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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신>의 동남아시아 소프트 파워 효과 평가

    2023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애니메 페스티벌 아시아(AFA)에서 miHoYo는 컨벤션 센터 입구, 즉 전시장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덕분에 팬들이 굿즈를 사기 위해 부스로 몰려들면서 3일 내내 통로가 막힐 지경이었다. 부스에는 miHoYo의 글로벌 흥행작이자 2020년 출시 이후 회사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은 게임, 《원신》의 포토존과 캐릭터 상품이 가득했다. < Back <원신>의 동남아시아 소프트 파워 효과 평가 29 GG Vol. 26. 4. 10. 2023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애니메 페스티벌 아시아(AFA)에서 miHoYo는 컨벤션 센터 입구, 즉 전시장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덕분에 팬들이 굿즈를 사기 위해 부스로 몰려들면서 3일 내내 통로가 막힐 지경이었다. 부스에는 miHoYo의 글로벌 흥행작이자 2020년 출시 이후 회사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은 게임, 《원신》의 포토존과 캐릭터 상품이 가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miHoYo 관련 행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사운드트랙 콘서트, 싱가포르 버블티 체인 LiHoTEA·디스커버리 채널 동남아시아 지사·도미노 피자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잇따랐으며(Yan, 2023; Genshin.Global , 2022; Lojo, 2024), 2023년에는 연간 플래그십 이벤트 '호요 페스트(HoYoFest)'를 동남아시아 6개국에서 동시 개최해 《원신》을 포함한 자사 게임 라인업을 한자리에 선보였다. miHoYo의 이 같은 확장세는 《원신》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은 바 크다. 2021년 3월, 출시 6개월도 채 안 되어 누적 플레이어 지출액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구글 플레이와 앱 스토어 양대 마켓에서 최단 기간 해당 기록을 세웠다(Chapple, 2021). 같은 해, 게임 업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더 게임 어워즈(TGA)에서 최우수 모바일 게임상을 수상하며 중국 게임 최초라는 기록도 남겼다(Bankhurst, 2021). miHoYo는 급격히 팽창한 해외 사업을 관리하기 위해 2022년 싱가포르에 글로벌 자회사 코그노스피어(Cognosphere)를 설립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원신》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이 게임이 중국의 소프트 파워 원천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Song, 2023; Li and Li, 2023). 소프트 파워란 한 나라의 문화, 정치적 가치관, 외교 정책을 통해 축적되어 타국의 인식과 관계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는 힘을 가리킨다(Nye, 2004). 소프트 파워는 국가 기관이 의도적으로 조성하기도 하지만, 국가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miHoYo는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소프트 파워 형성에 기여한 비국가 행위자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중국 내에서 《원신》은 어떻게 평가받는가 중국 국내에서 《원신》은 국가적 자부심의 원천으로 여겨진다. 판 옌천(Fan Yanchen, 2024)은 이 게임의 해외 진출 성과를 분석한 글에서, "중국 게임이 '수출'에서 '세계화'로 나아가는 현 시점에서 《원신》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중국의 이야기를 세계에 전하는 훌륭한 매개체"라고 언급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중국의 이야기를 잘 전하라(讲好中国故事)'는 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Liu, 2018). 송 탕(Song Tang, 2023)의 글에서는 중국 네티즌들이 해외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중국어로 번역해 국내에 퍼뜨리는 현상도 확인된다. 그들에게 이는 게임의 글로벌 흥행이 곧 중국 문화의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게임의 높은 완성도는 중국이 '낙후되어 있다'는 편견을 깨고, 오히려 '고도로 근대화된' 나라의 이미지를 심어주며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는 중국"이라는 집단적 비전에 기여한다고 평가된다. 중국의 문화적 이미지 제고에 《원신》이 기여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 정부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miHoYo는 2021년과 2022년 국가 문화수출 중점 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Ministry of Commerce, 2021), 이후 miHoYo가 개발한 신작들도 베이징의 지지를 받았다(Cao, 2023).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담론은 서구권과 중국 내 관객의 반응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송(Song, 2023)은 중국 팬들이 만든 영상을 분석하면서, 어느 크리에이터가 《원신》 덕분에 미국인들이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을 이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서구의 시선을 특별히 의식하는 이 경향은 《원신》의 '중국성(Chineseness)'을 둘러싼 또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리와 리(Li and Li, 2023)는 《원신》에 대한 네티즌들의 엇갈린 의견과 무관하게, 서구 소비자의 반응에 유독 무게를 두는 태도가 "외국인, 특히 선진국의 서구 소비자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중국 플레이어들의 불안"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해외 반응을 향한 중국 네티즌의 시선은 정작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로는 잘 향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의 반응이 주목받지 못하고 서구 반응에만 관심이 쏠리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교육, 음식,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경우 대중문화 등 다른 중국 콘텐츠가 해당 지역에서 이미 충분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미-중 경쟁으로 인해 서구권, 특히 코로나19 이후 반중 감정이 고조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2022년 기준 세계 3위 매출국인 미국에서(Chapple, 2022) 게임이 열광적으로 수용되는 현상은, 변화하는 서구의 대중(對中) 감정을 보여주는 징표로 읽힐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들, 특히 동남아시아의 반응을 간과할 수는 없다. '2024 동남아시아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경쟁 구도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중국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50.5%로 미국(49.5%)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전년도 조사에서 중국을 선택한 비율이 38.9%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Seah et al., 2024). 중국의 인기가 예상치 못하게 급상승하고 있는 만큼, 《원신》과 같은 중국 문화 콘텐츠가 동남아시아 대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필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플레이어 264명을 대상으로 게임에 대한 인상과 중국 문화 인식에 미친 영향을 설문 조사했다. 《원신》이 최고 인기를 누리던 시기, 이 게임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는 2위였다(Bashir, 2022). 플레이어 수가 많은 이들 5개국을 조사 대상으로 삼는 것이 자연스러웠으나, 결과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화교 커뮤니티가 강하게 자리 잡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핵심 비교 국가로 선정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화교 인구가 상당한 만큼 비교 대상에 포함했다. 반면 필리핀과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화교 비중이 낮아 인구 구성의 맥락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외했다. 동남아시아의 《원신》 수용 태도 2024년 2월 1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 결과, 동남아시아에서 이 게임의 소프트 파워 효과는 두 가지 이유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이 지역 플레이어들은 이미 주변의 화교 이웃 및 친구들을 통해 중국 문화에 충분히 노출되어 있어, 게임이 추가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제한된다. 둘째, 플레이어들은 《원신》을 순수하게 '중국적인' 게임이 아닌 글로벌 게임으로 인식하며, 이는 소프트 파워로서의 잠재력을 희석시킨다. 응답자 구성은 인도네시아 37%, 말레이시아 33%, 싱가포르 30%였다. 긍정적이되 제한적인 효과 설문 결과에 따르면,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에서 《원신》의 소프트 파워 효과는 긍정적이지만 제한적이다(그림 1 참조). * 그림 1: 다음 항목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십니까? 대다수 응답자는 중국 문화 전반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다만 게임 플레이 이후 중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자(35.5%)가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18.2%)보다 많았다. 이는 《원신》이 동남아시아에서 제한적이지만 긍정적인 소프트 파워 효과를 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게임이 현지 관객에게 전반적으로 중립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신》을 플레이한 후 중국적 미감이 반영된 제품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항목에서 응답자들은 자신의 견해를 직접 서술했다. 이 항목에서 중립 응답을 선택한 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첫 번째 집단은 게임을 문화 전달의 중요한 매개체로 보지 않는 플레이어들로, 문화적 가치를 위해 게임을 찾는 습관 자체가 없었다. 두 번째 집단은 이미 일상에서 중국 문화에 충분히 노출되어 있는 동남아시아 화교 인구로, 게임의 소프트 파워 효과가 상당 부분 무뎌진 경우다. 첫 번째 집단에 속하는 플레이어들은 게임이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입장이었다. 게임이 담고 있는 문화적 함의는 부차적인 문제로, 중국에 대한 인식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두 번째 집단은 화교 참가자이거나 중국인 친구를 둔 비화교 참가자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이미 중국 문화에 익숙한 만큼, 《원신》이 자신의 인식에 특별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에 뿌리내린 중국 문화가 《원신》의 소프트 파워 효과를 제한하는 가운데서도, 이 게임이 지역 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드러났다. "동의" 및 "강하게 동의" 응답자 중에서는 화교보다 비화교 응답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원신》이 비화교 플레이어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그림 2.1, 2.2, 2.3 참조). * 그림 2.1 "《원신》을 플레이한 후 중국 문화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 그림 2.2 "앞으로 몇 년 안에 《원신》의 배경이 된 중국 실제 장소를 방문하고 싶다" * 그림 2.3 "《원신》을 플레이한 후 중국적 미감이 반영된 제품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중국이 만든 글로벌 게임 《원신》이 중국 문화에 대한 인식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것과 더불어, 설문은 응답자들이 이 게임을 얼마나 '글로벌 게임'으로 인식하는지도 살펴보았다(그림 3 참조). * 그림 3: 《원신》은 글로벌 게임이다 결과에 따르면 51.9%가 "강하게 동의", 38.6%가 "동의"했다. "비동의"와 "강하게 비동의"는 각각 0.16%에 그쳤으며, 8%는 "중립"을 선택했다. 압도적 공감대의 배경으로는 ①다양한 문화를 소개한다는 점, ②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된다는 점, ③세계 각지의 플레이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이어서 응답자들에게 《원신》을 '중국 콘텐츠'로 인식하는지 물었다(그림 4 참조). * 그림 4: 《원신》을 중국 콘텐츠로 인식합니까? 응답자의 85%가 "그렇다"고 답했고, 15%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 중 다수는 개발사가 중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게임의 중국적 기원을 분명히 인정했다. 일부는 게임 내에서 '중국성'이 두드러지게 강조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아니다"라고 답한 소수는 일본 애니메이션 화풍의 도입을 핵심 이유로 지목했는데, 이는 《원신》의 중국성을 둘러싼 현재 진행형의 논쟁을 반영한다. 두 질문을 나란히 놓고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드러난다.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을 중국적(로컬)인 동시에 글로벌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는 고(Goh, 2015)가 제시한 '세계화된 다문화주의(worlding multiculturalism)'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업(miHoYo 같은)이 낯설고 새로운 것(전통 중국 문화와 미감)에 로컬(동남아시아)하고 친숙한(일본 애니메이션 화풍) 요소를 접목해,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상품을 빚어내는 방식이다(Otmazgin and Ben-Ari, 2015). 개발진은 중국 문화의 미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로컬과 글로벌 양쪽에 두루 소구하는 게임을 만들어냄으로써, 의도치 않게 '세계화된 다문화주의'의 역학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한 셈이다. 이 지역 플레이어들이 《원신》을 중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게임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결과다. 결론 설문 결과를 종합하면, 《원신》은 세계적 인기를 지닌 문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중국의 역량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개선하는 데 분명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것이 나이(Nye)가 개념화한 소프트 파워에 걸맞은 정치적 파급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응답자들이 《원신》을 중국 게임인 동시에 글로벌 게임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은, 이 게임의 소프트 파워 효과가 동남아시아에서 궁극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게임의 글로벌한 성격이 그 안에 담긴 '중국성'을 압도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한, 소프트 파워로서의 잠재력은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은 SOJOURN: Journal of Social Issues in Southeast Asia Vol.39, No. 3 (2024년 11월)에 게재된 "Assessing Genshin's Soft Power Impact on Southeast Asia"의 축약본입니다. References Bashir, Dale. 2022. “Southeast Asians Spend Most Time, Money on Genshin Impact”. IGN Southeast Asia, 14 January 2022. https://sea.ign.com/genshin-impact/180800/news/southeast-asians-spend-most-time-money-on-genshin-impact . Cao, Ann. 2023. “Shanghai Names Genshin Impact Creator miHoYo and US Sanctioned AI Firm SenseTime among City’s 40 Tech Champions”. South China Morning Post, 5 December 2023. https://www.scmp.com/tech/ policy/article/3243954/shanghai-names-genshin-impact-creator-mihoyo-andus-sanctioned-ai-firm-sensetime-among-citys-40-tech. Chapple, Craig. 2021. “Genshin Impact Races Past $1 Billion on Mobile in Less Than Six Months”. Sensor Tower, March 2021. https://sensortower . com/blog/genshin-impact-one-billion-revenue. Fan, Yanchen. 2024. “The International Communication of Chinese Culture in the Context of Games: The Case of Genshin Impact”. SHS Web of Conferences 187, no. 04031. Genshin.Global . 2022. “Genshin Impact x Domino’s Pizza Collaboration in Singapore, Malaysia & Thailand”. 13 September 2022. https://genshin.global/dominos-pizza-collaboration/ . Goh, Daniel P.S. 2015. “Introduction”. In Worlding Multiculturalisms: The Politics of Inter-Asian Dwelling, edited by Daniel P.S. Goh, pp. 1–14. New York: Routledge. Li, Qian, and Li Xiaotian. 2023. “Debating the ‘Chineseness’ of a Mobile Game in Online Communities”. Global Media and China 8, no. 4:442–61. https://doi.org/10.1177/20594364231190313 . Liu, Tony Tai-Ting. 2018. “Public Diplomacy: China’s Newest Charm Offensive”. E-International Relations, 30 December 2018. https://www.e-ir.info/2018/12/30/public-diplomacy-chinas-newest-charm-offensive/ . Lojo, Michelle. 2024. “Genshin Impact, Discovery Channel Collaborate in Nature-Focused Effort”. Philstar Global, 15 March 2024. https://www . philstar.com/sports/2024/03/15/2340800/genshin-impact-discoverychannel-collaborate-nature-focused-effo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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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plomat, 25 February 2023. https://thediplomat.com/2023/02/genshin-impact-and-chinesenationalism/ . Yan, Ku. 2023. “Genshin Impact Partners with LiHO TEA in Singapore to Release Collab Drinks Featuring Klee and Jean Starting 14 December”. Yahoo News Singapore, 7 December 2023. https://sg.news.yahoo.com/genshin-impact-partners-with-liho-tea-in-singapore-to-release-collab-drinks-featuring-klee-and-jean-starting-14-december-090005924.html?guce_re&guccounter=2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Researcher) Gwendolyn Yap Gwendolyn Yap is a Master’s student at the Department of Asian Studies at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under the Tun Dato Sir Cheng-Lock Tan Scholarship at ISEAS – Yusof Ishak Institute. Her current research revolves around media subcultures, Asian popular culture and soft power. You can find more of her work on: https://www.gwendolynyap.com/.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채찍과 당근의 자강두천,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유도하고 또 감정선을 조절하는데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때론 위협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면서, 무작정 사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범위 안에 플레이어의 경험을 위치시키기 위해 수많은 요소가 무대 뒤에서 암약한다. 마치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에서 미스터리 단체의 직원들이 주인공 일행에게 하나씩 위협을 던져주며 가지고 놀듯이 말이다. 만약 이런 시선으로 공포 게임을 본다면, 이제는 한 번쯤 그 의도와 예상을 부숴주겠다는 불순한 생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Back 10 GG Vol. 23.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MyungKyu Lee Game journalist (2014–), writer (2006–), gamer (1996–).

  • [공모전수상작] 크리퍼가 부수고 간 자리

    마인크래프트(Minecraft)는 겉시늉의 세상이다. 엉성한 외피 이미지로 포장된 네모난 객체들이 생태계를 이룬다. 또한 현실과 비현실, 매끈함과 모서리, 플레이어와 데이브(주인공), 원형과 변형 등 양립 불가능한 것들이 공존한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데이브의 몸으로 젖지 않는 비를 피해 귀가한다. 그리고 온기 없는 모닥불을 피워 몸을 녹인다. 방 안이 따뜻한 빛으로 물들면, 솜 없는 침대에 누워 깨어 있는 채로 잠에 든다. < Back [공모전수상작] 크리퍼가 부수고 간 자리 20 GG Vol. 24. 10. 10. 마인크래프트(Minecraft)는 겉시늉의 세상이다. 엉성한 외피 이미지로 포장된 네모난 객체들이 생태계를 이룬다. 또한 현실과 비현실, 매끈함과 모서리, 플레이어와 데이브(주인공), 원형과 변형 등 양립 불가능한 것들이 공존한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데이브의 몸으로 젖지 않는 비를 피해 귀가한다. 그리고 온기 없는 모닥불을 피워 몸을 녹인다. 방 안이 따뜻한 빛으로 물들면, 솜 없는 침대에 누워 깨어 있는 채로 잠에 든다. 전술한 과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맞닿아 있지만 엄연히 다르게 작동한다. 현실과 다른 인지 체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상의 객체와 플레이어 사이에 생성되는 보이지 않는 관계망은 현존감(presence)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이는 어느새 스크린 밖으로 나와 현실 위에 포개진다. 마인크래프트의 겉시늉은, 크리스마스트리에 걸린 장식용 선물 상자와 같다. 그저 작고 가볍게 포장된 이미지로서의 역할을 한다. 솜 없는 침대 현실 세계는 매끈한 표면의 사물로 가득하다. 그러나 마인크래프트 속 세상은 모두 블록 형태로 모서리를 갖고 있다. 입체의 면으로만 이루어진 객체들은 간신히 식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비)현실적으로 단순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 부분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사물을 인지할 때 그다지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 속 사물은 물리적인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모든 사물은 형상과 관념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사물은 겉을 이루는 외형보다 관념으로서 존재하는 순간이 더 많은 듯하다. 그렇기에 마인크래프트의 단순한 묘사는 대상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인지함에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상상력이 부족한 부분을 알아서 채워 넣기 때문이다. 이렇듯 마인크래프트의 블록 세상에 들어서면, 우리의 인지는 저절로 전이된다. 누구도 네모난 고양이에 대해 이의제기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전이는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다 [1] . 우리가 기존에 알던 것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뒤바뀌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부분이 맞닿은 상태로 변형되어 또 다른 형상을 갖게 되는 것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변형이 되어도 원형을 상기할 수 있다. 달리 말해 인지의 지평이 확장되는 것이다. 마인크래프트 속 세상을 거닐면, 기억 저편에 담긴 현실 세계의 이미지가 무수한 형태로 분절되어 떠오른다. 그리고 확장된 인지 체계 위에 포개진다. 무엇이 원본인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일은 무의미해 진다. 사실 인지의 전이는 마인크래프트에만 해당된다기 보다 비디오게임 전반에서 일어난다. 상하좌우로만 이동하는 납작한 이차원 게임을 떠올려 보자. 이차원의 세계는 우리가 경험해 본 적 없는 곳이다. 그러나 비디오게임 안에서는 이러한 제약이 문제 되지 않는다. 또한 이차원 게임에서는 마인크래프트보다 고도로 압축된 형상의 객체들이 등장한다. 우리는 두 개의 네모난 픽셀만 보고도 인간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렇듯 비디오게임 내부에서는 고도로 압축된 묘사가 추상적인 레벨에서 소화 과정을 거친다. 인지의 전이는 우리가 가진 고정된 관념과 사고, 그리고 이미지로부터 해방을 선사하며 확장된 감각의 세계를 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젖지 않는 비에 추위를 느끼고, 온기 없는 벽난로에서 몸을 녹이고, 솜 없는 침대에서 푹신함을 느낄 수 있다. * 마인크래프트의 침대 [2] 네모난 고양이의 골골송 [3] 비디오게임 속 객체들은 명백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현존감을 기반으로 게임 속 가상의 객체들과 지각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비디오게임에서의 현존감은 말 그대로 현실을 넘어 게임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상태를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험은 가상 환경 내부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이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플레이어가 주관적으로 감각하는 심리적인 공간에 가깝다 [4] .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데이터로 이루어진 가상의 우주로, 현실과 동일한 물리적 실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존감은 비디오게임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현실감 외에도, 플레이어와 가상의 객체 사이에 생성되는 사회적 관계를 포함한다. [5] 마인크래프트의 싱글 플레이 모드는 온 우주를 플레이어 혼자 쓴다. 플레이어를 제외한 다른 생명체는 모두 NPC(Non Player Character)다. 이러한 점이 플레이어에게 자유로움과 안락함을 주기도 하지만,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마인크래프트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물, (비)공격적인 몹(mob), 마을 주민은 매우 단순한 행동으로 프로그래밍된 NPC이긴 하지만, 플레이어에게 살아있다는 것을 감각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 마인크래프트의 고양이 [6] 플레이어는 여러 동물과 상호 작용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신뢰를 쌓으면 반려동물처럼 함께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마인크래프트의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한다. 플레이어가 바다에서 생선을 낚아 고양이에게 지속적으로 가져다주면 점차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네모난 상자에 다리와 꼬리가 달린 투박한 고양이는 야옹 소리를 내며 사뿐하게 걷고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낸다. 긴 채집 끝에 집으로 돌아가 고양이를 마주하면, 보드라운 반려묘의 감촉이 떠오르며 골골송이 들려오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렇듯 마인크래프트 속 가상의 생명체와 플레이어 사이에 오가는 상호작용은 단순하고 때로는 단방향적이기도 하지만, 현실에 가까운 관계망을 피워내기도 한다. 홀로 숲이나 동굴에 들어가 재료를 채집하고, 외딴곳에 집을 짓고 살아갈 때는 알지 못했던 플레이어의 생기를 감지할 수 있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온종일 낚시만 해야 했던 고양이와 ‘나(플레이어)’ 사이의 결속은 사회적인 풍부함(Social Richness) [7] 으로 이어지는 현존감을 발생시키며 물리적 실체의 필요성을 허문다. 그들은 어떤 생물의 외피를 두르고 단순하게 움직이는 상자처럼 보일 수 있으나, 플레이어를 움직이게 하고 때로는 죽게 만드는 크고 작은 동기가 된다. 즉 가상 세계에서의 삶과 죽음은 이들이 관장한다. 내재적인 모서리 게임은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로 구성된 하나의 무리다. 즉 게임은 시스템적이다. 여기에서 시스템은 광범위한 의미를 담아낸다. 우선 게임의 시스템은 사물과 사물, 사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는 가지와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가지는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수한 갈래로 뻗어 있다. 게임의 시스템은 구조적인 요소와 감각적인 요소를 포괄한다. 따라서 이를 텍스트로서 정의하거나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지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이 상호작용적인 관계 안에서 복합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8] . 이는 게임의 시스템에 대한 모호한 정의를 하나로 묶어 냄과 동시에 여러 가지 경우를 포함한다. 비디오게임의 시스템은 무수하게 얽힌 관계망을 기반으로 하나의 복합체를 이루며 내부에서 외부로 점차 뻗어 나간다 [9] . 이렇게 시스템은 또 다시 현실 위에 포개지고 또 다른 우주를 이루게 된다. 마인크래프트에 등장하는 크리퍼(Creeper)는 이름처럼 몰래 다가와 자폭하며 일대를 박살 내는 몹이다. 크리퍼는 일정 조도 이하로 내려가면 어디서든 생성된다. 특히 지하 동굴이나 깊은 숲, 비 오는 날에 자주 출몰한다. 크리퍼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폭발할 듯 빛을 내며 경고한다. 그리고 삽시간에 터져 버린다. 물론 크리퍼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아도 스스로 폭발하기도 한다. 즉 크리퍼의 행보는 예측할 수 없다. 소리 없이 다가와 일상의 한 부분을 통째로 날려버리고는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다. * 크리퍼가 부수고 간 자리 [10] 그러나 크리퍼는 사실 현실 도처에 존재한다. 위기는 언제나 소리 없이, 예측 불가능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드러난 거친 모서리를 흉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모서리를 내재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모서리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둘 이상의 면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본 채로 맞닿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또한 무수한 존재자들의 각으로 이루어진 모서리의 세계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어느 한 부분이 맞닿은 채로 커다란 시스템을 이룬다. 이처럼 크리퍼가 부수고 간 자리는 내재적인 현실의 모서리를 보는 눈과, 이를 매만질 수 있는 손으로 확장된다. 마인크래프트의 네모난 블록, 그리고 이를 감싸고 있는 외피는 이미지 너머로 연결되는 또 다른 차원의 경로를 연다. 다시 크리스마스트리에 걸린 장식용 선물 상자를 떠올려 보자. 이는 분명 선물 같은 외양을 하고 있지만 선물로 기능할 수 없다. 그렇기는 해도 우리는 이 작고 가벼운 상자에 담을 수 없는 따뜻한 온기와 안락한 공간을 떠올리고 감각할 수 있다. 온 세상의 모서리와 외피를 매만지며, 지난 겨울 공원에서 우연히 찍은 한 장의 사진으로 늦더위를 달래 본다. * 지난 겨울의 공원 [1] 곤살로 프라스카,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게임”, 김겸섭 역, 커뮤니케이션북스, 2008, p.18. [2] 이미지 출처: https://minecraft.fandom.com/wiki/Bed [3] 고양이가 기분이 좋을 때 내는 소리를 노래하는 것에 비유해 일컫는 말이다. [4] 김영욱, “VR 영상 콘텐츠의 현황과 프레즌스(presence) 향상을 위한 과제”, 문화영토연구 Vol. 4 No.2, 2023, pp14-17. [5] 조수선, 이숙정 외 3명, “뉴미디어 뉴커뮤니케이션”, 이화출판, 2014, pp.107-109. [6] 이미지 출처: https://www.digitaltrends.com/gaming/how-to-tame-cat-minecraft/ [7] 조수선, 이숙정 외 3명, “뉴미디어 뉴커뮤니케이션”, 이화출판, 2014, pp.111-112. [8] 케이티 세일런, 에릭 짐머만, “게임디자인원론Ⅰ”, 권용만, 윤형섭 역, 지코사이언스, 2010, p.113. [9] 위의 책, pp.117-118. [10] 이미지 출처: https://modbay.org/mods/1756-creeper-spores.html 참고문헌 곤살로 프라스카,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게임”, 김겸섭 역, 커뮤니케이션북스, 2008. 김영욱, “VR 영상 콘텐츠의 현황과 프레즌스(presence) 향상을 위한 과제”, 문화영토연구 Vol. 4 No.2, 2023. 조수선, 이숙정 외 3명, “뉴미디어 뉴커뮤니케이션”, 이화출판, 2014. 케이티 세일런, 에릭 짐머만, “게임디자인원론Ⅰ”, 권용만, 윤형섭 역, 지코사이언스, 20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큐레이터) 박정서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시각예술 분야에서 전시, 비평, 워크숍을 한다. (비)과학에 관심을 두고 뉴미디어 아트와 비디오게임을 탐구한다. 최근 참여한 프로젝트로는 연구 <기이한 게임과 으스스한 게임>(2024, 서울문화재단 RE:SEARCH), 전시 (2024, WWW SPACE), 워크숍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 비평>(2024, 아트코리아랩 아트랩클럽), 전시•워크숍 (2024, 하자센터 미디어아트 작업장) 등이 있다.

  • [북리뷰] 스테이지를 전환하자는 제안, 〈모럴컴뱃〉

    따라서 필요한 것은 ‘컨트롤러를 집어들고 게임을 계속 즐기면서’(246쪽) 게임에 대해 계속 대화하는 것이다. 〈모럴컴뱃〉은 게임에 대한 대화를 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310개에 달하는 각주는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와 부정적인 연구를 포함하면서 게임에 관한 주요한 사건에 관한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다. 게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든 이 책의 자료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거기에서부터 새로운 호기심이 찾는 여정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 Back 02 GG Vol. 21.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iwoong Kang Senior researcher at the Institute for Social Development Studies, Yonsei University. Has written for various game outlets, including Gamers. Books include Game and Cultural Studies (co-authored) and The History of Korean Games (co-authored). Writes a regular game column for the children's magazine Goraega Geuraesseo. Believes that games are a culture that walks alongside us, touching countless moments of our lives.

  • 기억의 조작술: 사건의 컨벤션으로부터 벗어나기로서 인디게임

    장르는 게이밍에서 오랜 논쟁의 주제 중 하나다. 디지털게임의 매커닉과 외형은 무궁무진하지만 소설이나 영화, TV쇼와 마찬가지로 어떤 약속된 경로들이나 재현의 양태가 축적되고 있음다. 컨벤션(convention)은 창작자와 텍스트, 그리고 수용자 사이에 형성되는 하나의 묵시적인 관습으로 우리는 무수히 많은 텍스트들이 생산되고 반복적으로 읽히는 과정에서 공통의 컨벤션을 체화한다. 장르가 계약을 통해 창작자-수용자 모두 텍스트의 진행 과정을 사전에 공식화한다면, 컨벤션은 비공식적으로 모두가 따르는 불문율이다. 장르는 헌법처럼 작동하지만 컨벤션은 그 안의 관습법 혹은 윤리처럼 흐른다. 장르는 끌어당기는 반면, 컨벤션은 대류한다. 장르는 포뮬러(정형화된 공식)와 컨벤션을 만들고, 스타일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스테레오타입과 클리셰를 생산한다.  < Back 11 GG Vol. 23.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yunwoo Shin A cultural researcher and cultural critic, specializing in critical theory of technology and the political economy of media. Researches cultural phenomena surrounding gaming, 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s, and blockchain, and teache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nd the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 문예진흥법 개정: 게임이 예술 되어 돈이라도 있고 없고

    예술인복지법이 언제 어떻게 개정될지는 알 수 없다. 앞서 말했듯 구체적인 논의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게임의 예술화에 있어서 한국은 이제 첫 번째 페이지를 연 것이고, 단순히 법 한두 개를 개정하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속적인 업계 모니터링과 철학적 담론 탐색이 있어야 하며, 그 결과는 향후 여러 번의 개정으로 나타날 것이다. < Back 09 GG Vol. 22.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eonggap Hong Freelance writer—a job title suspected of being a synonym for "unemployed." Started out as a reporter at Ddanzi Ilbo, where broke the first story exposing the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s comment-manipulation operation. A lifelong gamer who wrote a first piece of game criticism in 2001—and is very glad it has since been lost.

  • 게임 역사 초창기의 기록들: 닌텐도 뮤지엄 방문기

    2024년 10월 2일, 닌텐도 뮤지엄(Nintendo Museum)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프로젝트 발표 이후 3년만의 소식이었다. 닌텐도의 역사와 유산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이 박물관은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자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박물관은 1969년에 세워진 우지 오구라 공장(Uji Ogura Plant)을 개조한 것인데, 이 공장은 닌텐도가 일본 전통 카드 게임인 화투와 서양식 트럼프 카드를 제작하던 시절부터 비디오 게임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까지 함께한 역사적인 공간이다. 닌텐도의 변천사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다시금 과거와 현재를 모아놓은 셈이다. < Back 22 GG Vol. 25.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eonwoo Lee Interested in games played together, and studies the relationality of games. Hopes that games can bring joy to everyone, all at once.

  • [editor's View] 먹지 못하는 매체가 먹는다는 본능을 다루는 방식에 관하여

    동물의 생존에는 먹는 행위가 필수적입니다. 인간도 동물이니 먹지 않으면 죽고,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먹는 일과 연관됩니다. 다만 인간의 먹거리를 먹이가 아니라 음식, 식량이라는 다름 이름으로 부르는 데에는 인간의 먹는 행위가 단순한 생리적 욕구 해결과 생존본능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님을 드러냅니다. < Back [editor's View] On How a Medium That Cannot Eat Approaches the Instinct to Eat 30 GG Vol. 26. 6. 10. Eating is essential to an animal's survival. Humans are animals too, so we die if we do not eat; every human being is, at bottom, bound up with the act of eating. Yet the fact that we call what humans eat not "feed" but "food," "provisions," reveals that human eating is not composed of physiological need and the survival instinct alone. To gather ingredients and cook them into a dish—or to accumulate those same ingredients and process them into the resource we call provisions—is a process that is at times social, at times political and economic, and in many cases one we read back through a cultural frame. GG attends to digital games because what this medium takes as its source material is the human being, together with the society and culture that humans form. Seen that way, the food and cooking that digital games depict are an important object through which to examine how a cultural inheritance—built up by humans over a long history—is represented through the medium of the game. And the game's own distinctive mode of representation, unlike that of other media, can become a device that lets us reconsider, from a fresh angle, the food and cooking woven into our daily lives. Now reaching its 30th issue, GG looks back, with this purpose in mind, at food and cooking as represented in games—both as outcome and as process. From the mechanic of biological need and its satisfaction, through processing and accumulation, spoilage and depletion, plating, and on to social meanings that run beyond mere nourishment, digital games have sought to realize, across many facets of food and cooking, both the significance and the pleasure that representation-as-process can hold. Through these several essays, each following its own thread, we hope this issue becomes an occasion to chew over once more just what the human act of eating is. Alongside the launch of issue 30, GG is also opening its 5th Game Criticism Contest. The number of people who study or critique digital games is still small, and we are always hoping that new companions—and more of them—will join us. We ask for your attention to the announcement that follows, and hope you will share it with those around you. Thank you. Lee Kyung-hyukEditor-in-Chief, GameGeneration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온라인게임, 멀티플레이, 그리고 경쟁

    한때는 ‘온라인 게임’이 곧 새로운 미래가 될 거라 믿던 시기도 있었다. 코로나19라는 이벤트까지 거친 후 지금 돌아보면 어떤가? 부분적으로 온라인 시스템을 수용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게임은 여전히 오프라인이 중심인 느낌이다. < Back 온라인게임, 멀티플레이, 그리고 경쟁 08 GG Vol. 22. 10. 10. 한때는 ‘온라인 게임’이 곧 새로운 미래가 될 거라 믿던 시기도 있었다. 코로나19라는 이벤트까지 거친 후 지금 돌아보면 어떤가? 부분적으로 온라인 시스템을 수용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게임은 여전히 오프라인이 중심인 느낌이다. 우리는 온라인에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첫째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감각이다. ‘경쟁’을 유도하는 게임 시스템이라면 인간을 상대로 하는 편이 가장 재미있다. AI와 경쟁하는 것은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진다. 가정용 게임기가 ‘2인용’ 컨트롤러를 동반해 등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온라인을 활용한 FPS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등도 이러한 맥락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경쟁’만이 이런 감각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협력해 공통의 과제를 달성하는 것 또한 게임을 ‘함께’하는 일의 묘미다. 온라인을 활용한 게임 자체는 PC통신 시대에 이미 등장했는데, 이른바 MUD(Multi User Dungeon) 게임이 그것이다. 오늘날에는 전세계 이용자들과 함께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MMORPG들이 이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여러 사람이 공통의 과제를 해결한다는 사실 자체가 만들어내는 맥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게 우리가 온라인 게임에 거는 두 번째 기대, 일상과는 분리된 또다른 공동체에 대한 감각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공통 과제를 달성하려면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협력을 할 수 없는 상대와는 필연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교류하고 협상하며 손을 잡았다가 다시 놓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하나의 ‘사회’가 성립되고 작동하는 과정이 게임 내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게임 사회가 현실 사회와 분리돼있으므로, 이 안에서의 ‘나’ 역시 현실 사회와 분리돼있다. 따라서 ‘나’는 게임 안의 ‘아바타’에 대안적 자기상을 투영한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현실 사회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게임 내 사회를 대한다. 따라서 게임과 현실은 형식상 분리돼있으나 내용적으로는 유사성을 가진다. 혹시 그렇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나’는 게임 내에서 ‘대안적 나’로 존재하기 위해 게임 내 법칙이 어느 정도 현실을 따르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현실의 나’는 게임 시스템과 상호 교류하며 긴장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게임 내 세상이 현실처럼 부조리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게임 내의 현실 모사가 마치 ‘성경공부’ 같을 필요까지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현실의 부조리는 게임 시스템에 어느 정도 실감이 날 만큼만 반영되어야 한다. 이용자가 감당할 수 없는 부조리조차 현실과의 유사성이라는 명목으로 게임에 재현되면 ‘대안적 나’를 게임 내에서 추구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의 이용자인 우리는 현실의 무엇에 대한 재현까지 용납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방식을 보면 이게 드러난다. 초창기 MMORPG의 설계자들은 게임 내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종합격투기 링처럼 여겨지기 보다는 대안적 사회로서 소비되기를 바랐다. 울티마 온라인이나 에버퀘스트와 같은 사례를 보면 그렇다. 초기 울티마 온라인의 경우 최대 7개의 부문 스킬에 대해서만 ‘그랜드 마스터’ 자격을 가질 수 있었다. ‘채광’, ‘낚시’, ‘벌목’과 같은 생산 기술부터 ‘검술’, ‘궁술’ 등의 전투 기술에 이르기까지, 전체 스킬의 종류는 50가지에 달한다. 이용자 입장에선 이 중 자기 캐릭터 컨셉에 맞는 스킬 7개 스킬만을 선택해야 하는 거다. 레벨을 올리면 ‘아바타’를 한도 끝도 없이 강화할 수 있는 현대 게임 디자인과는 다른 형태다. 지금의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다른 사람과의 협동을 장려하고 레벨 올리고 사냥하는 것 외의 활동을 유도하는 것인데, 이용자는 결과적으로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하게 된다. 과거 MMORPG 이용자들이 자기 경험담을 연재의 형식으로 올린 글이 인기를 얻었던 것도 이런 특성이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초창기 MMORPG의 형태는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한 경쟁 위주, 즉 자기 캐릭터를 강화하고 여기에 맞춘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형태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울티마 온라인류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용자의 시스템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기대’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노력’에 상응한 ‘보상’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력’의 결과가 수치화 되어 정확히 측정되어야 한다. 즉, 온라인 게임 일부의 이러한 변화는 ‘현실의 자신’이 사회에 바라는 법칙이 게임 시스템 내에서도 작동하기를 바란 결과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의 반영이 ‘게임의 재미’에 미친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오늘날 게임을 대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태도는 ‘노력’과 ‘보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듯 느껴질 때가 많다. 어느 시점까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보상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알아 내야 남보다 빨리 ‘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효율성’의 추구가 ‘재미’의 대부분을 뒤덮어버린 듯 보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최강 종족’에 관련한 밈은 이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테란, 프로토스, 저그 중 최강의 종족은 무엇인가 하는 논쟁은 긴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게 뭐든 제4의 종족, Korean이 최강이라는 결론에 이견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이것은 한국인들이 스스로 ‘민속놀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 내 스타크래프트 이용자 숫자가 많았던 때문이다. ‘고수’가 등장할 확률은 어느 나라든 낮지만 모수가 크면 절대적 숫자는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사회 전반과 제도에 대한 불신이 큰 한국 사회의 현실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가능하지 않을까? 개발자가 유도한대로 정해진 시스템에 맞춰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규칙의 허점을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면서 경쟁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에 한국인들이 특히 익숙했던 것 아니냐는 추론이다. 우리는 이미 스타크래프트 뿐만이 아닌 뉴스에서도 법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한 사기꾼의 사례나 입시 제도를 둘러싼 논란 등에서 비슷한 예들을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공적인 틀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한국이 각자도생의 ‘저신뢰 사회’라는 사실은 OECD의 설문조사나 해외 연구기관의 통계, 프랜시스 후쿠야마라는 학자의 주장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뒷받침 되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가 발표한 ‘2019 레가툼 번영지수’를 보면 한국은 사회자본 부문에서 전체 167개국 중 142위를 기록했다.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이런 근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나마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 장르에선 이러한 각자도생의 본능이 ‘재미’를 크게 훼손하지는 않을 수 있다. 정신적 피로를 안기는 ‘채팅’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나 앞서 짚었듯 우리가 온라인 게임에 거는 기대가 현실의 부조리까지 전부 재현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용자가 거의 모든 게임을 대하면서 나타나는 ‘효율성 추구’는 ‘경쟁’이 중심이 되지 않는 게임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재미의 폭을 제한하는 결과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는 ‘효율성 추구’가 게임과 현실의 벽을 무너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스펙 쌓기로 피곤한데 게임에서까지 그래야 하는가? 문제는,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뭘 만들어도 여기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각자도생의 현실 사회도 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이리 저리 조율돼 반영된 결과이다. 바로 그 사람들을 가상현실이라는 다른 시스템 안에 넣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는 거다. 그렇다면, 경쟁을 위해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시스템의 반대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게임일까? 앞서 언급한대로 ‘대안적 나’를 추구할 수 있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경험을 가질 수 있는 게임이다. 남들과 경쟁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게임의 형식은 어떻게 가능할까? 오늘날 이 모델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게 ‘온라인 없는 오픈월드’이다. ‘오픈월드’의 핵심은 그것 자체가 현실과 분리된 또 다른 현실세계의 정밀한 모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오픈월드’라면 그 안에서 다른 외부의 개입 없이도 이용자가 하고자 하는 모든 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최대한도로 구현하기 위해 유명 오픈월드 게임들은 사실적 그래픽으로 넓은 세계를 묘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물론 이런 것들은 외적 표현에 불과하다. 문제는 내용이다. 온라인 게임이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접속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매일 새로운 사건과 드라마가 창출된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가 없는 오프라인 오픈월드는 어떻게 ‘사회’일 수 있는가? 수많은 ‘퀘스트’가 등장하는 식의 구성이 ‘오픈월드’의 필수가 된 건 이런 이유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출력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를 인공지능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튜링 머신의 아이디어와 유사한 결론이다. 이용자가 예측할 수 없고 언제나 새롭게 느낄 만큼의 수많은 사건이 등장한다면 그것은 ‘대안적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는 이게 ‘오픈월드’의 한계를 규정짓는 요소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퀘스트’는 어디까지나 ‘퀘스트’일 뿐이다. 게임 내 사건이 더 이상 ‘사건’일 수 없다면, ‘오픈월드’가 ‘현실 사회’의 모사처럼 보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런 점에서 역사적 인물, 사건 등 배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또 하나의 타개책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어쌔신 크리드 오딧세이’에서 우리는 결코 요구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질문’의 방식으로 돌려 표현하는 소크라테스에게 ‘퀘스트’를 수주하면서 현실의 역사에 속해있다는 감각을 갖게 되고, 이것이 게임 내에서 ’사회’의 존재를 체감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굳이 그 시대의 최강자가 되기 위한 최단 경로를 밟는 것에 몰두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중요한 어떤 인물이 되어 보면 되는 것이다. 물론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이런 저런 설정은 완전한 역사적 인물로의 몰입에 방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쌔신 크리드’가 그리는 세계에 완전히 녹아들기 위해서는 역사와 현실을 넘나드는 초현실적 액자 구성을 받아들여야 하고 외계인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고대인들의 사회를 둘러싼 갖가지 설정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어쌔신 크리드’는 이상적인 ‘오픈월드’를 구현하는데 전적인 노력을 쏟은 게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쨌든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현실과의 접점을 찾는 것으로 ‘오픈월드’의 ‘구멍’을 메꾸는 시도는 ‘효율성 추구’의 함정으로부터 게임을 구원하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아예 이 대목에만 집중한 게임도 있다. ‘대항해시대’를 비롯해 역사 시뮬레이션 시리즈로 유명한 코에이의 ‘태합입지전’ 시리즈는 이런 경향을 잘 보여준 사례로 들 수 있다. 18년만에 리마스터 된 5편의 경우 장엄한 자연 환경의 묘사나 월드맵의 끝없는 물음표 같은 것은 없다. 이 게임은 철저하게 그림과 숫자로만 이뤄져있다. 그럼에도 게이머는 일본 전국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이 되어 주체적으로 역사에 개입하는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오다 노부나가가 혼노지에서 죽기 전에 아케치 미쓰히데를 제거한다든가, 그 전에 반란을 일으켜 독립을 꾀하는 등의 대안역사적 시도를 해볼 수 있는데, 아예 이런 정치적 문제와는 관계가 없는 소시민으로서의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 미니게임으로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상징화 해 대체한 시도는 따로 주제를 잡아 다뤄볼만한 기법이다. 이제 다시 애초의 문제의식으로 돌아와보자. ‘역사’를 설정으로 삼는 ‘오픈월드’를 통해 가상 사회와 현실의 접점을 만들고 그 안에서 대안적 시도를 허용하는 게임 디자인이 가능하다면, ‘현재’나 ‘미래’를 근거로 한 것도 동일한 효과를 거두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디스토피아를 소재로 한 ‘오픈월드’ 게임의 존재는 이 가능성을 시사한다.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서, 혹은 각자도생의 현실에서 정말로 이용자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를 묻고, 모두에게 득이 되는 선택을 스스로 고안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그게 ‘게임적 재미’로서 의미를 갖게 될 수 있다면, 그리고 게임을 만드는 이들이 그러한 과업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면, 게임은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온라인 게임’의 어떤 이상이 기계적 효율성 추구의 굴레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에서도 의미를 갖게 되는 가장 직선적이면서 또한 가장 어려운 방법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시사평론가) 김민하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시사평론가로 활동하지만 게임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게이머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 『냉소사회』, 『레닌을 사랑한 오타쿠』, 『돼지의 왕』이 있고,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우파의 불만』, 『트위터, 그 140자 평등주의』 등의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최근작으로는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가 있다.

  • [공모전수상작] 시야 바깥에 거주하는 법: 〈스타크래프트〉의 단축키가 분할한 감각

    이 몸은 나 혼자 만들지 않았다. 화면 지정을 어깨너머로 익힌 연습실은 배움터이자 치열한 노동 현장이었다. 승리하는 동료의 기술은 즉각 모두의 기술이 되었고, 단 몇 판의 승패가 연봉 계약과 다음 시즌의 생존을 결정지었다. 그런 환경에서 감각 분할 훈련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두 번 설계된 몸이다. 한 번은 브루드 워의 제한적인 인터페이스가, 또 한 번은 연습실의 가혹한 일상이 빚어냈다. < Back 32 GG Vol. 26. 10. 10. Tags: "게임비평공모전",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단축키", "프로게이머", "RTS", "APM", "게임과 신체", "StarCraft", "Real-Time Strategy", "Embodiment in Games", "Esport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 게임비평의 쓸모

    게임 비평 역시 앞서 언급한 시의성이나 대규모 자본과의 관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글의 형식은 게임 비평일 수밖에 없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자문하지 않는 존재는 점차 자기 합리화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현재 한국 게임이 처해 있는 다양한 위기들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 Back 20 GG Vol. 24.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eong Yeop Lee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Culture & Contents at Soonchunhyang University. Researches game storytelling and game design as central concerns, and led the founding of the Busan Indie Connect Festival—a leading indie game festival—where serves as head of the jury. Also a juror for the Independent Games Festival (IGF), one of the most prestigious indie game events internationally. Books include Digital Storytelling (co-authored, 2003), Digital Games: A New Territory of Imagination (2005), Indie Games (2015), Stories Become Transformers (co-authored, 2015), Mario, Born in '81 (co-authored, 2017), The Theory of Games (co-authored, 2019), and Games Are Games: Game × Ecosystem (co-authored, 2021).

  • 하지만, 게임 요리에서는 아무 맛이 나지 않는걸

    그러나, 다른 여느 일상의 메커니즘처럼 요리를 게임에 구현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핵심 가치인 맛이라는 스테이터스를 플레이어들에게 현실과 동일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게임에서 이러한 행위, 또는 메커니즘은 수치화를 기반으로 재창조될 수 밖에 없고, 요리 또한 그렇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 수치화가 대략 가늠이라도 잡히는 다른 요소에 비해 맛이라는 가치를 파라미터로 표현할 수 있을까? < Back But Nothing Tastes of Anything in Game Cooking 30 GG Vol. 26. 6. 10. A great many of a game's play elements and mechanics are realized by imitating those of reality. Simulating any number of acts or phenomena—natural law, administrative procedure, the common sense of the humanities—is the basic stuff of games. One of the pleasures you feel while playing is hunting for how these copied phenomena and acts of reality come out similar and how they come out different. One representative mechanic—very often found in games, yet one in which you can feel the dilemma of implementation—is cooking. Though it is one of life's essentials, an indispensable element of how we live, it always runs into difficulty when implemented in a game. Cooking is, at bottom, the act of following a formula called a recipe. Even the simplest dish has a method of preparation. For that reason it has been used in countless games as a puzzle element, where you have to carry out a process without error. The problem is that when you implement cooking as a piece of gameplay, behind success there is failure, and once you have cooked, there is a product called food. In all gameplay, the value of success arises because there is a risk of failure. But failure in cooking has something slightly puzzling about it. First of all, what is a "failed dish"? In reality, what does it mean to fail at a dish? Thought of simply, the crux is, of course, "taste." Setting aside the matter of nutrition—possible with any digestible organic matter—the most important thing in cooking, in food, is taste. Especially when we look at cooking as a process: the very reason we follow a formula called a recipe is to make the most delicious food through proper preparation, so whether the process of "cooking by following a recipe" succeeds is, in the end, governed by taste. But, as with any other everyday mechanic, the biggest problem in implementing cooking in a game is that this core value—the status called taste—cannot be conveyed to players the same way it is in reality. In the end, such acts or mechanics in a game can only be recreated on a basis of quantification, and cooking is no exception. Yet even so, compared with other elements whose quantification can at least be roughly gauged, can the value called taste be expressed as a parameter? In the end, the failed dish of reality and the failed dish of a game arise from this difference in conveying sensation. It would be no lie to say that taste is nearly the whole of what decides whether a dish succeeds—and yet in a game that taste cannot be conveyed. So the work of redefining success on the basis of "tastiness" comes first. What value does a "delicious dish," a "delicious food," hold? What concrete effect can "tastiness" be defined as? After some deliberation, a great many games took this effect of "tastiness" to be a kind of boosting effect on the player who consumes it. Delicious food fundamentally elevates the happiness of the human who eats it. Secondarily, if that food's ingredients or preparation are especially healthy, it plainly has a positive physical effect as well. And so most foods and dishes in games provide the consumer with a buff, and confer a better effect when they use rarer ingredients, go through a more complex preparation, and take a more delicious form (in the comprehensive sense). But another problem is that this stat-boosting element is not always present in every game. In the end, to judge the product called a "delicious dish" in a game, it seems we first have to look at what a "bad dish" or "failed dish" looks like in that game. Personally, I think the types of "failed dish" in games can be sorted into three. They are as follows. 1. No food is produced at all. 2. A separate "failed food" is produced, carrying a negative effect or a smaller positive one. 3. A failed dish equals game over, or mission failure. The first—where failing at cooking produces no food at all—can be found, for a recent example, in Mabinogi Mobile . In this game, cooking is based on probabilistic generation: you put ingredients into a crafting station according to a success rate broken into ten-percent increments, and food is produced by chance. A very simple method. The second—where a separate, lower-performing failed dish is produced—is also a method adopted by a great many games. To take a representative case, in the Monster Hunter series, the meat-grilling action traditionally included takes the basic form of a simple puzzle where you press a button on the beat. As the meat grills, it changes appearance across three stages, and you press the button to finish when the grilling meat looks properly done. Fail, and you produce undercooked or burnt meat, set to give a smaller positive effect (a stamina increase). The third—games where whether cooking succeeds or fails is the very criterion deciding whether the game succeeds or fails—also turn up now and then. The representative case is Overcooked! , where cooperatively making dishes is the outright goal, and the Coffee Talk series can broadly be included here as well. In Coffee Talk , a drink is produced no matter what ingredients you put in, but there is a set right answer for what to serve whom, and you have to match, one by one, the combination of ingredients that customers order in vague terms, complete it, and serve it. That is, here a successful dish means not the completion of the dish itself but "matching the eater's preference," and since matching it affects the game's ending and achievements, it amounts to judging the food's success by the game's level of accomplishment itself. The interesting cases here are the second type. To have an item whose only use is a "failure verdict" occupy space in a game's item database is, in itself, no better than dead weight. Beyond that, there are cases where this "failed dish" comes to have a use, for various reasons. Looking at games where the "failed dish" produced this way has a special or useful purpose, representative examples include the Rune Factory series and, among more mainstream games, Genshin Impact . (Image source: Rune Factory 4 info bot @RF4_KR_info) The failed dishes of the Rune Factory series occur when you cook in a way that departs from the recipe. These dishes can be used to inflict debuffs on enemies, and also to raise the affection of certain NPCs with peculiar tastes. In Genshin Impact , too, failed dishes have a similar use. You make a strange dish to serve, or give it as a gift to raise affection. There is even an achievement for producing this strange dish. And in Monster Hunter as well, some items call for improperly grilled meat as a material. As a result, the standing of "cooking" and "food" in a game shifts according to two approaches: using cooking as a kind of skill check, and using the item called food as a hurdle to obtain. Overcooked! and Coffee Talk are games that put the skill check of cooking to use in their own ways. The Monster Hunter series, the Rune Factory series, Mabinogi Mobile , and the like are processes for obtaining the item called food, where failing yields an unsatisfactory product. And by this point, you start to wonder what on earth "taste" has to do with judging these dishes. As said earlier, this gap fundamentally arises because the concept of "cooking" in a game cannot directly convey taste to the player, so a difference emerges—conceptually and expressively—from the "failed dish" of reality. In reality you can just say a dish "tastes bad" and be done with it, but since that taste cannot be conveyed inside a game, the "failure" gets substituted with various other concepts, and that is how this comes about. A similar feeling exists in reality, too. Because there is no absolute standard for telling a delicious dish apart. It tastes bad to me but fine to someone else; or it isn't a satisfying taste, but considering the price it seems okay; and it doesn't look bad either... or conversely, it isn't bad, but at this price this level shouldn't pass. No one would dispute that "taste" is dominant in telling apart a "delicious dish" in reality, but because the weight that "taste" carries, the expectations, and the preferences themselves all differ, it is, if anything, hard to divide success from failure. In the end, success and failure in a game's cooking needed a clear standard, unlike in reality, and the two had to be dramatically contrasted. What's more, because this cooking—and the item called food—carries a different weight in play from game to game, the concept of the "failed dish" branched off in all directions, and since the "successful dish" set opposite that "failed dish" likewise kept changing, the gap between cooking in reality and cooking in a game, far from narrowing, only widened. That is, the attempt to copy real cooking as closely as possible inside a game ends up, in the end, creating distance instead. Of course, that does not mean the value standard of in-game cooking may become wholly unrelated to reality. In the end, the dishes and recipes that appear in a game can only be drawn from, or based on, those of reality, and if a game were full of nonsensical skill checks—like the once-popular flash game Hometown Dumplings —you would not be able to relate to the cooking it shows at all. The point is that, although the player cannot taste it directly in the game, the game must let them infer that taste through the recipe, the appearance, the preparation, and so on. Only when a game persuasively presents the logical connections that lead to that taste (the method, the appearance, the kinds of ingredients) can it narrow, even a little, the gap between in-game cooking and real cooking and let the player associate the taste indirectly. So the cases where a dish or food appearing in a game stayed especially in memory were, rather than how its taste was expressed, when it properly conveyed the meaning a dish carries by using the food's characteristics other than taste. If you can't win on taste to begin with, you can win on feeling. So there are cases where cooking done not for some definite value or grand purpose, but simply as an ordinary act, lingers more deeply in memory and carries more meaning. In Sakuna: Of Rice and Ruin , farming and cooking rice is not particularly exceptional gameplay, nor is it making some grand dish—yet the memory of harvesting hard-won rice, cooking it, and sharing it with companions stayed with me as something so special. In the Coffee Talk series mentioned earlier, mixing a given drink doesn't bring back some great effect either, but to hear a character say just one line—"I like it"—after drinking, I would review the recipe and retry again and again. This is because, ordinary an element as it is, the satisfaction cooking brings is at once universal and special, and because cooking, within a given process, greatly affects the player's actions and sense of immersion. In the Monster Hunter series, for instance, cooking and food are strictly part of the process of preparing for a hunt rather than the main content, and also a function for checking the player's state of readiness. To that extent, among the games introduced above, the cases where cooking—small or large—was well received when implemented in a game were shaped as much by the justification for the act of "cooking" being there as by the logic of the mechanic or the aptness of its implementation. Cooking is an element that maintains the everydayness within a game and draws in the player's immersion, and at times it is also an object symbolizing a bond with other characters in the game. In this respect, the use of cooking and food, in a game or in reality, does not differ much in the end. It is simply whether or not you can taste it—and in this respect it seems to share a context with cooking and food as indirect experience, seen through the cathode-ray tube rather than eaten by us directly. Expressing the characteristics of some substance with the core sense excluded seems, at first glance, impossible; but just as we can sometimes know beauty even without seeing it, the value of a fine dish, a delicious food, is bound to come through one way or another.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MyungKyu Lee Game journalist (2014–), writer (2006–), gamer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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