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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란으로 656개 검색됨

  • 게임제너레이션::필자::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나보라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Read More 버튼 읽기 변해가는 게임의 위상, 다큐의 관점도 변한다 - 〈하이스코어〉리뷰 2000년대 중반 이래 게임을 다루는 다큐 프로그램들이 간간이 등장해온 가운데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하이스코어〉는 가장 최근에 출시된 게임 역사 다큐 프로그램이다. 큰 틀에서 볼 때 게임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주요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게임 역사를 다룬 저술이나 다큐 프로그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이전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부분들을 발굴한 점이 눈에 띈다. 버튼 읽기 [인터뷰] 북미 게임연구자 Consalvo, 한국과 북미의 게임문화를 말하다 콘살보 교수와의 이번 인터뷰는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고찰에 있어 필수적인 게임학의 현재를 진단해보는 한편 북미의 상황에 대해 들어봄으로써 이 시점, 여기에서 고민해볼 만 한 지점들을 모색하고자 기획하였다. 실시간 인터뷰가 어려운 현재 여건상 이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 전쟁, 게임, 게임 속 전쟁 그리고 비남성

    전쟁이라는 주제는 비남성을 향한 가해와 피해의 이야기가 자주 교차한다. 이때 보이는 ‘전쟁이 나면 보호해 주지 않겠다’, ‘전쟁이 나면 마음대로 강간하고 다닐 거다’와 같은 말들은 다분히 위협적이다. 전쟁이라는 키워드에서 폭발하게 되는 남성성은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경계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키워드에 게임이라는 레이어가 얹어질 때, 이 위협은 사라진다. 남성성으로 대표되는 전쟁의 성질이 상당수 무화되는 것이다. < Back 전쟁, 게임, 게임 속 전쟁 그리고 비남성 25 GG Vol. 25. 8. 10. 전쟁에 관한 소식을 언제 어디서든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시대다. 전쟁은 바로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지만, 그 사실을 떠올리지도 못할 만큼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있다. 유튜브, SNS, 숏폼 등으로 노출되는 전쟁은 액정 너머의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관련 소식을 알고 싶을 때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손가락 하나면 충분하다. 이러한 부분에서 전쟁은 우리와 동떨어진 화제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그러나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으로 시작되는 대화는 늘 현실적인 걱정을 동반하는 것 같다.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징집 대상은 어떻게 선정될까? 그 상황에서 재산을 지킬 방법이 있긴 할까?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조금만 둘러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주제들이다. 이 이야기들이 결정적으로 묻고자 하는 건 하나 같이 안전이나 생존에 관련된다. 손가락 하나로 전쟁을 보고, 또 넘길 수 있게 되었어도 그것이 가져오는 파급력을 알기에 불안감 자체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얘깃거리는 소위 남초 커뮤니티로 일컬어지는 곳에서 자주 확인되지만, 이 불안감이 비단 특정한 성별에만 적용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전쟁이 남성을 위주로 진행되어 온 역사가 있으며, 자연히 그에 관련된 요소들도 남성화되었다는 점이다. 비남성 또한 전쟁에 관여해 온 역사가 존재하나, 이들의 기여는 늘 남성보다 폄하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게임과 전쟁은 어느 정도 유사한 부분을 보이는 듯하다. 게임은 전쟁과 여러모로 깊은 관계성을 맺고 있는데, 이 관계성은 2차 세계대전 즈음부터 시작됐다. 게임이 구동되는 매체인 컴퓨터가 2차 세계대전 전후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지대한 발전을 이뤄온 컴퓨터는 우리 일상에 유용한 도구로 기능하는 건 물론, 오락 기기로도 활약하게 되었다. 이때 컴퓨터에서 즐길 수 있는 오락, 즉 게임은 도전하고 대결하는 것을 주요 콘텐츠로 삼아왔다. 우리가 게임의 대표적인 콘텐츠로 전투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 기인한 것일 테다. 더욱이 게임은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기술력을 요구했기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게임에서 전쟁과 관련된 요소가 나타날수록 ‘남자가 하기 좋은 게임’으로 인정받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다. 전쟁과 게임, 남성(게이머)의 연계는 오늘날 너무나 자연화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될 것이 바로 비남성(게이머)의 존재다. 이 연계 안에는 비남성 또한 분명히 자리하고 있다. 그를 의식했을 때, 다음의 질문이 나오게 된다. 남성성과 견고한 관계를 맺은 전쟁 게임 안에서 비남성 게이머는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비남성에게 전쟁 게임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전쟁 게임이 이들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기에,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곳에 발을 디딘 걸까?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전쟁’과 ‘게임’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전쟁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에서 정의를 내릴 수 있겠지만, 그를 이미지에 한정 짓는다면 생각의 폭을 좁힐 수 있을 듯하다. 말이나 배를 타고 검과 창, 활 등의 무기를 사용하는 중세 전쟁의 이미지나, 군복을 입고 총과 대포를 쏘는 현대 전쟁의 이미지 같은 것들 말이다. 일반적으로 떠올릴만한 전쟁의 이미지라고 한다면 바로 이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이런 전쟁의 이미지들은 매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되는데, 게임도 그중 하나다. <파이널 판타지 14> PVP 콘텐츠 ‘봉인된 바위섬’ 이를테면 중세 전쟁의 이미지로, <파이널 판타지 14>의 PVP 콘텐츠인 ‘전장’을 들 수 있겠다. 24:24:24 삼파전으로 진행되는 <파이널 판타지 14>의 72인 전장은 거점 점령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그 과정에서 온 필드를 오가게 된다. 이때 연합 채팅에는 점령지가 스폰되는 시간과 그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경로가 연속적으로 올라온다. 맵에 간간이 나타나는 적의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전략을 짜내기 위한 좋은 정보로 이용된다. 전투가 벌어지면 적은 물론, 팀의 역량도 함께 파악할 수 있게 되는데, 스킬 자원을 얼마나 축적했느냐에 따라 이 힘겨루기의 결과도 달라진다. 그렇게 수 번의 전투를 거쳐, 일정한 승리 횟수를 쌓으면 얻을 수 있는 ‘선봉장’이라는 타이틀은 전쟁에 숙달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증표와도 같다. 이 모든 요소는 중세 전쟁의 한 측면을 재현한 듯하다. 물론 <파이널 판타지 14>의 전쟁에는 현실과 관계없는 판타지가 상당수 가미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판타지 요소가 바로 힐과 부활이다. 이곳저곳에서 위협적인 공격이 몰아치더라도 플레이어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전장에 뛰어든다. 여기에 죽음을 불사한다는 비장함은 없다. 왜냐하면 게임 안의 이들은 죽여도 죽지 않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은 다수에게 공격받아도 즉시 치유되며, 행동 불가가 되더라도 5초 뒤 부활한다. 물론 행동 불가가 됨으로써 어느 정도의 페널티는 부과되지만, 몇 번의 죽음이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그 죽음을 과감하게 감수하는 것도 전략이 될 때가 있다. 이런 판타지는 공격 한 번으로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현실의 전쟁과 아주 다른 모습이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 공식 이미지 이런 면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전쟁’이라는 키워드는 <콜 오브 듀티>나 <배틀필드>와 같은 게임이 더욱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게임들 또한 <파이널 판타지 14>와 유사한 판타지가 존재한다. 세이브와 로드가 플레이어를 완전한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현실의 전쟁에서는 없을 새로운 기회가 이 전쟁 게임들 안에는 존재한다. 아무리 실패해도 게임 안의 신체는 되돌아오며, 게임이 한 판 끝날 때마다 모든 상황은 리셋된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한 것에 아쉬워할지언정, 몸과 마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에 맞닥뜨리지는 않는다. 이렇게 재시작하게 되었을 때 또다시 실패할까 봐 긴장하게 되지만, 이는 죽음에 대한 공포라기보단 게임 오버에 대한 경계에 가깝다. 다른 전쟁 게임들도 마찬가지다. 비명과 포격음은 BGM과 효과음, 기합 소리 등으로 대체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판은 나가기 버튼으로 언제든 이탈할 수 있다. 전쟁 상황을 자유자재로 즐기는 플레이어의 모습은 게임 세계를 주무르는 신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렇게 판타지적인 부분이 다수 섞여있긴 하나, 게임은 전쟁이라는 콘텐츠와 우리의 감각을 즉각적으로 연결시킨다. 이는 플레이어가 직접 키보드를 치고 마우스를 움직이기에 가능해진다. 화면 너머 세상에 몰입하면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두려움만으로 채워지지 않고, 재미와 열의가 함께한다. 그 감각을 느끼는 데에 섹스나 젠더의 구분은 불필요하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나 <서든어택>,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전국민적 인기의 전쟁 게임들을 떠올려보면, 그 주요 유저층은 늘 남성이라고 인식됐다. 이러한 선상에서 전쟁과 게임이 결합한 전쟁 게임이 ‘남자의 게임’처럼 인식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 안에 비남성 게이머들이 존재하더라도, 전쟁/게임은 늘 남성의 영역이다. 이에 처음의 질문을 다시 불러오고 싶다. 비남성 게이머들은 왜 남성의 장르로 여겨지는 전쟁 게임에 발을 디디는가? 이들에게 전쟁 게임은 어떤 의미인가? 여기에는 저마다의 사유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저 재미있어서 플레이한다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성취감을 느끼기에 한다고 할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이런 게임이 유행해서 시작했을 수도 있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하게 됐을 수도 있다. 어쩌면 상당수는 전쟁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런 점에서 ‘비남성에게 전쟁 게임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애초부터 답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도 이 같은 질문을 던진 건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곳에 비남성들이 참여하게 되는 이유가 뭔지, 전쟁 게임의 무엇이 그들을 불러 모으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쟁/게임의 속성에 대해서도 재고할 계기를 만들어준다. 더욱이 전쟁이라는 주제는 비남성을 향한 가해와 피해의 이야기가 자주 교차한다. 이때 보이는 ‘전쟁이 나면 보호해 주지 않겠다’, ‘전쟁이 나면 마음대로 강간하고 다닐 거다’와 같은 말들은 다분히 위협적이다. 전쟁이라는 키워드에서 폭발하게 되는 남성성은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경계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키워드에 게임이라는 레이어가 얹어질 때, 이 위협은 사라진다. 남성성으로 대표되는 전쟁의 성질이 상당수 무화되는 것이다. 이 또한 다른 관점에서 포착할 수 있는, 전쟁 게임의 판타지적인 부분이다. 이러한 현상을 게임이 주는 원초적인 재미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결국 이 이야기는 현실과 게임의 경계가 어떻게 설정되는지, 게이머가 게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로도 연결할 수 있다. 남성성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게임, 그중에서도 전쟁 게임에 비남성이 뛰어들게 된 이유는 아직 일반화하여 보기 어렵다. 다만 게임이 현실을 어떻게 재현하는지, 그 안에서 발생하는 괴리는 무엇인지 고찰할 근거는 되어준다. 이러한 고찰을 거듭하다 보면 비남성과 전쟁/게임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Tags: 페미니즘, 비남성, 전쟁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백구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관해 관심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주얼 노벨 올 클리어에 열을 올리는 중입니다.

  • [제4회 게임비평공모전] 심사위원장 심사평

    실망하지 말고 계속 게임을 즐기고, 분석하고, 비판하고, 토론하며, 끊임없이 글을 생산해주기를 기대한다. 문학적 재능이나 학술적 깊이 하나만으로는 훌륭한 비평문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게임에 대한 애정을 품으면서도 독창적인 문제의식과 충실한 개념 자원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이왕이면 재미있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비평가들의 출현을 기대한다. < Back [제4회 게임비평공모전] 심사위원장 심사평 26 GG Vol. 25. 10. 10.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한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응모작 80여 편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상향 평준화’이다. 이전과 비교하여, 대중에게 공개되어도 모자람이 없을 좋은 글의 수가 부쩍 늘었다. 그런 의미에서 양과 질 모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동시에, 눈이 번쩍 뜨이는 ‘걸작’은 드물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수상작으로 두 편만을 선정한 이유이다. 응모작들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고르게 높아졌음에도, 심사위원들이 중요하게 고려한 글의 형식적 완성도, 독창적인 시각, 비평의 보편성 확보, 그리고 게임에 대한 통찰과 애정이라는 주요 기준들을 모두 만족시킨 작품은 많지 않았던 셈이다. 최종적으로, 류호준의 <게임은 어떻게 우리를 소외시키는가>와 강현의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비평을 위한 시론: 캐릭터 뽑기가 갖는 의의란> 두 편을 제 4회 게임비평 공모전의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게임은 어떻게 우리를 소외시키는가>는 언뜻 보면 진부할 수 있는 ‘소외’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았으나, 이를 실존적 차원으로 확장해 게임 매체의 특수성과 연결한 점이 돋보였다. 글의 전개가 체계적이어서 독이성이 뛰어나고, 글의 구조가 수미상관을 이루어 설득력이 높았다. 무엇보다, 결론 부분에서도 자신의 문제의식을 흐트리지 않고 깔끔하게 완결지은 점을 높이 샀다. 다른 응모작들은 훌륭한 논의 전개를 펴다가도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하지 못해 감점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글은 그러한 아쉬움을 느낄 수 없었다. 글이나 게임 레퍼런스 활용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비평의 보편성과 깊이를 확보한 우수작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었다.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비평을 위한 시론>은 서브컬처 게임의 ‘뽑기’ 메커니즘과 이용자 애착 관계를 비평적 주제로 삼아, 지금까지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영역을 다룬 흥미로운 시도였다. 글의 비평적 초점이 분산되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이는 산업적 맥락과 수용자 경험을 함께 담고자 했던 저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선해하였다. 또한 제목에서 드러나듯, 새로운 현상을 포착하고 이를 비평으로 끌어오려는 ‘시론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즉 저자의 차별적 시선과 통찰력만으로도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비록 수상작에 포함되지는 못했으나, 마지막까지 수상 후보로 논의되었던 몇 편의 응모작을 추가로 언급하여 저자들의 노고를 상찬하고 격려하고자 한다. <게임 속 상점을 재개발하기>는 게임 속 ‘상점’이라는 익숙한 요소를 비평 대상으로 삼은 독창적인 발상이 돋보였다. 게임 속 상점의 본질과 의미, 그리고 각 게임에서 드러나는 맥락들을 잘 엮어낸 수작으로, 저자는 좋은 비평가의 소질을 가졌다고 평한다. 참신성에 비해 보편적 설득력이 미흡한 점이 다소 아쉬웠다. <슈퍼로봇대전: 축제적 시뮬레이션과 재매개된 기억의 양가성>는 문제의식이 매우 흥미로웠다. 글의 깊이도 인상적이었다. 폭넓은 독서량과 게임의 매체적 특성을 이어보려는 저자의 시도를 높이 평가한다. 단, 개념 사용이 부정확하거나 과잉 차용되어 독이성을 떨어트린다는 흠이 있었다. <방어의 미학: 타워 디펜스가 재정의하는 게임적 주체성>은 장르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고 글의 흥미도도 높았다. 대신 추상적 개념들을 다소 성기게 활용하여 구체적 논의로 심화되지 못한 점, 즉 비평으로서의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외부저장소로서의 플레이어>는 좋은 아이디어와 주제를 포착하여 짜임새 있는 내용을 전개했으나, 마지막에 글의 결론을 초점 하나로 수렴시키지 못하고 흩뜨려버렸다는 점이 감점 요인이 되었다. 주제의식에 비해 마무리가 약했다. <양동이와 쇠지렛대로 이룬 반역 게임 속 잔여적 사물성에 관하여>는 게임 속 오브제를 통해 ‘잔여적 사물성’ 개념을 제시한 시도가 신선했다. 글의 논리적 구성도 뛰어났다. 그러나 잘 알려진 사례를 반복적으로 다루어 다소 지루하다는 점, 독창적 논지를 끝까지 잘 밀고 가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논쟁적이고 흥미로운 문제 제기라는 점은 높이 살 수 있었다. 이 다섯 편은 물론이거니와, 아깝게 수상작에 포함되지 못한 좋은 글들이 여럿 있었다. 실망하지 말고 계속 게임을 즐기고, 분석하고, 비판하고, 토론하며, 끊임없이 글을 생산해주기를 기대한다. 문학적 재능이나 학술적 깊이 하나만으로는 훌륭한 비평문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게임에 대한 애정을 품으면서도 독창적인 문제의식과 충실한 개념 자원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이왕이면 재미있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비평가들의 출현을 기대한다. 벌써 4회를 맞이한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이 그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고 믿으며, 두 분의 당선자 역시 이 토양 위에서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를 기원한다. 땀과 정성이 배인 글을 보내주신 모든 응모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 번 큰 감사와 축하를 보낸다. 제4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심사위원장 윤태진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세대학교 교수) 윤태진 텔레비전 드라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금까지 20년 이상 미디어문화현상에 대한 강의와 연구와 집필을 했다. 게임, 웹툰, 한류, 예능 프로그램 등 썼던 글의 소재는 다양하지만 모두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활동들”을 탐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몇 년 전에는 『디지털게임문화연구』라는 작은 책을 낸 적이 있고, 요즘은 《연세게임·이스포츠 연구센터(YEGER)》라는 연구 조직을 운영하며 후배 연구자들과 함께 여러 게임문화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이규연

    어릴 적 프로그래밍을 배운 후, 여러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게임 기획자(Game designer)를 목표로 하게 되었다. 대학을 다니며 게임업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음과 동시에 게임 관련 전시, 축제, 대회(E-Sport)를 즐겨 찾고 있다. 이규연 이규연 어릴 적 프로그래밍을 배운 후, 여러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게임 기획자(Game designer)를 목표로 하게 되었다. 대학을 다니며 게임업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음과 동시에 게임 관련 전시, 축제, 대회(E-Sport)를 즐겨 찾고 있다. Read More 버튼 읽기 개척, 애정, 확장성: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 오더 그리고 제다이 서바이버 이번에 얘기한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 오더와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를 플레이해보며, 스타워즈라는 새로운 문화에 발을 내딛는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버튼 읽기 [공모전] 현 시대의 택티컬 FPS 게임은 무엇을 담고 있는가: Ready or Not 비평을 중심으로 이 말은 ‘레드 스톰 엔터테인먼트’의 CEO이자 영국 해군 출신이기도 한 리틀 존스가 한 말이다. 90년대말 ‘레드 스톰 엔터테인먼트’에서 택티컬 FPS의 시초인 ‘레인보우식스’가 탄생한다. 톰 클랜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게임은 지금은 당연시되는 밀리터리 택티컬 FPS의 기본 공식들이 대부분 정립하여 FPS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었다 봐도 과언이 아니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임현호

    과거의 게임 개발 영웅들의 모험담을 쫓으며 게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 매우 긴 기간 동안 대표, 기획자, 인디 게임 개발자, 프로젝트 매니저 등의 여러 타이틀을 달고 살았으나 게이머이자 게임 개발자로 불리길 희망하는 소시민. 임현호 임현호 과거의 게임 개발 영웅들의 모험담을 쫓으며 게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 매우 긴 기간 동안 대표, 기획자, 인디 게임 개발자, 프로젝트 매니저 등의 여러 타이틀을 달고 살았으나 게이머이자 게임 개발자로 불리길 희망하는 소시민. Read More 버튼 읽기 〈디아블로〉 시리즈의 역사로 바라보는 블리자드의 변화 2021년 2월 20일에 시작된 블리즈컨라인(BLIZZConline)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했다. 2005년 10월 처음 개최된 블리즈컨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가 자신들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팬들을 위한 축제로써 기획되었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의 블리즈컨의 분위기는 분명 예전과 달랐다. 제작자와 게임 팬의 화합의 장이었던 블리즈컨이 끝나면 항상 팬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지만, 최근 들어 함성은 잦아들고 작은 수근거림이 더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버튼 읽기 [북리뷰] 피, 땀, 리셋 - 리셋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 세계에서 비디오 게임을 개발하며 살아간다는 것 비디오 게임 제작은 어렵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규모의 수많은 게임들이 기획되고, 제작되지만 실제 완성되는 것은 극히 미미한 수에 불과하다. 게임이 제작 도중 엎어지는 이유는 수 없이 많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 제작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고, 근사한 아이디어를 구현해 봤더니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와서 더 이상 개선을 할 수 없어 개발 중단을 선언하게 되는 경우도 매우 많다. 20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경험과 주변의 사례를 지켜본 바를 바탕으로 감히 멋대로 주장하건데, 개발을 시작한 비디오 게임이 단지 완성되어 세상에 공개되는 비율만 따져도 아마도 고작 10% 미만에 불과할 것이다.

  • 불멍을 넘어, 소비자본주의 너머: 게임 〈리틀 인페르노〉 비평(우수상)

    물건을 태워서 종잣돈을 늘리고 새로운 물건을 해금한다. 그리고 일종의 업적이기도 한 특정 물건의 조합을 찾아 태우는 재미는 분명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주된 게임성을 경험하게 하는 시스템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회의하고 그 밖을 사유하기를 적극적으로 재촉한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세지가 게임적 시스템과 충돌한다. < Back 불멍을 넘어, 소비자본주의 너머: 게임 〈리틀 인페르노〉 비평(우수상) 07 GG Vol. 22. 8. 10. 장르를 막론하고 게임에서 재미를 주는 가장 주요한 시스템 중 하나는 바로 자본의 재투자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튜토리얼에서 주어진 초기 자금을 가지고 물건을 구매하고 재판매하여 차익을 만들고, 그것을 더 큰 자본으로 불리는 경험은 게임에서 재미와 성취감을 고양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다. 여기 게임 〈리틀 인페르노 (Little Inferno)〉가 있다. 이 게임은 바로 이 과정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게임의 구성이 끊임없는 재화의 소비와 재투자의 연속으로만 구성되어있으며 그 밖에 플레이어가 누릴 수 있는 여타의 콘텐츠는 전무하다. 이러한 형태의 게임 플레이 경험은 자본의 투자가 더 많은 자본을 만들어내는 ‘클리커’류 게임과도 비견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투자한 자본으로 더 많은 자본을 벌어들인다는 쾌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돈이 더 많은 돈을 불러온다는, 어떻게 보면 현실의 자본주의 구조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게임 시스템을 차용하는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동시에 그러한 시스템이 과연 지속가능한지를 묻는다. 태워라! 애태워라! 그리고 다시 태워라! 게임의 배경이 되는 어느 도시는 끊임없이 퍼붓는 눈과 수천 개의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로 가득하다. 흰 눈과 검은 연기로 얼룩진 흑백의 도시는 흡사 산업혁명이 막 시작된 19세기 영국을 연상케 하지만, 정작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도시의 모습을 직접 보는 일은 없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맞은 편에 놓인 화덕을 바라보게 되며, 개인용 화덕인 ‘리틀 인페르노’의 구매를 축하한다는 ‘투모로우 코퍼레이션’ 회장의 축하 편지를 받게 된다. 회장은 ‘리틀 인페르노’에 물건을 태움으로써 플레이어가 바깥의 음산한 날씨로부터 차단되어 ‘따뜻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약속한다. 그러나 곧 그 편지는 바로 화덕으로 올려진 다음 플레이어가 일으킨 불꽃으로 태워져 동전 두어 닢을 뱉어낸다. 이것이 바로 앞으로 이어질 게임 플레이의 시작이다. 플레이어는 주어진 자금을 바탕으로 물건 카탈로그에서 온갖 잡동사니를 -액자, 토끼 인형, 누군가의 신용카드, 커피 컵, 상한 초밥, 접시 뿐만 아니라 작은 달과 행성, 심지어 태양까지- 구매한다. 그리고 그 잡동사니는 오로지 태워지기 위해 구매되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구매한 물건은 배송이 끝나면 박스 형태로 화면 하단에 도착하게 되며, 플레이어는 포장을 풀고 물건을 화덕에 올려놓은 다음 불꽃을 만들어 물건이 타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때 다 타고 난 물건은 처음 구매했을 때 지불했던 자금보다 더 많은 양의 동전을 남기며, 플레이어는 이 돈을 모아 다시 카탈로그를 살펴 새로운 물건을 구매한다.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어떻게 보면 이처럼 단순한 게임 경험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물건을 태우는 경험 자체의 심미성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이를테면 옥수수를 태우면 팝콘이 되어 터져나온다던가, 은행 모형을 태우면 지폐가 마구 튀어오른다던가, 상한 초밥을 태우면 벌레떼가 날아오른다던가 하는 식으로 태우는 물건의 특성을 고려한 섬세한 애니메이션과 사운드 효과가 돋보인다. ‘불멍’의 즐거움과 안전하게 파괴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음에 빠져든 플레이어는 곧 카탈로그를 펼치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또 어떤 물건을 구매하여 태울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된다. * 태우는 물건들마다 고유의 시각적, 청각적 효과가 있다. 게임플레이의 쾌락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요소는 구매한 물건이 바로 배송되지 않는 시스템이다. 게임 초반에는 배송까지 약 5초에서 10초가 걸리던 물건들이, 게임 중후반으로 넘어갈 수록 2분에서 5분까지도 기다려야 주문한 물건들을 받아볼 수 있다. 물건이 배송되길 기다리면서 태울 물건이 있다면 모르되, 게임을 해나갈수록 플레이어는 어느 순간 물건 배송을 기다리며 텅 빈 화덕에 의미없는 불꽃만을 일으키며 초조해할 뿐이다. 보통 대기시간으로 인한 패널티라는 시스템은 모바일 게임에서 주로 차용된다. 마냥 기다리기엔 지루한 대기시간이라는 패널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광고 시청을 제공하고 대기시간을 없애주는 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스템이 혼자 플레이하는 콘솔 게임에 차용되었다는 것은 특기할만한 지점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일상적으로 하지 않던가? 물건을 주문하고 그 물건이 택배로 도착하기까지 며칠의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비슷한 초조함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인고의 시간이 지나 물건이 도착했을 때 기다리던 물건을 받아본다는 쾌락은 비로소 극대화된다. * 본격 택배 기다리기 시뮬레이터 그런데 게임플레이가 제공하는 ‘불멍’과 ‘안전한 파괴’, 더 나아가 ‘구매행위’ 자체가 주는 쾌락은 어느 순간 의문으로 바뀐다. 이 의문은 카탈로그의 모든 아이템을 구매하고 불태운 것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 또 다른 상품 카탈로그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물건의 구매와 소비는 연쇄적이다. 이 굴레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플레이어는 어느 순간 묻게 된다. 언제까지 불태우기 위해서만 물건을 사고 거기서 더 많은 돈을 얻어 다시 물건을 사는 짓을 반복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게임 초반부터 의미심장하게 제기된 ‘끝은 나게 되어있다 (There’s bound to be an end)’라는 대사에서 암시된다. 계속 사는(buy) 것으로 살아갈 (live) 수 없다 2005년작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등장하여 반짝 인기를 끌었던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는, 그것이 상품화된 양상과는 정 반대되는 메세지를 보내는 작품이다. 작중 주인공인 모모는 조개껍데기와 빛나는 돌 조각, 낡은 천으로 만들어진 텐트만 가지고도 어린이다운 제약없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누구보다 즐겁게 놀 줄 아는 소녀이다. 그런데 모모를 회유하기 위해 나선 악당인 ‘시간도둑’은 그런 초라한 장난감 대신 크고 화려한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 것을 제안한다. 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방식은 조개 껍데기를 갖고 노는 방식과는 다르다. 바비 인형을 제대로 갖고 놀기 위해서는 일상복과 파티용 드레스, 운동을 위한 테니스복을 사주어야 한다. 어느 순간 바비 인형과 그 모든 물건이 질린다면 바비 인형의 남자친구인 부비 보이가 있다. 부비 보이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만을 위한 향수와 신발, 갖은 옷들을 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끊임없는 구매와 질림의 연쇄 속에서 길들여진 어린이들은 특유의 상상력이 제약당한 채 모든 일에 지루함만을 느끼는 어른이 되고 만다. 게임 〈리틀 인페르노〉 역시 동화 〈모모〉가 사유한 인간의 소비주체화라는 문제의식을 같은 선상에서 공유한다. 그것은 게임 안에 삽입된 개인용 화덕 장난감 ‘리틀 인페르노’ 광고를 봐도 알 수 있다. ‘리틀 인페르노’ 광고는 끊임없이 사들인 장난감에 질린 아이들이 그 잡동사니를 불태우는 쾌락을, 그리고 다시 다른 물건들을 사들이는 쾌락을 제공한다는 것을 우스꽝스러운 블랙코미디로 묘사한다. 검은 두 손은 얼어붙은 지구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가리고 입술을 올려 웃는 얼굴을 만들어준다. 이에 안심한 아이들은 여지껏 사들였다 질려버린 장난감을 박스채 가져와 화덕 안에 던져넣는다. 이처럼 게임 안에서 ‘리틀 인페르노’ 화덕 장난감이 ‘어린이’들을 겨냥한 ‘개인용’ 장난감이라는 점은 특기할만하다.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통해 ‘리틀 인페르노’를 소유한 어린이들을 전인격적 주체가 아닌 소비주체로 호명한다. 동시에 자본을 투자해 더 많은 자본을 얻은 다음 그 잉여 자본을 (물건 구매를 통해) 재투자한다는 시스템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자본가가 자본의 양을 불리는 방식이라 지적했던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리틀 인페르노’를 소유한 어린이들은 소비자본주의 체제에서 구매를 위한 구매와 투자를 위한 투자라는 체제의 원칙을 자연스레 주입당하는 셈이기도 하다. * 구매에 이은 파괴에서 오는 쾌락 소비자본주의가 주조한 개인에게는 오로지 눈앞에 놓인 화덕과 구매할 물건이 실린 카탈로그만이 주어져 있을 뿐이다. 몇 년째 이유도 모른 채 지속되는 폭설을 경고하는 날씨 알림 편지도, 바로 옆집에서 말을 걸어오는 이웃의 편지도 화덕에 올라 불태워질 뿐이다. 플레이어로서는 구매와 파괴와 더 많은 구매라는 일련의 행위가 만들어낸 결과로 발생한 기후변화도 인지할 수 없을 뿐더러, 구매와 파괴라는 구조가 과연 맞는 것이냐는 질문을 해오는 이웃과도 연대는 커녕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조차 없다. 따라서 변화는 자신의 화덕을 폭발시키고 만 이웃으로부터 먼저 찾아온다. ‘투모로우 코퍼레이션’의 회장은 이 사건을 그저 안전문제로 치부하고 말지만, 처음으로 방 안의 화덕에서 벗어나 바깥을 보게 된 이웃은 자신이 겪은 일은 사고가 아니었다며, 자신은 햇빛이 좋은 해변가에 있다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신과 같이 화덕을 폭발시키고 밖으로 나오길 종용한다. 이웃과 같이 자신의 화덕도 폭발시킨 플레이어는 이웃과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화덕에서 눈을 떼고 집 밖으로 나가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사람들은 각자 집에 틀어박혀 수천 개의 굴뚝으로 검은 연기를 내보내는데 열중하느라 길거리는 텅 비어있다. 불태울 물건들을 배송하느라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단 한 명의 집배원을 제외하면 말이다. * 텅 빈 거리를 처음으로 나선 주인공 발걸음을 옮기던 주인공은 ‘리틀 인페르노’를 판매하는 회사인 ‘투모로우 코퍼레이션’에 도달하게 되고, ‘리틀 인페르노’를 기획하고 판매한 회장조차 ‘끝은 나게 되어있다 (There’s bound to be an end)’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로켓을 타고 지구를 떠난다. 2012년에 처음 출시된 이 게임은 약 10년 만에 현실이 된 전지구적 기후위기, 일론 머스크와 같은 세계적 부호와 ‘지구를 버리고 화성을 식민화하자’라는 구호까지 예견한다. 그리고 이 예견은 바로 ‘지속불가능한 소비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마침내 플레이어는 열기구를 타고 다니며 기상정보를 전해주던 기상 캐스터를 만나게 된다. 기상 캐스터는 열기구를 태워줄 수 있다며, 원하는 만큼 나아갈 수는 있겠지만 한번 떠나기로 결정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고 경고한다. 게임은 기상 캐스터와 함께 열기구를 탄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며 엔딩 크레딧을 올린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란 무슨 뜻인가? 당연하게 여겨졌던 구매-투자-더 많은 돈-재투자라는 소비자본주의의 굴레를 한 번이라도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일으키는 어마어마한 기후위기와 사람들간의 고립, 소외, 연대 불가능성을 인식하게 된다면 다시는 물건을 불태우며 ‘불멍’과 ‘물건 구매’에서 안락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열기구를 탄 기상캐스터의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이 서늘한 불꽃을 응시하라 물건을 태워서 종잣돈을 늘리고 새로운 물건을 해금한다. 그리고 일종의 업적이기도 한 특정 물건의 조합을 찾아 태우는 재미는 분명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주된 게임성을 경험하게 하는 시스템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회의하고 그 밖을 사유하기를 적극적으로 재촉한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세지가 게임적 시스템과 충돌한다. 넘어선다. 따라서 〈리틀 인페르노〉는 자신의 게임성을 뛰어넘는 일종의 메타성을 가진다. 이 게임은 자신의 게임성을 구성하는 시스템을 의심하고 회의하도록 플레이어들을 이끎으로써 게임성과 반대되는 메세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눈을 가리고 당장의 쾌락에 매몰되도록 사람들을 이끄는 소비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이 게임은, 따라서 소비자본주의로 인한 기후위기가 닥친 현실 세계에 대한 일종의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당장 지구 곳곳에 산불, 가뭄과 식량난, 전염병이 창궐하는데도 소비주의적 삶의 방식이 영원하리라는 믿음이 지배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위화감을 한 번이라도 느꼈다면, 그런 당신에게 게임 〈리틀 인페르노〉를 추천한다. 물건을 태우는 불꽃을 바라보면서도 그 불꽃이 일기까지의 과정과 불꽃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떠올리며 서늘함을 느끼게 될테니 말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운 인디음악 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예술사회학 연구와 (공연)사진 촬영에 매진중이다. 라캉 정신분석 철학서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영번역을 맡았다.

  • [인터뷰] AI로 새로운 게임성을 만든다는 것: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의 이가빈 PD,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한규선 PD

    크래프톤의 스튜디오 중 하나인 렐루게임즈는 딥러닝 기술을 게임과 접목시켜 새로운 경험들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여러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음성 역할 시뮬레이터와 프리폼 채팅 어드벤처라는 독특한 게임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평단과 게임사의 관점뿐 아니라, 유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하<즈큥도큥>)의 이가빈 PD와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하<스모킹건>)의 한규선 PD를 만나, AI 기술의 가능성과 현시점에서의 한계를 짚어보고, 새로운 게임성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 Back [인터뷰] AI로 새로운 게임성을 만든다는 것: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의 이가빈 PD,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한규선 PD 19 GG Vol. 24. 8. 10. 바야흐로 AI의 시대이다. 미래 기술로 인식되던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고, 그중에서도 게임은 기술적 도입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공정에서 AI 기술이 활용된다고 'AI 게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순 없을 것이다. AI 기술을 이용해서 게임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이 다양해지고 그로 인해서 새로운 게임성이 만들어질 때, 'AI 게임'의 시대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만들고자 하는 게임 기획자들이 있다. 특히, 크래프톤의 스튜디오 중 하나인 렐루게임즈는 딥러닝 기술을 게임과 접목시켜 새로운 경험들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여러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음성 역할 시뮬레이터와 프리폼 채팅 어드벤처라는 독특한 게임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평단과 게임사의 관점뿐 아니라, 유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하<즈큥도큥>)의 이가빈 PD와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하<스모킹건>)의 한규선 PD를 만나, AI 기술의 가능성과 현시점에서의 한계를 짚어보고, 새로운 게임성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경혁 편집장: 최근 게임씬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렐루게임즈의 PD님들을 모셨는데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와 맡으신 게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가빈 PD: 안녕하세요. 저는 이가빈이라고 하고요. 게임 디자이너 출신으로, 지금은 '마법 소녀 그 긴 거' 담당 PD를 맡고 있습니다. 저희는 음성 인식을 통해서 유저들의 목소리를 게임의 데미지로 바꾸어 공방을 주고받는 형태의 게임을 만들었고요. 딥러닝을 본격적으로 사용해서 (게임 내) 판정이나 자연어 인풋, 에셋에도 딥러닝이 들어가게끔 만들었습니다. 한규선 PD: 저는 한규선이고요.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라는 게임 PD입니다. 저희 게임은 근미래의 탐정이 돼서 로봇 용의자들과 대화를 하는 게임이거든요. 그래서 사건 현장에 가서 증거들을 수집하고 그 증거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용의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때, GPT가 사용되어서 게이머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무슨 말이든 로봇 용의자가 받아치면서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저희 게임의 가장 큰 특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는 두 게임을 다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는데요. 플레이하면서 레퍼런스에 대한 생각이 들었어요. 먼저, <즈큥도큥> 같은 경우에는 옛날 플래시 게임 중에 <장미와 동백>이라는 게임이 떠올랐는데요. 혹시 이 게임을 아시나요? 이가빈 PD: 실제로 많이 참고했어요. 특히 그 게임의 대화나 컨셉에서 화족(근대 일본의 귀족 계급)이 나오잖아요? 화족이라고 하면 고고한 컨셉인데, 실제로 인물들은 상욕을 하고 뺨을 때리거든요. 그렇게 반전을 넣은 것을 보면서 컨셉에 반전을 주는 지점이라거나 B급 감성 같은 것들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참고를 많이 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실제로 참고를 하셨군요. 저는 <즈큥도큥>를 보면서 그 게임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익숙한 컨셉이지만 이걸 더 직관적으로 살려낸 느낌이 들었어요. 한편으로, <스모킹 건>을 보면서는 게임이 아니라, <크라임씬>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보면 <크라임씬>을 유저가 직접 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사건의 전말' 같은 것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한규선 PD: 오! 맞아요. 저도 <크라임씬> 팬이었고, <대탈출>이나 그런 프로그램들을 다 좋아하거든요. 실제로 처음 기획할 때에는 사실 인간 용의자를 상정하고, <크라임씬> 같은 컨셉을 아예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GPT나 AI 기술이 지금만큼 발달하지 않아서, 인공지능이 말을 잘 못했거든요. 그래서 용의자를 로봇으로 설정한 게 그런 한계를 어느 정도 커버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스토리를 풀어나가거나 게임의 컨셉을 지키는 입장에서 더 잘 표현되는 지점들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저도 처음에는 '왜 굳이 로봇 이야기일까?'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유저에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더라구요. <장미와 동백> 이경혁 편집장: 지금 두 게임 다 렐루게임즈 소속이고,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씀하셨던 것처럼 AI 기술을 중요하게 다루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더 사람들의 관심도 받고,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먼저, GPT를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나갈 것 같은데, 매출과 비교했을 때 효용이 있나요? 이가빈 PD: 사실 얼마를 벌어도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죠. (웃음) 서비스를 할 수록 비용이 나가거든요. 한규선 PD: 추리 게임 장르 같은 경우에는 장르적 특성도 있는 것 같고요. 만약에 다시 하라고 그러면 조금 더 대중적인 장르를 할 것 같아요. 사건의 전말이 공개됐을 때, 플레이어들은 다시 플레이할 만한 필요성을 많이 못 느끼거든요. 그래서 더 넓은 시장으로 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조금 더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매출과 관련된 질문을 드린 이유는, 오늘날 AI에 관련된 담론 때문인데요. 일각에서는 스토리텔링 기반의 게임에서 콘텐츠를 만들 때 AI가 적용되면 리소스적인 효율성이 나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만드시는 입장에서 스토리를 AI가 만든다고 하면, 조금 더 경제적인 효율성이 나올 수 있을까요? 한규선 PD: 스토리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 쓰고 있거든요. 이야기나 대사 같은 것들을 제작팀이 다 쓰고 있고, GPT나 AI에 맡기는 부분은 일부 리소스 정도이지,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려면 아직은 AI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제작팀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가빈 PD: 저희도 비슷해요. GPT나 LLM 같은 경우엔 인간 상식의 평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만약, 스토리를 라이트하게 쓰고자 한다면 쓸 수는 있는데, 극단으로 가는 자극적인 스토리나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 혹은 강한 조미료를 뿌려야 하는 부분은 맡기기 힘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규선 PD: AI는 절대로 아스파탐을 못 떠올릴 거예요. 아마. (일동 웃음) 이경혁 편집장: 그렇군요. 오늘날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AI는 모든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으로 그려지곤 하지만, 실제로 작업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만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여쭤보았습니다. 한규선 PD: 그래도 보조도구로는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이가빈 PD: 맞아요. 도구로써는 정말 좋은 역할을 해줘요. 저희도 주문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거나, 스토리에서 메꿔야 할 빈 공간이 있을 땐 AI에 물어보고 참고도 합니다. 일단, 어딘가에 물어볼 곳이 있다는 사실은 무조건 좋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좋아요. 이상한 답변을 주더라도 내가 물어볼 곳이 있고 진지하게 같이 고민을 해준다는 건 좋은 거죠. 이경혁 편집장: 약간 그런 느낌일까요? 옛날 수도승들이 벽하고 대화하는 느낌? 한규선 PD: 제가 느끼기에는 어떤 질문의 정수까지는 닿지 못하는데, 아는 것은 많은 친구 느낌이에요. 질문을 하면 아는 것이 많아서 뭐든 대답은 하는데, 정수에는 미치질 못하는 거죠. 이경혁 편집장: 그런데 사실 AI가 제작 도구로써도 활용되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게임씬에 들어오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요. 가령, <스모킹 건> 같은 경우에는 AI가 배우의 역할도 하지 않나요? 게임을 만드실 때, 거기 나오는 안드로이드에게 일종의 액팅 지도를 해야 하지 않나요? 한규선 PD: 실제로 액팅 지도가 들어가 있어요. 등장하는 캐릭터가 한 18개 정도 되는데, 그 캐릭터성을 다 다르게 표현하려 했거든요. 정보를 가지고 있는 형태는 유사할 수 있어도, 그거를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지는 각자 다 다르게 하고자 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캐릭터마다 다 세팅을 하시는군요. 중간에 오타쿠 의사 로봇이 나올 때, 저는 연기 지도가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기존의 게임 디렉터와 다르게, 약간 영화 감독 같은 작업이 되었겠는데요? 이런 작업은 기존의 게임 개발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장면들이잖아요. 한규선 PD: AI를 활용한 작업은 저희에게 익숙합니다. 저희는 2019년부터 이런 작업을 4년째 했었거든요. 이경혁 편집장: 그러면 4년간 작업을 하시면서 AI를 활용한 작품 중에서 괜찮은 레퍼런스가 되었을 게임이 있었나요? 이가빈 PD: 내부에서 만든 게임이 주로 떠오르긴 하는데요. 사실 저희 <즈큥도큥>의 전신이 되는 게임 중에 <워케스트라>라는 게임이 있었어요. 이 게임은 음성으로 군대를 움직여서 전략 전투를 하는 게임이었는데요. 개발 테스트에서 음성으로 누굴 공격하라거나 어떤 스킬을 쓰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저는 주체적으로 말을 못 고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옵션을 제공하고 어떤 말을 해야할지 제공해야겠다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해서 만든 것이 <즈큥도큥>였어요. 한규선 PD: 저희도 이전에 프로토타이핑했던 <데몬>이라는 게임이 있었는데요. GPT가 악령이에요. 이 악령의 이름을 말하면 이기는 게임이거든요. 그래서 얘한테 정보를 숨겨놓고, 그걸 찾아서 성불시키는 게임이었는데, 뭐 개발 과정에서 처참하게 망했죠. (웃음) 이경혁 편집장: 저는 되게 재밌어 했을 것 같은데요? 한규선 PD: 저도 지금 만들면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당시에 가빈 PD님이 테스트를 엄청 깊게 해주셨거든요. 그 과정에서 게임에 정보를 숨기는 것이 어렵구나 하는 점을 배우고, 그다음에 추리 게임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스모킹 건>에서도 그런 장면을 봤었던 것 같아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기사에 실을 수는 없겠지만. 한규선 PD: 와! 맞아요. 그거를 이런 식으로 알아차리실 줄은 몰랐는데... 저만 알고 있는 건데... 맞아요. 이경혁 편집장: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도 전신이 되는 게임의 컨셉이나 노하우가 어디에 담겨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으실 수 있겠네요. 이경혁 편집장: <즈큥도큥>에 대해서도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렐루게임즈에서 여러 인터뷰가 있었지만, <즈큥도큥> PD님은 인터뷰에 거의 나오신 적이 없잖아요? 이가빈 PD: 네. 이번이 첫 인터뷰예요. 이경혁 편집장: 아시겠지만, 지금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다니󰡓, 왜 이런 걸 만들어서, 만든 사람 주소 알아야 된다 뭐 이런 글들이 나오고 있어요. (웃음) 그러면서 우스갯소리지만, 커뮤니티에서는 '이걸 만든 사람은 지금까지 대체 어떤 게임을 했기에 이런 걸 만들 수 있냐'는 궁금증도 올라오거든요. 그런데 저도 그건 궁금하더라구요. 한규선 PD: 저도 궁금하네요. (웃음) 이가빈 PD: 개발자는 어떤 게임을 해놨냐는 질문에 두 가지 분류의 답이 있을 수 있잖아요? 먼저 만들어 온 게임으로 치면, 저는 <테라>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테라> 콘솔로 넘어갔다가, 지금은 없어진 프로젝트인데 소울라이크 게임에서 전투를 담당하는 디자이너였어요. 그리고는 라는 AI 활용 퍼즐 게임에서 처음 AI를 만났죠. 그전까지는 던전 만들고, 전투 만들고, 칼과 방패를 들고 몬스터들과 싸우는 게임들의 콘텐츠 디자이너였어요. 플레이한 게임도 사실은 그것들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요. 소울라이크도 했었고, 시뮬레이션을 되게 좋아했었어요. 갓오브워나, 시티 빌더 류도 포함해서 경영 쪽이나 아니면 <용과 같이>도 재밌게 했었어요. 한규선 PD: 내면에 흑염룡이 있으셨군요. (웃음) 이가빈 PD: 그렇게 싱글 플레이를 위주로 했었고요. 딱히 그 안에서 '그런' 게임은 없었다. (일동 웃음) 상상하신 것처럼 집에 가서 뺨 때리고 그러지 않았어요. 저도 여러분과 같은 게임을 하면서 모두가 다 밟는 코스를 밟아왔어요.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닙니다. (웃음) 이경혁 편집장: 한편으로, 게임 제목에 대해서도 많은 추측과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어떤 의도로 게임 제목을 정하셨나요? 이가빈 PD: 그게, 원래는 가명이었어요. 어떤 게임을 만들지 소개하는 게임 기획 단계에서 원래는 '최대한 읽기 수치스러운 이름으로 정해야지' 하면서, 제가 생각했을 때 읽기 부끄러운 단어들을 이렇게 다 띄워놓은 건데, 출시할 때가 되니까 이름을 지을 시간이 없어서 (웃음) 바빠 죽겠는데 이름까지 처음부터 다시 정하려면 힘드니까. (그냥 냈어요) 한규선 PD: 최고의 선택이었다. (일동 웃음) 이경혁 편집장: 수치스러운 이름이라고 하셨는데, 게임 내용에서도 저는 참 이게 어렵더라고요. 방에 아무도 없어도 피드백을 주잖아요. 처음에는 뭣 모르고 시작했다가, 제 목소리라는 걸 깨닫고 그때의 수치감은... (웃음) 한규선 PD: 저도 디자이너지만, 디자이너로서 봤을 때 되게 혹독한 게임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이경혁 편집장: 보통은 그냥 자기 목소리 녹음을 해서 들어도 굉장히 어색한데 거기에 이펙트도 먹이고, 에코도 넣어서. 이가빈 PD: 원래 시작은 감정 모델로 음성을 보내서 데미지를 계산하는 통신 시간을 채우기 위함이었어요. 음성 데이터가 갔다 오는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유저에게 그 딜레이를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까 어떤 시스템이든 만들어야 했는데, 저희는 거기에서 유저의 메인 경험 안에 수치심이라는 걸 넣고자 했어요. 그리고 이 시간을 활용해서 수치심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이경혁 편집장: 멀티플레이를 제공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요? 이가빈 PD: 그렇죠. 멀티플레이랑 PVE가 근본적으로 다른 건 뭐냐면, '진심으로 이기고 싶은 상대이냐? 아니냐?'. 그러니까 유저의 몰입도 측면에서 조금 더 내가 많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냐? 없냐?를 결정짓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저는 멀티를 딱 한 번 해보고 도저히 못 하겠어서 접었는데, 서로 모르는 사람이 길에서 만나서 바지를 누가 더 길게 내리는가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일동 웃음) 이가빈 PD: 그런데 그 시원함도 있죠. 일탈감? 해방감? 한규선 PD: 저희 팀 같은 경우에도 게임 출시하고 난 다음에 이제 쉴 수 있다고 했을 때, 다들 <즈큥도큥>를 한 번씩 키는 거예요. 그 해방감이 있죠. 이가빈 PD: 사회적 체면이라는 게 사실은 되게 별거 아니거든요. 이게 처음에 되게 창피하고 그렇지만, 사회적 체면을 내려놔야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점점 무뎌져 가는 부분들이 있어요. 저희는 그런 지점들을 고민하면서 게임을 만들었어요. 저희 팀원들의 경우에도 사실 매일 이걸 해야 하거든요. 처음에는 수치스럽다가, 지금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요. 한규선 PD: 다만, 저는 그게 무서울 때가 있어요. (일동 웃음) 처음에는 옆에서 게임을 하면 막 킥킥대면서 그랬는데, 지금은 심각하게 주문을 외우는데도 다들 일상화되어 있어요. 이가빈 PD: 그렇죠. 결국 수치심엔 내성이 생겨요. 몇 번 하고 나면 무뎌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게 또 리스크이지 않나요? 게임이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지를 본다면 그 해방감과 상쾌함이 순식간에 끝나는 것도 문제잖아요. 이가빈 PD: 맞아요. 그러니까 계속 더 강한 수치심을 느끼게끔 개발하고 있어요. (일동 웃음) 그런데 저는 이 해방감이 짧아도 좋고, 언젠가 끝나도 좋으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드리고 싶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스모킹 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시나리오가 거의 SF 형태인데 크레딧에 나오는 작가분들이 원래 SF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들인가요? 한규선 PD: 아, 시나리오는 주로 제가 썼고요. 원래 SF를 생각하고 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 로봇이 살인범 이려면은 두 가지 경우밖에 없더라고요. 하나는 스스로 자유 의지를 가지고 살인을 한 경우든지, 아니면 사람의 조종이 있어야 하든지 두 경우이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확장하려다보니, 아이디어가 점점 커졌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제가 흥미롭다고 느꼈던 점은 로봇 3원칙을 안 썼다는 점이었거든요. 보통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 클리셰인데도, 그걸 안 쓰신 이유가 있을까요? 한규선 PD: 저도 처음에 검토를 했었는데, 로봇 3원칙 자체가 특정 작품에서 나온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이 개념을 사용할지 고민을 하다가, 그냥 우리만의 방식으로 풀어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이런 세계관을 구축하신 것도 대단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추리 게임을 좋아해서 더 관심이 가는데, 시즌제를 만드실 계획은 혹시 없으신가요? 한규선 PD: 시즌 2를 만들고는 싶어요. 시나리오도 어느 정도 생각해놓은 게 있거든요. 마지막 부분에 보면 회수하지 않은 떡밥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다뤄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시즌 2를 언급해주셨는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AI를 활용한 게임이 종합적인 연출의 능력들도 필요하다 보니 다른 장르의 게임들에도 활용할 여지가 많을 것 같아요. 혹시 다른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셨나요? 한규선 PD: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처음 써봤거든요. 그런데 종합적으로 연출하고 상상력을 표현하는 일들이 너무 재밌는 작업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NPC라는 영역을 발견했죠. 그래서 나중에는 이런 기술과 시나리오를 조금 더 대중적인 장르에 접목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예를 들어 RPG라든지, 시나리오가 탄탄하게 있는 게임에다가 이런 기술을 도입하는 거죠. 이경혁 편집장: <발더스게이트> 같은 게임에 자유 대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군요. 한규선 PD: 네. 맞습니다. 그런데 핵심은 그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대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대화를 통해서 거래를 한다든지 설득을 한다든지 이런 시스템이 메인인 어드벤처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고, 시즌 2를 만들어도 시즌 1에서 배웠던 노하우들을 확장시켜서 플러스 알파로 넣고 싶은 기술들이 많습니다. 특히, <스모킹 건>에서 말로 NPC를 제어하는 파트가 있거든요. 이후 작업에서는 이런 기능을 확대하면서 완전 새로운 게임성을 느끼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한편으로 <스모킹 건>의 시점이 1인칭이잖아요. 주인공 캐릭터를 아예 안 보여주는데, 1인칭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한규선 PD: 최근에 어떤 분이 리뷰 쓰신 내용에 공감이 갔는데, 플레이어가 직접 입력하는 게임 형식이기에 이 캐릭터를 규정하는 데 괴리감이 클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실제로 유저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어떤 사람은 굉장히 강압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고, 어떤 사람은 친절한 탐정이 되거든요. 이렇게 사람마다 플레이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제가 캐릭터를 규정해버리면 느낌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캐릭터를 규정하지 않은 거고요. 그리고 게임 내의 인터랙션 요소가 제4의 벽이라고 그러잖아요. 현실까지 이어지는 요소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도 모두 플레이어가 탐정이 되는 경험을 주고 싶었던 점들과 연결돼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두 게임 다 AI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또 다른 공통점으로 플레이어마다 각기 다른 방식의 플레이를 보인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제작자의 입장에서 유저들의 데이터들을 보실 때, '이런 플레이는 생각도 못 했는데'라고 떠올린 적이 있으세요? 이가빈 PD: 저희 게임에선 똑같은 문장을 어떻게 연기하느냐에서 다른 플레이 모습들이 나오는데요. '향아치'라는 유튜버분께서 조선시대 양반들이, 사극에 나오는 것처럼 창을 하듯이 말씀을 하시는데, 이렇게까지 다양한 컨셉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한규선 PD: <스모킹 건>은 사건 해결을 위해 추리를 하는 내용들이 정해져 있지만, 그 외의 부분은 사실 다 열려 있어요. 예를 들어, 저녁 식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게끔 되어 있죠. 그런데 저희가 이 게임을 처음 디자인했을 때, 그런 자유의 영역이 재미의 요소가 될 순 있어도 이걸로 5시간을 플레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추리 자체의 완성도라든지 이야기의 깊이가 없으면 이 게임을 끝까지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유저분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니까 자유 대화하는 부분까지 충분히 즐기시더라구요. 특히, 게임에서 에코라는 친구가 말을 되게 잘하는데, 많은 분들이 이 친구와의 대화를 즐기시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추리의 영역은 결말이 정해져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한편으로는 결말이 있어도 사건을 플레이어가 조립하는 과정은 각자 달랐던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기존의 게임이 메시지를 전달할 때, 고정된 메시지가 일단 나가고 플레이어마다 그 메시지를 다르게 해석했다고 한다면, <스모킹 건>은 고정된 메시지가 나가는 것이 아닌 지점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유저가 완전히 사건을 다르게 구축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한규선 PD: 네. 예를 들어서 어떤 캐릭터가 어떤 일을 했느냐에 대해서는 해석하는 게 되게 다양하게 열려 있어요. 물론, 전체적인 사건의 전말은 기준점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 사이사이는 플레이어가 메꾸게끔 기획했는데 그걸 되게 즐기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이 상상을 하셔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고, 그런 부분을 정식 스토리에 반영한 경우도 많아요. 이경혁 편집장: 요즘 AI를 활용하는 게임 개발 프로젝트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요. 혹시 PD님들은 렐루게임즈 외에 다른 곳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도 알고 계신가요? 이가빈 PD: 스팀에서만 찾아봐도 AI를 활용한 프로젝트들이 많아요. 사소하게는 에셋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죠. <도키도키(두근두근 AI 심문게임)> 같은 게임이나 <페이크북>도 그렇고, 저희도 (관련된 게임이 나오는 소식에 대해) 약간 촉각을 곤두세워보는 것 같아요. 특히, AI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면 궁금해져요. 저희는 AI 기술의 가능성도 알지만, 시행착오도 겪어봤잖아요. 그러다 보니, AI와 관련된 한계를 어떻게 처리했을지, 어떤 돌파구를 찾았을지 이런 점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것처럼 에셋에 도입하는 경우는 많지만, 한편으로 게임에 AI를 넣는 것과 게임을 AI로 만드는 것은 다르잖아요? 저는 렐루게임즈의 시도가 좋았던 지점이 게임의 규칙과 메커니즘에 AI를 넣었다는 점이거든요. 한규선 PD: 렐루게임즈의 규칙이랄까 대원칙이 하나 있는데, 게임의 코어에 딥러닝이 들어가지 않으면 저희는 프로젝트 승인 자체가 되질 않아요. 아이디어 단계에서 이 게임이 코어에 딥러닝 기술을 필요로 하느냐를 살펴보고, 거기에 게임적 재미를 어떻게 부여할지 살피게 됩니다. 만약 AI 기술과 관계없이 재미있는 게임 기획을 가져오면 승인이 안 날 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제안도 안 해요. 이가빈 PD: 저희는 만드는 중에도 계속 체크를 해요. 이게 진짜 딥러닝 없이 불가능한 게임인지. 이경혁 편집장: 그렇군요. 그런데 게임을 만들면서도 AI 기슬이 발달하잖아요? 그러면 <호라이즌 제로 던>의 엘리자베스 소벡 박사가 가이아를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실 것 같은데, 변화하는 기술을 보며 어떤 기분이 드세요? 한규선 PD: 저희 게임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AI가) 말을 되게 못했어요. 예전에는 비용이나 속도 문제 때문에 GPT 3.5를 썼었는데, 그때 로봇은 말도 잘 못하고 약간 떨어지는 느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GPT 4로 바꾸니까, 로봇이 초등학생이다가 갑자기 대학을 준비하는 애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나 감격스러운 순간이 있었어요. 특히, 유튜버분들이 플레이하는 거 보면 옛날에는 조금 불안한 지점이 있었는데, 요즘은 저도 놀랄 정도로 말을 잘하고, 󰡒내 새끼, 잘한다󰡓 이렇게 될 때가 있거든요. (웃음) 앞으로는 더 발전할 거라고 봐요. 어떻게 보면 지금 자유대화가 가능한 NPC의 상용화 앞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하는데, 저는 앞으로 그렇게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이경혁 편집장: 맞죠. 대화형 인공지능의 영역에서 사람들은 오류가 있는지의 여부를 중요하게 살펴보지만, 저는 오류가 있어도 괜찮은 영역이 놀이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모킹 건>의 시나리오를 보면 오류가 생기는 지점도 상정을 하시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반가웠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 AI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나오는 주제가 편향성이잖아요? 인간이 AI의 편향성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들도 나오고 있는데, 현업에서 AI를 다루시는 입장에서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가빈 PD: 저는 편향성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AI를 따라가더라도 어디까지 얼마나 따라갈 것인지에 대한 취사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오히려 그런 의존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AI 기술을 원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있어요. 한규선 PD: 저도 동감하는 지점이,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들은 오히려 쉽지만, 어슴푸레한 뭔가가 있다고 하면 오히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유의미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지점들은 연구할수록 더 확립될 거고요. 이가빈 PD: 조금 더 첨언하자면, 가끔은 AI를 따라가다 보면 역으로 발견할 수 있는 지점들도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들을 모아서 어떤 아웃풋이 나왔는지 발견하다 보면 사람들이 어디서 재미를 느끼는지, 왜 이런 게임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한규선 PD: 저희 회사에서 만든 는 AI로 생성하는 퍼즐 게임이거든요. 여기서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스테이지들이 있고, 이것을 얼마나 생성하는지가 중요한 과제였어요. 이런 지점에서 '재미 자체를 학습하는 딥러닝'을 만드는 것이 회사의 중요한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예요.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지점들에선 게임 분야가 더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들이 많은 것 같네요. 이가빈 PD: 처음에 저는 게임에 AI 기술을 적용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모든 게임은 행동에 대한 피드백과 학습이 일어나고, 거기서 몰입이 생기면서 유저들이 즐기게끔 설계가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딥러닝을 도입하면 유저의 행동 자체도 모호해지고 피드백도 모호해지는 부분들이 나오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게임에서 자연어로 질문을 하면 이거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보다 훨씬 모호한 행동이에요. 그러면 피드백도 모호할 수밖에 없죠. 유저들도 행동을 하면서 이게 얼마나 스스로에게 유의미하고 보상이 될지 모르다 보니,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좌우하느냐가 AI 게임 개발의 핵심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한규선 PD: 그런 지점에서 오늘날 AI에 관한 기사도 많고, 관련 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쏟아져 나오지만, 실제로 AI나 자연어 기술을 활용한 게임이 많이 나왔는지 묻는다면 아니거든요. 기술 발전에 비해서 게임 분야의 활용이 좀 더디거나 오히려 보수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렐루게임즈가 주목받는다고 한다면, 그런 것들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 이유가 될 것도 같고요. 그래도 이렇게 일종의 거품이 생기는 지점들은 사람들의 기대치가 있다는 의미이니, 앞으로 AI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가 밝혀지면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경혁 편집장: 마지막으로 두 게임 다 AI를 사용했지만, 기술을 활용한 방식이 다르고 게임성이 다르기 때문에 홍보 전략도 달라질 것 같은데요. 그런 지점에서 어떤 분들이 우리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한규선 PD: 일반적으로 추리 게임이라는 장르는 정해진 선택지를 따라서 진행하기 마련인데, <스모킹 건>은 그런 지점에서 새로운 방식의 플레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추리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즐거워하실 것 같고요. 그리고 수다 떨기 좋아하시는 분들? 시시콜콜한 대화를 즐거워하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과 로봇, AI 사회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나 고민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엔딩까지 재미있게 플레이하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가빈 PD: <즈큥도큥>는 뭐랄까요. 햄버거집에 가서 주문 못하시는 분들? 부끄러움을 되게 많이 타시거나 그런 분들이 한번 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렸을 때는 저도 짜장면 집에 전화 못하고 되게 창피하고 그랬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한 번 하고 나면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붙일 수 있는 용기가 생겨요. 그런 것처럼 극단적인 체험을 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나는 짤렸다: 미국 게임계의 해고 붐 한복판의 현장 스케치

    2023년 11월 나는 짤렸다. 상사가 예정에도 없는 짧은 미팅을 제안했고 그 때 부터 뭔가 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맡고 있던 큰 클라이언트가 계약을 해지했다는 뉴스를 들었기 때문이다. 불안함은 현실이 됐다. 상사가 나에게 절대 퍼포먼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해줬지만 기분이 좋아지진 않았다. < Back 나는 짤렸다: 미국 게임계의 해고 붐 한복판의 현장 스케치 18 GG Vol. 24. 6. 10. 나는 짤렸다 2023년 11월 나는 짤렸다. 상사가 예정에도 없는 짧은 미팅을 제안했고 그 때 부터 뭔가 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맡고 있던 큰 클라이언트가 계약을 해지했다는 뉴스를 들었기 때문이다. 불안함은 현실이 됐다. 상사가 나에게 절대 퍼포먼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해줬지만 기분이 좋아지진 않았다. 그래도 나는 인간적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퇴사하기 1달 전에 알려주면서 회사의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재취업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내가 그 동안 들어오던 미국의 정리해고는 준비할 시간 조차 주지 않고 이메일이 와서 “30분 후 부터 너는 그 어떤 회사 정보에도 접속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니 사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2023년과 2024년은 미국의 게임업계에 전례없이 차가운 겨울이었다. 역대급 정리해고 2023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게임업계에 있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다. 겉잡을 수 없는 정리해고의 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글로벌 팬데믹 시기 정점을 맞이하면서 엄청난 돈잔치를 벌였던 게임업계는 코로나 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다가온 불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집줄이기에 나섰다. 미국 게임업계에서 일하며 흉흉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것은 2023년 봄쯤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기억으로 이 모든 정리해고들의 시작을 끊은 것은 EA였다. EA는 2023년 3월 전체 인원의 6%에 달하는 800여명을 해고했다. 5월에는 유니티가 600여명을 해고했다. 이 뉴스가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유니티가 이미 1월에 300여 명을 해고했기 때문이었다. 6월에는 포켓몬으로 유명한 나이안틱이 200명 이상을 해고하고 LA 스튜디오를 폐쇄했다. 8월에는 정말로 큰 건이 터졌다. 중동측과 2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계약을 맺기로 한 유럽 게임계의 거인 엠브레이서 그룹이 투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자사 스튜디오들을 폐쇄해 나갔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세인츠 로우 시리즈로 유명한 볼리션이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나오는 이름들은 커져만 갔다. 9월에는 에픽 게임스가 800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했는데 이는 전체 직원의 16%에 달하는 것이었다. 데스티니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사 번지가 100명을 해고한 것은 놀랍지도 않은 수준이었지만 지인이 해고에 영향을 받아서 나에게는 좀 더 피부로 느껴졌다. 해고를 당한 내 지인은 본인이 데스티니 시리즈에 정말 ‘영혼을 갈아넣었’는데 해고를 당해서 도저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가 건넬 수 있는 위로의 말은 별로 없었다. ‘금방 다시 직업을 찾을거야’라는 말이 너무나 거짓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유비소프트는 대규모 해고보다는 각 스튜디오를 폐쇄하는 등으로 지속적으로 해고를 했다. 전체를 보면 이미 500여 명이 해고당한 수준이었다. 게임에 대한 전폭적 투자를 해왔던 아마존 게임스는 11월 아예 한 부서를 없애며 180여 명을 해고했다. 가장 정리해고 규모가 컸던 달은 2024년 1월이었다. 직원을 계속 짜르던 유니티는 1800명을 추가로 짜른다고 발표했고 트위치는 500명을 해고했다. 라이엇 또한 500명 이상을 해고했고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무려 2000여 명에 가까운 사람을 해고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1월에 해고된 사람의 숫자가 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재취업을 위한 노력 나는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다들 짜르기 바쁜 와중에 채용을 하는 곳이 별로 없었고 그나마 있는 곳도 내가 일하던 곳보다 훨씬 더 큰 개발사/퍼블리셔 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지원을 해 서류통과도 못하고 있었다. 매일 매일 거절을 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던 나에게 재미있는 현상이 보이긴 했다. 테크나 게임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본인들의 자구책을 ‘협동’을 하면서 만들어내고 있었다. 일단 커리어 전문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을 중심으로 해서 해고현황을 공유하고 업종별로 올라온 채용공고들을 공개된 구글시트에 모아놓는 등의 움직임이 있었다. 정리해고의 아카이브를 보면 정말 들어본 적 없는 인디게임개발사의 정리해고까지 빼곡히 차있었다. 구직자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서로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링크드인에서도 서로를 태그해주는 등 ‘상부상조’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게임업계 사람들 답게 디스코드 채널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보통 직군별로 정보를 공유하는 디스코드 채널이 있는데 그 곳에서 채용공고나 팁을 공유했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에 열려있는 채용공고는 본인이 ‘리퍼럴’을 해주겠다고 먼저 나서는 사람도 많았다. 아예 본인 팀에 자리가 있다고 다른 곳에 공개적으로 게시하지 않지만 여기서 먼저 이력서를 받아보고 싶다고 한 사람도 봤다. 업계의 내부결속력은 어려운 시절에 더 잘 발휘됐다. 해고자의 모임 심지어 그들은 위로조차 모여서 했다. 블리자드가 해고를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1월말 블리자드 본사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한 카페에서 게임계 정리해고자들의 모임이 있었다. 모임 공지를 보고 같이 갈 사람을 찾았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내 특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침 모바일 전문 개발사에서 해고를 당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운영부서에 있었는데 본인이 담당하던 게임이 운영을 중단했고 회사 측에서는 회사 내 다른 팀에 자리를 찾으면 고용을 유지해줄 수 있지만 아니면 나가라고 통보했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 본인이 받아줄 곳을 찾느라 정신이 없어 모임에 나갈 수 없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됐지만 그 노력은 허사였고 그는 정리해고를 피할 수 없었다. 판타지한 배경으로 꾸며져 있는 카페에 혼자 들어서니 이미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음료를 한잔씩 들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가운데 있는 넓은 테이블에는 전지가 있었고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연락처를 교환할 수 있는 게시판 같은 역할을 했다. 이미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짜내서 말문을 열었다. 대부분이 블리자드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었고 대부분이 한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었다. 직종은 다양했다. 대부분은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 같은 개발직군이었지만 IT 인프라부터 마케팅까지 거의 모든 직종이 망라됐다. 우울함은 전혀 없었다. “20년 블리자드에서 일을 했는데 내 후임 교육 잘 시켜놨더니 나는 짤리고 그 후임이 내 자리 차지하더라”같은 자조적인 농담들은 있었지만 그것 또한 웃음의 재료일 뿐이었다. 서로 어디 면접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업계 전체적으로 해고의 바람이 불자 자연스럽게 생겨난 대처방법의 단면을 보았다. 겨울에 대처하는 방법 미국 게임업계가 얼어붙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미시적 경험들을 통해서 알게 된 업계에 대한 몇가지의 통찰이 있다. 과도한 인재영입 경쟁과 개발비용의 상승이 이러한 사태를 불렀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 게임계는 전에 없는 호황을 맞이했고 따라서 엄청난 규모의 채용을 진행했다. 채용 중 일부는 필요한 채용이기도 했지만 경쟁업체에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한 채용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인들 중 게임회사에 뽑혔음에도 불구하고 몇달 동안 아무런 프로젝트도 배정받지 못한 경우도 들어봤다. 이는 채용이 단순히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였다는 말. 결국 이런 기형적 형태는 개발비용의 엄청난 상승으로 이어졌다. 영국의 경쟁시장국(CMA)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종래 5000만 달러에서 1억5000만 달러 정도였던 AAA 게임의 개발비용은 이제 2억 달러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콜 오브 듀티나 GTA 같은 프랜차이즈는 개발비용으로 3억 달러를 넘게 쓰기도 한다. ‘인건비’가 전체 비용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업계에서 상승하는 개발비용은 정리해고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특히나 프로젝트가 ‘접힐 시’에는 더 그렇다. 실제로 대형 모바일 게임회사에서 일하던 지인은 본인이 맡은 게임이 서비스 종료를 하면서 실직상태가 됐다. 포스트 펜데믹이라는 경제적 상황 또한 게임업계에 좋지 못하게 작용했다. 야외 활동이 극도로 자제되는 코로나 기간에 올랐던 매출은 이미 2021년부터 상승세가 둔화됐다. 2022년 들어서는 외려 떨어지기도 했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쿠퍼하우스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의 전체 매출은 2022년과 2023년에 3.1%와 3.3%가 떨어졌다. PC게임시장도 2022년에는 1.4%가 쪼그라들었다. 비용은 늘고 매출은 떨어지는 시장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단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비디오 게임은 오래된 산업이 아니다. 산업으로서 자리를 잡고 나서 역사를 보면 전체적으로 우상향을 그려왔다. 그리고 그 상승세는 코로나 시기에 정점을 찍었다. 이후에 찾아온 겨울은 어쩌면 산업으로서의 게임계가 몇번 겪지 못한 것이었을 수 있다. 미시적 시점과 거시적 시점에서 풍파를 겪어낸 나의 체험은 결국 업계에 대해서는 차가움을 커뮤니티에 대해서는 따듯함을 느끼며 마무리 됐다. Tags: 북미, 미국, 해고, AAA게임, 게임산업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나성인) 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 구독 서비스의 대두 앞에서 떠올리는 생각들

    구독 서비스의 미래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과거 부분유료결제와 확률형아이템이라는 결제방식의 변화가 가져온 게임 내부까지의 변화를 겪으며 우리는 다음에 올 결제양식의 변화에 대해서는 그저 시장의 흐름에 맡기기만 하는 것이 최선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노동과 생산의 영역에서 가격의 결정이 그저 시장의 힘에 의해서만 이루어짐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은 오늘날 최저임금제와 같은 여러 보완책들을 이끌어낸 바 있다. 아주 같은 맥락은 아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소비와 이용의 차원으로 들어온 여가의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일련의 ‘여가의 정치경제학’과 같은 생각을 떠올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 Back 구독 서비스의 대두 앞에서 떠올리는 생각들 09 GG Vol. 22. 12. 10. 구독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하여 읽음’이다. 애초에 단어 자체에 購讀, 읽을 ‘독’자가 들어가는 상황이니 당연한 말이겠지만, 최근에 이 단어는 읽는다는 행위를 떠나 다른 쪽에 주안점을 찍고 있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지금의 구독은 개별 단위의 구매가 아닌, 정기적으로 일정 수량 이상의 상품 혹은 서비스를 결제하여 사용하는 일을 가리킨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작 단어의 출전에 가까웠던 신문과 잡지의 구독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지만, 확장된 의미의 구독은 신문, 잡지를 넘어선 온라인 미디어의 구독에 머물지 않고 이제는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의 정기배송까지도 묶어 부를 수 있는 말이 되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 게임 또한 구독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기 시작했다. 플레이스테이션, XBOX같은 전통적인 콘솔 플랫폼 뿐 아니라 게임 구독 서비스는 애플 아케이드나 구글과 같은 스마트폰 기반의 범용 플랫폼에서도, 심지어 넷플릭스 같은 비게임 플랫폼에서도 출시하는 보편적인 흐름이 되었다. 디지털게임은 상품으로서의 속성을 강하게 띠고 있는 매체고, 구독과 같은 결제방식에서의 중대한 변화는 당연히 게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변화는 함부로 예측하기 어렵겠지만,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새로운 결제방식에 대한 고민들을 시작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1. 구독 방식은 일정한 지분을 가진 결제방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유통사나 플랫폼 입장에서는 구독 서비스에 거는 희망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로 하여금 정기 번들링의 형태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게임을 제공한다는 슬로건 안에는 불확실한 매출 볼륨을 정기적이고 고정적인 형태로 바꿈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의 확대가 개별 소프트웨어 판매와 상충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특히 플랫폼 단위의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의 결제를 플랫폼 단위에서 배타적으로 자사의 고정적 현금흐름으로 묶어낸다는 점에서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는 선택일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유통사가 제시하는 이득을 확인하기 어렵지 않다. 정기결제를 통해 출시되는 더 많은 게임들을 폭넓게 만나볼 수 있는 방식은 특히 다양한 게임들을 이른바 ‘찍먹’하고자 하는 게이머 입장에선 갈수록 개별가격대가 만만치 않게 올라가는 개별구매에 비해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이는 개별 게이머들의 성향에 의해 크게 호오를 탈 수 있는데, 이를테면 게임 하나에 집중하는 스타일의 게이머들에게는 별다른 메리트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호/오라는 두 개의 입장으로 갈리는 상황에서 개별 판매와 구독이 동시에 존재하는 플랫폼 스토어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소비자에 대한 세부 분류를 강화하는 가격 마케팅의 일환으로 판매정책이 세밀해지는 효과를 얻는다. 그 결과가 소비자로 하여금 어떤 게임을 선택하기 쉽게 하고, 또 제작자로 하여금 어떤 게임을 더 많이 / 더 오래 만들도록 하는지를 떠나서라면, 구독 서비스의 도입과 보편화는 게임결제양식의 한 축으로 나름의 자리를 구축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2. 구독 서비스를 통해 게임제작자들은 기존보다 나은 개발환경을 얻게 될 것인가? 다만 제작자 입장에서라면 이야기는 조금 더 무거워질 수 있다. 당장 구독 서비스는 현재 한국에서 게임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결제방식인 부분유료결제 방식과 크게 상충하기 때문이다. 이미 게임 내에서 별도의 월정액 결제방식 등을 도입하고 있지만, 플랫폼 단위의 ‘구독’은 정기결제라는 방식보다는 이용자로 하여금 게임 선택의 폭 자체를 키워버리는 효과를 낳는다는 점이 핵심이기에 방식만 같을 뿐 다른 의미를 가진 개념이 된다. 게임을 선택한 뒤 그 게임에 정기결제를 넣는 방식은 일종의 매몰비용을 지속적으로 누적시키면서 이용자를 특정 타이틀에 고정시키는 효과를 낳지만, 정기결제가 먼저 이루어진 뒤에 서로 다른 게임제작사의 게임을 취사선택하는 방식은 정기결제로 만들어지는 이윤을 게임사가 아닌 플랫폼에 집중시킨다는 측면에서 부분유료결제와는 다른 효과를 낳는다. 적어도 부분유료결제로 운영되는 게임들이 구독 서비스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일은 보기 어려울 것이다. 제작자의 입장은 단지 부분유료결제라는 기존의 방식 하나에만 영향을 주는 것으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앱스토어 등을 통해 타이틀 판매 단위로 플랫폼으로부터 수익을 정산받는 개별판매에서도 수익구조의 변화에 따라 개발사들의 제작방식 또한 달라질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카테고리 내에서 다운로드/스트리밍되는 횟수나 총 플레잉타임을 기준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라면 구독서비스에 들어가는 게임들의 경우에는 카테고리 내에서 최초 선택될 수 있는 게임규칙이 무엇인가에 대한 심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적어도 이런 변화가 머지않아 여러 게임들에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할 것이다. 대규모 부분유료결제가 아니더라도 소소한 인앱결제가 도입된 게임들의 경우에는 구독 서비스 안에서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재검토도 이루어질 것이다. 이용자가 사실상 무료라고 여기고 접근한 게임 안에서 추가적인 결제를 요구하는 순간을 맞을 때, 그는 기존의 다른 방식 – 그것이 free-to-play이건, 개별판매 방식이건간에 – 에 비해 더 쉽게 지갑을 열 것인가, 아니면 빠르게 다른 게임으로 갈아탈 것인가? 이런 고민들 또한 머지않아 게임규칙 안에 녹아들 것이고, 그 결과 또한 금새 시장에 출력될 것이다. 3. 구독 서비스는 게임플랫폼이라는 독자적인 양식에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주문형 비디오 플랫폼으로 구독결제 방식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게임 구독 서비스에 도전한다는 소식은 여러모로 흥미로운데, ‘구독’이라는 개념을 게임과 TV라는 매체보다 더 상위에 있는 개념으로 이해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좀 뭉뚱그려보자면, 영상물을 시청하는 것과 게임을 선택해 플레이하는 것은 결국 정기결제를 통해 제공받는(큐레이션을 포함한) 범주 안에서 동일한 소비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그러나 통일된 의견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영상물 시리즈나 영화 한 편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시청하는 경우와 게임 하나를 붙잡고 업적 100%를 찍는 일을 같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적어도 게임에 비해서는 서로 다른 콘텐츠라도 비슷한 시청시간으로 구성되는 영화, 드라마에 비해 게임은 소비시간 측면에서도 게임마다 큰 진폭을 보인다. 이런 차이는 정말 ‘구독’이라는 결제방식 안에서 하나로 불릴 수 있는 만큼의 차이일까? 만약 충분히 구독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이 다른 매체와 묶일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때부터는 게임전용 플랫폼이라는 특수성이 보편성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이를테면 역으로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안에서 영상물 시리즈를 구독하거나 하는 일은 왜 또 불가능할 것인가? (한편으로는 컨트롤러라는 부가 인터페이스가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게임플랫폼이 되려 범용성 측면에서도 나을 수도 있겠다.) 결국 여가시간의 활용이라는 공통의 시장을 두고 영상과 게임이라는 두 플랫폼이 격돌할 가능성이 앞선 가정으로부터 나오는 환경을 고려해볼 수 있게 된다. 방향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여가의 정치경제학’을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부분유료결제라는, 한때는 뭐 이런게 있나 싶었던 결제방식이 보편화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 방식의 도입은 모바일 디바이스와 같은 흐름을 타고 한편으로는 게임 대중화의 길을 트기도 했지만 동시에 pay-to-win이라는 지금까지도 많은 게이머들의 뒷목을 붙잡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음을 우리는 지난 몇 년간 경험해온 바 있다. 구독 서비스의 미래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과거 부분유료결제와 확률형아이템이라는 결제방식의 변화가 가져온 게임 내부까지의 변화를 겪으며 우리는 다음에 올 결제양식의 변화에 대해서는 그저 시장의 흐름에 맡기기만 하는 것이 최선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노동과 생산의 영역에서 가격의 결정이 그저 시장의 힘에 의해서만 이루어짐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은 오늘날 최저임금제와 같은 여러 보완책들을 이끌어낸 바 있다. 아주 같은 맥락은 아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소비와 이용의 차원으로 들어온 여가의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일련의 ‘여가의 정치경제학’과 같은 생각을 떠올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사파의 탄생과 몰락

    아케이드에서 가동 중인 대전 격투 게임을 가정으로 온라인으로 즐기는 것이 가능했던 최초의 시기는 94년 말 미국에 출시된 메가드라이브 용 X-Band로, 당시로서는 강력한 2,400bps 전송속도의 모뎀을 통해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2 같은 게임들을 미지의 상대와 가정에서 대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콘솔 능력의 한계로 아케이드 게임 자체를 그대로 옮길 수 없던 시기였으니, 진정한 의미의 (열화 없는) 아케이드 게임을 온전히 집에서 즐기는 환경은 사실상 14.4kbps의 모뎀을 새턴에 연결하여 즐길 수 있었던 96년에 발매된 버추어 파이터 리믹스가 최초라 할 수 있다.  < Back 사파의 탄생과 몰락 08 GG Vol. 22. 10. 10. 아케이드에서 가동 중인 대전 격투 게임을 가정으로 온라인으로 즐기는 것이 가능했던 최초의 시기는 94년 말 미국에 출시된 메가드라이브 용 X-Band로, 당시로서는 강력한 2,400bps 전송속도의 모뎀을 통해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2 같은 게임들을 미지의 상대와 가정에서 대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콘솔 능력의 한계로 아케이드 게임 자체를 그대로 옮길 수 없던 시기였으니, 진정한 의미의 (열화 없는) 아케이드 게임을 온전히 집에서 즐기는 환경은 사실상 14.4kbps의 모뎀을 새턴에 연결하여 즐길 수 있었던 96년에 발매된 버추어 파이터 리믹스가 최초라 할 수 있다. X-band는 미국의 경우 전용회선의 서비스를 일부 지역에 별도로 운영했으나, 대부분 플레이어는 모뎀 플레이의 문제점인 대전 도중 전화비용이 계속 청구되는 점과 집에 전화가 오면 통신이 끊기는 등의 문제, 디스커넥트로 인해 패배가 기록되면 억울하다고 고객센터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운영 미숙과 아케이드에 비해 낮은 요금 경쟁성으로 전 세계에서 최대 15,000명의 플레이어만을 확보한 채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지만, 그런데도 생애 처음으로 온라인 게임을 경험한 사람들이 잊을 수 없는 유니크한 경험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상대는 내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무슨 행동을 하든 괜찮다’라는 점이었다. 아케이드에서 이렇게 플레이하면 바로 옆에 앉은 대전 상대에게 사람과 사람이 게임을 즐기며 지켜야 하는 예의가 무엇이 있는지를 몸으로 익혀야 할 위험이 있던 반면, 온라인 대전은 상대가 나를 모르기 때문에 예의를 알려줄 수 없다. 흔히 이러한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플레이어를 한국은 당시 무협물의 인기에 힘입어 ‘사파’라고 불렸는데, 이들이 내공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대가 드디어 열리고 있는 것이었다. 우선 과거 분류되었던 정파와 사파에 대해 구분하자면, 정파는 쉽게 말해 서로 얼굴 붉히지 않을 내용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나의 승리인 것을 인정하도록 깔끔하게 경기를 지배하는 플레이어를 말하며, 사파는 이기기 위해 어떤 행동이라도 서슴지 않는 플레이어다. 이러한 행동은 처음에는 밸런스를 무너뜨릴 정도의 강한 캐릭터를 선택하거나, 정상적으로 나올 수 없는 버그 테크닉을 사용하는 플레이 등이 해당했다. *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5에서는 숨겨진 커맨드로 보스 캐릭터인 오메가 루갈을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선택창에 이 강력한 캐릭터가 출현하는 순간부터 오락실 분위기는 늘 심상치 않았다. 한편으로는 게임의 밸런스를 커뮤니티에서 임의로 룰을 이용해 조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유명한 예라면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의 ‘어퍼 금지 룰’이다. 기본적으로 앉아서 강펀치로 구사되는 어퍼컷이 공중에 있는 상대를 너무 빠르고 쉽게 떨어뜨렸기 때문에, 게임 초보자와 숙련자의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자 PC통신을 주축으로 서로 오프라인에서 얼굴 붉히지 않으면서 게임의 수명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어퍼컷을 쓰지 않기로 합의한 내용을 말한다. 당연히 모두가 이 룰을 알 수는 없었으며, 따라야 할 강제성도 없었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일부 플레이어들은 오프라인 모임의 확대를 위해서는 이 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정파로 자신들을 규정한 그들은 이러한 룰을 지키지 않는 상대에게 난입 후 이길 수 있는 실력과 인지도가 있었기에 룰을 어느 정도 정착시킬 수 있었으며,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방법을 병행하여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했다. 지금이야 온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간단히 버그를 수정하고 밸런스를 개선할 수 있는 시기이기에 이러한 문화는 사라졌으니, 대전 격투 게임 붐에서 태어난 90년대의 이질적인 아케이드 문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 피를 부르는 싸움의 적절한 예시 하지만 내 돈을 내고 아케이드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게임을 하겠다는데, 그것을 간섭하는 경우가 마냥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하자니 서로 얼굴 보며 게임을 하는 이상 불필요한 적을 만들 뿐이다. 이들에게 오프라인에서 진정한 자유란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화 속에 온라인 대전이라는 새로운 환경은 차선책이 되기에 충분했다. 내가 상대를 아무리 약올려도 뭐라 할 수 없는 비정한 곳이 온라인 세계다. 더해 특유의 위화감까지 더해지며,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던 이들은 점차 온라인 세계의 특징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대전 격투 게임의 온라인 붐이 일어난 것은 2003년 출시된 Xbox Live가 시작으로, 이는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드림캐스트와 플레이스테이션 2의 온라인 플레이를 한국에서 즐기려면 VPN을 통한 우회 접속을 비롯해 굉장히 복잡한 과정과 높은 비용이 필요했고, 플레이스테이션 2의 온라인 서비스가 이후 한국에서 정식으로 시작되었지만 대전 격투 게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한 Capcom vs. SNK 2, 스트리트 파이터 15주년 기념판 등은 아케이드에서도 일부 점포만 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한국의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해외 소식을 통해 듣기만 하던 온라인 플레이의 첫 실전을 경험하면서 지금까지 듣기만 하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반응 속도가 아케이드와 비교해 느리다는 것이었다. 후에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며 등장하는 게임들은 어느 정도 네트워크 매치를 개발 단계부터 고려해 약간 먼저 버튼을 누르거나 커맨드를 대충 입력해도 기술이 구사되도록 보정 시스템이 있지만, 처음 등장한 Xbox live 대응 타이틀은 아케이드와 동일한 조작감이었고, 당시 아케이드의 격투 게임은 실력의 상향 평준화로 인해 컨트롤의 난이도를 가장 극단적으로 어렵게 올리던 시기였으니 온라인과의 궁합이 좋지 않았다. 상대의 공격이 나에게 닿기 5프레임 직전부터 커맨드를 입력해야 구사되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블로킹 같은 테크닉은 감각이 아예 다를 정도였으며, 고수가 많았던 아케이드 유저들은 아케이드와 감각이 다른 점이 오히려 양쪽의 플레이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만큼, 다시 아케이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게임의 밸런스가 가정용에서 달라진 이유도 있었다) 이렇게 당시의 온라인 대전 감각은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으며, 이는 온라인 세계가 고유의 생존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아케이드에서 익힌 능력은 쉽게 통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특징은 이기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라도 시도하는 플레이어들에게 또 하나의 유흥거리가 되었는데, 이 온라인 특유의 느린 반응 속도를 철저하게 승리를 위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아케이드에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게임을 즐기는 성향이라면 당연한 흐름이기도 했다. 혼다의 슈퍼 박치기, 브랑카의 롤링 어택 등 오프라인에서 막히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기술도 온라인에서는 막혀도 반응이 어려운 것을 알자. 온라인 세계의 상위 랭크는 ‘얼마나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플레이를 하는가’라는 능력이 더해진 비정한 전쟁터가 되었으며, 아케이드를 주축으로 한 오프라인 유저들은 그 들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고 사파로 규정하며 ‘랙만 아니면 내가 이긴다’라는 주옥같은 명언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후 2009년에 출시한 스트리트 파이터 4, 블레이블루: 캘러미티 트리거 같은 게임들은 처음 게임 설계부터 네트워크 대전 상황도 고려했기에 한국에서 일본 등의 근거리 국가들과 아케이드와 플레이 감각이 비슷한(납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지만, 상대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유저와 대전을 피하지 않는 사파들의 게임량을 따라갈 수는 없기에, 항상 게임의 최상위 랭킹은 온라인에 최적화된 플레이어들의 기록으로 쌓였다. 그렇게 2004년부터 약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대전 격투 게임의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별개의 게임이라는 인식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점차 형성되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인식도 서서히 변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 “롤백(Rollback)”이라 불리는 넷코드 기술이 있었다. * 인풋 딜레이 방식과 롤백 방식의 차이를 설명한 영상. 기존의 인풋 딜레이 방식은 서버에 입력 신호가 닿으면 화면에 적용되는 방식이며, 롤백은 일단 입력하면 상대의 행동을 예측해 다음 프레임을 미리 시뮬레이션 하는 형태이다. (영상의 1분 3초 ~ 1분 5초가 롤백 방식의 화면) 양쪽의 입력이 다를 경우 직전 상황으로 돌아오게 되는 새로운 문제도 있지만, 예측의 적중률이 높을수록 로컬과 같은 감각으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니 최근 모든 격투 게임 플레이어 신이 롤백 방식을 선호하고, 예측을 적중시키는 노하우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어차피 광케이블이 빛을 이용한 속도인 이상, 지구 전체가 광케이블로 연결되어 있고 매질의 영향을 전혀 안 받는다고 해도 지구 반대편과는 8프레임의 입력 지연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서로의 신호를 교환한 뒤 진행하는 인풋 딜레이 방식은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는 예전부터 남미가 전통적인 강국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각종 해외대회에서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만, 먼 미래에도 인풋 딜레이 방식으로는 물리적인 위치로 인해 정상적인 대전이 온라인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롤백 넷코드는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고, 장르의 특성상 순간적으로 게임을 뒤흔들 변수가 적기 때문에, 유독 이 예측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결국 이 기술은 상대의 행동을 빠르게 예측하는 것과 위화감 없이 화면을 보정하는 것이 중요한 아이디어 싸움이며, 개발사들은 배경 데이터와 사운드는 놔두고 캐릭터의 핵심적인 요소만 패킷이 이동하게 하는 등, 화면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데이터양을 줄이는 방법을 병행하며 이 요소를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공식 토너먼트까지 각 지역이 온라인으로 개최될 정도로 쾌적한 네트워크 대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롤백 넷코드가 예측을 기반으로 하는 이상, 예측이 벗어날 경우 딜레이보다 더 처참한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프라인과 같은 감각의 입력이 가능한 것과 개발사들의 기술력 향상으로 인해, 현재는 딜레이 넷코드를 밀어내고 대전 격투 게임의 요소 중 기본 사양이 될 정도로 지지받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 게임의 밸런스까지 수시로 업데이트되자 사파 게이머들 역시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었다. * 롤백 넷코드의 가장 비극적인 상황 중 하나 FPS 장르에서 유명한 게임 중 하나인 배틀필드도 일부러 딜레이가 높은 서버에 들어가 나를 맞출 수 없는 스나이퍼를 향해 원거리부터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정면에서 접근하는 등, 타 장르 역시 온라인 입력 지연을 이용한 다양한 플레이 방법들이 있다. 그런데도 주제를 굳이 대전 격투 게임으로 한정 지어 이야기한 이유는, 비록 오프라인을 대표하던 아케이드는 존재감이 얕아졌지만, 장르의 특성상 온라인 환경은 대안일 뿐 여전히 콘솔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대회를 개최하거나 모임을 통해 실력 향상을 꾀하는 행동이 같이 진행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더해 온라인에서 재미를 느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여 점차 오프라인 행사의 규모가 다시 커지는 것도 주목할 만하며,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는 기술이 네트워크 대전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특수한 상황도 흥미롭다. 개발사들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온라인에서 최대한 오프라인 기분을 낼 수 있도록 점차 게임 환경을 구성하고 있고, 대전 격투 게임은 떠오르는 e스포츠 종목이기도 하기에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자들과 만나지 않도록 블랙리스트 설정 등의 관리 옵션도 점차 추가하고 있어, 이제 온라인에서도 자신이 보여준 플레이 행동은 반드시 책임이 동반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온라인도 반드시 예의를 지켜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지금은, 스포츠 정신과 게임의 지속적인 관리가 더해지면서 충분히 게임 내에서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해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기에 플레이어 성향에 따라 사파라 불리게 되던 요소들도 사라졌다. 그리고 사파라 불리던 플레이어들 역시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온라인 랭크를 달성하였기에 존재감을 형성한 만큼, 이기는 법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고 그만큼 게임에 애정이 있는 것도 확실한 플레이어들이었다. 승리를 향한 그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새로운 시대에서 더욱 꽃피우기를 바란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IGN코리아 대표) 이동헌 1999년 월간 게임라인을 시작으로 게임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기간을 게임 개발사에서 보낸 뒤, 게임 제작자보다 글로서 게임 문화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2018년부터 IGN Korea를 운영하고 있다.

  • 게임 디자이너, 수익모델의 변화 앞에서

    결국 온라인 게임의 수익 모델이 부분유료화로 귀결되는 것은 필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분유료화로 뭉뚱그려 취급되는 과금 모델 내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 Back 게임 디자이너, 수익모델의 변화 앞에서 04 GG Vol. 22. 2. 10. 어떤 게임 디자이너의 시작 때는 바야흐로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의 투탑이 한국 게임 시장을 견인하던 시기. 인터넷의 대중화와 더불어 두 게임이 워낙 잘나가고 있을 때이므로, 한국의 다른 게임 개발사들도 이 둘을 벤치마크하여 기회를 엿보곤 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대다수 개발사들은 단품으로 팔 때에만 매출이 발생할 뿐 이후에는 별도의 비용을 받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해줘야하는 RTS, 즉 스타크래프트보다는 리니지처럼 월정액제를 통해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는 mmorpg를 대체로 선호했고, 나 또한 그런 mmorpg를 서비스 중인 회사들 중 하나에 게임 디자이너 (게임 기획자)로 입사했다. 오래 하는 게임 만들기 당연하지만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도 서로 바라는게 매우 다르다. 각자 다른 취향의 플레이어들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은 다양한 시도들을 하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한 가지 공통된 점은 유지해야만 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자주 찾고 오래 플레이하도록 만들 것’ . 온라인 게임 이전 세대의 단품 게임들은 대체로 멋지고 훌륭한, 강력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얼마나 오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사업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때의 게임은 한 번 팔면 그걸로 끝이니 플레이 타임과 매출의 관계는 데면데면한 것이었고, 따라서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다르다. 사람들이 게임에 더 오랜 기간 머물수록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과금모델이 단품 판매가 아닌 월정액제이기 때문에. 한달 만에 모든걸 경험하고 돌아보지 않아도 될 게임을 만든다면 1개월치 월정액 밖에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몇 개월, 몇 년을 플레이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만큼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재밌는걸 만들자’라는 기본 위에, ‘오래 플레이하게 한다’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지금도 일반적으로 mmorpg들은 수십 시간에서 수백 시간, 때로 수천 시간까지도 플레이하는걸 전제로 한다. 가능하다면 평생 게임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그렇다면 일종의 ‘가성비’를 찾아볼 수 있게 된다. 가격 대 성능비. 여기서 가격이란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성능은? ‘플레이어가 얼마나 오랜기간 게임을 플레이하느냐’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런 식이다 “얼마나 적은 비용을 들여 만든 컨텐츠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을 플레이하게 만들었는가?” 이것이 월정액제 시대에 만들어지던 게임에 대해 주어지던 가장 중요한 질문들 중 하나이다. 그렇게, ‘주어진 시간과 비용 내에 만들어진 컨텐츠로 최대의 플레이타임’을 달성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채택된 방법은 게임에 단순 반복적 플레이, 즉 ‘노가다’를 많이 넣는 것이었다. 물론 일부러 지루한 컨텐츠를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같은 컨텐츠를 만들더라도 언제나 ‘가능한한 오래 플레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캐릭터의 게임과 플레이어의 게임 이게 가능한 이유는 mmorpg가 플레이어의 게임이기보다는 캐릭터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아주 큰 범주에서 두 가지로 나눠보자면, 플레이어의 실력이 좋아서 승리하는 게임과 캐릭터에 쏟은 시간이 더 많아서 승리하는 게임으로 나눌 수 있다. 편의상 전자를 플레이어의 게임, 후자를 캐릭터의 게임이라고 하겠다. 플레이어 게임에서 소위 말하는 ‘재능충’은 10시간의 플레이만으로도 남들에 비해 월등한 솜씨를 자랑하게 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100시간을 플레이해도 아주 조금 발전하는데 크치고 만다. 그러나 캐릭터의 게임에서는 노력의 효율이 대체로 모두에게 비슷하다. 같은 시간을 플레이한다고 할 때, 남들은 50레벨까지 키웠는데 혼자만 100레벨로 키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게임이 무 자르듯 플레이어의 게임과 캐릭터의 게임으로 깔끔하게 나뉘는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대부분의 게임들은 플레이어의 게임과 캐릭터의 게임 중간 어딘가에 있다. 그러나 두드러지게 플레이어 게임의 비중이 매우 높은 장르가 있는데 대전격투 게임, FPS, RTS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대로 캐릭터 게임의 비중이 아주 높은 대표적인 장르가 mmorpg이다. 플레이어의 게임은 승리했다는 사실 자체가 플레이어에게 보상이 된다. 나의 실력이 이정도나 대단해! 또는 이 어려운걸 해냈어! 라는 기쁨이 게임을 더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캐릭터의 게임은 그렇지 않다. 캐릭터의 게임에서 주어지는 장애물들의 난이도는 일반적으로 시간을 많이 들인다면 누구나 성취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다. 그리고 장애물을 극복하면 게임 내에서 아이템, 경험치 등 뭔가가 주어진다. 아이템과 경험치에 부여된 일련의 ‘숫자’들은 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그렇게 아이템과 경험치를 모아 점점 더 강해진다. 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라는 기분이 캐릭터 게임을 지속하게 하는 주된 동기부여 장치이다. 플레이어의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 본인이 연습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캐릭터의 게임은 시간을 들여 과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 주어지는 보상을 통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면 된다. 캐릭터 게임의 대표적 장르인 mmorpg에서, 플레이어는 ‘강해졌다’라는 느낌을 즐긴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게임 내에서 ‘보상’의 형태를 통해 제공된다. 단순반복 플레이가 지루하다면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게임을 지속해야 할 동기는 어디에 있는가? 그건 노가다의 끝부분에 배치된 보상 때문이다. 다소 지루한 플레이를 일정정도 마치고 나면 얻게될 보상. 그 보상을 통해 내 캐릭터는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감. 이런 메커니즘이 가장 많이 쓰인 장르들 중 하나가 mmorpg이다. 앞서 말한대로,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매출의 관계는 결국 mmorpg 만들기를 ‘얼마나 노가다를 더 잘 만드느냐’의 문제로 바꾸었다. 더 잘 만들어진 노가다란 대체로 플레이어가 게임이 지겨워 떠나가기 직전까지 단순반복 플레이를 시켜 시간을 끌다가,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멋지고 근사한 보상을 획득케함으로써 다시 게임을 지속할 의지를 불태우게 만드는 것이다. 노가다가 낳은 현질 그리고 부분유료화 보상은 좋다. 그건 명백한 동기부여장치이다. 하지만 노가다는 싫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노가다를 피할 방법을 찾아냈다. ‘돈을 주고 남에게 시키는 것’이다. 획득하기까지 지난한 시간이 걸리는 아이템이 있다면? 그걸 이미 얻은 누군가에게 돈 – 즉 현금 – 을 주고 구입하면 된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는게 어렵다면?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내 캐릭터를 대신 플레이하여 레벨을 올리게 한다. (부주副主. 캐릭터의 본래 주인인 본주本主 에 대비되는, 대신 키워주는 이들을 일컫던 당시의 용어) 게임 내 화폐가 더 많이 필요한데 플레이를 통해 얻을 시간이 없거나 귀찮다면 마찬가지로 현금 거래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mmorpg는 ‘캐릭터의 게임’ 속성이 매우 강한 게임이고, 그렇기에 시간을 투자한만큼 강해진다. 이 시간의 대부분이 단순 반복적 플레이, 즉 노가다로 채워진다는 것은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다. 그렇다면 강해지고 싶지만 노가다를 하고 싶지는 않다면? 사려는게 아이템이든 캐릭터이든, 돈을 주고 구입하면 된다. 당시 mmorpg에서는 지금과는 달리 모든 아이템은 거래 가능한 것이 기본이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다양한 게임에서 유사한 현상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특히 mmorpg에서 이러한 거래는 광범하게 일어났다. 인기가 높은 게임일수록 현질 – 아이템을 현금거래를 통해 매매하는 것 – 의 빈도와 비중이 높았다. 게임 속의 아이템 또는 고레벨 캐릭터와 현금을 서로 거래하기 위해 아이템 베이를 위시한 아이템 거래 전문 사이트까지 생겨났고 한동안 상당한 성업을 이루기도 했다. 아이템 거래 사이트의 활황은 게임 개발사들에게는 꽤 배아픈 일이었다. 내가 만들고 서비스하는 게임의 아이템과 재화와 캐릭터가 다른 서비스 (아이템 거래 서비스)를 통해 거래되면서 높은 중개수수료를 먹고 있다니? 심지어 개발사에게 아무런 라이선스나 로열티에 대한 합의도 없이? 물론 ‘배가 아팠다’라고 하면 너무 저속해보이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점잖게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렸음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해야겠지만. 바로 이 ‘새로운 사업 기회’는 결국 mmorpg들이 월정액제 중심에서 부분유료화 중심으로 옮겨가게하는 계기가 되었다. 초기에는 ‘들인 시간 대비 캐릭터의 성장은 모두에게 같아야 한다’라는 유저들의 믿음으로 인해 부분유료화에 대한 저항이 매우 강했으나, 수년간에 걸친 인식 변화를 통해 지금은 ‘월정액제만으로 서비스되는 mmorpg’는 찾아보기 어려울정도로 보편화되었다. 한편, 한국 캐주얼 게임은 또 다른 이야기로 들어가기에 앞서 ‘캐주얼 게임’이라는 용어에 대해 잠시 부연하고자 한다. 명확한 조어는 아닐지언정 당시 한국 게임 시장에서 ‘mmorpg가 아닌 장르의 게임들’은 모두 ‘캐주얼 게임’으로 통칭되곤 했다. 게임 자체만 놓고 보면 전혀 캐주얼하지 않았음에도 그랬는데, 적절한 단어라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들지 않지만 어쨌건 그것이 널리 쓰이는 용어였으므로, 이 글에서도 ‘캐주얼 게임’이라는 것은 ‘mmorpg가 아닌 다른 장르의 게임들’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하겠다. mmorpg가 한국 게임 시장에서 탄탄한 위치를 차지하고 그걸 꾸준히 유지하는동안에도, 소위 ‘국민 게임’이라 불리우는 게임들은 mmorpg가 아니었다. BnB나 카트라이더, 포트리스 블루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게임들은 모두 mmorpg와 선명히 대비되는 특징이 있다. mmorpg가 ‘캐릭터의 게임’인데 비해 이들 게임은 모두 ‘플레이어의 게임’이라는 점이다. 이런 게임들은 월정액제 도입이 어렵다. 흔히 말하는대로 ‘남는게 없’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에 투자한 시간은 게임 내의 캐릭터나 캐릭터가 장비한 아이템 등의 형태로 남는다. 그것은 이후에 다시 그 게임에 접속할 경우 내가 여전히 강력한 위치에 있을 것임을 보장해준다. 심지어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내다 팔아서 현금화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캐주얼 게임은 플레이어의 실력에 의존하는 게임이고 그렇기에 지금 내가 고수에 해당하는 실력을 가졌더라도 이후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이 장르에서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게임 내의 그 무엇도 아닌 내 실력을 높이는 것이다. 결국 게임 내에 남는건 없는 셈이다. mmorpg에서 승리하기 위해 내 캐릭터가 필요하다면 그걸 이용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은 기꺼이 월정액을 지불한다. 하지만 캐주얼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게임 내에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자신의 실력이다. 그렇다면 월정액을 지불할 이유도 없다. 플레이어의 게임이기에 게임에서 거둔 승리의 기쁨 등은 분명 게임을 지속하게 하는 동기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과금을 유도할 수는 없었다. 단순히 ‘재미있었다’만으로 게임이 유저들의 결제를 이끌어내기엔 부족했다.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퀴즈퀴즈 초기의 월정액제 도입 실패 사례이다. 퀴즈퀴즈는 1999년 오픈 베타 테스트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초기 베타 테스트 기간이 어느정도 지나 상용화를 시도할 즈음이 되어 넥슨은 퀴즈퀴즈에 월정액제를 도입했다. 가격은 월 16,500원으로 당시 다른 게임들에 비해 낮은 편이었고, 그때는 게임 = 월정액제가 너무 자연스러웠기에 이 결정이 현명한 것이지는 못했을지언정 당시 관점에서 얼토당토 않은 수준의 이상한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월정액제 퀴즈퀴즈는 게이머들에게 철저히 외면받는다. 놀란 넥슨이 곧바로 가격을 인하했음에도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던 퀴즈퀴즈의 인기를 반전시킨 것은 게임 본편을 무료 플레이로 전환하되 부분유료화의 초창기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부분유료화 도입 이후 퀴즈퀴즈는 상용화 이전에 보이던 인기를 회복하게 된다. 이후 “mmorpg는 월정액제, 캐주얼 게임은 부분유료화” 구도가 한동안 유지되었다. 그러면 결국은 …? 지금까지 얘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캐릭터 게임에서 요구하는 긴 플레이 타임은 필연적으로 상당한 양의 단순 반복적 플레이를 수반하게되고, 이를 우회하려는 유저들의 니즈는 초기의 반발을 딛고 부분유료화로의 전환을 대체로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플레이어 게임에서는 어차피 월정액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렇기에 부분유료화가 태어났으며, 당시로서는 새로웠던 이 수익 모델은 시장에 환대받으며 안착했다. 그렇다면 결국 온라인 게임은, 캐릭터 게임이건 플레이어 게임이건 관계없이 어차피 나중엔 부분유료화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게이머로서의 나는 월정액제를 선호하는 편이다. 부분유료화가 요구하는 다양한 상품들을 살펴보고 내게 맞는 상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필요할 때마다 잦은 빈도로 이것저것 결제한 다음에도 남들보다 내가 뭔가 손해본게 아닐까? 같은 돈을 게임에 써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걸 고민하고 가끔 후회하는게 피곤하다.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고, 그런 측면에서 월마다 자동결제 해두고 컨텐츠에만 집중하면 되는 월정액제가 내게 맞다고 느낀다. 게임의 가장 코어한 부분까지 가서 가장 깊은 부분에 있는 핵심 컨텐츠까지 맛보기 위해 필요한 비용 또한 부담된다. 월정액제 게임에서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건 월정액 요금이 전부였다. 부분유료화 게임에서 그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아무리 적어도 월 수십만원인 경우가 보통이며, 많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필요한 경우조차 있다. 하지만 어쨌건 게임 디자이너이자 게임 개발자로서 나는, ‘서비스 형태의 게임이 대체로 부분유료화로 쏠리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은 생각을 거쳐 꽤 납득하게 되었다. 잘 모르면서 어떻게든 만들던 월정액제 게임 시대 게임 개발 경험 상에서 월정액제 게임과 부분유료화 게임은 다른 점들이 꽤 있다. 월정액제 게임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고 살펴보게 되는건 동시 접속자수이다. 특히 mmorpg는 동기화 플레이가 필수적이고, 그렇기에 동시 접속자수는 매우 중요한 지표로 취급된다. 그럼 다른 수치들은? 아쉽게도 월정액제 게임을 서비스하던 시기에는 그러한, 지표에 의해 유저의 행동을 살피는 일은 흔치 않았다. 왜냐면 … 그게 가능하다는걸 몰랐기 때문이다. 당시 함께 게임을 만들던 이들은 대체로 단품으로 구성된 게임을 즐기며 성장한 이들이다. 한 번 구입해서 엔딩을 볼 때까지 플레이하는 형태의 게임들. 계속해서 서비스되는 형태의 게임에 대해 만드는 입장에서도 처음인 것들이 많았다. 아울러 이 시기는 인터넷 문화 자체가 새로운 것이었기에, 지금처럼 서비스측에서 여러 유저 지표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교차해서 살피는 일들 자체가 아직 보편화되기 전이었다. 게임의 형태 자체도 지표를 뽑아 분석하기에 까다로운 지점들이 많았다. 전술했듯 이 시기의 게임들은 많은 경우 단순반복 플레이로 메워져있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알게된 다른 이들과 때로는 우호적인 때로는 적대적인 관계를 맺곤 했으며 그 자체가 게임이 제공하는 컨텐츠의 일부로 여겨질 때이다. ‘커뮤니티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에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말은 금과옥조로 여겨지긴 했지만, 그래서 그걸 자극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어떤 일들이 가능한지를 게임 플레이에서 알수 있는 숫자만 가지고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거대한 임팩트를 던졌던 게임인 World of warcraft가 나오면서 mmorpg를 컨텐츠로 채워넣는다는 개념이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플레이어들은 노가다를 하면서 다른 이들과 교류를 즐기던 시절에서 벗어나 게임이 제공하는 여러 피쳐들을 플레이하게 되었으며, 이런 일종의 정형화된 플레이 패턴이 정립되면서 비로소 ‘분석하기에 좋은 행동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전의 mmorpg 게임들이 널따란 운동장에 축구공 몇 개 던져놓고 ‘재밌게들 노세요’하는 편이었다면, 와우는 운동장을 미끄럼틀, 시소, 그네, 정글짐, 철봉 등 다양한 놀이기구로 채워놓고 ‘뭐 하고 노실래요?’하는 식이다. 뭔가 좀 알게 된 부분유료화 게임 시대 그리고 대략 2010년 정도를 기점으로 모바일 게임 이슈가 PC 온라인 게임을 앞서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때 이후로 나온 게임들은 대부분이 와우가 제시했던 ‘컨텐츠로 가득한 놀이공간’의 개념을 따른다. 나는 와우의 임팩트가 던진 충격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그게 새로 개발되는 게임에 보편화된 시점을 그 즈음으로 보고 있다. 이전 세대의 게임들에 비어 있는 공간이 많고 그 공간을 ‘커뮤니티 활동’이라 통칭되는 유저간의 상호작용이 메워주는 모양새였다면, 와우 이후에 나온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이 다른 플레이어에 주목하기보다는 게임 자체에 좀더 시선을 주길 원했고, 그 과정은 다양한 경로의 플레이 경로를 만들어냈고, 그 모든 플레이 경로에서 플레이어들이 하는 일들은 수치로 환산되어 관찰과 분석의 대상이 된다. 아무 것도 없는 빈 운동장에 축구공과 함께 놓여진 이들이 누군가는 축구공과 관계없이 혼자 담벼락 옆에 서있을 뿐이고 또 누구는 축구는 안하고 스탠드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그 중 일부는 축구공으로 축구는 안하고 발야구를 하고 있을 때, 다들 왜 그러는지를 짐작하는건 얼추 가능하겠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아내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다양한 놀이기구로 채워진 운동장에서 그네가 시소보다 유저가 머무르는 시간이 32%가량 길다거나, 어딘가에는 줄이 너무 길어 불편함을 겪고 있다거나, 정글짐에서 유난히 부상자 발생율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취해야 할 조치가 좀더 분명해진다. 이를 게임에 대입하면, 대부분의 퀘스트를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잘 수행하고 있지만 327번 퀘스트에서 유독 퀘스트 포기 확률이 15%를 넘는다면? 이 퀘스트에 뭔가 문제가 있으므로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37레벨까지 모든 클래스의 레벨업 속도가 일정하지만 37레벨 이후부터 마법사의 성장 속도가 유난히 느려진다면? 37레벨 직후의 퀘스트나 던전 플레이에 마법사를 어렵게하는 뭔가가 있으므로 찾아서 고쳐야한다는 뜻이 된다. 이런 많은 것들을 알아내고 조치하기 위해 다양한 지표들이 개발되어 쓰인다. Organic user와 non-organic user, UV/NRU/ARU, DAU/WAU/MAU, PU/NPU/PUR, Retention Rate과 Bounce Rate, ARPPU 등등. 이들은 말하자면 게임 개발의 도구이다. 월정액제 시대에는 모호해서 분석하기 난해했던 여러 측면들을 자세히 뜯어보기 위한, 우리가 만든 게임이 어떻게 플레이되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한 도구. 어차피 게임 개발 게임 디자이너를 포함하여 게임 개발자들은 원래가 다양한 제약과 함께 일하는 이들이다. 월정액제 시대에는 그게 동시 접속자수라는 지표와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한 여러 현상들이었다면, 부분유료화 시대에는 게임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가급적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 분석 도구들이 더욱 정교해졌다. 월정액제 시대에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더 오래 머무르도록 해야한다는 제약 아래에서 일했고, 지금은 더 많은 상품을 팔면 좋다는 제약 아래에서 일한다. 둘은 언뜻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시야를 넓혀보면 결국 매출이라는 같은 목표에 다름아니다. 이왕 제약이 주어진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정교한 도구와 방법을 쓸 수 있는 쪽이 더 좋다. 한때는 모바일 게임들이 다들 너무 엇비슷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내 가설은 이러했다. 먼저 수익 모델은 고정된다. 가장 검증된 모델만을 쓰는게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익 모델이 안정을 추구하면, 수익 모델에 엮인 게임 디자인도 거기에 호응해야만 한다. 둘은 너무 긴밀하게 엮여있어서 따로 다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게임 디자인에 변화를 줄 여지가 적어지면, 게임 자체가 다른 게임들과 엇비슷한 것만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러 모바일 게임들을 직접 플레이해보면 모두 조금씩 다른 구석을 가지고 알고 있다는걸 알게 된다. 장르 내에서 플레이 패턴이 상당히 비슷한건 부인할 수 없겠지만, 원래가 ‘장르’라는건 비슷한 핵심 요소를 공유하는 것들끼리 모아둔 것을 칭하는 말이다. 월정액제 mmorpg들을 만들던 시기 게시판에 모여든 유저들이 입을 모아 ‘요새 mmorpg들은 어차피 다 천편일률적이지 않나요?’하는 의견이 큰 호응을 얻었던 것도 기억한다. 난 그 ‘천편일률적’이라 불리우는 게임들 중 하나를 만들면서 같은 장르 내의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를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는데. 이후의 수익 모델에 기대하는 것 결국 온라인 게임의 수익 모델이 부분유료화로 귀결되는 것은 필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분유료화로 뭉뚱그려 취급되는 과금 모델 내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기초적인 치장 아이템으로부터 게임 진행에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경험치 획득 효율 향상 효과 상품까지.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기간제 아이템이 한때는 높은 매출을 올리는 상품이었던 것도 주목할만 하다. 그리고 최근에 이 분야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아마도 확률형 아이템일 것이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조차 적절한 선에서 형성된 소위 ‘천장’과 공들여 만든 캐릭터가 연계하여 컨텐츠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그 대상을 구입하게 하는 게임이 있는가하면, 더 우월한 효과를 갖기 위해 컴플리트 가챠를 완성해야하는 형태까지 자세히 살펴보면 다름이 눈에 들어온다. 전자의 경우 자신이 구입한 컨텐츠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지만, 후자는 다른 이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부분유료화 상품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계속 변화해나가겠지만, 가능하다면 ‘구입한 후에 후회하지 않는’ 방향을 지향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이머, 디자이너) 김주용 30+년차 게이머, 20+년차 게임 디자이너. 게이밍 컬쳐 전반에 걸쳐 관심이 많습니다. 요새는 스탠드 얼론으로 게임을 시작한 오래된 세대와 멀티 플레이가 디폴트인 요즘 세대 사이의 게임을 대하는 관점 차이에 관심이 많습니다. 종종 기고나 강연에 나서기도 합니다.

  • Three Trends in Western AAA Games Research: Creators, Culture, and Cash.

    The AAA space continues to be one where art, industry, and culture coalesce. What games research attunes us to most is that each of these elements, while moving forward, seems to be stuck in stasis where the problems of the past remain unresolved. In the pleasure of the next big release, the anticipation of the next hype cycle, and the excitement of the next awards ceremony, it’s clear that AAA development is no-doubt heading full-bore into a future of even greater artistic heights, but these heights come with even more troubling extremes. Despite interventions on the part of games journalists and academics, and mobilization attempts from game workers, long-standing and pervasive issues with the legitimacy of games, and the exploitation of workers and players alike, persist. Academic work on the AAA space shines a spotlight on the issues that continue to go unresolved while major gaming studios propel forward in the perpetual quest for artistic recognition, prestige, and the almighty dollar. < Back Three Trends in Western AAA Games Research: Creators, Culture, and Cash. 10 GG Vol. 23. 2. 10. On December 8th, 2022, the 9th iteration of The Game Awards, a Hollywood-style awards show “celebrating the best in games,” streamed live to 103 million viewers. 1) Not unlike the Oscars, The Game Awards is an amalgamation of industry recognition for games large and small, a validation of the artistic or technical merits of games, and an indicator of the cultural spaces games are being marketed towards. While The Game Awards does recognize smaller games, it is largely part of the cultural apparatus of AAA marketing and recognition for the most recent blockbuster games. Indeed, the Game Awards have been a hype and marketing machine, where numerous awards are given out rapid-fire style without ceremony or acceptance speeches to make room for trailers, first-looks, and gameplay premieres, some of which include elaborate musical presentations, or lead-ins from super-star creators like Hideo Kojima, famous for the Metal Gear franchise (Konami), and more recently Death Stranding (Kojima Productions, 2019). The largest AAA titles such as last year’s God of War: Ragnarok (Sony, 2022) and Game of the Year Winner Elden Ring (FromSoftware, 2022) get the lion’s share of the screen time, and while smaller games are not forgotten, it is mainly a night to celebrate and market big budget and mainstream games. Not inconsequentially, the night ended with a now-infamous young man crashing Hidetaka Miyazaki’s acceptance speech - another reminder that no matter how much we dress up mainstream games culture there is a level of meme-driven social deviance bubbling beneath the artifice. This confluence of socio-economic forces as seen through the pageantry of The Game Awards is emblematic of three linked trends within Western research on the AAA game space: First is the creative domain and the artistic merits of big budget games. Second is the cultural domain, which is concerned with both the studio spaces and work environments that produce and ship these large-scale projects, which tie into the cultures of play that grow out of communities of players. Third is the monetary element through the marketing and monetization of games as premium entertainment experiences. This article is a brief introduction to a small portion of the discourse around these trends in the context of AAA games. To begin with the creative and artistic merits of games, it’s important to understand that a great deal of media and scholarly attention on games into the late 1990s and early 2000s focused on the harms and benefits of games on society, with the largest emphasis on the impact of violent gaming content on children and youth. 2) While many players and some scholars of this time implicitly understood games as having artistic value, there was a prevalent current of thought that saw games as a lesser media form. As Felan Parker notes, the discussion around games and their artistic merit came about in the wake of American film critic Roger Ebert’s notorious, and still oft-quoted comments, “that games can never be art,” between 2005 and 2010. 3) More attention within journalism and academic spaces was reserved for this debate in the wake of these comments, and one strategy to uplift games from this ‘non-art’ assumption was to elevate game designers as auteur figures, not unlike world-famous Hollywood directors who are able to leave a distinct artistic flourish on their games. 4) This trend is still visible through the elevation of key directors at The Game Awards just a few months ago. AAA games, due to their high visibility and large budgets for production and marketing, maintain a status as flagship games for new consoles. They are also more likely to be games that push the technological limits of design, and so dominated the discussion of artistic games until the indie boom of the early 2010s. Brendan Keogh notes that AAA game studios operate under large publishers most interested in making profits, and so many games designed within a AAA framework have traditionally been conventional or risk-averse. 5) Yet, the legend of the videogame auteur continues, and games like Kojima’s Death Stranding (Kojima Productions, 2019) can make unconventional choices regarding gameplay and aesthetic, while ‘indie’ games make up a much smaller portion of games discourse than they did through the 2010s. In part, AAA has both been influenced by and co-opted elements of ‘Indie’ design and aesthetic. 6) There are certainly familiar AAA games that do not defy convention with any regularity, such as annual sports releases or FPS franchises like Call of Duty (Activision). Awards season, and to a larger extent games journalism, has adapted to celebrate a form of AAA game that takes the familiar tropes and genre conventions of yesteryear’s big budget titles while providing the slightest bit of something new or challenging to our collective sensibilities, thereby offering a hint of indie spirit that upholds the idea that these titles are the products of auteurs. In part because the ‘are games art’ debate is still alive in popular culture, players and the industry support this arrangement because it seems to validate gaming as an activity, while elevating the cultural cache of games which will ultimately sell more copies and grow the consumer base. The inner workings of the AAA studio space are unfortunately lost in the emphasis of the auteur figure, but this has also been taken up in academic work on AAA games. There are two prominent topics when thinking about AAA work culture: overwork and the gendered work space. An early piece on overwork in the games industry was written by Dyer-Witheford and de Peuter in 2006, and examined labor exploitation, burnout, worker turnover, and struggles to unionize within this extreme work culture. 7) Twelve years later, in 2018, former Kotaku writer Jason Schreier posted an exposé on the overwork, or ‘crunch culture’ within Rockstar Games as the company was finishing work on Red Dead Redemption II (Rockstar Games, 2018). 8) Despite being a known issue within big budget game development for nearly two decades, crunch persists and continues to be a key topic of analysis, particularly as scholars explore possibilities for unionization and workers rights. 9) Related to this is the gender divide within game studios. Drawing from a 2013 Game Developer’s Magazine survey, deWinter and Kocurek point out that “the gendered disparity in salary is significant in all areas of game employment except programming and engineering (which is 96 percent male).” 10) Contrary to assumptions that this is because women to not play games or are averse to entering the games industry, deWinter and Kocurek found that women were far more likely to be alienated by the workplace culture that has itself been influenced by the toxic and misogynist elements of game culture, and as a consequence would burn out more quickly and leave the industry. 11) Much of the work written on games culture indirectly engages with AAA games precisely because of this feedback loop between the culture and the workplace. Critically, any change to either the player culture or work culture of gaming needs to occur simultaneously between the labor and leisure spaces of gaming culture. Recently much of the focus on AAA games, and gaming in general, has been on business models and monetization. In particular, the prevalence of microtransactions, loot boxes, and battle passes. While these tend to be associated with mobile and free-to-play games, there is no set definition for AAA games and so there is no inherent exclusion of a game from the AAA category based on a free-to-play model. As Daniel Joseph’s work on battle passes shows, big-budget games produced by large studios, such as Apex Legends, DOTA 2, or Fortnite, can use free-to-models and microtransactions as the primary method of monetizing their games. 12) Importantly for Joseph, these models effectively turn games into shopping platforms that obfuscate their primary goal of extracting money from the consumer. 13) Exactly how predatory these models are becoming is of great concern, as is the way microtransactions change what kinds of AAA games are being made as there is a much larger emphasis on the service, or seasonal model of games precisely because they can make more money off of their players. It isn’t just a question of exploitation, but how these monetization models change the way AAA games are made and how they’re consumed. Building on the labor issues within AAA design, this also is creating new forms of crunch, as Joseph points out that Fortnite developers “...reported exhausting 100-h work weeks due to the massive success of the game and the drive to constantly be developing for the next season and battle pass.” 14) The AAA space continues to be one where art, industry, and culture coalesce. What games research attunes us to most is that each of these elements, while moving forward, seems to be stuck in stasis where the problems of the past remain unresolved. In the pleasure of the next big release, the anticipation of the next hype cycle, and the excitement of the next awards ceremony, it’s clear that AAA development is no-doubt heading full-bore into a future of even greater artistic heights, but these heights come with even more troubling extremes. Despite interventions on the part of games journalists and academics, and mobilization attempts from game workers, long-standing and pervasive issues with the legitimacy of games, and the exploitation of workers and players alike, persist. Academic work on the AAA space shines a spotlight on the issues that continue to go unresolved while major gaming studios propel forward in the perpetual quest for artistic recognition, prestige, and the almighty dollar. 1) Zheng, Jenny. “The Game Awards 2022 Received Over 103 Million Views, Sets New Viewership Record.” Gamespot. December 16th, 2022. 2) Ivory, James D., “A Brief History of Video Games.” The Video Game Debate: Unraveling the Physical, Social, and Psychological Effects of Digital Games. Edited by Rachel Kowert and Thorsten Quandt. 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2016, 16-17. 3) Parker, Felan. “Roger Ebert and the Games-as-Art Debate.” Cinema Journal 57, no 3 (2018):77-79. 4) Ibid., 95-96. 5) Keogh, Brendan. “Between Triple-A, Indie, Casual, and DIY: Sites of Tension in the Videogames Cultural Industries.” The Routledge Companion to the Cultural Industries. Edited by Kate Oakley and Justin O’Connor. 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2015. 153-154. 6) Lipkin, Nadav. “Examining Indie’s Independence: The Meaning of ‘Indie’ Games, The Politics of Production, and Mainstream Co-optation.” Loading… The Journal of the Canadian Game Studies Association 7, no 11 (2012): 8-15. 7) Dyer-Witheford, Nick, and de Peuter, Greig. “‘EA Spouse’ and the Crisis of Video Game Labour: Enjoyment, Exclusion, Exploitation, Exodus.” Canadian Journal of Communication 31, no 3 (2006): 599-617. 8) Schreier, Jason. “Inside Rockstar Games’ Culture of Crunch. Kotaku. October 23rd, 2018. 9) Cote, Amanda, and Harris, Brandon, C. “‘Weekends Became Something Other People Did’: Understanding and Intervening in the Habitus of Video Game Crunch.” Convergence: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New Research into Media Technologies 27, no.1 (2021): 161-176. 10) deWinter, Jennifer and Kocurek, Carly. “” Gaming Representation: Race, Gender, and Sexuality in Video Games. Edited by Jennifer Malkowski and Treaandrea M. Russworm.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2017, 65. 11) Ibid. 12) Joseph, Daniel. “Battle Pass Capitalism.” Journal of Consumer Culture 21, 1 (2021):68-83. 13) Ibid., 81. 14) Ibid.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Marc Lajeunesse Marc is a PhD candidate in Concordia University'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studies in Montreal, Canada. Marc’s research focuses on toxicity in online games. He is driven to understand toxic phenomena in order to help create more positive conditions within games with the ultimate hope that we can produce more equitable and joyful play experiences for more people. He has published on the Steam marketplace and DOTA 2, and is a co-author of the upcoming Microstreaming on Twitch (under contract with MIT Press). (Game Researcher) Bora Na I'm a game researcher. I've been playing games for a long time, but I happened to take a game class at Yonsei University's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fter graduation, I sometimes do research or writing activities focusing on game history and culture. I participated in , , and s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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