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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벌의 생명선_2인용 로컬 협동게임 속 목숨의 구도

    이혼을 결정한 부부 코디와 메이의 영혼은 부모의 이혼을 막고 싶은 딸 로즈가 빈 소원 때문에 조그마한 목각 인형에 씌게 된다. 자기들 나름의 추론을 거쳐서, 인형으로 전락한 부부는 딸의 눈물이 저주를 풀게 해주리라고 판단한다. 두 사람은 세계에 육박하게 거대해진 아이의 놀이방을 헤매면서, 로즈가 가장 좋아하는 코끼리 인형 큐티를 찾는다. 큐티를 망가뜨리면 속상한 아이가 눈물을 흘리게 되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 Back 여벌의 생명선_2인용 로컬 협동게임 속 목숨의 구도 24 GG Vol. 25. 6. 10. 이혼을 결정한 부부 코디와 메이의 영혼은 부모의 이혼을 막고 싶은 딸 로즈가 빈 소원 때문에 조그마한 목각 인형에 씌게 된다. 자기들 나름의 추론을 거쳐서, 인형으로 전락한 부부는 딸의 눈물이 저주를 풀게 해주리라고 판단한다. 두 사람은 세계에 육박하게 거대해진 아이의 놀이방을 헤매면서, 로즈가 가장 좋아하는 코끼리 인형 큐티를 찾는다. 큐티를 망가뜨리면 속상한 아이가 눈물을 흘리게 되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부부는 미로를 헤매고 퍼즐을 풀고 미친 청소기와 싸우는 우여곡절 끝에 장난감 왕국의 여왕 큐티와 마주하게 된다. 자기를 해치려 들자, 큐티는 자신의 운명에서 도망치려는 헛된 발버둥을 치면서 넝마가 되어간다. 마침내 부부는 무력화된 인형을 절벽으로 끌고 가고, 합심해서 무저갱만큼 깊은 놀이방 바닥에 밀어 넣는다. 이 처형을 진행하기 위해서, 게임은 언제나 그래왔듯 두 사람분의 협동을 요구한다. 게임 디자이너 요제프 파레스(Josef Fares)가 설립한 헤이즐라이트 스튜디오의 <잇 테이크 투It Takes Two>는 2인용 로컬 협동게임이다.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은 함께 게임을 할 플레이어를 자동으로 배정해 주지만, 로컬 협동게임은 자동 배정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시작부터 두 사람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따라서 2인용 로컬 협동게임은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서 기획된다. <잇 테이크 투>의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시큰둥한 부부인 것도, 어쩐지 불쾌하게 친근한 부부 상담가처럼 구는 하킴 박사가 여정의 안내자인 것도 기획에 어울리는 설정인 셈이다. 두 플레이어 모두 카메라를 자기 뜻대로 조작할 수 있도록 게임 화면은 자주 두 개로 분할된다. 가능한 이동의 양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3D 공간상에서 주목해야 할 퍼즐 요소 역시 다르게 주어진다. 두 플레이어는 자기 몫의 퍼즐을 풀기 위해 선제 되어야 할 행위를 요청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긴밀하고 상보적인 공조를 통해서만 그들은 닫힌 문을 열고 장애물을 뚫을 수 있다. 큐티를 처형장으로 끌고 가는 시퀀스 역시 이 공조로부터 예외가 아니다. 큐티는 마분지 로켓을 타고 도망치려다 추락하고 속절없이 인형 뽑기 통에 갇힌다. 화면은 분할되지 않고, 시네마틱으로부터 플레이 화면으로 분절 없이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본래 두 손으로 조작하도록 만들어진 인형 뽑기 집게의 계기판은 플레이어의 아바타에 비해 너무 거대하다. 코디는 조이스틱을 조작하고, 메이는 방향키를 그 위에서 풀쩍풀쩍 점프하면서 버튼을 짓눌러야 한다. 큐티는 정형행동을 하는 동물처럼 빙글빙글 돌며 집게를 피하려 하고, 공황에 빠져 흐느낀다. 간신히 큐티를 집어 올리는 데 성공하면, 큐티의 다리는 인형 배출구에 걸려 버린다. 각자의 아바타가 큐티의 팔을 한 짝씩 쥔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은 버튼을 연타해서 큐티를 잡아당긴다. 억지로 당겨진 인형의 한쪽 다리가 뜯겨 나간다. 발버둥 치는 큐티를 놓치지 않고 어떻게든 끌고 가기 위한 조작이 계속 진행된다. 큐티는 친구 로즈한테 도움을 요청하며 울부짖고, 기어서라도 탈주하려 몸부림치다 귀까지 잃는다. 코디와 메이는 플레이어의 조작에 인도되어 느릿느릿 지지부진하게 코디를 절벽으로 끌고 간다. 주인공들에 비하면 거대하지만 무력하고 취약한 코디의 몸은 공격성이 배제된 밀가루 포대와 같다. 코디와 메이는 몸서리치며 외친다. "이 일이 다 끝나면 우리는 상담을 받아야 해." 그들은 어쨌거나 함께 그 일을 해낸다. 부부는 영영 목각 인형으로 살 수는 없지 않냐는 합리적인 이유로 살해를 감행한다. 전문가와의 사후적인 상담을 통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처치하는 걸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장난감과 레고 블록과 타일이 널브러진 세계에서, 플레이어 역시 "살아있고 소리 지르는" 생명을 죽이는 느린 협업을, 일치된 버튼 연타와 섬세한 조작을 강제 받는다. 이야기는 이후 당면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진정으로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나아가긴 한다. 그렇지만 포로를 처형하는 과정을 연상시키는 충격은 교과서적인 메시지로 무마되기에는 지나치게 강렬하다. 자기 잇속만 따지는 어른들의 공모로서 협동의 기제가 나타나는 이 시퀀스는 속도감 있는 전환과 유쾌한 게임성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잇 테이크 투>에서 돌출적일 정도로 느리게, 긴 시간을 들여 전개된다. 그런데 게임의 줄거리는 마치 그 일이 일어난 적 없었다는 식으로 흘러간다. 결말부에서 주인공 부부는 여태까지의 반목이 없었다는 듯이 급작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를 도모한다. 그들은 로즈와 다시 화목한 가족으로 돌아간다. 식상한 결말이라면 식상한 결말일 것이다. 그런데 플레이어의 의식 속에선 절박하고 동물적인 생존의 갈구가 모두 실패하고 공포와 고통 속에서 떨다가 추락하는 봉제 인형 스너프가 여전히 어른거린다. 새된 어린아이 목소리로 말하는 유아적인 인형을 처분하기 위해 일치단결하는 시퀀스는 필요 이상으로 불쾌하고 잔혹한 농담으로 의도된 것만 같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적인 게임을 기대한 사람들에게서 평을 깎아 먹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불쾌함까지 포함해서, <잇 테이크 투>의 농담은 게임 내의 협동 행위에 대해 흔히 이뤄지는 가치 평가에 대한 유의미한 재고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협동'은 게임이 폭력과 반사회성을 부추긴다는 혐의에 저항하며 게임을 변호하는 대항 무기로서 기능해 온 키워드다. 비디오 게임의 심리적 효과를 공정하게 다루려 노력하는 문헌들 다수가 게임이나 게임의 표면적 폭력성이 문제가 아니라 경쟁적 환경이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의견을 개진한다. 대표적으로 데이비드 이월슨 등이 진행한 연구는 피실험자에게 <헤일로Halo>와 같은 폭력적인 게임들을 경쟁적으로, 혹은 협동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든 결과, 협동적으로 플레이한 경우 오히려 사회적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1] 최근의 연구는 게임 내외로 이뤄지는 협동적인 상호작용을 일면적으로 긍정하기를 넘어서, 그것이 동질적이고 유독한 게임 커뮤니티를 형성할 때 발생하는 문제 역시 활발히 다룬다. 그렇지만 사회성의 함양과 관련하여 논의되는 '협동'은 대체로 팀플레이를 요구하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의 협동인 경우가 잦다. 그건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친분이 배제된 낯선 사람들이 임시로 팀을 이뤘을 때 목표 달성을 위한 의사소통을 어떻게 행하는지 살피는데 더 용이한 게임 문법을 갖추고 있고, 동시대의 게이머에게 온라인 멀티플레이 환경이 더 익숙하고 보편적이기 때문일 테다. 이런 멀티플레이 협동 게임의 재미는 현실과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사회적인 관계를 꾸리는 재미와 맞닿아 있지만, 2인용 로컬 협동 게임은 그 조건상 완전히 다른 제반에서 재미가 작동한다. 요제프 파레스는 2인용 로컬 협동 게임을 제작하는 의도가 "함께 스토리 경험을 공유하는 것"과 만난다는 걸 밝힌 바 있다. [2] 2인용 로컬 협동 게임이 가진 계보와 환경은 소위 "스토리 경험의 공유"에 방점이 찍힌다는 점에서 멀티플레이 상의 협동과 궤를 달리한다. 이 2인용 협동 비디오 게임의 역사는 이 인용 조종간을 갖춘 형태가 대부분인 아케이드 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우리의 UX를 찾아서: 오락실 코옵을 추억하다"는 "서로의 캐릭터에 더 도움이 되는 버프 아이템(또는 무기)를 양보하는 미덕"과 "나는 살아남았지만 혼자 남아서 플레이하기 싫어 2p를 부활시키기 위해 선뜻 100원을 내"는 실천들이 뒤얽힌 아케이드 오락실을 회상한다. [3] 서로의 생명을 100원짜리 동전을 대신 지불해 기꺼이 상대의 목숨을 연장하는 협력의 동인은 기기가 변화하며 새로운 경향성을 띠게 된다. 콘솔로 옮겨간 2인용 협동 플레이는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제공되는 사례가 많다. 본래 싱글 플레이에 기반을 둔 게임에 두 사람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도록 아바타를 추가하는 식이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마리오와 루이지,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의 커비와 웨이들 디, <컵헤드>의 컵헤드와 머그맨, <컬트 오브 더 램>의 어린 양과 검은 염소가 대표적인 쌍일 테다. 2p 아바타는 자주 오리지널 주인공의 혈육이거나 절친한 친구이거나 상대의 보색을 띤 분신으로 설정된다. 두 캐릭터의 역할이 주인공과 보조자로 분명히 나뉠 수도 있고, 싱글 플레이 주인공과 복제 수준으로 유사한 능력과 기술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때 두 번째 플레이어, 2p의 경험은 조작 실력과 게임에 대한 이해도 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플레이어 역시 아우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놀이터가 아닌 비디오 게임에서 '깍두기'를 들이는 것과 유사하다. 2p 플레이는 필수로 강제되지 않는다. 그건 게임을 함께 경험하고 싶은 아이, 가족, 친구, 연인, 동생을 포함하기 위한 기능이다. 로컬 2인용 협동의 선택지는 그저 게임을 '시청'하는 게 아쉽고, 조작하고 놀고 고투하며 밀고 나가는 게임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소망에 대한 응답으로 작동한다. 그로부터 2인용 협동 게임의 보편적인 생존 양상이 나타난다. 한 플레이어가 게임 오버를 맞이해도, 다른 플레이어가 살아남았다면 플레이는 계속된다. 마치 아케이드 게임에서 2p 플레이어를 위해 동전을 넣으면 계속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게임 오버를 맞지 않는 이상 게임 오버를 맞은 이도 금방 부활할 수 있다. 시간적인 지연을 두거나 다음 스테이지까지 조작을 할 수 없는 식의 일시적인 페널티를 받을 뿐이다. 게임의 난이도에 따라서 페널티의 수준은 달라지지만, 2p 옵션에서 동반자로 인해 겪는 불편이나 다툼의 여지가 최소화된다는 점은 공통된다. 함께 게임을 하는 상대를 탓하며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2인용 협력 플레이에서, 두 사람의 플레이어는 서로에게 있어 여벌의 체력, 생명, 하트이며 게임 오버를 막는 보증이다. 그들은 분명 분리된 캐릭터를 조종한다. 그렇지만 플레이어는 두 개의 심장을 가진 듯이, 죽은 이후에도 상대를 통해 게임이 지속될 수 있음을 안다. 더불어 그 지속 가능성을 전략적으로 염두에 두고 협상한다. 나는 너보다 체력이 많이 달아서 금방 죽을 테니까, 더 공격적으로 근접전을 벌이거나 방어적으로 보조하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의 커비와 웨이들 디는 아이템을 먹어 획득할 수 있는 추가 '하트'를 뽀뽀로 상대에게 나눠 줄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 주고받아지고 타협이 이뤄지는 건 생명이 아닌 생명의 은유고, 그 생명의 은유는 계속해서 가상의 시공간을 전개해 가고, 게임을 진행하고, 역경을 돌파하기 위해 필요한 권한 자체다. 두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생명이 편리하게 유연한 공유물이란 점에서, 2p 협동 플레이는 연대책임을 강제하고 그 강제가 재미의 일부가 되는 멀티플레이 게임들의 방식과 대척점에 있다. 연대책임 멀티플레이의 가혹한 판본 중 하나인 <체인드 투게더Chained Together>와 대조해 본다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다만 2p 협동 플레이의 선택이 극적으로 난도를 낮추거나 쾌적하기만 한 플레이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싱글 플레이를 위해 구성된 화면이기에 상대 아바타의 활달한 움직임 자체가 나의 이동과 조작에 가야 할 시선을 분산시키고 산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헷갈리지 않게끔 두 캐릭터가 완전히 구별되는 색깔을 키 컬러로 가짐에도 불구하고 혼선은 일어난다. <컵헤드>와 같이 난전이 벌어지는 고난도 게임에선 협동플레이가 싱글 플레이보다 더 어렵다고 여겨진다. 2P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비디오 게임이 대체로 횡 스크롤 혹은 탑다운 뷰 게임에 기반을 두는 시리즈인 까닭도 카메라의 주도권과 초점을 누가 가져가야 하냐는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커비 디스커버리>는 카메라가 세 축으로 모두 움직일 수 있는 3D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커비를 조작하는 이가 카메라의 조작 능력을 가지고, 플레이 영역에서 웨이들디가 벗어나면 자동으로 커비 곁에 소환되게 했다. 두 플레이어가 같은 화면을 바라보게 끔 하는 보이지 않는 불편한 강제력이 작동하고 있음을 플레이어는 실감할 수밖에 없다. <잇 테이크 투>와 마찬가지로, <웨이 아웃Way Out>, <스플릿 픽션Split Fiction>에서도 헤이즐라이트 스튜디오의 게임들은 분할 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카메라의 주도권 문제를 해결한다. 이것은 이인 협력 플레이가 선택지이기를 넘어서, 시작부터 이인 협력 플레이를 위해 디자인된 구성이기에 가능하다. 두 게임에서 분할 화면이 줄곧 유지되는 건 아니다. 횡 스크롤과 탑다운 뷰를 동원해 2인용 협동 플레이에 친숙한 다종의 게임 문법을 참조하기도 한다. 그렇게 3D 공간 상의 퍼즐, 파쿠르, MMOPRG, 레이싱의 동사들이 대거 공존하는 협력 게임이 된다. 게임 오버의 기준은 위에서 소개한 2인 협력 플레이와 마찬가지로 두 플레이어의 아바타가 동시에 죽는 것이다. 다른 플레이어가 생존해 있다면, 내가 아무리 기가 막힌 실수를 해서 아바타를 죽이기를 반복하더라도 게임 오버는 일어나지 않는다. 매분 매초가 아슬아슬한 생존의 기로로 화하는 액션 시퀀스에선, 죽은 이가 부활하는 데 약간의 '쿨타임'이 요구된다. 남은 이는 그 쿨타임 시간 동안 홀로 살아남아서 게임 오버를 막을 수 있다. 사실 게임 오버 자체도 크나큰 실패로 의미화되진 않는다. 짧은 간격으로 이뤄지는 자동 저장이 플레이어를 게임 오버 거의 직전의 순간으로 되돌려 놓는다. 설령 둘이 나란히 죽는다 해도 다시 새로운 방식의 협동을 빠르게 시도해 볼 수 있다. 가상의 시공간을 전개해 가고 게임을 진행하고 역경을 돌파하기 위해서 필요한 권한, 정체되지 않고 움직여 가는 이야기의 생명은 이런 죽음과 부활의, 정지와 재생의 재빠른 교대를 통해서 힘을 얻는다. 그런데 이 교대는 서로가 생명선 손금의 연장이 되어주는 협력 플레이의 플레이어성 역시 변화시킨다. 어쩐지 일론 머스크를 닮은 사악한 출판사 사장이 불공정 계약으로 작가들의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뽑아내 XR로 재구성하겠다는 괴상한 계획을 펼친다는 배경에서 시작하는 <스플릿 픽션>를 살펴보자. 이 계획에 걸려든 상극의 성격, 상극의 취향인 두 여자 주인공 미오와 조이는 각자가 만든 픽션 속 사이버펑크 세계관과 판타지풍의 세계관을 함께 오가며 미래형 사무라이가 되거나 톨킨 풍의 판타지 마법사로 활약한다. 게임적인 숏폼의 릴레이를 구성하려는 듯이 카메라, 화면 분할, 조작 방식, 액션 양상은 쉴 새 없이 변화한다. 두 플레이어의 아바타는 단순히 시각적 일관성이나 유사성에 일치되지 않고, 협력의 두 축을 이루는 매개체로서, 위아래로 흔들어 움직일 수 있는 시소의 양 끝으로 인식된다. 우화를 연상케 하는 시퀀스 하나가 이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조이가 어린 시절에 쓴 동화 속 세계에 미오와 조이는 귀여운 돼지가 된 채로 떨어진다. 한 돼지는 마법 방귀로 멀리 날아갈 수 있고, 다른 돼지는 목에 달린 스프링을 사용해 높이 튀어 오를 수 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마법 돼지 농장의 마법 돼지를 조작하며, 플레이어는 협력해서 퍼즐을 풀어나가야 한다. 집채만 한 거대 돼지나 날개 달린 돼지에 슬슬 익숙해지고 이 세계도 썩 나쁘지 않고 유쾌하단 걸 받아들일 무렵이면, 미오와 조이는 퍼즐 풀이 끝에 도착한 종착지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간다. 그 미끄럼틀은 사실 도축 공장의 기계로 이어진다. 두 돼지는 이제 식탁 위의 소시지가 되고, 불판 위를 구른 후 서로에게 케첩과 마요네즈를 칠해줘야만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그래, 우리 자신을 굽지 않을 이유가 없지!" 플레이어의 조작을 통해 접시 위에 올라간 두 사람은 마침내 인간에게 먹힌다. 너는 나의 게임플레이를 지속하도록 해줄 지렛대이며 여벌의 심장이다. 나는 너의 게임플레이를 지속하도록 해줄 지렛대이며 여벌의 심장이다. "두 사람이 드는(It takes two)" 일이란 건, 두 사람이면 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잇 테이크 투>에서, 갚아야 할 대출금과 이혼 문제와 독박 육아 및 출퇴근으로 닳을 대로 닳은 부부 코디와 메이는 토이 스토리를 연상시키는 동적인 무생물의 세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어린 딸의 환상 세계를 돌파해 간다. <스플릿 픽션>에서 출판 계약이 절실한 무명작가 미오와 조이는 자신들의 머릿속에 잠들어 있거나 폐기된 픽션의 세계를 돌파해 간다. 너와 나는 동격이지만, 그 외의 여타 존재자는 너와 나만큼 동격으로 부상하거나 하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와 나는 모든 걸 함께 감수할 수 있다. 우리의 놀이를 지키기 위해 희생 제의의 공범이 될 수도 있고, 우리의 놀이를 지속하기 위해 도축되고 먹히도록 서로를 부추길 수도 있다. 우리는 그로서 그토록 함께한다. 2인용 로컬 협력 게임의 상호 의존은 로맨틱하면서도 섬뜩해질 수 있는 폐쇄성을, 개인화되기보다 공모됨으로써 드러나는 폭력성을 도주로 없이 경험하는 환경을 이루기도 하는 것이다. 인형 살해와 돼지 자살을 다루는 두 개의 농담은 2p 로컬 게임의 협력 방식에 함축될 수 있는 폐쇄성과 폭력성을 까뒤집어 보인다. 이 분절적인 농담들은 협동 플레이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목숨' 개념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편안한 긍정으로 이어지기 쉬운 협동 개념이 그보다 복잡함을 드러내고 있다. 2인용 로컬 협동게임이 같은 화면을 바라보고 함께 떠들면서 게임을 하는 친근한 두 플레이어를 전제한 로컬 환경에서 대체로 진행됨을 고려해 상상하자. 전략적인 협력을 도모하던 대화가 끊긴다. 어색한 정적이 끼어든다. 황망한 웃음을 터뜨릴 수도 있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어... 이게 대체 뭐지?' 하고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이미 받아들이고 익숙해진 협동의 조작은 진행될 것이다. 게임의 진행을 위해 두 사람이 함께 필수적으로 겪고 공유해야 하는 "스토리 경험"이란 그러한 불편한 침묵과 괴리를 함께 감내하는 차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다. [1] Ewoldsen D, Eno C, Okdie BM, Velez J, Guadagno R, et al. (2012) Effect of playing violent video games cooperatively or competitively on subsequent cooperative behavior. Cyberpsychology, Behavior and Social Networking 15: 277–280 [2] Regan, T., & Fares, J. (2025, February 18). ‘No micro transactions, no bullshit’: Josef Fares on Split Fiction and the joy of co-op video games. Tom Regan. The Guardian . Retrieved May 30, 2025, from https://www.theguardian.com/games/2025/feb/18/josef-fares-interview-split-fiction-coop-video-games . [3] 우리의 UX를 찾아서: 오락실 코옵을 추억하다 . 게임제너레이션 GG. (2022, October 10).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14df370d-2dfd-4c3f-b711-79e58f3b5cc5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성훈 문학을 전공했다. 게임과 만화를 좋아한다. <심즈 4>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 게임인데 1500시간 정도 했고 그게 수치스러운지 웃긴 건지 헷갈린다. 뚜이부치란 필명으로도 활동한다.

  • 게임적 리얼리즘과 리얼리즘적 ‘게임’ - 상징계·상상계·실제계의 진실

    게임적 리얼리즘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다. 현실의 논리를 ‘게임 플레이’로 ‘번역’해 이데올로기적 설득에서 현실의 핵심을 빼앗는다는 게임적 리얼리즘의 비밀은 비디오 게임의 검열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다. < Back 게임적 리얼리즘과 리얼리즘적 ‘게임’ - 상징계·상상계·실제계의 진실 16 GG Vol. 24. 2. 10. 游戏现实主义与现实主义的“游戏”——象征界真实、想象界真实与实在界真实 1) 2) 일본 연구자 아즈마 히로키(東浩紀)가 제시한 ‘게임적 리얼리즘’이란 명제 3) 는 리얼리즘이 역사 단계별로 변모해온 각기 다른 ‘이념’임을 보여준다. 또한 이것은 가상현실 시대의 리얼리즘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사유의 경로를 제시한다. 사실 리얼리즘은 단순히 글쓰기 방법만이 아니라, 지식 시스템과 인지 패러다임의 ‘문체/형식’(스타일)이었다. 현대 과학의 발전은 ‘뉴리얼’ 4) 을 탄생시켰고, 사람들은 과학적 이해를 통해 인간과 세계,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새롭게 보게 됐으며, 이는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을 갖게 됐다. 영화, 텔레비전 등 전자매체의 부상은 예술이미지의 생산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는데, 현실의 사물이나 캐릭터의 '반영'이 아닌, 현실 이미지를 접목·변형하거나, 아예 현실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스스로 이미지 체계를 만드는 애니메이션 이미지가 점점 더 많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아즈마 히로키가 오스카 히데시(大塚英志)에 논하며 제시했던 애니메이션 리얼리즘의 상상력 환경의 역할을 보여주는데, 캐릭터 생산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이 이뤄지면서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의 ‘생활 논리'를 넘어 애니메이션적인 행동 논리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현실은 ‘전파'라는 명제의 핵심 의미를 전복시켰다. 그것은 가상현실 속에서 정보가 발신되는 시각, 즉 신체가 정보를 감지하는 시각이며, ‘전파'와 ‘매체'는 모두 사라진 것만 같다. 가상현실은 전통적 문예의 존재 형태를 깨부수고 ‘독자와 관객' 등 개념이 해소됐으며, ‘플레이어'라는 개념은 새로운 예술학 및 미학적 소비의 범주가 됐다.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은 인식론에 호소해 진실을 드러내고, 애니메이션 리얼리즘은 상상계에 호소해 진실을 드러낸다. 가상현실은 ‘신체의 직접적 현실'이다. 자연주의적 리얼리즘과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독자와 관객으로 하여금 문예작품 바깥에 머물게 하며, ‘마음의 눈'을 통해 심미적 활동을 완성케 한다. 가상현실은 오히려 사람들의 신체를 작품 속의 캐릭터와 함께 위치짓게 하며, 함께 행동하고 목소리 내고 느낀다. 사람들이 가상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게임 인생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 게임의 경험을 통해 또 다른 현실을 만드는 것을 ‘게임 리얼리즘’이라고 한다면,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 리얼리즘도 존재하게 된다. 간단히 말해, 가상현실 시대에 ‘게임적 태도(游戏态)’의 삶은 실제 삶의 경험을 제공하며, 게임 리얼리즘은 리얼리즘의 게임 규칙을 뒤집었다. 그것은 리얼리즘의 ‘분석가적 해설’을 소멸시켜 플레이어가 실제 세계로 나아갈 길을 열어주었는데, 그 길에서 게임 리얼리즘은 가상시대의 새로운 주체인 플레이어를 실재계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상징계/역사적 진실'과 ‘상상계/이데올로기적 진실'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은 곧 일종의 상징계의 진실이다. 바꿔 말하면 그것은 사람들의 생활 경험을 그것에 내포된 역사적인 언설의 서열에 포함시킨다. 장셴량(张贤亮)의 1984년작 소설 <가로수(绿化树)>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던 장용린(章永璘)은 문득 마잉화(马缨花)에게서 받은 찐빵을 발견한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지 않은지 어느덧 4년이 지났다. 그래봐야 통틀어 25년 밖에 살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 찐빵은 마치 창밖에 흩날리는 눈송이같아서 입 속에 넣자마자 녹아버렸다. 발효되지 않은 밀꽃 향기가 났고, 여름날의 햇살, 고원의 황홀한 흙냄새, 수확기의 땀, 모든 음식 본연의 향기를 머금고 있었다…… 갑자기 나는 위쪽에서 아주 선명한 지문 자묵을 발견해냈다! 그것은 겉이 하얀 찐빵의 껍질에 찍혀 있어 매우 선명했고, 크기를 보니 가운데손가락 지문이란 점을 알 수 있었다. 지문의 무늬를 보면 그것은 ‘키’가 아닌 ‘그물’처럼 빙글빙글 돌아있었고, 안쪽은 작고 바깥쪽을 향해 점차 커졌다. 마치 봄날의 호수에서 작은 물고기가 파문을 일으키는 것만 같았다. 물결은 점점 출렁거리고, 또 출렁거렸다…… 뚝, 나의 맑은 눈물 한방울이 손에 든 찐빵 위로 떨어졌다. 5)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지 않은지 어느덧 4년이 지난” 사람이 찐빵을 본 한 장면에서 저자의 펜은 먹을것에 대한 동물의 생리적 반응은 보이지 않고, 시적인 감정을 폭발시킨다. “마치 창밖에 흩날리는 눈송이같아서”, “발효되지 않은 밀꽃 향기”, “여름날의 햇살”; 그리고 지문 모양이 마치 “봄날의 호수에서 작은 물고기가 파문을 일으키는 것만 같았다. 물결은 점점 출렁거리고, 또 출렁거렸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대목을 프로이트식으로 분석한다면, ‘굶주림’이라는 트라우마에 대한 화자의 집착과 ‘굶주림’이라는 고통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장셴량은 ‘고난’의 경험을 ‘고난의 여정’으로 보고자 하며, 인생의 또 다른 고도의 도달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는 시련으로 인식한다. 그 때문에 소설 속 “장용린의 굶주림”은 보통 사람의 배고픔이 아니라, 역사적인 운명인식이 넘치는 ‘배고픔’이 된다. 이 지식인의 운명에 대해 마잉화는 이렇게 비탄한다. “그녀(마잉화)는 아마 그 눈물을 봤을 것이다. 그녀는 웃지도 않았고, 나를 보지도 않았다. 바위 위에 돌아누워선 아이를 껴안고 길게 탄식했다. ‘하… 이런 벌이라니…’” 6) 주인공에 닥친 이 굶주림은 실제 생활에서 많은 이들이 겪는 ‘굶주림’과는 판이하게 다른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 한 지식인이 ‘문화혁명’ 과정에서 맞닥뜨린 부당 대우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동정하고, 다같이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굶주림=고통’이라는 등식은 굶주림이라는 생활 경험에 대한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의 의미를 ‘굶주림의 역사 진실은 곧 고통받는 것’이라는 의미로 완성한다. 바꿔 말하면‘고통받는’ 굶주림만이 진정한 굶주림, 그러니까 역사적으로 반성하고 기억할 만한 굶주림이야말로 진정한 굶주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예시는 중편소설 <투즈챵의 개인적 슬픔>(2013)이다. 시골에서 온 주인공은 근면성실하게 고생길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부딪히며 살아간다. 하지만 대학원 진학을 위해 공부하던 중 아버지가 자살하게 되고, 높은 곳으로 나아가던 운명과 단절하게 된다. 일을 해도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은 그의 생계를 곤두박질치게 했다. 사장은 도주하고, 어머니는 폐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만다. 소설은 이 실패한 청년의 일생을 그리며 한 사람이 마주칠 수 있는 고난을 하나의 몸에 집중시킨다. ‘개인’에게 씌인 이 우연적인 슬픔은 역사적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진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소설은 리얼리즘적이지만, 자연주의적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분명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이 만들고자 하는 것은 상징계 질서에 부합하는 현실이며, 특정한 서사 규범과 가치의 소구를 드러내는 역사적 진실이다.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에게 관건은 ‘삶에 부합하는 논리인가’가 아니라, 역사적 시각을 통해 서술하는 ‘현실적 진실’이다.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새로운 현실 구축의 방식과 캐릭터 행동 논리를 구현한다. 데즈카 오사무(手冢治虫)의 <우주소년 아톰>(1952년)과 완라이밍(万籁鸣)의 <대료천궁(大闹天宫)>(1964년)은 유명세를 탔지만 확실히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1924년 월트 디즈니)이나 <톰과 제리>(1961년 진 디치Gene Deitch / 1965년 조셉 바버라)와는 행동 논리가 다르다. 앞의 두 작품은 애니메이션 작품이지만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의 행동 논리를 따르고 있으며, 내러티브 사건의 인과나 캐릭터 행동 모두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며, 그것이 담는 주제의 내용도 현실 사회 정치에 대한 표현이나 비유에 가깝다. 반면 뒤의 두 작품의 캐릭터인 도널드 덕이나 고양이 톰은 절벽에서 탈출하고나서 공중 위에 떠 계쏙 달려가다가 자신이 하늘 위에 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후에야 바닥으로 추락한다. 거실에 사는 고양이(인간의 현실 논리 세계)는 구석에 사는 쥐(애니메이션적 현실 세계)에 이리저리 쫓기고, 짓밟히거나 망치질 당하면 ‘죽음’ 이후에도 갑자기 살아나 재빨리 움직여 복수한다. 여기서 에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애니메이션 작품 속의 리얼리즘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것은 리얼리즘의 새로운 형식 이념을 지칭하는데, 인류의 생활 양식은 더 이상 이러한 작품의 직접적인 기의가 아닌 숨겨져 있는 그 ‘궁극의 기의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캐릭터에 대한 생동감 있는 행동, 재미나 창의성이 있는 제작은 이러한 작품들의 심미적 소비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또,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점차 상상계의 현실을 드러낼 수 있고, 작품이 창조하는 세계를 초현실(하이퍼리얼hyper-real), 충동, 욕망의 진실 속에 고정시킬 수 있다.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은 상징계 현실을 형상화함으로써 심도 깊은 역사적 진실을 추구하게 된다. “가장 맛있는 햄버거는 포스터 속에 있다”는 말처럼, 포스터 속 햄버거는 색깔과 광택도 충만하고 모양도 완벽한,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햄버거이다. 그것은 일종의 ‘햄버거의 초현실’을 가리킨다. ‘햄버거’라는 음식의 개념에 따라, 포스터 속 햄버거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음식의 본질적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상징계의 법칙에 따라 기호가 설정되는 게 아니라 기호 그 자체로 자유롭게 표현될 때, 자신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충동과 욕망이 다양한 캐릭터들이 행동하는 장면에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때, 그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의 ‘진실’이라 할 수 있다. <너의 이름은>(2016년 신카이 마코토)에서 ‘혜성이 지구로 충돌한다’는 공포는 재난 정치의 상징계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것은 영혼과 공간·신분과 신체를 넘나드는 소년소녀의 사랑이 충동과 욕망의 방면에서 ‘사랑 본연의 진실’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 작품에서의 사랑만큼 사랑 같은 것이 또 있을까? 삶의 현실에서 ‘사랑’은 호명의 매력이 있는 것으로 표현되며, 언제나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한다.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의 체취가 사랑의 신화를 깨뜨리는 무기가 되며,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에서 이런 현실 논리는 모두 그대로 방치되고 사랑의 ‘초현실’ 표정, 소위 ‘순수한 사랑’이 생생하고도 눈부시게 빛난다. <너의 이름은>에서 영혼의 부르짖음은 간명하다. ‘삶의 논리’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아도 될 만큼 심플하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은 신비로운 연관이 있어보이는 여자를 위해 운석이 떨어지기 전 시공간을 바꾸며 미친듯 움직인다. 이와 같은 격정적 사랑은 상상계로부터의 환상이 오히려 세계의 순수한 진리일 수도 있다는 이치를 적절하게 해설한다. 그러니 사랑에 대해 환상을 품은 여자들이 남자친구와 함께 이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 남자친구가 어찌 이런 ‘진정한 사랑’에 어울리겠는가? 분명히도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은 역사적 진실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무의식적으로 이념적 진실을 폭로한다(어쩌면 그 진실엔, 찢김과 패러독스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술 시대에 게임적 리얼리즘의 진실성은 어디에 있는가? 게임적 리얼리즘의 사건적 진실 ‘게임적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게임 안의 리얼리즘이나 게임이 어떻게 현실에 도달하는가라는 명제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아즈마 히로키가 캐묻고 싶었던 것은 비교적 간결한 문제였는데, 소설은 게임처럼 설정됨으로써 새로운 리얼리즘 특색을 띠게 되는가이다. “아즈마 히로키가 뜻하고자 했던 ‘게임 경험의 소설화’는 비디오 게임을 주체로 삼아 게임 서사를 하나의 새로운 형식이자 새로운 시대의 ‘리얼리즘’으로 간주하고, 이 새로운 형식의 리얼리즘이 어떻게 문학예술이론에 의해 설명될 수 있을지 탐구하는 것에 있었다.” 7) 따라서 게임적 리얼리즘이란 개념은 게임 서사 역시 현실에 대한 서사라는 명제를 낳는다. 최소한 우리는 두 형태의 게임 서사를 볼 수 있다. 첫번째는 ‘게임’을 일종의 서사 논리로 소설을 구성하는 것이다. 몹을 때려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수련에서 환생을 통한 역습과 판타지 횡단까지, 인터넷 문학의 서사 메커니즘은 비디오 게임의 모듈식 조합 방식을 채택한다. 또한 “인터넷 문학의 뿌리로 자주 거론되는 <바람직한 이야기>(뤄션罗森, 1997년), 원작이 일본의 비디오게임인 <귀축왕 란스>(1996년) 등 동호인소설들이 있다. 인터넷 소설 초기 유행했던 서양 판타지 설정은 데스크톱 롤플레잉 게임 <던전 앤 드래곤 Dungeons & Dragons>(1974년)의 중요한 영향을 받았다. 2004년경 큰 인기를 얻은 ‘온라인게임 소설’은 실존 혹은 허구적인 온라인게임 세계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공간으로, 이후 게임 시스템을 해체한 판타지나 수선문(修仙文)이 탄생케 하는 길을 닦았다. 인터넷 문학에서 각양각색의 판타지세계의 등장은 디지털 게임으로 인한 ‘평행 시공간’의 느낌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인터넷 문학에서 ‘모에포인트(萌点)’가 두드러진 ‘캐릭터 설정된’ 역할도 직간접적으로 일본계 롤플레잉 게임과 문자 어드벤처 게임의 영향을 받았다….” 8) 이와 같은 서사 속에서 삶의 논리에 의해 창조된 스토리텔링은 게임의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스토리텔링 설정으로 대체되고, 플롯의 흐름은 모듈화된 조합에 위치지어지게 된다. 이른바 ‘의견이 맞지 않으면 온 가족을 죽인다(一言不合、杀你全家)’는 인터넷소설의 관습은 단지 비교적 실용적인 모듈조합 방식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게임적인 조합 방식 배후에 숨겨진 것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조우이다. 이러한 조우는 현실 맥락에서, 즉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조우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태도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것이 게임적 서사 속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 없는 사건으로 만들고, 합당하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던 현실을 고통스러운 조우에 놓인 사건적 우화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게임 내러티브가 만들어내는 ‘통쾌함(爽)’은 결국 현실 생활의 ‘불편함(不爽)’으로 귀결된다. 다만 현실 생활에서는 이런 불편함이 인과관계까지 부착되어 존재 이휴가 있는 무언가처럼 변화한다. 게임적 내러티브는 고통스러운 조우의 사건적 특성을 회복하는데, 그것은 어떠한 고통도 현실 질서의 의도치 않은 단절이며, 기존의 현실 이성이 내러티브를 합리화할 수 없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데릴사위물(赘婿文)이나 환생물(重生文), 역습물(逆袭文)에서 ‘의견이 맞지 않으면 온 가족을 죽인다’는 갈등요소는 자신을 괴롭히거나 모욕하는 사람에게 복수하는 주인공의 ‘통쾌한’ 형식을 보여주며, 실생활에서 괴롭힘이나 모욕의 내재적 논리도 ‘노출’한다. 즉, 어느 순간이든 보통 사람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그들을 괴롭히는 이들이 남을 괴롭히는 힘이나 위치를 파악하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서는 타인을 모욕하는 행위에 대한 어떠한 합법적 변호도 의의를 상실한다. ‘괴롭힘 당하는 것의 고통’은 환원 혹은 해석이 불가능한 사건적 진실이라 할 수 있다. 9) 게임 내러티브의 두번째 형식은 바로 가상현실 자체의 서사, 즉 게임 자체가 서사인 것에 있다. 이는 가상현실 시대에 비디오 게임 서사 행위에 집중된다. 디지털 게임은 특정한 서사의 틀을 빌려 전개되는데, 이는 자연주의적 리얼리즘 서사와 유사하며, 이따금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 서사를 채택하기도 함으로써 디지털 게임 서사의 내용 차원을 구성한다. 비디오 게임 스토리텔링에는 게임 내 자신의 행동을 통해 스토리를 생성한다는 또 다른 서사적 측면이 있다. 이것은 비디오 게임 서사의 행동 측면이다. 한편으로 비디오 게임은 스토리를 채용해 게임성을 구성하고, 다른 한편으로 플레이어는 이러한 게임성을 빌려 비디오 게임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자기만의 내러티브 흐름을 생성한다. 즉, 각양각색의 논리적 스토리들을 스스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불가지성으로 바꾸고, 스스로를 완전히 사건화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형적인 게임적 리얼리즘은 플레이어를 진정한 주인공으로 만들고, 플레이어의 성격과 감정, 능력까지 끄집어내 전혀 다른 인생 경험을 구축케 한다. 여기서 비디오 게임은 ‘조우’를 진실로 만들지, 조우한 이야기 자체를 진실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조우’는 플레이어가 비디오 게임에서 조우하는 임무나 이야기가 아니라, 플레이어와 비디오 게임 자체의 ‘조우’이다. 즉 플레이는 곧 사건적인 조우다. 비디오 게임, 특히 가상현실 시대의 비디오 게임은 플레이어가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며, 마치 캐릭터가 자기 자신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적 리얼리즘은 자아(주체)를 플레이어로 정립시킬 때이며, 플레이어가 자아를 주체의 사회적 위치에서 벗어나도록 만든다. 더는 동일성 캐릭터인 자아를 추구하지 않는 순간이 되면 플레이어들은 모순투성이인 자아 캐릭터를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게 된다. 게임 <디스코 엘리시움 Disco Elysium>(2019, ZA/UM)에서 플레이어가 콘트롤하는 게임 속 주인공은 게임 전개 과정에서 다양한 철학사상과 정치적 주장을 접하는데, 이러한 관념들은 게임의 ‘사유’시스템을 구성한다. 플레이어가 주인공에게 ‘아이템’을 장착해 다른 사유를 할 수 있게 되면 새로운 능력이나 수치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주인공의 장비창에 “해석하기 어려운 페미니즘 아젠다”라는 사유를 추가하면 주인공이 남성 캐릭터들에 대항할 때 ‘강한 승부욕’ 스킬값이 2포인트 상승해 수치적 측면에서 주인공이 ‘페미니스트’로 묘사된다. 하지만 게임의 목표는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사유’ 역시 그에 따라 변화할 필요가 있다. 가령 덩치 큰 남자를 쓰러뜨리려면 ‘건장한 체격’ 스킬을 보강해야 하고, 영리하기 짝이 없는 장사꾼을 설득하려면 ‘권모술수’를 터득해야 한다. 10) 간단히 말해 사유의 ‘장비화’는 주인공을 어떤 관념을 가진 특정한 ○○주의자가 아니라, 여러가지 생각들 사이를 오고가는 ‘산보자’로 만든다. <디스코 엘리시움>의 이야기에서 어떠한 ‘주의’도 이 이야기 속 문제를 해결하는 약이 되지는 못한다. 모든 ‘주의’들은 나름의 합리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상적인 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게임 시스템은 주인공을 불안정한 ‘사상 도둑’으로 만들고, 지속적으로 다른 사유 관념을 수용케 하지만, 그것들 중 어떤 것도 신앙으로 삼지는 않는다. 게임의 스토리는 플레이어를 아무 해결책도 없는 실제 세계의 심연으로 내던지고, 플레이어가 본래 갖고 있던 완전하고 통일된 문화적·정치적 정체성을 산산조각냈다. <디스코 엘리시움>의 도우반(豆瓣) 페이지를 보면 아래 세 종류의 리뷰를 볼 수 있다. “(이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땐 <군중심리>(1895년)나 <죽도록 즐기기>(1985년), <1984>, <백년 동안의 고독>, <황금시대(黄金时代)>를 읽는줄 알았음. 30분 동안 플레이하다보니, 내가 플레이한 게 <공산당선언>, <순수이성비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과 평화>, <레미제라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걸 깨달았다. (도우요우63235291, 2000년 3월 20일)” “단순한 게임이 아님. 나는 자유주의의 번화와 억압, 코뮤니즘의 격앙과 광기, 민족주의의 단결과 차별, 모더니즘의 광기와 미망, 이상주의의 위대함과 허망함, 휴머니즘의 인자함과 실패를 승인하게 됨. 도덕주의자가 되거나, 세계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중도파가 되기도 하며, 마조프주의 사회경제학에 정통한 고뮤니즘의 별, 천리안을 가진 세계의 거성, 법률의 화신, 신자유주의 구역의 나그네, 세계의 종말을 알리는 제8봉인자, 전통주의자 미친개, 논박할 수 없는 페미니스트, 초췌한 꼬라지의 민족주의자가 되기도 함…. 킴 키츠라기 경위는 만나본 형사들 중 최고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나는 무식하고 비참하며, 정말 충격받았다. 나는 선을 분명히 긋지도 못하고, 혼란스럽고, 변덕스러운 망령이었다….” (Paze, 2022년 9월 22일) “내 머리와 의식, 거울, 내가 만진 모든 것이 시인이나 철학자같다. 말하는 것은 모두 문체가 가지런하고, 밤에 잠을 자면 머리 속에서 글쓰기 세미나를 여는 것만 같다. 나는 입만 열면 온통 헛소리뿐인데, 게임 내내 ‘나는 누구지?’, ‘어디로 가야하지?’, ‘뭘 믿어야 하지?’,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지?’ 등을 고뇌한다.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땐 제작자들의 정치적 입장, 내게 어떤 정치적 입장을 원하는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추측했고, 거의 모든 관점을 내가 가진 정치 스펙트럼에 따라 밟았다. 한데 빌딩이 기울어갈 때 어떤 이론도 고집하지 않자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당신은 인간의 편만 들 수 있다. 게임 엔딩 후 돌이켜보면 나를 감동시킨 거의 모든 사람과 사건들은 정치와 무관하게 살아있는 사람과 생명, 바닷바람, 형편이 어려워지는 기계 속에서 따스함을 가져다주고 서로 돕는 선량함이었다. 나는 술과 담배를 피우는 걸 좋아한 탐정이었다. ‘당신은 내가 마주친 가장 아름다운 생물입니다.’” (덜익은 서핑보드, 2020년 3월 19일) 11) 분명 완벽하게 통일된 자아는 자아에 대한 하나의 설정(주체화)에 불과하다. 게임적 리얼리즘은 ‘자아 캐릭터’의 완벽히 통일된 판타지적 속성을 드러내는데, 이때 자아 캐릭터의 통일은 삶의 과정을 덮는 무질서한 사건의 진상에 불과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디오 게임이 뭘 했는지(전형적 리얼리즘과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의 논리)가 아니라, 이 행동을 ‘플레이’하는 비논리성에 있다. 즉 플레이는 플레이 그 자체이며, 확실성을 추구하지 않은 채로 그것의 의미 규정에서 벗어나게 된다. 게임적 리얼리즘은 진정으로 서사 텍스트의 수용자인 전통적 내러티브에서 추상화된 캐릭터의 사건적인 실제 면모를 회복한다. 게임적 리얼리즘 바깥에서도 ‘나’는 ‘사람’에 대한 서사의 다양한 이야기들에 속해 있으며, 게임적 리얼리즘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사건들에 의해 흩어지는 ‘나’의 증상으로 돌아간다. 즉 ‘나’란 ‘나의 동일성이라는 가상’을 증명하기 위한 용어에 불과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은 언제나 모든 걸 안다는 방식으로 통제력 있는 ‘주체적 자신감’을 창출한다.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이러한 자신감이 증폭된 후의 ‘순수한 자아’를 부각시킨다. 게임적 리얼리즘은 오히려 ‘플레이어’로 하여금 사람과 사람의 근본적 함의를 회복케 한다. ‘나’의 조우야말로 개개인의 생존적 진실이며, 그 조우에 대한 과잉적 해석(상징계의 진실)이나 순수한 이념화(상상계의 진실)가 아니다. 리얼리즘적 ‘게임’ 상징계의 진실과 상상계의 진실에서 실재계의 진실까지, 우리는 리얼리즘 스타일 이념의 세 가지 요소를 얻을 수 있다. 첫째, 리얼리즘은 삶에 대한 반영이며, 현실 생활의 내적 논리와 역사적 진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둘째, 리얼리즘은 현실에 대한 반응이며,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상품 물신성(commodity fetishism)의 환각으로 세계의 본질을 표현한다. 셋째, 리얼리즘은 진실의 게임에 통달했고, 게임적 리얼리즘은 인간 삶의 원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세계의 다이성을 드러냈다. 그것은 마치 ‘다의성의 다의성(multitudes of multitudes)’을 보여준다. 12) 리얼리즘은 ‘반영’으로서 과학주의의 인문정신을 확립했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묘사는 인류세계의 진실성을 드러내는 효과적 수단이었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생활존중의 태도를 채택해야만 진정한 생활 상황이 비로소 인식되고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루쉰(鲁迅)과 마오둔(茅盾)은 리얼리즘적 태도를 견지했는데, 그렇게 해야만 실생활의 파괴와 쇠퇴가 반영될 수 있고, 사람들의 구원의식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응’으로서의 리얼리즘은 현실 사회의 생존 상황에 대한 간여이자 개입이며, 그것은 특정한 이념이나 정신을 서사의 의미 프레임으로 삼아 현실 상황을 재구성하거나 각색한다. “존 컨스터블(John Constable) 저명한 유화 작품 <건초 마차>(1820-21년작)는 농촌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긍정적 관점을 제공한다…. 농촌은 조화, 아름다움, 안정, 전통, 평화, 순결, 미덕의 관점에서 특징지어진다. 왜 이런 의미들이 이 그림이나 다른 유사한 유화 작품들 속의 시골에 붙게 됐을까? 1980년 존 배럴(Jon Barrel)이 스스로에게 설정한 과업은 18~19세기 영국의 풍경화(부유층을 위해 생산되는 저작들)에서 작동하는 이데올로기를 밝히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그는 도래하는 자본주의 농업과 그것이 내포하는 계급투쟁의 배경에서 이데올로기를 설명하고자 했다….” 13) 자본주의의 잔혹한 약탈과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화 사이에서 <건초 마차>는 리얼리즘적인 ‘반응성’ 관계를 구축한다. ‘게임’으로서 리얼리즘은 ‘진정한 면모’를 보여주는데, 결국 리얼리즘은 인류의 생존에 관한 진실한 상황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게임적 리얼리즘은 사람들을 ‘실재계의 위치’에 놓으며, ‘플레이어’는 ‘인생을 희롱함’을 통해 오히려 인생의 실재계적 진실을 직시하게 된다. 이때 우리는 한 번의 ‘게임’을 통해 세상의 변동을 쫓고 우연히 모여 특정한 질서를 끊고 한 번의 ‘플레이’를 완성하게 된다. ‘플레이’는 바로 인류 생존의 실재계적 진실’ 이며, 인류의 사회생활을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해부해 다양한 ‘문화 해결’행동을 일종의 ‘게임 행위’로 바뀔 수 있다. 게임적 리얼리즘은 리얼리즘의 새로운 게임 방식을 구현한다. 이때 리얼리즘의 스타일 이념에는 폭로와 비판의 구원적 정치뿐 아니라, 인간으로 돌아가 향락에 젖는 쾌감 정치도 있다. 리얼리즘은 리얼리즘의 세 가지 면모, ‘진실’을 이해하는 세 가지 재밌는 방식을 구현하는데, 과학주의가 주도하는 리얼리즘은 상상력이 대폭발하는 스타일 기호학 방식을 추구한다. 게임적 리얼리즘은 게임을 통해 현실을 관촬하고 이해하는 것이며, 이러한 설정은 가상현실 세계가 사람들의 현실 세계의 현실 세계의 법칙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2016년 슬라보예 지젝은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를 언급한 바 있다. (任天堂、宝可梦公司、Niantic Labs) “플레이어는 핸드폰에 있는 전세계 위성위치확인장치 및 카메라로 포착, 전투 및 가상 포켓몬(Pokemon)을 훈련합니다. 이러한 요정은 화면에 나타나는 방식은 마치 플레이어와 실제 세계의 같은 장소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습니다: 플레이어가 실제 세계 내에서 이동할 때, 그들의 게임 캐릭터를 대표하여 동시에 게임 맵에서 이동……우리는 전광판이라는 환상적인 틀을 통해 현실을 보고 현실과 현실의 교감,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 중개 틀은 가상 요소를 이용하여 현실을 증강시킵니다.이러한 가상 요소는 게임에 참여하고 싶은 우리의 욕구를 지탱하고 현실에서 그들을 찾도록 촉진하며, 이러한 환상적 틀이 없으면 우리는 현실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14) 지젝이 설명하고 싶은 것은 게임 방식과 현대 이데올로기 구축 방식의 일치에 있다. 지젝의 서술에서 사람들은 <포켓몬 고>라는 게임을 사용하는데, 이는 허구적 틀에 따라 자신의 현실을 지배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포켓몬 고>는 “비록 자신을 새롭고 최신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어떤 것으로 제시하지만 실제로는 낡은 이데올로기 메커니즘에 의지하고 있다. 이데올로기는 환상을 증폭시키는 실천이다.” 15) 여기서 지젝은 가상현실과 이데올로기가 공유하는 허구성을 보면서도 가상현실과 이데올로기 사이의 정치적 기능의 차이를 간과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이데올로기는 현실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는 방식이지만 가상현실은 단순히 현실에 대한 '확대'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리셋'이다. 현실에서 의미가 없는 곳에서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 바로 포켓몬을 찾는 논리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젝이 옳은데, 우리에게 “포켓몬은 판타지의 기본 구조에 직면케 하고, 현실을 하나의 의미 있는 세계로 바꾸는 환상적인 기능을 요구한다.” 16) 게임적 리얼리즘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다. 현실의 논리를 ‘게임 플레이’로 ‘번역’해 이데올로기적 설득에서 현실의 핵심을 빼앗는다는 게임적 리얼리즘의 비밀은 비디오 게임의 검열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다. 17)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이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을 통해 게임적 리얼리즘을 만났을 때 이데올로기적 역설이 나타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 리얼리즘은 정신분석가와 같은 ‘사설(辞说)’을 갖고 있으며, 자신만만하게 현실의 증상을 건전한 이성으로 전환한다. 또 다른 한편 게임적 리얼리즘은 리얼리즘의 들뢰즈식 역설을 드러낸다. 이때 정신분석가는 건전한 이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광적으로 믿기 때문에, 증상은 정신분석가 자신에게 나타날 수도 있다. 1) 국가사회과학기금의 주요 프로젝트인 “가상현실 미디어 스토리텔링 연구”(21&ZD327)이다. 이 기사는 <탐구와 논쟁(探索与争鸣)> 2023년 11호에 게재되었다. 2) 실재계는 질서의 법칙에서 벗어나 기호화되지 않는 사건을 뜻하며, 본문에서도 '사건적 진실'이라는 표현을 쓴다. 3) 아즈마 히로키,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ゲーム的リアリズムの誕生~動物化するポストモダン2>, 황진롱(黄锦荣) 번역, 홍콩 당산출판사(唐山出版社), 2015년 9월, 제43~57호, 135페이지 4) 버트런드 러셀은 현실 세계가 17세기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오, 마지막으로 뉴턴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대한 일련의 새로운 가설은 전통적인 '유기적 세계의 이미지'와는 다른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세계의 이미지에서 만유인력의 가설은 '신이 없는 세상은 저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현실을 확립한다. 뉴턴은 신의 존재를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현실 세계' 차원에서 자동적으로 존재하는 질서적 세계의 이미지를 확립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야기가 저절로 일어나는 것처럼 가장하는 방식인 '리얼리즘'의 문체적 이념을 이해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신세계 그림과 논리적으로 통일된 것이다. 저우즈창(周志强), <敢于面对自己不懂的“生活”——现实主义的文体哲学与典型论的哲学基础>, 《중국 문예평론》, 2021년 제8호 참고. 5) 장셴량, <장셴량 소설 자선집>, 션린, 리장출판사(漓江出版社), 1995년 8월, 185페이지 6) 장셴량, <장셴량 소설 자선집>, 션린, 리장출판사(漓江出版社), 1995년 8월, 185페이지 7) 콩더강, <대다수(大多数)와 ‘게임적 리얼리즘’ : 비디오 게임의 계층간 서사적 시도와 초월향상>, <중국도서평론> 2023년 11호 8) 왕위수(王玉玊), <온라인 문학의 ‘게임화’ 방향과 그 ‘네트워크적’ 성격 : (디지털) 인공 환경과 온라인 문학의 자아실현>, 문학(文学), 2023년 제1기 9) '중생일대효룡'이라는 '무뇌상쾌문'을 예로 들어보자: 강지호라는 사람이 갑자기 2000년으로 환생했다. 이 '환생'의 스토리 역시 장르소설의 줄거리처럼 실생활에서 능욕의 경지에 빠진 약자들이 합리적인 조건에서 능욕자들을 능욕할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기괴한 쾌감에 의해 움직인다. 이 인물의 형성은 도덕적인 이상적 인격에 대한 추구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부'와 인연이 없는 대다수의 소인물들의 내면의 '무능하고 분노'에서 비롯된다. 수없이 많은 혐오를 겪으면서 형성된 '사회적 열등감'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10) 승부욕', ''권모술수', '현혹'등은 모두 ''디스코 엘리시움'안에서 활용되는 스탯 명이다. 11) https://www.douban.com/game/26935092/comments 12) 슬라보예 지젝 저, 주우(朱羽) 옮김, <뇌 속에 헤겔을 연결하라>, 시베이대학출판부, 2023년 10월, 17페이지 13) Elaine Baldwin 저, 타오둥펑 옮김, <文化研究导论 Introducing Cultural Studies>, 고등교육출판사, 1991년작/1994년 번역, 153-154페이지. 14) 슬라보예 지젝: 《가면과 진실: 라캉의 7교시》, 탕젠 옮김, 구이린, 광시사범대학 출판부 2022년.제IV-V페이지. 15) 슬라보예 지젝: <가면과 진실: 라캉의 7교시>, 탕젠 옮김, 구이린, 광시사범대학 출판부, 2022년, VI 페이지. 16) 슬라보예 지젝: <가면과 진실: 라캉의 7교시>, 탕젠 옮김, 구이린, 광시사범대학 출판부, 2022년, VI 페이지. 17)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는 비교적 엄격한 게임 검열을 하고 있는데, 유명한 검열 기관으로는 ESRB, CERO, USK 등이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난카이대학 문학원 교수) 저우즈창, 周志强 (활동가, 작가) 홍명교 활동가, 작가. 사회운동단체 플랫폼C에서 동아시아 국제연대와 사회운동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를 썼고, <신장위구르 디스토피아>와 <아이폰을 위해 죽다>(공역) 등을 번역했다.

  • [Editor's View] Ways of Seeing

    아이템을 기획하는 내내 편집위원들과 편집장은 보는 게임이라는 개념의 모호함에 대해 토로했다. 어디까지가 게임일 것인가? 어디부터가 게임의 변화인 것인가? 인간의 역사가 늘 그래왔듯이 우리는 동시대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즉시성있는 답변보다 늘 우직하게 본질을 바라보는 질문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보는 게임’의 시대에 감히 어떤 정답을 내리기보다는, 다양한 질문과 사유를 통해 이 시대 게임의 변화를 사유하는 계기로 ‘GG’3호가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 < Back 03 GG Vol. 21.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방치형게임, 누가 어떤 마음으로 운영할까? 〈어비스리움〉운영진 인터뷰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일상의 많은 것이 컴팩트해졌다. 손안의 기기는 지갑이 되기도 하고 영화를 찍는 촬영 장비가 되기도 한다. 게임 또한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다양한 갈래를 보이고 있는데, 방치형 게임이 그중 하나다. ‘지금부터 당신의 수족관이 시작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되는 〈어비스리움〉은 외로운 산호석이 친구를 찾아 힐링한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아무것도 없던 산호석 주변에 각종 물고기와 산호가 늘어나는 모습은 한 사람의 사회적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유저가 힘들여 움직이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 Back 03 GG Vol. 21.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ahin Park Interested in the boundary between the real and the virtual. Recently returned to a certain online game.

  • [공모전] 오디오 로그의 문학적 요소와 방법론

    1993년 [시스템 쇼크]라는 비디오 게임이 발매되었다. 호러 성향의 던전 크롤러와 FPS 액션 간의 결합한 이 게임은 여러 지점에서 게임 서사 전달 방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했다. 바로 ‘오디오 로그’ 칭하는 음성 기록물이었다. 비디오 게임에 등장하는 오디오 로그는 기본적으로 필드 내 아이템으로 배치되어 있다. 오디오 로그가 있는 장소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이전에 있었던 사건을 회고하는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 플레이어가 오디오 로그를 읽기 시작하면 화면 좌측 아래엔 오디오 로그를 남긴 주인의 이미지가 뜨고, 중앙 아래에는 내용 텍스트가 뜬다. 스피커에서는 주인이 내용을 낭독하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 Back [공모전] 오디오 로그의 문학적 요소와 방법론 13 GG Vol. 23. 8. 10. 1993년 [시스템 쇼크]라는 비디오 게임이 발매되었다. 호러 성향의 던전 크롤러와 FPS 액션 간의 결합한 이 게임은 여러 지점에서 게임 서사 전달 방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했다. 바로 ‘오디오 로그’ 칭하는 음성 기록물이었다. 비디오 게임에 등장하는 오디오 로그는 기본적으로 필드 내 아이템으로 배치되어 있다. 오디오 로그가 있는 장소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이전에 있었던 사건을 회고하는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 플레이어가 오디오 로그를 읽기 시작하면 화면 좌측 아래엔 오디오 로그를 남긴 주인의 이미지가 뜨고, 중앙 아래에는 내용 텍스트가 뜬다. 스피커에서는 주인이 내용을 낭독하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 도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스템 쇼크]는 소통이 가능한 NPC를 제거하고, 괴물들로만 게임 내 공간을 채웠다. 그렇기에 오디오 로그의 존재는, 플레이어가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그러나 일방적인) 목소리며 동시에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실마리인 셈이다. 이런 접근은 서사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기존 문학이나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비선형적인 ‘텔링’이기도 했다. 그 점에서 [시스템 쇼크]는 현재진행형으로 사건을 진술하는 목소리를 사후적인 시점에서 접하게 하는 스토리텔링과 공간 연출을 개척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시스템 쇼크]의 오디오 로그 개념이 시집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진 않다. [시스템 쇼크] 제작자 중 한 명이었던 오스틴 그로스먼에 따르면, 오디오 로그라는 디자인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바로 시인 에드거 리 매스터즈의 [스푼리버 시선집]이라고 한다. 1) 윤석임의 [소도시(小都市) 삶의 우울한 초상(肖像) :에드거 리 매스터즈의 『스푼리버 시선집』 논문] 2) 에 따르면 [스푼리버 시선집]은 “스푼리버라는 가상의 마을을 창조하고 그 마을의 묘지에 묻힌 250여 명의 죽은 자들이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내용의 연작 시집이다. 매스터즈는 자유시 묘비문 형식과 극적 독백을 이용하여 그곳에서 발생한 다양한 부패상, 실망감, 수많은 실패 경험, 위선과 정신적 타락을 예시하는 숨겨진 비밀들을 드러”낸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에드거 리 매스터즈가 [스푼리버 시선집]을 쓰게 된 계기로는 자연주의적 통찰력과 사실주의적 묘사로 당대 미국 소도시의 낭만주의를 비판하면서, “마을로부터의 반항” 운동을 주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연하겠지만 비디오 게임의 오디오 로그가 이런 매스터즈의 구체적인 소도시 ‘낭만주의’를 담아내고 있지는 않다. 그로스먼이 주목했던 지점은 묘비문이라는 사후적인 기록 형식과 극적 독백을 통한 비밀고백이라는 형식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로스먼 역시 자기 아이디어 역시 “사람들의 일련의 짧은 연설을 종합해, 한 장소의 역사를 알려준다”로 정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쇼크]에서 인간 NPC가 6개월이라는 시간 속에 전부 사망했기 때문에-쇼단이나 에드워드 디에고 같은 현재 시점으로 살아있는 반동 캐릭터의 오디오 로그도 있기는 하다.-작중 등장하는 대다수의 오디오 로그는 시청각적으로 확장된 묘비와 유언과도 같다. 다만 이 묘비는 한자리에만 머물지 않고, 여러 장소에 나뉘어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오디오 로그 주인의 최후 행적을 보여준다. 오디오 로그의 텍스트를 작성하는 단계에서 그로스먼과 각본진은 [스푼리버 시선집]의 문학적 요소로 호명된 ‘극적 독백’을 변용해 도입한다. ‘극적 독백’은 빅토리아 여왕 시절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자신의 시를 통해 완성한, 시적 화자를 활용한 문학 기법이다. 이 기법에서 화자는 시인이 아닌 극 중 등장인물로 등장하여 중대한 순간에 특정한 상황 속에서 시 전체를 이야기한다. 화자는 시 속에서 다른 사람들 혹은 청자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시를 읽는 독자는 화자의 말(문장)을 통해서만 다른 이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가를 알게 되거나 실마리를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화자가 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단어나 문장을 통해 (일종의 통제원리) 화자의 기질과 성격을 알게 된다. 극적 독백 개념을 활용해 [시스템 쇼크] 내 오디오 로그의 형식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시스템 쇼크] 속 오디오 로그 대다수는 쇼단의 습격과 시타델의 붕괴라는 위급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을 화자로 삼는다. 그들은 눈앞에 없는 가상의 청자를 상대로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과 감정,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얘기하거나, 누군가와 얘기를 나눈다. 이런 발언들 속에서 청자인 플레이어는, 화자가 녹음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단어와 문장 (즉 통제원리) 속에서 성격과 녹음되고 있을 당시의 상황을 알아낼 수 있다. 다만 문학적 효과를 노리는 시의 극적 독백 개념과 달리, 그로스먼이 고안한 오디오 로그는 좀 더 실용적이고 구체적으로 목적으로 극적 독백을 활용한다. 사후 시점 고백을 기본으로 느슨하게 구성된 소도시 공동체의 면면을 보여주는 [스푼 리버 시선집]과 달리 오디오 로그는 생전 고백을 기본으로 거대한 사건 속에서 개인이 어떤 행적을 보였는지 보여준다. 즉 [스푼 리버 시선집]의 극적 독백은, 실재하는 공동체와 그 속에 속한 개인이라는 관계를 다룬다면 오디오 로그의 극적 독백은 플레이어가 진행하는 거시적인 서사와 미시적인 (작은 단위의 서브 플롯들로 구성된) NPC의 서사 간의 관계와 파급을 분절적이고 비선형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여기다 게임 플레이를 풀어나가는 힌트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몇몇 오디오 로그는 퍼즐 풀이에 대한 단서나 답, 적이나 보스에 대한 대처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오디오 로그는 특정 상황에 대한 진술이나 특정한 무언가에 대한 안내서처럼 텍스트를 구성하기에, 주인공이 아닌 살아있는 다른 인물이 발견했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청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시스템 쇼크]가 굳이 1인칭 과묵한 주인공을 택한 이유도 플레이어를 청자로 삼아 오디오 로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한 텍스트가 기본 매개체인 시와 달리, 오디오 로그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향을 기본 매개체로 하고 있다. 텍스트 없이도 오디오 로그는 성립할 수 있지만, 오디오가 없으면 오디오 로그는 성립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오디오 로그가 빌린 화술에서 녹음된 목소리 질감은 화자의 어휘 다음으로 청자가 알아차릴 수 있는, 또 다른 무의식적인 통제원리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시스템 쇼크]의 피해자가 남기는 오디오 로그와 쇼단 같은 악당이 남기는 오디오 로그에서, 화자의 목소리 (연기)는 현격히 차이를 보인다. 피해자 대다수의 오디오 로그에서 목소리는 슬픔과 분노, 체념의 감정과 질감이 일관되게 담겨 있다. 반대로 악당 화자의 오디오 로그는 이들에 비해 ‘개성’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제일 흥미로운 예시가 본작의 AI 악당 쇼단일 것이다. 이 캐릭터의 목소리와 화자로서 오디오 로그는 일반적인 피해자 화자와는 명백히 다르다. 악당으로서 본색을 드러내기 전인 극 초반부까지는 쇼단은 일반적인 AI 목소리의 무기질성을 ‘흉내’ 낸다. 플레이어가 메디컬 레벨에서 나왔을 때 쇼단은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처럼 배경이 되는 시타델의 각 층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때 플레이어는 오프닝 컷신에서 쇼단의 윤리 모듈이 제거되었다는 걸 알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뮤턴트를 처리하고 나온 상태라, 쇼단의 무기질적인 목소리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본색을 드러내고 난 뒤, 쇼단은 무기질성을 완전히 버리고 차가운 비인간성과 위압적인 오만함을 섞어서 성격과 개성을 드러낸다. 쇼단의 오디오 로그 내용 역시, 자신의 ‘자칭 신’에 기반한 오만함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종종 쇼단은 자신의 청자를 휘하의 적이나 주인공 등으로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게임의 진행이나 향후 전개에 대한 힌트를 주기도 한다. 오디오 로그만의 또 다른 개성으로는 비선형적인 접근성이 있다. 시집은 기본적으로 서적 구성을 띄고 있으며 서적은 저자가 의도한 내용대로 선형적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반대로 오디오 로그의 배치는 플레이어가 비선형적으로 접하게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층에서 발견한 오디오 로그가 2층에서 발견한 같은 화자의 오디오 로그보다 후에 녹음된 것일 수도 있다. 또 같은 레벨에 A와 B, C라는 오디오 로그가 있으면 진행 방식에 따라 A-B-C 식으로 획득할 수 있지만, 진행에 따라서는 C-B-A 또는 B-A-C 순으로도 획득할 수 있다. 물론 비일관성으로만 흐르면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내용이나 획득 순서에서도 어느 정도 선형성을 유지하긴 하지만, 오디오 로그의 구성이나 접하는 방식이 무조건 선형적이지 않다는 점은 서적이나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게임만이 가능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비선형적인 구성 때문에, 오디오 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장르는 제작자가 설계한 높은 자유도의 세계를 플레이어가 창발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게임 장르를 일컫는, 이머시브 심이다. 언급한 [시스템 쇼크]도 이 장르에 속해 있고, 이 장르의 대표작인 [바이오쇼크]는 오디오 로그 개념을 적극적으로 퍼트린 게임으로 손꼽힌다. 왜 세계와의 접촉과 활용을 중시하는 이머시브 심 장르는, 오디오 로그를 적극적으로 택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이머시브 심을 설명하는 ‘환경적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유명 이머시브 심 게임인 [디스아너드]를 제작한 하비 스미스는 환경적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을 제창한 바 있다. ‘환경적 스토리텔링’은 이머시브 심 장르의 핵심적인 어법 중 하나이라 할 수 있는데, 컷신이나 이벤트가 아닌, 게임 내에 있는 배경이나 환경을 통해 게임 속 상황과 서사를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드는 연출을 의미한다. 이때 스토리텔링을 하는 ‘환경’은 기본적으로 ‘이미지’ 중심이다. 무너진 건물, 처형당한 시체, 특정한 이념을 설파하는 현수막이나 포스터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환경은 기본적으로 시선의 주체가 아닌 객체이다. 이렇게만 시선의 객체로만 스토리텔링을 하려면, 이머시브 심이 내세우는 환경/공간과의 창발적 활용이 어려워진다. 우에다 후미토의 게임들처럼 아예 환경에서 설명과 활용을 모두 배제하는 방법도 있으나, 플레이어 대다수는 이렇게 배제하는 것을 방법을 모호하고 불친절하게 여긴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비디오 게임, 특히 이머시브 심 게임은 환경 이미지를 방해하지 않을 적절한 ‘설명’이 요구된다. 오디오 로그는, 그 점에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설명을 제공해줄 도구다. 이는 텍스트 로그나 비디오 로그랑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다. 텍스트 로그는 자원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적게 들지만 매우 단순한 형태와 상호 작용으로 인해 자칫하면 지루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비디오 로그 같은 경우, 가장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과도해지면 환경적 스토리텔링을 해칠 정도로 설명적으로 될 수 있다. 여기다 로그를 구성하는 영상을 게임 내 이벤트 컷 신이나, 영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텍스트나 오디오 로그에 비해 많은 품이 든다. 오디오 로그는 이 둘의 중간 지점에서 지나치게 설명적이지 않으면서도, 텍스트와 오디오, 화자를 드러내는 이미지의 결합으로 적당한 자원을 소비하면서도 풍부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오디오 로그는 음향 영역에서 서사 전달의 채널을 다채롭게 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디오 로그는, 작위성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듯이 고백해 녹음 장치라는 물질적 증거이자 아이템으로 남겨놓는, NPC 화자들의 존재는 플롯 이해과 진행을 위한 고백이라는 인위성에 빠지기 쉽다. 그렇기에 오디오 로그 디자인이 성공하려면 정보 전달에 있어서 특정한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녹음의 작위성을 억제하도록 화자의 녹음 시점을 조율해야 한다. 두 번째로 화자가 고백하려는 사실과 증언에 관한 당위성과 개연성을, 화자의 배경과 설정을 통해 청자가 납득해야 한다. [시스템 쇼크]의 후속작 [시스템 쇼크 2]의 오디오 로그를 활용한 중요 반전은 그 점에서 설득력 있고 창의적인 오디오 로그 구성을 통한 비디오 게임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디오 로그 속에서 플레이어에게 지시하는 연구원 재니스 플리토가 사실은 쇼단이었다는 반전인데, 이 반전을 위해 제작진은 오디오 로그의 텍스트/목소리가 전달하는 태도와 내용, 시점에서 화자의 정체와 신빙성에 대한 섬세한 복선을 깔아두고, 게임 내 이벤트와의 연계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쇼단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한 이 반전은 [바이오쇼크]나 [데드 스페이스] 같은 게임들에서도 차용될 정도로, 유명한 반전이기도 하다. 오디오 로그는 앞으로도 비디오 게임에서 적극적으로 차용될 디자인이다. 죽거나 여기 없는 NPC들을 화자로 삼아 극적 독백으로 거시적인 상황에 얽힌 미시적인 감정과 정보를 서술하며, 이를 비선형적으로 구성해 환경적 스토리텔링의 일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게임 디자이너가 플레이어의 이해에 필요하다고 여겨 배치하는 작위성이 잘 드러날 수도 있기에, 서사 속 상황과 캐릭터의 심리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한 도구기도 하다. 오디오 로그의 창의적인 활용 역시 오디오 로그의 문학적인 요소 및 구성, 게임 내 배치 및 거시적인 서사와의 연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1) https://web.archive.org/web/20110720003321/http://gambit.mit.edu/updates/2011/02/looking_glass_studios_intervie.php 2) 윤석임. (2014). 소도시(小都市) 삶의 우울한 초상(肖像) :에드거 리 매스터즈의 『스푼리버 시선집』. 국제언어문학, 30, 447-466.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비평가) 이이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전문사 졸업 후 영화•게임 비평 기고 활동중. 어드벤처 게임 좋아함. (antistar23@gmail.com )

  • 현황점검: 플랫폼 인앱결제의 오늘

    카메라 앞에 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든 것이 2007년의 일이다. 사람들 주머니에 통화도 되고, MP3 플레이어도 되고, 동영상 재생기도 되는 스마트폰이 담기기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유저들은 ‘그 작은 기계로 무슨 게임이냐’라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 Back 현황점검: 플랫폼 인앱결제의 오늘 04 GG Vol. 22. 2. 10. 카메라 앞에 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든 것이 2007년의 일이다. 사람들 주머니에 통화도 되고, MP3 플레이어도 되고, 동영상 재생기도 되는 스마트폰이 담기기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유저들은 ‘그 작은 기계로 무슨 게임이냐’라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과일을 썰고(프루트 닌자), 새를 날리는(앵그리 버드) ‘스내커블’한 게임을 넘어서 스마트폰에는 수백 명 이상의 유저들이 모여 공성전을 펼치는 MMORPG와 <원신> 같은 3D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까지 플레이되고 있다. (물론 3-매치-퍼즐 등 캐주얼 게임은 아직도 유력한 모바일 게임 분야다) 플랫폼을 넘나드는 크로스플레이를 넘어, 클라우드 기술로 모바일에서 PC 게임을 구동시키겠다는 원대한 아이디어도 현실의 영역에 다가섰다. 조사 업체 뉴주(Newzoo)의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 게임산업 내 소비자 지출은 1,803억 달러(약 213조 6,900억 원)를 기록했고, 그 가운데 모바일 게임 분야가 52%에 해당하는 932억 달러를 차지했다.1) 이밖에 ‘지난 10년간 모바일 게임 시장은 줄곧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오고 있다’는 명제를 근거하는 분석은 곳곳에 널려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 한국 게임사들도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해 대단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거대한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그리고 앱 마켓을 서비스 중인 구글과 애플이 매기고 있는 30%의 인앱결제 수수료가 과연 온당한 수준이냐는 것이다. 현재 게임을 비롯한 모바일 앱에서는 인앱결제가 사실상 강제 중이며 결제가 발생할 ‘때마다’ 30%의 이용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다. 이 30%는 왜 부과하는 걸까? 왜 이 수수료가 너무하다는 까닭은 무엇일까? 누가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옛날에는 혁신적이었던 30%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가 30%의 수수료를 가져가기로 약속이 된 것은 언제일까? 애플은 2003년 음악 플랫폼 아이튠즈를 출시했다. 애플은 당시 음악사에게 앱스토어에 인앱결제를 필수적으로 적용하며, 중앙 통제적인 서버를 관리하고 보안 문제를 책임지는 비용으로 30%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이 30%는 '우수리'를 뗀 금액으로 이해됐다. 그 무렵 애플은 99센트의 노래를 판매할 때마다 큰 음반사에 72센트, 독립 음반사에 62센트를 지급했다.2) 이러한 기조는 2008년 앱스토어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3) 앱에 대한 개념도 희미하던 시절, 일정 부분의 수수료만 내면 전체 애플 이용자를 대상으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소개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여겨졌다. 이전에는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카드사 별 대행 수수료나 통신사별 호스팅 비용이 발생했는데 모든 금액을 30%로 일원화해 책정한 것이다. 개발사는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애플을 통해서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초창기 애플이 내세운 인앱결제 의무 + 30% 정책은 비교적 합리적인 정책으로 평가됐다. 애플에 복귀해서 앱스토어의 얼개를 짠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잡스가 30%의 수수료에 대해서 "우리는 (CP들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려는 게 아니라 아이폰을 더 많이 파는 것이 목표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4) 놀이터를 제공한 뒤 최소한의 관리 비용만 걷을 뿐이지, 중요한 것은 자사 스마트폰을 더 많이 보급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30%는 구글플레이 스토어, 아마존 앱스토어, MS 스토어는 물론 엑스박스, 소니, 닌텐도, 스팀도 책정 중인 비율이다. 규모있는 콘텐츠 제공자(CP)들에게 30%의 수수료는 '국룰'이 아닌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ESD)의 '국제 표준'이었다. 향후 자신의 ESD에 더 많은 CP를 유치하기 위해서 연매출을 기준으로 영세한 규모의 회사들에겐 수수료를 15%나 20%로 깎아주었다. 거의 모든 ESD 사업자들이 생태계 관리를 위해서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 플랫폼 사업자별 수수료 요율.5) 낮은 효능감, ‘갑질’... 수수료 30%는 적당한 걸까? 시간이 흐를수록 CP들은 30%에 의문을 품었다. 비즈니스모델(BM)이 고도화되면서 30%씩 구글과 애플에 납부하는 것에 불만이 발생했던 것이다. 다이아와 루비 같은 인게임 재화에 대한 결제가 이뤄지는 순간마다 30%의 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냐는 주장이다. 애플이 초기 30%를 설정할 때는 통신사마다 따로 진행되는 빌링 시스템에서 벗어나 애플 생태계를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앱을 알릴 수 있는 혁신이었지만, 시장이 성장세를 거쳐 안정세에 진입한 오늘날까지 플랫폼 사업자가 30%나 거둬가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이다. 2020년 애플 앱스토어에는 2,800만 명의 개발자가 활동 중이고 등재된 앱은 180만 개에 이른다.6) 플랫폼 사업자들은 거대해진 생태계를 관리하는 데 30%의 수수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역폭 처리, 거래 관리, 악성코드 식별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앱결제가 '갑질'이라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과 창작자들은 자신들이 제공한 앱을 통해서 생태계를 키운 구글과 애플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며 반기를 들었다. 양대 기업에 반발하는 이들에게 '30%의 룰'은 인앱결제로 강제된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이 가입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은 "앱 마켓의 독점이 콘텐츠 서비스의 독점으로 이어질 것이며 (구글, 애플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앱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를 자신에게 종속시키려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7) 창작자들로 구성된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도 인앱결제 수수료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창작자들에게는 30%로 이루어지는 생태계에 대한 효능감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게임 개발사들에게도 수수료를 내고 있지만 앱 심사 지연, 서비스 중단 등에 관한 안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구글과 애플이 몇몇 플레이어에게는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8년, 넷플릭스는 앱스토어가 아닌 웹브라우저로 회원을 모객했다. 앱스토어의 정기구독 앱은 첫 번째 해에 30%, 두 번째 해에 15% 수수료를 떼어가는 데 이 돈을 내기 싫었던 넷플릭스는 우회책을 사용했다. 넷플릭스 앱에서는 신규 가입을 등록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양대 기업은 다른 곳에게는 절대 허용하지 않는 이 방법을 사실상 용인해줬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에서 자체 빌링 옵션을 추가했다가 양대 스토어에서 퇴출된 적 있다. 엔진사, 게임사, 스토어 사업자 등 다종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에픽게임즈는 퇴출을 준비라도 한 듯 구글과 애플에게 “반 독점법 위반”이라며 고소장을 날렸고, 기나긴 법정 투쟁을 시작했다. 현재 에픽게임즈는 대표 팀 스위니를 중심으로 양대 산맥의 지위에 균열을 내고 있다. 스팀은 매출이 1,000만 달러(약 119억 원) 미만이면 30%, 1,000만 달러 이상은 금액에 따라 25%, 20% 순으로 수수료를 매긴다. 이들과 달리 에픽 스토어는 12%를 떼간다. 지난한 소송 투쟁을 통해서 에픽게임즈가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와 같이 써드 파티 스토어를 기획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애플은 이같은 써드 파티 스토어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인기 데이팅 앱 ‘틴더’의 매칭그룹과 함께 CAF(앱 공정성 연대)을 만들었다. 현재 CAF는 구글, 애플에 조직적으로 맞서고 있다. 한국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CAF 임원들은 코로나19 시국에도 한국을 찾아 국회 토론회, 인터뷰 등에 참석하며 한국의 ‘구글갑질방지법’을 높이 평가8)하며, 구글과 애플의 행위를 "자사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며 혁신이나 경쟁, 공정성을 위한 노력을 지향하는 회사는 아니다"라며 비판하고 있다. (‘데이팅 앱’의 존재는 뒤에서도 한 번 더 등장할 것이다.) 30%의 벽은 무너졌다 이미 영세 규모 기업에는 낮은 요율을 적용했던 플랫폼 사업자들, 에픽게임즈의 행보 등을 통해 구글, 애플이 고수하던 30%의 벽은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구글와 애플은 여러 나라 규제 당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구글과 애플을 감시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쳤다. 전기통신사업자 일부개정안,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에는 특정 결제방식 강제, 부당한 앱 심사 지연 및 삭제, 타 앱마켓 등록 방해 등을 할 수 없으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해당 업무를 담당케 했다. 방통위는 앱마켓 사업자의 의무 이행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자료 제출과 시정을 '명령'할 수 있다. 법 체계에서 요구와 명령은 무게가 다르다. 아직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상당히 강력한 법안이 통과된 셈이다. 이 법 통과를 바라본 팀 스위니 대표는 “나는 한국인”이라며 기뻐하기도 했다. 새 법이 통과되자 구글 한국 지사는 4%p 낮은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는 외부 결제를 허용하기로 발표했다. 이 조치에 대해 국내 업계는 ‘꼼수’라는 비판을 내놓았다.9) 공개적인 액션을 취하는 구글에 비해 애플 한국 지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연초 애플 코리아는 한국 법을 지키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한을 방통위에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본 원고를 제출하는 지금까지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애플코리아 서비스 최고 책임자 한수정은 새 법에 대한 구체적인 회의를 전개하던 시점, 미국으로 건너가 직접 논의에 참가하지 않았다.10)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한 총괄이 EA코리아 대표 등을 역임한 게임 업계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뿐 아니라 네덜란드 당국은 애플에게 틴더, 범블 등 데이팅 앱에서 인앱결제 외 써드파티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명령했다. 애플은 이에 따라서 지난 1월 14일부터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외부 결제 시스템을 적용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애플에게 벌금을 물렸다. 제3자 결제를 도입하면서 일부 앱스토어 기능을 차단시키는 식으로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개발자에게 외부 결제를 위한 별도 앱을 개발하도록 지시했으며, 외부 결제를 이용할 경우 애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만들었다. 이뿐 아니라 애플은 제3자 결제 도입 후에도 수수료를 징수했는데, 네덜란드는 이것을 명령 위반으로 보고 신속하게 애플에게 벌금을 부과시켰다.11) 유럽의회는 빅 테크에 대한 규제·감시를 강화하는 디지털 시장법을 추진 중이며, 호주에서는 애플과 구글의 행위들이 반경쟁적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인도, 영국, 프랑스 당국이 양대 기업의 인앱결제 강제 등에 대해서 주시하고 있다.12) 결제 규모, 본사의 위치 등을 복합적으로 보았을 때 대마(大馬)는 미국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10월, 미국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 반독점 위원회는 구글과 애플의 행동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한때 기존 질서(Status Quo)에 도전했던 산만한 언더독 스타트업들은 이제 석유 부호나 철도 거물들의 시대에나 봤던 독점자(Monopolies)가 되어버렸다"라는 강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들 기업은 사회에 분명 혜택을 주었지만, 이제 대가를 치를 때가 됐다"며 "다른 회사들도 그들의 규칙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문구도 있다.13) 강력한 어조의 보고서가 발간된 뒤, CAF는 미국 현지에서 결코 무시 못할 수준의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이와 별개로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소송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이 사안에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2021년 9월 1심에서 재판부는 인앱결제 외 직접 구매로 연결할 수 있는 링크를 포함시키지 못하게 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10개의 쟁점 사안 중 1개에만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주었다. 인정된 1개의 쟁점은 이미 애플이 영세 규모 개발자들과 소송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1심 재판부는 현상 유지를 선택했고, 2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새로운 국면이 마련될 것이다. 지난 1월 21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는 구글과 애플을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들 기업의 지배력 남용을 막는 법안을 16:6으로 통과시켰다. 자사 상품 우대를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인앱결제가 유튜브 등 자사 앱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으므로 이 법에 따라서는 금지의 대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법이 장기적으로 30%의 수수료에도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법안은 곧 본회의에 올라갈 예정이다.14) 1) The Games Market and Beyond in 2021: The Year in Numbers (Newzoo, 21-12-22) 2) 2000년대 애플의 아이튠즈 수수료에 대한 뒷이야기는 <콘텐츠의 미래>(바라트 아난드 저)에 잘 정리되어있다. 3) How Apple’s 30% App Store Cut Became a Boon and a Headache (NYT, 20-08-14) 4) Apple’s Latest Opens a Developers’ Playground (NYT, 08-07-10) 5) Apple's App Store and Other Digital Marketplaces (Analysis Group, 20-07-22) 6) Apple,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를 전체 온라인 포맷으로 다시 가져오다 (Apple Newsroom, 21-03-30) 7) 구글 “네이버·카카오 웹툰 日 성공, 인앱 결제 덕분”... 인기협 “구글만 좋은 불공정 정책” (아주경제, 20-09-29) 8) [단독] "이러다 다 죽는다", 팀 스위니가 말하는 앱 생태계와 독점 (TIG, 21-11-18) 9) 구글, 4%p 수수료 낮춘 ‘꼼수’ 논란 여전…방통위는 ‘골머리’ (뉴스1, 22-01-12) 10) 인앱결제법 이행 논의 헛도는데…애플코리아 경영진은 '부재중' (연합뉴스, 21-11-24) 11) 네덜란드, 애플에 67억 벌금…"외부결제 허용 불충분" (ZDNet Korea, 22-01-25 )12) 美 앱공정성연대 "한국 구글갑질방지법 기념비적…강제화 중요" (연합뉴스, 21-11-15) 13) 미국 하원 반독점위원회 "구글·애플 마켓 수수료 30% 너무해 (TIG, 20-10-08) 14) 구글, 위치 추적 설정 꺼놔도 몰래 추적…미국 지자체 '줄소송' (경향신문, 22-01-25)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김재석 8년 동안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서브컬처 스타트업에서 대외협력을 맡고 있다.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 Can “Black Myth: Wukong” Be Truly Understood Beyond Chinese Cultural Borders?

    As a cultural epicentre of East Asia for centuries, China has consistently brought its classical literature to games. From the earliest days of video games, Chinese developers have adapted their classic literature like “Investiture of the Gods (Fengshen Yanyi)” and “Strange Tales from a Chinese Studio (Liaozhai Zhiyi)” into virtual worlds. < Back Can “Black Myth: Wukong” Be Truly Understood Beyond Chinese Cultural Borders? 24 GG Vol. 25. 6. 10. ** You can see a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f480c8b6-53a4-4440-a3f4-af2f6c23e547 As a cultural epicentre of East Asia for centuries, China has consistently brought its classical literature to games. From the earliest days of video games, Chinese developers have adapted their classic literature like “Investiture of the Gods (Fengshen Yanyi)” and “Strange Tales from a Chinese Studio (Liaozhai Zhiyi)” into virtual worlds. Among these classics, “Journey to the West” in particular has been adapted into numerous games. Since the 8-bit era, Chinese game studios have repeatedly reimagined the tale through various genres, as seen in titles like “A Chinese Odyssey”, “ The Journey to the West 2”, “Water Margin” etc. (For more details on this, check out our previous GG article: " 중국의 레트로 게임: 8비트 시대의 흔적들 ") (Korean only) The digital adaptations of Chinese classics like “Journey to the West” extend across the broader East Asian cultural sphere, as their imaginative world and iconic characters have inspired countless modern media. For instance, in Japan, arcade games like “SonSon” (1984) were adapted directly from the novel. Then there’s the manga series “Dragon Ball” inspired by “Journey to the West”, which became so famous worldwide that its protagonist’s name ‘Son Goku’—a Japanese pronunciation of ‘Son Wukong’—particularly became a norm. In South Korea, animations like “Flying Superboard” and its sequel “Sa Oh Jeong” series—a Korean pronunciation of ‘Sha Wujing’ that is one of the main characters of “Journey to the West”—still bring people’s nostalgia from childhood. And even today, many Korean kids grow up reading educational comic books like “Magic Thousand Characters”, again inspired by the “Journey to the West”. These examples illustrate the remarkable cultural elasticity of this classic literature, capable of transcending national boundaries and resonating with contemporary audiences across generations. However, the initial announcement of “Black Myth: Wukong” was somewhat mixed with high anticipation as well as cautious scepticism. On the positive side, the game’s teaser trailer showcased a well-polished action-adventure experience, bringing gamers’ excitement about the game’s visual aesthetics and combat design. It also raised anticipation of how well ancient mythology would be able to come to life in modern digital gameplay. At the same time, some expressed concern as it is yet another “Journey to the West” adaptation that has been tried numerous times, which posed a risk of players' higher expectations and potential criticism on the industry’s creative stagnancy (i.e., ‘revamp, again?’). This mixed response was also accompanied by broader concerns about the Chinese game industry at that time, which had yet to produce internationally well-received, critically acclaimed ‘cultural heritage’ game titles. How “Wukong” gameplay mechanics shine through its genre Fortunately, “Black Myth: Wukong” received a positive reaction upon its release as it stands out for its storytelling and technical mastery within the action-adventure genre. Drawing inspiration from traditional Chinese martial arts like staff yielding and spear-based Wushu, the game delivers a delicately designed combo-driven combat system. Its powerful attacks are exaggerated just enough to feel engaging without becoming overblown. The true triumph of its combat design, however, lies in its diverse and intricately designed boss combats. Rather than relying on copy-paste fighting scenes, the game challenges players to solve the puzzle of various combat patterns. Interestingly, there is no difficulty selection menu in “Black Myth: Wukong”, which is a hurdle for some players. This makes the game’s early stages undeniably challenging, reminding us of infamously difficult ‘Souls-like games’. But the game balances this with a classic game design principle: Let the time and effort get you through. As players progress to the later stages of the game, they can naturally gain access to new spells that gradually ease the difficulty. This gradual progression of the game offers a sense of relief to the players, assuring them that their tryouts will eventually be rewarded. Importantly, even though the game does have a Souls-like vibe, it avoids one of the genre’s more punishing features, and players don’t lose anything upon game over. In a nutshell, “Black Myth: Wukong” is not easy, but it also doesn’t wholly withdraw casual players. Instead, it managed to find a balanced middle ground. Of course, evaluating a game based solely on its in-game mechanics would only offer a partial understanding of its overall design. If the game had just focused on featuring a combat system without a deep dive into the original story and world setting of the “Journey to the West” classic, the game’s true meaningfulness would have been greatly devalued. Fortunately, “Black Myth: Wukong” achievements in combat design gain full significance as they align well with its narrative. First of all, the game sets itself as a sequel to “Journey to the West”, focusing on what could have happened after the original classic. This way, the developers enabled the game’s creative flexibility, allowing them to reinterpret the classic mythology through a modern lens – reshaping the story suitable for the 21st-century players. A modern reinterpretation of a pre-modern fantasy world Like the “Investiture of the Gods”, another well-known Chinese classic fantasy literature, “Journey to the West” portrays various mythological creatures called ‘Yaoguai’. The Yaoguai kings and Yaoguai chiefs in “Black Myth: Wukong” are placed in the game not in chronological order according to the classic but based on how relevant it is for the game’s system and combat progression. So, rather than retracing the already-familiar story of the pilgrimage of Sun Wukong, the game opens the venue for the story of a mysterious warrior named “The Destined One”, Wukong’s successor, which makes the game’s progression more compelling in an action-adventure game structure. Meanwhile, the world that “Black Myth: Wukong” portrays is set after the conclusion of the original story of “Journey to the West”. Like many ancient classics, the original novel concludes with a happy ending and a moral message – that the world (probably) became better after the epic journey to the West. I mean, if sacred Buddhist scriptures were successfully brought to China, the world was meant to usher in an era of compassion and enlightenment. Right? Apparently not. The story of “Black Myth: Wukong” persistently challenges the idea that the pilgrimage was far from lasting salvation. In the game, we can see that the villages mentioned in the original story now remain in ruins. It is revealed that Sun Wukong, who, in the original classic, is described as having achieved enlightenment after his journey, had already died. The Buddhist scriptures were far from ushering in a utopia. What’s even more devastating about the “Black Myth: Wukong” story is that the people left in ruins no longer seek salvation through religious belief. The hope is very much lost. Instead, they cling to the idea that one day, the monkey king will resurrect. And that’s when the game’s protagonist, The Destined One, embarks on a quest to gather Wukong’s scattered relics (“Six Senses of the Great Sage”) to bring him back to life. As such, the game sets itself apart from the core message of the original classic. It’s not the Buddhist scriptures that would bring salvation, but people themselves—a hero, the protagonist (the player). Another story element to look into is the world setting. The world depicted in the original “Journey to the West” was set in strict hierarchies between divine beings, humans, and non-humans (Yaoguai). It is not strictly based on one’s origin (e.g., birth, species) but something that one’s commitments can alter. For instance, Sun Wukong, who was originally a Yaogui, is summoned to the divine realm and ends up sharing a table with the Jade Emperor or even attaining the rank of “Victorious Fighting Buddha”. On the other hand, divine beings like Marshal Tianpeng and General Juanlian can commit grave sins and be demoted to Yaoguai. But “Journey to the West” is also a world where one’s status is ranked and can rise or fall with clear consequences between rewards and punishments. Punishment, as in, at the beginning of “Black Myth: Wukong”, Sun Wukong cries out in despair, declaring that his elevated status (as the Victorious Fighting Buddha) is ultimately meaningless. In response to his outcry, the divine beings sent an army to silence him. This moment captures a critical aspect that the original “Journey to the West” couldn’t express, about the irony of the class system, but which a 21st-century digital game can now. In fact, this kind of modern reinterpretation of classical fantasy through games has already been tried out, most notably in the “God of War” reboot series, which the developers of “Wukong” have openly described as one of their inspirations. While the original Norse mythology is typically told from the perspective of the high gods, such as Odin and Thor, the “God of War” reboot retells the myth from the viewpoint of Loki, a figure traditionally seen as an anti-hero. Without a doubt, such a shift of protagonist altered the tone of the story. Odin’s famed wisdom, for example, is reinterpreted in the game as cunningly manipulative. It also turns out that the gods strive to dominate the world solely for their own good, and Ragnarök is not the end of the entire world but the collapse of those self-interested divines’ world. Such reinterpretation is key to reshaping the meaning of myth and, in some sense, more fitting with the narrative of a modern era that has long moved on from the rigid hierarchies of the caste system. And there’s “Black Myth: Wukong” that embarks on a modern reinterpretation of the Chinese classic “Journey to the West”. In an era where rigid class hierarchies were once the norm, the idea of divine beings overseeing mankind is now reinterpreted as a form of oppression. When “God of War” choose to reinterpret the myth through the lens of Loki, “Black Myth: Wukong” takes a different approach and emphasises the doubt and disillusionment that the original Wukong had suffered as a Yaoguai treated unequally by the divine beings. The game “Wukong” outside the Chinese cultural sphere A modern reinterpretation of a classic “Journey to the West” truly shines thanks to how the game developers have deeply and richly delved into the classic literature. It is not particularly surprising, considering how the original “Journey to the West” is loved and read by many modern-day Chinese even today. It is remarkable to see that characters in “Black Myth: Wukong” are all well-adapted game versions of the original novel, with altered personalities and traits tailored to suit the game’s mechanics and design. Some characters are also tightly integrated into gameplay mechanics, playing a major role in transforming the game into a truly modern interpretation of the classic. But, on the other side, because it is a derivative work built on a deep understanding of the “Journey to the West”, its digital game version “Black Myth: Wukong” inevitably includes story elements that may not fully resonate with players who had less exposure to the original novel. For example, many Korean gamers claimed that they struggle to understand the UI button that says “Let’s find out in the next edition” at the end of each chapter (Translator’s note: In the game’s English version, it is just translated as “Next Chapter”) [SP1] [SP2] . Some couldn’t realise whether this leads to the next chapter or a new edition, etc. This is because this particular UI in the Korean version was a direct reference to how each chapter is addressed in the “Journey to the West” – borrowing the original novel’s exact phrases used at the end of each instalment. Such details show that exposure to the original classic is somewhat of a necessity to fully grasp the hidden metaphors in the game. *A screenshot of the “Black Myth: Wukong” Korean version at the end of chapter two. On the bottom, next to the ∆ button, it says, “Let’s find out (more) in the next edition”. This confused the Korean players, who did not read the original novel. Surely, “Black Myth: Wukong” is an exceptionally well-crafted game. But one downside is that it is so well tailored to the original classic, and thus, the game’s intricacy may not fully convince players unfamiliar with the source material. While I was so impressed by the game’s meticulous reinterpretation of the classic, I couldn’t help but wonder, ‘Would people who haven’t read the original novel be able to understand all these?’ ‘How will players outside the Chinese cultura sphere, let’s say, Western players [SP3] [SP4] , be able to understand all of this?’ In order to resolve such confusion, perhaps the game may need to implement supplementary materials further to help players gain the additional context they might need to grasp the deeper layers of the original novel. *Would players without any knowledge of Chinese mythology understand the twisted story embedded in the Four Heavenly Kings’ battle scene? Or would they just regard it as one of the many epic battle scene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KyungHyuk Lee He has been close to games since childhood, but it was not until 2015 that he started talking about games in earnest. After living as an ordinary office worker, he entered the life of a full-time game columnist, critic, and researcher through a series of opportunities. Books such as "Game, Another Window to View the World" (2016), "Mario Born in 1981" (2017), "The Theory of Game" (2018), "Wise Media Life" (2019), and "The Birth of Reality" (2022); papers such as "Is purchasing game items part of play?" (2019); "Dakyu Prime" (EBS, 2022), Gamer (KBS), "The Game Law", 2019 BC) and "Economy of Game", etc.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institute 'Dragon Lab'. (Doctoral researcher at Aalto University, Finland) Solip Park Born and raised in Korea and now in Finland, Solip’s current research interest focused on immigrant and expatriates in the video game industry and game development cultures around the world. She is also the author and artist of "Game Expats Story" comic series. www.parksolip.com

  • 그래서, 제 민첩은 몇 점인가요?

    RPG의 규칙은 수치의 미학이다. 이 규칙이 고도화될수록, 플레이어들이 교감해야 하는 수치와 수식도 고도화된다. 플레이어들은 더욱 강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계산한다.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전문적인 개발용 어들을 가져오며, 각종 수치를 분석하고, 차트를 만들고, 성장 공식을 유추한다. 적 또는 다른 플레이어를 압도할 수 있는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와 해결책을 찾는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RPG에서는 플레이어 본인의 신체적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RPG에서 캐릭터를 강력하게 성장시키는 것은 플레이어의 전략적 사고, 소위 ‘뇌지컬’이다. < Back 그래서, 제 민첩은 몇 점인가요? 22 GG Vol. 25. 2. 10. 민망한 말이지만, 난 내 캐릭터들에게 그리 좋은 부모는 아니다. 한 명 잘 키워보려면 따져야 할 게 뭐 이리 많은지. 어떤 스킬을 획득해야 하고, 어디에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어떤 무기를 쥐어줘야 하고, 그 무기는 어떻게 갈고닦아야 하고...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골치 아프진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과거에 취했던 방법은, 최대한 많은 자원을 모아서 최대한 많은 옵션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레벨을 끝까지 올리고, 스킬 트리에서 가능한 모든 스킬을 획득하고, 가진 장비를 모두 강화했다. 그러나 현시대의 ‘캐릭터 육성’ 시스템은 내 무식한 방법론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되었다. 급기야 <원신Genshin Impact> 같은 수집형 RPG에 이르러, 나는 내 손에 있는 모든 캐릭터를 키울 수 있는 자원 분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국 목적은 하나다. 강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 게임 속에서 나를 대신할 이 캐릭터가 강력하고 유능하며 뛰어나길 바란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난관을 헤쳐나가 보상을 얻길 바란다. 다른 플레이어를 짓밟을 수 있길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능감을 추구한다. 강한 공격력, 화려한 스킬, 다양한 장비들을 통해 강화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들로 이 가상의 세계를 제약 없이 마음껏 누비는 것, 이는 현실에서의 내가 쉽게 얻을 수 없는 효능감이다. 검 하나를 제대로 쥐기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할뿐더러, 그렇게 연습한다고 해도 검에서 불을 뿜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나는 손쉽게 영웅이 되고, 악당이 되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초인이 된다. 현실에서는 매일 아침 침대에 누워 체육관에 가야 할지 고민하는 나지만, 가상의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더욱 큰 강함을 추구하며 부단히 내 몸을 단련하는 것을 일상처럼 여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실에서 내 몸을 단련하는 것과는 원리와 방법부터 다르다. RPG에서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나와의 싸움이 아니라, 기나긴 숫자와의 싸움이 아니겠는가. 맥락을 가진 수치들의 집합 RPG의 규칙은 수치의 미학이다. 비디오 게임뿐 아니라, 종이와 펜으로 즐기는 TRPG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은 수치로 표현된다. 단순히 힘이 센 캐릭터, 튼튼한 캐릭터, 민첩한 캐릭터라는 수사가 아니라, 정확한 수치로 나타내는 게 먼저다. <크툴루의 부름Call of Cthulhu>에서는 체력, 근력, 그 밖의 무기 사용 능력 등을 수치화하며,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Vampire: the Masquerade> 같은 작품에서는 더 나아가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초자연적 능력의 종류 및 등급까지 수치화한다. 신체적 능력이 수치화되고 나면, 이때부터 게임과 플레이어의 모든 상호작용은 수치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적과 공방을 주고받은 결과, 어떠한 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 현재 나의 상태 등이 끊임없이 기록되고 계산되며 게임이 진행된다. 내가 얼마나 유능한지, 또는 무능한지, 내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는 결산된 수치를 통해 확인된다. 캐릭터의 성장 역시 수치화되어 기록된다. 한 턴이 끝날 때마다 해당 턴의 활동 내역을 반영해 기존의 수치가 재조정되거나, 일정 수치 이상의 경험치를 달성하고 레벨이 한 단계 오를 때마다 기존의 수치에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주어진다. 특히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에서는 조건을 달성할 때마다 자원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성장을 제어한다. 자원은 유한하기에, 플레이어는 이를 캐릭터의 어떤 측면을 성장시키는 데에 활용할지 고민한다. 과거의 나처럼 최대한 많은 자원을 확보해서 모든 옵션을 획득할 수도 있지만, 당연히 이 방법은 쉽지도 않으며,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스킬 트리의 몇 가지 경로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강제된다면, 이제 나는 내 캐릭터의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체적 능력을 보강해 주는 장비의 능력 역시 수치로 표기된다. 장비는 각자가 또 다른 캐릭터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 이에 기반한 상호작용, 그리고 자원을 투입한 성장. 여기에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장비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한다. 지금 획득하는, 기본 수치가 높지 않은 장비에 자원을 투자해서 성장시킬 것인지, 후에 획득할, 기본 수치가 높은 장비에 사용하기 위해 절약할 것인지. RPG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신체적 조건을 살피기 위해 명확한 수치와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비단 신체적 조건뿐 아니라 정신적, 기타 다양한 능력적 조건들까지 캐릭터가 가진 모든 조건들은 수치 정보로 관리된다. 그러니까 이러한 수치들과, 수치들의 증감을 관리하는 수식만 제공된다면 RPG를 설계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 RPG 캐릭터의 신체라는 것은, 이 수치들 중 일부에 ‘힘’, ‘민첩’, ‘체력’ 등의 서사적 맥락을 갖춘 단어와, 개연성을 갖춘 수식을 부여함으로써 형성된다. 플레이어들은 각 수치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 현실에서 개념을 가져온다. 이 수치들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캐릭터에 언제나 동반되는 내재적 수치, 활성화 상태에서만 동반되는 외재적 수치. 플레이어들은 전자를 캐릭터의 몸과 연관 짓고, 후자를 캐릭터가 선택해 사용하는 도구와 연관 짓는다. 각 수치에 이러한 맥락을 부여하는 것이 게임 디자이너들의 일이며, 이를 설득력 있게 해내기 위해서는 신체 능력에 대한 본능적인 이해에 기인할 수밖에 없다. A가 상승하면 B도 상승할 수 있다. 이 수치들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현실 감각에 기반한 맥락이다. A와 B를 각각 근력과 공격력, 또는 기력과 이동속도라고 생각하면, 이 수치들의 관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A와 B의 자리에 지구력과 적 시야가 들어가진 않는다. 현실 감각에 기반한 연관성을 도출할 수 없는 관계는 파악할 수도, 받아들여질 수도 없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통해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시작 단계인, 캐릭터와의 동기화조차 어려워진다. 수치의 증감과 자원의 순환 개별적인 수치들에 맥락을 부여하고 설득력 있는 상관관계를 설정하면, 이제 게임 속 캐릭터는 또 다른 나로 인식되며, 게임 속에서 사용되는 개념들은 이를 파악할 수 있는 비슷한 속성의 현실적 개념들로 치환되고, 게임은 또 다른 현실로 재구성된다. 이러한 설계와 과정들은 RPG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고도화되어, 이제는 어느 정도 공식처럼 자리 잡은 구조가 있다. 대표적 RPG 중 하나인 <사이버펑크 2077Cyberpunk 2077(2020)>의 성장 시스템도 이를 보여준다. 앞서 말했던 내재적, 외재적 수치를 각각 신체와 장비라는 범주로 치환해 설명해 볼 때, <사이버펑크 2077> 속 캐릭터의 신체를 형성하는 다양한 수치(우리가 흔히 스탯Stat이라 칭하는)들은 이 2가지 수치의 복잡한 결합 끝에 도출된다. * <사이버펑크 2077>의 신체는 경험치를 축적해 얻은 포인트의 투자로 강화된다. <사이버펑크 2077> 속 캐릭터의 신체는 크게 ‘특성’이라 불리는, 5가지 영역의 수치에 기반한다. [신체, 반사 신경, 테크 능력, 냉정, 지능]이라 명명된 영역은 각각 [체력, 치명타 확률, 방어력, 치명타 피해량, 램]이라 명명된 수치에 영향을 준다. 각 특성의 하위에는 많은 ‘특전’들이 서로 얽혀있다. 우리가 흔히 스킬이라 부르는, 캐릭터가 플레이 중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다. 신체 능력 자체를 강화해 주거나 독특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이 특전들은 종종 상호 간 선후행 등의 상관관계로 얽혀있다. 이 내재적 수치들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원은 플레이 중 캐릭터의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축적된다. 이른바 ‘경험치’다. 경험치가 축적되면 레벨이 오르고, 포인트를 획득한다. 플레이어는 이 포인트를 원하는 특성과 특전에 투자해 캐릭터를 강화한다. 이 자원은 철저히 무형으로, 외부 환경과의 거래와 양도가 불가능하며, 캐릭터 내부에서 발원해 캐릭터 내부로 환원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캐릭터가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어떤 전투 스타일을 가진 용병으로 성장할지, 그러니까 캐릭터의 장래에 영향을 미친다. * 신체 수치에 영향을 주는 장비는 무기와 사이버웨어를 포함한다. 캐릭터가 사용하는 장비는 성장에 있어서 캐릭터와 유사한 방식을 가진다. 능력을 나타내는 초기 수치가 있고, 이는 장비의 성격, 또는 이젠 상식처럼 자리 잡은, ‘색’의 문법으로 나타나는 장비의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각 장비마다 허용되는 개수의 부속품과 부품을 장착해 수치를 추가적으로 조정한다. 마치 캐릭터와 장비의 관계처럼, 이 역시 각자 다른 수치를 가진 부속품을 선택해 장착함으로써 해당 수치를 일시적으로 활성화한다. 외재적 수치의 성장에 투입되는 자원은 형태를 가진다. 업그레이드용 부품, 그리고 돈. 플레이어는 이를 다양한 장소에서 줍거나, 의뢰비 또는 해킹을 통한 전산 조작으로 계좌에 입금되는 액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자원들은 성장 외에도 다양한 목적과 방법으로 쓰일 수 있으며, 철저히 캐릭터 외부의 환경에서 순환한다. 장비에 얼마의 자원을 투자해 얼마나 개량을 했던, 해당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 수치들은 캐릭터와 게임 플레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육성되는 내면, 개조되는 외면 RPG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통해 효능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몸과 나의 몸을 동일시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캐릭터의 몸(수치)을 둘러싼 맥락들이 현실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다양한 내재적, 외재적 수치를 마련했고, 현실적인 맥락도 갖췄다. 그렇다면 이 요소들이 어떻게 플레이어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내가 막강한 존재고,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적을 손쉽게 물리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를 지루하다고 표현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이 너무나 쉬워서 오히려 어떠한 효능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나와 대등한, 또는 나보다 강력한 존재가 나를 막아서고, 그래서 목표를 이루는 것에 이전엔 느끼지 못했던 어려움이 생긴다면, 우리는 이 어려움을 넘어서기 위한 조치들을 취한다. 그리고 마침내 문제를 해결했을 때, 우리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 만족과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는 이를 ‘성장’이라고 부른다.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 앞으로 맞닥뜨릴 더 큰 난관들을 준비하는 것이다. RPG의 성장 역시 현실적인 맥락을 가진다. 근력을 많이 사용하면 근력이 증가하고, 무기에 업그레이드 부품을 투입하면 성능이 증가한다는 것은 우리의 현실 감각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RPG의 캐릭터 성장에서 더욱 중요한 부분은, 캐릭터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특정 스킬 분야의 성장은 해당 스킬 분야의 투자로 환원된다. <사이버펑크 2077>에서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스템이 ‘스킬’이다. 스킬은 [솔로, 엔지니어, 시노비, 넷러너, 헤드헌터]의 5가지 분야를 가지며, 각 분야에서 제시하는 특정 행위를 통해 획득하는 경험치를 체크한다. 그렇게 각 분야에서 일정 레벨을 달성할 때마다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는 보상을 제공하는데, 이 역시 각 분야와 관련된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성을 가진 보상이다. 내 캐릭터가 넷러너 분야의 경험치를 많이 획득해 레벨을 올리면, 그로부터 얻는 보상을 통해 넷러너로서의 조예가 깊어진다. RPG가 플레이어들에게 묻는 기본적인 질문 중 하나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이다. 그리 거창하게 생각할 질문은 아니다. 글의 서두에서 말했던 내 성장 방식은 내 캐릭터가 무엇이든 잘 하는 만능이 되길 바라는 욕망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하다 보면 선호하는 전투 방식과 무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렇게 플레이 스타일이 자리 잡고 나면, 플레이어는 더욱 뛰어난 암살자나 격투가가 되기 위해 우선순위를 매기고 자원을 투자한다. 같은 RPG를 플레이하더라도 각 플레이어가 만들어내는 캐릭터들은 각자의 욕망만큼이나 다채롭다. 여기에 내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끼는 시스템이 있다. RPG가 플레이어에게 제안하는 성장 방식은 보통 플레이어가 가진 욕망을 캐릭터에게 투사함으로써 관념적인 인간을 만들어내는 방향에 가깝다. 앞서 말했듯이, RPG 캐릭터의 몸은 맥락을 가진 수치들의 집합으로 구축된다. 플레이어들은 이 가상의 몸에 근육과 장기, 뼈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사이버펑크2077>은 여기에 ‘사이버웨어’라는 맥락을 제공한다. * 사이버웨어 시스템은 관념적인 신체를 실재적인 신체로 상상하게끔 한다. 사이버웨어는 엄연히 장비, 그것도 다른 RPG에서 흔히 퍽, 부적 등의 개념으로 쓰이는 부가적 강화 장비다. 무기처럼 들고 휘두를 수 없고, 방어구(<사이버펑크 2077>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처럼 전투의 충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지도 않으며, 장착 시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신 몇 가지 내재적, 외재적 수치를 조정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사이버펑크2077>에서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강해지고 싶다면 몸을 개조하라.’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골격, 신경계, 순환계, 외피 등 다양한 부위에 사이버웨어를 장착한다. 각 부위에 장착할 수 있는 사이버웨어는 해당 부위의 특성과 연결된다. 이로써 캐릭터가 단순히 수치로만 이루어진 관념적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각 부위가 기능하고 피가 순환하는 신체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가능하게 한다. 플레이어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강화하기 위해 현실 감각을 기반으로 어떤 신체 부위에 어떤 사이버웨어를 장착해 어떻게 ‘개조’해야 할지 구상한다. 이 개조를 몸이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는지 ‘사이버웨어 용량’도 고려하면서. 사이버웨어와 같은 맥락의 성장 시스템은 고전적인 방어구 시스템의 연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몸 위에 덧입으면서 추가적이고 일시적인 신체 기능 조정의 효과를 가지는 방어구 시스템의 개념에 비하면, 사이버웨어는 동일한 기능을 가졌음에도 보다 직관적으로 신체를 강화해 준다는 맥락을 제공한다. 한편에서는 끊임없이 경험치를 쌓고 포인트를 얻어 무형의 신체적 역량을 전문화하는 동시에, 다른 편에서는 실체를 가진 몸에 사이버웨어를 박아 넣는 신체 개조가 이루어진다. 분석하고, 전략을 짜고, 실행할 것 게임 인생의 어느 순간 나는 더 이상 RPG를 플레이하면서 예전처럼 최대한의 자원을 모아 모든 옵션을 획득하는 성장 방식을 취할 수 없었다. 내 캐릭터가 더욱 강하고, 빠르고, 유능해지길 원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매기고, 무언가를 선택하고, 무언가를 포기해야 했다. 이는 단순히 내가 가지고 싶은 스킬을 획득하고, 좋아 보이는 장비를 캐릭터의 손에 들려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에겐 전략이 필요했다. <아노 1800Anno 1800>이나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Fire Emblem: Three Houses>을 플레이할 때의 내가 필요했다. RPG의 규칙은 수치의 미학이다. 이 규칙이 고도화될수록, 플레이어들이 교감해야 하는 수치와 수식도 고도화된다. 플레이어들은 더욱 강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계산한다.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전문적인 개발용 어들을 가져오며, 각종 수치를 분석하고, 차트를 만들고, 성장 공식을 유추한다. 적 또는 다른 플레이어를 압도할 수 있는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와 해결책을 찾는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RPG에서는 플레이어 본인의 신체적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RPG에서 캐릭터를 강력하게 성장시키는 것은 플레이어의 전략적 사고, 소위 ‘뇌지컬’이다. 그러니까, 이건 사실 경영에 가깝다. 수치로 구성된 가상의 몸에 대한 보고서를 실시간으로 받아보며,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지, 가용 자원이 얼마나 되며 이를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흑자를 볼 수 있을지 계산한다. 플레이어는 정서적으로 이 몸과 동기화된 주체이면서도, 이 몸 자체는 플레이어가 실험대에 올려놓고 조목조목 뜯어봐야 하는 타자화된 객체다. 이 구조 안에서 몸이라는 것은 현실에서처럼 수양의 대상이 아닌 경영의 대상이 된다. * 캐릭터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수치는 한 페이지로 요약된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신체 경영의 개념이 점차 현실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RPG가 구사했던 신체 능력의 수치화는 현실의 모방에서 시작되었다. 사람의 몸과 관련된,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들을 여러 요소로 규정해 수치화함으로써 게임의 규칙을 만들었다. 솔직히, 끝내주게 편리하고 매력적인 개념 아닌가. 인간을 구성하는 모호한 개념들을 객관적인 수치로 가시화할 수 있다니. 타인과의 우열을 명확히 가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강력한 몸을 얻기 위한 전략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니. 그렇다 보니, 이제 사람들은 현실에서도 인간을 수치화하길 원한다. 인간의 체력, 지구력, 민첩성 등을 수치로 계산해 분석함으로써 인간을 파악할 수 있길 희망한다. 실제로 스포츠 현장에서는 선수의 신체 능력을 계량화하여 경기력 증진을 위한 자료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으니, 이 제공하는 맥락과 현실이 그리 다르진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개념을 현실에 완벽히 적용할 수 있다고 여기진 않으리라 나는 믿는다. 현실을 매혹하는 몸의 수치화 우리는 우리의 몸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의 신체 기능과 능력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 완벽히 파악이 끝난 상태인가? 수천 년에 걸친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파킨슨병을 초래하는 명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스포츠계에서는 해당 종목에서 요구되는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기에 이러한 계량화가 가능하겠지만, 우리가 우리의 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가 자의적으로 규정한 요소에 자의적으로 계산한 수치를 넣어 서로를 비교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이를 반대로 보면, 여전히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고 수치화되지 않은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먼저 규정되고 수치화된 요소가 있다는 것은, 해당 사회에서 그 요소를 다른 요소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며, 그 요소를 특정 방식으로 수치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판단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게임에서 어떤 요소를 규정하고 수치로써 다룰 것인지는, 디자이너가 그 게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규칙에 따라 결정된다. 현실에서 어떤 요소를 규정하고 수치로써 다룰 것인지는, 현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규칙에 따라 결정된다. 현실에서는 때로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를 ‘기적’, 또는 ‘절실함’ 같은 단어로 표현하곤 하지만, 사실은 그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져 그간 규정되고 수치화되지 않은 신체적 요소와, 우리가 주목하지 않은 상관관계가 작동한 결과일 수도 있다. 자신의 몸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인간이 편의상 판단한 규칙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수집형 RPG의 규칙으로도 확대된다. <원신>의 기본 멤버들에게 열심히 경험치 아이템을 먹이는 나를 보며 어떤 사람들은 ‘더 좋은 애들이 많은데 왜 아직도 걔네를 키워요?’라고 묻는다. 수집형 RPG에서 캐릭터는 장비의 일종이다. 등급이 나뉘어있고, 기본 능력과 성장의 한계에도 차이가 있으며, 필요에 따라 바꿔 끼울 수 있다. 현실에서는 수많은 요건들로 복잡하게 구성될 태생적 차이를 별의 개수나 색으로 간단하고 명쾌하게 알아볼 수 있다. 나에게 필요할지, 버려야 할지가 한눈에 보인다. 엄연히 장비화되었지만 캐릭터의 역할도 하는지라, 현실의 사람에게도 이렇게 명확한 규칙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의 등급을 매긴다는, 인간의 오랜 본능과도 맞닿아있으니. 온갖 요소들을 구구절절 늘어놓고 계산하기에 앞서, 사람 자체를 단순하게 등급화해 우열을 가리는 것이 훨씬 편리하긴 하다. 그러나 역시, 이러한 기준을 만드는 우리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는가, 신뢰할 수 없는 판단 기준을 통해 산출된 등급에 따라 사람을 대우하는 것은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현실을 모방하기 위해 구성된 수치의 묶음으로 RPG 캐릭터를 구현했지만, 역설적으로 이제 우리는 실체를 가진 우리의 몸을 수치로 채우고 있다.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객관과 논리의 가치에 열광하며, 모든 것을 측정해 가시화한다. 그러나 그렇게 재구성된 우리의 몸은 정말로 본래의 우리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는가? RPG 캐릭터의 몸을 단련하는 전략적 뇌지컬만으로, 현실 세계의 몸에서도 성장을 통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가? RPG의 수치를 읽어나가는 눈으로 현실을 읽어나가는 것은 가능한가? 이 수치들의 조합은... 무궁합니다. 객관적 수치로 이루어진 RPG 캐릭터의 몸은 현실 속 인간의 몸에 비해 훨씬 단순하고, 공정하며, 신뢰할 수 있다. 자원을 투자한 만큼 성장할 수 있으며, 대체로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수치를 읽어나가는 충분한 감각만 있다면, 어떤 상태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눈에 보인다. 현실에서는 가능성이지만, RPG에서는 확신이다. 때문에 가장 효율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왕도가 존재한다. 추천 트리, 빌드, 다양한 비법서들이 개발되어 공유된다. 얼마나 빨리 캐릭터를 성장시켜 게임을 끝내는지 경쟁한다. 늘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현대 한국인들에게 RPG는 자신이 얼마나 전략적이며 유능한지 부단히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 전략성이 곧 캐릭터의 신체적 강력함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만 가끔은, 정해진 길로만 가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가 RPG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생에 정해진 길이 있다는 우리의 믿음은 우리의 삶에서도 효율을 운운하며 우리를 제약하는데, 게임 속에서 펼쳐진 새로운 인생에서까지 늘 효율을 따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가끔은 캐릭터를 경영하며 스킬 포인트를 어떻게 확보해 투자하는 것이 가성비가 좋을지 궁리하는 내게 묻는다. 게임 속에서까지 정답을 찾느라, 쓸데없는 재미를 추구하는 게이머의 사명을 멀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이머) 박해인 게임에서 삶의 영감을 탐색하는 게이머. 게임의 의도와 컨셉을 전달하는 방식들을 분석하는 데에 관심이 많습니다.

  • 사라진 컨트롤러 : 가상현실 게임 속의 컨트롤러의 특징들

    가상 현실 게임에서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컨트롤러는 게임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팀(Steam)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가상현실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 (Half Life: Alyx)〉나 PSVR2의 대표작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Horizon Call of the Mountain)〉을 비롯한 다양한 슈팅 및 액션 게임에서도 대부분 손을 보여주는 방식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 Back 사라진 컨트롤러 : 가상현실 게임 속의 컨트롤러의 특징들 11 GG Vol. 23. 4. 10. * 그림 1. 실제 손과 컨트롤러(좌)와 가상 현실 내에서 사라진 컨트롤러(우). 이미지 출처 : https://uploadvr.com/importance-believable-vr-hands-presence/ 가상 현실 게임에서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컨트롤러는 게임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림1). 예를 들어, 스팀(Steam)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가상현실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 (Half Life: Alyx)〉나 PSVR2의 대표작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Horizon Call of the Mountain)〉을 비롯한 다양한 슈팅 및 액션 게임에서도 대부분 손을 보여주는 방식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가상현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최대한 실재감(sense of presence)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가상현실 컨트롤러가 어떻게 생겼길래 가상현실 속에서 볼 수 없을까? 그림 2를 살펴보면, VR 컨트롤러는 기본적으로 콘솔용 게임 컨트롤러를 반으로 나눈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각 컨트롤러의 옆면에는 검지로 누르는 트리거 버튼과 주먹을 쥐면 자연스럽게 눌리는 그립 버튼이 있다. 또한, 컨트롤러의 윗면에는 엄지로 조작할 수 있는 두 개의 버튼과 조그 스틱이 있고, 시스템 메뉴를 호출하는 버튼도 있다. 모든 상황에서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무채색 VR 컨트롤러를 들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장르를 불문하고 가상현실 속의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에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게임 개발자들은 이러한 컨트롤러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 그림 2. 메타 퀘스트 2의 컨트롤러, 측면(회색 부분)에 위치한 트리거 및 그립 버튼과, 상단(검은 부분)에 위치한 조그 스틱, 두 개의 버튼, 시스템 버튼이 보인다. * 〈하프 라이프 알릭스〉에서 보이는 손. 이미지 출처 : https://www.roadtovr.com/half-life-alyx-update-1-4-1-example-pistol-modding/ 사용자의 외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가상현실 헤드셋의 특성 때문에 가상현실 속의 가상현실 컨트롤러를 어떻게 보여줄지 결정하는 것은 가상현실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필연적이었다. 컨트롤러 디자인은 기기 제작사가 아닌 게임 디자이너에게 일부 위임되었다. 가상현실 컨트롤러의 외형은 게임마다 그리고 상황마다 다르게 재정의될 수 있다. 대다수 디자이너들은 마치 컨트롤러를 들고 있지 않은 것처럼 가상 현실 속에서 컨트롤러를 숨기고, 컨트롤러를 쥐지 않은 ‘가상 손’을 그렸다. 이것은 캐릭터의 손을 보면서 가상 환경 속의 객체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플레이어가 그 환경에 실재하고 있다고 느끼게 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상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의 문제들 가상 손이라는 디자인 옵션은 가상현실 게임 디자인에서 전형적인 문법이 되어가고 있지만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사용자가 실제 손과 가상 손 사이의 감각적인 불일치(discrepancy)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플레이어의 고유감각과 촉각이 느끼는 손의 모양과 가상 현실에서 그려진 손의 모양이 다른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는 일반적으로 트리거 버튼은 검지에, 그립 버튼은 중지부터 소지까지 대응되어 버튼이 눌리면 손가락이 접히는 애니메이션이 재생된다. 이 경우에는 실제 손과 비슷하게 가상 손이 표현되기 때문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보인다. 반면, 실제 컨트롤러의 상단의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 엄지를 움직일 때, 가상 손 엄지의 움직임은 생뚱맞고 이질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가상 현실 속에서 본다면, 아무 이유 없이 접었다 폈다 하는 엄지를 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적 불일치는 플레이어들의 실재감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두 번째는 조작 방법 학습의 어려움이다. ‘가상 손'이 사용되는 경우에 실제 컨트롤러와 이를 조작하는 손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게임 컨트롤러의 조작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다. 친구와 함께 VR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가상 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친구에게 지금 뭐가 보이냐고 외치고, 왼쪽 컨트롤러에서 Y 버튼을 누르라고 외치고, Y 버튼은 볼록한 버튼 2개 중에 앞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본 일이 있을 것이다. 자기 손과 컨트롤러를 직접 볼 수 없는 것은 앞서 설명한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유가 된다. 가상현실 컨트롤러에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많은 버튼이 있고, 각 버튼은 가상 현실 속에서 수행할 수 있는 복잡한 행위들과 연결이 되어 있다. 게임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모든 버튼 맵핑을 빠르게 학습하고 이를 빠르게 실행에 옮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 컨트롤러의 조작을 학습할 때는 적어도 버튼들과 이를 조작하는 손을 볼 수 있었지만, 가상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에서는 플레이어의 손가락이 의도한 버튼에 가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의도한 버튼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 떠올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경험은 플레이어의 전반적인 퍼포먼스를 떨어뜨리고 게임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킬 수 있다. 필자는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플레이하면서 크고 작은 감각적 불일치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조작 방법의 학습에 관한 것이었다. 플레이 도중에 잠시 실제 컨트롤러 모양을 보여주며 어떤 상황에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시각적으로 안내해주었지만,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안내는 사라지고 가상 손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로 인해서 간단한 동작을 수행하는데도 여러 버튼을 눌러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많았고, 이는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가상현실에 대한 기대와 현실 컨트롤러 대신에 가상 손을 보여주는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현실에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다. 앞서 언급한 단점들을 감수하고서라도 게임 디자이너들이 가상 손을 선택하는 이유는 시각적인 실재감을 그만큼 중요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재감은 가상 현실에서 항상 우선해야 할 가치일까?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경험이 모든 면에서 현실과 같을 필요는 없다. VR에서는 현실과 다르지만, 성공적으로 관습화된 상호작용 방식들이 있다. 레이 포인팅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대상을 선택하고자 할 때, 만지거나 찌르듯이 직접 컨트롤러를 가져다 대는 대신에 컨트롤러 전면에서 나가는 레이(ray)를 이용해서 가리키고 선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터페이스 조작에서 레이를 활용한 방식은 직접 컨트롤러를 옮겨 선택하는 방식보다 더 선호된다. 현실과는 다르게 원거리에 있는 대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순간이동이라는 이동 방식의 예도 들 수 있다. 특정한 위치로 이동하려고 할 때, 현실과 같이 걸어서 이동하거나 연속적으로 캐릭터의 위치와 시점을 업데이트하길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실제 공간은 좁고 가상 공간은 훨씬 더 넓은 경우가 많아 직접 걸어서 게임 속 공간을 모두 탐험하기는 어렵다. 부드럽게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것도 쉽게 멀미를 일으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 게임에서는 이동할 위치를 가리키고 그 위치까지 한 번에 이동하는 순간이동 방식이 많이 채택된다. 레이 포인팅과 순간이동은 현실의 경험과는 아주 다르지만 가상 현실 속에서는 일반적이다. 우리가 현실적이라고 여기는 방식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용자의 의도를 실현한다. 결과적으로 가상현실에 안에서 제시하는 내용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VR 컨트롤러는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쉽게 정답을 맞힐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시각적인 실재감을 추구하는 데에서 벗어나,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컨트롤러를 시각화하는 것도 가능한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기서 효율적이라는 것은 전체적인 시스템을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을 포함한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VR 게임을 만들고 있을 게임 디자이너들이 가상 현실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컨트롤러 표현 방식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김현철 학부에서 산업디자인 및 뇌인지과학을 공부하고, 석사 과정에서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시각인지연구실에 소속된 박사 과정 학생이다. 행동 및 생체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경험을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무엇이 이스포츠팀을 팀으로 만드는가

    2021년 10월말, 이스포츠 업계에서는 전기가 될만한 일이 일어났다. 북미의 명문 이스포츠 구단인 페이즈 클랜이 SPAC을 통해서 내년 상반기에 나스닥 상장을 노린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다. 사실 이스포츠 구단들의 성장세는 가팔랐고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최초도 아니다. 덴마크의 이스포츠 구단 아스트랄리스는 2019년 나스닥 코펜하겐 거래소에 상장됐고 영국의 길드 이스포츠는 2020년에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하지만 사람들이 놀란 것은 페이즈 클랜 측이 밝힌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였다. < Back 03 GG Vol. 21.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ounghoon Hong Lives in California and works in the game industry. Aims to offer insight to as many people as possible through podcast appearances and contributions to various outlets. Hopes to spend a lifetime writing engaging pieces across every field, from fashion to games.

  • 부분유료결제는 영원할 것인가?

    이처럼 2022년의 연말을 맞는 지금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게임 플레이의 외부에 존재하는 거래 행위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 플레이와 밸런스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사업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회사와 개발자의 입장은 늘 조심스럽다. 유저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며,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트렌드를 선도하는지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 Back 부분유료결제는 영원할 것인가? 09 GG Vol. 22. 12. 10. 1. 게임 중소기업 대표 M씨의 일상 경기도 판교에서 중소 게임 개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M대표는 요즘 들어 자주 조급한 마음이 든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풀린 풍부한 시중 투자자금 덕분에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방치형 게임 하나만 가지고도 쉽게 VC로부터 투자도 받고 대기업 퍼블리셔도 구할 수 있었던 그였다. 그러나 이 축복받은 코로나가 서서히 끝나가자 사람들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대신 바깥으로 나가 스포츠를 즐기고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들의 집콕과 재택 근무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시중의 투자 자금 역시 게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는 작년 초부터 직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 말부터 시중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투자사는 은근슬쩍 전화를 걸어와 투자 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물어오기 시작했다. “3년 안에 우리 지분 엑싯할 수 있는거죠 형님? 형님만 믿습니다!” 투자사 P팀장의 능글맞은 농담을 그는 은근히 경멸하고 있었다. P는 8년 전 한 중견 게임개발 기업에서 M대표의 부사수로 일했던 후배 개발자였다, 아직 M대표가 세파에 시달리기 몇 해 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순수한 마음으로 인디 게임 회사를 처음 창업할 당시, P는 M대표 밑에서 기획팀 대리를 맡고 있던 30대 초반 청년이었다. M대표는 사업 감각이 남달랐던 그를 팀에서 빼내 같이 창업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회사에 남는 쪽을 택했고, 얼마 뒤 판교에서 가장 건물이 크다고 자부하는 큰 게임 회사의 사업팀으로 이직해버렸다. P가 이직한 뒤 2년쯤 지났을 무렵 그는 전화를 걸어와 M대표를 그 커다란 건물로 불러냈다. "형님, 이제 이상적인 게임 만들기는 이제 그만두고 시장이 호응하는 게임 좀 만드시죠. 밑의 직원들도 먹고 살아야죠.” 몇 년 전만 하더라도 M대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선택한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난 몇 년간 국내 인디게임 씬에서 제법 얼굴을 알린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섬마을 소녀의 탐험기를 소재로 한 플랫포머 게임으로 한 인디게임쇼에서 게임 디자인 상을 수상한 이후, 그는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면서 외롭지 않을 수 있겠다고 처음으로 느꼈다. 이듬해 그는 상해임시정부의 요원의 암살 이야기를 바탕으로 잠입 액션 게임을 제작하여 평단과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동시에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스팀(Steam)에서 M대표 회사의 게임은 평점은 매우 높았지만, 판매량은 시원찮았다. 퍼블리셔 없이 판매한 게임은 기껏해야 몇 만 카피 수준이었다. 그 매출로는 직원들 월급 주기에도 빠듯했던 것이다. 그는 지금 내년쯤 영남지방 어드메에 새로 들어선다는 글로벌 게임센터를 찾아가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이지만 본사 주소만 그 동네로 옮겨두고 알바생 두어 명을 현지에서 고용하여 출근하는 척 해놓으면, 1억 이상의 개발 지원금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래, 기차로 2시간 반 정도면 하루만에도 출퇴근을 할 수 있네. 이만하면 주말 부부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M대표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깔린 2년 전 출시한 방치형 게임 앱을 실행시켜 보았다. 미소녀 캐릭터를 수집하여 성장시키는 방치형 게임이었다. 그는 메타버스 붐 때 이 게임의 미소녀 카드들을 NFT로 만들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이 게임의 후속작으로 게임센터의 지원사업을 따고 후속 투자도 유치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M대표는 사실 태생이 그렇게 주도면밀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오히려 낭만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디게임 씬에서는 이상론을 부르짓던 그였다. 게임업계의 사람들은 그가 술자리에서 대기업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경멸하듯 욕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M대표 역시 회사의 생존 앞에서는 자신의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M대표가 만나본 투자사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플랫폼을 PC나 콘솔에서 모바일로 바꾸고, 장르도 최근 트렌드에 맞는 게임을 추종하라고 권했다. 더불어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한 부분유료결제를 필수적으로 도입하고,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과 게임 밸런스를 조화시킬 라이브 인력을 확충할 것을 권했다. PC 플랫폼에서 패키지 다운로드 형태로 한 카피씩 게임을 파는 모델은 한물 간 구식이라고, 그런 방식으로는 절대 큰 돈을 만질 수 없다는 조언을 해왔던 것이다. 그 중 M대표가 가장 동의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게임을 절대 처음부터 재미있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었다. 한국 유저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서는 아주 조금만 재미있게 게임을 만든 뒤, 돈을 더 내면 쉽게 게임을 이길 수 있다고 부추겨야 된다는 P팀장의 지론이었다. 페이 투 윈(Pay to win)”이라 불리는 그 방식을 M대표는 그간 게임도 아니라며 경멸해 왔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전에 출시한 방치형 게임의 성공을 위해서는 페이 투 윈 뿐만 아니라 더 노골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M대표는 올해 시도할 신작 게임에서는 미소녀 NFT를 활용한 게임으로 더 큰 투자를 받아 회사를 키울 야망에 부풀어 있었다. 게임센터 본부장 접대를 위해 해외 출장에서 사온 싱글몰트 위스키 케이스를 매만지며 그는 상념에 잠겼다. 2. 게임 비즈니스 모델의 종류와 변천 앞선 장에서 꽁트 형식으로 게임 중소기업 대표 M씨의 일상을 내세운 이유는 한국 게임시장의 화제거리가 대부분 게임 비즈니스 모델로 귀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게임 관련 뉴스는 대체로 게임 디자인이라든가 게임 문화와 관련된 것보다 회사의 매출액 규모나 확률형 아이템이나 P2E 등과 같은 특정한 비즈니스 모델의 성패 여부에 관한 것이 주종을 이룬다. 이처럼 한국 게임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나라의 경우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그 성격 또한 게임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마다 다르고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지만, 대략적으로 7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1) 결제가 없는 방식 2) 동전투입식 결제 3) 패키지 결제 4) 정액제 결제 5) 부분유료결제 6) 가상화폐 기반 P2E, NFT 방식 7) 정기구독(subscription) 결제 방식이 그것이다. 이 중 1)에서 3)번까지는 해외에서 선도했던 모델이었으나, 4)번에서 6)번까지는 한국 게임업계가 선두 그룹에 끼어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최근 대부분의 부분유료결제는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나, 그 시작은 PC 온라인 게임이 기반이었다. 2000년대 초 NHN의 PC 게임 플랫폼 한게임에서 정액제 과금 방식 대신 아바타 장식용 아이템을 유료로 팔기 시작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부분유료화를 해외에서는 ‘free to play’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게임은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나 아이템 판매를 통해 개발비를 보충하는 방식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부분유료화로 판매하는 아이템이 단순한 장식용에 그치지 않고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게 되면서 부터였다. 통상적으로 게임의 결제 방식은 게임 플레이와는 상관없이 게임 외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 유저와 무료로 플레이하는 유저 사이에 게임 밸런스에 차이가 생기게 되면 결제 방식은 더 이상 게임 플레이의 외부에 있다고 보기 어렵게 된다. 특히 최근 모바일 MMORPG의 결제 방식은 확률형 아이템과 강화형 아이템을 조합하여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결제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필요한 아이템만 결제하면 되기 때문에 실제로 게임은 무료라는 인상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무료로 플레이하는 유저가 결제 없이 넘어가기 어려운 구간을 설계하고 결제를 통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게 된다. 일부 플레이어는 이와 같은 부분유료화 결제 방식을 활용하여 게임 시작부터 결제를 하면서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였다. 국내 모바일 게임은 대부분 상위 5% 이내의 납금 유저들, 이른바 ‘고래’들이 하위 95%의 일반 유저들이 납금한 규모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입한다. 이 때문에 국내의 몇몇 게임들은 게임 밸런스의 절묘한 균형보다는 상한선 없는 결제를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 주도의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되었던 것이다. 2020년 기준 한국 게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9%이며, 매출 규모는 19조원 가량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양적인 성장의 대부분은 부분유료화를 통해 달성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온 부분유료화 제도는 확률형 아이템의 날개를 단 뒤 한국 게임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3. 부분유료화 제도의 균열과 새로운 결제 방식 영원토록 존속하여 한국 게임유저들의 마지막 한 푼까지 빨아먹을 것 같았던 확률형 아이템의 기세는 최근 몇 년 사이 상당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게임 유저들이 투명하지 않은 확률형 아이템의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고 조직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시작된 이용자들의 불만은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H2〉와 〈리니지M〉 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을 거쳐 넥슨의 〈마비노기〉, 〈메이플 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으로 점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트럭 시위 형태로 시작된 유저들의 조직적인 저항은 최근 대부분의 게임으로 확장되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개발사의 무분별한 과금 요소를 지적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집단 행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이용자들이 게임사에 항의하기 위해 벌인 마차시위. 이러한 사태 속에서 한국 게임업계가 대응했던 방식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자율 규제 방식이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을 출범시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율규제 방식은 국회로부터 확률형 아이템 공개, 더 나아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입법화를 늦추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고 볼 수 있다. 21대 국회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되어 있으며, 소위와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문제는 입법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문제가 전환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일수록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과금 시스템에 저항이 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확률형 아이템을 버리고 확정형 아이템 중심으로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 라인게임즈가 출시한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 대신 ‘특권’이라 이름 붙은 1만원에서 9만9천원 상당의 확정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정했다. 본래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CBT 진행 당시 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였으나, 유저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확정형 아이템 모델로 변경한 바 있다. * ‘특권’이라는 이름의 확정형 아이템만 판매하고 있는 〈대항해시대 오리진〉. 물론 이러한 확정형 아이템 역시 부분유료화 결제 방식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변화의 의미는 적지 않다.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확률형 아이템 방식이나 확정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은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용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과금 모델은 중화권이나 일부 동남아 시장을 제외하면 게임을 유통하기 어려운 단점이 존재했다. 때마침 중국이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을 통해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한국 게임 신작이 중국에 출시되기 어려운 상황도 겹쳐서 발생했다. 국내 게임회사들로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PUBG Mobile〉처럼 중국 회사와 합작하여 중국 게임의 마크를 달고 중화권 시장에 게임을 출시하는 어려운 방식을 택해야만 했었다. 그간 국내 게임회사들의 과도한 과금 유도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 게임의 세계화를 막는 주범이었다고 볼 수 있다. 창의적인 게임 디자인이나 세계관의 개발보다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 게임 대기업들은 과거 10년 전과 비교하면 개발 조직에 비해 사업부와 대외 조직이 큰 폭으로 확장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유료화 결제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결제 방식을 시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메타버스와 가상화폐 붐을 타고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이하 P2E)” 방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여러 게임을 묶어 플랫폼에서 매달 혹은 매년 일정한 금액을 과금하는 정기구독 방식이다. P2E 방식은 국내의 경우 위메이드에서 개발한 〈미르4〉가 대표적이다. 〈미르4〉는 가상화폐 위믹스와 연계하여 게임 내 특정 아이템을 가상화폐로 환전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국내의 게임법 상 게임 머니나 게임 내 아이템은 현실의 화폐로 환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유저들은 VPN 등의 우회 방식을 거쳐야만 이러한 환전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르4〉는 국내 버전과 해외 버전이 빌드가 다른 글로벌 투 빌드 형태로 서비스되고 있다. 해외 버전에서는 캐릭터의 NFT도 판매되고 있는데, 이 역시 국내에서는 환전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국내에서 게임 아이템의 현금 환전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많은 게임 회사들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이용한 P2E 모델의 게임을 다수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차적으로는 〈미르4〉처럼 국내와 해외 버전을 다르게 출시하여 게임 아이템 환전이 합법화 된 해외에서만 해당 게임을 서비스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또한 상당수의 유저들은 VPN 등을 활용하여 해외 우회접속을 통해 환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회사 입장에서는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많은 게임회사들은 재작년부터 불기 시작한 메타버스의 붐에 편승하여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가 규제가 심한 게임법을 우회하여 별도 입법 과정을 통해 아이템 환전을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게임 서비스 과정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이러한 P2E 모델을 채택한 게임사가 늘고 있다. * 〈미르4〉에서 게임 내 아이템 흑철을 DRACO로 교환하는 방법, DRACO는 해외 버전에서 위믹스로 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국내의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 연합체인 DAXA에서는 위메이드가 주관하는 위믹스가 유통량 고지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여 연내에 상장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화폐의 유통 주체는 국가인데, 가상화폐는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내세워 해당 화폐의 몇몇 오피니언 리더나 일부 조직, 혹은 회사가 이러한 화폐의 유통량과 방식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토론 과정이 DAO 등의 조직을 통해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탐욕에 눈이 먼 일부 회사나 조직이 가상화폐의 자전 거래나 유통량 허위 고지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위믹스 상폐 사태나 테라 폭락 사태 등은 가상 화폐가 소수의 의지에 따라 가격이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P2E나 NFT 같은 가상화폐 기반의 결제 방식은 점점 유저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가을쯤 〈엑시 인피니티〉나 〈미르4〉처럼 P2E 기반의 게임들이 득세한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전 세계에 걸쳐 통화 유통량 축소와 금리 인상을 통해 가상화폐 관련 산업이 극도로 축소된 상황이다. 작년 연말 3N을 위시한 대부분의 게임 회사들이 컨퍼런스 콜 등을 통해 대부분 P2E나 NFT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대다수는 자사의 주가 관리를 위해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다시 활황을 띄게 될 때 가상화폐 관련 비즈니스 모델은 언제든 다시 부상할 수 있다. 그 때까지 게임 회사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통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통화 유통 시스템을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 * 단돈 1천원에 가입 가능한 엑스박스 게임패스. 부분유료화 제도에 균열을 가져온 또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은 정기구독 결제 방식이다. 사실 이 모델은 최근에 부각되기는 하였지만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졌다. 신문이나 잡지의 오래된 정기구독 모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EA는 2014년부터 자사의 플랫폼 오리진의 게임을 일정 금액을 받고 무제한 플레이할 수 있는 “EA Play”라는 정기구독 시스템을 서비스 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엑스박스 게임패스”라는 구독 모델을 통해 최근 콘솔 게임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사실 바로 이전 세대인 8세대 게임기까지만 하더라도 엑스박스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따라잡기 버거워하는 언더독에 불과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젊은 세대들이 더 이상 게임을 패키지 형태로 구매하지 않고, 세일 등을 활용하여 다운로드를 통해 저렴하게 구매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를 활용하여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게임 패스를 첫 달 1천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제공하여 많은 게임 유저를 유치할 수 있었다. 첫 달만 이용하더라도 한 번에 수백 개의 게임을 동시에 제공받기 때문에 유저 입장에서는 스팀 등에 유통되던 PC 게임의 상당수를 거의 무료에 가깝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엑스박스의 성공에 영향을 받아 소니 역시 올해 6월 자사의 구독 모델을 개편하여 “PS 플러스 에센셜”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특히 엑스박스 게임 패스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도 홍보의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일종의 계약금까지 제공하고 있어 예전에 비해 많은 서드파티 게임사들을 확보하고 있다. PS 진영에 비해 독점작이 적다는 평가를 받았던 엑스박스 진형은 물리적인 패키지를 포기하고 자사의 하드웨어에서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고정관념을 버리면서 새롭게 부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구독형 서비스는 여전히 패키지 다운로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스팀이나 에픽 스토어에도 심각한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판단된다. 게임의 종류가 비교적 적은 편인 에픽의 경우는 필요할 경우 구독형 서비스를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출시된 게임이 4만 종 이상인 스팀의 경우는 기존 게임 보유 유저의 반발이나 이익 배분 체계의 복잡함 때문에 구독 경제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4. 나가면서 이처럼 2022년의 연말을 맞는 지금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게임 플레이의 외부에 존재하는 거래 행위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 게임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 플레이와 밸런스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사업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회사와 개발자의 입장은 늘 조심스럽다. 유저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하며,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트렌드를 선도하는지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여러분이 중소 게임회사를 운영하는 M대표의 입장이라면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 게임의 본질은 재미이기 때문에 창의성이 뛰어난 인디게임을 만들어 고전적인 패키지 다운로드 방식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유행하는 장르의 모바일 게임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도배하여 수익성을 꾀할 것인가? 한 발 더 나아가 P2E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인가?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교수)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게임 스토리텔링과 게임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하고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인디게임 행사인 Independent Games Festival(IGF)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공저, 2003),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2005), 『인디게임』(2015), 『이야기, 트랜스포머가 되다』(공저, 2015),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게임의 이론』(공저, 2019),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생태계』(공저, 2021) 등이 있다.

  • 어느새 넘쳐나는 연말 게임쇼 총정리

    어워드가 필요로 하는 여론이 이 세 원천에서 발원하기에, 보통 시상식 심사는 창작자 중심 구성에서 출발해 비평자가 추가되고, 여기에 수용자를 대변하는 용도로 대중 투표가 추가되어 구성이 된다. 문화산업계에서 가장 젊은 업계인 게임의 시상식 또한 창작자들의 심사 투표로 이루어지는 경우, 비평자들이 갑론을박을 하며 심사 투표하는 경우, 대중의 투표가 추가되는 경우로 분류할 수가 있다. < Back 어느새 넘쳐나는 연말 게임쇼 총정리 21 GG Vol. 24. 12. 10. 매해 게임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게임에는 GOTY 논의가 따라붙는다. Game Of The Year, 금년의 게임. 문외한이 단어만 봐서는 대상 같은 큰 명예일 것 같고, 사실 그렇다. 다만 GOTY를 선정하는 매체가 여럿일 뿐이다. 최소 수십에서 많게는 수천이다. 게임을 다루는 매체가 금년의 게임을 선정하면 그것이 GOTY이다. 심지어는 본지의 편집장이 고정 출연하는 팟캐스트에서도 GOTY를 선정하고 있다. 심사 담당은 한 명이고 이에 동의하는 다른 한 명이 심사 주체의 전부이지만, 그래도 이 또한 GOTY의 하나다. 따라서 금년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는, 일정 기준 이상의 GOTY를 전부 모아서 가장 많이 받은 한 작품에 주어지곤 하지만 게임사조차 열성을 갖고 엄밀한 집계를 매번 하지는 않는다. 다만 영미의 몇몇 유력 시상식에서 정하는 GOTY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연말연시는 자고로 상(awards)의 시즌이다. 업계의 한 해 수확을 점검하고 최고 수확물을 긍정적 본보기로 상찬하는 축제는 농경이 성립된 이래 인류 문명의 전통이다. 문화산업에서는 추가 소비를 촉진하는 의미도 있어서 더더욱 성대하게 시상식을 치른다. 시상식의 기초부터 짚어 보자. 수확을 평가하는 권력은, 동어반복 같지만 권력에 있고 권력은 대부분 여론에서 출발한다. 여론이 좋게 평가한 것이 최고 수확물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첫 번째 원리다. 따라서 중요한 부분은 여론을 말하는 주체다. 업계에 관해 잘 아는 사람들이 가장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업계 종사자 혹은 유관자들이다. 그리고 업계는 보통 셋으로 구분된다. 만들고 가공하는 창작자, 수확물의 의미를 정립하는 비평자, 수확물을 향유하는 수용자. 비평은 종종 창작과 피드백을 주고받기에 창작과 비평은 약간의 교집합을 가지고, 비평자는 수용자 중에서 나오기에 비평과 수용도 교집합을 가지기는 한다. 하지만 이 셋은 각자의 영역을 확고히 하면서 업계를 떠받친다. 어워드가 필요로 하는 여론이 이 세 원천에서 발원하기에, 보통 시상식 심사는 창작자 중심 구성에서 출발해 비평자가 추가되고, 여기에 수용자를 대변하는 용도로 대중 투표가 추가되어 구성이 된다. 문화산업계에서 가장 젊은 업계인 게임의 시상식 또한 창작자들의 심사 투표로 이루어지는 경우, 비평자들이 갑론을박을 하며 심사 투표하는 경우, 대중의 투표가 추가되는 경우로 분류할 수가 있다. 1. 창작자 중심 어워드 1) GDCA 시상 시기 : 다음 해 3월 1988년, 개발자 크리스 크로포드(Chris Crawford)와 27명의 게임 개발 종사자들이 크로포드의 집에 모여서 컴퓨터 게임 개발자 모임을 시작했다. 이 단체와 모임은 해가 갈수록 점점 확장되어 크로포드의 손을 떠나고서는 업계의 중요한 단체와 컨퍼런스로 성장했다. GDC는 97년부터 스포트라이트 시상식이라는 컴퓨터 게임 어워드를 만들었고, 99년부터는 컴퓨터 게임만 영역으로 하던 것을 콘솔 및 포터블 게임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어워드 또한 인디 게임을 다루는 Independent Games Fesitival, IGF와 게임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Game Developers Choice Awards, GDCA의 두 시상식으로 넓어졌다. 본상이라 할 수 있는 GDCA의 세부 부문은 개발자 중심 단체인 만큼 개발자의 업무 분장을 많이 반영했다. 오디오 / 디자인 / 서사 / 기술 / 비주얼 아트 / 혁신이 전통적인 구분이고, 한동안은 모바일/휴대용과 AR/VR도 별도의 부문으로 시상을 했다. 그리고 ‘올해의 게임’이 대상 격으로 존재한다. 개발자 중심의 단체이기에 개발자 회원들이 후보를 올리고 개발자 회원들이 투표를 한다. 다른 어워드와 마찬가지로 비록 GOTY로 선정되지 못해도 존재감이 컸던 게임은 부문 수상에 이름을 올린다. 일례로 개편 후 처음 치러진 GDCA는 2000년의 GOTY를 ‘심즈’에 주었으나, 이 해에 중요한 게임은 ‘디아블로 2’, ‘데이어스 엑스’ 등도 있었다. 그리고 디아블로 2는 오디오 상에서, 데이어스 엑스는 디자인 상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2) D.I.C.E. Awards 시상 시기 : 다음 해 2월 AIAS, Academy of Interative Arts and Science는 보통 상호예술과학원이라고 번역되며, 미국의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 혹은 영화예술과학원(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현업 종사자들의 단체다. 92년에 설립되고 96년에 재조직된 단체로 이들의 모임인 D.I.C.E. 서밋(summit)에서 어워드를 발표한다. D.I.C.E.는 Design Innovate Communicate Entertain의 두문자로, TRPG 시절부터의 게임 전통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보인다. 영화예술과학원을 본따 조직을 만들었듯, D.I.C.E. 어워드 또한 아카데미 상처럼 만들고 싶어 시상식의 구성과 촬영을 아카데미 상과 유사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부분 세분화의 기준도 GDCA보다 더 많다. 온라인 / 모바일 / 인디 게임 / 가족 게임은 시장 구분이 기준이고, 게임 디자인 / 오디오 디자인 / 음악 / 서사 / 캐릭터 / 애니메이션 / 기술 / 몰입도 / 미학 연출 / 게임 연출 등은 더 세분화된 게임 요소 구분이며, 스포츠 / 시뮬레이션 / 격투 / 레이싱은 장르 구분이다. 다만 장르 부문이 적은 것과 온라인 부문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은 생긴다. 2004년 2월 17일의 27회 시상식에서는 ‘스트리트 파이터 6’와 ‘오메가 스트라이크’와 ‘디아블로 4’가 온라인 게임 부문에 함께 노미네이트되었는데, 다소 어색한 라인업이다. 3) BAFTA Games Awards 시상 시기 : 다음 해 2월 AIAS, 미국의 상호예술과학원과 비슷하지만 진짜 원조인 단체는 영국에 있다. 영국 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 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는 줄어서 BAFTA라고 하며 이 단체는 1947년의 정부 산하 기관인 영국 영화 아카데미에 기원을 둔다.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업계 종사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개발 및 유통 관계자 기반에 비평자가 추가된 형태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BAFTA의 어워드에는 영화, 텔레비전, 어린이 어워드가 있는데, 98년부터 게임 부문을 시상했고 잠시 대상급 수상 없이 부문상만 시상하다가, 2003년에는 별도의 어워드로 독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역시 심사 투표는 BAFTA의 회원들이 한다. 부문은 21개 부문으로, 예술성 / 오디오 / 음악 / 기술 / 게임 디자인 / 애니메이션 / 내러티브와 같은 요소 부문과 가족 / 모바일 / 멀티플레이어와 같은 시장 부문이 있는 것은 여타의 어워드와 비슷하다. BAFTA의 특별한 부문은 장르 부문이 적은 것과, 요소 부문에 성우 주연상과 조연상이 있다는 점, 그리고 2017년부터 신설된 “Game Beyond Entertainment”, ‘즐거움 이상의 게임’ 상이다. 이 부문은 BAFTA가 게임을 예술 매체로 간주하는 결정적 지점인데, 게임의 컨텐츠에 기후변화, 정신건강, 성지향성, 인종 문제와 같은 정치사회적 의제가 얼마나 잘 녹아들어 있는가를 심사하는 상이다. 다른 어워드의 GOTY에 해당하는 부문은 Best Game, ‘최고의 게임’이다. 4) 창작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 비교표 1. 창작자 중심의 어워드. 먼저 미국 어워드 둘의 최종 우승작이 같은 해를 보자. 일단 D.I.C.E.의 1999년 GOTY ‘심즈’는 시상식이 당시 2000년 3월에 열렸는데 2000년 2월에 발매된 작품까지 대상에 넣어서 생긴 일이다. 따라서 GDCA의 2000년 GOTY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심즈를 시작으로, 2004년의 ‘하프라이프 2’, 2006년의 ‘기어스 오브 워’, 2009년의 ‘언차티드 2’를 비롯해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까지 총 14번의 GOTY가 일치한다. 반면 BAFTA는 살짝 엇나간다. 영국와 미국의 여론 차이인지, BAFTA까지 세 어워드의 일치 사례는 2003년 이후부터 4건에 불과하다. 그 네 작품은 2004년의 ‘하프라이프 2’, 2013년의 ‘라스트 오브 어스’, 2020년의 ‘하데스’,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로 모두 해당 연도의 화제와 흥행을 휩쓴 작품들이다. 반면 전부 일치 사례를 제외하고, GDCA – BAFTA의 일치 사례는 0이며 D.I.C.E. - BAFTA의 일치 사례는 5번이고 그 중 두 번은 20세기의 일이다. 그래도 ‘GOTY 우승’을 거머쥐지 못했을 뿐 세부 부문 수상작은 어워드 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 GDCA에서는 오디오 상을 받은 ‘디아블로 2’가 D.I.C.E.에서는 GOTY이다. 2005년 GDCA의 GOTY인 ‘완다와 거상’은 BAFTA에서는 액션과 어드벤처 상을, D.I.C.E.에서는 미술 연출상을 받았다. 대부분은 이렇게 서로의 부문 수상이 엇갈려 중복되는데, 예외도 있다. 2021년의 GDCA GOTY인 ‘인스크립션’은 D.I.C.E.에서는 수상하지 못했다.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후보작 라인업은 세 어워드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단체의 회원들이 어느 게임의 성취에 더 큰 감명을 받았는지에 따라 GOTY가 갈리는 것이고, 그런 차이를 뛰어넘는 일치 사례는 제작자 업계의 여론을 통일시킬 정도의 좋은 게임이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유사하게 제작 인력 위주의 업계인을 회원으로 두고 심사를 한 미국의 두 어워드와 영국의 한 어워드는 명백히 경향성에서 갈린다. 이것이 국가의 차이인지는 가설 단계에 두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2. 비평자 중심 어워드 1) NAVGTR Awards 시상 시기 : 다음해 3월 National Academy of Video Game Trade Review라는 단체가 있다. 미국 리뷰조합 아카데미로 이름을 번역할 수 있는 이 단체는, 게임 저널리스트, 리뷰어, 분석가, 컨텐츠 크리에이터 등의 투표로 게임 어워드를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주된 업무로 보인다. 500여 명이 투표자로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에 설립된 이 어워드에는 무려 54개 부문이 있다. 비결은 굉장히 디테일한 분류에 있는데, 예를 들어 장르 부문은 액션 / 어드벤처 / 패밀리 / 롤플레잉을 신규 IP와 프랜차이즈 IP로 세분화시켜 총 8개의 부문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클래식 리바이벌 / 격투 / 퍼즐 / 레이싱 / 리듬 / 시뮬레이션 / 전략 / 스포츠 / 기타 장르 부문에는 이런 세분화가 없다. 기술 부문 또한 사운드 사용 부문을 신규와 프랜차이즈로 나눠서 2개를 만든다거나, 그래픽 부문을 프로그래밍 기술 부문과 빛-텍스처 부문으로 나눈다던지 하는 식으로 굉장히 세밀하다. 2) TGA 시상 시기 : 12월 게임 어워드에 관한 검색을 하기 위해 “game awards”로 영문 검색을 시작하면 결과를 교란시키는 명칭을 가진 The Game Awards는 캐나다의 개인이 주최하는 어워드지만 가장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어워드다. 미국의 스파이크라는 방송사는 2003년부터 캐나다의 게임 기자 제프 킬리(Geoff Keighly)를 진행자로 기용해 ‘게임 트레일러 TV with 제프 킬리’라는 프로를 시작했다. 제프 킬리는 10대 시절이었던 94년에 초기 게임 시상식 프로그램이었던 ‘사이버매니아 ’94’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시상식의 질에 실망한 바가 있다. 그래서 자신의 프로를 기반으로 Spike Video Games Awards를 시작했고, 이 어워드는 10년을 갔다. 상업 방송을 기반으로 했기에 다양한 프로모션과 후원을 받아 볼거리가 많은 시상식으로 평가받았다. 10년 후인 2013년, 스파이크는 시상식을 훨씬 더 상업적인 방향으로 개편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 동의하지 않은 제프 킬리는, 가뜩이나 인터뷰에서 후원사의 제품인 도리토스 얘기를 너무 한 탓에 ‘도리토스 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의 주인공으로 조롱받아 기분도 최악이겠다 아예 하차했다. 개편된 어워드는 한 번 방송 후 폐지되었고, 이를 본 제프 킬리는 자신의 어워드를 만들어 다음 해 선보였으니 이것이 TGA, The Game Awards이다. 비록 과도한 상업성은 반대했던 킬리지만 어워드의 흥행을 위해서는 많은 협찬이 필요하고 그 업무는 지난 10년 동안 그가 해왔던 것이다. TGA는 빠르게 궤도에 올라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 심사 투표는 미국 외에도 각국의 게임 매체를 선정해 투표권을 주는데, 2019년부터는 비영어권의 매체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져 한국에서는 인벤, 디스이즈게임, 루리웹이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언론계 종사자들의 투표가 90%를 이루고 나머지 10%를 대중 투표로 하여 심사 결과를 낸다. 부문 분류는 GOTY까지 해 24개 부문을 나누고 있다. 장르 부문은 액션 및 어드벤처 / 격투 / 롤플레잉 / 스포츠 및 레이싱 / 가족 등으로 나뉘며, 시장 부문도 모바일 / 멀티플레이 / 인디 / 인디 데뷔 / 커뮤니티 스포츠 등으로 나누었다. 특색으로는 완성품 개념보다는 패치를 통한 업데이트 개념이 짙어진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 것인지 운영(Ongoing) 부문이 있다는 점과, e스포츠 관련 부문들이 있다는 점이 있다. 3) 비평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 비교표 2. 비평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아무래도 논의라는 것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영역의 사람들이 만드는 어워드이고 표본이 2개라 그런지 GOTY가 9번이나 겹친다. 반대로 말 많은 사람들이 선정하고 있는데 9번이나 겹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TGA가 스파이크 비디오게임 어워드 시절 1년차이던 2003년의 ‘매든 NFL 2004’는 약간 갸우뚱하다. 그리고 비교 대상을 늘여서 창작자 중심 어워드들과 함께 보면 어떤 특징점이 보인다. 비교표 3. 통합 비교 예를 들어 2004년은 ‘하프라이프 2’의 해였지만 스파이크 비디오게임 어워드 시절의 TGA는 ‘GTA 산 안드레아스’를 올렸다. 반면 2009년은 ‘언차티드 2’와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이, 2010년은 ‘레드 데드 리뎀션’과 ‘매스 이펙트 2’가 지배했다고 서술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보면 모두가 ‘라스트 오브 어스’를 GOTY로 꼽던 2013년의 개편 후의 스파이크 비디오게임 어워드는 홀로 ‘GTA 5’에 반해 있다. 어쩌면 이래서 폐지된 것일까? 한편 2016년에는 모두가 ‘오버워치’에 열광하고 있는데 BAFTA 혼자만 ‘언차티드 4’를 GOTY로 올렸다. 영국 게임업계가 온라인 플레이 기반 게임을 천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또한 2019년에 미국에선 ‘제목 없는 거위 게임’과 ‘세키로’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영국의 BAFTA는 홀로 ‘아우터 와일즈’에 주목하고 있다. 같은 현상이 2022년의 ‘엘든 링’ 행렬 속의 ‘뱀파이어 서바이버’로 다시 나타난다. 영국의 특이성이 보인다. 이렇게 읽다 보면 2018년의 ‘갓 오브 워’와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가 이뤄낸 영미-창작비평-통일은 빛나는 업적이다. 3. 수용자 중심 어워드 1) GJA 시상 시기 : 11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투표를 하는 심사 방법은 자칫하면 위험하다. TGA의 경우는 10%로만 계산하지만 2022년에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인기상 성격이어서 대중 투표 100%로 결정되는 ‘플레이어의 목소리’ 부문에서 매크로에 의한 투표 조작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에 따라 대중 투표는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고, 조작과 오염 시도도 다양하게 생긴다. 어지간한 온라인 투표 인증은 국가 기관 급의 보안이 아닌 바에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대부분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게임 어워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어워드는 일반 투표 어워드인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GJA다. 그래서 이 어워드의 별명은 피플스 게이밍 어워드이기도 하다. 2014년에 9백만 표를 넘었다고 하니 전체 집단의 규모가 커서 어뷰징 위험도 크지 않아, 안전성과 신뢰도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 GJA는 영국의 게임 잡지 ‘Computer and Video Games’가 1983년부터 시작한 어워드다. 99년부터 PC와 인터넷 보급이 늘어나 홈페이지에서의 웹 투표로 바뀌었고, 2006년부터는 웹 생중계도 시작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실물 잡지에서 웹 매거진으로 전환했음에도 잡지의 수익 모델은 나아지지 않았고, 2015년 결국 폐간되면서 보존된 데이터와 어워드의 권한은 후발 매체인 GamesRadar로 이전되었다. 다만 2001년 이전의 시상 기록 중 일부는 소실되었다. 시상 부문은 현재 23개다. 스토리텔링 / 비주얼 디자인 / 오디오와 같은 기술 부문이 있고, 특이한 점으로는 장르 부문이 아예 없다. 또한 시장 부문은 플랫폼, 즉 PC / PS / XBOX / 닌텐도로 나누었다. 같은 나라의 BAFTA처럼 성우 주연상 / 조연상도 있는데, 또 하나의 특이점은 게임 트레일러 / 게임 커뮤니티 / 기대작 / 스튜디오와 같은 다소 번외인 부문도 존재한다. 그리고 대중 인기 투표의 성격을 가진 어워드여서인지, TGA에 있는 대중 인기상 성격의 부문에 해당하는 것으로 스트리머 선택상 / 평론가 선택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TGA의 인기상인 ‘플레이어의 목소리’와 유사하게, 당해 발매작이 아닌 게임이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플랫폼별 발매 시기가 달라서 뒤늦게 인기 몰이를 하는 경우, 혹은 팬덤이 매우 강성해 조직 투표에 나선 경우다. 이런 경우가 GOTY에서도 드물게 발생했다. 갑자기 신뢰도가 좀 떨어져 보인다. 2) 수용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비교표 4. 통합 비교 상기한 이유로 이월(?)된 일부 경우가 보이고, 그 외에는 확실하게 다른 어워드와 방향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2004년의 강자가 ‘하프 라이프 2’지만 GJA의 투표는 ‘둠 3’를 선정했다. 2009년 또한 ‘언차티드 2’와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으로 양분되었으나 GJA는 당당하게 ‘폴아웃 3’를 선출했다. 같은 상황은 2016년의 ‘다크 소울 3’에서도 발생했고, 2018년의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은 ‘갓 오브 워’로 통합하는 분위기에서 용감하게 내지른 소수의견이다. 반면 2010년의 ‘매스 이펙트 2’, 2015년의 ‘위쳐 3’, 2017년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 2022년의 ‘엘든 링’의 경우엔 대세와 부합하는 결과다. 특히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는 GJA까지 통합한 통일대업을 이루었다. 다른 어워드의 대세와 부합하는 결과가 고작 4건이니 GJA의 독자적 특이성이 읽힌다. 이 원인은 BAFTA의 독자성과 연결해서 영국의 특이성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대중 투표 어워드의 특이성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여기서 답을 낼 수는 없다. 다만 투표 어뷰징에 의해 오염되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 대중 수용자의 인기는 제작자와 비평자라는 훈련된 인력들의 감탄사와는 약간 다른 위치에 있다는 해석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다. 번외.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 시기 : 11월 KGA로 줄여 부를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게임대상이라고 지칭하는 이 어워드는 국가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다. 따라서 상술한 대부분의 어워드와 성격이 다르고, 그나마 가까운 것이 BAFTA이다. 하지만 BAFTA는 정부의 산하 기관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조직의 일부다. 따라서 국가의 입장이라는, 업계 3영역에 속하지 않는 별도의 렌즈가 개입한다. 그 개입의 결과는 한국 기업이 만든 게임만 대상으로 하는 점 외에도, 심사 주체의 구성에서 드러난다. 일단 문체부의 용역을 받아 어워드를 주관하는 주체는 한국게임산업협회다. 문체부와 협회는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회를 꾸린다. 본상(本賞)에 해당하는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은 심사위원회의 심사 60%에 전문가 투표 20%와 대국민 투표 20%를 합해 선정된다. 기술창작 부문은 심사위원회 70%와 전문가 30%다. 우수개발자 부문은 전문가 100%, 인기게임 부문은 대국민 투표 80%와 전문가 투표 20%로 결정된다. 우수개발자와 인기게임을 제외한 주요 부문에서 심사위원회의 권한이 막강하다. 심사위원회의 구성 절차는, 우선 주관사인 게임산업협회가 2~3배수를 추천하고 주최인 문체부가 확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게임산업협회가 주는 상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비판은 바로 금년인 2024년의 29회의 대상 선정에서 가장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2024년 한국 게임업계의 최고 화제작은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였다. 상당한 성과를 보였기에 게임대상에서도 기술창작 부문의 상 네 개와 인기게임상을 휩쓸고 제작자 김형태는 우수개발자상을 수상했다. 이 정도였으나 대상이 아닌 최우수상에 머물렀고, 대신 대상은 다른 부문을 하나도 수상하지 못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받았다. 한국에서 아직 개척 시작 단계인 콘솔 게임 시장에서 비평/매출 양쪽의 성과를 얻어낸 게임이 아닌, 랜덤 뽑기를 주요 요소로 하는 게임이 대상을 받았다는 점은 여론이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협회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심사 기준에 이미 들어있을 수도 있다. 본상 선정의 60%인 심사위원회 심사, 그 기준에는 대중성이라는 항목으로 매출 및 접속자 수가 30%로 들어가 있다. 환산해 보면 전체 심사 기준의 18%에 해당한다. 그래서인지 역대 수상작 중에는 소위 ‘게임성’보다 매출이 높은 게임이 눈에 많이 띈다. 사실상 거의 전부다. 역대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대상 수상작 목록 어쩌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애초에 주관사가 게임‘산업’협회라는 점에서 확고한 방향성이 이미 제시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로서의 게임보다는 산업으로서의 게임에 더 방점을 두는 한국의 정책 방향성 말이다. 그렇다면 산업의 발전 방향을 정부가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대상의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독재정부 냄새가 살짝 나는 발상이긴 한데, 게임대상의 성격은 처음부터 정부 주도 어워드였으니 그러려니 해야 할까?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이 산업을 구성하는 세 주체인 창작자-비평자-수용자의 여론에 가장 큰 권력 지분을 두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한 사실이다. 셋 모두에 동등한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아직 어느 어워드도 이뤄내지 못했고 아마도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대신 게임대상은 국가가 구성하는 심사위원회에게 그 권력의 과반 이상을 부여했다. 이것을, 시상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작가.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평생 게이머로서 살면서, 2001년에 처음 게임 비평을 썼고 현재 유실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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