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히어로물의 다음 세대를 건져올린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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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6. 2. 10.
디스패치의 수퍼히어로적 이분법
가장 미국적인 문학 장르인 수퍼히어로는 경이(amazing)적 판타지의 장르다. 주인공 히어로와 빌런이 사용하는 초능력이라는 경이 요소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때문에 판타지이며 개연성 대신 핍진성만이 작동하는 장르다. 이 장르는 만화와 라디오 드라마를 거쳐 영상 영화를 지나 게임까지 와 있다.
애드혹 스튜디오의 2025년작 디스패치(Dispatch)는 수퍼히어로 문학에서 찾기 어려운 약간 독특한 구도를 내세운다. 수퍼히어로 문학을 게임이 풀어낼 때는 전투라는 요소에 초점을 맞춰 히어로 체험을 메인 컨텐츠로 삼는다. 아캄 시리즈는 배트맨의 전투와 수사를 체험한다는 컨셉이고,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 역시 스파이더맨의 전투와 웹 스윙을 체험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반면 디스패치의 히어로 전투는 시네마틱 씬의 중간에 QTE(Quick Time Events)를 입력하는 정도이며 이는 게임의 강점인 체험 컨텐츠라기엔 무리가 있다. 디스패치, 파견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게임의 주인공은 히어로가 아니라 히어로를 보조하는 동료다.

히어로의 동료는 보통 조수 혹은 사이드킥(sidekick)으로 불린다. 디스패치의 주인공은 방금 일시 은퇴를 한 히어로지만 다른 히어로의 사이드킥이라기보다는 히어로들에게 임무 정보를 제공하여 임무 지역으로 보내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스파이더맨의 친구 네드 리즈는 이 오퍼레이터 역할을 의자에 앉은 자, Guys in the chair라고 표현했다. 그 말 그대로 주인공 로버트는 책상에서 네트워크 단말기 앞에 앉아 헤드셋을 쓰고 있다. 게임의 주 컨텐츠는 로버트가 들여다보는 화면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메카맨이라는 이름으로 3대째 히어로를 하던 로버트는 메카맨 수트의 파괴로 인해 일시 은퇴하게 된다. 그는 스카웃 제의를 받아 SDN(Superhero Dispatch Network)이라는 회사에 취직해 디스패치 업무를 맡게 된다. 이 회사는 구독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독 회원들은 앱을 통해 목격 사실을 제보하거나 의뢰를 하고, 회사는 소속 히어로를 현장에 투입하는 일종의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히어로 팀에게 임무 위치와 임무 내용을 설명하고 돌발 상황 발생시 추가 정보를 찾아 제공하는 업무를 로버트가 속한 디스패치 부서의 인원들이 맡는다.
그리하여 게임은 두 가지 축으로 돌아간다. 일과를 시작하면 로버트의 단말기 화면에 떠있는 지도 위에 의뢰 핀이 뜬다. 제한 시간 내에 해당 의뢰에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조합으로 팀의 히어로 하나 이상을 선정해 파견(dispatch)한다. 파견된 히어로들이 해당 의뢰를 처리하고 복귀해 한숨 돌리는 동안에도 다른 의뢰가 뜨고, 각각의 제한 시간 내에 의뢰 접수를 하여 성공할 수 있도록 시간 분배와 캐릭터 조합을 행한다. 의뢰 성공의 보상으로 히어로가 성장 기회를 얻으면 그 성장 방향도 결정한다. 이 일과가 게임의 한 축이다.

다른 한 축은 일과 업무가 끝나고 내일 업무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시간에 벌어지는 QTE와 선택지다. 오프듀티 시간에 파괴된 메카맨 수트의 복구 같은 개인사, 담당하는 팀원들을 비롯한 회사 동료들과의 인간 관계가 여기서 진행된다.
이 두 축으로 이루어진 게임 플레이가 하루하루 쌓이면서 선택지에 의한 서사 분기도 이루어진다. 연애는 블론드 블레이저와 인비저갤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동시에 히어로로서는 낙제점인 인비저갤을 어떻게 성장시켜 히어로로 육성하는가 하는 멘토링 임무가 깔려 있다. 그러면서 로버트의 인간상을 고전적이고 윤리적인 ‘트루 히어로’로 할 것인가, 반대로 정의를 위해서는 윤리를 구부릴 수 있는 ‘안티 히어로’로 할 것인가의 선택지도 계속 주어진다. 이는 최후의 결전 후에 메인빌런 슈라우드의 생사를 결정하는 선택이 된다.
플레이 컨텐츠 두 가지, 연애 선택지 두 가지, 멘토링 성공의 이지선다, 윤리 선택지 두 가지, 세상을 선악의 둘 – 영웅과 악당으로 나누는, 물론 중간지대는 인정하지만, 수퍼히어로 장르의 세계관적 특성이 게임 플레이와 서사에도 적용되어 있다.
그리고 본작 디스패치의 특성은 그렇게 나뉜 두 영역을 대표하는 히어로와 빌런 중에서는 주인공이 없다는 점이다. 로버트는 히어로였으나 본작에서는 히어로를 보조하는 ‘의자에 앉은 사람’ 역할을 수행한다. 여타의 수퍼히어로 서사에서는 주변 인물이었던 포지션의 시야가 중심 서사로 이동했다. 이는 수퍼히어로 장르가 꾸준히 발전시킨 현실성 강화 흐름의 한 형태인 동시에, 수퍼히어로 서사의 다음 돌파구를 찾는 시도 중 하나일 수 있다.
현실성을 찾는 수퍼히어로
1939년 수퍼맨이 탄생하면서 수퍼히어로 장르의 신드롬이 일어났다. 초능력을 가진 강력한 영웅이 자신을 상징하는 코스튬을 입고 범죄와 사고를 수습하며 사람들을 돕는다는 서사 장르였다. 당대의 최신 장르로 시작한 만화에서 시작해 라디오 드라마와 영화로 옮겨갔다. 장르의 특징이 서사의 구조에 있다 보니, 그 서사를 살려줄 수 있는 수많은 장르와 결합하면서 혼종 장르가 되었다. 수퍼맨은 SF의 요소를 가져왔고, 배트맨은 탐정 활극의 서사 요소가 들어왔다. 네이머와 원더우먼은 신화에서 가져온 소재였고, 캡틴 아메리카는 전쟁물과 첩보물의 문법을 일부 차용했다. 흥행 면에서 최고 기록을 올린 캡틴 마블 – 현재 명칭 샤잠은 아동 만화의 성격을 표방했고, 코믹 만화의 요소를 본격적으로 가져온 플라스틱맨 같은 예까지 등장하면서, 수퍼히어로 장르는 만화라는 신생 장르를 대표하는 하위 장르로 성장했다. 온갖 장르를 흡수하던 이 황금기를 음역하여 골든에이지라 부른다.

골든에이지는 2차대전의 종전 이후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명확한 선악 대비 구도로 서술할 수 있었던 전쟁에 수퍼히어로 장르가 프로파간다로서 복무한 직후, 만화의 버블 또한 함께 꺼지면서 몰락한 것이다. 하지만 60년대가 되면서 재부흥 시기가 도래했고, 이 두 번째 황금기를 골든 에이지에 이어지는 실버 에이지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도 타 장르의 성과를 차용하는 잡탕 장르로서의 성격이 보였다. 플래시는 물리학의 시간과 속도 개념을 대중 문학의 형태로 번역하면서 SF 수퍼히어로의 계보를 이었고, 리뉴얼된 그린랜턴은 아예 스페이스 오페라의 세계에 수퍼히어로를 넣는 작업이었다. 아이언맨은 역사 속 철가면의 이미지에 과학기술의 외피를 넣은 시도였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당대 호러 영화의 형식과 사이키델릭 음악의 분위기를 만화에서 접목하는 시도인 동시에 신화 요소 위에 오컬트의 요소가 덧씌워지는 시도이기도 했다.
그리고 60년대의 기술입국 분위기와 포스트모더니즘 분위기의 당대성은 실버 에이지의 수퍼히어로들의 설정을 조금은 더 현실적이게 만들었다. 전 지구의 소리를 다 들을 수 있고 주먹질로 행성을 부술 수 있으면서도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물인 수퍼맨과, 신체 능력도 직업적 소양도 윤리철학의 관념도 모두 매우 모범적인 완벽한 인물인 캡틴 아메리카의 예시는 골든 에이지 시절의 수퍼히어로에 신화의 성격이 있음을 암시하는 증거다. 실버 에이지부터는 전능한 신과 같은 영웅보다는 제한된 초능력 혹은 인간적 약점이 있어 현실 세계에 접점을 갖는 히어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실성의 닻’이라고 부르기를 주창하는 이 흐름을 주도한 사람이 스탠 리다.

수퍼히어로의 서사와 설정이 심화 발전되면서, 이 현실성의 닻은 점점 커져 갔다. 70년대부터는 사람들이 비평적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그 질문은 이랬다. ‘현실이라면, 이런 히어로의 주변 사람들은 빌런에 의해 안전을 위협받을 것이다. 그럼 과연 히어로가 그 모든 주변인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 73년에 그 대답이 나왔다. 스파이더맨의 연인 그웬 스테이시가 빌런 그린 고블린의 공격에 의해 사망했다. 사상 최초로 수퍼히어로 장르에서 주요 인물이 죽었고, 이 사건의 충격은 새로운 시대인 브론즈 에이지를 낳았다.

* 이 상징적 장면은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도 동일하게 재현되었다.
시장 상황으로 서술하면 일종의 연착륙, 즉 골든 에이지의 급격한 몰락과는 대비되는, 일종의 성숙기인 이 브론즈 에이지의 특징은 실버 에이지 시대가 던진 화두인 ‘현실감 있는 세계 구축’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는 점이다. 점점 동화적인 분위기가 줄어들었고, 등장인물들의 인격적 결점이 부각되었으며, 등장인물의 죽음이나 파멸 같은 소재가 점점 잦아졌다. 사회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 또한 이 시기의 특징이다. 1971년의 ‘Snowbirds Don’t Fly’는 그린 랜턴과 그린 애로우 두 사람이 마약 범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내용이다. 같은 해의 스파이더맨에서는 해리 오스본이 마약 중독으로 고통 받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 두 만화는 검열 코드를 이겨내는 사례로도 많이 인용되지만, 동시에 수퍼히어로 만화가 사회 문제를 반영할 만큼 현실적으로 성숙해졌다는 증거로도 인용된다.

이런 조류가 더 많이 반영되는 동시에 다양성의 가지로 뻗어나간 현재를 일반적으로는 모던 에이지라고 부른다. 명확한 시기 정의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신호탄은 1986년의 ‘왓치멘’으로 꼽는 것이 중론이다. 모순 투성이의 사회에서 히어로는 딱히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증상을 억누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서사적 상상력이다. 그래서 별칭으로는 다크 에이지, 암흑기라고도 부른다.
또한 현대에 들어서면서 영상화의 시도가 늘어났다. 그리하여 현대 영화 장르에서 수퍼히어로를 정착시킨 1989년의 배트맨 영화 또한 어두운 도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히어로 서사를 사용했다. 탐정 활극 소설이 배트맨의 모태였고 이후 역사가 진행되면서 탐정 느와르 또한 배트맨 서사에 들어왔는데, 그 어두운 테이스트가 그대로 영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더욱더 어두워야 하니 인물의 죽음이나 파멸을 통해 독자에게 충격을 전달하는 기법 또한 이어졌다. 1999년이 되면 작가 게일 시몬은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 이후 히어로 주변인물의 죽음과 파멸이 지나치게 자주 사용되며 동시에 주로 여성 인물에게 가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성 히어로의 동기 부여나 각성을 위해 여성 인물이 희생되는 이 현상은, 1994년 그린 랜턴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카일 레이너의 여자친구가 토막 나 냉장고에 들어가있었던 장면에서 따와 ‘냉장고 속 여자(Women in Refrigerators)’로 명명되었고 곧 프리징(fridging)이라는 약어도 등장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시도 중의 부작용이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한 시도는 영상화에선 핵심이었다. 몇십 년 전에 디자인된 코스튬은 영상으로 만들어놓으면 촌스럽거나 현실감이 없었다. 때문에 배트맨이건 엑스멘이건 모든 히어로의 영상화 과정에서 코스튬 디자인의 현대화는 필수 작업이 되었다.
미국적 핍진성 추구의 보수성
역사의 흐름은 계속해서 핍진성의 강화, 즉 현실감 강화였다. 그리고 그 첨단에서 디스패치는 기업이라는 조직을 상상한다. 히어로가 일상의 일부가 될 정도의 세계라면 히어로의 활동을 통해 가치 창출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생길 수 있다. 어벤져스, 저스티스 리그와 같은 히어로 집단이 법인이 된 세상이다. 이 상상력은 새롭지 않지만, 디스패치는 새롭게 만들었다. 한 발 더 나아가 기업이 조직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히어로가 아닌 히어로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의자에 앉은 자’의 시점으로 게임을 조직한 것이다.

그리하여 디스패치에는 그간 수퍼히어로 장르가 수집해 온 타 장르의 요소가 모두 자본주의적 기업의 아래에 모였다. 메카맨을 비롯한 테크놀로지 계통이 대표하는 SF, 말레볼라가 대표하는 신화와 오컬트 같은 다양한 요소 말이다. 이것 또한 지극히 미국적이다. 다종다양한 인종과 문화와 종교가 모여 있지만 완전히 섞여 온전한 하나가 되지는 않는, 샐러드 보울로서의 미국인 동시에 자본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 이를 모아놓은 것 또한 미국의 모습이다. 동시에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블랙 유머는 탐정 느와르의 흔적임과 동시에 농담을 중요시하는 미국 문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로버트가 담당하는 Z팀의 성격 또한 매우 자본주의에 포섭되어 있다. 갱생 전향한 전직 빌런들로 이루어진 이 팀의 실적은 매우 낮다. 로버트가 채용되면서 받아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실적 꼴찌인 인비저갤을 온전한 히어로로 키워내는 것인 동시에 Z팀을 회사가 해산하지 않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 멤버 한 명을 해고해야 하기도 한다.

이는 수퍼히어로 장르 자체가 가지는 한계 혹은 보수성을 연상시킨다. 수퍼히어로에는 혁명의 서사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수퍼히어로는 중국 문학의 협객처럼, 공권력이 무력한 자리에서 정의를 행하는 존재다. 혁명 서사로 이어질 법도 한데, 그보다는 현재의 사고와 범죄를 처리하는 서사에 집중한다. 간간이 사회 변혁에 개입하기도 하는 무협 서사와는 달리 수퍼히어로 서사에는 기본 구도를 흔드는 식의 혁명성이 없다. 언제나 사고와 범죄가 있고 도움을 기다리는 무력한 대중이 있는 세계를 상정하고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나오는 보수성이다.
그리하여 디스패치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 회사, SDN은 물리법칙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Z팀 멤버들이 왜 빌런에서 갱생하여 히어로가 됐는지 그 동기도 다뤄지지 않는다. 전향한 것은 한 것이고, 회사에 들어왔으니 해고되지 않고 성장해야 하며, 해고되면 원한을 갖게 된다. 범죄의 근원을 찾지 않는 수퍼히어로처럼, 디스패치의 회사는 의심의 대상이 아니다. 개헌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미국다운 상상력의 한계이기도 하다.
시선 이동의 가치
한계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넘어가더라도, 시선을 옮긴 것은 중요한 시도다. 모던 에이지의 수퍼히어로 장르는 현재 답보 상태에 있다. 온갖 장르에서 가져온 요소를 엮고 섞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 더 많은 서사를 위해 평행 우주를 만들어냈지만, 이 확장된 세계는 확장성의 맹점으로 인해 진입 장벽이 되어버리는 모순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만화에서 발생한 양날의 검은 이제 영상에서도 발생했다. 어벤져스 다음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서 봐야 하는 이전의 영화와 드라마가 너무 많아지고, 그 각각의 작품이 서로 너무 많은 예고 장면을 보여주면 관객들이 피로해졌다. 서사의 클리셰는 훨씬 오래 전부터 고민의 대상이었는데, 수용자가 장르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자 클리셰의 부정적 측면이 더욱 크게 다가오게 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졌다.
수퍼히어로 게임이 맞닥뜨린 벽은 조금 다르다. 게임은 포맷의 획일성 하나만을 고민하는 중이다. 수퍼히어로를 소재로 한 게임이라면 가장 먼저 착안하게 되는 것이 수퍼히어로 체험이다. 당연히 수퍼히어로를 직접 조작하는 것, 즉 전투 위주의 게임 플레이가 주축이 된다. 그리하여 주류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가 되었다. 배트맨, 스파이더맨, 어벤져스 모두가 같은 장르로 만들어졌다.
수집 배틀 장르는 꾸준히 시도되었지만 액션 어드벤처처럼 주류가 되지 못했다. 가장 먼저 시도된 장르인 격투 게임은 장르 자체가 매니아화 되면서 주류에서 밀려났다. 마블 미드나잇 선즈는 전투 위주의 장르이지만 턴제 전략을 기본 시스템으로 하면서 특색을 보였지만 흥행에서 아쉬운 성적을 내면서 다른 시도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본작 디스패치의 이전 세대인 텔테일 배트맨 시리즈 또한 클래식한 어드벤처 장르를 시도했지만 평이한 스토리와 선택지의 무의미함이 발목을 잡았다.

반면 디스패치는 텔테일 배트맨 시리즈의 미흡한 점을 보완한 동시에 아예 히어로를 주인공에서 내려버리는 발상까지 보여주면서 흥행 성적도 올렸다. 액션 장르 외의 어드벤처 형식으로도 충분히 수퍼히어로 게임을 만들 수 있음을 알린 동시에, 서사의 시점을 히어로가 아닌 주변인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다른 형태의 서사를 조직할 수 있음도 증명했다. 배트맨의 집사 알프레드로서 플레이하는 게임도 가능할 수 있다. 혹은 SDN의 CEO가 되어 경영 시뮬레이션을 플레이하는 것도 상상할 수 있다. 게다가 상상을 조금 더 해보면, 현재 답보 상태인 만화와 영상에 건네는 힌트가 될 수도 있다. 최소한 클리셰 변형의 시도 중 하나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상상을 넓혀서 비약의 영역으로 간다면, 수퍼히어로 장르 전체가 변화하는 단초일 수도 있다. 모던 에이지의 시작은 정의에 따라 다르지만 80년대의 어느 시점 혹은 90녀대의 어느 시점이다. 이미 30에서 40년 가량 지나왔으니 다음 시대를 그려볼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어두운 현실 반영으로 시작해 다양한 플랫폼과 형태로 뻗어나간 이 시대의 다음을 어떤 형태로 상상할까가 과제가 된다. 영웅 서사에서 영웅이 아닌 주변인의 시점으로 옮겨간 이 시도는 다음 시대로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가장 첨단의 미디어인 게임에서 제시되었다고 해석하면 첨단성에 대한 찬사로도 보일 것이다. 이 장르의 한 팬으로서는 충분히 기대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