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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문화의 변화 위에서 게임의 미래를 묻다: GXG2025 컨퍼런스 GG 세션, <시각예술콘텐츠의 오늘과 미래>

    <시각예술콘텐츠의 오늘과 미래>라는 제목은 게임 행사에서 게임 비평 잡지가 기획한 자리의 이름이라고 보기에 너무나 방대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로서의 게임을 이해하려면 현실의 대중문화를 만들어내는 매체들과 게임이 어떻게 협응하는지, 또 대중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야 한다. < Back 대중문화의 변화 위에서 게임의 미래를 묻다: GXG2025 컨퍼런스 GG 세션, <시각예술콘텐츠의 오늘과 미래> 26 GG Vol. 25. 10. 10. 9월 19, 20일. 판교에서 열렸던 GXG2025 (Game culture X Generation 2025) 행사가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게임, 문화로 즐기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던 해당 행사에서 GG 역시 하나의 세션을 기획하였는데, 영화, 웹툰, 미술, 게임의 종사자 및 관련자를 모시고 대중문화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물론, <시각예술콘텐츠의 오늘과 미래>라는 제목은 게임 행사에서 게임 비평 잡지가 기획한 자리의 이름이라고 보기에 너무나 방대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로서의 게임을 이해하려면 현실의 대중문화를 만들어내는 매체들과 게임이 어떻게 협응하는지, 또 대중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야 한다. 게다가 실재 대담회는 이러한 의의나 제목의 무게보다 훨씬 더 가볍고 재미있게, 그럼에도 핵심적인 요인들을 짚어가며 이루어졌다. 대중문화의 변화 지난 23호에서 GG는 ‘21세기가 들어선 이후 게임의 사반세기사’를 다룬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대중 매체들은 해당 기간에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2002년부터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출발! 비디오 여행>의 김경식, 2008년부터 웹툰 연재를 했던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미술을 강의하고 연구하며 전시를 만드는 큐레이터 권태현, 그리고 GG의 편집장인 이경혁은 각자의 삶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중매체 영역의 변화를 체감했던 사람들이었기에 해당 질문에 관한 ‘썰’들이 풀어져 나왔다. 공통적으로 대두된 변화는 공간의 변화이다. 이제는 극장에, 만화방에, 오락실에 가지 않더라도 대중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과거에는 약속을 잡더라도 ‘극장 앞에서’ 만나고, 여가 생활을 누리려면 특정 공간에 가는 행동 패턴이 익숙했지만, 지금은 문화활동을 위해 어딘가를 가는 행위가 오히려 특별함을 담게 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제작자와 수용자라는 고전적인 미디어 이분법에서 ‘창작자로서의 수용자성’을 갖고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서 오늘날엔 셀 수 없이 많은 문화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누구나 쉽게 문화콘텐츠를 만들게 될 수 있었던 기술적, 문화적 변화가 존재한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일편 뻔해 보이는 이런 변화들이 아니다. 발표자들은 이러한 변화들 위에서 매체성 자체가 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극장에 사람들이 가지 않기에 이른바 ‘영화의 위기’ 담론이 대두되었지만,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영상들이 각광받는 현상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갖게 한다. 영화 감독에 의해 만들어지고 영화계에서 상을 받는 영화만이 영화가 아니라는 시각이 생기는 것이다. 웹툰은 더하다. 이종범 작가는 웹툰의 탄생을 이야기하면서, 마치 연극과 영화가 같은 매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제는 없듯이, 웹툰은 만화와 별개의 매체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했다. 과거에는 만화 잡지의 제한된 지면을 두고 만화가들이 경쟁해야 했다면, 웹툰은 열린 공간을 두고 사람들에 의해 선택받게 했다는 점에서 다른 성격을 보인다. 특히, 도전 만화나 공모전을 통해 독자들이 선택하게끔 한 문화는 웹툰의 시장 중심적 성격을 강화시켰다. 이종범 작가는 “시장이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은 시장이 좋아하는 쪽으로 쏠릴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오늘날 인기 웹툰에 비슷한 소재가 넘쳐나는 현상은 시장에 따라 움직이는 신생 예술 형식의 일반적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미술계는 비슷한 형식의 변화 위에서 또 다른 방식의 차이점이 만들어졌다. 권태현 작가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파인아트(Fine Art)는 아방가르드이며, 백만 명이 만 원씩 내는 시장 구조가 아니라 100억을 쓰는 한 사람에 의해 시장이 형성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21세기 이후 점점 대중들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최근에는 주말마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에 사람이 줄을 서는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비록 파인아트 관계자들도 ‘대중과의 괴리’를 고민했었지만, 그들 역시 지금의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의 현상은 미술의 내용이 변화해서 만들어졌다기보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 증대’나 ‘참여문화의 중요성 대두’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태현 작가는 “미술계도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면서 전시를 기획할 때 핸드폰으로 전시가 어떻게 보이는지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이경혁 편집장이 언급한 게임계의 변화도 흥미롭다. 과거에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걱정했는데, 요즘에는 ‘쇼츠를 보지 말고 차라리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 세대가 나이를 먹음을 의미한다. 과거의 부모님 세대는 게임을 모르는 세대였기에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걱정했는데, 그 아이들이 커서 부모가 된 세대는 게임을 예전처럼 위험하게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들은 게임 세대가 아니게 되었다. 이경혁 편집장은 실제로 <하얀마음 백구>와 같은 어린이용 게임이 나오지 않는다며, 게이머의 연령대가 높아졌음을 지적했다. 변화된 환경에서의 대중매체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이 깔려있다. 그러면 오늘날의 환경에서 대중매체는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먼저,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서 기준으로 삼을 보편감각이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이 나왔다. 미술 작품을 만들 때도 3D 툴이 사용되고, 웹툰의 배경은 AI가 그리며, 프로그래밍 개념 없이도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기에 오늘날에는 ‘디지털’이나 ‘인터넷’이라는 단어가 특별하지 않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인터넷 환경이 기성 미디어와 다르게 검열이 없고 자유롭고 해방적인 공간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의미 부여가 없어졌으며 일상적인 공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든 만들 수 있다는 말은 누구든 영향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게이트 키핑’ 역할을 하던 의사결정권자가 없어진 이후 이 영향력은 시장의 선택을 긴급하게 따라간다. 가령, 웹소설 사이트의 경우, 누군가의 이혼 기사가 뜨면 다음 날 랭킹에 ‘이혼한 뒤 OO했다’, ‘OO하고 이혼했다’ 등의 제목이 올라오고, 관세 전쟁 기사가 뜨면 ‘전생했더니 트럼프가 된 건에 대하여’ 등의 제목이 올라온다고 한다. 이에 이종범 작가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비롯해서 직업 윤리, 창작 윤리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는 고민을 이야기했다. 수용자의 관점에서는 콘텐츠 수용의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되었다. 영화계는 처음에 쇼츠로 영화 홍보가 되기 시작했을 때 이를 반겼다고 한다. 그러나 쇼츠의 영상이 미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지 않게 만들면서 업계는 유튜브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개그맨 김경식은 <출발! 비디오 여행>과 같은 영상들이 영화의 희노애락을 담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시청 방식의 변화가 시대적 변화일 것이라 이야기했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존에는 ‘게임 플레이’라는 것이 컴퓨터나 플스 앞에 앉아서 직접 게임을 하는 것이었지만, 유튜브 게임 스트리밍이 나오면서 직접 게임을 하지 않아도 해당 게임을 했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두고 실제로 게임을 한 것인지 아닌지 싸움이 발생하지만, 이경혁 편집장은 이 싸움 자체를 주목했다. 이러한 싸움이 생긴다는 사실 자체가, 게임을 즐긴다는 방식에 다양성이 생겼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대중매체가 발전하면서 변한 것은 환경이나 매체의 속성만이 아니다. 얼핏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던 것 같은 각 매체의 경계는 이미 흐려졌고, 이제는 서로의 영향을 쉽게 주고 받는다. 게임 엔진을 통해 미술과 웹툰을 만들기도 하고, 최근에는 국내에서 머시니마 영화제가 개최되기도 하였다. 콘텐츠 자체로 보아도 <나 혼자만 레벨업>처럼, 웹소설이 웹툰이 되고, 웹툰이 드라마가 되며, 게임이 되는 시대이다. 현업에 있는 발표자들 역시 이를 당연한 시대의 변화로 인식하고 있었다. 서사성만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체험을 전유시킬 수 있기에, 예술 형식과 예술 형식 사이를 오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조화하는 방식이 바뀌는 조건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 지금 동시대의 미디어 환경에서 중요한 국면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 앞에서 게임은 어떤 대중매체가 될 것이며, 어떤 대중문화를 만들 것인가? 게임 엔진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드림 엔진이 된 오늘날, 게임이 이끌어갈 한국 대중문화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 것인가? 정답은 없지만, 깊은 고민에 다가갈 수 있는 대담회였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인디게임’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인디게임의 범주에 관해서는 여러 행위자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바, 모두를 만족시킬 온전한 합의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관념적인 개념어의 범주와 상관없이 지금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인디게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대표를 만나 그가 정체화하고 있는 인디게임은 어떤 개념이며 지향점은 무엇인지 살피고자 한다. 2021년 9월,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이 직접 반지하게임즈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 Back ‘인디게임’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02 GG Vol. 21. 8. 10. * 인터뷰는 반지하게임즈 본사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포털 사이트에 인디게임을 검색하면, 도트 그래픽의 레트로 게임 풍 이미지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명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개발자의 열정 등으로 부족한 자금력을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이와 같은 기표들은 인디게임의 다양성을 포괄하기에 부족하다. 이에 오늘날에도 인디게임이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인디게임인지에 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인디게임의 범주에 관해서는 여러 행위자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바, 모두를 만족시킬 온전한 합의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관념적인 개념어의 범주와 상관없이 지금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인디게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대표를 만나 그가 정체화하고 있는 인디게임은 어떤 개념이며 지향점은 무엇인지 살피고자 한다. 2021년 9월,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이 직접 반지하게임즈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편집장: ‘반지하게임즈’의 그동안 출시작들을 보면 우리가 주류에서 이야기하는 디지털 게임의 유산을 가져다 쓰기보다는 오프라인이나 레트로 게임의 영향이 훨씬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어떤 게임 경험이 지금의 ‘반지하게임즈’를 만들었다고 보시나요? 이유원 대표: 물론 저도 어릴 적부터 많은 게임을 했지만, 제가 게임을 오래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게임 기획에 있어 제가 영향을 받은 경험들은 게임을 즐겼던 당시보다 좀 나중 이야기인 것 같아요. 나중 돼서 자유로운 창작물이 올라오는 공간에 오래 있기도 했고 보드게임을 접한 것도 되게 큰 영향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제가 만드는 게임 스타일이 그래픽이나 물리 엔진 이런 것들이 들어가서 시너지를 내고 이런 거보다는 규칙이나 이야기 위주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다양한 테마나 규칙이 있는 게 대부분 보드게임 쪽에서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러면 게임을 만드실 때 현실에서도 어떤 현상이 어떤 규칙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시나요? 이유원 대표: 그렇죠. 저희 기획자들이 그런 점에서는 코드가 비슷한데 일상생활을 하다가 “이거 게임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게임처럼 보이는 규칙을 찾으려 하고, 실제로 그런 식으로 출발하게 된 것들이 몇 개 있었죠. 〈중고로운 평화나라〉도 그렇고 〈허언증 소개팅!〉도 그렇고. 게임이 될만한 규칙을 현실에서 많이 찾는 것 같아요. 편집장: 게임에 있어서 규칙은 굉장히 중요하죠. 그런데 어떤 게임이 나오면 사람들의 평가에서는 제일 먼저 그래픽 이야기가 나오고, 사운드가 나오고 그러잖아요. 만약에 기회가 되고 자본이 된다면은 어떤 쪽에 좀 힘을 줄 의향이 있으세요? 이유원 대표: 그냥 스타일의 문제인데요. 제가 지금 만든 게임들이 막 자본에 쪼들려서 이런 거밖에 못 만든 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만약에 100억을 갖고 만든다 해도 화려한 그래픽보다는 ‘이게 어떤 게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규칙을 갖고서 기획을 시작할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MMORPG를 만든다고 하면 그 안에 핵심 규칙이 뭐냐, 이걸로 차별성을 두지는 않잖아요. 〈리니지M〉이나 〈트릭스터M〉이 어떤 규칙이 다른가보다는 메타피쳐나 콘텐츠 정도에서 테마의 차이가 있는 건데, 만약 제가 만든다면 좀 핵심적인 걸 넣고 싶어할 것 같아요. 이게 왜 게임이 되는지를 모두에게 딱 일견에 납득시킬 수 있을 만한 것. 다만 이건 어떤 게 더 좋다, 나쁘다가 아니고 요즘 게임이 워낙 다양하고 산업도 크니까 그냥 스타일이 여러 개인 것 같아요. 저는 좀 더 규칙이 강조된 거를 재미있어 하고 그걸 만드는 걸 좋아해요. 실제로 유저들도 규칙이나 아이디어가 재미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분들이, 특히 인디 쪽에는 더 계시고요. 편집장: 그런데 사실 규칙에다가 어떤 이야기를 입힌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러면 게임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규칙과 스토리가 상충할 때, 뭐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유원 대표: 저는 규칙이 항상 앞선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 모순을 해결하는 건 결국 경험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를 좋아했는데, 〈와우〉를 하면서 재미있던 경험을 문장으로 치환하면 구체적인 수치나 공격력 같은 것들과 상관없이 느낄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복잡한 수치나 그래픽이나 충돌 감지 이런 것들이 아니라 재미있던 경험을 텍스트로 치환하는 것. 그러면 내가 재미있던 스토리를 규칙으로 만들 수 있는거죠. 편집장: 그런데 규칙을 만든다고 해도 게이머나 수용자가 그것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나요? 가령, ‘내가 이렇게 규칙을 만들면 재미있어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사람은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게임 기획자로서 독자나 수용자에게 닿기 어려운 부분들은 있으신가요? 이유원 대표: 그건 분명히 어려운 지점이죠. 그런데 그 지점에 있어서는 제가 밑바닥에서 게임을 만들었던 경험이 좋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그런 상호작용이 있으니까 수용자 입장에서 창작자를 경험할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만약에 말씀하신 것처럼 의도했던 인터렉션이 아닌 게 나오면은 오히려 저는 되게 기쁠 것 같아요. 버그나 불쾌감을 주는 게 아니라면요. 왜냐하면 게임이라는 매체 자체가 완전히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유저랑 인터렉션으로 완성이 되는 것이다보니, 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어쩌면 게임 외적으로 에피소드를 만들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편집장: 인터렉션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 ‘반지하게임즈’는 유튜브도 하고 DC 갤러리로도 활발하게 소통을 하고 계시잖아요? 유저와의 소통 같은 것들이 회사 주요 정책 결정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편인가요? 이유원 대표: 사실 절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동기부여의 측면이 있죠. 유저들의 피드백을 통해 기획 방향을 잡는 것도 큰 부분이고요. 유저분들과의 상호작용을 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인디 게임 개발사로서 유저랑 친화적인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고요. 두 번째는 제 스스로도 좋은 피드백을 받고 좋은 말 듣는 것에서 오는 에너지가 되게 커요. 그래서 인터렉션을 계속 신경 쓰는 것 같아요. 편집장: 그동안 나온 게임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반지하게임즈’는 다들 인디 게임으로 분류를 하고 있죠. 대표님도 스스로 인디 게임으로 정체화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인디 게임이란 건 뭘까요? 이유원 대표: 만들고 싶은 거를 만드는 게 인디 아닐까 싶긴 해요. 〈프로젝트 좀보이드〉 나 〈림월드〉를 보면 느낌이 오잖아요? ‘아! 이거 창작자가 진짜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내가 돈 벌려고 만든 거야’ 혹은 ‘내가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도 물론 인디일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 인디게임이지 않을까 싶어요. 편집장: 요즘 대형 게임사가 산하 스튜디오를 만들기도 하고 투자도 많이 하잖아요. 이제는 그런 곳에 있는 인디 게임 스튜디오도 많이 있지요. 그래서 인디게임의 기준이라는 답이 없는 질문에 또 하나의 갈등이 생긴 것 같아요. 어려운 질문이지만, ‘큰 펀딩을 받아서 나오는 게임이 인디게임이냐?’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유원 대표: 저는 규모나 상업성이랑은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당연히 돈이 좋고 돈이 많으면 지금 제가 〈서울 2033〉에서 하고 싶은 것을 10배 속도로 더 빨리 할 수 있겠죠. 그치만 그게 다예요. 돈이 많이 생겨도 이런 느낌으로 생각을 할 것 같지, 돈이 있으니까 이걸로 돈을 더 크게 불릴 수 있으면 좋겠다거나 게임을 머신처럼 생각하거나 그렇게 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인디의 기준에서 상업성이나 규모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편집장: 다른 인디 게임 스튜디오들은 보통 대형 게임 개발사에서 몇 년 일을 하다가 나오거나 혹은 게임 아카데미 같은 데서 제작법을 먼저 배워서 나온 사람들이 만드는데 ‘반지하게임즈’를 보면 그렇지 않잖아요? 그것은 어떤 차이를 만드나요? 이유원 대표: 네 그렇죠. 저희가 개발 스택이 충분하지 않을 때부터 게임 출시를 하고 그랬으니까 차이가 많아요. 예를 들어 저는 플래시를 만드는데 언어를 다 이해하는 게 아니고 그냥 만드는 방법을 부딪치며 배우다 보니 어떤 식으로 버릇이 들었냐면. 제가 어떤 코드를 인터넷에서 찾거나 발견을 했어요. 그럼 ‘내가 이걸로 무슨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약간 이런 식으로 가는 거예요, 순서가 바뀐 거죠. 만약 개발 역량이 충분했으면은 오히려 너무 방대한 세상에서 뭐를 만들지 고민했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저희는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시작하다 보니 게임을 제안하기도 쉽고 시작부터 재미있었죠. 편집장: 그런 특수성에서 오는 어드벤티지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유원 대표: 있다고 생각을 해요. 일단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동기부여가 잘 되고, 자기가 원하는 거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그리고 유저 만족도도 웬만하면 더 높겠죠. 왜냐하면 우리의 경험 중에 재미있는 거니까 유저들에게도 권할 수 있는 것이구요. 물론 이것은 확률의 문제이기도 하고, 인디 게임을 보호해 주고 그런 분위기도 역할을 하겠지만요. 그래도 ‘10개 출시해서 9개는 플러스고 한 개 마이너스니까 얘네는 쳐내고’하는 식의 운영이 아니다 보니 재미있게 만들 수 있고 재미있는 것을 권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 이런 ‘반지하게임즈’의 정체성이 시간이 지나면서, 혹은 회사가 커지면서 희석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지점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유원 대표: 네. 일단 조직이랑 매출 규모라는 두 가지 측면 중에서 일단 매출 규모는 사실 항상 걱정을 하긴 해요. ‘우리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서 사람들도 좋아하고 팬층이 있는 것도 좋은데, 여기서 어떻게 매출을 발생시키지? 그렇다고 NC가 될 수 있을까? (웃음) 그런데 이 점에 대해서는 사실 우리의 아이덴티티나 브랜드 가치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는 걸 다 알고 있어서 크게 걱정은 안 돼요. 우리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헤쳐나가야 한다는 걸 다 공감하고 있어서요. 그리고 조직의 측면에서는 저희가 지금 팀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규모가 커져도 한 프로젝트에 100명 200명 되는 기성 게임사처럼 되는 건 아닐 거고요. 많아도 5명 이렇게 해서 팀을 여러 개 늘리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요. 저희가 지금까지는 팀에 여러 명이 중복으로 들어가 있으니까 되게 버겁긴 했는데 이제 좀 개발자들 채용을 하면서 팀 두 개가 그나마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됐어요. 여기에서 원래는 bm이나 기획을 다 제가 했었는데 애초에 그게 불가능하기도 하고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라 생각이 들어서, 오너십이나 자기 창작물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 기획자 역할을 각 팀에서 하게끔 바꿨어요. 그래서 요즘 고민인 것은 자기 창작물에 애정이 있는 기획자를 뽑는 거예요. 편집장: 그러면 그런 가정을 한번 해보죠. 정말 대박이 나서 회사가 커졌어요. 외부 펀딩이 시작되면서 경영진의 철학이 변할 수 있는데, 이런 걱정은 안 되세요? 이유원 대표: 걱정이 되긴 하는데요. 이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가 생각하기에 저희 회사는 철학을 바꿔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없어요. (웃음) 이게 무슨 말이냐면, 어떤 사람이 “야! 너 마음 독하게 먹으면 돈 벌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독하게 먹는다고 어떻게 벌어요? 우리 능력에? bm에 대한 노하우가 특화된 것도 아니고 광고를 때려 박는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까 하던 대로 그냥 재미있는 거 만들어서 적당히 돈 버는 것 말고는 돈 벌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되는 그런 게 있고요. 그리고 그것도 있긴 해요. 펀딩은 되게 큰 일이고 당연히 이해관계가 늘어나는 거니까 신중해야겠죠. 투자나 펀딩 같은 것은 결혼하는 것과 같아서 모든 면을 그냥 다 이야기 하고 그걸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자.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하고 있어서 지금까지도 펀딩이 잘 안 되고 있죠. (웃음) 그런데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투자 받아가지고 갑자기 우리가 엄청 커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사람 만나서 파트너십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 게임에 몰입하다보면 광고영상이 기다려진다. 특히 후원자 버전을 구매하고 개발자에게 총을 쏘다보면(?) 개발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사꾼이 아니라 친근한 이웃처럼 느껴진다. 편집장: 과금 이야기를 해보면 ‘반지하게임즈’의 피드백에서 과금에 대한 칭찬이 많아요. 그걸 느끼세요? 이유원 대표: 네. 힘들긴 한데 사실 가이드라인이기도 해요. 우리 유저가 팬층이고 이걸 진짜 브랜드 이미지로 확보 하려면 우리 어떤 스텝으로 과금을 바꿔야 될까 약간 이런 게 항상 과제로 있는 거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죠. 그런데 인디게임 기획자면 bm 만드는 걸 좀 싫어하지 않나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제가 아직 몰라서 그런 건지 재미있는 영역이라고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게임을 보면서 되게 현실 같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사실 bm은 이미 가장 현실에 맞닿아 있는 게임 속 피처잖아요? 그래서 이거를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게임 속에서 돈 쓰는 게 재미있는 걸 수도 있잖아요. 상점에서 이것도 골라보고 장바구니에 담고 이런 것처럼. 그래서 이것도 되게 잘하면 잘할 수 있는 영역이겠다 싶더라고요. 편집장: 지금 한국 게임들이 욕을 제일 많이 먹는 게 결제 구조잖아요. 그거랑은 다른 bm을 계속 만들어 가시는 입장에서 한국 bm의 미래는 어떨 것 같습니까? 이유원 대표: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은 지금 ‘가챠’ 같은 게 가장 핫하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아마 그거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원초적인 도박 심리 같은 게 있을 수 있고요. ‘가챠’에 대항마로 ‘배틀패스’ 같은 게 언급되지만 사실 그것도 원초적인 거잖아요. 동기 부여 성취 역학 같은 거죠. 그것도 원초적인 본능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결국 bm은 완성형을 향해 점점 성장하고 변화하는 개념이 아닌 것 같아요. 게임을 만들 때 기획하는 것처럼 원초적인 지점들을 잘 결합해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만든다 하더라도 그거는 ‘가챠’나 ‘배틀패스’처럼 게임에서 느끼는 성취나 도박 등의 역학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 같아요. 다만 어떤 방향으로 고민하냐가 다른 것이겠죠. 다른 데에서 bm을 만든다고 하면 ‘가격을 어떻게 할지’ 등의 고민을 하겠지만 저희 게임에서는 ‘이거 사는 경험이 재미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거니까요. 게임 기획이랑 저는 연장선이라고 봐요. 편집장: 본인이 만든 작품에 대해서 문화 콘텐츠라고 스스로 평가한다면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서울 2033〉은 어떤 의미였을 것 같아요? 이유원 대표: 기말고사보다 어려운데요? (웃음) 우리 사회에서의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게임을 만들 때, 먼저 스크립트를 짜죠. 보통 메시지도 없고. 쓰고 싶은 대로 피상적으로 쓰는데요. 나중에 같이 일하는 작가분들이나 아니면 유저분들이 다른 작가분들의 글들 사이에서 제 글을 가리키며 ‘이거 이유원이 쓴 거죠?’라고 물어봐요. 그러면 너무 신기한 거죠. 그래서 어떻게 아는지 물어보니까 이유원식 글의 특징이 있대요. 블랙 코미디랑 풍자 좋아하고, 엄청 날 선 것처럼 파격적이고 가차 없이 죽이고 그러지만 그 안에 휴머니즘이 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 감성이 오롯이 창작물에 들어가서 사람들이랑 인터렉션을 하면서 공감을 받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의미이고,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편집장: 인터뷰를 통해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재미라고 생각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마지막으로 게임의 재미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유원 대표: 재미가 왜 재미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저는 그 결과를 많이 볼 수 있었던 포지션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만든 게임이지만 난 잘 모르겠는데 애들은 재미있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거 되게 신기한 이상한 경우잖아요. 그럼 왜 재밌지? 그런 결과들을 모아서 보면은 재미의 원리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걸 제가 완전히 알지는 못하지만. 원리는 너무나도 쉽고 단순한 것들, 가령 도박일 수도 있고 성취감일 수도 있고 이런 사소한 것들이죠. 기획자가 할 일은 이 부품을 어떻게 조합해서 내 테마와 어울리게 하느냐를 고민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부품을 더 찾아나갈 수도 있겠죠. ‘게임들을 만들다 보니까 사람들이 이런 거에서는 재미를 느끼네’ 이렇게 알 수도 있고요. 다만 결국 게임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이런 재미의 요소들이 더 잘 버무려진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만드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윤석열 정부의 게임 정책을 예견해 보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윤석열 후보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미래가 어떻게 될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공약을 열심히 들여다보면 집권 후 방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일 뿐이다. 다이나믹 코리아는 본게임 이전, 프리게임 때부터 치열하고 예측 불가능이다. < Back 윤석열 정부의 게임 정책을 예견해 보다 05 GG Vol. 22. 4. 10. 0) 프리게임 : 다이나믹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윤석열 후보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미래가 어떻게 될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공약을 열심히 들여다보면 집권 후 방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일 뿐이다. 다이나믹 코리아는 본게임 이전, 프리게임 때부터 치열하고 예측 불가능이다. 때문에 게임 공약들이 폐기 혹은 수정의 대상이 될지, 그대로 정책으로 연결될지는 예측할 수가 없다. 공약에 대한 깊은 분석과 비평도 어렵다. 분석만으로 예측하기가 어려우니 연관된 ‘사람’을 함께 보자. 해당 공약과 정책을 누가 만들고 동력을 제공하는지를 함께 본다면 불확실성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1) 본게임 맵 : 질병코드와 셧다운제 게임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반은 당선인 자신이 갖고 있는 게임에 대한 태도다. 게임 장르를 어떤 성격으로 바라보는지는 곧 게임의 맵과 같다. 맵에 가득한 안개를 걷어내기 위해 제일 처음 만나볼 발언은 후보 시절 인벤닷컴과의 인터뷰다. 인터뷰어인 이두현 기자가 인터뷰 말미에 게임 중독의 질병코드화에 대해 물었을 때의 답변이다. “게임을 포함한 모든 문화콘텐츠들은 상품이기도 하지만 사용자들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진흥과 규제를 적절하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략) 청소년들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부모님들에게 게임에 관한 정확한 이해와 접근 방향, 게임을 즐기는 자녀와의 관계 설정 등을 도울 수 있는 ‘교육과 이해의 과정’ 제공 등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호의적으로 해석하면, 질병코드화 인정이라기보다는 건강한 게임 이용을 교육하자는 태도이다. 또한 너무 짧은 답변이기에 태도 전반을 도출해내기엔 부족하다. 다만 “게임을 포함한 모든 문화콘텐츠”의 부정적 측면을 지적하면서 “정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을 들었다는 점에 추측해볼 여지가 있긴 하다. 거칠게 바꿔보면 ‘이런 거 보고 자라서 뭐 되려고 그래?’라는 문장이며, 등급제도의 기반 논리이기도 하다. 딱히 문제가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 지점에서 선을 잘못 넘어가면 사전검열제도의 기반 논리로 둔갑한다는 점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반면 호의적으로 해석하지 않을 경우엔 이 발언이 질병코드화를 긍정하는 쪽으로 읽힐 수가 있는데, 마침 당시 윤석열 캠프에 있었던 두 사람 때문에 우려가 증폭됐다. 여성특보로 있었던 손인춘 전 의원은 셧다운제 확장을 발의한 이력이 있고, 아동폭력예방특보로 있었던 신의진 전 의원은 게임 중독을 강력히 주장한 악명이 있다. 증폭된 우려에 오래 쌓인 분노가 첨가되면서 후보에게 ‘질병코드화 긍정이냐 부정이냐’ 하는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기실 그 사이의 회색지대 선택지가 여럿 존재하긴 하지만, 대선과 같은 뜨거운 전장에서 던져지는 정치적 질문이라면 그런 영역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후보는 10여 일 후에 게임을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고 진화를 시도해야 했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윤석열 캠프에서 게임 공약을 얘기할 때 앞으로 나서는 인사가 게임특위위원장으로 막 임명된 하태경 의원으로 바뀌었다. 비약과 가정을 많이 섞어서 추측한다면 게임 공약에 영향력을 주는 인사가 손인춘/신의진에서 하태경으로 바뀐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하여 현재는 손인춘/신의진의 이름을 인수위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추측에 힘을 실어주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담당자가 여럿 바뀌는 캠프 내 혼란상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손인춘/신의진의 유산인 셧다운제에 대한 캠프의 태도는 어떨까. 현재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이용시간을 자율 선택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강제성이 사라져 사실상 폐지된 상태다. 캠프가 게임 분야를 하태경 체제로 정리하면서 제일 처음 정리해서 낸 공약은 셧다운제 이슈와 연결되어 있는 공약인, 전체 이용가 게임의 본인인증 면제다. 게임의 본인인증 제도가 도입된 배경 논리는 게임 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규제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를 전체이용가 게임에 한해서라도 해제하는 방향은 손인춘/신의진의 자장에서 국민의힘이 빠져나오고 있다는 정황일 수 있다. 다만 함정이 있으니, 이 공약은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서에 없다. 2) 공약 주무기 – 2Big : 확률형 아이템, e스포츠 지역연고제 그럼 이제 후보 시절 공약서에 있는 공약을 살펴보자. 게임 공약은 340쪽이 넘는 공약서 기준으로 한 페이지에 불과하다. 캠프는 그 한 페이지에서 4개 항목을 짚었는데, 2가지 큰 항목과 2가지 작은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항목에서 하태경 의원의 흔적이 보인다. - 1Big: 확률형 아이템 공약서 252페이지는 게임 공약이고, 이 페이지의 제목은 이렇다. “게임산업의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고 e스포츠를 대한민국 미래산업으로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초점이 불공정에 맞춰져 있다. 누구에 대한 불공정일까? 공약 내용에 따르면 게이머들이 겪는 불공정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게임 공약 첫 번째 큰 줄기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다. 아이템 확률 조작은 이미 국정감사에도 진출한 이슈다. 국회에서 실제 확률을 소비자에게 공개하라고 한 후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 자율 규제에 대한 회의론이 짙어졌다. 그래서 윤석열 캠프는 아예 게임이용자권익보호기구를 일정 규모 이상 게임사마다 설치하게 하고, 이용자가 직접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이슈 선정은 좋지만 불안감은 존재한다. 당선인 자신이 인터뷰 당시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영업비밀 공개’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영업비밀 공개 의무화 등의 강력한 규제도 무조건 능사가 아닙니다.” 감시 기구를 만드는 것은 좋은데 그게 꼭 게임사 내에 만드는 형태여야만 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또한 다중뽑기 같은 일부 형태는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징벌하는 형식의 규제 대신, 정보 공개와 감시 정도를 선호하는 우파 색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 공약은 하태경 의원이 대표로 발의해 계류중인 게임산업법 개정안의 내용이기도 하다. 하태경 의원실은 이 개정안을 확률조작 국민감시법이라고 명명했다. 게임물이용자권익보호위원회라는 기구를 문체부 내에 만들어서 컨트롤 타워로 삼고, 게임사 내에는 이용자위원회를 두는 방안이다. 윤석열 공약과 거의 동일하니 하태경 발의안이 공약으로 들어온 것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반면 경쟁 상대였던 이재명 캠프의 관련 공약은 조금 더 단호했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기능을 확대하는 정도로 규제를 갈음하지만, 동시에 컴플리트 가챠 등의 다중뽑기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공약이었다. 즉 현재 규제를 강화하면서 금지 지역을 설정하는, 경쟁자의 공약에 비하면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어느 정도 게임사의 입장을 반영한 정책이다. 다르게는 자율 규제에 한 발을 담그고 있는 정책이라고 서술할 수도 있다. 아마 이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면, 몇몇 게임사는 사내의 보호기구를 무력화할 방안을 연구할 것이고 정부의 보호위원회는 이를 막으려 들면서 정책 전선이 만들어질 것이다. 즉 이런 전선이 안 만들어지면 이 제도가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기능을 제대로 할 경우에도 대기업의 회피 기동을 잡아내지 못하면 중소기업 차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사내의 소비자보호기구를 만들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야 할 것이고, 이들은 대기업처럼 무력화 시도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경우 중소기업이 할 말은 ‘왜 쟤들은 피해갈 수 있는데 우리는 안 되느냐’ 하는 볼멘소리다. 이 부분들이 향후 이 제도 시행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 2Big: e스포츠 지역연고제 e스포츠 지역 연고제가 두 번째 큰 공약이다. e스포츠 구단을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포부가 돋보인다. 지역 사회마다 PC방이 있으니 이 네트워크를 이용해 아마추어 리그를 만들고, 이 리그를 프로 구단의 유망주 풀로 활용한다. 당연히 동네 PC방에서 게임 좀 하는 유소년들은 유소년 클럽 시스템으로 들어갈 수 있다. 유소년 클럽 – 아마추어 리그 – 프로 리그의 단계적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이면 클럽이나 구단에서 선수들을 상대로 게임 교육을 할 때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할 수 있다. 이 커리큘럼을 통해 중독 혹은 온건한 용어를 써서 과몰입을 줄일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지도자 또한 자격증을 신설해 체계적 배출이 가능하게 한다. 단계적 리그 체계는 모든 프로 스포츠의 꿈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 꿈을 완벽하게 이룬 프로 스포츠는 야구 외에는 없다시피 하다. 야구조차도 그나마 완전히 이룬 상태는 아니며, 다른 3대 구기 종목은 아직 벽을 넘지 못하고 청소년 엘리트 체육 시스템에 기대어 버티는 중이다. 과연 e스포츠는 그 벽을 제대로 넘어갈 수 있을까? 이 공약 또한 하태경 의원이 추진 중인 정책이다. 대선 직전이던 지난 2월 8일, 하태경 의원실은 김승수/허은아 의원실과 함께 지역연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 패널에는 샌드박스게이밍의 정인모 이사, 크래프톤 e스포츠팀의 김우진 팀장, 인벤의 이두현 기자, 전 프로게이머이자 국민의힘 청년 보좌역인 한우성 등이 참여했다. 지역 연고제 관철을 위한 성격인지라 긍정적인 입장 위주로 진행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두현 기자의 토론 내용은 부정적인 시각이 묻어난다. 이두현 기자는 e스포츠 산업의 특성이 팬 위주이기 때문에, 지역으로 인위적 재편을 시도하는 것은 산업을 망칠 우려가 있다는 논지를 폈다. 이두현 기자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정인모 이사의 경우엔 지역연고제가 정착된 중국의 예를 들며 성공 가능성을 피력했는데, 이상헌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지역연고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구가 필요하기에 중국에서 성공한 것이다. 각 지역에 지어진 경기장을 채울 수 있는 관객의 수가 담보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만큼의 인구가 되지 않는다. 또한 e스포츠는 팀 위주의 팬심이 아닌 선수 위주의 팬심으로 돌아가는 리그다. 선수가 구단을 이적하면 그 팬은 기존 구단에 남지 않고 선수와 함께 이동한다. 게다가 e스포츠는 오프라인 직관만이 가지는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적다. 경기장의 물리적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 지역연고제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콘텐츠진흥원이 작년 12월에 발표한 ‘2021 e스포츠 정책연구’에서도 부정적인 연구 결과가 있다. 중국처럼 산업 초기에 지역연고제 기반으로 디자인이 되었다면 팬 문화가 그에 따라 만들어질 수 있지만, 한국은 이미 e스포츠 산업이 원숙기에 들어선 후라서 지역연고제를 강행하면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다. 오히려 공약 내용에 있는 유소년 클럽과 아마추어 리그 확충은 지역연고제의 결과나 과정이 아니라 전제 조건에 더 가깝다. 이토록 다양한 형태의 비판 논거와 반대 연구가 존재하는 이유는 지역연고제가 스타 프로리그 시절부터 20년 동안 제시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제시된 만큼 오랫동안 논의가 되어 왔고, 적합하지 않거나 너무 어렵기 때문에 추진되지 못한 정책이다. 그럼 윤석열 캠프와 하태경 의원은 이렇게 오래된 주장을 왜 정책으로 내건 것일까? 추측해볼 단서는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e스포츠 구단을 유치해 지역연고제 구단을 만들면 운영 자본이 필요하다. 한국의 프로 스포츠 리그는 이렇게 필요한 자본을 대기업 자본에서 가져오는 것에 익숙하다. 그리고 스포츠 구단을 설립/운영하는 기업은 그 비용의 10%만큼 세금 감면 혹은 공제를 받는다. 작년 12월에는 이 조세특례 종목에 e스포츠가 추가되었다. 또한 윤석열 캠프의 공약에는 체육진흥투표권, 즉 스포츠토토에 e스포츠 종목을 추가해 자금을 끌어오겠다는 청사진이 있다. 사실 이 이슈 역시 작년 초에 이상헌 의원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합동으로 논의를 시작한 주제다. 그리하여 e스포츠 지역연고제 공약은 부자 구단주들과 토토의 자본을 리그로 끌어오겠다는 내용으로 치환할 수 있다. 다만 진정으로 지역연고제가 e스포츠의 미래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런 사람이 지켜봐야 할 지표는 부산 리브샌드박스다. 게임 구단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와 연고 협약을 맺어 연고제를 실험하는 구단이다. 구단 프론트 인력을 지역에서 채용하고, 지역 경기장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 내 아카데미를 만들어 인력 풀을 만들어가려는 중이다. 2) 공약 보조무기 - 2Small : 소액 사기 전담기구, 장애인 접근성 오프닝 공약과 2가지 큰 공약 줄기 사이에는 2가지 작은 공약도 있다. 디테일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생활밀착형이 될 수 있겠다. 작은 공약 첫째, 게임 내의 소액 사기를 전담하는 수사기구를 설치한다. 너무 작은 사안이긴 하지만, 캠프가 유권자의 적절한 목소리를 수신한 사안이다. 디테일한 공약의 크기만큼이나 잘 다뤄지지 않은 공약인데,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궁금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예로 들면 몇백 몇천 골드 수준의 사기 피해를 당한 유저는 이를 구제 받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피해를 산정하기 위해 유저간 거래 시세를 적용할까 아니면 해당 골드를 입수하기 위해 들어간 유저의 시간을 적용할까? 또한 소액 사건의 수사를 맡는 경찰은 사건이 접수되면 사이버수사국 요원으로 배정을 할까 혹은 전담기구 내에 전담 요원을 만들어서 배정할까? 후자라면 신규 채용 필요가 생기지만, 윤석열 당선인은 공무원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검사는 이 사건을 어떤 형태로 기소할 것이며, 동시에 판결을 맡을 판사의 업무량 상승은 고려가 될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작은 공약 둘째, 장애인의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접근성진흥위원회’를 설치한다. 대선 기간 동안 언론은 이 공약에 아무런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이 공약 역시 하태경 의원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작년 4월 20일에 발의된 게임산업법 개정안에는 하태경 의원, 그리고 국민의힘 비례대표로서 장애인을 대표하는 김예지 의원, 진보의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이 참여한 법안으로 현재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정부에게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의무를 지우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21세기 초입부터 제기가 되었고, 2004년에는 국제게임개발자협회(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 IGDA)가 개념화하여 게임 개발 지침을 만들면서 조류(wave)가 시작되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접근성 지침, 장애인 플레이어 환경 가이드와 같은 가이드라인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런 조류에 맞춰가는 법안인 것이며 공약으로 바뀌자 해당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권고를 내리는 기구로 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내용이 된 것이다. 장애인 게임 접근성에 관해서 잘 정리된 정보는 게임제너레이션 3호에 강신규 연구자의 글( 링크 )에 있으며, 장애인 게임 유저로서 강신혜 작가가 쓴 글( 링크 )은 게임제너레이션의 4호에 실려 있다. 이 분야를 연구자와 당사자가 쓴 저 두 편의 글보다 잘 설명할 자신이 없다. 이 공약에서 핵심이 될 부분은 게임접근성진흥위원회가 내릴 권고의 무게다. 현재 독립적 지위를 가진 위원회로서 권고의 무게가 가장 무거운 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다. 하지만 그런 인권위 권고조차 정부 부처나 기업이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권고는 법적 강제성이 약하기 때문에 불수용 결정이라는 제도적 출동 사례가 생기는 것이다. 과연 게임접근성진흥위원회의 권고는 어느 정도의 권위를 지니게 될까? 3) 중요 NPC : 하태경 의원 윤석열 당선인의 게임 공약을 분석하기 위해 처음에 살펴봤던 것은 인벤닷컴과의 인터뷰였다. 하지만 서면으로 이루어진 이 인터뷰는 당선인의 실제 답변일 가능성이 별로 없다. 게임 공약을 정리해서 처음 발표하던 1월 12일, 윤석열 후보는 자신이 직접 인터뷰한 것이 아니고 선대위 내부에서 답변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시기는 하태경 의원이 선대위 내에서 게임특위위원장이 되는 시기외 맞물린다. 12일의 공약 발표에서도 공약에 대한 질의 응답은 윤석열 후보 자신보다 하태경/원희룡 두 사람이 더 많이 했다. 따라서 향후 윤석열 정부의 게임 정책의 핵심은 하태경 의원이 될 것으로 예상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현재 인수위에서 맡은 직책이 없다. 현직 국회의원이라 행정부 인수위에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할 수는 있지만, 한국 정치에서 그런 이유의 인선은 없었다. 당장 배준영 의원은 인수위에서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 들어가 있고, 추경호 의원은 기획조정분과의 간사로 들어가 있다. 이번 인수위 인선은 유독 문화체육 분야가 약하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특히 게임 분야는 한 명도 없다. 하태경 의원이 인수위 인선에서 빠졌다는 것은 당선인이 게임 공약의 우선순위를 앞에 놓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공약 사항 외에 놓친 것을 찾아보기 위해 다시 인벤닷컴 인터뷰로 돌아가 보자. 인터뷰어인 이두현 기자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질문했다. 이에 대한 당시 답변은 원칙적 찬성이었으나, 정작 법안 내용을 캠프가 모르고 있었다. “개정안 내용의 골자는 게임의 사행성과 사용자들의 게임중독에 관한 규제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그동안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수많은 일자리와 혁신도 주도했던 만큼 업계의 애로 사항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우리 국민의힘은 온라인게임 본인인증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대표 발의해 아직 계류 중인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은 사행성/게임중독 규제에 대한 내용과는 맥락이 완전히 다르다. 이 전부개정안의 내용 중에서 중요한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게임배급업을 명확히 규정하고 관련 요소의 법적 정의를 해서 구역을 명확히 구분한다. 2. 중소게임사에 문체부가 예산 지원을 할 법적 근거를 만든다. 3. 비영리 인디 게임에 등급 분류를 면제시켜 주고, 패치가 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경우 새로 등급 분류를 면제시켜 주는 등 등급분류제의 많은 부분을 손질한다. 이 내용 중 일부는 다른 개정안 통과로 인해 이루어졌다. 4. 등급 표시 외에도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등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한다. 5. 국내 업장이 없는 외국 회사가 국내에서 게임 사업을 할 때 국내 대리인 지정, 지사 설립이나 운영대리회사 지정을 하게 만들어서 수익 일부가 국내 경제권에 남도록 한다. 이번 회기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회기 시작 후 2년 동안, 게임산업법 관련한 입법 활동으로 등급분류제와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손질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중이다. 그런 활동 사이사이로 셧다운제 내용 완전 삭제, 장애인 접근성 등의 내용이 있다. 이상헌 의원의 전부개정안은 현재 문체위의 메인 퀘스트 중간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의 입법 활동 중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도, 이 내용을 캠프가 혹은 하태경 의원이 몰랐다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다. 하태경 의원이 이 전부개정안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인벤닷컴 인터뷰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P2E 게임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다. “국민 여론에서 사행성 논란이 있다면 건전한 놀이문화가 되기도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이해한다면 P2E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에서 최소한의 고려를 해 볼 수는 있겠지만, 환전성이 가능한 게임에 대해서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 사행성 논란이 없어져야 해당 시장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부분은 지난 2월 28일에 내려진 사법부 결정과 궤가 같다. 환전을 하는 게임에 대해 이뤄진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환전업을 금지한 게임산업법의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유저 간의 게임머니 거래는 묵인할 수 있지만, 게임사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형태는 불법이 맞다는 확언이었다. 이는 한국 P2E 게임의 선택지를 극도로 좁게 하는 판결이며, 1월 초에 나온 캠프의 태도와 부합하는 판결이다. 다시 0) 애프터게임 : out of focus 윤석열 당선인의 게임 공약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장단점이 매우 뚜렷하다. 대부분은 결을 잘 잡았지만 의구심이 드는 지점의 공백이 너무 크다. 과연 당선인이 이 공약들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장담하기 어렵다. 반면 공약 작성 당사자로 보이는 하태경 의원을 중심으로 봤을 때, 국회와 연계하여 정책 전개를 해나갈 전망은 희망적이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정황상 게임 정책의 국정과제 우선순위가 매우 뒤쪽일 것 같기 때문이다. 어차피 국회와의 연계가 필요한데, 그 하태경 의원은 다른 문체위 의원들이 집중하는 초점에서 반쯤 벗어나 있다. 낙제점은 아니지만 미싱 링크가 볼수록 크게 보인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작가.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평생 게이머로서 살면서, 2001년에 처음 게임 비평을 썼고 현재 유실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이상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비디오게임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썼습니다. 이후 오랫동안 비디오게임에 대해 생각하면서 게임이 주는 흥미로운 경험을 문장으로 옮기는 중입니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관련 저서로는 〈게임, 게이머, 플레이: 인문학으로 읽는 게임〉이 있습니다. 이상우 이상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비디오게임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썼습니다. 이후 오랫동안 비디오게임에 대해 생각하면서 게임이 주는 흥미로운 경험을 문장으로 옮기는 중입니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관련 저서로는 〈게임, 게이머, 플레이: 인문학으로 읽는 게임〉이 있습니다. Read More 버튼 읽기 보는 게임, 그 충족되지 않는 욕망 - 핀볼과 월드플리퍼 사이에서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다. 인류는 대부분의 시간을 희소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살아왔다. 쾌락에는 상대적 희소성이라는 맥락이 필요하며, 너무 많으면 지루해진다. 무엇보다 쾌락이 ‘래칫 효과(rachet effect: 수준이 한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지 않는 효과)’를 일으켜, 자연과 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상품화되지 않은 쾌락을 밋밋하게 만들어버린다. 포장된 쾌락은 전에는 귀하고 드물었던 것을 흔하고 따분한 것으로 만든다. 결국 포장된 쾌락 바깥 세계에 대한 흥미가 점차 약해지며 우리는 더 이상 그 세계를 열망하지 않게 된다. 내가 〈몬스터헌터 라이즈〉를 즐길 수 없는 것은 어쩌면 〈월드플리퍼〉의 포장된 쾌락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This is a Title 01 | 게임제너레이션 GG

    < Back This is a Title 01 This is placeholder text. To change this content, double-click on the element and click Change Content. This is placeholder text. To change this content, double-click on the element and click Change Content. Want to view and manage all your collections? Click on the Content Manager button in the Add panel on the left. Here, you can make changes to your content, add new fields, create dynamic pages and more. You can create as many collections as you need. Your collection is already set up for you with fields and content. Add your own, or import content from a CSV file. Add fields for any type of content you want to display, such as rich text, images, videos and more. You can also collect and store information from your site visitors using input elements like custom forms and fields. Be sure to click Sync after making changes in a collection, so visitors can see your newest content on your live site. Preview your site to check that all your elements are displaying content from the right collection fields. Previous Next

  • 게임제너레이션::필자::최은경

    현 한신대학교 이스포츠 융합 대학원 주임 & 평화교양대 영상콘텐츠 전공 교수.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전남과학대학교 e스포츠과 조교수 최은경 최은경 현 한신대학교 이스포츠 융합 대학원 주임 & 평화교양대 영상콘텐츠 전공 교수.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전남과학대학교 e스포츠과 조교수 Read More 버튼 읽기 게임의 조건 : 게임은 스포츠 종목이 될 수 있는가? 예들 들어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이스포츠 대회’, ‘이스포츠 대학리그’, ‘동호인대회’, ‘전국장애학생e페스티벌’, ‘한중일 이스포츠대회’,‘세계이스포츠대회’의 공식 종목들이 궁극적으로 국내 게임 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일이다.

  • [인터뷰] SNS의 규칙을 게임의 메커니즘으로 바꾸는 여정 : <페이크북> 제작사 반지하 게임즈 이유원 대표

    SNS가 현대인의 소통창구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교통, 통신의 기술이 해마다 급격하게 발전하고, 문화적 양상은 그보다 더 빠르게 급변하기에 오늘날 SNS의 특징을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 SNS 활동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 출시되었다. 심지어 게임을 만든 회사가 일상의 규칙성을 게임의 매커니즘으로 녹이는 데 특화된 ‘반지하 게임즈’이다. 그들은 어떤 고민을 통해 SNS의 규칙을 게임화하였을까? GG 2호 이후 오랜만에 반지하 게임즈의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 Back [인터뷰] SNS의 규칙을 게임의 메커니즘으로 바꾸는 여정 : <페이크북> 제작사 반지하 게임즈 이유원 대표 22 GG Vol. 25. 2. 10. SNS가 현대인의 소통창구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교통, 통신의 기술이 해마다 급격하게 발전하고, 문화적 양상은 그보다 더 빠르게 급변하기에 오늘날 SNS의 특징을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 SNS 활동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 출시되었다. 심지어 게임을 만든 회사가 일상의 규칙성을 게임의 매커니즘으로 녹이는 데 특화된 ‘반지하 게임즈’이다. 그들은 어떤 고민을 통해 SNS의 규칙을 게임화하였을까? GG 2호 이후 오랜만에 반지하 게임즈의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이경혁 편집장: 오랜만에 GG 인터뷰로 다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신작 <페이크북>을 내셨는데요. 사실 <페이크북>이라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저도 좀 인연이 있지요. 이전에 이 프로젝트를 고민하실 때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셨잖아요? 이유원 대표: 네. 맞습니다. 처음 기획할 때에는 특이한 컨셉에 소위 말하는 ‘인디게임’스러운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뵙게 되었는데, 그때 스토리가 중요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고민이 많았는데요. 게임의 재미를 주는 여러 형태가 있다고 보았을 때, 이야기를 쭉 보는 어드벤처 형식의 게임이 대표적으로 스토리가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이 게임으로 주고 싶었던 것은 특정한 ‘이야기’가 아니고, SNS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거기서 유저가 상호작용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참신함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 뵙고 난 이후에 이 게임 시스템을 가장 잘 보여주는 스토리가 뭘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때 말씀해 주셨던 것들이 결국 중요한 결정들을 하는데 항상 생각이 나는 조언들이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그런 느낌을 좀 받았어요. ‘제작자분들이 실제로 SNS에서 신상을 꽤 털어봤구나’라는 생각이었는데요. (일동 웃음) 그런 말씀을 많이 들으시나요? 이유원 대표: 이번에 게임을 출시하고서 스트리머분들이 되게 많이 플레이해주셨어요. 어제도 ‘한동숙’ 님이 플레이해주셨고요. 그런데 그분들 플레이를 보면서 시청자분들이 채팅으로 ‘이 사람 SNS를 얼마나 한 거냐?’, ‘이 사람 인터넷 귀신이다’ 라고들 하시는데, 그걸 들을 때 처음엔 되게 놀랐어요. ‘이게 그 정도인가?’, ‘이건 다 아는 내용 아닌가?’, ‘이 정도는 다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공감을 잘 못했는데, 계속 이런 반응이 나오니까 ‘아, 제가 좀 많이 했었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그런데 사실 저는 SNS를 그렇게 많이 안 하거든요. 오히려 이 게임을 만들면서 열심히 보려고 했었고, 정확하게는 SNS를 많이 한다기보단 인터넷에 있는 웃긴 상황이나 우리가 맞닥뜨릴 법한 경험 같은 것들 좋아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인터넷에서 웃긴 이야기가 올라와서 사람들이 퍼내고, 댓글로 싸우고, ‘누가 알고 봤더니 누구였더라’ 하는 그런 것들이 메타적으로 보면 재밌는 문화잖아요? 그런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경험들을 녹여서 게임을 만든 것이 조금은 주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 경험을 게임으로 녹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이유원 대표: 네. <페이크북>이 신상을 터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어드벤처 게임이고, 스토리를 따라가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종의 비주얼 노벨 같은 느낌이어서, 저희도 작업하면서 단순한 ‘신상 털기’를 넘어서는 참신함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는 기획 공수가 컸었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새롭게 재미를 느낀 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 텍스트 게임을 만들거나 일반적인 라이브 하는 게임을 만들 땐, 재미있는 장치를 만드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페이크북>은 처음으로 영화를 만드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게 엄청 어렵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새로운 감각이어서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되게 재미있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영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사실 이런 스토리텔러 게임들이 제작자 입장에서 굉장히 어려운 게, 100개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도 플레이어가 100개를 다 해보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열심히 만들었는데, 플레이어가 하지 않는 부분들은 아쉽지 않나요? 이유원 대표: 사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제가 텍스트 게임을 오래 만들어서 그런지, 그런 거에 대해서는 생각을 크게 안 하는 것 같아요. 텍스트 게임은 상호작용성이 중요하니까, 결국 플레이어들이 가지 못하는 분기가 있는데요. 오히려 모든 분기를 다 파악하게 만드는 순간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고, 실제로 <페이크북>을 플레이하시는 분들 반응을 보면, 당연히 못 가는 분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재미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한편으로 게임을 하면서 궁금했던 게, ‘왜 하필 페이스북이었나?’이었거든요. 사실 요즘 페이스북이 10대, 20대들이 사용하는 SNS의 이미지는 아니잖아요? <데이브 더 다이버>에서도 SNS가 나오는데, 거기선 인스타그램을 따라갔어요. 그런데 더 나중에 나온 게임이 페이스북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저는 특이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이스북을 모티브로 삼으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이유원 대표: 사실은 기획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요. 인스타그램이나 모바일 UI처럼 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아예 게임을 모바일로 출시하자는 의견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일단, PC 게임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첫 번째로, PC 게임에 진출하고자 하는 저희 회사의 내부 전략적인 이유가 있었고요. 두 번째로는, <페이크북>을 만들 때 ‘게임을 몰입해서 하지 않으면 유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게 결국 현실에 있는 인터넷 세상을 재현하는 모습이다 보니까요.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서 하다 보면 흐름이 끊긴다거나 너무 작은 화면으로 봐서 와닿지 않을 수 있기에 집중된 상태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PC가 적합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PC 게임 시장은 이미 너무 많은 게임이 나오고 있기에 특이하고 컴팩트한 컨셉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이런 조건들을 충족하면서 여러 세대의 공감대를 살 수 있는 방향으로 페이스북을 선정했죠. 아무래도 다른 SNS를 활용하면 그 SNS를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SNS를 따라한 것이다’라는 게 확 와닿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인스타그램은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있을 수 있지만, 페이스북은 나이대에 상관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향수를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부분 중에 굉장히 공감하는 건 PC 앞에서 해야 하는 게임이라는 점인 것 같아요. 제작자로서 그 차이를 많이 느끼시는 거잖아요? 이유원 대표: 네. 모바일 게임을 만들 때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못 해봤는데, 일단 몰입을 저해할 만한 요소들이 굉장히 많아요. <페이크북>은 이야기의 진지함이 담겨있는 파트도 있다 보니까, 수시로 껐다 켰다 하면서 방해를 받으면 좀 아쉬울 것 같다는 기획자적인 아쉬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실제 SNS를 따라 한 게임인데, 플레이하다가 실제 SNS 알림이 뜨거나 카톡 알림이 뜨면 몰입이 얼마나 깨지겠어요? 그런 것들을 방지하고 싶어서 기획 초반에 팀원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는 그 선택에서 역으로 우리의 인식 속에 페이스북이 어떤 미디어인지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이 들어요. 페이스북은 PC로 보아야 글이나 내용에 집중을 할 수 있고, 모바일로는 잘 다가오지 않는 SNS인 거죠. 그래서 ‘PC 게임을 만들 땐 결국 페이스북 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거든요. 이유원 대표: 저도 페이스북을 생각했을 때, 컴퓨터로 했던 기억이 더 많이 나는 것 같아요. 그 기억이 남아 있어서 영향을 받은 점도 있겠네요. 이경혁 편집장: 그리고 <페이크북>의 UI를 되게 유심히 보다 보면 이게 지금의 페이스북 UI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0년 전의 모습이랄까요? 그런 지점에서 페이스북이라는 특정 코호트에 맞춘 SNS를 가져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원 대표: 눈썰미가 진짜 좋으시네요. 저희는 옛날 페이스북 UI를 가져오고 싶었는데, 말씀을 들으면서 제 예전의 향수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확실히 페이스북 UI는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저희도 조사 차원에서 페이스북 UI의 변천사를 정리해 놓은 사이트를 찾을 수 있었는데, 타겟으로 한 건 2010년대의 페이스북이에요. 왜냐하면 그때의 UI가 한편으로는 투박하지만, 한편으로는 필요한 것만 배치되어서, 뭐랄까요... 본질에 집중한?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확하게 왠지는 몰라도 옛날 페이스북 생각이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디자인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저는 콘텐츠 측면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활동을 잘 안 하거든요. 이유원 대표: 그렇죠. 요즘은 페이스북이든 스레드든 사람들이 뭔가를 일부러 재밌게 쓰려고 하거나 내용이 있는 글을 쓰려고 하는데, 당시의 페이스북은 ‘배고파’, ‘심심해’ 같이 그냥 아무 말이나 올리기도 하고, 진지하거나 웃긴 글도 올리고 그런 감성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보니까, 기획적으로도 (<페이크북>에선) 글이랑 그림이 막 올라오면서 이 사람의 사생활도 볼 수 있고, 생각도 볼 수 있고, 무슨 캐릭터인지 빨리 캐치할 수 있는 점에서 적합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페이스북을 선택하는 지점에서의 모종의 향수가 있다고 표현을 하셨는데, 한편으로는 페이스북이 트위터나 다른 SNS와 다르게 싸이월드처럼 지인과의 연결된다는 점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페이스북은 실명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레트로한 지점도 있고요. 그런 부분이 페이스북의 향수를 만드는 지점도 있을까요? 이유원 대표: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일상의 재밌는 경험에서 핵심 메커니즘이 뭘지 생각을 하고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요. <페이크북>을 만들 때에도 페이스북에서 저랑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랜덤한 사람들을 많이 타고 다녔어요.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친구들 리스트가 공개되어 있잖아요? 그러면 그걸 타고 네다섯 거리 건넜을 때, 진짜 저와는 평생 만나보지 못할 것 같은 분들이 떠요. 그런데 그분들의 일상을 보면 아주 사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인스타처럼 뭔가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인적인 섬이 있고 거기의 네트워크가 있는 형태다 보니 신기하고 생경한 재미를 주는 거예요. 그때 이 사람에 대해 알면 알수록 놀랍고 그런 점들에서 <페이크북>이 주는 재미는 이런 거겠다 싶었어요. 실제로 <페이크북>을 보면 누군가는 바보 같을 정도로 자기 사생활을 엄청 올리고 그걸 보면서 얘네가 이렇게 친하고 이런 관계망들을 알게 되잖아요. 그렇게 탐방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그러면 지금 게임 이용자의 주 연령대는 어떻게 될까요? 이유원 대표: 그 부분을 정확하게 체크해 본 적은 없지만, 20대 초반보다는 중후반쯤에서 좀 더 인기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좀 재미있어요. 스트리머분들이 게임을 하실 때, 채팅창에서 ‘옛날에는 다 그랬어’ 이런 식의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죠. 사실 게임 내용에서 댓글에다가 자기 전화번호를 적어서 응모하는 그런 것들은 지금 시대에서 상상하기 힘든 그런 문화니까. (웃음) 한편으로는 지금 10대 분들이 보시기에는 마치 예전 세대가 PC 통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말씀해주신 것처럼 유튜브에서는 반응이 아주 좋았잖아요? 이유원 대표: 네. 되게 많이 스트리머 분들이 해주셨었고, PC 게임은 모바일 게임과 다르게 되게 이제 호의적으로 많이 플레이해주시다 보니까 뿌듯했습니다. 보통 모든 개발자가 그러겠지만, 게임을 출시하고 난 뒤에는 버그가 나오면 어떡하지, 막히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함께 기획 의도대로 반응이 나올 때의 성취감이 있는데, 그런 지점이 개발하면서 엄청 큰 힘이 됐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돼서 좋았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스트리머분들 말씀이 나와서 그러는데, 이번 작품에서 까메오를 많이 쓰셨잖아요? 이유원 대표: 네. 맞아요. 처음 기획 과정에서부터 이게 실제 SNS를 옮겨 놓은 것이다 보니, 스트리머 분들이나 인플루언서분들이 나오시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먼저 저희와 친분이 있는 분들부터 아닌 분들까지 광범위하게 연락을 드렸어요. 사실 이게 콜드 메일이잖아요? 그래서 안 받아주실 만도 한데, 거의 한 90-95%는 다 흔쾌히 답장을 주시더라고요. 순전히 호의로 해주시는 건데도 생각보다 더 호의적으로 말씀을 해주셨고, 안 된다고 하셨어도 사정을 설명해주시고 하셔서 그런 과정들이 감사하고 재밌었습니다. 실제로 게임이 나왔을 때의 유저분들의 반응도 좋고, 스트리머분들이 게임하실 때 채팅창의 반응을 볼 때 희열이 있었죠. 이경혁 편집장: 텍스트 베이스의 게임이다 보니까 해외 진출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장벽이 좀 있잖아요. 그 부분에 대한 상황이나 이후 계획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이유원 대표: 일단, 7월에 BIC(인디게임커넥트페스티벌)에서 ‘비트 서밋’(인디 게임 페스티벌)에 가는 것을 지원해주면서, 번역을 해야 해요. 그런데 번역에 두 가지 방법이 있거든요. 하나는 로컬라이제이션을 정말 잘 하는 방법이 있고, 하나는 지금의 문화적 색채를 유지하면서 언어만 대응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지금은 양방향으로 많이 알아보고 있어요. 만약에 해외 유저분들도 형식이 파격적이라며 재미있어하신다면, 앞으로 더 확장될 영역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조금 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는 한편으로 요즘 한국의 대중 문화에 관한 해외의 관심도가 높다 보니, 현지화를 안 하더라도 그냥 한국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로컬라이제이션을 하는 방향도 여러 가지잖아요. 현지 회사랑 합작을 해서 거기서 변화를 주는 방법도 있을 거고요. 이유원 대표: 네. 맞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방법들을 열어놓고 알아보고 있어요. 해외 퍼블리셔를 만나는 것도 생각하고 있고요. 사실 <페이크북>이 저희의 첫 번째 PC 게임이다 보니, 성적이나 흥행에 대해서 되게 걱정이 많았었는데 정말 후회 안 하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플레이해주시고 그런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웠어서, 사실 작년을 되게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반지하게임즈는 <서울 2033>처럼 발매 이후에도 패치를 한다거나 확장팩을 선보이는 모습들을 보이곤 했는데요. 혹시 이번 작품도 패치나, DLC 같은 형태로 확장시킬 생각이 있으신가요? 이유원 대표: 네. DLC를 생각하고 있고 욕심은 많습니다. 이 포맷이 좋기 때문에 이야기를 바꾸어가면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요. 일단은 DLC 쪽으로 해서 추가되는 스토리들을 보여드리는 식으로 준비를 할 것 같고요. DLC 외에도 나중에 이 포맷을 다시 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인터넷 서핑하는 재미라는 걸 주는 게임이 좀 고유할 것 같아서, 발달하는 AI 기술에 접목시킬 생각도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마지막으로 그 외의 차기작에 대해서 계획도 여쭙고 싶어요. 이유원 대표: 저는 텍스트 게임을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서울 2033>이 벌써 6, 7년 되었는데, 하다 보니까 노하우가 많이 쌓였거든요. 물론, 혹자는 텍스트 게임이 수익성이 없고, 글을 쓰는데 노고가 많이 들어가며, 비즈니스 모델도 적립되어 있지 않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 노하우도 쌓였으니 더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최근에 저희가 AI 관련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노하우를 접목시켜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로망이 있어요. 신작으로는 PC 게임 더 도전하고 싶은 것도 있는데요. 이번에 나온 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컴팩트한 규칙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저희가 원래 잘하던 건데, PC 버전으로 그런 류의 게임을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페이크북>은 사람들의 네트워킹이 모종의 재미를 주었는데, 이런 재미를 메타적으로 느끼게 만들어서 지금까지의 전작들이 서로 연결되는 차기작도 나올 수 있을까요? <서울 2033>의 인물이 나오는데, <페이크북>의 인물과 접점이 있고, 또 그 사람이 나중에 알고 보니까 <수확의 정석>의 인물이고 하는 그런 그림이요. 이유원 대표: 언제 별도의 작품으로 진지하게 기획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저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저희는 결국 팬덤의 사랑으로 먹고 살기 때문에, 그래서 반가움을 드리는 작업들을 자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결국 저희 게임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반지하의 특정 프로젝트나 캐릭터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잖아요? <서울 2033>을 구매해주시는 분들이 <페이크북>을 찾아주시고, 또 입소문이 나면서 유입이 되고. 그래서 그런 점들이 되게 중요한 면인 것 같아요.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Editor's View: 오프라인은 어떤 의미인가?

    GG 8호가 주목한 주제는 ‘오프라인 게임’입니다.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의 게임들은 온라인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지만, 게임의 역사를 돌아보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오프라인 기기 기반의 플레이들이 만들어 온 맥락이 온라인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Back Editor's View: 오프라인은 어떤 의미인가? 08 GG Vol. 22. 10. 10. 안녕하세요,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입니다. GG 8호가 주목한 주제는 ‘오프라인 게임’입니다.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의 게임들은 온라인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지만, 게임의 역사를 돌아보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오프라인 기기 기반의 플레이들이 만들어 온 맥락이 온라인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이 보급된다고 해서 영화가 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온라인 게임이 보편화된 시대라고 해서 오프라인 게임의 의미가 완전히 퇴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기에 온라인 시대의 오프라인 게임이 갖는 의미에 주목합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지 않아도 작동하는 무엇은 어쩌면 점점 희귀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속에서 또다른 의미로서의 ‘온라인이 아닌’ 게임으로 오프라인 게임의 의미는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따로 서버에 연결되지 않는 오락실 기기들,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지만 오프라인 현장의 플레이가 더욱 중요한 PC방과 e스포츠를 넘어 아예 디지털의 범주 바깥에 존재하는 보드게임까지 우리는 오프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과 대립항을 이루는 여러 게임들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역으로 드러나는 것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대전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가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이라는 개념이 갖는 관계망으로서의 의미를 통한 접근 또한 유효할 것이고, 그렇기에 이번 호의 기획은 어쩌면 온라인이라는 시대 배경에 대한 접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호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손맛보다 눈맛, 사람들은 이제 게임을 ‘본다’

    2020년 초, 한 모바일 게임의 광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제 모두들 손 떼!”라고 외치고, 가끔씩만 만져줘도 맛이 최고라며 게이머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게임은 원래 이 맛”이라고 선언한다. “어머, 어딜 손 대요?”라며 능청을 부리기도 한다. 게임의 제목부터 “키보드에서 떨어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위 방치형 RPG로 불리는 〈AFK(Away from keyboard) 아레나〉 이야기다. < Back 손맛보다 눈맛, 사람들은 이제 게임을 ‘본다’ 03 GG Vol. 21. 12. 10. 잘못된 전제 2020년 초, 한 모바일 게임의 광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제 모두들 손 떼!”라고 외치고, 가끔씩만 만져줘도 맛이 최고라며 게이머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게임은 원래 이 맛”이라고 선언한다. “어머, 어딜 손 대요?”라며 능청을 부리기도 한다. 게임의 제목부터 “키보드에서 떨어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위 방치형 RPG로 불리는 〈AFK(Away from keyboard) 아레나〉 이야기다. 게임은 원래 ‘손맛’이 아니라 ‘보는 맛’이라 우기는 광고 카피. 적잖은 게이머들은 “게임은 플레이할려고 하는 거 아닌가? 본질을 없애버리네!”같은 댓글에 동의하고 공감했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진행되는 게임을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가? 키보드나 마우스로 입력을 하고 그래서 점수든 승리든 목표를 달성하는 것, 즉 게이머와 게임 텍스트의 상호작용이 게임의 매체적 본질 아니던가? 버릇처럼 텔레비전을 켜놓고 연예인들이 박장대소하며 히히덕대는 장면들을 멍하니 쳐다보는 카우치 포테이토족의 모습과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역동적인 게이머 모습은 당연히 구분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수동적 텔레비전 시청자와 능동적 게임 플레이어의 구분은 꽤 오랜 기간 양 미디어의 본질적 차이인 것처럼 여겨졌다. 직관적으로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암묵적인 전제가 있다. “본다”는 것은 (손을 움직이는 것보다) 수동적인 행위라는 전제가 있고, ‘상호작용성’이야말로 (텔레비전이나 영화와 차별되는) 게임의 매체적 본성이라는 전제가 있다. 크게 의심받지 않던 이 전제들. 최근,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들이 자꾸 생긴다. 자기가 게임을 하는 대신 남들이 게임하는 모습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내가 조작을 하는 대신 기계가 알아서 내 캐릭터를 육성시켜주는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키보드에서 손 떼라는 게임도 나왔고, 성공했다. 우리가 뭔가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보는 행위는 결코 수동적이지 않다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것은 그리 게으르고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흘긋) 보다(see)”와 “바라보다(look)”는 구별되어야 한다. 일상적 삶에서 우리 시선이 어떤 대상들에 우연히 머물거나 스쳐가는 상황이 아니라 목적성과 방향성을 가진 자발적인 행동으로서의 ‘바라봄’은 바라보는 ‘실천 행위’이다. 길가에서, 술집에서, 운전을 하다가, “뭘 봐, 인마!”라는 마술같은 네 글자로 인해 싸움이 일어나고 목숨이 왔다갔다하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해변에서, 클럽에서, 응시하는 자와 시선을 피하려는 자의 줄다리기는 드문 일이 아니다. CCTV로 잠재적 범죄자들을 감시하는 편의점 사장이나 몰래카메라로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변태 범죄자에게 ‘바라봄’은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행위이다. 그리고 힘 있는 행위이다. 시선만으로도 권력과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감옥의 간수와 죄수는 이 명제를 보여주는 가장 적나라한 사례다. 푸코(Michel Faucault)가 19세기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Jeremy Bentham)의 아이디어를 빌려와 원형 감옥의 작동 원리를 설파할 때, 그 핵심은 시선의 권력이 내면화된다는 점이었다. 중앙 첨탑에서 죄수의 방을 비춘다면 죄수는 첨탑의 간수를 볼 수 없다. 나는 그를 볼 수 없지만 그는 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일차적인 권력의 자원이 된다면, 그가 지금 나를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가 정한 규율과 표준을 내면화하여 행동해야 하는 것이 권력 작동의 최종 결과가 된다. 간수는 시각의 주체이다. 죄수는 대상이다. 시각중심주의는 주체와 대상을 공간적으로 분리하고, 주체에게 바라보고 분석할 힘을 준다. 이론(theory)의 어원은 본다(theoria)이다. 눈은 권력을 가졌지만 대상에 개입하지 못한다. 하지만 바라보는 주체는 능동적인 해석의 주체이기도 하다. 코미디를 보면서도 울 수 있다면 이를 어찌 수동적 수용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텍스트 중심주의의 미디어 문화이론이 수용자에 대한 관심으로 선회했던 이유도 바로 해석 주체의 능동성 때문이었다. 홀(Stuart Hall)이 부호화와 해독에 대한 도발적 논의를 시작한 때가 40여 년 전이고, 이를 이어받아 피스크(John Fiske)가 저항적 즐거움과 기호론적 민주주의를 제기한 지도 30년 이상이 흘렀다. 오히려 수용자의 능동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 아니냐는 반성이 나왔을 정도니,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 신문기사나 만화를 보는 것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보다 수동적이라 믿어버리는 것은 시대착오적 전제가 아닐 수 없다. 게임은 과연 상호작용적 미디어인가? 하지만, 여전히, 게이머의 개입적 행동을 영화 관객의 해석적 행동과 동일선상에서 이해할 수는 없다. 게임의 본질이 ‘상호작용성’이라는 믿음도 여기서 출발한다. 주체와 대상이 공간적으로 분리된 전통적 시각매체와 달리, 게임에선 수용자가 대상 텍스트의 내용과 구조에 작용을 가하고(입력) 그 결과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진다는 점은 분명한 차별 지점이기 때문이다. 게임문화연구의 초기, 게임과 게임플레이를 유희의 관점에서 보는 접근(루돌로지)과 서사의 관점에서 보는 접근(내러톨로지)이 대립했을 때도 상호작용성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전자는 게임의 본질을 게이머의 입력행위에서 찾았고 후자는 게임 텍스트가 상호작용적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놀이’가 놀이 주체(플레이어)의 작용과 그에 대한 반응으로 구성된다. 이것을 상호작용적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무엇과의 상호작용인가? 축구는 공과의 상호작용인가, 상대 팀과의 상호작용인가, 아니면 심판이나 관중과의 상호작용인가? 축구 경기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경기를 하나의 서사로 간주하는 비유이다. 이 서사는 선수들이 플레이함으로써 완성된다. 자유도는 높지만, 서사 구성의 정해진 규칙은 있다. 게임을 게이머의 참여로 완성되는 서사의 일종으로 이해했던 머리(Janet Murray)의 정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축구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관중이다. 영화의 서사를 즐기듯, 축구 서사를 만끽한다. 놀이의 주체가 선수로부터 관중으로 옮겨지는 순간이다. 게임에 대한 두 가지 암묵적인 전제, 즉 ‘보는’ 행위가 수동적이라는 전제와 ‘상호작용성’이야말로 게임의 매체적 본성이라는 전제는 처음부터 불안한 기반 위에 놓여 있었다. 게임을 설명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일 수는 있지만, ‘본질’이라 말할 수는 없다. 게임의 주체도 게이머로부터 관중으로 옮겨질 수 있다. 이스포츠(eSporsts)나 게임 스트리밍 시청의 경우이다. 이스포츠의 경우, 프로 게이머가 게임 서사를 완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관중은 게임 서사를 (능동적으로) 바라보고 즐기는 주체가 된다. 방치형 게임 플레이어는 적극적인 입력을 하는 대신 서사의 전개과정을 바라보는 관찰자가 된다. 게임을 즐기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 게임의 본질을 거스르는 기형적 상황은 아니다. 시각성의 재림 게임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이라 치더라도, 왜 하필 지금 ‘보는 게임’이 각광을 받게 되었는지 의문은 남는다. 더 정확히 질문하자면, 시각과 청각과 촉각을 모두 사용하던 게임 플레이가 당연하던 시기를 지나 거의 전적으로 시각에만 의존하는 방식의 플레이(관람)가 중요해진 시기가 도래한 계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쇄술의 발달 이후 시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상대적 우위에 있어 왔다. 매체 철학자인 맥클루언(Marshall McLuhan)은 인쇄술이 인간의 감각들을 서로 떼어 놓고, 다양한 감각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구술 중심의 부족문화에서 문자 중심의 필사문화로, 그리고 인쇄술 발전으로 인해 ‘구텐베르크 은하계’가 등장했다는 그의 매체사적 통찰 속에서, 시각은 필사문화 시기부터 중심적 감각으로 등장하여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시기에는 다른 감각들을 억압하는 지배적 감각이 된 것이다. 총체적 인간 감각이 분화되고, 시각이 나머지 감각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시각 권력은 근대성의 등장에 맞춰 지배적 지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시각 권력과 원형감옥의 간수가 갖는 시각 권력이 같은 의미는 아니다. 맥클루언이 강조한 근대적 시각성의 지배는 인쇄술과 선형적 문자중심성과 더불어 등장, 강화되었고, 따라서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와 과학에 대한 맹신으로 이어진다. 신의 시점이 아닌 인간의 시점을 강조하면서 원근법에 충실한 과학적 그림이 등장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를 감시하거나 훔쳐보고 나아가 통제하는 생체권력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 제기이다. 다시 맥클루언을 인용하자면, 시각 중심으로 형성된 인쇄-미디어 문화가 주술적이며 마법적인 청각 세계를 붕괴시켰던 것처럼, 구텐베르크 은하계 역시 전기 미디어의 발명과 함께 종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전신과 라디오, 텔레비전은 메시지를 찰나적으로 만들어 합리성보다는 직관과 통찰을 더 중요하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가장 탈근대적인 매체이다. 게임 내의 다양성과 차이들을 잠시 접어두고 단순화하자면, 게임은 시각중심성에 저항하는 감각 분산적 매체이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태도는 인쇄매체에 담긴 선형적 언어를 따라가는 (맥클루언이 말하는) 시각중심적 자세도 아니고 경건한 자세로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벤야민이 말하는) 정신집중의 태도도 아니다. 7,80년대의 오락실에서 시작해 90년대말 PC방에 의해 대중화되고 21세기 이후의 모바일 미디어로 인해 폭발한 디지털 게임은 근대성에 대한 회의와 도전과 때를 같이한다. 그렇다면 이스포츠와 방치형 게임에서 발견되는 시각성의 재림은 근대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일까? 다시 시각성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단서로 이해해야 할까? 탈근대적 시각성의 게으름 여기서 근대적 시각성과 구별되는 탈근대적 시각성을 발견한다. 전자가 시지각에만 의존해서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사고하는 과정을 설명한다면, 후자는 시각 주체로서 대상을 바라보되 게으르고 산만하고 찰나적인 바라봄을 지칭한다. 물론 다른 감각기관이 주변화된다는 면에서는 유사하고, 시각중심적 문화라는 지칭도 온당하다. 그러나 디지털 영상을 보는 지금의 태도는 읽고 이해하고 해석해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탈근대적 시각성은 디지털 영상매체의 발전과 같은 속도로 전파되었다. 일방적으로 뿌려지는 (근대 성격의) 텔레비전 방송이 아닌, 개인화되고 상호작용적이며 시공간 제약도 극복할 수 있는 미디어들이 보편화되면서, 몰입하지만 자유로운, 유익하지만 심심풀이인 바라봄도 따라서 보편화되었다. 비유하자면, 노동과 생산을 위한 시각성이 아니라 여가와 휴식을 위한 시각성이다. 공을 차는 대신 축구 중계를 시청하고 먹는 대신 먹방을 즐겨보는 행위는 게으르고 산만하다. 방치형(idle) 게임의 idle은 게으름, 나태함, 빈둥거림을 뜻한다.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상태. 생산성 없는, 노동의 반대편에 있는 휴식의 상태이다. 노동의 반대편에는 휴식 대신 여가가 자리잡기도 한다. 일하지 않는 주말, 사람들은 열심히 여가활동을 즐긴다. 영화를 보거나 근교 관광지를 가거나, 아마 골프를 치러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낮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을 ‘여가활동’이라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가활동’은 준(準)노동이기도 하다. 함께할 친구들과 미리 약속을 하고, 버스 시간을 알아보고,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야 하기도 한다. 생산하지 않는 행위라 하여 노동이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피곤한다. 이를 적극적/소극적 여가로 구분하기도 하고, ‘준노동적 여가’와 ‘보상적(compensatory) 여가’로 구분할 수도 있다. 혹은 (학술적 개념은 아니겠으나) ‘진지한’ 여가와 ‘게으르고 산만한’ 여가로 구분하는 편이 더 직관적일 수도 있겠다. 맑스의 사위이기도 한 라파르그(Paul Lafargue)는 자본주의에 저항하기 위한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찾는 운동을 제창한 바 있는데, 게으르고 산만한 여가야말로 이 운동에 딱 맞는 활동 아닐까. 방치형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진지한 플레이를 거부하는 것이고, 게으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시각 주체 노릇은 하지만 개입하지 않고, 열심히 바라보지만 해독하지 않는 게이머. 탈근대적 시각성은 게으르고 산만하다. 게임 본질주의의 쇠락 방치형(idle) 게임이라 퉁치기는 했지만, 게이머의 게으름에 기댄 게임의 종류는 상당히 많다. 역사도 결코 짧지 않다. 요즘은 흔해진 자동전투 기능도 방치의 일종이고, 방치를 필수 요건으로 만들어 놓은 파밍 게임들도 있다. 방치형 게임 연구 논문을 발표한 박이선은 게임의 방치 구조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5분 이내로 방치하면서 간헐적으로 게임에 진입하는 게임 (〈AFK아레나〉)도 있고, 몇 시간까지 게임을 켜두고 꾸준히 방치해야 하기 때문에 일과를 보내다가 잠시 게임이 생각나면 화면을 확인하고 개입하는 방식 (〈리니지2 레볼루션〉)도 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게임이 항상 진행되는 항시적 방치 게임(〈중년기사 김봉식〉)도 있다. 다양한 종류와 위계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게으름’에 맞는 적절한 게임을 선택해서 즐긴다. 혹은 바라본다. 이스포츠를 예로 들었지만, 사실 남들이 게임하는 것을 관람하는 방식도 여러 종류이다. 특정 게임의 공략방법을 배우기 위한 유튜브 채널을 열심히 보는 사람도 있고, 셀러브리티의 미숙한 게임 플레이를 팬심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내가 플레이하는 대신 남들을 보며 즐기는 행동을 ‘상호수동성’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관찰주체는 감정을 다른 대상에게 위임함으로써 안도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시각에만 의존하여 즐거움을 얻는 이런 관람행위들은 근대적 의미의 진지한 바라봄과는 구별되는, 산만한 바라봄이라는 점이다. 플레이어의 적극적 개입 없이 시각에만 주로 의존하는 게임(관람) 방식이 확대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방치형 게임이 게임산업의 미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스포츠가 게임보다 더 중요한 문화적 영역이 될 것이라는 뜻도 아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자판이나 마우스, 컨트롤러를 움직이는 것이 게임 플레이의 지향점이 되는 시기를 벗어났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PC방에서 컵라면 먹으며 밤을 새는 것이 전형적인 게이머의 이미지가 되는 시기가 지났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른 글이나 사석에서도, 나는 소위 ‘진짜’ 게이머가 설 자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다. 캐주얼 게이머, 노년 게이머, 방치형 게이머를 무시하며 “너희가 게임을 알아?”라며 언제든지 코웃음칠 자세가 되어 있던 이들이 점점 주변화됨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가장 중요한 ‘매체적 본질’이 상호작용성이라는 전제를 폐기한다면, 그리고 방치형 게이머의 산만한 바라봄을 근대적 시각 권력과 차별화하여 이해할 수 있다면, 게임 씬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변화는 소소한 유행이 아니라 거대한 문화적 변동의 일면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학교 과제를 하면서 자동 사냥을 흘긋 쳐다보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유형의) 게이머를 보며, 혹은 게임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이스포츠 중계에 열광하는 (과거 시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유형의) 게이머를 보면서, 사실은 탈근대를 향해 천천히 움직이는 코끼리의 종아리 어딘가를 만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세대학교 교수) 윤태진 텔레비전 드라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금까지 20년 이상 미디어문화현상에 대한 강의와 연구와 집필을 했다. 게임, 웹툰, 한류, 예능 프로그램 등 썼던 글의 소재는 다양하지만 모두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활동들”을 탐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몇 년 전에는 『디지털게임문화연구』라는 작은 책을 낸 적이 있고, 요즘은 《연세게임·이스포츠 연구센터(YEGER)》라는 연구 조직을 운영하며 후배 연구자들과 함께 여러 게임문화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게임제너레이션::필자::염성은

    염성은 염성은 Read More

  • [공모전] 현 시대의 택티컬 FPS 게임은 무엇을 담고 있는가: Ready or Not 비평을 중심으로

    이 말은 ‘레드 스톰 엔터테인먼트’의 CEO이자 영국 해군 출신이기도 한 리틀 존스가 한 말이다. 90년대말 ‘레드 스톰 엔터테인먼트’에서 택티컬 FPS의 시초인 ‘레인보우식스’가 탄생한다. 톰 클랜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게임은 지금은 당연시되는 밀리터리 택티컬 FPS의 기본 공식들이 대부분 정립하여 FPS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었다 봐도 과언이 아니다. < Back [공모전] 현 시대의 택티컬 FPS 게임은 무엇을 담고 있는가: Ready or Not 비평을 중심으로 13 GG Vol. 23. 8. 10. “당신 앞에 움직이는 모든 걸 총으로 쏘는 게임들은 성공적이었지만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반면 전략 위주의 게임들은 속도가 너무 느려서 지루했죠. 우린 두가지를 적절히 섞어 놓고 싶었습니다.” 이 말은 ‘레드 스톰 엔터테인먼트’의 CEO이자 영국 해군 출신이기도 한 리틀 존스가 한 말이다. 90년대말 ‘레드 스톰 엔터테인먼트’에서 택티컬 FPS의 시초인 ‘레인보우식스’가 탄생한다. 톰 클랜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게임은 지금은 당연시되는 밀리터리 택티컬 FPS의 기본 공식들이 대부분 정립하여 FPS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었다 봐도 과언이 아니다. 택티컬 FPS의 조건 택티컬 FPS의 조건은 ‘레인보우 식스’가 출시되면서 정립된 밀리터리 택티컬 FPS의 공식이나 요소가 많기 때문에 ‘레인보우 식스’에 들어간 요소를 보면 그 특징을 알 수 있다. 첫번째로는 현대 특수전이 나오게 된 점. 그 당시 게임은 미래의 첨단 무기를 쏘면서 싸우거나 우주 해병이 악마들을 찢어 죽이는 게임같이 ‘하이퍼FPS장르’가 활약했지만 ‘레인보우식스’에서는 처음으로 인질극, CQB등 대테러 특수전을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었다. 특히 인질과 테러범이 뒤섞이는 상황은 게이머들에게 참신하게 다가왔고, 위에 ‘리틀 존스’의 말처럼 보이는 타겟을 마음대로 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두번째로는 현대적인 군용 장비. 전투복, 주무장, 부무장, 보조장비를 구분해서 착용할 수 있게 하며, 이 장비들 역시 실제 군용 장비들로 구현이 되어 현실감을 불러일으킨다. 세번째는 피격판정에 대해서 세세하게 나눠진 부분도 ‘레인보우 식스’가 가져온 차별성이라 볼 수 있다. 팔, 다리, 머리를 맞았을 때 몸의 상태가 달라지며, 팔에 총탄을 맞았을 경우 명중률이 떨어지게 되고, 다리에 총탄을 맞을 경우엔 속도가 느려지게 되고, 머리는 즉사인 현실적인 표현으로 더욱 긴장감 있는 전투를 하게 하였다. 마지막은 분대전술로 총알 한발만 맞아도 전투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작전 수행을 위해 분대원들과 함께 전략적(tactical)으로 움직여야 한다. 도어브리칭, 엄호사격, 사주경계, 은엄폐같은 실제 특수작전에서 볼 수 있는 전략적 요소들이 구현되었고 이동 지시는 BLITZ(전력질주), NORMAL(기본 이동 상태), SAFETY(천천히 조용하게)를 선택하여 분대원들을 이동시킬 수 있고 교전상황에서의 명령은 CLEAR(거점 확보 후 사주경계), ENGAGE(선제 사격 및 제압), ADVANCE(일렬로 진입), ESCORT(인질 호송)로 나뉘어 분대원들이 상황에 맞는 할 일을 시킬 수 있었다. 현 시대의 택티컬 FPS 게임 Ready or Not은 Void Interactive에서 21년도 12월 중반 출시하여 이틀만에 ‘스팀 전 세계 최고 인기 제품’ 1위에 오른 뒤 오랫동안 선두를 지켰다. 이는 그 당시의 ‘헤일로인피니트’와 ‘포르자호라이즌 5’ 그리고 ‘레드데드리뎀션2’등 다수의 트리플A급 게임들을 넘었다는 점에서 놀랍고, 출시 후에도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계속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대 이후로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의 초기작들과 SWAT 4와 같은 현실성을 지향하는 택티컬 슈팅 게임들은 사실상 명맥이 끊겨 Ready or Not이 이러한 게임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의 재탄생을 목표로 하여 최초 공개 이후로 많은 게이머들이 관심을 갖고 지지한 부분도 있겠지만 결국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선 게임의 화려한 마케팅 말고도 게임 속 내용이 중요하다. 마케팅이 성공적이면 게임 판매량은 높을 수 있겠지만 유저들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게임 속에 담긴 내용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케팅만 잘 되고 게임이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면 포장지만 그럴싸한 빈 껍데기였다 생각한다. 요즘은 dlc라던가 업데이트를 통해 사후지원을 해주는 게임도 많지만 처음 기대를 갖고 구매한 유저들은 실망하고 평가는 좋지 않을 것이다. Ready or Not이 택티컬 FPS로써 가지고 있는 것 Ready or Not은 택티컬 FPS 게임으로써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앞에 말한 ‘레인보우 식스’의 택티컬 FPS 조건을 따라가며 현대적인 감각으로 발전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일단 택티컬 FPS니 당연시하게 현대 특수전은 기본. Ready or Not은 여러 상황의 장소를 선택할 수 있고 주택, 주유소, 호텔, 나이트클럽 등 다양한 상황이 있다. 이는 장소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장소마다 용의자가 일으킨 사건, 행동이 다르다. 맵 선택 시 미션의 타입을 선택할 수 있는데 첫번째로는 RAID(습격). 교전 수칙이 느슨하고, 일반적으로 더 많은 용의자와 적은 민간인들이 존재한다. 말그대로 습격이기 때문에 용의자들을 체포해도 좋지만 다른 미션에 비해 굳이 체포할 필요는 없다. 두번째로는 ACTIVE SHOOTER(총기 난사). 총기 난사범이 모든 시민들을 죽이기 전에 그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미션이다. 세번째로는 BOMB THREAT(폭탄 해체)로 폭탄의 위치를 파악하고 해제가 목적. 또한 용의자들과 민간인들도 폭발물 근처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네번째로는 HOSTAGE RESCUE(인질 구출)로 인질 구역의 위치를 파악하고 진입해야 하며, 용의자가 팀과 플레이어를 감지할 경우 인질범들이 시민들을 사살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용의자가 눈치채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 미션. 특수작전을 위해선 역시 장비를 갖추고 가야 하는데 Ready or Not도 최근 나온 택티컬 FPS답게 무기 및 장비 폭이 넓다. 주무기(PRIMARY WEAPON)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대응이 가능한 돌격소총(ASSAULT RIFLE)과 CQB에 특화된 연사 화기인 기관단총(SUBMACHINE GUN) 그리고 강력한 산탄을 사용하는 산탄총(SHOTGUN). 그 외에도 투척물 발사기나 비살상 플레이를 위한 저살상(LESS LETHAL)무기도 있다. 주무기 폭만 넓은 것이 아니라 보조무기도 357 매그넘, M45A1, 테이저등 여러 총기가 있고, 주무기와 보조무기에서 총기 모딩으로 전방 손잡이, 총열 부착물 등 선택하여 작전에 맞게 준비할 수 있게 된다. 화기 준비가 되었다면 전술 장비도 갖추고 상체 보호 장비(예시로 방검복)와 장갑재(예시로 케블라), 머리장비(예시로 NVG)까지 임무 환경에 맞게 준비하여 다양한 장비를 고르기만 해도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레인보우식스’과 유사한 부상 페널티의 차이가 구현되어 있다. 다리가 부상당했다면 속도가 느려지고 문을 차지를 못하게 될 것이며, 팔을 부상당했다면 반동이 심해져 사격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플레이어가 부상을 치료하지 않는다면, 출혈할 수도 있기 때문에 출혈 시에는 꼭 붕대를 감고 다시 교전해야 한다. 택티컬 FPS로써의 여러 요소가 있지만 제일 중요하다 생각되는 건 역시 분대전술. Ready or Not은 문에 시점을 보고 있는 쪽에 따라 다르게 활성화된다. 문 아래를 보고 미러건 장비 시 문 너머를 확인할 수 있고, 도어웨지 장비 시 문을 막을 수 있어 변수를 차단 효과를 볼 수 있다. 문 가운데를 보고 상호작용키를 누를 시 90도로 그대로 열리지만, 손잡이 쪽을 상호작용할 경우 문을 살짝 열고 문 엿보기가 된다. 문 엿보기의 필요성은 문을 열었을 때 안쪽에서 용의자 반응 유무를 통해 인원파악과 용의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함정이 있는 지 확인할 수도 있고 섬광을 넣고 진입을 할 때도 문을 다 열고 섬광을 던지면 용의자를 마주칠 수 있기 때문에 살짝 열린 틈으로 섬광탄을 넣고 진입하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 솔로 플레이일 경우에도 마우스 가운데 버튼으로 AI 팀원에게 지시를 다양하게 내릴 수 있는데 CLEAR WITH FLASHBANG을 선택할 경우 AI가 문을 살짝 열고 섬광을 집어넣은 다음 섬광이 터지면서 대열을 갖추어 진입하게 된다. 또한 섬광 외에도 폭발물을 이용해 돌입할 수도 있고 산탄총을 사용하여 안전하게 문을 정리하는 방법 등 다양하다.멀티 플레이어일 경우는 서로 합을 맞추면 재미있게 할 수 있지만, 솔로 플레이어일 경우 마우스 가운데 버튼으로 지시하게 되는데 클릭 시 해당 명령을 행동할 인원을 금색일 경우 전체 분대가 수행하고 파란색일 경우 분대의 반, 빨간색도 나머지 분대의 반 인원이 행동하게 나눠져 있어 편리하다. 행동의 경우에는 1, 2, 3번의 명령이 나눠져 있는데 1번 명령은 스택업, 미러건으로 체크, 트랩 제거, 웨지도어 설치가 있고 2번 명령은 그냥 돌입과 섬광탄, 스팅어, CS가스 투척 후 돌입이 있다. 3번은 브리칭으로 발로 차서 브리칭, 샷건으로 브리칭, C2로 브리칭이 있다. 내가 완전한 택티컬 FPS 경험은 많지 않아서 어렵다 느끼기에 혼자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러한 두려움에도 AI 플레이어들이 잘 커버해주고 수집해야 하는 증거도 알아서 수집하여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초반에 맘 편하게 게임할 수 있었던 점은 혼자서도 멀티 플레이어만큼은 아니지만 분대전술을 할 수 있게 잘 되어 있고, SWAT4의 정신적 후속작인 Ready or Not이 SWAT4보다 아군AI가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다. Ready or Not이 가지고 있는 현실성과 메시지 위에서 Ready or Not에 기존 택티컬 FPS의 규칙이나 요소가 잘 담겨있는 지 보면서 ‘이미 현실성이나 고증이 잘 되어 있는 거 아니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더 말할 부분이 있다. 현 시대의 택티컬 FPS가 Ready or Not이외에도 Zero Hour나 Ground Branch가 있지만 그것들보다 Ready or Not이 가지고 있는 차별성과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내가 Ready or Not을 중심으로 택티컬 FPS 장르에 대해 비평하는 이유이다. ‘그럼 얘네가 가진 차별성과 메시지가 무엇인데?’라는 질문이 올 것이고 나는 역시 내용물, 게임 속에 담긴 배경과 사건에 주목한다. “로스 수에뇨스의 거리는 무법지대입니다. 거리에는 노숙자들이 배회하며,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이 도시는 범죄 발생률이 최고조에 달할 정도로 치안 공백이 심각합니다. 게임의 스토리 배경은 연속 강력범죄로 큰 혼돈에 빠진 가상 미국의 항만 대도시 ‘로스 수에뇨스시’의 SWAT 팀이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내용으로 작전은 다른 대원들과 함께 최대 5명으로 진행하게 된다. 게임 로비에 들어가게 되면 경찰서의 모습이 보이고 로비 각 위치에서 위에서 말한 장비 착용이나 미션 선택 등을 해볼 수 있다. 임무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로 신규 플레이어가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하기 좋은 파크 213번지 주택 맵으로 얘기를 해보겠다. 이 임무는 약물 유통에 직접적으로 개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파크의 213번지를 수색하는 임무이다. The detectives have been following a new lead to locate source of methamphetamine storage in Los Suenos, tracing a potential "affordable housing" development in 213 Park. 메스암페타민은 흔히 히로뽕, 필로폰이라 불리는 마약으로 투약 시 얻는 극단적 쾌락과 심한 중독성, 부작용을 근거로 마약으로 분류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서 각성제로 애용되었으나 부작용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현재 제조, 판매, 복용이 금지되어 있다. 약물의 효과는 각성 효과, 성욕 증가, 집중력 증가, 인지능력 증가, 육체적인 행복감, 사고 가속, 사교성 및 실행 동기 증가 등이 있지만 약효 때문에 식욕 상실, 배뇨 장애, 폭력적 충동과 분노조절장애를 동반한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점은 약효 종료 시의 후유증과 금단증상이라 한다. "필로폰 같은 경우는 한번 투약하게 되면 의존성, 내성이 아주 강해요. 그런 식으로 1회, 2회, 3회 투약했을 경우에는 중독성으로 변해서 상습으로 변하는 거죠." 윤흥희/한성대학교 마약알코올학과 교수(前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팀장) 우리는 이 메스암페타민을 2개를 증거로 확보하고 모든 민간인을 구출하고, 2명의 용의자(마약범)를 체포하는 것이 목표이다. 주택을 수색하는데 게임 속에서 마약중독자들의 비참한 삶이 잘 표현되어 있다. 주택안은 어둡고 더러운 분위기다.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고 매트릭스 위에는 인분이나 오줌의 흔적이 남아있다. 위에 말한 부작용인 배뇨 장애가 나타나 있는 것이다. 또, 용의자들과 시민들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는 디테일과 진행을 하다 보면 2층에 아이방이 있는데 마약중독자인 부모 혹은 보호자의 방치인 지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 꺽꺽소리를 내며 구토를 한다. 이 아이를 구조할 수 있지만 2층까지 주택을 클리어하는데 체포한 수많은 중독자나 혹은 사살한 사람들 중 아이의 보호자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착잡하다. Having taken down a distribution center for an illegal child-pornography ring operating out of Los Suenos, the LSPD cyber-crime team has now located the man profiting from its sales. LSPD SWAT have been sent to his home on a warrant service. 앞서 말한 임무 외에도 아동 포르노 조직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포르노 남배우 겸 감독 아모스 볼의 저택을 급습하는 고위험 영장 집행 임무에서 마당 한구석 위치한 계단을 타고 지하실에 진입해보면 아동 프로필을 수집한 장소가 있다. 이름, 성, 나이가 적혀 있으며 제일 어린 나이는 4살이다. 지하의 다른 장소에는 무언가로 가득 찬 드럼통엔 아이들의 시체가 들어있을 지 아니면 체액이 묻은 옷가지나 신발 혹은 관련된 기구나 기록물인 지 알 수 없지만 드럼통과 같이 어린아이들의 옷가지나 인형 등을 지하실 바닥에 파묻다가 만 흔적은 분명히 증거인멸을 하려한 흔적이고, 촬영장으로 보이는 장소는 앞에서 말한 프로필을 보다가 본인이 세트장으로 데려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범죄 사실, 붉은 조명 아래에서 어린 아이들의 사진을 인화하는 방이 있는 등. 이런 끔찍한 묘사는 현실의 암울한 범죄를 잘 나타낸다. Void Interactive, 그들이 담고 싶어하는 것 Developer AMA에서 나는 개발 비화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Void Interactive의 CEO인 율리오는 사촌이 있었는데 1984년 캘리포니아주 산 이시드로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평소처럼 일하고 있는 와중 갑자기 한 괴한이 매장으로 들어오더니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 총기를 난사했다고 한다. ‘맥도날드 대학살 사건’로 불리며 이 당시 총기난사로 무려 34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용의자인 제임스 휴버티는 UZI 기관단총, 윈체스터 엽총을 사용해 보이는 족족 쏴 죽였다고 한다. 그의 사촌은 다행히도 총격전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2014년 당시 호주에도 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바로 유명한 ‘시드니 인질극’이다. 이때 당시 율리오는 dayz 게임을 통해 서로 친해지게 된 3명의 10대 학생이 있었는데 이 중 한명이 스털링이였고 호주인이였던 스털링은 사건 발생 직후 뉴스로 소식을 접하고는 굉장히 충격을 받았으며, 몇년후 스털링과 친구들이 율리오에게 찾아와 SWAT같은 게임을 만들자는 제안에 율리오는 수락하고 Ready or Not이 개발되게 되었다. CEO인 율리오와 COO인 스털링은 서로 공감될 만한 사건을 겪고 이를 게임에 나타나게 한 것이다. 택티컬 FPS 게임은 현실적인 고증이 매우 중요하지만 Ready or Not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개발목적성이 현재에 다른 택티컬 FPS와 차별성을 가지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디지털 게임을 할 때 큰 장점은 우리는 게임 속 플레이어가 되고 상상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안전하다. 실제 대테러 상황을 마주하면 큰일나겠지만 현대의 택티컬 FPS인 Ready or Not을 해보면서 암울한 범죄 상황과 그러한 현실들을 마주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이 게임에 담긴 인지적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대학생) 이규연 어릴 적 프로그래밍을 배운 후, 여러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게임 기획자(Game designer)를 목표로 하게 되었다. 대학을 다니며 게임업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음과 동시에 게임 관련 전시, 축제, 대회(E-Sport)를 즐겨 찾고 있다.

  • 게이머로서의 경험이 미술의 근간이 될 때, 〈게임사회〉 리뷰

    현대미술을 볼 때마다, 스스로가 현대 미술을 향유하는 이들과 관심이 거의 없는 일반 관객들 사이의 회색분자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딱히 현대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도, 어렸을 때부터 향유해온 것도 아니지만 뒤늦게 재미를 붙였고,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그래서 꿈보다 제법 마음에 드는 해몽이 나오면 그걸 감상으로 삼아 마음에 두기. 그게 나름의 현대 미술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 Back 게이머로서의 경험이 미술의 근간이 될 때, 〈게임사회〉 리뷰 12 GG Vol. 23. 6. 10. 현대미술을 볼 때마다, 스스로가 현대 미술을 향유하는 이들과 관심이 거의 없는 일반 관객들 사이의 회색분자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딱히 현대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도, 어렸을 때부터 향유해온 것도 아니지만 뒤늦게 재미를 붙였고,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그래서 꿈보다 제법 마음에 드는 해몽이 나오면 그걸 감상으로 삼아 마음에 두기. 그게 나름의 현대 미술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현대 미술을 보기 시작한 때부터 비디오 게임 아트는 항상 있어왔고, 자연스레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게 본업과 연결이 되어서일까? 아니면 그저 게임 자체가 흥미로운 소재여서일까? 어쨌거나 ‘미술관에 게임을 집어넣기’ 는 마치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미술관에 적합한 게임이란 무엇인가?” 이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굳이 구분지어야 할까?” 같은 번외격 논제는 차치하고 “정말로 게임의 바운더리는 한계가 없어서 미술관에도 적합한, 딱 알맞은 게임의 형태가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은 마치 우주를 향한 궁극의 질문처럼 달콤하면서도 답답한 명제였다. 물론, 그동안 게임을 소재로 한 미술 작업은 이미 많았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히토 슈타이얼이나 하룬 파로키 등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김희천, 강정석 등 많은 이들이 이미 비디오 게임, 그리고 게임 플레잉을 가지고 여러 작업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거기서 더 나아가는 건 게임 자체의 형태, 게임이라는 미디어 자체를 미술관에 들이려고 하는 시도들이다. 즉 이는 개인이 상호작용하는 예술이 어떻게 전시 예술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근래에는 각종 상용 게임 엔진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또 게임 플레이 경험을 가진 세대가 작가가 되기 시작하면서 그런 경향이 더 늘어났다고 생각해왔다. 시도는 정말 많았다. 보는 게임을 소재로 한 영상 작업, 아니면 아예 보는 게임의 형태로 실제 플레이 가능한 게임을 피처링 하는 작품, 김희천의 작품처럼 VR을 끼고 가상현실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들, 하물며 아예 게임 엔진으로 제작되어 직접 플레이어가 되어볼 수 있는 작품들까지. 수많은 작품들이 미술관에 적합한 게임을 찾는 과정에서 전시관을 들락거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게임사회〉 는 그런 시도의 종합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플레이 가능한 게임, 그리고 게임의 형태를 한 미술 작업, 게임을 소재로 한 영상 작업, 해킹한 게임기 기판으로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작품, 또는 게임을 비롯한 서브컬처를 특집처럼 다룬 작품들까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에서 위의 그 질문, “미술관에 적합한 게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을 찾았는가 하면, 오히려 그 명제 자체를 뒤집어버리게 됐다. 〈게임사회〉 의 적지 않은 작품들은 그 형식 자체가 ‘비디오 게임’이라는 익숙한 형태를 띄고 있다. 그러나 각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하는데에는 그런 ‘게이머로서의 경험’ 또는 기반지식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각 작품의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몇몇 전시 작품들이 ‘게이머적인 경험’ 의 연장선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 컸다. 게이머로서의 경험과 결합하여 이 작품을 이해했을 때 그 깨달음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 것은 코리 아칸젤의 〈/로데오/ 할리우드 플레이하기〉 였다. 이 작품은 코리 아칸젤이 얼마나 게이머적 경험을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작업이기도 했다. AI툴 또는 자동화 매크로를 통해 양산형 P2W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함으로서 비인격적으로 변한 게임을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소모시킴으로서 나오는 해학이 이 작업의 재미였다. 이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무분별한 결제유도와 반복적이고 재미없는 플레이로 가득 찬 양산형 모바일 게임에 대한 비판으로서 게이머들에게 매우 천착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또다른 좋은 예는 재키 코놀리의 〈지옥으로의 하강〉 이었다. 이 작품은 두가지의 보편적 경험에 기반하는데 먼저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한 사회봉쇄, 그리고 ‘GTA5’ 라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게임의 경험이다. 우리가 ‘GTA5’ 를 플레이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파괴적이고 소모적이다. ‘무엇이든 가능한 오픈월드’ 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좀더 정확히 정의하자면 ‘각종 금기가 해제된 오픈월드’ 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장 먼저 이 게임에서 생각하게 되는 건 살인과 약탈, 방화, 파괴 같은 현실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 행위들이다. 형식적으로는 그보다 많은 행위가 가능하지만, 금기가 없다는 점 덕분에 자연스럽게 그런 비일상적 일탈로 플레이가 귀결된다. 하지만 〈지옥으로의 하강〉 은 그런 파괴적이고 소모적인 플레이에서 벗어나 그 무대 자체를 보여준다. 얼마나 일상과 닮아있는지, 어떻게 이 세상이 대리세계로 인정받고 있는지를 비춘다. 고속도로 옆 편의점, 발전소 옆 철길, 이곳을 정처없이 걷는 주인공. 마치 플레이어들에게 묻는 것 같다. 당신이 살인과 약탈, 기타 파괴적 플레이로 물들였던 이곳이 사실은 판데믹 같은 우울한 시기에 우리가 조용히 묻어 지낼 수 있는 안식처가 아니었냐고. 개인적으로 가장 나쁜 예는 〈노텔 (서울 에디션)〉 이었다. 전시 작품 중 가장 비디오 게임 그 자체의 형태를 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이 작품을 실망스럽다고 한 것이 의외일 수도 있다. 전시된 작품 중 우리가 알고 있는 ‘비디오 게임’ 의 형태와 가장 닮아있는 작품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기대치와 작품의 실제가 어긋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노텔 (서울 에디션)〉은 말그대로 비디오 게임 컨트롤러를 쥐고 인게임 3D 공간을 탐험하는 작품이다. 비주얼적으로도 훌륭하고, 흔히 미술가들이 만든 게임에서 발생하는 기술적인 문제도 크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관객은 이 작품을 그 자체로 게임으로 인식하게 되고, 흔히 알고 있는 게임의 기준으로 이 작품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그렇게 되면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한계, 즉 어디까지나 공간을 구현하고 그 안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했을 뿐, 그 어떤 상호작용이나 탐험의 목적성이 결여되어 있음이 크게 다가온다. 그러한 이유로 〈노텔 (서울 에디션)〉은 전시장에서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낸 작품이기도 했는데, 과연 비 미술인 또는 미술 관객으로서의 경험이 없는 이들, 또는 게이머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작품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지 궁금해서였다. 작품은 누군가 플레이하면 그 주변에 둘러앉아 그걸 지켜볼 수 있게 되어 있었고, 많은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컨트롤러를 이어 받아가며 플레이했다. 하지만 그 반응은 대체로 한결같았다. “그래서 뭐지?”, “왜 아무 것도 없지?” 흥미롭게도 〈노텔 (서울 에디션)〉 그 형태적으로는 가장 게이머적 경험의 연장선에 있었지만 직접 컨트롤러를 쥐고 플레이하며 겪게되는 경험은 ‘게임’ 이라고 하기엔 너무 황량한 것이었다. 굳이 이 작품을 게임의 장르적 해석으로 보자면 어드벤처 게임에 가까울 것이지만, 이 작품은 탐험의 이유와 목적, ‘왜’ 와 ‘무엇’ 이 결여되어 있었다. 물론 현대 미술 시조에서 그런 명확한 목표 지점을 설정하는 건 불필요한 일로, 또 작가가 관객의 이해를 제한하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결정적으로 이 작품은 ‘게임’ 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면서 동시에 좋은 미술 작업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해졌다. 오히려 정말로 디스토피아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비효율적인 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작업들의 긍정과 부정을 정리해보면, 실상 게임을 미술관에 들여놓는데에 중요한 건 ‘형태’ 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지난해 보았던 이안 쳉의 〈세계건설〉 전시에서도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 이안 쳉의 〈사절〉 연작은 무한한 길이를 가진 일종의 자동화 시뮬레이션이다. 그러나 ‘무한한 길이’ 라고 되어있었지만 그 무한한 길이는 그 안에서 유의미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적절히 하이라이트하지 못한다면 순간 만큼의 가치를 가지기 오히려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BOB 이후의 삶: 찰리스 연구〉 는 스크린 뒤에서 PC를 통해 실시간 렌더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게임 라이브 컷씬의 연장선에 있었지만, 정작 그것이 관객에게 보여지는 방식은 폐쇄된 공간 안의 스크린 하나에서 상영되는 것이었기에 오히려 더 넓게 향유되고 더 깊이 플레이될 수 있는 작품이 이 공간에 갇혀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꼭 게임이라는 형태 자체에 집착할 필요는 없고, ‘게임플레이’ 라는 경험을 어떻게 미술관에서 재현하거나 또는 활용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작가와 전시 관계자들이 ‘게이머로서의 경험’ 을 가지고, 이를 ‘게이머’ 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고 구성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어쩌면 너무 정석적이면서도 원점회귀적인 결론에 다다르고 말았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부분은 이전의 어떤 전시들보다도 영유아, 중년층, 20대 남성 같은 기존의 현대 미술 전시의 주 소비층이 아니었던 이들이 많이 보인 전시였다는 점이다. 그만큼 게임이라는 소재 자체가 더 많은 이들을 현대 미술관이라는 장소로 이끌어낸 것만은 분명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많은 관심이 갔다. 하지만 그 안에서 목격한, 그리고 간단히 이야기 해본 관객들에게서는 확실히 조금은 아쉬운 반응들을 얻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게이머들이 비디오 게임 아트라는 좋은 가교를 두고도 현대 미술로 넘어오기 어렵게 할까. 이번 전시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비디오 게임과 현대 미술의 불협화음은 ‘친절함’, 좀더 포괄적으로 말하면 UI/UX 였다. 일반 관객들의 시선에서 현대미술은 기본적으로 불친절함을 소양으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는 어느정도 오해와 편견이라는걸 알고 있다. 단순히 의미파악 자체에 여러모로 복합적인 사유와 다양한 의식의 단계가 필요한 것 자체로 불친절함이라고 부르는 건 다소 부적절한 표현이다. 많은 현대의 명시, 명작 영화들이 이해에 난점이 있다고 해서 ‘불친절’ 하다고 비판받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러나 미술관의 미술은 기본적으로 작품 외의 정보 전달을 극히 줄이고 설명이라고 할만한 것은 오직 스테이트먼트 하나만을 남겨 놓는다. 영상 작품들은 이미 상영되고 있고, 관객이 영상의 중간에 들어오게 되면 문맥을 파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즉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도 적고, 관람환경도 그렇지 않다. 그래서 어떤 전시 또는 작품을 이해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계속 ‘수용’ 하면서, 이를 머리속에서 정제하고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고난한 정신적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비디오 게임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UI/UX 의 덕목과 상충되는 면이 있다. 비디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항상 일련의 튜토리얼이나 툴팁을 통해 게임을 이해하고 ‘이 게임을 플레이 하기 위해 지켜야하는 룰, 그리고 필요한 덕목’ 을 학습받는다. 심지어 명시화된 튜토리얼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라도 그런 학습 곡선을 고려해 게임의 구조를 만들기 마련이다. 그리고나서 플레이어는 비로소 게임을 이해해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대미술은 바로 이 과정이 결여되어 있다. 수많은 비디오 게임 아트 전시가 시도되어 왔지만 충분히 상호작용성을 바탕으로 한 게임적 경험을 주었다는 생각이 든 전시가 적었던 이유는 바로 이 UI/UX 가 관객과 전시/작품 사이의 게임적 상호작용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것이 가이드라인과 튜토리얼과 툴팁으로 채워져야 한다면 우리가 가지는 이해의 폭은 극도로 좁을 것이고 특정 가치관에 편향된 이해를 다수가 공유하게 되는 다소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 결여된다면 이해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기능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걸 하나의 재미로 여기고 있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현대미술이 소수의 향유자들이 아닌 일반 대중으로부터 유리된 이유는 이 부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슬프게도 일반 대중에게 이제 미술관은 모던한 카메라 세트장처럼 쓰이고 있다. 즉 미술관은 비디오 게임처럼 ‘개인화된 경험’ 을 완전히 얻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환경이자 풍조를 가지고 있다. 이를 이번 전시에서 단적으로 느낀 지점은 바로 각종 ‘불편한’ 컨트롤러와 연결된 게임들을 사람들이 직접 플레이할 때였다. 많은 사람들은 왜 익숙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배치된 컨트롤러로 자신에게 이미 익숙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스테이트먼트에는 그 의도가 써있기는 했지만 일목요연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필자가 나름의 해석을 곁들여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적응형 컨트롤러 또는 비직관적인 컨트롤러로 게임을 함으로서, 장애인이 일반적인 컨트롤러로 게임을 할 때의 불편함을 비장애인들이 체험한다.” 라는 의도를 덧붙이자 그제서야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결국 현대 미술관 내에서 이루어진 정규 전시이기에 기존에 잡혀있는 미술 전시의 틀을 바꿀 수는 없었고, 그것이 더 많은 이해를 원하는 이들에게 장벽처럼 작용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안타까운 점은 분명 게이머로서의 경험이 잘 녹아있는 좋은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이를 수용하기 꽤 버거워하는 이들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게임사회〉 전시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게이머적인 경험이 베이스가 되었을 때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MOMA 소장 게임 컬렉션은 그냥 평범하게 전시되었다면 오히려 플레이 되기 어려운 환경에 가져다 놓은, 죽은 게임이 되었을테지만 적절한 컨트롤러의 변형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 앞서 언급한 코리 아칸젤의 작품, 그리고 재키 코놀리의 작품은 그 형태는 분명 평범한 영상 전시의 폼을 하고 있음에도 게이머로서의 경험과 천착되어 새로운 이해의 지평을 열어주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전시에서 얻은 또다른 깨달음은 게임은 확실히 사람들을 미술관으로 모을 힘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다녀갔지만 그동안 지켜 본 비 미술인 관객들의 행태는 딱 둘 중 하나였다. 그냥 슥 보고 지나가거나, 배경으로 두고 사진을 찍을 뿐. 하지만 이번 전시는 사뭇 달랐다. 많은 이들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려고 했고, 작품을 보며 자신의 게임 경험을 떠올려 이야기하고, 직접 작품을 체험하고자 컨트롤러를 움직였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가진 힘, 그리고 동시에 오프라인 공간이라는 한계는 이중적인 면이 있다. 〈게임사회〉 전시 또한 기존의 미술 전시들이 가진 일종의 딜레마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그 작품의 면면에서 느낀 ‘게이머로서의 경험’ 은 즐거웠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들러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을 더 느긋하게, 지긋이 관람하고 싶다. Tags: 게임사회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미술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이명규 게임 기자(2014~), 글쓴이(2006~), 게이머(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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