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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C 2022 탐방기
9월 1일부터 9월 4일 까지 부산역 근처 부산항 국제전시 컨벤션센터에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디게임 행사가 열렸다.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발이다. 올해로 8번째를 맞은 이 행사는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은 완전 비대면으로, 2021년엔 사전선정자만 오프라인으로 참여할수 있게 한정적으로 열렸다. 코로나가 완저히 종식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진적으로 해제되면서 3년만에 완전 오프라인으로 열린 셈이다. < Back BIC 2022 탐방기 08 GG Vol. 22. 10. 10.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발이 오프라인으로 돌아왔다. 9월 1일부터 9월 4일 까지 부산역 근처 부산항 국제전시 컨벤션센터에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디게임 행사가 열렸다.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발이다. 올해로 8번째를 맞은 이 행사는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은 완전 비대면으로, 2021년엔 사전선정자만 오프라인으로 참여할수 있게 한정적으로 열렸다. 코로나가 완저히 종식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진적으로 해제되면서 3년만에 완전 오프라인으로 열린 셈이다. 판데믹 이전에 마지막으로 열렸던 2019년 행사는 부산항 국제전시 컨벤션센터로 옮겨서 시작한 첫번째 행사였다. 이전에는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에서 행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장소로 옮긴 BIC페스티발은 전자기기가 중심이 되는 게임 시연 행사가 야외에서 진행되면서 생기는 많은 문제점이 해소되면서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상황이었지만 2020년 12월부터 코로나가 전세계에 유행할지 누가 알았을까. 부산항 이전의 행사에는 참여를 한적이 없어 2015년의 부산 문화 콘텐츠 컴플렉스의 좁지만 뜨거운 분위기나 2018년 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야외에서 벌어지는 날씨와의 전쟁 같았던 행사는 전해듣기만 했었고 2019년의 컨퍼런스와 함께 진행된 행사를 보면서 미리 올껄! 이란 후회와 함께 좀 더 자주 찾아올 결심을 했었더란다. 결국은 3년만에 행사를 찾아오게 되었다. 첫인상이라면 역시 어떻게 도착하는가 일텐데 부산항 국제 컨벤션센터는 부산역이랑 가깝지만 그 사이에 큰 도로가 있고 도보가 정비되어있지 않아 짧은 직선 거리에도 불구하고 교통이 편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2022년에는 부산역에서 부산항까지 구름다리가 생겨서 매우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마지막 부산항과 구름다리의 연결 부분이 공사중이라 구름다리만으로는 행사장에 도착할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보로 10분이면 행사장에 도착할수 있다는 점은 큰 약점이 해결된 느낌을 주었다. * 아스티 호텔 27층에서 찍은 부산역과 부산항을 연결해주는 구름다리 행사장 구성도 변화가 있었다. 2019년 행사에서는 전시공간 두개중 한 공간만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컨퍼런스로만 사용했기 때문에 좀 더 밀도가 높고 좁은 분위기였지만 이번엔 컨퍼런스는 중앙의 트인 공간에서 진행하고 양 쪽 홀을 모두 전시에 사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쾌적한 관람이 가능했다. 관람자수는 2019년에 비해 더 많았지만 인구밀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 이런 행사장의 분리는 행사장이 복도와 공간이 분리되어있어 미처 문을 놓친 경우 행사장이 두개라는 것을 인지 못했던 경우도 있어 앞으로는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 BIC 페스티벌 행사장. 가장 사람이 많은 토요일 오후 행사장의 분위기는 BIC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새로울게 없겠지만 지스타같은 다른 대형 게임행사와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대형 행사가 게임을 보여준다에 가깝다면 BIC 페스티벌이 주는 행사의 경험은 좀 더 체험에 가깝다. 대형 게임행사에서는 대형 부스에서 도우미들이 몇십대가 늘어져있는 체험 공간에서 같은 게임을 AAA 신작을 해보고 큰 화면으로 게임 트레일러를 구경하는 곳이라면 BIC에서는 작은 부스에서 대부분 게임들을 플레이 하며 게임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게임을 도와주는 도우미 대신 개발자들이 매의 눈으로 플레이하는 관람객들을 살펴보며 게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다른 사람들이 플레이하면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한는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가끔은 부담스러울 때가 있을 정도이다. B2B관이 아니면 외국인을 찾아보기 힘든 다른 행사와도 분위기가 좀 다르다. 눈에 확 띄는 외국인들도 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온 개발자들도 자연스럽게 행사장에서 영어로 게임을 권하는 것도 BIC만의 독특한 분위기다. 로컬 행사이지만 글로벌 행사인 것이다. * 많은 부스에서 개발자가 직접 게임에 대해 설명해준다. 사진은 천궁 부스. 당신이 개발자라면 인디게임을 만들때 애로사항에 대해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꼽는다. 주류 게임과 벗어나서 자신만의 게임을 만드는 것은 힘드고 외로운 일이다. 그래서 다른 인디게임 개발자들과 만나서 자신들의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매우 소중하다. 그런 점에서 BIC는 그러한 개발자들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필요한 행사다. 하물며 한국 밖의 개발자들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게임을 보여주고 상대방의 게임을 보면서 의견을 주고 받을수 있는 자리가 드물다보니 개발자들의 파티 참여도도 높은 편이다. 비즈니스 데이 첫째 날은 행사장의 분위기가 뭔가 맞지 않았는지 지속되지 않았지만 둘째 날의 인디라 파티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개발자들이 뜨거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이후 이정도 규모의 개발자가 모였던 것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인디 게임 개발자에게 BIC는 아무래도 놓칠수 없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인디라 행사 당신이 개발자의 팬이라면. 코로나가 전세계를 뒤덮기 직전에도 오프라인 게임 행사에 대해서 비관적인 의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금도 그렇다. 코로나 덕분에 취소되는 행사들에 대해서 “명예로운 죽음”이다. 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을 정도이다. 코로나로 인해 진행되지 못하던 행사들이 다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면서 그동안 못한 외부활동에 대해 복수하려듯이 몰려나오는 관객들 덕분에 당분간은 오프라인 행사의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는 들어가겠지만 여전히 대형 게임사들이 자체 행사를 준비하고 신작 공개들이 꼭 게임쇼에서만 진행되지 않으면서 게임쇼의 새로운 매력을 개발하지 못하는 이상 이러한 흐름은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인디게임 행사는 그 분위기가 좀 다르다. 게임회사와 이용자간의 상호신뢰는 무너진 지 오래고 열성 팬을 가지고 있는 게임회사들은 굳이 다른 팬들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게임쇼보다는 단독행사를 통해 팬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굳이 행사장에서 까지 트럭을 보고 싶지 않은 회사들은 앞으로는 참가 여부에 대해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디게임을 둘러싼 분위기는 AAA게임과는 사뭇 다르다. 인디게임의 수익모델이 대형 게임사의 약탈적이라고 부를수 있는 부분유료화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개발사와 직접 부대끼는 작은 규모의 팬덤 덕분일 수도 있다. 좋아하는 개발자를 직접 만나서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기회가 흔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떤 개발자의 팬이고 그 개발자가 자신의 게임을 들고 BIC에 참여한다면 놓칠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게다가 오면 다른 인디게임들도 많다. 새로운 게임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큐레이팅된 게임들을 오프라인으로 볼 수 있는 장소는 그만큼 좋아하는 게임을 새로 만날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 행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다른 것도 있다. 게임에서 특히 눈을 끌었던 〈MORSE〉는 키보드나 게임패드로도 진행에 무리가 없지만 실제 모스 부호 송신기로 게임을 즐기는건 국내에선 BIC 외에선 힘들었을 것이다. 터틀크림의 〈RP7〉도 마찬가지다. 직접 만든 7개의 스틱이 달린 컨트롤러는 역시 행사장 외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이다. 이 경험들은 아마도 실제 게임을 구매해도 개인적으로는 하기 힘들 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의 경험이 특히 아쉬워진다. * 좌: MORSE와 함께 전시된 모스 송신기 우: RP7 전용 컨트롤러 로컬의 글로벌 행사 BIC 참여작들은 더 이상 국내에 한정되어있지 않다. BIC 수상작들이 도쿄 게임쇼의 센스 오브 원더 나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을만큼 BIC의 문을 두드리는 해외 인디게임들도 많아졌다. 이번 BIC의 특징으로 PC게임의 강세를 꼽는 사람들도 있다. 도쿄 게임쇼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있었는데 스팀에서 도쿄 게임쇼 페이지가 생겨나기도 했다. 스팀에서는 게임 행사들이 있을 때 행사 참여작들만 모아서 보여주는 특설 페이지들을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최근엔 독일 게임스컴이나 일본 도쿄게임쇼 페이지가 있었다. 이번 BIC 참여작들 중에서도 스팀에 이미 판매중인 게임들이 상당수 전시되어있어서 스팀에 BIC 특집 페이지가 있었어도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있지만 몇 년 안으로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든다. 한국에는 다 비슷비슷한 게임만 있다고 외치는 사람들도 이곳에 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모두들 생존을 위해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고 외치지만 로컬이란 지지대가 있느냐 없느냐는 주어지는 기회의 숫자의 차이를 만들 것이다. BIC를 지지대 삼아 다른 나라의 인디게임 행사를 참여하는 게임도 나올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게임개발자들도 생겨날 수 있다. BIC는 한국에선 부분유료화 모바일 게임만 살아남을수 있다는 편향된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로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에게 버틸 수 있고 더 새로운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항구가 될 수 있는 행사가 아닐까 싶다. 이런 행사가 항구에서 열리는 것도 재미난 우연일 것이다. BIC페스티벌 2022는 행사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드는 행사였고 꼭 필요하고 한 번쯤은 와봐야 하는 행사가 아닐까 싶다. 누구나 여기서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게임을 발견하길 희망한다. ** 이 글의 필자는 BIC 컨퍼런스 강연자로, 행사진행간 숙박지원을 받았음을 알립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개발자, 연구자) 오영욱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 [Editor's View]
0과 1을 기반으로 한 계산을 딛고 서는 매체이지만 디지털게임 역시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감정을 다룬다. 우리는 수시로 사랑은 계산가능한 감정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 익숙한 관용구는 사랑을 다루는 연산장치인 디지털게임 앞에서 조금 곤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 Back [Editor's View] 16 GG Vol. 24. 2. 10. 0과 1을 기반으로 한 계산을 딛고 서는 매체이지만 디지털게임 역시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감정을 다룬다. 우리는 수시로 사랑은 계산가능한 감정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 익숙한 관용구는 사랑을 다루는 연산장치인 디지털게임 앞에서 조금 곤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GG 16호는 게임이 다루는 사랑을 둘러보고자 했다. 서로 다른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과 행위로서의 사랑, 혹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여 나타나는 사랑, 때로는 매체 자체에 대해 이용자가 갖는 감정으로서의 사랑과 같이 게임과 사랑이라는 테마는 한 두 가지로 뭉뚱그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곤 한다. 이른바 연애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는 사랑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애착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컬렉션 중심의 게임들은 사랑의 어떤 면을 포착하는가? 가족이라는 개념은 게임 안에서 어떻게 그려지는가와 같은 질문에 다채로운 관점의 탐구들이 대답하고자 나섰다. 한편으로는 계량화, 수량화되는 감정에 대한 우려를, 한편으로는 새로운 매체에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더 넓고 다양한 사랑을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을 동시에 품는 것이 아마도 디지털게임의 사랑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이 메마른 낙엽마냥 바스라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시절일수록 우리는 이 말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볼 필요를 느낀다. 게임을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이 사람을, 그리고 우리가 우리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논문세미나] 미국에서의 비디오게임 비평에 대한 개론 - 2017 (원제: Videogame Criticism and Games in the Twenty-First Century)
이번 논문 세미나는 비평 공모전 특집에 맞춰, 시카고 대학 영화 및 미디어학과와 영문학과 연구 교수인 패트릭 자고다(Patrick Jagoda)가 2017년에 쓴 "비디오게임 비평과 21세기 게임"을 다루고 있다. 자고다는 시카고 대학에서 웨스턴 게임 랩(Weston Game Lab)과 미디어 아츠 앤 디자인(Media Arts and Design, MADD) 학부 프로그램의 책임자로서, 시카고 대학을 북미 게임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 Back 20 GG Vol. 24.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iyoon Kim Studied communication and anthropology at Yonsei University, and majored in media cultural studies at its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fter playing games with no great skill, grew interested in the bodily performance of gameplay and took up game research. Wrote a master's thesis analyzing the gameplay experiences of women gamers, which received the 2020 Outstanding Thesis Award from the Korean Women's Communication Association. Currently a doctoral student in Cinema and Media Studies at the University of Chicago in the United States, specializing in game culture.
- “개발자는 자기 자신을 향해 끝없이 질문해야 한다” - 죄책감 3부작의 개발자 somi 인터뷰
세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죄책감을 느슨한 연결로 풀어낸 SOMI의 ‘죄책감 3부작’이 막을 내렸다. 전의 두 작품이 세상 밖으로 닿는 길을 터주었다면, 2020년 신작 <더 웨이크>는 한 개인의 과거와 깊은 내면으로 안내한다. 암호를 해독하며 엔딩에 이르렀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가장 개인적인 삶은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 Back 01 GG Vol. 21. 6.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Hyejeong Park Curious about the "people" who enjoy media and culture. Studies K-pop fandom, and finds joy in the work.
- 북미의 루트박스: 한국과 다르면서 또 같은
관계자 A는 “미국게임업계의 모바일 게임을 경시하는 풍조는 오히려 업계관계자들 특히나 게임개발자들 사이에서 더욱 심하다”고 말하며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은 좋은 개발자를 영입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작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보는 사람들이 많다. 인게임 결제가 있는 게임 자체에 대한 반감이 크다보니 오히려 수가 적고 따라서 로트박스 문제는 관심 밖이라는 느낌이 있다”고 말하며 루트박스가 커뮤니티 안에서 크게 회자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 Back 16 GG Vol. 24.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ounghoon Hong Lives in California and works in the game industry. Aims to offer insight to as many people as possible through podcast appearances and contributions to various outlets. Hopes to spend a lifetime writing engaging pieces across every field, from fashion to games.
- 그 만두는 정말 맛이 없었을까? 2000년대 요리 플래시 게임에 대한 회상
고향만두 아저씨는 혹평을 쏟아내며 만두를 뱉었다. 어린아이의 고사리 손으로 정성스레 빚은 만두가 계속해서 퇴짜를 맞는다. 만두소에 참기름이 들어가나? 또아리 모양의 만두는 팬에 구우면 안되나? 마우스를 쥐고 이리저리 고민하는 플레이어의 모습이다. 2000년대 플래시 게임을 했던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이 게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 Back 그 만두는 정말 맛이 없었을까? 2000년대 요리 플래시 게임에 대한 회상 30 GG Vol. 26. 6. 10. "퉤퉤! 네가 만든 만두 맛없어." 고향만두 아저씨는 혹평을 쏟아내며 만두를 뱉었다. 어린아이의 고사리 손으로 정성스레 빚은 만두가 계속해서 퇴짜를 맞는다. 만두소에 참기름이 들어가나? 또아리 모양의 만두는 팬에 구우면 안되나? 마우스를 쥐고 이리저리 고민하는 플레이어의 모습이다. 2000년대 플래시 게임을 했던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이 게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플래시 게임 〈고향만두〉가 나온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게임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최근까지도 누군가가 유튜브에 고향만두 게임 도전기를 올리면, 사람들이 모여서 시청하고 공감하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는 안 되던 걸 어른이 되어서야 깼다는 사람도 있다. 유년기에 스쳐간 게임은 숱하게 많은데, 고향만두 게임은 왜 하필 이토록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을까? 어린이여, 까다로운 주인장을 만족시켜라 고향만두의 '아저씨', 라면가게의 '슈', 고기굽기의 '줌마', 짜장면 만들기의 '띵호와 주방장'. 플래시 게임 중에서는 요리를 주제로 한 것들이 많았다. 요리 플래시 게임에는 공통적으로, 사이버 부엌을 지키는 인물이 있었다. 음식을 평가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어린이 플레이어는 요리에 능하지 않은 존재다. 아직 세상을 배워나가는 중이라서, 재료를 선택할 지식도 없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스킬도 능숙하지 못하다. 어쩔 수 없이 요리는 실패로 향한다. 실패의 여부는 캐릭터의 상황을 보면 단번에 알 수가 있다. 분홍색으로 치장한 슈는, 플레이어가 라면 냄비를 태워먹자 설거지 형벌에 처해진다. 고기 뒤집는 타이밍을 놓친 줌마는, 까맣게 탄 고기 앞에서 쫄쫄 굶는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고향만두 아저씨는, 만두가 맛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읊는다. 가장 강한 액션의 띵호와 주방장은, 그릇을 집어던지며 맛없다고 소리친다. 이런 광경을 보며 어린이는 캐릭터의 우스꽝스러움에 웃다가도 재도전 욕구에 휩싸인다. 이렇듯 2000년대 플래시 요리 게임들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가상의 어른에게 합격점을 받아내는 목표와, 서툰 실력으로 진땀을 빼는 어린이 유저들이다. 열심히 하면 칭찬 엔딩을 볼 수 있었지만 보통은 맛없는 요리와 함께 모질게 대해지는 편이었다. 그래도 플래시 게임의 특성상 다시 도전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고 몇 번이고 리플레이 할 수 있었다. * <띵호와 주방장: 짜장면 편>에서 어린이는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 칭찬을 받는다. 띵호와 주방장은 어린이의 소꿉놀이 상대가 아니었을까? 디지털 화면으로 들어온 ‘소꿉놀이’ 어린이는 어른을 흉내내며 놀고, 이는 소꿉놀이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돌멩이와 모래를 쥐고 밥이며 반찬이라 차리는 살림 흉내는 매우 일상적이다. 소꿉놀이는 아이가 세상을 배워나가는 과정의 한 모습이다. 돌멩이로 만든 음식이 맛이 어떠냐고 묻기까지 한다면 가장 가까운 어른인 부모를 관찰해 따라하는 일일 것이다. 음식을 만들어보는 놀이의 측면에서, 요리 플래시 게임은 소꿉놀이의 디지털 버전인 셈이다. 맛없는 요리에 좌절해서 재도전을 하기도 하지만, “재료를 하나 덜 넣어보면 캐릭터 반응이 어떻게 될까?”하는 어린이의 소꿉놀이적 호기심에서 계속해서 게임이 리플레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화하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돌멩이와 모래 대신 화면 속 음식 이미지가 그럴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질 수는 없어도 시각과 청각으로 클릭과 함께 요리가 만들어지다보니 놀이의 몰입력은 올라가게 된다. 슈나 고향만두 아저씨 같은 가상의 캐릭터는 소꿉친구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어린이 혼자 마우스를 쥐고 심심할 수 있었지만, 부엌을 지키며 같이 놀아주던 캐릭터들 덕분에 역할의 재미가 더해진다. 캐릭터는 역할극의 자리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의 성공과 실패에 일일이 반응했기에, 상호작용을 나누는 감정적 교류까지 도맡는다. 이렇게 요리 소꿉놀이는 요리 플래시 게임이 되었고, 한층 또렷한 이미지로서 역할극의 구조 또한 갖추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플래시 게임을 통해 어린이는 인생 최초의 주방 서비스를 실천한 셈이다. 칼질 한 번 안해본 손으로 만두를 빚고 라면을 끓여 판 경험이 현실보다 화면에서 먼저 일어난 것이다. 어린 시절 무렵 뇌가 한창 자라는 중인 데다 처음 겪는 기억이라면 두뇌 깊숙한 곳에 새겨져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호출된다. 어릴 적 들은 광고 음악을 어른이 되어서도 흥얼거리는 것은 같은 이치다. 그래서 요리 플래시 게임의 기억이 더 오래 각인되는 측면이 있다. * <줌마의 고기굽기>에서 고기를 굽는 일은 이미지와 효과음로 먹음직스럽게 연출되지만, 불판의 뜨거움이나 기름이 튈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안전한 요리 경험인 셈이다. 부엌일이 프레임 단위로 잘게 쪼개지다 플래시 게임에서 요리는,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어떤 타이밍에 움직일지, 어떤 재료를 고를지 도전하고 평가받는 것을 통해 게임으로서 디자인된다. <슈의 라면가게>에서 라면 물이 끊는 기포가 보인 다음 파와 계란을 넣어야 한다거나, <띵호와 주방장>에서 먼저 춘장을 볶은 다음 돼지고기와 섞어야하는 식이다. 마음대로 순서를 바꾸면 안된다. 그리고 타이밍을 맞추는 일도 중요하다. 라면 물은 약 4초 후 끓기 때문에 일련의 정해진 태스크를 시간에 맞게 완수해야하고, <줌마의 고기굽기>는 고기가 앞 뒤로 익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띵호와 주방장도 웍질에서 ‘잘 익힘’ 수준으로 타이밍 맞추기를 요한다. 음식의 재료 또한 아무거나 넣으면 안된다. <고향만두>에서 만두소에 들어갈 재료를 14개의 보기 중에서 7개만 골라내는 퍼즐은 요리 고수에게도 쉽지 않아 보인다. 만두가 빚어지고, 라면이 그릇에 담기고, 고기가 익어가는 시각적 변화는 어린이의 눈이 가장 잘 반응하는 즉각적인 피드백이고, 몇 번이고 부담없이 다시 실행할 수 있다. 실제 요리는 한 번 태우면 재료가 날아가지만 게임에서는 망쳐도 잃을 게 없다. 실패의 찝찝함을 곧바로 지우고 새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은 어린 플레이어에게 너그러운 조건이었다. 다행이게도 어린이가 마주할 수 있는 주방에서의 위험은 게임에 존재하지 않는다. 칼을 쓰다 손을 벨 일도 없고, 웍질을 하다 화상을 입을 일도 없다. 결국 플래시 요리 게임은 잘 만들어진, 몇 번이고 다시 쓸 수 있는 소꿉놀이 키트였지 않을까? 음식은 애초에 절차로 이루어진 일이라 게임으로 옮기기 쉽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점을 정확히 알아채서, 요리의 게임화를 광고의 하나로 활용하기에 이른다. * <슈의 라면가게>는 어른의 손으로 플레이해도 어려운 고난도 게임이다. 덕분에 해태제과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체류하는 시간은 길어졌다. 누가 이 부엌을 차렸나? 게임과 광고의 합체 애드버게임(advergame)이란 광고와 게임의 합성어다. 주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즈음, 식품기업의 웹사이트에는 상품과 관련된 ‘플레이 가능한 광고’ 또는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콘텐츠들이 어린이를 겨냥해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식품회사들 중에서 켈로그,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이 애드버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한 적이 있다. 한국의 30대들이 추억하는 고향만두와 슈 게임들은 애드버게임에 해당된다. 고향만두는 해태제과의 만두 제품으로서, 해태제과가 운영하는 ‘아이부라보’라는 플래시 게임 전문 웹사이트를 통해 유통하던 게임 중 하나였다. 슈 게임도 아이부라보에 있었다. 플래시 게임이 아이들에게 디지털 소꿉놀이처럼 되었고, 아이부라보는 광고의 목적을 밑에 깔면서 놀이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린이들은 그 놀이터에 앉아 만두를 빚고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다만 고향만두와 슈는 광고의 접근법이 다르다. 고향만두는 정답 레시피를 맞혀야하는 단순하다 못해 직접적인 화법이다. 게임 속에서 빚는 것이 곧 해태제과가 파는 그 만두였고, 정답 레시피를 맞히는 일은 사실상 제품을 외우는 일이었다. 재료 퍼즐에는 에이스와 옹스짱 같은 자사 과자 제품이 슬쩍 섞여 있었다. 슈 게임은 이와 다르게, 당장의 제품 소개가 아닌 오래 머물도록 시간을 끄는 것을 목표로 했다. 슈가 끓이는 라면도, 옷 입히기의 옷이나 바르는 화장품도 해태가 파는 물건은 아니었다. 슈 게임이 노린 것은 시간으로, 아이들이 해태의 웹사이트에 한 번이라도 더 들르게 하고, 분홍색 캐릭터에 정을 붙이게 만들도록 유도했다. 놀이터는 사라져도 놀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요리 플래시 게임들은 모두를 위한 게임이었다. 다운로드도, 회원가입도, 부모님의 허락도 필요 없었다. 또한 클릭 한 번이면 학교 컴퓨터실에서도, 친구 집에서도, 쉬는 시간에도 부엌이 열렸다. 무거운 사양도 필요 없고 한 판이 길지도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향만두와 슈는 제품을 파는 광고였고, 줌마의 고기굽기와 띵호와 주방장은 웹사이트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누구는 과자를 팔려고, 누구는 웹사이트에 붙잡아두려고 게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목적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과물은 닮아 있었다. 소꿉놀이는 디지털 게임으로 가공되었고, 아이들은 화면 앞에서 소꿉놀이를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요리 플래시 게임이라는 장르가 만들어졌다. 비록 근간에 있던 플래시라는 플랫폼이 2020년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그 사실은 우리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운동장이 없어진 뒤에도 여전히 공원에 모여 어릴 적 '경찰과 도둑'을 여전히 플레이하듯, 우리는 오래전부터 사라진 놀이를 새로운 플랫폼에서 리플레이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 만두는 정말 맛이 없었을까? 알 수 없다. 디지털 화면은 끝내 맛을 전하지 못한다. 우리가 빚은 만두가 맛있었는지, 아저씨의 혹평이 옳았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오늘도 그 시절의 부엌을 다시 열 것이다. 고사리 손은 이제 커졌지만 화면 속 고향만두 아저씨는 여전히 재료가 한 개라도 틀린다면 만두를 뱉어낼 것이다. 퉤퉤, 네가 만든 만두 맛없어.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이선 사회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합니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결국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안내
게임제너레이션은 한국 디지털게임 비평의 활성화와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매년 게임비평공모전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2024년의 공모전을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자 합니다.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 Back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안내 19 GG Vol. 24. 7. 22. 제3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안내 게임제너레이션은 한국 디지털게임 비평의 활성화와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매년 게임비평공모전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2024년의 공모전을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자 합니다.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 공모형식 및 참여방법: - 주제: 디지털게임에 대한 비평 (세부주제 자유. 기존 GG 아티클 및 공모전 수상작 참조) - 형식: 워드프로세스파일(HWP, DOC 등) 형식으로 제출. 글제목 및 저자명 포함. - 분량: 4천자 ~ 8천자 내외 (이미지 삽입 5개 이하) - 제출방법: 공모전 전용 이메일( ggcriticcomp@gmail.com ) 을 통해 제출 ■ 시상내역 - 총 4편 내외 당선작 선정 및 시상 - 상금 및 상장 수여: 편당 120만원(세전, 원고료포함). - 2024 G-STAR에서 시상식 진행 예정 - 당선작 GG 20호(2024. 10) 게재 ■ 일정 - 2024. 09. 07(토) 접수마감 - 2024. 09. 23(월) 심사완료 및 결과통지 - 2024. 10. 10(목) GG 20호 수상작 게재 - 2024. 11. G-STAR 일정 중 시상식 진행 (세부일정 확정 후 별도 통보) ■ 기타 - 제출된 원고는 반환되지 않습니다. - 수상작은 GG에 게재됨과 동시에 GG아티클과 동일하게 전재되어 타 매체에 기고할 수 없습니다. - 응모는 1인당 1작품을 기준으로 하며, 초과 투고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기존 GG 공모전 입상자는 선정에서 배제됩니다. - 제출되는 모든 응모작은 표절검사를 실시하며, 수상 이후라도 표절 문제가 확인될 경우 수상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 기타 공모전 관련 문의는 공모전 공식 이메일( ggcriticcomp@gmail.com ) 으로 보내주십시오. ■ 주최: 게임문화재단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Assessing Genshin’s Soft Power Impact on Southeast Asia
At the Anime Festival Asia (AFA) held in Singapore in November 2023, miHoYo assumed the prime spot at the exhibition—squarely at the entrance of the convention centre. Consequently, fans flocked to the booth for physical merchandise, resulting in three days of traffic slowdown. The booth had photo corners and character goods from the game Genshin Impact (GI), miHoYo’s ticket to global fame since its publication in 2020. < Back 29 GG Vol. 26.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 번영과 몰락과 애도의 이야기, <33원정대>
특히 이야기의 결론부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애도에 관한 고민들은 게임이 딱히 어떤 정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사회적 참사와 그로부터 비롯된 사회적 애도, 그리고 그 애도를 조롱하는 것이 일련의 문화 코드가 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당히 무겁고 곱씹어볼 만한 주제를 던진다. 살아남은 자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떠난 이들로부터 넘겨받은 그들의 표상들은 남겨진 우리와 어떻게 관계맺으며 가야 할 것인가? < Back 26 GG Vol. 25.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기억으로 남을 이들, 기억으로 살아갈 이들
어릴 적, 할머니는 나에게 어느 겨울 숲에서 곰을 만나 사망한 친척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소 잔인한 이야기라 자세히 서술하진 않겠지만, 할머니가 거짓말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고, 나는 그의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그 역시 나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겠지만, 적어도 그는 곰에 의해 죽은 사람으로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나에 의해 기억되고 있다 < Back 기억으로 남을 이들, 기억으로 살아갈 이들 31 GG Vol. 26. 8. 10. 어릴 적, 할머니는 나에게 어느 겨울 숲에서 곰을 만나 사망한 친척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소 잔인한 이야기라 자세히 서술하진 않겠지만, 할머니가 거짓말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고, 나는 그의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그 역시 나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겠지만, 적어도 그는 곰에 의해 죽은 사람으로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나에 의해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아마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의 머릿속에도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이름이나 성격, 한 일, 좋아하는 것, 그러니까 자신의 삶이 아닌, 죽음으로 기억될 것이라고는.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한 세기도 채 되지 않는 인간의 삶이야말로 예정된 찰나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이 땅을 거쳐갔을 무수한 인류 중, 자신의 삶으로 남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사람은 매우 극소수다. 심지어 박물관에 모셔진 고대의 예술작품을 만든 장인이 누군지조차 많은 경우 우리는 알지 못한다. 글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수학 공식으로, 심지어 법률로 이름을 남긴 극소수의 사람들과는 달리,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나를 알고 있는 누군가의 머릿속에만 남게 될 것이고, 이들마저 떠난다면 그 흔적조차 사라질 것이다. 삶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죽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애석하게도, 이건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이 기억의 주도권을 가진 것은 엄연히 타인이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기억할 것이다. <에디스 핀치의 유산What Remains of Edith Finch(2017)>에서 에디스는 남편 스벤이 용과 싸우다 죽었다고 증언한다. 그녀는 세상을 떠난 많은 가족들을 그녀의 방식으로 기억한다. 그녀는 그들을 죽음으로 기억한다. [그림 1] 핀치 가족의 가계도는 떠나간 이들에 대한 기억으로 채워져있다. 단지 기이하고 독특한 죽음으로만 기억될 수 있는 인생이라고 한다면 다소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하지 않은가. 작품은 핀치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기억을 들여다보면서 그들 삶의 좋았던, 행복했던 일화가 아닌, 그들의 마지막 죽음을 보여주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것은, 이 죽음들이 단지 사실로서의 죽음이 아닌, 다른 가족 구성원의 기억을 통해 구현된 죽음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동족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는 몇 안 되는 동물이며, 때문에 작품이 이렇게 구현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과정은 죽음 그 자체를 구현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 예컨대... “나는 바바라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 중 에디스가 이것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바바라 핀치가 세상에 남긴 것은 잘린 귀 한 쪽뿐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자극적이고 허황된 타블로이드지의 가십 뿐이다. 이는 바바라의 엄마인 에디스가 선택한 그녀의 죽음에 대한 기억이다. 매우 고의적으로 선택된 버전의 기억. 딸이 실종된(그리고 아마 잔혹하게 살해되었을)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에디스가 하필 이 잡지의 버전을 간직하고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바바라의 죽음을 놀랍도록 모욕하는 이 버전이 역설적으로 그녀의 삶을 놀랍도록 투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포영화로 반짝 스타가 된 아역배우. 이제 그녀의 영광은 쇠락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영화와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기회를 꿈꿨다. 그런 바바라가 자신의 전성기를 기억하고 열광하는 공포영화 속 괴물들과 살인마들에게 잡아먹힌다는 결말은 그런 면에서 유효하다. 영화를 사랑하고,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했던 바바라의 삶을 그녀의 죽음을 묘사하면서 구현한다. 때문에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의 영정 앞에 이 잡지를 둔다. 그녀가 자신의 꿈과 미래를 빼앗긴 것이 단지 불운한 비극이었으리라는 현실적인 추측에 비하면 이 잡지는 그녀가 사랑하던 것들에 대한, 또는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삶을 살았던 그녀에 대한 헌사일지 모른다. 바바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가족 구성원들의 죽음에 대한 기억은 그들의 삶을 투영한다. 몰리는 자신이 사랑하던 바다생물에 대한 꿈을 꿨고, 거스는 아빠의 재혼을 경멸했다. 이는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다양한 텍스트를 통해 드러난다. 때론 본인의 일기에서, 때론 주변인의 편지에서, 때론 사진으로도 기억이 증언되는 동안, 플레이어는 이들의 죽음을 직접 플레이한다. 그러나 플레이어는 수사관도, 탐정도 아니다. 플레이어에게 맡겨지는 몫은 이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결코 아니다. 샘이 아내 케이에게 쓴 편지가 낭독되는 동안, 플레이어는 그레고리의 죽음을 플레이한다. 아니, 이는 단지 욕조에서 벌어지는 물놀이에 불과하다. 장난감 오리, 개구리, 블록 인형 친구들과 욕조의 깊은 바닥으로 헤엄치는 즐거운 탐험으로 묘사된다. 샘이 편지에서 서술하는 것처럼, 그레고리는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발견하며 즐거워하는 천진한 아기이기 때문에. 편지에서 그레고리의 죽음에 대한 경위는 아주 짧고 우회적으로 묘사되며, 샘은 슬퍼하고 자책하는 케이를 위로하기 위해 편지를 썼을 뿐이다. 그리고 이 편지가 두 사람의 이혼 서류 마지막 장에 쓰였다는 표현은 그레고리의 죽음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까지 묘사한다. [그림 2] 각 인물의 죽음을 다루는 스테이지는 인물의 삶에 맞춰 다양한 구성으로 디자인된다. 이 기억들은 본질적으로 산 사람을 위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죽음을 경험하고, 이 한 장면으로 떠나간 사람의 삶까지 경험한다. 저택 곳곳에 깃들어있는 다양한 죽음의 기억들은 다양한 장르와 무드의 스테이지로 구현된다. 이 죽음들이 가진 공통점은 이들이 얼마나 우연찮고 기이했냐는 것보다는, 이들이 당사자의 삶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저택을 떠난 던이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어렸을 때 난 모든 집에 들어가선 안되는 문과 들여다보는 구멍이 있다고 생각했다.” 핀치 가족의 저택에는 이곳을 거쳐간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심지어 사위와 며느리인 스벤, 케이, 산제이의 흔적 역시도 작게나마 자리하고 있다. 이 저택은 가문에 속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담긴 공간으로,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차 기이한 모양으로 확장, 증축되어, 이 저택의 마지막 사람인 던과 에디스 2세의 방은 저녁이라도 먹으러 내려오려면 5분은 족히 걸릴 꼭대기에 얹혔다. 그리고 여기서 이 저택의 역사는 끝난다. 던과 에디스 2세가 저택을 떠나면서, 그리고 이 저택에서 평생을 살아온 에디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림 3] 저택에는 이 곳에 머물렀던 가족만큼이나 많은 공간이 덧붙여져있다. 에디스의 아버지인 오딘이 노르웨이에서 이곳 오르카스 섬으로 집을 가져왔다는 설정은 이야기 전개의 이점과 흥미로운 요소를 부여한다. 이 저택을 이야기의 뼈대로 삼는다면 노르웨이에서 있었던 핀치 가족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공을 들일 필요가 없이, 이 섬에서 살아온 4대가량의 구성원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설정상의 편의가 있을 것이다. 오딘이 가져왔던 집은 오딘과 함께 오르카 섬 앞바다에 가라앉고, 에디스와 스벤 부부라는 새로운 세대가 집의 벽돌 일부를 떼어와 새로운 곳에 정착해 새로운 핀치 저택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이주민 가족의 서사를 비유하는 직관적인 방식이다. 핀치 가족을 따라다닌다는 ‘저주’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도 그럴듯한 긴장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저택은 에디스에게서 시작해 에디스로 끝난다는 사실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이곳에서 자녀를 낳았고, 손주를 길렀고, 증손주를 봤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이 저택을 지키면서, 이곳에 왔다가 떠나간 많은 가족 구성원들(심지어 반려동물까지)을 기록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각자의 방이 있다. 각자의 방에는 각자의 삶이 담겨있다. 이들이 세상을 떠나도 이 방은 비워지지 않고, 생전 모습 그대로 보존된다. 에디스는 모든 방에 떠나간 구성원들을 기리는 제단을 만들었다. 새롭게 생겨나는 구성원들에게는 비워진 방이 아닌 새롭게 만들어진 공간이 마련된다. 이 저택이 이렇게 기이한 형태를 갖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저택은 에디스의 기억이 담긴 무형의 저장소, 그러니까 그녀의 머릿속이 물리적 형태로 구현된 공간이다. 집의 공용공간들 역시 숨 막힐 정도로 많은 사진, 책, 신문, 소품들로 가득하다. 모든 크고 작은 부분들이 에디스의 삶에 쌓여온 크고 작은 기억의 파편들이다. 해변에 위치한 저택의 창 너머로는 종종 바닷속에 가라앉은 옛날 집의 흔적이 보인다. 에디스가 노르웨이에서 살아왔을 어린 시절이 담긴 집은 이제는 저 먼 바다에 그녀의 아버지와 가라앉아있고, 이제 그녀는 이 집의 새로운 주인으로서 새로운 가족과 함께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삶을 일궈야 할 책무가 있다. 그렇게 가족이 늘어났고, 방이 늘어났고, 저택이 커졌다. 죽음이 쌓였고, 무덤이 늘어났다. 그녀가 간직한 기억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저택을 떠났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온 손녀 던이 결국 한 아이를 잃고 난 다음 했던 일은, 에디스가 간직한 이 기억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새어 나오지 않도록 죽은 가족들의 방을 봉인하는 일이었다. 에디스가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기억을 꺼내오지 않도록 입을 막은 것이다. 그리고 에디스는 이렇게 봉인된 방문에 엿보기 구멍을 뚫었다. 던의 아이들에게 아주 조금씩 그녀의 기억을 얘기해 주기 위해서. “이 모든 이야기에서 반복되는 패턴은, 우리 중 누구도 그렇게 멀리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딘이 새로운 땅으로 이주하기로 한 것은 가족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였다는데, 이곳에서도 저주는 끊이지 않았다. 가족들은 계속해서 죽음을 맞이했다. 에디스의 다섯 아이 중 한 아이만이 살아남아 어른이 되었다. 세 손주 중 한 아이만이 살아남아 어른이 되었다. 세 증손주 중 한 아이만이 살아남아 어른이 되었다. 이 ‘저주’가 가진 공통점이라고는 죽음이라는 사실 그 자체뿐이다. 시작도 끝도 알려지지 않은 이 저주의 실체는 플레이어들에겐 끝까지 명확하지 않은 요소로 남는다. 하지만 적어도 핀치 가족의 구성원들은 이 저주의 존재를 믿거나 최소한 의식했다는 것은 명확하다. 오딘은 저주를 믿었다. 아마 아내인 잉게보르와 아들 요한의 죽음을 저주와 연관지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저주를 피한다며 노르웨이를 떠났다. 다섯 남매 중 유일하게 어른이 된 샘은 죽음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군인이자 생존주의자가 되었고, 자신의 아이들도 엄격하게 훈련시켰다. 저주에 대한 이야기는 이들의 삶을 지배하고, 평생의 행동과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누군가는 저택을 떠났고, 누군가는 저주에 맞섰다. 그리고 이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보존해 온 사람이 에디스다. 부모부터 손주까지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가족들을 ‘저주’ 때문에 잃은 사람이다. 때문에 던이 아이들을 저주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분리하려 했던 것은 아이들을 저주로부터 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노력이었다. 바바라가 공포영화 속 괴물들에게 잡아먹혔고, 월트가 두더지인간이었고, 스벤이 용 모양 미끄럼틀을 만들다가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용과 싸우다가 죽었다고 말하는 에디스의 기억으로부터 분리하려 했던 것은, 아이들이 저주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저주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에디스가 저주의 기억을 보존하려 했던 것은, 평생을 겪어왔던 무수한 상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가족들을 기리고, 그들이 단지 이 땅에 잠깐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인간들 중 하나가 아니라, 각각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름과 개성과 삶을 가졌던 소중한 존재들이었음을 기념하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이는 이들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살아있는 유일한 사람인 에디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공포였을 가족의 저주는, 에디스가 가족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리는 방식이었다. [그림 4] 에디스는 가족들의 삶이 깃든 모든 공간에 가족들을 기리는 제단을 마련했다. 유달리 독특했던 이 가족의 죽음들, 삶의 모습을 반영한 죽음의 양태는 에디스가 죽은 뒤 저택을 떠난 가족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에디스의 제단으로 남지 못한 가족들의 죽음은 플레이할 수 있는 스테이지가 되지 못한다. 어쩌면 평범한 죽음들이고, 어쩌면 저주에서 벗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에디스의 기억을 거친다면 이들의 죽음 역시 다른 모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 새로운 땅으로 이주하던 오딘이 옛 집과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며 핀치 가족의 새로운 세대가 시작된 것처럼, 에디스가 세상을 떠나고 저택이 버려지며 또 다시 새로운 세대가 시작되었다. 노르웨이에서의 가족의 역사가 해변 저 멀리 가라앉은 옛 집에서 삐죽 나와있는 지붕으로 남은 것처럼, 오르카 섬 저택에서의 가족의 역사는 에디스 2세가 기록한 한 권의 일기장으로 남았다. 망각은 기억의 필연적인 최후다. 시간이 지나고 세대를 거듭할수록 기억은 점점 희석되고 희미해질 것이고, 우선순위가 점점 밀려날 것이고, 마침내 사라질 것이다. 결국 핀치 가족은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왜 왔는지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저주의 이야기 역시 잊혀질 것이다. 가족은 선택할 수 없기에, 가족의 기억 역시 선택할 수 없다. 루이스가 부친의 인도계 혈통에 더욱 마음을 두었던 이유는, 핀치 가족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서였다. 이 공동체와,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기억, 이 기억을 다루는 방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결국 저택에 돌아와 비범한 죽음을 맞았으니, 저주를 피해 가지는 못한 모양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쌓인 기억은 반드시 즐거울 수만은 없다. 때로는 온갖 치부와, 지저분한 구설수와, 못난 감정의 응어리와, 죽음과, 상실이 끼어들어가기 마련이다. 때문에 누군가는 이를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벗어나려 애쓴다. 상실의 기억이 누군가에겐 저주가 되고, 저주가 누군가에겐 애도가 되고, 애도가 누군가에겐 평생을 따라다니는 공포로 남는다. 이 모든 기억을 품은 기이한 저택에는 삶을 담은 죽음이 가득하고, 평생 이 저택을 지켜온 한 여성은 묵묵히 이를 기록하며 떠나간 이들을 기린다. 이들을 단지 죽은 자가 아닌, 실제로 이 땅을 밟고 다채로운 삶을 살았던 누군가로 남기기 위해. 작품이 이들의 죽음이라는 사실이 아닌 죽음에 대한 다른 이의 기억을 보여주면서, 이들의 죽음은 사건이라기보다는 한때 살아있었고 지금은 기억되기에 충분한 누군가의 결말이 되었다. 삶으로 이름을 남길 만큼 비범하진 않았지만, 다른 이의 머릿속에 잠시라도 남아있기엔 충분한 누군가. Tags: 기억, 에디스 핀치, 왓 리메인즈 오브 에디스 핀치, 죽음의 재현, 가족 서사, 워킹 시뮬레이터, What Remains of Edith Finch, Giant Sparrow, Death in Video Games, Walking Simulator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이머) 박해인 게임에서 삶의 영감을 탐색하는 게이머. 게임의 의도와 컨셉을 전달하는 방식들을 분석하는 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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