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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공모전 수상자들이 보는 비평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
이번 GG 대담에서는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 공모전 수상 이후에도 게임비평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김규리 게임연구자, 이현재 영화평론가, 영이 작가와 함께 그들이 왜 계속 게임에 대해 쓰는지, 그리고 게임비평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Back [인터뷰] 공모전 수상자들이 보는 비평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 32 GG Vol. 26. 10. 10. 게임을 둘러싼 산업과 문화의 규모는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게임에 대해 쓰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자리는 여전히 작고 불안정하다. 게임비평을 실을 지면은 많지 않고, 비평을 읽는 독자와 만날 경로도 제한적이며, 게임을 연구하고 비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계속 게임에 대해 쓰고, 게임을 더 오래 바라보고, 당장 소비되지 않을 이야기를 남기려 한다. 이번 GG 대담에서는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 공모전 수상 이후에도 게임비평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김규리 게임연구자, 이현재 영화평론가, 영이 작가와 함께 그들이 왜 계속 게임에 대해 쓰는지, 그리고 게임비평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공모전 수상 후, 어떻게들 지내시나요? 이경혁 편집장: GG의 대담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덧 공모전 특집을 맞아 그동안 GG의 공모전에서 수상하셨던 분들이 뭘 하고 지내시는지, 게임비평이란 걸로 앞으로도 쭉 무언가 할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하더라구요. 여러분의 근황과 사는 얘기들을 듣고자 초대했습니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해 주시죠. 김규리: 안녕하세요. 저는 2022년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 공모전 1회에 참여했고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GG 필진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쓴 글은 디시인사이드의 <프롬 소프트웨어> 마이너 갤러리에서 특정한 여성 NPC를 죽이는 일종의 관습에 대한 것이었어요. <프롬> 게임에도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었고 갤러리라는 공간이 형성하는 놀이문화에 관심을 가져 비평문을 썼고 감사하게도 수상을 계기로 대학원 진학도 결심하게 됐습니다. 이현재: 저는 이현재라고 하고요, 2023년 2회 GG 공모전 때 비평상을 수상해 필진으로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경희대학교 K-컬처 스토리 콘텐츠 연구소에 있고 계속 기술문화와 서사 쪽 연구를 하고 있어요. 제가 공모전 때 쓴 글은 ‘오픈 월드'에 대한 글이었고 그 사례로 <리니지>를 인용했었구요. 게임 시스템 쪽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게임에서 이런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기획이 되었을까, 혹은 게임 수용자가 그 의도대로 사용하는가에 대해서 관심이 좀 많습니다. 영이: 저는 영이라고 합니다. 저도 2023년 2회 공모전 때 수상을 했고, 그때 쓴 글은 <게임과 행위 원리: 놀이와 협박>이라는 제목이었는데요. 게이머들을 유도하는 게임 자체의 명령과 그것을 따르는 플레이어의 의지가 곧 게임 바깥으로 확장돼서 삶의 의지 자체에 대한 연결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이 대담을 연다면 세 분께 제일 해보고 싶은 질문부터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GG 공모전 수상 이후로도 몇 년의 시간이 더 흘렀습니다. 요즈음도 게임에 관련해서 계속 뭔가를 쓰시나요? 계속 게임과 관련된 뭔가를 하고 싶으신지요. 이현재: 우선 저는 올해 2월에 게임 관련 논문으로 프랑스에서 발표를 했구요. 크래프톤의 <인조이>와 넥슨 엠바크 스튜디오의 <아크레이더스>를 비교하며 AI 모빌리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논했어요. 당시 그 발표에서는 크래프톤과 넥슨의 재무구조 차이가 경영 이사회의 정치구조를 바꾸고, 그 구조가 게임 속에도, 예를들면 AI나 NPC에도 반영된다는 논지의 주장을 폈습니다. 제게 게임이 본업일지 참 많이 고민했는데 본업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왜냐면 가장 결정적인게 돈을 너무 많이 썼어요(웃음). <리니지>를 했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게임은 헤비 유저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헤비 유저들 사이에서도 프랙탈처럼 급이 나뉘고 그 프랙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게임의 역동성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하는데, 저 또한 계속해서 이런 부분에 관심을 두고 글을 쓰거나 연구하는 편입니다. 영이: 저의 경우 글을 쓰는 지분상으로는 게임이 많긴 많아요. 작년에 게임이론서 <게임 코러스>를 내기도 했고, 지금은 <프레시안>의 게임 필리아라는 코너에서 정기 필자로 글을 쓰고 있어요. 그 코너에서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게 많아요. 게임 씬에서 주요 화제라는 게 되게 빨리빨리 지나가잖아요. 그러다 보니 당장 써야겠다는 주제가 딱 생각났을 때 지면이 없으면 놓쳐버리고 추후에 쓰더라도 다른 주제로 묶어야 되는 경우가 많은데. 두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쓰는 자리가 있으니까 뭔가 생각이 났을 때 바로 피드백을 넣기가 좋다고 느껴져요. 그 외에도 게임적인 관점에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이 많이 오고 있어요. 저에게 최근 청탁이 올 때는 오히려 제가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도 '게임 분야를 하시니까 그 관점에서 써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다 보니 제게 어느 정도는 게임의 본업 지분이 큰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영이님의 경우 게임 관련 단행본이 나온 상태고, 한국 사회에서는 단행본이 한 번 나오면 이 사람은 그걸 하는 사람으로 포지셔닝되는 경향이 있죠. 저 또한 멀쩡한 다른 직장 다니다가 단행본을 하나 낸 후 인생이 이 쪽으로 왔다 보니 궁금했습니다. 규리님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김규리: 저는 8월에 대학원 졸업을 했고 이제 무엇을 해야 되지 고민 중인 시점이기도 해요. 저 같은 경우 GG 공모전 수상이 ‘내가 이쪽으로 글을 써도 되는구나' 하는 기회를 확인할 계기였어서, 대학원에 있을 때도 비슷한 기회가 있으면 게임 관련 발표나 레포트를 많이 썼었어요. 예를 들면 전에 SF포럼에서 만든 대학원생 세션이 있었는데, 그때 이상 작품을 글리치의 파열로 해석하고 그의 작품구조가 글리치성을 전면에 내거는 여러 컬트적 게임과 어떻게 엮이는지에 대한 발표를 했구요. 학위논문으로는 게임에서의 로어를 다루었어요. 제가 문학 전공인데, 어떻게 하면 문학이라는 내가 친숙하게 여기는 하나의 텍스트를 바라보는 이 관점을 게임 속에서 잘 통약시켜 볼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문학과 게임 사이 제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도요. 사실 학위논문이 게임적 주제를 다루긴 하지만 전체 분량에서 절반은 문학 텍스트 얘기인데요. 너무 게임 얘기로만 챕터를 짜면 논문 커미티가 안 좋아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본심 심사에서는 왜 굳이 문학을 넣었냐고 하시더라구요. 이런 걸 보면 학교 교수님들도 저를 게임 연구자라 보시는 것 같아서, 이 안에서 제 좌표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를 졸업하고도 계속 고민해야 하는 상황 속에 있네요. 게임 비평의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것들 이경혁 편집장: 세 분 모두 게임에 대해 무언가를 쓰고 싶어 공모전에 응모했고, 당선 뒤에는 어떻게든 그 수상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나의 본업이 게임인가라고 물어본다면 모두의 얘기를 들어보면 마냥 쉬운 것만 같지는 않군요. 혹시 게임과 관련해 글을 쓸 때 어떤 여건이 좀 더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나요? 이런 분들이 게임과 관련된 글 생산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나아지면 좋을까 고민이 있어요. 김규리: 제가 이번에 군산 북페어를 갔는데 독립 단행본이나 무크지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게임 관련 지면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으면 그냥 이런 식으로 지면을 아예 대척해서 독립으로 나가는 방법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물론 그래도 한편으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막막하긴 하죠. 이현재: 제가 게임 관련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사실 출판 쪽에서 제일 큰 기업인 와이즈하우스나 문학동네가 1년 매출이 350억 정도인데, 넥슨은 아시겠지만 4조에 육박하죠. 어쨌든 게임으로 비평을 쓴다는 건 출판 쪽에 더 가까운 일일 거라 매출액부터 격차가 느껴지긴 하는데요. 사실 게임을 하면서도 느끼는 건 게임이 어떤 의도로 어떻게 구성되었고 사람들에게 어떤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건지 알고 싶어하는 유저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그걸 파악해서 아카이빙을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흔적을 남겨놓지 않으면, 나중에 기획자들이나 실무자들이 ‘저 게임을 어떤 의도로 만들었지' 고민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지게 돼요. 그리고 항상 이것도 불만이었는데, 게임 연구를 하면 생각보다 돈이 정말 많이 들어요. 게임 연구 분야에서 온라인이나 다른 게임보다 패키지게임 연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가 연구자료가 훨씬 싸기 때문입니다. 아까 제가 본업 관련 질문에서 돈을 너무 많이 썼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사실 게임에 대한 연구 욕구가 있으니까 돈을 쓴 건데 이게 지원비나 투자를 받는다기보다 사실상 제가 소비하는 걸로 봐야 하는 수준이라 만족스럽지 않아요. 저는 게임 산업이 이런 데에 대한 고민들을 좀 더 날카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분명히 여력이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해요. 뭐 문화재단이나 게임산업협회에서 꾸준히 자리를 만들려 하는 것, 그리고 넷마블이나 넥슨 같은 기업들이 게임 박물관을 만드는 것도 게임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의지가 있다 보니 하는 것일텐데요. 단순히 재무재표만 찍히는 사업이 아니잖아요. 게임사들이 이런 고민을 조금 더 한다면 좋겠고, 또 제 관심사 같이 기획자나 생산자의 의도와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적지 않게 있거든요. 크래프톤이든 NC든 넥슨이든 넷마블이든 이런 부분들에 관심을 좀더 기울여 주십사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김규리: 생각해 보니까 넥슨이 게임 논문 공모전을 2023년인가까지 했었는데 그 이후에 접었네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습니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습니다만... 저는 그렇다보니 GG에 오는 글들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이 사람이 자꾸 비평보다 논문을 쓰려고 하네라는 고민이 늘 있거든요. 항상 청탁할 때 좀 가벼워도 된다고 얘기를 하는데, 필진 그룹에 연구자 출신들이 좀 많다 보니 글도 연구자 톤이고 각주도 참 많이 달리고요. GG에 온 글들은 전부 제가 따로 편집하는데, 나 진짜 각주 20개씩 넣는 사람들 용서하지 않겠어요(웃음). 이현재: 저도 거기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하는데 논문이 할 수 있는 역할과 비평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좀 다르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요즘에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비평도 유튜브에서 하면 되지 않냐는 시선이 있는데 비평이 하는 역할을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이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기업 입장에서는 자기 게임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고, 그 피드백을 광고로 전환시켜야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다이렉트로 유튜브를 연결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것 같지만요. 하지만 피드백을 위해서 광고를 돌리지 광고를 돌리기 위해 피드백을 받는 건 아니잖아요. 어쨌든 각자의 역할들이 있다고 생각을 하다 보니 저도 나름대로 비평을 할 때 적절한 언어를 좀 찾아가는 편인 것 같아요. 물론 그 논문처럼 비평을 쓰시는 분들의 고민도 이해가 안 되지는 않아요. 누가 우리 비평을 읽을까? 어떻게 경로를 넓힐 수 있을까? 이경혁 편집장: 얘기하다 보니 결국 ‘비평을 왜 할까'라는 질문이 떠오르지만 우리가 그냥 이 얘기를 하면 힘드니까 다른 질문으로 돌려 볼까 합니다. 우리 모두들 내가 쓴 비평을 읽는 사람이 있긴 할까라는 고민 갖고 있지 않으세요? GG 사이트도 사실 트래픽이 빵빵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 읽는 사이트 정도의 트래픽이라 생각하는데요. 어떠신가요? 본인들이 쓴 글을 주변에서 많이 읽어 주나요? 김규리: 뭐랄까, 제가 비평에서 다룬 특정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공유되는 식? 비평 자체를 원래 읽던 독자는 아니지만 ‘우리가 파는 게임 얘기 나온다는데 한번 볼까', 이런 식으로 유입되는 분들은 종종 본 적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경로가 아니고 그냥 개인이 찾아서 비평을 읽는다면 무슨 경로가 있을까는 궁금하기는 합니다. 영이: 저는 <게임 코러스> 낼 때 이 책의 독자로 학술이나 예술 하시는 분들보다 제발 그 게임을 하는 분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항상 했었어요. 매체를 너무 도구적으로 향유하려는 시각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요. 제가 원래 연극 쪽을 했었는데, 그 쪽에서도 비슷하게 연극 자체에 대한 열정보다는 이론이나 학문의 도구로 예술을 차용해가는 관습이 있었고 그거에 조금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거든요. 지금도 게임 비평을 쓸 때는 꼭 게임을 우선시하는 분이 먼저 읽어줬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독자 경로를 좀더 찾을 수 있는 방향이 있다면 이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까 ‘자기가 하고 있는 게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는데요, 절대다수는 아니더라도 어떤 게임을 하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게임에 대한 로어나 위키를 형성하는 분들이나 게임의 역사와 개발과정을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나름대로 계시다고 생각해요. ‘헤비 유저가 중요하다'는 아까 얘기와도 연결되는데, 자기가 즐기고 있는 게임의 외부적인 자료를 원하는 게임 플레이어분들이 제가 쓰는 게임 관련 글이나 비평에 연결될 수 있는 경로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해 게임 관련해 파볼 만한 기존 자원과 환경이 갖춰진 해외 풀과 국내 풀이 연결되고 환류될 수 있는 그런 소통 경로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확실히 해외 연결에 대한 니즈가 다들 좀 있으신 것 같습니다. GG 만들때 저도 해외 필진들을 찾으려고 참 분투 중이지만 이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산만 된다면 아시아 전반의 게임 관련 필자들을 다 모아서 파티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김규리: 개인적으로는 <크리티컬 디스턴스>라고 해외에서 관련 전공자가 한 10년 정도 아카이빙을 해온 사이트가 생각났는데요. 여기는 기본적으로 한 주에 있었던 주요 게임 관련 유의미한 기사나 블로그를 큐레이션하기도 하고, 그 주의 신작이나 그 주의 게임 관련 타임라인에서 나왔던 주요 화두를 중심으로 전부 정리해요. 거기가 디스코드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서 자기소개를 했었는데 GG를 말씀드리기도 했지만 일단은 잘 모르시더라구요. 그리고 말씀들을 듣다 보니 비평이라는 전문 영역을 살릴 필요도 있지만 기존의 다른 산업 분야 안에서 비평 글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어떤 세부적인 틀을 그 안에 또 만들어 놓을 수 있지는 않을까. 그 안에서 좀 야금야금 어떻게 자리를 해볼 수 없나 그런 생각도 드네요. 이경혁 편집장: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먹고사는 문제가 참 크네요. 지금 매체 비평 전반이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 아예 씬도 없는 게임 글을 써서 그걸로 먹고 사는 걸 상상하는 것 자체가 되게 발칙한 상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게다가 이 씬에서는 비평을 안 읽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얼마 전에 트위터에 GG에서 올라온 게임 기사가 돌면서 조회수가 올랐는데, 거기 또 그 게임의 덕후 그룹이 있나 보더라구요. 이경혁 편집장: 그래서 아까 영이님 말씀처럼 특정 게임에 하드하게 달려드는 이 그룹들이 비평의 타겟이 되어야 하는가? 그 생각을 했었어요. 단 이 분들은 매체에서 이 게임이 아닌 다른 게임의 비평은 전혀 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김규리: 지금 비평이 소비되는 방식 자체가 마치 2차 창작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데요. 요즘 웹소설들은 무조건 모바일 독자 환경에 맞춰서 글자 수는 50자 이내, 문단은 세 줄 이상 길어져서는 안되고, 무조건 직접 인용으로 대사 처리하는 식으로 스피디하게 생산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다른 한 편 포스타입이나 리디북스에서 연재되는 소설들은 모바일화된 독서 전통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고 그걸 신경 쓰지 않아도 충분히 이걸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요. 왜냐하면 이 독자들은 이런 깊은 문장을 원한다는 그 자신감이 있어서. 포스타입 독자들이 ‘포스타입 소설이 진짜 문학이지' ‘나는 포스타입 읽고 국어 1등급 맞았어'하며 자조식으로 말하는 것도 결국은 이 사람들이 자기에게 익숙한 텍스트를 통해 깊은 독서에 대한 열망을 충족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거든요. 저는 비평이 바로 이 욕망을 저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영역이라고도 생각이 돼요. 그래서 단발성으로 끝나버리는 이 욕구들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연결고리를 계속 만들까, 그게 이 전체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데도 정말 주요한 관건이 될 것 같아요. 이현재: 장기적 플랜 하니까 저도 생각났는데, 비평이 <씨네21>도 그렇고 <만화규장각>도 그렇고 하다못해 게이머즈를 생각을 해봐도 그렇게 부수가 엄청 찍힌다던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보지 않잖아요. 어디선가 계속 비평을 읽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고 하고 유튜브만으로는 부족하다는데 왜 그 사람들이 비평 쪽으로 오지 않고 이게 판매로 전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느낌도 커요. 버즈들은 분명히 잡히는데 왜 그 버즈가 트래픽으로 전환이 안 될까, 어떤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들이나 개량하는 방식들도 한계에 다다른 건 아닐까요? 이경혁 편집장: 실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저는 실제로 비평을 읽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있긴 있지만, 비즈니스 덩어리가 될 수 있는 매스의 규모로는 안 되기 때문에 아까 얘기한 포스타입 같은 소액 매출로 돌아가는 구조까지밖에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처음에 GG를 설계할 때 구독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거였어요. 현재 그 많은 비평을 하겠다는 독립지들이 전부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일회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게 아닐까 해요. 한 번 보고 말지 두 번 돈을 내는 독자가 거의 없다는 거죠. 만약 GG를 정말 돈 내고 보라 그러면 몇 명이나 볼까 싶습니다. 영이: 말씀 듣다 보니 외국의 게임 저널과 국내 비평지들은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졌어요. 한국에서는 그런 현상이 없는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외국은 , <코타쿠> 등지에서 제도권 기성 비평가들이나 게임을 안 하지만 비평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 플레이어들과 형성하는 대립 관계가 설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그만큼 게임 비평을 사람들이 많이 읽어서 이런 식의 대립 관계가 설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비평을 읽으니까 비평가 욕을 하는 거고 글을 읽었으니까 이 사람 게임 안 했네, 이런 비판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거기서는 어떻게 그런 시스템이 가능한 걸까요?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외국의 <가마수트라>나 <코타쿠> 같은 게임 비평지와 GG는 또 성격이 좀 다르죠. GG는 그것보다는 좀더 아카데믹한 영역에 와 있긴 해요. 한국도 외국과 비슷한 게임비평 전통을 만들려는 시도가 과거에 있었어요. 90년대 00년대에 나오는 오프라인 게임 잡지에서 시도가 있다가 실패를 합니다. 평론가들이 심지어 비평 관련 담론을 만들지도 못한 상태에서 웹진들이 하나하나 날아갔고, 지금 남아있는 웹진은 00년대의 온라인 게임 붐 속에서 커뮤니티를 베이스로 성장하게 됐어요. 인벤이 살아남은 이유도 와우 인벤 때문이었고 루리웹도 사실상 커뮤니티인데 지금 웹진 기능을 붙잡고 있는 정도지요. 비즈니스의 주도권이 커뮤니티에 더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웹진에서 비평을 다루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수익 문제도 있고 광고에 의존을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광고를 준 게임에 대한 비평이라는 게 어려워지는 것이고. 예전에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비평의 영역을 보완했어요, 소위 말하는 게임 갤러리에 글 쓰는 사람들이 그 니즈를 충족해 줬죠. 어떻게? 공짜로. 그게 몇 년간 몇십 년간 쌓이다 보니 한국에서는 비평이 유료매체의 형태로 발행되거나 비평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기반을 담보하지는 못하는 형태로 자리를 잡은 거죠.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는 우리와 다른 길을 간 것인데 그게 한편으로는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비평의 역할 이경혁 편집장: 어쨌든 저는 독자들은 우리의 글을 대개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게 돈을 내는 건 다른 문제라 보고 이건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비평이 잘 된다는 건 질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이고, 그런 질 좋은 글을 만드는 생산구조를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것일텐데요. 우리가 너무 먹고 사는 얘기만 한 것 같아 이번엔 좀 하이한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비평 공모전의 당선자로서 여러분은 비평이 왜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이현재: 저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해왔는데 비평은 콘텐츠의 가장 끝단에 있는 캡스톤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요. 캡스톤은 그 구조물에 대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지만, 없다면 건축적 관점에서 봤을 때 방향이 사라져요. 그래서 그 방향이 어디가 되어야 하는지 지목해 주는 역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걸 비평이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잘못된 방향설정을 할 수도 있고 늘 설정한 방향대로 가지는 않지만요. 최소한 게임 비평이 어떤 시기에 특정 게임에 대해, ‘이 게임이 NN년에 런칭을 해서 반년간 서비스가 되었고 N주년을 뒤돌아보니 이 게임이 쌓은 이야기가 이런 거더라'라고 정리할 수 있을 아젠다를 던져줄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영이: 비슷하게 생각하는데, 공연 예술에는 '내부 비평가'라는 직함이 있잖아요. 그게 다른 분야보다도 더 필요한 이유는 공연예술이 무정형적이고 휘발성이 강하고 텍스트로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 피드백이 바로바로 환류되기 쉽지 않아서에요. 단순히 관중이나 극이 올라간 이후 비평가의 말만 가지고서는 이게 어떻게 보이고 이걸 어떻게 만들지 잡아가기 쉽지 않다 보니 제작과정에서 내부 평가가 실시간으로 존재해야 방향성이나 균형을 흔들리지 않게 할 수 있거든요.저는 게임도 공연 예술이랑 닿아있는 점이 많다고 생각을 해요. 휘발성 있고 무정형적이고 텍스트 기반이 아니라는 점에서. 게임이 텍스트 기반이 아니라 보는 이유는, 게임 경험이라고 하는 게 게임 소프트웨어만으로 완성이 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이것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반드시 존재해야만 작품이 완성되는 장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비평의 역할 또한 단순히 윤곽이나 형태가 뚜렷하게 잡히고 고정된 예술이 아니라 어떤 과정 중심적 예술의 형식이 강하죠. 그렇다보니 비평이 텍스트로 사후적으로든 과정 중에서든 어떤 방향의 형태를 잡아주는 것이 작품의 생명에 있어 꽤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그렇기에 다른 장르보다도 게임 분야에서 게임 외적 영역이 활성되어 있고 비평에 대한 욕구 또한 그런 데서 창출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게임이라는 원본의 형태만으로는 이 향유자인 플레이어들도 부족하다고 느껴서요. 그래서 작품 생명의 연장선으로서 게임 비평이 기능하는 역할이 크다고 저는 느껴집니다. 김규리: 앞의 두 분들은 진지하게 말씀하셨지만 사실 저는 그냥 제가 좋아서 비평을 쓰고 싶거든요(웃음). 저는 항상 문화론 이후 수혜를 받은 그 문학과의 전통 안에서 공부해와서 그런지, 굉장히 보잘것 없어 보이는 텍스트라도 그 안에서 어떤 단면을 포착할 수 있고 그걸 부각할 수 있는 나의 시선이 있으면 충분히 이야기 가능한 대상이라는 것을 거의 대전제처럼 훈련을 받아왔어요. 마찬가지로 게임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저는 <데스티니>라는 지금은 업데이트가 종료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5-6년간 했는데. 이 게임의 작가진들이 미국적 세계관과 그를 통해 만들어진 이항대립적 서사를 어떻게 요리하며 비선형적으로 나아가고자 했고 실패했는가,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근데 리뷰나 유튜브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그냥 ‘<번지> 게임사 다양성 생기다 망했다', 아니면 ‘<번지>가 <소니>랑 결합을 해서 망했다' 이런 식으로 소비된단 말이죠(웃음). 어떤 작품에 대한 호오를 표출할 수 없게 굳어버린 매체 지형 안에서 호오를 그런 방식으로 그냥 쏠리게 하지 않고 재미있게 얘기를 풀어보고 싶거든요. 그럴 때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게 비평인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마지막 말씀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도 좀 드네요. 게임 담론장에 아사리판이 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비평을 더 살려야 하는건 아닌가, 그런 당위는 나올 수 있겠다 싶어요. 다만 비평가들이 아무리 여기서 매우 정치하고 준비된 이야기를 제시한다 하더라도, 자기들끼리 안온한 공간에서 고담준론이나 펼치는, 나쁜 표현으로 얘기하면 ‘선비질'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 않나요? 김규리: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있으신 분은 제발 좀 알려주세요 저한테(웃음). 이현재: 오픈 월드가 나온 <엘든 링> 때부터 뭔가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대중은 고정된 방식의 이야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수동성을 적극적으로 소비해요. 유튜브로 대부분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그렇고요. 글은 어느 정도 내 속도를 가지고 내가 이해한 만큼 봐야 되는 건데 그걸 유튜브로 듣는다는 건, 유튜브가 맞춰준 속도의 정보 값을 받아들이겠다는 거니까요. 웹툰은 계속 하향 중인데 쇼츠가 엄청나게 성장하는 것도 영상 매체가 주는 수동성으로 대중이 계속 옮겨가는 것 같거든요. 그러면 여기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다는 흔적 정도는 최소한 남겨놔야, 우리가 지더라도 '그래도 우리는 뭐라도 한 번 해봤지 공격도 안 해보고서 지진 않았다'고 면피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저는 요새는 실제로 이런 마음으로 비평을 하고 있어요. 특히 '지금 있는 문제 다음에는 어떨 거냐' 이런 이야기는 논문으로 쓴다면 팩트가 근거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리젝을 당하는 주제일 거에요. 하지만 비평에서는 지금 있는 상황을 넘어 한 발 더 가볼 수 있잖아요. 한 발 앞이 아니라 두세 발 앞을 보는 거는 모험이 필요한 일이고, 돈이나 소비가 많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이런 기능들을 비평이 어쨌든 할 수 있고, 지금 대중이 보고 싶지 않은 글이더라도 언젠가 여기서 결국에는 발굴이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씨앗을 하나하나 뿌려야 하고.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서 여기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으면은 그래도 한번 해볼 만한 일이지 않나라고도 생각을 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오늘 대담은 수상 이후로 얼굴 뵌지 오래된 여러분을 한번 뵙고 겸사겸사 공모전 시즌을 기념해 어떻게들 사는지, 비평이란 무엇인지라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내년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공모전을 하게 될 텐데요. 먼저 경험하신 분들 입장에서는 비평을 쓰는 일을 자기 타이틀로 갖고 싶은 사람에게 특별히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으신가요?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홍보하시고 싶은 출판물이나 작품이 있다면 여기서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김규리: 비평은 본인이 비평을 쓰고 싶다고 착안했던 원 텍스트의 매력을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텍스트의 매력을 포착하고 나서 이걸 어디에 연결시킬 건지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게임에 대한 특성이나 해설, 매력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상을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글이 확장되기 어려운 순환 구조 안에 닫히게 될 위험도 있다고 생각해서요. 이현재: 제가 속한 경희대 K-컬처 스토리콘텐츠연구소에서 이번에 책을 냈는데요, 출판원에서 생각보다 책이 많이 안 팔렸다는 얘기를 들어서(웃음) 여기에 홍보를 해보려 합니다. <2026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이라는 책이고, 저는 여기서 게임 파트 집필을 담당했어요. 한류와 K컬처의 연장선상에서 다루는 게임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있다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Tags: "인터뷰", "게임비평공모전", "게임비평", "게임 연구자", "비평의 미래", "김규리", "이현재", "영이", "게임 코러스", "Interview", "Game Criticism", "Game Criticism in Korea"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수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논문세미나] ‘We Will Take Your Heart’: Japanese Cultural Identity in Persona V
본 논문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게임, 젠더 연구자인 로렌스 허프스(Laurence Herfs)가 일본 학술지 ‘Replaying Japan’에 2021년에 투고한 논문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외부자의 시선(특히 서양)에서 일본 게임을 일본 학술지에서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기에 소개해보고자 한다. < Back 18 GG Vol. 24. 6. 10. Tags: 페르소나, 쿨재팬, 오리엔탈리즘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ujin Park A graduate student who has stepped into game studies. Currently taking courses at the Graduate School of Core Ethics and Frontier Sciences at Ritsumeikan University in Japan. Lately, exploring the varied game experiences mediated by games, as well as subculture within Japan. Writing is still hard.
- 방치형게임, 누가 어떤 마음으로 운영할까? 〈어비스리움〉운영진 인터뷰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일상의 많은 것이 컴팩트해졌다. 손안의 기기는 지갑이 되기도 하고 영화를 찍는 촬영 장비가 되기도 한다. 게임 또한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다양한 갈래를 보이고 있는데, 방치형 게임이 그중 하나다. ‘지금부터 당신의 수족관이 시작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되는 〈어비스리움〉은 외로운 산호석이 친구를 찾아 힐링한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아무것도 없던 산호석 주변에 각종 물고기와 산호가 늘어나는 모습은 한 사람의 사회적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유저가 힘들여 움직이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 Back 03 GG Vol. 21.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ahin Park Interested in the boundary between the real and the virtual. Recently returned to a certain online game.
- 게임과 예술: 게임 플레이 경험을 깊이있게 만드는 것은 가능한가
‘게임은 예술인가’라는 질문은, 그 질문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합리적인 대답을 기대한다면 생산적일 수 없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게 되는 “미적 경험(aesthetic experience)”에 대한 사유가 게임을 예술 또는 비예술로 분류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접근 방법임을 주장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 Back 게임과 예술: 게임 플레이 경험을 깊이있게 만드는 것은 가능한가 12 GG Vol. 23. 6. 10. You can see this article's english version at below URL: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match=id:229 ‘게임은 예술인가’라는 질문은, 그 질문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합리적인 대답을 기대한다면 생산적일 수 없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게 되는 “미적 경험(aesthetic experience)”에 대한 사유가 게임을 예술 또는 비예술로 분류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접근 방법임을 주장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적 작품이란 곧 미적 경험의 주입과 같은 것이 아닌가요?” 이에 대한 대답은 ‘당연하다’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와 같은 ‘경험’의 유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게임이 다양한 감정을 지닌 주인공이 겪게 되는 복잡다단한 내면의 상태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면, 우리는 게임을 문학이나 철학적 작품과 비교(하고 또 그에 따라 판단)하고자 할 것이다. 나의 제안은 (게임의) 예술적 지위 여부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벗어나 그 경험을 조망함으로써 관심의 초점을 (기껏해야 미심쩍을 뿐인 목표인) 게임의 고급 문화로의 편입으로부터 보다 심오한 게임플레이 경험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플레이 경험 깊이의 심화라는 목표는, 우리로 하여금 그 경험에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면서 게임이 기존의 경험적 한계를 넘어서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미학’ 그리고 ‘경험’ 게임은 멀티미디어 작업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게임은 숙련된 개인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져 단일 매체의 경계를 가뿐히 넘어서는 종합예술(Gesamstkunstwerks)라 부를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우리는 그 초점을 전체적인 경험에 맞추거나, 또는 시각적 재현이나 애니메이션, 레벨 디자인, 대사, 음악 등 보다 협소한 부분에 맞출 수 있다. 여기서 내가 ‘경험’이라 칭한 것의 개념은 ‘미학(또는 미적인 것)’의 개념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통해 드러날 수 있는데, 그 의미는 다원적이다. 서양 미학은 일반적으로 아이스테시스(aísthēsis, 감각 및 그로부터 얻는 분별력)과 노에시스(noesis, 순수하게 지적인 이해 또는 이성의 적용)을 구분해왔다. ‘미학’은 종종 ‘감각(sensation)’, ‘지각(perception)’ 및 ‘판단(judgement)’의 개념이 중첩되어 확장된 방식으로 이해되곤 하는데, 여기서 감각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감각적 경험을 통해 얻는 것이고, 지각에서는 관찰자의 활동이 대상을 인식하거나 인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며, 판단의 경우 미학적 판단이 개념이나 이성의 적용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닌다. ‘게임 미학’이란 컴퓨터게임, 디지털게임 또는 비디오게임이 지니는 특별한 독특성을 함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게임 미학은 ‘게임의 플레이란 어떤 느낌인가’와 같은 게임플레이 경험의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감각을 통해 특정한 유형의 경험이나 인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는데, 미학적 관점에서 연구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지속적으로 소위 ‘고급’ 문화(high culture)와 대중문화(popular culture)간의 연속성을 주장해왔다. 듀이의 생각은 인간이 분열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와 같은 분열은 우리의 (감정적, 지적, 감각적) 능력이 서로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지 못하도록 구획되거나 분리될 때 발생한다. 이 분열은 ‘예술’의 영역이 ‘생활’의 영역과 분리된 것으로 여겨지는 순간에 발생하는데, 예컨대 미술 갤러리나 오페라 하우스 같은 지정된 공간에 진입할 때에만 미적 경험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그리고 그 외부에서는 미적 경험이 불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그 순간에 발생한다. 이러한 인식은 결국 그 외의 다른 모든 경험들을 비(非)미적인 것으로 방치하는 것이자, 심지어는 임금을 벌거나 집 청소하기, 건강 유지, 친구와의 대화 등 다양한 여타의 경험들을 직접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적인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거기에는 다른 어떤 가치도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즉각적인 경험(immediate experiences)이 향상되면서 미적 경험이 개인의 주요 관심사와 삶에 통합될 때 가능한 풍요로움을 놓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가, 큐레이터, 비평가들을 탓하자는 뜻은 아니며, 예술세계에 우리의 경험을 깊이 있게 발전시킨 작품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 그러한 작품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예술세계를 분리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원하는 금전적 이해관계가 실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비/예술의 구분을 짓는 권력을 공고히 하고 ‘이것이 예술이다’라는 상징적 지위를 부여하는 권능은 현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게임은 예술인가?’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중요 가정들이 내재하는데, 이러한 가정들이 게임 플레이 경험에 대한 세밀한 주의력을 발전시키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우선 어떤 것이 예술 작품인지 아닌지를 추정할 때 적용되는 ‘예술’의 개념에 대한 가정이 있다. 이러한 가정은 이분법적으로 분류함으로써 질문의 확장을 억압할 수 있다. 둘째, ‘게임’을 단일한 카테고리로 묶는 가정이 있다. 이는 단일한 장르에서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게임플레이를 분석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대부분의) 다른 예술 작품들의 방식을 통해 식별이 가능한 객체 또는 작품이라고 보는 가정이 있다. 이러한 인식틀에서 (게임의 미적) 가치는, 게임플레이의 경험을 최대한 활성화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게임플레이에 들여오는 과정보다는, 개발자의 예술적 통찰이 담긴 표현에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다크 소울(Dark Souls, 2011, From Software)〉 같은 게임이 우울증에 대해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는데, 그와 같은 플레이어의 경험적 변화를 만들어낸 것은 긴 과정 동안 형성된 플레이어와 게임 간의 연결 속에서 플레이어가 가지게 된 심리적 상태(와 게임플레이에 대한 전념)였다. 비평가의 미학적 기준 지난 2005년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Roger Ebert)는 저자의 통제를 필요로 하는 문학이나 영화 등의 진지한 예술과는 달리, 본래적 속성상 플레이어의 선택을 요하는 게임은 예술의 위상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후에 이와 같은 발언이 바보같은 짓이었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에버트의 주장은 게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관점 - 게임은 유치하고, 세련되지 못하며, 즉각적인 만족을 충족시킬 뿐이며, 화려한 시각효과만 가득하고, 모호성을 배제하기 위해 정량화되고, 저속한 감정에 영합하는 것이라는 - 에 부합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수행했던) 로저 에버트의 주장에 대한 해체나 반박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의 본질을 강조하려 한다. 그 주장이란 예술의 지위를 진지하게 다투려면 게임이 다른 예술 형식들과 같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이와 같은 주장은 논쟁의 여지조차 없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며, 심지어 일부 게임 철학연구자들조차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예술 철학자인 그랜트 태비노어(Grant Tabinor)는 주로 게임을 예술로 간주할 수 있을지와 같은 존재론적 문제를 연구해왔다.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음에도, 그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일부 비디오게임만이 예술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접근 방식은 예술에 대한 기존의 정의에 기반하여, 게임이 해당 조건을 충족시키는지 여부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어떤 단일한 이론에만 의존하는 접근은 피하는 대신, 미적인 속성이 목록화된 ‘클러스터 이론(cluster theory)’의 방식을 취했다. 즉 목록의 미적인 속성 중 충분한 수를 충족시킨 게임은 예술작품이라 간주되는 것이다. 2009년의 저작 〈The Art of Videogames〉의 177페이지에서 태비노어는 미학자 베리스 거트(Berys Gaut)가 제시했던 클러스터의 정의를 언급하는데, 이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속성들에 부합하는 것을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것들은 예술 작품이 아니다: (1) 아름다움이나 우아함 등(감각적인 즐거움의 기반이 되는 속성)과 같은 긍정적인 미적 속성을 지닐 것, (2) 감정을 표현할 것, (3) 지적으로 도전적인 것(예를 들어 기존의 견해나 사고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 (4) 형식적으로 복합적이되 일관될 것, (5) 복잡다단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 (6) 개별적인 관점을 보여줄 것, (7) 창의적인 상상력을 수행할 것(독창적일 것), (8) 숙련된 고도의 기술로 생산된 인공물 또는 퍼포먼스일 것, (9) 기존 예술 형식(음악, 회화, 영화 등)에 속할 것, (10) 예술작품을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산물일 것 태비노어는 베리스 거트가 예술 작품이라면 이와 같은 10개의 조건을 전부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군집적인 정의를 구성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태비노어가 기존의 클러스터 이론이 제시한 이와 같은 조건들이 광범위하게 옳다는데 동의하는 것 - 그러한 이론이 세부 사항에 대한 수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을지라도 - 은 명백해 보인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 따라 그는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 1978, Taito)〉나 〈레드 데드 리뎀션(Red Dead Redemption, 2010, Rockstar San Diego)〉 등 게임계에서 클래식으로 인정받은 게임들을 예술적 지위에서 배제했는데, 왜냐하면 이 게임들은 클러스터 이론과 매우 부분적으로만 중첩되었기 때문이다. 〈Routledge Companion to Game Studies(p. 60)〉의 한 챕터에서 태비노어는 〈레드 데드 리뎀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레드 데드 리뎀션〉은 최신 게임 예술의 정점으로서 자주 거론되지만, 게임의 드라마나 내러티브는 섣부르게 흉내낸 파생적인 서부극에 가깝다. 영화로 치면 단호하게 B급이다. 많은 경우 게임의 서사나 캐릭터, 연기, 각본 등에서 낮은 수준이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승인된 예술에서 나타나는 세련됨의 정도에 도달하는 경우를 게임 중에서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상기의 글은 결국 〈레드 데드 리뎀션〉에 대해 ‘내러티브, 캐릭터, 연기, 각본’에 따라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그와 같은 요소들은, ‘상호작용(또는 그 고유한 속성을 지칭하는 다른 프레임)’에 의해 생성되는 게임플레이 경험의 리듬이나 느낌보다는, 클러스터 이론에 더 부합하는 것들이다. 결국 태비노어는 게임이 단순히 기존 예술형식의 파생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하나의 예술 형식이라고 보는 입장임에도, 클러스터 이론을 적용한 그의 주장은 기존의 예술 이론에서 나온 (미적) 속성의 목록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러한 속성들은 게임이 예술로서의 자격 - 심지어는 게임이 미학적으로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는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 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은 문화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수립된 것들이다. 결국 태비노어의 철학적 방법론은 이와 같은 결과로 이어져 버렸다. 게임으로 작업하는 예술가들은 게임플레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기존의 철학 분야만 게임플레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계는 중립적인 역사적 맥락 내에서 게임을 소개함으로써 게임플레이의 속성에 관한 문제를 우회하는 경향이 있다. 영국에서 최초로 열렸던 게임 전시는 2002년 바비칸 아트 갤러리(the Barbican Art Gallery)에서 열렸던 〈Game on: the History and Culture of Video Games〉였다. 미국의 스미소니언 미술관(The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또한 2012년 The Art of Video Games 전시를 통해 〈컴뱃(Combat, 1977)〉에서부터 〈리틀 빅 플래닛(Little Big Planet, 2011)〉까지의 과정을 역사적으로 접근했다. 또 다른 (우회) 전략으로는 게임의 아바타나 가상세계 거주의 개념, 게임의 표상적 측면 등 게임에 대한 이해에 있어 보편적인 측면들을 앞세우는 것이 있다. 미국의 아티스트 코리 아켄젤(Cory Arcangel)은 게임의 시각적 측면에 관념적으로 접근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게임-관련 예술(game-related art)’ 가운데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현대미술 박물관, 휘트니 박물관, 시카고 현대 미술 박물관 등지에서 전시되었다.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1983년의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모딩하여 푸른 하늘과 8비트의 하얀 구름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없앤 비디오 설치 작품 〈슈퍼마리오 클라우드(Super Mario Clouds)〉가 있다. 여기에는 마리오도, 쿠파도, 굼바도 없다. 이 작품에서 게임플레이는 시각적 명상(visual contemplation)을 위해 퇴치되었다. 아켄젤은 또한 2011년 바비칸에서 〈Beat the Champ〉라는 전시를 선보였는데,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간 순서대로 14개의 볼링 게임을 정렬한 이 설치 작품에서도 게임플레이는 배제되었다 . 전시 공간을 걸어가면서 관객은 볼링공이 핀에 부딪히는 소리가 아닌 거터볼(gutter ball)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는 점수를 낼 수 없도록 아켄젤이 볼링 게임들을 프로그래밍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갤러리의 관객들은 로저 에버트가 찬양했던 작가적 통제(authorial control)와 조우하게 된다.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실패)에 대한 사유를 유도하기 위해 디자인된 실패한 볼링 게임의 상황을 관객들이 오디오-비주얼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플레이의 경험적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실패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사회적 및 게임의 맥락이 거세된 (미리) 결정된 실패다. 전시회장에 전시된 콘솔의 존재는 - 해당 전시에서 게임 플레이는 단순한 녹화본이 아니었다 - 관객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없다는 불능성(inability)을 강조한다. 이 불능성은 게임플레이와 연계되어 발생하는 긴장과 불안, 춤을 추듯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의 움직임, 게임 리듬에 적응해가는 과정, 피할 수 없는 좌절, 그리고 어떤 게임이 가장 매력적인 게임플레이를 제공했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판단을 경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아켄젤은 게임을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들었으며, 이는 또한 그가 게임을 전시한 방식이기도 하다. 〈수퍼마리오 클라우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 예술성은 전시의 개념적이고 시각적인 측면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예술 세계에서 익숙한 언어다. 하지만 이는 분명 게임이 아니다. 하나의 경험으로서 게임플레이의 신체적 도전 또한 다뤄지지 않았다. * Image from: https://coryarcangel.com/shows/beat-the-champ 한편, 로비 쿠퍼(Robbie Cooper)의 설치작품 〈Immersion(2008)〉은 게임플레이를 핵심적인 관심사로 둔다. 이 작품은 전세계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들의 신체적인 반응을 기록한 것 인데, 아이들의 게임 플레이로 구성된 부분이 눈에 띈다. 플레이어 얼굴의 고화질 캡쳐는 플레이어들의 순간적인 마음 상태를 우리가 엿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이 작품에서 카메라는 마치 플레이어들이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는 듯한 위치에 놓여있다). 비록 바뀌는 게임 화면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신 게임에서 들려오는 사운드와 플레이어의 얼굴 표정 및 신체 자세 간의 대응을 볼 수 있다. 한 소녀가 격투 게임인 〈철권5: 다크 레저렉션(Tekken 5: Dark Resurrection)〉을 플레이하고 있다. 타격이 이어지면서 캐릭터들의 신음소리나 고함소리 등과 함께 특수 효과가 곁들어 진 사운드가 들린다. 우리는 게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맞출 수 있는데, 왜냐하면 〈철권〉을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움직임이 어떤 사운드를 내는지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쿠퍼의 주체들이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인지적으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으며, 또한 플레이어에 의해 어떤 행동이 수행되었으며 이후 그러한 행위가 플레이어-게임 간의 장치적 루프(machinic loop) - 즉 게임플레이 - 내에서 플레이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겪는 경험의 복잡성 및 그러한 경험이 플레이어의 신체적 존재감과 어떤 식으로 엮여들어가는지에 대해 우리가 주의를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 쿠퍼지만, 그 너머를 밝히는 것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거울을 들어 보여주기는 했지만 관련해서 주석은 달지 못한 셈이다. * Image from: https://robbiecooper.com/project/immersion 게임 경험을 발전시키기 위해 기존의 게임플레이 규범에 도전하는 인디 게임개발자들은 플레이어와 개발자들이 ‘좋은 게임플레이’ 모델로서 수용하여 일반화된 장르 경험을 인식시킴으로써 우리의 게임 경험을 발전시켜왔다. 그에 따라 그들은 현재의 게임 디자인에 있어서 진부해진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대안적인 경험은 무엇일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해왔다. 물론 보다 규모가 큰 개발사들도 이러한 시도를 해왔다. 나는 여기서 그와 같은 혁신의 역사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와 연관된 인디 게임의 사례들은 수없이 많고, 이에 대해서 다른 곳에서도 많이 논의가 되어왔으므로, 여기서는 간결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려 한다. 우선 〈언더테일(Under Tale, 2015, Toby Fox)〉은 어떤 상황에서 우리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유일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그리고 그것이 게임플레이가 생성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플레이어로 하여금 RPG라는 장르가 지녀온 가정을 대면하도록 만들었다. 〈브레이드(Braid, 2008, Number None)〉는 시간-기반 메카닉의 가능성을 열어젖히면서 많은 게임들에 영향을 미쳐왔던 인과성에 대한 생각을 재고토록 했다. 〈스탠리 패러블(Stanley Parable, 2013, Galactic Cafe)〉는 게임 내 반복성의 한계를 통해 선택과 자유의 문제를 다루면서 게임 속 자유가 궁극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다뤘다. 〈항아리 게임(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 2017, Bennett Foddy)〉는 플레이어가 ‘(스스로를) 이겨내는 것’이 가능한지, 아니면 그 자신의 자아 또는 ‘하드코어 게이머’로서의 정체성을 위해 자신에 대한 가혹한 기대 속에 갇히게 되는지를 통해 플레이어와 그 자신 간의 관계를 시험하게 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게임들이 게임플레이 경험에 대한 성찰을 유발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신중한 제안들을 기다려야 한다거나 게임의 예술로서의 지위나 미학적 경험을 그러한 게임들에 온전히 의지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깊이 있는 게임플레이 경험을 위해 일상의 삶과 예술을 통합하자는 존 듀이적 프로젝트는 우리가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어 예술적인 관심을 일상으로 가져올 때에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이는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다. 이번 글에서 나는 게임플레이 ‘경험’ 및 그 경험을 깊이 있게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각 개인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게임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그러한 능력을 고양시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규범에 맞춰 자신들의 능력을 구획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듀이적 이념과 부합한다. 다양한 범주의 게임들이 공유하는 게임플레이 경험이 지니는 보편적인 측면들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와 같은 기술적인 일반화(descriptive generalization)는 개인들이 특정 상황에서 겪게 되는 특정한 경험들에 대한 희미한 그림자일 뿐임을 인정해야 한다. (게임 플레이 경험에는) 게임의 메카닉을 내재화하고, (게임에) 적응해가면서 추론해낸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대응하면서 점진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술이 발전하는 것에는 기쁨이 존재한다. 또한 다양한 선택에 대한 전략적 평가와 그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한 추측이 존재한다. 관련성 여부에 따라 정보의 조각들이 선택적으로 기억되거나 잊혀지는 긴장이 존재한다. 또한 (게임플레이 경험에는) 움직이는 특정 자극에 대해서 지적이지만 무의식적인 주의 집중 - 다른 것에는 향하지 않는 - 이 존재하는데, 이는 복잡다단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회와 위협을 추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휴식과 패배 또는 승리가 걸린 순간들이 흘러들어왔다가 나가는 흐름에 대한 감상도 존재한다. 일부 레벨 같은 특정 맥락에서는 찰나의 행동이 일부 가능성을 응축시키고 다른 가능성을 차단하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예리한 인식이 존재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으로, 콘트롤이 포기되면서도 행사되는 고요한 순간에 자동적이고, 직관적으로, 그리고 원숙하게(능수능란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게임플레이 경험과 관련해서 기억상실을 겪곤 한다.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을 우리 자신의 머리 속에서 단순한 '재미'의 경험으로 치부하고는 나중에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예술’이라 여기지 않는 것에 대해 미학적 관점을 적용하지 않는 탓이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을 보다 나아지거나 도전을 이기는 유형의 훈련으로 여겨, 그 진척의 정도에 따라 가치를 측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 대신, 게임플레이의 윤곽과 질감에 대해 곰곰히 곱씹어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게임플레이가 어떤 식으로 펼쳐졌고, 어떻게 발전해갔으며, 어떤 부분이 다를 수 있었을지, 그리고 그 가운데서 우리를 매료시켰던 점 또는 그렇지 못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물론 게임플레이 중에는 수행해야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그 순간에 그와 같은 성찰을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 능숙해질수록 그와 같은 성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월해질 것이다. 그와 같은 성취(게임 내에서의 성취와 게임플레이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대한 성취 모두)를 이루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습관의 철학자인 클레어 칼라일(Clare Carlisle)은 생각, 신체적 감각 및 감정적 반응에 대한 우리의 주의력이 행동을 통해 습관화할 수 있으며 감정적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복잡다단한 게임플레이 경험 속에서 우리는 그 경험의 미학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고양시킬 수 있을 것이며, 그에 따라 우리의 경험에 깊이를 더함으로써 게임이 잠재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포용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Tags: 예술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펑 주 펑 주 박사(Dr. Feng Zhu)는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의 디지털 인문학부에서 게임과 가상환경(Games and Virtual Environment)을 가르치고 있으며, 권력, 주체성, 놀이의 교차점으로서 게임플레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로 우리가 게임플레이를 통해 어떤 식으로 습관화되는지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수행하며, 특히 반영성과 주의력의 양가적 형태를 심어줄 수 있는 종단적 자아 형성으로서 게임플레이 형식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서 일부는 존재의 미학적인 측면에서 해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인터뷰]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만들어내는 게임 문화: PUBG UX 유닛 한수지 실장,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
그러나 오늘날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보이스 채팅이 생기고, 다양한 방식의 전술적 소통 방식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이런 변화는 게임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게임의 재미와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PUBG의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과 UX 유닛 한수지 실장을 만나고 왔다. < Back [인터뷰]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만들어내는 게임 문화: PUBG UX 유닛 한수지 실장,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 14 GG Vol. 23. 10. 10. 2005년 스타리그 듀얼 토너먼트 , 임요환과 문준희의 경기는 스타리그에 채팅을 금지시켰던 경기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 본진이 좁았던 포르테 맵에서 임요환이 몰래 멀티를 한 뒤 , “좁아 ㅠㅠ”라고 채팅을 쳐서 상대의 방심을 유도했던 것이다 . 이 경기는 당시 게임 문화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텍스트 채팅은 오랜 기간 우리의 게임 문화를 만들어 온 수단이자 ,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 그러나 오늘날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 보이스 채팅이 생기고 , 다양한 방식의 전술적 소통 방식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 이런 변화는 게임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게임의 재미와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 PUBG 의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과 UX 유닛 한수지 실장 을 만나고 왔다 . 특히나 텍스트 채팅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담당하는 실무진들은 위와 같은 고민을 심도 깊게 하고 있었다 . 이경혁 편집장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한수지 실장 : 안녕하세요 . 저는 PUBG 스튜디오에서 배틀그라운드 인게임 , 아웃게임 두 공간에서의 유저 경험을 설계하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한수지라고 합니다 . 이경혁 편집장 : 말씀하신 지점에서 인게임 , 아웃게임이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 한수지 실장 : 저희는 아웃게임이랑 인게임을 구분하고 있어요 .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공간을 저희는 인게임이라고 부르고 있고 , 로비나 상점 이런 것들이 있는 곳을 아웃 게임이라고 말을 하고 있고요 . UX 유닛은 그런 공간을 책임지고 설계하고 , 구현하는 곳이에요 . 문휘준 팀장 : 네 . 저는 UX 유닛에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환경을 디자인하고 있는 문휘준 팀장입니다 . 이경혁 편집장 : 반갑습니다 . 그러면 저희가 그래픽을 하는 팀과 화면 설계를 하는 팀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 한수지 실장 : 네 . 크게는 UX 와 UI 로 팀이 나뉘어있고 , 그 팀들이 하나의 유닛으로 묶여있는 단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오늘은 저희가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영역들에 대해 질문을 좀 드리고 싶은데요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인게임과 아웃게임을 구분했을 때 , 아웃게임에서는 상대적으로 유저들의 소통이 좀 적은 편일까요 ? 한수지 실장 : 보이스 채팅 기준으로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 하지만 로비에서도 텍스트 채팅이 있어서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고요 . 모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 로비에서도 같이 이모트로 소통을 할 수 있어요 . 그래서 한 명이 춤을 추면 따라 춘다거나 박수를 치는 이모트를 통해서 상호작용을 할 수가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렇군요 . 배그를 즐겨 했는데도 그건 몰랐네요 . 이모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 그 이야기를 좀 먼저 여쭤보고 싶은데 , 사실 저는 플레이를 하면서 돈 주고 샀을 때 가장 기뻤던 순간이 아이돌 댄스였거든요 . 그냥 혼자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따라서 출 수 있잖아요 . 이건 어떤 의도로 기획을 하셨을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그 영역이 다른 회사랑 조금 다른 것 같아요 . 다른 게임은 팀원끼리만 인터랙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 그런데 저희는 이모트를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근처에 있는 누구나 바로 인터랙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 경험을 좀 나눌 수 있게 하려 했던 점이 특이사항일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이모트로 이용자들이 상호 소통을 할 때 , 제작자의 의도와는 굉장히 다르게 쓰이는 경우들도 좀 있을까요 ? 예를 들어 상대를 모욕하는 데 쓰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 문휘준 팀장 : 좀 민망하지만 , 슈팅 게임에서 티배깅 ( 죽은 상대 앞에서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 ) 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잖아요 ? ( 일동 웃음 ) 그래서 저희는 이모트나 의사소통 수단을 ‘이렇게 써주세요’하고 절대 제한하지는 않고요 . 다만 , 실제로 너무 도발성이 강한 자세들은 제작 과정에서 보류되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제작할 때 그런 고려가 들어가는군요 . 문휘준 팀장 : 네 . 그래도 게임의 재미 역시 중요하고 , 상대 팀이 죽었을 때 막 기뻐하는 것도 재미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 그 정도는 사람들끼리 그냥 웃으면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어떻게 보면 그 적당한 선이라는 게 참 애매하잖아요 .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까지는 아닌지 내부에서 논의를 할 때 기준을 두기가 어렵진 않으세요 ? 문휘준 팀장 : 확실히 조금 모호하죠 . 그래서 가장 먼저 성적인 표현이나 너무 잔인한 살인 행위처럼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를 벗어난 표현은 최대한 배제하고 , 거기서부터 ( 논의를 ) 시작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러면 감정 표현을 만드실 때 , 여러 기준을 고려하면서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것도 쉽진 않으시겠네요 . 문휘준 팀장 : 네 . 그리고 아까 아이돌 이야기를 하셨는데 , 사실 저작권이 굉장히 복잡해요 . 일반적으로 소속사에 전화해서 저작권료를 지불하면 될 거라고들 생각하시지만 , 실제로 들여다보면 춤 저작권은 이 회사에 있고 , 노래 저작권은 저 회사에 있고 , 가수에 대한 저작권은 또 다른 곳에 있는 식의 케이스가 많은 거죠 . 그래서 하나를 사오려면 여러 군데랑 협의를 해야 하는데 , 그 과정에서 엎어진 케이스도 굉장히 많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렇군요 . 그럼 만들어진 결과물 중에서 제작자로서 뿌듯했던 것이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제가 이모트를 많이 담당해서 할 말이 많은데요 . 이전에 ‘그랜절’의 아이디어를 기획팀에 전달드렸었거든요 . 그런데 ‘아이디어는 좋은데 너무 한국 한정 콘텐츠라서 이것이 적절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 그래서 재차 설득을 할 때 , “요가 자세 중에서도 비슷한 자세가 있으니 , 한국은 ‘그랜절’로 하고 외국은 요가로 나가면 재밌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해서 , 저희 그랜절을 보시면 이모트 이름은 ‘최고의 예의’지만 , 요가랑 섞어놨어요 . 그렇게 만들었더니 호응도 굉장히 좋았고 , 유튜버들도 많이 좋아했어요 . * 배그 이모트 중 하나인, ‘최고의 예의’. 이후 다리를 벌려 내려오는 동작이 요가 동작과 흡사하다. 이경혁 편집장 : 그런 것을 만드시려면 사실 레퍼런스도 많이 보시고 , 스터디도 엄청나게 하셔야 하잖아요 ? 주로 뭐를 보세요 ? 문휘준 팀장 : 저희가 동작을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부서는 아니지만 , 그래도 옆에서 봤을 때 , 가장 요즘 핫한 댄스나 쇼츠 같은 것들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 한수지 실장 : 아무래도 쇼츠나 틱톡 같은 데서 유행하는 것들을 모션화 하는 것이 제일 인기도 많고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더라구요 . 이경혁 편집장 : 쇼츠 같은 경우는 굉장히 트렌드가 짧기 때문에 제작 기간의 압박 같은 것도 느끼실 것 같은데요 . 문휘준 팀장 : 그렇죠 . 그래서 이건 나가면 좋겠다 싶은 것들은 좀 타이트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제한은 없습니까 ? 배틀그라운드 같은 경우에는 신체가 결국 총 맞는 피격 부위다 보니까 이모트 동작이 실제 게임에 영향을 주게 되는 지점들에 대한 제한이요 . 문휘준 팀장 : 히트박스라 하잖아요 . 이게 완벽하게 인간의 신체처럼 돼 있지는 않거든요 . 그래서 예전에 포트나이트에서 문제가 됐던 영상이 막 허리를 양쪽을 흔들면서 총알을 피하는 영상이었거든요 . 그런 맥락에서 저희 내부에서도 미팅이 있었는데 , 그건 진짜 우연으로 겨우겨우 만들어낸 상황이고 , 설령 그걸 성공한다고 해도 게임의 재미 중 일부라고 결론을 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것들이 또 게임이 주는 재미가 될 수 있죠 . 다음으로는 이모트 외에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에 대해서도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 초창기에는 3D 핑이 없었던 걸로 제가 기억을 하는데 , 어느 날부터 업데이트가 되었잖아요 ? 그런 기능을 만드시게 된 과정에서의 고민을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 한수지 실장 : 사실 ‘퀵 마커’라고 하는 3D 핑 같은 경우에는 ,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이루어지고 만들어진 기능인데요 . 그런데 아무래도 이 기능이 생기면 게임의 난이도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 처음에는 바로 적용해도 될까 ? 라는 측면에서 고민이 다들 컸죠 . 그런데 이제는 게임이 출시된 지 시간이 좀 지나서 , 기존 유저들도 많이 익숙해졌고 해서 , 이 기능이 들어가도 게임의 난이도에 많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 또 신규 유저들 같은 경우에는 게임의 방위나 ( 지도상에 찍는 ) 핑 같은 개념을 인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 그분들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도입된 이유도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비슷한 맥락에서 물건을 팀원에게 던져주는 기능도 언젠가 업데이트가 되었잖아요 ? 그것은 상호작용을 좀 더 늘리기 위함에서의 목적이셨는지 아니면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였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 기능 자체로는 보이스 채팅으로 ‘탄약을 떨어뜨려 줘’라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 요청하고 던져주는 재미를 일부러 넣으신 걸까요 ? 한수지 실장 : 사실 두 개 다죠 . 재미도 재미지만 , 저희 게임이 물건을 짚고 다시 자기한테 장착하는 과정이 다른 게임이랑 다르게 어렵잖아요 . 엄청 급박한 상황에서 둘 다 화면을 가려야 되고 . 그러느니 필요한 게 있으면 그냥 바로 던지기로 전달해주자고 해서 전투에서 좀 유리하게끔 하는 것도 있고 , 실제랑 같게 하려고 하는 것도 있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렇군요 . 여러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적 요소들을 고민하고 계시네요 . 확실히 배그의 경우에는 난이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 그런 맥락에서 인게임 상황에 텍스트 채팅이 안 되게 하신 것도 특정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 한수지 실장 : 텍스트 채팅은 어느 게임이나 다 있는데 , 저희의 특수성 같은 경우에는 이제 긴급한 상황 속에서 긴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잖아요 ? 그래서 보이스 챗으로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첫 번째로 했었고 , 두 번째로는 저희가 엄청 다국어를 많이 지원을 하고 있어요 . 그렇다 보니까 언어가 다른 상황에서는 채팅기능을 지원해봤자 소통이 안 되잖아요 .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소통하게 할까 하다가 그러면 그냥 자주 쓰는 언어를 라디오 메시지로 만들어서 쓰게 하자 . ( 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 그리고 라디오 메시지로 빠르게 소통하게 만들어서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자는 목적에서 어떻게 보면 텍스트 채팅을 제한한 것도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배그가 인게임에서 상대 팀하고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은 사실 조금 더 제한적이잖아요 . 라디오 메시지 같은 것도 상대 팀에게는 가지 않고요 . 그렇게 디자인하신 이유 같은 것들도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게임 초기에 기획되었던 기능이라 의도를 단언하긴 어렵지만 , 좀 더 전투나 팀원들에 대한 협업에 더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서지 않았을까 싶어요 . 그리고 어뷰징 요소도 있었을 것 같아요 . 솔로인데도 팀전처럼 하시는 분들도 예전에는 있었거든요 . 거기서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수단이 제공된다면 그것도 굉장히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거든요 . 이경혁 편집장 : 음성 채팅이 되면서 사실 저는 텍스트 채팅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 음성 채팅을 하려면 물리적인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 예전에 MMO RPG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 인터페이스가 들리기도 하고 , 안 들리고 하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많았었거든요 . 실제로 그런 어떤 민원들이나 이슈들이 좀 있었나요 ? 한수지 실장 : 저희가 지금 제공하는 보이스 솔루션 같은 경우에는 그런 문제는 잘 없기는 했어요 . 다만 , 이용자에 따라서 디스코드 같은 방식을 더 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 그래서 저희는 인게임 보이스는 제공을 하되 , 편한 솔루션이 따로 있다면 그것을 쓰셔도 상관이 없다는 취지로 양쪽 다 허용을 하고 있죠 . 이경혁 편집장 : 저도 사실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게임을 하고 있고 , 특히 아는 사람끼리만 할 때에는 디스 코드가 훨씬 편한 것 같아요 . 다만 , 실제로 저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니까 , 모르는 사람과 함께 플레이를 할 때도 있을 건데 , 이럴 땐 이모트 같은 수단만으로는 배틀그라운드의 팀플레이를 정확히 할 수 없는 거잖아요 . 그래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고민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 문휘준 팀장 : 네 . 그래서 인터페이스 장치를 좀 더 보완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커버해 줄 수 있도록 계속 만들고 있고요 . 아까 라디오 메시지랑 또 연계되는 게 텍티컬 맵마커 (Tactical map marker: 핑의 종류를 구분하여 찍을 수 있는 전술 맵마커 ) 라고 , 이런 것도 라디오 메시지랑 연동해서 좀 더 연동성 있는 UX 환경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어요 . 한수지 실장 : 웨이포인트 ( 맵에 경로를 표시하여 공유하는 기능 ) 도 유저분들이 많이 쓰시는데 , 그 장점은 그런 것 같아요 . 방향이라든가 화살표가 나오니까 언어가 꼭 같지 않아도 전략을 짜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도 괜찮은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 유저들도 거의 필수적으로 쓰시고 있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말씀을 들어보면 그게 되게 큰 것 같네요 . 기본적으로 게임 규칙 자체는 비언어니까 모두가 공용으로 쓸 수 있는데 , 팀 플레이를 하려면 언어가 필요하고 , 거기서부터는 서로 차이가 나오니까 그걸 맞춰주는 작업이 굉장히 두꺼울 수밖에 없겠네요 . 이경혁 편집장 : 조금 재밌는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 ,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에서 즐겁게 하려는 목표가 있고 , 승리의 목표도 있을 건데 , 이 둘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총을 잘 쏘는 것과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것의 비중을 본다면 뭐가 더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 문휘준 팀장 : 옛날에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 왜냐하면 다들 잘하지 못했고 , 맵도 크고 하니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토론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그런데 이제 저희가 서비스를 오래 하면서 , 맵도 익숙해지고 . 어느 정도의 황금 루트 같은 것들이 공유되면서 요즘에는 그냥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도 같아요 . 다만 , 모든 총기 게임이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유저분들을 헷갈리게 하는 요소를 넣으려고 하거든요 . 예를 들어 맵의 위치를 조금씩 바꾼다든가 , 너무 유리한 고지를 없애버린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 저희도 그런 고민을 하면서 총기 밸런싱을 하기도 하고 , 유저들이 너무 고이지 않게 장치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지점은 확실히 배틀그라운드가 다른 게임에 비해서는 덜 보이는 것 같아요 . 문휘준 팀장 : 왜냐하면 저희는 우연성이 굉장히 큰 장르여서요 . CS:GO( 카운터 스트라이크 : 글로벌 오펜시브 ) 같은 거 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 유명한 철문 있잖아요 . 그냥 빼꼼하면 죽는 거거든요 . ( 일동 웃음 ) 저희는 우연성이 중요하다 보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 , 실제로 유명 유튜버들의 영상을 봐도 낙하산 타고 내려오자마자 죽는 경우도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배그는 그 재미죠 . ( 웃음 ) 다른 게임 이야기가 나와서 드리는 질문인데 , 우리 게임에 뭘 넣을지 고민하다 보면 다른 게임의 케이스를 공부하셔야 하잖아요 ? 실무자의 입장에서 인상 깊었던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가 있으실까요 ? 문휘준 팀장 : 제가 느끼기에 가장 멋있었던 사례를 이야기해드리자면 , 데이즈 (DayZ) 같은 경우에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픈 월드 장르를 표방하는 게임인데 , 메타버스적인 그런 요소를 하고 싶었나 봐요 . 그래서 보이스 채팅도 게임의 리얼한 월드의 일부라고 생각을 하고 접근을 했고 , 그런 걸 요즘은 전문용어로 프록시미티 챗 (Proximity chat: 근접 채팅 ) 이라고 하더라고요 . 그런 맥락에서 이 게임은 근방 2m 안에 있는 사람만 직접적인 보이스 채팅을 할 수 있다든가 , 멀리 있는 사람한테 말을 건네고 싶으면 확성기를 구해서 말을 한다든가 , 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헬멧을 쓰고 있으면 목소리가 뭉개져서 나간다든가 하는 설정이 굉장히 리얼리티함을 더해서 멋있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지점에서 배그라는 게임이 갖고 있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인게임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에 대한 고민이 또 달라지실 것 같아요 . 그렇다고 팀원이랑 소통을 막는 것도 어려울 것이고 , 반대로 게임이 시작되었는데 MMORPG 처럼 전체 외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어렵잖아요 ? 이 공간은 리얼한 게임 공간이어야 하기에 , 어떤 커뮤니케이션은 제한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실 것 같은데 , 관련해서는 어떤 고민들이 있으셨어요 ? 한수지 실장 : 그런 지점에서는 ‘시작 섬’ 같은 곳이 저희의 특이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 저희는 게임에 접속하면 그냥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 시작 섬에 일단 모여 있다가 비행기를 타고 , 그 다음에 낙하산으로 내려서 각자도생을 하는데 , 시작 섬 같은 경우에는 비행기 타기 전이니까 예전에는 저희가 보이스 채팅을 다 열어놨어요 . 그때는 본격적으로 배틀 로얄을 하기 전에 스몰 토크를 하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는데 , 이게 의도랑은 다르게 핵 광고를 한다거나 욕을 무차별적으로 한다거나 하는 행위들 때문에 유저분들의 피로감이 높아져서 그걸 없애게 되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래서 시작 섬이 고요해진 것이군요 . 한수지 실장 : 대신에 이제 재미를 주려고 , 축구공을 넣는다든지 , 비켄디에 가면 눈덩이를 던질 수 있게 한다든지 , 요새는 차 스킨을 내고 있어서 맥라렌이나 애스턴마틴 차를 타게 해본다든지 그런 식으로 좀 긴장도 풀고 스쿼드 원의 옷 스킨을 입어본다던가 할 수 있는 인터랙션 요소들을 넣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어떻게 보면 시작 섬의 1 분이라는 시간이 이 게임의 가장 평화로운 순간일 텐데 , 그 안에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제한하거나 제공하면서 게임의 분위기를 만드시는 지점이 있으신 거군요 . 한수지 실장 :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한 40 분 정도는 긴장을 하고 , 마우스를 잡고 있어야 하니까 , 그전에 좀 릴렉스하면서 팀원들이랑 지도를 보며 , 어디서 내릴지 , 동선은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구요 . 그때까지만이라도 마음 놓고 편하게 이야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의도도 있는 거구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데 한편으로 저는 맥라렌이 나오면서 게임 섬 분위기가 조금 바뀐 지점도 있거든요 . 이전에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친구들이랑 같이 계획하고 , 평화로웠는데 , 맥라렌이 나오는 순간부터 워낙 시끄럽다보니까 오히려 전투 의지를 불태우는 그런 변화도 있었는데요 . ( 웃음 ) 그런 지점도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에서 의도하신 것인가요 ? 문휘준 팀장 : 사실 그건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이라기보단 상품 쪽에서 담당한 거예요 . 부분 유료화로 저희가 전환을 하면서 아무래도 유료 상품에 대한 홍보의 차원이 들어간 것이기도 하고요 . * 시작점에서 팀원들이 함께 군무를 추고, 다른 사람들이 엄지를 날리며 구경하고 있는 모습. 2초 뒤에 이들은 서로 총을 겨눈다. 이경혁 편집장 : 다음으로는 게임 안에서의 소통을 좀 여쭤보고 싶은데 , 실제 게임에 들어갔을 때의 보이스 채팅을 보면 사람들이 반드시 게임에 필요한 이야기만 하지는 않더라고요 .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워낙 친한 사람들끼리 하다 보니까 , 애 키우는 이야기나 일상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 문휘준 팀장 : 맞아요 . 유튜브 콘텐츠가 흥하는 게 , 다른 게임의 경우 너무 빠르니까 , 말을 하고 싶어도 눈만 매섭고 클릭 소리밖에 안 들리는데 , 저희는 진짜 5 페이지 정도 가기 전까지는 자신이 뭘 먹었는지 등등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면서 유저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있고 , 지루할 때쯤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때문에 , 그런 호흡들도 유튜브 콘텐츠들과 잘 맞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 실제 유저들도 초반에는 그냥 친구들이랑 스몰 토크하면서 놀다가 , 후반에 집중해서 싸우고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배그라는 게임 자체의 텐션이 선형으로 올라가기보다는 특정 텀이 있는 것 같아요 . 낙하산 떨어져서 잠깐 되게 긴장했다가 소강되면 흩어져서 서로 안 보이고 . 그런 사이사이에 게임의 텐션이 떨어지는 순간을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을 좀 메운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렇게 게임 밖으로 빠져 있지 않은데 , 텐션은 내려와 있는 상황이 배그 말고 다른 게임에서도 보신 적이 있으세요 ? 한수지 실장 : 마비노기가 좀 비슷한 것 같아요 . 수다노기 시절에 던젼 들어가서 친구들이랑 모닥불 피워놓고 놀고 . 문휘준 팀장 : 그런 케이스도 있었던 것 같네요 . WoW 시절에 팀보이스로 소통을 하는데 , 당시에는 커뮤니티에서 같이 게임하실 분을 소집했었어요 . 그러면 유명하신 분들이 있어요 . 유튜브가 없던 시절인데 , 그분이랑 게임을 하면 거의 유튜브 하나 찍는 거예요 . 그분이 와서 계속 떠들어요 . 자기가 살아왔던 썰을 풀고 , 웃겼던 썰 풀고 하니까 게임하는데 , 라디오 들으면서 게임하는 재미가 있었대요 . 이경혁 편집장 : 일종의 엠비언트이면서 게임하고 붙어있지만 또 떨어져 있는 순간들 . 그런 게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네요 . 운전하면서 라디오 듣듯이 게임하면서 반드시 게임에 관련된 커뮤니케이션만 있는 게 아닌 커뮤니케이션 . 그런 게 배그의 보이스 채팅이 아닌가 싶어요 .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게임보다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배그에서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을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저희가 사례나 지표 같은 걸 보는 부서는 아니지만 , 그런 사례가 나타났을 때 어떤 식으로 UX/UI 측면으로 커버할 수 있을까를 기획팀과 같이 고민하는 역할이거든요 . 그래서 비슷한 사례로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싫어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었어요 . 그리고 그런 것들을 막을 수 있는 옵션도 제공을 하고 있어요 . 크게는 두 가지가 있는데 , 하나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을거라고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요 . 다만 , 다른 팀원들이 그런 의사를 알 수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아예 아이콘으로 유저들한테 보여줘요 . 마이크 차단 버튼이 떠서 ‘나는 소통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이렇게 명확하게 알려주는 그런 기능을 넣었어요 . 그렇게 해도 핑을 찍거나 포인트를 잡는 것으로 소통을 하고 있고요 . 두 번째로 라디오 메시지 같은 경우에는 불필요한 데이터를 악용할 수 있다는 걸 내부 테스트로 사전에 확보를 했거든요 . 그것도 굉장히 게임이 진행이 안 좋아요 . 게임 프레임에 영향을 줄 수 있고요 . 예전에 오버워치에도 그런 핵이 있었어요 . 불필요한 데이터를 날려서 사람들을 굳어지게 하고 , 나는 더 유리한 위치로 가는 핵도 있었거든요 . 저희는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양의 불필요한 매크로 채팅이 올라오면 차단하는 기능이 있고 아예 꺼버리는 옵션도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트래픽을 일으켜서 그걸 핵으로도 쓰는군요 . 정말 연구들을 정말 많이 하네요 . 한수지 실장 : 상상력이 뛰어나죠 . ( 웃음 ) 이경혁 편집장 : 다른 수단들도 좀 그렇게 악용되는 케이스가 있나요 ? 예를 들어 맵에 포인트 찍는 이런 기능을 갖고 악용을 한다거나 . 문휘준 팀장 : 웨이포인트도 내부에서 테스트를 할 때 처음에 의견을 내신 분은 좀 자유롭게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었거든요 . 그런데 테스트를 해보니까 그걸로 욕을 쓴다거가 , 이상한 그림을 그린다거나 , 무의미하게 화면을 꽉 채운다든가 그런 행동이 가능한 걸 감지를 했고 , 그래서 서비스할 때는 개수를 제한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결국 인간이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니까 , 예측할 수 없는 사용 방안이 나올 것 같은데 ,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운영하실 때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 문휘준 팀장 : 그렇죠 . 회사마다 방침이나 의지가 틀릴 건데 저희 회사는 그런 거를 좀 명확하게 제재하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있기 때문에 , 아까 말씀드린 기능들이나 보안 장치들을 사전에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배그라는 게임을 이제 중심으로 좀 얘기를 해보다 보니 , 텍스트 채팅이 없다라는 특이점이 굉장히 재밌는데요 . 두 분 다 텍스트 채팅하는 게임의 시대를 겪어보셨을 텐데 , 지금 담당하고 있는 게임에서 텍스트 채팅이 빠졌다는 것에서 느끼는 좀 차이점이 있으실까요 ? 문휘준 팀장 : 제가 느끼기에는 이제 예전 게임에서는 채팅으로 정말 재밌게 많이 놀았어요 . 재밌는 얘기도 많이 하고 , 인간미 넘쳤던 사례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 그런데 거꾸로 다짜고짜 욕을 한다든가 , 부적절한 얘기도 굉장히 많았었던 걸로 기억해요 . 그런데 그때랑 지금이랑 좀 다른 것은 그때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 부적절한 상황들도 ‘그냥 게임이니까 그런 거야’하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 이제는 사회가 발전되었고 , 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행해지는 행위도 법적으로도 제재가 되고 인정이 되는 세상까지 왔잖아요 . 그래서 온라인 세상에서도 그런 행위를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 유저들도 자각을 하게 되고 , 게임사도 방지책을 준비하고 운영해야 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지점에서 클랜 서비스 같은 걸 업데이트 하신 것도 방지책의 일환일까요 ? 문휘준 팀장 : 네 . 있을 것 같아요 . 왜냐하면 좋은 클랜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많이 들어갈 거고 , 여기서 나쁜 짓을 하면 쫓겨날 거기 때문에 서로 젠틀하게 게임을 하는 걸 유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도 좀 드는데 , 회사 입장에서는 결국 몇몇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행위를 막기 위해 뭔가를 만드는 것도 비용이잖아요 .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닌가요 ? 문휘준 팀장 : 그쵸 . 그거에 들어가는 개발 비용도 있을 거고 , 유지 비용이 제일 클 수 있죠 . 한수지 실장 : 텍스트 채팅만 있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저희가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좀 많기 때문에 더 복잡도가 있는 거는 맞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끼는 베틀그라운드의 재미는 50% 이상이 커뮤니케이션이었거든요 . 제작하시는 쪽에서도 그런걸 기획하시는 거죠 ? 한수지 실장 : 네 . 소통도 있고 , 이제 경치가 좋다보니 구경하면서 맵을 탐험하는 재미도 저희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 중 하나예요 . 이경혁 편집장 : 요즘에는 AI 도 많이 늘었잖아요 ? 어떻게 보면 한 게임에 들어올 수 있는 실제 사람 플레이어의 숫자는 예전보다 좀 줄었을 수 있는데 , 그러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확실히 빈도가 좀 떨어지게 되는 걸까요 ? 한수지 실장 : 그런데 캐주얼 매치라고 해서 12 명의 일반유저와 88 명의 AI 가 섞여서 싸울 수 있는 맵에서는 오히려 더 좋아하시는 것 같기는 해요 . 왜냐하면 나랑 같이 하는 친구들이랑 계속 얘기를 하면서 이제 교전하는 재미도 같이 느낄 수 있으니까 . 난이도도 조금 낮기도 하고 . 그래서 그걸 두 개를 다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캐주얼 매치에서 그 재미를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마지막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 두 분 다 텍스트 채팅 시절을 다 경험해 보셨잖아요 . 세이클럽이나 하늘사랑 (skylove) 같은 곳에서 텍스트 채팅의 설레임을 느껴본 세대이실 것 같은데 , 어떻게 보면 텍스트 채팅이 점점 없어지고 있잖아요 . 배틀그라운드가 되게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기도 하고요 . 그런 지점에서 텍스트 채팅 시절을 좀 기억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 문휘준 팀장 : 저의 경우에 , 예전에는 그런 게 굉장히 신기했고 , 신문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만 한정되어 소통했던 분위기였는데 , 이제는 온라인 채팅의 영역이 굉장히 커졌잖아요 . 지금은 채팅 공간이 너무 당연한 공간이고 , 좋은 글도 써주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글도 굉장히 많고 , 그런 지점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 그래서 이제는 다음이라든가 네이버에서도 일부는 아예 댓글을 막는 솔루션도 제공을 하잖아요 . 그런 차원까지도 왔다고 생각해요 . 게임도 그렇고 . 즐기러 왔는데 욕을 들으면 굉장히 기분이 나쁘잖아요 . 그런 것들을 피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변화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어렵겠구나 생각이 드네요 . 혹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 문휘준 팀장 : 제일 중요한 게 있습니다 . 저희 배그를 많이 사랑해주세요 . ( 웃음 ) 한수지 실장 : 그리고 저희가 이번 12 월에 굉장한 업데이트와 콘텐츠들이 준비되어있으니 많이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 웃음 ) Tags: PUBG,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의사소통, 감정표현, 이모티콘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노년게이머에에게 경외와 동료애를 - 그레이게이머 연구의 필요성에 대하여
<리그 오브 레전드>가 처음 들어와 국내에서 조금씩 바람을 일으키던, 아직 프로씬은 만들어지기 전이었던 그 시절 전국구 고수로 이름을 떨치던 사람 중에는 ‘황충아리’라는 게이머가 있었다. 챔피언 ‘아리’ 장인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아리장인’ 보다 그는 ‘황충아리’로 더 이름을 떨쳤는데, 이유는 그가 노장 게이머였기 때문이었다. ‘삼국지연의’에서 노장 캐릭터로 유명한 황충의 이름이 그에게 붙었지만, 그의 당시 나이는 겨우 30대 중반이었다. < Back 노년게이머에에게 경외와 동료애를 - 그레이게이머 연구의 필요성에 대하여 02 GG Vol. 21. 8. 10. 나이들면 게임하기 어려운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처음 들어와 국내에서 조금씩 바람을 일으키던, 아직 프로씬은 만들어지기 전이었던 그 시절 전국구 고수로 이름을 떨치던 사람 중에는 ‘황충아리’라는 게이머가 있었다. 챔피언 ‘아리’ 장인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아리장인’ 보다 그는 ‘황충아리’로 더 이름을 떨쳤는데, 이유는 그가 노장 게이머였기 때문이었다. ‘삼국지연의’에서 노장 캐릭터로 유명한 황충의 이름이 그에게 붙었지만, 그의 당시 나이는 겨우 30대 중반이었다. 일반적인 사회문화에서라면 창창한 나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시원치 않을 30대 중반이 ‘황충’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게 되는 곳이 게임공간이다. 이는 편견이나 농담이 아니라 일정 부분 사실에 가깝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임요환 선수가 갓 제대했을 즈음 이야기한 목표가 ‘30대에도 프로게이머로 살아남겠다’ 였고,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이 20대 중반만 지나도 신체적인 한계를 느낀다며 은퇴를 선언하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보곤 한다. 이렇게 보면 게임이라는 매체는 확실히 젊은이들의 공간인 것 같다. 그러나 또 고개를 돌려 보면 꼭 피지컬만이 게임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심시티>를 하는 데 동체시력과 반사신경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니 심지어 신체적인 반응능력이 정말 좋아야 하는 <철권> 의 영원한 황제 ‘무릎’ 배재민 선수는 2021년 기준으로 36세고, <스트리트 파이터>로 EVO 2003에서 전설적인 명경기를 만들어냈던 우메하라 다이고는 올해 나이로 마흔을 넘겼지만 여전히 현역 게이머로 활동중이다. 격투 게임과 RTS 같은 장르 안에서의 피지컬 문제를 일일이 따지기는 어렵겠지만, 디지털게임이 상당부분 신체적인 능력치를 요구하는 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모든 게이머가 나이가 들었다고 게임으로부터 멀어진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그레이게이머의 두 가지 의미 전자오락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게임 문화가 한국에 처음 등장한 1970년대 말로부터 계산해보면 어느새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80년대 오락실에서 동전 하나로 몇 시간을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꼬마 아이들은 이제 중장년의 나이가 되었고, 20대에 담배연기 자욱한 오락실 안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갤러그>로 시간을 때우던 청년들은 어느새 노년의 초입에 접어들었다. 1980년대 오락실에 앉아있던 20세 청년인 1960년생은 올해부터 60세를 넘기며 인구통계학적으로 노년의 범주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반세기라는 시간의 흐름은 한동안 우리에게 일종의 고정관념이었던 어떤 부분에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게임은 애들이나 하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던 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가버렸다. 노년 세대라면 그저 ‘하여간 요즘 것들은 게임 같은거나 하고’라고만 영원히 말할 것 같았지만, 이제는 <테트리스>와 <팩맨>, <갤러그>를 즐기던 오락실 세대가 노년의 범주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중장년을 생각한다면 이 변화는 좀더 성큼 우리에게 다가온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출시되었을 때 아이들에게 빌드오더를 가르치는 부모와, 과거의 추억으로 <리니지>에서 혈맹 뛰던 이야기를 나누는 4-50대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만나보는 시대를 맞았다. 그레이게이머greygamer라는 말의 첫 번째 의미는 그렇게 게임과 함께 나이를 먹어 온, 좀더 경의를 붙여 표현하자면 ‘인류 최초의 디지털게임 세대’라고 일컬을 수 있는 어떤 세대를 담는다. 초창기 디지털게임의 역사를 문헌이 아니라 자신의 플레이로 겪은 노년 세대의 등장은 노년층을 이른바 ‘겜알못’으로 부를 수 있는 시기가 끝나감을 보여주는 단서다. 그리고 이는 게이머라는 구분이 더 이상 특정 연령, 특정 세대만의 경험을 기준으로 한 구분이 아니라 전연령대에 걸친 보편적인 경험이면서도 동시에 시대별로 그 양상을 매우 뚜렷한 차이로 갖게 되는 어떤 문화 전반을 통한 구분으로 옮겨가게 만드는 흐름이다. 그레이게이머라는 말이 가진 첫 번째 의미가 이른바 레트로 세대를 가리키는 과거 경험을 향했다면, 두 번째 의미는 디지털 네트워크와 모바일 시대가 열어낸 새로운 환경으로부터 보편화를 시작한 게임저변의 확장으로부터 만들어진 또다른 변화를 향한다. 지하철 안을 둘러보면 이제 쉽게 스마트폰을 꺼내 게임을 하고 있는 노년층을 발견할 수 있는 시대다. 게임하는 노년의 배경은 반드시 유년기의 게임경험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뒤늦게 잡아보게 된, 이제는 시대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으로부터 손쉬운 게임으로의 접근성을 얻게 된 이들 또한 게이머의 이름을 달 수 있게 되었고, 그로부터 두 번째 의미로서의 그레이게이머가 출현한다. 2020년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게임문화연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직접 심층인터뷰를 통해 만난 노년층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노년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정착하기 시작한 디지털게임 문화의 일면을 보여준 바 있었다. 은퇴한 노년 여성이 주시청자를 이루는 평일 저녁의 지상파 텔레비전 일일연속극 시청은 이제 게임플레이와 섞이기 시작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텔레비전을 켜 놓고 TV는 귀로만 들으며 스마트폰으로 간단한 퍼즐 게임을 즐기곤 했다. 어차피 드라마의 진행은 큰 줄기를 벗어나지 않으니 귀로 상황만 들으며 게임에 집중하다가, 드라마에서 중요한 장면이 나오면(대부분의 드라마는 이런 순간에 시청자로 하여금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 별도의 음악을 깔거나 배우의 대사톤이 높아지는 등의 포인트를 만들곤 한다) 비로소 눈을 스마트폰에서 텔레비전으로 옮기는 식이었다. 그레이게이머의 존재는 그래서 유년기의 경험을 가진 1세대 게이머로서, 동시대의 게이머로서 나타난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유의미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존재는 그러나 현재의 게임담론 하에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의 게이머들보다 더 치열하게 게임했을 그 세대는 정말 이제는 게임과 담쌓고 지내는 것일까? 백발이 성성한 사람이니 당연히 게임을 모를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정말 제대로 된 판단인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게이머라는 집단을 너무 좁게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년 게이밍에 대한 이해는 아직까지 부족하다 노년 게이머의 양적, 질적 증대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에 대한 인식, 그리고 산업과 제도의 변화는 아직까지 잘 나타나지 않는 편이지만, 서구권에서는 2010년대부터 게이머 노년화에 관한 주목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게임은 젊은 사람들만의 매체라는, 그래서 노년층은 아예 거론되지 않는 고정관념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연구(Facer & Whitton, 2010), 실제로 늘어나고 있는 노년 게이머에 비해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 산업과 제도의 변화는 크게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Quandt & Grueninger, 2009)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연구 또한 결국 서구권에서도 노년 게이머가 잘 조명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한국이나 서구권 모두 상황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일부 연구들은 노년 게이밍이라는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실제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들과도 유사한데, 이를테면 노년의 게임하는 이유를 치매예방과 같은 신체노화에 대한 기능적 대안으로만 바라보거나(Schutter & Brown), 자녀세대와의 교감만을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고 보거나(Pearce, Lee) 하는 기능주의적 접근들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이는 단지 비노년이 노년의 게이밍을 ‘두뇌 트레이닝’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년층 스스로도 ‘늙지 않으려면 고스톱이라도 쳐야지’라고 마음먹는 모습까지를 포함한다. 그러나 이런 기능주의적인 접근만이 실제로 노년층의 게임하는 이유를 다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한국에서도 노년 게이밍에 대한 접근은 주로 기능주의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치매예방을 위한 게임개발과 플레이, 독거노인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게임과 같은 방식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게이머라는 큰 범주로부터 노년 게이머를 매우 타자화된 대상으로 분리시켜버리는 시선으로 굳어질 수 있는 우려를 내포한다. 나이가 들어 예전만큼의 반응속도를 낼 수 없어 <다크소울>이 어렵다 할지라도 그가 여전히 <저니>를 하고 있다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클리어하고 감상에 젖어 있다면, 혹은 과거 동네 오락실에서 <갤러그> 하이스코어 1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본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굳이 우리는 특정 기능의 향상을 위해서만 게임을 만지는 사람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인가? 경의와 동료애를 동시에 품을 수 있는 노년 게이머에의 이해를 위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라는 매체는 보거나 듣는 것만으로도 가능한 수용양식을 넘어 반응이라는 행위를 요구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에 분명한 접근에의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2012년에 <리그 오브 레전드>를 곧잘 하던 나는 이제는 방송경기의 리플레이를 봐도 한타싸움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신체나이에 직면했다. 그러나 그런 장벽에도 불구하고 모든 게임이 반드시 높은 반사신경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진정한 의미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게이머들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음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 아니 다른 의미로라면 오히려 과거 레트로 게임 시절에는 동네 오락실을 휘어잡았을지도 모를, 왕년의 용사들에 대한 경의를 가져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플레이를 통해 완성되는 디지털게임의 경험은 단지 특정한 프로그램을 보존한다고 해서 후대에 그 경험이 온전하게 복원되는 것은 아님을 우리는 여러 고전게임의 리마스터를 통해 겪은 바 있다. 그런 경험을 가진 이들과 함께 그들의 게임경험을 이야기하고, 그 시절의 게임과 플레이어에 일련의 존경을 표하는 것이 ‘치매예방 게임’을 하는 세대로 바라보는 것보다 오히려 노년 게이머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같은 시대에 살면서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인종과 성별로의 구분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통해 누군가를 대상화하려는 어떤 흐름을 넘어서서 게이머로서의 동료애를 품을 수 있는 대상으로 그레이게이머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노년층 게이머에 대한 이해와 그로부터 시작될 변화들을 미리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게이머라면 함께 플레이할 노년 게이머를 이해해야 하고, 게임사라면 늘어나는 노년 게이머들에게 필요한 게임과 인터페이스를 고민해야 하며, 정부와 공공단체라면 변화하는 게임문화 향유층에 필요한 제도와 인프라를 생각해야 할 시기다. 최초의 레트로 게임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일 것이다. 디지털게임이 본격적으로 대중문화의 범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제 이 매체가 보편적인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가 되었다는 의미다. 이 보편성에는 인종과 젠더, 계급과 장애유무 뿐 아니라 연령대라는 요소도 넘어설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보편 대중문화로 외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노년 게이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 기네스북 공인 세계 최고령 비디오게임 유튜버 하마코 모리. 2019년 89세로 등재되었다. https://www.guinnessworldrecords.com/world-records/457124-oldest-videogames-youtuber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사라진 컨트롤러 : 가상현실 게임 속의 컨트롤러의 특징들
가상 현실 게임에서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컨트롤러는 게임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팀(Steam)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가상현실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 (Half Life: Alyx)〉나 PSVR2의 대표작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Horizon Call of the Mountain)〉을 비롯한 다양한 슈팅 및 액션 게임에서도 대부분 손을 보여주는 방식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 Back 사라진 컨트롤러 : 가상현실 게임 속의 컨트롤러의 특징들 11 GG Vol. 23. 4. 10. * 그림 1. 실제 손과 컨트롤러(좌)와 가상 현실 내에서 사라진 컨트롤러(우). 이미지 출처 : https://uploadvr.com/importance-believable-vr-hands-presence/ 가상 현실 게임에서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컨트롤러는 게임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림1). 예를 들어, 스팀(Steam)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가상현실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 (Half Life: Alyx)〉나 PSVR2의 대표작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Horizon Call of the Mountain)〉을 비롯한 다양한 슈팅 및 액션 게임에서도 대부분 손을 보여주는 방식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가상현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최대한 실재감(sense of presence)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가상현실 컨트롤러가 어떻게 생겼길래 가상현실 속에서 볼 수 없을까? 그림 2를 살펴보면, VR 컨트롤러는 기본적으로 콘솔용 게임 컨트롤러를 반으로 나눈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각 컨트롤러의 옆면에는 검지로 누르는 트리거 버튼과 주먹을 쥐면 자연스럽게 눌리는 그립 버튼이 있다. 또한, 컨트롤러의 윗면에는 엄지로 조작할 수 있는 두 개의 버튼과 조그 스틱이 있고, 시스템 메뉴를 호출하는 버튼도 있다. 모든 상황에서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무채색 VR 컨트롤러를 들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장르를 불문하고 가상현실 속의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에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게임 개발자들은 이러한 컨트롤러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 그림 2. 메타 퀘스트 2의 컨트롤러, 측면(회색 부분)에 위치한 트리거 및 그립 버튼과, 상단(검은 부분)에 위치한 조그 스틱, 두 개의 버튼, 시스템 버튼이 보인다. * 〈하프 라이프 알릭스〉에서 보이는 손. 이미지 출처 : https://www.roadtovr.com/half-life-alyx-update-1-4-1-example-pistol-modding/ 사용자의 외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가상현실 헤드셋의 특성 때문에 가상현실 속의 가상현실 컨트롤러를 어떻게 보여줄지 결정하는 것은 가상현실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필연적이었다. 컨트롤러 디자인은 기기 제작사가 아닌 게임 디자이너에게 일부 위임되었다. 가상현실 컨트롤러의 외형은 게임마다 그리고 상황마다 다르게 재정의될 수 있다. 대다수 디자이너들은 마치 컨트롤러를 들고 있지 않은 것처럼 가상 현실 속에서 컨트롤러를 숨기고, 컨트롤러를 쥐지 않은 ‘가상 손’을 그렸다. 이것은 캐릭터의 손을 보면서 가상 환경 속의 객체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플레이어가 그 환경에 실재하고 있다고 느끼게 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상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의 문제들 가상 손이라는 디자인 옵션은 가상현실 게임 디자인에서 전형적인 문법이 되어가고 있지만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사용자가 실제 손과 가상 손 사이의 감각적인 불일치(discrepancy)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플레이어의 고유감각과 촉각이 느끼는 손의 모양과 가상 현실에서 그려진 손의 모양이 다른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는 일반적으로 트리거 버튼은 검지에, 그립 버튼은 중지부터 소지까지 대응되어 버튼이 눌리면 손가락이 접히는 애니메이션이 재생된다. 이 경우에는 실제 손과 비슷하게 가상 손이 표현되기 때문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보인다. 반면, 실제 컨트롤러의 상단의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 엄지를 움직일 때, 가상 손 엄지의 움직임은 생뚱맞고 이질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가상 현실 속에서 본다면, 아무 이유 없이 접었다 폈다 하는 엄지를 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적 불일치는 플레이어들의 실재감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두 번째는 조작 방법 학습의 어려움이다. ‘가상 손'이 사용되는 경우에 실제 컨트롤러와 이를 조작하는 손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게임 컨트롤러의 조작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다. 친구와 함께 VR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가상 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친구에게 지금 뭐가 보이냐고 외치고, 왼쪽 컨트롤러에서 Y 버튼을 누르라고 외치고, Y 버튼은 볼록한 버튼 2개 중에 앞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본 일이 있을 것이다. 자기 손과 컨트롤러를 직접 볼 수 없는 것은 앞서 설명한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유가 된다. 가상현실 컨트롤러에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많은 버튼이 있고, 각 버튼은 가상 현실 속에서 수행할 수 있는 복잡한 행위들과 연결이 되어 있다. 게임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모든 버튼 맵핑을 빠르게 학습하고 이를 빠르게 실행에 옮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 컨트롤러의 조작을 학습할 때는 적어도 버튼들과 이를 조작하는 손을 볼 수 있었지만, 가상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에서는 플레이어의 손가락이 의도한 버튼에 가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의도한 버튼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 떠올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경험은 플레이어의 전반적인 퍼포먼스를 떨어뜨리고 게임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킬 수 있다. 필자는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플레이하면서 크고 작은 감각적 불일치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조작 방법의 학습에 관한 것이었다. 플레이 도중에 잠시 실제 컨트롤러 모양을 보여주며 어떤 상황에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시각적으로 안내해주었지만,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안내는 사라지고 가상 손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로 인해서 간단한 동작을 수행하는데도 여러 버튼을 눌러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많았고, 이는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가상현실에 대한 기대와 현실 컨트롤러 대신에 가상 손을 보여주는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현실에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다. 앞서 언급한 단점들을 감수하고서라도 게임 디자이너들이 가상 손을 선택하는 이유는 시각적인 실재감을 그만큼 중요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재감은 가상 현실에서 항상 우선해야 할 가치일까?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경험이 모든 면에서 현실과 같을 필요는 없다. VR에서는 현실과 다르지만, 성공적으로 관습화된 상호작용 방식들이 있다. 레이 포인팅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대상을 선택하고자 할 때, 만지거나 찌르듯이 직접 컨트롤러를 가져다 대는 대신에 컨트롤러 전면에서 나가는 레이(ray)를 이용해서 가리키고 선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터페이스 조작에서 레이를 활용한 방식은 직접 컨트롤러를 옮겨 선택하는 방식보다 더 선호된다. 현실과는 다르게 원거리에 있는 대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순간이동이라는 이동 방식의 예도 들 수 있다. 특정한 위치로 이동하려고 할 때, 현실과 같이 걸어서 이동하거나 연속적으로 캐릭터의 위치와 시점을 업데이트하길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실제 공간은 좁고 가상 공간은 훨씬 더 넓은 경우가 많아 직접 걸어서 게임 속 공간을 모두 탐험하기는 어렵다. 부드럽게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것도 쉽게 멀미를 일으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 게임에서는 이동할 위치를 가리키고 그 위치까지 한 번에 이동하는 순간이동 방식이 많이 채택된다. 레이 포인팅과 순간이동은 현실의 경험과는 아주 다르지만 가상 현실 속에서는 일반적이다. 우리가 현실적이라고 여기는 방식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용자의 의도를 실현한다. 결과적으로 가상현실에 안에서 제시하는 내용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VR 컨트롤러는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쉽게 정답을 맞힐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시각적인 실재감을 추구하는 데에서 벗어나,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컨트롤러를 시각화하는 것도 가능한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기서 효율적이라는 것은 전체적인 시스템을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을 포함한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VR 게임을 만들고 있을 게임 디자이너들이 가상 현실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컨트롤러 표현 방식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김현철 학부에서 산업디자인 및 뇌인지과학을 공부하고, 석사 과정에서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시각인지연구실에 소속된 박사 과정 학생이다. 행동 및 생체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경험을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게임의 조건 : 게임은 스포츠 종목이 될 수 있는가?
예들 들어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이스포츠 대회’, ‘이스포츠 대학리그’, ‘동호인대회’, ‘전국장애학생e페스티벌’, ‘한중일 이스포츠대회’,‘세계이스포츠대회’의 공식 종목들이 궁극적으로 국내 게임 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일이다. < Back 게임의 조건 : 게임은 스포츠 종목이 될 수 있는가? 15 GG Vol. 23. 12. 10.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라는 질병으로 분류할 때 우리나라는 2007년 제정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게임물의 이용에 관한 사항을 정해 게임 산업의 진흥 및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는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은 문화다’라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오랜 시간 게임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해온 사회적 담론의 벽이 높았던 탓에, 게임의 미래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할 기회를 놓친 것 같았다. 예컨대 WHO의 질병 분류 제시안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반영될 수 있는 시기는 현실적으로 2026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이 질병으로 등재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할 시간은 있었다. 게임 안에 오락성, 산업성, 경제성, 중독성, 폭력성, 선정성 같은 보통 우리가 인지하고 경험하는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다면, 게임의 어떤 특성이 미래에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우리는 어느 때 보다 진지하게 논의를 해봐야 함에도, 부정적 프레임 안에 게임을 가두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려고만 했지 게임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왜 젊은 세대로부터 관심을 받는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부족했다. 특히 이스포츠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면, 게임은 스포츠 종목이 될 수 있을까? 2018년도 게임은 국제 스포츠 대회 종목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시범 종목인 이스포츠에서 6개의 게임 즉 MOBA 장르 게임으로 잘 알려진 ‘리그오브레전드’, ‘펜타스톱’, RTS 장르의 ‘스타크래프트’, ‘클래쉬로얄’, 스포츠 장르 ‘PES 2018’, 수집형 카드 게임(CCG) ‘하스스톤’에 출전한 국가대표들이 메달 경쟁을 벌였다.이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이스포츠를 2022년 중국-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승격시켰는데, 개최국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된 아시안 게임이 2023년 9월 개막을 했고 이스포츠는 첫 국제스포츠 대회 정식종목으로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을 키우고 있는 중국에서 한국과 이스포츠 신흥 강국들이 7개의 종목(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도타2, 리그오브레전드(LoL), FIFA온라인4, 스트리트 파이터 5, 펜타스톰, 몽삼국 2)에 메달을 두고 경쟁을 한 것이다 1) .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군 면제라는 보상도 받았다 2) . 아시안 게임에서 활약한 이스포츠는 지난 11월에 다시 큰 이슈를 만들었다.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통칭 '롤드컵‘ 결승전에서 우리나라의 SK텔레콤 게임단 T1이 중국 웨이보 게이밍을 꺾고 우승을 한 것이다. 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는 1만 18000석의 입장권이 10분 만에 매진되었고. 경기 당일 광화문 광장에는 1만 5000명의 관중들이 모여 거리 응원을 했고, CGV는 영화관에서 준결승전부터 생중계 티켓 판매를 했는데, 결승전 당일 전국 CGV 티켓이 매진될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1990년대 후반 ’스타크래프트‘로 시작한 이스포츠 전성기는 2011년 등장한 ’리그오브레전드‘로 다시 부흥기를 맞이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예컨대 2011년 첫 롤드컵 총상금은10만달러(약1억3000만원)였지만, 한국과 중국 프로팀이 참여하면서 상금 규모가 커져 올해는 총상금이 222만달러(약28억원)였고, 고척돔 티켓 판매만으로 40억원의 수익을 창출했으며, 전 세계에서 롤드컵 결승전을 시청한 사람은 1억명, 누적 접속자는 4억명을 기록했다. 게다가 롤드컵을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과 코카콜라, 오포, 레드불, 유튜브 게이밍 등 기업의 후원과 광고 투자를 고려할 때 2023년 롤드컵의 경제효과는 약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3) 이스포츠에 대한 경제적 효과로 인해 사회적 관심 높아졌고, 게임의 성장 가치가 알려진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2012년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이스포츠법)을 제정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이스포츠를 진흥하고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당시 한국보다 큰 이스포츠 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도 야구, 축구, 농구 같은 일반 스포츠처럼 이스포츠 선수를 ‘프로선수’로 인정하면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자 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게이머들에게 스포츠 종목 선수들과 같은 비자를 발급하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2023년. 10대와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스포츠 중 하나로 꼽는 이스포츠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사람 간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는 스포츠 대회에서만 볼 수 있었던 시대가 이제는 ‘게임물’을 매개로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상상하지 못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기에 열광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스포츠는 스포츠일까? 이 질문은 이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국내외 학계가 벌인 논쟁중 하나이다. 스포츠학자들은 스포츠의 개념적 정의를 기준으로 이스포츠를 이와 비교했는데, 현대사회 스포츠의 개념을 연구한 슈츠(Suits, 1978; 2018)에 따르면, 스포츠의 조건에는 규칙이 있는 게임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허용되는 수단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규칙을 갖춘 게임이 기술(skill), 신체성(physical skill), 폭넓은 지지자들(wide following), 안정성(stability)을 충족할 때 비로소 ‘스포츠’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게임은 신체 활동으로 구성된 기술이 필요하며, 지지자들이 있어 지속 가능할 때 스포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마이어(Meier, 1988)는 모든 스포츠가 제도화된 것은 아니며, 관습과 전통과 같은 규제적 측면은 스포츠 본질에 부수적인 것이라는 관점에서 스포츠에서 제도화가 필수 요소가 될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구트만(Guttmann, 1978)은 현대 스포츠의 특징에 주목했는데, 현대 스포츠는 세속주의(secularization), 공정성(equality), 전문화(specialization), 합리화(rationalization), 관료주의적 조직화(bureaucratization), 수량화 (quantification) 그리고 기록 추구(quest for records)라는 7가지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고, 그중에서도 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경쟁적 규칙’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다. 반면 짐 패리(Jim Parry, 2019)는 스포츠를 인간의 활동, 신체 활동, 신체적 기술, 경쟁, 규칙 그리고 제도화라는 6가지 요소로 정의했는데, 이후 현대 스포츠를 정의하는 척도가 됐다(박성주. 2021). 스포츠의 신체성을 강조한 패리는 2018년 이스포츠가 스포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썼는데, 그는 이스포츠는 큰 근육을 움직여 활동하지 않고, 건강하지 못하며 교육적 가치가 없고 신체적 탁월성이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학계에서 이스포츠 선수, 프로게이머의 신체성을 측정하는 실증연구가 활발하다. 예를 들면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 유저와 일반인의 반응속도를 비교하거나, 선수들의 등, 목, 어깨, 눈, 손의 움직임을 중점적으로 분석하면서 사격, 바둑 선수와 비교하는 논문이 발표되었고, 이스포츠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통증의 종류, 게임 시간, 손놀림을 측정하면서 신체 활동을 증명하는 연구들이 패리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스포츠의 개념과 정의가 세분화되고 다양해진 만큼, 이스포츠가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 하다. 그런데 이스포츠 대회는 종목에 따라 대회 성격과 규모가 다르다. ‘게임물’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간에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일이 이스포츠라 정의하고 있는데, 그 ‘게임물’ 즉 종목은 특성과 기준이 있다 4) . 이것은 올림픽종목의 선정 절차와 기준과 비교할 때 공통점도 있지만, 역시 게임물의 특수성이 종목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글로벌 게임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은 이스포츠 국제대회 종목 선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이스포츠 공식 종목은 최초 8개 게임이 발표됐는데 5) , 소유권 즉 IPR(Intellectual Property Right)이 분명한 게임의 개발사 현황을 보면,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 출처 : 스포츠경향. 2022.4.24. 이스포츠 산업에 이스포츠 종목 즉 게임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하려는 초국적 글로벌 IT·미디어기업들의 투자와 자본 유입이 국내보다 치열하고 활발하다 보니, 게임 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우리나라가 이스포츠에서도 위축되거나 해외 시장에 편입되기 쉬운 구조에 놓인 것도 묵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스포츠가 스포츠 리그로 체계화되는데 필요한 법률적, 제도적 검토를 충분하지 못한 채 이스포츠 시장의 변화를 맞이하는 바람에 여전히 다양한 종목과 대회들이 비효율적이거나, 비체계화된 제도에 발목을 잡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이 이스포츠가 될 수 없음에도, 이스포츠 종목 게임을 훈련하는 것과 중독성 강한 게임을 하는 것이 같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만한 공익 캠페인조차 시도된 적이 없는 실정이라 한국이 이스포츠 종주국이라던 명성은 빛이 바랜 지 오래다. 현재 이스포츠의 지원 활성화 및 육성 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 내 콘텐츠 정책국(제1차관)의 게임콘텐츠산업과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문화체육 관광부는 이스포츠법 제12조에 따라 이스포츠 종목 다양화를 촉진하기 위해 종목을 선정하는 기관으로 2014년 한국이스포츠협회를 선정했고, 협회는 그 결과를 매해 공개하고 있다. 이스포츠 종목선정표에는 종목을 정식종목과 시점 종목으로 나누고 있고, 정식종목은 전문종목과 일반종목으로 나뉜다. 각 종목에는 게임 이름과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 IPR)을가지고 있는 종목사 6) 가 같이 명시되어 있는데, 종목마다 갱신, 등급변경 상황이 함께 표시된다. * 출처: https://www.mcst.go.kr/kor/s_notice/notice/noticeView.jsp?pSeq=17136 이스포츠협회 ‘이스포츠 종목선정 심의규정’에 따르면, 이스포츠 종목이란 이스포츠 종목선정기관의 심의를 통해 선정된 ‘게임물’을 말하며, 이스포츠 적격성은 문화적 영향력, 대전방식, 관전 및 중계 요소 등 게임물의 콘텐츠 측면에서 이스포츠 종목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을 말한다(심의규정 제1장 제2조). 이스포츠 종목선정 심의위원회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게임물 중에서 동 법 제21조에 따라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의 윤리성, 공공성, 공익성, 창의성, 자율성, 독립성을 고려하는데, 사회적 통념까지도 존중하는 것을 기본 정신으로 한다(제1장 제3조, 제4조). 하지만 ‘이스포츠 종목선정 심의 규정 시행 세칙’에서도 게임물의 사회적 가치 즉 윤리성, 공공성, 창의성 특히 사회적 통념같이 가변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정성 평가 부분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세부 개념 및 설명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 이스포츠 종목은 정식종목과 시범종목으로 나뉘는데, 정식종목은 직업선수가 활동할 수 있는 대회나 리그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저변이 충분하다고 인정받은 ‘전문종목’과 직업선수 활동 저변은 부족하지만, 종목사의 투자계획이 명확하고 지속적인 육성을 통해 발전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일반종목’으로 분류된다. 시범종목은 적격성은 인정받았지만, 현재 저변 및 환경이 미비하여 향후 정식종목으로 선정되기 위해 만 2년의 유예기간을 가지는 종목을 말한다(제2장 제6조). 제3장 심의 기준에 따르면, 위원회는 종목선정 심의를 신청한 게임물에 대해 게임물의 콘텐츠 측면에서 적격 여부(문화적 영향력, 대전방식, 관전 및 중계요소)를 평가하고, 이스포츠 종목으로서 지속될 수 있는 저변과 환경(게임물의 이용자 지표 및 대회 참여 이용자 지표, 전문 이스포츠팀 존재 여부, 선수 등록 및 관리체계, 대회와 관련된 규정, 기록, 기술지원 등 경기환경, 국제적 활성화)을 갖추고 있는지 심의한다. 특히 위원회가 게임물의 종목사가 해당 게임물을 이스포츠 종목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시행해온 국내 투자 실적과 계획을 평가하기 때문에, 종목사는 최소 1년 이상 국내 이스포츠 사업비및 상금에 투자한 비용 실적과 최소 1년 이상 향후 투자 계획이 무엇인가를 제출해야 한다(제3장 제8조). 또한 종목사는 심의종류 별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우선 신청 게임물이 PC게임물, 비디오 게임물, 아케이드 게임물, 모바일 게임물인지 구분하고, 개인전인지 단체전인지, 선정 심의인지 보완지시, 이의신청 재심인지, 내용수정 재심의인지에 따라 수수료가 최소 30만원에서 140만원까지 다양하다. 또한 종목선정 심의 규정 시행 세칙에 따르면, 이스포츠 종목선정 시 인정하는 대회가 명시되어 있는데, 대회 주최가 누구인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즉 인정대회에는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이스포츠협회, 국제이스포츠연맹, 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종합경기대회가 주최한 대회가 포함되는데, 여기엔 한국이스포츠협회와 국제이스포츠연맹이 승인하고 이스포츠 산업지원센터로부터 받은 이스포츠대회가 포함된다(최은경, 2020) 7) .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이스포츠가 정식 종목이 되었다고 하지만, 대학체육회는 한국이스포츠협회를 2021년 12월에야 준회원으로 승인했고, 지난 10여년 간 이스포츠협회가 선정한 종목의 변화를 보면 종목 규정이 갖는 모호함과 종목사의 지위에 대한 비현실적 규정들이 있어, 올림픽과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를 앞두고 꾸준히 선수 활동을 하기엔 이스포츠 종목 즉 게임물은 시장의 변화에 아주 민감하다. 년도 정식종목 시범종목 전문종목 일반종목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A SPORTS FIFA 온라인4 8)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발로란트 서든어택 클래시 로얄 A3: 스틸얼라이브 하스스톤 스타크래프트2 크로스파이어 이터널리턴 eFootball 2023 오디션 브롤스타즈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A SPORTS FIFA 온라인4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오디션 클래시 로얄 브롤스타즈 A3: 스틸얼라이브 eFootball PES 2021 하스스톤 스타크래프트2 크로스파이어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A SPORTS FIFA 온라인4 브롤스타즈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오디션 eFootball PES 2021 클래시 로얄 A3: 스틸얼라이브 없음 2020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EA SPORTS FIFA 온라인4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오디션 eFootball PES 2020 클래시 로얄 브롤스타즈 A3: 스틸얼라이브 2019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EA SPORTS FIFA 온라인4 클래시 로얄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하스스톤 스타크래프트2 PES 2018 오디션 펜타스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FIFA 온라인3 클래시 로얄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하스스톤 스타크래프트2 PES 2018 펜타스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디션 스페셜포스 2017 2차 리그 오브 레전드 FIFA 온라인3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스타크래프트2 오디션* 스페셜포스 2017 1차 리그 오브 레전드 FIFA 온라인3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스타크래프트2 스페셜포스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FIFA 온라인3 서든어택 하스스톤 스페셜포스 2015 리그 오브 레전드 FIFA 온라인3 서든어택 하스스톤 스페셜포스 2015년 이후 2023년까지 이스포츠협회에서 발표한 전문, 일반, 시범 종목을 보면 새로운 버전 출시, 종목사의 서비스 중단, 사용자 감소 같은 게임 시장의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외 아마추어 및 프로 대회 종목과 연관성이 낮은 종목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 게임사가 주도해 개최하는 유명 대회나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유치하는 대회 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던 아마추어 대회들, 예들 들어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이스포츠 대회’, ‘이스포츠 대학리그’, ‘동호인대회’, ‘전국장애학생e페스티벌’, ‘한중일 이스포츠대회’,‘세계이스포츠대회’의 공식 종목들이 궁극적으로 국내 게임 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일이다. 인간이 경쟁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새로운 놀이, 오락, 스포츠를 만들어 함께 즐기고자 하는 본능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창의적 영상미와 스토리, 세계관이 담긴 게임물이 사람을 연결하고 있는 이스포츠는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혁신적 놀이 문화이다. 물론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진 게임물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고, 각 게임물의 장르에 따라 주어진 복잡하고 정교한 규칙은 사람 간 대결의 형식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그리고 지난 20년 세계 곳곳에서 이스포츠는 다양한 사건과 경험을 통해 게임이 문화를 넘어 스포츠 종목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물론 살펴보았듯이 대회 종목으로서의 게임물에 대한 제도적, 구조적, 사회적, 문화적 논의가 정교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게임은 이 시대의 문화이며, 미래의 게임은 문화 그 이상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1) 한국은 ‘FC 온라인’에서 곽준혁 선수가 동메달, ‘스트리트 파이터 V’에서 김관우 선수 금메달,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한국팀이 금메달,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한국팀이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출전한 4개 종목에서 모두 성적을 냈다. http://www.e-sports.or.kr/#wrap 2) 2020년 21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연기권을 검토해 보겠다고 발언하면서 2022년으로 예정됐던 항저우아시안게임 이스포츠 정식종목의 출전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3) 중앙일보. 2023. 11.25. “페이커 보자” 해외 관광객 5만명, 롤드컵 경제효과 2000억. 4) 한국콘텐츠진흥원(2013)은 이스포츠 종목은 내적 특성으로 공정성, 건전성, 대중성, 관전성, 스타플레이어, 대회 진행의 용이성이 있고, 외적 특성으로 종목의 소유권 존재, 인터페이스 구조(존재적 특성)과 경기 진행을 위한 완결성(형식적 특성)이 필요하다고 정의했다(최은경,2022). 5)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연기되면서 최초 발표된 종목 중 ‘하스스톤’이 최종 대회 종목에서 제외됐다. 6) 종목사란 해당 종목의 개발사 또는 유통사를 말한다 (이스포츠 종목선정 심의규정 제2조 8항) 7) 제 2조 (인정대회) 이스포츠 종목선정 심의규정(이하 ‘심의규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에서 인정하는 대회목록은 다음 각 호와 같다. 8) 현재 ‘FC 온라인’으로 이름 변경됨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교수) 최은경 현 한신대학교 이스포츠 융합 대학원 주임 & 평화교양대 영상콘텐츠 전공 교수.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전남과학대학교 e스포츠과 조교수
- Can “Black Myth: Wukong” Be Truly Understood Beyond Chinese Cultural Borders?
As a cultural epicentre of East Asia for centuries, China has consistently brought its classical literature to games. From the earliest days of video games, Chinese developers have adapted their classic literature like “Investiture of the Gods (Fengshen Yanyi)” and “Strange Tales from a Chinese Studio (Liaozhai Zhiyi)” into virtual worlds. < Back Can “Black Myth: Wukong” Be Truly Understood Beyond Chinese Cultural Borders? 24 GG Vol. 25. 6. 10. ** You can see a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f480c8b6-53a4-4440-a3f4-af2f6c23e547 As a cultural epicentre of East Asia for centuries, China has consistently brought its classical literature to games. From the earliest days of video games, Chinese developers have adapted their classic literature like “Investiture of the Gods (Fengshen Yanyi)” and “Strange Tales from a Chinese Studio (Liaozhai Zhiyi)” into virtual worlds. Among these classics, “Journey to the West” in particular has been adapted into numerous games. Since the 8-bit era, Chinese game studios have repeatedly reimagined the tale through various genres, as seen in titles like “A Chinese Odyssey”, “ The Journey to the West 2”, “Water Margin” etc. (For more details on this, check out our previous GG article: " 중국의 레트로 게임: 8비트 시대의 흔적들 ") (Korean only) The digital adaptations of Chinese classics like “Journey to the West” extend across the broader East Asian cultural sphere, as their imaginative world and iconic characters have inspired countless modern media. For instance, in Japan, arcade games like “SonSon” (1984) were adapted directly from the novel. Then there’s the manga series “Dragon Ball” inspired by “Journey to the West”, which became so famous worldwide that its protagonist’s name ‘Son Goku’—a Japanese pronunciation of ‘Son Wukong’—particularly became a norm. In South Korea, animations like “Flying Superboard” and its sequel “Sa Oh Jeong” series—a Korean pronunciation of ‘Sha Wujing’ that is one of the main characters of “Journey to the West”—still bring people’s nostalgia from childhood. And even today, many Korean kids grow up reading educational comic books like “Magic Thousand Characters”, again inspired by the “Journey to the West”. These examples illustrate the remarkable cultural elasticity of this classic literature, capable of transcending national boundaries and resonating with contemporary audiences across generations. However, the initial announcement of “Black Myth: Wukong” was somewhat mixed with high anticipation as well as cautious scepticism. On the positive side, the game’s teaser trailer showcased a well-polished action-adventure experience, bringing gamers’ excitement about the game’s visual aesthetics and combat design. It also raised anticipation of how well ancient mythology would be able to come to life in modern digital gameplay. At the same time, some expressed concern as it is yet another “Journey to the West” adaptation that has been tried numerous times, which posed a risk of players' higher expectations and potential criticism on the industry’s creative stagnancy (i.e., ‘revamp, again?’). This mixed response was also accompanied by broader concerns about the Chinese game industry at that time, which had yet to produce internationally well-received, critically acclaimed ‘cultural heritage’ game titles. How “Wukong” gameplay mechanics shine through its genre Fortunately, “Black Myth: Wukong” received a positive reaction upon its release as it stands out for its storytelling and technical mastery within the action-adventure genre. Drawing inspiration from traditional Chinese martial arts like staff yielding and spear-based Wushu, the game delivers a delicately designed combo-driven combat system. Its powerful attacks are exaggerated just enough to feel engaging without becoming overblown. The true triumph of its combat design, however, lies in its diverse and intricately designed boss combats. Rather than relying on copy-paste fighting scenes, the game challenges players to solve the puzzle of various combat patterns. Interestingly, there is no difficulty selection menu in “Black Myth: Wukong”, which is a hurdle for some players. This makes the game’s early stages undeniably challenging, reminding us of infamously difficult ‘Souls-like games’. But the game balances this with a classic game design principle: Let the time and effort get you through. As players progress to the later stages of the game, they can naturally gain access to new spells that gradually ease the difficulty. This gradual progression of the game offers a sense of relief to the players, assuring them that their tryouts will eventually be rewarded. Importantly, even though the game does have a Souls-like vibe, it avoids one of the genre’s more punishing features, and players don’t lose anything upon game over. In a nutshell, “Black Myth: Wukong” is not easy, but it also doesn’t wholly withdraw casual players. Instead, it managed to find a balanced middle ground. Of course, evaluating a game based solely on its in-game mechanics would only offer a partial understanding of its overall design. If the game had just focused on featuring a combat system without a deep dive into the original story and world setting of the “Journey to the West” classic, the game’s true meaningfulness would have been greatly devalued. Fortunately, “Black Myth: Wukong” achievements in combat design gain full significance as they align well with its narrative. First of all, the game sets itself as a sequel to “Journey to the West”, focusing on what could have happened after the original classic. This way, the developers enabled the game’s creative flexibility, allowing them to reinterpret the classic mythology through a modern lens – reshaping the story suitable for the 21st-century players. A modern reinterpretation of a pre-modern fantasy world Like the “Investiture of the Gods”, another well-known Chinese classic fantasy literature, “Journey to the West” portrays various mythological creatures called ‘Yaoguai’. The Yaoguai kings and Yaoguai chiefs in “Black Myth: Wukong” are placed in the game not in chronological order according to the classic but based on how relevant it is for the game’s system and combat progression. So, rather than retracing the already-familiar story of the pilgrimage of Sun Wukong, the game opens the venue for the story of a mysterious warrior named “The Destined One”, Wukong’s successor, which makes the game’s progression more compelling in an action-adventure game structure. Meanwhile, the world that “Black Myth: Wukong” portrays is set after the conclusion of the original story of “Journey to the West”. Like many ancient classics, the original novel concludes with a happy ending and a moral message – that the world (probably) became better after the epic journey to the West. I mean, if sacred Buddhist scriptures were successfully brought to China, the world was meant to usher in an era of compassion and enlightenment. Right? Apparently not. The story of “Black Myth: Wukong” persistently challenges the idea that the pilgrimage was far from lasting salvation. In the game, we can see that the villages mentioned in the original story now remain in ruins. It is revealed that Sun Wukong, who, in the original classic, is described as having achieved enlightenment after his journey, had already died. The Buddhist scriptures were far from ushering in a utopia. What’s even more devastating about the “Black Myth: Wukong” story is that the people left in ruins no longer seek salvation through religious belief. The hope is very much lost. Instead, they cling to the idea that one day, the monkey king will resurrect. And that’s when the game’s protagonist, The Destined One, embarks on a quest to gather Wukong’s scattered relics (“Six Senses of the Great Sage”) to bring him back to life. As such, the game sets itself apart from the core message of the original classic. It’s not the Buddhist scriptures that would bring salvation, but people themselves—a hero, the protagonist (the player). Another story element to look into is the world setting. The world depicted in the original “Journey to the West” was set in strict hierarchies between divine beings, humans, and non-humans (Yaoguai). It is not strictly based on one’s origin (e.g., birth, species) but something that one’s commitments can alter. For instance, Sun Wukong, who was originally a Yaogui, is summoned to the divine realm and ends up sharing a table with the Jade Emperor or even attaining the rank of “Victorious Fighting Buddha”. On the other hand, divine beings like Marshal Tianpeng and General Juanlian can commit grave sins and be demoted to Yaoguai. But “Journey to the West” is also a world where one’s status is ranked and can rise or fall with clear consequences between rewards and punishments. Punishment, as in, at the beginning of “Black Myth: Wukong”, Sun Wukong cries out in despair, declaring that his elevated status (as the Victorious Fighting Buddha) is ultimately meaningless. In response to his outcry, the divine beings sent an army to silence him. This moment captures a critical aspect that the original “Journey to the West” couldn’t express, about the irony of the class system, but which a 21st-century digital game can now. In fact, this kind of modern reinterpretation of classical fantasy through games has already been tried out, most notably in the “God of War” reboot series, which the developers of “Wukong” have openly described as one of their inspirations. While the original Norse mythology is typically told from the perspective of the high gods, such as Odin and Thor, the “God of War” reboot retells the myth from the viewpoint of Loki, a figure traditionally seen as an anti-hero. Without a doubt, such a shift of protagonist altered the tone of the story. Odin’s famed wisdom, for example, is reinterpreted in the game as cunningly manipulative. It also turns out that the gods strive to dominate the world solely for their own good, and Ragnarök is not the end of the entire world but the collapse of those self-interested divines’ world. Such reinterpretation is key to reshaping the meaning of myth and, in some sense, more fitting with the narrative of a modern era that has long moved on from the rigid hierarchies of the caste system. And there’s “Black Myth: Wukong” that embarks on a modern reinterpretation of the Chinese classic “Journey to the West”. In an era where rigid class hierarchies were once the norm, the idea of divine beings overseeing mankind is now reinterpreted as a form of oppression. When “God of War” choose to reinterpret the myth through the lens of Loki, “Black Myth: Wukong” takes a different approach and emphasises the doubt and disillusionment that the original Wukong had suffered as a Yaoguai treated unequally by the divine beings. The game “Wukong” outside the Chinese cultural sphere A modern reinterpretation of a classic “Journey to the West” truly shines thanks to how the game developers have deeply and richly delved into the classic literature. It is not particularly surprising, considering how the original “Journey to the West” is loved and read by many modern-day Chinese even today. It is remarkable to see that characters in “Black Myth: Wukong” are all well-adapted game versions of the original novel, with altered personalities and traits tailored to suit the game’s mechanics and design. Some characters are also tightly integrated into gameplay mechanics, playing a major role in transforming the game into a truly modern interpretation of the classic. But, on the other side, because it is a derivative work built on a deep understanding of the “Journey to the West”, its digital game version “Black Myth: Wukong” inevitably includes story elements that may not fully resonate with players who had less exposure to the original novel. For example, many Korean gamers claimed that they struggle to understand the UI button that says “Let’s find out in the next edition” at the end of each chapter (Translator’s note: In the game’s English version, it is just translated as “Next Chapter”) [SP1] [SP2] . Some couldn’t realise whether this leads to the next chapter or a new edition, etc. This is because this particular UI in the Korean version was a direct reference to how each chapter is addressed in the “Journey to the West” – borrowing the original novel’s exact phrases used at the end of each instalment. Such details show that exposure to the original classic is somewhat of a necessity to fully grasp the hidden metaphors in the game. *A screenshot of the “Black Myth: Wukong” Korean version at the end of chapter two. On the bottom, next to the ∆ button, it says, “Let’s find out (more) in the next edition”. This confused the Korean players, who did not read the original novel. Surely, “Black Myth: Wukong” is an exceptionally well-crafted game. But one downside is that it is so well tailored to the original classic, and thus, the game’s intricacy may not fully convince players unfamiliar with the source material. While I was so impressed by the game’s meticulous reinterpretation of the classic, I couldn’t help but wonder, ‘Would people who haven’t read the original novel be able to understand all these?’ ‘How will players outside the Chinese cultura sphere, let’s say, Western players [SP3] [SP4] , be able to understand all of this?’ In order to resolve such confusion, perhaps the game may need to implement supplementary materials further to help players gain the additional context they might need to grasp the deeper layers of the original novel. *Would players without any knowledge of Chinese mythology understand the twisted story embedded in the Four Heavenly Kings’ battle scene? Or would they just regard it as one of the many epic battle scene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KyungHyuk Lee He has been close to games since childhood, but it was not until 2015 that he started talking about games in earnest. After living as an ordinary office worker, he entered the life of a full-time game columnist, critic, and researcher through a series of opportunities. Books such as "Game, Another Window to View the World" (2016), "Mario Born in 1981" (2017), "The Theory of Game" (2018), "Wise Media Life" (2019), and "The Birth of Reality" (2022); papers such as "Is purchasing game items part of play?" (2019); "Dakyu Prime" (EBS, 2022), Gamer (KBS), "The Game Law", 2019 BC) and "Economy of Game", etc.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institute 'Dragon Lab'. (Doctoral researcher at Aalto University, Finland) Solip Park Born and raised in Korea and now in Finland, Solip’s current research interest focused on immigrant and expatriates in the video game industry and game development cultures around the world. She is also the author and artist of "Game Expats Story" comic series. www.parksolip.com
- 보편과 토착의 긴장 속에 도사리는 지정학적 미학: 〈7인의 사무라이〉에서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이르기까지
〈라스트 사무라이〉가 일본 대중문화에 심취한 와패니즘의 대명사인 반면, 〈킬 빌〉은 오리엔탈리즘을 전유하는 대중주의다. 무사도와 신성한 사무라이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라스트 사무라이〉의 상당 부분은 뉴질랜드 로케이션으로 촬영되었고, 〈킬 빌〉은 이소룡과 사무라이를 섞고 중국계 미국인 배우 루시 리우에게 기모노를 입혀 대문자 오리엔탈(The Oriental)을 혼성모방한다. < Back 06 GG Vol. 22.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yunwoo Shin A cultural researcher and cultural critic, specializing in critical theory of technology and the political economy of media. Researches cultural phenomena surrounding gaming, 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s, and blockchain, and teache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nd the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 모든 게임의 확률은 여전히 주사위다
비록 이제는 멀티코어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알고리즘, 하드웨어를 이용해 진정한 의미의 난수를 디지털에서도 생성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그 벽은 높다. 주사위라면 단 몇백원 만에 유의미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확률놀음을 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의 것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 Back 모든 게임의 확률은 여전히 주사위다 17 GG Vol. 24. 4. 10. 주사위 ? 이제 퇴물 아닌가 ? 개인적으로 주사위라는 물건 자체를 매우 좋아한다 . 워낙 게임용으로 많이 써서도 있지만 , 주사위라는 물건 자체가 상징하는 ‘ 행운 ’ 의 느낌이 좋기도 했다 .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의 게임들은 주사위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한다 . 인생게임의 룰렛 같은 다른 도구들도 있지만 , 범용적으로 게임을 불문하고 적용되는 것들은 대부분 주사위 , 그리고 카드 묶음이다 . 특히나 TRPG 와 미니어처 워게임 같은 보다 클래식한 쪽은 주사위의 영향력이 굉장히 짙다 . 게임을 확률과 선택의 문제라고 압축한다면 주사위는 아주 오랫동안 , 어쩌면 게임이라는 개념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 핵심을 책임지고 구축해온 존재다 . 우리에게 보통 가장 익숙한건 정육면체 주사위지만 , 필요에 따라 많은 주사위가 만들어지고 쓰여왔다 . 가장 작은건 정사면체 , 거기서 정육면체 , 정팔면체 , 십면체 , 정십이면체 , 실질적으로 쓰이는 것 중 가장 큰건 정이십면체다 . 많은 게임들은 이중 하나의 주사위를 위주로 구성되어 있지만 , 이중 여러가지 주사위를 동시에 쓰는 경우도 있다 . 이럴 경우 각각의 주사위는 단일 주사위로 창출할 수 있는 확률의 가짓수에 따라서 그 특성에 맞는 용도로 쓰인다 . 이들은 쉽게 각각의 면 개수를 토대로 d4, d6, d8, d10, d12, d20 으로 표현된다 . 이중에서 가장 익숙한건 역시 d6 과 d20 이다 . d6 은 가장 전통적인 주사위이고 , d20 은 요즘 TRPG 의 트렌드인 주사위다 . 널리 알려진 비디오 게임 ‘ 발더스 게이트 3’ 도 ,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 던전 앤 드래곤 ’ 최신판도 d20 을 기반으로 한다 . 하지만 이 모든 게임들을 그저 ‘ 주사위를 굴린다 ’ 하나로 공통되게 묶기에는 저마다의 게임이 주사위를 이용하는 방법은 세세한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 그로 인해 벌어지는 양상도 꽤 다르다 . TRPG 와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 , 그리고 ‘ 아캄 호러 ’ 등으로 유명한 TRPG 의 형태를 빌린 보드 게임의 주사위 굴림은 기본적으로 스테이터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위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스테이터스들이 분명한 이점 또는 패널티가 되어주되 , 이것이 고정값이 아니도록 하기 위해서 스테이터스를 기반으로 각 주사위들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이를 보정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 이런 개념에서 Roll for XX, Beat XX 라는 용례가 파생된다 . 즉 , 기본적으로 TRPG 나 미니어처 게임 , 이 방식을 채용한 보드 게임들의 기본 작용은 수치 대 수치의 싸움이다 . 타겟이 되는 수치가 있고 , 해당 수치에 대응되는 자신의 스테이터스 + 주사위 굴림값이 이를 넘겨야 하는지 , 이보다 낮아야 하는지 , 이상인지 이하인지 같은 목표 수치가 정해진다 . Roll for XX 는 그 XX 라는 수치를 목표로 굴린다는 뜻이며 , Beat XX 는 XX 를 초과한 값이 나와야만 한다는 뜻이다 . 이런식으로 주사위 굴림은 어떤 목표값을 가지게 되고 , 여기서부터 확률과 그 중간값 등을 계산할 수 있게 된다 . 이런 주사위 굴림이 가장 직접적으로 , 또 많이 쓰이는건 근현대적인 게임이라는 개념의 원류 중 하나인 워게임 , 그리고 그 워게임을 체계화하고 보다 재미와 흥미 위주로 변화시킨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과 TRPG 다 . 국내에서 TRPG 뿐만 아니라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은 정말 희귀한 취미이지만 , 필자는 그런 취미를 접하면서 여러가지 용례의 주사위를 써보곤 했다 . 흥미로운 건 주사위라는 확률 체계가 가지는 한계를 저마다의 게임이 뛰어넘는 방식이었다 . 주사위는 분명 시인성이 좋고 쓰기 편한 등 여러 장점도 있었지만 한계가 명확한 방식이기도 했으니까 .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미니어처 게임 ‘ 워머신 & 호드 ’ 의 경우 2d6(d6 주사위 두개 굴림 ) 이 거의 모든 대면 굴림의 기본이었는데 , 주사위 한 개가 아닌 2d6 이 기본이 됨으로서 가지는 이점은 확률 중앙값이 아주 명확하다는 점이다 . 최소가 2, 최대가 12 이므로 7 이 정확히 가장 나올 확률이 높은 중앙값이 된다 . 즉 , 이를 기반으로 플레이어들은 수많은 대면 굴림에 맞추어 게임을 준비할 때 7 이라는 주사위값을 기준삼아 전체적인 확률을 계산을 하게 된다 . 주사위 굴림에서 나오는 기본 확률이 게임 전체의 확률을 제어하는 것이다 . 여기에 가장 낮은 확률인 2 와 12 에 각각 펌블 ( 확정적인 실패 ) 와 크리티컬 ( 설명이 필요한가 ?) 를 부여함으로서 낮은 확률에서 생기는 변수를 추가한다 . 반면에 d20 주사위를 쓰게 되면 1 에서 20 까지의 숫자가 각각 똑같은 확률로 나오게 된다 . 즉 , 요구값에 따라 확률이 정직하게 비례 / 반비례하게 된다는 뜻이다 . 이 점에서 직접 대조할 수 있는건 2d6 과 d12, 또는 20 면체를 개조한 d10 인데 , 2d6 은 정확하게는 11 개의 가짓수가 나오는 셈이긴 하지만 ( 최소값이 1+1=2 이므로 ) 전체적인 확률의 가짓수 자체는 비슷하다 . 그러나 확률의 분포상 7 이 나올 확률이 1/6 으로 가장 높으며 6 과 8 은 5/36, 5 와 9 는 1/9 이런식으로 점점 확률이 우산형태로 낮아진다 . 그러므로 비슷하게 10 가지 정도의 확률수를 사용하는 게임에서는 각각 다른 주사위를 채용함에 따라 다른 플레이 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 . 2d6 을 쓴다면 전체적으로 게임에서 7 을 중앙값으로 하여 성공 확률이 훨씬 더 높으므로 평균적인 성능치를 쉽게 형성할 수 있다 . 반면에 d10 이나 d12 등을 사용한다면 균등한 확률 분포를 이용해 굴림에 요구하는 값이 낮을수록 성공 확률도 높아지는 식으로 보다 스탯 베이스의 강세를 이끌어낼 수 있다 . 이러한 각각의 주사위 값의 종류 , 그리고 주사위 굴림의 방식에 따라 게임마다 굴림의 양상이 조금씩 달라짐에도 , 매개로 하는 주사위라는 방식 자체가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에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다소 복잡할 수 있는 확률과 그 확률들의 분포를 상당히 직관적으로 바라보고 계산할 수 있게 된다 . 워해머 40k, 워머신 & 호드 , 인피니티 , 서로 다른 세 미니어처 워게임의 주사위 놀음 이런 확률 특성에 따라 , 으레 비슷한 게임방식을 띄는 미니어처 게임들도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지곤 했다 .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은 단연 ‘ 워해머 40k’ 이고 , 그 다음으로는 필자가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 워머신 & 호드 ’, 그리고 ‘ 인피니티 ’ 정도가 있다 . 이 세개의 게임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주사위를 사용한다 . 일단 ‘ 워해머 40k’ 와 ‘ 워머신 & 호드 ’ 는 d6 기반이고 ‘ 인피니티 ’ 는 d20 기반이다 . 그렇다면 앞의 둘과 뒤의 하나의 차이는 당연히 클텐데 , 앞의 둘은 같은 주사위를 쓰는데 어떻게 차이가 있는가 ? 하는 부분이다 . ‘ 워해머 40k’ 가 다른 미니어처 게임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 개별 유닛의 확률 디테일을 좀 떨어트리는 대신 대단위 전투에 적합한 방식을 골랐다는 점이다 . 이는 다른 메인스트림 미니어처 게임과 비교하면 크게 체감할 수 있는데 , ‘ 워해머 40k’ 는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유닛에 1 개를 초과하는 주사위를 잘 쓰지 않게 된다 . 그러나 ‘ 워머신 & 호드 ’ 는 기본 대면 굴림이 대부분 2d6 이고 한판의 스케일 자체가 훨씬 작은 편이다 . 전체적인 스케일로 보자면 ‘ 워해머 40k’ 는 기본적으로 최소 수십 , 많게는 100 단위의 유닛을 굴리는 게임이고 , ‘ 워머신 & 호드 ’ 는 많아야 20~30, ‘ 인피니티 ’ 는 그보다 더 작게 돌릴 수도 있다 . 따지자면 ‘ 워머신 & 호드 ’ 와 ‘ 인피니티 ’ 는 스커미시 게임이라고 부르는 좀더 소규모 스케일의 게임이다 . 이런 게임적인 특징 , 그리고 주사위의 사용법은 전반적으로 비슷한 게임임에도 분명한 차이를 만든다 . 미니어처 게임 , TRPG 등의 전투는 결국 스테이터스와 스테이터스 간의 주사위 대면 굴림이다 . 모든 캐릭터와 유닛은 스테이터스와 각종 특수한 규칙이 적힌 시트가 있기 마련이고 이게 게임의 원천이 된다 . 쓰이는 주사위 값에 따라 각 게임이 취하는 스테이터스의 평균값은 당연히 달라진다 . ‘ 워해머 40k’ 는 아머 관련 수치 같은 일부를 제외하면 캐릭터의 기본 능력은 한자릿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그건 전체 게임이 캐릭터별로 하나의 주사위를 굴리는걸 기본 기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 명중률을 결정하는 WS, BS 라는 스테이터스가 존재하는데 , 여기에 적힌 숫자는 d6 을 하나 굴려서 그 이상이 뜨면 명중한다는 뜻으로 낮을수록 좋다 . 당연히 최소 및 최대치는 주사위 하나의 값에 제한되므로 , 2 에서 6 까지 있을 수 있다 . 수치가 4 일 경우 명중률이 50% 가 되니 , 가장 평균적인 값인 셈이다 . 스테이터스상으로 상대의 회피 수치가 존재하는 게임이 아니므로 이 하나의 굴림만 통과하면 맞는 아주 간단한 방식이다 . 반면에 2d6 을 기반으로 하는 ‘ 워머신 & 호드 ’ 와 d20 을 기반으로 하는 ‘ 인피니티 ’ 는 스테이터스 값과 명중시키는 공식이 다르다 . 같은 명중률을 볼 때 , ‘ 워머신 & 호드 ’ 의 명중률인 MAT, RAT 는 기본 수치에 2d6 을 굴려 나온 값이 상대의 회피수치인 DEF 이상이 나와야 명중한다 . 이런 방어 스탯의 활용은 ‘ 워해머 40k’ 에도 방어력이나 세이브 개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 ‘ 인피니티 ’ 는 기본적으로 상대의 수치와 상관없이 유닛의 명중률인 CC, BS 을 d20 굴림으로 성공하면 되는 식이지만 , 여기서는 직관적인 스테이터스를 위해 스테이터스 이하가 나와야 한다 . 즉 여기서는 스테이터스가 높을수록 성공률이 높다 . 또한 ‘ 워머신 &’ 호드 ’ 의 DEF 처럼 회피에 대응하는 값은 없으나 각종 모디파이와 특수룰로 상대의 명중률을 일괄적으로 낮추는 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 한편으로는 ‘ 워해머 40k’ 에는 재미있는 주사위도 있다 . 그건 바로 숫자가 아닌 화살표와 불스아이가 그려진 주사위다 . 보통 스캐터 다이스라고 하는 이 주사위는 포격을 할 때 얼마나 빗나가는지 또는 정확하게 명중하는지를 결정하는 주사위다 . 포격을 선언한 뒤 이 주사위를 던져서 불스아이가 나오면 목표한 지점에 명중하지만 , 화살표가 나온다면 포격 지점을 중심으로 주사위가 가리키고 있는 그 화살표의 방향으로 빗나가게 되며 , 빗나간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또다른 숫자 주사위를 던진다 .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 세개의 게임은 한눈에 보기에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 ‘ 워해머 40k’ 를 플레이하는 걸 보게 된다면 단연 눈에 들어오는 건 한명의 플레이어가 준비해 놓은 수십개의 d6 주사위다 . ‘ 워해머 40k’ 는 기본적으로 분대 단위로 기동하기 때문에 한 번에 다회의 , 많게는 수십번의 공격을 가하는 것도 종종 일어나며 그래서 한번에 스무개 서른개씩의 주사위를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분대의 스테이터스는 동일하기 때문에 , 그렇게 한꺼번에 던진 후 굴림을 통과한 주사위만을 건져내 개수를 새고 그만큼의 명중탄을 상대에게 분배하면 되는 것이다 . 반면에 ‘ 워머신 & 호드 ’ 에서는 훨씬 세밀하게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 또한 2d6 이기에 확률 분포가 다른 만큼 평균적으로 7 이라는 확률 중앙값에 더 크게 의존하며 , 특유의 강화 시스템으로 부스트라는걸 사용한다 . 부스트는 쉽게 말해 자원을 소모해 주사위를 하나 더 굴리는 것이다 . 2d6 을 굴릴걸 3d6 굴리는 식 . 게임 특유의 세세한 스테이터스 분배상 이 수치가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 ‘ 인피니티 ’ 는 d20 을 사용하기 때문에 확률의 분포가 넓고 , 동시에 게임의 근간 자체가 강력한 몇몇의 정예 유닛과 이를 보조하는 전열 보병의 자원 분배 형식을 띄기 때문에 스테이터스에 따른 유닛의 차이가 상당히 크게 다가온다 . 이처럼 , 분명 같은 주사위를 굴리고 주사위에는 어떤 변형도 가해지지 않았음에도 굴리는 상황 , 굴리는 방식 , 적용하는 룰 등에 따라서 각각의 주사위 굴림의 느낌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된다 . 전자적인 작동 없이 난수를 생성하기 위한 장치는 여럿 고안되었지만 주사위는 여전히 그중에서도 가장 쓰기 편하며 공정하다 . 주사위는 그 어떤 작동부도 없는 단순한 조각품인데 반해 룰렛 같은 경우는 회전축이 있는 구동장치여야 하고 , 카드는 셔플이라는 한계 때문에 항상 확률이 동일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 주사위도 물론 정입방체라 하더라도 각인에 따라 면의 무게가 달라지는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장치에 비하면 매우 사소하고 , 또한 각인을 파내는 양을 동일하게 맞춤으로서 조절할 수 있는 문제다 . 그리고 이는 상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 ‘ 주사위 굴림 ’ 만이 주는 감성적인 만족감 , 그리고 재미가 있다 . 필자를 포함해 미니어처 게이머들이 공을 들였던 부분 중 하나는 자신만의 주사위를 만들거나 수집하는 것이었다 . 이쪽의 유명 회사로 Chessex 가 있는데 여기서 각자 원하는 크기 , 디자인의 주사위들을 사모아서 용도별로 쓰는게 일반적이었다 . 이는 플레이어 간의 주사위 굴림 혼동을 줄인다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었고 , 무엇보다 ‘ 운 ’ 에 관해서라면 당연히 붙게되는 일종의 미신 , 어떤 주사위를 쓰면 수치가 잘 붙더라 하는 등의 이야기도 있었다 . 결국 오프라인 게이밍에서의 주사위는 그게 실질적인 최선의 방책이면서 동시에 감성적인 만족감을 주는 방식이기에 그렇게 오랫동안 주류로 자리잡아왔다고 설명할 수 있다 . 사실 전자 뇌는 진정한 난수를 만들 수 없어요 그렇다면 비디오 게임에서는 어떨까 ? ‘ 발더스 게이트 ’ 같은 직접적으로 TRPG 의 주사위 시스템을 가져온 게임들이 아닌 다른 게임들은 어떻게 독자적인 확률 체계를 만들어낸 걸까 ? 그 근간이 물리적인 도구의 1/n 이 아닌 직접적으로 난수를 생성하는 방식이기에 , 디지털 비디오 게임에서의 확률은 언뜻 보면 주사위와는 전혀 무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하지만 좀더 파고들면 , 결국 비디오 게임도 이 주사위의 확률놀음의 지대한 영향 하에 있다는걸 새삼 느끼곤 한다 . 일단 가장 먼저 짚어볼 점은 , 본래 디지털 프로세서는 진정한 의미의 난수 생성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 기본적으로 프로세서는 오직 입력된 값을 계산하여 출력하는 구조 그 자체이다보니 입력되지 않은 랜덤한 값을 뽑아낼 수는 없는 것 . 이 때문에 많은 난수 생성기는 일정한 난수표를 가지고 조작자 = 플레이어가 입력할 때 생기는 이런저런 변수들 ( 입력 타이밍 , 순서 등등 ) 을 가지고 그에 대응하는 난수표에 있는 값을 뽑아주는 것이다 . 그래서 보이기에는 난수처럼 보이지만 , 사실은 플레이어가 그 때마다 조금씩 자기도 모르는 다른 디테일로 정해진 값을 불러내는 셈이다 . 즉 , 난수표 = 주사위의 전체 눈 값 , 출력값 = 주사위를 굴려 위로 향한 면의 값으로 볼 수 있는 것 . 난수표는 그저 모수가 좀 많이 큰 주사위라고 할 수 있다 . 주사위 또한 던지는 위치 , 패턴 , 스냅의 방식 등으로 어느 정도 확률을 통제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처럼 , 재미있게도 이 난수표를 가지고 특정값을 유도해내는 것도 유사한 느낌을 준다 . 이러한 문제들이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것들이 이를 테면 과거 ‘ 몬스터 헌터 ’ 시리즈에서 ‘ 랜덤한 ’ 결과물을 뱉어내는 연금술의 시드값을 파악해내어 다음에 나올 연금 결과물을 알게 해주는 치트엔진 같은 것이다 . ‘ 몬스터 헌터 : 월드 ’ 의 마카 연금은 캐릭터마다 고유의 연금술 시드가 있었고 , 치트엔진을 설치하고 몇 번 연금을 해주면 치트엔진이 그 캐릭터의 시드를 알아내고 , 원하는 아이템이 몇번째 순서에 있는지 알려주었다 . 사실 , 정말 많은 게임들이 이 방식을 채용하고 있고 , 그때마다 항상 벌어지는 사태이기도 하다 . 단순히 기술적인 방식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면에서도 주사위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 MMORPG 에서 많이 사용되는 캐릭터 전투 로직 중 하나로 프록 (PROC) 방식이 있다 . 프록은 간단하게는 기술 시전시 일정 확률로 더 강한 공격을 하거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방식을 말한다 . 플레이어들은 일명 로또 딜이라고 부르는 그 방식이다 . 하지만 대부분의 프록에 쓰이는 확률을 보면 그 수치는 상당히 상징적이다 . 50%, 33%, 25%, 10% 처럼 발동 확률을 몇분의 일 , 이런식으로 쉽게 치환할 수 있는 수치를 가지는게 보통이다 . 즉 , 이미 디지털 게임에서는 100 분위로 표시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사위의 1/n 방식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일단 일반적으로 사람이 한 눈에 보고 발동 확률을 계산하고 DPS 의 상승 기대값을 쉽게 치환할 수 있을 정도의 수치는 결국 주사위에서 많이 쓰이는 십수분의 일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 수치의 값이 지나치게 낮아도 , 만약 그 확률이 나뉘지 않는 소수로 되어 있거나 한다면 더더욱 계산은 어려워진다 . 물론 게임 상의 각종 수치들은 밸런스를 위해 조정될 수 있는 유동값이지만 , 대체로 프록 직업들의 밸런싱은 프록 확률보다는 그 위력과 발동 방식 개선 위주로 이루어지는게 주요 추세다 . 이 확률을 건들게 되면 플레이어들은 또다시 복잡한 계산을 돌려야만 하니까 . 결국 디지털 프로세서를 이용한 비디오 게임은 무한대의 확률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 그걸 활용하는 건 결국 사람이기에 사람이 인지하기 쉬운 범위 내에서만 쓰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 한편으로는 이 프록 방식이 다름 아닌 주사위 굴림 게임에서의 ‘ 크리티컬 ’ 방식을 완전히 똑같이 채용한 개념이기에 더더욱 그렇게 보이는 면이 있다 . 여기까지 생각하다보면 , 시대가 많이 발전했음에도 주사위라는 방식과 체계를 이용하는게 오히려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인 확률놀음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 비록 이제는 멀티코어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알고리즘 , 하드웨어를 이용해 진정한 의미의 난수를 디지털에서도 생성할 수는 있지만 , 여전히 그 벽은 높다 . 주사위라면 단 몇백원 만에 유의미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확률놀음을 할 수 있는데 , 그 이상의 것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 즉 , 주사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난수 생성의 기초 형태이면서 , 사람이 놀이에서의 확률 사용을 인지하도록 하는 , 일종의 기초 언어와도 같은 개념이다 . 물리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주사위는 확률 놀음에서 대체되기 힘들다 . 그 아성을 위협할 수 있는 건 카드묶음이 거의 유일할 정도다 . 심지어 디지털 환경에서는 카드묶음도 앞서 말한 방식 그대로 난수표 그 자체가 되기에 , 주사위와 동일한 방식을 취하는 셈이다 . 어쩌면 보드 게임 , TRPG,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 등 오프라인 게임에서 주사위를 던질 때 느껴지는 그 긴장감이 독보적인 이유는 그 어느 난수 생성보다 가장 공정하고 , 가장 진실된 방식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너무 억지 같은가 ? 당신도 단 한 번이라도 주사위 굴림에서 다이스 갓의 은총을 받아보게 된다면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 정말 날 것의 주사위 굴림 , 그걸 한 번쯤 체험해 보시는건 어떠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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