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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세미나] No homosexuals in Star Wars? BioWare, ‘gamer’ identity, and the politics of privilege in a convergence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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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4. 2. 10.

들어가며


메간 콘디스(Megan Condis)는 인종이나 성별, 성적 정체성을 게임 및 기술을 통해 바라보는 연구자다. 젠더가 기술 속에 어떻게 녹아드는지 주목한 콘디스는 2018년에 온라인 게임 문화 속 남성성에 주목한 책을 펴낸 바 있다. 이번 호에서 다루는 그의 텍스트도 그러한 관점에서 작성된 것으로, 콘디스는 ‘팬’과 ‘게이머’라는 칭호를 퀴어 이론과 접목해 분석한다. ‘팬’, ‘게이머’와 같은 칭호는 같은 게이머 그룹의 인정이 있어야만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콘디스가 ‘팬’이나 ‘게이머’를 눈여겨본 이유도 이 특권에서 기인한다. 이 텍스트에서 콘디스는 게이머 그룹 내 특권적인 칭호들이 성별이나 인종, 계급에 따라 어떻게 부여되는지, 그 법칙에 알맞지 않은 이들은 어떠한 상황에 마주하는지 살핀다.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검열과 <드래곤 에이지>의 동성 로맨스


콘디스가 이 연구를 위해 제시하는 게임은 바이오웨어(BioWare)에서 제작된 MMORPG인 <스타워즈: 구 공화국(Star Wars: The Old Republic)>이다. 과거 <스타워즈: 구 공화국> 공식 사이트는 게이, 레즈비언과 같은 용어를 검열했는데, 이 일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왔다. 해당 게임의 유저들은 ‘온라인 게임에 현실의 성 정치 문제를 끌고 오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여기서 검열에 찬성한 이들은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문제가 게임에 적용되는 것은 게임의 매력을 반감시킨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문제가 이성애 중심적 권력 구조로 나타난다고 본 콘디스는 게이머 그룹의 인정을 받은 이, 즉 ‘진정한’ 게이머가 이성애자로 이해된다고 주장한다. 이성애자 게이머는 정상성이라는 영역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 커밍아웃한 퀴어 게이머는 이성애자 게이머들과 달리, 게임 문화를 해치는 침입자로 간주된다. 여기서 콘디스가 보고자 하는 대상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콘디스는 ‘진정한’ 게이머라는 칭호를 부여받을 수 있는 이들과 그럴 수 없는 이들의 격차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이다.


<스타워즈: 구 공화국>과 같은 논란은 동일 제작사의 게임인 <드래곤 에이지(Dragon Age)>에서도 발생했다. 이때의 논쟁은 <드래곤 에이지>에 등장하는 게이 캐릭터의 로맨스가 도화선이 되었다. <드래곤 에이지>는 <스타워즈: 구 공화국>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데, 콘디스는 이를 게임 제작자와 일부 팬 사이에서 나타나는 특권적 관계 상실에 의한다고 분석한다. 특권적 관계 상실은 퀴어 게이머를 수용하는 게 이성애자 남성 게이머들의 신임을 잃는 것보다 더 나은 매출 지표를 얻을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콘디스는 이 사례에 대해 계몽된 게이머 집단이 이전보다 나은 미디어 환경을 추구하고, 기업은 그 요구에 마지못해 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매출 지표만으로 따졌을 때, 바이오웨어는 왜 초기부터 이러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을까? 이는 대다수의 기업과 게이머들이 눈여겨본 ‘테크노 유토피아’라는 개념과 연결해 이야기할 수 있다.


     

소수자와 약자가 없는 테크노 유토피아


게임연구는 스포츠계와도 어느 정도 연관성을 지닌다. 스포츠계의 동성애 혐오나 성차별 관련 연구가 놀이에 관한 것으로 확장되었고, 이것이 게임연구로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 게임연구들은 여성, 퀴어와 같은 소수자 및 약자를 게임 안으로 진입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했다. 여기서 주로 나타난 의견이 소수자와 약자의 특성을 돌아보고, 그에 대응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게임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콘디스는 해당 관점이 페미니스트적/퀴어적 게임 비평의 기틀이 되었음을 인정하지만, 이것이 젠더 및 섹슈얼리티의 본질주의적 가정에 의존한다고 함께 꼬집는다. 가령 여성이 게임과 일체화되는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는 여성 아바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타나곤 하는데, 이것이 대표적인 젠더 및 섹슈얼리티의 본질주의적 가정이다. 게임 산업과 학계의 이런 관점은 게이머 개인의 능력이나 맥락을 살피지 못하게끔 만든다. 이에 콘디스는 산업이 손을 들어주고자 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과연 어떤 게이머가 ‘진정한’ 게이머로서 인정받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그리고 콘디스가 이런 사유를 끌어가면서 언급하는 개념이 ‘테크노 유토피아’다.


콘디스는 ‘진정한’ 게이머의 기준이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활발하게 이야기된 테크노 유토피아적 수사학(techno-utopian rhetoric)과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게임에서의 테크노 유토피아는 신체적 요소가 게임을 통해 가려지며, 그에 따라 혐오 문제도 사라진다고 보았다. 현실의 차별적 요소는 게이밍 공간에 들어오면서 무화된다. 다시 말해 게임은 차별로 이어질 만한 현실 요소를 보이지 않게 하고, 그 결과 유토피아적 공간이 된다. 혐오와 관련된 문제를 굳이 상기시킬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콘디스는 다음의 사실들을 지적한다. 첫째, 흔히 게이머라고 인식되는 이들은 비장애인이자 백인인 이성애자 남성이다. 둘째, 테크노 유토피아적 관점은 게임의 이성애적 관점 및 남성성을 강화한다. 그리고 이것이 드러난 한 사례가 바이오웨어 측이 시행한 검열이었다. 즉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유저 중 테크노 ‘유토피아’에 들어갈 수 있는 ‘게이머’는 한정된다.


     

현실 공간과 게임 공간의 분리


콘디스가 이 연구를 통해 관찰하고자 한 건 바이오웨어를 옹호한 측의 게이머들이었다. 이들은 현실과 게임에 명확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현실의 정치적 문제와 깊게 연결된 사안들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진정한’ 게이머들은 현실 요소의 개입이 게임의 매력이나 효과를 약화한다고 보았다. 이 주장은 현실 공간과 놀이 공간의 완전한 분리를 얘기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의 ‘매직서클(magic circle)’ 개념과도 이어진다. 매직서클은 게임 안에 현실 문제가 침투할 수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콘디스가 살핀 게이머들이 현실 요소의 개입을 경계한 이유도 여기서 나타난다. 현실의 정치적 문제가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로운 게임 세계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직서클은 자연히 테크노 유토피아와도 연결된다. 콘디스는 게이머들이 게임 안에서 비정치적인 경험을 원하도록 학습되어 왔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육체가 사라지면서 이루어지는 이 학습을 통해, 게임은 현실 세계의 복잡한 문제들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검열에 실망한 유저들이 ‘진정한’ 팬이나 게이머가 아니라고 한 이들도 이러한 흐름에서 부각되었다. 콘디스는 이런 흐름이 퀴어 게이머들을 ‘유죄’의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전하며, 해당 규칙이 존속될 경우 게이머를 정의하고 분류하는 기준이 더욱 엄밀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 문제는 게이머가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드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앞서 서술했듯이 테크노 유토피아는 현실의 신체적 요소나 정체성에 관한 문제가 게임 안에서 무화된다고 본다. 이것은 게임, 나아가 온라인 공간을 평등의 장으로 인식하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게이머들이 주장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온라인 공간에 진입함으로써 현실 요소도 가려지기에, 현실의 정치적 요소를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콘디스는 ‘진정한’ 게이머들이 테크노 유토피아를 보전함으로써 자신의 특권적 위치를 보호하고자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보르도(Bordo, 1995)를 인용하여, 온라인에 접속하면서 일어나는 신체와 정신의 분리가 백인 이성애자 남성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작용한다고도 설명한다. 여성, 퀴어, 소수 인종, 장애인은 정상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백인 이성애자 남성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그들에 비해 결핍적인 존재로 판단된다. 한 마디로 정상으로 분류되는 것은 언제나 백인이자 이성애자인 남성이었다. 특히 이 텍스트에서 퀴어에 집중한 콘디스는 게임의 기본값이 이성애자로 전제되어 있기에 퀴어성이 지워지며 거부당한다고 본다. 평등을 이야기하는 듯한 현실 공간과 게임 공간의 분리는 오히려 차별적 요소를 부각시키고 있었다. 이에 콘디스는 정치적 문제에 대한 거부감이 오히려 정치적인 맥락으로써 작동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바이오웨어의 검열과 검열 철회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검열 문제는 2009년 4월에 발생했다. 이 문제가 불거진 공식 포럼은 본래 길드를 모집하거나 게임 소식을 자유롭게 논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기능했다. 그러던 중 바이오웨어 측 관리자들은 평소 부정적이라 인식되는 특정 단어들을 검열하기로 하였다. 이는 포럼을 더욱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결정이었다. 문제는 검열되는 단어 중에 ‘게이’와 ‘레즈비언’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성소수자에 관한 용어 검열은 드문 사례가 아니며, 이 검열은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이유를 지닌다. 이것이 <스타워즈: 구 공화국>에도 나타나자, 검열이 성소수자를 더욱 소외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글들이 업로드되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게이머’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문제가 너무나 정치적이라는 명목하에, 바이오웨어의 결정을 옹호하였다. 다만 이 문제는 기타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하여 언론의 주목까지 받게 되면서 반전되었다. 바이오웨어는 곧 성소수자 관련 용어들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끔 조치했다. 콘디스는 이 일련의 흐름이 융합 문화의 사회적·정치적 역학관계를 보여준다고 이야기한다.


검열 논란이 있고 난 후 바이오웨어의 게임은 퀴어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등, 그 나름대로 퀴어 친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이에 ‘바이오웨어가 주요 고객층을 무시했다.’거나 게임 내 동성애 요소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호소하는 이들이 등장했으나, 바이오웨어는 이전과 달리 그 의견을 반박하고 거부하였다. 콘디스는 해당 게시글 작성자들이 이성애와 남성성을 보편적인 것으로 확정해 말하거나, ‘이성애자 남성 게이머’라는 단어 세분화에 거부감을 가졌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콘디스는 <스타워즈: 구 공화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진정한’ 게이머의 조건은 무엇인지, 그것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은 누구인지 살핀다. 콘디스는 ‘진정한’ 팬 또는 게이머 무리가 미디어 환경을 장악했으며, 이들이 유토피아적 공간을 이룩하고 게임 내 특권적 지위를 이루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게임에 한정되지 않고 대부분의 미디어 문화에 포함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콘디스는 미디어 문화의 권력 흐름과 공유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진정한’ 팬 및 게이머 무리의 행동 양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가며


콘디스의 텍스트를 살피면서 <스타워즈: 구 공화국>과 퀴어에 관한 글을 하나 더 보게 되었다.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오랜 유저가 쓴 이 글은 퀴어 요소를 원하는 게이머가 지불해야 할 금액과 시간을 언급하고 있었다.1) 작성자에 따르면 <스타워즈: 구 공화국>은 확장팩인 Rise of the Hutt Cartel부터 퀴어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이 확장팩은 유료로 제공되었다. 작성자는 이후로도 <스타워즈: 구 공화국>에서 퀴어적인 요소를 원한다면 그에 대한 DLC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고 밝혔다. 물론 DLC의 기능이 퀴어 캐릭터를 추가하는 데서 그치지는 않겠지만, 이 이야기는 게임이 상정하고 가는 이성애적 요소를 개인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게 해준다. 한 마디로 퀴어적 요소를 원하는 이들은 이성애적 플레이에 만족하는 이들보다 더 오랜 기다림과 금액 지불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팬이 제기한 문제는 한국 게임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몇몇 게임들은 동성 캐릭터 간의 결혼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게이머들이 문의를 해봐도 공식적인 답변이나 실현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그 이외에는 장애인에 관한 것이 있다. 콘디스는 퀴어적인 요소에 집중했지만, ‘진정한’ 게이머가 되지 못하는 유저에는 장애인도 포함된다. 여기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약속했던 <마비노기>가 ‘시각장애인이 게임을 할 수 있느냐’며 공격당한 사건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러한 사례들로 미루어볼 때, 소수자이자 약자인 이는 일반적인 게이머로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하다. ‘진정한’ 게이머들이 현실의 정치적 요소를 게임 내부로 들여오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 기존 규칙을 강화시키고자 한다는 콘디스의 분석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한편 콘디스가 말하는 ‘진정한’ 게이머의 기준 일부는 한국인에게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은 ‘진정한’ 게이머의 조건에 관해서다. 단순히 남성이고 이성애자이며 비장애인인 사람이면 되는가? 연령이나 게임의 숙련도, 과금 액수, 디바이스도 고려해야 하지 않는가? 한국의 게임 주체로 상정되는 집단은 어떠한 이들인지 앞으로 점차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Bordo, S. (1995). Unbearable Weight: Feminism, Western Culture, and the Body. California: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 원문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gaymingmag.com/2021/09/lgbtq-representation-star-wars-the-old-republic-is-complicated-but-rewar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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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연구자)

융합예술과 문화연구를 공부했습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관해 관심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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