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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제너레이션 GG

    < Back GG Vol. Tags: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시간의 오카리나, 하이랄 히스토리아, 미야모토 시게루, 아오누마 에이지, 후지바야시 히데마로, 게임 프랜차이즈, 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 Nintendo, Video Game History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 <바이페즈(双相)>와 게임의 신체화

    2022년 11월 중순, 랩시드(西山居SEED实验室, 시산쥐SEED실험실)에서 인큐베이팅한 중국산 공익게임 <바이페즈>가 정식 출시됨으로써, 국내 최초 게임 형식으로 양극성 장애[역주: 조울증]를 다룬 게임이 됐다.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질환인 양극성 장애는 전 세계에 약 6천만 명의 환자가 있다. < Back <바이페즈(双相)>와 게임의 신체화 13 GG Vol. 23. 8. 10. 2022년 11월 중순, 랩시드(西山居SEED实验室, 시산쥐SEED실험실)에서 인큐베이팅한 중국산 공익게임 <바이페즈>가 정식 출시됨으로써, 국내 최초 게임 형식으로 양극성 장애[역주: 조울증]를 다룬 게임이 됐다.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질환인 양극성 장애는 전 세계에 약 6천만 명의 환자가 있다. <바이페즈>는 수평 액션의 2D 플랫폼 점프게임이다. 게임이 처음 시작되면 다양한 액션 규칙을 통해 플레이어가 백색 피에로를 컨트롤해 빨간색과 검정색이 교차한 블록과 기호 사이를 점프할 수 있도록 한다. 레벨을 통과하려면 플레이어는 태양과 유사한 백색의 기하도형을 터치해야 한다. 이 게임의 플레이 메커니즘은 1990년대 ‘소패왕 학습기(小霸王学习机)’[역주: 1980년대 말, 재미 화인기업가가 창립한 소패왕문화발전유한공사(小霸王文化发展有限公司)에서 만든 컴퓨터 학습도구] 카세트(팩)에서 볼 수 있었던 < 콘트라(魂斗罗)> 나 < 모험섬(冒险岛)> , < 슈퍼마리오> 등 평범한 오락게임을 연상시키지만, <바이페즈>의 플레이는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구체적인 인지를 통해 양극성 장애의 기본 증상인 조증 위주의 조울증을 번갈아가며 경험할 수 있다. 필자 역시 게임을 하는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더 많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조울증 환자였던 필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다양한 치료를 받은 후에야 서서히 정신 상태가 개선된 경험을 한 바 있다. 정신장애 : 게임의 신체화 게임 디자인의 관점에서 볼 때, 이와 같은 양극성 장애의 게임 체험은 ‘스크린 안쪽에 표시되는 가상의 신체를 가진 캐릭터’와 ‘스크린 바깥에 구성된 물리적 신체를 가진 플레이어' 1) 사이의 관계 간극을 인위적으로 강화함으로써 게임의 말단 설계에서 실현된다. 캐릭터와 플레이어의 두 가지 ‘나’ 사이엔 ‘은폐된 비대칭성’이 존재하며, 게임 플레이의 메커니즘은 일시적이나마 이 둘의 동일화와 주체 전환시 발생하는 현기증의 인지를 온 힘을 다 해 완성하고자 한다. 나아가 플레이어의 실제 공간과 게임의 3D 공간이 스크린 공간(screen space)에 겹쳐지면서 게임의 시점이 분산되고, 플레이어는 자신의 주체성을 의식하지 않은 채 복수의 캐릭터들의 미션 시점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현대 정신병리학 이론에 따르면 게임은 본질적으로 정신분열증 증상으로 플레이어가 여러 인칭과 시각, 주체 사이를 반복적으로 넘나들고, 상징화된 게임세계는 진정한 깊이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스스로 깊이 있는 체험을 복구해야만 한다. 게임이 만드는 신체화(somatization)는 자기 인지의 보완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보류된다. 게임은 시뮬레이션의 투사라는 측면에서 이미 주체를 분열시키는 구조이지만, 게임에서 조울증 환자의 감정을 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면식이론(acquaintance theory)’ 상의 ‘타자 마음의 문제(Problem of other minds)’를 더더욱 복잡하게 포함되기 때문이다. ‘타자 마음의 문제’의 핵심은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한 마음을 경험한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에 있다. 통속심리학에서는 두 유형의 방법론을 선호하는데, 추리추측을 통한 이론론(the theory theory)과 자신이 상대방의 시야에 있다고 가정하는 가장론(the simulation theory) 2) 이 그것이다. 스포츠 게임의 시뮬레이션(룰 기반, 세계 기반, 액션 기반 등)은 가장론의 방법론에 보다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가장론은 자신과 상대가 사용하는 사적인 감각이 정상적이고, 같은 언어에 의해 서로 통하고 표현될 수 있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신장애환자의 문제가 있다. 질환을 갖는 시기 동안 개인의 사적 감정은 분열되고 가변적이며, 불안정한 정신상태로 인해 표현력이 쇠퇴하거나 심지어 사라지는 증상을 보이게 된다. 일상생활에서도 신체의 증상화 징후가 형성된다. 즉, 장애의 문제가 심리적인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고, 신체적인 증상으로 대체되며, 정신적 수준의 피해와 고통이 억제되어 신체로 전이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증상은 낙인찍기의 심리화(psychologization)가 이뤄지는 사회환경에서 더 가혹하게 나타나고,신체 경험의 궤적도 더욱 강하게 형성된다. 3) 이렇게 하면 환자는 심리적 증상의 생리학적인 성분을 더 많이 인정하고, 심리적인 영향은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가장론의 인지적인 기초는 정신장애 환자가 타자 마음을 증명하는 것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고, 정상인은 환자의 경험이나 감정을 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정신장애를 소재로 한 여러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해야 하는지, 시청각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이론론의 방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타운 오브 라이트(The Town of Light)>에서 플레이어는 정신분열증 환자 르네(Renèe)의 안내를 받아 정신병원을 돌아다니며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고, 환각을 경험하며, 마지막에는 그녀와 함께 전두엽 절제술의 과정에 의해 각종 고통을 직접 맞닥뜨리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때로 게임은 상호작용을 통해 시청각적 감각을 강화하기도 한다. 게임 <에디스 핀치의 유산(What Remains of Edith Finch)> 속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는 루이스 핀치(Lewis Finch)는 해리 장애를 앓고 있는데, 편지를 읽을 때 플레이어는 루이스의 정신 상태를 모방함으로써 미로를 걷고 생선을 자르는 이중적인 행위를 수행해야 한다. <아웃 오브 핸즈(Out of Hands)>에선 정서 장애를 겪는 ‘나’의 육체가 무수히 많은 손들이 그러모은 모조품이 되어버리고, 플레이어가 수행하는 카드 게임은 다양한 부정적 정서와의 싸움이 된다. 하지만 <바이페즈>의 게임 설계는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내러티브를 포기하고 감정적인 독백을 통해 내러티브의 존재 가능성을 돌이켜 본다. 이 게임의 제작자 쉬루이샹(徐瑞翔)은 내러티브보다는 구조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고 말한다. 심지어 게임 데모 시연 당일에도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은 처음에 게임 메커니즘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바이페즈>는 조울증 환자의 신체화된 증상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기 위해 보다 가장론적인 접근 방식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스포츠 게임의 현실 세계 모방에 매우 가깝기도 하다. 하지만 고작 하나의 모방은 시청각적 경험에 기반하고, 다른 한 가지는 정신적인 감정에 기반한다. 이 두 모방은 시점이 동일하지 않은데, 마츠모토 켄타로은 이것이 1인칭 시각과 3인칭 햅틱을 결합한 것이라고 한다. <바이페즈>에서 빨간색과 검정색이 교차되는 시각은 조울증 환자의 1인칭 시점을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색상과 기호 블록 사이를 오가는 조작된 하얀 피에로의 햅틱은 3인칭이기 때문에, 결국 플레이어는 둘 간의 조율되지 않은 지각의 부조화를 회복할 방법이 없다. 플레이어는 분열 속에서 둘 사이의 지각 부조화를 고칠 수 없고, 그 분열 속에서 정신 부조화의 세계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된다. 그 때문에 이것은 일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더욱 고통스러운 신체화 게임 경험을 갖게 한다. 빨간색과 검정색의 교차 : 시각의 신체화 스포츠 게임이나 피지컬 게임이 아닌 게임의 경우, 신체화는 표현하기 어렵고 통증 연상을 통해서만 시청각적인 감각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하지만, 시청각 감각은 하나의 실험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정신장애를 겪는 환자의 눈에 비친 세상이 두 차례에 걸쳐 전환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감지하는 것이다. 에드바르드 뭉크(Edvard Munch)의 <절규>가 그 예시다. 이 작품은 불안장애 증세를 보이는 환자의 눈으로 바라본 왜곡된 세계만이 아니라, 불안장애 환자 자신의 모습도 담고 있다. 그 스스로 심각한 불안장애를 겪었던 뭉크는 모더니즘 하에서 소외된 이의 감정에 대한 공감대를 느끼기 위해 독립적이고 빙빙 도는 색채의 상호작용을 그렸다. <절규>에서 감상자는 타인의 눈에 비친 절규만이 아니라, 그림 속 인물의 절규에 영향을 받은 주변세계, 즉 1인칭 시점이 3인칭 시점으로 재조명되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정신장애인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심미적 주체로서 자아는 자기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동시에 ‘정상인’의 체험에 의해 비교하면서 바라보는 대상이 된다. 또, 만약 게임이 정신장애인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대로 재현한다면, 이와 같은 핍진성은 ‘정상인’의 체내에 잠복하고 있는 정신장애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바이페즈>는 반드시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바이페즈>에서 컨트롤하는 하얀색 피에로는 고도로 기하화(geometrization)된 캐릭터다. 플레이어는 이어지는 퍼즐 해석 속에서 그것이 양극성 장애를 앓는 ‘열여섯 여름의 그녀’라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하지만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이 어렵고, 오직 시청자의 관점에서만 캐릭터를 컨트롤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빨간색과 검정색이 교차되는 시각적 세계는 양극성 장애를 가진 사람의 눈에 보이는 1인칭 시점으로, 캐릭터가 바운스할 때마다 스크린이 빨간색과 검정색으로 색깔들이 점프한다. 바운스는 게임 플레이를 끝내기 위해 계속해서 수행해야 하는 동작이기 때문에 플레이어 눈의 게임 인터페이스는 빨간색과 검정색 전환이 수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인터레이스된다. 이 때문에 광과민성 간질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광과민성 간질의 신체화 증상은 조증 발작시의 증상과 일부 유사하며, 이는 양극성 증상 을 유발할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게임을 시작하는 화면에는 “양극성 장애가 있는 분은 게임 플레이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게임은 광과민증이 있는 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는 명시적 알림 메시지가 뜬다. 이 알림은 사실상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조울증 환자는 관찰의 대상이 되고, 그들/우리는 구경꾼들의 눈에 비친 세계가 진정으로 그들이 느끼는 그대로 인지 아닌지 느낄 수가 없다. 게임 속 여기저기에서 강렬한 생산 전환을 볼 수 있는데, 특히 해와 달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장면에서 더욱 그렇다. 붉은색 백야와 검정색의 밤이 과도기적인 전환 없이 나타나고, 시각 체험에 있어서도 심각한 불연속성(discontinuity)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잠은 사람들로 하여금 낮과 밤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양극성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수면만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각성 요법과 같은 어떤 의학 치료방식들은 수면 박탈이라는 방식을 통해 정서와 인지능력의 즉각적인 보상을 촉진하도록 설계됐다. 물론 수면 보상을 시행한 이후 재발 확률은 급격하게 증가한다. 4) 게임에서 하얀 피에로가 하는 하는 일은 빨간색 블록과 검정색 블록을 끊임없이 돌리면서 게임으로부터 탈출하거나 통과하는 것이다. 이는 치료의 한 형태이기도 한데, 수면 박탈, 리튬, 빛을 결합한 3중 생체시계 치료법(필자도 경험한 바 있음)이 게임에서 모두 표현되어 있다. 검정색은 수면 박탈, 리튬은 약물 복용, 빨간색은 빛을 강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얀 피에로는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하는데, 이는 수면을 박탈하면서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빛을 지속하는 방식으로 깨어 있는 것이다. 게임을 통과하기 위해 태양을 터치할 수 있는지 여부는 덜 중요해진다. 이 1인칭 시점은 게임의 3인칭 햅틱에 의해 끊임없이 상기되고 강화되어, 플레이어의 시야는 빨간색과 검정색의 시차적 변화, 바운스하는 동작의 시각적인 동선, 그리고 접점을 오가는 단조로운 경험이라는 3중 간섭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3중 간섭 하에서 하얀 피에로는 더 이상 조울증의 화신이 아니며, 대신 실시간 화면(screen of real time)에서 역동적인 빛의 한 지점이 된다. 5)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화면의 위계와 의학적인 관찰을 통해 새로운 시간적 감각을 얻게 된다. 이 때 전자(화면의 위계)는 레이더 추적 방식의 체험인데, 플레이어가 하얀 피에로를 컨트롤하는 것은 광선총(lightgun)을 사용해 광점을 추적하는 과정이 된다. 후자는 한계 뇌파의 동적인 궤적이 된다. 이와 동시에 체크포인트의 ‘왕복’과 ‘순환’에는 뇌파도계(encephalofluctuograph)와 유사한 구조가 대량으로 등장한다. 뇌전도나 뇌파도계는 모두 ‘정상인’이 정신이상자를 판단하는 척도 중 하나이기 때문에, 1인칭 시점으로 보이는 시각성은 더더욱 ‘과학적으로 관찰된’ 타자의 시야에 의해 사라져버리고, 조울증 환자는 게임 인터페이스에서 광점으로 소외된 채 남루하게 배치되어 탈출하는 것이 점점 더 험난해진다. 컨트롤의 불균형 : 감정의 신체화 “악의 문학적 표현양식" 6) 인 반복은 지옥 신화에서 연이어 묘사된 고통의 영구 형벌로 존재하며, 지옥은 언-오르트(Un-Ort)가 된 순환 공간이다. 또한 지옥 속의 개체는 신체화된 형벌의 대상이 된다. 사르트르는 희곡 <닫힌 방(Huis clos)>에서 실존주의적 해답을 제시한다. 그것은 곧 무한한 것(ad infinitum)의 모방으로 단조로움과 반복을 가져와, 그 속의 주체를 끊임없이(마치 업보를 태우는 불처럼) 불 태워버리는 느낌을 만든다. [역주: 원문의 业火(업화)는 불교 용어로, 죄인을 태우는 지옥불을 가리킨다.] 이와 같은 불타는 감각은 플레이어의 자의식을 괴롭히는 조증과 매우 유사하다. <바이페즈>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을 통해 하얀 피에로를 컨트롤하는데, 이 과정에서 3인칭 햅틱이 더해져 플레이어는 과잉 시각화(overvisual)의 평면에 현혹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를 강렬한 양극성 정서(특히, 조증 정서)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캐릭터가 아니라, 게임 속의 여러 반복 행동들이다. 이 게임의 메커니즘은 루트를 끝내는 것, 플레이 경험, 시야의 확산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감정의 신체화를 악화시키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되었다. 루트를 끝내는 과정에서 게임 프로세스엔 반복적인 작업들이 많이 나타난다. 제작자 쉬루이샹(徐瑞翔)에 따르면 이는 “양극성 장애가 재발하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것인데 (…) 이는 바로 외출을 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빙빙 돌기만 해야 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세 번째 스테이지가 시작되면 플레이어는 레벨을 완료하기 위해 메커니즘을 지렛대로 삼기 위해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반복해야 한다. 여섯번째 스테이지 이러한 경험이 더욱 두드러진다. 하얀 피에로는 촉발된 기관 여러 차례 중복해 통과해야 할 뿐만 아니라(전략 가이드를 참고한다는 전제 하에), 어떤 특수 장면에서는 능동적으로 추락해 게임 인터페이스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빨간색과 검정색 두 가지 색상으로 만들어진 파손된 통관 루트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중복(too repetitive) 메커니즘은 계속해서 플레이어들의 인내심을 낭비하고, 게임의 플레이가능성을 계속 희생시켜, 1인칭 시각성의 자극으로 불안과 무료함을 이중적으로 체험하는 걸 강화한다. 게임 체험에서 이러한 느낌은 더욱 확대된다. 스마트폰 컨트롤 인터페이스에서 이 게임의 조이스틱(摇杆) 체험성은 매우 엉망이다. 손이 시야를 일부 가리게 되어 터치 오류가 날 확률이 매우 높고, 이는 하얀 피에로가 스마트폰에서의 점프 컨트롤이 데스크탑에서보다 더 어렵도록 만든다. 이는 또한 캐릭터가 추락해 죽을 확률도 크게 높인다. 만약 기관을 반복해 오고가는 게 수평적인 불안의 체험이라면, 죽음이 거듭된 뒤 게임을 재개하는 것은 수직적인 불안 경험이 된다. 종횡으로 교차해 만들어진 불안의 장력은 끊임없이 플레이어의 시각과 청각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플레이어가 자신의 손가락 컨트롤에 대해 짜증을 느끼게 만든다. 게임 인터페이스는 색깔 블록 말고도 메커니즘이 작동할 때 움직임의 궤적을 바꾸는 대량의 선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선들은 신체 바깥에 있는 기호의 표본을 만드는데, 이는 하얀 피에로의 빨강-검정 색상 전환과 메커니즘이 촉발하는 컨트롤과 관련되어 글자들의 춤(written dance)을 만든다. 순수하게 물리적인 특성, 즉 비생명의 객체가 생명의 활력(élan vital)을 갖추는 방식으로 형성된다. 그런 다음 “업무 중 지령이 암시하는 억압의 정도에 따라 점차적으로 약화”된다. 7) 시청각적인 경험이든 컨트롤의 감각이든, 모두 게임의 신체화를 통해 정신장애의 신체화를 모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페즈> 플레이어의 지각은 여러 인칭들에 의해 분열되고, 동시에 투시체험은 여러 각도로 분리된다. 그래픽이 중첩되는 방식(즉, 4인칭 단수 시점) 8) 을 통해 각기 다른 카메라의 시선이 마치 뒤샹의 <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역주: Nude Descending a Staircase (No. 2)] 과 같은 어지러움에 도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은 하이퍼 시각화된 평면은 스크린 공간에 투사되어, 응시의 단일한 초점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인지조화가 이뤄진 ‘정상인’은 게임 도중 초점이 인터페이스의 도처를 조급하게 돌아다니게 되고, 이미 신체화된 양극성 정서장애 환자는 게임을 더욱 어려워 하게 된다. 내러티브 독해 : 결말의 신체화 게임 체험 말고도 <바이페즈>의 숨겨진 결말은 또 다른 의미로 신체화된 독해의 가능성을 제공하는데, 그것은 곧 전두엽이 절제된 미래이다. 게임 속에서 빨간색-검정색이 교차하는 것은 단순히 양극성의, 낮/밤이 교착된 이미지가 아니다. 게임의 다섯번째 스테이지 <미궁>에선 빨간색-검정색이 직접적으로 접점을 이루는 교착점의 조합이 바로 의약품인데, 이는 게임 플레이 영상에서 언급된 바 있는 리튬이다. 바꿔 말해, 또 다른 의미에서 플레이어는 스테이지를 통과하도록 캐릭터를 컨트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캐릭터에 의해 컨트롤당하고 있는 셈이다. 플레이어는 약을 복용하는 캐릭터가 가져다주는 보다 평평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두 개의 색깔만으로 이뤄져 있고, 구체성이 없으며, 도처에 함정과 추락으로 가득 찬 평평한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환각제(LSD)를 복용한 후 올더스 헉슬리(Aldous Leonard Huxley)는 <인식의 문>에서 가장 행복했던 경험이 바로 다양한 색깔들이 뒤엉킨 평면적인 세계를 체험한 것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게임이 말하고 있듯, 약물 치료는 사실 단지 정신질환을 일시적으로 보류할 뿐, 진정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9) 오랫동안 비판받아온 완치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은 바로 전두엽 절제술이다. “의사들은 가벼운 우울증과 불안증부터 조현병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두엽 절제술을 시행했다. 한마디로 그 당시 의료 전문가들은 전두엽 절제술을 ‘영혼을 위한 수술’이라고 여겼고, 가벼운 우울증부터 심각한 정신분열증까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0)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언제라도 추락할 수 있는 하얀 피에로(양극성 장애 환자)는 당연히 비정상적이다. 전두엽 절제술 이후 환자는 다시는 양극성 장애를 앓지 않지만, 완전히 순종적인 좀비가 되어버린다. 이 역시 ‘완치’의 결과일 수 있다. 많은 영화 및 TV프로그램들에서, 정신질환자의 경험을 심도 깊게 보여주는 작품일수록 결말은 점점 더 전두엽 절제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인다.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1971), <판의 미로(Pan's Labyrinth)>(2006), <서커 펀치(Sucker Punch)>(2011), <니하오, 미친놈(你好,疯子)>(2016) 등 모든 영화들이 그렇다. <바이페즈>에 대한 또 다른, 좀 더 자기 구속적인(self-imposed) 해석도 존재한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하얀 피에로의 치유를 돕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사실 하얀 피에로는 ‘전두엽 절제술’이 이뤄질 미래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하얀 피에로는 이 운명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데, 플레이어가 줄곧 피에로를 컨트롤하고 있고, 태양을 향해 그녀를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이다. (빨간색과 검정색이 중첩된 흰색은 전두엽 절제술이 이뤄질 테이블의 흰색 전등을 상징한다.) 피에로는 (철창 안에 갇힌 채)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자신이 완치되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미로에 갇힌 채) 적극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며, 심지어 (반복에 갇힌 채로) 다시 또 다시 이뤄지는 치료에 계속해서 협조한다. 하지만 플레이어(사회 또는 가족)는 결코 믿지 않고, 전과 다름없이 컨트롤하며 태양을 향해 컨트롤한다. 이렇게 해서 마지막에 피에로는 아홉번째 스테이지를 통과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에 나타나는 영상은 피에로가 플레이어에게 한걸음씩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2차원 이미지였던 피에로는 3차원의 주체적 사람이 되고는 “고생했어요”라고 말한다. 이는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하는 말이다. 왜냐하면 “이제부터는 더 이상 발병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아홉번째 스테이지의 숨겨진 결말은 플레이어가 하얀 피에로를 컨트롤해 태양이 없는 또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해석에 의해 뒷받침된다. 따라서 태양 뒤에 치유의 문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피에로가 전두엽 절제술을 받지 않고도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가능한데, 플레이어는 그 대가로 게임에 대한 길고 지루한 해설을 볼 수 없고, 하얀 피에로가 조울증 환자라는 사실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한병철은 정신질환의 치유가 본질적으로 일종의 살해라고 여긴다. 그것은 인간성을 죽이며, 그것을 통해 고도로 자기 훈련된 의식의 산업으로 되돌려 놓는다. 여기서 ‘정상인’으로서 우리는 ‘우애로운 빅브라더’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빅브라더)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자기 착취와 자기 계몽(Selbstauslechtung)을 통해 더더욱 원자화되도록 교도한다. “더 높은 생산성을 창출하기 위해 감정의 자본주의(Kapitalismus der Emotion)는 또 다른 형태의 노동(das Andere der Arbeit)인 게임을 배우게 됐다. 감정 자본주의는 일상과 일터를 모두 게임화(Gamifizierung)한다." 11) 어떤 면에서 <바이페즈> 역시 게임화의 산물인데, 게임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신체화된(소외된) 자아를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죽고 또 부활하는 게임적 리얼리즘(ゲーム的リアリズム)은 죽음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특히 모바일 체험이 엉망인 상황에서 그것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인상을 더욱 배가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소외의 경험은 플레이어를 감정 자본주의의 함정으로 돌아가게 하고, 그러한 경험들은 자기계발의 방식으로 게임을 완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빨간색과 검정색이 교차하는 게임 인터페이스를 비플레이어와 비캐릭터의 4인칭 관점에서 본다면,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이 영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에서 보여준 엇갈린 톱니바퀴가 다시 우리 앞에 떠오른다. 훈육 사회에서 집중 교정된(konzertierte Orthopädie) 화면들이 꼭 양극성 정신장애 환자의 세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느끼는 강한 조급증(emotionszustand)의 정서 상태는 양극성 장애 환자의 체험이 아니라, 개체로서의 존재의 흔적이다. 필자 주 1 ) 마츠모토 켄타로(松本健太郎), 「스포츠 게임의 구성 : 현실의 무엇을 모방하는가?」, 덩지안(邓剑) 번역, 천즈난(陈梓楠) 교정, 『게임 왕국의 보물을 탐험하다(探寻游戏王国里的宝藏)』, 상하이서점출판사(上海书店出版社), 2020. 12. 2 ) 이론론은 마음과 행동의 관계에 대한 일련의 이론들을 바탕으로 타인의 심리를 추측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내가 내 몸의 일부를 긁는 행위는 그 부분에 가려움을 느낀다는 신호라고 보면, 타인이 자신의 다리를 긁는 것이 다리가 가려운 상태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우리의 추리(reasoning)를 통해 이뤄진다. 가장론은 상대방의 위치(place)와 관점(perspective)에서 자신을 상상함으로써 행동을 예측하고, 가설을 세워 이를 테스트하는 등의 방식으로 행동을 해석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론론과 가장론은 모두 서로 다른 내용을 가진 다양한 구체적 주장을 포함하는 큰 부류의 이론틀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즈후(知乎)에 게시된 이 내용을 참고하라. 3 ) Karen Hanson. Social Origins of Distress and Disease: Depression, Neurasthenia, and Pain in Modern China by Arthur Kleinman. New Series, Vol. 1, No. 3, Obstetrics in the United States: Woman, Physician, and Society (Sep., 1987), pp. 343-345 4 ) Linda Geddes. Staying awake: the surprisingly effective way to treat depression. https://mosaicscience.com/story/staying-awake-surprisingly-effective-way-treat-depression/ 5 ) 레프 마노비치, 『뉴미디어의 언어(新媒体的语言)』, 구이저우인민출판사(贵州人民出版社), 2020. 6 ) 피터 앙드레 알터, 『악의 미학적 여정: 낭만적 읽기(恶的美学历程:一种浪漫主义解读)』, 닝잉(宁瑛)·왕더펑(王德峰)·종창성(钟长盛) 번역, 중앙편역출판사(中央编译出版社), 2014. 7 ) 클라우스 피아스, 『비디오 게임의 세계(电子游戏世界)』, 숑슈어(熊硕) 번역, 푸단대학출판사(复旦大学出版社), 2021. 8 ) 황원다(黄文达), 「제4인칭 단수: 영화 이미지의 자율성에 대하여(第四人称单数——论电影影像的自主性)」, 베이징전영학원학보(北京电影学院学报), 2010. 9 ) 올더스 헉슬리, 『지각의 문(众妙之门)』, 천창두어(陈苍多) 번역, 베이징옌산출판사(北京燕山出版社), 2016. 10 ) John Kuroski, 「The Twisted History Of The Widely Misunderstood Lobotomy」 https://allthatsinteresting.com/lobotomy-walter-freeman 11) 한병철, 『심리정치 -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문학과지성사, 2015. 필자가 참고한 중국어 번역본은 『精神政治学』, 관위홍(关玉红) 번역, 중신출판사(中信出版社), 2019.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단위안, 但愿 쓰촨사범대학(四川师范大学) 문학원 문예미학 박사. (활동가, 작가) 홍명교 활동가, 작가. 사회운동단체 플랫폼C에서 동아시아 국제연대와 사회운동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를 썼고, <신장위구르 디스토피아>와 <아이폰을 위해 죽다>(공역) 등을 번역했다.

  • 유능함만으로 정말 충분할 수 있을까 - 디스이즈 더 폴리스 2

    숙련-발전-번영이라는 전반적 흐름은 플레이어에게 미래의 상승곡선을 약속한다. 점차 일을 잘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상황이 나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디스 이즈 더 폴리스This is the Police>는 여기에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 Back 27 GG Vol. 25.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aein Park A gamer who searches games for inspiration in life. Keenly interested in analyzing the ways games convey their intentions and concepts.

  •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에 이렇게 진부한 요소들이- <승리의 여신: 니케>의 SF 세계관과 캐릭터 디자인의 충돌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는 2022년 11월 시프트업에서 제작하고 레벨 인피니트에서 서비스하는 FPS/TPS 모바일 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광고에서 이미 한차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2019년 처음 트레일러가 발표되었을 당시 캐릭터들의 섹슈얼한 디자인과 가슴과 엉덩이의 모핑(morphing)이 과도하게 부각된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화젯거리가 있었기 때문인지, 2022년 출시를 앞두고서도 미디어를 통한 광고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부각된 광고가 있었다. < Back 10 GG Vol. 23.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iyong Lee Earned a PhD on science fiction and now works in cultural and arts criticism—including SF criticism—and research in the field. Under the pretext of research, buys game consoles, amasses comics, and subscribes to every OTT service going.

  • 유능함만으로 정말 충분할 수 있을까 - 디스이즈 더 폴리스 2

    숙련-발전-번영이라는 전반적 흐름은 플레이어에게 미래의 상승곡선을 약속한다. 점차 일을 잘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상황이 나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디스 이즈 더 폴리스This is the Police>는 여기에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 Back 유능함만으로 정말 충분할 수 있을까 - 디스이즈 더 폴리스 2 27 GG Vol. 25. 12. 10. 유능함만으로 정말 충분할 수 있을까 아주 오래전, 노동이 진정 인간의 것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우리는 창조력과 주체성을 가지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로부터 노동이라는 행위를 스스로 찾아내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 손을 떠나게 된 노동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저 먹고살기 위해 피치 못하게 행하는, 지루하고 소모적인 근로로 전락했다. 게임, 특히 시뮬레이션 게임의 가장 큰 위업은, 마르크스가 말하는 노동 소외의 좌절을 벗어나 인간에게 다시금 창조력과 주체성을 가진 노동의 유희를 되찾아줬다는 것이다. 호모 루덴스는 온갖 분야를 망라하는 노동의 과정을 (심지어 본인의 돈을 주고) 쾌락으로 치환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를 가능케하는 주된 요인은 아무래도 성취감이다. 나의 노력과 노동을 통해 실제로 무언가가 이뤄진다는 감각.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가 덕담으로 쓰이는 우리의 현실은, 헌신이 보상받는다는 확신이 없는 사회,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 결국 자본뿐인 사회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는 다르다. 잘 설계된 안정적인 시스템은 우리가 노력한 만큼 보상으로 돌려준다. 자본일 수도, 사람과의 관계일 수도, 자원일 수도, 아니면 그저 만족감일 수도 있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근심 없이 살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임 속 현실에서는 예기치 못한 재난과 위기도 감당할 만한, 언젠가는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가능한 해프닝으로 만든다. 이 합리적이고 친절한 세계에서 우리는 성장의 기쁨을 맛본다. 게임이 제공하는 규칙에 익숙해지고, 능숙해진다. 가게를 경영하는 법, 농작물을 재배하는 법, 자동차를 조립하는 법, 화물을 국경 너머로 운송하는 법...... 규칙에 능숙하면 능숙할수록 달콤한 과실은 더욱 늘어난다. 숙련-발전-번영이라는 전반적 흐름은 플레이어에게 미래의 상승곡선을 약속한다. 점차 일을 잘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상황이 나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디스 이즈 더 폴리스This is the Police>는 여기에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어떤 배반적인 시뮬레이션 사실 시뮬레이션 게임에는 대단한 내러티브가 필요치 않다. 으레 (얼굴도 본 적 없는) 삼촌의 편지 한 통에서 시작하는 초보 사장의 하루하루는 그 자체로 게임의 내러티브가 된다. 어느 날은 매출이 좋을 수도 있고, 어느 날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운이 좋거나 실수를 연발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기복을 견딘 끝에 결국 폐업 직전의 허름한 가게가 크고 화려하게 변해가는 모습이야말로 드라마 자체다. 그러니 <디스 이즈 더 폴리스>를 시작할 때는 어떤 드라마를 기대해야겠는가? 부패한 시장에게 탄압을 받으며 6개월 뒤 해직을 앞둔 끈 떨어진 경찰서장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 주인공 잭이 자신의 퇴임을 직접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작품의 첫 장면이다.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잭 보이드의 스완 송이다. 그(플레이어)는 앞으로 180일간 헌신적으로 일한 뒤 해고될 것이고, 그 자리는 시장의 낙하산 친인척으로 채워질 것이다. 일에 애착을 가진 잭에게 이는 노후를 위한 즐거운 은퇴가 아니라, 정치적 패배이자 사회적 죽음이다. 직장부터 가정까지 노골적이고 적대적인 환경으로 둘러싸인 채 이러한 상황을 맞이한 잭에게, 많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발전적인 미래와 약속된 보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잭의 미래는 이미 내리막을 걷고 있고, 플레이어는 그의 ‘마지막 180일’을 함께하는 여정에 던져지며, 이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점진적인 성취와 번영이라는 확실성보다, 180일이 다 지났을 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더욱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한다. 180일이라는 시간 동안에는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매일매일이 규칙적인 일상의 연속성은 플레이 도중 여러 차례 고의로 깨진다. 다양한 사고로 수십일씩 공백을 겪은 뒤 돌아오면, 성실하게 꾸려왔던 경찰서가 또다시 엉망이 되어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런 불연속성 속에서 꾸준한 성과와 보상의 축적을 경험하긴 힘들다. 플레이어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시스템에 대한 자기 자신의 이해와 숙련도 뿐이며, 이 위기를 마치 새로운 캠페인을 플레이하는 경험처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디스 이즈 더 폴리스>가 보여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반복적인 불연속성은 꾸준하게 발전적인 미래를 그리며 나아가는 여타 시뮬레이션 게임의 내러티브에서는 잘 드러내지 않는 특성들이다. 그러나 이 특성들은 종국엔 <디스 이즈 더 폴리스>가 던지는 질문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제거한 뒤, 오직 믿을 구석이 플레이어 본인의 숙련도뿐이라고 했을 때, 이 숙련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능하게 무너지다 50만 달러. 180일 뒤 경찰서를 떠날 때 50만 달러를 들고나가는 것이 잭의 유일한 목표다. 하지만 그것도 생존해있을 때의 이야기다. 180일간 살아남아 50만 달러를 모으고 은퇴하기. 프리버그는 위험한 도시다. 세력을 다투는 마피아들과 제멋대로 구는 시장, 테러를 꿈꾸는 반정부 인사가 자의식을 마음껏 뽐내는 이곳에서, 처신을 잘못했다가는 부엌 창문을 뚫고 날아오는 총알에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경 속에서 50만 달러를 모으기 위해서는, 주어지는 봉급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디스 이스 더 폴리스>의 플레이는 근본적으로 경영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인력을 관리하고, 재정과 자원을 관리하고, 신고가 접수되면 경관을 파견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형사를 파견해 수사를 진두지휘한다. 아마 이렇게 하루를 열흘 정도 반복하다 보면, 이러한 ‘경영’이 대강 손에 익게 될 것이다. 새로 발생할 신고에 몇 명을 파견할지, 살인사건 형사 교대조를 어떻게 편성할지, 출동 타이밍을 어느 정도 잡아야 할지. 그러나 경영할 사업장이 ‘경찰서’요, 경영자가 ‘경찰서장’이라는 요소는, 이러한 경영 행위를 판단할 새로운 관점을 더해준다. 플레이어가 익숙해지는 또 다른 일상에는 부두에서 벌어지는 마피아 총격 신고를 고의로 무시하고, 압수한 장물을 처분해 현금을 빼돌리고, 특정 세력과 결탁해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는 일이 포함된다. * 신고뿐 아니라 다양한 세력의 요청에도 응답하는 것이 필수적인 업무가 된다. 경찰서장 시뮬레이터라는 이유로 플레이를 하면서 나의 양심과 공익성을 성찰할만하다는 이야기는 다소 고리타분한 지적이 아닐까? 그러나 한 도시의 치안과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지녔다는 롤플레잉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이 미묘한 아이러니는 분명 흥미로운 요소다. 사실상 이러한 (직업) 윤리적 해이가 선택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씩이라도 마피아의 범죄를 눈감아주지 않으면 사망해 게임이 끝날 수도 있다. 평화적인 시위를 ‘진압’하라는 시장의 명령을 거절하면 봉급이 깎이고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직원을 해고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잭의 생명과 서의 자원을 보호하며 슬기롭게 경찰서를 운영한다는 것은, 어느샌가 플레이어의 책상 위에서 마피아들은 협력업체, 시청은 끊임없이 비위를 맞춰야 하는 까탈스러운 후원자, 휘하 경관들은 사설 용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잭은 모두에게 존경받는 인물이다. 사람들은 그가 신뢰할만하며 정직한 경찰이라고 생각하고, 이 위험한 도시에 안전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모든 시민의 사랑을 받는 경찰서장 잭 보이드는, 이 180일 동안 경력에서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불가역적인 타락을 겪게 된다. 플레이어가 이 시스템에 적응할수록, 규칙을 잘 다루게 될수록, 효율적이고 능률적으로 일할수록 잭은 종국에는 청산되어야 할 부패의 엄연한 일부가 된다. 플레이어가 일을 잘하면 잘 할수록 작품의 내러티브는 필연적인 쇠락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부재로써 비로소 감각되는 것들 어떤 형태로든 노동을 경험해 봤거나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일잘러’를 꿈꾼다. 센스 있고, 스마트하고, 능률적이고, 빠르고, 그리고 어쩌면 융통성 있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런 현대인의 미덕은 무엇이든 간에 ‘원칙’이라는 단어와는 다소 어색한 관계가 된다. 센스 있게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원칙을 지키는데에 센스가 필요한가? 융통성 있게 원칙을 지킨다는 문장은 성립 가능한가? * 마지막 근무일의 잭은 하루동안 자신 없이 굴러가는 현장을 지켜볼 뿐이다. 작품의 규칙에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동안, 플레이어(잭)는 센스 있고, 스마트하고, 능률적이고, 빠르고, 융통성 있게 일을 해낸다. 그렇게 점차 ‘일잘러’가 되어갈수록, 잭(플레이어)은 경찰서장으로서의 원칙으로부터 눈을 감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능숙해진다. 그렇게 지위를 잃는 것도 모자라 도시의 가장 부패한 인물 중 하나가 되어, 젊고 신념 있는 신임 검사장의 타깃이 된다. 플레이어는 이 시뮬레이터를 플레이하면서 점차 성취를 쌓아가고 목표를 이뤄내는 여정이 아닌, 잭이 모든 것을 잃고 혼자 남겨질 때까지 삶의 내리막길을 걷는 여정을 함께한다. 시뮬레이션을 플레이하며 쌓아가는 노력을 배반하다 못해 거역하는 이 쇠락의 과정을 플레이어는 왜 즐기는가? 만약 잭이 영광스러운 승리의 결말을 맞더라도 지금과 같은 즐거움이 남을 수 있었을까? 마피아나 시청이 단순히 적대관계가 아닌 복잡한 이해관계로 설정된 정치적 지형의 형성은 시뮬레이션의 규칙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유용한 선택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이 규칙에 동의하고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발로 이 윤리적 타락의 구렁텅이에 걸어 들어가고 있음을 이해하며, 그 길의 끝에 점차 선명해지는 최후를 어느 정도 짐작해가고, 그 비릿함을 즐긴다.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플레이어는 원칙에서 멀어질 것을 요구받으면서 오히려 스스로에게 원칙이 있음을 감각해가는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여기서 이러한 질문이 유효해진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이머) 박해인 게임에서 삶의 영감을 탐색하는 게이머. 게임의 의도와 컨셉을 전달하는 방식들을 분석하는 데에 관심이 많습니다.

  • 고전 명작과 현대 테크놀로지의 해후: 『검은 신화 : 오공』과 중국 AAA게임의 상상

    2017년부터 중국 게임산업의 실제 매출은 확고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곧 중국 게임산업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AAA게임이야말로 한 나라의 게임산업의 종합적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게이머들에게 뼈아픈 점은 중국이 내내 자체적인 3A게임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관련된 시도조차 부족하다는 사실에 있다. 다시 말해, 상업적 성장 측면에서 중국 게임산업은 ‘최고의 시대’이지만, 문화예술과 창조성의 측면에서는 ‘최악의 시대’라는 것이다. < Back 고전 명작과 현대 테크놀로지의 해후: 『검은 신화 : 오공』과 중국 AAA게임의 상상 10 GG Vol. 23. 2. 10. 이 글의 중국어 원문은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pageNum=1&match=id:179 2017년부터 중국 게임산업의 실제 매출은 확고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곧 중국 게임산업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AAA게임이야말로 한 나라의 게임산업의 종합적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게이머들에게 뼈아픈 점은 중국이 내내 자체적인 3A게임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관련된 시도조차 부족하다는 사실에 있다. 다시 말해, 상업적 성장 측면에서 중국 게임산업은 ‘최고의 시대’이지만, 문화예술과 창조성의 측면에서는 ‘최악의 시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모든 것이 돈으로 향하는” 시대와 산업환경 속에서, 이름이 그리 알려지지 않은 『검은 신화 : 오공(黑神话:悟空)』(이하 ‘검은 신화’)는 2020년 8월 20일 영화 『서유기3(원제: 大话西游)』 속에서 “황금갑옷을 입고, 무지개빛 구름을 탄” 영웅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그것은 중국 게임업계 전체를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와 여론의 기대까지 불붙게 만들었다. 민족주의 정서의 고양 속에서 사람들은 고전문학 『서유기(西游记)』와 현대 테크놀로지인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의 ‘해후’가 최초의 위대한 중국 AAA게임을 만들어내길 꿈꾸고 있다. 현재, 『검은 신화』는 여전히 제작 중으로, 2024년 여름에 발매될 예정이다. 이 게임과 관련하여 인터넷상에는 총 9편의 영상이 공개됐다. 2020년 8월 20일에는 ① “최초 공개 시연 영상”이 공개됐고, 2021년 2월 9일엔 ② “신축년(辛丑年) 새해 맞이 영상”이, 2021년 8월 20일 ③ “언리얼엔진5 테스트 모음”, 2022년 1월 2일 ④ “호랑이의 해 맞이, 게임과학(游戏科学)에 관한 짧은 영상”이 게시됐고, 2022년 8월 20일에는 ⑤ “6분 테스트 : 에피소드”와 ⑥ “게임 삽입곡 「경계망(戒网, 지에왕)」, ⑦ “『검은 신화』 글로벌 프리미어 8분 테스트 플레이”이 업로드됐다. 그리고 2023년 1월 16일에는 ⑧ “게임과학 토끼해 신년 맞이 영상”이 공개됐다. ①~⑧ 영상들은 이 게임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으며, 파트너인 엔비디아(NVIDIA)가 내놓은 영상도 비리비리상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직 완성된 게임이 세상에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검은 신화’에 대해 충분히 비평할 수 없다. 하지만 긍정할 수 있는 점은 이 미완성의 게임이 중국 내 AAA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동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자본 증식을 자신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중국 게임산업의 우악스러운 산업발전의 공식을 전환하겠다는 아름다운 희망을 응집한다는 사실이다. 문자 그대로 『검은 신화 : 오공』이 원작으로 삼는 서사는 중국의 4대 고전명작 중 하나인 『서유기』이다. 일반적으로 『서유기』는 늦어도 고려시대 말기에 한국으로 전래됐다고 알려져 있다. 표면적으로 『서유기』는 당나라 승려와 손오공(孙悟空), 저팔계(猪八戒), 사오정(沙僧), 백룡마(白龙马)가 9,981차례의 고난을 겪으면서 인도(西天)로 건너가 불경을 구해낸다는 이야기이지만, 현실의 사회적 모순을 신마소설(神魔小说. 역주: 신이나 요괴 등이 활약하는 동양만의 독특한 소설형식. 자유분방한 언어형식, 풍부한 상상력, 가상의 배경, 중국 바깥 가상의 장소, 종교, 신화 등이 뒤섞여 있다. ) 의 형식으로 굴절시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된 영상들의 내용을 보면, 이 게임은 『서유기』를 모사한 게 아니라, 장회체 소설(역주 : 명/청시대에 인기를 구가한 소설 형식. 청중에게 들려주기 적당한 길이의 장과 회로 나누어져 있다고 해서 ‘장회(章回)’라는 명칭이 붙었다. 비교적 쉬운 백화체로 쓰였으며, 설화예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인 『속서유기(续西游记)』(역주 : 명나라 시기 익명의 저자들에 의해 쓰인 백화 장편소설로, 『서유기』에 이어 승려가 진경(眞經)을 가져온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요 인물들은 『서유기』와 거의 같으며, 유머가 많다. ) 와 영화 『대화서유』, 인터넷소설 『오공전(悟空传)』, MMORPG 게임 『투전신(斗战神)』 등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 크로스 미디어 작품들의 상상력을 포스트모던한 ‘패러디(parody)’ 기법을 통해 원작을 해체(deconstruction)하여 “이 게임 특유의 형식으로 원작의 정신과 함의를 구현”해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열거한 ‘원형’이 된 작품들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투전신』으로, 텐센트가 2010년부터 운영 중인 MMORPG 게임이다. 이 게임은 자체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텐센트를 구원해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투전신』은 시작부터 큰 성과를 거둔 후에 오히려 다른 여러 요인들 때문에——물론 주된 원인은 자본 논리와 게임정신 사이의 비타협적인 모순에 있었다——제3장 ‘백골부인’ 에피소드 이후 급속하게 쇠퇴했고, 이는 21세기 중국 게임의 역사에서 가장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남았다. 『투전신』의 메인 기획자는 현재 『검은 신화』의 프로듀서인 요카(Yocar)로, 『검은 신화』의 제작 멤버들 중에는 적지 않은 이들이 『투전신』 제작에 참여했었다. 펑지(骥等; FENG Ji)(역주 : 앞서 언급한 ‘요카’의 본명) 등의 인원들은 텐센트를 떠난 후 게임과학을 설립했다. 게임과학은 『100 히어로즈 (百将行)』, 『아트 오브 워 : 레드 타이드(战争艺术:赤潮)』 등 모바일 게임들을 출시한 이후, 그동안 중국의 게임산업이 손대지 못했던 AAA게임이라는 정점에 도전하고자 했다. 2020년 8월, 헤어진 연인이 재결합하듯 “백골 이후 다시 서쪽으로”라는 이상를 기치로 내걸고, “서유기 세계관”의 게임 『검은 신화』의 제작에 들어간 것이다. 『검은 신화』는 비단 『투전신』의 정신적인 후속작일뿐만 아니라, 게임의 이상에 대한 1세대 중국 게임 제작자들의 고집과 “돈냄새”로 가득한 21세기 중국 게임의 역사에 대한 비판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게임 역사를 향한 또 한 차례의 자기초월의 시도일 것이다. 하지만 빛나고 우수한 문화 콘셉트와 가슴 속의 뜨거운 피만으로는 분명 충분하지 않다. AAA게임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여전히 게임의 기술에 있다. 2020년 8월 20일 첫 시연 영상이 공개된 후, 프로듀서 펑지는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13분짜리 B1에는 여기저기 꿰맞춰 놓은 흔적들이 있습니다. 수치는 제멋대로이고, 착지는 딱딱합니다. 작은 몸은 체조를 하고, 큰 체형은 힘이 없고요. 매미는 모형을 뚫고 나가고, 물에는 피드백이 없습니다. 투박한 방향에도 불구하고, 빌어먹을 사운드는 끊겨 있습니다.”라고 게시했다. 분명히도 당시 『검은 신화』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인 난제가 아주 많았다. 그러나 현재 최근에 공개된 『검은 신화』의 영상 화면을 보면, 상기한 난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 게임의 일부 디테일에서는 『세키로: 쉐도우 다이 트와이스』나 『사이버펑크 2077』 등 글로벌 톱 AAA게임들과 맞먹는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과학측이 언급했듯이 ‘서유기 세계관’에는 글로벌 게임산업에서는 단순한 이족보행 괴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지는 네발 달린 요괴가 대량으로 존재한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요괴들의 행동 특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난제일 것이다. 『검은 신화』는 이에 맞추어 네발 동물의 모션캡쳐를 위한 모션 시뮬레이션 시스템 ‘루우(陆吾; luwu)’를 개발했다. 그러나, 중국 게임업계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첨단이지만 사소하기도 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게임을 “하이테크놀로지” 게임상품에서 인문 사상이 풍부하게 함유된 문화예술 작품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최종적으로 기술과 인문의 이중 추월을 실현하는 것에 있다. 『검은 신화』의 제작과 홍보를 통해서 우리는 이러한 이중 추월의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검은 신화』가 중국 게임 감독들의 ‘작가성’을 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작가성’이란 게임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는가 수준의 평범한 어휘가 아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게임 작품이 인문사상의 매개체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사회적·역사적 상황에 대한 게임 감독의 깊은 고민이 개입되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작가성’이란 게임의 맥락이 사회적인 맥락과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플레이어가 게임 도중 게임 속에 내재되어 있는 시대의 언어를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의 자료들을 보면, 『검은 신화』 제작자 펑지의 ‘서유기 세계관’에 대한 접근은 일본 게임감독들의 게임사상에 대한 해석에 비교적 가까운 듯하다. 게임기획자 출신인 그는 게임과학의 창업자이기도 한데, 이는 곧 그가 다른 일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도 ‘서유기 세계관’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검은 신화』에 주입할 수 있음을 가리킨다. 게임 디자인 외에는 비즈니스적인 세계의 현실적인 압력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은 창작 배경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검은 신화』와 그것의 홍보 문구로부터 과거에 『서유기』를 주제로 한 다른 장르 게임들과 완전히 다른 철저한 이상주의의 색채를 읽어낼 수 있다. 가령, 게임 속의 캐릭터 형상화나 액션 디자인, 줄거리 설정, 애니메이션의 연출, 화면 전환, 장면 구축, 공식 웹사이트의 문안까지. 『검은 신화』는 비용 불문 높은 품질과 탁월함을 추구하는 자신의 야심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이상주의는 바로 게임 작품 속에서 ‘작가성’을 부화시키는 전제가 된다. 이에 대해 펑지 등의 (제작진) 사람들은 당연히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13년 전, 일찍이 펑지는 다음과 같이 호언장담한 바 있다. “위대한 게임은 항상 위대한 사상에서 나오고, 위대한 사상은 으레 위대한 게임 디자이너들로부터 나온다.” 『검은 신화』에 게임과학 제작팀의 일상생활에 대한 총체적인 사고와 깊이 있는 관찰이 개입되어 있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으며, 그것이 ‘서유기 세계관’의 현대적인 함의를 가능한한 풍부하게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게임에는 어떠한 “위대한 사상”이 개입되어 있을까? 공개된 게임 영상들에서 우리에게 확실한 판단 근거를 제시할만한 것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우리는 단지 약간의 실마리로부터 바람과 그림자를 잡을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검은 신화』는 『오공전』과 『투전신』의 현실세계와 ‘서유기 세계관’에 대한 비판적인 사유를 연장하고 있지 않을까? 이는 『검은 신화』의 ‘서유기 세계관’에 대한 재해석 역시 『서유기』의 내러티브 자체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원숭이는 양보할 수 없는 주인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며, 대신 “최고의 화면, 풍부한 디테일, 몰입감 넘치는 전투 체험을 통한 충분한 플롯 연역”을 활용해 동방신마(东方神魔)의 세계를 표상하는 메타 서사 공간으로 새로이 창조하는 것에 있다. “교활한 요정, 흉악한 도깨비, 다정한 군주, 비겁한 신선”의 마음 속에 숨겨져 있는 사랑과 원한을 노래하고, “동양의 슈퍼히어로 서사시를 새롭게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은 신화』의 “위대한 사상”은 유럽과 미국의 마블 유니버스와 같은 영웅찬가가 아닐 수도 있으며, 반대로 불경을 구해오기 위한 길 위의 “평범한” 캐릭터들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그려 그/그녀들을 따라 공감하고, 그/그녀들 내면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일 수 있다. 신격화된 신선과 성불, 그리고 오명을 뒤집어 쓴 요괴들과 악마들을 메타 서사의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재인격화하여, 플레이어는 영웅의 후광에 가려진 ‘작은 인물들’에게 다가가 평범하지만 충만한 ‘인성’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서유기』는 현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반영한 기서이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한 『검은 신화』의 최대 난제는 어쩌면 AAA게임 기술 자체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중국 최초의 AAA게임에서 사회 비평적 의제를 설정하고, 사회 문제에 대한 가능한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것에 있다. 『검은 신화』는 과연 하이엔드 “디지털 장난감”일까, 아니면 사회 비평의 매개인가? 내년에는 그 답이 나올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학자) 덩 젠 , 邓剑 쑤저우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부교수. 디지털게임 문화연구를 주 관심사로 다루며, 〈澎湃新闻〉에서 게임에 관한 칼럼 등을 연재하고 있다. (활동가, 작가) 홍명교 활동가, 작가. 사회운동단체 플랫폼C에서 동아시아 국제연대와 사회운동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를 썼고, <신장위구르 디스토피아>와 <아이폰을 위해 죽다>(공역)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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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문 세미나] Emitexts and Paratexts: Propaganda in Eve Online

    〈이브 온라인(Eve Online)〉은 현재 ‘펄어비스’가 인수한 아이슬란드의 게임 제작사인 ‘CCP 게임즈(CCP Games)’가 2003년 출시한 SF 샌드박스 MMORPG이다. 가상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브 온라인〉은 오픈 월드 시스템을 통해 광활한 맵을 제공하며, 이곳에서 일어나는 유저의 다양한 행위들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높은 자유도를 제공한다. RPG이지만 이 게임에는 캐릭터의 직업이 없다. < Back [논문 세미나] Emitexts and Paratexts: Propaganda in Eve Online 12 GG Vol. 23. 6. 10. 1. 들어가며 〈이브 온라인(Eve Online)〉은 현재 ‘펄어비스’가 인수한 아이슬란드의 게임 제작사인 ‘CCP 게임즈(CCP Games)’가 2003년 출시한 SF 샌드박스 MMORPG이다. 가상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브 온라인〉은 오픈 월드 시스템을 통해 광활한 맵을 제공하며, 이곳에서 일어나는 유저의 다양한 행위들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높은 자유도를 제공한다. RPG이지만 이 게임에는 캐릭터의 직업이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콘텐츠를 하면서(혹은 파고 들면서) 직업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PVP, 탐험, 채굴, 운송 등 게임 내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구축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 게임 내 자체적인 경제가 형성되어 있다. 유저들 간의 거래를 통해 만들어지는 경제는 〈이브 온라인〉만의 독특한 자유도이기도 하다. 〈이브 온라인〉의 유저 사이의 역학 관계는 게임의 자유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금의 〈이브 온라인〉이 있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들의 옴니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논문 세미나에서 리뷰할 논문인 〈Emitexts and Paratexts: Propaganda in Eve Online〉는 2015년 ‘Games and Culture’ 저널에 게재된 논문이다. 저자인 마커스 카터(Marcus Carter)는 시드니 대학에서 HCI, AR, VR 등과 함께 게임을 연구하는 연구자이다. 그는 평소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유저 활동에 대해 초점을 두고 연구를 해왔다. 〈이브 온라인〉이나 〈DayZ〉와 같은 온라인 게임에서 유저 사이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플레이 연구를 진행해왔다. 해당 논문은 〈이브 온라인〉의 PVP 콘텐츠에서 이루어지는 유저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이브 온라인〉의 PVP 콘텐츠 중 독특한 하나는 바로 대규모 PVP이다. 전쟁으로 표현되는 대규모 PVP는 게임 내 서버가 단일 서버라는 특징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인 MMORPG의 경우, 여러 서버로 나누어져서 각 서버만의 길드는 유저들을 묶는 그룹이 된다. 길드가 대체로 큰 규모라고 해도 200명 내외에 그친다. 그러나 〈이브 온라인〉의 경우는 다르다. 게임 내 길드와 같은 시스템인 코퍼레이션(Corporation)과 얼라이언스(Alliance) 기능과 함께 비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세력 단위인 코얼리전(Coalition)이 타 게임의 채널이나 서버와 같은 인원수로 구성된다. 수천~만 명으로 구성된 코얼리전은 게임 내에 많은 영향력을 미친다. 이러한 그룹 사이의 분쟁은 실제 전쟁과 같이 다양한 전술과 전략이 동원되는데, 이 중 ‘프로파간다’에 주목하고 있다. 2. 〈이브 온라인〉의 전쟁 〈이브 온라인〉의 우주는 ‘하이섹(High-sec)’, ‘로우섹(Low-sec)’, ‘널섹(Null-sec)’의 세 가지 유형의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는 보안 정도에 따라 구분된다. 〈이브 온라인〉의 보안은 NPC 팩션인 ‘콩코드(CONCORD)’를 통해 이루어진다. 적대 행위(PVP 등과 같은)나 자신의 보안 정도가 지역의 보안 정도보다 낮다면 콩코드에게 공격받게 된다. 이는 게임이 제공하는 어느 정도의 유저 보호 안전장치이다. 그러나 이 지역 중 널섹은 완전한 무법 지대이다. 여기서는 콩코드의 보호 기능이 제공되지 않고, 유저는 완전히 혼자만의 경쟁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유저들은 코퍼레이션과 얼라이언스 등의 그룹화를 통해 널섹에서의 활동에서 안전을 확보한다. 널섹은 아직 유저에 의해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다. 이에 자신들의 공간으로 확보하게 되면, 게임 내 자원이나 그 소유권을 주장하여 통제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이는 마치 자신들만의 서버를 얻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즉, 결과적으로 게임 내 부와 권력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공간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코퍼레이션 규모의 그룹으로는 통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얼라이언스나 이들이 모여 코얼리전을 구성하기도 한다. 얼라이언스나 코얼리전 간의 소유권 분쟁이 〈이브 온라인〉의 전쟁 양상이다. 유저 간의 전쟁은 수천~만 명의 유저가 참여하여, 몇 주 동안 이루어지는 전쟁은 수차례의 전투를 포함하기도 한다. 게임 내 전쟁은 군사 지휘 구조를 수립하기도 하고 광범위한 전략과 전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룹 사이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다른 코얼리전의 그룹을 전쟁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거나, 자신의 코얼리전으로 들어오도록 회유하고, 위협하는 등의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동반된다. 〈이브 온라인〉의 전쟁은 지역을 확보하여 자원을 독점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함선을 구축하는 것은 자신들의 게임 플레이와 함께 이후의 다른 지역을 점령하기 위한 전쟁을 위해서도 필요한 행위가 된다. 3. 패러텍스트(paratext) 여기서 저자는 〈이브 온라인〉의 전쟁 속 복잡한 계략과 전술의 중심에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유저가 만들어내는 텍스트나, 비디오 및 이미지인 프로파간다가 있다고 본다. 인터넷 밈을 활용한 비유나 농담, 게임의 역사, 인종, 문화,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자극하는 프로파간다 미디어는 자신 세력의 지지를 강화하거나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전쟁 캠페인에서 승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브 온라인〉에서 프로파간다가 취하는 다양한 형태를 개괄하고 이러한 비디오, 텍스트 및 이미지가 새로운 형태의 패러텍스트로 개념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패러텍스트는 제라르 주네트(Gerard Genette)의 문학 이론에서 파생된 것으로 제목, 리뷰, 목차 또는 책 표지와 같이 문학 텍스트를 둘러싼 자료를 의미한다. 주네트는 이러한 패러텍스트가 문학 텍스트의 수용 및 소비를 보장하는 주변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패러텍스트 개념은 미아 콘살보(Consalvo, 2007)에 의해 게임 연구에 도입되었다. 게임 산업에서 콘살보의 패러텍스트 개념 적용은 게임 잡지, 전략 가이드 등과 같이 게임을 둘러싼 주변 산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디어가 특정한 방식으로 게임 플레이 경험을 형성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고, 이를 구조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보았다. 제네트의 패러텍스트는 유동적인 텍스트의 가능성과 현대 게임과 패러텍스트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역동성을 고려하진 않았다. 콘살보 또한 “게임은 플레이가 한 가지 방법뿐이며 불변하지 않고, 주변 담론보다 더 정적이고 고정적일 수 있으며, 그러한 담론은 컴퓨터 게임의 패치(즉 패러텍스트 그 자체)보다 훨씬 쉽게 변화, 수정, 업데이트 또는 철회될 수 있다”고 보았다(Consalvo, 2007: p.12). 그러나 저자는 〈이브 온라인〉의 경우, 기존 패러텍스트 양상이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브 온라인〉은 샌드박스 게임으로, 유저에게 다양한 어포던스(affordance)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종종 예상치 못한 방식의 플레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유저가 게임 세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른 가상 세계 게임과는 대조적이다. 〈이브 온라인〉에서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 방식은 유저 주도로 만들어진다. 또한 이와 함께 계속해서 업데이트, 패치 및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게임 내 세계와 콘텐츠가 변화하고 있다. 이에 〈이브 온라인〉은 단순히 프로파간다 미디어가 존재하고 영향을 미치는 정적인 텍스트가 아닌 그 자체로 역동적인 텍스트라고 보았다. 4. 〈이브 온라인〉 속 얼라이언스 ‘GSF’와 ‘TEST’의 전쟁 TEST는 소셜 커뮤니티 ‘레딧(Reddit)’과 비공식적으로 연관된 ‘디레딧(Dreddit)’의 상위 얼라이언스이다. 디레딧의 회원이 되기 위한 요건은 레딧에서 3개월 동안 활성 상태인 계정이거나 기존 멤버의 추천이다. 대부분의 코퍼레이션에서는 기존 멤버의 추천이나 최소한의 스킬이나 재산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른 그룹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이에 TEST의 멤버는 〈이브 온라인〉에 서툴다는 평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전쟁이나 전투에서 패배한 상대를 당황케 하기도 하고, TEST 그 자체의 손실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이 특징은 동질감을 가진 다수의 멤버를 확보할 수 있는 강점이기도 했다. 저자가 디레딧과 TEST에 합류하여 연구를 시작했을 때, 가장 가까운 얼라이언스 중 하나는 TEST와 비슷한 구조인 GSF(GoonSwarm Federation)이었다. 이들은 게임 내 트롤링과 비방을 일삼으면 독특한 문화와 명성을 얻고 있는 온라인 게시판인 ‘ SomethingAwful.com ’ 포럼과 비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는 ‘GoonWaffe’의 상위 얼라이언스였다. TEST의 창설 이후 이들과의 충돌이 있었는데, 이때 당시 GSF가 승리를 거두었지만, GSF는 TEST에게 ‘뉴비’ 얼라이언스라는 점에 조언, 보호 같은 지원과 함께 비 침략 협정을 제안하여 몇 년 동안 거대한 연합을 구성했다. 이들 사이의 관계는 “Space bros.”라고 지칭될 정도였다. * TEST Alliance 로고(왼쪽) – 출처: https://pleaseignore.com/. GSF 로고(오른쪽) – 출처: https://evemaps.dotlan.net/alliance/Goonswarm_Federation 이들 사이의 전쟁은 TEST가 독립적으로 거대한 규모가 된 시점에서 시작된다. TEST는 GSF의 적이었던 NC(Northern Coalition)과 PL(Pandemic Legion)과 함께 새로운 코얼리전인 HBC(Honey Badger Coalition)을 결성하여 한때 3만 명 이상의 유저를 연합하여 GSF와 그 코얼리전인 CFC(ClusterFuck Coalition)에 대항하는 그룹을 형성했다. HBC와 TEST의 리더였던 몬톨리오(Montolio)는 〈이브 온라인〉에서 모든 얼라이언스의 동맹화하려 했다. 그러나 TEST와 GSF 주축의 HBC와 CFC 코얼리전 사이에서 이루어진 냉전은 게임 내 많은 정치적 사건들을 동반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 프로파간다였다. GSF와 CFC의 리더인 더 미타니(The Mittani)는 자신의 〈이브 온라인〉 뉴스 웹사이트인 ‘ themittani.com ’에서 프로파간다 공세를 통해 몬톨리오를 게임 내 전쟁 발발 이전에 정치적으로 리더 자리에서 사임시킬 수 있었다. 1) TEST 얼라이언스와 Rebel 얼라이언스 TEST의 새로운 리더였던 소트 드래곤(Sort Dragon)은 능력 부족으로 인해, TEST의 새로운 지도부 멤버였던 부다부다(BoodaBooda)가 TEST가 HBC로부터 독립했다. 그는 몬톨리오가 만들어왔던 것을 허물고 다시 HBC의 얼라이언스들과의 연합을 끊고 CFC와의 대립을 위해 반란(Rebel)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Rebel Command’라는 새로운 비공개 포럼이 만들어지고 Rebel 얼라이언스에 대한 프로파간다 주제가 포럼을 장악했다. Rebel 얼라이언스를 지지하는 TEST의 멤버들은 이 주제에 뛰어들어 여러 새로운 프로파간다를 제작했다. 이들은 소트 드래곤과 CFC를 ‘악의 제국’으로 간주하며, TEST 얼라이언스를 반란군으로 선전했다. 반란 프로파간다 이미지와 수사법은 〈이브 온라인〉 포럼이나 레딧, 게임 내 채팅, TEST 채팅 등을 통해 널리 공유되어, 부다부다에 동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러티브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반란군이라는 약자 포지셔닝은 〈이브 온라인〉 내에서 TEST에 대한 약자 인식과도 관련되어 있어서 레딧을 통해 신규 멤버를 모집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Rebel 얼라이언스의 프로파간다 이미지(Carter, 2015) * 부다부다의 프로파간다 이미지(Carter, 2015) 2) The Great Fountain 전쟁(대분수 전쟁) 〈이브 온라인〉의 새로운 확장팩은 널섹에서 특정한 광물을 찾을 수 있는 위치에 대한 변화를 가져 왔다. 이러한 변화는 CFC에 대한 자원의 절대적인 통제권과 이러한 지역을 지키는 얼라인어스의 보호를 무력화하기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동맹이 아닌 TEST 얼라이언스가 점령한 공간이 순식간에 게임 내에서 가장 가치 있는 지역이 되었다. 이에 CFC와 GSF의 리더 더 미타니는 GSF가 가난해졌다고 주장하면서 거대한 프로파간다 활동을 전개했다. 이에 CFC는 확장팩 업데이트 이후 며칠 만에 Fountain(이하 파운틴)으로 알려진 이 지역에 대한 침공을 발표했다. TEST, PL, N3(HBC 이후 새로이 결성된 코얼리전)의 연합군은 거의 일주일 동안 파운틴에서 CFC에 대항하여 전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전쟁에서 또한 다양한 프로파간다 이미지가 동원되었다. * 전쟁 프로파간다(Carter, 2015) 대분수 전쟁은 냉전 시대처럼 주로 군사적, 전투적 승리가 아닌 전략과 첩보에 기반한 승리를 거두었다.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에서는 비난받는 행위이지만, 배신과 배반과 같은 행위는 〈이브 온라인〉이 유저에게 어필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TEST 얼라이언스가 파운틴 내 시스템을 CFC에게 빼앗긴 첫 번째 배신은 TEST의 전 리더였던 소트 드래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CFC와 협력하여 자신이 갖고 있던 시스템 통제권을 넘겼고, CFC가 이를 장악했다. 이후 더 큰 배신은 잠입한 N3 코퍼레이션이 연합군과의 합의에 따라 해체되면서 재산을 약탈당하는 사건이었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TEST의 군사 책임자는 TEST 내 멤버들에게 전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TEST의 정체성에 대한 프로파간다를 하기도 했다. 그의 프로파간다는 다른 얼라이언스에게 “죽음이 보장된 상황에서도 TEST는 단결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파간다였다(BoodaBooda, 2013; Carter, 2015 재인용). 대분수 전쟁의 마지막 전투에서 동원된 프로파간다는 상대방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봉사자인 멤버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 TEST 강탈 전쟁 패배 후 부다부다는 사임하고 TEST는 통제권을 포기하며, 새로운 리더 스키어X(SkierX)의 아래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PVE 활동을 하는 유저들을 사냥하고 지불 협상을 위해 대기하여 현금을 받는 대가로 동맹이 될 것이라는 계획을 통해 적 연합군이 소유한 4개 지역에서 강도 저직을 운영하며 소규모 얼라이언스 및 코퍼레이션에게 임대하는 조직범죄 집단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TEST의 행보에 따른 프로파간다 테마는 마피아에 기반하며 미국-이탈리아 범죄 조직에 대한 대중문화적 비유를 불러일으키고, 〈대부〉나 〈스카페이스〉와 같은 상징적인 영화의 장면을 변용했다. 스키어X는 이 프로파간다 이미지가 레딧 유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멤버를 늘리기 위한 강력한 선전은 레딧에서 TEST의 관심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TEST가 시도한 강탈은 대규모 그룹에서 시도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참신함은 새로운 유저를 유치하고 기존 기반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서 TEST 운영진에게 어필할 수 있는 측면도 있었다. TEST는 이후 다시 결속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 TEST 얼라이언스의 강탈(Carter, 2015) 5. 에미텍스트(emitext)로서의 프로파간다 저자는 〈이브 온라인〉 속 전쟁 전후로 전개된 프로파간다가 게임을 둘러싼 주변부 산업이 아닌 게임 내에서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나타나는 패러텍스트의 한 형태인 에미텍스트라고 주장한다. 주네트의 문학 텍스트와는 달리 현대 디지털 게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게임 세계의 환경과 어포던스는 게이머 행동의 결과로 변경되기도 하고 변형될 수 있다. 특히 〈이브 온라인〉의 샌드박스 특징은 이를 더욱 잘 보여준다. 1) 플레이로서의 프로파간다 프로파간다를 에미텍스트로 이해하는 핵심은 〈이브 온라인〉의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제작되는 방식이다. 〈이브 온라인〉 유저의 일부만이 대분수 전쟁에 직접 참여했고, 그 대부분은 보병에 불과했다. 이들은 특정 시간에 〈이브 온라인〉에 접속하여 아군과 함께 비행하고 대규모 함대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몇몇 소규모의 유저 그룹은 자신들의 얼라이언스를 이끌고,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고, 자원을 관리하며 전쟁의 병참을 조율하는 워게임(wargaming)을 했다. 프로파간다는 이러한 보병 지원자를 모집하고 참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얼라이언스 지도자들은 프로파간다가 대규모 콘텐츠 제작 경험을 주도하는 데 도움이 되면서, 멤버들에게 맥락, 내러티브, 소속감을 부여하는 데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프로파간다의 이 효과는 저자가 살펴본 바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프로파간다가 강조하는 것은 어떤 전술과 전략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프로파간다 제작자들은 얼라이언스의 승리나 전쟁과 같은 유형의 플레이 자체보다 얼라이언스 멤버를 위한 콘텐츠 제작에 더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어떤 목적이든 함께 플레이하고 싶게 만들고, 함께 즐기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이브 온라인〉은 결국 게임의 맥락에서 전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프로파간다 이미지 그자체는 결국 〈이브 온라인〉 내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전략적인 전쟁 게임의 일부이자 그 자체로 플레이가 된다. 2) 〈이브 온라인〉 프로파간다와 역사, 문화비유로서 프로파간다. 〈이브 온라인〉에서 프로파간다는 얼라이언스 지도부가 자신의 구성원 또는 상대 얼라이언스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로 역할을 한다. 여기서 제시되는 프로파간다 사례의 주제는 각각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유저를 특정한 내러티브로 설득하려는 시도이다. 〈이브 온라인〉 프로파간다 제작의 경향성은 실제 역사적 프로파간다 이미지와 효과를 재사용하는 것이다. 프로파간다에서 역사적 프로파간다를 활용하는 방식은 사회, 역사, 문화적 맥락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의 패러텍스트가 존재하는 방식을 반영한다. 프로파간다 제작자는 역사적 이미지를 모방하면서 프로파간다로 이용하여 더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프로파간다 이미지에는 영화나 TV 드라마에 대한 패러디와 참조가 곳곳에 존재한다. 이와 같은 프로파간다는 유저들이 공유하는 너드(Nerd)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활용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프로파간다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즉, 이를 통해 〈이브 온라인〉 얼라이언스의 문화적 정체성을 정치화한다. 이러한 프로파간다는 유저에게 명확한 너드 문화적 내러티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주변부의 대중 매체와 문화를 연결하여 〈이브 온라인〉 전쟁의 정치적, 배신, 첩보 활동의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브 온라인〉은 이미 게임 속 역사가 있고, 게임 내 이벤트와 플레이에 대한 수용 및 의미 부여에 영향을 미친다. 게임사가 주도하여 관리하는 역사 위키 프로젝트는 〈이브 온라인〉 내의 다양한 역사를 기록하여 의미 부여하여 문화적 유물로 기능하게 한다. 이러한 역사와 마찬가지로 프로파간다는 유저의 역사로서 〈이브 온라인〉의 문화적 유물이 된다. 〈이브 온라인〉의 프로파간다는 게임의 역사와 얼라이언스의 역사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며, 유저는 플레이로서의 프로파간다를 통해 게임에 의미를 가져다주며 게임 내 영향을 미친다. 프로파간다는 게임 내 공유된 관심사와 역사를 바탕으로 유저들이 상상하는 커뮤니티의 모습을 동질화하여 커뮤니티의 결속을 강화한다. 3) 에미텍스트로서의 프로파간다 프로파간다 이미지의 차원은 유저의 게임 경험을 형성하고 플레이 행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패러텍스트로서의 성격을 보여준다. 게임 가이드나 개발 일지와 마찬가지로 프로파간다는 게임이 수용되고 경험되는 방식을 구성하여 게임의 존재를 정의하고 보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패러텍스트의 논의는 고정적인 텍스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브 온라인〉과 같은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새로운 게이머 문화 및 전략이 생겨나고 이를 통해 게임과 게임 플레이 방식, 게이머 경험이 만들어지고 이에 게이머의 경험에 의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새로운 전술이나 유저 유입 및 이탈 등, 자체적인 규범과 비공식적인 규칙을 변화시키고, 게임 플레이의 집단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 플레이의 경계는 게임 내부에서 포럼, 채팅방, SNS 등과 같이 끊임없이 유동하는 장소로 확장된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패러텍스트의 분석과 더불어 게임 플레이로서 나타나는 게임 내 프로파간다는 게임과 엄격한 공간적 관계가 없는 새로운 패러텍스트인 에미텍스트가 된다. 5. 결론을 대신하여 나가며 이번 논문에서는 〈이브 온라인〉에서 이루어진 거대한 전쟁인 대분수 전쟁 속 프로파간다를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보는 관점을 살펴보았다. 사실 〈이브 온라인〉뿐만 아니라 게임 내부로 반영되어 자신들만의 즐거움을 창출하기 위한 행위들은 여러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을 수정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딩이나 온라인 게임의 메타를 만드는 행위 등은 게임, 게이머, 게임사로 하여금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이는 게임 그 자체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얻게 되는 즐거움을 위해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게임 플레이 행위는 게임을 구성하는 중요한 행위이다. 지금의 게임 플레이 개념은 게임 텍스트뿐만 아니라 게임 텍스트 밖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 커뮤니티 참여나 SNS 등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콘살보의 패러텍스트 논의 또한 게임을 둘러싼 외부 산업을 게임과 함께 바라보고자 제시되었다. 그러나 게임 텍스트 밖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정말로 단순히 게임과 공간적(개념적)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이 논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프로파간다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프로파간다를 제작하는 것은 분명하게 게임 텍스트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제작을 위해 동원되는 자원 또한 말이다. 이것이 활용되는 것은 게임 내부이기도 하다. 이는 마치 게임 내에 여러 자원을 가져오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의 관점은 단순히 게임 너머에서 발생하는 외부적인 행위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게임의 내부라고 볼 수 있는 그 경계를 좀 더 확장하는 것에 가까웠다. 이 논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이라 생각한다. 이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게임의 정의에서부터 게임 플레이, 메타게임 등과 같은 개념까지 논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게임과 이와 연관된 플레이 행위의 경계가 단순히 게임 텍스트로만 구성되지 않는다는 점은 본 논문의 유의미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우리가 ‘게임을 한다’라고 했을 때, 한 번쯤 ‘게임은 무엇일까?’, ‘게임을 하는 건 어디까지일까?’를 사색해보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 참고문헌 Consalvo, M. (2007). Cheating: Gaining advantage in videogames. MIT Press. Carter, M. (2015). Emitexts and Paratexts: Propaganda in EVE Online. Games and Culture, 10(4), 311–342. Tags: 이브온라인, 논문, 패러텍스트, 에미텍스트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수진 게임연구에 발을 들인 대학원생입니다. 지금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첨단종합학술연구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최근엔 게임을 매개로 한 다양한 게임 경험과 일본 내 서브컬처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 [Editor's View] 언어와 문화를 건너는 다리로서의 번역과 현지화

    디지털게임은 근본적으로는 언어 외적 규칙에 의해 작동하는 매체입니다. 근본주의자(?)라면 잘 만든 디지털게임이라면 번역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이 매체의 중심은 언어와 무관합니다. 그러나 모든 매체는 다른 매체와 섞이기 마련이며, 풍성해진 디지털게임의 재현 도구는 비단 언어 뿐 아니라 문화 및 사회의 관습, 제도, 윤리와 긴밀하게 엮이며 발전해 온 바 있습니다. < Back [Editor's View] 언어와 문화를 건너는 다리로서의 번역과 현지화 29 GG Vol. 26. 4. 10. 디지털게임은 근본적으로는 언어 외적 규칙에 의해 작동하는 매체입니다. 근본주의자(?)라면 잘 만든 디지털게임이라면 번역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이 매체의 중심은 언어와 무관합니다. 그러나 모든 매체는 다른 매체와 섞이기 마련이며, 풍성해진 디지털게임의 재현 도구는 비단 언어 뿐 아니라 문화 및 사회의 관습, 제도, 윤리와 긴밀하게 엮이며 발전해 온 바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번역과 현지화는 꽤나 큰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많은 경우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히 후발주자이면서도 양적, 질적으로 강력한 이용국이 된 한국의 경우 번역과 현지화 문제는 흥미로운 발전사를 겪어 왔습니다. 저작권 협약이 미처 작동하지 않았던 시절에 이루어졌던 자발적 번역과 현지화를 경험한 세대가 지금의 4-50대이고, 한글화 여부는 예나 지금이나 판매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제 디지털게임의 주요 생산국 중 하나가 된 입장에서 번역과 현지화는 수출품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GG 29호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건너는 다리로서 기능하는 번역과 현지화 문제가 디지털게임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살피고자 했습니다. 이는 산업적인 면 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방식을 통한 수용자의 적극적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번역과 현지화 그 자체 뿐 아니라, 이를 필요로 하게 만들고 또 이를 가능케 하는 조건들을 생각하는 것은 곧 한국이 현재 위치한 디지털게임 이용의 장이 어디인가를 드러내는 좌표계이기도 합니다. GG는 어느덧 다음 호에 발간 30호를 맞습니다. 2개월에 하나씩이니 60개월을 헤쳐 온 셈이 됩니다. 한국에서 보기드물었던 주제를 들고 시작한 GG가 걸어온 길 이상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 힘을 보태 주십시오. 많은 구독과 소개가 GG의 주력 연료입니다. 감사합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레벨 업: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임 문화 개관

    분명히 는 말레이시아산 게임의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구조적 문제에 얽매여 있기도 하다. 이 사례가 더 넓은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려면, 말레이시아 게임 산업 전반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Back 레벨 업: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임 문화 개관 26 GG Vol. 25. 10. 10. *** 이 글의 영문 버전은 아래 UR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4f5bf4be-c2c0-4cfe-afa8-85a124a83a98 어느 아담한 시골 마을의 늦은 오후. 수탉 렘보가 크게 울어 시골 분위기를 한층 더한다. 당신과 똑같이 생긴 쌍둥이, 그리고 유치원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들이 마당에서 팽이를 돌리고 있었다. 자유롭고 즐거운 하루가 또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렘보는 오후 산책길에서 소동을 벌이고 있었다. 빙수 장수에게 간식을 달라 떼를 쓰고, 숨바꼭질하던 아이들을 고자질하며,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을 놀려댔다. 그러다 마침내 천적인 마을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이제 렘보는 장터와 빨랫줄 사이를 가로지르며 고양이에게 쫓기다가 숲 속으로 도망쳐 버린다. 이제 당신과 쌍둥이가 렘보를 잡아 마을 어른에게 데려다 주어야 한다. 이 사건들은 어드벤처 비디오 게임 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게임은 레스 코파케 프로덕션과 스트림라인 스튜디오가 협력하여 개발했으며, 사랑받는 말레이시아 애니메이션 시리즈 을 각색한 것이다. 게임은 장난기 가득한 일상 속 모험에 휘말린 두 어린 쌍둥이 형제가 가족, 우정, 공동체를 배워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작품은 어린 시절과 더 단순했던 시절의 본질을 포착한다. 소란스러운 닭을 쫓는 것은 첫 번째 퀘스트일 뿐, 플레이어에게는 더 많은 탐험이 기다리고 있다. 2025년 7월 출시 행사에서 말레이시아의 디지털 장관인 고빈드 싱 데오는 이 게임이 “혁신성과 문화적 풍요로움을 구현함으로써 말레이시아 게임을 돋보기에 했다”라고 말했다(BERNAMA, 2025a).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동남아시아, 특히 말레이시아의 캄퐁 (시골 마을)에서 성장하는 경험으로 플레이어들을 초대한다. 퀘스트, 상호작용, 환경은 농촌 생활과 지역 유산의 매력을 반영하며, 게임을 즐거우면서도 동시에 교육적으로 만든다. 플레이어는 아늑한 목조 가옥, 분주한 야시장, 고즈넉한 논밭, 반딧불이가 빛나는 저녁 풍경 같은 무대를 체험할 수 있다. 메인 캠페인 외에도 낚시, 농사, 곤충잡기, 요리, 자전거 타기, RC카 경주 같은 미니 활동들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이 게임은 애니메이션 원작의 따뜻하고 가족 친화적인 성격을 유지하며, 전투, 유료 결제, 실패 조건이 없는 오프라인 전용 게임이다. 이미지 출처: 스팀 안타깝게도, 큰 예산과 상당한 마케팅, 기존 팬층의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미지근했다. 디지털 플랫폼 스팀에서는 ‘대체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명 게임 웹사이트 카쿠초푸레이(Kakuchopurei)는 어설픈 조작감, 버그 투성이의 상태, 의미 있는 진행의 부재, 그리고 개발사를 둘러싼 노동 논란을 비판했다(Toyad, 2025). 온라인 공간 전반에서도 플레이어들은 RM180(미화 약 43달러)에 달하는 가격을 “제공되는 내용에 비해 너무 비싸다”고 보았으며, AAA 게임과 비교해 합리적 가성비가 아니라고 평가했다(Ralph, 2025).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인도네시아에서도 유사한 비판이 현지 언론 Tempo 를 통해 보도되었다(M. Faiz Zaki, 2025). 소셜 미디어 보이콧과 홍보 위기 속에서도 개발팀은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패치와 수정을 내놓고 있다. 분명히 는 말레이시아산 게임의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구조적 문제에 얽매여 있기도 하다. 이 사례가 더 넓은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려면, 말레이시아 게임 산업 전반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임 산업의 성장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다문화 국가로, 2025년 7월 31일 기준 인구는 3,420만 명이다(말레이시아 통계청, 2025). 게임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6억 4,900만 달러의 매출이 예상되고, 연평균 7.55%의 성장률로 2027년에는 8억 700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BERNAMA, 2024). 이러한 전망은 기술력 부족, 기업 수 제한, 보조금 규모 축소, 인재 풀 협소 등으로 막 시작 단계였던 과거 보고서와 뚜렷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Chong, 2004). 말레이시아가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뛰어든 것은 1990년대였다. 모션 픽셀(Motion Pixel) 스튜디오는 루카스아츠의 글로벌 릴리즈 작품인 개발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한 바 있었다(Chong, 2004, p. 20). 2000년대에는 말레이시아의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타이틀, 특히 MMORPG를 말레이시아 시장용으로 라이선스 받아 현지화하는 사업에 다수 착수한 바 있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는 게임 스튜디오 수가 급증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해외 유명 스튜디오들을 위한 게임 아트 아웃소싱 및 공동 개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예로 패션 리퍼블릭(<디아블로 IV>, <언차티드 4>, <다크 소울 3>), 스트림라인 스튜디오(<스트리트 파이터 V>, <파이널 판타지 XV>), 레몬 스카이 스튜디오(<마블 스파이더맨>, <라스트 오브 어스 2>, <워크래프트 III: 리포지드>) 등이 있다. 이와 별도로, 말레이시아 스튜디오들은 자체 게임도 개발했다. 대표적인 3개 타이틀은 , , 로, 이들은 말레이시아가 글로벌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위상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Wong, 2024). 2023년, 말레이시아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부문 산업은 53억 링깃(약 12억 5천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으며, 이 중 수출은 8억 링깃에 달했다(BERNAMA, 2025a). 다양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정부는 MDEC(말레이시아 디지털 경제공사)을 통해 2030년까지 말레이시아를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지역·글로벌 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BERNAMA, 2025a). MDEC은 현지 게임 개발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 말레이시아와 협력을 강화했다(BERNAMA, 2025b). 이미지 출처: 스팀 MDEC은 매년 이라는 동남아시아 게임 개발자 회의를 주최하여 역내외 전문가들을 끌어모은다. 행사 주요 내용에는 콘퍼런스, 비즈니스 네트워킹 프로그램, 전시회, 피칭, SEA 게임 어워드, 마스터클래스 워크숍이 포함된다. 또한 스팀에서 MDEC은 말레이시아산 게임을 전시할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개발된 뛰어난 IP들을 글로벌 관객에게 소개한다. MDEC의 지원 덕분에 말레이시아의 게임 산업은 계속해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게임 개발 인력을 유지하고 육성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더 많은 산업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에서 인재 유지에 영향을 주는 주요 문제는 커리어 성장이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기업 환경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많은 인재들이 싱가포르, 미국, 유럽과 같은 고임금 시장으로 떠나고 있다(MDEC, 2024, p. 69). 말레이시아에서 제작된 게임들의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풍부한 문화적 요소를 포함해 지역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된 외에도 토닥 스튜디오의 야심찬 MOBA 게임 를 꼽을 수 있다. 이 게임은 고대 및 신화적 동남아시아, 즉 누산타라(Nusantara) 문화를 영감으로 삼아 개발되었으며, 최근 지역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오픈 베타를 시작했다(Kalita, 2025). 이와 유사한 주제는 최근 인디 게임 개발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성장해 온 배경인 말레이시아 문화를 어린 시절 추억의 향수와 결합했다(Chandy, 2024b). 어떤 개발자는 한국 MMORPG <란 온라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Chandy, 2024a).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이머들의 경향 비디오 게임은 단순한 여가 활동일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해 가고 있다. 2022년 조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통신멀티미디어위원회(MCMC)는 인터넷 이용자의 35.7%가 온라인 게임에 참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물렀던 2020년(42.8%)보다 감소한 수치였다(MCMC, 2022, p. 97). 온라인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오락, 스트레스 해소, 사회적 상호작용, 수익 창출, 현실 도피 등이 있다(Yunus et al., 2021). 2020년 말레이시아 게이머들로부터 발생한 수익은 약 27억 링깃(5억 7천만 달러)으로, 2019년 25억 링깃(5억 2천7백만 달러)에서 증가했다(Hassan, 2021). 많은 게이머들은 매달 200링깃(약 48달러) 이상을 파워업, 외형 아이템, 특별 캐릭터 구매에 기꺼이 지출한다고 보고되었으며,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지출이 가장 높은 시장 중 하나가 되었다(Hassan, 2021). 플랫폼 측면에서, 휴대전화의 접근성과 저렴한 데이터 요금은 말레이시아인들로 하여금 모바일 게임을 선호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수요와 수익에서 PC 게임을 앞질렀다(Lai, 2020). 말레이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대표적인 타이틀로는 과 <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 있으며, 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영상 스트리밍과 함께 성장하며 상호작용적 관람 문화의 성장을 이끌었다. e스포츠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음을 인식한 MOONTON 게임즈는 최근 말레이시아 e스포츠 연맹(MESF)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체계적인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선수를 훈련하며, 다가오는 동남아시아(SEA) 게임에서 금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Salim, 2025). 또한 말레이시아는 장애인을 포함하는 포괄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Yeoh, 2021). 더 넓은 게임 환경 속에서, 말레이시아 게이머들이 자신의 플레이에 문화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창의적 주체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에서 말레이풍 결혼 행렬을 재현한 것(Zikri, 2020), <심즈 4>에서 목재 기둥과 라탄 가구로 된 전통 가옥을 건축한 것(Ashaari, 2020), <마인크래프트 > 에서 말레이시아의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축소 재현한 것(Tan, 2020), 그리고 <로블록스>에서 왕궁의 총리 취임식을 시뮬레이션한 것(As, 2025) 등이 있다. 또한 게이머들은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 > 을 활용해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의미 부여, 사회적 교류, 생산적 활동을 이어갔다(Tengku Sabri et al., 2024a, 2025a, 2025b). 게이머들은 개인 페이지와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들의 창작물을 공유한다. 이러한 창의적 노력의 사례들은 말레이시아인들이 단순한 수동적 게이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게임 플레이 속에 구현하는 능동적 생산자임을 보여주었다. 비디오 게임을 둘러싼 말레이시아의 사회적 긴장 말레이시아 게임 산업과 문화가 빠르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비디오 게임에 대한 수용은 도전 과제 없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비디오 게임이 말레이시아 대중에게 소개되었을 때, 사회적 불안과 긴장이 함께 뒤따랐다. 2000년대 초반, 오락실은 청소년의 무단 결석, 비행, 폭력적 행동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도박및 자금 세탁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으며 정책에 의한 규제와 폐쇄를 겪기도 했다(Yoong, 2001). 같은 시기, 사이버카페(역자주: PC방)는 점점 인기를 얻었지만, 당국과 부모들에게는 해로운 생활 방식을 조장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불법 도박, 음란물, 사이버 범죄와 같은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러한 카페들은 사회적으로 나쁜 평판을 얻게 되었다(Lee, 2014). 모바일 및 온라인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종교적·문화적 우려도 제기되었다. 2016년에는 <포켓몬 GO>가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으며, 일부 종교 당국은 해당 게임에 대해 경고를 내리고 금지를 요구하기도 했다(Malay Mail, 2016). 최근에는 기도실에서 <모바일 레전드> 대회가 열리면서 논란이 일었고, 비판자들은 성스러운 공간을 모독했다고 주장했다(Fong, 2025). 결론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임 산업과 문화는 개발사 수의 증가, 투자 확대, 인프라 강화에 힘입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의 사례가 보여주듯, 여전히 개선해야 할 많은 부분이 남아 있다. 인력 유지, 품질 보증, 공정한 가격 책정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기술적·경제적 측면을 넘어, 말레이시아의 비디오 게임 문화는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의해서도 형성된다. 산업과 게이머들을 함께 살펴보면, 말레이시아인들이 어떻게 일상 속에서 게임의 기회와 긴장을 헤쳐 나가는지를 알 수 있다(Tengku Sabri et al., 2024b). 산업의 미래 성장은 기술 혁신과 정부 지원뿐 아니라, 더 넓은 문화적·사회적 차원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말레이시아의 게이머, 개발자, 제도 모두가 활기차고 포용적인 게임 문화를 향해 함께 ‘레벨 업’해 가고 있다. 참고문헌 As,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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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 Tengku Intan Maimunah Tengku Intan Maimunah is a PhD student at the Department of Media and Communication Studies, Universiti Malaya, Malaysia. Her research explores video game paratexts, focusing on the creative works and practices that players build around their favourite titles. Her gaming journey began on a Windows 98 PC and continues today on a Steam Deck. Outside of gaming, she edits and publishes books on visual arts. She credits her brother for the first step into the world of video games, her father for the love of stories, and her mother for the eye to see beauty in everything.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논문세미나] 문헌고찰을 통해 알아본 게임 커뮤니티에서 D&I가 마주한 장벽

    연구진은 게임에서 포용성과 다양성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의 원인으로, 상당히 직설적으로 ‘게임 커뮤니티'를 지적한다. 게임 내부에 본질적으로 사회적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게임 커뮤니티의 형성과 발전은 필연적이다. 게임 커뮤니티는 게임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관계의 형성을 촉진하고 효과적인 게임 플레이를 돕기도 하지만. 배제적이거나 차별적인 사회적 역학을 드러내거나 증폭시키기도 한다. < Back 32 GG Vol. 26. 10. 10. Tags: "논문세미나", "다양성과 포용성", "게임 커뮤니티", "여성 게이머", "게이머게이트", "체계적 문헌고찰", "게임 산업", "Journal Club", "Diversity and Inclusion", "Gaming Communities", "Gamergate", "Game Studie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isu Kim Studies a range of fields—culture and knowledge, space, and the academic field. Also interested in the history of games and the lives of gamers.

  • <다키스트 던전>을 <다키스트 던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개발진이 어째서 전작과 후속작의 틀을 바꾸고자 했는지. 어떤 요소들이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아야만 결정이 왜 내려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무엇이 다키스트 던전을 각별하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 Back <다키스트 던전>을 <다키스트 던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21 GG Vol. 24. 12. 10. 지난 2021년 10월. 에픽 게임 스토어를 통해서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다키스트 던전 2’는 전작을 즐겼던 팬들에게는조금 당혹스러운 모습과 같았다.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전작의 연장선에 자리한 작품이었음에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다키스트 던전 2의 플레이는 조금 더 로그라이트에 가깝게 변했으며, 전작의 핵심 시스템이라 할 수 있었던 영지 관리와 같은 매니지먼트 요소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플레이어들의 기대감을 정면으로 반하는 것임과 동시에, ‘대체 왜 이렇게 바꿨는가?’하는 질문을 낳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발진이 그렇게 만들고 싶어서’라는 문장으로 방향성을 일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장 만으로 모든 것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개발진이 어째서 전작과 후속작의 틀을 바꾸고자 했는지. 어떤 요소들이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아야만 결정이 왜 내려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무엇이 다키스트 던전을 각별하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우선, 전작인 다키스트 던전 1의 플레이를 잠시 떠올려보자. 전작을 떠올렸을 때, 가장 앞에 자리하는 것은 역시나 무척이나 어려운. 난도 있는 게임 플레이가 될 것이다. 다키스트 던전 1은 플레이어의 결정이 무게감을 가지는 타이틀로 설계되어 있다. 한 번의 실수가 파티를 사망으로 인도하며, 여차하면 잘 육성된 파티를 잃고 키보드를 내려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나올 정도였다. 다키스트 던전 1이 가지고 있는 높은 난도는 ‘운’으로 대표되는 확률이 가장 중심에 자리한다. 운에 따라서 플레이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한 대만 때리면 되는 상황에서 파티가 두 바퀴를 돌 때까지 빚맞춤이 뜬다거나. 어느 순간 갑작스레 데스 블로우를 맞아서 캐릭터가 상태 이상에 빠지는 등의 플레이를 마주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운은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적에게도 적용된다. 적에게 운이 제대로 적용될 때에는 다른 타이틀에서 느끼기 어려운 각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단초로 작동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캐릭터인 영웅이 모든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하고 적을 순식간에 제거할 때의 쾌감이 대표적이다. 운은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부정적인 것으로도 작동하지만, 한편으로는 플레이에게 잊을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내는 요소임은 분명했다. 개발진이 말하는 ‘도전과 영웅적 승리’라는 지향점이 각별하게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운이라는 것은 플레이어가 실패와 시도를 누적하는 것을 통해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영역으로 다뤄졌다. 던전에서 획득한 재화와 보상들을 이용해 영웅들을 육성하며, 조금 더 나아진 상태에서 다음 던전으로 출발할 수 있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마을 경영 콘텐츠들은 플레이어가 마주하는 ‘운’ 들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영역에 두도록 만들었다. 마치 처음에는 20면체 주사위를 굴리다가, 시간이 지나며 16면체로. 그 다음은 8면체로 조금씩 확률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여전히 운이라는 형태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플레이어가 마주하는 결과물이 조금씩 제어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게임 플레이는 점차 통제 가능한 영역이 늘어나고 궁극적으로는 다키스트 던전 1의 끝에 도달하는 경험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을 경영은 본질적으로는 타이쿤 장르와 같은 매니지먼트 형태를 가지게 됐다. 세부적인 수치를 조절하고 여분의 자원을 쌓고. 이를 적절하게 분배하는 플레이에 가깝다. 그렇기에 다키스트 던전 1은 후반부로 들어설수록 초반과는 다른 결의 정체성을 보여주게 된다. 통제 가능한 영역이 충분히 늘어나고. 플레이어가 게임 과정에 익숙해졌다면 다키스트 던전 1은 자원을 투입하고 거기서 보상을 얻는 플레이의 반복이다. 운을 어느 정도 감안해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시점부터 영웅과 파티는 하나의 캐릭터가 아니라 인적자원과 같이 다뤄진다. 이 즈음부터 효율적으로 자원을 파밍하고 변수를 교정하며 제어하는 과정은 주력 인적자원이 더 나아가기 위한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인 셈이다. 이 즈음부터 플레이어의 선택과 실수. 그리고 변수를 통제하는 과정이 가장 앞에 자리하며 다키스트 던전 1이 추구하던 ‘도전과 영웅적 승리’라는 조금씩 희석된다. 플레이어는 게임에 익숙해져서 긴장감 보다는 일종의 루틴과 같은 게임 플레이를 하게 되며, 반복 플레이를 통한 자산의 누적으로 인하여 초기와 같은 경험이 유지되지는 않는다. 개발사인 레드훅 스튜디오는 다키스트 던전 1의 이와 같은 플레이를 일종의 한계라고 인식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 그리고 플레이 양상이 영향을 미쳤다. 초반부의 플레이가 각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좋았으나, 후반부로 들어설수록 변수가 통제되고 항상 옳은 결정을 내리는 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더불어 양날의 검과 같이 다뤄지는 변수들이 막대한 진입 장벽으로 작동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흥미로운 것은 맞지만, 플레이어 전략에 맞는 플레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들어갔으며,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은 게임에서 이탈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가 엔딩 까지의 플레이 타임을 가늠하기 힘들게 만들었으며, 꽤 많은 플레이어들은 중간 그라인딩 (파밍) 과정을 넘어서지 못한 상태에서 게임을 중단하기도 했다. 도전 과제를 보면, 이러한 양상은 꽤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초반부에서 중반부.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하나의 콘텐츠를 달성한 사람의 비율은 극단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전작의 문제점을 인식한 레드훅 스튜디오는 후속작인 다키스트 던전 2를 통해서 또 다른 형태의 모험을 기획하는 결정을 내렸다. 전작의 변수들이 가져다주는 장점과 단점을 답습하지 않고 형태와 플레이 양상을 완전히 바꾸는 결정을 말이다. 그러면서도 앞서 언급한 ‘도전과 영웅적인 승리’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방침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웅적 승리. 즉, 고난을 넘어서는 행위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그리고 플레이어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도록 할 것인가에 가장 많은 고민을 들였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고난을 마주하고 플레이어의 선택이 결과를 낳고. 이를 통해서 고난을 극복하는 플레이가 핵심이다. 따라서 다키스트 던전 2는 플레이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확률을 조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모든 공격은 변수 없이 확정적으로 적중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는 어느 정도는 플레이어가 예상한 형태로 진행된다. 사전에 수립한 전략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한편, 토큰 시스템과 스킬 업그레이드의 조합을 통해서 플레이어의 전략 / 전술이 전작과 비교해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확률적인 요소는 ‘지옥으로의 로드트립’이라는 컨셉에 맞춰서 조율이 이루어졌다. 다키스트 던전 2의 게임 플레이를 구성하는 변수들은 무작위 생성을 통해서 제공된다. 하나의 ‘런’으로 구성된 플레이가 자리하며, 플레이어들은 마차에 올라타고 무작위로 배치되는 이벤트와 적들을 마주하는 구조를 택했다. 이러한 점에서 보자면, 다키스트 던전 2는 확률과 변수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전작과는 다른 지향점을 가진다. 확률의 범위를 조금씩 좁혀나가는 것. 또는 반복 플레이를 통해서 통제하는 데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수립한 전략과 전술을 이용해 확률과 맞서는 데에 코어 게임 플레이를 집중한다. 다만, 전략과 전술이 수립되고. 육성이 완료된 상태에서는 전투 자체가 루틴을 갖기 마련이다. 토큰 시스템으로 변경이 되면서 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줄어들었고 스트레스 관리도 사라지며 전투 과정 자체는 어느 정도 고정되는 경향을 보인다. 모든 것이 통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개발진은 여기서 캐릭터간의 관계를 플레이어가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위치시켰다.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장치로 캐릭터 관계를 넣어두면서 전투와 이후의 플레이는 플레이어의 예상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캐릭터들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안정적인 상태에서 전투를 벌이기 어려운 고난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전작의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가늠이 안되는 게임 플레이 시간 / 그라인딩 과정은 거리가 그리 길지 않은 ‘런’을 통해서 보완됐다. 전작 대비 한 번의 플레이 시간 자체는 짧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무작위로 구성된 요소들이 고난으로 제시되고 플레이어가 자신의 구상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핵심인 셈이다. 반복 플레이에서 누적되는 요소들은 마을이 아니라 ‘캐릭터’에게 집중한다. 이 또한 개발진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작이 대략적인 세계관이나 분위기에만 집중했다면, 후속작에서는 각 캐릭터들을 세부적으로 설정하고 활용한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플레이가 누적되면서 캐릭터의 능력이 강화되는 것과 함께, 캐릭터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제시되는 것이 대표적인 요소다. 전작의 영웅들은 이제 이름으로 불리며, 인적 자원이 아니라 고난을 극복하고 성취하는 히어로에 가깝게 다뤄진다. 런의 반복을 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들은 각자의 이야기와 관계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며 캐릭터 자체의 매력과 설득력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인적 자원에서 어떠한 기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되는 과정과 같다. 이렇게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과 여기에 곁들여서 세계를 여행한다는 가치는 다키스트 던전 2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지향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마을 하나에서 이야기가 끝났던 전작과 다르게, 다키스트 던전의 세계를 한층 더 넓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얼리 액세스 기간 동안 다키스트 던전 2가 지향했던 변화들은 제대로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흥행과는 별개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개발진이 구축했던 플레이들은 각 요소들이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들의 이야기와 함께, 역경을 넘어 승리라는 쾌감을 제공하는 것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결국, 게임 플레이가 바뀌었어도 ‘도전과 영웅적인 승리’라는 가치는 다키스트 던전 2에서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메커닉이나 실제 게임 플레이 양상이 크게 바뀌기는 했지만, 개발진이 제시하고자 했던 가치는 여전하다. 갑작스레 큰 성공을 거둔 인디 타이틀틀이 시리즈로 더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만들었고, 다방면으로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명확하게 남기고 있다. 그리고 현재. 다키스트 던전 2는 현재 준비 중인 무료 업데이트를 통해서 전작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결에 자리한 신규 게임 모드 ‘킹덤스’를 준비 중에 있다. 다키스트 던전 2의 원래 모드가 개발진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었다면, 킹덤스의 신규 모드는 전작을 플레이 했던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인 결과처럼 보인다. 전작의 영지 관리와 다키스트 던전 2의 플레이가 어느 정도 합쳐진 신규 모드는 다키스트 던전 2와는 다른 또 다른 변화이기도 하다. 2021년 에픽 게임즈에서 얼리 액세스를 출시한 이후 정식 발매까지 3년의 시간이 걸린 만큼, 이제 월드 전반을 더 확장한다는 의도에 맞춰 변화를 가미했다. 그간 쌓아온 것들을 바탕으로 세계와 캐릭터. 그리고 여러 게임 플레이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다. 전작의 코어 플레이였던 영지 관리는 그 개념을 변용해 킹덤스에 들어갔으며, 그간 런을 통해 이야기를 쌓은 캐릭터들은 해당 모드에서 전작과 마찬가지로 인적 자원과 같이 다뤄진다. 전작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기존 모드의 게임 플레이에서 보충했던 만큼, 이후에는 플레이어의 니즈에 맞춰 관리적인 측면을 늘리겠다는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정식 출시 이후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다키스트 던전 2의 변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다분히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전작의 거대한 진입 장벽이 되었던 변수를 조율하는 한편, 한 번의 플레이 시간을 낮추는 결정. 그리고 형태가 크게 달라졌음에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고난을 극복하며 달성하는 영웅적 승리’를 유지하기 위한 수많은 고민이 들어가 있다. 그렇기에 다키스트 던전 2는 이 영웅적 승리가 게임 세계관 측면에서 보다 설득력을 갖도록 만들기 위한 과정인 것이며, 동시에 영웅적 승리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맛볼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기 위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두 작품에서 이 가치는 그대로 계승되어 있다. 단지 형태가 다를 뿐이다. 플레이어가 고난을 마주하고 극복하도록 만드는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의 방법론. 고난을 극복하고 영웅적 승리를 달성했을 때의 경험. 이것이 같은 방향에서 자리하고 있기에, 다키스트 던전 2를 후속작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정필권 농부이자 제빵사이자 바리스타. 현재는 게임 기자로 글을 쓴 지 8년차 입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임세대의 문화담론 플랫폼 게임제너레이션은 크래프톤의 후원으로 게임문화재단이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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