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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속의 타자, 게임 속의 동유럽
서구, 오늘날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 불리는 이 말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북미와 유럽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근대를 이루는 많은 기술적, 정치적, 문화적 배경들의 원산지로서 서구는 일종의 기원으로 여겨지며, 그 중에서도 특히 근대적 의미로서의 북미가 사실상 유럽으로부터의 문명 이주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대 세계의 많은 부분은 유럽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 Back 유럽 속의 타자, 게임 속의 동유럽 06 GG Vol. 22. 6. 10. 서구, 오늘날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 불리는 이 말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북미와 유럽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근대를 이루는 많은 기술적, 정치적, 문화적 배경들의 원산지로서 서구는 일종의 기원으로 여겨지며, 그 중에서도 특히 근대적 의미로서의 북미가 사실상 유럽으로부터의 문명 이주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대 세계의 많은 부분은 유럽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동아시아에 위치한 우리에게도 유럽에 관한 지식과 관심은 상당한 비중으로 다가온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청소년 필독서로 오르내리고, 세계사에의 접근 또한 상당부분 유럽의 변화를 중심으로 기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 유럽이라는 말도 사실은 서유럽이라는 좀더 좁은 범주를 가리키는 말임을 떠올리게 된다. 이를테면 동유럽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유럽이라는 말로부터 조금은 동떨어져 있다. 이는 디지털게임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재현과 묘사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동유럽을 다룬 두 개의 게임 출입국관리소에서의 여권 심사라는 독특한 소재를 게임화한 루카스 포프의 작품 〈페이퍼스, 플리즈〉(2013)는 그 지리적 배경으로 아스토츠카라는 가상의 국가를 설정하지만, 우리는 현실에서 아스토츠카가 동유럽 어디쯤을 가리키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깨닫는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이나 국가명, 국가 상징이나 경직된 관료제로 드러나는 보수화한 공산주의 체제 등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 게임이 한창 분쟁을 겪고 있던 시기의 동유럽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어수선한 한 장면임을 떠올리게 한다. 11비트 스튜디오의 화제작 〈디스 워 오브 마인〉(2014)은 내전 상황 속에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에서 휴전의 날까지를 버티는 과정을 윤리와 생존의 딜레마로 풀어내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었다. 이 게임 또한 가상의 국가인 그라츠나비아의 도시 포고렌을 배경으로 삼는데, 같은 국가를 구성한 두 민족의 갈등과 분리주의 움직임이 내전으로 격화된 상황 또한 동유럽 어딘가에서 벌어진 내전을 모티프로 삼고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애초에 개발사가 폴란드인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페이퍼스, 플리즈〉와 〈디스 워 오브 마인〉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전쟁과 같은 문제로 사회가 어수선한 동유럽이라는 유사한 배경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두 게임은 모두 현실적인 주제로부터 아이디어를 가져와 게임화한 사례다. 〈페이퍼스, 플리즈〉는 이상과는 달리 현실에서 관료제가 더욱 고착화하면서 기이한 독재 체제로 바뀌어버린 공산주의 사회가 만드는 모순으로부터 플레이어가 넘어서야 할 역경을 이끌어낸다. 국가로부터 배정받은 공동주택에 대가족이 모여살지만, 플레이어의 낮은 연봉으로는 난방과 식비조차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은 출입국 사무에서의 부정부패를 자연스럽게 촉발한다. 이로부터 벌어지는 온갖 밀입국은 경우에 따라 국가의 존립을 흔들기도 할 정도의 여파를 갖는다. 〈페이퍼스, 플리즈〉의 플레이를 간단히 요약한다면 ‘실패한 현실공산주의를 향한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의 도전’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디스 워 오브 마인〉 또한 플레이어가 넘어서야 할 과제들은 현실적인 배경으로부터 시작된다. 국가의 거대한 분열이 갈등으로 치닫고, 이로 인해 벌어진 내전은 사회 전반의 질서를 흔들며 물리적, 제도적인 모든 안전망을 무력화했다. 수도와 전기마저도 끊어지는 상황에서 생존을 요구받은 플레이어의 분투 또한 동유럽 – 내전이라는 의미 연결을 통해 현실의 뉴스를 차지하던 동유럽 내전에서의 생존기라는 현실적인 주제로 게임의 이야기를 맞춰나간다. 실패한 공산주의에서 파생한 독재, 민족과 인종대립에 의한 내전상태는 그런데 사실 꼭 동유럽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이런 사회적 이슈들이 벌어지는 곳은 따지고 본다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다. 아프리카의 앙골라에서 벌어진 공산주의 독재 장기화에 의한 부패나 내전 문제, 르완다 학살과 같은 민족, 인종간의 갈등과 내전처럼 오히려 같은 이슈라면 아프리카 쪽이 더 크고 위험하며 극단적인 경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게임에서 아프리카 내전이나 독재 문제 등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 〈파크라이〉 시리즈처럼 마약밀매나 독재, 사이비 종교 같은 이슈를 다루는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때 게임의 자세는 그 이름만큼이나 ‘먼’ 스탠스를 취한다. 게임 안에서 벌어지는 잔악무도한 양상들은 그 무대가 ‘우리’의 세계가 아닌 ‘머나먼’ 세계로 그려진다. 여기서 ‘우리’의 범주는 상당히 좁아 보인다. 〈파크라이 5〉가 다룬 사이비 종교의 세계에서 플레이어의 관점은 ‘도시민’이다. 이 이상한 일들은 ‘머나먼 시골’로 그려진다. 도심에서의 범죄를 다루는 〈GTA〉같은 시리즈가 있긴 하지만, 여기는 사회적 이슈를 접근하는 방식이 〈페이퍼스, 플리즈〉나 〈디스 워 오브 마인〉과는 아예 다른 방향이라 함께 묶이기는 어렵다. 아프리카의 독재 문제는 〈재기드 얼라이언스〉 처럼 플레이어를 외부인이자 제3자 개입의 시점으로 게임에서 다뤄지곤 한다. 반면 경우에 따라 유럽, 서구라는 범주 안에 포함되면서도 서유럽 중심의 선진국과 달리 정치적 불안요소를 높게 가지고 있는 동유럽은 한편으로는 서구라는 동질선상에 놓이면서도 사회적 불안이라는 요소 측면에서는 좁은 서구의 바깥 범주에 놓이는 독특한 위치다.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발생한 사건에 직접 휘말리고 그로부터 여파를 받아 넘어서야 할 과제들 앞에 놓이는 〈페이퍼스, 플리즈〉 류의 게임에서 제3자적인 접근은 오히려 난이도 – 숙련도 간의 길항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처럼 머나먼 곳의 이야기도 아닌, 같은 유럽이라는 의식 안에서 발생한 문제에 개입해야 하는 상황은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많은 게임들로 하여금 동유럽의 불안한 정치상황이라는 소재를 택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서구'라는 시점의 문제 ‘왜 동유럽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플레이어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디지털게임은 다른 매체에 비해 접근에 필요한 인프라에의 요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게이밍 PC라고 불리는 쾌적한 게이밍을 위한 장비는 범용 PC에 비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며, 사용하는 전력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콘솔게임기도 만만한 가격은 아니며, 특히 온라인 시대 이후로는 쾌적한 게임을 위해서는 플레이 뿐 아니라 게임소프트웨어의 구매와 패치 등에도 충분한 속도와 용량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요구된다. 안정적인 전력과 인터넷이 공급되고 고가의 디지털장비를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은, 디지털게임 플레이어의 위치는 어쩔 수 없이 서구를 포함하는 선진국에 자리하게 된다. 현실의 문제를 게임 플레이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기 위한 게임 디자인들은 디지털게임 플레이어의 보편적 위치가 ‘서구’라는 전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입장에 선다. 같은 이슈라도 유럽권에 가까운 곳을 배경으로 삼을 때 이 문제는 비로소 플레이어의 문제로 좀더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것이다. 외양도 문화도 ‘먼 타자’일 수 밖에 없는 지역보다 ‘서구’라는 시선의 위치에 가깝게 자리하는 듯한 동유럽의 사례가 성공적인 메시징을 수행한 게임으로 거론되는 배경은 플레이어와 재현된 세계가 갖는 그 거리감으로부터 무관하지 않다. 현실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게임에 있어 동유럽은 유럽이면서도 ‘서구’로부터 타자화된 대상이 된다. 그리고 ‘서구’가 아님에도 선진국의 범주 안에 들어가기 시작한 한국 게이밍 문화는 플레이어의 물리적 시점 면에서는 ‘서구’의 범주와 겹치는 부분들을 갖는다. 디지털게임들이 현실사회의 문제를 좀더 많이, 더 다양하게 다루는 시대가 온다면, 이 시선과 대상의 거리감은 좀더 중요한 문제로 작동할 수도 있다. 영화의 카메라와는 또다른 게임매체의 접근방식이 만드는 재현대상과의 거리감 문제를 좀더 고민해 볼 이유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논문세미나] 베트남 게임 환경과 무협문학의 관계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무술과 영웅담은 문학, 영화, 텔레비전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되는 무협 이야기를 이루는 근간이 된다. 베트남 현지어로 키엠히엡(kiếm hiệp), 트루옌쯔엉(truyện chưởng)으로 불리는 무협물은 베트남에서 중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20세기 초 베트남에 처음 소개된 무협소설은 인쇄매체와 온라인게임을 통해 다양한 역사적 변천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이 글에서 오늘날의 베트남 디지털게임이 다루는 무협 콘텐츠가 어떠한 배경 속에서 무협문학으로부터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나는 초창기의 무협물에 관한 경험이 베트남의 동시대 게임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생애사적 접근법과 문화적 근접성의 개념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 Back [논문세미나] 베트남 게임 환경과 무협문학의 관계 23 GG Vol. 25. 4. 10. 무협물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문화에 크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판타지 문학의 하위 장르다. 특히 중국 문화권 혹은 중국 문화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Chen, 2009)을 대표하는 장르로 이야기된다.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무술과 영웅담은 문학, 영화, 텔레비전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되는 무협 이야기를 이루는 근간이 된다. 베트남 현지어로 키엠히엡(kiếm hiệp), 트루옌쯔엉(truyện chưởng)으로 불리는 무협물은 베트남에서 중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20세기 초 베트남에 처음 소개된 무협소설은 인쇄매체와 온라인게임을 통해 다양한 역사적 변천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이 글에서 오늘날의 베트남 디지털게임이 다루는 무협 콘텐츠가 어떠한 배경 속에서 무협문학으로부터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나는 초창기의 무협물에 관한 경험이 베트남의 동시대 게임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생애사적 접근법과 문화적 근접성의 개념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베트남 무협의 초창기 영향력 베트남 무협 소설의 뿌리는 처음 베트남 독자들이 중국 무협소설을 경험한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작품들은 무술 소재에 유교적 이상, 역사 소설을 결합한 전통적Oldschool(Hamm, 2005) 중국 무협문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온 편이었다. 베트남 작가들은 무협물을 베트남 현지 상황에 맞게 각색하기 시작했고, 종종 베트남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룩밧( lục bát) [1] 구절과 같은 베트남 문학의 형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초창기 베트남의 무협물들은 중국 무협의 전통으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았지만, 동시에 로맨스 서사와 같은 프랑스 문학의 요소로부터도 영향받은 바 있어 중국 작품에 비해 보다 말랑말랑한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Phan. 1998). 그러나 1954년 베트남이 남북으로 분단된 이후 정치적 변화를 겪으며 북베트남에서 무협물은 탄압받게 된다. 북베트남 공산정부는 무협물을 체제전복의 도구이자 자본주의적 퇴폐의 상징으로 간주했고, 동시에 이를 해로운 외세의 영향이라고 보았다(Linh 외, 1977).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협물은 남베트남에서 여전히 번성했으며, 특히 홍콩과 대만에서 진용(김용), 량유성, 우롱성, 니광, 구롱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무협작가들이 등장하면서 베트남 대중문화의 한 축을 차지하기 시작했다(Vu, 2015). 베트남 무협물은 1975년 사이공(현 호치민)에서 북베트남이 승리를 거둔 이후 정부 당국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적대감에 직면했다. 북베트남 당국이 무협 서적을 전면 금지한 이후, 북베트남 사람들은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무협 서적을 돌려 읽기 시작했다. 출판 및 유통이 금지되어 불법으로 수입될 수 밖에 없었던 사본들이 시장 전체로 조용히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무협물의 매력은 오히려 더 커져갔다(응우엔 통, 2018). 베트남 정부는 1990년대 경제개혁과 미국의 금수조치가 종료되면서부터 무협물 제작과 유통에 대한 접근방식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무협 관련 자료들은 국영 출판사에서 제작하는 합법적 번역출판물들을 통해 다시금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인터넷이 등장하면서부터는 디지털 자료, 영화 콘텐츠, 게임 등을 통해 무협물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들도 나타나게 되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온라인게임에서의 무협 인터넷 기술이 베트남에서 본격화하면서부터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을 통해 무협물은 다시한번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온라인게임 Võ Lâm Truyền Kỳ(The Swordsman )와 Cửu Long Tranh Bá(9Dragons ) 가 베트남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플레이어들은 김용과 구룡의 작품에 등장했던 무술의 테마와 영웅들의 컨셉을 가져온 이 게임을 통해 무협의 무한한 세계를 경험했다. 무협 온라인 게임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무협소설(Ge, 2017)에 묘사된 복잡한 세계를 탐험하는 무협무술가 당사자로서의 이야기를 경험하게끔 함으로써 개별 플레이어들의 협력이 가능한 장을 조성했다. * 2000년대 베트남 무협 온라인게임 Võ Lâm Truyền Kỳ 베트남에서의 온라인 무협 게임 붐의 배경에는 플레이어들의 향수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쳤다. 1980년대, 1990년대에 태어난 이들 무협 게임 플레이어들은 어린 시절부터 소설과 TV 프로그램, 영화 등을 통해 무협물에 익숙한 세대였기 때문이었다. 무협 게임 플레이는 이들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어린 시절 경험했던 무협물의 이야기와 캐릭터에 대해 가진 환상과 정서적 유대감을 다시금 일깨우며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Chan, 2006). 이러한 현상은 생애 초기의 경험이 이후의 행동과 선호도를 형성한다는 인생과정 이론과 일치한다. 베트남 게이머들의 경우, 무협물에 대한 노출이 게임 취향을 형성하는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 – 중국 사이의 영토 분쟁으로 인해 반중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베트남 게이머들은 정치적 갈등과 문화적 감상을 구분했고, 무협물을 비롯한 중국 미디어 콘텐츠들을 계속 수용하고 있었다. 향수는 베트남 전역에서 무협 게임의 인기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무협 관련 콘텐츠들은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수천년 이상 이어진 문화적 연관성을 토대로 베트남 플레이어들을 매료시킨다. 양국 간의 역사적 연결은 양국 정부가 중국 미디어 콘텐츠를 베트남 이용자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문학 및 게임 등에서의 무협 소재를 베트남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유지하는 가교로서 작용한다(Yoo et al, 2014). 베트남과 중국 사이의 영유권 분쟁으로 인한 정치적 긴장은 베트남 게이머들이 중국산 무협 게임 플레이를 즐기는 것을 막지는 못했는데, 이는 베트남 게이머들이 정치적 문제와 문화적 소비행동을 분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Kinh Hoa, 2018). 외국 미디어의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두 문화 간의 유사성 정도를 의미하는 문화적 근접성 개념 또한 베트남에서의 무협 게임 인기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 문화적 근접성은 베트남 시장에서 무협 게임의 수용을 촉진했으며, 플레이어는 충성심과 명예, 무술 철학과 같은 무협을 통해 공유된 문화적 주제와 가치를 반영하는 게임에 더욱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Straubhaar, 1991). 베트남 무협 게임 시장은 아시아 게임사들의 효과적인 홍보 전략을 통한 지속적인 사업전략적 선택 덕에 갈수록 번창하는 중이다. 게임 프랜차이즈로서의 무협물이 가진 인기에 힘입어 베트남 게임 개발사들은 무협을 주제로 한 게임들을 자사의 주요 제품 라인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이들 업체는 보다 저렴한 라이선스 비용으로 이미 무협 게임을 좋아하는 베트남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무협 게임 수입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사가 무협물을 테마로 선택하는 주요한 이유로 이들 무협물이 베트남 플레이어들의 문화적 선호도를 충분히 충족하고 있고, 무협물 콘텐츠에 대한 기존의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MIC, 2019a). 이는 통계상으로도 드러난다. 베트남 정보통신부(MIC, 2019a)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308개의 온라인 게임이 PC 혹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으며, 이들 중 95%는 무협물 혹은 무협 컨셉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9년 상반기에 수입된 게임 중에서는 90%가 무협 컨셉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MIC, 2019b). 베트남 문화부 웹사이트에 게시된 최신 보고서(MIC, 2024)에서도 무협 게임의 수입 우세가 뚜렷하게 기록되는 것으로 볼 때 무협물의 강세는 여전히 지속되는 중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인기 MOBA게임이 무협게임의 소비자층을 줄이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한데, 다른 장르의 유행에도 불구하고 무협게임의 팬층 자체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맥락에서의 베트남 무협물 무협물은 베트남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반면, 서구 시장에서는 그다지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중국 철학, 무술과 같은 소재들이 강조된 무협물 속의 문화적, 서사적 뉘앙스가 관련 배경지식이 없는 서양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무협물 서사는 중국 문화의 깊은 곳까지를 파고들기 때문에 서구권 수용자들에게 무협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Frisch, 2018). 실제로 무협물을 영어로 번역할 때 서양 언어에는 각각의 무협 개념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용어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무협물이 서구권에 알려지기에 어려운 또다른 요소로 작용한다(Earnshaw, 2018). 그 결과 무협 기반 게임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에서 보여준 성공과 달리 서구권에서는 상대적으로 틈새 시장에 머무는 형태가 되었다. 서양과 동양의 게임문화 간 차이는 무협 게임의 차별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서양 게임들은 종종 군사화된 남성성, 전략 기반의 전쟁, 식민지 서사를 강조하는 반면, 동아시아 게임에서는 판타지와 신화, 무술적 전통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시적 기교에 가까운 무술의 기교나 무협물에서 활용하는 역사적 우화와 같은 간접적 뉘앙스들은 서구 이용자들의 무협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무협 서사가 가진 복잡성과 어려움은 무협 게임에도 영향을 미쳐, 서구권을 포함한 글로벌로의 진출이 제한되며 무협 게임은 주로 동아시아 특유의 문화현상으로서의 위상이 강화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의 무협 게임은 문학과 영화 등을 통해 다양하게 각색된 장르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친화도 덕분에 게임업계에서는 지속적인 활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베트남의 게임산업 발전에 대한 열망 또한 무협물의 영향을 받았다. 투언 티엔 키엠(Thuận Thiên Kiếm) [2] 과 같은 베트남산 무협 게임을 제작하려는 시도는 국가의 역사와 신화를 게임 서사에 통합하려는 열망을 반영한다. 하지만 높은 제작비용, 각종 규제, 수입 게임과의 경쟁과 같은 문제는 베트남 내부에서 개발하는 무협 기반 게임들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다. 그 결과, 베트남 게임업체들은 독창적인 게임 개발보다는 외산(중국산) 게임의 현지화에 보다 집중하였고, 이로 인해 무협물의 상당 부분은 중국산 무협 게임이 차지하게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베트남 도서 시장에는 셴샤(판타지), 옌칭(로맨스), 보이러브, 툼레이더와 같은 새로운 장르들이 등장하면서 무협소설의 출판량과 독자가 감소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무협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는 여전히 베트남 그리고 세계적인 규모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다. 고품질 게임을 만들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자 한 중국 게임 스튜디오들의 노력 덕택에 무협물 게임은 전 세계, 그리고 특히 베트남에서 무협의 본질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는 무협에서 영감을 얻은 블록버스터 게임을 개발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고, <검은 신화: 오공>은 그러한 열망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24엔터테인먼트의 게임개발자들은 배틀로얄 규칙에 양식화된 무술전투 메커니즘을 결합하여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를 제작했다. 2021년에 출시된 이 게임은 가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 서바이벌 개념을 따라가는 대담한 시도였다. <나라카>는 무협물이 가진 개방형의 미학을 속도감 넘치는 경쟁모드로 전환하면서 무협 게임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멀티플레이어 기반의 온라인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나라카>는 중력을 거스르는 이동기술, 마샬 ‘아츠’ 로서의 검술, 신화적 요소와 같은 무협 게임의 기본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유지했다. 중국과 서구시장 모두에서 이뤄낸 <나라카>의 성과는 무협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게임이 전통적 문화적 기반과 함께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Obedkov, 2024) 한편 <검은신화: 오공>은 매혹적인 그래픽 속에서 중국 고전 <서유기>를 재해석해낸 신화적 이미지가 훌륭하게 연출되며 큰 인기를 모았다. <서유기>의 여정을 따라가는 주인공 캐릭터는 봉술이라는 무술의 전문가로 묘사되면서 무협 요소를 크게 차용했다. <오공>의 개발자들은 언리얼 5를 사용하면서 강한 몰입감과 영화적 영상연출을 동시에 일궈냈고, 이러한 접근방식은 무협 미디어가 발전하는 기술을 통해 어떻게 무협물의 국제화를 달성하고 기존의 수용자층을 넘어서는 범주 확장을 이뤄내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무협물 본연의 스토리텔링을 유지함으로써 <서유기>에 익숙한 이용자 뿐 아니라 서구권의 수많은 초심자들까지도 플레이어 풀에 끌어들이는지를 보여주었다(Meng, 2025). 결론 베트남 무협의 역사는 문학과 기술미디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가 갖는 복잡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인쇄소설에서 시작된 무협은 온라인게임의 디지털 전환에 이르기까지 베트남 문화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해 왔다. 향수와 문화적 근접성은 중국발 무협 게임이 베트남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가져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많은 플레이어들은 무협물을 일찌감치 다른 미디어를 통해 접해 왔다는 배경 속에 무협 장르를 게임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무협 게임이 달성한 성공은 이 장르의 지속적인 매력을 인식한 베트남 게임사들의 비즈니스 전략에 힘입은 바 또한 크다. 다른 게임장르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협 장르는 베트남 게임산업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유산은 베트남에서 무협소설이 문화적 중요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미디어 형식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다.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 와 <검은신화: 오공>의 성공은 무협 장르가 전세계 게임업계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장르이며, 게임만 잘 나온다면 동서양의 문화적 경계도 모호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 게임들은 현대적인 게임 플레이로부터의 요구에 적응하면서 전통적인 장르가 현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무협 장르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한다. 참고문헌 Chan, D. (2006). Playing with indexical Chineseness: The transnational cultural politics of Wuxia in digital games. Enter Text , 6 (1), 182–200. Chen, L. C. (2009). The value chain in the Asian online gaming industry: A case study of Taiwan [Doctoral dissertation]. University of Westminster. Earnshaw, G. (2018, November 1). I translated Chinese writer Louis Cha “Jin Yong.” Here’s why he never caught on in the West. South China Morning Post . https://www.scmp.com/news/china/society/article/2171127/i-translated-chinesewriter-louis-cha-jin-yong-heres-why-he-never Frisch, N. (2018, April 13). The gripping stories, and political allegories, of China’s best-selling author. The New Yorker . https://www.newyorker.com/books/page-turner/the-gripping-storiesand-political-allegories-of-chinas-best-selling-author Ge, S. S. (2017). The influence of Chinese culture on television to young people in Vietnam [Master’s thesis]. VNU University of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Hanoi. Hamm, J. C.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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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 of online games with content approved from 2015 to 2018 and defunct games . http://www.mic.gov.vn/solieubaocao/Pages/TinTuc/139632/Danh-sach-cac-tro-choi-duoc-cap-quyet-dinhphe-duyet-noi-dung-kich-ban-tu-2015-2018–dang-phat-hanh–va-Danh-muc-tro-choi-truc-tuyen-da-thong-bao-ngung-phathanh.html Ministr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MIC). (2019b). List of online games with content approved in 2019 . http://www.mic.gov.vn/solieubaocao/Pages/TinTuc/139630/Danh-sach-cactro-choi-duoc-phe-duyet-noi-dung–kich-ban-nam-2019–denthang-8-2019-.html Ministr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MIC). (2024). List of online games with content approved from 2015 to 2023 (until December 2023). https://abei.gov.vn/danh-sach-cap-phep/danh-sach-cac-tro-choi-duoc-cap-quyet-dinh-phe-duyet-noi-dung-kich-ban-2015-2023-tinh-den-thang-122023/108392 Nguyen, Thon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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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ffects of television viewing, cultural proximity, and ethnocentrism on country image . Social Behavior and Personality, 42 (1), 89–96. https://doi.org/10.2224/sbp.2014.42.1.89 [1] 역자 주: 六八. 6음절 연과 8음절 연을 연이어 사용하는 베트남의 시 형태. 중국 고전문학에서 중간중간 분위기 전환을 위해 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장면을 베트남 현지 분위기로 맞출 때 사용했음을 나타낸다. [2] 번역자 주: 順天劍, 순천검. 명나라와 싸워 베트남을 명의 지배로부터 독립시킨 Lê Lợi 왕이 가졌다고 알려진 전설의 검이다. Tags: 베트남, 무협, 온라인게임, MMORPG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베트남 국립대학교 학제 간 과학 및 예술 학교) 판꽝안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게임평론가이자 연구자. 2015년부터 게임을 업으로 삼아, 평론가로서는 게임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을, 연구자로서는 상품으로서의 게임이 사회 안에 자리잡는 구조를 살펴본다. 『81년생 마리오』(2017), 『현질의 탄생』(2022) 등을 썼고, 〈다큐프라임〉(EBS)을 비롯한 다큐멘터리와 여러 매체 연재에 참여했다. 디지털게임을 시간권리상품으로 분석한 연구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게임연구소 '드래곤랩'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 [논문 세미나] Emitexts and Paratexts: Propaganda in Eve Online
〈이브 온라인(Eve Online)〉은 현재 ‘펄어비스’가 인수한 아이슬란드의 게임 제작사인 ‘CCP 게임즈(CCP Games)’가 2003년 출시한 SF 샌드박스 MMORPG이다. 가상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브 온라인〉은 오픈 월드 시스템을 통해 광활한 맵을 제공하며, 이곳에서 일어나는 유저의 다양한 행위들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높은 자유도를 제공한다. RPG이지만 이 게임에는 캐릭터의 직업이 없다. < Back 12 GG Vol. 23. 6. 10. Tags: 이브온라인, 논문, 패러텍스트, 에미텍스트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ujin Park A graduate student who has stepped into game studies. Currently taking courses at the Graduate School of Core Ethics and Frontier Sciences at Ritsumeikan University in Japan. Lately, exploring the varied game experiences mediated by games, as well as subculture within Japan. Writing is still hard.
- “개발자는 자기 자신을 향해 끝없이 질문해야 한다” - 죄책감 3부작의 개발자 somi 인터뷰
세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죄책감을 느슨한 연결로 풀어낸 SOMI의 ‘죄책감 3부작’이 막을 내렸다. 전의 두 작품이 세상 밖으로 닿는 길을 터주었다면, 2020년 신작 <더 웨이크>는 한 개인의 과거와 깊은 내면으로 안내한다. 암호를 해독하며 엔딩에 이르렀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가장 개인적인 삶은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 Back “개발자는 자기 자신을 향해 끝없이 질문해야 한다” - 죄책감 3부작의 개발자 somi 인터뷰 01 GG Vol. 21. 6. 10. 세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죄책감을 느슨한 연결로 풀어낸 SOMI의 ‘죄책감 3부작’이 막을 내렸다. 전의 두 작품이 세상 밖으로 닿는 길을 터주었다면, 2020년 신작 <더 웨이크>는 한 개인의 과거와 깊은 내면으로 안내한다. 암호를 해독하며 엔딩에 이르렀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가장 개인적인 삶은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더 웨이크>로 ‘죄책감 3부작’이 완성되었다 두 번째인 <리갈던전>까지 만든 뒤 내 게임이 ‘죄책감’에서 기인한다는 걸 느꼈다. 사회적 부조리와 구조적 불평등, 소외된 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방관자로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더 웨이크>는 개인적이고 근원적인 죄책감의 발원지를 찾으면서 시작되었다. 사진과 영상이 풍부해 게임에 더 몰입했다 영상과 사진 모두 내 앨범에서 가져왔다. 영상도 어렸을 때 삼촌이 홈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주신 걸 컴퓨터 파일로 변환해서 넣었다. 일상 그대로를 담아선지 제작하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더라. 플레이 하는 사람들이 게임 속 아버지를 욕할 때마다 우리 아빤데 저런 식으로 욕을 먹네 싶어서 기분이 묘하다. (웃음) 사람들의 반응은 확인했는지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부모와의 연대에 대한 회고 형식의 글을 리뷰로 남겨주시는 분이 많아서 놀랐다.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 게임이 지난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싶더라. 게임은 ‘만드는 사람을 비추는 창’ 직업이 있는 상태에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결심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게임에 얽힌 추억이 궁금하다 초등학교 입학 전 한국에 ‘재믹스’라는 게임기가 막 들어왔을 때 아버지께서 그걸 사오셨다. 동네 꼬맹이들이 모두 다 우리 집 앞으로 모여서 ‘갤러그’를 했고 가끔씩은 아버지, 어머니, 형, 나까지 네 식구가 함께 모여 ‘로드 러너’를 했다. 플레이어가 죽고 뜨는 정지 화면을 앞에 두고 온 식구가 어떻게 해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을지 궁리했다. 게임 광고 화면에 쓰일 법한 아름다운 모습이지 않은가. 이 기억 덕분에 게임에 애착을 느끼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메시지와 재미를 둘 다 잡는 데 성공한 개발자다 어떻게 하면 메시지를 부각하면서도 재미를 잡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말하는 게임의 ‘재미’란 뭘까? 혹자는 ‘재미’가 원시적인 말이라더라. 사람마다 기준도 다르고 의미도 포괄적이다.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을 목표로 삼다 보면 유행을 따르게 된다. 그래서 게임에 어떤 세계를 담을지 고민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자적인 세계관과 서사를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에게 인격을 부여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는 세계를 만드는 사람과 그의 생각을 닮게 된다. 그러니 개발자는 자신에 대해 더 많이 묻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나 유년기 이후로는 게임에 대한 기억이 없다. 친구들 다 스타크래프트 하던 학창시절에도 공부만 했다. 게임 개발을 위해서 다시 게임을 접했다. 게임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고등학생 땐 만화를 그렸고 대학생 때는 신춘문예 등단의 꿈을 갖고 소설을 썼다. 항상 내 창작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그러다 아이폰이 처음 들어왔을 때 앱스토어에 개인이 창작물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이야기가 들어가는 앱을 제작해 배포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 아예 게임을 만들어볼까 생각이 들어 3개월 동안 무작정 게임을 받아 보고 나름의 게임 공부를 해서 <레츠놈>을 만들었다. 창작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 다르다는 걸 느꼈을 것 같다 게임 개발자에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어떤 특징이 장점이 될 지 단점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개발 초반엔 내 게임 경험이 부족해 기존 게임 문법을 모르는 게 단점이 될 줄 알았는데 그런 접근법을 신선하게 여기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더라. 그럼 본인의 장점을 꼽자면 한 분야에서 출중한 재능을 가지지는 못 했지만 작은 요소들의 조화를 이룰 줄 안다. 고등학교 때부터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해서 대학교 때는 그래픽 디자인을 했다. 디자인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내가 도맡아 했다. 문학적인 경험도 있고. 이렇게 여러 분야를 소화해 보고 작은 요소들을 접목할 줄 알았던 점이 게임이라는 특이한 장르에서 도움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이야기로서 게임 크레딧을 보면 항상 책이 등장한다 각 게임마다 어떤 책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듣고 싶다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세상엔 귀한 작품이 많다. 게임 개발을 할 때도 다 끝내고 읽을 책을 리스트로 만들어둘 정도다. <레플리카>를 처음 완성했을 때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있는 리플리>라는 소설을 기반으로 했다. 그러다 2016년 국정농단이 한창일 때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서 한 국회의원분께서 코리 닥터로의 장편소설 <리틀 브라더>를 언급하시는 걸 듣게 되었다. 소설을 읽고 대한민국의 참혹한 현실과 대비되어 고민이 많아져서 원작 작가 분께 허락을 구하고 플롯을 가져왔다. <더 웨이크>를 제작할 땐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서적을 모아 읽고 있었다. 그때 엘리슨 백델의 그래픽노블 <펀 홈>을 접했다. 작가가 가족의 죽음을 중심으로 자아를 통찰한다는 데서 감화되어 기본 구성을 가져오게 되었다. 게임을 이끌어가는 암호 기계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가 사용한 ‘에니그마’를 차용했다. 이 또한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의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을 읽다가 찾은 소재다. 주제의식이 뚜렷한 편이다 기억나는 사람들 반응은 <레플리카> 출시 초기에는 빨갱이 소리와 함께 ‘북한에서 만든 게임 아니냐’는 반응이 제법 있었다. 특이했던 반응은 …해외에서 전직 CIA 요원을 하셨던 분이 추천글을 써 주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Voice Of America’란 매체에선 나를 ‘한국의 저항적 운동가’라고 표현하더라. (웃음) 정치적 내용이 포함된 게임인 만큼 어느 정도 예상한 전형적인 반응이라서 게임이 역할을 다 했다 싶었다. https://www.voanews.com/east-asia/south-korean-video-game-raises-awareness-government-surveillance 여러 포맷 중에서도 게임으로 이야기하면 무엇이 가능해질까 전엔 게임은 종합예술이라면서 게임의 상호작용성을 휘황찬란하게 설명했다. 특히 탄핵 당일 날 사람들이 축배처럼 <레플리카>를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명을 받았다.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서사에 참여해 공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이후에, 게임에서 주인공의 고통을 체험했을 거라 믿었던 사람들이 한 개인의 사상을 검증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레플리카>에서 정보 기관이 개인을 억압하기 위해 사용한 검열 방식과 유사했다. 더 이상 게임의 매체적 특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게임은 단지 이야기를 담는 그릇일 뿐이다. 중요한 건 게임 안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가 얼마나 큰 감흥을 줄 수 있는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문화다? 한국의 정부기관이 거론하는 ‘게임은 문화다’라는 구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형 개발사들은 플레이어들이 아이템에 더 큰 금액을 소비할 수 있도록 BM(비즈니스 모델, Business model) 설계에 열을 올리며 도박과의 경계가 흐릿한 확률형 가챠 게임을 쏟아낸다. 인간의 중독 기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중독 유발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자랑스럽게 인터뷰 한다. 여성혐오나 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게임이 지속적으로 출시 되고 여성 캐릭터의 신체 부위를 더 현실같이 재현하는 데 최신 기술이 동원된다. 우리가 게임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문화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바보 같은 선언보단 지금까지의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 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정말로 게임이 문화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문화로서의 게임, 가능할까 모두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만 보는 게 아니듯, 게임도 이야기의 힘만으로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투입된 자본의 양이나 중독성을 자극하는 요소를 떠나서 매력적인 작품은 지금도 충분히 많다. 앞으로 그런 작품들이 사람들에게 더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킬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게임들이 국내에 많지 않은 게 문제다. 대형 자본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소규모 게임을 인디게임으로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다 인디게임 개발 당사자로서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다 인디 게임은 저항 정신이다. 국가와 사회의 주류에, 유행하는 장르나 플랫폼, 서사 구조, 기믹에 저항하면 인디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형식적인 부분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개발자들이 대형 퍼블리셔에 엮이는 건 그 우산 속으로 들어가야 자신의 게임을 더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인디게임 개발자로서 SOMI 크레딧을 보면 항상 협업자가 있다 협업자를 어떻게 구하는지 궁금하다 어디서든 좋은 음악이나 원화, 양질의 번역을 보면 작업 의뢰 연락을 드린다. 내 소개와 포트폴리오, 협업을 원하는 작업물에 대한 소개를 보내는 거다. 이렇게 해서 서로의 작업 방식에 대한 이해가 전제된 상태로 협업을 시작하게 되면 제작에 대한 관점을 공유할 수도 있고 서로 작업물 퀄리티를 알아서 좋은 시너지가 난다.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인디게임 중 추천할 작품이 있다면 이탈리아 개발자 중 레너드 멘치아리의 '라이엇: 시빌 언레스트(RIOT: Civil Unrest,)'를 추천한다. 플레이어는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 경찰, 시위를 막는 경찰 중 누구든 선택할 수 있다. 각자 입장에서 플레이 하다 보면 시위 속 대립하는 당사자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개발자가 이탈리아에서 시위에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주요 국가를 돌아 다니면서 취재한 시위 현장을 게임에 녹여냈다. 그것도 사비로. (웃음) 2016년도 ‘인디 케이드(IndieCade)’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라, 그 게임의 한국판 경찰 목소리는 내가 연기했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레너드와 퍼블리셔 사이에 마찰이 있어서 레너드 버전은 모바일에서 무료로 배포되어 있으니 꼭 플레이 해보길 바란다. ‘이터널 캐슬(The Eternal Castle)’도 추천한다. 다음엔 리듬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리듬 게임은 이상향 같은 존재다. 매번 잘못된 번역 때문에 시달렸다. 그래서 <더 웨이크> 때는 아예 문학 작품을 번역하시는 분께 의뢰 드렸고 전엔 팬분들이 배포 이후 자발적으로 번역에 참여해주시기도 했다. 늘 텍스트 없는 게임을 만들고 싶지만 만약에 하고 싶은 얘기가 생긴다면 마음이 또 바뀔 거다. 언제까지 게임을 만들고 싶은지 일과 게임 개발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 퇴근해서 저녁을 먹으면 딱 8시 반, 아기랑 놀고 집안일 하다 보면 11시, 12시라 하루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새벽의 한 두 시간 뿐이다. 갑자기 게임이 빵 뜨면 6개월 정도 휴직하면서 게임을 마음껏 만들고 싶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박혜정 미디어와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을 궁금해 합니다. K-POP 팬덤 연구를 하며 즐겁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 남성향 연애 게임에서의 '사랑'
사랑을 게임 속에 재현해보고자 처음 시도됐던 남성향 연애 게임은 사랑 그 자체보다도 점차 게이머의 즐거움을 유발할 수 있도록 ‘게임성’에 집중하고자 했고, 이는 어느 정도 연애 게임의 진화된 모습으로 정착될 수 있었다. < Back 16 GG Vol. 24. 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Sujin Park A graduate student who has stepped into game studies. Currently taking courses at the Graduate School of Core Ethics and Frontier Sciences at Ritsumeikan University in Japan. Lately, exploring the varied game experiences mediated by games, as well as subculture within Japan. Writing is still hard.
- [논문세미나] 여성 게이머들은 어떤 편견 속에서 플레이하며 어떻게 대처하는가?: 필리핀 AOS 게임 <모바일 레전드>를 사례로
<모바일 레전드>를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국가는 필리핀으로, 필리핀에서만 1억 명 이상이 등록되어 있으며 월별 접속인원은 2천 5백만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레전드>의 필리핀 e-스포츠 리그에서 여성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으며, 게임의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여성 게이머에 대한 젠더 고정관념과 편견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여성의 온라인 게임 경험이 남성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 Back [논문세미나] 여성 게이머들은 어떤 편견 속에서 플레이하며 어떻게 대처하는가?: 필리핀 AOS 게임 <모바일 레전드>를 사례로 27 GG Vol. 25. 12. 10. TEXT: Amestoso, P. P., Colima, B. K. V., Damasin, A. D., De Cadiz, V. Y. E., Iglesias, M. A., & Nacionales, J. P. (2023). Exploring Gender Stereotypes among Filipina Gamers of Mobile Legends: A Phenomenological Study. Journal of Education and Social Studies, 4(3), 466-478. 들어가며 게임 산업의 규모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우리는 여러 통계조사 결과에서 여성 게이머들의 비율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차별적 시선과 젠더 폭력의 위험 속에서 게이밍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성에 대해 깊이 뿌리박혀 있는 도덕적 기준과 편견이 작동한 결과이자, 여성의 발전을 억압하는 혐오적 시선뿐 아니라 역사적인 젠더 권력의 불평등성까지 정당화하고 유지해 왔다. 특히 게임 세계에서는 여성의 게임 능력을 남성과 비교하는 커다란 장벽이 항상 존재하며, 이곳은 모든 기술산업 분야 중 가장 젠더 불균형이 심각한 곳으로도 지적된다. 게임 제작사 경영진 중 여성의 비율은 현저히 낮고 e-스포츠 선수들 중에서도 여성은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레전드> 필리핀 게이머들의 젠더 고정관념 탐색하기(Exploring Gender Stereotypes among Filipina Gamers of Mobile Legends: A Phenomenological Study)’라는 이름의 이 연구는 게임 세계의 젠더 고정관념이 필리핀 여성 게이머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다. <모바일 레전드: 뱅뱅(Mobile Legends: Bang Bang)>은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 인종, 젠더를 막론하고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유명한 AOS 온라인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영웅 10명 중 한 명을 고를 수 있으며 5명이 한 팀이 되어 적군에 맞서 타워를 수성한다. 휴대폰 전용으로 서비스됨으로써 이 게임은 PC 이용자 기반 게임보다 높은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모바일 레전드>를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국가는 필리핀으로, 필리핀에서만 1억 명 이상이 등록되어 있으며 월별 접속인원은 2천 5백만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레전드>의 필리핀 e-스포츠 리그에서 여성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으며, 게임의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여성 게이머에 대한 젠더 고정관념과 편견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여성의 온라인 게임 경험이 남성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필리핀의 디지털 산업과 e-스포츠 산업이 확장되는 시점에서, 여성 게이머에 대한 젠더 고정관념을 주목하는 것은 게이머에 대한 중립적 인식을 유지하고 온라인 플레이어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있어 여전히 필요한 과제다. 젠더 고정관념과 사회적 역할 이론 젠더 고정관념(gender stereotype)은 ‘여성과 남성 모두가 각각 지녔거나, 지녀야 하거나 실제로 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특성, 특징, 역할에 대한 기대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재현이자 선입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현재 여성이 전세계 게이밍 인구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남성에 비해 짧은 시간 위주의 캐주얼 게임을 주로 한다는 인식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남녀 모두에게 열려 있음에도 기존의 젠더 고정관념과 인식을 악화시키는 매개로 지적되어 왔다. 남성 게이머들이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존재로 묘사되며 우월하게 여겨지는 한편, 여성 게이머는 순응적이거나 남성에 의존하는 모습으로 규정되며 일반적으로 낮은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한편, 젠더 고정관념에 입각한 태도는 여성 게이머에게 가해지는 원치 않은 위협, 모욕적 태도, 괴롭힘이나 희롱으로도 나타난다. 이는 e-스포츠 분야의 여성들에게 차별이자 동시에 점점 더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자리한다. ‘사회적 역할 이론(Social Role Theory)’에 따르면, 개인의 행위와 태도, 목표는 그들의 젠더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에 큰 영향을 받는다. 즉 사회적 규범과 기대가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역할을 정의하기에, 문화적 규범과 믿음에 기반해 공고해지는 젠더 고정관념은 개인의 행위와 관점, 욕망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젠더의 역할을 구성하는 사회적 기준이 어떻게 개인 고유의 역량과 태도, 커리어 경로에 영향을 주는지를 주목한다는 점에서 이는 본 연구의 핵심적인 이론적 관점이다. 특히, 사회적 역할 이론은 사회적 역할에 변화가 일어날 경우 인식과 행동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젠더 고정관념을 분석한다는 것은 모든 젠더의 플레이어가 임파워링할 수 있는 포용성을 구축하고 다양하고 환대적인 게임 커뮤니티를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연구문제와 방법 이 연구는 1) <모바일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여성 필리핀 게이머는 어떠한 젠더 고정관념을 경험하고, 2) 이들은 자신의 젠더와 관련한 고정관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는가? 라는 두 가지 연구문제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모바일 레전드> 플레이 경험이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필리핀 여성 게이머 16명을 대상으로 반구조화된 인터뷰를 시행했다. 인터뷰는 주로 페이스북 메신저, 구글 미트와 같은 비대면 SNS 플랫폼에서 진행되었으며, 위의 두 가지 연구문제에서 유래한 개방형 질문으로 구성하였다. 필리핀 게이머들의 실제 경험을 탐구하기 위해 연구는 기본적으로 해석학적 현상학(hermeneutic phenomenology)에 입각한 질적 방법을 사용했다. 인터뷰에서 수집된 자료는 표로 정리되고 코딩되었으며, 특정한 패턴이나 주제를 식별하기 위해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을 수행했다. 대주제와 하위주제간의 식별을 위한 자료로 살다냐(Saldaña, 2021)의 코딩 기법을 활용하여 분석에 있어 보다 체계적이고 엄격한 접근을 시도하고자 했다. * 게임 일러스트, 출처 – https://www.ign.com * 게임 플레이 장면, 출처 -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바일 레전드> 여성 게이머들에 대한 젠더 고정관념 먼저 <모바일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여성 게이머가 대부분 경험하는 고정관념은 ‘내려치기(downgrading)’였다.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하더라도 이들은 대부분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는데, 이는 여성 게이머가 실력과 역량 면에서 남성보다 약하고 무능하다는 젠더 고정관념에 기반한다.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음에도 <모바일 레전드>가 남성, 그 중에서도 소년들만의 게임으로만 여겨지는 인식은 실제 존재하는 여성 게이머에 대한 배타적 인식과 낙인을 강화했다. 이들은 플레이 도중 남성들에게 게임을 접으라는 이야기를 듣는 등 여러 형태의 사이버 폭력을 겪었고, 그 결과 대다수가 남성이나 성 중립적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프로필을 숨기거나 음성 마이크 사용을 망설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모바일 레전드>의 여성 게이머들은 실력이 약하다는 고정관념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게임에서 항상 서포터를 하는 역할로만 낙인지워지기도 한다. 실력자가 아니라는 편견 때문에 여성 게이머들은 게임에서 실수하기를 두려워했는데, 혹여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에는 언제나 ‘지원 영웅이나 하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 게이밍의 시대’라는 결과에 젠더 고정관념이 위협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며, 온라인 게임 내 여성들이 실제 게임 경험에서 이 위협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남초 게임인 <모바일 레전드>를 여성이 플레이한다는 이유 자체만으로 여성 게이머들은 ‘바이섹슈얼’이나 ‘레즈비언’이라는 취급을 받기도 했다. 오직 (시스젠더) 남성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여성이 하는 상황이 펼쳐졌을 때, 그들은 젠더 규범의 바깥이라는 비정상적 영역에 속한 사람들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이다. 젠더 고정관념에 대한 <모바일 레전드> 여성 게이머들의 대응 그렇다면, 상기한 이러한 젠더 고정관념에 대해 <모바일 레전드> 필리핀 여성 게이머들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을까? 우선 가능한 대응 메커니즘 중 하나로 ‘무시(ignoring)’가 있다. 내가 게임을 하고 싶고 그동안 이 게임을 잘 즐겨 왔기 때문에, 또 그들이 내게 개인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내버려 두자고 마음 속에 새기며 다음 게임을 잘 준비하는 것이다. 즉 여성 게이머들은 주어진 젠더 고정관념을 적극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이를 다룰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믿고 있었다. 가끔, 자신의 실수에 유독 끔찍하게 반응하는 남성 게이머에 맞서 이들은 차분히 대응하며 다음 전략을 준비하기도 한다. 무시와 비슷한 또 다른 대처법으로는 ‘보복(retaliate)’도 있다. 자기에게 악담이 온다면 똑같은 형태로 돌려주고, 누군가가 폭력적 언행을 한다면 신고하고 그 사람을 차단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젠더 고정관념에 맞서는 또 하나의 방법은 게임에 더더욱 헌신하고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탁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목표로 게임에 집중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자신들에 대한 괴롭힘이나 부정적 평가를 피하고, 젠더 폭력이라는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모바일 레전드>에서는 분명히 프로 게이머에 준할 만한 실력을 가진 여성 게이머들도 존재했는데, 이들은 곧 프로로 평가받지 못하는 다른 여성 게이머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싸우는 이들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레전드> 게임 시간을 줄이고 운동이나 야외활동이나 학업에 시간을 더 들이는 사례도 있었다. 정리하며 ‘<모바일 레전드> 필리핀 게이머들의 젠더 고정관념 탐색하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비슷한 형태의 휴대폰 전용 AOS 게임에서 여성 게이머들이 겪는 위기와 대응 방식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질적 접근법을 택하고 있으면서도 분석 내용이 표면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점은 큰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여성 게이머들이 온라인 게임의 남성지배적 문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이들이 취하는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인 서로 다른 방식의 전략들이 각자 어떤 맥락에서 발생했으며 어떤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의 문제는 심층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다만 이 연구의 주요 함의 중 하나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문제를 마주한 게임의 시대에도 여전히 남성 게이머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장르적 영역이 존재하며, 여전히 여러 연령과 젠더의 플레이어들이 접속하고 있는 모바일/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도 젠더 차별과 고정관념이 공고히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 소비자로서의 비중을 높여 가고 있음에도 여성 게이머들이 겪는 불변의 게임문화를 구성하는 핵심 논리는 무엇인지, 게임 산업분야는 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하는지, 좀더 문화적이고 실질적인 연구들이 더 많이 수행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문화연구자) 김지수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북미에 불고 있는 게임업계 해고와 노조 설립 붐의 현장 스케치
2025년의 게임업계는 단순한 고용환경 변화가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재정립이 시작된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더는 개발자가 익명의 톱니바퀴처럼 쓰이고 버려지는 구조를 당연시하지 않는 시대다. 그리고 그 변화는 현장 구성원들의 단호한 목소리에서 시작됐다. < Back 북미에 불고 있는 게임업계 해고와 노조 설립 붐의 현장 스케치 25 GG Vol. 25. 8. 10. “정리해고 통보는 메신저로 왔고, 회사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어요. 그 순간, 우리 팀은 단단히 결심했죠. 이제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요.” 2025년 초,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산하 ‘오버워치’ 개발팀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품질 관리(QA). 부서 수십 명이 예고 없이 해고되자, 남은 직원들은 단체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곧바로 ‘전 부서 대상(wall-to-wall)’ 노동조합 결성을 선언했다. 이는 미국 게임업계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가장 먼저 잘리는 존재였죠. 이젠 바꿀 때입니다.” 한 QA 테스터는 Polygo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5년 현재, 미국 게임업계에는 이 같은 노동조합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스튜디오들이 중심에 있다. ‘엘더스크롤스’, ‘폴아웃’ 등으로 잘 알려진 제니멕스 미디어의 QA팀 300여 명은 이미 2023년 노조를 결성했고, 올해 6월 마침내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 금지, 연봉 인상, 원격근무 보장, AI 남용 금지 등의 조항이 포함됐다. 합의에 이르기까지 무려 2년에 걸친 교섭이 있었다. 이처럼 조직화 움직임이 활발해진 데는 뚜렷한 맥락이 있다. 2023년 이후, 테크와 게임업계 전반에서 진행된 대규모 구조조정이 방아쇠 역할을 했다. 일렉트로닉 아츠(EA), 유비소프트,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거의 모든 대형 퍼블리셔가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을 정리해고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개발자는 “코로나 초기 정도만 해도 게임 업계는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고 그 누구나 게임업계에서 일한다고 하면 부러워했다”며 “당시 집에서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이 올려준 매출이 영원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매일 매일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수없이 많은 동료다 잘려 나갔다”고 말했다. 이직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게임업계에 꽤 긴시간 몸 담았던 필자의 링크드인에는 아직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글이 있다. 1년 이상 구직을 하고 있고 이제는 실업수당도, 저축해놓은 돈도 떨어져서 정말로 절박하다는 글이다. 미시적인 체험을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전에 없이 재취업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호소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당연히 노동조건에 대한 생각이 게임 노동자 사이에서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노조가 생겨도 활동은 쉽지 않았다. 회사가 교섭에 지연 전술을 쓰며 기본적인 요구에도 몇 달씩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힌 노조도 있었다. 심지어 단체협약을 맺은 직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제니멕스를 포함한 게임 부문에서 1900명을 정리해고하며 노조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위에서 설명한 블리자드 노조 역시 여러 노력을 했다. 노조 결성 이후 회사 측은 단체협약 교섭은 인정했지만, 교섭 대상자 범위를 제한하려 하거나, 회사 소속 변호사를 통해 위협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목소리를 냈고, 실제로 성과도 얻었다. 제니멕스의 단체협약은 “게임업계 최초의 진정한 노사 합의”라는 평가를 받는다. 블리자드도 2025년 여름, QA 팀 일부와의 조건부 합의에 도달했고, AI 도구 사용에 대한 사전 동의 조항을 삽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게임업계를 덮치고 있고 노동운동의 주요 갈등요소로 자리잡고 있다.음성 데이터 수십 시간을 학습시켜 만든 ‘AI 성우’나, QA 테스트를 자동화하는 툴들이 실제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졌다. SAG-AFTRA(배우조합)는 2025년 초 게임 성우 부문에서 파업을 예고했고, 결국 AI를 이용한 목소리 복제는 배우의 서면 동의 없이는 금지하는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회사의 대응은 제각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겉으로는 “노조 결성에 중립적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교섭 과정에서는 지연 전술과 부분적인 협조만 보여주며 이중적 태도를 취했다. 세가 오브 아메리카는 2024년 자발적으로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직후 계약직 직원 61명을 해고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반면, 일부 중소 개발사들은 “노조와의 협력은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적극적인 교섭에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2025년의 게임업계는 단순한 고용환경 변화가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재정립이 시작된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더는 개발자가 익명의 톱니바퀴처럼 쓰이고 버려지는 구조를 당연시하지 않는 시대다. 그리고 그 변화는 현장 구성원들의 단호한 목소리에서 시작됐다. Tags: 게임산업, 노동조합, 해고, 북미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나성인) 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 [인터뷰] DRX 무릎이 말하는 게이머와 조이스틱의 관계
그렇다면 조이스틱에서 발생하는 감각과의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오랜 기간 세계 최정상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라면, 아주 미묘한 감각과 게임 간의 상호작용을 더 면밀히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십여 년간 탑 티어를 놓지 않으며 수많은 게임기기를 이용해본 게이머라면, 조이스틱의 변천에 따른 감각적 차이를 잘 설명해주지 않을까? 이러한 기대를 품고 이번호에서 편집장은 글로벌 이스포츠 전문기업 DRX 소속 철권 프로게이머인 '무릎' 배재민 선수를 만나고 왔다. < Back [인터뷰] DRX 무릎이 말하는 게이머와 조이스틱의 관계 11 GG Vol. 23. 4. 10. 일찍이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은 미디어를 신체와 감각기관의 연장이라고 보고, 발달하는 기술이 인간의 감각기관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굳이 복잡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게임 인터페이스에 활용되는 기술들이 게이머의 감각을 게임 속 캐릭터와 연결시킨다는 점은 쉽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터페이스들을 통해, 게이머의 눈은 게임 속 세상을 인지하고, 게이머의 손은 게임 캐릭터의 신체를 제어한다. 게이머의 아주 미세한 움직임 하나가 게임 캐릭터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도 하기에, 감각과 게임의 연결은 모든 게임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으로 감각과의 연결이 중요한 게임 장르를 꼽는다면 ‘대전(對戰) 격투 게임’이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프레임 단위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고, 반응해야 하는 격투 게임에서 조이스틱이나 패드는 게이머의 감각을 극한까지 받아들인다. 그리고 게이머의 반응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게임의 내용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게이머의 경험까지도 변화시킨다. 그렇다면 조이스틱에서 발생하는 감각과의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오랜 기간 세계 최정상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라면, 아주 미묘한 감각과 게임 간의 상호작용을 더 면밀히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십여 년간 탑 티어를 놓지 않으며 수많은 게임기기를 이용해본 게이머라면, 조이스틱의 변천에 따른 감각적 차이를 잘 설명해주지 않을까? 이러한 기대를 품고 이번호에서 편집장은 글로벌 이스포츠 전문기업 DRX 소속 철권 프로게이머인 '무릎' 배재민 선수를 만나고 왔다. 편집장: 너무 유명한 선수를 모셔서, 굳이 소개를 부탁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웃음) DRX 무릎 선수는 오랫동안 대전 격투 게임에서 최정상급 위치를 유지해 오시면서 다양한 컨트롤러들을 만져보셨잖아요. 혹시 가장 처음 만져본 게임 컨트롤러가 무엇인지 기억나시나요? DRX 무릎: 맨 처음으로 만져봤던 건 오락실에 달려있는 기계였어요. 편집장: 혹시 어떤 게임인지도 기억하세요? DRX 무릎: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했던 게임이라서.. 아마.. 그 당시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2〉였던 것 같아요. 당시에 동네에 오락실이 있었는데요. 아버지랑 목욕탕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구경시켜줄까?’ 해서 들어갔었는데, 오락기가 일렬로 쭉 있더라고요. 다 처음 보는 거라서 너무 신기했는데, 당시에는 게임 제목을 오락실 사장님이 직접 써서 붙여놓으셨어요. 편집장: 맞아요. 매직으로 보통 써놨었죠. (웃음) DRX 무릎: 네. 매직으로. 그때 정확하게 〈스트리트파이터 2〉라고 안 되어 있었고, 그냥 ‘장풍 2’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 당시에 무협 영화가 엄청 유행하던 때라 장풍은 알았죠. 그렇게 ‘장풍2 해보고 싶다’고 해서 했던 게 (컨트롤러를 만져본) 처음이었어요. 편집장: 당시에는 커맨드를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니지 않나요? DRX 무릎: 네. 그냥 막 눌렀죠. 편집장: 그러면 당시에 왼쪽에 막대기가 있고, 오른쪽에 버튼이 있는 구조를 그때 처음 보신 거잖아요? DRX 무릎: 네. 그렇죠. 그 이후에 게임에 빠져서 게임기를 사주신 게 ‘제믹스’라는 게임긴데, 그거는 패드처럼 돼 있었어요. 편집장: 그러면 처음에 스틱을 잡으시고, 이거를 전후좌우로 움직이면 캐릭터가 움직인다는 걸 되게 어렸을 때부터 익히신 건가요? DRX 무릎: 그렇죠. 당시에는 게임기에 상하좌우 이렇게 적혀 있었거든요. 레버 방향 같은 거를. 그거 보고 조작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대전 격투 게임이 움직임이 좀 자유롭잖아요? 그래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점프하고 싶다 하면은 그냥 (레버를 위로 올리는 손동작을 하며) 이렇게 했어요. 그러면 점프를 하더라고요. 편집장: 어떻게 보면 거의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배우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군요. 특히 〈스트리트 파이터〉와 같은 계열은 스틱 커맨드가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장품 같은 걸 쏘는 것도 사실은 어려운데, 따로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아니면 이렇게 움직여보다가 익히신 거예요? DRX 무릎: 처음에는 아예 모르니까 그냥 버튼만 누르고 그러다가 나중에 오락실 가서 알게 됐죠. 어떤 분이 쓰는 것 보고 물어봤어요. ‘이거 어떻게 쓰는 거예요?’하고. 편집장: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기술을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보면 다들 쓰고 있었죠. 잡지 같은 데 기술표가 정리되긴 하지만, 다들 잡지를 사서 보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면 구전처럼 기술이 전해졌던 것이군요. DRX 무릎: 네. 오락실에서 어떤 아저씨가 알려주기도 하고, 뒤에서 손 보고 따라하기도 하고 그랬죠. 물론 아저씨라고 했지만 그때의 제 시각이니 사실 대학생일 수도 있고요. 편집장: 그러면 오락실 스틱부터 제믹스 콘솔까지 잡아보시고, 이후에도 정말 다양한 스틱들을 잡아보셨을 텐데, 지금 현재 쓰고 있는 스틱이 어떤 것인가요? DRX 무릎: 지금은 이제 조이스틱을 쓰고 있거든요. 음.. 저는 사실 다른 거를 쓰려면 쓸 수는 있지만, 이게 너무 익숙하고 너무 자유로워서 저는 딱히 다른 걸로는 안 바꾸게 되더라고요. 편집장: 격투 게임이 또 오래된 논쟁이 ‘키보드로 우승할 수 있는가?’ 이런 얘기도 있는데, 다른 기기들은 손에 잘 맞지 않으셨나보군요. DRX 무릎: 네. 일종의 세대 차이가 있지 않나 싶어요. 저는 오락실 세대라서 이게(조이스틱) 너무 익숙하고, 지금 사람들은 이게 너무 불편하다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나라마다 다른 점도 있는데요. 해외 같은 경우는 패드를 많이 쓰더라고요. 뭐.. 그 이유는 사실 되게 단순한데, 스틱이 비싸서. 플스(플레이스테이션)를 사면 패드가 딸려오고, 그걸로 하다 보니까. 그런 이유가 크더라고요. 그리고 해외에 오락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있긴 해도 차를 타고 엄청 멀리 가야 한다거나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편집장: 한편으로 오래된 격투 게이머분들은 그런 차이도 되게 민감하시잖아요. 예를 들어 무각이냐 사각이냐 같은. DRX 무릎: 네. 그것도 많이 다르죠. 되게 옛날에는 팔각도 있었고요. 사각 같은 경우는 거의 일본 오락실에서 많이 쓰는 건데요. 우리나라는 애초에 오락실에 대중적으로는 팔각이나 무각 레버가 달려 있으니까 시작을 이걸로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게(무각이) 너무 익숙하고, 사각은 잡는 레버라고 해야 할까요? 그게 너무 짧아서 불편하더라고요. 편집장: 잡는 방식도 서로 다르지 않나요? DRX 무릎: 네. 정말 각자가 편한 대로 잡더라고요. 누구는 이렇게 잡고, 누구는 이렇게 잡고(아래 사진 참조). 뭔가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자기 손에 맞는 대로 각자가 다른 것 같아요. * 무릎이 묘사했던 여러 조이스틱 파지법. 실제로 오락실에 가면 여러 방식의 파지법을 볼 수 있다. 편집장: 어떻게 스틱을 잡든, 사실 게임에서는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기판마다 차이점이 있나요? DRX 무릎: 음.. 공식 기판이 아닌 비인가 기판을 쓰는 스틱들이 있거든요. 일단 그런 것을 해보면 확실히 입력이 느린 느낌이 납니다. 예를 들어서 게임 시작하자마자 상대랑 같이 버튼을 눌러도 약간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편집장: 혹시 그러면 대회 같은 곳에서도 비인가 기판이 나오는 경우도 있나요? DRX 무릎: 되게 예전에는 그것들이 나온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플레이스테이션 4부터는 비인가 스틱을 오래 쓸 수가 없어요. 8분인가 쓰면 갑자기 연결이 끊겨 버려서 게임이 안 되죠. 편집장: 정말 모르는 세계가 많군요. 저는 가끔 격투 게임의 세계가 무협지 같다는 생각을 해요. 파키스탄 가셨던 이야기를 보면 이것은 무협지에 나오는 이야기거든요. (웃음) 은둔고수를 찾아나서는. 그런 맥락에서 스틱을 잡는 행위를 일종의 수련 단계로 설명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까요? 그러니까 스틱에 익숙해지는 단계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의 단계라고 할까요? 스틱을 오래 잡고 있으면 점점 깨닫는 바가 있다거나 그런 점이 있을까요? DRX 무릎: 어려운 커맨드나 레버로 할 수 있는 단축 커맨드 같은 것들을 더 알게 되고 익숙해지는 지점은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러면 격투 게임을 함에 있어서 초보가 겪는 몇 가지 장벽들에 대해서 대표적인 것들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DRX 무릎: 보통은 대각선을 제일 어려워합니다. 무각 레버는 사각처럼 확실하게 들어가는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대각을 입력하라고 했을 때, ‘대각이 도대체 어디예요?’ 이런 얘기도 되게 많고요. 그리고 횡신을 할 때 (레버를) 위로 당기라고 해서 힘을 주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면 점프를 하거든요. 횡신은 힘을 조절해서 약간 레버를 튕기듯이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많이들 어려워하시죠. 편집장: 그러면 저 같은 초보가 모여서, 횡을 배우겠다고 하면, 어떻게 가르치실 것 같으세요? 이게 말로 설명이 될까요? DRX 무릎: 그렇죠. 어렵죠. 저라면 일단 횡신 같은 경우에는 ‘레버를 위로 올린 다음에 손을 떼라’ 약간 이런 식으로 설명할 것 같긴 해요. 그래야 힘이 빠지고 튕기면서 횡이 나가거든요. 편집장: 이런 맥락에서 무림의 영역이 떠오른 것인데요. 머리나 말로 인지하는 것과 다르게 몸이 익혀야 하는 지점이 있잖아요. 그러면 얼마나 게임을 해야 몸에 익을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있는데, 무릎 선수는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기술을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그것까지는 보통 얼마나 걸릴까요? DRX 무릎: 요즘 분들은 그래도 한 3개월 이상 하면 대부분 사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한 달 정도면 본인도 어느 정도 기술을 다 사용할 수는 있지만, 조금 미숙하다는 걸 알고 있는 정도고. 한 3개월 하시면 (상대방의) 심리를 모른다뿐이지 기술 같은 거는 다 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편집장: 사실 격투 게임이 피지컬로만 다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막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요즘도 논란이 되고, 전에 영상에서도 말씀하신 것을 본 적이 있는데요. 그 지점에서 상대방 스킬을 보고 판단하는 심리적인 시간과, 그 판단 이후에 반응을 하는 손과 뇌의 시간 중에서는 어느 쪽이 더 무게가 있을까요? DRX 무릎: 제가 생각할 때는, 동체 시력보다는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든요. 아무리 반응 속도가 빠른 스포츠 선수를 데려다 놓고 철권을 시켜도 기술을 모르기 때문에 반응할 수 없을 거예요. 단순히 날아오는 공 같은 것이 아니고, 머리에 ‘이 기술은 하단이다’라는 정보가 있어야 모션을 보자마자 (레버를) 딱 당기는 거거든요. 근데 이것도 제가 봤을 때는 어느 정도 발동 프레임이 정해져 있어요. 사람이 보고 반응할 수 있는. 그 이하로 가면 사실 감으로 막는거죠. 적정 프레임이면 보고 입력된 걸로 하고 막을 수 있겠지만요. 편집장: 확실히 격투 게임에서는 경험을 통해서 경험치를 축적하고, 감으로 움직인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영역도 존재하죠. 그런 지점에서 무릎 선수의 플레이가 감탄이 나오는 것은 한 두세 번 상대해보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으시던데요. DRX 무릎: 왜냐하면 게임을 하다 보면 본인만의 스타일, 자주 쓰는 타이밍이라든가 공격 패턴이 있어요. 그거를 감추는 것은 사실 쉽지 않아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편집장: 프로 격투 게이머로서 일정한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데는 사실 경험이 피지컬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DRX 무릎: 네. 그게 제일 중요하죠.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평소에는 잘하다가 대회만 가면 긴장해서 제 실력을 거의 내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편집장: 또 캐릭터가 또 한두 개가 아닌데 그 패턴을 다 파악하고 그게 머릿속에 들어 있으면서 재깍재깍 나와줘야 하는 거니까. 그러면 초보 게이머들은 그런 변명을 합니다. “내가 피지컬이 너무 안 돼서 못 하는 거다”라고. DRX 무릎: 거의 그렇게 많이들 생각하시죠. 사실 그 지점은 반복 연습으로 뚫어야 하는 건데... 사실 즐기면서 게임을 하시는 분들은 반응해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공격 패턴 같은 걸로 상대를 이기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죠. 편집장: 확실히 그런 지점에서 경험이나 감각이 중요하겠죠. 다시 좀 스틱 얘기로 돌아가면, 무릎 선수는 지금까지 여러 컨트롤러를 쓰셨을 거잖아요. 그러면 여러 스틱을 만지셨을 건데, 그중에 나한테 정말 잘 맞았던 뭔가가 있었다는 것이 있을까요? DRX 무릎: 제 기준에서는 잘 맞는 거는 어느 정도 레버랑 버튼의 배열이 약간 좀 공간이 있는 거라고 해야 할까요? 손이랑 버튼 위치가 좀 잘 맞는 스틱들이 있었어요. 이런 것들은 되게 게임하기 편했거든요. 그리고 레버의 탄성 같은 게 너무 강하면 게임을 하다 쉽게 피로가 쌓여요. 그래서 어느 정도 적정한 탄성의 스틱이 굉장히 잘 맞았죠. 편집장: 내 손에 맞는 편안함 같은 것들이 실제 퍼포먼스에도 영향이 크게 가나요? DRX 무릎: 아무래도 연습도 해야 하고 대회를 나갔을 때도 굉장히 긴 시간 동안 게임을 하게 되는데, 조작이 빠르고 많은 동작들을 넣어야 되다 보니까 손목이 굉장히 피로하거든요. 잘 맞는 레버로 게임을 하면 장시간 게임에도 멀쩡해요.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고, 조작이 굉장히 많이 들어나는 캐릭터를 하게 되면 하기 어려운 게 있어요. 편집장: 그러면 여러 컨트롤을 만지면서 이것은 그냥 기계가 아니라, 내 신체의 일부같이 여겨지는 그런 순간도 있으셨나요? DRX 무릎: 정말 잘 맞는 레버 같은 거를 만지게 되면, 기술이 정말 잘 나가요. 그런 것들 만나면 되게 좋았고. 지금 시대는 사실 본인한테 맞는 스틱을 구해서 쓸 수 있지만, 옛날 오락실 같은 경우는 그냥 달려있는 걸 썼었잖아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기계가 한 네 대 있다고 쳤을 때, ‘저기서 두 번째 기계가 제일 잘 맞다’ 그런 것들이 있었죠. 편집장: 그것도 사실 오락실 주인이 정비를 하실 텐데 튜닝에 따라서 조금 또 스타일이 바뀔 수도 있는 거겠네요. DRX 무릎: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봤을 때는, 고무의 탄성을 조금만 바꿔도 입력하는 느낌이 다르고요. 안에 있는 헤드 사이즈라고 하는 게 있는데, 그게 0.01 바뀌는데 느낌이 다르고 그래요. 스위치를 바꿔도 느낌이 다르고. 그래서 좋은 레버, 좋은 고무, 자기한테 맞는 헤드 사이즈 이런 것들을 찾아서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무릎 레버라는 것을 만들어서 제 손에 맞는 것을 만들었죠. 편집장: 그거는 확실히 만족감이 드세요? 정말 딱 내가 생각하는 기술이 그대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DRX 무릎: 네. 세부적인 부품도 바꿔보면서 더 좋은 쪽으로 맞춰가다보니까, 저는 그거 말고 다른 걸로 하면 이제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편집장: 그러면 파키스탄 같이 해외 대회에서도 본인 스틱을 쓰세요? DRX 무릎: 네. 제 거를 가져가죠. 요즘은 대회를 다 콘솔로 하니까, 그런 것들이 장점이에요. 옛날에 오락실에서 했을 때는 확실히 좀 어렵죠. 예를 들어서 저는 이 오락실을 전혀 안 다녔는데, 대회한다고 해서 왔어요. 그런데 여기 다니는 사람들은 이미 익숙하니까 (스틱의 특성을) 잘 알잖아요. 제 입장에서는 ‘여기는 입력이 너무 안 되는데?’ 약간 이런 게 있어서 그런 불편함들이 있었죠. 편집장: 격투 게임 게시판 같은 곳을 가보면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아’ 이런 말들이 있는데. DRX 무릎: 요즘에는 옛날이 아닐까 싶어요. 확실히 ‘장비빨’이라는 것은 무시 못 하겠더라고요. 편집장: 장비빨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국제 대회 끝나고 영상을 보면 그렇게 잘 맞도록 주문 제작하신 조이스틱을 바닥에 내려놓거나 하시는 경우들도 있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고급 물건이라고 볼 수 있는 조이스틱이 무릎선수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DRX 무릎: 어렸을 때부터 이미 스틱을 만지다 보니까 너무 익숙한 개념이고요. 이렇게 편하게 다룬다고 해서 험하게 다룬다기보다는, 학교 다닐 때 매는 책가방 같은 느낌이에요. 언제든지 챙길 수 있고, 언제든지 사용해야 하는 그런 느낌이라서. 저한테 스틱은 그냥 또 다른 손인 거죠. 일종의 혼연일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편집장: 대회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도 있고, 내가 생각하고 반응하는 영역도 결국은 레이턴시가 걸려 나가는 건데요. 네트워크 레이턴시 같은 것들도 많은 영향을 주잖아요. 아예 대놓고 반응 속도에 문제가 있으면 차라리 경기에 문제 있다고 하고 재경기를 하면 되는데, 이게 애매하게 걸리는 것들도 있잖아요. DRX 무릎: 5핑이 제일 빠른 건데, 갑자기 막 4핑이 뜨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반응을 해도 안 되거든요. 이미 게임에서 입력이 늦게 들어가는 것이다 보니까, 그럴 때는 좀 그렇죠. 편집장: 그럴 때는 심판을 부르거나 하시나요? DRX 무릎: 보통은 어쩔 수 없다고 하고 그런 식으로 넘어갈 때가 많죠. 온라인은 어쩔 수 없지 않나 하고.. 편집장: 그래서 격투 게임에 초청전이 많은 거군요. 그러면 요새 이야기가 많은 가상 공간에서 격투 게임을 한다고 하면 그 안에서 뭔가를 할 수 있을까요? DRX 무릎: 아직 기술적으로 그게 어렵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만약 가상 공간에서 게임을 한다고 하면, 오락실에서 이제 건너편 기계에 있는 사람이랑 붙는 그런 느낌일 것 같은데, 그런 점은 재미있겠죠. 왜냐하면 사실 온라인에서 하는 게임은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옛날에 오락실을 가면 누군지는 모르지만 일단 건너편에 사람이 있고, 옆에 기계 보면 여기도 열심히 하고 있고 이런 느낌이라서. 제가 만약 게임을 안 하고 있어도 다른 화면을 보거나 잘하는 사람끼리 하는 것을 보고 재밌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냥 혼자 집에서 하다 보니, 설령 계급을 올렸다고 해도 옆에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그냥 자기 혼자만의 만족을 하고 끝나다 보니까, 아쉬운 그런 상태죠. 편집장: 그러면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는 건데요. 인터페이스를 없애고 사람이 자기 생각만으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뇌파만으로 격투 게임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DRX 무릎: 그러면 굉장히 더 피로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머리로만 게임을 하는 건데 장시간 게임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편집장: 약간 그런 점도 있잖아요. 프로 게이머를 이루는 주요 요소를 세 가지로 말하자면, 기술이나 캐릭터에 대한 지식, 그리고 이 지식을 활용해서 다음 패턴이 뭐가 나올지 파악하는 심리, 그리고 이것들을 내 퍼포먼스로 뽑아내는 육체적인 능력. 이렇게 지식, 심리, 피지컬 중에 마지막 것이 사라지는 거잖아요. 그랬을 때 게이머는 어떻게 바뀔까요? DRX 무릎: 손맛이라고 해야 될까요. 손맛이 일단 없어질 것 같고요. 제 영상 시청자분들 중에서는 손캠을 올려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으시거든요. 프로게이머 손놀림에는 리듬감도 있고 일반적인 손놀림이랑은 다르고 하니까. 그런 퍼포먼스 같은 것이 없어질 것 같네요. 편집장: 이런 질문은 다른 곳에서도 받아보셨겠지만, 오랜 기간 게임을 해오셨잖아요. 그런 지점에서 내 손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으세요? DRX 무릎: 좀 있어요. 옛날에는 쉽게 썼던 거(기술)를 지금은 좀 연습이 필요한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보기만 하면 뚝딱하고 30분 만에 하던 거를 지금은 1시간, 1시간 반 이렇게 연습을 해야 할 때가 있죠. 편집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정상의 위치를 유지하고 계신다는 건, 한편으론 피지컬적 요소가 떨어지는 만큼 아까 말씀하셨던 심리나 지식의 영역으로 커버하시는 지점도 있을까요? DRX 무릎: 네. 피지컬이 조금은 떨어지더라도 그걸 뭔가 다른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피지컬이 정말 좋은 선수라도 엄청 노련미가 있는 사람 만나서 지는 걸 보면 절대적인 것은 없구나 싶기도 하고요. 무조건 어리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다고 못 이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옛날보다 게임은 오래 못하지만, 상대를 붙어보면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게 생기는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런데 그건 또 한편으로, 이 기사가 올라가면 ‘그건 무릎이니까 가능한 영역이다’고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오랫동안 활동해오시면서 무릎 선수가 겪은 상대들 중에서 기량이 꺾인다든가, 혹은 에이징 커브가 왔다는 점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있으면 대충 어느 정도의 나이대에서 그런 지점이 온다고 느끼시나요? DRX 무릎: 예전에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내려가고 또 뭔가 전성기가 끝났다는 사람들을 많이들 봤죠. 제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선수들을 봤는데, 대부분 한 30대가 되면 좀 확 내려가긴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철권이 롤처럼 메타가 확 바뀌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게임을 할 때 오랫동안 플레이한 스타일을 잘 바꾸지를 못해요. 다른 게임처럼 전략 전술을 맞춰서 챔피언을 고르는 게임이 아니다 보니까, 캐릭터가 많지만 ‘나한테 맞는 캐릭터는 이거다’고 정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자신의 패턴이나 습관 같은 것들을 바꾸기가 어려운데, 새롭게 등장하는 사람들은 또 새로운 것들을 들고 나오잖아요. 그래서 (어떤 캐릭터나 플레이에 대한) 연구가 어느 정도 끝나면 (그 선수가) 그냥 확 내려가는 그런 게 있어요. 편집장: 그러면 철권에서 에이징 커브라는 개념은 육체적인 반응 속도나 기량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착화되는 경향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사실 무릎 선수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캐릭터를 주챔급으로 하시는데, 게임을 분석하시고, 소위 말하는 ‘뇌지컬’로서의 장점들이 지금의 폼을 유지하시는 비결이실 것 같네요. DRX 무릎: 네. 에이징 커브를 겪는 많은 선수들이 고착화된 점을 잘 못 바꾼다고 해야 될 것 같아요. 한때 잘했어도 ‘이 캐릭터 플레이가 너무 어려운데 그걸 억지로 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 스타일에 맞는 캐릭터를 할래’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은 어느 날 오랜만에 성적을 내는 경우는 있어도 자주는 못 그런 것 같아요. 편집장: 그거는 확실히 달성하기는 쉽지 않겠네요.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니까. DRX 무릎: 그렇죠. 왜냐하면 여러 캐릭터를 어느 정도로 하는 사람들은 이미 너무 많거든요. 확실히 한 캐릭터만 메인으로 하는 사람들은 플레이가 약간 다른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다른 캐릭터를 하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랑 별 차이가 없는 정도의 수준까지밖에 안 돼요. 그래서 여러 캐릭터를 하기보다 한 캐릭터의 장인 느낌으로 가고, 변화를 거부하는 그런 게 있더라고요. 편집장: 격투 게임에 대해 사람들은 되게 쉽게 ‘피지컬 대결이다’고만 생각하지만, 무릎 선수가 그게 아니다는 걸 좀 보여주고 계시는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것은, ‘표현한다’고 했을 때, 말을 언어를 써서 표현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은 스틱으로 내 캐릭터를 통해 일종의 퍼포먼스로 내는 것 역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건데, 스틱으로 상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느낌이 드신 적이 있으세요? DRX 무릎: 뭔가 말을 안 하고, 게임만 해도 멋있게 하려는 그런 게 있으면 상대도 알아요. 저도 알고. ‘얘 지금 고난이도 콤보를 보여주려고 하는구나. 멋있게 하려고 하네’ 그러면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하고. 그런 거를 느낄 때가 있어요. 말을 안해도 붙으면 딱 알아요. 편집장: 저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언어를 넘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고, 상대의 기량뿐만 아니라 태도까지도 알 수 있는 그런 영역이 있군요. 조금은 결이 다른 질문인데요. 나중에 ‘무릎 기념관’이 생긴다고 했을 때, 전시관에는 어떤 스틱이 올라갈까요? DRX 무릎: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긴 한데요. (웃음) 그러면 아마 맨 처음에 썼던 거를 전시하지 않을까요? 지금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맨 처음에 쓰던, ‘이걸로 시작했습니다’고 올릴 것 같네요. 편집장: 그러면 마지막으로, 이제 곧 큰 변화가 한 번 오지 않습니까? 이제 〈철권 8〉이 나올 건데, 초심자들에게 첫 캐릭터를 추천해주신다면요? DRX 무릎: 트레일러만 봤을 때는 사실 저는 폴이 정말 좋아요. 많은 사람들한테 캐릭터 추천해드릴 때 폴을 많이 추천하거든요. 철권의 대표 캐릭터이기도 하고 개발사도 폴을 많이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중간 성능 이상은 내거든요. 그런 캐릭터를 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 무릎이 추천하는 철권의 대표 캐릭터 폴. 이전 시리즈보다 나이가 들고, 해맑아졌다. 편집장: 〈철권 8〉이 되면, 초보자 도장 같은 것도 활성화해 보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DRX 무릎: 〈철권 8〉이 나오면 많은 분들이 도전하고 시작을 하실 텐데,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기획하고 있습니다. 편집장: 저도 이 기회에 많이 배우겠습니다. 컨디션 잘 챙기시고요.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미디어문화연구자) 서도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 Alan Wake 2 – The brilliant sequel to a cult classic
Before we delve a bit deeper into the Dark Place that has Alan trapped, I shall talk more about the developers of the Alan Wake series, Remedy Entertainment (henceforth Remedy), and their impact on Finnish games industry. < Back Alan Wake 2 – The brilliant sequel to a cult classic 15 GG Vol. 23. 12. 10. ***You can see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this URL: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36aa6690-bf8c-4d72-ab97-33b03e4db055 Alan Wake 2 . The long-awaited sequel to the 2010 game that follows the protagonist of the same name, Alan Wake , who is a bestselling crime fiction author. The first game takes place in a fictional city of Bright Falls in the northwestern United States of America. Alan suffers from the infamous writer’s block and decides to travel for a vacation to Bright Falls with his wife Alice. They end up residing in a cabin on an island in the middle of a lake. However, after a nightmarish evening and a fight with his wife, Alan wakes up in a car he does not remember driving off road, or how he got there. The locals tell Alan that there has not been cabin in the lake for decades, and this marks the beginning of the spiralling story where Alan tries desperately to find his wife. Things get complicated when hallucinations and events of a book he does not remember writing start to come to life around him. Alan Wake 2 continues the story of the writer who has been trapped in an alternative dimension for over a decade navigating a warped version of New York City. He attempts to escape back to reality by writing a story involving an FBI agent Saga Anderson, the second protagonist of the game. Saga’s story takes place in the very same Bright Falls. Things turn to worse when different versions of Alan work against him and it is up to the writer to destroy them before they inflict too much damage and terror in the real world. Both games belong to the genres of third-person shooter and survival horror, somewhere between Resident Evil series and Silent Hill series in its tempo and pacing with action scenes. Before we delve a bit deeper into the Dark Place that has Alan trapped, I shall talk more about the developers of the Alan Wake series, Remedy Entertainment (henceforth Remedy ), and their impact on Finnish games industry. Remedy Entertainment – from Death Rally to first Alan Wake Remedy is a Finnish powerhouse with multiple massively popular game franchises and releases. With first game published all the way back in 1996, Death Rally , Remedy has been very well-known developer in Finland and globally. What really helped Remedy to become so powerful could be attributed to luck to some degree, but even more should be attributed to their ambition to push not only the gaming as experience but themselves with design decisions. The lucky part? Death Rally was published by Apogee (later 3D realms ) who also published Duke Nukem 3D around the same time. The popularity of Duke Nukem 3D helped Remedy to be part of a big publisher to ensure the future of the company. Death Rally managed to sell over 100 000 copies in the late 1990s, and that was more than enough to pave way for the next chapter for Remedy , Max Payne . Max Payne was released in 2001 and was the first massive international success for a Finnish game development team and truly started the shift of working on games from being “just for the nerds” to “a career to be taken seriously”. Max Payne is most known for its film noir style of storytelling and setting, but even more Max Payne is known for its “Bullet Time” mechanic where player can slow time and aim faster than their opponents. In 2002, Remedy sold the rights to the game series to Take-Two Interactive for ten million dollars, while Rockstar Games would publish the sequel The Fall of Max Payne in 2003. The games have sold reportedly over eight million copies, further ensuring the legacy of Remedy and Max Payne as the important events in Finnish game industry. With the tonal change and de-stigmatization regarding video games, more opportunities started to rise for those interested in studying and making games. There have been video games as topic for courses and classes in higher education institutes (HEI) in Finland ever since 2003 with multiple HEIs offering degree programmes focusing on video games at all levels from Bachelor’s to Master’s and all the way to doctorate degrees. The success story of Remedy is not the only catalyst for video games and gaming becoming so permeated in everyday life in Finland, but it is the first one to gather sizeable international attention. The history of video game industry in Finland goes back to the 1980s when hobbyism towards programming and the rising popularity of game consoles, and later in the 1990s Personal Computers (PC), gave birth to the “demoscene” (computer art subculture) that is still active. Programmers turned their hobbyism and experiences partaking in demoscene into a business. The very first development groups that started from demoscene with successful games are Bloodhouse (known for their Stardust and Super Stardust games) and Terramarque , who fused later to Housemarque . Housemarque is still going strong as their latest game, Returnal (2021), has been a commercial success. Further success stories from game companies, such as Remedy and Housemarque , have ensured that game industry, education, hobbyism, demoscene and gaming as career are still surging onwards with no end in sight. After Max Payne , Remedy spent time to develop new game ideas and after two years in 2005 Alan Wake was born. Microsoft Game Studios was chosen as the collaborator. The game was finally published in 2010 for Xbox 360, and somewhat later in 2012 for Windows PCs. Alan Wake did not sell as many copies initially as expected, but the game has since sold over four million copies and has become a cult classic in survival horror genre. In many ways Alan Wake was intended to be the opposite of Max Payne as Remedy wanted Alan’s story to focus more on the narrative and atmosphere than action. Not only that, but Max Payne was a cop which is suitable career for action, whereas Alan as an author is rather atypical choice. Further, the first Alan Wake is structured like a television program with episodic storytelling and progression. Remedy has said that they felt Alan Wake to be first season with the downloadable content to work as a bridge to what lies beyond the conclusion of the game. After Alan Wake – from 2010 to 2023 In retrospective it might be easy to say that Alan Wake was impactful enough to warrant a sequel soon after its release in 2010, but metrics that mattered to the publisher, namely sales, weren’t enough to justify a direct sequel at the time. Further, Microsoft reportedly wanted a new intellectual property (IP) focusing on interactive storytelling. So, back to the drawing board for Remedy to start the process from the scratch. In 2013 Remedy announced Quantum Break to be released in 2015 but was delayed avoiding competition with exclusive games set to be released for the Xbox One only. Quantum Break shifted the focus from dark and harsh environment to a cleaner science fiction where events take place in the 2010s. Quantum Break is about a time travel experiment gone wrong bringing a growing fracture in time while an existence threatening the end of the world looms around. The protagonist must use their time control abilities to prevent that. As is the case with previous games from Remedy , the game is also third-person shooter with further focus on action than Alan Wake . Remedy advertised Quantum Break as an “entertainment experience” and “transmedia action-shooter video game and television hybrid”. This means that Quantum Break incorporates a live action television show to be watched at certain points during the game play, called “junction points” in-game. The television show reflects the choices player makes and sets the stage for the next episode in the game. The gambit of doing two side-by-side productions for the same entertainment artefact paid off as the game received positive reception with its story, gameplay, visuals, and the performances of actors being praised. However, the inclusion of television show to be so closely interacting with the game was something that garnered rather mixed opinions. But that is the price to pay when you truly push the creative boundaries which Remedy is known for. Quantum Break was the best-selling new IP published by Microsoft during Xbox One console generation until it was eventually broken two years later by Sea of Thieves . After Quantum Break , Remedy separated from Microsoft and had their initial public offering (or stock launch) in 2017. The publishing rights to Quantum Break are still owned by Microsoft , but Remedy acquired the publishing rights to Alan Wake from Microsoft in 2019. The first new IP after this decade long partnership with Microsoft was a project called P7. At the same time Remedy announced that they were developing a story mode to the sequel of Crossfire by Smilegate . This shift in company practice from a partnership deal to a publicly owned company meant that project P7 needed to be developed more efficiently and in shorter amount of time to prevent the delays and inflation of the development costs. Alan Wake took seven years to publish and Quantum Break five years. Remedy managed yet another success story by completing the project P7 in three years. This project has become known as Control (2019). Control shifts the focus again, but this time the shift happens in how the game world reacts around the player rather than tonal change in story telling. Control focuses on the protagonist, Jesse Faden, exploring the paranormal headquarters of a secret U.S. government agency Federal Bureau of Control (FBC), called the Oldest House. Jesse is the new Director of the Bureau and must utilize various abilities and interact with the environment to defeat enemy only known as the Hiss that has invaded and corrupted reality. FBC studies Altered World Events and collects Objects of Power from these events inside the Oldest House, which itself is an Object of Power. The Game starts with Jesse arriving to the headquarters to seek answers related to her brother after a prior event in their youth that led to the brother being kidnapped and an Object of Power claimed by the FBC. It is up to Jesse to prevent the spread of the Hiss outside the Oldest House, understand what Hiss’ aims are and where her brother is. The town where she lived with her brother was called Ordinary. Control , like so many previous titles before by Remedy , was met with a commercial and critical success with its storytelling, world building, audiovisual presentation and the characters being praised. Even though Control has its contained story, literally in more than one way, its world is shared by a certain writer trapped in their own Dark Place, after all. The plunder of CrossfireX Before the massive success of Alan Wake 2 gets the spotlight it much deserves, there is one very, very important lesson Remedy had to learn from. That is the development of the story mode to the CrossfireX (2022) that Remedy worked on since 2016 as another project alongside Control . Short story short, Remedy missed the mark with the story mode massively even after that long time in development with reviews reporting bad pacing and tempo and shallow characters. Essentially many other game development studios could have done the same as Remedy did. The “mark of Remedy” was not in the story. What did Remedy learn from this? I strongly believe it is about playing to your strengths as studio and keeping your identity, rather than trying to play into others’ hand. However, the silver lining is that CrossfireX was shut down after mere sixteen months in May 2023 after its release in February 2022. The game is dubbed to be a massive misfire with awful controls, bland story mode, and very cliche multiplayer experience that didn’t reach its target audience in the Western markets. In the West, the first-person shooter genre is dominated by Call of Duty , Halo , Overwatch , and Battlefield , and it would have required more than an amazing story by Remedy to get a sizeable enough market share. Bringing it all together for Alan Wake, again After this both short and lengthy history of Remedy ’s past games, it is time to return to one version of our reality in this current time. The sequel to Alan Wake and why everything written above matters. Much like Bethesda has its imprinted style, so has Remedy . In Alan Wake 2 , Remedy successfully incorporates lessons learned from their previous games with continued passion to push the boundaries of what games are and how they are experienced. The Remedy style of episodic gameplay is present, and so are intersecting timelines and character stories. Furthermore, the player has the freedom to choose the order they engage in the stories being told, and the exploration of the perceived reality being shifted when one is going through their Dark Time. Alan Wake 2 continues the story of the author who has been trapped in the Dark Place for thirteen years. Alan feels that the only way for him to escape back to the real world is to write a horror story that takes place in Bright Falls where the events of the first game took place. The game combines survival horror and crime investigation game play styles with Remedy -esque focus on detail and storytelling through atmosphere that is always uneasy . One of the ways Remedy is pushing the medium of episodic presentation of games further is the given freedom in which order players want to complete the stories being told. The initial start and the eventual end are using forced perspective of Saga Anderson and Alan, respectively. These two separate stories will become intertwined with each other increasingly as the game progresses over its roughly twenty-hour duration. The success of Alan Wake is yet another feather in their cap, as Remedy truly shows through Alan Wake 2 that they have learned their lessons and are building upon their strengths. It is joyful to see the passion to provide entertainment experience through quality game play and storytelling in Alan Wake 2 , while the developers are experimenting with various puzzles and honing certain experiences to build upon for future games. 2023 has been a massively successful year for gamers with numerous amazing games released which each would have won numerous awards in any other year. Alan Wake 2 being released late in 2023 and still it managed to be nominated in eight categories for the 2023 Game Awards ceremony and won the Critics’ Choice Award at the Golden Joystick Awards 2023 earlier this year. The only game to rival Alan Wake 2 in this behemoth of a gaming year is Baldur’s Gate 3 in the number of nominated categories. Remedy went all out on Alan Wake 2 and that shows, and it is very delightful to see. Remedy is brining high quality survival horror to the front pages and setting the trend of their future with this sequel. This will bode only good news for Remedy and the Finnish game industry because the continued success of Remedy in the post-covid era shows that with proper development environment and direction of resources amazing things happen. In a world filled with scummy monetization practices, Remedy shows that when passion and love for games is given time and space to flourish, the success is nothing but guaranteed. Remedy is one of the flagship companies turning the ship from live services to complete packages and complete entertainment experiences. A feature-complete game is more wanted and treasured by the players than a shiny skin of a horse for more than half the price of a sixty-dollar, or nowadays seventy-dollar, game. The Future , The Present and The Past - Remedy Connected Universe Finally, or another beginning. What complicates the storytelling of Remedy games is the confirmation of Remedy Connected Universe becoming canon in Control ’s second expansion called “ AWE ” that features our dear writer, Alan Wake and the Dark Presence. However, in the base game of Control , players can find documents that FBC has been made aware of what is going on with and around Alan Wake. The creative director of Remedy , Sam Lake, made it clear that Control and Alan Wake games share the universe and Control: AWE was merely the first crossover. Sam Lake has mentioned earlier that they have at Remedy had the idea of connected universe for multiple years and through Control and Alan Wake they can finally utilize that aspect. Alan Wake 2 fully embraces this connection with FBC and what happens in the Bright Falls. Safe to say that Saga Anderson’s career as FBI agent gathers certain attention further pulling these universes together as she works to investigate and solve the murders in Bright Falls. Further connections between these worlds are in place and two of them are present in the spin-off Alan Wake’s American Nightmare . Namely, the town called Ordinary (see above about Jesse’s past) and another character that is quite head-scratching to deal with. Oh, and not to forget about Ahti, the FBC’s janitor having good times in Bright Falls. Remedy has confirmed to be working on the sequel to Control , and it can be assumed it further combines the workings FBC and Jesse to the ones of Saga and Alan. How? Who knows currently, but right now you can immerse yourself to Alan Wake and Saga Anderson in a fantastic survival horror game that does not let you go from its grasp. Be ready, be prepared, and don’t burn your light too fast. One of the best horror games in years is here and its a testament to Remedy ’s learned lessons and utilizing their own strengths to new height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Postdoctoral Researcher) Henry Korkeila PhD, MSc, is postdoctoral researcher whose recent work has focused on the avatarization of our analog cultures as they inevitably turn into digital cultures. Special focus has been on avatars themselves, usage of avatars in their different contexts including multiple online video game genres. He has approached avatars through the types of capital, or resources, they have. His recent works in progress continue to explore the cultures of MMOs, and game accessibility and inclusivity at large.
- Towards more responsible representational practices in games
How we talk about a medium reveals a lot about who we consider its target audience or user and what purposes we attribute to their engagement with the medium. The public discourse on digital games in both Europe and North America, have for many years been characterized by the idea, that digital games was, roughly speaking, for young, teenage boys, who spend hours upon hours painted by the luminescence of the computer screen and immersed in mindless entertainment. This was of course never true. < Back Towards more responsible representational practices in games 04 GG Vol. 22. 2. 10. - 이 글의 한글 번역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pageNum=1&match=id:88 Towards more responsible representational practices in games How we talk about a medium reveals a lot about who we consider its target audience or user and what purposes we attribute to their engagement with the medium. The public discourse on digital games in both Europe and North America, have for many years been characterized by the idea, that digital games was, roughly speaking, for young, teenage boys, who spend hours upon hours painted by the luminescence of the computer screen and immersed in mindless entertainment. This was of course never true. Recently, however, many people have begun questioning this stereotype gamer and exploring the diversity of people who actually play games. But who are these ‘other’ players then? They may be toddlers who play their first game on their parents’ smartphone, the retired woman immersed in a game of Wordfeud, the ‘granny gamer’ playing CS: Go with their grandchild. But they may also be gaymers socializing around a game of Fortnite, or the young mother playing on her Nintendo Switch while her baby sleeps next to her and so on. Critiquing the norms of game culture Digital games are of course not played by stereotypes but by actual players who experience the games they play in unique and individual ways. During the last 10 years, game journalists, cultural critics and scholars have discussed the issue of representation of gender, ethnicity, disability, age, and bodies and in mainstream games. Although these discussions took off with the greatest intensity in North America, they are now also gaining speed in a European context under the heading of norm critique. The discussions about representation in games are essentially about three things: First, how does games portray different identities or aspects of peoples’ identities, if at all. Second, what is the representation of marginalized people in the player base of different games. And third, how are marginalized people represented in the game industry and under what conditions are they working. These three things are often intertwined in public discourse. It is often assumed that if a game represents someone, e.g., women, in a negative way, female players will generally turn away from the games. It is also often assumed that better representation of marginalized people in the game industry will result in better portrayals of these people in the game. Although there is certainly some truth to this, game scholars have also pointed out, that reality is much more complex than that. Games addressing serious topics Several studies have revealed a long-lasting imbalance in the number of female game characters, their roles and function in the game, and found that in their visual appearance, female characters have typically been highly sexualized. An analysis of over 500 games released between 1983 -2014 shows, that the sexualization of the female body peaked in the late 90’s and have been declining since 2006. This decline may mark a slow change in the way that the overall game industry thinks about their own games and its ability to address and raise awareness of serious topics. When British game company Ninja Theory, for example, released their game Hellblade: Senua’s Sacrifice in 2017, creative director of the company, Tameem Antoniades, explained in an interview that they wanted the game to be more than just entertainment, as they tried to offer an experience of how it is to suffer from psychosis, that would feel true to player. Similarly, Forgotten, a Danish indie game demo released in 2018, aimed to represent what it feels like to suffer from Alzheimer disease. The game is currently under development by Autoscopia Interactive. The European indie game industry has also started considering how to tell stories from the perspectives of socially and economically marginalized people. Bury me, my love, developed by French game company The Pixel Hunt, tells the story of a Syrian refugee as she makes her way through Europe to Paris. When another British AAA-game company, Playground Games, released the fifth installment in their racing game series Forza Horizon in Autumn 2021, it reached the headlines of mainstream media, that the character creation module in the game allowed players to choose gender-neutral pronouns to their character, as well as fit their characters with prosthetic limbs. Although much debate focusses on the representation of game characters, inclusive game design is of course not limited to this specific issue. The emergence of the indie game industry also sees an increase of games that delivers experiences that go beyond the well-tested model of the AAA-industry and offers modes of play that catered to players who cannot afford sitting several hours fixed in front of a computer. This is particularly true in Denmark where the game industry is mostly comprised of small-scale, indie developers, except from a few bigger studios such as IO Interactive. *Forgotten is a short game that aims to convey the experience of how it is to live with Altzheimer’s disease. In the image, the faces of game characters are blurred to give a sense of memory loss and disorientation. Expanding the player base This slow change can in part be explained by the second issue – the diversity of the player base. It seems that the game industry is becoming increasingly willing to try to reach a new target audience and in different ways cater for the diversity of the player base. Research shows that there is no direct causal relation between the representation of marginalized identities in games, and the diversity of the player base, and that marginalized groups, such as LGBTQ-people, have played games despite negative portrayals of LGBTQ characters in the game. As even mainstream media have gained an interest in the problematic portrayals of marginalized people in games, it becomes increasingly difficult for game companies to continue to reproduce these negative stereotypes. On the other hand, this public discourse also serves as an incentive to the game industry to latch onto new target demographics with strong spending powers. However, negative portrayals of marginalized identities in games only account for half of the problem. Many marginalized groups still experience bullying, discrimination and abusive behavior when playing especially online games. Here, it is interesting to note, that when it comes to the marginalization of players, the discourse in Europe primarily revolves around the experience of (young) female players. The conditions of other marginalized groups, such as various ethnicities, socially- and economically marginalized people, and so on, are still lacking in the public discussions. This means, that while game have begun to tackle the issue of how to respectfully convey the stories of these marginalized identities, the game industry, have still not grasped the potential of addressing these groups as players. Improving working conditions through unionizing The marginalization of people in the game industry have received considerable attention in the last couple of years. Although this issue already attracted attention ten years ago, when marginalized workers, and especially female workers, of the game industry began spreading stories of discrimination, sexism, and harassment under the hashtag #1ReasonWhy , these issues have made the headlines again the last couple of years, as toxic work culture, sexual misconduct and abusive behavior have been exposed in the European AAA-industry. In the context of North Europe, scandals of a similar magnitude have yet to be exposed, although media stories have documented some cases of abusive conduct. Trade unions appear as obvious institutions to tackle such issue and better the conditions for marginalized workers. But even though the Scandinavian countries generally have a strong tradition for unionizing, it should be noted that worker in the Scandinavian game industry are still not by large unionized. Therefore, while many discussions are ongoing in the public discourse about how games responsibly represent marginalized people and how to provide an inclusive culture for players falling outside the normative stereotype of the male gamer, the is still call for a change in the organization of the game industry.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ame Researcher) Ida Jørgensen Holds a PhD in game studies from the IT University of Copenhagen, Denmark where her research revolved around gender representation, game culture and games as media. Today she works as a postdoctoral researcher at the University of Southern Denmark. (게임연구자) 나보라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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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이례적인 작품의 사례는 그 플레이 경험이 어떻게 문화적으로 인식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대항 담론이라는 것이 어떠한 기준점에 부합함과 부합하지 않음으로 나뉘며 게이머 커뮤니티의 ‘진정성’을 강화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 Back 15 GG Vol. 23. 12. 10.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Gyuri Kim Interested in the ways games let us experience stories. After poking around here and there, lately played Marathon.
- 이제 게임은 플레이하지 않는다: 관리와 지배의 시대
‘아이들러’, ‘오토 배틀러’, ‘자동화’, ‘클리커’ 등의 키워드로 분류되는 이런 방치형 게임들은 과거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만 유통되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방치형 게임이 유행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반복 전투의 실행을 자동화에 위임함으로써 얻게 되는 게임 플레이 시간의 자유를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 Back 이제 게임은 플레이하지 않는다: 관리와 지배의 시대 29 GG Vol. 26. 4. 10. 최근 스팀 플랫폼에는 그간 스팀에서 잘 출시되지 않았던 방치형 게임 장르들이 자주 발견된다. <몰티즈와 복실복실 온천>, <미니 코지룸>, <우주 암석 파괴자> 등 최근 인기를 모은 방치형 게임은 일반적으로 해당 장르와 거리가 멀었던 PC 플랫폼의 틈새를 파고들어 나름의 틈새시장을 형성했다. PC 화면의 아주 작은 일부만 차지하거나 쉽게 화면 전환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이러한 게임들은 업무를 자주 방해하지는 않으면서 업무 중에도 띄워놓을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PC 플랫폼에 정착했다. 물론 전투 위주의 모바일 방치형 게임과는 달리 생활형 소재나 아기자기한 게임 디자인으로 천편일률적이었던 방치형 게임에 다양성을 덧대었다는 점이 차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러’, ‘오토 배틀러’, ‘자동화’, ‘클리커’ 등의 키워드로 분류되는 이런 방치형 게임들은 과거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만 유통되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방치형 게임이 유행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반복 전투의 실행을 자동화에 위임함으로써 얻게 되는 게임 플레이 시간의 자유를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접속하지 않는 동안에도 미리 설정된 자동화 공식에 따라 게임 플레이가 이루어지면서 플레이어는 일상 생활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적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 <몰티즈와 복슬복슬 온천>의 한 장면. PC를 통해 원고를 쓰면서도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2010년대 이후 고안된 이 장르는 역설적으로 게임이 가진 몇몇 제약들을 붕괴시키면서 생존해왔다. 이를테면 일반적인 게임에서 가장 핵심에 해당하는 게임 플레이를 자동화시켰다. 본래 게임 플레이는 게임 디자인이 고안된 이후 항상 개발자가 게임 결과의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플레이어에게 할당시킨 영역이었다. 바꿔 말하면 게임 플레이어 입장에서 게임 플레이는 자신들에게 강제적으로 할당된 영역인데, 방치형 게임은 이러한 제약을 붕괴시킴으로써 플레이어가 이를 컴퓨터에 위임할 권한이 생긴 셈이다. 이렇게 되면 플레이어는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플레이하는 주체가 아니라 게임의 결과만 관리하는 ‘관리적 주체’로 변모하게 된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플레이로 인한 ‘결과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미디어였다. 과거의 플레이어들은 결과의 불확실함을 자신의 승리로 바꾸기 위해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해왔다. 그러나 방치형 게임 플레이어들은 그 결과의 불확실함을 참아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이 고되거나 성가시다고 생각한다. 이는 기존 게임들에서 이루어지는 핵심적인 플레이 과정이 MMO 같이 다소 밀도가 떨어지거나 반복될 때 느끼게 된 게임 플레이의 노동화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애초에 게임 디자인 과정에서는 밀도있는 게임 플레이를 극적으로 연출하는 것이 미덕으로 간주되었지만, 게임의 완성도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중시한 모바일 게임들에서는 게임 플레이 과정보다 플레이 과정을 통해 생긴 아이템 등의 결과물들이 플레이어에게 더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게 된 것이다. * <디아블로 2>의 카우 레벨(cow level) 장면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게임 플레이의 밀도보다 결과값의 중요성이 처음으로 인식되었던 게임은 <디아블로> 시리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기나 방어구 등 아이템에 붙는 접두사와 접미사에 따라 해당 아이템의 가치가 달라지면서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카우 레벨(cow level)을 반복해서 돌았던 행동들은 아마 RPG 게임에서 결과중심적 플레이가 본격적으로 극대화된 최초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중심적 플레이에 대한 선호는 이후 개발자들이 본래 게임의 제약 사항으로 묶어두었던 현금 결제를 통한 제약의 우회로 이어지게 된다. 주로 MMORPG를 통해 구현된 이러한 유료화 방식은 캐릭터나 아이템의 강화뿐만 아니라 시간적 제약이나 게임 내 공간의 위상까지 무력화시키면서 플레이어를 ‘지배적 주체’로 변모시킨다. 이 지점에서 게임 플레이는 더 이상 과정 자체가 아니라 결과를 생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환되었다. 이 두 장르는 동일한 ‘과정 생략 욕망’을 공유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식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방치형 게임이 게임 플레이 자체를 시스템에 위임함으로써 과정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MMORPG는 결제를 통해 플레이어가 그 과정을 직접 우회할 수 있도록 만든다. 전자는 플레이어를 ‘관리적 주체’로, 후자는 시스템을 지배하는 ‘지배적 주체’로 만든다는 점에서 동일한 욕망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분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특히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이러한 MMORPG와 방치형 게임으로의 양극화 현상은 넓게 보면 사실 유사한 심리적 기제를 바탕으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게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과정을 생략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이러한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은 동일한 조건 아래에서 경쟁을 통해 획득해야만 하는 어려운 과정을 회피하고 시스템의 외부를 현금이나 시스템 관리를 통해 우회하는 상황이 주는 쾌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 장르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은 단순히 게임 과정에서의 유희를 포기한 것이라기보다는 반복적인 노동을 알고리즘에 위탁하면서 결제나 시스템 관리를 통해 스스로가 게임을 제어하고 있다는 권력욕을 대리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PvP가 중심이 된 모바일 MMORPG를 플레이할 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필드의 몹들을 사냥하는 PvE 컨텐츠는 자동화를 시키지만, 본인들의 길드가 장악한 사냥터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침범당하거나 PK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게임 플레이에 개입하여 이러한 과정을 플레이하는 것을 즐긴다. * <리니지 M>의 다양한 자동사냥 옵션 설정 방식 “유능한 한국 모바일 게임 개발자가 되려면 게임을 재밌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돈을 내면 게임이 재미있어질 것 같다는 인상을 풍길 수 있도록 적당히 재미없어야 한다.” 게임업계에서는 한국 모바일 게임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이와 같은 농담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MMORPG와 방치형 게임은 매우 동일하게 게임 플레이 과정을 반복적이고 지루하게 만들어 왔다. 이들은 게임의 외피를 덮어쓰고 있지만 그 과정의 재미를 느끼게 하기보다는 결과중심적인 레벨과 아이템, 수치적 데이터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물론 결제나 시스템 관리를 통해 기존 게임의 제약을 극복하는 순간 주어지는 쾌감이 존재하기에 이러한 게임들은 은밀하게 다른 게임들이 주지 못했던 욕망들을 충족시키면서 범박하게나마 재밌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엄밀히 말하면 결제 과정이나 자동화를 통해 강해진 내 캐릭터가 만족스럽다는 느낌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해당 장르들은 이러한 우회과정을 통해 PvP의 컨트롤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시간이 부족한 플레이어들을 해당 장르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TV 광고를 통해 플레이어가 게임의 ‘운영’에까지 개입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SOL과 같은 게임은 플레이어들이 투표를 통해 운영 방침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플레이어가 단순히 주어진 규칙을 따르는 존재를 넘어, 게임의 규칙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적 주체’로 구성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모바일 플랫폼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MMORPG와 방치형 게임은 해당 장르의 불모지였던 스팀 플랫폼까지 천천히 상륙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MMORPG는 글로벌 스탠더드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이나 강화형 결제 시스템을 줄이거나 없애고, 방치형 게임은 천편일률적이었던 횡스크롤 형태의 단순 전투 시스템을 버리고 아기자기한 생활형 소재로 변모시키면서 미아 콘살보가 언급한 진정한 게이머(real gamer)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그 본진인 스팀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장르 이동이 아니라, 플랫폼 간 플레이 문화의 재구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진정한 게임 플레이’를 중시하던 PC 플랫폼조차도 이제는 과정의 밀도보다는 결과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플레이 양식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게임이 더 이상 ‘플레이의 미디어’가 아니라 ‘결과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게임이 더 이상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가 언급한 절차적 수사학(procedural rhetoric)을 통해 플레이어를 설득하는 매체가 아니라, 결과값의 축적을 통해 만족을 제공하는 데이터 중심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는 게임이 더 이상 ‘플레이를 경험하는 매체’가 아니라, 플레이를 최소화하면서도 결과를 관리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랙티브 시스템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교수)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게임 스토리텔링과 게임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하고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인디게임 행사인 Independent Games Festival(IGF)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공저, 2003),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2005), 『인디게임』(2015), 『이야기, 트랜스포머가 되다』(공저, 2015),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게임의 이론』(공저, 2019),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생태계』(공저,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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