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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4 가장 기술에 가깝게 서 있는 매체로서의 디지털게임은 기술과 어떻게 관계맺는가? 게임 안에 그려지는 기술의 궤적과, 현재의 게임이 놓인 기술이라는 기반 안에서의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하며 기술과 게임 사이의 관계에서 맥동하는 게임의 현주소를 되짚어본다. 25년의 심즈, 내일의 인조이 게임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국가의 경영과 역사 속 전쟁, 용과 엘프가 나오는 판타지,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의 생존은 훌륭한 게임 소재다. 그렇지만 컴퓨터 조립(PC 제작 시뮬레이터)이나 트럭 운전(유로트럭), 자동차 조립(카 메카닉 시뮬레이터)처럼 비교적 사소한 일들도 게임이 된다. Read More Can “Black Myth: Wukong” Be Truly Understood Beyond Chinese Cultural Borders? As a cultural epicentre of East Asia for centuries, China has consistently brought its classical literature to games. From the earliest days of video games, Chinese developers have adapted their classic literature like “Investiture of the Gods (Fengshen Yanyi)” and “Strange Tales from a Chinese Studio (Liaozhai Zhiyi)” into virtual worlds. Read More The Resonant Samurai: Historical Accuracy versus Market Appeal By now, the online backlash against the inclusion of Yasuke as one of two protagonists in the story has become somewhat infamous, if not tired, since outrage first erupted last year. Although the game had teased at the 2022 UbiForward as Codename Red, it wasn’t until the full reveal on May 15, 2024, with the cinematic trailer that the inclusion of Yasuke, as a co-protagonist, became clear. Read More [Editor's View] 기술의 후예로서, 혹은 기술의 관찰자로서 디지털게임은 기술매체입니다. 아마도 현재까지, 그리고 근미래까지도 당분간은 가장 첨단의 기술을 활용해 인간이 삶과 사고를 그려내는 매체로는 게임이 유력할 것입니다. 아니, 달리 말하자면 첨단의 기술들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만드는 앞으로의 모든 미래 매체들을 우리는 게임, 혹은 게임의 연장선상에 있는 매체로 부를지도 모르겠습니다. Read More [논문세미나] Breaking Barriers –The Emergence of a Video Game Culture and Industry in the Arab World 세계 각국을 먼나라 이웃나라로 나눌 때, 아랍 국가들은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먼 나라다. 아랍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데 아랍의 게임에 대하여 아는 것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막상 아랍의 게임에 대하여 찾고자 결심한다면 우리는 의외로 많은 정보들과 마주할 수 있다. 급성장하는 아랍의 게임시장이 가진 매력적인 자본과 가능성에 전 세계의 게임사들이 눈독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한국도 포함이다. Read More [대담회] <어쌔신크리드: 섀도우스> 야스케 논란을 보는 여러 관점들 2024년 공개된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는 시리즈 최초로 일본 전국시대를 무대로 삼으며, 여성 시노비와 흑인 사무라이라는 두 명의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작품이 공개된 이후 흑인 사무라이 주인공의 인종과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으며, 이는 국내외 커뮤니티에서 역사 고증의 문제를 넘어 서구중심주의나 PC주의 비판 등의 다양한 논쟁으로 확산되었다. 이번호 GG에서는 홍현영 박사, 이정엽 박사, 강신규 박사 세 명의 디지털 게임연구자 및 인문사회 연구자들을 만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둘러싼 여러 층위의 쟁점을 나누고, 오늘날 게임이 재현하는 역사와 정체성의 의미와 딜레마를 검토해 보았다. Read More 게임 시장에서 비디오 게임 콘솔과 범용 PC의 40년 경쟁이 낳은 변화들 범용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해 ‘PC 게이밍’이 성립되기 전 게임은 그 자신만을 구동하는 독자적인 콘솔의 영역에서 오롯이 유희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전용 기기가 아니라 범용 기기에서 실행되는 PC 게임의 세계는 콘솔의 옆에서 어떻게 자라났고 이 둘의 접촉은 어떤 변화를 낳았을까? Read More 게임플레이의 영화화에서 게임-보기의 영화화로 “치킨 조키!” 주인공 스티브가 외치자 영화관의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팝콘을 집어 던진다.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2025)가 개봉한 미국 영화관의 풍경이다. 틱톡 등 숏폼 플랫폼을 타고 바이럴된 컬트적 현상은 지난해 예고편이 공개되자 거센 조롱이 뒤따랐던 것에서 출발한다. 스티브역의 잭 블랙은 게임 팬들이 생각하던 이미지와 큰 괴리가 있었고, CGI로 ‘실사화’된 마인크래프트 특유의 네모난 이미지가 언캐니 밸리를 자극했다. Read More 공명하는 사무라이: 역사적 정확성과 시장성 사이에서 이제 어느 정도 피로감마저 느껴질 만큼 야스케라는 인물이 게임 주인공으로 등장한 사실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반발은 이미 잘 알려진 논란이 되었다. 이 논란은 2024년 처음 불거졌는데, 사실 2022년의 유비포워드Ubifoward 행사에서 <어쌔신크리드: 섀도우스>가 ‘코드네임 레드’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당시에는 야스케의 존재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다. Read More 공포라는 감각, 낙차라는 설계도, 림보하는 질문 - <위니언 바이러스>에 나타난 호러 연출, 언캐니와 리미널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영화 <언프랜디드:다크웹(2018)> 속 ‘다크웹’은 사이버 공간일 뿐임에도 그곳을 실제 존재하는 공간처럼 연출했다. 나룻배를 타고 벽마다 희미한 횃불이 붙은 좁은 동굴 통로를 따라 한참을 깊숙이 들어가야만 닿는 곳. 해당 장면은 앞서 나온 어떤 잔인하고 폭력적이던 장면보다 오싹한 공포감을 일으켰는데, 꼭 그 미지의 공간이 실제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 이후 세트장은 철거되고, 배우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그 공간만은 계속 그곳에 남아 손짓하는 것 같았다. Read More 그려진 힘, 그리는 힘, 그림의 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와 이미지, 그리고 리얼리즘 클레르 옵스퀴르〉는 그 제목부터 미술과 연관성이 명확하다. 잘 알려져 있듯 클레르 옵스퀴르(Clair-obscur)는 이탈리아어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이다. 키아로스쿠로는 chiaro(밝은)와 oscuro(어두운)의 합성어로 빛과 어둠의 대비를 극적으로 사용하는 미술 기법을 말한다. 이탈리아 맥락에서는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로 대표되는 바로크 양식의 연출을 꼽을 수 있고, 프랑스어인 클레르 옵스퀴르로 번역해서는 촛불 그림으로 유명한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1593–1652) 같은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Read More 내 마음의 퍼즐 상자: 〈애니멀 웰〉과 〈리프 이어〉의 세계에 대해 이 글은 《게임제너레이션》 20호에 실린 「기계장치의 우주: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의 후속편으로, 지난 글의 결론부에서 언급만 하고 넘어갔던 장르명인 ‘메트로브레이니아(metroidbrainia)’에 대한 논지를 심화해 〈애니멀 웰 (Animal Well, 2024)〉과 〈리프 이어 (Leap Year, 2024)〉를 뜯어보는 것이 목표다. 그러므로 우선 곧장, 메트로브레이니아가 무엇인지를 정리하며 글을 열겠다. Read More 동시대 레트로 게임 : ‘동시대’와 ‘레트로’의 불편한 공존에 관해 우리의 동시대에는 그와 완전히 상반되는 현상, 즉 ‘레트로 스타일’이 존재한다. 포토 리얼리즘의 극단을 완성해 나가는 이 시기에 고전적인 픽셀 아트와 칩튠 사운드, 단조로운 게임 플레이로 구성된 게임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들은 우리의 보편 인식, 즉 기술 중심의 비디오 게임史에 입각해 보자면 이레귤러들로 봐야 할까? 그런데 그렇게 단정 짓기엔 ‘동시대 레트로 게임contemporary retro game’은 너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Read More 서울을 걷는 작은 이유, 피크민 블룸 서울 투어 이 사람들의 정체는 바로 <피크민 블룸> 플레이어들이었다. 이들이 쓰고 있단 머리에 쓴 모자는 닌텐도의 유명 캐릭터인 ‘피크민’을 본뜬 것으로, ‘피크민 블룸 투어 2025: 서울’ 행사 참여자들을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도심을 누비던 그들은, 사실 같은 게임 속에서 도시를 탐험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Read More 여벌의 생명선_2인용 로컬 협동게임 속 목숨의 구도 이혼을 결정한 부부 코디와 메이의 영혼은 부모의 이혼을 막고 싶은 딸 로즈가 빈 소원 때문에 조그마한 목각 인형에 씌게 된다. 자기들 나름의 추론을 거쳐서, 인형으로 전락한 부부는 딸의 눈물이 저주를 풀게 해주리라고 판단한다. 두 사람은 세계에 육박하게 거대해진 아이의 놀이방을 헤매면서, 로즈가 가장 좋아하는 코끼리 인형 큐티를 찾는다. 큐티를 망가뜨리면 속상한 아이가 눈물을 흘리게 되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Read More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스팀펑크적 제작 기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전투가 메인 컨텐츠인 MMORPG 게임이다. 세부적으로는 테마파크 유형이다. 작중의 세계에서 유저는 온갖 다양한 활동을, 현실의 그것을 모사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초나 광물을 채집할 수 있고, 낚시를 할 수 있고, 전투와 낚시를 통해 얻은 재료로는 요리를 할 수 있다. Read More 재현, 시뮬레이션 그리고 구현이라는 꼭짓점의 버뮤다 삼각지대 게임에서의 기술 구현은 이처럼 재현과 시뮬레이션 둘 중 어느 쪽으로도 수렴되지 않으며, 둘의 합이 성공적인 구현을 담보하지도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전적으로 기술 자체의 구현에 몰두하는 것과도 다른 이야기다. 드물게 범례처럼 떠오르는 각각의 개별 작품들을 통해서 여전히 명확히 잡히지 않는 좌표를 다시 한번 확인할 따름이다. Read More 제4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개최 안내 게임제너레이션은 한국 디지털게임 비평의 활성화와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매년 게임비평공모전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2025년의 공모전을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자 합니다.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Read More 표절이라는 확고부동하지 않은 선 요 몇 년 부쩍 게임기자라는 부담스러운 직함을 달고서 듣기에 더더욱 부담이 가는 질문들이 있다. “이 게임이 저 게임을 베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건 표절이 맞지 않나요?” 마치 녹음기를 켠 채 내 커리어를 끝장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질문들인데, 그때마다 대처하는 방법은 같다. ‘예/아니오’ 로 답하는게 아닌, 상대방과 열띤 토론을 시작하는 것이다. Read More
- 압둘 와합과 〈21DAYS〉를 플레이하다
필자는 최근 압둘 와합과 〈21Days〉를 같이 플레이해 보았다. 한국 사회에서 난민을 다룬 이야기가 드문 가운데 그것도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게임적 형식이라는 점이 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압둘 와합(Abdul Wahab Al Mohammad Agha)은 시리아 출신으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 활동을 하다 시리아 내 한국 유학생들을 친구를 둔 인연으로 2009년에 처음 한국에 유학을 오게 되었다. 하지만 2011년 고국의 민주화 시위 이후 복잡하게 전개된 내전 때문에 고향에 돌아갈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 때부터 그는 ‘헬프 시리아’라는 단체를 만들며 시리아 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난민들을 돕는 활동을 시작했다. < Back 압둘 와합과 〈21DAYS〉를 플레이하다 04 GG Vol. 22. 2. 10. 시리아 난민을 다룬 시리어스 게임 〈 21Days 〉(2017)는 독일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 모하메드 쉐누가 자신의 가족들을 기다리며, 21일동안 노동과 교육, 외로움과 편견으로부터 견뎌내는 경험을 다루고 있다. 서울대 정보문화학 연합전공 수업 〈게임의 이해〉를 통해 만난 현유지, 고은비, 최우빈, 김진형, 이원석 등이 이정엽 교수의 코디네이팅을 받아 출시했다. 제작자들은 게임연구자 이안 보고스트의 시리어스 게임이론을 기초로 플레이어가 퀘스트 완료에 성공하기보다는 오히려 실패하도록 만듦으로써 난민의 현실을 드러내는 게임 디자인을 추구했다. 필자는 최근 압둘 와합과 〈21Days〉를 같이 플레이해 보았다. 한국 사회에서 난민을 다룬 이야기가 드문 가운데 그것도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게임적 형식이라는 점이 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압둘 와합(Abdul Wahab Al Mohammad Agha)은 시리아 출신으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 활동을 하다 시리아 내 한국 유학생들을 친구를 둔 인연으로 2009년에 처음 한국에 유학을 오게 되었다. 하지만 2011년 고국의 민주화 시위 이후 복잡하게 전개된 내전 때문에 고향에 돌아갈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 때부터 그는 ‘헬프 시리아’라는 단체를 만들며 시리아 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난민들을 돕는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난민에 대한 막연한 혐오가 없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스토리텔링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토리텔링은 나와 다른 자의 입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그들 또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유일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이야기라도 게임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은 어떤 특이성이 있을까? 당사자 입장을 가진 플레이어로서 압둘 와합이 느낀 바를 중심으로 기록해 보았다. 이는 컴퓨터 게임이라는 형식에 대해, 타자의 입장을 플레이한다는 윤리적 당위를 넘어서 그 입장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설계하는 것이 더 좋을 지 논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몇 가지 비판적인 발언으로 시리아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감에 따라 여권 갱신 등이 자유롭지 않아 활동에 제약이 생긴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귀화뿐이었다. 압둘 와합은 2020년 10월 한국에 귀화했다. * 교사 김혜진이 저술한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2021, 원더박스) 표지 - 게임 하기 앞서 Q: 압둘 와합은 게임을 즐겨했었나? A: 유년시절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주로 경험해 보았다. 축구게임같은 스포츠 게임을 친구들과 했었다. 게임을 자주 하기에는 언제나 부모님의 잔소리가 많으셨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웃음) 요즘 사람들처럼 깊게 파고 든 적은 없었다. Q: 오늘 플레이할 게임은 조작이 어렵거나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지는 않으니 저와 상의하면서 플레이하면 될 것 같다. A: 좋다. - 0Days 압둘 와합은 게임의 첫장면, 난민관리국에서 모하메드의 난민인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부분에서 놀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이 게임이 시작부터 가장 어려운 것을 해결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실에서는 난민인정을 받기까지 신원조회부터 적응교육까지 여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는 “게임에서지만 가장 어려운 것을 시작부터 이루게 되어 기쁘네요.”라고 말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같은 상황은 게임 디자인 안에서 의도된 것이었다. 그 동안 난민 소재의 시리어스 게임들이 주로 유럽지역 탈출루트 이동의 어려움이나 난민캠프에서 어려움을 극적으로 게임화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21days〉는 그러한 고난이 끝나고도 발생하는 일상의 어려움을 시뮬레이션 하고자 했다. 그들이 한 사회에 들어와 겪는 노동의 고단함과 차별 또한 난민의 고통이지만 표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임 상에서 주인공 모하메드는 자신의 난민인정 이후 아내와 아들을 독일에 무사히 도착하게 해 UN의 가족결합원칙 하에 난민인정을 받게 만드는 일을 목표로 삼게 된다. 이제부터 플레이어는 이를 위해 브로커를 고용할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압둘 와합은 모하메드가 받아든 난민인정 증명서의 국적이 ‘RYSIA’인 점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것이 제작진의 오타인가 싶었지만 이 또한 의도된 것으로 실제하는 시리아 난민뿐 아니라 모든 난민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특정 국가를 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게임적 의도는 게임이 끝난 후 제작자에게 문의하여 압둘 와합에게 알려주었다. - 1 Days 우리는 모하메드를 난민관리국이 소개해 준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도록 했다. 공사장 반장에게 일에 대해 설명을 받는 데, 자막 곳곳에 ㅁㅁ표시로 구멍이 나서 자세한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게 되었다. 아직은 모하메드의 언어능력이 좋지 않아 독일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점을 표현한 것이다. 벽돌을 나르는 일 같은데, 대충 알아듣고 한 것으로 처리가 되었다. 3시간 30분을 일하고 80시리를 받았다. 압둘 와합은 이 같은 게임적 표현이 재밌다고 평가했다. “제가 한국에 처음 와 일할 때도 열심히 일하라는 것인지, 그만 두라는 것인지 알아듣기 어려워 고생한 경험이 떠올라요”라고 말했다. 모자란 언어능력이 신경쓰여 공사장 아래 위치한 어학원에 등록해 독일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압둘 와합은 이 부분은 게임적인 연출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난민들은 어학교육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생활비를 보조받기에 자신이 개인적으로 등록하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언어학습은 〈21Days〉의 중요한 요소로 언어능력이 모자랄 때, 일을 맡지 못하거나 노동 시 급료가 깍이는 패널티가 있다. 심지어 어학원 등록비는 40시리로 비싸다. 벌면 족족 어학원비로 나가도록 디자인되어 있어 이 게임의 난이도에 영향을 끼친다. 필자는 지속적인 언어학습이 없을 때 외국인이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압둘 와합에게 주었다. 노동도 하고 공부도 했으니 우리는 모하메드에게 음식을 먹이기로 했다. 더 싼 맥도날드가 있었으나 그곳에는 돼지고기가 섞인 음식이 많아 실제로도 무슬림들은 꺼려 한다고 한다. 첫날이니 아랍 음식점으로 가서 케밥과 허머스, 페투쉬, 팔라펠 중 무엇을 먹을 지 골랐다. 압둘 와합은 웃으며 비싼 음식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비싼 순서가 팔라펠→페투쉬→허머스→케밥 순서가 아니라 케밥(고기)→페투쉬(샐러드)→허머스(병아리콩으로 만든 소스형 음식)→팔라펠(병아리콩으로 만든 고로케) 순이 대충 맞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게임상에서 케밥은 가성비가 좋은 음식이니 우리는 앞으로도 자주 케밥을 먹어야 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 2Days 어제보다 떨어진 멘탈 지수가 신경쓰였다. 혹시 지도상에 보이는 모스크에 가서 기도를 하면 이 수치가 올라갈 수 있을 지 궁금했다. 모스크에 가는데, 교통비가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게임에서 이동은 곧 시간과 돈을 소모한다. 궁금하다고 아무 곳이나 가기보다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스크에 가니 같은 처지에 있는 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대화 도중 모하메드는 “그래도 이 나라만큼 난민들을 환영하는 나라는 없어”라고 대답했다. 압둘 와합은 게임에서 언급하고 있는 독일 메르켈 총리는 난민들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사람이며, 훌륭한 정치가라고 평가했다. 메르켈은 각종 난민문제로 지지율이 흔들리는 가운데 뚝심있게 난민유입 정책을 체계적으로 세워나가 여론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모스크에서 기도를 하니 멘탈 수치가 올랐다. 압둘 와합은 한국에 와서 고국이 어려움에 휩싸일 때,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내 계획은 무엇이고 그 진행과정대로 진행하고 있는 지, 나는 왜 무엇을 위해 고생해야 하나 같은 질문을 던지며 매일 기도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 게임에서 모스크에 가서 기도하는 일이 멘탈점수를 높이는 것은 사실적인 표현이라고 말했다. 귀가하는 도중 숙소 앞에서 노래하는 버스커에게 팁을 주었다. 무려 10시리나 되었기에 몇 번을 망설이다가 주었다. 혹시나 독일인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압둘 와합은 멘탈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고독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이 게임 상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지 기대하며 우리는 버스커 친구에게 돈을 주었다. 그는 시리아에 파병된 아들을 둔 자로 훗날 자신이 일하는 라이브 카페를 소개해 주었다. -3 Days 아내가 보내달라는 200시리를 보내야 하는 날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 동안의 사치?를 반성하고 일을 열심히 하기로 했다. 배고픔 수치가 절반 이상 떨어져도 계속해서 오전 오후로 일하기로 했다. 공사장에 일이 없어 레스토랑에 취직해 설겆이를 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어학원은 다니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급해도 공부를 멈추면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앞에는 난민을 혐오하는 남자가 “ㅁㅁ나는 무슬림”이라고 모하메드에게 외쳤다. 굶어가면 모은 돈 중 200시리를 아내에게 송금했다. 배고픔 수치가 너무 떨어져 있어, 싫어도 맥도날드에 가서 핫도그를 먹고 이른 잠을 청했다. - 4 Days 아침부터 교통비가 없는 상황이 되어 모하메드는 40분이나 걸려 모스크에 가야 했다. 압둘 와합은 별 다른 현지인 커뮤니티에 가입하지 못하고 직장과 모스크 정도만을 가야하는 게임안의 상황이 너무 리얼하며 동시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럽식 레스토랑이 선택지에 생겼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고 동시에 돼지고기가 든 음식이 많았다. 게임 상에서 먹을 수는 있었지만 플레이어인 압둘 와합은 선택하지 않았다. 공원에 들려 “우리 나라에도 가난한 사람이 많다고” 주장하는 노인을 만났다. 압둘 와합은 자신이 만났던 어떤 한국 할아버지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결국엔 그 사회에서도 대우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외국인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이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물론 공원에는 모하메드에게 선의를 보이는 시민도 있었다. 다시 돈을 벌어야 하니 공사장까지 걸어가 노동을 했다. - 5 Days 아내의 편지가 도착했다. 가방을 도둑맞아서 송금한 돈을 다 잃어버렸다고 한다. 가족에게 3일안에 다시 200시리를 보내야 하게 되었다. 교통비가 없어 역시 또 공사장까지 걸어가야 했다. 오전 오후 일을 했으니 아랍식당에 가는 호사를 누리기로 했다. 배고픔이 조금 가시면서 멘탈도 약소하게 오르게 되었다. 버스커 친구가 일하는 카페 블루노트에 갔더니 입장료 25시리를 지불하라고 한다. 술과 음악을 즐기는 현지인들을 부러워 하며 친구의 노래를 들었다. 취객 중 하나가 이민자였는데, 그는 모하메드에게 “어허 독해져야 해”라고 충고했다. 순간 매우 한국적인 충고라서 압둘 와합과 나는 한참 웃었다. 압둘 와합은 아직 해금되지 않은 지역 중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문화원과 유원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소를 모하메드가 다녀야 그 사회에 대한 호기심도 유지하고 멘탈도 건강해진다는 논리였다. 실제 본인의 경험을 말하는 것이었다. 모하메드는 이제 숙소 앞에서 노래를 부르던 버스커 친구와 이런 저런 속내를 털어놓으며 고향에 있던 부모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압둘 와합은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자 대개의 나이든 부모님들이 피난을 고사하고, 젋은 자식들부터 탈출시켰다고 말해 주었다. - 6 Days 아내에게 돈 독촉하는 편지가 왔다. 플레이어에게 긴장감을 주려는 게임 내 장치는 이해되지만 돈 이야기만 들어야 하는 모하메드의 상황이 피로하게 느껴졌다. 돈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맥도날드로 가서 가장 싼 햄버거를 먹었다. 조금 먼 곳에 주유소 일자리가 해금되어 있어 세차 일을 했다. 압둘 와합은 독일의 난민 정책은 실제로는 난민에 대한 직업훈련코스가 정비되어 있어, 게임처럼 공사장과 식당, 주유소 같이 일용직만 전전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독일 외 지역 대개의 난민들은 저런 악순환 고리 속에서 바보가 되어가기 때문에 또 한편으로는 사실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공원에서 다시 만난 할아버지는 역시 또 난민혐오적 발언을 한다. 모하메드는 최대한 정중하게 대답한다. 압둘 와합은 이 상황이 모하메드의 심성이 착한 것이 아니라 싸움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하는 언행이라고 해석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뭔가 한탕을 노리는 룸메이트를 만났다. - 7 Days 주유소에 일이 없어 공사장으로 가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일을 계속 했더니 멘탈과 배고픔이 계속 떨어졌다. 아내에게 돈을 송금해야 하기 때문에 모하메드에게 밥도 먹지 않고 일만 시켰다. 이른 오후에 숙소에 들어가 잠을 잤다. - 8 Days 아내로부터 브로커를 고용하기 위해 250시리가 필요하다고 편지가 왔다. 압둘 와합과 나는 모하메드의 멘탈과 배고픔 수치의 관리를 완전히 포기하고, 오직 빠르게 일만 시키기로 했다. 배고픔이 거의 바닥을 치니 캐릭터는 느려지고 멘탈 수치는 점점 감소되고 만다. 모하메드는 공원의 할아버지와 티격태격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IS에 대해 욕하고 있기에, 우리도 그 IS를 피해서 도망친 사람들이라고 답변했다. 압둘 와합에게 이 할아버지의 생각이 혹시 바뀔 수 있을까 질문해보았다. 압둘 와합은 자신의 경험으로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하메드는 이 날도 녹초가 되어 잠이 들었다. - 9 Days 아내는 기차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고 연락을 했다.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남자를 또 숙소 앞에서 만났다. 배고픔과 멘탈 수치가 바닥이 치는 가운데, 일할 의욕도 공부할 의욕도 잃어버렸다. 모스크에 가서 간신히 멘탈수치를 높였다. 하지만 이미 바닥난 멘탈과 배고픔에 모하메드는 일할 의욕을 잃었다. 멘탈수치를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카페 블루노트에 가서 음악을 들었지만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숙소로 이른 귀가를 했다. 룸메이트는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뭔가 나쁜 일인 것처럼 보였다. 잠을 잤다. 아내가 말한 250시리를 모으지 못한 상황이다. - 10 Days 아내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아들 압둘이 아프다고 한다. 오늘까지 반드시 기차표를 살 돈을 보내야 하는데 여의치 않았다. 일할 의욕이 사라져서 모스크에 갔다. 약간의 멘탈 회복이 되어 공사장에 갔으나 결국 작업명령을 못 알아들어 사고를 치게 되었다. 급료가 깎였다. 결국 아내에게 보낼 돈을 다 벌지 못하고 숙소에 왔다. 숙소에 도착하니 룸메이트가 3층 카심의 방으로 오라는 쪽지를 남겼다. 주인 없는 방에 가서 룸메이트 메흐디의 지갑이 떨어진 것을 보게 되었다. 훔칠까 말까 고민하다 훔쳤다. 이것만 훔치면 아내에게 돈을 보낼 수 있으니까. 아내에게 송금하고 돌아오니 메흐디가 지갑을 잃어버려서 화가 나 있었다. - 11 Days 아내가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 내일까지 다시 200시리를 보내야 한다. 하지만 모하메드는 멘탈도 체력도 바닥이 나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다. - 12 Days 도저히 방법이 없어 모하메드는 모스크에 갔다. 멘탈 수치가 조금 올랐지만 돈도 없고, 여전히 배고프다. 어학원을 다닌 지 오래되니 공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대화도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아내에게 송금하지 못했다. - 13 Days 아내와 아들에게서 소식이 없다. 모하메드는 이제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렸다. 이렇게 배드엔딩을 보게 된 압둘 와합과 나는 매우 허탈한 마음이었다. 우리는 모하메드의 가족이 도착하기 까지 21일 중 겨우 13일을 버틴 것이었다. 이 게임을 더 나은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1Days〉는 일반적인 세이브 로드 시스템이 없었다. 완전히 새로 시작하거나 지난 날 중 하나를 선택해 그 이후의 날짜는 되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재플레이가 가능했다. 다음날 터키로 실제 출국을 앞 둔 압둘 와합이 사정상 빠진 이후, 필자는 게임 4일차로 되돌아 가 플레이 해 보았다. 하지만 게임 상의 모하메드가 겪는 현실은 소매치기의 유혹과 범죄가담 등으로 더욱 더 암울해져 갔다. 노동조건은 가혹해지고 건강상태는 나빠지니 필연적으로 옳지 못한 길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가족과 상봉하는 날짜가 다가오지만 내용상으로 결코 좋은 엔딩이 아니었다. 이 게임은 성실한 노동자가 된 모하메드의 행복한 가족상봉은 애초 염두에 두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스팀에 진열된 이 게임에 대한 평가로 누군가 ‘순진한 프로파간다’라고 적어놓았는데 세상에 프로파간다를 이렇게 암울하게 재현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난민들의 입장을 미화시키기는 커녕, 그들의 행동이 필연적으로 어긋나도록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깔끔하게 클리어하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로 하여금 실패시켜 그 원인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 게임 플레이 후 소감 1회차 게임이 끝난 뒤 압둘 와합에게 아래와 같이 질문하였다. Q: 난민문제에 대한 게임적 접근법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A: 다양한 방식으로 타인의 문제를 다루는 일은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뉴스나 영화도 좋지만 게임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특이성이 분명 있다고 본다. 5년 전에 한 시리아 출신인 압둘라 알 카람이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는 직접 컴퓨터 게임을 만들어 난민 포비아와 이슬람 포비아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는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통해 시리아 사태를 경험시켜 난민들에 대한 선입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압둘라 알 카람의 게임 [〈 Path Out 〉(2017)]의 초반부 한 씬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내전이 발발하기 직전 시리아인의 평범한 생활상을 경험하던 중 플레이어는 도시의 골목에서 낙타를 발견하게 된다. 대개의 플레이어는 당연히 낙타를 향해 타기 위해 돌진한다. 그 때 프로그래머는 게임 화면에 실사화면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시리아인들이 낙타를 타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며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일갈한다. 게임 플레이와 다큐적 표현, 가벼움과 진지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나도 그 때부터 게임의 가능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게이머 세대에게 게임을 통해 세계의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매우 필요하다. Q: 〈21Days〉는 의도적으로 배드엔딩만을 보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A: 그렇다. 아마도 이 게임은 난민의 고난을 체험시켜 현실을 환기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게임을 통해서 직접 당사자가 되는 경험을 주는 이런 시뮬레이션은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개발자 분들이 난민이 하나의 사회에 편입되는 과정을 테마로 후속작을 따로 만들어주시도 좋을 것 같다. (웃음) 중간 중간 모하메드가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데 실은 이런 결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희망’이 필요하다. 희망이 높은 자는 범죄의 선택지를 선택할 수 없는 디자인도 멋지지 않을까? Q: 게임적인 구조 안에서 희생되는 현실의 디테일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이러한 현실적인 요소들 하나 하나 다 신경쓰다 보면 게임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게임은 복잡한 현실에 대한 최대한 단순한 구조적 분석을 바탕으로 하기에 중요한 것은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Q: 만약 이 게임에 해피엔딩이 가능하려면 어떤 요소를 추가해 달라고 말하고 싶은가? A: 게임 안에 희망(hope)이라는 수치를 추가하고, 모하메드의 선택지에 여행과 놀기를 집어넣어 반영하고 싶다. 실제로 이러한 장소들은 난민으로서 내게 큰 도움이 된 적이 있다. 현지 독일인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티도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난민이나 이주노동자가 그 사회에 잘 적응하는 방법은 그 곳을 즐겁게 느끼는 일에서 시작한다. 실제로 이 게임의 주인공처럼 일만 하는 사람은 고독을 견디지 못한다. 그런 사례를 자주 보았다. 일만 하다가 멘탈이 무너지는 사람들이 많다. - 재현에서 아쉬웠던 점 압둘 와합은 모하메드가 게임상에서 아내에게 돈을 송금할 때 ATM기를 사용하는데, 실제로는 그리 용이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갓 난민지위를 얻은 자가 유럽밖으로 돈을 보내는 일에는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차라리 모하메드쪽에서 브로커를 고용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게임 상에서 아내에게 메시지를 받을 때, 컴퓨터 메일로 받는데 실제로는 스마트폰 문자로 소통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내의 상황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동하는 가운데 컴퓨터를 쓰는 행위보다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편이 기동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난민들이 되도록 좋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려는 이유다. - 게임과 사회 게임 플레이가 반드시 퀘스트 수락과 클리어만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으며, 때로는 현실의 부조리를 시뮬레이션해 보다 나은 질문을 유도하기 위해 설계될 수 있다는 것을 〈21Days〉의 사례는 잘 보여준다. 게임체험을 내적 구조 안에 갇힌 유희가 아니라 현실 밖으로 질문하는 하나의 사고방식으로 여길 때 게임은 사회와 또 다른 연결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게임의 개념을 무엇이든 접속 가능한 매개의 개념으로서 상상하면 게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재미의 회로와 현실의 회로 사이를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발명중이며, 이 발명품들로 게임의 역사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계보를 가질 것이다. 옳음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다름을 위한 투쟁이라는 점에서 〈21Days〉를 응원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오영진 2015년부터 한양대학교 에리카 교과목 [소프트웨어와 인문비평]을 개발하고 [기계비평]의 기획자로 활동해 왔다. 컴퓨터게임과 웹툰, 소셜 네트워크 등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문화의 미학과 정치성을 연구하고 있다. 시리아난민을 소재로 한 웹반응형 인터랙티브 스토리 〈햇살 아래서〉(2018)의 공동개발자이다. 가상세계에서 비극적 사건의 장소를 체험하는 다크투어리즘 〈에란겔: 다크투어〉(2021.03.20-21)와 학술대회 [SF와 지정학적 미학] 연계 메타버스 〈끝나지 않는 항해〉(2012.06~19)를 연출했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안준형
아티스트 폴리티컬 파티 '배드 뉴 데이즈'와 마르크스주의 기반 연구기관 '조사'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 매체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게임 미디어의 정치성 및 게임 속 이미지의 재현 체계와 그것의 주체성 및 윤리적 문제에 관해 비평적 글쓰기를 수행하고 있다. 안준형 안준형 아티스트 폴리티컬 파티 '배드 뉴 데이즈'와 마르크스주의 기반 연구기관 '조사'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 매체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게임 미디어의 정치성 및 게임 속 이미지의 재현 체계와 그것의 주체성 및 윤리적 문제에 관해 비평적 글쓰기를 수행하고 있다. Read More 버튼 읽기 초기 3D 그래픽의 미학, 인지적인 디지털 물성에 관하여 2010년대를 중심으로 다시 반짝였던 포스트 디지털 담론에서 이어지는 미술 작업의 비쥬얼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최신의 리얼한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차라리 그들의 작업에서 나타난 비쥬얼적 특징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 볼 수 있었던 낮은 품질의 3D 그래픽에 가까웠다. 이는 보다 리얼하고 현대적인 3D 그래픽 이미지를 미술 작가 개인이 구현하기에는 소요되는 자본과 기술의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면 적당한 수준의 3D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굉장히 접근성이 용이해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들은 로우-파이하고 한편으로는 레트로, 노스탤지어적인 기억과 선명함이 억압되는 특정한 디지털 이미지의 미학에 기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파웰 그라바첵, Pawel Grabazeck
파웰 그라바첵, Pawel Grabazeck 파웰 그라바첵, Pawel Grabazeck Read More 버튼 읽기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 2023 동아시아 인디게임 답사기: bitsummit 그리고 G-eight
제일 더운 7월에 개최하기로 마음먹은 듯한 일본의 인디 게임 행사 “BitSummit”과, 버닝 비버와 마찬가지로 작년으로 2회차를 맞이한, 그리고 날짜도 거의 비슷하게 12월 초에 개최하지만 훨씬 따뜻한 대만 타이베이의 “G-Eight”이 오늘 답사기의 주인공들이다. < Back 2023 동아시아 인디게임 답사기: bitsummit 그리고 G-eight 16 GG Vol. 24. 2. 10. 벌써 한 달이 넘게 과거가 되어버린 2023 년 , 일로 , 그리고 취미로 여러 게임 행사에 참여해 볼 수 있었다 . 방문한 일곱 개의 게임 쇼 중 인디게임을 메인으로 하는 게임 쇼는 네 개 , 그중 국내에서 개최한 행사는 두 개였다 . 이 둘은 벌서 8 년째 개최한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 이하 BIC) 과 , 스마일게이트가 주관하는 , 작년으로 2 회차를 맞이한 인디 행사 Burning Beaver( 이하 버닝 비버 ) 이다 . 둘 다 굉장히 특색 있고 매력적인 게임 쇼이니 , 시간이 있으신 분들은 꼭 방문하길 바란다 . BIC 는 주로 8~9 월에 , 버닝 비버는 12 월 첫 주에 개최한다 . 이렇게 BIC 와 버닝 비버에 이야기를 간략히 넘어간 이유는 , 오늘의 주인공은 다른 두 인디 게임 쇼이기 때문이다 . ‘ 엥 ? 왜 게임 쇼가 교토에 ?!’ 할지 모르는 , 이젠 제일 더운 7 월에 개최하기로 마음먹은 듯한 일본의 인디 게임 행사 “BitSummit” 과 , 버닝 비버와 마찬가지로 작년으로 2 회차를 맞이한 , 그리고 날짜도 거의 비슷하게 12 월 초에 개최하지만 훨씬 따뜻한 대만 타이베이의 “G-Eight” 이 오늘 답사기의 주인공들이다 . 이 자리를 빌려 , ‘ 게임 ’ 이 아니라 ‘ 게임 쇼 ’ 를 주인공으로 하여 두 행사를 방문한 경험과 인상 깊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 * 사진자료 1, 2 K- 게임 쇼는 잠시 바이바이 ! 하지만 꼭 방문해 보시길 ! 교토에 게임쇼 ? BitSummit! 부끄러운 일이지만 , 방문하기 전까지 교토에 게임 쇼가 있는 줄 몰랐다 . 교토라는 도시는일본의 문화유산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라 생각했었다 . 그렇기에 게임 쇼를 , 그것도 헤이안 신궁 바로 앞의 ‘ 미야코 멧세 전시장을 이용해 행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꽤 놀라웠다 . 게다가 심지어 날짜는 여름 축제 기온마츠리와 정확히 겹치는 날짜였고 , 기온은 40 도에 육박했으니까 . * 사진자료 3, 4 헤이안 신궁으로 향하는 길 , 행사장은 실내라 다행입니다 . 다행히도 행사장 안은 쾌적했다 . 공간이 다소 협소한 편이기에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섰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덥거나 불쾌한 느낌은 없었다 . 부스들이라 부르기엔 다소 작은 사이즈의 책상이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어필하듯 꾸며져 빈틈없이 들어서 있었음에도 사람끼리 부딪힐지언정 축축하거나 한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으니까 . 밖이 더운 만큼 냉방에 신경을 쓴 것 같았다 . 또한 , 비록 개별 팀에 할당된 공간은 작을지라도 그걸 꾸미는 역량은 전적으로 팀들의 자율에 맡긴 부분이 놀라웠다 . 간단하게 아트북이나 브로마이드를 세워놓은 팀들도 있었지만 , 이런 걸 둬도 되나 ? 싶을 정도로 커다란 인형이나 , 책상 뒤편에 직접 프레임을 세워 배너를 달아놓은 팀도 많았다 . 할당된 공간과 위치에 맞춰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공들여 꾸며놓은 모습들에 꽤나 눈이 즐거웠다 . * 사진자료 5, 6. 책상 뒤에 프레임을 설치한 부스와 모서리 위치라는 장점을 이용해 인형을 세운 부스 . 효과는 뛰어났다 ! 공간 자체가 넓지 않았기 때문에 꽉 찬 느낌이 드는 행사였지만 ,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도 많았다 . 일부 게임은 독특한 컨트롤러를 지원하는 방식이었지만 ( 예를 들어 콜라병을 흔드는 방식으로 로켓을 쏘아 올린다던가 ), 그 자리를 마련하기가 힘들어 한 명 한 명 교대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밀려나고 , 줄을 설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 그렇다면 , 게임도 많지 않고 장소도 협소하며 바깥은 엄청나게 더운 BitSummit 최대의 매력은 무엇인가 ? 그건 바로 협소함에서 발생하는 떠들썩함과 놀라울 정도로 높은 비율의 외국인 , 그리고 본 행사 이후의 비공식적이지만 전통적으로 일어나는 가모 강 변의 네트워킹이다 . 장소가 좁다는 것은 몇 번 강조하였으니 외국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 개인적으로 여러 인디게임 쇼를 다녀보았지만 , 경험한 바로는 BitSummit 은 가장 글로벌한 행사였다 . 부스 자체를 소형화한 것은 혼자 먼 길 오는 외국인을 배려한 것이 아닐까 ? 싶을 정도로 말이다 . 타국에서 외국인들끼리 모여있다 보면 제법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 부스 손님을 맞이하다가도 , 눈 마주친 다른 부스의 개발자와 스몰토크를 하게 되고 , 개발 관련 고충을 토로하다 보면 어느새 행사가 끝나있다 . 하루가 짧을 정도로 . 그리고 그 짧게 느껴지는 하루를 보완하는 행사는 , 지나가던 말을 따르자면 비공식 전통행사 , 가모 강 변 네트워킹으로 보완된다 . * 사진자료 7, 8. 가모 강 변에 모인 업계인들 . 광기의 기사 서임식 . 왜 비공식 전통행사인가 ? 그것은 딱히 누가 가자 ! 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 그냥 맥주 한 캔 들고 서 있다 보면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 7 월의 교토 날씨는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밤에도 기온이 30 도를 넘나들고는 하는데 , BitSummit 이 진행되는 2023 년의 7 월 중순 역시 마찬가지였다 . 그러니 비교적 시원한 강변으로 약속이라도 한 듯 모이는 것이 아닐까 ? 중요한 점은 , 이젠 알아서 발생하는 이 모임이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고 , 그곳에서 어슬렁거리다 보면 정말 별의별 사람들 다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 1 인 개발자 , 소규모 개발팀 , 대형 퍼블리셔 , 꿈을 이룬 사람 , 꿈을 꾸는 사람 , 가릴 것 없이 말이다 . 자신의 성향이 I 라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길 바란다 . 필자와 가모 강 변에서 술 마시고 친구가 된 사람 넷 중 셋은 INFP 였다 . 이 공간에서는 게임이라는 공통된 관심사가 있기 때문에 ,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 그러니 게임 개발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 그리고 그 꿈이 나만의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면 , 꼭 한번 참여해 보길 바란다 . BitSummit 장점 : 남녀노소 동서 구분 없는 다양함 , 활기찬 애프터 네트워킹 . BitSummit 단점 : 다소 협소한 공간 , 더운 날씨 . 어 , 잠깐 ! 이런 것도 전시해요 ? G-Eight BitSummit 이 끝나고 꽤 시간이 흘러 , 12 월 , 한국의 혹독한 추위 속에 불타는 비버를 구경하고 한 주가 지난 후 G-Eight 을 구경하기 위해 대만으로 향했다 . G-Eight 을 알게 된 경위도 사실 우연이었는데 , 앞서 이야기한 BitSummit 에서 “ 서브노티카 ” 개발자님이 찾아와 알려주었고 , 신청 , 참여하게 된 것이다 . 누군가는 필연이라 하겠지만 , 만약 게임 개발 꿈나무분들이 계신다면 많은 행사에 참여하고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시길 바란다 . 우연이든 필연이든 경험의 기회는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는 법이니까 . 다시 G-Eight 으로 돌아가자면 , G-Eight 은 버닝 비버와 마찬가지로 작년으로 2 년 차를 맞이한 행사이다 . 아마 2019-2021 판데믹 직후인 2022 년에 둘 다 시작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 빠르게 G-Eight 의 매력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 행사 공간에 주목하고 싶다 . 게임 행사장은 주로 별로 놀랍지 않게 검거나 짙은 색상의 부스로 꾸며진 경우가 많다 .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 게임을 하기 편안한 무드라는게 있기 때문인지 밝은 조명과 대비되는 어두운 부스 , 어딘가 사이버 펑키 한 LED 들로 장식되어 있기 마련이다 . 하지만 G-Eight 은 정 반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밝고 , 개별 부스들의 사이 공간이 넓으며 , 이는 핸드폰을 보며 걸어도 사람과 부딪히지 않을 정도였다 . * 사진자료 9, 10 부스 배치가 이렇게 널찍해도 되요 ? 줄도 편하게 서겠네 ! 대부분의 게임 행사 혹은 인디 게임 행사는 필연적으로 줄을 서서 플레이를 하기 마련인데 , 대기업 부스들을 제외한 부스들은 관람객분들이 줄을 서기 위해 통행로를 점유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 사실 기업 부스들의 경우에도 , 마련된 공간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복도를 차지하게 되는데 , 구경 온 사람들 입장인건 매한가지이니 이해가 되면서도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 하지만 G-Eight 은 부스와 맞은편 부스 사이게 공간을 충분히 두어 이런 불편함을 상당히 해소해 주었다 . 부스들 역시 공간이 여유로우니 꽤 놀라운 것들을 시도해 보는 팀들이 있었는데 , 가령 한 협동 게임은 방석을 두어 집에서처럼 편안히 게임을 할 수 있게 배려 해주고 있었다 . * 사진자료 11, 12. 공간 활용의 훌륭한 예시 . 거실과 같은 편안함이거나 , 층간 소음 신경 안 쓰고 뛸 수 있게 해 주거나 .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 행사장 외부 공간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 이는 대부분의 컨벤션 센터들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외진 곳에 자리 잡아 생기는 문제인데 , 게임 행사에 가면 주로 먹을 곳이 주변에 없거나 , 아니면 나가서 잠깐 쉬다 올 만한 곳이 별로 없기 마련이다 . 게임 행사는 걷고 , 줄 서고 , 게임하고 , 또 걷고의 반복이라 몹시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데 , 심지어 나가도 밥을 먹을 곳이 없거나 , 푸드트럭을 이용해 서서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잦다 . 하지만 G-Eight 은 타이페이 엑스포 공원에서 행사를 진행하기에 외부에 시민들을 위한 시설이 상시 개방되어있다 . 사실 게임 행사장 밖으로 나가면 바로 공원이라 , 아이들과 산책하는 부부 , 장 보러 온 어르신들 , 춤 연습을 하는 청년들 , 곳곳에서 버스킹을 하는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도 가득하다 . 심지어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쑹산 국제공항이 있어 , 착륙을 위해 낮게 비행하는 항공기를 촬영하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 사회와 동떨어진 공간에서의 축제가 아니라 , 일상에 녹아있는 행사인 것이다 . 이건 그리고 관람객들에게도 굉장한 편의성으로 다가온다 . 행사장 밖에 나가면 휑한 광장이 있는 게 아니라 , 대만의 일상이 존재하니까 . * 사진자료 13, 14. 방문했을 때는 농산물 시장이 열려있었다 . 그리고 푸드코트 역시 훌륭함 . 잠깐 그렇게 허기를 채우고 나서 행사장으로 돌아가면 , G-Eight 만의 독특한 요소들이 눈에 띄게 된다 . 특히 자세히 살펴보면 PC 게임이 아닌 보드게임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는 팀이나 , 아예 사람들이 모여 ‘ 매직 더 개더링 ’ 을 플레이하는 구역 , 그리고 방문객들이 토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인기투표를 할 수 있는 돼지 저금통 등 , 독특한 매력을 가진 구역이 많다 . 사실상 여러 취향이 복합적으로 얽힌 놀이터에 가까운 느낌인데 , 이게 행사장 곳곳을 여러 번 돌아다니게 하는 매력이 있다 . 특히 저금통이 꽤 참신하게 느껴졌는데 , 일부로 반투명한 돼지 저금통을 사용하여 어떤 게임에 토큰이 얼마나 쌓여있나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게 해 두었다 .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관람객들은 토큰을 확인하고 해당 게임을 찾아가게 되는데 , 사실상 실시간 인기투표이자 실시간 추천 시스템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현해 둔 셈이다 .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 * 사진자료 15, 16, 매직 더 개더링을 플레이하는 사람들, 그리고 최고의 시스템, 돼지 저금통. 이에 더해 , 사실 행사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가장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 사진촬영금지구역 ’ 이다 . 해당 구역을 마주한 후 주변을 살펴보면 , 마스코트 캐릭터 역시 다른 게임 행사의 마스코트들과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 BIC 의 스키복 펭귄이나 , Burning Beaver 의 불꽃머리 안경 비버와는 달리 , 뿔 달린 마족과 요정의 하프 같은 여성 캐릭터니까 . 이 캐릭터가 마스코트로써 다양한 곳에서 부각되지는 않는데 , 딱 세 곳 확인한 것이 방문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과 공식 굿즈샵 , 그리고 사진촬영 금지 안내판이었다 . 두 번이나 썼지만 , 이 게임 행사장에는 사진촬영 금지구역이 있다 . 간혹 한국 게임 행사에서도 잔인함을 이유로 성인 이용 등급을 받은 개별 부스가 검은 천으로 덮여있어 연령 확인을 하고 입장하고는 하는데 , 그것과는 달리 정확하게 선정성을 이유로 특별 마련된 구간이었다 . 생각해 보면 행사 주관 업체 중 한 곳이 Mango Party 라는 퍼블리셔인데 , 최근 한국에서 유명해진 해당 퍼블리셔의 게임으로는 ‘ 여닌자 타락시키기 ’ 와 ‘ 관리인의 엿보기 ’ 가 있다 . 그러니 굉장히 이색적이고 특이한 공간이 생길 수 밖에 . 정말 인상 깊었던 것은 , 안에서 , 그리고 해당 구역 출입구 앞에서 성인 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 * 사진자료 17, 18. 바로 그 사진촬영 금지 구역 , 그리고 그 앞의 유명 성인 용품 부스 . 정리하자면 , G-Eight 은 굉장히 개성 있는 행사이다 . 행사장은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은 밝은 분위기이고 , 각 부스들은 각자 전시하는 게임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꾸며져 있다 . 행사장 외부의 공간 역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공간이기에 게임 쇼 외에 즐길 거리 역시 많이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 관람하느라 지친 심신의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 메인 행사존에서는 저스트 댄스 대회를 하기도 하고 , 인터뷰존을 통해 유튜브 라이브로 개발진과의 실시간 토크를 생중계하기도 한다 . 그러는 중 한 편에는 성인용 게임만을 위한 공간과 성인 용품 판매점 역시 자리하고 있다 . 어딘가 혼란스럽긴 하지만 , 컨텐츠는 분명 다양하다 .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 아직 신생 게임 행사이기에 로컬적인 색채가 굉장히 강하다 . BitSummit 에 이어 G-Eight 에서 만난 대만 친구는 ‘ 대체 이 행사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 ?’ 라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 부스를 세운 대부분의 개발자들 역시 영어를 매우 어려워하는데 ,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해야 할 부분이다 . 외국인이 한국 인디게임 쇼에 와도 마찬가지니까 . 읽을 수 없더라도 어렸을 적 일본어로 포켓몬을 하던 추억을 더듬으며 게임을 하면 , 언어가 다르다고 게임을 못할 것도 없다 . 헤매면 최대한의 영어로 열심히 설명해 준다 . 추가적으로 , 애프터행사가 다소 약하다 . 이는 BitSummit 이 특출나게 강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 G-Eight 이 게임 행사치고는 특이하게 오전 11 시부터 저녁 7 시라는 느지막한 스케줄을 가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 아쉬운 부분이다 . 바로 앞에 굉장히 여유로운 공간이 있는 만큼 , 다 같이 맥주 한 잔 들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시간이 있다면 더욱 즐겁지 않을까 ? 개별로 친해진 사람들끼리 따로 한잔 하러 가거나 , 특정 퍼블리셔가 주관하는 행사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 하지만 이는 다시 한번 , BitSummit 이 특이한 부분임에 유의하자 . 상기 두 요인은 관람객이라면 무관한 요소들이나 , 인디게임 개발자의 입장에서 아쉬움을 논해보았다 . * 사진자료 19, 20. 이런 공간을 두고 없어서 아쉬운 애프터 파티와 다음날의 CWT. 게임과 애니는 뗄 수 없건만 이렇게 분산되다니!. 마지막으로 , 이건 일장일단이 있는 부분인데 , Comic World Taipei( 이하 CWT) 와 날짜가 겹쳤던 문제도 있다 . 게임 행사와 애니메이션 행사를 같은 날 같은 도시에서 열다니 , 대체 무슨 생각인가 ? 하면서도 , 한국에서 역시 작년 버닝비버가 Anime x Game Festival 과 같은 날짜에 열렸으니 할 말은 없다 .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 쇼를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단점으로 꼽았지만 , 덕분에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고 , 다른 날에는 CWT 를 구경하러 갈 수 있었으니 . BitSummit 장점 : 놀이터같이 다양한 행사장 , 다른 게임 쇼에서 보지 못한 광경 . BitSummit 단점 : 해외 게임팀이 거의 없음 , 아직 아쉬운 네트워킹 파티 . 맺으며 . 관람객 입장에서 BitSummit 과 G-Eight 은 정말 즐거운 행사였다 . 평소 시장에서 찾지 못했던 독특한 게임을 체험해 볼 기회이기도 했지만 , 둘 다 일상에 접해있는 장소에서 행사가 진행된 영향도 컸다고 본다 . 게임 쇼를 보다가 , 관광을 하다가 , 타국의 일상에 잠시 녹아있을 수 있었다 . 일로 떠난 것이라도 여행의 감각이 없는 것이 아니었으니 , 정말 만족스러웠다 . 개발자 입장에서 , 인디게임 쇼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게임을 선보일 기회이지만 , 다른 개발자들과 직접 만나 소통할 기회이기도 하다 . 최근에는 메이저 게임 쇼에서 역시 인디게임존을 따로 만들어 행사를 진행하고 , 인디게임 참여사만을 위한 애프터파티를 준비해 네트워킹 기회를 마련해 준다 . 인디 개발자들이 제일 만들기 힘든 기회를 게임 쇼를 통해 제공하고 , 더 좋은 게임들이 만들어질 확률을 늘리는 셈이다 . 그런 부분에서는 BitSummit 은 최고였고 , G-Eight 은 살짝 아쉬웠다 . 매년 많은 게임쇼가 열린다 . 인디 게임쇼는 어쩔 수 없이 메이저 게임쇼에 비해 방문 인원이 적은 편이다 . 더군다나 해외에 나간다 하면 , 인디게임쇼를 즐기기위해 출국장을 밟는 사람은 더욱 없으리라 . 하지만 BitSummit 은 교토의 축제 기간에 , 그리고 G-Eight 는 한국은 한창 춥고 대만은 따뜻한 12 월에 열린다 . 전략적으로 관광 시즌에 열리는 셈이다 . 그러니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 올해에는 해외 인디 게임 쇼를 구경 가보시는 건 어떻겠는가 ? 겸사겸사 관광 계획도 잡으면서 말이다 . 혹은 관람객이 아니라 , 개발자로써 행사에 참가해 그 어떤 티켓보다 빠르게 입장할 수 있는 패스를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물론 ,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기획자) 임윤혁 육각형 캐릭터를 좋아해서 현실을 그렇게 사는지, 현실이 그래서 육각형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는 (구)이과생, (구)경제학도, (현)게임기획자. 즐기며 때떄로 배우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 어려움에 직면한 유럽의 게임 구독 서비스
스태디아는 실패했고, 엑스박스 게임패스는 성공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게임팬들로부터 어느 정도 회의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 이와 같은 유형의 서비스가 미래 시장성을 가지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단 오늘날 게임 시장에서 하드코어 게이머는 소수다. 유럽에서 게임은 나이를 뛰어넘어 매우 광범위하게 확산 되어있는 활동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6~60세 연령대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많은 수가 아마도 휴대폰으로 무료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그친다 할지라도, 따라서 현 시점에 클라우드 게임이 그리 매력적인 상황은 아니라 할지라도, 구독 기반 게임의 부상은 그리 먼 시점의 일이 아닐 수 있다. < Back 어려움에 직면한 유럽의 게임 구독 서비스 09 GG Vol. 22. 12. 10. **You can see the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at this URL: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pageNum=1&match=id:169 지난 15년 동안 게임을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은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이는 보다 향상된 인터넷 연결 그리고 새로운 (모바일)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촉발된 변화였다. 한 때 컴퓨터 게임은 상점에서 물리적으로 판매되었고, 그렇게 해서 구매한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거실에 위치한 가족용 컴퓨터나 게임용 콘솔 앞에서 여러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우리가 게임을 소비하는 방식뿐 아니라 게임이 디자인되고 시장에 출시되는 방식까지 바꾸어 놓고 있다. 서비스로서의 게임, 소액 결제, 클라우드 게이밍, 인-게임 광고부터 해서 NFT와 콜렉터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결제 형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플레이어들도 이와 같은 거대한 변화상을 느끼고 있지만, 그 변화가 플레이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게임 플레이를 둘러싼 보다 넓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게임은 현재 글로벌한 현상이기 때문에 세계의 각 권역별로 그 맥락들은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유럽인의 관점에서 게임 문화를 논하려고 한다. 유럽의 게임 문화와 게이머 정체성 역사적으로 유럽 게임 시장은 대중화 된 개인용 컴퓨터 및 아마추어 게임 개발 활동과 해적판의 번성이라는 특성을 보여왔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 지금도 여전히 – 단순한 여가용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진지한 문화이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고가의 게임 하드웨어를 구매하거나 컴퓨터 앞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그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의 전형으로 여겨져 왔다. 이와 더불어 게임이 일부 헌신적인 매니아들을 위한 하위문화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형성되어왔으며, 이 하위 문화의 “구성원”들은 본인이 달성한 성취(achievement)와 더불어 소유하고 있는 게임 장비의 테크니컬 스펙을 통해 그 정체성을 드러내곤 했다. 실력중심주의(meritocracy)적인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게임 하위문화 내) 지위는 게임플레이 실력에 달려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플레이를 잘한다는 것은,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이와 같은 실력중심성이 게임의 가상적 환경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 게임 생태계로 스며들어 확장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한 개인이 게이머로서 지닌 정체성의 가치가,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그 성취 - 후에 자아의 확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 에 의해 규정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닌텐도 wii나 모바일 게임 등의 캐주얼 게임의 확산으로 어느 정도 바뀌긴 했다. 캐주얼게임이 보다 넓은 범주의 사람들에게 게임의 접근성을 높여주면서 게이머들의 하드코어한 “서브컬처”라는 규범이 변화해왔음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정한” 하드코어 게이머들과 짧은 시간동안 간간이 플레이하는 캐주얼 플레이어들 간의 구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기서 핵심은, 캐주얼 플레이는 하나의 활동인데 반해 하드코어 게이밍은 하나의 정체성이 된다는 점이다. 게이머 정체성에 도전하는 클라우드 게이밍 최근 비즈니스 모델이 게임을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한 가지 가능한 답변은 비즈니스 모델이 앞서 언급한 게이머 정체성의 구축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가장 중요한 발전 중 하나는 클라우드 게이밍과 리모트 플레이 서비스다. 구글 스태디아의 실패는 클라우드 게이밍이 기존의 게임 플레이 실천과 가치에 어떻게 도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구글 스태디아는 런칭하기 전부터 “게임용 넷플릭스”라 불렸다. 스태디아는 플레이어들과 개발자들에게 각각 약속을 내걸었는데, 개발자들에게는 향후 출시될 타이틀 개발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엄청난 규모의 수용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접근을 약속했고, 플레이어들에게는 어떤 디바이스를 통해서든 언제나 옛 게임들을 비롯해서 새로 출시되는 메이저 작품까지 포함하는 게임의 다양성을 약속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월정액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스태디아는 이 야심찬 약속들을 수행하지 못했으며, 그 이유는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독점적인 블록버스터가 부재하다는 것, 일단 스태디아에 게임을 올려놓으려면 개발자들이 게임 이식 작업을 해야 했다는 것, 플레이어들이 스태디아에서 게임을 하려면 이미 소유한 게임일지라도 또 사야 했다는 것. 그리고 구글이 플레이어들이나 게임 업계로부터의 신망을 얻지 못한 채 외부자로서 게임 산업에 진입했다는 것도 한 몫했다. 하지만 그 근간에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스태디아가 게이머 정체성의 구축 그 자체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플랫폼상에서 언제나 게임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스태디아의 약속이 고가의 게임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를 한물 간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언데 어디서나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은 언뜻 좋게 들리지만, 고가의 게임 하드웨어 소유 여부가 하드코어 게이머를 규정짓는 속성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결국 스태디아가 한 일은 다양한 게임에 대한 풍족한 접근뿐 아니라 덜 헌신적인 플레이어 집단으로의 접근 또한 제공한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게임 문화 내 구축 되어있던 위계질서를 흐트러뜨린 셈이다. 앞서 게이머 정체성의 확장을 이야기하면서 언급했던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성취 또한 이와 연관되는데, 이러한 점과 관련해서도 스태디아는 문제가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 소프트웨어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구독하고 그에 대한 접속권을 얻는 방식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게임에 쏟았던 자신들의 노력 및 그에 따른 성공과 성취가 자신의 것이라는 느낌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하게 만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부자인 구글이 시장을 파괴하고 정복하러 왔다는 사실 또한 플레이어들의 의심을 샀다. 아마추어 게임 제작이 초창기 시절부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왔던 유럽의 게이머들은 당연히 더욱 그러했다. 업계 내 여타의 개발사들이 대개 게임 문화 내에서 “내부자 출신”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구글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소중한 문화를 정복하려 드는 거대 기업으로 보였던 것이다. 고결한 플레이어가 느끼는 위협감 물론 스태디아는 엑스박스의 게임패스처럼 새롭게 등장한 구독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유럽을 포함해서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편인 게임패스에 대해서도 여전히 비판적인 게이머들이 적지 않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이러한 경향을 소유권의 부재 및 하드코어 게이밍 중심의 “하위문화”의 낮아진 문턱과의 연관 속에서 생각해볼 만하다. 또한 바람직한 게임 문화를 망친다고 여겨지는 새로운 유형의 게임 및 결제 방식에 대한 보다 일반적인 분노도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캐주얼 게임의 도래, 특히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플레이하는 게임의 등장은 잘해봐야 수준 이하, 최악의 경우 게임도 아닌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불이 없는 무료 게임의 결제 방식(freemium games) 또한 게임 전체를 오염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한 방식의 게임들은, 좋은 게임의 제작이 아닌,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만드는데 디자인의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한편 게임 내 리소스는 스킬과 노력을 통해서 얻어야 정직한 것이라 여겨지는 경향 속에서, 소액 결제는 – 지금도 어느 정도는 여전히 – 약한 수준의 속임수(cheating)이라 여겨져 왔으며, 따라서 이는 열등한 플레이어나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요약하자면 클라우드 게이밍 및 최신 게임 결제 방식의 발전 방향이 고결한 플레이어에게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클라우드 게이밍의 미래 스태디아는 실패했고, 엑스박스 게임패스는 성공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게임팬들로부터 어느 정도 회의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 이와 같은 유형의 서비스가 미래 시장성을 가지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단 오늘날 게임 시장에서 하드코어 게이머는 소수다. 유럽에서 게임은 나이를 뛰어넘어 매우 광범위하게 확산 되어있는 활동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6~60세 연령대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많은 수가 아마도 휴대폰으로 무료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그친다 할지라도, 따라서 현 시점에 클라우드 게임이 그리 매력적인 상황은 아니라 할지라도, 구독 기반 게임의 부상은 그리 먼 시점의 일이 아닐 수 있다. 게임 개발의 측면에서 본다면 더욱 그러한 상황이다. 유럽 게임 산업은 Rockstar North 같은 몇몇 거대 회사나 CD Project Red나 IO Interactive등의 중간 규모 업체 몇 군데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인디 스튜디오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에게 있어 앞서 언급한 상황들에 따른 어려움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유럽 시장에 있어 진짜 어려움은 완전히 다른 전선에서 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다. 예컨대 기술 산업 분야의 규제, 특히 개인 정보 취급과 관련된 엄격한 규제 같은 문제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이다 요르겐센 이다 요르겐센은 덴마크의 코펜하겐 IT 대학(IT University of Copenhagen)에서 게임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주로 젠더 재현, 게임 문화, 매체로서의 게임 등과 관련된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서던 덴마크 대학(the University of Southern Denmark)에서 박사후 과정 중에 있다.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게임회사는 NFT의 꿈을 꾸는가 : ‘튤립’과 ‘국민템’ 사이에서
새로움은 한계가 눈에 보일 때 도드라진다.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그 시도가 만들 새로운 결과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그러한 새로움을 필요로 하는 현재에 대한 불만이 함께 놓여있다. 이를 생각하면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떤 변화를 의도하는가와 더불어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는 지금의 위치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나아갈 위치가 어디쯤일지 더 분명하게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Back 게임회사는 NFT의 꿈을 꾸는가 : ‘튤립’과 ‘국민템’ 사이에서 05 GG Vol. 22. 4. 10. NFT, 현상인가 징후인가? 새로움은 한계가 눈에 보일 때 도드라진다.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그 시도가 만들 새로운 결과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그러한 새로움을 필요로 하는 현재에 대한 불만이 함께 놓여있다. 이를 생각하면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떤 변화를 의도하는가와 더불어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는 지금의 위치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나아갈 위치가 어디쯤일지 더 분명하게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접목한 게임에 대한 논의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논의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연관된 주제인 ‘P2E’나 ‘NFT’등에 대해서도 현재보다는 미래, 그중에서도 그동안 시도된 사례나 앞으로의 구상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무언가 빠진 것 같으면서도 일련의 다양한 시도들이 종횡무진 펼쳐진 다음 지속되는 것들이 다음 패러다임을 이루게 될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일단 결과에 대한 검증보다는 가능성의 좌표를 최대한 넓히는 과정으로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게임에서의 NFT를 사회적인 관점과 기술적인 관점으로 헤아리고자 한다. 대체불가능성과 탈중앙화를 중심으로 게임의 현재와 NFT를 통해 제기되는 미래상을 연결하면서, 연관된 기술적 과제는 무엇인지, 이러한 시도가 게임에 남기게 될 의미는 무엇일지 가늠하고자 한다. 대체불가능성의 여러 맥락 ‘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able Token)’이라는 뜻의 ‘NFT’는 기술적 맥락보다는 ‘고유성이 강력히 보장되는’ 소유권이 강조된 가상자산의 맥락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짙다. 이로 인해 ‘대체불가능한’이라는 속성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것을 전제로 두고 그것의 가치가 어느 정도일 수 있을지, 어떻게 활용할지 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둔다. 한국 현행법상 아직까지 게임 서비스에 NFT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활용에 대한 논의가 실질적으로 실현되기까지 여러 제약과 시간이 따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초기비용이 큰 가상자산에 비해 게임은 조금 더 수월하게 가상자산에 접근하는 경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이 수월한 경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게이머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어느 정도 부담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는 게임의 팬이 되는 경우가 많고 팬에게 블록체인에 접근하는 비용은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많은 블록체인들에게 게임과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시도의 계기를 제공한 〈크립토키티(CryptoKitties)〉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게임 내 거래를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을 통해서만 결제하게 한 이 게임은 희귀한 고양이를 만들수록 비싼 금액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재미는 어디에서 발생했을까? 희귀한 고양이를 만드는 과정일까? 아니면 고양이가 희귀할수록 금액이 치솟는 과정일까? 고양이에게서 느끼는 귀여움, 그리고 고양이를 수집하고 교배하는 과정이 이 게임의 속성으로 제시되지만, 게임 바깥에서 활용될 수 있는 화폐가 결합되었기 때문에 게임의 온전히 기본적인 재미만이 발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이 게임에서 희귀한 고양이를 만든 상황을 가정해보는 것으로 좀 더 살펴볼 수 있다. 만일 수집과 교배를 통해 희귀한 고양이를 얻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이 즐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나만의 캐릭터를 얻었다는 만족일까, 아니면 높은 금액으로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일까. 아마 이 두 가지 모두일 것이다. 실제로 거래할 생각이 없더라도 캐릭터에 평가되는 높은 금액은 소장하는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미는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경험하던 만족과 닮은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관건은 NFT를 통해 새로워질 수 있는 측면이 무엇이냐일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게임회사와 게이머의 관점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대체불가능성에 대한 상반된 관점 먼저 게임회사는 NFT를 도입하는 것이 게임의 재미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어떤 변화를 계획하는지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인크로니클 (Nine Chronicles)〉과 같은 게임이 모든 로직과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려 탈중앙화함으로써 블록체인의 특성을 게임에 전면적으로 적용한 사례도 분명 있지만, “왜 블록체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실행하면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경향은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드러나는데, 현재 가장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은 아이템을 미리 판매하는 것이며, 이는 블록체인만의 특징을 활용했다기보다는 기존의 모델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것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게임에 가상자산을 접목하는 개연성이 선명하지 않다. 플랫폼의 수수료나 이용자 간의 거래를 회사가 직접 중개할 수 없는 법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시된 아이디어 대부분이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것보다는 게임회사가 직접 발행한 가상자산을 화폐로 사용하면서 그 과정은 게임회사가 완전히 통제하려는 의도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게임회사의 NFT가 (아직) 상품으로서의 가치에 치중해 있다면 게이머들에게 NFT는 상반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투자상품으로서의 게임 아이템이고, 다른 하나는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어도 남아 있는) 소장품으로서의 게임 아이템이다. 후자를 주목할 만한데, 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임이 종료될 경우 게임이 서비스되는 동안 게이머들이 게임에서 소비한 시간과 재화가 함께 소멸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동안 게이머가 직접 남긴 스크린샷 외에 이용자가 게임에 대해 느끼는 가치를 기록으로 남길 방법이 뚜렷하게 없는 상태에서 NFT는 게임에 대한 고유한 기록을 남기는 방법의 새로운 유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NFT는 ‘애정’의 차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게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여러 방법들 외에 새로운 표현 경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대체불가능성’은 게임에 대한 애정, 팬심을 뚜렷하게 각인한다는 맥락으로 사용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정말 대체 불가능함을 달성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애정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식으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용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서버 종료를 통해 이루어지는 온라인 게임의 결말을 경험하면서 이용자들은 플레이하는 동안 충분히 누리고 즐기는 것으로 게임의 영속성에 대한 나름의 감각을 체득했다. 서버 종료가 되면 그것이 사라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과금을 하는 것에는 영속성에 대한 기대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지향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서버 종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기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여전히 게이머에게는 위험 요소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NFT는 소멸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면서도 게임에 대한 애정을 가장 뚜렷하게 입증하는 기록이 될 수 있다. 탈중앙화를 둘러싼 배경과 맥락 대체불가능성과 관련하여 현재 블록체인이 보장하는 것은 데이터이다. 작업증명(PoW)이나 용량 제한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게임의 모든 체계를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게임 자체는 블록체인의 바깥인 아웃체인에 두고 게임회사가 게임을 관리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게임 서비스가 사라지고 아이템을 소유했다는 데이터가 남게 된다. 데이터가 있기는 한데 활용할 수는 없으니 대체불가능성이 덜 유효해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를 추가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블록체인에 담을 수 있는 게임 데이터의 양은 줄어들고 비용은 커진다. 게임의 콘텐츠가 줄어들고 이용자의 활동을 기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 게임을 플레이하기 힘들어지기도 할 것이다. 한편으로 전력 문제나 거래 비용, 거래시간과 같이 현재 블록체인이 지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 시도되고 있는 방법들은 증명을 위임하는 등 효율화를 추구하면서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탈중앙화에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많은 블록체인 거래들이 실제로는 거래소 중심으로 일어나서 블록체인이 지향하고 있는 탈중앙화와는 거리가 있기도 하다. 모든 것을 통제하는 중앙화된 방식을 게임회사가 의도한 것이라면 그것이 굳이 블록체인일 필요는 없다. 지금의 시스템에서 데이터와 아이템의 가치를 보장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아닌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것이 속도와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개연성이 크게 보이지 않는 게임은 블록체인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표방하더라도 법과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보장할 수 없는 가치를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기만행위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게임의 탈중앙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게임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중앙서버를 두지 않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게임회사와 이용자 관계의 새로운 전환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롭다. 기존 게임에서 중앙화된 서버를 중심으로 게임회사와 이용자의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탈중앙화된 게임에서는 게임회사와 이용자의 관계가 보다 수평적이고 개방적으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가 성립될 경우,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과 수익모델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캐릭터의 ‘성장’과 ‘우위’를 지향하면서 발생한 기존 게임의 문제들이 ‘탈중앙화된 관계’를 지향하는 게임에서는 해소되거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과 저것 사이 혹은 너머의 그것 게임에서의 NFT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나가게 될까. 다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것보다는, 새로운 시도와 지금까지의 경험이 서로 병합되거나 절충되면서 확장되된 형태의 결과를 만들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먼저 앞서 지적한 블록체인의 문제를 기술의 발전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작업증명(PoW)에 지나치게 많은 전력량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요즘은 이 방법을 채택하지 않는 블록체인 기술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미 작동하고 있는 블록체인이 새롭게 이 방법을 채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대체불가능성과 탈중앙화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의 기술적 대안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법과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원하는 게임회사의 욕망을 블록체인에 담으려는 것은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게임 속 화폐와 실제 화폐가 연계된다는 아이디어가 새롭진 않다. 이를 되짚어 생각해보면 게임 속 화폐가 실제 화폐와 연계되지 않아 온 이유가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새롭다고 해서 연계될 수 없는 이유를 단번에 뛰어넘을 수는 없다. 만일 특히 거래 시스템에서 블록체인 활용도가 높아진다면 그 방식은 기존 시스템에 블록체인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방식일 것이다. 자연히 가상자산과 실제 화폐의 연계는 기존의 법안을 충족시키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 요청된다. 게임 회사와 이용자의 새로운 소통 면에서도 블록체인 활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브 온라인(EVE Online)〉의 사례를 짚어 볼 만하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CCP 게임즈는 해마다 ‘이브 팬 페스트’를 개최한다. 이브 온라인 이용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부대행사 중 ‘플레이어 프레젠테이션’은 신청한 게이머에게 40분의 프리젠테이션 기회 또는 원탁회의 주관 기회를 제공한다. 이 게임은 전 세계 단일 서버로 운영되어서 이용자들의 참여가 중요한데, 이 행사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인 관계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게임회사가 이용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만들고 또 실제로 그 의견을 수용해 게임에 반영함으로써 이용자의 피드백이 게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게임회사가 의사결정을 주도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블록체인은 이 과정에서 게이머의 의견을 기록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서비스가 오래 지속될 경우 게임회사와 이용자 사이의 의사소통 아카이브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가 낮아진 게임과 이용자 간의 관계를 블록체인으로 보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 안에서 생성되는 아이템에 대한 기록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이용자들이 누구나 블록체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면 확률 문제 등을 검증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와 문제가 제기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신뢰와 깊이 연관된다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의 토대 위에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게임회사가 NFT를 통해 꾸는 꿈은 무엇인가? 다가올 미래를 암시하는 징후인가, 현재의 한계가 중첩된 현상인가? 분명한 것은 그것이 현상인지 징후인지 확인하기 위해 성큼 나아가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발걸음이 어떤 자취를 남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발걸음의 경로와 좌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을 중심으로 한 지형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좌표를 확장하는 앞으로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면서 그동안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질문들을 살펴야 한다. “게임의 목적이 재미 추구가 아닌 다른 것이 될 때 그것을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부터 말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사회학자) 강지웅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게이머즈〉를 비롯한 여러 게임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했다. 저서로 〈게임과 문화연구〉(공저), 〈한국 게임의 역사〉(공저)가 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서 게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게임이 삶의 수많은 순간을 어루만지는, 우리와 동행하는 문화임을 믿는다. (게임개발자, 연구자) 오영욱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 RTT : 현대의 전면전을 디지털 세계에 격리하기
결국 RTT/워게임이 만들어지고 플레이되는 이유와 목적을 이해하는게 우선이다. 최초 프로이센 왕국에서 이루어진 워게임이 그러했듯, 결국 이 게임들은 전술의 개념적 검증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고자 하며 그래서 그 최초의 워게임의 특징을 답습하는 양상을 띄게 된다. < Back RTT : 현대의 전면전을 디지털 세계에 격리하기 25 GG Vol. 25. 8. 10. 게임의 역사는 곧 승부의 역사이고, 그만큼 게임은 오랫동안 승부를 위한 각종 적대적 상호작용의 장으로서 발전해왔다. 굳이 적대적 상호작용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쓴 이유는, 그 유명한 ‘핑퐁’ 의 공 쳐내기도 포함되고, ‘스타크래프트’ 에서 상대 기지에 핵폭탄을 쏘아버리는 것도 포함될 정도로 게임의 승부는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런 카테고리 하에서 전면전 그 자체를 다루는 전략/전술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적대적 상호작용의 총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류가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폭력인 전쟁 그 자체를 다룬다는 건 그 자체로 흥미롭고, 이게 유희로서 향유될 수 있다는 사실도 어쩌면 흥미롭다. 그리고 그 전쟁을 다루는 게임들은 그 속에서도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해왔다. 최초의 전쟁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군부의 워게임은 말 그대로 전쟁의 예행연습이었고, 그러한 방식을 거의 그대로 디지털로 옮긴 게임들도 속속 탄생했다. 워게임, 또는 RTT(Real Time Tactics)는 그중에서도 현실의 전쟁을 가장 그럴듯하게 묘사하는 게임이다. 남들이 보기엔 다 그게 그거 같은 전략/전술 시뮬레이션 중에서 RTT, 또는 워게임이 유독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일종의 장르론이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불완전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대체로 그렇다’ 라는 전제로 시작한다. 고증에서 나오는 비대칭 무기의 대결 RTT와 다른 전략, 전술 게임과의 차이는 디테일하게 파고든다면 수없이 많지만, 그 차이가 겉으로 확연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굳이 풀어서 설명하자면 RTT 와 RTS를 비롯한 다른 전략/전술 장르와의 차이는 그 지향점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RTT 는 현대전을 비롯한 각 시대별 전장을 실제와 유사하게 묘사하는, 시뮬레이션으로서의 목적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워게임이라는 형태의 시초 자체가 실제 군부의 모의전에서 출발했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강한 밀리터리 테마, 디테일한 시뮬레이션을 위해 한정된 전장/부대 단위 지휘, 하지만 전쟁을 스케일 다운하기 위한 비교적 빠듯한 게임적 허용을 통한 전력 간의 극적인 비대칭성 등이 드러나게 된다. 전력 간의 비대칭성은 현실의 무기체계에서 비롯된 특징이다. 보병용 개인화기로 탱크는 물론 전투기까지 때려잡는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해병 같은 사례와는 달리, 현실의 무기체계는 저마다 명확한 목적성을 가지고 그에 부합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현실의 보병화기는 당연히 장갑차량만 등장해도 무력화되기 마련이고, 장갑차량이나 전차에게는 사신과도 같은 대전차 미사일의 경우에도 몇몇 예외사례를 제외하면 당연하게 헬리콥터 같은 공중 표적은 공격시도도 할 수 없고, 대보병용으로 전용할 수 있다해도 비용 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그러한 용도로 전용하는걸 아예 지원하지 않는 병기들도 있다. 다른 게임 플레이어들이 본다면 비대칭성을 넘어 제대로 디자인된 유닛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극단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병기 개발에서의 기술적 한계와 비용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여느 게임처럼 만능병기가 실존하지 않는다. 모든 병기는 해당 병기를 운용할 군사집단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ROC에 맞춰 설계되고, 생산되며 이 ROC 란 성능과 비용, 기술적 한계 사이에서 교묘히 줄타기를 한 결과이니. 그래서 현실의 병기들은 같은 미사일이라는 분류 하에서도 어디서 발사하는지,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지, 비행/유도 방식이 무엇인지에 따라 무수히 많은 하위분류로 다시 나뉘며, 각각의 병기는 제각각에 맞는 용도로 적절히 사용될 것을 요구한다. 쉽게 말해 닭잡는 칼은 닭만 잡을 수 있고, 소잡는 칼로도 닭은 잡을 수 없거나 잡을 수 있어도 그 효율이 심히 떨어지게 된다는 것. RTT 는 현실의 전장을 구현하는 것이 공통된 목적이므로, 지극히 제한적인 게임적 허용을 통해 이러한 실제 전장의 기본 구조를 답습한다. 그렇기 때문에 RTT에서 요구하는 숙련이란 이러한 상성 구조를 이해하고 적절한 병기를 배치, 그리고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몇가지 특징이 더 파생된다. RTT에서의 정찰은 단순히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적의 포진과 병기 배치를 파악하여 어떤 무기에 취약한지를 반드시 알아내야 하며, 내가 가진 전력 중에서 상대가 대처하기 어려운 수단을 찾아내 공격하거나 방어해야 한다. 이 정찰을 통해 미리 내 자산을 준비해두어야 한다. 이러한 병기들이 전장에서 갑자기 솟아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병기에는 상성이 있다. 단지 RTT 에서는 그 상성이 매우, 굉장히 극단적일 뿐이다 많은 RTS 경우 다소 상성이 맞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유닛이 어느정도 다용도성을 보장하기에 수적 우위나 회전력을 무기로 승부를 걸 수 있다. 하지만 RTT에서는 경보병이 수십 분대가 있어도 전차 한대를 상대할 수는 없고, 마찬가지로 전차를 소대 단위로 모아놓아도 한대의 공격헬기를 당해낼 수는 없다. 때문에 이러한 상성 싸움은 정찰전, 심리전, 그리고 나아가 게임에 들어가기 전 적절한 부대편성까지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그래서 RTT는 끝없는 가위바위보 물리기의 굴레에 빠지기 쉽다. 내가 상대의 모든 병력에 맞춰 보병, 대전차 화력, 대공, 공격헬기 같은 수단을 모두 마련해놨다 하더라도 병력 배치에 따라서 취약지점은 생길 수 있고, 상대가 그 지점을 적절한 수단으로 파고들면 조합은 깨지게 된다. 만약 그렇게 잃은게 대공병기라면 상대의 전폭기나 공격헬기가 파고들 것이고, 그럼 전차를 잃고, 그럼 보병이나 적 전차가 들이닥치고… 이러한 연쇄적인 전장붕괴가 실현된다. 예시로 들만한 게임은 RTT 에서 가장 최근작들이라 할 수 있는 ‘WARNO’ 나 ‘브로큰 애로우’ 같은 게임들이다. 이들 게임은 일정한 크기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면전을 그리고 있으며 지상전을 기반으로 몇가지를 추가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본격적으로 각각의 병기가 세분화되고 기술 발전에 따라 전차, 군용기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던 2차 세계대전까지가 사실상 RTT/워게임의 한계선이 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크다. 벌어지지 않은/을 전쟁을 상상하기 현대전을 다룬 RTT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게임의 성격을 결정하는 부분은 의외로 시나리오다. 톰 클랜시 스타일의 테크노 스릴러까지는 아니지만, ‘그럴싸한 가상 전쟁 시나리오’ 는 언제나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가장 뜨거운 화두이며 이 가상 전쟁 시나리오가 게임에 등장하는 세력과 병종, 그리고 대결의 구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이미 결과까지 모든 역사가 결정되어 있는 제 1, 2차 세계대전 같은 과거의 전쟁을 다루는 게임들 보다도 현대전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들이 더욱 두드러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그에 준하는 전면전 또는 총력전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위기 상황은 냉전이라는 상황 하에 언제나 존재했기에 이 소재를 활용하여 각 시대별 전장의 상황을 가상으로 그려나가는 식이다. 소련이 미국 본토를 침공한다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그만큼 흥미는 배가 된다 현대전 기반의 RTT를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소개한 작품인 ‘월드 인 컨플릭트’ 는 1990년 즈음 냉전 붕괴 직전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WARNO’ 역시 냉전 말기를 다룬다. 두 게임의 시기는 비슷하지만 그 세부적인 시나리오와 게임의 진행 양상은 조금씩 달라진다. ‘월드 인 컨플릭트’ 는 냉전말 경제붕괴에 다다른 소련과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최후의 발악으로 미국 본토를 포함한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1세계를 직접 침공하는 다소 허구성이 강한 시나리오다. 반면 ‘WARNO’ 는 그 제목처럼 실제 유럽 전장에서 NATO 와 WP 의 전면 충돌을 실제 당시의 작전계획을 반영하여 프랑크푸르트 근방의 풀다 갭 공세 같은 시나리오로 그려낸다. 여기에 가장 최근작인 ‘브로큰 애로우’ 는 보다 시대를 뒤로 이동하여, 냉전은 끝났지만 최근 불거지는 신냉전이라는 긴장관계를 활용하여 러시아 연방과 미군의 21세기 충돌을 그린다. 이러한 특징으로 각각의 게임들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차이는 우선 투입되는 병기의 차이이다. 냉전 말기를 다룬 두 게임은 실제 당시 배치되어 있던 세력과 장비들을 묘사하여 PIVAD 같은 현대에는 도태된 장비가 등장하고는 한다. 시대상 공통적으로 대공 병기의 위력이 부족한 편이며, 당시 NATO 나 WP 의 교리에 따라 특정 분야에 특화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인다. ‘브로큰 애로우’ 는 보다 미래의, 현시점에 가까운 근미래로 상정할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주력전차들이 능동방어시스템을 채용할 수 있으며 다수의 스텔스기 전력도 등장한다. 여기에 상상력을 좀더 발휘하여 그 실체가 불분명한 사일런트 호크, 러시아 연방의 신규 제식 전차이기는 하나 실제로 양산과 투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T-14 아르마타 전차까지 등장한다. 냉전 시대에만 존재했던 폐기된 전쟁 시나리오를 디지털 게임으로 구현해보기 이렇게 등장하는 병종, 장비가 다르다면 자연스럽게 각 게임이 묘사하는 전장의 모습도 달라진다. ‘WARNO’ 에서의 주력전차들은 대전차미사일에 매우 취약하지만, 능동방어시스템이 달린 ‘브로큰 애로우’ 의 주력전차들은 보병을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게 된다. 또한 ‘월드 인 컨플릭트’ 는 그 설정을 살려 모든 장비가 공수 형태로 투입된다.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의 경우에도 실제로 존재하는 지역을 분쟁 시나리오에 맞춰 등장시키기 때문에 제각각의 특징을 보인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루는 ‘스틸 디비전’ 시리즈는 2차 세계대전의 주요 전투를 죄다 다루고 있고, ‘워게임’ 시리즈 중 ‘워게임: 레드 드래곤’ 은 동북아시아와 한반도가 등장하여 매우 익숙한 지형이 펼쳐진다. 이러한 기본 시나리오를 통해 플레이 기반이 만들어지고, 게임의 전체 골격이 시대에 맞춰 설계된다. 각 게임은 몇가지 공유하는 플레이 측면의 공통점이 있지만(조작 방식, 연막 같은 기본 기능들의 역할) 그 공유하는 부분들 만큼 시대적 차이, 또 시대별 전장에 대한 해석 차이로 차별점을 가진다. 이는 워게임의 기본에 맞닿아 있다. 모든 워게임은 정해진 시나리오 하에서 출발하며, 그 시나리오는 바로 작전계획이다. 즉 기본적으로 민간의 유희로서 진행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군대에서 펼치는 워게임과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여기서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거나 일부러 누락시킬 수 있는 유희적 창작을 통해서 더 흥미로운 창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극대화 된다. 이런 시나리오 플레이에서 보이는 한가지 더 재미있는 현상은 플레이어들이 일종의 플레이 외적인 면에서 몰입을 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된다는 점이다. 90년대 초반 냉전의 시나리오는 매우 유명하고, 모든 밀리터리 매니아라면 알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들이 모두 달려들어 시나리오의 타당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에서 실제로 한 번도 실전에서 붙어보지 않은 병기들 간에 전면전이 펼쳐진다는 건 제인 연감 뜯어보며 병기 스펙 구경하는 밀덕들에게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이다. 비록 그 결과가 반인륜적이지만, 이는 살상병기를 떠나서 어떤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는 감상과 맞닿아 있다. 오히려 가공의 전쟁, 어차피 1시간 뒤면 휘발되어 사라질 혈흔과 포연이기에 철저히 감정을 배제하고 마치 카탈로그를 보고 물건의 성능을 가늠하고 실험을 거치는 것 같은 활동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기호 뒤에 가려진 저해상도의 폭력성 전쟁을 다루는 게임은 언제나 전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지적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RTT는 가장 전쟁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전장에서의 개인의 말살을 그 자체로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두가지 특징 때문에 RTT/워게임이야 말로 전장의 잔혹성, 비인간성으로부터 일종의 방관자적 스탠스를 취한다. 하나는 전장과 플레이어 시점 사이의 극단적으로 먼 물리적 거리, 그리고 두번째는 철저히 개별 유닛을 하나의 인격체나 생명, 어떠한 개인이 아닌 병기로서만 취급하고 집중하는 특징이다. 이러한 이유로 RTT 특유의 사실적이면서도 극히 간접적인 전장의 체험이 이루어진다. 전장과 플레이어의 물리적 거리감을 활용해 살육의 잔혹함과 유희로서의 게임 사이 간극을 활용하는 사례는 여럿 있어왔다. ‘콜 오브 듀티’ 의 그 유명한 건쉽 미션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RTT/워게임은 다른 전략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그 거리가 플레이어로부터 상당히 멀지만, 지휘하는 부대의 규모나 전장의 스케일이 더욱 크다보니 게임 플레이 내내 유닛의 실제 모습을 보는 경우는 아예없고 유닛 기호만 가지고 컨트롤을 할 정도로 그 거리감이 더 극적으로 벌어져 있다. 이는 실제 유닛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기호를 가지고 추상화한다는 느낌을 더 강화한다. 이렇게 온통 기호로 가득 들어찬 화면에서 유닛 하나에 몰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앞서 설명한 유닛들이 가진 강력한 비대칭성과 확실한 목적성에서 비롯되어 각각의 유닛은 그들의 장비로 대표되게 된다. 같은 보병 분대라 하더라도 어느 한 분대를 골라 투입하고 활용하는 이유는 그 보병이 가진 장비들(대전차미사일, SAM, 기관총 등) 때문이지 그 보병의 개인성, 인격 따위가 아니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실제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이들 보병은 그저 장비의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즉, 이런 게임에서 보병을 볼 때는 그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느냐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자벨린 대전차미사일, FIM-92 스팅어 라는 병기 자체로 인식하곤 한다. 보병 분대가 이럴진대, 전차나 헬리콥터 같은 탑승 병기는 더더욱 그렇다. 실제의 전쟁처럼 철저히 개인성은 말살되고 그저 전쟁의 톱니바퀴로서의 유닛을 보게되는 셈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유닛들은 끝없이 투입되고 활용되고 소모된다. 오히려 하나의 생명보다는 그저 전투를 진행하기 위한 자원으로서 병력의 소모를 줄이고 보존하는 방법을 궁리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전장의 원리란 결국 이런 것일까 싶기도 하다. 낮은 폭력의 해상도 덕분에, 대량살상을 성공하면 그것이 성과가 된다 즉, RTT 는 달리 말하면 ‘폭력의 해상도’ 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결국은 RTT 는 현실의 모사이자 시뮬레이션이라는 대전제를 깔고 가는데다 등장하는 폭력의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차원의 벽을 뚫고 몰입과 공감을 하기보다는 그 차원의 벽을 지속적으로 인식하면서 거리감을 유지하게 된다. 실질적 구현이 아닌 개념적 구현에서 나오는 게임적 허용 하지만 RTT 역시 게임적 허용을 벗어날 수는 없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오류 또는 게임적 허용은 각종 무기의 사거리나 속도 같은 전장의 스케일이다. ‘WARNO’ 에서의 맵 크기는 3VS3 맵이 고작 9 km² 로 각 변이 3km 인 정사각형이며, 가장 큰 맵도 24X3km 로 현실의 전장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또한 게임 내에서 표시되는 거리 단위도 실제 축적에 비해 훨씬 축소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대전차 미사일들은 수킬로미터대의 사정거리를 지니고 있고, 지대공, 중거리공대공 같은 수단은 더욱 길다. 이는 여러모로 극히 비현실적인 상황과 밸런스를 만들어낸다. 단적인 예시는 후방과 전방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생기는 후방에의 위협, 포병과 공군 같은 화력지원 병기의 제한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사실상 게임플레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필연에 가깝다. 게임의 규모를 리얼 스케일로 그린다면, 전력이 출발해 전장에 도착하고 배치가 완료되는 데에만 수시간이 소모된다. 무엇보다도 거리가 늘어나고, 시간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기동이 제한되는 만큼 포병/전차/보병/항공/헬기 등의 유기적인 협동을 한명의 플레이어 입장에서 만들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부분이 게임의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부분이기에 언제나 왈가왈부가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실제 지대공 미사일이 적기를 포착하고 미사일을 발사할 때까지는 최소한 수십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장이 잔뜩 좁아진 게임 내에서 그렇게 작동한다면 이미 전폭기가 맵 전체를 세바퀴쯤 돌고 폭탄을 모조리 투하한 뒤 코브라 기동 한 번 보여주고 집에 갔을 것이다. 반대로 항공기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한다면 대부분의 제트 군용기는 전장에 체공할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짧으므로 원하는 때에 화력 투사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한다. 결국, ‘현대전’ 이라는 개념을 게임 또는 시뮬레이션으로 실증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스케일 다운과 전반적인 간소화가 필수적이다. 적외선 시커가 작동하고 플레어를 뿌려 회피하는 기동을 실제로 구현하는게 아니라 그저 확률 계산으로 간소화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고, 몇몇 게임에서 차량의 연료는 시뮬레이션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도 그렇다. 디지털 세계에 전쟁을 격리하다 이러한 일련의 특징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RTT/워게임이 만들어지고 플레이되는 이유와 목적을 이해하는게 우선이다. 최초 프로이센 왕국에서 이루어진 워게임이 그러했듯, 결국 이 게임들은 전술의 개념적 검증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고자 하며 그래서 그 최초의 워게임의 특징을 답습하는 양상을 띄게 된다. 시나리오 중심, 적절한 스케일 다운과 간소화, 실제 전력을 반영한 유닛들. 그리고 그 뒤에 가려진 폭력성까지. 최초의 워게임은 근대 이전까지 일종의 도식화된 귀족들의 결투였던 전쟁을 고도화된 현대전으로 끌어올리는 도구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폭력의 직접적인 묘사가 배제되면서 철저히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역할이 부각되었고, 그 기조가 이어진 것이 현재의 RTT다. 최초의 워게임에서 시작된 전술의 현대화, 병기의 발전은 마침내 그 억제력을 통해 현실에서 전면전을 근절시키는데 성공했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는 다시 전쟁이 우리의 삶을 침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세상이 20세기 초로 돌아가지는 않을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에서 각각의 병기와 전술이 디지털 시뮬레이션에서나 그 탄생의 목적을 이루고 있는건 오히려 다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Tags: RTT, 현대전, 전술, 시뮬레이션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이명규 게임 기자(2014~), 글쓴이(2006~), 게이머(1996~)
- 북미의 보드게임: 원조국가의 또다른 면모들
십수년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낯설던 단어는 비디오 게임이었다.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자라온 나에게는 ‘게임’이라고 하면 컴퓨터나 콘솔을 이용해서 하는 게임을 지칭하는 것이었지만 미국에서는 달랐다. 테이블탑 혹은 보드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가 매우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내가 아는 게임은 반드시 비디오 게임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걸 알게됐다. < Back 북미의 보드게임: 원조국가의 또다른 면모들 08 GG Vol. 22. 10. 10. 십수년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낯설던 단어는 비디오 게임이었다.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자라온 나에게는 ‘게임’이라고 하면 컴퓨터나 콘솔을 이용해서 하는 게임을 지칭하는 것이었지만 미국에서는 달랐다. 테이블탑 혹은 보드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가 매우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내가 아는 게임은 반드시 비디오 게임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걸 알게됐다. 한국에서는 보드게임 카페에서 조금 해본 것이 내 보드게임 경험의 전부였지만 게임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동료 중에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료의 초대로 본격적으로 보드게임을 해보았다. 사실 처음에는 의아했다. 기술적인 최첨단을 달리는 상품인 비디오 게임을 제작하고 마케팅하는 사람들이 굳이 보드게임을 하다니. 뭔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씩 보드게임을 하다보니 왜 일부 사람들이 보드게임이야 말로 정말로 궁극적인 게임의 형태라고 부르는 지 알 것도 같았다. 웨이트니 유로니 하는 생소한 용어들을 알아갈 정도가 되자 보드게임에 관련된 문화적 요소들이 의외로 대중문화에도 많이 침투해있는 것을 알게 됐다. 가장 즐겁게 본 미국 드라마 중 하나인 ‘커뮤니티’에서 Dungeons & Dragons (D&D)을 하는 멤버들을 아주 즐겁게 봤던 기억이 났다. 미국에 사는 동안은 보드게임이 항상 내 곁에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리서치를 하게 됐다. 코로나가 이끈 성장 한국에도 잠시 보드게임 카페 등의 유행이 분 적이 있지만 말그대로 잠시 유행에 지나지 않았고 이후에는 주로 매니아들의 취미로 여겨졌다. 물론 미국도 보드게임이 대중화되서 누구나 즐기는 취미라고는 말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최소한 미국에서는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을 받을 정도의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리서치기관 스태티스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드게임은 2023년까지 120억 달러의 시장규모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현재 환율로 17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보드게임은 미국에서 코로나를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장이기도 하다. 물론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 성장세가 꾸준하긴 했지만 2019년에 한해에만 무려 4000개가 넘는 보드게임이 쏟아진 것은 확실히 놀라운 일. 업계의 팽창은 누구라도 주목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유는 우리가 따로 조사를 하지 않아도 자명한 일이다.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양식있는 시민의 행동으로 불리던 나날들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았고 종류에 따라서는 8시간도 후딱 가버리는 보드게임은 당연히 아주 좋은 선택지였다. 보드게임이 또 하나 빛을 발하는 시장은 크라우드 펀딩이다. 보통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하면 아이디어 상품이나 전자제품을 쉽게 떠올리지만 보드게임은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카테고리다. 북미에서 가장 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장 큰 돈을 모은 킥스타터 프로젝트 순위를 살펴보면 이 중 네개가 보드게임이다. 역대 순위에서 6위를 기록하고 보드 게임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Kingdom Death는 무려 12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끌어모았다. 14위에는 보드게임을 위한 테이블이 8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펀딩 받으며 자리 했으니 전체 순위의 13 이 보드게임 관련임 셈. 펀딩의 규모가 아닌 아닌 프로젝트의 갯수로 봐도 놀랍다. 2021년 킥스타터를 통해서 펀딩을 시도해서 목표치를 달성한 보드게임은 3500개가 넘는다. 뉴미디어에서 보드게임 물론 세상의 모든 문화상품들이 그렇듯이 뉴미디어에서 노출이 시장의 성장을 돕기도 했다. 특히나 유튜브에서 보드게임과 관련한 여러 채널들은 크게 성장을 해왔다. 대표적으로는 배우 윌 휘튼이 진행하고 있는 ‘테이블탑’이라는 유튜브 컨텐츠는 여러 셀러브러티들을 초청해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5년 이상 에피소드에 따라서는 300만 조횟수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인기다. 빅뱅 이론과 스타 트랙에 출연하는 등 서브 컬쳐계에서 인기있는 작품마다 역할을 해온 윌 휘튼의 대표작이 테이틀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미 오래 전부터 10대와 20대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던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에서도 보드게임에 관련한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온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컨텐츠는 ‘샌드위치를 위한 주사위 던지기’(Roll for Sandwich)다. 룰은 간단하다. 가장 대표적인 보드게임 중 하나이자 가장 열광적 지지자를 거느리고 있는 게임 D&D에서 사용되는 주사위를 가지고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이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을 다채롭게 준비한다. 그리고 이런 재료들에 번호를 붙여서 종이 위에 쓴다. 예를 들면 식빵은 1번, 베이글은 2번과 같은 식이다. 주사위를 던지고 나온 번호대로 재료를 가져온다. 샌드위치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들은 맛이나 서로 간의 궁합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주사위가 정해주는 우연에 따라서 결정된다. 너무나 간단한 포맷이지만 20면체 주사위를 굴려서 소스를 결정할 때는 나도 모르게 제발 다른 내용물과 어울리는 소스가 나오길 간절히 빌게 된다. 작가가 본업이지만 D&D 매니아인 틱톡커 제이크 포웰스가 영상시리즈를 시작한 것은 올해 4월 말. 그가 14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으고 2500만회가 넘는 좋아요를 받기까지는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보드게임이라는 소재가 플랫폼에 따라서 전혀 다른 컨텐츠와 융합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증거다. 다양성이라는 과제 상업적인 성공을 제외하고 현재 보드게임업계에서 제일 유의미하게 논의가 되고 있는 주제는 도대체 왜 보드게임은 백인남성의 전유물이냐는 내부적인 질문이다. 보드게임 전문 사이트 보드게임 긱에 올라온 게임 중 상위 400위에 오른 게임을 대상으로 2018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게임 디자이너 중 92.6%가 백인 남성이었다. 유색인종 남성은 4.1%였고 백인 여성은 2.7%였다. 유색인종 여성 게임 디자이너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캐나다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 타냐 포부다는 보드게임 시장이 상정하고 있는 타깃 자체가 이성애자, 비장애인, 중산층 백인 남성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향은 보드게임의 표지에서도 보인다. 보드게임 표지에 나온 인물 중 남자는 52.7%에 달했고 여성이 나온 경우는 동물이나 외계인보다 적은 19.2%였다. 인종으로 오면 이 문제는 더 도드라진다. 표지에 백인이 나온 경우는 60.2%였고 비백인이 나온 경우는 11.7%에 불과했다. 산업적인 이유로 특정한 성별이나 인종을 타깃으로 해서 상품을 만드는 것 자체를 윤리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보드게임 산업이 이런 제약으로 인해서 성장동력을 놓치고 있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만드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이성애자 백인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보드게임 커뮤니티는 다양성을 받아드리고 있다. 보드게임 커뮤니티를 통해서 그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74.9%가 백인이었고 20.4%는 유색인종이었다. 여전히 백인이 압도적인 비율이지만 게임 디자이너의 90% 이상이 백인 남성임을 고려하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성별로 가면 더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설문에 답한 사람 중 50% 이상이 본인을 여성이라고 답했다. 커뮤니티의 경우 여성이 더 많지만 제작자는 남성인 상황이다. 한 마디로 다양성이 게임을 제작하는 쪽에서 필요한 때다. 흔히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양성을 부르짖는 이유에 대해서 말할 때 그들이 특별히 윤리적이고 신념에 가득차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보다는 상업적인 이유가 더 크다. 단순하게 영화업계만 봐도 다양성은 돈이 된다. 블랙 팬서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것이 너무나 명징한 증거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이란 키워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에서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다. 보드게임 업계 또한 더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다양성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뉴미디어의 발전과 맞물려서 폭발적 성장을 기록해온 그들은 이제 본인들의 커뮤니티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준비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나성인) 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 게임을 산책하기(장려상)
지난 5월 2일 민형배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상공간에서의 가상인물을 통한 음란행위”를 성범죄로 규정하고 있다1). 물론 민형배 의원의 개정안은 현실의 성폭행 범주를 고스란히 옮겨와 메타버스 속 성범죄를 온전히 규정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 개정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메타버스라는 아바타를 신체의 확장으로 바라보며, 아바타의 경험이 실제 신체의 체험과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Back 게임을 산책하기(장려상) 07 GG Vol. 22. 8. 10. 지난 5월 2일 민형배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상공간에서의 가상인물을 통한 음란행위”를 성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1) . 물론 민형배 의원의 개정안은 현실의 성폭행 범주를 고스란히 옮겨와 메타버스 속 성범죄를 온전히 규정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 개정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메타버스라는 아바타를 신체의 확장으로 바라보며, 아바타의 경험이 실제 신체의 체험과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등의 용어로 불리는 가상공간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은 게임이다. 디지털 게임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가상의 공간 속에서 이동 및 탐험을 경험하는 것이다. 아타리의 게임 〈어드벤처〉(1979)의 이스터에그를 찾아내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마지막 미션이 시사하듯, 게임이라는 경험의 본질은 공간을 탐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경험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메타버스 성범죄의 사례는 게임에서의 경험이 실제의 경험과 동등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MMORPG에서 타 유저와의 의사소통, 오픈월드 게임에서 마주하는 NPC와의 랜덤 인카운터 등은, 도시를 돌아다니는 현대인이 마주하는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발터 벤야민은 보들레르나 에드거 앨런 포 등 19세기 문필가의 작품을 분석하며, 대도시 군중의 모티프가 반복됨을 지적한다. 그는 이들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대도시 군중 속을 걷는 거리 산책자의 충격체험이 신문, 아케이드의 간판, 대중교통 등이 초래하는 대도시의 촉각적 경험과 충격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2) . 이는 변화하는 현대 파리의 모습을 보고 기억하는 산책자의 행위에 주목했던 보들레르의 관점이, 대도시 군중과 어깨를 부딪히며 나아갈 수밖에 없는 대도시의 산책자의 상황에 이르러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변화는 벤야민이 살아가던 1920~30년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동시에 대도시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가속화되고 있다. 어쩌면 벤야민이 말하던 충격체험은 대도시의 속도 속에서 삭제된, 폴 비릴리오의 말을 빌리자면 “속도에 의한 공간의 절멸”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경험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한 의미에서 디지털 게임이 구현하는 가상공간의 경험은, 삭제된 경험을 되살리는 것일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서로의 아바타가 맞닿는 과정이 플레이어의 신체에 물리적인 충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 게임은 인간에게 실제 살아가는 공간과 유사한 현실성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디지털 공간의 현실성은 가상공간이 더 이상 실재가 아닌 가상이라 치부되며 실제의 열화된 버전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현실의 공간과 동등한 선상에 놓고 논의해야 할 필요성을 요구하게 된다 3) . 이러한 인식 속에서 게임이 제공하는 공간 경험은 신체가 느끼는 ‘정동적 놀람’의 상태를 동반한다. 게이머들이 〈레드 데드 리뎀션 2〉(2018) 속 아서 모건의 이야기에 동화되어 감동을 느끼거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2020) 속 엘리의 폭력적 복수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그러한 ‘정동적 놀람’ 상태의 대표적 예시다. 공간 경험에 기반한 정동적 놀람의 상태는 앞서 언급한 산책자의 충격경험과 유사하다. 앞서 언급한 예시를 이어가자면, 아서 모건의 여정을 함께한 플레이어의 경험은 광활한 게임 속 영토를 탐험하는 경험과 함께한다. 선형적인 구성의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엘리의 여정을 함께하더라도, 그것은 게임 속 스테이지를 옮겨 다니던 이동의 경험이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는 게임 속 플레이어블 캐릭터 혹은 아바타의 가상 신체를 통해 게임 속 공간을 돌아다니는 산책자가 된다. 그러한 산책자로서의 경험이 강조된 게임을 꼽자면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2019)이 있겠다. 〈데스 스트랜딩〉은, 물론 전투가 존재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동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샘은 배송기사고, 멸망 이후의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생존에 필요한 물자를 이 쉘터에서 저 쉘터로 배송한다. 플레이어가 플레이하는 콘텐츠는 그러한 배송 자체다. 때문에 〈데스 스트랜딩〉의 핵심은 ‘배송하는 감각’을 재현하는 것에 있다. 디지털 게임이 게임기기의 입력장치를 통해 캐릭터의 움직임을 모방한다고 할 때, 〈데스 스트랜딩〉의 조작방식은 무거운 화물을 등에 짊어지고 움직이는 주인공 샘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체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 짊어진 화물의 중량에 따라 샘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그때마다 게임패드의 트리거 버튼을 알맞은 방향으로 눌러 샘의 무게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만약 무게중심을 잃은 샘이 넘어지게 된다면 짊어진 화물들이 쏟아지게 되고, 화물들을 다시 주워야 하는 것은 물론 화물이 데미지를 입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샘이 황량한 게임 속 세상을 걸어 다닐 때뿐 아니라, 바이크 등 탈것에 탑승하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어는 샘을 통해 게임 속 세계를 산책하며 그곳을 경험한다. 게임패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물리적 경험은 게임이 지닌 가상공간 속에서의 체험을 강조한다. 물류를 배송하며 겪는 BT(Beached Things, 좌초된 것들)나 택배도둑 뮬(Mule)과의 전투,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후에 따른 어려움 등은, 비록 벤야민이 정의한 것과는 다른 종류의 것일지라도, 일종의 충격체험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한다. 혹은 산책을 의도치 않은 게임 속에서 산책을 시도함으로써, 게임에 내재된 규칙을 전용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2021년 배틀로얄 게임 〈배틀그라운드〉(2017) 내에서 진행된 〈에란겔: 다크투어〉 퍼포먼스가 대표적인 예시다. 퍼포먼스는 온라인으로 접속한 다른 참가자들을 이끄는 리드 퍼포먼서로 게임평론가 이경혁, 디지털 스토리텔링 연구자 권보연, 기계비평가 이영준을 섭외하여 각기 게임을 잘 아는 원주민, 게임을 잘 알지만 다른 게임세계에서 이주한 이주민, 게임 자체를 모르고 완전히 낯설게 초대된 이방인 역할을 수행하게끔 하고, 게임방송 BJ를 섭외하여 퍼포먼스를 중계하였다. 〈배틀그라운드〉 속에서 리드 퍼포먼서 및 이들을 돕는 조교 역할을 수행하는 퍼포머들이 참가자들과 함께 게임 내의 지역인 ‘에란겔’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한다는 컨셉으로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에란겔: 다크투어〉의 메뉴얼은 "단 한 명의 생존자가 되기 위해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는 대신, "단지 총성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이 게임 공간 속에 의미가 풍부한 각종 오브젝트와 건물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 4) 이라며, 마치 몰락한 구 소비에트 연방의 어느 변두리를 연상케 하는 게임의 무대가 되는 가상공간 에란겔 섬에 대한 다크투어리즘을 제안한다. 참가자들은 플레이어가 아닌 관광객으로서 게임에 접속하고, 세 명의 리드 퍼포먼서가 진행하는 게임 내 강연의 청중으로, 다른 퍼포먼서 및 참가자들과 함께 게임의 가상공간을 산책하는 산책자로, 마지막에는 한자리에 모여 게임이 구현하는 동작의 한계 내에서 집단적인 의식의 춤을 추는 퍼포먼서로 참여하게 된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에란겔: 다크투어〉는 디지털 게임의 가상공간을 산책하고 관광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으로 그곳을 경험할 것을 제안한다. 세 리드 퍼포먼서의 강연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게임이 그려내는 가상세계가 현실과 동떨어진 일종의 정서적 피난처나 단순한 유희공간이 아닌, 그것이 드러내는 이미지, 텍스트, 사운드, 규칙, 상호작용 등의 요소들을 통해 현실과 관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배틀그라운드〉가 묘사하는 가상공간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 전에는 어떤 인류학적 장소였을 수 있다는 암시를 찾아내거나, 각기 다른 규칙이 존재하는 다른 가상세계 혹은 현실세계의 이야기를 에란겔의 상황과 중첩시키는 등의 방식을 택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게임을 전용하는 것은 보들레르가 말했던 산책자의 기억술을 대도시가 아닌 디지털 게임이라는 대안적 공간 안에서 소생시킨다. 또는 정말로 산책과 결합된 게임의 형태를 떠올려볼 수도 있다. 나이언틱이 개발한 〈포켓몬 고〉(2016)를 실행하면 구글맵(Google Map)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지도가 등장한다. 현실의 지리학을 고스란히 가져온 지도 위에 포켓스탑과 포켓몬 체육관이 표시되어 있고, 플레이어의 실제 위치는 스마트폰의 GPS를 통해 게임 내 캐릭터의 위치와 동기화된다. 〈포켓몬고〉의 지도는 아무런 지명, 건물명, 교통수단 정거장 등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 단지 텅 빈 지도 위에 공공시설, 역사적 장소, 공공성을 띠는 조형물 등이 포켓스탑의 형태로 등장할 뿐이다. 그것의 생김새마저 포켓스탑을 터치해야 등장하는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다. 〈포켓몬 고〉의 플레이어는 평소라면 지나쳤을 장소에 게임을 위해 머무르게 된다. 이를 통해 익숙한 산책로, 등굣길, 출퇴근길은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게임의 공간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접속 가능하지만, 게임의 가상공간 자체가 현실의 지리학을 따르는 덕분에 게임의 가상공간과 현실의 공간 사이의 위계가 무력화된다. 그럼으로써 〈포켓몬 고〉의 유저들은 새로운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희귀한 몬스터를 사냥하고 포획할 수 있는 레이드나 인게임 재화를 얻기 위해 필수적인 체육관 점령 등 다수의 유저가 참여해야 하는 콘텐츠는 지역 별로 〈포켓몬 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게끔 유도한다. 굳이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지 않더라도, 레이드나 체육관 점령 등을 위해 〈포켓몬 고〉를 켜고 산책하다 보면 다른 유저를 마주칠 수 있기도 하다. 그러한 상황을 발생시키는 것 자체가 〈포켓몬 고〉의 콘텐츠인 셈이다. 게임이 만들어내는 가상공간이 점차 현실의 공간과 위계를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소위 메타버스의 시대라 할 수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포켓몬 고〉의 사례는 그것을 물리적으로 입증하는 하나의 사례다. 더 나아가 정여름 작가의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2020)처럼 실제 공간 위에 덧씌워진 가상이라는 〈포켓몬 고〉의 컨셉을 영화와 미술 작업에 활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다시 처음 언급한 “성폭력 특례법 일부개정안” 이야기로 돌아가자. 게임의 가상공간 안에서 산책자로서 활동할 수 있다면, 그것에 따른 부작용 내지는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 또한 가상공간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산책자, 그러니까 플라뇌르(flâneur)는 프랑스어 남성명사다. 이는 보들레르나 벤야민이 플라뇌르를 개념화하던 시기의 산책자는 주로 남성이었으며, 여성은 남성의 시선이 닿는 사물적 대상이거나 소득을 얻기 위해 길 위를 서성이는 성노동자였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로런 엘킨이 제시한 "도시를 걷는 여자들", 즉 여성명사 플라뇌즈(Flaneuse)는 그러한 개념어의 전복이다. “성폭력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은 게임과 메타버스 내에서도 플라뇌르는 여전히 가능하지만 플라뇌즈는 아직 불가능함을 시사한다. 게임에서의 공간 경험이 현실에서의 경험과 점점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아니, 굳이 분간할 필요 없이 제2의 자연으로 가상공간이 존재하는 상황에 가깝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게임 내 성폭력, 각종 차별과 혐오발언은 자유로운 산책의 가능성을 배제한다. 그러므로 게임 속 가상공간이 제공하는 경험의 질을 규명하는 것은 그곳의 성격을 직시함으로써, 이곳저곳에 산재한 문제를 해소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의 경험이 모두에게 평등한 것이 될 때, 모두가 동등하게 게임 속을 산책할 수 있을 때, 가상공간의 유토피아라는 허황된 꿈에 조금이나마 접근할 수 있다. 1) 국민참여입법센터 국회입법현황, https://opinion.lawmaking.go.kr/gcom/nsmLmSts/out/2115468/detailRP (2022.06.27 접속) 2) 발터 벤야민, 「보들레르의 몇 가지 모티프에 관하여」, 『발터 벤야민 선집 4』, 최성만(역), 서울: 도서출판 길, 2010. 3) 오현주, 「디지털 게임 공간의 체험적 특성」, 홍익대학교 대학원 영상학과 박사논문, 2016. 4) <에란겔: 다크투어>에 관한 스테이트먼트, 매뉴얼 등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notion.so/03-20-21-14-00-15-00-2-4652d0e6c472438595a27e889dd55b7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비평가) 박동수 학부에서 예술학을 전공했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문화연구를 전공하고 있다. 영화에 관한 글을 주로 쓰고, 미술, 게임, 방송 등 시각문화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 영화평론가, 팟캐스트 [카페 크리틱] 진행자, 공동체상영 기획자이기도 하다.
- QUOVADIS, 게임법 - 국회 안에서 바라본 게임법 진행의 경과와 미래
물론 전부개정안의 모든 내용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발의하고 보니 보완해야할 부분들도 여럿 보였다. 특히 국내대리인지정제도는 더욱 강화해서 발의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개정안에 빠져 있거나 부족한 부분들은 심사 과정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될 것이다. 또한 다른 게임법 일부개정안과도 병합심사되어 더 좋은 내용으로 고쳐질 것이다. 이를테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컴플리트 가챠 규제 법안이나 이용자 권익보호위원회 규정 법안과 함께 병합심사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느릴지언정 멈추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내딛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국민의 꾸준한 관심은 국회를 일하게 한다. < Back QUOVADIS, 게임법 - 국회 안에서 바라본 게임법 진행의 경과와 미래 01 GG Vol. 21. 6. 10. 게임법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대로 쓰다가 순서를 거꾸로 뒤집었다. 아무래도 현재 게임법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다. 법안이 발의되고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발의-상임위원회 심사-법제사법위원회 심사-본회의 심사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전부개정안은 상임위원회 심사단계에 있다. 상임위원회 심사는 다시 전체회의 상정-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전체회의 의결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전부개정안은 상정 단계를 지나 법안소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발의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심사가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공청회 순번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여‧야 문체위 소관 법안에 대한 이견으로 심사 속도가 더딘 것이다. 공청회부터 설명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법안의 종류부터 설명해야 한다. 법안은 크게 제정법안, 전부개정안, 일부개정안으로 구분된다. 제정법안은 말 그대로 여태껏 없었던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다. 전부개정안은 기존에 있던 법이지만 어떠한 이유로 법의 체계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싹 바꾼 형태다. 마지막으로 일부개정안은 어떤 법의 몇몇 조항만 개정하여 발의한 유형이다. 게다가 제정법안과 전부개정안을 대상으로는 한 가지 절차가 더 필요하다. 국회법상 공청회를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일부개정안에 비해 전부개정안과 제정법안을 심사할 때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을 진술인으로 불러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이를 통해 법안을 심사할 때 참고하게 된다. 공청회는 상임위 교섭단체 간사간 협의에 따라 생략이 가능하다. 공청회를 생략하면 법안 심사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지만, 반면 심사가 부실해질 수 있고 법사위에서 공청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류될 우려도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21대 상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는 발의된 모든 문체위 소관 제정법안과 전부개정안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실시하고, 그 순서는 발의순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게임법 공청회는 15번째 순서다. 한참 오래 걸릴 것처럼 보이지만, 여차저차 공청회가 계속 열렸다. 이제 게임법 앞에 놓인 공청회는 불과 네다섯개 정도다. 여‧야 정쟁을 설명하자니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하지만 숨기지 않고 세세하게 얘기하겠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문화 및 예술 분야의 법안을 심사하는 1소위원회와 관광‧체육 분야의 법안을 심사하는 2소위원회로 나뉘어 있다. 2소위원회는 꽤 잘 진행되어 왔다. 문제는 1소위다. 일단 문체위 소관으로 발의되는 법안 중 1소위 소관의 법안 수가 2소위 법안보다 많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야간 이견이 컸던 법안들은 거의 다 1소위 법안들이었다. 법안을 심사하다가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정회를 한다. 정회하고 간사간 협상을 시도하는 것인데, 타결이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후자의 경우엔 머리가 아파진다. 정회 시간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거나, 산회하고 다음 회의 전까지 협의를 이어가기로 하고 회의가 끝나게 된다. 심할 때는 법안소위가 아예 열리지 못하는 회기도 왕왕 있다. 이 경우, 해당 쟁점 법안 뒤에 심사를 기다리던 나머지 법안들까지 심사가 밀리게 된다. 앞서 말한대로 쟁점법안들은 거의 1소위 법안인데, 가뜩이나 법안 수도 많은데 병목현상까지 생기면서 심사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럴 때면 게임법이 2소위 소관이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다 아예 심사도 못하고 전부개정안이 폐기되는거 아니냔 불안이 엄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은 법안은 ‘언제’심사될 지의 문제일 뿐, 심사 자체는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부개정안을 제외하고서도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안이 이미 3건이나 발의되어 있고, 발의 절차에 있는 법안이 2건 더 있다. 이처럼 특정 사안에 대해 여러 건이 발의 되어 있는 법안은 심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낮다. 국회에서 일한 지 10년 차다. 그동안 적지 않은 수의 법안을 만들어 왔다. 국민에게 칭찬을 받을 때도, 반박할 수 없는 비판을 들을 때도 있었다. 정말 좋은 내용의 법안인데 생각하지도 못한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임기 만료 폐기될 때도, 일사천리로 통과될 때도 있었다. 법안 하나하나가 모두 내 자식 같고,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법안을 만드는 정책보좌진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때문에, 어떤 법안에 가장 애정이 깊은지 물어보면 답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떤 법안을 추진할 때 가장 힘들었나 물어보면 1초의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게임법 전부개정안이다. 게임법처럼 이해관계자가 많고, 첨예한 법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게임법이 게임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유독 크기도 하다. 역사에 비해 발전 속도가 빠른 산업일수록 이런 경향이 큰데, 게임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게임법 조항 하나만 개정돼도 파급력이 클 때가 많다. 조항 하나에도 이런데, 수십 개의 조항이 새로 쓰여지는 제정법안이나 전부개정안은 말할 것도 없다. 조항만 많은 것이 아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 아래 한데 묶여있는 게임의 종류들도 많다. 몇 가지만 꼽아보자. 온라인 pc게임, 모바일 게임, 아케이드 게임, 웹보드 게임, 콘솔 게임, 교육용 게임, VR 게임, 여기에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블록체인 게임까지.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법은 하나다. 물론 게임법 내에서 몇 가지 구분을 둔다고는 하지만, 게임 저마다의 특징을 모두 반영하기란 불가능하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한국게임산업협회, 게임문화재단, 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게임학회 등등… 게임 종류별, 직업별 의견을 내는 목소리들도, 추구하는 바도 각양각색이다. 목적 자체가 이윤추구인 게임사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법 하나에 이 모든 내용을 담으면서도 모두가 만족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우리 의원실에서 발의하기 내키지 않았다. 나도 사람인데, 이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다. 심사 과정 내내 가시밭길을 맨발로 걸어야 할 것이 뻔해 보였다. “욕먹기 싫은건 당연하다. 이해한다. 하지만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국민이 그 노력을 몰라줘도, 언론에 기사가 많이 나오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쉽고 편한 길만 가려고 하지 마라. 나는 그렇게 정치를 배우지 않았다.”이 문제로 이상헌 의원님께 보고드렸더니 하신 말씀이다. 결국 우리 의원실에서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는 언론에 많이 다뤄져서 내용을 알고 계신 분들도 많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를 두고 게임업계와 논쟁하는 동안, 많이 괴로웠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교묘하게 법안과 나를 헐뜯었다. 추측성 음모론도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게임업계인이나 기자들 여러명과 서먹해지기도 했다. 전부개정안의 다른 조항과 연관된 다른 이해당사자들은 내 뒤를 밟는다던지, 면전에서 몸 조심하라는 협박까지도 했다. 그래도 앞을 보고 걸어가야 한다. 전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이상헌 의원님 말씀대로 힘들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산고(産苦)가 크지만, 통과되고 나면 이용자 권익보호가 보다 강화될 수 있고 게임업계도 한층 성숙해질 것이라 믿는다. 물론 전부개정안의 모든 내용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발의하고 보니 보완해야할 부분들도 여럿 보였다. 특히 국내대리인지정제도는 더욱 강화해서 발의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개정안에 빠져 있거나 부족한 부분들은 심사 과정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될 것이다. 또한 다른 게임법 일부개정안과도 병합심사되어 더 좋은 내용으로 고쳐질 것이다. 이를테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컴플리트 가챠 규제 법안이나 이용자 권익보호위원회 규정 법안과 함께 병합심사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느릴지언정 멈추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내딛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국민의 꾸준한 관심은 국회를 일하게 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국회 보좌관) 이도경 역대 국회 게임 관련 법안 최다 발의·최다 통과 시킨 것이 자부심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자부심은 와우에서 리치왕 하드모드 서버 퍼스트킬 한 것과 카오스 유명 클랜인 RoMg에서 샤먼을 했다는 사실입...
- [인터뷰] 25년간 게임의 지평은 어떻게 바뀌었나? : 게임 역사연구자 나보라, 게임 아카이비스트 오영욱 대담회
한때 미래 세계를 의미했던 21세기가 들어선 지도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 25년 동안 많은 문화적 변화가 야기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게임은 급격한 속도로 우리의 일상 안으로 들어왔고 다양한 문화적 유산들을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게임 역사 연구자인 나보라 박사와 게임 아카이빙을 하고 있는 오영욱 박사를 모시고 그동안 우리의 게임이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 대담회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Back [인터뷰] 25년간 게임의 지평은 어떻게 바뀌었나? : 게임 역사연구자 나보라, 게임 아카이비스트 오영욱 대담회 23 GG Vol. 25. 4. 10. 한때 미래 세계를 의미했던 21세기가 들어선 지도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 25년 동안 많은 문화적 변화가 야기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게임은 급격한 속도로 우리의 일상 안으로 들어왔고 다양한 문화적 유산들을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게임 역사 연구자인 나보라 박사와 게임 아카이빙을 하고 있는 오영욱 박사를 모시고 그동안 우리의 게임이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 대담회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연구자 개인들이 겪은 25년의 세월: 세대 혹은 코호트 이경혁 편집장: 21세기가 시작된 지 벌써 한 쿼터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게임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두 분을 모셨는데요. 먼저 조금은 편하게 ‘지난 25년간 내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부터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제가 너무 무거우니 가볍게 제 이야기를 말씀드리자면, 제가 기억하는 2000년대 초반 게임의 가장 큰 이미지는 댄스 게임이었어요. 99년 6월에 부천역 오락실에 처음 이 등장했는데, 제가 당시 군대를 갔거든요. 딱 두 달 밟아보고 군대를 갔는데 댄스 게임이 굉장히 아른거리더라고요. 이때 흥미로운 점은 ‘게임했던 공간’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오락실이라는 공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의미가 조금 달라졌잖아요? 이런 변화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보라 박사: 저는 97년에서 2001년 사이에 미국에 유학을 가 있었는데요. 당시에 제가 느꼈던 것은 게임이 ‘아이들만의 것’에서 ‘성인들의 취미’로 변해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때 ‘플레이스테이션 2’가 미국에서 인기였는데, 그 이유가 DVD 플레이어 기능도 제공하기 때문이었거든요. 그 듀얼 기능이 먹히면서 보였던 변화상 중에 하나가 TV 메인 광고 시간대인 저녁 7시에 게임 광고가 나왔던 지점이었어요. 그전까지 게임 광고는 어린이 채널이나 아이들이 주로 TV를 보는 시간대에 나왔어요. 그런데 ‘드림캐스트’의 <쉔무>나 ‘플레이스테이션 2’의 <파이널 판타지 7> 광고가 영화처럼 만들어졌고 성인들을 타겟으로 하더라고요. 저는 이때부터 비디오 게임이라는 것이 주류의 성인들도 즐길만한 오락으로 등장했다고 보고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한국은 2010년대 들어서서 게임이 성인을 대상으로 포커싱하는 변화가 만들어졌는데, 북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그런 변화가 있었군요. 당시에 20대를 타게팅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 북미 게임 시장은 중년을 타게팅할 수 있겠네요. 오영욱 박사: 저는 2000년에 청주에서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리듬 게임이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엄청 인기를 끌었거든요. 나 이 나오면서 장판 같은 것을 은박지로 납땜해서 채보를 연습하고, 학교 컴퓨터에 연결해서 야자 시간에 놀고, 그랬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90년대에는 오락실하면 어둑어둑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확 바뀐 것이 2000년대 초였던 것 같아요. 또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경험은 밤새 오락실을 빌리는 문화가 있었다는 점이에요. 당시에 PC통신으로 만난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면서 <이니셜 D>, <태고의 달인> 같은 게임들을 했는데, ‘압구정 조이플라자’같은 곳에서 하루를 대여해서 밤새 대결을 했었어요. 몇만 원 내고 게임기를 빌려서 밤새 돌아가면서 게임했던 문화가 있었던 거죠. 게임하는 공간: 오락실, PC방, 그리고 이경혁 편집장: 확실히 2000년대 초반을 상징했던 게임 중에 리듬 게임이 있었지요. 90년대까지 오락실은 스틱과 버튼 위주의 아케이드 스타일이었다면, 여러 기기들이 만들어진 건데요. 그렇게 보면 2000년대부터는 오락실이 특정 연령이나 특정 성별의 공간이라기보단 누구나 손쉽게 올 수 있는 형태로 대중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오영욱 박사: 그렇죠. 당시에 신촌을 지나가다 보면, 지금 독수리 다방 건물 1층을 다 리듬게임으로 해놓고 밖에서 볼 수 있는 구조였어요. 그러면 안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보이는 거예요. 그렇게 대중적 공간으로 문화가 변해갔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러면 오락실이 변모해온 과정을 오늘날 돌아봤을 때, 일종의 대중화나 캐주얼화라고 볼 수도 있는 걸까요? 나보라 박사: 대중화라기보다는 양성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중화라고 한다면,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로 ‘격상’되었다기보다는 공간의 분위기와 이용방식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네요. 사실 붐비기는 예전의 오락실이 더 붐볐거든요. 한편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이야기할 때, 공간성의 변화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아까 오영욱 선생님이 PC 통신에서 만난 사람들과 게임하던 2000년대 초반을 말씀해주셨는데, 당시에는 온라인 문화의 확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겠죠.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모여서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도 구시대 문화가 되어버린 것이 2025년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나보라 박사: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에는 오락실이 약속 장소로의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있었어요. 아케이드 오락실을 역사적으로 보면, 원래 영화관 옆에 붙어있던 공간이었잖아요? 미국에서도 그랬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랬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기능이 거의 없어진 것 같아요. 오영욱 박사: 일본의 오락실의 경우에는 지금도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의 공간이거든요. 확실히 우리의 문화와 다르죠. 그 중심에는 카드 게임기가 있는데, 카드 게임기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해서 완전히 다른 형태를 보이는 것 같아요. 재밌는 것은 아케이드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게임기의 순환이라는 점이에요. 일본에서 어떤 아케이드 게임이 유행하면 한 사이클이 돈 뒤에 한국으로 넘어가고, 한국에서 한 사이클이 돌면 동남아로 넘어가고 그런 글로벌 물류 체인 시스템이 아케이드 산업을 지탱하는 점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바다이야기’ 사태도 있었고 법적인 환경이 제공되지 않아서 카드 게임이 넘어오질 않았어요. 디지털게임 연구 이경혁 편집장: 지금 이야기하신 부분이 한국의 게임 환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테마일 것 같아요. 2005년에서 2006년 일어났던 바다이야기 사태는 한국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기도 했는데요. 이 사태가 한국 게임 문화에 어떤 영향을 남겼을까요? 오영욱 박사: 산업적인 영역에서는 너무 많은 논의가 있을 것 같고요.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드려보고 싶어요. 저는 당시에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였고,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면서 게임 연구가 확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경혁 편집장: 나보라 박사님은 당시에도 학계에 계셨는데, 실제로 어땠나요? 나보라 박사: 확실히 바다이야기의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인문 분야든 이공계든 게임 연구를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후에는 이공계나 산업쪽으로 지원이 쏠렸어요. 다만 바다이야기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인가 라고 묻는다면 명확한 상관관계는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원래 정부의 연구 지원 풍토가 대체로 산업, 기술 등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선호하기 때문에 인문사회학적 게임 연구가 각광받긴 힘든 분위기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진거죠.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것을 들으니, 인과관계를 딱 잘라서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긴 하네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이전에는 게임 인문 연구를 왜 장려하는 분위기가 있었을까요? 나보라 박사: 이 역시 인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데요.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가 가지는 특수성도 여러 영향 중에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00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가 전세계 게임 씬의 주목을 받았잖아요. 세계 최초로 게임 방송 채널이 만들어지고, PC방이 대중문화 공간으로 확산되고 그러니까 외국의 게임 기자나 저널리스트들이 와서 신기해했거든요. 그전까진 항상 서구권을 쫓아가던 입장에서, 정부나 기업을 설득할 때도 중요한 특이점이었던 거죠. 이경혁 편집장: 그런 지점도 중요한 영역이었겠군요. 그러면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지금은 인문학 계열의 게임 연구가 조금 나오고 있나요? 오영욱 박사: 옛날에 비하면 확실히 확 나아졌죠. 지원이나 환경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일단 연구자들이 늘어났고, 관련 논의가 늘어나고 있어요. <제국의 게임> 나왔을 때가 중요한 분기점이었다고 생각을 하고요. 이후로 이경혁 편집장님 책이 나온 것처럼 유의미한 논의들이 나오고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종합해 보면 그런 흐름은 있네요. 2000년대 초반에 스타크래프트와 PC방을 필두로 소위 말하는 ‘게임 문화의 붐’이 있었고, 이를 따라서 연구나 비평이라는 흐름도 형성이 되어 2006, 7년까지 흐름이 이어졌다가 모종의 이유로 침작하는 시기를 거치고 2010년 후반부터 다시 논의가 나오고 있다. 나보라 선생님은 당시에도 연구하셨고 지금도 연구하시는 입장에서 게임 연구의 환경은 나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나보라 박사: 나아졌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는 게임 연구에 대한 소스를 찾을 만한 게 마땅치 않았고, 박상우 선생님 등을 제외하면 나오는 연구라고는 다 영어 연구들인데 이를 접할 수 있는 창구도 많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은 바로바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연구자의 풀이 넓어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나아졌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늘 느끼는 것은 결국 구심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당시에는 박상우 선생님의 ‘게임문화연구회’라는 구심점이 있었고, 그다음엔 성균관대의 ‘게임 인문학’이나 중대의 ‘엘리스 온’, 인문학협동조합 등 구심점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어떤 구심점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러면 오늘날 어떤 게임 연구가 필요하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나보라 박사: 2000년대 초반의 게임 연구는 게임 자체, 그리고 게임 연구 자체의 정체성을 찾는 데 많은 방점이 찍혀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게임이 대중화되었고 여러 가지 매체와 뒤섞이게 되었죠. 그래서 게임만을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을 찾아내는 것은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것 같아요. 오늘날과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점은 게임이 더이상 젊지 않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기에 이제는 더 다면적인, 학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게임 아카이빙 이경혁 편집장: 연구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엔 아카이빙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죠. 오영욱 박사님은 언제부터 아카이빙을 하셨나요? 오영욱 박사: 저는 2000년대 초에는 일종의 취미 생활로 작품을 모으다가, 2006년쯤부터 본격적으로 아카이빙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아카이빙을 꾸준히 하신 분의 입장에서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오영욱 박사: 일단 2000년대 초에는 게임이 아카이브의 대상으로 인식되지 않았어요. 2006년만 하더라도 <컴퓨터 학습>이나 <게임 월드> 같은 잡지들을 권당 몇천 원으로 팔았거든요. 극단적인 예시지만 제가 2008년에 강원도에서 게임 잡지 6박스를 5만 원에 받아왔어요. 사실 이런 흐름은 미국이랑 일본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2010년대 후반부터 게임이 수집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죠. 2013년에 문을 연 넥슨의 ‘컴퓨터 박물관’ 같은 경우가 게임이 수집의 대상이 되기 딱 직전부터 수집품들을 받았던 형태였어요. 그런데 이후로 수집가들이 수집을 하고 재테크 목적이 들어가면서 체감상 2020년쯤부터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가격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카이브를 하는 입장에서 옛날 자료를 모으는 건 거의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원래 잡지나 게임의 내용을 알고 싶어서 샀었거든요. 그런데 가격이 오르고, 한정판이 나오면서 점점 이게 힘들어져요. 일단 실물 패키지라는 것도 이제는 한정판으로 나오는데, 이 게임을 하려면 기기도 사야 하고, 박물관 입장에서 ’직원이 한정판을 줄서서 사야 하나?라고 물으면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 거죠. 온라인 미디어 때문에 애매한 영역도 크고요. 인프라와 플랫폼, 그리고 장르 이경혁 편집장: 물성의 변화도 두 시대를 놓고 본다면 너무나 큰 변화죠. 이제는 수집의 용도 외에는 물질 매체의 의미가 사라졌잖아요? 게다가 이런 변화는 단순히 물건을 소유할 수 없다는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서버’라는 형태에 게임 소프트웨어가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물성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기승전결도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특히, 요즘 게임에서 엔딩이 없어졌죠. 어떻게 보면 오늘날을 ‘엔딩이 없어진 시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오영욱 박사: 이제는 모바일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들은 결국 하나의 게임이라기보다, IP라고 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경혁 편집장: 사실은 2000년대 초반에도 엔딩이 없는 온라인 게임들이 있었거든요. <바람의 나라>도 이미 당시에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재밌는 것은 <스타크래프트>의 사례인데, 판매는 패키지로 했지만 서비스는 엔딩 없이 돌았잖아요? (웃음) 그 결과, 블리자드는 플레이 양에 비해서 돈을 못 벌었죠. 당시에는 ‘패키지를 사면 베틀넷은 평생 무료’ 이게 마케팅 콘셉이었잖아요. 오영욱 박사: 그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을 못 찾은 거죠. 당시에 돈 내고 베틀넷을 하라고 했으면 아무도 안 했을 테니까요. 그때는 그게 그나마 최선이었을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결제 수단 변화도 되게 크네요. 2010년대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에 ‘오픈 카드’가 가능해지면서, 스마트폰에 카드를 오픈해 놓고 클릭 한 번 하면 그냥 들어가는 이 방식이 2000년대 게임과 지금의 게임을 크게 나누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지로가 있었거든요. 나보라 박사: 옛날에 온라인 게임을 하려면 지로로 보냈어야 했죠. 오영욱 박사: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이 발전했던 거는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결제 모듈, 그런 종류의 그런 온라인으로 쓸 수 있는 결제 모듈, ‘다날’ 이런 게 있어서 가능했죠. 미국에서도 2008년에야 ‘마이크로트랜잭션(소액 결제)’이 주목받는 분위기가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그때는 카드 자동결제도 없었고요. 이경혁 편집장: 신용카드의 보편화도 되게 중요한 변화네요. 2001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가 그렇게 막 쉽게 발급되지 않는 시절이 있었어요. 오영욱 박사: 결제가 사실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연구가 잘 안 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종류의 편의성들이 게임의 디자인이라든가 장르적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을 텐데, 논의가 안 된 거죠. 이경혁 편집장: 지금의 게임 장르 유행이 나오기 위해서는 당연히 인프라의 변화가 있는 거고, 이것처럼 게임 밖의 영역이 게임 내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겠죠. 특히, 요즘같이 인앱 결제를 베이스로 스토리나 메카닉까지 영향이 가는 거면 당연히 결제 수단 연구가 필요해서 저도 결제 관련 연구들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변화 중에 하나가 요금 종량제와 요금제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PC 통신 때만 해도 전화 요금이라는 거는 사용량 베이스로 갔었어요. 돌이켜 보면 지금처럼 인터넷 요금이 초기 전화 요금처럼 누진제로 갔으면 이 상황은 오지 않았겠죠. 오영욱 박사: 예전에는 데이터양으로 요금을 내거나,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 무선 어플리케이션 프로토콜) 같은 경우에는 뎁스마다, 명령 하나 당 돈을 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게임 개발도, 플레이도 힘들었을 거예요. 나보라 박사: 실제로 그땐 휴대폰에 인터넷 접속하는 버튼 잘못 누르면 막 끄고 그랬죠. (일동 웃음) 오영욱 박사: 진짜 이런 지점은 외부에서 들어와서 생긴 혁명적인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폰 안 들어왔으면 게임계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나보라 박사: 아이폰 같은 경우엔 앱 스토어도 게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게임 산업 이경혁 편집장: 한국의 게임 역사를 이야기하면 MMORPG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한편으로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고, 많은 변화를 만들기도 했던 한국의 게임 산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에는 각광받던 벤처 기업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대기업들이 되었잖아요? 그 변화 이면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섞여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최근 드라마에 게임사가 배경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장면’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2000년대 초까진 게임을 한다거나, 게임 회사에 다니는 것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는데, 이제는 양지화가 된 측면이 있어요. 나보라 박사: 양지화의 측면에서는 NC의 야구단 창설이 가지는 문화적 의미가 크긴 했지요. 대중문화에서 굉장히 아이코닉한 순간이었잖아요? 넥슨의 컴퓨터 박물관도 그렇고, 게임계의 위상이나 인식이 바뀐 순간들이 있어요. 오영욱 박사: 이어서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MMO RPG가 제한한 한국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그동안은 한국 게임이 많이 수출되었고 중국은 <던전 앤 파이터>, 대만은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 국민 게임이 될 정도로 영향력을 보였는데, 지금은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 있어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는데, 인도에서 <배틀그라운드>가 성공한 것처럼 다른 가능성을 여는 작업들이 산업적으로나, 경영적으로나 많이 시도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로스트아크> 정도의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오긴 했지만,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어떤 전략과 기획을 가져가야 할지 더 고민이 필요해보여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 지점에 있어서는 MMORPG라는 것도 2000년대 초반의 장르는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러면 지금의 메이저 장르는 뭐가 될까요? 나보라 박사: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네요. 이경혁 편집장: 어떻게 보면, ‘메이저 장르’라는 개념이 옛날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겠네요. 장르 자체가 다변화됐고 수용자층도 확실히 넓은 저변을 갖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시장에 독이고 한편으로는 시장의 약인 그런 포스트모던한 상황으로 변한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역시 중요한 변화네요. 2000년대에는 올해의 GOTY를 뽑기 쉬웠는데, 이제는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게이머 이경혁 편집장: 마지막으로 이 질문은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게이머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2000년대 게이머와 2025년의 게이머. 오영욱 박사: 사실 게이머 자체는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다만, 분화가 생기고 나눠서 싸운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일반인이 하기 어려운 게임이니, 일반인한테 추천하지 말아라” 근데 여기서 누가 일반인이냐, 게이머냐고 싸우는 거죠. 저희 어머니는 예전에도 쓰리매치류 게임을 하셨고 지금도 하고 계신데, 이런 분들이 게임을 안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예전에는 지금처럼 갈라서 싸우는 문화는 없었긴 했어요. 나보라 박사: 문화연구 쪽에서는 전형적인 이야기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게임이 하위 문화였는데 지금은 점점 아니게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엔 게이머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균질적인 속성을 공유하고 서브 컬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는데, 지금 시점에는 이런 게이머들도 존재하지만, 이들 역시 여러 게이머들 중에 하나일 뿐 다양한 게이머들이 나오고 있다.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정체성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이경혁 편집장: 사실 오늘날에 텔레비전 보는 사람한테 ‘텔레비저너’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게이머가 게이머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고, 지금 게임을 하는 사람을 게이머로 부르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심이 들어요. 게이머라는 단어의 사회적 용례는 소멸해 가는 게 아닌가? 옛날에는 ‘게임하는 사람’이 게이머였는데, 지금은 ‘“제가 게이머입니다”하는 사람’이 게이머인 거예요. 왜냐하면 게임하는 행위가 너무나 일반화됐기 때문이죠. 나보라 박사: 말씀하시는 부분을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드네요. 최근 말씀하신 그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업계에서 목소리를 내는 가장 큰 근거가 ‘본인은 돈을 많이 쓰는 소비자다’는 거잖아요. 따라서 ‘소비자인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권리가 있고 업계는 들어야만 한다’고 주장을 하는데, 이게 2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본인이 정말 게임을 사랑하고 매니악하게 파고 든다면, 게임 자체에 대해서 더 깊이 있는 논의를 만들거나 ‘게임에 대한 감수성’ 같은 부분으로 문화적인 권위를 내세웠으면 좋았을텐데, 문화적인 소양이나 매체에 대한 이해로 하드코어함이 성장했으면 좋았을 텐데, 여전히 소비자로의 권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쉬운 거죠. 오영욱 박사: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자 주의가 팽배하다는 문제가 있죠. 트럭 집회도 그런 지점에서 볼 수 있고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 문제점들을 대면하면서, 확실히 오늘날에는 게임하는 사람을 게이머라고 부르는 것이 무용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치 밥먹는 사람을 ‘밥먹러’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게이밍이 일반 행위가 되면서, ‘행위하는 사람’으로의 의미는 소멸해간 것 같습니다. 긴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Tags: 좌담회, 게임역사, 게임연구, 아카이빙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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