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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e스포츠의 현장감은 어디서 오는가: 라이엇게임즈 함영승 PD

    그런데 따지고 보면 뭔가 이상하다. ‘현장 중계를 가서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말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경기를 보는 것이 아쉽다는 의미인데, 게임의 배경은 이미 온라인 세계가 아니던가? 그러면 e스포츠에서 현장감은 무엇을 의미할까?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소환사의 협곡’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인데, 대체 팬들은 어떠한 지점에서 현장감을 느끼는 것일까? 전통적인 스포츠에서 이야기하는 현장감과 e스포츠의 현장감은 그 성질이 다를까? 이러한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이번 호에서는 MBC에서 전통 스포츠를 중계하다가 지금은 LCK 중계를 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함영승 PD를 만나고 왔다. < Back [인터뷰] e스포츠의 현장감은 어디서 오는가: 라이엇게임즈 함영승 PD 08 GG Vol. 22. 10. 10. 직관의 묘미. 전통적인 스포츠에서는 이를 현장감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오늘날에는 통신 기술이 발달해서 누구나 집에서도 스포츠 경기를 시청할 수 있지만, 현장이 아니고서는 경기장의 열기와 습도, 환호와 희열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실제로 야구나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경기장을 가보고 팬이 되었다는 사례도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e스포츠에서도 코로나 19로 현장 중계를 할 수 없었던 기간에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그리워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뭔가 이상하다. ‘현장 중계를 가서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말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경기를 보는 것이 아쉽다는 의미인데, 게임의 배경은 이미 온라인 세계가 아니던가? 그러면 e스포츠에서 현장감은 무엇을 의미할까?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소환사의 협곡’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인데, 대체 팬들은 어떠한 지점에서 현장감을 느끼는 것일까? 전통적인 스포츠에서 이야기하는 현장감과 e스포츠의 현장감은 그 성질이 다를까? 이러한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이번 호에서는 MBC에서 전통 스포츠를 중계하다가 지금은 LCK 중계를 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함영승 PD를 만나고 왔다. 편집장: 먼저 간단한 소개와 짧게나마 걸어오신 행보를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함영승 PD: 네. 저는 라이엇 게임즈에서 방송 총괄을 맡고있는 함영승이라고 합니다. 4년 반 전에는 MBC에 있었고, 스포츠국에서 다양한 종목의 중계와 콘텐츠를 제작했었습니다. 편집장: MBC 스포츠국에 계셨으면 다양한 종목들을 다루셨을 것 같은데, 스포츠 PD 시절에 중계하셨던 것 중에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함영승 PD: 인천 아시안게임 농구 제작을 담당했었는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남자 농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서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평창 올림픽도 기억에 남고요.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인 모터스포츠 중계를 했던 경험도 기억이 많이 납니다. 일반 시청자분들이 잘 모르는 종목이다보니 스토리 라인을 살려주고 싶어서 다큐, 예능과 같은 사이드 콘텐츠도 만들고 기술적으로도 국내 최초로 차량 내부에 설치한 카메라를 생중계로 보여주며 다양한 재미를 드리고자 노력했었어요. 편집장: 스포츠 PD를 하다가 게임 쪽으로 넘어오셨는데, e스포츠를 중계하시면서 ‘기존의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좀 더 특별하다.’ 이런 점이 있으신가요? 함영승 PD: 일단 (e스포츠는) 한국에 있는 그 어떤 방송보다도 실시간 피드백이 매서운 그런 장르입니다. 이 지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시청자들이 원하는 어떤 부분을 놓쳤구나’라는 것을 아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죠. 다만, 그 노력이 즉각적으로 반영돼서 고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것도 꽤 있어요. 예를 들어서 한 번 만든 타이틀이 너무 별로라는 평을 받아도, 그 타이틀을 다시 찍을 수는 없는 거죠. 선수단과의 약속이 있으니까요. 저희는 1년에 타이틀 찍는 날이 딱 정해져 있는 수준이에요. 그래서 처음에 만들었던 방향성이 틀렸다는 거를 깨달아도, 적어도 한 시즌은 지나야하는 아쉬움이 있을 때가 있고요. 마찬가지로 그래픽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되게 많은 비판을 받았어요. 예를 들면 “보라색투성이다”는 비판이 있었죠. '잘못됐다면 다음 시즌에라도 보강하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바로 고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즉각적으로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고요. 그런 부분이 기존 스포츠 방송 대비 차이점으로 와닿았었습니다. 편집장: 그런데 야구도 보면 시청자 문자 참여가 있지 않나요? 야구 중계하실 때 받으셨던 피드백과는 차이가 있나요? 함영승 PD: 제가 주말에 MBC에서 메이저리그를 정규 방송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가 언제였냐면, 류현진뿐만 아니라 추신수,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 강정호 이렇게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대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해였어요. 당시에는 그 선수들을 동시에 중계했거든요. 왜냐하면 시청자분들 중에서 1회부터 9회까지 즐기는 코어(core)한 야구 팬들도 계시지만, 한국 선수 플레이만 보고 싶은 팬들도 물론 계시거든요. 하지만 채널 숫자의 한계상 모든 한국 선수의 플레이를 동시에 보여드릴 수 없었어요. 그래서 실험적으로 모든 한국선수들이 뛰고 있는 경기의 피드를 다 받아서 마치 올림픽 중계처럼 우리 선수가 타석에 서거나 투구를 할 때 마다 옮겨가며 중계를 했습니다. 심지어 그때 박병호 선수가 마이너리그에 내려갔었거든요. 그래서 마이너리그 피드를 인터넷으로 따가지고 그것까지도 보여줬어요. 실시간으로. 그러면서 그때 어떤 걸 동시에 했냐면, 그 당시에 MBC에서 유행했던 프로 중의 하나가 마리텔이었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실시간 댓글 서비스까지 같이 넣은 거예요. 그러면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이런 반응이 보이죠. 근데 그때는(전통 스포츠에서는) 보통 응원이 많아요. 선수에 포커스가 되어있죠. 그런 응원이 있는데, 여기는 응원 못지않게 다른 피드백도 많거든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큰 특징 중 하나인데, 야구나 축구, 농구는 그 자체를 비판하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는 기업이 만들어낸 종목이라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예를 들어 버그가 있다고 해보죠. 또는 버그가 아니어도 어떤 챔피언이 OP(Overpowered)이면 라이엇을 욕하게 되죠. 그런데 저희는 단순히 방송 생산자가 아니라, 라이엇의 구성원이다 보니까. 일단 게임 욕을 해도, 라코(라이엇 코리아)가 욕을 먹고, 방송하다 심판 판정에 이슈가 생겨도 라코가 욕을 먹고, 저희가 잘못을 해도 당연히 라코가 욕을 먹고, 그 모든 게 하나가 되어서 돌아오다 보니까 그런 지점들이 복합적으로 와 닿는 게 있습니다. 다만, 그래서 더 능동적으로 고민하는 지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물론 시청자분들께 실망감을 드리는 부분들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편 방송국처럼 거대한 인프라를 갖고 있는 방송사들도 개국하고 몇 년 간은 크고 작은 방송 사고가 꽤 있었지만 현재 자리를 잡았듯이 저희도 시청자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적으로도 꾸준히 인력 및 인프라를 늘려가며 성장해가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질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장: e스포츠의 현장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 여기는 이제 스타디움이 있는 공간이지만 경기는 온라인상에서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현장을 중계하는 PD님의 입장에서 e스포츠의 현장 무대를 다른 스포츠의 현장과 비교한다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요? 함영승 PD: 일단 같은 점은 관객분들이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흥분감이 있어요. 열기나 이런 특유의 현장감이 분명히 존재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경기가 펼쳐지는 무대 자체는 온라인상에 있지만, (그럼에도) 실제로 실존하는 선수들은 눈앞에 있잖아요. 그리고 저희 경기장이 부스가 아니라 오픈 무대잖아요. 그래서 선수들의 육성이 막 들려요. 막 ‘빨리 어디 가자’, ‘뭐 하자’ 이런 다급한 목소리도 들리기 때문에 현장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차이점은, 어떻게 보면 e스포츠의 되게 큰 특징인데, 캐스터, 해설가의 육성이 현장에 울려 퍼진다는 거죠. 야구장이나 축구장 가보시면 팬들의 웅성거림과 응원 소리, 응원가 이런 것들이 가득한 게 현장감을 주죠. 대신 거기에는 캐스터, 해설가가 없어요. 소거돼 있어요. 그거(해설가의 목소리)는 오직 방송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죠. 그러니까 기존 스포츠는 굉장히 오프라인적 이벤트이지만, 완성체로 만들어지는 것은 온라인인 거예요. 반대로 e스포츠 현장에서는, 경기 자체는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것 같지만, 어쨌든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크게 보이고 거기에 캐스터, 해설가의 보이스까지 더해져요. 그래서 현장 관람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e스포츠가 더 박진감 넘치게 느낄 수도 있어요. 그리고 현장감을 더 가미시켜주기 위한 장치들로 저희 같은 경우는 원소용을 잡으면 해당 원소의 조명으로 바뀐다거나, 바론을 잡으면 바론 조명으로 바뀐다거나 이런 방법들을 쓰고 있거든요. 결과적으로 저는 캐스터와 해설가가 e스포츠 현장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제 개인적 견해로는 중계진분들은 장내 흥을 띄우는 역할까지 해오셨다고 봅니다. 축구나 야구, 농구 어느 종목과 비교해도 우리 중계진처럼 높은 텐션을 유지하며 중계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솔로킬, 한타 순간순간마다 역전 홈런 수준의 텐션을 뿜어내시거든요. 장내 분위기를 고조시켜야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역할까지 같이 하고 계신 거라고 봅니다. 편집장: e스포츠가 가지는 현장감의 특징으로 캐스터와 해설가의 목소리를 언급해주셨는데요. 그러면 이런 상상이 듭니다. 선수가 굳이 무대에 서지 않고, 캐스팅만 하면 어떨까요? 관객들이 현장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함영승 PD: 일단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이미 그런 문화가 저희 안에서는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에요. 아시겠지만 CGV 상영이 그런 건데요. 이번 결승 같은 경우에는 전국 CGV 상영관에서 예매율이 90% 이상 되어서, 거의 한 8천 명이 결승을 CGV에서 보셨어요. 편집장: 저도 그 현장을 보고 싶어서 갔는데 너무 놀랐어요. 함영승 PD: 진짜 생각보다 엄청 많은 분들이 그렇게 즐겨주고 계세요. (CGV에서) 선수는 없었어요. 선수는 없지만, 대형 스크린이 주는 느낌, 사운드, 어떤 장면이 나왔을 때 함께 환호할 수 있는 유대감 이런 것들을 이미 즐기고 계신 것 같아요. 뷰잉 파티(viewing party)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하는 다른 종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플레이오프 기간에는 경기장 안에 못 들어가신 팬들도 꽤 많았어요. 근데 매진이 됐는데도 여기에(롤파크) 오세요. 롤파크라는 공간이 그런 문화를 제공하는 거죠. LoL을 좋아하고 LCK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만들어져 있잖아요. 그래서 표를 못 구해서도 오신 거예요. 함성이 안에서 막 새어 나오죠. 그때 저희가 롤파크 입장공간 쪽에도 경기를 틀어놓거든요. 그날 상당히 많은 분이 경기장 바깥 공간에 함께 모여 보시면서 응원을 하시는 모습에서 놀랐습니다. 편집장: 그런 지점들은 직관 스포츠와 방송 콘텐츠 사이의 새로운 점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데요. 스포츠펍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다 같이 본다던가 그런 것과 유사한 걸까요? 함영승 PD: 월드컵 거리 응원이랑 동일한 거긴 합니다. 같이 보는 게 더 재밌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LoL이 더 잘 성장하면, ‘언젠가는 롤드컵 결승으로도 광화문 거리 응원이 가능한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제가 LCS 결승 중계 현장을 갔다가 되게 인상적이었던 게, 결승을 미식 축구장에서 했어요. 휴스턴에 있는 대형 미식 축구장 NRG 스타디움에서 했는데, 경기장이 개폐식 돔이라서 닫고 반으로 가르더라구요. 반을 갈라서 한쪽에서는 저희가 이번에 강릉에서 했던 일종의 팬페스타(Fan Festa) 같은 걸 하는 거예요. 안에 스폰서존도 만들고 각종 이벤트도 하고 그러는데, 개폐식 돔이고 반을 막으니 얼마나 깜깜하겠어요. 거기서 사람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문화를 향유하는 거죠. 아시다시피 LoL을 만들어서 서비스하고, e스포츠를 하고, 아케인을 만들고 하는 이 모든 행위가, ‘게임으로 오프라인에서도 유저분들께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이 현장에 갔을 때 강하게 느껴졌어요. 거기 오신 분들은 어떤 팀을 응원하고 거기에서 다양한 즐길 거리들을 체험하면서 더 깊이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문화에 대한 동질감, 연대감 이런 걸 갖고 돌아가시는 거죠. 그래서 저희도 이번에 ‘1박 2일간 팬페스타의 형태로 행사를 진행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요. 물론, 기획을 하면서는 팬페스타 담당자 두 분이 ‘우리 둘만 손잡고 이 넓은 경기장에 서 있는 거 아닐까’하는 악몽을 꾸실 정도로 압박감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거의 7천 명 정도의 관객분들이 오셨어요. 이런 문화 행사, 축제 현장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 저희에게도 큰 의미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접점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온라인 콘텐츠임에도 현장을 통해 유대감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편집장: 사실 e스포츠라고 표현은 하지만, 결승전은 일종의 피날레로서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진행을 해야 하는 문화가 있죠. 그건 말씀하신 것처럼 몇만 명에 달하는 팬들이 와서 함께 함성을 지르고, 열광하면서 만들어지는 동질감과 유대감 때문일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아무리 온라인 시대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온라인이 미처 채우지 못하는 뭔가가 있지 않나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면 e스포츠의 현장감을 이야기할 때, 말씀해주신 부분들이 첫 번째는 아나운서의 캐스팅이었고, 두 번째는 오프라인에서 팬들이 가지는 유대감이라고 한다면 다른 요인은 없을까요? 함영승 PD: 선수들과의 상호작용이요. 저희가 공교롭게도 코로나가 터지면서 온라인 중계를 좀 했었어요. 그런데 온라인 중계를 진행하는 동안에 오프라인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게 비단 저희나 팬분들만은 아니었어요. 선수들도 느꼈어요. 선수들도 ‘롤파크 와서 경기하고 싶다.’, ‘관중들이 있는 곳에서 게임하고 싶다.’, ‘관중들의 그 열기를 느끼고 싶다.’ 선수들도 똑같은 얘기를 했어요. 그런 게 뭐 때문이냐면, 관객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멋진 플레이가 나왔을 때 순간적으로 환호성이 확 터지잖아요. 그런 걸 선수들도 느끼는 거예요. 그 울림이 느껴지는 거죠. 그때 선수들도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거예요. 특히 발로란트 같은 FPS 장르는 그런 지점에서 매력이 있는 게, 라운드가 명확하잖아요? 그러면 킬을 냈을 때 바로 함성이 빵빵 터져요.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그럴 때 선수들의 액션도 다른 게임에 비해 되게 크더라고요. 그런 것이 현장에 챈트(chant)를 유도해요. 편집장: 그러니까 선수의 플레이가 관객의 챈트 같은 새로운 인터렉션을 만들고, 거기에 또 선수가 반응을 하는. 그게 현장성이네요. 그것도 굉장히 핵심적인 지점이군요. 함영승 PD: 네.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 들어왔을 때 관객의 함성이 주는 웅장함, 그건 저도 많이 느껴봤어요. 저는 팬으로서도 많은 경기장을 다녀봤는데요. 텅 빈 데 가면 선수의 목소리가 다 들려요. 그런데 선수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도 긴장감이 별로 없어요. 반면에 관중이 꽉 들어찬 데서 울려 퍼지는 함성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있거든요. 그게 스포츠를 보는 재미를 한껏 배가시켜주는 거죠. 그러니까 그냥 선수들과 관중이 함께 한다는 것이 아니라, 관중들과 선수의 상호작용이 현장감을 만드는 것 같아요. 코로나 시기에 팬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서 “하나, 둘, 셋, OO 파이팅!” 이게 그리운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어떻게 했냐면, 경기 시작 전에 직원들이랑 관계사, 외주사 직원까지 롤파크에 다 모여서 오디오 녹음을 한 적이 있어요. “하나, 둘, 셋, OO 파이팅!”, “하나, 둘, 셋, OO 파이팅!”. 그리고 결승전 앞두고 그걸 틀어본 적이 있었어요. 팬들이 오글거린다고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중에는 ‘저거 그립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결국은 많은 관객들이 주는 전율 같은 걸 느끼고 싶은 거고, 내가 좋아하는 이 문화에 대한 연대감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거예요. 그리고 선수들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앞에 와서 인사를 하고, 끝나고 나서 팬 미팅을 하고 이런 접점이 있죠. 마치 아이돌 팬 미팅이랑 비슷한 형태의 문화가 있거든요. 전통 스포츠는 경기 끝나고 선수들 퇴장 동선에 서 있다가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는 경우는 있지만 매 경기 직후에 팬 미팅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건 제가 보기에 e스포츠만의 독특한 문화 같아요. 편집장: 상호작용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그 지점에서는 특히나 퍼즈(pause) 걸린 상황도 핵심적일 것 같네요. 다른 스포츠의 경우에는 오류가 나거나 우천 취소가 나거나 했을 때, 그냥 대기 상태로 오히려 현장감이 식는 분위기인데, LCK 중계에서 퍼즈는 본격적으로 캐스터와 팬들이 소통하고 상호작용이 가시화되는 게 아닐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함영승 PD: 일단 퍼즈 상황이 없어야 하는데 이번 시즌 게임 이슈 등으로 특히 자주 발생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퍼즈 시 상호작용 같은 경우는 중계진 분들의 노고가 담겨있는데 아무래도 실시간으로 시청자 반응을 모니터링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좀 더 시청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을 할 수 있죠. 그리고 성캐(성승헌 캐스터)님이나 해설자분들도 ‘어떻게 보면 부정적일 수 있는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세요. 이런 지점이 캐스터님이나 해설자분들께 부담이 되기도 하죠. 그래도 실시간 댓글 반응을 알 수 있고, 많은 분들이 노력해주시는 덕분에 그 시간을 치어플(응원 메시지)이나 영상 등으로 소통하면서 대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 현장성이라는 게 참 정의하기는 어려운데,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니 힌트가 곳곳에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 그러면 결론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e스포츠를 현장에서 만드시는 입장에서, 관객이 꽉 차고 시끌벅적했던 경기가 끝나고 빈 경기장을 보시면 집에 가기 전에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함영승 PD: 코로나 시기에 선수들도 숙소, 관중들은 무관중 저희만 이 현장을 지켰어요. 그러면 그 텅 빈 경기장에서 주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때는 저희가 항상 출퇴근할 때마다 약간 우울한 마음을 살짝 갖고 있었거든요. 이 텅 빈 극장을 지키는 관리인 같은 느낌이었어요. 경기가 끝나고 난 다음에도 딱 그런 느낌이에요. 연극 공연이 끝난 뒤에 텅 빈 무대를 보는 느낌. 그러니까 관중들이 오시면, 극장에 손님들이 와서 영화 보기 전에 팝콘 사고 기다리면서 설레는 그런 현장. 그거를 보면 그 에너지가 여기 있는 제작진들한테도 느껴지고, 선수들한테도 전달되는 것 같아요.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은 팬 미팅이 있고, 웅성웅성하지만, 그분들 다 떠나고 나면 3층 롤파크는 무섭습니다. (웃음) 상당히 어둡고 그 생명력이 싹 빠져나간 공간이 돼서 그런 느낌을 받아요. *시즌이 끝나서 텅 빈 롤파크. 함영승 PD의 말처럼 어둡고 외로운 느낌이 든다. 편집장: 그러면 마지막으로 아주 선택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 PD님은 방송 제작자이신가요? e스포츠 운영자이신가요? 방송 제작과 현장성이라는 두 영역 모두 걸쳐 있으신 것 같은데요. 함영승 PD: 저는 하는 역할이 그래도 아직은 방송 제작자에 가깝죠. 편집장: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상들을 굉장히 많이 이야기해주셨잖아요? 스포츠 중계 때랑은 좀 다른 현장성인 거죠. 함영승 PD: 그게 어떻게 보면 제가 이쪽으로 옮기게 된 가장 큰 계기이기도 한데요. 저희가 경기장을 갖고 있는 거잖아요. 그 차이가 큰 겁니다. 그러니까 경기장을 갖고,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면서 방송을 하고 있는 거죠. 기존에는 전국에 있는 모든 경기장에 중계차를 갖다 대고 중계를 해도, 저희 경기장이 아니었어요. 그저 차려져 있는 경기장에 카메라를 대고 담아오는 거예요. 근데 여기는 밥상 자체를 차려야 해요. 그리고 차린 것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게끔 고민하고, 이를 위해서 이벤트 팀이나 리그 운영이나 사업팀 모두의 행위들이 종합되어서 현장을 만들어내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KBO이자, 스포츠방송 제작사이자, 잠실 야구장이에요. 이 3개가 결합되어 있는 구조인 거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제가 이쪽으로 옮기게 된 것이에요. 편집장: 현장에서 고민하는 방송 제작자의 길을 걷고 계시는군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만들어내는 게임 문화: PUBG UX 유닛 한수지 실장,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

    그러나 오늘날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보이스 채팅이 생기고, 다양한 방식의 전술적 소통 방식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이런 변화는 게임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게임의 재미와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PUBG의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과 UX 유닛 한수지 실장을 만나고 왔다. < Back [인터뷰]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만들어내는 게임 문화: PUBG UX 유닛 한수지 실장,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 14 GG Vol. 23. 10. 10. 2005년 스타리그 듀얼 토너먼트 , 임요환과 문준희의 경기는 스타리그에 채팅을 금지시켰던 경기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 본진이 좁았던 포르테 맵에서 임요환이 몰래 멀티를 한 뒤 , “좁아 ㅠㅠ”라고 채팅을 쳐서 상대의 방심을 유도했던 것이다 . 이 경기는 당시 게임 문화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텍스트 채팅은 오랜 기간 우리의 게임 문화를 만들어 온 수단이자 ,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 그러나 오늘날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 보이스 채팅이 생기고 , 다양한 방식의 전술적 소통 방식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 이런 변화는 게임 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게임의 재미와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 PUBG 의 UI 디자인팀 문휘준 팀장과 UX 유닛 한수지 실장 을 만나고 왔다 . 특히나 텍스트 채팅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담당하는 실무진들은 위와 같은 고민을 심도 깊게 하고 있었다 . 이경혁 편집장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한수지 실장 : 안녕하세요 . 저는 PUBG 스튜디오에서 배틀그라운드 인게임 , 아웃게임 두 공간에서의 유저 경험을 설계하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한수지라고 합니다 . 이경혁 편집장 : 말씀하신 지점에서 인게임 , 아웃게임이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 한수지 실장 : 저희는 아웃게임이랑 인게임을 구분하고 있어요 .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공간을 저희는 인게임이라고 부르고 있고 , 로비나 상점 이런 것들이 있는 곳을 아웃 게임이라고 말을 하고 있고요 . UX 유닛은 그런 공간을 책임지고 설계하고 , 구현하는 곳이에요 . 문휘준 팀장 : 네 . 저는 UX 유닛에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환경을 디자인하고 있는 문휘준 팀장입니다 . 이경혁 편집장 : 반갑습니다 . 그러면 저희가 그래픽을 하는 팀과 화면 설계를 하는 팀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 한수지 실장 : 네 . 크게는 UX 와 UI 로 팀이 나뉘어있고 , 그 팀들이 하나의 유닛으로 묶여있는 단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오늘은 저희가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영역들에 대해 질문을 좀 드리고 싶은데요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인게임과 아웃게임을 구분했을 때 , 아웃게임에서는 상대적으로 유저들의 소통이 좀 적은 편일까요 ? 한수지 실장 : 보이스 채팅 기준으로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 하지만 로비에서도 텍스트 채팅이 있어서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고요 . 모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 로비에서도 같이 이모트로 소통을 할 수 있어요 . 그래서 한 명이 춤을 추면 따라 춘다거나 박수를 치는 이모트를 통해서 상호작용을 할 수가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렇군요 . 배그를 즐겨 했는데도 그건 몰랐네요 . 이모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 그 이야기를 좀 먼저 여쭤보고 싶은데 , 사실 저는 플레이를 하면서 돈 주고 샀을 때 가장 기뻤던 순간이 아이돌 댄스였거든요 . 그냥 혼자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따라서 출 수 있잖아요 . 이건 어떤 의도로 기획을 하셨을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그 영역이 다른 회사랑 조금 다른 것 같아요 . 다른 게임은 팀원끼리만 인터랙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 그런데 저희는 이모트를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근처에 있는 누구나 바로 인터랙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 경험을 좀 나눌 수 있게 하려 했던 점이 특이사항일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이모트로 이용자들이 상호 소통을 할 때 , 제작자의 의도와는 굉장히 다르게 쓰이는 경우들도 좀 있을까요 ? 예를 들어 상대를 모욕하는 데 쓰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 문휘준 팀장 : 좀 민망하지만 , 슈팅 게임에서 티배깅 ( 죽은 상대 앞에서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 ) 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잖아요 ? ( 일동 웃음 ) 그래서 저희는 이모트나 의사소통 수단을 ‘이렇게 써주세요’하고 절대 제한하지는 않고요 . 다만 , 실제로 너무 도발성이 강한 자세들은 제작 과정에서 보류되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제작할 때 그런 고려가 들어가는군요 . 문휘준 팀장 : 네 . 그래도 게임의 재미 역시 중요하고 , 상대 팀이 죽었을 때 막 기뻐하는 것도 재미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 그 정도는 사람들끼리 그냥 웃으면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어떻게 보면 그 적당한 선이라는 게 참 애매하잖아요 .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까지는 아닌지 내부에서 논의를 할 때 기준을 두기가 어렵진 않으세요 ? 문휘준 팀장 : 확실히 조금 모호하죠 . 그래서 가장 먼저 성적인 표현이나 너무 잔인한 살인 행위처럼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를 벗어난 표현은 최대한 배제하고 , 거기서부터 ( 논의를 ) 시작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러면 감정 표현을 만드실 때 , 여러 기준을 고려하면서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것도 쉽진 않으시겠네요 . 문휘준 팀장 : 네 . 그리고 아까 아이돌 이야기를 하셨는데 , 사실 저작권이 굉장히 복잡해요 . 일반적으로 소속사에 전화해서 저작권료를 지불하면 될 거라고들 생각하시지만 , 실제로 들여다보면 춤 저작권은 이 회사에 있고 , 노래 저작권은 저 회사에 있고 , 가수에 대한 저작권은 또 다른 곳에 있는 식의 케이스가 많은 거죠 . 그래서 하나를 사오려면 여러 군데랑 협의를 해야 하는데 , 그 과정에서 엎어진 케이스도 굉장히 많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렇군요 . 그럼 만들어진 결과물 중에서 제작자로서 뿌듯했던 것이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제가 이모트를 많이 담당해서 할 말이 많은데요 . 이전에 ‘그랜절’의 아이디어를 기획팀에 전달드렸었거든요 . 그런데 ‘아이디어는 좋은데 너무 한국 한정 콘텐츠라서 이것이 적절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 그래서 재차 설득을 할 때 , “요가 자세 중에서도 비슷한 자세가 있으니 , 한국은 ‘그랜절’로 하고 외국은 요가로 나가면 재밌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해서 , 저희 그랜절을 보시면 이모트 이름은 ‘최고의 예의’지만 , 요가랑 섞어놨어요 . 그렇게 만들었더니 호응도 굉장히 좋았고 , 유튜버들도 많이 좋아했어요 . * 배그 이모트 중 하나인, ‘최고의 예의’. 이후 다리를 벌려 내려오는 동작이 요가 동작과 흡사하다. 이경혁 편집장 : 그런 것을 만드시려면 사실 레퍼런스도 많이 보시고 , 스터디도 엄청나게 하셔야 하잖아요 ? 주로 뭐를 보세요 ? 문휘준 팀장 : 저희가 동작을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부서는 아니지만 , 그래도 옆에서 봤을 때 , 가장 요즘 핫한 댄스나 쇼츠 같은 것들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 한수지 실장 : 아무래도 쇼츠나 틱톡 같은 데서 유행하는 것들을 모션화 하는 것이 제일 인기도 많고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더라구요 . 이경혁 편집장 : 쇼츠 같은 경우는 굉장히 트렌드가 짧기 때문에 제작 기간의 압박 같은 것도 느끼실 것 같은데요 . 문휘준 팀장 : 그렇죠 . 그래서 이건 나가면 좋겠다 싶은 것들은 좀 타이트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제한은 없습니까 ? 배틀그라운드 같은 경우에는 신체가 결국 총 맞는 피격 부위다 보니까 이모트 동작이 실제 게임에 영향을 주게 되는 지점들에 대한 제한이요 . 문휘준 팀장 : 히트박스라 하잖아요 . 이게 완벽하게 인간의 신체처럼 돼 있지는 않거든요 . 그래서 예전에 포트나이트에서 문제가 됐던 영상이 막 허리를 양쪽을 흔들면서 총알을 피하는 영상이었거든요 . 그런 맥락에서 저희 내부에서도 미팅이 있었는데 , 그건 진짜 우연으로 겨우겨우 만들어낸 상황이고 , 설령 그걸 성공한다고 해도 게임의 재미 중 일부라고 결론을 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것들이 또 게임이 주는 재미가 될 수 있죠 . 다음으로는 이모트 외에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에 대해서도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 초창기에는 3D 핑이 없었던 걸로 제가 기억을 하는데 , 어느 날부터 업데이트가 되었잖아요 ? 그런 기능을 만드시게 된 과정에서의 고민을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 한수지 실장 : 사실 ‘퀵 마커’라고 하는 3D 핑 같은 경우에는 ,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이루어지고 만들어진 기능인데요 . 그런데 아무래도 이 기능이 생기면 게임의 난이도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 처음에는 바로 적용해도 될까 ? 라는 측면에서 고민이 다들 컸죠 . 그런데 이제는 게임이 출시된 지 시간이 좀 지나서 , 기존 유저들도 많이 익숙해졌고 해서 , 이 기능이 들어가도 게임의 난이도에 많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 또 신규 유저들 같은 경우에는 게임의 방위나 ( 지도상에 찍는 ) 핑 같은 개념을 인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 그분들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도입된 이유도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비슷한 맥락에서 물건을 팀원에게 던져주는 기능도 언젠가 업데이트가 되었잖아요 ? 그것은 상호작용을 좀 더 늘리기 위함에서의 목적이셨는지 아니면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였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 기능 자체로는 보이스 채팅으로 ‘탄약을 떨어뜨려 줘’라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 요청하고 던져주는 재미를 일부러 넣으신 걸까요 ? 한수지 실장 : 사실 두 개 다죠 . 재미도 재미지만 , 저희 게임이 물건을 짚고 다시 자기한테 장착하는 과정이 다른 게임이랑 다르게 어렵잖아요 . 엄청 급박한 상황에서 둘 다 화면을 가려야 되고 . 그러느니 필요한 게 있으면 그냥 바로 던지기로 전달해주자고 해서 전투에서 좀 유리하게끔 하는 것도 있고 , 실제랑 같게 하려고 하는 것도 있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렇군요 . 여러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적 요소들을 고민하고 계시네요 . 확실히 배그의 경우에는 난이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 그런 맥락에서 인게임 상황에 텍스트 채팅이 안 되게 하신 것도 특정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 한수지 실장 : 텍스트 채팅은 어느 게임이나 다 있는데 , 저희의 특수성 같은 경우에는 이제 긴급한 상황 속에서 긴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잖아요 ? 그래서 보이스 챗으로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첫 번째로 했었고 , 두 번째로는 저희가 엄청 다국어를 많이 지원을 하고 있어요 . 그렇다 보니까 언어가 다른 상황에서는 채팅기능을 지원해봤자 소통이 안 되잖아요 .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소통하게 할까 하다가 그러면 그냥 자주 쓰는 언어를 라디오 메시지로 만들어서 쓰게 하자 . ( 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 그리고 라디오 메시지로 빠르게 소통하게 만들어서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자는 목적에서 어떻게 보면 텍스트 채팅을 제한한 것도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배그가 인게임에서 상대 팀하고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은 사실 조금 더 제한적이잖아요 . 라디오 메시지 같은 것도 상대 팀에게는 가지 않고요 . 그렇게 디자인하신 이유 같은 것들도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게임 초기에 기획되었던 기능이라 의도를 단언하긴 어렵지만 , 좀 더 전투나 팀원들에 대한 협업에 더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서지 않았을까 싶어요 . 그리고 어뷰징 요소도 있었을 것 같아요 . 솔로인데도 팀전처럼 하시는 분들도 예전에는 있었거든요 . 거기서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수단이 제공된다면 그것도 굉장히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거든요 . 이경혁 편집장 : 음성 채팅이 되면서 사실 저는 텍스트 채팅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 음성 채팅을 하려면 물리적인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 예전에 MMO RPG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 인터페이스가 들리기도 하고 , 안 들리고 하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많았었거든요 . 실제로 그런 어떤 민원들이나 이슈들이 좀 있었나요 ? 한수지 실장 : 저희가 지금 제공하는 보이스 솔루션 같은 경우에는 그런 문제는 잘 없기는 했어요 . 다만 , 이용자에 따라서 디스코드 같은 방식을 더 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 그래서 저희는 인게임 보이스는 제공을 하되 , 편한 솔루션이 따로 있다면 그것을 쓰셔도 상관이 없다는 취지로 양쪽 다 허용을 하고 있죠 . 이경혁 편집장 : 저도 사실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게임을 하고 있고 , 특히 아는 사람끼리만 할 때에는 디스 코드가 훨씬 편한 것 같아요 . 다만 , 실제로 저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니까 , 모르는 사람과 함께 플레이를 할 때도 있을 건데 , 이럴 땐 이모트 같은 수단만으로는 배틀그라운드의 팀플레이를 정확히 할 수 없는 거잖아요 . 그래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고민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 문휘준 팀장 : 네 . 그래서 인터페이스 장치를 좀 더 보완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커버해 줄 수 있도록 계속 만들고 있고요 . 아까 라디오 메시지랑 또 연계되는 게 텍티컬 맵마커 (Tactical map marker: 핑의 종류를 구분하여 찍을 수 있는 전술 맵마커 ) 라고 , 이런 것도 라디오 메시지랑 연동해서 좀 더 연동성 있는 UX 환경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어요 . 한수지 실장 : 웨이포인트 ( 맵에 경로를 표시하여 공유하는 기능 ) 도 유저분들이 많이 쓰시는데 , 그 장점은 그런 것 같아요 . 방향이라든가 화살표가 나오니까 언어가 꼭 같지 않아도 전략을 짜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도 괜찮은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 유저들도 거의 필수적으로 쓰시고 있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말씀을 들어보면 그게 되게 큰 것 같네요 . 기본적으로 게임 규칙 자체는 비언어니까 모두가 공용으로 쓸 수 있는데 , 팀 플레이를 하려면 언어가 필요하고 , 거기서부터는 서로 차이가 나오니까 그걸 맞춰주는 작업이 굉장히 두꺼울 수밖에 없겠네요 . 이경혁 편집장 : 조금 재밌는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 ,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에서 즐겁게 하려는 목표가 있고 , 승리의 목표도 있을 건데 , 이 둘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총을 잘 쏘는 것과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것의 비중을 본다면 뭐가 더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 문휘준 팀장 : 옛날에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 왜냐하면 다들 잘하지 못했고 , 맵도 크고 하니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토론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그런데 이제 저희가 서비스를 오래 하면서 , 맵도 익숙해지고 . 어느 정도의 황금 루트 같은 것들이 공유되면서 요즘에는 그냥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도 같아요 . 다만 , 모든 총기 게임이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유저분들을 헷갈리게 하는 요소를 넣으려고 하거든요 . 예를 들어 맵의 위치를 조금씩 바꾼다든가 , 너무 유리한 고지를 없애버린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 저희도 그런 고민을 하면서 총기 밸런싱을 하기도 하고 , 유저들이 너무 고이지 않게 장치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지점은 확실히 배틀그라운드가 다른 게임에 비해서는 덜 보이는 것 같아요 . 문휘준 팀장 : 왜냐하면 저희는 우연성이 굉장히 큰 장르여서요 . CS:GO( 카운터 스트라이크 : 글로벌 오펜시브 ) 같은 거 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 유명한 철문 있잖아요 . 그냥 빼꼼하면 죽는 거거든요 . ( 일동 웃음 ) 저희는 우연성이 중요하다 보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 , 실제로 유명 유튜버들의 영상을 봐도 낙하산 타고 내려오자마자 죽는 경우도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배그는 그 재미죠 . ( 웃음 ) 다른 게임 이야기가 나와서 드리는 질문인데 , 우리 게임에 뭘 넣을지 고민하다 보면 다른 게임의 케이스를 공부하셔야 하잖아요 ? 실무자의 입장에서 인상 깊었던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가 있으실까요 ? 문휘준 팀장 : 제가 느끼기에 가장 멋있었던 사례를 이야기해드리자면 , 데이즈 (DayZ) 같은 경우에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픈 월드 장르를 표방하는 게임인데 , 메타버스적인 그런 요소를 하고 싶었나 봐요 . 그래서 보이스 채팅도 게임의 리얼한 월드의 일부라고 생각을 하고 접근을 했고 , 그런 걸 요즘은 전문용어로 프록시미티 챗 (Proximity chat: 근접 채팅 ) 이라고 하더라고요 . 그런 맥락에서 이 게임은 근방 2m 안에 있는 사람만 직접적인 보이스 채팅을 할 수 있다든가 , 멀리 있는 사람한테 말을 건네고 싶으면 확성기를 구해서 말을 한다든가 , 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헬멧을 쓰고 있으면 목소리가 뭉개져서 나간다든가 하는 설정이 굉장히 리얼리티함을 더해서 멋있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지점에서 배그라는 게임이 갖고 있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인게임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에 대한 고민이 또 달라지실 것 같아요 . 그렇다고 팀원이랑 소통을 막는 것도 어려울 것이고 , 반대로 게임이 시작되었는데 MMORPG 처럼 전체 외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어렵잖아요 ? 이 공간은 리얼한 게임 공간이어야 하기에 , 어떤 커뮤니케이션은 제한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실 것 같은데 , 관련해서는 어떤 고민들이 있으셨어요 ? 한수지 실장 : 그런 지점에서는 ‘시작 섬’ 같은 곳이 저희의 특이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 저희는 게임에 접속하면 그냥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 시작 섬에 일단 모여 있다가 비행기를 타고 , 그 다음에 낙하산으로 내려서 각자도생을 하는데 , 시작 섬 같은 경우에는 비행기 타기 전이니까 예전에는 저희가 보이스 채팅을 다 열어놨어요 . 그때는 본격적으로 배틀 로얄을 하기 전에 스몰 토크를 하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는데 , 이게 의도랑은 다르게 핵 광고를 한다거나 욕을 무차별적으로 한다거나 하는 행위들 때문에 유저분들의 피로감이 높아져서 그걸 없애게 되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래서 시작 섬이 고요해진 것이군요 . 한수지 실장 : 대신에 이제 재미를 주려고 , 축구공을 넣는다든지 , 비켄디에 가면 눈덩이를 던질 수 있게 한다든지 , 요새는 차 스킨을 내고 있어서 맥라렌이나 애스턴마틴 차를 타게 해본다든지 그런 식으로 좀 긴장도 풀고 스쿼드 원의 옷 스킨을 입어본다던가 할 수 있는 인터랙션 요소들을 넣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어떻게 보면 시작 섬의 1 분이라는 시간이 이 게임의 가장 평화로운 순간일 텐데 , 그 안에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제한하거나 제공하면서 게임의 분위기를 만드시는 지점이 있으신 거군요 . 한수지 실장 :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한 40 분 정도는 긴장을 하고 , 마우스를 잡고 있어야 하니까 , 그전에 좀 릴렉스하면서 팀원들이랑 지도를 보며 , 어디서 내릴지 , 동선은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구요 . 그때까지만이라도 마음 놓고 편하게 이야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의도도 있는 거구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데 한편으로 저는 맥라렌이 나오면서 게임 섬 분위기가 조금 바뀐 지점도 있거든요 . 이전에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친구들이랑 같이 계획하고 , 평화로웠는데 , 맥라렌이 나오는 순간부터 워낙 시끄럽다보니까 오히려 전투 의지를 불태우는 그런 변화도 있었는데요 . ( 웃음 ) 그런 지점도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에서 의도하신 것인가요 ? 문휘준 팀장 : 사실 그건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이라기보단 상품 쪽에서 담당한 거예요 . 부분 유료화로 저희가 전환을 하면서 아무래도 유료 상품에 대한 홍보의 차원이 들어간 것이기도 하고요 . * 시작점에서 팀원들이 함께 군무를 추고, 다른 사람들이 엄지를 날리며 구경하고 있는 모습. 2초 뒤에 이들은 서로 총을 겨눈다. 이경혁 편집장 : 다음으로는 게임 안에서의 소통을 좀 여쭤보고 싶은데 , 실제 게임에 들어갔을 때의 보이스 채팅을 보면 사람들이 반드시 게임에 필요한 이야기만 하지는 않더라고요 .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워낙 친한 사람들끼리 하다 보니까 , 애 키우는 이야기나 일상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 문휘준 팀장 : 맞아요 . 유튜브 콘텐츠가 흥하는 게 , 다른 게임의 경우 너무 빠르니까 , 말을 하고 싶어도 눈만 매섭고 클릭 소리밖에 안 들리는데 , 저희는 진짜 5 페이지 정도 가기 전까지는 자신이 뭘 먹었는지 등등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면서 유저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있고 , 지루할 때쯤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때문에 , 그런 호흡들도 유튜브 콘텐츠들과 잘 맞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 실제 유저들도 초반에는 그냥 친구들이랑 스몰 토크하면서 놀다가 , 후반에 집중해서 싸우고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배그라는 게임 자체의 텐션이 선형으로 올라가기보다는 특정 텀이 있는 것 같아요 . 낙하산 떨어져서 잠깐 되게 긴장했다가 소강되면 흩어져서 서로 안 보이고 . 그런 사이사이에 게임의 텐션이 떨어지는 순간을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을 좀 메운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렇게 게임 밖으로 빠져 있지 않은데 , 텐션은 내려와 있는 상황이 배그 말고 다른 게임에서도 보신 적이 있으세요 ? 한수지 실장 : 마비노기가 좀 비슷한 것 같아요 . 수다노기 시절에 던젼 들어가서 친구들이랑 모닥불 피워놓고 놀고 . 문휘준 팀장 : 그런 케이스도 있었던 것 같네요 . WoW 시절에 팀보이스로 소통을 하는데 , 당시에는 커뮤니티에서 같이 게임하실 분을 소집했었어요 . 그러면 유명하신 분들이 있어요 . 유튜브가 없던 시절인데 , 그분이랑 게임을 하면 거의 유튜브 하나 찍는 거예요 . 그분이 와서 계속 떠들어요 . 자기가 살아왔던 썰을 풀고 , 웃겼던 썰 풀고 하니까 게임하는데 , 라디오 들으면서 게임하는 재미가 있었대요 . 이경혁 편집장 : 일종의 엠비언트이면서 게임하고 붙어있지만 또 떨어져 있는 순간들 . 그런 게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네요 . 운전하면서 라디오 듣듯이 게임하면서 반드시 게임에 관련된 커뮤니케이션만 있는 게 아닌 커뮤니케이션 . 그런 게 배그의 보이스 채팅이 아닌가 싶어요 .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게임보다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배그에서 오디오 커뮤니케이션을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을까요 ? 문휘준 팀장 : 저희가 사례나 지표 같은 걸 보는 부서는 아니지만 , 그런 사례가 나타났을 때 어떤 식으로 UX/UI 측면으로 커버할 수 있을까를 기획팀과 같이 고민하는 역할이거든요 . 그래서 비슷한 사례로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싫어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었어요 . 그리고 그런 것들을 막을 수 있는 옵션도 제공을 하고 있어요 . 크게는 두 가지가 있는데 , 하나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을거라고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요 . 다만 , 다른 팀원들이 그런 의사를 알 수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아예 아이콘으로 유저들한테 보여줘요 . 마이크 차단 버튼이 떠서 ‘나는 소통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이렇게 명확하게 알려주는 그런 기능을 넣었어요 . 그렇게 해도 핑을 찍거나 포인트를 잡는 것으로 소통을 하고 있고요 . 두 번째로 라디오 메시지 같은 경우에는 불필요한 데이터를 악용할 수 있다는 걸 내부 테스트로 사전에 확보를 했거든요 . 그것도 굉장히 게임이 진행이 안 좋아요 . 게임 프레임에 영향을 줄 수 있고요 . 예전에 오버워치에도 그런 핵이 있었어요 . 불필요한 데이터를 날려서 사람들을 굳어지게 하고 , 나는 더 유리한 위치로 가는 핵도 있었거든요 . 저희는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양의 불필요한 매크로 채팅이 올라오면 차단하는 기능이 있고 아예 꺼버리는 옵션도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트래픽을 일으켜서 그걸 핵으로도 쓰는군요 . 정말 연구들을 정말 많이 하네요 . 한수지 실장 : 상상력이 뛰어나죠 . ( 웃음 ) 이경혁 편집장 : 다른 수단들도 좀 그렇게 악용되는 케이스가 있나요 ? 예를 들어 맵에 포인트 찍는 이런 기능을 갖고 악용을 한다거나 . 문휘준 팀장 : 웨이포인트도 내부에서 테스트를 할 때 처음에 의견을 내신 분은 좀 자유롭게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었거든요 . 그런데 테스트를 해보니까 그걸로 욕을 쓴다거가 , 이상한 그림을 그린다거나 , 무의미하게 화면을 꽉 채운다든가 그런 행동이 가능한 걸 감지를 했고 , 그래서 서비스할 때는 개수를 제한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결국 인간이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니까 , 예측할 수 없는 사용 방안이 나올 것 같은데 ,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운영하실 때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 문휘준 팀장 : 그렇죠 . 회사마다 방침이나 의지가 틀릴 건데 저희 회사는 그런 거를 좀 명확하게 제재하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있기 때문에 , 아까 말씀드린 기능들이나 보안 장치들을 사전에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배그라는 게임을 이제 중심으로 좀 얘기를 해보다 보니 , 텍스트 채팅이 없다라는 특이점이 굉장히 재밌는데요 . 두 분 다 텍스트 채팅하는 게임의 시대를 겪어보셨을 텐데 , 지금 담당하고 있는 게임에서 텍스트 채팅이 빠졌다는 것에서 느끼는 좀 차이점이 있으실까요 ? 문휘준 팀장 : 제가 느끼기에는 이제 예전 게임에서는 채팅으로 정말 재밌게 많이 놀았어요 . 재밌는 얘기도 많이 하고 , 인간미 넘쳤던 사례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 그런데 거꾸로 다짜고짜 욕을 한다든가 , 부적절한 얘기도 굉장히 많았었던 걸로 기억해요 . 그런데 그때랑 지금이랑 좀 다른 것은 그때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 부적절한 상황들도 ‘그냥 게임이니까 그런 거야’하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 이제는 사회가 발전되었고 , 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행해지는 행위도 법적으로도 제재가 되고 인정이 되는 세상까지 왔잖아요 . 그래서 온라인 세상에서도 그런 행위를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 유저들도 자각을 하게 되고 , 게임사도 방지책을 준비하고 운영해야 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지점에서 클랜 서비스 같은 걸 업데이트 하신 것도 방지책의 일환일까요 ? 문휘준 팀장 : 네 . 있을 것 같아요 . 왜냐하면 좋은 클랜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많이 들어갈 거고 , 여기서 나쁜 짓을 하면 쫓겨날 거기 때문에 서로 젠틀하게 게임을 하는 걸 유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경혁 편집장 :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도 좀 드는데 , 회사 입장에서는 결국 몇몇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행위를 막기 위해 뭔가를 만드는 것도 비용이잖아요 .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닌가요 ? 문휘준 팀장 : 그쵸 . 그거에 들어가는 개발 비용도 있을 거고 , 유지 비용이 제일 클 수 있죠 . 한수지 실장 : 텍스트 채팅만 있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저희가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좀 많기 때문에 더 복잡도가 있는 거는 맞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끼는 베틀그라운드의 재미는 50% 이상이 커뮤니케이션이었거든요 . 제작하시는 쪽에서도 그런걸 기획하시는 거죠 ? 한수지 실장 : 네 . 소통도 있고 , 이제 경치가 좋다보니 구경하면서 맵을 탐험하는 재미도 저희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 중 하나예요 . 이경혁 편집장 : 요즘에는 AI 도 많이 늘었잖아요 ? 어떻게 보면 한 게임에 들어올 수 있는 실제 사람 플레이어의 숫자는 예전보다 좀 줄었을 수 있는데 , 그러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확실히 빈도가 좀 떨어지게 되는 걸까요 ? 한수지 실장 : 그런데 캐주얼 매치라고 해서 12 명의 일반유저와 88 명의 AI 가 섞여서 싸울 수 있는 맵에서는 오히려 더 좋아하시는 것 같기는 해요 . 왜냐하면 나랑 같이 하는 친구들이랑 계속 얘기를 하면서 이제 교전하는 재미도 같이 느낄 수 있으니까 . 난이도도 조금 낮기도 하고 . 그래서 그걸 두 개를 다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캐주얼 매치에서 그 재미를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 이경혁 편집장 : 마지막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 두 분 다 텍스트 채팅 시절을 다 경험해 보셨잖아요 . 세이클럽이나 하늘사랑 (skylove) 같은 곳에서 텍스트 채팅의 설레임을 느껴본 세대이실 것 같은데 , 어떻게 보면 텍스트 채팅이 점점 없어지고 있잖아요 . 배틀그라운드가 되게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기도 하고요 . 그런 지점에서 텍스트 채팅 시절을 좀 기억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 문휘준 팀장 : 저의 경우에 , 예전에는 그런 게 굉장히 신기했고 , 신문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만 한정되어 소통했던 분위기였는데 , 이제는 온라인 채팅의 영역이 굉장히 커졌잖아요 . 지금은 채팅 공간이 너무 당연한 공간이고 , 좋은 글도 써주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글도 굉장히 많고 , 그런 지점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 그래서 이제는 다음이라든가 네이버에서도 일부는 아예 댓글을 막는 솔루션도 제공을 하잖아요 . 그런 차원까지도 왔다고 생각해요 . 게임도 그렇고 . 즐기러 왔는데 욕을 들으면 굉장히 기분이 나쁘잖아요 . 그런 것들을 피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이경혁 편집장 : 그런 변화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어렵겠구나 생각이 드네요 . 혹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 문휘준 팀장 : 제일 중요한 게 있습니다 . 저희 배그를 많이 사랑해주세요 . ( 웃음 ) 한수지 실장 : 그리고 저희가 이번 12 월에 굉장한 업데이트와 콘텐츠들이 준비되어있으니 많이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 웃음 ) Tags: PUBG,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의사소통, 감정표현, 이모티콘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북미 게임연구자 Consalvo, 한국과 북미의 게임문화를 말하다

    콘살보 교수와의 이번 인터뷰는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고찰에 있어 필수적인 게임학의 현재를 진단해보는 한편 북미의 상황에 대해 들어봄으로써 이 시점, 여기에서 고민해볼 만 한 지점들을 모색하고자 기획하였다. 실시간 인터뷰가 어려운 현재 여건상 이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 Back [인터뷰] 북미 게임연구자 Consalvo, 한국과 북미의 게임문화를 말하다 01 GG Vol. 21. 6. 10. 게임학(Game Studies)은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연구를 통칭하는 연구 분야다. 2000년대에 들어와 게임이 산업적으로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영향력이 크게 확장되면서 서구권에서는 게임학 분야가 본격적으로 발전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창간호 기념 인터뷰를 하게 된 캐나다 콘코디아대학교(Concordia university)의 미아 콘살보 교수(Mia Consalvo) 또한 비슷한 시기에 게임학 연구에 발을 들여놓은 후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게임연구자다. 게임의 문화적 측면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콘살보 교수는 개발사에서 규정해 놓은 방식 외의 게임플레이 및 그로부터 파생된 산업과 문화에 대한 논의가 인상적이었던〈Cheating: Gaining Advantage in Videogames(2007)〉을 비롯해서 관용적으로 '일본의 침공'이라 불리는 - 타이토의 〈Space Invader〉가 북미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의 게임들이 대거 유입되었던 현상에 대한 비유적 표현 - 일본 게임의 북미 시장 진입과 번성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을 추적한 〈Atari to Zelda: Japan’s Videogames in Global context(2016)〉, 그리고 오늘날 게임문화 내에서 게임의 정통성을 두고 벌어지는 논박을 관찰하고 문화적 함의를 고찰한 〈Real Games: What’s legitimate and What’s not in Contemporary videogame(2019)〉 등을 저술하였다. 콘살보 교수와의 이번 인터뷰는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고찰에 있어 필수적인 게임학의 현재를 진단해보는 한편 북미의 상황에 대해 들어봄으로써 이 시점, 여기에서 고민해볼 만 한 지점들을 모색하고자 기획하였다. 실시간 인터뷰가 어려운 현재 여건상 이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질문: 콘살보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왕이면 게임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중심으로요 . - 어렸을 적 동네 피자 레스토랑에서 가족들이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릴 때 매장 내에 설치되어 있던 아케이드 게임기로 <팩맨> 같은 게임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것이 게임에 대한 첫 기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가시간에 간간이 이런 식으로 게임을 접하다가, 1년쯤 뒤에는 부모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저와 여동생에게 아타리 2600 콘솔과 <스페이스 인베이더> 게임을 사주셨어요. 언제 어디서든 원할 때마다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신이 났는데,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을 때면 텔레비전 수상기에 콘솔을 연결해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 종종 게임을 즐기곤 하면서, PC로도 <7번째 손님>이나 <미스트> 같은 게임도 플레이를 했지요. 이후에 1999년이 되어 제가 밀워키에 있는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첫 강의를 하게 되었을 때, 한 학생이 일본 게임을 소개해줘서 흥미를 가지게 됐어요. 그래서 플레이스테이션과 게임 여러 개를 구매하게 되었는데, 특히 <파이널 판타지 9>을 열심히 플레이 했습니다. 이후 그 학생과 저는 게임에 대한 논문을 몇 편 접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치팅(cheating)과 게임에 대한 제 연구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콘살보 교수가 답변 말미에 언급한 연구작업이란 저서 『 Cheating: Gaining Advantage in Videogames』를 의미한다. 그 외에도 일본 게임에 대한 경험은 이후 또 다른 저서인 과도 연결되고 있다. 이어서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근황에 대해서 질의하였다. 질문: 작년은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게임은 언택트 여가활동으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죠. 선생님께서도 게임을 플레이하셨는지요? 플레이하셨다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을까요? 코로나 팬데믹은 어떤 식으로 선생님의 게임 생활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Consalvo: 작년 한 해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게임은 시간을 때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겨루고 긴장을 푸는 등 여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저도 작년에 꽤 많은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거의 싱글플레이 위주로 게임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활용하지는 않았습니다(그렇지만 몇몇 친구들과 <디아블로>를 플레이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은 있습니다).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은 롤플레잉 게임 <디스코 엘리시움>이었어요. 스토리와 메카닉 디자인 뿐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전투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술들을 제공했다는 점이 매우 좋았습니다. 또 가장 감동적이었던 게임으로는 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스텔라라는 이름의 소녀가 되어 망자들을 배에 태워 사후세계로 무사히 인도하는 게임입니다. 망자들이 사후세계로 떠나기 전 플레이어는 그들과 함께 여러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이로써 망자들은 마침내 자신의 죽음과 생의 종결을 받아들이게 되죠. 정말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게임이에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진행할 수 있고요, 주어진 퀘스트들은 게임의 분위기와 주제와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스토리, 아트, 사운드, 음악 등등 모든 것이 다 훌륭합니다. 가끔 슬프기도 하지만, 재밌고 신나는 일도 있지요. 저는 동료들과 함께 이 게임에 대한 논문을 썼고요, 7월 초에 열릴 Games for Change festival에서도 이 게임에 대한 발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와 같은 답변을 콘살보 교수의 학술 활동의 기반이 직접 플레이한 경험에 놓여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저서 에서 보여준 북미 게이머 커뮤니티 및 그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력의 근간이 바로 그 지점에 있었던 것이다. 눈여겨 볼 만한 지점이라 생각된다. 이어서 콘살보 교수의 학술적 관심사와 북미권의 게임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질문: 교수님께서는 주로 게임문화에 대한 연구를 해오셨는데요, 그래서 북미의 게임문화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한국의 경우 게임의 산업적 발전 수준에 비해 그 문화적 위상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WHO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한다는 결정이 이루어졌던 시점에 한국 게임업계와 게이머 커뮤니티는 "게임은 문화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에 비해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오랜 편견의 벽이 여전히 견고했던 것이죠. 그래서 관련 업계와 학계는 이러한 상황을 바꿔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북미의 경우에도 1990 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발생했던 일련의 학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말미암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게임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논문이나 저서들이 연달아 발간되고 있는 걸 보면 북미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에 모종의 변화가 있는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Consalvo: 1990 년대에 비하면 북미에서 게임은 확실히 보다 분화의 일부로서 수용되고 있는 분위기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찍혀있던 낙인을 완전히 털어냈다고 할 수는 없지요. 언급하신대로 이 낙인은 총기난사 사건과 연관되는데, 최근 몇년 간 그러한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이 별로 발생하지 않았어요. 팬데믹 영향으로 학교가 운영되지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서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요. 팬데믹 상황이 지난 후 사회가 원상복귀 되어도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지 흥미롭게 두고 볼만한 부분입니다. 제 생각에 현재 북미에선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인식하지 않지만 그걸로 충분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든 <콜 오브 듀티> 최신작을 플레이하든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인식 자체에 이미 많은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전통적으로 북미의 게임에 대한 편견은 한국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편이다. 게임 및 게임을 플레이하는 아케이드 같은 장소들에 대해 공중위생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나 깨끗하지 못하다는 낙인이 강력하게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미국 메사츄세츠주의 마쉬필드라는 도시에서는 2014년에서야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허용되었을 정도다(물론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었다고 해서 이 지역 사람들이 수십년간 전혀 게임을 하지 않았을 거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사실은 1982년 해당 법령이 시작된 이래 1994년과 2011년 두 번에 걸쳐 게임 금지 법령을 뒤집으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인식하지 않는 보통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콘살보 교수의 관찰은 분명 게임이 대중적인 일상에 스며들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콘살보 교수는 팬데믹 후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살짝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체로 팬데믹 현상이 게임이 대중화되는데 있어 유효한 변인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는데, 한국에서는 팬데믹과 게임 간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게임의 이용시간이나 결제액수는 늘었지만, 그것으로써 하나의 여가활동으로서 대중성을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이어서 북미 게임학 연구의 현황에 대해서도 질의하였다. 북미권의 게임학 연구는 한국 연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부러운 면이 없지 않은데, 왜냐하면 한국의 경우 2010년대 이후 인문사회학적 게임연구의 동력이 크게 떨어진 반면, 북미권에서는 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 이번에는 북미 게임문화 연구 현황에 대해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한국의 상황에 대해 말씀드려보자면, 제가 대학원에서 처음으로 게임학 연구라는 것을 접했던 2000년대 초중반은 <리니지>나 <미르의 전설> 같은 게임들이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이에 고무된 정부가 게임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관련 연구분야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였지요.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저도 이 때 정부 지원으로 DiGRA 같은 국제 학술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오면서 학계 - 특히 인문사회학 분야 - 에 대한 지원이 크게 줄었고, 이후 인문사회학적 게임연구는 정체되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 또한 학부에서 게임 전공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대개는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인문사회학적 게임학에 대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대학원은 극소수구요. 관련 학술지들 또한 산업/기술적인 분야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한국에선 현재 인문사회학적 게임연구의 구심점이 없는 셈이지요. 한편, 제 기억으론 오픈형 온라인 게임연구 저널 Gamestudies.org가 2001년에 개설되었고, 전문학술지 Games & Culture는 2000년대 후반에 시작되었는데, 제 생각엔 이러한 학술지들이 영미/서구권에서 게임학 연구의 중요한 구심점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 부문에서 학술서 출간도 활발하구요(예를 들어 MIT Press의 플랫폼 시리즈나 플레이풀 씽킹 시리즈 등). 그래서 제 생각엔 서구/영미권의 게임학 부문은 꽤 잘 운영되고 있는 듯한데, 교수님 생각은 어떠실지 궁금합니다. Consalvo: 인문사회학적 게임연구는 지속적으로 성장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지원을 구하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지요. 대학은 여전히 양적 연구를 하는 연구자를 원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여러 펀딩 에이전시들, 특히 금전적으로 큰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에이전시들이 사회과학이나 양적 접근을 선호합니다. 그러니까 질적 연구 또는 인문학적 연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대개의 경우 좀 더 힘이 든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인데, 대부분의 공적 펀딩 에이전시들과 여러 대학들이 인문학적 연구에 호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향이 유지되길 바랄 뿐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갈수록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DiGRA나 Game Studies.org 같은 곳(주: 게임 전문 학술 대회나 학술 저널)에 참여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속한 학문 분야의 학술 저널에서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연구자들이 테뉴어를 받거나 진급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납득이 가는 현상이긴 한데, 다른 한편으론 게임학 연구들이 갈수록 고립되어가는 현상일수도 있겠습니다. 게임에 대한 고유한 학문 영역의 필요성에서 기인했던 게임학 연구는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다소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반드시 게임학 연구의 정체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오히려 게임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양적/질적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전문 학술 저널이나 컨퍼런스 보다는 각자 개별적으로 소속된 연구 분야에서 게임을 연구하는 경향이 학계에 소속된 연구자들의 진급과 연관이 있다는 현실은, 게임학 연구 분야의 식민화를 염려했던 초기 게임학 연구자들의 우려가 상기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구축된 이론이 탄탄한 타 분야에서 게임을 연구함으로써 연구의 질적 향상이 고양될 수는 있겠지만, 그 중심축이 '게임'에 놓여있는 게임 고유의 연구 영역이 구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게임 연구는 늘 타 학문 영역의 주변부에 머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콘살보 교수의 지적은 게임학의 미래와 관련해서 고민해볼 만 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업계와 학계간 소통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보았다. 한국에서는 학문적 성취 - 특히 인문사회학적 연구 - 가 업계가 게임을 만들고 판매하고 관리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드문데, 북미에서는 어떠한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Consalvo: 업계와 학계간의 소통과 교류가 분명히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 게임업계는 굉장히 크고 다양하기 때문에 소위 "업계"가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한 것을 배우고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GDC 같은 곳인데, 저의 경우 지난 몇년 간 참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캐나다에선 일부 연구자들이 업계 종사자들과 작업적으로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한데, 개발사들이 즉각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AI 개발분야에 비하면 그와 같은 교류나 관계는 항상 소수인 편이죠. 근본적으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지만, GDC와 같은 행사가 업계와 학계간 소통에 있어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국내에서도 지스타나 NDC 등의 행사가 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업계가 보다 다양한 학계와의 '스킨십'을 넓혀갈 필요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음으로는 좀 욕심을 내서 한국의 게임에 대한 북미인들의 인식에 대해 물어보았다. "두 유 노우 BTS?"" 같은 류의 질문으로 받아들여 질까봐 조심스러웠는데, 이 질문은 사실 한국의 게임에 대한 외부자의 시선을 통해 우리 자신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던진 질문이었다. 질문: 이번 질문은 한국의 게임에 대한 북미권의 인식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외부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니까요.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2000년대 초중반은 한국의 온라인게임 붐이 서구에서 화제가 되곤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직 온라인 플랫폼이 글로벌하게 구축되어 있던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서구에서 한국을 찾아온 몇몇 연구자나 기자 등이 24시간 게임방송만 내보내는 게임 전문 방송 채널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스타크래프트>를 무슨 캐주얼 게임 마냥 즐기고 있는 PC방 같은 곳을 보면서 신기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한국인들이 게임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였지만, 한국이 게임으로 글로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이 때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이십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는데요, 그래서 한국의 게임산업과 문화가 국경 바깥에선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Consalvo: 제가 명확하게 그 과정을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여기(북미)에서 한국의 게임문화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아마도 e스포츠의 인기일 것입니다. e스포츠의 기원이 북미인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나 <리그 오브 레전드>같은 게임으로 e스포츠가 엄청나게 성장한 것을 확실해 보입니다. 이는 국제적인 경기를 통해 한국인 플레이어들의 뛰어난 기량(과 보다 긴 역사)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은 그러한 측면에 분명 많은 기여를 했지요. e스포츠가 한국의 게임과 게임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주목을 끄는 분야 중 하나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불행한 일이지만 이러한 부분은 한국인 플레이어들에 대한 인종 차별 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e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게임의 역사에 있어 한국의 비중이나 영향은 아직까지 제대로 연구된 바가 없다. 분명한 사실은 2000년대 들어와 온라인 플랫폼의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서 한국의 게임이 세계 게임 산업과 문화에서의 비중을 크게 늘려왔다는 것이지만, 이에 대한 담론이 늘 국내에서만 맴도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한 가운데 e스포츠가 서구/영미권에서 한국과 관련하여 많이 회자되는 부문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인종차별의 문제가 e스포츠 관련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콘살보 교수의 진단은 북미인(이자 게임문화 연구자)의 시각이었기에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 이는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e스포츠 분야이기에, 북미(를 비롯한 서구)권에서 e스포츠가 인종차별 문제를 진단하고 극복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또한 e스포츠과 관련해서 종주국 논쟁 등 다소 국수주의적인 성격을 띄거나 산업적 가능성에만 한정되는 국내 게임 담론에 있어, 콘살보 교수의 제안은 게임 문화 연구의 측면에서 e스포츠의 역할(또는 가능성)을 짚어준 것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일상적인 질문으로 돌아와 한 명의 게이머로서 콘살보 교수의 게임플레이와 북미 게임 이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질문: 딱딱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게이머로서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저도 한 때는 밤새도록 동료들과 아제로스를 누비곤 했습니다만, 최근에는 야심차게 시작했던 X박스 게임패스 구독을 정지해야 했습니다. 도대체 플레이할 시간이 나질 않더라구요. 명색이 게임연구자인데, 제 일상 속에 게임을 배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거죠.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Consalvo: 저의 경우 게임플레이는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몇 주에 걸쳐 매일 같이 수시간을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있고, 다른 때에는 전혀 못하기도 해요. 제 스케줄과 하고 싶다는 동기 여부에 따라 달라지죠. 현재 저는 지난 해에 출시된 DLC를 플레이하기 위해 를 다시 플레이하는 중입니다(저는 롤플레잉 게임팬인데, 이 게임의 개발자들은 제가 진짜 좋아하는 시리즈인 <폴아웃>을 만들었던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스토리 중심의 도 플레이 중인데, 여기서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가 되어 다른 안드로이드들을 조사해서 일탈자를 색출하고 그들을 불량품으로 처리할 지 결정해야 하죠. 저는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구요,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새롭게 다루는 게임들을 접하는 게 즐겁습니다. 한편 한 명의 게이머로서 북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 관련 이슈 중에서 어떤 것에 관심이 있을지 궁금했다. 질문: 북미의 게이머로서 가장 흥미로운 이슈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의 경우엔 랜덤박스가 아주 큰 이슈입니다. 게임사들이 확률 공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게이머들이 트럭시위를 벌일 정도였지요. 미국에서는 어떤가요? Consalvo: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랜덤박스 문제가 이슈가 된 적 있지만, 특히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던 문제는 에픽과 애플 간에 벌어졌던 다툼이었습니다. 두 거대 기업이 보다 많은 수익 비중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가운데 누가 진짜 피해를 보고 있는지 확실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이슈였죠. 작년 같은 경우에 게임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끈 문제는 팬데믹 동안 게임을 통해 사회성을 어떻게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인가였어요. 그 전에는 온라인게임에서 벌어지는 각종 유해한 상황들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요. 이제 마지막 요청입니다. 이제 막 시작된 저희 게임 제너레이션을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Consalvo: 새롭게 창간된 게임 제너레이션의 창창한 앞날을 기원합니다! 오늘날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로서 게임에 접근하는 시각이 증가하는 건 언제나 신나는 일입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사라진 컨트롤러 : 가상현실 게임 속의 컨트롤러의 특징들

    가상 현실 게임에서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컨트롤러는 게임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팀(Steam)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가상현실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 (Half Life: Alyx)〉나 PSVR2의 대표작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Horizon Call of the Mountain)〉을 비롯한 다양한 슈팅 및 액션 게임에서도 대부분 손을 보여주는 방식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 Back 사라진 컨트롤러 : 가상현실 게임 속의 컨트롤러의 특징들 11 GG Vol. 23. 4. 10. * 그림 1. 실제 손과 컨트롤러(좌)와 가상 현실 내에서 사라진 컨트롤러(우). 이미지 출처 : https://uploadvr.com/importance-believable-vr-hands-presence/ 가상 현실 게임에서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컨트롤러는 게임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림1). 예를 들어, 스팀(Steam)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가상현실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 (Half Life: Alyx)〉나 PSVR2의 대표작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Horizon Call of the Mountain)〉을 비롯한 다양한 슈팅 및 액션 게임에서도 대부분 손을 보여주는 방식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가상현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최대한 실재감(sense of presence)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가상현실 컨트롤러가 어떻게 생겼길래 가상현실 속에서 볼 수 없을까? 그림 2를 살펴보면, VR 컨트롤러는 기본적으로 콘솔용 게임 컨트롤러를 반으로 나눈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각 컨트롤러의 옆면에는 검지로 누르는 트리거 버튼과 주먹을 쥐면 자연스럽게 눌리는 그립 버튼이 있다. 또한, 컨트롤러의 윗면에는 엄지로 조작할 수 있는 두 개의 버튼과 조그 스틱이 있고, 시스템 메뉴를 호출하는 버튼도 있다. 모든 상황에서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무채색 VR 컨트롤러를 들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장르를 불문하고 가상현실 속의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에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게임 개발자들은 이러한 컨트롤러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 그림 2. 메타 퀘스트 2의 컨트롤러, 측면(회색 부분)에 위치한 트리거 및 그립 버튼과, 상단(검은 부분)에 위치한 조그 스틱, 두 개의 버튼, 시스템 버튼이 보인다. * 〈하프 라이프 알릭스〉에서 보이는 손. 이미지 출처 : https://www.roadtovr.com/half-life-alyx-update-1-4-1-example-pistol-modding/ 사용자의 외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가상현실 헤드셋의 특성 때문에 가상현실 속의 가상현실 컨트롤러를 어떻게 보여줄지 결정하는 것은 가상현실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필연적이었다. 컨트롤러 디자인은 기기 제작사가 아닌 게임 디자이너에게 일부 위임되었다. 가상현실 컨트롤러의 외형은 게임마다 그리고 상황마다 다르게 재정의될 수 있다. 대다수 디자이너들은 마치 컨트롤러를 들고 있지 않은 것처럼 가상 현실 속에서 컨트롤러를 숨기고, 컨트롤러를 쥐지 않은 ‘가상 손’을 그렸다. 이것은 캐릭터의 손을 보면서 가상 환경 속의 객체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플레이어가 그 환경에 실재하고 있다고 느끼게 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상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의 문제들 가상 손이라는 디자인 옵션은 가상현실 게임 디자인에서 전형적인 문법이 되어가고 있지만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사용자가 실제 손과 가상 손 사이의 감각적인 불일치(discrepancy)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플레이어의 고유감각과 촉각이 느끼는 손의 모양과 가상 현실에서 그려진 손의 모양이 다른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는 일반적으로 트리거 버튼은 검지에, 그립 버튼은 중지부터 소지까지 대응되어 버튼이 눌리면 손가락이 접히는 애니메이션이 재생된다. 이 경우에는 실제 손과 비슷하게 가상 손이 표현되기 때문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보인다. 반면, 실제 컨트롤러의 상단의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 엄지를 움직일 때, 가상 손 엄지의 움직임은 생뚱맞고 이질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가상 현실 속에서 본다면, 아무 이유 없이 접었다 폈다 하는 엄지를 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적 불일치는 플레이어들의 실재감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두 번째는 조작 방법 학습의 어려움이다. ‘가상 손'이 사용되는 경우에 실제 컨트롤러와 이를 조작하는 손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게임 컨트롤러의 조작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다. 친구와 함께 VR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가상 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친구에게 지금 뭐가 보이냐고 외치고, 왼쪽 컨트롤러에서 Y 버튼을 누르라고 외치고, Y 버튼은 볼록한 버튼 2개 중에 앞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본 일이 있을 것이다. 자기 손과 컨트롤러를 직접 볼 수 없는 것은 앞서 설명한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유가 된다. 가상현실 컨트롤러에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많은 버튼이 있고, 각 버튼은 가상 현실 속에서 수행할 수 있는 복잡한 행위들과 연결이 되어 있다. 게임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모든 버튼 맵핑을 빠르게 학습하고 이를 빠르게 실행에 옮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 컨트롤러의 조작을 학습할 때는 적어도 버튼들과 이를 조작하는 손을 볼 수 있었지만, 가상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에서는 플레이어의 손가락이 의도한 버튼에 가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의도한 버튼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 떠올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경험은 플레이어의 전반적인 퍼포먼스를 떨어뜨리고 게임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킬 수 있다. 필자는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플레이하면서 크고 작은 감각적 불일치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조작 방법의 학습에 관한 것이었다. 플레이 도중에 잠시 실제 컨트롤러 모양을 보여주며 어떤 상황에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시각적으로 안내해주었지만,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안내는 사라지고 가상 손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로 인해서 간단한 동작을 수행하는데도 여러 버튼을 눌러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많았고, 이는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가상현실에 대한 기대와 현실 컨트롤러 대신에 가상 손을 보여주는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현실에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다. 앞서 언급한 단점들을 감수하고서라도 게임 디자이너들이 가상 손을 선택하는 이유는 시각적인 실재감을 그만큼 중요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재감은 가상 현실에서 항상 우선해야 할 가치일까?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경험이 모든 면에서 현실과 같을 필요는 없다. VR에서는 현실과 다르지만, 성공적으로 관습화된 상호작용 방식들이 있다. 레이 포인팅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대상을 선택하고자 할 때, 만지거나 찌르듯이 직접 컨트롤러를 가져다 대는 대신에 컨트롤러 전면에서 나가는 레이(ray)를 이용해서 가리키고 선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터페이스 조작에서 레이를 활용한 방식은 직접 컨트롤러를 옮겨 선택하는 방식보다 더 선호된다. 현실과는 다르게 원거리에 있는 대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순간이동이라는 이동 방식의 예도 들 수 있다. 특정한 위치로 이동하려고 할 때, 현실과 같이 걸어서 이동하거나 연속적으로 캐릭터의 위치와 시점을 업데이트하길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실제 공간은 좁고 가상 공간은 훨씬 더 넓은 경우가 많아 직접 걸어서 게임 속 공간을 모두 탐험하기는 어렵다. 부드럽게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것도 쉽게 멀미를 일으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 게임에서는 이동할 위치를 가리키고 그 위치까지 한 번에 이동하는 순간이동 방식이 많이 채택된다. 레이 포인팅과 순간이동은 현실의 경험과는 아주 다르지만 가상 현실 속에서는 일반적이다. 우리가 현실적이라고 여기는 방식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용자의 의도를 실현한다. 결과적으로 가상현실에 안에서 제시하는 내용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VR 컨트롤러는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쉽게 정답을 맞힐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시각적인 실재감을 추구하는 데에서 벗어나,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컨트롤러를 시각화하는 것도 가능한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기서 효율적이라는 것은 전체적인 시스템을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을 포함한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VR 게임을 만들고 있을 게임 디자이너들이 가상 현실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컨트롤러 표현 방식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김현철 학부에서 산업디자인 및 뇌인지과학을 공부하고, 석사 과정에서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시각인지연구실에 소속된 박사 과정 학생이다. 행동 및 생체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경험을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논문세미나] 옛날 전쟁 비디오게임이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알려주는 것 : <환경을 위한 역설적 투쟁으로서 레트로 폭력>

    최근 우리는 게임의 문제를 기후/환경 문제와 연결짓는 담론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게임장비와 콘솔에 물질적 자원이 투입될수록 전자폐기물(E-waste)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고, 게이머의 플레이 시간이 늘어날수록 탄소배출량이 늘어난다는 기사들이 적잖이 나오고 있다. 이제 게임 플레이는 거의 환경오염의 문제와 불가분이 되었고, 게임회사 또한 게임을 개발한다면 필연적으로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게 된 것이다. < Back [Journal Club] What Old War Video Games Tell Us about the Relation between Nature and Humans: “Retro Violence as a Paradoxical Fight for the Environment” 31 GG Vol. 26. 8. 10. TEXT: Fernandes, A. (2026). Retro violence as a paradoxical fight for the environment: The nostalgic circular video games economy. Media, War & Conflict , 17506352261421845. Introduction These days one easily meets discourses linking the question of games to that of climate and the environment. Articles appear in no small number: the more material resources are poured into gaming hardware and consoles, the greater the problem of e-waste; the longer gamers play, the higher the carbon emissions. Game play has become nearly inseparable from the problem of environmental harm, and game companies now find themselves in a situation where developing a game necessarily means weighing sustainability. The paper introduced here — “Retro Violence as a Paradoxical Fight for the Environment: The Nostalgic Circular Video Games Economy” — attends, against this background, to the possibility that the recent revival of retro video games might, paradoxically, help address the problem of climate and environment. Ordinarily, playing video games about war and violence is perceived as something liable to harm the environment, and prior research has repeated the debate over how much such games provoke human aggression. But the author, drawing on earlier research of their own, argues that the re-release of retro games on current consoles, or their porting to smartphones, has the effect — at least on the “material plane” — of cutting the cost of purchasing new games and consoles and lowering the accumulation of e-waste. This is summed up in the phrase “circular economy of nostalgia.” Does (gaming) “nostalgia,” which looks environmentally harmful on its face, really conflict with the values of conservation and sustainability? Or might it, conversely, affect those values positively? It is time to analyze the structure of the retro video game’s circular economy. To understand it, though, one must grasp how the material effects occurring outside the game and the virtual practices carried out inside it interact. To that end, this study focuses on how nature is represented within violent retro video games, aiming to analyze what meanings and what agency are conferred on it. Method and Materials For its analysis the study takes Bruno Latour’s actor-network theory (ANT) as its approach, and orients itself toward an “object-oriented approach in videogame studies.” So as not to explain the complex relations of nature, technology, and society reductively, ANT grants priority to none of the three strata — which makes it a useful method for understanding the relations among war, video games, and the environment as well. One principal trait of ANT is that it analyzes non-human elements — which traditional sociology had treated as “non-social” factors — as actors in the formation of social relations. In the social sciences, “actor” had been treated as a concept premised on the agency of the human subject. Latour, borrowing the idea from the actant of semiotics, proposes instead a concept of the actor as “something that acts or to which activity is granted by others” — a concept holding relational rather than fixed properties. Under Latour’s schema, the range of agency extends beyond society into technology and nature, and the concept of the actor likewise extends onto a relational plane beyond the human. Video game research to date has centered only on the “human” who plays. With ANT, the game can take on the standing of an actor that (besides being played by humans) exerts a certain force on the player. The author explains that viewing games through ANT allows one to move beyond understanding the video game as “a space responsible only for one’s own conduct” (which the author also describes as a mechanism reproducing neoliberal culture), and to problematize even elements that look value-neutral, such as in-game difficulty or the odds of victory. An ANT analysis of games focuses on the concrete process of interaction between game and player, and on which actors are composed in that process — and so necessarily comes to include not only the game’s internal elements but external ones as well: the material environment outside the game, the platform, the player’s human relationships. To analyze how “nature” appears in video games, the study grasps the video game itself as a “network.” This network is not given in advance, nor determined one-sidedly by the game’s external conditions or by human actors and then represented inside the game. Rather, the game forms the meanings of nature and technology through the interaction of the various actors composing it: color, gameplay, viewpoint, elements that operate actively in the game and elements placed passively, elements hierarchically emphasized and elements marginalized. The study does not employ ANT’s classical concepts formed in the particular context of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 — associations, obligatory passage points, inscription devices — but seeks to follow ANT’s performative demand: to describe how things are composed through what they do to one another. The study takes as its objects representative retro video games that unfold war narratives against natural settings, selected under the following requirements: 1) retro games for consoles of 16 bits or below (of higher ecological value than 32/64-bit-based games); 2) games with high play counts on retro-game sites; 3) games whose principal material is the military, firearms, and armed conflict; 4) games containing elements of “more-than-human nature” (the perspective, in ecological philosophy and the humanities, that regards the human as an element in a web of relations equal with non-human beings) — thus excluding from analysis games set indoors or in space, or post-apocalyptic games in which sustainability is not foregrounded as a central issue. The “retro” adopted here, meanwhile, could at the conceptual level be a problematic notion for ANT, insofar as it constructs a linear and teleological view of time; this study uses it only in the dictionary sense of “video games made long ago.” The games selected on these criteria are three: Contra (1987), Battle City (1985), and River Raid (1982). First, Contra — the most-played among retro video games — is a run-and-gun action game in which two commandos halt an alien invasion on a nameless island in South America. Its stage names and screen elements consist entirely of natural environments — grassland, snowfield, river, mountain, forest — with military hardware placed within them. Battle City is an omnidirectional top-view shooter in which the player pilots a tank, destroying enemy tanks and defending a home base. Though “city” stands in its name, it has none of the elements that call an ordinary city to mind — roads, sidewalks, windows. The game arranges assorted natural terrains and obstacles — destructible brick walls, indestructible steel walls, tanks hidden in the brush, ice that hampers movement — and ends when the player’s base is destroyed or the lives run out. River Raid is a scrolling shooter in which the player pilots a fighter plane, attacking enemies while avoiding riverbanks and enemy fire; the game ends when the plane crashes or the fuel is spent. Analysis: The Unnatural Nature? Consider Contra first among the three. The player’s mission is to cleanse the aggressive human/technological actors by removing the enemy machinery installed in the natural environment — yet when the player destroys an enemy device, the nature in which it sits is never destroyed. Nature looks like nothing more than the immovable ground that lets the player stand, run, and jump. Exceptionally, broken terrain appears — cliffs and drops the player must jump, falling rocks to be dodged — and the fact that it is “nature,” not animals or plants, that drives these situations likewise shows how little human action touches nature. Yet this immutable nature is caught in the blast and burns at the finale, when every enemy is dispatched and the player escapes. The destruction of nature, that is, is presented as the positive result of having destroyed all evil, from the human point of view. By binding enemy and nature together, Contra composes the perception that nature’s own moral worth is interdependent with the morality of the beings who dwell in it. Nature in Contra ends up programmed as a being granted vulnerability and immutability at once, for the sake of human-centeredness: easily destroyed for human purposes, untouched by any attack at every other moment. The nature of Battle City appears in a more active role. Among its natural elements, the brush is camouflage concealing enemies, while water and ice appear as beings that hamper the movement of the player’s tank. The player must dispatch the enemy while avoiding them — and this nature, meanwhile, is never destroyed or affected by the player. Nature, that is, exists indifferent to the human purpose of war, yet appears in the game as ceaseless constraint, performing the role of exposing the limits of the human player’s capacity. The one situation in which the human can escape nature’s constraints in this game is to dismantle the city of brick walls — at the price of greater exposure to enemy fire. In this respect the nature of Battle City may be called a neutral actor operating independently of human intent: untamed by the purposes of humans and their war, it exercises, one-directionally, the power to decide war’s outcome — the game’s victory or defeat. River Raid is designed for infinite play, a loop structure repeating forever without any definite ending. The player can, in effect, remain within nature without limit; but since the game ends the instant the plane strikes a riverbank or the fuel runs dry, conditions attach to attaining that infinity. The technology of the video game lets one imagine nature persisting forever, indifferent to humans — and thereby exposes, in the end, the essential finitude of human existence. As the riverbank collisions show, the natural environment in River Raid appears as what directly prescribes the progress of play; and since the player, once dead, can never again witness that nature, infinite nature is presented as a being beyond the understanding of the essentially finite human. The only way for the player to remain within this nature is to keep resupplying the plane so that the fuel never runs out. To sustain a perpetual relation with nature, that is, the human is placed in a situation of having no choice but to exploit another nature. * From left: play scenes from Contra , Battle City , and River Raid . (Source: Google Images) Discussion: The Video Game’s More-Than-Human Nature The in-game natures that appear in Contra , Battle City , and River Raid all signify a “dead nature” — a nature incapable of forming the kind of relation we experience with nature in reality. Nature in these games is a passively programmed backdrop, neither changed nor destroyed by the gamer’s in-game actions. The nature of all three games, that is, remains in a form with which no “interaction” by the player is possible. Why was it made so, and what does this show? One could object, of course, that these are games of the 1980s, and the programming constraints of the day left no other way to represent nature; or that, as simple shooters flying no eco-friendly banner, the manner of nature’s representation was simply no concern of their studios. According to the author, however, a dynamic nature was perfectly possible even with the technology of the time — witness the falling rocks of Contra or the riverbank collisions of River Raid . The author proposes viewing the nature in these games philosophically, beyond a mere technical shortcoming of the era — arguing that the “nature that does not sufficiently interact with humans,” the “nature that does not always answer in humanly intelligible ways” revealed in the three games shows, rather, the possibility of a more-than-human nature. That the human can relate to nature only within limits inside the game is a limit programmed as inherent in nature itself, not a simple matter of technology. And this very inaccessibility and infinity of nature is a result composed only through the assemblage of finite technological actors and human actors. In this respect, through technology the human gains a vantage beyond the human, and the video game, too, becomes a medium that lets humans form some perspective upon phenomena that human experience can never fully capture — a medium that, to borrow Deleuze’s phrasing, puts us in relation with that to which no relation can be had. The author says the video game displays the difference Kant drew between noumenon and phenomenon: nature in itself, inaccessible to the human — the noumenon — as against nature as phenomenon, presented by the video game in humanly intelligible form. Though the human cannot know the thing (nature) in itself (an sich), one can (through the game) think it metaphysically. The video game, too, by presenting nature as a being irreducible to the human point of view, lets one think the concept of a nature humans can never fully grasp — just as in Battle City , where nature is indestructible at the plane of the “thing in itself,” while the city, human-made and of the “phenomenal world,” turns out to be the one thing in that game the human can destroy. A case of more-than-human nature can be confirmed in River Raid as well. Consider the case in which the player, in order to participate in infinite nature, must consume the very condition (the fuel) that makes it possible. By consuming fuel and generating pollution, the human stands, paradoxically, in the position of having to extinguish nature’s infinity itself. The paradox arrives: the human condition for witnessing nature’s infinity is identical with the condition that destroys that infinity. The game structure of endless, conclusionless play likewise presupposes that to continue forever the player would have to be an immortal being. What ends this game, that is, is nothing other than the human’s own finitude — and it is that very finitude, the study shows, that makes it impossible to gaze upon or experience without limit the nature programmed into the video game. This displays the essential limit of any attempt to understand nature entirely in human terms, or to place it under human control. Relations between human and environment in video games are thus hard to explain with the four classic types alone proposed in prior research (Abraham & Jayemanne, 2017). This study argues that the environment plays a further role — not only backdrop for the human player, source of resources, human antagonist, or object of exploration, but “back-ground.” The “back-ground” here is no mere backdrop: it means the ground the human stands on and, at the same time, a being that endlessly shakes that ground, dismantling human-centeredness. The video game, that is, is itself another more-than-human actor that performatively discloses the limits of human capacity for action. The back-ground concept lets the human experience the limits the in-game environment reveals not simply as walls that cannot be crossed, but as the very relation that exists between human and nature. Seen this way, the video game cannot be regarded merely as having failed to realize an interactive, realistic nature; from the vantage of a post-anthropocentric nature, it presents a world that is, rather, true. The author stresses, as the most important point of the discussion, that retro video games must not be understood simply as media that represent nature unrealistically. Even if one built a war game of painstakingly eco-friendly design, showing the natural environment actually destroyed through interaction with humans, the indestructibility of nature revealed in the retro game would repeat the moment the game was reset. (Conversely, a game in which the environment could never recover from the player’s actions would be one humans could not play for long.) Even if the newest video games make interaction with nature richer, that would if anything reinforce the anthropocentric view of nature as an object humans can manipulate and understand. Because such games would always present a nature that answers humans only in ways humans can understand, the view that nature is essentially inaccessible to humans could, as a result, be obscured instead. It is worth recalling that nature includes silence and unresponsiveness. The video game’s unconscious thus performs, realistically, the fact that the human–nature relation is one defined essentially by limits — while at the same time making possible, through technology, a posthuman human–nature relation that exceeds those limits. Through the technology of the video game, nature shows itself as a being that can never be fully totalized; the video game discloses the limits of the human relation to nature and, at the same time, lets the human relate to nature beyond their own boundary. Of this relation the author stresses that the video game at least makes inaccessibility something experienced as inaccessible. The human cannot fully cross the limit — but can at least reach the position from which the limit can be seen. In Closing This study’s ANT analysis of video games has the merit of making us think about the relation between nature and humans in a form different from the customary one. That nature is given in games as an object that cannot be destroyed, or that does not answer the player, looks on its face like a simple technical limit or a lack of representation — but in fact it can make possible, for the human player, a new perception of nature. Even if the game carries no message about environmental problems or sustainability; even if its material is war and violence. And yet — perhaps because the impression of straining to avoid reductionism toward any single term of human(society)–technology–nature runs so strong — it was hard to escape the sense that the paper’s concrete approach and discussion are overwrought. Its limits read, broadly, as follows. First, the study fundamentally regards the retro revival and replay as a valid, indeed indispensable, condition for a sustainable circular economy in the video game industry. Though grounded in the author’s prior findings, the premise that “playing retro games is, in the end, eco-friendly” deserves questioning: today’s consumption is likely closer to “expansion” than “substitution” — one buys the retro games and the consoles, and runs the emulators besides. The link between the introduction’s discussion — that retro games contribute to a circular economy — and the main text’s — that retro games draw nature as a more-than-human being — is, moreover, exceedingly weak. It reads like a claim that the latter finding makes the former problem the more worthy of attention; but since the introduction in effect calls for a separate analysis and research question of its own, setting up such a causal relation does not seem warranted. Second, one must ask whether this study really performed an ANT analysis. Its gist — declining the basic classical concepts attempted in ANT analysis while professing agreement with ANT’s performative approach — weakens the essay’s claim to be one. To analyze a video game with ANT would require, as the author notes, not only the game’s internal elements but the various external elements connecting them: the technologies that must have gone into building the natural environments and terrain, the matters of the developers, the hardware characteristics at the time of porting, the game market and industry — the agency of countless components, and a process of following those actors to grasp the network and bring its substance to light. Yet the study confines its analysis to the game’s internal elements, and appears to perform a semiotic, philosophical reading of the game text grounded in non-anthropocentrism rather than a concrete network analysis of actants. My view as presenter, then, is that this should be seen less as a study performing ANT than as posthuman criticism grounded in an object-oriented approach. Third, my interpretation of the “unresponsive nature” in these games differs from the author’s far too widely. The author says the unresponsive nature shows a more-than-human nature and lets the human sense its inaccessibility. But is unresponsive nature not, rather, the result of nature having been objectified — quite literally as backdrop — whether from technical constraint or from the absence of any thought for nature? In that case, the nature represented in the games can be read as an even stronger anthropocentrism. My shallow reading of the relevant theory makes it hard to go deeper, but the ontological approach assumed by object-oriented ontology, or by ANT, appears to explain the actors’ network as ontologically meaningful regardless of the perceptions and intentions of developer or researcher — and then to unfold it (paradoxically, through the epistemology of the researcher, a human actor). That the interpretation “the game shows a more-than-human nature” arises from a human actor strikes me, somehow, as a contradiction. Be that as it may, I think the study offers an interesting point worth a moment’s thought for developers who, as production technology advances, must expand interactive elements — and weigh nature among them. For the more interactivity one builds, the more one may be building a world that moves only as the human answers it: a game that reinforces human-centeredness. Tags: 레트로 게임, 게임과 환경,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포스트휴머니즘, 콘트라, 배틀 시티, 리버 레이드, 논문세미나, Retro Games, Actor-Network Theory, Games and Ecology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isu Kim Studies a range of fields—culture and knowledge, space, and the academic field. Also interested in the history of games and the lives of gamers.

  • 보편과 토착의 긴장 속에 도사리는 지정학적 미학: 〈7인의 사무라이〉에서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이르기까지

    〈라스트 사무라이〉가 일본 대중문화에 심취한 와패니즘의 대명사인 반면, 〈킬 빌〉은 오리엔탈리즘을 전유하는 대중주의다. 무사도와 신성한 사무라이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라스트 사무라이〉의 상당 부분은 뉴질랜드 로케이션으로 촬영되었고, 〈킬 빌〉은 이소룡과 사무라이를 섞고 중국계 미국인 배우 루시 리우에게 기모노를 입혀 대문자 오리엔탈(The Oriental)을 혼성모방한다. < Back 06 GG Vol. 22.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yunwoo Shin A cultural researcher and cultural critic, specializing in critical theory of technology and the political economy of media. Researches cultural phenomena surrounding gaming, 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s, and blockchain, and teache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nd the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 일상시뮬레이션, 현실을 편집하는 꿈을 꾸다 - <심즈> 시리즈를 중심으로

    <심즈>는 특정 대상의 생활을 시뮬레이션하는 소위 ‘라이프 시뮬레이션(Life Simulation)’ 비디오 게임 중에서도 대명사 격에 위치한 시리즈다. 현대적인 직업을 갖고, 퇴근 후 집안일을 하며, 때에 맞춰 공과금을 내야 하는 생활을 다루는 <심즈> 시리즈는 “가장 말도 안 되는 판타지”를 실현하는 비디오 게임으로 예화 되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심즈> 시리즈의 디자이너 윌 라이트(Will Wright)는 최초에 <심즈>를 구상했을 때 이 게임이 제공할 수 있는 즐거움을 회사에 설득하기가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 Back 일상시뮬레이션, 현실을 편집하는 꿈을 꾸다 - <심즈> 시리즈를 중심으로 20 GG Vol. 24. 10. 10. "Video games are great. They let you try out your craziest fantasies. For example, on The Sims, you can have a job and a house." "비디오 게임은 위대하다. 게임은 당신이 가진 것 중 가장 정신 나간 공상까지 이뤄준다. 예를 들어 <심즈The Sims>에서, 당신은 직업과 집을 가질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서 발견한 익명의 농담 * 심즈3(The Sims™ 3) 스팀 소개 이미지, EA 제공 <심즈>는 특정 대상의 생활을 시뮬레이션하는 소위 ‘라이프 시뮬레이션(Life Simulation)’ 비디오 게임 중에서도 대명사 격에 위치한 시리즈다. 현대적인 직업을 갖고, 퇴근 후 집안일을 하며, 때에 맞춰 공과금을 내야 하는 생활을 다루는 <심즈> 시리즈는 “가장 말도 안 되는 판타지”를 실현하는 비디오 게임으로 예화 되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심즈> 시리즈의 디자이너 윌 라이트(Will Wright)는 최초에 <심즈>를 구상했을 때 이 게임이 제공할 수 있는 즐거움을 회사에 설득하기가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게임”의 기획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세계를 구하거나 제트기를 조종하는” 게임들과 비교하면 <심즈>에 흥미로운 요소가 없다고 생각했다(Barnes). “가장 정신 나간 공상”이라고 일컬어진 대목은 물론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그 공상은 <심즈>에서 플레이어가 서는 출발선과 관련을 맺는다. <심즈>를 최초로 시작할 때, 플레이어는 ‘심’이라고 불리는 아바타를 하나 혹은 여럿 만들어낸다. 심의 성격과 취향, 생김새를 빚어낸 플레이어는 주어진 초기 예산을 바탕으로 그의 심들에게 거주지를 지정한다. 자신의 거주지를 거점으로 심들은 <심즈>의 가상 세계에 진입하고 직업을 구해 본격적으로 생계와 살림을 꾸려 나간다. 심의 생계와 살림은 ‘허기’, ‘용변’, ‘재미’, ‘수면’, ‘위생’과 ‘사교’로 대표되는 그들의 여섯 가지 욕구를 충족하거나 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즉각적인 욕구를 충족하기를 넘어서 다종다양한 야망을 이룰 수 있도록 심의 일상을 구조화해 나갈 수 있다. 『커밍 업 쇼트』에서 제니퍼 M. 실바(Jennifer M. Silva)는 포스트산업 노동 계급의 세대가 “성인이 되는 경험”을 “블루 칼라 일자리가 아니라 그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생겨난 유동성과 유연성”으로서 정의하는 보편적인 경향을 확인한다(실바 54-55). <심즈> 시리즈는 아메리칸 드림과 미국 중산층 교외의 삶을 테마로 삼아 출발했다. “당신은 직업과 집을 가질 수 있다”로 끝나는 펀치라인은 플레이어의 심에게 주어지는 출발점 자체가 “가장 정신 나간 공상”의 영역에 속하게 된 유동성과 유연성의 시대를 가리키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당신’의 현실에서 불가능한 바를 게임 속에서 이룬다는 대리 충족의 논리는 우리가 라이프 시뮬레이션, 혹은 생활 시뮬레이션을 유희적으로 즐길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깔끔한 설명을 내놓는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왜 우리가 가상 세계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을 청소하기를 감수하는가? 그게 더 나은 삶, 더 좋은 삶의 가능성이 확정적으로 열려 있는, 개연성 있는 허구적 세계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더 좋은 삶’에 대한 정의는 물론 개인화되고 다양화될 수 있겠다. 하지만 어떠한 정의에서나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이 그 좋은 삶의 가능성을 유지하는 목적 지향적인 행동으로 의미 지어지고, 반복할 만한 가치와 쾌감을 띄는 것은 동일할 것이다. ‘진짜 현실과는 다르게’ 말이다. 이는 아바타와 플레이어 사이의 강한 동일성을 근거로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제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설명은 생활 시뮬레이션의 다양한 플레이 양상 중 한 가지 버전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여러 생활 시뮬레이션 중에서도 적어도 <심즈>는 아바타와 플레이어 사이의 강력한 동일시를 가능하게 만드는 장치들이 강제력을 갖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아바타를 가상 세계의 중심에 두고서 등 뒤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혹은 아바타의 1인칭 시점으로 주변을 관망하도록 강제 받지 않는다. 하나의 아바타만 조작하는 플레이가 장려되는 것도 아니다. <심즈 4>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시점에 일치된 카메라로 심들이 자리한 공간을 원형 극장처럼 360도 돌려가며 관망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정밀 카메라를 조작하는 듯한 감각으로 한 아바타의 움직임을 쫓거나 상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도 있고, 하나의 심, 하나의 가정만을 조작하지 않고 다른 동네에 사는 여러 가정을 돌아가며 조작할 수도 있다. 거주지만이 아니라 심들이 방문할 수 있는 술집, 클럽, 헬스장을 지을 수 있고, 심의 생활을 플레이하는 도중 잠시 시간을 정지시키고 인테리어를 바꿀 수도 있다. 이러한 가단성은 ‘놀이터’, ‘모래사장’ 혹은 ‘장난감’으로 시뮬레이션 게임을 다루는 논리를 뒷받침한다. ‘놀이터’의 은유는 게임 연구가 곤살로 프라스카(Gonzalo Frasca)의 논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시뮬레이션의 교육적이고 윤리적인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던 프라스카는 카이와와 피아제의 개념을 참조하며 “루두스”와 “파이디아”의 이원론을 비디오 게임에 도입한 걸로 잘 알려져 있다. 루두스적인 게임이 승리와 패배를 결정하는 규칙들을 가지며 “체스보드”, “운동장”, “축구장”과 같은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게임이라면, 파이디아적인 게임은 승리와 패배를 결정하는 규칙들을 갖지 않으며, 전통적으로 “놀이터”에서 펼쳐지는 역할극과 같은 놀이 행위다(프라스카 11). 그는 ‘루두스’의 위상이 프로그래밍되어 있지 않고 “파이디아”의 위상이 최종 심급이며, “괴물과 트롤”이 아니라 “우리와 매우 친숙한 실제 사람”을, 그리고 그들이 삶을 관리해가는 체계를 모델화했다는 점에서 <심즈>가 “사회적, 정치적, 철학적 이슈들”을 다루기에 적합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프라스카, 46). 프라스카는 “루두스”의 차원이 존재하지 않는 “파이디아”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의 동기, 이 특정한 유형의 게임을 함으로부터 얻어지는 쾌와 재미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조작을 촉구하고 전제하는 매체의 잠재력을 논의할 때, 게임 디자인에 호응하거나 그것을 ‘오용’하는 조작의 동인, 곧 관습적 경로를 따라가면서 변주하는 쾌감을 살피지 않는 건 반쪽짜리 논의가 될 테다. ‘놀이터’의 은유를 통해 말하자면, 젠더화된 소꿉놀이, 아름다운 모래성을 짓고 파괴하는 손짓, 이파리와 자갈 따위를 배치해 개미의 진로를 방해하는 감각 등이 어떻게 서로를 보완하거나 강화하며 재미를 만들어내는지 질문하는 게 역시 필요한 것이다. 오히려 프라스카가 시뮬레이션의 급진적 가능성이 충분히 개화되지 못한 형태로서, 혹은 보편화될 수 없는 형태로서 평가했던 플레이 유형들로부터 우리는 <심즈> 시리즈와 같은 생활 시뮬레이션이 선사하는 재미에 대한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표적으로 <심즈>의 ‘포토앨범’ 기능에 대한 프라스카의 언급을 살펴보자. 심들의 생에서 특별한 순간들을 스냅사진으로 찍을 수 있도록 하는 이 기능을 플레이어는 디자인된 의도를 넘어서 “그들의 심들이 주연하는 스토리들을 창조”하려고 활용한다(프라스카, 228). 플레이어들은 “이미지로 표현되어 있는 어떤 상황을 창조하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고 “텍스트적인 주석”을 덧붙이는 등의 편집을 가미함으로써 “스토리보드”를 구성하고 이를 온라인상에서 공유한다(프라스카 ,81). 심들의 자율성으로 인해서, 가족 앨범 스토리의 시퀀스에 추가할 만한 제대로 된 스냅사진을 찍는 건 많은 시간과 정성이 소요될 수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심즈>의 많은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시간과 정성을 감수하고 스냅사진 기능을 활용해 대체로 “통속적이거나 멜로드라마적”인 “선형적인 내레이션”을 만들어냈다(프라스카, 81). 게임이 고정된 내러티브로 환원되는 걸 경계했던 프라스카는 “만화를 창조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 것은 사진을 찍기 위해 무비카메라를 활용하는 것과 같다”고 평하며 좀 더 친숙한 영상과 애니메이션의 문법적 관습에 기댄 이러한 실천들이 시뮬레이션이란 매체의 가능성이 완벽하게 표현된 형태는 아니라고 본다(Frasca 82). 하지만 프라스카의 이러한 부인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많은 불편을 감수하고서도 ‘포토앨범’ 기능을 활용하는 강력한 동인이 시뮬레이션된 세계로부터 선형적인 이야기를 함축한 시퀀스를 발생시키고자 하는 욕구이며 “사진을 찍기 위해서 무비카메라를 활용”하는 비효율적인 행위에서 오는 쾌락임이 드러난다. 프라스카의 논의는 주로 심즈 프랜차이즈의 첫 판본을 다루고 있다. 시리즈는 UI와 그래픽, AI의 정교함 상에서 기술적으로 발전했고, ‘포토 앨범’의 기능 역시 정교화되었다. ‘심즈 일지’로 불리는 스토리텔링 형태도 이에 발맞춰 복잡성을 획득했다.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스크린샷 기능, 모더(modder)들이 배포하는 특수한 조명 효과, 포토샵 보정 기능 등을 활용하여, 플레이어들은 심들의 반복되면서도 변화하는 일상을 기록하고 그것을 시퀀스를 가지도록 배치한다. ‘일지’라는 규정은 개인화된 경험에 방점을 찍는다. 하지만 대체로 ‘심즈 일지’는 ‘나’를 주어로 하지 않고 심에게 부여된 가상의 이름을 주어로, 즉 3인칭으로 서술된다. 플레이어들은 아바타에 동일시되기보다는 카메라의 줌인과 줌아웃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카메라 감독과 같은 위치에 선다. ‘심즈 일지’의 제작 과정은 특정 시퀀스나 내러티브를 환기하는 요소들을 정교하게 배치하고 주변 환경을 조성하며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갖고서 움직이는 심들을 수고스럽게 조작함으로써 이뤄진다. 하지만 ‘심즈 일지’를 만드는 유저들은 이러한 조작 과정을 최종적인 내러티브 산물로부터 세심하게 삭제한다. <심즈 4>의 경우 ‘심즈 일지’를 더욱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게임 내에 스크린샷과 녹화 기능을 단축키로 제공한다. 플레이어는 심들을 기동하고 조작하는 버튼 인터페이스와 ‘욕구’와 관련된 UI를 편리하게 배제한 채로 스크린샷을 저장할 수 있다. 저장된 스크린샷의 개연성 있는 배치와 텍스트 주석을 통해서 ‘일지’는 심들에게 개인화된 역사성을 부여한다는 환상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환상을 지탱하는 강력한 근거인 기록물은 버튼을 누른 뒤 다시 하위 버튼을 누르는 식의 마우스 연타, 특정 행동을 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의 계측, 원하는 상황을 연출해 내도록 돕는 모드의 다운로드 등 게임 내외적으로 이뤄지는 복잡한 조작을 거쳐 연출되지만, 이러한 조작 절차는 자주 비가시화된다. ‘심즈 일지’로부터 우리는 자신의 시뮬레이션에 대한 조작 과정이 전면화되기를 원치 않는 플레이어들의 소망을 읽을 수 있다. 인터페이스를 배제하는 스크린샷의 기능은 ‘포토앨범’ 스토리텔링에 이미 잠재되어 있던 수요에 게임 디자인이 반응한 결과다. 게임사에서 새로운 DLC를 예고할 때 보이는 티저 이미지 등에서도 역시 조작 인터페이스는 드러나지 않게 처리된다. <심즈> 시리즈의 트레일러들은 마우스와 키보드 클릭이 필요치 않은, 일일 연속극의 예고편을 차라리 연상시킨다. ‘심즈 일지’를 작성하는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상호작용하며 시뮬레이션을 조정해 나가는 차원의 인터페이스는 기록 과정에서 전면화되지 않기를 넘어서 은폐되어야 한다. 시뮬레이션된 세계가 띄는 허구적인 리얼리티는, 이 시뮬레이션의 전제 조건들과 설정들을 조작하는 인터페이스의 은폐를 통해서 추체험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C94CHpni1Y * The Sims 4 그로잉 투게더: 공식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The Sims 제공 은폐를 실천하는 다양한 전략들 중 흥미로웠던 심즈 일지의 양태는 심들이 하는 대화를 상상적으로 구성하고 스크린샷의 하단에 ‘자막’을 달아서 표시하는 형식이다. 심들은 옹알이처럼 들리기도 하는 “심리시(Simlish)”라는 가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걸로 가정되어 있는데, 자막 형식의 사용은 마치 실재하는 언어를 플레이어의 모국어로 번역해낸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이 같은 편집은 현실과 가상 사이의 경계를 없는 체하는 기만과는 다르다. 오히려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은폐의 전략들을 활용하면서, 플레이어는 ‘현실’에 대한 편집자이자 촬영 감독의 자의식을 표현해낸다. 게임 커뮤니티와 게임 내 상호작용을 포괄하여, 게임 내외적으로 일어나는 이러한 자의식의 표현이 <심즈> 시리즈가 전하는 쾌의 중핵을 이룬다. 앞서 언급한 ‘모더’들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심즈> 시리즈는 모딩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랜차이즈다. 나는 <심즈 4>를 정확히 밝히기 민망스러울 정도로 긴 시간 동안 플레이했는데, 이는 <심즈 4>가 시리즈 중 가장 진보했거나 흥미로운 판본이기 때문은 아니다. 심즈 유저들과 모더의 커뮤니티가 현시점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성화되어 있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타냐 시보넨(Tanja Sihvonen)의 정의를 빌려오자면, 모딩(Modding)은 “공식적으로 발매된 컴퓨터 게임, 그 게임의 그래픽과 소리, 캐릭터를 사용자 정의 콘텐츠를 통해서 확장하고 변경하는 다양한 방식”을 가리키는데, 이는 “새로운 게임 메카닉, 새로운 게임 플레이 레벨”을 창조하는 것까지 의미할 수 있다(Sihvonen 6). 모더들은 게임 플레이 상의 편의성과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증대하기 위하여 게임의 전제들을 뒤바꾸기도 하고, 심의 외양과 건축물을 꾸밀 수 있는 사용자 정의 콘텐츠(custom contents)를 창조한다. <심즈>의 모더 역시 모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코딩 절차나 포토샵, 블랜더와 같은 툴의 사용을 전면화하기보다는 허구적 리얼리티의 편집자로서 자의식을 표현하는 다양한 전략들을 취한다. 그 전략들이 자주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현대적 직업의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표현된다는 건 특기할 만하다. 가령 게임 속 심에게 입힐 수 있는 새로운 복장들을 만들어내는 모더들은 심들의 옷을 갈아 끼우는 게임 플레이 기본 화면을 통해 자신의 옷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보단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은 심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모델 화보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공유 페이지의 전면에 내세우는 게 일반적이다. Sentate와 같은 모더들은 그가 제작한 의상 모델링을 걸치고서 <심즈 4> 내에서 워킹을 하는 심 모델들이 출연하는 패션쇼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0LzV7vMvQuU * Sentate Haute Couture 2022 Collection (Sims 4 CC), Sentate 제공 케이팝 아이돌과 한국의 예능인을 닮은 심을 창조하는 유튜버 심즈 아무나AMUNA 역시 그가 세심한 조작을 통해서 빚어낸 심을 ‘출연’시켜 뮤직비디오나 한국 예능의 문법을 패러디한 영상들을 만들어낸다. 한편, <심즈> 시리즈에서 깔끔하게 지워지거나 코믹하게 그려질 따름인 폭력과 비극적인 사고를 구현하는데 관심이 있는 모드 “Life is Tragedy”의 경우 과잉의 부정적 감정 표현을 선보이는 막장 멜로드라마의 제스처들과 컬트 영화의 황당무계한 폭력들을 함께 빌려온다. 모더의 홈페이지는 자신의 모드로 <심즈> 상에서 연출할 수 있게 되는 장면들을 슬래셔와 코미디에 각각 반 발자국씩 걸쳐 있는, B급 영화의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섬네일을 통해 예고한다. <심즈> 시리즈의 모더와 플레이어 모두 다양한 층위에서 시뮬레이션의 전제들을 조작하고 변경하며 상상적으로 현실을 구성하는 이들이란 점에서 시뮬레이터로 느슨하게 묶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시뮬레이터가 화려하게 인테리어한 건축물을 만들고 그것을 다른 플레이어의 심이 생활해갈 수 있는 환경으로서 공유한다면, 또 다른 이는 하이틴 드라마나 컬트 무비의 PD이자 촬영 감독이 되고, 패션 디자이너와 뮤직비디오 촬영 감독으로서 의식을 표현하기도 한다. 시뮬레이터의 무궁무진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자기표현은 <심즈> 시리즈의 폭넓은 자유도나 소위 ‘현실’과의 근접성을 뒷받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시뮬레이터의 자기 상은 매스미디어의 문법들, 그 심상들과 함축을 조립하고 편집하는 소위 ‘창작자’의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자의식을 대체로 참조한다. ‘자기 브랜딩’의 영역을 유희화하는 수준에까지 말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심즈> 시리즈가 무한한 자유도를 보장한다기보다는, 그것에 함축된 통속성, 현대적 분업과 ‘창조적’ 생활의 맥락이 시뮬레이터의 즐거움을 장르화하고 구체화하는 차원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 텍스트, 게임의 이데올로기적 함축과 인터페이스와의 관계, 그리고 그 게임에 지배적인 장르들이 교차하여, 시뮬레이터의 자의식과 그것을 표현하는 즐거움이 띌 수 있는 형상들을 빚어낸다. 라이프 시뮬레이션 게임을 플레이하며 그 제반 조건을 변화시키고 조작하며 편집적인 현실을 생성하는 과정은 시뮬레이터 자신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시뮬레이터의 자기 표현 과정 역시 게임적인 쾌가 펼쳐지는 장소이며, 게임 디자인과 플레이가 상호 개입하며 기틀을 잡아가는 구조물로서 식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 문헌 곤살로 프라스카.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게임, 김경섭 역, 커뮤니케이션북스, 2008 제니퍼 M. 실바. 커밍 업 쇼트 : 불확실한 시대 성인이 되지 못하는 청년들 이야기, 문현아, 박준규 역, 리시올, 2020 Barnes, Adam. “The Sims Turns 20: Creator Will Wright Reflects on the Battle He Waged to Get One of the Best Games of All Time Made.” Gamesradar , GamesRadar+, 4 Feb. 2020, www.gamesradar.com/the-making-of-the-sims/ . Sihvonen, Tanja. Players Unleashed ! Modding the Sims and the Culture of Gaming . Amsterdam University Press, 2009.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성훈 문학을 전공했다. 게임과 만화를 좋아한다. <심즈 4>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 게임인데 1500시간 정도 했고 그게 수치스러운지 웃긴 건지 헷갈린다. 뚜이부치란 필명으로도 활동한다.

  • Why is the Korean Console Market Size so Small? - A Retrospective of Korean Console Games

    I have a vague memory of a time when I was in upper elementary school, sometime in the early 90's or so, but I can’t recall the exact year. I had gotten a "gaming console". I think I won it in a magazine giveaway. Given the age, I can assume what model it was, but I can only make an assumption. I also do not recall the exact model.  < Back 11 GG Vol. 23.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eonggap Hong Freelance writer—a job title suspected of being a synonym for "unemployed." Started out as a reporter at Ddanzi Ilbo, where broke the first story exposing the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s comment-manipulation operation. A lifelong gamer who wrote a first piece of game criticism in 2001—and is very glad it has since been lost.

  •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타임라인

    그래서 게임과 중독에 관한 글을 쓸 때 모든 식자들은 엘리트주의적 정서를 느낀다. 이 복잡한 맥락을 나는 잘 정리해서 이해했으니 알려주고 싶다! 실제로 이 글의 서두는 그렇게 쓰여졌고, 완성 후에 후회했다. 그런 정리는 이미 너무 많다. 현재에는 게임 중독, 혹은 게임이용장애에 대해 우리 한국 사회가 어떻게 대응과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가치 있을 것이다. < Back 14 GG Vol. 23. 10. 10. Tags: 게임중독, KCD-11, ICD-11,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eonggap Hong Freelance writer—a job title suspected of being a synonym for "unemployed." Started out as a reporter at Ddanzi Ilbo, where broke the first story exposing the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s comment-manipulation operation. A lifelong gamer who wrote a first piece of game criticism in 2001—and is very glad it has since been lost.

  • 현황점검: 플랫폼 인앱결제의 오늘

    카메라 앞에 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든 것이 2007년의 일이다. 사람들 주머니에 통화도 되고, MP3 플레이어도 되고, 동영상 재생기도 되는 스마트폰이 담기기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유저들은 ‘그 작은 기계로 무슨 게임이냐’라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 Back 현황점검: 플랫폼 인앱결제의 오늘 04 GG Vol. 22. 2. 10. 카메라 앞에 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청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든 것이 2007년의 일이다. 사람들 주머니에 통화도 되고, MP3 플레이어도 되고, 동영상 재생기도 되는 스마트폰이 담기기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유저들은 ‘그 작은 기계로 무슨 게임이냐’라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과일을 썰고(프루트 닌자), 새를 날리는(앵그리 버드) ‘스내커블’한 게임을 넘어서 스마트폰에는 수백 명 이상의 유저들이 모여 공성전을 펼치는 MMORPG와 <원신> 같은 3D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까지 플레이되고 있다. (물론 3-매치-퍼즐 등 캐주얼 게임은 아직도 유력한 모바일 게임 분야다) 플랫폼을 넘나드는 크로스플레이를 넘어, 클라우드 기술로 모바일에서 PC 게임을 구동시키겠다는 원대한 아이디어도 현실의 영역에 다가섰다. 조사 업체 뉴주(Newzoo)의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 게임산업 내 소비자 지출은 1,803억 달러(약 213조 6,900억 원)를 기록했고, 그 가운데 모바일 게임 분야가 52%에 해당하는 932억 달러를 차지했다.1) 이밖에 ‘지난 10년간 모바일 게임 시장은 줄곧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오고 있다’는 명제를 근거하는 분석은 곳곳에 널려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 한국 게임사들도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해 대단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거대한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그리고 앱 마켓을 서비스 중인 구글과 애플이 매기고 있는 30%의 인앱결제 수수료가 과연 온당한 수준이냐는 것이다. 현재 게임을 비롯한 모바일 앱에서는 인앱결제가 사실상 강제 중이며 결제가 발생할 ‘때마다’ 30%의 이용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다. 이 30%는 왜 부과하는 걸까? 왜 이 수수료가 너무하다는 까닭은 무엇일까? 누가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옛날에는 혁신적이었던 30%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가 30%의 수수료를 가져가기로 약속이 된 것은 언제일까? 애플은 2003년 음악 플랫폼 아이튠즈를 출시했다. 애플은 당시 음악사에게 앱스토어에 인앱결제를 필수적으로 적용하며, 중앙 통제적인 서버를 관리하고 보안 문제를 책임지는 비용으로 30%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이 30%는 '우수리'를 뗀 금액으로 이해됐다. 그 무렵 애플은 99센트의 노래를 판매할 때마다 큰 음반사에 72센트, 독립 음반사에 62센트를 지급했다.2) 이러한 기조는 2008년 앱스토어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3) 앱에 대한 개념도 희미하던 시절, 일정 부분의 수수료만 내면 전체 애플 이용자를 대상으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소개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여겨졌다. 이전에는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카드사 별 대행 수수료나 통신사별 호스팅 비용이 발생했는데 모든 금액을 30%로 일원화해 책정한 것이다. 개발사는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애플을 통해서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초창기 애플이 내세운 인앱결제 의무 + 30% 정책은 비교적 합리적인 정책으로 평가됐다. 애플에 복귀해서 앱스토어의 얼개를 짠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잡스가 30%의 수수료에 대해서 "우리는 (CP들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려는 게 아니라 아이폰을 더 많이 파는 것이 목표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4) 놀이터를 제공한 뒤 최소한의 관리 비용만 걷을 뿐이지, 중요한 것은 자사 스마트폰을 더 많이 보급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30%는 구글플레이 스토어, 아마존 앱스토어, MS 스토어는 물론 엑스박스, 소니, 닌텐도, 스팀도 책정 중인 비율이다. 규모있는 콘텐츠 제공자(CP)들에게 30%의 수수료는 '국룰'이 아닌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ESD)의 '국제 표준'이었다. 향후 자신의 ESD에 더 많은 CP를 유치하기 위해서 연매출을 기준으로 영세한 규모의 회사들에겐 수수료를 15%나 20%로 깎아주었다. 거의 모든 ESD 사업자들이 생태계 관리를 위해서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 플랫폼 사업자별 수수료 요율.5) 낮은 효능감, ‘갑질’... 수수료 30%는 적당한 걸까? 시간이 흐를수록 CP들은 30%에 의문을 품었다. 비즈니스모델(BM)이 고도화되면서 30%씩 구글과 애플에 납부하는 것에 불만이 발생했던 것이다. 다이아와 루비 같은 인게임 재화에 대한 결제가 이뤄지는 순간마다 30%의 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냐는 주장이다. 애플이 초기 30%를 설정할 때는 통신사마다 따로 진행되는 빌링 시스템에서 벗어나 애플 생태계를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앱을 알릴 수 있는 혁신이었지만, 시장이 성장세를 거쳐 안정세에 진입한 오늘날까지 플랫폼 사업자가 30%나 거둬가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이다. 2020년 애플 앱스토어에는 2,800만 명의 개발자가 활동 중이고 등재된 앱은 180만 개에 이른다.6) 플랫폼 사업자들은 거대해진 생태계를 관리하는 데 30%의 수수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역폭 처리, 거래 관리, 악성코드 식별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앱결제가 '갑질'이라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과 창작자들은 자신들이 제공한 앱을 통해서 생태계를 키운 구글과 애플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며 반기를 들었다. 양대 기업에 반발하는 이들에게 '30%의 룰'은 인앱결제로 강제된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이 가입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은 "앱 마켓의 독점이 콘텐츠 서비스의 독점으로 이어질 것이며 (구글, 애플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앱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를 자신에게 종속시키려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7) 창작자들로 구성된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도 인앱결제 수수료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창작자들에게는 30%로 이루어지는 생태계에 대한 효능감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게임 개발사들에게도 수수료를 내고 있지만 앱 심사 지연, 서비스 중단 등에 관한 안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구글과 애플이 몇몇 플레이어에게는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8년, 넷플릭스는 앱스토어가 아닌 웹브라우저로 회원을 모객했다. 앱스토어의 정기구독 앱은 첫 번째 해에 30%, 두 번째 해에 15% 수수료를 떼어가는 데 이 돈을 내기 싫었던 넷플릭스는 우회책을 사용했다. 넷플릭스 앱에서는 신규 가입을 등록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양대 기업은 다른 곳에게는 절대 허용하지 않는 이 방법을 사실상 용인해줬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에서 자체 빌링 옵션을 추가했다가 양대 스토어에서 퇴출된 적 있다. 엔진사, 게임사, 스토어 사업자 등 다종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에픽게임즈는 퇴출을 준비라도 한 듯 구글과 애플에게 “반 독점법 위반”이라며 고소장을 날렸고, 기나긴 법정 투쟁을 시작했다. 현재 에픽게임즈는 대표 팀 스위니를 중심으로 양대 산맥의 지위에 균열을 내고 있다. 스팀은 매출이 1,000만 달러(약 119억 원) 미만이면 30%, 1,000만 달러 이상은 금액에 따라 25%, 20% 순으로 수수료를 매긴다. 이들과 달리 에픽 스토어는 12%를 떼간다. 지난한 소송 투쟁을 통해서 에픽게임즈가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와 같이 써드 파티 스토어를 기획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애플은 이같은 써드 파티 스토어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인기 데이팅 앱 ‘틴더’의 매칭그룹과 함께 CAF(앱 공정성 연대)을 만들었다. 현재 CAF는 구글, 애플에 조직적으로 맞서고 있다. 한국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CAF 임원들은 코로나19 시국에도 한국을 찾아 국회 토론회, 인터뷰 등에 참석하며 한국의 ‘구글갑질방지법’을 높이 평가8)하며, 구글과 애플의 행위를 "자사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며 혁신이나 경쟁, 공정성을 위한 노력을 지향하는 회사는 아니다"라며 비판하고 있다. (‘데이팅 앱’의 존재는 뒤에서도 한 번 더 등장할 것이다.) 30%의 벽은 무너졌다 이미 영세 규모 기업에는 낮은 요율을 적용했던 플랫폼 사업자들, 에픽게임즈의 행보 등을 통해 구글, 애플이 고수하던 30%의 벽은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구글와 애플은 여러 나라 규제 당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구글과 애플을 감시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쳤다. 전기통신사업자 일부개정안,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에는 특정 결제방식 강제, 부당한 앱 심사 지연 및 삭제, 타 앱마켓 등록 방해 등을 할 수 없으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해당 업무를 담당케 했다. 방통위는 앱마켓 사업자의 의무 이행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자료 제출과 시정을 '명령'할 수 있다. 법 체계에서 요구와 명령은 무게가 다르다. 아직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상당히 강력한 법안이 통과된 셈이다. 이 법 통과를 바라본 팀 스위니 대표는 “나는 한국인”이라며 기뻐하기도 했다. 새 법이 통과되자 구글 한국 지사는 4%p 낮은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는 외부 결제를 허용하기로 발표했다. 이 조치에 대해 국내 업계는 ‘꼼수’라는 비판을 내놓았다.9) 공개적인 액션을 취하는 구글에 비해 애플 한국 지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연초 애플 코리아는 한국 법을 지키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한을 방통위에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본 원고를 제출하는 지금까지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애플코리아 서비스 최고 책임자 한수정은 새 법에 대한 구체적인 회의를 전개하던 시점, 미국으로 건너가 직접 논의에 참가하지 않았다.10)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한 총괄이 EA코리아 대표 등을 역임한 게임 업계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뿐 아니라 네덜란드 당국은 애플에게 틴더, 범블 등 데이팅 앱에서 인앱결제 외 써드파티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명령했다. 애플은 이에 따라서 지난 1월 14일부터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외부 결제 시스템을 적용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애플에게 벌금을 물렸다. 제3자 결제를 도입하면서 일부 앱스토어 기능을 차단시키는 식으로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개발자에게 외부 결제를 위한 별도 앱을 개발하도록 지시했으며, 외부 결제를 이용할 경우 애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만들었다. 이뿐 아니라 애플은 제3자 결제 도입 후에도 수수료를 징수했는데, 네덜란드는 이것을 명령 위반으로 보고 신속하게 애플에게 벌금을 부과시켰다.11) 유럽의회는 빅 테크에 대한 규제·감시를 강화하는 디지털 시장법을 추진 중이며, 호주에서는 애플과 구글의 행위들이 반경쟁적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인도, 영국, 프랑스 당국이 양대 기업의 인앱결제 강제 등에 대해서 주시하고 있다.12) 결제 규모, 본사의 위치 등을 복합적으로 보았을 때 대마(大馬)는 미국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10월, 미국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 반독점 위원회는 구글과 애플의 행동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한때 기존 질서(Status Quo)에 도전했던 산만한 언더독 스타트업들은 이제 석유 부호나 철도 거물들의 시대에나 봤던 독점자(Monopolies)가 되어버렸다"라는 강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들 기업은 사회에 분명 혜택을 주었지만, 이제 대가를 치를 때가 됐다"며 "다른 회사들도 그들의 규칙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문구도 있다.13) 강력한 어조의 보고서가 발간된 뒤, CAF는 미국 현지에서 결코 무시 못할 수준의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이와 별개로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소송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이 사안에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2021년 9월 1심에서 재판부는 인앱결제 외 직접 구매로 연결할 수 있는 링크를 포함시키지 못하게 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10개의 쟁점 사안 중 1개에만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주었다. 인정된 1개의 쟁점은 이미 애플이 영세 규모 개발자들과 소송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1심 재판부는 현상 유지를 선택했고, 2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새로운 국면이 마련될 것이다. 지난 1월 21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는 구글과 애플을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들 기업의 지배력 남용을 막는 법안을 16:6으로 통과시켰다. 자사 상품 우대를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인앱결제가 유튜브 등 자사 앱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으므로 이 법에 따라서는 금지의 대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법이 장기적으로 30%의 수수료에도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법안은 곧 본회의에 올라갈 예정이다.14) 1) The Games Market and Beyond in 2021: The Year in Numbers (Newzoo, 21-12-22) 2) 2000년대 애플의 아이튠즈 수수료에 대한 뒷이야기는 <콘텐츠의 미래>(바라트 아난드 저)에 잘 정리되어있다. 3) How Apple’s 30% App Store Cut Became a Boon and a Headache (NYT, 20-08-14) 4) Apple’s Latest Opens a Developers’ Playground (NYT, 08-07-10) 5) Apple's App Store and Other Digital Marketplaces (Analysis Group, 20-07-22) 6) Apple,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를 전체 온라인 포맷으로 다시 가져오다 (Apple Newsroom, 21-03-30) 7) 구글 “네이버·카카오 웹툰 日 성공, 인앱 결제 덕분”... 인기협 “구글만 좋은 불공정 정책” (아주경제, 20-09-29) 8) [단독] "이러다 다 죽는다", 팀 스위니가 말하는 앱 생태계와 독점 (TIG, 21-11-18) 9) 구글, 4%p 수수료 낮춘 ‘꼼수’ 논란 여전…방통위는 ‘골머리’ (뉴스1, 22-01-12) 10) 인앱결제법 이행 논의 헛도는데…애플코리아 경영진은 '부재중' (연합뉴스, 21-11-24) 11) 네덜란드, 애플에 67억 벌금…"외부결제 허용 불충분" (ZDNet Korea, 22-01-25 )12) 美 앱공정성연대 "한국 구글갑질방지법 기념비적…강제화 중요" (연합뉴스, 21-11-15) 13) 미국 하원 반독점위원회 "구글·애플 마켓 수수료 30% 너무해 (TIG, 20-10-08) 14) 구글, 위치 추적 설정 꺼놔도 몰래 추적…미국 지자체 '줄소송' (경향신문, 22-01-25)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작가) 김재석 8년 동안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서브컬처 스타트업에서 대외협력을 맡고 있다.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 게임적 리얼리즘과 리얼리즘적 ‘게임’ - 상징계·상상계·실제계의 진실

    게임적 리얼리즘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다. 현실의 논리를 ‘게임 플레이’로 ‘번역’해 이데올로기적 설득에서 현실의 핵심을 빼앗는다는 게임적 리얼리즘의 비밀은 비디오 게임의 검열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다. < Back 16 GG Vol. 24.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Activist, Writer) Zhou Zhiqiang (Activist, Writer) Myeonggyo Hong Activist and writer. Works at the social movement organization Platform C on East Asian international solidarity and social movements. Author of To My Vanished Chinese Friend and A Ghost Throws a Punch at the World, and translator of Xinjiang Uyghur Dystopia and Dying for an iPhone (co-translated).

  • [대담회] 게임비평의 오늘,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 왔고 어디로 향해야 할까?

    이번 대담에서는 창설에 기여했으며 초창기부터 공모전을 지켜보거나 심사위원 활동에 부분적으로 참여했던 연구자 및 평론가들이 모여, 가 만들고자 했던 게임 비평 및 담론 장의 성격과 현재까지의 성과와 이력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게임 비평 씬에서의 후속세대 양성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함께 짚어보았다. < Back 26 GG Vol. 25.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isu Kim Studies a range of fields—culture and knowledge, space, and the academic field. Also interested in the history of games and the lives of ga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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