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기
전은기
문화인류학과 문화연구를 전공하고, 현재 청계천기술문화연구실과 한양대학교글로벌다문화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페이스는 설계에 투영된 이상을 정확히 구사하기 위해 발전할 수도 있지만, 우연한 계기들에 의해 손쉽게 그 설계가 변형되기도 한다. 변형된 인터페이스는 게이머들의 게임 실천 자체를 변형시키기도 하며, 이런 변화된 게임실천은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의 변형을 가져오고, 게임성 그 자체를 다르게 느끼게 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이처럼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입력장치이고,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 없는 게임의 요소라기보다는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하드웨어이면서 동시에 게이머와 연결되어 신체화된 기계적 대상물이다. 인터페이스는 게임의 설계에 따라 발전하거나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과 게이머는 물론이고 자신과 연결된 모든 환경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변화무쌍하게 공진화(co-evolution)하는 과정 안에 놓여있다.
앤서니 던에 따르면 전자제품의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는 사용자들을 제품에 구현된 가치와 개념을 사용자들이 스스로 제품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동안 학습시킨다.1) 이것이 전적으로 맞는 전제라고 가정한다면 게임도 마찬가지일까? 게임은 다른 전자제품들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상품은 그것이 완성되거나 완벽하게 조립된 것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로서의 게임은 완성된 상품이기도 하지만 그 소프트웨어가 제공하고자 하는 게임이라는 상품의 형태는 게이머의 ‘수행’이라는 행위에 의해서 각각의 게이머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체험된다. 소프트웨어로서는 완성된 상품이기도 하지만, 게이머가 게임을 수행하고 난 뒤에야 ‘게임’ 그 자체는 완성된다.