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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동아시아 인디게임 답사기: bitsummit 그리고 G-eight
제일 더운 7월에 개최하기로 마음먹은 듯한 일본의 인디 게임 행사 “BitSummit”과, 버닝 비버와 마찬가지로 작년으로 2회차를 맞이한, 그리고 날짜도 거의 비슷하게 12월 초에 개최하지만 훨씬 따뜻한 대만 타이베이의 “G-Eight”이 오늘 답사기의 주인공들이다. < Back 16 GG Vol. 24.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unhyeok Lim A former science student, former economics major, and current game designer—who can't tell whether a love of well-rounded "hexagon" characters is why life turned out balanced, or whether life turning out that way is why the hexagon characters appeal. Lives a life of enjoying, and now and then learning.
- 사라진 컨트롤러 : 가상현실 게임 속의 컨트롤러의 특징들
가상 현실 게임에서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컨트롤러는 게임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팀(Steam)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가상현실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 (Half Life: Alyx)〉나 PSVR2의 대표작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Horizon Call of the Mountain)〉을 비롯한 다양한 슈팅 및 액션 게임에서도 대부분 손을 보여주는 방식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 Back 11 GG Vol. 23.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yuncheol Kim Studied industrial design and brain & cognitive sciences as an undergraduate, earned a master's degree in human-computer interaction, and is now a doctoral student in the Visual Cognition Lab at the Graduate School of Culture Technology, KAIST. Conducts research evaluating human-computer interaction experiences using behavioral and physiological data.
- 타이쿤, 자유로운 세상을 생각하다
<돈스타브>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농사의 중요성을 알고있을 것이다. 당장의 굶어 죽을 위기에서 안정적인 식량 보급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밥을 찾아 헤매는 일은 너무나도 고달프다. 따라서, 수렵과 채집을 하던 게이머들은 어느 순간부터 터를 잡고 작물들을 키워나간다. 더 ‘효율적’으로 작물을 수집하기 위함이다. < Back 타이쿤, 자유로운 세상을 생각하다 18 GG Vol. 24. 6. 10. 1. 효율을 위한 공간 <돈스타브>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농사의 중요성을 알고있을 것이다. 당장의 굶어 죽을 위기에서 안정적인 식량 보급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밥을 찾아 헤매는 일은 너무나도 고달프다. 따라서, 수렵과 채집을 하던 게이머들은 어느 순간부터 터를 잡고 작물들을 키워나간다. 더 ‘효율적’으로 작물을 수집하기 위함이다. <돈스타브>에서 농장은 곧 ‘효율을 위한 공간’이다. 여기서 플레이어들은 농사를 하기 위한 땅을 선점하고 생존에 유리한 작물을 선택하여 공간에 배치한다. 이 모든 활동들은 ‘효율’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겨냥하는데, 이때 효율이란 더 적은 시간으로 더 많은 수확량을 거둬들이는 시스템을 뜻한다. 즉, 시간 대비 최대의 수확량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돈스타브>의 농사는 아주 세심하게 이루어진다. 과연 무엇이 더 효율적일지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땅, 작물, 배치를 선택하는 것이다. * <돈스타브> 농장 사례. 출처: https://www.fanatical.com/ko/game/dont-starve-together <마인크래프트>에서 ‘효율을 위한 공간’은 더욱 다채로워진다. 여기에는 농장 뿐만이 아니라, 동물들을 모아 기르는 목장, 나아가 아이템을 자동으로 수집하게 해주는 공장들도 있다. 자동으로 수집되는 물품들 역시 매우 다양한데, 단순 작물부터 광물 경험치까지 게임 속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자동화의 대상이 된다. 한편 <마인크래프트>에서 ‘효율을 위한 공간’은 <돈스타브>의 것과 성격상의 차이를 지닌다. 이는 수확물에 대한 즉각적인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데, 긴박한 생존 게임이 아닌 <마인크래프트>에서 효율화 과정은 본격적인 놀이의 과정으로 편입된다. * <마인크래프트> 농장 사례. 출처: https://youtu.be/kf8yXlobhOQ?si=4QZ_wF0Ddjf0UgmV 앞서 필자는 효율이 ‘들인 노력 대비 얻은 결과의 비율’임을 밝혔다. 농장, 목장, 공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더 적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더 많은 수확량을 거둬들이기 위함이다. 이들은 플레이어의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효율화 과정이 본격적인 놀이의 일부로 편입될 경우 ‘효율’은 매우 역설적인 양태를 띤다. 주목해 볼 점은 <마인크래프트>에서의 몇몇 효율화 작업이 결코 ‘효율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플레이어들이 만드는 자동화 장치가 매우 많은 생산량을 산출해내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이를 만드는 일은 너무나도 큰 노력을 요구한다. 자동화 기계를 만드는 시간에 그냥 수렵·채집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수준이다. 예를 들어 밀을 자동으로 수확하는 농장을 만드는 일은 ‘광물 캐기, 몬스터 잡기’ 등의 부가적인 절차를 요구하는데, 이는 밀을 그냥 키워내는 것보다 몇 배는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여기에 드는 효율화 과정을 포함한다면 농장/목장/공장을 만드는 것은 결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일이 아니다. [1] 필자의 경우 <마인크래프트> 야생에서 자동화된 농장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솜씨가 서툴러서 인지 회로를 짜고 재료를 모으는데 한 평생이 결렸고, 모으고 나서는 정작 작동 방식을 구경하다 게임을 떠났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그 이후에도 작동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 만들고 서버를 버리는 일들이 몇 번 더 반복되기도 하였다. 정작 생산물을 얻는 것보다도 ‘효율적인/효율적일’ 구조를 짜고 만들어 보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꼈던 것이다. <마인크래프트>의 사례가 알려주는 것은 효율을 구상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마냥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값어치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언가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보는 과정 자체가, ‘효율적인/효율적일’ 시스템을 구상하고 실현하는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2. 타이쿤에서의 ‘기업가 정신’ 이때의 즐거움을 정확히 포착해낸 장르가 바로 ‘타이쿤’이다. ‘타이쿤(Tycoon)’은 에도시대의 쇼군을 의미하는 대군(大君; Taikun)을 철자만 바꾸어 영어 식으로 표현해 놓은 것인데, 게임 문화에서는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를 뜻한다. 어원을 통해 짐작 해보자면, 마치 쇼군(대군)과 같은 위치에서 특정 대상을 사업/경영해 보는 시뮬레이션 게임들이겠다. 구상과 운영에 특화된 이 장르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효율’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주어진 시간, 땅, 돈, 인력 안에서 더 좋은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방법을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효율에 대한 추구는 시간이나 자원적 제한을 걸어 두어두는 등 게임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의도되기도 하며, 의도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게임 안에서의 플레이 과정은 효율과 딱히 멀어지지 않는다. 플레이어들이 끊임없이 더 좋은, 더 참신한 방식을 고안해 내기 때문이다. 타이쿤은 무엇이 가장 ‘효율적’일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장르이다. 보다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슈의 라면집>과 같은 타임어택 타이쿤에서 플레이어들은 당장의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최적의 방식을 찾아 나선다.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더 높은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 도전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더 효율적인 전략과 더 좋은 피지컬이 요구된다. 다른 한편 <롤러코스터 타이쿤>과 같이 높은 자유도를 지닌 게임에서 효율에 대한 추구는 보다 창조적인 과정으로 거듭난다. 여기에서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구조를 고민해보며 그를 통해 무엇이 가장 많은 산출물들을 만들어 낼지를 찾아나선다. 이때 타이쿤 게임은 본격적으로 ‘효율적인/효율적일’ 시스템을 구상하는 실험실이 된다. * <롤러코스터 타이쿤>에서의 실험 사례. 출처: https://youtu.be/h0kTdVw8nxo?si=F4196cZ6cs4dICX8 사실, 타이쿤과 같은 효율의 놀이화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만은 없다. 더 많은 축적과 더 높은 수익을 갈구하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마치 신자유주의 서사 안에서의 기업가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즉, 효율에 골몰하는 게이머들이 마치 생산과 축적에 도취된 현대의 경영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따라서, 다이어-웨더포드와 드퓨터(Dyer-Witheford & De Peuter, 2009/2015)의 연장선상에서 타이쿤이 신자유주의적 주체성을 기르는 기계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가능할 것이다. 3. 타이쿤, 자유로운 세상을 생각하다 다만, 이 글은 타이쿤에 대한 비판보다는 그것이 지니는 가능성에 대하여 주목해보고자 한다. 첫 단락에서 살펴보았듯이, 효율이 놀이가 되는 순간 그 중심에는 ‘구상의 과정’이 있다. 플레이어들은 무엇을 어떻게 위치시켰을 때 더 효율적일지를 생각하고 실험하며 최적의 방식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이러한 ‘효율적인/효율적일’것을 찾는 구상의 과정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됨으로써 놀이화 된다. 이때의 효율에는 다소 어긋나는 부분이 존재한다. 본래 효율이 적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많은 산출물들을 얻는 비율이라면, 효율적인 구조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서버를 떠나거나 만들어 놓은 것을 부수는 식으로 시스템들을 구상하다 세계를 떠난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수준에서 게임을 그만두는 것이다. 이는 효율의 놀이가 실제 생산된 결과물에 다소 무관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즐거움이 생산보다 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타이쿤 플레이어들을 보며 그것이 너무나도 신자유주의적이라 비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렇게 실제 생산 활동과 빗대어서만 타이쿤을 생각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인 시각에서 놀이를 사유하는 것이다. 타이쿤으로 대표되는 효율에 대한 놀이는 마냥 생산에 도취되는 것이기 보다는 효율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에 가깝다.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실제 생산량에 무관심하며 그저 이후 벌어들이게 될 생산량을 기대하는 수준에서 멈추기도 한다. 여기서 효율의 또 다른 의미를 가져와보자. 효율은 시간 대비 벌어들이는 생산량의 비율이다. 따라서 효율적이라 함은 그 시간을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효율에 대한 추구는 곧 해야할 일이 없는 시간을 만들고자 하는, 자유에 대한 갈망 이기도 하다. 타이쿤에서 가장 효율적인 구조를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탑을 쌓아나가는 것만 같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그저 안주하기 보다는 더 좋은, 더 자유로운 삶을 가능하게 할 방법을 구상한다. 때문에 너무나도 효율적으로 만들어진 구조는 마치 잘 만들어진 수식처럼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타이쿤의 묘미는 자유로운 세상을 생각해보고 나름대로 만들어보는 것은 아닐까? 생산과 축적을 끌어안기보다는 사람들이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삶을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타이쿤의 묘미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Dyer-Witheford, N., & De Peuter, G. (2009). Games of empire: Global capitalism and videogames. 남청수 (역) (2015). <제국의 게임>. 서울: 갈무리. [1] 물론 이는 개인의 플레이스타일에 따라 차이가 있다. 만약, 플레이어가 한 야생에서 막대한 시간을 생활한다면 100시간을 들인 기계도 장기적으론 효율적일 수 있겠다. 다만, 이 글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 효율적인 시스템(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기에 그와 같은 가능성은 생략하였다. Tags: 굶지마, 시뮬레이션, 타이쿤, 대량생산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이연우 함께하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게임의 관계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게임으로 다함께 즐거워지길 바랍니다.
- [공모전수상작] 기계장치의 우주: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
2022년 만우절 주간, 레딧의 거대한 땅따먹기 픽셀아트 프로젝트인 r/place에서 <레인 월드 (Rain World, 2017)>와 <아우터 와일즈 (Outer Wilds, 2019)>의 서브 레딧끼리 자그마한 동맹을 맺었다. ‘아우터 와일즈 원정대’의 로고를 중앙에 두고 양 게임인 플레이어 캐릭터인 슬러그캣과 화로인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으로 예쁘게 공유된 캔버스를 보고 있자면, 임시적이거나 느슨하게 맺어졌을 몇몇 r/place 동맹들에 비해 두 게임 간의 연합이 제법 어울리게 느껴졌다.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를 만큼? < Back [공모전수상작] 기계장치의 우주: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 20 GG Vol. 24. 10. 10. “난 신의 마음속에 있어. 하지만 여기가 거기란 걸 어떻게 알지?” - 듀나, 「두 번째 유모 [1] 」 들어가며 2022년 만우절 주간, 레딧의 거대한 땅따먹기 픽셀아트 프로젝트인 r/place에서 <레인 월드 (Rain World, 2017)>와 <아우터 와일즈 (Outer Wilds, 2019)>의 서브 레딧끼리 자그마한 동맹을 맺었다. ‘아우터 와일즈 원정대’의 로고를 중앙에 두고 양 게임인 플레이어 캐릭터인 슬러그캣과 화로인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으로 예쁘게 공유된 캔버스를 보고 있자면, 임시적이거나 느슨하게 맺어졌을 몇몇 r/place 동맹들에 비해 두 게임 간의 연합이 제법 어울리게 느껴졌다.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를 만큼? 그러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범박하게 2D 플랫포머와 3D 어드벤처라 둘 수 있을 만한 형식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끼리는 엮을만한 공통점이 은근히 많았다. 이를 대표적으로는 양쪽에서 플레이어들이 주되게 맞닥뜨리고 불평하는 곤란들로 가장 분명히 확인할 수 있겠다. 간략한 튜토리얼을 제외하면 곧장 광막한 세계에 내던져 놓고 알아서들 돌아다니라는 불친절함. 초반에 명시되지 않아 잔뜩 헤매게 하고 시행착오 이후에서야 간신히 손에 잡히는 최종목표. 콧물 방울처럼 미끄러지는 슬러그캣과 술에 취한 듯 갈팡질팡하는 화로인 우주선 같이 초심자의 손에 영 익지 않는 조작감. 호전적인 포식자부터 불안정한 땅바닥까지 무참하게 들이닥치는 장애물. 그렇게 종종 부당하게 정도로 엄습하는 죽음 및 자연이라는 형태로 가차 없이 밀어붙여지는 시간제한. 읽기에 친숙하지 않다면 알아먹기 힘들거나 때론 철학적 뜬구름 잡는 듯 느껴지는 ‘고대인’ 관련 로어. 그리고 기타 등등. 달리 말하자면, 이 둘은 여러 겹에서 플레이어에게 불능한 감각을 가져다주는 게임들이다. 그렇지만, 바로 그런 면에서 두 작품에 무언가 플레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에서는 모의·제어·정보라는 세 주제어로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가 어떻게 불능감을 활용하는지를 짚어보며, 무심한 세계의 작동법을 익히고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양 게임만의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다루고자 한다. [2] 모의 가끔가다 보면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가 통상적인 비디오 ‘게임’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생태계와 자그마한 태양계를 작동시키는 ‘시뮬레이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지만, 두 게임은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세상을 일대일로 복사한다기보다는 이를 바탕으로 상상된 허구적인 세계를 꽤나 그럴싸하게 말이 되는 법칙들로 모의하는 편이다. 이들 세계는 공교롭거나 당연하게도 SF적인 아이디어를 중추 삼아 만들어졌는데, 〈레인 월드〉는 ‘반복자’라고 불리는 거대한 슈퍼컴퓨터 구조물들이 한때 고대인들이 거주했던 지상으로 냉각 용수를 십몇 분마다 한 번씩 폭우처럼 쏟아붓는 세계에서 발생한 생태계를, 〈아우터 와일즈〉는 모종의 이유로 22분 만에 폭발하는 항성을 중심으로 여섯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직경 20km짜리의 태양계를 모의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세계가 크고 작은 단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바뀌는 중이며, 그 운동과 변화 모두가 엄밀히 지정된 경로를 따르지 않는 대신 특정 절차에 맞춰 세세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 내 지역의 구조나 행성의 궤도라던가 중요한 NPC나 아이템의 위치 등은 전반적으로 고정되어 있으나, 특정 지역에서 도마뱀이나 지네 같은 생명체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다거나 특정 행성에서 바다 어디에 떠 있는 섬들이 언제 토네이도에 휘말리는지 등은 분명히 정해져 있지 않기에 쉽게 예측할 수가 없다. 두 게임이 유난하게 ‘현실적’이거나 ‘진짜 같게’ 느껴진다면, 이 허구적인 세계가 현실을 (임의적인 오류의 가능성까지) 모의해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일 테다. 이때 두 게임이 각 세계에서 주되게 모의하는 것이란 다름 아니라 현실과 제법 가깝게 작동하는 일련의 법칙들이다. 〈아우터 와일즈〉에서 이는 주로 물리법칙으로, 화로인(의 우주선)은 작중의 무자비한 중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지라 비행 중에 조금만 조종이 엇나가더라도 가까운 중력장에 휩쓸려 치명적인 충돌 사고를 일으키기가 일쑤다. 한편 〈레인 월드〉의 경우에는 (역시 무자비한 중력이 있다만) 수많은 생명체가 슬러그캣뿐만 아니라 서로끼리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유기적으로 구현되어 있어, 플레이어는 이 생태계의 일부가 되어 포식-피식 관계의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물론, 두 게임은 (이를테면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Microsoft Flight Simulator, 1982~)〉가 추구해 온 것만큼) 현실상의 법칙을 최대한 정밀하게 재현하기보다는 작중 세계에서 그럴싸하게 말이 될 정도까지만 이를 구현한다. 엄밀하지는 않아도 ‘핍진’할 모의를 통해, 플레이어는 생태계의 구조와 태양계의 법칙을 모의하는 세계를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금만 숙달하면 그 구조와 법칙 또한 얼마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달리 말해, (비디오 게임이 “실재하거나 상상된 물리적이고 문화적인 과정을 모의하는 복잡한 규칙” [3] 에 부합한다는 보고스트의 논의를 염두에 두면) 두 게임에서 물리법칙과 생태구조와 같은 “현실의 부분을 게임이 재현할 때, 의미 있는 특정 부분을 단지 포착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의 구조를 ‘모의’해서 해당 체계의 작동 방식, 즉 그것의 원리를 게임이 보여주는” [4] 셈이다. 여기서, 나는 두 게임이 생태계와 태양계의 법칙을 참조해 전반적으로는 정교하게 작동하는 세계를 보이는 와중에도 언제나 임의적인 돌발상황이 발생할 여지를 열어두기로 선택했다는 점에 집중하고 싶다. 그 덕에 플레이어는 두 게임의 세계와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모의된 세계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점은 이곳들이 굳이 플레이어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제작자들 또한 이를 어느 정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듯, 〈레인 월드〉의 사망 화면은 종종 슬러크캣이 불의의 사고로 죽어버린 이후에도 곧장 메인 메뉴로 넘어가지 않고 여전히 평소처럼 행동하는 생명체들을 지켜볼 수 있게 해주며 〈아우터 와일즈〉에서는 태양계로부터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 행성들이 항성을 맴돌다가 초신성 폭발에 덮쳐지는 모습을 (화로인 또한 거기에 휘말려 죽기 전까지는) 그저 가만히 지켜볼 수가 있다. 종종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에만 반응하는 여러 비디오 게임 세계와 달리, 이러한 세계는 그런 플레이어를 상관하지 않거나 플레이어에게 상대적으로 무심한 채 모의된 법칙으로 운동하고 변화하는 셈이다. 이때, 플레이어에 대한 세계의 상대적인 무관심함은 종종 물리법칙과 생태구조에서 (우주선이 모래 기둥에 휩쓸린다거나 생물들의 난투극 한복판에 진입한다거나 등) 우연히 발생하는 사고와 허망한 죽음으로 이어지며 플레이어의 불능감을 키워주기도 한다. 즉 이들 세계는 플레이어가 굳이 방문해 상호작용하지 않더라도 늘 자기들만의 모의된 법칙에 따라 끊임없이 운동하고 변화하며, 낙오된 슬러그캣이든 출항하는 화로인이든 간에 오로지 플레이어의 행위에 맞춰 움직이기 위해서만 제작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플레이어 없이도 복잡한 자동장치처럼 알아서들 모의되는, 어찌 보자면 “세계로부터 인간을 뺀 (...) 우리-없는-세계” [5] 에 가깝게 작동하는 두 게임의 세계는 플레이어를 행위자이기보다는 차라리 관측자의 위치로 빼둔다. 그렇기에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세계를 방문하는 플레이어들이 종종 크나큰 불능감을 느끼는 이유는 (흔히 코스믹 호러의 이해·사유 불가함을 설명할 때 강조되는) 세계의 광대한 규모보다도, 특유의 모의 방식에서 자연스레 감지할 수 있을 세계의 무관심함 때문일 테다. 이곳들은 잘해봤자 미니어처 크기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플레이어는 모의된 법칙과 구조에 따라 움직이는 무심한 세계에서 종종 공포와 경이를, 혹은 양쪽 감정으로 갈라지기 이전의 압도되는 감각을 느낀다. 이렇게 무심하게 모의된 세계에서 플레이어가 느끼는 불능감을 가치 있는 플레이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다면,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제어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또 다른 공통점은 앞서 언급했듯 게임 초반부터 플레이어를 아무 목적 없이 야생에 거의 내버려두다시피 한다는 점이다. (〈아우터 와일즈〉에서는 화로인의 행성에서 비행 연습이라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만, 〈레인 월드〉에서는 슬러그캣의 기초적인 조작법마저도 아주 간략히 알려줄 뿐이다). 초반에 분명한 최종목표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게임은 세계 한복판에 던져진 플레이어에게 제어에 대한 불능감 또한 강력하게 만들어 낸다. 이때 제어의 불능감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의 플레이어가 위험천만한 세계를 뚫고 가게 한다는 점에서 특히 직격으로 작용할 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두 게임을 플레이하는 가장 큰 재미는 플레이어가 슬러그캣 혹은 화로인으로서 자신의 조작법을 익힐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이 생태계와 태양계의 작동법 또한 알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조작법에 숙달해 가는 플레이어의 능력 및 심리가 불능(감)에서 차차 전능(감)으로 이동하며, 무심하게 모의된 이 세계에서 차차 숙련된 제어력을 얻어가는 분투의 경험이 두 게임을 진행하는 핵심적인 동기가 되는 셈이다. 전능한 제어의 재미란 우선 플레이어가 슬러크캣과 화로인(의 우주선)을 더욱 능숙하게 다루며 살아남는 데에서 일어나는데, 이러한 특성은 당연하게도 다른 게임에서 얼마든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는 플레이어가 조작과 생존에 숙련되어 가는 과정을 레벨 업이나 스킬 해금과 같이 전면적으로 수량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를 띤다. 슬러그캣이 공중제비를 날렵하게 돌고 화로인이 우주선을 안전하고 부드럽게 착륙할 수 있더라도, 여전히 다양한 생물에게 한 방에 잡아먹히고 큰 충격을 받으면 한 방에 골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게임적인 의미에서 ‘업그레이드’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레인 월드〉에서 식량을 든든히 채우고 피난처에서 휴식하면 다른 지역으로 입장하는 통행권으로 사용되는 ‘카르마’가 하나씩 올라가는 정도일까). 도리어, 주된 업그레이드는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의 조작 기술과 쉽사리 수량화되지 않을 자기효능에서 일어난다. 그러니까,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자격증 취득 등이 요구되지 않는) 다양한 잔기술을 익혀나갈 때 종종 그리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모의적인 성질은 생태계의 구조와 태양계의 법칙을 모의하는 것을 바탕삼아 제어의 영역에서도 그러한 세계에서의 특정한 조작법 및 생존법을 모의하면서도 배가된다. 세계에서 움직이는 방법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자연스레 이 세계 자체에 익숙해지는 과정으로 이어져, 처음에는 위협적이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여러 생물과 행성은 최소한 친숙하고 때로는 감탄해 볼 만한 무언가가 되어가며 플레이어의 불능감을 차차 긍정적인 전능감으로 바꿔나간다. 모의된 세계 및 제어에 대한 플레이어의 불능(감)이 어떻게 조절되는지의 문제는 물론 게임의 행위성과 분투에 대한 응우옌의 논의를 주요하게 참조했다. 이를테면 현실상의 물리법칙과 생태구조를 그럴싸하게 말이 되도록 조형하면서도 임의적인 돌발상황 또한 종종 발생하도록 모의된 세계란 “능력과 장애물의 조합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기 행위성의 특정 부분에 (…) 집중하도록 압력을 가한” [6] 설계이며, 무심한 세계에서 플레이어가 느끼는 “무능력함을 유려하고 정확하게 묘사한 그림이자, 실천적 무능력으로 된 공포물” [7] 로서의 이들 게임에서 발생하는 ‘불화’를 제어의 숙달을 통해 차차 ‘합일’로 이끌어가는 과정이 곧 플레이어가 불능(감)에서 전능(감)으로 나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이다. 우리가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에서 슬러그캣과 화로인(의 우주선)을 조종하며 겪는 경험이란, 모의된 세계의 외관을 띤 채 플레이어의 행위성을 유동적이고 유기적으로 제한하는 규칙들로 이뤄진 정교한 세계에서 최대한의 제어력을 얻어나가려는 분투다. 그 무엇에도 익숙하지 않던 초반에는 그저 죽지만 않고 하나의 루프를 살아남거나 이동에라도 능숙해지는 게 최우선의 임시 목표였지만, 플레이어가 제어에 숙달하고 자율성이나 행위성을 얻어가며 전능해지는 과정에서 목표는 이 놀라운 세계 자체에 대한 탐구로 비약한다. 불능(감)에서 출발해 전능(감)에 도착하는 두 게임의 분투적인 특성은 이러한 기계장치의 우주를 플레이어가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지를 증명해 나가는 하나의 시험대가 된다. 이야기를 조금 미루고 있었지만,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가 크고 작은 시험을 거쳐 제어와 더불어 세계를 익혀나가기 시작한 플레이어에게 보상하는 특별한 방식이 빛나는 것도 이 덕일 테다. 정보 그러니까,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에 ‘서사’가 있다면 이는 어떠한 이야기일까? 여담을 먼저 말하자면, 두 게임의 여러 기묘한 점 중 하나는 결말을 보는 최적화된 방법이 플레이어가 이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최초의 상태에서도 얼마든 실행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고 조작법을 최소한으로 익히고 공략을 참조한다면) 당신은 두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특정 경로를 따라 〈아우터 와일즈〉에서는 십몇 분 만에 또 〈레인 월드〉에서는 몇십 분 만에 최종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세계에 대해 전적으로 무지하고 불능할 뿐인 초반의 플레이어는 최적화된 경로는커녕 그를 따라 닿는 최종목표가 무엇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 대신에, 두 게임에서는 앞서 설명했듯 불능했던 플레이어가 차차 전능한 행위성을 획득하는 분투의 여정 그 자체가 나름의 이야기가 된다. 더불어, 플레이어가 얻어가는 제어력에 이 세계에 대한 각종 정보를 보상하는 게임의 메커니즘은 세계의 조작법 및 작동법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거기에 깔린 ‘서사’까지도 서서히 밝혀나가며 이 세계에 숨겨져 있던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세계에 대한 정보는 사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친절한 〈아우터 와일즈〉에는 어느 정도 주어진 채 시작한다. 플레이어에게는 조종하는 화로인은 아주 오래전에 이 태양계에 거주했다가 멸종한 고대 종족인 노마이의 언어를 옮기는 새 번역기를 가지고 각종 행성의 유적지를 탐사하는 것이 일단의 목표로 제시되며, 여기에 태양이 왜 22분 만에 폭발하며 자신이 어쩌다가 이 타임 루프에 빠졌는지를 밝혀야 하는지도 우선의 목표로 추가된다. 〈아우터 와일즈〉의 행성 곳곳에 유기적으로 깔린 퍼즐들은 해결될 때마다 플레이어에게 노마이 언어로 쓰인 자그마한 정보 덩어리들을 보상한다. 진입할 수 없던 곳에 접근하는 방법부터 이 자그마한 태양계의 숨겨진 여러 비밀까지 다양하게 밝혀지는 정보들은 훌륭하게 도식화된 항해 일지에서 긴밀한 연결망을 만들어 나가며, 이는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임시·단기 목표들을 끊임없이 제공하면서도 종래에는 하나의 거대한 지도처럼 합쳐지며 최종목표에 대한 청사진이 된다. 이러한 정보들의 체계야말로 〈아우터 와일즈〉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구성하는 요소로, 분투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은 이 태양계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과도 중첩된다. 달리 말하자면, 〈아우터 와일즈〉에는 선형적인 내러티브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몇 개의 ‘서사’들의 중첩되어 있다. 낯선 세계를 이해해 나가려는 플레이어의 분투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인 만큼, 그저 배경이나 환경인 줄로만 알았던 세계가 얼기설기 얽힌 정보의 총합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과정 또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곧 〈아우터 와일즈〉에서 플레이어가 겪는 업그레이드란 특정한 수치들이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 쌓여가는 형태로 이뤄지는 셈이다. 세계에 대한 제어권을 얻어가면서 정보를 얻고, 해당 정보를 짜맞춰 다음 목표를 설정하며 최종장에 다가가는 일련의 과정이 〈아우터 와일즈〉를 진행하는 핵심적인 설계라면, 〈레인 월드〉에서 이는 훨씬 간접적이고 느슨하게 제시되는 편이다. 이 세계 곳곳에 흩어진 진주알에는 반복자와 고대인의 기록과 역사가 적혀 있으며, 반복자들이 이 정보에 대해 표하는 반응까지 더하면 작중의 생태계가 이 모양 이 꼴이 되기 전까지 이 세계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상이 이뤄진다. 무엇보다도 〈레인 월드〉를 정석적으로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실제로 두 반복자에 방문해 그들의 말을 듣는 단계를 거쳐야 하기도 말이다. 이러한 정보는 〈아우터 와일즈〉에 비해 게임의 최종목표를 달성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에 아주 필수적이지는 않은 편이지만, 어느새 작중의 온갖 생명체에 빠삭해지고 전능하게 생존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로어’의 형태로 다가온다. 낙오된 슬러그캣이 잔혹하면서도 매혹적인 세계를 구석구석 누비며 세계의 과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동안, 거대한 구조물인 줄로만 알았던 반복자들 또한 이 생태계와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도 그들의 ‘서사’ 또한 플레이어에게 넌지시 전달된다. 이렇게 〈레인 월드〉의 세계를 차차 알아가는 과정에는 단순한 조작 및 생존 방법과 생태계의 여러 특성을 익히는 것 이외에도 파편 난 과거의 서사를 수집하는 과정이 추가되며, 이는 〈아우터 와일즈〉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에게 수량화된 업그레이드와는 조금 다르게 세계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게 하는 과정에서 전능감을 부여한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오래된 폐허를 돌아다니며 잊힌 역사를 수집하는 과정을 어느 정도 공유하는 두 게임은 이 세계의 뒷이야기를 수집할 만한 서사 조각으로 제시해 플레이어 스스로 짜맞추게 하기에, 정보의 측면에서도 불능(감)을 전능(감)으로 바꿔나가는 방식을 활용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금, 이 또한 이른바 ‘환경적 스토리텔링’을 적극 활용하는 게임들에서 (때로는 〈시스템 쇼크 (System Shock, 94)〉같은 이머시브 심 장르와 엮어) 오랫동안 보아왔던 방식일 테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 두 게임 모두 특유의 모의법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무심하게 작동할 뿐인 세계를 제시하며, 제어와 정보에 불능하며 불능감을 느끼는 플레이어가 이 세계를 다양한 층위로 익혀나가게 한다는 점에서 게임 내 세계와 특별한 관계를 맺을 테다. 그렇게 따져보자면 두 게임의 ‘서사’란 로어 조각의 형태로 곳곳에 산개한 과거사보다도, 차라리 이를 포함해 플레이어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주어진 세계의 수많은 정보를 알아가는 플레이 과정 전체가 될 것이다. 한 차례의 플레이 주기 동안 그저 정신없이 살아남는 것에 급급하던, 물리법칙과 생태구조에 휘말려 우스운 슬랩스틱이나 끔찍한 호러를 연출하던, 어쩌면 새로이 얻은 정보들에 경이와 경외 또 경악을 느끼던 말이다. 적어도 이 세계의 아주 자그마한 구석이라도 아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면, 그 또한 하나의 근사한 이야기가 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는 무심하게 모의된 세계와 전능하게 익히기가 까다로운 제어, 그리고 서사를 조각내 만든 정보를 제각각의 불능(감)으로 묶어, 플레이어가 이 세계를 헤쳐가고 알아가는 과정 자체에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이야기를 생산하는 ‘기계장치의 우주’일 테다. 나가며 작년에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 그리고 두 게임의 DLC를 나란히 플레이하며 글감을 착상하고 올해 상반기에 〈튜닉 (Tunic, 2022)〉과 〈애니멀 웰 (Animal Well, 2024)〉을 플레이하며 이를 머릿속에서 굴리는 동안, 이들 게임(특히나 홍보상에서 꽤나 이목을 모았던 〈애니멀 웰〉)을 중심으로 단어 하나가 영어권 웹을 떠도는 광경을 보았다. ‘메트로브레이니아(metroidbrania)’라는 이 신종 장르명은 메트로배니아에 ‘브레인’을 추가한 말장난으로, 플레이어가 다양한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맵을 탐사하면서 처음에는 진입 불가했던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 및 기술을 얻는 메트로배니아의 기본적인 설계에서 특히나 ‘두뇌’를 요구하는 요소가 강조되는 유형의 게임을 지칭한다. 이 ‘두뇌’란 물론 게임 내에 숨겨진 비밀과 작동법과 같은 정보에 대한 비유로, 기존 메트로배니아에서 플레이어가 특정 임무를 달성해야만 추가적인 이동 능력 및 기술을 획득하는 것에 비해 ‘메트로브레이니아’에서는 게임과 세계에 대한 특정 정보 자체가 바로 그러한 능력 및 기술이 되는 셈이다. 언급된 네 게임은 종종 그러한 ‘메트로브레이니아’를 대표할 만하고 어쩌면 새로운 장르로 묶일 수 있을 만한 게임으로 불리는 듯한데, 과연 이들 게임이 그렇게까지 지식 정보의 획득과 두뇌 훈련의 필요성만을 강조할까? 〈튜닉〉과 〈애니멀 웰〉 또한 (〈아우터 와일즈〉나 〈레인 월드〉와 비슷하게도) 각각 3D 어드벤처와 2D 플랫포머의 기본적인 틀을 바탕으로 그저 특정 정보의 획득뿐만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조작과 탐험 (〈튜닉〉의 경우에는 전투) 또한 동등한 분투의 수단으로 취급하며 이들을 정교하게 엮는데 말이다. 이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머릿속을 떠돌기만 하던 정보 조각들이 문득 하나로 짜맞춰질 때의 쾌감, 모든 것이 전부 다 그럴싸하게 말이 되는 것만 같고 이 세계의 가려진 뒷면을 잠시 엿보고 온 듯한 짜릿함, 무엇보다도 이를 전부 알아먹은 스스로가 영리하게 느껴지는 전능한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그렇다고,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가 (미처 다루진 못했지만 〈튜닉〉과 〈애니멀 웰〉도) 오로지 두뇌와 지식만을 플레이의 중추로 삼지는 않았을 테다. 도리어 내가 여기서 즐긴 전능감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찾아다니다 보니, 이 게임들이 모의와 제어와 정보와 같은 수많은 장치가 맞물리고 불능감을 연료로 사용해 플레이어에게 가장 효과적인 전능감을 제공하는 기계와 같다는 인상이 들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알아가는 즐거움을 도무지 제어력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만 느껴질 뿐인 현실이 아니라 알맞은 규모와 규칙으로 작동하는 허구에 실어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런 게임은 세계를 익혀나가는 법을 익혀나가도록 하는 연습 경기장이 된다. [1] 『두 번째 유모』, 알마, 2019, 301쪽. [2] 두 게임의 특성을 흥미롭게 확장한 DLC인 〈다운푸어 (Downpour, 2023)〉과 〈에코스 오브 디 아이 (Echoes of the Eye, 2021)〉는 아쉽게도 번외로 두고, 이 글은 본편에만 집중하겠다. [3] Ian Bogost, Persuasive Games: The Expressive Power of Vidoegames, MIT Press, 2007, p.35. [4] 옥선영, 「게임 속의 세계는 세기말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는가?」, 『한국게임학회 논문지』 통권 98호, 한국게임학회, 2021, 12쪽. 원문에서 simulate는 ‘모사’로 번역되었으나 여기서는 ‘모의’로 통일했다. [5] 유진 새커, 『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 김태한 옮김, 필로소픽, 2022, 13쪽. [6] C. 티 응우옌, 『게임: 행위성의 예술』, 이동휘 옮김, 워크룸프레스, 2022, 206쪽. [7] 응우옌, 같은 책, 177쪽.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비평가) 나원영 2016년에 웹진 [weiv]를 통해 대중음악 비평을 시작했고, 2022년 웹진 ma-te-ri-al을 통해 <대체 현실 유령>을 출간했다. 아무래도 작은 게임을 랩톱에서 짧게 하는 편이다. 계속됩니다.
- 그린게이밍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서
2020년 이래 아이폰은 충전기 미포함으로 출시되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이는 포장 쓰레기와 전자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서, 판매되는 아이폰 한 대당 소요되는 원자재량 및 포장용 패키지 절감을 통해 운송용 팔레트 한 대당 70% 더 많은 제품을 실을 수 있어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Calma, 2020). < Back 그린게이밍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서 22 GG Vol. 25. 2. 10. you can see the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at below URL: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3a3f169a-8f0a-4d4b-b844-a2fb22042dcc From physical to digital, 실물에서 디지털로 2020년 이래 아이폰은 충전기 미포함으로 출시되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이는 포장 쓰레기와 전자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서, 판매되는 아이폰 한 대당 소요되는 원자재량 및 포장용 패키지 절감을 통해 운송용 팔레트 한 대당 70% 더 많은 제품을 실을 수 있어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Calma, 2020). 이러한 계산이 정확한 것인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애플의 충전기 미포함 조치는 친환경 전자제품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스마트폰 제조사뿐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여타의 제조업체들 또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거나 최소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수익(2024년 기준 1,870억 달러)과 이용자수(2024년 기준 33억2천만명), 그리고 시간(하나의 제품이 매달 30억 시간에 달하는 엔터테인먼트 제공 가능)에 있어 세계에서 최고 수준에 이른 분야(Ball, 2021; Konvoy Ventures, 2023; Sinclair, 2023; Technavio, 2025)는 어떨까? 비디오게임 및 디지털 산업 전반과 환경 간의 관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비디오게임이 물리적 형태였던 시대(역주: 패키지게임 시대)에 가장 악명 높았던 사건으로는 위키피디아에 전용 페이지도 개설되어 있는 “아타리 비디오게임 매립”사건을 들 수 있는데, 2014년에 출간된 의 저자인 레이포드 귄스(Raiford Guins)는 1980년대에 벌어졌던 여러 사건들에 대해 조사하면서 해당 사건이 있었던 매립지 인근 주민들과 인터뷰를 진행(Guins, 2014)한 바 있다. 이 전설적인 매립지 사건은 비디오게임 산업에 있어 플라스틱 사용의 절감이나 친환경적인 포장 등을 고민하는 지속가능성의 개념이 제기되는 계기가 되었는데(Martin, 2020), 이 시기 비디오게임이 물리적 형태를 지녔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비디오게임과 환경 간의 관계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스토어가 열리고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 많은 게이머들이 실물 카피 대신 게임을 다운로드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비디오게임 산업에 있어 친환경이라는 개념은 서서히 탄소 발자국과 에너지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원의 청정도를 추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현재 우리는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게이머, 퍼블리셔, 개발자, 정책입안자, 연구자 등 모든 측면에 걸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Tapsell & Purchese, 2021). 실제로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기반의 게임 언론 유로게이머(Eurogamer)의 크리스 탭셀(Chris Tapsell)과 로버트 퍼체스(Robert Purchese)는 게임과 환경에 관한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개요를 비롯해서 소비자로서 우리가 보다 책임감 있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심층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Tapsell & Purchese, 2021). 뿐만 아니라 환경을 주제로 하는 게임 제작 이벤트인 그린게임잼(Green Game Jam) 등의 운동이나 이니셔티브도 진행 중이다. “그린 게이밍(Green Gaming)”이라는 용어 또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자들이 찾아낸 비디오게임과 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은 무엇이며, 학계가 규정하는 그린 게이밍이란 무엇인가? Detour: A little bit about method, 연구방법론 간단히 살펴보기 최근 나는 동료들과 비디오게임과 환경 문제와 관련된 학술 논문과 단행본 및 챕터, 학회 발표문, 논문을 포함한 50개의 문서에 대한 체계적 검토를 진행했다(이 논문은 현재 심사 중이다) (Ho et al., 2024). 우리는 “그린게이밍(Green Gaming)”이나 “에코게임(Ecogames)”와 같은 여러 키워드를 활용해서 Web of Science와 Google Scholar 등 다양한 논문 추천 시스템을 포함한 여러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자료들을 찾았다. 그 결과 400편 이상의 문서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를 제목과 초록 및 본문을 검토하는 여러 번의 스크리닝 과정을 거쳐 50개의 관련 문서를 골라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Main Contributors, (게임과 환경간 연구의) 주요 기여자들 미디어 연구에 뿌리를 둔 전통적인 게임연구(traditional game studies)는 비디오게임에 대한 이해를 구축하는데 기여해왔다. 미디어 연구분야는 비디오게임이 문학이나 예술작품과 같은 텍스트의 일종으로서 이론적, 비평적 분석을 통해 보다 심도 있게 통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경향은 분석 대상의 대부분이 게임연구 분야의 논문이었던 우리 연구팀의 초록, 제목, 카테고리에 대한 단어 분석작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알렌다 챙(Alenda Y. Chang)의 와 벤자민 에이브러햄(Benjamin J. Abraham)의 등의 대표적인 저작들은 비디오게임과 환경 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개발자, 퍼블리셔, 소비자들이 비디오게임 산업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에 실린 여러 챕터들에서는 한발 더 나아간 탐구를 볼 수 있다. 비디오게임은 단지 예술 작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도구이자 실현이다. 따라서 다른 영역들 또한 비디오게임이 인간에게 미치는 효과를 이해하거나(심리학) 교육 목적으로 활용하거나(교육이나 건축) 비디오게임을 작동시키는 기술에 직접적으로 기여(컴퓨터 사이언스)하고 있다.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의 논문 대부분은 게임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기술과 방법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 게이밍이 이론상 친환경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제안(Chuah et al., 2014)되기도 했으나, 스태디아(Stadia)의 실패에서 보았듯, 클라우드 게이밍은 성공적으로 구현되지 못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클라우드 게이밍이 단순히 에너지 부담을 데이터 센터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며 그러한 데이터 센터들이 게임 운영 지원을 위해 일주일 내내 24시간 가동되어야 함을 지적하기도 한다(Aslan, 2020; Mills et al., 2019). Education: From video games to pro-environmental awareness, 교육: 비디오게임으로부터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까지 비디오게임의 핵심 하드웨어인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현실을 시뮬레이션하기에 모자람 없는 성능을 제공해왔다. 현대 기술은 현실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재창조해내고 있다. 그 세계에서는 인간, 오우거, 마녀들이 놀랍도록 현실에 가까운 일상을 보낸다. 날씨 또한 사실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는데, 추우면 몸을 떨고 비가 내리면 몸이 젖으며 들고 있던 철검이 번개를 맞기도 있다.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비디오게임의 몰입감과 포토-리얼리스틱한 그래픽은 기술적 관점을 넘어 예전 나의 스승이 수행했던 연구에서 암시했던 부분, 즉 (비디오게임이) 현실과 대중의 인식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자, 과학자, 그리고 교육자들 또한 이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는데, 예를 들어 고등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의 제프리 펑(Jeffrey Fung)은 태양계와 항성, 행성들은 시뮬레이션하는 GPU 기반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Fung, 2020). 따라서 환경 문제에 있어 비디오게임의 아마도 가장 중요한 용도 중 하나는 인식의 제고일 것이다. 연구자들은 특정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시리어스게임 또는 교육용 게임에서 잠재력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킥스타터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후에 미국 교육부의 지원도 받게 된 게임 에서 플레이어들은 생태학적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예측된 유성 충돌을 막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시나리오로 만들어졌다. 이 게임에서 설계된 유한한 자원과 외부적 영향 요인은 현실적인 게임플레이 경험을 만들어내는데, 여기에는 실제 상황에서 부딪히게 될 여러 어려움들이 반영되어있다 (Fjællingsdal & Klöckner, 2019). 연구자들은 또한 시리어스 게임, 상업용 게임, 풍자적 게임, 게이미피케이션 앱들이 게이머의 친환경적 행동 채택을 장려하는 효과를 평가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환경 문제 및 환경 착취의 문제를 인식하도록 디자인된 이러한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의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게임 내 지속 가능한 기술들을 일상 생활의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 있어 중간 정도의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Boncu et al., 2022). 최근에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게임 타이틀을 연구 대상으로 활용한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에드워드 J.크로울리는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게임의 교육적 측면을 연구하기 위해 <레드 데드 리뎀션2(Red Dead Redemption2)>의 세계를 활용했다(Crowley et al. 2011). 연구자들은 게임에 묘사된 야생동물종에 대하여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지식을 테스트했보았다. 그 결과 가상세계 내 여러 동물종과의 상호작용은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즉 플레이어들)의 종 식별 능력을 향상시켰는데, 특히 유제류와 어류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내에서 물고기를 잡는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물고기의 이름, 서식지, 심지어는 소리까지 배우고 기억했다. 그런가 하면 게이머들이 가상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색 식물이 많은 장소에 끌리고 이러한 지역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도 관찰됐다(Truong et al., 2018). Video games are more than playing, 비디오게임은 단순한 플레이 이상이다 비디오게임의 기술적 측면에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컴퓨터 과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문 분야는 ‘플레이’라는 비디오 게임의 특정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비디오 게임은 영화나 문학처럼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 형식으로 간주되어 왔다(Gee, 2006). 그러나 영화나 문학의 경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행위는 상이한 개인들을 가로지르는 번역이 가능하다. 즉 의미에 대한 해석은 개인별로 다를 수 있지만, 소비하는 행위 자체는 개인들 간의 차이를 가로질러 동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다양한 설정, 선호도, 장르에 따라 개인들 사이에서 상이하게 이해된다. 예를 들어 <콜오브듀티(Call of Duty)>의 플레이경험은 <캔디크러쉬(Candy Crush)>과 매우 다르다. 따라서 전통적인 게임 연구자들은 비디오 게임과의 상호작용을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행위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왔다. 예를 들어, 게이머들이 <레드 데드 리뎀션2>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와 같은 가상 세계에 몰입할 때, 그 플레이는 예상치 못한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Crowley et al., 2021; Truong et al., 2018). 이에 더해 모든 게임에는 의도된 플레이 방식이 존재함에도, 스피드런(게임을 가능한 한 빨리 완료하는 것), 챌린지(한 가지 메커니즘만 사용하여 게임 완료하기), 모딩(외형 변경 또는 새로운 게임 만들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게이머들은 언제나 새로운 참여 방식을 찾아내 왔다. 이러한 행동들은 플레이에서 파생된 것이지만, 여기에는 비디오 게임에 내재된 무한하고 경계 없는 창의성이 구현되어 있다(Lamerichs, 2024; Scully-Blaker, 2024). 게이머들이 비디오 게임에 보다 빠져들수록 게임에 대한 다른 생각의 가능성 또한 증가한다. 그에 따라 연구자들도 비디오 게임 및 게임산업 전반에 대한 자신들의 관점을 진화시키고 있다(Abraham, 2022a; Fizek, 2024). 연구자들은 게임플레이에만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개발자, 규제, 퍼블리셔에 대해 보다 많은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지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의 저자 벤자민 J.에이브러햄(Benjamin J. Abraham)은 비디오 게임의 탄소 발자국을 생산부터 유통, 그리고 최종적으로 게이머들이 플레이하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분석했다(Abraham, 2022a). 여기서 에이브러햄은 비디오 게임이 세계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포함해 더 큰 맥락에서 스스로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편 비디오 게임의 하드웨어에 특별히 초점을 맞춘 연구는 드문데, 2019년 에반 밀스(Evan Mills)는 동료들과 비디오 게임 하드웨어의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기술적 연구, 에너지 정책, 컴퓨터 에너지 라벨링 프로그램 및 표준, 그리고 규제가 심각하게 부족함을 발견했다(Mills et al., 2019). 결론적으로 비디오 게임 소비가 실제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라 하겠다. Green Gaming,그린 게이밍 2019년, 나는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Breath of the Wild)>의 세계를 탐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이후의 봉쇄 기간 동안 <동물의 숲: 뉴 호라이즌>의 섬은 낚시, 나무 심기, 꽃 가꾸기와 같은 일상적인 작업으로 가득 찬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주었다. 콜린 밀번(Colin Milburn)의 '그린 게이밍(green gaming)'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이러한 게임들은 "환경 통제적인 게임(games of environmental control)"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플레이어들이 직접적으로 환경을 제어하고 조작할 수 있는 유형의 게임을 뜻한다 (Milburn, 2018). 게임 연구의 짧은 역사 동안, 연구자들은 비디오 게임과 환경 간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에코게임,' '생태학적 게임,' '지속 가능한 게임,' 또는 '기후 변화 게임' 등과 같은 다양한 용어들을 '그린 게이밍'과 상호 교환적으로 사용해 왔다(Abraham, 2022b; Abraham & Jayemanne, 2017; de Beke et al., 2024).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은 주로 학술적 맥락 내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왔을뿐 아니라, 앞서 설명한대로 플레이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벤자민 에이브러햄이나 에반 밀스 같은 연구자들은 게이밍(gaming)을 소프트웨어의 생산과 유통, 특정 하드웨어의 선택, 이용자의 다변화된 선호도와 행동까지 관여됨으로써 보다 포괄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실제로 '그린 게이밍'을 구글링 해보면 높은 확률로 그 첫 검색 결과로서 HowStuffWorks가 나올 수 있는데, HowStuffWorks에서 다루는 내용의 초점은 게임플레이를 통한 에너지 절약, 하드웨어 재활용, 게임플레이를 통한 환경 인식 제고에 놓여져 있다(Watson, n.d.). 따라서 연구자들에게는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생산, 선택, 구매, 소비하는 것을 포함하는 그린 게이밍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결국 "그린 게이밍이란, 비디오 게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 모두에 대해 환경을 의식하는 생산, 구매, 소비를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개발자와 게이머들의 행동은 단순히 오락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욕망뿐만 아니라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자원 보존에 대한 책임감에 의해 주도된다"(Ho et al., 2024). 기후 변화 및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일상 활동에서조차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재고해야 함을 깨달은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라 할 수 있다. 비디오 게임 및 그것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현재 다소 제한적이고 불충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은 젊은 세대에게 지배적인 엔터테인먼트이며, 따라서 이제 질문은 더 이상 비디오 게임의 잠재력에 관한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게 비디오 게임을 제작, 선택, 구매, 소비, 플레이할 수 있는 방법을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적으로 고민하는 것에 놓여있다 하겠다. 참고문헌 Abraham, B. J. (2022a). Digital Games After Climate Change. Palgrave Macmillan Cham. https://doi.org/https://doi.org/10.1007/978-3-030-91705-0 Abraham, B. J. (2022b). What Is an Ecological Game? In B. J. Abraham (Ed.), Digital Games After Climate Change (pp. 61-88). Springer International Publishing. https://doi.org/10.1007/978-3-030-91705-0_3 Abraham, B. J., & Jayemanne, D. (2017). Where are all the climate change games? Locating digital games? response to climate change. Transformations, 30, 74-94. Aslan, J. (2020). Climate change implications of gaming products and services University of Surrey]. https://doi.org/10.15126/thesis.00853729 Ball, M. (2021). Netflix and Video Games. MatthewBall.vc . Retrieved April 27 from https://www.matthewball.vc/all/netflixgames Boncu, Ș., Candel, O.-S., & Popa, N. L. (2022). Gameful green: a systematic review on the use of serious computer games and gamified mobile apps to foster pro-environmental information, attitudes and behavi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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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만 또안 호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놀이하는 전정기관에의 상상 - 멀미 너머의 게임
매클루언의 아이디어를 빌리자면, 이 감각기관이 우리에게 잘 인지되지 않는 것은 이 기관은 다른 감각기관들에 비해 그다지 기술에 의해 확장된 시도가 없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지구의 보편중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인간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마치 우리를 둘러싼 공기처럼 너무나 보편적인 감각으로 받아들여지기에 ‘특별한’ 감각적 자극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 Back 놀이하는 전정기관에의 상상 - 멀미 너머의 게임 22 GG Vol. 25. 2. 10. 미디어의 시대, 멀미의 시대 매클루언은 미디어를 신체의 확장, 좀더 구체적으로는 감각의 확장으로 이해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인간은 신체 기능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역까지 감각이 가 닿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내며 발전해 왔다. 청각만으로는 가 닿을 수 없는 거리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시야를 벗어난 먼 거리에서 일어난 일들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술은 인간의 감각 확장을 단지 동시대의 것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과거에 벌어졌던 사건들까지도 지금 당장 우리의 감각 앞에 고스란히 옮겨놓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편으로는 감각의 확장이지만 다른 의미로는 감각의 과잉 시대인 미디어 시대에 인간은 지나치게 쏟아지는 새로운 자극들 앞에서 간혹 일시정지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멀미라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의 의학적 연구 결과들은 멀미를 여러 감각 정보들이 서로 다른 정보를 뇌에 전달할 때 생기는 문제를 뇌가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 신체를 일시적으로 주저앉히려는 기제로 이해한다. 눈으로 보는 상황과 전정기관이 인지하는 신체의 평형 상태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뇌로 전달할 때, 뇌는 이를 신체의 이상이라고 인식하고 신체 기능을 저하시켜 일단 정지 후 휴식을 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멀미에 관한 기록들은 고대 그리스의 뱃멀미로부터 시작된다. 매클루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면 배 또한 신체의 확장이며 마찬가지로 미디어의 일종이며, 배를 탄 상태에서 전정기관이 느끼는 출렁임의 평형감각은 눈으로 보는 시각정보와 불일치하기에 멀미를 유발한다. 뱃멀미도 결국 미디어 멀미의 일종이며, 신체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정보 앞에 인간의 신체는 위험 상황을 인식하고 셧다운을 건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시각정보에 크게 기대는 인간에게 있어 멀미는 주로 새로운 미디어가 시각에 관련된 정보로 확장할 때 발생하곤 했다. 인류에게 기계적 스펙터클을 처음 제공한 시점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마차와 기차의 네모난 창문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고속의 이미지는 평행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마차와 기차가 만드는 진동은 전정기관으로 하여금 이 시각정보가 결코 평탄한 횡스크롤이 아님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상황이었다. 마차 멀미, 기차 멀미에 이어 초창기 영화 스크린을 보며 멀미를 경험했음을 이야기한 많은 기록들은 뱃멀미로로부터 이어지는 동일한 맥락에 서 있다. 감각정보의 불일치가 만드는 게임 속의 불화들 디지털게임은 현대의 여러 미디어 중 멀미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매체일 것이다. 인간이 영상매체에 익숙해지면서 영화 멀미는 몇몇 특수한 시점의 카메라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없어진 것과 같이 거론되지 않는데 비해 게임에서는 적지 않은 멀미 호소가 이어지곤 한다. 물론 <심시티>같은 조감 시야에서 멀미를 호소하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의 멀미는 1인칭, 혹은 3인칭 시점의 3D 기반 게임에서 나타난다. 영화에서도 1인칭 카메라를 통해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되는 경우에 멀미 이야기가 나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때의 멀미들은 어느 정도 영상매체 속 화자의 위치, 다시말해 카메라의 시점에 의해 나타난다. 상당수의 영화들에서 카메라가 위치하는 곳이 3인칭 시점인 것과 달리,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많은 현대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들은 카메라가 언제나 주인공을 향해 맞춰진, 그것도 주인공의 위치와 운동이 연출자로서의 게임 제작자가 아닌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의 의도에 의해 변화하는 주인공을 향하고 있다. 이 때 플레이어는 컨트롤러를 잡고 있는 손과 같은 신체를 통해 가상공간인 게임 속 세계로 자아의 위치를 이전한다. 전후좌우로 뛰고 구르는 행위는 단지 스틱을 기울이고 마우스를 돌리는 문제가 아니라 마치 실제로 자신의 신체를 굴리고 기울이는 행위처럼 여겨진다. FPS게임에서 벽 뒤에 엄폐를 끼고 내다볼 때 자신도 모르게 신체를 기울이는 행위가 나오는 것이 이런 점에서다. 현재까지의 디지털게임들이 가상공간 안의 세계를 구현하는 방식은 상당부분 시청각 데이터를 통해서인데, 멀미는 이 때 정직한(?) 전정기관의 항의로부터 비롯된다. 눈과 귀는 플레이어가 2층에서 뛰어내렸다고 보고하는데, 전정기관은 가상공간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하기에 플레이어의 뇌에 “아닌데요? 자리에 앉아있는데요?”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게임에서의 멀미는 감각정보로 치면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VR과 같은 좀더 몰입적인 환경을 시청각 정보를 통해 제공하는 상황에 더욱 강렬해진다. 나는 <유로트럭> 같은 자동차 운전 게임을 VR로 플레이해본 적이 있는데, 운전하는 자세가 게임하는 자세와 크게 다르지 않아 멀미를 거의 못 느끼던 와중에 게임 속에서 도시 도로의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는 순간 멀미감이 확 쏟아짐을 느꼈다. HUD 속 디스플레이에서는 방지턱을 넘는 트럭의 시각 정보를 고스란히 제공했지만, 나의 전정기관은 아무런 정보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VR은 HUD착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계산해 그 궤적만큼의 변화를 3D그래픽으로 표현하며 스크린의 시야를 사실상 360도에 가깝게 재현한다. 고개를 돌리면 돌린 방향만큼의 변화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이 장치에 대해 사람들은 “와, 진짜같다!”고 환호하지만, 이는 정확히 표현하자면 시청각 정보에 국한된 감탄에 머문다. 현재까지의 VR기술은 우리의 평형과 운동을 감지하는 전정기관에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정기관의 평형감각은 영원히 인류 놀이의 적이기만 할 것인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우리는 전정기관이라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오감이라고 부르는 시, 청, 후, 미, 촉의 다섯 감각이 아니면서도 사실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많은 감각정보를 제공하던 감각기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운동과 평형을 측정하고 그 정보를 뇌에 전달해 주는 이 기관은 그 중요성과 정보량에 비해 우리에게서 ‘감각’이라고 인식된 바가 거의 없었다. 매클루언의 아이디어를 빌리자면, 이 감각기관이 우리에게 잘 인지되지 않는 것은 이 기관은 다른 감각기관들에 비해 그다지 기술에 의해 확장된 시도가 없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지구의 보편중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인간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마치 우리를 둘러싼 공기처럼 너무나 보편적인 감각으로 받아들여지기에 ‘특별한’ 감각적 자극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치부하기에는 우리는 전정기관을 가지고 논 적이 있다. 놀이공원의 바이킹과 롤러코스터가 대표적이다. 여러 안전장치를 통해 절대 떨어져 죽거나 다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이로드롭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의 아찔함을 놀이로 승화한다. 공포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아도 여전히 바이킹이 최대 고도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그 순간의 하강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놀이공원의 여러 탈것들은 아마도 전정기관이라는 숨겨진 감각을 발굴해 내 놀이의 미디어로 만든 몇 안되는 사례일 것이다. 전정기관의 운동감각을 다른 감각과 동일한 수준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놀이매체로서의 게임이 가지고 있는 멀미라는 극복점에 대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여지도 갖게 된다. 조금 더 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면, 놀이매체에 대한 새로운 시도로서 전정기관의 평형감각을 가상으로 재현할 수 있는 어떤 기술이 놀이로서 출현하는 순간을 상상해보는 것도 무리한 일은 아닐 것이다. 아케이드 오락실에 가면 간혹 레이싱 게임 같은 경우에는 가상의 유압 서스펜션을 활용해 어느 정도 재현된 평형감각을 놀이에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까지의 기술은 전정기관의 감각이 놀이에 도움된다는 사실까지를 확인했을 뿐, 이를 실제로 재현하는 방식은 가상의 재현이 아니라 실재적 재현에 가깝다. 말 그대로 플레이어의 몸을 기계에 싣고 흔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전정기관의 감각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이 개발될 수 있다면, 아직까지 모든 다른 감각에 비해 정직한 정보를 흘리는 통에 멀미를 유발한다는 눈총을 받고, 때로는 3D 게임 멀미 극복을 위해 멀미약을 통해 평형감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홀대받은 이 감각기관의 의미가 놀이매체에서 다시 재조명받을 순간이 올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나친 상상이라고 지적받을 수 있는 발상이긴 하겠지만, 애초에 우리가 지금 누리는 많은 놀이 기술들은 처음부터 진지한 실현을 생각한 발상이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상상이었음 또한 기억해야 한다. 현재까지의 3D게임에서는 멀미 극복을 위한 기술 개발에 많은 자원을 쓰고 있지만, 먼 훗날에는 지금 이 시대를 역사 속에서 읽으며 한때 방해되는 감각으로 받아들여졌던 전정기관의 평형감각이 이제는 놀이의 주역이 된 감각이라고 이야기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북미에 불고 있는 게임업계 해고와 노조 설립 붐의 현장 스케치
2025년의 게임업계는 단순한 고용환경 변화가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재정립이 시작된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더는 개발자가 익명의 톱니바퀴처럼 쓰이고 버려지는 구조를 당연시하지 않는 시대다. 그리고 그 변화는 현장 구성원들의 단호한 목소리에서 시작됐다. < Back 25 GG Vol. 25. 8. 10. Tags: 게임산업, 노동조합, 해고, 북미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ounghoon Hong Lives in California and works in the game industry. Aims to offer insight to as many people as possible through podcast appearances and contributions to various outlets. Hopes to spend a lifetime writing engaging pieces across every field, from fashion to games.
- 노년게이머에에게 경외와 동료애를 - 그레이게이머 연구의 필요성에 대하여
<리그 오브 레전드>가 처음 들어와 국내에서 조금씩 바람을 일으키던, 아직 프로씬은 만들어지기 전이었던 그 시절 전국구 고수로 이름을 떨치던 사람 중에는 ‘황충아리’라는 게이머가 있었다. 챔피언 ‘아리’ 장인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아리장인’ 보다 그는 ‘황충아리’로 더 이름을 떨쳤는데, 이유는 그가 노장 게이머였기 때문이었다. ‘삼국지연의’에서 노장 캐릭터로 유명한 황충의 이름이 그에게 붙었지만, 그의 당시 나이는 겨우 30대 중반이었다. < Back 02 GG Vol. 21.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게임제너레이션 GG
< Back GG Vol. Tags: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시간의 오카리나, 하이랄 히스토리아, 미야모토 시게루, 아오누마 에이지, 후지바야시 히데마로, 게임 프랜차이즈, 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 Nintendo, Video Game History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 비디오게임과 기이한 유령들의 세계
비디오게임에서 유령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물론 다들 이것이 꽤나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유령은 수많은 비디오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슈퍼 마리오」시리즈의 부끄부끄부터 「F.E.A.R.」 시리즈의 알마까지, 비디오게임에는 다양한 아이코닉한 유령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 Back 19 GG Vol. 24.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unin Lee Writes and lectures freely across comics, games, and film. A lifework: clearing every Final Fantasy title except the MMORPGs. Mainly plays on the Steam Deck.
- 스트리밍 어드벤처 : 서사라는 꿈과 퍼즐이라는 전의식으로
어드벤처 게임이란 상당히 이상한 맥락의 장르명이다. 농담을 조금 보태자면, 서사가 있는 비디오 게임 중 ‘어드벤처’를 경험하지 않는 게임이 어디 있겠는가? 어니스트 아담스Ernest Adams는 『 Fundamental of Game Design』에서 ‘많은 모험적인 특징을 가진 게임들이 어드벤처 장르가 아니며, 반대로 많은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들이 모험을 다루지 않는다.’라며 이 장르명이 가진 이상한 아이러니를 언급한다. < Back 29 GG Vol. 26.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unin Lee Writes and lectures freely across comics, games, and film. A lifework: clearing every Final Fantasy title except the MMORPGs. Mainly plays on the Steam Deck.
- 쿨타임과 숨고르기
숨고르기가 중요한 이유는 지속에 있다. 게임은 승패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재미있지만, 이겼을 때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과정이 충분하다면 지는 것도 재미있을 수 있다.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을 우선시한다면 패배는 게임을 지속하는 것을 방해하며, 다른 게임을 선택할 때 이길 수 있느냐를 가장 염두에 두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게임에 흥미를 느끼는 동안 지더라도 다시 도전하고, 다른 게임을 선택할 때 자기만의 취향과 기준으로 고를 수 있다. 숨고르기는 게임을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잘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 Back 쿨타임과 숨고르기 21 GG Vol. 24. 12. 10. 자투리 시간은 과연 남는 시간일까 ‘자투리 시간’이 사회적 화두였던 적이 있다. “일과(日課) 사이에 잠깐씩 남는 시간”이라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특정할 수 없는 시간이 때론 무언가를 더 이룰 수 있는 기회로, 때론 어떻게 보낼 것인지 모색해야 하는 과제로 여겨졌다. 자투리 시간을 언급한 신문기사를 통해서도 시기에 따라 다른 맥락으로 읽혔음을 파악할 수 있다. 1983년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전자오락실이 성행하고 있음을 다룬 기사에서는 대학생들이 남는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소개한다. 십여 년 뒤인 1994년도에는 점심시간을 취미나 자기계발을 위해 사용하는 젊은 회사원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있다. 이들은 점심시간을 “직장상사를 ‘모시고’ 식사하면서 잡담을 나누는 ‘한가한 시간’이 아니라, 바쁜 생활 중에도 자신을 계발하고 취미를 살리는 ‘황금의 자투리시간’으로 여긴다고 소개한다. 그로부터 10년 사이 자투리 시간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성격이 되었다. “(입시를 위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한자와 영단어를 외우는 것이 쌓이면 학습량이 제법 될 것”이라는 칼럼은 허투루 보내는 시간을 최소화 해야 성취를 이룰 수 있을 정도로 경쟁적인 분위기를 시사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사회적인 토론과 성찰 없이 일단 더 나은 삶을 살려면 남들보다 노력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로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사회에서 강렬히 자리했던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혹은 강요)는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압박했던 셈이다(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근거로 게임 셧다운제를 추진하면서 청소년의 심야 학습에 대한 보호에 대한 반론에는 딱히 응답하지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모두가 자투리 시간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여겼던 것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휴대전화로 자투리 시간에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지그시 ‘염려’하는 기사도 있다. 무선 인터넷과 스마트 디바이스가 대중화되면서 자투리 시간을 보내는 방법의 선택지가 늘었다. 장소에 관계 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자투리 시간의 경계도 불분명해졌다. 순서를 두고 차례차례 진행되던 일들이 여러 갈래에서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잠깐씩 남는 시간’이라는 것이 불분명해지면서 남는 시간에 하던 일이 시간을 내서 하는 일이 된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자투리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무엇을 할지 떠올리는 것 대신 무엇을 먼저 할지 선택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15년에 ‘스낵 컬쳐’라는 이름으로 짧은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는 개인의 자투리 시간을 점유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자투리 시간은 개인이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게 된 걸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2024년도 기사들은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모으는 ‘앱테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스마트 미디어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숏폼 시청 대신 책을 읽는 등 일부러 자극적인 콘텐츠와 거리를 두는 ‘도파민 디톡스’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소개한다. 자투리 시간을 ‘남김 없이’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환경 속에서 개인들이 일상의 균형과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쿨타임, 시간과 시간 사이에 놓인, 선택해야 하는 게임 플레이 중 행동과 다음 행동 사이의 시간인 쿨타임은 자투리 시간과 두 가지 면에서 유사하다. 첫째, 시간과 시간 사이에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자투리 시간이 하루의 어떤 과업과 그다음 과업 사이에 있는 시간이라면 쿨타임은 게임 중의 어떤 행동과 그다음 행동 사이에 있는 시간이다. 분량은 각기 다르지만 시작과 끝은 정해져 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의 범주에 제약이 따른다. 둘째,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스스로 선택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투리 시간의 맥락이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달라졌음에도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꾸준히 당사자의 몫이었다. 쿨타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의 성격이나 설정된 조건에 따라 상황은 다르지만 그 시간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는 게이머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쿨타임은 어떻게 보내야할까? 게이머의 선택인 만큼 정답은 없지만 쿨타임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따져 보는 것이 이 질문에 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쿨타임을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전략적인 요소로 여겨 쿨타임에 과연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 하는 반문에 대한 나름의 답도 될 것이다. 먼저 살펴볼 것은 쿨타임은 왜 (하필) ‘쿨’타임이냐는 것이다. ‘핫’(hot)과 ‘콜드’(cold) 사이를 뜻하는 ‘쿨’(cool)은 유무형의 멋짐을 표현하는 문화적 맥락의 의미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쿨타임이 ‘쿨다운’(cooldown)을 차용한 표현임을 고려하면 쿨타임의 ‘쿨’은 차갑고 서늘하며 침착하다는 사전적 의미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특정한 기술이나 아이템만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캐릭터 능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등 쿨타임이 게임에서 플레이가 과잉 또는 과열되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과도 부합한다는 점에서 쿨의 사전적 의미와도 연결된다. 여전히 궁금하긴 하다. 쿨타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균형과 침착함이라면, ‘쿨’말고 다른 표현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핫과 콜드 사이에는 ‘웜’(warm)도 있고, 중간 혹은 완화한다는 의미의 ‘모더레이트’(moderate)나 균형 잡힌이라는 의미의 ‘밸런스트’(balanced)도 있다. 차분함을 뜻하는 ‘논살란트’(Nonchalant)나 냉정함을 뜻하는 ‘상프루아’(Sangfroid)는 왠지 어감도 좋다. 그런데 이 단어들에 ‘타임’을 붙이면 나름대로 약어를 만들어 입맛을 살려봐도 여전히 ‘쿨’만 못하다. 이렇게 느끼는 건 ‘쿨’이 게임 말고도 일상적으로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적 맥락도 있긴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쿨타임이라 부를 수 있느냐다. ‘로딩’도 쿨타임이라 할 수 있을까?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장소나 레벨이 전환될 때, 목표 달성을 실패해 체크/세이브 포인트로 다시 돌아가거나, 리스폰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쿨타임에 해당할까? 로딩은 게임 플레이 자체가 유보되는 반면 쿨타임은 특정 행위만 제한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로딩은 게임 전략의 일부로 활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쿨타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쿨타임의 초점을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는 순간, 즉 쿨타임이 종료되는 시점인 ‘쿨하게 다운된 상태’에 두는 것이다. 그런데 초점을 쿨하게 ‘다운되어가는’ 과정으로 옮기면 로딩도 쿨타임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피파〉 시리즈의 로딩 또는 대기 화면에서 플레이 연습을 할 수 있다거나, 레이싱, 대전 액션 게임 등에서 스테이지 종료 후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여준다거나, 로딩 화면에서 게임에 대한 각종 정보나 팁을 제공하는 것은 게임 전략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도, 이어질 다음 플레이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쿨타임의 기능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로딩은 게임이 다음 단계를 연산하는 과정이지만 이 시간동안 게이머는 특정한 동작을 연습하거나 미리 조작해보면서 워밍업을 하거나, 앞서 잘한 혹은 잘하지 못한 플레이를 되새기거나 복기하고, 게임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면서 이제 이어질 플레이를 어떻게 할지 구상할 수도 있는 것이다. a tempo, 자기만의 페이스로 이처럼 균형과 침착함을 추구하는 쿨타임의 범위를 로딩까지 포함한다면 쿨타임을 게임 플레이 중 숨을 고르는 시간으로 표현할 수 있다. 숨고르기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될 수 있다. 앞서 사용한 스킬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또는 유닛 생산이 마무리되어서 추가 생산을 지시할 수 있을 때까지 ‘벼르는’ 것도 숨고르기가 될 수 있다. 앞서 플레이한 내용을 만족스러워하거나 불만족스러워하며 어떤 부분을 잘 했거나 그렇지 않았는지 복기하는 것도 숨고르기가 될 수 있다. 게임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로딩에 걸리는 시간동안 가만히 있는 것도 (물론) 숨고르기가 될 수 있다. 이 모든 행위들이 게임 플레이와 플레이 사이를 잇기 때문이다. 승리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쿨타임에 할 수 있는 행위의 범위가 ‘이기려면 해야만 하는 행위’로 좁혀지겠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즐거움을 목적으로 한다면 쿨타임에 무엇을 할 것인지는 ‘자기만의 페이스’(my own pace)에 따라 게이머 스스로 정하기 나름인 것이다. 숨고르기가 중요한 이유는 지속에 있다. 게임은 승패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재미있지만, 이겼을 때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과정이 충분하다면 지는 것도 재미있을 수 있다.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을 우선시한다면 패배는 게임을 지속하는 것을 방해하며, 다른 게임을 선택할 때 이길 수 있느냐를 가장 염두에 두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게임에 흥미를 느끼는 동안 지더라도 다시 도전하고, 다른 게임을 선택할 때 자기만의 취향과 기준으로 고를 수 있다. 숨고르기는 게임을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잘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다시, 쿨타임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무엇을 선택하든 자기만의 페이스에 따라 게이머 스스로 정하면 된다. 게임에서 쿨타임이 마련된 것은 게임 디자인적인 배경 때문이었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게이머에게 달렸다. 게임의 쿨타임은 해당 게임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오래) 플레이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게이머가 플레이하는 게임은 그 게임말고도 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쿨타임을 두고 치킨을 먹는 것은 치킨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인 것처럼 게임에서의 쿨타임도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일 필요가 있다. 하여 나는 쿨타임에 숨고르기 말고도 ‘관조’도 함께이길 바란다. 게임을 하고 있음을, 할 게임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더해진다면 지금 하고 있는 게임과 앞으로 하게 될 게임이 더 큰 기대와 재미를 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투리 시간에 부러 밖으로 나가 볕을 쬐고 산책하는 것이 일상을 더 윤택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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