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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View] 손이 바쁜 공모전 특집호를 마무리하며
비록 한 해에 여섯 호 밖에 나오지 않는 것 같지만, GG의 발행은 꽤나 연속성이 있는 편입니다. 두 달에 한 번 발행하는 잡지를 위해 발행 전 달에 기획회의를 하고, 걸맞는 필자를 섭외한 뒤 각각의 필자들이 한 달간 원고를 준비합니다. < Back [Editor's View] 손이 바쁜 공모전 특집호를 마무리하며 26 GG Vol. 25. 10. 10. 비록 한 해에 여섯 호 밖에 나오지 않는 것 같지만, GG의 발행은 꽤나 연속성이 있는 편입니다. 두 달에 한 번 발행하는 잡지를 위해 발행 전 달에 기획회의를 하고, 걸맞는 필자를 섭외한 뒤 각각의 필자들이 한 달간 원고를 준비합니다. 수집된 원고가 편집을 거쳐 나오기까지의 두 달은 생각보다 빠듯합니다. 아직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편집장의 여건상 월간 발행은 무리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달 한 번도 GG 업무는 멈춘 적 없이 4년이 흘렀습니다. 게임비평공모전은 어찌 보면 GG의 여러 농사 중 가장 큰 축제이기도 합니다. 게임비평의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해내는 것은 곧 씬을 키우고 게임비평담론을 대중화할 때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치열한 심사 토론을 거쳐 두 편의 수상작을 선정했고, 이번 26호에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 공모전 특집호는 항상 저로 하여금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돌아보게 만들곤 합니다. 정기적으로 매 년 한 번씩 초심을 되돌아볼 수 있기에, 그리고 그 시작으로부터 나는 얼마나 변화해 왔는지를 짚어볼 수 있기에 여러모로 소중한 행사입니다. 올해도 공모전에 80편이 넘는 많은 응모작들이 들어왔습니다. 심사위원장 심사평에서도 보실 수 있듯이, 응모작들의 수준은 점점 올라가고 있어 심사위원들의 고충 또한 함께 늘어가곤 합니다. GG가 더 많은 자원을 쓸 수 있다면 더 넓은 가능성으로 더 많은 필자들을 모실 수 있겠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은 터라 매년 응모해주신 많은 분들께 송구한 마음 감출 길이 없습니다. 공모전 특집호를 내다 보면 손이 바빠집니다. 공고를 내고 홍보하고 수집된 응모작을 정리하고 심사하는 과정은 일반적인 기획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그래도 매 해마다 조금씩 양적으로, 질적으로 성장해감을 느낄 수 있는 공모전 특집호를 만드는 일은 게임비평 씬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무척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GG와 함께 해 주시는 많은 독자분들께서도 성장하는 GG를 보며 뿌듯해 하실 수 있도록, 내년에도 변함없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효율 같은 건 필요 없어: 느리고 답답하게 게임하기
효율성은 분명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플레이 방식일 필요는 없다. 게임에서 비효율을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성공에 관심 없는 것이나 열등하거나 패배적인, 혹은 의도에서 벗어난 부적응적인 태도라고 보긴 힘들다. <월든>에서 소로가 자연 속에서 존재하는 고유한 삶의 속도를 발견했듯이, 무엇이 게임에서 ‘성공'인지 각자가 내리는 정의가 다를 뿐이며 플레이어 각각에게 존재하는 삶의 속도가 다를 뿐이다. 비효율적인 게임 플레이는 게임이 단순한 목표 달성의 도구가 아닌 복합적인 경험의 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 Back 효율 같은 건 필요 없어: 느리고 답답하게 게임하기 18 GG Vol. 24. 6. 10. * 데이비드 소로의 원작 <월든>은 2017년 디지털게임으로 발매된 바 있다. 스팀 등을 통해 플레이할 수 있다. 월든에 대한 단상 <월든(Walden)>이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라는 인물이 되어 그의 삶을 체험한다. 소로는 1845년에 도시를 떠나 숲 속 외딴 오두막에서 몇 년간 거주했고, 그때 깨달은 점들을 책 <월든>으로 썼다. 책과 동명의 게임 <월든>에서 플레이어는 1845년의 소로가 되어 당시의 삶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플레이어는 소로처럼 사계절 내내 매일 나무에 망치를 두드려 집을 수리하고,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옷을 기우며, 열매를 따서 병에 저장하고, 나룻배에 올라 노를 저어 호수를 이동한다. 실제 소로가 하던 일을 그대로 따라해보면서 여정을 하다보면 어느새 소로가 남긴 책 한 권, 월든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월든>에서 소로가 도시와의 오랜 분리 생활 끝에 알게된 것은 무엇이었을까? 책과 게임에서 모두 언급되듯, 모든 사물에게는 각자 고유한 삶의 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게 되었다. 사과나무는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와 계절에 맞게 성숙할 필요가 없었고, 어디선가 북소리 장단이 들려온다면 발걸음을 맞추려고 애쓰기보다는 자신만의 음악을 듣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다른 사람의 목적, 시간, 가치판단 때문에 굳이 자신의 것을 바꿔야 할 필요가 없다는 <월든>의 통찰을 통해, 우리는 단지 소로의 삶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가 미덕으로 여기는 ‘효율’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자신만의 선택과 속도로 게임을 즐기기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속성뿐 아니라, 많은 게임들이 효율성을 추구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그에 맞춰 게임에서 최적의 선택을 찾아간다. 게임 문화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플레이는 많은 이들에게 이상적인 방식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게임은 단순히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전개 방식을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폭넓은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미디어이기도 하다. 일부 플레이어들은 의도적으로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일부 제작자들은 비효율을 강요하기도 한다. 효율 떨어지더라도 감수할만한 다른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게임 <월든>의 철학을 게임 플레이에도 적용하면서, 게임 플레이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비효율의 사례와 그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효율성보다 더 우선되는 가치에는 어떤 것이 있는 지를 알아보는 과정을 통해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 또는 인간 플레이어의 다양성에 대해 짚어볼 것이다.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의도된 ‘비효율’ 게임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를 찾는 과정은 마치 퍼즐을 푸는 것과도 같다. ‘A라는 상황에서 B라는 아이템을 선택하고 C라는 행동을 하면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해답을 얻기 위해 플레이어는 수많은 조합이나 계산을 해보거나 공략을 찾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퍼즐의 답을 찾아나간다. 하지만 어떤 플레이어들은 퍼즐의 해답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게임이 보장하는 정도(正道)를 무시하고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을 고의적으로 행한다. 자신의 실력을 확인거나 과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되는데, 예를 들면 초보자의 무기를 가지고 보스 몬스터까지 격파하는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게임 <다크소울> 시리즈에서는 “SL1 Run”이라는 문화가 있는데, 이는 캐릭터의 레벨을 전혀 올리지 않고 소울 레벨 1로 게임의 끝까지 완주하는 챌린지를 뜻한다. 쉽게 말해 ‘노렙업 플레이’이다. 스트리밍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이러한 플레이는 극단적인 모습에 무모하다는 감상을 전달하다가도 동시에 경외감을 선사하는 모습이다. 공격력이 매우 약한 초심자의 무기로 강력한 보스를 격파하는 이러한 도전은 사실 굉장히 비효율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의도된 비효율적 플레이는 동시에 플레이어의 실력을 가장 쉽게 증명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되기도 한다. 엄청난 시간의 플레이 타임이나 스피드런 기록의 수치가 의미하는 플레이어의 실력이 있듯, 알몸 상태의 막대기로 보스를 이기는 비효율적인 실황은 자신이 얼마나 실력자인지 알리고자 하는 플레이어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서 생긴 ‘비효율’ 승리나 성공이 아닌 다른 것에 게임 플레이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도 비효율의 상황은 발생한다. 단순히 멋지다는 이유로 선택되는 무기, 장비, 스킬이 바로 그것이다. 어떠한 플레이어들은 능력적인 효과와는 상관 없이, 방어력이 비교적 낮지만 자신의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보인다는 이유로 그 옷을 선택하거나, 노출된 몸이 더 아름답기 때문에 옷을 입히지 않기도 한다. 또는 냉기 마법보다 화염 마법이 덜 효과적인 상황임에도 불길이 이글거리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더 강렬해보인다는 이유로 화염 마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취향의 문제에 캐릭터와의 관계로 비효율적인 선택이 배가되기도 한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는 포켓몬의 능력치를 따져 강력한 팀을 구성해 배틀을 진행해야 하지만, 자신과 게임 속에서 오랫동안 인연이 이어왔거나 더 귀엽다고 생각되는 포켓몬을 배정시키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비효율적인 선택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비슷하다. 수납력이 떨어지는 불편한 지갑이라도 누군가와의 추억이 담긴 선물이라면 기꺼이 가지고 다니는 것과 같다. 스토리 전개를 위해 효율성을 과감히 포기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인간의 삶 자체를 시뮬레이션화한 게임 <심즈4>는 현실처럼 다양한 직업군을 제공한다. 플레이어가 만든 캐릭터 ‘심’이 성장해 성인이 되면 직업을 가질 수 있는데, 하루종일 글만 쓰는 작가부터 명망있는 사업가, 인스타 인플루언서까지 50개에 달하는 직업이 플레이어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렇듯 각각 직업군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모두 다르고 근무시간, 출근 요일도 각양각색으로 나타난다. <심즈4>에서 효율적인 플레이 방식은 캐릭터가 오랫동안 고소득 직장에서 능력을 쌓아 승진하고 부를 축적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심에게 극적인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주기 위해 비효율적인 결정을 내린다. 다른 직업과 비교했을 때 시급이 적은 바텐더나 화가를 시켜 힘겨운 삶에 살게 하고,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기 위해 승진 없이 여러 직업을 전전하고 낮은 보수의 직업을 이어나간다. 현실성을 강조해서 나타난 ‘비효율’ ‘탈것’이란 보통 게임에서 말, 자동차, 비행기처럼 캐릭터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도보로 먼 거리를 이용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탈것은 게임에서 플레이의 효율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시스템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플레이어의 시간을 아껴주는 편의성 콘텐츠로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반면 어떤 게임들은 일부러 탈것을 존재시키지 않는다. 개발자의 의도가 담겼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개발자들은 게임의 현실감을 증가시키고 싶은 의도에서 플레이어가 두 다리로 직접 걸어서 이동하도록 한다. 또는 탈것이 게임 내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이동속도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플레이어가 탈것에게 기대하는 높은 속도의 이동이 아닌 실제로 그 수단이 현실에서 사용되는 시간의 그대로를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현실성의 강조는 탈것뿐 아니라 게임 속 캐릭터의 생활 방식 자체에 적용될 수 있다. <레드 데드 리뎀션2>는 현실적인 연출을 묘사한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캐릭터가 직접 사냥하고, 가죽을 하나하나 벗기고, 요리를 하는 시간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모한다. 이러한 게임의 표현 방식은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높아 몰입을 가져다준다는 평가 받기도 했지만 상당수의 플레이어의 시간을 잡아먹고 답답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플레이타임 대비 얻은 게임 속 자원의 형편 없음을 지적했다.( 게임제너레이션 11호 글 참조) 혹자는 이런 상황을 보고 개발자들이 ‘낭만’을 추구한 결과라고 표현한다. ‘낭만’은 상대적인 가치다. 어떤 사람에게는 낭만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그저 답답함 뿐인 부정적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소위 ‘개발자의 낭만’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게임의 평판에도 부정적인 평가를 가져오게 된다면 개발자는 뒤늦게 조치를 취하기도 하는데, 탈것을 유료 재화나 DLC로 추가 업데이트 하거나 불필요한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버튼 등의 시스템을 추가한다. 물론 현실성을 강조해서 나타난 비효율적 플레이는 개발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에 의해 추구될 수도 있다. 탈 것이 있음에도 타지 않는 플레이어들에 해당되는 말이다. 필자의 경우 <용과 같이 8>에서 캐릭터를 빠르게 먼 장소까지 이동할 수 있는 택시라는 수단이 있었음에도 잘 이용하지 않았다. 평소 일본 요코하마로 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선뜻 실현할 수 없었는데, 게임 속 배경인 요코하마의 거리 풍경이 너무 잘 표현되어있었기 때문에 굳이 도보를 통해 걸어가면서 여행의 정취를 느끼고 싶었다. 덕분에 플레이타임은 게임 공략에서 제시하는 수준보다 훨씬 초과하였지만, 주변 경관을 즐기기 위해 느릿느릿 도보를 선택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비효율적인 선택이 오히려 더 가치있는 플레이가 될 수 있었다. 시간의 가치가 달라서 만들어진 (상대적인) ‘비효율’ 마지막으로 언급하는 비효율의 사례는 플레이어의 삶 전반에 깔린 태도이자 시간에 대한 문제다. 게임을 즐기는 부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공략을 보면서 빠르고 효율적인 선택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부류와 공략 따윈 신경쓰지 않고 스스로 헤매고 깨닫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부류다. 두 타입의 플레이어 모두 각자의 만족감을 추구한다. 공략을 보지 않는 플레이어는 고행길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데에서 성취감을 얻는다. 반면 공략을 보는 타입의 플레이어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 없이 게임을 최적의 루트로 클리어 한다는 데에서 만족감을 얻게 된다. 이러한 플레이어의 태도는 각자의 시간의 가치가 달라서 나눠진다고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스카이: 빛의 아이들>이라는 게임을 할 때의 일이었다. 게임에는 양초라는 상징적인 아이템이 있다. 이 양초는 스킬이나 캐릭터 커스텀 등을 구입할 때 사용되는 주요 재화로, 게임의 맵 전체에 걸쳐 분포 되어있었다. 플레이어들은 맵을 탐험하면서 양초를 수집해야만 했지만, 그래도 어차피 게임은 맵을 탐험하는 것이 주 콘텐츠였기 때문에 양초란 사실 수집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재화이기도 했다. 나는 한 플레이어와의 대화 중 어떤 이야기를 들었고, 그가 게임 커뮤니티에서 읽은 양초 획득 공략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가 말하길, 전체 맵에는 총 00개의 양초가 분포되어 있고, 양초 위치를 외워서 최단 거리로 이동하면 이 게임은 하루 XX분만 해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양초 위치가 표시된 맵 지도는 커뮤니티에 다 나와있으니 참고하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 뒤에 이어진 내 대답은 크게 부응하진 못했다. “아, 그렇구나. 고마워. 근데 왜 그래야 하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플레이어와 그렇지 않는 플레이어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타당한 이유도 있었던 것이, 그 플레이어는 “하루 중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시간이 XX분밖에 안된다”라고 언급하면서 자신이 그렇게 소위 ‘효율충’이 되어버린 데에는 배경이 있음을 설명했다. 하루에 30분밖에 게임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만을 추구해서 하루종일 느긋하게 할 수 있는 사람과 동등한 성취를 얻도록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다. 효율/비효율은 플레이어의 다양성의 문제 효율성은 분명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플레이 방식일 필요는 없다. 게임에서 비효율을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성공에 관심 없는 것이나 열등하거나 패배적인, 혹은 의도에서 벗어난 부적응적인 태도라고 보긴 힘들다. <월든>에서 소로가 자연 속에서 존재하는 고유한 삶의 속도를 발견했듯이, 무엇이 게임에서 ‘성공'인지 각자가 내리는 정의가 다를 뿐이며 플레이어 각각에게 존재하는 삶의 속도가 다를 뿐이다. 비효율적인 게임 플레이는 게임이 단순한 목표 달성의 도구가 아닌 복합적인 경험의 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을 통해 게임을 어떻게 접근하고 경험하는지를 드러낸다. 효율을 추구하는 플레이어들은 빠른 진행과 최적의 결과를 위해 게임 내의 모든 선택을 계산하지만,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탐험과 발견, 그리고 감정적인 만족감을 중요시한다. 이는 마치 소로가 숲 속에서 자신의 리듬을 찾았듯이, 플레이어들이 게임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리듬을 찾는 과정과도 같다. Tags: 제노바첸, 효율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보라무 사회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합니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결국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MMORPG 레이드와 확률에 대응하는 플레이어
게임은 ‘불확실성’의 매체다. 보통 게임에서 불확실성은 두 차원으로 작동하는데, 하나가 게임의 결과와 관련된다면, 다른 하나는 게임 시스템에 의해 제공되는 특정 기회의 작동과 관련된다. 고도의 플레이 스킬을 요구하는 게임이든 운 중심으로 플레이되는 게임이든, 플레이어가 그에 참여해 플레이한 결과가 어떤 것일지는, 실제 플레이를 끝내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 Back MMORPG 레이드와 확률에 대응하는 플레이어 17 GG Vol. 24. 4. 10. 불확실성, 확률, 운, 그리고 게임 게임은 ‘불확실성’의 매체다. 보통 게임에서 불확실성은 두 차원으로 작동하는데, 하나가 게임의 결과와 관련된다면, 다른 하나는 게임 시스템에 의해 제공되는 특정 기회의 작동과 관련된다. 고도의 플레이 스킬을 요구하는 게임이든 운 중심으로 플레이되는 게임이든, 플레이어가 그에 참여해 플레이한 결과가 어떤 것일지는, 실제 플레이를 끝내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또, 게임하다 얻게 되는 기회는 다양한 선택지의 밭에서 고르거나 골라지게끔 되어 있다. 이렇듯 게임의 불확실성은 다양한 선택과 그에 따른 다양한 결과, 그리고 기회와 무작위성 등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갖기에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흥미와 긴장감을 제공한다. 게임이 시작할 때 승리자를 미리부터 알 수는 없다. 결과를 알고 보는 이야기가 독자의 흥미를 얻을 리 만무하다. 결과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궁금하고 그 과정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전혀 없는, 순수하게 확실성만 있는 게임은 있을 수 없다. 흥미와 긴장감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은 재미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순전히 불확실성만 지닌 게임도 거의 없다. 플레이어가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게임들은 불확실성의 조합을 어느 정도 갖는 형태를 띤다. 불확실성을 수치화한 것, 즉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하나의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수로 나타낸 것이 ‘확률’이다. 확률은 불확실성이라는 애매모호한 것을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어주는 체계적인 방법이며, 여러 불확실한 것들 사이에 어떤 것이 다른 것(들)보다 더 일어날 가능성이 높거나 낮은지를 비교 가능하게 만든다. 게임에서 확률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알려진 위험값 내 미지수를 감소시키는 데 기여한다. 물론 확률을 알고 있다 해도, 그 사건이 우리 플레이 과정이나 결과에서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그 사건이 우리의 실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면, 사건의 발생 가능성은 ‘운’으로 설명 가능해진다.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이하 ‘MMORPG’)이라는 장르 안에서 작동하는 확률의 방식과, 플레이어들이 그에 대응하는 방식을 살피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 결과로 플레이어들은 아이템을 얻게 되는데, 게임 시스템에 의해 규정된 아이템 획득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현실에서도 우리가 노력만으로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듯, 아쉽지만 게임에서도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항상 원하는 모든 아이템을 얻을 순 없다. 아이템마다 드랍 확률이 다르고, 또 플레이어마다, 캐릭터마다 운이 다르게 작동한다. 다른 플레이어가 구하고 싶어 안달하는 아이템을 너무 쉽게 획득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 역시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게임 시스템 상에서 그런 불운을 보정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 제공하기도 하고, 플레이어들이 직접 스스로의 불운을 보정하기 위한 아이템 획득 방식을 만들어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 하에서 이 글은 MMORPG 속 운과 확률이 어떻게 재현되는지, 플레이어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며 극복하는지, 그리고 그 교호작용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MMORPG 레이드와 운 사회학, 철학, 인류학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나타내는 백과사전적 사상가였던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는 ‘놀이’의 요소를 아곤(agon, 경쟁), 알레아(alea, 운), 미미크리(mimicry, 역할극), 일링크스(illinx, 현기증)의 네 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첫째, 아곤은 놀이가 대부분 경쟁의 형태를 취하는 것과 관련된다. 경쟁은 승자와 패자를 명확히 해 경쟁자들이 이상적 조건 아래 싸우도록 기회의 평등을 인위적으로 설정한다. 아곤은 규칙에 입각해 상대적 경쟁을 통해 자신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 둘째, 알레아는 아곤과는 정반대로, 놀이하는 자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결정, 그가 영향력을 전혀 행사할 수 없는 결정에 기초하는 놀이와 관련된다. 여기서는 상대방을 이기기보다는 운명을 이기는 것이 문제다. 운명만이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 때 승리란 (상대가 있는 경우) 패자보다 승자가 운으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입었음을 나타낸다. 알레아는 우연의 불공평을 없애려 하지 않으며, 우연의 자의성 자체가 놀이의 원동력이 된다. 주사위, 룰렛, 바카라, 제비뽑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곤에서 개인이나 팀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면, 알레아에서 개인이나 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자질과 능력도, 노력, 솜씨도 그 안에서는 의미가 없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운명에 몸을 맡기는 것뿐이다. 운명의 결정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일은, 무언가를 얻을 수도, 아무 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가진 걸 잃을 가능성도 존재함을 뜻한다. 셋째, 미미크리는 놀이가 몇 가지 약속에 따라 정해지고, 허구적인 하나의 폐쇄된 세계를 일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한다. 놀이는 가상의 환경 속에서 활동을 전제하거나 운명에 복종하는 것뿐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이 가공인물이 되어 상황에서 주체적으로 판단해 행동함으로써 성립한다. 그렇기에 미미크리는 어떤 것을 따라하거나 흉내내는 것, 또는 가상의 인격을 설정하고 행동함으로써 재미를 느끼는 것을 말한다. 넷째, 일링크스는 놀이 순간 느낄 수 있는 아찔함을 통해 얻는 즐거움이다. 통제할 수도 없고, 의지가 반영되지 않으며, 규칙에 따르지도 않는 어지러운 상황에서 정신과 감각과 신체를 자극하는 쾌감을 맛보는 일이 곧 일링크스다. 수많은 게임 장르 중에서 롤 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 이하 ‘RPG’)은 말 그대로 역할 놀이가 중심이 되는 게임류를 일컫는다. 가상의 시공간 안에서 플레이어가 특정 역할을 맡아, 그 역할을 중심으로 게임 세계 내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 직접 사건의 주체가 되어 게임 내 서사의 흐름을 일정 범위 안에서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RPG에서 플레이어는 깊은 몰입과 재미를 느낄 가능성을 획득한다. 그런 점에서 카이와가 제시한 미미크리와 일링크스 개념은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RPG에 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상의 공간에서 역할극이 주는 재미와 RPG가 주는 재미가 같은 근원을 가졌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 RPG가 환경과 시대에 발맞춰 진화한 결과 중 하나가 MMORPG다. MMORPG는 네트워크를 사용해 수많은 플레이어가 같은 시간 같은 게임공간 안에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경쟁이나 대립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퀘스트를 통해 플레이를 즐기기도 하는 방식의 게임을 말한다. 흔히 광활한 게임공간, 아이템·가상화폐, 사냥, 종족·직업, 성장형 캐릭터 등의 특징으로 설명된다. 기본적으로 RPG의 속성을 띠는 MMORPG 역시 미미크리적이고 일링크스적이지만, 다른 대부분의 게임과 마찬가지로 아곤적이면서 알레아적이기도 하다. 플레이어의 노력과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그것들을 벗어나 운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 노력과 경쟁, 그리고 운 모두가 다른 게임들과는 다른 양상을 띠기도 한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아곤은 재미의 핵심가치로 기능한다. MMORPG에서 그 궁극에 있는 것이 ‘파티(party)’와 ‘레이드(raid)’다. 파티는 2~5인 정도의 소수로 구성되는 집단이다. 필드 내 좀 더 강력한 몬스터나 인스턴스 던전(instance dungeon)은 파티를 이뤄야 공략할 수 있다. 레이드는 파티보다 더 큰 집단으로, 보통 10~25명, 많게는 수십 명의 플레이어로 구성된다. 그야말로 집단이 참여하는 MMORPG의 속성이 반영된, 파티로는 공략이 불가능한 강력한 적과의 싸움을 위한 협력인 셈이다. 그리고 그 레이드의 과정은 단순히 개인 캐릭터의 성장과 좋은 아이템의 사용으로만 극복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되지 않는다. 레이드에 참가하는 인원들에게는 각기 다른 역할이 부여된다. 똑같이 동료들의 치유를 담당하는 사제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보스의 공격을 최대한 몸으로 막는 탱커의 체력을 전담마크하고, 누군가는 다른 동료들의 체력 전체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그 역할을 유기적으로 수행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다 해도 공략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십 명이 모여서 주어진 임무를 유기적으로 수행하고, 협동을 통해 주어진 도전과제를 극복하는 레이드는, MMORPG 플레이의 꽃이다. MMORPG 레이드에 대한 보상은 대체로 강력한 아이템의 획득을 의미한다. 더 강한 적일수록 공략이 어렵지만, 플레이어에게는 더 좋은 보상을 제공한다. 강력한 아이템을 장착한 소수의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그에 따른 명예를 얻게 된다. 다만 협력과 노력의 결과가 아이템의 드랍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도,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그리고 어떤 아이템을 얻을지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운과 관련된다. 물론 특정 보스가 100%의 확률로 드랍하는 아이템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모두에게 그 아이템이 돌아가지는 않으며, 유일 혹은 소수의 플레이어만이 해당 아이템을 가져갈 수 있게끔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템 드랍과 획득이야말로 기회 기반의 메커니즘을 포함하며, 무작위성의 경험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게임 시스템의 일부다. 물론 개별 게임에 따라 그 기회와 무작위성의 범위가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무작위성이 없는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건조하게 느껴질 확률이 높다. 원하는 아이템이 한 번에 나와 획득하기만 한다면, 플레이어가 다시 그 레이드에 참여할 이유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스가 쓰러졌을 때의 쾌감 못지않게 아이템 드랍할 경우에도 플레이어는 두근거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많은 아이템들 중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이 드랍되고, 또 그것을 획득까지 하게 됐을 때의 경험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되곤 한다. 원하는 아이템이 드랍될 확률이 100%가 아니기에, 그리고 그것을 획득할 확률 역시 경쟁자가 아예 없지 않는 한 100%일 수 없기에, 레이드는 운명과 위험을 걸고 뛰어들만한 의미 있는 것이 된다. 꼭 MMORPG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나, (대체로 아이템) 운과 자신의 캐릭터, 그리고 그 관계를 시스템적으로 규정하는 게임을 일컫는 여러 용어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축(복)캐’와 ‘저(주)캐’다. 전자가 원하는 아이템을 척척 획득하는 캐릭터를 일컫는다면, 후자는 원하는 아이템이 드랍되지 않거나 드랍된다 해도 획득하지 못하는 캐릭터를 일컫는다. ‘운빨망겜’은 말 그대로 운빨이 망한 게임으로, 자신이 플레이하는 캐릭터가 저주에 저주가 걸렸을 때 해당 게임을 일컫는 단어로 사용된다. 나아가서는 현실 인생에서 본인이라는 캐릭터에 운이 없었음을 한탄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운빨망겜의 대척점에 ‘실력망겜’도 있다. 운적 요소가 크게 배제되어, 숙련도 차이에 따른 플레이가 일반적인 게임을 말한다. 게임에 투자한 현금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뜻을 가진 ‘현질망겜’이라는 용어도 있다. 게임 밸런스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 못하지만, 핵납금러에게는 기회로 작용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보론: 놀이와 게임을 연결 짓는 관점에 대하여] 물론 게임이 놀이와 밀접하게 연관되기는 하나, 둘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놀이가 곧 게임인 것도 아니며, 게임 또한 전통적 놀이의 속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둘의 유사점이나 차이점에 주목하는 논의는 다양하며, 그 견해 역시 하나로 좁혀지지 않는다. 게임이 놀이의 부분집합이라 보는 견해(예를 들어 곤살로 프라스카)도 있지만, 놀이를 포섭한 게임이 기존 놀이와는 다른 무언가라는 견해(예를 들어 예스퍼 율, 샐런과 치머만 등)도 있다. 하지만 놀이와 게임의 관계는 하나가 다른 하나의 상위 혹은 하위 범주에 속하는 문제로 축소해 논의할 것이 아니다. 대신 둘이 별개의 차원에 있는, 그럼에도 상호연관되는 범주로 파악하고 둘의 관계를 논의하는 것이 게임의 복잡다단한 특성을 포착하는 데 보다 유익한 일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로제 카이와의 놀이 요소 분류를 MMORPG에 적용해보려는 아이디어는, MMORPG가 곧 놀이라는 의미라기보다는 놀이의 관점에서 MMORPG를 입체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에 가깝다고 보면 될 듯하다. MMORPG 시스템이 규정하는 아이템 분배 방식과 확률 보정 같은 MMORPG 장르라 해도 게임마다 시스템이 규정하는 아이템 분배방식이 다르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대표적인 아이템 분배방식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유 획득 방식이다. 이름 그대로 누구나 자유롭게 획득이 가능하며, 먼저 집는 사람이 임자가 된다. 서로 아는 플레이어들끼리 모인 파티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렙 플레이어가 도우미로 합류해 저렙 플레이어(들)을 빠르게 레벨업 시켜주거나 장비를 맞춰주고 싶을 때 유리하다. 모르는 플레이어들끼리는 퀘스트 아이템 등을 얻기 위해 파티를 구성하는 경우에 사용하곤 한다. 둘째, 순서대로 획득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루팅을 몬스터 하나당 파티/공대원 한 명씩만 돌아가며 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 파티/공대원까지 한 번씩 루팅을 했다면, 다시 첫 파티/공대원에게 루팅 턴이 돌아간다. 셋째, 특정인 획득 방식이다. 자유 획득방식과는 정반대로, 파티나 레이드의 리더나 그 대리인이 아이템 획득 권한을 가지고, 그 권한을 이용해 필요한 파티/공대원에게 아이템을 적절하게 나눠주는 경우를 말한다. 후술하겠지만, 포인트제나 골드 파티에서 주로 사용된다. 넷째, 주사위 획득 방식이다. 특정 아이템이 나왔을 때 해당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는 캐릭터 직업군을 우선으로 주사위를 굴리게 만들어, 가장 높거나 낮은 숫자를 뽑은 플레이어가 가져가는 것을 가리킨다. 해당 아이템 착용 불가 캐릭터들에게는 아예 주사위가 뜨지 않거나, 착용 가능 캐릭터들이 없는 경우 차순위로 가져갈 수 있게끔 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모든 아이템에 주사위를 굴리게 하지는 않고, 일정 등급 이상의 아이템부터 주사위를 굴린다. 이 때 해당 등급 미만의 아이템은 자유 획득하거나 순서대로 획득하게 만든다. 게임 내에서 권장하는 방식으로 주로 랜덤 파티나 비정규 공격대가 채택한다.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아이템마다 드랍 확률이 다르고, 또 플레이어마다, 캐릭터마다 그것을 획득할 운은 다르게 작동한다. 때문에, 극악의 저캐라면 같은 보스 몬스터를 수십 번 공략해도 원하는 아이템을 구경조차 못할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을 한 플레이어라면 해당 레이드를 공략하고 싶지 않아질 수밖에 없고, 나아가 게임에 대한 정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런 사례가 극단적인 듯 보이지만,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론상 여러 번 잡은 보스 몬스터라 해도, 매번 잡을 때마다 아이템 드랍 확률이 초기화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게임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이는 너무 불공평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게임 시스템도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 디자이너에 의해 고안된 토큰 제도다. 이는 아이템 드랍 테이블의 불확실성을 보정하기 위한 시도로, 직업이나 역할별 특정 아이템군을 묶은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보스 몬스터가 특정 직업이나 역할의 가슴 방어구를 드랍한다 했을 때, 해당 아이템이 나온다 해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직업이나 역할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당 방어구를 가슴 방어구 토큰으로 만들면, 보다 많은 직업이나 역할이 해당 토큰을 획득한 후 자신에게 맞는 방어구로 교환하면 된다. 적용되는 직업이나 역할이 많으면 많을수록 해당 토큰의 활용도는 올라간다. 대신 획득을 위한 경쟁은 훨씬 치열해질 수 있다. 토큰 제도는 아이템 드랍 확률을 보정해주긴 하지만 아이템 획득 확률을 올려주지는 못한다. 원하는 토큰이 나와도 그것을 계속 먹지 못하는 캐릭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에 여러 MMORPG들에서 시스템 상의 불운 보정이 존재해왔다. 디자이너가 플레이어로 하여금 특정 상황에서 특정 아이템을 더 많이 획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경우 일정 시간 내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한 플레이어는, (계속 아이템 획득을 위한 노력을 한다는 전제하에) 갈수록 해당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가시적인 불운 보정 아이템도 발견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이하 ‘WoW’)>의 최근 확장팩 ‘용군단(Dragonflight)’에서는 판금착용 근거리 딜러용 전설급 양손도끼인 ‘피랄라스 – 꿈 절단기(Fyr’alath the Dream Render)’를 선보였다. 다만 완성형의 무기를 드랍하는 방식은 아니고, 아미드랏실 공격대의 최종 보스 몬스터인 피락을 공략 완료하면 퀘스트 아이템을 드랍한다. 국가별 서버군 내에서 신화난이도 피락을 가장 처음으로 잡은 공격대에게 100% 확률로 1개를, 그 이후 신화난이도 피락을 잡은 공격대에게는 2~30% 확률로 1개를, 영웅난이도 이하 난이도 피락을 잡은 공격대에게는 보다 낮은 확률로 드랍한다. 당연히 공격대 난이도가 높을수록 드랍 확률도 올라가는 구조이며, 국가별 서버군 내에서 신화난이도 피락 첫 공략이 이뤄졌다면 그 다음 주 주간 공격대 리셋 후부터는 모든 난이도에서 피랄라스 획득이 가능해진다. 퀘스트 아이템은 피락이 드랍하는 다른 아이템들과 달리 개별 캐릭터에게 자동 드랍되는데, 아무리 캐릭터별 드랍이라 해도 앞서 말한 것처럼 매번 아이템 드랍 확률이 초기화된다면, 너무 쉽게 획득하는 캐릭터와 아예 영영 획득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함께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게임에서는 퀘스트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했을 경우, 해당 캐릭터의 퀘스트 아이템 드랍율을 영구적으로 소폭 혹은 그보다는 대폭 올려주는 불운 보정 아이템 2종 중 하나를 드랍한다. 이 불운 보정 아이템은 최종 보스 몬스터인 피락만이 아니라 앞선 보스 몬스터들에게서도 나온다. 결론적으로, 난이도 불문 아미드랏실 레이드에 꾸준히 참여하면 언젠가는 퀘템을 먹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적어도 이 구조 하에서 플레이어가 계속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을 얻는다. * 에서 드랍되는 불운 보정 아이템 ‘피랄라스의 불씨’ MMORPG 플레이어들이 고안한 아이템 획득 확률 보정하기 특정 아이템이 드랍될 확률을 플레이어가 어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단 드랍된 아이템에 대해서는 시스템이 규정하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그것을 다르게 활용함으로써 자신의 아이템 획득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플레이어들은,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다른 식으로의 활용이 레이드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끔 한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들이 고안한 아이템 획득 확률 보정방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저득(低得) 주사위제’다. 주사위제는 일단 우연성에 의해 드랍된 아이템에, 획득 차원의 우연성까지도 가장 많이 작용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이에 플레이어들은 합의하에 우연성을 낮추고 조금이라도 특정 플레이어(들)의 아이템 획득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이미 주사위를 던져 아이템을 획득한 플레이어를 배제하고 나머지 플레이어(들)끼리 다음에 나오는 아이템을 입찰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 방식에서는 적게 아이템을 획득한 플레이어일수록 다음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 정규 공격대에서 주요 쓰이는 방법으로, 포인트 획득제가 있다. 정규 공격대란 특정 시간대에 정기적으로 구성원들이 모여 몬스터를 공략하는 공격대를 말한다. 최상위권 몬스터 공략을 위해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포인트 획득제는 그 이름처럼 일정 기간 공략 참여를 통해 플레이어가 획득하게 되는 포인트를 바탕으로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셋째, 가상화폐 경매제도다. 가상화폐 경매제도는 죽은 몬스터가 주는 아이템들을 경매에 부쳐 더 많은 가상화폐를 경매가로 부른 플레이어가 특정 아이템을 낙찰해가는 제도를 의미한다. 보통 아이템을 사지 않은 레이드원들이나, 실력이 좋아서 그렇지 못한 레이드원(들)에게 소위 ‘버스’를 태워줄 수 있는 레이드원들 중심으로 모인 돈을 나눠 갖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이템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참여한 플레이어들에게 마찬가지로 나쁘지 않거나 때론 가상화폐를 벌기 위한 목적이 되기도 하는 제도다. 원래 가상화폐는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몬스터 사냥을 통해 획득한 아이템을 상점 혹은 경매장에 팔거나, 퀘스트 수행을 통해서만 획득 가능하다. 때문에 아이템 외의 것을 사고팔기 위한 보조도구로서 주로 기능해왔다. 경매제도는 가상화폐를 게임 내 보조적인 도구에서, 반드시 획득해야 할 게임 내 중요한 목적지로 탈바꿈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리고 꽤 많은 게임들의 가상화폐가 현실세상에서 실제 화폐로 거래되기도 한다. MMORPG는 플레이에 시간과 노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하드코어(적) 장르인데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관계 맺지 않고 플레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상화폐 경매제도는 혼자 플레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기도 하는데, 가상화폐가 아이템 획득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경매제도 도입 이전의 MMORPG 세계에서 플레이를 하고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른 플레이어와의 관계에 신경을 쓰고, 다른 한편으로 강한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개인 능력을 키워야만 했다. 공격대에서 자기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플레이어, 즉 공격대에 기여를 하지 못하는 플레이어는 실력을 키울 때까지 공격대에 참여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소문이 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실력 못지않게 평판도 중요하게 여겨졌고, 실력이 좋아도 매너가 좋지 않으면 공격대에 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경매제도 도입 이후 가상화폐가 부족한 실력과 매너를 메우게 되었다. 공격대에 끼기 위해 중요한 것은 점차 실력이나 평판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가가 되었다. 이처럼 플레이어(들)은 저득 주사위를 굴리거나, 포인트, 골드 등을 사용함으로써 아이템 획득 확률일 높일 수 있다. 특히 포인트제와 경매제도에서는, 포인트, 골드 등을 사용해 아이템 획득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포인트나 골드 등을 다른 공격대원에 비해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아이템 획득 확률이 올라감은 물론이고, 정말 포인트나 골드가 많다면 거의 100% 확률로 아이템을 가져갈 수 있다. 운과 불운 사이, 게임 시스템과 플레이어들 사이 중요한 것은, (특히 플레이어 차원의) 확률 보정 노력들이 긍정적인 것이든 그렇지 않든, 앞으로도 게임 내에서 죽 이어지거나 어쩌면 더욱 활발하게 가시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글에서 살펴본 게임 시스템 차원의 드랍·획득 확률 보정, 그리고 플레이어 차원의 획득 확률 보정의 양상 및 의미는 게임의 시스템적 디자인과 플레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 사이의 충돌, 불확실성이 주된 요소일 수밖에 없는 게임에서 발생하는 플레이 방식의 역동성 혹은 진화,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불평등으로 다가갈 수 있는 아이템 획득방식의 변경에 대한 플레이어 간의 합의 또는 수용 문제 등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된다. 불확실성은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나 적은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이해돼 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게임의 불확실한 결과는 플레이어(들)에게, 그들의 결정이 게임에 확실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하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는 건, 그러한 의사결정과 결과의 관계로부터 나타난다. MMORPG 레이드에서 아이템을 획득하는 일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 플레이어(들)이 만들어 활용하는 새로운 아이템 획득방식은, (가상화폐 지상주의라든지 긍정적이지 못한 결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게임 시스템의 활용의 하나이자, 전체 플레이의 맥락 속에서 이뤄지는 하나의 실천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또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허용하는 선하에서 공식화되는 아이템 획득방식이자 플레이의 일부가 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강신규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게임, 방송, 만화, 팬덤 등 미디어/문화에 대해 연구한다. 저서로 <흔들리는 팬덤: 놀이에서 노동으로, 현실에서 가상으로>(2024), <서브컬처 비평>(2020), <아이피, 모든 이야기의 시작>(2021, 공저), <서드 라이프: 기술혁명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2020, 공저), <게임의 이론: 놀이에서 디지털게임까지>(2019, 공저) 등이, 논문으로 ‘이기지 않아도 재미있다: 부모-자녀 게임 플레이의 사회성과 행위성, 그리고 분투형 플레이’(2024),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는 팬덤: 아이돌 팬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2022), ‘‘현질’은 어떻게 플레이가 되는가: 핵납금 게임 플레이어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2022, 공저), ‘게임화하는 방송: 생산자적 텍스트에서 플레이어적 텍스트로’(2019) 등이 있다.
- 산업의 트리플A, 이용자의 트리플A
한 때 트리플A가 상징했던 것들을 더욱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서, 그 이상의 신성함을 게임에서 꿈꿔보자. 하나의 통일된 지향을 추구하기 보다는, 여러 방향의 주변화된 상상력이 각자의 방식으로 누적될 때 인류에게 진정으로 울림을 주는 더욱 경이로운 경험을 우리는 협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통해 가능한 것의 경계를 계속 확장하고, 그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 Back 산업의 트리플A, 이용자의 트리플A 10 GG Vol. 23. 2. 10. 트리플A(AAA)에 관하여 얼마전 게임과학연구원에서 20대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트리플A라는 단어가 더 이상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몇일 후, 이경혁 편집장에게서 트리플A 개념에 대한 원고 제안 전화를 받았다. 연달아 찾아온 우연이 운명같이 느껴진 걸까, 덥석 퀘스트를 수락하고 나서야 미련하게 후회가 밀려왔다. 고민의 끝에 나는 트리플A에 대해서, 나와 그 단어의 아주 사적인 관계를 벗어나 그에 대해 고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우선 고백부터 하고 싶다. 지금 하려는 트리플A의 이야기는 어떠한 학술적인 개념에 대한 분석이기 보다는, 오롯이 나의 존재-제약적 위치성(positionality)에 기반한 개인적인 심중소회라는 점을 말이다. 한때 나라는 개인의 삶에 의미를 지녔던 ‘존재’로서 그 용어가 퇴색되거나 희미해 져가는 과정을 이해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 이자, 또 그 과정속에서 의미를 찾아보려는 노력에 대한 글이다. 트리플A가 상징했던 것들 2010년 경만 해도, 게임 산업의 일원들은 누구나 트리플A를 꿈꿨다. 적어도 내가 만난 이들은 그랬다. 조금 과장하자면, 당시 "AAA"라는 레이블은 탁월함과 위신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많은 개발자들은 명성을 얻을 게임을 만들기를 열망했다. 당시 말단 주임이었던 나는, 그저 AAA 개발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괜스레 혼자 자긍심에 벅차오르곤 했다. 게임의 세계에서 트리플A는 1990년 대 후반, 야심 찬 생산 가치를 지닌 게임의 유형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되었다. 당시 주요개발자들에게 트리플A는 가능한 한계를 확장하고, 훌륭한 게임은 어떤 것인지 정의하는 것을 칭했다. 실제 당시의 트리플A 게임들은 대체로 주요 스튜디오의 대표 타이틀로, 뛰어난 기술 활용을 바탕으로 그래픽, 사운드, 플레이어 경험 측면에서 매번 업계 표준의 진화를 쉼없이 이끌었다. PC게이머로서 나의 게임 경험은 플로피디스크와 비트 그래픽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도스화면에서부터 광케이블 인터넷까지 지나오는 동안 나에게 게임의 지속적인 변태(metamorphosis)를 지켜보는 일은 큰 즐거움이었다. 기술적 발전과 더불어 진화하는 게임의 세계와 경험은 늘 기대 이상이었다. 잔디 잎이 한 올 한 올 바람에 실랑이는 넓은 들판에 서서 노을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감성에 잠긴 때, 오픈월드를 산책자처럼 거닐 때 슬며시 다가와 말을 걸던 NPC AI가 더 이상 사물처럼 느끼지 않아졌을 때, 그리고 수천명의 사람들과 물러설 수 없는 전투를 벌이던 중 그 부하를 버텨내는 서버의 안전성을 새삼 인지했을 때, 매 순간이 ChatGPT를 만나던 순간만큼 경이로웠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이 디지털 게임이라는 것의 한계라는 것이 있을까? 앞으로 얼마나 더 대단한 경험을 하고, 또 함께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즐거울 수 있을까? 그리고, 절실히 바랬다. 누구나 열망해왔지만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경험을 만드는 여정에 동참할 수 있기를. 어쩌면 잊혀지고 변질되고 있는 이름 라떼 감상이 조금 길었는데 현재 시점으로 복귀해보자. 트위터 투표를 진행해봤다. “당신의 경험에 기반했을 때, 트리플A라는 용어가 최고 품질 게임 프로덕션의 의미로 여전히 자주 사용되나요?”라는 질문에 57.1%만이 ‘그렇다’, 그리고 18.6%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70여명의 소규모의 샘플임에도 나의 트위터 친구들이 대부분 게임, 이스포츠 관련 종사자, 연구자, 혹은 열정적인 게이머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적잖이 놀라웠다. 그리고 여전히 주변에서 용어 자체는 쓰이지만, 품질 보다는 개발비 규모의 표현이라도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친절한 댓글을 보았다. 이 어설픈 사전조사는 트리플A라는 용어는 보편적이지 않고, 트리플A 레이블은 ‘훌륭한 게임’ 즉 예술적 또는 기술적 성과보다는 높은 제작 예산과 마케팅 비용을 들여 얻는 상업적 성공과 산업 가시성의 수준을 나타낼 때 더 자주 사용된다는 결론을 지었다. 게임의 세계에서 트리플A의 개념이 인식되는 방식은 수년간 역동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추억속의 소중한 의미는 퇴색되었나 보다. 안타까움과 함께 궁금해진다. 이 개념적 변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트리플A의 기원과 변천: 산업의 트리플A, 게이머의 트리플A 사실 AAA라는 용어의 기원을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원래 AAA는 가장 높은 기준의 신용도를 보이는 채권에 부여되는 등급으로, 가장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의미했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 90년대말 미국의 게임쇼에서 일부 개발사들이 사용하면서 게임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용어가 게임을 수식하게 되었을 때, 그 관계로부터 중의적인 의미가 발생하게 되었다. 하나는 기원의 의미 그대로의 경제적 측면에서 ‘높은 신용’이다. 즉, 개발사나 투자자들에게 그들의 재무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안전한 투자 및 사업 기회를 의미했다. 그와 동시에 게이머들에게도 트리플A는 높은 게임퀄리티에 대한 ‘신뢰’의 약속을 의미했다. 일례로 전설적인 게임디자이너 시드마이어(Sid Meyer)는 ‘승인 표시(Seal of approval)’를 비디오 게임 역사 상 가장 주요한 혁신 3가지 중의 하나로 꼽은 적이 있다(Arendt, 2000). 패키지 박스에 ‘시드마이어’의 이름이나 닌텐도의 ‘품질보증표시(Seal of Quality)’가 있을 때, 게이머들은 특정 수준 이상의 게임 경험을 보장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이러한 관행이 대충 만들어서 쉽게 돈을 벌기 위한 ‘셔블웨어(Shovelware)’ 게임으로부터 게이머들을 보장하는 게임 퀄리티’의 기준을 설정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보았다. 한국이 온라인 게임의 제국으로 불리던 시절(Jin, 2010) NCSOFT에서도 게임이 출시되기 위해서는 ‘NC Quality’의 높은 벽을 넘어야했다. * 시드마이어의 <문명>(1991) 시작화면과 닌텐도의 품질보증표시 즉, 트리플A는 경제적 가치와 게임적 가치를 모두 지닌 게임, 그래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게임을 의미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이 나아가야할 방향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용어가 지닌 경제적 가치와 게임적 가치의 균형 상태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경계선은 전자의 방향으로 점점 기울어갔다. 경제적 ‘생산가치’로서 트리플A는 초기에는 흥행이 보장된 ‘상품’을 그 자체만을 의미했으나, 게임이 비즈니스 모델이 확장팩을 비롯한 여러 방식으로 다각화 되는 과정에서 한 게임의 지속가능한 자산화(assetization) 역량까지 표현하게 되었다(Bernevega & Gekker, 2021). 이 과정에서 AAA+나 AAAA와 같은 변형된 용어도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인디 게임이 더욱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그 반대 극부에서 기존 흥행 사례를 따라 표준화된 개발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위험도 낮은 게임개발시스템(Folléa, 2020)이나, 그로 인해 극도로 동질화 되어버린 게임 산업을 의미하기도 한다(Keogh, 2015). 마치 영화계의 ‘블록버스터’라는 용어가 진부해진 헐리우드식 흥행 공식에 갇혀버린 상업 영화를 의미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오늘날, 트리플A라는 용어는 반쪽짜리 지향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의미변화로 인해 트리플A라는 존재는 ‘훌륭한 게임’이라는 지향으로서 신성한 상징성, 즉 이정표적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상징적 빈곤의 극복을 위하여 그렇다면 트리플A가 한때 지니던 상징적 기능의 상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개인적으로는 그 상징적 빈곤은 현 시대의 인류가 게임에 대해 지닌 사회적, 공동체적 상상력의 빈곤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임산업의 규모는 점차 방대해지고 있지만, 게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방향감각을 상실한 혼미한 상태에 처해있다. 나아가 게임에 대한 인식론적 간극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빈곤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많은 경우에 그들이 말하는 ‘게임’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게임연구자로서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현행법의 ‘게임물’의 정의를 수없이 읽었지만 여전히 아리송하다. 게임의 ‘등급’을 제시하는 사람들, 개발하는 사람들, 그리고 플레이 하는 사람들 사이의 인식론적 간극과 그로 인한 갈등은 점점 심화된다. 이 빈곤의 시대에,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일이지만, 오히려 그 원래부터 그 실체가 모호했던 트리플A라는 존재의 쇠퇴 과정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싶다. 왜냐하면, 여전히 트리플A는 그 개념의 상징적 몰락, 즉 어떠한 ‘신비로움’이 탈착되는 과정을 통해서 여전히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정표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먼저, 트리플A의 의미변화는 경제적 가치가 게임적(미학적, 기술적, 플레이경험적) 가치와 분리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가시적으로 드러낸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게임에 대한 ‘(오락)상품’ 혹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관점을 벗어나 그 매체적 잠재력에 대해 본질적으로 차원에서 고민해 볼 수 있는 틈을 얻는다. 지금까지 게임은 좁은 의미에서 여가를 위한 문화(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 기존 사회의 존재하는 것들 중에 가장 비슷한 개념들에 빗대어 표현되어왔다. 이러한 규범적, 인식론적 경계는 게임을 고정관념 속에 가둬왔다. 트리플A의 상징적 몰락은 이 틀을 인식함을 통해 약화시킬 수 있는 계기, 즉 사회가 게임을 인식하는 방식을 변혁할 수 있는 계기를 시사한다. 게임이라는 고유한 예술 혹은 기술 형식에 깃든 가치들은 그 고정관념 속에서는 도무지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우리는 ‘트리플A’ 혹은 그 이름이 상징했던 것에 대한 재정의 혹은 대안의 탐색을 추구할 수 있다. 이것은 생산자-소비자의 이분법적 경계를 넘어서, 게임에 대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미래 게임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을 다시 모색하는 것이다. 게임의 가치가 예산이나 생산 가치가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경험과 감정에 있다는 것을 되새기자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트리플A의 쇠퇴는 게임이 더 이상 하위문화가 아니라 보편적 지위를 획득하였다는 점도 나타낸다는 점에서 또 한번 우리에게 어떠한 인식적 프레임을 부여한다. 최근 게임과학연구에서 ‘포스트게이머 전회’ 담론은 게이머라는 집단이 기존의 ‘젊은 백인 남성’의 하위문화적 스테레오타입에서 각각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인간-게임의 관계에 따라 다원화된 여러 집단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논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트리플A는 당대의 상황속에서 비교적 동질성을 지닌 초기 게임 커뮤니티는 ‘훌륭한 게임’을 유사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는 점과, 동시에 다원화된 현 시대의 여러 ‘게이머 유형’들에게는 공통된 이정표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도 드러낸다. 그렇다면, 환하게 빛나던 트리플A는 양초처럼 녹아내려 초라해짐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빛의 설계를 구체화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포괄성과 접근성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플레이어 중심 가치를 반영하거나 새로운 기술적 발전에 걸맞은 더 실험적이고 더 야심 찬 열망과 이상을 반영한 이정표 말이다.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경제적 생산 가치와의 협상에 있어, 더욱 윤리적이거나 지속가능한 방식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을 구축할 시점이라는 것을 인식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트리플A를 기리며 게임에 대한 경제적 가치와 게임적 가치의 경계가 재협상되는 과정에서 정든 이름은 서서히 잊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대변하던 가치들과 의미변화 과정은 게임이라는 존재와 그 가치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그만의 프레임을 우리에게 남긴다. 그리고 그에 따르면, 게임의 가치는 게이머와 개발자, 혹은 그 사이의 모호한 정체성의 여러 이해관계자의 모두의 변화하는 우선순위와 욕구를 반영하여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하는 역동적인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이제 인간-기술의 본질적인 관계성이 재고되는 패러다임의 전회기에 서있다. 지난 몇 십 년에 걸친 디지털 시대가 디지털 기술을 기존 사회의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속에서 활용하던 시기라면, 이제 우리 일상을 구성하던 대부분의 ‘물질적인 것’들이 디지털로 구현된 포스트디지털 시대는 미래의 규범들이 새롭게 쓰일 수 있다. 그리고 한 때 ‘쓸모없는 것’이었던 게임은 그 모든 가능성들의 테스트베드이다. 이스포츠나 디스코드의 예시에서 드러나듯, 게임과 관련 문화는 그 자체로 머무르지 않고 외부의 것들 것 혼성적으로 결합하면서, 기존 사회의 규범들을 무력화시키거나 변형시키고 있다. 한 때 트리플A가 상징했던 것들을 더욱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서, 그 이상의 신성함을 게임에서 꿈꿔보자. 하나의 통일된 지향을 추구하기 보다는, 여러 방향의 주변화된 상상력이 각자의 방식으로 누적될 때 인류에게 진정으로 울림을 주는 더욱 경이로운 경험을 우리는 협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통해 가능한 것의 경계를 계속 확장하고, 그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참고문헌 Arendt, S. (2000, March 4). Civilization Creator Lists Three Most Important Innovations in Gaming | WIRED. Wired. https://www.wired.com/2008/03/sid-meier-names/ Bernevega, A., & Gekker, A. (2021). The Industry of Landlords: Exploring the Assetization of the Triple-A Game. Https://Doi.Org/10.1177/15554120211014151, 17(1), 47–69. https://doi.org/10.1177/15554120211014151 Folléa, C. (2020). Experiencing, Experimenting with, and Performing Visual Narratives. Http://Journals.Openedition.Org/Inmedia, 8.1. https://doi.org/10.4000/INMEDIA.2031 Jin, D. Y. (2010). Korea’s online gaming empire. MIT Press. https://mitpress.mit.edu/books/koreas-online-gaming-empire Keogh, B. (2015). Between triple-a, indie, casual, and diy: Sites of tension in the videogames cultural industries. In K. Oakley & J. O’Connor (Eds.), The Routledge Companion to the Cultural Industries (1st ed., pp. 152–162). Routledge. https://doi.org/10.4324/9781315725437-21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Ph.D. 게임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University of Jyväskylä 박사후연구원) 진예원 게임·이스포츠를 통해 기술-인간(문화)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관심이 많다. 게임과학연구의 글로벌, 다학제간, 오픈사이언스 접근을 지지한다. DiGRA 한국 지부의 창립 멤버이고, 현재 Esports Research Network Board Member, 한국e스포츠학회 이사, APRU Games and Esports Research Working Group member로 활동하고 있다. 한동안 NCSOFT와 RiotGames Korea에서 근무했다. 저서로는 (2021, 챕터공저), ‘이스포츠의 기술성 분석을 통해본 포스트디지털 문화연구’(2022, 박사논문), ‘게이밍 경험에서의 일상과 게임 세계의 개념적 혼성’(2018, 논문) 등이 있다.
- The Resonant Samurai: Historical Accuracy versus Market Appeal
By now, the online backlash against the inclusion of Yasuke as one of two protagonists in the story has become somewhat infamous, if not tired, since outrage first erupted last year. Although the game had teased at the 2022 UbiForward as Codename Red, it wasn’t until the full reveal on May 15, 2024, with the cinematic trailer that the inclusion of Yasuke, as a co-protagonist, became clear. < Back The Resonant Samurai: Historical Accuracy versus Market Appeal 24 GG Vol. 25. 6. 10. ***이 글의 한국어 버전은 아래 UR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953c58c4-a26a-4e46-8aac-48c10227ca8b Introduction: Yasuke Enters the Franchise By now, the online backlash against the inclusion of Yasuke as one of two protagonists in the story has become somewhat infamous, if not tired, since outrage first erupted last year. Although the game had teased at the 2022 UbiForward as Codename Red [1] , it wasn’t until the full reveal on May 15, 2024, with the cinematic trailer that the inclusion of Yasuke, as a co-protagonist, became clear. [2] [3] For over two months, criticism swirled at design choices in both Western and Japanese circles, though the online discontent among segments of the more conservative Western audience specifically focused on the inclusion of Yasuke, [4] leading, among the many heated discussion threads, to harassment of members of the development team. On July 23rd, Ubisoft released a somewhat ambiguous statement about the context, backhandedly addressing global audiences by way of seemingly focusing on the Japanese Community, and reaffirming their commitment to overall authenticity . [5] * Figure 1: Yasuke as Protagonist This statement raises a number of concerns that articulate the controversy surrounding Yasuke, which taken at face value is about historical accuracy, but arguably has more to do with how this segment of the audience has been served by the franchise so far. As discussed by de Wildt and Aupers in a 2021 study focusing on the franchise overall and including dozens of interviews with former Ubisoft game directors and assorted senior developers, Assassin’s Creed overall privileges the marketability of any given setting. [6] That marketability is further contextualized by a audience that is disproportionately European and American (roughly 79% all of Ubisoft sales). [7] With that market in mind, Ubisoft has put to use a model they term the “marketing-brand-editorial burger,” where the core of the franchise must remain generally similar, while changing the sauce (the cultural setting) in order to draw in new or repeat clientele. [8] To that end, most of the franchise’s games have generally featured protagonists that are relatively uncomplicated to access for that core audience. For instance, Black Flag’ s Edward Kenway presents a European perspective into Nassau and Caribbean colonialism, while Assassin’s Creed II and Brotherhood engages with Ezio as a cultural insider in Renaissance Italy. [9] [10] [11] It also uses Ezio as a way to access the comparatively more distant Istanbul setting and culture in Revelations . [12] Even when protagonists are more complicated, as is the case for Connor Kenway in Assassin’s Creed III [13] and Adewale in Freedom Cry , [14] it is nonetheless the dominant European and American perspectives that orient the core structure of the games. [15] [16] So, why is that centering of the Western audience the case, and how does the controversy surrounding indicate breaks or continuities with this design trend? The answer, broadly, comes from a prioritizing of resonance, of expectations, above accuracy. The Question of Accuracy: Accuracy versus Expectations The question of historical accuracy in the Assassin’s Creed series, over its 18-year span, has been the subject of thousands of games journalism pieces, not to mention dozens of academic articles and book chapters. In early inroads, historical accuracy appears as a demand, essential for games to be taken seriously, as a pedagogical tool, an archaeological model or an account of events past. [17] This demand is draped over a number of design elements, such as the areas of the game included, in conjunction with the time period covered (along with the key events that the narrative focuses on). Perhaps most importantly, there is enduring concern and desire for the protagonists at the center of these games to match the historical period which audiences understand as a coherent whole. In other words, the setting, the story and the characters need to work in harmony, but whether that harmony adheres to historical truth is another matter altogether. [18] [19] When discussing historical accuracy, it would be useful to consider at what point is the media portrayal considered accurate. Is any deviation allowed? As Adam Chapman argues, there is a threshold where the game can be considered historically resonant, and that point is when individual players deem the historical aspects to match their pre-existing knowledge. [20] Evidently players tolerate deviation from historical fact as necessary to game adaptation in general, and especially in the context of Assassin’s Creed , where historical figures are repositioned as actors in secret conspiracies and ancient aliens plotlines. The fact that the franchise requires a genealogy of assassins and templars, in this case the Kakushiba Ikki (League of the Hidden) and the Shinbakufu (True Shogunate). The distortions necessary to make the armature of the franchise fit with the real persons that the game adapts are in most cases no more or less intensive than the depth provided to Yasuke. This level of adaptation or distortion is also in line with the degree of departure players can find in Odyssey [21] , for instance, with the portrayals of Sokrates and Aspasia of Miletus, [22] or Origins ’ Cleopatra. [23] The games are all, to put it bluntly, historical fiction, rather than history, an approach detailed by Ubisoft itself. [24] As they explain in their 2025 open letter, Yasuke presented an “ideal candidate” for the series formula that incorporates “fantasy elements” and that his “unique and mysterious life” is considered by the company to be a match for franchise patterns. [25] The idea of Yasuke as a candidate for cultural representation is in keeping with de Wildt and Aupers mentioned earlier, where marketing dominates broader choices, and where any narrative or representational choice “defers to the market and the largest possible audience.” [26] Franchise lead Jean Guesdon had previously spoken about tapping into popular zeitgeist to buttress franchise sales, so relying on Yasuke, a figure that has become increasingly visible in popular media over the past two decades makes sense. [27] Unlike Sucker Punch’s Ghost of Tsushima , [28] from which Shadows borrows much of its visual language and colour scheme, Assassin’s Creed provide Yasuke a proxy for audiences, not as a man of colour, but as an outsider to Japan.Yasuke is legitimate enough as a choice, given his historic presence, yet, like players, experience Japan as a foreigner becoming gradually integrated. [29] In other words, the game’s internal structure is positioned to open with, and favor an outsider perspective, over one of the other notable candidates audiences can imagine, including notable samurai like Musashi Miyamoto or Sasaki Kojiro. * Figure 2: Yasuke Criticized for Use of nanban (European) concepts in the context of Japanese warfare. This tension, between what a game company considers an ideal candidate, and what serves historical accuracy most, has been the subject of research over the past few years. [30] In my previous work on the subject, I locate this decision space as shaped by the tension between representation and identification. As film scholar Charles Acland notes, with respect to cinema, the work of identification is complicated and requires exiting one’s own reality to inhabit the specific circumstances of another person, in another place and time. [31] Identification, on the other hand, provides protagonists and perspectives ready-made for individuals to absorb into their experiential frame. This form of media production is positioned to produce the “that resonates with me” reaction, and has been the subject of academic critique concerning Assassin’s Creed for the better part of the last decade. So far, installments have been positioned to always provide that kind of easy identification, if not in main protagonists, then at least in circumstances and ideological positions. Yasuke, in that vein, presents a particular issue. His perspective provides an outside-in look at feudal Japan, but it also bucks against the generally empowering positions that series protagonists have enjoyed. Yasuke’s inclusion seems in itself revolutionary and novel, but as scholar Kishonna Gray noted in the case of Adéwalé in Haiti, there is an echo of white European and American social positions within the very framework of the game. [32] Even when the characters are non-white, their social positions in the game privilege the presumed Euro-American audience mentioned above. In Shadows , Yasuke is not gated from spaces any more than the game’s other protagonist, Naoe, is. The game’s fiction smooths out the creases in what would otherwise be a presumably more confronting experience. Then, if the game resonating with audiences is the primary goal, the game’s choice to platform Yasuke presents quite logically, with the exception that the audience being favored is not the same audience that has been favored in the past decade. To put it bluntly, the racial intolerance evident in Yasuke’s characterization as a “DEI hire” showcases as barrier in audiences identification with a man of colour, more than a rigorous analysis of whether that character’s story is accurate, which is already difficult to claim for any Assassin’s Creed protagonist in good faith. [33] The backlash, at least in the West, has clearly been centered on race and gender, while the Japanese response has certainly been more tempered, and focused on how players are allowed to damage holy sites. The subsequent question that arises is whether or not this entire outrage, as visible as it has been, represents the whole of the consumer base in the West, or rather a specific subset of consumers. The Payoff: Yasuke as Commodity Whether or not reception to Yasuke has been hot or cold is difficult to definitely weigh in on. How do we define success? Is it based on the sentiment of a vocal segment of the audience, or do we prioritize something closer to an international audience reception? Do we look at critical reception, and do we look in a vacuum or in the context of how recent installments have been received? Perhaps the most representative forum for critical and audience reception remains Metacritic, despite concerted efforts to review bomb the title. [34] In fact, when comparing the open-world installments, the pattern is relatively stable. Critics have Shadows at 81, compared to Valhalla ’s 80, Odyssey ’s 83, and Origins ’ 81. Audiences, even keeping in mind a greater proportion of disproportionately negative reviews, have Shadows at 62, compared to Valhalla ’s 60, Odyssey ’s 68, and Origins ’ 73. Critical consensus seems to be that the game is qualitatively in line with previous installments, and for audiences seems a slight improvement over the previous title. Where it does depart is in Shadows ’ higher proportion of extremely low scores, which may be indicative of review bombing. Metacritic, like any review aggregator, will overrepresent audiences that are already invested enough to log on and review, but the consistency in scores over time indicates relative stability between titles at a broader level. * Figure 3: Review Score Aggregates for all Open-World AC Titles (Mirage Omitted). Surely then, the outrage professed against Yasuke was equally felt in terms of sales, which would at least provide an industrial indication that the game was boycotted or sold less well. In actuality, Shadows boasts the second-highest day one sales for the franchise, behind Valhalla , which Ubisoft attributes to the “perfect storm” of conditions during the pandemic. [35] Longer tail analytics show a “modest” sales record of roughly 1.7M copies sold on Playstation 5 alone (Alinea, 2025). [36] So, the picture is somewhat murky, given that we won’t have the long-tail data for a while yet. Compared to Odyssey’s roughly 2M sales in the first month, as well as keeping in mind the pressures on discretionary expenses in the current economic climate, the game is not the historic success of yore, but it’s certainly still successful. Conclusion: It was Never about Accuracy The academic response, as always, will take a longer while to cement, as qualitative studies and criticism goes through the comparatively longer publication cycle. It is my sense, given the title’s consistency within franchise patterns, that academic consensus will broadly settle where it has for the past decade: that Shadows is a relatively safe market bet, with serviceable characters and the core formula unchanged. It is, in many ways, the same Assassin’s Creed we’ve come to know since 2007, and more specifically since the series’ open-world shift in 2017. Within that framework though, the Japanese governmental response to the game is novel, as critiques of desecration of ritual sites has generally been confined to academic critiques, rather than the state. [37] [38] In fact, the homage paid to the series at the Paris Olympics for Ubisoft’s assistance with the Notre Dame reconstruction signals a significant gap in how Western states interact with the company’s cultural products. Likewise, the Yasuke controversy, which seems to have lost steam since last year, has faded away into the series’ tenuous relationship with race and gender across many of its installments. It is nonetheless interesting to consider which way audience sentiment slices. Here, Yasuke was called out as corporate pandering to modern sensibilities and audience demand, yet that was not so much the case when Odyssey ’s Alexios was provided as a secondary protagonist for players to enjoy, or when company scandals revealed that Aya was intended as the main character of Origins , despite the release featuring almost exclusively Bayek. The audience’s rigidity regarding accuracy is always one that has been shaped by personal taste, and if the issue was really the accuracy of the character, we’d have had similarly caustic debates about many titles in the series. [1] Ubisoft, dir. 2022. Ubisoft Forward: Official Livestream - September 2022 | #UbiForward . https://www.youtube.com/watch?v=rvV4ZBx6_bo . [2] Ubisoft, dir. 2024. Assassin’s Creed Shadows: Official World Premiere Trailer. https://www.youtube.com/watch?v=vovkzbtYBC8 . [3] Ubisoft. 2024. “Assassin’s Creed Shadows Launches November 15, Features Dual Protagonists in Feudal Japan.” https://news.ubisoft.com/en-ca/article/2LH4Ael4X1TlNJY3B3aYg5/assassins-creed-shadows-launches-november-15-features-dual-protagonists-in-feudal-japan . [4] Walker, John. 2024. “Ubisoft Issues Weird Statement On Assassin’s Creed Shadows Controversies.” Kotaku, July 23, 2024. https://kotaku.com/assassins-creed-shadows-ubisoft-statement-yasuke-1851602337 . [5] Ubisoft. 2024. “Assassin’s Creed Shadows - An Update for the Japanese Community.” https://news.ubisoft.com/en-us/article/7dWPCtVQU7udC0KkPFOyXh/assassins-creed-shadows-an-update-for-the-japanese-community . [6] Wildt, Lars de, and Stef Aupers. 2019. “Playing the Other: Role-Playing Religion in Videogames.” European Journal of Cultural Studies 22 (5–6): 867–84. https://doi.org/10.1177/1367549418790454 . [7] Ibid, 4. [8] Ibid, 11-12. [9] Ubisoft. 2013. “Assassin’s Creed IV: Black Flag.” [10] Ubisoft. 2009. “Assassin’s Creed II.” 2009. Ubisoft. [11] Ubisoft. 2010. “Assassin’s Creed: Brotherhood.” [12] Ubisoft. 2011. “Assassin’s Creed: Revelations.” [13] Ubisoft. 2013. “Assassin’s Creed.” [14] Ubisoft. 2013. “Assassin’s Creed Freedom Cry.” [15] Shaw, Adrienne. 2015. “The Tyranny of Realism: Historical Accuracy and Politics of Representation in Assassin’s Creed III.” Loading... 9 (14). https://journals.sfu.ca/loading/index.php/loading/article/view/157 . [16] Zanescu, Andrei. 2023. “Blockbuster Resonance in Games: How Assassin’s Creed and Magic: The Gathering Simulate Classical Antiquity.” Phd, Concordia University. https://spectrum.library.concordia.ca/id/eprint/992024/ . [17] Ibid, 17-57. [18] de Wildt and Aupers, 2019. [19] Westin, Jonathan, and Ragnar Hedlund. 2016. “Polychronia – Negotiating the Popular Representation of a Common Past in Assassin’s Creed.” Journal of Gaming & Virtual Worlds 8 (March):3–20. https://doi.org/10.1386/jgvw.8.1.3_1 . [20] Chapman, Adam. 2016. Digital Games as History: How Videogames Represent the Past and Offer Access to Historical Practice. 1st ed. New York: Routledge. [21] Ubisoft. 2018. “Assassin’s Creed Odyssey.” [22] Ubisoft North America, dir. 2017. Assassin’s Creed Origins: Developer Q&A - History & Setting | Ubisoft [NA]. https://www.youtube.com/watch?v=FK43sE36rdo . [23] Ubisoft. 2017. “Assassin’s Creed Origins.” [24] Ubisoft. 2024. “Assassin’s Creed Shadows - An Update for the Japanese Community.” https://news.ubisoft.com/en-us/article/7dWPCtVQU7udC0KkPFOyXh/assassins-creed-shadows-an-update-for-the-japanese-community . [25] Ibidem. [26] De Wildt and Aupers, 13. [27] Zanescu, 2023. [28] Fox, Nate. 2020. “Ghost of Tsushima.” Sucker Punch Productions. [29] DJangi, Parissa. 2025. “The Real History of Yasuke, Japan’s First Black Samurai.” History.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history/article/the-real-history-of-yasuke-japans-first-black-samurai . [30] Eklund, Lina, Björn Sjöblom, and Patrick Prax. 2019. “Lost in Translation: Video Games Becoming Cultural Heritage?” Cultural Sociology 13 (4): 444. [31] Acland, Charles R. 2020. American Blockbuster: Movies, Technology, and Wonder. 1 online resource (xi, 388 pages) : illustrations (black and white) vols. Sign, Storage, Transmission. Durham: Duke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515/9781478012160 . [32] Gray, Kishonna L. 2018. “POWER IN THE VISUAL: EXAMINING NARRATIVES OF CONTROLLING BLACK BODIES IN CONTEMPORARY GAMING.” Velvet Light Trap, no. 81 (March), 62–67. [33] Mercante, Alyssa. 2024. “This Was Never About Anything Other Than Hate.” Kotaku. July 23, 2024. https://kotaku.com/this-was-never-about-anything-other-than-hate-1851602820 . [34] Wolens, Joshua. 2025. “Ubisoft Says Don’t Compare Assassin’s Creed Shadows’ Success to Valhalla: The Latter Launched in Covid’s ‘perfect Storm’ and Feedback on Platforms ‘Less Affected by Review Bombing’ Is Stellar.” PC Gamer, March 25, 2025. https://www.pcgamer.com/games/assassins-creed/ubisoft-says-dont-compare-assassins-creed-shadows-success-to-valhalla-the-latter-launched-in-covids-perfect-storm-and-feedback-on-platforms-less-affected-by-review-bombing-is-stellar/ . [35] Ibidem. [36] Alinea. 2025. “Xbox Dominated PlayStation’s Top 10 Games by Copies Sold in April, as Forza Horizon 5 Overtakes 1.4 Million Copies on PS5.” Alinea. https://alineaanalytics.com/blog/playstation_april_2025/ . [37] Small, Zachary. 2024. “The Fight Over a Black Samurai in Assassin’s Creed Shadows.” The New York Times, September 11, 2024, sec. Arts. https://www.nytimes.com/2024/09/11/arts/assassins-creed-shadows-yasuke-samurai-japan.html . [38] Murray, Conor. n.d. “New ‘Assassin’s Creed’ Releases To Strong Reviews—But Sparks Anti-’Woke’ Backlash And Roils Japanese Government.” Forbes. Accessed May 30, 2025. https://www.forbes.com/sites/conormurray/2025/03/21/new-assassins-creed-releases-to-strong-reviews-but-sparks-anti-woke-backlash-and-roils-japanese-government/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Researcher) Andrei Zanescu Andrei Zanescu is a postdoctoral fellow and part-time faculty member in Communication Studies, and Anthropology & Sociology, at Concordia University, in Montreal, Canada. He specializes in AAA studio cultural adaptation practices involving resonance as a corporate strategy, as well as the legitimation of games through the formation of awards bodies tied to film and television cultural capital. He regularly publishes game and platform studies concerning a range of games (Assassin's Creed, Magic the Gathering & DOTA 2) and awards bodies, and in New Media & Society (2021), Games & Culture (2024), The Journal of Consumer Culture (2021) and Convergence (Forthcoming). He is also a co-author of Streaming by the Rest of Us: Microstreaming Videogames on Twitch (MIT Press, 2025).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콩코르디아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와 인류학·사회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 및 시간강사로 재직 중이다. AAA 게임 스튜디오의 문화적 적응 관행에서 '공명(resonance)'을 기업 전략으로 활용하는 방식과, 영화 및 텔레비전의 문화 자본과 연결된 시상 기관 형성을 통한 게임의 정당화 과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Assassin’s Creed, Magic: The Gathering, DOTA 2 등 다양한 게임과 시상 기관에 관한 게임 및 플랫폼 연구를 활발히 발표하고 있으며, 《New Media & Society》(2021), 《Games & Culture》(2024), 《The Journal of Consumer Culture》(2021), 《Convergence》등에 논문을 발표한 바 있으며 또한 『Streaming by the Rest of Us: Microstreaming Videogames on Twitch』(MIT Press, 2025)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김경일
김경일 김경일 Read More 버튼 읽기 [창간사] 문화를 향하는 가교의 역할을 기대하며게임문화재단 이사장 적은 인구와 제한된 국토가 우리의 현실이다. 즉 우리의 하드웨어는 매우 초라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창조하고 혁신할 수 있는 생각이라는 소프트웨어다. 그것도 기발한 생각들이 필요하다. 그 절묘한 연결성들을 만들어 내는 게임에 관해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미술이 문화로 자리잡은 건 미술관과 큐레이터 때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게임에도 그 장소와 사람이 필요하다. 가 그 역할을 할 가장 중요한 적임자가 되어 주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류호준
게이머. 오락으로써의 게임도, 작품으로써의 게임도, 실험으로써의 게임도 모두 중시합니다. 류호준 류호준 게이머. 오락으로써의 게임도, 작품으로써의 게임도, 실험으로써의 게임도 모두 중시합니다. Read More 버튼 읽기 [4회공모전수상작] 게 임은 어떻게 우리를 소외시키는가 소외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인간 집단에서 배제되어 외로움을 느낀다는 뜻으로, 일상생활에서 소외라고 말하면 대체로 이를 의미한다. 반면 다른 하나는 철학 특히 마르크스가 주로 사용한 의미로, 한 인간이 특정 대상에 대한 주권을 상실하여 더 이상 주체로 있지 못 하고 오히려 그 대상의 객체로 전락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의 권리와 정체성이 외부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상태를 뜻한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박혜정
미디어와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을 궁금해 합니다. K-POP 팬덤 연구를 하며 즐겁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박혜정 박혜정 미디어와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을 궁금해 합니다. K-POP 팬덤 연구를 하며 즐겁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Read More 버튼 읽기 “개발자는 자기 자신을 향해 끝없이 질문해야 한다” - 죄책감 3부작의 개발자 somi 인터뷰 세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죄책감을 느슨한 연결로 풀어낸 SOMI의 ‘죄책감 3부작’이 막을 내렸다. 전의 두 작품이 세상 밖으로 닿는 길을 터주었다면, 2020년 신작 <더 웨이크>는 한 개인의 과거와 깊은 내면으로 안내한다. 암호를 해독하며 엔딩에 이르렀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가장 개인적인 삶은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단절을 넘어서-퀘이크 리마스터
최근 다수의 리마스터 타이틀이 얼굴을 비추고 있다. 과거 발매되었던 게임의 비주얼이나 시스템을 조정해 다시금 선보이는 리마스터 / 리메이크들이 예다. ROM 혹은 디스크 등의 형태를 넘어서 디지털로 복각되고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는 MMORPG 또한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과거의 빌드를 그대로 서비스하는 사례도 여럿이다. < Back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단절을 넘어서-퀘이크 리마스터 02 GG Vol. 21. 8. 10. 최근 다수의 리마스터 타이틀이 얼굴을 비추고 있다. 과거 발매되었던 게임의 비주얼이나 시스템을 조정해 다시금 선보이는 리마스터 / 리메이크들이 예다. ROM 혹은 디스크 등의 형태를 넘어서 디지털로 복각되고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는 MMORPG 또한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과거의 빌드를 그대로 서비스하는 사례도 여럿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의 것에서 영감을 얻는 타이틀도 다수를 만날 수 있다. 8-bit / 16-bit를 넘어 픽셀 그래픽 자체가 레트로를 대표하는 비주얼로도 사용된다. 큰 흐름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과거의 작품들이 현재의 시장에 다시금 얼굴을 비추고 나름의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상태다. 마치, 패션과 대중음악에서 과거의 스타일을 레트로라는 이름 아래 재조명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게임에 있어서 레트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패션이나 대중음악에서 말하는 레트로 혹은 뉴트로와는 다르게 구분 방식도. 기준도 모호하다. 과거의 문화를 누리는 방식과 대상에 차이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게임에 있어서는 시기 정도만이 레트로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얼마 전까지 레트로가 패미컴 시절의 게임을 말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PS1 혹은 PS2까지 포함할 정도로 범주가 확장됐다. * 2000년에 발매된 〈디아블로2〉도 시기 상으로는 레트로라는 단어를 붙여도 될지 모른다. 그렇기에 게임에서의 레트로는 과거의 작품을 의미하는 형태. 클래식(Classic)을 의미하는 것에 가깝다. 그리움을 소비하는 것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과거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과는 기준과 양상이 다르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단순히 올드 게이머들을 위한 추억 팔이로. 반대로 다른 누군가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로 바라보기도 한다. 과거의 게임이 시장 지배적인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는 여기에 이유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게임이 과거 타이틀에서 보여준 플레이와 디자인을 이용해 무수히 많은 시간과 시도를 더하며 켜켜이 쌓여나가는 형태로 정립되어 있어서다. 기존의 것을 기반으로 두고 가치를 더하는 발정 과정이므로 다른 문화적 요소와 달리 게임은 향유층 혹은 세대 간의 단절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몇 십년 전 게임을 플레이하며 과거에 대한 연민과 추억을 소비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새로운 시장과 소비층을 규정하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본질적으로 과거의 타이틀은 지금과 비교해서 표현 한계가 명확했던 시절의 것일 뿐. 잃어버리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다. 회사나 작품이 달라지더라도 플레이라는 형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개선되고 발전했다. 더불어 여기에 새로운 생각들이 더해지면서 게임의 발전 중간마다 지점이 될 수 있는 작품들이 등장했다. 항상 진행 중인 게임의 발전에서 플레이어는 필연적으로 자신이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이 된 작품. 그리고 다른 세대와 함께 공유하는 중간 지점에 있는 작품을 갖게 된다. 이 사이가 단절되어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으므로 새로이 등장한 향유층과도 접점을 유지할 가능성을 남긴다. 게임의 발전 과정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형태로 진행되기에, 각 계층 사이 또한 어느 정도 연결되는 경향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렇기에 레트로와 같이 그리움에 단어로 규정하기 보다는 과거 타이틀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할 지도 모른다. * 〈슈퍼 마리오〉 처럼 시리즈가 오랜 역사를 가질수록 과거 타이틀은 현재와 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속 속에서 게임이란 매체의 발전은 곧, 표현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연속적인 사고의 집합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타이틀은 과거의 작품에 어느 정도 기반을 두고 있다. 시장에 선보인 바 있는 타이틀의 일부 요소를 차용하거나 발전시키는 것을 통해서 게임이라는 매체가 새로운 층위와 시장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아이디어의 그 근원에서 마주하는 가치. 즉, 어떻게 이러한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는가. 거기에 고전작들을 바라보기 위한 단서가 있다. 수많은 레트로 스타일의 게임이 나오고 있음에도 필연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근원이다. 소위 ‘레트로 스타일’로 대표되는 비주얼 측면을 넘어서 과거 고전 타이틀이 존재감을 갖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내 기준으로 8월 20일 발매된 〈퀘이크 리마스터〉를 보자. 발매 25년이 지난 지금에도 눈여겨볼 디자인적 측면이 눈에 띈다. 〈퀘이크 리마스터〉는 밸런스 측면에서 약간의 조정을 제외하면, 1996년 원작에서 변한 것이 없음에도 말이다. 텍스쳐와 광원 등이 지금에 맞게 조정되었을 뿐이고 게임을 이루는 뼈대와 플레이 흐름이 그 시절의 것 그대로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임 플레이 자체는 여전히 흥미롭고 전반에 걸쳐 생각해볼 거리를 남긴다. 과거의 시점에서 현재의 게임들에 던지는 질문들이다. 돌이켜보면 〈퀘이크〉는 id 소프트웨어가 1993년 발매한 〈둠〉에 비견될 정도로 게임 업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쳤던 타이틀이다. 풀 폴리곤 기반 FPS로의 전환과 이에 따른 VGA의 발전. 3D 환경에서의 자유로운 시점 조작과 레벨 디자인. 이후 〈하프라이프〉와 〈콜 오브 듀티〉 등에도 영향을 줬던 게임 엔진. 인터넷을 이용한 멀티 플레이와 경기. 여기서 파생된 WASD 조작 등 현재에도 통용되는 여러 요소들이 퀘이크에서 출발한다. 이와 같은 발전상은 현재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지만 당시에는 그야말로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졌던 요소들이다. 〈퀘이크〉가 폴리곤 환경을 십분 활용해 구축한 레벨 디자인과 자유로운 시점 등은 게임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새로운 시점과 플레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시도이자 해답이었다. 〈퀘이크〉를 통해 만들어낸 하나의 문법은 이후에도 일종의 기준이 됐다. 당시의 개발자들은 퀘이크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구분하고 해석하며,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시에 3D 환경의 발전과 기기의 성능 상승으로 더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표현할 기계적 한계와 자원도 늘어났다. 특유의 빠른 속도는 하이퍼 FPS라는 경향으로의 발전으로. 고저차를 활용하는 레벨 디자인은 이후 다른 회사의 작품들을 거치며, 더 나아지는 경향을 보여줬다. 근본적인 플레이 흐름을 생각해 볼 때에는 〈퀘이크〉의 그것과 현대의 그것이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다. 예전과 비교해서 시대와 기기의 성능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FPS는 id 소프트웨어가 이룩했던 근본적 의도와 발상의 틀 안에서 여전히 재구축되고 나름의 해석과 관점을 더하고 있는 모습이다. 〈퀘이크 리마스터〉가 보여주는 일면들은 과거의 유산이 어떻게 현재에도 적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한편으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20년이 넘게 지난 타이틀임에도 여전히 재미있는 이유는, 그 안에 있는 게임 디자인의 본질과 당시 개발자들이 고민했던 지점들이 현재도 분명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표현의 한계를 넘기 위한 고민과 노력. 어떤 플레이를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은 현재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시리즈가 단절되었을지라도 과거를 통해 얻은 가치는 그대로 유지되며 현재까지 계속되는 하나의 경향이 된다. 다른 문화 분야에서의 레트로 / 뉴트로가 과거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해 이를 소비하는 형태라면, 게임에서의 레트로는 소비 측면에서의 변화가 아니라 사상의 근원을 찾아나가는 여행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고전 게임을 현재에도 플레이하는 것은 과거의 것을 기준으로 다시 현재의 게임들을 비춰보는 행위가 된다. 과거 개발진이 고민했던 시점과 결과물이 이를 통해서 현재의 게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게임 플레이의 근원이 어디서 오는지. 당시에 어떤 고민과 해답을 내렸는지를 살펴보면, 개인마다 새로운 방향성이 보이기 마련이다. 이를 통해서 수용자인 플레이어는 현재의 게임을 자신의 기준에 맞게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 그리고 거기서 얻어진 깨달음은 〈셔블 나이트〉와 같이 과거 게임의 장점을 조립하고 재구축한 타이틀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결과물에서 출발해 새로운 형태의 표현과 아이디어가 등장하는 셈이다. 마치며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과거의 타이틀은 이렇게 끊임없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질 것이다. 게임들이 시장에 발매될수록. 단순 비주얼 측면에서 ‘좋았던 옛날’을 회상하기보다는 거기서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 분명하다. 과거의 투박함 안에 포함된 그 당시 개발자들의 고민과 결과물. 그리고 명확한 한계를 넘어서 전달하고자 했던 경험들.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과거의 게임을 찾고 플레이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 향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게임을 바라보기 위한 시각의 정립이다. 게임이라는 매체이자 표현 형태의 발전은 과거에 항상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앞으로 나올 게임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것을 바라보며 각 요소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과정이 곧 게임이라는 매체의 발전상이다. 따라서 발매된 지 오래 지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과거가 현재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임을 확인하는 과정과도 같을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정필권 농부이자 제빵사이자 바리스타. 현재는 게임 기자로 글을 쓴 지 8년차 입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구독 서비스가 게임에 가져올 변화: 스튜디오 사이 유재현 대표
넷플릭스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에 기꺼이 구독료를 내고 영상물을 시청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게임 구독 서비스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게임 구매와 다운로드 형식이 ‘구독 서비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의 선두 주자로 나선 것은 글로벌 게임 업체인 소니와 닌텐도였다. 지금은 애플까지 합세해 게임 구독 서비스를 둘러싼 플랫폼 경쟁이 점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게임 구독 서비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게임 구독 서비스가 기존의 게임 구매나 다운로드 형식을 대체하게 된다면, 이러한 유통 방식의 변화는 게임 텍스트에 어떤 영향을 줄까? < Back [인터뷰] 구독 서비스가 게임에 가져올 변화: 스튜디오 사이 유재현 대표 09 GG Vol. 22. 12. 10. 넷플릭스의 성공은 미디어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넷플릭스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에 기꺼이 구독료를 내고 영상물을 시청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게임 구독 서비스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게임 구매와 다운로드 형식이 ‘구독 서비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의 선두 주자로 나선 것은 글로벌 게임 업체인 소니와 닌텐도였다. 지금은 애플까지 합세해 게임 구독 서비스를 둘러싼 플랫폼 경쟁이 점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게임 구독 서비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게임 구독 서비스가 기존의 게임 구매나 다운로드 형식을 대체하게 된다면, 이러한 유통 방식의 변화는 게임 텍스트에 어떤 영향을 줄까? 구독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임 개발자는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게 될까? 혹시 구독 서비스는 게임 개발자에게 또 다른 고민을 얹어주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게임 구독 서비스는 비단 산업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생산자(개발자)와 수용자(게이머) 모두에게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질문들을 품고 편집장은 게이머이자 1인 개발자인 스튜디오 ‘사이’의 유재현 대표를 만나고 왔다. 편집장: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걸어오신 행보를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유재현 대표: 안녕하세요. 스튜디오 ‘사이’(Studio Sai)의 유재현입니다. 저는 VFX 아티스트와 테크니컬 아티스트(Technical Artist)로 디즈니, 라이엇, 댓게임컴퍼니, 그리고 애플 등에서 일하다 현재 스튜디오 사이를 창립했습니다. 현재는 1인 개발자로 ‘이터나이츠(Eternights)’를 만들어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편집장: 게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여쭤보겠습니다. ‘이터나이츠’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 게임을 독자분들께 한두 마디로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유재현 대표: 예. 간단히 말하자면, 데이팅 액션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장: 데이팅 액션 게임이요? 유재현 대표: (하하) 다들 데이팅 액션이라 하면 그렇게 반응하시더라고요. 근데 말 그대로 정말 데이팅 액션 게임이고요. 조금 더 설명해드리자면, 10대 청소년들이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살아남으면서 데이팅도 하고, 연애도 하면서 살아가는 소년 성장물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스튜디오 ‘사이’에서 개발중인 데이팅 액션 게임 ‘이터나이츠(Eternights)’ 편집장: 방금 말씀해주신 게임인 이터나이츠는 어떤 플랫폼에서 출시를 생각하고 계실까요? 1인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떤 플랫폼에 어떤 방식으로 유통시킬 것인가가 중요할 것 같아요. 유재현 대표: 이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신경 쓸 게 많아지기는 했어요. 플랫폼마다 버튼 레이아웃이 달라지기도 해서 그런 걸 신경 써야 하기도 하고요. ‘이터나이츠’는 작년 말쯤에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콘솔 독점작이 됐어요. 콘솔로는 플레이스테이션만 나갈 예정이고요. 그리고 PC로는 스팀(Steam)하고 에픽 스토어(Epic Games Store) 이렇게 두 군데에 출시하게 될 예정입니다. 편집장: 사실 1인 개발자로서 게임을 제작하고 출시하는 입장에서 이전하고 많이 다른 게 있다면 구독 서비스잖아요. 예전에는 게임을 출시할 때, 게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인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로 올리거나, 프리 투 플레이(Free To Play)를 하게 하되, 인앱(In-App) 결제를 통해 수익을 낸다가 있었는데 구독이라는 개념은 너무 다르잖아요.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이터나이츠를 출시하게 된다면, 게임 내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유재현 대표: ‘구독 서비스로 출시해 보겠냐’는 제안이 오면 엄청 좋을 것 같기는 해요. 근데 걱정이 들기도 하겠죠. 지금 만들어 놓은 이 게임의 경우는 보통 돈을 지불하고, 그만큼의 시간을 들이겠다고 어느 정도 결정한 사람들이 시작하게 되잖아요. 그 플레이어들이 예상하거나 기대하는 페이스가 있을 테고. 게임의 호흡도, 예를 들어서 지금 저희 게임은 신나는 액션이 처음 등장하는 타이밍이 게임 플레이하고 7~8분 후 정도예요. 이런 식으로 게임 유저들을 세계관 안으로 좀 더 끌어들인 다음 액션을 보여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전체적인 디자인을 했는데, 구독 서비스로 출시된다고 하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첫 액션까지 그렇게 기다리지 않을 것 같거든요. 아마 2, 3분? 그것도 루즈할 것 같아요. 심지어는 한, 45초 안에 뭔가를 보여 주는 식의 인터랙션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구독 서비스를 하면, 지원되는 게임이 많으니까 여러 가지 선택지가 열리잖아요. 이 게임 잠깐 하고, 다른 게임 할 수도 있는 거고. ‘찍먹’이라고 하죠? ‘찍먹’ 해도 돌아올 만큼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건 호불호의 영역이고요. 그러니까 대중들이 짧은 시간 안에 게임을 오래 플레이할 수 있도록, 그런 장치들에 신경 쓰는 세세한 디자인이 가장 필요하겠다. 아마 그런 쪽의 고민이 가장 많이 들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럼 기존의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같은 구독 서비스로 출시되면 게임 콘텐츠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유재현 대표: 그건 잘 모르겠어요. 방금 전에는 인스톨하지 않은 상태로 구독 서비스로만 플레이하는 게임의 경우를 말씀드린 거거든요. 근데 인스톨이 전제된 구독이라고 해도 좀 신경 쓰이긴 하겠어요. 구독 서비스라고 하면 아무래도 플레이 초반에 들어가는 큰 액션들에 확실히 신경 쓰고, 앞부분을 좀 더 타이트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리얼 타임으로 플레이어가 빠르게 해야 하는 것들을 많이 추가하고, 플레이어를 붙잡아 둘 수 있게 즉각적인 리워드를 준다거나. 어떻게 보면 선정적인 부분이나 잔인한 부분 같은 게 많아지지 않을까, 하고 좀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네마틱한 비주얼 요소들이 분명 초반부에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편집장: 한편으로는, 게임이 갖고 있는 특수성 중 하나로 상호적인 교류가 있잖아요. 이것들이 구독 서비스에서는 조금 다르게 나타날까요? 유재현 대표: 저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메카닉적인 부분이 달라지는 만큼 게임을 어필하는 방식이 기존과는 달라져야 하는 것 같거든요. 좀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제가 그런 상황에 놓여서 게임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리액션 측면을 풀어야 하는 과제처럼 받아들일 것 같아요. 편집장: 게임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그런 결제 서비스에 영향을 받는 게 굉장히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게임이 원래 보여 주고자 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그걸 수정해야 하니까요. 결제, 구독이라는 게 애초에 게임 텍스트 외부 원인이기도 하고요. 만약 구독 서비스 때문에 게임을 수정해야 한다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아쉬움도 크실 것 같습니다. 유재현 대표: 아쉬움보다도, 어떻게 보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따라가야 하는, 배워야 하는 흐름 같기도 해요. 꼭 게임에서의 구독 서비스 때문이 아니고 모든 매체나 모든 콘텐츠가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아요. 한두 장 넘기고 더 읽을지, 안 읽을지 결정할 수 있는 독서 플랫폼이 있는 것처럼?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 도중에 리턴 하는 건 정말 자기 마음이잖아요. 결국 유저를 사로잡는 건 제작자의 역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일종의 ‘훅’을 초반에 잘 넣는 게 필요한 것 같고요. 플랫폼 변하는 만큼 저도 이것저것 배워 나가야겠죠. 편집장: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런 변화가 게임만의 변화가 아니기는 해요. 텍스트 디자인의 요소가 포함되는 영역에서 이런 변화가 많이 발견되는 것 같고요. 그런데 말씀 듣다 보니까, 제작자 말고 게이머로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가 좀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게임의 경우는 제작자가 가상공간을 만든다는 인식이 강하기도 하고, 현실과는 독립적인 ‘만들어진 세계’로 오랫동안 생각되어 왔잖아요. 그런데 부분 유료 결제나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게 되면서 게임이 완전히 독립적인 세계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하거든요. 이용자들도 그런 부분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이고요. 구독 서비스를 사용해 보셨나요? 유재현 대표: 저는 구독 서비스를 써 본 적이 없어요. 애플만 잠깐 써 봤고, 아직까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하는 게 익숙한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럼 또 궁금해지네요. 구독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아시는데도 사용해 보지 않았던 이유가 있을까요? 유재현 대표: 저는 약간, 게임을 소유하는 게 좋아요. 확실히. 피지컬이든, 디지털이든. 얼마 전에 한국 들어갔을 때에도 게임 타이틀을 한 70개 사 왔어요.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들이에요. 단순히 ‘게임 산업이 잘 되어야 한다’ 이런 의견 때문이 아니라 정말 개인적으로 갖고 싶어서요. 재미있어 보이면 가지고 싶어요. 물론 플레이 하면서 리턴 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아무튼 저는 마음에 들면 피지컬로 가지고 싶고, 좋아하는 게임은 소유하고 싶고 그래요. 편집장: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경우도, 이번에 플레이스테이션 5를 출시하면서 디지털 에디션을 따로 만들었잖아요.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스팀 이후에 ESD 플랫폼이 보편화되고 나서는 ‘소유’의 개념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를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온라인에서, 디지털 계정에 게임 플레이 권한을 가지는 걸 소유로 보기도 하고요. 두 가지 소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재현 대표: 저는 온라인 소유도 소유라고 봐요. 디지털도 많이 소유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구독은 뭔가 불안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구독이라는 게, 내가 확실한 개런티를 가지는 게 아니기도 하고, 좋아하는 게임이 언제든지 구독 클러스터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마치 제가 좋아하는 물건을 항상 누군가에게 맡겨 놓은 상태? 그 느낌이 싫은 것 같아요. 편집장: 말씀하신 걸 생각해 보면 구글, 애플과 플레이스테이션 앱의 차이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라이트하고 캐주얼한 게임이냐, 아니냐의 문제? 애플 아케이드는 하이퍼 캐주얼에 가까운 게임들로 구성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게임들은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요? 유재현 대표: 저는 갖고 싶다는 감정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경험이나, 경험의 무게랑 관련된다고 생각해요. 보통은 그 무게가 스토리의 유무로 많이 갈리는 것 같고요. 게임을 플레이하고, 게임 스토리에 정말 공감하면서 그 게임 안에 살아 들어갔다가 나온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그러면 되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겠죠. 아무래도 저는 게임이 얼마나 라이트하든 게임하면서 유의미한 감정적 울림 같은 걸 느끼면 피지컬 카피라도 갖고 싶거든요. 물론 사람마다 너무 다르겠지만. 아무튼 게임은 상품이고, 그러다 보니까 입소문에 의해서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 식으로 주변에 영업하게 되는 가장 큰 동기 중에 하나가, 게임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감정적인 흔들림인 것 같아요. 그걸 만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툴 중 하나가 스토리라고 생각해서 그쪽에 집중하게 되고요. 이런 요소들이 있다면 저는 기꺼이 피지컬 카피라도 살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럼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요. 북미에서 개발을 하고 계시다 보니 주변에 다른 개발자들도 있으시잖아요. 그분들과도 구독 같은, 어떤 유통 플랫폼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시나요? 유재현 대표: 하긴 해요. 그런데 자기가 포커스 하는 시장이 나눠져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지금 게임 시장이 크고, 플레이어 풀이 엄청 크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다들 자기 취향에 맞는, 자기 스타일의 게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 같아요. 다들 자기 취향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나 같은 사람이 많겠지, 내가 좋아할 만한 게임을 만들면 이 정도 되는 플레이어들 중에서 이걸 할 만한 사람이 어느 정도 확보되기는 하겠지’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편집장: 제작자로서, 혹은 이용자로서 느끼시는 한국과 북미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한국형 MMORPG라고 부르는 게임들, K-게임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잖아요. 페이 투 윈(Pay to Win)이 강한 게임들. 북미에서는 이런 게임들이 대세가 된다거나, 그런 분위기라는 게 있을까요? 유재현 대표: 아무래도 여기는 좀 더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경우는 유저들이 불만이 쌓이거나, 하면 이슈가 되잖아요. 커뮤니티에서 많이 회자되는 메인 이슈랄 게 있고. 그런데 여기는 ‘아, 저쪽에서 저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느낌으로 보고 넘기는 분위기예요.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없어요. 사람이 많아서일 수도 있는데, 확실히 다양하다는 느낌이 있어요. 편집장: 한국은 페이 투 윈이 주류가 되다 보니까 게임 관련 이슈가 더 크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북미는 풀이 다양해서 독점적인 모델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듣다 보니 생각하게 되는데, 북미가 그런 상황이라면 구독이라는 서비스가 새로 생기더라도 확실히 한국이랑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겠네요. 애플 아케이드 같은 건 어때요? 북미에서는 많이 결제하나요? 유재현 대표: 많이는 아닌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3개월 구독하고 끊었는데, 구독한 이유도 독점작 때문이었어요. 독점작이 재미있어 보였거든요. 편집장: 그러면 제작자 입장에서 구독 서비스가 충분히 어드벤티지가 있는 시장 플랫폼이라고 보시나요? 어떨까요? 유재현 대표: 주변 개발자 스튜디오들 보면, 구독 서비스로 게임을 서비스하게 되면 일종의 미니멈 개런티를 받는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미니멈 개런티를 받고 게임을 팔게 되는 거잖아요. 그걸 받고, 플레이 시간이 3만 시간 이상 축적되면 다른 방식의 개런티를 받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되면 아까 처음에 제가 말씀드렸던 ‘초반에 플레이어 사로잡기’, 이건 첫 번째 관문이겠죠. 그 다음부터는 사람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붙잡느냐, 얼마나 오래 플레이하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가치가 정해지는 거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구독 서비스에 좀 회의적인 편이에요.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게임을 출시한다고 하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내가 만들고 싶은 방식의 인터랙션이나 호흡에 신경 쓰는 것보다도 플랫폼 성향에 맞춰서 자극적인 게임을 디자인하는 게 중요해지는 것 같거든요. 제작자들도 다 먹고 살려고, 정말 죽기 살기로 게임을 만드는 건데 게임 가치가 그런 식으로 정해지게 되면 아무래도 이전에 느꼈던 감성적인 게임을 재구현하거나 창조하고 싶다기보다는 스킬, 비주얼, 이런 자극적인 디자인을 우선시하게 되겠죠. 편집장: 지적하신 문제는 획일화에 관련된 것 같아요. 결국 구독 시장 안에 들어가서 다른 콘텐츠와 시간 점유 경쟁을 벌일 때 유리한 게임이 구독 서비스 내에서는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나 보네요. 유재현 대표: 예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런데 저는 좀 다른 고민도 있어요. 구독 서비스 게임들은, 아무래도 유저 입장에서는 한 달에 정액을 내기 때문에 게임을 굳이 오래 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되기 쉽잖아요. 그러면 너무 라이트한 게임들만 남게 되지 않을까? 아까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내러티브가 중심이 되는 게임들은 최소 플레이 타임을 할애해야 하고요. 이런 게임들은 초반에 확 끌어당기는 요소들을 보여 주지 못하면 끝까지 플레이하기 힘든 게 사실인데, 앞부분이 잔잔해야 절정 부분의 임팩트가 큰 게임들은 구독 서비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유재현 대표: 힘들죠. 사전 정보가 없으면 진짜 힘들죠. 이 게임 끝까지 하면 분명히 가치가 있다는 걸 아니까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정보가 없으면 비주얼로 정말 휘어 감든지, 아니면 메카닉이나 스토리로 휘어 감든지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웹소설이나 웹툰이 딱 비슷한 예시인 것 같은데, 한 화만에 구독자를 휘어잡는 게 필요하니까요. 그 정도의 자극적인 시작 부분이 게임에서도 필요할 것 같긴 해요. 편집장: 어떻게 보면 구독 결제의 대표적 사례로 웹소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제목에서 다 보여 주고요. ‘만렙 전사가 이세계로 가다!’ 이런 식으로요. 게임에서도 네이밍이 그렇게 중요해질까요? 유재현 대표: 비슷한 현상은 충분히 있을 것 같아요. 제목뿐만 아니라 타이틀 이미지도 그렇고, 마치 유튜브나 스팀에서 타이틀 이미지, 썸네일 구경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사람들이 써 놓은 디스크립션의 첫 부분을 많이 보게 되니까, 딱 라이트 노벨 제목처럼 정보가 많이 압축된 홍보가 필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편집장: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라이트한 게임들이 구독 서비스와 잘 어울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구독 서비스가 헤비 게이머를 위한 서비스가 아닐 수도 있겠어요. 유재현 대표: 맞아요. 또 좀 헤비 게임을 즐기는 분들은 플랫폼별로 카피를 갖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엑스박스용, 플러스용, 스위치용, 이런 식으로. 필연적으로 스토리가 길어지는 게임들은 애플 아케이드 같은 구독 서비스랑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거랑 반대로 좋은 예가 있는 게, itch.io ( https://itch.io/)라는 플랫폼이 있거든요.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가지 게임을 해 볼 수 있는데, 정말 훌륭한 내러티브 구성으로 15분 남짓이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이 몇 개 있었어요. 그런 게임들은 구독 서비스랑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런 게임만 묶어 놓은 구독 서비스가 있다면 무조건 할 것 같아요. 편집장: 말씀하신 것처럼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게임을 제공하게 되면 사람들의 주목도를 끌기 위해서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지겠죠. 마케팅 부서나, 퍼블리싱이나, 이런 일을 함께해 줄 담당자가 없는 1인 개발자에게는 수익 측면의 고민이나 부담도 생길 것 같아요. 노동 강도와 수익이 정비례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유재현 대표: 아직은 조금 판단하기 힘든 것 같아요. 확실히 툴은 더 좋아지고 있고, 이전에 비하면 게임 개발도 훨씬 수월해지고 있거든요. 물론 잘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에 스킬을 계속 쌓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개발 자체가 수월해진 게 크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마케팅 같은 것들은 힘들기야 하겠지만, 한 번 하면 또 익숙해질 거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편집장: 그렇군요.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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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츄는 나와 함께 잠드는 것이 기대되는 모양입니다....-<포켓몬 GO>와 <포켓몬 슬립>의 현실 침투 작전
왜 포켓몬 컴퍼니는 ‘수면 엔터테인먼트’라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의 조합으로 우리의 수면 습관을 관리하고 싶어 하며, 왜 이 수면 측정 앱은 흥행에 성공했는가? < Back 피카츄는 나와 함께 잠드는 것이 기대되는 모양입니다....-<포켓몬 GO>와 <포켓몬 슬립>의 현실 침투 작전 16 GG Vol. 24. 2. 10. 내 포켓몬이 부르니까 자러 가야지 2023년 7월 처음 출시된 포켓몬 컴퍼니의 새로운 모바일 게임 <포켓몬 슬립Pokémon Sleep>은 출시 2개월 만에 전 세계 누적 수면 시간 10만년을 돌파 1) 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포켓몬 컴퍼니는 ‘수면 엔터테인먼트’라는 듣도 보도 못한 장르를 내세우며 이 앱이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게임의 방식은 단순하다. 이용자가 자면, 게임은 이용자의 수면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포켓몬을 수집한다. 보다시피 이용자가 재미를 느낄 요소라고는 포켓몬밖에 없다. 즉 <포켓몬 슬립>의 흥행은 오로지 ‘포켓몬스터’라는 유명하고 사랑받는 주머니 괴물들의 매력 하나만으로 이루어졌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 세계 엄청난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 GO>의 목표 또한 오로지 현실 공간을 무대로 다양한 포켓몬을 포획하는 것이었다. 포켓몬스터라는 IP는 성공적으로 게임 이용자에게 재미를 유도하고 두 게임을 ‘게임’이라고 인식시켰다. 일단 게임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자 두 게임은 IP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IP를 통해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역으로 자신들의 현실과의 접합을 이용해 포켓몬스터 IP의 해상도를 높여갔다. <포켓몬 슬립>을 살펴보자. <포켓몬 슬립>이 이용자 수면 측정의 개연성으로 채택하는 것은 바로 포켓몬의 잠자는 모습 연구다. 정해진 시각이 되면 이용자의 파트너 포켓몬은 잠자기 약속을 지키라며 이용자에게 알림을 띄운다. 이용자는 파트너 포켓몬과 함께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눈을 뜬 이용자를 맞이하는 것은 자신과 비슷한 수면 습관을 가진 새로운 포켓몬들이다. 이를 반복하며 이용자는 포켓몬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성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매일 밤 포켓몬과 함께 잠들고, 포켓몬과 눈 뜨는 일상을 보내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는 게임에게 지시받은 대로 매일 포켓몬이라는 생명체를 ‘연구’하게 된다. 포켓몬 연구자가 된 이용자는 포켓몬이라는 가상의 생명체에 대해 현실의 생명체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포켓몬이라는 형상은 이용자 속에서 점점 구체화되며, 이용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매개로 그들과 가장 내밀한 일상을 공유하며 ‘현실을 함께 한다’는 감각을 전달받는다. 구체화된 형상과 실재하는 감각이 심상에서 결합하며 포켓몬이라는 가상의 생명체는 현실 공간에서의 존재감을 획득한다. 포켓몬 컴퍼니의 이 같은 전략은 기존 팬들의 애착을 강화하고 모바일의 접근성을 이용해 새 이용자를 유치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이러한 전략은 포켓몬스터가 단순히 거대한 IP일뿐만 아니라 꾸준히 콘텐츠의 무한확장 및 구체화를 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포켓몬 컴퍼니는 대내외적으로 포켓몬이라는 생명체를 구체화시키고 그들과 이용자의 거리를 좁히는 방향으로 IP를 개발해왔다. 대표적인 사례인 <포켓몬 GO>는 그저 일부분이다. 현재 포켓몬 게임은 가장 기본이 되는 콘솔 게임이외에도 모바일 게임, 오프라인 카드게임, 아케이드 게임 등 모든 매체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어딜 가나 보이는 다양한 상품과의 콜라보 ‘굿즈’까지 포함할시 포켓몬은 체감상 비둘기보다도 자주 목격된다. 포켓몬이라는 허구의 생명체는 여러 매개를 통해 지금도 끈질기게 현실을 침범하고 있는 셈이다.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의 가장 최근작인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의 DLC에서는 이용자가 포켓몬을 씻기고, 먹이는 걸 넘어 포켓몬의 몸으로 행동하고 다른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포켓몬 슬립>이 게임이냐? 앞선 일련의 전략들은 현실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AR 게임 <포켓몬 GO>의 엄청난 흥행과 현실의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포켓몬 슬립>의 약진이라는 특수한 결과를 탄생시켰다. 왜 ‘특수한’ 결과일까? 평소 우리가 보아온 다른 사례들과 비교하면 쉽게 답을 알 수 있다. 이 대대적인 IP 경쟁력 강화 작업은 포켓몬 컴퍼니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가령 <포켓몬 슬립>은 정말 ‘게임’인가? <듀오링고Duolingo>는 ‘게임하듯 재미있게’ 언어를 배우는 언어학습 앱이지만, 아무도 그것을 게임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아무리 녹색 부엉이가 호들갑을 떨어도 <듀오링고>를 재미있기 때문에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반면 <포켓몬 슬립>은 <듀오링고>처럼 수면습관 개선이라는 명백히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지만 게임으로 여겨진다. 물론 앞서 말했듯 포켓몬의 존재 덕분이다. ‘포켓몬’에 대한 애정이 사람들을 웬 수면측정 앱으로 이끌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적 요소를 적용하여 흥미를 유발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이 연로한 단어를 모셔온 이유는 이 단어가 근래에는 더 이상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이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는 지금, 게임적 메커니즘 또한 인간의 생활 전반에 스며들었다. 사람들은 매일 금융거래 앱에 들어가 출석체크를 하고 포인트를 받으며, 중고거래 앱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자신의 레벨을 올린다. 이것은 달리 말해 이런 세상에서 게임이 ‘게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게임적 요소로 치장한 가지각색의 서비스보다 그들이 조금 더 게임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다수의 게임에게 이것은 고민거리가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게임은 게임적 요소를 통해 이용자를 유혹해야만 하는 실용적인 목적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떠한 사명감이나 따내야할 사업 예산이 없는 이상 게임에 실용적인 목적을 넣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게임의 본질, 즉 재미에만 충실하면 당연히 게임은 금융거래 앱이나 중고거래 앱보다 재밌고 게임 같다. 그렇지 않은 게임도 물론 일부 있다. 그에 대해선 유감이다. 이런 현실에 반해 포켓몬 컴퍼니는 실용적인 목적을 역으로 자신들의 IP 강화에 이용하였다. 게임 이용자는 대개 현실을 바라지 않는다 이번에는 훨씬 최신이지만 마찬가지로 근래 관심이 부쩍 시들어버린 단어를 가져와보겠다. 바로 한때 전 세계인을 3차원 가상공간으로 불러 모았던 메타버스(Metaverse)다. 코로나19를 타고 전 세계로 퍼진 메타버스 열풍은 빠르게 퍼진 만큼 빠르게 식었다. 대면 활동이 제한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현실의 사회·경제활동이 가능하단 점은 한때 메타버스를 주목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게임과의 차별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되고 현재 남아있는 <로블록스Roblox>나 <제페토ZEPETO> 등의 메타버스 공간을 게임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들 세계는 현실과 닮아있을지언정 현실 공간과 별개의 규범으로 운영되며, 이용자들은 즐거움을 추구하고, 그들이 즐거운 이유는 그것이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타버스로 통칭되는 게임의 현재 모습은 현실의 사회·경제활동을 수행하는 것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메타버스의 대다수 이용자가 어린 연령대라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로블록스>의 로우 폴리곤 세상은 빈말로도 현실과 닮았다고 할 수 없다. 이용자들은 현실과 다른 다양한 세계를 넘나들며 체험하고 교류하는 것을 주요 즐거움으로 삼는다. <제페토>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에 <제페토>는 어쨌든 얼굴인식과 AR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로 소개되지만, <제페토>의 아바타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더 중요한 사실은 <제페토>를 깊게 즐길수록 아바타가 점점 현실의 모습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달라진 아바타로 다양한 테마의 배경을 즐기는 것이 <제페토>의 핵심이다. 이 사실은 대부분의 AR 게임이 왜 흥행에 실패하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즐거움을 원하는 게임 이용자는 대개 현실을 바라지 않는다. 반면 포켓몬이 선사하는 이 모든 간접 체험에도 포켓몬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생명체다. 이용자들은 포켓몬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현실에서 보고 싶어 한다. 가상공간에서 굳이 현실의 일을 하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 현실의 일에 가상의 상상력이 끼어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AR 게임이 <포켓몬 GO>라는 사실은 AR 기술의 한계에도 포켓몬이 그들의 방대한 배경을 통해 이용자들을 감성적으로 매혹하고, 이를 믿어주고 싶은 이용자들이 넘어가준 것에 가깝다. ‘포켓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게임이 현실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는 현실에 첨가할 매력적인 가상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다른 도구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보통은 기술력으로 돌파구를 찾고, 그래서 돈이 많이 든다. 캐릭터는 좋은데 게임성은 별로? <포켓몬 슬립>은 강력하게 형성된 IP에 힘입어 성공한 ‘게임’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그 자체로 이용자들이 ‘포켓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모바일 게임의 규모를 무시할 수 없는 현재의 게임 지형에서 포켓몬 컴퍼니의 이러한 노력은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포켓몬 슬립>의 사례는 매력적인 캐릭터 IP의 영향력이 단순히 뽑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 수집 모바일 게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캐릭터 IP는 게임의 한 구성 요소를 넘어 독자적으로 재미와 아우라를 창출할 수 있는 요소로 등극하였다. 독자성을 가진 IP는 결코 베껴지지 않는단 점에서 그것을 보유한 회사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남는다. 점진적으로 애착 관계를 형성한 이용자에게 캐릭터의 존재는 이미 현실이고, 이는 대체 불가능하다. 다만 캐릭터 IP가 게임 안에서 독자적으로 재미를 창출하는 지위에 놓였다는 이야기는 사실임과 동시에 아이러니한 논란을 동반한다. IP는 게임의 중대한 구성 요소로서 애정을 기반으로 한 재미를 담보하지만,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성’이라는 각자 다른 정의를 기준으로 게임을 평가할 때 ‘캐릭터’의 존재는 흔히 논외이기 때문이다. ‘게임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은 대개 재미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지만 캐릭터를 보며 느끼는 재미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실제로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격한 ‘게임성’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시기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에 비해 질 낮은 그래픽과 각종 버그 등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지적 또한 매 게임 시리즈마다 있어왔다.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 출시 초기에는 게임이 불가능할 정도의 다양한 버그가 문제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게임을 할 때 이 모든 요소는 종합적으로 고려되므로, 이런 식의 분리는 무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게도 게임의 모든 요소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미비한 기술력이나 불합리한 시스템은 게임 진행 및 몰입을 방해해 시리즈 자체의 호감을 하락시키며, 그것은 IP도 마찬가지다. ‘게임성’이라는 합의되지 않은 정의를 합의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이미 이용자들의 게임 선택 기준에는 IP를 포함한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포켓몬은 왜 우리의 수면을 책임지려 하나? 왜 포켓몬 컴퍼니는 ‘수면 엔터테인먼트’라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의 조합으로 우리의 수면 습관을 관리하고 싶어 하며, 왜 이 수면 측정 앱은 흥행에 성공했는가? ‘포켓몬’이라는 가상의 아이콘은 이용자가 키, 몸무게, 습성, 성격, 먹이와 서식지를 넘어 잠자는 모습까지 연구하게 만들며 구체화된 형상으로 머릿속에 안착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점차 거리를 좁히며 치밀하게 이용자의 현실 공간에 침투해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포켓몬에 대한 애정이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들고, 게임 플레이는 다시금 이용자의 애정을 강화시켰다. 게임에서 흔히 ‘현실’이라는 요소가 가상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과 정반대되는 구조를 통해 <포켓몬 슬립>이라는 독특한 ‘게임’은 목표를 달성했다. 이것은 현재 게임에서 IP라는 요소가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인 재미를 달성할 수 있는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동시에 이는 오랜 기간 축적된 IP가 어디까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무엇까지 할 수 있을지 질문하게 만든다. 확실한 것은, 포켓몬은 앞으로도 이용자들의 일상을 서슴없이 침략하고 더욱 친근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1) 디스이즈게임, 2023.10.20., 수면 게임 ‘포켓몬 슬립’ 전 세계 누적 수면 시간 10만 년 돌파, https://www.thisisgame.com/webzine/game/nboard/225/?n=179083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대학원생) 손민정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현대문학과 문화를 공부 중입니다. 글과 함께한 만큼 게임과 늘 함께 해왔습니다. 별별 게임 다 합니다.
- [게임과 예술] 로딩중인 세계의 권태와 노동에 관한 소고
상희는 유희와 즐거움의 이미지로서 소비되던 게임의 형식을 빌려 디지털 산업 사회에서 노동하는 신체에 관한 감각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즉각적인 쾌락과 만족, 완전히 개인화된 세계에서 내면적 사유로서 ‘권태’가 가진 정서를 재조명한다. < Back [게임과 예술] 로딩중인 세계의 권태와 노동에 관한 소고 16 GG Vol. 24. 2. 10. 마법과 환상, 신과 영웅이 사라졌다. 과거의 인간은 신이나 영웅이라는 신화적 인물을 만들어 그들의 통제 속에서 예정된 일을 하며 살아갔다. 그러나 지금의 운명은 내 손에 달려 있으며, 미래는 나의 치열한 노력으로 구현되는 시간이 됐다. 삶의 방향키가 나에게 쥐어진 만큼, 오늘날 우리에게는 자유와 열정이 뒤따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인스타 릴스, 유튜브 숏츠 등 자극과 도파민이 과잉 생산되는 환경에서 더 큰 쾌락만을 좇는 인물들에게 남는 것은 무기력이다. 과거 부모의 세대를 떠올려보면, 노동과 유희는 분리된 영역으로 자리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퇴근 후 자기만의 취미를 갖거나, 게임을 즐기는 등 삶의 규칙과 질서를 세우는 일이 어색하지 않았다. 한편, 당대의 풍경에서 어느 정치인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공약은, 마지막 산업 시대형 구호로서 공허한 외침으로 느껴진다. 노동과 생산이 강제되는 오늘의 자본 사회에서 우리들의 유희와 놀이 능력을 지키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글은 ‘번아웃 증후군’이 유행처럼 번져가는 오늘날, 쉬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들의 생태를 살펴본다. 특히 지난겨울 시청각랩에서 진행된 상희 개인전 《Worlding…》(2023.12.10.-12.31)을 중심으로 노동과 실존적 사유로서 권태라는 감정을 이야기해 본다. 전시의 제목이자 작품의 이름인 〈Worlding…〉(2023)은 비동기 온라인 게임의 양식을 활용한 참여형 VR 작업이다. 실시간 게임과 달리 유저간의 상호작용 없이 혼자서 플레이 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때 비동기 온라인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시피 개별 플레이어들의 행위는 실시간이 아닐 뿐, 일정한 시차를 두고 흔적으로서 연결된다. 상희는 유희와 즐거움의 이미지로서 소비되던 게임의 형식을 빌려 디지털 산업 사회에서 노동하는 신체에 관한 감각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즉각적인 쾌락과 만족, 완전히 개인화된 세계에서 내면적 사유로서 ‘권태’가 가진 정서를 재조명한다. 게임 스테이지와 플레이하는 노동 〈Worlding…〉은 구체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출발한다. 관객/플레이어는 전임자에게 특정 과업을 인계받아 일을 시작한다. 임무는 늪지 위에 나타난 거인을 묻는 것. 늪지의 파수꾼이 되길 요청받은 관객은 낮 동안 사체가 된 거대한 육신을 흙으로 퍼붓고, 밤이 되면 처소로 돌아가 전임자가 남긴 일지를 읽는다. 플레이 타임의 대부분은 거인을 묻는 작업에 소요된다. 그러면, 다시 내일이 온다. 어제의 노동이 없었던 일처럼, 전날 묻어놓은 사체가 다시 벌거벗은 채 놓여있다. 마치 시시포스의 형별 같은 노동이 새롭게 반복된다. 앞서 언급했듯, 상희는 게임의 문법을 작업에 빌려왔는데, 그것은 작업의 서사를 스테이지화 하는 지점에서 알 수 있다. 통상 게임 공간은 플레이어의 경험을 구체화하는 수단으로서 의미가 확장된다. 서사는 스테이지 구축을 통해 전개되며 게임의 기승전결을 구성하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스테이지 단계를 따라 퀘스트를 달성한다. 반면, 하루를 단위로 분리되는 〈Worlding…〉의 스테이지에서는 ‘퀘스트’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오늘의 노동량을 채우세요.”라는 문구로 퀘스트를 쥐여주지만, 임무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다. 게임이 스테이지를 건너가는 방식으로 서사를 전개한다면 상희의 작업은 어제와 오늘이 다를 바 없는 동일한 장면의 무대를 마련하고, 보상 없는 퀘스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은 화면 속 컨트롤러의 이미지다. 상희는 컨트롤러를 두 개의 손으로 표상하면서, 하루하루 스테이지를 거칠수록 노화를 거치는 손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점점 손은 거무죽죽한 껍데기로 변해간다. 두 개의 손은 거인을 매장하라는 ‘오늘의 노동량’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흙을 퍼붓는다. 두 손으로 컨트롤하지만, 아무것도 만질 수 없고 쥘 수 없는 이미지에 관한 공허한 감각이 느껴진다. 이 무기력한 손의 반복적인 운동은 내일이면 파헤쳐질 거대한 몸집 위로 다시금 흙을 쌓아 올린다. 절대 끝나지 않는 매장이 디지털 구조망에 실체 없이 묶여버린 노동하는 몸을 상기시킨다. 끝을 기다리는 게임 크라우드 워킹, 플랫폼 노동, 나아가 인공지능 노동까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기술에 대한 유토피아적 전망이 활개 친다. 노동 해방이라는 이 듣기 좋은 기획은 미래 신기술이 고된 노동을 줄여주고 우리의 삶을 더 자유롭게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 정말로 노동자가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었는가? 기술과 사회가 가속할수록, 시스템을 체화한 우리 역시 이전보다 더 빠르고,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물리적으로 사무실을 벗어나도 업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가상과 현실이 불가능해진 것처럼 일터와 일상 간의 경계 역시 허물어진다. 기술을 사용하는 사회적 방식에 따라 핵심부서를 제외한 간접부서를 사내 하도급, 파견근로, 아웃소싱으로 외주화하면서 노동자는 노동자 아닌 형태로 일의 네트워크에 붙들려 있다.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연결된다는 것. 이 말은 노동과 유희의 경계 없이 우리 몸이 항시 노동하는 상태로 놓여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가속화된 세계에서 느린 몸은 무자비하게 도태된다. 기술 시스템의 자동화, 자율화가 더 빨리 진행될수록 개개인의 무력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상희는 게임의 조건으로부터 노동의 수행적인 성질에 관여하고 있다. 실행이 명령을 이행하는 것이고, 수행이 신체의 반복 훈련을 통해 사건을 발생시키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면, 상희의 작업 속 노동하는 몸은 이미지의 실행으로써 당대 노동이 가진 수행성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이다. 이는 작업의 주요한 정서인 지루함과 ‘권태’에서 발견할 수 있다. 흔히 게임은 쾌락과 유희, 혹은 몰입과 중독의 차원에서 논의되곤 하지만, 작가는 권태를 말하기 위해 게임 형식을 빌려온다. 관객으로 하여금 게임이 서사화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스스로 밟을 땅의 형세 만들기를 제안하면서 말이다. 아무도 정해주지 않은 ‘오늘의 노동량’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임의 타임라인. 컨트롤러를 쥔 물리적인 신체는 VR 공간의 움직임과 연동된 채 지루한 노동을 반복 플레이한다. 관객은 VR 게임에 매핑된 신체 이미지에 자기 몸을 맞춘다. 플레이 초반에는 몸의 불일치한 감각에 집중하지만, 하루하루 동일하게 디자인된 스테이지가 넘어갈수록 관객은 게임 속 신체와 연동하며 점차 뻐근해지는 팔과 어깨를 느낀다. 그렇게 플레이는 고통스럽게 지루해진다. 로딩 중인 세계에서 권태를 재발견하기 권태를 느끼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는 텅 빈 공간이다. 공동체적 질서, 삶의 방향성이 사라진 공터에서 권태에 쉽게 노출되곤 하는 것이다. 오늘날 혼자 놀고, 혼자 일하고, 혼자 먹는 사회에서 우리는 나르시시즘적 쾌락과 향유의 주체로 자리하게 되며, 가상의 풍경에 매혹된 채 스스로 고립되길 선택한다. 상희는 이런 오늘의 풍경을 가상의 공간에 옮겨두고 있다. 홀로 하는 외로운 노동, 언제 끝날지 모를 지루한 움직임, 타자가 부재한 세계관. 관객이 헤드셋을 벗어두고 떠나면, 늪지에는 새로운 관객, 즉 늪지의 새 파수꾼이 찾아올 것이다. 이들은 서로 마주치지 않는다. 전시 공간의 관객은 전임자의 과업을 이어 그의 노동 행위를 반복한다. 이때 작업에서 특기할 만한 지점은 플레이어가 HMD 헤드셋을 벗어두고 떠난 이후부터 발견할 수 있다. 긴 플레이 타임으로부터 해방되면, 관객은 지끈거리는 머리와 묵직한 어깨를 움직이며 헤드셋을 벗는다. 그리고 나면 VR 공간에서 축적한 개별 관객의 데이터가 종이 위로 출력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거인의 육체를 덮은 땅의 모양새에 따라 데이터가 지형도를 만든다. 고사양 그래픽과 함께 VR에서 구현된 땅이 2차원의 평면적 데이터로 공간에 쌓인다. 그와 동시에 전시 공간 아래 자리 잡은 지하실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전시에 참여한 모든 관객의 실행 데이터가 합산되어 지도의 형상으로 투사된다. 관객은 물리적 공간과 가상 공간이 서로 연동하는 방식으로써 또 다른 노동의 흔적을 발견한다. 말하자면, 〈Worlding…〉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권태로운 세계를 구축하면서 오롯이 흔적으로서 연결된 공동체를 감각하게끔 하는 것이다. 권태의 가장 주된 증상은 시간을 시간 자체로 인식하는 것에 있다. 권태의 주체는 시간을 감각하는 자기 자신을 마치 하나의 대상처럼 낯설게 의식한다. 그리고 이는 나와 당신을 구획하는 거리, 혹은 너와 나를 엮어내는 공동의 지형을 관찰하도록 제안한다. 모든 시간이 빈틈없이 꽉 차 버린 사회, 24시간 ‘온라인’으로 동기화된 몸으로부터 권태를 느낄 여유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 상희는 너무 많이 묶여있는 몸들을 ‘비동기화’하길 시도한다. 묻히지 않는 거인의 죽음, 어디서 왔는지 그 실체조차 알 수 없는 대상으로부터 권태와 고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요컨대 상희는 재미의 왕국에서 세상의 사건 사고가 하나의 이미지, 또는 껍데기로 소비되는 장면을 포착하고, 분초를 다투는 오늘 사회의 시간에 무게를 싣는 방식으로 속도를 지연시킨다. 그렇게 로딩된 세계가 늘어뜨린 시간 속에서 권태의 자리를 마련하며 오직 홀로, 나를 대면할 실존적 사유를 요청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술비평) 이민주 이민주는 서양화와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글 쓰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꾸린다. 퍼포먼스와 퍼포먼스 도큐멘테이션의 관계를 짚은 《동물성 루프》(공-원, 2019, 공동 기획), 다큐멘터리 이미지의 미학성과 정치성을 조명한 《논캡션 인터뷰》(의외의조합, 2021, 기획), 연극의 형식을 빌어 전시의 사건성을 모색한 《#2》(두산갤러리, 2023, 공동 기획)를 기획했다. 이미지가 만드는 사건과 수행적 성질에 주목하며 비평적 글쓰기를 고민하고,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의 번역 관계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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