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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문세미나] 여성 게이머들은 어떤 편견 속에서 플레이하며 어떻게 대처하는가?: 필리핀 AOS 게임 <모바일 레전드>를 사례로

    <모바일 레전드>를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국가는 필리핀으로, 필리핀에서만 1억 명 이상이 등록되어 있으며 월별 접속인원은 2천 5백만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레전드>의 필리핀 e-스포츠 리그에서 여성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으며, 게임의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여성 게이머에 대한 젠더 고정관념과 편견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여성의 온라인 게임 경험이 남성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 Back [논문세미나] 여성 게이머들은 어떤 편견 속에서 플레이하며 어떻게 대처하는가?: 필리핀 AOS 게임 <모바일 레전드>를 사례로 27 GG Vol. 25. 12. 10. TEXT: Amestoso, P. P., Colima, B. K. V., Damasin, A. D., De Cadiz, V. Y. E., Iglesias, M. A., & Nacionales, J. P. (2023). Exploring Gender Stereotypes among Filipina Gamers of Mobile Legends: A Phenomenological Study. Journal of Education and Social Studies, 4(3), 466-478. 들어가며 게임 산업의 규모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우리는 여러 통계조사 결과에서 여성 게이머들의 비율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차별적 시선과 젠더 폭력의 위험 속에서 게이밍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성에 대해 깊이 뿌리박혀 있는 도덕적 기준과 편견이 작동한 결과이자, 여성의 발전을 억압하는 혐오적 시선뿐 아니라 역사적인 젠더 권력의 불평등성까지 정당화하고 유지해 왔다. 특히 게임 세계에서는 여성의 게임 능력을 남성과 비교하는 커다란 장벽이 항상 존재하며, 이곳은 모든 기술산업 분야 중 가장 젠더 불균형이 심각한 곳으로도 지적된다. 게임 제작사 경영진 중 여성의 비율은 현저히 낮고 e-스포츠 선수들 중에서도 여성은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레전드> 필리핀 게이머들의 젠더 고정관념 탐색하기(Exploring Gender Stereotypes among Filipina Gamers of Mobile Legends: A Phenomenological Study)’라는 이름의 이 연구는 게임 세계의 젠더 고정관념이 필리핀 여성 게이머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다. <모바일 레전드: 뱅뱅(Mobile Legends: Bang Bang)>은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 인종, 젠더를 막론하고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유명한 AOS 온라인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영웅 10명 중 한 명을 고를 수 있으며 5명이 한 팀이 되어 적군에 맞서 타워를 수성한다. 휴대폰 전용으로 서비스됨으로써 이 게임은 PC 이용자 기반 게임보다 높은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모바일 레전드>를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국가는 필리핀으로, 필리핀에서만 1억 명 이상이 등록되어 있으며 월별 접속인원은 2천 5백만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레전드>의 필리핀 e-스포츠 리그에서 여성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으며, 게임의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여성 게이머에 대한 젠더 고정관념과 편견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여성의 온라인 게임 경험이 남성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필리핀의 디지털 산업과 e-스포츠 산업이 확장되는 시점에서, 여성 게이머에 대한 젠더 고정관념을 주목하는 것은 게이머에 대한 중립적 인식을 유지하고 온라인 플레이어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있어 여전히 필요한 과제다. 젠더 고정관념과 사회적 역할 이론 젠더 고정관념(gender stereotype)은 ‘여성과 남성 모두가 각각 지녔거나, 지녀야 하거나 실제로 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특성, 특징, 역할에 대한 기대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재현이자 선입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현재 여성이 전세계 게이밍 인구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남성에 비해 짧은 시간 위주의 캐주얼 게임을 주로 한다는 인식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남녀 모두에게 열려 있음에도 기존의 젠더 고정관념과 인식을 악화시키는 매개로 지적되어 왔다. 남성 게이머들이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존재로 묘사되며 우월하게 여겨지는 한편, 여성 게이머는 순응적이거나 남성에 의존하는 모습으로 규정되며 일반적으로 낮은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한편, 젠더 고정관념에 입각한 태도는 여성 게이머에게 가해지는 원치 않은 위협, 모욕적 태도, 괴롭힘이나 희롱으로도 나타난다. 이는 e-스포츠 분야의 여성들에게 차별이자 동시에 점점 더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자리한다. ‘사회적 역할 이론(Social Role Theory)’에 따르면, 개인의 행위와 태도, 목표는 그들의 젠더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에 큰 영향을 받는다. 즉 사회적 규범과 기대가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역할을 정의하기에, 문화적 규범과 믿음에 기반해 공고해지는 젠더 고정관념은 개인의 행위와 관점, 욕망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젠더의 역할을 구성하는 사회적 기준이 어떻게 개인 고유의 역량과 태도, 커리어 경로에 영향을 주는지를 주목한다는 점에서 이는 본 연구의 핵심적인 이론적 관점이다. 특히, 사회적 역할 이론은 사회적 역할에 변화가 일어날 경우 인식과 행동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젠더 고정관념을 분석한다는 것은 모든 젠더의 플레이어가 임파워링할 수 있는 포용성을 구축하고 다양하고 환대적인 게임 커뮤니티를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연구문제와 방법 이 연구는 1) <모바일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여성 필리핀 게이머는 어떠한 젠더 고정관념을 경험하고, 2) 이들은 자신의 젠더와 관련한 고정관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는가? 라는 두 가지 연구문제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모바일 레전드> 플레이 경험이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필리핀 여성 게이머 16명을 대상으로 반구조화된 인터뷰를 시행했다. 인터뷰는 주로 페이스북 메신저, 구글 미트와 같은 비대면 SNS 플랫폼에서 진행되었으며, 위의 두 가지 연구문제에서 유래한 개방형 질문으로 구성하였다. 필리핀 게이머들의 실제 경험을 탐구하기 위해 연구는 기본적으로 해석학적 현상학(hermeneutic phenomenology)에 입각한 질적 방법을 사용했다. 인터뷰에서 수집된 자료는 표로 정리되고 코딩되었으며, 특정한 패턴이나 주제를 식별하기 위해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을 수행했다. 대주제와 하위주제간의 식별을 위한 자료로 살다냐(Saldaña, 2021)의 코딩 기법을 활용하여 분석에 있어 보다 체계적이고 엄격한 접근을 시도하고자 했다. * 게임 일러스트, 출처 – https://www.ign.com * 게임 플레이 장면, 출처 -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바일 레전드> 여성 게이머들에 대한 젠더 고정관념 먼저 <모바일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여성 게이머가 대부분 경험하는 고정관념은 ‘내려치기(downgrading)’였다.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하더라도 이들은 대부분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는데, 이는 여성 게이머가 실력과 역량 면에서 남성보다 약하고 무능하다는 젠더 고정관념에 기반한다.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음에도 <모바일 레전드>가 남성, 그 중에서도 소년들만의 게임으로만 여겨지는 인식은 실제 존재하는 여성 게이머에 대한 배타적 인식과 낙인을 강화했다. 이들은 플레이 도중 남성들에게 게임을 접으라는 이야기를 듣는 등 여러 형태의 사이버 폭력을 겪었고, 그 결과 대다수가 남성이나 성 중립적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프로필을 숨기거나 음성 마이크 사용을 망설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모바일 레전드>의 여성 게이머들은 실력이 약하다는 고정관념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게임에서 항상 서포터를 하는 역할로만 낙인지워지기도 한다. 실력자가 아니라는 편견 때문에 여성 게이머들은 게임에서 실수하기를 두려워했는데, 혹여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에는 언제나 ‘지원 영웅이나 하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 게이밍의 시대’라는 결과에 젠더 고정관념이 위협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며, 온라인 게임 내 여성들이 실제 게임 경험에서 이 위협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남초 게임인 <모바일 레전드>를 여성이 플레이한다는 이유 자체만으로 여성 게이머들은 ‘바이섹슈얼’이나 ‘레즈비언’이라는 취급을 받기도 했다. 오직 (시스젠더) 남성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여성이 하는 상황이 펼쳐졌을 때, 그들은 젠더 규범의 바깥이라는 비정상적 영역에 속한 사람들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이다. 젠더 고정관념에 대한 <모바일 레전드> 여성 게이머들의 대응 그렇다면, 상기한 이러한 젠더 고정관념에 대해 <모바일 레전드> 필리핀 여성 게이머들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을까? 우선 가능한 대응 메커니즘 중 하나로 ‘무시(ignoring)’가 있다. 내가 게임을 하고 싶고 그동안 이 게임을 잘 즐겨 왔기 때문에, 또 그들이 내게 개인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내버려 두자고 마음 속에 새기며 다음 게임을 잘 준비하는 것이다. 즉 여성 게이머들은 주어진 젠더 고정관념을 적극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이를 다룰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믿고 있었다. 가끔, 자신의 실수에 유독 끔찍하게 반응하는 남성 게이머에 맞서 이들은 차분히 대응하며 다음 전략을 준비하기도 한다. 무시와 비슷한 또 다른 대처법으로는 ‘보복(retaliate)’도 있다. 자기에게 악담이 온다면 똑같은 형태로 돌려주고, 누군가가 폭력적 언행을 한다면 신고하고 그 사람을 차단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젠더 고정관념에 맞서는 또 하나의 방법은 게임에 더더욱 헌신하고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탁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목표로 게임에 집중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자신들에 대한 괴롭힘이나 부정적 평가를 피하고, 젠더 폭력이라는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모바일 레전드>에서는 분명히 프로 게이머에 준할 만한 실력을 가진 여성 게이머들도 존재했는데, 이들은 곧 프로로 평가받지 못하는 다른 여성 게이머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싸우는 이들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레전드> 게임 시간을 줄이고 운동이나 야외활동이나 학업에 시간을 더 들이는 사례도 있었다. 정리하며 ‘<모바일 레전드> 필리핀 게이머들의 젠더 고정관념 탐색하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비슷한 형태의 휴대폰 전용 AOS 게임에서 여성 게이머들이 겪는 위기와 대응 방식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질적 접근법을 택하고 있으면서도 분석 내용이 표면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점은 큰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여성 게이머들이 온라인 게임의 남성지배적 문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이들이 취하는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인 서로 다른 방식의 전략들이 각자 어떤 맥락에서 발생했으며 어떤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의 문제는 심층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다만 이 연구의 주요 함의 중 하나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문제를 마주한 게임의 시대에도 여전히 남성 게이머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장르적 영역이 존재하며, 여전히 여러 연령과 젠더의 플레이어들이 접속하고 있는 모바일/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도 젠더 차별과 고정관념이 공고히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 소비자로서의 비중을 높여 가고 있음에도 여성 게이머들이 겪는 불변의 게임문화를 구성하는 핵심 논리는 무엇인지, 게임 산업분야는 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하는지, 좀더 문화적이고 실질적인 연구들이 더 많이 수행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수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게이머는 난민이 될 수 있는가? - <로스트아크> 대량이주 사태와 난민의 정체성

    2021년은 한국 mmorpg 게이머들에게 대량이주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메이플 스토리>나 <마비노기>의 경우, 아이템을 강화하는 세공도구 같은 유료아이템의 불투명한 확률 매커니즘이 문제였다. 랜덤이라고 표기되었지만 실은 옵션별 숨어있는 차등확률을 통해 랜덤확률에도 못미치는 효과를 보거나, 응당 적용되어야 할 옵션이 오류로 적용되지 않아 수년동안 0%의 확률로 실패한 뽑기를 유발한 것이 문제였다. < Back 01 GG Vol. 21.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oungjin Oh Since 2015, has developed the Hanyang University ERICA course "Software and Humanistic Criticism" and served as organizer of "Machine Criticism." Researches the aesthetics and politics of digital culture as represented by computer games, webtoons, and social networks. Co-developed Under the Sunlight (2018), a web-responsive interactive story about Syrian refugees. Directed Erangel: Dark Tour (March 20–21, 2021), a work of dark tourism for experiencing the sites of tragic events in a virtual world, and The Endless Voyage (June 2021), a metaverse project tied to the academic conference "SF and Geopolitical Aesthetics."

  • 코스믹 호러의 게임적 변용

    이토 준지풍의 그림체와 크툴루 세계관이 결합된 <공포의 세계>의 장점 역시 동일하다. 그로테스크하고 이질적으로 변화한 마을 구성원들을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다는 소름 돋는 경험이야말로 등대에 강림할 고대신보다 공포스러운 일이다. 내가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신은 일상의 궤도에서 이상 징후와 균열을 발견할 때 불안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 Back 19 GG Vol. 24.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yunyoung Hong Entered the world of games thanks to ads pitching the Famicom as a must-have for the happy household. A steady devotee of Just Dance. Co-wrote Mario, Born in '81, The Theory of Games, and Media and Gender, among others.

  • [Editor's View]

    0과 1을 기반으로 한 계산을 딛고 서는 매체이지만 디지털게임 역시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감정을 다룬다. 우리는 수시로 사랑은 계산가능한 감정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 익숙한 관용구는 사랑을 다루는 연산장치인 디지털게임 앞에서 조금 곤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 Back 16 GG Vol. 24.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B급 게임이란 무엇인가

    게임과 B급이 여러 차원에서 연결돼 왔기에, 둘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분명한 것은, 게임에서 ‘B급’이라 불리는 것들 역시 (그렇지 않은 것들 못지않게) 나름의 의미를 만들어가며 게임문화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게임과 B급에 대한 논의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감이 있다. 이 글에서는 앞서 말한 연결지점 중 세 번째와 네 번째 지점을 중심으로 게임+B급에 대해 논의하도록 한다. B급 정서나 코드가 게임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그것을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핌으로써, 게임에서의 B급, B급 게임, B급 게임문화 등이 게임문화 전반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리한다. < Back 05 GG Vol. 22.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hinKyu Kang Editorial board member of Culture/Science, a journal specializing in cultural theory. Researches media and culture, including games, broadcasting, comics, and fandom. Books include Fandom in Flux: From Play to Labor, From the Real to the Virtual (2024), Subculture Criticism (2020), IP: The Beginning of Every Story (2021, co-authored), Third Life: New Lifestyles in the Age of Technological Revolution (2020, co-authored), and The Theory of Games: From Play to Digital Games (2019, co-authored). Papers include "Fun Without Winning: Sociality, Agency, and Striving Play in Parent-Child Game Play" (2024), "Fandom That Consumes Communication: Idol Fan Platforms and the Reconfiguration of Fandom" (2022), "How Does 'In-Game Spending' Become Play?: Focusing on In-Depth Interviews with Whale Game Players" (2022, co-authored), and "Gamifying Broadcasting: From Producerly Text to Playerly Text" (2019).

  • When games become a new branding battlefield: Nike, Roblox, and the case of Vietnam

    Advergames, a form of digital game designed for commercial purposes, have emerged as a significant trend in modern digital marketing strategies (Hera, 2019). This represents a substantial shift from traditional advertising toward interactive methods of reaching target audiences. Roblox, a platform known for fostering user-generated content (UGC) and interactive engagement, is widely regarded as an ideal environment for implementing advergame strategies (Vayner3, n.d.). < Back When games become a new branding battlefield: Nike, Roblox, and the case of Vietnam 25 GG Vol. 25. 8. 10. Advergames, a form of digital game designed for commercial purposes, have emerged as a significant trend in modern digital marketing strategies (Hera, 2019). This represents a substantial shift from traditional advertising toward interactive methods of reaching target audiences. Roblox , a platform known for fostering user-generated content (UGC) and interactive engagement, is widely regarded as an ideal environment for implementing advergame strategies (Vayner3, n.d.). One notable example is Nikeland , Nike’s successful advergame initiative aimed at enhancing brand awareness (Temperino, 2023). Beyond showcasing products, Nikeland serves as an experimental platform for testing digital strategies and innovations. Following Roblox ’s official partnership with VNG and its launch in Vietnam (Vietnam News, 2024), local brands now have the opportunity to leverage advergames as effective tools to enhance customer interaction and brand awareness, especially among the 13–18 age demographic. This article sheds light on the critical success factors of Nikeland in building brand awareness on Roblox and proposes strategic implications for Vietnamese brands. The Rise of Advergame In 2023, Vietnam ranked among the top five countries with the highest number of mobile game downloads worldwide, marking a significant milestone for the local gaming industry. With a compound annual growth rate (CAGR) of 9.39% (Interesse, 2024), Vietnam’s gamer community is projected to exceed six million individuals between 2025 and 2030. This presents a golden opportunity for brands to harness gamification as an effective marketing channel. According to Nguyen-Masse (2024), in-game marketing has undergone substantial transformations. Rather than relying solely on traditional brand placements, companies are now integrating their products and services directly into virtual environments, positioning games as exclusive platforms for building brand awareness. This shift reflects a broader industry trend—from passive exposure to experiential branding. In particular, advergames , or digital games designed for promotional purposes, are emerging as a prominent trend. Although relatively new to the Vietnamese market, advergames have garnered significant attention, with the global market forecasted to reach USD 12.32 billion by 2028 (AppROI, 2023). Originally introduced in the mid-2000s as tools for entertainment, advergames have rapidly evolved into a strategic marketing instrument in parallel with technological advancements. Early implementations typically involved indie-style games featuring brand mascots or characters to create memorable consumer experiences. For instance, McDonald’s M.C. Kids and Pepsi’s Pepsiman exemplify early efforts to blend entertainment with advertising through consoles and PCs (Gibson & Baird, 2024). By 2020, the rise of Roblox marked a key milestone by offering a user-generated virtual environment in which brands could engage younger audiences—particularly Gen Z and Gen Alpha—through immersive experiences. This illustrates the transition of advergames from basic promotional tools into comprehensive marketing ecosystems (Berezka et al., 2019). Rather than developing standalone games, brands have opted to build within Roblox , leveraging its interactive infrastructure and user base while significantly reducing development costs. Contemporary advergame strategies focus on platform culture and social features to deepen consumer-brand relationships and foster loyalty. Studies show that players notice branded content 100 times more than they do in social media advertisements, with brand recall increasing by approximately 211% compared to television ads (Lee, 2025). These findings underscore the effectiveness of immersive advergame experiences in eliciting deeper emotional engagement, especially among children and adolescents, who prefer interactive activities and are more inclined to engage with digital products, virtual events, and user-generated content over passive media (Program-Ace, n.d.). Alongside the rise of advergames, Game Finance (GameFi) emerged as a notable phenomenon in Vietnam’s gaming sector between 2019 and 2021 (Proelss et al., 2023). GameFi combines decentralized finance (DeFi) with video games, enabling players to earn real income through the ownership and trade of digital assets such as tokens and NFTs. The introduction of CryptoKitties on Ethereum in 2017 marked the beginning of NFT integration in gaming. While earlier forms of monetization existed, such as black-market trading in RuneScape or World of Warcraft —GameFi formalized these mechanisms. Meanwhile, Roblox established a user-generated gaming platform with a virtual currency convertible to real money. However, unlike GameFi’s focus on speculative finance, Roblox emphasizes creative content and community-driven development. The period from 2019 to 2021 saw explosive growth in GameFi, fueled by the rise of DeFi and cryptocurrency. Axie Infinity (2018) epitomized the “play-to-earn” model, achieving notable success in countries like the Philippines and Vietnam. However, this success triggered a wave of imitative GameFi projects, many of which overemphasized financial mechanics—such as staking and token inflation—while neglecting content development. As a result, when the crypto market collapsed in mid-2022, many GameFi tokens lost over 90% of their value, and approximately 93% of projects lasted less than four months (Takahashi, 2024). Nansen Research (2022) reveals that the GameFi sector has been in decline since 2021 and requires significant restructuring to ensure sustainability. Given the volatility that led to GameFi’s downturn, a critical question arises: could advergames face similar risks? GameFi’s reliance on speculative financial instruments makes it inherently unstable (Xu et al., 2024). In contrast, advergames generate value not through user monetization but through marketing investment, making them a more stable and sustainable model—evident in initiatives such as McDonald’s and Nike’s Nikeland . Furthermore, advergames enhance customer engagement and pave the way for innovative interactive advertising (Jami Pour et al., 2023). Ultimately, GameFi and advergames exemplify two contrasting models: one fast-paced and high-risk, the other gradual yet sustainable. GameFi is defined by its alluring financial incentives but often lacks narrative depth, making it vulnerable to market fluctuations. Conversely, advergames, while not generating direct revenue, are deeply embedded in brand strategies and offer long-term sustainability through identity-building and user engagement. As such, advergames represent a more resilient model for sustainable development, fostering meaningful connections between brands and consumers through interactive experiences. Brand Transformation in the Digital Era Advancements in technology have fundamentally reshaped how brands engage with customers, particularly young audiences. According to Zeng et al. (2023), technologies like virtual reality (VR) and augmented reality (AR) are powerful tools for building brand awareness among digitally native consumers who seek personalized, interactive experiences. Within this evolving digital landscape, games are increasingly recognized as effective advertising platforms due to their immersive nature and emotional appeal. Chaney et al. (2018) demonstrate that in-game advertising methods—such as banner ads and product placement—significantly enhance brand recall. Furthermore, the success of such advertising depends largely on user perceptions, including factors like entertainment value, interactivity, personalization, and level of annoyance (Playable Factory, 2023). Engaging, well-designed advergames can foster deeper brand associations and improve conversion rates (Eyice Başev, 2024). Buijsman (2024) reports that the global gaming industry reached $187.7 billion with over 3.4 billion players in 2024, reinforcing games as one of the most effective channels for interactive communication. The integration of VR within platforms such as Roblox enables users to co-create content, enhancing brand involvement. With 60% of its users under 13 (Ramic, n.d.), Roblox allows global brands such as Nike, Gucci, and Unilever to engage younger audiences through virtual worlds, as exemplified by Nike’s innovative Nikeland . Nikeland : Successful Brand Strategy in Roblox Launched in 2021, Nikeland is a virtual environment on Roblox that replicates Nike’s global headquarters. Designed as a dynamic blend of gaming, social interaction, and user personalization, it functions as a digital hub where users can immerse themselves in branded experiences. The initiative has proven remarkably successful, attracting over 21 million visits to Nike’s Roblox store (Sutcliffe, 2022) and positioning itself as a benchmark for effective brand engagement in virtual spaces. One of the primary reasons for Nikeland 's success lies in Nike’s strategic decision to leverage Roblox as a platform. With nearly 98 million daily active users, most of whom are under the age of 18 (Ekhator, 2025), Roblox offers a highly concentrated audience of digital natives. By recreating its headquarters and integrating interactive sports-themed gameplay, Nike constructed a virtual environment that allows users to compete, communicate, and collaborate. This digital recreation not only enhanced brand familiarity but also enabled Nike to execute a gamification strategy that immerses users in brand narratives rather than traditional advertising. Nike’s focus on creative content, rather than short-term promotional tactics, has further elevated Nikeland 's impact. The experience allows users to design their avatars, virtually try on Nike sportswear, and customize athletic playgrounds. High-profile events, such as the NBA All-Star Week featuring LeBron James, garnered widespread attention and reinforced brand visibility across global gamer communities. By embedding elements of entertainment, interactivity, and product trial into the experience, Nike successfully aligned its brand with the digital behavior of younger users. These emotional and memorable interactions are consistent with the principles of the Processing of Commercial Media Content (PCMC) model (Buijzen et al., 2010), which explains how positive engagement enhances both short-term and long-term memory performance, particularly in adolescents. Targeting young users between the ages of 13 and 18, Nike strategically aims to foster early brand relationships that can mature into long-term consumer loyalty. At this developmental stage, individuals are not only forming preferences but also demonstrating peak cognitive abilities related to memory retention and emotional impression. Rather than promoting a passive consumption model, Nikeland empowers users to become co-creators of their brand experience. This participatory dynamic deepens emotional engagement and shifts the brand-consumer relationship from transactional to relational. Importantly, Nikeland is not an isolated marketing campaign, but a key component of Nike’s broader digital strategy. In 2023, Nike allocated more than $4 billion to digital advertising and promotional activities, which contributed to digital sales reaching $13.3 billion, accounting for approximately 26% of the company’s total global revenue (Haleem, 2023; Reid et al., 2024). The company’s consistent branding, paired with strategic flexibility and innovation in digital environments, has created a cohesive brand ecosystem that fosters sustained consumer engagement. Through this long-term investment, Nike has demonstrated how immersive, interactive digital experiences can effectively reinforce brand identity and customer loyalty in a rapidly evolving marketing landscape. Implementations for the Vietnamese Brand’s Strategy Using advergames in brand strategy has been successfully adopted by developed nations. South Korea should be cited as a prime example since this country has been among the biggest gaming markets in East Asia, and a long-standing partner of Vietnam in digital game imports. The country has developed a comprehensive gaming ecosystem, spanning esports, the metaverse, and cross-platform titles, with the industry expected to reach USD 31.6 billion by 2025 (Statista, 2025). Because of this, Roblox decided to join Korea by opening an office in Seoul on July 16, 2021. Roblox Korea was established to support online gaming services and development platforms, which show the potential of this market (Choi, 2021). The platform has grown significantly and gained strong attention from the Korean gaming community, particularly among younger Gen Z and Gen Alpha users. Leading brands like Samsung and Hyundai have recognized the huge potential of the metaverse for reaching future buyers. Hyundai became the first global automotive manufacturer to establish the "Hyundai Mobility Adventure" experience on Roblox for the local market. Beyond product brands, K-pop bands like BLACKPINK have also actively entered the metaverse when YG Entertainment partnered with metaverse studio Karta to create a virtual BLACKPINK experience on Roblox and received supportive investment from the Korean government of about $170 million (Dalugdug, 2023). Furthermore, destination brands such as Busan City Creative Team have used metaverse platforms to promote tourism and culture. The Korean government invested approximately $177.1 million in the metaverse (Kul, 2022), demonstrating institutional commitment to technology that may assume a central role in future digital ecosystems. Similarities between South Korea and Vietnam illustrate the effectiveness of using gaming platforms as marketing channels for brands, and Vietnam can learn from how Korean brands adapt and use them as successful case studies. Vietnam’s gaming industry generated over $500 million in 2024, making it the fifth-largest market in Southeast Asia (Vietnam Plus, 2024). Mobile gaming, in particular, is growing at a rate of 6.5% annually (Statista, 2024). The overlap between Roblox ’s demographic and Vietnam’s young gamers—86% of whom are aged 16–24—presents a favorable opportunity for Roblox ’s local expansion and brand engagement through gamification. The official partnership between VNG and Roblox , launched in May 2024, marks a significant development. By localizing the platform through translation, cultural adaptation, and community-building, VNG plays a pivotal role in Roblox ’s success in Vietnam. This localization paves the way for Vietnamese businesses to create immersive branded experiences, boosting brand recall, consumer sentiment, and purchase intent. Nikeland ’s success demonstrates the immense potential of the metaverse in cultivating brand loyalty. Unlike traditional communication models, metaverse platforms allow consumers to become co-creators of branded experiences, fostering emotional bonds and long-term engagement. Brands targeting the 13–18 age range are especially well-positioned, as this group is at a peak stage for memory retention and impression formation. Vietnam’s rapidly growing gaming ecosystem—ranking third in Southeast Asia for mobile game downloads in Q1/2025 (Pelizzoli, 2024) —makes it an attractive market, especially in contrast to saturated regions like North America (Circana, 2024) and East Asia (Quarneti, 2024), which are experiencing declining revenues and studio downsizing Vietnam’s growth presents opportunities not only for local developers but also for global corporations with established reputations and financial capabilities. Companies from South Korea and Japan, such as CJ, Samsung, Netmarble, and Nexon, have already cultivated strong brand presence in Vietnam. These corporations could replicate Nike’s strategy by creating virtual experiences within platforms like Roblox to reposition their brands and establish loyal communities. This is also a strategic moment for international gaming giants like NCSoft, Netmarble, and Krafton to invest in Vietnam’s burgeoning game development sector (Hoài Phương, 2025). Leveraging local talent and government support, these companies can produce “Made in Vietnam” titles with regional and global reach. Early investment can help secure talent pipelines, ensure product quality, and unlock new partnerships across eSports, metaverse technologies, and multi-platform distribution. Concluding remarks Technologies such as VR, AR, and metaverse platforms are reshaping brand engagement, particularly among youth aged 13–18. These tools enable brands to move beyond traditional models, offering deeply immersive and emotionally resonant experiences. Roblox serves as a prime example, offering an interactive gateway to younger audiences. Nike’s Nikeland illustrates how brands can achieve long-term success through four key strategies: selecting the right platform, developing engaging content, targeting appropriate audiences, and aligning with strategic goals. With Roblox now officially operating in Vietnam, both domestic and international brands have a rare opportunity to engage young consumers meaningfully. However, success requires careful alignment with brand identity, strategic direction, and resource allocation. Vietnam’s expanding gaming market positions it as a vital hub for future digital brand engagement and innovation, especially in Southeast Asia. Brands that act early and invest wisely will be well positioned to lead in this next frontier of marketing. References AppROI. (2023, September 20). Sự phát triển của Advergaming: Liệu có khả t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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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전재판 456 오도로키 셀렉션> : 법정 미스터리와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의 그림자

    ”이의있음!“ <역전재판>하면 가장 먼저 이 대사가 떠오른다. 나는 이 게임 시리즈를 2009년부터 하기 시작해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다. 주인공 변호사의 ”이의있음“ 이란 외침은 언제나 나를 들뜨게 한다. 2009년 당시만 해도 한글판이 정식 발매되지 않았던 때라서 모바일 폰으로 영문판을 사서 플레이했고, 스마트폰, 스마트패드가 생긴 뒤에는 어플리케이션을 구입해서 일본어판으로 플레이 했다. <역전재판>은 2019년이 되어서야 1,2,3편의 합본판이 한글화가 되어 정식 출시되었다. 그리고 올해 초 4,5,6편의 합본판이 출시된다는 소식에 너무나 반갑고 기대가 컸다. 어른이 되어서 하는 <역전재판>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다. 변호사가 외치는 ”이의없음“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만들까? < Back <역전재판 456 오도로키 셀렉션> : 법정 미스터리와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의 그림자 18 GG Vol. 24. 6. 10. 본문은 <역전재판> 시리즈의 주요 설정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의있음!“ <역전재판>하면 가장 먼저 이 대사가 떠오른다. 나는 이 게임 시리즈를 2009년부터 하기 시작해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다. 주인공 변호사의 ”이의있음“ 이란 외침은 언제나 나를 들뜨게 한다. 2009년 당시만 해도 한글판이 정식 발매되지 않았던 때라서 모바일 폰으로 영문판을 사서 플레이했고, 스마트폰, 스마트패드가 생긴 뒤에는 어플리케이션을 구입해서 일본어판으로 플레이 했다. <역전재판>은 2019년이 되어서야 1,2,3편의 합본판이 한글화가 되어 정식 출시되었다. 그리고 올해 초 4,5,6편의 합본판이 출시된다는 소식에 너무나 반갑고 기대가 컸다. 어른이 되어서 하는 <역전재판>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다. 변호사가 외치는 ”이의없음“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만들까? * <역전재판 456> 메인 타이틀 <역전재판> 시리즈는 대표적인 법정 미스터리 게임이다. <게임제너레이션> 2호에 "변호사의 눈으로 본 역전재판"이라는 기사가 수록된 바도 있다. 2001년 일본에서 첫 작품을 출시한 이후로 스핀오프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11개의 시리즈가 발매된 <역전재판>은 전세계 팬들에게 추억의 게임이자 다음 시리즈를 계속해서 기다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역전재판> 시리즈는 주인공인 변호사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변호하여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텍스트 기반 어드벤처 게임이다. 게임은 크게 재판을 위한 증거와 정보를 수집하는 탐정 파트와 피고인, 증인, 검사와 협상을 하는 법정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1인칭 비주얼 노벨 장르인 <역전재판>은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고 진범을 밝혀내는 과정을 변호사인 주인공의 시점으로 보여주기 위해 변호사가 탐정의 역할을 수행한다. 탐문 조사와 증거 수집 등이 탐정 파트에서 진행되고, 법정 파트에서는 피고인의 변호를 위해 변호사가 심리 중에 진범을 기소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변호사 역할을 보조하는 조력자로 미스터리한 존재가 등장하는데, 바로 ‘영매사’다. ‘영매’는 역전재판을 본격 미스터리 법정 추리극으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장치다. 미스터리 서사에는 '서스펜스'와 '본격 미스터리' 두 가지 종류의 이야기가 있다. 이 두 가지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는데, 서스펜스가 수수께끼에 대한 ‘흥미’가 추진력이 되어 독자를 끌어들이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본격 미스터리는 수수께끼가 논리적으로 ‘해명’되는 과정이 주안이 되는 이야기를 뜻한다. 이는 2018년 오사카에서 개최된 "GAME CREATORS CONFERENCE'18(GCC'18)" 에서 <역전재판1, 2, 3, 4>의 제작자인 타쿠미 슈가 <역전재판> 시리즈에 대해 설명하며 했던 말이다. 그는 <역전재판>을 ‘본격 미스터리’라고 설명하면서, "본격 미스터리에서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약속된 규칙과 전제만 있다면 어떤 요소든 논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역전재판> 초기 시리즈의 '영매'라는 오컬트적인 요소다. <역전재판> 시리즈의 등장인물 중에는 영매사가 존재하고, 법정에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와 증언을 시키거나, 주인공인 나루호도 류이치는 영매가 된 영혼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 게임에서 ‘영매’라는 장치는 ‘단서’와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미스터리 서사를 완성시킨다. <역전재판>은 선형적이고 단일한 스토리라인을 따르는 미스터리 서사물에 가까운 게임이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영매는 선형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는 추리 미스터리 장르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생겨나는 '반복'과 '전형'을 타파하고자 만들어진 하나의 장치로 볼 수 있다. <역전재판>을 문학의 미스터리 장르와 비교한 유승환(2017)은 <역전재판>이 게임이라는 장치를 통해 이야기(서사)를 놀이의 대상으로 만들고, 독자(플레이어)들이 게임의 서사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체험의 공간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게임의 내러티브와 ‘영매’와 같은 색다른 게임적 요소를 통해 게임 속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재판 자체가 하나의 체험이자 놀이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역전재판>은 그저 단순히 법정에서 피고인을 무죄로 만드는 게임이 아니라, 변호사 주인공이 증거와 정보를 수집하는 탐정 역할도 수행하고, 신비로운 존재인 영매사에게 새로운 단서와 조언을 얻기도 하면서 억울한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가는, 미스터리=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일종의 추리 게임이 된다. 호평을 받았던 초기 시리즈에 이어서, 이러한 서사 전개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후기 시리즈인 <역전재판 456>가 차례대로 출시되었다. 초기 제작자인 타쿠미 슈가 하차한 뒤, 야마자키 타케시가 디렉팅에 참여한 후기 시리즈에서도 영매처럼 ‘단서’와 ‘조력’의 역할을 하는 색다른 게임 시스템이 새롭게 등장한다. 반복되는 구조상 지루함을 깨부숴주는 장치로써 주인공 오도로키 호스케의 '잡아내다'나 키즈키 코코네의 '심리 스코프'가 그 예다. 이 두 가지 시스템은 피고인이나 증인이 새로운 증언을 하도록 만드는 장치로 활용된다. ‘잡아내다’는 상대방의 버릇을 찾아 어떤 증언을 할 때 긴장을 하는지, 무엇을 숨기려고 하는지를 잡아낸다. ‘심리 스코프’는 상대방의 증언과 감정의 ‘모순’을 찾아 새로운 단서를 끄집어낸다. * <역전재판 4>의 ‘잡아내다’ / <역전재판 5>의 ‘심리 스코프’ <역전재판 6>에서 처음 등장한 '아니마의 비전'은 죽은 자가 사망하기 직전 몇 초 가량의 감각을 재현하여 보여주는 영적인 능력이다. 이 영적 능력은 전작들의 장치들이 단순히 ‘단서’나 ‘조력’의 역할을 했던 것과는 달리, 오컬트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허용된다. 이는 <역전재판 6>의 배경이 1~5편과는 다르게 일본이 아니라 ‘쿠라인 왕국’이라는 가공의 국가를 무대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이다. 쿠라인 왕국은 영매가 가능한 자만이 왕이 될 수 있는 신정국가로, 죽은 자의 혼(=아니마)을 신앙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매의 역할도 기존 작들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법정에서도 ‘아니마의 비전’이 더욱 크게 자리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아니마의 비전’만으로 손쉽게 피고인에게 유죄가 내려질 만큼 이 장치는 결정적인 증거로 작동한다. <역전재판 6>은 시스템적으로 완벽하게 논리적 부정을 하지 못하도록 현실국가 일본이 아닌 가상의 국가를 무대로 세우고, 오컬트적 요소를 지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서 게임 난이도는 높이고 색다른 미스터리적 재미를 가져왔다. * <역전재판 6>의 ‘아니마의 비전’ 그렇다면 갑자기 왜 <역전재판 6>의 배경은 일본에서 쿠라인 왕국으로 옮겨왔을까? 그것은 아마도 타쿠미 슈가 언급했듯이 미스터리를 위해 준비한 새로운 게임 시스템인 ‘아니마의 비전’을 ‘작가와 독자 사이에 약속된 규칙과 전제’를 통해 논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기 위함일 것이다. <역전재판 6>에는 ‘아니마의 비전’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를 위해 활용된 설정이 한 가지가 더 있다. 쿠라인 왕국에는 '변호죄'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는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이를 변호한 변호사도 동일한 형벌을 받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는 게임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주인공이 변호에 실패하면 사형에 처해져 게임오버가 된다'는 게임적 리얼리즘(아즈마 히로키, 2012)의 요소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변호죄'는 플레이어가 조금 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늘어지는 스토리에 긴장감을 주는 패널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전의 작품들과 <역전재판 6>의 가장 큰 차이점 혹은 흥미로운 지점이 여기에 있다. <역전재판 6>에서 쿠라인 왕국의 공주는 '아니마 비전'만이 진실이며 범죄자를 변호하는 변호인은 모두 악인이라고 규정한다. 이 어린 공주에게 깨달음을 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일본인 변호사(주인공)다. 또한 변호죄로 인해 변호사가 모두 죽거나 사라져버린 쿠라인 왕국에서 23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아내는 이 역시 일본인 변호사다. 쿠라인에도 변호사 출신 혁명파가 존재하지만 독재 권력 앞에서 힘을 못 쓰고 결국 혁명의 기폭제가 되는 것은 일본인 주인공이다. 이러한 설정들은 기존 편들과는 다르게, 우월적 위치에서 다른 나라를 일깨우고 지도하는 일본(혹은 일본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오리엔탈리즘과는 다르지만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을 재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주인공의 시선은 다정하며 타 문화를 업신여기지는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현실 국가인 일본에서 가상 국가인 쿠라인 왕국으로 배경을 옮겨오면서, 일본 혹은 일본인(주인공)의 위치는 과거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인들의 위치가 된 것 같다. 쿠라인 왕국에 대한 묘사도 서양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힌두교의 빈디 장식과 유사해 보이는 이마의 점과 의상 디자인, 배경으로 등장하는 건물양식, 산스크리트어와 비슷한 언어체계 등 쿠라인 왕국의 설정에는 힌두교와 불교 문화권의 요소들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특히 작중에서 혁명군의 깃발에 그려진 용의 그림은 부탄의 국기와 매우 흡사하다. 실제로 <역전재판 6>을 접해본 이용자들은 쿠라인 왕국의 묘사가 부탄이나 티베트 지역 등 히말라야 인근의 국가들의 문화적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다양한 추측들을 하고 있다. 정체불명의 동양적 이미지들이 혼종된 쿠라인 왕국은 게임이 창조해 낸 가상의 국가가 아닌 정체성 없는 기묘한 국가의 모습으로 <역전재판 6>의 무대가 되었다. 쿠라인 왕국에 대한 이러한 묘사는 같은 동양권 국가들 내에서도 오리엔탈리즘을 내재화한 서구 중심주의적 시각으로 다른 동양의 국가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물론 <역전재판>의 게임적 재미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이런 문제의식은 무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가상의 동양 국가 쿠라인 왕국이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내재한 채로 재현된 것이라면, 이는 제작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충분히 비판과 우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역전재판>이 동양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역전재판 6>의 ‘쿠라인 왕국’과 관련된 스크린샷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에서는 서양의 관점에서 바라본 동양에 대한 편견이 수많은 텍스트들과 권위에 의해 객관과 보편의 지위를 획득했다고 말한다(Edward W. Said, 1991). 이러한 인식은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동양 국가들간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동양 내부에서 다시 서로를 대립적으로 구별하는 의식과 담론인 내재화된 오리엔탈리즘을 의미한다. 그러한 양상 중 하나인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은, 아시아의 일원으로 자신을 동일한 하는 것이 아닌 타자적 시각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일본을 구별하려는 자의식이 강화된 동일시와 객관화의 산물이다(강상중, 1997; 윤지관 외, 2006). 아시아에 대한 서양의 시선이나 서구의 제국주의를 수용한 일본은 아시아에 대해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적 관점을 지니게 되었다(최유경, 2009). 일본에서 만들어진 게임에서 등장하는 종교적이고 신비한 가상의 동양권 국가가 제3세계적인 묘사로 등장하고, 다양한 동양 문화권의 요소를 뒤섞어 쿠라인이라는 가상 국가를 창조했다는 점,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들만 취사선택하여 재구성한 측면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이질감은 피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역전재판 6>은 오리엔탈리즘적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미국 연방정부와 많은 주정부, 기관들이 공식 문서에서 '오리엔탈(Oriental)'이라는 단어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오리엔탈'이라는 단어가 아시아인들을 비하하거나 고정관념화하는 차별적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동양인을 하나의 단일 집단으로 환원시키고, 서구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존재로 대상화하는 시각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2016년 이후 미국 연방정부 법전과 공문서에서는 '오리엔탈'이라는 표현 대신 '아시안(Asian)'이란 표현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특정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오리엔탈리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예술계에서 '오리엔탈풍'과 같은 단어는 아직까지도 사용되고 있고, 오리엔탈리즘적 고정관념은 일상 도처에 알게 모르게 내재되어 있다. 동양의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설명한 진태원(2014)은 동양인들 자신도 그 틀에 따라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상상하도록 만들어 '오리엔탈리즘과 다른' 동양을 사고하는 것을 어렵도록 만든다고 했다. 한국적 미스터리 장르와 오컬트 장르의 교차성에 대해 설명한 박인성(2022)은 주술적인 요소 역시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통해 오컬트 장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장르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환경과 로컬적인 특수성, 문화의 시대적 상황과 교섭하면서 더욱 개성적으로 갱신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에 <역전재판 6>에서 ‘아니마의 비전’과 유사한 시스템을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인 영매사 캐릭터가 수행했다면, 이는 또다른 형태의 오리엔탈리즘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신비 현상이나 무속, 로컬리티의 성공으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초자연적이거나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미스터리 장르 게임은 <역전재판> 이후로도 계속 등장해왔다. 데스게임 학급재판이 펼쳐지는 <단간론파> 시리즈나 한국에서 개발한 초능력 추리 어드벤처 게임인 <스테퍼 케이스>, 타임루프를 주제로 한 <레이징 루프> 등이 그 예시이다. 이 요소들은 미스터리 추리 장르에 있어서 스토리의 기발함, 다시 말해 ‘상상력의 확장’을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역전재판 6>에서 보여준 쿠라인 왕국의 요소들 역시 위와 같은 ‘상상력의 확장’을 위한 장치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일본의 내재적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로 읽힐 위험이 있다. 게임과 서사를 확장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게임 시리즈가 나이를 먹어가듯이 게임 이용자도 나이를 먹는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게임적 요소나 상상력의 확장을 위한 요소, 이념, 재미 모두 시대에 맞게 성장하거나 진화해야 한다. 나루호도 류이치와 오도로키 호스케, 키즈키 코코네의 법정 이야기를 이대로 멈추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이 작품을 아주 오랫동안 좋아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 시리즈가 출시되면 좋겠다고 바라는 입장에서 이 게임의 문화적 비평이 어렵게 느껴졌던 것과는 별개로, <역전재판>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뻔하게 반복되는 구조와 서사라는 평가를 '역전'할 수 있는 새롭고 기발한 이야기의 법정 미스터리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이어지는 역전에 ”이의없음!!!“ 참고자료 강상중. (1997).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이산. 강신규. (2021). 《서브컬처 비평》. 커뮤니케이션북스. 박인성. (2022).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한국적 장르 서사와 미스터리 ① -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친연성과 교차성. 계간 미스터리, 270-284. 아즈마 히로키東浩紀. (2012).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장이지 역. 현실문화. 유승환. (2017). 게임과 서사의 충돌과 그 극복의 노력. 『스토리앤이미지텔링』 제14집. 윤지관, 정정호, 태혜숙, 설준규, 성은애, 김성곤, 이경원, 고부응, 이석구, 김상률, 오길영. (2006). 《에드워드 사이드 다시 읽기: 오리엔탈리즘을 넘어 화해와 공존으로》. 책세상. 진태원. (2014). "오리엔탈리즘과 다른 동양은 존재하는가". 한겨례. 책과 생각. 최유경. (2009). 조선을 향한 일본의 오리엔탈리즘 - 일본근대 미술 속의 조선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Tags: 오리엔탈리즘, 판타지, 법정물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콘텐츠연구자) 이미몽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닌텐도 게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몇 개월 전 스팀덱을 할부로 구매하여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선 문화매개를 전공했고, 현재는 일본의 리츠메이칸 대학교 첨단종합학술연구과 박사과정에 재학중 입니다. 게임과 웹툰 등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와 문화를 연구합니다.

  • 편집장이 답하는 제5회 게임비평공모전 Q&A

    ***응모를 고민하는 분들이 자주 묻는, 혹은 묻고 싶었을 질문들에 편집장이 직접 답합니다*** < Back The Editor-in-Chief Answers: Q&A for the 5th Game Criticism Contest 31 GG Vol. 26. 7. 13. The editor-in-chief answers the questions prospective applicants most often ask—or have always wanted to. Q1. Why does GG hold a game criticism contest? In Korea, the language we use to talk about games is still far from rich enough. Games have become the defining popular culture of our time, yet the words and writing that make sense of that culture have long been stuck somewhere between industry news and star-rated reviews. Game Generation (GG) is a publication built to fill that gap, and this contest is where we look for new writers to fill it with us. The contest began in 2022, and this year marks its fifth edition. Last year we received 77 submissions, and some of our past winners have since joined GG as regular contributors, helping shape the magazine alongside us. Please don't think of this as an event that ends with prize money—think of it as a place where we hope to meet people who will keep writing about games. Q2. "Criticism" sounds intimidating. How is it different from a review? A review answers the question, "Is this game worth buying?" Criticism asks, "What is this game saying?"—and further, "What does this game let us see about the world?" Saying that a game's combat is fun is a review. The moment you start digging into why the combat system was designed that way, what attitude that design demands of the player, and how that demand connects to some sensibility beyond the game itself—that is where criticism begins. A game's fun does not simply appear out of nowhere. It is produced by rules and structures that someone built, and those rules and structures always carry a perspective. Reading that perspective out of the game is what criticism does. Q3. What do the judges look for? What kind of criticism does GG want? There are three main criteria. First, excellence in game analysis and understanding : does the writing demonstrate a deep grasp of the game under discussion? A piece written by someone who has spent long hours with a game shows it within a few paragraphs. So does a piece written after only skimming the surface. Second, originality of interpretation and analysis : does the piece offer criticism from a fresh angle? We are looking for writing that contains something the author discovered with their own eyes, not a summary of what everyone has already said. Third, persuasive, well-crafted prose : even the best insight is worthless if it never reaches the reader. Criticism is only complete when it includes the communicative skill to carry what you have seen smoothly to your audience. As for direction, the field is wide open. A piece that digs deep into a game's systems and the experience of play is welcome; so, of course, is a piece that travels through a game to speak about the world we live in. In the latter case, though, the order matters. You should start from the game and move outward to the world—if you force a game into a story about the world you already wanted to tell, both the game and the story end up strained. Q4. Do I need to know a lot of theory? I'm just someone who has played games for a long time. One type we find disappointing every year is what might be called "theory overload": pieces that cite a parade of famous theorists and concepts, yet never explain why this game needs that concept in the first place. Theory is meaningful only as a tool that helps you see a game better. When the tool becomes the master of the piece, both the game and the theory die. But the opposite trap is just as common: pieces that stop at "I played this game this way, and it was fun." Experience is a precious starting point for criticism, but if no reflection follows—why was the experience like that, and what produced it?—the piece remains a personal impression. What you ultimately need is a meeting point between theory and experience. Start from your own experience of play, but bring a perspective that lets you step back and interpret that experience. That perspective doesn't have to be a famous theory, but there has to be some frame of thought that turns experience into something more than experience. Call it the strength to push the question "Why is it like this?" all the way to the end. Q5. Which games should I write about to have an advantage? Does it have to be a recent blockbuster? Not at all. The fame or scale of the game you choose has no bearing on the judging. A decades-old classic, an indie game nobody has heard of, a mobile idle game—any of them will do. What matters is what you managed to read out of that game. If anything, the more famous the game, the heavier the burden. So much has already been said about it that whatever you can add stands out all the more starkly. Games no one else is paying attention to, or overlooked corners of games everyone knows—good criticism has often come from exactly those places. Q6. Is there a common thread among the pieces that don't make it each year? A few patterns keep recurring. Pieces that are more than half plot summary. If you spend most of your pages introducing the game on the assumption that readers don't know it, there's no room left for your own argument. An introduction needs only the minimum required for the discussion. Pieces that stop at personal impressions. "It was moving" or "the immersion was incredible" is where criticism starts, not where it ends. You have to go on to ask why it was moving, and what devices produced that emotion. Pieces that use a game as an excuse to recite theory. This is the order reversed. When theory is deployed to show off rather than to read the game, neither affection for nor understanding of the game makes it onto the page. Pieces a general reader cannot get through. If a piece is so armored in footnotes and jargon that only specialists in the field can read it, then the place it belongs is an academic journal. GG is a magazine for the reading public. True to our slogan—"lighter than a journal, heavier than a webzine"—we look for writing with depth that still reads. Pieces that betray the author never played the game. Writing assembled from a few videos and wiki pages always comes apart somewhere. The friction, the boredom, the detours that only someone who actually played the game knows—those are the raw materials of criticism. Q7. Anything to keep in mind about length and format? Following the length requirements stated in the official call is the baseline. A shorter piece is not at a disadvantage, but a piece stretched thin just to fill the page count shows immediately. If you have one thing to say, digging deep into that one thing always beats skimming across several points. Give some thought to your title as well. On a judging table stacked with dozens of submissions, the title is a piece's first impression. A good title reveals both the game you're discussing and the angle of your argument. Q8. How does the judging work? An independently assembled panel of judges first reviews all submissions on paper, and the winners are then selected through a final in-person session where the judges gather in one room. The process combines individual evaluation with group deliberation. Q9. If I don't win, does that mean my piece wasn't good enough? No. The number of winning entries is limited, and judging is ultimately a matter of relative selection. Every year, the judging table holds pieces as good as the winners, and there are always entries set down with regret by the narrowest of margins. Sometimes a piece the judges argued over at length ends up not being selected. So please don't take a rejection as a verdict that "my writing doesn't work." The perspective and the sentences you honed do not disappear. You are welcome to try again next year, or to knock on the doors of other publications. There have in fact been winners who succeeded after multiple attempts. The very fact that you have started writing about games is already part of the foundation of game criticism in Korea. Q10. Finally, a word for those still hesitating to apply? Reading the submissions each year, I'm reminded of how many people have something to say about games but never knew where to say it. If worries about polish are holding you back, my advice is to write it and send it in. Judges respond to writing with a question of its own more than to writing that is merely smooth. A rough piece that carries something seen with your own eyes will always travel farther than a polished piece that could have been read anywhere. About that game you've poured hundreds of hours into—there is, somewhere inside you, a story about it that no one has told yet. We'll be waiting for it. For submission methods, deadlines, and other details, please refer to the official contest announcement.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논문세미나] Horror Video Games and the “Active-Passive” Debate 호러 비디오 게임과 “능-수동” 토론 / 데이비드 크리스토퍼 & 에이단 로이즐러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위의 작품들을 루돌로지적 상호작용성으로 명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루돌로지적 행위성을 강조하는 이분법으로는 위 작품들이 발휘하는 특유의 효과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모든 호러 게임을 루돌로지적 상호작용성의 원리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 Back [논문세미나] Horror Video Games and the “Active-Passive” Debate 호러 비디오 게임과 “능-수동” 토론 / 데이비드 크리스토퍼 & 에이단 로이즐러 19 GG Vol. 24. 8. 10. 시각문화 연구자인 버나드 페론은 2009년 『Horror Video Games: Essays on the Fusion of Fear and Play』라는 책을 출간한다. <바이오 하자드>나 <암네시아> 시리즈와 같은 호러 게임이 향유층을 탄탄히 다져가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학계에서는 호러 비디오 게임에 대한 논의가 소외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작업이었다. 현장 종사자와 연구자를 아우르는 다양한 필자가 호러라는 장르와 게임의 접합에 관한 아이디어를 개진했다. 페론은 영화와 게임을 비교하며 생존 호러 게임이 어떻게 특유의 공포를 전달하는지 설명한다. 영화 관객은 화면을 통해서 주어지는 감각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네스틱’ 주체다. 관객의 몸은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몸이 겪고 있는 황홀한 감각을 느끼고자 한다. 생존 호러 게임도 그와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공포를 전달할 수 있다. 플레이어의 몸 역시 영화 관객과 마찬가지로 “화면 속 신체의 감정이나 감각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한다 [1] . 그런데 게임의 경우에는 매체 고유의 ‘루돌로지적’ 메커니즘이 플레이어와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융합을 촉진한다는 것이 페론의 주장이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입력이 캐릭터의 표현으로 게임 내부 공간에 매핑되고, 그렇게 구현된 효과는 곧 플레이어의 의도, 지각, 행동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요컨대 플레이어가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살아있는 몸’을 만듦으로써 공포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책의 다른 저자들 역시 유사한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 2009년에 출간된 책이 위 같은 방식으로 호러 게임을 설명한다면, 과연 10여 년이 지난 현시점에선 어떤 방식의 해설이 가능할까? 또, 페론의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던 호러 게임은 주로 생존 호러에 치중해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분명 <사일런트 힐>과 같은 게임들은 호러 게임의 대표격으로 인용되지만, ‘호러’를 보다 다양하게 구성할 수는 없을까? 여기서 다루는 데이비드 크리스토퍼와 에이단 로이즐러의 글은 『Horror Video Games: Essays on the Fusion of Fear and Play』의 가정들을 해부한다. 그 가정이란 초기의 루돌로지가 취하던 순진한 이분법-능동적인 게임 플레이 vs. 수동적인 영화 관람-이다. 두 저자는 다양한 이론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호러와 미디어가 결합하는 미묘한 방식을, 더 나아가 게임과 호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확장하고자 한다. (*논의에 앞서서 호러라는 주요 개념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논하는 호러 개념은 예술평론가인 노엘 캐럴의 정의를 잇는다. 노엘 캐럴은 호러가 “괴물이 등장하는 허구적 서사”로, “이때의 괴물은 그 잠재적인 위협과 불순함으로 감상자에게 공포감과 혐오감, 불안감이 복잡하게 뒤얽힌 감정적 반응(이 반응은 대개 괴물과 마주하는 작품의 중심인물이 드러내는 감정적 반응이기도 하다)을 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2] . 장르로서의 호러는 관객들이 호러라고 직관적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일련의 미학적, 내러티브적 관습으로 구축된다. 시각적으로는 기괴하거나, 혐오스러운 체액이 떨어지는 등의 모습으로 구현되며, 내러티브적으로는 주인공들이 몸을 숨긴 안전지대를 서서히 좁히는 방식으로 장르 문법을 따르곤 한다. 두려움은 바로 그런 종류의 호러에 노출되었을 때 일어나는 수용자의 심리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이다.) ‘능동 대 수동’의 오류 화면 속의 인물이 좁고 캄캄한 공간에 떨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 화면이 영화라면 관객은 인물의 움직임을 조용히 지켜보며 불안한 감정을 공유할 것이다. 게임이라면 플레이어는 컨트롤러를 쥐고 캐릭터를 직접 조작할 것이다.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공감하며 더 깊은 동일시를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즉 호러 영화를 시청하는 관객은 화면 내에서 벌어지는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수동성으로 말미암아 호러의 효과를 경험하지만, 게임은 인물을 직접 조종하며 디제시스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호러에 몰입할 수 있다. 이것이 『Horror Video Games: Essays on the Fusion of Fear and Play』에서 다양한 저자들이 공유하는 전제다. 그러나 크리스토퍼와 로이즐러는 이러한 방식의 가정이 ‘루돌로지적 불안(ludic anxiety)’을 드러낸다고 바라본다. 루돌로지적 불안이란 스카이 라렐 앤더슨이 정의한 개념이다. 앤더슨은 흔히 내러톨로지 vs. 루돌로지로 요약되던 게임학의 흐름이 어떤 궤적으로 진행되었는지 요약하는 과정에서 초기의 게임학자들이 “게임과 다른 미디어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게임을 “프로세스, 시스템, 또는 행위에 의존하는 매체로 구성”하며, “게임의 특성에 대한 결론을 일반화”하려 했다. 루돌로지적 특질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게임학 이론을 정립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디어의 특질이 다양한 설명을 압축해버릴 수도 있다 [3] . ‘어떻게 게임이 기술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가’에 담론의 초점이 쏠려버리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게임은 그 자체로 능동적이라는 명제가 자연화된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어떤 매체가 더 ‘무서운지’ 겨루는 논의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크리스토퍼와 로이즐러는 아만다 코트의 『Gaming Sexism』를 든다. 코트는 자신의 책에서 게임 문화에 광범위하게 퍼진 남성 중심적 헤게모니를 분석하고 있지만, 정작 그 분석의 언어가 또 다른 헤게모니에 굴절되어 있다. 아케이드 게임 문화를 다룬 장에서 코트는 여성이 주로 남성을 응원하거나 관전하는 롤에 국한되어 있었다고 설명함으로써 어떻게 여성들이 게임 플레이에서 소외되었는지 서술한다. 하지만 관전을 온전히 수동적이라고 구분 지을 수 있을까? “게임을 직접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거나 즐거운 경험이라 하더라도, 남이 게임하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충분히 흥미롭고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일”로 긍정할 수 있지 않을까? [4] 게임을 보는 사람 또한 플레이어의 긴장감과 흥분을 함께 공유하고, 놀이의 매직 서클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와 로이즐러는 코트가 게임 플레이를 능동적이고 관전을 수동적인 것으로 나누어 관전의 메커니즘에 관해 유의미한 고찰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또한 게임 플레이의 능동성을 핵심 주장으로 삼아 호러의 효과를 설명하려 경우, 곤혹스러운 모순이 발생하기도 한다. <암네시아>의 개발자 토마스 그립은 게임의 ‘재미’에 너무 몰두할 경우, 호러의 아우라가 파괴된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더 서퍼링>의 리처드 라우스 3세는 플레이어가 게임 세계에 완전히 몰입하면 공포가 훨씬 더 강렬해진다고 말한다. 두 상반된 의견은 행위성을 호러와 직결하는 아이디어를 정밀하게 해부해야 할 필요성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장에서 저자들은 호러 미디어와 수용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을 두 가지로 구분하여 논의를 정교화하고자 한다. 이는 각각 ‘참여의 호러(participation)’와 ‘전송의 호러(transportation)’다. 참여의 호러 이 장에서 다루는 ‘참여’는 자넷 머레이가 고안한 ‘에이전시(agency)’ 개념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에이전시란 “참여자가 의미 있는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고, 또 그 자신이 내린 결정과 선택의 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만족스러운 능력”을 의미한다 [5] . 플레이어와 생리적으로 연결된 캐릭터가 맞는 죽음은 이전에 그가 취했을 선택의 결과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해진다. 플레이어는 무언가 선택함으로써 주체성을 행사하고, 캐릭터의 죽음을 통해 주체성의 상실을 경험하는 것이다. 특히 호러 게임의 상황이라면 플레이어는 불안감이나 압박을 느끼며 주체성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공포를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에이전시가 두려움의 절대적인 기제는 아니다. 사실 호러 장르를 표방하는 다수의 게임이 시각적 요소에 더 의존한다. 저자들은 예시로 <마리오 게임>을 든다. 화면 속의 마리오는 데미지를 입기도 하고, 체력을 다 소진하면 죽음을 맞는다. 마리오를 조작하는 플레이어는 줄어드는 생명을 보며 게임 오버의 불안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마리오 게임>이 호러가 되기는 어렵다. 즉 호러가 되기 위해서는 괴물에게 쫓기는 등, 불안하고 기괴한 경험이 동반되는 맥락을 필요로 한다. 또한 플레이어가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 인해 호러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게임에 적응한다는 것은 게임이 유희적으로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고와 행동을 자동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플레이어가 언제까지고 괴물과 어둠을 무서워할까?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게임은 실패해도 괜찮고 고통스럽지도 않고 불쾌하지도 않은 안전한 공간으로 체험된다. 이곳에서의 불쾌란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도 있다. 설령 괴물에게 살해당하더라도 재시작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에게 제공되는 무제한 ‘생명’ 같은 안전장치는 공포의 경험을 퇴색시킨다. 분명 플레이어는 게임에 성공적으로 적응했지만, 그 결과로 본래 호러가 성취하려던 효과는 상실한 셈이다. 결국 호러 게임의 가장 큰 한계는 게임 플레이의 메커니즘 그 자체가 된다. 이 지점에서 많은 호러 게임 기획자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구적인 죽음이 불가능해지거나 무의미해지면서 죽음에 대한 불안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는 캐릭터의 죽음이 절대적인 상실이나 단절로 그려지지만, 부활은 오히려 내러티브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는 특성과 대비된다. 이 지점에서 공감의 문제가 대두된다. 플레이어가 게임의 루돌로지적 목표에 매몰됨에 따라 화면 내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공감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어떻게 자신이 조작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에게 공감할 수 있을까? 페트리 란코스키는 플레이어가 플레이어블 캐릭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목표적 참여(goal-related engagement)’와 ‘공감적 참여(empathic engagement)’를 분류한다 [6] . 목표적 참여란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준, 근본적으로 플레이어 자신의 경험이다. 반면에 공감적 참여는 캐릭터의 행동에 반응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디자이너들은 내러티브 상의 목표와 게임에서의 목표를 일치시켜 두 참여의 방식을 조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전술한 이야기는 그러한 조합이 까다롭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란코스키는 특히 플레이어가 의사를 결정하거나 전투를 벌이는 등 인지 능력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플레이어블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어려워지며, 게임 플레이의 흐름은 전적으로 목표 중심적으로 배열된다고 설명한다. 이 맥락에서 플레이어가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감정적 동일시를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기에 공포를 더욱 크게 느낀다는 주장은 반박된다. 그러나 참여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호러를 이끌어낸다. 크리스토퍼와 로이즐러는 플레이어블 캐릭터 헤더 메이슨을 주인공으로 하는 <사일런트 힐 3>의 사례를 든다. 작중에서 플레이어-헤더는 악몽과 같은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괴물들을 죽이게 된다. 한 NPC는 헤더가 죽인 것은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하자 헤더는 경악하는데, 그 반응을 본 NPC는 농담이라며 재빠르게 둘러댄다. NPC의 대사의 진위를 가릴 수 없다는 점에서 과연 정당하게 괴물을 살해해온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헤더가 저지른 살인에 참여해온 플레이어는 이 순간 섬뜩함을 느낀다. 전송의 호러 원문에서 크리스토퍼와 로이즐러는 그린과 브록의 ‘전송(transportation)’ 개념을 빌려 호러가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해설하려 한다. 전송은 “내러티브의 설득적 효과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수용자들이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내러티브에 노출되면 전송이라고 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세계에서 내러티브로 묘사된 세계로의 심리적 이동을 경험”한다고 하여, 몰입과 같은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다 [7] . 정의가 드러내듯, 전송의 호러는 심리적 영역에서 논의된다. 그런데 이 장에서 저자들은 화면 바깥의 현실에서 게임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전송을 묘사함으로써 호러 게임이 어떻게 특유의 효과를 자아내는지, 그리하여 루돌로지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례로 언급되는 게임은 2002년에 출시된 닌텐도의 <이터널 다크니스>와 2017년에 출시된 <두근두근 문예부!>다. <이터널 다크니스>는 정신력 수치(sanity meter)을 도입해 효과적으로 연출한 작품으로 비평가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끈 바 있다. 이 게임에서는 정신력의 상태가 어떠한가에 따라 40가지 효과와 이벤트를 겪을 수 있다. 저자는 가장 인상적인 효과로 게임 볼륨이 갑자기 줄어들거나 소거 되는 현상을 꼽는다. 이러한 연출은 게임 소프트웨어가 스피커라는 외부 하드웨어로 뻗어 나가 간섭한 것처럼 느끼게 하여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작품을 경유하며 호러의 전송을 겪은 플레이어의 심리, 그리고 게임 속 화면에서 현실로 뻗어 나가는 전송이 일치하는 셈이다. 흔히 제4의 벽으로 요약되는 수용자와 텍스트 사이의 벽을 허무는 시도는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의도한 바를 성취한다. 정신력 수치 메커니즘은 이후 게임 개발자들이 루돌로지적 메커니즘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두근두근 문예부!>는 이런 종류의 심리적 공포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일컬어진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을 표방하며 출시된 이 게임은 남성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문예부 동아리에 들어가 다수의 소녀 캐릭터와 교분을 나누며 연애 대상을 공략하는 척한다. 그러나 작중의 인물 ’모니카‘는 게임 시스템에 접근해 미연시의 틀을 기괴하게 왜곡한다. 모니카가 게임 내 저장이나 설정과 같은 소프트웨어 권한을 통제하는 이상, 종내에 플레이어는 모니카의 파일을 삭제해 상황을 모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두근두근 문예부!>는 플레이어가 심리적으로 화면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고차원의 호러를 빚어내는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위의 작품들을 루돌로지적 상호작용성으로 명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루돌로지적 행위성을 강조하는 이분법으로는 위 작품들이 발휘하는 특유의 효과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모든 호러 게임을 루돌로지적 상호작용성의 원리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참여의 호러와 전송의 호러를 나누어 살펴보긴 했으나, 두 속성을 배타적이라고 단언하기 역시 어렵다. 원문은 페론의 글을 보완해서 독해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사실 페론의 에세이는 생존 호러가 발하는 액션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쫓고 쫓기는 공포스러운 상황 속에서 컨트롤러의 키네틱은 액션의 에이전시를 반영한다. 하지만 비주얼 노벨인 <두근두근 문예부!>는 그와 같은 조작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충분히 괴기스럽고 끔찍한 연출을 빚어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하게 조합 가능한 호러의 원리를 적용해보며, 새롭게 놀라고 떨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 Bernard Perron(2009), 『Horror Video Games: Essays on the Fusion of Fear and Play』,, MIT Press, 124p. [2] 이해완(2017), 『노엘 캐럴』, 커뮤니케이션북스, 77쪽. [3] Sky LaRell Andersoon(2013), “Start, Select, Continue: The Ludic Anxiety in Video Game Scholarship”, The Review of Communication 13(4), 291p. [4] 강신규·원용진·채다희(2019). 메타/게임(meta/game)으로서의 ‘게임 보기’: 전자오락 구경부터 인터넷 게임방송 시청까지, 한국방송학보 33(1), 7쪽. [5] 자넷 머레이, 한용환·변지연 역(2001),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147쪽. [6] Petri Lankoski(2011), “Player Character Engagement in Computer Games”, Games and Culture 6(4), 291-311p. [7] 황유리·정세훈(2014),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의 설득적 효과: 애드무비(ad movie)를 중심으로, 광고학연구 25(6), 87쪽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김규리 게임이 이야기를 경험시키는 방식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기웃거리다가 최근에는 <마라톤>을 플레이했습니다.

  • 어린이를 위한 게임은 없다

    도발적인 제목을 들고 왔지만, 놀랍게도 필자는 어린이가 아니다. 더 놀랍게도 필자는 아직 2세가 없다. 당사자성이 없는 사람이 어린이와 게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대단히 조심스러웠다. 게임제너레이션(GG) 편집장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가정에 어린이가 있는 필자를 새로 구해보시는 게 어떠냐'라고 완곡하게 돌려 말했다. 편집장은 '어린이가 없는 입장이 보다 객관적'이라고 답했다. GG 편집진의 고약한 취미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Back 어린이를 위한 게임은 없다 18 GG Vol. 24. 6. 10. 도발적인 제목을 들고 왔지만, 놀랍게도 필자는 어린이가 아니다. 더 놀랍게도 필자는 아직 2세가 없다. 당사자성이 없는 사람이 어린이와 게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대단히 조심스러웠다. 게임제너레이션(GG) 편집장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가정에 어린이가 있는 필자를 새로 구해보시는 게 어떠냐'라고 완곡하게 돌려 말했다. 편집장은 '어린이가 없는 입장이 보다 객관적'이라고 답했다. GG 편집진의 고약한 취미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필자는 과거에 어린이였던 적이 있다. 필자는 그 유명한 PC방의 초글링 출신이다. <카트라이더>가 국민게임이던 시절, '놀토'만 되면 기자는 같은 반 친구들과 PC방으로 달려갔다. 매캐한 담배 연기 속에서 시프트(드리프트) 버튼을 열심히 눌렀던 기억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무렵 PC방에는 <리니지>라든가 <뮤> 같은 게임이 인기가 있었지만, <메이플스토리>, <큐플레이>, <마비노기> 등등 어린이들이 즐길 만한 게임도 대단히 많았다. 개중에는 FPS나 '성인풍' MMORPG로 월반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모두가 <카트라이더>를 플레이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 한때 <카트라이더>는 명실상부 국민게임이었다. 그리고 그 인기의 중심에는 어린이들이 있었다. <카트라이더>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당대 단순 영화 잡지를 넘어 문화비평지의 기능을 수행하던 주간지 <씨네 21>은 "국민 배우 안성기에 국민 간식 떡볶이에 국민 여동생 문근영까지, 조금이라도 인기 있는 상품에는 ‘국민’이라는 딱지가 붙는다"며 "요즈음 국민 게임 칭호는 <카트라이더>에 돌아간 모양"이라고 썼다. [1] 그리고 그 인기의 비결을 "유아적 놀이 경험"이라고 분석했다. 이 "유아적 놀이 경험"이란, 만화적 캐릭터들을 통해 기존의 레이싱게임보다 간편한 게임플레이를 담은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꾸준히 이 게임과 닌텐도 <마리오카트>와의 유사성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당대 이용자들에게 <마리오카트>와 <카트라이더>를 둘러싼 시비는 그다지 중요한 이슈가 아니었다. 어린이 시절의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카트라이더>는 최고 동시접속자 20만 명, PC방 점유율 1위, 출시 1년 만의 등록회원 1,000만 명의 금자탑을 쌓으며 넥슨의 역사를 썼다. <카트라이더>는 2023년 출시 18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고, 후속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을 출시됐다. 하지만 새 게임은 국민게임이었던 전작의 아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넥슨의 창업자인 고 김정주 회장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스스로 돈을 싸 들고 와서 한참 줄 서서 기다리며 디즈니 콘텐츠를 즐긴다"며 "디즈니가 부러운 건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 넥슨의 방향성을 아이들과 부모를 "쥐어짜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넥슨이 2000년대 초중반 서비스했던 게임들은 실로 그런 면모를 보이고 있었고, 그 선두에는 <카트라이더>가 있었다. 이 쯤에 <카트라이더>의 옆자리에 설 게임은 단연 <메이플스토리>겠지만, 이 게임이 겪은 풍파에 대해서는 굳이 이 글에서는 구구절절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넥슨은 현재 <메이플스토리>의 블록체인게임 버전을 연구개발 중이다. [3] 아무튼 국민OO의 시절은 지났다. 국민OO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존재는 국민OO가 먹히던 시절에 그 지위를 획득한 이들에게 한정된다. 2020년대의 국민MC는 아직 우리 머릿속에 있는 그 사람이다. 이렇게 취향의 파편화가 세분화가 이루어지면서 서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사는지 알기 어렵다. 새로운 국민배우, 국민간식, 국민여동생은 없다. 할머니는 빠니보틀과 곽튜브를 모르고, 손자는 종편방송에 쏟아지는 트로트 예능을 모른다. 독자 여러분께도 퀴즈 하나. 이 중에 혹시 '흔남'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혹시 구글링을 시도하려고 했나? 흔한남매는 구독자 277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이다. 요즘 어린이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흔남의 존재를 모르는 초등학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매스'미디어는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특정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일찌감치 집에 들어가는 시대는 지났다. 더구나 인구절벽으로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가 어떤 것이 있는지는 더욱 알기 어렵다. 어린이와 함께 살고 있거나, 어린이와 교류하지 않는 이상 어린이의 취향을 진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히 필자에겐 조카가 있다. 조카를 '취재'한 결과, 필자와 조카 사이에 그나마 말이 통했던 것은 <포켓몬스터> 정도였다. 조카가 '1세대 포켓몬'을 알고 있다고 대답할 때, 필자는 왠지 모를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그 외의 콘텐츠로 조카들과 대화를 시도해보았을 때 필자는 좌절했다. 한 번 시도해보라. "삼촌 <신비아파트> 옛날 건데요", "<뽀로로>는 애들(네 녀석도 애면서!)이나 보는 건데요"와 같은 답변을 들을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게임을 찾는 일은 더 어렵다. 가장 참고할 만한 데이터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3 아동청소년 게임행동 종합 실태조사'다. 아동청소년의 65.2%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가장 많이 하는 게임은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와 같은 샌드박스 게임(23.7%)으로 나타났다. 그 뒤는 <브롤스타즈>, <발로란트>, <서든어택>과 같은 슈팅게임(23.5%)이 차지했다. [4] * 청소년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 장르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샌드박스 게임은 정의 그대로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세계를 창조하는 모래상자와 같다. 매달 1억 5천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접속하는 <로블록스>는 플랫폼이다. 즉, 그 플랫폼에 접속해 직접 관찰하지 않으면, 무엇이 인기를 끌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유튜브를 들여다 보지 않으면 요즘 뜨는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린이들은 <로블록스> 플랫폼 안에서 이 게임 저 게임을 탐험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로블록스>가 곧 게임과 같을 수 있다. 참고로 조카의 날카로운 분석에 의하면 <로블록스> 안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은 <입양하세요!>다. 본인은 <입양하세요!>에 '애들'이 너무 많아서 슈팅경쟁 게임 <머더>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을 옆에서 같이 들은 조카의 친권자는 <머더>의 폭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고, 필자는 대뜸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심판관이 되었지만, 취재원 보호를 위해서 '에이,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답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즐기는 게임에 <서든어택>이 이름을 올린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들은 더이상 TV나 잡지로부터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구독 중인 인플루언서가 특정 게임을 플레이하고, 학교 같은 내집단에서 두루 공감대를 얻었을 때 그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관찰된다. 재미만 있어 보인다면, 2005년에 나온 FPS도 서슴없이 즐기는 것이다. 필자의 유일한 취재원인 조카는 15세 미만이기 때문에 <서든어택>을 즐길 수 없었다. 주변에서도 <서든어택>을 하지 않기 때문에 꼭 그 게임을 플레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이뿐 아니라 각 게임 포털은 2차 인증 과정을 강화했기 때문에 예전에 필자가 그러했듯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쉽지 않아진 모양이다.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10대 남성의 44%, 여성의 13%가 게임을 가장 즐겨하는 취미로 꼽았다. [5] 어린이들은 여전히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그 자리에 한국 신작 게임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인용한 표의 예시에 올라온 한국 게임 신작은 3년 전에 나온 <쿠키런 킹덤> 뿐이다. 고객의 모수 자체가 줄어드는 만큼 어린이 취향의 게임을 만드는 것이 수지타산이 안 맞는 일이 되는 듯하다. 임원을 설득하기 좋은 기획은 '10대들이 즐기는 게임'보다는 '40대 직장인들이 즐기는 게임'일 것이다. 한때 게임은 '어린이들이나' 즐기는 매체로 여겨졌다. 오락실에나 PC방에나 어린이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을 찾아보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게 됐다. 애초에 그들의 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케이드와 PC방 산업의 규모가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가보자. 앱스토어의 게임 - 어린이 탭으로 가면 인기 차트의 1위는 <유튜브 키즈>가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색칠놀이 게임 <퀴버>, 3위는 샌드박스 게임 <토카보카 월드>, 4위와 5위는 <밴드 키즈>와 <아이들나라>이다. 온전한 의미의 게임은 2번과 3번이고, 4번은 학교 모임, 5번은 '학습'을 위한 앱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키즈' 란의 '삶이 풍성해지는 게임' 코너에서도 <유투브 키즈>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양대 마켓의 상위 차트는 보호자가 어린이로 하여금 건전하고 학습적인 콘텐츠를 학습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듯하다. 정작 어린이에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로블록스>가 순위에는 빠져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로블록스>는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 제공하고 있지만, 그 안의 게임들은 비슷한 또래의 창작자들이 직접 만들고 있다. 그리하여 필자는 가정의 달의 그믐에 생각한다. 어린이를 위한 게임은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걸까? * 5월 31일 앱스토어 게임 분야의 ‘어린이’ 코너 인기 순위. 게임이 거의 없다. [1] 박상우, 「<카트라이더>는 어떻게 국민 게임이 되었나」, 씨네21, 2005.09.16. [2] 김재훈, 신기주, 「플레이: 게임 키드들이 모여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까지, 넥슨 사람들 이야기」, 민음사, 2015.12.7. [3] 김재석, 「넥슨이 그리는 블록체인 메이플스토리의 꿈」, 디스이즈게임, 2024.03.23. [4] 「2023 아동청소년 게임행동 종합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03.05. [5] 「한국인이 좋아하는 50가지 [문화편]」, 한국갤럽, 2024.05.22. Tags: 게임이용자, 유소년, PC방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김재석 8년 동안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서브컬처 스타트업에서 대외협력을 맡고 있다.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 [공모전수상작] 기계장치의 우주: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

    2022년 만우절 주간, 레딧의 거대한 땅따먹기 픽셀아트 프로젝트인 r/place에서 <레인 월드 (Rain World, 2017)>와 <아우터 와일즈 (Outer Wilds, 2019)>의 서브 레딧끼리 자그마한 동맹을 맺었다. ‘아우터 와일즈 원정대’의 로고를 중앙에 두고 양 게임인 플레이어 캐릭터인 슬러그캣과 화로인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으로 예쁘게 공유된 캔버스를 보고 있자면, 임시적이거나 느슨하게 맺어졌을 몇몇 r/place 동맹들에 비해 두 게임 간의 연합이 제법 어울리게 느껴졌다.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를 만큼? < Back [공모전수상작] 기계장치의 우주: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 20 GG Vol. 24. 10. 10. “난 신의 마음속에 있어. 하지만 여기가 거기란 걸 어떻게 알지?” - 듀나, 「두 번째 유모 [1] 」 들어가며 2022년 만우절 주간, 레딧의 거대한 땅따먹기 픽셀아트 프로젝트인 r/place에서 <레인 월드 (Rain World, 2017)>와 <아우터 와일즈 (Outer Wilds, 2019)>의 서브 레딧끼리 자그마한 동맹을 맺었다. ‘아우터 와일즈 원정대’의 로고를 중앙에 두고 양 게임인 플레이어 캐릭터인 슬러그캣과 화로인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으로 예쁘게 공유된 캔버스를 보고 있자면, 임시적이거나 느슨하게 맺어졌을 몇몇 r/place 동맹들에 비해 두 게임 간의 연합이 제법 어울리게 느껴졌다.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를 만큼? 그러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범박하게 2D 플랫포머와 3D 어드벤처라 둘 수 있을 만한 형식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끼리는 엮을만한 공통점이 은근히 많았다. 이를 대표적으로는 양쪽에서 플레이어들이 주되게 맞닥뜨리고 불평하는 곤란들로 가장 분명히 확인할 수 있겠다. 간략한 튜토리얼을 제외하면 곧장 광막한 세계에 내던져 놓고 알아서들 돌아다니라는 불친절함. 초반에 명시되지 않아 잔뜩 헤매게 하고 시행착오 이후에서야 간신히 손에 잡히는 최종목표. 콧물 방울처럼 미끄러지는 슬러그캣과 술에 취한 듯 갈팡질팡하는 화로인 우주선 같이 초심자의 손에 영 익지 않는 조작감. 호전적인 포식자부터 불안정한 땅바닥까지 무참하게 들이닥치는 장애물. 그렇게 종종 부당하게 정도로 엄습하는 죽음 및 자연이라는 형태로 가차 없이 밀어붙여지는 시간제한. 읽기에 친숙하지 않다면 알아먹기 힘들거나 때론 철학적 뜬구름 잡는 듯 느껴지는 ‘고대인’ 관련 로어. 그리고 기타 등등. 달리 말하자면, 이 둘은 여러 겹에서 플레이어에게 불능한 감각을 가져다주는 게임들이다. 그렇지만, 바로 그런 면에서 두 작품에 무언가 플레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에서는 모의·제어·정보라는 세 주제어로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가 어떻게 불능감을 활용하는지를 짚어보며, 무심한 세계의 작동법을 익히고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양 게임만의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다루고자 한다. [2] 모의 가끔가다 보면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가 통상적인 비디오 ‘게임’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생태계와 자그마한 태양계를 작동시키는 ‘시뮬레이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지만, 두 게임은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세상을 일대일로 복사한다기보다는 이를 바탕으로 상상된 허구적인 세계를 꽤나 그럴싸하게 말이 되는 법칙들로 모의하는 편이다. 이들 세계는 공교롭거나 당연하게도 SF적인 아이디어를 중추 삼아 만들어졌는데, 〈레인 월드〉는 ‘반복자’라고 불리는 거대한 슈퍼컴퓨터 구조물들이 한때 고대인들이 거주했던 지상으로 냉각 용수를 십몇 분마다 한 번씩 폭우처럼 쏟아붓는 세계에서 발생한 생태계를, 〈아우터 와일즈〉는 모종의 이유로 22분 만에 폭발하는 항성을 중심으로 여섯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직경 20km짜리의 태양계를 모의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세계가 크고 작은 단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바뀌는 중이며, 그 운동과 변화 모두가 엄밀히 지정된 경로를 따르지 않는 대신 특정 절차에 맞춰 세세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 내 지역의 구조나 행성의 궤도라던가 중요한 NPC나 아이템의 위치 등은 전반적으로 고정되어 있으나, 특정 지역에서 도마뱀이나 지네 같은 생명체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다거나 특정 행성에서 바다 어디에 떠 있는 섬들이 언제 토네이도에 휘말리는지 등은 분명히 정해져 있지 않기에 쉽게 예측할 수가 없다. 두 게임이 유난하게 ‘현실적’이거나 ‘진짜 같게’ 느껴진다면, 이 허구적인 세계가 현실을 (임의적인 오류의 가능성까지) 모의해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일 테다. 이때 두 게임이 각 세계에서 주되게 모의하는 것이란 다름 아니라 현실과 제법 가깝게 작동하는 일련의 법칙들이다. 〈아우터 와일즈〉에서 이는 주로 물리법칙으로, 화로인(의 우주선)은 작중의 무자비한 중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지라 비행 중에 조금만 조종이 엇나가더라도 가까운 중력장에 휩쓸려 치명적인 충돌 사고를 일으키기가 일쑤다. 한편 〈레인 월드〉의 경우에는 (역시 무자비한 중력이 있다만) 수많은 생명체가 슬러그캣뿐만 아니라 서로끼리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유기적으로 구현되어 있어, 플레이어는 이 생태계의 일부가 되어 포식-피식 관계의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물론, 두 게임은 (이를테면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Microsoft Flight Simulator, 1982~)〉가 추구해 온 것만큼) 현실상의 법칙을 최대한 정밀하게 재현하기보다는 작중 세계에서 그럴싸하게 말이 될 정도까지만 이를 구현한다. 엄밀하지는 않아도 ‘핍진’할 모의를 통해, 플레이어는 생태계의 구조와 태양계의 법칙을 모의하는 세계를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금만 숙달하면 그 구조와 법칙 또한 얼마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달리 말해, (비디오 게임이 “실재하거나 상상된 물리적이고 문화적인 과정을 모의하는 복잡한 규칙” [3] 에 부합한다는 보고스트의 논의를 염두에 두면) 두 게임에서 물리법칙과 생태구조와 같은 “현실의 부분을 게임이 재현할 때, 의미 있는 특정 부분을 단지 포착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의 구조를 ‘모의’해서 해당 체계의 작동 방식, 즉 그것의 원리를 게임이 보여주는” [4] 셈이다. 여기서, 나는 두 게임이 생태계와 태양계의 법칙을 참조해 전반적으로는 정교하게 작동하는 세계를 보이는 와중에도 언제나 임의적인 돌발상황이 발생할 여지를 열어두기로 선택했다는 점에 집중하고 싶다. 그 덕에 플레이어는 두 게임의 세계와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모의된 세계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점은 이곳들이 굳이 플레이어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제작자들 또한 이를 어느 정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듯, 〈레인 월드〉의 사망 화면은 종종 슬러크캣이 불의의 사고로 죽어버린 이후에도 곧장 메인 메뉴로 넘어가지 않고 여전히 평소처럼 행동하는 생명체들을 지켜볼 수 있게 해주며 〈아우터 와일즈〉에서는 태양계로부터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 행성들이 항성을 맴돌다가 초신성 폭발에 덮쳐지는 모습을 (화로인 또한 거기에 휘말려 죽기 전까지는) 그저 가만히 지켜볼 수가 있다. 종종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에만 반응하는 여러 비디오 게임 세계와 달리, 이러한 세계는 그런 플레이어를 상관하지 않거나 플레이어에게 상대적으로 무심한 채 모의된 법칙으로 운동하고 변화하는 셈이다. 이때, 플레이어에 대한 세계의 상대적인 무관심함은 종종 물리법칙과 생태구조에서 (우주선이 모래 기둥에 휩쓸린다거나 생물들의 난투극 한복판에 진입한다거나 등) 우연히 발생하는 사고와 허망한 죽음으로 이어지며 플레이어의 불능감을 키워주기도 한다. 즉 이들 세계는 플레이어가 굳이 방문해 상호작용하지 않더라도 늘 자기들만의 모의된 법칙에 따라 끊임없이 운동하고 변화하며, 낙오된 슬러그캣이든 출항하는 화로인이든 간에 오로지 플레이어의 행위에 맞춰 움직이기 위해서만 제작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플레이어 없이도 복잡한 자동장치처럼 알아서들 모의되는, 어찌 보자면 “세계로부터 인간을 뺀 (...) 우리-없는-세계” [5] 에 가깝게 작동하는 두 게임의 세계는 플레이어를 행위자이기보다는 차라리 관측자의 위치로 빼둔다. 그렇기에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세계를 방문하는 플레이어들이 종종 크나큰 불능감을 느끼는 이유는 (흔히 코스믹 호러의 이해·사유 불가함을 설명할 때 강조되는) 세계의 광대한 규모보다도, 특유의 모의 방식에서 자연스레 감지할 수 있을 세계의 무관심함 때문일 테다. 이곳들은 잘해봤자 미니어처 크기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플레이어는 모의된 법칙과 구조에 따라 움직이는 무심한 세계에서 종종 공포와 경이를, 혹은 양쪽 감정으로 갈라지기 이전의 압도되는 감각을 느낀다. 이렇게 무심하게 모의된 세계에서 플레이어가 느끼는 불능감을 가치 있는 플레이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다면,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제어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또 다른 공통점은 앞서 언급했듯 게임 초반부터 플레이어를 아무 목적 없이 야생에 거의 내버려두다시피 한다는 점이다. (〈아우터 와일즈〉에서는 화로인의 행성에서 비행 연습이라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만, 〈레인 월드〉에서는 슬러그캣의 기초적인 조작법마저도 아주 간략히 알려줄 뿐이다). 초반에 분명한 최종목표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게임은 세계 한복판에 던져진 플레이어에게 제어에 대한 불능감 또한 강력하게 만들어 낸다. 이때 제어의 불능감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의 플레이어가 위험천만한 세계를 뚫고 가게 한다는 점에서 특히 직격으로 작용할 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두 게임을 플레이하는 가장 큰 재미는 플레이어가 슬러그캣 혹은 화로인으로서 자신의 조작법을 익힐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이 생태계와 태양계의 작동법 또한 알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조작법에 숙달해 가는 플레이어의 능력 및 심리가 불능(감)에서 차차 전능(감)으로 이동하며, 무심하게 모의된 이 세계에서 차차 숙련된 제어력을 얻어가는 분투의 경험이 두 게임을 진행하는 핵심적인 동기가 되는 셈이다. 전능한 제어의 재미란 우선 플레이어가 슬러크캣과 화로인(의 우주선)을 더욱 능숙하게 다루며 살아남는 데에서 일어나는데, 이러한 특성은 당연하게도 다른 게임에서 얼마든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는 플레이어가 조작과 생존에 숙련되어 가는 과정을 레벨 업이나 스킬 해금과 같이 전면적으로 수량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를 띤다. 슬러그캣이 공중제비를 날렵하게 돌고 화로인이 우주선을 안전하고 부드럽게 착륙할 수 있더라도, 여전히 다양한 생물에게 한 방에 잡아먹히고 큰 충격을 받으면 한 방에 골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게임적인 의미에서 ‘업그레이드’하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레인 월드〉에서 식량을 든든히 채우고 피난처에서 휴식하면 다른 지역으로 입장하는 통행권으로 사용되는 ‘카르마’가 하나씩 올라가는 정도일까). 도리어, 주된 업그레이드는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의 조작 기술과 쉽사리 수량화되지 않을 자기효능에서 일어난다. 그러니까,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자격증 취득 등이 요구되지 않는) 다양한 잔기술을 익혀나갈 때 종종 그리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모의적인 성질은 생태계의 구조와 태양계의 법칙을 모의하는 것을 바탕삼아 제어의 영역에서도 그러한 세계에서의 특정한 조작법 및 생존법을 모의하면서도 배가된다. 세계에서 움직이는 방법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자연스레 이 세계 자체에 익숙해지는 과정으로 이어져, 처음에는 위협적이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여러 생물과 행성은 최소한 친숙하고 때로는 감탄해 볼 만한 무언가가 되어가며 플레이어의 불능감을 차차 긍정적인 전능감으로 바꿔나간다. 모의된 세계 및 제어에 대한 플레이어의 불능(감)이 어떻게 조절되는지의 문제는 물론 게임의 행위성과 분투에 대한 응우옌의 논의를 주요하게 참조했다. 이를테면 현실상의 물리법칙과 생태구조를 그럴싸하게 말이 되도록 조형하면서도 임의적인 돌발상황 또한 종종 발생하도록 모의된 세계란 “능력과 장애물의 조합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기 행위성의 특정 부분에 (…) 집중하도록 압력을 가한” [6] 설계이며, 무심한 세계에서 플레이어가 느끼는 “무능력함을 유려하고 정확하게 묘사한 그림이자, 실천적 무능력으로 된 공포물” [7] 로서의 이들 게임에서 발생하는 ‘불화’를 제어의 숙달을 통해 차차 ‘합일’로 이끌어가는 과정이 곧 플레이어가 불능(감)에서 전능(감)으로 나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이다. 우리가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에서 슬러그캣과 화로인(의 우주선)을 조종하며 겪는 경험이란, 모의된 세계의 외관을 띤 채 플레이어의 행위성을 유동적이고 유기적으로 제한하는 규칙들로 이뤄진 정교한 세계에서 최대한의 제어력을 얻어나가려는 분투다. 그 무엇에도 익숙하지 않던 초반에는 그저 죽지만 않고 하나의 루프를 살아남거나 이동에라도 능숙해지는 게 최우선의 임시 목표였지만, 플레이어가 제어에 숙달하고 자율성이나 행위성을 얻어가며 전능해지는 과정에서 목표는 이 놀라운 세계 자체에 대한 탐구로 비약한다. 불능(감)에서 출발해 전능(감)에 도착하는 두 게임의 분투적인 특성은 이러한 기계장치의 우주를 플레이어가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지를 증명해 나가는 하나의 시험대가 된다. 이야기를 조금 미루고 있었지만,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가 크고 작은 시험을 거쳐 제어와 더불어 세계를 익혀나가기 시작한 플레이어에게 보상하는 특별한 방식이 빛나는 것도 이 덕일 테다. 정보 그러니까,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에 ‘서사’가 있다면 이는 어떠한 이야기일까? 여담을 먼저 말하자면, 두 게임의 여러 기묘한 점 중 하나는 결말을 보는 최적화된 방법이 플레이어가 이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최초의 상태에서도 얼마든 실행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고 조작법을 최소한으로 익히고 공략을 참조한다면) 당신은 두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특정 경로를 따라 〈아우터 와일즈〉에서는 십몇 분 만에 또 〈레인 월드〉에서는 몇십 분 만에 최종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세계에 대해 전적으로 무지하고 불능할 뿐인 초반의 플레이어는 최적화된 경로는커녕 그를 따라 닿는 최종목표가 무엇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 대신에, 두 게임에서는 앞서 설명했듯 불능했던 플레이어가 차차 전능한 행위성을 획득하는 분투의 여정 그 자체가 나름의 이야기가 된다. 더불어, 플레이어가 얻어가는 제어력에 이 세계에 대한 각종 정보를 보상하는 게임의 메커니즘은 세계의 조작법 및 작동법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거기에 깔린 ‘서사’까지도 서서히 밝혀나가며 이 세계에 숨겨져 있던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세계에 대한 정보는 사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친절한 〈아우터 와일즈〉에는 어느 정도 주어진 채 시작한다. 플레이어에게는 조종하는 화로인은 아주 오래전에 이 태양계에 거주했다가 멸종한 고대 종족인 노마이의 언어를 옮기는 새 번역기를 가지고 각종 행성의 유적지를 탐사하는 것이 일단의 목표로 제시되며, 여기에 태양이 왜 22분 만에 폭발하며 자신이 어쩌다가 이 타임 루프에 빠졌는지를 밝혀야 하는지도 우선의 목표로 추가된다. 〈아우터 와일즈〉의 행성 곳곳에 유기적으로 깔린 퍼즐들은 해결될 때마다 플레이어에게 노마이 언어로 쓰인 자그마한 정보 덩어리들을 보상한다. 진입할 수 없던 곳에 접근하는 방법부터 이 자그마한 태양계의 숨겨진 여러 비밀까지 다양하게 밝혀지는 정보들은 훌륭하게 도식화된 항해 일지에서 긴밀한 연결망을 만들어 나가며, 이는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임시·단기 목표들을 끊임없이 제공하면서도 종래에는 하나의 거대한 지도처럼 합쳐지며 최종목표에 대한 청사진이 된다. 이러한 정보들의 체계야말로 〈아우터 와일즈〉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구성하는 요소로, 분투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은 이 태양계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과도 중첩된다. 달리 말하자면, 〈아우터 와일즈〉에는 선형적인 내러티브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몇 개의 ‘서사’들의 중첩되어 있다. 낯선 세계를 이해해 나가려는 플레이어의 분투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인 만큼, 그저 배경이나 환경인 줄로만 알았던 세계가 얼기설기 얽힌 정보의 총합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과정 또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곧 〈아우터 와일즈〉에서 플레이어가 겪는 업그레이드란 특정한 수치들이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 쌓여가는 형태로 이뤄지는 셈이다. 세계에 대한 제어권을 얻어가면서 정보를 얻고, 해당 정보를 짜맞춰 다음 목표를 설정하며 최종장에 다가가는 일련의 과정이 〈아우터 와일즈〉를 진행하는 핵심적인 설계라면, 〈레인 월드〉에서 이는 훨씬 간접적이고 느슨하게 제시되는 편이다. 이 세계 곳곳에 흩어진 진주알에는 반복자와 고대인의 기록과 역사가 적혀 있으며, 반복자들이 이 정보에 대해 표하는 반응까지 더하면 작중의 생태계가 이 모양 이 꼴이 되기 전까지 이 세계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상이 이뤄진다. 무엇보다도 〈레인 월드〉를 정석적으로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실제로 두 반복자에 방문해 그들의 말을 듣는 단계를 거쳐야 하기도 말이다. 이러한 정보는 〈아우터 와일즈〉에 비해 게임의 최종목표를 달성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에 아주 필수적이지는 않은 편이지만, 어느새 작중의 온갖 생명체에 빠삭해지고 전능하게 생존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로어’의 형태로 다가온다. 낙오된 슬러그캣이 잔혹하면서도 매혹적인 세계를 구석구석 누비며 세계의 과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동안, 거대한 구조물인 줄로만 알았던 반복자들 또한 이 생태계와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도 그들의 ‘서사’ 또한 플레이어에게 넌지시 전달된다. 이렇게 〈레인 월드〉의 세계를 차차 알아가는 과정에는 단순한 조작 및 생존 방법과 생태계의 여러 특성을 익히는 것 이외에도 파편 난 과거의 서사를 수집하는 과정이 추가되며, 이는 〈아우터 와일즈〉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에게 수량화된 업그레이드와는 조금 다르게 세계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게 하는 과정에서 전능감을 부여한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오래된 폐허를 돌아다니며 잊힌 역사를 수집하는 과정을 어느 정도 공유하는 두 게임은 이 세계의 뒷이야기를 수집할 만한 서사 조각으로 제시해 플레이어 스스로 짜맞추게 하기에, 정보의 측면에서도 불능(감)을 전능(감)으로 바꿔나가는 방식을 활용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금, 이 또한 이른바 ‘환경적 스토리텔링’을 적극 활용하는 게임들에서 (때로는 〈시스템 쇼크 (System Shock, 94)〉같은 이머시브 심 장르와 엮어) 오랫동안 보아왔던 방식일 테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 두 게임 모두 특유의 모의법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무심하게 작동할 뿐인 세계를 제시하며, 제어와 정보에 불능하며 불능감을 느끼는 플레이어가 이 세계를 다양한 층위로 익혀나가게 한다는 점에서 게임 내 세계와 특별한 관계를 맺을 테다. 그렇게 따져보자면 두 게임의 ‘서사’란 로어 조각의 형태로 곳곳에 산개한 과거사보다도, 차라리 이를 포함해 플레이어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주어진 세계의 수많은 정보를 알아가는 플레이 과정 전체가 될 것이다. 한 차례의 플레이 주기 동안 그저 정신없이 살아남는 것에 급급하던, 물리법칙과 생태구조에 휘말려 우스운 슬랩스틱이나 끔찍한 호러를 연출하던, 어쩌면 새로이 얻은 정보들에 경이와 경외 또 경악을 느끼던 말이다. 적어도 이 세계의 아주 자그마한 구석이라도 아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면, 그 또한 하나의 근사한 이야기가 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는 무심하게 모의된 세계와 전능하게 익히기가 까다로운 제어, 그리고 서사를 조각내 만든 정보를 제각각의 불능(감)으로 묶어, 플레이어가 이 세계를 헤쳐가고 알아가는 과정 자체에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이야기를 생산하는 ‘기계장치의 우주’일 테다. 나가며 작년에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 그리고 두 게임의 DLC를 나란히 플레이하며 글감을 착상하고 올해 상반기에 〈튜닉 (Tunic, 2022)〉과 〈애니멀 웰 (Animal Well, 2024)〉을 플레이하며 이를 머릿속에서 굴리는 동안, 이들 게임(특히나 홍보상에서 꽤나 이목을 모았던 〈애니멀 웰〉)을 중심으로 단어 하나가 영어권 웹을 떠도는 광경을 보았다. ‘메트로브레이니아(metroidbrania)’라는 이 신종 장르명은 메트로배니아에 ‘브레인’을 추가한 말장난으로, 플레이어가 다양한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맵을 탐사하면서 처음에는 진입 불가했던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 및 기술을 얻는 메트로배니아의 기본적인 설계에서 특히나 ‘두뇌’를 요구하는 요소가 강조되는 유형의 게임을 지칭한다. 이 ‘두뇌’란 물론 게임 내에 숨겨진 비밀과 작동법과 같은 정보에 대한 비유로, 기존 메트로배니아에서 플레이어가 특정 임무를 달성해야만 추가적인 이동 능력 및 기술을 획득하는 것에 비해 ‘메트로브레이니아’에서는 게임과 세계에 대한 특정 정보 자체가 바로 그러한 능력 및 기술이 되는 셈이다. 언급된 네 게임은 종종 그러한 ‘메트로브레이니아’를 대표할 만하고 어쩌면 새로운 장르로 묶일 수 있을 만한 게임으로 불리는 듯한데, 과연 이들 게임이 그렇게까지 지식 정보의 획득과 두뇌 훈련의 필요성만을 강조할까? 〈튜닉〉과 〈애니멀 웰〉 또한 (〈아우터 와일즈〉나 〈레인 월드〉와 비슷하게도) 각각 3D 어드벤처와 2D 플랫포머의 기본적인 틀을 바탕으로 그저 특정 정보의 획득뿐만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조작과 탐험 (〈튜닉〉의 경우에는 전투) 또한 동등한 분투의 수단으로 취급하며 이들을 정교하게 엮는데 말이다. 이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머릿속을 떠돌기만 하던 정보 조각들이 문득 하나로 짜맞춰질 때의 쾌감, 모든 것이 전부 다 그럴싸하게 말이 되는 것만 같고 이 세계의 가려진 뒷면을 잠시 엿보고 온 듯한 짜릿함, 무엇보다도 이를 전부 알아먹은 스스로가 영리하게 느껴지는 전능한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그렇다고,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가 (미처 다루진 못했지만 〈튜닉〉과 〈애니멀 웰〉도) 오로지 두뇌와 지식만을 플레이의 중추로 삼지는 않았을 테다. 도리어 내가 여기서 즐긴 전능감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찾아다니다 보니, 이 게임들이 모의와 제어와 정보와 같은 수많은 장치가 맞물리고 불능감을 연료로 사용해 플레이어에게 가장 효과적인 전능감을 제공하는 기계와 같다는 인상이 들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알아가는 즐거움을 도무지 제어력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만 느껴질 뿐인 현실이 아니라 알맞은 규모와 규칙으로 작동하는 허구에 실어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런 게임은 세계를 익혀나가는 법을 익혀나가도록 하는 연습 경기장이 된다. [1] 『두 번째 유모』, 알마, 2019, 301쪽. [2] 두 게임의 특성을 흥미롭게 확장한 DLC인 〈다운푸어 (Downpour, 2023)〉과 〈에코스 오브 디 아이 (Echoes of the Eye, 2021)〉는 아쉽게도 번외로 두고, 이 글은 본편에만 집중하겠다. [3] Ian Bogost, Persuasive Games: The Expressive Power of Vidoegames, MIT Press, 2007, p.35. [4] 옥선영, 「게임 속의 세계는 세기말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는가?」, 『한국게임학회 논문지』 통권 98호, 한국게임학회, 2021, 12쪽. 원문에서 simulate는 ‘모사’로 번역되었으나 여기서는 ‘모의’로 통일했다. [5] 유진 새커, 『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 김태한 옮김, 필로소픽, 2022, 13쪽. [6] C. 티 응우옌, 『게임: 행위성의 예술』, 이동휘 옮김, 워크룸프레스, 2022, 206쪽. [7] 응우옌, 같은 책, 177쪽.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비평가) 나원영 2016년에 웹진 [weiv]를 통해 대중음악 비평을 시작했고, 2022년 웹진 ma-te-ri-al을 통해 <대체 현실 유령>을 출간했다. 아무래도 작은 게임을 랩톱에서 짧게 하는 편이다. 계속됩니다.

  • 리듬 게임, 가장 빈곤해서 가장 자유로운(우수상)

    거듭 말하자면 리듬 게임은 빈곤한 장르다. 그러나 그 빈곤함은 게임 일반에 공통된 특정한 요소를 급진적으로 밀어붙임으로써 세공된 빈곤함이다. 가위바위보를 할 때조차도 우리는 상대와 ‘동시’에 손을 내밀어야 하고, “안 내면 술래”다. 동궤에서 리듬 게임은 유한하고 폐쇄적인 장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유한성과 폐쇄성 덕분에 우리는 극도의 해방감을 체험하게 된다. < Back 07 GG Vol. 22.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Minho Kim Received a master's degree with a thesis on Descartes' The Passions of the Soul, and is currently writing a doctoral dissertation on the development of Derrida's thought. Interested in philosophical criticism of media and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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