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검색 결과

공란으로 643개 검색됨

  • 비디오게임과 기이한 유령들의 세계

    비디오게임에서 유령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물론 다들 이것이 꽤나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유령은 수많은 비디오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슈퍼 마리오」시리즈의 부끄부끄부터 「F.E.A.R.」 시리즈의 알마까지, 비디오게임에는 다양한 아이코닉한 유령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 Back 비디오게임과 기이한 유령들의 세계 19 GG Vol. 24. 8. 10. 비디오게임에서 유령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물론 다들 이것이 꽤나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유령은 수많은 비디오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슈퍼 마리오」시리즈의 부끄부끄부터 「F.E.A.R.」 시리즈의 알마까지, 비디오게임에는 다양한 아이코닉한 유령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다만 질문은 단순히 ‘유령 캐릭터가 있느냐’로 한정해 묻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과연 ‘유령성’이라는 개념을 가질 수 있는가의 문제다. 가령, 「홈 스위트 홈」의 악령 ‘벨’과 「파피 플레이 타임」의 괴물 ‘허기우기’는 구분되는가? 이들이 각기 다른 개념의 존재로 인식되는가? 두 존재는 큰 틀에서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인다. 둘 모두 플레이어 캐릭터를 인식하고, 추적하며, 접촉하면 사망에 이르게 만든다. 말하자면 비디오 게임에서의 유령은 대체로 물리적 존재인 괴물과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들은 엄밀히 말해 가장 오래된 유령, 「팩맨」의 네 유령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바꿔말하면 비디오게임의 유령은 그 탄생부터 ‘접촉’을 기반으로 하는 물리적 오브젝트로 규정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질문은 크게 우회해 이렇게 바꿔볼 수 있다. 비디오게임에서 유령은 괴물과 구분될 수 있는가? 또는 비디오게임은 유령성을 가질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비디오게임에서의 유령성은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가? 유령과 접촉의 모순적 메커니즘 유령이란 물질과 비물질의 중간 지점, 접촉과 접촉 불가능성의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유령이란 물질적corporeal이면서도 비실체적incorporeal인 존재들이다. 그들은 벽을 투과하고 공중을 날아다니지만, 때때로 물건을 건드리고 소리를 발생시킨다. 유령이란 볼 수 있지만 만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물성을 초월한다. 앞서 말했듯 비디오게임의 유령이란 이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모순적 개체들이다. 이 유령들은 언제나 플레이어 캐릭터를 향해 돌진하고, 그들과의 접촉을 위해 활동한다. 그들은 엄밀히 실존한다. 카메라로 악령을 퇴치하는 「령~제로~」 시리즈의 가장 대표적인 전략은 ‘공격당하기 전에 쓰러뜨린다’이다. 여기서 악령의 공격이란 접촉의 메커니즘을 전제한다. 플레이어는 그들이 ‘접촉해오기 전’에 촬영이라는 비실체적 공격으로 쓰러뜨려야 한다. 이는 전적으로 아이러니다. 여기서 물질성을 초월하는 존재는 악령이 아니라 (물질인) 카메라다. 「F.E.A.R.」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동일하다. 플레이어는 알마가 생성해낸 유령Ghost들을 총을 쏴 제거할 수 있다. 여기서도 차라리, 거리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다는 의미에서, 총이 유령보다 훨씬 초월적이다. *「제로 : 월식의 가면」 비디오게임의 메커니즘은 (히트박스로 규정되는) 충돌을 전제한다. 결국 이 내부에서 물질성을 완전히 초월한다는 것은 게임적 구조를 뛰어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게 있어 그런 조건은 전적으로 ‘글리치’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벽이라는 구조를 뚫고 들어오는 것은 유령적이라기보다는 ‘벽뚫는 버그’를 연상시키며 따라서 불공정의 감각을 초래한다. 비디오게임에서의 물질성의 초월은 그 한계지점의 돌파가 아니다. 오히려 물리적 위력의 일방적인 우위성에서 온다. 「화이트 데이」의 공포의 핵심은 일방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수위에게서 나타난다. 오히려 물리적 한계지점을 뛰어넘는, 구조와 무관하게 천천히 접근해오는 머리 귀신은, 그 시청각적 특성을 통해 아찔함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머리 귀신은 플레이어에게 직접적 위해를 가하지 못하기에 그다지 초월적인 존재로 여겨지지 못한다. 차라리 그들이 공포스러운 것은 접촉을 통해 수위라는 물리적 주체를 불러들인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머리 귀신조차 아찔한 감각과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접촉이라는 조건을 달성해야 한다. 따라서 비디오게임의 유령은 전적으로 현존presence한다. 있는듯 하지만 없거나 또는 없는듯 하지만 있는 존재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그 존재를 가진다는 의미다. 이를 정확히 보여주는 게임이 바로 「파스모포비아」다. 이 게임은 다양한 방법론과 조건들로 어떠한 유령이 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말하자면 이 게임의 목적은 유령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것이다. 물론 유령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편 명백히 오브젝트로써 그 공간에 ‘존재한다’. 게다가 이 게임의 팬덤은 유령이 가진 감각 패턴을 밝혀냈는데, 재미있게도 그 가시범위는 물체에 의해 일정량 차단될 수 있다. 심지어는 유령의 종류에 따라 이동속도나 가속도 여부까지 부여되어 있다. [1] 이 게임에서 유령은 투명invisible하지만 비실체적incorporeal이지는 않다. 앞서 설명한대로 이 유령이 초월적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철저히 일방적인 실체라는 정도일 것이다. *「파스모포비아」에서 유령의 감지 범위를 설명하는 이미지 (출처: 레딧) 데리다의 유령론으로부터 한편 유스티나 야닉Justyna Janik은 2019년의 에세이 《Ghosts of the Present Past: Spectrality in the Video Game Object》에서 비디오게임의 유령에 달리 접근한다. 야닉이 끌어들이는 것은 데리다의 유령론hauntology이다. 데리다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에서 존재론ontology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개념들을 설명하기 위해 이 유령론을 도입한다. 그의 정리에 있어 유령은 가시적이면서 비가시적인 존재, 과거의 존재이면서 현재까지 영향을 주는 그리고 미래까지 예시하는 존재다. 야닉은 특히 유령의 몰시간성anachronie [2] 을 중심으로 유령론의 적용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차용한다면, 비디오게임에는 오히려 유령을 탄생시킬만큼의 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야닉은 이렇게 적는다. ‘게임 세계의 과거, 현재, 미래는 거의 동시에 제작되는 것 같다.It seems that the game world’s past, present, and future are produced almost simultaneously(...)’ [3] 즉 「F.E.A.R.」의 악령 캐릭터 알마는 유령이지만 그에게 주어진 과거는 어디까지나 게임 외적으로 설정되어진 과거에 불과하다. 알마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뛰어들고 마주친 그 순간에 형성된 현재 시제의 존재임이 분명하다. [4] 물론 야닉은 이러한 시간 형성의 동시성을 유령론의 몰시간성과 어느정도 동일시한다. 하지만 선형적 시간의 인과개념이 없다는 것은 압축할만한 시간의 원본도 없다는 의미가 된다. 알마가 몰시간성의 존재인 것은 사실이나, 애초에 과거조차 없는 존재다. 이것은 비디오게임의 유령 일반에서 반복되는 성질이다. 이 유령들에게 부여된 ‘유령이 된 배경’이라는 사건들은 (야닉이 규정한) 게임 세계 내부의 사건이 아니라 오직 허구적으로 구성된 이유에 불과하다. 결국 플레이어는 과거에 대한 증언, (「바이오쇼크」 등에서 볼 수 있는) 환영, 기록, 때로는 명백히 시각적인 컷씬 등을 통해 그들이 허구적 과거로부터 온 존재임을 인지할 수 있을 뿐이다. 실질적으로 마주치는 그들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함과 동시에 발생한 현재의 존재다. 만약 플레이어가 과거를 지시하는 허구적 기록들과 마주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영영 현재라는 시간에 묶일 수 밖에 없다. [5] *「룸」에 등장하는 러스티의 유령 물론 게임 세계의 과거를 통해 생성되는 유령들도 존재한다. 루카스아츠의 「룸」에서 주인공 보빈은 대장장이들의 도시 ‘포지’에 들어가기 위해 포지의 소년 러스티와 모습을 뒤바꾼다. 보빈이 포지에서 활동하던 중, 직전 이벤트에서 보빈에 의해 꼬리에 불이 붙은 검은 용이 포지의 앞에 나타난다. 용은 보빈의 모습을 한 러스티를 발견하고는 잡아먹어 버린다. 나중에 포지에서 나온 보빈은 러스티의 뼈 위에 떠오른 유령과 만난다. 그리고 이 유령은 생전과 달리 분노에 찬 표정으로 대사를 내뱉는다. 이 장면은 당대 기술적 한계 때문에 썩 공포스럽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행동이 가져온 하나의 비극으로써 강렬히 각인된다. 물론 러스티의 안타까운 경험은 전적으로 스크립트로 만들어진 것으로 결코 바꿀 수 없는 운명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스티의 유령은 명백히 게임 세계의 인과가 만들어낸 존재이다. 조금 더 내밀한 유령은 「메탈기어 솔리드 3」에서 마주하는 병사들의 유령이다. 보스 중 하나인 ‘더 소로우’는 주인공 네이키드 스네이크에게 죽음의 환영을 보여준다. 플레이어는 더 소로우를 따라 어두운 강을 거슬러 오르며 지금까지 자신이 죽인 모든 병사들의 유령과 마주친다. 병사들은 플레이어가 그들을 살해한 방식의 상처를 그대로 지니고 있으며 그에 따른 원통함의 대사를 내뱉는다. 러스티의 유령이 결코 회피 불가능한 인과가 만들어낸 유령이라 한다면, 병사들의 유령은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결과물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유령들은 지난한 역사의 표출물이 아니라 단기적인 감각적 대상물로써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6] 이것은 야닉이 말한대로 비디오게임의 게임 세계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이들이 표출하는 게임 세계의 역사란 극도로 짧기에 무언가의 기표가 되기엔 지나치게 순간적인 셈이다. 그 정도의 역사는 그저 현재라는 시간에 귀속되어 버린다. 기이한 유령들 이렇듯 비디오게임의 유령이란 (1) 물성을 가진 실체의 존재이며 (2) 과거로부터 오지 않은 현재의 존재다. 따라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란, 비디오게임의 유령은 괴물의 또 다른 버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마크 피셔가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에서 제시한 기이함과 으스스함의 개념을 가져올 수도 있다. 마크 피셔는 이렇게 적는다. “나는 기이한 것The weird이란 특정한 형태의 동요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감각이 포함된다. 기이한 존재 혹은 대상은 너무나 이상해서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혹은 적어도 여기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느끼게 한다.” [7] “으스스한 것The eerie은 인간이 던질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질문들, 존재와 비존재에 대한 질문들과 관계가 있다.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때에 여기 어째서 무언가 있는가? 무언가 있어야 하는 때에 어째서 여기 아무것도 없는가?” [8] 우리의 관점에서 기이함이란 괴물의 것이며 으스스함이란 유령의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비디오게임의 유령은 어째선지 계속 기이한 것으로 수렴되어 버린다. 비디오게임의 유령들은 움직여서는 안되지만 어째선지 움직이는 「프레디의 피자가게」의 인형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들은 어딘가 잘못된 존재들이지만(「슈퍼 마리오」의 부끄부끄는 다른 적들과는 다른 메커니즘을 가진다.) 철저히 존재감을 가진다(킹 부끄부끄의 존재감은 지나치다.). 비디오게임의 유령은 왜 기이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가? 가장 쉬운 답이라면 비디오게임이 직관적 감각의 영역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비디오게임에는 실재하지 않는 것은 쉬이 존재할 수 없다. 그곳은 설령 보이지 않는 유령이라 하더라도 그 데이터가 공간 내부를 떠돌아다녀야 하는 곳이다. 결코 없어야 하는 것이 존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 규정을 넓혀본다면 다른 결론과 마주할 수도 있다. 진정 없어야 하는데 존재하는 것, 있어야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혹시 비디오게임의 본질적 속성이지 않는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존재하는 세계, 만져지지 않음에도 만져지는 디지털의 물성은 그 자체로 으스스한 것에 속한다. 즉, 비디오게임이 바로 으스스한 것이다. 그리고 비디오게임의 세계가 으스스한 세계라면, 그 내부에서 따로 으스스한 것이 존재할 수는 없다. 비디오게임의 내부에서는 모두가 유령이다. 그곳에서 따로 유령적인 것이 존재하는 지 묻는 것 자체가 곤란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다가 사망했을 때, 혹은 「어몽어스」를 하다가 빠르게 처형당했을 때, 즉시 유령의 모습으로 뒤바뀌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지는 않는다. 이 전환이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신묘한 영적 세계의 탐구 같은 것은 없다. 전의 존재와 후의 존재 사이에서 어떠한 상태의 전환이 발생한 것일 뿐이라면, 사망하기 전에도 유령이었다고 규정하는 것이 그다지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애초에 비디오게임의 세계가 근본적으로 영적 세계다. 우리가 컨트롤러를 조작하지 않는다면, 그 껍데기(=플레이어 캐릭터)는 마치 영혼없는 골렘처럼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다. 플레이어 주체가 그들의 육체에 들어가는 영적 존재나 다름 없다. 적의 육체에 빙의해 싸우는 아케이드 게임 「판타즘」이나 다양한 물체에 빙의해 퍼즐을 풀어가는 「고스트 트릭」은 어떤 면에서 메타적 비디오게임처럼도 보인다. *「고스트 트릭」 결국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영적인 세계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곳에는 존재하지 않아야 하지만 존재하는 오브젝트로 가득 차 있다. 활기찬 NPC들로 가득찬 오픈월드 게임의 도시를 보는 것은 허크 하비의 「영혼의 카니발」을 관람하는 것과 같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유령의 세계를 보는 것이다. 이 곳에는 인간 육체를 통해 만들어진 유령은 없으며, 이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유령이다. 여기서 특별히 더 유령으로 규정될 존재는 없다. 차라리 이곳, 비디오게임의 세계를 유령과 괴물의 세계라고 부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1]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순간이동같은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 단어 anachronie의 번역은 《마르크스의 유령들》의 역자인 진태원의 번역을 따른다. [3] Justyna Janik, 《Ghosts of the Present Past: Spectrality in the Video Game Object》, Journal of the Philosophy of Games, 2019, p9 [4] 야닉은 이 개념의 설명을 위해 게임의 세계를 두 개의 층위로 나눈다. 하나는 게임의 서사 부분을 결정하는 허구적 세계fictional world이며 또 하나는 플레이어가 게임 플레이를 통해 접촉하는 게임 세계game world이다. ‘첫 번째 층위는 게임으로 표현되는 캐릭터, 사물, 장소, 사건의 디제이시스적 영역인 허구의 세계다. 두 번째 층위인 게임 세계는 비디오 게임 오브젝트의 물성에서 비롯된다.The first layer I will consider is the fictional world – the diegetic domain of characters, objects, places and events that is represented by the game. The second layer, the game world, emerges from the materiality of the video game object.’ (같은 책, p2) [5] 야닉은 허구적 세계와 게임 세계라는 두 층위의 긴장이 데리다적인 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시간의 개념 뿐만 아니라 허구적 세계에서 의미론적인 효과가, 게임 세계에서 디지털 물성의 효과가 나타나 중간자적 개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닉이 서술하는 효과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허구적 세계의 층위가 긴장을 형성할 만큼 충분히 도드라지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디지털 물성을 감각하면서 의미론적 층위와 마주하지 못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며, 그 경우 과거는 없는 것과도 같다. [6] 「룸」에서 보빈은 러스티를 되살린다. 러스티의 유령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7] 마크 피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구픽, 2019, p20 [8] 같은 책, p15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평론가) 이선인 만화와 게임, 영화를 가리지 않고 넘나들며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합니다. MMORPG를 제외한 <파이널 판타지> 전 시리즈 클리어가 라이프 워크입니다. 스팀덱을 주로 사용합니다.

  • 플레이할 결심: 공포 게임을 못_잘_안 하는 이유에 대한 성찰적 자기반성을 토대로

    나는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공포 게임이 무섭기 때문이다. 무서워하라고 만든 게임을 무서워해서 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긴 한데 뭔가 아쉽긴 아쉽다. 바로 내가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공포 게임에도 명작이 참 많다. < Back 플레이할 결심: 공포 게임을 못_잘_안 하는 이유에 대한 성찰적 자기반성을 토대로 19 GG Vol. 24. 8. 10. 나는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공포 게임이 무섭기 때문이다. 무서워하라고 만든 게임을 무서워해서 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긴 한데 뭔가 아쉽긴 아쉽다. 바로 내가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공포 게임에도 명작이 참 많다. 〈암네시아〉(Amnesia), 〈블레어 위치〉(Blair Witch),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맨 오브 메단〉(Man od Medan), 〈디 이블 위딘〉(The Evil Within),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Dead by Daylight),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Alien: Isolation), 〈화이트데이〉(White day),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사일런트 힐〉(Silent Hill), 〈디텐션: 반교〉(Detention: 返校)는 플레이해 보지 않았지만 제목도 게임 속 장면들도 너무 친숙한 작품 또는 시리즈들이다. 고백하자면 이중 적지 않은 게임들을 소장하고 있다. 책 구매도 독서이듯 게임 구매도 플레이의 일환이기에 아직 플레이하지 않았을 뿐 언젠가 하긴 할 것인데 아직 그 시기를 가늠하기 힘들 따름이다. 그렇지만 명작으로 불리는 게임들을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하고 있으니,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무서움은 피하는 게 상책이니 공포 게임은 떠올리지 않아버리기 쉽지만 해야 할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다시 고개를 돌려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다른 질문들이 이어진다. 공포 게임은 왜 무서운가? 공포 게임의 재미는 무엇인가?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공포를 즐기는 것일까,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일까? 공포 영화를 통해 비추어 본 공포의 정체 가장 궁금해지는 것은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의 마음이다. 이들은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즐거움을 느낄까, 괴로울까? 만약 그것이 즐거움이라면 어떤 즐거움일까, 한편 그것이 괴로움이라면 거기에 어떤 매력이 있을까? 공포 영화를 대상으로 유사한 질문을 던진 시도가 있다. 공포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이 공포 영화의 무서움에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괴로움을 느끼는지를 연구한 [1] 풍원과 나은경은 공포 영화를 관람하며 느끼는 즐거움이 긍정적인 정서와 부정적인 정서 중 어느 한쪽이 아니라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양가적인 감정의 복합적인 즐거움이라는 것을 제시한다. 공포 영화의 무서움을 통해 “짜릿하고, 신선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 긍정적인 즐거움이라면, “끔찍하고, 불쾌하고, 징그럽고, 스트레스를 받는” [2] 느낌을 받는 것은 부정적인 괴로움인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느끼면서 복합적인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를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의 마음에 적용하면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게이머가 경험하는 두려움은 긍정적인 즐거움과 부정적인 괴로움 모두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즐거움과 괴로움 모두로 이어지는 출발점인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이 허구에 불과한데도 관객이 무서워하는 이유를 연구한 [3] 안의진은 콜린 래드포드(Colin Radford)가 제시한, 영화의 허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순적인 관객을 뜻하는 ‘픽션 패러독스’(Fiction Paradox) 개념 [4] 을 활용해 관객이 공포 영화를 보면서 무서움을 느끼는 맥락을 설명한다. 관객은 영화에 등장한 괴물이 진짜 있다고 믿어서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허구인 것을 알고 실제로는 그 괴물이 누구의 안전도 해치지 않음을 (두려움의 범위와 한계를) 인지한 상태에서 영화를 통해 느껴지는 공포감을 ‘즐거운 흥분’으로 받아들인다 [5] . 이는 관객이 공포 영화를 통해 느끼는 공포는 감각을 토대로 하는 것으로, 관객이 공포 영화에서 괴물을 보면서 공포를 느끼는 것이 실제로는 없는 것을 있다고 생각하는 모순적인 과정이 아니라 없다는 것을 아는 채로 즐기는, 합리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즉, 관객이 공포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두려움은 영화 속 괴물이 정말 눈앞에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실감이 나서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괴물이 눈앞에 있는 셈 치고 ‘무서워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포 영화를 통해 경험하는 두려움이 관객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공포 영화를 즐겨 본다’는 것도 자연스레 가능해진다(여전히 엄두는 안 나지만). 공포를 경험해서 얻는 재미가 즐거움과 괴로움 모두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두려움이란 주어지는 동시에 선택되기도 한다는 점은 두려움이 제한된 조건에서만 경험하는 비일상적이고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과 연결된 것임을 뜻한다. 이를 염두에 두면 공포 영화에 대한 다른 여러 논의들, 가령 특정 작품에서 표현한 공포가 갖는 의미를 당시의 사회적 정서를 토대로 해석 [6] 한다거나, 영화가 만들어진 허구적 세계에만 해당하는, 극장 안에 갇히는 공포와 극장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더 강렬해지는 공포 [7] 로 두려움의 정체와 영역을 확장하여 구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종합하면 공포 영화를 통해 경험하는 두려움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며, 이 두려움을 통해 우리는 즐거운 동시에 괴로울 수 있다. 이를 공포 게임에 적용하면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경험하는 두려움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며, 게이머는 이 즐거움과 괴로움 사이에서 복합적인 재미를 느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의 공포는 영화의 공포와 어떻게 다른가 어쩌면, 마음먹기에 달린 일인지 모른다. 공포 영화/게임에서 경험하는 두려움이 즐거움과 괴로움이 함께 발휘되는 양가감정이라면, 마음의 방향을 어디로 두느냐에 따라 재미의 모양새가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공포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는 데 필요한 건 마음의 방향을 옮기는 것 하나뿐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게 잘 안된다. 마음먹기로 결심은 하는데 실행에 옮기기 전에 매번 주춤하게 만드는 고비가 있어서다. 바로 게임의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이다. 영화와 달리 게임은 공포 상황을 직접 헤쳐 나가야 한다. 내가 무언가 하지 않으면 공포 상황도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포 게임에서 경험하는 두려움은 영화를 관람할 때와 달리 즐거움으로든 괴로움으로든 어느 정도 견디면 통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방향을 달리하는 것 외에도 그 방향을 꼭 붙들고 있기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즐거움과 괴로움 모두를 감내하면서. 더군다나 공포 상황이 펼쳐진 현장에 실제로 있는 것 같은 임장감을 토대로 한 VR 게임이라면? VR 공포 게임이 게이머의 두려움을 유발하는 요인을 분석한 He Zhang 등의 연구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중심으로 게이머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게 느끼면서 몰입된 공포를 경험한다 [8] 고 제시한다. 귀신이 갑자기 등장하거나,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린다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발생할지 모른다고 긴장할 때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두려움은 (영화든 게임이든) 스크린을 통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경험하는 두려움과는 다르다. 게임에서 경험하는 공포 상황은 여전히 허구이지만, 그것이 허구임을 아는 채로 즐기기까지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더 생기기 때문이다. 게임에 따라 상호작용성이 다양하게 적용되면서 두려움을 경험하는 구체적인 맥락이 달라지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인디 게임을 사례로 두려움을 ‘허구 감정’(fiction emotion)과 ‘게임플레이 감정’(gameplay emotion)으로 구분해 공포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어떤 감정적 경험을 하는지 탐색한 Jan-Noel Thon의 연구는 인디 게임이 시청각적/서사적/놀이적 요소를 통해 대형 스튜디오와 다른 방식으로 두려움을 전달함을 제시한다 [9] . 적은 예산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대신 독창적인 표현을 시도할 수 있는 공포 인디 게임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두려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 VR 게임과 인디 게임의 사례는 임장감이 두려움에 대한 몰입을 강화하고 독창성이 두려움의 범위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영화와 비교해 게임이 새롭게 제공하는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공포 영화를 통해 경험하는 두려움이 게임에서도 유효하다면 그것은 어떤 경험일까. 공포 게임에서 가상의 캐릭터와 인간과 유사한 정도에 따라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에 차이가 있는지 탐색한 Angela Tinwell 등의 연구는 가상의 캐릭터가 인간과 유사할수록 무섭게 느낀다는 것을 제시 [10] 한다. 현실과 맞닿은 지점에서 두려움을 더 효과적으로 느끼는 셈이니 게임을 통해 경험하는 공포는 영화와 유사한 부분은 있지만, 동시에 더 넓고 짙은 셈이다 [11] . 공포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겠다던 결심이 번번이 좌절되거나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은 데에는 나름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굳게 마음을 먹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암, 그렇고말고!) 그렇다고 깔끔하게 포기할 생각이 들진 않는다. 더 넓고 짙은 두려움이 가득한 세계이지만 그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상호작용성은 시도를 요구한다. 그 시도가 실패하면 다시 도전할 것을 요청한다. 그 시도는 일련의 규칙을 기반으로 한다. 시도하고,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는 분투의 과정을 통해 게이머는 게임에 펼쳐진 세계를 경험하고 탐색한다. 공포 게임에서 무서움은 실패를 유도한다. 게임에 구현된 규칙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똑바로 바라보는 것을 방해한다. 부정적인 괴로움을 먼저 떠올리게 해 도전을 반복하면서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즐거움을 나중으로 미루게 한다. 이 무서움을 반드시 극복할 필요는 없다. 공포 게임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즐겁고도 괴로운 양가감정이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공포의 형식이 아니어도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게임도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그동안 선제적으로 고개를 돌렸던 두려움이 현실과 연결되어 있음을, 괴로운 동시에 즐거울 수 있음을 믿고 공포 게임의 세계로 다시 다가가 보려 한다. 분명 그 과정은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더 많을 것이다. 무서우라고 만든 게임을 안 무서워할 도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보려 한다. 실눈을 뜨고서라도, 발걸음을 아주 더디게 내딛게 되더라도. [1] 풍원, 나은경. (2021). 공포영화를 보는 즐거움과 괴로움에 대한 수용자 반응의 차이 연구: 관람자의 현실 공포 경험 및 관람 환경(장소/매체/동행)의 영향을 중심으로. 언론과학연구, 21(2), 118-155. [2] 풍원과 나은경의 논문, 136-137쪽. [3] 안의진. (2013). 관객은 허구에 불과한 공포영화의 괴물을 왜 무서워하는가?. 미디어, 젠더 & 문화,(26), 41-70. [4] 래드포드는 영화의 허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모순적’이라고 규정하기 위해 세 가지 전제를 제시했다. 첫째, 인간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나 사건에 감정 반응을 하는데, 둘째, 영화를 볼 때 영화의 인물이나 사건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셋째, 그런데 인간은 영화를 보며 감정 반응을 한다. 안의진은 이 전제를 공포 영화에 적용해 ‘인간이 공포 영화의 괴물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려면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믿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공포 영화의 괴물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다’고 제시한다. [5] 안의진의 논문, 64쪽. [6] 송아름. (2011). 1990년대의 불안과 <여고괴담>의 공포. 한국극예술연구, (34), 291-324. [7] 김지미. (2012). 영화 가짜 공포와 진짜 공포. 황해문화, 76, 349-356. [8] Zhang, H., Li, X., Qiu, C., & Fu, X. (2023). Decoding Fear: Exploring User Experiences in Virtual Reality Horror Games. Chinese CHI 2023, Denpasar, Bali, Indonesia. doi:10.1145/3629606.3629646. [9] Thon, J.-N. (2020). Playing with Fear: The Aesthetics of Horror in Recent Indie Games. Eludamos: Journal for Computer Game Culture, 10(1), pp. 197–231. doi: 10.7557/23.6179. [10] Tinwell, A., Grimshaw, M., & Williams, A. (2010). Uncanny behaviour in survival horror games. Journal of Gaming & Virtual Worlds, 2(1), 3-25. [11] 현실과 맞닿은 공포에 대해서는 풍원과 나은경의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지적되었다. 공포 영화를 관람하며 느끼는 두려움의 정도를 나이별로 구분하였을 때 연령이 더 높을수록 두려움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영화에서 제시된 공포 상황과 유사한 상황을 경험했을수록 두려움을 더 느끼는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사회학자) 강지웅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게이머즈〉를 비롯한 여러 게임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했다. 저서로 〈게임과 문화연구〉(공저), 〈한국 게임의 역사〉(공저)가 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서 게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게임이 삶의 수많은 순간을 어루만지는, 우리와 동행하는 문화임을 믿는다.

  • Disco Music as the Vestige of a Failed Revolution: Disco Elysium

    The title of Disco Elysium, a highly controversial role-playing game that came out in 2019, does not tell you much about what kind of a game it is or what it's about. In fact, it's not easy to deduce why the word "disco" is included in the title of the game when its story centers around a derelict alcoholic detective investigating a murder in the port city Revachol, a place of mixed industrial prosperity and dilapidation. < Back Disco Music as the Vestige of a Failed Revolution: Disco Elysium 09 GG Vol. 22. 12. 10. - This post contains a significant spoiler of Disco Elysium. Please read at your own discretion if you haven't played the game. - **You can see a Korean version at this URL: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match=id:91 The title of Disco Elysium, a highly controversial role-playing game that came out in 2019, does not tell you much about what kind of a game it is or what it's about. In fact, it's not easy to deduce why the word "disco" is included in the title of the game when its story centers around a derelict alcoholic detective investigating a murder in the port city Revachol, a place of mixed industrial prosperity and dilapidation. In the game, disco seems to be a metaphor for the somewhat outdated mindset of the hero. In Revachol, disco represents retro music and a culture of nostalgic sentiments about the past, similar to what it is today in the real world. There are times when the middle-aged detective enjoys some disco music from his glory days with fond reminiscence, but the current trends in music have long since moved on from disco, as evidenced by a certain event in the game. At a glance, disco seems to have been used as a trivial prop to highlight the generation of the hero. Then, why is it included in the game's title? As "Elysium" means some kind of a plane of existence or universe, the game title can be interpreted as "the world of disco." What does this game about uncovering the murder at a decrepit harbor have to do with disco? Revachol, the City of a Failed Revolution The events of Disco Elysium mainly take place in the harbor city of Revachol, and a wall in the Martinaise district of this city features a lot of bullet holes. The player has the option to visualize the scene of a mass execution of communards against this wall, which is a reference to the Communards' Wall of the Paris Commune. In the game, Revachol is a city state that saw great prosperity as a central hub of trading and finances in the whole world of Elysium, comprised of various groups of islands. With the Dockworkers' Union dominating the city, the rapidly growing economic disparity and similar problems led to a massive communist revolution. While the revolution successfully took over Revachol, its victory was short-lived when outside forces formed a Coalition of Nations to suppress the revolution through military conflict as they recognized the value of Revachol as an international trading hub. In sum, the former world capital of Revachol had been liberated through a significant revolution and was promptly conquered by outside forces. As a result, you can see both parts of its former glory and the devastation of conquest in this city. This revolution by the people quelled by external military forces seems to mirror the Paris Commune, a real-life example of such a movement during the era of imperialism in our own history. The events of Disco Elysium take place against the backdrop of remnants from a failed revolution. Thus, Revachol is presented as a city of a failed revolution where old royalists and republicans who used to fight each other in their youth now play ball together, and the Dockworkers' Union, who played a central role in the revolution, has become an oppressive mob in cahoots with the government. The music of the 1970s, disco At some point in the middle of the game, you can encounter a group of kids hanging out in a tent near a ruined church building. The ensuing dialogue with these druggies listening to hard-core music reveals just how much the hero loves disco music. To understand the significance of disco as an old-fashioned genre of music against the background of a city of a failed revolution, we should first think back on what disco in real-life means to us. Disco is a genre of music that was popular in the 70s and 80s of the 20th century. The name comes from the French word discothèque. In English, it means "library of phonograph records." This genre gained much popularity as dance music as disco came to refer to a place where you could dance to recordings of music when traditional dance venues generally involved live music. By offering a more economical space for dancing, discotheques quickly became popular in marginal areas like the slums and slowly rose to become the dominant dance music genre, replacing go-go and swing dancing. Disco's popularity reached its peak in the mid-1970s, of which a prime example is the movie Saturday Night Fever starring John Travolta. Travolta's disco dance moves, which were later reprised as the human male dance in World of Warcraft, became an icon of the heyday of disco in 1977. This popularity of disco even reached South Korea, manifesting in particular dance venues called discotheques and their distinct variants colatecs. For teenagers who weren't allowed to enter such clubs, roller skating rinks provided disco music with roller skates instead of alcohol. (Hence, a compilation album of 80s disco music in Korea is named "Memories of Skating Rinks.") Disco and the Fall of the Individual and Economic Prosperity After reaching the climax of its popularity in 1977, disco fever started to cool off. The decline of disco even led to a rally of Disco Demolition Night in 1979. From its emergence at the end of the 60s to its heyday stretching into the 80s, the history of the rise and fall of this genre contains many aspects that seem relevant to society as a whole at the time. In the 1970s, when disco boomed, the economic growth in the US was starting to slow down. The economic expansion in the US after World War II was wrapping up its golden age in the 1960s and came to a halt with the 1973 oil crisis, leading to a recession. As oil prices rose, the high-emission and poor-mileage cars of the US gave way to the high-efficiency and high-mileage cars manufactured in newly industrialized countries like Japan, which in turn contributed to the fall of cities like Detroit, which used to be the heart of the American automotive industry. These circumstances greatly affected the lives of industrial laborers in the US. Automotive plants that had relied on highly trained laborers were shut down, and their former full-time workers started taking part-time gigs such as washing cars and flipping burgers. Labor unions became less and less influential in unifying the workers, and the overall quality of employment started to drop, ushering in new trends that were totally different from the 60s. The era of hippies, where people were vocal about their demands for tangible social changes, such as the protests of 1968, was coming to an end. Those who had once supported and called for revolutions, anti-war movements, and peace donned immaculate suits and became businessmen. They must have looked like hypocritical boomers who only nominally preached revolution and ended up mingling with mainstream society in the eyes of the younger generations. With the living conditions becoming relatively harsher than in the past, the individuals grew more and more apart, and those in their 20s in the 1970s started to become more interested in their own individual lives rather than macroscopic social changes. This socioeconomic turn of events at the time might have played a role in ending the age of rock and ushering in the era of disco. Revolution and Disco Disco Elysium portrays how the changes in the socioeconomics and the working conditions of the young laborers in the 1970s were related to the rise of disco. The middle-aged hero is from a generation that grew up listening to disco music in an era of a failed revolution. Now, he is no longer in his prime, and even disco music is considered a vestige of the past. Having Revachol in the game be the place of a failed revolution where disco used to be popular but is no more demonstrates the relationship between revolution and music. This relationship between revolution and music can also be found in the history of Estonia, where the game was developed. As one of the three Baltic states, Estonia had been annexed into the Soviet Union after World War II but consistently sought independence while suffering the oppression of the USSR. In 1989, Estonia joined Latvia and Lithuania to form a human chain over 600 km (about 373 miles) and sang songs to protest the Soviet occupation, an event called the Singing Revolution. Given this historical background, it is not surprising that this unique link between revolution and music is replicated in the game. Thus, the disco in Disco Elysium is not a random prop but a central element of the worldbuilding of this game. Disco was the music that accompanied the era of those who fell apart as individuals after a failed revolution. The hero of the game is someone who spent his youth watching the previous generation after that failure and is now past the prime of his own life and moving on to be forgotten in history. In a gloomy city still full of remnants of the failed revolution, the passion of revolution must have looked like a distant memory of the past to the hero and those around him in the present. The Revolution May Fail, but That Doesn't Mean It's Over However, the game also offers a counterpoint by revealing the mythic creature Insulindian Phasmid, which had been the goal in a side quest at the end of the game. The side quest of going after the mystical, gigantic cryptid that nobody is even sure of its existence may at first seem to be an impossible task, like chasing a rainbow. However, the reveal and message of the Insulindian Phasmid at the very end of the game is a critical culmination of the theme of revolution and disco. Can you really call the efforts of the revolutionists who even sacrificed their own lives to change their lives and the world, which we've so far been calling the failed revolution, nothing more than a failure? The moment when the hero gets to see the fabled Insulindian Phasmid with his own eyes at the very end of the game poses this question: Are the idea humanity calls revolution and has been endlessly chasing even though we know we'll never reach it and the failed steps we've taken over the course really pointless? To those of us living in the 21st century, the word revolution seems to be associated with suffering and failure. Numerous revolutions, including the Paris Commune reflected in the game and the Russian Revolution after it, and the more recent revolts in the Arab world and the Umbrella Revolution in Hong Kong, have failed in our history, where the people had to go back to their previous afflictions. However, we are also survivors who stand on the remains of all those failed revolutions over the course of human history. Also, disco may be a vestige of the dismay and frustration born out of the failures in the 1960s. Thus, Disco Elysium is set against a city of a failed revolution and deliberately includes this outdated genre of music called disco in its title to indicate that the central theme of this game is not the murder case but a history of a failed revolution. The inclusion of an old couple who devote their lives to a seemingly impossible task of discovering a mythical creature and the existence of that illusive cryptid at the end of the story asks us how we shall address the history of failure and frustration called revolution, which could also be considered an unattainable holy grail. Thus, Disco Elysium becomes a poignant question about our own era as the remnants of failed revolutions. Thus, Disco Elysium becomes a poignant self-examination of our own era as the remnants of failed revolution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KyungHyuk Lee He has been close to games since childhood, but it was not until 2015 that he started talking about games in earnest. After living as an ordinary office worker, he entered the life of a full-time game columnist, critic, and researcher through a series of opportunities. Books such as "Game, Another Window to View the World" (2016), "Mario Born in 1981" (2017), "The Theory of Game" (2018), "Wise Media Life" (2019), and "The Birth of Reality" (2022); papers such as "Is purchasing game items part of play?" (2019); "Dakyu Prime" (EBS, 2022), Gamer (KBS), "The Game Law", 2019 BC) and "Economy of Game", etc.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institute 'Dragon Lab'. (Translator) Un-So Diener Freelance translator specializing in video game localization. My first game crush was Gray Scavenger of War of Genesis II. Now, I get to experience all kinds of video games across various genres and platforms for a living. Credited in Ghostwire: Tokyo and Neo Cab.

  • 어느새 넘쳐나는 연말 게임쇼 총정리

    어워드가 필요로 하는 여론이 이 세 원천에서 발원하기에, 보통 시상식 심사는 창작자 중심 구성에서 출발해 비평자가 추가되고, 여기에 수용자를 대변하는 용도로 대중 투표가 추가되어 구성이 된다. 문화산업계에서 가장 젊은 업계인 게임의 시상식 또한 창작자들의 심사 투표로 이루어지는 경우, 비평자들이 갑론을박을 하며 심사 투표하는 경우, 대중의 투표가 추가되는 경우로 분류할 수가 있다. < Back 어느새 넘쳐나는 연말 게임쇼 총정리 21 GG Vol. 24. 12. 10. 매해 게임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게임에는 GOTY 논의가 따라붙는다. Game Of The Year, 금년의 게임. 문외한이 단어만 봐서는 대상 같은 큰 명예일 것 같고, 사실 그렇다. 다만 GOTY를 선정하는 매체가 여럿일 뿐이다. 최소 수십에서 많게는 수천이다. 게임을 다루는 매체가 금년의 게임을 선정하면 그것이 GOTY이다. 심지어는 본지의 편집장이 고정 출연하는 팟캐스트에서도 GOTY를 선정하고 있다. 심사 담당은 한 명이고 이에 동의하는 다른 한 명이 심사 주체의 전부이지만, 그래도 이 또한 GOTY의 하나다. 따라서 금년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는, 일정 기준 이상의 GOTY를 전부 모아서 가장 많이 받은 한 작품에 주어지곤 하지만 게임사조차 열성을 갖고 엄밀한 집계를 매번 하지는 않는다. 다만 영미의 몇몇 유력 시상식에서 정하는 GOTY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연말연시는 자고로 상(awards)의 시즌이다. 업계의 한 해 수확을 점검하고 최고 수확물을 긍정적 본보기로 상찬하는 축제는 농경이 성립된 이래 인류 문명의 전통이다. 문화산업에서는 추가 소비를 촉진하는 의미도 있어서 더더욱 성대하게 시상식을 치른다. 시상식의 기초부터 짚어 보자. 수확을 평가하는 권력은, 동어반복 같지만 권력에 있고 권력은 대부분 여론에서 출발한다. 여론이 좋게 평가한 것이 최고 수확물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첫 번째 원리다. 따라서 중요한 부분은 여론을 말하는 주체다. 업계에 관해 잘 아는 사람들이 가장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업계 종사자 혹은 유관자들이다. 그리고 업계는 보통 셋으로 구분된다. 만들고 가공하는 창작자, 수확물의 의미를 정립하는 비평자, 수확물을 향유하는 수용자. 비평은 종종 창작과 피드백을 주고받기에 창작과 비평은 약간의 교집합을 가지고, 비평자는 수용자 중에서 나오기에 비평과 수용도 교집합을 가지기는 한다. 하지만 이 셋은 각자의 영역을 확고히 하면서 업계를 떠받친다. 어워드가 필요로 하는 여론이 이 세 원천에서 발원하기에, 보통 시상식 심사는 창작자 중심 구성에서 출발해 비평자가 추가되고, 여기에 수용자를 대변하는 용도로 대중 투표가 추가되어 구성이 된다. 문화산업계에서 가장 젊은 업계인 게임의 시상식 또한 창작자들의 심사 투표로 이루어지는 경우, 비평자들이 갑론을박을 하며 심사 투표하는 경우, 대중의 투표가 추가되는 경우로 분류할 수가 있다. 1. 창작자 중심 어워드 1) GDCA 시상 시기 : 다음 해 3월 1988년, 개발자 크리스 크로포드(Chris Crawford)와 27명의 게임 개발 종사자들이 크로포드의 집에 모여서 컴퓨터 게임 개발자 모임을 시작했다. 이 단체와 모임은 해가 갈수록 점점 확장되어 크로포드의 손을 떠나고서는 업계의 중요한 단체와 컨퍼런스로 성장했다. GDC는 97년부터 스포트라이트 시상식이라는 컴퓨터 게임 어워드를 만들었고, 99년부터는 컴퓨터 게임만 영역으로 하던 것을 콘솔 및 포터블 게임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어워드 또한 인디 게임을 다루는 Independent Games Fesitival, IGF와 게임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Game Developers Choice Awards, GDCA의 두 시상식으로 넓어졌다. 본상이라 할 수 있는 GDCA의 세부 부문은 개발자 중심 단체인 만큼 개발자의 업무 분장을 많이 반영했다. 오디오 / 디자인 / 서사 / 기술 / 비주얼 아트 / 혁신이 전통적인 구분이고, 한동안은 모바일/휴대용과 AR/VR도 별도의 부문으로 시상을 했다. 그리고 ‘올해의 게임’이 대상 격으로 존재한다. 개발자 중심의 단체이기에 개발자 회원들이 후보를 올리고 개발자 회원들이 투표를 한다. 다른 어워드와 마찬가지로 비록 GOTY로 선정되지 못해도 존재감이 컸던 게임은 부문 수상에 이름을 올린다. 일례로 개편 후 처음 치러진 GDCA는 2000년의 GOTY를 ‘심즈’에 주었으나, 이 해에 중요한 게임은 ‘디아블로 2’, ‘데이어스 엑스’ 등도 있었다. 그리고 디아블로 2는 오디오 상에서, 데이어스 엑스는 디자인 상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2) D.I.C.E. Awards 시상 시기 : 다음 해 2월 AIAS, Academy of Interative Arts and Science는 보통 상호예술과학원이라고 번역되며, 미국의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 혹은 영화예술과학원(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현업 종사자들의 단체다. 92년에 설립되고 96년에 재조직된 단체로 이들의 모임인 D.I.C.E. 서밋(summit)에서 어워드를 발표한다. D.I.C.E.는 Design Innovate Communicate Entertain의 두문자로, TRPG 시절부터의 게임 전통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보인다. 영화예술과학원을 본따 조직을 만들었듯, D.I.C.E. 어워드 또한 아카데미 상처럼 만들고 싶어 시상식의 구성과 촬영을 아카데미 상과 유사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부분 세분화의 기준도 GDCA보다 더 많다. 온라인 / 모바일 / 인디 게임 / 가족 게임은 시장 구분이 기준이고, 게임 디자인 / 오디오 디자인 / 음악 / 서사 / 캐릭터 / 애니메이션 / 기술 / 몰입도 / 미학 연출 / 게임 연출 등은 더 세분화된 게임 요소 구분이며, 스포츠 / 시뮬레이션 / 격투 / 레이싱은 장르 구분이다. 다만 장르 부문이 적은 것과 온라인 부문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은 생긴다. 2004년 2월 17일의 27회 시상식에서는 ‘스트리트 파이터 6’와 ‘오메가 스트라이크’와 ‘디아블로 4’가 온라인 게임 부문에 함께 노미네이트되었는데, 다소 어색한 라인업이다. 3) BAFTA Games Awards 시상 시기 : 다음 해 2월 AIAS, 미국의 상호예술과학원과 비슷하지만 진짜 원조인 단체는 영국에 있다. 영국 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 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는 줄어서 BAFTA라고 하며 이 단체는 1947년의 정부 산하 기관인 영국 영화 아카데미에 기원을 둔다.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업계 종사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개발 및 유통 관계자 기반에 비평자가 추가된 형태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BAFTA의 어워드에는 영화, 텔레비전, 어린이 어워드가 있는데, 98년부터 게임 부문을 시상했고 잠시 대상급 수상 없이 부문상만 시상하다가, 2003년에는 별도의 어워드로 독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역시 심사 투표는 BAFTA의 회원들이 한다. 부문은 21개 부문으로, 예술성 / 오디오 / 음악 / 기술 / 게임 디자인 / 애니메이션 / 내러티브와 같은 요소 부문과 가족 / 모바일 / 멀티플레이어와 같은 시장 부문이 있는 것은 여타의 어워드와 비슷하다. BAFTA의 특별한 부문은 장르 부문이 적은 것과, 요소 부문에 성우 주연상과 조연상이 있다는 점, 그리고 2017년부터 신설된 “Game Beyond Entertainment”, ‘즐거움 이상의 게임’ 상이다. 이 부문은 BAFTA가 게임을 예술 매체로 간주하는 결정적 지점인데, 게임의 컨텐츠에 기후변화, 정신건강, 성지향성, 인종 문제와 같은 정치사회적 의제가 얼마나 잘 녹아들어 있는가를 심사하는 상이다. 다른 어워드의 GOTY에 해당하는 부문은 Best Game, ‘최고의 게임’이다. 4) 창작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 비교표 1. 창작자 중심의 어워드. 먼저 미국 어워드 둘의 최종 우승작이 같은 해를 보자. 일단 D.I.C.E.의 1999년 GOTY ‘심즈’는 시상식이 당시 2000년 3월에 열렸는데 2000년 2월에 발매된 작품까지 대상에 넣어서 생긴 일이다. 따라서 GDCA의 2000년 GOTY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심즈를 시작으로, 2004년의 ‘하프라이프 2’, 2006년의 ‘기어스 오브 워’, 2009년의 ‘언차티드 2’를 비롯해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까지 총 14번의 GOTY가 일치한다. 반면 BAFTA는 살짝 엇나간다. 영국와 미국의 여론 차이인지, BAFTA까지 세 어워드의 일치 사례는 2003년 이후부터 4건에 불과하다. 그 네 작품은 2004년의 ‘하프라이프 2’, 2013년의 ‘라스트 오브 어스’, 2020년의 ‘하데스’,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로 모두 해당 연도의 화제와 흥행을 휩쓴 작품들이다. 반면 전부 일치 사례를 제외하고, GDCA – BAFTA의 일치 사례는 0이며 D.I.C.E. - BAFTA의 일치 사례는 5번이고 그 중 두 번은 20세기의 일이다. 그래도 ‘GOTY 우승’을 거머쥐지 못했을 뿐 세부 부문 수상작은 어워드 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 GDCA에서는 오디오 상을 받은 ‘디아블로 2’가 D.I.C.E.에서는 GOTY이다. 2005년 GDCA의 GOTY인 ‘완다와 거상’은 BAFTA에서는 액션과 어드벤처 상을, D.I.C.E.에서는 미술 연출상을 받았다. 대부분은 이렇게 서로의 부문 수상이 엇갈려 중복되는데, 예외도 있다. 2021년의 GDCA GOTY인 ‘인스크립션’은 D.I.C.E.에서는 수상하지 못했다.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후보작 라인업은 세 어워드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단체의 회원들이 어느 게임의 성취에 더 큰 감명을 받았는지에 따라 GOTY가 갈리는 것이고, 그런 차이를 뛰어넘는 일치 사례는 제작자 업계의 여론을 통일시킬 정도의 좋은 게임이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유사하게 제작 인력 위주의 업계인을 회원으로 두고 심사를 한 미국의 두 어워드와 영국의 한 어워드는 명백히 경향성에서 갈린다. 이것이 국가의 차이인지는 가설 단계에 두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2. 비평자 중심 어워드 1) NAVGTR Awards 시상 시기 : 다음해 3월 National Academy of Video Game Trade Review라는 단체가 있다. 미국 리뷰조합 아카데미로 이름을 번역할 수 있는 이 단체는, 게임 저널리스트, 리뷰어, 분석가, 컨텐츠 크리에이터 등의 투표로 게임 어워드를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주된 업무로 보인다. 500여 명이 투표자로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에 설립된 이 어워드에는 무려 54개 부문이 있다. 비결은 굉장히 디테일한 분류에 있는데, 예를 들어 장르 부문은 액션 / 어드벤처 / 패밀리 / 롤플레잉을 신규 IP와 프랜차이즈 IP로 세분화시켜 총 8개의 부문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클래식 리바이벌 / 격투 / 퍼즐 / 레이싱 / 리듬 / 시뮬레이션 / 전략 / 스포츠 / 기타 장르 부문에는 이런 세분화가 없다. 기술 부문 또한 사운드 사용 부문을 신규와 프랜차이즈로 나눠서 2개를 만든다거나, 그래픽 부문을 프로그래밍 기술 부문과 빛-텍스처 부문으로 나눈다던지 하는 식으로 굉장히 세밀하다. 2) TGA 시상 시기 : 12월 게임 어워드에 관한 검색을 하기 위해 “game awards”로 영문 검색을 시작하면 결과를 교란시키는 명칭을 가진 The Game Awards는 캐나다의 개인이 주최하는 어워드지만 가장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어워드다. 미국의 스파이크라는 방송사는 2003년부터 캐나다의 게임 기자 제프 킬리(Geoff Keighly)를 진행자로 기용해 ‘게임 트레일러 TV with 제프 킬리’라는 프로를 시작했다. 제프 킬리는 10대 시절이었던 94년에 초기 게임 시상식 프로그램이었던 ‘사이버매니아 ’94’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시상식의 질에 실망한 바가 있다. 그래서 자신의 프로를 기반으로 Spike Video Games Awards를 시작했고, 이 어워드는 10년을 갔다. 상업 방송을 기반으로 했기에 다양한 프로모션과 후원을 받아 볼거리가 많은 시상식으로 평가받았다. 10년 후인 2013년, 스파이크는 시상식을 훨씬 더 상업적인 방향으로 개편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 동의하지 않은 제프 킬리는, 가뜩이나 인터뷰에서 후원사의 제품인 도리토스 얘기를 너무 한 탓에 ‘도리토스 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의 주인공으로 조롱받아 기분도 최악이겠다 아예 하차했다. 개편된 어워드는 한 번 방송 후 폐지되었고, 이를 본 제프 킬리는 자신의 어워드를 만들어 다음 해 선보였으니 이것이 TGA, The Game Awards이다. 비록 과도한 상업성은 반대했던 킬리지만 어워드의 흥행을 위해서는 많은 협찬이 필요하고 그 업무는 지난 10년 동안 그가 해왔던 것이다. TGA는 빠르게 궤도에 올라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 심사 투표는 미국 외에도 각국의 게임 매체를 선정해 투표권을 주는데, 2019년부터는 비영어권의 매체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져 한국에서는 인벤, 디스이즈게임, 루리웹이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언론계 종사자들의 투표가 90%를 이루고 나머지 10%를 대중 투표로 하여 심사 결과를 낸다. 부문 분류는 GOTY까지 해 24개 부문을 나누고 있다. 장르 부문은 액션 및 어드벤처 / 격투 / 롤플레잉 / 스포츠 및 레이싱 / 가족 등으로 나뉘며, 시장 부문도 모바일 / 멀티플레이 / 인디 / 인디 데뷔 / 커뮤니티 스포츠 등으로 나누었다. 특색으로는 완성품 개념보다는 패치를 통한 업데이트 개념이 짙어진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 것인지 운영(Ongoing) 부문이 있다는 점과, e스포츠 관련 부문들이 있다는 점이 있다. 3) 비평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 비교표 2. 비평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아무래도 논의라는 것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영역의 사람들이 만드는 어워드이고 표본이 2개라 그런지 GOTY가 9번이나 겹친다. 반대로 말 많은 사람들이 선정하고 있는데 9번이나 겹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TGA가 스파이크 비디오게임 어워드 시절 1년차이던 2003년의 ‘매든 NFL 2004’는 약간 갸우뚱하다. 그리고 비교 대상을 늘여서 창작자 중심 어워드들과 함께 보면 어떤 특징점이 보인다. 비교표 3. 통합 비교 예를 들어 2004년은 ‘하프라이프 2’의 해였지만 스파이크 비디오게임 어워드 시절의 TGA는 ‘GTA 산 안드레아스’를 올렸다. 반면 2009년은 ‘언차티드 2’와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이, 2010년은 ‘레드 데드 리뎀션’과 ‘매스 이펙트 2’가 지배했다고 서술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보면 모두가 ‘라스트 오브 어스’를 GOTY로 꼽던 2013년의 개편 후의 스파이크 비디오게임 어워드는 홀로 ‘GTA 5’에 반해 있다. 어쩌면 이래서 폐지된 것일까? 한편 2016년에는 모두가 ‘오버워치’에 열광하고 있는데 BAFTA 혼자만 ‘언차티드 4’를 GOTY로 올렸다. 영국 게임업계가 온라인 플레이 기반 게임을 천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또한 2019년에 미국에선 ‘제목 없는 거위 게임’과 ‘세키로’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영국의 BAFTA는 홀로 ‘아우터 와일즈’에 주목하고 있다. 같은 현상이 2022년의 ‘엘든 링’ 행렬 속의 ‘뱀파이어 서바이버’로 다시 나타난다. 영국의 특이성이 보인다. 이렇게 읽다 보면 2018년의 ‘갓 오브 워’와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가 이뤄낸 영미-창작비평-통일은 빛나는 업적이다. 3. 수용자 중심 어워드 1) GJA 시상 시기 : 11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투표를 하는 심사 방법은 자칫하면 위험하다. TGA의 경우는 10%로만 계산하지만 2022년에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인기상 성격이어서 대중 투표 100%로 결정되는 ‘플레이어의 목소리’ 부문에서 매크로에 의한 투표 조작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에 따라 대중 투표는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고, 조작과 오염 시도도 다양하게 생긴다. 어지간한 온라인 투표 인증은 국가 기관 급의 보안이 아닌 바에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대부분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게임 어워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어워드는 일반 투표 어워드인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GJA다. 그래서 이 어워드의 별명은 피플스 게이밍 어워드이기도 하다. 2014년에 9백만 표를 넘었다고 하니 전체 집단의 규모가 커서 어뷰징 위험도 크지 않아, 안전성과 신뢰도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 GJA는 영국의 게임 잡지 ‘Computer and Video Games’가 1983년부터 시작한 어워드다. 99년부터 PC와 인터넷 보급이 늘어나 홈페이지에서의 웹 투표로 바뀌었고, 2006년부터는 웹 생중계도 시작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실물 잡지에서 웹 매거진으로 전환했음에도 잡지의 수익 모델은 나아지지 않았고, 2015년 결국 폐간되면서 보존된 데이터와 어워드의 권한은 후발 매체인 GamesRadar로 이전되었다. 다만 2001년 이전의 시상 기록 중 일부는 소실되었다. 시상 부문은 현재 23개다. 스토리텔링 / 비주얼 디자인 / 오디오와 같은 기술 부문이 있고, 특이한 점으로는 장르 부문이 아예 없다. 또한 시장 부문은 플랫폼, 즉 PC / PS / XBOX / 닌텐도로 나누었다. 같은 나라의 BAFTA처럼 성우 주연상 / 조연상도 있는데, 또 하나의 특이점은 게임 트레일러 / 게임 커뮤니티 / 기대작 / 스튜디오와 같은 다소 번외인 부문도 존재한다. 그리고 대중 인기 투표의 성격을 가진 어워드여서인지, TGA에 있는 대중 인기상 성격의 부문에 해당하는 것으로 스트리머 선택상 / 평론가 선택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TGA의 인기상인 ‘플레이어의 목소리’와 유사하게, 당해 발매작이 아닌 게임이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플랫폼별 발매 시기가 달라서 뒤늦게 인기 몰이를 하는 경우, 혹은 팬덤이 매우 강성해 조직 투표에 나선 경우다. 이런 경우가 GOTY에서도 드물게 발생했다. 갑자기 신뢰도가 좀 떨어져 보인다. 2) 수용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비교표 4. 통합 비교 상기한 이유로 이월(?)된 일부 경우가 보이고, 그 외에는 확실하게 다른 어워드와 방향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2004년의 강자가 ‘하프 라이프 2’지만 GJA의 투표는 ‘둠 3’를 선정했다. 2009년 또한 ‘언차티드 2’와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으로 양분되었으나 GJA는 당당하게 ‘폴아웃 3’를 선출했다. 같은 상황은 2016년의 ‘다크 소울 3’에서도 발생했고, 2018년의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은 ‘갓 오브 워’로 통합하는 분위기에서 용감하게 내지른 소수의견이다. 반면 2010년의 ‘매스 이펙트 2’, 2015년의 ‘위쳐 3’, 2017년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 2022년의 ‘엘든 링’의 경우엔 대세와 부합하는 결과다. 특히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는 GJA까지 통합한 통일대업을 이루었다. 다른 어워드의 대세와 부합하는 결과가 고작 4건이니 GJA의 독자적 특이성이 읽힌다. 이 원인은 BAFTA의 독자성과 연결해서 영국의 특이성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대중 투표 어워드의 특이성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여기서 답을 낼 수는 없다. 다만 투표 어뷰징에 의해 오염되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 대중 수용자의 인기는 제작자와 비평자라는 훈련된 인력들의 감탄사와는 약간 다른 위치에 있다는 해석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다. 번외.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 시기 : 11월 KGA로 줄여 부를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게임대상이라고 지칭하는 이 어워드는 국가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다. 따라서 상술한 대부분의 어워드와 성격이 다르고, 그나마 가까운 것이 BAFTA이다. 하지만 BAFTA는 정부의 산하 기관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조직의 일부다. 따라서 국가의 입장이라는, 업계 3영역에 속하지 않는 별도의 렌즈가 개입한다. 그 개입의 결과는 한국 기업이 만든 게임만 대상으로 하는 점 외에도, 심사 주체의 구성에서 드러난다. 일단 문체부의 용역을 받아 어워드를 주관하는 주체는 한국게임산업협회다. 문체부와 협회는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회를 꾸린다. 본상(本賞)에 해당하는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은 심사위원회의 심사 60%에 전문가 투표 20%와 대국민 투표 20%를 합해 선정된다. 기술창작 부문은 심사위원회 70%와 전문가 30%다. 우수개발자 부문은 전문가 100%, 인기게임 부문은 대국민 투표 80%와 전문가 투표 20%로 결정된다. 우수개발자와 인기게임을 제외한 주요 부문에서 심사위원회의 권한이 막강하다. 심사위원회의 구성 절차는, 우선 주관사인 게임산업협회가 2~3배수를 추천하고 주최인 문체부가 확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게임산업협회가 주는 상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비판은 바로 금년인 2024년의 29회의 대상 선정에서 가장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2024년 한국 게임업계의 최고 화제작은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였다. 상당한 성과를 보였기에 게임대상에서도 기술창작 부문의 상 네 개와 인기게임상을 휩쓸고 제작자 김형태는 우수개발자상을 수상했다. 이 정도였으나 대상이 아닌 최우수상에 머물렀고, 대신 대상은 다른 부문을 하나도 수상하지 못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받았다. 한국에서 아직 개척 시작 단계인 콘솔 게임 시장에서 비평/매출 양쪽의 성과를 얻어낸 게임이 아닌, 랜덤 뽑기를 주요 요소로 하는 게임이 대상을 받았다는 점은 여론이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협회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심사 기준에 이미 들어있을 수도 있다. 본상 선정의 60%인 심사위원회 심사, 그 기준에는 대중성이라는 항목으로 매출 및 접속자 수가 30%로 들어가 있다. 환산해 보면 전체 심사 기준의 18%에 해당한다. 그래서인지 역대 수상작 중에는 소위 ‘게임성’보다 매출이 높은 게임이 눈에 많이 띈다. 사실상 거의 전부다. 역대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대상 수상작 목록 어쩌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애초에 주관사가 게임‘산업’협회라는 점에서 확고한 방향성이 이미 제시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로서의 게임보다는 산업으로서의 게임에 더 방점을 두는 한국의 정책 방향성 말이다. 그렇다면 산업의 발전 방향을 정부가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대상의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독재정부 냄새가 살짝 나는 발상이긴 한데, 게임대상의 성격은 처음부터 정부 주도 어워드였으니 그러려니 해야 할까?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이 산업을 구성하는 세 주체인 창작자-비평자-수용자의 여론에 가장 큰 권력 지분을 두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한 사실이다. 셋 모두에 동등한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아직 어느 어워드도 이뤄내지 못했고 아마도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대신 게임대상은 국가가 구성하는 심사위원회에게 그 권력의 과반 이상을 부여했다. 이것을, 시상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작가.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평생 게이머로서 살면서, 2001년에 처음 게임 비평을 썼고 현재 유실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다.

  •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 법제화 : 진정한 이용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

    지난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의 공약이기도 했던,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 법제화가 2023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위 법은 1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잘 알 것으로 예상되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구입 당시에는 그 종류나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일정한 행위 (요컨데 뽑기를 한다거나, 특정 장비를 강화를 하는 등의 행위) 를 할때 확률에 따라 그 종류나 효과가 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 Back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 법제화 : 진정한 이용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 11 GG Vol. 23. 4. 10. 지난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의 공약이기도 했던,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 법제화가 2023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위 법은 1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잘 알 것으로 예상되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구입 당시에는 그 종류나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일정한 행위 (요컨데 뽑기를 한다거나, 특정 장비를 강화를 하는 등의 행위) 를 할때 확률에 따라 그 종류나 효과가 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확률형 아이템은 온라인 게임이 정액제에서 부분 유료화 모델로 이동하기 시작할 때 등장하였고, 현재 다수의 부분 유료화 게임이 채택하고 있는 수익구조에 해당하기도 한다. 확률형 아이템은 확률을 통해 최종 결과물을 획득하므로, 특정 플레이어가 원하는 아이템을 바로 획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용자는 특정 아이템(보통 희귀한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유료로 확률형 아이템을 여러 번 구입해야 할 수 있다. 이러한 로직상 확률형 아이템은 과소비와 사행심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공개가 전혀 되지 않을 경우, 합리적으로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할 때 까지의 비용을 예측할 수 없어 과소비를 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해외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의 일종으로 보아 아예 판매를 금지하거나(네덜란드 등), 청소년에게 팔지 못하게 하는 경우(독일 등)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의 역사 및 한계 이러한 비판을 고려하여 한국 게임산업계는 2015년부터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를 수행해왔다. 2015년의 자율규제는 청소년 이용가능 게임에 대해 단순히 등급별 확률공개를 하는 단순한 수준이었다면 2021년 12월부터 시행중인 자율규제는 모든 등급 게임에 대해 개별 아이템에 대한 확률공개를 넘어, 강화, 합성 등 유료 요소가 있는 다양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확률공개를 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자율규제는 단순히 사업자에게 자율규제를 준수할 것을 요청하는 것을 넘어 최초부터 게임물이 확률공개를 수행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수행했으며, 특히 2018년 부터는 협회가 아닌 독립적인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를 통해 상위권 게임에 대해 확률공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매월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자율규제가 어느정도 안착되어 확률공개가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게임의 경우 90%이상이 자율규제에 따라 단순한 캡슐형(뽑기형) 확률형 아이템 뿐만이 아니라, 강화, 합성 확률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율규제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많았다. 특히 게임 이용자는 크게 두 가지를 자율규제의 한계로 지적하였다. 우선은 ‘공개 된 확률을 믿을 수 있는가?’ 에 대한 비판이었고, 두 번째는 ‘확률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실질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있는가?’ 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 두 가지 쟁점 모두가 자율규제의 한계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이러한 비판이 이용자가 법제화에 찬성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선, 두번째 확률 공개 강제 수단과 관련하여 자율규제는 3달 연속 확률공개를 하지 않을 때, 게임물과 제작사 유통사 정보를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자율규제 준수율을 유지해왔다. 이는 이용자에게 확률공개하고 있지 않는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 게임사 및 게임에 대한 평판을 낮춰 확률공개를 준수하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방식이다. 실제 국내 개발, 유통사에게는 이것이 이용자의 여론 등에 영향을 주어 패널티로 동작했다. 이에 국내 게임사를 대상으로는 높은 자율규제 준수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다만, 해외 게임회사, 특히 국내 매출 비중이 높지 않은 게임회사에게는 이러한 자율규제의 패널티가 실제적으로 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확률 공개의 정확성 역시 기존 자율규제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우선, 확률 공개의 정확성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부터가 문제가 된다. 확률공개의 정확성을 검증하려면 모니터링 단계에서 실제로 확률형 아이템을 구입해서 결과물을 확인하거나, 사업자의 협력을 통해 로그 등을 활용하여 실제확률과 공시된 확률의 차이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게임이 하나의 확률형 아이템을 파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고, 또한 하나의 확률형 아이템에서 많게는 수백 가지의 최종 아이템을 뽑을 수 있는데 이를 민간에서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더 나아가 실제로 아이템을 뽑은 기록, 상품별 판매량 등은 사업자의 핵심 영업비밀로 이를 공개하는 회사는 없으므로 이 역시 불가능하다. 다만, 확률을 거짓 공시하는 것은 ‘표시광고법’ 혹은 ‘전자상거래법’ 상 거짓 · 과장 ·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불법 행위를 구성한다. 필요시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조사 권한을 가진 정부기관에서 조사 등을 통해 확률의 적정성을 현재도 판단할 수 있다. 이번 2월 27일에 통과된 게임산업법 개정안 역시 확률공개의 미기재 뿐만 아니라 확률정보의 오표시도 시정명령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시행령에 모두 위임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요청을 고려하면 확률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확률형 아이템 확률규제 법제화 이후 고려사항 확률형 아이템의 모니터링을 맡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확률형 아이템 역시 지난 몇 년간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다. 초기에는 캐릭터 뽑기, 아이템 뽑기와 같은 단순 뽑기형, 즉 캡슐형 아이템이 다수였다. 그 이후 유료로 강화 재료를 사서 확률적으로 유상 혹은 무료로 획득한 아이템을 강화하는 유료 확률형 강화 콘텐츠가 등장하고, 유상 혹은 일부 유상으로 획득한 아이템 등을 이용해 새로운 아이템을 얻는 유료 확률형 합성 콘텐츠가 등장했다. 하지만,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틀로는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 다양한 방식의 유료 콘텐츠가 개발되고 또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의 경계를 명확히 하기 어려운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개정된 게임산업법은 제2조(정의) 제11호에서 “확률형 아이템”이란 직ㆍ간접적으로 게임이용자가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아이템(유상으로 구매한 게임아이템과 무상으로 구매한 게임아이템을 결합하는 경우도 포함하며, 무상으로 구매한 게임아이템 간 결합은 제외한다) 중 구체적 종류, 효과 및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도 공개대상이 되는 “확률형 아이템”의 범위를 확정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유상으로 구매한 게임아이템’ 이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과,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상으로 구매한 게임아이템은 유상 재화(요컨대 “다이아”) 로 구매한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되는가? 혹은 직접 현금을 주고 산 패키지만 포함이 되는 것인가? 혹은 유상으로 구매한 다이아를 일정한 과정을 거쳐 다른 재화로 변경할 경우 해당 재화도 유상 재화로 보아야 하는가? 와 같은 부분이다. 유상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힐 경우. 단순히 기회 제공형 유료 아이템의 결과물도 대상으로 볼 우려가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유상의 범위를 좁힌다면, 실제 현금을 주고 산 경우를 제외한 유상 재화로 산 아이템 역시 유료가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다. 다만 실제 게임 내에서는 유료와 무료가 다양하게 섞여 있어 게임을 실제 일일이 확인하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유료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특히 최근 MMORPG 등 일부 게임은 재화의 종류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원칙적으로 다수는 게임플레이에서 활동을 통해 재화를 얻을 수 있지만, 유상 재화로 구입이 가능한 경우도 많아 유상의 범위를 확정하기가 쉽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연적 요소가 언제 결정되는지에 대한 판단도 쉽지 않다. 과거 뽑기형 아이템의 경우에는 구매하자마자 바로 우연적 요소에 의해 최종 아이템이 확정된다. 최근에 제작된 일부 게임은 단순히 바로 우연적 요소에 의해 최종 아이템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유료로 특정 버프(Buff)등을 얻어 특정 던전 등을 플레이하고 그 결과로 아이템 등을 얻게 설계되어 있는 경우, 특정 몹을 소환하는 아이템을 유상 판매하는 경우 등 다양한 변형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게임은 확률형 공개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앞으로도 게임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 혹은 유사 확률형 아이템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랜덤성이 과소비 등을 지나치게 부추기지 않으면 일정부분 랜덤이 주는 재미를 통해 이용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법적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이러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 법적 규제의 취지를 몰각할 수 있다. 기존 자율규제는 GSOK 하의 ‘자율규제평가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새로운 유형을 빠르게 규제안으로 도입해왔다. 다만 이는 엄격한 법적 절차에 따르지 않는 자율규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있다. 행정 처분과 처벌이 가능한 법적 제재는 명확성이 중요 원칙이므로 새로운 양상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단점은 분명히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적 규제를 회피하려는 새로운 방식의 아이템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에 대해 정부, 이용자와 업계가 최대한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3. 마치며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의 법제화를 규정한 게임산업법은 그간 자율규제를 운영해 오고 다양한 기준을 내부적으로 만들어 온 게임정책자율기구 입장에서 자율규제의 장점이 잘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측면이 있다. 법적 규제가 내년 3월부터 시행됨에도, 우선 자율규제는 법적 규제가 시행되기 전까지 기존 규칙에 맞춰 모니터링 등을 수행하여 지속적으로 이용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자율규제로 진행되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가 법제화로 진행되게 된 것에 대해 그간 자율규제를 수행해 온 기구 입장에서는 일견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법제화가 된 만큼 법제화로 오히려 후퇴하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해당 법안은 다수의 이용자의 강한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그간 자율규제에서 수행하지 못한 영역에 대한 부분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규제는 현재 PC 및 모바일 상위 100개의 게임에 대해서만 모니터링을 진행하지만, 공적규제는 다수의 게임물로 그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고, 모든 이용자들이 요청하는 확률 정확성에 대한 부분도 판단할 방안을 마련하고 수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정책자율기구 사무국장) 나현수

  • How far can the ‘economics of crowdfunding’ go?: The comparative case of and

    If we were to choose two of the most talked-about RPG games in 2023, many would agree to pick (Bethesda Game Studios, 2023) and (Larian Studios, 2023). It appears that gamers generally favor over due to disappointing elements in its game design, despite it still managing to achieve good sales records thanks to the developers’ publicity. The game seems to have demonstrated the limitations of the so-called Bethesda-style RPG games, whereas was praised for its rich interactivity and engaging role-playing elements. Some claim that this Belgium-made game has made a new mark in the RPG genre, listing it as one of the most critically acclaimed RPGs of 2023 alongside The Legend of Zelda: Tears of the Kingdom (Nintendo, 2023). < Back How far can the ‘economics of crowdfunding’ go?: The comparative case of and 16 GG Vol. 24. 2. 10. You can see the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this URL: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0f0eb392-efdb-48bc-96d5-044351c3f618 If we were to choose two of the most talked-about RPG games in 2023, many would agree to pick (Bethesda Game Studios, 2023) and (Larian Studios, 2023). It appears that gamers generally favor over due to disappointing elements in its game design, despite it still managing to achieve good sales records thanks to the developers’ publicity. The game seems to have demonstrated the limitations of the so-called Bethesda-style RPG games, whereas was praised for its rich interactivity and engaging role-playing elements. Some claim that this Belgium-made game has made a new mark in the RPG genre, listing it as one of the most critically acclaimed RPGs of 2023 alongside The Legend of Zelda: Tears of the Kingdom (Nintendo, 2023). However, this article is not going to address the games themselves but rather the economic discourse of the gaming industry surrounding the production of these titles. First, the high-budget AAA games industry that sustains itself through the 'conventional (form of) capital'. Second, the contrasting mid- to low-budget games based on 'crowdfunding economics' (e.g., Kickstarter and Early Access). Looking at various gaming communities on the internet, it appears that many Korean gamers are actively comparing with other AAA games, including , while labeling them as if they were developed in a similar game production process. To be more specific, while gamers praise for its creativity and rich details, they also, in contrast, criticize and other AAA games for lacking something despite being developed in a similar environment. The criticism is about the negligence of craftsmanship of AAA game developers – such as those in – for not being able to deliver richly crafted games despite having a similar amount of resources. One could argue that such criticism is coming from gamers' expectations for good quality games and the failure of anticipation that the game they've highly expected 'could have been better'. And I'm not completely against that argument. Instead, what I would argue is the binary labeling and comparing of these two game titles that is far from reality. Aside from the fact that both and belong to the similar game genre and received wide public attention upon their release, the two games only have marginal similarities when it comes to how they were developed. Their game design elements are also vastly different, and you cannot just do a direct 1:1 comparison with each other. While is a mass-produced product built with an efficient and stable production direction backed by large investment capitals, is closer to a craft product targeting a much niche target audience grounded from crowd-sourced funding. Of course, I'm not here to discuss the superiority or inferiority between manufactured mass-products and crafted products. What is a more important factor here to discuss is the possible impact that crowdfunding economy, backed by a niche target audience, has on the games that we get to play. can be regarded as a typical AAA game with a strong tendency to create a massive product with concentrated large-scale capital investment. In a number of interviews, Todd Howard, the director of Bethesda Game Studio, highlighted as their well-established studio’s first new IP in 25 years. The studio's mass-scale promotions worldwide, including game trailers and demo showcases in various game shows, clearly demonstrated the massive scale of Microsoft’s capital resources. It also showed what product value has to Bethesda Game Studio, Zenimax Media, and Microsoft, which clearly would have excited the investors on Wall Street. At the same time, the developer was extremely cautious about disclosing its information throughout the production process. We can speculate this from Todd Howard's interview at the Develop: Brighton conference 2020, in which he mentioned that the team "(would) like to do it as much as possible when we can really be able to show it – to show what the final product looks like and feels like, closer to the release" instead of stringing the gamers' "fatigue of wanting something." To put this another way, this demonstrates 's closed production environment with lesser public feedback. And this is not just 's story: as we may all know, the majority of AAA games do not disclose their development process to the public, and the process of receiving feedback is limited to internal QA or public trials and demos, keeping its exclusiveness and prestigiousness from its fans. This further engages the gamers closer to the game’s release date, amplifying their curiosity and expectations of the game – to the point they will gladly open up their wallet and purchase the game. On the other hand, such AAA game’s one-sided strategy also imposes its own risk; to gamers’ misled expectations to disappointment. Gamers’ critical comments towards followed by the game’s release indicate that Bethesda’s internal predictions (perhaps their developers, or executives and shareholders) did not align with their target audiences’ expectations. The game just did not meet people’s expectations towards a well-made game combining space exploration filled with rich and detailed in-game interactive elements – on how they expect Bethesda Game Studio's own unique and long-established RPG design style. Instead, Bethesda appears to have taken more of a simplistic approach with fewer rich and detailed in-game elements as a payback for going big. Perhaps creating a fully immersive virtual space world was impossible in their AAA game production system. We can see this from one of the game’s primary and yet controversial features of space exploration, where the developers have made a vast scale of fully functioning virtual space but with procedural generation of planetary terrain and simplification of spaceship take-off and landing processes, which resulted in limiting the player’s ability to actually explore and do things in the in-game world. Unfortunately, what could have been a valid strategy from the company’s standpoint was not the game design direction that Bethesda’s long-time fans have hoped for. This gap between expectations versus the delivered product, amplified by the company’s recent business strategy, backfired into gamer’s satire and ridiculed remarks towards the game and its developers. is not Bethesda Game Studio's first and only failure. The company has once received strong criticism when they initially released (Bethesda Game Studios, 2018) without being able to deliver its promised immersive open-world game experience. It had underperforming online gaming systems that failed to synergize with the existing Bethesda Game Studio’s unique RPG style, which was clearly a mismanagement of its business strategy. Sure, has better quality than as the studio was able to spend more time in production, which allowed developers to put a significant amount of effort into launching the game. But nevertheless, the case of exposes how a one-sided and efficiency-hungry AAA game production pipeline can further solidify the gap between gamers’ (and the market’s) expectations. It also shows the fundamental downside of this rigid pipeline game production model. Perhaps now is the time, upon learning from , when Bethesda Game Studio should consider a fundamental shift in its pipeline. < Baldur’s Gate 3 > , on the other hand, is a game that was developed simultaneously as the developers share the development process. The game was available for early access for three years until the game’s official release and frequently disclosed its production process to Baldur’s Gate series fans. Such strategy resembles the lively production cycle of crowdfunding economics, despite the game was not directly funded by crowdfunding channels (e.g., Kickstarter). (Because Larian Studio has never adopted the crowdfunding method to finance their games since their successful (Larian Studios, 2014).) Already in the beta testing phase, gamers were able to deliver their feedback for the game to the developers via the game’s official community on the internet. The developers also disclosed their progress upon such feedback and change through community updates, which wouldn’t have been possible without the trust of the developers in their games’ community. Larian Studio has also implemented the abundant openness and freedom of TRPG as much as possible into the game during its three years of early access. I don’t need to delve into further details of ’s high degree of freedom, as it has been widely acclaimed in numerous game reviews and demo play videos on the internet. What is important to mention here, though, is the fact that was produced in a way to accommodate as many demands coming from its fans. I consider this consensus-building with the fans to be what eventually leads the game to an overwhelmingly positive response upon its release. This is obviously not an easy direction for the company, which makes the development story of so much more interesting. While the game design that guarantees maximum openness and freedom to gamers does sound appealing to players, it also adds complexity to the game for those who create it. Also accommodating every demand could just end up making the game that is too complex for people to even play. Being a top-down RPG (with the possibility for gamers to adjust the camera angle), unlike other mainstream CRPGs like , is not also the most favorable choice from the perspective of large capital investors. also needed to provide a vast-scale world setting, story, and significantly more cut scenes than any other of Larian Studio's previous works. So we can imagine increased the level of complexity in its production that its prequels. As such, Bethesda Game Studio and Larian Studio developed their games with clearly different directives. In addition to that, they have different pathways in history of their businesses. Bethesda Game Studio, as shown in their solid pipeline process, is a company rooted in the conventional forms of game production studio systems in the 1990s. The company gradually scaled up with mergers and acquisitions backed by large-scale capital investments – like those in large-scale software sectors. During this time, in the early to mid-1990s, when Bethesda started as an RPG production studio, the online game community was immature. It didn’t have its own logic of ‘economy’ per se, with only a handful of alternative publishing channels available at the time. Such as shareware or small game retail stores. Due to the technical limitations of the internet environment at the time, the shareware phenomenon did not grow significantly, rather only regarded as a sort of pre-showcase method to share parts of the game to lure gamers to purchase the ‘full version’. At that time, only small-scale game developers, such as hobbyists, were able to receive direct feedback from their potential gamers for games in development. Such direct feedback mostly relied on an immediate network and thus clearly was not possible for mass-scale game production. Furthermore, the growth of Bethesda Game Studio was driven by its CEO, Robert Altman, who formerly worked at Zenimax Media and had expertise in company management and finances. Fast forward to today, we also cannot separate Bethesda Game Studio from the influence of large corporations, such as Microsoft, and investment firms on Wall Street. On the contrary, Larian Studio is a company established without a pre-existing business entity and therefore operates without existing company management or shareholder’s interest. As Jason Schreier, an American game journalist, mentioned in his article in Bloomberg, Larian Studios is a private company with its majority shareholder privately owned by Swen Vincke, Larian’s chief executive officer, alongside his wife. This allows Larian Studio to take its initiatives without trying to meet Wall Street’s expectations. However, Schreier also pointed out that such a company structure also comes with “full of risks”. As a matter of fact, Larian Studio struggled after the company failed to retrieve its share of profit from their moderate success of (Larian Studio, 2002), the first of the Divinity game series. The company had to run with only three individuals at some point while working on its sequel, (Larian Studio, 2004). Despite this risk in finances, Larian continued to operate in a private company structure maintaining its focus on a specific game genre, even after the success of (Larian Studio, 2014). For me, this resembles Nihon Falcom, one of the mid-size Japanese game studios that is consistently producing its own unique style of JRPGs. But of course, the main difference is that Nihon Falcom is now a public company, while Larian Studio leveraged its pivotal growth from crowdfunding economics. So what aspects of crowdfunding economics benefited the studio’s growth? Larian Studio’s supporters were comprised of people who gathered through word of mouth, fan-based, a niche group of enthusiasts. They were different from the AAA fan base, those that are often loyal to past franchises and rooting for their past glory’s comeback. In contrast, Larian Studio’s early Divinity series reached moderate success in the sense that it did not draw a solid fan base like in those massive-scale game corporations. Their recorded a positive response in the mid-2010s when various crowdfunding projects emerged all across the game development scene – with the rise of the Kickstarter platform. However, even the studio’s Kickstarter project did not draw much attention, even less spotlighted than the Kickstarter projects from the former-Interplay Entertainment veterans – the publisher of Baldur’s Gates franchise since the late 1990s. Nevertheless, made a success by satisfying the fans of classic RPGs, managing to establish the studio’s first fan base after sourcing its finances partially through crowdfunding. What is interesting here is that, unlike other successful Kickstarter game projects, including the projects from the industry-acclaimed AAA game industry veterans, the team of had not many track records to present at that time. But perhaps this allowed Larian developers to go more boldly – instead of following a safe track. Ironically to say, they didn’t have much – nothing much to lose, therefore were able to leverage greatly from this new trend of crowdfunding economics. Now, is a product developed after Larian Studio’s growth in scale since its boost from the crowdfunding economics. The game involved an estimated 200 people in development, without counting the workforce in their newly established overseas branches. Size-wise, the studio is nothing like their early days of . As journalist Schreier and the industry veteran Xavier Nelson Jr., pointed out, perhaps the production of was a lucky move in the first place – as Schreier said in his article on Bloomberg, “most other video-game developers are either part of publicly traded companies or too small to make games as ambitious as .” Established game companies like Bethesda Game Studio may be able to deploy larger manpower and greater capital investment, but wouldn’t have been able to mediate the risk of developing a game with complex rules, turn-based combat system, with countless branching paths that require countless resources on content that may go mostly unappreciated. It is even remarkable that Wizards of the Coast, the publisher of “Dungeons & Dragons”, allowed Larian Studio to go with three years of early access of as it might have risked the reputation of its brand with an unfinished game. It is also a drastic contrast with the early access of that was done primarily for just refining and supplementing a near-to-complete game. In comparison, 's early access was recklessly long and was disclosing its production process to the potential players. Of course, there were traces of some promised coming-soon contents being deleted upon the game’s release as if the early access schedule could not be extended indefinitely. But still, the trust and openness of Wizards of the Coast towards Larian Studio of letting them to continue with 3-years long early access is surely an interesting element to look into. The success of ’s open game production, rooted in crowdfunding economics, is perhaps the most intriguing phenomenon that we’ve come across in the world of games in the year 2023. Those who actively participated in the early access of were either niche, too old-fashioned, or outside the mainstream target audiences – at least, that’s how it has been seen by cool-headed market analysts in large investment capital firms. But such a niche and active fan base is not just limited to the classic RPG genre. There are numerous devoted communities in point-and-click adventures, hyper FPS, 2D platformers, dinosaur simulators, and so on. On top of that, with the growth of ESD (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 early access, and crowdfunding since the 2000s, the world’s indie game market is more robust than ever before. This enables a scalable fandom market, which was once neglected by the logic of large capital, can now unite and establish alternative means of the games market. And this is not just an isolated case of – there are other cases like by Frontier Dev. demonstrates that fans are no longer remaining as passive consumers. It shows the impact of crowdfunding economics on the indie game scene, where niche fans' trust and devotion towards the game (i.e., towards the game that they would like to play) actually becomes powerful enough to affect the mainstream market. This contrasts with , the mass-scale production backed by large investments with a veteran production team but decided to go a safer and proven pathway towards revenue. It could be that gamers are getting fed up with the industry giant’s overemphasis on satisfying their shareholders' interest to maximize revenue and minimize risk. What backers of crowdfunding economics are doing to the game developers somewhat resembles how aristocrats during the Renaissance era used to order custom-made handicrafts from artists and craftsmen – backing the creators to make the game that fits their specific taste. While the Renaissance aristocratic patrons were a tool for monopolizing arts and crafts with their power of class and wealth, the contemporary patronage of games is more like a collective action of anonymous consumers. Here, their primary aim is to regain their access to niche crafts (of games) that were once alienated from the mainstream capital market. Of course, nothing is perfect. There’s also a downside to crowdfunding economics – that it's not always a happy ending, and the development of was perhaps a rare experiment and one-of-a-kind incident that will be remembered in the history of the game industry. It is also yet unknown whether Larian Studios will continue onward with this experiment in their future projects. Vincke has already commented in his interview with Bloomberg that he doesn't want to spend another six years working on one game and was unsure about what Larian Studios' next game is going to be. It could be that their next project may not follow the exact pathway of , and the moment may be remembered as one lucky happy moment. But nevertheless, the success of showed the world how far crowdfunding economics could go; the economics of people’s crowdfunded desire, of wanting to see the product they want to consume. For that, it was indeed the most remarkable incident in games of 2023. That’s not to say all gaming industry to follow the same path as – which is impossible – but the story certainly could inspire future innovators to come.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ctoral researcher at Aalto University, Finland) Solip Park Born and raised in Korea and now in Finland, Solip’s current research interest focused on immigrant and expatriates in the video game industry and game development cultures around the world. She is also the author and artist of "Game Expats Story" comic series. www.parksolip.com (비평가) 이이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전문사 졸업 후 영화•게임 비평 기고 활동중. 어드벤처 게임 좋아함. (antistar23@gmail.com )

  • 20

    GG Vol. 20 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4편과, 게임비평에 관한 고민을 담은 글들과 함께합니다. No Game for Young Men While some critics pointed out similarities between Kart Rider and Nintendo’s Mario Kart series, this controversy did not concern its players, especially the young kids already enjoying the game—myself included. Kart Rider marked a pivotal moment in Nexon’s history, peaking at 200,000 concurrent players (in a country of 50 million people), dominating the PC-bang market, and reaching 10 million registered accounts in 2005, within just a year of its release. In 2023, after 18 years of service, Kart Rider was replaced by its sequel, Kart Rider: Drift, though the reception to this successor has been mixed and is still unable to surpass the legacy of its predecessor. Read More [Editor's View]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에 부쳐 2024년 10월 GG 20호는 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특집호로 꾸몄습니다. GG는 처음 창간하면서부터 연 1회 게임비평공모전을 여는 것을 주 업무로 삼았고, 다행히 한 해도 쉬지 않고 성공적으로 공모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Read More [공모전수상작] 〈Ib〉: 미술관이라는 공포 체험 2022년은 〈Ib〉의 공개로부터 10주년이 되는 해였다. 제작자kouri는 스팀을 통해 기존 〈Ib〉에 새로운 기능이나 디테일을 더한 리메이크판을 공개했다. 이듬해 2023년에는 닌텐도 Switch 용 〈Ib〉의 발매 소식이 공개되었고, 게임 홍보를 목적으로 게임의 전시를 재현한 ‘게르테나전’이 도쿄 시부야에서 열리기도 했다. Read More [공모전수상작] 게임으로부터의 선택, 선택으로부터의 풍경-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언더테일>의 제4의 벽 활용을 중심으로 퀀틱드림의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은 사람과 무척이나 유사한 안드로이드의 출현 이후, 그들이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고 자유의지를 갖고 행동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라는 SF적 상상력 아래 제작된 게임이다. 스토리라인은 크게 수사 보조 안드로이드 코너, 가정용 안드로이드 카라, 그리고 칼이란 인물을 위해 특별제작된 안드로이드 마커스, 이 셋이 초점화자가 되어 진행된다. 인터랙티브 비디오 게임 장르답게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여러 다른 엔딩을 볼 수 있다. Read More [공모전수상작] 기계장치의 우주: 〈레인 월드〉와 〈아우터 와일즈〉의 불능감에 대해 2022년 만우절 주간, 레딧의 거대한 땅따먹기 픽셀아트 프로젝트인 r/place에서 <레인 월드 (Rain World, 2017)>와 <아우터 와일즈 (Outer Wilds, 2019)>의 서브 레딧끼리 자그마한 동맹을 맺었다. ‘아우터 와일즈 원정대’의 로고를 중앙에 두고 양 게임인 플레이어 캐릭터인 슬러그캣과 화로인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으로 예쁘게 공유된 캔버스를 보고 있자면, 임시적이거나 느슨하게 맺어졌을 몇몇 r/place 동맹들에 비해 두 게임 간의 연합이 제법 어울리게 느껴졌다.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를 만큼? Read More [공모전수상작] 크리퍼가 부수고 간 자리 마인크래프트(Minecraft)는 겉시늉의 세상이다. 엉성한 외피 이미지로 포장된 네모난 객체들이 생태계를 이룬다. 또한 현실과 비현실, 매끈함과 모서리, 플레이어와 데이브(주인공), 원형과 변형 등 양립 불가능한 것들이 공존한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데이브의 몸으로 젖지 않는 비를 피해 귀가한다. 그리고 온기 없는 모닥불을 피워 몸을 녹인다. 방 안이 따뜻한 빛으로 물들면, 솜 없는 침대에 누워 깨어 있는 채로 잠에 든다. Read More [논문세미나] 미국에서의 비디오게임 비평에 대한 개론 - 2017 (원제: Videogame Criticism and Games in the Twenty-First Century) 이번 논문 세미나는 비평 공모전 특집에 맞춰, 시카고 대학 영화 및 미디어학과와 영문학과 연구 교수인 패트릭 자고다(Patrick Jagoda)가 2017년에 쓴 "비디오게임 비평과 21세기 게임"을 다루고 있다. 자고다는 시카고 대학에서 웨스턴 게임 랩(Weston Game Lab)과 미디어 아츠 앤 디자인(Media Arts and Design, MADD) 학부 프로그램의 책임자로서, 시카고 대학을 북미 게임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Read More [인터뷰] 디지털게임 다양성/접근성 가이드북 제작, 스마일게이트 D&I실 이경진 실장 "이런 사람도 게이머고 저런 사람도 게이머고, 아직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게이머가 될 수 있다라고 확장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우리가 대중 문화로서의 게임의 위상을 스스로 높이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에버랜드에서도 ‘게임문화축제’라고 해서 게임 IP를 가지고 행사를 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게임이 굉장히 대중적인 매체가 되어서 놀이공원에 아이들하고 함께 가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된 거잖아요. 그렇다면 게이머라고 했을 때도 게이머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는 게 앞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마인드셋이라고 생각해요." Read More 게임비평의 쓸모 게임 비평 역시 앞서 언급한 시의성이나 대규모 자본과의 관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글의 형식은 게임 비평일 수밖에 없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자문하지 않는 존재는 점차 자기 합리화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현재 한국 게임이 처해 있는 다양한 위기들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Read More 별점·평점이라는 표면 별점의 역사를 짧게 훑어보자. 최초의 별점은 1820년경 영국의 마리아나 스타크가 펴낸 『유럽대륙 여행가이드』라 알려져 있고, 본격적으로 별점이 대중화된 것은 1920년대 시작된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을 통해서다. Read More 일상시뮬레이션, 현실을 편집하는 꿈을 꾸다 - <심즈> 시리즈를 중심으로 <심즈>는 특정 대상의 생활을 시뮬레이션하는 소위 ‘라이프 시뮬레이션(Life Simulation)’ 비디오 게임 중에서도 대명사 격에 위치한 시리즈다. 현대적인 직업을 갖고, 퇴근 후 집안일을 하며, 때에 맞춰 공과금을 내야 하는 생활을 다루는 <심즈> 시리즈는 “가장 말도 안 되는 판타지”를 실현하는 비디오 게임으로 예화 되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심즈> 시리즈의 디자이너 윌 라이트(Will Wright)는 최초에 <심즈>를 구상했을 때 이 게임이 제공할 수 있는 즐거움을 회사에 설득하기가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Read More 전업 게임평론가의 솔직한 고민 경험과 지식, 둘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딱 잘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둘 모두가 필요한 것이 교양을 딛고 서는 게임평론의 전제가 된다는 생각은 굳건하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대중성은 오히려 게임평론에 필요한 요소 중 이 둘보다 후순위에 선다. 경우에 따라서는 훌륭한 게임 경험과 이를 적절히 일반화하고 풀어내는 지식의 조화만으로도 대중성은 완성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Read More 제3회 게임비평공모전 심사위원장 심사평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이 올해로 벌써 세 번째를 맞이했다. 세 차례 모두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응모작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계속 좋아졌다는, 어쩌면 뻔한 총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상향평준화라는 표현이 정확할텐데, 이는 ‘좋은 비평’의 요소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는 징표이기도 하겠다. 응모작들의 평균적인 형식적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Read More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발표 2024년 진행된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을 다음과 같이 발표합니다. Read More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게임쇼의 미래를 묻다 ‘게임기자가 되면 뭐가 좋아요?’. 최근 술자리에서 진로를 고민하던 후배가 물었다. 쉽게 답하기 어려운 대답이었다. 필자는 게임기자를 대변할 깜냥도 없을뿐더러, 글밥을 벌어 먹고사는 것이 날로 어려워진다는 사실은 굳이 게임기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Read More

  • [Editor's View]

    GG 13호는 1년만에 돌아온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특집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은 분들의 응모가 있었지만, 모든 글을 함께 읽을 수 없어 아쉬운 마음입니다. 첫 회 공모전과 달리 올해부터는 수상작 안에서 별도의 등급을 나누지 않았습니다. 최우수, 우수보다도 게임비평과 담론에 참여하는 사람의 존재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 결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호 메인 테마에서 당선작 7편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 Back [Editor's View] 13 GG Vol. 23. 8. 10. GG 13호는 1년만에 돌아온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특집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은 분들의 응모가 있었지만, 모든 글을 함께 읽을 수 없어 아쉬운 마음입니다. 첫 회 공모전과 달리 올해부터는 수상작 안에서 별도의 등급을 나누지 않았습니다. 최우수, 우수보다도 게임비평과 담론에 참여하는 사람의 존재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 결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호 메인 테마에서 당선작 7편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편집장으로서는 나름의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첫 해에는 저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정신이 없었는데, 두 번째 해보니 공모전과 비평이라는 흐름 안에서 일련의 특징도 존재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오늘날의 공모전이 일련의 정례화 단계에 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요즘은 공모전 홍보 전문 사이트와 커뮤니티가 있고, 특히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모전 참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다만 그러다보니 GG의 게임비평공모전도 게임문화담론에 대한 관심이 없는 분들 또한 지나치게 단순화된 글이 투고되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일련의 스펙 쌓기를 위한 스팸성 투고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공모전을 주최하는 입장에선 조금 씁쓸한 일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일반적인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만을 비평으로 담고자 하는 글의 수가 적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게임비평에서 저는 어떤 특정한 양식만이 '진정한' 비평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는 것이 유의미한 비평의 주제가 된다고도 보지 않습니다. 아무리 비평을 넓게 잡는다고 해도 고유한 관점과 그를 설명하기 위한 충분한 논거는 우리가 게임비평의 장을 넓히고 사람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대전제라고 생각합니다. 전업으로 글을 쓰고 말하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갑자기 '각 잡고 글쓰기'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전에 지원해 주신 많은 분들의 원고를 보며 아직 제가 해야 할 일이 많고 많다는 사실을 체감합니다. GG는 내년에도 제3회 공모전을 진행하고, 공모전을 통해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계속 게임문화를 이야기해 나갈 것입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서도 늘 GG가 가고자 하는 게임비평의 길에 함께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안내

    게임제너레이션은 한국 디지털게임 비평의 활성화와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매년 게임비평공모전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2024년의 공모전을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자 합니다.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 Back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안내 19 GG Vol. 24. 7. 22.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안내 게임제너레이션은 한국 디지털게임 비평의 활성화와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매년 게임비평공모전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2024년의 공모전을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자 합니다.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 공모형식 및 참여방법: - 주제: 디지털게임에 대한 비평 (세부주제 자유. 기존 GG 아티클 및 공모전 수상작 참조) - 형식: 워드프로세스파일(HWP, DOC 등) 형식으로 제출. 글제목 및 저자명 포함. - 분량: 4천자 ~ 8천자 내외 (이미지 삽입 5개 이하) - 제출방법: 공모전 전용 이메일( ggcriticcomp@gmail.com ) 을 통해 제출 ■ 시상내역 - 총 4편 내외 당선작 선정 및 시상 - 상금 및 상장 수여: 편당 120만원(세전, 원고료포함). - 2024 G-STAR에서 시상식 진행 예정 - 당선작 GG 20호(2024. 10) 게재 ■ 일정 - 2024. 09. 07(토) 접수마감 - 2024. 09. 23(월) 심사완료 및 결과통지 - 2024. 10. 10(목) GG 20호 수상작 게재 - 2024. 11. G-STAR 일정 중 시상식 진행 (세부일정 확정 후 별도 통보) ■ 기타 - 제출된 원고는 반환되지 않습니다. - 수상작은 GG에 게재됨과 동시에 GG아티클과 동일하게 전재되어 타 매체에 기고할 수 없습니다. - 응모는 1인당 1작품을 기준으로 하며, 초과 투고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기존 GG 공모전 입상자는 선정에서 배제됩니다. - 제출되는 모든 응모작은 표절검사를 실시하며, 수상 이후라도 표절 문제가 확인될 경우 수상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 기타 공모전 관련 문의는 공모전 공식 이메일( ggcriticcomp@gmail.com ) 으로 보내주십시오. ■ 주최: 게임문화재단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 〈디스코 엘리시움〉 하나의 세계에서 태동하는 모순, 적대, 역설의 게임(장려상)

    그럼에도 비평적으로 찬사를 받으며 우뚝 선 ZA/UM의 개발자들은 이제 비디오 게임이야말로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예술이라고 밝히는 데에 이르렀다. “타인의 기억에 남고 싶다면, 체계적으로 반감을 사야 합니다. 반감을 살 준비가 되었다면, 정말로 역사적인 기회를 얻게 됩니다.”3)는 말은 그들에게 매우 적절하지 않을까. < Back 〈디스코 엘리시움〉 하나의 세계에서 태동하는 모순, 적대, 역설의 게임(장려상) 07 GG Vol. 22. 8. 10. 하나의 세계라는 조건 속의 여정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가지만, 그들이 바라는 꼭 그대로 역사를 형성해가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 스스로 선택한 환경 아래서가 아니라 과거로부터 곧바로 맞닥뜨리게 되거나 그로부터 조건 지어지고 넘겨받은 환경하에서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모든 죽은 세대의 전통은 악몽과도 같이 살아 있는 세대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카를 마르크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 〈디스코 엘리시움〉의 등장인물 〈디스코 엘리시움〉은 반세기 전 한때 공산주의 혁명의 파도가 엄습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난 혁명으로 풍비박산이 난 상태인 가상 국가 레바숄과 그 한 구역인 마르티네즈를 주 배경으로 한다. 탄광에서 일하며 벽화 페인트와 미술에 심취한 공산주의자 스컬 신디와 대기업 와일드 파인 사의 대사이자 초자유주의자인 조이스, 해리의 동료 킴 키츠라기를 순수 혈통이 아닌 이방인으로 취급하는 인종주의자 운전수와 미확인파시스트 개리, 왕정파로 공산주의자들과 맞서 싸웠던 노인과 마조프주의자로 연합군에 저항했던 탈영병, 밀매 혐의를 받으면서도 항만 노동조합 대표자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현실 권력을 움켜쥔 에브라트 등의 사민주의자, 클럽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된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 이곳은 화해 불가능한 NPC들, 성원들이 살아가며 서로에 필연적으로 적대, 모순, 역설 등을 낳을 수밖에 없는 세계다. 한 세계의 구성원들이지만 동시에 결코 엮일 수 없으며, 불화할 수밖에 없는 자들이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초토화된 곳에서 매우 불안정하게 공존하고 있다. 여기서 대두되는 것은 이러한 캐릭터들이 놓인 세계를 구성하는 조건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육성해나가는 방식(능력치, 생각 캐비닛, 장비)에서 무엇을 추구하든, 어떤 피상적인 혹은 구체적인 사상과 이념을 가졌든, 아니면 그러한 것들에 전혀 관심이 없이 그냥 플레이하든 게임 진행에 문제는 없다. 인물들과의 상호작용과 주사위 판정에 따라 선택지와 이념 루트들이 부분적으로 변화하며, 게임에 대한 인상이 많이 달라지는 것은 맞다. 분명 〈디스코 엘리시움〉의 선택은 그 자체로 핵심적인 캐릭터 구축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게임 내 모든 활동은 플레이어가 공통으로 접촉하고, 대면하고, 공유하게 되는 한 세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디스코 엘리시움〉에서 플레이어는 전지적인 능력으로 세계를 뒤흔들고, 변형하는 일을 수행하지 못한다. 이는 곧 레바숄이라는 하나의 황폐한 세계를 플레이어의 주관적인 의지와 계획에 따라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임에서 해리의 자아와 의식, 그리고 이를 조작하는 플레이어의 주관적인 의도가 세계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그러한 반영을 방해하고 좌절시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주인공이 본인으로 다시 서는 과정에서 탐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세계를 탐색하는 것은 플레이를 이어나가면서 분실한 신분증을 찾기 전까지 자신의 이름마저도 기억하지 못하는 해리 드 부아다. 주정뱅이 해리는 새로운 동료 킴 키츠라기와 함께 살인 사건을 조사해나감과 동시에 세계를 구성하는 NPC들에 접근하여 소통하거나 교감하며 세계를 탐색해나간다. 하지만 해리 또한 세계의 조건으로부터 독립된, 자유로운 인물이 전혀 아니다. 해리는 RCM 소속의 경찰로 권위를 위임받은 인물이다. 그 자신이 몸담은 RCM은 혁명 이후 연합 정부에 의해 국제 영역의 치안을 복구하고자 조직되었으며, 정치적으로 중립을 자처하고 있으나 치안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다. 단지 설립이 허락된 조직에 불과한, RCM의 경찰이라는 조건을 해리와 플레이어는 이를 끊임없이 자각해나간다. 그렇기에 〈디스코 엘리시움〉에는 선택이 반영되는 결과의 다양성을 내세우며 세계로부터, 인물로부터 독립된 각각의 가능 세계들을 앞세우려 드는 멀티 유니버스, 멀티 엔딩은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동원되는 평행세계, 대체역사, 가상현실 같은 개념들 또한 성립하지 못한다. 여기에 독립된 각자의 다원적 세계들이란 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디스코 엘리시움〉은 결과에 도달하는 선택의 과정들에 활로를 열어젖힘으로써 게임을 통해 정식화된 공통의 세계 속에서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있다. 그런 점에서 게임에서 선택지를 통하여 과정과 분기가 결정됨에도 그것이 세계를 뒤바꾸는 성공이나 실패의 특정한 루트를 창출하지 않는 것도 자연스러워진다. 일각에서는 네 개의 이데올로기를 가리키는 선택지를 골라서 특정 이념을 체화한 인물로 만들어도, 결국 같은 화면을 공유하며 세계의 결과는 차이가 없다는 점을 예로 들어 게임의 자유도를 비판하곤 한다. 그것은 적법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세계를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던함과 포스트모던함, 표층과 심층의 이야기의 공존 “만약 새로운 정치 예술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진실에 집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그것의 근원적 대상으로서의 다국적 자본이라는 세계 공간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현실을 돌파하여 이 세계 공간을 재현할 수 있는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개인적·집단적 주체로서 우리 자신의 행동하고 위치를 다시 파악하기 시작하고, 현재 우리의 공간적·사회적 혼란에 의해 중화되어버린 투쟁하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치적 형식이 어떤 식으로든 존재한다면, 그것의 소명은 사회적이고 공간적인 차원에서 전 지구적인 인식적 지도 그리기를 창안하고 투사하는 일일 것이다.”(프레드릭 제임슨,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 자본주의 문화 논리〉) 앞서 〈디스코 엘리시움〉은 어떤 사상과 이념을 택하든 하나의 세계를 공유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는 분명히 동시대 유행하는 어떤 RPG, 오픈월드 게임들의 방향과는 확연히 다른, 이전 세기의 전유물 같은 인상을 준다. 플레이어들이 종종 문학 작품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거나, 한 문학평론가의 ‘게임이 되는 소설, 소설이 되는 게임 1) 이라는 말은 그것을 대변하는 의견일 것이다. * 도덕주의자 퀘스트에 등장하는 연합 군함 아처 먼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무결자로 불리는 '돌로레스 데이'라는 존재를 다시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게임에서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뤄지는 이 인물은 무결자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존재이고 도덕주의자들(=인문주의자)의 상징이며, 통치 시기에는 엘리시움에 있는 여러 이솔라를 발견했다. 레바숄 또한 이 돌로레스 데이 시절에 만들어진 식민지였다. 돌로레스 데이에 대한 숭배는 단순 종교적인 믿음이 아니라 일종의 법칙으로 여겨졌으며, RCM의 법규도 돌로레스 데이 시절에 만들어진 법에 기반을 둔다. 돌로레스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은 경호원에게 총에 맞고 죽고, 돌로레스 데이의 시절이 돌연 막을 내린 이후 더는 이러한 세계의 질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엘리시움은, 레바숄은, 사회를 어떻게 질서화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가 실패하고 이러한 구상 자체가 외부 세력에 의해 짓눌려버린 곳이다. 그것은 곧 이성, 합리, 질서 등을 내세운 근대가 좌초된 것이기도 하다. * 교회 안의 클럽 반면 서브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이와 대비되는, 이전의 시스템이 더는 기능 하지 못하는 근대 이후의 포스트모던한 감각으로 살아가는 듯한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과 마주할 수 있다. 이들은 최신의 아노딕 댄스 뮤직을 구현하는 행위에 전념한다. 훼손당한 돌로레스 데이의 벽 조각상이 안치되어있는 교회 안에 들어와 클럽을 만든다. 진중한 대화라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이들은 너무나 '소프트코어'한 세상을 '하드코어'하게 바꿔야 한다고 하거나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파시즘이든 무엇이든 거대한 이념과 사상들은 다 나쁘고 가치판단에는 별 관심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도, 대뜸 돌로레스 데이를 대량학살자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에서 '포스트모던'이라는 렌즈로 '오타쿠'와 현대 일본의 정신구조에 대한 분석하면서 이 개념을 축으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게임을 하는 것'이 '사회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점을 탐구한 아즈마 히로키는 근대와 탈근대의 세계를 트리형, 데이터베이스형으로 분류한 바 있다. 근대의 트리형은 우리의 의식에 비치는 표층적인 세계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 표층을 규정하고 있는 심층, 즉 커다란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 반해 포스트모던의 데이터베이스형 세계에서 표층은 심층만으로는 결정되지 않고 그 읽어내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디스코 엘리시움〉을 ’이야기하기‘의 방법으로도 볼 수 있다. 형사가 살인 사건의 진범을 잡는 표층과 기억을 잃은 자가 인물들과 소통하고 세계를 마주하며 다시 나아가는 심층의 이야기로서, 그리고 근대와 근대 이후의 감각이란 무엇인지에 관해서 말이다. 지나간 근대를 재료로 삼는 〈디스코 엘리시움〉에서 주인공 해리 또한 근대를 지나온 인물이다. 해리는 근대의 산물이라 여겨지는 인간의 재귀적인 자기 구성과 수정 능력을 통하여 세계와 마주하며 자신을 다시 찾아가며, 게임의 세계관도 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자기 자신을 누구로, 무엇으로, 어떤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사고해나가는 해리나 자신을 다소 철학적인 항만 노동자로 소개하며,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우리는 투쟁하는가‘식의 거시적인 담론을 나누는 걸 즐기는 편이라고 말하는 마냐나 같은 인물은 이와 같은 부류일 것이다. 그러나 아노딕 댄스 뮤직의 아이들에게는 이는 관심사도 아니다. “거대한 이야기와는 철저히 단절한 새로운 세대는 처음부터 세계를 데이터베이스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 전체를 조망하는 시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 전체에 대한 특정 이야기의 공유화 압력의 저하, 다시 말해 '그 내용이 무엇이든 일단은 특정한 이야기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메타 이야기적 합의의 소멸을 지적한 것이기 때문이다”(아즈마 히로키,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이은미 옮김, 선정우 감수, 문학동네, 2007). 히로키식의 설명을 빌리자면, 트리형 세계 속에 작품의 심층적인 이념, 사회구조, 세계관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것은 해리일 것이다. 반면 아노딕 뮤직의 아이들은 포스트모던 이야기구조, 데이터베이스형 모델을 추구하며, 근대의 커다란 이야기들이 실종된 채로 당장 본인들이 추구하는 아노딕 댄스 뮤직에 대한 파편적인 데이터베이스들로 자신들만의 세계와 이야기를 마음대로 만들어간다.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며 서브 퀘스트를 수락하고 진행하게 되면, 해리는 아노딕 댄스 뮤직에 맞춰 교회에서 춤사위를 벌인다. 한때의 찬란했던 신세대의 음악이라 불리던 디스코의 시절은 어느덧 저물고, 빈사 상태가 되었다. 해리는 새로운 세대의 아노딕 댄스 하드코어 음악을, ’돌로레스 데이‘의 조각상이 있는 교회 안에서 그렇게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디스코 엘리시움〉이 그저 옛 찬란했던 20세기의 근대적 이상을 복원하는 것에 착수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를 찬미하는 게임인가. 모던의 자리에 자신을 위치시키면서 포스트모던을 부정하고, 아노딕 댄스 뮤직을 선도하는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에 조소하고 한탄하는 게임인가. 그렇지는 않다. 과거 기획의 실패, 우울, 좌절, 절멸, 절망, 패퇴, 패배주의, 허무주의 같은 것들이 내내 게임의 정서를 지배하는 듯한 종반부에는 극적인 반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인술린데 대벌레와 ’돌로레스 데이‘로 형상화한 도라, 그리고 탈영병 같은 존재들로부터 말이다. 해리(플레이어)는 탈영병을 마주하기 직전 꿈에서 자신의 오랜 결핍의 대상이었던 옛 연인이자 돌로레스 데이로 형상화된 도라를 마주하고, 이후 인술린데 대벌레를 만나 그 옛 연인을 이제는 잊고 극복하라는 충고를 받아들인다. 종반부에 예상치 못한 범인으로 대면하게 되는 탈영병 노인은 실패한 혁명의 잔여물이다. 탈영병 노인과 해리는 완전히 상반되는 궤적을 지닌다. 게임의 시작에서 해리는 연인 도라와의 결별을 중심으로 세상에 대해 환멸과 회의로 얼룩진 나머지 모든 권총으로 자살 소동까지 벌이며 세계와의 완전한 단절을 모색했던 자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도 자유를 찾지 못했다. 게임의 시작에서 모든 것에 절망하고 세계와 단절한 채로 자신을 고립시킨 해리가 개인으로 자유로워진 것은 외부 세계로부터 독립된 자생적 의식과 실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추방되기를 기꺼이 자처했던 해리가 다시 세계와 마주한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그는 근대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라 혹은 이를 형상화한 돌로레스 데이를 떠나보내고 새 출발을 하게 된다. 모순적 세계의 성공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의 모순 때문이다. 모든 일과 사물과 사람에는 그것들을 지금의 상태로 만드는 무언가가 있고, 동시에 다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왜냐면 그것들은 발전해나가고 머물러 있지 않으며 못 알아볼 정도로 변한다. 지금 있는 것들 안에는 ‘아무도 모르게’ 다른 것, 그 이전의 것, 현재에 적대적인 것들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베르톨트 브레히트,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마성열 편역, 책읽는오두막, 2013) 〈디스코 엘리시움〉의 리드 작가 헬렌 힌드페레(Helen Hindpere)는 ’포스트 소비에트‘의 시기에서 자란 기이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레바숄이 마치 10년 전의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2) . 〈디스코 엘리시움〉은 그러한 경험들의 잔향이 당연히도 짙게 배어있다. 하지만 이는 에스토니아라는 동구권의 한 국가에서 소련의 몰락 이후의 시기를 직접 겪은 이들이 게임을 매개로 하여 그것의 실상에 관해 증언하는 역사물이 아니다. 가상적 공간을 주 무대로 하는 〈디스코 엘리시움〉은 실존적 무게로 다가오는 정치적 실재를 소환하기도 하지만, 역사를 그 자체로 재현하거나 규명하는 것을 자처하면서 이를 훈고학적으로 늘어놓으며 일련의 무용담, 음모론, 교훈극으로 소화하지 않는다. 일종의 미학적 구성물로 승화하는 셈이다. 이로부터 한 예술비평가를 떠올리게 된다. 동구와 서구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면서 공산주의 붕괴 이후 서구 좌파들이 가지는 어떤 멜랑콜리나 채무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역사 이후의 시간이란 ‘최적의 사회질서에 대한 모색’이 이미 완수된 시대이며, 지금 중요한 것은 ‘앞서 일어난 혁명의 성과’를 현실 속에서 구현하는 현세적 실천이라고 말하는 보리스 그로이스다. 역자 김수환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코뮤니스트 후기〉라는 책을 소련을 회고하는 역사 에세이가 아닌, 철학적 성격의 사고실험을 수행하기 위한 미학적 구성물에 가깝게 구성한다. “만약 공산주의를 언어라는 매체로 사회를 번역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이 약속하는 것은 목가라기보다는 자기모순 속에 놓인 삶, 최대치의 내적 분열과 긴장의 상황이다”라고 말하며, 자기모순을 숨기지 않은 채로 그 모순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체제를 거론한다. 그것은 대립을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것을 첨예화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세계에 내재한 모순과 분열, 적대를 숨기지 않고 그 모순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둘러싼 대립을 첨예화하는 〈디스코 엘리시움〉은 어쩌면 그와 매우 가까이 있는 것도 같다. RPG 캐릭터의 육성 방법으로 어느덧 암묵적으로 필수 사항이 된듯한 전투 시스템이 부재한 자리를 방대한 텍스트와 온갖 갈등, 모순, 역설, 적대로 얼룩진 세계관으로 채우는 〈디스코 엘리시움〉은 모두에게 어필할 게임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따분하거나 거북하거나 섬뜩할 수도, 혹은 고양되거나 짜릿하거나 흥분되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그럼에도 비평적으로 찬사를 받으며 우뚝 선 ZA/UM의 개발자들은 이제 비디오 게임이야말로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예술이라고 밝히는 데에 이르렀다. “타인의 기억에 남고 싶다면, 체계적으로 반감을 사야 합니다. 반감을 살 준비가 되었다면, 정말로 역사적인 기회를 얻게 됩니다.” 3) 는 말은 그들에게 매우 적절하지 않을까. 게임 개발사 하나 제대로 없던 에스토니아라는 동구권의 한 국가에서, 소설가 출신으로 실패를 경험한 로버트 쿠르비츠 등을 위시하여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던 이들에게 말이다. 1) (인하영, 2021) 문학평론가, 「게임이 되는 소설, 소설이 되는 게임」, 『경향신문』, 2021.10.28https:// 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10280300115 2) 〈Masterclass: Helen Hindpere Talks About Writing Disco Elysium: The Final Cut〉, https://youtu.be/Xf_hU7IW5qs 3) 보리스 그로이스, 〈예술 작품이 된다는 것(Becoming the Artwork)〉, 2020, 부산현대미술관 《동시대-미술-비즈니스 :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질서들(Contemporary-Art-Business: The New Orders of Contemporary Art)》 https://youtu.be/W9Uu13m5JxI 참고문헌 카를 마르크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최형익 옮김, 비르투(VIRTU), 2012. (프레드릭 제임슨,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 자본주의 문화 논리〉, 임경규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2) (아즈마 히로키,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이은미 옮김, 선정우 감수, 문학동네, 2007). (베르톨트 브레히트,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마성열 편역, 책읽는오두막, 2013)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ACT! 편집위원) 김서율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영화를 중심으로 문화 전반에 관심을 두고 종종 글을 끄적이거나 기고해왔다. 현재는 구로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 일한다. 어느샌가 사회 운동에 뛰어들어 연구자와 활동가, 이론과 실천 사이에 단절된 통로를 고민하며 길을 모색 중이다.

  • 변해가는 게임의 위상, 다큐의 관점도 변한다 - 〈하이스코어〉리뷰

    2000년대 중반 이래 게임을 다루는 다큐 프로그램들이 간간이 등장해온 가운데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하이스코어〉는 가장 최근에 출시된 게임 역사 다큐 프로그램이다. 큰 틀에서 볼 때 게임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주요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게임 역사를 다룬 저술이나 다큐 프로그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이전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부분들을 발굴한 점이 눈에 띈다. < Back 변해가는 게임의 위상, 다큐의 관점도 변한다 - 〈하이스코어〉리뷰 03 GG Vol. 21. 12. 10. 2000년대 중반 이래 게임을 다루는 다큐 프로그램들이 간간이 등장해온 가운데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하이스코어〉는 가장 최근에 출시된 게임 역사 다큐 프로그램이다. 큰 틀에서 볼 때 게임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주요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게임 역사를 다룬 저술이나 다큐 프로그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이전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부분들을 발굴한 점이 눈에 띈다. 가장 먼저 이야기 할 만한 부분은 - ‘게임’만이 아니라 - ‘플레이’에도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2000년대 들어와 본격화되는 게임에 대한 학술적 (특히 인문사회학적) 연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게임의 특성은 ‘상호작용성’이었는데, 이는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게임’이 플레이어들의 ‘플레이’에 의해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었다. 일단 완결된 상태로 수용자들에게 제시되는 기존의 매체들과는 달리, 게임의 이와 같은 특성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의도와는 상이한 방식으로, 그러니까 그것을 플레이하는 사람의 의도나 취향에 따라 그 경험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와 같은 (수용자의) ‘능동성’은 한동안 게임학 연구에 있어 주요 의제였으며 심지어는 ‘게임 세대론’이 등장하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게임의 역사 연구 분야에서는 ‘게임’에 한정되어 그 발전과정이 기술되어온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게임을 만든 개발자나 업체 또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게임들의 개발과정 등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나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의 접근은 소위 ‘능동적’이라던 게이머들은 사라지고 소수의 천재적 개발자들이 내놓은 혁신적인 게임을 그저 열심히 소비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게임 소비자들만 남게 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하이스코어〉 1편부터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개발한 니시카도 토모히로와 1980년 아타리배 전국 게임대회 챔피언 리베카 하이네먼을 병치시킨 것은, 그래서 눈여겨 볼 만하다. 게임을 만들어낸 개발자조차 불가능한 게이머들의 엄청난 플레이가 게임의 디자인만이 아니라 그 플레이 또한 뛰어난 창의성과 혁신의 산물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존의 논의에서 게이머의 능동성은 대체로 모드나 머시니마 등 플레이 너머의 (생산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왔는데, 사실 게임의 ‘플레이’ 자체가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능동적인 창조 행위였던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따른다면 플레이어들의 이와 같은 창의성이야말로 e스포츠가 발원할 수 있었던 근간이라 할 만한데, 기존 e스포츠 담론에서 이러한 측면은 소외되어온 감이 있다. 〈하이스코어〉에서 e스포츠는 메인 주제가 아니지만, 게임의 발전과정에 있어 ‘플레이’의 측면을 적극적으로 발굴함으로써 현재 산업적 측면에 치중되어있는 e스포츠 담론에서 향후 하나의 문화로서 e스포츠의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는 시사점으로 삼을 만한 지점이다. * 아타리 전국 게임대회 챔피언 출신인 리베카 하이네먼의 등장은 게임이용자라는 플레이의 또다른 한 축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깊다. 이미지: 넷플릭스 또 하나 〈하이스코어〉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다양성’이다. 게임은 전통적으로 산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젊은 (백인) 이성애자 남성’이라는 꽤나 균질한 집단적 속성을 지닌 것으로 여겨져 왔으며, 이는 최근 몇 년간 게임계에서 PC(정치적 올바름) 운동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균질성의 신화는 성장기 때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이 업계에 입문하는 특성상 또래들과 게임을 즐기던 남성 청소년 중심의 하위문화적 특성이나 취향이 업계에도 고스란히 전이되면서 형성된 것인데, 게임을 플레이하는 집단이 다양해지면서 그와 같은 문화적 속성을 공유하지 않는 타 게이머들과 마찰을 겪으면서 갈등이 상당히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하이스코어〉가 게임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최초의 카트리지 교환형 콘솔 채널F의 개발자 제리 로슨을 조망한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다. 채널F가 개발되었던 7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흔치 않았던 유색 인종으로서 초기 게임산업의 발전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그 오래된 신화에 균열을 가하기 때문이다. 사망한 인물이라 자세한 인터뷰를 담을 수 없었던 점은 아쉽지만 - 이미 많이 늦었다는 방증이겠다 - 채널F처럼 게임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콘솔의 개발자가 이처럼 까맣게 잊혀져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게임의 역사적 발전과정 속에서 그처럼 묻혀져 있을 다양한 사람들의 존재를 예상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그들의 유산은 게임의 발전과정 안에 오롯이 녹아있을 것이며, 그것을 발굴해낸다면 게임의 문화적 가치와 의미는 또 얼마나 풍성해질지 가늠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 채널 F의 개발자 제리 로슨을 향한 조명은 이 다큐가 게임산업 발전사 속에서 소외되는 누군가를 잊지 않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EA의 간판 스포츠게임 〈매든 NFL〉 시리즈의 열혈팬으로서 후에 EA에 입사하여 〈매든 NFL 95〉에 사상 최초로 흑인 캐릭터를 등장시킨 흑인 남성 동성애자 게이머(이자 개발자) 고든 벨라미의 이야기 또한 게임 역사 내 다양성에 대한 화두를 이끌어낸다. “세상의 규칙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을 평생 체감하며 살아가는 소수자들에게 있어 “모두에게 공평한 규칙이 적용되는” 게임의 세계란 그저 한낱 게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벨라미의 이야기는, 게임 문화 내 다양성이 지니는 중요성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게임 캐릭터의 짙은 피부는 물리적으로 화면 내 작은 픽셀들의 바뀐 색조합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변화는 평생을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의 정당성을 위해 싸워야 하는 소수자들에게는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혹은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이란 것을. 물론 소수자들에 한해 게임이 정체성이나 의사 표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게임이 소수자들에게 중요한 소통과 표현의 수단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 세상에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매체였기 때문이라는 점은 생각해볼 만하다. 이미 주류의 취향과 가치관이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기성 매체와 달리, 젊은 매체는 비주류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자유롭게 담길 수 있는 여지를 지니며, 그와 같은 개방성과 다양성에 기반한 ‘가능성들’이야말로 이 매체의 ‘젊음’이 지녔던 문화적 가치였던 것은 아닐까. 초기 인디 게임의 사례로서 미국 사회 내 동성애자 혐오 정서에 대항하는 패러디 게임 〈게이블레이드〉의 존재는 바로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단순한 오락물 그 이상의 어떤 것으로서의 가능성 말이다. 이처럼 게임의 ‘젊음’을 조망한 〈하이스코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시절 게임의 산업과 문화를 이끌었던 주요 인물들의 노색이 완연한 모습은 역으로 게임의 ‘나이듦’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제는 현역에서 물러나 한 발 떨어진 위치에서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회상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 시절 우리가 즐겨 플레이했던 게임, 그러니까 부모님과 선생님의 눈을 피해 짜릿하게 즐겼던 우리끼리의 그 오락이 더 이상 그 때의 그것이 아님을 새삼 일깨워준다. 게임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은 한 때 젊었던 게임이 지녔던 그 가능성들이 여전히 유효한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다른 가능성과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 혹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 것인지 등이 아닐까? 다른 말로 바꾸자면 이 과거의 흔적 또는 유물들을 현재와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나아가 미래를 위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게임의 역사를 다루는 다큐로서 〈하이스코어〉에서 아쉬운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기존에 다뤄지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이나 사건을 발굴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였지만, 그러한 발굴을 통해 새롭게 논의해 볼 수 있는 오늘날 게임의 가치나 의미를 끌어내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놀런 부쉬넬, 니시카도 토모히로, 로베르타 윌리엄스, 존 로메로 등 기존 게임사의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 또한 기존의 게임사 다큐나 저술에서 이미 이야기했던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그들에게 과거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오늘날과 미래에 대해 지닌 견해를 물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이 꿈꾸고 가꿨던 그 게임이 오늘날의 게임과 얼마나 또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하여 그 다름은 또 어떤 의미인 것인지와 같은 논의가 담겨 있었더라면, 과거에 비추어 오늘날을 돌아보고 미래를 고민하는 역사적 탐구의 궁극적인 목적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게임사를 다루는 저술이나 프로그램에서 으레 첫 장에 위치하는 놀런 부쉬넬을 맨 마지막에 배치함으로써 〈하이스코어〉는 게임의 역사가 곧 혁신의 역사라는 관점을 분명히 내비췄는데, 개인적으로는 2020년이라는 시점에 나온 게임 다큐로서 좀 안일한 (혹은 진부한) 관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의 역사가 정말로 재미를 좇는 혁신의 과정에만 한정된다면, 자동사냥이나 확률형 아이템 등이 디폴트화 되고 메타버스나 NFT, P2E 등이 대두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러한 화두들이 북미에서는 한국 만큼 현안이 아니어서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서글프)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어쨌든 그러한 화두들이 결국엔 게임의 미래와 직결된 것들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재미를 좇는 혁신의 역사’라는 〈하이스코어〉를 비롯한 기존의 게임 역사 저술이나 다큐의 역사관에서 벗어난 작품이 나와주길 기대해본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서울을 걷는 작은 이유, 피크민 블룸 서울 투어

    이 사람들의 정체는 바로 <피크민 블룸> 플레이어들이었다. 이들이 쓰고 있단 머리에 쓴 모자는 닌텐도의 유명 캐릭터인 ‘피크민’을 본뜬 것으로, ‘피크민 블룸 투어 2025: 서울’ 행사 참여자들을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도심을 누비던 그들은, 사실 같은 게임 속에서 도시를 탐험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 Back 서울을 걷는 작은 이유, 피크민 블룸 서울 투어 24 GG Vol. 25. 6. 10. 들어가며 2025년 가정의 달인 5월 첫 주말, 서울 도심에 수상한 집단이 출현했다. 이들은 머리 위에 두 개의 큰 눈과 잎사귀 또는 꽃 모양의 장식이 달린 모자를 쓰고, 충무로에서 창덕궁까지의 거리를 누비며 서울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선가는 노란 잎사귀 모자를 쓴 사람이 광장시장에서 호떡을 집어 들고, 다른 한 편에서는 빨간 꽃 모자를 쓴 사람이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종묘 돌담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파란 봉우리 모자를 쓴 사람들도 보였다. 이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도 않았다. 독특한 생김새의 모자를 제외하면 서로를 묶는 뚜렷한 공통점은 없어 보였다. 이 사람들의 정체는 바로 <피크민 블룸> 플레이어들이었다. 이들이 쓰고 있단 머리에 쓴 모자는 닌텐도의 유명 캐릭터인 ‘피크민’을 본뜬 것으로, ‘피크민 블룸 투어 2025: 서울’ 행사 참여자들을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도심을 누비던 그들은, 사실 같은 게임 속에서 도시를 탐험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 피크민 블룸 투어 이벤트 포스터 ‘피크민 블룸 투어(Pikmin Bloom Tour)’는 AR 모바일 게임 <피크민 블룸>의 현장 이벤트이다. 이 행사는 평균 하루에서 이틀 동안 진행되며, 개최되는 지역의 특정 장소들을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별 진행이기 때문에 소요 시간은 참여자들에 따라 천차 만별이고, 동선 역시 개인의 재량에 달려 있다. 참여자들에게는 피크민 모자와 행사 지도, 특별 꽃 정수와 황금모종 등이 보상으로 지급된다. 행사는 무료이지만 인앱을 통한 추첨에 당첨되어야지만 참여 가능하다. 피크민 블룸 투어의 간략한 역사 지금까지 피크민 블룸 투어는 총 5회 개최되었다. 투어는 2023년 삿포로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는데, 이는 벚꽃 시즌을 맞아 사람들이 거리의 꽃과 게임을 함께 즐기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로 추측할 수 있다. 이후 2년 동안 서로 다른 일본의 3가지 지역에서 투어가 개최되었으며, 각각은 시기에 맞는 이벤트 꽃과 함께 전개되었다. 이름 일자 지역 계절 이벤트 꽃 특징 Pikmin Bloom Tour 2023: Sapporo 2023년 4월 23일 삿포로 봄 벚꽃 첫 시도 Pikmin Bloom Tour 2023: Yokosuka 2023년 7월 23일 요코스카 여름 해바라기 인앱 패키지 도입 Pikmin Bloom Tour 2023: Kyoto 2023년 11월 12일 교토 오카자키 지역 가을 빨란 패랭이꽃 Pikmin Bloom Tour 2024: Fukuoka 2024년 3월 30일-31일 후쿠오카 봄 벚꽃 2일로 연장 Pikmin Bloom Tour 2025 : Seoul 2025년 5월 3일-4일 서울, 한국 봄 하얀 히비스커스 첫 일본 밖 개최 * 피크민 블룸 투어 요약 같은 이름의 프로그램인 만큼 5가지의 행사는 모두 같은 골격을 지니고 있다. 먼저, 참여자들은 정해진 선물 증정 장소에 방문하여 피크민 모양의 선 바이저, 지도를 수령한다. 그리고 지도에 표시된 지역을 찾아가며 이벤트 꽃 정수와 피크민 모종을 획득한다. 이벤트 장소에 들어서면, 세 가지 미션이 인앱에 표시되는데, 이는 이벤트 스팟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모두 달성할 수 있다. 모든 투어는 “(1) 7천보 이상 걷기 > 선물스티커(금색) 피크민 (2) 이벤트 꽃 3000송이 심기 > 선물스티커(금색) 피크민 (3) 이벤트 스팟 7개 방문하기 > 이벤트 뱃지”라는 유사한 미션과 보상 구조를 공유한다. * 피크민 블룸 투어 이벤트와 보상 두 번째인 요코스카 투어부터 참여자들만 살 수 있는 인앱 패키지가 추가되었다. 여기에는 현장 이벤트에서 수령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의 인앱 코스튬이 포함되어 있다. 구매한다면 ‘나’와 같은 패션을 한 피크민과 함께 걸어다닐 수 있다. * 요코스카 투어에서 판매된 Mii 코스튬 가장 최근에 개최된 피크민 블룸 투어: 서울은 이전의 행사들과 비교했을 때 약간의 특이점을 지닌다. 우선, 이는 처음으로 일본을 벗어난 개최된 투어이다. 비교적 작은 볼륨인 ‘미니워크’는 일본 밖에서도 이루어진 바가 있지만, ‘투어’가 일본 밖에서 이루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또한, 제철에 맞지 않은 꽃이 이벤트 꽃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피크민 블룸 투어 서울의 이벤트 꽃은 ‘하얀 히비스커스’였는데, 히비스커스의 일반적인 개화 시기는 6월에서 10월 (7~9월이 절정)이다. 대개 ‘시즌의 맞는 꽃’을 선보이던 <피크민 블룸> 운영진이 여름 꽃인 히비스커스를 봄에 선보인 이유는,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가 이와 같은 속(genus)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행사가 일본 밖에서 개최된 만큼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에 맞추어 이벤트 꽃을 선보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 인게임 하얀 히비스커스의 모습: 무궁화와 상당히 닮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섯 차례의 투어가 진행되는 동안, ‘피크민 블룸 미니 워크(Pikmin Bloom Mini Walk)’와 ‘피크민 블룸 저니(Pikmin Bloom Journey)’라는 두 종류의 또다른 현장 이벤트가 개최되기도 하였다. 먼저, 피크민 블룸 미니 워크는 투어를 간단하게 축약해놓은 버전으로, 지역 축제나 행사와 연결된 것이 특징적이다. 따로 신청이 필요하지 않고, 특정 지역에 들어가면 바로 참여가 가능하다. 이름 일자 지역 이벤트 스팟 행사 Pikmin Bloom Mino Washi Akari Walk 2023 2023년 10월 8일-21일 미노시, 일본 7종류 미노와시아카리전 Pikmin Bloom MINI WALK: Nagano Tomyo Festival 2024년 2월 9일-12일 나가노, 일본 9종류 나가노 등불 축제 Pikmin Bloom MINI WALK: Japan-Tag Düsseldorf/NRW 2024년 6월 1일 뒤셀도르프, 독일 6종류 일본의 날 Pikmin Bloom MINI WALK: Tainan City 2024년 10월 26일-11월 10일 타이난, 대만 8종류 대만 디자인 엑스포’24 Pikmin Bloom MINI WALK: Lucca Comics & Games 2024 2024년 10월 15일 루카, 이탈리아 9종류 루카 코믹스 & 게임스 Pikmin Bloom MINI WALK: San Diego Zoo 2024년 11월 16일-29일 샌디에고, 미국 4종류 없음, San Diego Zoo Wildlife Alliance와 협업 * 피크민 블룸 미니 워크 요약 투어나 미니 워크와 달리, 피크민 블룸 저니는 유료로 진행된 이벤트이다. 이벤트 티켓은 인앱 결제를 통해 구매할 수 있었다. 2024년에 1회 개최되었으며, 현장 이벤트인 ‘피크민 블룸 저니 2024: 도쿄 돔 시티(Pikmin Bloom Journey 2024: Tokyo Dome City)’와 온라인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피크민 블룸 저니 2024: 어디서나 챌린지(Pikmin Bloom Journey 2024: Challenge Anywhere)’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현장 이벤트와 온라인 이벤트를 동사에 진행한 특이 사례이다. 온라인 이벤트의 경우 장소와 상관 없이 5개의 빅 플라워를 흔들고, 2000송이의 파란 장미를 심으면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특별 이벤트 피크민과 투어에서 유료로 판매하던 패키지 보상 코스튬을 제공했다. 피크민 블룸 투어 서울 피크민 블룸 투어 서울은 이벤트 지역에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참가 자격을 얻은 플레이어들이 행사 지역에 입장하면 다음과 같은 인앱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이를 기점으로 ‘현재 이벤트’란에 투어 미션이 추가된다. * 피크민 블룸 투어 서울 이벤트 화면 본격적인 이벤트 참여를 위해서는 정해진 선물 수령장소에 방문해야 한다. 이번 행사의 수령 장소는 현대 아울렛 동대이었는데, 여기에서 참가자들은 피크민 모자와 이벤트 지도, 엽서를 수령할 수 있다. 건물 안에서는 특별 AR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 부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 이벤트 수령 장소 몇 기념품의 모습 제공된 모자를 착용했다면, 남은 일은 지도를 따라 곳곳을 방문하는 것이다. 이번 투어에서 탐험해야 했던 장소는 총 12곳으로, 모두는 하나의 동선 안에 배치되어 있다. 각 장소는 저마다의 공간적 특징을 갖추고 있으며, 참여자들은 이에 맞는 피크민을 획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충무로 극장에서는 영화관 피크민을, 청계천에서는 물가 피크민을, 그리고 광장시장에서는 김치(한식) 피크민을 획득할 수 있다. * 피크민 투어 서울의 이벤트 지도. 실물 지도가 주어졌지만, 참여자들이 따라 움직일 수 있는 표지는 두 가지가 더 있었다. 첫째는 인게임 화면이다. 게임 화면에는 각 이벤트 스팟이 범위와 함께 표시되어 있었고, 참가자가 이 범위 안으로 들어가면 붉은 빛이 들어와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다른 참가자들이다. 모든 참가자들이 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기에 유저들은 서로를 손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가는 길에 확신이 없을 때 같은 모자를 쓴 사람을 따라가면 다음 장소로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 투어 플레이 화면 디지털 게임은 점차 개인적인 경험으로 변모해왔다. 동네 아이들이 화면을 기웃거리며 훈수를 두던 오락실 시절에서, PC방에서 자신의 모니터에 집중하는 시기를 거쳐, 이제는 손 안의 기기로 혼자만의 화면을 들여다보면 모바일 게임의 시대로 넘어왔다. 오늘날 디지털 게임은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개인적인 취미가 되었다. 피크민 블룸 투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동선을 정하고, 시간을 알아서 조절하며, 개인의 속도에 맞추어 플레이한다. 사람마다 관심 있는 장소도 다르고, 걷는 속도도 다르기에 누구나 자기만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같은 투어에 참여하고 있다 해도 다른 참가자와 상호작용할 필요도 없다. 미션은 오로지 개인 화면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되며, 여기에는 어떤 다른 참가자들과의 상호작용도 필요로하지 않는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들이 투어에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 감각은 모자로부터 나왔는데, 색색의 피크민 모자를 쓰고 같은 도시를 누비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 말 한 마디 나누지 않았더라도,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작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피크민 블룸) 투어의 장소성 장소는 단순히 지리적 위치나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다. 장소는 인간에 의해 특정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그 과정에서 고유한 가치와 분위기가 형성된 공간이다. 어떤 장소는 역사, 이야기, 상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다른 곳과는 분명히 구분되며, 이러한 의미는 사회적이면서도 개별적으로 부과된다. 따라서, 특정 장소에 대한 개인의 감각은 그가 속한 집단이나 축적한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투어’는 장소(성)을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투어는 개별 장소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프로그램화한 것으로, 참가자들에게 각 장소의 정체성, 관계, 역사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피크민 블룸 투어도 이와 같은 기능을 한다. 앱에는 특정한 이벤트 스팟들이 설정되어 있으며, 그 위치에 도착하면 장소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간략한 설명이 제공된다. 다만, 피크민 블룸 투어는 매우 느슨하다. 일반적인 투어는 엄격한 시간과 동선을 요구하곤 하지만, 피크민 블룸 투어에는 몇 가지 ‘스팟’들이 지정되어 있을 뿐, 나머지는 참여하는 유저의 자유에 맡겨진다. 설명 역시 매우 간결한 수준으로 제공되어 있어 참가자들은 직접 장소를 둘러보며 의미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곧, 피크민 블룸 투어가 제공하는 것은 장소에 대한 대략적인 스케치이다. * 이벤트 스팟 화면 여기에 피크민 블룸 투어가 특별하게 덧붙이는 것은 ‘피크민’의 존재이다. 어떤 장소의 의미는 그곳을 함께 했던 사람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같은 레스토랑이라도 가족과 갔을 때와 연인과 갔을 때의 기억은 전혀 다른 것처럼, 피크민 블룸 투어 참가자들은 ‘피크민’들과 함께 걸으며 추가적인 의미를 획득한다. 더욱이, 방문한 장소에 따라서 획득한 특정 피크민들은 기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참가자들은 이벤트 도중 장소의 특징에 맞는 피크민들을 획득하는데, 여기에는 공간의 이름이나 일자 등이 포함되어 있어 장소에 대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반년 넘게 <피크민 블룸>을 플레이하면서, 나는 내 지도가 조금씩 확장되고 있는 걸 느꼈다. 이 게임을 통해서 나는 단순히 길을 걷는 것을 넘어,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고, 때로는 발명하듯 내 동선을 만들고 있었다. 예를 들어, 꽃을 더 심기 위해 일부터 평소에 걷지 않던 길로 돌아가기고 하고, 엽서를 얻기 위해 모르는 길목을 탐험하기도 했다. 특별한 모종을 찾기 위해 낯선 동네를 헤매고, 일종의 보물찾기처럼 숨겨진 장소를 찾아다니는 날도 많았다. 심지어, 이 원고를 쓰기 바로 전 날에도 커뮤니티 데이 배지를 얻기 위해 평소보다 먼 길을 돌아 집에 왔다. 라이프로그 상에서 새로운 곳이 푸르게 빛나는 것이 뿌듯함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 피크민 블룸 라이프로그 화면. 자주 간 곳은 초록빛이, 꽃을 심은 자리에는 꽃이 표시 되어있다. 내게 이번 피크민 블룸 투어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었다.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제공된 장소들을 돌아다니며 나는 익숙한 도시를 다시 탐험했다. 서울 거주자로서 대부분의 장소가 낯설지는 않았지만, 아예 모르는 골목을 찾아 새로운 엽서를 발견하는 일은 여전히 즐거웠다. 단순히 걸음을 기록하고, 가상의 식물을 심고, 작은 캐릭터를 모으는 행위가 어떻게 사람들을 거리로 이끌 수 있는 걸까? <피크민 블룸>에서 정확히 무엇이 ‘보상’이 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이 작은 피크민들은 분명 사람들에게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동력이 계속하여 우리의 삶과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길 바란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이연우 함께하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게임의 관계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게임으로 다함께 즐거워지길 바랍니다.

크래프톤로고

​게임세대의 문화담론 플랫폼 게임제너레이션은 크래프톤의 후원으로 게임문화재단이 만들고 있습니다.

gg로고
게임문화재단
드래곤랩 로고

Powered by 

발행처 : (재)게임문화재단  I  발행인 : 유병한  I  편집인 : 조수현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 114, 2층(방배동)  I  등록번호 : 서초마00115호  I  등록일 : 2021.6.28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