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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점 게임의 새 지형도: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2D 횡스크롤 플랫폼 게임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록맨' 시리즈. 보스의 무기를 빼앗아 쓴다는 기믹과 대단히 어려운 난이도, 그리고 귀엽고 다부진 주인공 록맨으로 출시와 함께 게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캡콤은 1987년부터 3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다. < Back 09 GG Vol. 22.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aeseok Kim Worked for eight years as a reporter at ThisIsGame. Now handles external relations at a subculture startup. Loves editors and the power of cheat codes.
- A급과 B급의 차이, 끊임없이 저항하고 결국은 차지하는
우리는 가끔 B급, 다시 말해 A급이 아닌 ‘것’을 하나의 영역으로 묶어 생각한다. 딱 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B급은 ‘A급이 아닌 무언가’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B급을 인지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하는 것은 A급에 대한 정의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A는 늘 우리에게 ‘보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B를 보고나서야 A가 A임을, 다시 말해 그것이 우리에게 보편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 Back A급과 B급의 차이, 끊임없이 저항하고 결국은 차지하는 05 GG Vol. 22. 4. 10. 1. Intro 우리는 어떤 대상을 구매하거나 이용할 때 등급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획득하고자 하는 대상에 등급을 매기는 순간, 우리는 상대적으로 어떤 기준을 통해 이 대상이 우월하거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적 가치로 환원되거나, 어떤 영역에서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게 된다. 우리는 가끔 B급, 다시 말해 A급이 아닌 ‘것’을 하나의 영역으로 묶어 생각한다. 딱 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B급은 ‘A급이 아닌 무언가’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B급을 인지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하는 것은 A급에 대한 정의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A는 늘 우리에게 ‘보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B를 보고나서야 A가 A임을, 다시 말해 그것이 우리에게 보편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2. 아주 사적인 게임의 역사 난 어렸을 때 남동생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80년대생인 내가 PC게임을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집에서 하나뿐인 컴퓨터를 차지한 건 남동생이었다. 그 전까지 거실에 한 대 뿐인 텔레비전에 연결해 플레이할 수 있었던 일본산 콘솔 게임기기도 늘 남동생의 차지였다. 당시 컴퓨터 두 대를 들이기엔 기기 값이 너무 비쌌다. 하나를 사면 누군가가 차지하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컴퓨터’의 영역에서 A급은 아마도 남동생이었던 것 같다. 자주 갔던 오락실에서도 플레이는 남동생이, 나는 그것을 뒤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주로 했다. 난 어쩌면 게이머의 영역에서 B급을 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는 동안 국내에서 게임 잡지가 발간되었고 남동생은 열심히 그 잡지를 구독했다. 그 덕에 나도 게임 잡지를 함께 읽게 됐다. 종종 게임 잡지에서는 새로 출시된 PC 게임을 소개하면서 베타 버전을 부록으로 넣어주기도 했다(지금 생각해보면 불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 내 눈을 사로 잡은건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게임이었다. 당시 RPG 게임이나 어드벤처, FPS가 주류였던 PC 게임 내에서 캐릭터를 기르는 장르가(육성 시뮬레이션) 있다는 걸 그 당시 처음 알았다.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프린세스 메이커〉는 내가 처음으로 서점에 가서 게임CD를 구입하게 된 최초의 계기가 되었다. 일본 가이낙스사에서 1991년에 제작했던 이 게임은 악마의 침입으로부터 왕국을 구한 용사가 마리아라는 고아 소녀를 키우고 그의 장래를 설계해주는 역할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제목처럼 용사는 마리아의 아버지로 그를 프린세스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육성시뮬레이션 장르를 크게 대중화 시켰던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게임은 당시 게임은 남성만의 놀이 문화라는 인식을 깨고 많은 여성층을 확보하여 게임 플레이에 있어 젠더 편향성을 무너뜨리는 계기로 작동했다. 한동안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에 푹 빠져 있던 나는 십대 후반을 기점으로 게임하기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PC방이 생기고, 온라인 게임이 흥행하기 시작하고, 게임채널이 생겨 이스포츠가 활성화되던 그때. 당시 수험생이었던 내가 게임을 할 시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기본이 되는 ‘팀 플레이’가 나는 불편했다. 내가 게임 플레이를 못해서 파티원에게 받을 비난도 싫었고, 상대적으로 끊임없이 익명의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플레이를 하는 것이 적성에 맞질 않았다. 그러나 이십대가 됐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점차 게임 플랫폼이 컴퓨터에서 개별 모바일로 옮겨가게 되면서 나는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게 됐다. 부담없이 싱글 플레이가 가능한 모바일 게임을 지속하다보니, 예전에 했던 PC 게임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나는 우연히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어이쿠 왕자님〉이라는 게임 소개글을 읽게 됐다. 〈어이쿠 왕자님〉은 한 인디게임 제작팀이 자체적으로 개발해낸 PC게임이었는데,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모토로 시작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2007년에 제작하고 발매되었던 이 게임은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의 포맷을 패러디한 BL(Boys Love 1) )장르 게임이다. BL장르는 근본적으로 비주류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첫째, (주로) 여성이 생산하고 (대다수의) 여성이 소비하는, 생태계 특성상 젠더 편향적이다. 둘째, BL장르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독특한’ 취향의 것으로 특정된다. 대부분 BL장르 소비자들이 여성으로 상정되지만, 그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동인’이나 ‘비공개 커뮤니티’방식으로 자신의 취향을 숨긴 채 활동해 온 역사가 이를 반증한다. 실제로 BL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여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취향에 대해 확고하게 이해하고 있으나, 성인이 되어서도 이를 드러내면서 소비하지 않는 경향들을 보인다. BL장르는 원본이라 할지라도 2차 생산의 성격을 갖는다. 이는 BL장르가 주류 콘텐츠가 아니었던(혹은 될 수 없었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인데, 주류의 다음이나 맞은편, 다시 말해 이성애 젠더 질서에 맞서는 방식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에 의미화 과정에 있어 이용자들이 직접 생산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정체성을 본질적으로 갖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주류적인 특성이 현대로 오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는 콘텐츠 소비 방식이 공적인 것에서 사적인 것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에서, 롱테일 전략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되기 시작한 흐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심지어 그 당시 나는 내가 키우는 딸이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에 이상하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데, 〈어이쿠 왕자님〉에는 고정된 젠더 정체성인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선택적 주체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거하게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다시 말해 〈프린세스 메이커〉는 보편의 게이머를 ‘남성’으로 상정하고 있었던 것이고, 나는 여전히 게임의 역사에서 그 보편의 맞은편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그 순간 깨닫게 됐던 것이다. 3. B급의 힘 B급은 A급의 반대항에 서 있기 때문에, 주류문화에 매달리지 않는다. 동시에 B급은 반문화적인 성격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B급이 사회가 정한 A급인 주류에 반하는 것이라면, B급은 주류로 표현되는 지배적인 권력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효과에 대해 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거대 자본의 영향 아래에서는 창작의 자유와 다양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B급은 꾸준히 주류게임의 맞은편에 설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의미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푸코가 지적했듯, 권력이 존재하는 곳에 저항이 있다. A급과 B급은 양분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A가 존재하기 때문에 B가 존재하는, 권력의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B급은 A급을 긍정하고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B급 정체성을 긍정하면서 존재한다. B급으로 불리면서도 끊임없이 생산을 지속하는 요인이 바로 여기 있다. B급이 가진 힘은 주류문화의 위계화나 독점화, 권력화에서 탈주하려는 욕망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가 〈프린세스 메이커〉를 플레이하는 동안 강요되거나 권력으로 작동했던 무언가를 벗어나 〈어이쿠 왕자님〉을 플레이하게 되면서 느꼈던 해방감, 혹은 카타르시스는 결국 B급이라는 패러디의 형태로 드러났던 정체성을 긍정하면서 나타났던 현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A와 B의 존재는 위계가 아니라 서로 공존하며 권력의 줄다리기를 하는 셈이다. B급에서 자주 나타나는 패러디라는 양상을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패러디는 원본을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다. 정상과 비정상, 규범과 일탈, 그리고 주류와 타자를 구분하는 경계가 패러디를 통해 수면위로 떠오른다. 특히 사회가 이상이라고 상정한 것을 모방하고 비트는 것은 자연스러움이 결과적으로 권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을 사유하게 한다. 스토리텔링 기법 중 하나인 스핀오프는 기존의 중심이 되었던 원작의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이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를 창작한다. B급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저항하고, 그 가운데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낸다. 낯설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B급의 시각은 A급을 다시 보게하고 권력이 어떤식으로 작동하는지 주체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긴다. 게임의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콘텐츠에 비해 경험의 몰입도가 높다. 그러니 우리는 B급에서 재미를 찾고 새로운 경험을 하길 욕망하는 것이다. A급과 다른 무엇을 또 다시 깨닫게 해주길 바라면서. 1) 남성동성애-서사를 일컫는 용어. 실제 동성애자의 문화와는 거리가 있으며, 남성동성애에 대한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장르라 볼 수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 장민지 덕후 진화론(덕후는 정신적/육체적/기술적으로 진화한다)을 믿는 팬-미디어 연구자.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박사논문〈유동하는 세계에서 거주하는 삶 : 20~30대 여성청년 이주민들의 집의 의미와 장소화 과정〉으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 학회 학술상, 2016년 〈비인간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환상〉으로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평론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 [Editor's View] 기술의 후예로서, 혹은 기술의 관찰자로서
디지털게임은 기술매체입니다. 아마도 현재까지, 그리고 근미래까지도 당분간은 가장 첨단의 기술을 활용해 인간이 삶과 사고를 그려내는 매체로는 게임이 유력할 것입니다. 아니, 달리 말하자면 첨단의 기술들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만드는 앞으로의 모든 미래 매체들을 우리는 게임, 혹은 게임의 연장선상에 있는 매체로 부를지도 모르겠습니다. < Back 24 GG Vol. 25.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우크라이나 사태의 de jure와 de facto
러시아 안에서 차르가 된 푸틴은 그렇게 러시아 바깥까지 제패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디 그런 장면은 역사 다큐멘터리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만 보면 좋겠다. 현실에서는 진짜로 사람이 죽고 다치기 때문이다. < Back 06 GG Vol. 22.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aeseok Kim Worked for eight years as a reporter at ThisIsGame. Now handles external relations at a subculture startup. Loves editors and the power of cheat codes.
- Randomness is a double-edged sword. The opposite reception of randomness in AAA and indie game sectors
It seems fascinating that the same mathematical phenomenon could become the foundation of the most acclaimed and the most despised design principles of modern gaming. As I will argue in this article, this is precisely what happened to randomness. < Back Randomness is a double-edged sword. The opposite reception of randomness in AAA and indie game sectors 17 GG Vol. 24. 4. 10. You can see the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below URL: www.gamegeneration.or.kr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It seems fascinating that the same mathematical phenomenon could become the foundation of the most acclaimed and the most despised design principles of modern gaming. As I will argue in this article, this is precisely what happened to randomness. Even though randomness has always been a part of game development, it could be argued that it has exploded in popularity over the last decade. In many ways, we live in a golden age of randomness in games. To understand some of the observations made in the later parts of this article, we have to start with a critical distinction between perceived and objective randomness. Perceived randomness deals with our ability to recognize patterns. If an event in the game feels as if it happened "out of the blue," or if it seems that it could just as well not appear in a second playthrough, we may classify it as random. Needless to say, the fact something feels entirely erratic for us does not mean the developer didn't carefully plan it. In contrast, objective randomness is the real deal – objectively random things are genuinely random, regardless of our knowledge. Many positive and negative sides of randomness stem from the difference between perceived and objective randomness. For example, even though achieving genuine randomness on computers has always been a challenge, programmers did not have to worry about it too much because all they had to achieve was an appearance of randomness. Designers of old recreations of casinos (such as Casino Kid for the NES) did not have to worry about genuine randomness because all that mattered was that the game delivered a decent casino-like experience. Things started to be much more problematic once gambling-like mechanics began to be combined with actual currency purchases. The combination of randomness and microtransactions leads us to the dark side of our story of randomness in modern game design. The most well-known illustration of the problem comes from the debate on lootboxes that took gaming by storm seven years ago. When EA launched its sequel to Star Wars Battlefield II, the company surely did not expect the backlash from the players who were unhappy with how important lootboxes became to the gameplay. It suffices to point out that the Reddit post about the game received the dubious accolade of being the most downvoted message on any of over 100 thousand subforums. The upshot of this scandal was that some European countries introduced legal measures to limit or even ban loot boxes from games as the legislators started to see games as casinos in disguise. Many game developers decided to change their games and replace lootboxes with other systems, such as season passes (Overwatch 2). Other companies revealed the odds for loot boxes, forcing them to show how low these odds really were. Despite all these actions, random mechanics that function identically to loot boxes (even though they do not use the same visual representation) are very prominent, especially in so-called gacha games that started to be a global phenomenon around after the launch of Genshin Impact. It is also worth remembering that revealing the odds cannot be seen as a silver bullet – the odds of dice or roulette are clear for everybody to see, but it does not make these games unproblematic. As I mentioned, people criticizing lootboxes mainly focused on their similarity to gambling. Even though this comparison is sometimes warranted, it obfuscates two crucial differences that make randomness in games even more problematic than in casinos. The first problem comes from the so-called "gambler's fallacy," which boils down to a sentiment that the more you lose in a game of chance, the more likely you are to win finally. Ideally, the feeling should go away once you realize that it can't be true – the next flip of a coin does not "know" that all the previous flips were unlucky. Still, many rational people cannot shake the feeling that "luck has to finally come," which leads them to continue spending. What is strange about digital games is that this feeling may actually be rational, so the risk of people spending more money on subsequent draws is bigger. Developers who fear the loss of unlucky players may easily introduce "pity mechanics" that guarantee a valuable drop. It is also fairly common to control the drops the players get during initial sections of the game as the creators want to be sure the player gets the intended, optimal experience before they are thrown in at the deep end of randomness. The second problem relates to the so-called "sunken cost fallacy". Gamblers who lost a lot in a given game of chance may continue losing because they treat their loss as an investment. They feel that stopping during an unlucky streak confirms it was unlucky – in their mind, stopping almost "makes" the streak unlucky. This sentiment is entirely irrational in traditional games of chance, but online games make it possible for developers to target specific players. Some developers openly advise mobile game creators to target their big spenders to offer them special deals or even change the whole game to their liking. What it means in practice is that spending a lot (even if it is losing) can be treated as an investment by some players, who could then feel entitled to get special treatment from the creators. If I focused only on the so-called AAA and Free2play industries, the dark patterns described above would have been the only topic of my article. And yet, during the same decade, the phenomenon of randomness became the central mechanism of games created by independent developers as well. What is fascinating, though, is that it was used in a completely different way that did not result in heated ethical debates. On the contrary, it can be pointed out as the main reason for the origin of new popular genres, such as open-world survival games, and the resurgence of old genres, such as roguelikes. It can be argued that randomness and the success of modern indie games go hand-in-hand. What is the reason randomness is so popular with independent developers? It seems that it comes from a very lucky confluence of several factors. The chief reason is that employing randomness helps to cut development costs. Independent game developers do not create their games in a vacuum and must adapt to new game habits and expectations of players conditioned on big-budget games. Their games couldn't compete in production values, but they could offer the players value for money differently. For example, they could promise much better replayability, a wider variety of power-ups and weapons, or bigger open worlds. As it happens, all of these advantages could be gained through skillful usage of randomness. Even though roguelike games are one of the oldest genres in gaming (the original Rogue dates to 1980), they functioned as a dormant, niche genre for almost 30 years just to gain mainstream popularity during the last decade. The main reason for this unusual trajectory was that the developers deconstructed the genre and infused many other genres with roguelike randomness. Two games that paved the way for this development were Spelunky (2008) and The Binding of Isaac (2011). Before the release of these games, roguelikes were often treated as very rigid wholes. They had to contain perma-death, random environments, and loot, but, more importantly, they had to belong to the RPG genre. The roguelike revolution happened when people realized that there is nothing that prevents us from using the same type of randomness in virtually any genre. Random environment generation became the foundation for another hugely successful genre – survival games that followed the release of Minecraft. Undoubtedly, one of the reasons for their popularity was the novel mechanic of crafting and survival, which existed in older games only in a simplified and secondary manner. Still, we should not disregard how much randomness helped to popularize the genre. Independent games' budget limitations prevented developers from creating games in specific genres. Making an open-world game similar to GTA or Skyrim with small resources is challenging. The same goes for live service games that must be constantly updated and maintained. Procedurally generated worlds and the early access model popularized by Minecraft solved these problems for independent developers and allowed them to deliver experiences that could compete with AAA development regarding sales and player engagement. Even though procedurally generated worlds cannot compete with handcrafted ones in terms of intricate detail or authenticity, they can easily surpass them with scale, promising infinite explorability. On the other hand, games that use randomness to ensure no two play sessions are the same do not have to worry about players becoming hungry for new content. The ease of production extends to more liberal design practices, making game development more manageable for small teams. Having an unlucky or lucky run in roguelike games is part of the experience, and nobody expects the developers to make sure every draw of luck is "fair" or balanced. In fact, having situations that seem broken from the design standpoint (that are too overpowered or helpless) can often contribute to the games' popularity on streaming services. Many streamers seek extreme, unique situations, and randomness is the mechanism that is here to deliver. To sum up, the popularity of randomness in the current gaming industry and the two extreme ways it is treated may be initially surprising but is far from a coincidence. It can be explained once we look at how randomness contributed to analog games in the past. Throwing dice or sticks, shuffling cards, etc., are very old mechanics used across the globe to add the effect of surprise and replayability. They allowed simple rule sets to be used for hundreds of years. At the same time, the same actions could be easily misused whenever we make them the central mechanic and turn entertainment into gambling.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코펜하겐 IT대학 교수) 파베우 그라바치크 파베우 그라바르치크(Pawel Grabarczyk)는 덴마크 코펜하겐 IT대학(IT University of Copenhagen) 부교수이자 폴란드 우치대학교(University of Lodz) 부교수다. 철학을 전공했으며, 철학과 게임 연구(game studies)의 경계에서 작업한다. 그의 연구는 주로 게임 존재론, 마이크로트랜잭션의 윤리, 가상현실, 게임의 역사를 다룬다. 현재 아타리(Atari) 8비트 컴퓨터에 관한 플랫폼 연구(platform studies) 단행본을 집필 중이다.
- 모험가들은 다시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 : 게임과 노스탤지어
2015년 9월 1일 게임 개발자 론 길버트(Ron Gilbert)는 자신의 블로그에 ‘Happy Birthday Monkey Island(원숭이 섬 생일 축하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다. 그가 1990년에 개발한 어드벤처 게임 〈원숭이 섬의 비밀〉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글이었다. 그는 글의 마지막에서 〈원숭이 섬의 비밀〉을 함께 만들었던 당시의 팀과 ‘이 게임이 25년간 살아 있을 수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후, 오래전에 받은 한 통의 팬레터 사진1)을 첨부한다. 당시 12살이라고 밝히고 있는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이 그에게 보낸 것이다. < Back 모험가들은 다시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 : 게임과 노스탤지어 02 GG Vol. 21. 8. 10. 편지와 절벽을 함께 떠올리며 2015년 9월 1일 게임 개발자 론 길버트(Ron Gilbert)는 자신의 블로그에 ‘Happy Birthday Monkey Island(원숭이 섬 생일 축하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다. 그가 1990년에 개발한 어드벤처 게임 〈원숭이 섬의 비밀〉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글이었다. 그는 글의 마지막에서 〈원숭이 섬의 비밀〉을 함께 만들었던 당시의 팀과 ‘이 게임이 25년간 살아 있을 수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후, 오래전에 받은 한 통의 팬레터 사진 1) 을 첨부한다. 당시 12살이라고 밝히고 있는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이 그에게 보낸 것이다. 게임을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말로 시작해서 당신처럼 훌륭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는 말로 끝나는 여느 팬레터 같지만, 사실 이 편지의 용건은 다른 데에 있다. “어떻게 하면 원주민들에게서 ‘안내자의 머리’를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거나 힌트를 줄 수 있나요(Could you please tell me or give me a hint on how to get the navigating head from the natives)?” 톰슨은 게임의 공략법을 구하기 위해 개발자에게 직접 편지를 쓴 것이다. 이 편지에서 모험은 단지 컴퓨터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의 주인공 가이브러쉬(Guybrush)가 해적이 되기 위해 모험을 떠나 아이템과 힌트를 찾고 장애물을 넘고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이 12살 어린이도 자신의 모험 중 맞닥뜨린 시련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힌트와 아이템을 구하고 있었다. 12살의 모험가 톰슨은 지금 어떤 어른이 되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큐멘터리 〈내언니전지현과 나〉(2020)에는 아직도 ‘원숭이 섬’을 떠나지 못하는 몇몇 어른들이 등장한다. 1999년 론칭된 이후 시간이 흘러 이용자도 얼마 남지 않고 더 이상 업데이트도 되지 않는 게임 〈일랜시아〉에 접속하는 ‘내언니전지현(감독 박윤진의 게임 캐릭터)’과 그의 친구들이다. 그들은 〈일랜시아〉와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돌고 돌아 〈일랜시아〉를 다시 찾는다 2) " . 영화는 내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로 가득 찬 현실 세계와 집단적 향수의 공간이 되어버린 게임 세계를 번갈아 비춘다. 그러다가 영화의 후반부에는 내언니전지현과 길드원들이 게임 맵의 절벽 앞에 다 함께 모여 차례로 유언을 남기고 그 아래로 뛰어내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죽지 않는 절벽 낙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놀이 혹은 퍼포먼스인데, 어쩐지 이 낙하가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어떤 곳에 가닿기 위한 움직임처럼 보였다.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원숭이 섬에서, 그곳에 남은 최후의 어른들은 얼마간 슬프고 무모한 모험을 떠나고 있었다. 이 여정은 시간을 거스르고자 한다. 톰슨의 편지를 읽으며 절벽 앞에 서 있는 내언니전지현을 생각했다. 12살 톰슨으로 돌아가고 싶은 내언니전지현을 떠올리며 과거의 게임들이 다시 인기를 얻는 최근의 현상이 단지 플랫폼, 그래픽 스타일, 뉴트로 산업, 복고 열풍 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고 느꼈다. 왜 어떤 어른들은 ‘안내자의 머리’를 얻기 위해 직접 편지를 써야 했던 어린 시절 주변에서 서성대는가? 29살의 내언니전지현은 왜 더 이상 개발되지 않는 과거의 섬에 계속 남아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가? 우리는 왜 어린 시절의 모험담을 잊지 못하며 심지어 이미 퇴색해버린 모험의 세계로 다시 시간을 거슬러 모험을 떠나는가? 그때의 모험과 지금의 모험은 어떻게 다시 만나는가? * 다큐멘터리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공식 스틸컷.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조국은 왜 향수병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동화 속의 나라가 되는가?” 3) 노스탤지어는 동시대 문화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들 중 하나다. 〈원숭이 섬의 비밀〉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글 아래에 많은 사람들이 과거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적어놓은 댓글들, 어린 시절 접속했던 게임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오래전 유행가가 다시 순위 역주행을 했다는 기사는 우리에게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래전 문화, 예술, 그리고 미디어의 많은 부분이 복고, 레트로 열풍의 흐름 안에서 소개되면서 더 이상 그것을 경험한 적 없는 세대에게도 낯설지 않은 것이 되고 있다. 최근 〈슈퍼 마리오〉, 〈소니 더 헤지호그〉부터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리니지 리마스터〉까지 수많은 옛날 게임들이 다시 사랑받는 것을 보면,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게임에도 해당되는 것이 분명한 듯하다. 이러한 현상에 보다 구체적인 세대 구분을 적용할 경우, 90년대에 오락실에서 게임을 했던 3-40대가 그 게임을 다시 찾는 경향은 ‘레트로’, 오래전 콘솔 게임과 비디오 게임에 대한 실제 경험이 없는 1-20대가 그 게임을 하나의 유행으로 즐기는 경향은 ‘뉴트로’로 해석되고는 한다. 이때 ‘과거의 게임과 음악과 영화와 물건들이 어떻게 다시 인기를 얻었는가?’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은 그보다 ‘우리는 왜 낡고 조악하고 엉망진창인 과거의 것들에 노스탤지어를 느끼는지’ 질문하고 싶다. 왜 우리는 숱한 좋은 것들을 놔두고 다시 보잘것없는 것에 매혹되는지, 이를테면 더 그래픽이 뛰어난 다른 게임들을 ‘돌고 돌아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일랜시아〉로 돌아가는지’ 묻고 싶다. ‘과거는 어떻게 유행이 되었는지’가 아니라 ‘우리는 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지’, 이 글은 그것이 궁금하다. 노스탤지어는 일반적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의미했지만 점점 그 대상이 구체적인 시공간으로서의 고향을 넘어 확대되어, 마치 고향과 같은 과거의 어떤 기억과 경험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폭넓게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고향을 그리워하기 위해서는 고향을 떠나거나 고향을 잃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처럼, 노스탤지어의 감정에는 그 대상에 대한 상실과 결핍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에 노스탤지어를 느낀다고 말할 때, 우리는 하나의 고향으로서 해당 시공간, 기억, 경험을 이미 떠났거나 잃어버린 상태이다. 결국, 노스탤지어는 우리가 현재 무엇을 상실하고 결핍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거뿐 아니라 현실과 미래와 연결되는 감정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공유하는 노스탤지어의 감정은 그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상실과 결핍을 반영한다. 우리가 현재 무엇을 상실하고 결핍했는지를 살피기 위해서는 노스탤지어의 대상으로서 ‘고향’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향은 사전적으로는 ‘태어나고 자라난 고장’을 의미하지만, 단지 지리적인 의미를 넘어 언어와 습관을 공유하는 집단 혹은 자신이 기원을 느끼는 어떤 추상적인 시공간이 될 수도 있다. 고향은 노스탤지어의 대상이 되는 고정된 기원과 정체성 그 자체를 상징한다. 따라서 노스탤지어는 정체성이 위기를 맞이한 순간에 사회적 현상으로 두드러진다. 범람하는 노스탤지어는 그 자체로 현대사회가 정체성의 훼손을 겪고 있음을 암시한다. 4) 오늘날 노스탤지어는 때로는 그 대상이 모호한 채로 느끼는 근원적인 ‘뿌리 뽑힘’, ‘집 없음’ 등의 감정이며, 이는 현대인들이 필연적으로 겪는 감정이기도 하다. 5) 〈내언니전지현과 나〉에서 주인공인 ‘나’(내언니전지현)가 때로는 ‘나’가 부캐(부 캐릭터)이고 〈일랜시아〉 속 ‘내언니전지현’이 본캐(본 캐릭터) 같다고 말할 때, 그리고 길드원들이 입시, 졸업, 취업, 결혼 등의 어려운 난관으로 가득한 현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성취감을 얻기 위해 〈일랜시아〉를 다시 방문했다고 말할 때, 이 감정에는 ‘성취감이 가능한 곳으로서의 고향’인 ‘일랜시아’와 그 세계 속 ‘내언니전지현’에게서 뿌리를 느끼는 ‘나’의 불안이 씁쓸하게 개입한다. 도트 그래픽과 단순한 조작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심지어 직접 플레이하지 않아도 숫자가 올라가는 이 허술하고 단순한 세계는 그 자체로 복잡하고 치열한 현실 세계에 대한 도피처일 뿐 아니라 대응물이다.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과거의 초라한 세계와 그 세계에서 살았던 유년 시절은 이제 안온하고 편안한 고향의 모습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3-40대가 어린 시절 열심히 했던 슈퍼마리오 게임을 그리워하는 것, 10-20대가 슈퍼마리오 게임을 해본 적 없지만 해당 이미지와 플롯에 이유 모를 애착감을 느끼는 것이 세대의 특정한 경험으로 구분되어 생산과 소비의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되기 이전에, 어떤 근원적인 노스탤지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옛날 게임의 엉성한 세계가 우리 각자의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엉성함 그 자체가 오늘날 우리가 결핍하고 상실한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동화라는 가장 엉성한 세계, 그리고 그 동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 어릴 적 우리는 영화, 음악 혹은 소설에서와 달리 게임 속에서 ‘직접’ 걷고, 움직이고, 말하고, 성취했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 노스탤지어를 가장 많이 불러일으키고, 다른 여가들보다 더 직접적이고 긴밀하게 그리움의 대상으로 데려다 놓을 수 있다. 우리는 (영화에서처럼) 악당을 물리친 영웅을 보았던 때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악당을 물리쳤던 순간을 기억한다” 6) . 다시 〈원숭이 섬의 비밀〉로 돌아가 보면, 우리는 모험가가 길을 찾는 장면을 보았던 때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험가가 되어 (편지를 쓰고 힌트를 얻어) 길을 찾는 순간을 기억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감독인 조지 루카스가 만든 게임회사 루카스아츠의 〈원숭이 섬의 비밀〉은 1990년에 나왔지만 여전히 어드벤처 게임의 최고 걸작이라고 평가받는다. 19년 후인 2009년에 리메이크되며 많은 게임 이용자들과 스트리머들, 시청자들이 〈원숭이 섬의 비밀〉에 다시 찾기도 했다. 한편,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정말 그야말로 ‘엉성한 세계’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엉성함이란 예컨대 이런 것이다. 이 게임의 주인공 가이브러쉬 쓰립우드는 해적이 되고 싶지만 입만 살아 있는 캐릭터다. 그는 해적들과 검술 결투를 벌여 이겨야 하는데, 이때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검술 능력이 아니라 얼마나 말을 잘 받아칠 수 있는가의 정도이다. 이 세계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악당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침 뱉기 대회’를 치러야 하고, 여기서 녹색 침을 뱉기 위해서 녹색 술을 마셔야 하는데 이때의 공략법은 노란 술과 파란 술을 섞어 마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없는 농담과 엉뚱한 상상력은 모험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원숭이 섬의 비밀〉은 코믹 어드벤처라는 이름으로 천진하고 엉뚱한 규칙과 규범이 작동하는 세계를 만들어놓고 이용자는 그 안에서 모험을 떠나야 했는데, 8-90년대는 이러한 어드벤처(모험) 장르의 게임들이 가장 부흥했던 시기였다. 12살의 톰슨에게는 현실 논리의 바깥에 있는 이 ‘유치한’ 세계 속에서 ‘안내자 머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래서 톰슨은 직접 편지를 써서 힌트를 얻기로 한다. 실제로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 그 시절의 수많은 톰슨‘들’은 스스로 그 얼토당토하지 않은 세계의 모험가가 되었다. “동화는, 신화가 우리의 가슴에 가져다준 악몽을 떨쳐버리기 위해 인류가 마련한 가장 오래된 조치들이 무엇이었는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동화가 태곳적에 인류에게 가르쳐주었고 또 오늘날에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가장 현명한 조언이 있다면 그것은 신화적 세계의 폭력을 꾀와 무모함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7) 성취가 쉬운 단순한 세계(〈일랜시아〉)와 엉뚱한 상상력으로 시련을 극복하는 세계(〈원숭이 섬의 비밀〉), 그리고 그러한 세계의 주인공이 되어 단순하고 엉성하고 허술한 것들에 몰입하고 있던 어린 시절은 ‘지금, 여기’와는 먼 곳에 동화로 남아 있다. 게임은 그 동화로부터 시작한다. 무모한 것으로 신화의 폭력을 해결하는 것, 그것이 가능한 세계가 게임이고 그것을 믿는 세계가 유년 시절이라면 어쩌면 게임은 필연적으로 유년 시절과 노스탤지어와 깊이 관계 맺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 시절의 모험가였던 수많은 톰슨들은 그 조악하고 허술한 고향을 떠나온 지 오래됐지만 신화적 세계의 폭력, 현실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악몽에 대처하기 위해 다시 고향을 찾는다. 현실의 절벽을 피해 게임 속 절벽 앞에서 모인 어른들은 옛날 옛적 고향으로 가기 위해 아래로 뛰어내린다. 무모하고 무용하지만, 재밌는 모험이 될지도 모른다. 1) https://grumpygamer.com/monkey25 2) 김소미. (2020. 8. 13). ‘내언니전지현과 나’ 박윤진 감독 – 그 시절의 꿈과 열정은 어디로 갔을까. 씨네21. URL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5976 3) Fodor, N. (1950). Variety of Nostalgia, Psychoanalysis, vol, 37. p25. 4) 이하림 (2020). 생경한 그리움 :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잔재의 이미지. 미디어, 젠더 & 문화, 35(2), 189-243. 5) Smith, K. (2000), Mere Nostalgia: Notes on a Progressive Paratheory, Rhetoric & Public Affairs, Vol.3, No. 4,.505-527. 6) Hill, M. (2015. 11. 22). Nostalgia Is Running Video Games. The Atlantic. URL: https://www.theatlantic.com/entertainment/archive/2015/11/nostalgia-video-games/416751/ 7) Benjamin, W. 이야기꾼 :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작품에 관한 고찰. In 최성만 (역) (2019). 〈발터 벤야민 선집 9〉. 서울: 길. 448쪽.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시각문화연구자) 이하림 기억과 이야기와 이미지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쓴다. 공적 기억과 사적 기억이 교차하는 영상 작업에 관심이 있다. 경계에 놓여있는 것들, 정착하고 못하고 부유하는 존재들에 마음이 간다. 요즘은 머뭇대며 다가가는 것, 뒤돌아보며 걸어가는 것이 글과 생활의 방법인 것 같다고 생각 중이다.
- 모두를 위한 게임을 향하여: 게임 접근성 문제
게임 접근성을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관련 제도와 사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공공과 민간의 노력이 동시에 요청된다. 게임 접근성이 사회권 차원에서 제기되는 공공적 가치를 지닌 것이라면 공공이 먼저 관련 연구와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우리 사회의 게임 소외계층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고, 그들이 게임에 접근할 시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이용행태를 보이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 Back 모두를 위한 게임을 향하여: 게임 접근성 문제 03 GG Vol. 21. 12. 10. 1. 왜 여전히 게임 접근성이 문제인가 ‘장애인 게임 접근성’ 이슈가 2021년 국정감사를 뜨겁게 달궜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11월 14일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에 장애인 게임 접근성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콘진원 전체예산 중 장애인 사업관련 예산이 0.48%에 불과하며, 콘진원에서 2021년 한 해 동안 진행된 40여건의 연구 중 장애인 관련연구가 전무하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김재석, 2021. 10. 14). 물론 장애인 게임 접근성 이슈가 진공에서 등장한 것은 아니다. 당장 지난 4월만 해도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게임법 개정안이 발의(대표발의: 국민의힘 하태경)된 바 있고(이두현, 2021. 4. 20), 국정감사 직전 국회입법조사처에 의해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에 대한 정책적·산업적 고려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이하은, 2021. 10. 15). 2021 지스타(G-STAR)에서는 장애인 게임 접근성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다(김재석, 2021. 11. 18). 그동안 장애인단체나 시민단체, 소수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다른 매체처럼 게임에서도 접근성 향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있어왔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여전히 한국에서 게임 접근성 문제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부처나 업계, 그리고 연구자·비평가들의 의식 부족과 미흡한 추진력 탓이 크다. 게임에 대한 사회 전반의 반쪽자리 인식도 문제다. 산업으로서의 게임은 미래의 신성장 동력으로 찬양받아왔지만, 성장의 의미 그리고 향유문화로서의 게임은 사회담론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돼왔다. 향유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한 빈약한 담론수준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게임이 가 닿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긍정적이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게임 접근성이라고 했을 때 단순히 시리어스 게임(serious game) 정도와 연결해 생각하고 마는 경우도 많다. 물론 국내·외에서 장애인이나 노인 등을 위한 다양한 시리어스 게임이 개발되고 있음에도, 이러한 생각은 자칫 장애인만을 위한 게임을 고려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2. 해외의 사례들 해외사례들이 한국과는 다른 사회·정치·문화적 맥락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만능이 될 수 없음을 감안한다 해도, 게임 접근성에 대한 해외의 여러 시도들은 현재의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준다. 게임 접근성에 대해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같은 것은 없다. 여러 단체들의 활동과 연구를 중심으로 한 개별적인 시도들만이 있어왔다. 대표사례는 미국 에이블게이머재단(AbleGamers Foundation)의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실질적 지침(A practical guide to game accessibility)’이다. 에이블게이머재단은 2004년 설립된 국제협력재단으로, 장애가 있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활동목표로 삼는다. 다만 이들의 활동은 단순히 장애 플레이어가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시대에 배제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풍부한 사회적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에 개방된 소통과 교육, 연구 등을 수행하며, 웹사이트( ablegamers.org )를 통해 관련 커뮤니티 활동 등을 지원한다. 에이블게이머재단은 2012년 미국 장애인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people with Disabilities)에서 수여하는 헌 리더십 상(Hearne Leadership)을 수상했다. 또,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실질적 지침’ 제공을 통해 2013년 다발성경화증협회(MS Society)로부터 다 빈치 상(Da Vinci Awards)를 수상하기도 했다. 다 빈치 상 수상은 장애인을 위한 구체적 생산물이 아닌 일종의 기록-개념에 부여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실질적 지침’에는 운동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인지장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포함된다. 그리고 각 장애별 수준에 따라 다른 세부지침을 제공한다. 그 밖에 최근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모바일게임에 대한 지침도 별도로 마련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에이블게이머재단은 이후로도 비영리단체인 변화를 위한 게임(Games for Change)의 뱅가드 상(Vanguard Award, 2021), 여성 게이머 커뮤니티 게임허즈(gameHERs)의 로지텍 G 자선 상(Logitech G Charity of the Year Award, 2021) 등 여러 관련단체로부터 수많은 상을 받아왔다(에이블게이머재단 홈페이지, ablegamers.org ). * 에이블게이머재단 홈페이지( ablegamers.org ) 국제게임개발자협회(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 이하 ‘IGDA’) 내 GA-SIG(Game Accessibility Special Interest Group)의 가이드라인 역시 주목할 사례다. 1994년 창립된 IGDA는 미국의 비영리기구이나, 전세계 개발자들이 가입해 활동한다. 협회 안에는 특정사안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는 이들이 모인 다양한 SIG들이 있는데, GA-SIG도 그 중 하나다. GA-SIG은 게임 접근성 향상이 플레이어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게임 개발자나 퍼블리셔 등에게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게임 접근성이 플레이어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잠재적인 플레이어들을 유입하는 동기가 되며, 규제나 진흥의 쟁점을 조정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게임에 기반한 교육을 확대할 가능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GA-SIG의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다음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① 컨트롤러 재구성 허용, ② 대체 컨트롤러 지원, ③ 오디오 차원의 대안 제시(대체자막, 캡션, 컨트롤러 진동, 시각적 대기열 등), ④ 오디오 개별영역 조정의 허용(음악·음향효과·대화의 볼륨 등에 대한), ⑤ 높은 가시성 그래픽 제공, ⑥ 색맹 친화적 디자인, ⑦ 광범위한 난이도 및 게임속도 조정 옵션 제공, ⑧ 연습, 교육, 자유로밍, 튜토리얼 모드 허용, ⑨ 단순화된 인터페이스 제공, ⑩ 기타 확장목록(단위색상 설정, 셀프 보이싱 기능 허용, 오디오 GPS 고려 등). 이 가이드라인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회사를 대상으로 하며, 실제 개념과 설명 뿐 아니라 풍부한 사례 제시를 통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폭넓게 적용 가능하게끔 기획되었다(IGDA 홈페이지, igda-gasig.org ). * IGDA GA-SIG의 가이드라인( igda-gasig.org ) 국내에도 잘 알려진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Game Accessibility Guidelines)’은 유럽의 게임 연구자와 개발자 등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 가이드라인은 게임을 만드는 주체가 게임 플레이어들을 불필요하게 배제하는 것을 방지하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끔 하겠다는 목표를 지닌다. 에이블게이머재단의 지침과 마찬가지로 운동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인지장애를 고려하면서, 언어장애, 그리고 공통사항을 추가로 포함한다. 에이블게이머재단 지침이 장애별 수준에 따라 다른 세부지침을 제공한다면,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은 각 장애에 대해 단계별(기초-중급-상급)로 접근한다. *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 gameaccessibilityguidelines.com ) ‘게임 접근성’은 최근 20년 사이에 제기된 상대적으로 새로운 개념이다. 게임이 단순히 오락기능만을 갖는 수준에 머물지 않으며, 재활이나 교육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디지털 사회의 새로우면서도 주된 미디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본 해외사례들이 미국과 유럽을 주축으로 만들어졌다고는 해도, 일국적 차원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다. (IGDA의 경우 전세계 개발자가 함께 활동한다는 점, 그리고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의 경우 유럽 여러 나라의 게임 전문가들이 협력해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국제적 차원에서 진행된 협력의 결과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노력이 국제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게임을 통해 전개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그것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 동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3.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일차적으로는 장애나 노화로 인해 게임에 접근할 권한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열악한 조건으로 인해 누군가가 새로운 미디어 환경으로부터 불필요하게 배제되어서는 안 됨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에이블게이머 재단이 미국 장애인협회와 다발성경화증협회가 주는 상을 받게 된 것은, 게임 접근성이 단지 신체적·정신적 불편함만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기술적 환경으로부터의 배제와도 연결되는 부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낮은 접근성은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생산되는 결과물이다. 신체적·정신적 기능이라는 측면에 더해, 사회적·제도적 환경(의 미비라는) 측면, 그리고 인식(의 미흡이라는) 측면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지금 한국의 맥락에서처럼) 장애인에 대해서는 당연히 이뤄지면서, 보다 넓은 시각으로까지 확대돼야 함을 시사한다. 시각 확대를 위해서는 게임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살피는 일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소외계층은 통상적으로 신체적·세대적·경제적·지역적 약자로 구분되지만, 정확하게 어떤 개인이나 집단을 소외계층으로 분류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분류주체마다 이견이 있다. 더욱이 ‘게임’에서 소외계층은 다른 소외계층과 다른 것일 확률이 높다. 사회일반에서 소외계층으로 분류되기 어려운 개인이나 집단이, 게임에서는 소외계층일 수 있다. 급격한 사회변화, 미디어 환경 및 이용행태 변화, 코로나19(COVID-19) 확산 등으로 인해 게임 소외계층 개념의 확대 혹은 재규정이 요구됨은 말할 것도 없다. 즉, 앞으로의 게임 접근성은 ‘제약조건 하에서조차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정도’를 말하는 개념으로, 여기서 제약조건은 신체적·정신적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적·제도적 차원의 모든 조건을 아우르는 것이다. 게임 접근성은 사회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해, 포용, 시혜 차원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요청되는 하나의 사회적 권리 차원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이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국제적 흐름에 전혀 동참하고 있지 못하다면, 그것은 게임 접근성이 갖는 사회적 권리가 국가적 차원에서 경시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국의 게임산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기본적인 부분조차 챙기고 있지 못하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그러한 산업적 성장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게임 접근성 향상은 근본적이고 실질적이면서 구체적인 차원의 문제다(이동연·강신규·이광석·최준영·허민호, 2013). 게임 접근성을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관련 제도와 사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공공과 민간의 노력이 동시에 요청된다. 게임 접근성이 사회권 차원에서 제기되는 공공적 가치를 지닌 것이라면 공공이 먼저 관련 연구와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우리 사회의 게임 소외계층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고, 그들이 게임에 접근할 시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이용행태를 보이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해외사례를 참고해 한국적 맥락에서의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업계 및 플레이어들과 함께 만들어 가면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게임 접근성이라는 개념이 아직 낯선 것이므로 개념을 정립하고 관련 홍보 캠페인을 광범위하게 펼쳐나갈 필요도 있겠다. 민간의 경우 해외에서 진행되는 여러 활동들이 민간 재단이나 협회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게임 접근성을 높이려는 활동은 단기적으로 플레이어층을 확장하고, 장기적으로는 게임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초석이 된다. 정부부처 및 플레이어들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가이드라인을 게임에 반영하며, 광범위한 홍보 및 지원활동을 통해 게임 접근성을 다각도로 높여야 한다. 모두를 위한 게임이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에서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진정한 의미의 ‘게임 문화’가 시작될 것이다. 참고문헌 김재석 (2021. 10. 14). [국정감사] “콘진원 장애인 사업 예산 0.46%, 장애인 게임 접근성 미비하다”. 〈디스이즈게임〉. URL: https://www.thisisgame.com/webzine/news/nboard/4/7664556?n=134726 김재석 (2021. 11. 18). [지스타 2021] 누구나 게임을 할 수 있다! 장애인 게임 접근성 토론회 열려. 〈디스이즈게임〉. URL: https://www.thisisgame.com/webzine/news/nboard/4/?n=137353 이경혁 (2021. 10. 30). 디지털 게임의 접근성 문제. 〈경향신문〉. URL: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10300300015/?utm_campaign=list_click&utm_source=reporter_article&utm_medium=referral&utm_content=%EC%9D%B4%EA%B2%BD%ED%98%81_%EA%B8%B0%EC%9E%90%ED%8E%98%EC%9D%B4%EC%A7%80 이동연·강신규·이광석·최준영·허민호 (2013). 〈게임 소외계층의 웹접근권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두현 (2021. 4. 20). 하태경 의원, ‘장애인 게임접근성 향상법’ 대표발의. 〈인벤〉. URL: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54742 이하은 (2021. 10. 15). 260만 장애인, 게임 이용 어려워··· 접근성 개선 목소리 높아. 〈시사저널e〉. URL: http://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38766 에이블게이머재단(The AbleGamers Foundation) (ablegamers.org)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 (igda-gasig.org)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Game Accessibility Guidelines) (gameaccessibilityguidelines.com)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강신규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게임, 방송, 만화, 팬덤 등 미디어/문화에 대해 연구한다. 저서로 <흔들리는 팬덤: 놀이에서 노동으로, 현실에서 가상으로>(2024), <서브컬처 비평>(2020), <아이피, 모든 이야기의 시작>(2021, 공저), <서드 라이프: 기술혁명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2020, 공저), <게임의 이론: 놀이에서 디지털게임까지>(2019, 공저) 등이, 논문으로 ‘<체인소 맨>의 한국적 수용과 문화적 증폭’(2026), ‘극사실주의의 게임적 재구성: <나는 SOLO>의 상호/텍스트성과 수용구조’(2026), ‘이기지 않아도 재미있다: 부모-자녀 게임 플레이의 사회성과 행위성, 그리고 분투형 플레이’(2024),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는 팬덤: 아이돌 팬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2022) 등이 있다.
- 시각장애인에게 지하철역은 미로 던전이다 - <사운드스케이프> 제작사 오프비트 황재진 대표
지난 11월 29일 개최된 ‘버닝비버 2024’는 인디게임 창작자들의 다양한 열정과 실험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열린 인디게임 컬처&페스티벌이다. 사흘간 총 83개의 인디게임 부스가 열리고 1만여 명의 관람객이 참여한 이 행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 중 하나는 <사운드스케이프>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 이 게임은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구현한 탈출 게임으로, 게임의 독특한 시각화 방식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로 인해 호평을 받았다. 그간 유사한 컨셉의 게임이 소수 있었지만 특히 대학생으로 구성된 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새롭다. < Back 시각장애인에게 지하철역은 미로 던전이다 - <사운드스케이프> 제작사 오프비트 황재진 대표 22 GG Vol. 25. 2. 10. 지난 11월 29일 개최된 ‘버닝비버 2024’는 인디게임 창작자들의 다양한 열정과 실험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열린 인디게임 컬처&페스티벌이다. 사흘간 총 83개의 인디게임 부스가 열리고 1만여 명의 관람객이 참여한 이 행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 중 하나는 <사운드스케이프>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 이 게임은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구현한 탈출 게임으로, 게임의 독특한 시각화 방식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로 인해 호평을 받았다. 그간 유사한 컨셉의 게임이 소수 있었지만 특히 대학생으로 구성된 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새롭다. 이번 호에서는 <사운드스케이프>의 개발자이자 인디 게임 개발팀 ‘오프 비트’에서 활동하는 황재진 팀장을 만나, 게임의 제작 과정과 출시 계획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게임 씬의 젊은 게임 개발자 개인이 겪게 되는 다양한 궤적과 어려움에 대해서도 조명해 보았다. -------------------------------------------------------------------------------- 이경혁 편집장: GG의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안녕하세요, 현재 아주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에 재학 중이고 ‘오프비트’라는 인디 게임 개발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황재진이라고 합니다. <플레이리스트>라는 리듬 게임을 시작으로 2023년부터 팀을 꾸려서 개발을 시작했고 2024년 여름부터는 <사운드스케이프>라는 게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희가 처음 버닝 비버에서 서로 만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게임이 나온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 굉장히 젊은 분들이 만드셨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사운드스케이프>는 플레이어가 전맹 시각장애인의 입장이 되어 지하철 내 점자블록 같은 장애인 편의 시설을 실제로 활용해 보면서, 지하철을 타러 가거나 역을 나오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게임입니다. 게임 내 배경인 대한민국 지하철 역을 최대한 현실과 동일하게 만들었고, 편의시설들도 기능적으로 모두 구현해서 최대한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생생하게 살리자는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실 게임을 위한 아이디어 기획 단계에서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이 생각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 어떤 계기가 있어 이 아이템을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우선 제가 재미있게 했던 게임 중 <스캐너 솜브레>라는 게임이 있었어요. 지금 저희 게임에서 가지고 있는, 지팡이를 짚으면 점이 찍히며 소리가 시각화되는 시스템의 모티브가 된 게임입니다. <스캐너 솜브레>에는 라이다 스캐너라는 게 있는데 화면을 대고 클릭하면 그 공간에 점이 주르르 찍히거든요. 그런 식으로 공간을 파악해 가며 길을 찾는 걷기 시뮬레이션 공포 게임인데요. 처음 그 게임을 했을 때 이런 식으로도 게임의 비주얼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해서 그거를 유니티로 똑같이 구현해 봤거든요. 주변 지인들에게 한번 보여줘 봤더니 어느 선배가 이거 시각장애인이 체험하는 느낌 같다는 피드백을 줘서 염두에 두게 됐어요. 그러다가 제가 다니는 대학교의 학점 인정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는데, 기획을 위해 좀더 조사를 해 보니 생각보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인 점자나 점자블록 상태가 좋지 않더라고요. 제 기억으로 점자블록 설치율은 50%였고 그 중에서도 제대로 설치된 적정 설치율은 45% 정도였어요. 이런 부분을 게임으로 녹여내면 일종의 소셜 임팩트를 줄 수 있겠다 싶어서 <사운드스케이프>의 초기 기획안이 만들어졌고, 그걸로 계속해서 개발을 해온 상태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실제로 <사운드스케이프>를 여러 대회에 출품을 좀 하셨잖아요, 저도 버닝 비버를 포함해 적어도 두 군데서 본 것 같은데 좋은 반응이 많았고 인터뷰도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반응들에 대한 느낌이 어떠셨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게임을 개발했을 때 첫째로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소셜 임팩트 측면에서 저희가 생각한 ‘시각 장애인 체험’이라는 의도가 플레이어에게 확실히 전달될까였고, 둘째는 이 게임이 ‘게임’으로서 재미있을까 였어요. 버닝 비버는 저희가 큰 규모로는 처음 참여하는 전시회였는데 거기서 사람들 피드백도 받아보며 질문을 드렸거든요. 첫 번째 고민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생각보다 게임의 의도가 아주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느꼈어요. 두 번째 고민에 대해서는 반응이 두 부류로 갈렸던 것 같아요. 이 게임 자체가 비주얼적으로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다 보니까 새롭고 신기해서 재밌다는 분들도 있었고, 게임 자체가 재밌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나름의 어느 정도 특색은 갖추고 있는 게임이 아닐까라고 저희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운드 스케이프>와 비슷한 컨셉 게임들이 있잖아요. 저는 반향정위를 응용한 VR 게임들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제작과정에서 <스캐너 솜브레>를 비롯해 다른 레퍼런스로 말씀해 주실 수 있는 게임들이 더 있을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첫 번째 레퍼런스가 <스캐너 솜브레> 였다면, 두 번째는 <다크 에코>라는 2D 게임인데 걸어 다니면 발소리와 함께 주변으로 선 같은 게 퍼지다가 벽에 튕기며 공간이 파악되는 공포 게임이었어요. 발소리를 통해서 공간을 보여주는 거다 보니 소리 시각화 컨셉과 어느 정도 일치해서 레퍼런스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구요. 전체적으로 오픈월드 게임들도 봤는데, 시스템을 완전히 가져오지는 않았고 오픈월드가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방식을 참고했어요. 예를 들어 <젤다의 전설>에서 빛을 밝게 만들어놔서 그쪽으로 플레이어가 가게 하거나, 게임을 시작하면 넓은 전경을 보여줘서 탐험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게 하는 등 심리적으로 유도하는 부분들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사운드스케이프>도 점자 시스템이 플레이어 주변에 있으면 밝게 만들어서 플레이어를 유도하도록 구현했구요. 초기에는 튜토리얼도 만들어서 게임 내에 공간의 UI를 띄워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관심을 끌어 보려고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유도가 잘 안 되서 실패하긴 했지만요. 이경혁 편집장: 지하철 역을 게임 안 플레이 공간으로 만든다면 실제로도 지하철 역을 많이 가보셔야 했을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방문하셨던 곳이 어딘가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지하철 역을 선정할 때, 우리 스테이지로 만들기 적합한 곳을 찾기 위해서 네이버 지도 거리뷰와 교통공사 홈페이지의 편의시설 분포도를 확인했어요. 단계별로 스테이지가 점점 어려워지게 만들고 싶어서 스테이지 1은 나름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구축된 역, 스테이지 2는 적당하고 애매한 상태, 스테이지 3은 좀더 열악한 곳으로 고르려 했어요. 자료 찾아보고 거리뷰에서 출구 쪽 주변 상황은 어떤지도 보면서 그때 거의 1호선부터 수인분당선까지 대부분의 역을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첫 번째 스테이지로 선정한 곳이 신분당선의 청계산입구 역이었어요. 교통공사 측에 촬영 허가를 받고 데이터 수집을 하면서 거의 네 번 넘게 방문을 했고요. 그 외에 수인분당선의 보정역과 매교역 등 추가적인 스테이지도 선정한 상태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실 어려운 스테이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역들이 있는데(웃음) 오래된 역들이 확실히 편의시설이 구축이 덜 돼 있는 느낌도 있고요. 역들을 다니시다 보면 시각장애인들에게 이 공간이 어떤 의미였을지에 대한 여러 가지 느낌도 좀 받으실 것 같아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어떻게 보면 사람들마다 직업병이라는 게 있잖아요. <사운드스케이프>를 계속 만들다 보니 지하철을 타면 여기는 점자블록이 왜 이렇게 생겼지, 아 여기는 점자블록 깔려 있고 점자랑 음성유도기도 있네 이런 식으로 계속 눈에 밟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저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역 내부는 시설이 잘 되어 있는데 역 외부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계산입구 역 같은 경우도 게임 내에서는 구현되지 않았지만 역 바깥으로 조금 걷다 보면 점자 블록이 끊기거든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역 내부까지는 교통공사의 관할이지만 밖은 아니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가장 문제가 많았던 역은 인천 쪽 지하철역들이었어요. 저희가 대구나 부산 같은 곳까지는 가지 못하고 수도권 역만 조사한 것이긴 한데, 인천은 확실히 좀 오래된 것 같긴 하더라고요. 이경혁 편집장: 부천 출신으로서 공감합니다. 저는 되게 재밌는 게, 애초에 게임을 제작하실 때 뭔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만들려고 시작하셨던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까 스스로도 자꾸 그게 눈에 밟히게 되신 거잖아요. 혹시 <사운드스케이프>를 하면서 이 팀이 준비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방향이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좀 바뀌게 되신 걸까요? 아니면 여러 가지 제작 경험 중의 하나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일단 팀원 분들께서 각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게임에 치중하겠다는 생각까지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게임을 만들어 보며 느낀 건데, 사회적 메시지에 100% 치중하지 않더라도 이를 게임에 어느 정도 넣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예시로 게임 스토리에 사회적 풍자를 넣을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블랙 코미디처럼 연출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식으로 게임에 사회적 메시지를 한 스푼 넣는다는 느낌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국내에서는 그런 시도는 거의 인디 쪽에서만 일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혹시 국내 인디 게임 중에서 좀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작품이 있을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인디 씬에서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마음 먹는데 영향을 크게 준 게임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게 유명한 <스컬>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면접 전형날에 <스컬> 데모 플레이 영상을 봤는데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저희 게임과는 장르가 좀 멀고, 지금은 게임이 커져서 인디를 벗어난 것 같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인디 게임 중 하나에요. 그리고 <그리스>라는 스토리 형식의 퍼즐 게임이 있는데, 텍스트가 한 개도 없는데도 스토리가 전달되더라고요. 조작에 대한 튜토리얼 정도는 있지만 퍼즐 메카닉 설명도 없거든요. UI가 이렇게 없는데도 연출만으로도 게임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감명깊었어요. 또 좋아하는 게임이 <리듬 닥터>라는 리듬게임입니다. 크레딧이 나오는 스테이지가 있는데, 게임 크레딧까지 스토리에 전부 녹여버린다는 게 신기했어요. 보통 리듬게임이라 하면 위에서 노트가 내려와 치는 건데 실제로 리듬을 타야 하는 게임 시스템도 재미있고요. 이경혁 편집장: 이제 이야기가 슬슬 개발자 개인으로 향하고 있는데요, 2004년생이신데 게임 개발자 치고는 굉장히 젊은 나이이십니다. 언제 처음 게임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셨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게임은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해왔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PC방을 가게 됐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랑 <오버워치> 두 개를 거의 몇 천 시간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제 너무 질리는데 PC방에 있는 <바람의 나라>, <리니지> 같은 다른 게임들은 하고 싶지가 않은 거에요. 그때는 스팀의 존재를 아예 몰랐거든요. 그런 플랫폼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럼 이제 도대체 무슨 게임을 하지 하다가 그냥 내가 게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할 게임이 없었던 게 게임을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보다가 SBS 같은 게임 학원을 알게 되서 직접 문의도 드렸어요. 나중에는 학교 다니면서 학원에 주말반으로 들어가서 유니티랑 게임 기획 과정을 배웠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게임 관련 진로를 잡으시는 데 집에서 반대가 있지는 않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게임 학원 등록할 때만 해도 반대를 정말 많이 하셨어요.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잖아요. 보통 고등학교 졸업 뒤에 대학 가서 진로 찾아서 취업하는 게 수순일 것 같은데, 중학생 때부터 갑자기 아이가 게임 만들고 싶다고 하면 부모님 입장에서 당황하시는 게 당연했을 것 같아요. 게임 관련 진로를 잡으면서 고등학교도 특성화고를 선택하게 됐는데, 자랑은 아니지만 중학생 때 성적이 나쁘진 않았어서 갑자기 특성화고를 가버린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엄청 반대했어요. 교장 선생님께서 따로 부르실 정도로….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죠(웃음). 이경혁 편집장: 고등학교도 특성화 고등학교로 가신 거군요. 게임 관련 분야로 가신 것이지요? 본인과 비슷한 입장의 학생들이 많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다녔던 곳에는 컴퓨터 게임 개발과와 e-스포츠 학과가 있었어요. 즉 게임을 하는 사람과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 나뉘어지는데, 게임을 만들려고 온 경우 제 기대와는 좀 다르게 게임 개발에 대한 큰 의지를 갖고 오진 않은 것 같았어요. 생각보다 예상과 많이 달라서 1학년 때는 무작정 애들을 모아서 게임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무산이 됐어요. 그 이후부터는 적당히 팀 프로젝트 하면서 거의 원맨 팀으로 게임 만들고, 그런 식으로 게임 개발 공부하고 고등학교 나와서 대학 다니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제가 그쪽 커리큘럼을 잘 몰라서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이지만, 사실 게임 개발하려면 수학적인 기반이 되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특성화고에서 그런 수학에 대한 강의가 좀 충분하게 제공이 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다른 학교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희 학교는 사실 많이 부족했어요. 제가 들어올 때만 해도 커리큘럼은 1학년 때는 그냥 다양한 진로가 있다는 거를 보여주려고 자바스크립트나 웹 서버, C 프로그래밍,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밍 등등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식이었어요.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유니티배우면서 개발에 들어가는데, 정말로 수학적으로 베이스가 되는 부분은 알려주지 않고 대부분 툴 쓰는 법이나 언어 기초 위주였던 것 같아요. 다행히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저한테 엔진 프로그래밍 쪽에 눈을 뜨게 해준 좋은 선생님이 한 분 계셨어요. 그분께서 벡터 부분이라든지 행렬 연산 자원수 같이 게임에 필요한 수학들을 많이 알려주셨고 그 덕에 게임 개발에서 수학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서 공부를 했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주니어 개발자들이 기초 수학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는 상황이고 회사들 입장에서 신입을 뽑아 수학을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커리큘럼에 대한 전면적 재개발이 필요하지 않냐는 얘기가 많아 한번 여쭤봤습니다. 특성화고를 나올 경우 그냥 취업하시는 분들도 있고, 대학에 가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대학을 선택한 이유가 특별히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디지털 관련 학과 소속이라고 하셨는데 세부전공에 게임이 있는 것이지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네, 대표적인 전공들이 영상이랑 게임 쪽이에요. 일단은 저희 고등학교는 다른 특성화고와 달리 대학 진학이 일반적인 케이스였고 취업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 분위기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고등학생 때 배우면서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었어요. 이대로 취업하면 회사 생활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기술을 갈고닦기는 어렵겠다 생각해서 좀 더 배우기 위해 대학을 갔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오프비트’라는 팀에 대한 것으로 옮겨볼까 합니다. 오프비트를 구성하게 된 계기와 팀의 첫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부탁드립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오프비트는 지금은 저를 포함해 5명이 함께하고 있지만 2년 전 처음 결성했을 때는 2명으로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개강총회 자리에서 모션 그래픽이나 아트워크 영상을 정말 잘 만드는 친구를 만났는데, 게임에 이런 아트워크를 넣고 싶어서 제가 납치를 했어요(웃음). 그렇게 함께 만든 첫 작품이 <플레이리스트>라는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리듬 게임이었어요. 이후에 그 친구가 생각보다 너무 유명해지고 바빠져서 그 작업은 마무리하고, <사운드스케이프> 기획안을 구성하고 팀원을 모아 지금에 이르게 됐어요. 팀원들도 같은 대학교의 비슷한 전공 사람들이에요. 이경혁 편집장: 아직 학교에 계시다 보니 어느 정도 팀이 유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사실 오프비트 활동이 지금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상황은 전혀 아닐 것 같습니다. 작업 동력은 어떤 식으로 생겨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지금 팀 활동에 대한 경제적 이득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저도 사람들과 개발을 하려면 이 동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는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때는 그걸 잘 몰랐을 때라 충돌도 있었어요. 그때 이후로는 저희가 (오프비트 활동에 대해) 돈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개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선 '내가 만든 게 실제로 게임에서 이렇게 동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일례로 3D 작업을 할 때는 3D 모델이 나오면 최대한 게임에 바로 적용시킬 수 있게 만들어서 바로 팀원에게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게끔 했구요. UI 디자인을 하시는 분이 가져오면 제가 최대한 애니메이션화하여 게임에 들어갈 수 있게 해서, 팀원이 자신이 만든 리소스 활용에 대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워크 플로우를 구성했어요. 그리고 물론 가장 큰 동력은 버닝 비버에 선정되어 출품한 거였어요. 저희가 다같이 가서 전시를 했는데 실제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팀원 분들이 제일 많이 동력을 얻었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사운드스케이프>가 버닝 비버에 나간 뒤 여러 게임회사에서도 굉장히 관심이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전시회에서의 반응들이 여러 가지로 동기나 감흥을 주셨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 이런 커리어를 쌓아 게임사에 취업하는 진로 방향을 생각하신 적은 있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다들 창업을 하기 전에 취업은 꼭 해봐야 된다라고 말씀을 하시기도 해서 회사도 한번 들어가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업을 어떻게 하며 아트 부서랑 개발 부서가 있다면 협업이나 소통 같은 것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그런 것들을 배우려면 회사에 들어가는게 맞다고 생각해서요. 일단 이 팀은 제가 곧 군대를 가기 때문에 추가적인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고, 팀원 중에는 4학년에 올라가는 분들도 있다 보니 다들 취업을 생각하는 상황이에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다면 <사운드스케이프>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향후의 출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듣고 싶습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사운드스케이프>는 1월 31일자에 출시를 예정해두고 개발 중인 상황이에요. 원래는 얼리 억세스도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래도 복무기간인 1년 반 동안 소식이 사라지는 거라 일단은 정식 출시를 먼저 해 놓고 군입대를 할 계획에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스팀 플랫폼에 정식 출시하는 게 1순위이고요, 버닝 비버에 출품했으니 스토브 쪽도 연락이 올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별도의 퍼블리셔는 없고 개인 사업자 단위로 출시할 것 같아요. 1.99달러 정도의 싼 가격의 유료 패키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기존에는 오프비트가 동아리 같은 느낌으로 작업하다가 결국 출시라는 상황을 맞게 되면 ‘사업자’가 되는 것이고, 실제로 수익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고민 앞에 서시게 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게임 제작이라는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그 고민이 진짜 고민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그래서 지금도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아는 것이 없으니까 정말 고민이긴 합니다. 제가 배웠던 아카데미에서는 기획 관련 부분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있어도, 그런 운영이나 사업적인 부분은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요. 근데 막상 게임 제작을 해보면 이 사업적인 부분과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프비트도 지금까지는 동아리였다고 생각을 해요. 영업 수익이 0원이었고 전시회 가는 교통비나 전시회 준비비까지 포함하면 마이너스였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출시해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내려면 진짜로 회사 의 영역까진 아니어도 팀의 영역으로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제작 과정에서 따로 클라우드 펀딩을 받거나 이런 것은 없었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네, 일단 <사운드스케이프>는 시각장애인분들에 대한 인식에 도움을 주고 장애인 환경에 대한 개선을 도모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에요. 제가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컨셉에 잡아먹히는 것인데요. 그래서 소셜 임팩트 차원에서 강조하는 목적의 게임이라면 우리는 어차피 돈 벌 생각 없으니까 전부 기부하자고 해서, 실제로 수익이 얼마나 발생할지 모르겠지만 이 게임을 통해 판매 수익이 나온다면 전액을 기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원래는 펀딩도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텀블벅 쪽에 문의를 드렸더니 기부 목적의 펀딩은 안 된다고 하여 일단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어쨌든 그걸로 지금 당장 돈을 벌겠다라는 입장은 아니신 거군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네, 저희로서는 이 게임을 만들고 출시해서 실제로 수익이 났다는 거에 좀 의의를 두고 싶은 그런 상황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운드스케이프>를 출시할 경우 해외로도 나가게 될텐데요, 인터페이스도 전부 영어 버전으로 나가는 걸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그렇습니다. 일단 출시일에는 한국어만 출시를 하고 입대가 2월 17일이니까 2주 안에 번역해서 업데이트할 계획에 있습니다. 고민이 많은 게, 원래는 영문 대응을 하고 싶었는데 가장 큰 문제가 시각장애인들의 음성유도기 문제였어요. 영문 버전으로 출력을 하면 한국 지하철인데 영문 TTS가 나오는 상황도 좀 이상한가 싶으면서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고증적인 측면에서도 고민이 됩니다. 저희가 그래도 나름 실제 지하철역을 동일하게 최대한 동일하게 구현한다는 컨셉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 지하철에서는 영어 TTS를 실제로는 이용하지 않으니까 컨셉과 안 맞지 않을까, 그냥 TTS에 영문 자막을 달까 등등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쉽지 않겠지만, <사운드스케이프>의 컨셉은 오히려 해외에서 먹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마 이번에 겪어보셨겠지만 국내는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외국은 좀 다르다 보니 커리어상으로도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이런저런 얘기를 쭉 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면, 처음부터 장애라는 사회적 메시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여러 결과로 나름의 파급력과 재미를 만드는 어떤 게임이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여러모로 이 프로젝트가 나중에도 좀 생각이 많이 나게 되실 것 같은데요. <사운드스케이프>라는 게임 하나와, 이 게임을 만들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의 소통들, 그리고 실제로 물리적으로 떨어지는 소프트웨어의 빌드 등 여러 경험들이 묶여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거잖아요. 이 덩어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어떠세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아무래도 팀장이고 팀 활동의 거의 모든 일에 관여를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장단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례로 3D 만들 때의 방향이나 디자인을 게임에 가져왔을 때, UI 아트 부분의 애니메이팅.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에 다 제가 얽혀 있다보니 제가 없으면 팀이 안 굴러가고 게임이 안 만들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비록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서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있고 다음부터는 조금 내 일을 덜자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입대를 통해서) 멈췄어요(웃음). 지금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총 4개 스테이지가 나오는데 원래는 버닝 비버 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서 여러 개를 더 만들어볼까 했지만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너무 욕심을 내면 오히려 기획이 무산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이 조금은 아쉽더라도 딱 적절하게, 할 수 있는 만큼은 한 것 같습니다 저의 최종적인 목표는 나중에 어떤 형식으로든 창업을 해서 게임 회사를 만드는 것인데요.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 같이 개발을 해왔는데 이 과정을 앞으로는 제가 창업을 할 때 정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실제로도 개발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정말 귀중한 경험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수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GDC 2023 탐방기: 기술과 트렌드의 변화로부터 일어난 흐름들
길었던 팬데믹의 터널이 끝나고 게임쇼에도 봄이 돌아왔다. 물론 모든 게임쇼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발표되었던 E3 2023의 취소 소식은 게임 업계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보스턴에서 3월 말에 열린 PAX EAST는 GDC 2023과 비슷한 시기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B2C 부분에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필자 역시 4년 만에 GDC를 찾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2020년부터 2022년 GDC에 모두 등록했었다. 다만 온라인으로 열렸던 2020년과 2021년에는 참석이 불가능했고, 작년은 패스를 등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밖에 없었다. < Back GDC 2023 탐방기: 기술과 트렌드의 변화로부터 일어난 흐름들 11 GG Vol. 23. 4. 10. 길었던 팬데믹의 터널이 끝나고 게임쇼에도 봄이 돌아왔다. 물론 모든 게임쇼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발표되었던 E3 2023의 취소 소식은 게임 업계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보스턴에서 3월 말에 열린 PAX EAST는 GDC 2023과 비슷한 시기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B2C 부분에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필자 역시 4년 만에 GDC를 찾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2020년부터 2022년 GDC에 모두 등록했었다. 다만 온라인으로 열렸던 2020년과 2021년에는 참석이 불가능했고, 작년은 패스를 등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GDC 2023에서는 기존에 제공하던 온라인 중계를 막대한 비용 문제로 거의 중단하고 오프라인 중심으로 다시 돌아왔다. 공식 홈페이지 통계상으로는 28,000여명의 업계 관계자가 방문했다고 하는데, 이는 작년 GDC 2022의 12,000명가량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을 기록한 셈이다. 이는 팬데믹 이전 2019년의 GDC 참가자 29,000명에 거의 근접한 수치이다. 실제 참가한 개발자들 얼굴에서는 Covid-19의 영향을 느끼기 어려웠다.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즐겁게 서로를 대면하면서 식사하고 담소를 나누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다만 처음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되어 예년보다 매우 긴 패스 수령 줄이 이어졌다. * GDC 2023 기간 중 패스를 수령하기 위해 늘어선 긴 줄 팬데믹 기간과 그 이후의 GDC는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팬데믹 기간 중에 게임업계에서 일어났던 AI, Web3(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등의 기술적인 변화와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GDC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열리는 특정 주제 중심의 서밋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리는 메인 컨퍼런스로 양분되어 왔다. 그간 서밋은 인디게임, 내러티브, 게임 교육, 로컬라이제이션, 시리어스 게임, 스마트폰/태블릿 게임, 과금 제도, VR/AR 등 게임 디자인과 관련한 주제들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올해 GDC 2023 서밋은 내러티브나 인디게임, 게임 교육 같은 전통적인 서밋이 어느 정도 남아있긴 했지만 많은 부분들이 기술 중심 서밋으로 대체되었다. AI, Web3, F2P, 퓨처 리얼리티(구 VR/AR), 온라인 게임 테크놀로지, 툴, 비주얼 이펙트 등 수많은 기술 중심 서밋들이 작년과 올해 새롭게 생겨났고, 이는 모두 팬데믹 이후 새롭게 부상한 게임 업계의 다양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중 AI 서밋이 가장 많은 개발자들을 불러 모았으며, 자연어처리, 행동 패턴 설계 같이 AI의 전문 영역을 넘어 게임 배급과 유통 부문까지 AI의 영향력이 확장될 수 있음을 확인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한국 게임 개발자들이 GDC를 많이 방문했으며, 발표 횟수도 늘었다. 이번 GDC에서 가장 적극적인 포지셔닝을 보여준 한국 게임회사는 위메이드였다. 작년에도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는 발표를 진행했으며, 올해는 아예 메인 스폰서 자격으로 Web3 서밋 키노트 스피치를 담당했다. 작년 GDC에서 장현국 대표는 위믹스 생태계에 100종 이상의 게임이 온보딩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말해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올해까지 위믹스 플레이에는 25종의 게임이 각기 다른 토큰노믹스를 가진 채로 게임을 서비스 중이다. 아직 절반의 성공에도 이르지 못했지만, GDC 엑스포 장에는 엄청난 크기의 위메이드 부스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메인 스폰서의 화려한 위용 뒤에 느껴지는 조급함을 감출 수는 없었던 것 같다. * GDC 2023 메인 스폰서로 이름을 올린 위메이드 최근 10여 년간 거의 매해 GDC에 참여하거나 최소한 온라인으로 컨퍼런스에 참가해 온 필자는 한국 게임 개발자가 한국 게임회사 소속으로 비즈니스 모델이나 로컬라이제이션을 제외한 게임 디자인 영역에서 GDC 발표를 진행한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예외가 있다면 2018년 〈PUBG〉의 사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말 스팀에 〈PUBG〉가 출시될 당시에는 한국 게임회사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운 비즈니스 모델로 PC 게임 플랫폼에서 판매 1위를 달성했다는 것이 정말 예외적인 사례로 취급받았던 시기였다. 물론 그 이후로도 이러한 사례가 자주 나온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처럼 GDC에서 한국 게임사들의 발표가 거의 예외없이 게임 비즈니스 모델로 귀결되고, 게임 디자인이나 내러티브, 창의성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히 알려진 불편한 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 GDC 2015에서 〈룸(Loom)〉에 관한 클래식 게임 포스트모템을 진행하고 있는 브라이언 모리아티(Brian Moriarty) 한편으로 올해 GDC에서 느끼게 된 또 하나의 변화는 전통적인 게임 디자인 분야의 위상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게임 업계 내에서 아이디어 발상과 메커닉 개발에 치중하는 컨셉 디자인의 분야가 점점 시스템 기획이나 레벨 디자인 등으로 축소되어 버린 것도 한몫 할 것이다. IGF 파이널리스트에 올라온 소수의 창의적인 게임 일부를 제외하면 인디게임으로 엑스포에 전시된 상당수는 익숙한 장르를 그대로 답습하거나 약간의 변주만을 거친 경우가 많았다. 컨퍼런스에서도 게임 디자이너들이 즐겨 찾았던 포스트모템(postmortem) 강연들이 대거 축소되어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2010년대 GDC에서는 최소 4-5회 정도의 클래식 게임 포스트모템 강연이 진행되었다. 올해에는 단 하나 반다이 남코 사의 CTO인 노부히코 모모이가 진행하는 〈다마고치〉의 클래식 게임 포스트모템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컨퍼런스 1주일 정도를 남겨놓고 개발자의 개인 사정으로 취소되었다. 인디 게임 포스트모템도 서밋 기간 중 보통 4-5회, 메인 컨퍼런스 기간 중에 2-3회 정도 열리는 것이 관례였으나 올해에는 거의 열리지 않거나 기술 중심 세션으로 대체되었다. 때문에 정식 클래식 게임 포스트모템은 아니었지만 〈별의 커비〉 시리즈 30주년을 맞아 해당 시리즈의 여러 측면을 회고하는 “The Many Dimensions of Kirby” 강연이 반사적인 인기를 누렸다. HAL 연구소의 쿠마자키 신야와 카미야마 타츠야가 출연한 이 강연을 보기 위해 강연장을 몇 바퀴 돌 정도의 긴 줄이 늘어섰으며, 예정 시간을 30분 넘긴 이후에야 모두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커비 캐릭터의 비정형성과 공중 부양, 몬스터를 빨아들인 후 외양과 스킬이 변화하는 전통적인 메커닉의 고안 과정이 개발 과정에서 산출된 다양한 컨셉 아트와 함께 제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그 외에는 1인 개발자 제임스 와들(James Wardle)이 출연한 “‘Wordle’: One Year Later”의 포스트모템이 인기를 끈 강연이었다. 그는 이 게임을 뉴욕타임스에 매각하여 7자리 숫자의 달러 수익을 거두었지만, 수익을 위해 게임 개발을 했던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 〈별의 커비〉 30주년을 기념한 GDC 2023 강연 이런 몇몇 예외적인 사례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게임 디자인 강연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GDC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점점 게임 개발이 분업화되어가고,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광고를 통한 수익화가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잡으면서 게임 디자인이나 메커닉의 개선을 통한 컨셉 디자인의 영역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인디 게임 개발사들 역시 이제는 대형 퍼블리셔나 VC로부터의 투자 과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인디스러운 스타일만 유지한 채 인기 장르의 게임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내러티브와 비주얼만 바꾸어 기존 게임을 모방하는 케이스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점점 자기복제가 만연화 되어가도 이를 합리화하기에만 급급한 인디 게임 분야의 돌파구를 찾아보기 위해 방문했던 올해의 GDC였지만, 미국 인디 게임 씬에서도 뾰족한 해답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인디 게임 씬은 그간 외부에서 투입되는 자본의 단맛을 보면서 외연을 키워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AA급 게임과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인디 스타일 게임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졌으며, 완성도가 높은 인디 게임들은 점점 스타일리시한 AA급 정도의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 올해 IGF를 심사하면서도 느낀 사실이지만, 많은 심사위원들이 거칠면서도 날것을 보여주는 저예산 인디보다는 세련된 스타일의 AA급 인디게임을 더 높은 위치로 보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올해 GDC는 여느 해보다 복잡한 심정을 안고 행사장을 떠나게 되었다. 이런 필자를 배신하지 않는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맛있는 클램 차우더와 샤도네이 와인 한 잔 뿐이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교수)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게임 스토리텔링과 게임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하고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인디게임 행사인 Independent Games Festival(IGF)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공저, 2003),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2005), 『인디게임』(2015), 『이야기, 트랜스포머가 되다』(공저, 2015),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게임의 이론』(공저, 2019),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생태계』(공저, 2021) 등이 있다.
- [인터뷰] 플래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퍼포먼스와 그 이후: RIP Flash 팀
많은 사람들이 인생 첫 게임을 ‘플래시 게임’으로 접했고, ‘마시마로’나 ‘졸라맨’ 등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등 플래시는 2000년대 문화 전반에서 사용되었다. 따라서 플래시 서비스의 종료는 단순히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단종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문화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R.I.P. 플래시 프로젝트는 플래시의 ‘죽음’을 기리며, 그 문화적 산물을 돌아보고자 하였다. < Back 05 GG Vol. 22.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won Seo Studies culture in pursuit of a more interesting life. Curious about a wide range of cultural domains, including games, religion, and film.
- 모든 게임의 확률은 여전히 주사위다
비록 이제는 멀티코어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알고리즘, 하드웨어를 이용해 진정한 의미의 난수를 디지털에서도 생성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그 벽은 높다. 주사위라면 단 몇백원 만에 유의미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확률놀음을 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의 것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 Back 모든 게임의 확률은 여전히 주사위다 17 GG Vol. 24. 4. 10. 주사위 ? 이제 퇴물 아닌가 ? 개인적으로 주사위라는 물건 자체를 매우 좋아한다 . 워낙 게임용으로 많이 써서도 있지만 , 주사위라는 물건 자체가 상징하는 ‘ 행운 ’ 의 느낌이 좋기도 했다 .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의 게임들은 주사위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한다 . 인생게임의 룰렛 같은 다른 도구들도 있지만 , 범용적으로 게임을 불문하고 적용되는 것들은 대부분 주사위 , 그리고 카드 묶음이다 . 특히나 TRPG 와 미니어처 워게임 같은 보다 클래식한 쪽은 주사위의 영향력이 굉장히 짙다 . 게임을 확률과 선택의 문제라고 압축한다면 주사위는 아주 오랫동안 , 어쩌면 게임이라는 개념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 핵심을 책임지고 구축해온 존재다 . 우리에게 보통 가장 익숙한건 정육면체 주사위지만 , 필요에 따라 많은 주사위가 만들어지고 쓰여왔다 . 가장 작은건 정사면체 , 거기서 정육면체 , 정팔면체 , 십면체 , 정십이면체 , 실질적으로 쓰이는 것 중 가장 큰건 정이십면체다 . 많은 게임들은 이중 하나의 주사위를 위주로 구성되어 있지만 , 이중 여러가지 주사위를 동시에 쓰는 경우도 있다 . 이럴 경우 각각의 주사위는 단일 주사위로 창출할 수 있는 확률의 가짓수에 따라서 그 특성에 맞는 용도로 쓰인다 . 이들은 쉽게 각각의 면 개수를 토대로 d4, d6, d8, d10, d12, d20 으로 표현된다 . 이중에서 가장 익숙한건 역시 d6 과 d20 이다 . d6 은 가장 전통적인 주사위이고 , d20 은 요즘 TRPG 의 트렌드인 주사위다 . 널리 알려진 비디오 게임 ‘ 발더스 게이트 3’ 도 ,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 던전 앤 드래곤 ’ 최신판도 d20 을 기반으로 한다 . 하지만 이 모든 게임들을 그저 ‘ 주사위를 굴린다 ’ 하나로 공통되게 묶기에는 저마다의 게임이 주사위를 이용하는 방법은 세세한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 그로 인해 벌어지는 양상도 꽤 다르다 . TRPG 와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 , 그리고 ‘ 아캄 호러 ’ 등으로 유명한 TRPG 의 형태를 빌린 보드 게임의 주사위 굴림은 기본적으로 스테이터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위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스테이터스들이 분명한 이점 또는 패널티가 되어주되 , 이것이 고정값이 아니도록 하기 위해서 스테이터스를 기반으로 각 주사위들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이를 보정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 이런 개념에서 Roll for XX, Beat XX 라는 용례가 파생된다 . 즉 , 기본적으로 TRPG 나 미니어처 게임 , 이 방식을 채용한 보드 게임들의 기본 작용은 수치 대 수치의 싸움이다 . 타겟이 되는 수치가 있고 , 해당 수치에 대응되는 자신의 스테이터스 + 주사위 굴림값이 이를 넘겨야 하는지 , 이보다 낮아야 하는지 , 이상인지 이하인지 같은 목표 수치가 정해진다 . Roll for XX 는 그 XX 라는 수치를 목표로 굴린다는 뜻이며 , Beat XX 는 XX 를 초과한 값이 나와야만 한다는 뜻이다 . 이런식으로 주사위 굴림은 어떤 목표값을 가지게 되고 , 여기서부터 확률과 그 중간값 등을 계산할 수 있게 된다 . 이런 주사위 굴림이 가장 직접적으로 , 또 많이 쓰이는건 근현대적인 게임이라는 개념의 원류 중 하나인 워게임 , 그리고 그 워게임을 체계화하고 보다 재미와 흥미 위주로 변화시킨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과 TRPG 다 . 국내에서 TRPG 뿐만 아니라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은 정말 희귀한 취미이지만 , 필자는 그런 취미를 접하면서 여러가지 용례의 주사위를 써보곤 했다 . 흥미로운 건 주사위라는 확률 체계가 가지는 한계를 저마다의 게임이 뛰어넘는 방식이었다 . 주사위는 분명 시인성이 좋고 쓰기 편한 등 여러 장점도 있었지만 한계가 명확한 방식이기도 했으니까 .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미니어처 게임 ‘ 워머신 & 호드 ’ 의 경우 2d6(d6 주사위 두개 굴림 ) 이 거의 모든 대면 굴림의 기본이었는데 , 주사위 한 개가 아닌 2d6 이 기본이 됨으로서 가지는 이점은 확률 중앙값이 아주 명확하다는 점이다 . 최소가 2, 최대가 12 이므로 7 이 정확히 가장 나올 확률이 높은 중앙값이 된다 . 즉 , 이를 기반으로 플레이어들은 수많은 대면 굴림에 맞추어 게임을 준비할 때 7 이라는 주사위값을 기준삼아 전체적인 확률을 계산을 하게 된다 . 주사위 굴림에서 나오는 기본 확률이 게임 전체의 확률을 제어하는 것이다 . 여기에 가장 낮은 확률인 2 와 12 에 각각 펌블 ( 확정적인 실패 ) 와 크리티컬 ( 설명이 필요한가 ?) 를 부여함으로서 낮은 확률에서 생기는 변수를 추가한다 . 반면에 d20 주사위를 쓰게 되면 1 에서 20 까지의 숫자가 각각 똑같은 확률로 나오게 된다 . 즉 , 요구값에 따라 확률이 정직하게 비례 / 반비례하게 된다는 뜻이다 . 이 점에서 직접 대조할 수 있는건 2d6 과 d12, 또는 20 면체를 개조한 d10 인데 , 2d6 은 정확하게는 11 개의 가짓수가 나오는 셈이긴 하지만 ( 최소값이 1+1=2 이므로 ) 전체적인 확률의 가짓수 자체는 비슷하다 . 그러나 확률의 분포상 7 이 나올 확률이 1/6 으로 가장 높으며 6 과 8 은 5/36, 5 와 9 는 1/9 이런식으로 점점 확률이 우산형태로 낮아진다 . 그러므로 비슷하게 10 가지 정도의 확률수를 사용하는 게임에서는 각각 다른 주사위를 채용함에 따라 다른 플레이 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 . 2d6 을 쓴다면 전체적으로 게임에서 7 을 중앙값으로 하여 성공 확률이 훨씬 더 높으므로 평균적인 성능치를 쉽게 형성할 수 있다 . 반면에 d10 이나 d12 등을 사용한다면 균등한 확률 분포를 이용해 굴림에 요구하는 값이 낮을수록 성공 확률도 높아지는 식으로 보다 스탯 베이스의 강세를 이끌어낼 수 있다 . 이러한 각각의 주사위 값의 종류 , 그리고 주사위 굴림의 방식에 따라 게임마다 굴림의 양상이 조금씩 달라짐에도 , 매개로 하는 주사위라는 방식 자체가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에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다소 복잡할 수 있는 확률과 그 확률들의 분포를 상당히 직관적으로 바라보고 계산할 수 있게 된다 . 워해머 40k, 워머신 & 호드 , 인피니티 , 서로 다른 세 미니어처 워게임의 주사위 놀음 이런 확률 특성에 따라 , 으레 비슷한 게임방식을 띄는 미니어처 게임들도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지곤 했다 .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은 단연 ‘ 워해머 40k’ 이고 , 그 다음으로는 필자가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 워머신 & 호드 ’, 그리고 ‘ 인피니티 ’ 정도가 있다 . 이 세개의 게임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주사위를 사용한다 . 일단 ‘ 워해머 40k’ 와 ‘ 워머신 & 호드 ’ 는 d6 기반이고 ‘ 인피니티 ’ 는 d20 기반이다 . 그렇다면 앞의 둘과 뒤의 하나의 차이는 당연히 클텐데 , 앞의 둘은 같은 주사위를 쓰는데 어떻게 차이가 있는가 ? 하는 부분이다 . ‘ 워해머 40k’ 가 다른 미니어처 게임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 개별 유닛의 확률 디테일을 좀 떨어트리는 대신 대단위 전투에 적합한 방식을 골랐다는 점이다 . 이는 다른 메인스트림 미니어처 게임과 비교하면 크게 체감할 수 있는데 , ‘ 워해머 40k’ 는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유닛에 1 개를 초과하는 주사위를 잘 쓰지 않게 된다 . 그러나 ‘ 워머신 & 호드 ’ 는 기본 대면 굴림이 대부분 2d6 이고 한판의 스케일 자체가 훨씬 작은 편이다 . 전체적인 스케일로 보자면 ‘ 워해머 40k’ 는 기본적으로 최소 수십 , 많게는 100 단위의 유닛을 굴리는 게임이고 , ‘ 워머신 & 호드 ’ 는 많아야 20~30, ‘ 인피니티 ’ 는 그보다 더 작게 돌릴 수도 있다 . 따지자면 ‘ 워머신 & 호드 ’ 와 ‘ 인피니티 ’ 는 스커미시 게임이라고 부르는 좀더 소규모 스케일의 게임이다 . 이런 게임적인 특징 , 그리고 주사위의 사용법은 전반적으로 비슷한 게임임에도 분명한 차이를 만든다 . 미니어처 게임 , TRPG 등의 전투는 결국 스테이터스와 스테이터스 간의 주사위 대면 굴림이다 . 모든 캐릭터와 유닛은 스테이터스와 각종 특수한 규칙이 적힌 시트가 있기 마련이고 이게 게임의 원천이 된다 . 쓰이는 주사위 값에 따라 각 게임이 취하는 스테이터스의 평균값은 당연히 달라진다 . ‘ 워해머 40k’ 는 아머 관련 수치 같은 일부를 제외하면 캐릭터의 기본 능력은 한자릿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그건 전체 게임이 캐릭터별로 하나의 주사위를 굴리는걸 기본 기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 명중률을 결정하는 WS, BS 라는 스테이터스가 존재하는데 , 여기에 적힌 숫자는 d6 을 하나 굴려서 그 이상이 뜨면 명중한다는 뜻으로 낮을수록 좋다 . 당연히 최소 및 최대치는 주사위 하나의 값에 제한되므로 , 2 에서 6 까지 있을 수 있다 . 수치가 4 일 경우 명중률이 50% 가 되니 , 가장 평균적인 값인 셈이다 . 스테이터스상으로 상대의 회피 수치가 존재하는 게임이 아니므로 이 하나의 굴림만 통과하면 맞는 아주 간단한 방식이다 . 반면에 2d6 을 기반으로 하는 ‘ 워머신 & 호드 ’ 와 d20 을 기반으로 하는 ‘ 인피니티 ’ 는 스테이터스 값과 명중시키는 공식이 다르다 . 같은 명중률을 볼 때 , ‘ 워머신 & 호드 ’ 의 명중률인 MAT, RAT 는 기본 수치에 2d6 을 굴려 나온 값이 상대의 회피수치인 DEF 이상이 나와야 명중한다 . 이런 방어 스탯의 활용은 ‘ 워해머 40k’ 에도 방어력이나 세이브 개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 ‘ 인피니티 ’ 는 기본적으로 상대의 수치와 상관없이 유닛의 명중률인 CC, BS 을 d20 굴림으로 성공하면 되는 식이지만 , 여기서는 직관적인 스테이터스를 위해 스테이터스 이하가 나와야 한다 . 즉 여기서는 스테이터스가 높을수록 성공률이 높다 . 또한 ‘ 워머신 &’ 호드 ’ 의 DEF 처럼 회피에 대응하는 값은 없으나 각종 모디파이와 특수룰로 상대의 명중률을 일괄적으로 낮추는 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 한편으로는 ‘ 워해머 40k’ 에는 재미있는 주사위도 있다 . 그건 바로 숫자가 아닌 화살표와 불스아이가 그려진 주사위다 . 보통 스캐터 다이스라고 하는 이 주사위는 포격을 할 때 얼마나 빗나가는지 또는 정확하게 명중하는지를 결정하는 주사위다 . 포격을 선언한 뒤 이 주사위를 던져서 불스아이가 나오면 목표한 지점에 명중하지만 , 화살표가 나온다면 포격 지점을 중심으로 주사위가 가리키고 있는 그 화살표의 방향으로 빗나가게 되며 , 빗나간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또다른 숫자 주사위를 던진다 .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 세개의 게임은 한눈에 보기에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 ‘ 워해머 40k’ 를 플레이하는 걸 보게 된다면 단연 눈에 들어오는 건 한명의 플레이어가 준비해 놓은 수십개의 d6 주사위다 . ‘ 워해머 40k’ 는 기본적으로 분대 단위로 기동하기 때문에 한 번에 다회의 , 많게는 수십번의 공격을 가하는 것도 종종 일어나며 그래서 한번에 스무개 서른개씩의 주사위를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분대의 스테이터스는 동일하기 때문에 , 그렇게 한꺼번에 던진 후 굴림을 통과한 주사위만을 건져내 개수를 새고 그만큼의 명중탄을 상대에게 분배하면 되는 것이다 . 반면에 ‘ 워머신 & 호드 ’ 에서는 훨씬 세밀하게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 또한 2d6 이기에 확률 분포가 다른 만큼 평균적으로 7 이라는 확률 중앙값에 더 크게 의존하며 , 특유의 강화 시스템으로 부스트라는걸 사용한다 . 부스트는 쉽게 말해 자원을 소모해 주사위를 하나 더 굴리는 것이다 . 2d6 을 굴릴걸 3d6 굴리는 식 . 게임 특유의 세세한 스테이터스 분배상 이 수치가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 ‘ 인피니티 ’ 는 d20 을 사용하기 때문에 확률의 분포가 넓고 , 동시에 게임의 근간 자체가 강력한 몇몇의 정예 유닛과 이를 보조하는 전열 보병의 자원 분배 형식을 띄기 때문에 스테이터스에 따른 유닛의 차이가 상당히 크게 다가온다 . 이처럼 , 분명 같은 주사위를 굴리고 주사위에는 어떤 변형도 가해지지 않았음에도 굴리는 상황 , 굴리는 방식 , 적용하는 룰 등에 따라서 각각의 주사위 굴림의 느낌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된다 . 전자적인 작동 없이 난수를 생성하기 위한 장치는 여럿 고안되었지만 주사위는 여전히 그중에서도 가장 쓰기 편하며 공정하다 . 주사위는 그 어떤 작동부도 없는 단순한 조각품인데 반해 룰렛 같은 경우는 회전축이 있는 구동장치여야 하고 , 카드는 셔플이라는 한계 때문에 항상 확률이 동일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 주사위도 물론 정입방체라 하더라도 각인에 따라 면의 무게가 달라지는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장치에 비하면 매우 사소하고 , 또한 각인을 파내는 양을 동일하게 맞춤으로서 조절할 수 있는 문제다 . 그리고 이는 상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 ‘ 주사위 굴림 ’ 만이 주는 감성적인 만족감 , 그리고 재미가 있다 . 필자를 포함해 미니어처 게이머들이 공을 들였던 부분 중 하나는 자신만의 주사위를 만들거나 수집하는 것이었다 . 이쪽의 유명 회사로 Chessex 가 있는데 여기서 각자 원하는 크기 , 디자인의 주사위들을 사모아서 용도별로 쓰는게 일반적이었다 . 이는 플레이어 간의 주사위 굴림 혼동을 줄인다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었고 , 무엇보다 ‘ 운 ’ 에 관해서라면 당연히 붙게되는 일종의 미신 , 어떤 주사위를 쓰면 수치가 잘 붙더라 하는 등의 이야기도 있었다 . 결국 오프라인 게이밍에서의 주사위는 그게 실질적인 최선의 방책이면서 동시에 감성적인 만족감을 주는 방식이기에 그렇게 오랫동안 주류로 자리잡아왔다고 설명할 수 있다 . 사실 전자 뇌는 진정한 난수를 만들 수 없어요 그렇다면 비디오 게임에서는 어떨까 ? ‘ 발더스 게이트 ’ 같은 직접적으로 TRPG 의 주사위 시스템을 가져온 게임들이 아닌 다른 게임들은 어떻게 독자적인 확률 체계를 만들어낸 걸까 ? 그 근간이 물리적인 도구의 1/n 이 아닌 직접적으로 난수를 생성하는 방식이기에 , 디지털 비디오 게임에서의 확률은 언뜻 보면 주사위와는 전혀 무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하지만 좀더 파고들면 , 결국 비디오 게임도 이 주사위의 확률놀음의 지대한 영향 하에 있다는걸 새삼 느끼곤 한다 . 일단 가장 먼저 짚어볼 점은 , 본래 디지털 프로세서는 진정한 의미의 난수 생성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 기본적으로 프로세서는 오직 입력된 값을 계산하여 출력하는 구조 그 자체이다보니 입력되지 않은 랜덤한 값을 뽑아낼 수는 없는 것 . 이 때문에 많은 난수 생성기는 일정한 난수표를 가지고 조작자 = 플레이어가 입력할 때 생기는 이런저런 변수들 ( 입력 타이밍 , 순서 등등 ) 을 가지고 그에 대응하는 난수표에 있는 값을 뽑아주는 것이다 . 그래서 보이기에는 난수처럼 보이지만 , 사실은 플레이어가 그 때마다 조금씩 자기도 모르는 다른 디테일로 정해진 값을 불러내는 셈이다 . 즉 , 난수표 = 주사위의 전체 눈 값 , 출력값 = 주사위를 굴려 위로 향한 면의 값으로 볼 수 있는 것 . 난수표는 그저 모수가 좀 많이 큰 주사위라고 할 수 있다 . 주사위 또한 던지는 위치 , 패턴 , 스냅의 방식 등으로 어느 정도 확률을 통제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처럼 , 재미있게도 이 난수표를 가지고 특정값을 유도해내는 것도 유사한 느낌을 준다 . 이러한 문제들이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것들이 이를 테면 과거 ‘ 몬스터 헌터 ’ 시리즈에서 ‘ 랜덤한 ’ 결과물을 뱉어내는 연금술의 시드값을 파악해내어 다음에 나올 연금 결과물을 알게 해주는 치트엔진 같은 것이다 . ‘ 몬스터 헌터 : 월드 ’ 의 마카 연금은 캐릭터마다 고유의 연금술 시드가 있었고 , 치트엔진을 설치하고 몇 번 연금을 해주면 치트엔진이 그 캐릭터의 시드를 알아내고 , 원하는 아이템이 몇번째 순서에 있는지 알려주었다 . 사실 , 정말 많은 게임들이 이 방식을 채용하고 있고 , 그때마다 항상 벌어지는 사태이기도 하다 . 단순히 기술적인 방식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면에서도 주사위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 MMORPG 에서 많이 사용되는 캐릭터 전투 로직 중 하나로 프록 (PROC) 방식이 있다 . 프록은 간단하게는 기술 시전시 일정 확률로 더 강한 공격을 하거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방식을 말한다 . 플레이어들은 일명 로또 딜이라고 부르는 그 방식이다 . 하지만 대부분의 프록에 쓰이는 확률을 보면 그 수치는 상당히 상징적이다 . 50%, 33%, 25%, 10% 처럼 발동 확률을 몇분의 일 , 이런식으로 쉽게 치환할 수 있는 수치를 가지는게 보통이다 . 즉 , 이미 디지털 게임에서는 100 분위로 표시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사위의 1/n 방식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일단 일반적으로 사람이 한 눈에 보고 발동 확률을 계산하고 DPS 의 상승 기대값을 쉽게 치환할 수 있을 정도의 수치는 결국 주사위에서 많이 쓰이는 십수분의 일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 수치의 값이 지나치게 낮아도 , 만약 그 확률이 나뉘지 않는 소수로 되어 있거나 한다면 더더욱 계산은 어려워진다 . 물론 게임 상의 각종 수치들은 밸런스를 위해 조정될 수 있는 유동값이지만 , 대체로 프록 직업들의 밸런싱은 프록 확률보다는 그 위력과 발동 방식 개선 위주로 이루어지는게 주요 추세다 . 이 확률을 건들게 되면 플레이어들은 또다시 복잡한 계산을 돌려야만 하니까 . 결국 디지털 프로세서를 이용한 비디오 게임은 무한대의 확률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 그걸 활용하는 건 결국 사람이기에 사람이 인지하기 쉬운 범위 내에서만 쓰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 한편으로는 이 프록 방식이 다름 아닌 주사위 굴림 게임에서의 ‘ 크리티컬 ’ 방식을 완전히 똑같이 채용한 개념이기에 더더욱 그렇게 보이는 면이 있다 . 여기까지 생각하다보면 , 시대가 많이 발전했음에도 주사위라는 방식과 체계를 이용하는게 오히려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인 확률놀음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 비록 이제는 멀티코어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알고리즘 , 하드웨어를 이용해 진정한 의미의 난수를 디지털에서도 생성할 수는 있지만 , 여전히 그 벽은 높다 . 주사위라면 단 몇백원 만에 유의미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확률놀음을 할 수 있는데 , 그 이상의 것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 즉 , 주사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난수 생성의 기초 형태이면서 , 사람이 놀이에서의 확률 사용을 인지하도록 하는 , 일종의 기초 언어와도 같은 개념이다 . 물리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주사위는 확률 놀음에서 대체되기 힘들다 . 그 아성을 위협할 수 있는 건 카드묶음이 거의 유일할 정도다 . 심지어 디지털 환경에서는 카드묶음도 앞서 말한 방식 그대로 난수표 그 자체가 되기에 , 주사위와 동일한 방식을 취하는 셈이다 . 어쩌면 보드 게임 , TRPG, 테이블탑 미니어처 게임 등 오프라인 게임에서 주사위를 던질 때 느껴지는 그 긴장감이 독보적인 이유는 그 어느 난수 생성보다 가장 공정하고 , 가장 진실된 방식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너무 억지 같은가 ? 당신도 단 한 번이라도 주사위 굴림에서 다이스 갓의 은총을 받아보게 된다면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 정말 날 것의 주사위 굴림 , 그걸 한 번쯤 체험해 보시는건 어떠실지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이명규 게임 기자(2014~), 글쓴이(2006~), 게이머(1996~)
- 부분유료결제는 영원할 것인가?
이처럼 2022년의 연말을 맞는 지금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게임 플레이의 외부에 존재하는 거래 행위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 플레이와 밸런스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사업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회사와 개발자의 입장은 늘 조심스럽다. 유저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며,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트렌드를 선도하는지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 Back 부분유료결제는 영원할 것인가? 09 GG Vol. 22. 12. 10. 1. 게임 중소기업 대표 M씨의 일상 경기도 판교에서 중소 게임 개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M대표는 요즘 들어 자주 조급한 마음이 든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풀린 풍부한 시중 투자자금 덕분에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방치형 게임 하나만 가지고도 쉽게 VC로부터 투자도 받고 대기업 퍼블리셔도 구할 수 있었던 그였다. 그러나 이 축복받은 코로나가 서서히 끝나가자 사람들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대신 바깥으로 나가 스포츠를 즐기고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들의 집콕과 재택 근무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시중의 투자 자금 역시 게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는 작년 초부터 직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 말부터 시중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투자사는 은근슬쩍 전화를 걸어와 투자 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물어오기 시작했다. “3년 안에 우리 지분 엑싯할 수 있는거죠 형님? 형님만 믿습니다!” 투자사 P팀장의 능글맞은 농담을 그는 은근히 경멸하고 있었다. P는 8년 전 한 중견 게임개발 기업에서 M대표의 부사수로 일했던 후배 개발자였다, 아직 M대표가 세파에 시달리기 몇 해 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순수한 마음으로 인디 게임 회사를 처음 창업할 당시, P는 M대표 밑에서 기획팀 대리를 맡고 있던 30대 초반 청년이었다. M대표는 사업 감각이 남달랐던 그를 팀에서 빼내 같이 창업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회사에 남는 쪽을 택했고, 얼마 뒤 판교에서 가장 건물이 크다고 자부하는 큰 게임 회사의 사업팀으로 이직해버렸다. P가 이직한 뒤 2년쯤 지났을 무렵 그는 전화를 걸어와 M대표를 그 커다란 건물로 불러냈다. "형님, 이제 이상적인 게임 만들기는 이제 그만두고 시장이 호응하는 게임 좀 만드시죠. 밑의 직원들도 먹고 살아야죠.” 몇 년 전만 하더라도 M대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선택한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난 몇 년간 국내 인디게임 씬에서 제법 얼굴을 알린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섬마을 소녀의 탐험기를 소재로 한 플랫포머 게임으로 한 인디게임쇼에서 게임 디자인 상을 수상한 이후, 그는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면서 외롭지 않을 수 있겠다고 처음으로 느꼈다. 이듬해 그는 상해임시정부의 요원의 암살 이야기를 바탕으로 잠입 액션 게임을 제작하여 평단과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동시에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스팀(Steam)에서 M대표 회사의 게임은 평점은 매우 높았지만, 판매량은 시원찮았다. 퍼블리셔 없이 판매한 게임은 기껏해야 몇 만 카피 수준이었다. 그 매출로는 직원들 월급 주기에도 빠듯했던 것이다. 그는 지금 내년쯤 영남지방 어드메에 새로 들어선다는 글로벌 게임센터를 찾아가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이지만 본사 주소만 그 동네로 옮겨두고 알바생 두어 명을 현지에서 고용하여 출근하는 척 해놓으면, 1억 이상의 개발 지원금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래, 기차로 2시간 반 정도면 하루만에도 출퇴근을 할 수 있네. 이만하면 주말 부부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M대표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깔린 2년 전 출시한 방치형 게임 앱을 실행시켜 보았다. 미소녀 캐릭터를 수집하여 성장시키는 방치형 게임이었다. 그는 메타버스 붐 때 이 게임의 미소녀 카드들을 NFT로 만들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이 게임의 후속작으로 게임센터의 지원사업을 따고 후속 투자도 유치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M대표는 사실 태생이 그렇게 주도면밀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오히려 낭만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디게임 씬에서는 이상론을 부르짓던 그였다. 게임업계의 사람들은 그가 술자리에서 대기업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경멸하듯 욕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M대표 역시 회사의 생존 앞에서는 자신의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M대표가 만나본 투자사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플랫폼을 PC나 콘솔에서 모바일로 바꾸고, 장르도 최근 트렌드에 맞는 게임을 추종하라고 권했다. 더불어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한 부분유료결제를 필수적으로 도입하고,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과 게임 밸런스를 조화시킬 라이브 인력을 확충할 것을 권했다. PC 플랫폼에서 패키지 다운로드 형태로 한 카피씩 게임을 파는 모델은 한물 간 구식이라고, 그런 방식으로는 절대 큰 돈을 만질 수 없다는 조언을 해왔던 것이다. 그 중 M대표가 가장 동의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게임을 절대 처음부터 재미있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었다. 한국 유저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서는 아주 조금만 재미있게 게임을 만든 뒤, 돈을 더 내면 쉽게 게임을 이길 수 있다고 부추겨야 된다는 P팀장의 지론이었다. 페이 투 윈(Pay to win)”이라 불리는 그 방식을 M대표는 그간 게임도 아니라며 경멸해 왔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전에 출시한 방치형 게임의 성공을 위해서는 페이 투 윈 뿐만 아니라 더 노골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M대표는 올해 시도할 신작 게임에서는 미소녀 NFT를 활용한 게임으로 더 큰 투자를 받아 회사를 키울 야망에 부풀어 있었다. 게임센터 본부장 접대를 위해 해외 출장에서 사온 싱글몰트 위스키 케이스를 매만지며 그는 상념에 잠겼다. 2. 게임 비즈니스 모델의 종류와 변천 앞선 장에서 꽁트 형식으로 게임 중소기업 대표 M씨의 일상을 내세운 이유는 한국 게임시장의 화제거리가 대부분 게임 비즈니스 모델로 귀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게임 관련 뉴스는 대체로 게임 디자인이라든가 게임 문화와 관련된 것보다 회사의 매출액 규모나 확률형 아이템이나 P2E 등과 같은 특정한 비즈니스 모델의 성패 여부에 관한 것이 주종을 이룬다. 이처럼 한국 게임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나라의 경우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그 성격 또한 게임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마다 다르고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지만, 대략적으로 7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1) 결제가 없는 방식 2) 동전투입식 결제 3) 패키지 결제 4) 정액제 결제 5) 부분유료결제 6) 가상화폐 기반 P2E, NFT 방식 7) 정기구독(subscription) 결제 방식이 그것이다. 이 중 1)에서 3)번까지는 해외에서 선도했던 모델이었으나, 4)번에서 6)번까지는 한국 게임업계가 선두 그룹에 끼어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최근 대부분의 부분유료결제는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나, 그 시작은 PC 온라인 게임이 기반이었다. 2000년대 초 NHN의 PC 게임 플랫폼 한게임에서 정액제 과금 방식 대신 아바타 장식용 아이템을 유료로 팔기 시작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부분유료화를 해외에서는 ‘free to play’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게임은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나 아이템 판매를 통해 개발비를 보충하는 방식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부분유료화로 판매하는 아이템이 단순한 장식용에 그치지 않고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게 되면서 부터였다. 통상적으로 게임의 결제 방식은 게임 플레이와는 상관없이 게임 외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 유저와 무료로 플레이하는 유저 사이에 게임 밸런스에 차이가 생기게 되면 결제 방식은 더 이상 게임 플레이의 외부에 있다고 보기 어렵게 된다. 특히 최근 모바일 MMORPG의 결제 방식은 확률형 아이템과 강화형 아이템을 조합하여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결제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필요한 아이템만 결제하면 되기 때문에 실제로 게임은 무료라는 인상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무료로 플레이하는 유저가 결제 없이 넘어가기 어려운 구간을 설계하고 결제를 통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게 된다. 일부 플레이어는 이와 같은 부분유료화 결제 방식을 활용하여 게임 시작부터 결제를 하면서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였다. 국내 모바일 게임은 대부분 상위 5% 이내의 납금 유저들, 이른바 ‘고래’들이 하위 95%의 일반 유저들이 납금한 규모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입한다. 이 때문에 국내의 몇몇 게임들은 게임 밸런스의 절묘한 균형보다는 상한선 없는 결제를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 주도의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되었던 것이다. 2020년 기준 한국 게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9%이며, 매출 규모는 19조원 가량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양적인 성장의 대부분은 부분유료화를 통해 달성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온 부분유료화 제도는 확률형 아이템의 날개를 단 뒤 한국 게임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3. 부분유료화 제도의 균열과 새로운 결제 방식 영원토록 존속하여 한국 게임유저들의 마지막 한 푼까지 빨아먹을 것 같았던 확률형 아이템의 기세는 최근 몇 년 사이 상당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게임 유저들이 투명하지 않은 확률형 아이템의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고 조직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시작된 이용자들의 불만은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H2〉와 〈리니지M〉 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을 거쳐 넥슨의 〈마비노기〉, 〈메이플 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으로 점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트럭 시위 형태로 시작된 유저들의 조직적인 저항은 최근 대부분의 게임으로 확장되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개발사의 무분별한 과금 요소를 지적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집단 행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이용자들이 게임사에 항의하기 위해 벌인 마차시위. 이러한 사태 속에서 한국 게임업계가 대응했던 방식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자율 규제 방식이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을 출범시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율규제 방식은 국회로부터 확률형 아이템 공개, 더 나아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입법화를 늦추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고 볼 수 있다. 21대 국회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되어 있으며, 소위와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문제는 입법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문제가 전환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일수록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과금 시스템에 저항이 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확률형 아이템을 버리고 확정형 아이템 중심으로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 라인게임즈가 출시한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 대신 ‘특권’이라 이름 붙은 1만원에서 9만9천원 상당의 확정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정했다. 본래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CBT 진행 당시 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였으나, 유저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확정형 아이템 모델로 변경한 바 있다. * ‘특권’이라는 이름의 확정형 아이템만 판매하고 있는 〈대항해시대 오리진〉. 물론 이러한 확정형 아이템 역시 부분유료화 결제 방식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변화의 의미는 적지 않다.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확률형 아이템 방식이나 확정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은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용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과금 모델은 중화권이나 일부 동남아 시장을 제외하면 게임을 유통하기 어려운 단점이 존재했다. 때마침 중국이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을 통해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한국 게임 신작이 중국에 출시되기 어려운 상황도 겹쳐서 발생했다. 국내 게임회사들로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PUBG Mobile〉처럼 중국 회사와 합작하여 중국 게임의 마크를 달고 중화권 시장에 게임을 출시하는 어려운 방식을 택해야만 했었다. 그간 국내 게임회사들의 과도한 과금 유도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 게임의 세계화를 막는 주범이었다고 볼 수 있다. 창의적인 게임 디자인이나 세계관의 개발보다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 게임 대기업들은 과거 10년 전과 비교하면 개발 조직에 비해 사업부와 대외 조직이 큰 폭으로 확장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유료화 결제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결제 방식을 시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메타버스와 가상화폐 붐을 타고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이하 P2E)” 방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여러 게임을 묶어 플랫폼에서 매달 혹은 매년 일정한 금액을 과금하는 정기구독 방식이다. P2E 방식은 국내의 경우 위메이드에서 개발한 〈미르4〉가 대표적이다. 〈미르4〉는 가상화폐 위믹스와 연계하여 게임 내 특정 아이템을 가상화폐로 환전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국내의 게임법 상 게임 머니나 게임 내 아이템은 현실의 화폐로 환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유저들은 VPN 등의 우회 방식을 거쳐야만 이러한 환전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르4〉는 국내 버전과 해외 버전이 빌드가 다른 글로벌 투 빌드 형태로 서비스되고 있다. 해외 버전에서는 캐릭터의 NFT도 판매되고 있는데, 이 역시 국내에서는 환전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국내에서 게임 아이템의 현금 환전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많은 게임 회사들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이용한 P2E 모델의 게임을 다수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차적으로는 〈미르4〉처럼 국내와 해외 버전을 다르게 출시하여 게임 아이템 환전이 합법화 된 해외에서만 해당 게임을 서비스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또한 상당수의 유저들은 VPN 등을 활용하여 해외 우회접속을 통해 환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회사 입장에서는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많은 게임회사들은 재작년부터 불기 시작한 메타버스의 붐에 편승하여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가 규제가 심한 게임법을 우회하여 별도 입법 과정을 통해 아이템 환전을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게임 서비스 과정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이러한 P2E 모델을 채택한 게임사가 늘고 있다. * 〈미르4〉에서 게임 내 아이템 흑철을 DRACO로 교환하는 방법, DRACO는 해외 버전에서 위믹스로 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국내의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 연합체인 DAXA에서는 위메이드가 주관하는 위믹스가 유통량 고지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여 연내에 상장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화폐의 유통 주체는 국가인데, 가상화폐는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내세워 해당 화폐의 몇몇 오피니언 리더나 일부 조직, 혹은 회사가 이러한 화폐의 유통량과 방식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토론 과정이 DAO 등의 조직을 통해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탐욕에 눈이 먼 일부 회사나 조직이 가상화폐의 자전 거래나 유통량 허위 고지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위믹스 상폐 사태나 테라 폭락 사태 등은 가상 화폐가 소수의 의지에 따라 가격이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P2E나 NFT 같은 가상화폐 기반의 결제 방식은 점점 유저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가을쯤 〈엑시 인피니티〉나 〈미르4〉처럼 P2E 기반의 게임들이 득세한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전 세계에 걸쳐 통화 유통량 축소와 금리 인상을 통해 가상화폐 관련 산업이 극도로 축소된 상황이다. 작년 연말 3N을 위시한 대부분의 게임 회사들이 컨퍼런스 콜 등을 통해 대부분 P2E나 NFT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대다수는 자사의 주가 관리를 위해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다시 활황을 띄게 될 때 가상화폐 관련 비즈니스 모델은 언제든 다시 부상할 수 있다. 그 때까지 게임 회사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통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통화 유통 시스템을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 * 단돈 1천원에 가입 가능한 엑스박스 게임패스. 부분유료화 제도에 균열을 가져온 또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은 정기구독 결제 방식이다. 사실 이 모델은 최근에 부각되기는 하였지만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졌다. 신문이나 잡지의 오래된 정기구독 모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EA는 2014년부터 자사의 플랫폼 오리진의 게임을 일정 금액을 받고 무제한 플레이할 수 있는 “EA Play”라는 정기구독 시스템을 서비스 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엑스박스 게임패스”라는 구독 모델을 통해 최근 콘솔 게임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사실 바로 이전 세대인 8세대 게임기까지만 하더라도 엑스박스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따라잡기 버거워하는 언더독에 불과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젊은 세대들이 더 이상 게임을 패키지 형태로 구매하지 않고, 세일 등을 활용하여 다운로드를 통해 저렴하게 구매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를 활용하여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게임 패스를 첫 달 1천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제공하여 많은 게임 유저를 유치할 수 있었다. 첫 달만 이용하더라도 한 번에 수백 개의 게임을 동시에 제공받기 때문에 유저 입장에서는 스팀 등에 유통되던 PC 게임의 상당수를 거의 무료에 가깝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엑스박스의 성공에 영향을 받아 소니 역시 올해 6월 자사의 구독 모델을 개편하여 “PS 플러스 에센셜”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특히 엑스박스 게임 패스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도 홍보의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일종의 계약금까지 제공하고 있어 예전에 비해 많은 서드파티 게임사들을 확보하고 있다. PS 진영에 비해 독점작이 적다는 평가를 받았던 엑스박스 진형은 물리적인 패키지를 포기하고 자사의 하드웨어에서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고정관념을 버리면서 새롭게 부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구독형 서비스는 여전히 패키지 다운로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스팀이나 에픽 스토어에도 심각한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판단된다. 게임의 종류가 비교적 적은 편인 에픽의 경우는 필요할 경우 구독형 서비스를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출시된 게임이 4만 종 이상인 스팀의 경우는 기존 게임 보유 유저의 반발이나 이익 배분 체계의 복잡함 때문에 구독 경제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4. 나가면서 이처럼 2022년의 연말을 맞는 지금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게임 플레이의 외부에 존재하는 거래 행위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 플레이와 밸런스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사업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회사와 개발자의 입장은 늘 조심스럽다. 유저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며,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트렌드를 선도하는지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여러분이 중소 게임회사를 운영하는 M대표의 입장이라면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 게임의 본질은 재미이기 때문에 창의성이 뛰어난 인디게임을 만들어 고전적인 패키지 다운로드 방식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유행하는 장르의 모바일 게임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도배하여 수익성을 꾀할 것인가? 한 발 더 나아가 P2E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인가?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교수)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게임 스토리텔링과 게임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하고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인디게임 행사인 Independent Games Festival(IGF)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공저, 2003),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2005), 『인디게임』(2015), 『이야기, 트랜스포머가 되다』(공저, 2015),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게임의 이론』(공저, 2019),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생태계』(공저,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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