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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셧다운제부터 게임 사전심의까지 - 21대 국회에서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
그럼에도 유독 지난 국회에서는 ‘친게임’이라 부를 만한 국회의원이 다수 활동했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했다. 게임이라는 의제에 대한 정치권의 높은 관심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어져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게임 정책을 힘주어 발표하거나, 게임 전문 유튜버, 매체와 인터뷰를 가지기도 했다. < Back 셧다운제부터 게임 사전심의까지 - 21대 국회에서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 17 GG Vol. 24. 4. 10. 이 원고가 나올 무렵이면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번 총선이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고 이야기했다. 게임기자로 종종 국회에 출입하는 필자는, 이번에 그 ‘중간평가’의 바람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게임 부문이 지난 총선에 비해 빛을 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업계인과 고관여층이라면 게임과 e스포츠 의제가 복합예술이거나 미래 먹거리거나 무겁게 다루어야 할 과제겠지만, 국회 전체에서 게임이 일개 부문에 불과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유독 지난 국회에서는 ‘친게임’이라 부를 만한 국회의원이 다수 활동했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했다. 게임이라는 의제에 대한 정치권의 높은 관심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어져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게임 정책을 힘주어 발표하거나, 게임 전문 유튜버, 매체와 인터뷰를 가지기도 했다. 앞으로 4년간 활동할 새로운 입법부의 구성을 앞두고, 지난 국회에서 어떤 게임 법안이 입안되었으며 통과되었는지 돌아보려 한다. 국민의 중간평가가 끝났다면, 이제는 게임 생태계가 다시 나름의 바람을 일으켜야 할 일이 아니겠나? * 국회의사당의 전경 (필자 촬영) ① 10년 만의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2021년 11월11일,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시행 10년 만의 일이다. 18대 국회는 청소년 보호법에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유는 "청소년의 수면권과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제정 당시부터 업계와 게이머의 반대를 받았던 이 법은 시행 이후부터 줄곧 실효성 논란과 청소년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이 있었고 21대 국회 들어 인터넷 공간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권인숙, 전용기, 류호정, 허은아(가나다순) 의원이 폐지 법안을 제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이른바 '마크 사태'가 터지면서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에 대한 대중적 논의가 촉발됐다. 2020년 말,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계정 인증 절차를 강화하면서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마인크래프트>의 접속을 아예 막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은 점화됐다. '<마인크래프트>가 성인게임이냐'라는 슬로건은 파급력이 있었고, 같은 해 11월 국회에서 강제적 셧다운제의 전면 폐지가 결정됐다. 한편, 이러한 장면은 정반대의 노선을 걷게 된 중국과 비교효과를 불러왔는데, 2019년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만 18세 이하의 청소년은 하루에 90분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규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에 셧다운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데, 요청에 의해 부모가 자녀의 게임 시간을 차단할 수 있는 '게임시간 선택제'가 남아있다. 친권자가 요청하면, 게임사가 미성년자의 게임 접속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강제적 차단보다는 일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국내 법에서 준용하는 실명 인증을 스팀게임과 콘솔게임에 적용하기 어려워 '갈라파고스 법'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콘솔 3사는 ‘아동 계정’, 가입 제재, 온라인구매 차단 등 자체적인 자녀 보호 정책을 취하고 있으나, 이는 접속 시간을 통제하는 게임시간 선택제와는 무관하게 적용 중이다. 이들 3사는 현행 한국 법의 게임시간 선택제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회색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게임이용시간을 감소시키지도 못했으며, 수면 시간을 증가시키지도 못한 강제적 제도의 폐지는 지난 국회가 게임 부문에서 이뤄낸 가장 큰 성과라고 부름 직하다. 지난 선거에서 여야의 전용기 의원, 허은아 전 의원은 입을 모아 자신이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의 일등공신이라고 언급했다. 실로 자랑할 만한 성과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통과된 이후 중독포럼, 중독정신의학회 등의 단체들은 셧다운제 폐지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차기 입법부에서는 ‘게임시간 선택제’와 그 회색지대에 대해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 두고 볼 만하다. * 셧다운제가 국회에서 논의되던 2011년 진행된 이른바 ‘폭력성 실험’ (출처: MBC) ② 게이머 여망의 실현…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2023년 2월 27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로 하는 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가 시행 중이다. 새로운 법에 의하면, 사업자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정보에 대해 게임물과 누리집(홈페이지)에 밝혀야 한다. 이용자가 Ctrl+F를 써서 검색할 수 있도록 확률을 공개해야 하며, 확률을 백분율 단위로 일일이 표기해야 한다. 게임을 선전하는 이미지에도 해당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하고 있다고 명시해야만 한다. 이 법을 지키지 않은 사업자는 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이뿐 아니라 새로운 게임산업법은 확률형 아이템 자체를 "게임물 이용자가 직접적·간접적으로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아이템 중 중 구체적 종류, 효과 및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문체부 장관이 이를 감독하게 했다. 문체부 장관의 시정명령을 어기는 사업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간 국내 게임사는 자율규제에 따라서 게임의 각종 확률을 밝혀 왔다. 그러나 자율규제는 이미지 형태로 확률표를 공개해 검색을 어렵게 만들거나, 유저가 찾기 어려운 곳에 확률을 내놓거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날 선 비판을 겪어왔다. 게임사와 유저의 신뢰관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면서 21대 국회에서는 여러 차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가 의무화되어야만 한다는 법안이 제출되었다. 실제로 넥슨은 자사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운영하며 유료로 판매되는 큐브의 확률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거나, 그 확률이 발표 없이 수정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16억 원을 받았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에서 캐릭터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문양의 달성을 쉽게 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가, 다른 유저들의 반발을 사고 그 도입을 취소했다가, 이윽고 롤백에 반대하는 유저들이 전액 환불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확률 공개를 실시한 직후에도 문제는 끊기지 않고 있는데, 최근에는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특정 아이템 획득 확률이 0.8%라고 안내됐지만, 새로운 표기에는 0.1%로 밝혀져 '거짓 확률'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전술한 바와 같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2020년 12월 15일 발의된 이상헌 의원의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을 필두로 논의가 진행되었는데, 이 법안은 의원 발의 형태의 전부개정안이었지만, 실제로는 문체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서 설계된 것이었다. 이후 하태경 의원은 '이용자 위원회'의 설치, 유동수 의원은 '컴플리트 가챠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기하면서 여러 법안이 비교 논의되었고, 최종적으로 오늘날의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 조항까지만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법이 비교적 최근 실효성을 가지게 되었고, 유저와 게임사의 관계가 극적으로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지금, 22대 국회 문체위는 게임사들이 새 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사들은 ‘첫 번째 사례’에 자사 게임이 거론되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자사 라이브게임의 확률을 점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적극 홍보 중이다. 축적된 분노를 정부가 발 벗고 나서 해결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효능감을 전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출처: 문체부) ③ 문화예술이 된 게임, e스포츠는? 2022년 9월 7일, 게임은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이 법에서 문화예술은 그 정의에서 문학·미술·음악 등 장르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 항목에 게임,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이 추가된 것이다. 이 법을 대표발의한 조승래 의원은 "게임이 문화예술로 인정되면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고, 게임산업에 활력이 더해지리라 기대한다"며 입법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지난 국회에서는 게임산업법에 명시된 '중독' 용어가 삭제됐다. 그 대신 '과몰입'이라는 표현만 남게 됐는데, 과몰입·중독 예방에서 전자만 남기게 된 것이다. 의학적으로 '중독'이라는 용어는 내성이나 금단증상을 포함하는데, 게임중독을 여기에 쓰기에는 논란이 있다는 것이 주요 논리였다. 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했는데, 이 질병코드의 국내 적용을 논의하는 것도 다가올 4년간의 과제이다. e스포츠와 관련해서는, 의제의 성격상 입법활동보다는 단기적 이벤트가 많았다. 2020년 7월에는 임요환, 박정석, 강도경 등의 프로게이머 출신 인플루언서들이 국회를 찾아 국회의원들과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했다. 국회 '문화콘텐츠포럼' 창립총회 행사였는데, 게임 등 문화콘텐츠의 잠재적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연구조직으로 발족되었으나 토론회 이상의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최초의 국회의장배 e스포츠 대회가 개최되었으며, 그 종목은 <철권 7>이었다. 2020년 11월, 행정부와 입법부는 부산, 대전, 광주에 이어 지역 e스포츠 경기장을 2곳 더 짓기로 합의하였으나, 그 가동률은 40% 내외로(2023, 한국콘텐츠진흥원) 경기장을 지어도 게임대회를 열 수 있게끔 종목사를 설득하는 시도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강원, 충남, 충북, 전남, 전북 등의 지역에서 지역 e스포츠 경기장 구축을 희망하고 있거나, 실제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사업 유치에 매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인 LCK에 디도스 공격이 가해지는 등 e스포츠, 인터넷방송에 대한 '연쇄 사이버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입법부 차원에서의 논의는 미진한 상황이다. 정치권이 디도스 공격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기 쉽지 않겠지만, 그들의 e스포츠에 대한 접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다가올 4년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한국에는 3개의 지역 e스포츠 경기장이 개관하여 운영 중이다. e스포츠 대회 가동률은 40% 내외로 조사됐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④ 게임과 메타버스를 구별 짓는 유일한 나라, 미국보다 앞서 빅테크 제동 건 나라 국회는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안(조승래·김영식·허은아 의원 병합안)을 통과시켰다. "가상융합산업의 진흥을 위한 각종 시책의 추진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메타버스 산업 기본계획의 수립, 전문인력의 양성, 사업자에 대한 지원, 건전한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의 조성 등을 골자로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임시 기준을 마련"하는 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 법은 "메타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 사업자의 조세를 감면"하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아울러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표준화 사업을 위한 전문 인력 육성, 산업 내의 자율규제"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한국은 세계에서 최초로 메타버스와 게임을 구분하고, 메타버스의 발전을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나라가 됐다. 그간 문체부와 과기부는 게임과 메타버스의 구분을 두고 논의를 진행해 왔는데, 이 법이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줄곧 계류되던 이 법안은 연초 급물살을 타게 되어 2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수혜 기업으로는 <제페토>는 게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네이버제트 등이 있다. 정부에서 이 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메타버스 지원을 위한 공적 재원이 적잖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21대 국회는 막바지에 이 법을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여야 의원이 공히 발의한 법안을 반대하기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국회가 이 법을 통과시킨 데 대한 평가를 독자에게 맡기려 한다. 지난 2021년 8월 31일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게임사 등 사업자에게 자사 빌링 시스템을 강제하는 것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리하여 이 법은 '구글갑질방지법'이라는 이름을 득했다. 홍정민, 조승래, 박성중, 양정숙 의원 안이 병합된 것이다. 관련 규제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행됐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는 "한국이 디지털 상거래 독점을 거부한 첫 번째 오픈 플랫폼 국가가 됐다"며 "퍼스널 컴퓨팅 45년 역사에서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서 "이제 전 세계 모든 개발자는 자랑스럽게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썼다. 담당 규제 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맡기로 결정되었으나, 방통위는 구글과 애플을 대상으로 사실을 조사하고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구글은 다른 업체의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면서도 사실상 인앱결제와 다름없는 최대 26%의 수수료를 받게 하면서 이 법의 시행을 우회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에 680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예고했지만, 우회로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 통과에 “나는 한국인이다”라며 격하게 환영했지만, 실효성은 기대 미만이라는 것이 현재 중론이다. (출처: 팀 스위니 X) ⑤ 논란의 중심 된 게임위, 사전심의 폐지 여부는 미완의 과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국회에서 여러 차례 문제의 중심에 선 기관이다. <블루 아카이브> 등급 조정, 게임물관리시스템(GMS) 구축 사업비 횡령 의혹, 국민감사청구 등 여러 문제에서 게임위는 도마 위에 올랐고, 위원회가 스스로 밝힌 혁신 의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상헌 의원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게임위의 국민감사청구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았고, 여기에 동참한 게이머는 5,489명에 이른다. 감사위 감사 결과, GMS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검수 후 대금 지급 등의 계약 관리 업무를 부당 처리한 것 납품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과 용역에 대금을 지급한 것에 대한 비위가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게임위의 비위행위를 멈출 수 있도록 등급분류 기능을 없애거나, 게임물 사전심의 제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2년 10월 14일, 게임물 사전심의의무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회 청원이 발의되어 5만 명의 동의를 넘겼다. 이에 따라서 국회 문체위에서 이 청원을 심사하게 되었는데, 정부와 국회 모두 이 청원을 수용하기에 곤란하다는 의견을 내며 게임물 사전심의에 대한 논의는 정체에 이르게 됐다. 당시 정부는 청원에 "게임물 등급분류제도는 아동 청소년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고, 사행성 게임물 유통을 방지하는 등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답변했고, 국회 문체위에서도 논의의 맥을 바꿀 만한 의견이 제출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지난 국회에서는 게이머의 청원이 사실상 기각되고, 현행 노선이 유지하게 됐다. 다가올 국회에서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에게 모든 게임의 심의를 맡기자는 주장, 게임위를 문체부 산하에 완벽하게 편입하자는 주장, 등급분류 의무 자체를 폐기하자는 주장, 사감위원회에 일부 권한을 넘기자는 주장 등이 쟁명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주제에 관해서는 다른 기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2022년 10월 2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게임위 감사청구 서명. 이날 5,000명 넘는 게이머들이 감사청구에 서명했다. (출처: 이상헌 의원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김재석 8년 동안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서브컬처 스타트업에서 대외협력을 맡고 있다.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 이토록 ‘스트레인지 리얼’한 토요일 – 탑승형 시뮬레이터 게임에 대한 소고
그렇다고 해서 현실 모사를 향한 <에이스 컴뱃>의 시도와 곤혹이 완전히 축소되지는 않는다. 2025년 지스타 컨퍼런스의 세션에서 청중 질의를 소화하던 코노 카즈토키는 시리즈의 근본적인 제약을 쓰게 웃으며 인정한다. 30년 간의 진보를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 게임이 구름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구현했는지 거듭 되풀이하는 이유는, 실상 그 외에 발전사를 검토할 만한 인상적인 요소가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Back 이토록 ‘스트레인지 리얼’한 토요일 – 탑승형 시뮬레이터 게임에 대한 소고 27 GG Vol. 25. 12. 10. 반다이 남코의 <에이스 컴뱃> 시리즈는 간명한 골자를 지닌다. 우수한 파일럿으로 내정된 주인공-플레이어가 전투기를 우수하게 조종하고 적을 사격하여 미션을 완수한다는 내용이다. 전개는 시네마틱과 게임 플레이가 번갈아 제시되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한편 시리즈의 브랜드 디렉터 코노 카즈토키는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이 아닌, 어디까지나 플라이트 슈팅으로서의 <에이스 컴뱃>을 강조한다 [1] . 그와 같은 방점 찍기는 시뮬레이션이라고 천명했을 때의 어떤 경직성이나 엄격함을 다소 우회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슈팅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이를 우회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게임에서의 슈팅 장르가 무엇을 축약할지 관습적으로 합의해 온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HP로 일반화되는 피격, 단순화된 반동, 와중에 귓가를 멍멍하게 울리는 에픽한 사운드트랙 기타 등등… 물론 디지털 게임이 입력과 출력 사이의 복잡한 관계 맺기로 이루어진 만큼, 축약의 논리가 오직 슈팅 장르에서만 유달리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슈팅의 경우 그것이 차용해오는 이미지는 현실의 아우라를 끌어들임과 동시에 조작에서는 편의를 추구해야 했다(현대전을 재연하려 애쓰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조차 훨씬 간결해진 조작을 제공한다). 그렇게 정립된 슈팅은 실상 재연이 아닌 형식에 가깝다. <에이스 컴뱃>도 그와 같은 문법에 동조한다. 일인칭의 카메라 안에 구현된 콕핏 내부에서 조종간이나 계기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읽어내지 않더라도 조작에 불편함이 없다. 기체가 구름을 통과하면 캐노피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디테일이 있지만, 그 사실이 전투기의 작전 수행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이 지점에서 <에이스 컴뱃>은 그들 스스로를 시뮬레이션으로 부르길 겸연쩍어하는 듯하다. 요컨대 코노 카즈토키의 말을 통해 상대적으로 시뮬레이터 장르의 위치를 헤아려봤을 때, 비약하지 않은 현실적인 무언가와 같은 인상이 환기된다. 팬들 역시도 시뮬레이터가 아닌 아케이드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 모사를 향한 <에이스 컴뱃>의 시도와 곤혹이 완전히 축소되지는 않는다. 2025년 지스타 컨퍼런스의 세션에서 청중 질의를 소화하던 코노 카즈토키는 시리즈의 근본적인 제약을 쓰게 웃으며 인정한다. 30년 간의 진보를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 게임이 구름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구현했는지 거듭 되풀이하는 이유는, 실상 그 외에 발전사를 검토할 만한 인상적인 요소가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RPG에서 관습적으로 유형화된 전투를 펼쳐놓을 수 있을 전장을 <에이스 컴뱃>은 채택할 수 없다. 게임이 스스로 의식하는 특유의 제약은 허황되지 않은 것, 현실적인 것을 구현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자신의 신체를 실제적으로 감각할 곳은 일인칭의 조종실인 만큼, 얼마나 조종 환경을 감각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가가 곧 몰입과 직결되기도 한다. 이는 탑승형 시뮬레이터에 대한 일반적 인식과도 어딘가 유사해 보인다. 한번 시뮬레이션이라는 용어 자체가 환기하는 범박한 인상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면 흔히 재현의 외피를 하나둘 벗겨낸 끝에 남는 순수한 조작의 모델을 떠올리게 된다. 탑승형 시뮬레이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탑승형 시뮬레이터는 현실에 적응하는 것을 목표로 엄격하게 설계되었다. 사용자가 어떤 환경에 투입되더라도 적절한 조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세계 2차대전 당시 50만이 넘는 조종사를 훈련시켰다고도 추정되는 링크 트레이너는 훈련생의 조종석과 평가를 위한 외부 교관용 기록을 연동시킨 것과 더불어, 오르간의 공기 펌프를 응용해 비행 역학에서의 스핀이나 윈드 버펫팅을 인위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2] . 즉 시뮬레이터에서는 “현실의 가정에 기초하며, 사용 전에 반드시 검증 과정을 거쳐 현실 시스템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재현할 수 있는지”가 주요한 화두가 된다. 이런 점에서 탑승형 시뮬레이터에 관해 이야기할 때 지속적으로 현실과의 모델 사이의 관계가 위계적으로 소환된다. 시뮬레이터가 가닿고자 하는 현실과, 시뮬레이터가 재현하는 모델 사이를 지속적으로 가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때로 이 위계는 때때로 재미와 같은 가치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재생성된다. 2000년대 초에 제출된 한 연구는 시뮬레이션 게임과 훈련용 시뮬레이터를 구분하려 시도한다 [3] . 개발자적 관점에서 저자들은 둘을 나누는 핵심적인 기준이 재미라고 주장한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재미를 발생시키기 위해 설계되지만, 시뮬레이터에서는 설령 재미가 발생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전자는 재미를 다하기 위해 특수한 목표나 가상적인 환경을 설정하여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를 추구하게 만든다.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에서 플레이어는 트럭을 운전한다는 일차적인 조작 외에도 기업을 경영해야 하며, <월드 오브 워쉽>은 1차대전부터 냉전기에 이르는 20세기의 역사적 맥락을 결합한다. <마리오 카트>는 아예 <슈퍼 마리오>의 캐릭터들을 기수로 삼아 테마파크로서의 닌텐도를 재가공하고 단단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게임들에는 종결 상태가 존재한다. 종결 상태란 적 진영을 말살하는 지령일 수도, 레이스에서 높은 순위를 갱신하는 도전일 수도 있다. 이는 (간접적인 형태로라도) 승리와 패배를 감각하게 만들며, 게임의 재미와도 깊숙하게 연동된다. 시뮬레이션 게임과 달리 훈련용 시뮬레이터의 전개는 시나리오에 기반한다. 현용 운전 시뮬레이터에서 제공하는 장내 기능 시험 주행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인 기능시험장 환경을 조성하고 출발부터 도착까지의 상세한 요소를 구현한다. 사용자는 경사로, 직각 주차, 돌발과 같은 주요 항목을 올바르게 수행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사용자의 입장에서 재미란 언제든지 전도될 수 있는 것이다. 1994년 손갑철은 플라이트 시뮬레이션 입문서인 『컴퓨터 파일럿』을 출판한다. 서문에서 그는 비행 시뮬레이션이 어디까지나 “재미있는 게임”과 다르며, 숙달에 일종의 인고를 요한다고 밝힌다. 하이텔 시뮬레이션 게시판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저술된, A4판형에 382페이지에 달하는 가이드라인인 이 책의 존재 자체가 “독자들 모두 비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후술을 피상적인 격려로만은 읽히지 않게 만든다 [4] . 시뮬레이터가 지향하는 목적인 조작의 숙달 그 자체가 자아내는 재미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시스템 일체와 완전히 동기화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환희는 마치 소울라이크 게임에서 눈과 손의 협응이 완벽히 맞아떨어졌을 때 환기되는 쾌감과 흡사하다. 그리고 이 숙달을 둘러싸고 동원되는 맥락, 외피, 픽션은 결국 플레이와 함께 얽히며 서로의 경계를 뒤흔든다. 더불어 조작에 숙달한 플레이어가 매개될 수 있는 가상적 환경이 점점 정교해질 때, 뒤얽힘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한국이나 인도와 같은 지역을 구현한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2>의 모드는 유럽이 아닌 장소 맥락을 정교하게 부연한다. 비크나쉬바란 나라야나사미의 연구는 가정용 컴퓨터의 연산력이 훨씬 향상됨에 따라 전문화된 영역에서나 활용되던 시뮬레이션이 보다 친숙한 외피를 쓰고 가정용 컴퓨터에서 구동하게 되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개인용 PC의 연산력이 강화함에 따라 더 이상 둘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발흥한 것이다. 하지만 연구가 제출된 시점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시차를 둔 현재의 시점에서, 혹은 그보다 더 멀리, 자원에 구애받지 않고 무언가를 제한 없이 시뮬레이트할 수 있는 일종의 특이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듀나의 소설 『제저벨』은 위의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이다. 이 소설집에서 구체화된 ‘링커 우주 세계관’은 온 우주에 퍼진 링커 바이러스로 인해 생물 개체의 유전적 안정성이 마구 뒤흔들린다는 설정이다. 그 불안정성을 토대로 후천적으로 습득한 형질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독특하게 만든다. 문화적 형질 역시 재생산될 수 있는 탓이다. 작중 토요일이라는 이름의 대륙은 흥미로운 장소로 격상된다. “은하계 곳곳에서 몰려온 밀리터리광들”이 토요일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소 전차전을 재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로 여기며 “당시 무기들을 생산하는 자궁들을 들여”왔다. 마치 탑승형 시뮬레이션의 가상성을 극대화한 것처럼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작품의 소설이 단언하듯, “오로지 놀이만을 하는 자들에게 놀이일 수만은 없다. 그것은 삶이다. 역사이다. 우주이다.” 어느 순간 놀이와 현실의 관계는 도치된다. 사실 “1941년부터 1944년까지 일어났던 실제 역사적 사건을 충실하게 재현”한다는 토요일 대륙의 제1의 목표부터 이미 유희적 목적에 포섭되어 있지 않은가? [5] 토요일에서 벌어지는 모의전의 참가자들이 “진짜 전쟁”을 원했다고 하지만 그게 “놀이일 수만은 없는” 바로 그 “놀이” 그 자체가 아닐 이유도 없지 않은가? 자궁들은 실제 전쟁이 흘러간 달력에 맞추어 고증에 알맞은 무기를 뽑아냄으로써 특정한 플레이 행위 양식을 창출한다. 여기에 참가자들의 몰입에의 의지, 역사적 감수성 따위가 한 데 결합해 반복과 지연을 일삼는다. 되풀이되는 전쟁-놀이의 사이클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 진영의 자궁에 사료라고 불릴 법한 고철들을 되먹인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사료의 디테일로 침잠한 ‘역덕’들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대체 역사적 감각이다. 이처럼 『제저벨』에서는 게임과 현실의 도치가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여기 작용자의 심상과 현실을 매개해 주는 지렛대로 기능하는 것이 전차-자궁이라는 시뮬레이터다. 시뮬레이터는 단지 메커닉의 정교함만을 향해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픽션 그 자체를 향해 수렴하기도 한다. <에이스 컴뱃>이 그들의 가상 세계관을 ‘스트레인지 리얼’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퍽 흥미롭다. 나름의 설득력 있는 현실감 있는 조종은 슈팅의 형식 안에 놓아둔 반면, 픽션 세계관을 ‘리얼’로 명명하기 때문이다. 이 기묘한 도치는 아무리 사실적인 시뮬레이터라 하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밧심이나 이바오 같은 가상 항공 네트워크에서 트래픽이 활발하게 교환되듯 이미 모델화된 현실이 픽션으로 치닫는 순간들, 거기에서 탑승형 시뮬레이터의 고유한 재미가 발생하지 않을까. [1] 박상범. “‘에이스컴뱃’, 3개의 기둥을 지켜온 개발 철학과 기술 진화의 융합. ” 게임뷰. 2025.11.19.등록. https://www.gamevu.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505 [2] “14-April 1929 – Edwin Link Launches the Link Trainer”. Canadian Aviation Museum. https://canadianaviationmuseum.ca/14-april-1929-edwin-link-launches-the-link-trainer/ [3] Narayanasamy, Viknashvaran & Wong, Kok & Fung, Chun & Rai, Shri. (2006). Distinguishing games and simulation games from simulators. Computers in Entertainment (CIE). 4. 9. 10.1145/1129006.1129021. [4] 손갑철. (1994). 『컴퓨터 파일럿』. 서울: 크라운출판사. [5] 듀나. (2012). 『제저벨』. 서울: 자음과모음. 101-104쪽.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김규리 게임이 이야기를 경험시키는 방식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기웃거리다가 최근에는 <마라톤>을 플레이했습니다.
- Three Trends in Western AAA Games Research: Creators, Culture, and Cash.
The AAA space continues to be one where art, industry, and culture coalesce. What games research attunes us to most is that each of these elements, while moving forward, seems to be stuck in stasis where the problems of the past remain unresolved. In the pleasure of the next big release, the anticipation of the next hype cycle, and the excitement of the next awards ceremony, it’s clear that AAA development is no-doubt heading full-bore into a future of even greater artistic heights, but these heights come with even more troubling extremes. Despite interventions on the part of games journalists and academics, and mobilization attempts from game workers, long-standing and pervasive issues with the legitimacy of games, and the exploitation of workers and players alike, persist. Academic work on the AAA space shines a spotlight on the issues that continue to go unresolved while major gaming studios propel forward in the perpetual quest for artistic recognition, prestige, and the almighty dollar. < Back Three Trends in Western AAA Games Research: Creators, Culture, and Cash. 10 GG Vol. 23. 2. 10. On December 8th, 2022, the 9th iteration of The Game Awards, a Hollywood-style awards show “celebrating the best in games,” streamed live to 103 million viewers. 1) Not unlike the Oscars, The Game Awards is an amalgamation of industry recognition for games large and small, a validation of the artistic or technical merits of games, and an indicator of the cultural spaces games are being marketed towards. While The Game Awards does recognize smaller games, it is largely part of the cultural apparatus of AAA marketing and recognition for the most recent blockbuster games. Indeed, the Game Awards have been a hype and marketing machine, where numerous awards are given out rapid-fire style without ceremony or acceptance speeches to make room for trailers, first-looks, and gameplay premieres, some of which include elaborate musical presentations, or lead-ins from super-star creators like Hideo Kojima, famous for the Metal Gear franchise (Konami), and more recently Death Stranding (Kojima Productions, 2019). The largest AAA titles such as last year’s God of War: Ragnarok (Sony, 2022) and Game of the Year Winner Elden Ring (FromSoftware, 2022) get the lion’s share of the screen time, and while smaller games are not forgotten, it is mainly a night to celebrate and market big budget and mainstream games. Not inconsequentially, the night ended with a now-infamous young man crashing Hidetaka Miyazaki’s acceptance speech - another reminder that no matter how much we dress up mainstream games culture there is a level of meme-driven social deviance bubbling beneath the artifice. This confluence of socio-economic forces as seen through the pageantry of The Game Awards is emblematic of three linked trends within Western research on the AAA game space: First is the creative domain and the artistic merits of big budget games. Second is the cultural domain, which is concerned with both the studio spaces and work environments that produce and ship these large-scale projects, which tie into the cultures of play that grow out of communities of players. Third is the monetary element through the marketing and monetization of games as premium entertainment experiences. This article is a brief introduction to a small portion of the discourse around these trends in the context of AAA games. To begin with the creative and artistic merits of games, it’s important to understand that a great deal of media and scholarly attention on games into the late 1990s and early 2000s focused on the harms and benefits of games on society, with the largest emphasis on the impact of violent gaming content on children and youth. 2) While many players and some scholars of this time implicitly understood games as having artistic value, there was a prevalent current of thought that saw games as a lesser media form. As Felan Parker notes, the discussion around games and their artistic merit came about in the wake of American film critic Roger Ebert’s notorious, and still oft-quoted comments, “that games can never be art,” between 2005 and 2010. 3) More attention within journalism and academic spaces was reserved for this debate in the wake of these comments, and one strategy to uplift games from this ‘non-art’ assumption was to elevate game designers as auteur figures, not unlike world-famous Hollywood directors who are able to leave a distinct artistic flourish on their games. 4) This trend is still visible through the elevation of key directors at The Game Awards just a few months ago. AAA games, due to their high visibility and large budgets for production and marketing, maintain a status as flagship games for new consoles. They are also more likely to be games that push the technological limits of design, and so dominated the discussion of artistic games until the indie boom of the early 2010s. Brendan Keogh notes that AAA game studios operate under large publishers most interested in making profits, and so many games designed within a AAA framework have traditionally been conventional or risk-averse. 5) Yet, the legend of the videogame auteur continues, and games like Kojima’s Death Stranding (Kojima Productions, 2019) can make unconventional choices regarding gameplay and aesthetic, while ‘indie’ games make up a much smaller portion of games discourse than they did through the 2010s. In part, AAA has both been influenced by and co-opted elements of ‘Indie’ design and aesthetic. 6) There are certainly familiar AAA games that do not defy convention with any regularity, such as annual sports releases or FPS franchises like Call of Duty (Activision). Awards season, and to a larger extent games journalism, has adapted to celebrate a form of AAA game that takes the familiar tropes and genre conventions of yesteryear’s big budget titles while providing the slightest bit of something new or challenging to our collective sensibilities, thereby offering a hint of indie spirit that upholds the idea that these titles are the products of auteurs. In part because the ‘are games art’ debate is still alive in popular culture, players and the industry support this arrangement because it seems to validate gaming as an activity, while elevating the cultural cache of games which will ultimately sell more copies and grow the consumer base. The inner workings of the AAA studio space are unfortunately lost in the emphasis of the auteur figure, but this has also been taken up in academic work on AAA games. There are two prominent topics when thinking about AAA work culture: overwork and the gendered work space. An early piece on overwork in the games industry was written by Dyer-Witheford and de Peuter in 2006, and examined labor exploitation, burnout, worker turnover, and struggles to unionize within this extreme work culture. 7) Twelve years later, in 2018, former Kotaku writer Jason Schreier posted an exposé on the overwork, or ‘crunch culture’ within Rockstar Games as the company was finishing work on Red Dead Redemption II (Rockstar Games, 2018). 8) Despite being a known issue within big budget game development for nearly two decades, crunch persists and continues to be a key topic of analysis, particularly as scholars explore possibilities for unionization and workers rights. 9) Related to this is the gender divide within game studios. Drawing from a 2013 Game Developer’s Magazine survey, deWinter and Kocurek point out that “the gendered disparity in salary is significant in all areas of game employment except programming and engineering (which is 96 percent male).” 10) Contrary to assumptions that this is because women to not play games or are averse to entering the games industry, deWinter and Kocurek found that women were far more likely to be alienated by the workplace culture that has itself been influenced by the toxic and misogynist elements of game culture, and as a consequence would burn out more quickly and leave the industry. 11) Much of the work written on games culture indirectly engages with AAA games precisely because of this feedback loop between the culture and the workplace. Critically, any change to either the player culture or work culture of gaming needs to occur simultaneously between the labor and leisure spaces of gaming culture. Recently much of the focus on AAA games, and gaming in general, has been on business models and monetization. In particular, the prevalence of microtransactions, loot boxes, and battle passes. While these tend to be associated with mobile and free-to-play games, there is no set definition for AAA games and so there is no inherent exclusion of a game from the AAA category based on a free-to-play model. As Daniel Joseph’s work on battle passes shows, big-budget games produced by large studios, such as Apex Legends, DOTA 2, or Fortnite, can use free-to-models and microtransactions as the primary method of monetizing their games. 12) Importantly for Joseph, these models effectively turn games into shopping platforms that obfuscate their primary goal of extracting money from the consumer. 13) Exactly how predatory these models are becoming is of great concern, as is the way microtransactions change what kinds of AAA games are being made as there is a much larger emphasis on the service, or seasonal model of games precisely because they can make more money off of their players. It isn’t just a question of exploitation, but how these monetization models change the way AAA games are made and how they’re consumed. Building on the labor issues within AAA design, this also is creating new forms of crunch, as Joseph points out that Fortnite developers “...reported exhausting 100-h work weeks due to the massive success of the game and the drive to constantly be developing for the next season and battle pass.” 14) The AAA space continues to be one where art, industry, and culture coalesce. What games research attunes us to most is that each of these elements, while moving forward, seems to be stuck in stasis where the problems of the past remain unresolved. In the pleasure of the next big release, the anticipation of the next hype cycle, and the excitement of the next awards ceremony, it’s clear that AAA development is no-doubt heading full-bore into a future of even greater artistic heights, but these heights come with even more troubling extremes. Despite interventions on the part of games journalists and academics, and mobilization attempts from game workers, long-standing and pervasive issues with the legitimacy of games, and the exploitation of workers and players alike, persist. Academic work on the AAA space shines a spotlight on the issues that continue to go unresolved while major gaming studios propel forward in the perpetual quest for artistic recognition, prestige, and the almighty dollar. 1) Zheng, Jenny. “The Game Awards 2022 Received Over 103 Million Views, Sets New Viewership Record.” Gamespot. December 16th, 2022. 2) Ivory, James D., “A Brief History of Video Games.” The Video Game Debate: Unraveling the Physical, Social, and Psychological Effects of Digital Games. Edited by Rachel Kowert and Thorsten Quandt. 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2016, 16-17. 3) Parker, Felan. “Roger Ebert and the Games-as-Art Debate.” Cinema Journal 57, no 3 (2018):77-79. 4) Ibid., 95-96. 5) Keogh, Brendan. “Between Triple-A, Indie, Casual, and DIY: Sites of Tension in the Videogames Cultural Industries.” The Routledge Companion to the Cultural Industries. Edited by Kate Oakley and Justin O’Connor. 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2015. 153-154. 6) Lipkin, Nadav. “Examining Indie’s Independence: The Meaning of ‘Indie’ Games, The Politics of Production, and Mainstream Co-optation.” Loading… The Journal of the Canadian Game Studies Association 7, no 11 (2012): 8-15. 7) Dyer-Witheford, Nick, and de Peuter, Greig. “‘EA Spouse’ and the Crisis of Video Game Labour: Enjoyment, Exclusion, Exploitation, Exodus.” Canadian Journal of Communication 31, no 3 (2006): 599-617. 8) Schreier, Jason. “Inside Rockstar Games’ Culture of Crunch. Kotaku. October 23rd, 2018. 9) Cote, Amanda, and Harris, Brandon, C. “‘Weekends Became Something Other People Did’: Understanding and Intervening in the Habitus of Video Game Crunch.” Convergence: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New Research into Media Technologies 27, no.1 (2021): 161-176. 10) deWinter, Jennifer and Kocurek, Carly. “” Gaming Representation: Race, Gender, and Sexuality in Video Games. Edited by Jennifer Malkowski and Treaandrea M. Russworm.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2017, 65. 11) Ibid. 12) Joseph, Daniel. “Battle Pass Capitalism.” Journal of Consumer Culture 21, 1 (2021):68-83. 13) Ibid., 81. 14) Ibid.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Marc Lajeunesse Marc is a PhD candidate in Concordia University'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studies in Montreal, Canada. Marc’s research focuses on toxicity in online games. He is driven to understand toxic phenomena in order to help create more positive conditions within games with the ultimate hope that we can produce more equitable and joyful play experiences for more people. He has published on the Steam marketplace and DOTA 2, and is a co-author of the upcoming Microstreaming on Twitch (under contract with MIT Press).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공모전] 모순된 세계의 충돌을 '다시' 그릴 때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미지를 좇는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고, 누군가에게는 믿음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며, 현재 우리가 가진 논리나 통용되는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진실이 존재한다는 믿음. < Back [공모전] 모순된 세계의 충돌을 '다시' 그릴 때는 13 GG Vol. 23. 8. 10. 인간은 본능적으로 미지를 좇는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고, 누군가에게는 믿음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며, 현재 우리가 가진 논리나 통용되는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진실이 존재한다는 믿음. 누군가에겐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이 그러할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 소설가 러브크래프트H. P. Lovecraft에 의해 발전한 이 세계에는 흥미로운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우리가 결코 감당할 수 없는 불가해한 힘, 또는 현실, 또는 진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된 인간은, 그 압도적이고 불가해한 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무기력한 태도가 바로 두 번째 요소다. 이 거대한 힘에 비하면 인간은 말 그대로 미물만도 못한 존재이며, 자신의 비천함을 받아들이고, 모든 존엄을 내려놓고, 그저 이 힘이 가진 무자비한 의지에 무릎을 꿇는다. 불가해하고 거대한 힘과 이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무력함. 러브크래프트는 늘 무언가를 상실한 것으로 묘사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혼란과 두려움, 무기력을 이러한 구도로 표현했다. 프로그웨어Frogwares는 2006년, <셜록 홈즈 디 어웨이큰드Sherlock Holmes The Awakend(이하 ’06)>를 통해 러브크래프트와 셜록 홈즈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앞서 말했듯 러브크래프트가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과 그에 대한 무력함을 말한다면, 셜록 홈즈는 인간의 이성과 논리를 통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없음을 증명하는 인물이다. 이 두 세계가 충돌했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는, 얼핏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상대가 가진 장점에서 비롯된 한계를 정면으로 공격할 수밖에 없는 구도를 지닌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이 이야기는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2023년, 프로그웨어는 이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말 그대로, 다시 만들었다. 이들은 20여년 전 자신들의 유산에서 새로운 시각과 이야기, 돌파구를 찾았고, 불가해한 세계에 맞서는 논리의 투사를 다시 한번 그려냈다. 2006년의 홈즈에서 2023년의 홈즈가 되기까지 2000년대 프로그웨어의 셜록 홈즈 시리즈는 고전적인 어드벤처 퍼즐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시나리오는 스테이지의 형태로 구성되었고, 플레이어는 각 스테이지를 풀어나가기 위해 주변에서 유용한 아이템을 모았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확보한 문서들은 퍼즐을 위해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단서로 쓰였다. <’06> 역시 이러한 형식을 따르고 있었고, 이를 통해 탐정 셜록 홈즈와 파트너 존 왓슨, 기벽을 가진 두 신사의 모험이라는 고전적인 컨셉을 충실히 구현했다. 이런 형태의 ‘모험’은 <셜록 홈즈의 유언The Testament of Sherlock Holmes(2012)>에서 종언을 고한다. <셜록 홈즈: 죄와 벌Sherlock Holmes: Crimes and Punishiments(2014, 이하 죄와 벌)>이 보여준 것은 단순히 향상된 그래픽뿐만은 아니었다. ‘인물 묘사’, ‘기록 보관소’, ‘기억의 궁전’ 등 지금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 사용되는 핵심적인 추리 시스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셜록 홈즈의 관점에서 직접 추리를 시도해야 했다. 그리고 2021년 작 <셜록 홈즈 챕터 원Sherlock Holmes Chapter One(이하 챕터 원)>에 이르러, 프로그웨어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만들어왔던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역설적이게도, 셜록 홈즈 시리즈의 주인공은 오랫동안 그 자신의 그림자에 가려져있었다. 셜록 홈즈가 겪는 모험은 이야기를 위한 흥미로운 소재로 쓰이기에 충분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 자체의 견고함이 필요했다. 때문에 그 자체로 개성이 강하고 존재감이 뚜렷한 이 캐릭터는 그 기본적인 묘사 이상으로 접근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웨어는 이 견고하고 뚜렷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의 내면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2023년 작 <셜록 홈즈: 디 어웨이큰드Sherlock Holmes The Awakend(이하 ’23)>가 출시되었다. <’23>은 단순히 <’06>의 시나리오를 <챕터 원>의 시스템에 입히는 리메이크를 시도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현실적인 한계들도 있었겠지만, <챕터 원>에서 시도되었던 오픈월드 구조나, 플레이어가 결말을 선택하는 시스템을 <’06>의 시나리오에 구태여 입히려 애쓰지 않는다. <챕터 원>에서의 오픈월드 구조 대신, <’23>은 <’06>의 스테이지식 구성을 활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챕터 원>의 유산을 거부하고 <’06>을 그대로 구현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프로그웨어가 이 리메이크를 위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선택했으며, 이를 통해 무엇을 만들려 했는지다. 셜록 홈즈의 러브크래프트적 붕괴 <챕터 원>에서 프로그웨어는 홈즈에 대한 더욱 내밀한 관점을 구축했다. 이 관점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홈즈가 가진 광기, 진실(사건 해결)에 대한 집착이라는 잠재적인 광기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상실한 그는 끊임없이 진실의 가치와 중요성을 역설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그가 스스로에게 저지르는 신체적, 정신적인 자해 행위를 수반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단순히 난제를 푸는 지적 유희가 아니라, 결핍된 진실을 추구하는 홈즈의 본능적 갈망으로 그려진다. 때문에 <’06>에서 낯설고 기이한 세계를 맞이하는 셜록 홈즈가 이성과 논리의 영역에서 이 세계를 ‘관찰’하며 수사에 몰두하는 것과 달리, <’23>에서 홈즈의 수사는 단순히 국제적인 실종과 인신매매라는 범죄의 배후를 찾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진실을 원한다. 저들이 말하는 세계, 저들이 섬기는 불가해한 힘, 그 오래된 신의 존재. 그것이 현실인지, 현실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홈즈는 저들의 세계에 직접 뛰어든다. 이로써 <’23>은 <’06>에서보다 더 내밀하고 노골적으로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표현한다. <’06>에서 기괴한 신의 조각상과 잔혹한 의식에 대한 묘사에 그쳤던 컨셉은, 셜록 홈즈라는 샤먼을 매개로 이 불가해한 세계를 직접 보여주는 레벨을 중간중간 삽입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이는 프로그웨어의 <싱킹 시티The Sinking City(2019)>에서 연구, 사용되었던 유산을 마음껏 활용할 기회가 될 뿐 아니라, 플레이어로 하여금 직접 이 혼란스러운(그리고 흥미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하며, 이를 겪는 셜록 홈즈를 붕괴시킨다. <’23>은 셜록 홈즈가 겪는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경험을 플레이어블 레벨로 제공한다. 앞서 말했던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요소인 불가해한 세계와 그에 대한 무기력, <’23>은 셜록 홈즈를 통해 이를 충실히 구현하며, 이렇게 붕괴한 셜록 홈즈가 다시 그에게 요구되는 ‘셜록 홈즈’로써의 역할에 충실하려 할 때 이 무력함은 극대화된다. <챕터 원>에서 홈즈는 어머니를 앗아간 광기가 언젠가는 자신을 덮치게 될지 모른다는 근원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다. <’23>에서는 마침내 광기에 잠식되었을 때, 그 날카로운 추론 능력과 예리한 감각은 더 이상 없을 것임을 실제적인 위협으로 느낀다. 그리고 매 순간, 자신이 이러한 능력을 잃고 있음을 누구보다도 절감하며 더욱 빠르게 붕괴한다. 여정의 최종장인 로체스터와의 조우. <’06>에서 등대 꼭대기에 올라선 로체스터에게 ‘당신을 사랑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라’고 설득하던 ‘협상’ 장면은, <’23>에서 여정을 좇으며 목격한 진실에 결론을 내리는 ‘자기 고백’의 장면이 된다. '당신들처럼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할까 두렵다'는 그의 고백은 결국 '이 모든 것은 현실'이라는 무력하고, 그가 끝까지 거부하려 했던 선언으로 귀결된다. 플레이어는 이 대화에서 제공되는 다른 대답을 선택할 수 없다. <’06>에는 이러한 선택지 대화 자체가 없었고, <챕터 원>에서는 매 선택지가 분기성을 띄었으며, <’23>의 다른 대화에서도 선택지를 통한 게임 오버 처리의 사례가 없다는 점을 봤을 때 이 대화 장면은 더욱 흥미롭다. 이는 결국 플레이어 역시 셜록 홈즈가 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무력한 순간을 함께 경험할 것을 요구받는 장면이다. 불가해한 세계로 입장하면서 여정을 시작한 그는 끝내 굴종과 무기력이라는, 러브크래프트 풍의 서사를 완성하는 불가피한 운명을 뼛속 깊이 맞이한다. 새롭게 지어진 셜록 홈즈의 세계 <’23>에서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핵심 요소들은 셜록 홈즈라는 인물을 통해 셜록 홈즈의 세계관에 녹아들었다. 그렇다면 셜록 홈즈의 세계관은 러브크래프트를 어떻게 수용하고 반응하는가? 러브크래프트의 무기력과 절망을 표현하면서 어떻게 범죄를 해결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셜록 홈즈의 세계관을 지킬 수 있는가? <챕터 원> 이후로 프로그웨어가 보여주는 괄목할 만한 행보 중 하나는, 다른 주요 캐릭터들을 적극적으로 서사에 끌어들여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챕터 원>은 셜록 홈즈의 내면과 개인사를 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셜록 홈즈와 존 왓슨, 마이크로프트 홈즈라는 세 인물 간의 관계를 구축한다. 그리고 이는 서사를 이끌어가고 작품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에 있어 지속적으로 유용한 자원을 제공한다. 프로그웨어의 이전작들에서, 존 왓슨은 그다지 존재감과 역할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모험에서 그는 사건과 한 발짝 떨어져 있다가 뒤늦게 따라잡거나, 홈즈가 여러 이유로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할 때, 그 역할을 대신하는 캐릭터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존 왓슨의 역할은 <’06>에 비해서도 눈에 띌 정도로 분량이 늘어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현실적인 인물인 그는 홈즈처럼 이 불가해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그러나 홈즈가 실마리를 찾기 위해 심연에 몸을 던지는 역할이라면, 현실의 영역에 머무르며, 끊임없이 닥치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홈즈와 홈즈의 현실을 수호하는 것이 왓슨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무엇을 지켜야하는 지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해 판단하고 행동한다. 다음 여정으로 향하는 기차를 탈 때면, 홈즈와 왓슨은 서로의 상처를 나눈다. 두 사람 모두 이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방황하고 있고, 적어도 이 방황을 함께하고 있다. 이는 <’06>의 같은 장면을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유대감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각색된 장면으로, 후에 서술할 작품의 메세지를 뒷받침하는 장치가 된다.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기차 장면은 두 사람의 유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각색되었다. 마이크로프트 홈즈를 해석하는 관점 역시 <챕터 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구축된다. 그는 광기가 어머니를 집어삼키는 과정을 지켜봤고, 그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었으며, 동생인 셜록을 이 진실로부터 보호하는 젊은 가장으로 등장한다. 때문에 <’06>에서 편지를 통해서만, 셜록 홈즈의 수사를 돕는 유용한 정보원 정도로 등장했던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23>에서는 셜록 홈즈의 수사와 삶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근거를 가진다. 그는 동생이 또 다른 광기에 빠져 기이한 세계로 끌려들어 가는 것을 염려하고, 분노하며, 조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결국, 셜록이 이 사건을 빠르게 종결하도록 가장 결정적인 증거를 손수 제공한다. 그가 제공한 자료는 작품을 곧바로 종막으로 이끈다. 끈질기게 추적해왔던 사건의 배후, 핵심적인 의문이 다른 이에 의해 손쉽게 풀려버린다는 전개는 <’06>에서 역시 다소 갑작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23>은 이 전개를 그대로 가져오며, 홈즈의 자기 구원 - 사건을 해결하고 진실을 찾는 여정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존 왓슨이 셜록의 붕괴에 분노한 마이크로프트를 설득해 내는 장면으로 각색한다. 존 왓슨이 마이크로프트 홈즈와 독대, 설득하는 장면은 <’23>에서 추가되었다. 이 간단한 액트를 통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시나리오를 전달하는 기회이며 장치가 된다. 주요 인물들이 서로의 관점을 펼치고 대립하며 서로에 대한 생각과 결심을 표현하는 장치다. 주인공인 셜록 홈즈가 누구보다도 극단적으로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에 휘말려 붕괴하는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적극적인 묘사와 구도의 구축은 셜록 홈즈의 세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러한 안전장치들에 기반해, 러브크래프트와 셜록 홈즈 세계관의 합은 드디어 결론에 다다른다. 절망과 무기력, 그리고 그 너머 마침내 사건을 해결했고, 세상을 구했고, 원하던 진실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홈즈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싱킹 시티>의 결말을 고려했을 때도,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이야기에서 모든 불안과 의혹으로부터 승리하는, 셜록 홈즈 세계관의 영광스러운 승리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23>의 결론은 이 승리의 상처 너머에 있다. <’06>의 셜록 홈즈는 철저히 외부인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관찰하고 접근한다. 로체스터의 의식을 막고, 그에게 자수를 설득한다. <’23>은 이 협상 장면의 방향을 러브크래프트 풍의 자기고백 장면으로 전환하며, <’06>에서 부재했던 한 가지 요소를 더한다. 로체스터는 불가해한 진실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셜록 홈즈를 굴복시키는 데에 성공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와 그의 신을 좌절시키는 것은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관계’다. 홈즈와 왓슨의 관계, 이 전형적인 주제가 <’23>에서는 오히려 두 세계의 충돌이 낳는 모순을 돌파하는 해결책이 된다. 로체스터와 달리 셜록 홈즈에게는 언제든 그를 현실로 끄집어낼 친구가 있었다. 존 왓슨의 존재, 이 관계 덕분에, 홈즈는 사건을 해결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셜록 홈즈 식 결말을, 스스로의 붕괴라는 러브크래프트적 결말을 성취하는 동시에 이끌어낸다. 그리고 이 관계에서 조금 더 시야를 확장해 보면, 뉴올리언즈 챕터의 각색된 결말이 눈에 들어온다. 홈즈와 왓슨이 구해낸 아네슨은 뉴올리언스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폭력들을 막기 위해 이 사건에 뛰어들었지만, 그 결과로 심각하게 손상되고 붕괴되었다. 그를 염려하는 연인 루시와 수사를 도와준 샴페인은 그의 회복을 도울 것을 약속하며, 그가 이루고자 했던 뉴올리언즈의 정의를 위해 싸움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 그러니까 이 작품에서, 홈즈와 왓슨의 관계는 작품의 메세지를 담은 단면이다. <’23>은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의 무기력과 절망을 포용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그 너머로 나아가 제시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의 존재, 이들과의 관계. 붕괴한 셜록 홈즈와 아네슨을 지탱하고, 그들이 폭력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며 세상을 구하게끔 만드는 것은 그들 주변을 지키는 존, 마이크로프트, 루시, 샴페인과 같은 인물들이다. 모순 가득한 두 세계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다 러브크래프트와 셜록 홈즈라는 두 세계의 조우 한복판에서, 셜록 홈즈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사건을 파헤치고 진실을 밝혀냈으며, 거대한 범죄를 막고 사람들을 구해냈다. 이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이 가진 가치관을 깊이 있게 체화했다. 이는 프로그웨어가 전작인 <챕터 원>에서 구축한, 진실에 대한 집착이라는 셜록 홈즈의 성향에 의해 지치지 않고 추동되었으며, 플레이어 역시 모순적인 두 세계를 오가면서 셜록 홈즈의 내면이 겪는 여정을 함께한다. <’23>에서 이 여정은, 원작에서의 기이하고 잔혹한 사건을 수사하는 모험에서 더 나아가 두 세계의 조우, 그 너머를 바라보는 관점을 결론으로 제시한다. 러브크래프트가 표현하는 공포와 절망, 이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모든 것이 압도적인 힘을 가진 신에 의해 무용해질 수 있다면, 인간은 무엇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불가해한 신의 힘, 또는 사건의 해결이라는 승리를 넘어선 곳에서 제시된다. 셜록 홈즈와 존 왓슨,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관계, 이 관계가 상징하는, 현실에 존재하는 타인들과의 견고한 유대와 삶에 있다. <챕터 원>에서 구축된 인물들 간의 서사, 그리고 20여 년의 간극을 뛰어넘기 위해 선별되고 집중된 플레이 요소들은 쉴 새 없이 맞물려 돌아가며 모순과도 같은 두 세계의 조우라는 이야기를 성립시키고 메세지를 끌어내는데에 기여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이머) 박해인 게임에서 삶의 영감을 탐색하는 게이머. 게임의 의도와 컨셉을 전달하는 방식들을 분석하는 데에 관심이 많습니다.
- [Editor's View] Ways of Seeing
아이템을 기획하는 내내 편집위원들과 편집장은 보는 게임이라는 개념의 모호함에 대해 토로했다. 어디까지가 게임일 것인가? 어디부터가 게임의 변화인 것인가? 인간의 역사가 늘 그래왔듯이 우리는 동시대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즉시성있는 답변보다 늘 우직하게 본질을 바라보는 질문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보는 게임’의 시대에 감히 어떤 정답을 내리기보다는, 다양한 질문과 사유를 통해 이 시대 게임의 변화를 사유하는 계기로 ‘GG’3호가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 < Back [Editor's View] Ways of Seeing 03 GG Vol. 21. 12. 10. 이제는 고전이 된 존 버거의 ‘본다는 것의 의미Ways of Seeing’라는 책을 기억한다. 본다는 행위는 결코 영원히 고정된 의미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며, 시대와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지며 변화해 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심지어 ‘보는 것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게임이라는 매체에까지도 닥쳐온 듯 하다. 오랫동안 디지털게임은 그 중심에 직접적인 상호작용성이 있다고 이야기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현실에서는 이러한 개념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현상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플레이어의 개입이 줄어든 방치형 게임, 타인의 게임플레이를 보며 즐기는 e스포츠나 게임스트리밍 등은 게임에 대한 관점을 보다 새롭게, 혹은 보다 폭넓게 정립하기를 요구한다. ‘게임제너레이션’ 3호는 바로 그 ‘보는 게임’ 현상에 주목했다. 플레이어의 개입이 줄어든 오늘날의 게임을 게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부터 이 변화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의 대중화에 대한 해석까지 우리는 적지 않은 과제를 받아안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다양한 시선의 다채로운 고민을 담고자 했다. ‘보는 게임’에 대한 두 접근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도 사뭇 다른 관점을 취한다. 윤태진과 이상우는 각각 ‘본다’는 행위가 만들어내는 변화와, 그 변화로부터 나타나는 공백에 주목한다. ‘보는 게임’이라는 변화의 중심에 있는 방치형 게임이 만들어내는 플레이를 관찰하는 박이선의 글은 플레이어라는 주체의 위치와 자세를 되묻는다. 홍영훈은 e스포츠팀 속 개인으로서의 게이머라는 존재가 갖는 정체성을 되물으며, 가깝지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일본의 게임문화 속 ‘보는 게임’의 의미는 신주형의 추적 끝에 우리 앞에 되살아난다. ‘트렌드’에서는 세 가지 테마를 관찰한다. 2021년 국감에 등장한 게임 접근성 문제는 어느새 대형 게임에서는 조금씩 적용되고 있는 트렌드다. 오랫동안 우리 곁을 맴도는 질문, 왜 한국의 콘솔게임 점유율이 낮은지에 대한 소고는 최근 들어 늘어나기 시작한 한국 게임제작사들의 콘솔 도전과 맞물린다.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가 보여준 전체채팅 금지라는 정책의 도입과 재철회 이슈는 그 원인인 온라인게임 채팅의 문제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아티클 부문은 ‘보는 게임’의 또다른 반대편인 ‘듣는 게임’에 관한 임태훈의 글로 서두를 연다. 12월 개최되는 실험게임축제 ‘아웃오브인덱스’의 주최자인 박선용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서울 합정역 인근에서 열린 미술전시 ‘로우스코어 걸’은 게임의 방법론을 활용하고자 하는 미술의 도전을 보여주며, ‘메탈기어’ 시리즈와 주인공 스네이크의 통시적 변화를 다룬다. ‘데스루프’ 가 보여주는 회귀와 게임이라는 텍스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회귀성에 대한 영원회귀로의 접근, 실황중계를 통한 간접체험의 시대를 들여다보는 글들이 준비되어 있다. 인터뷰는 e스포츠, 유튜브, 방치형게임을 선택했다. 게임을 통해 교육을 준비하는 젠지 글로벌아카데미, 보는게임 시대의 중심에서 살아가는 게임유튜버 김성회, 대표적 방치형게임으로 거론되는 ‘어비스리움’의 운영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날의 보는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품고자 애썼다. 아이템을 기획하는 내내 편집위원들과 편집장은 보는 게임이라는 개념의 모호함에 대해 토로했다. 어디까지가 게임일 것인가? 어디부터가 게임의 변화인 것인가? 인간의 역사가 늘 그래왔듯이 우리는 동시대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즉시성있는 답변보다 늘 우직하게 본질을 바라보는 질문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보는 게임’의 시대에 감히 어떤 정답을 내리기보다는, 다양한 질문과 사유를 통해 이 시대 게임의 변화를 사유하는 계기로 ‘GG’3호가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핑, 협상, 그리고 그림 -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소통하는가?
게임은 본질적으로 소셜입니다. 1970년대 후반의 MUD게임에서부터 90년대 초반의 MMORPG에 이르기까지, 게임을 하는 것은 사회성을 기르고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져 왔습니다. 미디어에서 만연한 ‘외톨이’ 게이머의 스테레오 타입과는 정반대입니다. < Back 14 GG Vol. 23. 10. 10. Tags: 핑, 커뮤니케이션, 트롤링, 음성채팅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Cortney Blamey Courtney is a Communication PhD student and game designer at Concordia University, Montreal, Canada. Her doctoral research concentrates on the process of meaning-making in games tackling serious themes and exploring this relationship between player and designer in her own critical game design process. Her previous research unpacked Blizzard’s approach to community moderation in Overwatch by investigating both developer and community inputs on forums. She is a member of the mLab, a space dedicated to developing innovative methods for studying games and game players and TAG (Technoculture Arts and Games). (Game Researcher) Marc Lajeunesse Marc is a PhD candidate in Concordia University'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studies in Montreal, Canada. Marc’s research focuses on toxicity in online games. He is driven to understand toxic phenomena in order to help create more positive conditions within games with the ultimate hope that we can produce more equitable and joyful play experiences for more people. He has published on the Steam marketplace and DOTA 2, and is a co-author of the upcoming Microstreaming on Twitch (under contract with MIT Press).
- 시각장애인에게 지하철역은 미로 던전이다 - <사운드스케이프> 제작사 오프비트 황재진 대표
지난 11월 29일 개최된 ‘버닝비버 2024’는 인디게임 창작자들의 다양한 열정과 실험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열린 인디게임 컬처&페스티벌이다. 사흘간 총 83개의 인디게임 부스가 열리고 1만여 명의 관람객이 참여한 이 행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 중 하나는 <사운드스케이프>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 이 게임은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구현한 탈출 게임으로, 게임의 독특한 시각화 방식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로 인해 호평을 받았다. 그간 유사한 컨셉의 게임이 소수 있었지만 특히 대학생으로 구성된 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새롭다. < Back 시각장애인에게 지하철역은 미로 던전이다 - <사운드스케이프> 제작사 오프비트 황재진 대표 22 GG Vol. 25. 2. 10. 지난 11월 29일 개최된 ‘버닝비버 2024’는 인디게임 창작자들의 다양한 열정과 실험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열린 인디게임 컬처&페스티벌이다. 사흘간 총 83개의 인디게임 부스가 열리고 1만여 명의 관람객이 참여한 이 행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 중 하나는 <사운드스케이프>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 이 게임은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구현한 탈출 게임으로, 게임의 독특한 시각화 방식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로 인해 호평을 받았다. 그간 유사한 컨셉의 게임이 소수 있었지만 특히 대학생으로 구성된 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새롭다. 이번 호에서는 <사운드스케이프>의 개발자이자 인디 게임 개발팀 ‘오프 비트’에서 활동하는 황재진 팀장을 만나, 게임의 제작 과정과 출시 계획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게임 씬의 젊은 게임 개발자 개인이 겪게 되는 다양한 궤적과 어려움에 대해서도 조명해 보았다. -------------------------------------------------------------------------------- 이경혁 편집장: GG의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안녕하세요, 현재 아주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에 재학 중이고 ‘오프비트’라는 인디 게임 개발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황재진이라고 합니다. <플레이리스트>라는 리듬 게임을 시작으로 2023년부터 팀을 꾸려서 개발을 시작했고 2024년 여름부터는 <사운드스케이프>라는 게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희가 처음 버닝 비버에서 서로 만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게임이 나온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 굉장히 젊은 분들이 만드셨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사운드스케이프>는 플레이어가 전맹 시각장애인의 입장이 되어 지하철 내 점자블록 같은 장애인 편의 시설을 실제로 활용해 보면서, 지하철을 타러 가거나 역을 나오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게임입니다. 게임 내 배경인 대한민국 지하철 역을 최대한 현실과 동일하게 만들었고, 편의시설들도 기능적으로 모두 구현해서 최대한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생생하게 살리자는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실 게임을 위한 아이디어 기획 단계에서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이 생각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 어떤 계기가 있어 이 아이템을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우선 제가 재미있게 했던 게임 중 <스캐너 솜브레>라는 게임이 있었어요. 지금 저희 게임에서 가지고 있는, 지팡이를 짚으면 점이 찍히며 소리가 시각화되는 시스템의 모티브가 된 게임입니다. <스캐너 솜브레>에는 라이다 스캐너라는 게 있는데 화면을 대고 클릭하면 그 공간에 점이 주르르 찍히거든요. 그런 식으로 공간을 파악해 가며 길을 찾는 걷기 시뮬레이션 공포 게임인데요. 처음 그 게임을 했을 때 이런 식으로도 게임의 비주얼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해서 그거를 유니티로 똑같이 구현해 봤거든요. 주변 지인들에게 한번 보여줘 봤더니 어느 선배가 이거 시각장애인이 체험하는 느낌 같다는 피드백을 줘서 염두에 두게 됐어요. 그러다가 제가 다니는 대학교의 학점 인정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는데, 기획을 위해 좀더 조사를 해 보니 생각보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인 점자나 점자블록 상태가 좋지 않더라고요. 제 기억으로 점자블록 설치율은 50%였고 그 중에서도 제대로 설치된 적정 설치율은 45% 정도였어요. 이런 부분을 게임으로 녹여내면 일종의 소셜 임팩트를 줄 수 있겠다 싶어서 <사운드스케이프>의 초기 기획안이 만들어졌고, 그걸로 계속해서 개발을 해온 상태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실제로 <사운드스케이프>를 여러 대회에 출품을 좀 하셨잖아요, 저도 버닝 비버를 포함해 적어도 두 군데서 본 것 같은데 좋은 반응이 많았고 인터뷰도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반응들에 대한 느낌이 어떠셨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게임을 개발했을 때 첫째로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소셜 임팩트 측면에서 저희가 생각한 ‘시각 장애인 체험’이라는 의도가 플레이어에게 확실히 전달될까였고, 둘째는 이 게임이 ‘게임’으로서 재미있을까 였어요. 버닝 비버는 저희가 큰 규모로는 처음 참여하는 전시회였는데 거기서 사람들 피드백도 받아보며 질문을 드렸거든요. 첫 번째 고민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생각보다 게임의 의도가 아주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느꼈어요. 두 번째 고민에 대해서는 반응이 두 부류로 갈렸던 것 같아요. 이 게임 자체가 비주얼적으로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다 보니까 새롭고 신기해서 재밌다는 분들도 있었고, 게임 자체가 재밌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나름의 어느 정도 특색은 갖추고 있는 게임이 아닐까라고 저희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운드 스케이프>와 비슷한 컨셉 게임들이 있잖아요. 저는 반향정위를 응용한 VR 게임들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제작과정에서 <스캐너 솜브레>를 비롯해 다른 레퍼런스로 말씀해 주실 수 있는 게임들이 더 있을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첫 번째 레퍼런스가 <스캐너 솜브레> 였다면, 두 번째는 <다크 에코>라는 2D 게임인데 걸어 다니면 발소리와 함께 주변으로 선 같은 게 퍼지다가 벽에 튕기며 공간이 파악되는 공포 게임이었어요. 발소리를 통해서 공간을 보여주는 거다 보니 소리 시각화 컨셉과 어느 정도 일치해서 레퍼런스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구요. 전체적으로 오픈월드 게임들도 봤는데, 시스템을 완전히 가져오지는 않았고 오픈월드가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방식을 참고했어요. 예를 들어 <젤다의 전설>에서 빛을 밝게 만들어놔서 그쪽으로 플레이어가 가게 하거나, 게임을 시작하면 넓은 전경을 보여줘서 탐험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게 하는 등 심리적으로 유도하는 부분들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사운드스케이프>도 점자 시스템이 플레이어 주변에 있으면 밝게 만들어서 플레이어를 유도하도록 구현했구요. 초기에는 튜토리얼도 만들어서 게임 내에 공간의 UI를 띄워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관심을 끌어 보려고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유도가 잘 안 되서 실패하긴 했지만요. 이경혁 편집장: 지하철 역을 게임 안 플레이 공간으로 만든다면 실제로도 지하철 역을 많이 가보셔야 했을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방문하셨던 곳이 어딘가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지하철 역을 선정할 때, 우리 스테이지로 만들기 적합한 곳을 찾기 위해서 네이버 지도 거리뷰와 교통공사 홈페이지의 편의시설 분포도를 확인했어요. 단계별로 스테이지가 점점 어려워지게 만들고 싶어서 스테이지 1은 나름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구축된 역, 스테이지 2는 적당하고 애매한 상태, 스테이지 3은 좀더 열악한 곳으로 고르려 했어요. 자료 찾아보고 거리뷰에서 출구 쪽 주변 상황은 어떤지도 보면서 그때 거의 1호선부터 수인분당선까지 대부분의 역을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첫 번째 스테이지로 선정한 곳이 신분당선의 청계산입구 역이었어요. 교통공사 측에 촬영 허가를 받고 데이터 수집을 하면서 거의 네 번 넘게 방문을 했고요. 그 외에 수인분당선의 보정역과 매교역 등 추가적인 스테이지도 선정한 상태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실 어려운 스테이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역들이 있는데(웃음) 오래된 역들이 확실히 편의시설이 구축이 덜 돼 있는 느낌도 있고요. 역들을 다니시다 보면 시각장애인들에게 이 공간이 어떤 의미였을지에 대한 여러 가지 느낌도 좀 받으실 것 같아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어떻게 보면 사람들마다 직업병이라는 게 있잖아요. <사운드스케이프>를 계속 만들다 보니 지하철을 타면 여기는 점자블록이 왜 이렇게 생겼지, 아 여기는 점자블록 깔려 있고 점자랑 음성유도기도 있네 이런 식으로 계속 눈에 밟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저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역 내부는 시설이 잘 되어 있는데 역 외부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계산입구 역 같은 경우도 게임 내에서는 구현되지 않았지만 역 바깥으로 조금 걷다 보면 점자 블록이 끊기거든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역 내부까지는 교통공사의 관할이지만 밖은 아니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가장 문제가 많았던 역은 인천 쪽 지하철역들이었어요. 저희가 대구나 부산 같은 곳까지는 가지 못하고 수도권 역만 조사한 것이긴 한데, 인천은 확실히 좀 오래된 것 같긴 하더라고요. 이경혁 편집장: 부천 출신으로서 공감합니다. 저는 되게 재밌는 게, 애초에 게임을 제작하실 때 뭔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만들려고 시작하셨던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까 스스로도 자꾸 그게 눈에 밟히게 되신 거잖아요. 혹시 <사운드스케이프>를 하면서 이 팀이 준비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방향이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좀 바뀌게 되신 걸까요? 아니면 여러 가지 제작 경험 중의 하나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일단 팀원 분들께서 각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게임에 치중하겠다는 생각까지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게임을 만들어 보며 느낀 건데, 사회적 메시지에 100% 치중하지 않더라도 이를 게임에 어느 정도 넣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예시로 게임 스토리에 사회적 풍자를 넣을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블랙 코미디처럼 연출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식으로 게임에 사회적 메시지를 한 스푼 넣는다는 느낌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국내에서는 그런 시도는 거의 인디 쪽에서만 일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혹시 국내 인디 게임 중에서 좀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작품이 있을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인디 씬에서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마음 먹는데 영향을 크게 준 게임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게 유명한 <스컬>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면접 전형날에 <스컬> 데모 플레이 영상을 봤는데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저희 게임과는 장르가 좀 멀고, 지금은 게임이 커져서 인디를 벗어난 것 같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인디 게임 중 하나에요. 그리고 <그리스>라는 스토리 형식의 퍼즐 게임이 있는데, 텍스트가 한 개도 없는데도 스토리가 전달되더라고요. 조작에 대한 튜토리얼 정도는 있지만 퍼즐 메카닉 설명도 없거든요. UI가 이렇게 없는데도 연출만으로도 게임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감명깊었어요. 또 좋아하는 게임이 <리듬 닥터>라는 리듬게임입니다. 크레딧이 나오는 스테이지가 있는데, 게임 크레딧까지 스토리에 전부 녹여버린다는 게 신기했어요. 보통 리듬게임이라 하면 위에서 노트가 내려와 치는 건데 실제로 리듬을 타야 하는 게임 시스템도 재미있고요. 이경혁 편집장: 이제 이야기가 슬슬 개발자 개인으로 향하고 있는데요, 2004년생이신데 게임 개발자 치고는 굉장히 젊은 나이이십니다. 언제 처음 게임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셨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게임은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해왔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PC방을 가게 됐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랑 <오버워치> 두 개를 거의 몇 천 시간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제 너무 질리는데 PC방에 있는 <바람의 나라>, <리니지> 같은 다른 게임들은 하고 싶지가 않은 거에요. 그때는 스팀의 존재를 아예 몰랐거든요. 그런 플랫폼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럼 이제 도대체 무슨 게임을 하지 하다가 그냥 내가 게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할 게임이 없었던 게 게임을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보다가 SBS 같은 게임 학원을 알게 되서 직접 문의도 드렸어요. 나중에는 학교 다니면서 학원에 주말반으로 들어가서 유니티랑 게임 기획 과정을 배웠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게임 관련 진로를 잡으시는 데 집에서 반대가 있지는 않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게임 학원 등록할 때만 해도 반대를 정말 많이 하셨어요.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잖아요. 보통 고등학교 졸업 뒤에 대학 가서 진로 찾아서 취업하는 게 수순일 것 같은데, 중학생 때부터 갑자기 아이가 게임 만들고 싶다고 하면 부모님 입장에서 당황하시는 게 당연했을 것 같아요. 게임 관련 진로를 잡으면서 고등학교도 특성화고를 선택하게 됐는데, 자랑은 아니지만 중학생 때 성적이 나쁘진 않았어서 갑자기 특성화고를 가버린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엄청 반대했어요. 교장 선생님께서 따로 부르실 정도로….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죠(웃음). 이경혁 편집장: 고등학교도 특성화 고등학교로 가신 거군요. 게임 관련 분야로 가신 것이지요? 본인과 비슷한 입장의 학생들이 많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다녔던 곳에는 컴퓨터 게임 개발과와 e-스포츠 학과가 있었어요. 즉 게임을 하는 사람과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 나뉘어지는데, 게임을 만들려고 온 경우 제 기대와는 좀 다르게 게임 개발에 대한 큰 의지를 갖고 오진 않은 것 같았어요. 생각보다 예상과 많이 달라서 1학년 때는 무작정 애들을 모아서 게임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무산이 됐어요. 그 이후부터는 적당히 팀 프로젝트 하면서 거의 원맨 팀으로 게임 만들고, 그런 식으로 게임 개발 공부하고 고등학교 나와서 대학 다니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제가 그쪽 커리큘럼을 잘 몰라서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이지만, 사실 게임 개발하려면 수학적인 기반이 되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특성화고에서 그런 수학에 대한 강의가 좀 충분하게 제공이 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다른 학교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희 학교는 사실 많이 부족했어요. 제가 들어올 때만 해도 커리큘럼은 1학년 때는 그냥 다양한 진로가 있다는 거를 보여주려고 자바스크립트나 웹 서버, C 프로그래밍,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밍 등등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식이었어요.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유니티배우면서 개발에 들어가는데, 정말로 수학적으로 베이스가 되는 부분은 알려주지 않고 대부분 툴 쓰는 법이나 언어 기초 위주였던 것 같아요. 다행히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저한테 엔진 프로그래밍 쪽에 눈을 뜨게 해준 좋은 선생님이 한 분 계셨어요. 그분께서 벡터 부분이라든지 행렬 연산 자원수 같이 게임에 필요한 수학들을 많이 알려주셨고 그 덕에 게임 개발에서 수학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서 공부를 했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주니어 개발자들이 기초 수학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는 상황이고 회사들 입장에서 신입을 뽑아 수학을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커리큘럼에 대한 전면적 재개발이 필요하지 않냐는 얘기가 많아 한번 여쭤봤습니다. 특성화고를 나올 경우 그냥 취업하시는 분들도 있고, 대학에 가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대학을 선택한 이유가 특별히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디지털 관련 학과 소속이라고 하셨는데 세부전공에 게임이 있는 것이지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네, 대표적인 전공들이 영상이랑 게임 쪽이에요. 일단은 저희 고등학교는 다른 특성화고와 달리 대학 진학이 일반적인 케이스였고 취업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 분위기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고등학생 때 배우면서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었어요. 이대로 취업하면 회사 생활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기술을 갈고닦기는 어렵겠다 생각해서 좀 더 배우기 위해 대학을 갔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오프비트’라는 팀에 대한 것으로 옮겨볼까 합니다. 오프비트를 구성하게 된 계기와 팀의 첫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부탁드립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오프비트는 지금은 저를 포함해 5명이 함께하고 있지만 2년 전 처음 결성했을 때는 2명으로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개강총회 자리에서 모션 그래픽이나 아트워크 영상을 정말 잘 만드는 친구를 만났는데, 게임에 이런 아트워크를 넣고 싶어서 제가 납치를 했어요(웃음). 그렇게 함께 만든 첫 작품이 <플레이리스트>라는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리듬 게임이었어요. 이후에 그 친구가 생각보다 너무 유명해지고 바빠져서 그 작업은 마무리하고, <사운드스케이프> 기획안을 구성하고 팀원을 모아 지금에 이르게 됐어요. 팀원들도 같은 대학교의 비슷한 전공 사람들이에요. 이경혁 편집장: 아직 학교에 계시다 보니 어느 정도 팀이 유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사실 오프비트 활동이 지금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상황은 전혀 아닐 것 같습니다. 작업 동력은 어떤 식으로 생겨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지금 팀 활동에 대한 경제적 이득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저도 사람들과 개발을 하려면 이 동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는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때는 그걸 잘 몰랐을 때라 충돌도 있었어요. 그때 이후로는 저희가 (오프비트 활동에 대해) 돈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개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선 '내가 만든 게 실제로 게임에서 이렇게 동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일례로 3D 작업을 할 때는 3D 모델이 나오면 최대한 게임에 바로 적용시킬 수 있게 만들어서 바로 팀원에게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게끔 했구요. UI 디자인을 하시는 분이 가져오면 제가 최대한 애니메이션화하여 게임에 들어갈 수 있게 해서, 팀원이 자신이 만든 리소스 활용에 대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워크 플로우를 구성했어요. 그리고 물론 가장 큰 동력은 버닝 비버에 선정되어 출품한 거였어요. 저희가 다같이 가서 전시를 했는데 실제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팀원 분들이 제일 많이 동력을 얻었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사운드스케이프>가 버닝 비버에 나간 뒤 여러 게임회사에서도 굉장히 관심이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전시회에서의 반응들이 여러 가지로 동기나 감흥을 주셨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 이런 커리어를 쌓아 게임사에 취업하는 진로 방향을 생각하신 적은 있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다들 창업을 하기 전에 취업은 꼭 해봐야 된다라고 말씀을 하시기도 해서 회사도 한번 들어가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업을 어떻게 하며 아트 부서랑 개발 부서가 있다면 협업이나 소통 같은 것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그런 것들을 배우려면 회사에 들어가는게 맞다고 생각해서요. 일단 이 팀은 제가 곧 군대를 가기 때문에 추가적인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고, 팀원 중에는 4학년에 올라가는 분들도 있다 보니 다들 취업을 생각하는 상황이에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다면 <사운드스케이프>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향후의 출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듣고 싶습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사운드스케이프>는 1월 31일자에 출시를 예정해두고 개발 중인 상황이에요. 원래는 얼리 억세스도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래도 복무기간인 1년 반 동안 소식이 사라지는 거라 일단은 정식 출시를 먼저 해 놓고 군입대를 할 계획에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스팀 플랫폼에 정식 출시하는 게 1순위이고요, 버닝 비버에 출품했으니 스토브 쪽도 연락이 올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별도의 퍼블리셔는 없고 개인 사업자 단위로 출시할 것 같아요. 1.99달러 정도의 싼 가격의 유료 패키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기존에는 오프비트가 동아리 같은 느낌으로 작업하다가 결국 출시라는 상황을 맞게 되면 ‘사업자’가 되는 것이고, 실제로 수익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고민 앞에 서시게 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게임 제작이라는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그 고민이 진짜 고민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그래서 지금도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아는 것이 없으니까 정말 고민이긴 합니다. 제가 배웠던 아카데미에서는 기획 관련 부분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있어도, 그런 운영이나 사업적인 부분은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요. 근데 막상 게임 제작을 해보면 이 사업적인 부분과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프비트도 지금까지는 동아리였다고 생각을 해요. 영업 수익이 0원이었고 전시회 가는 교통비나 전시회 준비비까지 포함하면 마이너스였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출시해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내려면 진짜로 회사 의 영역까진 아니어도 팀의 영역으로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제작 과정에서 따로 클라우드 펀딩을 받거나 이런 것은 없었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네, 일단 <사운드스케이프>는 시각장애인분들에 대한 인식에 도움을 주고 장애인 환경에 대한 개선을 도모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에요. 제가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컨셉에 잡아먹히는 것인데요. 그래서 소셜 임팩트 차원에서 강조하는 목적의 게임이라면 우리는 어차피 돈 벌 생각 없으니까 전부 기부하자고 해서, 실제로 수익이 얼마나 발생할지 모르겠지만 이 게임을 통해 판매 수익이 나온다면 전액을 기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원래는 펀딩도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텀블벅 쪽에 문의를 드렸더니 기부 목적의 펀딩은 안 된다고 하여 일단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어쨌든 그걸로 지금 당장 돈을 벌겠다라는 입장은 아니신 거군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네, 저희로서는 이 게임을 만들고 출시해서 실제로 수익이 났다는 거에 좀 의의를 두고 싶은 그런 상황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운드스케이프>를 출시할 경우 해외로도 나가게 될텐데요, 인터페이스도 전부 영어 버전으로 나가는 걸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그렇습니다. 일단 출시일에는 한국어만 출시를 하고 입대가 2월 17일이니까 2주 안에 번역해서 업데이트할 계획에 있습니다. 고민이 많은 게, 원래는 영문 대응을 하고 싶었는데 가장 큰 문제가 시각장애인들의 음성유도기 문제였어요. 영문 버전으로 출력을 하면 한국 지하철인데 영문 TTS가 나오는 상황도 좀 이상한가 싶으면서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고증적인 측면에서도 고민이 됩니다. 저희가 그래도 나름 실제 지하철역을 동일하게 최대한 동일하게 구현한다는 컨셉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 지하철에서는 영어 TTS를 실제로는 이용하지 않으니까 컨셉과 안 맞지 않을까, 그냥 TTS에 영문 자막을 달까 등등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쉽지 않겠지만, <사운드스케이프>의 컨셉은 오히려 해외에서 먹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마 이번에 겪어보셨겠지만 국내는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외국은 좀 다르다 보니 커리어상으로도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이런저런 얘기를 쭉 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면, 처음부터 장애라는 사회적 메시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여러 결과로 나름의 파급력과 재미를 만드는 어떤 게임이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여러모로 이 프로젝트가 나중에도 좀 생각이 많이 나게 되실 것 같은데요. <사운드스케이프>라는 게임 하나와, 이 게임을 만들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의 소통들, 그리고 실제로 물리적으로 떨어지는 소프트웨어의 빌드 등 여러 경험들이 묶여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거잖아요. 이 덩어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어떠세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아무래도 팀장이고 팀 활동의 거의 모든 일에 관여를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장단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례로 3D 만들 때의 방향이나 디자인을 게임에 가져왔을 때, UI 아트 부분의 애니메이팅.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에 다 제가 얽혀 있다보니 제가 없으면 팀이 안 굴러가고 게임이 안 만들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비록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서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있고 다음부터는 조금 내 일을 덜자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입대를 통해서) 멈췄어요(웃음). 지금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총 4개 스테이지가 나오는데 원래는 버닝 비버 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서 여러 개를 더 만들어볼까 했지만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너무 욕심을 내면 오히려 기획이 무산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이 조금은 아쉽더라도 딱 적절하게, 할 수 있는 만큼은 한 것 같습니다 저의 최종적인 목표는 나중에 어떤 형식으로든 창업을 해서 게임 회사를 만드는 것인데요.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 같이 개발을 해왔는데 이 과정을 앞으로는 제가 창업을 할 때 정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실제로도 개발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정말 귀중한 경험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수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플레이어의 숙련도가 머물렀던 곳은 어디였을까: 터치스크린 시대의 숙련도
매체라는 말은 A와 B 사이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텔레비전과 영화, 스마트폰을 우리가 매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들이 각각 생각과 생각, 창작자와 수용자,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게임도 같은 의미에서 매체다. < Back 플레이어의 숙련도가 머물렀던 곳은 어디였을까: 터치스크린 시대의 숙련도 11 GG Vol. 23. 4. 10. 매체라는 말은 A와 B 사이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텔레비전과 영화, 스마트폰을 우리가 매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들이 각각 생각과 생각, 창작자와 수용자,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게임도 같은 의미에서 매체다. 그러나 이 매체라는 말은 조금 더 파볼 여지를 갖는다. 이를테면 텔레비전 매체는 물리적 매개체로서 텔레비전 수상기라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청각 정보를 시청자에게 매개한다.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물리적 매체 안의 콘텐츠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 다시말해 디스플레이 기기, 스피커,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 또한 매체로 불린다. 디지털게임에서 물리적 매체는 PC, 스마트폰, 콘솔게임기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만 다른 매체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물리적 매체 영역 하나를 게임은 더 가지고 있는데, 바로 입력 인터페이스다. 물리적 피드백을 제공했던 게임 인터페이스들 조이스틱과 패드, 키보드와 마우스, ‘펌프 잇 업’의 발판에 이르기까지 디지털게임에는 사용자와 게임소프트웨어 사이를 연결하는 입력장치로서의 인터페이스가 중요한 매체로 자리한다. 게임 소프트웨어가 제시하는 규칙의 세계는 사용자가 규칙에 조응함으로써 완성되며, 때문에 디지털게임에는 사용자의 의도를 기호화하여 소프트웨어에 전달할 수 있는 매체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의도를 소프트웨어에 되먹이는 과정은 몇 가지 단계를 거친다. 감각으로 받아들인 소프트웨어의 신호는 뇌에 이르러 체계화된 상으로 구성되고, 이를 토대로 플레이어는 상황을 추론하여 해법에 맞는 의도를 다시 쏘아보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음성이나 몸짓 같은 경우도 인터페이스로 기능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경우 이 과정을 매개하는 방식은 손과 같은 기관을 이용해 특정한 버튼을 눌러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버튼을 누른다는 말로 대표되는 게임 인터페이스의 활용에는 디지털게임이라는 매체가 단순히 시청각매체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닌 특정한 상황을 포함하기도 하는데, 촉각이다. 스틱과 패드, 키보드와 마우스와 같은 일반적인 게임 인터페이스들은 대체로 특정한 버튼을 누르거나 스틱을 일정한 방향으로 밀고 당기는 동작을 요구하는데, 이 때 스틱과 버튼, 키들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 입력이 제대로 들어갔음을 알리는 특정한 촉각적 신호를 보내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오락실부터 유구하게 이어지는, 플레이어들이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 ‘아! 눌렀는데!’는 이 촉각의 피드백과 게임 소프트웨어의 피드백이 보여주는 불일치(이기도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변명이기도 한)의 순간을 보여준다. 내 손에 들어온 감각으로는 제 때 스틱을 당기고 버튼을 눌렀지만, 소프트웨어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는 판정을 결과로 낼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는 어떤 순간에 손가락이 미끄러져 버튼을 제 타이밍에 누르지 못했거나 하는 순간 소프트웨어가 결과값을 출력하기 전에 이미 촉각 신호로부터 ‘아, 망했구나!’를 먼저 체감하기도 한다. 비단 버튼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스틱은 움직임의 제한값 – 다시말해 얼마나 오른쪽 방향으로 밀어낼 수 있는지의 한계를 스틱을 움직이다가 최대값의 벽에 부딪혔다는 촉각의 신호로 판단한다. 격투 게임에서 스틱이나 패드를 이용해 연속적으로 방향 커맨드를 입력해야 할 때 우리는 경우에 따라 스틱을 돌리는 모션을 취하곤 하는데, 이를테면 ←↙↓↘→같은 커맨드를 연속으로 입력할 때 우리는 반시계 방향으로 스틱을 끝까지 밀어 돌리게 된다. 이 때 그려지는 스틱의 움직임은 스틱의 가동범위 안에서 촉각을 통해 호의 모양으로 인지된다. 현실의 물리적 피드백이 사라지는 시대 소프트웨어와 상호작용해야 하는 디지털게임의 인터페이스는 그렇게 오랫동안 물리적이고 촉각적인 방식에서 비롯되는 또다른 피드백과 함께 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독특하게도 이런 피드백이 사라진 새로운 게임 인터페이스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바로 터치스크린이다. 모바일 기기들의 보편화되면서 모바일 기반의 게임들이 크게 대중화되었고, 그와 함께 터치스크린은 게임 인터페이스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단지 인터페이스의 중심이 바뀌었다는 말만으로 다 설명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앞서 언급한, 촉각을 통한 피드백이 과거의 인터페이스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매끈한 유리 평면에서 이루어지는 플레이어의 입력은 더 이상 촉각적인 피드백과 함께 하지 못한다. 이른바 가상패드라고 불리는, 터치스크린 안에서 표현하는 별도의 입력방식을 통해 우리는 손가락으로 마치 스틱을 미는 듯한 움직임을 입력하지만, 이 때 손가락은 과거 스틱과는 달리 한없이 미끄러져나간다. 특정한 버튼을 누르면 여전히 소프트웨어는 우리의 입력에 반응하지만, 과거와 같이 게임 소프트웨어 바깥에서 주어지는 ‘눌렸음’의 촉각적 신호는 사라진다. 햅틱과 같은 기술을 통해 일정부분 보완한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물리적 방식에 기반한 촉각 신호와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일련의 가치판단으로 귀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들은 특유의 감각에 걸맞는 게임 규칙들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궁수의 전설’이나 ‘탕탕특공대’처럼 오로지 스와이프 동작만으로 이동과 공격을 묶어버리되 고전적인 입력방식의 형식을 유지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고, 아예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에 적합한 장르와 시점으로 넘어가버린 소셜네트워크게임류도 있다. 과거 스틱/패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대전격투게임과 같이 특정한 장르는 아무래도 소화하기 어려운 것이 터치스크린이겠지만, 이 또한 이후 장르가 어떻게 바뀔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숙련도가 머무는 곳은 어디였을까 촉각 피드백이 사라진다는 점을 조금 더 폭넓은 개념, 인터페이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인간-소프트웨어 사이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형태가 보편화되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피드백이 점차 사라진다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를테면 간혹 이야기되는 뇌파를 통한 게임 컨트롤을 예로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속 캐릭터의 행동을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컨트롤할 수 있는 경우를 상정한다면 이 과정에서 또한 물리적 인터페이스가 제공하던 촉각적 피드백은 사라진다. 컴퓨터와 신경망을 직접 연결하는, 마치 ‘사이버펑크 2077’같은 세계에서의 게임이라면 아마도 인터페이스의 촉각 피드백은 무의미할 것이다. 오히려 이런 상상 속에서라면 디지털기기가 가상으로 만들어내는 햅틱과 같은 촉각 피드백은 플레이어가 인터페이스를 활용할 때 나타나기보다는 차라리 마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촉각 수트를 입고 적의 공격을 유사하게 그려내는 것과 같은 방식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인터페이스가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물리적 피드백은 점차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가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피드백이 메꾼다. 촉각은 아니지만 VR 헤드셋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플레이어가 VR 헤드셋을 쓰고 시선을 돌리면 센서는 플레이어 머리의 동작을 읽어낸 뒤 시선이 돌아간 만큼의 시야를 렌더링하여 실시간으로 뿌려주는 피드백을 제공한다. 현실에서 플레이하지만 인터페이스의 물리적 피드백이 사라질수록 우리가 체감하는 감각은 더욱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온전한 가상의 세계에 강하게 귀속된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띤다. 첫 번째는 말그대로 디지털게임이 그려내고자 했던 가상세계가 보다 제작자의 의도 그대로 전달될 수 있게 변화한다는 점이다. 시청각 뿐 아니라 촉각까지도 의도한 바 대로 피드백해줄 수 있다는 것은 현재도 적용되고 있는 콘솔 게임의 게임패드들에서 이미 시도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듀얼센스가 제공하는 트리거의 장력 변화나 특정한 상황에 제공하는 햅틱 등은 결국 촉각을 동원해 소프트웨어가 제공하고자 하는 정보를 보다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고자 함일 것이다. 두 번째는 잘 거론되지 않는 점인데, 이는 결국 플레이어 – 소프트웨어라는 길항구도 안에서 중립적인 영역이 사라져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던 이른바 ‘눌렀는데!’는 바로 그 물리적 피드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인터페이스 시대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변명이 될 것이다. 물론 신경망을 연결한다고 해도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접속노드가 이상한데?’, ‘핑이 별로네’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손에 직접 누른 타이밍에 들어오던 촉각적 피드백을 근거로 삼던 시절과는 달리 이 때의 항변은 오로지 소프트웨어가 제공한 결과값과 자신의 의도가 만드는 차이로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인터페이스가 갖는 물리적 한계는 한계로만 머무르기보다는 디지털게임의 발전과정 안에서 그 또한 극복, 혹은 마주해야 할 어떤 대상으로 자리하며 게임 플레이 안에 함께 녹아들어 온 바 있었다. 터치스크린이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는 그 물리적 피드백의 공백이 어떤 의미인지를 살짝 체험하는 중이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게임들이 그 물리적 한계와 함께 어우러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신체가 유발하는 레이턴시를 넘어서는 완벽한 가상세계와의 합일을 꿈꾸게 하는 것도 인터페이스 기술의 발전이지만, 동시에 특유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부었던 인간의 노력과 그 성과들, 이른바 ‘피지컬’이라고 불렸던 일련의 숙련도가 만들어내던 재미의 영역은 그대로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영역에 눌려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레벨 업: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임 문화 개관
분명히 는 말레이시아산 게임의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구조적 문제에 얽매여 있기도 하다. 이 사례가 더 넓은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려면, 말레이시아 게임 산업 전반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Back 레벨 업: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임 문화 개관 26 GG Vol. 25. 10. 10. *** 이 글의 영문 버전은 아래 UR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4f5bf4be-c2c0-4cfe-afa8-85a124a83a98 어느 아담한 시골 마을의 늦은 오후. 수탉 렘보가 크게 울어 시골 분위기를 한층 더한다. 당신과 똑같이 생긴 쌍둥이, 그리고 유치원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들이 마당에서 팽이를 돌리고 있었다. 자유롭고 즐거운 하루가 또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렘보는 오후 산책길에서 소동을 벌이고 있었다. 빙수 장수에게 간식을 달라 떼를 쓰고, 숨바꼭질하던 아이들을 고자질하며,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을 놀려댔다. 그러다 마침내 천적인 마을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이제 렘보는 장터와 빨랫줄 사이를 가로지르며 고양이에게 쫓기다가 숲 속으로 도망쳐 버린다. 이제 당신과 쌍둥이가 렘보를 잡아 마을 어른에게 데려다 주어야 한다. 이 사건들은 어드벤처 비디오 게임 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게임은 레스 코파케 프로덕션과 스트림라인 스튜디오가 협력하여 개발했으며, 사랑받는 말레이시아 애니메이션 시리즈 을 각색한 것이다. 게임은 장난기 가득한 일상 속 모험에 휘말린 두 어린 쌍둥이 형제가 가족, 우정, 공동체를 배워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작품은 어린 시절과 더 단순했던 시절의 본질을 포착한다. 소란스러운 닭을 쫓는 것은 첫 번째 퀘스트일 뿐, 플레이어에게는 더 많은 탐험이 기다리고 있다. 2025년 7월 출시 행사에서 말레이시아의 디지털 장관인 고빈드 싱 데오는 이 게임이 “혁신성과 문화적 풍요로움을 구현함으로써 말레이시아 게임을 돋보기에 했다”라고 말했다(BERNAMA, 2025a).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동남아시아, 특히 말레이시아의 캄퐁 (시골 마을)에서 성장하는 경험으로 플레이어들을 초대한다. 퀘스트, 상호작용, 환경은 농촌 생활과 지역 유산의 매력을 반영하며, 게임을 즐거우면서도 동시에 교육적으로 만든다. 플레이어는 아늑한 목조 가옥, 분주한 야시장, 고즈넉한 논밭, 반딧불이가 빛나는 저녁 풍경 같은 무대를 체험할 수 있다. 메인 캠페인 외에도 낚시, 농사, 곤충잡기, 요리, 자전거 타기, RC카 경주 같은 미니 활동들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이 게임은 애니메이션 원작의 따뜻하고 가족 친화적인 성격을 유지하며, 전투, 유료 결제, 실패 조건이 없는 오프라인 전용 게임이다. 이미지 출처: 스팀 안타깝게도, 큰 예산과 상당한 마케팅, 기존 팬층의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미지근했다. 디지털 플랫폼 스팀에서는 ‘대체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명 게임 웹사이트 카쿠초푸레이(Kakuchopurei)는 어설픈 조작감, 버그 투성이의 상태, 의미 있는 진행의 부재, 그리고 개발사를 둘러싼 노동 논란을 비판했다(Toyad, 2025). 온라인 공간 전반에서도 플레이어들은 RM180(미화 약 43달러)에 달하는 가격을 “제공되는 내용에 비해 너무 비싸다”고 보았으며, AAA 게임과 비교해 합리적 가성비가 아니라고 평가했다(Ralph, 2025).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인도네시아에서도 유사한 비판이 현지 언론 Tempo 를 통해 보도되었다(M. Faiz Zaki, 2025). 소셜 미디어 보이콧과 홍보 위기 속에서도 개발팀은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패치와 수정을 내놓고 있다. 분명히 는 말레이시아산 게임의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구조적 문제에 얽매여 있기도 하다. 이 사례가 더 넓은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려면, 말레이시아 게임 산업 전반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임 산업의 성장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다문화 국가로, 2025년 7월 31일 기준 인구는 3,420만 명이다(말레이시아 통계청, 2025). 게임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6억 4,900만 달러의 매출이 예상되고, 연평균 7.55%의 성장률로 2027년에는 8억 700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BERNAMA, 2024). 이러한 전망은 기술력 부족, 기업 수 제한, 보조금 규모 축소, 인재 풀 협소 등으로 막 시작 단계였던 과거 보고서와 뚜렷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Chong, 2004). 말레이시아가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뛰어든 것은 1990년대였다. 모션 픽셀(Motion Pixel) 스튜디오는 루카스아츠의 글로벌 릴리즈 작품인 개발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한 바 있었다(Chong, 2004, p. 20). 2000년대에는 말레이시아의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타이틀, 특히 MMORPG를 말레이시아 시장용으로 라이선스 받아 현지화하는 사업에 다수 착수한 바 있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는 게임 스튜디오 수가 급증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해외 유명 스튜디오들을 위한 게임 아트 아웃소싱 및 공동 개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예로 패션 리퍼블릭(<디아블로 IV>, <언차티드 4>, <다크 소울 3>), 스트림라인 스튜디오(<스트리트 파이터 V>, <파이널 판타지 XV>), 레몬 스카이 스튜디오(<마블 스파이더맨>, <라스트 오브 어스 2>, <워크래프트 III: 리포지드>) 등이 있다. 이와 별도로, 말레이시아 스튜디오들은 자체 게임도 개발했다. 대표적인 3개 타이틀은 , , 로, 이들은 말레이시아가 글로벌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위상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Wong, 2024). 2023년, 말레이시아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부문 산업은 53억 링깃(약 12억 5천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으며, 이 중 수출은 8억 링깃에 달했다(BERNAMA, 2025a). 다양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정부는 MDEC(말레이시아 디지털 경제공사)을 통해 2030년까지 말레이시아를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지역·글로벌 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BERNAMA, 2025a). MDEC은 현지 게임 개발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 말레이시아와 협력을 강화했다(BERNAMA, 2025b). 이미지 출처: 스팀 MDEC은 매년 이라는 동남아시아 게임 개발자 회의를 주최하여 역내외 전문가들을 끌어모은다. 행사 주요 내용에는 콘퍼런스, 비즈니스 네트워킹 프로그램, 전시회, 피칭, SEA 게임 어워드, 마스터클래스 워크숍이 포함된다. 또한 스팀에서 MDEC은 말레이시아산 게임을 전시할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개발된 뛰어난 IP들을 글로벌 관객에게 소개한다. MDEC의 지원 덕분에 말레이시아의 게임 산업은 계속해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게임 개발 인력을 유지하고 육성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더 많은 산업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에서 인재 유지에 영향을 주는 주요 문제는 커리어 성장이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기업 환경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많은 인재들이 싱가포르, 미국, 유럽과 같은 고임금 시장으로 떠나고 있다(MDEC, 2024, p. 69). 말레이시아에서 제작된 게임들의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풍부한 문화적 요소를 포함해 지역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된 외에도 토닥 스튜디오의 야심찬 MOBA 게임 를 꼽을 수 있다. 이 게임은 고대 및 신화적 동남아시아, 즉 누산타라(Nusantara) 문화를 영감으로 삼아 개발되었으며, 최근 지역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오픈 베타를 시작했다(Kalita, 2025). 이와 유사한 주제는 최근 인디 게임 개발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성장해 온 배경인 말레이시아 문화를 어린 시절 추억의 향수와 결합했다(Chandy, 2024b). 어떤 개발자는 한국 MMORPG <란 온라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Chandy, 2024a).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이머들의 경향 비디오 게임은 단순한 여가 활동일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해 가고 있다. 2022년 조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통신멀티미디어위원회(MCMC)는 인터넷 이용자의 35.7%가 온라인 게임에 참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물렀던 2020년(42.8%)보다 감소한 수치였다(MCMC, 2022, p. 97). 온라인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오락, 스트레스 해소, 사회적 상호작용, 수익 창출, 현실 도피 등이 있다(Yunus et al., 2021). 2020년 말레이시아 게이머들로부터 발생한 수익은 약 27억 링깃(5억 7천만 달러)으로, 2019년 25억 링깃(5억 2천7백만 달러)에서 증가했다(Hassan, 2021). 많은 게이머들은 매달 200링깃(약 48달러) 이상을 파워업, 외형 아이템, 특별 캐릭터 구매에 기꺼이 지출한다고 보고되었으며,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지출이 가장 높은 시장 중 하나가 되었다(Hassan, 2021). 플랫폼 측면에서, 휴대전화의 접근성과 저렴한 데이터 요금은 말레이시아인들로 하여금 모바일 게임을 선호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수요와 수익에서 PC 게임을 앞질렀다(Lai, 2020). 말레이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대표적인 타이틀로는 과 <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 있으며, 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영상 스트리밍과 함께 성장하며 상호작용적 관람 문화의 성장을 이끌었다. e스포츠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음을 인식한 MOONTON 게임즈는 최근 말레이시아 e스포츠 연맹(MESF)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체계적인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선수를 훈련하며, 다가오는 동남아시아(SEA) 게임에서 금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Salim, 2025). 또한 말레이시아는 장애인을 포함하는 포괄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Yeoh, 2021). 더 넓은 게임 환경 속에서, 말레이시아 게이머들이 자신의 플레이에 문화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창의적 주체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에서 말레이풍 결혼 행렬을 재현한 것(Zikri, 2020), <심즈 4>에서 목재 기둥과 라탄 가구로 된 전통 가옥을 건축한 것(Ashaari, 2020), <마인크래프트 > 에서 말레이시아의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축소 재현한 것(Tan, 2020), 그리고 <로블록스>에서 왕궁의 총리 취임식을 시뮬레이션한 것(As, 2025) 등이 있다. 또한 게이머들은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 > 을 활용해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의미 부여, 사회적 교류, 생산적 활동을 이어갔다(Tengku Sabri et al., 2024a, 2025a, 2025b). 게이머들은 개인 페이지와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들의 창작물을 공유한다. 이러한 창의적 노력의 사례들은 말레이시아인들이 단순한 수동적 게이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게임 플레이 속에 구현하는 능동적 생산자임을 보여주었다. 비디오 게임을 둘러싼 말레이시아의 사회적 긴장 말레이시아 게임 산업과 문화가 빠르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비디오 게임에 대한 수용은 도전 과제 없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비디오 게임이 말레이시아 대중에게 소개되었을 때, 사회적 불안과 긴장이 함께 뒤따랐다. 2000년대 초반, 오락실은 청소년의 무단 결석, 비행, 폭력적 행동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도박및 자금 세탁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으며 정책에 의한 규제와 폐쇄를 겪기도 했다(Yoong, 2001). 같은 시기, 사이버카페(역자주: PC방)는 점점 인기를 얻었지만, 당국과 부모들에게는 해로운 생활 방식을 조장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불법 도박, 음란물, 사이버 범죄와 같은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러한 카페들은 사회적으로 나쁜 평판을 얻게 되었다(Lee, 2014). 모바일 및 온라인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종교적·문화적 우려도 제기되었다. 2016년에는 <포켓몬 GO>가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으며, 일부 종교 당국은 해당 게임에 대해 경고를 내리고 금지를 요구하기도 했다(Malay Mail, 2016). 최근에는 기도실에서 <모바일 레전드> 대회가 열리면서 논란이 일었고, 비판자들은 성스러운 공간을 모독했다고 주장했다(Fong, 2025). 결론 말레이시아 비디오 게임 산업과 문화는 개발사 수의 증가, 투자 확대, 인프라 강화에 힘입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의 사례가 보여주듯, 여전히 개선해야 할 많은 부분이 남아 있다. 인력 유지, 품질 보증, 공정한 가격 책정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기술적·경제적 측면을 넘어, 말레이시아의 비디오 게임 문화는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의해서도 형성된다. 산업과 게이머들을 함께 살펴보면, 말레이시아인들이 어떻게 일상 속에서 게임의 기회와 긴장을 헤쳐 나가는지를 알 수 있다(Tengku Sabri et al., 2024b). 산업의 미래 성장은 기술 혁신과 정부 지원뿐 아니라, 더 넓은 문화적·사회적 차원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말레이시아의 게이머, 개발자, 제도 모두가 활기차고 포용적인 게임 문화를 향해 함께 ‘레벨 업’해 가고 있다. 참고문헌 As,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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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 Tengku Intan Maimunah Tengku Intan Maimunah is a PhD student at the Department of Media and Communication Studies, Universiti Malaya, Malaysia. Her research explores video game paratexts, focusing on the creative works and practices that players build around their favourite titles. Her gaming journey began on a Windows 98 PC and continues today on a Steam Deck. Outside of gaming, she edits and publishes books on visual arts. She credits her brother for the first step into the world of video games, her father for the love of stories, and her mother for the eye to see beauty in everything.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영상의 환상이 사라진 지금, 숙제를 남긴 2023년의 두 유비식 오픈 월드
2023년에 선보였던 대표적인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인 <호그와트 레거시>와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모두, 다음 시리즈에서는 게임의 시스템과 세계관이 서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잘 융합된 충격적인 작품으로 돌아오길 응원해 본다. < Back 영상의 환상이 사라진 지금, 숙제를 남긴 2023년의 두 유비식 오픈 월드 15 GG Vol. 23. 12. 10. 필자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 TV 나 영화관에서 펼쳐지는 영상들은 편집이라는 전문적인 기술 , 즉 편집 권력을 가진 PD 나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어떤 것이라고 여겨지곤 했다 . 누가 만들었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의심하기보다 필터링 없이 바로 수용하는 , 경전과 같은 믿음의 영역이자 신비로운 무언가로 받아들인 것이다 . 발터 벤야민이 사진과 같은 복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술의 아우라가 사라졌다고 말했지만 , 어린 시절의 나에게 영상은 여전히 편성표의 시간과 TV 앞이라는 공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 아우라가 있는 존재였다 . 그 시절 나에게 <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 는 누군지 알 수 없는 PD 님이 제작한 , 동물들에 대한 신성한 경전 그 자체였던 것이다 . 시각적인 표현을 주로 텍스트보다는 영상의 문법에 의지하는 게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지금 보면 조악한 도트로 그려진 < 포켓몬스터 골드 > 의 ‘ 불대문자 ’ 나 < 파이널 판타지 7> 의 투박한 폴리곤 움직임도 그 당시에는 ‘ 살아 움직인다 ’ 는 환상이 가득 담긴 , 사실적인 생명체의 모습이었다 .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했던 문자의 자리를 영상이 대체한 2023 년에 이런 영상 매체의 환상성을 설명하는 건 영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 ‘데크 ’ 라고 불렸던 수천만 원 상당의 편집기가 만들어낸 방송국의 영상 권력은 무너졌고 , 이제는 값비싼 테이프가 아니라 bit 단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PC 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다 . 이렇게 대중적인 차원으로 내려온 영상은 스스로 신비로움이 사라진 채 , 우리로 하여금 ‘ 가짜 뉴스 ’ ‘ 어그로 ’ 등 영상을 감히 (?) 의심하고 , 선별하게 만드는 불경스러운 (?) 자세를 가지게끔 했다 . 얼마 전에 의심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 는 절대적인 동물 지식을 담고 있는 신성한 경전이 아니라 외국의 동물 다큐멘터리를 몰래 재가공한 누군가의 세속적인 창작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 이렇듯 영상 매체와 그 체험은 더 이상 예전처럼 환상이 가득 담긴 상상력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우리들의 감각이 달라진다고 했던 마셜 맥루한의 말을 생각해 보면 , 글을 읽는 것보다는 영상을 보는 것이 익숙한 , 더 나아가서는 영상을 만드는 것 자체가 보편화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감각은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 그렇다면 이러한 감각의 변화 속에서 2023 년의 게임은 어떤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았을까 . 특히나 그 세계관의 구현이 시각적인 영상으로서 표현되는 게 중요한 오픈 월드 게임에서 말이다 . 서론이 좀 길었지만 이제 2023 년의 게임 중에서 기억에 남은 두 오픈 월드 게임을 소개할 차례가 됐다 . 바로 < 호그와트 레거시 > 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이다 . 유비식 오픈월드 2023년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이 두 게임은 한쪽은 호그와트라는 가상의 마법 학교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 , 다른 한쪽은 800 년대의 바그다드를 배경을 한다는 점의 차이만 있을 뿐 게임의 장르적인 부분에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 오히려 게임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시스템을 보고 쉽게 공통적인 한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 ‘ 유비식 오픈 월드 ’. * 누가 봐도 유비식 오픈 월드라는 것은 알아보기 쉽다 게임을 요리로 비유하자면 , 끝도 없이 펼쳐진 오픈 월드라는 메인 디쉬를 게이머 스스로 부위마다 다른 맛을 음미하며 전부 소화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 오히려 오픈된 가상 공간에서 플레이 목적을 잃거나 , 가늠 안 되는 규모에 지쳐 쓰러지는 등 게임 ‘ 소화 불량 ’ 상태가 되어 게임을 닫아 버리는 일도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 아무런 안내 없는 광활한 오픈 월드는 탐험의 욕구를 자극하지만 , 미지의 공포와 끝이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바로 뒤따라오기 때문일 것이다 . 이런 오픈 월드의 양면성 속에서 < 호그와트 레거시 > 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는 ‘ 유비식 오픈 월드 ’ 라는 친절한 방식을 취했다 . 먹을 수 있는 부위와 먹는 방법이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고 셰프가 서빙해주는 순서를 따라가기만 하는 오마카세처럼 , 하나하나 친절하게 마커로 표시해둔 유비식 시스템을 오픈 월드라는 거대한 음식의 소화제로써 선택한 것이다 . 그런데 이렇게 동일한 방식을 선택한 2023 년의 두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을 막상 해보면 전체적인 틀은 비슷하지만 , 그 넓은 세계를 채우고 있는 방식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으며 그로 인한 플레이 감도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걸 바로 느낄 수 있다 . 비효율과 효율로 가득 찬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 > 는 굉장히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요소들이 많은 게임이다 . 게임은 유일한 무기인 마법 지팡이의 길이와 재료들을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 그런 내 선택이 게임의 플레이에 어떠한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 . 즉 게임에서의 효용성은 하나도 없는 , ‘ 기능으로만 보자면 ’ 전혀 무의미한 세팅일 뿐이다 . 주 무기에 옵션이 없던 게임이 최근에 있었던가 ? 싶다 . 게다가 이 지팡이를 이용해 새로운 주문을 배우는 순간 , 플레이어는 마법 문양의 모양을 따라 마치 현실에서 휘두르는 지팡이 궤적을 따라가듯 패드를 조작해야 한다 . 물론 이 역시 게임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가치가 적은 순간이며 , 그 부분만 뺀다고 하더라도 게임은 전혀 문제없이 흘러간다 . 소모품의 경우는 게임적인 효율성이 마이너스까지 도달한다 . 일반적인 게임의 포션에 해당하는 위젠웰드 물약은 필요의 방으로 직접 이동해서 15 초라는 현실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 AAA 게임에 그 흔한 휴대용 연금술 가방도 , 자동화 공정과 즉시 완료 시스템이 없다는 게임의 인상은 2023 년의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만든다 . *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은 , 어딘가 번거롭고 거추장스러운 무언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의 게임 플레이는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거추장스러운 감각과는 다르다 . 시리즈 명칭에 걸맞게 암살 중심의 플레이 방식으로 선회한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조작이나 선택이 게임 시스템의 기능적인 부분을 계속 드러내며 게임 진행 속 효율성을 강조한다 . 다양한 무기마다 정해진 특성과 스탯이 있으며 , 파쿠르를 통해 목표 지점까지 효율적으로 돌파하기도 하고 , ‘ 엔키두 ’ 는 소환의 딜레이 타임 없이 바로 하늘을 향해 날아가 암살 대상들을 체크한다 . 유비식 오픈 월드에서 지적받았던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서브 퀘스트들도 그 보상으로 NPC 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 토큰 ’ 이라는 특수 화폐를 챙겨줌으로써 스스로 게임적인 당위성을 챙긴다 . 재밌는 점은 이러한 무기 , 파쿠르 , 엔키두 , 토큰과 같은 게임적인 경험들은 어느 하나 무의미하게 쓰이는 요소 없이 , 모두 암살 (R1 버튼 ) 을 위한 기능적인 역할로 수렴한다는 부분이다 . 암살 버튼 하나를 누르기 위해서 위에 언급된 요소 하나하나가 최적화된 시간 속에서 허투루 낭비되지 않는다 .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의미 없는 지팡이 재료 고민이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에서는 암살을 위한 특성 세팅으로 , 현실의 시간을 들여 수고롭게 제작해야 하는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소모품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에서는 제작이 아닌 , 암살을 위해 빠르게 이동하며 나도 모르는 짧은 시간에 줍는 방식으로 적용되어 있다 . * 길이나 재료가 아닌 , 암살을 위한 스탯과 스킬이 적혀있는 무기 애초에 유비식 오픈 월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게임 시스템을 경제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일 것이다 . 게임 내의 마커들은 모두 해당 컨텐츠에 도달하기 위한 ‘ 최단 거리 ’ 를 자동으로 떠올리게 만들고 그 컨텐츠들이 어떤 내용인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만든다 . 마커의 위치 , 마커의 모양 , 마커의 내용 모두 하나하나 다 ‘ 게임적인 기능 ’ 의 소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마치 본인이 이 시스템의 원조임을 자랑하듯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는 이 경제적인 유비식 시스템 위에 역시나 경제적으로 설계된 , 암살이라는 기능에 집중된 게임 플레이를 얹어 게이머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느낌이다 . 그러나 < 호그와트 레거시 > 를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면 본인을 엔딩까지 이끌었던 , 플레이 욕구를 자극하는 부분이 게임의 이런 ‘ 기능적인 시스템 ’ 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이 게임의 매력은 오히려 넓은 세계를 이동하며 적들을 물리치고 사건을 해결하는 그런 오픈 월드의 중심 영역에서 벗어난 변두리 ,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가 설계해 둔 그런 기능적인 시스템의 ‘ 외부 ’ 에 있다 . 게임 시스템의 노출과 사라지는 게임적인 환상 게임의 기능적인 시스템들은 많은 경우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니라 모니터 너머의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던지고 계획과 선택을 유도한다 . “메인 암살하기 전에 위력 선물 토큰이나 벌어볼까 ?” 모니터 밖의 게이머가 스스로 질문하는 이 순간에 우리는 , 바그다드라는 공간이 bit 라는 최소 단위의 데이터들이 모여 그것이 이미지화된 것일 뿐임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모른 체 하는 것이다 . 누구도 800 년대 바그다드에 사는 캐릭터 바심이 ‘ 위력 선물 토큰 ’ 이라는 게임적인 시스템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그것을 인지하고 활용하게 되는 것은 모니터 밖의 ‘ 나 ’ 이다 . 이렇게 ‘ 토큰 ’ 이라는 편의적인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는 플레이어의 조작이 디지털 데이터 0 과 1 이상의 의미 , 즉 살아있는 듯한 바심의 행동으로 치환된다는 게임적인 환상을 놓쳐버렸다 . ‘ 토큰 ’ 은 게임 진행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 사실적으로 설계된 바그다드와는 굉장히 이질적이다 . 어디서부터 어떻게 날아오는지 모르는 엔키두가 동물 동료라는 몰입감을 주지 못한 채 , 암살을 하기 위한 하나의 부속 시스템에 불과한 것이라는 진실을 알아차리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 이렇게 게임의 세계관과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한 채 게임적으로 효율적이기만 한 시스템은 마치 마감 덜 된 노출 콘크리트로 내부를 장식한 카페를 보듯 , 숨어 있어야할 게임의 뼈대가 1200 년 전의 바그다드의 세계관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 이와 동시에 사실적으로 묘사된 바그다드는 게임적인 데이터였을 뿐임을 다시 한번 게이머에게 상기시키며 살아있는 듯한 세계관과 장소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린다 . * 엔키두는 결국 암살을 위한 정찰 드론 역할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 * 사실적인 바그다드 구현과 이질적인 ,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토큰 ( 방송 소품과 비슷하다 ) 이와는 대조적으로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거추장스러운 부분은 , 게임 외부에 존재하는 플레이어의 효율적인 게임 공략법을 버리게 하고 , 게임 속 캐릭터의 시선으로 그 세계관을 마주하게 만든다 . ‘ 나한테 어울리는 지팡이는 뭘까 ?’ ‘ 내 가방에서 동물이 나오고 있어 !’ 게임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필요의 방에서의 소모품 제작 역시 적절한 난이도 조절과 거추장스러운 여러 연출 효과로 이것이 게임의 시스템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임을 게이머에게 계속 주지시킨다 . 굳이 소모품을 챙길 필요도 없는 세계의 난이도와 자동으로 일하는 냄비와 자라나는 식물 앞에서 게이머는 더 이상 게임의 효율 탓을 하며 시스템을 떠올리지 않는다 . 이렇게 게임의 시스템은 감춰지고 , 눈앞에 남은 건 콘크리트 마감공사가 잘 된 위저드리 세계관일 뿐이다 . * 갑자기 등 뒤에서 날아오는 눈속임이 아니라 내 가방에서 직접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여준다 * 무조건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 위저드리 세계관에 맞게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네 … 이 외에도 흔히들 ‘ 위쳐 센스 ’ 라고 말하는 주변 상호작용 대상을 파악하는 게임적 기능을 구현해 놓은 방식을 살펴보면 두 게임이 게임적 시스템을 각각 어떻게 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의 ‘ 매의 눈 ’ 은 버튼을 누르면 1 초의 딜레이 없이 바로 화면 전환 효과와 함께 주변 사물들과 인물들을 감지해 낸다 . 마치 이제는 밈이 돼버린 스타필드의 ‘ 딸각 ’ 처럼 단순한 스위치의 ON/OFF 와 비슷하게 기능한다 . 어찌 보면 이 기능은 바심의 실제 행동인 것 같으면서도 , 모니터 밖의 내가 게임 진행을 위해 직접 스위치를 켜고 있다는 사실이 겹쳐 보이기도 하는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이와는 달리 < 호그와트 레거시 > 에서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면 캐릭터는 ‘ 레벨리오 ’ 를 입으로 외치며 지팡이를 휘두르고 , 그 지팡이에선 파장이 서서히 퍼지는 동시에 주변 사물을 구분해 낸다 . 이는 레이더 같이 긴급하게 주변 사물을 감지해야 하는 본래의 기능적인 목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거추장스러운 연출 효과임은 분명하다 . 그러나 이 짧은 시퀀스는 게임 속 ‘ 캐릭터 ’ 와 게임의 ‘ 기능적인 시스템 ’ 사이의 미싱 링크를 찾아 노출 콘크리트 같았던 게임의 시스템을 마치 캐릭터의 행동인 것처럼 덮어버린다 . 우리가 종이책이 아닌 디지털 신호로 구성된 전자책을 읽을 때 단순한 슬라이드 전환을 보는 것보다는 종이 넘기는 모션과 함께 ‘ 사각 ’ 거리는 소리 표현이 있는 쪽이 비효율적이지만 더 낭만 있다고 여기는 것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 이렇게 ‘ 레벨리오 ’ 는 ‘ 매의 눈 ’ 보다 세계관 몰입에 더 가까워진다 . * 화면 전환과 함께 순식간에 펼쳐지는 매의 눈 *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지만 게임적으로는 비효율적인 액션과 음성으로 가려져있다 .. 사실적인 묘사가 주는 영향이 적어진 시대 물론 그렇다고 < 호그와트 레거시 > 의 게임 시스템과 동떨어진 채 덧붙여지기만한 요소들이 오픈 월드의 구현으로써 완벽하게 잘 굴러간다고 볼 수도 없다 . 게임의 기능적인 요소들과 떨어져 있는 많은 부분들은 캐릭터에 맞춰 상호작용한다기 보다 ,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또 다른 데이터 더미라는 것이 금방 밝혀지기 때문이다 . 종코의 장난감 가게에 전시된 , 상호작용 버튼을 누르면 반복적으로 반응하는 어딘가 공허한 장난감들의 반응을 떠올려보라 . 이를 ‘ 시커 스톤 ’ 이라는 장치와 다양한 상호작용들로 게임 속 캐릭터와 시스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던 <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 플레이와 비교해 보면 이 반응들이 얼마나 아쉬운지 바로 체감된다 . <호그와트 레거시 > 가 살아있는 듯한 세계의 구현이 아니라 ‘ 테마파크 ’ 라고 계속 일컬어지는 것도 아마 이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 * 세계관을 구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 게임으로서 들어오지 못한 아쉬움 앞서 서두에 얘기했던 2023 년 시대의 논의로 돌아가 보자 . 영상이 갖고 있던 환상이 사라진 시대의 우리들은 어떤 오픈 월드 게임에서 리얼한 세계관을 느끼게 될까 ? 하나 추측해 봄 직한 사실은 , 영상의 아우라가 사라진 시대에서 게임의 세계관과 그 몰입은 더 이상 높은 해상도와 사실적인 묘사에서 나오진 않으리라는 점이다 .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티비에서 나오는 정갈하고 사실적인 영상은 진실하지 않은 , 가식적인 취급을 받으며 동시에 실제 화질이 더 떨어지는 유튜브의 거칠고 투박한 영상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에 더 가까운 리얼함으로 평가받는다 . 게임도 마찬가지다 . AAA 급 게임들이 화려하고 사실적인 그래픽을 앞세우지만 , 그것은 자본의 힘이라는 것을 게이머들은 안다 . 그와 동시에 누군가는 < 맞춤법 용사 > 와 같은 쯔꾸르 형식의 RPG 가 단순히 사실적인 묘사의 게임보다는 더 몰입력 있는 , 더 현실과 맞닿아 있는 리얼한 세계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 * 벌써 15 년 된 신뢰의 도약 말고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인가 사람들은 더 이상 사실적인 공간 묘사 자체에 예전처럼 충격 받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 오히려 ‘ 위력 제거 토큰 ’ 처럼 허구가 느껴지는 플레이감에 대한 반발심이 더 클지도 모른다 .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 이후 , 어쩌면 게이머들이 원하는 오픈 월드라는 건 사실적인 공간의 디자인이 아니라 모니터 밖의 나를 소환하지 않은 채 게임의 캐릭터와 시스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 서로 유기적으로 엉켜 있는 그런 경험의 집합체가 아닐까 . 어쩌면 사실적인 세계를 구현하는 데까지 성공한 < 호그와트 레거시 > 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를 비롯한 많은 오픈 월드 게임이 마주한 다음의 과제는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 2023년에 선보였던 대표적인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인 < 호그와트 레거시 > 와 <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 모두 , 다음 시리즈에서는 게임의 시스템과 세계관이 서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잘 융합된 충격적인 작품으로 돌아오길 응원해 본다 . 두 시리즈 모두, ‘유비적인 ’ 오픈 월드의 시스템을 넘어 이 모든 게 ‘유기적인 ’ 오픈 월드로 돌아올 수 있길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프리랜서 영상PD) 장준수 시너지 없는 '토목공학'과 '국어국문학' 스킬트리를 타고 근데 이제 2차 전직을 '영상 제작'으로 선택해버린...혼종 (똥망캐까진 아무튼 아님). 게임 방송국 OGN 포함, 10년간의 방송국 PD생활을 거치고 이제는 퇴사 후 프리랜서 PD로 인생 '가챠'와 '덱빌딩' 사이에서 서커스 중.
- [4회공모전수상작]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비평을 위한 시론 - 캐릭터 뽑기가 갖는 의의란
하지만 ‘서브컬처’라는 명명에는 꽤나 기묘한 구석이 있다. 문화연구 분야에서 서브컬처는 고급 문화 혹은 주류 문화에 대응하는 하위 문화를 뜻하지만 근래에는 그 외연이 확장되어 “‘주변부’의 취향 공동체로, 전체 문화 속 문화 혹은 사회 내 다양한 문화들”로 규정되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내에서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와 거기서 파생된 컨텐츠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서브컬처가 수입 및 활용되며 정착된 사회적 의미가 존재한다. < Back [4회공모전수상작]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비평을 위한 시론 - 캐릭터 뽑기가 갖는 의의란 26 GG Vol. 25. 10. 10. 페이트/그랜드 오더, 블루 아카이브, 원신, 승리의 여신 니케 등등 2010년대 중후반부터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해온 소위 서브컬처 게임이라고 불리는 일군의 게임 장르가 있다. 서브컬처 게임의 특징은 모에 캐릭터/수집형/확률형 뽑기로 여겨진다. 추가적으로 일부 웹게임도 존재하며 미호요(현 호요버스)가 2020년 공개한 원신과 같이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는 경우도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바일을 중심으로 향유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기도 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서브컬처’라는 명명에는 꽤나 기묘한 구석이 있다. 문화연구 분야에서 서브컬처는 고급 문화 혹은 주류 문화에 대응하는 하위 문화를 뜻하지만 근래에는 그 외연이 확장되어 “‘주변부’의 취향 공동체로, 전체 문화 속 문화 혹은 사회 내 다양한 문화들”로 규정되곤 한다. [1] 그러나 한편으로 국내에서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와 거기서 파생된 컨텐츠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서브컬처가 수입 및 활용되며 정착된 사회적 의미가 존재한다. 유사하게 중국에서는 우리가 ‘서브컬처 게임’이라 부르는 장르를 2차원 모바일 게임(二次元手游)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2차원이란 단순히 그래픽이 2D냐 3D냐는 구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본 오타쿠 컬처 에 바탕을 둔 ‘ACG(애니메이션・코믹・게임) 스타일’을 지칭한다. 즉 앞서 서브컬처 게임의 특징 중 하나로 언급한 모에한 이미지・그래픽으로 어느 정도 그 의미가 수렴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오타쿠 문화에 깊은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 한중일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증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의 전체 게임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보다 서브컬처 게임 시장이 동일 기간 약 3배에 가까운 성장율을 보여왔으며 앞으로도 1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2] 그러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 상황과 달리 해당 장르는 진지한 비평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곤 한다. 게임 비평이 아니더라도 진성 게이머를 자처하는 이들에게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뽑기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은 [3] 서브컬처 게임을 진정한 게임 미만의 것으로 치부하게 만드는 요인이곤 한다. 그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수집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는 플레이어들의 향유 태도도 또한 게임의 플레이에서 오는 재미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비평적 곤란함은 단순히 식자층이 던지는 자격 미달의 시선 때문만은 아니다. 전술했듯이 서브컬 처 게임은 대개 모바일 게임으로 완성된 패키지 게임이 아니라 라이브 서비스 게임으로 제공된다. 과거 온라인 MMORPG 게임 ‘서비스’들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완결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다루는 비평이 작동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이렇게 끝이 지워지고 무한히 연속하는 라이브 서비스의 활동성live-ness은 유저에 의해 소유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실시간live으로 소화 및 접속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4] 때문에 라이브 서비스, 특히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을 두고 기존의 게임 비평은 하나의 메인 시나리오 혹은 하나의 캐릭터에 대한 서사적 분석 정도에 그치곤 했다. 간혹 게임 플레이에 중점을 둔 비평도 시도되었으나 캐릭터를 컨텐츠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서브컬처 게임의 모방적인 게임성으로 인해 한계가 뚜렷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과거와 같은 근대적 작품관에 입각한 비평으로는 동시대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온전히 다룰 수 없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라이브 서비스를 다루기 위한 비평의 원리가 요청되고 있는 셈이다. 이 글에서는 특히 기존의 게임 비평이 상정해온 ‘게임성’과 일선을 달리하는 서브컬처 게임을 위한 비평의 시론을 전개하고자 한다. 서브컬처 게임의 핵심이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필자는 캐릭터 수집 요소라고 본다. 해당 장르의 제작자도 향유자도 모두 게임이라는 특정한 플레이 경험 속에서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를 필수불가결적으로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타 게임 장르에 비해서 유독 두드러지는 캐릭터 존재가 컨텐츠의 핵심이라고 보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 [5] 특히 호요버스가 2020년 공개한 〈원신〉 이래로 트리플 A급 게임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레퍼런스 삼아 유려한 그래픽과 거대한 볼륨의 컨텐츠를 앞세운 중국발 서브컬처 게임─‘원신 라이크’들은 이러한 장르적 핵심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최전선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성의 강조에는 그것이 곧 뽑기라는 과금으로 이어지며 게임사의 매출과 직결한다는 이유도 존재한다. 게임 내 부분유료 컨텐츠로 제공되는 확률형 아이템, 즉 뽑기는 일반적으로 게임의 수익 모델로 여겨지곤 한다. 그리고 국내 게임 담론에서 BM에 대한 논의는 대개 사행성이나 유독성에 대한 논의에 머무르곤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뽑기는 게임성과 완전히 무관할까? 뽑기 시스템이 도입된 RPG 게임의 플레이 경험이나 그 게임성에 손상을 입힌다는 주장이 성립한다면, 특정 게임에서는 뽑기가 게임성을 구성하는 데에 핵심적일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메타 게이밍의 요소로서 현질을 플레이의 한 형식, 즉 ‘납금 플레이’로 이해하는 접근도 존재한다. [6] 그러나 여기서 납금이란 플레이 형식은 어디까지나 게임과 유저 사이에 존재하는 난이도와 숙련도 관계에 대한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지, 캐릭터의 매력이나 애정과 같은 게임 플레이에서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영역에서 추동되는 과금 행위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물론 서브컬처 게임에서 캐릭터 수집이 게임 플레이와 완전히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앞서 설명한 것처럼 캐릭터가 컨텐츠 기획의 핵심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게임 내적 난이도와 캐릭터의 성능은 매우 직접적 관계를 갖는다. 소위 라이브 서비스 중 버전이 진행됨에 따라 게임의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점차 상승하는 난이도 및 다양한 기믹-메타에 최적화되어 최신 픽업 캐릭터가 디자인된다. 즉 최신 버전의 메타를 쾌적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최신 캐릭터의 필요성을 느끼게 만드는 점에서, 캐릭터의 사용가치는 중요하다. 그러나 캐릭터를 포함한 유료 아이템의 성능이 사업 모델과 직결하는 ‘페이 투 윈’ 과 조금 다른 이유는 성능이 다시 캐릭터의 매력으로 회수되기 때문이다. 그 예시로 원신에서 중국을 배경으로 한 리월 출신의 강력한 신이란 컨셉을 가진 종려 캐릭터가 자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실성능이 무척 낮다는 이유로 ‘자국 신임에도 성능이 낮다’와 ‘컨셉이 성능과 불일치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을 샀다가 큰 상향을 받게 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오타쿠 문화에 익숙한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일찍부터 ‘외모도 성능이다’란 금언이 있었듯이, 실제 사용가치만으로 캐릭터 뽑기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성능 때문에 뽑기도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자신의 취향에 완전히 맞지 않는 경우에는 그 어떤 게임 유저들과 다르게 강고한 거부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 바로 오타쿠 유저들이다. 원신 라이크 게임들에서는 각 버전마다 진행되는 메인 스토리에서 새로 추가된 픽업 캐릭터가 크게 활약하는 장면을 넣어두고 또 자연스러운 체험 플레이를 유도함으로써 ‘강제애착 스토리’를 제공하고 있다. [7] 하나의 게임 내에서 다양한 메인 스토리 및 이벤트, 서브 이벤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픽업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은 다양한 매체를 동시에 전개하는 미디어 믹스적 전략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호요버스의 최신 작품인 〈젠레스 존 제로〉 속 유즈하 캐릭터의 경우 픽업과 함께 추가된 메인 에피소드 외에도 여름 바캉스 특집 이벤트에 맞춰 스킨이 출시되며 해당 스킨에 맞는 대규모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게임 내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성과 상품의 내적 연결고리가 강력하게 착종되어 있었다. 이와 같이 상품의 사용가치(성능)와 별개로 상품이 갖는 일종의 기호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전략이 호요버스 게임 속에서 매우 첨예하게 갱신되고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서브컬처 게임의 최신 경향 속에서 캐릭터의 매력에 사로잡힌 유저가 자연스럽게 해당 캐릭터를 뽑아 수집하고자 한다는 일련의 흐름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대상에 대한 소유(수집)으로 이어진다는 비약이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사랑에서 비롯되는 독점욕이나 소유욕과 같은 본성적 차원으로 소급해서 이야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욕망이 자연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오늘날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은 비자연(=기술)적이기 때문이다. [8] 그런 의미에서 ‘비오타쿠의 현명함’이란 인터넷 밈은 복제가능한 이미지로서의 ‘캐릭터’가 게임 내 개인계정으로 수집되는 행위와 게임 외적으로 데이터로서의 기록(캡처)에 대한 의미론적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오타쿠적 소비 양태에 근간은 이루는 (과)몰입에 대한 냉소적 비판을 던지고 있다. 여기서 표적이 되는 것은 캐릭터라는 비실재 대상에 대한 애정과 몰입이라는 지 극히 ‘리비도적 경제’ 활동이다. 지금까지 많은 서브컬처 게임들이 서비스 종료됨에 따른 ‘최애’ 캐릭터들에 대한 상실과 그로 인한 불가능한 애도가 유저에게 문제가 되는 반면에, 페이 투 윈으로 유명한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의 서비스 종료는 유저 개인의 리비도가 아니라 아이템 재산이나 소유권 같은 지극히 실물 경제적 측면이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리비도적인 것의 차이를 도출할 수 있다. 동시대 서브컬처 게임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러한 리비도적인 것, 즉 애정과 몰입을 소유와 연결지어내는 마법과 같은 작업을 이해하는 데 있어 롤랑 바르트가 《사랑의 단상》에서 보여준 놀라운 통찰을 빌려와 설명해볼 수 있다. 바르트는 매혹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러한 ‘첫눈에 반한 사랑’은 대상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면에 대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장면이란 ‘사물들의 배치’이며, 특정 대상을 둘러싼 환경이 대상과 맺는 관계성이 대상을 특별하게 만들며 대상을 사랑에 빠질만한 것으로 ‘축성을 내린다’. 그리고 이러한 바르트의 통찰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뤄지는 상품화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플랫폼, 알고리즘과 같은 디지털 기술에 의한 기호적 환경에 대한 이해로 연결될 수 있다. [9] 앞서 예시로 들었듯이 젠존제라는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제공되는 미디어 믹스, 그 이미지와 서사, 플레이의 관계망 속에 배치된 유즈하에 대한 애정은 매우 잘 짜인 코드화의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10] 이처럼 종합적이고 중층적인 배치를 통해서 캐릭터가 제공되는 형태를 ‘장면화’라고도 부를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게임 속 서사는 장면화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다 정확히는 서사의 장면화는 게임에서 제공되는 단일한 서사가 아니라 서사가 제공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수집형 서브컬처 게임 속에서 서사와 캐릭터의 매력이 결합하여 제공되는 구조적 형태에 대해 연구한 이아름의 연구에 따르면, [11] 수집형 게임 속에서 무수히 병렬되며 추가되는 캐릭터들과 그 서사는 “전체를 아우르는 큰 이야기”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각자로 완전히 별개된 ‘커뮤니케이션(=일정량의 작은 이야기)’으로 전환된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하나의 서사(루트) 속에서 선택과 분기를 경험할 필요 없이 초월적 위치에서 모든 가능성을 확보하며 하나의 시간성(=무시간성)을 체험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집이란 행위는 실제로 시간성을 초월한 질서를 수집된 대상에 부여함으로써 무역사성 안에서 자기 폐쇄적인 형태를 추구하는 행위다. [12] “모든 시간은 수집품의 세계 안에서 동시 존재 또는 동시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호요버스 게임에서는 이러한 수집형 게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집품’의 서사적 시간성의 구조뿐만 아니라, 그와 반대되는 ‘기념품’으로서의 시간성의 구조 또한 발견할 수 있다. 기념품은 “각각의 경험을 특별하게 인식”하며 “이야기를 통해 본래의 맥락을 끊임없는 소비의 맥락으로 대체”한다. 나아가 과거와 현재의 ‘거리’를 의식하며 우리의 관심을 과거로 전치시켜 “과거 안에 현재를 가둬 넣는 기능”을 수행한다. [13] 이아름은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메인 스토리)와 함께 병치되는 다양한 이벤트 스토리 및 후속 이벤트를 통해서 메인 스토리에서 활약하지 못한 캐릭터의 주목도와 매력을 높이는 보완적 기능을 해낸다고 설명한다. [14] 그런데 흥미롭게도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이 ‘모바일 게임’으로서 갖는 특징은 과거에 진행된 픽업뿐만 아니라 한시적 이벤트까지도 반복해서 개최하는, 유실과 변형을 갖지 않는 무한 반복이 가능한 데이터성에서 비롯되는 소위 ‘복각’에 있었다. 하지만 출시 이래 원신은 기존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과 달리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과거에 이뤄진 이벤트를 복각한 적이 없었다. 유사하게 2015년 출시한 페그오의 경우도 2021년 이후로는 과거와 달리 거의 이벤트 복각이 이뤄지지 않는 운영 노선을 보여주고 있다. [15] 이처럼 무손실의 반복과 복제가 가능한 데이터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복각 정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메인・이벤트 서사와 함께 연동된 캐릭터의 매력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유저에게 매우 찰나적이며 한정적으로 제공되는 셈이다. 때문에 신규 캐릭터의 등장과 함께 유저가 느끼는 애정이 ‘뽑기’를 통한 소유로 나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계정 내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그 ‘캐릭터 자체’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기 위한 기념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가 뽑기를 통해 소유한 캐릭터는 해당 ‘캐릭터’에 대한 (상실과 추억의) 지표임과 동시에, 유저에 의해 뽑혀 게임 내에서 플레이됨으로써 상실된 과거에 대한 대상행동으로서 새롭게 생성되는 게임 내의 ‘행위서사’가 현재를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의 핵심은 아즈마 히로키가 오타쿠 비평을 통해서 논한 바 있듯이 “캐릭터의 본질보다도 캐릭터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상상력의 환경”에 관한 것이다. [16] 아즈마가 분석하던 시기와 차이가 있을지라도 “이야기보다 캐릭터쪽이 기초적인 단위로서” 상정되고 있다는 상황 판단에는 여전히 시의성이 존재한다. 나아가 그는 작품 자체가 이미 소비 환경을 감안해 제작되었으므로 분석자도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환경 분석’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타쿠적 문화 소비의 가장 큰 특징은 ‘동인’이라고 하는 2차창작 향유라고 할 수 있다. 모에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서브컬처 게임들은 과거에도 일러스트 공모전과 같은 수용자 참여를 독려하는 이벤트를 꾸준히 개최하곤 했다. 그러나 아예 제작사가 전면에 나서서 공식적으로 이를 독려하는 대대적인 장을 마련한 것은 역시나 호요버스가 선구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부터 개최되어 여러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 호요페어는 ‘공식’이 제공하는 재미를 보충하고 확장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게임 내외부로 순환되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동인 품기’를 통해서 노리는 것은 역시나 게임 외적인 미디어 믹스가 빚어내는 ‘사물들의 배치’다. 나아가 현재 젠존제를 비롯한 호요버스의 게임들은 서비스 초기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신규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디테일하게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관련 유튜버들을 지원하여 신규 캐릭터에 대한 성능 및 육성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유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호요버스는 현재 서브컬처 게임 제작사 중 가장 소비 환경을 잘 활용하는 회사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유저는 이처럼 게임 내외부의 환경 속 배치 안에서 해당 캐릭터의 매력에 매혹된다. 때문에 복제가능한 ‘모두의’ 캐릭터라고 할지라도 개인이 해당 캐릭터를 소유하고자 하는 것에는 ‘뽑은 캐릭터’가 고유명사로서의 캐릭터에 대한 기념품이자 수집품이란 양가적 의미로 성립한다. 뽑기는 단순히 해당 캐릭터를 구매하는 행위와는 다르다. 극악의 확률에 기대어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손에 넣는 우연성이 개입되어 있다. 물론 충분한 금액을 투여한다면 반천장과 같은 확률 조정 시스템을 통해 확실하게 얻을 수는 있지만 고래가 아닌 일반 유저들은 결국 확률에 기댈 수밖에 없고 유저들은 기원을 하게 된다. [17] 기도라는 행위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즉 우연(우발)성에 대한 요청이다. 그러나 만일 해당 기도의 내용이 이뤄진다면 기도란 행위 자체는 내용이 이뤄지는 것과 실질적인 인과성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적으로 인과적 필연성으로 인식된다는 점에 기도의 신비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뽑기를 통해 특정 캐릭터를 갖게 된 것은 우연성을 필연성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비오타쿠적인 현명함은 우연성을 포함한 총체적 ‘사물의 배치’ 외부에서 특정 대상만을 포착하는 것에서 비롯되지만, 오타쿠적 어리석음은 배치 안에서 우연성을 필연성으로 엮어내는, 바로 그 양가성의 성립을 통해서만 활성화되는 리비도에서 기인한다. 마지막으로 서브컬처 게임 비평에 관해 한가지 짚어두자면, 그렇다면 과연 뽑기 시스템은 서브컬처 게임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호요버스의 원신 이래로 게임 내 뽑기의 평균 단가가 상승해 과금 부담이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서브컬처 게임의 중소과금 유저들의 뽑기 양태는 ‘명전’ [18] 으로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2025년 상반기에 발표된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 매출은 전년의 19%에서 11%로 크게 하락했다고 한다. [19] 이처럼 포화 상태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발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20] 이러한 시도가 앞서 다룬 서브컬처 게임 장르의 핵심을 얼만큼 갱신시킬지는 아직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뽑기를 통해서 캐릭터와 유저가 맺게 되는 리비도 경제가 변화한다면 역시나 서브컬처 게임의 배치 또한 변화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게임성 자체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임은 분명하다. 원신으로 시작된 거대자본 서브컬처 게임이 5년차를 맞이하면서 해당 장르의 변곡점에 진입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서브컬처 게임을 향한 비평의 움직임 또한 시동이 걸릴 최적의 시기가 아닐까 싶다. [1] 강신규, 《서브컬처 비평》, 커뮤니케이션북스, 2021, p.11 [2] 미래에셋증권, 〈시프트업─호요버스의 성장 스토리가 보인다〉, 2024.9.11 [3] 이경혁, 《현질의 탄생》, 이상북스, 2022, p.178-179 [4] KAI-YOU, 北出栞, 〈ソーシャルゲーム以降、主体的に生きることは可能なのか?──『マギレコ』サービス終了から始める批評原論〉, https://premium.kai-you.net/article/830 , 2024.8.21 [5] 기존 게임 장르 중 비슷한 경우는 격투 게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게임 플레이 경험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동시에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플레이어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레인보우 식스 시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컨텐츠 기획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방향으로 전환되어 왔다. 나아가 2021년 출시된 〈배틀필드 2024〉가 FPS 시리즈의 전통적인 병과 분류가 아니라 병과 내에서 비대칭 능력을 가진 개별 캐릭터(스페셜리스트)를 내세우며 변화를 시도한 적이 있다. 이처럼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에서 점차 캐릭터 중심으로 컨텐츠가 재편되는 현상에서 서브컬처 게임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6] 이경혁, 같은 책, p.182-183 [7] 그러나 동시에 해당 메인 스토리에서의 활약 이후에 다른 메인 스토리에서 주연으로 다시 활약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할 수 있다, 家無しララ, “なぜガチャ嫌いの私は課金沼に堕ちたのか? 沼らせるカラクリを鳴潮から学ぼう”, https://www.youtube.com/@NHLala , 2025.8.4. [8] 앨피 본, 박종주, 《게임 사랑 정치》, 시대의창, 2023, p.174 [9] 앨피 본, 같은 책, p.55-61 [10] 물론 그 코드의 다발은 또 ‘서브컬처’라고 하는 오타쿠 문화에서 공유되는 모에의 데이터베이스 소비를 통해 구성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둘 필요가 있다. [11] 이아름, 디그라 한국학회 제1회 〈플레이어에서 프로듀서로─캐릭터 수집형 게임 시대의 게이머 주체성〉, 2025 [12] 수잔 스튜어트, 박경선, 《갈망에 대하여》, 산처럼, 2015, p.313 [13] 수잔 스튜어트, 같은 책, p.282-283, p.312 [14] 이아름, 같은 곳 [15] 이에 대해서는 2021년부터 페그오를 인수한 애니플렉스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페그오 자체가 매우 뒤떨어진 개발 엔진을 사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버전간 호환이 어려워 복각이 시스템적으로 어렵다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2020년대 호요버스를 위시한 현재 서브컬처 게임 중 무복각 노선 운영이 일반적인 경우가 되었다는 사실을 보면 신규 캐릭터・이벤트 중심으로 컨텐츠 지형이 이동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16] 아즈마 히로키, 이은미,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문학동네, 2007, p.27 [17] 〈원신〉에서 뽑기 시스템의 이름이 ‘기원'이며 이에 사용되는 교환 화폐의 이름은 ‘뒤얽힌 인연’이다. [18] 명함과 전용무기를 합쳐 줄여 부르는 용어. 명함은 중복 캐릭터 뽑기를 통해서 할 수 있는 돌파를 하지 않은 ‘돌파횟수 0’을 가르키는 말이다. 전용무기는 신규 캐릭터의 성능을 최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신규 무기를 가르킨다. [19] 게임메카, 〈중국 게임시장 성장 속, '서브컬처’는 쇠퇴하고 있다〉, 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764382 , 2025.8.5. [20] 게임메카, 〈캐릭터 뽑기 삭제, 듀엣 나이트 어비스 10월 28일 출시〉, 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765332 , 2025.8.27.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 강현 한일 오타쿠 문화 독립연구자. 근래 PC 싱글 게임 구력을 보드게임 구력이 추월하고 있다. 최근까지 티바트 세계(원신)와 뉴에리두(젠존제)의 수호자로 활동하고 있다.
- [북리뷰] 이토록 숭고한 게임 속 괴물들 - 『플레이어 vs. 몬스터』
<다크 소울> 시리즈나 <엘든 링>과 같은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에는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죽음을 맞으면 화면에 빨갛게 떠오르는 ‘You Died’는 상징적인 밈으로 통용된다. 보스와의 전투는 게임의 까다로운 난이도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축이다. 게임 유튜버들은 보스전을 성취하는 데에 몇 번의 ‘트라이’를 거쳤는지와 같은 극악한 고투를 부각하기도 한다. 한편 보스들의 기괴한 외형은 이러한 플레이를 더욱 각별하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다크 소울3>의 튜토리얼 보스인 군다는 2페이즈에서 별안간 검은색 고름 덩어리가 되고, <엘든 링>의 멀기트는 꼬리를 몽둥이처럼 휘두르는 패턴 따위로 플레이어를 곤란하게 만든다. < Back [북리뷰] 이토록 숭고한 게임 속 괴물들 - 『플레이어 vs. 몬스터』 22 GG Vol. 25. 2. 10. <다크 소울> 시리즈나 <엘든 링>과 같은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에는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죽음을 맞으면 화면에 빨갛게 떠오르는 ‘You Died’는 상징적인 밈으로 통용된다. 보스와의 전투는 게임의 까다로운 난이도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축이다. 게임 유튜버들은 보스전을 성취하는 데에 몇 번의 ‘트라이’를 거쳤는지와 같은 극악한 고투를 부각하기도 한다. 한편 보스들의 기괴한 외형은 이러한 플레이를 더욱 각별하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다크 소울3>의 튜토리얼 보스인 군다는 2페이즈에서 별안간 검은색 고름 덩어리가 되고, <엘든 링>의 멀기트는 꼬리를 몽둥이처럼 휘두르는 패턴 따위로 플레이어를 곤란하게 만든다. 기이한 점은, 이렇게 적들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묘한 매료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플레이어 vs. 몬스터』의 저자인 야로슬라브 슈벨흐는 <블러드본>의 이브리에타스가 품은 괴물적인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경험을 서술한다. 그는 이 경이로운 생명체를 계속 바라보고 싶었기에 결국 싸움을 택하지 않았다. 그의 일화를 읽는데 문득 <다크 소울3>에서 미디르를 잡은 후, 묘한 허탈감에 시달리며 소사한 시체만 가득 쌓인 폐허를 한참 동안 서성이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처럼 게임에서의 괴물은 격퇴해야 할 목표로 상정되어 있으면서도 호승심을 초과하는 괴상야릇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렇다면 게임은 괴물을 어떻게 빚어내고 제시할까? 이 책에서 슈벨흐는 <스페이스 인베이더(1978)>부터 <컨트롤(2019)>까지 게임을 역사적으로 아우르며 괴물의 존재론을 탐구한다. 숭고하지 않은 괴물 많은 문화에서는 저마다의 괴물을 이야기한다. 일본에서는 각종 요괴담이 돌고, 톨킨은 <반지의 제왕>에서는 스마우그가, <헤일로>에서는 외계인이. 이렇듯 널뛰는 괴물을 한데 모아 이 책에서는 범박하게 “현대 과학의 시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모든 생명체”로 범위를 한정 짓는다. 전통적으로 괴물은 바람직하지 않은 속성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기형적인 외모를 지녔거나 부덕한 내면을 가진 괴물은 규범을 위반하는 존재다. 이를테면 중세 유럽의 사람들은 얼굴이 가슴으로 함몰된 형태의 블렘미아이Blemmyae라는 괴물이 아프리카에서 산다고 상상했다. 중세인에게 정상적인 인간이란 온전한 머리를 통해 사물을 이해하는 존재이자 “전지전능한 창조주의 육체적 거울상”이었기 때문에 머리가 없는 블렘미아이는 육체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열등한 생물이었다 [1] . 이런 괴물들은 이성이 그려내는 세계의 너머를 자극하기에 공포스럽다. 성서 속 리바이어던처럼 창조주의 질서 안에 놓이되 동시에 그 권위를 위협하기도 하며, 부패한 고름이나 혈액과 같이 원래는 온전했‘던’ 육신에서부터 튀어나와 혐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해, 그 결과로 온갖 범주를 뒤섞어놓으며 인지적 혼란을 빚어내는 것이다. 슈벨흐는 괴물이 감상자에게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감정을 숭고로 설명한다. 숭고함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은 “우리의 표현 능력에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상상력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칸트는 이와 같은 숭고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큰 것, 혹은 엄청난 위력을 지닌 것으로부터 유래한다고 설명한다. 무한성(무형식)을 지닌 대상에서 발견되는 숭고는 인간 상상력과 지성의 한계 너머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우리를 매료시킨다는 것이다 [2] . 한편 슈벨흐는 인간 주체가 자신의 지식 구조에 괴물을 포함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고 말한다. 인간은 언제나 미지의 영역을 정복하려 해왔다. 지도를 그리며 잘 모르는 세계의 지형을 정교화하고, 백과사전을 편찬해 인간 아닌 종을 서술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신비한 힘을 지녔던 괴물 역시도 점차 인간의 체계 안에 편성된다. 정리 작업의 최종적인 목표는 괴물을 지식화하여 관리하고 이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슈벨흐는 괴물이 적이나 놀잇감의 형태로 단순화된다고 바라본다. 이누이트족의 투필라크는 그러한 설명과 걸맞은 사례이다. 본디 투필라크는 주술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비밀스럽게 제작되는 복수귀였으나, 그린란드가 유럽에 복속된 이후 이누이트 문화의 이국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관광 기념품이 되었다. 괴물이 품은 고유한 아우라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숭고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괴물이 지닌 특별한 맥락은 계속 갱신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가 부연 되기 때문이다. 좀비 모티프가 끝없이 진화하듯, 그들은 유순하게 길든 자리에서 심연을 응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괴물은 어떻게 그려지는가? 그에 앞서 슈벨흐는 비디오 게임이 놓인 역사적 맥락을 짚는다. 비디오 게임은 냉전이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사고에 얽매여 있던 시기에 태동한 미디어이다. 정부나 군을 통해 직접적으로 제공받은 하드웨어나 컴퓨팅 프로젝트에 관한 후원은 비디오 게임의 토대를 이루었다. FPS 장르에 이르는 기술사적 계보를 추적한 김영대의 글은 흥미로운 사례이다. 그에 따르면 미군에서 폭격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개발되었던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이미지를 빠르게 렌더링함으로써 실시간성을 만들어냈고, 이는 <스페이심>과 같은 비디오 게임의 전투에 영향을 미쳤다 [3] . 이처럼 비디오 게임은 냉전의 문화적 요인에 긴박 되어 있다. 과학사학자 폴 에드워즈는 냉전의 세계관을 ‘폐쇄 세계closed world’로 설명한다. “모든 사고와 언어 그리고 행동이 궁극적으로 중심 갈등을 향하는 꼼짝 없이 자기 참조적인 공간”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발전된 컴퓨터 기술은 중앙에서 실시간으로 군사 통제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가상의 기획을 현실로 옮길 수 있었다. 그렇게 전산화된 세계는 하나의 형이상학적이고도 폐쇄적인 체계로 맺어졌다. “모든 요소가 통합되고 적절한 가중치가 부여되었다는 믿음 하에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실행하고 또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에 전적으로 적합”했다 [4] . 즉 적대적 존재를 시뮬레이션의 세계에서 빚어내 입력에 따른 결과를 연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디오 게임의 괴물은 바로 그러한 시뮬레이션 안에 놓여 있다. 기호로 모델링된 괴물은 곧 조작 가능한 정의에 의해 좌우된다. 본래 냉전 시기 군사 이데올로기가 시뮬레이션의 발달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바-적과 나를 일관적인 시스템 안에 체계적으로 편성한 후, 행동과 미래를 예측하는 전략의 수립-가 비디오 게임 안에서 실현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비디오 게임 속의 괴물이 “연산적이고(computational) 상품화된 타자성”을 지니며, 이로 인해 “분명 위협적인 존재이나 토벌 가능한 모순”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한다. 이 관점에서 그는 게임의 폭력성을 문제화할 때 살해 애니메이션이나 혈흔의 표현과 같이 피상적인 차원에서 다루기보다는, 그렇게 되도록 결정하고 배치하는 디지털적 권력을 문제 삼길 제안한다. 책의 2장과 3장에서는 게임 속 괴물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빚어지는지에 관한 사례가 부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던전 앤 드래곤>은 연산 가능한 괴물을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데에 기여한 타이틀이다. PvE(Player Vs. Environment)를 “인간 심판이나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의 제삼자가 일련의 장애물과 적을 제어하는 동안 플레이어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캐릭터를 조작해 그와 대결하는 게임 플레이 상황”으로 정의한다면, <던전 앤 드래곤>이 PvE의 형식과 함께 만연해졌음을 이해할 수 있다. ‘던전’이라는 어휘로 매혹적인 모험을 형상화하는 이 프랜차이즈는 톨킨식 장르 문학이 대중화됨에 따라 큰 인기를 누렸다. 톨킨은 허구의 세계인 아르다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계보나 언어와 같은 설정을 섬세하게 써 내려갔는데, 일종의 백과사전 집필로도 표현할 수 있는 톨킨의 작업은 이후 RPG 게임에서 시나리오를 짜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 <던전 앤 드래곤>은 바로 그러한 이질적 존재들, 백과사전 항목에 등재된 사우론과 프로도에게 각종 ‘능력치’를 부여했다. 그런 면에서 <던전 앤 드래곤>은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계산적(computational) 게임이었다. 온갖 종류의 이종들은 정확한 통계에서 비롯된 능력치를 부여받아 “하나의 수학 규칙 매트릭스에 맞게” 배치되었고, 주사위를 랜덤하게 굴렸을 때의 수치와 고정 능력치를 조합하여 게임 이벤트가 진전되었다. 그 결과 “이미지, 문화, 통계를 결합해 괴물을 만들어내는 공식”이 게임계에 자리 잡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괴물들은 게임 플레이의 흐름을 형성하는 중책을 맡는다.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는 일련의 명확한 목표가 앞에 있을 때 몰입할 가능성이 높다” [5] 고 칙센트미하이가 이야기하고 있을 때, 일정 수준 내에서 까다로운 괴물과 전투를 치르고 그에 대해 보상을 얻는 일련의 과정은 플레이어를 충분히 몰입시킨다. 따라서 난관을 어떻게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형상화할 것인가가 디자인의 주요한 화두가 된다. <갓 오브 워>의 전투 디자이너인 데니 예는 괴물을 통해서 플레이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적이 가하는 공격은 일정한 패턴 속에서 이루어지며, 이를 충분히 관찰한 후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미리 예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릴 수 있어야” 하는 괴물은 사용자의 경험이라는 요소를 우선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현대의 비디오 게임 속 괴물은 실용적인 방식으로 이해된다. 디자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실루엣 테스트는 괴물이 실용성과 미학성을 충족했는지 판별하기 위한 절차이다. 비교적 낯선 대상의 외형을 플레이어가 쉽게 판별하고, 다른 것들과 차별화해 구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괴물은 외형적으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그로 인해서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미학적 측면에서 리얼리즘은 비디오 게임의 괴물과 관련이 깊다. 환상 속의 존재를 그럴듯하게 제시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현실의 요소를 동원하기에 이른다. 슈벨흐는 리얼리즘을 두고 ‘현실적’이라는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채택하는 일련의 미적이고 기술적인 관습들이라고 간략히 요약하는데, 특히나 비디오 게임에서 괴물을 디자인하는 데에 지배적인 것은 해부학적 리얼리즘이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비디오 게임에서만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래리 해리하우젠과 같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창작 노트에서 상상 속 동물을 ‘자연스럽게’ 형상화할 수 있게 실존하는 동물의 생체적 지식을 기입하기도 했다. 그러한 인식은 비디오 게임 제작에서의 폴리곤 메쉬나 모션 캡쳐 등의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다. 특히 비디오 게임에서의 시청각적 표현은 3D 그래픽으로 전환하며 초기 영화에서의 괴수 표현이 그러했듯 미니어처를 제작하는 형식으로 이해되었다. 타냐 크르지윈스카는 더 큰 그래픽 리소스가 아티스트들에게 “더욱 환상적인 개체를 만들 수 있을 자유”를 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도 했으나, 현실의 AAA게임에서 포토리얼리즘이라는 규범이 맹위를 떨치는 한, 괴물을 주변 환경에 걸맞게 높은 수준의 디테일로 모델링한다는 해부학적 개연성의 틀에 맞춘 재현이 지배적인 관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요컨대 비디오 게임이 창조한 괴물은 기능적으로나 외형적으로나 “객관화되고 관리 가능한 존재”로 표현된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포스트휴먼이 괴물에게서 숭고를 느끼는 법 슈벨흐는 비디오 게임에서 괴물을 조형하는 방식이 <스페이스 인베이더> 이후로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서술한다. 기존의 PvE 도식을 고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시점에서 이와 같은 답보 상태는 문제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 주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은 글로벌 금융 위기나 기후 재앙, 판데믹과 같은 사건을 겪으며 뒤흔들렸다. 전반적으로 현재 만연한 위기와 이에 대한 지적 대응은 무언가를 괴물 같은 타자로 식별하고 해석할 수 있는 관찰자의 특권을 불안정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시대 속에서 인간은 짓쳐 드는 위험으로부터 거리를 둔 채 패턴을 예측할 도피처도 없고, 그럴 만한 시간조차 없다. 더군다나 인간이 가상의 적을 효과적으로 적대하기 위해 고안한 테크놀로지는 버그나 데몬 같이 초자연적인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인간 제어를 무시하기도 한다. 버그는 컴퓨터의 오류를 의미하는 어휘로만 한정되지 않으며 ‘자그마한 오류’를 푸념하는 토마스 에디슨의 편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지난한 역사를 지닌다. 기계 상의 오류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일컫는 방식의 수사는 이들을 괴물의 한 종류로 볼 가능성을 확보한다. 결론적으로 슈벨흐는 숭고 개념을 재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숭고를 이야기한 칸트에 따르면 위력을 지닌 무엇이 발하는 숭고는 “그 위력이 우리에게 강제력(실제의 위협)을 발휘하지 못할 때” 느낄 수 있다. 폭풍우에 실제로 휩쓸리는 동안은 오직 공포를 느낄 뿐이다. 진정 숭고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산장과 같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후에 대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제야 인간은 “감성의 한계를 넘어선 ‘거대한’ 것을 표상할 수 있으며, 상상력의 확장 가능성을 느끼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7] . 그러나 임박한 재앙은 쉬이 파악될 수 없고,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슈벨흐는 숭고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되, “헤아릴 수 없고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타자성이라는 의미에서의 괴물”은 여전히 유효한 프레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 출처: E nvironmental_Pea791. “If the game was 3D, I think the enemies would look like this.”. Reddit.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해부학적 개연성에 지배되지 않은 비디오 게임 속 괴물의 사례를 탐구한다. <언더 테일>과 같이 연민을 유발하며 인간의 거리 두기를 위협하는 괴물, 목적 없이 등장하며 파괴 불가능한 성질을 지닌 <컨트롤>의 아스트랄 스파이크, 다른 개체와 두뇌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군체처럼 기능하는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의 쥐, 게임 코드나 인터페이스를 장악하는 <메탈 기어 솔리드>의 사이코 맨티스와 같은 사례는 기존의 PvE 도식이 전제하던 교전 개념을 유쾌하게 폐기한다. 이와 같은 존재를 감각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탐구하는 비판적 사유로서의 포스트휴먼 개념을 환기해 볼 수 있다. 포스트휴먼은 인간과 인간 아닌 것 사이를 엄격하게 나누는 이분법을 해체하려는 기획이다. 포스트휴먼의 사유에 의하면 인간을 인간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 고유의 특별함 때문이 아니다. 다른 것들과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 안에 놓인 어떠한 위치가 그를 개인으로 배치할 뿐이다 [8] . 마찬가지로 슈벨흐가 열거한 사례는 인간 플레이어가 본래 누리던 우월한 지위를 해체하고, 게임이 할당한 디지털적 권력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감각할 수 있게 한다. 책을 따라서 이와 같은 예시를 읽다 보면, 이토록이나 다양한 괴물들이 PvE의 규범을 해체하고 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낄지도 모른다. 비디오 게임 속의 괴물 즉 기이한 이들과의 뒤얽힘 속에서 플레이어는 환경(Environment)과 오직 적대하기만 하는 인간이 아닌, 그 안에서 함께하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1] 잭 하트넬. 장성주 역. 『중세 시대의 몸』. (2023). 서울: 시공사. 50쪽. [2] 김예경. (2018). 『프랑켄슈타인』, 숭고와 그로테스크. 우리어문연구,(62), 405-407쪽. [3] 김영대. (2019). 던전의 전투기들: FPS의 짧은 기술사. 문화연구, 7(1), 165-168. [4] 앙투안 부스케. 최석현 역. (2022). 미국 전쟁 기계의 사이버네틱스화: 냉전기 과학과 컴퓨터. 아카루트. 7-8쪽. [5]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이희재 역. 『몰입의 즐거움』. (2009). 서울: 해냄출판사. 45쪽. [6] Denny Yeh. Fighting a God: Behind the Scenes of God of War’s First Boss Battle. 2018.08.16.등록. 2025.01.24.접속. Playstation.Blog . https://blog.playstation.com/2018/08/16/fighting-a-god-behind-the-scenes-of-god-of-wars-first-boss-battle/ [7] 김예경. (2018). 『프랑켄슈타인』, 숭고와 그로테스크. 우리어문연구,(62), 408쪽. [8] 박준영. (2023). 『신유물론, 물질의 존재론과 정치학』. 서울: 그린비. 119-124쪽.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김규리 게임이 이야기를 경험시키는 방식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기웃거리다가 최근에는 <마라톤>을 플레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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