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결과
공란으로 643개 검색됨
- [인터뷰] SNS의 규칙을 게임의 메커니즘으로 바꾸는 여정 : <페이크북> 제작사 반지하 게임즈 이유원 대표
SNS가 현대인의 소통창구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교통, 통신의 기술이 해마다 급격하게 발전하고, 문화적 양상은 그보다 더 빠르게 급변하기에 오늘날 SNS의 특징을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 SNS 활동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 출시되었다. 심지어 게임을 만든 회사가 일상의 규칙성을 게임의 매커니즘으로 녹이는 데 특화된 ‘반지하 게임즈’이다. 그들은 어떤 고민을 통해 SNS의 규칙을 게임화하였을까? GG 2호 이후 오랜만에 반지하 게임즈의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 Back [인터뷰] SNS의 규칙을 게임의 메커니즘으로 바꾸는 여정 : <페이크북> 제작사 반지하 게임즈 이유원 대표 22 GG Vol. 25. 2. 10. SNS가 현대인의 소통창구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교통, 통신의 기술이 해마다 급격하게 발전하고, 문화적 양상은 그보다 더 빠르게 급변하기에 오늘날 SNS의 특징을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 SNS 활동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 출시되었다. 심지어 게임을 만든 회사가 일상의 규칙성을 게임의 매커니즘으로 녹이는 데 특화된 ‘반지하 게임즈’이다. 그들은 어떤 고민을 통해 SNS의 규칙을 게임화하였을까? GG 2호 이후 오랜만에 반지하 게임즈의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이경혁 편집장: 오랜만에 GG 인터뷰로 다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신작 <페이크북>을 내셨는데요. 사실 <페이크북>이라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저도 좀 인연이 있지요. 이전에 이 프로젝트를 고민하실 때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셨잖아요? 이유원 대표: 네. 맞습니다. 처음 기획할 때에는 특이한 컨셉에 소위 말하는 ‘인디게임’스러운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뵙게 되었는데, 그때 스토리가 중요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고민이 많았는데요. 게임의 재미를 주는 여러 형태가 있다고 보았을 때, 이야기를 쭉 보는 어드벤처 형식의 게임이 대표적으로 스토리가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이 게임으로 주고 싶었던 것은 특정한 ‘이야기’가 아니고, SNS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거기서 유저가 상호작용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참신함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 뵙고 난 이후에 이 게임 시스템을 가장 잘 보여주는 스토리가 뭘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때 말씀해 주셨던 것들이 결국 중요한 결정들을 하는데 항상 생각이 나는 조언들이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그런 느낌을 좀 받았어요. ‘제작자분들이 실제로 SNS에서 신상을 꽤 털어봤구나’라는 생각이었는데요. (일동 웃음) 그런 말씀을 많이 들으시나요? 이유원 대표: 이번에 게임을 출시하고서 스트리머분들이 되게 많이 플레이해주셨어요. 어제도 ‘한동숙’ 님이 플레이해주셨고요. 그런데 그분들 플레이를 보면서 시청자분들이 채팅으로 ‘이 사람 SNS를 얼마나 한 거냐?’, ‘이 사람 인터넷 귀신이다’ 라고들 하시는데, 그걸 들을 때 처음엔 되게 놀랐어요. ‘이게 그 정도인가?’, ‘이건 다 아는 내용 아닌가?’, ‘이 정도는 다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공감을 잘 못했는데, 계속 이런 반응이 나오니까 ‘아, 제가 좀 많이 했었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그런데 사실 저는 SNS를 그렇게 많이 안 하거든요. 오히려 이 게임을 만들면서 열심히 보려고 했었고, 정확하게는 SNS를 많이 한다기보단 인터넷에 있는 웃긴 상황이나 우리가 맞닥뜨릴 법한 경험 같은 것들 좋아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인터넷에서 웃긴 이야기가 올라와서 사람들이 퍼내고, 댓글로 싸우고, ‘누가 알고 봤더니 누구였더라’ 하는 그런 것들이 메타적으로 보면 재밌는 문화잖아요? 그런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경험들을 녹여서 게임을 만든 것이 조금은 주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경혁 편집장: 그런 경험을 게임으로 녹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이유원 대표: 네. <페이크북>이 신상을 터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어드벤처 게임이고, 스토리를 따라가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종의 비주얼 노벨 같은 느낌이어서, 저희도 작업하면서 단순한 ‘신상 털기’를 넘어서는 참신함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는 기획 공수가 컸었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새롭게 재미를 느낀 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 텍스트 게임을 만들거나 일반적인 라이브 하는 게임을 만들 땐, 재미있는 장치를 만드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페이크북>은 처음으로 영화를 만드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게 엄청 어렵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새로운 감각이어서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되게 재미있었어요. 이경혁 편집장: 영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사실 이런 스토리텔러 게임들이 제작자 입장에서 굉장히 어려운 게, 100개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도 플레이어가 100개를 다 해보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열심히 만들었는데, 플레이어가 하지 않는 부분들은 아쉽지 않나요? 이유원 대표: 사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제가 텍스트 게임을 오래 만들어서 그런지, 그런 거에 대해서는 생각을 크게 안 하는 것 같아요. 텍스트 게임은 상호작용성이 중요하니까, 결국 플레이어들이 가지 못하는 분기가 있는데요. 오히려 모든 분기를 다 파악하게 만드는 순간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고, 실제로 <페이크북>을 플레이하시는 분들 반응을 보면, 당연히 못 가는 분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재미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한편으로 게임을 하면서 궁금했던 게, ‘왜 하필 페이스북이었나?’이었거든요. 사실 요즘 페이스북이 10대, 20대들이 사용하는 SNS의 이미지는 아니잖아요? <데이브 더 다이버>에서도 SNS가 나오는데, 거기선 인스타그램을 따라갔어요. 그런데 더 나중에 나온 게임이 페이스북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저는 특이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이스북을 모티브로 삼으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이유원 대표: 사실은 기획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요. 인스타그램이나 모바일 UI처럼 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아예 게임을 모바일로 출시하자는 의견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일단, PC 게임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첫 번째로, PC 게임에 진출하고자 하는 저희 회사의 내부 전략적인 이유가 있었고요. 두 번째로는, <페이크북>을 만들 때 ‘게임을 몰입해서 하지 않으면 유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게 결국 현실에 있는 인터넷 세상을 재현하는 모습이다 보니까요.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서 하다 보면 흐름이 끊긴다거나 너무 작은 화면으로 봐서 와닿지 않을 수 있기에 집중된 상태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PC가 적합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PC 게임 시장은 이미 너무 많은 게임이 나오고 있기에 특이하고 컴팩트한 컨셉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이런 조건들을 충족하면서 여러 세대의 공감대를 살 수 있는 방향으로 페이스북을 선정했죠. 아무래도 다른 SNS를 활용하면 그 SNS를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SNS를 따라한 것이다’라는 게 확 와닿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인스타그램은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있을 수 있지만, 페이스북은 나이대에 상관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향수를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말씀하신 부분 중에 굉장히 공감하는 건 PC 앞에서 해야 하는 게임이라는 점인 것 같아요. 제작자로서 그 차이를 많이 느끼시는 거잖아요? 이유원 대표: 네. 모바일 게임을 만들 때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못 해봤는데, 일단 몰입을 저해할 만한 요소들이 굉장히 많아요. <페이크북>은 이야기의 진지함이 담겨있는 파트도 있다 보니까, 수시로 껐다 켰다 하면서 방해를 받으면 좀 아쉬울 것 같다는 기획자적인 아쉬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실제 SNS를 따라 한 게임인데, 플레이하다가 실제 SNS 알림이 뜨거나 카톡 알림이 뜨면 몰입이 얼마나 깨지겠어요? 그런 것들을 방지하고 싶어서 기획 초반에 팀원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는 그 선택에서 역으로 우리의 인식 속에 페이스북이 어떤 미디어인지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이 들어요. 페이스북은 PC로 보아야 글이나 내용에 집중을 할 수 있고, 모바일로는 잘 다가오지 않는 SNS인 거죠. 그래서 ‘PC 게임을 만들 땐 결국 페이스북 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거든요. 이유원 대표: 저도 페이스북을 생각했을 때, 컴퓨터로 했던 기억이 더 많이 나는 것 같아요. 그 기억이 남아 있어서 영향을 받은 점도 있겠네요. 이경혁 편집장: 그리고 <페이크북>의 UI를 되게 유심히 보다 보면 이게 지금의 페이스북 UI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0년 전의 모습이랄까요? 그런 지점에서 페이스북이라는 특정 코호트에 맞춘 SNS를 가져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원 대표: 눈썰미가 진짜 좋으시네요. 저희는 옛날 페이스북 UI를 가져오고 싶었는데, 말씀을 들으면서 제 예전의 향수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확실히 페이스북 UI는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저희도 조사 차원에서 페이스북 UI의 변천사를 정리해 놓은 사이트를 찾을 수 있었는데, 타겟으로 한 건 2010년대의 페이스북이에요. 왜냐하면 그때의 UI가 한편으로는 투박하지만, 한편으로는 필요한 것만 배치되어서, 뭐랄까요... 본질에 집중한?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확하게 왠지는 몰라도 옛날 페이스북 생각이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디자인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저는 콘텐츠 측면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활동을 잘 안 하거든요. 이유원 대표: 그렇죠. 요즘은 페이스북이든 스레드든 사람들이 뭔가를 일부러 재밌게 쓰려고 하거나 내용이 있는 글을 쓰려고 하는데, 당시의 페이스북은 ‘배고파’, ‘심심해’ 같이 그냥 아무 말이나 올리기도 하고, 진지하거나 웃긴 글도 올리고 그런 감성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보니까, 기획적으로도 (<페이크북>에선) 글이랑 그림이 막 올라오면서 이 사람의 사생활도 볼 수 있고, 생각도 볼 수 있고, 무슨 캐릭터인지 빨리 캐치할 수 있는 점에서 적합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페이스북을 선택하는 지점에서의 모종의 향수가 있다고 표현을 하셨는데, 한편으로는 페이스북이 트위터나 다른 SNS와 다르게 싸이월드처럼 지인과의 연결된다는 점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페이스북은 실명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레트로한 지점도 있고요. 그런 부분이 페이스북의 향수를 만드는 지점도 있을까요? 이유원 대표: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일상의 재밌는 경험에서 핵심 메커니즘이 뭘지 생각을 하고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요. <페이크북>을 만들 때에도 페이스북에서 저랑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랜덤한 사람들을 많이 타고 다녔어요.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친구들 리스트가 공개되어 있잖아요? 그러면 그걸 타고 네다섯 거리 건넜을 때, 진짜 저와는 평생 만나보지 못할 것 같은 분들이 떠요. 그런데 그분들의 일상을 보면 아주 사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인스타처럼 뭔가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인적인 섬이 있고 거기의 네트워크가 있는 형태다 보니 신기하고 생경한 재미를 주는 거예요. 그때 이 사람에 대해 알면 알수록 놀랍고 그런 점들에서 <페이크북>이 주는 재미는 이런 거겠다 싶었어요. 실제로 <페이크북>을 보면 누군가는 바보 같을 정도로 자기 사생활을 엄청 올리고 그걸 보면서 얘네가 이렇게 친하고 이런 관계망들을 알게 되잖아요. 그렇게 탐방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그러면 지금 게임 이용자의 주 연령대는 어떻게 될까요? 이유원 대표: 그 부분을 정확하게 체크해 본 적은 없지만, 20대 초반보다는 중후반쯤에서 좀 더 인기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좀 재미있어요. 스트리머분들이 게임을 하실 때, 채팅창에서 ‘옛날에는 다 그랬어’ 이런 식의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죠. 사실 게임 내용에서 댓글에다가 자기 전화번호를 적어서 응모하는 그런 것들은 지금 시대에서 상상하기 힘든 그런 문화니까. (웃음) 한편으로는 지금 10대 분들이 보시기에는 마치 예전 세대가 PC 통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말씀해주신 것처럼 유튜브에서는 반응이 아주 좋았잖아요? 이유원 대표: 네. 되게 많이 스트리머 분들이 해주셨었고, PC 게임은 모바일 게임과 다르게 되게 이제 호의적으로 많이 플레이해주시다 보니까 뿌듯했습니다. 보통 모든 개발자가 그러겠지만, 게임을 출시하고 난 뒤에는 버그가 나오면 어떡하지, 막히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함께 기획 의도대로 반응이 나올 때의 성취감이 있는데, 그런 지점이 개발하면서 엄청 큰 힘이 됐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돼서 좋았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스트리머분들 말씀이 나와서 그러는데, 이번 작품에서 까메오를 많이 쓰셨잖아요? 이유원 대표: 네. 맞아요. 처음 기획 과정에서부터 이게 실제 SNS를 옮겨 놓은 것이다 보니, 스트리머 분들이나 인플루언서분들이 나오시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먼저 저희와 친분이 있는 분들부터 아닌 분들까지 광범위하게 연락을 드렸어요. 사실 이게 콜드 메일이잖아요? 그래서 안 받아주실 만도 한데, 거의 한 90-95%는 다 흔쾌히 답장을 주시더라고요. 순전히 호의로 해주시는 건데도 생각보다 더 호의적으로 말씀을 해주셨고, 안 된다고 하셨어도 사정을 설명해주시고 하셔서 그런 과정들이 감사하고 재밌었습니다. 실제로 게임이 나왔을 때의 유저분들의 반응도 좋고, 스트리머분들이 게임하실 때 채팅창의 반응을 볼 때 희열이 있었죠. 이경혁 편집장: 텍스트 베이스의 게임이다 보니까 해외 진출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장벽이 좀 있잖아요. 그 부분에 대한 상황이나 이후 계획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이유원 대표: 일단, 7월에 BIC(인디게임커넥트페스티벌)에서 ‘비트 서밋’(인디 게임 페스티벌)에 가는 것을 지원해주면서, 번역을 해야 해요. 그런데 번역에 두 가지 방법이 있거든요. 하나는 로컬라이제이션을 정말 잘 하는 방법이 있고, 하나는 지금의 문화적 색채를 유지하면서 언어만 대응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지금은 양방향으로 많이 알아보고 있어요. 만약에 해외 유저분들도 형식이 파격적이라며 재미있어하신다면, 앞으로 더 확장될 영역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조금 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는 한편으로 요즘 한국의 대중 문화에 관한 해외의 관심도가 높다 보니, 현지화를 안 하더라도 그냥 한국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로컬라이제이션을 하는 방향도 여러 가지잖아요. 현지 회사랑 합작을 해서 거기서 변화를 주는 방법도 있을 거고요. 이유원 대표: 네. 맞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방법들을 열어놓고 알아보고 있어요. 해외 퍼블리셔를 만나는 것도 생각하고 있고요. 사실 <페이크북>이 저희의 첫 번째 PC 게임이다 보니, 성적이나 흥행에 대해서 되게 걱정이 많았었는데 정말 후회 안 하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플레이해주시고 그런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웠어서, 사실 작년을 되게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반지하게임즈는 <서울 2033>처럼 발매 이후에도 패치를 한다거나 확장팩을 선보이는 모습들을 보이곤 했는데요. 혹시 이번 작품도 패치나, DLC 같은 형태로 확장시킬 생각이 있으신가요? 이유원 대표: 네. DLC를 생각하고 있고 욕심은 많습니다. 이 포맷이 좋기 때문에 이야기를 바꾸어가면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요. 일단은 DLC 쪽으로 해서 추가되는 스토리들을 보여드리는 식으로 준비를 할 것 같고요. DLC 외에도 나중에 이 포맷을 다시 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인터넷 서핑하는 재미라는 걸 주는 게임이 좀 고유할 것 같아서, 발달하는 AI 기술에 접목시킬 생각도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마지막으로 그 외의 차기작에 대해서 계획도 여쭙고 싶어요. 이유원 대표: 저는 텍스트 게임을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서울 2033>이 벌써 6, 7년 되었는데, 하다 보니까 노하우가 많이 쌓였거든요. 물론, 혹자는 텍스트 게임이 수익성이 없고, 글을 쓰는데 노고가 많이 들어가며, 비즈니스 모델도 적립되어 있지 않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 노하우도 쌓였으니 더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최근에 저희가 AI 관련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노하우를 접목시켜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로망이 있어요. 신작으로는 PC 게임 더 도전하고 싶은 것도 있는데요. 이번에 나온 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컴팩트한 규칙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저희가 원래 잘하던 건데, PC 버전으로 그런 류의 게임을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경혁 편집장: <페이크북>은 사람들의 네트워킹이 모종의 재미를 주었는데, 이런 재미를 메타적으로 느끼게 만들어서 지금까지의 전작들이 서로 연결되는 차기작도 나올 수 있을까요? <서울 2033>의 인물이 나오는데, <페이크북>의 인물과 접점이 있고, 또 그 사람이 나중에 알고 보니까 <수확의 정석>의 인물이고 하는 그런 그림이요. 이유원 대표: 언제 별도의 작품으로 진지하게 기획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저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저희는 결국 팬덤의 사랑으로 먹고 살기 때문에, 그래서 반가움을 드리는 작업들을 자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결국 저희 게임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반지하의 특정 프로젝트나 캐릭터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잖아요? <서울 2033>을 구매해주시는 분들이 <페이크북>을 찾아주시고, 또 입소문이 나면서 유입이 되고. 그래서 그런 점들이 되게 중요한 면인 것 같아요.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K-의 거짓’ : 으로 바라보는 스탠드 얼론 게임을 향한 갈망
이라는 이례적인 작품의 사례는 그 플레이 경험이 어떻게 문화적으로 인식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대항 담론이라는 것이 어떠한 기준점에 부합함과 부합하지 않음으로 나뉘며 게이머 커뮤니티의 ‘진정성’을 강화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 Back ‘K-의 거짓’ : 으로 바라보는 스탠드 얼론 게임을 향한 갈망 15 GG Vol. 23. 12. 10. “난 바다 건너 아침의 나라 출신이야. 어떤 곳인지는 묻지 마. 그곳에 대해서는 나도 딱히 말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은 벨 에포크 시기의 가상 도시 크라트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서 등장하는 NPC 유제니는 거의 유일한 동양인 소녀다. 유제니는 그의 고향을 ‘아침의 나라’라고 직접 밝힌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줄곧 서구에 해설되던 1800년대의 조선을 인용하는 셈이다. 기술자로서의 열정을 감추지 않는 유제니는 작중에서 주인공의 장비를 강화하고 수리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주인공이 여정을 진행하며 크라트라는 세계의 상을 완성해가는 동안, 유제니는 그 한 축이 된다. 그리하여 시계태엽과 기계장치로 맞물린 크라트의 테크놀로지가 스펙터클하게 펼쳐지는 동시에 아침의 나라는 아득한 온정의 저편으로 배치된다. 이러한 설정은 콘솔 게임 세계로의 진출을 열망하며 발현된 국내의 이야기 구도를 유비적으로 환기한다. , 자랑스러운 ‘국산 트리플 A’ 은 국내 게임사인 네오위즈 산하의 라운드8 스튜디오에서 개발되었다. 온라인이 아닌 싱글 플레이 게임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스탠드 얼론 게임으로 분류된다. 장르는 일본의 개발사 프롬 소프트웨어에서 유래한 소울라이크다. 이는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 전투를 치르고, 맵을 탐색하고 보스와 전투를 벌이는 것을 주축으로 한다. 일반적인 한국 게임이 ‘리니지라이크’로 요약되는 온라인과 모바일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확실히 이질적이다. "소울라이크 팬이라면 만족"과 같은 반응을 이끌어낸 은 ‘국산 트리플 A 게임’으로 자부심을 담아 호명된다. 국산이라는 호명 뒤로는 그간 한국 게임이 어떤 맥락에 놓여 있었는지에 대한 인식이 전제 된다. 2022년 기준으로 게임 이용자가 74.4%에 달할 정도로 게임을 향유하는 사람은 많고 1) , 문화예술진흥법의 대상으로 편성되었지만 정작 문화로서의 위상을 뒷받침할 만한 자국 게임이 부족하다는 절박함이 크게 자리한다. 수용자의 불만은 생산자들의 요구와도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 “수익성 등의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했다면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최지원 디렉터의 인터뷰 멘트 2) 는 자신을 개발자와 수용자 모두를 아우르는 재미-공동체의 일원으로 정의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와중에 한국 게임계가 주력하던 온라인 분야에서도 중국의 선두가 이어지며 위기의식이 짙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뉴스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에서 을 서치해보면 ‘MMORPG’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과 같이 반대 항으로 설정된 장르가 함께 인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출시된 은 한국 디지털 게임의 역사에서 특수한 좌표를 설정한 작품으로 위치 지어진다. 우선 콘솔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도 성공적인 판매를 거두었다는 측면이 강한 인상을 남긴 듯하다. 10월 17일 기준으로 은 글로벌 누적 판매 100만 장을 달성함으로써 상업성을 입증했다. 판매의 90% 이상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침체된 한국 게임 시장의 새로운 활로”를 제시한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특히나 코로나 특수가 끝나며 전체 게임 이용자의 비율이 현저히 줄어든 시점이다 3) . 콘솔 게임은 드물게 이용률 증가를 경험한 영역으로 부각되었다. 이에 의 성공 경험에 비추어 포화된 모바일 게임 시장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제시되기도 한다. 4) 그러는 한편, 다른 측면에서는 작품성에 관한 논의가 검토된다. 일반적으로 게임전문지가 기존의 소울라이크 게임과 문법을 인용하며 게임의 작품성을 평가한다. 즉 이 이미 형성된 문법으로서의 소울라이크를 얼마나 충실히 좇는지가 주로 서술된다. 그 안에서 게임의 독자성을 부각하는 요소로는 “최적화”와 “그래픽”이 꼽힌다 5) . “세계적인 개발사들도 PC 구동 환경 마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시대에, 독보적으로 완벽한 최적화를 구현해 놀라움을 샀다” 6) , “시원한 타격감, 독특한 세계관, 사실적인 그래픽 등도 호평을 받았다”와 같은 기술이 대표적이다. 7) <폭스 레인저>와 으로 보는 스탠드 얼론 게임의 과거와 현재 이처럼 을 둘러싼 기사들을 읽다 보면, 이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 그와 관련해 당시에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불쑥 궁금증이 든다. 한국 게임의 역사를 죽 훑었을 때, 스탠드 얼론 패키지 게임의 시원은 1992년에 발매된 <폭스 레인저>에 닿는다. 이 작품은 소프트 액션 사에서 개발되었다. 한국에서 상업적으로 발매된 최초의 PC 패키지 게임으로 거론된다. 소프트 액션은 “PC 통신망을 통해 한 스테이지만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개용 버전을 배포하는 마케팅 기법을 구사”하고, “‘고급 기술’이 구현되었다는 것에 맞춰” 게임을 홍보했다 8) . 이와 같은 지점은 정식 출시 이전에 데모판을 공개함으로써 플레이어를 유치하고 게임의 최적화 수준을 주요한 홍보 지점으로 세운 을 연상케 하는 측면이 있다. 당시의 언론 보도는 외국산 게임에 잠식된 한국을 위기로 진단한다. “일본·미국산이 90%이상을 차지하는 전자게임시장”이라는 문구를 통해 게임 선진국으로 어떤 나라가 상정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게임의 개발과 게임 향유 문화의 측면에서 모범상으로 자주 거론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는 사뭇 비장하게 강조된다. 수출주도 경제를 추구하는 기조, 그리고 다가오는 정보화 시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필요는 인기 작품 <폭스 레인저>를 개발한 남상규를 “컴퓨터 산업 전사”로 일컫기도 한다 9) . 인터뷰에서 그는 “한글도 모르는 어린이들이 일본 가나 글자를 독해하며 게임에 몰두하는 현실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바라보며 “어떤 소프트웨어보다도 게임 소프트웨어의 국적을 찾는 일이 급하다”고 모종의 사명감을 드러낸다 10) . 이때 게임에서 언어는 ‘우리 것’을 감지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남상규의 인터뷰를 염두에 두고서 2023년에 발매된 으로 다시 돌아와 보자. 이 게임이 별도의 한국어 음성 없이 영어만 녹음한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게임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작중 인물인 소피아는 주인공에게 닿길 바라며 말을 건네고, 그리하여 “Can you hear me?”는 그를 어둠으로부터 깨워낸다. 이는 이 글로벌 게임 체인에 깊이 가닿고자 하는 열망과 겹쳐 보인다. 실제로 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게임 패스에 입점했으며, 초국적 기업이 견인하는 거대 콘솔 플랫폼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하여 로컬과 글로벌 사이에서 경합하는 접두사 ‘K-’가 구현된다. 이 접두사는 한국을 환기하면서도 “국가 지리적 범주를 넘어” “원산지가 외국인 콘텐츠를 전유한 사례”로서 복잡한 의미항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11) . 즉 은 소울라이크라는 같은 장르를 즐겨 온 전 세계 게이머에게 호소한다. 그러는 동시에 국내의 게이머들에게는 양질의 게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준다. 그 결과 게임 문화장에서 선진국으로 간주해온 국가와 상호 동등한 주체로 서고 싶다는 국내 게이머들의 기대가 충족된다. 이 같은 점은 을 리뷰하는 매체들에서 드러난다. 독특하게도 몇몇 기사들은 이전에 소울라이크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이 없으며 이 첫 소울라이크 게임이라는 점을 밝히고 시작한다. “처음 플레이해보는 기자에게도 P의 거짓은 그야말로 ‘신세계’”와 같은 문장에서 “소울라이크 초심자가 즐겨본 P의 거짓은 ‘지인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입문용 소울라이크 타이틀’”로 이어지는 흐름은 사뭇 모순적으로도 들린다 12) . 그러나 여기서 발생하는 결절점을 ‘초대 받음’의 감각으로 읽는다면 어떨까. 은 소울라이크로 상정된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과 한국인 게이머 사이에 놓인 매개물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게임’에 가닿고자 하는 열망 소울라이크 게임에 ‘초대 받음’으로써 느끼는 기대나 흥분이 작품이 제공하는 경험에서 비된다. 한편으로 ‘초대’는 안과 밖의 구분을 상정한다. 그렇다면 어디가 글로벌 콘솔 게임의 내부고 외부일까? 따라서 소울라이크 게임을 플레이함으로써 경험한 긍정적인 기분이 사회적 맥락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일이 필요해진다. 미아 콘살보는 <애니팡>과 같은 캐주얼한 소셜 게임이 유행하던 시기, 기존의 게임 개발자 및 커뮤니티가 이를 두고서 ‘진정한 게임’이 아니라며 적대하던 현상에 주목한다. 이에 ‘진정한 게임’과 ‘그렇지 못한 게임’을 가르는 기준이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제시한다. 첫 번째는 과거에 어떤 ‘적통’ 게임을 만들었는지로 구분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게임의 메커닉이다. 손가락 터치 몇 번 만으로 간편하게 수행되는 모바일 게임은 키보드·마우스 및 게임 패드와 같이 복잡하고 정교한 조작으로 구동하는 게임에 비해 일견 하찮게 느껴진다. 그 결과 모바일 게임은 진정한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에 가닿게 된다. 이러한 기준들을 적용하여 만들어지는 상상의 ‘게이머’ 커뮤니티는 진정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을 구분하는 룰을 영속화한다. 그러한 열망은 왜 한국에서 게임과 친숙한 이들이 에 환호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해준다 13) . 물론 첫 번째 기준을 문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의 위상은 다소 애매해진다. 한국 게임사는 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성장을 구가해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MMORPG 중심으로의 전환을 거치며 “아케이드 게임과 비디오 게임 위주의 세계 게임 시장의 표준적인 흐름과 뚜렷이 구별되며 철저하게 온라인 게임에 편향된 성장”을 이뤘다. 을 개발한 네오위즈의 경우 <맞고>와 같이 소셜 카지노게임이 매출이 가장 높은 비중으로 실적을 견인해왔다. 즉 ‘진정한 게임’과 거리가 먼 게임을 서비스 해 왔던 온라인 게임 회사들이 다시금 콘솔 게임의 주축이 되고 있다. 그들이 적극적인 행위자가 되어 게임 문화를 제고하기를 바라는 갈망은 “게임 강국 한국에서는 왜 GOTY수상작이 안 나오는 걸까?”와 같은 IT 기사의 제목에서 직접적으로 유추된다 14) . ‘게임 강국’이라는 말에서 전제되는 것은 온라인과 모바일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매끄럽게 구현한 한국의 거대 게임 산업 맥락이다. 물론 배틀 그라운드가 고티를 탄 사례가 있지만, 이 기사에서 비교항으로 설정되어 거론되는 작품은 ‘위쳐 시리즈’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 같은 스탠드 얼론 게임이다. 그 같은 논리 설정은 온라인이 ‘진정한 게임’과 일정 부분의 거리가 있음을 드러내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을 ‘진정한 게임’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항은 소울라이크라는 장르에서 강하게 유래한다.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성장한다’는 구현함으로써 직관적인 호소력을 지닌다. 이는 많은 모바일 게임이 간단한 터치로 수행되며, 성장의 감각이 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에 축적되는 것과 대비된다. 플레이어의 성장은 그 신체나 인지에 귀속됨으로써 고유성을 확인할 수 있다. 복잡하고 정교한 메커닉을 신체적으로 습득하고 구현한다는 ‘진정한 게이머’ 판타지가 충족된다. 여태껏 게임 담론의 역사는 크게 규제 담론과 산업 담론으로 요약되었다. 중독의 대상이자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해 오락물로서의 게임, 그리고 해외 수출을 견인하는 자랑스러운 국력으로서의 상품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게임 중독 담론에 위기감을 느낀 게임사들이 ‘한국 게임의 사망’을 부르짖으며 ‘게임은 문화’라는 선언을 방어적으로 되풀이하기도 했다. “오래되고 어색한 슬로건” 15) 이지만 동시에 문화가 품은 넓은 의미에 기대어 역량을 발굴할 가능성을 제시할 수도 있다. 게임이용의 문화사를 발굴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이라는 이례적인 작품의 사례는 그 플레이 경험이 어떻게 문화적으로 인식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대항 담론이라는 것이 어떠한 기준점에 부합함과 부합하지 않음으로 나뉘며 게이머 커뮤니티의 ‘진정성’을 강화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1)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년 전체 게임 이용률」, 『2022 대한민국게임백서』, 2023, 6쪽. 2) 이시영, 네오위즈 'P의 거짓', "기괴하지만 아름다워야한다", 고집스러운 철학 녹여내다, 2021.11.30.등록, 게임조선,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855993&memberNo=12478036 3)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2023.10.19. 4) 조충희, 네오위즈 'P의 거짓' 성공, 내년 쏟아지는 콘솔 게임에 대한 기대와 우려, 2023.10.22. 비즈니스 포스트,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0565 5) 김승주, [리뷰] "진실 혹은 거짓" P의 거짓은 재미있나요?, 디스이즈게임, 2023.09.14.등록. https://m.thisisgame.com/webzine/nboard/16/?n=176290#:~:text=%EC%B4%9D%ED%8F%89%ED%95%98%EC%9E%90%EB%A9%B4%20%3CP%EC%9D%98%20%EA%B1%B0%EC%A7%93,%EC%9D%98%20%EA%B1%B0%EC%A7%93%3E%EC%9D%80%20%EA%B2%B8%EC%86%90%ED%95%A9%EB%8B%88%EB%8B%A4 . 6) 길용찬, 프롬도 이건 배워야 한다, 'P의 거짓' 업계 최장점 2가지, 2023.10.19.등록, 게임플, https://www.gamepl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420 7) 피노키오 마법 통했다...네오위즈 ‘P의 거짓’ 콘솔 3관왕 비결은, 2022.08.31.등록, 뉴시스,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20830_0001996358 8) 남영. "1990년대 한국 PC 게임 산업: PC 게임 개발자들의 도전과 응전." 한국과학사학회지 39, no. 1 (2017): 33-63. 9) 박종성, 新世代(신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3) SW의 승부사들, 1993.04.16. 경향신문,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0) 김명환, "우리말로 게임" 국산개발 활기, 1993.01.15. 조선일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1) 박소정. "확장하고 경합하는 K : 국내 언론 보도를 통해 본 K 담론에 대한 분석." 한국언론학보 66, no. 4 (2022): 146-147, 10.20879/kjjcs.2022.66.4.005 12) 차종관, 못 깨는데 어떻게 리뷰를 써요…‘P의 거짓’ 해봤더니 2023.09.27.등록, 쿠키뉴스, https://www.kukinews.com/newsView/kuk202309260243 13) Mia Consalvo·Christopher A. Paul, "Facebook Games Were Evil", Real Games: What's Legitimate and What's Not in Contemporary Videogames, 2019:The MIT Press. 14) 김혜지, 게임 강국 한국에서는 왜 GOTY수상작이 안 나오는 걸까?, 2020.05.15.등록, 앱스토리, https://news.appstory.co.kr/report13261 15) 최태섭,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 한겨레출판: 2021, 18쪽.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김규리 자기 소개 :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데스티니2를 오래 즐겨왔고, 다음 작인 마라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익숙한 게임이 주는 재미와 낯선 경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보려 고민하고 있습니다.
- 夢としてのクソゲ
「ファミコンを通じて超能力を開発する」というテーマで開発されたゲームがあった。 1980年代当時の日本の超能力ブームのなか、超能力者として知られていた清田益章氏(通称、「エスパー清田」)が監修した『マインドシーカー』(FC,1989)という作品だ。作中に登場する清田氏の指示をこなし、この作品を遊ぶことで、実際に超能力が使えるようになる……ということになっていた。 < Back 夢としてのクソゲ 05 GG Vol. 22. 4. 10. * 이 글의 한글 번역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culturemagazinegg.wixsite.com b3ca971a-22ba-428a-8fde-4af1a167b94f "패미컴을 통해 초능력을 개발한다"라는 테마로 개발된 게임이 있었다. 1980년대 당시 일본의 초능력 붐 속에서 초능력자로 알려졌던 키요타 마스아키(清田益章; 통칭, 에스퍼 키요타)씨가 감수한 〈마인드시커〉라는 작품이다. 플레이 과정에서 조언자 격으로 등장하는 키요타씨의 지시를 받아 가며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핵심 컨셉은 "실제로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였다. 超能力開発ゲーム『マインドシーカー』 「ファミコンを通じて超能力を開発する」というテーマで開発されたゲームがあった。 1980年代当時の日本の超能力ブームのなか、超能力者として知られていた清田益章氏(通称、「エスパー清田」)が監修した『マインドシーカー』(FC,1989)という作品だ。作中に登場する清田氏の指示をこなし、この作品を遊ぶことで、実際に超能力が使えるようになる……ということになっていた。 筆者も、このゲームを昔、実際にやってみたことがある。しかしながら、そもそもゲームが要求する課題に応えることができない。「では、まず透視をしてみましょう」とか、「予知をしてみましょう」というような課題が次々に出てくる。残念ながら、かすかな超能力も秘めていなかった(?)筆者にとっては、初期の課題からしてすでに達成困難だった。そのため、超能力は得るには至らなかった。 『マインドシーカー』は、まともにクリアすることができず、まともに楽しむことも難しく、(おそらく)超能力を開発することもできない。それゆえ、この作品は、何一つ成功を収めているとは言えない作品であると言ってもいい。 そう、何一つ成功を収めていないのだ。 しかし、それでも、この作品には、特筆すべきものがあると言いたい。 それは、作り手と、遊び手の、ゲームへの「夢」が詰め込まれているということだ。そのあまりに直接的な夢のあり方の痕跡を確認できるという意味において、この作品ほどわかりやすい作品は珍しい。本稿では、この「夢」をどのように評価するべきかということを少しだけ書いてみたいと思う。 夢の装置としてのコンピュータ・ゲーム 『マインドシーカー』の発売された当時、コンピュータ・ゲームという文化が、かつて担っていた面白さの一部は、このようなものだった。すなわち、人々の無制限な夢を実現してくれる機械であるということだった。 コンピュータの中のキャラクターと対戦ができる。登場人物と話ができる。モニターに向かって銃を撃ったら反応を返してくれる。声を入力することができる……今では当然とも思えるこれらのことは、1980年代に多くの人の目の前に急速に日常に現れた新しいテクノロジーのあり方だった。「コンピュータが進化すれば、ゲームでなんでもできるようになる」という、無責任な夢を多くの子供が信じたし、ゲームの作り手は、その夢をどんどん具現化していった。それが1980年代の、ファミコンがヒットし、ゲームというメディア自体が多くの人の、果てしない夢を、ある意味で無責任に担ってしまうことが可能だった時代の風景だった。 もっとも、テクノロジーが人々の「夢」を無責任に背負うという構図それ自体は、コンピュータば・ゲームに限ったことではない。佐藤俊樹は、情報社会の未来を語る情報社会論の言説が何度も何度も同じ夢を繰り返しみてきたということを1996年に指摘している(『ノイマンの夢・近代の欲望』1996,講談社選書メチエ)。1970年代にも夢は語られ、1980年代にも夢は語られ、繰り返し、繰り返し「情報技術が社会を変える」という「神話」が語られてきたという。佐藤は、図書館のなかに溜まっている情報社会論を議論する構図がほとんど変化していない、ということをある日、発見し、そのことに驚いたという。 「コンピュータがどう社会を変えていくか」という言説が、オトナが社会に見る夢を際限なく拡大させる装置であるとするならば、1980年代のコンピュータ・ゲームは、子供が遊びに見る夢を際限なく拡大させていく装置であったと言ってもいい。1980年代の世界は、その夢の「素朴さ」という点において、2022年現在とは隔絶したものがある。もちろん、2022年現在においても、人々はAIに過剰な夢を託し、もっと本格的なVRゲームの実現を心待ちにしている。しかし、1980年代に見られた夢とは、どうも、その性質が異なっている。 誰が、1980年代のクソゲーの担い手だったのか? 何が異なっているのかといえば、無茶な夢の担い手が、一体誰だったのかということだ。 1980年代の伝説的なクソゲーを作ったのは、ポッと出の新人 や、他業界の素人 には限らなかった。「クソゲー」の担い手は、しばしばゲーム業界の中心人物だった。 『マインドシーカー』の開発プロデューサーは、あの『パックマン』の生みの親である岩谷徹が勤めている。そして、開発の中心にいた鈴木浩司は、その後1997年にRPGのあり方に大きな波紋を投げかけた『moon』の開発に関わり、今で言うインディーゲーム文化の先駆けとなる作品に大きな貢献を果たした人物でもある。 ゲーム業界の重要人物が、「クソゲー」に関わるという構図は、実は珍しくない。アメリカの家庭用ゲーム機のマーケットの崩壊(いわゆる「アタリショック」)を導く要因の一部となった「伝説のクソゲー」として参照される『E.T.』(Atari 2600,1982)の開発担当者Howard Scott Warshawも、当時のアタリ社におけるスター開発者だった。『Yar’s Revenge』(Atari 2600,1981)というAtari 2600において最も売れたとされるタイトルの開発者である 。Howard Scott Warshawは、無茶な話を勢いよく引き受けて、『E.T.』を作った。 ちなみに、日本の1980年代の代表的なクソゲーである『たけしの挑戦状』は、今で言うところの「オープン・ワールド」の実装を夢見て、華々しく失敗した作品ということができるが、これはゲーム業界の内部ではなく、タレントのビートたけしによる素朴な発案だった 。 彼らは、コンピュータ・ゲームに人々が見ていた「夢」を引き受け、そして失敗したのである。 今思えば、それは、あまりにも馬鹿馬鹿しく、未熟で、粗末なものだった。そう、言うことはできる。そして、時代の寵児たちが、馬鹿馬鹿しい失敗をできたということは、ゲーム業界全体が若い時代特有の特権だったといってもいい。馬鹿げた夢をひきうけ、それに無謀に挑戦することが許されたのだ。それは、出来上がった作品を見てみれば、不幸なプロジェクトだったようにも見えるかもしれない。 しかし、2022年の現在から見てみれば、業界のトップスターが、ひどく馬鹿げた企画に、馬鹿げた予算をかけ、馬鹿げた情熱を注ぐということは、ほとんど見ない風景になってしまった。もちろん、突拍子もない企画でヒットを狙おうとすることや、失敗するプロジェクト自体は今でも存在する。しかし、そこにトップクリエイターが最初から張り付き、巨額の予算がかけられるということ自体は、ゲーム開発に関わるリスクの意識が発達した現代の大規模開発では、なかなか見られないものになった。 繰り返すが、1980年代のクソゲーのもつ「愚かさ」は、開発者たちの無能さゆえではない。むしろ、未熟で有能な人々が、夢を煮詰めたプロジェクトに全力で取り組んだものの痕跡が、1980年代の「クソゲー」なのである。 新しいものをつくる装置としてのクソゲー これほどまでに、素朴な欲望の発露によって、大作を作ろうとする志しは、今となっては、むしろ眩しくすらある。 「超能力を開発できるゲーム」など、馬鹿らしいにもほどがあるし、1980年代に大規模なオープン・ワールドのゲームをつくろうなどという野望もあまりに無理があった。 この後、コンピュータ・ゲームという世界のなかに漂う「夢」を引き受ける一つのピークとして生まれた作品は、1999年の『シェンムー』(DC,1999)だっただろう。『シェンムー』もまた、夢が詰め込まれた作品だった。『シェンムー』はもう一つの現実世界をゲームの中に実装しようという多くの人が夢見ることの一つを、愚直に実現しようとした作品の一つだ。この作品が残したのは赤字だけではなく、失敗とも成功ともなんとも言い難い強烈な印象だった。今の「オープン・ワールド」と言われる作品の多くは、直接にせよ間接にせよ『シェンムー』の試行錯誤の結果を反映させてつくられている。 コンピュータに人々が見る「夢」は多くの場合、無責任なものだ。 それはしばしば愚かだったり、詐欺まがいであると言ってもいい。その愚かさはしばしば滑稽なものになり、出来上がったものは笑いを誘う。人々が何かを笑うときというのは、ある認識の枠組みを外側からメタ視点に立てるようになっている瞬間でもある。夢は、その内側にまどろんでいるときには尊く、その外側に出れば、ときには笑いを誘う。「夢」を見るとういうことは、その意味で滑稽であることが宿命付けられたものだと言っていい。 ゲーム業界が成熟するほどに、笑えるほどに愚かな作品をつくることは大手のトップクリエイターの仕事としては難しくなった。その結果、1990年代も後半になってくると、より小さなゲームの開発元が果敢なクソゲーも、単に開発力不足によるクソゲーも、その両方を担うようになっていった。現代では広大に広がるインディーマーケットがその主力を担っている。 我々は、笑えるほどに愚かしいものをつくることによって、新しいものをつくることができるとも言える。我々が新しいものを見たいと思い、前に進みたいと思う欲望と、笑えるほどに愚かな作品をつくってしまうことは表裏一体の現象である。 私は『マインドシーカー』を起動して、久々に遊んでみると、そこにはもちろん、笑ってしまうような馬鹿馬鹿しさがある。たしかに、ゲーム自体は馬鹿らしいのだ。しかし、このゲームは、同時に輝いているようにも感じてしまう。それは、その馬鹿らしさを可能にしているものの存在を背後に感じ取ってしまうからだ。夢をみて見たいと思う人々の子供のようなワクワクとした気持ちが、この作品の裏側には横たわっている。それは無茶なものだったとしてもいい。 それこそが世界の多様さと豊かさのありようだ、と私は考える。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Inoue Akito ゲーム研究者。現在、立命館大学講師。国際大学GLOCOM助教、関西大学特任准教授などを経て現在に至る。「ゲームとは何か」という問いを中心に据えつつ、ゲームのアーカイブや、ゲームを応用した社会的課題の解決に関わるプロジェクトなどにも取り組んでいる。 Game researcher. Currently a Senior Lecturer at Ritsumeikan University. After completing a master's degree at Keio University's Graduate School of Media and Governance, he worked as an assistant professor at International University of Japan GLOCOM and a specially appointed associate professor at Kansai University before assuming his current position. He is also involved in projects related to game archives and databases. He is the author of "Gamification" (NHK Publishing, 2012). (게임문화연구자) 박수진 게임연구에 발을 들인 대학원생입니다. 지금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첨단종합학술연구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최근엔 게임을 매개로 한 다양한 게임 경험과 일본 내 서브컬처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 [Paper Seminar] The Legacy Goes On: Wuxia and its impact seen in the gaming landscape of Vietnam
Wuxia represents the martial arts and fantasy literary subgenre that dominates East Asian and Southeast Asian cultures (Chen, 2009), especially where Chinese-speaking societies are founded, or the trace of Chinese culture is recorded. The Chinese martial arts and heroics of ancient times take place in wuxia stories that have expanded into various media such as literature and movies and television programming. Wuxia under its local names kiếm hiệp and truyện chưởng has established itself as an important cultural phenomenon in Vietnam. Wuxia fiction introduced in Vietnam during the early 20th century experienced various historical transitions through print media and online gaming until reaching its current state. The current wuxia content in Vietnamese video games will be examined through an investigation of how wuxia originated historically from its literary heritage. This article has the life course approach and concepts like nostalgia and cultural proximity recruited to study the influence of early wuxia experiences on current gaming choices in Vietnam. < Back [Paper Seminar] The Legacy Goes On: Wuxia and its impact seen in the gaming landscape of Vietnam 23 GG Vol. 25. 4. 10. Wuxia represents the martial arts and fantasy literary subgenre that dominates East Asian and Southeast Asian cultures (Chen, 2009), especially where Chinese-speaking societies are founded, or the trace of Chinese culture is recorded. The Chinese martial arts and heroics of ancient times take place in wuxia stories that have expanded into various media such as literature and movies and television programming. Wuxia under its local names kiếm hiệp and truyện chưởng has established itself as an important cultural phenomenon in Vietnam. Wuxia fiction introduced in Vietnam during the early 20th century experienced various historical transitions through print media and online gaming until reaching its current state. The current wuxia content in Vietnamese video games will be examined through an investigation of how wuxia originated historically from its literary heritage. This article has the life course approach and concepts like nostalgia and cultural proximity recruited to study the influence of early wuxia experiences on current gaming choices in Vietnam. Early Wuxia Influences in Vietnam The roots of wuxia in Vietnam can be traced to the early 20th century when Vietnamese readers were first introduced to Chinese martial arts novels. These works were often influenced by the Old School of Chinese wuxia literature (Hamm, 2005), which combined martial arts, historical fiction, and Confucian ideals. Vietnamese authors began adapting wuxia to local contexts, often using traditional poetic forms like lục bát verse to create a distinct Vietnamese flavor. These early Vietnamese wuxia works, although influenced by Chinese traditions, included elements of French literature, such as love stories, making them less rigid than their Chinese counterparts (Phan, 1998). However, after the partition of Vietnam in 1954, political changes led to the suppression of wuxia in the North. The communist government in North Vietnam viewed wuxia as a harmful foreign influence, considering it a tool for subversion and a symbol of capitalist decadence (Linh et al., 1977). Despite this, wuxia fiction flourished in the South, where it became a staple in popular culture, particularly following the rise of the New School of wuxia writers like Jin Yong, Liang Yusheng, Wo Long Sheng, Ni Kuang and Gu Long in Hong Kong and Taiwan (Vu, 2015). The wuxia phenomenon faced continued hostility from North Vietnamese authorities throughout their rule beginning in 1975 after their victory in Saigon (now Ho Chi Minh City). The people of North Vietnam read wuxia books through illegal channels since the authorities had established a complete ban on these works. The banned status of these publications boosted their fascination because illegally imported copies spread quietly throughout the market (Nguyen Thong, 2018). The Vietnamese government changed its approach toward wuxia production after economic reforms and the United States embargo’s end during the 1990s. Wuxia material started regaining mass popularity through legal translation publications run by state-controlled publishing houses. The internet emerged in the early 1990s, becoming a platform where players could access wuxia literature through digital formats and film content as well as gaming materials. The Digital Transformation: Wuxia in Online Gaming The arrival of internet technology in Vietnam brought wuxia back to life through online gaming platforms. In the mid-2000s the online video games Võ Lâm Truyền Kỳ (The Swordsman) and Cửu Long Tranh Bá (9Dragons) gained immense popularity across Vietnam. Players experienced boundless wuxia -inspired worlds through these games that adopted martial arts themes and hero-based concepts from both the works of Jin Yong and Gu Long. Wuxia online games provided players to join forces while telling stories as wuxia martial artists who explored the complex Jianghu world described in romantic martial arts novels (Ge, 2017). Wuxia games have wide popularity in Vietnam because they trigger nostalgia in players. Players born during the 1980s and 1990s participated in these games because they were familiar with wuxia literature starting from their youth under a combination of book novels and TV shows and movies. The experience of playing wuxia games allowed players to maintain an emotional connection with their childhood fantasies about stories and characters from wuxia adaptations (Chan, 2006). This phenomenon aligns with the life course theory, which posits those earlier experiences shape later behaviors and preferences. For Vietnamese gamers, their exposure to wuxia literature played a pivotal role in shaping their gaming habits. Thus, even amidst rising anti-China sentiment due to territorial disputes, Vietnamese consumers distinguish between political conflicts and cultural appreciation, continuing to embrace Chinese media products, including wuxia games. Nostalgia functions as a key factor that maintains the popularity of wuxia video games across Vietnam. Wuxia entertainment attracts Vietnamese players because of millennia-old cultural connections between Vietnam and China. The historical connection between Vietnam and China functions as a bridge through which both governments make Chinese media content more acceptable to Vietnamese audiences while keeping literary and gaming wuxia materials within their reach (Yoo et al., 2014). Political tensions between Vietnam and China regarding disputed territories have not deterred Vietnamese gamers from playing wuxia games made in China because they maintain separate realms of political affairs from cultural consumer behavior (Kinh Hoa, 2018). The concept of cultural proximity, which refers to the degree of similarity between two cultures that affects the reception of foreign media, also helps explain why wuxia games have gained such popularity in Vietnam. Cultural proximity has facilitated the acceptance of wuxia games in the Vietnamese market, with players feeling a stronger connection to games that reflect shared cultural themes and values, such as loyalty, honor, and martial arts philosophy (Straubhaar, 1991). The Vietnamese wuxia game market thrives because Asian gaming firms consistently make well-strategized business choices combined with effective promotional tactics. The popularity of wuxia as a gamer franchise prompted Vietnamese game developers to establish wuxia particular games as their central product line. These businesses invest in importing Chinese wuxia games since their affordable licensing fees attract Vietnamese users who already love wuxia stories. Industry personnel state that gaming companies select wuxia -themed games because these products fulfill players' cultural preferences and address the established market demand for wuxia entertainment content (MIC, 2019a). Statistically, the list of licensed games (Ministr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MIC, 2019a) also confirmed that the period 2015 to 2018 witnessed the entrance of 308 online games to Vietnam, either PC or mobile, among which 95% are wuxia games. In the first half of 2019, among 106 newly imported games, 90% of them also contain wuxia concepts (MIC, 2019b). In the latest reports published on the website of the Ministry (MIC, 2024), this scenario remains unchanged as the dominance of wuxia -themed games imported is apparently recorded. It is noteworthy that popular MOBA games like League of Legends have not reduced the customer base for wuxia games since wuxia games still maintain their dedicated fanbase. Wuxia in the Global Context While wuxia has enjoyed great success in Vietnam, its reception in Western markets has been less enthusiastic. The cultural and narrative nuances of wuxia , such as its emphasis on martial arts and Chinese philosophy, are unfamiliar to many Western players. Moreover, the complexity of wuxia narratives, which often span many volumes and delve deeply into Chinese cultural values, makes them challenging for Western audiences to engage with (Frisch, 2018). Translating wuxia works into English poses additional challenges, as the cultural references and martial arts terminology often do not have direct equivalents in Western languages, making the genre less accessible (Earnshaw, 2018). As a result, while wuxia games have found success in East Asia and Southeast Asia, including Vietnam, they remain relatively niche in the West. The contrast between Western and Eastern gaming cultures further highlights the distinctiveness of wuxia games. Western games often emphasize militarized masculinity, strategic warfare, and colonial narratives, whereas East Asian games prioritize fantasy, mythology, and martial arts traditions. The cultural nuances embedded in wuxia games, including poetic martial arts maneuvers and historical allegories, make them less accessible to Western audiences. The complexity of wuxia narratives, coupled with translation challenges, limits their global reach, reinforcing their status as a predominantly East Asian cultural phenomenon. In Vietnam, nonetheless, wuxia games benefit from the familiarity of players with the genre’s literary and cinematic adaptations, ensuring their continued relevance in the gaming industry. Vietnam’s aspiration to develop its own gaming industry has also been influenced by wuxia . Attempts to create a domestically produced wuxia game, such as Thuận Thiên Kiếm , reflect the desire to integrate national history and mythology into gaming narratives. However, challenges such as high production costs, regulatory restrictions, and competition from imported games have hindered the success of Vietnamese-developed wuxia games. As a result, the market remains dominated by Chinese-produced wuxia games, with local companies focusing on localization rather than original game development. Nowadays, although there has been a decreasing trend in publishing and reading wuxia novels in recent years, mostly due to the presence of other genres that are more appealing in both Chinese and Vietnamese book markets, including xianxia (fantasy), yanqing (romance), boylove, tomb raider, to name but a few, wuxia has still managed to find a way to keep delivering its essence globally and in Vietnam particularly via the efforts of several Chinese game studios- those who determined to prove themselves to the world that China is also capable of producing high-quality games. By drawing inspiration from wuxia to pursue long-term plans in developing blockbuster games, Nakara: Bladepoint or Black Myth: Wukong could be named as examples that highlight the global aspirations of Chinese companies. The game developers at 24 Entertainment combined battle royale features with stylized martial arts battle mechanics to create Naraka: Bladepoint when they released it in 2021, a truly bold move as the survival motif employed in gameplay had successfully been performed by PUBG: Battlegrounds . Naraka: Bladepoint gives a new perspective to wuxia games by transforming their open-ended aesthetics into a speedy competitive mode. The development follows rising player interest in multiplayer online games but seamlessly keeps fundamental wuxia features including gravity-defying movement techniques alongside artistic swordfighting and mythical elements. The game's achievement among both Chinese and Western markets proves that wuxia adaptations work effectively with modern gaming conventions alongside their traditional cultural foundation (Obedkov, 2024). Meanwhile, the significant hype surrounding Black Myth: Wukong stems from Game Science's innovative blend of mesmerizing graphics and mythological re-imagery of Chinese classics. Through its depiction of a martial arts specialist who follows a life-changing journey the game adapts wuxia elements from Journey to the West. The developers of Black Myth: Wukong opted for Unreal Engine 5 to create their adaptation because this technology enhanced their presentation of cinema along with full immersion into the game world. The approach demonstrates how wuxia media thrive with evolving technology to help promote the idea of internationalization and expand its reach beyond original audiences but retain essential storytelling depth, attracting a pool of players who are either already familiar with the concept of Journey to the West or exposed to it for the first time (Meng, 2025). Conclusion The history of wuxia in Vietnam illustrates the complex relationship between literature, media, and digital entertainment. From its origins in print novels to its digital transformation in online games, wuxia has maintained a strong presence in Vietnamese culture. Nostalgia and cultural proximity have played key roles in the ongoing popularity of wuxia -themed games, with many players continuing to engage with the genre due to their earlier exposure to wuxia literature and media. The success of wuxia games in Vietnam is also driven by the business strategies of local gaming companies, who recognize the genre's enduring appeal. Despite the rise of other gaming genres, wuxia continues to be a dominant force in the Vietnamese gaming industry. This legacy is a testament to the lasting influence of wuxia fiction in Vietnam, where the genre has been able to adapt to changing media formats while retaining its cultural significance. Wuxia games continue their endurance because of worldwide trends in Chinese popular culture expansion. The global gaming industry looks favorably upon Chinese projects that deliver high-production-value content representative of Chinese cultural heritage when China dominates the market more assertively. Naraka: Bladepoint ’s success, along with Black Myth: Wukong , demonstrates that wuxia remains a viable genre within the worldwide gaming industry; and if a game is well developed, then the so-called East-West demarcation line can also be blurred. Besides, these games prove the enduring nature of wuxia as they adapt to modern gameplay needs showing how the traditional genre remains relevant in the present age. References Chan, D. (2006). Playing with indexical Chineseness: The transnational cultural politics of Wuxia in digital games. Enter Text, 6(1), 182–200. Chen, L. C. (2009). The value chain in the Asian online gaming industry: A case study of Taiwan [Doctoral dissertation]. University of Westminster. Earnshaw, G. (2018, November 1). I translated Chinese writer Louis Cha “Jin Yong.” Here’s why he never caught on in the West. South China Morning Post. https://www.scmp.com/news/china/society/article/2171127/i-translated-chinesewriter-louis-cha-jin-yong-heres-why-he-never Frisch, N. (2018, April 13). The gripping stories, and political allegories, of China’s best-selling author. The New Yorker. https://www.newyorker.com/books/page-turner/the-gripping-storiesand-political-allegories-of-chinas-best-selling-author Ge, S. S. (2017). The influence of Chinese culture on television to young people in Vietnam [Master’s thesis]. VNU University of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Hanoi. Hamm, J. C. (2005). Paper swordsmen: Jin Yong and the modern Chinese martial arts novel. University of Hawai’i Press. Kinh Hoa. (2018). Kim Dung anh huong nguoi Viet nhu the nao? [How Jin Yong influences Vietnamese readers?]. https://www.rfa.org/vietnamese/in_depth/jin-young-and-vietnamese-11012018115035.html Linh, T., Hien, P., Quynh, T. T., Binh, H. L., Phuong, T., & Ta, T. H. (1977). Van hoa, van nghe mien Nam Viet Nam duoi che do My Nguy [Culture and Arts in South Vietnam under the regime of US-RVN]. Culture Publishing House. Meng, Q. (2025). Black Myth: Wukong – The Internationalization of Chinese Games. Journal of Modern Social Sciences, 2(1), 13–19. https://doi.org/10.71113/JMSS.v2i1.173 Ministr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MIC). (2019a). List of online games with content approved from 2015 to 2018 and defunct games. http://www.mic.gov.vn/solieubaocao/Pages/TinTuc/139632/Danh-sach-cac-tro-choi-duoc-cap-quyet-dinhphe-duyet-noi-dung-kich-ban-tu-2015-2018–dang-phat-hanh–va-Danh-muc-tro-choi-truc-tuyen-da-thong-bao-ngung-phathanh.html Ministr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MIC). (2019b). List of online games with content approved in 2019. http://www.mic.gov.vn/solieubaocao/Pages/TinTuc/139630/Danh-sach-cactro-choi-duoc-phe-duyet-noi-dung–kich-ban-nam-2019–denthang-8-2019-.html Ministr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MIC). (2024). List of online games with content approved from 2015 to 2023 (until December 2023). https://abei.gov.vn/danh-sach-cap-phep/danh-sach-cac-tro-choi-duoc-cap-quyet-dinh-phe-duyet-noi-dung-kich-ban-2015-2023-tinh-den-thang-122023/108392 Nguyen, Thong. (2018). Mot the he khong co Kim Dung [A generation without Jin Yong]. https://motthegioi.vn/van-hoa-giai-tri-c-80/tap-van-c-172/mot-the-he-khong-co-kim-dung-99979.html Obedkov, E. (2024). The First Descendant tops Steam charts, with Naraka: Bladepoint rising 56 positions and breaking its CCU record. https://gameworldobserver.com/2024/07/09/the-first-descendant-tops-steam-charts-naraka-bladepoint Phan, N. (1998). À la rencontre de deux cultures: l’influence de la littérature française au Viêt-nam [The meeting of two cultures: the influence of French literature in Vietnam]. Aséanie, Sciences humaines en Asie du Sud-Est, 1, 123–143. Straubhaar, J. D. (1991). Beyond media imperialism: Asymmetrical interdependence and cultural proximity. Critical Studies in Mass Communication, 8, 39–59. https://doi.org/http://doi.org/fw2vqv Vu, D. S. B. (2015). Kim Dung giua doi toi [Jin Yong in my life]. Tre Publishing House. Yoo, J., Jo, S., & Jung, J. (2014). The effects of television viewing, cultural proximity, and ethnocentrism on country image. Social Behavior and Personality, 42(1), 89–96. https://doi.org/10.2224/sbp.2014.42.1.89 Tags: vietnam, wuxia, MMORPG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PhD, VNU School of Interdisciplinary Sciences and Arts) Phan Quang Anh
- 재현, 시뮬레이션 그리고 구현이라는 꼭짓점의 버뮤다 삼각지대
게임에서의 기술 구현은 이처럼 재현과 시뮬레이션 둘 중 어느 쪽으로도 수렴되지 않으며, 둘의 합이 성공적인 구현을 담보하지도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전적으로 기술 자체의 구현에 몰두하는 것과도 다른 이야기다. 드물게 범례처럼 떠오르는 각각의 개별 작품들을 통해서 여전히 명확히 잡히지 않는 좌표를 다시 한번 확인할 따름이다. < Back 재현, 시뮬레이션 그리고 구현이라는 꼭짓점의 버뮤다 삼각지대 24 GG Vol. 25. 6. 10. * SAM이 보는 세계 찬호께이의 소설 <망내인>은 여느 추리소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자살로 여동생을 잃은 주인공이 은둔 해커이자 탐정인 또 다른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 장르의 문법에 친숙한 독자라면 결말의 깜짝 반전과 같은 세부적인 디테일은 차치하고라도 이 소설이 나아가는 대략적인 방향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는 익숙한 ‘국밥’의 맛으로만 수렴되지 않는 돌출된 부분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홍콩이라는 배경이 그렇다. 일반적인 경제특구와는 다르게 특별행정구이기도 한 홍콩은 복잡한 역사적인 맥락과 민감한 정치적인 상황들이 맞물려서, 쉽사리 다른 지역으로 번역될 수 없는 특수한 지역성을 제공한다. 다른 하나는 이 소설의 핵심 요소인 해킹에 대한 묘사이다. 매체를 불문하고 픽션 내에서 특정한 기술을 재현한다는 것은 까다로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해킹의 경우는 악명이 높은데, 어두운 방 안에 있는 여러 대의 모니터에서 알 수 없는 코드들이 마구 지나가는 동시에 해커가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식의 클리셰는 이미 다수의 밈을 통해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망내인>은 마치 해커 입문 수업을 듣는 듯한 현실적이고도 상세한 해킹의 전개 과정과 그 과정 전체가 추리와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영리한 플롯을 통해 그러한 함정을 피해 가는 드문 사례이다. 그렇다면 재현보다도 (유저의 인풋에서 비롯된 무수히 많은 결괏값에 의거한) 시뮬레이션에 훨씬 방점이 찍힌 미디어인 게임은 이와 같이 특정한 기술을 ‘구현 materialization’하는 문제에서도 어떤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나 그렇지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뚜렷하게 ‘당연한’ 방향으로 직진하지 않는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사실은 게임이 의도적으로 심각하게 제한된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이다. 하이테크의 사이버펑크 도시를 매우 밀도 높게 구현한 <사이버펑크 2077>의 경우를 봐도 V 가 자신의 몸에 이식하는 사이버웨어는 사이버 사이코라는 도식적인 한계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 다를 뿐, 근본적으로 여타의 판타지 게임들에서 등장하는 마법이 부여된 장비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플레이어는 사이버웨어가 사실은 살과 뼈를 찢고 들어가서 기존의 신체와 불안정하게 접합하는 매우 고어(?)한 포스트 휴머니즘적 장치라는 것과, 그것을 계속해서 추가하다 보면 통제가 완전히 불가능한 사이버 사이코에 이른다는 실존적인 불안을 체감하지 못한다. [1] 결과적으로 이 게임의 주요한 모티프이기도 한 사이버웨어 테크놀로지는 ‘간지 나는’ 성능템으로 납작하게 요약된다. 그런데 우리는 이의 경우를 두고 앞선 해킹의 사례처럼 다시금 재현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분명치 않다. 왜냐하면 사이버웨어는 단순히 재현된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V 의 팔에 고릴라 암즈를 장착할지 투사체 발사 시스템을 장착할지에 따라서 플레이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인풋)에 달렸다. 그 선택 이후에도 투사체 발사 시스템을 어떤 조합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무수히 많은 다른 결과들로 이어질 수 있다. 관건은 게임이 제공하는 시뮬레이션의 정교함이 반드시 게임 내 기술의 적절한 구현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복잡한 시뮬레이션과의 상호작용은 (그 촉각적 ‘리얼함’으로 인해서) 그것이 실제의 기술과 부합한다는 환상을 오히려 강화한다. 그러므로 시뮬레이션과 재현이 중첩된 게임 미디어는 기술 구현의 욕망과 닿을 듯 말 듯한 기묘한 평행선을 달린다. 사려 깊은 레벨 디자인과 다양한 종류의 현실적인 제약들(일회용인 방독면 필터와 깨진 방독면을 덕 테이프로 임시로 처리하는 디테일, 제때 청소해 주지 않으면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총기, 에어건과 손전등을 계속해서 수동으로 펌프질해야 하는 수고로움 등등), 그리고 대부분의 HUD 를 제거한 다이어제틱한 UI 디자인이 잘 어우러져서 상당한 수준의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는 <메트로: 엑소더스>는 게임이 위치하는 미묘하게 어정쩡한 지점을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이 게임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꽤 비현실적인 배경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총기 전문가 [2] 가 나서서 다양한 총기들의 모양과 기능을 매우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고 평가할 만큼 ‘전통적인’ 재현에도 충실하다. 다시 말해 시뮬레이션과 재현 모두 해상도 측면에서 별달리 아쉬운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확히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 작품은 게임이라는 특정한 매체가 지닌 아포리아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한다. 총만큼 게임의 역사를 관통하는 기술도 없을 것이다. 게임 업계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극초창기의 슈팅 게임 [3] 이야기는 제외하고, 세부 장르인 FPS로만 한정해서 생각해 봐도 그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1973 년으로 가야 한다. [4] <메트로: 엑소더스>의 시점에 이르면 총을 다루는 캐릭터의 애니메이션과 총기의 반동, 총알의 궤적, 그에 따르는 부가적인 특수 효과와 음향, 총성과 총상에 반응하는 적의 움직임 등 총기의 시뮬레이션과 재현의 모든 면에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몰입감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한다. 그렇다면 이로써 게임에서 총을 구현하는 작업은 특이점에 다가가고 있는 것일까?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처럼 게임 컨트롤러에 한 스푼의 리얼함을 추가하거나 아예 VR 게임을 통해 답답한 직육면체의 모니터를 벗어난다면 언젠가는 완벽한 해상도에 (그러니까 완벽한 총싸움의 경험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 여기서 총과 같은 기술을 구현한다는 것은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총을 쏘는 사람이 방아쇠를 당기면 내부에 있는 공이가 화약이 든 총알을 타격한다. 그렇게 발생한 작은 폭발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음 소거 버튼으로 없앨 수도 없는) 굉음과 어깨가 시큰할 정도의 반동, 매캐한 화약 냄새와 뜨겁게 달아오른 총신, 그리고 땀에 젖은 손을 남긴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마치 원래 없었다는 듯이 유령처럼 작동하는 총 모양의 어떤 것을 우리는 과연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운이 좋게 주요 부위를 피해서 맞는다고 해도 과다 출혈과 쇼크로 사망할 수 있는 위력적인 무기를 들고 서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죽음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총싸움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즉 기술은 단순히 진공 상태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의 사용자와 작동하는 환경, 역사적인 맥락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유저를 끝없는 피드 속에 가두기 위한 욕망으로 추동되는 알고리즘의 구조만큼이나 2024년 옥스퍼드 사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뇌 썩음 brain rot’ 또한 소셜 미디어라는 기술의 핵심 요소인 셈이다. [5] 결과적으로 시뮬레이션과 재현이 정교해질수록 기술적 구현의 욕망이 대두되지만 동시에 이는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체의 틀 안에서 선택적으로 제한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한 총싸움 게임’은 영화 <배틀로얄>이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상황을 현실로 구현해 낸 생지옥에서나 가능한 ‘실재the real’로서의 한계 지점인 것이다. 따라서 기술의 구현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미래적 게임이라는 방향성은 ‘블랙 미러’적인 미래와도 다소 불안하게 겹친다. 다만 꼭 그런 방향이 아니더라도 비교적 간단(?)하게 특정한 기술을 높은 수준으로 구현할 방법이 있다. 바로 컴퓨터를 (더 구체적으로는 그것의 UI를) 재현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경찰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컴퓨터라는 설정으로 오래된 데스크톱 OS 바탕화면의 미학과 기능을 적극 활용한 <허스토리>나 픽셀로 구현한 스마트폰의 UI 내에서만 게임이 진행되는 <레플리카> 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게임들은 기술의 구현이 매체에 의해서 제약받는 정도가 훨씬 덜한데, 왜냐하면 비디오 게임 자체가 컴퓨터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비슷한 포맷의 다양한 게임들이 존재하지만 내가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작품은 <옵저베이션Observation>이다. 전작 <스토리즈 언톨드Stories Untold>에서도 컴퓨터를 직접적으로 구현해서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에 대한 일종의 메타픽션을 만들어 냈던 개발사 No Code는 이 작품으로 게임에서 컴퓨터를 구현한다는 것의 의미를 한층 더 확장한다. AI 시스템인 SAM을 조종하는 플레이어는 매우 다양한 전자적 인터페이스를 경유해서 우주 정거장의 물리적 내/외부뿐만 아니라 버려진 랩탑들의 데이터, 정거장의 모듈 시스템, 그리고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까지 도달한다. 그러는 와중에 마이크와 카메라를 통해 계속되는 유일한 인간 생존자인 엠마 피셔 박사와의 대화에 이르면 우리가 에이전틱Agentic AI라고 부르기 시작한 어떤 기술적 흐름의 코스믹 호러적 완성형을 제시하는 듯이 보일 정도다. 다만 이 작품에서 AI가 곧 플레이어라는 것을 상기해 본다면, AI 자체를 구현하는 것이 게임의 지향점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 오히려 플레이어가 <옵저베이션>을 통해 경험하는 것은 SAM이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우리의 AI친구 샘은 고정된 UI에 머물지 않고 부산스럽게 옵저베이션 정거장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그러나 원격 드론을 조종해서 정거장 바깥의 공허한 우주를 유영하는 순간까지도 플레이어는 인터페이스로 가득 찬 스크린을 벗어나지 못한다. 즉 플레이어는 게임 내내 각기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기보다는 샘이라는 하나의 독립된 시스템에 내재한 멀티 모달리티multi modality를 체험한 셈이 된다. 키틀러가 이야기하듯 컴퓨터가 그 이전의 미디어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지점은 다양한 종류의 서로 다른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인코딩하고 조작할 수 있는 멀티 모달리티에 있다. 물론 컴퓨터 바탕 화면의 미학을 ‘완벽히’ 구현한다면 바탕 화면에서 영상을 본다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멀티 모달리티를 선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그토록 완벽하게 구현된 컴퓨터로서의 게임이라면 나의 윈도우 기기에서 가상 머신으로 작동하는 리눅스 OS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게임 내에서 구현하는 기술의 목표는 재현과 시뮬레이션의 해상도를 최대로 올려서 매우 비슷한 모양의 거의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될 수도 없지만, 된다고 해도 종종 우스꽝스러운 결과로 이어진다. 게임은 유틸리티 소프트웨어가 아닌 것이다. <옵저베이션>은 플레이어 가능한 캐릭터를 AI로 설정함으로써 전형적인 UI가 발산하는 모종의 피로감을 탈피하는 동시에 컴퓨터의 멀티 모달리티를 게임 전체의 플롯과 결부시키는 방식으로 ‘컴퓨터를 구현하는 것’에 성공한다. 게임에서의 기술 구현은 이처럼 재현과 시뮬레이션 둘 중 어느 쪽으로도 수렴되지 않으며, 둘의 합이 성공적인 구현을 담보하지도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전적으로 기술 자체의 구현에 몰두하는 것과도 다른 이야기다. 드물게 범례처럼 떠오르는 각각의 개별 작품들을 통해서 여전히 명확히 잡히지 않는 좌표를 다시 한번 확인할 따름이다. [1] 설령 계속해서 사이버웨어를 추가하더라도 V는 디버프를 받을 뿐 사이버 사이코로 돌변하지 않는다. 장비의 무게나 숙련도에 따른 디버프가 존재하는 다수의 판타지 게임들과 더 유사해지는 지점이다. [2] Gamology, “Firearms Expert REACTS to Post-Apocalyptic Weapons in Metro Exodus” YouTube 2021.11.19. https://www.youtube.com/watch?v=ZdgiAvc8FxE [3] 최초의 슈팅 게임 Spacewar! 은 1962년 MIT 랩에서 세 명의 연구자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https://en.wikipedia.org/wiki/Spacewar! [4] 최초의 FPS 게임인 Maze War https://www.guinnessworldrecords.com/world-records/95409-first-first-person-shooter-fps-videogame [5] 이동현, “영국 옥스포드 사전, 올해의 단어는 ‘뇌 썩음’(brain rot)” 한국일보 2024.12.02.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0221530000146 [6] 이 게임에서 SAM은 정확히 플레이어의 컨트롤에 의해서만 시뮬레이션 된다. 즉 현대의 AI 모델들이 기반한 확률적인 작동과는 궤를 달리한다. 직접 거대 언어 모델LLM을 실시간으로 게임에 연동해서 AI 캐릭터를 생성해 낸 <언커버 더 스모킹 건>과 같은 게임이 AI를 ‘구현’하는 것에 더 가까울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웜뱃 잡다한 일을 하는 프리랜서입니다. 역시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게임에는 특히 관심이 더 많습니다.
- 인벤토리 시스템은 어떻게 효율을 재미로 연결시켰는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꽉찬 인벤토리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2023년 대흥행을 이루었던 <발더스게이트3>에서는 아이템의 무게가 발목을 붙잡는다. 일반적으로 처음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는 어떤 아이템이 좋은 아이템이고, 어떤 아이템이 ‘잡템’인지 알 수 없어서 보부상처럼 모든 아이템을 들고 다닌다. 그러다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면 아이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이때 무엇을 들고 다닐 것이고 무엇을 버리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관한 고민이 시작된다. 그래서 유튜브나 커뮤니티에는 ‘발더스게이트 인벤토리 관리 꿀팁’ 글들이 무수히 올라와 있다. < Back 인벤토리 시스템은 어떻게 효율을 재미로 연결시켰는가? 18 GG Vol. 24. 6. 10.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꽉찬 인벤토리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2023년 대흥행을 이루었던 <발더스게이트3>에서는 아이템의 무게가 발목을 붙잡는다. 일반적으로 처음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는 어떤 아이템이 좋은 아이템이고, 어떤 아이템이 ‘잡템’인지 알 수 없어서 보부상처럼 모든 아이템을 들고 다닌다. 그러다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면 아이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이때 무엇을 들고 다닐 것이고 무엇을 버리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관한 고민이 시작된다. 그래서 유튜브나 커뮤니티에는 ‘발더스게이트 인벤토리 관리 꿀팁’ 글들이 무수히 올라와 있다. 한편, <마비노기>나 <디아블로2>에서는 아이템의 부피가 플레이어의 고민을 유발한다. 성능이 좋지만 부피가 큰 아이템이 떨어졌을 때, 플레이어는 가치가 낮은 아이템을 순차적으로 버리면서 인벤토리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애쓴다. 그리고 버린 아이템보다 얻은 아이템의 가치가 월등히 높다는 확신이 들면, 득템의 기쁨과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 각각 무게와 부피로 제한을 두는 <발더스게이트 3>와 <디아블로2>의 인벤토리 시스템 그런데 사실 정말로 효율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하려면, 인벤토리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된다. 게임사가 인벤토리를 디자인할 때, 무게나 개수, 부피의 제한을 두지 않으면 게이머들은 더 빠르게 사냥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넣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획득하자마자 강해지는 방식을 사용하면 더 직관적이고 더 빠른 플레이가 가능하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 게임들도 다수 존재한다. 가령, <하데스>와 같은 로그라이크의 경우에는 인벤토리 창이 따로 없고, 자신이 획득한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창만 제공한다. 그렇다면 게임사는 왜 인벤토리에 제한을 두어서 게이머들을 괴롭히는 것일까? 인벤토리 시스템은 게이머들에게 스트레스만 안겨주는 개념인가? 효율성을 고민하며 아이템을 먹게 만드는 비효율적 시스템은 누굴 위한 것인가? 이러한 지점에서 인벤토리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무엇인지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질문을 던져보자. 인벤토리의 한계는 리얼리티의 재현인가? 인벤토리 시스템은 디지털 게임에서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전통이다. 초창기 게임 역사에서 자주 이름을 <던전앤드레곤> 시리즈와 <로그>, <울티마> 시리즈는 텍스트로 플레이어가 획득한 아이템을 보여주며 해당 아이템을 활용하여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중에서도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가 확립한 초창기 CRPG의 인벤토리 시스템은 이후 게임 계보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벤토리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획득한 아이템을 텍스트로 읽으며 상상해야 했기에 직관적이지 못했다. 이에 <던전 마스터>는 선형적인 텍스트 인벤토리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고, 결국 오늘날까지도 활용되는 그리드 인벤토리나 퀵바 등의 형식을 도입할 수 있었다. 아이템을 넣을 수 있는 칸을 제공하고, 거기에 아이템의 아이콘을 넣거나 빼는 그리드 인벤토리 시스템은 캐릭터와 세계의 분리감을 줄이고, 게임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이후의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들도 그리드 인벤토리 시스템이 만들어낸 토대 위에서 직관성과 상호작용성, 편의성 등을 고려하며 인벤토리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 텍스트로 구현되는 <로그>의 인벤토리 시스템과 <던전 마스터>의 그리드 인벤토리 시스템 이러한 맥락에서 인벤토리 시스템의 발달 과정을 리얼리티의 재현이라는 기준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그리드 인벤토리 시스템이 게임 세계와 플레이어의 간극을 좁혔던 것처럼, 기술 발달로 인해 더욱 현실적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욱 현실성 높은 게임 구현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물론, 이러한 예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임에도 총기의 기능 고장을 구현해서 군필자들에게 PTSD를 불러오는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의 경우에는 인벤토리 시스템도 최대한 현실적으로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게임들은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 인벤토리의 물리적, 현실적 한계들을 무시한다.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의 경우에도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게임에 도입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성이 게임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성을 기준으로 인벤토리 시스템의 발달 과정을 선형적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게임의 재미이다. 획득하는 즐거움 그렇다면 게임의 즐거움이라는 차원에서 인벤토리 시스템을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아이템을 획득할 때, 우리는 어떤 재미를 느끼는가? 내 캐릭터가 강해졌다는 느낌, 앞으로 해당 아이템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는 자유. 이러한 재미들을 직접적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단순히 게임 내 시스템에서 대미지의 수치만 올라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가시적으로 내가 얻은 아이템의 가치를 보여줄 때, 이러한 재미는 배가된다. <던전 마스터>가 <로그>의 텍스트 아이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이유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보고 그 가치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아이템을 다자인하고 기능을 가시화해왔다. 그러나 아이템 획득의 기쁨은 늘 일시적이다. 캐릭터 성장에 따른 상황이 함께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직선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아케이드 게임이나 로그 라이크의 경우에는 이런 재미가 반감될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 <메탈슬러그> 시리즈를 할 때, 핸드건을 쓰다가 헤비머신건을 먹거나, 헤비머신건을 쓰다가 로켓 런처를 먹으면 성장의 기쁨이 느껴지고, 죽거나 탄환이 떨어지면 다시 아이템 획득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RPG의 경우에는 자신이 강해진 만큼 대적자도 강해지거나, 해당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아이템 획득이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이 무한히 확장될 수 없기에, 아이템 획득의 재미는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이러한 점이 고민이었을 것이다. 특히, 초창기 CRPG의 경우에는 게임에 넣을 수 있는 데이터 양에 제한이 있었다. 이에 현실성보다는 현실적 이유로 게임 세상을 넓게 구축할 수 없었고, ‘득템의 기쁨’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마련했다. 가령,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는 아이템의 특성을 다양하게 만들고 장착할 수 있는 아이템의 한계를 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는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하고, 효율을 좇게 만들었다. 최적화하는 즐거움 일상의 노동 과정에서 늘 효율을 좇아야 하는 오늘날, 게이머는 게임에서까지 효율을 추구해야 하는가? 효율을 좇는 것이 어떻게 재미를 줄 수 있단 말인가? 이때 흥미로운 참고점이 있다. 바로 레고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에 레고를 조립하며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완성품을 팔지 않고 조립 전 모습을 판매하는 레고라는 상품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상품이다. 물론, 레고의 조립이 꼭 완성품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과정에서 창의력이 발휘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10,000 피스 퍼즐은 어떠한가? 어떠한 창의력도 발동될 수 없게끔 모든 피스의 위치에 정답이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퍼즐을 맞추며 재미를 느끼는 것일까? 극도로 비효율적인 상품이 팔리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게이머들이 인벤토리 시스템에서 효율을 추구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재미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한다. 자신의 캐릭터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재미, 즉 최적화하는 재미이다. 게이머들은 현재 많은 게임들이 활용하고 있는 인벤토리 시스템에서 아이템을 어떻게 정리하고 활용할지에 관한 재미를 발굴했다. 앞서 언급했던 아이템 선택의 사례, 버린 아이템보다 획득한 아이템의 가치가 높다는 확신에서 오는 즐거움 역시 이러한 재미의 일환이다. 이 과정은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최적화된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선사한다. 덱빌딩 게임은 이런 재미를 극대화한 장르이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시간보다 덱을 구성하고 최적화시키는 시간이 길지만, 플레이어들은 고민 끝에 자신이 의도한 결괏값이 나왔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자동사냥 게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플레이 자체의 시간은 거의 없지만,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들을 정리하고 활용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가 게임의 즐거움이 된다. 자동사냥 게임이 무슨 게임이냐고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직장에서 자동사냥을 돌려놓고 퇴근길에 체크하는 과정에서 소유하는 즐거움과 최적화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효율을 좇게 만드는 비효율적 게임 시스템은 게이머에게 불편함만을 주지 않는다. 게이머는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재미를 찾고, 유희하고 있다. 참고문헌 CRPG Book Project. URL: https://crpgbook.wordpress.com/ Bateman, C. & Zagal, J. P. (2017). Game Design Lineages: Minecraft’s Inventory. MuBmann, M., Truman, S., Mammen, S. (2021). Game-Ready Inventory Systems for Virtual Reality. Tags: 인벤토리, 롤플레잉, 아이템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유럽 속의 타자, 게임 속의 동유럽
서구, 오늘날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 불리는 이 말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북미와 유럽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근대를 이루는 많은 기술적, 정치적, 문화적 배경들의 원산지로서 서구는 일종의 기원으로 여겨지며, 그 중에서도 특히 근대적 의미로서의 북미가 사실상 유럽으로부터의 문명 이주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대 세계의 많은 부분은 유럽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 Back 유럽 속의 타자, 게임 속의 동유럽 06 GG Vol. 22. 6. 10. 서구, 오늘날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 불리는 이 말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북미와 유럽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근대를 이루는 많은 기술적, 정치적, 문화적 배경들의 원산지로서 서구는 일종의 기원으로 여겨지며, 그 중에서도 특히 근대적 의미로서의 북미가 사실상 유럽으로부터의 문명 이주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대 세계의 많은 부분은 유럽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동아시아에 위치한 우리에게도 유럽에 관한 지식과 관심은 상당한 비중으로 다가온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청소년 필독서로 오르내리고, 세계사에의 접근 또한 상당부분 유럽의 변화를 중심으로 기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 유럽이라는 말도 사실은 서유럽이라는 좀더 좁은 범주를 가리키는 말임을 떠올리게 된다. 이를테면 동유럽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유럽이라는 말로부터 조금은 동떨어져 있다. 이는 디지털게임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재현과 묘사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동유럽을 다룬 두 개의 게임 출입국관리소에서의 여권 심사라는 독특한 소재를 게임화한 루카스 포프의 작품 〈페이퍼스, 플리즈〉(2013)는 그 지리적 배경으로 아스토츠카라는 가상의 국가를 설정하지만, 우리는 현실에서 아스토츠카가 동유럽 어디쯤을 가리키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깨닫는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이나 국가명, 국가 상징이나 경직된 관료제로 드러나는 보수화한 공산주의 체제 등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 게임이 한창 분쟁을 겪고 있던 시기의 동유럽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어수선한 한 장면임을 떠올리게 한다. 11비트 스튜디오의 화제작 〈디스 워 오브 마인〉(2014)은 내전 상황 속에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에서 휴전의 날까지를 버티는 과정을 윤리와 생존의 딜레마로 풀어내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었다. 이 게임 또한 가상의 국가인 그라츠나비아의 도시 포고렌을 배경으로 삼는데, 같은 국가를 구성한 두 민족의 갈등과 분리주의 움직임이 내전으로 격화된 상황 또한 동유럽 어딘가에서 벌어진 내전을 모티프로 삼고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애초에 개발사가 폴란드인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페이퍼스, 플리즈〉와 〈디스 워 오브 마인〉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전쟁과 같은 문제로 사회가 어수선한 동유럽이라는 유사한 배경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두 게임은 모두 현실적인 주제로부터 아이디어를 가져와 게임화한 사례다. 〈페이퍼스, 플리즈〉는 이상과는 달리 현실에서 관료제가 더욱 고착화하면서 기이한 독재 체제로 바뀌어버린 공산주의 사회가 만드는 모순으로부터 플레이어가 넘어서야 할 역경을 이끌어낸다. 국가로부터 배정받은 공동주택에 대가족이 모여살지만, 플레이어의 낮은 연봉으로는 난방과 식비조차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은 출입국 사무에서의 부정부패를 자연스럽게 촉발한다. 이로부터 벌어지는 온갖 밀입국은 경우에 따라 국가의 존립을 흔들기도 할 정도의 여파를 갖는다. 〈페이퍼스, 플리즈〉의 플레이를 간단히 요약한다면 ‘실패한 현실공산주의를 향한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의 도전’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디스 워 오브 마인〉 또한 플레이어가 넘어서야 할 과제들은 현실적인 배경으로부터 시작된다. 국가의 거대한 분열이 갈등으로 치닫고, 이로 인해 벌어진 내전은 사회 전반의 질서를 흔들며 물리적, 제도적인 모든 안전망을 무력화했다. 수도와 전기마저도 끊어지는 상황에서 생존을 요구받은 플레이어의 분투 또한 동유럽 – 내전이라는 의미 연결을 통해 현실의 뉴스를 차지하던 동유럽 내전에서의 생존기라는 현실적인 주제로 게임의 이야기를 맞춰나간다. 실패한 공산주의에서 파생한 독재, 민족과 인종대립에 의한 내전상태는 그런데 사실 꼭 동유럽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이런 사회적 이슈들이 벌어지는 곳은 따지고 본다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다. 아프리카의 앙골라에서 벌어진 공산주의 독재 장기화에 의한 부패나 내전 문제, 르완다 학살과 같은 민족, 인종간의 갈등과 내전처럼 오히려 같은 이슈라면 아프리카 쪽이 더 크고 위험하며 극단적인 경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게임에서 아프리카 내전이나 독재 문제 등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 〈파크라이〉 시리즈처럼 마약밀매나 독재, 사이비 종교 같은 이슈를 다루는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때 게임의 자세는 그 이름만큼이나 ‘먼’ 스탠스를 취한다. 게임 안에서 벌어지는 잔악무도한 양상들은 그 무대가 ‘우리’의 세계가 아닌 ‘머나먼’ 세계로 그려진다. 여기서 ‘우리’의 범주는 상당히 좁아 보인다. 〈파크라이 5〉가 다룬 사이비 종교의 세계에서 플레이어의 관점은 ‘도시민’이다. 이 이상한 일들은 ‘머나먼 시골’로 그려진다. 도심에서의 범죄를 다루는 〈GTA〉같은 시리즈가 있긴 하지만, 여기는 사회적 이슈를 접근하는 방식이 〈페이퍼스, 플리즈〉나 〈디스 워 오브 마인〉과는 아예 다른 방향이라 함께 묶이기는 어렵다. 아프리카의 독재 문제는 〈재기드 얼라이언스〉 처럼 플레이어를 외부인이자 제3자 개입의 시점으로 게임에서 다뤄지곤 한다. 반면 경우에 따라 유럽, 서구라는 범주 안에 포함되면서도 서유럽 중심의 선진국과 달리 정치적 불안요소를 높게 가지고 있는 동유럽은 한편으로는 서구라는 동질선상에 놓이면서도 사회적 불안이라는 요소 측면에서는 좁은 서구의 바깥 범주에 놓이는 독특한 위치다.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발생한 사건에 직접 휘말리고 그로부터 여파를 받아 넘어서야 할 과제들 앞에 놓이는 〈페이퍼스, 플리즈〉 류의 게임에서 제3자적인 접근은 오히려 난이도 – 숙련도 간의 길항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처럼 머나먼 곳의 이야기도 아닌, 같은 유럽이라는 의식 안에서 발생한 문제에 개입해야 하는 상황은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많은 게임들로 하여금 동유럽의 불안한 정치상황이라는 소재를 택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서구'라는 시점의 문제 ‘왜 동유럽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플레이어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디지털게임은 다른 매체에 비해 접근에 필요한 인프라에의 요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게이밍 PC라고 불리는 쾌적한 게이밍을 위한 장비는 범용 PC에 비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며, 사용하는 전력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콘솔게임기도 만만한 가격은 아니며, 특히 온라인 시대 이후로는 쾌적한 게임을 위해서는 플레이 뿐 아니라 게임소프트웨어의 구매와 패치 등에도 충분한 속도와 용량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요구된다. 안정적인 전력과 인터넷이 공급되고 고가의 디지털장비를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은, 디지털게임 플레이어의 위치는 어쩔 수 없이 서구를 포함하는 선진국에 자리하게 된다. 현실의 문제를 게임 플레이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기 위한 게임 디자인들은 디지털게임 플레이어의 보편적 위치가 ‘서구’라는 전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입장에 선다. 같은 이슈라도 유럽권에 가까운 곳을 배경으로 삼을 때 이 문제는 비로소 플레이어의 문제로 좀더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것이다. 외양도 문화도 ‘먼 타자’일 수 밖에 없는 지역보다 ‘서구’라는 시선의 위치에 가깝게 자리하는 듯한 동유럽의 사례가 성공적인 메시징을 수행한 게임으로 거론되는 배경은 플레이어와 재현된 세계가 갖는 그 거리감으로부터 무관하지 않다. 현실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게임에 있어 동유럽은 유럽이면서도 ‘서구’로부터 타자화된 대상이 된다. 그리고 ‘서구’가 아님에도 선진국의 범주 안에 들어가기 시작한 한국 게이밍 문화는 플레이어의 물리적 시점 면에서는 ‘서구’의 범주와 겹치는 부분들을 갖는다. 디지털게임들이 현실사회의 문제를 좀더 많이, 더 다양하게 다루는 시대가 온다면, 이 시선과 대상의 거리감은 좀더 중요한 문제로 작동할 수도 있다. 영화의 카메라와는 또다른 게임매체의 접근방식이 만드는 재현대상과의 거리감 문제를 좀더 고민해 볼 이유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코스믹 호러의 게임적 변용
이토 준지풍의 그림체와 크툴루 세계관이 결합된 <공포의 세계>의 장점 역시 동일하다. 그로테스크하고 이질적으로 변화한 마을 구성원들을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다는 소름 돋는 경험이야말로 등대에 강림할 고대신보다 공포스러운 일이다. 내가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신은 일상의 궤도에서 이상 징후와 균열을 발견할 때 불안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 Back 코스믹 호러의 게임적 변용 19 GG Vol. 24. 8. 10.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것이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이다. - H.P. 러브크래프트, 공포 문학의 매혹 중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라는 특수한 조건에서만 실현 가능한 장르를 게임을 통해 재현하는 일은 그 목적이 플레이어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라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 코스믹 호러는 단어 그대로 인간의 사유와 이성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거대한 존재를 마주쳤을 때 경험하게 되는 우주적 공포를 의미한다. 오랜 기간을 통해 축적해 온 문명을 포함한 인간적 가치가 통용되지 않는 불가해한 공포를 목도하는 상황과 그에 대한 매혹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대변하는 특징이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적 세계관은 그가 활동했던 시대보다는 오히려 지금에 와서 적극적으로 향유되고 차용하고 있다. “거기서 크툰을?”이라는 밈으로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을 <하스스톤>의 고대신의 저주 덱만 하더라도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고대신 중 하나인 크툴루 이미지를 빌려온 대표적인 사례다. 크툰(C'Thun)이라는 이름조차 크툴루(Cthulhu)를 연상케 하는 의도적인 작명이다. 게임을 비롯한 서브 컬쳐에서 크툴루가 코스믹 호러를 대표하는 표상이자 오마쥬로 손쉽게 활용되는 이유는 러브크래프트의 작업물 중 드물게 크툴루 만이 소설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외양이 묘사되어 있고 작가의 스케치도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시각화할 수 있는 뚜렷한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점은 공포를 야기하는 데는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한다.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크리쳐를 충실하게 재현하고자 했던 나 <콜 오브 크툴루>와 같은 게임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던 요인 중 하나는 시각적 재현을 통해서는 공포를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그래픽 해상도나 디자인, 크리쳐의 거대함을 체감할 수 있는 상대적 크기의 구현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분명하게 가시화된 것일수록 공포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러브크래프트는 기이한 이야기가 예술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정밀하게 사건을 묘사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분위기의 조성을 제안한 바 있다. 코스믹 호러를 경험하게 되는 소설적 사건은 그 자체가 비현실적이며 허구적인 것이기에 정밀한 묘사를 통해 리얼리티를 획득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인간의 기분을 명확하게 상징화하는 것이야말로 묘사보다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영역이다. 공포, 그것도 특정한 맥락의 사건을 통해 야기되는 감정의 결을 상징화하는 작업은 시각을 중점적으로 매개하는 매체가 좀처럼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모호함, 불분명함에서 오는 상상이 야기하는 불안감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공포 영화는 본질적으로 시각 중심적 매체라는 영화의 장점 일부를 포기하고 카메라의 시야를 제한하고 대상을 어둡고 흐릿한 배경을 통해 부각하는 전략을 취한다. 아울러 관객이 사건을 목도하는 전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시에 감상의 가이드라인으로써 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게임은 플레이어의 행위성을 사건 전개의 중심축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영화와 같은 시각 매체 감상자가 경험하는 무력감, 일방향적인 위치에서 수행되는 관음에서 비롯된 공포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글의 마중물로 활용한 인용문과 같이 공포는 대상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 기원하는 감정이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속에서 앎으로 포섭할 수 없는 존재를 목도한 이들은 필연적으로 광기에 사로잡힌다. 다만 서술자는 광인으로 대변되는 낯선 타자를 목격할 때 경악하거나, 서서히 잠식되는 광기로 인해 미지의 대상에 매혹되며 변화하는 자신의 내면을 진술하는가로 나뉠 뿐이다. 최소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 이 둘은 선행과 후행의 문제일 뿐 어느 쪽을 배제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소설 <벽 속의 쥐>의 모티브를 공유하고 있는 <다키스트 던전>은 고대신의 유적을 저택에 은닉하고 있는 전대 가주의 편지로 시작된다. 지하의 유적을 탐사하며 결국 고대신의 제물로 후손을 끌어들인 선조의 목적을 저지하더라도 탐사대의 파멸은 불가피하다. 광기에 잠식된 이들은 결코 이전과 동일한 내면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키스트 던전>은 후손의 자살을 암시하는 장면과 새로운 희생양이 될 또 다른 후손을 초대하는 편지로 끝을 맺는다. 이와 같은 서사는 한낱 인간으로서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거대한 악의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상기하는 러브크래프트적 세계관을 잘 보여줬다. 그러나 그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다키스트 던전>이 광기를 하나의 변수이자 수치화할 수 있는 요소로 디자인한 게임이라는 점이다. 공포가 대응할 수 없는 미지에서 창출되는 감정이라면 공포 게임의 행위성은 그를 위배하는 방식으로, 달리 말하면 미지를 해소하고 장악하는 방식으로 디자인된다. 이 모순적인 결합방식을 시도한 결과물 중 눈여겨볼 만한 대표적인 게임은 크툴루 세계관을 기반으로 추리와 코스믹 호러의 공존을 시도한 <셜록 홈즈: 디 어웨이큰드>이다. 추리는 과학을 포함한 근대적 지식을 동원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을 지향하는 행위다. 이 경우 만약 이성이 미지를 해체하는 유용하고 적확한 도구라면 해소될 수 있는 공포는 하나의 소재로 활용될 뿐이다. 그러나 <셜록 홈즈: 디 어웨이큰드>의 서사는 이성과 공포의 대결에서 공포에 손을 들어줬다. 홈즈는 어머니를 파멸로 이끈 광기가 자신에게도 유전될 것을 염려하면서도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광기에 접근한다. 그리고 광기에 매혹된 자신이 근대적 이성으로 무장한 이전의 ‘나’는 같은 인간일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성은 미지의 사건을 해결하기에 충분한 도구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질서와 법칙으로 무장한 자신의 세계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불안한 외피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홈즈는 이전과는 다른 내면을 가진 인간이 된다. 심지어 고대신을 소환하고자 하는 이교도의 제의를 저지한 후일담에서 짐작할 수 있듯 홈즈의 정신은 그의 정체성이 붕괴되었던 상황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것은 게임을 통해 재현된 캐릭터의 내면일 뿐이며 플레이어의 영역에서 꼼꼼하게 단서를 모아가며 추리하는 플레이 경험은 이 게임이 ‘호러’ ‘어드벤처’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전자의 수식어가 약소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다면 차라리 행위성을 제한하는 동시에 특정 행위성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광기를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다키스트 던전>이 광기를 활용하는 방식이 바로 그런 형태다. 플레이어는 지속적으로 특정 확률로 이상상태를 겪는 캐릭터들을 컨트롤하며 자신의 의지를 온전히 관철할 수 없는 세계를 인식한다. 물론 이것은 공포를 직접적으로 창출하기보다는 긴장감을 통해 몰입감을 고조시키는 효과이기는 하다. 그러나 공포를 해소하는 어드벤처식 게임 장르를 대신해 제안할 수 있는 하나의 예시로 고려될 수는 있을 것이다. <드렛지> 역시 광기를 게임적 요소로 활용한다. <드렛지>는 확률의 결과물만 보여주는 <다키스트 던전>보다 광기에 노출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재현한다. 게임 초반 여러 섬을 돌아다니며 새롭게 마을에 정착하고자 하는 낚시꾼의 일과 사이에는 간헐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이질감이 불거져 나온다. 심해에서 건져 올린 것 같은 기괴한 생김새의 어종, 이방인인 주인공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응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의미심장한 대사, 낮과는 전혀 다른 위협이 도사린 밤바다의 풍경은 공포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나 정작 크툴루의 오마쥬인 것이 분명한 고대신은 게임의 마지막 장면에서야 매우 짧게 모습을 드러낸다. 구체적으로 재현되면 될수록, 즉 대상을 명확하게 인지할수록 공포와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측면에서 이와 같은 전략은 유의미하다. 오히려 <드렛지>는 미지의 존재가 응시하는 시선을 화면 상단이나 심해의 충혈된 눈으로 표현하거나 광기에 잠식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점차 붉게 번져가는 파라미터 등의 인터페이스로 재현한다. 불분명하고 암시적인 분위기가 캐릭터의 불안을 야기하고 공포라는 감정을 창출하는 것이다. 광인은 타자의 모습으로 재현되기 쉽다. 그러나 <드렛지>는 분열된 자아를 통해 이성의 영역에서는 확신할 수 없는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투신하는 인간의 모습과 미지에 공포를 느끼는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 희생된 아내를 부활시키기 위한 수집가의 광기는 설사 그것이 고대신을 소환해 마을이 소멸하는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멈추지 않는다. 다섯 가지의 물건을 모아달라는 의뢰를 수락한 어부는 결국 이것이 스스로 초래한 비극의 후일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광기는 자신의 다른 얼굴이었던 셈이다. 코스믹 호러는 이제까지 믿어왔던 판단 능력에 대한 의심이자 철학의 붕괴, 신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된 공포다. 정상성, 실재성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공포는 지극히 인간적인 발명이다. 오직 인간만이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토대, 근거가 전면적으로 붕괴될 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매력적인 발상이 게임에 이식되는 과정에서 플레이가 경험하는 공포란 오히려 사소한 사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토 준지풍의 그림체와 크툴루 세계관이 결합된 <공포의 세계>의 장점 역시 동일하다. 그로테스크하고 이질적으로 변화한 마을 구성원들을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다는 소름 돋는 경험이야말로 등대에 강림할 고대신보다 공포스러운 일이다. 내가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신은 일상의 궤도에서 이상 징후와 균열을 발견할 때 불안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성균관대학교 강사) 홍현영 패미콤을 화목한 가족 구성원의 필수품으로 광고한 덕분에 게임의 세계에 입문했다. <저스트댄서> 꾸준러. 『81년생 마리오』, 『게임의 이론』, 『미디어와 젠더』 등을 함께 썼다.
- [인터뷰] 구독 서비스가 게임에 가져올 변화: 스튜디오 사이 유재현 대표
넷플릭스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에 기꺼이 구독료를 내고 영상물을 시청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게임 구독 서비스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게임 구매와 다운로드 형식이 ‘구독 서비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의 선두 주자로 나선 것은 글로벌 게임 업체인 소니와 닌텐도였다. 지금은 애플까지 합세해 게임 구독 서비스를 둘러싼 플랫폼 경쟁이 점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게임 구독 서비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게임 구독 서비스가 기존의 게임 구매나 다운로드 형식을 대체하게 된다면, 이러한 유통 방식의 변화는 게임 텍스트에 어떤 영향을 줄까? < Back [인터뷰] 구독 서비스가 게임에 가져올 변화: 스튜디오 사이 유재현 대표 09 GG Vol. 22. 12. 10. 넷플릭스의 성공은 미디어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넷플릭스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에 기꺼이 구독료를 내고 영상물을 시청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게임 구독 서비스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게임 구매와 다운로드 형식이 ‘구독 서비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의 선두 주자로 나선 것은 글로벌 게임 업체인 소니와 닌텐도였다. 지금은 애플까지 합세해 게임 구독 서비스를 둘러싼 플랫폼 경쟁이 점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게임 구독 서비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게임 구독 서비스가 기존의 게임 구매나 다운로드 형식을 대체하게 된다면, 이러한 유통 방식의 변화는 게임 텍스트에 어떤 영향을 줄까? 구독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임 개발자는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게 될까? 혹시 구독 서비스는 게임 개발자에게 또 다른 고민을 얹어주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게임 구독 서비스는 비단 산업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생산자(개발자)와 수용자(게이머) 모두에게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질문들을 품고 편집장은 게이머이자 1인 개발자인 스튜디오 ‘사이’의 유재현 대표를 만나고 왔다. 편집장: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걸어오신 행보를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유재현 대표: 안녕하세요. 스튜디오 ‘사이’(Studio Sai)의 유재현입니다. 저는 VFX 아티스트와 테크니컬 아티스트(Technical Artist)로 디즈니, 라이엇, 댓게임컴퍼니, 그리고 애플 등에서 일하다 현재 스튜디오 사이를 창립했습니다. 현재는 1인 개발자로 ‘이터나이츠(Eternights)’를 만들어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편집장: 게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여쭤보겠습니다. ‘이터나이츠’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 게임을 독자분들께 한두 마디로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유재현 대표: 예. 간단히 말하자면, 데이팅 액션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장: 데이팅 액션 게임이요? 유재현 대표: (하하) 다들 데이팅 액션이라 하면 그렇게 반응하시더라고요. 근데 말 그대로 정말 데이팅 액션 게임이고요. 조금 더 설명해드리자면, 10대 청소년들이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살아남으면서 데이팅도 하고, 연애도 하면서 살아가는 소년 성장물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스튜디오 ‘사이’에서 개발중인 데이팅 액션 게임 ‘이터나이츠(Eternights)’ 편집장: 방금 말씀해주신 게임인 이터나이츠는 어떤 플랫폼에서 출시를 생각하고 계실까요? 1인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떤 플랫폼에 어떤 방식으로 유통시킬 것인가가 중요할 것 같아요. 유재현 대표: 이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신경 쓸 게 많아지기는 했어요. 플랫폼마다 버튼 레이아웃이 달라지기도 해서 그런 걸 신경 써야 하기도 하고요. ‘이터나이츠’는 작년 말쯤에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콘솔 독점작이 됐어요. 콘솔로는 플레이스테이션만 나갈 예정이고요. 그리고 PC로는 스팀(Steam)하고 에픽 스토어(Epic Games Store) 이렇게 두 군데에 출시하게 될 예정입니다. 편집장: 사실 1인 개발자로서 게임을 제작하고 출시하는 입장에서 이전하고 많이 다른 게 있다면 구독 서비스잖아요. 예전에는 게임을 출시할 때, 게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인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로 올리거나, 프리 투 플레이(Free To Play)를 하게 하되, 인앱(In-App) 결제를 통해 수익을 낸다가 있었는데 구독이라는 개념은 너무 다르잖아요.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이터나이츠를 출시하게 된다면, 게임 내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유재현 대표: ‘구독 서비스로 출시해 보겠냐’는 제안이 오면 엄청 좋을 것 같기는 해요. 근데 걱정이 들기도 하겠죠. 지금 만들어 놓은 이 게임의 경우는 보통 돈을 지불하고, 그만큼의 시간을 들이겠다고 어느 정도 결정한 사람들이 시작하게 되잖아요. 그 플레이어들이 예상하거나 기대하는 페이스가 있을 테고. 게임의 호흡도, 예를 들어서 지금 저희 게임은 신나는 액션이 처음 등장하는 타이밍이 게임 플레이하고 7~8분 후 정도예요. 이런 식으로 게임 유저들을 세계관 안으로 좀 더 끌어들인 다음 액션을 보여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전체적인 디자인을 했는데, 구독 서비스로 출시된다고 하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첫 액션까지 그렇게 기다리지 않을 것 같거든요. 아마 2, 3분? 그것도 루즈할 것 같아요. 심지어는 한, 45초 안에 뭔가를 보여 주는 식의 인터랙션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구독 서비스를 하면, 지원되는 게임이 많으니까 여러 가지 선택지가 열리잖아요. 이 게임 잠깐 하고, 다른 게임 할 수도 있는 거고. ‘찍먹’이라고 하죠? ‘찍먹’ 해도 돌아올 만큼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건 호불호의 영역이고요. 그러니까 대중들이 짧은 시간 안에 게임을 오래 플레이할 수 있도록, 그런 장치들에 신경 쓰는 세세한 디자인이 가장 필요하겠다. 아마 그런 쪽의 고민이 가장 많이 들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럼 기존의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같은 구독 서비스로 출시되면 게임 콘텐츠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유재현 대표: 그건 잘 모르겠어요. 방금 전에는 인스톨하지 않은 상태로 구독 서비스로만 플레이하는 게임의 경우를 말씀드린 거거든요. 근데 인스톨이 전제된 구독이라고 해도 좀 신경 쓰이긴 하겠어요. 구독 서비스라고 하면 아무래도 플레이 초반에 들어가는 큰 액션들에 확실히 신경 쓰고, 앞부분을 좀 더 타이트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리얼 타임으로 플레이어가 빠르게 해야 하는 것들을 많이 추가하고, 플레이어를 붙잡아 둘 수 있게 즉각적인 리워드를 준다거나. 어떻게 보면 선정적인 부분이나 잔인한 부분 같은 게 많아지지 않을까, 하고 좀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네마틱한 비주얼 요소들이 분명 초반부에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편집장: 한편으로는, 게임이 갖고 있는 특수성 중 하나로 상호적인 교류가 있잖아요. 이것들이 구독 서비스에서는 조금 다르게 나타날까요? 유재현 대표: 저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메카닉적인 부분이 달라지는 만큼 게임을 어필하는 방식이 기존과는 달라져야 하는 것 같거든요. 좀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제가 그런 상황에 놓여서 게임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리액션 측면을 풀어야 하는 과제처럼 받아들일 것 같아요. 편집장: 게임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그런 결제 서비스에 영향을 받는 게 굉장히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게임이 원래 보여 주고자 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그걸 수정해야 하니까요. 결제, 구독이라는 게 애초에 게임 텍스트 외부 원인이기도 하고요. 만약 구독 서비스 때문에 게임을 수정해야 한다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아쉬움도 크실 것 같습니다. 유재현 대표: 아쉬움보다도, 어떻게 보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따라가야 하는, 배워야 하는 흐름 같기도 해요. 꼭 게임에서의 구독 서비스 때문이 아니고 모든 매체나 모든 콘텐츠가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아요. 한두 장 넘기고 더 읽을지, 안 읽을지 결정할 수 있는 독서 플랫폼이 있는 것처럼?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 도중에 리턴 하는 건 정말 자기 마음이잖아요. 결국 유저를 사로잡는 건 제작자의 역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일종의 ‘훅’을 초반에 잘 넣는 게 필요한 것 같고요. 플랫폼 변하는 만큼 저도 이것저것 배워 나가야겠죠. 편집장: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런 변화가 게임만의 변화가 아니기는 해요. 텍스트 디자인의 요소가 포함되는 영역에서 이런 변화가 많이 발견되는 것 같고요. 그런데 말씀 듣다 보니까, 제작자 말고 게이머로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가 좀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게임의 경우는 제작자가 가상공간을 만든다는 인식이 강하기도 하고, 현실과는 독립적인 ‘만들어진 세계’로 오랫동안 생각되어 왔잖아요. 그런데 부분 유료 결제나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게 되면서 게임이 완전히 독립적인 세계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하거든요. 이용자들도 그런 부분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이고요. 구독 서비스를 사용해 보셨나요? 유재현 대표: 저는 구독 서비스를 써 본 적이 없어요. 애플만 잠깐 써 봤고, 아직까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하는 게 익숙한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럼 또 궁금해지네요. 구독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아시는데도 사용해 보지 않았던 이유가 있을까요? 유재현 대표: 저는 약간, 게임을 소유하는 게 좋아요. 확실히. 피지컬이든, 디지털이든. 얼마 전에 한국 들어갔을 때에도 게임 타이틀을 한 70개 사 왔어요.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들이에요. 단순히 ‘게임 산업이 잘 되어야 한다’ 이런 의견 때문이 아니라 정말 개인적으로 갖고 싶어서요. 재미있어 보이면 가지고 싶어요. 물론 플레이 하면서 리턴 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아무튼 저는 마음에 들면 피지컬로 가지고 싶고, 좋아하는 게임은 소유하고 싶고 그래요. 편집장: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경우도, 이번에 플레이스테이션 5를 출시하면서 디지털 에디션을 따로 만들었잖아요.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스팀 이후에 ESD 플랫폼이 보편화되고 나서는 ‘소유’의 개념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를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온라인에서, 디지털 계정에 게임 플레이 권한을 가지는 걸 소유로 보기도 하고요. 두 가지 소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재현 대표: 저는 온라인 소유도 소유라고 봐요. 디지털도 많이 소유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구독은 뭔가 불안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구독이라는 게, 내가 확실한 개런티를 가지는 게 아니기도 하고, 좋아하는 게임이 언제든지 구독 클러스터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마치 제가 좋아하는 물건을 항상 누군가에게 맡겨 놓은 상태? 그 느낌이 싫은 것 같아요. 편집장: 말씀하신 걸 생각해 보면 구글, 애플과 플레이스테이션 앱의 차이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라이트하고 캐주얼한 게임이냐, 아니냐의 문제? 애플 아케이드는 하이퍼 캐주얼에 가까운 게임들로 구성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게임들은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요? 유재현 대표: 저는 갖고 싶다는 감정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경험이나, 경험의 무게랑 관련된다고 생각해요. 보통은 그 무게가 스토리의 유무로 많이 갈리는 것 같고요. 게임을 플레이하고, 게임 스토리에 정말 공감하면서 그 게임 안에 살아 들어갔다가 나온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그러면 되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겠죠. 아무래도 저는 게임이 얼마나 라이트하든 게임하면서 유의미한 감정적 울림 같은 걸 느끼면 피지컬 카피라도 갖고 싶거든요. 물론 사람마다 너무 다르겠지만. 아무튼 게임은 상품이고, 그러다 보니까 입소문에 의해서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 식으로 주변에 영업하게 되는 가장 큰 동기 중에 하나가, 게임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감정적인 흔들림인 것 같아요. 그걸 만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툴 중 하나가 스토리라고 생각해서 그쪽에 집중하게 되고요. 이런 요소들이 있다면 저는 기꺼이 피지컬 카피라도 살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럼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요. 북미에서 개발을 하고 계시다 보니 주변에 다른 개발자들도 있으시잖아요. 그분들과도 구독 같은, 어떤 유통 플랫폼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시나요? 유재현 대표: 하긴 해요. 그런데 자기가 포커스 하는 시장이 나눠져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지금 게임 시장이 크고, 플레이어 풀이 엄청 크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다들 자기 취향에 맞는, 자기 스타일의 게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 같아요. 다들 자기 취향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나 같은 사람이 많겠지, 내가 좋아할 만한 게임을 만들면 이 정도 되는 플레이어들 중에서 이걸 할 만한 사람이 어느 정도 확보되기는 하겠지’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편집장: 제작자로서, 혹은 이용자로서 느끼시는 한국과 북미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한국형 MMORPG라고 부르는 게임들, K-게임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잖아요. 페이 투 윈(Pay to Win)이 강한 게임들. 북미에서는 이런 게임들이 대세가 된다거나, 그런 분위기라는 게 있을까요? 유재현 대표: 아무래도 여기는 좀 더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경우는 유저들이 불만이 쌓이거나, 하면 이슈가 되잖아요. 커뮤니티에서 많이 회자되는 메인 이슈랄 게 있고. 그런데 여기는 ‘아, 저쪽에서 저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느낌으로 보고 넘기는 분위기예요.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없어요. 사람이 많아서일 수도 있는데, 확실히 다양하다는 느낌이 있어요. 편집장: 한국은 페이 투 윈이 주류가 되다 보니까 게임 관련 이슈가 더 크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북미는 풀이 다양해서 독점적인 모델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듣다 보니 생각하게 되는데, 북미가 그런 상황이라면 구독이라는 서비스가 새로 생기더라도 확실히 한국이랑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겠네요. 애플 아케이드 같은 건 어때요? 북미에서는 많이 결제하나요? 유재현 대표: 많이는 아닌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3개월 구독하고 끊었는데, 구독한 이유도 독점작 때문이었어요. 독점작이 재미있어 보였거든요. 편집장: 그러면 제작자 입장에서 구독 서비스가 충분히 어드벤티지가 있는 시장 플랫폼이라고 보시나요? 어떨까요? 유재현 대표: 주변 개발자 스튜디오들 보면, 구독 서비스로 게임을 서비스하게 되면 일종의 미니멈 개런티를 받는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미니멈 개런티를 받고 게임을 팔게 되는 거잖아요. 그걸 받고, 플레이 시간이 3만 시간 이상 축적되면 다른 방식의 개런티를 받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되면 아까 처음에 제가 말씀드렸던 ‘초반에 플레이어 사로잡기’, 이건 첫 번째 관문이겠죠. 그 다음부터는 사람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붙잡느냐, 얼마나 오래 플레이하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가치가 정해지는 거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구독 서비스에 좀 회의적인 편이에요.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게임을 출시한다고 하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내가 만들고 싶은 방식의 인터랙션이나 호흡에 신경 쓰는 것보다도 플랫폼 성향에 맞춰서 자극적인 게임을 디자인하는 게 중요해지는 것 같거든요. 제작자들도 다 먹고 살려고, 정말 죽기 살기로 게임을 만드는 건데 게임 가치가 그런 식으로 정해지게 되면 아무래도 이전에 느꼈던 감성적인 게임을 재구현하거나 창조하고 싶다기보다는 스킬, 비주얼, 이런 자극적인 디자인을 우선시하게 되겠죠. 편집장: 지적하신 문제는 획일화에 관련된 것 같아요. 결국 구독 시장 안에 들어가서 다른 콘텐츠와 시간 점유 경쟁을 벌일 때 유리한 게임이 구독 서비스 내에서는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나 보네요. 유재현 대표: 예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런데 저는 좀 다른 고민도 있어요. 구독 서비스 게임들은, 아무래도 유저 입장에서는 한 달에 정액을 내기 때문에 게임을 굳이 오래 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되기 쉽잖아요. 그러면 너무 라이트한 게임들만 남게 되지 않을까? 아까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내러티브가 중심이 되는 게임들은 최소 플레이 타임을 할애해야 하고요. 이런 게임들은 초반에 확 끌어당기는 요소들을 보여 주지 못하면 끝까지 플레이하기 힘든 게 사실인데, 앞부분이 잔잔해야 절정 부분의 임팩트가 큰 게임들은 구독 서비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유재현 대표: 힘들죠. 사전 정보가 없으면 진짜 힘들죠. 이 게임 끝까지 하면 분명히 가치가 있다는 걸 아니까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정보가 없으면 비주얼로 정말 휘어 감든지, 아니면 메카닉이나 스토리로 휘어 감든지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웹소설이나 웹툰이 딱 비슷한 예시인 것 같은데, 한 화만에 구독자를 휘어잡는 게 필요하니까요. 그 정도의 자극적인 시작 부분이 게임에서도 필요할 것 같긴 해요. 편집장: 어떻게 보면 구독 결제의 대표적 사례로 웹소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제목에서 다 보여 주고요. ‘만렙 전사가 이세계로 가다!’ 이런 식으로요. 게임에서도 네이밍이 그렇게 중요해질까요? 유재현 대표: 비슷한 현상은 충분히 있을 것 같아요. 제목뿐만 아니라 타이틀 이미지도 그렇고, 마치 유튜브나 스팀에서 타이틀 이미지, 썸네일 구경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사람들이 써 놓은 디스크립션의 첫 부분을 많이 보게 되니까, 딱 라이트 노벨 제목처럼 정보가 많이 압축된 홍보가 필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편집장: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라이트한 게임들이 구독 서비스와 잘 어울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구독 서비스가 헤비 게이머를 위한 서비스가 아닐 수도 있겠어요. 유재현 대표: 맞아요. 또 좀 헤비 게임을 즐기는 분들은 플랫폼별로 카피를 갖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엑스박스용, 플러스용, 스위치용, 이런 식으로. 필연적으로 스토리가 길어지는 게임들은 애플 아케이드 같은 구독 서비스랑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거랑 반대로 좋은 예가 있는 게, itch.io ( https://itch.io/)라는 플랫폼이 있거든요.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가지 게임을 해 볼 수 있는데, 정말 훌륭한 내러티브 구성으로 15분 남짓이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이 몇 개 있었어요. 그런 게임들은 구독 서비스랑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런 게임만 묶어 놓은 구독 서비스가 있다면 무조건 할 것 같아요. 편집장: 말씀하신 것처럼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게임을 제공하게 되면 사람들의 주목도를 끌기 위해서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지겠죠. 마케팅 부서나, 퍼블리싱이나, 이런 일을 함께해 줄 담당자가 없는 1인 개발자에게는 수익 측면의 고민이나 부담도 생길 것 같아요. 노동 강도와 수익이 정비례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유재현 대표: 아직은 조금 판단하기 힘든 것 같아요. 확실히 툴은 더 좋아지고 있고, 이전에 비하면 게임 개발도 훨씬 수월해지고 있거든요. 물론 잘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에 스킬을 계속 쌓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개발 자체가 수월해진 게 크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마케팅 같은 것들은 힘들기야 하겠지만, 한 번 하면 또 익숙해질 거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편집장: 그렇군요.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하태현 문화와 역사, 종교와 게임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임을 즐깁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 궁리하며 살고 있습니다.
- GXG 2025 게임제너레이션 문화비평대담회 안내
게임제너레이션은 오는 9월 19일(금) 판교 그래비티 조선호텔에서 열리는 GXG 2025 컨퍼런스에서 문화비평대담회를 개최하며 참여합니다. < Back GXG 2025 게임제너레이션 문화비평대담회 안내 25 GG Vol. 25. 9. 3. 안녕하세요,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입니다. 게임제너레이션은 오는 9월 19일(금) 판교 그래비티 조선호텔에서 열리는 GXG 2025 컨퍼런스에서 문화비평대담회를 개최하며 참여합니다. Cross Culture: View 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대담회는 현대 시각예술 기반의 대중문화 매체로 손꼽는 영화, 웹툰, 게임과 현대미술이라는 네 가지 형식이 오늘날 서로 어떻게 관계맺으며 변화해 가는지를 진단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매체간의 크로스오버가 다양해지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이들 미디어가 각각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상호간에 주고받은 영향력은 다가올 미래에 어떻게 발현될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이번 행사에는 개그맨이자 영화유튜버인 김경식, 웹툰작가이자 유튜브 스토리캠프를 운영하는 이종범, 현대미술 큐레이터 권태현,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네 사람이 각각 영화, 웹툰, 미술, 게임의 시점에서 확인한 변화의 양상을 이야기합니다. 딱딱하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각각의 매체들을 두고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이들의 경험과 고민을 함께 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Cross Culture: View는 GXG2025 컨퍼런스 행사에 포함되어, 참가를 원하실 경우 사전 등록이 필요합니다. 아래 등록 사이트에서 신청하시면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등록사이트 링크: https://2025gxgconference.co.kr/ 대중문화콘텐츠를 담당하는 미디어의 한 축으로서 디지털게임은 이미 충분한 위상을 확보하고 있고, 디지털게임 비평 웹진인 게임제너레이션이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고자 하는 시도는 이러한 위상과 연계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넘어, 이제 디지털 미디어 시대 전반을 게임의 관점에서 보다 폭넓고 심도깊게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 Tags: GXG, 대담회, 김경식, 이종범, 이경혁, 권태현, 대중문화, 시각예술, 시각매체, 비평, 문화담론, 토크쇼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논문세미나] <하스스톤>에서 플레이어들은 왜 감정 표현을 오용하는가?
저자들은 위의 요소를 모두 고려해 비매너 상호작용의 다섯 가지 형태를 정리한다. 제시된 유형들은 가장 일반적으로 지적되는 것으로, 모든 플레이어가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항복(concede)’은 여기서 가장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모순점인데, 항복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모두가 비매너 플레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 Back [논문세미나] <하스스톤>에서 플레이어들은 왜 감정 표현을 오용하는가? 14 GG Vol. 23. 10. 10. Text: Arjoranta, J., & Siitonen, M. (2018). Why Do Players Misuse Emotes in Hearthstone?: Negotiating the Use of Communicative Affordances in an Online Multiplayer Game. Game Studies: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computer game research, 18 (2). 1. 들어가며 누가 뭐라 해도 멀티플레이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수 만을 두는 컴퓨터와 달리, 변칙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사람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큰 재미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플레이어간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여기서의 큰 축을 담당해 왔다. 게임이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가상 세계에서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새로운 사람과 만나 인연을 맺는다. 이에 대한 기대는 정말 대단한데, 다수의 플레이어들에게 소통과 사교는 항상 게임을 플레이하게 하는 결정적 동기로 이야기 된다(Yee, 2005). 한편 ,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게임은 악성 채팅으로 가득 차있다. 소소하게는 도배부터 심각하게는 욕설까지 게임 내 공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발견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게임의 스트레스이며 가장 큰 이탈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게임 회사들은 공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라이엇게임즈(Riot Games)는 인 게임 내 부정적인 텍스트를 신고를 통해 검토하고 친 사회적인 행동에 보상을 주며, <콜오브듀티>(Call of Duty) 팀은 음성 채팅 중재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나아가, 텍스트 기반 의사소통이 언제나 반사회적 행동의 여지를 남긴다는 인식과 함께 게임 디자인적으로 채팅 기능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기도 하는데 <하스스톤>(Hearthstone)은 이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번 호에서 다루는 은 <하스스톤>에서 이루어지는 비매너 의사소통 행위(BM)를 추적하는 논문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하스스톤>은 채팅이 배제된 게임이기에 이는 ‘텍스트 기반 의사소통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의사소통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한 글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들이 언급한 것과 같이, 이와 같은 접근은 플레이어들이 제한된 자원을 통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의미를 협상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인 게임 커뮤니케이션’을 다루는 이번 호에 맞추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 <하스스톤>이 소통을 제한하는 방법 본론에 들어가기 전 <하스스톤>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제한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사실, 커뮤니케이션을 제한하는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하스스톤>만은 아니다. 그의 의도 역시 다양한데, 게임 디자이너들은 공격적인 행동을 줄이고자 할 뿐만 아니라, 게임의 스토리라인이나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의사소통의 가능 방식을 설정한다. 대표적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에서 한 플레이어는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와 채팅을 할 수 없으며, <저니>(Journey)에서 플레이어는 버튼으로 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하스스톤>에서 사용하는 의사소통 전략은 ‘감정 표현’이다. 기본적으로 <하스스톤>에서는 채팅이 금지되어 있으며, 플레이어 간 의사소통은 여섯 가지의 감정 표현으로 제한되어 있다. 한편, 게임 내 채팅이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닌데 친구추가를 한 상대와는 텍스트 기반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럼에도 채팅 기능은 로비에 한정되며 게임을 당장 함께하는 상대와 나눌 수 있는 것은 감정 표현 뿐이다. 그림1. <하스스톤>에서의 감정표현 연구가 시작된 2015년까지 감정표현은 ‘감사’, ‘칭찬’, ‘인사’, ‘사과’, ‘이런!’, ‘위협’으로 구성되었으나 2016년 4월 24일 ‘사과’가 삭제되고 그 자리에 ‘감탄’이 추가되었다. 1) 이에따라 데이터 수집도 두 차례 이루어졌는데, 연구자들은 ‘사과’가 ‘감탄’으로 대체된 이전과 이후의 데이터를 비교해보며 디자인의 변화에 따른 차이를 살폈다. 사용 가능한 감정 표현은 여섯 종류가 있으나 각각의 대사는 플레이어가 선택한 캐릭터에 따라 약간씩 달라진다. 이를테면 같은 ‘위협’ 표현에 대하여 사제 캐릭터 란두인이 “빛이 당신을 태울 것입니다!”라 한다면, 사냥꾼 캐릭터인 렉사르는 “네놈을 추격해주마!”라고 말한다. 위와 같은 감정 표현은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는데, 방해 받고 싶지 않은 플레이어를 위해 상대방의 감정표현을 차단하는 기능도 있다. 표 1. 하스스톤: 오리지널 영웅과 영웅 별 감정표현 한편 , 유저의 커뮤니케이션이 마냥 주어진 감정 표현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는 커서(터치스크린일 경우 손가락)의 위치, 카드 검토나 주문 선택의 과정을 통해 상대방과 암묵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3. < 하스스톤> 플레이어들이 (잘못된)의사소통을 하는 방법 그렇다면 <하스스톤>의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그들은 주어진 기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아니면 기능을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내는가? 저자들은 <하스스톤> 포럼인 ‘Hearthpwn’ 2) 의 글을 수집하여 이를 살핀다. 그에 따르면, 플레이어들의 비매너 소통에는 ‘감정표현을 사용하는 방식’과 ‘그 외의 방식’이 있다. 1) 감정표현을 사용하기 플레이 중 이루어지는 감정 표현은 주어진 그대로의 의미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 모든 의사소통 행위는 그것이 발화되는 특정 맥락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게임이 시작할 때 하는 인사는 인사로 받아들여지지만 고민으로 시간이 지체되고 있을 때의 인사는 재촉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고맙습니다’는 정말 감사를 표할 수도 있지만 상대의 실수를 조롱하는 데에도 사용 가능하다. 즉, 같은 표현이라도 타이밍이나 상황의 단서에 따라 수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캐릭터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은 의미의 범위를 더욱 확장한다. 이를테면, 같은 ‘감사’인사라도 우서가 하는 ‘고맙네’는 안두인 린의 ‘감사합니다!’는 서로 다른 느낌을 준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각 캐릭터의 어조를 살려 감정표현을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특히’ 상대방을 약 올릴 수 있는 캐릭터의 대사가 드러난다. 실제로, 본문에 언급된 한 플레이어에 따르면, 제이나의 ‘이런!’은 특히나 얄밉다. 그림 2. 한국 커뮤니티에서 밈(meme)으로 자리잡은 안두인의 감정표현(욕설은 블러처리) 3) 이처럼 , <하스스톤>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그 자체의 의미에 한정되지 않는다. 여섯 종류의 감정 표현은 그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만들어 내며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에 사용된다. 따라서, 몇몇 플레이어들은 문맥적 해석을 제거함으로써 합의된 어휘를 개발하고자 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감정 표현은 각각이 의도된 대로 동일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즉, ‘인사’ 표현은 인사를 하는 의미로 발화되고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감정 표현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 역시 존재했다. 그들은 채팅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공격적인 행동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감정 표현을 통한 비매너 소통은 겉으론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제제할 방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편 , 모두가 감정 표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플레이어들은 감정 표현의 확장된 사용을 재미의 일부로 수용했다. 그들은 각각의 감정 표현이 가지는 미묘한 느낌에 흥미를 가지고 감정표현을 확장시키는 것 자체를 ‘놀 거리’라 생각했다. 2) 플레이를 통하기 <하스스톤 >에서 상대방과 소통하는 방식은 감정표현 뿐만이 아니다. 해당 게임에선 그보다도 훨씬 많은 비언어적 표현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플레이어어는 의도적으로 천천히 플레이하며 시간을 끄는 ‘로핑(roping)’을 할 수 있으며, 승리가 확실해진 상태에서 불필요한 행동을 하며 플레이를 지속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캐릭터나 덱의 선택 을 통해 의미를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게임의 가장 단순한 기능도 여러 방식으로 사용되고 다양한 뜻을 전달한다. 플레이어의 창의성이 개입된다면 어떤 것도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저자들은 위의 요소를 모두 고려해 비매너 상호작용의 다섯 가지 형태를 정리한다 . 제시된 유형들은 가장 일반적으로 지적되는 것으로, 모든 플레이어가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항복(concede)’은 여기서 가장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모순점인데, 항복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모두가 비매너 플레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① 의도적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경우 . 플레이어의 차례가 끝나려 할 때 천천히 타는 밧줄을 가리켜 ‘로핑(roping)’이라고도 함 ② 스패밍 (spaming)을 비롯한 감정 표현을 특정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행위. ③ 항복을 하지 않고 게임을 종료하는 행위 . ④ 승리가 확실 해졌음에도 불필요한 공격으로 플레이를 연장시키는 행위 ⑤ 게임이 끝난 후 , ‘친구 요청’을 보내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4. 나가며: 비매너라는 회색 지대 한국의 위키피디아 사이트인 ‘나무위키’에는 ‘인성질(하스스톤)’이라는 문서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인성질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하스스톤에서 제공하는 의사 표현 기능을 이용하여 상대를 희롱하는 행위’ 4) 로 본 논문에서 확인한 비매너 소통에 해당한다. 웬만한 논문보다 긴 길이의 위 문서는 여섯 가지의 감정표현만을 가지고 어떻게 상대를 화나게 할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된 전략들은 본문의 것과 거의 일치한다. 텍스트가 영미권 커뮤니티를 분석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때 나타나는 유사성은 놀라운 수준이다. 현상이 유사한 만큼 본문에서 나타나는 문제의식 또한 공유해볼 수 있을 것이다 . 텍스트의 중심 주제인 비매너 플레이는 매우 다층적으로 나타나는 흐릿한 개념이다. 저자들은 비매너 플레이의 다섯 가지 양상을 정리하지만, 항목들에 논쟁의 여지가 있음을 밝힌다. 가령 게임 종료 직전 남은 카드를 모두 사용하는 것은 어떤 플레이어에겐 불필요한 플레이의 연장으로 해석되었으나, 다른 플레이어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동일한 맥락의 같은 행위라도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에 따라 비매너인지 아닌지가 결정됨을 시사한다. 비매너 상호작용이란 깔끔히 떨어지는 명료한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하스스톤>에서 감정표현을 오용하는 것은 비의도적인 차원을 포함한다. 발화자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감정 표현은 비매너인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직접적인 욕설 만이 비매너 플레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 텍스트 기반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도 상대를 향한 공격적인 표현은 언제나 가능하다. 즉, 단순한 감정 표현 몇가지라도 충분히 상대를 괴롭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언어적 소통의 공격성은 회색 지대에 위치한다. 무엇이 비매너인지 아닌지는 주관적이며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회색 지대야 말로 본 논문 제시하는 주목해볼만한 지점일 것이다. 게임에서 비매너 플레이는 어떤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의 모호함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참고문헌 Call of Duty Staff. (2023, 8, 30). 유해성 근절 진행 보고서 – 음성 채팅 중재. URL: https://www.callofduty.com/blog/2023/08/call-of-duty-modern-warfare-warzone-anti-toxicity-progress-report Yee, N. (2005, June). Motivations of Play in MMORPGs. In DiGRA Conference. Riot Games. (2022, 8, 29). 플레이어 관계분석 현황. URL: https://www.riotgames.com/ko/news/an-update-on-player-dynamics-ko 1) https://hearthstone.blizzard.com/ko-kr/news/20097359 2) https://www.hearthpwn.com/ 3) https://www.inven.co.kr/board/hs/3509/2037951 . 인벤 유저의 게시 글. 여기서 저자는 안두인 린의 한국 대사가 성우의 음성 녹음으로 인하여 훨씬 짜증이 난다고 이야기한다. 4) https://namu.wiki/w/%EC%9D%B8%EC%84%B1%EC%A7%88(%ED%95%98%EC%8A%A4%EC%8A%A4%ED%86%A4) Tags: Arjoranta, siitonen, 콜오브듀티, 하스스톤, 비매너, 커뮤니케이션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이연우 함께하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게임의 관계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게임으로 다함께 즐거워지길 바랍니다.
- [인터뷰] EBS ‘다큐프라임-게임에 진심인 편’ PD-자문위원의 코멘터리 대담
지난 10월 10일, EBS에서 만든 게임 다큐멘터리 〈게임에 진심인 편〉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참조: https://youtu.be/5LWXpmdV_BU) 일반적인 게임 다큐멘터리처럼 게임의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지 않고 게임의 본질과 가치를 다루고 있으며, 트렌디한 연출에서부터 방송 직후 유튜브에 즉시 공개한 것까지, 제작과정과 유통과정 모두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공개된 유튜브의 댓글에는 ‘제작자가 게임에 진심’이라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 Back [인터뷰] EBS ‘다큐프라임-게임에 진심인 편’ PD-자문위원의 코멘터리 대담 09 GG Vol. 22. 12. 10. 지난 10월 10일, EBS에서 만든 게임 다큐멘터리 〈게임에 진심인 편〉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참조: https://youtu.be/5LWXpmdV_BU ) 일반적인 게임 다큐멘터리처럼 게임의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지 않고 게임의 본질과 가치를 다루고 있으며, 트렌디한 연출에서부터 방송 직후 유튜브에 즉시 공개한 것까지, 제작과정과 유통과정 모두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공개된 유튜브의 댓글에는 ‘제작자가 게임에 진심’이라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그러나 기존의 게임 다큐멘터리와 궤를 달리한다는 것은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뒤따른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큐멘터리의 제작과정은 어땠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으며, 어떠한 관점으로 게임을 보고자 했던 것일까?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이번 호에서는 박진우 PD와 자문위원 이경혁 편집장의 대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Q. 마침 다큐멘터리의 PD와 자문위원을 모시게 되었는데요. 이 다큐멘터리에 관한 논의를 처음 시작하신 것은 언제인가요? 이경혁 자문위원: 제가 기억하는 첫 만남은 한예종에서 열었던 크리티컬 플레이어 행사였어요. ‘게임 비평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주제의 행사에서 제가 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끝나고 찾아오신 거예요. 게임 다큐를 만들고 싶다고. 그때 앉은 자리에서 2시간을 더 이야기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굉장히 반가웠던 것이 ‘이제는 게임을 하던 세대가 제작자의 위치로 가는 순간이구나’는 생각이 들어서, 좋은 다큐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반가웠어요. 그래서 한참 이야기를 했는데 그다음에는 서로 바빠서 잊고 있었어요. (웃음) 박진우 PD: 그렇죠. 서로 바빴죠. 이경혁 자문위원: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났는데 다시 또 연락이 와서 예산이 생겼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다큐의 시작이라고 하면 5년 전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다큐멘터리가 본격적으로 제작을 시작한 것은 3년 정도이지만, PD님은 예전부터 이 주제를 다루고 싶어하셨으니까, 마치 배추를 절이는 데 2년, 양념에서 묻히는 데 3년 같이 5년을 고민하셨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진우 PD: 맞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었고, 대학 졸업할 때도 졸업 논문을 게임에 관해 썼거든요. 그러다 보니 뭔가 나름대로 파보고 이것저것 읽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관심이 생겼고, 이차적으로는 이러한 작업을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PD가 된 다음에도 ‘내가 어떤 프로그램을 할 것이냐’라고 했을 때 게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 과정에서 편집장님이 말씀하셨던 한예종 행사에 갔는데,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필드가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위안과 용기를 얻었어요. ‘이 정도의 콘텐츠가 있으면 다큐를 하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사실 아이템만 가지고는 다큐멘터리가 될 수 없거든요. 그게 2018년 겨울이었어요. Q. 5년이라는 시간이 짧지 않은데, 그 과정에서 생각이 변하거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박진우 PD: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조바심이 있었어요.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게임에 관한 감각을 잃어버리기 전에 게임 다큐멘터리를 두 개는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어린이 프로그램을 한 3, 4년 정도 제작했는데, 1년, 1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제 어릴 적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지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것처럼 제가 게임을 엄청 좋아하고, 가장 열성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던 그 시절과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아서 더 빨리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게임의 주 소비층을 2030이라고 봤을 때, 이 문화에서 제가 조금씩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이 어떤 문화를 좋아하면 예전에는 100% 다 알았는데, 조금씩 모르는 것들이 생기면서 이걸 완전히 놓치기 전에 만들어야겠다고 서둘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나왔던 다큐도 어떻게 생각해 보면 2년 후에 저라면 이런 방식과 이런 드립을 넣는 형태로 만들지 못했을 것 같아요. 이경혁 자문위원: 드립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드리는 건데, 저는 인터넷 상의 반응을 보면서 굉장히 ‘성공했구나’라는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있었어요. 박진우 PD: 어떤 씁쓸함이었을까요? 이경혁 자문위원: 유튜브에 댓글이 달리는 데, 이런 댓글인 거죠. ‘이 다큐가 훌륭한 이유는 밈을 잘 쓴 것이다, 이말년이 나왔다, 전용준이 나왔다.’ 그러나 이 다큐의 의미가 그거 하나는 아닌 거죠. 밈이 잘 사용된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는 이 다큐의 핵심은 결국 게임의 본질에 관한 질문들인데, 이것이 주목받지 못하는 점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있어요. 박진우 PD: 그렇죠. 그 부분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처음에 선생님과 함께 다큐 기획을 할 때도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고, 방송 나간 결과물을 보면서도 어렵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말씀하신 타겟에 관한 문제예요. 시청자들의 게임 이해가 각기 다르고, 어떤 것을 원하는가 했을 때, 이런 부분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 이경혁 자문위원: 물론 다큐의 본질이 별로였으면, 밈에 대한 반응도 안 나왔겠죠. 그렇지만 저희가 2년 반 동안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찍어놓은 것도 많았고, 무엇보다 리서치를 굉장히 길게 했어요. 그런 지점에서 오는 아쉬움이죠. 박진우 PD: 사실 내용적인 부분에 있어서 반응이 많이 나왔던 것은 3부였거든요. 전체 기획의 측면에서 봤을 때, 1부가 기본적인 내용이라면 2부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고, 3부가 일종의 심화편으로, 시청자들이 다큐프라임이나 다큐멘터리에 기대하는 정보량과 깊이는 3부의 온도였을 것 같아요. 다만, 제작과정에서 너무 심층적인 논의들은 의도적으로 많이 뺐어요. 핵심적인 내용만 남기고 많이 덜어내고자 했는데, 그래서 어떻게 보면 게임을 해왔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나 공중파 다큐멘터리라는 미디어는 일종의 공인 효과를 만들잖아요? 저희는 그런 지점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했어요. 다들 느끼고 있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걸 언어화해서 공유하는 것은 결국 사회적으로 담론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잖으니까요. 그렇게 족적을 남김으로써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하기 위해서 가급적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밈이나 인터넷 문화를 많이 가져온 것도 이런 맥락이에요. 재밌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테니까요. *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다큐프라임-게임에 진심인 편’ 시청자 반응. 이경혁 자문위원: 그래서 그런 후속 효과도 굉장했죠. 계속 커뮤니티에 돌았고, 소위 말하는 ‘짤’로 ‘EBS가 이런 것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웃음)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게임을 하나의 매체로서 다루는 시금석’이라는 방향성은 확실히 기존 문법이랑 다른 지향점을 가지게 했는데요. 저희가 시작할 때부터 배제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했거든요. 처음에 저희가 기존 다큐들이 무엇을 다루었는지 쭉 훑었어요. 그러면서 게임 산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고 방향을 정했었죠. 다른 이야기지만, 어려움이라고 했을 때는 그런 것도 있을 것 같네요. 이전에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들을 보니까 미국의 경우에는 비디오 게임 연구의 장이라는 것이 이미 있는 거죠. 거기서 자신들이 쌓아놓은 역사들이 있고, 대학의 전공도 있으며, 전문가들이 있어요. 그러면 다큐 제작진들이 누군가를 컨택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전문가가 없으니까 어려웠죠. 박진우 PD: 맞아요. 그게 되게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였습니다. 자료도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고 리서치에 동원될 수 있는 인력에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Q. 그러면 자료나 전문가를 구하기 어려운 문제가 다큐의 방향성을 바꾸셨던 지점도 있을까요? 이경혁 자문위원: 저는 기억나는 게, 초기에 기획했던 콘텐츠 중에는 백인의 인터뷰가 있었어요. 게임계의 100명을 선정해서 가장 좋았던 게임에 대한 인터뷰를 모으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했었죠. 박진우 PD: 저는 여전히 그 기획이 재미있는 기획이라고 생각을 하고, 나중에라도 해보고 싶은데, 당시에 캔슬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 정도가 있었어요. 하나는 여태까지 나왔던 게임 중에서 최고의 걸작을 꼽는다고 하면, 걸작이라는 말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정해진 답이 있는 느낌이랄까요?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을 배제하기가 너무 쉬운 거예요. 결국, 작품론적 관점으로 질문이 흐르게 되죠. 저희 내부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볼 때도 기껏해야 와우(WoW) 정도?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이 두 가지 매체의 게임을 포기하게 되니까 세팅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하나 있었고요. 두 번째로 다큐를 기획할 때는 판데믹 시국이었기 때문에, 해외로 못 나갔었거든요. 그래서 해외의 게임 관련자들을 만날 수 없었다는 요인이 작용했어요. 물론 이 기획 과정에서 프린세스 메이커의 아카이 타카미씨를 만날 수 있게 되어 이번 다큐에 나오시긴 했지만요. Q. 두 분은 그 5년 사이에 어느 정도로 만나신 건가요? 박진우 PD: 처음에 만나 뵙고 그 이후로는 저도 이제 다른 프로그램 한참 제작을 하다가, 다큐프라임 기획안 공모가 떠서 올해는 게임을 본격적으로 다루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정리를 하다 보니 한계가 있는 거예요. 이전에 정리해놓은 자료들 중에서는 유실된 것도 있고, 그 사이 지형이 많이 바뀌면서, 전문가 선생님의 도움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 경혁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나와주셨어요. 이경혁 자문위원: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장소가 그렇게 멀지 않아서요. (웃음) 동네 카페에 앉아서 이야기했어요. 우연찮게 작가분도 근처에 사셔서, 초창기에는 거의 하루종일 이야기를 하는 모임들을 꽤 자주 가졌던 것 같아요. 어떤 결론이 나기보다는 탐색을 엄청 많이 했었죠. 박진우 PD: 그래도 꽤 많은 가능성들을 펼쳐놓고 시뮬레이션을 돌렸어요. 그러다가 기획을 다듬어서 지금의 1, 2, 3부 형식을 잡기까지 한 1년 걸렸던 것 같아요. 이경혁 자문위원: 제작이라는 과정이 그런 것 같아요. 완성된 작품은 150분이지만, 할 이야기는 정말 많은데 제한된 150분 안에 무엇을 넣어야 우리의 목표에 들어갈 것인가 하고 훨씬 많은 시간을 고민했죠. 이런 식으로 걸러내는 과정들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박진우 PD: 맞아요. 전체 50분짜리 다큐멘터리에서 내러티브가 전개되는데 필수 불가결하게 쓰이는 시간들이 있어요. 거기서 시간을 더 줄이면 몰입이 안 되거나, 캐릭터가 설명이 안 되거나, 상황이 인지가 안 되거나 이렇게 되거든요. 그러면 구조 자체가 무너지는 거고, 구조가 무너지면 알맹이들은 더 머릿속에 안 들어오는 거죠. 게다가 내용적인 면에서도 깊게 다루거나 더 들어가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거든요. 그래서 진짜 핵심만 남기고 버리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이경혁 자문위원: 결국은 다 필요없고 재밌게 보면 좋겠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남겨줄게! 같은 식으로 만들어지죠. (웃음) 박진우 PD: (웃음) 맞아요. 정확하게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욕심으로는 약간 그런 것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1부에서는 다큐 중에서 규칙이나 상호작용을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싶었었어요. 그치만 사실 동영상은 일방향 콘텐츠니까 상호작용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나마 최대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느낌이라도 줄 수 있게 중간중간 퀴즈나 퀘스트 같은 것들을 넣으려 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짜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렸죠. 추가적으로 그런 어려움도 있었네요. 인터뷰이들을 어렵게 모셨는데, 제한된 시간에서는 모든 이야기를 담기가 어렵잖아요. 50분 다큐에 한 두 세문장 정도 나오실 수 있는데, 저희가 조사를 할 때에는 평균적으로 3시간 정도 인터뷰를 했거든요. 진짜 좋은 말씀이 많았는데, 그걸 다 못 담아내서 너무 아쉬워요. 다만, 저희가 그래도 최대한 모든 분들의 인터뷰를 담아내려고 노력했어요. 이번 작업에서 낭비가 거의 없었거든요. 인터뷰 등을 나갔던 모든 자료들을 다 썼고, 한두 컷이라도 담으려 했죠. 근데 딱 한 분 전반적인 톤과 약간 달라서 못 쓴 분이 있었어요. 방송 나가기 직전까지 어떻게든 녹여내려 고민했는데, 안 돼서 방송 전에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어요. Q. 말씀하신 것처럼 세 부가 사실 각기 다른 성격으로 구성되어 있다보니까 에피소드 별 비하인드도 다를 것 같은데요. 이경혁 자문위원: 맞아요. 저도 궁금했던 것이, 1부에서 인트로가 충격적이었잖아요? (웃음) 사람들이 말로만 하던 ‘고인의 생전 최고의 플레이를 보시겠습니다’를 직접 그려내니까. 그런데 해당 장면을 촬영하는 배우들은 자기가 뭘 찍는지 아나요? 예를 들어 목사님은 이게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아시는 걸까? 그런 점에서 저는 PD님이 어떻게 디렉팅을 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박진우 PD: 저희가 앞부분 대본을 드리고, 감추는 것은 없었어요. 있는 그대로 다 이야기를 했는데, 다만 밈에서 출발했던 것까지 정확하게 이해하신 분들은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 어르신 출연자들도 있고 했었으니까. 한 30대 중후반쯤 되시는 남자 배우 분만 아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디렉팅은 그런 거죠. ‘상상도 못했던 걸 봤다고 생각하고 놀래 달라’ 이경혁 자문위원: 아무래도 다 알고 연기하시긴 어렵겠죠. 아, 그 ‘전용준 게임’은 따로 외주 제작한 건가요? 박진우 PD: 네 맞아요. 따로 게임 개발하시는 분을 컨택해서 제작을 했죠. 저희 나름 그 게임 진짜 신경 많이 썼습니다. (웃음) 다큐멘터리가 그냥 한 편의 다큐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체험을 할 수 있는 다큐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의 확장선이었던 거죠. 영상이라는 일방향적인 매체의 한계를 벗어나보고 싶었고, 그 안에는 나름 많은 비밀과 다큐에서 나왔던 내용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장치들 등을 세밀하게 조정을 하고자 했습니다. 진짜 공을 많이 들였죠. * 다큐프라임의 ‘게임의 신’ 게임 출시 공지. 전용준 게임은 http://www.ebsgodofgame.com에서 바로 접속할 수 있다. 이경혁 자문위원: 이게 진짜 이스터에그가 많더라고요. 박진우 PD: 네. 그런 비밀을 감춰놓음으로써, '게임이 재미를 발생시키는 원리'를 직접 느껴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거든요. 처음에 화면을 켜면 튜토리얼이 짧게 한 장으로 나오는데, 진짜 미니멀하게만 짜놨고, 어떻게 해야 고득점을 하는지, 고득점을 받으면 어떻게 집계가 돼서 뭘 하는지 이런 규칙은 일부러 다 감춰놨어요. 그걸 찾아내는 게 일종의 재미를 발생시킨다고 봤기 때문이죠. 이경혁 자문위원: 나도 그 의도를 보고 그게 게시판이 좀 올라오길 바랐어요. ‘이 게임 고득점 뽑는 법’ 뭐 그런 걸로요. 이런 게 어디에 글이 올라와야 재밌는 거니까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사람들이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아직도 액티브 되어 있죠? 박진우 PD: 네. 한 3년 정도 서버비를 내놨습니다. 제 사비로... (웃음) 그리고 이야기 나온 김에 3부 마지막에 가상의 미술관도 실제로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놨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공들인 것에 비해서 사람들이 많이 안 보셨더라고요. 이경혁 자문위원: 그것도 3년치 서버비를 넣어뒀나요? 사비로? 박진우 PD: 네 (웃음) (가상 미술관은 https://www.ebsgamedocu.co.kr 주소로 접속할 수 있다) 이경혁 자문위원: 그리고 1부에서는 ‘바람의 나라’가 메인이 되고, 송재경씨가 거울에 나오잖아요? 세 게임 중에서 맨 처음으로 바람의 나라를 배치한 이유가 있나요? 박진우 PD: 음. 아무래도 제 유년 시절의 일부분을 책임졌던 게임에 대한 리스펙이 크죠. 이경혁 자문위원: 그래서 저는 바람의 나라 세대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바람의 나라와 송재경씨가 가지는 의미가 또 특별하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지점에서 또 중요한 것이 거울에 관한 지점일 것 같은데요. 거울은 왜 쓰셨나요? 박진우 PD: 우선은 인터뷰 공간에 대한 고민이 좀 있었어요. 인터뷰 샷이라는 게 사실 다양하게 보이지만, 한국에서 전문가들이 나온다고 했을 때 한정적이거든요. 사무실 혹은 집무실, 교수님 방 이런 공간이 가지고 있는 넓이나 장면이 너무 뻔하고, 각도도 제한적이어서 어쨌거나 좀 다르게 구성하고 싶다는 게 출발이었어요. 다만 저희가 전문가 선생님들을 직접 찾아 뵙고 촬영을 하는 형태니까, 인터뷰 샷에 통일감을 줄 수 있는 공통의 오브제가 하나 있어야 되겠다 싶었고요. 그게 게임에 대한 무언가면 더욱 좋겠죠. 다만 뻔하게 콘솔 패드나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 등을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굉장히 고민을 하다가 떠올린 게, 게임에 대한 메타포로서의 거울이었어요. 거울이 우리를 비추듯, 게임이 우리 자신을 반영하기도 하고, 거울에 우리를 투영하기도 하고... 일상에 함께하면서도 저 너머의 현실과 꼭 닮았지만 완전히 현실이라고도 할 수 없는 무언가. 그런게 게임이라고 봤기 때문에 거울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사각의 프레임이라는게 시각적으로 활용하기도 좋았고요. 자막을 넣는다거나, 거울에 비친 인물에 게임의 일부를 합성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쓰기에 좋았죠. 아울러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사각 프레임’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경혁 선생님이 쓰신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이라는 책의 제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네요. 매체로서 게임을 바라본다는 차원에서 더더욱 그렇네요. 이경혁 자문위원: 무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2부의 세팅이 또 굉장히 재밌잖아요. 제가 볼 때에는 온스테이지 공간의 느낌이 들던데, 어떤 기획이었나요? 박진우 PD: 온스테이지와 같은 공간이냐고 물어보시면, 완전히 같은 공간은 아니고요. 요새 호리존트(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음새 없이 만들어 놓은 세트 벽면)에 조명을 넣는 방식으로 공간을 채우는 영상들이 되게 많아요. 아마 처음에는 공중파의 세트 규모를 소규모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따라가기는 힘들어서 차용한 방법일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이 이제는 오히려 역으로 공중파에 영향을 많이 미치죠. 왜냐하면 그것들이 일종의 공통감이라는 걸 만들어내거든요. 예를 들면 90년대 영상들을 보면, 편집의 호흡이나 샷의 크기 이런 것들이 미묘하게 지금 되게 다르거든요. 이런 감각이 결국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공통감에 기반을 둔다고 하면, 유튜브 콘텐츠에서 나오는 배경들이 지금 공통감의 영역에 올라섰고, 그런 지점에서 온스테이지 같은 느낌을 좀 받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온스테이지의 팬입니다. 제가 예전에 뮤직박스라고 어린이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거기에 음악 공연을 보여주는 구성이 있었거든요. 당시에 온스테이지를 많이 참고했고 훈련된 면들이 있지요. 이번 다큐에서는 최대한 심플하게 가면서도, 인상적인 비주얼을 만들고자 했고요. 거기도 이제 보면 사람들을 상징할 수 있는 요소들을 하나씩, 가령, 집이라든지 음표라든지 이런 것들을 넣기로 했었어요. 사실 그 거울도 되게 비싼 겁니다. (웃음) 거의 한 100만 원 되는 거울인데, 인터뷰를 위해서 샀어요. 사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다 말렸었고, 제가 귀가 얇은 편이라 웬만하면 사람들이 말리면 안 하거든요. 그런데 그거는 해야 한다고 우겨서 넣었어요. (웃음) 그래도 결과물을 보고 다들 만족해서 다행이에요. 이경혁 자문위원: 저는 2부 마지막에 4명 부감 잡는 장면에서 무대 세팅에 놀라움을 느꼈는데요. 아마 저만 그렇게 느끼진 않았을 것 같아요. * 위에서 찍었을 때, Game을 나타낸 무대효과. 이경혁 자문위원: 3부서는 예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은 결론을 명확하게 내리지는 않잖아요. 결론을 강하게 가져가지 않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까요? 박진우 PD: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사실이 아니겠죠. 근데 그게 결론을 굳이 내리지 않아도 되는 종류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어요. 물론, 강하게 이야기 해볼 수는 있었겠죠. 예를 들어, 다큐에 나왔던 표현을 좀 빌리자면 “게임의 상호작용이 예술이다”, “우리는 그렇다고 생각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보면서 반대 의사를 가지신 분들의 말씀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저는 이 주제가 논리적으로 설득할 게 아니라, 그냥 다름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분들이 자연스럽게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생각의 단초들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우리 다큐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을 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고, 그런 면에서는 이루려고 했던 소기의 성과들을 조금 이뤘던 것 같아요. 이경혁 자문위원: 또 절묘하게도 화두를 던지는 엔딩이 더 의미가 있었던 모종의 시대적 배경이 있었잖아요? 사실 우리가 논의할 때만 해도 그런 이야기가 없었죠? 박진우 PD: 맞아요. 9월 7일에 ‘문화예술’의 범위에 게임을 추가하는 내용의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죠. 8월 초부터 뉴스에 ‘이번에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고 나왔던 것 같은데, 그걸 처음에 봤을 때는 약간 식은 땀이 흘렀죠. (웃음) 지금은 게임이 최소한 법적으로는 예술의 영역 바깥에 있다는 걸 가정하고 이미 다 만들어 놨는데, 갑자기 그 안에 들어온다니요. 반갑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몇 년을 고민한 걸 엎을 수도 없고, 이거를 모른 체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래서 어떡할까 하다가, 생각해보니 오히려 좋은 거예요. 이런 상황을 살리자. 그게 3부에서 다루는 ‘게임과 예술의 관계’라는 게 먼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가 마주하고 있고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질문이라는 게 확 와닿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방송 말미에 자막으로 덧붙였습니다. 박진우 PD: 때가 다행히 잘 맞았죠. 그것도 방송 나가기 직전까지 몰랐던 게 국회 본회의에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그다음에 행정상의 절차라고 보통 얘기를 하는데, 그 이후에 행정부로 이관하고 공포하는 그 두 가지 단계가 남아 있더라고요. 물론 거기서 파기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긴 한데, 그래도 확정이 되어야지 법적으로 효력을 갖는 거니까. 근데 그게 방송 3일 전인가 막 이랬거든요. 그래서 일단 다 써놓고 처리가 되었는지 계속 새로고침하고 그런 초조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Q. 마지막으로 이후에 하시고 싶은 작업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박진우 PD: 기획하고 있는 여러 가지 아이템 중 하나는 인디 게임 제작기거든요. 한 케이스로 쭉 따라갈 수도 있겠지만, 여러 케이스를 같이 엮어서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이외에도 게임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더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자문위원: 이번 다큐를 책으로 만들거나 하는 후속 작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진우 PD: 사실 지금의 3부작만으로는 책으로 출간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아카데믹한 작업들이 진행된 경우가 조금 더 책으로 발간하기 적합할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게임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더 탐닉하고 싶어요. 책을 만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게임 다큐를 하다 보면, 작업물들이 충분히 쌓인다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소망이 있습니다. 결국 게임 다큐로 좀 더 많은 걸 해보고 싶어요.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SNS의 규칙을 게임의 메커니즘으로 바꾸는 여정 : <페이크북> 제작사 반지하 게임즈 이유원 대표](https://static.wixstatic.com/media/d03518_1f17f9048fdd4c04a9ad74b75b1ce201~mv2.jpg/v1/fit/w_176,h_124,q_80,usm_0.66_1.00_0.01,blur_3,enc_auto/d03518_1f17f9048fdd4c04a9ad74b75b1ce201~mv2.jpg)


![[Paper Seminar] The Legacy Goes On: Wuxia and its impact seen in the gaming landscape of Vietnam](https://static.wixstatic.com/media/d03518_4b0369afd0174b45ae317d4074535767~mv2.jpg/v1/fit/w_176,h_124,q_80,usm_0.66_1.00_0.01,blur_3,enc_auto/d03518_4b0369afd0174b45ae317d4074535767~mv2.jpg)




![[인터뷰] 구독 서비스가 게임에 가져올 변화: 스튜디오 사이 유재현 대표](https://static.wixstatic.com/media/d03518_6f4952aa1d3d4622a83d8968eb611360~mv2.jpg/v1/fit/w_176,h_124,q_80,usm_0.66_1.00_0.01,blur_3,enc_auto/d03518_6f4952aa1d3d4622a83d8968eb611360~mv2.jpg)

![[논문세미나] <하스스톤>에서 플레이어들은 왜 감정 표현을 오용하는가?](https://static.wixstatic.com/media/d03518_4e8a51cb395d443c94d226bf89c9af58~mv2.jpg/v1/fit/w_176,h_124,q_80,usm_0.66_1.00_0.01,blur_3,enc_auto/d03518_4e8a51cb395d443c94d226bf89c9af58~mv2.jpg)
![[인터뷰] EBS ‘다큐프라임-게임에 진심인 편’ PD-자문위원의 코멘터리 대담](https://static.wixstatic.com/media/d03518_510898b8ed2a4f1180c3810d135ce47d~mv2.jpg/v1/fit/w_176,h_124,q_80,usm_0.66_1.00_0.01,blur_3,enc_auto/d03518_510898b8ed2a4f1180c3810d135ce47d~mv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