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백서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과 알려주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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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3. 2. 10.
2023년 1월 2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이하 ‘백서’ 혹은 ‘게임백서’)〉를 발행했다. 백서는 연 1회 발행되며, 1년 간의 국내 게임산업 현황(산업, 수출입, 제작 및 배급업체, 종사자, e스포츠 등), 게임이용 동향(플랫폼별 이용, 게임에 대한 인식 및 태도 등), 해외 게임산업 현황(플랫폼별·국가별) 등을 다룬다. 국내외 산업규모, 이용행태를 파악하고 경제적 가치를 분석해 정책수립이나 연구조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백서 발행의 목적이다.
게임에 대한 다른 광범위한 조사가 거의 없는 데다, 다른 콘텐츠들과의 비교 속에서 이뤄지는 조사인 만큼 그 데이터가 갖는 의미는 크다. 게임에 대한 백서가 나오는 것처럼, 다른 콘텐츠산업들에 대해서도 백서가 나온다. 그 백서들의 발행주체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한국표준산업분류체계와 콘텐츠산업 특수분류체계, 그리고 문화산업진흥기본법과 콘텐츠산업기본법 내 분류체계를 결합해 콘텐츠산업을 11개로 분류한다. 이를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특수분류체계라 하는데, 여기에는 게임 외에도 출판, 만화,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 솔루션이 포함된다.
분류된 11개 콘텐츠산업 조사에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항목(예를 들어, 산업규모, 수출입규모, 관련업체 수, 종사자 수 등)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전체 콘텐츠산업에서 개별 콘텐츠산업이 갖는 위상을 점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단순 수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개별 콘텐츠산업의 양상과 관련 이슈, 트렌드들에 대해서는 질적 분석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게임백서는 게임산업과 이용에 관한 한 해 동안의 양적·질적 데이터가 모두 포함돼 있는 백과사전과도 같은 존재라 하겠다.
이 글은 이번 게임백서에서 주목할 만한 데이터들과 놓치면 안 될 흐름들을 잡아 소개한다. 물론 단순히 내용을 정리해 옮기기만 할 것이라면, 조사 요약본이나 관련 기사들을 참고하는 것이 낫다. 여기서는 그 데이터와 흐름들에 약간의 해석을 덧붙이고, 말미에 백서에 대한 간단한 제언까지를 추가하려 한다. 이를 통해 한 해 동안의 게임산업과 이용을 둘러싼 양상, 이슈, 트렌드들을 살피고, 그것들이 갖는 의미, 앞으로 백서가 나아갈 방향을 점검해본다.
한국의 게임시장 규모: 20조원 돌파, 크지 않은 성장률, 플랫폼별 고른 성장
2021년 한국 게임시장 규모는 20조 9,913억 원으로, 20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전년(18조 8,855억 원) 대비 11.2%나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한국 경제성장률(4.1%)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특수분류체계에 따른 총 11개 콘텐츠산업(게임, 출판, 만화,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중 게임이 방송, 출판, 지식정보에 이어 4번째로 20조원 규모를 기록하게 되었다.
게임백서에서는 게임 플랫폼을 게임이 구동되는 하드웨어 형태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면서 아케이드게임, 콘솔게임, PC게임, 모바일게임의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이 플랫폼별 이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바일 게임시장의 안정화다.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는 갈수록 팽창해왔고, 한국 전체 게임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지도 오래됐다. 다만 2019년 49.7%에서 2020년 57.4%로 7.7%나 증가했던 것과는 달리, 2021년은 57.9%로 적어도 전년과 비교했을 때 아주 크게 늘지는 않았다. 물론 모바일 게임시장 비중의 확장세 둔화가 2022년에도 계속될지 다시 반등에 오를지는 확실히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른 플랫폼들의 비중이 전년 대비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감안했을 때 당분간 아주 큰 폭으로 비중이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비중이 크게 늘지 않았다 해서 모바일 게임시장이 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매출액 12조 1,483억 원으로 전년(10조 8,311억 원) 대비 12.2% 성장률을 기록했다.
둘째, 아케이드와 PC 게임시장이 크게 성장한 반면, 2년 연속 가장 크게 성장했던 콘솔 게임시장은 마이너스 성장했다. 아케이드 게임시장은 전년 대비 20.3% 성장해 2,733억 원 규모를, PC 게임시장은 15.0% 성장해 5조 6,373억 원 규모를 나타냈다. 하지만 2019년 전년 대비 31.4%, 2020년 57.3% 성장했던 콘솔 게임시장은 1조 520억 원 규모로, 전년(1조 925억 원) 대비 –3.7%의 성장률을 보였다. 아케이드 게임시장의 약진은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던 해당 게임시장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PC 게임시장의 성장에는 넥슨 〈서든어택〉,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엠게임 〈열혈강호 온라인〉 등과 같은 인기게임들의 매출 증가가 한몫했다. 반대로 콘솔 게임시장의 마이너스 성장에는 시장 파급력을 일으키는 게임이 적었던 탓이 컸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플레이 공간이 집 밖으로 확장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타 콘텐츠 분야에서 흥행작이 연이어 등장하는 등 가정 내 게임 플레이 증가에 긍정적이지 못한 요인들이 꽤 있었음에도 PC게임은 선방했지만 콘솔게임은 그러지 못했다.
셋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큰 폭의 하락을 보여왔던 PC방 및 아케이드 게임장 매출액이 소폭이라곤 해도 증가했다. PC방 매출은 2019년 2조 409억 원에서 2020년 1조 7,970억 원으로 큰 역성장(-11.9%)을 기록했고, 아케이드 게임장은 2019년 703억 원에서 2020년 365억 원으로 시장이 거의 반토막(-48.1%) 났었다. 물론 코로나19 외에 PC 게임시장의 성장 정체와 모바일게임으로의 이용 집중, 가정에서 플레이되는 콘솔게임의 인기 폭증 등도 오프라인 유통업소의 쇠락과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외 활동 본격화, 정부의 아케이드 게임산업 활성화 정책, 그리고 PC 및 아케이드 게임시장의 성장 등에 힘입어 게임 유통시장 매출은 반등했다.
종합적으로, 2021년 한국 게임시장은 지난 3년을 비추어봤을 때 크게 팽창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2018년 성장률 8.7%, 2019년 9.0%, 2020년 21.3%, 2021년 11.2%), 플랫폼별로 비교적 균형 있게 성장했다 볼 수 있다. 그동안 ① 크게 성장하는 플랫폼시장(모바일게임, 콘솔게임), ② 성장이 정체된 플랫폼시장(PC게임, 아케이드게임), ③ 크게 역성장하는 유통시장(아케이드게임장, PC방)의 양상으로 전개돼던 흐름이, ① 안정적으로 성장한 플랫폼시장(모바일게임), ② 성장세가 둔화된 플랫폼시장(콘솔게임), ③ 하락세 혹은 보합세에서 다시 성장세로 전환된 플랫폼시장(PC게임, 아케이드게임) 및 유통시장(아케이드게임장, PC방)의 양상으로 전환된 것이다.
* 그림 1. 한국 게임시장의 규모 및 성장률(2012~2021년). (단위: 억 원,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 26쪽.
* 표 1. 한국 게임시장의 플랫폼별 매출액(2020~2024년). (단위: 억 원,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 28쪽.
2022년에도 한국 게임시장은 2021년 대비 8.5% 성장해 22조 7,723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인 성장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많은 요소들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코로나19의 영향 감소다. 실외 활동이 다시 본격화됨에 따라 아케이드게임, PC방과 아케이드게임장 등의 이용 활성화가 예상된다. 대신 같은 이유로 PC와 콘솔게임 이용은 전보다 어느 정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게임시장의 경우 꾸준히 성장하겠지만, 시장 안정세에 따라 성장세는 둔화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매출액 성장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인건비, 개발비, 간접비 등 제반비용의 상승으로 인해 실제 한국 게임업계의 영업이익은 조금씩 감소할 듯하다.
세계 게임시장 내 한국의 위상: 세계 4위, 미국·중국·일본이 전체 시장의 절반 차지
2021년 기준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2020년 대비 8.7% 증가한 2,197억 5,800만 달러였다. 특히 모바일과 PC게임이 각각 11.1% 증가하여 전체 게임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아케이드게임은 10.5%, 콘솔게임은 2.2% 성장했다. 콘솔게임을 제외하면 모든 플랫폼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2016년 이후 세계 게임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온 모바일게임은 2021년에도 1,002억 3,400만 달러 규모로, 점유율 45.6%를 기록했다. 그 뒤는 콘솔게임(551억 4,000만, 25.1%), PC게임(372억 4,300만 달러, 점유율 16.9%), 아케이드게임(271억 4,200만 달러, 12.4%) 순이다.
*표 2. 세계 게임시장의 플랫폼별 매출액(2019~2024년). (단위: 백만 달러, %)
주 1) 2018년부터 기존 온라인게임과 PC패키지게임을 PC게임으로 통합하여 통계산출
2) PC 게임시장 규모는 가입비, 아이템 구매가 포함된 수치이며, 한국의 경우 PC방 매출액은 미포함
3) 아케이드 게임시장 규모는 아케이드게임기 판매액과 게임장 운영수익을 합한 규모
4) 모바일게임의 경우 휴대폰과 태블릿 기반 게임이 포함
5) 콘솔 게임시장 규모는 Console 및 Portable console game 매출액을 합한 것이며, 유럽 시장 산정 시 동유럽/아프리카/중동시장까지 포함
6) 콘솔게임의 경우, 게임기 매출을 포함하고 있는 국내 기준과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서 각 권역별로 게임기 매출을 포함
7) PwC 등 통계 발표기관에서 과거 시장규모 데이터를 변경한 경우, 백서에서 해당 변경사항을 반영해 과거 통계치를 수정
8) 환율적용 기준: 외환은행에서 발표하는 연평균환율(매매기준율 최초) 적용
* 출처: PwC(2022); Enterbrain(2022); JOGA(2022); iResearch(2022); Play meter(2016); NPD(2022)
2021년 세계 게임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6%로 나타났다. 2019년 점유율이 6.2% 6.2%, 2020년이 6.9%였음을 감안하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중이 아주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순위도 2020년 5위에서 4위로 한 순위 올라간 후 마찬가지로 유지했다. 2020년 0.8% 차이였던 5위 영국과의 거리도 1.4%로 조금 더 벌렸다. 앞으로 한국은 5위부터 7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는 비슷한 선상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반면, Top3가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게임시장 전체의 50%가 넘으며, 3위인 일본과 4위인 한국 간 규모차이도 커(10.3% vs. 7.6%), 당분간 한국이 3위권 안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동아시아 3개국이 전세계 게임시장의 1/3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 표 3. 세계 게임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과 위상(2021년). (단위: 백만 달러, %). 출처: PWC(2022), Enterbrain(2022), JOGA(2022), iResearch(2022), Playmeter(2016), NPD(2022);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 88쪽에서 재인용.
한국게임 수출·입 규모: 수출 5.8%, 수입 15.3% 증가, 아케이드 게임 수출·입 급증
2021년 한국게임 수출액은 86억 7,287만 달러(약 9조 9,254억 원, * 한국은행 2021년 연평균 매매기준율 적용)로 집계됐다. 전년(81억 9,356만 달러)과 비교했을 때 5.8% 증가한 수치다. 2017년 증가율 80.7%를 기록한 이후 2018년 8.2%, 2019년 3.8%로 수출성장세가 둔화되다가, 2020년만 23.1%로 반짝 높은 수치를 보이고 다시 이전 증가율 수준으로 돌아온 셈이다. 플랫폼별로는 역시 모바일게임의 수출규모가 53억 3,030만 달러로 가장 컸고, PC게임이 31억 4,562만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콘솔게임 수출규모는 1억 5,674만 달러, 아케이드게임 수출규모는 4,021만 달러로 나타났다. 전체 수출규모 성장을 견인한 것은 모바일게임으로 전년대비 4.8%의 성장률을 보였고, 아케이드게임의 경우 15.9%, PC게임의 경우 8.3%로 모바일게임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긴 했으나 수출액 자체가 많지는 않았다. 한편, PC게임 수출규모만이 전년 대비 8.2%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 4. 한국 게임 수출·입 현황(2015~2021년). (단위: 천 달러,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 29쪽의 표를 재구성.
수입은 전년대비 15.3% 증가한 3억 1,233만 달러(약 3,574억 원)를 기록했다. 2017년 이후 계속 감소해왔던 수입 증가율이 4년 만에 반등한 것이다. 수출액보다 수입액 증가율이 높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2015년부터 지난 6년 간 수입액 증가율이 수출액보다 높았던 건 2018년뿐이었다. 다른 모든 플랫폼의 수입액 규모에서 증가세가 나타나는 가운데(아케이드게임 264.1%, 콘솔게임 47.6%, 모바일게임 18.5%), PC게임만이 23.8% 감소했다. 물론 아케이드게임 수입액 증가율이 세 자릿수이긴 하나, 액수로 환산했을 때 그 규모가 크지는 않다.
* 표 5. 한국 게임 플랫폼별 수출·입 규모 비교(2020년 vs. 2021년). (단위: 천 달러,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 84쪽의 그림을 재구성.
게임 이용현황: 전체의 74.4%가 이용, 이용률 3.1% 증가, 모바일게임 이용률이 최고
만 10~65세의 일반인(n=6,000)을 대상으로 2021년 6월 이후 게임 이용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4%가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n=4,462)들에게 있어 이용률이 가장 높은 플랫폼은 모바일게임(84.2%)이었다. PC게임은 54.2%, 콘솔게임은 17.9%, 아케이드게임은 9.4%였다. 또, 게임 이용경험이 있는 응답자(n=4,462) 중 99.0%가 평소에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업무/학업 외 목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때 사용하는 기기를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이 90.4%, 데스크톱 PC가 59.4%, 노트북/넷북이 54.3%, 태블릿PC가 35.9%였다.
PC방 이용현황에 대한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다. 게임 이용자들(n=4,462)의 11.4%가 평균 주 1회 이상 PC방을 이용하고 있었다.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이, 연령별로는 20대가 이용률이 가장 높았다. PC방에서 게임을 한다고 응답한 사람(n=1,868)에게 PC방에서 게임하는 이유를 질문했을 때, ‘친구/동료와 어울리기 위해’(1순위: 35.0%, 1+2순위: 57.3%)와 ‘PC 사양(성능)이 좋아서’(1순위: 26.7%, 1+2순위: 51.9%)를 꼽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10대와 20대에서 ‘친구/동료와 어울리기 위해’를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게임업계 종사자 인식: 코로나19 이후 사업체 규모별 격차 심화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직업 만족도,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기대 및 전망, 게임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으로 임금・보수 상승, 비대면 회의 증가, 온라인 협업툴 사용의 증가, 구직 또는 경력 유지・발전 기회의 증가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기할 점은, 이러한 긍정적 변화가 주로 1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들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5인 미만 사업체 소속 종사자들의 경우 게임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에 있어서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환경과 관련해서도 일거리와 사업기회가 크게 축소되면서 임금과 보수, 업무강도, 고용안정성, 경력 발전기회 등 전반적인 요소에 대해 마찬가지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사업체 대상 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유지됐다. 회사규모가 커질수록 매출과 인력고용, 투자 및 자금조달, 신규사업 기회, 해외진출 및 유통 기회 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파악됐다. 그에 비해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사업기회가 오히려 축소된 경향이 강했다. 코로나19 이후 산업 양극화가 더욱 노골적으로 심해진 셈이다.
관련해 백서에서는 게임업계 노동환경 이슈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분석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 종사자들 스스로가 인식하는 개인 역량수준이 매우 낮고 교육훈련 기회가 부족하므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 중소규모 업체들의 사업환경 개선 및 역량 강화를 통해 생태계 균형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 등을 시사점으로 꼽았다.
백서가 앞으로 더 널리 활용되기 위해 고려할 지점들
이상에서 백서의 주요 데이터들, 그리고 놓치면 안 될 흐름들을 살펴보았다. 백서가 게임에 대한 국내 유일, 최대규모의 조사인 만큼 방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음엔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백서가 갖고 있는 아쉬운 점, 그리고 백서가 나가야 할 방향을 간단하게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태생적인 요소이긴 하나 2021년도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백서를 2023년 초에 내서 활용하게 하는 것이 갖는 한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를 (그것도 다른 콘텐츠산업들과 함께) 추출해 다듬고 모으는 작업, 이슈 및 트렌드를 정리하고 그것들을 풀어 쓸 필자를 찾아 원고를 받고 책으로 묶는 작업이 갖는 노력을 부정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러 여건들을 차치하고 오직 활용도 제고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차년도 중반 정도에는 발행해 독자들로 하여금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매출, 수출, 종사자 등의 양적규모에 대해서는 백서가 아닌 〈반기별 콘텐츠 산업 동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끔 되어 있지만 말이다.
둘째, 게임 ‘문화’에 대해 다시 다루는 것이다. 2017년까지의 백서에서는 게임 문화를 다뤘다. 국내외 e스포츠 동향을 정리하고, 게임이 우리 사회·문화에서 갖는 의미를 돌아보며, 인디게임과 같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왔던 분야를 발굴했다. 문화만이 아니다. 게임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개발 동향을 살피고, 게임정책과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논의를 펼쳤다. 하지만 상·하 두 권으로 발행되던 백서가 2018년부터 한 권으로 통합되면서 문화, 사업, 기술, 정책 등에 대한 논의가 다른 챕터로 녹아들거나 삭제됐다. 문화에 대한 논의는 생략되거나 축소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확대해야 한다. 2022년 9월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게임도 문화예술진흥법 상 문화예술의 범위에 편입됐다. 물론 법적으로 문화예술이어야만 게임이 진정한 문화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애초부터 영상, 미술, 음악, 서사 등이 융합된 종합적인 문화예술이었다. 당연히 그랬던 것이 이제 법적으로까지 인정받은 것일 뿐이다.
법안 통과로 게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개선될 여지가 크고,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공적지원 역시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게임산업은 긍정적이지 못한 인식으로 인해 지원이나 육성보다는 규제의 대상으로 비춰져 온 측면이 크다. 당연히 기존 문화예술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게임의 산업적 측면만이 아닌, 문화적 측면에 대한 공적 차원의 관심이 더욱 요청된다. 백서에 문화 챕터 하나를 추가하는 일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 터다. 그럼에도 백서를 통해 한 해 간의 게임문화를 정리하는 일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백서가, 그리고 게임이 다가간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덧붙여, 기존에 포함됐던 e스포츠 동향, 게임의 사회·문화적 의미, 인디게임 등의 발굴뿐 아니라, 게임에 대한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들이나 출판물들, 관련 저널 및 잡지 현황, 비평 장의 흐름 등이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