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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스피릿의 별매 낚시 컨트롤러로부터 본 게임 경험의 확장
전세계에서 게임을 하는 입력 인터페이스로 가장 많이 이용 되는 것은 무엇일까. 몇 년 전이라면 자신있게 게임 패드라고 이야기를 하겠지만 지금은 터치 인터페이스 역시 적지 않기 때문에 자신있게 게임 패드라 말할 수 는 없겠다. 다만 터치인터페이스 위에 구현되어있는 가상 패드까지 고려하면 현재에도 게임 입력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입력 인터페이스는 게임 패드일 것이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보았을때의 경향이며, 한국에서는 가정용 게임기보다 개인용 컴퓨터를 통한 게임이 더 익숙하기 때문에 흔히 키마라고 부르는 키보드 마우스 컨트롤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 Back 낚시스피릿의 별매 낚시 컨트롤러로부터 본 게임 경험의 확장 11 GG Vol. 23. 4. 10. 전세계에서 게임을 하는 입력 인터페이스로 가장 많이 이용 되는 것은 무엇일까. 몇 년 전이라면 자신있게 게임 패드라고 이야기를 하겠지만 지금은 터치 인터페이스 역시 적지 않기 때문에 자신있게 게임 패드라 말할 수 는 없겠다. 다만 터치인터페이스 위에 구현되어있는 가상 패드까지 고려하면 현재에도 게임 입력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입력 인터페이스는 게임 패드일 것이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보았을때의 경향이며, 한국에서는 가정용 게임기보다 개인용 컴퓨터를 통한 게임이 더 익숙하기 때문에 흔히 키마라고 부르는 키보드 마우스 컨트롤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게임패드는 지금 보기에는 게임을 하기에 매우 당연한 도구이고, 게임을 나타내기 위한 아이콘으로도 흔하게 사용된다. 많은 게임들이 게임패드를 지원하며, XBOX용 패드가 윈도우와 매우 잘 호환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 게임은 게임패드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같은 안내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이 처음부터 게임패드로 게임을 즐겼던 것은 아니다. 굳이 〈둘을 위한 테니스tennis for two〉 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신호탄을 쏜 〈퐁Pong〉은 다이얼 형태의 동그란 컨트롤러가 달려있었다. 어떤 아케이드 게임들은 조이스틱이 달려있기도 했다. 비행기를 조종하기 위한 스틱에서 온 컨트롤러 형태는 기계식 게임기를 거쳐 전자 아케이드 게임에서도 그대로 비행기를 조종하기 위해 자리 잡았다. 게임 개발자들은 이 스틱으로 굳이 비행기만 조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2차원 평면에서 움직여야 하는 모든 것들을 스틱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번째 가정용 게임기로 여겨지는 마그나복스의 컨트롤러는 흰색 직육면체에 3개의 다이얼이 달려있는 형태였으며 아타리가 가정용으로 제작한 TV퐁은 게임기에 다이얼이 달려있는 형태였다. 이러한 다이얼이 달린 컨트롤러는 아타리가 만든 가정용 게임기인 아타리 2600에서 패들paddle 이라 불리는 전용컨트롤러 형태가 일반적으로 되면서 회전을 위한 컨트롤러를 칭하는 놉(knob), 휠(wheel), 다이얼(dial)대신 패들(paddle)이란 단어가 일반적인 호칭으로 자리잡았다. 기존 입력장치의 이름이 아닌 탁구채를 뜻하는 패들이 대표적인 이름으로 이유는 해당 컨트롤러가 탁구를 모사한 퐁을 위한 컨트롤러 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타리 2600의 컨트롤러중에 가장 대중적이고 일반적이었던 것은 조이스틱이었다. 게임기에 기본으로 포함되어있는 이 조이스틱은 경쟁 게임 사들의 조이스틱 보다도 가장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었으며 직관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기는 아타리의 조이스틱을 가장 초기의 게임에 대한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 아타리 2600용 컨트롤러 미국 기업들이 과도한 경쟁 때문에 스스로 가정용 게임시장에 대한 매력을 못느껴 시장을 포기하는 동안 일본의 닌텐도는 패미콤을 준비해서 전 세계의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차지했다. 자사의 게임&워치의 동키콩에서 사용한 방향키(D-pad)를 이용한 게임패드는 닌텐도 패미콤의 게임패드에도 들어갔다. 이 입력방식의 변화는 가정용 게임기의 입력방식의 가장 큰 패러다임 변화중 하나일 것이다. 방향키와 B,A 버튼이 달린 (그리고 스타트와 셀렉트버튼이 있는) NES의 게임 패드는 매끈한 플레이스테이션의 듀얼쇼크가 나오기 전까지 아타리의 조이스틱에 이어 게임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 북미 NES용 컨트롤러 닌텐도는 패미콤의 출시와 함께 자사의 서드파티를 강력하게 관리했다. 미국 게임기 제작사들의 부진을 소프트웨어 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보았던 닌텐도는 패미콤으로 출시되는 게임들을 엄격하게 관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패미컴 용으로 제작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게임패드에 최적화할 수 밖에 없었다. 오리사냥 같이 아주 특수한 닌텐도 전용 광선총(재퍼 - 일본에서는 그냥 총(Gun)으로 발매되었다. 모양 역시 그냥 리볼버 권총에 가까웠다.)을 지원하는 총 컨트롤러나 R.O.B나 파워글로브 같이 대중적으로 자리잡는데는 실패한 컨트롤러만이 게임패드와 차별화된 플레이를 제공했다. 패미콤 이후 가정용 게임의 컨트롤은 게임패드르 완전히 굳어졌다. 아케이드에서는 여전히 아케이드만의 독특한 조종 방식을 가진 게임들이 나왔지만, 이러한 아케이드용 게임들이 가정용 게임기로 이식되는 경우에도 대부분은 게임패드에 최적화된 조종 방식으로 변경되었으며 추가로 부가장치가 나올 때가 있었지만 그 가격은 대부분 게임 보다 비쌌고 가끔씩은 게임기보다도 비쌌다. 방향키와 두개의 버튼만 존재하던 게임패드는 게임기의 세대가 거듭되며 발전하면서 지금은 방향키와 조이스틱 두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4개의 입력버튼과 범퍼로 불리는 상단 좌우에 두개씩 위치한 버튼들 스타트 버튼과 옵션 버튼. 그리고 조이스틱을 버튼으로 활용하는 L3, R3 까지 10개의 버튼과 3개의 축입력장치가 거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대부분 자이로를 통한 6축센서와 함께 게임기에 따라 터치등의 추가 인터페이스가 들어가있기도 하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바로 게임을 시작하기에는 과거의 게임기 비해선 복잡해졌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익숙해지면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의 게임 패드는 게임을 오래 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며, 게임 안의 캐릭터를 설명서를 보지 않더라도 대충 이전에 했던 감각으로 조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익숙함은 게임패드에 어울리지 않는 게임들이 거실에 자리잡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여전히 키보드와 마우스가 게임패드보다 편한 실시간 전략 장르나 AOS 같은 장르의 게임은 가정용 게임기보다는 컴퓨터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게임기와 컴퓨터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게임패드와 키보드 마우스이외의 컨트롤러는 한정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주로 시뮬레이션 장르이다. 드라이빙 시뮬레이션과 플라이트 시뮬레이션 장르를 위한 주변기기인 드라이빙 휠과 플라이트스틱은 꾸준히 발매되고 있으며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각 장르의 마니아에게는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필수로 갖추어야 하는 장비로 인지되고 있다. 드라이빙휠의 경우는 특히 기능에 따라 장비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으며 실제 운전할 때 처럼 운전 상황에 따라 운전대에게 힘을 전달하는 포스피드백 기능이 있는 드라이빙 휠은 특히 더 비싼 가격이며 이를 위한 거치대나 시트. 좀 더 사실적인 게임을 위한 사람들에게는 시트를 움직여주는 모션시뮬레이터등의 장비를 더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러한 부가장비의 경우 게임값을 넘어서 가끔은 컴퓨터 혹은 게임기 값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기는 힘들며, 이러한 게임들 대부분 게임 패드로도 게임을 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닌텐도 Wii 가 본격적으로 자이로와 가속센서를 사용하는 컨트롤러를 사용하면서 컨트롤러에 제한된 게임 플레이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스포츠게임이 있겠지만 그러한 변화를 하나를 언급하자면 기존에 존재하던 낚시 게임이 이러한 컨트롤러 특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포츠로서의 낚시는 아무래도 “손맛”이라 부르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아케이드를 제외한다면 지금으로선 실제 물고기의 움직임을 포스피드백으로 전달하는 낚시대 컨트롤러가 대중화된 적은 없다. 적어도 진동 덕분에 물고기가 미끼를 무는 부분은 비단 6축을 사용하지 않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진동기능이 있는 컨트롤러를 사용한다면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특히 동물의 숲에서의 낚시는 컨트롤러 진동의 특성을 잘 살려서 정품 컨트롤러가 아니면 그 느낌을 충분히 느낄수 없다. 컨트롤러를 흔들고 돌리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낚시 게임에 릴을 감는 행위를 컨트롤러를 돌리는 것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 이 기능은 옵션이다. 손목의 건강과 함께 선택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오락실은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극장 근처의 오락실이나 혹은 키즈카페 앞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기계가 있다. *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딥 시 파티 딥 시 파티라는 이 게임은 국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사실은 2012년에 일본에 출시된 반다이 남코의 〈낚시 스피릿〉과 흡사한 게임이다. 6인 까지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은 비슷하긴 하지만 컨트롤러가 매립되어있어서 미끼를 던지는 것도 버튼으로 해야하며, 스크린이 1개라는 차이점이 있다. 원전이라 할 수 있는 반다이 남코의 〈낚시 스피릿(Ace Angler〉은 현실 낚시 보다는 일본의 전통축제에서 볼 수 있는 금붕어낚시 등의 영향이 더 큰 편이라 낚시 시뮬레이션이란 장르라고 부를 수 있는 장소, 로드, 플로트, 릴등을 선택해서 현실 낚시와 가깝게 즐기는 게임과는 결이 다르다. 낚시 스피릿의 플레이 실제 낚시와는 거의 다른 물고리를 낚아 메달을 모으는 게임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게임에선 다른 종류의 낚시 게임과는 같은 지점이 있다. 릴을 컨트롤하며 물고기가 낚였을 때 릴을 감아야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던지는 방향과 힘을 버튼으로 정하고 필살기가 있으며 보스 스테이지가 존재하는 현실 낚시와는 매우 동떨어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낚시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점이라면 바로 이 컨트롤러 일 것이다. 2012년에 출시가되어 이제는 10년이 넘어가는 시리즈인 이 게임은 컨트롤러의 특성상 아케이드에서밖에 즐길수 없었지만 2019년에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게임이 출시되면서 상황이 좀 바뀌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동전을 잡아먹는 아케이드 게임은 집에서 했으면 그 손맛을 위해 좋겠지만 6인용 게임기를 집에 들여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닌텐도 스위치의 조이콘은 다양한 플레이 방식을 지원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오락실에서 낚시대를 휘두르고 릴을 감는 그 느낌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개발사는 게임의 고유한 조작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스위치 조이콘의 자이로센서와 각속도를 이용하여 조이콘을 휘두르는 형태로 낚시대를 던지고, 들고 돌리는 행위로 릴을 감는 동작을 재현했다. 전통적인 닌텐도 스위치와 컨트롤러를 붙여서 쓰는 방식으로도 게임을 하는데는 문제는 없다. 이경우는 다른 많은 낚시게임이 그렇듯이 버튼으로 릴을 감는다. * 인게임 도움말 닌텐도 스위치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기로도 낚시 게임은 많이 나오는 편이며 고전이며 명작으로 불리는 세가 배스 피싱 같은걸 언급하지 않더라도 굳이 낚시 스피릿을 가져온 이유는 이 게임이 전용컨트롤러가 아닌 기존 컨트롤러에 붙여 쓰는 “사오콘”을 별매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종류의 컨트롤러를 확장하는 개념은 Wii 리모콘부터 PS Move, 가깝게도 VR 컨트롤러까지 다양하게 존재하는 편이지만 낚시 스피릿의 경우 2019년에 〈Ace Angler 낚시스피릿 Nintendo Switch버전〉을 이번엔 2022년에 나온 〈Ace Angler 낚시스피릿 파닥파닥 즐거운 수족관〉이 두차례에 걸쳐 나왔는데 추가장치로 나온 사오콘의 형태가 다르다. 물론 새로 나온 파닥파닥 즐거운 수족관에서도 이전 버전의 추가장치를 지원하고는 있고 이러한 별매 사오콘이 없더라도 조이콘을 통해서 물리적으로 컨트롤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으며, 게임에 연결한 상태에서 버튼으로 플레이할 수도 있다. * 호리사에서 나온 첫번째 사오콘 첫번째로 나온 사오콘의 특징이라면 결과적으로 조이콘 두개를 쥐고 흔드는 형태의 플레이를 좀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가이드에 가깝다. 일본의 게임용 주변기기 전문 업체인 HORI사에서 제작한 이 컨트롤러는 결과적으로는 이 컨트롤러 없이도 같은 형식의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릴역할을 해주는 부분있어서 좀 더 줄을 감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에이스 앵글러 파닥파닥 즐거운 수족관과 함께 나온 두번째 사오콘 두번째로 나온 파닥파닥 즐거운 수족관과 함께 나온 사오콘은 조이콘 두개를 쓰는 형태가 아닌 하나만 쓰는 형태로 돌릴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나는 릴이 달려있는 형태인데, 왼쪽 조이콘과 오른쪽 조이콘의 버튼 배치가 다른 것에 대응하기 위해 릴을 분리할 수 있는 형태의 아이디어가 특히 돋보였다. 두 컨트롤러의 중대한 차이점이라면 첫번째 사오콘이 조이콘 두개가 달려있으면서 또한 릴에 조이콘 하나가 붙어있어야만 하는 구조라서 실제로는 무거워서 플레이가 힘든 구조 였다면 두번째 사오콘은 처음부터 회전을 조이콘틀 통해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한바퀴 회전할 때마다 A버튼을 두번 누를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는 사실상의 연타기계라는 점이다. * 사오콘 연타 기믹 – 릴을 돌릴 때마다 흰 부분이 A버튼을 눌러준다 기계적으로 릴의 회전을 강제로 조이콘의 A버튼과 연결한 이 기믹 덕분에 정작 선택하는 A버튼을 누르기 힘들다는 단점이 생기긴 했으나 이전 버전보다 훨씬 가볍고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조이콘의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전 조이콘들의 조작 역시 지원을 하지만 낚시 스피릿의 후속작에서 조이콘을 직접 회전하는 방식이 아닌 버튼을 통한 입력으로 돌린 이유는 아무래도 무게가 동반된 회전 조작이 조종에 부담으로 작용했으리라 짐작한다. 이 게임은 컨트롤이 없더라도 1개의 컨트롤러로 즐길 때의 조작 방법으로 낚은 후에는 어찌되었던 열심히 릴을 감는 동작을 모사해야 물고기를 낚을수 있다는 점에서 낚시 게임이 가지고 있는 주요한 조작으로는 릴을 감는 행위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낚시용 부가 컨트롤러로는 이미 Wii 리모트를 활용한 경우가 있었고 낚시 전용 컨트롤러로 가면 가정용 게임기는 물론 국내 PC용 게임으로도 나온 컨트롤러도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울 건 없다고 할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컨트롤러가 이러한 릴을 감는 장치를 어떻게든 구현해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낚시 컨트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VR 게임에서도 이러한 낚시 시뮬레이션이 점차 출시되고 있으며, 낚시가 주는 가장 큰 현장감을 제공하고 있다. VR 특유의 양손 컨트롤러는 현재로는 모두 게임패드를 절반으로 나눠 한쪽씩 쥐는 형태로 수렴하고 있으며 한손에 쥐기 편하도록 총의 손잡이 형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양손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많은 VR 게임들은 이 컨트롤러에 손을 매칭해서 두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가상 공간에 있는 물체와 상호작용 하도록 하고 있지만 물리적인 피드백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결국은 허우적대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따로 이러한 컨트롤러를 끼워서 사용 할 수 있는 확장 컨트롤러가 나오기도 한다. 현재로선 가장 인터페이스의 확장에 진심인 것은 따로 물리적 비용이 필요없는 VR 장르의 게임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회전시키는 입력장치 인터페이스는 게임의 탄생과 함께 했지만 결국 기존 게임 컨트롤러에 포함되는데는 실패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레이싱휠이나 낚시 컨트롤러를 통해 이어져오고 있다. 지금은 아케이드에서 컨트롤러의 물성이 강하게 필요한 게임들만이 가정용 게임기에 피드백 되고 있지만 한차례 조이스틱이 사라졌다가 결국 게임패드에 포함되었던 것 처럼 새로운 물성이 게임 컨트롤러에 들어갈 수록 플레이의 가능성이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VR 공간이 될지 물리적 공간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플레이의 확장은 게이머에게도 게임디자이너에게도 좀 더 많은 가능성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개발자, 연구자) 오영욱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 놀이하는 전정기관에의 상상 - 멀미 너머의 게임
매클루언의 아이디어를 빌리자면, 이 감각기관이 우리에게 잘 인지되지 않는 것은 이 기관은 다른 감각기관들에 비해 그다지 기술에 의해 확장된 시도가 없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지구의 보편중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인간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마치 우리를 둘러싼 공기처럼 너무나 보편적인 감각으로 받아들여지기에 ‘특별한’ 감각적 자극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 Back 놀이하는 전정기관에의 상상 - 멀미 너머의 게임 22 GG Vol. 25. 2. 10. 미디어의 시대, 멀미의 시대 매클루언은 미디어를 신체의 확장, 좀더 구체적으로는 감각의 확장으로 이해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인간은 신체 기능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역까지 감각이 가 닿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내며 발전해 왔다. 청각만으로는 가 닿을 수 없는 거리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시야를 벗어난 먼 거리에서 일어난 일들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술은 인간의 감각 확장을 단지 동시대의 것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과거에 벌어졌던 사건들까지도 지금 당장 우리의 감각 앞에 고스란히 옮겨놓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편으로는 감각의 확장이지만 다른 의미로는 감각의 과잉 시대인 미디어 시대에 인간은 지나치게 쏟아지는 새로운 자극들 앞에서 간혹 일시정지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멀미라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의 의학적 연구 결과들은 멀미를 여러 감각 정보들이 서로 다른 정보를 뇌에 전달할 때 생기는 문제를 뇌가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 신체를 일시적으로 주저앉히려는 기제로 이해한다. 눈으로 보는 상황과 전정기관이 인지하는 신체의 평형 상태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뇌로 전달할 때, 뇌는 이를 신체의 이상이라고 인식하고 신체 기능을 저하시켜 일단 정지 후 휴식을 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멀미에 관한 기록들은 고대 그리스의 뱃멀미로부터 시작된다. 매클루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면 배 또한 신체의 확장이며 마찬가지로 미디어의 일종이며, 배를 탄 상태에서 전정기관이 느끼는 출렁임의 평형감각은 눈으로 보는 시각정보와 불일치하기에 멀미를 유발한다. 뱃멀미도 결국 미디어 멀미의 일종이며, 신체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정보 앞에 인간의 신체는 위험 상황을 인식하고 셧다운을 건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시각정보에 크게 기대는 인간에게 있어 멀미는 주로 새로운 미디어가 시각에 관련된 정보로 확장할 때 발생하곤 했다. 인류에게 기계적 스펙터클을 처음 제공한 시점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마차와 기차의 네모난 창문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고속의 이미지는 평행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마차와 기차가 만드는 진동은 전정기관으로 하여금 이 시각정보가 결코 평탄한 횡스크롤이 아님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상황이었다. 마차 멀미, 기차 멀미에 이어 초창기 영화 스크린을 보며 멀미를 경험했음을 이야기한 많은 기록들은 뱃멀미로로부터 이어지는 동일한 맥락에 서 있다. 감각정보의 불일치가 만드는 게임 속의 불화들 디지털게임은 현대의 여러 미디어 중 멀미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매체일 것이다. 인간이 영상매체에 익숙해지면서 영화 멀미는 몇몇 특수한 시점의 카메라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없어진 것과 같이 거론되지 않는데 비해 게임에서는 적지 않은 멀미 호소가 이어지곤 한다. 물론 <심시티>같은 조감 시야에서 멀미를 호소하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의 멀미는 1인칭, 혹은 3인칭 시점의 3D 기반 게임에서 나타난다. 영화에서도 1인칭 카메라를 통해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되는 경우에 멀미 이야기가 나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때의 멀미들은 어느 정도 영상매체 속 화자의 위치, 다시말해 카메라의 시점에 의해 나타난다. 상당수의 영화들에서 카메라가 위치하는 곳이 3인칭 시점인 것과 달리,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는 많은 현대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들은 카메라가 언제나 주인공을 향해 맞춰진, 그것도 주인공의 위치와 운동이 연출자로서의 게임 제작자가 아닌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의 의도에 의해 변화하는 주인공을 향하고 있다. 이 때 플레이어는 컨트롤러를 잡고 있는 손과 같은 신체를 통해 가상공간인 게임 속 세계로 자아의 위치를 이전한다. 전후좌우로 뛰고 구르는 행위는 단지 스틱을 기울이고 마우스를 돌리는 문제가 아니라 마치 실제로 자신의 신체를 굴리고 기울이는 행위처럼 여겨진다. FPS게임에서 벽 뒤에 엄폐를 끼고 내다볼 때 자신도 모르게 신체를 기울이는 행위가 나오는 것이 이런 점에서다. 현재까지의 디지털게임들이 가상공간 안의 세계를 구현하는 방식은 상당부분 시청각 데이터를 통해서인데, 멀미는 이 때 정직한(?) 전정기관의 항의로부터 비롯된다. 눈과 귀는 플레이어가 2층에서 뛰어내렸다고 보고하는데, 전정기관은 가상공간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하기에 플레이어의 뇌에 “아닌데요? 자리에 앉아있는데요?”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게임에서의 멀미는 감각정보로 치면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VR과 같은 좀더 몰입적인 환경을 시청각 정보를 통해 제공하는 상황에 더욱 강렬해진다. 나는 <유로트럭> 같은 자동차 운전 게임을 VR로 플레이해본 적이 있는데, 운전하는 자세가 게임하는 자세와 크게 다르지 않아 멀미를 거의 못 느끼던 와중에 게임 속에서 도시 도로의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는 순간 멀미감이 확 쏟아짐을 느꼈다. HUD 속 디스플레이에서는 방지턱을 넘는 트럭의 시각 정보를 고스란히 제공했지만, 나의 전정기관은 아무런 정보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VR은 HUD착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계산해 그 궤적만큼의 변화를 3D그래픽으로 표현하며 스크린의 시야를 사실상 360도에 가깝게 재현한다. 고개를 돌리면 돌린 방향만큼의 변화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이 장치에 대해 사람들은 “와, 진짜같다!”고 환호하지만, 이는 정확히 표현하자면 시청각 정보에 국한된 감탄에 머문다. 현재까지의 VR기술은 우리의 평형과 운동을 감지하는 전정기관에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정기관의 평형감각은 영원히 인류 놀이의 적이기만 할 것인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우리는 전정기관이라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오감이라고 부르는 시, 청, 후, 미, 촉의 다섯 감각이 아니면서도 사실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많은 감각정보를 제공하던 감각기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운동과 평형을 측정하고 그 정보를 뇌에 전달해 주는 이 기관은 그 중요성과 정보량에 비해 우리에게서 ‘감각’이라고 인식된 바가 거의 없었다. 매클루언의 아이디어를 빌리자면, 이 감각기관이 우리에게 잘 인지되지 않는 것은 이 기관은 다른 감각기관들에 비해 그다지 기술에 의해 확장된 시도가 없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지구의 보편중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인간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마치 우리를 둘러싼 공기처럼 너무나 보편적인 감각으로 받아들여지기에 ‘특별한’ 감각적 자극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치부하기에는 우리는 전정기관을 가지고 논 적이 있다. 놀이공원의 바이킹과 롤러코스터가 대표적이다. 여러 안전장치를 통해 절대 떨어져 죽거나 다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이로드롭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의 아찔함을 놀이로 승화한다. 공포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아도 여전히 바이킹이 최대 고도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그 순간의 하강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놀이공원의 여러 탈것들은 아마도 전정기관이라는 숨겨진 감각을 발굴해 내 놀이의 미디어로 만든 몇 안되는 사례일 것이다. 전정기관의 운동감각을 다른 감각과 동일한 수준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놀이매체로서의 게임이 가지고 있는 멀미라는 극복점에 대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여지도 갖게 된다. 조금 더 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면, 놀이매체에 대한 새로운 시도로서 전정기관의 평형감각을 가상으로 재현할 수 있는 어떤 기술이 놀이로서 출현하는 순간을 상상해보는 것도 무리한 일은 아닐 것이다. 아케이드 오락실에 가면 간혹 레이싱 게임 같은 경우에는 가상의 유압 서스펜션을 활용해 어느 정도 재현된 평형감각을 놀이에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까지의 기술은 전정기관의 감각이 놀이에 도움된다는 사실까지를 확인했을 뿐, 이를 실제로 재현하는 방식은 가상의 재현이 아니라 실재적 재현에 가깝다. 말 그대로 플레이어의 몸을 기계에 싣고 흔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전정기관의 감각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이 개발될 수 있다면, 아직까지 모든 다른 감각에 비해 정직한 정보를 흘리는 통에 멀미를 유발한다는 눈총을 받고, 때로는 3D 게임 멀미 극복을 위해 멀미약을 통해 평형감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홀대받은 이 감각기관의 의미가 놀이매체에서 다시 재조명받을 순간이 올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나친 상상이라고 지적받을 수 있는 발상이긴 하겠지만, 애초에 우리가 지금 누리는 많은 놀이 기술들은 처음부터 진지한 실현을 생각한 발상이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상상이었음 또한 기억해야 한다. 현재까지의 3D게임에서는 멀미 극복을 위한 기술 개발에 많은 자원을 쓰고 있지만, 먼 훗날에는 지금 이 시대를 역사 속에서 읽으며 한때 방해되는 감각으로 받아들여졌던 전정기관의 평형감각이 이제는 놀이의 주역이 된 감각이라고 이야기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인터뷰] DRX 무릎이 말하는 게이머와 조이스틱의 관계
그렇다면 조이스틱에서 발생하는 감각과의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오랜 기간 세계 최정상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라면, 아주 미묘한 감각과 게임 간의 상호작용을 더 면밀히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십여 년간 탑 티어를 놓지 않으며 수많은 게임기기를 이용해본 게이머라면, 조이스틱의 변천에 따른 감각적 차이를 잘 설명해주지 않을까? 이러한 기대를 품고 이번호에서 편집장은 글로벌 이스포츠 전문기업 DRX 소속 철권 프로게이머인 '무릎' 배재민 선수를 만나고 왔다. < Back 11 GG Vol. 23.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won Seo Studies culture in pursuit of a more interesting life. Curious about a wide range of cultural domains, including games, religion, and film.
- [북리뷰] 스테이지를 전환하자는 제안, 〈모럴컴뱃〉
따라서 필요한 것은 ‘컨트롤러를 집어들고 게임을 계속 즐기면서’(246쪽) 게임에 대해 계속 대화하는 것이다. 〈모럴컴뱃〉은 게임에 대한 대화를 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310개에 달하는 각주는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와 부정적인 연구를 포함하면서 게임에 관한 주요한 사건에 관한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다. 게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든 이 책의 자료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거기에서부터 새로운 호기심이 찾는 여정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 Back 02 GG Vol. 21.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iwoong Kang Senior researcher at the Institute for Social Development Studies, Yonsei University. Has written for various game outlets, including Gamers. Books include Game and Cultural Studies (co-authored) and The History of Korean Games (co-authored). Writes a regular game column for the children's magazine Goraega Geuraesseo. Believes that games are a culture that walks alongside us, touching countless moments of our lives.
- 역사적 트라우마와 유령의 소환술: 〈반교: 디텐션〉의 역사주의
이처럼 애매하고, 역설적이고, 공백으로 가득 찬 대안적 역사인식의 상징극장(학교)을 탐색하며 퍼즐 열쇠들을 수집하는 플레이어는, 유령이 된 채 부재하는 현재의 표식들을 이어붙이고, 역사의 버려진 시신을 가르는 부검의가 된다. “너는 나고, 나는 너다” 며 자신의 그림자에게 읊조리는 주인공의 대사처럼, 파편화된 상흔들은 수집과 탐색행위로 이뤄진 이 부검에 의해 점차 진혼된다. 플레이어의 부검은 사망 원인 추적에 그치지 않고, 망자의 부릅뜬 눈을 감기는 의식으로 연동되는 것이다. < Back 역사적 트라우마와 유령의 소환술: 〈반교: 디텐션〉의 역사주의 02 GG Vol. 21. 8. 10. 유령의 소환술과 ‘유령되기’ 유령은 만져지지 않지만 눈에는 보이는 존재다. 유령은 가상인 동시에 실재에 현상하며, 현재에 머무르면서도 현재에 부재한다. 유령은 형이상학에 속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때때로 인식과 경험에 영역에도 걸쳐져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유령은 공포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언제나 뭔가를 암시하고 일깨우는 존재다. 고뇌에 빠진 햄릿 왕자의 앞에 나타난 왕의 유령은 자신이 독사에 물려 죽은 것이 아니라 동생 클로디어스에게 독살당했음을 알리고, 햄릿은 복수를 위해 일부러 미친 척을 하기 시작한다. 거란과의 전투에서 패해 포로가 된 고려의 무장 강조는 자신이 살해한 왕(목종)의 혼령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업보를 깨닫고 주저앉게 된다. 역사의 무수한 협잡의 순간마다 유령은 언어화되지 않은 목소리들과 더불어 되돌아오는데, 때론 ‘배회’하면서 혁명적 순환의 계기를 만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필연적으로 좌절을 겪지 않을 수 없는 운동 속으로 민중을 휘몰리게 만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수한 좌절과 분노의 비극적 순간들이 희극으로 소급되면서 역사가 진전되어 왔다는 것이다. ‘유령’은 역사가 비극의 플롯으로 치달을 때마다 한 세대를 구원하고자 천을 뒤집어쓰고 돌아오는 기계신이자, 부재하는 현재를 실재에 표시하는 인기척인 셈이다. “유령은 근본적으로 장래이며, 항상 도래할 것으로 남아있고, 도래하거나 다시 도래할 수 있는 것으로서만 자신을 제시한다.”1) 유령은 부르면 달려오는 시종이나 램프의 요정이 아니다. 유령은 태어나지도, 길들여지지도 않으며 단지 출몰할 뿐인 존재이다. 그것은 등재된 공식역사나 승자들의 후일담을 받들지 않는다. 유령은 숨죽인 채 우리 곁을 맴돌면서 패배의 순간, 비명이 질러지는 소리들을 엿듣는다. 잊혀진 이야기, 침묵 속에서 억눌러진 단말마들이 유령의 인기척에 새겨진다. 그런 점에서 유령이 보여주는 이미지와 목소리들을 받아 적는 우리는 역사가인 동시에 소환술사라 할 수 있다. ‘유령의 소환술’은 역사의 가장 희미한 빛을 점화한다는 점에서 순수한 아름다움이나 경외감만을 추구하는 유미주의와 다른 길을 간다. 수많은 예술이 유령의 흔적을 좇아 미사여구를 창조하지만, 유령 자체를 소환하려는 시도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비극을 현재의 희극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필연적인 비극 또한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소환의식은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실재하지 않는다고 애써 부인하는 비밀을 마주하는 용기로부터 출발한다. 대만의 어드벤처 게임 <반교: 디텐션>은 역사를 다룬다. 그러나 단순한 역사가 아니다. 패퇴한 장제스와 국민당이 대만에서 국부천대를 시작한 후 40여 년 간 지속된 백색테러 시기, 비참하게 생매장된 민중사가 주 무대다. 수많은 시네마와 게임이 역사를 상업적 소재거리로 삼아왔고, 승리의 시간들, 번영과 영화의 시기가 말초적 유흥 및 장르 문법으로 소비되어 왔다. 그러나 전체주의 권력에 의한 폭력과 광기의 날들은 상업 문법으로 접합되기 어렵다. 감각적 만족을 이용자 상호작용의 제1요소로 삼는 게임에서 아픔이라는 감각은 일반적인 고려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교>가 역사를 다루는 방식은 서가에 기대서서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 유령을 빙의시켜 스스로 입을 여는 유령되기, 즉 유령의 소환술에 가깝다. <반교>의 시공간에 들어선 사람들은 유령이 되어 떠도는 여고생 방예흔(方芮欣, 팡 레이신)을 움직여 학교에 은폐된 비밀들을 풀어 나가야만 한다. 플레이어가 유령이 되어 스스로에게 암시를 던지고 진실을 좇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게이밍을 활용한 <반교>의 소환술은 매우 탁월하다. 유령의 기척을 느끼고 따라가 이야기를 엿들어야만 하는 기존의 서사 전개방식과 다르다. 플레이어는 평면과 횡으로만 구성된 폐교 공간을 헤매며 ‘유령되기’를 시도하는데, 이 유령되기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단히 깨어 있는 상태로 만들어 자신(게임 속 인물과 자신이 연동된)에게 암시와 은유들을 던진다. 유령되기를 통해 플레이어는 스스로 배회하고, 암시하며, 진실을 좇도록 깨우치는 것이다. * 유령으로부터 은폐된 비밀의 단서들을 전달받는 것이 아닌 ‘유령되기’를 통해 스스로 일깨우고 진실의 조각들을 맞춰나간다. 〈반교〉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드러내기 위해 게임이라는 매체의 속성을 유령의 소환술로 매우 잘 전유한 예제다. 역사적 트라우마와 대면하기: 앰비규어티와 부검학 상실감, 우울, 원한 등과 달리, 마음과 뇌에 깊은 충격을 안기는 외상인 ‘트라우마’는 역사 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어려운 문제다. 극심한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하는 트라우마는 멜랑꼴리나 로맨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상품화된 카타르시스 경로를 따라가는 장르문법과 이질적이란 뜻이다. 트라우마는 분명하게 현존하는 고통이지만 그 본원은 과거의 특정한 사건에 얽매여져 있고, 해소될 길이 없다. 트라우마가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집단의 역사적 경험과 맞물려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트라우마는 ‘애도’와 깊은 연관이 있다. 우리는 사자를 애도하기 위해 슬퍼하고 자발적으로 상처 입는다. “살아있지 않은 누군가에 대해 바쳐진 존중 속에서 생성되는, 법을 넘어서는 어떤 정의의 명령에 우리는 응답한다.”2) 만약 애도가 좌절된다면, 우리는 개인이 연결되어 있는 역사의 신체에 깊은 상처를 입을 것이다. ‘역사적 트라우마’는 한 세대와 공동체가 공유하는 집합적 고통의 기억이며, ‘모든 것이 변화하는 역사’라는 기관차가 마주하는 막다른 터널이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외상을 극복하지 못한 ‘영호’가 선로에 뛰어들고, <택시운전사>의 ‘김사복’이 학살의 기억을 떨치지 못해 작고하게 되는 이유이다. 이 아픔은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좀처럼 씻겨나갈 길이 없다. 신체를 절단한 사람이 수술 후에도 고통을 끊임없이 지각하듯이, 그 실체는 유령적이다. 본토 수복을 엿보며 대만을 장악한 국민당의 통치는 실로 끔찍했다. 명·청 시기에 대만으로 건너와 살고 있던 본성인(本省人)들을 지배하기 위해 국민당 정권은 2.28 사건3) 이후 계엄령을 강화하고, 40여년에 걸친 백색 테러가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언론과 결사의 자유는 완전히 사라지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산당 간첩으로 몰려 고문·처형되거나 실종됐다. 국민당은 계엄을 유지하기 위해 특히 학교 통제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시기 대만에서 학교는 두 가지 방향으로 훈육되었다. 하나는 뒤쳐진 산업화를 이룰 일군을 양성하는 학교이고 다른 하나는 본토 수복을 위해 싸울 병력을 양성하는 학교이다. ‘군대식 교육’ 이 아니라 학교가 곧 군대였고, 청소년을 징집하는 창구였다. 이에 반발하는 교사들은 모두 간첩죄로 숙청되었으며, 지정되지 않은 책을 읽는 학생들도 모두 반역죄로 다스려졌다. 〈반교〉에 등장하는 군훈교관 백국봉(白國峰, 바이 궈 팡)은 학생과 교사들을 감시 훈육하는 정훈장교이다. 반면 학생들과 비밀독서회를 운영하는 장명휘(張明暉, 장밍후이) 선생과 은취함(殷翠涵, 인쯔이한) 선생은 타고르의 시를 읽어나가며 희망의 씨앗을 파종하려 한다. * 대만 시네마에서 끊임없이 배회하는 학교라는 유령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 좌 상) 〈말할 수 없는 비밀〉(2007, 우 상) 〈반교: 디텐션〉(2019, 좌 하) 〈내 마음에 새겨진 이름〉(2020, 우 하)에 이르기까지, 대만 시네마는 광범위한 시간대(계엄 이전과 이후)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학교공간의 기억술을 펼친다. 긴 시간동안 군사주의의 억압과 독재가 학교에 집중적으로 투과한 결과, 학교는 문화적 상징투쟁의 장소로서 재현된다. 감시와 처벌이 이뤄지는 공간으로서의 학교와, 비밀과 약속이 지켜지거나 깨어지는 장소로서의 학교가 중의적인 역사적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반교>가 게임 속 ‘유령되기’를 통해 소환하는 역사적 트라우마는 공식사에 쓰여져 있지 않는 부분들을 역사화 한다. “예술작품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그 작품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승시켜준 역사와의 만남 속에서 우리는 창작자의 영향을 수용한다.”4) 역사주의를 성취하기 위한 반교의 소환술은 크게 두 가지 접근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트라우마를 이루는 오브젝트(포대자루, 거꾸로 매달린 옷과 초상, 거울상 등)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해 억압의 기표들을 상징화하는 앰비규어티(ambiguity)의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이 상징물들을 퍼즐풀이의 대상으로 재배치함으로써 이용자가 트라우마를 재구성하게끔 만드는 부검학의 측면이다. <반교>는 시적 언어가 ‘낯설게하기’ 를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비문법성의 세계-일상언어의 세계 간 대화를 게이밍의 독특한 방식으로 역설계했다. 낯선 상징과 메타포를 통해 모호화된 시를 읽어나가는 과정은 자동화된 세계(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행동, 표현, 감각들로 가득차 낯익고 익숙하기만 한 세계)에 대한 전혀 다른 독해를 요구하게 되는데, <반교>는 공동체의 상흔을 상기시키는 오브젝트들을 퍼즐풀이에 삽입함으로써 ‘낯설게하기’의 게이밍적 측면, 즉 역사적 트라우마의 ‘절차적 수사학(procedural rhetoric)’5) 을 부각시켰다. 이런 상징물로 가득찬 ‘학교’를 유령이 되어 탐색하는 과정 속에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혹은 잊어버리려 외면했던 과거의 상처가 되살아난다. * 포대가 씌워진 인형, 뽑힌 이빨로 된 주사위, 호롱불을 들고 주인공을 찾아다니는 차사 귀신 등 <반교>의 상징물들은 단순히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데서 그치지 않고 독재권력의 폭력을 암시하는 연상작용으로 이어진다. ‘낯선 느낌들’로 재배치된 공간의 탐색 경험은 트라우마의 공통감각을 직조하는 비문법성의 세계, 대안적 역사인식의 공간으로 플레이어를 스스로 등록시킨다. * 초현실주의적으로 재현되는 기억의 공간들. 〈반교〉는 2차원적 평면이라는 한계를 뒤집어 회화적 아이디어들을 의미심장하게 도입한다. 과거의 비밀들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평면의 공백 투사하며 읽어나가는 방식이다. 아버지의 외도와 가정불화를 암시하는 추상화적 대목(좌 상), 흠모하는 장 선생과의 데이트를 떠올리는 총천연색 경로(우 상), 잊기 위해 스스로 파편화했던 밀고의 기억들이 미러이미지화 되는 방식들(하)은 상반된 색체 대비와 원근법으로 〈반교〉의 평면을 수놓는다. 〈반교〉의 ‘유령되기’는 대사가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간의 독해를 통해 플레이어가 사건을 인식하도록 하는 독특한 미디어 매커닉이다. 대안적 역사인식 공간의 재구성: 새로운 재현양식과 미적 전술 이처럼 애매하고, 역설적이고, 공백으로 가득 찬 대안적 역사인식의 상징극장(학교)을 탐색하며 퍼즐 열쇠들을 수집하는 플레이어는, 유령이 된 채 부재하는 현재의 표식들을 이어붙이고, 역사의 버려진 시신을 가르는 부검의가 된다. “너는 나고, 나는 너다” 며 자신의 그림자에게 읊조리는 주인공의 대사처럼, 파편화된 상흔들은 수집과 탐색행위로 이뤄진 이 부검에 의해 점차 진혼된다. 플레이어의 부검은 사망 원인 추적에 그치지 않고, 망자의 부릅뜬 눈을 감기는 의식으로 연동되는 것이다. <반교>는 이 부검 프로세스를 세련된 플레이 실천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회화적 앰비규어티를 더욱 부각한다. 연속성에 구속되려 하는 사건의 시간성을 탈주시키고, 과거-현재-미래를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후반부에 이르면 방예흔은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가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문자화되지 못한 역사적 트라우마는 비로소 ‘낯설게 된 비문법’의 법칙 하에 하나의 문장이자 산문으로 읽히게 된다. <반교>는 정교하고 변화무쌍한 시스템을 제공하지도, 화려한 시네마틱 스펙타클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방대하고 치밀한 드라마텔링보다는 절제된 시적 조작을 추구한다. 그러나 가장 단순하고 오래된(2차원 공간의 어드벤처 퍼즐풀이) 게이밍의 문법을 변주해 독창적인 미디어 매커닉을 제시한다. 이 매커닉은 기존의 재현양식이 시도한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유령되기’라는 소환술을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어루만지고, 난도질당한 과거의 신체-유령통을 앓는 현재의 부재하는 신체를 오고가는 경험 속에 과거의 얼굴들을 대면시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반교>는 방법을 넘어 하나의 미학적 전술을 정립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전술은 미디어가 장르라는 문법과 상업적 경계를 넘어서, 한 시대와 세대가 공유하는 ‘죽은’ 공통감각의 회로에 전류를 불어넣는 전술이자, 침묵의 시대를 뛰어넘어 시민적 언어가 보편어가 되는 순간들을 상상시키는 회로도이다. 자유와 해방을 위한 새로운 재현의 언어들을 재발명하기 위해, 이 회로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난폭한 권력을 휘두른다 해도, 자유는 빼앗을 수도 억누를 수도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자유의 비가 이 섬에 고루 흩뿌려지길 원합니다.” -드라마 〈반교〉 中 1) 자크 데리다, 『마르크스의 유령들』, 진태원 역, EJB, 2007, 91쪽. 2) 자크 데리다, 『마르크스의 유령들』, 진태원 역, EJB, 2007, 194쪽. 3) 일왕 항복 이후 대만으로 건너온 국민당 지배세력과 외성인(外省人)들은 본성인들과 정체성이 달랐으며, 국민당은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 행세를 하며 대만과 본성인들을 식민 통치 하듯 다뤘다. 폭압적인 전시국가경제를 운영하며 민생이 파탄나는 가운데, 참다못한 본성인들은 계엄령 해제와 선거권을 요구하며 반정부투쟁을 벌였다. 이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전 연령에 걸쳐 14만 여명이 군사법원에 기소됐고, 2-3만 명의 시민들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4) 발터 벤야민,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폭력비판을 위하여 초현실주의 외』, 최성만 역, 길, 2008, 260. 5) 언어적인 기호계에서 예술작품은 고유한 수사를 통해 의미를 생성한다. 문학은 상징과 은유(문자적 수사학)를 통해, 시네마는 몽타주와 미장센(시각적 수사학)을 통해 수사를 실천한다면, 디지털 게임은 플레이어의 공간 탐색과 오브젝트 조형행위에 기반해 의미들을 구성해나가는 절차적 수사학(procedural rhetoric)을 현상한다. 절차적 수사학은 연산과 입출력을 바탕으로 하는 디지털 게임의 고유한 표현 방식이다. 이에 대해서는 Bogost, Ian. (2007). Persuasive Games: The Expressive Power of Video Games, Cambridge: The MIT Press를 참조.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디지털 문화연구/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신현우 문화연구자, 문화평론가이며 기술비판이론과 미디어 정치경제학을 전공했다. 게이밍, 인공지능, 플랫폼, 블록체인을 둘러싼 문화현상을 연구하며 서울과기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한다.
- 보는 게임의 한복판에서 보는 현재: 게임유튜버 김성회
‘보는 게임’을 게임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이를 두고 일부 근본주의자들은 ‘실제로 조작하지 않는 것은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특별한 조작 없이도 진행되는 ‘방치형 게임’은? 아예 참여하지 않고 관전만 하는 그러니까, 게임 스트리머의 방송을 보는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게임을 둘러싼 시선과 그것을 향유하는 방법이 변해가는 오늘날 ‘보는 게임’을 이끄는 유튜브 ‘김성회의 G식백과’의 진행자 김성회를 만났다. 변화의 과정을 생생히 느끼고 있는 만큼 양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Back 03 GG Vol. 21.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ujin Park Received a master's degree with a thesis on "women indie musicians." Writes mainly about music and is currently a contributor to the popular music webzine IZM.
- 부서지는 몸, 나뒹구는 몸 - <스케이트 스토리>와 퀴어한 실패의 미학
“You Died.”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한 번 이상은 보게 되는 문구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사망에 다다르면 화면은 까맣게 암전되고, 중앙에 붉은 글씨가 떠오르며 죽음을 알린다. 단정적인 선언과 형식은 게임 오버 화면을 밈으로 기능하게 했다. 이는 다시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에 관해 떠올리는 정의와 끈끈한 관계를 맺기도 한다. < Back 29 GG Vol. 26.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yuri Kim Interested in the ways games let us experience stories. After poking around here and there, lately played Marathon.
- 스트리밍 어드벤처 : 서사라는 꿈과 퍼즐이라는 전의식으로
어드벤처 게임이란 상당히 이상한 맥락의 장르명이다. 농담을 조금 보태자면, 서사가 있는 비디오 게임 중 ‘어드벤처’를 경험하지 않는 게임이 어디 있겠는가? 어니스트 아담스Ernest Adams는 『 Fundamental of Game Design』에서 ‘많은 모험적인 특징을 가진 게임들이 어드벤처 장르가 아니며, 반대로 많은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들이 모험을 다루지 않는다.’라며 이 장르명이 가진 이상한 아이러니를 언급한다. < Back 29 GG Vol. 26.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unin Lee Writes and lectures freely across comics, games, and film. A lifework: clearing every Final Fantasy title except the MMORPGs. Mainly plays on the Steam Deck.
- 두려움, 공포 그리고 폴아웃: 게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공포의 양상
내가 지금까지 게임을 플레이해오면서 기억하고 있는 공포의 유형으로는 2가지가 있다. 게임을 하면서 처음으로 겁을 먹은 것은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의 악명 높은 장면을 플레이했을 때였다. 당시 <레지던트 이블>은 호러 게임이라기 보다는 속도가 느린 액션 게임쪽에 가까웠는데, 게임 내에서 복도를 걷고 있을 때 갑자기 개 한 마리가, 뒤이어 또 다른 한 마리가 창문을 뚫고 들어왔을 때 두려움과 혼란, 공포를 느꼈다. < Back 19 GG Vol. 24.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Marc Lajeunesse Marc is a PhD candidate in Concordia University'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studies in Montreal, Canada. Marc’s research focuses on toxicity in online games. He is driven to understand toxic phenomena in order to help create more positive conditions within games with the ultimate hope that we can produce more equitable and joyful play experiences for more people. He has published on the Steam marketplace and DOTA 2, and is a co-author of the upcoming Microstreaming on Twitch (under contract with MIT Press). (Game Researcher) Bora Na A game researcher. Game-playing goes back quite a long way, but the first encounter with game studies came by chance, through a game course taken at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Since graduating, has carried out research and writing centered on game history and culture, here and there. Contributed to The History of Games, The Theory of Games, and Mario, Born in '81, among others.
-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 편안한(cozy)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고백하자면 나는 싸우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이미 충분히 긴장하며 사는데, 게임에서까지 쫓기고 싸우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게임들에 자꾸 손이 간다. 그리고 이런 게임은 생각보다 많다. 어질러진 물건을 정리하고, 이삿짐을 풀고, 농사를 짓고, 물약을 만들어 팔고, 산을 오르고, 택배를 배달한다. 비슷한 결의 게임들이 하나의 흐름을 이룬 지는 꽤 오래됐고, 우리는 이런 게임들을 흔히 ‘힐링 게임’이라고 불러왔다. < Back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 편안한(cozy)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31 GG Vol. 26. 8. 10. @pixabay JerzyGórecki 아침 출근 전에 집 한 채를 청소하고 나왔다.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져 아침 식사를 마치고도 삼십 분이 남은 날이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버려진 별장 한 채를 청소하기로 했다. 그곳은 눈 내리는 설산 한가운데의 숲속 산장이었다. 거실에서는 벽난로가 뭉근하게 타오르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온통 눈 덮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겨울 스포츠를 즐길 때 사용하는 숙소인 듯했다. 집주인이 보내온 의뢰서에는 야외에 쌓인 눈을 치우고 실내를 청소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여유가 된다면 오래된 계단을 손보고,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위해 장식을 구매해서 집안을 꾸며달라는 부탁도 덧붙여져 있었다. 걸레를 들고 별장 안을 돌아다녔다. 창문이 많은 집이라 유리를 닦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다는 작업까지 마친 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집을 바라봤다. 처음 들어왔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별것 아닌 일인데도 마음은 뿌듯했다. 집주인은 넉넉한 사례금을 지급했고, 그사이 도전과제 하나가 달성됐다. 이제 노트북을 닫고 출근할 시간이다. <하우스 플리퍼 House Flipper>와 함께한 나쁘지 않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이상하게도 현실에서는 별로 즐겁지 않은 청소가 게임에서는 꽤나 편안하게 느껴진다. * <하우스 플리퍼>에서 플레이어는 집을 수리하고, 청소하고, 꾸며서 수익을 얻는 업자가 된다. 의뢰는 끊이지 않고 들어오지만 느리게 작업한다고 아무도 타박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1인 사업자다. 힐링 또는 코지(cozy)라는 표현 <하우스 플리퍼>는 방치된 집을 청소하고 수리해 돈을 버는 게임이다. 적이 쫓아오지 않고, 청소에 제한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의뢰인이 원하는 가구를 제대로 배치하지 못하면 돈을 조금 덜 벌 수 있을 뿐, 실패라고 부를 만한 상황도 거의 없다. 갈등이나 긴장, 승패 같은 전통적인 게임의 요소 대신에 걸레질과 페인트칠 같은 단순한 노동이 게임의 주된 활동이 된다. 고백하자면 나는 싸우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이미 충분히 긴장하며 사는데, 게임에서까지 쫓기고 싸우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게임들에 자꾸 손이 간다. 그리고 이런 게임은 생각보다 많다. 어질러진 물건을 정리하고, 이삿짐을 풀고, 농사를 짓고, 물약을 만들어 팔고, 산을 오르고, 택배를 배달한다. 비슷한 결의 게임들이 하나의 흐름을 이룬 지는 꽤 오래됐고, 우리는 이런 게임들을 흔히 ‘힐링 게임’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힐링이라는 단어를 오래 들여다보면 이상한 구석이 생긴다. 힐링(healing)은 치유를 뜻하고, 치유는 대개 상처나 고통을 전제로 한다.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플레이어는 회복이 필요한 사람이 되고 게임은 그 사람을 치료하는 일종의 처방전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힘든 날에만 이런 게임을 플레이했던 건 아니다. 별일 없이 평범한 날에도 집을 정리정돈하고, 농장을 돌보고, 자연과 함께하는 일은 여전히 즐거웠다. 영어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힐링’ 대신 ‘코지(cozy)’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코지는 아늑함이나 포근함, 친숙함처럼 서로 겹쳐 있는 여러 감각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코지라는 말을 그대로 옮겨 쓰기보다, 그 핵심에 위치한 감각인 ‘편안함’이라 부르려 한다. 그렇다면 게임에서의 편안함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일까? 파스텔톤의 색을 사용하고 음악을 잔잔하게 만들면 되는 것일까? 적이 등장하지 않으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플레이어가 아무것도 잃지 않는 상황이면 되는 것일까?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과 연구자들도 이 막연한 분위기를 그저 ‘편안하다’고 부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도대체 무엇이 그런 감정을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해보려 했다. 확실한 건, 그저 예쁘고 귀여운 게임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편안함에는 조건이 있다 편안함의 정체를 파고드는 여정은 게임 디자이너들로부터 시작되었다. 2017년, 8명의 게임 디자이너는 정기 워크숍에 모여 게임에서 편안함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를 논의했다. 이들이 제시하는 편안함의 조건은 세 단어로 요약된다. 안전함(safety), 풍요로움(abundance), 부드러움(softness). 안전함: 위험이 도사리지 않고, 실수해도 잃을 것이 없는 상태. 풍요로움: 결핍이나 다급함이 없는 상태. 부드러움: 느린 템포, 따뜻한 색채, 잔잔한 청각적 요소로 안전과 풍요를 전달하는 감각. 편안함은 이 세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질 때 구현될 수 있고, 디지털 공간에서 실현된 상상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편안함의 환상’이기도 하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인간의 욕구가 계층을 이룬다는 오래된 심리학 이론을 빌려온다.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고 안정감을 확보해야 비로소 타자와의 관계나 자아실현 같은 상위의 욕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편안한 게임은, 하위 욕구가 기본값으로 충족된 세계다. 굶지 않아도 되고, 쫓기지 않아도 되고, 무언가를 잃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에서는 플레이어가 당장 생존과 관계없는 일에 마음을 쓸 수 있다. 집을 꾸미거나, 물건을 모으거나, 누군가와 친밀감을 쌓거나, 아무 목적 없이 풍경을 바라보는 일 같은 것들이다. 단, 여기서 핵심적인 전제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모든 활동은 오직 플레이어의 '자발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발성이 결여된 강요는 편안함을 깨뜨린다. 편안함의 가장 근본적인 조건은 그래픽도 음악도 아닌 자발성이다. 특히 정리정돈을 소재로 한 게임들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청소라는 행위가 편안해서’가 아니라, 손은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마음까지 다급해질 필요는 없으며, 활동의 총량(끝)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분석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우스 플리퍼>에서 청소가 편안했던 이유도 어느 정도는 설명된다. 현실의 청소는 피로하다. 무엇을 버릴지 결정해야 하고, 어디에 치울지 생각해야 하며, 오늘 안에 끝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청소가 힘든 이유는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선택,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질러진 물건의 질서를 찾아주는 <어 리틀 투 더 레프트 A Little to the Left>나, 손님이 재촉하지 않는 물약 상점의 연금술사 게임 <포션 크래프트 Potion Craft> 역시 마찬가지다. 실패에 대한 패널티를 없애거나 재촉하지 않음으로써,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어 리틀 투 더 레프트>, <언패킹>, <이지 딜리버리 co.>, <어 쇼트 하이크. 이들은 힐링 또는 코지(편안한) 게임으로 언급되고 있다. 같은 편안함, 세 가지 쓰임 흥미롭게도, 편안한 게임이라고 해서 반드시 편안한 스토리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2020년 게임 연구자들은 편안한 미학이 게임 안에서 사용되는 방식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첫 번째 경우 ‘일치형’ 편안함은, 게임의 겉모습과 플레이 경험이 일치하는 경우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편안한 게임들이 이에 속한다. <어 쇼트 하이크 A Short Hike>는 주인공이 휴가를 떠난 섬에서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여정을 보여지만, 서둘러 도착할 필요가 전혀 없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도 되고, 낚시를 해도 되고, 동전을 줍다가 다른 길로 새도 된다. 게임의 화면이 보여주는 세계와 플레이어에게 요구하는 행동이 모두 같은 방향, 즉 서두르지 않고 머물러도 된다는 쪽으로 동시에 향하는 유형이다. 두 번째 경우 ‘불일치형’ 편안함은, 겉으로는 편안해 보이지만 그 안에 슬픔이나 상실처럼 무거운 이야기를 담는 경우다. 편안함을 겉에 한 겹 감싸는 것이다. <댓 드래곤 캔서 That Dragon, Cancer>는 부드럽고 따뜻한 색채 속에서, 가족 상실의 슬픔을 전달한다. 무거운 이야기를 직접 마주하게 만드는 대신 익숙하고 편안한 세계 안에 놓아두는 것이다. <언패킹 Unpacking>도 비슷하게, 이삿짐을 풀어 물건을 제자리에 정리해놓는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게임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의 이별, 성장 등 삶의 굴곡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경우 ’상황형’ 편안함은 게임 전체는 긴장되어 있지만 특정한 순간이나 장소에서만 편안함을 제공하는 경우다. 편안함을 장르라고 부르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 <다크 소울 Dark Souls>이나 <돈 스타브 Don’t Starve>의 모닥불을 예로 들 수 있다. 게임 전반이 긴장감을 주지만, 모닥불 앞만큼은 전투와 위험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장소가 된다. 상황적으로 등장하는 편안함의 유형이다. 결국 편안함은 게임 장르라기보다 게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재료에 가까워 보인다. 어떤 게임에서는 세계 전체를 구성하고, 어떤 게임에서는 무거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표면이 되고, 또 어떤 게임에서는 긴장된 상황 사이에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장소가 된다. 같은 감각이 게임마다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편안함이 게임 안에 들어 있는 것이라면, 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이 모두 편안함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결국, 편안함은 플레이어가 만드는 것 질문에 대한 답은 최근 연구에서 나온다. 편안함이 게임 안에 이미 장착되어 있다기보다, 플레이어가 느끼는 주관적 감각이라는 사실이다. 2026년 연구에 따르면 편안함의 바탕에는 친숙함과 예측 가능성이 존재한다. 게임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고, 그 행동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수 있으며, 게임 속 공간에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익숙해질수록 플레이어는 그 세계를 더욱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우리가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비교한다. 집이 편안한 것은 어두운 밤에도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알고 불을 켜는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 많은 편안한 게임들은 게임에서만 작동하는 별개의 행동양식을 알려주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직관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장소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되고,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반응하는지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긴장하며 돌아다니던 공간이 어느 순간에는 익숙한 동선이 된다. 게임 세계가 더 이상 낯선 장소가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장소로 바뀌는 순간, 그곳에서도 일종의 ‘집 같은 느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흥미롭게도 공포 게임도 누군가에게는 편안할 수 있다. 처음 플레이했을 때는 어디서 괴물이 튀어나올지 몰랐던 게임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적의 위치와 패턴을 모두 알게 될 수 있다. 어느 문을 열면 무엇이 나오는지 알고, 어느 복도에서 적을 만나게 되는지 알고, 도망쳐야 할 곳과 숨어야 할 곳도 알고 있다면 처음의 공포는 조금씩 다른 감각으로 바뀐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 Dave the Diver>는 바다를 탐험하며 물고기를 잡는 편안한 게임으로 자주 꼽히지만, 평소에 낚시에서 잔인성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조금도 편안하지 않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게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휴양지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사냥터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편안함은 게임 안에 이미 들어 있는 속성이라기보다, 게임이 만들어놓은 조건과 플레이어의 경험이 만나는 곳에서 생겨나는 것에 가깝다. * <포션 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물약 상점의 주인이 되어 손님에게 물약을 제조하고 판매한다. 안전한 공간으로의 도피일까?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긴장을 통해 푼다. 강렬한 전투나 타격의 쾌감을 느끼고, 두뇌 싸움에서 승리하는 기쁨, 어제보다 강해진 캐릭터가 주는 성장을 실감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반면 누군가는 긴장이 제거된 저스트레스 공간으로 떠난다. 아무도 쫓아오지 않고, 아무것도 잃지 않는 공간에서 하루 종일 곤두선 신경을 내려놓는 것이다. 같은 스트레스 앞에서 정반대의 처방이다. 오랫동안 게임 산업의 주류 언어는 승리, 경쟁, 도전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편안한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이 주류 문법에 질문을 던진다. 그런 점에서 편안한 게임의 부상은 주류 문화에 대한 일종의 대안적 실천이라 볼 수 있다. 게임 연구자 스컬리 블레이커(Rainforest Scully-Blaker)는 이러한 실천을 “급진적 느림“(Radical Slowness)이라고 이름 지으며, 발전, 자본축적, 소비 등의 자본주의적 루프와 호흡에 반대하는 저항하는 행위로서 플레이어의 명상, 휴식, 망설임 수행을 짚어내기도 했다. 누군가는 편안하고 평화로운 세계로 떠나는 플레이어를 향해 '현실 도피'라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스트레스가 과잉인 현대 사회에서 위협이 제거된 세계로 들어가 불안을 잠재우는 행위로서의 게임하기로 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도피라는 말의 부정적 어감을 다르게 생각하여, 폭풍우 치는 날 처마 밑으로 피신하는 일은 하나의 실천일 뿐, 긍정적이라거나 부정적이라는 가치 판단을 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을까. 그러니 편안한 게임을 현실 도피라고 부르는 것이 틀렸다고 할 필요는 없고, 반대로 무조건 좋은 것으로 포장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잠시 현실을 벗어나는 일이 언제나 현실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때로는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잠깐 다른 곳에 머무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참고 자료 Group Report: Coziness in Games: An Exploration of Safety, Softness, and Satisfied Needs(2017) Towards the aesthetics of cozy video games(2020) Coziness in Games: Second Homes, Audiences, and Esthetics(2026) Tags: 코지 게임, 힐링 게임, 하우스 플리퍼, 어 쇼트 하이크, 포션 크래프트, 게임 디자인, Cozy Games, House Flipper, A Short Hike, Wholesome Game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이선 사회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합니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결국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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