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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세미나] Emitexts and Paratexts: Propaganda in Eve Online

12

GG Vol. 

23. 6. 10.

1. 들어가며 


〈이브 온라인(Eve Online)〉은 현재 ‘펄어비스’가 인수한 아이슬란드의 게임 제작사인 ‘CCP 게임즈(CCP Games)’가 2003년 출시한 SF 샌드박스 MMORPG이다. 가상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브 온라인〉은 오픈 월드 시스템을 통해 광활한 맵을 제공하며, 이곳에서 일어나는 유저의 다양한 행위들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높은 자유도를 제공한다. RPG이지만 이 게임에는 캐릭터의 직업이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콘텐츠를 하면서(혹은 파고 들면서) 직업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PVP, 탐험, 채굴, 운송 등 게임 내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구축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 게임 내 자체적인 경제가 형성되어 있다. 유저들 간의 거래를 통해 만들어지는 경제는 〈이브 온라인〉만의 독특한 자유도이기도 하다. 〈이브 온라인〉의 유저 사이의 역학 관계는 게임의 자유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금의 〈이브 온라인〉이 있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들의 옴니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논문 세미나에서 리뷰할 논문인 〈Emitexts and Paratexts: Propaganda in Eve Online〉는 2015년 ‘Games and Culture’ 저널에 게재된 논문이다. 저자인 마커스 카터(Marcus Carter)는 시드니 대학에서 HCI, AR, VR 등과 함께 게임을 연구하는 연구자이다. 그는 평소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유저 활동에 대해 초점을 두고 연구를 해왔다. 〈이브 온라인〉이나 〈DayZ〉와 같은 온라인 게임에서 유저 사이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플레이 연구를 진행해왔다. 해당 논문은 〈이브 온라인〉의 PVP 콘텐츠에서 이루어지는 유저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이브 온라인〉의 PVP 콘텐츠 중 독특한 하나는 바로 대규모 PVP이다. 전쟁으로 표현되는 대규모 PVP는 게임 내 서버가 단일 서버라는 특징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인 MMORPG의 경우, 여러 서버로 나누어져서 각 서버만의 길드는 유저들을 묶는 그룹이 된다. 길드가 대체로 큰 규모라고 해도 200명 내외에 그친다. 그러나 〈이브 온라인〉의 경우는 다르다. 게임 내 길드와 같은 시스템인 코퍼레이션(Corporation)과 얼라이언스(Alliance) 기능과 함께 비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세력 단위인 코얼리전(Coalition)이 타 게임의 채널이나 서버와 같은 인원수로 구성된다. 수천~만 명으로 구성된 코얼리전은 게임 내에 많은 영향력을 미친다. 이러한 그룹 사이의 분쟁은 실제 전쟁과 같이 다양한 전술과 전략이 동원되는데, 이 중 ‘프로파간다’에 주목하고 있다.



2. 〈이브 온라인〉의 전쟁


〈이브 온라인〉의 우주는 ‘하이섹(High-sec)’, ‘로우섹(Low-sec)’, ‘널섹(Null-sec)’의 세 가지 유형의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는 보안 정도에 따라 구분된다. 〈이브 온라인〉의 보안은 NPC 팩션인 ‘콩코드(CONCORD)’를 통해 이루어진다. 적대 행위(PVP 등과 같은)나 자신의 보안 정도가 지역의 보안 정도보다 낮다면 콩코드에게 공격받게 된다. 이는 게임이 제공하는 어느 정도의 유저 보호 안전장치이다. 그러나 이 지역 중 널섹은 완전한 무법 지대이다. 여기서는 콩코드의 보호 기능이 제공되지 않고, 유저는 완전히 혼자만의 경쟁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유저들은 코퍼레이션과 얼라이언스 등의 그룹화를 통해 널섹에서의 활동에서 안전을 확보한다. 널섹은 아직 유저에 의해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다. 이에 자신들의 공간으로 확보하게 되면, 게임 내 자원이나 그 소유권을 주장하여 통제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이는 마치 자신들만의 서버를 얻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즉, 결과적으로 게임 내 부와 권력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공간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코퍼레이션 규모의 그룹으로는 통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얼라이언스나 이들이 모여 코얼리전을 구성하기도 한다.


얼라이언스나 코얼리전 간의 소유권 분쟁이 〈이브 온라인〉의 전쟁 양상이다. 유저 간의 전쟁은 수천~만 명의 유저가 참여하여, 몇 주 동안 이루어지는 전쟁은 수차례의 전투를 포함하기도 한다. 게임 내 전쟁은 군사 지휘 구조를 수립하기도 하고 광범위한 전략과 전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룹 사이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다른 코얼리전의 그룹을 전쟁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거나, 자신의 코얼리전으로 들어오도록 회유하고, 위협하는 등의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동반된다. 〈이브 온라인〉의 전쟁은 지역을 확보하여 자원을 독점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함선을 구축하는 것은 자신들의 게임 플레이와 함께 이후의 다른 지역을 점령하기 위한 전쟁을 위해서도 필요한 행위가 된다. 



3. 패러텍스트(paratext)


여기서 저자는 〈이브 온라인〉의 전쟁 속 복잡한 계략과 전술의 중심에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유저가 만들어내는 텍스트나, 비디오 및 이미지인 프로파간다가 있다고 본다. 인터넷 밈을 활용한 비유나 농담, 게임의 역사, 인종, 문화,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자극하는 프로파간다 미디어는 자신 세력의 지지를 강화하거나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전쟁 캠페인에서 승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브 온라인〉에서 프로파간다가 취하는 다양한 형태를 개괄하고 이러한 비디오, 텍스트 및 이미지가 새로운 형태의 패러텍스트로 개념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패러텍스트는 제라르 주네트(Gerard Genette)의 문학 이론에서 파생된 것으로 제목, 리뷰, 목차 또는 책 표지와 같이 문학 텍스트를 둘러싼 자료를 의미한다. 주네트는 이러한 패러텍스트가 문학 텍스트의 수용 및 소비를 보장하는 주변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패러텍스트 개념은 미아 콘살보(Consalvo, 2007)에 의해 게임 연구에 도입되었다. 게임 산업에서 콘살보의 패러텍스트 개념 적용은 게임 잡지, 전략 가이드 등과 같이 게임을 둘러싼 주변 산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디어가 특정한 방식으로 게임 플레이 경험을 형성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고, 이를 구조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보았다. 


제네트의 패러텍스트는 유동적인 텍스트의 가능성과 현대 게임과 패러텍스트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역동성을 고려하진 않았다. 콘살보 또한 “게임은 플레이가 한 가지 방법뿐이며 불변하지 않고, 주변 담론보다 더 정적이고 고정적일 수 있으며, 그러한 담론은 컴퓨터 게임의 패치(즉 패러텍스트 그 자체)보다 훨씬 쉽게 변화, 수정, 업데이트 또는 철회될 수 있다”고 보았다(Consalvo, 2007: p.12).


그러나 저자는 〈이브 온라인〉의 경우, 기존 패러텍스트 양상이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브 온라인〉은 샌드박스 게임으로, 유저에게 다양한 어포던스(affordance)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종종 예상치 못한 방식의 플레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유저가 게임 세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른 가상 세계 게임과는 대조적이다. 〈이브 온라인〉에서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 방식은 유저 주도로 만들어진다. 또한 이와 함께 계속해서 업데이트, 패치 및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게임 내 세계와 콘텐츠가 변화하고 있다. 이에 〈이브 온라인〉은 단순히 프로파간다 미디어가 존재하고 영향을 미치는 정적인 텍스트가 아닌 그 자체로 역동적인 텍스트라고 보았다.



4. 〈이브 온라인〉 속 얼라이언스 ‘GSF’와 ‘TEST’의 전쟁


TEST는 소셜 커뮤니티 ‘레딧(Reddit)’과 비공식적으로 연관된 ‘디레딧(Dreddit)’의 상위 얼라이언스이다. 디레딧의 회원이 되기 위한 요건은 레딧에서 3개월 동안 활성 상태인 계정이거나 기존 멤버의 추천이다. 대부분의 코퍼레이션에서는 기존 멤버의 추천이나 최소한의 스킬이나 재산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른 그룹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이에 TEST의 멤버는 〈이브 온라인〉에 서툴다는 평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전쟁이나 전투에서 패배한 상대를 당황케 하기도 하고, TEST 그 자체의 손실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이 특징은 동질감을 가진 다수의 멤버를 확보할 수 있는 강점이기도 했다. 


저자가 디레딧과 TEST에 합류하여 연구를 시작했을 때, 가장 가까운 얼라이언스 중 하나는 TEST와 비슷한 구조인 GSF(GoonSwarm Federation)이었다. 이들은 게임 내 트롤링과 비방을 일삼으면 독특한 문화와 명성을 얻고 있는 온라인 게시판인 ‘SomethingAwful.com’ 포럼과 비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는 ‘GoonWaffe’의 상위 얼라이언스였다. TEST의 창설 이후 이들과의 충돌이 있었는데, 이때 당시 GSF가 승리를 거두었지만, GSF는 TEST에게 ‘뉴비’ 얼라이언스라는 점에 조언, 보호 같은 지원과 함께 비 침략 협정을 제안하여 몇 년 동안 거대한 연합을 구성했다. 이들 사이의 관계는 “Space bros.”라고 지칭될 정도였다.


* TEST Alliance 로고(왼쪽) – 출처: https://pleaseignore.com/. GSF 로고(오른쪽) – 출처: https://evemaps.dotlan.net/alliance/Goonswarm_Federation

이들 사이의 전쟁은 TEST가 독립적으로 거대한 규모가 된 시점에서 시작된다. TEST는 GSF의 적이었던 NC(Northern Coalition)과 PL(Pandemic Legion)과 함께 새로운 코얼리전인 HBC(Honey Badger Coalition)을 결성하여 한때 3만 명 이상의 유저를 연합하여 GSF와 그 코얼리전인 CFC(ClusterFuck Coalition)에 대항하는 그룹을 형성했다. HBC와 TEST의 리더였던 몬톨리오(Montolio)는 〈이브 온라인〉에서 모든 얼라이언스의 동맹화하려 했다. 그러나 TEST와 GSF 주축의 HBC와 CFC 코얼리전 사이에서 이루어진 냉전은 게임 내 많은 정치적 사건들을 동반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 프로파간다였다. GSF와 CFC의 리더인 더 미타니(The Mittani)는 자신의 〈이브 온라인〉 뉴스 웹사이트인 ‘themittani.com’에서 프로파간다 공세를 통해 몬톨리오를 게임 내 전쟁 발발 이전에 정치적으로 리더 자리에서 사임시킬 수 있었다.



1) TEST 얼라이언스와 Rebel 얼라이언스


TEST의 새로운 리더였던 소트 드래곤(Sort Dragon)은 능력 부족으로 인해, TEST의 새로운 지도부 멤버였던 부다부다(BoodaBooda)가 TEST가 HBC로부터 독립했다. 그는 몬톨리오가 만들어왔던 것을 허물고 다시 HBC의 얼라이언스들과의 연합을 끊고 CFC와의 대립을 위해 반란(Rebel)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Rebel Command’라는 새로운 비공개 포럼이 만들어지고 Rebel 얼라이언스에 대한 프로파간다 주제가 포럼을 장악했다. 


Rebel 얼라이언스를 지지하는 TEST의 멤버들은 이 주제에 뛰어들어 여러 새로운 프로파간다를 제작했다. 이들은 소트 드래곤과 CFC를 ‘악의 제국’으로 간주하며, TEST 얼라이언스를 반란군으로 선전했다. 반란 프로파간다 이미지와 수사법은 〈이브 온라인〉 포럼이나 레딧, 게임 내 채팅, TEST 채팅 등을 통해 널리 공유되어, 부다부다에 동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러티브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반란군이라는 약자 포지셔닝은 〈이브 온라인〉 내에서 TEST에 대한 약자 인식과도 관련되어 있어서 레딧을 통해 신규 멤버를 모집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Rebel 얼라이언스의 프로파간다 이미지(Carter, 2015)


* 부다부다의 프로파간다 이미지(Carter, 2015)


2) The Great Fountain 전쟁(대분수 전쟁)


〈이브 온라인〉의 새로운 확장팩은 널섹에서 특정한 광물을 찾을 수 있는 위치에 대한 변화를 가져 왔다. 이러한 변화는 CFC에 대한 자원의 절대적인 통제권과 이러한 지역을 지키는 얼라인어스의 보호를 무력화하기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동맹이 아닌 TEST 얼라이언스가 점령한 공간이 순식간에 게임 내에서 가장 가치 있는 지역이 되었다. 이에 CFC와 GSF의 리더 더 미타니는 GSF가 가난해졌다고 주장하면서 거대한 프로파간다 활동을 전개했다. 이에 CFC는 확장팩 업데이트 이후 며칠 만에 Fountain(이하 파운틴)으로 알려진 이 지역에 대한 침공을 발표했다. TEST, PL, N3(HBC 이후 새로이 결성된 코얼리전)의 연합군은 거의 일주일 동안 파운틴에서 CFC에 대항하여 전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전쟁에서 또한 다양한 프로파간다 이미지가 동원되었다.

 

* 전쟁 프로파간다(Carter, 2015)

대분수 전쟁은 냉전 시대처럼 주로 군사적, 전투적 승리가 아닌 전략과 첩보에 기반한 승리를 거두었다.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에서는 비난받는 행위이지만, 배신과 배반과 같은 행위는 〈이브 온라인〉이 유저에게 어필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TEST 얼라이언스가 파운틴 내 시스템을 CFC에게 빼앗긴 첫 번째 배신은 TEST의 전 리더였던 소트 드래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CFC와 협력하여 자신이 갖고 있던 시스템 통제권을 넘겼고, CFC가 이를 장악했다. 이후 더 큰 배신은 잠입한 N3 코퍼레이션이 연합군과의 합의에 따라 해체되면서 재산을 약탈당하는 사건이었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TEST의 군사 책임자는 TEST 내 멤버들에게 전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TEST의 정체성에 대한 프로파간다를 하기도 했다. 그의 프로파간다는 다른 얼라이언스에게 “죽음이 보장된 상황에서도 TEST는 단결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파간다였다(BoodaBooda, 2013; Carter, 2015 재인용). 대분수 전쟁의 마지막 전투에서 동원된 프로파간다는 상대방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봉사자인 멤버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 TEST 강탈


전쟁 패배 후 부다부다는 사임하고 TEST는 통제권을 포기하며, 새로운 리더 스키어X(SkierX)의 아래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PVE 활동을 하는 유저들을 사냥하고 지불 협상을 위해 대기하여 현금을 받는 대가로 동맹이 될 것이라는 계획을 통해 적 연합군이 소유한 4개 지역에서 강도 저직을 운영하며 소규모 얼라이언스 및 코퍼레이션에게 임대하는 조직범죄 집단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TEST의 행보에 따른 프로파간다 테마는 마피아에 기반하며 미국-이탈리아 범죄 조직에 대한 대중문화적 비유를 불러일으키고, 〈대부〉나 〈스카페이스〉와 같은 상징적인 영화의 장면을 변용했다. 


스키어X는 이 프로파간다 이미지가 레딧 유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멤버를 늘리기 위한 강력한 선전은 레딧에서 TEST의 관심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TEST가 시도한 강탈은 대규모 그룹에서 시도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참신함은 새로운 유저를 유치하고 기존 기반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서 TEST 운영진에게 어필할 수 있는 측면도 있었다. TEST는 이후 다시 결속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 TEST 얼라이언스의 강탈(Carter, 2015)


5. 에미텍스트(emitext)로서의 프로파간다


저자는 〈이브 온라인〉 속 전쟁 전후로 전개된 프로파간다가 게임을 둘러싼 주변부 산업이 아닌 게임 내에서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나타나는 패러텍스트의 한 형태인 에미텍스트라고 주장한다. 주네트의 문학 텍스트와는 달리 현대 디지털 게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게임 세계의 환경과 어포던스는 게이머 행동의 결과로 변경되기도 하고 변형될 수 있다. 특히 〈이브 온라인〉의 샌드박스 특징은 이를 더욱 잘 보여준다. 



1) 플레이로서의 프로파간다


프로파간다를 에미텍스트로 이해하는 핵심은 〈이브 온라인〉의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제작되는 방식이다. 〈이브 온라인〉 유저의 일부만이 대분수 전쟁에 직접 참여했고, 그 대부분은 보병에 불과했다. 이들은 특정 시간에 〈이브 온라인〉에 접속하여 아군과 함께 비행하고 대규모 함대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몇몇 소규모의 유저 그룹은 자신들의 얼라이언스를 이끌고,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고, 자원을 관리하며 전쟁의 병참을 조율하는 워게임(wargaming)을 했다. 프로파간다는 이러한 보병 지원자를 모집하고 참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얼라이언스 지도자들은 프로파간다가 대규모 콘텐츠 제작 경험을 주도하는 데 도움이 되면서, 멤버들에게 맥락, 내러티브, 소속감을 부여하는 데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프로파간다의 이 효과는 저자가 살펴본 바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프로파간다가 강조하는 것은 어떤 전술과 전략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프로파간다 제작자들은 얼라이언스의 승리나 전쟁과 같은 유형의 플레이 자체보다 얼라이언스 멤버를 위한 콘텐츠 제작에 더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어떤 목적이든 함께 플레이하고 싶게 만들고, 함께 즐기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이브 온라인〉은 결국 게임의 맥락에서 전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프로파간다 이미지 그자체는 결국 〈이브 온라인〉 내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전략적인 전쟁 게임의 일부이자 그 자체로 플레이가 된다.



2) 〈이브 온라인〉 프로파간다와 역사, 문화비유로서 프로파간다.


〈이브 온라인〉에서 프로파간다는 얼라이언스 지도부가 자신의 구성원 또는 상대 얼라이언스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로 역할을 한다. 여기서 제시되는 프로파간다 사례의 주제는 각각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유저를 특정한 내러티브로 설득하려는 시도이다. 


〈이브 온라인〉 프로파간다 제작의 경향성은 실제 역사적 프로파간다 이미지와 효과를 재사용하는 것이다. 프로파간다에서 역사적 프로파간다를 활용하는 방식은 사회, 역사, 문화적 맥락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의 패러텍스트가 존재하는 방식을 반영한다. 프로파간다 제작자는 역사적 이미지를 모방하면서 프로파간다로 이용하여 더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프로파간다 이미지에는 영화나 TV 드라마에 대한 패러디와 참조가 곳곳에 존재한다. 이와 같은 프로파간다는 유저들이 공유하는 너드(Nerd)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활용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프로파간다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즉, 이를 통해 〈이브 온라인〉 얼라이언스의 문화적 정체성을 정치화한다. 이러한 프로파간다는 유저에게 명확한 너드 문화적 내러티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주변부의 대중 매체와 문화를 연결하여 〈이브 온라인〉 전쟁의 정치적, 배신, 첩보 활동의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브 온라인〉은 이미 게임 속 역사가 있고, 게임 내 이벤트와 플레이에 대한 수용 및 의미 부여에 영향을 미친다. 게임사가 주도하여 관리하는 역사 위키 프로젝트는 〈이브 온라인〉 내의 다양한 역사를 기록하여 의미 부여하여 문화적 유물로 기능하게 한다. 이러한 역사와 마찬가지로 프로파간다는 유저의 역사로서 〈이브 온라인〉의 문화적 유물이 된다. 〈이브 온라인〉의 프로파간다는 게임의 역사와 얼라이언스의 역사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며, 유저는 플레이로서의 프로파간다를 통해 게임에 의미를 가져다주며 게임 내 영향을 미친다. 프로파간다는 게임 내 공유된 관심사와 역사를 바탕으로 유저들이 상상하는 커뮤니티의 모습을 동질화하여 커뮤니티의 결속을 강화한다. 



3) 에미텍스트로서의 프로파간다


프로파간다 이미지의 차원은 유저의 게임 경험을 형성하고 플레이 행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패러텍스트로서의 성격을 보여준다. 게임 가이드나 개발 일지와 마찬가지로 프로파간다는 게임이 수용되고 경험되는 방식을 구성하여 게임의 존재를 정의하고 보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패러텍스트의 논의는 고정적인 텍스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브 온라인〉과 같은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새로운 게이머 문화 및 전략이 생겨나고 이를 통해 게임과 게임 플레이 방식, 게이머 경험이 만들어지고 이에 게이머의 경험에 의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새로운 전술이나 유저 유입 및 이탈 등, 자체적인 규범과 비공식적인 규칙을 변화시키고, 게임 플레이의 집단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 플레이의 경계는 게임 내부에서 포럼, 채팅방, SNS 등과 같이 끊임없이 유동하는 장소로 확장된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패러텍스트의 분석과 더불어 게임 플레이로서 나타나는 게임 내 프로파간다는 게임과 엄격한 공간적 관계가 없는 새로운 패러텍스트인 에미텍스트가 된다. 



5. 결론을 대신하여 나가며


이번 논문에서는 〈이브 온라인〉에서 이루어진 거대한 전쟁인 대분수 전쟁 속 프로파간다를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보는 관점을 살펴보았다. 사실 〈이브 온라인〉뿐만 아니라 게임 내부로 반영되어 자신들만의 즐거움을 창출하기 위한 행위들은 여러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을 수정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딩이나 온라인 게임의 메타를 만드는 행위 등은 게임, 게이머, 게임사로 하여금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이는 게임 그 자체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얻게 되는 즐거움을 위해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게임 플레이 행위는 게임을 구성하는 중요한 행위이다. 지금의 게임 플레이 개념은 게임 텍스트뿐만 아니라 게임 텍스트 밖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 커뮤니티 참여나 SNS 등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콘살보의 패러텍스트 논의 또한 게임을 둘러싼 외부 산업을 게임과 함께 바라보고자 제시되었다. 그러나 게임 텍스트 밖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정말로 단순히 게임과 공간적(개념적)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이 논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프로파간다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프로파간다를 제작하는 것은 분명하게 게임 텍스트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제작을 위해 동원되는 자원 또한 말이다. 이것이 활용되는 것은 게임 내부이기도 하다. 이는 마치 게임 내에 여러 자원을 가져오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의 관점은 단순히 게임 너머에서 발생하는 외부적인 행위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게임의 내부라고 볼 수 있는 그 경계를 좀 더 확장하는 것에 가까웠다. 


이 논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이라 생각한다. 이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게임의 정의에서부터 게임 플레이, 메타게임 등과 같은 개념까지 논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게임과 이와 연관된 플레이 행위의 경계가 단순히 게임 텍스트로만 구성되지 않는다는 점은 본 논문의 유의미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우리가 ‘게임을 한다’라고 했을 때, 한 번쯤 ‘게임은 무엇일까?’, ‘게임을 하는 건 어디까지일까?’를 사색해보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





참고문헌
Consalvo, M. (2007). Cheating: Gaining advantage in videogames. MIT Press.
Carter, M. (2015). Emitexts and Paratexts: Propaganda in EVE Online. Games and Culture, 10(4), 311–342.

Tags:

이브온라인, 논문, 패러텍스트, 에미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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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연구자)

게임연구에 발을 들인 대학원생입니다. 지금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첨단종합학술연구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게임의 경계는 어디까지 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든 일본어든 글 쓰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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