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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란으로 1277개 검색됨

  • 플레이할 결심: 공포 게임을 못_잘_안 하는 이유에 대한 성찰적 자기반성을 토대로

    나는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공포 게임이 무섭기 때문이다. 무서워하라고 만든 게임을 무서워해서 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긴 한데 뭔가 아쉽긴 아쉽다. 바로 내가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공포 게임에도 명작이 참 많다. < Back 19 GG Vol. 24. 8.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Jiwoong Kang Senior researcher at the Institute for Social Development Studies, Yonsei University. Has written for various game outlets, including Gamers. Books include Game and Cultural Studies (co-authored) and The History of Korean Games (co-authored). Writes a regular game column for the children's magazine Goraega Geuraesseo. Believes that games are a culture that walks alongside us, touching countless moments of our lives.

  • [논문세미나] Breaking Barriers –The Emergence of a Video Game Culture and Industry in the Arab World

    세계 각국을 먼나라 이웃나라로 나눌 때, 아랍 국가들은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먼 나라다. 아랍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데 아랍의 게임에 대하여 아는 것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막상 아랍의 게임에 대하여 찾고자 결심한다면 우리는 의외로 많은 정보들과 마주할 수 있다. 급성장하는 아랍의 게임시장이 가진 매력적인 자본과 가능성에 전 세계의 게임사들이 눈독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한국도 포함이다. < Back [논문세미나] Breaking Barriers –The Emergence of a Video Game Culture and Industry in the Arab World 24 GG Vol. 25. 6. 10. 세계 각국을 먼나라 이웃나라로 나눌 때, 아랍 국가들은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먼 나라다. 아랍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데 아랍의 게임에 대하여 아는 것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막상 아랍의 게임에 대하여 찾고자 결심한다면 우리는 의외로 많은 정보들과 마주할 수 있다. 급성장하는 아랍의 게임시장이 가진 매력적인 자본과 가능성에 전 세계의 게임사들이 눈독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한국도 포함이다. 2023년 기준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인터넷 보급률은 100% [1] 이며, 중동 인구의 약 52.9%가 콘텐츠 적극 소비 계층인 30세 이하 [2] 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대대적인 자본을 투자해 게임 및 이스포츠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3] .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Riyadh Season,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이스포츠 페스티벌 등 전 지구적 게임 행사도 활발하다. 이 먹음직스러운 수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 다양한 언론 및 기관이 아랍 게임 시장에 관한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그 너머를 목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장 분석 보고서는 많고 많지만, 그것으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아랍의 단편이다. 이번 논문 세미나에서는 「장벽 허물기 -아랍 세계의 비디오 게임 문화와 산업의 등장(Breaking Barriers –The Emergence of a Video Game Culture and Industry in the Arab World)」을 다룬다. 이는 2023년에 출간된 『Handbook of Media and Culture in the Middle East』의 일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 Vít Šisler, Lars de Wildt, Samer Abbas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UAE, 카타르 등의 아랍 지역 현장 조사, 40명 이상의 아랍 게임 개발자 인터뷰, 게임 분석 및 기존 연구의 메타분석을 진행했다. 저자들은 서구권의 주류 게임이 아랍인 또는 무슬림 표상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대해 연구해왔다. 논문은 게임 환경과 비판적 트랜스문화주의 개념을 채택해 아랍 세계의 비디오 게임 소비의 역사와 현재를 개괄한다. 논문은 서구권에서 바라보는 구멍 난 아랍 게임 문화 형상의 간극을 메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논문은 아랍의 게임 현장이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문화적 혼종성, 시각적 표현의 진정성 강조, 종교 및 문화적 문제에 대한 민감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것으로 봤다. 저자들은 논문을 통해 정치·경제·종교·문화적 흐름이 지역의 게이머·개발자·기관의 게임 매체 활용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 이를 글로벌 문화 생산 및 초국적 소비자 문화라는 맥락과 연결했다. 아랍 게임 시장의 현재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먼저 현재의 아랍 게임 시장에 대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겠다. 중동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시장 중 하나다. 그것은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활동적인 게이머 인구, 높은 스마트폰 및 인터넷 보급률, 지역 및 글로벌 게임 퍼블리셔의 현지화된 콘텐츠 공급(The National 2020)에 힘입은 결과이다. 2021년 기준 아랍에서는 사우디, UAE, 이집트가 상위 게임 시장으로 꼽히며, 사우디는 약 8억3700만 달러로 전 세계에서 19번째로 큰 게임 시장으로 꼽혔다(Tashkandi 2021). 올해 발간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 [4] 에 따르면 중동 게이머는 국제 평균 이상으로 모바일게임 플레이를 선호하며, 배틀로얄, 슈팅, 스포츠 등 단기 집중형 장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 나타난 사우디와 UAE 게이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44.2%가 모바일게임을 이용한다고 답했고, 하루 평균 이용시간 또한 모바일게임이 3.73시간으로 가장 높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보면 이해가 빠르다. 2022년 12월 기준 아랍 지역에서 인기 있는 안드로이드 무료 게임은 피파 모바일, 틱택토, 싸커 슈퍼 스타, 루도 클럽 등의 스포츠, 퍼즐, 보드게임 장르 게임이었다. iOS 기준으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서브웨이 서퍼가 인기를 끌었다. 유료 게임으로는 마인크래프트가 가장 인기가 많았고, 가장 수익을 많이 내는 게임으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있었다. MENA [5] 지역에서 유명한 이스포츠 게임으로는 ‘DOTA2’, ‘포트나이트’, ‘FIFA’ 등이 있다 [6] . 아랍 세계의 게임 연구 동향 비디오 게임 분야의 아랍에 관한 연구는 주로 서구권 개발자의 아랍 재현 방식 연구와 아랍에서의 게임 제작(및 그 자체 재현) 연구로 나눌 수 있다. 재현에 관한 연구는 주로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 시기부터 시작되었으며, 인기 비디오 게임에서 악당이 일반적으로 중동 테러리스트로 묘사되는 방식과 아랍 문화 정체성에 대한 기타 환원적이고 오리엔탈리즘적인 재현을 조사한다(Marashi 2001; Reichmuth and Werning 2006; Keogh 2021). 두 번째 연구 흐름은 아랍에서 제작된 비디오 게임과 그 속의 아랍인과 무슬림 자기재현을 연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Galloway 2004; Machin and Suleiman 2006; Tawil-Souri 2007). 이 논문의 저자들이 위치하는 곳도 이 지점이다. 또한 다른 연구자들의 중동 지역 게이머들의 소셜 미디어 참여 연구(AI-Rawi and Consalvo 2019)는 아랍 게이머의 공동의 정체성이 아랍어와 아랍 게임의 공유 소비를 통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아랍 세계 비디오 게임의 역사 시작: 해외 게임 소비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미국·유럽·일본과 마찬가지로 아랍 세계에 게임이 전파됐다. 초창기 아랍에서는 주로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 등의 해외 게임을 소비했다. 국산 게임 제작보다 선행된 해외 수입품의 유입은 아랍 지역의 국내 비디오 게임 산업과 그 결과물을 형성하는 ‘벤처와 관객의 기대치’를 설정했다(Wolf 2015,6). 불법 복제 게임, 소위 ‘해적판’ 게임은 아랍 세계에 비디오 게임이 확산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이 지역의 불법 복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대부분의 아랍 도시에서 해외 게임의 사본을 2~3달러에서 구입할 수 있었으며, 출시 직후의 게임 구매도 가능했다(Šisler 2013). 광범위한 불법 복제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 현지 생산자와 수입업자들은 값싼 해적판 제품과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밀려났다(Wolf 2015,7). 반면 불법 복제는 글로벌 불평등에 대한 전술적 대응으로서 다양한 계층의 게이머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민주화 효과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역의 높은 불법 복제 수준은 게임 산업 관행에 영향을 미쳐 회사들이 월정액 구독과 회사 서버 액세스가 필요한 온라인 게임 제작으로 전환하도록 만들었다(Wolf 2015, 7). 비디오 게임에 대한 접근은 사이버카페(PC방)를 통해 더욱 용이해졌다. 이는 특히 이집트, 알제리, 요르단처럼 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발전 속도가 느린 국가의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지 게임 프로덕션의 등장 1981년, 아랍어 친화적 인터페이스를 갖춘 비디오 게임기에 관한 수요로 알-알라미예가 사크르라는 아랍어 가정용 컴퓨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일본의 MSX를 기반으로 제작돼 아랍 전역의 중산층 가정에서 인기를 얻었다(Kasmiya 2015, 30). 알-알라미예는 일부 게임을 아랍어로 현지화했고, 퀴즈 게임 로드 투 마카(Road to Makkah)와 같은 간단한 아랍어 게임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Abbas 2019). 이는 1990년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0년, 시리아 의대생 무하마드 함자가 제작한 ‘돌 던지기(The Stone Throwers)’는 초기 아랍 비디오 게임 제작에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 게임은 알 아크사 인티파다 [7] 를 다룬 단순한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이스라엘 군인으로부터 알 아크사 모스크를 지키는 팔레스타인인의 역할을 맡게 된다(Šisler 2018). 이 게임의 뒤를 이어 아랍의 문화를 더 밀접하게 반영한 다른 게임들이 개발됐다(Šisler 2008). 이 게임들은 서구권 비디오 게임에서 아랍인을 테러리스트와 종교적 근본주의자로 묘사하는 헤게모니적 왜곡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대항 담론’(Lefebvre 1991)으로 간주할 수 있다(Šisler 2018). 이러한 게임은 성격에 따라 크게 저항, 교육, 문화적 대화로 분류할 수 있다. 저항 게임은 일반적으로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의 실제 분쟁을 바탕으로 한 1인칭 슈팅 게임이다. 대표적인 예로 레바논 헤즈볼라 운동(대표작: Special Force 1,2), 시리아 회사인 다르 알 피크르와 아프 카르 미디어(대표작: Under Ash, Under Siege), 요르단 스튜디오 투라스(대표작: Jenin: The Road of Heroes)가 있다. 이 게임들은 아랍 청소년들에게 자신만의 영웅을 제공하고 아랍인의 관점에서 분쟁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Šisler 2018). 초기의 교육용 게임은 이슬람의 기본 교리나 문명에 대해 가르치거나 가족적 가치를 홍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서구와의 문화적 대화를 위한 도구로 개발된 초기 게임에는 2005년 시리아 회사 아프 카르 미디어가 만든 전략 게임 ‘쿠라이쉬(quraish)’가 있다. 이 게임은 이슬람의 기원과 확산을 다루며 이교도 베두인, 무슬림 아랍인, 조로아스터교 페르시아인 등 다양한 관점에서 플레이할 수 있으며 아랍어와 영어로 제공됐다(Šisler 2018). 쿠라이쉬의 개발자 중 한 명인 라드완 카스미야는 후에 빈센트 고섭과 함께 팔라펠 게임즈를 설립했다. 중동과 중국에 사무실을 둔 이 회사는 첫 번째 게임 ‘나이츠 오브 글로리(Knights of Glory)’(2011)로 100만 명 이상의 유저를 확보했다. 이집트에서는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문화나 정치를 주제로 한 게임을 퍼블리싱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네잘 엔터테인먼트는 아랍 스타일 농장 게임 ‘알마디나(Elmadinah)’(2013)로 100만 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의 전작 ‘크라우즈 보트(Crowds Vote)’(2012)는 2012년 이집트 혁명을 소재로 했다(Kasmiya 2015). 문화적 진정성과 현지화 초기 아랍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들은 지역의 전통·역사·종교에 관한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게임의 기본 구조가 외국의 것이기 때문에 아랍 세계의 초기 게임 제작에 나타난 것은 혼종성과 문화 간 교류였다(Šisler 2018). 해외 게임사에게 현지화는 수익을 위해 필요한 선택이 됐다. 독일의 브라우저 기반 전략 게임 ‘트래비안(Travian)’은 통신사 결제와 선불카드 결제를 이용할 수 있는 최초의 아랍어 멀티 플레이어 게임이었다. 2009년 전성기 시절, 아랍어 버전 트래비안은 트래비안 전 세계 유저 1/5를 차지하며 매달 150만~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Abbas 2019). 트래비안의 성공은 아랍 세계가 다른 유럽 브라우저 게임에 눈을 돌리게 했고, 아랍 지역 게임 회사에 투자가 유치되는 계기가 됐다. 다운로드가 필요 없고 저사양 PC를 지원하는 브라우저 게임은 쉽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지화된 무료 게임은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더욱 확산됐다. 그 결과 서구의 여러 회사가 아랍에 지사를 설립하고 아랍 시장을 겨냥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Campbell 2013). 현지화는 번역 이상으로 현지의 문화·종교·정치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아랍을 대상으로 한 현지화는 노골적인 성 묘사와 폭력, 종교 비판, 음주 등을 피할 필요가 있다. 가령 트래비안은 양조장 건물을 찻집으로 대체했다. 초기에는 대부분의 아랍 국가에 별도의 규제가 없었으나, 사우디와 UAE에서 성적인 표현과 아랍 문화에 대한 오해를 가진 몇몇 게임이 금지되면서 국가 미디어 정책에 규제 조치가 생기기 시작했다(Šisler 2018). 아랍 게임의 최신 트렌드 최근 아랍의 게임 현장에서는 다양한 이슈가 벌어지고 있다. 게임 산업의 잠재력을 알아본 정부의 투자 지원과 새로운 규제, 세계화를 통한 초국가적 네트워크 교류, 아랍의 관점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여전한 대표성 및 정치적 문제, (모바일) 캐주얼 게임의 유행, 아랍적인 게임을 위한 모딩 및 커뮤니티 번역이 바로 그것이다. 대표성 및 정치 문제와 같은 몇몇 이슈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 지원 및 규제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 시청각미디어위원회는 현지 및 수입 게임에 대해 지역 최초의 공식 연령 등급 콘텐츠를 도입했다. 금지 콘텐츠에는 누드, 노골적인 성행위, 동성애, 종교 비판,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 등이 포함된다. 2018년에는 UAE도 국가미디어위원회(NMC)를 통해 유사한 등급 시스템을 도입했다. 세계화와 초국가적 네트워크 * 라미 이스마일의 isthatarabic 홈페이지 내용 아랍계 개발자들은 글로벌 게임 제작에서 아랍 및 이슬람 문화에 대한 기존의 도식화 및 왜곡된 표현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8년 오사마 도리아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에서 ‘비디오 게임에서 무슬림 표현을 위한 방법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네덜란드계 이집트인 게임 디자이너 라미 이스마일은 게임 회사들이 아랍 문자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에 맞서기 위해 웹사이트 https://isthatarabic.com 을 개설했다. 아랍계 게이머의 소셜 네트워크는 영어와 함께 아랍어를 사용하고, 지리적 근접성, 역사 및 종교를 공유한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구축된다. 아랍 개발자 네트워크는 점점 더 공식화되고 국제화돼 지역 전체를 위한 소셜 네트워킹 이벤트와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Šisler 2018). 대표적인 예로 아랍에서 가장 큰 연례 게임 개발 행사 ‘게임 잔가(Game Zanga)’는 참가자들이 72시간 동안 주어진 주제에 관한 게임을 제작한다. 이집트 혁명이 정점에 달했던 2012년의 주제는 ‘자유’였다. 대표성 및 정치 * 게임 ‘리일라와 전쟁의 그림자’ 첫 화면. 글로벌 산업이 대부분 북미에서 주도된 결과 현대의 국제 분쟁은 거의 기본적으로 미국 관점에서 표현된다. 가령 2023년 출시된 게임 ‘식스 데이즈 인 팔루자(Six Days in Fallujah)’는 2004년 이라크 전쟁 제2차 팔루자 전투에 참전한 미 해병대 분대의 시점에서 다큐멘터리적인 리얼리즘으로 전개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반면 아랍의 관점이 우세한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쉽게 버려지기도 한다. 2016년 팔레스타인 디자이너 라시드 아부 에이데가 제작한 ‘리일라와 전쟁의 그림자(Liyla and the Shadows of War)’는 팔레스타인의 관점에서 전쟁의 민간인 희생을 탐구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애플 온라인 스토어 판매를 거부당하다가 이후 전 세계 게임 개발 커뮤니티의 대규모 항의(Batchelor 2017)가 있은 후에야 판매 허가를 받았다. 캐주얼 게임 사실 아랍 게임사에게 대표성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수익을 내 생존하는 것이다. 아랍 게임사들은 이를 위해 캐주얼 게임과 모바일 게임 개발을 택했다. 현재는 인기 있는 모바일 게임 중 아랍 세계에서 제작됐거나 아랍 친화적인 게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모딩 및 커뮤니티 번역 게임 커뮤니티 전체에 존재하는 모딩 및 커뮤니티 번역의 전통은 아랍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아랍어 번역본이 3년간의 작업 끝에 아랍 팬 번역가에 의해 출시됐다(Johnson 2013). 마치며: 아랍 게임 문화의 성장 가능성 게임 산업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대표적으로 유니티 같은 게임 디자인 툴의 대중화, 스팀 같은 유통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시장으로의 접근성 향상은 개발 및 퍼블리싱 비용을 낮춰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개발자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아랍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스튜디오는 여전히 드물다. 정치적 불안정, 경제적 불확실성, 외국인 투자 부족, 분열된 게임 커뮤니티, 노하우 부족, 게임 개발 교육 부족 등 여러 가지 정치 및 경제적 문제가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아랍 세계에서 게임 산업은 30년 동안 존재해왔다. 그럼에도 네덜란드계 이집트인 게임 개발자 라미 이스마일에 따르면, 아랍 게임 개발 커뮤니티는 그가 제안한 지역 게임 개발 커뮤니티 6단계 중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그에 따르면 첫 번째 단계에서는 아마추어가 거의 없는 지역에서 지식 공유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그 다음에는 국제적으로 지식이 교환되지만 여전히 ‘서구에서 크게 성공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Ismail 2015). 그러나 이제까지 살펴봤듯, 성장의 여지는 존재한다.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며 아랍 게임 문화가 성장하고, 혼종화되고, 문화 간 교류에 접어들고 있다는 특징 이상으로 아랍에 고유한 플레이어 문화를 가진 신흥 소비자층이 나타났단 점에 주목한다. 게임 문화와 산업은 이들이 함께하는 참여형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저자들은 이들을 더욱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해외 문화 소비로 시작해 점차 자체 게임 시장을 형성하게 된 한국의 입장에서 아랍 게임 문화의 성장 과정은 크게 낯설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랍 게임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의심되지는 않는다. 이제 한국인 게이머로서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랍 게임의 경제적 측면 그 이상을 지켜보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초국가적 게임 커뮤니티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논문의 표현을 빌려와 다시 한 번 말하자면, 게임 문화와 산업은 구성원이 함께하는 참여형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1] World Bank, 2024.12.16.,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2] EBS, 2021, ‘닫혀 있던’ 사우디에 무슨 일이?...아라비아의 변화 어디까지 [3] Mastercard Newsroom, 2023, Transforming Saudi Arabia’s esports and gaming landscape [4] 전종섭(한국콘텐츠진흥원), 2025.01.07., 신규 게임시장의 기회: 중동의 한국게임 소비행태 분석 [5] Middle East and North Africa의 약자. 아랍, 중동, MENA 지역의 개념적 정의와 범주는 모두 다르지만 여러 자료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혼용해 사용했다. 엄밀히 말해 아랍은 아랍어를 사용하는 아랍 연맹 22개국을 의미하며, 중동은 아랍 국가들이 위치한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아랍어 사용국 외에 이란, 튀르키예 등을 포함한다. 이 글에서는 가급적 원 자료 표기를 따르되 필자의 표현은 아랍으로 통일했다. [6] 해당 단락은 한국콘텐츠진흥원 UAE 비즈니스센터, 2023.06.30., ‘중동 콘텐츠 산업 동향’을 참고했다. [7] ‘인티파다’란 아랍어로 봉기를 뜻하는 용어로, 이스라엘 점령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의 주요 봉기를 뜻한다. 제1차 인티파다는 1987~1993년, 제2차 인티파다는 2000~2005년까지 이어졌다. 알 아크사 인티파다는 제2차 인티파다의 다른 이름으로, 이슬람교도들에게 3번째로 성스러운 장소인 ‘알 아크사 모스크’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대학원생) 손민정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현대문학과 문화를 공부 중입니다. 글과 함께한 만큼 게임과 늘 함께 해왔습니다. 별별 게임 다 합니다.

  •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 Back 랜덤함: AAA와 인디게임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양날의 검에 관하여 17 GG Vol. 24. 4. 10. 이 글의 영어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gamegeneration.or.kr Randomness is a double-edged sword. The opposite reception of randomness in AAA and indie game sectors It seems fascinating that the same mathematical phenomenon could become the foundation of the most acclaimed and the most despised design principles of modern gaming. As I will argue in this article, this is precisely what happened to randomness. 동일한 수학적 현상이 가장 찬양되는 동시에 가장 경멸받는 현대 게임 디자인 원칙의 기초라는 사실은 꽤나 흥미롭다 . 이 글은 바로 그 현상 , 랜덤성 (Randomness) 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 랜덤성은 언제나 게임 개발에 있어 일부분이었으나 특히 지난 십여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러 면에서 현 시점은 게임의 랜덤성 황금기라 할 수 있는데, 이 글에서 논하는 랜덤성에 대한 고찰에 앞서 먼저 인지적 랜덤성 (perceived randomness) 과 객관적 랜덤성 (objective randomness) 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인지적 랜덤성은 우리가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과 관련 있는데 , 예를 들어 게임 내 이벤트가 ' 난데없이 ' 발생한 것처럼 느껴질 때 , 또는 두 번째 플레이 시 앞서 플레이했을 때보다 이벤트가 덜 발생한다고 느껴질 때 우리가 랜덤하다고 여기는 것을 가리킨다 . 당연한 얘기겠지만 완전히 불규칙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그것은 개발자의 신중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 반대로 , 객관적 랜덤성은 진짜로 무작위적인 것을 말한다 . 다시 말해 객관적으로 랜덤하다는 것은 우리의 지식 여부와 무관하게 진정으로 무작위적임을 의미한다 . 랜덤성이 지닌 다양한 긍정적인 그리고 부정적인 측면들은 인지적 랜덤 성과 객관적 랜덤성간 차이에서 비롯된다 .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진정한 랜덤성을 구현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프로그래머의 임무는 랜덤하게 보이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예컨대 카지노를 재현한 게임(예를 들어 NES용 <카지노 키드(Casino Kid)>)의 개발자들은 카지노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진정한 랜덤성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도박과 유사한 메커니즘이 실제 화폐 구매와 결합되면서 부터다. 랜덤성과 소액결제가 결합되면서 우리는 현대 게임 디자인 내 랜덤성이 지닌 어두운 면을 직면하게 됐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7년 전 게임계를 강타했던 확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으로, 이는 EA가 <스타워즈 배틀필드2(Star Wars Battlefield II)>의 속편을 출시했을 때 게임 플레이에서 중요해진 확률형 아이템의 역할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예상치 못한 불만을 품고 반발했던 사건이었다. 이 게임에 대한 레딧(Reddit)의 게시물이 10만 개가 넘는 하위 포럼에서 가장 많은 싫어요를 받았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것이었다. 이 스캔들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 게임을 일종의 위장 카지노로 간주하고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입법을 도입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어떤 개발사들은 게임을 수정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시즌 패스(<오버워치 2(Overwatch 2)>) 등의 다른 시스템으로 대체했고, 또 다른 회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게 되었는데, 이 때 실제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조치에도 불구하고 확률형 아이템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랜덤 메카니즘(비록 동일한 시각적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이 특히 소위 가챠류 게임에서 크게 유행하였는데, 이러한 현상은 특히 <원신(Genshin Impact)>의 출시 이후 글로벌해졌다. 한편, 주사위나 룰렛의 확률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처럼 확률이 공개되어 있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확률형 아이템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로 도박과의 유사성에 초점을 맞추곤 하는데, 이러한 비교가 틀렸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게임의 랜덤성이 카지노에서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는 두 개의 중요한 차이점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소위 '도박꾼의 오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는 우연의 게임에서 더 많이 질수록 최종적으로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여기는 느낌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이러한 느낌은 그러한 인식이 사실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사라져야 한다. 다음에 던지는 동전은 이전의 모든 동전 던지기가 운이 없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합리적인 사람들이 "행운은 마침내 찾아올 것"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지출을 계속한다. 디지털 게임의 이상한 점은, 이러한 느낌이 실제로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어지는 후속 뽑기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불운한 플레이어의 손실을 우려하는 개발자들은 가치있는 아이템의 드롭을 보장하는 “동정 메커니즘(pity mechanics, 편집자 주: 한국의 '천장'이나 토큰식 아이템과 유사한 의미다.)”을 도입하곤 한다. 개발자들은 플레이어가 랜덤의 무저갱에 빠지기 전에 자신이 의도한 최적의 경험을 얻을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 플레이어가 얻을 수 있는 드롭을 제어하는 것은 꽤 흔한 일이다. 두 번째 문제는 소위 "매몰 비용 오류"라 불리는 것과 관련된다. 우연의 게임에서 많은 돈을 잃은 도박꾼은 그 손실을 투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손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곤 하는데, 이들은 불운이 연속되는 도중에 멈추면 불운함이 확정된다고 느낀다. 도중에 멈추는 것은 불운의 연속을 사실상 '만드는' 것이라 여기는 셈이다. 이러한 감정은 전통적인 우연의 게임에서는 완전히 비합리적인 것이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개발자가 특정 플레이어를 겨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달라진다. 일부 개발자들은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에게 고액 유저를 겨냥해서 특별 혜택을 제공하거나 심지어는 게임 전체를 그들에 맞춰 바꾸라고 공개적으로 조언한다. 이것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일부 플레이어의 경우 손해를 보더라도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이 투자로 간주되며, 이를 통해 스스로가 게임의 개발자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AAA 및 부분유료화 업계에만 집중했다면 위에서 설명한 어둠의 패턴이 이 글의 유일한 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10년간 랜덤성은 인디 게임개발사들이 만든 게임에서도 핵심 메커니즘으로 자리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인디게임쪽에서는 이 기술이 격렬한 윤리적 논쟁을 일으키지 않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이 분야에서 랜덤성은 오히려 오픈월드 서바이벌 게임과 같은 새롭게 떠오르는 인기 장르의 탄생과 로그라이크와 같은 오래된 장르 부활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랜덤성과 오늘날 인디 게임의 성공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인디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랜덤성이 그토록 인기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러 요인들이 매우 운좋게 합쳐진 데서 온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가장 큰 이유로는 개발 비용의 절감을 들 수 있다. 인디 게임이라고 해서 아무 것도 없는 진공에서 개발되는 것은 아니며, 대작 게임에 길들여진 플레이어들의 새로운 게임 습관에 적응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인디 게임은 제작비 면에서 대작 게임과 경쟁할 수는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가격 대비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디 게임은 훨씬 나은 리플레이성, 더 다양한 파워-업과 무기들, 또는 더 큰 오픈월드와 같은 것들을 제시할 수 있는데, 이 모든 장점들은 랜덤성을 능숙하게 활용할 때 가능해진다. 로그라이크 게임은 가장 오래된 장르 중 하나로서(오리지널 로그가 출시된 것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의 30년간을 틈새 장르로서 연명하다가 지난 10년동안 주류 게임의 대열에 들어섰다. 개발자들이 이 장르를 해체하고 다른 많은 장르에 로그라이크적인 랜덤성을 섞어 넣은 것은 이 특이한 궤적이 형성될 수 있었던 주 이유였다. 이러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두 게임이 바로 <스펠렁키(Spelunky, 2008)>와 <아이작의 번제(The Binding of Issac, 2011)>다. 이들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지 로그라이크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준수해야 했는데, 퍼머 데스(perma-death), 랜덤 환경, 루팅(loot)이 포함되어야 했고 무엇보다도 RPG 장르에 속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장르에서 동일한 유형의 랜덤성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 비로소 로그라이크 혁명이 발발했다. 랜덤 환경 생성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또 다른 장르, 즉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이후에 출시된 서바이벌 게임 장르의 기반이 되었다. 의심할 바 없이 이 장르의 인기는 기존 게임들에서는 단순하고 부차적인 방식으로만 존재했던 제작(크래프팅)과 생존이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이었다. 하지만 이 장르의 대중화에 있어 랜덤성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무시해선 안된다. 인디 게임의 제한적 예산은 개발자들로 하여금 특정 장르 게임의 제작을 어렵게 만들어왔다. 한정된 자원으로 나 <스카이림(Skyrim)> 같은 오픈 월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유지 관리해야 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도 마찬가지다. 절차적으로 생성된 월드와 <마인크래프트> 이래 대중화된 얼리 액세스 모델은 인디 개발사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매출과 플레이어 참여의 측면에서 AAA 개발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비록 절차적으로 생성된 월드가 정교한 디테일이나 사실성 측면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월드와 경쟁할 수는 없다해도, 규모 면에서는 수작업 월드를 능가할 수 있으며 무한한 탐험을 가능케 해준다. 한편 랜덤성을 사용하여 두 번의 플레이 세션이 동일하지 않도록 하는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느낄 염려가 없다. 게임 제작의 용이성은 보다 자유로운 디자인 관행으로 확장되어 소규모 팀에서도 보다 수월하게 게임 개발작업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불운이나 행운은 플레이 경험의 일부로서 개발자가 모든 운이 '공정’하도록 또는 균형이 잡혀있도록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디자인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상황(예컨대 지나치게 강하거나 약해진)은 종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게임의 인기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많은 스트리머가 극단적이고 독특한 상황을 추구하는 가운데, 랜덤성은 그러한 것을 전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현재 게임 산업 내 랜덤성의 인기와 그것에 대한 두 개의 극단적인 인식은,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 수 있으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랜덤성이 과거의 아날로그 게임들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주사위나 막대 던지기, 카드 섞기 등은 놀라움과 리플레이 효과를 더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사용되어온 매우 오래된 메커니즘이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수백 년 동안 간단한 규칙으로서 사용되어왔다. 동시에 바로 그 동일한 것을 핵심 메커니즘으로 삼아 오락을 도박으로 만들 때 쉽게 오용되고 마는 것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코펜하겐 IT대학 교수) 파베우 그라바치크 파베우 그라바르치크(Pawel Grabarczyk)는 덴마크 코펜하겐 IT대학(IT University of Copenhagen) 부교수이자 폴란드 우치대학교(University of Lodz) 부교수다. 철학을 전공했으며, 철학과 게임 연구(game studies)의 경계에서 작업한다. 그의 연구는 주로 게임 존재론, 마이크로트랜잭션의 윤리, 가상현실, 게임의 역사를 다룬다. 현재 아타리(Atari) 8비트 컴퓨터에 관한 플랫폼 연구(platform studies) 단행본을 집필 중이다.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 게임에 재현된 농업의 유형들과 재현의 의미에 대하여

    디지털게임이 농업을 다루는 일은 보기 드물지 않다. 적지 않은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농업의 과정을 재현함으로써 그 속에서 재미를 만들려고 하고, 농업 자체의 재현이 아닐지라도 농업이라는 개념 속에 우리에게 익숙한 어떤 과정을 게임 규칙 안에 편입시키는 시도를 많은 게임사들이 이어 온 바 있다. 다만 이 때 ‘농업’, ‘농사’라는 것은 무엇인지를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되물어보면, 같은 농업이라는 단어와 개념을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고 살펴보며 의미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Back How Games Represent Farming: Five Types and What They Mean 30 GG Vol. 26. 6. 10. This essay is adapted from the paper [Lee Kyung-hyuk (2026), "How Is Agriculture Imagined in Games: Types of Agricultural Representation in Digital Games and Their Social and Cultural Meaning," Rural Society, vol. 36(1), 349–407]. The original can be read via the KCI link (here). How Does Farming Reach the City Gamer at the PC? In 2020 a rather striking thing happened in the world of games, in Korea and Japan at nearly the same moment: a single game brought down the websites of both countries' rural development agencies. Sakuna: Of Rice and Ruin , a platform-action game that folded the rice farming central to East Asia's food supply into surprisingly fine detail, sent its players hunting down every scrap of agricultural information they could find—because in this game, the minutiae of growing rice are effectively what governs the character's growth. This longing for a virtual paddy field flattened the servers and made the news. That digital games take up agriculture is hardly rare. A fair number of games set out in earnest to represent the processes of farming and to make their fun out of that representation, and even where it is not the representation of farming as such, many studios have carried on the attempt to fold some process familiar to us, under the heading of "agriculture," into the rules of a game. And yet if we put on a slightly more serious face and ask back what this "agriculture," this "farming," actually is, we find that people think about, examine, and give meaning to the very same word and concept from quite different angles. That the digital game—a medium that handles process—represents agriculture is something we cannot afford to miss when we want to examine how the concept of agriculture is understood in a modern society where the non-farming population is overwhelmingly the larger. But whereas there exists research asking what the story of farming and the countryside in the film Little Forest implies, there has been no study asking what it means for us when farming is handled in games. This essay collects the contents of the paper that set out from precisely that question: "How Is Agriculture Imagined in Games: Types of Agricultural Representation in Digital Games and Their Social Meaning" ( Rural Society , vol. 36, no. 1). The paper sorts the representations of agriculture appearing in digital games since the 2000s into five broad types, and tries to analyze how each type represents today's agriculture and countryside. The five types of agriculture and rurality represented in games appear as the pastoral way of life, the industrial management system, the reproductive apparatus for survival, the growth-support system, and the time-mechanism of cyclical recurrence—and each reveals, from a different vantage, how we perceive the idea of agriculture and the countryside. Pastoral Farming, Industrial Farming, Survival Farming The first type, agriculture as a pastoral way of life, is the type—represented by Stardew Valley —that renders farming and the countryside with a strong dose of the so-called "healing" element. In Stardew Valley , where the protagonist, sick of a regimented city life, moves to the country to rebuild and live on a farm, agriculture is drawn less as the mere production of crops than as a total set of relations encompassing the countryside as a lived space and the human networks woven within it. The so-called "rurality" carried in the word agriculture is the trait of farming and the countryside most prominently represented in Stardew Valley . Games that, carried down from titles like Harvest Moon , place this representation of rurality at their center want to see agriculture as one part of a pastoral way of life. What matters more than competition, risk, market, and production is the sense of stability, recovery, and settling in. To draw agriculture and the countryside as a space of such emotionally settled relations is a pattern that has already appeared in other media under the concept of the "rural idyll"—the way the aforementioned Little Forest , or Country Diaries , portray the countryside as a "space brimming with human warmth" set against the city being the representative cases. Such games, treating agriculture as a pastoral way of life, are counted as the type that effectively represents the farming game even if their numbers are not large—and the danger of drawing agriculture and the countryside as so romantic a space is a pattern already pointed out in other media. The rural sociologist Lee-Ann Sutherland conceptualized the image of agriculture and the countryside held by city dwellers who encounter farming only through games at their computers as the "desk-chair countryside," pointing out that this is a third way of understanding the countryside and farming, distinct both from living and farming in the countryside oneself and from looking at an image of the countryside someone else has made, as in a film or a novel. The second type is agriculture as an industrial management system. This type, represented by Farming Simulator , unlike the preceding one, strips farming of romance and human relations and handles only agriculture within a market system of crop production, distribution, and sale. Games of this type see crops not so much as food but, like factory-made goods sold on the market, as one kind of commodity, and they seek to represent a production process carried out not through communion with nature but through modernized equipment and systems, in mass quantities. If we split the image of agriculture in two, the earlier type would be closer to "farming in the countryside" and this one closer to "the farming of an agribusiness corporation." What most distinguishes the industrial-management type of farming game from the other types discussed below is that it looks at agriculture and its produce solely as a commodity relation. In Farming Simulator the player neither eats nor cooks the produce of farming; wheat and corn are portrayed as valuable only once they have been turned into cash through sale. It is a type best read as a representation of farming in spaces like North America—running mechanized agriculture on large tracts of land—rather than the small family farms and village-scale cooperation of Korean agriculture. The third type is agriculture as a reproductive apparatus for survival, perhaps the one most universally dissolved into all sorts of games. On the premise of a rule that says you die if you do not eat, agriculture is folded into games with survival rules as a part of securing food to stay alive. Don't Starve —a game whose very name stands for this concept—is the representative case: at the outset, food is procured by gathering and hunting, but later it shifts toward stabilizing the survival of the group's members by getting farming properly underway and folding it into a system of mass production. In the end the farming games of this type, too, come to possess a mass-production system at their final stage; but unlike the games handling agriculture as an industrial management system, here this mass production functions mostly as a device for "the survival of the members." In most survival and management-simulation games, where production must gradually be increased as the population grows, food is incidentally an element of trade but is fundamentally put to the use of "eating." The primal and fundamental aim of agriculture—creating food to live by, producing the edible in a game where not eating means death—is what this type of game represents. Farming as Growth Support, or as a Time-Mechanism The fourth type is games in which agriculture is handled as a growth-support system. A game like Sakuna: Of Rice and Ruin does not insert a rule that you starve to death if you do not eat, yet to raise the character's stats you must produce food and eat it. This is a type that also appears universally across many role-playing games to which no hardcore survival rule applies, dovetailing with the way food functions as a kind of buff in games like World of Warcraft . The fourth type proceeds under the notion that agriculture and food share in "food and medicine having one source" (食藥同原)—the idea that by eating, one grows stronger in body and mind. It is closer to a second layer laid down after the "you die if you do not eat" concept has been set as the groundwork: you grow stronger by eating, and to pursue that strength you must make something to eat. That players in the early days of World of Warcraft called the act of circling respawn zones to gather buff herbs "radish farming" speaks to the same context. The last, fifth type is one whose status as a representation of agriculture may itself be in doubt: agriculture as a time-mechanism of cyclical recurrence. It is easiest to grasp by looking back at the agriculture that appeared in FarmVille , which swept the West in the 2010s, and in many similar social network games. The agriculture in such games has the skeleton of farming—the production and harvest of crops—but examined closely, its structure is closer to the platform-designed cycle of revisits, the retention structure, dressed in the outer skin of agriculture. Such social games all share a structure of issuing a command to make or build some particular thing, which is then completed hours or days later; and the sowing-harvest cycle of agriculture entered as one of these. Agriculture represented this way becomes possible by being received from gamers as an industry in which harvest is possible only after waiting a fixed span of time. The cyclical structure of sowing seeds, then waiting and reaping, works as an element of persuasion that lets gamers naturally wait for the reward they want from the platform. The various images of countryside and agriculture discussed above matter little in this type. The key piece of evidence is that this type appears, in the first place, only when the user's revisit cycle is being designed on a mobile or online basis. Chewing Over the Deeper Meaning of Saying We Understand Agriculture Through Games To say that games handle agriculture, then, can by no means be generalized into a single way. All five types are representing agriculture, but as we have seen, the concept of agriculture itself is understood differently by each person, and depending on the web of relations through which one views farming, the agriculture represented in a game takes on a form wholly different in meaning and in structure alike. Even so, if there is a commonality cutting across these types, it is perhaps that the harshness of real farming is itself excluded or softened. As was pointed out in an earlier GG piece as well, in the representations of digital games conceived as play, the toil of farming is not something one bothers to draw. The debt that inevitably trails real farming, the catastrophic losses from a price collapse, the grueling labor and the natural disasters—these tend to be drawn at a level that is recoverable. The pastoral type covers over the difficulty of agriculture with the warmth of community; the survival type draws it as a strategically manageable crisis; the time-mechanism type resolves it into a predictable timer. This is, of course, not a claim that the game as a medium must capture every facet of agriculture. The agriculture and countryside drawn by a digital game—which produces meaning through rules and repetition—are bound to have limits to begin with, and that in itself cannot be held against it. The problem, rather, lies in the media-theoretical question of what it can mean to see, within a represented medium, only a system of agriculture that is sometimes romanticized and sometimes industrialized, inside a modern popular culture centered on city dwellers who are ever further removed from real farming. As the various objections to Little Forest pointed out, are we not passing excessively easy judgments on the very concept of agriculture and the countryside—which we have not actually experienced—on the strength of nothing but a medium's represented results? What ought to be weighed about agriculture in games may not be "how accurate it is." More important is what is chosen again and again and what is left out again and again, and which way the pattern of those choices drags our manner of imagining agriculture. To say this is not to deny the fun or the value of the farming game. On the contrary: a player who knows that the farming in a game is a single representation, carefully chosen and arranged by someone, can enjoy the pleasure of that experience while at the same time gauging where it meets real farming and where it parts from it. That odd curiosity that crashed the rural development agency's servers—was it not, after all, a fine occasion to remind city dwellers who do not know what farming is, once more, of just what "agriculture" might be?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 「테라 닐」: 안전한 절멸의 행성으로부터

    「테라 닐」 역시 시작시에는 건설을 위해 마련된 빈 공간을 보인다. 하지만 그 공간은 자연의 존재감 조차도 희박하다. 이 모든 공간은 ‘오염된 불모의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 장소를 자원화해 부강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 자체를 자연의 공간으로 되돌릴 책임을 부여받는다. 즉 이 빈 공간에 올려놓는 모든 ‘건물’들은 그 자체가 자본적 축적을 위함이 아닌, 이 빈공간에 자연의 가능성을 심어놓기 위한 도구로 기능한다. 플레이어는 각 스테이지가 요청하는 정도의 ‘자연 회복’을 달성해야만 한다. < Back 27 GG Vol. 25.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unin Lee Writes and lectures freely across comics, games, and film. A lifework: clearing every Final Fantasy title except the MMORPGs. Mainly plays on the Steam Deck.

  • 사파의 탄생과 몰락

    아케이드에서 가동 중인 대전 격투 게임을 가정으로 온라인으로 즐기는 것이 가능했던 최초의 시기는 94년 말 미국에 출시된 메가드라이브 용 X-Band로, 당시로서는 강력한 2,400bps 전송속도의 모뎀을 통해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2 같은 게임들을 미지의 상대와 가정에서 대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콘솔 능력의 한계로 아케이드 게임 자체를 그대로 옮길 수 없던 시기였으니, 진정한 의미의 (열화 없는) 아케이드 게임을 온전히 집에서 즐기는 환경은 사실상 14.4kbps의 모뎀을 새턴에 연결하여 즐길 수 있었던 96년에 발매된 버추어 파이터 리믹스가 최초라 할 수 있다.  < Back 08 GG Vol. 22. 10.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DongHun Lee Began writing about games in 1999, starting with the monthly magazine Gameline. After spending a fair stretch of time at game development studios, and wishing to contribute to game culture through writing rather than as a game maker, has been running IGN Korea since 2018.

  • 마블 스파이더맨 2, 코믹스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의 서사를 하는 방법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 많다. 그건 방법론도 다양해서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대로 된 독자를 설정하지 못하면 어떤 좋은 이야기라도 먹히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티븐 킹은 이야기를 쓰기 전에 가상의 독자를 설정하기를 당부했다. 그리고 매번 그의 가상의 독자 역할을 맡아준건 그의 부인, 태비사 킹이었다. 비록 그런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떤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좋은 이야기에서는 필수적인 고민이다. < Back 15 GG Vol. 23.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MyungKyu Lee Game journalist (2014–), writer (2006–), gamer (1996–).

  • 〈Deluded Reality (망상 현실)〉: ‘통로’를 지나 풀 다이브(full-dive)

    필자는 지난 호에서도 큐레이터 동료가 언급한 바 있는 전시, 《MODS》(2021, 합정지구, 서울)에서 장진승 작가와 프로젝트 ‘SYNC’를 진행했었다.1) 전시를 위한 이 프로젝트는 작가와 서로 관심이 있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작되었는데, 우리의 대화는 동시대 시뮬레이션 비디오게임 플레이어의 자율성, 몰입도로 초점이 맞춰졌다. < Back 05 GG Vol. 22. 4.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Yunji Gu An aesthete, yet forever mulling over the carnivalesque grotesque. Loved tycoon games from an early age—and wrecked a spine for it. With games or anything else, can't stand not knowing, so races to the ending and often starts over.

  • 오래된 코옵에 관한 소고

    맥락의 큰 단절이라 할만한 흐름은 스마트폰, SNS, 유튜브 시대에 이르러 왔다. 이 시기 인터넷은 초연결의 시대에 도달한 후 마치 압력이 가득한 풍선이 뻥 터지는 것처럼 되었다. 원심력이 강화되면서 개별화, 파편화, 탈맥락화가 인터넷 문화의 핵심이 되었다. < Back 오래된 코옵에 관한 소고 28 GG Vol. 26. 2. 10. 새해도 되고 하였으므로 다소 감상적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주제는 ‘코옵(co-op)’이다. 코옵이 뭘까? 단지 게임 설계를 이르는 말에 그칠 것은 아닌 듯 하다. 의미를 따지다 보면 게임을 매개로 한 전반적 활동 전체로 의미가 확장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1982년에 태어났다(사정이 있어 공식적으로는 1983년생으로 살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온 또래들이 갖고 있는 어릴적 게임의 추억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첫째는 혼자 컴퓨터로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나 던전 RPG 같은 종류의 게임에 몰두한 경우다. 둘째는 콘솔을 활용해 혹은 오락실에서 최소 두 명 이상의 동료와 함께 게임을 한 경험이다. 나도 그렇다. 루카스 아츠사가 만든 컴퓨터용 어드벤처 게임에 몰두하면서도, 롬 카트리지를 후후 불어가며 ‘현대컴보이’를 붙들고 몇 시간씩 앉아있곤 했다. 그때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가난한 집이어도 재믹스, 패미컴, 알라딘보이 등의 콘솔 게임기를 갖추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어떻게든 아이를 키워내야 했던 부모들의 고충이 반영된 풍경이었던 것 같다. 아주 어릴 적에는(5~6세 정도 였던 것 같다) 어머니가 동전을 쥐어주고는 오락실에라도 가라며 등을 떠민 일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되도록 밖에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성미였다. “나가 놀아”란 말을 아주 많이 들었던 기억이다. 하나 있는 아들이 밖에 나가 놀지 않고 집 안에서 계속 징징대기만 하니 어머니도 지쳤을 것이다. 뭐,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동전 몇 개를 들고 동네 형(형이래봐야 6~7세였을 것이다)과 함께 오락실로 향했다. 역시 비행기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테라 크레스타>였을 것이다. 이전에 부모님을 따라 어쩌다 가게 된 다방 테이블 게임기에서 접해본 일이 있는 게임이다. 그때는 그런 게 있었다. 어른들이 권해서 조이스틱을 잡아 보기도 했는데, 금방 게임오버 되었다. * 칵테일형 테이블 게임기. 일본과 미국 등에서도 대중화 됐던 물건이다. 국내의 경우 사진의 것보다 조악한 형태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출처: [ https://ultimatepopculture.fandom.com/wiki/Arcade\_cabinet](https://ultimatepopculture.fandom.com/wiki/Arcade_cabinet) 그러므로, 모처럼이니 도전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당당하게 동전을 넣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곧 게임오버 됐다. 이번에는 동네 형 차례다. 바톤 터치. 하지만 형아도 초짜인 것은 마찬가지다. 몇 차례 번갈아 가며 게임오버 화면을 보다가 마지막 동전을 넣었는데, 갑자기 일군의 무리가 나타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생(그 때는 국민학생이다)들이었을 거다.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비켜, 여기는 내 자리야.” 이미 동전을 넣었지만 힘 센 녀석이 자기 자리라는데 다른 방법은 없고… 물러났다. 더 남은 동전은 없고, 아쉬운 마음에 데모 플레이가 돌아가고 있는 다른 머신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는 흉내를 냈다. 오락실 주인이 나타나 그만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이 얘기를 하니 어머니는 그저 웃었다. 이것이 내 인생 최초의 (실패한) 코옵 경험이다. 사실 어머니가 “오락실에라도 가라”고 한 것은, 그로서는 파격 제안이었다. 오락실은 게임애호가 외의 어른들에게 탈선과 불법의 장소처럼 여겨졌다. 당시의 오락실은 여럿이 함께 게임을 즐기며 서로의 실력에 대하여 냉정하게 평가하고, 충고를 하고, 때로는 그 평가와 충고를 다소 물리적인 방식으로도 하고, 게임과 그 이후 소통을 통해 서로의 성격을 확인하며, 그러다 친구도 되고 사이가 돈독해지는 등, 그 시대 게임-청소년 문화 한 축을 형성하고 유통한 대표적 공간이었다. 그러나 어떤 부분에서 일탈의 현장이 아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시 게임애호가가 아닌 부모 입장에서 가라고 권할만한 곳은 못 된다는 게 상식이었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부모 입장에서 보다 안전한 선택은 가정용 게임 콘솔을 구비하는 것이었다. 물론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컴퓨터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다소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 컴퓨터가 MSX인 경우는 외양부터 설득력이 조금 떨어졌다. * 키보드에 떡하니 롬 카트리지를 삽입하는 공간이 있다. 실제로는 여러 용도로 쓸 수 있었으나, 그래도 롬 카트리지란 곧 게임이었다. 부모님이 ‘현대컴보이’를 사왔을 때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당연하게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3>의 왜인지 모를 일본판 패미컴용 카트리지가 컨버터와 함께 번들로 들어 있었다. 슈퍼마리오 3는 지금도 최애 게임으로 꼽는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꼼수의 상당수를 당시 혼자 몰두해서 알아냈다고 하는 작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금도 가끔 그리워지면 다양한 버전으로 플레이한다. 당시 어머니는 하루 1시간으로 게임 시간을 제한했다. 그러나 친구나 친척이 놀러와서 2인용으로 게임을 같이 한다면, 그건 좀 예외였다. 부모 입장에서 볼 때, 자식이 혼자 게임에만 집착하고 있으면 그건 문제로 보이지만, 안전한 가정에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게임을 소재로 교우활동을 하겠다는 것을 제한할 이유는 크지 않았던 거다. 그 시절의 게임엔 대개 2인용 설계가 많았다. 굳이 그런 설계가 아니어도 되는데 많이들 그랬다. 왜였을까? 오락실의 경쟁 문화가 이식된 것이겠지만, 당시 게임 산업이 내가 했던 것과 같은 경험을 염두에 두면서 ‘가정’이라는 키워드를 겨냥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때 게임기는 어쨌든 아이들을 겨냥한 것이었고, 구매력은 부모가 갖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게임이 몇 인용이든, 코옵 기능이 있든 없든 사실 상관은 없었다.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왔던 것처럼, 나도 다른 집에 놀러가는 일이 많았다. 나는 ‘현대컴보이’를, 친구는 ‘패밀리 컴퓨터’를 갖고 있는데도 같은 게임이 돌아가는 것에 신기해 한 기억도 있다. 초등학교 4~5학년 즈음 친구가 된 은호는 부러운 녀석이었다. ‘현대 슈퍼 컴보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서운 형들과 마주칠 각오를 하고 오락실에 가야 할 수 있던 <스트리트 파이터2>가 돌아가는 게임기다(그게 꼭 같지 않다는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기회가 될 때마다 은호네 집에 가서 즐겼다. <동킹콩 컨트리>를 할 때에 특히 신이 났다. 그러나 이 때는 역시 게임기 주인이 갑… 그러니까 사적 소유에서 비롯되는 권력이라는 세상의 엄혹한 규칙을 체감한 시기이기도 했다. 은호가 갑자기 <파이널 판타지> 같은 롤플레잉 게임을 하겠다고 나오면 그저 뒤에 앉아서 구경을 하거나 응원을 보내는 신세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언제 다른 게임 하나 생각하면서…. 은호가 <메탈맥스2>를 하면서 길을 막고 있는 개를 비키게 하기 위해 개사료 아이템을 선택하던 광경이 아직도 기억난다. 여기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이 있을 수 있다. 한글 게임이 아니잖는가? 초등학생이 일본어를 알았을리는 없고, 게임잡지의 공략집을 봐야 했다. 그렇다. 은호네는 게임-인프라가 아주 풍부했다. 왜냐면 그에게는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 형이 <메탈맥스2>를 하면 은호는 뒤에서 구경을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의 처지를 정당화 해보려고도 했다. 사실 안 보이는 데에선 은호도 힘들거야. 체구도 작고 하니까 말이지. 뒤에서 구경한 경험을 말하자면 다운이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초등학교 5학년 즈음에 친구가 된 다운이는 386 컴퓨터를 갖고 있었다. 그의 집에 가서 <커맨더 킨>, <둠> 같은 게임을 2인용 게임 느낌으로 번갈아 가면서 했다. 죽으면 내 차례가 오는 것이다. 문제는 다운이가 <프린세스 메이커 2>를 실행할 때였다. 그건 도저히 둘이서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다소 무의미한 토론을 해가면서 <프린세스 메이커2>를 둘이서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물론 내 역할은 별로 도움 안 되는 조언과 감탄을 내뱉는 정도로 제한되었지만. 이렇게 돌아보니 코옵의 경험이라는 것은 게임 설계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반적 시대상의 반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에는 코옵의 형태가 새로워지기 시작했다. ‘게임방(PC방을 이렇게들 부르기도 했다)’에 가서 다들 <스타크래프트>를 하기 시작했던 거였다. 온라인 게임을 굳이 모여서 한다는 것은 논리로만 보면 비합리적인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당시 각 가정에서 접속한 인터넷 품질 등의 기술적 문제를 고려하면 역시 PC방에 모이는 게 합리적이다. 이것 말고 문화적 요인도 있다. 앞서 잠시 언급한 오락실 문화가 PC방에서 재현된 것이다. PC방에서 게임애호가들은 경쟁하고, 서로의 실력을 평가하고, 싸우고, 친해졌다. 가끔 군것질도 함께 하면서. 대학생이 되자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PC방의 존재감은 강력했다. 방학이 되면 PC방에 초등학생들이 넘쳐나게 될테니 걱정이란 우스개가 유행할 정도였다. 그러나 집에서 온라인으로 코옵의 경험을 대체하는 경우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도 이 때다. 김대중 정부가 정보통신 중시 정책을 펼친 결과다. 나는 퀘이크3 엔진을 활용한 <울펜슈타인: 에너미 테리토리>라는 FPS 게임에 열광했다. 이 게임은 오늘날의 <오버워치>와 비슷한 느낌으로, 각자 특성이 다른 클래스 중 하나를 각자가 알아서 선택해 공동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돼있다. 엔지니어가 벽을 폭파할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는 동안, 중화기를 다루는 클래스들이 이를 방어하고 위생병이 뒤를 받쳐 주면서 비밀요원이 적의 후방을 교란하는, 그런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각 클래스가 요구하는 게임 센스가 다르다 보니 게이머 개인의 적성이 중요했고, 그래서 누가 무슨 클래스를 선택하느냐가 관건이 되었다. 가령 이 바닥에서 명저격수로 이름을 떨친 ‘부림’님이 접속하면, 다른 사람들은 되도록 거기에 맞춰서 나머지 클래스를 구성하는 것이다. * 설치한 다이너마이트는 상대팀 엔지니어가 해체할 수 있었다. 물론 해체하기 직전 타이머가 다 돼 폭사할 수도 있었기에, 실제로 손에 땀을 쥐어야 했다. 이런 방식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팀웍을 맞춰야 했기에 유저들끼리 IRC 채팅창이나 따로 마련된 커뮤니티에서 사이가 돈독해지는 효과도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싫어하던 내가 온라인에서 결성된 팀에 가입해 ‘정모’라고 불렀던 오프라인 모임에도 나갈 정도였다. 물론 이 내에서 여러 사건 사고도 있었지만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의 반영이었고, 기본은 오프라인의 경험이 온라인으로 옮겨 갔을 뿐이라는 느낌이었다. 오프라인에서의 코옵 경험을 온라인에서 대신 하는 것일 뿐이란 거다. 이 시기 전반적 인터넷 문화가 그랬다. 온라인이 더 넓고 더 다양한 사람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고 이것이 독자적인 온라인의 문법과 문화를 만들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여전히 오프라인과 연결돼있는 상태였다. 또, 이 시기 인터넷 문화에는 이전 PC통신 문화의 흔적도 여러모로 남아 있었다. 게임 문화에도 비슷한 도식을 적용할 수 있다. 이전 단계 문화와의 연속성이 맥락으로서 존재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때까지 코옵의 경험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를 개념적으로 연결한 활동으로 가능했다. 맥락의 큰 단절이라 할만한 흐름은 스마트폰, SNS, 유튜브 시대에 이르러 왔다. 이 시기 인터넷은 초연결의 시대에 도달한 후 마치 압력이 가득한 풍선이 뻥 터지는 것처럼 되었다. 원심력이 강화되면서 개별화, 파편화, 탈맥락화가 인터넷 문화의 핵심이 되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을 통해 자신만의 타임라인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다들 소비자로서 듣고 싶은 것을 듣고 보고 싶은 것을 보며, 말하고 보여주는 사람 역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고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부모들은 ‘보육’의 측면에서 게임을 활용하더라도, 더 이상 2인용이 기본인 콘솔 게임기를 아이에게 사주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훨씬 효과적인 도구이다. 물론 여기에 코옵은 없거나 아주 희미하다. 게임애호가 소년 소녀들은 친구집에 놀러가서 함께 게임을 하기 보다는 자기 집에서 네트워크를 활용해 게임을 즐긴다. 이 경험에 디스코드 등을 통한 소통에 근거한 활동이나 온라인을 통해 새로 알게된 사람들과의 코옵이 없지는 않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인스턴트’화 된 면이 크다. 서로 간의 접속이 쉽게 되고 쉽게 끊긴다. 앞서 서술한 나의 경험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글의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코옵’의 의미를 크게 잡으면 더욱 그렇다. 굳이 친구집에 가서 게임을 한다고 해도 환경의 변화로 선택이 제한적이다. 어디까지나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대체할 게임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락실은 거의 멸종했다. 어깨 너머로 게임기 주인의 플레이를 구경하며 침을 삼켰던 아이들은 이제 게임 유튜버의 방송 화면을 보며 게임을 간접 체험한다. 오히려 게임 내 캐릭터들이 자기들끼리, 마이클과 프랭클린과 트레버가 코옵의 경험을 나누는 세상이다. 여럿이 모여 게임을 경험한다는 컨셉을 하드웨어 설계에까지 반영하면서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닌텐도가 거의 유일해 보인다. ‘라떼는~’ 하려고 꺼낸 얘기는 아니다. 세상이 변했다면 변한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시대에는 이 시대에 맞는 해법이 늘 있는 것이다. 다들 잘 하고 있겠지. 그러나 그래도 영포티 아저씨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자랄 때는 게임이 나름대로 훌륭한 사회화 도구가 됐던 것 같기도 한데…. 새로운 세대의 코옵 도구라고 볼 수 있을 <로블록스>에서 최근 일어난 몇 가지 사건(윤 어게인 시위 등)을 떠올리며 괜히 시사적인 데로도 생각이 간다. 그렇잖아도 에코챔버니 확증편향이니 하는 시대가 아닌가. 이 시대의 매체가 그런 효과를 만들어 냈다면, 게임이라고 그런 흐름에서 자유로울 리가 있겠는가? 그러고보니 어떤 나라에선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한다고 한다. 그런 일이 대세가 되면 다시 슈퍼마리오의 시대가 올까? 아니면 더 강력한 백래쉬(?)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만드는 결말로 가는 것일까? 괜한 걱정인가? 역시 나이를 먹은 것일 게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시사평론가) 김민하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시사평론가로 활동하지만 게임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게이머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 『냉소사회』, 『레닌을 사랑한 오타쿠』, 『돼지의 왕』이 있고,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우파의 불만』, 『트위터, 그 140자 평등주의』 등의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최근작으로는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가 있다.

  • [인터뷰] 구독 서비스가 게임에 가져올 변화: 스튜디오 사이 유재현 대표

    넷플릭스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에 기꺼이 구독료를 내고 영상물을 시청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게임 구독 서비스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게임 구매와 다운로드 형식이 ‘구독 서비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의 선두 주자로 나선 것은 글로벌 게임 업체인 소니와 닌텐도였다. 지금은 애플까지 합세해 게임 구독 서비스를 둘러싼 플랫폼 경쟁이 점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게임 구독 서비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게임 구독 서비스가 기존의 게임 구매나 다운로드 형식을 대체하게 된다면, 이러한 유통 방식의 변화는 게임 텍스트에 어떤 영향을 줄까? < Back [인터뷰] 구독 서비스가 게임에 가져올 변화: 스튜디오 사이 유재현 대표 09 GG Vol. 22. 12. 10. 넷플릭스의 성공은 미디어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넷플릭스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에 기꺼이 구독료를 내고 영상물을 시청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게임 구독 서비스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게임 구매와 다운로드 형식이 ‘구독 서비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의 선두 주자로 나선 것은 글로벌 게임 업체인 소니와 닌텐도였다. 지금은 애플까지 합세해 게임 구독 서비스를 둘러싼 플랫폼 경쟁이 점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게임 구독 서비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게임 구독 서비스가 기존의 게임 구매나 다운로드 형식을 대체하게 된다면, 이러한 유통 방식의 변화는 게임 텍스트에 어떤 영향을 줄까? 구독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임 개발자는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게 될까? 혹시 구독 서비스는 게임 개발자에게 또 다른 고민을 얹어주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게임 구독 서비스는 비단 산업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생산자(개발자)와 수용자(게이머) 모두에게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질문들을 품고 편집장은 게이머이자 1인 개발자인 스튜디오 ‘사이’의 유재현 대표를 만나고 왔다. 편집장: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걸어오신 행보를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유재현 대표: 안녕하세요. 스튜디오 ‘사이’(Studio Sai)의 유재현입니다. 저는 VFX 아티스트와 테크니컬 아티스트(Technical Artist)로 디즈니, 라이엇, 댓게임컴퍼니, 그리고 애플 등에서 일하다 현재 스튜디오 사이를 창립했습니다. 현재는 1인 개발자로 ‘이터나이츠(Eternights)’를 만들어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편집장: 게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여쭤보겠습니다. ‘이터나이츠’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 게임을 독자분들께 한두 마디로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유재현 대표: 예. 간단히 말하자면, 데이팅 액션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장: 데이팅 액션 게임이요? 유재현 대표: (하하) 다들 데이팅 액션이라 하면 그렇게 반응하시더라고요. 근데 말 그대로 정말 데이팅 액션 게임이고요. 조금 더 설명해드리자면, 10대 청소년들이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살아남으면서 데이팅도 하고, 연애도 하면서 살아가는 소년 성장물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스튜디오 ‘사이’에서 개발중인 데이팅 액션 게임 ‘이터나이츠(Eternights)’ 편집장: 방금 말씀해주신 게임인 이터나이츠는 어떤 플랫폼에서 출시를 생각하고 계실까요? 1인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떤 플랫폼에 어떤 방식으로 유통시킬 것인가가 중요할 것 같아요. 유재현 대표: 이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신경 쓸 게 많아지기는 했어요. 플랫폼마다 버튼 레이아웃이 달라지기도 해서 그런 걸 신경 써야 하기도 하고요. ‘이터나이츠’는 작년 말쯤에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콘솔 독점작이 됐어요. 콘솔로는 플레이스테이션만 나갈 예정이고요. 그리고 PC로는 스팀(Steam)하고 에픽 스토어(Epic Games Store) 이렇게 두 군데에 출시하게 될 예정입니다. 편집장: 사실 1인 개발자로서 게임을 제작하고 출시하는 입장에서 이전하고 많이 다른 게 있다면 구독 서비스잖아요. 예전에는 게임을 출시할 때, 게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인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로 올리거나, 프리 투 플레이(Free To Play)를 하게 하되, 인앱(In-App) 결제를 통해 수익을 낸다가 있었는데 구독이라는 개념은 너무 다르잖아요.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이터나이츠를 출시하게 된다면, 게임 내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유재현 대표: ‘구독 서비스로 출시해 보겠냐’는 제안이 오면 엄청 좋을 것 같기는 해요. 근데 걱정이 들기도 하겠죠. 지금 만들어 놓은 이 게임의 경우는 보통 돈을 지불하고, 그만큼의 시간을 들이겠다고 어느 정도 결정한 사람들이 시작하게 되잖아요. 그 플레이어들이 예상하거나 기대하는 페이스가 있을 테고. 게임의 호흡도, 예를 들어서 지금 저희 게임은 신나는 액션이 처음 등장하는 타이밍이 게임 플레이하고 7~8분 후 정도예요. 이런 식으로 게임 유저들을 세계관 안으로 좀 더 끌어들인 다음 액션을 보여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전체적인 디자인을 했는데, 구독 서비스로 출시된다고 하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첫 액션까지 그렇게 기다리지 않을 것 같거든요. 아마 2, 3분? 그것도 루즈할 것 같아요. 심지어는 한, 45초 안에 뭔가를 보여 주는 식의 인터랙션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구독 서비스를 하면, 지원되는 게임이 많으니까 여러 가지 선택지가 열리잖아요. 이 게임 잠깐 하고, 다른 게임 할 수도 있는 거고. ‘찍먹’이라고 하죠? ‘찍먹’ 해도 돌아올 만큼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건 호불호의 영역이고요. 그러니까 대중들이 짧은 시간 안에 게임을 오래 플레이할 수 있도록, 그런 장치들에 신경 쓰는 세세한 디자인이 가장 필요하겠다. 아마 그런 쪽의 고민이 가장 많이 들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럼 기존의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같은 구독 서비스로 출시되면 게임 콘텐츠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유재현 대표: 그건 잘 모르겠어요. 방금 전에는 인스톨하지 않은 상태로 구독 서비스로만 플레이하는 게임의 경우를 말씀드린 거거든요. 근데 인스톨이 전제된 구독이라고 해도 좀 신경 쓰이긴 하겠어요. 구독 서비스라고 하면 아무래도 플레이 초반에 들어가는 큰 액션들에 확실히 신경 쓰고, 앞부분을 좀 더 타이트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리얼 타임으로 플레이어가 빠르게 해야 하는 것들을 많이 추가하고, 플레이어를 붙잡아 둘 수 있게 즉각적인 리워드를 준다거나. 어떻게 보면 선정적인 부분이나 잔인한 부분 같은 게 많아지지 않을까, 하고 좀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네마틱한 비주얼 요소들이 분명 초반부에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편집장: 한편으로는, 게임이 갖고 있는 특수성 중 하나로 상호적인 교류가 있잖아요. 이것들이 구독 서비스에서는 조금 다르게 나타날까요? 유재현 대표: 저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메카닉적인 부분이 달라지는 만큼 게임을 어필하는 방식이 기존과는 달라져야 하는 것 같거든요. 좀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제가 그런 상황에 놓여서 게임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리액션 측면을 풀어야 하는 과제처럼 받아들일 것 같아요. 편집장: 게임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그런 결제 서비스에 영향을 받는 게 굉장히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게임이 원래 보여 주고자 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그걸 수정해야 하니까요. 결제, 구독이라는 게 애초에 게임 텍스트 외부 원인이기도 하고요. 만약 구독 서비스 때문에 게임을 수정해야 한다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아쉬움도 크실 것 같습니다. 유재현 대표: 아쉬움보다도, 어떻게 보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따라가야 하는, 배워야 하는 흐름 같기도 해요. 꼭 게임에서의 구독 서비스 때문이 아니고 모든 매체나 모든 콘텐츠가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아요. 한두 장 넘기고 더 읽을지, 안 읽을지 결정할 수 있는 독서 플랫폼이 있는 것처럼?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 도중에 리턴 하는 건 정말 자기 마음이잖아요. 결국 유저를 사로잡는 건 제작자의 역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일종의 ‘훅’을 초반에 잘 넣는 게 필요한 것 같고요. 플랫폼 변하는 만큼 저도 이것저것 배워 나가야겠죠. 편집장: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런 변화가 게임만의 변화가 아니기는 해요. 텍스트 디자인의 요소가 포함되는 영역에서 이런 변화가 많이 발견되는 것 같고요. 그런데 말씀 듣다 보니까, 제작자 말고 게이머로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가 좀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게임의 경우는 제작자가 가상공간을 만든다는 인식이 강하기도 하고, 현실과는 독립적인 ‘만들어진 세계’로 오랫동안 생각되어 왔잖아요. 그런데 부분 유료 결제나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게 되면서 게임이 완전히 독립적인 세계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하거든요. 이용자들도 그런 부분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이고요. 구독 서비스를 사용해 보셨나요? 유재현 대표: 저는 구독 서비스를 써 본 적이 없어요. 애플만 잠깐 써 봤고, 아직까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하는 게 익숙한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럼 또 궁금해지네요. 구독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아시는데도 사용해 보지 않았던 이유가 있을까요? 유재현 대표: 저는 약간, 게임을 소유하는 게 좋아요. 확실히. 피지컬이든, 디지털이든. 얼마 전에 한국 들어갔을 때에도 게임 타이틀을 한 70개 사 왔어요.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들이에요. 단순히 ‘게임 산업이 잘 되어야 한다’ 이런 의견 때문이 아니라 정말 개인적으로 갖고 싶어서요. 재미있어 보이면 가지고 싶어요. 물론 플레이 하면서 리턴 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아무튼 저는 마음에 들면 피지컬로 가지고 싶고, 좋아하는 게임은 소유하고 싶고 그래요. 편집장: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경우도, 이번에 플레이스테이션 5를 출시하면서 디지털 에디션을 따로 만들었잖아요.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스팀 이후에 ESD 플랫폼이 보편화되고 나서는 ‘소유’의 개념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를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온라인에서, 디지털 계정에 게임 플레이 권한을 가지는 걸 소유로 보기도 하고요. 두 가지 소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재현 대표: 저는 온라인 소유도 소유라고 봐요. 디지털도 많이 소유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구독은 뭔가 불안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구독이라는 게, 내가 확실한 개런티를 가지는 게 아니기도 하고, 좋아하는 게임이 언제든지 구독 클러스터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마치 제가 좋아하는 물건을 항상 누군가에게 맡겨 놓은 상태? 그 느낌이 싫은 것 같아요. 편집장: 말씀하신 걸 생각해 보면 구글, 애플과 플레이스테이션 앱의 차이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라이트하고 캐주얼한 게임이냐, 아니냐의 문제? 애플 아케이드는 하이퍼 캐주얼에 가까운 게임들로 구성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게임들은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요? 유재현 대표: 저는 갖고 싶다는 감정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경험이나, 경험의 무게랑 관련된다고 생각해요. 보통은 그 무게가 스토리의 유무로 많이 갈리는 것 같고요. 게임을 플레이하고, 게임 스토리에 정말 공감하면서 그 게임 안에 살아 들어갔다가 나온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그러면 되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겠죠. 아무래도 저는 게임이 얼마나 라이트하든 게임하면서 유의미한 감정적 울림 같은 걸 느끼면 피지컬 카피라도 갖고 싶거든요. 물론 사람마다 너무 다르겠지만. 아무튼 게임은 상품이고, 그러다 보니까 입소문에 의해서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 식으로 주변에 영업하게 되는 가장 큰 동기 중에 하나가, 게임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감정적인 흔들림인 것 같아요. 그걸 만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툴 중 하나가 스토리라고 생각해서 그쪽에 집중하게 되고요. 이런 요소들이 있다면 저는 기꺼이 피지컬 카피라도 살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럼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요. 북미에서 개발을 하고 계시다 보니 주변에 다른 개발자들도 있으시잖아요. 그분들과도 구독 같은, 어떤 유통 플랫폼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시나요? 유재현 대표: 하긴 해요. 그런데 자기가 포커스 하는 시장이 나눠져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지금 게임 시장이 크고, 플레이어 풀이 엄청 크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다들 자기 취향에 맞는, 자기 스타일의 게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 같아요. 다들 자기 취향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나 같은 사람이 많겠지, 내가 좋아할 만한 게임을 만들면 이 정도 되는 플레이어들 중에서 이걸 할 만한 사람이 어느 정도 확보되기는 하겠지’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편집장: 제작자로서, 혹은 이용자로서 느끼시는 한국과 북미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한국형 MMORPG라고 부르는 게임들, K-게임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잖아요. 페이 투 윈(Pay to Win)이 강한 게임들. 북미에서는 이런 게임들이 대세가 된다거나, 그런 분위기라는 게 있을까요? 유재현 대표: 아무래도 여기는 좀 더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경우는 유저들이 불만이 쌓이거나, 하면 이슈가 되잖아요. 커뮤니티에서 많이 회자되는 메인 이슈랄 게 있고. 그런데 여기는 ‘아, 저쪽에서 저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느낌으로 보고 넘기는 분위기예요.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없어요. 사람이 많아서일 수도 있는데, 확실히 다양하다는 느낌이 있어요. 편집장: 한국은 페이 투 윈이 주류가 되다 보니까 게임 관련 이슈가 더 크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북미는 풀이 다양해서 독점적인 모델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듣다 보니 생각하게 되는데, 북미가 그런 상황이라면 구독이라는 서비스가 새로 생기더라도 확실히 한국이랑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겠네요. 애플 아케이드 같은 건 어때요? 북미에서는 많이 결제하나요? 유재현 대표: 많이는 아닌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3개월 구독하고 끊었는데, 구독한 이유도 독점작 때문이었어요. 독점작이 재미있어 보였거든요. 편집장: 그러면 제작자 입장에서 구독 서비스가 충분히 어드벤티지가 있는 시장 플랫폼이라고 보시나요? 어떨까요? 유재현 대표: 주변 개발자 스튜디오들 보면, 구독 서비스로 게임을 서비스하게 되면 일종의 미니멈 개런티를 받는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미니멈 개런티를 받고 게임을 팔게 되는 거잖아요. 그걸 받고, 플레이 시간이 3만 시간 이상 축적되면 다른 방식의 개런티를 받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되면 아까 처음에 제가 말씀드렸던 ‘초반에 플레이어 사로잡기’, 이건 첫 번째 관문이겠죠. 그 다음부터는 사람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붙잡느냐, 얼마나 오래 플레이하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가치가 정해지는 거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구독 서비스에 좀 회의적인 편이에요.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게임을 출시한다고 하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내가 만들고 싶은 방식의 인터랙션이나 호흡에 신경 쓰는 것보다도 플랫폼 성향에 맞춰서 자극적인 게임을 디자인하는 게 중요해지는 것 같거든요. 제작자들도 다 먹고 살려고, 정말 죽기 살기로 게임을 만드는 건데 게임 가치가 그런 식으로 정해지게 되면 아무래도 이전에 느꼈던 감성적인 게임을 재구현하거나 창조하고 싶다기보다는 스킬, 비주얼, 이런 자극적인 디자인을 우선시하게 되겠죠. 편집장: 지적하신 문제는 획일화에 관련된 것 같아요. 결국 구독 시장 안에 들어가서 다른 콘텐츠와 시간 점유 경쟁을 벌일 때 유리한 게임이 구독 서비스 내에서는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나 보네요. 유재현 대표: 예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런데 저는 좀 다른 고민도 있어요. 구독 서비스 게임들은, 아무래도 유저 입장에서는 한 달에 정액을 내기 때문에 게임을 굳이 오래 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되기 쉽잖아요. 그러면 너무 라이트한 게임들만 남게 되지 않을까? 아까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내러티브가 중심이 되는 게임들은 최소 플레이 타임을 할애해야 하고요. 이런 게임들은 초반에 확 끌어당기는 요소들을 보여 주지 못하면 끝까지 플레이하기 힘든 게 사실인데, 앞부분이 잔잔해야 절정 부분의 임팩트가 큰 게임들은 구독 서비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유재현 대표: 힘들죠. 사전 정보가 없으면 진짜 힘들죠. 이 게임 끝까지 하면 분명히 가치가 있다는 걸 아니까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정보가 없으면 비주얼로 정말 휘어 감든지, 아니면 메카닉이나 스토리로 휘어 감든지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웹소설이나 웹툰이 딱 비슷한 예시인 것 같은데, 한 화만에 구독자를 휘어잡는 게 필요하니까요. 그 정도의 자극적인 시작 부분이 게임에서도 필요할 것 같긴 해요. 편집장: 어떻게 보면 구독 결제의 대표적 사례로 웹소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제목에서 다 보여 주고요. ‘만렙 전사가 이세계로 가다!’ 이런 식으로요. 게임에서도 네이밍이 그렇게 중요해질까요? 유재현 대표: 비슷한 현상은 충분히 있을 것 같아요. 제목뿐만 아니라 타이틀 이미지도 그렇고, 마치 유튜브나 스팀에서 타이틀 이미지, 썸네일 구경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사람들이 써 놓은 디스크립션의 첫 부분을 많이 보게 되니까, 딱 라이트 노벨 제목처럼 정보가 많이 압축된 홍보가 필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편집장: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라이트한 게임들이 구독 서비스와 잘 어울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구독 서비스가 헤비 게이머를 위한 서비스가 아닐 수도 있겠어요. 유재현 대표: 맞아요. 또 좀 헤비 게임을 즐기는 분들은 플랫폼별로 카피를 갖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엑스박스용, 플러스용, 스위치용, 이런 식으로. 필연적으로 스토리가 길어지는 게임들은 애플 아케이드 같은 구독 서비스랑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거랑 반대로 좋은 예가 있는 게, itch.io ( https://itch.io/)라는 플랫폼이 있거든요.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가지 게임을 해 볼 수 있는데, 정말 훌륭한 내러티브 구성으로 15분 남짓이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이 몇 개 있었어요. 그런 게임들은 구독 서비스랑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런 게임만 묶어 놓은 구독 서비스가 있다면 무조건 할 것 같아요. 편집장: 말씀하신 것처럼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게임을 제공하게 되면 사람들의 주목도를 끌기 위해서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지겠죠. 마케팅 부서나, 퍼블리싱이나, 이런 일을 함께해 줄 담당자가 없는 1인 개발자에게는 수익 측면의 고민이나 부담도 생길 것 같아요. 노동 강도와 수익이 정비례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유재현 대표: 아직은 조금 판단하기 힘든 것 같아요. 확실히 툴은 더 좋아지고 있고, 이전에 비하면 게임 개발도 훨씬 수월해지고 있거든요. 물론 잘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에 스킬을 계속 쌓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개발 자체가 수월해진 게 크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마케팅 같은 것들은 힘들기야 하겠지만, 한 번 하면 또 익숙해질 거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편집장: 그렇군요.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하태현 문화와 역사, 종교와 게임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임을 즐깁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 궁리하며 살고 있습니다.

  • 남성향 연애 게임에서의 '사랑'

    사랑을 게임 속에 재현해보고자 처음 시도됐던 남성향 연애 게임은 사랑 그 자체보다도 점차 게이머의 즐거움을 유발할 수 있도록 ‘게임성’에 집중하고자 했고, 이는 어느 정도 연애 게임의 진화된 모습으로 정착될 수 있었다. < Back 남성향 연애 게임에서의 '사랑' 16 GG Vol. 24. 2. 10. 디지털 게임에서 사랑을 가장 중심으로 삼는 장르는 역시 연애 게임일 것이다. 2018년도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실시된 닛케이 신문과의 연계 워크숍에서 대학생들이 연애 게임에 대한 조사 1) 를 실시한 바 있다 . 이 조사에 응답한 사람의 52%가 연애 게임을 해봤다고 진술했다. 절반이 넘는 수치이다. 조사를 주도한 학생들은 응답 결과와 함께 응답자들의 짧은 인터뷰, 연애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의 의견을 종합해, 연애 게임의 인기 요인을 ‘게임에서만 가능한 연애’와 ‘스토리나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로 보았다. 이들은 ‘연애 게임의 고유성’을 통해 연애의 이상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해주고, 연애의 형태가 이로부터 진화하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들은 단순히 연애나 사랑을 경험하거나 더 잘하기 위해 연애 게임을 즐기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게임 속 연애를 현실 연애의 간접 경험이 아닌, 게임 플레이 그 자체로 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연애 게임은 연애와 사랑을 어떻게 다루고 있기에 이러한 해석을 할 수 있었을까? 앞서, 연애 게임이라는 장르를 정의하는 것은 꽤나 난제다. 큰 하위 장르로는 크게 연애 어드벤처와 연애 시뮬레이션이 있다. 우선, 연애 어드벤처는 연애를 테마로 한 텍스트 어드벤처다. 1980~90년대 텍스트 어드벤처의 유행 속에서 연애를 소재로 만들어진 게임들을 가리킨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장르적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원조 격으론 엘프(elf)의 1992년 작품 <동급생(同級生)>이 있다. 시나리오 속 선택지를 통해 자신만의 연애 스토리를 달성해가는 연애 어드벤처 방식은 오늘날의 연애 게임에서도 가장 많이 시도된다. 연애 시뮬레이션은 코나미의 1994년 작품인 남성향 연애 시뮬레이션 <도키메키 메모리얼(ときめきメモリアル)>를 시작으로 시작으로 발전해왔다 2) . 해당 작품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능력치를 통한 호감도 시스템은 롤플레잉이나 육성 시뮬레이션에서 채용하던 캐릭터 육성 시스템을 연애에 맞게 바꾼 형태였다. 한국에서도 이 게임을 통해 속칭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3) 라는 용어가 널리 퍼졌다. 이러한 점에서 실질적인 ‘연애 시뮬레이션’은 주인공이나 주변 캐릭터의 육성, 성장과 같은 관리 요소와 텍스트 어드벤처 요소를 결합해 연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 하는 장르를 의미한다. 간략하게 소개했지만, 연애 게임의 계보나 장르적 특성을 정리하는 것은 여러 논의를 통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그 시초인 연애 어드벤처와 연애 시뮬레이션을 아우르는 남성향 연애 게임에서 연애와 사랑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에 집중하고자 한다. 연애 게임에서 흥미로운 점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연애 게임의 시작이 ‘남성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연애 게임은 단순히 남성 게이머만의 장르는 아니기도 하다. 여성 게이머를 타겟으로 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 시장은 지금에 와서 남성향과 견줄 만하다. 그렇다면 남성향 연애 게임은 여성향과는 무엇이 다를까? 기본적인 게임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연애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 여러 요소를 육성하며 플레이하거나, 텍스트 어드벤처 형태로 주어진 선택지를 골라가며 자신만의 연애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남성향이나 여성향 모두 같은 구조, 형태로 디자인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남성향의 경우 일반적으로 게이머가 남성 주인공 캐릭터가 되어 여러 여성 캐릭터 중 한 명을 선택해 연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여성향은 대체로 반대 구도를 채택한다. 등장 인물이나 인간관계 구도 외에도 세세하게는 게임이 채택하고 있는 세계관이나 설정 등 소재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다만, 두 성향의 차이로 제시된 소재나 설정에서 한 가지 오해하기 쉬운 것은 흔히 판타지 세계관이나 요소 등이 남성향에 치우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성향의 경우에도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 시초인 <안젤리크> 역시 이른바 정통 판타지를 채택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판타지라는 설정이 남성향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그러나 판타지를 ‘가상, 상상’이라는 의미로 볼 때, 남성향은 더욱 게임적인 판타지를 띠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같은 스포츠 중심의 현대풍 판타지 세계관인 작품이라고 해도 남성향인 <푸른 저편의 포리듬(蒼の彼方のフォーリズム)>과 여성향인 <프린스 오브 스트라이드(プリンスオブストライド)>는 판타지의 '농도'가 다르다. <프린스 오브 스트라이드>는 계주를 소재로 한 가상의 스포츠 ‘스트라이드’를 중심으로 한다. 스트라이드는 현실에서도 접할 수 있는 계주와 골자는 같다. 그에 반해, <푸른 저편의 포리듬>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안티 그래비티 슈즈’를 중심으로 한 ‘플라잉 서커스’라는 가상의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다. 전제부터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는 설정과 세계관이다. 흔히 우리가 “게임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할 수 있는 소재이다. 물론 이런 경향이 일반화될 수는 없지만, 남성향의 취향을 반영하는 극적인 설정이나 테마가 적극적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아마 남성향이 갖는 특징 중 하나인 강조된 가상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푸른 저편의 포리듬> 4) <프린스 오브 스트라이드> 5) 연애 게임의 서사는 연애의 달성, 즉, 사랑의 결실이라는 단순 명쾌한 목표를 제시한다. 연애 어드벤처 또한 시뮬레이션 요소만 없을 뿐, 오히려 이런 시나리오는 더욱 강조된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의외로 남성향 연애 게임의 경우, 게임을 끝낸 후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감상은 연애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리뷰를 봐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게임들이 감동적이고, 로맨틱한 사랑의 쟁취를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엔딩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연애 게임의 대단원이 주는 것은 ‘즐거움’이다. 어째서 적극적으로 사랑을 테마로 하는 게임을 하는 데도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일까? 이는 앞서 언급한 남성향의 가상성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다. 작품들의 플롯을 보고, 플레이하기 시작하면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어떤 스토리일까?’, ‘어떤 캐릭터가 있고, 누구를 공략할까?’일 것이다. 그 이유는 게이머가 스토리를 이해하고 진행하기 위해 제시된 설정과 조건들, 각각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특징들을 익히는 과정에서 드라마틱하게 ‘비현실’적인 정보들을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통해 게이머는 게임임을 인식하게 된다. 앞으로 겪게 될 사랑과 연애는 점차 현실적이지 않게 된다. 게이머 자신이 온전히 게임 속 주인공을 연기할 순 있지만, 현실에서 느끼는 사랑과는 멀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이 ‘게임적 인식 프레임’을 형성한다(井上, 2007). 게임 시작 지점에서 조금 더 진행을 하게 되면, 여성 캐릭터와의 여러 이벤트가 발생한다.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면서 발생한 이벤트일 수도 있고, 게이머 자신이 고른 선택지를 통해 유도된 것일 수도 있다. 이벤트는 시나리오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게이머는 앞서 형성된 게임적 인식 프레임을 통해,이 플레이가 현실의 연애가 아닌 ‘공략’을 위한 플레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여기서 게이머는 이벤트를 위해 자신만의 ‘공략 루트’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연애 게임의 ‘즐거움’임을 인지한다(江, 2019). 이 과정에서 시나리오는 게이머가 게임에 몰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게임 플레이 그 자체의 결과가 되기도 한다. 게이머 자신이 게임에서 사랑과 연애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과는 달리, 주어진 게임의 목표를 달성하여 얻게 된 것이 시나리오다. 즉, 게이머는 자신의 플레이 결과로써 시나리오를 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게임이 주는 사랑과 연애의 경험은 온전히 게임 속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여성향도 똑같은 거 아닌가?’ 그러나 여기서 다른 점은 여성향 연애 게임이 ‘캐릭터의 감정 서사’와 이른바 ‘노벨 게임화’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궤적을 꼽을 수 있다(小出·尾鼻, 2018). 즉, 여성향 게임이 제공하는 주요한 플레이의 강조점이 서사 전달이라는 것이다. 더 좋은 시나리오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과 연애라는 서사를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여성향 게임의 목표에 가깝다. 다시 남성향으로 돌아가보자. 지금의 남성향이 추구하는 시나리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성장이다. 청춘의 우정에서 사랑으로, 미흡하던 모습에서 되고 싶은 자신으로 점차 발전해 나가는 스토리이다. 이는 마치 롤플레잉 게임의 주인공 서사처럼 점차 영웅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리는 것과 같다. 게임이 제공하는 선택지는 단순히 상대방의 호감을 사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되고 싶었던 모습으로의 변화를 가능케 한다. 이 결과, 게임의 엔딩은 '완벽한 자신'과 '사랑의 결실'이라는 두 가지 값으로 수렴한다. 남성향 연애 게임의 이러한 서사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게이머의 게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다. 강조된 판타지적 소재와 세계관, 캐릭터와의 갈등 구조, 역경의 극복 등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보다 게임적으로 강조하는 요소가 된다. 시뮬레이션 플레이만 해도 일련의 텍스트로 정리되진 않지만, 게이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시나리오 라이팅이기도 하다. 게임 디자인도 게이머의 적극적인 플레이를 상정한다. 즉, 남성향 연애 게임은 사랑의 획득 방식을 게임적으로 제공한다. 이를 위해 개발자들은 초창기 연애 시뮬레이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게임성’을 다시금 불러온다.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사랑이라는 요소를 게임 플레이로 치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점차 게이머의 적극적인 게임 플레이를 강조하는 작품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썸썸 편의점>과 같은 경영 시뮬레이션이 접목되어 있는 게임이나, DLSITE나 스팀의 일본 인디 연애 게임에서 연애 시뮬레이션에 RPG나 ‘서바이버즈 라이크’ 등을 접목하여 게임성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호감도를 얻게 되거나, 필요한 능력치나 아이템 등을 얻게 되기도 한다. 혹은 이러한 파트 이후 여러 이벤트들을 발생시키면서 다시 연애 어드벤처로 유도하는 방식 등을 교차적으로 활용한다. 테일즈샵의 <썸썸 편의점> 경영 파트(출처:스토브 인디) 남성향 연애 게임에서 연애와 사랑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분명하게 연애의 경험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를 다루는 방식은 매우 게임적이다. 사랑은 그러한 연애를 서포트하기 위한 순간순간의 파라미터처럼 작동한다. 즉, 남성향 연애 게임에서 연애와 사랑은 게임 플레이이자 게임의 목표, 목적이 된다. 특히 사랑은 단순히 좋아한다는 감정이나 개념으로써 작동하는 것이 아닌, 게임의 공략 대상이 된다. 사랑은 남성향 연애 게임에서 ‘게임성’에 직결되는 요소이다. 게이머는 수치화 혹은 가시화된 사랑을 자기 캐릭터의 연애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 지 고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랑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이러한 플레이를 통해 게이머는 게임의 즐거움을 얻게 된다. 즐거움의 원천은 분명하게 사랑과 연애이지만, 그 표현의 방식은 매우 게임적으로 설계된다. 남성향 연애 게임이 중시하고 있는 사랑의 표현은 단순히 감정의 재현이 아닌, 어떻게 사랑을 게임 디자인적으로 재미있게 제시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노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성향 연애 게임을 하면서 여러 사랑의 감정과 경험을 겪으면서도, 결과적으로 ‘재밌었다’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된다. 남성향 연애 게임의 시나리오나 디자인이 사랑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성향 연애 게임은 복잡하면서도 단순할 수 있는 감정을 게임에 녹여내는 것에 집중하면서, 우리가 다른 장르에서 즐겨왔던 분위기를 제약된 연애 게임 구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남성향적 테이스트가 시나리오 구조나 게임 디자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애와 사랑이라는 요소를 통해, 게임의 즐거움을 주는 방식이야 말로 남성향 연애 게임이 제공하는 사랑의 표현이다. 남성향 연애 게임은 게임 그 자체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게이머를 위한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하는 장르인 셈이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테마를 가장 게임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게임에 대한 사랑을 대표하는 장르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남성향 연애 게임은 적극적으로 가상성을 강조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장르의 게임을 혼종적으로 채택하기도 한다. 가끔 게임의 엔딩은 엉뚱하게 판타지 요소에 매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남성향 연애 게임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남성향 연애 게임의 인기가 점차 식어가던 시장 상황에서, 이러한 시도들은 인디 개발자들과 새로운 남성 게이머층을 끌어들이도록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1인 인디 개발사 ‘스튜디오 사이’의 ‘액션RPG 연애 시뮬레이션’ <이터나이츠>와 같은 게임들처럼 말이다. <이터나이츠>(출처:스팀 상점 페이지) 필자의 생각이 연애 게임 전반에 보편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성향 또한 남성향에 관해 서술한 내용과 같은 방식으로 게임이 흘러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게임 속에 재현해보고자 처음 시도됐던 남성향 연애 게임은 사랑 그 자체보다도 점차 게이머의 즐거움을 유발할 수 있도록 ‘게임성’에 집중하고자 했고, 이는 어느 정도 연애 게임의 진화된 모습으로 정착될 수 있었다. 나아가 이러한 노력은 다시금 게임에서 ‘사랑’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남성향 연애 게임의 사랑은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애정 어린 표현은 아닐까? 참고문헌 井上明人(2007)「ゲームという認識の枠組み-日本の先行研究を中心に-」『デジタルゲーム学研究』第1巻1号、46-53p 江葉航(2019)「ビジュアルノベルにおける構造とそのリアリティー : ゲームデザインとゲームプレイをめぐって」『Core Ethics』第15号、35-46p 小出治都子、尾鼻崇(2018)「「乙女ゲーム」の歴史的研究 : キャラクター分析を中心に」『大阪樟蔭女子大学研究紀要』第8号、69-74p 1) https://www.nikkei.com/article/DGXMZO38898390T11C18A2000000/ 2) 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인 코에이의 개발부서인 ‘루비파티’의 <안젤리크(アンジェリーク)> 또한 1994년 발매되었지만, <도키메키 메모리얼>이 발매 시기가 빨랐다. 3) 그러나 ‘미연시’는 이 게임에서 비롯된 준말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연애 시뮬레이션과 비주얼 노벨 형식의 연애 어드벤처를 모두 칭한다. 이는 연애 게임 시장의 주류가 점차 연애 어드벤처 장르로 치우치는 경향에서 비롯되었다. 4) https://aokana.sprite.net/ 5) http://posweb.jp/pos/game/index.html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문화연구자) 박수진 게임연구에 발을 들인 대학원생입니다. 지금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첨단종합학술연구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최근엔 게임을 매개로 한 다양한 게임 경험과 일본 내 서브컬처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 온라인으로 코옵할 수 있는가? 그럼 깍두기는?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벌어지던 놀이에는 깍두기라는 게 있었음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인생 경력이 그다지 길지 않은 어린이들의 사회에서는 한 두 살의 차이가 체력과 경험, 지혜 면에서 막대한 차이를 만들어냈고, 경우에 따라선 같은 놀이판에 끼기 어려울 정도의 격차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네 놀이터의 멤버라는 건 늘 정해진 숫자였고, 원활한 놀이를 위해선 때로는 룰을 비틀어가며 경험이 부족한 친구에게 어드밴티지를 줘야 했다. < Back 28 GG Vol. 26.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KyungHyuk Lee Game critic and researcher. Since 2015, he has made games his life's work—as a critic, examining how games relate to society, and as a researcher, exploring how games, as commodities, take their place within it. He is the author of Mario, Born in '81 (2017) and The Birth of In-Game Spending (2022), among other works, and has contributed to documentaries including EBS's Docuprime as well as columns across various outlets.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research analyzing digital games as time-rights commodities. He is the director of the game research lab Dragon Lab and serves as editor-in-chief of Game 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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