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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모전 수상자들이 보는 비평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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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6. 10. 10.

게임을 둘러싼 산업과 문화의 규모는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게임에 대해 쓰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자리는 여전히 작고 불안정하다. 게임비평을 실을 지면은 많지 않고, 비평을 읽는 독자와 만날 경로도 제한적이며, 게임을 연구하고 비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계속 게임에 대해 쓰고, 게임을 더 오래 바라보고, 당장 소비되지 않을 이야기를 남기려 한다. 이번 GG 대담에서는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 공모전 수상 이후에도 게임비평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김규리 게임연구자, 이현재 영화평론가, 영이 작가와 함께 그들이 왜 계속 게임에 대해 쓰는지, 그리고 게임비평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공모전 수상 후, 어떻게들 지내시나요?


이경혁 편집장: GG의 대담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덧 공모전 특집을 맞아 그동안 GG의 공모전에서 수상하셨던 분들이 뭘 하고 지내시는지, 게임비평이란 걸로 앞으로도 쭉 무언가 할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하더라구요. 여러분의 근황과 사는 얘기들을 듣고자 초대했습니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해 주시죠.

     

김규리: 안녕하세요. 저는 2022년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 공모전 1회에 참여했고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GG 필진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쓴 글은 디시인사이드의 <프롬 소프트웨어> 마이너 갤러리에서 특정한 여성 NPC를 죽이는 일종의 관습에 대한 것이었어요. <프롬> 게임에도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었고 갤러리라는 공간이 형성하는 놀이문화에 관심을 가져 비평문을 썼고 감사하게도 수상을 계기로 대학원 진학도 결심하게 됐습니다.

     

이현재: 저는 이현재라고 하고요, 2023년 2회 GG 공모전 때 비평상을 수상해 필진으로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경희대학교 K-컬처 스토리 콘텐츠 연구소에 있고 계속 기술문화와 서사 쪽 연구를 하고 있어요. 제가 공모전 때 쓴 글은 ‘오픈 월드'에 대한 글이었고 그 사례로 <리니지>를 인용했었구요. 게임 시스템 쪽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게임에서 이런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기획이 되었을까, 혹은 게임 수용자가 그 의도대로 사용하는가에 대해서 관심이 좀 많습니다.

     

영이: 저는 영이라고 합니다. 저도 2023년 2회 공모전 때 수상을 했고, 그때 쓴 글은 <게임과 행위 원리: 놀이와 협박>이라는 제목이었는데요. 게이머들을 유도하는 게임 자체의 명령과 그것을 따르는 플레이어의 의지가 곧 게임 바깥으로 확장돼서 삶의 의지 자체에 대한 연결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이 대담을 연다면 세 분께 제일 해보고 싶은 질문부터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GG 공모전 수상 이후로도 몇 년의 시간이 더 흘렀습니다. 요즈음도 게임에 관련해서 계속 뭔가를 쓰시나요? 계속 게임과 관련된 뭔가를 하고 싶으신지요.

     

이현재: 우선 저는 올해 2월에 게임 관련 논문으로 프랑스에서 발표를 했구요. 크래프톤의 <인조이>와 넥슨 엠바크 스튜디오의 <아크레이더스>를 비교하며 AI 모빌리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논했어요. 당시 그 발표에서는 크래프톤과 넥슨의 재무구조 차이가 경영 이사회의 정치구조를 바꾸고, 그 구조가 게임 속에도, 예를들면 AI나 NPC에도 반영된다는 논지의 주장을 폈습니다. 제게 게임이 본업일지 참 많이 고민했는데 본업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왜냐면 가장 결정적인게 돈을 너무 많이 썼어요(웃음). <리니지>를 했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게임은 헤비 유저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헤비 유저들 사이에서도 프랙탈처럼 급이 나뉘고 그 프랙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게임의 역동성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하는데, 저 또한 계속해서 이런 부분에 관심을 두고 글을 쓰거나 연구하는 편입니다.

     

영이: 저의 경우 글을 쓰는 지분상으로는 게임이 많긴 많아요. 작년에 게임이론서 <게임 코러스>를 내기도 했고, 지금은 <프레시안>의 게임 필리아라는 코너에서 정기 필자로 글을 쓰고 있어요. 그 코너에서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게 많아요. 게임 씬에서 주요 화제라는 게 되게 빨리빨리 지나가잖아요. 그러다 보니 당장 써야겠다는 주제가 딱 생각났을 때 지면이 없으면 놓쳐버리고 추후에 쓰더라도 다른 주제로 묶어야 되는 경우가 많은데. 두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쓰는 자리가 있으니까 뭔가 생각이 났을 때 바로 피드백을 넣기가 좋다고 느껴져요. 그 외에도 게임적인 관점에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이 많이 오고 있어요. 저에게 최근 청탁이 올 때는 오히려 제가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도 '게임 분야를 하시니까 그 관점에서 써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다 보니 제게 어느 정도는 게임의 본업 지분이 큰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영이님의 경우 게임 관련 단행본이 나온 상태고, 한국 사회에서는 단행본이 한 번 나오면 이 사람은 그걸 하는 사람으로 포지셔닝되는 경향이 있죠. 저 또한 멀쩡한 다른 직장 다니다가 단행본을 하나 낸 후 인생이 이 쪽으로 왔다 보니 궁금했습니다. 규리님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김규리: 저는 8월에 대학원 졸업을 했고 이제 무엇을 해야 되지 고민 중인 시점이기도 해요. 저 같은 경우 GG 공모전 수상이 ‘내가 이쪽으로 글을 써도 되는구나' 하는 기회를 확인할 계기였어서, 대학원에 있을 때도 비슷한 기회가 있으면 게임 관련 발표나 레포트를 많이 썼었어요. 예를 들면 전에 SF포럼에서 만든 대학원생 세션이 있었는데, 그때 이상 작품을 글리치의 파열로 해석하고 그의 작품구조가 글리치성을 전면에 내거는 여러 컬트적 게임과 어떻게 엮이는지에 대한 발표를 했구요. 학위논문으로는 게임에서의 로어를 다루었어요.

  제가 문학 전공인데, 어떻게 하면 문학이라는 내가 친숙하게 여기는 하나의 텍스트를 바라보는 이 관점을 게임 속에서 잘 통약시켜 볼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문학과 게임 사이 제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도요. 사실 학위논문이 게임적 주제를 다루긴 하지만 전체 분량에서 절반은 문학 텍스트 얘기인데요. 너무 게임 얘기로만 챕터를 짜면 논문 커미티가 안 좋아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본심 심사에서는 왜 굳이 문학을 넣었냐고 하시더라구요. 이런 걸 보면 학교 교수님들도 저를 게임 연구자라 보시는 것 같아서, 이 안에서 제 좌표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를 졸업하고도 계속 고민해야 하는 상황 속에 있네요.


     

게임 비평의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것들


이경혁 편집장: 세 분 모두 게임에 대해 무언가를 쓰고 싶어 공모전에 응모했고, 당선 뒤에는 어떻게든 그 수상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나의 본업이 게임인가라고 물어본다면 모두의 얘기를 들어보면 마냥 쉬운 것만 같지는 않군요. 혹시 게임과 관련해 글을 쓸 때 어떤 여건이 좀 더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나요? 이런 분들이 게임과 관련된 글 생산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나아지면 좋을까 고민이 있어요.

     

김규리: 제가 이번에 군산 북페어를 갔는데 독립 단행본이나 무크지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게임 관련 지면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으면 그냥 이런 식으로 지면을 아예 대척해서 독립으로 나가는 방법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물론 그래도 한편으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막막하긴 하죠.

     

이현재: 제가 게임 관련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사실 출판 쪽에서 제일 큰 기업인 와이즈하우스나 문학동네가 1년 매출이 350억 정도인데, 넥슨은 아시겠지만 4조에 육박하죠. 어쨌든 게임으로 비평을 쓴다는 건 출판 쪽에 더 가까운 일일 거라 매출액부터 격차가 느껴지긴 하는데요. 사실 게임을 하면서도 느끼는 건 게임이 어떤 의도로 어떻게 구성되었고 사람들에게 어떤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건지 알고 싶어하는 유저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그걸 파악해서 아카이빙을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흔적을 남겨놓지 않으면, 나중에 기획자들이나 실무자들이 ‘저 게임을 어떤 의도로 만들었지' 고민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지게 돼요. 그리고 항상 이것도 불만이었는데, 게임 연구를 하면 생각보다 돈이 정말 많이 들어요. 게임 연구 분야에서 온라인이나 다른 게임보다 패키지게임 연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가 연구자료가 훨씬 싸기 때문입니다. 아까 제가 본업 관련 질문에서 돈을 너무 많이 썼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사실 게임에 대한 연구 욕구가 있으니까 돈을 쓴 건데 이게 지원비나 투자를 받는다기보다 사실상 제가 소비하는 걸로 봐야 하는 수준이라 만족스럽지 않아요.


  저는 게임 산업이 이런 데에 대한 고민들을 좀 더 날카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분명히 여력이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해요. 뭐 문화재단이나 게임산업협회에서 꾸준히 자리를 만들려 하는 것, 그리고 넷마블이나 넥슨 같은 기업들이 게임 박물관을 만드는 것도 게임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의지가 있다 보니 하는 것일텐데요. 단순히 재무재표만 찍히는 사업이 아니잖아요. 게임사들이 이런 고민을 조금 더 한다면 좋겠고, 또 제 관심사 같이 기획자나 생산자의 의도와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적지 않게 있거든요. 크래프톤이든 NC든 넥슨이든 넷마블이든 이런 부분들에 관심을 좀더 기울여 주십사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김규리: 생각해 보니까 넥슨이 게임 논문 공모전을 2023년인가까지 했었는데 그 이후에 접었네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습니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습니다만... 저는 그렇다보니 GG에 오는 글들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이 사람이 자꾸 비평보다 논문을 쓰려고 하네라는 고민이 늘 있거든요. 항상 청탁할 때 좀 가벼워도 된다고 얘기를 하는데, 필진 그룹에 연구자 출신들이 좀 많다 보니 글도 연구자 톤이고 각주도 참 많이 달리고요. GG에 온 글들은 전부 제가 따로 편집하는데, 나 진짜 각주 20개씩 넣는 사람들 용서하지 않겠어요(웃음).

     

이현재: 저도 거기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하는데 논문이 할 수 있는 역할과 비평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좀 다르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요즘에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비평도 유튜브에서 하면 되지 않냐는 시선이 있는데 비평이 하는 역할을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이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기업 입장에서는 자기 게임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고, 그 피드백을 광고로 전환시켜야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다이렉트로 유튜브를 연결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것 같지만요. 하지만 피드백을 위해서 광고를 돌리지 광고를 돌리기 위해 피드백을 받는 건 아니잖아요. 어쨌든 각자의 역할들이 있다고 생각을 하다 보니 저도 나름대로 비평을 할 때 적절한 언어를 좀 찾아가는 편인 것 같아요. 물론 그 논문처럼 비평을 쓰시는 분들의 고민도 이해가 안 되지는 않아요.

     


누가 우리 비평을 읽을까? 어떻게 경로를 넓힐 수 있을까?


이경혁 편집장: 얘기하다 보니 결국 ‘비평을 왜 할까'라는 질문이 떠오르지만 우리가 그냥 이 얘기를 하면 힘드니까 다른 질문으로 돌려 볼까 합니다. 우리 모두들 내가 쓴 비평을 읽는 사람이 있긴 할까라는 고민 갖고 있지 않으세요? GG 사이트도 사실 트래픽이 빵빵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 읽는 사이트 정도의 트래픽이라 생각하는데요. 어떠신가요? 본인들이 쓴 글을 주변에서 많이 읽어 주나요?

     

김규리: 뭐랄까, 제가 비평에서 다룬 특정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공유되는 식? 비평 자체를 원래 읽던 독자는 아니지만 ‘우리가 파는 게임 얘기 나온다는데 한번 볼까', 이런 식으로 유입되는 분들은 종종 본 적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경로가 아니고 그냥 개인이 찾아서 비평을 읽는다면 무슨 경로가 있을까는 궁금하기는 합니다.

     

영이: 저는 <게임 코러스> 낼 때 이 책의 독자로 학술이나 예술 하시는 분들보다 제발 그 게임을 하는 분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항상 했었어요. 매체를 너무 도구적으로 향유하려는 시각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요. 제가 원래 연극 쪽을 했었는데, 그 쪽에서도 비슷하게 연극 자체에 대한 열정보다는 이론이나 학문의 도구로 예술을 차용해가는 관습이 있었고 그거에 조금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거든요. 지금도 게임 비평을 쓸 때는 꼭 게임을 우선시하는 분이 먼저 읽어줬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독자 경로를 좀더 찾을 수 있는 방향이 있다면 이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까 ‘자기가 하고 있는 게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는데요, 절대다수는 아니더라도 어떤 게임을 하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게임에 대한 로어나 위키를 형성하는 분들이나 게임의 역사와 개발과정을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나름대로 계시다고 생각해요. ‘헤비 유저가 중요하다'는 아까 얘기와도 연결되는데, 자기가 즐기고 있는 게임의 외부적인 자료를 원하는 게임 플레이어분들이 제가 쓰는 게임 관련 글이나 비평에 연결될 수 있는 경로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해 게임 관련해 파볼 만한 기존 자원과 환경이 갖춰진 해외 풀과 국내 풀이 연결되고 환류될 수 있는 그런 소통 경로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확실히 해외 연결에 대한 니즈가 다들 좀 있으신 것 같습니다. GG 만들때 저도 해외 필진들을 찾으려고 참 분투 중이지만 이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산만 된다면 아시아 전반의 게임 관련 필자들을 다 모아서 파티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김규리: 개인적으로는 <크리티컬 디스턴스>라고 해외에서 관련 전공자가 한 10년 정도 아카이빙을 해온 사이트가 생각났는데요. 여기는 기본적으로 한 주에 있었던 주요 게임 관련 유의미한 기사나 블로그를 큐레이션하기도 하고, 그 주의 신작이나 그 주의 게임 관련 타임라인에서 나왔던 주요 화두를 중심으로 전부 정리해요. 거기가 디스코드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서 자기소개를 했었는데 GG를 말씀드리기도 했지만 일단은 잘 모르시더라구요. 그리고 말씀들을 듣다 보니 비평이라는 전문 영역을 살릴 필요도 있지만 기존의 다른 산업 분야 안에서 비평 글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어떤 세부적인 틀을 그 안에 또 만들어 놓을 수 있지는 않을까. 그 안에서 좀 야금야금 어떻게 자리를 해볼 수 없나 그런 생각도 드네요.

     

이경혁 편집장: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먹고사는 문제가 참 크네요. 지금 매체 비평 전반이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 아예 씬도 없는 게임 글을 써서 그걸로 먹고 사는 걸 상상하는 것 자체가 되게 발칙한 상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게다가 이 씬에서는 비평을 안 읽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얼마 전에 트위터에 GG에서 올라온 게임 기사가 돌면서 조회수가 올랐는데, 거기 또 그 게임의 덕후 그룹이 있나 보더라구요.

     

이경혁 편집장: 그래서 아까 영이님 말씀처럼 특정 게임에 하드하게 달려드는 이 그룹들이 비평의 타겟이 되어야 하는가? 그 생각을 했었어요. 단 이 분들은 매체에서 이 게임이 아닌 다른 게임의 비평은 전혀 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김규리: 지금 비평이 소비되는 방식 자체가 마치 2차 창작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데요. 요즘 웹소설들은 무조건 모바일 독자 환경에 맞춰서 글자 수는 50자 이내, 문단은 세 줄 이상 길어져서는 안되고, 무조건 직접 인용으로 대사 처리하는 식으로 스피디하게 생산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다른 한 편 포스타입이나 리디북스에서 연재되는 소설들은 모바일화된 독서 전통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고 그걸 신경 쓰지 않아도 충분히 이걸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요. 왜냐하면 이 독자들은 이런 깊은 문장을 원한다는 그 자신감이 있어서.


  포스타입 독자들이 ‘포스타입 소설이 진짜 문학이지' ‘나는 포스타입 읽고 국어 1등급 맞았어'하며 자조식으로 말하는 것도 결국은 이 사람들이 자기에게 익숙한 텍스트를 통해 깊은 독서에 대한 열망을 충족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거든요. 저는 비평이 바로 이 욕망을 저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영역이라고도 생각이 돼요. 그래서 단발성으로 끝나버리는 이 욕구들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연결고리를 계속 만들까, 그게 이 전체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데도 정말 주요한 관건이 될 것 같아요.

     

이현재: 장기적 플랜 하니까 저도 생각났는데, 비평이 <씨네21>도 그렇고 <만화규장각>도 그렇고 하다못해 게이머즈를 생각을 해봐도 그렇게 부수가 엄청 찍힌다던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보지 않잖아요. 어디선가 계속 비평을 읽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고 하고 유튜브만으로는 부족하다는데 왜 그 사람들이 비평 쪽으로 오지 않고 이게 판매로 전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느낌도 커요. 버즈들은 분명히 잡히는데 왜 그 버즈가 트래픽으로 전환이 안 될까, 어떤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들이나 개량하는 방식들도 한계에 다다른 건 아닐까요?

     

이경혁 편집장: 실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저는 실제로 비평을 읽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있긴 있지만, 비즈니스 덩어리가 될 수 있는 매스의 규모로는 안 되기 때문에 아까 얘기한 포스타입 같은 소액 매출로 돌아가는 구조까지밖에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처음에 GG를 설계할 때 구독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거였어요. 현재 그 많은 비평을 하겠다는 독립지들이 전부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일회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게 아닐까 해요. 한 번 보고 말지 두 번 돈을 내는 독자가 거의 없다는 거죠. 만약 GG를 정말 돈 내고 보라 그러면 몇 명이나 볼까 싶습니다.

     

영이: 말씀 듣다 보니 외국의 게임 저널과 국내 비평지들은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졌어요. 한국에서는 그런 현상이 없는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외국은 <IGN>, <코타쿠> 등지에서 제도권 기성 비평가들이나 게임을 안 하지만 비평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 플레이어들과 형성하는 대립 관계가 설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그만큼 게임 비평을 사람들이 많이 읽어서 이런 식의 대립 관계가 설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비평을 읽으니까 비평가 욕을 하는 거고 글을 읽었으니까 이 사람 게임 안 했네, 이런 비판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거기서는 어떻게 그런 시스템이 가능한 걸까요?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외국의 <가마수트라>나 <코타쿠> 같은 게임 비평지와 GG는 또 성격이 좀 다르죠. GG는 그것보다는 좀더 아카데믹한 영역에 와 있긴 해요. 한국도 외국과 비슷한 게임비평 전통을 만들려는 시도가 과거에 있었어요. 90년대 00년대에 나오는 오프라인 게임 잡지에서 시도가 있다가 실패를 합니다. 평론가들이 심지어 비평 관련 담론을 만들지도 못한 상태에서 웹진들이 하나하나 날아갔고, 지금 남아있는 웹진은 00년대의 온라인 게임 붐 속에서 커뮤니티를 베이스로 성장하게 됐어요. 인벤이 살아남은 이유도 와우 인벤 때문이었고 루리웹도 사실상 커뮤니티인데 지금 웹진 기능을 붙잡고 있는 정도지요.


  비즈니스의 주도권이 커뮤니티에 더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웹진에서 비평을 다루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수익 문제도 있고 광고에 의존을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광고를 준 게임에 대한 비평이라는 게 어려워지는 것이고. 예전에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비평의 영역을 보완했어요, 소위 말하는 게임 갤러리에 글 쓰는 사람들이 그 니즈를 충족해 줬죠. 어떻게? 공짜로. 그게 몇 년간 몇십 년간 쌓이다 보니 한국에서는 비평이 유료매체의 형태로 발행되거나 비평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기반을 담보하지는 못하는 형태로 자리를 잡은 거죠.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는 우리와 다른 길을 간 것인데 그게 한편으로는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비평의 역할


이경혁 편집장: 어쨌든 저는 독자들은 우리의 글을 대개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게 돈을 내는 건 다른 문제라 보고 이건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비평이 잘 된다는 건 질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이고, 그런 질 좋은 글을 만드는 생산구조를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것일텐데요. 우리가 너무 먹고 사는 얘기만 한 것 같아 이번엔 좀 하이한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비평 공모전의 당선자로서 여러분은 비평이 왜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이현재: 저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해왔는데 비평은 콘텐츠의 가장 끝단에 있는 캡스톤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요. 캡스톤은 그 구조물에 대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지만, 없다면 건축적 관점에서 봤을 때 방향이 사라져요. 그래서 그 방향이 어디가 되어야 하는지 지목해 주는 역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걸 비평이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잘못된 방향설정을 할 수도 있고 늘 설정한 방향대로 가지는 않지만요. 최소한 게임 비평이 어떤 시기에 특정 게임에 대해, ‘이 게임이 NN년에 런칭을 해서 반년간 서비스가 되었고 N주년을 뒤돌아보니 이 게임이 쌓은 이야기가 이런 거더라'라고 정리할 수 있을 아젠다를 던져줄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영이: 비슷하게 생각하는데, 공연 예술에는 '내부 비평가'라는 직함이 있잖아요. 그게 다른 분야보다도 더 필요한 이유는 공연예술이 무정형적이고 휘발성이 강하고 텍스트로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 피드백이 바로바로 환류되기 쉽지 않아서에요. 단순히 관중이나 극이 올라간 이후 비평가의 말만 가지고서는 이게 어떻게 보이고 이걸 어떻게 만들지 잡아가기 쉽지 않다 보니 제작과정에서 내부 평가가 실시간으로 존재해야 방향성이나 균형을 흔들리지 않게 할 수 있거든요.저는 게임도 공연 예술이랑 닿아있는 점이 많다고 생각을 해요. 휘발성 있고 무정형적이고 텍스트 기반이 아니라는 점에서. 게임이 텍스트 기반이 아니라 보는 이유는, 게임 경험이라고 하는 게 게임 소프트웨어만으로 완성이 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이것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반드시 존재해야만 작품이 완성되는 장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비평의 역할 또한 단순히 윤곽이나 형태가 뚜렷하게 잡히고 고정된 예술이 아니라 어떤 과정 중심적 예술의 형식이 강하죠. 그렇다보니 비평이 텍스트로 사후적으로든 과정 중에서든 어떤 방향의 형태를 잡아주는 것이 작품의 생명에 있어 꽤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그렇기에 다른 장르보다도 게임 분야에서 게임 외적 영역이 활성되어 있고 비평에 대한 욕구 또한 그런 데서 창출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게임이라는 원본의 형태만으로는 이 향유자인 플레이어들도 부족하다고 느껴서요. 그래서 작품 생명의 연장선으로서 게임 비평이 기능하는 역할이 크다고 저는 느껴집니다.

     

김규리: 앞의 두 분들은 진지하게 말씀하셨지만 사실 저는 그냥 제가 좋아서 비평을 쓰고 싶거든요(웃음). 저는 항상 문화론 이후 수혜를 받은 그 문학과의 전통 안에서 공부해와서 그런지, 굉장히 보잘것 없어 보이는 텍스트라도 그 안에서 어떤 단면을 포착할 수 있고 그걸 부각할 수 있는 나의 시선이 있으면 충분히 이야기 가능한 대상이라는 것을 거의 대전제처럼 훈련을 받아왔어요. 마찬가지로 게임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저는 <데스티니>라는 지금은 업데이트가 종료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5-6년간 했는데. 이 게임의 작가진들이 미국적 세계관과 그를 통해 만들어진 이항대립적 서사를 어떻게 요리하며 비선형적으로 나아가고자 했고 실패했는가,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근데 리뷰나 유튜브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그냥 ‘<번지> 게임사 다양성 생기다 망했다', 아니면 ‘<번지>가 <소니>랑 결합을 해서 망했다' 이런 식으로 소비된단 말이죠(웃음). 어떤 작품에 대한 호오를 표출할 수 없게 굳어버린 매체 지형 안에서 호오를 그런 방식으로 그냥 쏠리게 하지 않고 재미있게 얘기를 풀어보고 싶거든요. 그럴 때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게 비평인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마지막 말씀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도 좀 드네요. 게임 담론장에 아사리판이 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비평을 더 살려야 하는건 아닌가, 그런 당위는 나올 수 있겠다 싶어요. 다만 비평가들이 아무리 여기서 매우 정치하고 준비된 이야기를 제시한다 하더라도, 자기들끼리 안온한 공간에서 고담준론이나 펼치는, 나쁜 표현으로 얘기하면 ‘선비질'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 않나요?

     

김규리: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있으신 분은 제발 좀 알려주세요 저한테(웃음).

     

이현재: 오픈 월드가 나온 <엘든 링> 때부터 뭔가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대중은 고정된 방식의 이야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수동성을 적극적으로 소비해요. 유튜브로 대부분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그렇고요. 글은 어느 정도 내 속도를 가지고 내가 이해한 만큼 봐야 되는 건데 그걸 유튜브로 듣는다는 건, 유튜브가 맞춰준 속도의 정보 값을 받아들이겠다는 거니까요. 웹툰은 계속 하향 중인데 쇼츠가 엄청나게 성장하는 것도 영상 매체가 주는 수동성으로 대중이 계속 옮겨가는 것 같거든요. 그러면 여기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다는 흔적 정도는 최소한 남겨놔야, 우리가 지더라도 '그래도 우리는 뭐라도 한 번 해봤지 공격도 안 해보고서 지진 않았다'고 면피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저는 요새는 실제로 이런 마음으로 비평을 하고 있어요.


  특히 '지금 있는 문제 다음에는 어떨 거냐' 이런 이야기는 논문으로 쓴다면 팩트가 근거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리젝을 당하는 주제일 거에요. 하지만 비평에서는 지금 있는 상황을 넘어 한 발 더 가볼 수 있잖아요. 한 발 앞이 아니라 두세 발 앞을 보는 거는 모험이 필요한 일이고, 돈이나 소비가 많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이런 기능들을 비평이 어쨌든 할 수 있고, 지금 대중이 보고 싶지 않은 글이더라도 언젠가 여기서 결국에는 발굴이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씨앗을 하나하나 뿌려야 하고.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서 여기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으면은 그래도 한번 해볼 만한 일이지 않나라고도 생각을 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오늘 대담은 수상 이후로 얼굴 뵌지 오래된 여러분을 한번 뵙고 겸사겸사 공모전 시즌을 기념해 어떻게들 사는지, 비평이란 무엇인지라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내년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공모전을 하게 될 텐데요. 먼저 경험하신 분들 입장에서는 비평을 쓰는 일을 자기 타이틀로 갖고 싶은 사람에게 특별히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으신가요?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홍보하시고 싶은 출판물이나 작품이 있다면 여기서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김규리: 비평은 본인이 비평을 쓰고 싶다고 착안했던 원 텍스트의 매력을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텍스트의 매력을 포착하고 나서 이걸 어디에 연결시킬 건지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게임에 대한 특성이나 해설, 매력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상을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글이 확장되기 어려운 순환 구조 안에 닫히게 될 위험도 있다고 생각해서요.

     

이현재: 제가 속한 경희대 K-컬처 스토리콘텐츠연구소에서 이번에 책을 냈는데요, 출판원에서 생각보다 책이 많이 안 팔렸다는 얘기를 들어서(웃음) 여기에 홍보를 해보려 합니다. <2026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이라는 책이고, 저는 여기서 게임 파트 집필을 담당했어요. 한류와 K컬처의 연장선상에서 다루는 게임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있다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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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구자)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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