐츠진흥원장을 참석시켰는데, 여기서 조현래 원장은 예산을 청구했지만 아직 입금되지 않아서 늦어지고 있다는 말을 했다. 추진사항 점검 - 유형: 행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위원장이기 때문에 심도 깊은 질의를 하기는 어려웠던 이상헌 의원은 26일 종합감사에서 유인촌 장관을 상대로 간단한 추진 사항을 점검하는 시간을 잠깐씩 가졌다. GG 지난 호에서 정리했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여부 에 대한 연구 용역이 그런 시간에 언급됐다. 통계청 민관협의체가 결론을 내기 위해서 발주한 연구 용역 중 하나가 질적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고 그래서 후속 연구 용역이 발주된 상태다. 바로 그 거부된 연구에 대해 이상헌 의원은 ‘게임 중독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연구해 연구 목적을 어겼다면서 질타했다. 게임이용장애 찬성측 이론과 진단도구만 반영했고, 반대측 근거에 대한 검토가 없으며, 핵심 로 데이터(Raw Data)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유인촌 장관이 판교에서 ‘게임업계 청년 간담회’를 연 것에 대해서는, 스타트업의 어려움 중 하나라는 서류작업 간소화도 살짝 당부를 했다. 이런 민원 해결 또한 국정감사의 기능 중 하나다. 좀 더 중요한 점검 사항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 시행령이다.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년 3월부터 게임사들은 아이템과 관련된 확률을 상세하고 쉽게 공개하는 것이 의무가 된다. 핵심 내용은 ‘쉽게’에 있다. 이 의무를 감시하는 모니터링단도 설치된다. 답변에서 유인촌 장관은 제작사들과의 의견 교환을 언급했는데, 이는 국내 영세 업체에게 부담이 되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발언이다. 게임산업협회를 째려보기 - 유형: 사업.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게임산업협회의 강신철 협회장이 국정감사장에 출석했는데, 딱 한 번의 질의에만 출연했다. 이상헌 위원장이 최근의 게임계 산업 이슈에 대해 게임산업협회의 주도적 역할 수행을 주문하는 질의였다. 이상헌 의원이 요구한 쟁점은 네 가지였다. 1) 게임사 간의 소송/고소/고발/저작권 도용을 중재하라. 강신철 협회장은 저작권 존중과 보편적 사용이 가능한 요소 사이에서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게임물의 저작권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했다. 2) 신림동 무차별 살인사건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적한 검찰에 항의하라. 협회가 직접 소통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일단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어서였다고 한다. 또한 게임은 이제 국민의 80% 가량이 즐기는 문화산업이 되었다는, 국민을 신뢰하는 발언으로 답변했다. 3) 게임사 내부 직원의 비위 적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 이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업데이트 계획 유출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강신철 협회장이 할 수 있는 답변은 회원사들과 긴밀히 대화하여 열심히 하겠다는 말 외엔 없다. 4) 확률형 아이템 규제 시행령에 대한 입장을 말하라. 번역하면 개정된 규제에 반항하지 말라는 의미다. 강신철 협회장은 의미를 잘 파악하여 시행령에서 정해진 바에 따른 법의 의무를 충실히 다하고 사회적 소통도 노력할 것이라는 모범 답안을 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로 회원사들에 대한 의무 방어를 수행했다. 강신철 협회장이 이상의 답변을 한 후에 덧붙인 말은, 정황상 이상헌 의원과의 약속된 세트 플레이로 보이는데, 사용자와의 소통 문제였다. 게임이 이제 청년기에 접어들었으나 기업과 이용자 간의 대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강신철 협회장의 문제 의식이었다. 따라서 이제부터 게임산업협회에 질문해야 하는 것은 ‘올바른 대화’를 무엇으로 보느냐 하는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작가.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평생 게이머로서 살면서, 2001년에 처음 게임 비평을 썼고 현재 유실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임태훈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문학사의 접점, SF 문화와 사운드스케이프 예술을 연구하고 있다. 공저로 『기계비평들』, 『한국 테크노컬처 연대기』,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가 있고, 대표 저서로 『검색되지 않을 자유』, 『우애의 미디올로지』 등이 있다. 임태훈 임태훈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문학사의 접점, SF 문화와 사운드스케이프 예술을 연구하고 있다. 공저로 『기계비평들』, 『한국 테크노컬처 연대기』,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가 있고, 대표 저서로 『검색되지 않을 자유』, 『우애의 미디올로지』 등이 있다. Read More 버튼 읽기 게임기의 라디오 되기, 라디오의 게임기 되기: 이노 겐지의 「리얼 사운드- 바람의 리그렛」(1997)에서 생각할 것들 비디오 게임에서 소리의 영역은 어떤 역사에 맞닿아 있을까? 영화가 문학과 회화, 연극, 음악 등의 온갖 예술사를 흡수하며 갱신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처럼, 비디오 게임의 역사에서도 직계와 방계를 넘나드는 여러 갈래의 영향 관계가 존재한다. 그 속에서 게임의 소리는 어떤 가능성의 영역이었을까?

  • 게임제너레이션::필자::이예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북한문학이 아닌 조선문학 연구자를 표방하지만, 주류문학 말고 비주류로 일컬어지는 대중‧통속‧장르 및 기타 등등 애호가가 되었다. 이예찬 이예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북한문학이 아닌 조선문학 연구자를 표방하지만, 주류문학 말고 비주류로 일컬어지는 대중‧통속‧장르 및 기타 등등 애호가가 되었다. Read More 버튼 읽기 [북리뷰] 『유령』: 소설이 탈북민과 게임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하여 두 영상이 유튜브 이용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탈북자’가 가상의 ‘평양’이지만 ‘김일성 동상’을 향해 총을 쏜다. 이때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 그 자체보다는 김일성 동상을 보자마자 총을 쏘는 탈북자의 모습이다.

  • 12

    GG Vol. 12 이제는 다소 진부해진 주제로까지 보이는 게임과 예술 사이의 관계들. GG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게임사회> 전시를 중심으로 이 오래되고 진부한 이야기를 다시한번 되짚어보고자 한다. Computer games and art: the practice of deepening our gameplay experiences The question ‘are computer games art?’ is not a productive one if there is the expectation that there can be a reasonable answer to it without some questioning of the question itself. I will explain why this is so and make the case that we would be better served by thinking about the ‘aesthetic experiences’ that playing computer games may foster as opposed to their categorization as art or as non-art. Read More Visually Impaired and Gaming: Overcoming the wall of prejudice I sometimes have had chances to discuss about "game accessibility" ever since I started working for Banjiha Games (Korean word for "Semi-basement") as a writer, while representing people with visual impairment like me. Sure, I do like games. But I'm not good at it. And frankly speaking, my current work also has to do little with the game. So I must admit that I try to talk cautiously whenever such a topic arises Read More [논문 세미나] Emitexts and Paratexts: Propaganda in Eve Online 〈이브 온라인(Eve Online)〉은 현재 ‘펄어비스’가 인수한 아이슬란드의 게임 제작사인 ‘CCP 게임즈(CCP Games)’가 2003년 출시한 SF 샌드박스 MMORPG이다. 가상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브 온라인〉은 오픈 월드 시스템을 통해 광활한 맵을 제공하며, 이곳에서 일어나는 유저의 다양한 행위들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높은 자유도를 제공한다. RPG이지만 이 게임에는 캐릭터의 직업이 없다. Read More [인터뷰] 게임 전시가 줄 수 있는 사회적 담론의 균열 : <게임 사회> 기획자 홍이지 학예연구사 인터뷰 게임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2년 10월에 방영했던 EBS 다큐멘터리 <게임에 진심인 편>을 기억할 것이다. 해당 다큐멘터리 3부에서는 ‘근데 이제 예술을 곁들인’이라는 제목으로, ‘게임을 예술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담론들을 다루었다. 비단, <게임에 진심인 편>뿐만 아니라 게임과 예술의 경계를 어디로 둘 것인지에 관한 질문들은 훨씬 이전부터, 다양한 경로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 간단한 질문에 결론을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쌓여왔던 담론의 두께만큼 다양한 관점이 혼재해있기 때문이다. Read More [인터뷰] 게임은 현대미술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 MMCA서울관 〈게임사회〉 展 국내 국립 미술관에서 게임을 주제로 한 전시가 기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사회〉 전에 대한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관심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주제의 전시를 사람들은 어떻게 감상하고 있을까? 이번 호에서 GG는 〈게임사회〉 전에 다녀온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왔다. Read More 게이머로서의 경험이 미술의 근간이 될 때, 〈게임사회〉 리뷰 현대미술을 볼 때마다, 스스로가 현대 미술을 향유하는 이들과 관심이 거의 없는 일반 관객들 사이의 회색분자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딱히 현대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도, 어렸을 때부터 향유해온 것도 아니지만 뒤늦게 재미를 붙였고,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그래서 꿈보다 제법 마음에 드는 해몽이 나오면 그걸 감상으로 삼아 마음에 두기. 그게 나름의 현대 미술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Read More 게임 인터페이스로서의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게임사회》 전시 리뷰 ‘게임은 예술인가?’라는 질문이 다양한 담론장을 떠돌고 있다. 게임과 예술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행정과 법의 영역에서도 게임의 위상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오가는 중이다. (물론 예술가, 행정가, 정치인, 사업가, 그리고 게이머 각각의 입장과 목표는 모두 다르겠지만) 이러한 정세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게임 주제전은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기에 일단 《게임사회》라는 전시는 주목할 만하다. Read More 게임과 예술 : 게임은 무엇으로 사는가? 우문에 현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게임이 일정한 미적인 속성을 체계적이고 인공적으로 구성한 형식이 아니면 무엇일까. 너무나 당연했다. 사진과 영화가 아날로그 기술적 혁신에 대응하는 형식이었다면, 게임은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는 고도의 예술형식이라고 보는 게 당연하고 타당했다. “모든 예술형식의 역사를 보면 거기에는 위기의 시기가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위기의 시기에는 이들 예술형식은 변화된 기술수준, 다시 말해 새로운 예술형식을 통해서만 비로소 아무런 무리 없이 생겨날 수가 있는 효과를 앞질러 억지로 획득하려고 한다. Read More 게임과 예술: 게임 플레이 경험을 깊이있게 만드는 것은 가능한가 ‘게임은 예술인가’라는 질문은, 그 질문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합리적인 대답을 기대한다면 생산적일 수 없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게 되는 “미적 경험(aesthetic experience)”에 대한 사유가 게임을 예술 또는 비예술로 분류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접근 방법임을 주장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Read More 게임으로 관객에게 말걸기 -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관람기 필자는 게임제너레이션으로부터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에 대한 게임전문가 관점에서의 리뷰"를 요청받았다. 고백하건대 필자는 게임전문가도, 미술애호가도 아니다. 그러니 여기서 잘못 주름을 잡았다가는 큰 코를 다칠 게 뻔했다. 하지만 북서울미술관은 필자의 집 앞이었던 데다, 고료의 유혹이 상당했다. 그렇게 흔쾌한 척 '퀘스트'를 수락했지만, 이 주제에 적당한 '레벨'인지 자문한다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Read More 게임이 대체 왜 예술이 되어야 할까? 『게임: 행위성의 예술』을 둘러싼 이야기들 C. 티 응우옌의 『게임: 행위성의 예술』은 게임에 대한 미학이자 윤리학이다. 그는 우리가 게임을 단지 이기기 위해서만 플레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한된 행위성(agency)의 조건을 게임 플레이를 하는 동안 스스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즐기는 분투형 플레이(striving play)가 가능하다는 점은 그의 이야기의 핵심에 있다. 우리는 게임 디자이너가 만들어 놓은 규칙과 환경, 그리고 행위성이라는 형식 안에서 머리 싸매는 고투(struggle)를 즐기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기도 한다. Read More 게임적 리얼리즘: "제3의 시간"과 다이성(多异性)의 순간 리얼리즘의 탄생은 근대 이래 과학주의의 확산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하지만 오늘날 디지털 문화의 다양성, 사회적 상호작용의 게임화는 리얼리즘과 과학주의 간 긴밀한 관계를 위협하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는 리얼리즘이란 것에 대해 다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즈마 히로키(東浩紀)의 ‘게임적 리얼리즘(ゲーム的リアリズム)’ 이론은 그 안에 이론적 균열과 논리적 모순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로하여금 리얼리즘 내러티브라는 문제와 침묵하는 독자를 자율적인 행위자로 바꾸는 게이머 문제를 사고하도록 해주었다. Read More 더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위한 제노바 첸의 작업들 게임이 미술관에서 ‘작품’으로 전시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듯, 게임을 만드는 것 역시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술 매체로서 게임, 예술가로서 게임 제작자. 게임을 예술 매체로 취급하는 새로운 시각과 함께 예술가로서 게임 제작자들의 존재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Read More 미술관에 놓인 게임: 게임은 미술관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한글로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는 영아적 판타지가 위협받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면 그리스어Μουσείον을 무세이온이라고 표기해야 할 때다. 오랜 옛날 무사이Μουσαι의 신전을 부르던 이름이다. 갱스터 근성을 타고 태어난 로마인들이 그곳을 참숯으로 만들었다. 파편처럼 흩어진 여러 기록에 따르면, 무세이온은 알렉산드리아의 대도서관을 거느린 거대기관으로, 세상의 온갖 학자들이 그 안에서 먹고 자고 싸면서 각종 연구를 자행하였고, 인간의 모든 지식을 보존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Read More 박물관/미술관 속의 게임들과 그 역사 최근 들어 미술관에 게임이 전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게임사회” 전시나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와 같이 게임을 소재로 한 전시가 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전시되는 유물들은 단순히 그 오브제의 집합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작품들이 연계되어 만드는 다양한 맥락을 통해 그 작품의 의미는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Read More 예술이 되기 전에, 현실의 주인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오로지 게임애호가일 뿐인 입장에서 게임과 예술에 대해 생각하면 “게임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외침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들 아는대로 이러한 클리셰적 항변은 예술과 게임의 본질이나 실제로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 등을 따지는 것과는 큰 관계가 없다. ‘게임을 하는 나’에 대한 정당화 시도가 핵심이다. Read More 죄책감 3부작의 죄책감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한국의 게임개발자 somi는 자신의 작품 중 ‘레플리카’, ‘리갈 던전’, ‘더 웨이크’ 세 작품을 묶어 스스로 ‘죄책감 삼부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일련의 시리즈로 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세 작품에는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일련의 의도가 들어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somi는 자신의 게임을 통해 스스로 밝혔듯이 일련의 메시지를 게임이라는 매체의 방법론으로 표현하고자 했고, 하나의 시리즈로 명명된 그의 작품들 속에서 우리는 한 작가의 의도와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얻는다.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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