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View] 게임과 소수자, 소수자와 게임
04
GG Vol.
22. 2. 10.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은 매우 당연하게 서브컬처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좀더 짧게 잡아 10년 전의 분위기도 게임은 서브컬처를 다루는 경우에 자주 거론된 바 있죠. 하지만 요즘의 분위기라면 어떨까요? 여전히 서브컬처로서의 속성을 강하게 띠고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이제는 대중문화라고 불러도 딱히 이견을 달기 어려운 분위기가 게임 전반을 강하게 지배합니다.
본격적인 대중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관문이 몇 가지 더 있을텐데, 그 중의 하나는 모두에게 가 닿는 문화로서 매체가 가져야 할 범용성일 것입니다. 사회구성원 모두를 불편부당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고, 그 이용과 재현에 있어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 물론 지금의 범용성있는 다른 대중문화들도 이를 완벽히 구현하는가를 물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지만, 핵심은 결과보다도 그 지향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고민의 결과로 ‘GG’ 4호는 ‘소수자들의 게임’을 다뤄보고자 했습니다. 소수자라는 건 단지 숫자가 적은 집단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주류’가 아닌, 주류로부터 스스로가 아닌 ‘대상’으로 취급받는 많은 존재들을 우리는 소수자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게임은 그런 소수자와 얽히는 부분에서 아직까지 짧은 역사 때문인지 고민을 오래 해 오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크게 재현의 문제와 접근의 문제로 게임과 소수자의 맥락을 조망하고자 합니다. 핀란드에서 보내온 이다 요르겐슨의 글은 유럽에서 진행중인 게임의 소수자 재현 문제에 대한 소고를 담고 있습니다. 김겸섭이 소개하는 곤잘로 프라스카의 접근은 게임연구의 한 축을 이루는, 억압적 현실을 다룰 수 있는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냅니다. 게임기획자로도 참여중인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의 강신혜 작가는 시각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디지털게임에 관한 접근성의 문제를 직접 제기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나아갈 바를 모색케 합니다. 게임 속 여성의 대상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미소녀 게임이라는 장르를 통해 다루는 박다흰의 글 또한 게임에서의 재현 문제가 대중문화 시대에서 안게 될 이슈들을 잘 함축합니다.
최근의 트렌드를 다루는 섹션 B에서는 애플, 구글이라는 모바일 대형플랫폼들이 보여주는 인앱결제의 현황을 점검하고, 부분유료라는 수익모델의 부상 앞에서 오랜 게이머로 살아온 게임기획자가 마주하는 고민들을 들어봅니다. 최근 몰락이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한, 하지만 한때 한국 게임문화의 중심이었던 아케이드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주목할 만 합니다.
섹션 C에서는 게임이 다루는 사회를 엿보는 글들을 모았습니다. ‘폴아웃’을 통해 오늘날의 미국을 돌아보고, ‘사이버펑크 2077’을 통해 SF로 드러나는 동시대 사회를 생각합니다. ‘디스코 엘리시움’ 속의 디스코가 갖는 의미, ‘동물의 숲’이 드러내는 여가와 자본주의의 문제 등을 다루고, ‘북리뷰’ 코너에서는 ‘리니지’ 바츠해방전쟁을 다뤄 주목받은 소설 ‘유령’에 대한 탈북자라는 소수자 관점으로의 접근을 시도합니다.
인터뷰 두 꼭지는 소수자라는 테마에 맞게 준비했습니다. 국립재활원에서 진행한 ‘같이 게임! 가치게임’ 프로젝트 현장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난민 문제를 다룬 게임 ’21 Days’를 직접 난민 당사자인 압둘 와합과 함께 플레이한 내용을 정리한 인터뷰 또한 소수자와 게임의 관계를 돌이켜보는 데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4호를 기획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생각보다 소수자 – 게임 문제의 이슈가 잡지 한 권으로 다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다는 점이었습니다. ‘GG’는 창간사에 담았던 대로 게임의 문화적 실천을 고민하는 잡지입니다. 4호의 기획은 GG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맛보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느낍니다. 한국 사회에서 게임이 가질 의미를 향한 더 힘 실린 실천이 되기 위한 길에서 4호의 기획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이정표이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