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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란으로 1280개 검색됨

  • 제약과 위계, 설계와 창출: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은 어떻게 플레이어를 운영으로 유도하는가

    운영 시뮬레이션 장르는 일견 무한한 자유 내지는 전능성을 보장하는 듯하면서도, 이걸 제약하는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궁극적으로 세계의 설계와 창출이라는 거대한 목표로 유도할지 궁리하는 장르라 할 수 있다. < Back 27 GG Vol. 25.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ihwan Lee After completing the Master of Fine Arts in Cinema Studies at the School of Film, TV & Multimedia,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currently contributes film and game criticism. Loves adventure games. (antistar23@gmail.com )

  • 유능함만으로 정말 충분할 수 있을까 - 디스이즈 더 폴리스 2

    숙련-발전-번영이라는 전반적 흐름은 플레이어에게 미래의 상승곡선을 약속한다. 점차 일을 잘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상황이 나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디스 이즈 더 폴리스This is the Police>는 여기에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 Back 유능함만으로 정말 충분할 수 있을까 - 디스이즈 더 폴리스 2 27 GG Vol. 25. 12. 10. 유능함만으로 정말 충분할 수 있을까 아주 오래전, 노동이 진정 인간의 것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우리는 창조력과 주체성을 가지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로부터 노동이라는 행위를 스스로 찾아내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 손을 떠나게 된 노동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저 먹고살기 위해 피치 못하게 행하는, 지루하고 소모적인 근로로 전락했다. 게임, 특히 시뮬레이션 게임의 가장 큰 위업은, 마르크스가 말하는 노동 소외의 좌절을 벗어나 인간에게 다시금 창조력과 주체성을 가진 노동의 유희를 되찾아줬다는 것이다. 호모 루덴스는 온갖 분야를 망라하는 노동의 과정을 (심지어 본인의 돈을 주고) 쾌락으로 치환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를 가능케하는 주된 요인은 아무래도 성취감이다. 나의 노력과 노동을 통해 실제로 무언가가 이뤄진다는 감각.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가 덕담으로 쓰이는 우리의 현실은, 헌신이 보상받는다는 확신이 없는 사회,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 결국 자본뿐인 사회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는 다르다. 잘 설계된 안정적인 시스템은 우리가 노력한 만큼 보상으로 돌려준다. 자본일 수도, 사람과의 관계일 수도, 자원일 수도, 아니면 그저 만족감일 수도 있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근심 없이 살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임 속 현실에서는 예기치 못한 재난과 위기도 감당할 만한, 언젠가는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가능한 해프닝으로 만든다. 이 합리적이고 친절한 세계에서 우리는 성장의 기쁨을 맛본다. 게임이 제공하는 규칙에 익숙해지고, 능숙해진다. 가게를 경영하는 법, 농작물을 재배하는 법, 자동차를 조립하는 법, 화물을 국경 너머로 운송하는 법...... 규칙에 능숙하면 능숙할수록 달콤한 과실은 더욱 늘어난다. 숙련-발전-번영이라는 전반적 흐름은 플레이어에게 미래의 상승곡선을 약속한다. 점차 일을 잘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상황이 나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디스 이즈 더 폴리스This is the Police>는 여기에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어떤 배반적인 시뮬레이션 사실 시뮬레이션 게임에는 대단한 내러티브가 필요치 않다. 으레 (얼굴도 본 적 없는) 삼촌의 편지 한 통에서 시작하는 초보 사장의 하루하루는 그 자체로 게임의 내러티브가 된다. 어느 날은 매출이 좋을 수도 있고, 어느 날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운이 좋거나 실수를 연발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기복을 견딘 끝에 결국 폐업 직전의 허름한 가게가 크고 화려하게 변해가는 모습이야말로 드라마 자체다. 그러니 <디스 이즈 더 폴리스>를 시작할 때는 어떤 드라마를 기대해야겠는가? 부패한 시장에게 탄압을 받으며 6개월 뒤 해직을 앞둔 끈 떨어진 경찰서장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 주인공 잭이 자신의 퇴임을 직접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작품의 첫 장면이다.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잭 보이드의 스완 송이다. 그(플레이어)는 앞으로 180일간 헌신적으로 일한 뒤 해고될 것이고, 그 자리는 시장의 낙하산 친인척으로 채워질 것이다. 일에 애착을 가진 잭에게 이는 노후를 위한 즐거운 은퇴가 아니라, 정치적 패배이자 사회적 죽음이다. 직장부터 가정까지 노골적이고 적대적인 환경으로 둘러싸인 채 이러한 상황을 맞이한 잭에게, 많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발전적인 미래와 약속된 보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잭의 미래는 이미 내리막을 걷고 있고, 플레이어는 그의 ‘마지막 180일’을 함께하는 여정에 던져지며, 이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점진적인 성취와 번영이라는 확실성보다, 180일이 다 지났을 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더욱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한다. 180일이라는 시간 동안에는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매일매일이 규칙적인 일상의 연속성은 플레이 도중 여러 차례 고의로 깨진다. 다양한 사고로 수십일씩 공백을 겪은 뒤 돌아오면, 성실하게 꾸려왔던 경찰서가 또다시 엉망이 되어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런 불연속성 속에서 꾸준한 성과와 보상의 축적을 경험하긴 힘들다. 플레이어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시스템에 대한 자기 자신의 이해와 숙련도 뿐이며, 이 위기를 마치 새로운 캠페인을 플레이하는 경험처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디스 이즈 더 폴리스>가 보여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반복적인 불연속성은 꾸준하게 발전적인 미래를 그리며 나아가는 여타 시뮬레이션 게임의 내러티브에서는 잘 드러내지 않는 특성들이다. 그러나 이 특성들은 종국엔 <디스 이즈 더 폴리스>가 던지는 질문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제거한 뒤, 오직 믿을 구석이 플레이어 본인의 숙련도뿐이라고 했을 때, 이 숙련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능하게 무너지다 50만 달러. 180일 뒤 경찰서를 떠날 때 50만 달러를 들고나가는 것이 잭의 유일한 목표다. 하지만 그것도 생존해있을 때의 이야기다. 180일간 살아남아 50만 달러를 모으고 은퇴하기. 프리버그는 위험한 도시다. 세력을 다투는 마피아들과 제멋대로 구는 시장, 테러를 꿈꾸는 반정부 인사가 자의식을 마음껏 뽐내는 이곳에서, 처신을 잘못했다가는 부엌 창문을 뚫고 날아오는 총알에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경 속에서 50만 달러를 모으기 위해서는, 주어지는 봉급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디스 이스 더 폴리스>의 플레이는 근본적으로 경영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인력을 관리하고, 재정과 자원을 관리하고, 신고가 접수되면 경관을 파견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형사를 파견해 수사를 진두지휘한다. 아마 이렇게 하루를 열흘 정도 반복하다 보면, 이러한 ‘경영’이 대강 손에 익게 될 것이다. 새로 발생할 신고에 몇 명을 파견할지, 살인사건 형사 교대조를 어떻게 편성할지, 출동 타이밍을 어느 정도 잡아야 할지. 그러나 경영할 사업장이 ‘경찰서’요, 경영자가 ‘경찰서장’이라는 요소는, 이러한 경영 행위를 판단할 새로운 관점을 더해준다. 플레이어가 익숙해지는 또 다른 일상에는 부두에서 벌어지는 마피아 총격 신고를 고의로 무시하고, 압수한 장물을 처분해 현금을 빼돌리고, 특정 세력과 결탁해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는 일이 포함된다. * 신고뿐 아니라 다양한 세력의 요청에도 응답하는 것이 필수적인 업무가 된다. 경찰서장 시뮬레이터라는 이유로 플레이를 하면서 나의 양심과 공익성을 성찰할만하다는 이야기는 다소 고리타분한 지적이 아닐까? 그러나 한 도시의 치안과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지녔다는 롤플레잉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이 미묘한 아이러니는 분명 흥미로운 요소다. 사실상 이러한 (직업) 윤리적 해이가 선택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씩이라도 마피아의 범죄를 눈감아주지 않으면 사망해 게임이 끝날 수도 있다. 평화적인 시위를 ‘진압’하라는 시장의 명령을 거절하면 봉급이 깎이고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직원을 해고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잭의 생명과 서의 자원을 보호하며 슬기롭게 경찰서를 운영한다는 것은, 어느샌가 플레이어의 책상 위에서 마피아들은 협력업체, 시청은 끊임없이 비위를 맞춰야 하는 까탈스러운 후원자, 휘하 경관들은 사설 용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잭은 모두에게 존경받는 인물이다. 사람들은 그가 신뢰할만하며 정직한 경찰이라고 생각하고, 이 위험한 도시에 안전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모든 시민의 사랑을 받는 경찰서장 잭 보이드는, 이 180일 동안 경력에서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불가역적인 타락을 겪게 된다. 플레이어가 이 시스템에 적응할수록, 규칙을 잘 다루게 될수록, 효율적이고 능률적으로 일할수록 잭은 종국에는 청산되어야 할 부패의 엄연한 일부가 된다. 플레이어가 일을 잘하면 잘 할수록 작품의 내러티브는 필연적인 쇠락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부재로써 비로소 감각되는 것들 어떤 형태로든 노동을 경험해 봤거나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일잘러’를 꿈꾼다. 센스 있고, 스마트하고, 능률적이고, 빠르고, 그리고 어쩌면 융통성 있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런 현대인의 미덕은 무엇이든 간에 ‘원칙’이라는 단어와는 다소 어색한 관계가 된다. 센스 있게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원칙을 지키는데에 센스가 필요한가? 융통성 있게 원칙을 지킨다는 문장은 성립 가능한가? * 마지막 근무일의 잭은 하루동안 자신 없이 굴러가는 현장을 지켜볼 뿐이다. 작품의 규칙에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동안, 플레이어(잭)는 센스 있고, 스마트하고, 능률적이고, 빠르고, 융통성 있게 일을 해낸다. 그렇게 점차 ‘일잘러’가 되어갈수록, 잭(플레이어)은 경찰서장으로서의 원칙으로부터 눈을 감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능숙해진다. 그렇게 지위를 잃는 것도 모자라 도시의 가장 부패한 인물 중 하나가 되어, 젊고 신념 있는 신임 검사장의 타깃이 된다. 플레이어는 이 시뮬레이터를 플레이하면서 점차 성취를 쌓아가고 목표를 이뤄내는 여정이 아닌, 잭이 모든 것을 잃고 혼자 남겨질 때까지 삶의 내리막길을 걷는 여정을 함께한다. 시뮬레이션을 플레이하며 쌓아가는 노력을 배반하다 못해 거역하는 이 쇠락의 과정을 플레이어는 왜 즐기는가? 만약 잭이 영광스러운 승리의 결말을 맞더라도 지금과 같은 즐거움이 남을 수 있었을까? 마피아나 시청이 단순히 적대관계가 아닌 복잡한 이해관계로 설정된 정치적 지형의 형성은 시뮬레이션의 규칙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유용한 선택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이 규칙에 동의하고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발로 이 윤리적 타락의 구렁텅이에 걸어 들어가고 있음을 이해하며, 그 길의 끝에 점차 선명해지는 최후를 어느 정도 짐작해가고, 그 비릿함을 즐긴다.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플레이어는 원칙에서 멀어질 것을 요구받으면서 오히려 스스로에게 원칙이 있음을 감각해가는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여기서 이러한 질문이 유효해진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이머) 박해인 게임에서 삶의 영감을 탐색하는 게이머. 게임의 의도와 컨셉을 전달하는 방식들을 분석하는 데에 관심이 많습니다.

  • 부분유료결제는 영원할 것인가?

    이처럼 2022년의 연말을 맞는 지금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게임 플레이의 외부에 존재하는 거래 행위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 플레이와 밸런스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사업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회사와 개발자의 입장은 늘 조심스럽다. 유저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며,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트렌드를 선도하는지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 Back 09 GG Vol. 22.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eong Yeop Lee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Culture & Contents at Soonchunhyang University. Researches game storytelling and game design as central concerns, and led the founding of the Busan Indie Connect Festival—a leading indie game festival—where serves as head of the jury. Also a juror for the Independent Games Festival (IGF), one of the most prestigious indie game events internationally. Books include Digital Storytelling (co-authored, 2003), Digital Games: A New Territory of Imagination (2005), Indie Games (2015), Stories Become Transformers (co-authored, 2015), Mario, Born in '81 (co-authored, 2017), The Theory of Games (co-authored, 2019), and Games Are Games: Game × Ecosystem (co-authored, 2021).

  • ​Oldies But Goodies - 클래식 게임의 조건

    그래서 다시 클래식 게임이다. 그의 분투는 눈물겹다. 이 보다 더 순수할 수 없을 그 시대만이 줄 수 있는 순정의 게임 경험과 이를 통한 자수성가형 성취감을 제공한 클래식 게임은 게임 미디어의 '형식'으로서 명예의 전당에 봉인되는 순간, 수 많은 아류작과 온전한 장르의 모태가 됨으로써 태를 바꾸어 '미디어'로 존재한다. 이렇게 미디어로 명명된 클래식 게임은 상징으로 일반화되고, 상징을 통해 제시된 '기대'는 클래식 게임 고유의 경험을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재현하고 확장한다. < Back 02 GG Vol. 21.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angwoo Park Has taught game-related courses at a few universities and graduate schools, run game columns in a few magazines and newspapers, and written a few books on games—though has bought far more than that. Consulted for developers on game production and publishing, ended up serving as a game company CEO toward the end, and is now retired. Lives not as a game critic, game studies professor, game consultant, or game company CEO, but simply as "someone who really loves games."

  • 공포와 액션의 사이에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공포 게임의 공포는 반드시 옅어지고, 무뎌지고, 희석되고, 탈각된다.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이 9개의 넘버링과 3개의 외전과 3개의 리메이크, 그 외 다수의 서브 작품을 진행하면서 얻은 결론은 이 태생적 모순을 피하거나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7편의 방향성을 2~4편의 리메이크작과 8편 또한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긍정하고 활용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 Back 공포와 액션의 사이에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19 GG Vol. 24. 8. 10. * 어떤 공포 게임의 차기작 이미지이지만 팬메이드인, 가짜. ‘공포’ 게임 공포는 흥미로운 감정이다. 감정 중에서도 생존과 직결되었기에 가장 강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동시에 유희의 방법으로도 활용이 되는 모순된 감정이다. 이 특징 때문에 공포 장르는 흥행이 어렵다. 무서우면 재밌지만, 무서우면 꺼려진다. 이 모순의 균형을 해결하는 것이 모든 공포 장르의 숙제다. * 반복되는 공포는 학습이 되어 무뎌진다. 이 친구는 이제 더는 무섭지 않다. 문학, 연극, 만화, 영화, 게임 등에서 구현된 모든 공포 장르의 기본 구도는 같다. 가장 중요한 극중 갈등은 인물과 인물 외부의 세계 혹은 ‘무언가’다. 인물 외부에는 불가해한 무엇이 존재하고 그 무엇은 인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인물은 이 위협에서 도망치거나 위협을 극복해야만 한다. 하지만 방법은 알 수가 없고, 위협의 근원이 주는 공포로 인해 갈등 극복은 어려워진다. 마침내 인물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위협을 물리치거나, 위협에서 도망치거나, 가끔은 이겨내지 못하고 위협에게 잡힌다. 이런 구조 속에서 나오는 서사가 공포 장르의 서사, 생존 투쟁의 서사다. 수용자는 이런 일련의 서사를 유희의 도구로서 감상한다. 체험이 특징인 게임만은 다르지만. 아무튼 그래서 공포 장르의 진입 장벽은 높다. 수용자는 생존 투쟁의 스트레스를 유희로서 받아들일 만큼 심리적 거리를 만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유희로서의 몰입을 할 정도로는 가까워야 한다. 유희로서의 공포에 관해서 윤장원은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의 놀이이론을 공포 게임에 적용한 연구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윤장원 교수의 가장 중요한 문장은 이렇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로제 카이와는 놀이의 속성을 네 가지로 나누었는데, 그 중 일링크스(ilinx)는 ‘현기증’으로 대표되는 감각 자극의 속성이다. 윤장원은 공포 감정이 일링크스 영역에 주로 해당한다고 하면서, “이것들은 흥분의 즐거움, 환상의 즐거움, 합의된 혼란의 즐거움, 약한 충격의 즐거움, 안전한 충격의 즐거움들이다.”( 윤장원, “공포게임속 유희적 공포를 중심으로”, 2008.05, 조형미디어학 제11권 제2호 )라고 썼다. 즉, 공포 장르의 공포는 ‘언제든 피할 수 있는 공포’이기 때문에 유희가 된다. * 작중에서 아무리 피할 수 없는 공포가 등장한다 해도, 작품 바깥은 내 생존에는 영향이 없다. 공포 ‘게임’ 다른 공포 장르에서의 공포는 관람하는 유희지만, 게임은 체험의 양식이다. 그래서 ‘돌파하여 극복하는’ 구도를 수용자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게임은 앞선 모순점의 숙제를 훨씬 더 민감하게 다뤄야 한다. 여기서 민감하다는 의미는 모순의 저울이 하나가 아니라는 의미다. 공포와 안전이 1번 저울의 쌍이라면, 2번 저울의 쌍은 신선한 공포와 무뎌진 공포다. 게임에서 위협적인 대상을 만나면, 플레이어는 게임의 특성에 따라 교전이나 도망을 수행한다. 그리고 숙련도가 쌓이게 되면서 점점 더 익숙해진다. 공포란 낯설고 생경한 것에서부터 오는 것이 기본이다. 익숙해진 공포는 더 이상 공포가 아니고, 공포 게임에서 공포가 옅어지면 큰 재미 요소를 잃는 것이다. 공포의 수위 문제인 1번 저울의 경우엔 작품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해결이 가능하지만, 공포의 희석이라는 2번 저울의 모순은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만나게 된다. 아무리 컨텐츠의 수행 패턴을 바꾸면서 낯설음을 유지하려고 해도, 플레이어는 점차 적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고 공간을 학습하고 기괴한 디자인에 적응한다. 그렇게 자신을 쫓아오는 괴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응 방법을 손쉽게 수행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2회차 플레이부터는 공포 요소의 위치가 익숙해지게 되면서 공포 게임이 아닌 기억력 퍼즐 같은 플레이가 되기도 한다. 가장 질 좋은 공포는 최초 탐험인지라, 공포 게임은 장르의 시작부터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을 예언 받은 셈이다. 그래서 게임에서 공포 장르는 생존 공포라는 특징이 대세가 된다. 1989년 일본의 영화 ‘스위트홈’의 게임판에서부터 시작된 생존 공포라는 세부 장르 명칭은 중복 형용인 것 같지만, 운명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묻어나는 이름이다. 이 장르에서 플레이어는 대항 행위에 쓸 자원을 제한적으로만 받게 된다. * 게임 스위트홈에는 한정된 공간, 치명적 함정, 초자연적인 적 등의 생존 공포 요소가 구현되어 있었다. 바이오하자드 1편은 이 게임을 리메이크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는 설이 있다. 공포 장르의 요소 중에는 제한적 공포 요소가 있다. 활동의 제약을 주는 공간적 제한, 정보의 제약을 주는 시각적 제한에 이어 능력의 제한 요소는 공포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공포 게임은 이 능력 제한 요소에 ‘대응 수단’을 집어넣으면서 생존을 가장 중요한 위치로 끌어왔다. 그리하여 모자란 자원 때문에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적도 도망쳐야 할 대상이 되었다. 대응 자원은 아끼고 아껴서 가장 필요한 순간, 예컨대 보스전 같은 때에 써야 한다. 다른 적들은 왠만해서는 상대하지 않고 피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보스전에서 전투를 수행할 숙련도와 캐릭터 업그레이드는 필요하니 완전히 안 싸울 수는 없다. 결국 어느 적은 피하고 어느 적은 싸울지를 정하면서 이 모순을 헤쳐간다. * 이 장면 앞에서 도망치는 자는 공포 게이머, 싸우는 자는 액션 게이머. 결과적으로, 조우하는 모든 요소가 나를 공격하는 생존 위협의 상황이자 집단 광기의 상황이 손쉽게 만들어진다. 이는 2번 저울의 모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영리한 방법이다. 그리고 자원 제한이라는 이 능력 제한 요소를 가장 잘 사용하였고 그것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가 된 장수 시리즈가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다. ‘공포’ 액션 바이오하자드를 요약하면, 좁은 공간에서 총으로 좀비를 쏘는 게임이다. 그리고 초기작인 1~3편에서는 제한된 탄약으로 인해 쏘는 행위보다 피하는 행위가 더 많았다. 시작점인 1996년작인 1편의 경우에는 3D 기술을 연습하자는 제작사의 의도가 있었다는 일설도 있는 바, 기술적 완성도는 약간 떨어졌지만 오히려 능력 제한 요소로 받아들여지면서 생존 공포를 공포 게임의 주류로 만드는 첫 빗방울이 되었다. 동시에 이 일설에 의해 3D 액션으로 형식이 정해지면서, 바이오하자드는 액션으로 공포를 피하고 극복하는 게임이 되었다. * 경찰 특수부대가 외딴 집에서 좀비들과 조우하는 내용의 1편. ‘Wow, What a mansion!’이 먼저 떠오른다면 밈적 사고화를 주의하자.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제한적 공포 요소는 매우 충실하다. 0편에선 고립된 기차 안, 1편에선 외딴 저택 안, 2/3편에선 폐허가 된 도시라는 식으로 공간 제한이 있다. 시야 또한 0/1편은 문으로 나뉘어진 방이라는 식으로 제한이 되는데, 당시 기술의 한계로 인해 로딩 시간을 문이 열리는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것이 또한 공포 요소로 작용했다. 2/3편은 광원이 많은 도시가 공간이지만 폐허가 된지라 어두운 골목이나 수풀 같은 시야 제한 요소를 활용했다. 또한 2/3편에는 특정 시점 전까지는 절대 죽일 수 없는 거대한 적이 쫓아오는 요소도 있었다. 이런 구성에 자원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탄약 소모를 최소한으로 하여 위험 지역을 돌파하고 안전 지역에서 정비한 후 다음 위험 지역의 공포로 뛰어드는 플레이 패턴이 정립되었다. 공포 ‘액션’ 제한된 실내 공간 혹은 좁은 폐허 공간이었던 0~3편과 달리 4편부터는 야외 공간이 조금씩 넓어지고 많아지기 시작했다. 2편의 경우, 도시가 배경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플레이는 무인 상태의 경찰서 건물이었고, 그나마 야외로 나간 3편은 소개(疏開)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폐허가 된 도시라 넓은 공간도 많지 않았다. 반면 4편부터는 실내라도 넓은 공간이 생겨났고, 벌판이나 마을 내지는 도시 공간도 활용되었다. * 이런 공간에서의 조우는 결국 전투, 필연적으로 액션 요소가 된다. 그만큼 다양한 교전 상황이 만들어지긴 했다. 그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체술’이라는 형태의 액션 공격-반격-회피가 도입되었다. 조금씩 자원 제한이 해제되고 있던 것이다. 다양한 대응 방법이 지급되면서, 이 게임의 좀비와 괴물은 ‘도망칠 수 있는 공포’에서 ‘쳐부술 수 있는 공포’로 바뀌어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리즈의 인기와 흥행이 올라가면서 외전작들과 다양한 트랜스미디어 작품들이 쌓여갔다. 이러면서 작중 세계에 대한 정보가 누적되었다. 잘 설명되는 것은 익숙한 것이지 공포가 아니다. 최건과 장지영은 디아블로 3의 공포 요소가 실패한 원인을 지나친 언어화에서 찾았다. ( 게임과 공포 서사를 통해 살펴본 언어화와 공포의 비대칭적 상관관계에 대한 비교연구, 최건, 장지영, 2022.02, 비교문학 제86호 )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다. 게임 속에서 만나는 공포 상황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게임 안팎에서 여럿 제시가 되면 상황을 공포가 아니라 전투로 인식하게 된다. 서사와 설정의 측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좀비와 괴물은 모두 바이러스나 기생생물로 인해 변이한 인간이다. 작중의 정식 명칭도 그래서 ‘생물 병기’이고 좀비 아웃브레이크 상황은 ‘생물 재해’다. 이런 생물 재해를 일으키는 방법은 당연히 테러고, 그래서 4~6편은 테러에 대응하는 액션 장르에 가깝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숙달을 통과하면서 공포가 희석되는 과정이 시리즈 전체 진행에서도 발생한 것이다. 공포, 모순 활용법 2017년의 7편,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부터는 1편의 컨셉으로 돌아가는 것 이상이었다. 공간은 다시 좁은 실내 위주로 바뀌었고, 주인공도 새로운 인물이며, 등장하는 적은 기존의 바이러스와 기생충이 아닌 새로운 생물 병기였으며, 2/3편의 저항할 수 없는 적 요소도 돌아왔고, 아예 시점마저 제한성이 높은 1인칭 시점이 되었다. 역대 변화에 쉼표를 찍은 소프트 리셋의 느낌이었다. 반면 다양한 무기와 액션으로 대응 방법을 다각화하는 요소는 4~6편의 방향을 계승했다. ‘무뎌진’ 후의 액션 장르로의 해석 또한 긍정하는 방향이었다. * 7편의 플레이에서, 4~6편의 넓은 공간과 다양한 대응 요소는 후반부에 가야 제시된다. 그전까지는 이런 상황에서 회피 위주의 전투라는 1/2편의 요소를 해결해야 한다. 전작의 두 줄기, 공포와 액션의 요소를 둘 다 계승하는 것은 모순을 해소하는 방법이 아니다. 공포 게임은 그 개념의 시작부터 모순을 내재하고 있다. 공포라는 광의의 장르부터 모순의 장르이며, 공포 게임은 그 모순이 극대화되는데, 생존 공포 장르에 액션을 도입한 것부터가 모순적인 시도다. 어차피 게임은 경험의 매체이고, 경험은 사람을 바꾼다. 경험 진행에 따라 수용자가 변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이런 태도가 이 시리즈의 생명력의 근간에 있을지도 모른다. 태생적 모순을 전제하고 세계를 펼쳐냈으니, 그 세계의 비극미는 강조된다. 거기서 피어낸 인물들은 매력적이고, 그들과 그들의 세계는 영화, 만화, 연극으로 확장했을 때도 매력을 가진다. 수용자의 성장을 전제하는 모순이니, 이 모순을 인정한다는 것은 수용자를 신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포 게임의 공포는 반드시 옅어지고, 무뎌지고, 희석되고, 탈각된다.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이 9개의 넘버링과 3개의 외전과 3개의 리메이크, 그 외 다수의 서브 작품을 진행하면서 얻은 결론은 이 태생적 모순을 피하거나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7편의 방향성을 2~4편의 리메이크작과 8편 또한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긍정하고 활용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 물론 가끔 실수는 나온다. 8편의 인형제작소 구간은 1번 저울, 공포의 정도 조절 모순을 실패한 측면이 있다. 너무 무서워서 플레이를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출했지만, 그래도 그 공포의 질은 매우 높았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작가.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평생 게이머로서 살면서, 2001년에 처음 게임 비평을 썼고 현재 유실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 제1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안내

    게임문화웹진 ‘게임제너레이션’은 디지털게임의 문화적 접근 폭을 넓히고 게임문화를 선도적이고 실천적으로 이끌어갈 새로운 필자의 발굴을 위해 아래와 같이 게임비평공모전을 개최하고자 합니다. 게임과 게임문화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많은 분들의 참가를 부탁드립니다. < Back 06 GG Vol. 22.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하이파이 러쉬: 2023년의 깜짝 락스타를 놓치지 마시라

    기라성 같은 게임이 대단히 많았기에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으레 올해를 풍년이라고 부르곤 했다. 올해는 한국에서도 과 <데이브 더 다이버>가 '쌍백만'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두고 두 게임이 경쟁했던 일화는 훗날에도 오래 기억될 만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올해의 게임을 고르기 어렵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2023년.  리듬+액션 게임 <하이파이 러쉬>(Hi-Fi Rush) 또한 빠져서는 안 될 수작이다. < Back 하이파이 러쉬: 2023년의 깜짝 락스타를 놓치지 마시라 15 GG Vol. 23. 12. 10. 2023년은 풍년이었다. 기라성 같은 게임이 대단히 많았기에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으레 올해를 풍년이라고 부르곤 했다. 올해는 한국에서도 과 <데이브 더 다이버>가 '쌍백만'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두고 두 게임이 경쟁했던 일화는 훗날에도 오래 기억될 만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올해의 게임을 고르기 어렵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2023년. 리듬+액션 게임 <하이파이 러쉬>(Hi-Fi Rush) 또한 빠져서는 안 될 수작이다. <하이파이 러쉬>는 '디 이블 위딘' 시리즈와 <고스트와이어: 도쿄> 등을 내놓으며 호러 게임의 일가를 이룬 탱고 게임웍스가 만들고, 모회사 베데스다 소프트웍스가 유통한 게임이다. 그간 개발사의 이력과는 결을 달리 하는, 보여주지 않은 플랫포머가 가미된 3D 리듬 액션 게임이다. 2023년 1월 26일에 벼락 같이 출시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게임을 수식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따라오는 말은 바로 '벼락같은 출시'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월 26일(한국 시간) '엑스박스 & 베데스다 개발자 다이렉트'라는 이름의 온라인 쇼케이스를 열었다. 엑스박스과 제니맥스가 한 몸이 되면서 덩치가 커진 이 쇼케이스는 이른바 '엑스박스' 진영의 퍼스트파티 게임들에 대한 정보가 발표되는 자리이다. 이곳에서 탱고 게임웍스는 "게임패스에서 바로 지금 <하이파이 러쉬>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도발적인 홍보 전략을 날렸고, 실제로 발표와 함께 게임패스에는 <하이파이 러쉬>가 추가되었다. MS, 베데스다는 물론 개발사까지 이 게임의 정체에 대해서 철저히 감춰왔기 때문에 그 전까지 <하이파이 러쉬>의 존재를 알던 외부인은 아무도 없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현장 행사의 중량감이 줄어들며서 많은 개발사들이 온라인 쇼케이스나 론칭 트레일러, 온라인 유통망 페이지의 '찜하기' 등으로 자사 타이틀을 홍보해왔지만, 탱고 게임웍스는 '궁금하면 지금 가서 해보시라'는 놀라운 방법을 선택했다. 훗날 독일의 데브컴(devcom)과 한국의 지스타 컨퍼런스(GCON) 등에서 존 요하네스 디렉터가 술회한 바에 따르면, <하이파이 러쉬>는 회사에서도 소수 인원이 조용히 만들던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로 디렉터 자신이 기획, 스토리, 스크립트, 보스 디자인 등을 모두 책임지는 대신 프로젝트의 전권을 가져가는 형태로 개발되었다. 게임을 만들던 요하네스 디렉터와 개발진은 '이만하면 바로 선보여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그 어떠한 사전 마케팅 없이 게임을 '벼락같이' 출시한 것이다. * 독일 쾰른에서 열린 데브컴에서 게임의 개발기를 소개한 존 요하나스 <하이파이 러쉬> 디렉터 (출처: 디스이즈게임) '게임을 지금 바로 해보라'는 도발적인 마케팅은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와 EA가 2019년 <에이펙스 레전드>를 내놓을 때도 펼쳐진 바 있다. 리스폰은 "전통적인 '타이탄폴' 후속작을 기대할 거라 예상했기에 게임을 비밀리에 출시하여 발표하자마자 바로 플레이할 수 있게 했다"며 "게임에 대한 예상 없이 직접 플레이해 보면 좋아하실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기습 출시의 배경을 밝혔다. 탱고 게임웍스도 이러한 종류의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속된 말로 게임이 '노잼'이었다면, <에이펙스 레전드>도 <하이파이 러쉬>도 별 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사라졌을 터. 2019년의 <에이펙스 레전드>가 전에 없던 진보한 핑 시스템과 역할 구분을 통한 협동을 강조한 F2P 게임이었다면(그때 <배틀그라운드>는 유료였기 때문에 비교 우위가 있었다), 2023년의 <하이파이 러쉬>는 다음과 같은 강점이 있었기에 300만 명의 게이머를 매료시켰다. * 지난 8월 16일, 탱고 게임웍스는 <하이파이 러쉬>의 플레이어가 3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소개했다. ⓐ 리듬게임과 스타일리시 액션의 조화: 게이머와 미디어가 이 게임을 높이 사는 가장 주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이파이 러쉬>의 게임플레이는 매우 고도화되었다.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가 떠오르는 빠르고 화려한 스타일리시 액션을 음악의 비트에 정렬하면서 음악에 타이밍을 맞추는 액션을 선보였다. 리듬과 액션의 조화는 오랜 아이디어다. <젯 셋 라디오>(세가, 2000)에도 플레이어 캐릭터가 음악의 비트에 맞추어 도시를 달리며 그래피티를 그리는 모습이 나온다. 더 넓게는 모든 액션 게임은 어느 정도 리듬성을 띠는데, 게이머들은 패턴을 리듬으로 인식해 몬스터의 공격에 응수하곤 한다. 이른바 '소울'(다크소울) 류에도 플레이어들이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때 '읏따읏따' 같은 리듬을 만들어 외우며 플레이하곤 한다. <하이파이 러쉬>는 한 발 더 나아가 게임의 거의 모든 요소를 음악에 조화시켰다. 차이의 움직임은 물론 맵의 조명, 조력자 808, 몬스터의 움직임까지 박자에 맞춰서 움직인다. 거의 모든 액션 파트에서, 챕터마다 보스마다 변화하는 BGM에 따라서 강력한 시청각(컨트롤러를 쓰면 촉각까지)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잘 설계된 레벨 디자인에 맞춰서 약 공격, 강 공격, 회피, 패링 등이 학습되고 진행에 따라서 게임이 요구하는 난도, 즉 음악의 빠르기와 복잡도 또한 올라간다. * 회피와 패링을 섞어 써야 하는 보스 페이즈. 역시 리듬에 따라 흘러간다. * 전반적으로 박자를 맞추는 재미가 있어서 ‘스타일리쉬’의 재미가 배가된다. 요하네스 디렉터는 강연에서 싱글 플레이 게임임에도 발생하는 필연적인 입력 지연 등의 문제로 플레이어의 액션을 게임 단에서 보정하는 '리듬 싱크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한 적 있다. 그를 위해 음악을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뜯어서 분석하고, 거기에 몬스터와 오브젝트를 모두 조율한 가운데,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조금의 보정을 넣어주었다. 쾌도난마와 같은 직관적인 재미 속에는 잘 설계된 메커니즘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설령 리듬감이 좋지 않은 게이머라 하더라도 컨트롤러의 진동 반응이나 <크립토 오브 더 네크로댄서>에서 제공되는 것과 유사한 박자 노트의 도움을 받아 킥, 스네어, 심벌과 기타 연주를 즐길 수 있다. 심지어 리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클리어가 가능한 난이도가 있으니 박치라고 하더라도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 게임에는 프로디지(The Prodigy)나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음악들이 수록됐다. 탱고 게임웍스가 만든 오리지널 BGM 또한 락에 대한 경의가 느껴지는 트랙들이 가득하다. 여담으로 필자는 아직도 <하이파이 러쉬>의 오피셜 사운드트랙을 즐겨 듣는다. https://youtu.be/f5H9S3JtBuo?si=JCfLG0StaSAF-8_w ⓑ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 연출: <하이파이 러쉬>의 모든 리듬+액션은 미국 카툰 풍의 그래픽 위에서 작동한다. 개발진의 셀 셰이딩(Cel Shading) 결과물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매끄럽고, 또 만화적이다. 색은 절제되지 않았지만 눈을 방해하지 않는다. 차이가 탐험하는 SF 월드 디자인 또한 탄성을 자아낸다. 보스를 처치할 때 나오는 '코믹스 장면'은 ‘내가 해결했어’ 같은 성취를 제공한다. 개인적인 평가를 조금 강하게 넣어 보자면, <하이파이 러쉬>의 컷씬을 그대로 잘라 붙이면 그대로 OTT에 실려도 될 정도이다. 필드에서 적을 찾을 때까지 플레이어는 맵 곳곳을 탐험하며 강화에 쓰일 아이템을 모으는데 이 파트 역시 즐길 거리로 꽉 차 있다. 역시 셀 셰이딩 처리가 된 로봇들이 돌아다니는 만화 같은 월드에서 주인공 차이는 레일을 타거나, 자석이 붙은 곳에 와이어를 발사하거나, 동료들을 소환해서 총을 쏘거나, 벽을 부수는 형태로 탐험을 이어 나간다. <하이파이 러쉬>는 3D 플랫포머 파트까지 촘촘하게 잘 구성됐다. * 만화적인 연출을 아낌 없이 넣었다 * 플랫포머 파트 역시 대단히 흥미롭다. * 눈이 번쩍 뜨이는 월드 연출. ⓒ 무난한 스토리라인과 유머 코드: 사실 <하이파이 러쉬>의 서사 구조가 대단히 독창적이지는 않다. 오른팔이 부러진 락스타 지망생 차이는 거대 기업 반델레이의 신체 개조 프로젝트에 참여해 로봇 팔을 얻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뮤직 플레이어가 가슴에 장착된다. 이어 이들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덕 기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차이는 동료들과 함께 반델레이의 간부들을 무찌르거나 회유하면서 정의로 한 발짝씩 나아간다. 'SF 세계에서 거대 기업에 맞선다'라는 설정은 클리셰의 영역에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무난한 설정은 오히려 게임플레이에 잘 맞아떨어진다. 아울러 이러한 스토리라인은 앞서 설명한 셀 셰이딩 연출과 어우러지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카툰네트워크의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뿐 아니라 여기에는 <하이파이 러쉬>까지 유머 코드 튀지 않게 어우러지는데, 차이는 스토리 내내 시종일관 기행을 벌이며 웃음을 자아낸다. '로봇과 대화를 시도'하거나 직접 대포알이 되어 적진의 심장에 날아가는 차이는 세상 천진난만하다가도 결말부에서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진정한 락스타로 거듭난다. 이 성장담은 훈훈한 맛이 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나 <제노기어스>, <둠 이터널>의 패러디도 곳곳에 빛나고 있다. 귀여운 로봇 고양이는 어떤가? 차이의 조력자로 출연하는 고양이 808은 "엑스박스(진영)의 새로운 마스코트"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전까지 엑스박스의 마스코트는 마스터 치프(헤일로)나 마커스 피닉스(기어스 오브 워)처럼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강력한 이미지의 전투 요원 아니었던가! * 이른바 ‘죠죠러’라면 잔조 파트가 분명 즐거울 터 (출처: Kakuchopurei 유튜브) * 그렇다. 리듬 게임은 너무 어렵다. 하지만 <하이파이 러쉬>는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해도 노멀 엔딩이 가능하다. 정리하자면, 2023년 탱고 게임웍스와 베데스다, MS 엑스박스는 그 흔한 사전 마케팅이나 얼리 억세스 없이 유저와 평단의 찬사를 받는 리듬+액션 게임을 만들어 냈다. 훌륭한 카툰 랜더링과 유머는 덤이다. 아직도 <하이파이 러쉬>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했는가? 지금이라도 2023년의 깜짝 락스타를 놓치지 마시라. 유저들은 게임의 저렴한 가격 또한 <하이파이 러쉬>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물론 엑스박스 게임패스 구독자라면 그냥 할 수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김재석 8년 동안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서브컬처 스타트업에서 대외협력을 맡고 있다.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 음식, 요리 - 인류의 오래된 문화행위는 디지털공간에서 새롭게 의미지어지는가

    오락실에서 <닌자 거북이>를 붙들어 본 이들은 너덜너덜해진 주인공 닌자거북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피자 한 조각이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한 대 맞을 때마다 깎여나가던 체력이 어디선가 굴러나온 피자를 밟는 순간 차오르곤 했다. 언뜻 보기에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회복 메커니즘은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인데, 게임 속 피자를 그저 밟았다고 적에게 두들겨맞아 상처입은 체력이 회복된다는 맥락은 뭔가 앞뒤가 안맞기 때문이다. < Back How Digital Games Have Handled Food, and What We Are Really Looking At on Those Screens 30 GG Vol. 26. 6. 10. Anyone who ever wrestled with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at the arcade will remember that what got our battered turtle hero back on his feet was a single slice of pizza. Every hit chipped away at his health, and the moment he stepped on a pizza that had rolled out from somewhere, it filled right back up. At a glance this recovery mechanic looks perfectly natural, but think about it a little longer and it turns strange: the idea that merely stepping on a slice of pizza heals the damage of a beating doesn't quite add up. In the virtual world of digital games, which runs on sight and sound alone, food—centered as it is on taste and smell—and the act of eating it seem somehow ill-fitting, and yet across the history of games they have always been present, sometimes as the lead, sometimes in a supporting role. This may be akin to the way "mukbang" content thrives in a visual medium incapable of conveying taste or aroma, but in games—a medium of process —the act of eating and the things eaten take up a larger volume still. What is the act of eating in a game? The single apple on the screen, the whole roast chicken, the lovingly set table of food—none of it actually passes the player's lips, yet each asserts its presence as a stand-in for something else. As technology thickened and genres split apart, this business of eating, rendered in digital space, developed alongside them, and above all it quietly shifted its weight from picking up what lies on the ground toward making something with one's own hands . Food You Pick Up and Fill With — The Thing That Vanishes on Contact In the earliest digital games, food simply lay somewhere on the screen, and all the player had to do was touch it. The Nibbler -type "snake games" are a prime example. As the snake crawling across the screen swallows the food laid out in dots, its body grows one segment longer—a rule that makes it intuitively clear that to eat is to accumulate . Coldly described, it is merely the visual image of a moving stick touching a differently colored dot, but through the naming of "snake" and "food," it arrives—by way of "the act of eating"—at intuitive understanding. On top of this, the rule that eating food lengthens your body by exactly that much, and that the increased length ultimately brings about game over, ties the act of eating to the fact that eating grows the body, helping us understand dot-by-dot movement as something closer to eating. * Google's free snake game. The rule of a playable character that lengthens upon colliding with an object enters the realm of "game" through the metaphor of a snake eating apples. It's worth pausing, too, on the Genesis-like motif of an apple and a snake, of all things. The way we read colliding with a dot as eating something did not stop at a snake eating its food; it expanded. Son Son , an arcade game hugely popular in Korea as well, populated its progression with various snacks as objects yielding bonus points. The method was likewise to collide the playable character with objects, but by setting those objects in more detail as food, we could now speak not of "earning points" but of "eating." By the time we reach Bubble Bobble , this approach turns the game outright into a snack party: from simple fruit, through candies that aid play, to large bonus points staged as enormous treats raining down—strongly tying the act of acquiring something in a game to food. In the belt-scroll action era of the 1990s, food takes on a different job. Around this time games began to appear that, rather than spending a chance the instant you bumped into an enemy, gradually whittled away your chances through a health gauge—the belt-scroll genre being representative. Where a health gauge exists, food and the act of eating began to take on the role of refilling depleted health. In Final Fight , smashing a roadside oil drum or telephone booth would send a roast chicken or an apple rolling out to restore the hero's health—which, thought through the same way as before, has its own rather absurd corner. The natural way to treat a hero beaten to a pulp, his health drained, isn't really to gnaw on roast chicken but to apply ointment, put on a cast, slap on a bandage. * In Final Fight, a character whose health gauge has dropped "eats" food by pressing a button beside a food object. Why smashing an oil drum should produce barbecue from within remains a mystery, but we don't think that far. The notion that eating something restores you is, if you press the point, less first aid than a far more leisurely act of nourishment and recovery. Thanks to the concept—widespread across East and West alike—that eating something makes the body healthy (the idea of food and medicine sharing a single source), we don't particularly quibble at the scene of health filling up the moment we bump into food. From the earliest days of digital games, food has been bound very tightly to the rules of the game as it took its place within virtual space. And behind this, we can see, lie the basic notions we generally hold about food. Since the rules that unfold in virtual space are, in the end, played by someone in reality, most rules cannot help but be re-creations of something familiar from reality—and the motif of food was an enormously useful piece of universal cognition for explaining rules in each given situation. The Arrival of Cooking — A Stage Inserted Before Eating Without going so far as a rigorous analysis, it seems that the role of each game's playing time was no small factor in why the food in games came to contain not finished dishes from the outset but a process of obtaining ingredients and making something—the so-called process of cooking. When we reach the age of role-playing games that stretch across tens or hundreds of hours on the back of save/load functions, and the online games that extended these quasi-permanently on a server basis, the food in games begins to be produced as the result of cooking , generating additional fun by re-creating the very process of making rather than the finished product. In 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 , the player roams the fields cooking the mushrooms, meat, and fruit they have gathered. The function of these dishes is a buff—letting you endure the cold, or raising some stat for a while—and because the game seldom directly tells you the "correct" recipe, many players who don't rely on separate guides go through a process of tossing this and that into the pot, sometimes producing an unidentifiable "dubious food." This process of learning by feel which ingredient yields which result quietly reminds us that cooking was, at its origin, knowledge built up through countless trials and errors. * A compilation of recipe guides from 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 organizing the ingredients and effects of dishes that restore health and grant buffs. Source: the Nintendo minor gallery on DCInside. In a variety of role-playing-based games, cooking is now called a "life content" hard to leave out. Materials obtained through gathering, agriculture, and hunting in the world called "nature" become cooking within the players' "city" or community—the counterpoint to the "nature" world—contributing to the advancement of the playable character, that virtual subject. It is at this juncture that the food in games finally rises to the seat of food as medicine . Eat to grow stronger—but to gain that strength you must first raise or harvest something, then trim and build it: the two now operate together. This moment, when the food you picked up to fill yourself turns into food you raise and build, makes the player a being who is reborn as a cook , beyond mere significance as one who eats . Food You Die Without — The Re-creation of Survival and Provisions The food and cooking in games—having begun as objects you simply bump into, then come to contain the process of cooking that artificially processes the products of nature into something beneficial to life—meet yet another rule and return to the oldest question food and cooking ever posed: eat or die. In fact, the core rule of every game that houses the survival genre touches on the problem of eating. "Eat or you die" may be, from the very start, another name for survival itself. The player dropped into the Amazon jungle in Green Hell won't make it by watching a single hunger gauge. You have to tend separately to four branches of nutrition—carbohydrates, protein, fat, and even hydration—and eating nothing but meat scrapes the carbohydrate bar to the bottom. Bolt down raw meat and parasites latch on, sanity drains away, and the moment that balance collapses, the body buckles into hallucination and illness. The Long Dark , in which you wander the snow-covered Canadian wilds, is much the same. Each foodstuff carries a freshness rating, so carelessly putting spoiled or raw meat in your mouth means bracing for food poisoning, and cooking over fire is presented as the most basic survival skill for lowering that risk. In games like these, cooking is not some option for stats but a desperate bit of handiwork that tames the dangers lurking in raw things, turning them into something barely edible. This gains more weight once we enter the realm of management simulation, which presupposes the survival not of the individual player but of a society, a collective. In Banished or the Anno series, food is understood under the name of provisions . Provisions—pointing to the sustenance a large social collective needs to keep life going—become a more social concept, and here too the concept of cooking still operates. In many games that take Western provisions as their motif, the process of cultivating and harvesting wheat, turning it into flour, and baking that into bread is invariably depicted. The lump of meat that once stopped at simply resolving hunger is reborn as cuisine with the addition of spices, producing buffs like mood or happiness. Its significance as a buff, woven together with the foundational premise of "eat or die," steers the game's atmosphere in a complex way toward both positive and negative directions—and in effect, in these games provisions and cooking function as the game's central skeleton. If the games of the earlier stages depicted food as something pretty and plentiful, then by the time we reach survival games food returns to being a condition of life measured against the ticking second. And yet this isn't a mere return to the starting point. The provisions that come back—having passed from food you picked up, through food you built—now also bear the fact that, just as humans have always done, they become safe provisions only after the process of being cooked, stored away, and dressed. To Understand Food Through Games Food that once needed only to be touched reinforced its meaning as recovery and nourishment that fills a depleted body; became food you fetch the ingredients for and make with your own hands; and then appeared as both an essential good you cannot survive without eating and a social resource. On one level, this current resembles the path along which human civilization has dealt with its food. The path from prey snatched up at random, to provisions stored and stockpiled, to food once again cooked and set out, is repeated once more in similar flow within digital space. The insight that Lévi-Strauss organized as the opposition of the raw and the cooked—that the act of cooking is the mark unique to humans by which nature is turned into culture—is, it turns out, being repeated yet again within the developmental history of digital games. The way Lévi-Strauss draws culture out of food will be a familiar current even to those who have grown used to meeting the food and cooking re-created within games. For the very word "food" already carries, beyond the satisfaction of a biological instinct, the layered thickness of culture piled up tier upon tier. Just as the cathedral called the savior's flesh and blood bread and wine, just as a rite offered to heaven and earth invariably contained the process of setting out "devoted" food, food and cooking are not mere sustenance but the long sediment of culture heaped upon it. And the food and cooking re-created in digital games likewise go on accumulating new meaning in the same vein. In World of Warcraft , food—which, unlike the instant-effect potions, worked in the sense of slow recovery and buffs—was upgraded from individual dishes to a full table setting, taking on the form of a rite where the whole raid party gathers before a raid; and the fictional dishes drawn with the inventive imagination of virtual space have even invaded reality the other way around, giving rise to new recipes. To call it a mere digital lump—tasteless, scentless, "food" in name only—is to flatten what is, in truth, anything but flat: the relationships that pass between people through that digital lump. Living in this world is, all of it, a matter of eating. I sometimes joke that Kingdom of Animals , the documentary so often aired to fill time on television, is also a mukbang. My apologies to the Thomson's gazelle running for its life, but from the standpoint of this documentary's protagonists—the lions and hyenas—this is unmistakably a story about eating. The story of eating settled, beyond biological need, into a sociocultural rite, and we, carrying the new meanings born that way into digital games, once again experience another kind of meaning laid out on the table. These meanings that the designer drew are born anew, once more, as new meaning from the players seated at the table. Just as the story of eating did not stay a story of eating, the story of eating drawn within games, too, seems by no means to stay a story of eating.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Editor's View]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에 부쳐

    2024년 10월 GG 20호는 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특집호로 꾸몄습니다. GG는 처음 창간하면서부터 연 1회 게임비평공모전을 여는 것을 주 업무로 삼았고, 다행히 한 해도 쉬지 않고 성공적으로 공모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 Back 20 GG Vol. 24.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하이파이 러쉬: 2023년의 깜짝 락스타를 놓치지 마시라

    기라성 같은 게임이 대단히 많았기에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으레 올해를 풍년이라고 부르곤 했다. 올해는 한국에서도 과 <데이브 더 다이버>가 '쌍백만'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두고 두 게임이 경쟁했던 일화는 훗날에도 오래 기억될 만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올해의 게임을 고르기 어렵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2023년.  리듬+액션 게임 <하이파이 러쉬>(Hi-Fi Rush) 또한 빠져서는 안 될 수작이다. < Back 15 GG Vol. 23.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aeseok Kim Worked for eight years as a reporter at ThisIsGame. Now handles external relations at a subculture startup. Loves editors and the power of cheat codes.

  • Of green gaming and beyond

    Since 2020, customers buying a new iPhone no longer have a charger included in the box. According to Apple, this omission was aimed at reducing packaging waste as well as e-waste. The company explained that this move means it has to consume fewer raw materials for each iPhone sold, and it also allows for a smaller retail box, which means 70 percent more units can fit on a single shipping pallet, thereby reducing carbon emissions (Calma, 2020). < Back 22 GG Vol. 25.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 현황점검: 플랫폼 인앱결제의 오늘

    카메라 앞에 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든 것이 2007년의 일이다. 사람들 주머니에 통화도 되고, MP3 플레이어도 되고, 동영상 재생기도 되는 스마트폰이 담기기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유저들은 ‘그 작은 기계로 무슨 게임이냐’라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 Back 04 GG Vol. 22.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aeseok Kim Worked for eight years as a reporter at ThisIsGame. Now handles external relations at a subculture startup. Loves editors and the power of cheat co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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