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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란으로 1346개 검색됨

  • [Editor's View] 연결되고 재현되는 신체, 그리고 비평과 대중 사이를 잇는 가교로서

    사람으로 태어난 게이머에게 몸은 필요조건입니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상호작용을 요구하며, 이에 대해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신체의 기능을 사용해 응답해야 합니다. 사람이 게임 안쪽에 재현되는 경우라면 신체의 중요성은 더 무거워집니다. 게임 속에 그려진 신체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에 의해 조작되는 신체이며, 이 결과물들은 결국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신체를 사고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 Back [Editor's View] 연결되고 재현되는 신체, 그리고 비평과 대중 사이를 잇는 가교로서 22 GG Vol. 25. 2. 10. 사람으로 태어난 게이머에게 몸은 필요조건입니다. 게임 소프트웨어는 상호작용을 요구하며, 이에 대해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신체의 기능을 사용해 응답해야 합니다. 사람이 게임 안쪽에 재현되는 경우라면 신체의 중요성은 더 무거워집니다. 게임 속에 그려진 신체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에 의해 조작되는 신체이며, 이 결과물들은 결국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신체를 사고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디지털게임 연구와 비평의 많은 부분들은 실제로 게임과 신체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크게는 두 가지, 게임 소프트웨어와 조응하는 게임 외부의 신체와 게임 소프트웨어 안에 재현되는 게임 내부의 신체가 그것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신체는 게임과 맞닿으며, 디지털게임의 이해를 위한 여러 요소들 중 신체와 게임의 관계는 형태소에 가까운 수준으로 우리의 게임에 대한 이해를 구성합니다. 게임에 처음 신체가 그려지기 시작한 초창기 게임에서부터 이러한 신체에 대한 관찰과 재현, 연결은 이어져 왔습니다. 조이스틱이라는 장치의 출현, 게임 내 체력 바의 구현, 온라인게임에서의 피로도 문제 등은 결코 게임 안에 독립적으로 디자인된 요소가 아닌, 현실의 신체를 모사하고 재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들입니다. GG 22호는 그렇게 중요하면서도 아직 우리가 깊이 살펴보지는 못한 주제인 게임과 신체의 관계를 재조명합니다. 게임과 신체라는 테마로 글들을 모아내는 과정은 다른 주제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사실 이미 많은 것들이 이야기된 상황이지만 이를 하나로 모아 좀더 깊게 탐구하는 과정만이 모자랐음을 깨닫습니다. 수많은 게임 - 신체 사이에 대한 연구결과들과 사유의 조각들이 존재했지만 이를 통합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공간이 부족했다는 것은 게임제너레이션이 해야 할 일이 아직 한참 남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디지털게임은 이제 뉴미디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대중화, 보편화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매체가 된 만큼이나 이제 게임에 대한 비평과 연구는 적지 않은 분량으로 쌓여갑니다. 다만 이미 축적된 전문 연구자들의 논의를 어떻게 대중사회로 끌어 오고, 이를 통해 게임 제작자와 플레이어 모두에게 새로운 변화의 동력을 제공하는 과정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반성 속에 저희는 다음 호를 준비하겠습니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학술과 대중이라는 어느 순간부터 유리된 듯한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가교로서 GG는 끝없이 둘 사이를 왕복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논문세미나] '스트리트파이터'는 무술martial arts인가?

    그리고 그 운용기술, 다시말해 주어진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관념과 자세에서 존스는 70년대 무술영화 붐과 2000년대 대전격투 게임이 같은 맥락에 선다고 분석한다. 오늘날 현대 격투기에서 사실상 중국 전통무술의 실전성은 파훼되었지만, 7-80년대에 이소룡 영화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동양무술은 북미에서 실제로 무술 도장의 붐을 이끌어냈고 수많은 청년들로 하여금 괴성을 지르며 신체를 움직이는 무술의 동작을 따라하게 만들었으며, 같은 맥락에서 EVO #37 이벤트 또한 동시대의 수용자들로 하여금 디지털화된 무술과 비슷한 무엇을 따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 Back 13 GG Vol. 23.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Is this Lies of K?: “Lies of P” game discourse in the context of the South Korean game industry’s longing for a stand-alone game title

    “Lies of P” (Neowiz, 2023) takes place in Krat, a fictional city inspired by the Belle Époque period in Europe. One of the game’s NPCs (non-player characters), Eugénie, is portrayed as an outsider from a distant country east of Krat. She claims to come from the so-called ‘country of the morning,’ with a visual character design that resembles East Asian ethnic groups. Perhaps this character’s story was inspired by the Joseon Dynasty, a kingdom that existed on the Korean peninsula from the 14th to 19th century, which was typified as the “Land of Morning Calm” in the West around the 18th century based on the loose translation of the country’s name in Chinese characters (朝鮮). < Back 19 GG Vol. 24.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yuri Kim Interested in the ways games let us experience stories. After poking around here and there, lately played Marathon.

  • 모든 게임의 확률은 여전히 주사위다

    비록 이제는 멀티코어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알고리즘, 하드웨어를 이용해 진정한 의미의 난수를 디지털에서도 생성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그 벽은 높다. 주사위라면 단 몇백원 만에 유의미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확률놀음을 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의 것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 Back 17 GG Vol. 24.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MyungKyu Lee Game journalist (2014–), writer (2006–), gamer (1996–).

  • < Back GG Vol. Tags: 게임비평공모전, 운빨겜, 운게, 엘든 링, 구키 슈조, 運ゲー, 九鬼周造, エルデンリング, Elden Ring, FromSoftware, Luck in Games, Game Criticism Contest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 [논문세미나] 문헌고찰을 통해 알아본 게임 커뮤니티에서 D&I가 마주한 장벽

    연구진은 게임에서 포용성과 다양성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의 원인으로, 상당히 직설적으로 ‘게임 커뮤니티'를 지적한다. 게임 내부에 본질적으로 사회적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게임 커뮤니티의 형성과 발전은 필연적이다. 게임 커뮤니티는 게임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관계의 형성을 촉진하고 효과적인 게임 플레이를 돕기도 하지만. 배제적이거나 차별적인 사회적 역학을 드러내거나 증폭시키기도 한다. < Back [논문세미나] 문헌고찰을 통해 알아본 게임 커뮤니티에서 D&I가 마주한 장벽 32 GG Vol. 26. 10. 10. TEXT: Argaman, Y., Gur, T., Heller, B., & Maaravi, Y. (2026). Inclusion and exclusion in gaming communities: a systematic review and future directions to increase inclusivity. Frontiers in Psychology , 17, 1796305. 들어가며 다양성과 포용성(D&I, Diversity & Inclusion)은 201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 게임업계에서 그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구체적인 실행 지침과 실천 방안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가치다. 2017년 <스타크래프트>와 <오버워치>의 개발사 블리자드가 ‘글로벌 다양성·포용성 계획(Global Diversity and Inclusion Initiative)’을 통해 인종과 젠더, 섹슈얼리티 문제를 해결하고 게임 개발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를 포함한 많은 게임 업계 조직에서는 포용성과 관련된 정책을 명시하거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로스트아크>를 제작한 스마일게이트가 2022년부터 선도적으로 D&I 전담부서를 구성하고 업계 관계자가 참조할 수 있는 D&I 가이드북을 제작하는 등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을 위한 여러 제도적 실천이 시도되는 상황이다. 게임문화가 점점 보편화되고 더 많은 플레이어가 유입되는 상황에서 각 업계 조직과 윗선에서 그 필요성을 명시하는 것과 달리, 여전히 더 넓은 (게임)문화적 맥락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의 문제는 충분히 수용되지 못하고 일종의 장벽처럼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논문세미나에서는 최근 발행된 논문 <게임 커뮤니티에서의 포용과 배제>를 통해 게임 커뮤니티에서 포용성과 다양성을 가로막는 다양한 장벽을 탐색하고, 게임문화 및 산업과 관련된 주요 이해당사자가 포용성 증진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연구진은 게임에서 포용성과 다양성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의 원인으로, 상당히 직설적으로 ‘게임 커뮤니티'를 지적한다. 게임 내부에 본질적으로 사회적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게임 커뮤니티의 형성과 발전은 필연적이다. 게임 커뮤니티는 게임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관계의 형성을 촉진하고 효과적인 게임 플레이를 돕기도 하지만. 배제적이거나 차별적인 사회적 역학을 드러내거나 증폭시키기도 한다. 과거 게이머게이트(Gamergate)가 보여주는 것은 커뮤니티 규제 시스템의 구축과 함께 게임 커뮤니티계에 포용성을 증진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게임 커뮤니티가 양가적 효과를 지니지만 다양한 이용자들에 의해 향유되고 종종 게임문화의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포용성에 대한 장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조사하여 사회변화에 대한 게임 커뮤니티의 긍정적인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연구 방법: 체계적 문헌고찰 이 연구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연구질문 아래 기존 문헌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systhematic review)’을 주 방법론으로 사용한다. 체계적 문헌고찰이란 특정 연구 질문에 대해 방법론적으로 투명하고 재현가능한 객관적 방법으로 모든 관련 문헌을 수집하여 평가 및 종합하는 연구방법이다. 1) 게임 커뮤니티 내에서 어떤 관행이 배제(exclusion)에 기여하며, 이러한 배제적 관행은 다양한 게임 공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는가? 2) 게임 커뮤니티에서 포용성(inclusion) 증진을 위해 어떠한 계획이나 전략이 시행되어 왔고, 그 효과를 뒷받침하는 어떠한 근거가 존재하는가? 3) 게임 커뮤니티의 포용성 향상을 위한 향후 전략과 계획을 위해 어떠한 지침을 개발할 수 있는가? 이를 위해 먼저 검색 키워드로 ‘gaming’ 또는 ‘gamer’와 ‘community' 또는 ‘communities’를 기본으로 포함했으며, 게임 포용성과 관련된 키워드(ethinic, gender, race, age, diversity 등)를 결합했다. 연구기간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자 먼저 2013-2023년까지 발행된 논문을 검색하였고 이후 2024-2026년 논문을 추가했다. 이 외에 추가로 스노우볼 검색을 활용해서 일부 문헌을 추가하여 총 100편의 관련 문헌들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게임 및 게임 커뮤니티에서 포용성/다양성을 가로막는 장벽들 분석 결과, 게임 커뮤니티에서 포용성과 다양성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나타난 문제는 여성과 여성 게이머에 대한 차별이다. 여성 게이머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사교성이나 유능함 같은 역량이 부족한 존재로 나타났고, 여성 게임 캐릭터는 충분하게 재현되지 않거나 오히려 과도하게 성적으로 대상화되었다. 이러한 재현은 결국 성별에 대한 선입견을 강화하며 결과적으로 여성 게이머들이 경험하는 성차별 및 괴롭힘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최근의 여성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다룬 논문에서는 사회적 지배 지향성(social dominance orientation)과 우익권위주의가 성차별에 기반한 여성 공격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페미니스트 게임 연구자들이 일부 목소리를 내면서 이러한 게임문화에는 어느 정도 진전이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남성 게이머들은 성차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 게이머들이 취하는 다양한 ‘대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로도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게임 커뮤니티를 떠나거나 음성/텍스트 커뮤니케이션 피하기, 프로필 숨기기 또는 인간관계 관리하기 등의 전략이 드러났으며 안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보호된 공간을 찾는 실천으로도 이어졌다. 다음으로 인종적/민족적 소수자들이 게임에서 과소대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타났다. 많은 게임이 비백인이나 유색인종, 소수자들의 경험과 관점을 서사와 캐릭터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며 이들이 재현될 경우 대부분 유해한 고정관념이나 문제적인 클리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수민족 게이머들은 여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게임 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전략을 택했으며,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할 때는 백인으로 기본 설정된 스킨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인종과 민족에 대한 편견은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그대로 재생산되었고 특히 온라인 게임 내 인종차별의 피해는 가상환경을 넘어선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인종과 민족적 소수자들이 겪는 문제는 퀴어 게이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게임 커뮤니티는 이성애 규범적 가정과 성별 이분법에 뿌리를 두며 특히 커뮤니티에서는 동성애 혐오적 언어나 반-LGBTQ 정서가 정상화되어 있기도 하다. 게임은 여전히 모든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자신을 포용하고 환영하는 공간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포용적이고 다양한 게임 커뮤니티를 조성하기 위해 연구진은 우선 명시적인 수준에서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한 연구들을 소개했다. 먼저 게임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고정관념에 대항할 수 있는 비전통적인 서사(counter-stereotype narrative)를 유통하고 여러 정체성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아바타를 개발해야 한다. 게임 커뮤니티 차원에서는 주변화된 플레이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안적 공간을 제공하거나, 차별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와 지침을 중심으로 한 관리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게임사에서는 포용적인 형태의 채용 관행을 도입하고, 다양한 권익옹호 단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해 주변화된 집단의 목소리를 기존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특히 게임 커뮤니티 내부의 포용과 다양성 문제에 ‘알고리즘’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알고리즘은 게임 플레이 경험의 최적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의도치 않게 커뮤니티의 동질성을 강화하면서 특정 플레이어들을 분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즉 게임환경에서의 알고리즘은 주변화된 집단의 목소리를 확대하는 동시에 제약할 수도 있는 이중의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커뮤니티의 포용성/다양성 증진을 위한 해결책과 권고안 좀더 구체적으로 게임 커뮤니티가 포용성과 다양성을 더 높이려면 주체별로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연구진은 게임에서 포용성 증진을 위해서 업계의 모든 플레이어이자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게임 생태계가 정책 입안자, 게임사, 커뮤니티 구성원 등 여러 행위자로 구성되어 있음을 고려해, 이들이 각자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수준별로 구체적인 지표를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 게임 커뮤니티의 포용성/다양성 증진을 위한 이해당사자별 해결책과 권고안(출처: Argaman, Y. et al, 2026; pp.15-16의 도표를 역자가 번역 및 재구성) 1) 취약집단을 위한 안전한 공간 조성 이 연구의 결과에서 가장 상기할 점은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게 주류 게임 커뮤니티가 매우 위압적이고 적대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대한 다양한 게이머들이 판단이나 괴롭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먼저 유색인종, 여성, LGBTQ+, 장애를 가진 게이머 등 다양한 주변화된 집단을 위한 게임 커뮤니티의 조성이 가능하다. 이러한 커뮤니티가 가장 먼저 제공하는 것은 ‘안전함’과 뒤이은 ‘소속감’이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정서경험을 감소시켜 게임을 위한 협력적 행동에 참여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게임사는 주변화된 플레이어를 위한 전문 서버나 포럼, 큐레이션 공간을 기획할 수 있고, 관련 집단들의 다른 커뮤니티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 커뮤니티 운영자나 스트리머, 적극적인 플레이어들이 이러한 환경의 조성을 함께 주도할 수 있다. 2) 다양한 집단의 주류 게임으로의 통합 포용성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주류 게임 커뮤니티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통합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게임사와 개발자들은 게임 설계와 디자인 자체를 다양한 정체성과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어몽어스>의 사례처럼 정체성이나 실력, 배경에 관계없이 플레이어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게임 메커니즘을 개발할 수도 있고, 다양성을 우선시하는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고안해 플레이어를 연결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게임 배급사와 플랫폼은 게임 내 정책과 인센티브 구조를 활용해서 플레이어가 다양성 증진에 기여할 경우 보상을 제공할 수도 있고, 반대로 플레이어가 비포용적인 유해행동을 할 경우 명확한 제재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게임 내 규제는 특히 주변화된 집단을 배제하는 유해한 관행을 예방하기 위해 해당 기준에 대한 교육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3)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규제 조치 여러 형태의 규제는 다양성/포용성 증진을 위해 정책입안자와 규제기관이 할 수 있는 핵심적 역할이다. 디지털 환경이 익명성이나 일시성 등으로 인해 일반적 사회환경 내 차별규제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연성 규제(soft regulation)와 같은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북미의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와 PEGI(Pan European Game Information)와 같은 공인된 등급 체계는 게임에 특정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인종적, 종교적, 민족주의적이거나 고정관념적 묘사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표시한다. 또한 일부 기업의 경우 자사 게임 내 괴롭힘과 차별 사례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규제 조치’는 특히 게임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비판적 반응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기 때문에 연구진은 게임 커뮤니티 인플루언서와의 협력추진을 통한 규제를 제안하며 연성 규제와 실제 법적 개입을 적절하게 조화할 것을 강조한다. 4) 게임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원하는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 이미 다양성과 포용성의 비즈니스적 가치를 보여주는 연구가 축적되면서 게임 산업 방향 형성에 있어 투자자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의 원칙을 준수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평판상의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낮고, 그렇기에 이는 윤리적 차원을 넘어서는 기업의 재무적 전략으로도 가능하다. 게임 투자자를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원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표준화할 수 있는 정확한 지표가 필요하고, 게임과 게임 커뮤니티에서 연대활동을 계속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양성/포용성 증진 전략을 펼친 게임사에 세제 혜택이나 정부 지원을 제공하는 공공정책 마련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5) 커뮤니티 주도 활동을 통한 연대와 포용성 증진 게임사와 정책 입안자, 투자자가 하향식(top-down)으로 게임문화를 조성한다면 커뮤니티 주도 활동은 상향식(bottom-up)으로 문화를 조성하는 핵심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영향력 있는 게임 커뮤니티의 구성원, 특히 인기 스트리머나 유튜버 같은 주요 게이머들이 직접 포용과 다양성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관련 활동을 참여하도록 독려하거나 관련 콘텐츠를 통해 자기 시청자들에게 교육적 효과를 유도한다면 그 영향력이 충분히 강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티 개별 구성원 또한 주변화된 게이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거나 차별적 행동을 신고함으로써 이러한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레딧과 디스코드, 트위치 등 게임 커뮤니티의 콘텐츠 제작자들이 주변화된 게이머의 기열르 확대 지원하는 등의 활동 또한 필요하다. 6) 기술 도구의 힘 활용하기 포용적 게임 커뮤니티 조성에 있어 연구진이 강조하는 또 다른 지점은 데이터 기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자연어처리를 통해 혐오발언과 유해행동을 즉각적으로 탐지하거나, 알고리즘을 통해서 사회적 차별에 가담하는 플레이어들을 식별하는 행동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 알고리즘의 경우 포용성과 관련된 게임/게임 커뮤니티의 상호작용, 의사소통, 행동에 관한 데이터를 망라하는 광범위한 양상과 추세를 분석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알고리즘 도구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보장하기 위해 외부 연구 및 학술기관이 그 성능을 교차검토하고 평가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7) 연구의 핵심적 역할 위처럼 게임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요 행위자들 이외에 포용적인 게임 장을 조성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행위자로 연구진은 ‘연구기관’을 꼽는다. 학계와 산업계에서 수행하는 다양성과 포용성 관련 연구는 실제로 모든 게임 장의 이해관계자의 활동에 기본적인 지침과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1) 연구기관은 설문과 인터뷰 등 다양한 데이터 수집을 통해 포용성 증진 활동을 평가하고 이를 이해관계자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의 과거 ‘트리뷰널’ 시스템은 유저들이 직접 제재여부를 투표하는 플레이어 참여형 심판 시스템인데, 대규모 행동 데이터를 활용한 평가에 기반하여 구성된 구체적 사례다. 다음으로 2) 게임 연구는 기술 발전이나 문화적 규범의 변화 등 새롭게 등장하는 추세와 과제를 모니터링하여 잠재적 포용성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VR이나 AI 콘텐츠에서 등장할 수 있는 사회적 차별과 문제의 사례연구가 이에 해당한다. 3) 연구기관은 플레이어의 피드백과 통찰을 수집하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협력과 지식 공유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포용성 증진과 차별 규제를 위한 정책 및 규제 체계에 구체적인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8) 포용성 규범의 문화 간 적용 가능성 마지막으로, 앞서 논의한 모든 권고안들은 보편적이고 획일적이지 않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게임 문화와 상호작용이 시공간적으로 균질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안들은 어디까지나 ‘조정 가능한 원칙’이며, 각 지역의 게임 문화에 기반을 두고 구체적으로 변용될 필요가 있다. 정리하며 이 연구는 그간 출판된 많은 기존 연구들을 메타분석하여 게임 커뮤니티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한 규범적 목표로 전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실천 방안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었다. 특히 알고리즘과 같은 새로운 기술문화가 게임문화에서 ‘포용’과 ‘배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을 위해 게임 장의 각 영역 행위자들이 취할 수 있는 해결책들이 다소 규범적으로 읽히고 있다는 점, 커뮤니티를 중심에 두다 보니 여러 해결책 중에서도 관리와 규제의 문제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겠다. 오히려 이러한 연구는 그 자체로 읽기보다는 즉 국내 게임산업과 문화 영역에서 D&I가 장벽을 맞이하는 구조에 대한 심층적 게임문화연구를 위한 초석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진들이 호소하는 것처럼 D&I가 ‘기업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면, 국내 게임계에서는 왜 이런 방식의 해결이 안 되는가? 나아가 다양성과 포용이 시장 확장의 논리로 포섭되거나 정당화되는 과정에는 문제가 없는가? 본문에 나온 이해당사자(stakeholders)들, 특히 게임 커뮤니티 운영자와 스트리머, 게임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권력이나 자원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알고리즘을 포함해 ‘어떤 기술’들이 D&I와 관련한 기존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강화시키는가? ... 이 연구가 제공해 주는 게임 장 행위자들의 계열은 (비록 병렬적으로 설계되어 있긴 하나) 관련 담론 분석 연구나 산업구조 연구를 수행할 시에 고려할 수 있는 참조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Tags: "논문세미나", "다양성과 포용성", "게임 커뮤니티", "여성 게이머", "게이머게이트", "체계적 문헌고찰", "게임 산업", "Journal Club", "Diversity and Inclusion", "Gaming Communities", "Gamergate", "Game Studie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수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확률이 만드는 스킵: 즐거움과 귀찮음 사이를 맥동하는 플레이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을 풍부한 경우의 수로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확률은 디지털게임에서 직면하는 상황의 다채로움을 만들어내며 빛을 발한다. ‘다키스트 던전’에서 랜덤하게 튀어나오는 스트레스 상황과 영웅의 기상은 플레이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나락에서 극락까지의 폭넓은 감정 변화를 만들어내고, ‘슬레이 더 스파이어’에서 매 라운드마다 주어지는 랜덤한 카드보상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예측불가능한 도전에 대해 예측과 적응으로 돌파하게 만드는 즐거움의 원천이다. < Back 17 GG Vol. 24.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인터뷰] 게임은 현대미술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 MMCA서울관 〈게임사회〉 展

    국내 국립 미술관에서 게임을 주제로 한 전시가 기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사회〉 전에 대한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관심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주제의 전시를 사람들은 어떻게 감상하고 있을까? 이번 호에서 GG는 〈게임사회〉 전에 다녀온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왔다. < Back 12 GG Vol. 23. 6. 10. Tags: 인터뷰, 국립현대미술관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Taehyun Ha Studies with a range of interests—culture and history, religion and games. Enjoys playing games with friends. Lives while figuring out how to make each day a little happier.

  • [북미통신]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하는 북미 게임계의 DEI 기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하자마자 한 달안에 70개가 넘는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취임 첫 날 바로 서명하고 공포한 행정명령들은 향후 정책적 방향을 가늠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중 하나가 백악관 행정명령 14151호다. 행정명령의 제목은 ‘급진적이고 낭비적인 정부 DEI 프로그램의 종료’다. < Back [북미통신]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하는 북미 게임계의 DEI 기조 23 GG Vol. 25. 4. 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하자마자 한 달안에 70개가 넘는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취임 첫 날 바로 서명하고 공포한 행정명령들은 향후 정책적 방향을 가늠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중 하나가 백악관 행정명령 14151호다. 행정명령의 제목은 ‘급진적이고 낭비적인 정부 DEI 프로그램의 종료’다. DEI는 Diversity, Equity, Inclusion의 약자로 다양성, 평등, 포용을 이야기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성소수자나 소수인종과 같은 비주류 계층에 대한 차별하지 않고 나아가서 배려를 해주는 모든 정책을 의미한다. 행정명령은 정부기관 내에서 이 DEI 정책들을 폐기하는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다양성과 관련한 직책은 모조리 없애고 인종이나 성적 지향이 고려되서 지급되던 보조금 등은 다 폐지한다. 정부기관 채용을 할 때나 수의계약을 맺을 때도 인종이나 성적지향에 대한 고려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사실 게임계에서도 DEI는 논쟁적인 주제 중 하나였다. 일부 게이머들은 게임 내용에 하등 상관없이 DEI적인 요소를 게임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 비판을 하곤 했다. 게임 내 주요 캐릭터가 성적소수자이거나 소수인종인 경우에 격렬하게 반발하는 반응도 나오곤 했다. 심지어 게임 주요 캐릭터가 미형이 아니면 ‘또 PC(정치적 올바름) 묻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게임계는 DEI 문제에 대한 첨예한 전쟁터였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해리 포터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였다. 해리 포터 원작자인 J. K. 롤링이 트랜스젠더 혐오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고 게임의 주요 제작진 중 한 명이 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가득찬 유튜브를 운영해온 것이 밝혀지자 많은 사람들이 게임의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를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완성된 게임을 보면 주요 NPC는 트랜스젠더거나 동성애자가 많았고 학교 내 캐릭터들도 ‘적절하게’ 인종적 분배가 되있었다. 플레이어 커스터마이제이션에는 트랜스젠더도 있었다. <어쌔신 크리드> 최신작을 끌고 들어오지 않더라도 대작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북미의 경우 게임계에서는 DEI의 위세가 강한 편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주류 계층 모두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싶기 때문이다. 백인 남성 위주였던 미국의 게이밍 커뮤니티의 외연을 확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DEI였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부문 한 임원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방법’ 중 하나가 DEI 측면의 부각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하면서 DEI 정책 자체가 공격받자 게임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직장 내 변화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역시 직장 내에서의 변화다. 한 때는 DEI의 전도사처럼 나섰던 테크업계와 게임업계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S&P 지수에 편입돼 있는 기업 100군데 중 DEI 프로그램을 축소한 것은 20%를 넘는다. 메타, 구글, 아마존도 DEI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게임업계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다. 엑스박스라는 플랫폼은 물론 액티비전블리자드킹의 모회사기도 한 마이크로소프트는 DEI 관련한 팀 자체를 폐지하기도 했다. 당연히 게임업계에서는 이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게임업계의 일터는 남성중심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문화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어서 더욱 그렇다. 수유실이 없어서 회의실에서 수유를 하고 있는 여직원을 놀리려 남자 직원들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는 에피소드가 법정에서 명시된 블리자드의 케이스가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아직까지 현직의 이야기가 기사화 등을 통해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발자 커뮤니티 등에서 변화를 느꼈다는 목소리는 조금씩 나오고 있다. 커뮤니티의 변화 게이밍 커뮤니티에서는 그동안 DEI를 공격하는 움직임이나 비판하는 목소리가 꽤 있었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로는 강도가 한층 심해졌다는 인상이 크다. 이미 10여년 전 게이머게이트 사건으로 성차별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괴롭힘 논란이 있었던 것을 상기하면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에 가장 큰 사례는 스윗 베이비 INC 사건이었다. 스윗 베이비 INC는 캐나다에 있는 내러티브 컨설팅 회사다. 말 그대로 게임의 스토리에 대해서 자문을 하는 것이다. 게임 내 이야기 구성과 대사 작성 등을 전문으로 한다. <앨런 웨이크 2>와 <갓오브워 라그나로크> 등에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해부터 게이밍 커뮤니티 일부에서 스윗 베이비가 게임에 강제로 다양성을 주입한다는 음모론이 확산됐다. <앨런 웨이크 2>에 등장하는 사가 앤더슨이 흑인 여성인 것은 스윗 베이비 때문이라는 루머가 퍼졌다. <앨런 웨이크 2>의 디렉터가 직접 이를 부인했으나 소용 없었고 스윗 베이비가 참여한 게임은 불매하자는 스팀 그룹이 만들어져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DEI가 마치 게임업계 전체의 적처럼 공격받는 현상에 대해서 플랫폼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스팀은 스윗 베이비 안티 그룹에 대해서 활동을 제재하지 않았고 이 그룹을 움직이는 디스코드 서버 또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스윗 베이비의 CEO 킴 벨에어는 “우리는 게임 속 문제를 상상해 쓰는 작가들일 뿐, 실제 괴롭힘을 막는 전문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플랫폼은 분명 더 나은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게임 내 변화 일터와 팬 커뮤니티 양 쪽에서 DEI가 거세게 공격받고 있기 때문에 이는 게임 내부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나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서 미국에서는 이제 성별은 단 두 개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의 피해는 커질 것이다. 게임에서 등장했던 트랜스젠더 캐릭터들은 이제 갈 곳을 잃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과장된 위협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해 공개돼서 파장을 일으켰던 ‘프로젝트 2025’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프로젝트 2025는 보수성향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공개한 문서로 향후 미국 보수정치의 전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문서에서는 공공연하게 젠더나 인종과 관련된 ‘평등정책’을 축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다. 헤리티지 재단 대표 케빈 로버츠는 이미 트랜스젠더의 권리 옹호를 포르노그래피로 규정하고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프로젝트 2025가 그대로 실행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맥락을 같이 하는 ‘두 개의 성별’ 행정명령을 발표한 마당에 <사이버펑크 2077>과 <발더스 게이트 3>에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있다는 이유로 포르노로 취급될 수 있다는 예상은 웃어넘기기 힘들다. 여기에 플랫폼이 콘텐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플랫폼 책임 보호법도 폐지하자는 제안이 있어서 결국 게임사들의 자기검열은 더욱 심해지고 다양성과 관련한 콘텐츠는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예측은 힘을 얻는 중이다. 게임이라는 전장 게임은 이제 어린 세대만 즐기는 문화가 아니고 모든 세대가 즐긴다. 따라서 게임만큼 폭넓은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매체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가 이데올로기의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상업적인 이유로 혹은 문화적 트렌드로 지금까지 DEI가 힘을 발휘했다면 이제는 백래시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최소한 트럼프의 정책적 추진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이는 2026년 중간선거 전까지는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을 만드는 쪽과 게임을 즐기는 쪽은 어떤 선택을 할까에 대해서 고민은 커져만 갈 것으로 보인다. Tags: DEI, 트럼프, 북미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나성인) 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 게임회사는 NFT의 꿈을 꾸는가 : ‘튤립’과 ‘국민템’ 사이에서

    새로움은 한계가 눈에 보일 때 도드라진다.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그 시도가 만들 새로운 결과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그러한 새로움을 필요로 하는 현재에 대한 불만이 함께 놓여있다. 이를 생각하면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떤 변화를 의도하는가와 더불어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는 지금의 위치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나아갈 위치가 어디쯤일지 더 분명하게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Back 05 GG Vol. 22.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Developer, Researcher) Jiwoong Kang Senior researcher at the Institute for Social Development Studies, Yonsei University. Has written for various game outlets, including Gamers. Books include Game and Cultural Studies (co-authored) and The History of Korean Games (co-authored). Writes a regular game column for the children's magazine Goraega Geuraesseo. Believes that games are a culture that walks alongside us, touching countless moments of our lives. (Game Developer, Researcher) YoungWook Oh Game enthusiast, game programmer, and historian of games. A growing interest in Korean games turned into a hobby of collecting and organizing materials, and has been steadily gathering and archiving them since 2006. Co-authored books including The History of Korean Games and Mario, Born in '81, and contributed as a developer to games such as Dungeon & Fighter, Acropolis, Pony Town, and Timeline Dungeon.

  • 스팀의 ‘양식화된’ 태그를 통해서 본 예술로서의 게임, 혹은 게임으로서의 예술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12년 전, 그러니까 2014년에 ‘태그’ 기능이 스팀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스팀은 스스로 이 기능을 “새롭고 강력한 게임 구매 방법”이라 설명한다. “지속적으로 부착된 태그는 독립적인 부류로 나누어지고, 모두가 함께 정의한 장르, 주제, 특징으로 나누어진 상품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즉 여기서 ‘태그’는 “장르, 주제, 특징”과는 다른 제4의 분류법이다. 나아가 스팀의 ‘태그’ 기능 소개 페이지는 “어떤 단어로도 태그를 달 수 있”음을 명시한다. < Back 스팀의 ‘양식화된’ 태그를 통해서 본 예술로서의 게임, 혹은 게임으로서의 예술 29 GG Vol. 26. 4. 10. “예술이 의지가 펼치는 궁극의 게임이라면 ‘스타일’은 이 게임을 하는 일련의 규칙으로 구성된다.” [1]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12년 전, 그러니까 2014년에 ‘태그’ 기능이 스팀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스팀은 스스로 이 기능을 “새롭고 강력한 게임 구매 방법”이라 설명한다. “지속적으로 부착된 태그는 독립적인 부류로 나누어지고, 모두가 함께 정의한 장르, 주제, 특징으로 나누어진 상품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즉 여기서 ‘태그’는 “장르, 주제, 특징”과는 다른 제4의 분류법이다. 나아가 스팀의 ‘태그’ 기능 소개 페이지는 “어떤 단어로도 태그를 달 수 있”음을 명시한다. “장르를 분류할 때는 ‘퍼즐’을, 주제를 분류할 때는 ‘군사’를, 특징을 보여주고 싶으면 ‘어려움’을 쓰시면” 되지만, “제품에 걸맞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을 때도 있다 [2] . 이 문장을 읽자마자 예상할 수 있듯이, 이러한 임의적 민주주의는 해당 기능이 본래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 실제 게임 내용과 “장르”적으로도 “주제”적으로도 “특징”적으로도 전혀 무관한 ‘밈’, ‘심리적 공포’, ‘LGBTQ+’ 등의 태그를 다는 장난질은 꾸준히 성행해 왔다. 그리고 이처럼 명백한 악용 사례를 넘어, 그 뒤에 숨겨진 의도조차 알기 힘든 태그도 있다. 바로 ‘양식화된’이다. 사실적인과 양식화된 ‘양식화된’은 영어 태그 ‘Stylized’를 번역한 것으로, 원본 단어를 보아도 그 뜻은 다소 아리송하다. ‘양식 (Style)’을 ‘스타일’로 직접 음차한 표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지만, 그럼에도 보통 무언가의 맵시가 멋지거나 뛰어날 때는 ‘스타일리쉬’하다는 형용사를 자주 쓰지, ‘스타일라이즈드’되었다는 수식어는 익숙하지 않다. 이 스타일라이즈드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시각적 게임 디자인의 두 갈래 중 하나로 ‘리얼리스틱’, 즉 ‘사실적인’의 반대편을 일컬을 때이다. <호라이즌 제로 던>과 <배틀필드> 시리즈 등 개발에 참여한 3D 디자이너 킴 아바 (Kim Aava)는 게임 디자인에서 사실주의가 실사를 모방하는 그래픽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양식화된 디자인은 현실을 굳이 재현의 기준으로 삼지 않은 채 자유로운 표현을 목표로 하는 방법론이라 규정한다. 그런데 이렇게 구분하는 도중에 아바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지점을 강조한다. 바로 사실주의도 결국엔 양식에 속한다는 것이다. 사실주의는 어디까지나 더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이상화된 현실의 이미지를 참조할 뿐이며, 무엇보다 “우리가 10년 전에 사실적으로 보인다 믿었던 것들이 오늘날엔 사실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으며, 그것들은 누군가에겐, 당시에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렸던 선택들로 인해 심지어 양식화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3] .” 즉, 현실을 과장한 표현이든, 현실을 단순화한 표현이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모방하려 한 표현이든 전부 어떠한 ‘양식’을 이룬다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충실한 모방과 재현은 마치 예술가의 표현적 선택에서 면제되는 듯한 인식이 퍼져 있어, 사실상 ‘사실주의, 그리고 나머지’ 모든 작품이란 범주가 통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미국의 작가 수전 손택 (Susan Sontag)이 1965년도 에세이 <스타일에 관하여>에서 ‘리얼리즘도 하나의 스타일 관습에 지나지 않는다’ 가정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4] . 그렇다면 ‘양식화된’ 태그엔 ‘현실적’ 태그 바깥의 모든 게임이 들어가 있는 것일까?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2026년 3월 16일 오전 5시 43분 시점에 해당 태그를 클릭해 들어갔을 시 가장 상위에 뜨는 3편의 게임은 중세 타워 디펜스 게임 <쓰론폴 (Thronefall)>, 아니메 확률형 아이템 수집 RPG 게임 <소녀전선2: 망명>, 코스믹 호러 낚시 게임 <드레지 (DREDGE)>이며, 조금 더 밑으로 내리면 <바둑>이란 제목의 아주 직설적인 바둑 게임도 있다. 확실히 네 편의 게임 모두 시각적 현실 재현이 목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점 외에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사실주의가 아닌 표현주의적 양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양식화된’이란 태그가 붙지 않은 게임들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울트라킬 (ULTRAKILL)>, <멈추지 마, 걸리팝! (Don’t Stop, Girlypop!)>, <스프롤 (SPRAWL)>의 세 작품은 전부 극도로 강조된 색채나 한 알 한 알이 두드러지는 픽셀, 투박하게 각진 로우 폴리곤 등, 현대 기술 수준에서 재현할 수 있는 현실성과 아주 거리가 멀어 보이는 표현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양식화된’ 페이지에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쓰론폴>과 <울트라킬> 사이를 나누는 그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쓰론폴>을 분류하는 태그인 ‘양식화된’은 <울트라킬>, <멈추지 마, 걸리팝!>, <스프롤>에 붙어 있지 않지만, 마찬가지로 이 세 게임도 <쓰론폴>에게 없는 공통적인 태그를 하나 달고 있다. 바로 ‘부머 슈팅’이다. ‘부머 슈터’는 1990년대를 풍미했던, 다시 말해 베이비부머 세대가 즐겼던 ‘복고풍’ FPS 게임 양식을 일컫는 표현이다. ‘부머 슈팅’ 말고도 <울트라킬>이 속한 태그인 ‘복고풍’, <멈추지 마, 걸리팝!>을 장식하는 ‘1990년대’, <스프롤>을 부연하는 ‘올드 스쿨’이 이를 확인해 준다. 물론 정말 90년대 PSX 부머 슈터 게임을 표방하고 있는 <울트라킬>과 달리 <멈추지 마, 걸리팝!>과 <스프롤>은 Y2K 2000년대 미학을 자칭하고 있으므로 저 태그들이 정확한 설명을 해주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근접하게라도 이들이 지향하는 바를 일컬을 어휘가 스팀 상에 입력돼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당시에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렸던 선택들로 인해 심지어 양식화된 것으로 보’이게 된 양식을 말하는 ‘복고풍’이 저 셋을 더 잘 묶어줄 수 있겠지만, 스팀 사용자들의 임의성은 복고 ‘FPS’라는 특징에 더 주목을 해 ‘부머 슈팅’으로 퉁쳐 버린 듯하다). <쓰론폴>과 <드레지>의 경우엔 색채의 과장과 세부 묘사의 생략, 형상의 단순화 등을 통해 독특하고 고유한 양식을 이루고 있음에도, 이들이 구현하고 있는 양식을 일컬을 기존의 태그가 스팀에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히 이 두 게임에선 ‘양식이 두드러지지만’, 그 양식을 뭐라 따로 분류할 범주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소녀전선 2: 망명>에겐 이미 ‘애니메이션’이란 태그가 존재하고, <바둑> 같은 경우는 배경 공간을 추상화하거나 생략했을 뿐 오히려 바둑판 자체는 꽤나 현실의 물건과 유사하게 구현된 듯하며 전체적으로 시각적 창의성과도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어째서 ‘양식화된’ 태그가 아래 있는 것인지 다소 아리송하다. 양식과 양식화된 태그의 최신 분류는 앞서 말한 사용자 중심 운영 체제의 임의성에 영향을 많이 받아 범주도 작품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수 있으니, ‘양식화된’ 태그 아래 ‘최고 평가’를 들어가 보자. 여기선 그나마 조금 그림이 명확해지는 듯한데, <펜티먼트 (Pentiment)>, <슬러지 라이프 (SLUDGE LIFE)>, <에코 포인트 노바 (Echo Point Nova)> 등 기존 장르 바깥의 고유한 양식이 확연히 두드러지는 게 보이는 게임들이 모여있다. 그런데 말이 쉽지, 이 ‘양식이 두드러진다’라는 건 애초에 무엇인가? 양식을 이해하기 위해선. 앞서 리얼리즘을 당연시하는 풍조에 경종을 울렸던 수전 손택의 <스타일에 관하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손택은 우선 양식 혹은 스타일을 “작품의 인상 또는 리듬”이라고 표현한다 [5] . 그리고 단연 예술을 넘어 “어떤 말이나 움직임, 행동이나 사물이 직접적이고 실용적이고 무감한 표현이나 존재에서 벗어난 특질을 보인다면, 그것에 ‘스타일’이 있다” 말한다 [6] . 결국 이러한 개념과 사고의 확장과 전개는, 현실과의 관계에서 “스타일이 곧 예술”이라는 감격스러운 정의로 향한다 [7] . 이미 예술이 곧 스타일, 다시 말해 양식이라면, ‘양식화되었다’는 건 무슨 말인가? 손택은 예술가가 “주제와 형식 사이에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구분을 지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즉 “스타일과 주제가 서로 대척할 때, 주제가 어떤 스타일로 다루어졌다”, 또는 ‘양식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8] . “‘스타일’과 ‘스타일화’을 나눈 것이 의지와 고집의 차이와 유사하다” [9] 그러니까 원론적으로 보면 ‘양식화된’은 비판적 표현이다. 이미 근본적으로 내용도 표현도 모든 것이 구분 없이 총체적으로 양식인 예술에서, 굳이 불필요하게 양식이라는 분리된 범주에 집착해 “조화가 부족한 과잉의 예술”이란 결과를 낳게 되는 경향을 질타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이니 말이다 [10] . 다만 스팀 페이지에서 게임에 부착된 ‘양식화된’이라는 태그가 해당 게임이 스타일을 실험하다 자기 복제에 빠져 상상력이 소진된 결과물을 낳았다고 비판하기 위해 적용된 것은 아니리라 믿어진다. 애초에 스팀이 자신 있게 알려주듯이, 태그 기능은 게임을 “구매”하라고 발명된 장치이지 않은가. 이 시점에서 손택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은 ‘양식화된’ 자체보단 그 안의 ‘양식’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단서에 그친다. 그럼 다시 태그의 실제 사례들로 돌아가 보자면, <펜티먼트>, <슬러지 라이프>, <에코 포인트 노바>는 전부 각각이 고유한 “인상 또는 리듬”을 전면에 부각하고 있다. <펜티먼트>는 목판화를 차용한 2D 그래픽, 펜으로 직접 쓰이는 듯 서서히 나타나며 그 과정에서 밑줄 강조나 오타 수정들까지 애니메이팅되는 대사 글씨, 맵을 이동할 때 책 페이지가 넘겨지는 효과로 전환되는 화면 등, 게임 전체가 16세기 근세 유럽의 양식을 구현하고 있다. <슬러지 라이프>의 화면 전체에 색조 및 저해상도 필터가 강하게 들어가 있으며, 모델링은 전부 둥글둥글하고, 텍스처는 색조 필터 아래로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또 더 대비가 뚜렷하고 강한 단색을 기용하고 있다. 따라서 텍스처에선 (텍스처는 의미상 질감을 뜻함에도 불구하고) 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이는 모델링의 곡선과 공명해 그 ‘둥근’ 효과를 증폭시킨다. 하지만 화면 전환 및 UI 상의 VHS 효과, 맵 공간을 채우고 있는 녹색의 스모그, 그리고 담배, 캔, 팝업 창과 같은 일상 사물들의 반복 등은 필터로 잔뜩 왜곡되어 침침한 시야와 다시 만나 ’지저분한’ 감각을 생생히 느끼게 해주고, 이 상반되는 두 감각, 즉 ‘마찰 없는 더러움’은 제목인 ‘진흙탕 인생’을 하나의 고유하고 완결된 양식으로 구현한다. <에코 포인트 노바>에선 모든 것이 매끄럽게 빛나는 미래적 기술에 대한 예측이, 산산이 부서져 부유하는 자연 및 폐허와 만나, 마치 천상에 대한 환상과 같은 신비로운 감각을 준다. 그리고 이 감각을 앰비언트/드럼 앤 베이스 음악이 하나로 묶어, 빠르고 복잡한 이동 기술과 사격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스타일리쉬’한 액션과 융합한다. 그리고 이 세 게임은 <쓰론폴>, <드레지>와 마찬가지로, 각 작품의 양식을 설명해 줄 ‘부머 슈팅’과 같은 기존 범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펜티먼트>의 경우 시대적으로도 근세 배경에 ‘중세’ 태그는 부정확하고, <크루세이더 킹즈 (Crusader Kings)>나 <마운트 앤 블레이드 (Mount & Blade)> 같은 또 다른 ‘중세’ 게임들도 해당 시대를 그저 재현하는 데 치중하는 장르를 이룰 뿐이지 ‘중세 미학’ 그 자체를 재현하거나 재해석하는 양식을 선보이진 않는다. 나아가 <슬러지 라이프>와 <에코 포인트 노바>는 기존의 여타 어떤 양식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미학을 체화하고 있으니 당연히 스팀에 이들의 양식을 일컬을 범주가 없다. 단 하나의 항목만을 지니는 범주는 범주가 아니라 그저 그 개체 자체의 이름일 뿐이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여기서 ‘양식화된’은 어떠한 게임이 돋보이는 양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양식을 일컬을 기존의 다른 태그가 스팀 내에 없을 때 포괄해주는 분류 항목으로서 가장 일차적인 목적을 성취하는 듯 보인다. 양식과 플레이, 그리고 의지 ‘양식화된’이 그저 기존 분류에 담기지 않는 게임들을 위한 잔여 항목들의 모음집으로서 형성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 ‘기타 등등’들의 구심점으로 ‘양식화’라는 키워드가 선택되었어야 했던 이유엔 아직 더 파고들 구석이 남아 있는 듯하다. 어째서 태그 체계는 사실주의를 기준으로 삼아 그 나머지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양식화된’의 구도를 빌려와 분류 범주를 구성해야 했을까? 바꿔 말하자면, 어째서 게임은 하나의 양식과 나머지 양식으로 망라되어야 했으며, 양식이 이 모든 걸 나누는 윤곽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러니까 왜, 태그 분류 체계 안에 ‘양식화된’은 있는데 ‘내용화된’은 없는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먼저 태그 범주가 어떻게 양식과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스팀 내 태그들엔 ‘장르’, ‘하위 장르’, ‘비주얼 및 관점’, ‘테마 및 분위기’, ‘특징’이라는 상위 대분류가 있어 각 범주들을 또 한 차례 나눠 담고 있는데, 예를 들어 ‘양식화된’은 ‘비주얼 및 관점’에 속한다. 그뿐 아니라 시청각적 미학의 양식은 거의 ‘비주얼 및 관점’에 속하고 스토리나 주제의 내용적 특징은 주로 ‘테마 및 분위기’를 구성한다. 문제는 에코 포인트 노바에서 ‘스타일리쉬’하게 구사되는 액션, 즉 플레이 형식 같은 경우에 ‘장르’와 ‘하위 장르’를 오롯이 독차지하면서도 ‘비주얼 및 관점’과 ‘테마 및 분위기’, 그리고 ‘특징’에도 섞여 들어가 있어, 분류 체계 안에서 양식과도 혼재하고 내용과도 범주를 같이 쓴다는 것이다. ‘귀여운’이라는 미적 양식과 ‘1인칭’이라는 플레이 형식이 ‘비주얼 및 관점’ 아래 함께 들어가 있고, ‘포스트아포칼립스’나 ‘감정적인’이란 주제적 성질과 ‘낚시’나 ‘암살’의 플레이 형식이 ‘테마 및 분위기’ 아래 같이 속한다. ‘특징’은 오히려 또 다시 ‘장르’들처럼 플레이 형식 위주의 범주이지만 ‘PvP’와 ‘퍼마 데스’ 사이에 ‘풍부한 스토리’가 끼어 있다. 결국 플레이 형식은 태그를 양식과 내용으로 분류할 수 없도록 그 구분을 흐리는 주범이다. 그리고 게임 측에서 제공하는 플레이 형식에 더해 플레이어가 취하는 플레이 방식, 다시 말해 소위 ‘플레이스타일’이라 불리는 작품 향유 양식까지 고려하면 분류는 더욱 요원해진다. RPG 게임 등에서 가능한 한 모든 선택지를 보거나 최선의 선택지를 얻기 위해 세이브 파일 저장과 불러오기를 반복하는 ‘세이브 스커밍 (save scumming)’은 플레이어가 내용과 관계하는 방식을 일컫고, FPS 게임에서 컨트롤러를 흔들며 조준해 반동을 조절하는 ‘지터 에임 (jitter aim)’은 형식과 관계하는 방식을 말하지만 둘 모두 플레이스타일에 속한다. 예술 작품 자체가 본래 “경험하는 사람의 협력에 크게 의존”하지만, 그중에서도 독자를 더 가까이, 깊게 끌고 들어오는 게임이란 갈래에서 그 협력의 양식이 플레이어에게 수용되는 내용에든 양식에든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명백하다 [11] . 실로, ‘테마 및 분위기’ 아래 있는 ‘공포’, ‘귀여운’, ‘유머’ 등 정동을 중심으로 한 태그들은 게임에서뿐 아니라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양식을 기술할 때도 사용될 수 있고 내용을 수식할 수도 있는 단어들이다. ‘양식이 두드러지는 게임’들, 그러니까 <펜티먼트>, <슬러지 라이프>, <에코 포인트 노바>의 ‘양식화된’ 삼총사든, <울트라킬>, <멈추지 마, 걸리팝!>, <스프롤>의 ‘복고풍’ 삼총사든, “직접적이고 실용적이고 무감한 표현이나 존재에서 벗어난 특질”을 첨예하게 구성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들이 특별히 다른 게임에 비해 “주제와 형식 사이에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구분을” 지으며 내용을 경시하거나 도구화하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 작품들 내에서 “스타일과 주제가 서로 대척”하긴커녕, 양식과 내용은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상승시키며 “조화”를 이루고, 근본적으로 자신들 사이의 “굳이 필요하지 않은 구분”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최종적으로 묶는 건 ‘플레이’라는 기제다. 애초부터 게임을 다른 예술 장르와 구분하며, 기타 예술이 동경해 마지않는 그 궁극의 관객 참여 장치 말이다. 게임의 모든 예술적 요소들은 놀이라는 게임의 본색에 전적으로 징용된다. 그러니 플레이라는 대의 아래 양식이든 내용이든 나눠 봤자 하등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양식과 내용의 구별이 그렇게나 의미가 없다면, 왜 제3의 명칭이 아닌 ‘양식’이 아직도 태그의 이름에 포함되어 있는가? “스타일이 곧 예술”이라면, 플레이는 그 양식이 본격적으로 향유되어 작동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플레이 또한 그만의 고유한 양식을 갖는다. 게임에서 양식과 플레이는 서로가 서로를 작동시키고, 서로가 서로의 필요 조건인, 같은 진실의 두 화신 데미우르고스 [12] 다. 이 둘 모두를 발생시키는 공통된 진리는 바로 의지이다. “예술은 의지를 구현하고, 또 자극하거나 일깨우는 사물이나 공연이다. 예술가의 관점에서 보면 예술은 의지를 구현하는 것이며, 관객의 관점에서는 의지를 구현할 가상의 배경을 창조하는 것이다. [13] ” 양식은 의지가 발현되는 그 모습을 일컫는 것이지만, 게임에서 양식은 플레이라는 관객과 작품 간 상호작용에서 마침내 현현하고, 또 플레이가 자신의 양식을 가짐으로써 분리할 수 없는 영혼을 구성한다. 그리고 모든 예술이 “관객의 관점에서는 의지를 구현할 가상의 배경을 창조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일컬을 뚜렷하고 자연스러운 이름이 없어 ‘관객 참여형’과 같은 부자연스러운 접두사의 이식을 필요로 하는 반면, 게임은 플레이를 본원적으로 내재한다. “스타일은 예술 작품에서 결정의 원칙이자 예술가의 의지를 드러내는 특징적 표식이다. [14] ” 게임의 플레이에선 개발자의 의지뿐 아니라 플레이어의 의지도 춤을 추며, 플레이스타일은 그 춤선을 일컫는다. 그러니, 양식과 내용 모두 게임에서 플레이에 복무함에도 양식이 갖는 동등한 협업자적 위치와 내용의 순수한 기능적 위치는 다르다. “예술에서 ‘내용’이란 본질적으로 형식적 인 변형 과정에 의식을 끌어들이는 구실이며, 목적이자 미끼다. [15] ” 이 지점에서 내용과 양식 중 후자만이 그 두드러짐의 이름을 태그 분류 속에서 따로 얻게 된 연유는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사실주의에 많은 환상이 덮어 띄워져 있다 하더라도, 그 사실주의조차 여전히 하나의 양식으로서 내용에 비해선 예술의 본질에 가까운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쾌감이 예술 작품의 유일하게 타당한 목적이며 그 자체로 충분히 정당화된다”면 게임에서 플레이는 그 쾌의 발생을 일컫고, 양식은 쾌가 발생되는 형태와 배경을 아우르는 관념이다 [16] . 그리고 내용은 양식에 속하는 한 부품에 불과하다. 만일 태그에 ‘내용이 두드러지는’ 게임을 담는 항목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양식화된’ 아래 하위 범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변화하는 미적 경험의 현장으로서 ‘양식화된’ ‘양식화된’의 정체를 추적하기 위해 손택의 지도를 따라간 자리엔, 우리가 ‘좋은 게임’이라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도 자리한 듯하다. 우리가 훌륭한 양식이라 부르는 것은 쾌를 탁월하게 제공하는 것이며, 게임에서 양식을 호명해야 했던 이유도 쾌 창출의 배경을 뛰어나게 구성하는 작품을 검색할 수 있어야 하는 필요에 의해서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좋은 게임은 어디까지나 쾌를 잘 주는, 재미있는 게임인 것이다. 예술이 그렇듯이. “세상은 궁극적으로 미적 현상이다. [17] ” 태그 체계의 작동은 재밌는 게임, 좋은 게임을 찾기 위한 플레이어들의 십시일반 노력이다. “작품이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지각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된다. 반복을 인식해야만 예술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18] ” 이런 면에서 시청각적 양식을 넘어 향유 양식까지 모든 양식에 이름을 붙이는 태그 체계는 제품으로서 게임을 구매하기 위한 방법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작품의 패턴을 따라 그 궤적을 그리고자 하는 향유자의 태도를 나타낸다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명백하겠지만, 모든 태그는 각각이 곧 양식이다). 태그 체계는 때로 임의성이라는 예측 불능의 부산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것은 향유자들이 자신의 감상을 기록하고 또 다른 잠재적 향유자에게 공유하는 이 미적 경험의 최전선이 얼마만큼의 열정과 혼돈을 (이 둘도 상호불가결하다) 품고 있는지 드러내는 지표일 뿐이다. 또 태그 체계가 스팀 측에서 제공한 장치임에도 각 항목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 또한, 사용자 책임 전가를 넘어, 결코 고정되는 일 없이 계속되는 과정인 열렬한 미적 경험의 한 양태였던 것이다. ‘양식화된’ 아래 게임들은 언제든지 자기 양식의 이름을 얻어 이사 나갈 수 있다. 어디까지나 ‘양식화된’은 당장 갈 곳 없는 게임들을 위한 임시 거처이니 말이다. <크루얼티 스쿼드 (Cruelty Squad)>, <마마의 잠든 천사들 (Mama‘s Sleeping Angels)>, <잼는 라쿤 게임 (Funi Raccoon Game)> 등 2020년대에 폭발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이 ‘눈 아프고 머리 아프고 정신 없는’, ‘추함’의 미학을 선보이는 게임들은 지금은 그 미학을 일컬을 이름이 없지만 이렇게 점점 그 흐름을 쌓아나가다 보면 이름을 얻게 되는 것도 눈 깜짝할 사이이리라. 하지만 그들이 성장해 독립한다 해도 ‘양식화된’이란 집은 그 이후의 또 다른 이단아들과 새로운 흐름의 탄생을 위한 경계 공간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결국 ‘양식화된’은 사실주의의 단순한 안티 테제를 넘어, 게임이란 예술의 유동성을 대표하는 태그라 할 수 있다. [1] 수전 손택, 『해석에 반하여』 (서울: 윌북, 2025), 62쪽. [2] https://store.steampowered.com/tag/steam/?l=koreana [3] https://80.lv/articles/realistic-vs-stylized-technique-overview [4] 수전 손택, 『해석에 반하여』, 42쪽. [5] 위의 책, 56쪽. [6] 위의 책, 67쪽. [7] 위의 책, 58쪽. [8] 위의 책, 42쪽. [9] 위의 책, 63쪽. [10] 위의 책, 44쪽. [11] 위의 책, 46쪽. [12] 데미우르고스는 본래 유일신 신앙인 기독교에서 갈라져 나온 한 분파, 즉 영지주의에서 그 신의 또 다른 현현을 일컫는다. [13] 위의 책, 60쪽. [14] 위의 책, 61쪽. [15] 위의 책, 51쪽. [16] 위의 책, 57쪽. [17] 위의 책, 55쪽. [18] 위의 책, 65쪽.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영이 폭력과 고통, 분열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쓴다. 『정서 지도 그리기』, 『밑 빠진 독(毒)에 물 붓기』, 『월간 종이』 등을 제작하고 연극 <오페라 샬로트로니크>, <벼개가 된 사나히> 드라마터지를 맡았다. 『호르몬 일지』와 『게임 코러스』를 썼고, 『미친, 사랑의 노래』를 함께 썼다.

  • 오락실 시대의 대표주자 대전격투 게임, 어떻게 변해왔나

    2000년대 이후 대전격투게임에 초점을 맞춰, 사반세기 동안 대전격투게임과 그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대전격투게임의 주요 변화 양상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무엇이고, 그것이 게임 플레이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역사적 맥락, 산업 구조, 기술 변화, 문화 수용 등의 차원을 고려한다. < Back 오락실 시대의 대표주자 대전격투 게임, 어떻게 변해왔나 23 GG Vol. 25. 4. 10. 21세기 사반세기의 대전격투게임 대전격투게임(fighting game)은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컴퓨터나 다른 플레이어를 상대로 싸우는 류의 게임을 말한다. 체스나 장기처럼 추상화되지 않고, 캐릭터끼리 직접 몸을 맞대 치고박는 원초적인 싸움 형태를 취함으로써 플레이어들에게 강한 자극을 주는 장르이기도 하다. 정확하진 않지만, 보통 1976년 세가에서 아케이드용으로 출시했던 <헤비급 챔프(Heavyweight Champ)>를 대전격투게임의 기원으로 꼽는다. 1:1 대결이라고는 해도 복싱시합에 국한돼 있었던 데다 스틱과 버튼도 사용하지 않아 지금과 같은 의미의 대전격투게임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흑백으로 그려진 두 명의 복서를 글러브 모양의 컨트롤러로 움직이며 펀치를 날리는 방식을 취하는 등 대전격투게임의 기본적 형태를 지녔다고는 할 수 있다. 이후 다양한 대전격투게임이 등장했지만, 대전격투게임이라는 장르를 확립한 대표적인 게임은 <스트리트 파이터 2(Street Fighter 2, 1991)>였다. 마치 영화나 만화의 세계를 그대로 게임으로 만든 듯한 연출과, 특수한 커맨드 입력을 통한 기술 시전이라는 신선한 조작방식에 더해,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승부내기를 권장하는 게임 디자인은 많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강한 흥미를 유발시켰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그야말로 엄청난 히트 이후 1990년대 초중반까지 대전격투게임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아랑전설(Fatal Fury, 1991)>, <버추어 파이터(Virtua Fighter, 1993)>, <킹 오브 파이터(The King of Fighters, 1994)>, <철권(Tekken, 1994)>을 비롯해 굉장히 많은 수의 대전격투게임이 발매됐다. 1990년대 게임문화 전반의 흐름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던 장르였고, 아케이드뿐 아니라 콘솔과 같은 플랫폼으로도 수많은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조금씩 대전격투게임 붐이 사그러들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는 마니아들 중심으로 플레이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스테디셀러 장르가 되어 AAA급 게임부터 인디게임에 이르기까지 매년 대전격투게임이 꾸준히 발매되고 있고, 특히 북미와 일본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2000년대 이후 대전격투게임에 초점을 맞춰, 사반세기 동안 대전격투게임과 그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대전격투게임의 주요 변화 양상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무엇이고, 그것이 게임 플레이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역사적 맥락, 산업 구조, 기술 변화, 문화 수용 등의 차원을 고려한다. 변화의 배경 구체적인 변화 양상을 논의하기에 앞서, 그 변화를 추동한 요인들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기술적 혁신과 플랫폼의 전환, 그리고 온라인화와 네트워크 대전의 부상이 대표적이다. 첫째, 기술적 혁신과 플랫폼의 전환이다. 2000년대 초반 가정용 콘솔과 PC의 기술적 발전은 대전격투게임 환경에 극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2(PlayStation 2)와 Xbox의 등장은 아케이드에서 콘솔 중심으로의 본격적인 이동을 촉진했으며, PC방 문화의 안착은 대전격투게임 플레이 무대 중심을 바꿔놓았다. 고해상도의 그래픽, 향상된 프레임 속도 등 기술적인 발전은 플레이어들에게 아케이드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몰입감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은 아케이드 산업의 쇠퇴와도 관련 맺는다. 이와는 별개로 ‘바다이야기 사태’와 같은 사건으로 인해 이 시기 한국에서 아케이드의 위상이 급격히 하락하게 된 측면도 있다. 이는 대전격투게임 플레이어의 감소를 야기하는 한편, 가정 내에서의 게임 환경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계기로 작용했다. 둘째, 온라인화와 네트워크 대전의 부상이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 확대와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은 대전격투게임의 플레이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온라인 대전 기능은 지리적 한계를 없애고 글로벌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Xbox 라이브(Xbox Live)와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layStation Network) 같은 플랫폼은 온라인 대전 환경을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온라인화는 단순한 환경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격투게임에서 중요한 심리전과 반응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롤백 넷코드(rollback netcode)와 같은 기술이 도입되었으며, 이는 보다 원활한 대전 환경을 제공하고 경쟁을 더욱 심화시켰다. 랭킹 시스템의 확립으로 경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플레이어들 간의 실력 격차를 더욱 명확히 드러내면서 숙련된 소수의 ‘고인물’ 문화 형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변화의 양상들 기술 변화와 온라인화를 중심으로 대전격투게임은 사반세기 동안 여러 측면으로 변모해왔다. 첫째, 2D에서 3D 그래픽 중심으로 이동한 듯 보였던 대전격투게임 트렌드 속에서, 다시 2D 스타일이 부활하는 움직임이 발견된다. 2000년대 초 대전격투게임은 하드웨어의 발전과 함께 본격적인 3D 그래픽 기반으로 전환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철권>, <버추어 파이터>, <데드 오어 얼라이브(Dead or Alive)> 시리즈로, 이들은 다면체 기반의 입체적 전장과 움직임을 제공하면서 시각적 현실감을 극대화하였다. 동시에 2D 기반 대전격투게임들은 조금씩 비인기 타이틀로 밀려났다. <스트리트 파이터 3: 3rd 스트라이크(Street Fighter III: 3rd Strike, 1999)와 같은 2D 고전 명작들도 복잡한 메커니즘과 고난이도 탓에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8년 <스트리트 파이터 4>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이 게임은 3D 모델링 기술을 사용하되 2D 게임 플레이를 유지하는 ‘2.5D’ 방식으로, 전통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포섭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과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새로운 플레이어층도 유입시키는 전략이었다. 이후 <길티 기어 Xrd(Guilty Gear Xrd, 2013)>는 셀셰이디드 렌더링(cel shaded rendering) 기법을 통해 3D 모델로 2D 애니메이션과 같은 비주얼을 구현하여 비평적 호평과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두었으며, <드래곤 볼 파이터 Z(Dragon Ball Fighter Z, 2018)>는 애니메이션 IP를 기반으로 동일 기술을 적용해 폭넓은 플레이어 층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적·미학적 변화에 대한 고려는 3D에서 2D로의 단순 복고가 아니라, 시각 스타일과 게임 플레이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 글로벌 시장 전략과 캐릭터 다양성의 강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전격투게임 캐릭터의 재현은 스테레오 타입의 단순 반복에 가까웠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대전격투게임 제작사들은 캐릭터들의 다양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철권 7(2017)>은 샤힌(사우디), 조시(필리핀), 라르스(스웨덴), 리로이(흑인 무술가) 등의 캐릭터를 도입하였고, 현지 언어(아랍어, 타갈로그어 등)를 사용하는 음성 연출도 탑재했다. 이는 외양적 다양성만이 아니라, 문화적 리얼리즘 구현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의미한다. 또한 캐릭터 성별과 체형의 다양성, 성격과 배경의 서사성도 중요해졌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마농(프랑스 여성 유도 선수), <길티 기어 스트라이브(Guilty Gear Strive, 2021)>의 브리짓(트랜스젠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V(The King of Fighters XV, 2022)>의 돌로레스(흑인 여성 샤먼) 등은 기존 남성 중심, 체격 중심의 캐릭터 구성을 넘어서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시장 다변화 전략과 맞물리며, 문화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게임산업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이처럼 대전격투게임은 다문화적 접점으로 기능하는 장르로 변모하고 있다. 셋째, 싱글플레이 요소와 RPG적 시스템의 결합이다. 대전격투게임의 본질은 PvP 대결이지만, 플레이어층 확대를 위해 PvE 콘텐츠와 싱글플레이 요소가 강화되는 경향도 보인다. 대표적인 예는 <모탈 컴뱃(Mortal Kombat)> 시리즈의 시네마틱 스토리 모드다. 단순한 컷씬 삽입을 넘어, 할리우드식 내러티브 구조를 도입함으로써 기존 대전격투게임에 새로움을 더했다. 2023년 출시된 <스트리트 파이터 6>의 월드 투어 모드는 더 나아가 오픈월드 탐색, NPC 대전, 캐릭터 육성 시스템 등을 통합한 RPG형 콘텐츠를 구현하였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대전격투게임은 대전 외적인 플레이 구조에서도 기술 습득의 서사화, 성장의 게임 플레이화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또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장비 아이템, 스탯 강화 등 RPG 요소는 기존 대전격투게임의 단순반복성을 완화하며, 플레이어의 새로운 정체성 형성 및 몰입 강화 기능을 수행한다. 대전격투게임이 경쟁 중심 장르에서 경쟁과 모험이 함께하는 장르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로의 이행이다. 대전격투게임의 온라인화는 게임 플레이 방식뿐 아니라 커뮤니티 성격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아케이드게임장 중심의 직접적인 대면 교류는 온라인 포럼, 소셜 미디어, 스트리밍 플랫폼과 같은 비대면 커뮤니티로 대체되었다. 이 변화는 커뮤니티의 글로벌화와 함께 플레이어 간 정보·전략 공유를 급격히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장은, 숙련된 플레이어 중심의 폐쇄적인 문화가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특정 기술과 전략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와 공유가 이루어지는 반면, 신규 플레이어들에게는 다소 배타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전체 플레이어층의 확장보다는 특정 그룹의 전문화가 더욱 강조되는 현상을 초래했다. 다섯째, e스포츠의 부상과 글로벌 경쟁문화 확산이다. 2000년대 들어 대전격투게임이 겪은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e스포츠화의 급격한 발전이다. EVO(Evolution Championship Series)와 같은 글로벌 대회가 본격화되면서, 대전격투게임은 전문성을 요구로 하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 플레이어가 등장하고 스폰서십과 프로리그가 활성화되었고, 이는 게임의 기술적이고 전략적인 수준을 극도로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e스포츠의 발전은 격투게임의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플레이어를 유입시키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경쟁 환경으로 인해 일반 플레이어와 전문 선수 사이의 간극을 넓히는 문제점도 함께 발생시켰다. 여섯째, 인디 개발자의 실험적 다양성 추구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스팀(Steam)’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유통 플랫폼의 확산과 유니티(Unity),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등과 같은 개발 툴의 민주화로 인해 인디게임 씬의 대전격투 장르로의 진입이 활발해졌다. 랩 제로 게임즈(Lab Zero Games)의 <스컬걸즈(Skullgirls, 2012)는 여성 중심 캐릭터, 복고풍 애니메이션 스타일, 커뮤니티 중심 업데이트 구조로 대전격투 장르의 실험성과 다양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인디 팀 마네6(Mane6)에서 개발한 <뎀스 파이팅 허드(Them’s Fightin’ Herds, 2020)>는 원래 <마이 리틀 포니(My Little Pony)> 팬 게임으로 시작해 독자 IP로 전환된 사례로, 비주류 미학과 대중성의 융합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인디 대전격투게임들은 기술적 실험, 표현 양식의 다양화, 커뮤니티 참여 모델의 구현 등을 가능케 했으며, 기존 주류 대전격투게임의 방향에도 일정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인디 개발자들은 커스터마이징, 모드 지원, 공개 개발 등의 방식을 통해 개방형 게임문화를 격투게임에 도입한 주체로도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의 사반세기 지난 25년 동안 대전격투게임의 변화는 기술 혁신과 온라인화의 토대 하에, 2D 스타일의 부활, 글로벌 시장 전략과 캐릭터 다양성의 강화, 싱글플레이 요소와 RPG적 시스템의 결합,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로의 이행, e스포츠의 부상과 글로벌 경쟁문화 확산, 인디 개발자의 실험적 다양성 추구 등 다양한 축에서 이뤄져 왔다. 이러한 변화는 대전격투게임의 대중화와 전문화를 동시에 만들어내면서 복잡한 문화적 현상으로 이어졌다. 앞으로의 대전격투게임은 기술 발전과 플레이어 문화의 상호작용 속에서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제를 계속 안고 나아갈 것이다. 대전격투게임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규 플레이어 유입을 촉진하고, 동시에 숙련된 플레이어를 위한 깊이 있는 경험을 유지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청된다. 물론 둘 간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게임 디자인 차원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초보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복잡한 입력 없이도 주요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끔 조작체계를 단순화한다거나,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IP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성을 강화한다거나, e스포츠 이벤트와 스트리밍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장르 인지도를 높이거나, 기존의 플랫폼 제한을 넘어 여러 플랫폼(PC-콘솔-모바일 등)에서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하게 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동시에 숙련된 플레이어들이 요구하는 깊이와 전략성까지 유지하려는 균형 잡힌 디자인을 추구함은 물론이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숙련된 플레이어와 신규 플레이어 간의 실력 간극이 완전히 좁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의 25년 동안 대전격투게임이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똑같이 즐기는 장르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만하다. Tags: 대전격투게임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강신규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게임, 방송, 만화, 팬덤 등 미디어/문화에 대해 연구한다. 저서로 <흔들리는 팬덤: 놀이에서 노동으로, 현실에서 가상으로>(2024), <서브컬처 비평>(2020), <아이피, 모든 이야기의 시작>(2021, 공저), <서드 라이프: 기술혁명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2020, 공저), <게임의 이론: 놀이에서 디지털게임까지>(2019, 공저) 등이, 논문으로 ‘<체인소 맨>의 한국적 수용과 문화적 증폭’(2026), ‘극사실주의의 게임적 재구성: <나는 SOLO>의 상호/텍스트성과 수용구조’(2026), ‘이기지 않아도 재미있다: 부모-자녀 게임 플레이의 사회성과 행위성, 그리고 분투형 플레이’(2024),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는 팬덤: 아이돌 팬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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