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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만두는 정말 맛이 없었을까? 2000년대 요리 플래시 게임에 대한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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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6. 6. 10.


"퉤퉤! 네가 만든 만두 맛없어."


고향만두 아저씨는 혹평을 쏟아내며 만두를 뱉었다. 어린아이의 고사리 손으로 정성스레 빚은 만두가 계속해서 퇴짜를 맞는다. 만두소에 참기름이 들어가나? 또아리 모양의 만두는 팬에 구우면 안되나? 마우스를 쥐고 이리저리 고민하는 플레이어의 모습이다. 2000년대 플래시 게임을 했던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이 게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플래시 게임 〈고향만두〉가 나온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게임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최근까지도 누군가가 유튜브에 고향만두 게임 도전기를 올리면, 사람들이 모여서 시청하고 공감하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는 안 되던 걸 어른이 되어서야 깼다는 사람도 있다. 유년기에 스쳐간 게임은 숱하게 많은데, 고향만두 게임은 왜 하필 이토록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을까?



어린이여, 까다로운 주인장을 만족시켜라


고향만두의 '아저씨', 라면가게의 '슈', 고기굽기의 '줌마', 짜장면 만들기의 '띵호와 주방장'. 플래시 게임 중에서는 요리를 주제로 한 것들이 많았다. 요리 플래시 게임에는 공통적으로, 사이버 부엌을 지키는 인물이 있었다. 음식을 평가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어린이 플레이어는 요리에 능하지 않은 존재다. 아직 세상을 배워나가는 중이라서, 재료를 선택할 지식도 없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스킬도 능숙하지 못하다.


어쩔 수 없이 요리는 실패로 향한다. 실패의 여부는 캐릭터의 상황을 보면 단번에 알 수가 있다. 분홍색으로 치장한 슈는, 플레이어가 라면 냄비를 태워먹자 설거지 형벌에 처해진다. 고기 뒤집는 타이밍을 놓친 줌마는, 까맣게 탄 고기 앞에서 쫄쫄 굶는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고향만두 아저씨는, 만두가 맛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읊는다. 가장 강한 액션의 띵호와 주방장은, 그릇을 집어던지며 맛없다고 소리친다. 이런 광경을 보며 어린이는 캐릭터의 우스꽝스러움에 웃다가도 재도전 욕구에 휩싸인다.


이렇듯 2000년대 플래시 요리 게임들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가상의 어른에게 합격점을 받아내는 목표와, 서툰 실력으로 진땀을 빼는 어린이 유저들이다. 열심히 하면 칭찬 엔딩을 볼 수 있었지만 보통은 맛없는 요리와 함께 모질게 대해지는 편이었다. 그래도 플래시 게임의 특성상 다시 도전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고 몇 번이고 리플레이 할 수 있었다.


* <띵호와 주방장: 짜장면 편>에서 어린이는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 칭찬을 받는다. 띵호와 주방장은 어린이의 소꿉놀이 상대가 아니었을까?


디지털 화면으로 들어온 ‘소꿉놀이’


어린이는 어른을 흉내내며 놀고, 이는 소꿉놀이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돌멩이와 모래를 쥐고 밥이며 반찬이라 차리는 살림 흉내는 매우 일상적이다. 소꿉놀이는 아이가 세상을 배워나가는 과정의 한 모습이다. 돌멩이로 만든 음식이 맛이 어떠냐고 묻기까지 한다면 가장 가까운 어른인 부모를 관찰해 따라하는 일일 것이다.

음식을 만들어보는 놀이의 측면에서, 요리 플래시 게임은 소꿉놀이의 디지털 버전인 셈이다. 맛없는 요리에 좌절해서 재도전을 하기도 하지만, “재료를 하나 덜 넣어보면 캐릭터 반응이 어떻게 될까?”하는 어린이의 소꿉놀이적 호기심에서 계속해서 게임이 리플레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화하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돌멩이와 모래 대신 화면 속 음식 이미지가 그럴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질 수는 없어도 시각과 청각으로 클릭과 함께 요리가 만들어지다보니 놀이의 몰입력은 올라가게 된다.


슈나 고향만두 아저씨 같은 가상의 캐릭터는 소꿉친구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어린이 혼자 마우스를 쥐고 심심할 수 있었지만, 부엌을 지키며 같이 놀아주던 캐릭터들 덕분에 역할의 재미가 더해진다. 캐릭터는 역할극의 자리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의 성공과 실패에 일일이 반응했기에, 상호작용을 나누는 감정적 교류까지 도맡는다. 이렇게 요리 소꿉놀이는 요리 플래시 게임이 되었고, 한층 또렷한 이미지로서 역할극의 구조 또한 갖추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플래시 게임을 통해 어린이는 인생 최초의 주방 서비스를 실천한 셈이다. 칼질 한 번 안해본 손으로 만두를 빚고 라면을 끓여 판 경험이 현실보다 화면에서 먼저 일어난 것이다. 어린 시절 무렵 뇌가 한창 자라는 중인 데다 처음 겪는 기억이라면 두뇌 깊숙한 곳에 새겨져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호출된다. 어릴 적 들은 광고 음악을 어른이 되어서도 흥얼거리는 것은 같은 이치다. 그래서 요리 플래시 게임의 기억이 더 오래 각인되는 측면이 있다.


* <줌마의 고기굽기>에서 고기를 굽는 일은 이미지와 효과음로 먹음직스럽게 연출되지만, 불판의 뜨거움이나 기름이 튈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안전한 요리 경험인 셈이다.


부엌일이 프레임 단위로 잘게 쪼개지다


플래시 게임에서 요리는,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어떤 타이밍에 움직일지, 어떤 재료를 고를지 도전하고 평가받는 것을 통해 게임으로서 디자인된다.


<슈의 라면가게>에서 라면 물이 끊는 기포가 보인 다음 파와 계란을 넣어야 한다거나, <띵호와 주방장>에서 먼저 춘장을 볶은 다음 돼지고기와 섞어야하는 식이다. 마음대로 순서를 바꾸면 안된다. 그리고 타이밍을 맞추는 일도 중요하다. 라면 물은 약 4초 후 끓기 때문에 일련의 정해진 태스크를 시간에 맞게 완수해야하고, <줌마의 고기굽기>는 고기가 앞 뒤로 익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띵호와 주방장도 웍질에서 ‘잘 익힘’ 수준으로 타이밍 맞추기를 요한다. 음식의 재료 또한 아무거나 넣으면 안된다. <고향만두>에서 만두소에 들어갈 재료를 14개의 보기 중에서 7개만 골라내는 퍼즐은 요리 고수에게도 쉽지 않아 보인다.


만두가 빚어지고, 라면이 그릇에 담기고, 고기가 익어가는 시각적 변화는 어린이의 눈이 가장 잘 반응하는 즉각적인 피드백이고, 몇 번이고 부담없이 다시 실행할 수 있다. 실제 요리는 한 번 태우면 재료가 날아가지만 게임에서는 망쳐도 잃을 게 없다. 실패의 찝찝함을 곧바로 지우고 새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은 어린 플레이어에게 너그러운 조건이었다.


다행이게도 어린이가 마주할 수 있는 주방에서의 위험은 게임에 존재하지 않는다. 칼을 쓰다 손을 벨 일도 없고, 웍질을 하다 화상을 입을 일도 없다. 결국 플래시 요리 게임은 잘 만들어진, 몇 번이고 다시 쓸 수 있는 소꿉놀이 키트였지 않을까? 음식은 애초에 절차로 이루어진 일이라 게임으로 옮기기 쉽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점을 정확히 알아채서, 요리의 게임화를 광고의 하나로 활용하기에 이른다.


* <슈의 라면가게>는 어른의 손으로 플레이해도 어려운 고난도 게임이다. 덕분에 해태제과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체류하는 시간은 길어졌다.


누가 이 부엌을 차렸나? 게임과 광고의 합체


애드버게임(advergame)이란 광고와 게임의 합성어다. 주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즈음, 식품기업의 웹사이트에는 상품과 관련된 ‘플레이 가능한 광고’ 또는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콘텐츠들이 어린이를 겨냥해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식품회사들 중에서 켈로그,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이 애드버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한 적이 있다.


한국의 30대들이 추억하는 고향만두와 슈 게임들은 애드버게임에 해당된다. 고향만두는 해태제과의 만두 제품으로서, 해태제과가 운영하는 ‘아이부라보’라는 플래시 게임 전문 웹사이트를 통해 유통하던 게임 중 하나였다. 슈 게임도 아이부라보에 있었다. 플래시 게임이 아이들에게 디지털 소꿉놀이처럼 되었고, 아이부라보는 광고의 목적을 밑에 깔면서 놀이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린이들은 그 놀이터에 앉아 만두를 빚고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다만 고향만두와 슈는 광고의 접근법이 다르다. 고향만두는 정답 레시피를 맞혀야하는 단순하다 못해 직접적인 화법이다. 게임 속에서 빚는 것이 곧 해태제과가 파는 그 만두였고, 정답 레시피를 맞히는 일은 사실상 제품을 외우는 일이었다. 재료 퍼즐에는 에이스와 옹스짱 같은 자사 과자 제품이 슬쩍 섞여 있었다.


슈 게임은 이와 다르게, 당장의 제품 소개가 아닌 오래 머물도록 시간을 끄는 것을 목표로 했다. 슈가 끓이는 라면도, 옷 입히기의 옷이나 바르는 화장품도 해태가 파는 물건은 아니었다. 슈 게임이 노린 것은 시간으로, 아이들이 해태의 웹사이트에 한 번이라도 더 들르게 하고, 분홍색 캐릭터에 정을 붙이게 만들도록 유도했다.



놀이터는 사라져도 놀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요리 플래시 게임들은 모두를 위한 게임이었다. 다운로드도, 회원가입도, 부모님의 허락도 필요 없었다. 또한 클릭 한 번이면 학교 컴퓨터실에서도, 친구 집에서도, 쉬는 시간에도 부엌이 열렸다. 무거운 사양도 필요 없고 한 판이 길지도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향만두와 슈는 제품을 파는 광고였고, 줌마의 고기굽기와 띵호와 주방장은 웹사이트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누구는 과자를 팔려고, 누구는 웹사이트에 붙잡아두려고 게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목적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과물은 닮아 있었다. 소꿉놀이는 디지털 게임으로 가공되었고, 아이들은 화면 앞에서 소꿉놀이를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요리 플래시 게임이라는 장르가 만들어졌다.


비록 근간에 있던 플래시라는 플랫폼이 2020년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그 사실은 우리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운동장이 없어진 뒤에도 여전히 공원에 모여 어릴 적 '경찰과 도둑'을 여전히 플레이하듯, 우리는 오래전부터 사라진 놀이를 새로운 플랫폼에서 리플레이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 만두는 정말 맛이 없었을까? 알 수 없다. 디지털 화면은 끝내 맛을 전하지 못한다. 우리가 빚은 만두가 맛있었는지, 아저씨의 혹평이 옳았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오늘도 그 시절의 부엌을 다시 열 것이다. 고사리 손은 이제 커졌지만 화면 속 고향만두 아저씨는 여전히 재료가 한 개라도 틀린다면 만두를 뱉어낼 것이다. 퉤퉤, 네가 만든 만두 맛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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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연구자)

사회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합니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결국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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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세대의 문화담론 플랫폼 게임제너레이션은 크래프톤의 후원으로 게임문화재단이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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