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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제: 온라인 시대의 오프라인 게임
폴더와 디렉토리 기반으로 오프라인 PC에서 파일 관리를 하던 세대들은 요즘처럼 클라우드에 파일을 올려두는 방식을 낯설어 한다는 이야기가 기사로 올라오는 시대다. 바야흐로 온라인이 기본이 되는 시대. 과거에는 PC 한 대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네트워크로 파일을 옮기는 일을 부가적으로 생각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정보의 존재위치 자체가 관계망 위에 놓이는 것이 기본인 시대가 되었다. < Back 해제: 온라인 시대의 오프라인 게임 08 GG Vol. 22. 10. 10. 폴더와 디렉토리 기반으로 오프라인 PC에서 파일 관리를 하던 세대들은 요즘처럼 클라우드에 파일을 올려두는 방식을 낯설어 한다는 이야기가 기사로 올라오는 시대다. 바야흐로 온라인이 기본이 되는 시대. 과거에는 PC 한 대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네트워크로 파일을 옮기는 일을 부가적으로 생각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정보의 존재위치 자체가 관계망 위에 놓이는 것이 기본인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게임도 시대변화에 발맞추며 변화했다. 기기 한 대 안에서 모든 플레이를 처리하던 시절 만들어졌던 디지털게임들은 온라인이 기본이 된 시대를 맞이하며 싱글플레이 중심에서 네트워크 기반의 온라인 멀티플레이로 그 중심을 옮겨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단지 싱글 멀티라는 간단한 명명으로 뭉뚱그리기 어려울 만큼 넓은 진폭을 보여 왔다. 그러나 오프라인 시대는 온라인이 대세가 됐다고 갑자기 휙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모든 역사가 그러하듯 지나간 듯한 한 시대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로 자리매김하고 다음 시대의 현상에 흔적을 남기며 지속적으로 공생한다. 이번 호, 그리고 이 글에서는 온라인이 기본이 된 시대에 여전히 의미를 남기고 있는 오프라인 시대의 게임들을 되짚어본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게임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몇 개의 기준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기반에서 가상공간의 의미는 외적으로 변화했다 온라인 시대 들어 게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점은 게임 텍스트 안쪽보다는 오히려 바깥쪽, 특히 구매방식의 변화다. 오프라인 싱글플레이를 가능케 한 것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구매 혹은 대여해 텍스트가 제시하는 가상세계를 온전히 영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오프라인 시절에는 게임 속 가상세계는 언제나 완성된 것이어야만 했고, 그 안에서 완결되는 무엇이어야만 했다. 이를테면 오늘날 온라인RPG 등에서 만나볼 수 있는 ‘미구현’의 세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추가 DLC를 구매하거나 패치를 통해 열리는 새로운 공간은 상품 형태로 거래되는 게임소프트웨어 기반에서는 등장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오프라인 기반 시절과는 사뭇 다른 가상세계를 낳았다. 이제 우리가 겪는 게임 속 시공간은 설령 그것이 멀티플레이가 없는 공간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 고정된 텍스트 속의 공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마치 인쇄된 책과 같았던 오프라인 시절 클라이언트에서만 작동하던 가상세계는 그 실물공간을 서버라는 위치로 옮기면서 언제 어떤 이유로도 변화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되었다. 이는 한편으로는 과거 ‘마그나 카르타’ 처럼 버그로 작동이 불가능한 세계 대신 언제든 패치로 되살아날 수 있는 세계의 등장이지만, 동시에 공식 서버가 사라지면 다시 옛날 책 꺼내들듯 쉽게 뽑아들기는 어려운 곳으로 게임 속 세계가 옮겨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싱글플레이는 이제 과거와 같지 않은 무엇이 되어간다 싱글플레이 게임은 공간과 시간을 대여하는 아케이드 시절을 벗어나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개인이 소유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콘솔, PC 시대로 접어들면서 세이브/로드를 기반으로 점차 긴 시간동안 스토리 진행을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수백 시간에 이르는 싱글플레이 스토리라인 진행 동안 이야기를 밀고나가는 것은 오로지 단일한 플레이어의 개입 뿐이었지만, 이러한 싱글플레이 진행은 온라인 시대를 맞으며 앞서 이야기한 이유와 같은 맥락에서 오로지 나만의 이야기만으로는 남지 않는 형태가 되었다. ‘데스 스트랜딩’과 같은 비동기식 멀티플레이(이를 멀티플레이라고 부를지 싱글플레이라고 부를지가 애매하지만)는 온라인 시대의 싱글플레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플레이어는 분명 혼자 플레이하지만, 그 공간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영향력에 의해 변화하고 발전한다. 설령 직접적인 변화를 게임 안에 구현하지 않는다 해도, 싱글플레이의 클리어 스코어를 전세계 단위로 비교할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은 변화는 싱글플레이의 과거와 오늘을 다르게 만들어낸다. * '데스 스트랜딩'은 싱글플레이 같지만 비동기방식을 통해 타인의 영향력을 게임 안에 당겨오면서 독특한 고립감을 연출해내며 오프라인 시대와는 다른 싱글플레이를 선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게임 텍스트 안쪽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온라인이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완전한 스탠드얼론 싱글플레이라 하더라도 공략과 포인트들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플레이어의 숙련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손쉽게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공략을 파악하고 최적경로를 향해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시대의 싱글플레이와 제한된 정보상황에서 오직 플레이어의 경험만으로 뚫고나가야 하는 시대의 싱글플레이를 같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싱글플레이가 갖는 매력이 온라인 시대에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게임들은 혼자 세계 안을 휘저을 수 있는 싱글플레이를 꾸준히 모드이건 단독이건 가리지 않고 출시하고 있고, 멀티플레이만큼의 수익은 아니지만 플레이어들 또한 이에 적잖은 호응을 보내고 있다. 싱글플레이에 타인의 기여 혹은 개입을 적절히 섞는 게임제작자들의 시도 또한 어디까지를 싱글플레이로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조심스런 탐색으로 이어지고 있음은 온라인 시대에도 여전히 싱글플레이의 의미가 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오프라인 코옵과 온라인 랜덤매칭은 다르다 아마도 플레이 면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온라인 시대 이후 코옵 분야일 것이다. 오프라인 시대의 코옵 플레이는 반드시 시공간을 같이 점유하는 둘 이상을 필요로 했음을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콘솔 게임의 코옵은 모르는 사람과 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고, 아케이드에서 또한 경쟁형 멀티플레이는 가능할지라도 모르는 사람과 코옵을 하는 것은 매우 생경한 일이었다. (혼자 ‘라이덴’을 플레이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동전을 넣고 2P를 시작했다고 생각해보라!)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이른바 PVE라 불리는 새로운 방식이 주는 재미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었다. 이른바 MMORPG의 레이드는 대규모의 인원이 합을 맞춰 공략을 풀어내는, 마치 잘 맞춘 매스게임과 같은 쾌감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타난 것은 이른바 트롤링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코옵이라는, 이름에 ‘협동’이 들어가는 어떤 플레이에 오프라인 기반의 지인 네트워크가 아닌 오로지 게임플레이만을 위한 새로운 관계 속 익명의 누군가가 함께 하게 된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잇 테익스 투’는 그러한 난감함을 잘 드러내준 게임이었다. 2인 코옵으로 반드시 풀어내야만 하는 이 게임은 온라인 매칭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모르는 사람과 플레이하는 것은 매우 난감한 형태의 디자인이었다. 아케이드/콘솔 시절의 코옵을 되살린 듯한 이 게임은 우리가 오늘날 겪는 온라인 멀티플레이라는 말에 사실은 ‘익명기반의 랜덤매칭 멀티플레이’라는 말이 가려져 있음을 드러냈다. 지인간에 가능한 코옵이 있고, 익명 매칭으로도 가능한 코옵이 있다는 구분은 생각처럼 우리에게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 '잇 테익스 투'로부터 우리는 오늘날의 멀티플레이가 사실은 랜덤매칭 기반의 익명 멀티플레이임을 깨닫는다. 온라인 시대의 오프라인 게임 정보의 물리적 위치기반이 바뀌는 것이 얼마나 거대한 변화인지는 비단 게임이 아니어도 2000년대 전후를 살아온 많은 이들이 깨닫고 있을 것이다. 오롯이 가상공간 안의 것으로 여겨지는 게임도 다르지 않아서, 온라인 시대라는 이 변화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시작된 디지털게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켰다. 이는 우리가 온라인을 100% 가상공간의 무엇으로만 생각해선 안된다는 포인트를 남겨주며, 과거 온라인 이전에 만들어진 어떤 형식이 온라인 시대에도 새로운 변화 속에 꾸준히 이어진다는 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오프라인 시절의 흔적과 유산을 온라인 시대에 찾는 것은 그저 ‘옛날엔 이랬지~’같은 회상이나 ‘라떼는 말이야~’에 그칠 일은 아니다. 반세기가 넘어가는 게임 역사 속에서 매우 중요한 기반의 변화가 일어난 변곡점으로서 우리는 온라인 시대의 대두를 이해해야 하며, 그 변화 속에서 무엇이 이어지고 무엇이 소멸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 시대의 게임을 온라인 시대에 다루는 일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북미의 보드게임: 원조국가의 또다른 면모들
십수년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낯설던 단어는 비디오 게임이었다.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자라온 나에게는 ‘게임’이라고 하면 컴퓨터나 콘솔을 이용해서 하는 게임을 지칭하는 것이었지만 미국에서는 달랐다. 테이블탑 혹은 보드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가 매우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내가 아는 게임은 반드시 비디오 게임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걸 알게됐다. < Back 북미의 보드게임: 원조국가의 또다른 면모들 08 GG Vol. 22. 10. 10. 십수년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낯설던 단어는 비디오 게임이었다.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자라온 나에게는 ‘게임’이라고 하면 컴퓨터나 콘솔을 이용해서 하는 게임을 지칭하는 것이었지만 미국에서는 달랐다. 테이블탑 혹은 보드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가 매우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내가 아는 게임은 반드시 비디오 게임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걸 알게됐다. 한국에서는 보드게임 카페에서 조금 해본 것이 내 보드게임 경험의 전부였지만 게임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동료 중에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료의 초대로 본격적으로 보드게임을 해보았다. 사실 처음에는 의아했다. 기술적인 최첨단을 달리는 상품인 비디오 게임을 제작하고 마케팅하는 사람들이 굳이 보드게임을 하다니. 뭔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씩 보드게임을 하다보니 왜 일부 사람들이 보드게임이야 말로 정말로 궁극적인 게임의 형태라고 부르는 지 알 것도 같았다. 웨이트니 유로니 하는 생소한 용어들을 알아갈 정도가 되자 보드게임에 관련된 문화적 요소들이 의외로 대중문화에도 많이 침투해있는 것을 알게 됐다. 가장 즐겁게 본 미국 드라마 중 하나인 ‘커뮤니티’에서 Dungeons & Dragons (D&D)을 하는 멤버들을 아주 즐겁게 봤던 기억이 났다. 미국에 사는 동안은 보드게임이 항상 내 곁에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리서치를 하게 됐다. 코로나가 이끈 성장 한국에도 잠시 보드게임 카페 등의 유행이 분 적이 있지만 말그대로 잠시 유행에 지나지 않았고 이후에는 주로 매니아들의 취미로 여겨졌다. 물론 미국도 보드게임이 대중화되서 누구나 즐기는 취미라고는 말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최소한 미국에서는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을 받을 정도의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리서치기관 스태티스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드게임은 2023년까지 120억 달러의 시장규모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현재 환율로 17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보드게임은 미국에서 코로나를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장이기도 하다. 물론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 성장세가 꾸준하긴 했지만 2019년에 한해에만 무려 4000개가 넘는 보드게임이 쏟아진 것은 확실히 놀라운 일. 업계의 팽창은 누구라도 주목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유는 우리가 따로 조사를 하지 않아도 자명한 일이다.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양식있는 시민의 행동으로 불리던 나날들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았고 종류에 따라서는 8시간도 후딱 가버리는 보드게임은 당연히 아주 좋은 선택지였다. 보드게임이 또 하나 빛을 발하는 시장은 크라우드 펀딩이다. 보통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하면 아이디어 상품이나 전자제품을 쉽게 떠올리지만 보드게임은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카테고리다. 북미에서 가장 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장 큰 돈을 모은 킥스타터 프로젝트 순위를 살펴보면 이 중 네개가 보드게임이다. 역대 순위에서 6위를 기록하고 보드 게임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Kingdom Death는 무려 12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끌어모았다. 14위에는 보드게임을 위한 테이블이 8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펀딩 받으며 자리 했으니 전체 순위의 13 이 보드게임 관련임 셈. 펀딩의 규모가 아닌 아닌 프로젝트의 갯수로 봐도 놀랍다. 2021년 킥스타터를 통해서 펀딩을 시도해서 목표치를 달성한 보드게임은 3500개가 넘는다. 뉴미디어에서 보드게임 물론 세상의 모든 문화상품들이 그렇듯이 뉴미디어에서 노출이 시장의 성장을 돕기도 했다. 특히나 유튜브에서 보드게임과 관련한 여러 채널들은 크게 성장을 해왔다. 대표적으로는 배우 윌 휘튼이 진행하고 있는 ‘테이블탑’이라는 유튜브 컨텐츠는 여러 셀러브러티들을 초청해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5년 이상 에피소드에 따라서는 300만 조횟수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인기다. 빅뱅 이론과 스타 트랙에 출연하는 등 서브 컬쳐계에서 인기있는 작품마다 역할을 해온 윌 휘튼의 대표작이 테이틀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미 오래 전부터 10대와 20대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던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에서도 보드게임에 관련한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온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컨텐츠는 ‘샌드위치를 위한 주사위 던지기’(Roll for Sandwich)다. 룰은 간단하다. 가장 대표적인 보드게임 중 하나이자 가장 열광적 지지자를 거느리고 있는 게임 D&D에서 사용되는 주사위를 가지고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이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을 다채롭게 준비한다. 그리고 이런 재료들에 번호를 붙여서 종이 위에 쓴다. 예를 들면 식빵은 1번, 베이글은 2번과 같은 식이다. 주사위를 던지고 나온 번호대로 재료를 가져온다. 샌드위치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들은 맛이나 서로 간의 궁합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주사위가 정해주는 우연에 따라서 결정된다. 너무나 간단한 포맷이지만 20면체 주사위를 굴려서 소스를 결정할 때는 나도 모르게 제발 다른 내용물과 어울리는 소스가 나오길 간절히 빌게 된다. 작가가 본업이지만 D&D 매니아인 틱톡커 제이크 포웰스가 영상시리즈를 시작한 것은 올해 4월 말. 그가 14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으고 2500만회가 넘는 좋아요를 받기까지는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보드게임이라는 소재가 플랫폼에 따라서 전혀 다른 컨텐츠와 융합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증거다. 다양성이라는 과제 상업적인 성공을 제외하고 현재 보드게임업계에서 제일 유의미하게 논의가 되고 있는 주제는 도대체 왜 보드게임은 백인남성의 전유물이냐는 내부적인 질문이다. 보드게임 전문 사이트 보드게임 긱에 올라온 게임 중 상위 400위에 오른 게임을 대상으로 2018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게임 디자이너 중 92.6%가 백인 남성이었다. 유색인종 남성은 4.1%였고 백인 여성은 2.7%였다. 유색인종 여성 게임 디자이너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캐나다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 타냐 포부다는 보드게임 시장이 상정하고 있는 타깃 자체가 이성애자, 비장애인, 중산층 백인 남성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향은 보드게임의 표지에서도 보인다. 보드게임 표지에 나온 인물 중 남자는 52.7%에 달했고 여성이 나온 경우는 동물이나 외계인보다 적은 19.2%였다. 인종으로 오면 이 문제는 더 도드라진다. 표지에 백인이 나온 경우는 60.2%였고 비백인이 나온 경우는 11.7%에 불과했다. 산업적인 이유로 특정한 성별이나 인종을 타깃으로 해서 상품을 만드는 것 자체를 윤리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보드게임 산업이 이런 제약으로 인해서 성장동력을 놓치고 있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만드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이성애자 백인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보드게임 커뮤니티는 다양성을 받아드리고 있다. 보드게임 커뮤니티를 통해서 그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74.9%가 백인이었고 20.4%는 유색인종이었다. 여전히 백인이 압도적인 비율이지만 게임 디자이너의 90% 이상이 백인 남성임을 고려하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성별로 가면 더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설문에 답한 사람 중 50% 이상이 본인을 여성이라고 답했다. 커뮤니티의 경우 여성이 더 많지만 제작자는 남성인 상황이다. 한 마디로 다양성이 게임을 제작하는 쪽에서 필요한 때다. 흔히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양성을 부르짖는 이유에 대해서 말할 때 그들이 특별히 윤리적이고 신념에 가득차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보다는 상업적인 이유가 더 크다. 단순하게 영화업계만 봐도 다양성은 돈이 된다. 블랙 팬서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것이 너무나 명징한 증거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이란 키워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에서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다. 보드게임 업계 또한 더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다양성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뉴미디어의 발전과 맞물려서 폭발적 성장을 기록해온 그들은 이제 본인들의 커뮤니티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준비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나성인) 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 [공모전] 오디오 로그의 문학적 요소와 방법론
1993년 [시스템 쇼크]라는 비디오 게임이 발매되었다. 호러 성향의 던전 크롤러와 FPS 액션 간의 결합한 이 게임은 여러 지점에서 게임 서사 전달 방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했다. 바로 ‘오디오 로그’ 칭하는 음성 기록물이었다. 비디오 게임에 등장하는 오디오 로그는 기본적으로 필드 내 아이템으로 배치되어 있다. 오디오 로그가 있는 장소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이전에 있었던 사건을 회고하는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 플레이어가 오디오 로그를 읽기 시작하면 화면 좌측 아래엔 오디오 로그를 남긴 주인의 이미지가 뜨고, 중앙 아래에는 내용 텍스트가 뜬다. 스피커에서는 주인이 내용을 낭독하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 Back [공모전] 오디오 로그의 문학적 요소와 방법론 13 GG Vol. 23. 8. 10. 1993년 [시스템 쇼크]라는 비디오 게임이 발매되었다. 호러 성향의 던전 크롤러와 FPS 액션 간의 결합한 이 게임은 여러 지점에서 게임 서사 전달 방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했다. 바로 ‘오디오 로그’ 칭하는 음성 기록물이었다. 비디오 게임에 등장하는 오디오 로그는 기본적으로 필드 내 아이템으로 배치되어 있다. 오디오 로그가 있는 장소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이전에 있었던 사건을 회고하는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 플레이어가 오디오 로그를 읽기 시작하면 화면 좌측 아래엔 오디오 로그를 남긴 주인의 이미지가 뜨고, 중앙 아래에는 내용 텍스트가 뜬다. 스피커에서는 주인이 내용을 낭독하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 도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스템 쇼크]는 소통이 가능한 NPC를 제거하고, 괴물들로만 게임 내 공간을 채웠다. 그렇기에 오디오 로그의 존재는, 플레이어가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그러나 일방적인) 목소리며 동시에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실마리인 셈이다. 이런 접근은 서사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기존 문학이나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비선형적인 ‘텔링’이기도 했다. 그 점에서 [시스템 쇼크]는 현재진행형으로 사건을 진술하는 목소리를 사후적인 시점에서 접하게 하는 스토리텔링과 공간 연출을 개척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시스템 쇼크]의 오디오 로그 개념이 시집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진 않다. [시스템 쇼크] 제작자 중 한 명이었던 오스틴 그로스먼에 따르면, 오디오 로그라는 디자인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바로 시인 에드거 리 매스터즈의 [스푼리버 시선집]이라고 한다. 1) 윤석임의 [소도시(小都市) 삶의 우울한 초상(肖像) :에드거 리 매스터즈의 『스푼리버 시선집』 논문] 2) 에 따르면 [스푼리버 시선집]은 “스푼리버라는 가상의 마을을 창조하고 그 마을의 묘지에 묻힌 250여 명의 죽은 자들이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내용의 연작 시집이다. 매스터즈는 자유시 묘비문 형식과 극적 독백을 이용하여 그곳에서 발생한 다양한 부패상, 실망감, 수많은 실패 경험, 위선과 정신적 타락을 예시하는 숨겨진 비밀들을 드러”낸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에드거 리 매스터즈가 [스푼리버 시선집]을 쓰게 된 계기로는 자연주의적 통찰력과 사실주의적 묘사로 당대 미국 소도시의 낭만주의를 비판하면서, “마을로부터의 반항” 운동을 주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연하겠지만 비디오 게임의 오디오 로그가 이런 매스터즈의 구체적인 소도시 ‘낭만주의’를 담아내고 있지는 않다. 그로스먼이 주목했던 지점은 묘비문이라는 사후적인 기록 형식과 극적 독백을 통한 비밀고백이라는 형식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로스먼 역시 자기 아이디어 역시 “사람들의 일련의 짧은 연설을 종합해, 한 장소의 역사를 알려준다”로 정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쇼크]에서 인간 NPC가 6개월이라는 시간 속에 전부 사망했기 때문에-쇼단이나 에드워드 디에고 같은 현재 시점으로 살아있는 반동 캐릭터의 오디오 로그도 있기는 하다.-작중 등장하는 대다수의 오디오 로그는 시청각적으로 확장된 묘비와 유언과도 같다. 다만 이 묘비는 한자리에만 머물지 않고, 여러 장소에 나뉘어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오디오 로그 주인의 최후 행적을 보여준다. 오디오 로그의 텍스트를 작성하는 단계에서 그로스먼과 각본진은 [스푼리버 시선집]의 문학적 요소로 호명된 ‘극적 독백’을 변용해 도입한다. ‘극적 독백’은 빅토리아 여왕 시절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자신의 시를 통해 완성한, 시적 화자를 활용한 문학 기법이다. 이 기법에서 화자는 시인이 아닌 극 중 등장인물로 등장하여 중대한 순간에 특정한 상황 속에서 시 전체를 이야기한다. 화자는 시 속에서 다른 사람들 혹은 청자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시를 읽는 독자는 화자의 말(문장)을 통해서만 다른 이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가를 알게 되거나 실마리를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화자가 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단어나 문장을 통해 (일종의 통제원리) 화자의 기질과 성격을 알게 된다. 극적 독백 개념을 활용해 [시스템 쇼크] 내 오디오 로그의 형식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시스템 쇼크] 속 오디오 로그 대다수는 쇼단의 습격과 시타델의 붕괴라는 위급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을 화자로 삼는다. 그들은 눈앞에 없는 가상의 청자를 상대로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과 감정,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얘기하거나, 누군가와 얘기를 나눈다. 이런 발언들 속에서 청자인 플레이어는, 화자가 녹음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단어와 문장 (즉 통제원리) 속에서 성격과 녹음되고 있을 당시의 상황을 알아낼 수 있다. 다만 문학적 효과를 노리는 시의 극적 독백 개념과 달리, 그로스먼이 고안한 오디오 로그는 좀 더 실용적이고 구체적으로 목적으로 극적 독백을 활용한다. 사후 시점 고백을 기본으로 느슨하게 구성된 소도시 공동체의 면면을 보여주는 [스푼 리버 시선집]과 달리 오디오 로그는 생전 고백을 기본으로 거대한 사건 속에서 개인이 어떤 행적을 보였는지 보여준다. 즉 [스푼 리버 시선집]의 극적 독백은, 실재하는 공동체와 그 속에 속한 개인이라는 관계를 다룬다면 오디오 로그의 극적 독백은 플레이어가 진행하는 거시적인 서사와 미시적인 (작은 단위의 서브 플롯들로 구성된) NPC의 서사 간의 관계와 파급을 분절적이고 비선형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여기다 게임 플레이를 풀어나가는 힌트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몇몇 오디오 로그는 퍼즐 풀이에 대한 단서나 답, 적이나 보스에 대한 대처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오디오 로그는 특정 상황에 대한 진술이나 특정한 무언가에 대한 안내서처럼 텍스트를 구성하기에, 주인공이 아닌 살아있는 다른 인물이 발견했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청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시스템 쇼크]가 굳이 1인칭 과묵한 주인공을 택한 이유도 플레이어를 청자로 삼아 오디오 로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한 텍스트가 기본 매개체인 시와 달리, 오디오 로그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향을 기본 매개체로 하고 있다. 텍스트 없이도 오디오 로그는 성립할 수 있지만, 오디오가 없으면 오디오 로그는 성립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오디오 로그가 빌린 화술에서 녹음된 목소리 질감은 화자의 어휘 다음으로 청자가 알아차릴 수 있는, 또 다른 무의식적인 통제원리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시스템 쇼크]의 피해자가 남기는 오디오 로그와 쇼단 같은 악당이 남기는 오디오 로그에서, 화자의 목소리 (연기)는 현격히 차이를 보인다. 피해자 대다수의 오디오 로그에서 목소리는 슬픔과 분노, 체념의 감정과 질감이 일관되게 담겨 있다. 반대로 악당 화자의 오디오 로그는 이들에 비해 ‘개성’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제일 흥미로운 예시가 본작의 AI 악당 쇼단일 것이다. 이 캐릭터의 목소리와 화자로서 오디오 로그는 일반적인 피해자 화자와는 명백히 다르다. 악당으로서 본색을 드러내기 전인 극 초반부까지는 쇼단은 일반적인 AI 목소리의 무기질성을 ‘흉내’ 낸다. 플레이어가 메디컬 레벨에서 나왔을 때 쇼단은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처럼 배경이 되는 시타델의 각 층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때 플레이어는 오프닝 컷신에서 쇼단의 윤리 모듈이 제거되었다는 걸 알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뮤턴트를 처리하고 나온 상태라, 쇼단의 무기질적인 목소리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본색을 드러내고 난 뒤, 쇼단은 무기질성을 완전히 버리고 차가운 비인간성과 위압적인 오만함을 섞어서 성격과 개성을 드러낸다. 쇼단의 오디오 로그 내용 역시, 자신의 ‘자칭 신’에 기반한 오만함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종종 쇼단은 자신의 청자를 휘하의 적이나 주인공 등으로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게임의 진행이나 향후 전개에 대한 힌트를 주기도 한다. 오디오 로그만의 또 다른 개성으로는 비선형적인 접근성이 있다. 시집은 기본적으로 서적 구성을 띄고 있으며 서적은 저자가 의도한 내용대로 선형적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반대로 오디오 로그의 배치는 플레이어가 비선형적으로 접하게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층에서 발견한 오디오 로그가 2층에서 발견한 같은 화자의 오디오 로그보다 후에 녹음된 것일 수도 있다. 또 같은 레벨에 A와 B, C라는 오디오 로그가 있으면 진행 방식에 따라 A-B-C 식으로 획득할 수 있지만, 진행에 따라서는 C-B-A 또는 B-A-C 순으로도 획득할 수 있다. 물론 비일관성으로만 흐르면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내용이나 획득 순서에서도 어느 정도 선형성을 유지하긴 하지만, 오디오 로그의 구성이나 접하는 방식이 무조건 선형적이지 않다는 점은 서적이나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게임만이 가능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비선형적인 구성 때문에, 오디오 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장르는 제작자가 설계한 높은 자유도의 세계를 플레이어가 창발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게임 장르를 일컫는, 이머시브 심이다. 언급한 [시스템 쇼크]도 이 장르에 속해 있고, 이 장르의 대표작인 [바이오쇼크]는 오디오 로그 개념을 적극적으로 퍼트린 게임으로 손꼽힌다. 왜 세계와의 접촉과 활용을 중시하는 이머시브 심 장르는, 오디오 로그를 적극적으로 택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이머시브 심을 설명하는 ‘환경적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유명 이머시브 심 게임인 [디스아너드]를 제작한 하비 스미스는 환경적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을 제창한 바 있다. ‘환경적 스토리텔링’은 이머시브 심 장르의 핵심적인 어법 중 하나이라 할 수 있는데, 컷신이나 이벤트가 아닌, 게임 내에 있는 배경이나 환경을 통해 게임 속 상황과 서사를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드는 연출을 의미한다. 이때 스토리텔링을 하는 ‘환경’은 기본적으로 ‘이미지’ 중심이다. 무너진 건물, 처형당한 시체, 특정한 이념을 설파하는 현수막이나 포스터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환경은 기본적으로 시선의 주체가 아닌 객체이다. 이렇게만 시선의 객체로만 스토리텔링을 하려면, 이머시브 심이 내세우는 환경/공간과의 창발적 활용이 어려워진다. 우에다 후미토의 게임들처럼 아예 환경에서 설명과 활용을 모두 배제하는 방법도 있으나, 플레이어 대다수는 이렇게 배제하는 것을 방법을 모호하고 불친절하게 여긴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비디오 게임, 특히 이머시브 심 게임은 환경 이미지를 방해하지 않을 적절한 ‘설명’이 요구된다. 오디오 로그는, 그 점에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설명을 제공해줄 도구다. 이는 텍스트 로그나 비디오 로그랑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다. 텍스트 로그는 자원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적게 들지만 매우 단순한 형태와 상호 작용으로 인해 자칫하면 지루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비디오 로그 같은 경우, 가장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과도해지면 환경적 스토리텔링을 해칠 정도로 설명적으로 될 수 있다. 여기다 로그를 구성하는 영상을 게임 내 이벤트 컷 신이나, 영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텍스트나 오디오 로그에 비해 많은 품이 든다. 오디오 로그는 이 둘의 중간 지점에서 지나치게 설명적이지 않으면서도, 텍스트와 오디오, 화자를 드러내는 이미지의 결합으로 적당한 자원을 소비하면서도 풍부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오디오 로그는 음향 영역에서 서사 전달의 채널을 다채롭게 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디오 로그는, 작위성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듯이 고백해 녹음 장치라는 물질적 증거이자 아이템으로 남겨놓는, NPC 화자들의 존재는 플롯 이해과 진행을 위한 고백이라는 인위성에 빠지기 쉽다. 그렇기에 오디오 로그 디자인이 성공하려면 정보 전달에 있어서 특정한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녹음의 작위성을 억제하도록 화자의 녹음 시점을 조율해야 한다. 두 번째로 화자가 고백하려는 사실과 증언에 관한 당위성과 개연성을, 화자의 배경과 설정을 통해 청자가 납득해야 한다. [시스템 쇼크]의 후속작 [시스템 쇼크 2]의 오디오 로그를 활용한 중요 반전은 그 점에서 설득력 있고 창의적인 오디오 로그 구성을 통한 비디오 게임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디오 로그 속에서 플레이어에게 지시하는 연구원 재니스 플리토가 사실은 쇼단이었다는 반전인데, 이 반전을 위해 제작진은 오디오 로그의 텍스트/목소리가 전달하는 태도와 내용, 시점에서 화자의 정체와 신빙성에 대한 섬세한 복선을 깔아두고, 게임 내 이벤트와의 연계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쇼단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한 이 반전은 [바이오쇼크]나 [데드 스페이스] 같은 게임들에서도 차용될 정도로, 유명한 반전이기도 하다. 오디오 로그는 앞으로도 비디오 게임에서 적극적으로 차용될 디자인이다. 죽거나 여기 없는 NPC들을 화자로 삼아 극적 독백으로 거시적인 상황에 얽힌 미시적인 감정과 정보를 서술하며, 이를 비선형적으로 구성해 환경적 스토리텔링의 일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게임 디자이너가 플레이어의 이해에 필요하다고 여겨 배치하는 작위성이 잘 드러날 수도 있기에, 서사 속 상황과 캐릭터의 심리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한 도구기도 하다. 오디오 로그의 창의적인 활용 역시 오디오 로그의 문학적인 요소 및 구성, 게임 내 배치 및 거시적인 서사와의 연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1) https://web.archive.org/web/20110720003321/http://gambit.mit.edu/updates/2011/02/looking_glass_studios_intervie.php 2) 윤석임. (2014). 소도시(小都市) 삶의 우울한 초상(肖像) :에드거 리 매스터즈의 『스푼리버 시선집』. 국제언어문학, 30, 447-466.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비평가) 이이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전문사 졸업 후 영화•게임 비평 기고 활동중. 어드벤처 게임 좋아함. (antistar23@gmail.com )
- 모바일게임 이용자의 입장에서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에 대해 생각해보기
2022년 9월 29일 구글 스태디아의 서비스 종료가 발표되었다. 스태디아는 클라우드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또 한가지의 특징은 월정액으로 구글이 계약해서 제공하는 여러 게임을 플레이할수 있는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 서비스였다는 점이다. 다만 따로 돈을 내야하는 게임도 있어서 완전한 구독형 서비스는 아니었다. 제공하는 게임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고 최신 게임을 하려면 월정액 요금 외에도 추가적인 비용을 내야했기 때문에 구글 스테디아는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고 결과적으로 구글의 의지 부족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 Back 모바일게임 이용자의 입장에서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에 대해 생각해보기 10 GG Vol. 23. 2. 10. 2022년 9월 29일 구글 스태디아의 서비스 종료가 발표되었다. 스태디아는 클라우드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또 한가지의 특징은 월정액으로 구글이 계약해서 제공하는 여러 게임을 플레이할수 있는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 서비스였다는 점이다. 다만 따로 돈을 내야하는 게임도 있어서 완전한 구독형 서비스는 아니었다. 제공하는 게임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고 최신 게임을 하려면 월정액 요금 외에도 추가적인 비용을 내야했기 때문에 구글 스테디아는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고 결과적으로 구글의 의지 부족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일반 이용자에게 구독형 서비스로 가장 자리잡고 인지도가 높은 것은 넷플릭스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이고 돌이켜보면 장난감 대여 서비스나 아동도서 대여 서비스,등 현실에도 월정액 모델이 없지 않았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먼저 자리잡긴 했지만 콘텐츠를 압도적으로 확보하고 자체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월정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비지니스모델을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것이 넷플릭스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넷플릭스는 사람들에게 월정액으로 콘텐츠를 대여한다 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상당수 줄이는데 성공했고 많은 콘텐츠 업체들이 넷플릭스의 뒤를 이어 월정액 서비스를 만들고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는 음악CD나 DVD를 사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가 되었다. 게임은 어떨까. 우선 과거의 게임의 판매형태에 대해서 간단하게 언급해보자. 게임 패키지 구매가 일반적이었던 북미나 유럽, 일본의 게임시장에서는 가정용 게임기를 중심으로 게임 하나에 돈을 지불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심지어 온라인 게임의 초기에는 패키지를 사면 클라이언트 파일이 담긴 디스크 혹은 CD와 함께 몇 달 정도의 이용권을 넣어주는 형태의 판매가 일반적이었다. 한국에서도 〈라그나로크 온라인〉 같은 경우가 비슷한 모델로 예약을 받았으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CD 4장의 패키지를 제공했다. 하지만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오픈베타에서 유료화로 넘어가는 형태가 일반적이었으며 외국보다 인터넷 속도가 빠른 탓에 클라이언트의 용량이 크더라도 굳이 CD를 받아 설치하는 것보다는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90년대에는 패키지 게임의 판매가 일반적인 형태였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패키지 게임 시장은 자리잡지 못했고 불법복제가 불가능하고 월정액등으로 계속 수입이 확보되는 온라인 게임 형태가 국내에 자리잡았다. 초기에는 오픈베타라는 이름으로 시범서비스를 한 후 월정액으로 넘어가는 형태의 비지니스 모델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가벼운 웹보드 게임들이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한 후 유료화로 넘어가는 대신 부분유료화 정책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퀴즈퀴즈〉가 무료서비스 때의 회원수를 회복했는데도 불구하고 유료화 1년 반만에 월정액 모델을 포기하고 부분유료화 전략을 택하면서 게임 비지니스 모델의 방향은 정해진 것일 수도 있겠다. 이용자에게 게임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게 한 후 유료로 게임 내 콘텐츠를 파는 전략은 한국에서 자리잡은 이후 소셜게임붐 모바일게임 붐과 함께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한국의 부분유료화 전략은 microtransaction(소액결제)와 Freemium(프리미엄) 이란 형태로 빠르게 서구로 퍼져나갔다. 한편 현재까지도 서구 게임의 중심이 되는 가정용 게임기 중심의 게임시장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엔 단일 게임 패키지를 구매하면 더 이상 게임으로 수입을 내기 힘들었지만 네트워크 연결이 일반적이 되면서 게임기도 인터넷이 없으면 100% 동작하지 않게 되었으며 한번 판매한 게임에도 다운로드 콘텐츠(DLC) 등으로 이용자에게 추가적인 비용을 받으며 콘텐츠를 제공하게 되었다. 특히 AAA게임들은 늘어나는 개발비를 위해 게임을 출시한 후 나중에 추가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되었으며 이 모델은 이후 판매 초기부터 DLC를 포함하여 등급을 나눠 고가 상품을 판매하거나, 시즌패스라는 이름으로 이후의 DLC를 미리 판매하는 형태가 자리잡았다. 게임기에도 인터넷 서비스가 붙게 되면서 게임기를 관리하는 플랫폼 홀더들도 서비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에도 과금을 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의 경우 라이브 골드라는 추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단독 게임은 실행할 수 있었지만 게임에서 제공하는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없었다. 이러한 형태는 다른 게임기들도 받아들이면서 게임기를 사고 추가적인 온라인 서비스를 구매해야만 멀티플레이가 가능했다. 멀티플레이 외에도 자사의 퍼스트 파티 게임이나 이전 세대 게임기의 게임들을 서비스 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정용 게임기에도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 서비스가 자리잡았다. 아직 클라우드를 통해 게임을 스트리밍 하는 것은 기술적인 한계가 있긴 하지만 게임기가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이 되면서 인증을 온라인에서 하게 함으로써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게임을 인증을 통해 구동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게 되었다. 이를 통해 가정용 게임기들은 스트림이이 아니더라도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이용자들은 어차피 멀티플레이등의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금액을 지불하는데 추가로 돈을 조금 더 지불하고 게임사에서 제공하던 퍼스트파티 게임이나 고전게임을 즐기게 되었다. * XBOX 게임패스 화면. 발매 직후 포함되는 데이원으로 서비스 되는 게임들이 눈에 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패스를 제외하면 이런 구독서비스보다는 다른 독점 콘텐츠들이 게임기의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각 플랫폼 홀더들은 회원들을 늘리기 위해 고민은 하는 것 같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패스처럼 적극적으로 발매일부터 구독자에게 게임을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조금 냉정하게 바라보자면 가정용 게임기나 PC로 AAA 게임들을 중점적으로 즐기는 이용자들에게 게임패스는 어차피 멀티로 게임을 할 것 그냥 돈을 조금 더 내고 고전게임들을 즐기거나 하는 정도일 것이다. 게임에서 구독 서비스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앞서 이야기했던 단일 온라인게임의 월정액 구독 모델과 함께 지금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을 분리해서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 서비스가 어떻게 자리 잡았고 그것이 가정용 게임기나 개인용 PC에서는 어떻게 서비스되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러한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은 모바일에서도 서비스되고 있지만 각 서비스의 플랫폼 홀더들이 투자하고 있는 것만큼 많이 알려져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게임 이용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모바일 게임의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서비스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모바일 게임들의 구독 서비스들이 적극적으로 알려져 있지 못한 이유는 아무래도 산업적으로는 성과가 증명되지 못했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우리는 〈원신〉과 〈리니지〉같은 게임이 구글 플레이에서 어떤 매출순위를 기록하고 얼마나 큰 금액의 매출을 내는지는 꾸준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매출의 뒷편에는 흔히 약탈적인 BM이라 이야기하는 확률형 아이템 뽑기, 부분유료화를 통한 강화와 경쟁, 압도적일 만큼 많은 이용자를 모아서 30초씩 시간을 뺏는 광고모델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이러한 수익은 이용자를 붙잡아 놓을 수만 있다면 꾸준히 수입을 가져다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동작한다. 물론 이 경지를 추구한다고 모든 게임개발사가 쉽게 도달할 수 있지는 않다. 코어 게이머들은 가챠나 경쟁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게임사에서 VIP라고 부르는 슈퍼고래들은 한 달에 몇천만 원을 쓰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인기 있는 캐릭터 게임들의 경우 원하는 캐릭터를 뽑으려면 작게는 몇십에서 크게는 백만 원이 넘게 드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게임들을 모든 이용자에게 이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경쟁에서 이기고 싶지 않다면, 혹은 원하는 캐릭터 없이 소소하게 게임을 즐기려면 그것도 가능하다. 욕심을 품지 않는게 가능하다면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모바일 게임의, 특히 캐릭터 게임이나 경쟁 중심의 RPG장르를 즐기는 게이머들은 게임에 돈을 쓰는 것에 크게 거부감이 없는 상태다, 게임개발사에서 흔히 ARPPU라고 부르는 ‘결제이용자당 평균 결제 금액’이 압도적으로 높은 게임들이다. 그 반대편에는 캐주얼 게임이 있다. 이러한 게임들은 이용자들을 많이 모으고 해당 이용자들에게 아주 소액을 결제하거나, 혹은 게임에 돈을 쓰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계속 광고를 보게 만드는 콘텐츠이다. 퍼즐이나 방치형 게임이 이런 형태일 것이다. 결국 모바일 게임을 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 해야한다. 게임에서 계속 큰 금액을 쓰면서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것인가, 아니면 보상을 2배씩 얻기 위해 매일매일 출석하며 30초씩 광고를 보던가이다. 이것을 무작정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게임 개발사가 게임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로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리니지라이크라 부르는 경쟁과 그를 위한 강화가 섞여있는 확률형 콘텐츠 모델과 〈블루아카이브〉, 〈우마무스메〉 등 이야기와 캐릭터를 가챠로 파는 모델, 그리고 광고와 소비형 아이템을 가득 붙인 캐주얼 게임 모델 정도일 것이다. 다른 방법들은 이 모델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아니면 망했다. iOS에서 게임기의 풀프라이스에 가까운 비용을 받고 콘텐츠를 팔려고 시도한 경우도 있었다. 마켓에 다른 게임들이 공짜로, 그러니까 옆에 “앱내결제”딱지를 붙인 공짜로 판매되고 있지 않았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한편 아이들에게도 모바일기기가 하나씩 있는 것이 보편적으로 되면서 이제 아이들이 가장 처음 접하는 게임들은 이러한 “앱 내 결제” 딱지가 붙은 “받기” 버튼만 누르면 받아지는 공짜 게임들이다. 그리고 버튼을 눌러서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실제로 돈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아무렇지도 않은 감각이다. 그렇다 보니 가정에서 보호자 몰래 게임에 큰돈을 써서 문제가 되는 것을 심심찮게 뉴스로 볼 수 있다. 이렇다보니 휴대폰 OS 제작사들도 보호자들이 피보호자들의 이용 형태나 결제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계속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이를테면 iOS의 경우 피보호자가 구매를 요청하면 보호자에게 알림이 가고 보호자가 허락해야 결제가 진행된다. 여기서 광고는 완전히 논외이다. 모바일 게임의 광고들을 보면 이미 실제 게임과는 안드로메다 정도 떨어진 광고를 보여주면서 이용자의 클릭을 유도하는데 성인게임 광고가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문제들도 있었다. 아이들이 계속 광고에 노출되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무료게임의 경우. 특히 미성년자 대상의 무료게임의 경우 돈을 쓰지 못하는 상황의 이용자에게 수익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 광고밖에 없는 상황에서 안타깝지만 미성년자들이 계속 게임 광고에 노출되는 것이 적절한가는 고민을 해볼 지점이라 생각한다. 한편 보호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어떤 게임을 하는지 신경쓰는 것을 넘어서 게임안에서 어떤 광고가 나오는지까지 신경써야한다면 ‘게임기를 한대 사주는게 속 편하겠네’ 라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차라리 게임기를 사주세요.’ 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구독서비스에는 구독을 걸어놓고 실제로 게임을 하지도 않으면서 아니면 영화를 보지도 않으면서 매달 돈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렇다. 애플아케이드와 넷플릭스에 꾸준히 돈을 내고 있던 나는 어느 날 별 생각없이 애플아케이드를 훑다가 〈쿠킹마마〉를 발견했다. 〈쿠킹마마〉는 NDS가 유행하던 시기에 한국어 버전이 나와서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고, 코로나로 원격수업등이 늘어나면서 집에는 패드가 하나 더 있는 상황이었다. 심심해하는 아이가 광고가 나오는 게임보다는 어쨌든 이게 낫지 않을까 하고 〈쿠킹마마〉를 열어보고는 이 게임에는 광고도 아이템 결제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탭을 통해 간단한 색칠놀이나 그림그리기 앱들을 시켜준 보호자들은 알 것이다. 아이가 추가 그림을 고르고 싶어한다면 결제를 해야한다는 것을. * 애플 아케이드 탭의 화면. 이렇게 되니 애플아케이드의 게임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애플아케이드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애플 기기에서는 독점서비스인 게임들이 많으며 가끔 전 기기를 통틀어서 애플기기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많다. 초기에 iOS에서 유행했던 게임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광고나 부분유료화 결제를 피하고 싶고 모바일게임을 처음 접해서 모든 것이 새로운 이용자들에겐 딱 적절한 큐레이션이다. * 구글 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들. 한편 넷플릭스의 구독서비스에도 게임이 포함되고 있다. 밴더스니치 같이 영상 콘텐츠에 선택지를 넣는 경우도 있고 이 기능을 통해 퀴즈게임들을 만들기도 했지만 정말 게임들도 존재한다. 넷플릭스의 게임들은 좀 더 성인 취향이고 실제로 아이들은 접근할 수 없다. 초반엔 〈기묘한이야기 RPG〉 등 넷플릭스의 기존 콘텐츠를 활용한 게임들이 예고되었지만 〈12분〉이나 〈캔터키루트제로〉, 〈옥센프리〉 같은 인디게임들도 추가되었다. 특히 이러한 인디게임들은 넷플릭스를 가입해야만 게임을 할 수 있으며 〈옥센프리〉 같은 경우는 한국어로 번역된 게임을 하려면 현재로서는 넷플릭스가 유일한 방법이다. 가장 흥미로운 경우는 〈고양이와 스프〉일 것이다. * 고양이와 스프 기본판과 넷플릭스판. 〈고양이와 스프〉는 기본 버전과 넷플릭스 버전이 두 개가 존재한다. 독점이 아니라면 무슨 차이지? 라는 의문이 들 텐데 넷플릭스 버전에선 광고와 아이템 결제가 모두 들어내어져 있다. 우리가 흔히 방치형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더 많은 자원을 얻으려면 광고를 보세요. 가 없고 매일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플레이포인트를 재화로 사용하여 광고 대신 콘텐츠를 얻을수 있는 구조이다. 체감상 밸런싱도 조금 빠르게 올릴 수 있어 보인다. 이를 통해 매우 쾌적한 30초 대기가 없는 방치형 게임이나 퍼즐게임들을 넷플릭스를 통해 체험해볼 수 있다. 물론 돈으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답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고양이와 스프 구매화면 비교 좌. 일반판, 우. 넷플릭스판. 이러한 구독형 게임이 미래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지금 모바일 게임이나 온라인게임,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는 구독형 게임들에도 해당한다. 이미 콘텐츠를 개인이 소유할수 없는 시대라고 하면 할 수 없겠지만 넷플릭스에선 생각보다 서비스에서 내려가는 영화들이 상당하다. 즐겁게 즐기고 있는 모바일 게임이 어느 날 계약기간의 종료로 서비스를 중지합니다. 라는 사태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키운 게임 캐릭터가 그렇게 사라지면 상실감이 상당할 것이다. 이 것은 구독형이 아니라 서비스 중심의 온라인게임에서는 항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온전히 게임 서비스가 개발사가 아니라 플랫폼에 달려있다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서비스가 지속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구글 역시 서비스를 포기하는 와중에 게임 서비스가 중심이 아닌 업체라면 이것으로 얻는 이득보다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서비스가 중지될 수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산업적인 지표는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것에 가깝다. 애플아케이드에는 유명 게임 개발자의 독점 콘텐츠들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런 콘텐츠가 계속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기대나 소식이 적고 넷플릭스 이용자들 중 아주 일부만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 구독에 아이템 판매를 추가할지도 모른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성공만 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 대신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들어올 이러한 구독형 서비스에 입점하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모바일게임에서 이야기하는 약탈적인 BM에서 숨을 돌릴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이곳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각 서비스 플랫폼들이 큐레이션하고 한국어로 번역한 게임들을 광고나 추가결제 없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모바일에서 지금 이러한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서비스 말고는 없지 않을까. 장기적으로 자리만 잡는다면 현재의 모바일 게임 비즈니스 모델과 어울리지 않는 게임들을 구독서비스에서 계속 만날 수 있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평소에 비디오게임에 큰 비용을 지출하고 싶어하지 않는 캐주얼 게이머들에게는 안전하게 추천할 수 있는 게임들이기도 할 것이다. 이미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다면 한번 쯤 훑어보는 것은 어떨까.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개발자, 연구자) 오영욱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 그래서, 제 민첩은 몇 점인가요?
RPG의 규칙은 수치의 미학이다. 이 규칙이 고도화될수록, 플레이어들이 교감해야 하는 수치와 수식도 고도화된다. 플레이어들은 더욱 강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계산한다.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전문적인 개발용 어들을 가져오며, 각종 수치를 분석하고, 차트를 만들고, 성장 공식을 유추한다. 적 또는 다른 플레이어를 압도할 수 있는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와 해결책을 찾는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RPG에서는 플레이어 본인의 신체적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RPG에서 캐릭터를 강력하게 성장시키는 것은 플레이어의 전략적 사고, 소위 ‘뇌지컬’이다. < Back 그래서, 제 민첩은 몇 점인가요? 22 GG Vol. 25. 2. 10. 민망한 말이지만, 난 내 캐릭터들에게 그리 좋은 부모는 아니다. 한 명 잘 키워보려면 따져야 할 게 뭐 이리 많은지. 어떤 스킬을 획득해야 하고, 어디에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어떤 무기를 쥐어줘야 하고, 그 무기는 어떻게 갈고닦아야 하고...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골치 아프진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과거에 취했던 방법은, 최대한 많은 자원을 모아서 최대한 많은 옵션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레벨을 끝까지 올리고, 스킬 트리에서 가능한 모든 스킬을 획득하고, 가진 장비를 모두 강화했다. 그러나 현시대의 ‘캐릭터 육성’ 시스템은 내 무식한 방법론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되었다. 급기야 <원신Genshin Impact> 같은 수집형 RPG에 이르러, 나는 내 손에 있는 모든 캐릭터를 키울 수 있는 자원 분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국 목적은 하나다. 강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 게임 속에서 나를 대신할 이 캐릭터가 강력하고 유능하며 뛰어나길 바란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난관을 헤쳐나가 보상을 얻길 바란다. 다른 플레이어를 짓밟을 수 있길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능감을 추구한다. 강한 공격력, 화려한 스킬, 다양한 장비들을 통해 강화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들로 이 가상의 세계를 제약 없이 마음껏 누비는 것, 이는 현실에서의 내가 쉽게 얻을 수 없는 효능감이다. 검 하나를 제대로 쥐기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할뿐더러, 그렇게 연습한다고 해도 검에서 불을 뿜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나는 손쉽게 영웅이 되고, 악당이 되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초인이 된다. 현실에서는 매일 아침 침대에 누워 체육관에 가야 할지 고민하는 나지만, 가상의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더욱 큰 강함을 추구하며 부단히 내 몸을 단련하는 것을 일상처럼 여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실에서 내 몸을 단련하는 것과는 원리와 방법부터 다르다. RPG에서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나와의 싸움이 아니라, 기나긴 숫자와의 싸움이 아니겠는가. 맥락을 가진 수치들의 집합 RPG의 규칙은 수치의 미학이다. 비디오 게임뿐 아니라, 종이와 펜으로 즐기는 TRPG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은 수치로 표현된다. 단순히 힘이 센 캐릭터, 튼튼한 캐릭터, 민첩한 캐릭터라는 수사가 아니라, 정확한 수치로 나타내는 게 먼저다. <크툴루의 부름Call of Cthulhu>에서는 체력, 근력, 그 밖의 무기 사용 능력 등을 수치화하며,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Vampire: the Masquerade> 같은 작품에서는 더 나아가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초자연적 능력의 종류 및 등급까지 수치화한다. 신체적 능력이 수치화되고 나면, 이때부터 게임과 플레이어의 모든 상호작용은 수치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적과 공방을 주고받은 결과, 어떠한 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 현재 나의 상태 등이 끊임없이 기록되고 계산되며 게임이 진행된다. 내가 얼마나 유능한지, 또는 무능한지, 내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는 결산된 수치를 통해 확인된다. 캐릭터의 성장 역시 수치화되어 기록된다. 한 턴이 끝날 때마다 해당 턴의 활동 내역을 반영해 기존의 수치가 재조정되거나, 일정 수치 이상의 경험치를 달성하고 레벨이 한 단계 오를 때마다 기존의 수치에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주어진다. 특히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에서는 조건을 달성할 때마다 자원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성장을 제어한다. 자원은 유한하기에, 플레이어는 이를 캐릭터의 어떤 측면을 성장시키는 데에 활용할지 고민한다. 과거의 나처럼 최대한 많은 자원을 확보해서 모든 옵션을 획득할 수도 있지만, 당연히 이 방법은 쉽지도 않으며,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스킬 트리의 몇 가지 경로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강제된다면, 이제 나는 내 캐릭터의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체적 능력을 보강해 주는 장비의 능력 역시 수치로 표기된다. 장비는 각자가 또 다른 캐릭터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 이에 기반한 상호작용, 그리고 자원을 투입한 성장. 여기에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장비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한다. 지금 획득하는, 기본 수치가 높지 않은 장비에 자원을 투자해서 성장시킬 것인지, 후에 획득할, 기본 수치가 높은 장비에 사용하기 위해 절약할 것인지. RPG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신체적 조건을 살피기 위해 명확한 수치와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비단 신체적 조건뿐 아니라 정신적, 기타 다양한 능력적 조건들까지 캐릭터가 가진 모든 조건들은 수치 정보로 관리된다. 그러니까 이러한 수치들과, 수치들의 증감을 관리하는 수식만 제공된다면 RPG를 설계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 RPG 캐릭터의 신체라는 것은, 이 수치들 중 일부에 ‘힘’, ‘민첩’, ‘체력’ 등의 서사적 맥락을 갖춘 단어와, 개연성을 갖춘 수식을 부여함으로써 형성된다. 플레이어들은 각 수치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 현실에서 개념을 가져온다. 이 수치들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캐릭터에 언제나 동반되는 내재적 수치, 활성화 상태에서만 동반되는 외재적 수치. 플레이어들은 전자를 캐릭터의 몸과 연관 짓고, 후자를 캐릭터가 선택해 사용하는 도구와 연관 짓는다. 각 수치에 이러한 맥락을 부여하는 것이 게임 디자이너들의 일이며, 이를 설득력 있게 해내기 위해서는 신체 능력에 대한 본능적인 이해에 기인할 수밖에 없다. A가 상승하면 B도 상승할 수 있다. 이 수치들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현실 감각에 기반한 맥락이다. A와 B를 각각 근력과 공격력, 또는 기력과 이동속도라고 생각하면, 이 수치들의 관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A와 B의 자리에 지구력과 적 시야가 들어가진 않는다. 현실 감각에 기반한 연관성을 도출할 수 없는 관계는 파악할 수도, 받아들여질 수도 없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통해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시작 단계인, 캐릭터와의 동기화조차 어려워진다. 수치의 증감과 자원의 순환 개별적인 수치들에 맥락을 부여하고 설득력 있는 상관관계를 설정하면, 이제 게임 속 캐릭터는 또 다른 나로 인식되며, 게임 속에서 사용되는 개념들은 이를 파악할 수 있는 비슷한 속성의 현실적 개념들로 치환되고, 게임은 또 다른 현실로 재구성된다. 이러한 설계와 과정들은 RPG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고도화되어, 이제는 어느 정도 공식처럼 자리 잡은 구조가 있다. 대표적 RPG 중 하나인 <사이버펑크 2077Cyberpunk 2077(2020)>의 성장 시스템도 이를 보여준다. 앞서 말했던 내재적, 외재적 수치를 각각 신체와 장비라는 범주로 치환해 설명해 볼 때, <사이버펑크 2077> 속 캐릭터의 신체를 형성하는 다양한 수치(우리가 흔히 스탯Stat이라 칭하는)들은 이 2가지 수치의 복잡한 결합 끝에 도출된다. * <사이버펑크 2077>의 신체는 경험치를 축적해 얻은 포인트의 투자로 강화된다. <사이버펑크 2077> 속 캐릭터의 신체는 크게 ‘특성’이라 불리는, 5가지 영역의 수치에 기반한다. [신체, 반사 신경, 테크 능력, 냉정, 지능]이라 명명된 영역은 각각 [체력, 치명타 확률, 방어력, 치명타 피해량, 램]이라 명명된 수치에 영향을 준다. 각 특성의 하위에는 많은 ‘특전’들이 서로 얽혀있다. 우리가 흔히 스킬이라 부르는, 캐릭터가 플레이 중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다. 신체 능력 자체를 강화해 주거나 독특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이 특전들은 종종 상호 간 선후행 등의 상관관계로 얽혀있다. 이 내재적 수치들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원은 플레이 중 캐릭터의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축적된다. 이른바 ‘경험치’다. 경험치가 축적되면 레벨이 오르고, 포인트를 획득한다. 플레이어는 이 포인트를 원하는 특성과 특전에 투자해 캐릭터를 강화한다. 이 자원은 철저히 무형으로, 외부 환경과의 거래와 양도가 불가능하며, 캐릭터 내부에서 발원해 캐릭터 내부로 환원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캐릭터가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어떤 전투 스타일을 가진 용병으로 성장할지, 그러니까 캐릭터의 장래에 영향을 미친다. * 신체 수치에 영향을 주는 장비는 무기와 사이버웨어를 포함한다. 캐릭터가 사용하는 장비는 성장에 있어서 캐릭터와 유사한 방식을 가진다. 능력을 나타내는 초기 수치가 있고, 이는 장비의 성격, 또는 이젠 상식처럼 자리 잡은, ‘색’의 문법으로 나타나는 장비의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각 장비마다 허용되는 개수의 부속품과 부품을 장착해 수치를 추가적으로 조정한다. 마치 캐릭터와 장비의 관계처럼, 이 역시 각자 다른 수치를 가진 부속품을 선택해 장착함으로써 해당 수치를 일시적으로 활성화한다. 외재적 수치의 성장에 투입되는 자원은 형태를 가진다. 업그레이드용 부품, 그리고 돈. 플레이어는 이를 다양한 장소에서 줍거나, 의뢰비 또는 해킹을 통한 전산 조작으로 계좌에 입금되는 액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자원들은 성장 외에도 다양한 목적과 방법으로 쓰일 수 있으며, 철저히 캐릭터 외부의 환경에서 순환한다. 장비에 얼마의 자원을 투자해 얼마나 개량을 했던, 해당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 수치들은 캐릭터와 게임 플레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육성되는 내면, 개조되는 외면 RPG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통해 효능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몸과 나의 몸을 동일시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캐릭터의 몸(수치)을 둘러싼 맥락들이 현실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다양한 내재적, 외재적 수치를 마련했고, 현실적인 맥락도 갖췄다. 그렇다면 이 요소들이 어떻게 플레이어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내가 막강한 존재고,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적을 손쉽게 물리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를 지루하다고 표현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이 너무나 쉬워서 오히려 어떠한 효능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나와 대등한, 또는 나보다 강력한 존재가 나를 막아서고, 그래서 목표를 이루는 것에 이전엔 느끼지 못했던 어려움이 생긴다면, 우리는 이 어려움을 넘어서기 위한 조치들을 취한다. 그리고 마침내 문제를 해결했을 때, 우리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 만족과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는 이를 ‘성장’이라고 부른다.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 앞으로 맞닥뜨릴 더 큰 난관들을 준비하는 것이다. RPG의 성장 역시 현실적인 맥락을 가진다. 근력을 많이 사용하면 근력이 증가하고, 무기에 업그레이드 부품을 투입하면 성능이 증가한다는 것은 우리의 현실 감각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RPG의 캐릭터 성장에서 더욱 중요한 부분은, 캐릭터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특정 스킬 분야의 성장은 해당 스킬 분야의 투자로 환원된다. <사이버펑크 2077>에서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스템이 ‘스킬’이다. 스킬은 [솔로, 엔지니어, 시노비, 넷러너, 헤드헌터]의 5가지 분야를 가지며, 각 분야에서 제시하는 특정 행위를 통해 획득하는 경험치를 체크한다. 그렇게 각 분야에서 일정 레벨을 달성할 때마다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는 보상을 제공하는데, 이 역시 각 분야와 관련된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성을 가진 보상이다. 내 캐릭터가 넷러너 분야의 경험치를 많이 획득해 레벨을 올리면, 그로부터 얻는 보상을 통해 넷러너로서의 조예가 깊어진다. RPG가 플레이어들에게 묻는 기본적인 질문 중 하나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이다. 그리 거창하게 생각할 질문은 아니다. 글의 서두에서 말했던 내 성장 방식은 내 캐릭터가 무엇이든 잘 하는 만능이 되길 바라는 욕망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하다 보면 선호하는 전투 방식과 무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렇게 플레이 스타일이 자리 잡고 나면, 플레이어는 더욱 뛰어난 암살자나 격투가가 되기 위해 우선순위를 매기고 자원을 투자한다. 같은 RPG를 플레이하더라도 각 플레이어가 만들어내는 캐릭터들은 각자의 욕망만큼이나 다채롭다. 여기에 내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끼는 시스템이 있다. RPG가 플레이어에게 제안하는 성장 방식은 보통 플레이어가 가진 욕망을 캐릭터에게 투사함으로써 관념적인 인간을 만들어내는 방향에 가깝다. 앞서 말했듯이, RPG 캐릭터의 몸은 맥락을 가진 수치들의 집합으로 구축된다. 플레이어들은 이 가상의 몸에 근육과 장기, 뼈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사이버펑크2077>은 여기에 ‘사이버웨어’라는 맥락을 제공한다. * 사이버웨어 시스템은 관념적인 신체를 실재적인 신체로 상상하게끔 한다. 사이버웨어는 엄연히 장비, 그것도 다른 RPG에서 흔히 퍽, 부적 등의 개념으로 쓰이는 부가적 강화 장비다. 무기처럼 들고 휘두를 수 없고, 방어구(<사이버펑크 2077>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처럼 전투의 충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지도 않으며, 장착 시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신 몇 가지 내재적, 외재적 수치를 조정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사이버펑크2077>에서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강해지고 싶다면 몸을 개조하라.’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골격, 신경계, 순환계, 외피 등 다양한 부위에 사이버웨어를 장착한다. 각 부위에 장착할 수 있는 사이버웨어는 해당 부위의 특성과 연결된다. 이로써 캐릭터가 단순히 수치로만 이루어진 관념적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각 부위가 기능하고 피가 순환하는 신체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가능하게 한다. 플레이어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강화하기 위해 현실 감각을 기반으로 어떤 신체 부위에 어떤 사이버웨어를 장착해 어떻게 ‘개조’해야 할지 구상한다. 이 개조를 몸이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는지 ‘사이버웨어 용량’도 고려하면서. 사이버웨어와 같은 맥락의 성장 시스템은 고전적인 방어구 시스템의 연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몸 위에 덧입으면서 추가적이고 일시적인 신체 기능 조정의 효과를 가지는 방어구 시스템의 개념에 비하면, 사이버웨어는 동일한 기능을 가졌음에도 보다 직관적으로 신체를 강화해 준다는 맥락을 제공한다. 한편에서는 끊임없이 경험치를 쌓고 포인트를 얻어 무형의 신체적 역량을 전문화하는 동시에, 다른 편에서는 실체를 가진 몸에 사이버웨어를 박아 넣는 신체 개조가 이루어진다. 분석하고, 전략을 짜고, 실행할 것 게임 인생의 어느 순간 나는 더 이상 RPG를 플레이하면서 예전처럼 최대한의 자원을 모아 모든 옵션을 획득하는 성장 방식을 취할 수 없었다. 내 캐릭터가 더욱 강하고, 빠르고, 유능해지길 원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매기고, 무언가를 선택하고, 무언가를 포기해야 했다. 이는 단순히 내가 가지고 싶은 스킬을 획득하고, 좋아 보이는 장비를 캐릭터의 손에 들려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에겐 전략이 필요했다. <아노 1800Anno 1800>이나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Fire Emblem: Three Houses>을 플레이할 때의 내가 필요했다. RPG의 규칙은 수치의 미학이다. 이 규칙이 고도화될수록, 플레이어들이 교감해야 하는 수치와 수식도 고도화된다. 플레이어들은 더욱 강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계산한다.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전문적인 개발용 어들을 가져오며, 각종 수치를 분석하고, 차트를 만들고, 성장 공식을 유추한다. 적 또는 다른 플레이어를 압도할 수 있는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와 해결책을 찾는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RPG에서는 플레이어 본인의 신체적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RPG에서 캐릭터를 강력하게 성장시키는 것은 플레이어의 전략적 사고, 소위 ‘뇌지컬’이다. 그러니까, 이건 사실 경영에 가깝다. 수치로 구성된 가상의 몸에 대한 보고서를 실시간으로 받아보며,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지, 가용 자원이 얼마나 되며 이를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흑자를 볼 수 있을지 계산한다. 플레이어는 정서적으로 이 몸과 동기화된 주체이면서도, 이 몸 자체는 플레이어가 실험대에 올려놓고 조목조목 뜯어봐야 하는 타자화된 객체다. 이 구조 안에서 몸이라는 것은 현실에서처럼 수양의 대상이 아닌 경영의 대상이 된다. * 캐릭터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수치는 한 페이지로 요약된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신체 경영의 개념이 점차 현실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RPG가 구사했던 신체 능력의 수치화는 현실의 모방에서 시작되었다. 사람의 몸과 관련된,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들을 여러 요소로 규정해 수치화함으로써 게임의 규칙을 만들었다. 솔직히, 끝내주게 편리하고 매력적인 개념 아닌가. 인간을 구성하는 모호한 개념들을 객관적인 수치로 가시화할 수 있다니. 타인과의 우열을 명확히 가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강력한 몸을 얻기 위한 전략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니. 그렇다 보니, 이제 사람들은 현실에서도 인간을 수치화하길 원한다. 인간의 체력, 지구력, 민첩성 등을 수치로 계산해 분석함으로써 인간을 파악할 수 있길 희망한다. 실제로 스포츠 현장에서는 선수의 신체 능력을 계량화하여 경기력 증진을 위한 자료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으니, 이 제공하는 맥락과 현실이 그리 다르진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개념을 현실에 완벽히 적용할 수 있다고 여기진 않으리라 나는 믿는다. 현실을 매혹하는 몸의 수치화 우리는 우리의 몸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의 신체 기능과 능력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 완벽히 파악이 끝난 상태인가? 수천 년에 걸친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파킨슨병을 초래하는 명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스포츠계에서는 해당 종목에서 요구되는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기에 이러한 계량화가 가능하겠지만, 우리가 우리의 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가 자의적으로 규정한 요소에 자의적으로 계산한 수치를 넣어 서로를 비교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이를 반대로 보면, 여전히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고 수치화되지 않은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먼저 규정되고 수치화된 요소가 있다는 것은, 해당 사회에서 그 요소를 다른 요소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며, 그 요소를 특정 방식으로 수치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판단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게임에서 어떤 요소를 규정하고 수치로써 다룰 것인지는, 디자이너가 그 게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규칙에 따라 결정된다. 현실에서 어떤 요소를 규정하고 수치로써 다룰 것인지는, 현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규칙에 따라 결정된다. 현실에서는 때로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를 ‘기적’, 또는 ‘절실함’ 같은 단어로 표현하곤 하지만, 사실은 그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져 그간 규정되고 수치화되지 않은 신체적 요소와, 우리가 주목하지 않은 상관관계가 작동한 결과일 수도 있다. 자신의 몸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인간이 편의상 판단한 규칙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수집형 RPG의 규칙으로도 확대된다. <원신>의 기본 멤버들에게 열심히 경험치 아이템을 먹이는 나를 보며 어떤 사람들은 ‘더 좋은 애들이 많은데 왜 아직도 걔네를 키워요?’라고 묻는다. 수집형 RPG에서 캐릭터는 장비의 일종이다. 등급이 나뉘어있고, 기본 능력과 성장의 한계에도 차이가 있으며, 필요에 따라 바꿔 끼울 수 있다. 현실에서는 수많은 요건들로 복잡하게 구성될 태생적 차이를 별의 개수나 색으로 간단하고 명쾌하게 알아볼 수 있다. 나에게 필요할지, 버려야 할지가 한눈에 보인다. 엄연히 장비화되었지만 캐릭터의 역할도 하는지라, 현실의 사람에게도 이렇게 명확한 규칙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의 등급을 매긴다는, 인간의 오랜 본능과도 맞닿아있으니. 온갖 요소들을 구구절절 늘어놓고 계산하기에 앞서, 사람 자체를 단순하게 등급화해 우열을 가리는 것이 훨씬 편리하긴 하다. 그러나 역시, 이러한 기준을 만드는 우리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는가, 신뢰할 수 없는 판단 기준을 통해 산출된 등급에 따라 사람을 대우하는 것은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현실을 모방하기 위해 구성된 수치의 묶음으로 RPG 캐릭터를 구현했지만, 역설적으로 이제 우리는 실체를 가진 우리의 몸을 수치로 채우고 있다.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객관과 논리의 가치에 열광하며, 모든 것을 측정해 가시화한다. 그러나 그렇게 재구성된 우리의 몸은 정말로 본래의 우리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는가? RPG 캐릭터의 몸을 단련하는 전략적 뇌지컬만으로, 현실 세계의 몸에서도 성장을 통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가? RPG의 수치를 읽어나가는 눈으로 현실을 읽어나가는 것은 가능한가? 이 수치들의 조합은... 무궁합니다. 객관적 수치로 이루어진 RPG 캐릭터의 몸은 현실 속 인간의 몸에 비해 훨씬 단순하고, 공정하며, 신뢰할 수 있다. 자원을 투자한 만큼 성장할 수 있으며, 대체로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수치를 읽어나가는 충분한 감각만 있다면, 어떤 상태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눈에 보인다. 현실에서는 가능성이지만, RPG에서는 확신이다. 때문에 가장 효율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왕도가 존재한다. 추천 트리, 빌드, 다양한 비법서들이 개발되어 공유된다. 얼마나 빨리 캐릭터를 성장시켜 게임을 끝내는지 경쟁한다. 늘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현대 한국인들에게 RPG는 자신이 얼마나 전략적이며 유능한지 부단히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 전략성이 곧 캐릭터의 신체적 강력함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만 가끔은, 정해진 길로만 가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가 RPG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생에 정해진 길이 있다는 우리의 믿음은 우리의 삶에서도 효율을 운운하며 우리를 제약하는데, 게임 속에서 펼쳐진 새로운 인생에서까지 늘 효율을 따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가끔은 캐릭터를 경영하며 스킬 포인트를 어떻게 확보해 투자하는 것이 가성비가 좋을지 궁리하는 내게 묻는다. 게임 속에서까지 정답을 찾느라, 쓸데없는 재미를 추구하는 게이머의 사명을 멀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이머) 박해인 게임에서 삶의 영감을 탐색하는 게이머. 게임의 의도와 컨셉을 전달하는 방식들을 분석하는 데에 관심이 많습니다.
- 온라인 시대의 살아있는 화석, 보드게임 이야기
1938년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되어 그 존재가 알려진 실러캔스라는 어류 개체가 있다. 실러캔스는 약 3억 7천 5백만년 전 지구상에 출현하여, 약 7천 5백만년 전 절멸했다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러캔스는 살아있었다. < Back 온라인 시대의 살아있는 화석, 보드게임 이야기 08 GG Vol. 22. 10. 10. 1938년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되어 그 존재가 알려진 실러캔스라는 어류 개체가 있다. 실러캔스는 약 3억 7천 5백만년 전 지구상에 출현하여, 약 7천 5백만년 전 절멸했다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러캔스는 살아있었다. 실러캔스를 통해서 연구자들은 어류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양서류가 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추론할 수 있었다. 나는 보드게임을 보고 있으면 문득 떠오르곤 한다. 몇 천년 전 인류 중 하나가 땅바닥에 놓인 돌멩이를 가지고 재밌게 노는 장면을 말이다. 놀이의 역사 속 보드게임 게임의 역사는 곧 보드게임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 지금 흔히 말하는 비디오 게임은 전기가 발견되고도 한참 후에나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전부터 게임을 즐겨왔던 인류는 보드게임을 게임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요한 하위징아 ‘호모루덴스’라는 책에서 문명은 놀이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좀 더 급진적으로 그는 문명의 모든 것이 놀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도 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논란이 있다. 하지만 ‘놀이 문화’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통일 신라 시대 유물로 알려진 안압지 14면체 주사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일상에서 게임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종이가 발명되고 나서 나타난 카드의 존재는 게임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중국에서 발명된 종이 덕분에 사람들은 정보를 이전보다 쉽게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종이는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이점도 가졌다. 당나라에서는 종이 화폐, 즉 지폐에 해당하는 ‘지전(紙錢)’이 생겨났다. 이 때 지전을 활용하거나 혹은 비슷하게 따라한 종이돈을 만들어서 게임에 썼다고 한다. 이게 흔히 아는 트럼프 카드의 시초이다. 이런 카드는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이슬람에 전해지고, 이슬람에 전해진 제지 기술과 카드는 유럽까지 전해진다. 각 지역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던 카드 정보와 그림은 인쇄기술을 만나면서 점차 통일되어 간다. 인쇄 기술의 발달은 다양한 게임 관련 서적 발행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서 카드게임 룰이 정리되고,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 지금 한국의 보드게임은 어떠할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매년 산업의 전반적인 상황을 알려주는 ‘게임백서’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한다. 2021년에 발간된 게임백서에서는 보드게임 동향에 대해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1. 수집으로의 보드게임 취미 확대 2. 소그룹 플레이 양상 3. 디지털 플랫폼에서 플레이 4. 코로나 19 방역조치로 인한 보드게임 카페의 저성장 5. 물류비 및 제조 원가 상승 6. 온라인 유통 채널의 급상승 7.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광고, 홍보 플랫폼 강화 2020년 당시엔 코로나 여파로 인해 대면활동이 매우 힘들었다. 이런 상황은 게임 산업 전반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보드게임 산업계에도 다르지 않았다. 보드게임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플레이를 하는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업계 대부분은 매출이 줄지 않았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2021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보드게임 시장 1위인 코리아보드게임즈의 경우 전년 대비 32.7 %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었다. 코리아보드게임즈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의 매출도 전년대비 상승했다. 게임백서를 바탕으로 현재 보드게임 상황에 대해서 나름의 추측을 해보았다. 1. IP 컬러배러이션 등으로 비(非)보드게이머의 유입을 통한 매출 증대 2020년에는 위쳐, 워크래프트 등 보드게이머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IP를 기반으로 한 보드게임이 출시되었다. 컨텐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일종의 굿즈 느낌으로 보드게임을 소유하기 위해서 구매했다. 이를 기반으로 보드게임에 관심 없던 ‘비보드게이머’가 보드게이머가 되기 시작했다. 2. 매니아 취미로만 인식되던 보드게임, 코로나 19로 인한 가족 중심 소비 증가 코로나 19로 인해 어린이집 또는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졌고 아이의 보육과 교육을 온전히 가정에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때문이었는지 캐주얼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루미큐브(Rummikub)’ 등의 보드게임 판매가 늘었다. 이를 통해 보드게임에 대해 거의 모르던 사람들이 보드게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3. 코어 게이머의 증가와 함께 코어 게임 매출 증가 코로나 19 유행 이전부터 보드게임을 즐겼지만 난이도 있는 유로 게임까지는 즐기지 않은 게이머들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 유행 이후로 다양한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한 게임 홍보와 함께 보드게임 매니아(‘게임백서’에서는 이를 ‘코어 게이머’라 칭한다)를 위한 보드게임이 많이 출시되었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많이 바이럴 되었다. 심지어 ‘글룸헤이븐(Gloomhaven)’은 두 번째 인쇄판이 나오기 전까지 리셀러들에 의해서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위와 같은 세 가지 추론을 종합해보면 보드게임 시장이 코로나 19가 유행한 상황에서도 매출이 커진 현상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일단 IP 컬러배레이션 등과 같은 이유로 보드게임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보드게임을 접한 사람들 중 보드게임에 관심이 커지는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한 여러 홍보채널을 통해 이전보다 더 다양하게 발매되는 보드게임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커뮤니티를 통해 ‘꼭 플레이 해봐야 하는 보드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에는 품절되는 일이 잦은 매니아용 보드게임은 거의 대부분 구매까지 이어진다. 보드게이머들 중에는 보드게임을 모으는 것 자체가 게임이 되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보드게임 출시 주기가 짧아지고 그 종수가 점차 많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제조 원가와 물류비용 증가로 인해 보드게임 가격이 비싸지고 있는데도 구매를 주저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갑을 더 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데뷔하는 실험장 게임. 그리고 보드게임 게임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의 실험장이 되곤 했다. 컴퓨터와 관계된 기술은 게임을 위해서 개발된 기술이 아님에도, 이를 가장 먼저 활용하는 곳은 높은 확률로 게임이고는 했다. NPC의 다양한 행동을 위해서 내부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기도 하고 메타버스라는 개념 역시도 게이머들에겐 매우 익숙한 개념이었다. 증강현실도 마찬가지였다. 증강현실을 활용한 여러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했지만 대중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건 게임인 ‘포켓몬 GO’였다. 이처럼 게임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가장 빨리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보드게임은 어떨까? 보드게임은 만질 수 있고, 실제 움직일 수 있는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다양한 기술의 접목으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한밤의 늑대인간’ 이라는 마피아 류 보드게임에서는 진행자 없이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락(Unlock)’ 이라는 게임 시리즈는 카드에 담겨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추리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인데, 문제의 답과 판정을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확인 할 수 있다. ‘광기의 저택’이라는 게임은 더 특이하다. 게임을 구매하면 이를 진행할 수 있는 피규어와 모듈 형 게임 판을 제공할 뿐이다. 스팀이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스토리를 확인하고 실제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다. 코로나 19 이후에 게임 홍보 역시도 온라인 채널을 활발히 활용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보드게임 콘 등 보통 신작 보드게임을 홍보하던 오프라인 채널을 운영하기 힘들어지면서 많은 유통사들이 온라인을 통해서 홍보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소통 채널은 비단 유통사만 활용한 것은 아니다. 많은 보드게이머들이 보드라이프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서 기존에 보드게임에 친숙하지 않던 이들이 정보를 찾기 쉬워졌으며, 여러 공략방법 역시 얻을 수 있었다. 점차 증가하는 코어 유저 수와 그들이 바라보는 보드게임 보드게임은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수고스러워진다. 많은 부분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비디오 게임과 달리 보드게임에서는 플레이어 스스로가 해결해야하는 부분이 많다. 보드게임을 플레이한다고 하면 먼저 룰을 익혀 공부를 해야 한다. 게임에 따라서는 공간 자체도 필요하다. 혼자서 가능한 게임도 있지만, 대부분의 게임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 보드게임 하나를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신경 써야 할 일이 정말 많다. 다시 말하자면 대부분의 보드게이머는 스스로 게임을 행사해야만 한다. 보드게임과 비디오 게임을 가르는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보드게임에 참여하는 모두는 룰북에 있는 룰을 숙지하고, 익숙해져야만 한다. 그 룰에 대한 판정은 플레이어 스스로가 감시하는 특징 역시 가진다. 이는 매우 번거로운 작업이다. 다른 놀이와 비교해도 그렇다. 비디오 게임과도 그렇기에 다르다. 비디오 게임에서는 정해진 룰을 벗어나게 되면 게임 자체가 오류를 일으키거나, 플레이어를 막아 세운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룰북이 모든 걸 다 정해줄 수 없는 부분도 있어서 어떠한 경우에는 참여한 플레이어들간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뿐만 아니라 보드게임 중 대부분은 그 게임을 펼칠 공간과 같이 플레이할 사람이 필요하다. 모바일을 통해서 언제든지 실행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현재의 비디오 게임과는 다른 상황이다. 그래서 보드게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면 코어 유저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다. 이렇게 변화한 보드게이머는 점차 더 다양한 게임적 경험에 대해 욕망하게 된다. 특히 함께 게임을 할 플레이어가 필요한 보드게임 특성상 커뮤니티나 모임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러캔스는 과연 실러캔스인가? 지금 발견되는 실러캔스는 과연 예전에 절멸했다고 말하는 실러캔스인걸까? 아무리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말을 하고,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러캔스는 그때의 실러캔스가 아니다. 보드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의 역사와 보드게임 역사는 거의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드게임은 게임이 가지는 본래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장르이다. 한편으로는 가장 실험적인 게임일 수 있다. 킥스타터 등의 펀딩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상상력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소량제작이 원활해지고, 국내에도 더욱 다양한 작가가 나타나길 기대한다. 보드게임 시장의 크기가 커짐과는 별개로 다양한 재미를 가진 게임이 발표되고 많이 플레이 될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더 흥미롭고 재밌어질 보드게임을 바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께도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참고문헌 & 자료 1. 호모루덴즈 (요한 하위징아 지음) 2. 게임의 역사와 이해 (김정태 지음, 도서출판 홍릉) 3. 카드 게임의 기원: 플레잉 카드(aka 트럼프 카드)의 역사 1편 - 카드 게임은 어디서 왔을까? (데굴데굴 studio 코리아보드게임즈 유튜브채널) 4.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5. 실러캔스 항목 (위키백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보드게임기획자) 윤창환 보드게임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보드게임을 만드는 재미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항시 보드게임 게이머 모집 중입니다. @imakeboardgames 인스타그램 으로 연락주세요.
- 게임백서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과 알려주지 않는 것들
2023년 1월 2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이하 ‘백서’ 혹은 ‘게임백서’)〉를 발행했다. 백서는 연 1회 발행되며, 1년 간의 국내 게임산업 현황(산업, 수출입, 제작 및 배급업체, 종사자, e스포츠 등), 게임이용 동향(플랫폼별 이용, 게임에 대한 인식 및 태도 등), 해외 게임산업 현황(플랫폼별·국가별) 등을 다룬다. 국내외 산업규모, 이용행태를 파악하고 경제적 가치를 분석해 정책수립이나 연구조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백서 발행의 목적이다. < Back 게임백서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과 알려주지 않는 것들 10 GG Vol. 23. 2. 10. 2023년 1월 2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이하 ‘백서’ 혹은 ‘게임백서’)〉를 발행했다. 백서는 연 1회 발행되며, 1년 간의 국내 게임산업 현황(산업, 수출입, 제작 및 배급업체, 종사자, e스포츠 등), 게임이용 동향(플랫폼별 이용, 게임에 대한 인식 및 태도 등), 해외 게임산업 현황(플랫폼별·국가별) 등을 다룬다. 국내외 산업규모, 이용행태를 파악하고 경제적 가치를 분석해 정책수립이나 연구조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백서 발행의 목적이다. 게임에 대한 다른 광범위한 조사가 거의 없는 데다, 다른 콘텐츠들과의 비교 속에서 이뤄지는 조사인 만큼 그 데이터가 갖는 의미는 크다. 게임에 대한 백서가 나오는 것처럼, 다른 콘텐츠산업들에 대해서도 백서가 나온다. 그 백서들의 발행주체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한국표준산업분류체계와 콘텐츠산업 특수분류체계, 그리고 문화산업진흥기본법과 콘텐츠산업기본법 내 분류체계를 결합해 콘텐츠산업을 11개로 분류한다. 이를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특수분류체계라 하는데, 여기에는 게임 외에도 출판, 만화,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 솔루션이 포함된다. 분류된 11개 콘텐츠산업 조사에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항목(예를 들어, 산업규모, 수출입규모, 관련업체 수, 종사자 수 등)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전체 콘텐츠산업에서 개별 콘텐츠산업이 갖는 위상을 점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단순 수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개별 콘텐츠산업의 양상과 관련 이슈, 트렌드들에 대해서는 질적 분석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게임백서는 게임산업과 이용에 관한 한 해 동안의 양적·질적 데이터가 모두 포함돼 있는 백과사전과도 같은 존재라 하겠다. 이 글은 이번 게임백서에서 주목할 만한 데이터들과 놓치면 안 될 흐름들을 잡아 소개한다. 물론 단순히 내용을 정리해 옮기기만 할 것이라면, 조사 요약본이나 관련 기사들을 참고하는 것이 낫다. 여기서는 그 데이터와 흐름들에 약간의 해석을 덧붙이고, 말미에 백서에 대한 간단한 제언까지를 추가하려 한다. 이를 통해 한 해 동안의 게임산업과 이용을 둘러싼 양상, 이슈, 트렌드들을 살피고, 그것들이 갖는 의미, 앞으로 백서가 나아갈 방향을 점검해본다. 한국의 게임시장 규모: 20조원 돌파, 크지 않은 성장률, 플랫폼별 고른 성장 2021년 한국 게임시장 규모는 20조 9,913억 원으로, 20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전년(18조 8,855억 원) 대비 11.2%나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한국 경제성장률(4.1%)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특수분류체계에 따른 총 11개 콘텐츠산업(게임, 출판, 만화,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중 게임이 방송, 출판, 지식정보에 이어 4번째로 20조원 규모를 기록하게 되었다. 게임백서에서는 게임 플랫폼을 게임이 구동되는 하드웨어 형태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면서 아케이드게임, 콘솔게임, PC게임, 모바일게임의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이 플랫폼별 이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바일 게임시장의 안정화 다.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는 갈수록 팽창해왔고, 한국 전체 게임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지도 오래됐다. 다만 2019년 49.7%에서 2020년 57.4%로 7.7%나 증가했던 것과는 달리, 2021년은 57.9%로 적어도 전년과 비교했을 때 아주 크게 늘지는 않았다. 물론 모바일 게임시장 비중의 확장세 둔화가 2022년에도 계속될지 다시 반등에 오를지는 확실히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른 플랫폼들의 비중이 전년 대비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감안했을 때 당분간 아주 큰 폭으로 비중이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비중이 크게 늘지 않았다 해서 모바일 게임시장이 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매출액 12조 1,483억 원으로 전년(10조 8,311억 원) 대비 12.2% 성장률을 기록했다. 둘째, 아케이드와 PC 게임시장이 크게 성장한 반면, 2년 연속 가장 크게 성장했던 콘솔 게임시장은 마이너스 성장 했다. 아케이드 게임시장은 전년 대비 20.3% 성장해 2,733억 원 규모를, PC 게임시장은 15.0% 성장해 5조 6,373억 원 규모를 나타냈다. 하지만 2019년 전년 대비 31.4%, 2020년 57.3% 성장했던 콘솔 게임시장은 1조 520억 원 규모로, 전년(1조 925억 원) 대비 –3.7%의 성장률을 보였다. 아케이드 게임시장의 약진은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던 해당 게임시장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PC 게임시장의 성장에는 넥슨 〈서든어택〉,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엠게임 〈열혈강호 온라인〉 등과 같은 인기게임들의 매출 증가가 한몫했다. 반대로 콘솔 게임시장의 마이너스 성장에는 시장 파급력을 일으키는 게임이 적었던 탓이 컸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플레이 공간이 집 밖으로 확장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타 콘텐츠 분야에서 흥행작이 연이어 등장하는 등 가정 내 게임 플레이 증가에 긍정적이지 못한 요인들이 꽤 있었음에도 PC게임은 선방했지만 콘솔게임은 그러지 못했다. 셋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큰 폭의 하락을 보여왔던 PC방 및 아케이드 게임장 매출액이 소폭이라곤 해도 증가 했다. PC방 매출은 2019년 2조 409억 원에서 2020년 1조 7,970억 원으로 큰 역성장(-11.9%)을 기록했고, 아케이드 게임장은 2019년 703억 원에서 2020년 365억 원으로 시장이 거의 반토막(-48.1%) 났었다. 물론 코로나19 외에 PC 게임시장의 성장 정체와 모바일게임으로의 이용 집중, 가정에서 플레이되는 콘솔게임의 인기 폭증 등도 오프라인 유통업소의 쇠락과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외 활동 본격화, 정부의 아케이드 게임산업 활성화 정책, 그리고 PC 및 아케이드 게임시장의 성장 등에 힘입어 게임 유통시장 매출은 반등했다. 종합적으로, 2021년 한국 게임시장은 지난 3년을 비추어봤을 때 크게 팽창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2018년 성장률 8.7%, 2019년 9.0%, 2020년 21.3%, 2021년 11.2%), 플랫폼별로 비교적 균형 있게 성장했다 볼 수 있다. 그동안 ① 크게 성장하는 플랫폼시장(모바일게임, 콘솔게임), ② 성장이 정체된 플랫폼시장(PC게임, 아케이드게임), ③ 크게 역성장하는 유통시장(아케이드게임장, PC방)의 양상으로 전개돼던 흐름이, ① 안정적으로 성장한 플랫폼시장(모바일게임), ② 성장세가 둔화된 플랫폼시장(콘솔게임), ③ 하락세 혹은 보합세에서 다시 성장세로 전환된 플랫폼시장(PC게임, 아케이드게임) 및 유통시장(아케이드게임장, PC방)의 양상으로 전환된 것이다. * 그림 1. 한국 게임시장의 규모 및 성장률(2012~2021년). (단위: 억 원,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 26쪽. * 표 1. 한국 게임시장의 플랫폼별 매출액(2020~2024년). (단위: 억 원,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 28쪽. 2022년에도 한국 게임시장은 2021년 대비 8.5% 성장해 22조 7,723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인 성장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많은 요소들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코로나19의 영향 감소다. 실외 활동이 다시 본격화됨에 따라 아케이드게임, PC방과 아케이드게임장 등의 이용 활성화가 예상된다. 대신 같은 이유로 PC와 콘솔게임 이용은 전보다 어느 정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게임시장의 경우 꾸준히 성장하겠지만, 시장 안정세에 따라 성장세는 둔화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매출액 성장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인건비, 개발비, 간접비 등 제반비용의 상승으로 인해 실제 한국 게임업계의 영업이익은 조금씩 감소할 듯하다. 세계 게임시장 내 한국의 위상: 세계 4위, 미국·중국·일본이 전체 시장의 절반 차지 2021년 기준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2020년 대비 8.7% 증가한 2,197억 5,800만 달러였다. 특히 모바일과 PC게임이 각각 11.1% 증가하여 전체 게임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아케이드게임은 10.5%, 콘솔게임은 2.2% 성장했다. 콘솔게임을 제외하면 모든 플랫폼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2016년 이후 세계 게임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온 모바일게임은 2021년에도 1,002억 3,400만 달러 규모로, 점유율 45.6%를 기록했다. 그 뒤는 콘솔게임(551억 4,000만, 25.1%), PC게임(372억 4,300만 달러, 점유율 16.9%), 아케이드게임(271억 4,200만 달러, 12.4%) 순이다. *표 2. 세계 게임시장의 플랫폼별 매출액(2019~2024년). (단위: 백만 달러, %) 주 1) 2018년부터 기존 온라인게임과 PC패키지게임을 PC게임으로 통합하여 통계산출 2) PC 게임시장 규모는 가입비, 아이템 구매가 포함된 수치이며, 한국의 경우 PC방 매출액은 미포함 3) 아케이드 게임시장 규모는 아케이드게임기 판매액과 게임장 운영수익을 합한 규모 4) 모바일게임의 경우 휴대폰과 태블릿 기반 게임이 포함 5) 콘솔 게임시장 규모는 Console 및 Portable console game 매출액을 합한 것이며, 유럽 시장 산정 시 동유럽/아프리카/중동시장까지 포함 6) 콘솔게임의 경우, 게임기 매출을 포함하고 있는 국내 기준과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서 각 권역별로 게임기 매출을 포함 7) PwC 등 통계 발표기관에서 과거 시장규모 데이터를 변경한 경우, 백서에서 해당 변경사항을 반영해 과거 통계치를 수정 8) 환율적용 기준: 외환은행에서 발표하는 연평균환율(매매기준율 최초) 적용 * 출처: PwC(2022); Enterbrain(2022); JOGA(2022); iResearch(2022); Play meter(2016); NPD(2022) 2021년 세계 게임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6%로 나타났다. 2019년 점유율이 6.2% 6.2%, 2020년이 6.9%였음을 감안하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중이 아주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순위도 2020년 5위에서 4위로 한 순위 올라간 후 마찬가지로 유지했다. 2020년 0.8% 차이였던 5위 영국과의 거리도 1.4%로 조금 더 벌렸다. 앞으로 한국은 5위부터 7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는 비슷한 선상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반면, Top3가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게임시장 전체의 50%가 넘으며, 3위인 일본과 4위인 한국 간 규모차이도 커(10.3% vs. 7.6%), 당분간 한국이 3위권 안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동아시아 3개국이 전세계 게임시장의 1/3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 표 3. 세계 게임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과 위상(2021년). (단위: 백만 달러, %). 출처: PWC(2022), Enterbrain(2022), JOGA(2022), iResearch(2022), Playmeter(2016), NPD(2022);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 88쪽에서 재인용. 한국게임 수출·입 규모: 수출 5.8%, 수입 15.3% 증가, 아케이드 게임 수출·입 급증 2021년 한국게임 수출액은 86억 7,287만 달러(약 9조 9,254억 원, * 한국은행 2021년 연평균 매매기준율 적용)로 집계됐다. 전년(81억 9,356만 달러)과 비교했을 때 5.8% 증가한 수치다. 2017년 증가율 80.7%를 기록한 이후 2018년 8.2%, 2019년 3.8%로 수출성장세가 둔화되다가, 2020년만 23.1%로 반짝 높은 수치를 보이고 다시 이전 증가율 수준으로 돌아온 셈이다. 플랫폼별로는 역시 모바일게임의 수출규모가 53억 3,030만 달러로 가장 컸고, PC게임이 31억 4,562만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콘솔게임 수출규모는 1억 5,674만 달러, 아케이드게임 수출규모는 4,021만 달러로 나타났다. 전체 수출규모 성장을 견인한 것은 모바일게임으로 전년대비 4.8%의 성장률을 보였고, 아케이드게임의 경우 15.9%, PC게임의 경우 8.3%로 모바일게임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긴 했으나 수출액 자체가 많지는 않았다. 한편, PC게임 수출규모만이 전년 대비 8.2%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 4. 한국 게임 수출·입 현황(2015~2021년). (단위: 천 달러,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 29쪽의 표를 재구성. 수입은 전년대비 15.3% 증가한 3억 1,233만 달러(약 3,574억 원)를 기록했다. 2017년 이후 계속 감소해왔던 수입 증가율이 4년 만에 반등한 것이다. 수출액보다 수입액 증가율이 높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2015년부터 지난 6년 간 수입액 증가율이 수출액보다 높았던 건 2018년뿐이었다. 다른 모든 플랫폼의 수입액 규모에서 증가세가 나타나는 가운데(아케이드게임 264.1%, 콘솔게임 47.6%, 모바일게임 18.5%), PC게임만이 23.8% 감소했다. 물론 아케이드게임 수입액 증가율이 세 자릿수이긴 하나, 액수로 환산했을 때 그 규모가 크지는 않다. * 표 5. 한국 게임 플랫폼별 수출·입 규모 비교(2020년 vs. 2021년). (단위: 천 달러,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 84쪽의 그림을 재구성. 게임 이용현황: 전체의 74.4%가 이용, 이용률 3.1% 증가, 모바일게임 이용률이 최고 만 10~65세의 일반인(n=6,000)을 대상으로 2021년 6월 이후 게임 이용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4%가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n=4,462)들에게 있어 이용률이 가장 높은 플랫폼은 모바일게임(84.2%)이었다. PC게임은 54.2%, 콘솔게임은 17.9%, 아케이드게임은 9.4%였다. 또, 게임 이용경험이 있는 응답자(n=4,462) 중 99.0%가 평소에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업무/학업 외 목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때 사용하는 기기를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이 90.4%, 데스크톱 PC가 59.4%, 노트북/넷북이 54.3%, 태블릿PC가 35.9%였다. PC방 이용현황에 대한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다. 게임 이용자들(n=4,462)의 11.4%가 평균 주 1회 이상 PC방을 이용하고 있었다.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이, 연령별로는 20대가 이용률이 가장 높았다. PC방에서 게임을 한다고 응답한 사람(n=1,868)에게 PC방에서 게임하는 이유를 질문했을 때, ‘친구/동료와 어울리기 위해’(1순위: 35.0%, 1+2순위: 57.3%)와 ‘PC 사양(성능)이 좋아서’(1순위: 26.7%, 1+2순위: 51.9%)를 꼽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10대와 20대에서 ‘친구/동료와 어울리기 위해’를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게임업계 종사자 인식: 코로나19 이후 사업체 규모별 격차 심화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직업 만족도,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기대 및 전망, 게임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으로 임금・보수 상승, 비대면 회의 증가, 온라인 협업툴 사용의 증가, 구직 또는 경력 유지・발전 기회의 증가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기할 점은, 이러한 긍정적 변화가 주로 1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들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5인 미만 사업체 소속 종사자들의 경우 게임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에 있어서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환경과 관련해서도 일거리와 사업기회가 크게 축소되면서 임금과 보수, 업무강도, 고용안정성, 경력 발전기회 등 전반적인 요소에 대해 마찬가지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사업체 대상 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유지됐다. 회사규모가 커질수록 매출과 인력고용, 투자 및 자금조달, 신규사업 기회, 해외진출 및 유통 기회 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파악됐다. 그에 비해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사업기회가 오히려 축소된 경향이 강했다. 코로나19 이후 산업 양극화가 더욱 노골적으로 심해진 셈이다. 관련해 백서에서는 게임업계 노동환경 이슈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분석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 종사자들 스스로가 인식하는 개인 역량수준이 매우 낮고 교육훈련 기회가 부족하므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 중소규모 업체들의 사업환경 개선 및 역량 강화를 통해 생태계 균형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 등을 시사점으로 꼽았다. 백서가 앞으로 더 널리 활용되기 위해 고려할 지점들 이상에서 백서의 주요 데이터들, 그리고 놓치면 안 될 흐름들을 살펴보았다. 백서가 게임에 대한 국내 유일, 최대규모의 조사인 만큼 방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음엔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백서가 갖고 있는 아쉬운 점, 그리고 백서가 나가야 할 방향을 간단하게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태생적인 요소이긴 하나 2021년도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백서를 2023년 초에 내서 활용하게 하는 것이 갖는 한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를 (그것도 다른 콘텐츠산업들과 함께) 추출해 다듬고 모으는 작업, 이슈 및 트렌드를 정리하고 그것들을 풀어 쓸 필자를 찾아 원고를 받고 책으로 묶는 작업이 갖는 노력을 부정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러 여건들을 차치하고 오직 활용도 제고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차년도 중반 정도에는 발행해 독자들로 하여금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매출, 수출, 종사자 등의 양적규모에 대해서는 백서가 아닌 〈반기별 콘텐츠 산업 동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끔 되어 있지만 말이다. 둘째, 게임 ‘문화’에 대해 다시 다루는 것이다. 2017년까지의 백서에서는 게임 문화를 다뤘다. 국내외 e스포츠 동향을 정리하고, 게임이 우리 사회·문화에서 갖는 의미를 돌아보며, 인디게임과 같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왔던 분야를 발굴했다. 문화만이 아니다. 게임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개발 동향을 살피고, 게임정책과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논의를 펼쳤다. 하지만 상·하 두 권으로 발행되던 백서가 2018년부터 한 권으로 통합되면서 문화, 사업, 기술, 정책 등에 대한 논의가 다른 챕터로 녹아들거나 삭제됐다. 문화에 대한 논의는 생략되거나 축소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확대해야 한다. 2022년 9월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게임도 문화예술진흥법 상 문화예술의 범위에 편입됐다. 물론 법적으로 문화예술이어야만 게임이 진정한 문화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애초부터 영상, 미술, 음악, 서사 등이 융합된 종합적인 문화예술이었다. 당연히 그랬던 것이 이제 법적으로까지 인정받은 것일 뿐이다. 법안 통과로 게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개선될 여지가 크고,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공적지원 역시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게임산업은 긍정적이지 못한 인식으로 인해 지원이나 육성보다는 규제의 대상으로 비춰져 온 측면이 크다. 당연히 기존 문화예술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게임의 산업적 측면만이 아닌, 문화적 측면에 대한 공적 차원의 관심이 더욱 요청된다. 백서에 문화 챕터 하나를 추가하는 일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 터다. 그럼에도 백서를 통해 한 해 간의 게임문화를 정리하는 일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백서가, 그리고 게임이 다가간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덧붙여, 기존에 포함됐던 e스포츠 동향, 게임의 사회·문화적 의미, 인디게임 등의 발굴뿐 아니라, 게임에 대한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들이나 출판물들, 관련 저널 및 잡지 현황, 비평 장의 흐름 등이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강신규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게임, 방송, 만화, 팬덤 등 미디어/문화에 대해 연구한다. 저서로 <흔들리는 팬덤: 놀이에서 노동으로, 현실에서 가상으로>(2024), <서브컬처 비평>(2020), <아이피, 모든 이야기의 시작>(2021, 공저), <서드 라이프: 기술혁명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2020, 공저), <게임의 이론: 놀이에서 디지털게임까지>(2019, 공저) 등이, 논문으로 ‘이기지 않아도 재미있다: 부모-자녀 게임 플레이의 사회성과 행위성, 그리고 분투형 플레이’(2024),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는 팬덤: 아이돌 팬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2022), ‘‘현질’은 어떻게 플레이가 되는가: 핵납금 게임 플레이어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2022, 공저), ‘게임화하는 방송: 생산자적 텍스트에서 플레이어적 텍스트로’(2019) 등이 있다.
- 박물관/미술관 속의 게임들과 그 역사
최근 들어 미술관에 게임이 전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게임사회” 전시나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와 같이 게임을 소재로 한 전시가 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전시되는 유물들은 단순히 그 오브제의 집합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작품들이 연계되어 만드는 다양한 맥락을 통해 그 작품의 의미는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 Back 박물관/미술관 속의 게임들과 그 역사 12 GG Vol. 23. 6. 10. 최근 들어 미술관에 게임이 전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게임사회” 전시나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와 같이 게임을 소재로 한 전시가 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전시되는 유물들은 단순히 그 오브제의 집합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작품들이 연계되어 만드는 다양한 맥락을 통해 그 작품의 의미는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이 미술관에 전시되었다는 사실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술적인 차원에서 볼 때 게임은 종래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채우고 있는 유물이나 회화 등의 작품과 비교할 때 동적일뿐더러 상호작용적으로 작동된다.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로 무장한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동적인 행위성 덕분에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다소 수동적이었던 기존의 작품 관람 패턴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게임이 게임만을 소재로 한 박물관을 갖게 되고, 다른 미술관에서 당당하게 전시를 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 글에서는 이처럼 게임이 독자적인 박물관을 가지게 되고, 사회적인 편견을 넘어 미술관에 전시되게 된 역사를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박물관에 전시된 최초의 게임들 * MoMI에서 최초로 박물관에 전시된 아케이드 게임들 비디오 게임이 본격적으로 산업의 태동을 맞이한 시점을 1972년 아타리의 〈퐁〉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1989년에 이르러서야 게임은 처음으로 박물관에 전시될 기회를 갖게 된다. 미국 뉴욕의 Museum of the Moving Image (MoMI)는 “Hot Circuits: A Video Arcade”라는 이름의 전시에서 아케이드 게임들을 전시했다. 이 박물관의 창립 이사였던 로셸 슬로빈(Rochelle Slovin)은 비디오 게임이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고 물리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컴퓨터 스페이스(1971)〉나 〈퐁(1972)〉 같은 초기 아케이드 게임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스테로이드〉, 〈스페이스 인베이더〉, 〈슈퍼 브레이크 아웃〉, 〈트론〉 등 14종의 아케이드 게임이 전시되었다. MoMI의 이 초기 전시들은 이 박물관이 수집하고 있는 ‘동영상(moving image)’라는 개념에 부합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움직이는 영상 이상의 인터랙션을 안겨주었기에 이러한 게임들을 전시할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본질적으로 게임은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운 좋게 게임에 호의적인 큐레이터를 만나 전시하게 된 새로운 매체 정도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위의 사진처럼 MoMI의 전시는 단순히 기존에 존재하던 아케이드 게임을 그대로 수집하여 가져온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집된 게임의 예술적인 특질을 추출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해당 게임을 만든 개발자들에게도 본인들이 예술적인 작품을 만든다는 작가적 정체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로셸 슬로빈은 이러한 아케이드 게임들의 기술적인 특징이나 게임이 소비되는 사회적인 맥락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는 이 전시에 관한 에세이에서 “비디오 게임을 평가한다는 것은 TV과 영화, 그리고 현재의 뉴미디어를 지배하는 비디오-컴퓨터의 혼합 사이에서 구미디어와 뉴미디어 사이의 첫 번째 연결 고리를 만드는 중요한 단계”라고 썼다.1) 그는 1989년의 전시 이후 20년이 지난 2009년의 시점에서 당시의 전시들이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처럼 하나의 트렌드나 유행이 아니라 오히려 중요한 무언가의 시작”이었으며, “비디오 게임이 전 세대의 젊은 미국인들을 컴퓨터에 적응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당대의 아케이드 게임이 가진 기술적인 시각화가 다른 매체와 다른 비디오 게임 고유의 독자적인 미학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초기 비디오 게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게임이 컴퓨터의 사고방식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게임이 탄도학이나 군사 시뮬레이션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초기 형태의 컴퓨터와 칩은 힘과 벡터라는 순수한 수학만을 다루도록 설계되었다. 그들이 비디오 게임으로 재현되었을 때, 여기에는 순수한 수학의 강한 흔적이 여전히 존재했다. 이는 시각적 엔터테인먼트의 독특한 순간이었다. 기술이 게임의 원동력이자 콘텐츠가 되었다. 이것은 내가 본 것처럼 기술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내용과 기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기 위한 의미였기 때문에 이것은 박물관에 유용한 오리엔테이션이었다. 비디오 게임은 물리 법칙을 거의 감각적으로 시각화하고 느끼는 방식을 혁신 했다. 힘과 벡터 같은 물리적 법칙을 수학 공식을 통해 기술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의 비디오 게임은 박물관에 전시될만한 맥락을 처음으로 획득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젋은 미국인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을 게임이 적응시키고 있다는 사회적인 맥락이 형성되었다는 점을 그는 주목했던 것이다. 이는 이 때를 즈음하여 게임이 단순히 아케이드만을 통해 소비되지 않고, 가정용 게임기나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플랫폼으로 소비되고 있음에 착안하여, 초기의 아케이드 게임이 가질 희소성과 보존 가치에 주목했다. 이 때부터 MoMI는 초기 아케이드 게임뿐만 아니라 랄프 베어로부터 기증받은 인류 최초의 가정용 게임 콘솔인 마그나복스 오디세이의 프로토타입 버전인 ‘브라운 박스’ 등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에도 MoMI의 주요 컬렉션을 이루고 있다. 미디어 아트 옆에 놓인 게임 MoMI의 이 전시 이후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비디오 게임의 박물관과 미술관 전시는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1998년 미국 미네소타 주에 위치한 워커 아트 센터(Walker Art Center)에서 열린 “Beyond Interface” 전시나 2000년 UC 얼바인 대학에서 열린 “Shift-Ctrl”전, 2001년 뉴욕 Museum of Modern Art (MoMA)에서 열린 “010101: Art for our Times”, 그리고 같은 2001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린 “Bitstreams”전이 그것이다. 이 당시 전시의 특징은 게임을 독자적으로 전시하기보다 게임과 디지털 미디어아트를 동일선 상에 놓고 병렬적인 차원에서 이들의 유사성을 더듬어 나가는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 휘트니 미술관 Bitstreams에 전시된 제레미 블레이크의 미디어 아트 Station to Station (2001)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이르면 게임은 미국과 유럽, 일본과 한국을 위시한 동아시아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나름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을 당시였다. 〈스타크래프트〉를 위시하여 e스포츠의 가능성이 시작되었고, 3D 그래픽 카드의 출시를 통해 게임의 시각적인 표현력도 우수해지던 때였다. 물론 막 시작된 3D 그래픽의 표현 수준은 아직 언캐니 밸리의 위험한 구간을 통과하기 어렵던 때였지만, 도트나 벡터 그래픽을 바탕으로 한 2D 그래픽의 표현 수준은 슈퍼패미컴이나 PC엔진과 같은 4세대 가정용 콘솔에서 절정에 이르러 하나의 스타일을 확립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미 그 이전부터 몇몇 작가들은 컴퓨터 그래픽과 인터랙션을 하나의 표현 도구로 삼고 이를 통해 뉴미디어 아트를 선보이고 있었다. 이 당시 미술관에 전시된 게임은 독자적인 전시로 구성하기는 어렵지만, 디지털 아트라는 범주를 새롭게 설정하면서 그 맥락에 묻어가면서 전시 맥락을 획득한 경우라 볼 수 있다. 도구로서의 디지털은 쉬운 복제와 편집 가능성을 바탕으로 기존 작품의 권위를 쉽게 패러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당시에 나왔던 리디아 와초프스카의 〈브레이크 아웃〉 패러디는 기존의 비디오 게임 매커닉을 패러디하여 디지털 아트가 재구성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 Lidia Wachowska, Breakout Animation Steal, 2002. 문제는 이처럼 게임이 디지털 아트와 더불어서 미술관에 점차 전시되면서 ‘예술 게임(art game)’과 ‘예술적 형식으로서의 게임(games as a art form)’이 구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술가나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게임적 요소를 하나의 도구로 삼아 예술가적 자의식을 가지고 제작한 예술 게임과 상업적 게임 중 예술성이 뛰어난 게임인 ‘예술적 형식으로서의 게임’은 지향하는 바가 분명히 다르다. 전자의 경우 2000년대 전후를 위시하여 지속적으로 미디어 아트 포맷 형태로 미술관에 숱하게 전시되었으나, 예술적 형식으로서의 게임은 상업적 속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도 하거니와 이를 제작한 개발자의 예술적 자의식이 없거나 크게 도드라지지 않기 때문에 미술관에 전시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다른 맥락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이란 게임이 소비되는 사회적인 맥락에 있어서 흔히 게임의 본질적인 매체 효과로 간주되는 ‘재미’를 넘어 게임이 영감(inspiration)을 줄 수 있는 미학적 자질을 획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석파정 서울미술관, “안봐도사는데지장없는전시” (2019) 2019년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열렸던 “안봐도사는데지장없는전시”는 게임만을 다룬 것은 아니었지만, 작품 중 여러 예술적 형식으로서의 게임을 전시한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호주의 게임 개발사 Mountains에서 개발하고 안나푸르나 인터랙티브에서 퍼블리싱한 모바일 게임 〈플로렌스(Florence)〉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이 전시는 게임이 우리 사회 속에 어느새 미적 감각을 전달해줄 수 있는 주요 매체로 자리매김했음을 일깨워준다. 독자적인 게임 박물관을 향하여 필자 역시 2010년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린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전시를 기획하면서 게임을 미술관에 넣어보려 노력한 적이 있다. 놀공발전소와 함께 준비했던 이 전시에서 우리는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출시된 주요 게임 콘솔과 애플 II, MSX 등 한국에서 주요한 의미를 가진 개인용 컴퓨터들을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비치했고, 그 중 예술적으로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다양한 게임들을 게임 역사 순서대로 전시한 바 있다. 물론 이 때에도 게임만으로 미술관 전시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미술관 내외의 반감이 상당하여 상당수의 전시를 디지털 중심의 미디어 아트로 채워야 했었다. 때문에 필자는 전시 시작 입구 쪽에 백남준의 〈TV 촛불〉을 초를 켠 채로 세워놓았다. 백남준의 〈TV 촛불〉은 TV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 게임이든 미디어아트이든 그 뿌리는 같으며, 이를 어떻게 채울지가 더 중요하다는 선불교 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으로 나에게는 다가왔던 것이다. 이 작품의 선정은 미디어아트 없이는 게임만의 독자적인 미술관 전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던 일종의 소극적 저항이었던 셈이다. * 백남준, TV 촛불 이는 현재 제주도에 위치한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오픈 수장고를 통해 선보이고 있는 방식과 유사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폭넓은 게임 콜렉션을 자랑하는 미국 뉴욕 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The Strong Museum이나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Computerspielmuseum도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오픈 수장고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물론 이 박물관들은 모두 전시된 게임 이상의 수많은 콜렉션을 보유하고 있고, The Strong Museum만 게임업계나 학계 관계자들에게 폐가식 형태로 이를 공개하고 있다. The Strong Museum 내에 위치한 International Center for the History of Electronic Games는 게임 그 자체를 수집, 보존, 전시하는 것을 넘어 실제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최대한 존중하여 보관하고자 하는 곳이다. * 〈페르시아의 왕자〉 디렉터인 조던 메크너의 스토리보드와 모션 캡쳐 노트 필자가 이 박물관의 센터를 방문했을 때 놀런 부슈넬, 윌 라이트, 조던 메크너, 시드 마이어 등 유명 게임 개발자들의 다양한 게임 메커닉 스케치와 아타리 2600 등과 같은 올드 게임 콘솔의 디자인 설계도 등을 열람할 수 있었으며, 이를 분류하는 체계 역시 이미 규정이 확립되어 있었다. 게임을 보존해야 할 미디어로 간주하고 이를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인식이 확립되어 있다는 점에서 The Strong Museum의 사례는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해준다. 1) Rochelle Slovin, “Hot Circuits: Reflection on the first museum retrospective of the video arcade game”, 2009. http://www.movingimagesource.us/articles/hot-circuits-20090115 Tags: 아카이빙, 박물관, 전시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교수)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게임 스토리텔링과 게임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하고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인디게임 행사인 Independent Games Festival(IGF)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공저, 2003),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2005), 『인디게임』(2015), 『이야기, 트랜스포머가 되다』(공저, 2015),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게임의 이론』(공저, 2019),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생태계』(공저, 2021) 등이 있다.
- Frights, Fears, and Fallout: Layers of Horror in Popular Gaming
In my personal gaming history I have two distinct memories of fear. The first time I was truly scared while playing a game was during the first Resident Evil in what has become a notorious scene from the game. Though at the time Resident Evil felt more like a slower action game than a horror game, there was one key moment when the player walks down a hallway when suddenly one dog, then another bursts through the windows from the outside causing fright, disorientation, and panic. This is an example of a pretty standard jump scare in games (and other media), and though it did frighten me at that moment, I didn’t carry any greater fear of those dogs and what they represented beyond a slightly heightened anxiety while I walked the halls of Spencer Mansion. < Back Frights, Fears, and Fallout: Layers of Horror in Popular Gaming 19 GG Vol. 24. 8. 10. Introduction - What Kind of Fear? In my personal gaming history I have two distinct memories of fear. The first time I was truly scared while playing a game was during the first Resident Evil in what has become a notorious scene from the game. [1] Though at the time Resident Evil felt more like a slower action game than a horror game, there was one key moment when the player walks down a hallway when suddenly one dog, then another bursts through the windows from the outside causing fright, disorientation, and panic. This is an example of a pretty standard jump scare in games (and other media), and though it did frighten me at that moment, I didn’t carry any greater fear of those dogs and what they represented beyond a slightly heightened anxiety while I walked the halls of Spencer Mansion. The second - and more persistent - memory I have of being scared in games comes from the early hours of Fallout 3 . [2] While wandering the capital wasteland the player can stumble upon the Super-Duper Mart, a dark and gloomy grocery store that has been taken over by post-apocalyptic raiders. * Raiders Inside the Super-Duper Mart - Fallout 3 Unlike the dogs from Resident Evil, the threat is known, expected, and mostly visible as the player can see some of the raiders. The raiders are silhouetted - moving in and out of the shadows as a green-tinted fluorescence faintly lights up the ransacked aisles of this former grocery store. Faintly in the distance the ceiling stocks a different kind of meat: bodies. Human remains are draped from the ceiling by chains as an indication of what fate awaits the player if they are discovered here. Because I arrived here early in the game I had only a few resources and lacked the power to fight out of the situation, but I felt I needed what the raiders had if I was to make it out in the post-apocalyptic wasteland of Fallout 3 . As I snuck about the store trying to loot what I could without confrontation, my heart rate went up over the many minutes it took to work my way through the store, and when I heard footsteps or saw a raider around the corner that I didn’t anticipate I would feel a slight moment of panic. When it was all said and done there wasn’t a single jump scare in the Super-Duper Mart, but I left that sequence of Fallout 3 with a persistent memory of fear that sticks with me to this day. These two examples of my earliest scares in games show us that there are different kinds of fear and horror that we can respond to in different ways. Throughout this article we look at how jump scares and sudden frights compare to our everyday fears and the longform terror that certain approaches to storytelling, game mechanics, environment, and atmosphere can produce. Sudden Frights Sudden frights, better known as “jumpscares,” populate many horror games. When we play horror games, we know what we’re signing up for - an experience riddled with tension and anxiety and moments of shock and horror. Players excitedly opt in to having the pants scared off of them. There is a certain enjoyment derived from being scared in the way of sudden frights. From haunted houses in amusement parks to horror films, the anticipation of what frights are to come becomes part of the entertainment. To discuss what makes things go bump in the night, we’ll take a closer look at the some of the game design in Outlast [3] and Amnesia: The Dark Descent [4] and how they afford sudden frights for players. Spoilers ahead for both games. Outlast is a first-person survival horror game. You play as journalistic investigator Miles Upshur, who goes to Mount Massive Asylum after receiving a tip that there are some shady dealings and situations happening at the institute. Equipped with a camcorder, Miles explores the asylum discovering everyone is either a) dead, b) clinically unwell, or c) clinically unwell murderers. He comes across “Father Martin,” a self-proclaimed acolyte to “the Walrider,” which is revealed to be a nanomachinic phantasm controlled by one of the patients locked away in the very depths of the institute. Similar to Outlast , Amnesia is also a first-person survival horror game, but with more sophisticated puzzle elements. The game starts with the player waking in a stone room of a castle, no recollection of who they are except that they are called Daniel. They are directed by letters written from past Daniel to kill a man called Alexander who is residing within the depths of the castle. There is a lurking threat of a “Shadow” enclosing in on the castle to kill Daniel, as well as horribly disfigured monsters that stalk each of the castle’s areas. What is stand-out for these two games, and many other horror games like them, is the use of the unknown as a device for generating fear in players. We fear that which we do not, or cannot know. In Amnesia this takes shape in the literal lack of knowledge as a result of Daniel’s self-inflicted amnesia, and in Outlast it is the context of Miles as an investigative journalist - the player inhabits the roles of two relatively clueless protagonists traversing unfamiliar grounds. This is also reflected in the environmental design of these two games. Both the castle in Amnesia and the asylum in Outlast include maze-like corridors and shadowy corners to keep the player guessing what might be around the corner or lurking in the darkness. Haahr explored the variety of ways that horror games modify a player’s vision to contribute to feelings of fear and unease: obscuration (shadows and mist), distortion (warping the player’s vision), and mediation (viewing the world through a secondary lens - like the camera in Outlast ) are found in both games [5] . Even the use of a first-person perspective in both games restricts the player’s field of view, emphasizing the feeling of catching a glimpse of something in the corner of your eye. Or, the “peeking” mechanic in Outlast , where Miles can quickly glimpse around a corner can suddenly have the player confronted by an enemy who spots him. Fear as an affect mounts in the anticipation of an attack from something we do not know [6] . With this modification of vision, tension is built over time, all with the purpose of breaking it. * Corridors in Amnesia: The Dark Descent[7] Compared to environmental design, audio design in these games help to offer players insight into what might be just out of sight. While the ambient sound of creaking wood and whistling wind might set the player on edge, certain sounds can signify an enemy or threat is nearby. In Amnesia , the groaning of the Monsters signal their proximity to Daniel, and in Outlast the jingling of chains, or heavier footsteps signal the bosses of certain areas hunting Miles. Though these audio cues offer instructions to the player, these enemies are still “audible but unseen” [8] - they are unknown to the player visually, adding to their frightening nature. The exposure of the enemy to the player after hearing them trail them for some time adds to the jumpscare feeling when they are finally spotted. In contrast to ambient sounds, when being chased, the audio ramps up immediately from ambient to intense music and heavy breathing as the player attempts to evade the threat. This scenario typically emerges when the player is spotted however, so while there is of course fear and panic in the sudden chase, they are somewhat emotionally prepared for the pursuit. However, when (from seemingly thin air) an enemy appears behind the player - who has been diligently surveying their shadowed surroundings and listening for audio cues - the jumpscare is a resounding success. An unpredictable appearance after having all the tools to know when and where a threat is reveals to the player just how powerless they are [9] . Powerlessness is an important element in generating sudden frights. At the opening of both games the player is instructed that they can only run, hide, or die. There is no option to fight the threats pursuing them. It is a total subversion of the typical power fantasy videogames offer. The player is not a gallant fighter equipped with magic and strength, they are just some guy trying to escape a hellish space. When an adversary suddenly appears there is no defending yourself - they are a palpable threat. Additionally, resource management, a mechanic taken from the genre defining Resident Evil , adds to this powerless player feeling. In Amnesia and Outlast the resources are related to keeping the area around brighter: tinderboxes and oil in Amnesia , and batteries for the camera in Outlast . In Amnesia , being exposed to dark areas drains your sanity until you die, whereas in Outlast the camera’s night vision allows you to see enemies more clearly. Without this night vision feature, moving through the asylum is significantly more treacherous. Players (unless they know the locations of all the resources) are typically on the precipice of not having enough resources throughout the game - this scarcity threatens their survival. Sometimes players might have to expose themselves to frights in order to reach areas with more resources, as some rooms may be in closer range to enemies paths. The toss up between gaining resources and risking being caught vs. fleeing the area entirely and guaranteeing safety is the strategic decision players must make throughout the survival horror experience. * Nightvision with the camera in Outlast [10] . Even guaranteeing safety is trepidatious in sudden fright games. Resident Evil had safe rooms where the player could save the game. Amnesia and Outlast have no such mechanic. However, in Outlast there are certain story moments and cutscenes that show Miles progressing with the game’s objectives: find a key, get to the security room, etc. Players are led to believe in the early game that these cutscenes showing success in moving to the next step in escaping emulate the videogame “checkpoint” moment, a moment of respite from the tension, but one of the first major jumpscares happens right as Miles reaches the security console and is grabbed by Father Martin and injected with an anesthetic - putting him to sleep and trapping him deeper in the asylum. Like powerlessness, the not-so-safe-checkpoint is a subversion of expectations in how videogames typically go and contributes to sudden frights. A final tangential note on sudden frights comes from beyond the two discussed games and looks to player deaths in games. In games like Alien [11] and Tomb Raider [12] the ways that Ripley and Lara Croft die can be attributed to sudden frights. There is a gratuitous gore that takes place in all the creative sequences in Ripley getting caught by the Xenomorph, or Lara missing a grab in a quick-time event that surprises the player, expecting initially a fall to her death or a fade to black. The variety of these death sequences means until the player has seen all the animations, they preempt their failure with bated breath to see which horrible way they’ve caused Ripley or Lara to die this time. Sudden frights are an anticipation of fear, the enjoyment we derive from being spooked, and the pay off for well-designed gameplay experiences. We scream, laugh it off, knowing it can’t really hurt us, and continue playing, awaiting the next jumpscare on the horizon. There’s a reason horror games with sudden frights propelled many early YouTubers’ careers - frights are enjoyable, memorable, and it is fun to watch someone else get scared alongside you. Sudden frights rely on the standards and expectations of the horror game genre to do what it does successfully. Persistent Motivating Fears While describing the role our emotions play relative to the actions we are compelled to take while playing videogames, Nele Van De Mosselaer writes about the experiences of Charles, a fictional videogame player. Charles represents a common type of occurrence in videogames, as he confronts a slime in a horror game: “He is shocked when a green slime monster suddenly comes creeping towards him on screen. Charles shrieks in terror and hurriedly moves the control stick on his controller to run away from the slime. After seeing that it is much faster than he is, he fears for his life, turns around and starts pounding the monster with his fists. The monster moans in pain, but manages to kill him.” [13] Van De Mosselaer notes Charles' motivation to take these particular actions in the game. First running and then attempting to kill the slime “...seemed at least partly inspired by his fear for the fictional monster: it was his fear that made him hurriedly move his control stick away from the monster and start mashing his attack button when the monster came too close. Imagine a less anxious Charles who doesn’t fear the slime monster, but rather feels anger towards the creature because it already killed him three times before. It is likely that this Charles would not be similarly motivated to use his control stick to run away from the monster, but would rather move the stick towards the monster and start pressing his attack button more deliberately.” [14] We could extrapolate from Van De Mosselaer’s example that even the slightest fears play a strong role in motivating the ways we play across various genres and game mechanics. Beyond the pure affective reaction to a fright that triggers a startle response, fear compels a great deal of our gameplay actions and our metagaming decisions in contemporary game design. In a horror game the enemy being a horrific zombie instead of an unremarkable adversary can potentially change the fight response into a flight response, but what is fear’s role when we take conventional notions of horror out of the equation? Humans have a range of phobias (the dark, spiders, ghosts) that are played up within horror and horror-adjacent genres, but we also harbor many everyday fears (will I lose my job, will my partner leave me, I don’t want to become ill, etc) that also drive our everyday actions. Let’s think about the play pattern of some popular gacha games with limited time events like the HoYoverse games, or persistent games like Lost Ark [15] or World of Warcraft [16] that encourage you to play every day to grind for in-game currency. FOMO, or the “ Fear of Missing Out” is a key driving force in these kinds of gaming models. The idea that a player may miss a limited opportunity or may fall behind other players is a legitimate fear in these kinds of games, and compels players to play compulsively. Often these games are more associated with addictive play patterns, but the fear of dropping to lower social status within the playerbase is an equally motivating drive for players to play often and take action even if it is less bombastic than Slenderman or a zombie. It is also extremely common for character death in games to be a fail state for the player. On one hand we could say that this taps into the quite pervasive human fear of death, but players mostly know that death in a game and death in real life don’t have the same stakes. Still, dying in a game does tap into our pre-established associations with loss and the drive to avoid it. Games can turn this dial up or down by making that loss more or less permanent. In games like the Diablo or Fire Emblem series for example, players can opt to make ‘hardcore’ characters or choose ‘permadeath’ when beginning the game. This is where a single character death in game means that a character is lost forever without the ability to retry or start from a checkpoint. These kinds of playstyles are popular and add a level of tension and excitement to these games, and they do so precisely because the fear of loss and even fictional death can create new emotional stakes for every decision a player makes about their characters. Nuclear Anxiety and Lingering Terror In Brian Massumi’s opening chapter to The Politics of Everyday Fear , the names of high-profile accident victims like Buddy Holly and James Dean, famous disasters like Chernobyl and Bhopal, and infamous diseases like Tuberculosis and AIDS are prominently displayed throughout the chapter in large bold font. [17] The shared connection between these words is their symbolic power to evoke a range of persistent fears and anxieties from within us. Not only can they put memories of tragic and horrifying events from the past into our minds, but they also impress possible horrors of the future upon us: Future horrors that we’ve come to anticipate because of our knowledge of the past. That frightened anticipation is better known as terror, and within that terror we experience anxiety because of the possibility that those future horrors may do us harm. [18] Returning to my first examples of Resident Evil and Fallout 3 , I can better explain why the raiders of the Super-Duper Mart stuck with me compared to the shock of Resident Evil ’s dog jump scare. Compared to the dogs, the persistent symbolism of what the raiders represent in the post-apocalyptic American landscape of the wasteland has been consistently evoked since that first encounter. At first this happened throughout Fallout 3 , but I encountered that feeling again and again throughout the franchise, as one of the persistent themes of the Fallout series is the depths to which desperate people can go. Nestled within larger fears that the series draws upon - such as the still-looming specter of nuclear conflict and those associated fears [19] - is a much simpler and small-scale possibility that the people around us may turn to violence and that I, and those that I love, may suffer the horror that follows because pieces of our societies are becoming less and less sustainable. David Peckham channels the work of the neuroscientist Joseph LeDoux, who contends that “anxiety ‘is the price we pay for our ability to imagine the future.” [20] A franchise like Fallout helps us imagine one of those possible futures, and it does so by drawing on historical and emergent fears that exist within our world. Rather than simply evoking the panic response through a jump scare like Resident Evil ’s dogs, trying to stealth through the Super-Duper Mart became a walk through many layers of fear that only grew over time. Horror, terror, panic, and anxiety were bundled together in a complete package of fear. The atmosphere of the room and the hanging bodies produced horror and anticipatory terror that I would be caught with dire consequences for my character. I experienced slight panic that I would be discovered as I heard footsteps or thought I was discovered. Ultimately, and most importantly, the implications of the raiders within the world of Fallout and how it represents a horrific possibility for our own world has compelled me to carry that memory beyond the boundaries of the game itself as a lingering idea of what it is possible for us and our world to become. Games have the possibility to immerse us in horrific situations more than any other medium, but immersion alone isn’t enough to produce meaningful and powerful horror. True horror comes not just from our reactions to sudden sounds and horrific creatures, but from the heightened state of those startling moments alongside dire implications for our world and our existence within it. If a game can use a scare to evoke this kind of looming threat - no matter how far off it may seem - that is when we become truly afraid. Sudden frights come from the unexpected, whether the source is mundane or supernatural. In contrast, persistent fear and anxiety arises from the ‘what ifs?’. In Fallout ’s case, it’s the ‘what if?’ of the all-too-real breakdown of society. There’s an enjoyment and comfort you can derive from being spooked by something you know isn’t real, but what is more unsettling to consider than the perils of our own possibilities? [1] Capcom, 1996. [2] Bethesda Softworks, 2008. [3] Red Barrels, 2013. [4] Frictional Games, 2010. [5] Mads Haahr, ‘Playing with Vision: Sight and Seeing as Narrative and Game Mechanics in Survival Horror’, in Interactive Storytelling, ed. Rebecca Rouse, Hartmut Koenitz, and Mads Haahr (Cham: 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2018), 193–205, https://doi.org/10.1007/978-3-030-04028-4_20 . [6] Sara Ahmed, ‘The Affective Politics of Fear’, in The Cultural Politics of Emotion (Edinburgh, UNITED KINGDOM: Edinburgh University Press, 2014), 62–81, http://ebookcentral.proquest.com/lib/concordia-ebooks/detail.action?docID=1767554 . [7] Amnesia: The Dark Descent Full HD 1080p/60fps GTX1070 Longplay Walkthrough Gameplay No Commentary, 2016, https://www.youtube.com/watch?v=hyUf3Ctx-Ck . [8] Rebecca Roberts, ‘Fear of the Unknown: Music and Sound Design in Psychological Horror Games’, in Music In Video Games (Routledge, 2014). [9] Tanya Krzywinska, ‘Hands-on Horror’, Spectator 22, no. 2 (2002): 12–23. [10] OUTLAST | Full HD 1080p/60fps Longplay Walkthrough Gameplay No Commentary, 2017, https://www.youtube.com/watch?v=zZNfd04GO-U . [11] Creative Assembly, 2014. [12] Crystal Dynamics, 2013. [13] Nele Van De Mosselaer, “How Can We be Moved to Shoot Zombies? A Paradox of Fictional Emotions and Actions in Interactive Fiction.” Journal of Literary Theory 12(2), 2018: 286. [14] Ibid., 286-287. [15] Smilegate, 2019. [16] Blizzard Entertainment, 2004. [17] Brian Massumi. “Everywhere You Want to Be: Introduction to Fear.” The Politics of Everyday Fear.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3; 3-38. [18] Joseph LeDoux. Anxious: Using the Brain to Understand and Treat Fear and Anxiety. New York: Penguin Books, 2015. [19] Ryan Scheiding. “War Never Changes? Creating an American Victimology in Fallout 4.” Representing Conflicts in Games: Antagonism, Rivalry, and Competition. Edited by Björn Sjöblom, Jonas Linderoth, and Anders Frank. London: Routledge, 2023; 135-152. [20] Joseph LeDoux, Lecture, New York State Writers Institute 2016. Cited in David Peckham, Fear: An Alternative History of the World. London: Profile Books, 2023, 7.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Marc Lajeunesse Marc is a PhD candidate in Concordia University'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studies in Montreal, Canada. Marc’s research focuses on toxicity in online games. He is driven to understand toxic phenomena in order to help create more positive conditions within games with the ultimate hope that we can produce more equitable and joyful play experiences for more people. He has published on the Steam marketplace and DOTA 2, and is a co-author of the upcoming Microstreaming on Twitch (under contract with MIT Press). (Game Researcher) Cortney Blamey Courtney is a Communication PhD student and game designer at Concordia University, Montreal, Canada. Her doctoral research concentrates on the process of meaning-making in games tackling serious themes and exploring this relationship between player and designer in her own critical game design process. Her previous research unpacked Blizzard’s approach to community moderation in Overwatch by investigating both developer and community inputs on forums. She is a member of the mLab, a space dedicated to developing innovative methods for studying games and game players and TAG (Technoculture Arts and Games).
- No Game for Young Men
While some critics pointed out similarities between Kart Rider and Nintendo’s Mario Kart series, this controversy did not concern its players, especially the young kids already enjoying the game—myself included. Kart Rider marked a pivotal moment in Nexon’s history, peaking at 200,000 concurrent players (in a country of 50 million people), dominating the PC-bang market, and reaching 10 million registered accounts in 2005, within just a year of its release. In 2023, after 18 years of service, Kart Rider was replaced by its sequel, Kart Rider: Drift, though the reception to this successor has been mixed and is still unable to surpass the legacy of its predecessor. < Back No Game for Young Men 20 GG Vol. 24. 10. 10.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64ec6d72-3c26-4dc7-b6bc-91c99e7c0b02 Unfortunately, I am not one of the “young men” nor do I have kids—yet. So I felt a bit uneasy when the Game Generation (GG) editorial team first asked me to write about recent trends in the game industry with a focus on children's gameplay. My initial response to the team was, “How about finding a new writer who’s a parent, someone who has kids?" I tried to politely decline the offer. However, the editor-in-chief replied, “Wouldn’t it be more objective to discuss this issue from the perspective of someone without kids?” And there I was, realizing not only how excited we were about this topic but also how cleverly they had lured me into it. Well, at least I was once a child myself. I belong to the South Korean generation that was once called the “PC-bang Zerglings,” named after a unit in the Starcraft (Blizzard, 1998) game series. It was the mid-2000s, a time when Kart Rider (Nexon, 2004) was seen as a nationwide kids' phenomenon in South Korea. Every Saturday, I would rush to the PC-bang with my classmates. I’ll probably never forget the experience of eagerly pressing the "Shift" key (for drifting in Kart Rider) amidst the haze of acrid cigarette smoke (FYI, smoking was still allowed in those places back then).Online games like Lineage (NCsoft, 1998) and Mu (Webzen, 2001) were widely popular among adult players in Korean PC-bangs at that time. There were also several games that kids could play, such as Maple Story (Nexon, 2003), QPlay (also known as Quiz Quiz) (Nexon, 1999), and Mabinogi (Nexon, 2004). Of course, some kids were eager to move past their childhood and went straight to playing FPS games or more 'adult-like' MMORPGs. However, there was always one game that every kid knew how to play: the legendary Kart Rider. * Kart Rider was truly a nationwide form of entertainment enjoyed by people of all ages in South Korea. At the heart of this phenomenon were the young players. Kart Rider was incredibly popular in Korea at the time. The magazine “Cine 21”, a highly regarded publication that covers a wide range of cultural sectors like films and media, once referred to the game as “Kookmin” (meaning “national” or “of the people”) due to its widespread acceptance among the Korean public [1] . The magazine attributed the game’s popularity to its "child-like play experience", highlighting its simple gameplay mechanics and charming cartoon-style characters that stood out from previous racing games. While some critics pointed out similarities between Kart Rider and Nintendo’s Mario Kart series, this controversy did not concern its players, especially the young kids already enjoying the game—myself included. Kart Rider marked a pivotal moment in Nexon’s history, peaking at 200,000 concurrent players (in a country of 50 million people), dominating the PC-bang market, and reaching 10 million registered accounts in 2005, within just a year of its release. In 2023, after 18 years of service, Kart Rider was replaced by its sequel, Kart Rider: Drift, though the reception to this successor has been mixed and is still unable to surpass the legacy of its predecessor. Jung-ju “Jay” Kim, the founder of Nexon, once remarked, “It is amazing to see how children and their parents willingly spend their own money and wait in long lines in queue to enjoy Disney content”, adding, “They do so happily of their own will, without being forced or being lured” [2] . This reflected Nexon's approach to its young players in the 2000s: to create games that would naturally attract kids (and their parents), encouraging them to engage and enjoy happily at their own will. This philosophy is evident in many of Nexon’s early 2000s game portfolios, with Kart Rider at the forefront. Another major success that followed was Maple Story, although I won’t delve into the game’s ups and downs over the years, like recent controversies around Maple Story’s heavy and toxic micro-transactions. Interestingly and ironically, Nexon is currently researching and developing a blockchain version of Maple Story [3] . There was a time when the world felt simpler, and Koreans shared similar experiences nationwide. The label “Kookmin (people of the nation)” was frequently attached to various phenomena in the 2000s—Kookmin actors for acclaimed actors, Kookmin popular dishes for widely-enjoyed new menus, and famous Kookmin songs that everyone listens to together. The game Kart Rider was indeed among these “Kookmin” icons. However, two decades later, in the 2020s, the world has become more diversified, complex, and arguably more fragmented. People no longer gravitate toward a single cultural trend; instead, the ability to recognize and embrace individual preferences has become more important. Henceforth, the era of “Kookmin” is over. For example, my grandmother wouldn’t know Pani Bottle or JB Kwak, some of the most famous YouTubers among South Korean Gen Z. Similarly, Gen Z has little interest in her favourite trot music shows, a genre that is popular among Korean boomers. With that in mind, here’s a quiz for our adult Korean readers: Have you heard of “Sibling War (also known as “hhnm”)? This YouTuber, with over 2.8 million subscribers, is overwhelmingly popular with South Korean kids, particularly those in elementary school. As such, mass media is no longer what it once was. There is no longer a singular, large-scale media that is embraced by all generations. In the past, Koreans would rush home to watch the same K-drama on TV and eagerly discuss the plot with friends and colleagues the next morning. Those days are now a thing of the past. It has become increasingly difficult to know what kinds of content different segments of society, particularly children, are consuming. Combined with the country’s historically low birth rate (Korea has the lowest birth rate among OECD countries, with 0.7 births per woman in 2023), Korea is becoming a less appealing place for young people as their population rapidly declines. It is now harder for adults to meet, interact with, and understand the younger generation. Unless you have children, it’s nearly impossible to know what Korean kids are enjoying or demanding these days. Fortunately for me, I have a nephew. So I decided to "interview" him to find out what content kids are currently into. Soon after I started the conversation, we quickly realized we had one topic in common; the legendary Pokémon series. With my excitement, my nephew said, “Yes, I also know the 1st generation Pokémon!” But the conversation didn’t last long. It soon became clear that, aside from Pokémon, we didn’t share many common media experiences. Readers might want to try this with their younger relatives and see how many things they have in common. But be prepared for responses like, “Who watches The Haunted House (2016) these days?” or “Nah, Pororo the Little Penguin (2003) is for babies!” (Even if your nephew might still look like a baby to you.) And neither of these are digital games. If we take a look at games, there are even fewer games to talk about with children these days. One reliable source on this trend is the "Comprehensive Report on Children and Adolescents’ Game Usage" published by the 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in 2023. The study found that 65.2% of children and adolescents in Korea play some form of smartphone game. Popular titles include sandbox games like Minecraft and Roblox (23.7%), followed by first-person or third-person shooting games (23.5%) such as Brawl Stars, Valorant, and Sudden Attack [4] . Game genre (%) RPGs (e.g., Cookie Run: Kingdom, Dungeon Fighter Online, Maple Story, World of Warcraft, Blade & Soul, Mabinogi, etc) 8.9 AOS games (e.g., League of Legends, Arena of Valor, Dota, etc) 9.2 FPS/TPS games (e.g., Brawl Stars, Sudden Attack, PUBG, Overwatch, Valorant, etc) 23.5 RTS games (e.g., Clash of Clans, Clash Royale, Starcraft, etc) 2.6 Sports games (e.g., FIFA, Director Manru, Magumagu, FreeStyle Street Basketball 2, etc) 10.5 Casual games (e.g., Candy Crush Saga, Friends Pop, etc) 3.8 Sandbox games (e.g., Minecraft, Roblox, etc) 23. Others (e.g., web games, board games, racing games, arcade games) (e.g., Kart Rider, TalesRunner, Crazy Arcades, Animal Crossing: New Horizons, Modoo Marble, Super Star, etc) 17.8% * Games that are most enjoyed by children and adolescents in Korea (source: 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2023) Sandbox games are those where players can freely create their own worlds and experiences, much like playing in a sandbox. Roblox, for example, is a platform accessed by over 150 million children globally each month. Essentially, it’s difficult to know what's trending in the virtual world of Roblox without logging in and observing or participating, like how you wouldn’t know what’s trending on YouTube without understanding how the platform functions. These days, children are exposed to a wide range of games within the Roblox platform and the Roblox world itself is regarded as a virtual gaming experience. According to my nephew's keen analysis, one of the most popular games on the Roblox platform right now is “Adopt Me!” However, he says there are “too many (naïve) kids” in the game, so he recently switched to another Roblox game called “Murder”, where the players reportedly behave a bit better. Overhearing our conversation, my nephew’s guardian expressed concern about the violence in “Murder” and immediately suggested banning him from playing—and seeking my support. But to secure the continuous access of knowledge from my informant, I responded, “Nah, he will be fine”. It’s also interesting to see that Sudden Attack (Nexon, 2005) is still listed as one of the games enjoyed by minors today. Perhaps that is because this new generation no longer gets game-related information from TV or magazines as we did in the past. Instead, minors in South Korea seem to discover games by watching game streamers and influencers that they follow. Recent studies have also found that these young players tend to enjoy games in a relatively reactive manner. For instance, they start playing the game when it becomes a common topic of interest within their social circle, like school friends. Coming from that context, it appears Sudden Attack’s old-style polygon graphics, as the game was released nearly two decades ago in 2005, doesn’t seem to bother young Korean players at all—as they value social experience through the game, and thus, as long as the game is enjoyable with their peers. My nephew (currently my only source of information) is too young to play Sudden Attack, as the game is rated 15+. But it was clear that he wasn’t interested in playing the game anyway because no one in his immediate schoolmates was playing the game (or even allowed to play it). Then it’s not worth the effort to go through the hassle of getting parental consent, installing and playing the game when there’s no social benefit thereof. Come to think of it, I think accessing the game by fake-using our parent’s ID was much easier back then in the 2000s before the time of two-factor authentication—I’ve been there, done that. According to Gallup Korea Research Group, 44% of males and 13% of females in their teens listed “gaming” as their favourite hobby [5] . This evidently indicates that gaming still remains a popular leisure activity among the younger generation. However, it’s unfortunate that fewer and fewer new games are being released in Korea targeting the younger audience. If we refer back to the 2023 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report, the only Korean game title on the list is Cookie Run: Kingdom (Devsisters, 2021), and that’s already three years old. It seems the Korean game industry no longer finds interest in making games for children with the decline in Korea’s birth rate and the overall number of younger population. Perhaps it’s no longer a profitable business. I can already see that it’s probably easier to pitch your game business to shareholders by saying, "We’re making games for adults in their 40s with disposable income" than saying that you’re interested in making games for teenagers. There was a time when games were considered childish—something that only youngsters would enjoy. Back then, kids would gather at arcades and PC-bangs. Now, it’s far less common to see young people in those places perhaps due to the declining number of children or the decline of arcades and PC-bangs. Or, it’s perhaps both. Let’s take a look at mobile games. In the Korean Apple App Store, the top five game apps in the “Kids” section are: YouTube Kids in first place, followed by the colouring game Quiber in second, the sandbox game Toca Boca World in third, Band Kids in fourth, and i-Nara in fifth. To me, only Quiber and Toca Boca World can really be considered “games,” while the others are more like social media or e-learning apps. YouTube Kids is also ranked first in Google Play’s kids’ section. Notably, both major mobile app platforms in Korea are dominated by apps focused on providing wholesome, educational content for minors. It’s interesting that Roblox, arguably the most popular game among children, isn’t on the list. It is directly provided by its developer, Roblox Corporation, and it is filled with games made by young creators. This makes me wonder: Is this a country where games for children can and will continue to exist? Will we ever see new games targeting younger players emerge in Korea again? * App Store’s “Kid” section, retrieved on May 31st 2024. There are hardly any games on the list. [1] Sang-woo Park, 「How the Kart Rider became a “kookmin” game 」<카트라이더>는 어떻게 국민 게임이 되었나)」, Cine21, 2005.09.16. [2] Jae-hoon Kim, Ki-joo Shin, 「PLAY: Gamer kids who became the founders of global game corporation – the story of Nexon (플레이: 게임 키드들이 모여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까지, 넥슨 사람들 이야기)」, 민음사, 2015.12.7. [3] Jae-seok Kim, 「Nexon is dreaming of Blockchain-based Maple Story (넥슨이 그리는 블록체인 메이플스토리의 꿈)」, Thisisgame.com , 2024.03.23. [4] 「Comprehensive Report on Children and Adolescents’ Game Usage 2023 (2023 아동청소년 게임행동 종합 실태조사)」, Korea Creative Contents Agency, 2024.03.05. [5] 「50 things that Koreans enjoy – cultural sector (한국인이 좋아하는 50가지 [문화편])」, Gallup Korea Research Group, 2024.05.22.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ctoral researcher at Aalto University, Finland) Solip Park Born and raised in Korea and now in Finland, Solip’s current research interest focused on immigrant and expatriates in the video game industry and game development cultures around the world. She is also the author and artist of "Game Expats Story" comic series. www.parksolip.com (기자) 김재석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 왜 한국 콘솔시장은 작을까? - 한국 콘솔게임에의 회상
8, 90년대에 성장한 게이머들은 아마 대부분 유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현재 한국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2020 게임백서에 따르면 4.5%인데, 사실상 명맥만 남았다고 볼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의 비율이 1.4%다. 북미의 38.4%와 유럽의 37.5%, 남미의 19.1%는 물론이고 2022년 세계 시장 비율인 25.2%와도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 아시아 시장의 콘솔 게임 비율은 8.7%인데, 한국의 작은 콘솔 시장이 큰 몫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반면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은 아시아에서 각각 25.7%과 54.1%로 다른 권역에 비해 차이가 극명하다. < Back 왜 한국 콘솔시장은 작을까? - 한국 콘솔게임에의 회상 03 GG Vol. 21. 12. 10. 대충 초등학교 고학년 때인 90년대 초였던 것 같지만, 정확히 몇 년도였는지 불확실한 옛날 기억이 있다. 나에게 ‘게임기’가 생겼다. 아마 어떤 잡지에서 경품에 당첨되어 받았던 것 같다. 시대를 감안하면 어떤 기종인지 짐작할 수는 있지만, 짐작일 뿐이다. 기종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이렇게 흐릿한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그 게임기를 몇 번 만져보지 못했다. 롬팩도 게임 모음집 하나가 있었거나 아예 없어서 내장 롬의 미니게임뿐이었다. 이유는 당연히 부모님 때문이었다. 사용권을 빼앗긴 것은 아니었지만, 새 롬팩을 사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집의 TV에 그 게임기를 연결하는 행위 자체로도 눈길이 곱지 않았다. 게다가 단자가 무엇인지, 선은 왜 이리 많은지, 아무런 개념조차 잡혀 있지 않았던 내게는 연결 방법을 알려줄 어른이 필요했지만, 부모님은 그런 역할을 적극적으로 거부했다. 내가 그 게임기를 돌려보려면 친구 집에 가야만 했고, 친구 부모님은 연결을 도와주긴 했으나 불편한 기색이었다. 할 만한 게임도 없는데 게임할 공간도 없으니 자연히 내 인생 최초의 게임 콘솔은 벽장과 망각 속으로 사라졌다. 8, 90년대에 성장한 게이머들은 아마 대부분 유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현재 한국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2020 게임백서에 따르면 4.5%인데, 사실상 명맥만 남았다고 볼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의 비율이 1.4%다. 북미의 38.4%와 유럽의 37.5%, 남미의 19.1%는 물론이고 2022년 세계 시장 비율인 25.2%와도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 아시아 시장의 콘솔 게임 비율은 8.7%인데, 한국의 작은 콘솔 시장이 큰 몫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반면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은 아시아에서 각각 25.7%과 54.1%로 다른 권역에 비해 차이가 극명하다. *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 p. 668 그 이유는 8, 90년대의 미약한 시작에서 이어져 내려왔을 것이다. 작은 규모로 시작한 시장이, 단 한 번도 아케이드와 PC와 모바일에게서 헤게모니를 가져오는 모멘텀을 겪지 못한 채로 성장해왔다는 슬픈 스토리다. 그 슬픈 시절로 잠깐 가보자. 한국에서 처음 판매된 게임 콘솔은 오트론 텔레비전 스포츠다. 게임 내장형 콘솔로 미국의 ‘홈 퐁’과 똑같았으며, 최초 가격은 29500원, 이후 인하해서는 19800원이었다. 77년 기준으로 노동자 평균 월급이 69000원이던 시절이다. 시장 형성이나 대중화와는 거리가 먼 가격이었으니, 최초라는 점 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 가격으로 인해 가정용 퐁과 아타리의 시대에는 한국의 콘솔 게임이 자라나지 못했고, 닌텐도를 필두로 한 80년대가 왔다. 하지만 강력한 반일 정서가 지배하는 한국에 닌텐도가 수입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어불성설이었다. 때문에 80년대 초반에는 8비트 MSX를 플랫폼으로 하는 PC 게임이 이를 대체하듯이 수입되었다. 그나마도 고가품이었으니, 82년 기준으로 국내 도입 대수는 천 대가 채 안 되었다고 한다. 8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한국은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을 했고, 그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다. 자연히 일본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85년에 대우가 재믹스라는 자체 콘솔을 출시하면서 게임이라는 신문물에 대한 낯설음도 많이 반감되었다. 그래도 일본 기업이 현지 법인을 만들어 진출하는 것은 대중의 정서상 어려웠기에, 국내 기업이 별도의 이름으로 콘솔을 수입했다. 이제야 의미 있는 게임 콘솔이 등장하는 것이다. 삼성이 세가의 세가 마스터 시스템을 ‘겜보이’라는 명칭으로 수입해 판매했고, 이게 히트를 거뒀다. 이에 현대는 닌텐도의 NES, 즉 북미판 패미컴을 수입해 ‘현대 컴보이’로 출시했다. 이로써 재믹스, 겜보이, 컴보이의 삼국지로 시장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이 시장의 규모는 대중적이라고 부를 정도로 크지는 못했다. 히트를 했고, 대중이 존재를 알 정도의 규모는 되었지만, 매니아 위주의 시장이 되었다. 각 콘솔의 가격만 봐도 그 결과가 자명하다. * 대우 재믹스 광고, 가격이 7만 원이다. * 삼성 겜보이 광고. 가격이 11만9천 원이다. * 현대 컴보이 광고. 13만9천 원이 가격이다. * 92년 하반기의 콘솔 게임 타이틀의 가격. 따라서 게임 콘솔에 더해 이 가격까지 감안해야만 콘솔 게임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나온다. 1990년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중등 교원과 대기업 사원의 초봉이 60만 원이 안 되던 시절이다. 이 시기부터는 빈부 격차가 벌어지면서 노동자 평균 월급을 기준으로 삼기가 좀 어려워지는데, 그나마도 150만 원이었다. 따라서 게임 콘솔은, 10년 전의 오트론과는 달리, ‘구매는 가능하지만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또한 게임 시장의 헤게모니는 느리지만 아주 조금씩 아케이드에서 PC로 옮겨가고 있었다. 게임 콘솔의 경쟁자는 사실 PC였던 셈인데, 당시 싸게는 100만 원에서 비싸게는 200만 원 이상을 호가하던 PC가 20만 원 이하의 게임 콘솔과 경쟁한다는 것은 가격 경쟁력에 있어 상대가 안 될 것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PC에게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한다는 맥락이 있었고, ‘교육용’도 가능한 다용도라는 강점이 있었다. 이에 비하면 게임 기능 하나만 있는 콘솔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만큼이나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콘솔과 PC에는 가장 큰 차이, 공간적 차이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콘솔의 공간은 거실, PC의 공간은 방이다. 게임 콘솔은 TV와 연결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TV는 가족 공통의 미디어이니 거실에 있다. 거실 TV의 용도는 부모 세대가 결정하니, 당시의 자녀 세대가 콘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거실의 권력을 얻어내야만 했다. 또한 당시의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을 겪던 세대다. 따라서 거실에 존재할 시간 자체가 없는 경우도 꽤 많았으며, 설사 야자가 없더라도 퇴근한 부모를 상대로 거실 TV의 사용권을 협상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PC라면 공간이 방으로 바뀌면서 거실 권력에 대항할 필요가 없어진다. 야자를 끝내고 와서, 혹은 부모가 TV를 시청하고 있는 시간에,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 된다. 당시 게임 소프트웨어의 복사 유통이 콘솔 롬팩의 복사보다 훨씬 손쉬웠다는 점도 PC 게임 확산에 한몫을 했을 것이다. 아케이드에서 게임을 하는 시대가 집에서 게임을 하는 시대로 바뀔 때의 서사에서, 북미나 유럽은 이와 달랐다. PC의 보급이 한국보다 빨랐으며, 따라서 PC에 대한 인식은 게임용보다 다용도에 가까웠다. 즉 PC는 이미 부모 세대의 것이었다. 자녀 세대들은 학원과 야자가 없으며, 부모 세대에게는 여가 생활 선택지에 PC가 추가된 구도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거실 권력의 일부를 내주는 여유가 가능하다. 게다가 콘솔의 보모 기능을 부모들이 깨닫게 된다. 동네 아이들 몇 명을 거실에 모아놓고 피자 한 판과 게임 콘솔을 쥐어줄 경우, 부모 세대는 시내로 영화를 보러 잠시 외출할 수 있다는 식의 계산이다. 반면 한국의 부모에게 보모 역할은 조부모나 학부모나 야자가 해주었으니 게임까지 눈을 돌릴 이유가 없었다. 다만 유럽의 경우엔 북미보다 이런 경우가 덜했는데, 그 원인을 평균 거주 공간에서 찾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거면적이 월등히 넓은 북미의 경우엔, 거실에 콘솔을 구비해도 상관없는 주거면적이지만 유럽의 경우엔 고려를 한 번 거쳐야 하는 것이다. 특히 동유럽은 과거 공산권이어서 자본주의 진영의 상품인 게임 콘솔의 수입에 대한 문턱이 높기도 했고, 주거면적 또한 다른 유럽에 비해 좁은 편이어서인지 콘솔 점유율이 가장 낮다. 이 해석에서 유일한 예외는 영어가 모국어라서 미국 문화와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영국이다. * 2014년의 자료이긴 하지만, 북미와 호주의 평균 거주 공간이 유럽(특히 동유럽인 러시아)보다 넓음을 알 수 있다. 1990년 당시 한국의 가구당 평균 주거 면적은 이 그래프의 덴마크와 비슷한 62.94였지만, 상기한 문화적 이유로 인해 이 공간의 이점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북미와 서유럽은 게임의 헤게모니가 아케이드에서 콘솔을 거쳐 PC로 옮겨갔지만, 한국과 동유럽은 아케이드에서 곧장 PC로 이동했다고 서술할 수 있겠다. 해당 국가에서 아케이드 게임장이 갖는 위상을 고려해서 공간 위주로 서술을 요약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북미와 서유럽의 경우엔 시내에서 거실로, 다시 거실에서 방으로. 한국과 동유럽의 경우엔 동네에서 방으로. 이 공간의 서사는 이제 모바일의 득세로 인해 ‘내 손’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 해당 공간이 함축하는 맥락은 그 이상이다. 아케이드는 북미와 유럽처럼 시내의 번쩍번쩍한 게임 센터이건, 한국의 우중충한 동네 오락실이건,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공적 공간이니 자연히 커뮤니티의 성격 또한 갖게 된다. 고수의 플레이를 구경하고, 다른 동네의 고수와 대전하기 위해 그 동네 오락실을 갔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이를 ‘아케이드는 소셜 친화적 게임 공간이다’라고 서술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공간이 거실이라는 사적 공간으로 바뀌면 소셜의 색채는 옅어지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거실에서의 게이밍은 누군가가 구경할 수 있고, 그에 대해 대화할 수 있고, 함께 플레이할 수도 있다. 콘솔 게임은 1인 미디어이긴 하지만 오프라인 소셜 미디어로서도 활용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방으로 게임 공간이 바뀌자 소셜의 비중은 극도로 줄어들어버렸다. 방은 철저하게 사적 공간이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부모들이 TV를 볼 동안 자녀가 PC 게임을 하는 구도가 가능했다. PC라는 단어 자체가 Personal Computer의 약자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의 등장 이전의 한국에서 게임은 1인 미디어의 이미지였다. ‘게임을 같이 한다’의 의미가 아케이드/콘솔에서 조이스틱/패드를 각각 하나씩 잡고 게임을 하는 의미였던 시절이었다. 이를 오프라인 안티소셜 + 온라인 소셜이라고 서술할 수도 있을 것이다. PC 게임 자체의 안티소셜적 성격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콘솔 수준으로 희석되었다. PC방의 경우엔 방의 공간을 다시 아케이드로 되돌리는 흐름이었고, 특히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의 아케이드화가 굉장히 큰 역사적 방점이었다. 혹은 비록 친구들끼리 모여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러 갔던 모습은 오프라인 소셜이긴 하지만, 온라인으로도 이 모습은 가능하다. 즉 한국의 PC방 문화는 PC 게임의 오프라인 안티소셜 성격을 옅게 만들긴 했지만, 인프라의 확장으로 인해 온라인 소셜의 성격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현재 결과로는 보강의 의미 이상이 되지 못했다. MMORPG를 같이 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만날 필요까지는 없으니까. 그리하여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달라진다. 점유율 40%에 육박하는 북미와 유럽이라면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함께 헤일로를 하는, 게임의 오프라인 소셜적 이미지가 어느 정도 살아 있다. 미국식 영어에서 비디오 게임을 지칭하는 속어 중 하나가 nintendo game인 것은 닌텐도의 역사적 영향력을 증명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콘솔의 소셜적 측면이 영어권 사회가 갖고 있는 게임에 대한 이미지에 녹아들어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반면 한국은 아케이드를 빠져나온 후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오프라인 소셜의 이미지는 없다시피 하다. 이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 속 두 캐릭터가 토르와 구경이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게임 폐인이 된 토르가 등장하는데, 그는 친구들과 함께 거실에서 포트나이트를 플레이하고 있다. 반면 드라마 ‘구경이’의 주인공 구경이는 마찬가지로 게임 폐인이지만, 자기 집에서 MMORPG를 플레이한다. 그는 게임을 통해 길드원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게임 바깥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다. 토르의 거실과 포트나이트, 구경이의 집콕 MMORPG의 차이가 콘솔이 빠져있는 한국 게임의 특수성이다. * 토르는 사회와 단절한 상태지만 그의 게임은 여전히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콘솔이 가진 옅은 오프라인 소셜의 성격이 남아있는 형태로 볼 수 있다. * 구경이 또한 사회와 단절했지만 토르와 달리 그의 오프라인 공간에는 구경이 혼자만 존재한다. 온라인 소셜 위주인 PC게임의 사회적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회적 이미지, 게임 내부의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게이밍 경험의 차이가 이 역사적 맥락 혹은 경험의 차이에서 나오게 된다. 한국의 콘솔 게임이 극도로 적다는 의미는, 단순히 해당 플랫폼의 게임을 덜 만든다는 1차적 의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소셜로도 활용이 가능한 게임을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한다는 의미다. 달리 표현하면 한국에서 만들거나 유통되는 게임은 온라인 소셜을 기본으로, 혹은 아예 온라인 소셜만을 상정하고 만들어진다는 귀결도 가능하다. 그리고 시대는 이제 2022년을 바라보고 있다. 게임의 헤게모니는 아케이드-콘솔-PC 순으로 이어졌고, 그 다음인 모바일로의 이행이 진행 중이다. 모바일의 오프라인 공간은 ‘내 손’이니 매우 협소하며, PC 이상의 오프라인 안티소셜 성격을 보여준다. 이 이행 과정을 보면 오프라인 소셜의 성격은 계속 옅어지면서 온라인 소셜의 비중이 늘어나는 그래프를 상상할 수 있다. 그럼 이제 시대의 무게추는 온라인 소셜로 완전히 옮겨가는 것일까? 몇 년 전의 기억이다. 내 예전 애인 한 명은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고를 깊게 플레이했다. 그는 더 많은 포켓몬을 포획하고 교환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야 했고, 비정기적으로 집 근처의 커뮤니티 사람들을 만나 함께 동네 여기저기로 몰려다녔다. 온라인 소셜이 오프라인 소셜로 바뀌는 지점이었다. 기존 온라인 게임의 ‘정모’와 비슷해 보이긴 했지만, 모여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거리의 모바일 아케이드나 모바일 PC방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했다. 그러고 보면 포켓몬고를 플레이하려고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유명인과 그를 쫓아가는 팬들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 닌텐도 스위치의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도 이 부분이었다. 거치형인 동시에 휴대형인 콘솔이므로 오프라인에서 만난 두 플레이어가 서로의 콘솔을 연동해 동반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다. 이는 모바일이 사실은 오프라인 소셜의 측면을 숨기고 있음을 증명한다. 휴대가 가능하기에 오프라인 접촉이 용이한 최초의 플랫폼이 되는 역설이다. 오프라인으로 동반 플레이를 하기 위해 게임 콘솔이나 PC를 싸들고 친구 집에 가는 것에 비하면 경이적으로 편하다. AR 게임의 가능성까지 고려했을 때 모바일 게임의 소셜적 측면은 확고한 영역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콘솔 게임이 빠진 탓에 아케이드 이후로 사라졌던 한국 게임의 오프라인 소셜적 측면이 극적인 부활을 할 수 있을까? 포켓몬고가 오프라인에서도 작동하는 소셜 활동을 만들어낸 것 이상의 무엇이 생겨날 수 있을까? 답은 개발자의 상상력과 유저의 활용력에 달려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작가.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평생 게이머로서 살면서, 2001년에 처음 게임 비평을 썼고 현재 유실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 북유럽 레트로: 핀란드의 레트로게임 문화
핀란드에서 컴퓨터게임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부터 였고 80년대부터는 상업화 되었으니 그 역사는 꽤 긴 편이다. 최초의 e스포츠 토너먼트 - 당시에는 “이스포츠”가 아니라 “핀란드 컴퓨터게임 챔피언십”이라 불렸다 - 가 1983년에 이미 개최되었으며, 90년대 초반에 이르면 게임플레이가 청소년들의 주요 여가활동으로 자리잡는다. < Back 북유럽 레트로: 핀란드의 레트로게임 문화 02 GG Vol. 21. 8. 10. - 편집자 주: 이 글은 해외에서 투고한 원고를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은 아래에 병기하였습니다. 핀란드에서 컴퓨터게임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부터 였고 80년대부터는 상업화 되었으니 그 역사는 꽤 긴 편이다. 최초의 e스포츠 토너먼트 - 당시에는 “이스포츠”가 아니라 “핀란드 컴퓨터게임 챔피언십”이라 불렸다 - 가 1983년에 이미 개최되었으며, 90년대 초반에 이르면 게임플레이가 청소년들의 주요 여가활동으로 자리잡는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은 코모도어64(Commodore 64)로, 1980년대의 인기가 1990년대에도 이어지면서 그 이름이 사실상 핀란드의 게임세대와 동의어가 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는데, 당시 코모도어 64는 다른 유형의 디지털 플레이와 프로그래밍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관문과 같은 것이었다. 동아시아의 경제 위기가 1997년 한국을 크게 덮쳤던 것처럼, 핀란드도 1990년에서 1993년 사이에 심각한 경제적 불황을 겪었다. 이후 컴퓨터와 고급 (가정용)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투자가 이어지는데, 노키아 휴대폰이 부상하는 게 바로 이 시기다. 가정용 컴퓨터 또한 널리 보급되었는데, 핀란드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집에서 자신의 PC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지극히 낮은 인구 밀도 때문일 것이다(핀란드 인구는 5백만명이지만 지리적 크기는 한반도의 3배 이상이다). 이와 같은 문화적 맥락을 통해 알 수 있는 핀란드 레트로게임문화의 지역적 특색은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핀란드의 오랜 게임 개발의 역사 그리고 PC 중심적 플레이의 역사로 인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지역 취미가들이 게임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게임과 컴퓨터들을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핀란드의 지리적 특성상 공간적 구조가 상대적으로 넓은데, 이는 사람들이 과거의 테크놀로지를 수집, 저장하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 이와 같은 게임플레이의 기억에 대한 아카이빙과 수집, 그리고 (물리적, 가상적) 공유는 핀란드의 레트로게임 문화에 있어 핵심적인 측면 중 하나다. 둘째, 핀란드의 컴퓨터게임 개발 및 플레이의 역사에 주된 영향을 끼친 플랫폼은 PC지만, 1990년대 및 2000년대 초반에 청소년기를 보낸 많은 사람들이 PC로 넘어가기 전(핀란드의 인구가 적기 때문에 PC 인터페이스는 결코 핀란드어로 번역되지 않는다. 그래서 PC를 사용하려면 먼저 영어에 능숙해져야 한다) 보다 어렸을 적에 콘솔을 소유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이래 거의 모든 콘솔들이 핀란드에 출시되었고, 오늘날 많은 성인들은 자신이 성장기에 플레이했던 콘솔을 가지고 레트로 게임을 즐기면서 어린 시절의 경험을 재현하기를 즐긴다. 셋째, 가정용 컴퓨터(와 콘솔)이 2000년대 초반 노키아의 모바일 테크놀로지 붐과 함께 갈수록 많은 인기를 모으면서, 핀란드의 아케이드 게임 문화가 거의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게임 아케이드는 핀란드의 도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오락 문화였지만 사람들이 가정 내 게임 인프라에 보다 많이 투자하고 옮겨가면서 아케이드 게임을 향한 관심이 떨어졌고 업계의 수익성은 크게 하락했다.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아케이드 경험을 되살릴 수 있는 레트로 게임공간으로서 게임 아케이드를 방문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을 돌이켜볼 때, 핀란드의 레트로 게임문화가 여러 시대를 횡단하며 등장했던 특정 콘솔들과 다양한 개인용 컴퓨터 등 넓은 범주를 아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레트로게임 집단과 기업가들, 심지어는 박물관마저도 레트로 게임과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레트로 게이머를 다루는 특집기사들, 레트로 게임을 수용하면서 즐기는 집단이나 그것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집단을 소셜미디어에서 마주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다음은 “핀란드의 레트로게임 문화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세 집단의 답변을 통해 그 역사를 구체적으로 이해해보고자 한다. 먼저 템페레에 위치한 핀란드 게임박물관에서 일하는 니클라스 닐룬드(Niklas Nylund) 박사에게 그 질문을 던졌다. 이 박물관은 템페레시와 루프리키 매체 박물관(Media Museum Rupriikki), 사설 게임 박물관 펠리코네주니트(game collective Pelikonepeijoonit), 그리고 템페레 대학이 핀란드 게임문화의 발전상을 보여주기 위해 설립되었다. 2017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10만 유로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기부한 핀란드 게임열정가들에 힘 입어 게임 역사를 위한 공공의 아카이브 시설로 구축되었다. 이 곳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으로 지역주민과 방문객들 모두 게임문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닐룬드 박사에 따르면 핀란드 레트로게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개방성과 협업, 그리고 민주적 의사 결정에 있어 타인에 대한 존중이다. 소규모 국가인 핀란드 특유의 대화하는 문화를 통해 상위 문화 유산 기관들이 처음부터 레트로 게이머들과 대화하면서 그들로부터 배우고자 했다는 것이다(레트로 게이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닐룬드는 게임 보존에 관심이 있는 단체들이 핀란드 게임박물관 설립과 같은 프로젝트와 “게임 보존을 위한 토론회”를 함께 한 경험이 긍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응답은 투르쿠 대학 ANC(Academic Nintendo Club)의 회장인 이에로 피칼라(Eero Pihkala)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ANC는 1980년대의 콘솔부터 e스포츠에 이르는 다양한 레트로 게임 여가활동을 제공하는 단체다. 이러한 유형의 클럽은 - 학술적이든 비학술적이든 - 핀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특정한 콘솔이나 컴퓨터에서부터 특정 장르에 이르기까지 그 전문성과 형태에 있어 다양하다. ANC를 대표하는 피칼라는 “핀란드 레트로게임 문화에 있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서로 상이한 여러 세대들이 - 최신 AAA 게임 시장을 추종하는 대신 - 동등하게 게임을 향유한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게임문화의 역사를 보존하고 그 역사 내의 다양성의 유산을 찬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들은 또한 레트로 게임이 “유동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핀란드인들에게 있어서는 MS-DOS와 PC 기반의 게임 활동이 핵심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는 199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대개 일본산) 아케이드 게임의 수집으로 잘 알려져 있는 헬싱키 소재의 아케이드 홀 스고이(Sugoi)의 소유주인 마르쿠스 아우티오(Markus Autio)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핀란드의 레트로게임 문화는 노스탤지어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나 청소년기에 접했던 게임을 다시 접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러한 게임이 반드시 직접 플레이했던 것일 필요도 없다. 그저 쇼핑센터의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보았던 게임에 대해 남은 인상일 뿐이어도 상관 없다. 또는 당시 비디오게임 잡지에서 읽었던 게임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레트로 게임문화에 있어 핵심은 어떤 식으로든 그 게임에 친근감을 느낌으로써 노스탤지어적인 흥미를 일으키는 것”이다. 동일한 연장선에서 노스탤지어적 아케이드들이 현재 핀란드의 도시 풍경에 되돌아오면서 취미가들을 위한 (종종 사교를 위한) 레트로 게임용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핀란드 레트로 게임문화의 세 가지 특성에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독특한 특성을 추가할 수 있겠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핀란드에서는 PC용 DIY 게임(대개 MS-DOS용 게임) 만들기 붐이 일었는데, 이러한 게임들은 대개 블랙코메디 등 풍자적이고 패러디 같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게임들은 대체로 비영리적이었고 그 개발자들도 대개 익명으로 남아있다. 그들의 셰어웨어식 유통은 디스크 교환이나 게시판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그러한 활동들은 핀란드 게임 역사의 작은 부분을 형성하고 있는데, 레트로 게이머들이 그러한 게임들의 플레이를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내거나 온라인 비디오를 만들어 소환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 가운데 다수는 의도적으로 도발적이거나 공격적인 콘텐츠를 담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존재를 거부하는 것보다는 그와 같은 레트로 게임 활동을 알리는 것이 그 발생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그것들이 후기의 문화적 발전에 끼친 영향 또한 밝혀줄 수 있을 것이다. Retrogaming in Finland Finland has a long and established history of computer game development, starting from the late 1970s and commercializing in the 1980s. The first esports tournament – which was not called “esport” at the time but “Finnish Computer Game Championships” – was held already in 1983, and gaming quickly evolved into one of the key leisure activities of adolescents by the early 1990s. The Commodore 64 played a significant role in this development, as its popularity in the 1980s and still in the 1990s became synonymous with the Finnish gaming generation as a gateway to other types of digital play and programming. Just as the Asian financial crisis hit Korea in 1997, Finland suffered a deep financial depression between 1990 and 1993, which was soon followed by further interest and investing in computers and high-class (home) technology, especially with the rise of Nokia mobile phones. Unlike in many other countries, home computers became standard household products across the population and people still play mostly at home with their own PCs – perhaps due to the scarce density of the population (Finland has only 5M people but is geographically more than three times larger than Korea). This cultural context has marked the Finnish retrogaming scene with local characteristics, which can be divided into three distinct domains. First, due to the long history of Finnish game making and PC driven play, a relatively large number of the local hobbyists are curious about game history and many people have personal game and computer collections. The geographic nature of Finland supports relatively spacious architecture, thus allowing people to store legacy technologies. This archiving, collecting, and sharing (physical and digital) gaming memories is one of the key aspects of Finnish retrogaming. Second, despite the PC having had a major impact on the history of Finnish computer game development and play, many adolescents of the 1990s and early 2000s had game consoles in their childhood years before moving to use PCs (PC interfaces were never translated to Finnish due to the small population so using one required fluent in English). Almost all international consoles have been released in Finland since the late 1980s and today many adults like to revisit their childhood by retrogaming with the consoles that formed a part of their childhood. Third, due to the increasing boom of home computers (and consoles) in the early 2000s with the Nokia mobile technology boom, the Finnish arcade gaming culture vanished almost entirely. Until the late 1990s, gaming arcades were still a common particle of Finnish cities and entertainment culture, but as people moved to invest (even) more on their home gaming infrastructures, the interest toward arcade games dropped and the business became unprofitable. Today, many people visit arcades as retro game spaces to relive former arcade experiences. Reflecting upon this historical background, retrogaming in Finland ranges from specific consoles to various personal computers across different decades. There are different active retrogaming groups, entrepreneurs and even museums set around retrogaming and hardware. It is not uncommon to stumble upon a news feature about retro gamers or various social media groups embracing or seeking to profit from retro games. Below, we elaborate on this history via three parties from whom we asked one simple question: What is the most distinct feature of Finnish retrogaming? Our first response comes from PhD Niklas Nylund who works for the Finnish Game Museum in the city of Tampere. The Finnish Game Museum is a collaboration between the city of Tampere, Media Museum Rupriikki, game collective Pelikonepeijoonit and the University of Tampere set to represent Finnish gaming culture and how it has developed over the years. The Museum was opened in 2017 and was crowdfunded by Finnish gaming enthusiasts who donated 100,000€ to establish a public archive of game history. It is a meeting place for the past and the present, offering low-threshold participation in gaming culture for both locals and visitors. According to Nylund, the most distinct feature of Finnish retrogaming is its openness, collaboration, and respect for other people in democratic decision making. Finland is a small country, and its conversation culture is open to an extent that high cultural heritage institutions were from the start interested in having a dialogue with retro gamers and learning from them (and vice versa). Nylund adds that experiences have been positive with parties interested in preserving games through projects such as the Finnish game museum and having a shared “round table of game preserving.” Our second response is credited to Eero Pihkala, the president of Academic Nintendo Club (ANC) in Turku University. ANC is a hobby group offering free-time retrogaming activities around old and new games ranging from the 1980s consoles to retro esports. These kinds of clubs, academic and non-academic, are common in Finland and differ in format as well as specialization from specific consoles and computers to genre-based groups. According to Pihkala, representing ANC, “the most distinct feature of Finnish retrogaming is appreciating games equally from all different generations. That’s how we can preserve the history of gaming culture(s) and celebrate the legacy of diversity in it as opposed to chasing the latest trends in the AAA-market.” They also add that retrogaming is a “fluid concept,” but for the Finns the MS-DOS and PC-based gaming activities form its core. Finally, we talked to Markus Autio who is the owner of Sugoi, an arcade hall in Helsinki known for its collection of (primarily Japanese) arcade games from the 1990s to this day. In Autio’s view, “Finnish retrogaming is about nostalgia. People love to revisit games that they knew as kids or teens. And it doesn't even have to be a game they remember playing, but maybe something they just saw in some darkened corner of a mall, having left a lasting impression. Or maybe they read about it in a videogame magazine at the time. The key of this retrogaming is to be familiar with the game in one way or another, which sparks nostalgic interest.” Along these lines, nostalgic arcades are currently making a small comeback to the Finnish cityscapes and provide a space for (often social) retro game sessions for more and less active hobbyists. In addition to the above three domains of retrogaming, one more unique feature can be noted as an endnote. From the 1980s to late 1990s, a wave of DIY-games for the PCs (usually MS-DOS) emerged in Finland, often representing satiric and parodic themes with dark humor. These games were primarily nonprofit, and the designers were standardly left anonymous. Their shareware distribution occurred via traded disks and early bulletin board systems, ultimately forming a small piece of Finnish gaming history that retro gamers summon by playing them in live-streams and creating online videos of them. Many of these games include content that is intentionally provocative or hostile; however, instead of refusing to acknowledge their existence, informed retrogaming activities can help understanding their historical context of emergence and to shed further light on their influences on later cultural developments. Ville Malinen is a PhD Candidate at University of Jyväskylä. His research is focused on the historical development of F1 racing and motor esports. He has written several journalistic articles about gaming in Finnish magazines and newspapers, and is interested in the philosophical issues arising from simulation games. Veli-Matti Karhulahti is Senior Researcher at University of Jyväskylä and holds Adjunct Professorship in University of Turku. His research tackles gaming, play, and technology use in many ways, and he is the author of the book Esport Play: Anticipation, Attachment, and Addiction in Psycholudic Development (Bloomsbury, 202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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